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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9.08.24 21:41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국제무역 보다 정확히 말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자국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은 고전적인 논쟁 주제[각주:1]입니다


▶ 개발도상국 -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


제조업은 산업화의 상징이며 저숙련 근로자에게 비교적 안정적인 임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 특히 이제 막 경제발전을 시작하려는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 · 육성 · 발전 시키려 했습니다. 이때 가장 큰 걸림돌은 '성숙한 외국 제조업과의 경쟁' 입니다. "자국 제조업 수준이 걸음마 단계인 상황에서 시장을 개방하면 외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생각[각주:2]은 자연스런 우려였습니다.


이런 까닭에,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사상[각주:3]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각주:4]이 나온 이래로,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자국의 비교열위 산업인 제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걱정했습니다. 특히나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토지의 수확체감성에서 벗어나 산업자본가의 이윤을 높이려는 19세기 영국의 경제상황[각주:5] 속에서 등장한 이론이었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개발도상국들은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고 인식했습니다. 


개발도상국들 중 일부[각주:6]는 수입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여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려 하였고, 또 다른 일부[각주:7]는 아예 교역량을 줄이는 수입대체 산업화를 선택했습니다. 대외지향적 무역체제에 힘입어 경제발전에 성공한 대한민국[각주:8] 조차도 기존의 비교우위에서 벗어나 제철소건설 등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했습니다. 


▶ 현대 경제학자 - "제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한 정부지원이 정당화 되려면 특수한 조건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항하여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사상과 비교우위론을 정교화[각주:9] 하였습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개발도상국을 향해 던진 물음은 "당장의 경쟁에서는 밀리더라도 미래에는 승산이 있다는 걸 아는 사업가라면, 정부의 인위적인 보호조치가 없더라도 자연스레 제조업에 뛰어들지 않겠느냐" 입니다. 현재는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미래에는 외국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제조할 수 있다고 믿는 사업가라면, 현재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기꺼이 제조업 분야에 투자를 했을 겁니다. 


미래를 내다본 사업가에 의해 국가경제의 생산성 · 부존자원 등이 시간이 흐른 후 바뀐다면, 비교우위도 자연스레 변화하는 '동태적 비교우위'(dynamic comparative advantage) 양상을 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 및 유치산업 보호는 굳이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현대 주류 경제학자들은 "제조업 육성을 위한 정부지원이 정당화 되기 위해서는 특수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때 특수한 조건이란 '기술적 외부성'(technological externality)과 '금융시장 불완전성'(capital market imperfection) 입니다. 


더 나은 생산 방식을 발견하기 위해 비용을 투자하는 사업가가 직면하는 문제는 잠재적인 경쟁자가 정보를 거리낌없이 쓸 가능성, 즉 기술적 외부성 이며, 이로인해 개별 사업가가 지식 획득을 위한 투자를 꺼리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은 기술개발 및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 받아야 하는데, 금융시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집니다[각주:10].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이 특수한 조건이 존재한다면 정부의 제조업 지원이 정당화 될 수 있으며, 단 이때 지원의 형태는 무차별적인 보호 관세가 아니라 직접적인 보조금 이라고 강조합니다. 다르게 말해, 제조업 육성을 위한 보호무역정책을 구사할 생각보다는 '외부성 및 불완전성 등 구체적인 시장실패를 직접 해결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 과거 개발도상국이 직면했던 문제는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

: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이처럼 국제무역과 제조업에 관한 논쟁은 경제발전을 추구했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벌어져왔습니다. 


개발도상국은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이 타당한가?"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이러한 물음에 경제학자들은 제조업 육성을 위한 유치산업보호론을 인정하면서도 무조건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주의[각주:11]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폐쇄경제로 돌아선 중남미[각주:12]와 대외지향을 꾸준히 추진한 대한민국[각주:13] 간 대비되는 성과는 자유무역을 향해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알려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벌어진 국제무역논쟁은 자유무역사상과 비교우위론을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보다 정교화 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 1970~80년대 미국 - "외국과의 경쟁증대 때문에 미국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선진국인 미국에서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졌습니다.


본 블로그의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각주:14]를 통해 알 수 있었듯이, 1970~80년대 미국인들은 '미국의 지위 하락과 경쟁력 상실'을 두려워 했습니다. 전세계 GDP 중 미국의 비중은 1968년 26.2%에 달했으나 점점 줄어들어 1982년 23.0%를 기록합니다. 또한 무역적자가 심화되면서 GDP 대비 무역적자 비중이 1980년 0.7%, 1985년 2.8%, 1987년 3.1%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거시경제적 문제와 함께 다수의 미국 근로자와 기업들이 걱정했던 것은 바로 '제조업의 비중 축소와 일자리 감소' 였습니다. 2차대전 이후 폐허가 됐던 서유럽과 일본이 경제부흥에 성공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미국 제조기업들은 1970~80년대 들어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신발 · 의류 · 섬유 등 저숙련 제조업 뿐 아니라 자동차 · 철강 등 중후장대 제조업도 외국기업에게 미국시장을 내주었습니다.



신발 · 의류 · 섬유 산업은 저숙련 근로자를 대규모로 고용하는 대표적인 제조업 중 하나이며, 경제발전 단계를 밟는 국가들이 크게 의존하는 업종입니다. 과거 미국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1970년대 신발 · 의류 · 섬유 산업에 종사하는 미국 근로자 수는 약 300만명에 달했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 후발산업국가들이 생산 및 수출 물량을 늘려나가자 선진국은 위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윗 그래프에 나오듯이, 1960년-1988년 사이 미국인들의 신발 · 의류 · 섬유 품목 소비 중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결국 선진국과 개도국들은 1974년 다자간섬유협정(MFA)을 체결하였고, 물량쿼터제를 통해 수출물량을 통제하였습니다. 1981년 부임한 레이건대통령은 대선캠페인 과정에서 다자간섬유협정을 갱신하겠다고 약속하였고, 개발도상국이 만든 섬유와 의복의 연간 수입증가율을 기존 6%에서 2%로 낮추었습니다.


