'Paul Krugman'에 해당되는 글 35건

  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18) 2019.01.13
  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2019.01.06
  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3) 2019.01.02
  4.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6) 2017.06.29
  5.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6) 2015.07.30
  6.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1) 2015.07.30
  7.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10) 2015.07.27
  8.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2) 2015.07.03
  9.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26) 2015.05.26
  10.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④]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 - Fed & Krugman vs BIS & Rajan 2015.01.13
  11. 디플레이션을 탈출하자 - 아베노믹스의 목적 (12) 2014.11.20
  12. 세계경제는 유동성함정에 빠졌는가? -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 (7) 2014.10.28
  13.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 (9) 2014.08.11
  14.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 2013.11.30
  15. [외환위기 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2013.11.26
  16. [외환위기 ①]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6) 2013.10.23
  17.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2) 2013.10.18
  18. [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5) 2013.04.19
  19. 언론사가 '주가지수 상승을 경제성장의 지표'로 나타내는 게 타당할까? 2013.03.18
  20. [긴축vs성장 ②]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2012.10.2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Posted at 2019.01.13 23:26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일본의 불공정 무역관행이 기울어진 경기장을 만들었다


지난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각주:1]를 통해 누차 살펴봐왔듯이, 1980년대 미국은 대내적으로는 경기침체 ·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적 지위 감소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런 거시적 환경은 미국 내에서 보호주의 압력을 증대시켰습니다. 그리고 타겟은 '일본' 이었습니다.


'닫혀있는 일본시장(closed Japanese market)'[각주:2]은 미국 기업들의 불만을 자아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낮은 관세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일본정부의 지도 아래 시행되는 차별적 규제 · 일본기업들 간 폐쇄적 경영 등은 미국기업이 일본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도록 만들었습니다. 일본의 GDP 대비 제조업 상품 수입 비중은 수십년이 지나도록 낮은 수준을 기록한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계속 늘려왔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미국기업들의 불만에 불을 부은 것은 '정부의 보호와 지원에 힘입은 일본 반도체 산업의 성장' 입니다. 


위에 첨부된 1985년 및 1990년 세계 반도체 회사 매출액별 순위를 보시면 NEC · Hitachi · Toshiba 등 일본 기업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중반 반도체 세계시장에서 미국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였던 반면 일본기업은 30% 미만 이었습니다. 그러나 1985년 두 국가는 45%씩 동률이 되었고 때때로 일본이 우위를 점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D램 분야에서 일본의 성장이 돋보였습니다. 미국기업 점유율은 1978년 70%에서 1986년 20%로 하락했고, 일본기업은 30%에서 75%로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일본 반도체 기업의 성장에는 일본정부, 특히 통상산업성(MITI, Minstry of International Trade and Industry)과 재무성(MOF, Ministry of Finance)의 보호와 지원이 있었습니다. 통산성과 재무성은 외국 기업의 일본시장 접근을 차단한 채, 선택받은 일본 기업들에게 금융 · R&D 지원을 대규모로 단행하였습니다. 또한, 외국기업이 기술이전을 하지 않으면 일본시장에 진입할 수 없게끔 막았습니다.


덕분에 일본 기업들은 미국 반도체 기업의 선진기술을 빌려오거나 무단으로 모방할 수 있었고, 대규모 투자를 위험을 줄인채 실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덤핑을 통해 해외시장에 아주 값싼 가격에 물건을 팔아 점유율을 늘려나갔습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덤핑'(dumping) · '시장 접근'(market access) · '반도체 설계 특허권'(chip design patent) 이슈를 두고 불만을 품을 수 밖에 없었고, 일본정부로 인해 '기울어진 경기장 위에서 불공정한 경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공정무역'(fair trade)을 강조하는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이 1985년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주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 첫번째 글에서 첫번째로 나온 문단) 


"국제적인 무역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들이 규칙(rules)을 준수하고 개방된 시장(open market)을 보장하도록 애써야 한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자유무역(free trade)은 말그대로 공정무역(fair trade)이 된다."[각주:3]


"다른 나라의 국내시장이 닫혀있다면(closed)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it is no longer free trade). 다른 나라 정부가 자국의 제조업 및 농업에게 보조금(subsidies)을 준다면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가 우리 상품을 베끼도록 놔둔다면(copying) 이는 우리의 미래를 뺏는 것이고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하고(violate international laws) 그들의 수출업자를 지원한다면 경기장은 평등하지 않은 셈(the playing field is no longer level)이 되며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산업 보조금을 집행하여 경쟁국에게 불공정한 부담을 안긴다면(placing an unfair burden)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각주:4]


"우리는 GATT 체제와 국내법 하에서 국제통상에 관련한 우리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다. 다른 국가들이 우리와 맺은 무역협정과 의무를 준수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만약 무역이 모두에게 불공정하다면, 자유무역은 이름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unfair trading practices)으로 인해 우리의 기업인들이 실패(fail)하는 것을 가만히 옆에 서서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규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아서(do not play by the rules) 우리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마는 사태(lose jobs)를 가만히 옆에 서서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각주:5]


- Douglas Iriwn, 2017Clashing Over Commerce: A History of US Trade Policy, 606쪽 재인용


이제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 목표는 '평평한 경기장'(level playing field)을 만들어서 국가 간에 '공정한 무역'(fair trade)을 하는 것이 되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된 방법 중 하나가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입니다. 


  • 왼쪽 : 1980년대, 전략적 무역 정책 실시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로라 D. 타이슨 

  • 오른쪽 : 전략적 무역 정책 이론을 만들었으나, 현실 속 적용은 반대했던 폴 크루그먼


로라 D. 타이슨(Laura D. Tyson)은 자유무역 체제의 한계를 강하게 비판하고 전략적 무역 정책의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1980년대 미국 내 무역논쟁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그녀는 반도체 · 전자 · 의약 등 고부가가치 최첨단산업(High Value-added, High-Tech)은 다른 산업보다 경제 전체에 더 이로움을 주기 때문에, 미국정부의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전략적 무역 정책 이론을 만들어낸[각주:6]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정작 현실 속 적용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산업정책 옹호론자들이 제시하는 대부분의 기준은 형편없으며 비생산적인 정책을 낳을 것이다. 경제이론상 정교한 기준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론적모형이 실제 정책처방으로 적절한지 충분히 알지 못한다."라며 산업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1980년대 미국-일본 간에 벌어진 '반도체 무역분쟁'을 살펴보면서 당시에 발생한 국제무역논쟁을 더 자세히 이해하도록 합시다. 




※ 1970년대 말, 보호 · 통제 · 미국기술 모방으로 급성장한 일본 반도체 산업


1960-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상징하는 기관은 통상산업성(MITI)과 재무성(MOF) 입니다. 이들 기관은 기업들에게 자원을 인위적으로 할당하고 경영방향도 제시하는 '지도'(administrative guidance)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통산성(MITI)과 재무성(MOF)의 역할은 '일본 반도체 산업 발전과정'에서 더욱 돋보입니다


1970년대 말부터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일본 반도체 산업 뒷면에는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통산성은 초고밀도 집적회로(VLSI) 연구개발을 위해 Fujitsu, Hitachi, Mitsubishi, NEC, Toshiba 등 선택받은 일본기업들에게 1976-79년동안 약 2억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이에 더하여, 통산성은 '외국기업의 시장접근 통제'와 '일본기업간 공동 R&D 지원' 정책을 통해 선진 미국 기술을 일본으로 옮겨왔고 일본 기업간 불필요한 경쟁을 억제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반도체산업 성공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 통제된 접근 (Controlled Access)


통산성과 재무성은 일종의 '도어맨'(doorman) 역할을 하였습니다. 외국기업이 일본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재무성은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규제했고, 통산성은 특허 · 라이센스 형태의 기술수입(technology imports)을 통제했습니다. 


즉, 통산성은 외국기업의 시장진입 조건으로 '기술이전'(transfer of technology)을 강요했는데,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사례가 이를 보여줍니다.


1968년 TI는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SONY와 합작투자 협약을 맺었습니다. 1960년대 초반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를 설립하려고 했었으나 일본정부가 허가하지 않아서 합작투자로 선회한 겁니다.  


이과정에서도 반도체 부품 중 핵심기능을 맡는 집적회로(IC) 설계 특허를 일본기업에게 라이센스 해주느냐를 놓고 줄다리기가 오고갔습니다. 일본정부는 TI가 가진 특허권 효력을 일시정지 시키면서 협상에 응하기를 압박했습니다. 결국 협상의 결론은 'TI와 SONY의 5:5 합작투자 및 TI의 일본시장내 점유율 최대 10%로 제한'이 되었습니다.


마이클 보러스(Michael Borrus) · 제임스 밀스타인(James Millstein) · 존 지즈먼(John Zysman) 등은 <미국-일본 간 반도체 산업 경쟁>(<U.S.-Japanese Competition in the Semiconductor Industry>)을 통해, "TI의 사례가 보여주는 기술확산 및 제한된 시장접근 전략은 일본기업이 미국의 기술수준을 모방할 수 있게 해주었다"[각주:7]고 말합니다.


▶ 일본 기업간 R&D 협력 (Collaborative R&D)


일본 통산성은 이렇게 들여온 미국 선진기술을 사용하는 방식마저 통제하였습니다. 정부는 일본기업들 간에 범용기술이 확산되도록 독려하였고, 특정 상품에만 사용되는 기술은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지원을 꺼렸습니다.


그리고 일본 기업간 (쓸데없는) 경쟁이 초래할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통제하였고, 기업들에게 각각의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 보호와 통제 그리고 미국으로부터의 기술이전으로 급성장한 일본 반도체 산업


1980년대가 되자 미국 반도체 기업의 일본시장 접근이 겉보기에는 보다 쉬워졌습니다. 미국산 반도체 상품 관세가 지속적으로 인하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본시장은 여전히 폐쇄성을 띄고 있었습니다. 일본 반도체 회사들은 다른 전자상품도 생산했기 때문에 반도체 구매자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산 반도체의 구매량과 종류를 통제하였고, 케이레츠(keiretsu)를 구성하고 있는 계열회사에게도 이를 강제했습니다. 


이런 보호 속에서 일본정부의 R&D 투자 금융지원은 확대되었고, 미국으로부터 전수받은 기술은 일본 반도체 산업의 수준을 재빠르게 끌어올렸습니다. 그 결과, 1984년 세계 RAM 생산에서 일본 기업들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제품 종류별로 60~90%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본 반도체 산업 발전은 '정부가 비교우위를 창출'(Creating Advantage)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글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비교우위'[각주:8]를 통해 일본 경제발전의 이론적 함의를 배웠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1987년 논문 <The Narrow Moving Band, The Dutch Disease, and The Competitive Consequences of Mrs.Thatcher - Notes on Trade in the Presence of Dynamic Scale Economies>를 통해, 과거부터 많은 양을 생산하여 지식을 많이 축적한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높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때, 기업이 자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생산에 착수하고 관세라는 보호막에 힘입어 자국 내에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면, 이러한 보호 기간 중에 쌓은 지식과 노하우로 언젠가는 상대적 생산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보호가 비교우위를 영구히 바꿔놓은 겁니다.


크루그먼은 일본정부의 산업정책을 사례로 논문을 썼던 것이고, 제목 중 'The Narrow Moving Band'는 한 산업을 발전시킨 뒤에 다른 산업으로 정책이 옮겨가는 모습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 1981년, 정치적행동을 시작한 미국 반도체 산업 협회(SIA)


이렇게 정부의 보호와 지원 아래 성장한 일본 반도체 업계가 1970년대 후반부터 세계시장을 점유해감에 따라, 미국 반도체 업계는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고 정치적행동을 개시합니다. 이들은 1977년 반도체산업협회(SIA,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를 창립합니다.


SIA가 미국정부에 요구한 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미국기업 보호와 지원. 둘째는 일본의 불공정 무역관행 시정 입니다.


SIA는 반도체 칩 설계 특허권 보호, R&D 세제지원 등을 미국 정부에 요구하였고, 덤핑(dumping)과 시장접근(market access) 등 일본의 불공적 무역을 정치적으로 이슈화 시켰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이목을 끌기 위하여 '공정무역'(fair trade) · '평평한 경기장 만들기'(level playing field)를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는데, 이 단어들은 1980년대 미국-일본 간 무역분쟁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 미국정부는 우리 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라!



당시 미일 반도체 분쟁은 메모리칩을 중심으로 발생했습니다. 1985년 기준 전체 반도체 상품 중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8%였고, 특히 DRAM 하나가 7%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특징은, ①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R&D 고정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며(large fixed costs), ② 제품 출시 사이클이 매우 짧으며(rapid product cycles) ③ 기업들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메모리 반도체 세대 전환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점(unprepared transition) 입니다. 


① 앞서 말했듯이, 일본정부는 초고밀도 집적회로(VLSI) 개발에 4년간 2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전체 반도체 산업에 들어간 직접적 · 비집적적 금융지원은 1976-82년간 약 5억~2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② (오늘날에도 그렇듯이) DRAM 메모리는 짧은 주기로 고성능 상품이 출시되는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1970년 1K 램이 등장한 이래 1973년 4K, 1976년 16K, 1979년 64K, 1982년 256K, 1985년 1M, 1989년 4M, 1991년 16M 램이 개발되었죠. 


③ 이때 제품의 상용화는 개발이 완료되었을 때가 아니라 생산비용이 이전세대에 인접한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이루어지는데, 기업은 이 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1976년 개발된 16K 상품은 생산비용이 4K와 유사한 수준까지 하락한 1978년이 되어서야 상용화 되었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특징은 '반도체 업계 R&D 투자는 본질적으로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드러내줍니다.


본 블로그의 다른글 '창조적파괴를 통한 경제성장 모형'[각주:9]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성공한 기업이 누리고 있는 독점이윤은 오직 다음 혁신이 발생할 때까지만 지속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혁신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혁신에 성공했을 때 기쁨을 누리는 기간이 짧아짐을 의미합니다.


즉, ① 대규모 R&D 투자를 단행해야 적어도 뒤처지지는 않는데 ② 짧은 제품 출시주기는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도 짧게 만들며 ③ 정확히 언제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 현재 상품이 구세대로 전락할지 정확한 예측은 힘듭니다. 


여기서 미국기업이 가진 불만은 "일본기업은 정부의 보호 아래 투자위험성을 줄이고 있는데, 미국정부는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고있냐"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공동 R&D 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이고 싶었는데 反독점법은 이를 규제하고 있었으며, 미국정부는 일본기업의 특허권 침해도 수수방관 하고 있었습니다.


SIA가 반도체 칩 설계 특허권 보호, R&D 세제지원 등을 미국 정부에 요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미국정부는 일본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게끔 압박하라!



SIA가 더욱 중점을 둔 것은 '일본의 불공적 무역관행 시정' 이었습니다. 아무리 미국정부가 기업들을 도운다 하더라도, 일본기업의 덤핑과 일본시장 접근 제한이 계속된다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반도체 업계의 불만은 반도체 산업 침체기에 더욱 높아졌는데, 특히 1981년 DRAM 가격 하락으로 인한 침체가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일본기업의 덤핑 → 가격 하락 → 치킨 게임 → 미국 반도체 기업 침체 및 퇴출'이 발생하면서, 미국 기업들은 일본정부를 상대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레이건 행정부 시기 상무부 부차관보을 역임했던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Clyde V. Prestowitz)는 다음과 같이 회고 합니다. "시작은 1981년 가을이었다. 미국 반도체 업계를 대변하는 사람이 워싱턴에 빈번하게 출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일본 덤핑의 종료 · 일본이 미국에서 물건을 파는 것과 동일한 기회를 일본시장에서 갖기 · 반도체 설계 특허 침해 방지 등을 요구하였다."[각주:10]




※ 최첨단산업의 중요성 및 전략적 무역 정책의 필요성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왜 유독 '반도체 산업'을 둘러싸고 미국-일본 간 무역분쟁이 크게 벌어진 것일까요? 물론 당시 전자 · 자동차 · 철강 · 섬유의복 등등 다양한 산업들도 일본 및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따른 경쟁심화에 불만을 가졌으나, 대중들의 주목을 유독 끈 것은 반도체 였습니다.


미국 대중들은 반도체 산업을 '최첨단산업'(High-Tech Industry)으로 인식하였고, 일본기업에게 최첨단산업 주도권을 내준다면 미국의 미래도 빼앗길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 로라 D. 타이슨과 그의 1984년 저서 『누가 누구를 때리는가? - 최첨단 산업 내 무역분쟁』


최첨단산업의 중요성 · 국가경쟁력 상실 · 정부개입의 필요성 등의 인식이 확산되게끔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 바로 로라 D. 타이슨(Laura D. Tyson) 입니다. 그녀는 1984년 『누가 누구를 때리는가? - 최첨단 산업 내 무역분쟁』(『Who's Bashing Whom? - Trade Conflict in High-Technology Industries』)과 여러 논문·보고서를 통해, '일본정부의 불공정 무역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미국 최첨단 산업의 현실'을 묘사했고, '미국정부가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녀가 왜 이러한 주장을 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합시다.


▶ 반도체 · 컴퓨터 등 최첨단 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더 가치가 있는 이유


타이슨은 반도체 · 컴퓨터 등의 '최첨단산업'(high-tech)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서 미국정부가 적극적인 무역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왜냐하면 최첨단산업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성격이 전체 경제에 이로움을 안겨다 주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성격은 '초과이윤'(excess profits) 및 '고부가가치'(high value-added) 입니다. 반도체 등 최첨단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고정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만약 진입을 한다고해도 고정비용을 회수할만큼의 이윤을 거두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결국 이미 자리를 잡은 한 개 혹은 소수의 기업만이 시장에 존재하여 양(+)의 이윤을 누리게 됩니다.


두번째 성격은 'R&D 활동의 파급영향'(spillovers from R&D activities) 입니다. 반도체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R&D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견되는 기술 및 축적된 신지식이 다른 산업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지식의 외부성[각주:11] · R&D 그 자체의 중요성[각주:12] 등을 강조한 신성장이론이 등장한 시대적 배경도 최첨단산업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세번째 성격은 '연계가 가져다주는 외부성'(Linkage Externality) 입니다. CPU와 RAM 등 반도체 부품은 여러 제품에 투입요소(input)로 들어갑니다. 이때, 반도체 산업은 기술이 발전하고 경험이 축적될수록 생산성이 향상되어 비용이 감소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 발전은 다른 제품 생산비용을 감소시키는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줍니다.    


▶ 전략적 무역 정책을 통해 미국 기업을 보호·지원 해야하는 이유


이렇게 가치 있는 최첨단산업을 보호하고 키우기 위해서 자유무역 원리에 위배되는 무역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을까요? 특정 산업이 가치가 있다는 것과 보호무역 정책을 써야 한다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이때 주목해야 하는 최첨단 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생산자 간 전략적 고려가 행해지는 과점시장'(strategic behavior in oligopoly market) 이라는 점 입니다. 


'전략적 무역 정책'을 소개한 지난글[각주:13]에서 이야기 했듯이, 과점 생산자는 '다른 생산자의 선택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는 전략적 행위를 합니다. 이로인해 상대방 이윤이 늘어날 때 자신의 이윤은 감소하는 '전략적 대체관계'가 나타납니다. 이는 정부의 개입으로 초과이윤을 만들어내는 산업에서 외국기업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increase a country's share of rent in a way that raises national income at other countries' expense)는 함의를 안겨다 줍니다. 


로라 D. 타이슨은 "미국 최첨단기업의 세계시장 속 경쟁 지위가 약화됨에 따라, 보호와 지원을 바라는 요구가 증대되었다"[각주:14]고 말합니다. 그리고 "최첨단산업의 특별한 특징-규모의 경제와 가파른 학습곡선-을 고려하면, 기업의 전략적 무역 접근 요구가 증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외국시장 접근 여부와 외국 기업 및 정부의 행위는 국내 기업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은 개방되어 있고 외국 시장은 닫혀있다면, 외국 경쟁자는 자국내 생산량 증대 덕분에 효율성과 생산의 학습효과을 누리게 되는 반면, 국내 경쟁자는 쪼그라든다."[각주:15]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하여 외국 기업의 초과이윤을 국내 기업으로 이전시키는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의 필요성이 부각됩니다.


타이슨이 생각하는 전략적 무역 정책은 ① '국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규칙'을 정립하고(internationally accepted rules of the game for competition), 이를 외국에게 강제하고 압박하기 위하여 ② 달성해야할 부문별 성과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specifying sectoral outcomes) 입니다.


이전글에서 살펴본 루디 돈부쉬[각주:16]가 "일본의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 증가율은 다음 10년간 연간 15%씩 증가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규칙 보다는 결과'(Results rather than Rules)를 말한 것과 타이슨의 주장은 약간 다릅니다. 돈부쉬는 경제 전체 혹은 대분류 산업을 타겟으로 결과를 달성하기를 원했다면, 타이슨은 구체적인 산업을 타겟으로 규칙을 먼저 정립하는 방식을 선호하였습니다. 결과를 추구하는 건 어디까지나 외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 현행 GATT 체제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타이슨은 당시 국제무역 체계였던 GATT 하에서는 전략적 무역 정책이 추진될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약 120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GATT 시스템상 빠르게 진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GATT는 관세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보조금 · 덤핑 등 비관세장벽(non-tariff barriers)이나 지적재산권 침해로 인한 피해(intellectual property)를 규제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타이슨은 반도체 부문을 대상으로 미국-일본 간 양자협상(bilateral agreement)을 통해 공정한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 이것은  '공정한 게임'(fair play)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무조건적인 보호무역정책(unconditional protectionism)보다 전략적 무역 접근(strategic trade approach)이 미국정부에게 우호적일 수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전략적 무역 정책은 일본에게 '공정한 게임'(fair play)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보호주의가 아니라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여 평평한 경기장을 만드는 것(level playing field) 입니다. 


둘째, 협정을 통한 규칙 제정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수많은 외국정부들이 최첨단산업이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중요하다고 확신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늘어만 갔습니다. 결국 국가간 협정은 불가피한 일이었습니다.


▶ 정부가 해야할 선택은 자유화와 개입을 적절히 혼합하는 것


로라 D. 타이슨은 경제학 박사학위를 가진 학자였으나, 국제무역이론이 상정하는 세계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습니다. 그녀는 "현실 속 국제무역 세계는 자유무역 세계가 아니며,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무역을 관리한다(manage)"[각주:17]고 생각했습니다. 자유무역론자들이 만든 GATT의 규제 또한 정부간 협상의 결과물 입니다.


그녀는 "일반론인 자유무역 이론을 현실에서 말해서는 안되며(no general theoretical principles), 정책결정권자가 해야하는 선택은 순수한 자유무역 vs 순수한 보호무역이 아니라, 자유화와 개입을 적절히 혼합하는 것이다(choices about the appropriate combination of liberalization and government intervention). 이것이 국민후생을 증대시키고 더 개방된 국제무역 시스템을 지속하게끔 만든다."[각주:18]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다른 선진 산업국가와 최첨단산업 규칙(rules)을 둘러싼 관리무역협정(managed trade agreement)을 맺는 것이 현명하며, 이를 통해 '특정 산업에서 협력과 표준을 달성할 수 있다'[각주:19]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 1986년, 미국-일본 반도체 협정 체결 


1980년대 초중반은 이처럼 미국 내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무역정책을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는 자유주의를 신봉하고 있었고, 반도체 업계의 요구에 회의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부처마다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기업계와 노동계를 대표하는 상무부와 노동부는 일본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기를 원했으나, 냉전기 동맹 · 안보를 중요시했던 국무부 등은 동맹국인 일본을 압박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1985년 이었습니다. 


반도체 업계는 가격 하락으로 인한 또 다른 불황이 시작을 겪게 되었고 특히 메모리 칩 시장에 집중되었습니다. 반도체 판매는 20% 감소했고 DRAM은 60%나 줄었습니다. SIA는 다시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였고, 1985년 6월 14일 일본 반도체 기업을 '1974년 통상법 제301조' 위배혐의로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소합니다. 


'1974년 통상법 제301조'(Section 301 of the Trade Act of 1974)란 'unreasonable, unjustifiable, discriminatory'한 외국의 무역행위를 USTR이 조사한 이후 대통령의 제재조치가 실시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법안입니다. 1984년, unreasonable 정의에 '공정하고 동등한 시장 기회를 부정하는 어떠한 법안, 정책, 관행'(any act, policy, or practice which denies fair and equitable market opportunities)을 추가함으로써, 일본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일방적 보복을 할 수 있는 법률적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재선에 성공하고 1985년 출범한 레이건 행정부 2기는 이전과 달리 일본의 불공정 행위를 심각하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1985년 달러가치는 최고수준을 기록하며 무역적자가 계속 심화된 경제 환경도 정책방향을 선회하게 만들었습니다.


1985년 9월, 레이건 대통령의 'fair trade' 연설이 나오게 되었고,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일본 반도체 업계의 행태를 크게 문제삼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1986년 초, 미국 반도체산업 협회(SIA) · 무역대표부(USTR)와 일본 전자산업 협회(EIAJ) · 통상산업성(MITI) 간 시장진입(market access) · 덤핑(dumping)을 주제로 한 협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본 EIAJ는 301조 보복을 종료시키고, 시장접근과 덤핑 이슈에 대해 구체적인 보장을 하지 않은채 협상을 끝내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SIA는 덤핑을 확실히 방지하고, 실제적인 시장접근('real' market access) 보장을 얻어내지 않는 한 협상을 마무리 할 의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단지 일본에서 판매할 기회를 얻는 게 아니라 실제 판매의 증가(actual realization of sales)를 원했습니다.


그 결과, '1986년 미국-일본 반도체 협정'(1986 U.S.-Japan Semiconductor Trade Agreement)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협정과정에서 '향후 5년내 일본시장에서 외국산 반도체 상품 점유율 20%를 기록한다'는 구체적인 성과를 강요하는 내용이 다루어졌고, 1991년 반도체 협정 개정에서 공식적으로 문구가 삽입되었습니다. 




※ 전략적 무역 정책을 둘러싼 비판, 경제학자들의 노파심 때문일까?


1980년대 자유무역에서 전략적 무역으로의 미국 무역정책 전환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낳았습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일본에게 공정한 게임을 요구했고, 반도체 협정을 통해 성과를 이루어냈으니 된 거 아니냐?" 라고 하기에는 더 생각해봐야 할 논점들이 존재했습니다.


  • 전략적 무역 정책을 이론화 하였으나 실제 적용에는 회의적이었던 폴 크루그먼

  • 1983년 잭슨홀미팅에서 '산업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다

  • 크루그먼의 발표 보고서 <Targeted Industrial Policies: Theory and Evidence>


결국 전략적 무역 정책의 현실 적용을 둘러싸고 경제학자들 간에 논쟁이 거세게 붙게 됩니다. 1983년 <산업변화와 공공정책>(<Industrial Change and Public Policy>)을 주제로 한 잭슨홀미팅이 논쟁이 벌어진 장소였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Targeted Industrial Policies: Theory and Evidence> 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주목을 끌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당시 신무역이론[각주:20]생산의 학습효과[각주:21] · 전략적 무역 정책[각주:22] 이론화를 이끌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크루그먼은 "향후 10년간 산업을 targeting 하는 정책들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산업이 targeted 되어야 하는가? 결국 중심 이슈는 선택의 기준(criteria for selection)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크루그먼은 "산업정책 옹호론자들이 제시하는 대부분의 기준은 형편없으며 비생산적인 정책을 낳을 것이다. 경제이론상 정교한 기준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이론적모형이 실제 정책처방으로 적절한지 충분히 알지 못한다."[각주:23]라며 산업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전략적 무역 이론의 개발자가 왜 실제 정책 처방에 회의적인지, 그의 논리를 따라가면서 이해해 봅시다.


▶ 대중적인 기준(Popular Criteria)이 가진 문제점


로라 D. 타이슨은 최첨단산업을 타겟으로 한 산업·무역정책이 실시되어야 하는 근거로 고부가가치 · 연계가 가져다주는 외부성 · 미래 경쟁력 등을 들었는데, 크루그먼은 이러한 기준들이 다 타당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① 1인당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High value-added worker)


: '고부가가치 산업'을 선택하여 육성하자는 주장은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고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크루그먼은 "왜 산업별로 근로자 1인당 부가가치가 다르냐?"는 물음을 던집니다. 특정 산업이 1인당 부가가치가 높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자본이 많이 투입되었을 뿐이라는 게 크루그먼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이들 산업의 자본/노동 비율은 매우 높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한다면 주어진 투자 수준에서 더 적은 사람이 고용될 것이고 실업률은 올라갑니다. 또한, 한계생산체감에 의해서 경제성장률은 점점 떨어집니다. 결국 고부가가치 부문 투자를 독려하는 산업정책은 실업률 상승과 느린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이 크루그먼의 주장입니다.


② 연계된 외부성을 가져오는 산업 (Linkage)


: 앞서 타이슨은 반도체 등은 다른 산업의 투입요소(input)로 쓰이기 때문에, 이들 산업이 발전하면 타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여겼습니다. 당시 다른 학자들 또한, 일본의 경제발전 성공요인을 철강 · 전자 · 반도체 등 투입요소의 성격을 지닌 산업을 육성했다는 점에서 찾곤 했습니다.


그러나 크루그먼은 "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인이 없다면, 시장은 알아서 연계산업에 필요한 적절한 양의 투자를 집행했을 것"[각주:24]이라고 말하며, 시장원리를 강조합니다. 물론, 연계산업 진흥을 방해하는 시장실패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산업의 투입요소로 작용한다는 기준만으로 산업정책을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합니다[각주:25]


③ 미래 경쟁력 (Future Competitiveness)


: 반도체와 같은 최첨단산업은 말그대로 최첨단이기 때문에, 미래 경쟁력을 위해 육성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크루그먼은 "궁극적 경쟁력은 산업정책 대상을 선정할 때 유용한 기준이 아니다. 이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게 될지 아닐지 알더라도, 이것은 그 산업이 보호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는다"[각주:26]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유치산업보호론 논쟁[각주:27]을 통해서 이미 살펴본 바 있습니다. 유치산업 정책은 '특정한 경우'에만 타당하며, 특정한 경우란 외부성 등 시장실패가 존재하는 때를 의미합니다. 즉, 단순히 잠재적 성장 가능성 등만으로 산업정책을 시행해서는 안된다는 게 크루그먼의 주장입니다.


▶ 더 정교한 기준(More Sophisticated Criteria)이 가진 문제점


전략적 무역 정책은 '규모의 경제 · 외부성 · 과점 등 불완전경쟁'을 기반[각주:28]으로 하고 있습니다. 불완전경쟁 시장구조는 자유무역 정책이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통찰은 제공하였지만, 항상 전략적 무역 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지난글에서 짚었듯이, 꾸르노 모형 · 스타겔버그 모형 등등을 사용하여 전략적 무역 정책의 논리를 그럴싸하게 설명 하였으나, 정부는 개별 기업의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혹시 어떤 행위를 선택할지는 안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어느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해야 외국기업의 행동을 자국기업에게 유리하게 변경시킬지는 알지 못합니다. 


즉, 전략적 무역 정책은 모형의 파라미터 값의 변화나 기본 전제가 변하면 결론도 크게 달라지며, 크루그먼은 이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 보호주의 정책이 자유무역 정책을 대체할 가능성에 노파심을 갖는 경제학자들 

 

전략적 무역 정책을 만든 경제학자가 현실 속 실행을 반대한다는 건 매우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자들에게 이는 매우 자연스럽고 권장할만한 행위 입니다. 왜냐하면 경제학 이론과 학자들의 주장은 '특정한 조건이 주어져있을때'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것을 고려치않고 남용할 경우 해로운 결과를 사회에 안겨다준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레이건 행정부 시기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한 마틴 펠드스타인은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가 무역적자의 원인이다."[각주:29]라고 말하며 정부의 감세정책을 비판했으나, 레이건 정부 인사들이 감세정책을 고안해낸 건 그의 연구 덕분이었습니다. 펠드스타인은 "조세가 경제주체의 행위를 왜곡시킨다"는 논문을 출판했었는데, 보수 정치인들은 이를 "그러므로 세금을 없애야한다"로 받아들였습니다. 이건 펠드스타인이 의도하지도 동의하지도 않은 정책입니다. 


전략적 무역 정책을 만든 폴 크루그먼 ·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도 이 점을 우려하여 논문 말미에 "이건 이론적 논의일 뿐이다"며 주의를 주었으나, 타이슨 및 기타 인사들은 "자유무역 정책은 오늘날에 맞지 않다. 그러므로 정부의 개입이 꼭 필요하다."로 선전했습니다. 이것은 신중한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행태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자유무역 주장을 고수하는 아이러니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1980년대 자유무역 정책을 고수하며 옹호했던 경제학자들은 그 누구보다 자유무역 원리가 가진 한계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더 문제로 인식하는 건, 그들의 주장이 보호주의자들의 선전으로 가로채질 가능성 입니다. 


우리는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첫번째 글[각주:30]에서 '노파심을 가지고 자유무역 원리를 계속 설파해야 하느냐 vs. 자유무역의 문제점을 대중들에게 신중히 설명해야 하느냐'의 논점을 살펴본 바 있습니다.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은 2018년 출판된 『Straight Talk On Trade』 서문을 통해, "트럼프의 충격적인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신중한 분석이 보호주의자들에게 남용되어 '야만인들의 탄약'(ammunition for the barbarians)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에 노파심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그는 경제학자들의 이러한 노파심이 오히려 대중들의 외면을 부른다고 지적합니다.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대중논쟁장에서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가로채질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이 '학자들은 국제무역에 있어 한 가지 방향만 말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논쟁 장에서 목소리를 잃게 된다. 그들은 또한 무역의 옹호자로 나설 기회도 잃고 만다."


우리는 앞으로 살펴볼 [국제무역논쟁 10's 미국] 시리즈, 즉 오늘날 중국 제조업의 발전과 교역확대가 초래하는 무역논쟁을 볼 때에도, 노파심으로 인해 자유무역 원리만을 고수하는 경제학자들이 대중들에게 외면받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 공격적 일방주의 및 GATT 한계가 가지는 의미는? 


미국 반도체 산업 협회(SIA)가 일본 반도체기업을 제소할 수 있었던 근거는 '1974년 통상법 제301조'(Section 301 of the Trade Act of 1974)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불공정 무역 관행 여부를 판단한 것은 당시 국제무역 시스템이었던 GATT가 아닌 미국정부 였습니다. 미국정부가 자국의 무역이익 침해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일본을 상대로 보복조치를 취한 겁니다.


GATT는 말그대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을 의미하는데, 1980년대 벌어진 무역분쟁에서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GATT는 주로 관세를 규제하는데, ① 시 국가들은 관세가 아닌 보조금 · 덤핑 등 비관세장벽을 이용하여 자국의 이익을 보호했습니다. 또한, ② 국가간 무역분쟁이 일어났을 때에도 이를 중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③ GATT는 서비스산업 · 지적재산권 등 당시 미국이 우위를 가지고 있는 부문을 다루지 못했고, 이는 미국의 불만을 자아냈습니다. 일본 등 다른나라들이 자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데 GATT 체제 속에서 대응을 하지 못하였으며, 서비스산업 무역자유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은 자국의 법률인 1974년 통상법 제301조를 근거로 일방적 보복을 행사하였고, 이후 1988년 종합무역법(Omnibus Trade and Competitiveness Act of 1988) 속 '슈퍼301조'(Super 301 Article)를 제정하여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 행보를 강화해 나갑니다.


이처럼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자국의 이익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GATT 체제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격적 일방주의 행보'를 보였다는 점 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재현되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글에서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본 이후, [국제무역논쟁 10's 미국]으로 넘어가 오늘날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을 이해합시다. 


  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joohyeon.com/27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http://joohyeon.com/277 [본문으로]
  3. to make the international trading system work, all must abide by the rules. All must work to guarantee open markets. Above all else, free trade is, by definition, fair trade. [본문으로]
  4. When domestic markets are closed to the exports of others, it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subsidize their manufacturers and farmers so that they can dump goods in other markets, it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permit counterfeiting or copying of American products, it is stealing our future, and it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assist their exporters in ways that violate international laws, then the playing field is no longer level, and there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subsidize industries for commercial advantage and underwrite costs, placing an unfair burden on competitors, that is not free trade. [본문으로]
  5. we will take all the action that is necessary to pursue our rights and interests in international commerce under our laws and the GATT to see that other nations live up to their obligations and their trade agreements with us. I believe that if trade is not fair for all, then trade is free in name only. I will not stand by and watch American businesses fail because of unfair trading practices abroad. I will not stand by and watch American workers lose their jobs because other nations do not play by the rules. [본문으로]
  6.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7. ''the strategy of technological diffusion and limited market access, implied in the TI story . . . enabled Japanese firms roughly to mimic technological developments in the United States.'' 폴 크루그먼이 편집한 '전략적 무역 정책과 신국제경제학'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8.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9. [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http://joohyeon.com/259 [본문으로]
  10. It was at this juncture in the fall of 1981 that representatives of the U.S. semiconductor industry began making regular trips to Washington. They asked not for protection but for an end to the Japanese dumping, for the same opportunity to sell in Japan as the Japanese had in the United States, and for an end to Japanese copying of new chip designs.- 출처 : Irwin, 1996 재인용 [본문으로]
  11.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12.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http://joohyeon.com/258 [본문으로]
  1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14. demands for protection and support by high technology producers have intensified as their competitive position in world markets has weakened. [본문으로]
  15. The special features of high-technology producers make their growing demands for strategic trade approaches understandable. 32 As just noted, such producers are often characterized by large economies of scale and steep learning curves. Under these circumstances, access to foreign markets and the behavior of foreign firms and governments can directly affect the profitability of domestic producers. In industries in which the U.S. market is open and large foreign markets are closed, foreign competitors may be able to achieve more efficient scale and learning advantages as a result of increased volume in domestic and overseas markets, while domestic competitors are squeezed into a portion of the domestic market. [본문으로]
  16.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http://joohyeon.com/277 [본문으로]
  17. In reality, the world of inter national trade is not a world of free trade. Governments control or manage trade in various ways. [본문으로]
  18. For informed policy making, the real choices are not choices between pure free trade and protection-which most economists incorrectly equate with managed trade-but choices about the appropriate combination of liberalization and government intervention that will improve national economic welfare and sustain a more open, international trading system over time. [본문으로]
  19. greater coordination and standardization of behavior in specific industries [본문으로]
  20.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2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2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23. The answers I will suggest are not encouraging. Most criteria for targeting suggested by the advocates of industrial policy are poorly thought out and would lead to counterproductive policies. While there are more sophisticated criteria suggested by economic theory, we do not know enough to turn the theoretical models into policy prescriptions. [본문으로]
  24. What does formal economic theory have to say? In textbook economic models, the fact that some industries are inputs into other industries is not in and of itself a source of market failure. In the absence of other distorting factors, the market will in theory produce exactly the appropriate amount of investment in linkage industries. [본문으로]
  25. The fact that an industry provides inputs into other industries does not in and of itself mean that markets underinvest in that industry. There may be market failures which do make it desirable to promote a linkage industry, but the fact that an industry provides inputs to the rest of the economy gives us no help in deciding whether or not it should be targeted. [본문으로]
  26. Unfortunately, knowing that an industry will or might become competitive tells us nothing about whether it should be promoted. [본문으로]
  27.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joohyeon.com/272 [본문으로]
  28.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29.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joohyeon.com/274 [본문으로]
  30.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joohyeon.com/263 [본문으로]
  1. 안녕하세요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읽다가 궁금증이 생겨서 질문드립니다.

    본문 중에 자본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에 더 투자를 하면 실업이 증가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생산함수의 한계생산체감을 제외하면)
    이게 자본집약적인 산업에 “투자”를 하여 자본이 증가하는 대신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물건을 수입 하니까...

    그만큼 산업 간 이동이 힘든 노동인구의 실업 때문에 국내 실업률이 증가한다는 맥락에서 말씀하신건가요?? 헥셔 올린 모형 처럼요
    • 2019.01.14 15:19 신고 [Edit/Del]
      안녕하세요
      그저 러프하게 자본집약산업이 더 커지니 고용이 줄어든다는 의미이지, 헥셔올린 모형처럼 산업간 무역을 염두에 두고 말한건 아니에요
  2. 신공공관리론
    크루그먼 이분 참 재미있죠 1992년에는 부의 불평등은 Mobility가 있으면 상관없다
    1997년에는 'Self-organizing economy' 하이에크의 'Spontaneous Order' 흡사한 책을 냈고
    님께서 예전에 글 올리셨지만 '신무역이론'도 신자유주의자들보다도 더 나아간 혁신이였죠
    완전히 주류경제학의 중심에 있었던 분이 노벨상을 타시더만 정치 코멘터로 변했죠
    최근에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의 70% 최고세율을 지지하는듯한 글도 올리고 참...

  3. 신공공관리론
    열공하시는 주현님을 위해서 논문하나 보내드립니다
    그 유명한 아기온 교수와 무려 앵거스 디턴님이 같이 쓰신 논문입니다
    'Creative Destruction and Subjective Well-Being'
    https://halshs.archives-ouvertes.fr/halshs-01496948
    정말 흥미롭더군요 'Job Turnover rate'와 주관적 삶의 질의 관계 (회귀분석)
    한국도 노동시장을 미국처럼 유연화해서 사람들의 선택이 다양해져야 할텐데요
    평생 한 직장이 미덕이고 노동자 보호라는 동아시아적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 논문이죠
  4. 크루그먼오류
    크루그먼 이사람 인터넷이 팩스보다 영향없을거라고한 케인지언...
  5. 크루그먼오류
    그린스펀한테 닷컴버블 꺼지니까 부동산버블 일으켜야 경제산다고 했죠 별로인 인물 같네요 저사람말고도 훌륭한 경제학자는 차고 넘칩니다 특히 노벨상 싹쓸이하는 시카고에 레전드 많죠
    • 2019.02.01 10:40 신고 [Edit/Del]
      크루그먼이 (특히나 요즘) 이 분야 저 분야 가리지 않고 말이 많아서 비판받을 지점이 상당하지만, 국제무역 분야에 대해서 특히 1980년대에 행한 발언들은 무시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죠.
    • 2019.02.01 10:42 신고 [Edit/Del]
      국제무역을 논하는 글에 다른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왜 찾는지 모르겠네요.

      아, 노파심에 말하자면, "크루그먼보다 뛰어난 경제학자는 없다!" 라는 말을 제가 하는건 아닙니다. 다른 분야로 넘어가면 훨씬 뛰어난 학자분들 많죠
    • 크루그먼오류
      2019.02.02 11:29 [Edit/Del]
      아 주현님 죄송합니다 그런 뜻은 아니였습니다 역시나 다 맞는 말씀 하시네요 네 국제무역에서는 정말 천재죠 신무역이론 처음 공부할때 전율을 느꼈죠
  6. 뮤츄
    다방면에 공부 많이 하시는게 느껴지는데 이런 큰 주제들의 맥락을 찾을때 어떻게 하시나요?
    • 2019.02.01 10:39 신고 [Edit/Del]
      어... 대부분 예전부터 관심 있었던 주제들이라, 이런저런 글들을 많이 읽고 큰 줄기를 잡죠. 많은 글을 읽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네요.
  7. Dh
    경제에 관심있는 학생인데 이 블로그 글들이 너무 유익하고 좋네요.
  8. 블로그 글 무역전쟁 시리즈 6시간 달려왔습니다.

    학생으로써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다음 글이 기대가 됩니다.
  9. ㅇㅇ
    케인지언 시대 (1950-1979) 미국과 영국의 경쟁력은 매우 악화됬군요
    미국 영국 제조업 내리막의 시작을 1950년대라고 밝혀낸 논문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치솓고 이러니 레이건(안티 케인지언, 신자유주의자) 등장했죠
    근데 크루그먼 저 사람은 다시 케인지언 시대로 돌아가자니 이건 무슨
  10. ㅇㅅㅇ
    안녕하세요, 지나가던 경제학과 4학년 학생입니다.

    경제학적 지식과 풀어내시는 수준이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도 되시는거 같은데, 궁금증이 몇 가지 생겨 글을 남깁니다.

    1. 학사가 맞으신가요? 경제학적 지식과 풀어내는 수준이 유명 교수,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필적하는 거 같아서요.

    2. 이러한 좋은 글들을 쓰게 된 계기와 학부 졸업 전부터 이런 수준의 글을 쓰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3. 많은 글들을 혼자 읽고 정리를 하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 2019.06.07 14:42 신고 [Edit/Del]
      1. 학부생때부터 운영해왔고 지금은 석사 졸예 입니다~

      2. 학부생때부터 경제학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싶어했네요. 계기는.. 여기서 말하기가 ㅎㅎ

      3. 노하우라기 보다는... 취미생활 처럼 하면 방법이 축적됩니다~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Posted at 2019.01.06 23:17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달라진 시장구조에서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 정책은 타당한가


1980년대 초중반,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논쟁은 "오늘날 시장구조에서 자유무역이 최선의 정책일까?"에 대한 물음과 답변의 연속입니다. 


당시 미국이 직면했던 거시경제 환경[각주:1], 세계 GDP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감소 · 생산성 둔화 · 무역적자 심화 그리고 일본의 부상은 보호주의 압력을 키웠습니다. 


이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반응은 전통 경제학의 설명을 따랐습니다.[각주:2] 재정적자로 인한 총저축 감소가 실질 금리를 인상시켜 자본유입 · 강달러 · 무역적자를 차례로 초래했다는 논리 입니다. 그리고 무역적자를 국가경쟁력 상실의 징표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무역수지는 총저축과 총투자가 결정하는 기초적인 회계등식의 결과물일 뿐인데다가, 통화가치 및 임금 하락을 통해 본래의 비교우위를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 기업 경영자들이 보기엔 경제학자들의 설명은 현실을 모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각주:3]에 불과했습니다.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뺏기면 다시 되찾기 힘든데, 본래의 비교우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설명은 책에서만 타당합니다. 경영자가 직면한 국제무역 환경은 비교우위가 아닌 경쟁력(competitiveness)이 지배하는 곳 입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경영가의 관점을 수용[각주:4]하여 '한번 획득한 비교우위가 자체 강화되는 모형'을 제시하였습니다. 생산의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가 존재할 경우, 과거부터 누적된 생산량 즉 생산을 통해 축적해온 경험과 지식이 현재의 생산성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한번 시장을 내준다면 차이는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 독점 및 과점의 불완전경쟁 시장(imperfect competitive market)

▶ 동일한상품이 서로 교환되는 산업내무역(intra-industry trade or two-way trade)


그럼에도 여전히 기존 국제무역이론은 변화한 시장구조와 무역패턴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리카도[각주:5] 및 헥셔-올린[각주:6]의 비교우위론은 무수히 많은 생산자가 존재하는 완전경쟁시장(perfect competitive market)을 기반으로, 개별 국가들이 서로 다른 산업에 특화한 후 상품을 교환하는 산업간무역(inter-industry trade)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1970-80년대 시장구조와 무역패턴은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이 만들어진 시기의 것과는 달랐습니다.


규모의 경제와 외부성이 초래한 불완전 경쟁시장 ,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제시장에 소수의 기업만 존재하는 독점 혹은 과점 (monopoly or oligopoly) 형태를 띄는 산업이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개별 국가들이 동일한 상품을 서로 교환하는 산업내무역이 활발해 졌습니다.


미국과 일본 간 무역분쟁을 낳은 산업은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이었습니다. 이들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고정투자가 필요하며, 생산량이 많은 기업만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결국 개별 국가 내에서 독점 혹은 과점 형태로 기업이 자리잡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소수의 기업만이 존재합니다.


과거에는 '선진국은 제조업 · 개발도상국은 1차 산업'에 각각 특화하여 산업간무역 패턴을 보였던 것과 달리, 1970-80년대에는 개별 국가들이 동일한 제조업에 특화한 후 서로의 상품을 교환하는 산업내무역 패턴이 일반화 되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를 일본에 수출하는 동시에 일본도 미국에 반도체를 수출합니다.


이때 독과점 시장구조와 산업내무역 증대는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시장개방 이전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독점 혹은 과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이 개방되자 기업들은 생각합니다. "외국에도 물건을 팔면 이익이 늘어나지 않을까?". 외국 수출을 통한 시장확대는 생산량 증가를 통해 규모의 이익을 키웁니다. 그리고 이미 포화상태인 자국을 벗어나 외국에 상품을 파는 건 한계수입이 더 큽니다. 


따라서, 개별 국가 내의 독과점 기업들은 이윤 증대를 위해 외국 시장으로 침투하고(business stealing), 그 결과 국적이 다른 기업이 만든 동일한 상품이 국경을 넘어 교환되는 산업내무역 패턴이 형성되게 됩니다. 


(사족 : 산업내무역 발생 이유로 상품다양성 이익를 꼽는 폴 크루그먼의 설명[각주:7]과는 다른 원인)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키는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이렇게 달라진 시장구조와 무역패턴은 '정부가 개입하여 자국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적극적 무역정책'의 정당성을 키웠습니다. 


특히 세계시장에 소수의 기업만 존재하는 과점경쟁 구도(oligopoly)에서 '무역정책으로 자국·외국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킴으로써(alter a strategic choice), 자국기업의 초과이윤(rent)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주 : 여기서 전략이란 '상호의존성에 기반을 둔 선택'을 의미합니다. 생산자가 이윤극대화를 위한 결정을 할 때, 다른 생산자의 결정도 고려한다는 의미 입니다.)


이른바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입니다. 


  • 첫번째, 두번째 : 제임스 브랜더 (James A. Brander), 바바라 스펜서 (Barbara Spencer)

  • 세번째, 네번째 :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 엘하난 헬프만 (Elhanan Helpman)

  • 아래 왼쪽 : 크루그먼이 편집한 1986년 단행본 <전략적 무역정책과 신국제경제학>

  • 아래 오른쪽 : 헬프만과 크루그먼이 편집한 1989년 단행본 <무역정책과 시장구조>


1980년대 초중반, 전략적 무역 정책 발전을 이끈 주요 경제학자는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 · 폴 크루그먼 · 엘하난 헬프만 등이었습니다. 


특히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1년 논문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Tariffs and the Extraction of Foreign Monopoly Rents under Potential Entry>),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International R&D Rivalry and Industrial Strategy>),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Export Subsidies and International Market Share Rivalry>) 등을 통해 전략적 무역 정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과점시장 속 전략적 무역정책은 자국 및 외국 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켜 이로운 결과를 불러옵니다. 그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보호와 자국시장 효과(Protection and Home Market Effects) 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독과점 수확체증 산업(increasing return)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산량이 필수적 입니다. 자국 정부의 보호 아래 국내시장에서 생산량을 증가시키면, 이를 발판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무역정책 성공의 관건은 '자국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끔,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하면 동종산업 외국기업의 전략을 변경시킬 수 있고, 그 결과 수입보호는 수출진흥의 효과를 불러오게 됩니다.


이러한 효과를 알고, 과거 일본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 규모의 경제를 가지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했습니다. 


둘째, 이윤을 자국기업으로 이동시키는 보조금(Profit-Shifting Subsidies) 입니다. 


장기적으로 이윤이 0이 되는 완전경쟁시장과는 달리 완전경쟁인 독과점 시장에서는 초과이윤(rent)이 생깁니다. 이때 보조금을 통해 자국기업을 지원하면 외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자국기업에게 이동시키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무역정책 성공은 간건은 '자국기업의 변경된 행위가 외국기업에게 신빙성 있는 위협이 되느냐'(credible threat)에 달려있습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하면 자국기업의 변경된 전략이 외국기업에게 신빙성 있게 인식하게끔 만들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미국 등 선진국은 자국기업의 R&D 투자를 정부가 보조함으로써 신빙성 있는 위협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논리는 자국기업을 단순히 보호 · 지원하는 전통적인 무역정책의 틀을 벗어나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전략적 행동을 변경함으로써, 외국기업의 생산량과 초과이윤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의 생산량과 초과이윤을 늘리는 특징(increase a country's share of rent in a way that raises national income at other countries' expense)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독점 및 과점 등 불완전경쟁 시장 하에서의 전략적 무역정책이 어떻게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켜 자국기업을 돕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 (이론) 완전경쟁 시장과 불완전경쟁 시장은 어떻게 다른가?


전략적 무역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과점 시장구조에 관한 기본적인 경제학이론이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내용 파악에 앞서 이론 학습을 먼저 합시다. 첨부한 수식이 이해가 어려우신 분들은 글만 읽어 내려가시면 됩니다 !!!


▶ 초과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불완전경쟁 시장 (excess return / rent)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ve)이란 다수의 생산자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며,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상태를 말합니다. 반면, 독점 · 과점 등 불완전경쟁(imperfect competitive)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수의 생산자만 존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완전경쟁 시장과 불완전경쟁 시장에서 주목해야 하는 차이는 '초과이윤이 존재하느냐(excess return)' 입니다[각주:8]. 완전경쟁 시장 속 생산자는 장기적으로 0의 이윤을 가지는 반면, 독과점 생산자는 양(+)의 이윤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생산자들의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완전경쟁 시장은 생산자들의 진입 · 퇴출이 자유롭습니다.


현재 주어진 시장 가격이 장기 평균한계비용보다 높다면(P>LMC), 양(+)의 이윤을 기대하는 생산자들이 신규 진입하게 되고, 이로 인해 늘어난 생산량이 다시 가격을 하락시켜 장기적으로 0의 이윤(P=LMC)이 됩니다. 반대로 현재 주어진 시장 가격이 장기 평균한계비용보다 낮다면(P<LMC), 음(-)의 이윤을 기록하고 있는 생산자들이 차례대로 퇴출되고, 이로 인해 줄어든 생산량이 다시 가격을 상승시켜 장기적으로 0의 이윤(P=LMC)이 됩니다.


즉,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퇴출의 과정을 통해, 완전경쟁시장의 장기균형은 0의 이윤이 됩니다.


반면, 불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생산자들의 진입 · 퇴출, 정확히 말하면 진입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대규모 고정비용 · 네트워크 효과와 같은 외부성 등으로 인해 아무나 진입하지 못합니다. 만약 진입을 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생산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음(-)의 이윤을 기록하기 때문에 곧바로 퇴출됩니다. 결국 이미 자리를 잡은 한 개 혹은 소수의 기업만이 시장에 존재하여 양(+)의 이윤을 누리게 됩니다.


즉, 자유로운 진입이 불가능한 독점 · 과점 시장에서 기존 생산자들은 초과이윤(excess return) 다르게 말해 지대(rent)를 누립니다.


▶ 전략적 행위가 필요한 과점시장 (strategic behavior under oligopoly)


이때 시장에 한 개의 기업만 존재하는 독점과 두 개 이상 소수의 기업만 있는 과점은 또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전략적 행위의 필요성' 입니다.


독점 생산자는 말그대로 시장 안에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생산자를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독점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하면 됩니다. 


이와 달리, 과점 생산자는 '다른 생산자의 선택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는 전략적 행위(strategic behavior)가 필요합니다. 


왜 그래야만 하냐면,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치 않고 결정을 하면 이윤극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과점 시장에서 시장 전체 총생산량 증가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상대의 생산량을 고려하지 않고 독점 생산자처럼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하면, 상품의 시장가격이 크게 하락하여 이윤이 극대화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수 생산자 간에 상호 의존성이 존재하는 과점시장에서는 서로의 행동을 고려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수 사항입니다.


▶ 두 생산자가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cournot competition)


과점시장 속 두 생산자는 전략적 고려를 통해 자신의 최적 생산량을 동시에 결정(simultaneous) 합니다. 동시결정은 '상대방의 선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의 결정을 해야함'을 의미합니다.


두 생산자가 동시에 산출량을 결정하는 과점 모형, 이른바 꾸르노 경쟁(Cournot Competiton)에서 생산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이해하려면 말보다는 수식을 통한 설명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를 살펴봅시다.


  • 두 생산자가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cournot competition)


두 생산자의 목적은 이윤극대화 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두 생산자가 선택한 산출량의 합(q1+q2)이 시장 전체 산출량(Q)이 되고 시장 가격(P)을 결정합니다. 즉, 시장가격은 시장 전체 산출량에 관한 함수 P(Q)=P(q1+q2) 입니다. 이로 인해, 각 생산자들은 자신 이외에 다른 생산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각 생산자의 산출량 결정은 다른 생산자의 산출량에 영향을 받는데, 임의의 상대방 산출량에 대하여 나에게 이윤극대화를 안겨다주는 산출량을 최적대응함수(Best Response Function)라 하며 'BR(상대방 산출량)'로 표기합니다. 상대방이 선택할 정확한 산출량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말그대로 상대방 산출량 어떤 값에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나의 산출량을 전략으로 고려하는 겁니다.


생산자 1의 최적대응은 BR1(q2) 이며 생산자 2의 산출량 q2에 따라 달라지는데, 변수 q2는 음(-)의 계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생산자 2의 산출량이 증가할 때 생산자 1의 최적대응은 본인의 산출량을 줄이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생산자 2의 최적대응은 BR2(q1)이며, 마찬가지로 생산자 1의 산출량이 증가하면 생산자 2의 산출량은 감소해야 합니다.


이렇게 상대방 산출량이 늘어날 때 자신의 산출량이 감소해야 하는 관계를 '전략적 대체관계'(Strategic Substitute)라고 합니다. 이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정된 시장 안에서 두 생산자가 점유율을 나눠야 하니까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 두 생산자의 최적대응함수가 교차하는 점이 각각의 이윤극대화 생산량 이다


각 생산자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의식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본인 또한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결과적으로, 각 생산자는 서로의 최적대응을 염두에 둔 이윤극대화 산출량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 값은 두 생산자의 최적대응함수를 연립방정식으로 푼 해이며 최적대응 그래프의 교점 입니다.


생산자 1과 2의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각각 q1* q2* 로 표기합니다. 


q1*는 본인의 한계비용 c1과는 음(-)의 관계이며 상대의 한계비용 c2와는 양(+)의 관계 입니다. q2* 또한 본인의 한계비용 c2와는 음(-)의 관계이며 상대의 한계비용 c1과는 양(+)의 관계 입니다.


다르게 말해, q1*는 생산자 1의 한계비용 c1이 감소하면 늘어나는 반면, 생산자 2의 c2가 감소하면 줄어듭니다. q2*는 생산자 2의 한계비용 c2가 감소하면 늘어나고, 생산자 1의 한계비용 c1이 감소하면 줄어듭니다. 


쉽게 풀어 말하면, 자국기업의 생산성 향상(=자신의 한계비용 감소)은 외국기업의 산출량을 줄이면서 자국기업의 산출량을 증가시킵니다. 반대로 외국기업의 생산성 향상(=자신의 한계비용 감소)은 자국기업의 산출량을 위축시키면서 외국기업의 산출량을 늘립니다.


이는 꾸르노 과점 모형에서 생산자 1 · 2가 전략적 대체 관계에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론 입니다. 


  • 생산자 1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한계비용(c1)이 감소하면, 생산자 1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하지만 생산자 2는 더 적은 양을 생산


위의 그래프는 생산자 1의 생산성이 개선되어 한계비용 크기가 c1'로 줄어들었을 때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생산자 1의 새로운 이윤극대화 산출량 q1*는 이전보다 증가하였고, 생산자 2의 새로운 이윤극대화 산출량 q2*는 이전보다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꾸르노 경쟁모형은 과점 시장에서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자국기업이 외국기업보다 생산량을 많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한계비용 감소가 필요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 아래 생산성을 향상시켜 한계비용을 감소시키면, 외국기업의 몫을 빼앗아 자국기업의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로 이어집니다. 


▶ 자국기업이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 

(stackelberg competiton)


자국기업의 최적 생산량을 더 많이 가져가는 또 다른 방법은 '선도자'(leader)가 되어 외국기업 보다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꾸르노 모형은 두 생산자가 '상대방이 나의 영향을 받아 이런 선택을 할 것이다'라는 걸 인지하면서동시에(simultaneous)에 산출량을 결정했습니다. 반면, 스타겔버그 모형은 선도자(leader)와 추종자(follower)가 구분되고, 선도자가 먼저 산출량을 결정하는 순차적 형태(sequence)를 띄고 있습니다.


그럼 꾸르노 모형과 스타겔버그 모형은 어떤점 때문에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바로 '정보'의 차이 입니다.


꾸르노 모형에서 생산자들은 상대방의 산출량을 정확히 알지 못한채 자신의 최적대응을 세웠으나, 스타겔버그 모형에서 선도자는 '추종자가 선택한 산출량을 확실히 알고'있으며, '추종자가 선택할 산출량은 선도자의 전략에 의존'합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수식을 통해 명료하게 알아봅시다.


  • 선도자 생산자 1이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


추종자인 생산2는 생산자 1이 어떤 결정을 할지 알지 못하며, 생산자 1이 선택할 임의의 산출량에 대한 최적대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생산자 2의 최적대응함수 BR2(q1)은 이전의 꾸르노 모형과 동일합니다.


반면, 선도자인 생산자 1은 자신이 먼저 임의의 생산량 q1을 선택하면, 생산자 2가 최적대응함수 BR2(q1)에 따라 행동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생산자 1의 손바닥 위에 생산자 2가 있는 꼴입니다. 그리하여 생산자 1이 고려하는 생산자 2의 산출량은 단순히 q2가 아닌 BR2(q1)으로 구체화 됩니다. 위의 선도자 생산자 1의 이윤함수에서 임의의 q2 대신 BR2(q1)이 들어간 이유입니다.


그 결과, 선도자 생산자 1은 추종자 생산자 2의 산출량과 이윤을 낮추면서 자신의 산출량과 이윤은 높이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스타겔버그 모형 결과는 꾸르노 모형의 결과와 비교하면 더 명확히 파악됩니다. 추종자 생산자 2의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감소하였고 이윤 또한 줄었습니다. 반면 선도자 생산자 1의 산출량은 증가하였고 이윤 또한 늘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자국기업을 선도자(leader)가 되게끔 지원하거나 정부 자체가 선도자(first player)로 행위한다면, 외국기업의 생산량과 이윤을 희생시킴과 동시에 자국기업의 생산량과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를 실행시킬 수 있는지는 이번글을 계속 읽어나가면 알 수 있습니다.


▶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한다는 보장이 있나? - 맹약의 개념(commitment) 


여기까지 읽어오신 분들은 "생산자들이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한다는 보장이 있나?" 라는 물음을 던지실 수도 있습니다. 생산자 1이나 2의 최종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두 최적대응함수를 연립방정식의 해로 풀어낸 결과물인데, 생산자들이 최적대응함수를 벗어나는 결정을 한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적대응함수는 말그대로 이윤극대화를 위한 최적대응(Best Response)을 나타내고 있으며, 생산자가 이에 어긋나는 결정을 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또한 상대방이 나에게 이로운 결정을 하지 않으면, 나는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대응할거라는 협박은 '신빙성 없는 협박'(non-credible threat) 입니다. 합리적인 생산자라면 언제나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을 할 것이 확실하며, 이는 '맹약'(commitment)이 작동한다고 보면 됩니다.


기본적인 이론을 습득하였으니, 이제 다음 파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전략적 무역 정책의 논리와 효과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보호와 자국시장 효과 (Protection and Home Market Effect)


우리는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유치산업보호론([각주:9] · [각주:10])의 논리를 알아본 바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이 수입보호정책을 선택한 전통적인 논리는 '이미 앞서있는 선진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일시적으로 피하자' 입니다.


전략적 무역정책은 '신유치산업보호론'으로 불리우며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때 보호효과가 나타나는 경로는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자국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국과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자국시장 보호를 통해 과점시장 속 자국 · 외국 기업의 전략적 행위를 변경시켜 자국기업을 돕는 경우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① 보호관세를 통해 외국기업의 초과이윤 탈취하고 자국기업 진입을 유도


  • 브랜더 & 스펜서, 1981,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


기존 무역이론은 보호관세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물을 가져오는 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관세부과는 교역조건을 개선시키지만, 시장을 왜곡시켜 후생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1년 논문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Tariffs and the Extraction of Foreign Monopoly Rents under Potential Entry>)를 통해, "보호관세를 통해 외국기업의 독점이윤을 탈취하고 자국기업 진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관세를 통한 독점이윤 탈취'(the argument for using a tariff to extract rent) 이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내 생산자가 잠재적으로 진입할 가능성'(potential entry) 입니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발도상국 내에는 아직 경쟁력 있는 자국기업이 없기 때문에 외국기업 수입상품이 국내시장을 장악하여 독점이윤을 누리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정부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입니다. 이렇다할 자국기업이 없다는 점도 속 터지고, 외국기업이 초과이윤(rent)을 가져가는 것도 울분 터지게 만듭니다. 


이런 꼴을 보고 있는 개발도상국 정부로서는 '불완전경쟁이 만들어 낸 초과이윤을 관세를 통해 뺏어가고픈 유인'(under imperfect competition a country has an incentive to extract rent from foreign exporters by using tariffs)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수입상품에 관세를 부과하자니, 수입양이 줄어들고 가격이 올라 소비자후생이 악화될 경우가 우려스럽습니다. 관세는 생산비용 증가를 유발하기 때문에, 독점 생산자는 생산량 감축을 통해 더 높은 상품가격을 설정하는 식으 맞대응 합니다. 정부는 세금을 통해 수입을 증가시키지만 소비자후생은 악화됩니다.


이때, '자국 생산자가 잠재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불완전경쟁 하에서 관세정책 사용을 쉽게 만들어 줍니다(potential entry has an implications for tariff policy in the presence of imperfect competition).


자국기업은 국내시장에 진입하면 시장구조는 독점에서 과점으로 변합니다. 이때 자국기업은 추종자이기 때문에, 선도자인 외국기업이 결정해놓은 생산량을 고려하여서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외국 생산자는 자국 생산자의 시장진입을 억제하는 생산량(limit output)을 설정해놓은 상황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불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산량이 필요한데, 자국기업이 최소한의 생산량을 결정할 수 없게끔, 선도자인 외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해버린 겁니다. [선도자의 이익]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관세정책을 자국에게 이롭게 만들어 줍니다.  외국기업은 차라리 개발도상국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는 편이 자국기업이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자국기업의 잠재적 진입을 막아야하는 외국기업으로서는 생산량을 감축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후생 저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관세정책은 부작용 없이 외국기업의 독점이윤을 그대로 뺏어올 수 있습니다.


관세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어느 순간이 되면, 외국기업이 독점일 때 얻고 있는 이윤이 자국기업이 진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과점 이윤보다 적어지게 됩니다. 외국 기업은 진입억제 전략을 포기하고 맙니다. 즉, 관세정책은 자국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게끔 유도하는 것까지 성공합니다(entry-inducing tariff). 이제 시장에 진입한 자국기업은 과점 이윤을 외국기업과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그 결과, 외국기업만이 누리던 독점이윤을 ① 정부의 세금부과로 탈취 했으며 ② 자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입을 유도하여 뺏어오게 되었습니다. (Protective tariffs insure that domestic firms can enter and survive, and these firms earn rent from foreign operations.)


② 수출진흥을 만들어내는 수입보호 정책


개발도상국 정부는 수입보호 정책을 통해 자국기업의 시장진입 유도를 넘어서서 이미 진입해있는 자국기업의 수출을 촉진할 수도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1987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수출진흥으로서 수입보호 : 과점과 규모의 경제 하에서 국제적 경쟁>(<Import Protection As Export Promotion: International Competition in the Presence of Oligopoly and Economics of Scale>)을 통해, 수입보호 정책이 수출진흥 정책의 역할을 함을 보여줍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국기업과 외국기업, 총 2개의 기업만이 존재하는 과점 상황이며 이들은 양국에서 모두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속해있는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은 기업일수록 소요되는 한계비용이 적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무작정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는 없고, 상대방의 생산량에 따라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합니다. [꾸르노 경쟁 모형]


  • 생산자 1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한계비용(c1)이 감소하면, 생산자 1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하지만 생산자 2는 더 적은 양을 생산


이때 자국정부가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막는 보호무역 정책을 채택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요?


보호 속에서 자국기업은 국내에서 생산량을 늘리게 되고, 이에 따라 한계비용도 감소합니다. 앞서 꾸르노경쟁 모형 설명에서 배웠듯이, 줄어든 한계비용은 자국기업의 최적대응곡선을 바깥쪽으로 이동시키고,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이전에 비해 증가합니다. 반면, 외국기업의 산출량은 감소합니다. 


이렇게 늘어난 산출량은 다시 한계비용을 감소시키고, 한계비용 감소는 다시 산출량을 늘립니다. 보호무역 정책이 자국기업의 생산량 증가 → 한계비용 감소 → 생산량 증가가 이어지는 선순환 인과관계를 만들어 낸겁니다(circular causation from output to marginal cost to output). 반대로 외국기업의 경우 악순환에 빠지고 맙니다.


이때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수입보호 정책 덕분에 자국기업의 생산량이 국내시장 뿐 아니라 외국시장에서도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논문 제목처럼 수출진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수입보호 (import protection as export promotion) 입니다.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이 보기엔 "국내시장 보호가 자국기업에게 성공적 수출을 위한 기반을 제공해준다"는 논리는 이단적 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완전경쟁모형과 규모보수불변의 가정에서 벗어난 과점경쟁모형과 규모의 경제 작동 이라는 가정이 필요합니다. 폴 크루그먼의 연구는 이를 잘 수행하였습니다.




※ 이윤을 자국기업으로 이동시키는 보조금(Profit-Shifting Subsidies)


이번 파트에서 소개할 전략적 무역 정책은 198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논리 입니다. 


일본이 보호체제에 힘입어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의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 진입하는데 성공하고 수출을 증진시키자, 미국정부가 대응을 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특히 R&D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학연구[각주:11]가 많아지면서, R&D 투자비중이 높은 최첨단산업(high-tech)을 지원 · 육성하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행정부가 어떻게 자국기업을 도울 수 있을까요?


  •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의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

  •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의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International R&D Rivalry and Industrial Strategy>),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Export Subsidies and International Market Share Rivalry>)를 통해, 부의 R&D 보조금 지원으로 자국기업 R&D 투자수준이 증가하여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는 논리를 제시했습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의 R&D 보조금 지원으로 자국기업의 R&D 투자가 증가하여 더 많은 이윤 획득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이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 주어진 R&D 투자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한계비용이 낮아져, 상대기업에 비해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세계시장은 자국기업과 외국기업 2개만 존재하는 과점 상황이며, 이들은 주어진 R&D 수준에서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R&D 투자는 기업의 한계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즉, R&D는 비용절감 혁신(cost-reducing)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R&D 투자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은 위의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R&D 투자 수준이 높아진 기업은 생산량 결정 단계에서 최적대응함수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그 결과 더 많은 양을 생산하게 됩니다. 상대방 기업의 생산량은 위축됩니다.


결국 문제는 각 기업의 R&D 투자수준이 어떤 크기로 결정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각 기업은 제품 생산에 앞서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결정합니다. 이때 기업들은 여기서 결정되는 R&D 투자수준이 추후 산출량을 결정함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산출량 결정 단계에서 나타나게 될 결과를 염두에 두고, 이윤을 극대화 시켜줄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은 서로 R&D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이들 기업은 비용 극소화를 위해 필요한 R&D 수준 보다는 조금 더 많은 양을 투자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이 R&D 부문에 무한정 많은 투자를 할 수는 없습니다. R&D 투자를 통해 얻게 될 이윤증대 크기가 투자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적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R&D 투자수준은 결국 나중에 결정되는 산출량 및 이윤 크기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으며, 현재 R&D 투자수준은 이윤을 극대화 시켜주는 크기 입니다.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이 산출량 결정에 앞서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결정하는 상황

  • 정부의 R&D 투자 보조금 지원은 자국기업의 R&D 투자수준을 증가시키게 돕는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싶은 자국기업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기업 자체적인 R&D 투자 확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 R&D 투자수준은 이윤극대화를 달성케해주는 크기이며, 이를 넘어선 투자는 오히려 이윤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자국기업이 R&D 투자수준을 높일 거라는 발표만 한다면, 이를 듣게 된 외국기업이 대응하기 위해 R&D 투자수준을 변경하게 되고, 이것이 자국기업에게 R&D 투자를 늘릴 여지를 안겨다주지 않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외국기업은 현재의 상황이 서로에게 최적의 투자수준임을 알고 있으며, 자국기업의 R&D 투자 확대 발표는 신빙성 없는 위협(non-credible threat) 이라고 여깁니다.


바로 여기서 정부의 R&D 보조금 지원이 자국기업의 R&D 투자를 신빙성 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일종의 '선제적 맹약'(pre-commit) 입니다.


정부가 세액감면 혹은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정책을 시행하면, 자국기업은 R&D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을 덜게 됩니다. 그럼 오직 생산량 증대가 가져오는 이윤증가 만을 고려하여 R&D 투자수준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균형 산출량도 증가하여 실제로 이윤과 점유율이 상승합니다.