그럼에도 신발 · 의류 · 섬유의 수입침투(import penetration)는 계속되었습니다. 쿼터할당량을 다 채운 외국 생산자들은 몇몇 공정을 쿼터가 남아있는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회피하였고, 공정변화를 통해 품목을 변경하여 규제를 벗어났습니다. 


미국의 신발 · 의류 · 섬유 산업은 펜실베니아 · 남부 · 남캐롤라니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고, 이 지역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2000년 이들 산업의 근로자 수는 약 100만명으로 줄었고, 2019년 현재는 약 30만명에 불과합니다.


  • 1960~90년, 미국 차량등록대수 중 외국산 자동차 점유율 변화

  • 출처 : Douglas Irwin. 2017. 『Clashing over Commerce』 575쪽


자동차 산업도 1970년대부터 외국과의 경쟁증대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산업 입니다. 


1960년대 미국시장 내 외국산 자동차 점유율은 7%대로 안정적이었으며 주로 독일차가 차지했습니다. GM · 포드 ·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는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차량에 집중하였고, 외산차는 주로 소형차를 판매했습니다. 


그런데 1973년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소비자들은 연비가 좋은 소형차를 찾기 시작했고 일본자동차 업계가 이 지점을 공략했습니다. 그 결과, 1975~80년 사이 외국산 자동차 점유율은 2배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1979년 2차 오일쇼크가 터지자 미국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은 더욱 훼손되었습니다. 크라이슬러는 부도위기에 몰렸고,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의 실업률은 상승했습니다. 


결국 미국 자동차 노조는 수입제한과 일본기업이 미국 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도록 요구했고, 레이건행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자발적 수출제한을 얻어냅니다.


  • 1950~90년, 철강 미국 내 소비 중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 출처 : Douglas Irwin. 2017. 『Clashing over Commerce』 538쪽


철강 또한 수입경쟁에 노출된 업종 중 하나입니다. 미국 내 소비 중 수입철강의 비중은 1979년 15%에서 1984년 26%로 상승했습니다. 


미국 철강업계는 외국에 대항하여 반덤핑규제와 상계관세 부과를 요구했으며, 그 타겟은 주로 유럽(EEC) 이었습니다. 레이건행정부는 자동차 산업에서처럼 자발적제한 협약을 외국과 맺으려 하였고, 전체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15개국을 대상으로 물량쿼터제를 내용으로 하는 협약을 1985년 8월 체결하였습니다.


▶ 1990년대 미국 - "저숙련 · 저임금인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 미국 제조업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1970~80년대 미국 제조업이 직면한 경쟁상대가 주로 서유럽과 일본이었다면, 1990년대 미국 제조업 근로자들에게 위기감을 안겨다준 상대방은 멕시코 였습니다. 


위의 표에 나오듯이, 1994년 당시 멕시코 자동차산업 근로자의 시간당 실질 인건비는 미국의 1/8에 불과했고, 미국 기업들은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할 유인이 충분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숙련 · 저임금인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으면 미국 제조업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라는 우려가 팽배했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1992년 미국 대선의 주요 의제로 부각되었습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지지자 그리고 노조는 NAFTA 체결을 격렬히 반대하였습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스 페로(Ross Perot)는 제조업 일자리가 남쪽 멕시코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며 NAFTA를 '남쪽으로 일자리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굉음'(giant sucking sound going south)'으로 칭했습니다. 양당제인 미국 정치구도에서 무소속 후보가 무려 18.9%나 득표[각주:15]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당시 미국인들이 NAFTA에 대해 가졌던 우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난 이후 당 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NAFTA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단, 여러 우려를 반영하여 노동부문 부속협약(labor side agreement) 및 원산지 규정(rule of origin)을 협정에 새로 집어넣었습니다. 여기에는 멕시코의 저임금을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근로자 권리 보호, 그리고 미국-멕시코-캐나다 역내에서 생산된 부품이 완성차 부가가치의 62.5%를 차지해야 한다는 역내가치비율(Regional Value Content) 조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계층별로 상이한 영향을 주는 시장개방'(Income Distribution)

: 제조업 및 저임금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자유무역의 충격을 어떻게 완화해야 하는가


  • 1966~2000년,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 추이 (단위 : 천 명)

  • 빨간선 이후 시기가 1980~90년대

  • 음영처리된 시기는 미국경제의 경기불황기(recession)

  • 출처 : 미국 노동통계국 고용보고서 및 세인트루이스 연은 FRED


위의 그래프는 1966년~2000년 미국 내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프상 음영처리된 시기는 미국경제의 경기불황기(recession)를 나타냅니다. 제조업 일자리는 경기변동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불황기에 일자리가 줄었다가 회복기에 다시 늘어나는 패턴을 보입니다. 


하지만 1970년대까지는 경기회복기에 불황 이전 수준만큼 일자리가 늘어났으나, 1980년대 들어서는 제조업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적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79년 최대 1,950만명에 달했던 제조업 근로자는 1980-90년대 평균적으로 1,700만명대를 기록하며 10%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경기변동이 아닌 다른 요인이 작용했음을 알려주고 있으며, 많은 미국인들이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원인을 국제무역에서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 미국 주요 산업지역

  • 자동차 산업의 러스트벨트(Rust Belt), 석탄 산업의 Coal Belt. 섬유 산업의 Textile Belt

  • 츨처 : Douglas Irwin. 2017. 『Clashing over Commerce』 596


이러한 제조업 위축은 사회 · 정치적 문제를 초래했습니다. 