브랜더와 스펜서는 '정부의 R&D 보조금 지원 정책은 기업 간 꾸르노 경쟁을 (자국이 선도자인) 스타겔버그 경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자국정부는 기업간 게임에 참여하여 선도자(first-player)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음 단계에 결정될 외국기업의 산출량 · R&D 투자수준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인지하고, 이에 대응하여 R&D 보조금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에서 선도자가 더 많은 산출량 · 이윤을 가져가는 것과 같이, 정부의 개입은 초과이윤을 만들어내는 산업에서 외국기업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from obtaining a larger domestic share of internationally profitable industries.)




※ 교과서 버전으로 살펴보는 전략적 무역 정책의 원리와 문제점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가 창안한 전략적 무역 정책은 꾸르노 · 스타겔버그 등등 어려워 보일 수 있는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학부 국제무역론 교과서는 이를 단순한 내쉬균형 개념을 이용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면 전략적 무역 정책이 가진 단점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인지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디선가 보았을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간의 내쉬균형 입니다.


▶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중 어느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생존할까


  •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할 때, 미국 보잉의 최적대응은 생산하지 않는 것

  • 미국 보잉이 생산할 때, 유럽 에어버스의 최적대응은 생산하지 않는 것

  • 누가 먼저 세계시장에 진입해 있느냐가 균형을 결정 (파란색 칸)


항공산업은 생산에 막대한 고정비용과 R&D 투자가 수반되며 수요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과점 시장 입니다. 


이때 미국과 유럽이 항공산업 진입결정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위의 표는 상대방의 행동에 따른 나의 행동이 가져올 보수를 보여줍니다. 


미국 보잉의 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유럽 에어버스가 먼저 생산을 하고 있을 때, 미국 보잉이 진입하면 -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미국 보잉은 진입을 하지 않습니다.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면, 미국 보잉이 진입하면 100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미국 보잉은 진입을 합니다.


유럽 에어버스의 행동도 이와 동일합니다. 만약 미국 보잉이 먼저 생산을 하고 있을 때, 유럽 에어버스가 진입하면 -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유럽 에어버스는 진입을 하지 않습니다. 미국 보잉이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면, 유럽 에어버스가 진입하면 100 · 진입하지 않고 있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유럽 에어버스는 진입을 합니다.


결국 항공산업에서 어떤 기업이 생산하느냐는 '누가 먼저 진입해 있었는가 라는 역사적 우연성'이 결정합니다. 


▶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


  • 미국정부가 보잉에 25의 보조금 지원
  •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미국 보잉은 생산하는 게 이익
  • 이를 아는 유럽 에어버스는 아예 생산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고, 미국 보잉이 독점이윤 125 획득 (균형은 파란색 칸)

이런 애매한 상황을 타개하고 확실한 이익을 챙기기 위하여, 미국정부는 자국 항공사가 시장에 진입하면 25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합니다. 

앞서와 달리,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미국 보잉은 생산하는 게 무조건 이익 입니다. 왜냐하면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고 있을 때 진입을 하면 20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생산하지 않고 있을 때 진입을 하면 12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어느경우든 진입하는 게 더 큰 보수를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유럽 에어버스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미국 보잉이 진입을 할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잉이 생산할 때, 유럽 에어버스가 진입을 하면 -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유럽 에어버스는 아예 생산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합니다.

그 결과, 미국 보잉은 생산을 하고 유럽 에어버스는 생산을 하지 않는 균형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 보잉은 독점이윤 125를 획득 합니다.

즉, 이번글에서 살펴보았다시피, 미국정부의 보조금 지원은 유럽 에어버스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킴으로써 미국 보잉의 독점이윤을 발생시켰습니다


▶ 이를 본 유럽연합이 보조금 지원으로 보복을 한다면? (retaliation)


  • 미국정부의 정책에 맞서 유럽연합도 보조금 25 지원

  • 그 결과,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모두 20의 이윤을 거두나, 이는 보조금 25보다 적다


전략적 무역 정책은 근본적으로 외국기업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을 돕는 '근린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입니다. 그리고 이는 외국의 보복(retaliation)을 초래하게 됩니다. 


보다 못한 유럽연합이 보조금 25 지원으로 맞불을 놓습니다. 그 결과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모두 시장에 진입하여 생산을 하고 각각 20의 이윤을 가집니다. 그런데 이는 정부가 지원한 보조금 25보다 적기 때문에, 사회 전체 이윤은 -5나 마찬가지 입니다. 즉, 미국의 전략적 무역정책은 유럽연합의 보복을 초래하여 사회적으로 더 나쁜 결과(socially worsen off)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사례는 현실에서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할 때 맞딱드리게 될 문제점을 보여줍니다. 


▶ 정부는 자국 · 외국기업의 보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전략적 무역 정책의 본질적인 문제는 '자국기업 및 외국기업의 행동이 가져올 보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현실에서 기업들이 얻게 될 이익이 표에 채워놓은 숫자일지 아닐지 알 수 없습니다. 표에 채워놓은 숫자를 조금만 바꾸면 전략적 무역 정책의 효과를 사라집니다. 


하나의 사례로서, 만약 정부가 자국기업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외국기업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경우, 보조금 지원정책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합니다. 


  • 이런 보수구조에서 균형은 유럽 에어버스 만이 시장에서 생산하여 독점이윤 획득

  • 그런데 미국정부는 미국 보잉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유럽 에어버스의 능력을 과소평가 


위와 같은 보수구조는 유럽 에어버스만이 시장에서 생산하는 균형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미국정부는 미국 보잉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유럽 에어버스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앞서의 경우처럼, 미국 보잉이 생산할 때 얻는 이윤이 -5 혹은 100으로 생각하며,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할 때 얻는 이윤도 -5 혹은 100 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정부는 현재 유럽 에어버스만이 시장에서 생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유럽 에어버스가 먼저 시장에 진입한 역사적 우연성 덕분에 초과이윤을 누리고 있구나" 라고 오판하고 맙니다. 그리하여 보잉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유리한 균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미국정부가 보잉에 25의 보조금을 지원

  • 그러나 균형은 여전히 유럽 에어버스만 시장에 생존하여 독점이윤 150 획득


미국정부는 호기롭게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하고 있을 때 미국 보잉이 진입하면 -5의 보수를, 생산하지 않고 있을 때 진입하면 100의 보수를 얻습니다. 유럽 에어버스는 미국 보잉이 생산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언제나 생산을 하는 게 이득입니다. 그런데 미국보잉은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고 있으면 진입하지 않는 게 이득입니다.


그 결과, 균형은 여전히 유럽 에어버스만 시장에 생존하여 독점이윤 150을 획득하게 것이 됩니다. 미국정부의 전략적 무역 정책은 균형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이번글에서 소개한 전략적 무역 정책 논리 또한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꾸르노 모형 · 스타겔버그 모형 등등을 사용하여 전략적 무역 정책의 논리를 그럴싸하게 설명 하였으나, 정부는 개별 기업의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혹시 어떤 행위를 선택할지는 안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어느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해야 외국기업의 행동을 자국기업에게 유리하게 변경시킬지는 알지 못합니다


결국 전략적 무역 정책은 책 속 이론에서만 타당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 전략적 무역 정책을 둘러싼 논쟁


1970-80년대 들어 일반화된 '독과점을 통해 초과이윤을 얻는 산업'이 존재할 때의 무역정책의 효과를 설명해주는 전략적 무역 정책은 당시 '미국정부가 어떠한 무역정책을 선택해야 하느냐'를 두고 펼쳐진 논쟁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전략적 무역 정책의 효과를 믿었던 사람들은 일본의 보호체제를 무너뜨리는 방식 · R&D에 의존하는 미국 최첨단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높이려고 하였습니다. 일본의 보호체제는 미국기업을 희생시키는 문제를 초래하니 어서 빨리 대응해야했고, 미국 최첨단기업 지원은 일본기업을 희생시켜 미국에 독점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으니 바람직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자유무역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전략적 무역 정책의 현실적 한계를 집중적으로 비판하였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략적 무역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 · 폴 크루그먼 모두 실제 효과에 회의적이었다는 점 입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왜 미국은 '일본의 무역체제'를 문제 삼았으며, '전략적 무역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다음글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joohyeon.com/27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joohyeon.com/274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6.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joohyeon.com/217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8. 두 시장 간 본질적인 차이는 가격을 '주어진 것'(given)으로 받아들이느냐에 있지만, 여기에서는 '초과이윤 존재여부'에 주목합시다 [본문으로]
  9.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http://joohyeon.com/271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joohyeon.com/272 [본문으로]
  11.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http://joohyeon.com/258 [본문으로]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Posted at 2019.01.02 12:56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국가경쟁력' 위기에 직면한 1980년대 초중반 미국

- 기업가와 경제학자 간 국제무역을 바라보는 상이한 관념


  • 왼쪽 : 1968-1990년, 미국/일본 GDP 배율 추이
  • 오른쪽 : 1970-1990, 미국(노란선)과 일본(파란선)의 노동생산성 증가율 추이
  • 일본의 급속한 성장은 미국민들에게 '국가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 시작[각주:1]에서 말했듯이, 1980년대 초중반 미국인들은 '국가경쟁력 악화'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일본은 급속한 성장을 기록하는데 반해 미국은 노동생산성 둔화를 겪었고, 1968년 일본에 비해 2.8배나 컸던 미국 GDP 규모는 1982년 2.0배로 격차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국인 입장에서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것은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확대 였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 증가해온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1980년대 들어서 더 확대되었고, 1985년 GDP 대비 1.15% 수준으로까지 심화되었습니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을 추월함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하락하여 세계시장에서 미국산 상품을 팔지 못한다는 스토리는 미국인들에게 절망과 공포심을 심어주었습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패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공포심은 미국 내에서 보호무역 정책을 구사하라는 압력을 키웠습니다. 1980년대 초중반, 미국인들의 머릿속을 지배한 건 '일본'(Japan) · '국가경쟁력'(national Competitiveness) · '하이테크 산업'(High-Tech Industry) · '보호주의'(Protectionism) ·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 등 이었습니다.


▶ 경제학자가 바라보는 국제무역 : 비교우위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


이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반응은 냉정했습니다.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에 대해서, 1980년대 초반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한 마틴 펠드스타인은 경쟁력 상실이 아닌 재정적자로 인한 총저축 감소가 무역적자를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각주:2] 


"최근 10년동안 무역수지 흑자에서 무역수지 적자로의 전환은 경쟁력 상실의 징표로 잘못 해석 되곤 한다. 사실, 미국 국제수지 구조 변화는 느린 생산성 향상 때문이 아니라 미국 내 총저축과 총투자가 변화한 결과물이다." 라고 말하며, 사람들의 두려움이 잘못된 인식에 기반해 있음을 지적합니다.


일본의 급속한 성장에 대비되는 미국 노동생산성 둔화에 대해서는 더욱 냉정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의 주장을 읽어봅시다.


장기 경쟁력을 둘러싼 우려는 대부분 잘못된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비록 최근의 달러가치 상승이 일시적 경쟁력 상실을 초래하긴 했으나, 미국이 세계시장에서 물건을 판매할 능력을 잃어버린 건 아니다.[각주:3] (...) 


생산성 향상 둔화와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은 이렇다할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느린 생산성 향상이 실질임금 상승률 둔화에 의해 상쇄되지 않을 때에만 국제적 경쟁력에 문제가 발생한다.[각주:4]



경제학자 마틴 펠드스타인이 미국의 국가경쟁력(competitiveness)이 영구히 손상된 것은 아니다 · 생산성 둔화와 국제시장 경쟁은 이렇다할 관계가 없다 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비교우위 원리'(comparative advantage)를 믿기 때문입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각주:5]이 작동할 수 있게끔 하는 원천은 서로 다른 상대가격[각주:6] 입니다. 수입을 하는 이유는 ‘자급자족 국내 가격보다 세계시장 가격이 낮’기 때문이며, 수출을 하는 이유는 '자급자족 국내 가격보다 보다 세계시장 가격이 높' 때문입니다.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은 '상대생산성이 높아 기회비용이 낮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낮은 품목'을 의미하고, 비교열위를 가진 상품은 '상대생산성이 낮아 기회비용이 높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높은 품목'을 뜻합니다.


따라서 (생산성 변동과 상관없이) 자국 통화가치가 상승하여 상품 가격이 비싸지면 일시적으로 비교우위를 상실할 수도 있으나, 무역수지 적자가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자기조정기제에 의해서 시간이 흐르면 비교우위를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절대생산성 수준이 뒤처지더라도 여전히 다른 국가와의 교역을 할 수 있습니다. 국제무역은 절대우위가 아닌 상대생산성에 따른 비교우위에 따라 이루어지며, 더군다나 절대생산성이 뒤처진 국가는 낮은 임금을 통해 상대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펠드스타인이 느린 생산성 향상 속도가 실질임금 상승률 둔화에 의해서 상쇄된다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거라고 판단한 이유 입니다.


(주 : 비교우위와 임금의 관계에 대해서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참고)


그리고 경제학자로서 마틴 펠드스타인은 국가경제 · 거시경제 차원에서 국제무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한 산업이 비교우위를 일시적으로 잃더라도 어디까지나 일시적이며, 다른 비교우위 산업이 존재하니, 그에게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낮은 임금으로 절대생산성 열위에 대응하면 여전히 비교우위는 성립하고 무역을 이루어질테니, 이것 또한 그에게 걱정 사항이 아닙니다.  


그럼 기업가와 근로자도 경제학자 마틴 펠드스타인처럼 국제무역을 바라볼까요?


▶ 기업가 · 근로자가 바라보는 국제무역 : 경쟁 원리가 지배하는 세상


  • 출처 : Douglas Irwin, 2017, <Clashing Over Commerce>, 575 · 595쪽

  • 왼쪽 : 1960~1990년, 미국 내 수입자동차 점유율 추이

  • 오른쪽 : 무역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제조업 근로자 수


위의 왼쪽 그래프는 1960~1990년 미국 내 수입자동차 점유율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연비가 좋은 일본산 자동차의 수요를 증대시켰고, 1970년대 후반부터 수입자동차 점유율이 대폭 늘어납니다. 이후로도 계속된 수입산 자동차의 미국시장 침투로 인해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된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행정부에 수입제한 등 대책을 요구하기에 이릅니다


오른쪽 표는 1990년 기준, 무역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와 비중을 나타냅니다. 수입에만 영향을 받는 제조업 근로자수는 약 130만 명이며, 대부분 중서부(Mid-West)와 남부(South) 등에 밀집되어 있었습니다. 러스트벨트 등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정치인들은 이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했습니다(do something).


미국 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대책을 요구한 이유는 한번 경쟁에서 뒤처지면 회복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경영자가 바라보는 국제무역 현장은 국가들의 대리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며 생존을 위해 경쟁력(competitiveness)이 필요한 곳 입니다.  


통화가치 하락 · 임금 하락 등 거시경제의 자기조정기제에 의해 비교우위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경제학자의 말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로 여깁니다. 왜냐하면 실제 현장에서는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입니다. 한번 1등으로 올라선 외국기업은 계속해서 독보적 지위를 유지하기 때문에, 본래의 비교우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은 책에서만 타당합니다. 


또한, 기업가와 근로자에게 "한 산업이 비교우위를 일시적으로나마 잃더라도 다른 비교우위 산업이 존재하니 국제무역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논리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내가 경영하는 · 내가 종사해있는 산업이 비교우위에서 열위로 바뀌어서 피해를 보고 있는데, 다른 산업을 신경 쓸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들은 "비교열위로 바뀌게 된 산업에 계속 종사하지 말고,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하라"고 충고할 수 있지만, 무역의 충격을 받은 기업가와 근로자가 다른 산업으로 이동하는 건 매우 고통스러운 조정과정(painful adjustment) 입니다.


▶ 경제학자와 기업가 · 근로자 간 국제무역을 바라보는 상이한 관념


이처럼 경제학자와 기업가 · 근로자는 역할과 일하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상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학자가 보기엔 기업가와 근로자는 이동을 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을 뿐이며, 기업가와 근로자가 보기엔 경제학자는 세상 물정 모르는 좋은 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신무역이론 및 신경제지리학을 만든 공로로 2008 노벨경제학상 수상

  • 크루그먼의 1994년 기고문 <경쟁력: 위험한 강박관념>(<Competitiveness: A Dangerous Obsession>)


1980년대 미국 내 무역정책을 둘러싼 논쟁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입니다. 그는 1979년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각주:7] · 1991년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각주:8]을 창안한 공로로 2008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크루그먼은 미국이 자유무역정책을 고수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논리적인 주장을 제기하였고, 비경제학자들의 잘못된 사고방식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 그는 현실 속 경쟁에 직면해있는 기업가들이 국제무역을 바라보는 관점을 일부 수용하였고,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는 동태적 비교우위 패턴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통찰은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가 '역사적 우연성'(historical accident)에 의해 결정됐을 수 있으며, 정부의 보호와 지원이 비교우위를 새로 창출(created)하고 국내기업에게 초과이윤을 안겨다줄 수 있다는 '전략적 무역정책'(strategic trade policy)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폴 크루그먼이 전통적인 관점에서 국제무역과 비교우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기업가의 관점을 수용하여 만든 새로운 무역이론이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 경쟁력 : 위험한 강박관념 (Competitiveness : A Dangerous Obsession)


폴 크루그먼은 1994년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경쟁력: 위험한 강박관념>(<Competitiveness : A Dangerous Obsession>)와 1991년 사이언스지(Science)에 기고한 <미국 경쟁력의 신화와 실체>(<Myths and Realities of U.S. Competitiveness>)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국가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잘못된 인식에 기반해 있음을 지적합니다. 


그의 주장과 논리를 하나하나 살펴봅시다.


(사족 : '국제무역을 둘러싼 잘못된 관념'을 바로잡기 위해 그가 여러 곳에 기고한 글들은 『Pop Internationalism』 라는 제목으로 묶어서 출판되었고, 한국에는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이라는 제목으로 변역 되었습니다.)


잘못된 가설 (The Hypothesis is Wrong)


1993 년 6월 자크 들로르(Jacques Delors)가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공동체 (EC) 회원국 지도지들 모임에서 점증하는 유럽의 실업문제를 주제로 특별 연설을 했다. 유럽 상황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EC위원회의 의장인 들로르가 무슨 말을 할지 상당히 궁금해 했다. (…)


어떻게 말했을까. 들로르는 복지국가나 EMS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유럽 실업의 근본 이유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경쟁력 부족(a lack of competitiveness)이며, 그 해결책은 사회간접자본과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계획(investment in high technology)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들로르의 말은 실망스런 책임 회피였지만 놀라운 발언은 아니었다. 사실 경쟁력이라는 용어(the rhetoric of competitiveness)는 전세계 여론지도자들 사이에 유행어가 되었다. -클린턴에 따르면 “국가들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대기업들과 같다’ 라는 견해-


이 문제에 대해 스스로 정통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어떤 현대 국가라도 그 나라가 당면한 경제 문제는 본질적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문제로 생각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코카콜라와 펩시가 경쟁하듯,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이 서로 경쟁한다는 것- 누군가가 이 명제에 진지하게 의문을 제기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


대체로 들로르가 유럽의 문제에 대해 내린 것과 같은 식으로 미국의 경제 문제를 진단한 이런 사람들 중 대다수가 지금 미국의 경제 및 무역정책을 수립하는 클린턴 행정부의 고위층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들로르가 사용한 용어는 자신과 대서양 양안의 많은 청중들에게 편리할 뿐 아니라 편안한 것이기도 했다.


불행하게도 그의 진단은 유럽을 괴롭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매우 잘못된 것이었고 미국에서의 유사한 진단 역시 오진이었다. 한 나라의 경제적 운명이 주로 세계시장에서의 성공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는 생각은 하나의 가설이지 필연의 진리는 아니다. 그리고 현실의 경험적 문제로 보아도 이 가설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that hypothesis is flatly wrong).


- 폴 크루그먼, 김광전 옮김,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제1장 경쟁력: 위험한 강박관념


 크루그먼은 글의 시작부터 정치인 · 언론인 · 대중적 인사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 '그 나라가 당면한 경제 문제는 본질적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문제로 생각하는 것'을 직설적으로 비판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코카콜라와 펩시가 경쟁하듯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이 서로 경쟁'하는 것처럼 생각하였고 첨단기술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무역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인식했습니다. 


크루그먼은 "한 나라의 경제적 운명이 주로 세계시장에서의 성공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는 생각은 하나의 가설이지 필연의 진리는 아니다"라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그의 논리를 좀 더 들어보죠.


어리석은 경쟁 (Mindless competition)


경쟁력’(competitiveness)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깊은 생각 없이 그 말을 쓴다. 그들은 국가와 기업을 비슷하게 보는 것을 분명히 합리적 이라고 여긴다. 따라서 세계시장에서 미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고 묻는 것이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 GM)사가 북미 미니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었는지 묻는 것과 원칙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


국가경제의 손익을 그 국가의 무역수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는지도 모른다. 즉 경쟁력을, 해외에서 사들이는 것보다 더 많이 팔 수 있는 국가의 능력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론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무역흑자가 국가의 취약함을 나타내고 적자가 오히려 국가의 힘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


국가들은 기업처럼 서로 경쟁하지 않는다. 코카콜라와 펩시는 거의 완벽한 경쟁자다. 코카콜라 매출의 극히 일부만이 펩시 노동자틀에게 판매되고, 코카콜라 노동자들이 구입하는 상품 중 극히 일부만이 펩시의 제품이다. 그 부분은 무시해도 아무 지장이 없다. 그래서 펩시가 성공적이면 그것은 대체로 코카콜라의 희생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주요 산업국가들은 서로 경쟁하는 상품을 팔기도 하지만, 서로의 주요 수출시장이 되기도 하며 서로 유익한 수입품의 공급자이기도 하다. 만약 유럽 경제가 호황이라 해도 반드시 미국의 희생으로 그렇게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사실 유럽 경제가 성공적이면 미국경제의 시장을 확대시켜 주고 우수한 제품을 낮은 값에 팔아줌으로써 미국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그래서 국제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International trade, then, is not a zero-sum game)


- 폴 크루그먼, 김광전 옮김,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제1장 경쟁력: 위험한 강박관념


→ 크루그먼은 '경상수지 흑자가 국가의 부를 나타내는 게 아니다'[각주:9]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상호이익(mutual gain)을 안겨다준다'[각주:10]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본 블로그를 통해 누차 말해왔듯이, 그리고 이전글에서 마틴 펠드스타인이 주장[각주:11]했듯이, 경상(무역)수지는 거시경제 총저축과 총투자가 결정지은 결과물일 뿐입니다. 총저축이 총투자보다 많으면 무역수지 흑자, 적으면 적자가 나타납니다. 여기에 세계시장에서의 경쟁은 중요한 요인이 아닙니다.


게다가, 무역수지 적자는 본질적으로 좋은 것이며 역설적으로 국가의 강함을 드러내는 지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역수지 적자는 금융·자본 계정 적자, 즉 순자본유입과 동의어이며 이는 대외로부터 계속 돈을 빌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약한 국가라면 다른 국가에게 계속해서 돈을 빌릴 수 있을까요?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된다는 것(sustained)은 그 국가의 힘을 드러내줍니다.[각주:12]


(참고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또한, 비교우위는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상관없이 모든 국가에게 '값싼 수입품의 이용'이라는 상호이익을 안겨다줍니다. 또한, 교역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서로의 수출국이며 동시에 수입국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경제호황은 수출시장 확대를 가져다 줍니다. 


그럼에도 우리와 비교되는 상대국의 가파른 성장은 무언가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끔 만듭니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의 설명을 들어봅시다.


● 경쟁력의 신화 (Myth of Competition)


먼저 전세계의 노동 생산성이 미국과 외국이 모두 연간 1 %씩 증가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생활수준과 실질임금 등이 어느 곳에서나 연간 약 1%씩 상승한다는 생각은 합리적인 듯하다.


그러면 미국의 생산성은 계속 연간 1%씩 증가하는 데 반해 다른 나라들의 생산성 증가는 빨라져서 예컨대 연간 4%씩 높아졌다고 가정하자. 이것은 미국국민의 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많은 사람들은 분명히 미국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경쟁자보다 생산성이 뒤지는 회사는 시장을 잃고,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을 수 없고, 결국 문을 닫을 것이다. 이와 똑같은 일이 국가에서도 발생하지 않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다. 국제경쟁으로 인해 국가가 사업을 중단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국가에는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작용한다. 이 힘은 일반적으로 어떤 국가라도-비록 그 생산성과 기술 · 제품의 질이 다른 나라에 뒤진다고 하더라도-일정 범위의 상품을 계속해서 세계시장에 팔 수 있게 하고, 또 장기적으로는 무역수지의 균형을 유지하게 만든다. 그리고 무역 상대국들보다 생산성이 현저히 뒤지는 나라일지라도 일반적으로 국제무역에 의해 형편이 더 나아지지, 나빠지지는 않는다.


- 폴 크루그먼, 김광전 옮김,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제6장 미국 경쟁력의 신화와 실체


→ 크루그먼은 '미국의 생산성이 연간 1%씩 증가하는데 반해 다른 나라가 연간 4%씩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국제경쟁으로 인해 국가가 교역을 중단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이번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 1980년대 초중반 미국민들의 큰 우려는 '미국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일본 그리고 대일무역수지 적자 심화' 였습니다. 그러나 크루그먼 주장은 생산성 둔화와 무역수지 적자가 인과관계가 아님을 말해줍니다. 그 이유는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200여년 전 금본위제 시대에 살았던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나라는 금과 은화의 지속적인 유출로 인해 물가와 임금이 하락하고 그 결과 적자 국가에서는 상품과 노동력의 가격이 저렴해져서 무역적자가 바로잡힌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른바 '가격-정화 흐름 기제'(Price–specie flow mechanism) 입니다.


오늘날 조정과정은 임금과 물가의 직접적인 변화 대신 환율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무역적자 국가는 통화가치가 하락하여 수출을 늘리고, 무역흑자 국가는 통화가치가 상승하여 수입이 늘어납니다. 따라서, 어느 나라의 절대생산성이 뒤처진다 하더라도, 환율 조정(혹은 임금 조정)을 통해 상대생산성 우위와 비교우위를 지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절대생산성이 뒤처진 국가도 여전히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 원리에 따라 수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의 생산성이 연간 4%씩 성장할 때 자국인 미국도 4% 아니 그 이상 성장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크루그먼이 다시 말합니다.


● 어리석은 경쟁 (Mindless competition)


(경쟁력 상실) 문제를 조금이라도 걱정하는 대부분의 저자들은 경쟁력을 긍정적인 무역실적과 다른 요인의 복합적인 것으로 규정하려고 한다. 특히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경쟁력의 정의는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로라 D. 타이슨의 저서 『누가 누구를 때려부수는가?』(『Who's Bashing Whom?』)에서 제시한 노선을 따른다.


경쟁력은 "우리 시민들이 향상되고 있으며, 또 지속 가능한 생활수준을 누리면서 국제경쟁의 시련에 견디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능력이다"라는 것이다. 이 말은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당신이 그것을 생각하고 현실에 적용해 본다면 이 정의가 현실과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국제거래가 아주 적은 경제에서는 생활수준의 향상, 그리고 타이슨의 정의에 기초한 '경쟁력'이 거의 전적으로 국내 요인, 주로 생산성 증가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즉 다른 나라에 대한 상대적 생산성 증가가 아니라 국내 생산성 증가가 바로 문제인 것이다(That's domestic productivity growth, not productivity growth relative to other countries)


환언하면 국제거래가 아주 적은 경제에서는 '경쟁력'으로 '생산성'을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며 국제경쟁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다. (...)


물론 위상과 세력에 관한 경쟁은 언제나 존재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지위 상승을 겪게 될 것이다. 그래서 국가들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러나 일본의 성장이 미국의 위상을 감소시킨다는 주장은, 미국의 생활수준을 떨어뜨린다고 말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것이다. 그런데도 경쟁력 이라는 용어가 주장하는 것은 바로 후자다.


물론 단어의 의미를 자신의 마음에 맞게 정하는 입장을 취할 수는 있다. 원한다면 ‘경쟁력’ 이라는 용어를 생산성을 의미하는 시적 표현방법으로 시용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국제경쟁이 경쟁력과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실제로 밝혀야 한다. 그러나 경쟁력에 관해 글을 쓰는 사람 치고 이런 견해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 폴 크루그먼, 김광전 옮김,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제1장 경쟁력: 위험한 강박관념


생활수준(standard of living)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경제성장이론이 솔로우모형[각주:13]부터 P.로머의 R&D모형[각주:14]으로 발전할때까지, 모든 경제학자들이 부정하지 않는 진리 입니다. 


그러나 크루그먼이 지적한 것처럼, "국내 생산성 증가율이 둔화되어 생활수준 향상이 더뎌지고 있다"와 "국내 생산성 증가율이 타국보다 느려서 국가경쟁력이 훼손되고 세계시장 속 경쟁에서 패배하고 있다"는 완전히 다릅니다. 


1980년대 미국의 생산성 둔화는 그 자체로 미국인의 생활수준 향상을 더디게 만들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지, 일본의 생산성 증가율에 비해 낮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 아닙니다. 또한, 미국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이지,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미국인들이 걱정해야 할 건 '타국과의 경쟁에서의 패배'가 아니라 '미국 생산성 자체의 둔화'(productivity slowdown) 입니다. 이 둘의 구별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미국이 당면한 문제가 전자라고 판단한다면 각종 보호무역 조치로 일본제품의 수입을 막거나 국내 생산자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정책이 시행될 수 있지만, 후자라고 판단하면 자유무역체제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국내생산성 향상을 위한 R&D 지원 및 창조적파괴를 위한 시장경쟁체제 조성이 나오게 됩니다.  


▶ 신성장이론이 말하는 '생산성 향상' 방법 두 가지


: 첫째,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 둘째, [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보호주의 압력을 경계하는 경제학자들 그런데...


당시 마틴 펠드스타인 · 폴 크루그먼 같은 일류 경제학자들이 무역수지 결정과정 · 경쟁력에 대한 개념 · 생산성 향상의 방법 등을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한 이유는, 미국의 경기침체와 일본의 경제성장이 보호주의 무역정책에 대한 요구를 키웠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상황 인식으로 미 행정부가 보호무역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을 경제학자들은 크게 염려했습니다.


그런데... '무역수지' · '국가경쟁력' 등을 주제로 한 경제학자들의 설명이 와닿으시나요?


머리로는 "그래 중요한 건 일본의 성장이 아니라 우리의 생산성 향상이지"라고 다짐해도, 상대적 위상이 하락하고 있는 걸 보는 마음은 그렇지 않습니다. 머리로는 "무역수지 적자는 경쟁 패배의 산물이 아닌 총저축과 총투자의 결과물이지"라고 받아들여도, 수입경쟁부문(import-competing sector)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경영자에게는 하나마나한 소리 입니다.  


게다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R&D가 중요하다면 정부가 첨단산업(high-tech)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쓰면 안되냐는 물음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논리로 로라 D. 타이슨은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및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을 주장했고, 경제학자들 간의 논쟁을 유발시킵니다. (주 : 이에 대해서는 다음글에서 살펴볼 계획 입니다.)


결정적으로, 세계시장에서 상대기업 보다 더 많은 양의 물건을 팔아야 하는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기업가에게 '비교우위 · 열위에 따른 특화' 이야기는 멀게만 느껴집니다.

 

왜 기업가들은 전통적인 경제학이론과는 다르게 무역현장을 바라볼 수 밖에 없을까요? 역설적이게도 이에 대한 답을 폴 크루그먼이 제시해 줍니다.




※ 생산의 학습효과 - 한번 성립되고 나면 자체적으로 강화되는 비교우위


기업가들이 국제무역현장을 '경쟁력'(competitiveness)이 중요한 곳으로 인식한 이유는, 한번 외국기업에게 경쟁에 밀려 점유율을 내주면 다시 되찾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들은 통화가치 하락 및 임금인하로 비교우위를 다시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 속 기업가들은 '잘못된 선택이나 불운이 영구적인 시장점유율 손실로 이어진다'(a wrong decision or a piece of bad luck may result in a permanent loss of market share)고 생각합니다.


그럼 왜 한번 잃어버린 시장점유율 혹은 비교우위를 다시 획득하기가 힘든 것일까요? 


  • 폴 크루그먼의 1987년 논문. 

  • 한번 성립된 비교우위가 학습효과에 의해 자체강화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폴 크루그먼은 1987년 논문 <The Narrow Moving Band, The Dutch Disease, and The Competitive Consequences of Mrs.Thatcher - Notes on Trade in the Presence of Dynamic Scale Economies>를 통해, 이를 설명합니다. 


리카도헥셔-올린의 비교우위론은 '한 국가의 특화 패턴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대생산성 혹은 부존자원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상대생산성 우위에 있는 자국 상품 및 풍부한 부존자원이 집약된 자국 상품은 외국에 비해 더 싸기 때문에 특화와 수출을 합니다. 만약 일시적으로 비교우위 패턴에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통화가치와 임금 하락이라는 시장의 자기조정기제에 의해 원래의 비교우위로 돌아갑니다.


여기서 폴 크루그먼은 일시적 충격 이후에 원래의 비교우위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바로, '생산의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의 존재 때문입니다. 


생산의 학습효과란 말그대로 '생산을 통해 학습한다'는 의미 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현재의 생산성은 과거 생산을 통해 학습한 지식이 만든 결과물이며, 미래의 생산성은 현재 생산과정을 통해 획득하게 된 노하우가 만들어낼 결과가 됩니다. 


어려운 개념이 아닙니다. 오늘날 삼성전자가 최신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해낼 수 있는 이유는 30년 전부터 축적한 경험이 있은 덕분이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예상되는 이유는 현재 독보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노하우를 계속 쌓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루그먼은 '과거부터 누적된 생산량이 현재의 생산성을 결정하 동태적 규모의 경제' (dynamic economies of scale in which cumulative past output determines current productivity) 형태로 생산의 학습효과를 경제모형에 도입하였습니다. 


일반적인 규모의 경제에서 '규모'가 현재 생산량 크기를 의미했다면, 여기서 '규모'는 과거부터 누적된 생산량 크기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생산량이 많은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과거부터 많은 양을 생산하여 지식을 많이 축적한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높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제 학습효과로 인하여 한번 고착된 특화 패턴은 자체적으로 강화됩니다. 어느날 갑자기 기존에 만들지도 않았던 상품을 뚝딱 만들 수는 없습니다. 아무런 경험도 지식도 노하우도 없기 때문입니다. 생산 가능한 상품은 예전부터 만들어와서 공정과정에 대한 학습이 되어있는 것들 입니다. 따라서 생산자는 예전부터 만들어오던 것을 생산하게 됩니다.  


즉, 폴 크루그먼은 학습효과로 인하여 "일단 한번 만들어진 특화는 그 패턴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상대적 생산성 변화를 유도한다"(a pattern of specialization, once established, will induce relative productivity changes which strengthen the forces preserving that pattern.) 라고 말합니다.


바로 이러한 특성이 '기업들이 외국 라이벌 기업에게 한번이라도 시장을 내주지 않으려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외국 기업은 독보적 지위를 바탕으로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은 경험을 쌓을테니, 시장을 다시 되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럼 외국 기업은 기존에 1위였던 미국 기업의 시장을 어떻게 탈취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외국 정부의 보호정책 덕분입니다. 


만약 외국 기업이 자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생산에 착수하고 관세라는 보호막에 힘입어 자국 내에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면, 이러한 보호 기간 중에 쌓은 지식과 노하우로 언젠가는 상대적 생산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특히 폴 크루그먼은 일본기업의 성공 요인을 일본정부의 보호정책에서 찾습니다. "일본의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정부의 산업정책, 특히 유치산업보호 정책 사용이 꼽혀진다. (...) 나의 모형은 이를 설명해준다. 일시적인 보호가 비교우위를 영구히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It is possible in this model - within limits- for temporary protection to permanently shift comparative advantage.)


미국 기업이 직면해 있는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 "시장의 자기조정기제에 의해 본래의 비교우위를 회복할 것이다"라거나 "미국은 자유무역 정책을 계속 고수해야 한다" 라는 학자들의 주장은 기업가가 보기엔 세상물정 모르는 태평한 소리에 불과했습니다.




※ '생산의 학습효과를 통해 비교우위가 자체 강화된다'는 통찰이 끼친 영향들


'생산의 학습효과로 인해, 일단 한번 성립된 비교우위가 시간이 흐를수록 자체 강화된다'는 통찰은 또 다른 통찰을 낳았고, 보호무역 정책이 정당화 될 수 있는 논리로 이어졌습니다.


첫째, 현재의 특화패턴은 '역사적 우연성'에 의해 임의로 성립된 것일 수도 있다


리카도 및 헥셔-올린의 전통적인 비교우위론은 그 국가가 가지고 있는 특성(underlying characteristics of countries)으로 인해 자연적인 특화패턴(natural pattern of specialization)이 성립되었다고 말합니다. 특정 상품 생산에 필요한 기술수준을 갖춘 국가는 이를 특화하고, 특정 상품에 생산에 투입되는 부존자원을 많이 보유한 국가는 이를 특화합니다.


그런데 생산의 학습효과가 비교우위 및 특화패턴을 자체 강화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 국가들의 비교우위와 특화는 단지 과거부터 많이 생산해온 덕분에 가진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그럼 과거부터 많이 생산할 수 있게 된 연유는 무엇이냐 따지면, '역사적 우연성'(historical accident) 입니다. 


본질적으로 어떤 국가가 현재 그 상품에 우위를 가지고 있을 이유는 하나도 없고, 단지 과거에 먼저 생산을 시작하여 많이 만들어왔다는 이유 뿐입니다.


실 폴 크루그먼의 통찰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난 유치산업보호론을 소개한 글을 통해, "한 나라에 대한 다른 나라의 우위는 다만 먼저 시작했다는 데에 기인"했다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통찰[각주:15]을 살펴본 바 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1848년 『정치경제학 원리』를 통하여, "시도해보는 것보다 향상을 촉진하는 데 더욱 큰 요인은 없다"라고 말하며 '학습곡선'(learning curve) 개념을 추상적으로나마 도입하였고, '단지 먼저 시작한 덕분에 경험을 많이 축적'했다고 지적하며 역사적 우연성(historical accident)으로 현재의 비교우위가 형성 됐을 수 있다는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통찰은 '아직 시작을 하지 않은 국가가 시도와 경험을 축적하면, 단지 먼저 시작했을 뿐인 국가보다 생산에 더욱 잘 적응할 수도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게끔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만약 잠재적 능력을 갖춘 생산자가 외부성으로 인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일시적인 유치산업보호 정책으로 효율적인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졌습니다.


폴 크루그먼이 강조한 '생산의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도 유사한 함의와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전략적 무역정책 및 산업정책의 정당성 입니다.


둘째, 미국정부는 '전략적 무역정책' 및 '산업정책'을 통해 미국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국제무역 패턴이 국가의 본질적 특성이 아닌 역사적 환경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면, "정부가 일시적으로 개입하여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정부가 영구히 개입할 필요도 없습니다. 일단 환경만 조성해주고 빠져도 무방합니다. 환경이 한번 조성되고 나면, 기업이 생산을 통해 얻게 된 지식으로 계속 생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가경쟁력 쇠퇴'를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매혹적인 논리였습니다. 일본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하고 있는 미국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할 때 항상 제기되었던 반박은 "인위적인 정부 개입은 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였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처음에만 조금 도움을 주면, 그 후에는 경쟁력을 회복한 미국기업이 알아서 할 것이다"라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생산을 통해 얻게 되는 '학습'(learning) · '지식'(knowledge)의 중요성은 전자 · 반도체 등 최첨단산업(high-tech industry)을 집중적으로 보호하고 지원할 필요를 정당화 해주었습니다. 


최첨단산업은 대규모 R&D 투자가 수반되고, 그 결과로 얻게 될 노하우는 다른 산업에까지 파급영향(spillover)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던'생산성 향상을 위한 R&D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에 더하여, 따라서 최첨단산업을 지원했을 때 돌아올 이익은 매우 크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로라 D. 타이슨은 미국 최첨단산업을 보호 · 지원하는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및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 주장했고,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한층 더 격화되었습니다.


셋쩨, 일본 첨단산업의 부상을 막기 위해서 '공세적인 무역정책'이 요구된다


전략적 무역정책 및 산업정책이 "미국정부가 미국기업을 도와야한다"는 주장이라면, "미국정부는 일본기업이 자국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막아야한다"는 논리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크루그먼이 짚어주었듯이, 일본정부는 자국기업을 일시적으로 보호하여 비교우위를 영원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더 정확히 말해 비교우위를 창출(created) 했습니다. 통상산업성(MITI, Ministry of International Trade and Industry)으로 대표되는 일본 관료조직은 수입시장을 닫은 채 자국 자동차 · 철강 · 전자 ·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했습니다. 


이는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 것일뿐더러 일본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행위였기 때문에, 미국기업들은 자국행정부를 대상으로 "일본의 불공정 무역관행(unfair trade practice)을 방관하지 마라"는 요구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 목표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를 통해 '평평한 경기장'(level playing field)을 만들어서 국가 간에 '공정한 무역'(fair trade)을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 폴 크루그먼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크루그먼은 1987년 논문과 기타 다른 연구를 통해 전략적 무역이론의 토대를 만들었으나, 전통적인 자유무역 원칙을 훼손하는 전략적 무역정책 · 산업정책 · 유치산업보호 정책 · 보호무역을 주장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1987년 논문 말미에서 "약탈적 무역 및 산업정책이 가능할 수 있으나 (...) 바람직한 정책임을 뜻하지는 않는다."라고 노파심을 표현했습니다. 정부의 일시적인 지원으로 비교우위가 창출되고 영구히 변화할 수 있지만, 이것이 이로운지 해로운지 여부는 소비자후생도 같이 고려하여 평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역사적 우연성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미래 기대(expectation) 영향이 더 클 경우 과거부터 걸어온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날 수도 있음을 짚어주었습니다. 


크루그먼은 단지 기업가가 무역을 바라보는 관점을 수용하여 '영원히 시장을 뺏기게 될 이론적 가능성'을 이야기 하였을 뿐인데, 그의 의도와는 달리 전통적인 자유무역정책에 반하는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고 실행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개입주의 무역정책의 근거가 된 또 다른 논리는 바로 '전략적 무역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입니다. 이 글에서 몇번이나 언급했던, 전략적 무역정책은 "시장을 보호하면 국내 생산자가 학습을 할 것이다"는 소극적(?) 주장을 넘어서서 "관세나 보조금으로 외국 기업의 초과이윤을 뺏어와 국내 기업에게 줄 수 있다"는 적극적인 주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전략적 무역정책'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joohyeon.com/27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joohyeon.com/274 [본문으로]
  3. This wider approach reveals that much of the concern about long-run competitiveness is based on misperceptions. Although the recent appreciation of the dollar has created a temporary loss of competitiveness, the United States has not experienced a persistent loss of ability to sell its products on international markets; [본문으로]
  4. there is no necessary relation between productivity and competition in international markets. Slow growth in productivity only hampers a country's international competitiveness if it is not offset by correspondingly slow growth in real wages.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8.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http://joohyeon.com/220 [본문으로]
  9.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http://joohyeon.com/237 [본문으로]
  10.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joohyeon.com/274 [본문으로]
  12. 물론, 대부분 금융 자본 계정 적자, 즉 순자본유입은 지속불가능 하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본문으로]
  13.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14.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http://joohyeon.com/258 [본문으로]
  15.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joohyeon.com/272 [본문으로]
  1. 흐흐
    '미래 기대(expectation) 영향'
    이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잘 이해가안가요 ㅜㅜ
    • 2019.01.03 08:24 신고 [Edit/Del]
      역사(History)와 기대(Expectation)의 관계는 이 글에서 길게 설명하기가 좀 그래서 두루뭉실하게 넘겼는데 잘 짚어주셨습니다.

      역사적 우연성이 비교우위를 만든다는 논리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t)의 힘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경로를 이탈할 가능성은 적고, 과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죠. 국가의 비교우위 패턴은 역사(history)에 감금(locked-in) 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경로에서 이탈하여 전혀 생각치도 않았던 길을 걷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과거에 살았던대로 지내는것보다, 새로운 길을 걷는 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거라고 '기대'하는 경우, 경로에서 이탈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즉, 어떤 국가가 "과거부터 OO 산업을 생산해 왔으나, 미래 이익을 생각하면 XX 산업을 키우는 게 낫겠다"라고 기대(expectation)하는 경우, 과거의 비교우위와는 다른 우위 산업을 가질 수 있습니다. 자기가 기대한대로 결과가 실현되는 일종의 자기실현적 효과(self-fulfilling effect) 입니다.

      이 경우, "한번 뒤처진 경쟁을 따라잡을 수 없다" 라고 좌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 2019.01.03 08:43 신고 [Edit/Del]
      '역사'(History)와 '기대'(Expectation)를 왜 비교하냐.. 근원을 따지면...

      리카도와 헥셔-올린 이론은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 차이에 의한 특화패턴 형성을 이야기 하지만, "왜 어떤 국가는 기술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왜 어떤 국가는 자본(노동)이 더 풍부한가"에 대한 답은 해주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리카도와 헥셔-올린 이론은 국가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무역이 발생한다고 설명하지만, '왜 다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이러한 약점은 '외부 규모의 경제에 의한 특화'를 설명할 때 더 도드라집니다.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 http://joohyeon.com/218

      이 글의 결론에서 짚어줬듯이, '외부성'(externality)에 의해 특화가 결정된 상황이라면, 잠재적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가 진입을 하지 못하여 국제무역이 세계 소비자의 후생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외부 규모의 경제'는 시장에 먼저 진입한 국가에게 이익(initial advantage)을 안겨주는데, 초기진입여부는 '역사적경로'와 '우연적 사건'이 결정짓습니다. 결국, 올바르지 않은 국가가 먼저 시장에 진입함으로써 세계 소비자들의 후생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설명은 무언가 이상합니다. 잠재적 능력이 있으면 미래 이익이 발생한다는 소리인데, 미래를 완전예측(perfect foresight)하는 경제주체가 현재 손실이 두려워서 (현재 손실보다 큰) 미래 이익을 포기한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래 이익이 크다고 '기대'한다면 역사적 경로에서 벗어나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따라서, "외부성이 강하게 존재할 경우, 역사의 힘이 기대의 힘보다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로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해, 외부성이 약하거나 미래이익 할인율이 낮다면, '기대'의 힘이 크게 작용하여 현재와는 다른 비교우위 패턴이 창출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유치산업보호론처럼 정부가 일시적으로 개입하여 외부성을 극복하게끔 도울 수 있습니다.
      (주 : 정부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을만큼 약하게 외부성이 작용...)

      현재 손실보다 큰 미래 이익이 있음에도 시장실패로 인해 현재를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정부가 개입하여 현재 손실을 보조해주면 됩니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정부의 'Big Push'를 정당화 해주는 논리 입니다.

      이처럼 비교우위 결정 및 경제발전에 있어 '역사'(History)의 힘이 강하냐 아니면 '기대'(Expectation)의 힘이 강하냐는 경제학자들의 논쟁거리 였습니다.

      이 주제에 보다 관심이 있으시면 Paul Krugman의 1991년 논문 <History versus Expectatoins>를 읽어보시면 됩니다.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Posted at 2017.06.29 08:26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솔로우 모형 복습

'솔로우 모형'을 다룬 지난글[각주:1]을 통해, 국가별로 '생활수준 차이'(=level의 문제), '성장속도 차이'(=growth의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경제성장'(=engine of growth의 문제)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살펴보았죠. 

이번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솔로우 모형을 잠깐 복습해 봅시다.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것은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이었습니다.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다른 나라는 못 사는 이유는 '자본축적 수준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1인당 생산량이 커서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죠.   

국가별로 경제성장률이 다른 이유는 그 국가의 경제상태가 '전이경로에 있느냐, 정상상태에 있는가'(transitional dynamics)가 구분지었습니다. 자본이 많이 축적될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줄어드는 체감현상(diminishing)이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낸 근본원인 입니다. 

오래전부터 경제성장을 해와서 이미 정상상태(steady state)에 다다른 국가는 성장률이 전보다 낮은 값을 기록하게 됐으며,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한 국가는 체감현상의 영향을 덜 받는 전이경로에 놓여있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체감현상은 "지속적인 경제성장(sustained growth)을 달성하려면 자본축적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정상상태에 다다를수록 성장률이 하락하고 결국 0%가 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합니다.



※ '아시아 네 마리 호랑이'의 성공과 좌절


솔로우 모형의 핵심을 복습했으니, 이제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에 대해 생각 해봅시다. 



'자본축적'을 강조하는 솔로우 모형은 현실을 설명하는가? 

-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


: 수학적으로 정교화된 이론[각주:2]일지라도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솔로우 모형은 '미국경제'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 이외의 나라에도 적용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글에서는 한국 · 싱가포르 ·대만 · 홍콩, 즉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의 경제성장 과정을 통해, '자본축적의 힘'을 알아볼 겁니다. 



자본축적과 기술진보, 무엇이 중요할까? 

- 기술진보 없는 자본축적, 결국...


:  생활수준(level)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growth)을 위해서는 '기술진보'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요? 


솔로우 모형은 자본축적에 중요성을 더 부여하고 있습니다. 기술진보에 대해서는 그저 '외생적으로 전세계에 똑같은 값이 주어졌다'고 가정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술진보 없는 경제성장은 결국 멈추게 될 것 이라고 말하고도 있습니다. 이론이 말하는 것처럼, 실제로도 기술진보 없는 자본축적은 경제성장률 하락을 불러올까요? 

이번글에서는 1990년대 당시 경제학자들이 동아시아를 바라보면서 가졌던 불안함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성장회계식을 통해 솔로우 모형 이해하기


이번글 논의를 소개하기에 앞서, 내용이해를 위한 기본개념을 먼저 알아봅시다. 상당히 지루할 수 있지만.... 알면 좋습니다.


솔로우 모형이 말하는 아래 두 가지 문장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나타날까요?


● "자본축적을 늘릴수록 경제가 성장한다"

●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이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수식 사용은 경제학에 익숙치 않은 독자들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오지만, 이 경우는 오히려 이해를 쉽게 도와줄 겁니다.

 

 

 

솔로우 모형이 전달하고 하는 바는 "1인당 생산량 증가(=경제성장)는 1인당 자본축적과 기술진보로 구성되어 있다"로 바꿔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때, 자본축적이란 '자본이라는 요소를 생산과정에 투입한 것'(capital input) 입니다. 그리고 기술진보란 '주어진 요소를 가지고 좀 더 많이 생산케 하는 것, 즉 생산성 증가'(productivity gain) 입니다. 


따라서, '생산량 변화율 = 자본투입 증가율 + 생산성 증가율' 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위에 나타난 수식이 이를 보여줍니다.


(주 1 : 솔로우 모형은 '1인당'(per capita)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여기서의 생산량 및 자본투입량은 1인당 기준입니다.)


(주 2 : 자본투입 증가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전체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capital share)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러므로 자본투입 증가분에다 자본비중(α)을 가중평균 하는 형식으로 생산량 변화를 산출할 수 있습니다.)

 

 

1인당 생산량이 아닌 경제 전체의 생산량을 살펴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솔로우 모형은 '1인당'이 기준이었기 때문에 인구증가율이 높을수록 1인당 자본량 · 1인당 생산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경제 전체 '총'(gross) 자본량 및 생산량은 인구가 많을수록 증가합니다. 쉽게 말해, 더 많은 사람이 있을수록 일을 하는 양도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생산량도 늘어나기 때문이죠.


이때, 인구가 많아지는 것을 '노동이라는 요소를 생산과정에 투입한 것'(labor input) 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총 생산량 변화율 = 노동투입 증가율 + 자본투입 증가율 + 생산성 증가율'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위의 수식이 이를 보여줍니다. 


(주 : 앞서 자본투입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동투입 증가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전체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labor share)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렸습니다. 따라서, 노동투입 · 자본투입 증가분에 각각의 비중을 가중평균 하는 형식으로 생산량 변화를 산출합니다.) 

 

이때, 투입된 자본량 · 노동량은 비교적 쉽게 수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자본량은 '투자'라는 형식으로 GDP 산출 과정에서 얻어지고, 노동량은 '인구증가율'을 보면 됩니다. 


그런데 기술진보율, 즉 생산성 증가율은 산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산량을 투입된 자본량(노동량)으로 나누면 단순한 자본생산성(노동생산성)만 도출될 뿐입니다. 


자본생산성은 자본을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에 영향을 받고, 노동생산성도 근로자가 얼마나 많은 자본을 가졌는지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확한 생산성 측정을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의 영향을 함께 고려한' 값을 구해야 합니다. 이를 '총요소 생산성'(TFP, Total Factor Productivity) 혹은 '다요소 생산성'(MFP, Multi Factor Productivity) 라고 합니다.   


총요소 생산성을 산출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는 1인당 생산량(per capita ouput)과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 output)을 비교하여 대략적인 생산성 정도를 살펴보는 법 입니다.


말이 헷갈리기 쉬운데요... 


1인당(per capita)은 국민 전체를 모수로 산출한 값입니다. 보통 우리가 '1인당 GDP', '1인당 국민소득' 라고 말할 때 사용합니다. 이는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standards of living)을 보여줍니다.


근로자 1인당(per worker)은 실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근로자만을 모수로 산출한 값입니다. 생산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만들어낸 생산량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는 '생산성'(productivity) 정도를 보여줍니다.


이미 오래전 경제성장을 달성하여 근로자 투입 증가분이 적은 선진국은 다른 국가에 비하여 일반적으로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이 높은 값을 보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요소투입 보다는 생산성 증가의 힘이 더 큰 상황이죠.


반면,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하여 근로자 투입이 늘어나고 있는 개발국가는 다른 국가에 비하여 (모수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이 낮은 값을 보입니다. 다르게 말해, 이들 국가는 현재 생산성 증가 보다는 요소투입에 의해 성장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국가는


● '1인당 생산량'과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 간의 격차가 비교적 크다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이 (이미 요소투입을 끝낸 국가에 비하여) 비교적 느리다


이렇게 대략적인 비교를 통해 (정확한 값은 아니지만) 생산성 정도를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총생산량 변화분에서 자본 · 노동 투입 증가분을 제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총요소 생산성을 도출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값을 얻어내는 방식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총생산량 변화분은 '노동투입 증가분 + 자본투입 증가분 + 생산성 증가분'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비교적 구하기 쉬운 '노동투입 증가분 + 자본투입 증가분'을 총생산량 변화분에서 차감하고 나면 '생산성 증가분'이 구해집니다.


총요소 생산성의 정확한 값을 도출할 때는 두번째 방법을 많이 씁니다. 




※ 현실을 설명해낸 솔로우 모형 

- 1980~1990년대, 동아시아 성장기적은 요소축적 덕분



자, 지루한 과정을 모두 거쳤으니 이제 본 내용을 알아봅시다.


1980~90년대 경제성장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대한민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 동아시아에 위치한 네 나라 였습니다. 


이들 국가는 1970~80년대를 기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신흥산업국'(NICs, Newly Industrializing Countries)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들을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라고 불렀고, 경제성장 성공담은 '성장기적'(growth miracle)이 되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동아시아의 네 나라는 어떻게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학자들이 처음 주목한 것은 이들이 가진 공통점, '대외지향적 수출정책'(outward-oriented policies) 및 '제조업 중심 정책'(manufacturing) 이었습니다.


이건 우리 한국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조선소 · 자동차 · 철강 등 제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였고,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왔습니다. 나머지 세 국가 역시 수출제조업을 키우면서 성장해 나갔죠.  


따라서, 기존 학자들은 "대외지향적 정책에 힘입은 생산성 개선, 특히 제조업 생산성 향상이 성장기적을 만들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시장을 외국에 개방하면서 경쟁력을 얻고 산업수준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생각이었죠.


  • 알윈 영(Alwyn Young, 現 런던정경대, 前 MIT)


하지만 한 학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자  영(Alwyn Young)은 1994년 논문 <동아시아 NICs의 교훈: 통념에 반하는 시각>(<Lessons from the East Asian NICS: A contrarian view>), 1995년 논문 <숫자의 횡포: 동아시아 성장 경험의 현실을 통계로 직시하기>(The Tyranny of Numbers: Confronting the Statistical Realities of the East Asian Growth Experience) 을 통해 당시 학자들 사이에 퍼져있던 통념을 반박합니다. 


그는 "동아시아 성장기적은 대외지향적 정책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 증가 덕분이다"(factor accumulation) 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네 나라의 제조업 성장 원인도 생산성 증가 보다는 '제조업으로의 자원 재배치'(sectoral reallocation of resources)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1인당 생산량'(per capita output)과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 output)의 차이였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전자는 전체 국민의 생활수준을, 후자는 경제의 생산성을 보여줍니다.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할수록(=요소투입이 급증할수록), '근로자 1인당 생산량'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값을 기록합니다.


  • Young(1994)


분명, '1인당 생산량'(per capita) 증가율을 살펴보면 동아시아 네 나라는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높은 값을 기록했습니다. 1960~1985년 사이 연간증가율은 대만(6.2%) · 홍콩(5.9%) · 싱가포르(5.9%) · 한국(5.7%)로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2~5위를 차지했습니다. 


제일 낮은 값을 기록한 한국을 기준으로, ±2% 내에 드는 국가는 15개에 불과했습니다.


  • Young(1994)


하지만 생산성을 나타내는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을 보면 사뭇 다릅니다. 대만(5.5%, 4위) ·한국(5.0%, 7위) · 홍콩(4.7%, 8위) · 싱가포르(4.3%, 14위) 입니다. 분명 높은 순위이긴 하지만, 앞서의 순위보다는 하락했습니다. 


게다가, 제일 낮은 값을 기록한 싱가포르를 기준으로 ±2% 내에 드는 국가는 19개로 늘었고, 앞서와 달리 나머지 국가들과 두드러진 격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Young(1994), X축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율, Y축 1인당 생산량 증가율
  • 경제활동 참가율이 1% 증가할수록 1인당 생산량 0.85% 증가


알윈 영은 이를 근거로 "(생산성 향상이 아닌) 네 국가에서 발생한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 즉 노동투입 증가가 성장기적의 요인" 이라고 진단합니다. 통계분석을 통해, "1%의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이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을 0.85% 올린다."는 결과도 제시했습니다. 


네 국가는 전후 베이비붐 등의 영향으로 인구가 크게 늘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덕분에 생산과정에 투입된 사람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홍콩의 경우, 1960년 경제활동 참가율은 39%에 불과했으나 1985년에는 53%를 기록했죠. 


  • Young(1994),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의 1960~1985년간 GDP 대비 투자 비중 변화


그런데 이것은 '노동투입'(labor input) 만을 고려한 것입니다. '자본투입'(capital input)도 살펴보면 요소투입의 영향을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1960~1985년 사이, GDP 대비 투자 비중은 대만 2배 · 한국 3배 · 싱가포르 4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수치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 Young(1994)


자, 이제 '노동투입' · '자본투입' 등 요소투입 영향력을 모두 제거한 생산성의 변화, 즉 총요소 생산성의 연간 증가율을 살펴봅시다. 


홍콩(2.5%, 6위) · 대만(1.5%, 21위) · 한국(1.4%, 24위) · 싱가포르(0.1%, 63위)로 크게 하락합니다. 대만과 한국을 기준으로 81개의 국가가 ±2% 내에 들어 있습니다. 


즉, 총요소 생산성은 1인당 생산량 증가에 비해 향상되지 않았습니다.  


  • Young(1994)


마지막으로 기존 학자들이 주목했던 '제조업'을 살펴봅시다. 1970~1990년 사이, 네 나라의 근로자 1인당 제조업 생산량 증가율은 한국(7.3%) · 대만(4.1%) · 싱가포르(2.8%)를 나타냈습니다. 나머지 국가들의 평균 증가율이 3.2% 인점을 감안하면, 한국을 제외한 세 나라는 제조업 생산성이 높은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반면, 제조업 고용인구 증가율은 한국(5.5%) · 싱가포르(5.7%) · 대만(5.6%) 등 대략 6%의 연간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나머지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1% 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시아 네 나라의 제조업 성장 원천은 '생산성 향상이 아닌 노동투입 증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알윈 영은 "자본 · 노동 등 요소투입의 급격한 증가가 동아시아 성장기적의 대부분을 설명한다"(rapid factor accumulation, of both capital and labour, explains the lion's share of the East Asian growth miracle.) 라고 결론 내립니다. 


즉, 동아시아 네 나라의 성장은 솔로우 모형이 말하는 "'자본축적'(혹은 '요소축적')이 경제성장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현실에서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 생산성 향상 없이 진행된 요소축적... 지속가능 할까?

- 아시아 기적의 근거없는 믿음


우리가 이전글을 통해 솔로우 모형을 공부[각주:3]했다는 사실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자본축적'(요소축적)이 미국이 아닌 동아시아 경제성장도 설명할 수 있었으니깐요. 이론은 현실을 설명해 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찝찝한 마음도 감출 수 없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축적 이외에 기술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생산성 혁신 없이 자본축적에 의존하는 성장은 결국 0%의 성장률로 귀결될 겁니다.


2017년인 지금은 과거의 동아시아를 단순한 호기심으로 바라볼 순 있지만, 1990년대 당시를 보냈던 경제학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알윈 영의 주장처럼 동아시아 성장기적이 요소축적에 의한 것이라면, 언젠가 이들의 성장세가 멈추지 않을까요? 



1994년 11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각주:5])은 의미심장한 글을 내놓았습니다.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아시아 기적의 근거없는 믿음>(The Myth of Asia's Miracle)을 통해 동아시아 경제를 향한 우려를 표현했습니다.


(주 : 이 글은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라는 단행본 중 한 챕터로 번역 출판 되었습니다.)


"아시아 붐에 대한 일반인들의 열기에는 찬물을 약간 끼얹어야 마땅하다. 아시아의 급성장은 많은 저술가들의 주장처럼 서구의 모델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성장의 미래 전망은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제한적이다." (...)


"성장회계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시작하면, 경제성장의 과정에 관해 아주 중요한 점을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은 한 나라의 1인당 소득의 지속적인 성장은 투입단위당 생산이 증가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투입 생산요소의 이용효율은 높이지 않고 단순히 투입량만을 늘리는 것은 결국 수익률 감소에 부딪히게 되어 있다. 즉 투입에 의존하는 성장은 어쩔 수 없이 한계를 지니게 마련이다."


"1950년대의 소련처럼 아시아의 신흥 공업국들이 급성장을 이룩한 것은 주로 놀랄만한 자원의 동원 덕분이었다. 이들 국가의 성장에서, 급증한 투입이 발휘한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나면 더 이상 말할 거리가 별로 남지 않는다. 


높은 성장기에 보여준 소련의 성장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의 성장도 효율성의 증가보다는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이례적인 투입 증가에 의해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성장이 주로 투입증가에 의한 것이고, 그 곳의 축적된 자본이 벌써 수익체감의 현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완전히 이치에 부합되는 행동이다. (...) 최근 몇 년 간의 속도로 아시아의 성장이 지속될 수는 없다."


폴 크루그먼. 1996. "아시아 기적의 신화".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229-244

(원문 : Paul Krugman. 1994. "The Myth of Asia's Miracle". <Foreign Affairs> )


솔로우 모형을 배운 사람들에게, 그리고 알윈 영(Alwyn Young)의 논문을 본 사람들에게, 폴 크루그먼의 이 글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새로운 놀랄만한 사실이 없습니다.


하지만 1994년 당시 동아시아 성장기적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컸던 상황에서 이런 글이 나왔다는 점, 그리고 3년 후인 1997년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각주:6]했다는 사실이 이 글의 주목도를 키웠습니다.  


물론, 폴 크루그먼은 3년 후에 다가올 위기(crisis)[각주:7]를 예측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언론이나 사람들은 이 글을 "3년 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한 글" 이라고 말하는데, 크루그먼은 단지 솔로우 모형이 이야기하는 성장률 저하(=수렴현상)를 이야기 했을 뿐입니다. 


그는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1998년에 쓴 글[각주:8]에서 "우리는 단지 장기적으로 성장률 둔화가 점진적으로 발생할 것 이라고 예측했을 뿐이다."[각주:9] 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찌됐든 이 글은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다는 것과 맞물려서 큰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은 '아시아의 기적'을 칭송하는 대신 "그럼 이제 아시아의 성장세는 멈추는 걸까?" 라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죠. 


(사족 :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요소투입'의 역할을 보려면,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각주:10] 참고)




※ 생산성! 생산성! 생산성!


[경제성장이론 시리즈] 두번째 글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이번글을 통해서, "솔로우 모형이 실제 현실 설명에도 적용 가능" 하며, "1970~1990년대 동아시아 성장은 생산성 증가가 아닌 요소축적에 의해 달성된 것", 그리고 "생산성 증가 없는 성장을 기록해온 동아시아는 결국 솔로우 모형이 말한 바와 같이 성장률 저하를 경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분명 솔로우 모형이 강조한 '자본축적'은 경제성장 달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분명 동아시아 네 국가는 요소축적 힘만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죠. 그러나 결국 생산성 혁신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 하다는 한계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는 또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에도 '요소투입'에 의존하여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가 있을까? 

- 중국경제는 '중진국 함정'에 빠졌을까


: 만약 오늘날에도 생산성 증가 없는 요소투입에 의존하는 국가가 있다면, 이 나라는 향후 몇년 내에 점차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혹은 걱정) 할 수 있습니다. 


2017년 오늘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는 국가 중 대표는 바로 '중국' 입니다. 


1990년 이래로 과거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성장방법도 유사합니다. 중국은 '많은 투자'를 통해 집중적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있으며, 기존에 산업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생산에 투입되어 생산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중국이 '요소투입'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많은 걱정을 하게 만듭니다. 만약 중국이 생산성 혁신을 하지 못하여 성장률이 점차 하락한다면, 세계경제는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죠. 실제로 10% 넘었던 경제성장률은 최근 7%~8% 부근까지 하락했습니다. 


생산성 혁신을 하지 못하여 낮은 성장률에 빠지는 경우를 경제학자들은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 이라고 부릅니다. 더 이상 1인당 소득을 늘리지 못하여 중진국에 머무르게 된다는 말이죠.


과연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일까요? 혹은 빠지게 될까요?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이를 알아봅시다.



1997 외환위기 이후 생산성을 끌어올려온 한국


  •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2000년대 중반 이후 생산성주도형 경제로 이행'. 2012.06.20


: 1997 외환위기 이전 한국은 분명 요소투입에 의존하는 문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한국경제 자체가 과잉투자에 의존한 채 성장[각주:11]해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1997년 이후 한국경제는 과거와 다릅니다. 한국의 총요소 생산성 기여율은 극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1981~1990년 사이 생산성이 성장에 기여하는 크기는 19.6%에 불과 했으나, 2006~2010년에는 47.3%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생산성 혁신'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 주제도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공부해봅시다.



생산성 둔화 현상


: 한국의 생산성은 많이 개선되었으나,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미국의 고민은 '생산성 둔화 현상'(Productivity Slowdown) 입니다. 


1990년대 IT붐의 힘으로 높은 생산성 증가율을 기록해온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증가율이 둔화 되었고, 2008 금융위기 이후에는 더 낮은 값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분명 세상은 이전보다 더 발전되고 진보한 것처럼 보입니다. 인터넷, 스마트폰, 각종 전자기기, AI 등등 그동안 IT 산업의 발전은 눈 부셨습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생산성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이것도 다른글을 통해 좀 더 깊게 생각해 봅시다.

 


생산성은 어떻게 증가시킬 수 있는가?


: 이전글 솔로우 모형[각주:12]을 공부하고 난 뒤에 느꼈던 찝찝함이 이번글을 읽은 후에도 남아있습니다. 이전글 마지막 부분에 제가 제기한 물음은 이것이었습니다. "왜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발생하나?"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가 외생적(exogenous)으로 발생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는 "그럼 어떻게 하면 기술진보율, 즉 생산성을 끌어올리느냐?" 라는 물음에 답을 해주지 못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이전글 마지막에도 밝혔듯이, 불만족을 느낀 다른 여러 경제학자들은 '기술진보가 내생적으로 발생하는 모형'을 통해, 현실경제에 대한 설명력을 키우려고 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내생적성장 모형'(endogenous growth model)을 살펴봅시다.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내는 요인은 무엇일까? 

- 자본축적이냐 기술진보냐


: 이번글의 맨 첫부분, 솔로우 모형 복습에서도 살펴봤듯이, 국가간 성장률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죠. 


따라서, 1980~90년대 동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자본축적량을 빠르게 늘리면서(=요소투입을 빠르게 늘리면서) 고도성장을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오직 자본축적(=요소투입)만이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내는 요인일까요? 


국가간 기술진보 정도, 즉 생산성이 달라도 성장률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높은 생산성을 가진 국가는 더 빠르게, 낮은 생산성을 가진 국가는 더 늦게 성장할 겁니다. 이때 기술진보가 불러오는 성장은 정상상태 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상상태에 다다르기 이전에도 기술진보율이 높은 국가(=생산성이 높은 국가)는 더 빠르게 성장 가능합니다.


따라서 '기술혁신이 빠르게 발생하며 유출을 원천 차단한 선진국' / '시장개방 정도가 더 높고 기술흡수 잠재력이 높은 개발국' 등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율이 외생적으로 주어졌으며 전세계 동일하다고 가정합니다. 


선진국에서 개발된 기술은 전세계 어디로나 확산(diffusion) 되는 공공재(public good)이기 때문에, 국가간 생산성 차이가 성장률 격차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죠. 


이번글에서는 우선, "빠른 성장을 불러오는 요인은 자본축적 이다" 라고 주장하며 솔로우 모형을 옹호하는 학자만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추후 [경제성장이론 시리즈]의 다른글들을 통해,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기술 격차(technology gap) 혹은 아이디어 격차(idea gap)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 경제학자를 알아볼 계획입니다. 


'자본축적 vs 기술진보' (요소투입 vs 생산성혁신) 라는 쟁점, 다르게 말해 '기술을 공공재로 바라보느냐 아니냐'가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를 계속 머릿속에 넣어둔채로 천천히 알아봅시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제 블로그에서 '수식'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많은 경제학이론이 그렇듯이 솔로우 모형 또한 수리적으로 엄밀하게 도출되었습니다.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4. [1997년-2005년]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① - 2008 금융위기의 씨앗. 2016.01.22. http://joohyeon.com/243 [본문으로]
  5. 폴 크루그먼은 '국제무역이론을 수립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학문적 업적은 본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http://joohyeon.com/220 [본문으로]
  6.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2015.12.29 http://joohyeon.com/247 [본문으로]
  7. 경제학용어인 '위기'(Crisis)는 단순한 성장률 저하를 뜻하지 않습니다. 경제위기란 현재 생산량이나 증가율에 오랜기간 타격을 주는 현상을 뜻합니다. '위기'의 정확한 개념에 대해서는 http://joohyeon.com/248 참고 [본문으로]
  8. "아시아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What Happened to Asia?). 1998.01. http://web.mit.edu/krugman/www/DISINTER.html [본문으로]
  9. "we expected the longer-term slowdown in growth to emrge only gradually." [본문으로]
  10.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2013.10.18. http://joohyeon.com/169 [본문으로]
  11.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2013.10.18. http://joohyeon.com/169 [본문으로]
  12.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1. 오랜만에 보는 글이네요.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 ㅇㅇ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성이 돋보이네요!
  3. 학생
    머리에 쉽게 쏙쏙 들어오는 글 감사합니다! 정말 유용하고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4. 학생2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조금 헷갈리는 부분이 있어 댓글을 남깁니다.
    1편 포스팅에서 자본축적은 성장이 아닌 생활수준(level) 향상에 기여하고, 기술진보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요인이라 설명하셨는데요, 본문에서는 다시 자본축적과 기술진보 둘 다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성장회계식에서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본축적"이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것은 steady state이 아닌 "이행경로" 에 있을 때를 의미하고 "기술진보"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끄는 요인이라 하신 것은 "steady state" 자체를 높일 수 있을 의미하는 건지요??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Posted at 2015.07.30 20:26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범한 유로존의 근본적결함



[유럽경제위기 시리즈]를 통해 누차 말했듯이,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Optimum Currency Area Criteria)[각주:1]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발하였다. "일단 유로존이 출범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립조건을 충족시켜 나갈 것이다"라고 믿었던 최적통화지역 내생성(Endogeneity of OCA)은 현실화 되지 않았다. 