제조업은 저숙련 근로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제조업의 위축은 임금불균등 증대(rise of wage inequality)로 연결될 위험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석탄, 섬유 산업 등은 미국 내 특정 지역에 몰려있었기 때문에, 상하원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제조업 위축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따라서 1970~90년대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은 "계층별로 상이한 영향을 주는 자유무역으로 인해 제조업 고용 및 임금이 감소하고 그 결과 임금불균등이 확대되는 것 아닐까?"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경제발전기 개발도상국들이 던진 물음에 대해 현대 경제학자들은 정교화된 자유무역사상과 비교우위론을 답으로 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1970~90년대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이 던진 물음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은 어떤 답을 내놓았을까요? 




※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① 미국 제조업 비중 감소는 생산성향상과 수요변화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답은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였습니다[각주:16]


앞서 내용을 통해, 신발 · 의류 · 섬유 등 저숙련 제조업 뿐 아니라 자동차 · 철강 등 중후장대 제조업도 외국기업에게 미국시장을 내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미국의 공장들은 당연히 저임금의 멕시코로 이전할텐데, 왜 경제학자들은 일반의 상식과는 다른 분석을 내놓은 것일까요? 


  • 경제학자 로버트 Z. 로런스 (Robert Z. Lawrence)

  • 1983년 발표 논문 <미국 산업구조의 변화 : 글로벌 요인, 영속적인 추세 그리고 일시적인 순환>


국제무역과 제조업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이끌고 있는 학자 중 한 명이 바로 로버트 Z. 로런스(Robert Lawrence) 입니다. 그는 19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이를 연구해오며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임금불균등 심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983년 로버트 Z. 로런스는 잭슨홀미팅에서 <미국 산업구조의 변화 : 글로벌 요인, 영속적인 추세 그리고 일시적인 순환>(Changes in U.S. Industrial Structure: The Role of Global Forces, Secular Trends and Transitory Cycles> 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로런스는 논문을 통해, "1970년대 미국은 절대적인 탈산업화(absolute deindustrialization)를 경험하지 않았다. (...) 다시 성장이 재개되면 제조업의 일자리와 투자가 촉진될 것이고, 자동적으로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가 발생할 것이다. (...) 대외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 산업 및 무역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다"[각주:17] 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로런스의 주장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 미국 탈산업화 - 절대적 생산 감소와 상대적 비중 감소를 구분해야 한다


탈산업화(혹은 탈공업화, deindustrialization)란 광업 · 제조업 · 건설업 등 2차산업 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1970-80년대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은 신발 · 의류 · 섬유 · 자동차 · 철강 등의 위축을 보며 "미국의 경쟁력 감소로 인해 탈산업화가 발생했다"고 느꼈습니다.


이에 대해 로버트 Z. 로런스는 우선 탈산업화 현상이 무엇인지 정교하게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조업 생산량의 절대적 감소(absolute decline in the volume of output)를 의미하는가 아니면 제조업 생산량 증가율의 상대적 감소(relative decline in the growth of outputs)를 의미하는가?[각주:18]" 


어떤 산업이든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한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큰 문제입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제성장은 생산의 증가[각주:19]를 뜻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절대적인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다른 산업의 빠른 생산 증가율 때문에 '생산량의 상대적인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면, 이를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할 겁니다. 


  • 1966~97년, 미국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GDP 대비 부가가치 비중

  •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은 1966년 26.1%, 1997년 16.1%로 추세적 하락을 경험하였다

  • 서비스업 부가가치 비중은 1966년 50.0%, 1997년 64.2%로 추세적 상승 하였다.

  • 출처 : 미 경제분석국(BEA)


로버트 Z. 로런스는 "미국 제조업의 경제활동인구, 자본스톡, 생산량을 살펴보니 1980년까지 절대적(absolute) 탈산업화를 경험하지 않았다"[각주:20]고 주장합니다. 미국 제조업 부가가치의 절대액수는 1965년 2,370억 달러에서 1980년 3,510억 달러로 증가했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옳습니다.


문제는 제조업 비중(share)의 감소에 있었습니다. 위의 그래프에 나오듯이, 전체 미국경제에서 제조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6년 26.1%, 1980년 20.5%, 1990년 17.3%, 1997년 16.1%로 추세적으로 하락(secular decline)하고 있습니다. 


▶ 미국 제조업 비중 감소를 초래하는 영속적인 추세변화 - 생산성향상과 수요변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감소이든 상대적 감소이든 상관없이, 외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미국 제조업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로런스는 "국제교역은 산업구조 변화의 유일한 원인도 아니며 중요한 원인도 아니다. 무역은 수요와 기술변화의 영향을 단지 강화할 뿐이다.[각주:21] (...) 제조업 고용비중의 감소는 제조업의 급격한 노동생산성 향상과 느린 수요 증가로 인한 예측가능한 결과이다."[각주:22]라고 말합니다.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은 수요 요인과 결합하여 제조업 생산과 고용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생산비용을 낮추는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은 품질 개선과 가격 하락을 동반합니다. 이에따라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중 제조업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어집니다. 그리고 생활수준이 개선된 미국인들이 의료 · 여행 ·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 지출을 늘림에 따라 상품지출 비중은 더 줄어듭니다.


이렇게 상품수요가 탄력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서, 생산성향상은 역설적으로 고용을 줄이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산업의 생산성향상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때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생산성 향상만 이루어진다면 더 적은 수의 근로자로 똑같은 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은 제조업 일자리를 감소시킵니다.