유로존 출범 이후 누적되어온 독일 등 핵심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와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 즉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각주:2]은 최적통화지역 이론에 위배된채 출범한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로존을 범위로 하였을때 유로화 그 자체는 변동환율이 적용되지만, 유로존에 속한 개별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에만 맞추어 유로화 통화가치를 조정할 수 없다. 이는 곧 별국가에서 대외불균형이 발생했을때 환율변동을 통한 균형조정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또한, 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상실'하였다. 만약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보유했더라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하여 환율을 인위적으로나마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유로존 전체를 관할하는 유럽중앙은행(ECB)만을 보유했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한 환율개입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고정환율제 · 독자적인 중앙은행 상실이라는 결함을 유로존이 가지고 있더라도, 개별국가들이 경기변동 동조화를 보이거나 상품가격·임금 신축성 등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켰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유럽 핵심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흑자를 혹은 주변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 혹은 경상수지 적자를 공통적으로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유로존 소속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상승하고, 모두가 경상수지 적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하락한다. 유로존은 유로화 환율 변동을 통해 대외균형을 이룰 수 있다.


또한,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상품가격·임금 신축성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경상수지 적자 발생시 상품가격·임금 하락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하여 경상수지 균형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리를 하면, 유로존이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경기변동이 동조화' ·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상품가격 · 임금 신축성 보유' 등의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만족시켰어야 했다.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이 교정되지 않고 지속되어왔다는 사실은 '최적통화지역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는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드러내고 있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은 경제위기 진행와중에도 문제를 일으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전체를 관할하는 중앙은행이다. 만약 유로존 전체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면 적극적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구사했을테지만, 유로존 일부지역에서만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할지 몰라서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위기 발생 지역에는 이점을 가져다주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는 인플레이션만 불러오기 때문이다.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계속해서 논쟁이 펼쳐질 수 밖에 없었다[각주:3]. 독일은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기보다, 주변부 국가들이 재정지출을 줄여서 부채를 상환하기를 원했다.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의 이러한 요구에 반발했고 그와중에 유럽경제위기는 더욱 더 심화되었다.



여기에더해, 나머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인 'region간 자유로운 노동이동' · '재정통합'들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 또한 유럽경제위기가 커지는데 일조를 했다. 


유럽경제위기는 '경상수지 불균'이 누적된 상황에서, 미국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 유럽은행이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자산손실을 입은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주변부 국가들은 구제금융을 금융부문에 투입하였다. 그 결과, 유럽 주변부 국가들에서 재정적자가 발생하고 국가부채가 크게 증가하였다. 유럽의 은행위기(Banking Crisis)가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가 된 것[각주:4]이다.


만약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인 'region간 자유로운 노동이동' · '재정통합'을 유로존이 충족시켰더라면, 유럽은행위기는 재정위기로까지 발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번글에서는 이러한 2가지 조건을 중심으로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original flawed design of the euro)인 '재정동맹(fiscal union)  은행동맹(banking union) · 자유로운 노동이동(free labor mobility) 없이 출범한 유로존'을 살펴볼 것이다.



  

※ 자유로운 노동이동과 재정동맹 · 은행동맹의 중요성

- 미국과 유로존의 유사점과 차이점


'재정동맹'(fiscal union)이란 간단히 말해 '같은 통화를 공유하는 국가간에 재정이전(fiscal transfer)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상태'를 뜻한다. 


이러한 상태는 다시 여러 층위로 구분할 수 있다. 한 국가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했을때 다른 국가들이 단순히 '채무공동보증'(joint guarantee)을 서주는 경우 · 여러 국가들이 안정화기금 등을 평소에 공동으로 적립하고 위기가 발생했을때 이를 사용하는 경우(stabilization fund) · 한 국가에서 세입이 부족한 다른 국가로 직접적인 재정이전을 해주는 경우(fiscal equalization) · 아예 연방정부를 만들어 연방재정을 운용하는 경우(fiscal federalism) 등이 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니 쉽게 생각하자. '재정동맹'(fiscal union)은 현재 미국을 생각하면 된다. 여러 주들로 구성된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세금의 수입과 지출을 관리한다. 하지만 유로존은 연방정부가 존재하지 않고 각 국가들이 재정을 관리한다. 



미국과 유로존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더 알아보자. 


미국은 여러 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각 주들의 GDP는 중소국가의 GDP에 맞먹고 독자적인 주 헌법도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주들은 '달러화'를 같이 공유한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을 '독립적인 각 주들이 통화동맹을 구성한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점에서 미국과 유로존은 유사하다. 유로존의 독일 ·  프랑스 · 그리스 · 스페인 등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 텍사스쿠 · 펜실베니아주 · 마이애미주로 대응해서 생각하면 된다.  


미국과 유로존 간에는 이러한 유사점과 함께 차이점도 존재한다. 


첫번째 차이점은 '미국은 각 주들간의 노동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유로존은 소속 국가들간의 노동이동이 비교적 힘들다'는 점이다. 미국인은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뉴욕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세금을 거두고 이를 각 주에 배분한다. 하지만 유로존 소속 국민들은 다른 나라로 이동하기가 비교적 어렵다. 정치구조, 문화 등이 완전히 다른나라로 이민을 가는 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차이점은 '미국은 연방재정이 존재하고 유로존은 개별국가들이 재정을 독자적으로 운용한다'라는 것이다. 미국은 각 주들이 독자적인 재정도 운용하지만, 연방정부가 각 주에서 세금을 거두고 배분한다. 미국의 주들은 같은 나라 국민들끼리 재정을 공유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이에반해,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통화를 공유하지만 재정만큼은 국가단위에서 운용하고 있다. 세금의 수입·지출 관리는 국가의 주권(sovereignty)과 관련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은행안정을 담당하지만, 유로존은 개별국가가 은행을 관리한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은행감독을 실시하고 있으며, 한 주에 위치한 은행이 파산위험에 처한다면 연방정부 차원에서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한다. 그러나 유로존은 개별국가에 위치한 은행감독 책임을 해당국가에 물리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에 위치한 은행 감독은 유로존 차원에서 담당하는게 아니라 그리스정부가 맡고있다. 또한, 개별국가 은행이 파산할 경우 유로존 차원의 구제금융 자금 투입은 금지되고 있다.(no bail-out clause)  


정리하면, 미국은 통화동맹을 이룸과 동시에 재정동맹 · 은행동맹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노동이동도 자유롭다. 하지만 유로존은 통화동맹은 이루었으나 재정동맹 · 은행동맹이 없고 노동이동이 비교적 어렵다.   


미국과 유로존의 이러한 차이점은 경제위기 발생 이후 대응에서 큰 차이를 초래한다. 


첫째, 미국은 한 주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노동이동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경기상황이 비교적 좋은 다른 주로 이동하여 실업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로존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유로존내 특정국가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때 해당국가 국민은 경제상황이 비교적 좋은 다른나라로 쉽사리 이동하지 못한다. 말그대로 다른나라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침체가 발생한 국가의 실업문제는 심화된다.  


둘째, 미국의 한 주에서 은행위기가 발생한다면 연방정부 차원에서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하여 위기를 조기에 진화시킬 수 있다. 게다가 평소 연방정부 차원에서 미국내 은행들의 거래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은행위기 자체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유로존내 한 국가에서 은행위기가 발생한다면 그건 그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여기에더해, 유로존 차원의 은행감독 부재는 은행위기를 예방하지도 못한다. 유로존 성립 이후 금융통합이 심화되어 유럽은행들은 유로존내 국경을 뛰어넘는 거래(cross-border transaction)를 많이 하고있지만, 유로존 차원의 은행감독은 부재하고 개별국가의 감독책임만 있다. 결국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자신들 나라에 위치한 은행이 다른나라 은행과 어떠한 거래를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은행위기를 예방하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셋째, 미국은 한 주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때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만약 경기침체가 발생한 주의 재정상태가 좋지않더라도, 연방정부의 재정이 집행되기 때문에 안정화정책이 용이하게 실시될 수 있다. 그러나 유로존은 특정국가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그 국가가 재정정책의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해당국가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면, 경기침체에 대응한 재정지출 증가는 재정상태를 더욱 더 악화시킨다. 


더욱이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각주:5]하자.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는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쓸 수 있는 안정화정책은 재정정책 뿐이다. 경제위기 발생 이전부터 재정정책이 모든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재정상태가 좋지않더라도,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재정정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경기침체를 겪은 국가가 재정지출 증가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 + '안정화정책 수단으로서 재정정책만이 남은 상황'으로 인해 경제위기가 지나간 후 남은건 '재정적자 심화'와 '국가부채 증가'이다.           


미국은 '성공한 통화동맹' 이다. 특정 주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때 '노동이동'과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연방 차원의 은행감독'을 통해 은행위기를 예방할 수도 있다.


반면 유로존은 (현재로서는) '실패한 통화동맹'이다. 특정 국가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했을때 '노동이동의 경직성'은 실업문제 해소를 어렵게 만든다. '개별국가가 재정정책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경제위기 이후 남은건 급증한 국가부채이다. 또한, '은행감독 책임이 개별국가에' 있기 때문에, 은행위기 예방도 불가능하다. 


유로존 결성 이전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점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당연히 예상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미국과 유럽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며,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을 예상했다. 



   

※ '노동이동 경직성'이 존재하고 '재정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통화동맹을 구성한다?


유로존 결성 이전부터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지적해온 대표적인 경제학자는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 등이다. 이번글에서 Paul Krugman의 논문을 통해 '노동이동' · '재정이전'의 중요성을 알아보자.


Paul Krugman은 1993년 논문 <Lessons of Massachusetts for EMU>(<유럽통화동맹을 위한 매사추세츠 주의 교훈>)을 통해, "유로존이 통화동맹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노동이동과 연방재정(Federal Budget)이 필요하다." 라고 주장한다. Paul Krugman의 논리를 따라가보자.


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유로존 결성 이전, 그리스에 상품을 판매하려는 기업은 그리스에 위치해야 했다. 상품의 운송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로존 도입 이후 국가간 무역거래비용은 감소(reduction of transaction cost)되고, 이제 기업은 그리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상품을 생산한 뒤 운송을 해도 이윤이 남는다. 


이제 기업들의 입지결정이 달라졌다. 굳이 여러 국가에 생산공장을 둘 필요가 없다. 유로존 도입 이후 기업들은 '외부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기위해 특정국가 한 곳에 모여서 제품을 생산[각주:6]하기 시작했다. 어떤 국가에는 A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이, 또 다른 국가에는 B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이 몰려든다. 그 결과, 유로존 도입 이후 국가별 특화(regional specialization)가 심화되고 유로존 소속 국가내 산업다양화는 줄어들것이다(being less diversified).     


국가별특화 심화와 산업다양화 감소는 경제위기 발생시 비대칭적 충격을 심화시킨다. 만약 A산업 공장이 여러 국가에 골고루 위치해 있을때 A산업 수요가 줄어든다면 여러 국가가 동시에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A산업 공장이 한 국가에만 집중되어 있을때 수요가 감소한다면 그 한 국가에만 경기침체가 발생한다. 즉, 유로존 결성 이후에는 '특정국가에 집중된 위기가 발생할 위험'(a greater risk of severe region-specific recessions.)이 높아진다.


'경기변동에 대한 대칭적충격'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중 하나[각주:7]임을 기억하자. 결국 유럽통화동맹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에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럼에도 다른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인 '자유로운 노동이동'이 만족된다면 경제위기는 해결될 수도 있다. 경기침체가 발생한 국가의 국민이 다른 국가로 이동하면 실업은 해결된다. 


문제는 '자유로운 노동이동을 통한 실업감소가 상당히 느리게 진행'된다는 점과 '국민이 다른국가로 이동하면, 경제위기 이후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발생 이후 노동이동이 즉각적으로 발생하면 실업은 단시간에 해결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노동이동이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기(not instantaneous)때문에, 경제위기 발생 이후 몇년간 실업은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이 경우 해당국가가 재정정책을 집행하여 실업문제를 빨리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는 재정정책을 집행할 유인이 없다. 왜일까? 


실업상황에 빠진 국민들은 느리게나마 다른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나간 후 해당국가의 경제활동인구(labor force)는 크게 감소할 것이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생각하자. 경기침체가 해결된 이후 생산량의 침체갭(recessionary gap)은 없어질테지만 잠재성장(potential growth) 자체는 하락하고 만다. 어차피 잠재성장이 줄어들텐데 재정지출을 늘려서 실업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지출 증가는 단지 국가부채 증가만을 초래할텐데 말이다.


Paul Krugman은 '자유로운 노동이동은 생산량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쳐서 재정정책 사용을 방해한다."(in an environment of high factor mobility such shocks will tend to have permanent effects on output, which will tend to immobilize fiscal policy as well.) 라고 지적한다. 


이어서 그는 "이처럼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는 재정정책을 쓸 유인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연방차원에서 재정정책을 구사해주어야 한다" 라고 말한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역할을 해주고 있고, 유로존에도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시스템'(a highly federalized fiscal system)가 필요할 것이다. 


(주 : 한 가지 고려해야 하는 것은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전형적인 케인즈주의자(old-Keynesian) 라는 점이다. 그는 "실업과 경기침체는 빨리 해소되어야 한다."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노동이동을 통한 실업감소가 느리게 이루어질 동안 연방정부가 재정정책을 구사해야한다" 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재빠른 경기침체 감소'를 중요하게 생각치 않는 경제학자라면 이러한 주장을 펼치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자 John Cochrane은 전형적인 케인즈주의자들이 펼치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각주:8].)


유로존이 결성되기 한참 이전인 1993년에 이러한 논문이 나왔으나, 모두 알다시피 2015년 현재에도 유로존은 '연방정부 차원의 재정시스템'이 부재하다. 


유럽재정위기로 시끄러웠던 2012년, Paul Krugman은 새로운 논문을 통해 '1993년에 했던 이야기'를 되짚는다. 2012년 논문 제목은 <Revenge of the Optimum Currency Area>(<최적통화지역의 역습>). 제목부터 심상치않다;



  • 플로리다 주와 연방정부 간의 관계

  • Revenue paid to DC : 플로리다 주가 워싱턴DC, 즉 연방정부에 낸 세금

  • Special unemployment benefits : 플로리다 주가 연방정부에게서 받은 실업보험 액수

  • Food stamps : 플로리다 주가 연방정부에게서 받은 일종의 사회안전망 액수


Paul Krugman은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사례를 통해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보여준다. 2008 금융위기의 여파로 플로리다 주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플로리다 주가 경기침체에 빠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플로리다 주는 미국 연방정부의 도움을 받았다.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자동안정화장치가 작동하였고, 플로리다 주는 연방정부에 세금을 덜 바쳤다. 2007년 연방정부에 납부한 플로디다 주의 세금은 136 Billion(약 136조원)이었으나, 2010년 액수는 111 Billion(약 111조원)에 불과했다. 무려 25 Billion(약 25조원)이나 감소하였고, 감소분만큼 플로리다 주에 쓰일 수 있었다.


플로리다 주가 받은 더 큰 도움은 연방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재정이전(fiscal transfer)을 받은 것이다. 실업보험 · 푸드스탬프 등 사회안전망 프로그램 차원에서, 플로리다 주가 경기침체 발생 이후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액수는 무려 7.9 Billion(약 8조원)에 달했다. 이는 경제위기 이전과 비교하여 6.6 Billion(약 6.6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실증사례를 통해, Paul Krugman은 '통합재정'(fiscal integration)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다.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통화동맹이 '최적통화지역'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통합재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처음부터 '재정동맹'을 성립조건 중 하나로 요구해왔고, 이를 무시한채 출범한 유로존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최적통화지역에 관해 말해왔던 모든 것을 무시한채 유로존이 만들어졌습니다. 단일통화 사용 그 자체가 초래하는 문제를 약하게 말한 것만 빼면, 불행하게도 최적통화지역은 절대적으로 옳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최적통화지역 이론이 반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The creation of the euro involved, in effect, a decision to ignore everything economists had said about optimum currency areas. Unfortunately, it turned out that optimum currency area theory was essentially right, erring only in understating the problems with a shared currency. And now that theory is taking its revenge.)


Paul Krugman. 2012. <Revenge of Optimum Currency Area>. 447  



  

※ 위험감소냐, 위험분담이냐

-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 · 구제금융 방지 조항


그렇다면 유로존 출범 당시, 왜 유럽 정치인과 관료들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말해온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았던 것일까? 유럽 관계자들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채 유로존을 출범시킨 것은 아니다. 그들은 멍청하지 않다. 다만, 경제학자들과 다른 접근법을 취했을 뿐이다.


Paul Krugman을 포함하여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경기침체가 발생할때'를 상정해놓고 '재정통합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는 경제위기가 발생할시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위험을 분담(risk sharing)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럽 관계자, 특히 독일은 위험분담 보다는 애초에 위험을 감소(risk reduction)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유로존 소속 국가가 평상시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한다면 위기발생 가능성 자체가 감소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유로존은 출범 당시부터 현재까지 소속 국가들에게 일정한 기준(convergence criteria)을 유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나 강조되는 기준은 안정성장협약(the Stability and Growth Pact)으로 체결된, '재정적자 3% 이내' ·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60% 미만' 등의 '엄격한 재정규율준수'(fiscal discipline) '경기침체 발생 국가에 대한 유로존 차원의 구제금융 금지'(no bail-out clause)이다.


이러한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fiscal discipline)와 '구제금융 금지'(no bail-out clause)는 '위험을 감소'(risk reduction)시키는 것 외에 또 다른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유럽중앙은행(ECB)의 인플레이션 발생 욕구 억제이다. 만약 유로존 소속 한 국가가 재정적자를 운용한 결과 경제위기에 처할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위기발생 국가 채권을 매입해줄 압력을 받게된다(inflationary debt bail-out). 이럴 경우 유로존 전체의 인플레이션 안정이 깨지게된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유지가 중요하다.  


둘째, 유로존 국가간 채권금리 인상 파급효과(cross-border interest rate spillover) 방지이다. 만약 한 국가가 재정을 방탕하게 운용하여 채권금리가 상승할 경우, 그 국가의 채권금리 인상은 여러 파급경로를 통해 다른 국가의 채권금리도 상승시키게 된다. 그 결과, 유로존 전체의 채권금리가 상승하게 되고 이는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따라서, 개별 국가들이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여 다른 국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유로존 국가간 정책 공동화(policy coordination) 추구이다. 누차 말했다시피,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없다. 모든 국가가 단일한 통화정책을 영향을 받는 가운데, 재정정책은 각기 다른방향으로 유지될 경우 통화정책과의 공조가 깨지게된다. 또한, 유로존 소속 국가들간의 공조도 흐트러진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위해 개별국가에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를 요구하였다. 


넷째, 정을 방탕하게 운영하는 국가의 무임승차(free-ride)와 도덕적해이(moral hazard) 방지이다. 만약 재정적자를 기록해서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를 유로존이 도와줄 경우, 재정을 건실하게 유지해온 국가는 피해를 보게 된다. 또한, 구제금융을 상설화할 경우 굳이 재정규칙을 엄격하게 지킬 유인이 사라진다. 무임승차와 도덕적해이를 막기위해서는 구제금융 금지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위험감소 정책은 평상시 유로존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유로존은 경제위기 대응책 보다는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역사적경험으로 인해 '재정적자' · '정부부채' ·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싫어하는 독일[각주:9]은 이러한 조건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문제는 경제위기가 발생할 시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와 '구제금융 금지'가 오히려 위기를 키운다는 점이다.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말했다시피, (애초부터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문제였던 그리스를 제외하고) 유럽경제위기는 '은행위기'(banking crisis)로부터 시작되었다. '구제금융 금지'로 인해 유로존 주변 국가들은 자국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모두 떠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로인해,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증가하였는데 '재정규율'을 지키기 위해서 긴축정책(austerity)을 시행하라는 요구[각주:10]가 들어왔다. 경기침체시 재정정책의 승수는 매우 크기 때문에[각주:11], 재정규율을 준수하기 위한 긴축정책은 위기를 심화시켰다.


분명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fiscal discipline)와 '구제금융 방지'(no bail-out clause)는 경제위기 발생 위험을 줄이기(risk reduction) 위해 꼭 필요한 조항들이었다. 그러나 막상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유로존 차원에서 위험을 분담(risk sharing)하는것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였다. 


만약 미국처럼 유로존 차원의 '연방재정'(federalized fiscal system)이 존재했더라면 위기에 대응하기가 훨씬 더 수월했을 것이다. 또한, 유로존차원에서 각국 은행들의 대외거래(cross-border transactions)를 감독할 수 있었더라면 은행위기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이동이 자유로웠더라면 주변부 국가들의 실업문제는 비교적 빨리 해결됐을 수도 있다. 



  

※ 유로존 - 서로 다른 나라들끼리 뭉쳐진 통화동맹


유로존은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유로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는다. 


비교적 손쉽게 이루어지는 개혁은 '은행동맹 결성'(banking union) 이었다. 은행들에 대한 감독과 감시를 개별국가에 맡기는게 아니라, 유로존 차원의 감독을 통해 금융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개혁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재정동맹'(fiscal union)과 '자유로운 노동이동'(free labor mobility)이다. 이제 경제위기를 겪고 난 뒤의 교훈으로 유로존 차원의 연방재정을 만들어야 할까? 그리고 경기침체를 겪은 국가를 다른 국가들이 도와줘야 할까? 마지막으로, 경기침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다른 나라 국민들이 이주해온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해야 할까?


최적통화지역 이론상으로는 마땅히 그래야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미국과는 달리 유로존은 '서로 다른 나라들끼리' 뭉쳐진 통화동맹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유럽'을 위한 정치적 프로젝트로 진행된 유로존은 역설적으로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통합' 이다.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국가에 바친 세금을 다른나라 국민을 위해서 쓴다? 이건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예를 생각하면 쉽다. 우리가 바친 세금을 일본이나 중국을 위해 쓴다? 이것을 받아들일 한국인은 얼마 없을 것이다. 재정은 나라의 주권(sovereignty)과 관련된 사항이다. 노동이동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정치 · 문화 · 생활방식을 가진 다른나라 국민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이민(immigration)은 언제나 민감한 주제 중 하나였다. 


이러한 갈등은 2015년 현재 '그리스 경제위기'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독일인들은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그리스인을 비난[각주:12]한다. 반대로 그리스인들은 구제금융 조건으로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독일인들을 비난[각주:13]한다.  


긴축을 요구하는 독일 등 유럽 중심부 국가가 옳으냐, 부채탕감과 재정이전을 요구하는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유럽 주변부 국가가 옳으냐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엄격한 재정규율 준수와 구제금융 금지는 위기를 심화시키지만, 그것이 없다면 무임승차와 도덕적해이 문제가 발생한다. 경기침체기의 긴축정책은 경제성장을 훼손시키지만,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부채를 감축해야 한다. 


단지 "유럽인들 사이의 이러한 갈등은 서로 다른 나라끼리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을 보여준다."라는 해석만 할 수 있을 뿐이다.



  1.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2.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3.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28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4.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2015.07.27 http://joohyeon.com/226 [본문으로]
  5.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28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6.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 2015.07.30 http://joohyeon.com/218 [본문으로]
  7.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30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8. 'Mankiw and Conventional Wisdom on Europe'. 2015.07.28 http://johnhcochrane.blogspot.kr/2015/07/mankiw-and-conventional-wisdom-on-europe.html [본문으로]
  9. 'Germany's hyperinflation-phobia'. 2015.11.15 The Economist [본문으로]
  10. '[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2013.04.19 http://joohyeon.com/145 [본문으로]
  11. '[긴축vs성장 ①]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2012.10.20 http://joohyeon.com/114 [본문으로]
  12. 'Germany’s Destructive Anger'. NYT. 2015.07.15 [본문으로]
  13. 'Greece’s Alexis Tsipras faces Syriza rebellion over ‘humiliation’. FT. 2015.07.14 [본문으로]
  1. 비밀댓글입니다
  2. 비밀댓글입니다
  3. 궁금합니다
    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배운게 너무 많아서 좋네요!!!
    근데 하나 이해가 잘 안가는게, 재정지출을 할 수 있는 연방정부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크루그먼의 주장에서요
    개별정부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서 재정지출을 할 인센티브가 없다는 내용인데요
    실업이 장기간 해결되지 않아 노동이동이 증가하면 잠재성장이 악화되겠지만,
    만약 조기에 재정지출을 통해서 실업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면 잠재성장이 감소량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글에서는 '재정지출을 하더라도 노동이동은 어자피 이루어지기 때문에 잠재성장이 감소하고 부채만 증가할 뿐이다'라고 나와있어서요...
    정부가 조기에 재정지출을 하더라도 노동이동을 막을 수 없는 건가요??
    • 2017.02.27 07:23 신고 [Edit/Del]
      크루그먼의 논문은 1993년에 쓰여진 것입니다. 당시에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경제의 잠재성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즉 '이력현상'(hysteresis effect)에 대해 학자들 간의 의견이 부정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즉. "정부의 재정지출이 증가하더라도 잠재성장은 변화시킬 수 없다"가 일종의 합의였죠.

      장기적인 경제성장이라는 것은 결국 '생산성의 증가'에 달린 것인데, 재정지출 증가는 일시적인 경기변동 완화책일 뿐이라서요.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Posted at 2015.07.30 20:25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


지난 [유럽경제위기 시리즈]를 통해, '유로존 결성 이전' · '유로존 결성 이후부터 2008 금융위기 이전까지' · '2008 금융위기 이후 유럽재정위기 발생까지'를 살펴보았다. 


유럽은 '하나의 유럽' 이라는 정치적목적을 달성하기에 앞서 경제통합을 우선 진행하였다. 당시 많은 경제학자들이 "유럽은 단일통화를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 라고 지적하였으나, 유럽통합은 경제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정치적 프로젝트 였다. 경제학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은 결성되었다.



본래 여러 국가가 단일통화를 공유하려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Optimum Currency Area Criteria)를 만족시켰어야 했다[각주:1].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은 ① 통화를 공유하는 국가간 자유로운 노동이동 ② 상품가격과 임금의 신축적인 조정 가능 ③ 통화를 공유하는 국가간 재정이전 가능 ③ 경기변동 충격이 통화지역 소속 국가간에 대칭적으로 발생 등이 있다.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하지 못한채 출범이 되었고 결국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은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에서 자라고 있었다[각주:2]. 유로존 출범 이후, 독일 ·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온 반면에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유로존 내 불균형'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도입된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을 3가지 지점을 통해 보여주었다.


첫째,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로존을 범위로 하였을때 유로화 그 자체는 변동환율이 적용되지만, 유로존에 속한 개별국가들은 자국의 이익에만 맞추어 유로화 통화가치를 조정할 수 없다. 이는 곧 개별국가에서 대외불균형이 발생했을때 환율변동을 통한 균형조정이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변동환율을 채택한 국가는 경상수지 흑자 발생시 통화가치 상승, 경상수지 적자 발생시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대외균형을 맞춰나간다. 하지만 유로존에 속한 개별국가들은 자동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 혹은 경상수지 적자는 계속해서 누적된다.       


둘째, 유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상실'하였다. 만약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보유했더라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하여 환율을 인위적으로나마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유로존 전체를 관할하는 유럽중앙은행(ECB)만을 보유했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한 환율개입은 발생하지 않았다.


독자적인 중앙은행의 부재는 또 다른 문제를 초래했다. 바로, 최종대부자의 부재이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 등에서 많은 자본을 끌어왔다. 주변부 국가와 마찬가지로 독일 또한 유로화를 쓴다. 즉, 이는 주변부 국가들이 자국통화인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주변부 국가들은 화폐발행을 통하여 부채를 상환하는 방법(monetization)을 쓸 수 없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들만의 중앙은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주변부 국가들이 지고 있던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는 사실상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나 마찬가지였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각주:3]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보증해 줄 수 있는 기관은 없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의 대외불균형은 더욱 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셋째, 유로존에서는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에 위배되는 '경기변동에 대한 비대칭적 충격'이 발생하고 있었다. 변동환율 ·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획득한 여러 국가들이 최적통화지역을 운용해나가기 위해서는 경제위기 발생시 대칭적충격이 발생해야 한다. 


만약 유럽 핵심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흑자를 혹은 주변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 혹은 경상수지 적자를 공통적으로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경우, 단일통화 사용이 가져온 '고정환율제', '독자적인 중앙은행의 상실'의 단점을 느끼지 못한다. 


유로존 소속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상승하고, 모두가 경상수지 적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전체를 위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고,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최종대부자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아무리 고정환율제 · 독자적인 중앙은행 상실이라는 근본적 결함을 유로존이 가지고 있더라도, 개별국가들이 경기변동 동조화를 보여서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켰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유로존내에서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최적통화지역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는 유로존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리하면, 유로존은 설립 이전부터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였고, '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을 주장한 일부 학자들의 바람[각주:4]과는 달리, 유로존 설립 이후에도 최적통화지역을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도입한 행위는 (당연하다는듯이) 문제를 가져왔다. 경제위기의 씨앗인 경상수지 불균형이 자라나게 했으며, 경제위기 진행과정에서도 위기를 키워나갔다. 


이번글에서는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도입한 행위', 즉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이 유럽경제위기 진행과정에서 유로존 개별국가들에 끼친 악영향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본 글은 2013년 11월 30일에 작성하였던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에서 다수 재인용 하였습니다.)




※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가격 Mispricing과 Overestimated-Risk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와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많이 봤던 그림이다.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 도입 이후, 독일 · 프랑스 등 유럽 중심부 국가들과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정부채권금리가 수렴(yield convergence)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유로존 소속 국가들을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하나의 시장(One Market, One Money)'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로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Crisis)가 발생하자, 유럽 핵심부 국가들과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 격차는 유로존 결서 이전처럼 벌어지기 시작했다. 유럽재정위기의 충격은 경상수지 적자 · 과도한 신용증가를 기록하고 있던 주변부 국가들에게 집중되었고, 이들 국가의 디폴트 위험이 증가한 결과 채권금리 또한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건 '채권금리'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의 상관관계이다. 


2008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채권금리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뚜렷한 관계를 띄지 않았다(Figure4). 그러나 2008 금융위기 이후, 채권금리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간의 뚜렷한 양(+)의 관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Figure5).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의 채권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윗 그래프는 2008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의 변화를 한 눈에 보여준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클 때, 높은 채권금리가 발생한 시기는 2010년-2011년에 집중되어 있다. 바로,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Crisis)가 심화되던 시기[각주:5]이다.


경제학자 Paul De Grauwe, Yuemei Ji는 2012년 논문 <Mispricing of Sovereign Risk and Multiple Equilibria in the Eurozone>을 통해, "2008 금융위기 이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과 채권금리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채권금리가 시간에 의존(time-dependency)하고 있다." 라고 말한다.



더욱 흥미로운건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 소속 국가와 자국통화를 쓰는 국가(stand-alone countries)를 비교했을때 발견되는 사실이다.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발행한 국가(파란점)는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하여도 채권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 특히나 일본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50%를 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채권금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유로존 소속 국가(빨간점)는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채권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채권금리가 ① 경제위기 이전과 이후의 시간에 의존(time-dependency)한다는 것과 ②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발행하는 국가와는 차이를 보인다는 2가지 사실로부터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논문을 쓴 Paul De Grauwe, Yuemei Ji는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 금융위기 이전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는 mispricing된 상태였다. 둘째, 그렇다면 금융위기 이후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는 정부부채 크기에 맞추어 정상수준(?)으로 돌아간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는 국가와 비교한다면, 금융위기 이후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 위험도는 과대평가(overestimated risks) 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유럽 주변부 국가들 채권금리의 위험이 과대평가되는 이유를 '자기실현적 유동성위기'(self-fulfilling liquidity crises)에서 찾는다. 은행위기 발생 → 은행 구제금융을 위해 정부 재정지출 증가 → 정부 디폴트 위험 증가 → 채권금리 상승 → 높아진 금리는 부채부담을 가중시킴 → 정부 디폴트 위험 증가 → 채권금리 상승… 으로 이어지는 자기실현적 위기이다.      


그렇다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처한 '자기실현적 위기'를 끊어내고 채권금리를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자국통화를 표기한 부채를 지고 있는 국가들과는 달리,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채권금리가 정부부채와 큰 상관관계를 띄는 원인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준다. 바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는 중앙은행의 부재'이다.




※ 유럽경제위기는 '국제수지위기'(Balance of Payment Crisis)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2013년 11월 7일에 개최된 <IMF Annual Research Conference>에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제목은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Paul Krugman은 이 논문을 통해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리스와 유럽 주변부 국가들과는 달리, 독자적인 통화를 가지고 있으며 ·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렸고 ·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그리스 경제위기 타입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Are Greek-type crises likely or even possible for countries that, unlike Greece and other European debtors, retain their own currencies, borrow in those currencies, and let their exchange rates float?") 


'그리스 경제위기 타입의 위기'란 무엇일까? 바로, 투자자들의 신뢰상실(loss of confidence)이 불러오는 국제수지 위기(balance of payment crisis)이다.


국제수지위기란 '대외불균형(external imbalance)으로 인한 외국자본의 과다유입(capital inflows) → 갑작스런 유입중단(sudden stops) → 자본흐름의 반전(reversal of capital flows) → 급격한 자본유출(capital outflow)'이 불러오는 위기이다. 상당한 양의 자본유입은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 거품을 키우고, 갑작스런 자본유출은 자산시장 가격을 폭락시킨다. 


이 과정에서 해당국가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 


만약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its own currency)를 지고 있더라면 중앙은행은 발권력을 이용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으로부터 흘러들어온 자본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해당국가가 부채에 대한 보증(guarantee)를 서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일종의 자기실현적 위기(self-fulfilling crisis)를 초래한다.


고정환율제가 할 수 있는 역할 또한 없다. 변동환율제도 였다면 환율조정을 통해 대외균형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의 결과 자본유입이 발생한다면, 통화가치가 하락하여 경상수지 균형이 회복될 것이다. 고정환율제도는 이러한 조정이 불가능하다.    


앞서 말했다시피, 그리스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통화와 중앙은행'을 가지지 않고 있으며,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들만의 중앙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은 화폐발행을 통하여 부채를 상환하는 방법(monetization)을 쓸 수 없다. 


결국, 주변부 국가들이 지고 있던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는 사실상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나 마찬가지이고,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유럽재정위기는 국제수지위기이다.


(주 : 이러한 형태의 위기는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각주:6]에서도 보았으며, 유럽경제위기를 설명한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 Figure 2 : 통화체제에 따른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관계. X축은 GDP 대비 부채비율, Y축은 10년 만기 채권금리. (●, Noneuro)는 독립된 통화체제를 가진 국가, (◇, Euro)는 통화체제의 독립성을 상실한 유로존 소속 국가


Paul Krugman은 유럽 주변부 국가와는 달리, "독자적인 통화를 가지고 있으며 ·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렸고 ·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신뢰상실에 이은 국제수지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한다.


▶ 독자적인 통화

: 그림2는 유로존 소속 국가냐 아니냐, 즉 독립된 통화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를 분류했다. 그러자 어떤 통화체제(Currency Regimes)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상관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다. 


독립된 통화체제(●, Noneuro)를 가진 국가들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하더라도 채권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 그러나 통화체제의 독립성을 상실한 유로존 국가(◇, Euro)들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할수록 채권금리도 같이 상승한다. 통화체제(Currency Regime)가 큰 차이를 불러온 것이다.


▶ 독자적인 중앙은행

: 그렇다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의 존재가 국제수지위기 발발을 막는 역할을 수행한다" 라는 주장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재정위기 와중에 '최종대부자' 역할을 200% 이행한 적이 있었다. 2012년 7월 26일, Mario Draghi 총재[각주:7]는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Within our mandate, 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 And believe me, it will be enough.)" 라며 강력히 발언하였다. 

(관련글 : '[유럽경제위기 ⑥] 유럽인들의 꿈인 '하나의 유럽'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다 하겠다 파트)

 


Mario Draghi 총재의 "do whatever it takes" 발언이 있은 직후, 스페인 · 이탈리아의 채권금리는 Figure 3에서 보듯이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Mario Draghi 총재의 발언에는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라는 의미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 Figure 4 : 덴마크 · 핀란드 채권의 독일채권 대비 금리격차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로 나설 수 있느냐의 중요성은 덴마크와 핀란드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덴마크는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아 독립적인 통화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핀란드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경제규모가 작은 덴마크의 경우, 환율리스크를 반영하여 약간은 높은 채권금리를 유지(a small premium reflecting residual currency risk)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유럽경제위기가 특히나 극심했던 2011년 말, 핀란드 채권금리는 상승하는 와중에 덴마크 채권금리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더군다나 덴마크 채권금리는 때때로 독일보다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유로존에 가입한 유럽국가들과 달리, 덴마크는 필요한 경우 독자적으로 화폐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사실을 통해 '최종대부자의 부재는 채권자들 사이에서 유동성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 시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aul Krugman은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하여 "국가가 부채로 인한 신뢰의 위기(crises of confidence)에 직면할 가능성을 결정할 때, 통화체제(the currency regime)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고 주장한다.  