로런스는 기술혁신의 결과물로 얻게되는 생산성 향상, 그리고 생활수준 향상 및 서비스 경제화가 야기하는 상품수요 감소 요인은 영속적인 추세(Secular Trends)라고 평가했습니다. 추세가 달라지면서 미국 산업구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역할이 변하였고 이로 인해 제조업 생산 및 고용 비중이 감소한 것이지 국제무역은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논리 입니다. 


▶ 미국 국제경쟁력의 열등함? - 일시적 경기순환과 영속적인 비교우위 변화


  • 란선 :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 지수 (1973=100)

  • 란선 : 미국 GDP 대비 무역수지 적자 비중 (축반전)

  • 1980년을 기점으로 달러가치가 상승하자, 시차를 두고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


그렇다고해서 로런스가 국제무역이 단 하나의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


제2차 오일쇼크와 볼커 연준의장의 통화긴축 정책으로 인해 1980년대 초반 미국 달러가치는 급상승했고 무역적자는 심화되었습니다. 1980~82년 사이 미국 제조업 상품 수출 물량은 -17.5%를 기록했으며, 수입 물량은 +8.3% 였습니다. 로런스는 수출 감소로 인해 제조업 일자리가 약 50만개 줄어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서 로런스가 강조하는 것은 달러가치 상승이라는 일시적 순환요인(Transitory Cycles) 때문에 제조업 수출이 감소한 것이지 "미국의 국제경쟁력이 갑자기 훼손된 결과물이 아니다"[각주:23]는 점입니다. 따라서, 산업정책 및 무역정책으로 제조업을 보호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향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미국은 저숙련 제조업 분야의 비교우위를 상실한 대신 하이테크 분야의 비교우위를 발전시켰다고 로런스는 평가합니다. 향후 하이테크 산업이 더 발전하게 되면 제조업 일자리 상실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 미국 산업구조의 변화 : 글로벌 요인, 영속적인 추세, 일시적인 순환


이처럼 로버트 Z. 로런스가 1983년 논문  <미국 산업구조의 변화 : 글로벌 요인, 영속적인 추세 그리고 일시적인 순환>(Changes in U.S. Industrial Structure: The Role of Global Forces, Secular Trends and Transitory Cycles> 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제목 그대로 입니다.


미국 산업구조에서 제조업의 상대적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이는 국제경쟁력 훼손 등 글로벌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 및 소비자 수요변화의 영속적인 추세 그리고 달러가치 상승의 일시적인 순환이 작용한 결과 입니다. 


따라서, 탈산업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비숙련) 제조업을 위한 보호무역정책과 산업정책을 구사하면 미국경제의 잠재성장을 훼손시킨다고 로런스는 경고합니다.




※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② 미국 임금불균등 증가는 숙련편향적 기술변화 때문이다


1980년대 로버트 로런스 등 몇몇 경제학자들이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무역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1990년대에도 계속 되었습니다. 1980년대 사람들이 제조업 비중 축소 및 일자리 감소에 주목했다면, 1990년대 관심주제는 임금불균등(wage inequality) 이었고 그 배후에 국제무역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미국의 1973년 시간당 실질소득은 8.55 달러였으나 1992년 7.43 달러로 하락하였습니다. 특히 숙련근로자의 상대소득이 크게 증가하며 임금불균등이 확대되었죠. 


임금증가율 정체와 불균등이 확대되던 시기, 국제경제관계도 변하고 있었습니다. 1950년대 미국의 1인당 생산량은 유럽의 2배, 일본의 6배 였으나 1990년대 차이가 많이 줄어드는 수렴(convergence)이 이루어졌고 임금격차도 좁혀졌습니다. 또한, 1970~90년 사이 미국의 GNP 대비 수출입은 12.7%에서 24.9%로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므로 1990년대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이 임금불균등 증대 원인에 국제무역이 있다고 생각한 것은 자연스런 사고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부시행정부와 클린턴행정부는 저임금 국가인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려 했으니, 국제무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진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 헥셔-올린 모형, 미국 내 임금불균등 현상을 예측한듯 하다 


국제무역이론도 미국인들의 우려가 논리적으로 타당함을 뒷받침 해주었습니다. 바로, 헥셔-올린 무역모형(Heckscher-Ohlin Trade Model)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Stolper-Samuelson Theorem)[각주:24] 입니다. 


헥셔-올린 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 따르면, '시장개방 이후 숙련노동 풍부국은 숙련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올라가서 숙련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하고, 비숙련노동 풍부국은 비숙련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올라가서 비숙련노동자의 실질소득이 상승' 합니다. 


쉽게 말해, 국제무역은 국가의 풍부한 생산요소에게 이익을 주며 희소한 생산요소에게 불이익을 줍니다. 자급자족 상황에서 풍부한 생산요소는 과다공급으로 인한 낮은 가격 때문에 저평가받다가, 세계시장에 진출하니 과다공급 해소로 가격이 올라 이익을 본다는 논리입니다. 반대로 자급자족 상황에서 희소한 생산요소는 과소공급 때문에 높게 평가받다가, 무역개방으로 외국의 생산요소가 들어오니 희소성의 이득을 박탈 당합니다.