처음에 했던 질문으로 돌아가자.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처한 '자기실현적 위기'를 끊어내고 채권금리를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De Grauwe, Yuemei Jin과 Paul Krugman은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more active liquidity policies by the ECB that aim at preventing a liquidity crisis from leading to a self-fulfilling solvency crisis.) 유럽중앙은행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주변부 국가들의 유로화 표기 부채에 대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 높은 인플레이션율 - 내적평가절하을 용이하게 만든다


유럽중앙은행(ECB)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내적평가절하의 용이함'이다. '내적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란 상품가격과 임금하락을 통해 무역시장에서의 경쟁력(competitiveness)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데, 내적평가절하는 상품가격과 임금을 하락시켜야 한다. 서로 모순되는 정책 아닐까? 그렇지 않다. 유로존 전체에서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면, 주변부 국가들의 상품가격과 임금하락은 더욱 더 쉬워진다. 


우선, 주변부 국가들이 왜 상품가격과 임금을 하락시켜야 하는지부터 살펴보자. 유럽경제위기는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각주:8]에서 자라났다. 유로존 출범 이후 독일 등 중심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누적해왔고,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 그리스 등은 경상수지 적자를 쌓아왔다. 따라서, 유럽경제위기를 해결하고 추후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해야 한다.


변동환율제도 하에서 경상수지 불균형은 자동적으로 조정된다. 또한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여 불균형을 시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차 말했다시피 유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변부 국가들은 환율조정이 아닌 상품가격·임금 하락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하는 경쟁력회복 방법[각주:9]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늘려나가야 한다'[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유로존 결성 이후 주변부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을 기록해왔기 때문에, 내적평가절하는 더욱 더 절실히 필요하다.


그렇지만 내적평가절하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조정과정(painful adjustment)이고 실현가능성이 낮다임금에는 하방경직성(downward rigidity)이 존재한다. 한번 올라간 근로자의 임금을 다시 내리는 행위는 반발을 초래한다. 또한 근로자 임금하락은 생활수준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그 자체로 고통스럽다. 물가를 내리는 행위도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여 경기침체를 키울 수 있다. 


만약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면 내적평가절하는 쉬울 수도 있지만, 유로존은 상품가격·임금 경직성을 가진채 출범한 상태였다.

(주 : 상품가격 · 임금 신축성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중 하나였으나, 누차 말했다시피 유로존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범[각주:10]하였다.)  


  • 'Internal devaluations only'는 명목통화가치 하락없이 물가수준만 하락하는 방식으로 내적평가절하를 한 것을 뜻한다.
  • 'All devaluations'는 명목통화가치 하락과 함께 물가수준이 하락하여 내적평가절하를 달성할 경우를 뜻한다.
  • 이러한 2가지 경우를 비교해 봤을때, 명목통화가치 하락이 동반되지 않고 물가수준만 하락하는 방식으로 내적평가절하를 달성한 경우는 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위의 표는 임금·물가만 내리는 방식의 내적평가절하가 실현된 경우가 극히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Internal devaluations only'는 명목통화가치 하락없이 물가수준만 하락하는 방식으로 내적평가절하를 한 것을 뜻한다. 'All devaluations'는 명목통화가치 하락과 함께 물가수준이 하락하여 내적평가절하를 달성할 경우를 뜻한다. 


이러한 2가지 경우를 비교해 봤을때, 명목통화가치 하락이 동반되지 않고 물가수준만 하락하는 방식으로 내적평가절하를 달성한 경우는 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해 내적평가절하가 필요하다. 그러나 환율조정도 하지 못하고 상품가격·임금 경직성도 가진 상황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내적평가절하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을까? 


한가지 방법은 유로존 전체의 물가수준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만약 유로존 전체의 물가수준이 10% 상승한다면, 주변부 국가들은 5%의 물가상승 만으로도 사실상 물가하락을 유도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위의 표를 다시보자. 1990년대 이후 'Internal devaluations only'가 성공한 경우는 극히 적다. 왜냐하면 1990년대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율을 컨트롤 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각주:11]했다. 이는 다르게 말해, '경제 전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다면 환율조정 동반 없는 내적평가절하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前 Fed 의장 Ben Bernanke는 "유로존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상승''독일의 임금상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본 블로그는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통해 그의 주장을 소개한 바 있다. 


이제 우리는 Ben Bernanke가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유를 이제 이해할 수 있다.


(독일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와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유로존 내에서 불균형이 지속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는 불균형적 성장뿐 아니라 금융불균형(financial imbalances)도 초래하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내 주변부 국가들의 상대임금이 하락하여 생산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올려야 합니다.

(Persistent imbalances within the euro zone are also unhealthy, as they lead to financial imbalances as well as to unbalanced growth. Ideally, declines in wages in other euro-zone countries, relative to German wages, would reduce relative production costs and increase competitiveness.) (...)


(하지만 '인위적인 임금하락'은 유로존 내 많은 근로자들을 희생시킵니다.) 유럽 주변부 국가의 근로자들을 희생시키지 않음과 동시에 독일인들이 득을 보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Germany has little control over the value of the common currency, but it has several policy tools at its disposal to reduce its surplus—tools that, rather than involving sacrifice, would make most Germans better off. Here are three examples.)  (...)


바로, 독일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죠. 독일 근로자의 임금은 크게 상승할 여력이 합니다. 독일 근로자의 높은 임금은 생산비용을 증가시키고 국내소비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것들 모두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죠. 

(Raising the wages of Geman workers. German workers deserve a substantial raise, and the cooperation of the government, employers, and unions could give them one. Higher German wages would both speed the adjustment of relative production costs and increase domestic income and consumption. Both would tend to reduce the trade surplus.) 


국제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독일이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을 지지해야 합니다. 물론,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한 유로화 가치의 하락은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를 키울 수도 있죠. 그러나 확장적 통화정책은 2가지 경로를 통해 이를 상쇄시킵니다.


첫번째, 유로존 전체의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주변부 국가들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상대임금 조정을 더욱 더 용이하게 만듭니다. 두번째, 확장적 통화정책은 유로존 전체의 경제활동을 증가킵니다. 

(Seeking a better balance of trade should not prevent Germany from supporting the European Central Bank’s efforts to hit its inflation target, for example, through its recently begun quantitative easing program. It’s true that easier monetary policy will weaken the euro, which by itself would tend to increase rather than reduce Germany’s trade surplus. 

But more accommodative monetary policy has two offsetting advantages: First, higher inflation throughout the euro zone makes the adjustment in relative wages needed to restore competitiveness easier to achieve, since the adjustment can occur through slower growth rather than actual declines in nominal wages; and, second, supportive monetary policies should increase economic activity throughout the euro zone, including in Germany.)


Ben Bernanke. 'Germany's trade surplus is a problem'. 2015.04.03





※ 경기변동에 대한 비대칭적 충격 - 통화정책 운용의 폭을 좁히다



앞서 살펴봤듯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금리 하락 · 내적평가절하 달성을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경제위기가 초기에 진행됐을 때, 유럽중앙은행은 소극적으로 대응[각주:12]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이후, 미국 Fed는 채권매입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채권금리를 낮췄다. 이에따라 미국 Fed 대차대조표상 자산규모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에반해 유럽중앙은행은 한창 유럽경제위기가 진행중이던 2010년-2011년에도 소극적인 대응에 머물렀다.     


유럽중앙은행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이유는 유럽경제위기의 충격이 주변부 국가들에게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즉, '경기변동에 대한 충격이 핵심부 국가와 주변부 국가 사이에 비대칭적으로 발생'했다는 말이다. 


주변부 국가들을 위해서는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였으나, 이는 중심부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유로존에서 목소리가 제일 큰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물가안정을 유지하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게 중요[각주:13]하다.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계속해서 논쟁이 펼쳐질 수 밖에 없었다. 독일은 유럽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기보다, 주변부 국가들이 재정지출을 줄여서 부채를 상환하기를 원했다[각주:14].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의 이러한 요구에 반발했고 그와중에 유럽경제위기는 더욱 더 심화되었다.

(주 : 2013년 이후, 유럽중앙은행은 양적완화 정책을 구사하였고 이후 스페인 · 포르투갈 등의 채권금리는 진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 유로존의 근본적결함 (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



결국 유럽경제위기는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범한 유로존 그 자체가 문제'였다. 


최적통화지역은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과 '경기변동에 대한 대칭적 충격'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유로존은 출범 이전부터 경직적인 상품가격·임금을 가졌었고, 출범 이후에는 경상수지 불균형이 확대되어 경기변동에 대한 비대칭적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져나갔다. 


이러한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은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폭을 제한시켜 유럽경제위기를 심화시켰다. 그리고 경상수지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해 필요한 주변부 국가들의 내적평가절하 달성도 어렵게 만들었다.  


1990년대 당시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 등 미국 경제학자들은 "유로존은 성립 불가능하다. 유로존은 나쁜 아이디어이다. 유로존은 지속 불가능하다."(the Euro-It can't happen, It's a bad idea, It won't last.) 라는 반응을 보였다. 


2009년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은 보고서를 통해 출범 이전부터 유로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던 미국 경제학자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현재 유럽경제위기는 그들이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1.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2.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2015.07.27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3.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2013.11.26 http://joohyeon.com/176 [본문으로]
  4.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5.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2015.07.27 http://joohyeon.com/226 [본문으로]
  6.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2013.11.26 http://joohyeon.com/176 [본문으로]
  7. Speech by Mario Draghi, Presiden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at the Global Investment Conference in London 26 July 2012 [본문으로]
  8.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9.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2015.05.19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10.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11.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Olivier Blanchard 퇴임 - '경제위기와 맞선' 그의 공헌들'. 2015.05.16 http://joohyeon.com/222 [본문으로]
  12.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2015.07.27 http://joohyeon.com/226 [본문으로]
  13. 'Germany's hyperinflation-phobia'. 2013.11.15 The Economist [본문으로]
  14. '[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2013.04.19 http://joohyeon.com/145 [본문으로]
  1. ㅇㄹ
    지금은 ECB도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어마어마하게 공급하고 있지 않나요?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렸는데 말이죠.

    그 결과 경제성장률이 좀 오르고 실업률이 조금 개선되긴 하고 있는거 같구요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Posted at 2015.07.27 15:22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유럽은 '하나의 유럽'을 이루어서 물리적충돌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을 하게된다.(제가 국제정치학 전공자가 아닌 관계로.. 더 자세한 내용은...유럽내 경제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생각에서 먼저 진행된 것은 '경제통합' 이었다. 유럽 석탄·철강 공동체, 유럽경제공동체 등을 거쳐 통화가치를 일정수준 고정시키는 유럽통화연맹(EMU)이 1999년에 만들어졌고, 유로화가 2002년에 도입되어 유로존(Eurozone)이 탄생하였다.




유로존에 가입한 유럽국가들 사이에는 관세가 면제되었고 금융거래 장벽도 낮춰졌다. 각 국가들이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사용함에 따라 환율리스크가 제거되어 상품거래도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유로존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여러개의 시장이 통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되었으니 당연히 좋을 것[각주:1]이다. 


1990년 유럽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는 <One Market, One Money>(<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 보고서를 통해, 유럽경제통합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주장하며 통합논의를 이끌어나갔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그래. 여러 국가의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면 거대한 시장이 탄생하니 좋을수도 있지. 그런데 여러 국가가 하나의 통화(common currency)를 사용해도 정말 괜찮은 것일까? 단일통화가 환율리스크를 제거해준다면, 왜 전세계는 단일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각자의 통화를 쓰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처럼, 단일통화가 이점을 가져다준다면 왜 전세계 국가들은 서로 다른 통화를 쓰는 것일까? 단일통화의 이점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서로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여 단일통화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더구나 전세계가 하나의 통화를 만들어서 사용한다면 '세계 경제공동체'가 탄생할텐데 말이다. 전세계가 하나의 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일통화 사용시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①'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②'어떠한 경우에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는지'

③'과연 유럽이 단일통화를 사용해도 괜찮을 것인지'를 살펴보자.




※ 최적통화지역 이론 (Optimum Currency Area Theory)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은 '각자의 통화'를 쓰면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원화, 일본은 엔화, 미국은 달러화를 사용하면서 변동환율제를 쓰고 있다. 그렇다면 대다수 국가들은 '서로 똑같은 통화'(단일통화)를 쓰거나 '각자의 통화 + 고정환율제'를 쓰지 않고, 왜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는 것일까?    


그리고 국가단위의 생각에서 벗어나보자. 통화사용 area를 national이 아니라 region[각주:2]으로 생각한다면 획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서로 다른 국가들은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내 경기도와 충청도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무언가 이상하다. 국가단위에서 생각했을때는 당연했던 것이 region 단위로 생각하니 찜찜함이 나타났다. 이처럼 경상도와 충청도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지만,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region인 한국과 일본은 같은 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 Robert Mundell은 1961년 논문 <Theory of Optimum Currency Areas>(<최적통화지역 이론>)을 통해, 왜 세계 다수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는지, 그리고 '어떠한 지역들이 통화를 같이 써도 좋은지' 등을 잘 설명해주었다. 그 유명한 '최적통화지역 이론'이다. 



▶ 우선 왜 세계 다수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는지부터 알아보자.  


▷ 세계 여러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

먼저,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제 한국, 미국, 일본, 유럽은 모두 똑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세계 소비자들의 선호가 변하여서 한국상품보다 일본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한국은 상품판매 적자(deficit)를 일본은 상품판매 흑자(surplus)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실업이 일본에서는 물가상승이 발생한다.  


만약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인다면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하여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악화되고 증가했던 판매량은 다시 감소한다. 따라서 상품판매 흑자를 기록하던 일본은 다시 균형(balance)지점으로 돌아가게 되고, 한국은 적자에서 탈피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물가상승을 막기위해 일본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한다면, 일본의 교역조건은 악화되지 않고 판매량 또한 증가된 수준에서 유지된다. 이 경우, 한국은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기 때문에 실업은 해소되지 않는다.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이지 않을때, 한국이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상품가격 하락과 임금감소이다. 한국 상품가격이 하락한다면 이는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내게되고, 한국 상품 판매량이 증가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근로자들이 임금감소를 받아들인다면 기업의 채용여력이 증가하여 실업자들을 다시 뽑을 수 있다. 


자, 우리는 이제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를 알게 되었다. 바로, 특정국가의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어떤 국가는 흑자를 또 어떤 국가는 적자를 기록했을 때, 균형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흑자국이든 적자국이든 한 국가는 무조건 피해를 보게된다는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한국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어야 한다. 반대로 일본이 물가상승을 막기위해서는 한국이 실업을 감수해주어야 한다. 


또한, 일본이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지 않을때 한국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상품가격과 임금의 하락이다. 이는 디플레이션을 낳고 근로자들의 후생수준을 하락시킨다. 반대로 한국이 실업을 감수해주지 않을때 일본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인위적인 가격통제이다. 인위적인 가격통제는 시장을 교란시켜 부작용을 초래한다. 


한국과 일본 양 국가가 균형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한 국가가 무조건 피해를 봐야하는데, 이 상황은 '최적상태'(optimum)가 아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를 쓰지만 고정환율제를 사용하는 경우

: 이제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를 쓰지만 고정환율제를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런데 모든 국가들의 통화 사이에서 가치의 변동이 발생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데 서로 다른 통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부를 수 없다. 즉, 든 국가의 통화가 고정환율로 묶여 있다면, 이는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정리를 하면, '전세계가 하나의 통화를 사용'해도 그리고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를 쓰지만 고정환율제를 사용'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다시 반복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문제란 '균형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한 국가는 무조건 피해를 봐야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최적상황(optimum)이 아니다.  


▷ 균형조정 과정에서 '변동환율제'의 역할

: 그 결과, 세계 여러 국가들에게 남은 선택권은 '전세계가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지만 '서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는 경우이다. 여기서 변동환율제(flexible exchange rate)는 균형조정 과정에서 '최적상황'(optimum)을 만들어준다.     


자, 앞선 예시처럼 일본의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일본은 흑자를 한국은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일본에서는 물가상승 압력이, 한국에서는 실업이 발생한다. 이때, '환율이 조정'된다면 최적상태(optimum)에서 균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일본은 통화가치를 상승시켜서 일본내 상품가격은 올리지 않으면서 국제시장에는 비싸게 팔 수 있다. 예를 들어, 1엔=1원 이라고 가정하자. 일본은 100엔짜리 상품을 한국시장에 100원에 팔고 있다. 이때 통화가치가 1엔=2원으로 상승한다면, 100엔짜리 상품을 한국시장에서는 200원에 팔게된다.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일본 상품가격 상승은 교역조건 악화를 가져오고 증가했던 판매량은 감소한다. 일본은 흑자에서 균형으로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일본내 상품가격은 상승하지 않았고, 통화가치 상승을 통해 다른나라 시장에서의 가격만 올라갔다는 점이다. 이제 일본은 물가를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한국이 실업을 감수해주지 않아도 자체적인 힘만으로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반대로 한국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국은 상품판매 감소로 인해 적자와 실업이 발생하였다. 이 경우 한국은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국내 상품가격과 임금이 감소하지 않아도 된다.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시켜 상품판매량을 증가시키고 균형상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이 물가상승을 용인해주느냐에 상관없이 자체적인 힘만으로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쓰고 있을때 만들어지는 균형은 최적상태(optimum)이다. 양 국가 모두 어떠한 피해도 없이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 어떠한 지역들이 서로 같은 통화를 써도 괜찮을까


자, 그러면 '세계 여러 국가들이 각자의 통화 +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최적상태(optimum)를 달성할 수 있을까? 간단치 않은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국가내 region'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과 일본 등 서로 다른 국가들은 서로 다른 통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내 경기도와 충청도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경기도와 충청도를 국가단위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마치 '서로 다른 국가들이 같은 통화를 사용하는 꼴'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국가들이 같은 통화를 사용했을때 발생하는 문제가 똑같이 나타난다.


만약 경기도 상품의 수요가 증가한다면, 경기도는 흑자와 물가상승 압력이 충청도는 적자와 실업이 나타난다. 경기도의 물가상승 압력을 제거하기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쓴다면 충청도의 실업문제는 심화된다. 충청도의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쓴다면 경기도의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더 심해진다.


이처럼 충청도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도가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어야 한다. 반대로 경기도가 물가상승을 막기위해서는 충청도가 실업을 감수해주어야 한다. 특정 region은 피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최적상태(optimum) 도달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국내 여러 도(道)들은 서로 같은 통화를 쓰면 안된다.  


일본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도쿄와 오사카는 서로 다른 region임에도 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도쿄 상품 수요가 증가한다면, 도쿄내 물가상승을 막기위해서는 오사카가 실업을 감수해주어야한다. 오사카가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쿄가 물가상승을 용인해주어야 한다. 일본의 서로 다른 도시들은 같은 통화를 쓰면 안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의 경기도와 충청도,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가 서로 다른 상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 region이 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수요충격도 똑같이 겪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상품만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충청도 상품도 수요증가를 경험한다. 두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실업문제가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양 region의 수요가 같이 하락한다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물가상승 문제는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일본의 도쿄, 오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한국의 경기도와 충청도,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는 서로 다른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경기도와 일본의 도쿄, 한국의 충청도와 일본의 오사카가 서로 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앞선 논리에 따르면 경기도·충청도, 도쿄·오사카가 같은 통화를 사용하기보다 경기도·도쿄, 충청도·오사카가 같은 통화를 사용해야 최적상태(optimum) 달성이 가능하다. 


즉,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져서 경제위기 충격이 대칭적(symmetric shock)으로 발생하는 region들이 같은 통화를 사용'할때 달성가능하다. 바로 아랫그림처럼.






   

※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형태로 통화지역을 구성할 수는 없다. 우리는 어쨌든 같은 통화를 쓰는 통화지역을 국가단위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국가단위의 통화지역이 최적상태(optimum)가 되게끔'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서로 다른 국가끼리는 각자의 통화를 사용하면서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 균형조정 과정에서 최적(optimum)상태 달성하다. 변동환율이 조정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국가내 region끼리는 환율조정을 통한 최적(optimum) 상태 도달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변동환율' 이외의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 지역간 자유로운 노동이동


Robert Mundell이 제시하는 대안은 '지역간 자유로운 노동이동'(free labor mobility) 이다. 


자, 경기도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경기도는 흑자 충청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자. 경기도는 상품가격 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충청도는 실업이 발생하고 있다. 이때, 충청도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경기도로 이동한다면 어떨까? 충청도는 실업문제가 해결되었다. 경기도는 노동공급 증가로 인해 임금하락이 발생하여 상품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된다. 


즉, 여러 region이 뭉쳐서 단일통화를 사용하고 있을때 region간 노동이동이 자유롭다면, 어느 한 region이 피해를 보지 않고도 균형달성이 가능하다. 그 결과,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여러 region들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이 된다. 


▶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


또 다른 대안은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price·wage flexibility)이다. 우리는 앞선 예를 통해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이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봤었다.  


"먼저, '세계 여러 국가들이 하나의 통화를 쓰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제 한국, 미국, 일본, 유럽은 모두 똑같은 통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세계 소비자들의 선호가 변하여서 한국상품보다 일본상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한국은 상품판매 적자(deficit)를 일본은 상품판매 흑자(surplus)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는 실업이 일본에서는 물가상승이 발생한다. (...)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이지 않을때, 한국이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상품가격 하락과 임금감소이다. 한국 상품가격이 하락한다면 이는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내게되고, 한국 상품 판매량이 증가하여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한국 근로자들이 임금감소를 받아들인다면 기업의 채용여력이 증가하여 실업자들을 다시 뽑을 수 있다."


적자와 실업이 발생했을때 상품가격 · 임금 하락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내적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이라 부른다. 물론, 이 방법은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도 있고 근로자들의 후생수준을 낮출 수 있다. 상품가격 · 임금의 신축성은 고통스러운 조정과정(painful adjustment)이지만, 어쨌든 적자지역의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처럼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으로 변하는 region들끼리 뭉친다면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달성이 가능하다. 


▶ 통합재정의 존재


경기도 상품수요가 증가하여 경기도는 흑자, 충청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도는 지자체의 재정정책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region-specific fiscal policy). 그렇지만 지자체 재정지출의 증가는 미래 세금인상을 기대케하여 오히려 소비수준을 낮출 수도 있다(리카도의 동등성정리, Ricardian Equivalence). 


실업이 발생한 region이 재정지출을 모두 부담하는 것은 되려 악영향을 초래한다. 따라서, 같은 통화를 쓰는 또 다른 region이 재정이전을 통해 충격이 발생한 region을 도울 수 있다. 이럴경우, 미래 세금인상 부담을 두 region이 나누어 가지기 때문에, 현시점 소비에 미치는 악영향이 줄어든다.


이처럼 같은 통화를 쓰는 region끼리는 통합재정(fiscal union)을 운영하여 세입·지출을 공유해야,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달성이 가능하다.  


▶ 대칭적충격 


경기도 상품 수요가 증가하여 경기도는 흑자, 충청도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도쿄 상품 수요가 증가하여 도쿄는 흑자, 오사카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국의 경기도와 충청도,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가 서로 다른 상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 region이 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수요충격도 똑같이 겪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 생산되는 상품만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충청도 상품도 수요증가를 경험한다. 두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발생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실업문제가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양 region의 수요가 같이 하락한다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하여도 물가상승 문제는 따로 발생하지 않는다. 일본의 도쿄, 오사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 선호 변화에 따른 수요충격을 똑같은 겪는다'는 사실이다. 


만약 같은 통화를 쓰는 region들 간에 경기변동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발생한다면, region들간에 똑같은 통화정책 · 재정정책을 적용할 수 없다. 확장정책은 적자와 실업이 발생한 지역을 도울 수 있지만, 흑자가 발생한 지역의 물가상승 압력을 심화시킨다. 긴축정책은 흑자가 발생한 지역의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지만, 실업이 발생한 지역을 더더욱 나락으로 빠뜨린다. 


이와달리 만약 같은 통화를 쓰는 region들 간에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한다면, region들에 똑같은 통화정책 · 재정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 같은 통화를 쓰는 모든 region들에서 실업이 발생했기 때문에 확장정책은 모든 region의 실업을 감소시킨다. 같은 통화를 쓰는 모든 region들에서 물가상승이 발생했기 때문에 긴축정책은 모든 region의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시킨다. 


이처럼 은 통화를 쓰는 region들 사이에서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symmetric shocks)해야,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달성이 가능하다.





※ 유럽은 최적통화지역인가?


앞선 글을 통해, ①'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②'어떠한 경우에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① 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

: 서로 다른 region들이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어느 한 region이 피해를 봐야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만약 비슷한 특징을 가진 region들끼리 뭉쳐서 통화지역을 구성한다면 문제를 피할 수 있으나, 현실에서 이러한 방법은 불가능하다.


②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

: 단일통화 사용이 초래하는 문제를 피하려면, 노동이동이 자유로운 region ·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인 region · 재정을 공유하는 region ·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region들기리 통화지역을 구성해야 한다. 이럴경우 '최적상태'(Optimum) 달성이 가능하다.


경기도와 충청도가 같은 통화를 공유할 수 있는 이유는 노동이동이 자유롭고 재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도쿄와 오사카가 같은 통화를 쓸 수 있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와는 달리, 한국과 일본이 같은 통화를 쓰지 않는 이유는 노동이동이 제한적이고 재정을 공유하지 않는데다가 서로 다른 경제수준으로 인해 경기변동의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이 같은 통화를 공유한다면 최적통화지역 달성이 불가능하다. 


  • 왼쪽 : Martin Fedlstein
  • 가운데 : Barry Eichengreen
  • 오른쪽 : Paul Krugman


그렇다면 유로존내 독일  프랑스 ·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 아일랜드 등은 같은 통화를 공유해도 괜찮은 것일까? 이들 국가들은 노동이동이 자유롭고, 상품가격과 임금이 신축적이고, 통합재정을 운용하고, 경기변동의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할까? 


그렇지 않다. 유로존을 구성하는 국가들은 노동이동이 제한적이고, 경직적인 상품가격과 임금을 가졌다. 또한 개별 국가들은 각자의 재정을 운용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경제수준으로 인해 경기변동 충격이 비대칭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을 달성할 수 없다.


"유럽은 최적통화지역을 이룰 수 없다."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 · 2002년 유로화 도입 이전부터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문제를 지적해왔다. 경제학자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 등이 논의를 이끌었고, 이들은 주로 '유럽내 노동이동 장벽 · 재정통합의 부재'를 지적해왔다.


Martin Feldstein은 1997년 논문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European Economic and Monetary Union: Political Sources of an Economic Liability>을 통해, "유럽통합은 경제적으로 이득이 없지만, 정치적인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라고 말한다. 


Barry Eichengreen은 1991년 논문 <Is Europe an Optimum Currency Area?>을 통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판단하는 지수(index)를 제시한다. 그는 이를 통해 "유럽은 이상적인 최적통화지역과는 거리가 멀다." 라고 말한다.  


Paul Krugman은 1993년 논문 <Lessons of Maassachuesttes for EMU>을 통해, "유럽은 노동이동이 제한적이고 재정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라고 말한다. 




※ 최적통화지역 내생성


  • 왼쪽 : Jeffrey Frankel
  • 오른쪽 : Andrew Rose


그러나 "일단 유럽통합이 진행되면 유로존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켜 나갈 수 있다." 라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경제학자 Jeffrey FrankelAndrew Rose'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Endogeneity of the Optimum Currency Area)를 주장하였다.


기존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자유로운 노동이동 · 상품가격과 임금의 신축성 · 재정통합 · 경기변동시 region간 대칭적 충격이 외생적(exogeneous)으로 주어진 상태에서 단일통화를 써야만 최적상태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적통화지역 내생성'은 일단 단일통화를 쓴다면 무역거래가 증가하고 경기변동 동조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이 내생적(endogeneous)으로 충족된다 라고 말한다.


Andrew Rose는 1999년 논문 <One Money, One Market- Estimating the Effect of Common Currencies on Trade>을 통해, 유로존 도입 이후 유로존내 무역거래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Jeffery Frankel은 Andrew Rose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유로존 결성 이후 무역거래량 증가는 경기변동 동조화를 낳는다." 라고 말한다. 무역거래로 여러 국가가 연결된다면 경기변동 충격이 서로에게 전이되기 때문에, 유로존 국가들끼리 비슷한 경기변동을 겪는다는 논리이다. 이럴 경우, 경기변동 충격이 대칭적으로 발생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이들의 공동연구, 1997년 논문 <Is EMU more justifiable ex post than ex ante?>, 1999년 논문 <The Endogeneity of the Optimum Currency Area Criteria>은 '1990년대 당시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던 유럽 국가들이 단일통화를 써도 괜찮다'는 이론적근거를 제공해주었다. 논문제목처럼 유럽통화동맹(EMU)은 사후적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이다.(That is, a country is more likely to satisfy the criteria for entry into a currency union ex post than ex ante.) 




※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정치적 프로젝트로한 기획된 유로존


우리는 이번글을 통해 2가지 사항을 계속해서 기억해야 한다. 이것들은 '유럽경제위기'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첫째, 유로존은 '하나의 유럽'이라는 유럽인들의 정치적 꿈을 이루기 위해 기획되었다. 

둘째, 단일통화인 유로화 도입이전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다.


단일시장과 단일통화는 경제적이익을 가져다주긴 하지만, 유로존의 본래 목적은 '유럽통합'이라는 정치적목적 이었다. 그리고 Jeffrey Frankel과 Andrew Rose는 '최적통화지역의 내생성'을 주장하긴 했으나, 어쨌든 유로화 도입 이전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다.


20세기 최고 경제학자 중 한명인 Milton Friedman은 유로존이 본격 출범하기 전인 2000년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긴다.


"학문적 관점에서 유로화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은 기적입니다. 매우 놀라운 기적이죠. 저는 유로화가 계속해서 성공해 나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 그렇지만 유로화가 어떻게 작동해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되겠죠."


(“From the scientific point of view, the euro is the most interesting thing. I think it will be a miracle -well a miracle is a little strong. I think it's highly unlikely that it's going to be a great success. … But it's going to be very interesting to see how it works”.)

: Milton Friedman in an interview in May 2000.


"An interview with Milton Friedman. Interviewed by John B. Taylor, May 2000", chapter 6 in P. Samuelson and W. Barnett, eds., Inside the Economist's Mind. Conversations with Eminent Economists, Blackwell, Oxford.


유럽은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을까? 1999년 유럽통화동맹(EMU) ·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유로존은 일부 우려와는 달리 잘 작동해 나가고 있었다. 


유럽위원회는 2009년 보고서 <the Euro-It can't happen, It's a bad idea, It won't last.-US economists on EMU,1989-2002>를 통해, 유로존 결성 이전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던 미국 경제학자들을 비판한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유로존이 (경제적이익이 아닌) 정치적목적으로 기획되었다는 점과 최적통화지역 이론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유럽통화동맹은 최적통화지역을 발판으로 설립된 것이 아닙니다. 최적통화지역을 내세우는 학자들은 유럽통합의 정치적, 역사적 요소를 무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The OCA paradigm gave a negative bias to the evaluations of the single currency by stressing a number of costs of unification, while ignoring dynamic, political and institutional aspects of monetary integration.)


"최적통화지역을 내세워서 유로존을 비판하는 시각은 통화동맹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유로존을 편향적 시각으로 바라보죠. 일단 유로존이 설립되면, 유로존은 궁극적으로 정상상태로 갈텐데 말이죠."

(The OCA paradigm inspired a static view, overlooking the time-consuming nature of the process of monetary unification. ,,, In short, by adopting the OCA-theory as their main engine of analysis, US academic economists became biased against the euro. ... Perhaps we should take this as a positive sign for the future of the euro: once established, it eventually will turn into the normal state of monetary affairs?)


European Commission.2009.<the Euro-It can't happen, It's a bad idea, It won't last.-US economists on EMU,1989-2002>


2009년까지만 하더라도 의기양양하던 유럽. 그러나 이후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정치적 프로젝트로 기획된 유로존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1.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2015.05.26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2. region을 '지역'으로 표기시 최적통화'지역'(area)와 혼동될 여지가 있어서, 영어표현 region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본문으로]
  1. 학부생
    최적통화지역이론을 알기쉽게 잘 정리해주셨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2. 과거 금본위제도 시절에도 이러한 문제가 나타난적이 있나요? 그 시절도 사실상 금에 묶여있는 고정환율제 같아 보이는데 말이죠
  3. 최적통화지역 이론에서는 변동환율제가 최적상태라고 보는데 실제로는 글로벌불균형이 일어나고있잖아요.. 물론 미국은 중국이 비정상적인 환율통제를 한다고 보지만 중국입장에서는 미국의 국내 저축율이 낮고 생산성측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들었어요.. 최적통화지역이론은 중국입장에서보면 현실을 설명못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 2015.07.31 11:29 신고 [Edit/Del]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통화를 공유하는 지역내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언급하신 '미국-중국'간의 글로벌 불균형은 최적통화지역 이론과 관련이 없습니다. 미국은 달러화를 쓰고, 중국은 위안화를 쓰기 때문이죠.
    • 2015.08.01 00:36 [Edit/Del]
      제가 궁금한것은.. 최적통화지역이론을 전개해나갈때 다른통화+변동환율제가 단일통화를 쓰는 것보다 우월한, 최적상태라고 보던데요. 현실에서는 변동환율제이고 다른 통화를 쓰고 있는데도 글로벌 불균형은 통화가치변화로 해소되지 않는 것 같아서요 이런 모습은 변동환율제가 최적상태라고 주장한것이랑 맞지않는게 아닐까요?
    • 2015.08.01 01:29 [Edit/Del]
      아 제가 궁금했던 내용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전제로 깔았었던 거군요ㅎㅎ 프리드먼이 쓴 논문 내용인것도 알게되고.. 많이 배워갑니다 시간 내주셔서 답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5.08.01 13:55 신고 [Edit/Del]
      아 그 점은 최적통화지역 자체보다는 '변동환율제'에 관한 논의네요.

      최적통화지역 이론은 '국제수지 조정에 변동환율제가 우월하다'는 Milton Friedman의 연구를 전제로 깔고나서,

      "그렇다면 어떤 특성을 가진 지역들끼리 단일통화를 공유해야 하느냐" 혹은 "단일통화를 공유하는 집단들이 최적상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를 이야기하는 이론입니다.

      이상적으로는 '생산구조'가 같은 지역들끼리 단일통화를 공유해야 하지만, 현실에서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노동이동', '재정통합', '가격신축성' 등의 조건이 필요하죠.

      질문자 분께서 궁금해 하시는건 "왜 변동환율 하에서 불균형이 발생하는가"인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거나 국내경제구조를 왜곡시킨다면, 변동환율 하에서도 불균형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글로벌 불균형'에 관한 논의는 중국의 소비억제 정책 혹은 미국의 과잉소비 등 해당국가의 '국내경제구조 왜곡' (domestic distortion)에 맞춰져 있습니다.
  4. 이싱싱
    읽어내려가다가요,"만약 일본이 물가상승을 받아들인다면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하여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악화되고 증가했던 판매량은 다시 감소한다"

    라는 말이 있는데 일본입장에서 일본 상품가격이 상승하면 교역조건은 개선 아닌가요? Px/Pm이 교역조건이니까요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Posted at 2015.07.03 13:4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출처 : 페이스북 지리사랑방 그룹 >


이 그림은 한국의 지역별 인구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알다시피 다수의 한국인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대전 · 대구 · 광주 · 부산 · 울산 등 지방 광역시에 퍼져있다.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에 살지 않고 일반소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소수이다. 


대도시(metropolitan) 집중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농촌이 아니라 도시에서 사는 세계인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2050년에는 인류의 2/3이 도시에서 생활할 것으로 예측고 있다. 또한 도시 중에서도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증가[각주:1]하고 있다. 


사람들이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현상은 눈에 띄는 지리적패턴을 만들어냈다. 바로, '핵심부'(core)와 '주변부'(periphery) 패턴이다. 위에 첨부한 그림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한국에서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들은 핵심부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핵심부를 중심으로 소도시 및 농촌이 분포되어 주변부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인류는 왜 농촌이 아니라 도시, 그 중에서도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것일까? 그리고 거대 '핵심부'를 중심으로 작은 '주변부'들이 분포하는 지리적패턴이 만들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국제무역이론] 시리즈의 이전글을 보신 분이라면 "집적의 이익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본 블로그는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를 통해,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때 똑같은 산업에 속하는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이면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를 소개하였고, 이를 '경제지리학'(Economic Geography)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전통적인 경제지리학은 오늘날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전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자. 똑같은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이면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대체 '어느곳'에 모여야할까? 이는 역사적경로(historical path)와 우연적사건(accidental event)이 결정짓는다고 전통적인 경제지리학은 말한다. 단지 예전부터 똑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특정한 지역에 모여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집중현상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런식의 설명은 논리적이지 않다. 집중현상이 발생하는 지점을 우연에서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인 경제지리학은 특정지역에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지,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특정지역에 집중해 있으면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데, 왜 그곳에서 이탈하여 주변부에 머무르는 기업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            


새로운 이론을 알기에 앞서,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때 시장크기(인구수)가 제한되어 있다면, 소비자들은 상품다양성을 누릴 수 없다. 이때 국제무역을 하게 된다면 시장크기 확대로 인해 소비자들은 상품다양성을 누릴 수 있다. 즉, 국제무역 효과는 시장크기 확대(인구증가) 효과와 동일하다." 라고 말한 '신국제무역이론'(New Trade Theory)를 다시 한번 복습해보자.




※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소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국 사람들에 비해 삶의 수준이 낮은 상태

- 소국 국민들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된다  


이전글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에서 살펴봤듯이,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때 국제무역은 상품다양성을 늘릴 수 있다. 상품다양성이 인구수에 의존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제무역 효과와 인구증가 효과는 동일하다. 즉, 국제무역은 마치 나라의 크기가 커진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고, 국민들의 후생을 증가시킨다. (주 : 이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으신 분은 이전글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다시 반복하지만 국제무역은 '다른나라 국민들이 우리나라로 이민을 와서 인구가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인구가 적은 소국은 '이민을 통해 인구가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없다. 


따라서 소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국 사람들에 비해 삶의 수준이 낮은 상태 (다양성이익 X, 규모의 경제 실현 X)에 있게되고, 소국 국민들은 삶의 수준이 더 높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논리는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만약 한 지역의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주 조금이나마 많다고 생각해보자. 인구수가 아주 조금 차이가 나더라도 인구수가 많은 지역의 삶의 질이 더 높다. 따라서 인구수가 적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삶의 수준 향상을 위해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주하게 되고, 인구수가 많은 지역의 인구는 더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제 두 지역간의 인구수 격차는 크게 벌어지게 되고, 인구수가 많은 지역은 '거대 핵심부'가 되어버린다. 규모가 조금이나마 컸던 도시에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어서 대도시(핵심부)로 발전하고, 소도시나 농촌은 여전히 주변부로 머무르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1979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을 통해 '신무역이론'을 소개한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당시 논문에서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이렇게 남겼다. 그 후 12년 뒤, Paul Krugman은 1991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and Economic Geography>을 통해,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을 세상에 소개한다.   





※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몰려드는 제조업 근로자들


Paul Krugman이 주목하는 오늘날의 지리적패턴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산업화된 핵심부와 농업 위주인 주변부'(industrialized 'core' and agricultural 'periphery') 이다. 사람이 많이 모여사는 핵심부는 제조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사람이 별로 없는 주변부는 농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모습은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서울과 경기외곽의 소도시' 혹은 '지방광역시와 근방의 소도시' 등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리적패턴을 보고 2가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제조업 기업이 몰려있는 곳에 거주하는가?""제조업 기업들은 왜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 집중되어 있는가?" 이다. Paul Krugman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간단한 모델을 만들었다.  



◆ 사람들이 제조업 기업이 몰려있는 곳에 거주하는 이유


Paul Krugman이 만든 간단한 모델은 두 지역이 등장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각각 똑같은 인구가 살고 있으며 농업과 제조업의 비중이 5:5로 동등하다. 이때, 1지역(2지역) 사람들이 2지역(1지역)의 제조업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각 지역의 농업 종사자들은 지역간 이동이 불가능 하지만, 제조업 종사자들은 지역간 이동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농업은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지만 제조업은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이때, 2지역에 살고 있는 제조업 종사자가 1지역으로 이주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만약 1지역으로 이주한 근로자가 어떠한 이익도 거두지 못한다면, 그것을 본 2지역 내 다른 근로자들은 굳이 1지역으로의 이주를 생각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1지역으로 이주한 근로자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면, 이를 본 2지역 내 다른 근로자들은 똑같이 1지역으로 이주를 할 것이다. 


여기서 근로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임금상승을 뜻한다. 즉, 2지역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 때 임금이 상승한다면, 2지역 근로자들은 모두 1지역으로 이주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2지역의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때 임금이 상승하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 1지역 인구증가에 따른 1지역 제조업 상품다양성 증가 →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증가 → 1지역 제조업 근로자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다

: 2지역에 살고 있는 제조업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함에 따라, 이제 2지역의 인구보다 1지역의 인구가 더 많다따라서, (신무역이론에 의해) 1지역내 제조업 기업 숫자는 증가하게 되고 상품다양성 또한 증가한다. 이제 2지역에서 판매되는 제조업 상품종류 보다 1지역에서 판매되는 제조업 상품종류가 많아졌다. 


이에따라 양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제조업 근로자+농업 종사자)이 제조업 상품을 구매할때 1지역 제조업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게 된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이제 상품종류가 다양한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된것이다. 상품판매 증가는 근로자의 임금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에, 1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게 된다.


▶ 기술발전으로 인해 낮아지는 운송비용 → 2지역 제조업 상품을 보다 싸게 구입 가능 →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증가 → 1지역 제조업 근로자 실질임금 증가로 이어지다 

: 2지역에서 1지역으로 이주한 근로자는 이제 본래 있던 2지역의 제조업 상품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진다. 2지역의 제조업 상품을 1지역에서 구입하기 위해서는 운송비용을 추가적으로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송비용이 낮다면 2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크기를 줄일 수 있고,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을 보다 더 늘릴 수 있다. 1지역 제조업 상품 판매증가는 1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임금상승으로 이어진다.    


1지역 인구 증가에 따른 내부 규모의 경제 작동 → 1지역 제조업 상품가격이 낮아지고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높아지다

: 1지역의 인구증가는 내뷰 규모의 경제를 작동시켜 1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도 가져온다. 신무역이론에서 살펴봤듯이,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인구크기(시장크기)이다. 만약 인구가 적다면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높아진다. 반대로 인구가 많다면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생산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생산비용의 감소는 상품가격의 감소로 이어진다. 따라서 1지역 근로자들은 보다 낮은 가격에 제조업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실질임금이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3가지 요인으로 인해, 2지역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때 임금이 상승하게 된다. 이것을 본 다른 2지역 근로자들은 임금상승 혜택을 얻기 위해 먼저 이주한 사람을 따라서 1지역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 결과, 양지역의 제조업 근로자들은 모두 1지역으로 모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2지역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때 임금 상승을 유발하는 3가지 요인'은 결국 '1지역의 인구가 많기' 때문에 작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1지역의 인구가 많은 이유는 2지역의 근로자 1명이 1지역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즉, 조그마한 인구증가가 연쇄작용을 일으켜서 1지역으로의 제조업 근로자 집중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처럼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은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인구수'(relatively large non-rural population) 라는 초기조건이 큰 영향을 끼쳐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만들어낸다"(sensitively on initial condition)고 설명한다.        





※ 제조업 상품수요가 많은 곳에 위치하려는 제조업 기업들 


◆ 제조업 기업들이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 집중하는 이유


앞서 살펴봤듯이, 높은 임금을 바라는 제조업 근로자들은 인구수가 조금이나마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였고, 이제 모든 제조업 근로자들이 1지역에 집중되었다. 


렇다면 제조업 기업들은 1지역 · 2지역 둘 중에 어느 곳에 위치해야 할까? 제조업 기업 또한 인구수가 많은 지역 근처에 위치할 때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신무역이론에서 살펴봤듯이 내부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켜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운송비용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1지역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Paul Krugman은 신무역이론을 도입한 1979년 논문에서는 '제조업 기업이 부담하는 운송비용'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1980년 논문 <Scale Economies, Product Differentiation, and the Pattern of Trade>에서 '운송비용'(transport costs)을 신무역이론에 추가하였다. 


제조업 기업은 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많은 곳(시장크기가 큰 곳)에 기업이 위치해야 운송비용을 최소화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다이를 'Home Market Effect' 라고 한다.


Paul Krugman은 '운송비용'과 '제조업 기업의 최적 생산위치' 개념, 즉 'Home Market Effect'를 신경제지리학에도 도입하였다. 다시 말하지만, 높은 임금을 바라는 제조업 근로자들은 인구수가 조금이나마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였고, 모든 제조업 근로자들이 1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1지역의 인구가 더 많기 때문에, 이제 제조업 상품의 수요는 1지역에서 더 많이 있다. '운송비용 최소화'를 바라는 제조업 기업들은 수요가 더 많은 곳에 위치하려 하고, 1지역은 제조업 근로자 뿐만 아니라 제조업 기업 또한 집중되게 된다. 



이를 정리하면, 제조업 기업들은 제조업 상품수요가 많은 곳에 위치하려 한다(backward linkage). 여기서 제조업 상품 수요 크기는 제조업 상품 생산 크기가 결정한다.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제조업 상품이 다양하게 생산되는 곳에 모여들기 때문이다(forward linkage)


따라서 제조업 근로자들의 거주지 결정과 제조업 기업들의 입지결정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 제조업 기업들과 근로자들이 핵심부를 벗어나 주변부로 이탈하는 이유는?


높은 임금을 바라는 제조업 근로자들과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 운송비용 최소화를 노리는 제조업 기업들은 모두 1지역에 모여있다. 1지역은 '산업화된 핵심부'가 되었고, 2지역은 '농업만 남아있는 주변부'가 되었다. 그런데 현실에서 '농업만 남아있는 주변부'를 발견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 주변부 지역은 농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주변부 지역에도 여전히 제조업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핵심부에 모든 제조업 근로자 · 모든 제조업 기업이 모이게 되는 균형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없다. 만약 제조업 기업 한 곳이 주변부로 이동한다면, 그 기업은 주변부의 제조업 상품 수요를 모두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핵심부에 모여있는 제조업 기업들 중 일부는 주변부로 다시 이동할 유인을 가지고 있다. 


이때, 얼마만큼의 제조업 기업이 주변부로 다시 이동할까? 주변부로 이탈할 기업의 수를 결정해주는 요인이 몇 가지 있다.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적을수록 그리고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할 수 있을수록 주변부로 이탈하는 기업이 증가

: 사람들이 제조업 상품에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면 근로자들은 핵심부에 머무르는 게 이득이다. 제조업 상품 종류가 더 다양한 핵심부의 상품은 주변부의 상품에 비해 많이 팔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제조업 상품에 많은 지출을 하면 할수록 핵심부의 상품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더욱 더 증가한다. 이에따라 핵심부에 있는 근로자들 또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변부로 이동할 이유가 없다. 근로자가 이동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고용해야 하는 기업 또한 이동할 수 없다. 


따라서 주변부로 이탈할 기업의 수를 결정하는 요인은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정도' 이다. 사람들이 제조업 상품에 지출을 적게 하고 농업 상품에 대한 지출을 늘릴수록, 기업들은 주변부로 이동하기가 쉬워진다. 또 다른 요인은 '임금 지불능력'이다. 핵심부에 있는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주변부로 유인하려면 제조업 기업은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 즉, 더 높은 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만 핵심부를 이탈하여 주변부로 재이동할 수 있다.   


운송비용이 클수록 주변부로 이탈하는 기업이 증가

: 또 하나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운송비용이다. 운송비용이 낮다면 주변부에 사는 사람들은 싼 가격에 핵심부의 제조업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핵심부를 이탈하여 주변부로 이동할 이유가 없어진다. 기업은 주변부의 상품 수요를 모두 차지 하기위해 핵심부를 이탈한 것인데, 정작 주변부에 사는 사람들이 핵심부의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으면 주변부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판매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송비용이 높을수록 주변부로 재이동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다.


내부 규모의 경제가 적게 작동할수록 주변부로 이탈하는 기업이 증가

: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내부 규모의 경제이다. 만약 제조업이 내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상황이라면, 제조업 기업들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핵심부에 머무르는 게 유리하다. 그렇지만 내부 규모의 경제가 약하게 작동하고 있다면, 기업들이 인구가 적은 주변부로 이탈하여도 비교적 괜찮다.   


이를 정리한다면, 제조업 근로자들이 핵심부(1지역)로 모이게 만든 3가지 요인은 반대로 제조업 기업들이 주변부(2지역)로 이탈하게끔 만들 수 있다. 


●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정도

→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많을수록 핵심부로의 집중 심화

→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적을수록 주변부로의 이탈 발생


● 운송비용 크기

→ 운송비용이 적을수록 핵심부로의 집중 심화

→ 운송비용이 클수록 주변부로의 이탈 발생


● 내부 규모의 경제 작동정도

→ 내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할수록 핵심부로의 집중 심화

→ 내부 규모의 경제가 약하게 작동할수록 주변부로의 이탈 발생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정도' · '운송비용 크기' · '내부 규모의 경제 작동정도' 이러한 3가지 요인이 각각 어느정도 크기를 가지느냐에 따라, 핵심부에 남아있는 제조업 기업(근로자)의 수와 주변부로 이탈하는 제조업 기업(근로자)의 수가 결정된다. 


3가지 요인이 주변부로의 이탈을 막을수록 핵심부의 크기는 커지게되고(divergence), 반대로 3가지 요인이 주변부로의 이탈을 유발할수록 핵심부와 주변부의 크기는 비슷해진다(convergence). 



그리고 이제 핵심부는 '산업화된 핵심부'(industrialized core) 모습을 띄게되고 주변부는 농업'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도 어느정도 존재하는 '농업위주의 주변부'(agricultural periphery)가 된다. 현대사회는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많고 · 기술발전으로 인해 운송비용이 감소하고 있으며 · 내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대도시(metropolitan)'를 중심으로 한 '거대 핵심부'가 만들어지고 있다.  




※ 신경제지리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 도시의 승리 (Triumph of the City)

: 이제 우리는 왜 사람들이 도시, 그것도 대도시(metropolitan)에 몰려사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인구가 몰려있는 대도시는 다양한 상품종류와 높은 임금을 제공해준다. 기업들 또한 대도시 근처에 위치해야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운송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의 도시경제학자 Edward Glaeser는 단행본 『도시의 승리』(원제 : 『Triumph of the City』)를 통해, 도시의 이점을 이야기한다.


■ 지역균형발전

: 한국의 정부는 수도권 과밀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채택해왔다. 공기업 등을 여러 지방으로 강제로 분산이전시켜서 지방소도시의 발전을 꾀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글을 읽었다면 인위적인 분산정책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제지리학은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인구수'(relatively large non-rural population) 라는 초기조건이 큰 영향을 끼쳐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만들어낸다"(sensitively on initial condition)고 설명한다. 즉, 조금이라도 규모가 큰 도시에 위치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근로자와 기업들은 큰 도시로 이동하게 되고, 핵심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지고 주변부의 크기는 더더욱 작아진다. 따라서 공기업 등을 소규모로 쪼개서 지방으로 이전시킨다 하더라도, 결국 주변의 큰 핵심부에 사람과 자본을 뺏길 것이다. 차라리 공기업 등을 한꺼번에 특정 지방 광역시로 이전시키는 방법이 지역균형발전에 효과적일 것이다.                    


■ 세계화와 '슈퍼스타'의 등장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인구수'(relatively large non-rural population) 라는 초기조건이 큰 영향을 끼쳐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만들어낸다"(sensitively on initial condition)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핵심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지고 주변부의 크기는 더더욱 작아진다. 이러한 논리를 지리학이 아닌 '소득격차 심화'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 등의 기술발전과 운송비용의 감소는 세계적인 스타와 기업이 다른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손쉽게 미국의 연예스타들을 접할 수 있으며, 유럽 챔피언스리그 · 메이저리그와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대회를 시청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기업이 만들어낸 상품, 서비스뿐만 아니라 애플 아이폰 ·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들의 상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따라 '한국내 1위'(주변부)라는 지위는 힘을 잃고 '세계 1위'(핵심부)의 영향력은 더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싸이월드가 아니라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K리그가 아니라 유럽축구를 시청한다. 그 결과, 세계적인 스타 · 기업(핵심부)들은 더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오바마행정부 경제자문회의장을 맡았던 경제학자 Alan Krueger는 "세계화와 인터넷 등의 기술발전은 '슈퍼스타'의 영향력을 증대시켰고, 상위 0.1% 계층의 소득은 더더욱 증가하였다."[각주:2] 라고 설명한다.  


■ 한국시장은 중국시장에 흡수될까?

: '핵심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지고 주변부의 크기는 더더욱 작아진다'는 논리는 한국인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바로 한국 옆에 존재하는 중국의 존재 때문이다.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시장은 상품다양성과 내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한국시장보다 우월하다. 그렇다면 일종의 주변부인 한국시장은 핵심부인 중국시장에 흡수될 수도 있지 않을까? 프로축구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K리그 선수들은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중국리그로 대거 이적하고 있으며, 최용수 감독은 연봉 20억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프로축구 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1. 'A new global order of cities'. Financial Times. 2015.05.26 http://www.ft.com/intl/cms/s/2/a5230756-0395-11e5-a70f-00144feabdc0.html#axzz3e81c3Sn0 [본문으로]
  2. Alan Krueger. "Land of Hope and Dreams: Rock and Roll, Economics and Rebuilding the Middle Class". 2013.06.12 https://www.whitehouse.gov/sites/default/files/docs/hope_and_dreams_-_final.pdf [본문으로]
  1. 33sh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Posted at 2015.05.26 21:0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2세대 국제무역이론의 등장


국제무역이론의 주요 관심사는 '무역을 왜 하는가?' · '무역의 이익은 무엇인가?' · '무역은 소득분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다.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 우리는 1세대 국제무역이론을 알아보았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헥셔-올린의 무역이론 등 1세대 국제무역이론은 '각 국가들이 서로 다른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무역을 한다고 이야기한다. 리카도는 '노동생산성의 차이'(기술수준의 차이)에 주목하고, 헥셔-올린은 '보유자원의 차이'를 말한다. 이들 이론에서는 국가들의 기술수준 · 보유자원 등이 같거나 유사할때 무역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1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는 '한 국가에서 특화상품은 수출만 되고, 특화하지 않은 상품은 수입만 된다. 똑같은 산업에 속한 상품들이 교환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이론에서는 '비교우위 산업의 상품을 수출하고, 비교열위 산업의 상품은 수입한다'. 헥셔-올린 이론에서는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출하고,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입한다.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하고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입한다.' 똑같은 산업에 속한 상품들은 교환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산업 간에 무역이 발생하게 된다(Inter-Industry Trade).


따라서, 1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말하는 '무역의 이익'은 '해당 국가가 가지지 못한-혹은 비교적 덜 가지고 있는- 상품을 간접생산' 하는 것이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는 무역을 통해 비교열위 상품을 간접생산하고, 헥셔-올린 이론에서는 희소한 자원(scarce resource)이 집약된 상품을 간접생산 한다. 



1세대 국제무역이론은 과거 20세기 초반의 무역패턴을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 20세기 초반 국가들은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 힘을 썼다. 가령, 유럽 국가들이 인도에만 있는 향료를 수입하려 했던 식이다. 굳이 자신들과 비슷한 국가들과 무역을 할 유인은 없었다


위의 그래프는 이러한 과거 무역패턴을 보여준다. 산업혁명에 성공한 1910년대 영국은 자신들이 가진 제조업상품을 주로 수출하고 비제조업상품을 주로 수입했다. 특화된 제조업상품은 수출만 되고 특화하지 않은 비제조업상품은 수입만 되는 양상이다. 제조업상품의 수입 혹은 비제조업 상품의 수출도 조금은 보이지만 그 비중은 매우 작다. '서로 다른 산업간 무역'(Inter-Industry Trade)의 모습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무역패턴은 과거와는 다르다. 위 그래프는 1990년대 영국의 무역패턴을 보여준다. 한 눈에 보이듯이 우선 제조업 상품의 무역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중요한 것은 제조업 상품의 수출 · 수입이 비슷한 비중으로 동시에 발생하면서 똑같은 산업 내부에서 무역이 이루어지고(Intra-Industry Trade) 있다. 이는 제조업 상품(특화상품)이 주로 수출만 되었고, 비제조업상품(비특화상품)은 수입만 되었던 과거와는 다르다.



또한, 1910년대 영국은 주로 비유럽 국가들과 무역을 했으나, 오늘날 영국의 무역비중에서 유럽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오늘날 세계의 무역패턴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가진 미국 · 유럽 · 일본 · 중국과 주로 무역을 한다. 또한 전자산업 상품을 수출함과 동시에 수입하기도 한다. 갤럭시폰을 수출하지만 아이폰을 수입하는 꼴이다. 같은 산업내에서 무역이 발생하는 비중이 높다(Intra-Industry Trade). 이때 갤럭시폰과 아이폰은 '스마트폰'이라는 범주에 속하지만, 차별화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 무역패턴의 특징은 

'서로 비슷한 국가끼리 무역'(similarity) · 

 '서로 같은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 · 

 '(같은 산업에 속해있지만) 차별화된 상품을 수출입'(differentiated products) 


등이다. 1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말하지 않는 이러한 무역패턴을 설명하기 위해, 1970년대 후반부터 '신국제무역이론'(New Trade Theory)[각주:1] 혹은 '2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무역이론 개발을 이끈 대표적인 경제학자는 바로 Paul Krugman(폴 크루그먼) 이다. 그는 1979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을 통해 '신무역이론'을 세상에 내놓았다. (주 : 폴 크루그먼은 '신무역이론'과 '신경제지리학'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Elhanan Helpman(엘하난 헬프먼) · Gene Grossman(진 그로스먼) 또한 여러 연구를 통해 2세대 국제무역이론을 만들었다. 이번글에서는 폴 크루그먼의 1979년 논문을 중심으로 '신무역이론'에 대해 알아보자.




※ 독점적 경쟁시장(Monopolistic Competition Market) 

- 차별화된 재화를 생산


우선 오늘날 무역패턴 중 '(같은 산업에 속해있지만) 차별화된 상품을 수출입'(differentiated products)을 주목해보자. 


1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 '자본(노동)집약적 상품'들은 그저 똑같은 특성을 지닌 상품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자본(노동)집약적 상품은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자동차 · 스마트폰 등은 모두 자본집약적 이지만 서로 다른 상품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내에서도 갤럭시와 아이폰은 서로 차별화된 재화이다. 이처럼 오늘날 상품은 서로 '차별화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하는 시장'을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경제학에서 주로 등장하는 '완전경쟁시장'(perfect competition market)은 동질한 재화를 생산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다른 형태의 시장모델이 필요하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독점적 경쟁시장'(monopolistic competition market) 이다. 

(주 : 경제학자 Edward Chamberlin은 1962년 출판한 <The Theory of Monopolistic Competition: A Reorientation of the Theory of Value>를 통해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의 특성을 이야기한다. 경제학자 Avinash DixitJoseph Stiglitz 또한 1977년 논문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Optimum Product Diversity>을 통해,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을 이야기했다.)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은 다수의 생산자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그렇다면 이를 왜 '독점적' 이라고 하는 것일까? 바로 '차별화된 상품'(differentiated products)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만들어내는 상품은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상품의 가격을 다른 상품보다 높게 올리더라도 수요가 없어지지 않는다. 일종의 '독점력'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여러 생산자가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한다면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으로 인한 효용을 누릴 수 있다. 옴니아폰만 쓰는 게 아니라 아이폰도 쓸 수 있으니 우리의 효용이 증가하게 되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과 '국제무역'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 



 

※ 내부 규모의 경제 (Internal economies of scale, Increasing return)

- 내부 규모의 경제와 상품다양성 욕구의 충돌  


하나의 시장안에 여러 개의 기업이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은 서로 '차별화' 되어있다. 따라서, 존재하는 기업의 수가 많을수록 상품 다양성은 증가하고 소비자들의 후생도 커진다. 그런데 기업의 수가 무한히 많아질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소비자들은 무한대의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하나의 시장에서 무한대의 기업이 존재하는 건 불가능하다. 바로, '고정비용'(fixed cost)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정비용이란 상품을 생산하지 않아도 지출해야 하는 비용 혹은 쉽게 말해 초기투자비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소프트웨어 윈도우즈는 상품을 판매할 때 드는 비용이 매우 적다. CD를 찍어내는 비용 혹은 인터넷 다운로드가 유발하는 비용은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윈도우즈 투자비용이 적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상품을 판매하기 이전까지 들어가는 개발비용 등은 매우 많다. 


이러한 '고정비용' 혹은 '초기투자비용'이 만들어내은 특징은 '많은 양을 판매해야만 평균비용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만약 윈도우즈를 만들어놓고 하나만 판매한다면 평균비용은 초기투자비용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많은 양을 판매한다면 평균비용은 비례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주 : '상품의 판매량이 증가할때마다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모습을 우리는 이전글에서 본적이 있다.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에서는 '같은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인 결과'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양상을 볼 수 있었다. 이를 '외부 규모의 경제'(external economies of scale)이라 했다.


하지만 이번글에서 다루는 '상품의 판매량이 증가할때마다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모습은 이와는 다르다. (여러 기업이 한 곳에뭉치지 않아도) '하나의 기업에서만 생산량이 증가해도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모습을 상정한다. 바로, '내부 규모의 경제'(internal economies of scale or increasing return) 이다.)


'내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량을 늘려야먄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런데 무한대의 기업이 시장에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무한대의 기업이 각자 원하는 생산량을 모두 생산할 수는 없다. 시장크기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크기가 제한된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 할때마다 기업 한곳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은 감소한다. 그리고 생산량 감소에 따라 기업들의 평균생산비용은 증가한다. 평균생산비용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상품다양성은 줄어든다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상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성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고 시장크기가 작은 경우,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성의 이익'은 제한된다. '내부 규모의 경제'와 '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욕구'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 X축은 기업의 수(다양한 상품의 수), Y축은 비용 혹은 가격을 나타낸다.
  • 빨간선 CC는 시장내 기업의 평균비용곡선, 파란선 PP는 시장내 기업의 가격곡선을 나타낸다.
  •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 할때마다 기업 한곳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은 감소한다. 그리고 생산량 감소에 따라 기업들의 평균생산비용은 증가한다. (빨간선 CC가 우상향하는 이유)
  •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한다면, 각 기업들의 독점력은 약해진다. 따라서, 각 기업들이 책정하는 상품가격은 하락한다. (파란선 PP가 하향하는 이유) 


윗 그래프는 '내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독점적 경쟁시장 모델'에서의 균형을 보여준다. X축은 기업의 수(다양한 상품의 수), Y축은 비용 혹은 가격을 나타낸다. 빨간선 CC는 시장내 기업의 평균비용곡선, 파란선 PP는 시장내 기업의 가격곡선을 나타낸다. 


이때,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 할때마다 기업 한곳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은 감소한다. 그리고 생산량 감소에 따라 기업들의 평균생산비용은 증가한다(빨간선 CC가 우상향하는 이유). 그리고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한다면, 각 기업들의 독점력은 약해진다. 따라서, 각 기업들이 책정하는 상품가격은 하락한다(파란선 PP가 하향하는 이유).


앞서 말한것처럼,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욕구와 규모의 경제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균형 기업의 수는 n2에서 결정된다. n2보다 더 많은 기업이 존재한다면 상품가격은 낮은데 평균 생산비용은 높은 상황이 만들어진다.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나갈 것이다. 반대로 n2보다 적은 기업이 존재한다면 상품가격은 높은데 평균 생산비용은 낮다. 이를 본 다른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여 결국 균형기업의 수는 n2가 된다. 




※ '상품다양성 이익'과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을 가져오는 국제무역


다시 반복하자면,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상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성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고 시장크기가 작은 경우,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다양성의 이익'은 제한된다. '내부 규모의 경제'와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욕구'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다. 이것 때문에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욕구는 제한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나서 상품다양성을 늘릴 수 있을까?


경제학자 Paul Krugman(폴 크루그먼)1979년에 발표한 논문 <내부 규모의 경제, 독점적 경쟁 그리고 국제무역>(<Increasing returns,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을 통해, 이러한 상황에서 상품다양성을 늘리는 방법을 제시한다. 첫번째는 '국내 전체 인구증가'(Labor Force Growth), 두번째는 국제무역'(International Trade)이다. 


국내에서 인구가 증가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인구가 증가했다는 말은 제한되어 있던 시장크기가 커졌다는 말과 같다. 각 기업은 이전보다 더욱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평균 생산비용은 감소한다. 평균 생산비용이 이전에 비해 감소함에 따라 (이전에는 평균생산비용이 높아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한다. 따라서, 인구증가는 상품다양성 증가를 가져온


그렇지만 국내인구를 인위적으로 갑자기 증가시킬 수는 없다. 인구증가로 상품다양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무의미하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국제무역'이다.


국제무역을 통해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국제무역은 '시장확대'(extending the market)를 가져온다. 이제 국내 사람들은 무역을 통해 외국 기업이 생산한 상품도 이용함에 따라 상품다양성이 증가하게된다. 국제무역으로 인해 '상품다양성 증가'(variety gain)를 누릴 수 있게된 것이다. 


또한 국제무역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각 기업들은 제한되어 있는 시장크기로 인해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면 시장크기가 커져서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릴 수 있고 평균생산비용은 감소한다. 즉, 국제무역은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증대(scale effect)시킨 역할을 수행했다.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가 증대됨에 따라 국제무역 이후 상품가격은 하락하고 국민들의 실질임금은 증가한다. 국제무역 덕택에 국민들은 '상품가격 하락과 실질임금 상승 효과'를 누리게 된다.



  • 노란색선(CC1)은 인구증가 이전 · 무역발생 이전의 평균 생산비용을 나타낸다.
  • 빨간색선(CC2)은 인구증가 이후 · 무역발생 이후의 평균 생산비용을 나타난대.
  • 파란색선(PP)은 시장내 기업의 가격곡선 이다.
  • 인구가 증가하고 무역이 이루어진 결과, 소비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상품의 수(혹은 기업의 수)는 n1에서 n2로 증가한다.
  • 게다가 상품가격 또한 P1에서 P2로 하락한다.


이제 그래프를 통해, '인구증가의 효과'와 '무역의 효과'를 이해해보자. 노란색선(CC1)은 인구증가 이전 · 무역발생 이전의 평균 생산비용을 나타낸다. 빨간색선(CC2)은 인구증가 이후 · 무역발생 이후의 평균 생산비용을 나타난대. 파란색선(PP)은 시장내 기업의 가격곡선 이다.


인구가 증가하고 무역이 이루어진 결과, 소비자들이 향유할 수 있는 상품의 수(혹은 기업의 수)는 n1에서 n2로 증가한다. 게다가 상품가격 또한 P1에서 P2로 하락한다. '다양성의 이익'(variety gain)과 '상품가격 하락 효과'(scale effect)가 나타남을 그래프를 통해 볼 수 있다.




※ 신무역이론의 특징


이러한 사실 등을 통해 신무역이론의 특징을 알 수 있다. 


첫째로, 국제무역을 하는 이유는 '내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상품다양성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이다. 1세대에서의 국제무역 목적은 내가 가지지 못한 상품을 얻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1세대에서의 무역 상대방은 노동생산성이 다르거나(기술수준이 다르거나) 다른 자원을 가졌었다. 그러나 신무역이론에서의 무역 상대방은 나와 동일한 특징을 지닌 국가여도 괜찮다. 국제무역을 통해 싼 가격에 여러 상품을 소비하는게 중요할 뿐이다. 즉, 비슷한 국가들 사이에서도 국제무역은 발생(similarity)한다.


둘째로, 신무역이론에서는 비슷한 산업끼리도 무역을 통해 상품을 교환한다. 1세대에서의 무역은 내가 가지지 못한 혹은 부족한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서 행해졌다. 하지만 신무역이론에서의 무역은 똑같은 산업에 속해있는 상품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같은 산업에 속해 있다하더라도 서로 '차별화된 상품'이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 '상품다양성의 이익' 얻는 것이 신무역이론의 목적이다. 따라서, 1세대 무역은 '산업간 무역'(Inter-Industry Trade)만을 이야기하지만, 신무역이론은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을 설명할 수 있다


셋째로, 국제무역을 유발케하는 것은 '고정비용'(fixed costs)과 '내부 규모의 경제'(internal economies of scale or increasing returns)이다. 만약 이것들이 없었더라면 국내 소비자는 다양성의 이익을 무한대로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로 인해 시장내 상품 다양성의 제약이 생기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제무역을 해야할 유인을 제공해준다. 


넷째로, 국제무역의 효과는 국내인구 증가의 효과와 동일하다. 인구가 적은 소국도 국제무역을 통해 인구대국 만큼의 상품다양성의 이익을 향유하고 내부 규모의 경제를 실현 할 수 있다. 신무역이론은 "국제무역은 마치 나라의 크기가 커진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라고 말한다.

  

다섯째로, 만약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앞서,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 '무역을 통한 상품의 이동은 생산요소가 직접 이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신무역이론에서도 이러한 효과는 나타난다. 국제무역은 '다른나라 국민들이 우리나라로 이민을 와서 인구가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인구가 적은 소국은 '이민을 통한 인구증가' 효과를 누릴 수 없다. 따라서 소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국 사람들에 비해 삶의 수준이 낮은 상태 (다양성이익 X, 규모의 경제 실현 X)에 있게되고, 소국 국민들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이 사실은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을 이해하기 위해 중요하다!) 




※ 어떤 국가가 특정상품을 더 많이 수출할까?


이처럼 2세대 국제무역이론 혹은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은 내부 규모의 경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추구가 제한되는 와중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무역이 등장한다고 말한다. 즉, 무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차별화된 상품을 소비하는 다양성의 이익(variety gain)이다. 



과거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은 비교열위(우위) 산업 혹은 희소한(풍부한) 자원을 이용하는 산업이 만들어낸 상품을 수입(수출)만 한다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이 설명한건 '산업간 무역'(Inter-Industry Trade) 이었다. 



하지만 신무역이론은 같은 산업내에 속해있는 상품이라 하더라도 차별화된 특성을 지니고 있기때문에, 상품 다양성의 이익을 얻기위해 같은 산업 내부에서 수출· 수입이 동시에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즉, 신무역이론은 오늘날 주된 무역패턴인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이 이루어질때, 같은 산업 내에서 각 국가가 수출하는 상품량이 똑같을까? 예를 들어, A국과 B국 사이에 자동차 산업내 무역이 발생한다고 생각해보자. 양 국가는 차별화된 자동차를 생산함으로써, 자국의 자동차 상품을 수출한다. 이때 A국이 수출하는 자동차 상품량과 B국이 수출하는 자동차 상품량이 똑같을까? 앞서 살펴본, Paul Krugman(폴 크루그먼)1979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은 이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때, 경제학자 Elhannan Helpman(엘하난 헬프먼)1981년 논문 <International trade in the presence of product differentiation, economies of scale and monopolistic competition : A Chamberlin-Heckscher-Ohlin approach>은 '어느 국가가 어떤 상품을 더 많이 수출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준다. 


엘하난 헬프먼은 '신무역이론'에 전통적인 무역이론인 '헥셔-올린 모형'을 결합하였다. '헥셔-올린 모형'은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만을 수출하고,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만을 수출한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신무역이론'은 "각 국가는 상품다양성을 얻기위해 같은 산업에 속한 상품을 교환한다." 라고 말한다. 이들을 결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바로, "자본(노동)풍부국은 상품다양성을 얻기위해 자본(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함과 동시에 수입하지만, 수입보다 수출을 더 많이 한다. 즉, 자본(노동)풍부국은 자본(노동)집약적 상품을 순수출(net export) 한다."       

    




※ 신무역이론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실은?

'무역자유화의 이점'(benefits of Trade Liberalization)


이번글을 통해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 혹은 '2세대 국제무역이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계속 반복하지만, 신무역이론은 내부 규모의 경제로 인해 소비자들의 상품다양성 추구가 제한되는 와중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제무역이 등장한다고 말한다. 이때 무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차별화된 상품을 소비하는 다양성의 이익(variety gain)'이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바로 '무역자유화의 이점'(benefits of Trade Liberalization)이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하에서 무역개방은 비교열위 산업의 고용을 축소시킨다. 또한 '헥셔-올린 모형' 하에서 무역개방은 희소한자원을 이용하는 산업의 임금을 하락시킨다. 무역개방이 경제 전체의 총고용에는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각주:2], 무역자유화로 인해 피해가 보는 산업이 생기게된다. 이는 무역개방이 '우리와는 특성이 다른 국가와 산업간 무역을 증가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무역이론'에서는 무역개방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 모든 산업이 '다양성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역개방이 '산업구조가 비슷한 국가와의 무역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산업내 무역을 증가시키는 형태'로 이루어진다면 무역자유화의 이점은 극대화된다. 국제무역은 전세계 국가에 win-win을 안겨다 줄 수 있다..    