헥셔-올린 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를 미국과 개발도상국의 상황에 대입해봅시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숙련근로자가 풍부하며,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은 비숙련근로자가 풍부합니다. 따라서, 양국간 교역확대는 미국 숙련근로자 임금과 개발도상국 비숙련근로자 임금을 상대적으로 증가시킵니다. 다시 말해, 헥셔-올린 모형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숙련-비숙련 근로자 간 임금불균등이 나타나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임금수렴이 나타납니다



  • 1955~90년, 생산근로자 대비 비생산근로자의 임금 비율
  • 출처 : Lawrence & Slaughter. 1993. <1980년대 국제무역과 미국임금>


헥셔-올린 무역이론의 예측은 실제 미국의 모습과 동일하였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55년~90년 생산근로자 대비 비생산근로자의 임금 비율(ratio of nonproduction to production wages)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생산근로자는 제조업 생산직, 비생산근로자는 관리·감독·사무직을 의미하며, 단순히 전자를 비숙련근로자 후자를 숙련근로자로 구분지을 수 있습니다.


1970년대에 숙련-비숙련 근로자 간 임금불균등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확대되며 1990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은 비숙련 근로자 대비 1.65배를 기록합니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요인을 가져올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 국제무역 때문에 임금불균등이 확대된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 헥셔-올린 모형은 미국 내 임금불균등 심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 로버트 Z. 로런스와 매튜 J. 슬로터의 1993년 보고서 <1980년대, 국제무역과 미국인 임금: 거대한 굉음 혹은 작은 딸꾹질?>


정작 경제학자들의 생각은 이와 달랐습니다. 


앞서 봤던 로버트 Z. 로런스(Robert Z. Lawrence)는 매튜 J. 슬로터와 함께 1993년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제목은 <1980년대, 국제무역과 미국인 임금: 거대한 굉음 혹은 작은 딸꾹질?>(International Trade and American Wages in the 1980s: Giant Sucking Sound or Small Hiccup?>[각주:25] 입니다.


우선 로런스와 슬로터는 헥셔-올린 무역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미국 내 현실에 부합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헥셔-올린 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숙련근로자의 상대임금 증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숙련근로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해야' 합니다. 단순히 임금불균등이 확대된 결과만을 보고 무역이론이 현실을 설명하구나 라고 단정지으면 안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로 다른 국가들이 무역을 수행하는 이유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국내와 외국에서 다르기 때문'[각주:26] 입니다.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값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더 높은 값을 받고 외국에 판매합니다. 반대로 비교열위를 가진 상품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통해 더 싸게 (간접)생산합니다. 


그리고 무역을 하게 되면 자급자족 가격이 아닌 세계시장 가격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품가격이 변합니다. 즉, 무역 개방 이전과 이후에 달라진 것은 ‘상품의 상대가격’ 입니다. 수입 상품은 자급자족에서 보다 무역 실시 이후 더 싸지고, 수출상품은 더 비싸집니다


따라서, “달라진 상품 상대가격이 생산요소의 실질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를 살펴봄으로써, 무역개방과 소득분배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무역이론이 헥셔-올린 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각주:27]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숙련근로자의 상품가격이 상승하지 않은채 숙련근로자의 상대임금만 증가했다면, 이는 무역이 아닌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결과 입니다.


  • 왼쪽 : 1980년대 숙련근로 집약도(X축)에 따른 수입가격 변화율(Y축)

  • 오른쪽 : 1980년대 숙련근로 집약도(X축)에 따른 수출가격 변화율(Y축)


위의 그래프는 1980년대 숙련근로집약 정도에 따른 수출입 가격 변화를 보여줍니다. 숙련근로집약도가 높아지는 상품일수록 수입가격은 다소 하락하고 수출가격은 크게 하락하는 관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로버트 Z. 로런스와 매튜 J. 슬로터는 1980년대 숙련근로집약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기는 커녕 하락했음을 지적합니다. 이들은 "데이터는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 무역이 임금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회귀분석을 할 필요조차 없다."[각주:28] 라고 말합니다.


▶ 미국 임금불균등 증가는 숙련편향적 기술변화로 인한 숙련노동 수요 증대 때문이다

 

  • 1955~90년, 생산근로자 대비 비생산근로자의 고용 비율

  • 출처 : Lawrence & Slaughter. 1993. <1980년대 국제무역과 미국임금>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요인 때문에 미국 숙련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올라간 것일까요? 로런스와 슬로터는 '노동 공급과 수요'라는 국내요인에서 찾았습니다. 


만약 비숙련근로자 노동공급이 숙련근로자 노동공급보다 많이 증가한다면, 비숙련근로자 임금은 하락하고 숙련근로자 임금은 상승합니다. 한 연구는 이민자 증가로 인해 비숙련근로자의 상대공급이 증가했음을 보였습니다.


로런스와 슬로터가 더 주목했던 것은 노동수요 측면(labor-demand story) 입니다. 


왜냐하면 숙련근로자들의 상대공급이 증가했음에도 숙련-비숙련 간 임금격차가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1980년대 들어서 비생산근로자가 급증했음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1983년 미국 내 화이트칼라 직업은 전체 고용 중 67.2% 였으나 1990년 90%로 늘어납니다. 또한, 관리직무는 1983년 24%에서 1990년 45.7%로 증가합니다. 


이렇게 숙련근로자가 늘어났음에도 임금이 올랐다면 이는 숙련근로자들을 향한 노동수요 증대가 더 큰 역할을 했음을 의미합니다. 로런스와 슬로터는 "1980년대 미국 제조업 내 비생산근로자의 상대임금과 상대고용이 모두 상승하였다. 이러한 조합은 노동수요가 비생산근로자로 이동했음을 알려준다"[각주:29]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던질 수 있는 물음은 "왜 숙련근로자를 향한 노동수요가 증대되었나?" 입니다. 로런스와 슬로터는 "기술변화가 비생산 근로자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편향되게 이루어졌다."[각주:30]고 대답합니다. 


당시 로런스와 슬로터 뿐만 아니라 많은 경제학자들이 기술변화로 인한 노동수요 변화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각주:31]. 버만, 바운드, 그릴리키스는 1993년 논문을 통해 "비생산근로자를 향한 수요변화는 기술변화 때문이다"고 주장하였고[각주:32], 앨런 크루거도 1993년 논문에서 "컴퓨터 사용이 확산됨에 따라 교육프리미엄이 증대되었다. 즉, 편향적인 기술변화가 발생했다"고 말하였습니다[각주:33]


경제학자들은 숙련근로자의 수요를 증대시키도록 일어난 기술변화를 '숙련편향적 기술진보'(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 SBTC)라고 명명하였고, 199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경제학계 논의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임금불균등 심화의 원인을 숙련편향적 기술진보에서 찾았으며,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컨센서스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폴 크루그먼, 국제무역과 임금 간 관계를 14년 만에 다시 생각하다



2000년대 들어서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임금불균등 현상의 원인을 국제무역이 아닌 숙련편향적 기술변화로 꼽았습니다[각주:34]


1990년대 중반 이후 거시경제 상황 변화가 국제무역에서 관심을 멀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미국경제는 다시 호황을 기록하면서 국제경쟁력 상실을 둘러싼 우려가 사라졌습니다. 이와중에 1995년 이후 컴퓨터 ·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통신산업(IT)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역시 임금불균등 원인은 기술변화에 있구나" 라는 확신은 더 강해졌습니다.


그런데 2008년 폴 크루그먼은 보고서 하나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제목은 <무역과 임금, 다시 생각해보기>(<Trade and Wages, Reconsidered>) 입니다. 


폴 크루그먼은 1980년대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각주:35]을 통해 국제무역이론의 흐름을 변화시킨 인물이었고, 당시 국제무역논쟁[각주:36]한복판[각주:37]에 있었습니다. 또한 폴 크루그먼은 앞서 살펴본 로버트 Z. 로런스와 함께 1994년 논문 <무역, 일자리, 그리고 임금>(<Trade, Jobs and Wages>)을 발간하면서 의견을 같이 했었습니다. 그는 1990년대 NAFTA를 둘러싼 사회적논쟁 속에서 "국제무역은 제조업 위축 및 저숙련 근로자 임금 둔화와 관계가 없다"를 주장했습니다.


그랬던 크루그먼이 국제무역과 임금의 관계를 다시 생각한 보고서를 14년 이후인 2008년에 내놓은 겁니다. 그의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 저임금 개발도상국, 특히 대중국 수입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


  • 1989~2006년, 미국 GDP 대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한 제조업 상품 비중
  • 개발도상국 수입상품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며 2004년 이후로는 선진국 수입상품을 넘어섰다
  • 출처 : Krugman. 2008. <무역과 임금, 다시 생각해보기>

국제무역이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폴 크루그먼은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이 2배 가까이 늘어나자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집니다. "1990년대 실증연구는 국제무역이 그다지 대단치 않은 영향만 주었음을 발견했었다. 극도로 낮은 임금을 가진 국가들로부터 수입이 급증했음을 고려할 때, 10년 동안 상황이 변했나?"[각주:38]

크루그먼은 단순히 '개발도상국'과의 교역이 확대된 것이 아니라 '극도로 낮은 임금을 가진 국가들'(very low wage countries)과의 교역량이 늘어왔음에 주목했습니다. 그 대상은 주로 '중국'(China) 이었습니다. 

1990년대 저임금 국가인 멕시코와의 NAFTA 체결도 큰 논란을 불러왔는데, 2000년대 초중반 중국의 임금수준은 멕시코 보다도 현저히 낮았습니다. 2005년 기준 중국 제조업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미국의 3%에 불과했습니다. 미국의 15%에 불과한 멕시코도 저임금 국가 소리는 듣는 와중에 중국의 임금수준은 더 낮았던 겁니다. 게다가 중국은 수출량을 빠르게 늘려왔고, 미국과 중국 간 교역량은 크게 증가했습니다.

보통 저임금 개발도상국은 신발 · 의류 · 섬유 등 저숙련 노동집약상품에 특화하여 수출합니다. 따라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을 하게되면, 미국 저숙련 노동집약산업은 비교열위가 되어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저숙련 근로자들은 임금이 하락하거나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그러므로 2000년대 중국과의 교역확대는 이전 시대와 달리 미국 내 임금불균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 그런데.. 대중국 수입상품이 저숙련 노동집약 상품이 아니라 정교한 상품?


  • 1989~2006년,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수입 중 제조업 상품 품목별 비중 증가율
  • 수입이 가장 많이 늘어난 품목은 의외로(?) 컴퓨터 및 전자상품
  • 출처 : Krugman. 2008. <무역과 임금, 다시 생각해보기>

그런데 막상 데이터를 보니 많은 이들의 직관과 달리 저숙련 노동집약상품 수입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89~2006년, 미국의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수입 중 제조업 상품 품목별 비중 증가율을 보여줍니다. 수입이 가장 많이 늘어난 품목은 가죽 · 섬유 · 목재 등이 아니라 컴퓨터 및 전자상품(Computer and electronic products)과 자동차(Transportation equipment) 였으며, 이들 품목은 숙련노동집약 상품으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근거로 "2000년대 개발도상국과의 교역 증대도 미국 내 임금불균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헥셔올린 무역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 따라 임금불균등이 확대되려면 저숙련노동집약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와 교역을 해야하는데, 2000년대 미국은 숙련노동집약 상품을 수출하는 개발도상국과 무역을 늘려왔습니다. 무역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이론을 적용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 달라진 국제무역 구조인 '수직적 특화'를 집계데이터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폴 크루그먼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요소부존에 기반을 둔 분석은 데이터의 분해 수준(disaggregation)에 제약을 받게 된다.[각주:39]