폴 크루그먼은 1981년 논문 <Intraindustry Specialization and the Gains from Trade>을 통해, "규모의 경제가 작거나 보유자원이 다른 국가들 사이에 국제무역이 이루어진다면 피해를 보는 산업이 생기게된다. 하지만 산업내 무역의 효과가 크다면 모든 사람이 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각주:3]" 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주 :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더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신무역이론 이용하여 사회현상 바라보기


이론을 배우기만 하고 현실에 적용할 줄 모른다면 이론공부를 한 의미가 없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알게된 '신무역이론' 지식을 이용하여 사회현상을 바라보도록 하자. 


2014년 8월, 영화계의 화제는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였다. "영화 <명량>을 제작한 CJ가 영화흥행을 위하여 자사극장 CJ CGV 스크린을 독점했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었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본인은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 글을 통해 몇가지 반론을 제기했었다. 


반론의 핵심은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은 단순히 대기업 CJ의 탐욕 때문이 아니다. 이는 '고정비용'이 존재하고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영화산업의 특징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시장의 크기가 작은 곳에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상품에 대한 욕구'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 간의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이었다.


본인은 그것보다는 <명량>의 제작비에 관심이 간다. <명량>의 제작비는 180억원인데 한국영화시장에서 '제작비 180억'은 엄청난 금액이다. 그리고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한 손익분기점 관객수는 550만이나 된다. 다르게 말해, <명량>은 엄청난 '고정비용'이 투자된 상품이고, 관객수가 늘면 늘수록 평균비용이 떨어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의 크기' 이다. 시장의 크기가 클수록 생산량이 증가하여 평균비용을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의 크기가 제한되어 있고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원한다. 그렇지만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오고 판매량이 분산된다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은 생산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즉, 시장의 크기가 제약되어 있고, 다양한 상품으로 인해 판매량이 분산된다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은 심각한 적자를 보게 된다. 그 결과, 시장의 크기가 작은 곳에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상품에 대한 욕구'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 간의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충돌을 완화시켜주는 것은 '국제무역' 이다. 각 나라와 산업들은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크기를 넓힘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원활히 작동시킬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획득할 수 있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독점적 경쟁시장'과 '시장크기'에 관한 국제무역이론을 수립하고 지리경제학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명량>은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수 없다. 이순신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일본에 수출할 수 있나? 한국의 영웅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미국 사람이 볼까? 제작비 500억이 투입된 <설국열차>의 경우 세계각지에 수출함으로써 '한국 시장크기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명량>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 한국영화시장 안에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스크린 수를 대폭 늘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한국 대작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물론, 그 영화가 흥행하지 않는다면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자연스럽게 상영관수가 줄어들겠지만...) 이것을 고려한다면 단순하게 배급사와 상영사의 독점을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의 원인으로 돌릴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와 '시장크기'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1. '신국제무역이론'(New Trade Theory)은 197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 2015년 현재에는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국제무역이론이 등장한 상태이다. 따라서, 오늘날 '신국제무역이론'(New Trade Theory)은 '구 신국제무역이론'(Old New Trade Theory)'라 불리운다. [본문으로]
  2. '무역개방이 경제내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 자세히 다룰 게획이다. [본문으로]
  3. In the southeastern part of the square-labeled "conflict of interest"-either scale economies are unimportant or countries are very different in factor endowments, and scarce factors lose from trade. In other region-"mutual benefit"-the gains from intraindustry specialization outweigh the conventional distributional effects, and everyone gains from trade. [본문으로]
  1. 연우
    언제나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
    중간에 오타가 하나 있는 것 같아요. 산업간 무역 = Inter-Industry Trade 일텐데 산업내 무역을 의미하는 Intra-Industry Trade 라고 적혀 있네요 ㅎㅎ
  2. gye
    안녕하세요 경제학 전공 학부생입니다! 국제경제론을 책으로만 공부하기엔 너무 딱딱하고 수학적이라서 싫어했는데, 이렇게 직관적 설명을 토대로 모형을 곁들여 이해하니 이해도 쉽고 재밌어요! 흥미롭게 구독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3. 비밀댓글입니다
  4. 오. 이 블로그 초창기때 들어와보고 별로 온적이 없었는데, 아직도 학부생이라시는데 이런 내용까지 있다니, 놀랍네요. 저는 크루그먼논문이나 그로스먼&헬프만 논문은 석사때서야 제대로 읽어봤는데, 주현님은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시는군요, 요약설명도 좋네요.
    • 2015.11.11 20:48 신고 [Edit/De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블로그 초창기에 적었던 글들은 대부분 '비공개'로 돌렸습니다.
      지금 읽어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써놔서 말이죠..
      최근에 쓴 글들도, 몇년 후에 그렇게 보아졌으면 하네요...
  5. pinerime
    아주 좋은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6. Primeroyal7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7. 공과분야 전공생인데도 이해가 정말 쉬울정도로 정리를 잘하셨네요
    과제하는데 도움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8. onell
    글 잘 읽었습니다. 이해가 잘 되네요
  9. asdzxc1727
    정말 정리가 잘 되어있내요. 덕분에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10. 만쉐
    와 정말 보기 좋게 정리 잘해놓으셨네요. 산업 내 무역에 대해 검색하고 있었는데 완벽한 정보를 찾은것 같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11. 에헷
    국제경영 전공공부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아요! 감사합니다~^^
  12. 감사합니다
    와 신무역이론 원서로 공부하는데 이걸로 보니 너무나 잘이해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3. 감사합니다
    괜히 서강대생이 아니네요.. 명문대의 위엄을 다시 한번 느끼고 갑니다.
    정말 영리하신 것 같아요 ㅎㅎ
    쉽게 정리해주셔서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④]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 - Fed & Krugman vs BIS & Rajan[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④]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 - Fed & Krugman vs BIS & Rajan

Posted at 2015.01.13 00:36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 - Fed & Krugman  vs  BIS & Rajan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15년 현재까지 반복되어온 논쟁의 핵심은 'Fed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이 경기침체 탈출에 도움이 되는가, 오히려 금융시장 리스크를 키우고 거품을 만드는 것 아닌가' 이다.


우선,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 이후 시행되었던 Fed의 통화정책이 적절했느냐'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오갔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테일러준칙'Taylor Rule을 만든) 경제학자 John Taylor는 "2000년대 Fed의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부동산시장 거품이 생겨났다."라고 말하며 당시 Fed의 통화정책을 비판한다. 또한 現 인도중앙은행 총재이자 前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Raghuram Rajan은 "금융위기 이전 Fed의 초저금리 정책이 금융시장 리스크를 키우는데 일조했다."[각주:1] 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 대해 前 Fed 의장 Ben Bernanke는 "2000년대 초반 미국 부동산시장 거품은 Fed의 저금리정책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각주:2] 라고 반박하면서,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으로 인해 부동산시장 거품이 생겨난 것이다."[각주:3] 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쟁은 '2008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Fed의 초저금리 정책이 문제를 초래하지 않을까?' 라는 모습으로, 2015년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은 "현재 Fed의 통화정책은 리스크추구 행위를 유발하고 있으며[각주:4], 자산시장 거품을 만들 수 있으므로 확장적 통화정책이 초래하는 비용을 면밀하게 평가해야 한다.[각주:5]" 라고 말한다. 그러나 Fed는 "통화정책은 전체 거시경제를 위한 것이고, 현재와 같은 통화정책이 없었다면 금융불안정은 더욱 더 커졌을 것" 이라고 반박한다.


논점을 명확히 하여 어떤 주장이 오고가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오늘날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의 요점은 크게 3가지이다. 


  • 통화정책 · 재정정책 무용론
  • 미국 Fed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미치는 악영향
  • 금융안정에 있어 통화정책과 중앙은행의 역할 


前 Fed 의장 Ben Bernanke, 現 Fed 의장 Janet Yellen과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Fed의 통화정책을 긍정'하고 있다. 그러나 BIS소속 Claudio Borio, 신현송과 인도중앙은행 총재 Raghuram Rajan은 'Fed의 통화정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치 'Fed vs BIS' 처럼 보이는 논쟁구도이다. 이번글에서는 양쪽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 Fed의 통화정책은 문제가 없다 - Fed & Paul Krugman


  • 왼쪽 : 前 Fed 의장 Ben Bernanke (2006-2014)
  • 가운데 : 現 Fed 의장 Janet Yellen (2014-       )
  • 오른쪽 : 경제학자 Paul Krugman



● Fed의 통화정책은 금융불안정을 초래한다 - BIS & Raghuram Rajan


  • 왼쪽 : BIS 통화결제국장 Claudia Borio
  • 가운데 : BIS 조사국장 신현송
  • 오른쪽 : 인도중앙은행 총재 Raghuram Rajan




※ 통화정책 무용론

- 구조개혁 vs 통화정책



● BIS : 경제위기 탈출에 통화정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구조개혁을 해야한다


  • 출처 : BIS.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 44 
  • 왼쪽 그림 : 세계 각국의 2014년 1분기 실질GDP를 나타낸다. 
  • 오른쪽 그림 : 세계 각국의 2014년 1분기 노동생산성을 나타낸다.
  •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주황색 점으로 표시된 '금융위기 이전 추세선과 현재의 차이'(Versus pre-crisis trend) 이다.
  • 2014년 1분기 실질GDP · 노동생산성 모두 '금융위기 이전 추세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③]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자산시장 거품(boom)을 만들고 있을까?'를 통해, Fed의 통화정책을 비판하는 BIS 주장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BIS는 '통화정책 무용론' (①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경제위기 탈출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을 이야기한다. 


근거가 무엇일까? BIS는 "2008 금융위기 이후 확장적 통화정책을 6년이나 시행했음에도 경제회복 속도가 느릴 뿐더러, '위기 이전 경제성장 추세선'(pre-crisis trend)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라고 말한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를 살펴보면, 2014년 1분기 실질GDP · 노동생산성 모두 '금융위기 이전 추세선'(주황색 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 이전 경제성장 추세선'과 '현재 경제성장 추세선' 비교를 위해, 좀 더 한 눈에 보이는 그래프를 살펴보자.  



  • 출처 :  BIS.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 48
  • 왼쪽 그림 : 금융위기를 맞아 추락했던 GDP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이전부터 있어왔던 추세선(Trend)으로 복귀한다.
  • 오른쪽 그림 : 금융위기를 맞아 추락한 GDP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전부터 있어왔던 추세선(Trend)으로 복귀하지 못한다. 대신, 새로운 추세선(Trend after crisis)을 만들어 내는데, 새로운 추세선은 이전 추세선에 비해 낮은 GDP를 기록한다.(a new trend is permanently lower than the pre-crisis  trend.)
  • 쉽게 말해, 오른쪽 그림은 '금융위기의 충격이 경제성장을 영구히 손상시킨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 BIS는 현재 경제상황이 오른쪽 그림과 같다고 주장한다. 


왼쪽 그림에서, 금융위기를 맞아 추락했던 GDP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이전부터 있어왔던 추세선(Trend)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오른쪽 그림은 이전부터 있어왔던 추세선(Trend)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새로운 추세선(Trend after crisis)을 만들어내고 있는 GDP 추이를 보여준다. 이때, 새로운 추세선은 금융위기 이전의 추세선보다 낮은 값을 가지는데, 이는 '금융위기 충격이 경제성장을 영구히 손상시킨 모습'(a new trend is permanently lower than the pre-crisis  trend.)을 보여준다. BIS는 현재 경제상황이 오른쪽 그림과 같다고 주장한다.[각주:6]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BIS는 크게 2가지 요인을 꼽는다. 


첫번째는 '과다한 공공부채가 초래하는 악영향'(adverse effects of high public debt)과다한 공공부채는 조세구조의 왜곡 · 낮은 정부지출 생산성을 뜻한다. 또한, 공공부채 증가는 리스크-프리미엄을 증가시키는데 이는 차입비용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투자지출이 감소하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축시킨다.[각주:7] 


두번째는 '부실금융부문이 초래하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증가'(increase in resource misallocation)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부실기업이 퇴출되지 않고 시장에 잔존하게 된다. 따라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이 하락한다. 이때, 금융시장 내 부실(the malfunctioning of the banking sector)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욱 더 커진다.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으려는 부실 금융기관은 부실기업에게까지 대출을 해주어서 이윤을 획득하려 한다. 따라서, 금융시장 내 자원은 비효율적으로 배분된다. BIS는 '1990년대 일본'을 이러한 사례로 든다. "당시 일본이 부실금융부문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결과 부실기업이 시장에 잔존하게 되었고, 이는 경제성장 추세선 하락을 초래했다"는 것이다.[각주:8]   


이러한 2가지 요인들로 인해 '이전 추세선에 비해 영구히 손상된 새로운 추세선'이 만들어졌다면, 정책당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BIS는 '이전 추세선에 비해 영구히 손상된 새로운 추세선'이 정책시행에 주는 2가지 함의를 말한다.


  1. 금융위기는 잠재GDP 수준을 영구히 손상시켰다. 따라서, '금융위기 이전 경제성장률'을 정책의 기준으로 삼으면 안된다.(it would be a mistake to extrapolate pre-crisis average growth rates to estimate the amount of slack in the economy.)(47)
  2. 통화정책이 경제안정화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root causes)를 다루어야한다. (즉, 구조개혁을 해야한다는 의미) (While expansionary macro policies were instrumental in stabilising the global economy, the recovery path of individual countries also depended on their ability to tackle the root causes of the balance sheet recession.) (46)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잠재GDP와 경제성장 추세선은 영구히 변했다. 그럼에도 금융위기 이전 경제성장률을 기준으로 삼고, 그 수준으로 돌아가려고 계속해서 확장정책을 펴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BIS는 통화 · 재정정책의 완화정도가 커진다(loose)고 지적한다. 그리고 정말로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공공부채 · 부실금융부문 등을 타겟으로 하는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이 필요하다.     


'통화정책 무용론'을 말하는 BIS 주장을 다시 정리한다면,


  1. 지난 6년간 확장정책을 썼음에도 '위기 이전 경제성장 추세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통화정책 효과가 없음을 보여준다.
  2.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 추세선은 영구히 변했다.
  3. 따라서, 통화정책으로 추세선을 다시 되돌리는건 애시당초 불가능했을 뿐더러, 위기 이전 추세선을 기준으로 삼고 통화 · 재정정책을 계속해서 쓴다면 문제가 생긴다.  
  4.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 추세선이 영구히 변한 이유는 과다한 공공부채 · 부실금융부문으로 인한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때문이다.
  5. 따라서, 이러한 근본원인을 해결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 Paul Krugman : 통화정책이 무용하다? 우리는 단지 '유동성함정'에 빠진 것일뿐


'통화정책 무용론'과 '구조개혁 필요성'을 말하는 BIS 주장에 대해, Paul Krugman은 "나는 그동안 '명목금리를 0 밑으로 내릴 수 없는 상황'(Zero Lower Bound)에서의 통화정책에 대해 이야기 해왔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내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 주장은 1998년 논문에 기초해 있는데, 내가 그 논문을 가져다주더라도 그들은 그것을 읽지 않을 것이다."[각주:9] 라고 말한다.[각주:10]  


Paul Krugman이 말하는 '1998년 논문'은 바로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을 이야기하는 <It's Baaack: Japan's Slump and the Return of the Liquidity Trap>을 뜻한다. 지난 6년동안 Fed가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회복이 더딘 이유가 무엇일까? Paul Krugman은 '통화정책이란게 본래 효과가 없는 정책인 것이 아니라, 단지 유동성함정에 상황에 빠진 것일뿐' 이라고 말한다.  

(주 : 유동성함정 개념은 이전글 '세계경제는 유동성함정에 빠졌는가? -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세히 다룬적이 있습니다. Paul Krugman의 주장을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이전글을 읽기 바랍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0에 가까운 아주 낮은 값이라면, 더 이상 하락할 곳이 없기 때문에 금리인하 경로를 통해 투자와 소비를 증가시키는 건 한계가 있다. 


또한 만약 금리가 0에 가까워진다면, 은행들은 (초과)지급준비금을 보유하는 것과 대출에 나서는 것이 무차별하다. '물가안정' 목표에 충실한(responsible) 중앙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올릴지도 모르는데, 지금 현재 낮은 금리수준에서 대출을 해주기보다 (초과)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는 게 향후 이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가 0에 가까워진다면 (초과) 지급준비금과 현금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통화승수(multiplier)는 감소하게 된다. 그 결과, 본원통화(Monetary Base)가 아무리 증가하여도 감소한 통화승수로 인해 통화공급(Money Supply)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무용화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어떻게 해야할까? BIS 주장처럼 '통화정책은 무용하니 더이상의 정책을 쓰지 말아야' 할까? 아니다. Paul Krugman은 오히려 더욱 더 공격적인 확장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중앙은행이 심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유동성함정이 발생하게된 근본원인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credibility) 때문이다. 보통 중앙은행의 신뢰가 문제시 되는 경우는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시킬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할 때이다.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조정능력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유동성함정 하에서 중앙은행의 신뢰 문제는 이와는 정반대이다. 오히려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넘쳐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경제주체들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기 때문에, 현재 통화량을 늘리는 확장적 통화정책이 일시적(transitory)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물가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은 현재 채권보유나 대출을 늘리기보다 화폐(지급준비금)보유를 증대시키는 행위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동성함정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것이라는 믿음'을 경제주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Paul Krugman은 이를 '(물가안정 목표에 대해) 무책임 해질 것을 신뢰성 있게 공언하는 것'(credibly promise to be irresponsible) 이라 표현했다.     



  • 파란선은 본원통화(Moneytary Base), 빨간선은 화폐 M2 양(Money Supply)을 나타낸다.
  • X축은 2007년 1월 1일부터 2014년 10월까지의 기간. Y축은 본원통화와 통화공급량의 % 변화.
  • 2008년 이후, 본원통화 공급을 늘려왔음에도 불구하고 통화공급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또한, 1998년 논문에서 Paul Krugman은 "1990년대 일본의 상황은 부실금융부문의 대출중개기능 손상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유동성함정' 상황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 이라고 주장했었다.[각주:11] 그리고 현재에도 문제는 은행부문 부실이 아니라 단지 '유동성함정' 상황일 뿐이다. 


만약 은행부문의 부실이 존재한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은행은 이윤획득을 위해 위험도가 큰 대출도 서슴없이 해줄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 내 대출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excessive lending).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5년 현재 세계경제는 본원통화 공급을 늘렸음에도 통화공급량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Paul Krugman은 1998년 논문에서 "은행이 과도한 대출을 해준다는 논리와 현재의 신용경색이 어떻게 같이 존재할 수 있느냐?"(How can the logic of excessive lending by banks be reconciled with tales of credit crunch?)(1998년 논문 - 176) 라고 말한다. 지금 현재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따라서, BIS의 주장처럼 부실금융기관이 비효율적 자원배분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유동성함정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Paul Krugman은 '과다한 공공부채 · 부실금융부문 개혁 등 '구조개혁'을 말하는 BIS 주장'도 비판한다. Paul Krugman은 그동안 "과다한 공공부채가 문제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긴축(austerity)은 경제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킨다." 라고 누차 주장해왔다. 

(관련글 :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 '정부부채와 경제성장의 관계 - a Magic Threshold는 존재하는가' )  

  


마지막으로,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 추세선은 영구히 변했다. 따라서, 통화정책으로 추세선을 다시 되돌리는건 애시당초 불가능했을 뿐더러, 위기 이전 추세선을 기준으로 삼고 통화 · 재정정책을 계속해서 쓴다면 문제가 생긴다." 라는 BIS 주장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이는 다음글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미국 Fed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미치는 악영향


2005년 당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서 Fed의 통화정책을 우려스럽게 바라봤던 Raghuram Rajan[각주:12]은 현재 인도중앙은행 총재를 맡고 있다. 그는 Fed의 통화정책이 인도 그리고 신흥국에 미치는 파급영향(spillover)을 매우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2014년 4월 10일자 그의 연설 <Competitive Monetary Easing: Is it yesterday once more?>을 살펴보자. (관련기사 [각주:13], [각주:14], [각주:15])   


안녕하세요 여러분. 2008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걱정해야할 필요가 있는 주제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바로, '글로벌 시대의 통화정책 수행'(the conduct of monetary policy in this integrated world) 입니다. 


현재 세계경제 상황은 '비전통적 정책을 통한 극단적인 통화완화정책'(extreme monetary easing through unconventional policies)으로 묘사할 수 있습니다. 과다한 부채 · 구조개혁 필요성 등이 세계 각국의 국내수요를 제약하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정책은 국경을 넘어서 파급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때때로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나죠.


더욱 더 우려스러운 점은, (Fed의 이러한 정책이) 반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경쟁적인 통화완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여기에 뛰어들고 있죠. 전세계 총수요는 더 줄어들었고 더 왜곡됐습니다. 그리고 금융시장 리스크는 증가했죠.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국제적인 규칙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저는 우리가 걱정스러운 사이클에 다시 올라타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다.(I fear we are about to embark on the next leg of a wearisome cycle.)  (...)


중요한 것은 '(양적완화 등과 같은 유동성공급 정책이) 계속해서 지속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입니다. 이러한 정책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불명확 합니다. 저의 4가지 우려는 이것입니다.


1. 금융위기의 긴박한 순간을 넘긴 지금, 이러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올바른 도구일까요? 이러한 정책이 경제주체들의 행위를 왜곡시키고 경제회복을 방해하는 것 아닐까요? (2000년대 초반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생긴 경제위기를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나요?


2. 이러한 정책이 시간을 벌었나요? 혹은 중앙은행이 책임 질 것이라는 믿음이 더욱 더 적절한 정책이 시행되는 걸 막지 않았을까요? (주 : 최종대부자 역할을 뜻함)   


3. 비전통적 통화정책에서 빠져나오는 건 쉬울까요?


4. 이러한 정책이 다른 나라에 미치는 파급영향은 무엇일까요?[각주:16]



Raghuram Rajan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前 Fed 의장 Ben Bernanke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미국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모두에게 이익이다.[각주:17]" (...) "미국이 신흥국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해왔고, 이에 대해 항상 논의해왔다,[각주:18]" 라고 말한다.[각주:19] 


('Fed의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BIS 주장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②] 2008년 이후의 통화정책, 리스크추구 행위를 유발하다' 글의 '※ 신흥국경제에 파급영향를 미치는 Fed의 통화정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통해 더 깊게 다룰 계획이다.)




※ 금융안정에 있어 통화정책과 중앙은행의 역할


'금융안정'(Financial Stability)이란 '금융회사들이 정상적인 자금중개기능을 수행하고,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신뢰가 유지되는 가운데, 금융인프라가 잘 구비되어 있어, 금융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는 상태'[각주:20]를 뜻한다. 말그대로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금융불안정'(Financial Instability)은 이와는 반대로 리스크 증가 · 거품붕괴 등으로 금융시스템이 마비된 상태를 뜻한다.  


금융불안정이 생기는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세계 각국의 정책당국자들은 금융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macroprudential policy)을 시행[각주:21]하고 있다. 거시건전성 정책이란 '자산 대비 부채비율 제한'(LTV, Loan to Value) · '소득 대비 부채비율 제한'(DTI, Debt to Income) ·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 규제 등등 과도한 차입과 대출을 제한하는 것을 뜻한다. 



● BIS : '금융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이 역할을 해야한다


그러나 BIS는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시스템의 복원력(resilience)을 증가시키는데에는 도움이 되긴하지만, (부채증가 · 자산가격의 가파른 상승 등) 금융불균형을 억제하는 데에는 부분적인 효과를 낼 뿐이다. (...) 거시건전성 정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충분치 않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역할을 해야한다."[각주:22] 라고 말한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결정되는 기준금리는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차입규모 · 대출규모도 통화정책의 영향 아래 놓여있다. 


만약 "2008년 이후 Fed의 통화정책은 금융시장 리스크를 키우고 있으며[각주:23], 자산시장 거품을 만들고 있다.[각주:24]" 라는 BIS 주장이 옳다면, 현재 Fed는 금융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BIS는 금융안정 달성을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통화정책'이 직접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문한다.



● Fed : 통화정책의 주목적은 '물가안정 · 완전고용달성' - 거시경제안정(Macroeconomic Stability)


現 Fed 의장 Janet Yellen은 이러한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Fed의 통화정책을 비판하는 BIS 보고서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가 나온 4일 뒤(2014년 7월 2일), Janet Yellen은 <Monetary Policy and Financial Stability> 제목의 연설을 통해,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간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Janet Yellen은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금융안정 추구에 있어 거시건전성 접근법과 통화정책 접근법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요?" (...)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를 다루기 위해, 통화정책이 본래의 목적-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를 저는 느끼지 못합니다." 라고 말하며, 금융안정 추구는 통화정책의 주역할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이제 아랫글을 통해 Janet Yellen이 어떤 주장을 했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주 : 내용이해를 돕기 위해 의역과 내용편집이 다수 행해졌습니다.)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Monetary Policy and Financial Stability>)

by Janet Yellen. 2014.07.02


(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을 목표로하는) '거시경제안정'과 '금융안정'의 연관성은 라틴아메리카 부채위기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08 금융위기 · 최근의 유럽경제위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불안정이 고용 · 경제활동 · 물가안정에 미치는 악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국가는 없습니다.        


최근의 위기들은 세계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추게 했습니다. Fed 또한 금융안정 모니터링에 큰 힘을 쏟고 있으며, 금융시장 내 시스템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 · 감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앙은행이 구사하는 통화정책의 목표와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고하라는 요구마저 있습니다.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금융안정 추구에 있어 거시건전성 접근법과 통화정책 접근법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요? 저는 오늘 연설을 통해 금융안정을 추구하는 도구로서, 통화정책은 몇가지 제약이 있다는 걸 이야기하려 합니다.

(monetary policy faces significant limitations as a tool to promote financial stability.)


과도한 차입 등의 금융취약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규제·감독 접근법(a regulatory or supervisory approach) 만한 것이 없습니다.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금융안정을 달성하려 한다면 (통화정책의 본래 목적인) 물가·고용이 불안정 해질것 입니다. 따라서, 저는 제·감독을 통한 거시건전성 접근법이 금융안정 달성에 있어 최우선 역할을 해야한다고 믿습니다. (As a result, I believe a macroprudential approach to supervision and regulation needs to play the primary role.)  


저는 물론 초저금리 정책이 가져올 잠재적인 위험-금융시장 리스크추구 행위 유발-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한계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 Janet Yellen은 연설의 서두에서 "금융안정을 추구하는 도구로서, 통화정책은 몇가지 제약이 있다." (...) "규제·감독을 통한 거시건전성 접근법이 금융안정 달성에 있어 최우선 역할을 해야한다고 믿는다." 라고 말하며, 통화정책을 통한 금융안정 달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다



●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의 균형 맞추기: 최근 과거에서 얻는 교훈 

(Balancing Financial Stability with Price Stability: Lessons from the Recent Past) (2쪽)


금융안정 · 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 사이의 연관성을 이야기할 때, 많은 논의들은 이들 목표 사이의 충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그렇지만 금융안정 추구가 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에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저축·투자의 효율적인 배분을 만들어내고 이는 경제성장 촉진과 고용증가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고용이 증가한다면 가계와 기업의 살림을 향상시키고, 이는 금융안정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물가안정은 실물경제의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도울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금융안정을 만듭니다.    


이러한 보완관계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은 위험추구행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monetary policy has powerful effects on risk taking.) 실제로, 최근 몇년간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가계·기업의 위험추구 유인을 증가시켜서 생산적인 투자에 달려들게 했습니다. (위험추구 유인증가가 이처럼 긍정적인 모습도 있지만) 위험추구행위가 너무 커지게 된다면, 통화정책은 취약한 금융시스템을 초래하겠죠.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으로 인해 통화정책이 주목적인 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에서 벗어날 필요는 없습니다. 통화정책의 주목적에서 이탈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상당히 큽니다. 저는 이러한 비용을 강조함과 동시에 거시건전성 정책 접근법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This possibility does not obviate the need for monetary policy to focus primarily on price stability and full employment--the costs to society in terms of deviations from price stability and full employment that would arise would likely be significant. I will highlight these potential costs and the clear need for a macroprudential policy approach by looking back at the vulnerabilities in the U.S. economy before the crisis.)


→ Janet Yellen은 최근 몇년간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금융시장 리스크를 증가시켜 금융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통화정책이 본래의 목적-물가안정·완전고용-을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다음부분에서 살펴보자.



● 2000년대 중반 되돌아보기 

(Looking Back at the Mid-2000s) (4쪽)


그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하였으나,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 금융시장 리스크는 위험수준까지 상승했었습니다. 그 시기에 저를 포함한 정책결정권자들은 주택가격이 과대평가 되었고 곧 하락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하락이 얼마나 클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지만 말이죠. 그리고 주택가격 하락에서 오는 충격이 금융부문과 거시경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도 잘 몰랐습니다. 


정책결정권자들은 주택가격 거품 반전이 심각한 금융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반전이 금융시장 내 취약부문 · 정부규제 취약성과 상호작용했기 때문이죠.


당시 민간부문에서 가장 큰 취약점은 과도한 차입 등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공부문에서 취약점은 금융기관 대마불사(SIFIs[각주:25])를 허용한 규제구조(the regulatory structure) · 전반적인 감독에서 벗어난 시장(markets to escape comprehensive supervision) 등에 있었습니다.


만약 2000년대 중반 Fed가 긴축적 통화정책을 썼더라면 2008 금융위기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주장은 흔히 들을 수 잇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긴축적 통화정책은 그때에 존재했던 여러 취약점을 다루는데에 불충분 했습니다. 

(At the very least, however, such an approach would have been insufficient to address the full range of critical vulnerabilities.)

  

긴축적 통화정책은 금융기관 대마불사를 허용한 규제구조와 전반적인 감독에서 벗어난 시장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A tighter monetary policy would not have closed the gaps in the regulatory structure that allowed some SIFIs and markets to escape comprehensive supervision.)

(...)


그리고 높은 금리를 통해 커지고 있는 금융시장 취약성을 완화시켰다면, 높은 실업률 이라는 큰 역효과가 생겼을 겁니다

(Substantially mitigating the emerging financial vulnerabilities through higher interest rates would have had sizable adverse effects in terms of higher unemployment.) 


여러 연구들은 2000년대 중반 긴축적 통화정책이 시행됐었다면 주택가격 상승세를 늦출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가격상승세를 막더라도 그 효과는 매우 작습니다. 따라서, 주택가격 거품을 막으려면 더욱 더 강도높은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런데 높은 금리는 실업과 이자부담 증가를 초래하고,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가계의 능력은 더욱 더 취약해졌을 겁니다. 

(a very significant tightening, with large increases in unemployment, would have been necessary to halt the housing bubble. ... But the job losses and higher interest payments associated with higher interest rates would have directly weakened households’ ability to repay previous debts, suggesting that a sizable tightening may have mitigated vulnerabilities in household balance sheets only modestly.)

(...)


게다가, 과도한 차입과 짧은 만기의 상품으로 인해 초래된 금융시장 취약성은 2007년 중반부터 급격히 커졌었습니다. 이때 Fed의 통화정책은 이미 긴축적이었죠. 

(Furthermore, vulnerabilities from excessive leverage and reliance on short-term funding in the financial sector grew rapidly through the middle of 2007, well after monetary policy had already tightened significantly relative to the accommodative policy stance of 2003 and early 2004.)


따라서, 저는 차입비율 제한 등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합니다.


→ Janet Yellen은 '금융안정을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3가지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1. 2008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를 허용한 규제구조(the regulatory structure) · 전반적인 감독에서 벗어난 시장(markets to escape comprehensive supervision) 에서 비롯된 위기였다. 통화정책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다.
  2. 2000년대 초중반 주택시장 거품을 잡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썼더라면 실업률이 크게 증가했을 것이다. 이는 가계의 재무상태를 더욱 더 악화시킨다. 
  3. 금융시장 취약성은 2007년부터 급속히 커졌는데, 이때 Fed의 통화정책은 2000년대 초반과는 달리 이미 긴축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통화정책이 금융안정에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고 '거시건전성 정책이 효과적'일 수 밖에 없다.



● 최근의 국제적 경험 

(Recent International Experience) (7쪽)


미국 밖에서 벌어지는 최근의 사건들을 이야기한다면, 많은 국가들에서 부동산가격의 가파른 상승 · 높은 실업률 · 인플레이션율의 하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사이의 최적균형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죠. (...)


저는 통화정책과 관련한 논의에 있어, 증가하고 있는 금융시장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거시경제 활동의 위축으로 인한 잠재적 비용은 매우매우 크기 때문에, 통화정책 논의에 있어 금융시장 리스크를 중심에 둘 수 없습니다. 금융안정 이슈에 있어 통화정책이 중심에 없다면, 그 역할은 거시건전성 정책에 의존해야 합니다.


(A more balanced assessment, in my view, would be that increased focus on financial stability risks is appropriate in monetary policy discussions, but the potential cost, in terms of diminished macroeconomic performance, is likely to be too great to give financial stability risks a central role in monetary policy decisions, at least most of the time.

If monetary policy is not to play a central role in addressing financial stability issues, this task must rely on macroprudential policies.) 



→ 금융시장 리스크를 줄여 금융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쓴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실업 등의 비용이 매우 크다는 이야기이다.. 즉, 통화정책은 본래 목적인 물가안정· 완전고용 달성의 거시경제 안정(macroeconomic stability)에 쓰여야 하고, 금융안정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 Implications for Monetary Policy, Now and in the future

(통화정책의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의 함의) (13쪽)


저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상호관계에 있어 중요한 3가지 원리를 말하려고 합니다. 


첫째, 규제당국자는 금융시스템 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모든 노력을 다해 이행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통화정책이 본래 목적인 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이 아니라 금융안정에 신경쓰게 될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First, it is critical for regulators to complete their efforts at implementing a macroprudential approach to enhance resilience within the financial system, which will minimize the likelihood that monetary policy will need to focus on financial stability issues rather than on price stability and full employment.)


둘째, 정책결정권자들은 금융시스템 내에서 생겨나는 리스크를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시건전성 정책의 한계도 현실적으로 인지해야 합니다. 규제 외의 영역으로 리스크가 퍼졌을 경우, 그리고 리스크 발생을 알지 못했을 경우 등의 상황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통화정책을 통해 리스크를 제한하여 금융안정을 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Given such limitations, adjustments in monetary policy may, at times, be needed to curb risks to financial stability.)


마지막으로, 저는 현재 미국 내 금융안정 상황과 통화정책의 위치를 말할 것입니다. 최근 몇년간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저금리 · 장기금리 하락 · 금융상태 개선 · 노동시장 개선 등에 기여했습니다. 그 결과, 가계의 재무구조는 개선되었고 전체경제 내 금융부문은 강해졌죠. 더욱이 거시건전성 정책에 힘입어 더욱 안전해진 금융부문과, 가계·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은 함께 발생하고 있습니다. (...)


이러한 것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를 다루기 위해, 통화정책이 본래의 목적-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를 저는 느끼지 못합니다. 이말인즉슨, 금융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졌을때 필요한 것은 더욱 더 강건한 거시건전성 접근법 이라는 뜻입니다.

(I do not presently see a need for monetary policy to deviate from a primary focus on attaining price stability and maximum employment, in order to address financial stability concerns.)


→ Janet Yellen은 "금융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거시건전성 정책" 이라는 주장을 재차 반복한다. "거시건전성 정책이 한계를 맞았을 때에만, 금융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이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주 : 이러한 주장은 前 Fed 의장 Ben Bernanke도 한 적이 있다.[각주:26] 그는 "2000년대 초반의 Fed의 통화정책이 금융불안정을 초래했다," 라는 비판에 대해,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전체의 안정(macroeconomic stability)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고, 금융안정은 거시건전성 정책 · 금융규제와 감독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번글을 통해 현재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 "Fed의 통화정책은 문제없다. 금융안정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 라고 주장하Ben Bernanke · Janet Yellen · Paul Krugman
  • "Fed의 통화정책은 금융시장 리스크를 키우고, 신흥국에 부정적인 파급영향을 끼친다." 라고 말하는 Claudio Borio · 신현송 · Raghuram Rajan.


어느쪽의 주장이 옳을까? 그 답은 앞으로 몇년 뒤 세계경제에 어떤 일이 발생하느냐에 달려있다. 



  1. '[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