당시 학자들은 산업을 더 세부적으로 분류한 데이터를 쓸 수 없었습니다. 컴퓨터 및 전자상품 산업에 속해있다고 해서 모든 상품이 숙련노동집약적인 것일까요? 컴퓨터에 들어가는 CPU 등을 설계하는 것과 여러 부품들을 단순 조립하여 컴퓨터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숙련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달라진 국제무역 구조는 이러한 집계데이터의 문제를 심화시켰습니다. 1990년대 들어 세계화가 확산됨에 따라 국제무역 구조는 '수직적 특화'(Vertical Specialization)를 띄게 되었습니다. 수직적 특화란 상품생산 과정이 개별 단계로 쪼개져서 여러 국가에 분포하는 현상(the break up of the production process into geographically separate stages)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은 중국에서 조립되어 수출되기 때문에 집계데이터상 전자품목으로 잡힙니다. 그런데 아이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는 주로 한국과 대만에서 만든 것이고 디자인 · 설계는 미국이 한 겁니다. 중국 내에서 수행한 활동은 단순한 조립일 뿐이며 부가가치 기여도는 적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숙련노동집약적인 전자상품을 수출했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요?


따라서 폴 크루그먼은 "집계데이터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잠정결론 내릴 수 있다. 왜 더 세분화된 데이터를 쓰지 않는가? 그 이유는 현재 데이터의 한계로 인해 할 수 있는 것이 적기 때문이다"[각주:40] 라고 지적합니다.


폴 크루그먼은 데이터의 한계를 재차 지적합니다. "이러한 사례는 데이터의 문제를 보여준다. 개발도상국의 급증하는 수출, 특히 중국의 수출은 숙련노동집약 산업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다[각주:41]. (...) 개발도상국이 정교한 상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개 통계적 착시(statistical illusion)이다.[각주:42]"


▶ 2008년 폴 크루그먼

- "개발도상국은 숙련노동집약 산업 내에서 비숙련노동집약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의 한계를 고려하면 실제 중국이 수출하는 것은 비숙련노동집약 상품입니다. 폴 크루그먼은 "실제 일어나고 있는 있는 일은 개발도상국이 숙련노동집약 산업 내에서 비숙련노동집약 부분을 가져가는 밸류체인의 분해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스톨퍼-새뮤얼슨 효과와 유사한 결론을 가져다줄 것이다"[각주:43] 라고 주장합니다. 


크루그먼의 지적이 타당하다면, 집계데이터를 이용해 헥셔올린 모형을 적용한 기존 연구들은 전부 잘못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이 미국 저숙련 근로자에 미친 영향은 기존 추정치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과의 무역 확대가 미치는 진정한 영향이 얼마인지는 당시 크루그먼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어떻게 무역이 임금에 미치는 실제 효과를 수량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현재 주어진 데이터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1990년대 초반 이래 급증한 무역이 분배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뿐이다. 영향을 숫자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정교화 되어가는 국제적 특화와 무역을 보다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라며 한계점을 드러냅니다.




※ 왜 당시 경제학자들은 국제무역의 영향이 유의미하지 않다고 보았을까?


그런데 크루그먼은 데이터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지만, 이것을 떠나서 당시 경제학자들의 사고를 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당시 경제학자들은 국제무역의 영향이 유의미하지 않다고 보았을까요? 정말 실증분석의 결과만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까요? 혹시 '답정너'일 가능성은 없었을까요?


▶ 비교우위에 입각한 산업간 무역이 초래하는 분배적 영향을 과소평가


발도상국과의 교역확대가 미국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은 비교우위 무역모형에 기반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비교우위 무역모형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저숙련 제조업에 특화를 선진국은 고숙련 제조업에 특화를 합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서로 다른 산업에 속한 상품을 교환, 즉 산업간 무역(inter-industry trade)을 실시하여 '상품의 값싼 이용'이라는 무역의 이익(gains from trade)을 얻게 됩니다. 


이때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이 우려했던 것은 '무역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는가'를 둘러싼 분배적 영향(distributional effects) 였습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특화를 한 이후, 비교열위 산업에 종사했던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경제학자들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비교열위 산업에 종사했던 근로자가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하면 된다." 국제무역이론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정하고 있으며, 경제학자들은 현실에서도 이것이 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또한, "비교우위는 이익을 비교열위는 손해를 보겠지만, 경제 전체의 총이익은 양(+)의 값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찌됐든 국제무역은 전체적인 이익을 안겨다주기 때문에 교역을 제한해서는 안되며, 분배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경제학자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개인적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다들 공유하고 있었으며, 고전 경제학 시대에서부터 전해 내려온 것입니다. 18세기 애덤 스미스[각주:44]는 "대다수 제조업에는 성질이 비슷한 기타의 제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19세기 데이비드 리카도[각주:45]는 자유무역이 계층별로 서로 다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지주와 근로자가 아닌 자본가의 이익을 높여야 경제발전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각주:46]헥셔-올린의 비교우위론[각주:47] 모두 "산업간 무역 때문에 비교열위 산업이 손해를 보게되지만, 생산요소는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할 것이며 경제 전체적으로는 양(+)의 이익을 준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특히 헥셔-올린 무역모형은 시장개방이 숙련근로자와 비숙련근로자에게 상이한 영향을 주는 분배적 측면에 주목하긴 했으나, 결국 근로자가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하여서 완전고용을 유지한다는 가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진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산업간 무역이 초래하는 분배적 영향을 과소평가 하는 경향을 띄게 되었습니다.


▶ 경제학자들의 노파심,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무역이 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 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중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커질 가능성에 대한 노파심 입니다.


이번글에서 소개한 로버트 Z. 로런스의 논문은 잭슨홀미팅에서 발표되었는데, 1983년 당시 잭슨홀미팅의 주제는 <산업변화와 공공정책>(<Industrial Change and Public Policy>) 이었습니다. 


이 주제가 가지는 함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80년대 초반의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각주:48]를 통해 소개했듯이, 1980년대 미국은 일본과의 경쟁이 증대되면서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일본기업들이 이득[각주:49]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미국인들은 미국정부를 향해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정책을 요구하였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을 우려스럽게 바라보았고, 1983년 잭슨홀미팅을 통해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정책의 폐단을 집중적으로 비판합니다. 


로버트 Z. 로런스가 "절대적인 탈산업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제조업의 상대적 비중감소는 국제무역이 아니라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탈산업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비숙련) 제조업을 위한 보호무역정책과 산업정책을 구사하면 미국경제의 잠재성장을 훼손시킨다"[각주:50] 라고 주장한 시대적 맥락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 또한 다른 글에서 소개하였듯이 보호무역정책이 가지는 문제를 집중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각주:51]했으며, 이번글에서 소개한 2008년 보고서에서도 "이건 분명히 하자. 증가하는 교역이 실제로 분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을지라도, 수입보호를 정당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 분배에 악영향을 미칠 때 최선의 대응은 교역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각주:52] 라면서 노파심을 가득 드러냈습니다.


▶ 트럼프의 충격적인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


제학자들이 무역이 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애써 외면하면서, 대중과 정치권은 경제학계와 거리감을 느꼈습니다. 


국제무역 확대가 경제전체적으로 양(+)의 이득을 줄지라도 당장 나에게 피해가 돌아가는데 자유무역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보호무역정책이 실시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애써 피해를 축소하려는 모습은 꼴불견 그 자체 였습니다.


이러한 경제학계의 전반적인 모습에 대해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트럼프의 충격적인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 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로드릭은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대중논쟁장에서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가로채질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이 '학자들은 국제무역에 있어 한 가지 방향만 말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유무역이 종종 자국의 분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논쟁 장에서 목소리를 잃게 된다. 그들은 또한 무역의 옹호자로 나설 기회도 잃고 만다." 라며 경제학자들의 노파심이 외면을 불러왔다고 지적[각주:53]합니다. 




※ 국제무역이 일자리와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상세히 분석하자


다행히도 경제학자들은 2010년대 들어 국제무역이 일자리와 임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상세한 분석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보다 상세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폴 크루그먼이 2008년 보고서에서 안타까워했던 '데이터의 한계' 및 '달라진 무역구조에 대한 이해' 등의 문제를 극복한 덕분입니다.


▶ 중국발쇼크(The China Shock)가 미국 지역노동시장에 미친 영향


  •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

  • 중국발 쇼크가 미국 지역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분석을 통해 보여주었다


2010년대 경제학자들은 중국과의 교역확대가 다른 개발도상국과의 교역과는 완전히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학자들은 '중국발쇼크'(The China Shock) 라고 명명하며, 대중국 수입증대가 미국 지역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 나갔습니다. 


특히 경제학자들은 "근로자가 다른 산업 및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을 실증분석을 통해 보여주면서, 국제무역이 분배 및 일자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침을 알려주었습니다.


경제학계 내에서 이러한 연구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MIT 대학의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 입니다. 앞으로 다른 글을 통해 그의 업적을 살펴볼 수 있을 겁니다.


▶ 수직적 특화 · 오프쇼어링 · 글로벌 밸류체인 등 달라진 세계화


  • 21세기 세계경제 구조를 이해하려면 상품(product)의 생산단계(stage), 다양한 직무(occupation)을 세부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 출처 : Richard Baldwin. 2016. 『The Great Convergence』


개발도상국과의 교역확대가 미국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존의 분석은 비교우위 무역모형에 기반해서 이루어졌으나, 오늘날 세계경제 구조는 복잡해졌습니다. 


21세기 세계경제 구조는 '비교우위 상품을 수출 · 비교열위 상품을 수입하는 단순한 무역구조'에서 '상품생산 과정이 개별 단계로 쪼개져서 여러 국가에 분포하는 수직적 특화 · 오프쇼어링 · 글로벌 밸류체인의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숙련집약산업과 비숙련집약산업으로 양분하여 산업간 무역 효과를 분석하는 건 유효하지 않습니다. 이제 동일 산업 내에서 생산과정(production process)과 업무단계(task stage)를 세부적으로 분리하여 살펴야 합니다. 


이것 또한 앞으로 글을 통해 소개할 계획입니다.


▶ 기업 및 사업체 단위 등 마이크로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



중국발쇼크와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기업(firm) 및 사업체(plant) 단위 등 마이크로 데이터에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고, 경제학자들은 보다 상세한 실증분석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미국 제조업 고용변화를 기업(frim) 및 사업체(plant) 단위에서 살펴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제조업을 뭉뚱그려 바라보지 않고, '기존 기업 내 신규 사업체의 진출과 퇴출', '기업 자체의 진출과 퇴출' 등을 세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 중국의 경제발전과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 

→ 200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


  • 1966~2019년,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 추이 (단위 : 천 명)

  • 빨간선 이후 시기가 2000~10년대

  • 음영처리된 시기는 미국경제의 경기불황기(recession)

  • 출처 : 미국 노동통계국 고용보고서 및 세인트루이스 연은 FRED


200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 현상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를 마이크로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할 필요성을 높였습니다. 

앞서 1980~90년대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하였는데, 2000년 이후 감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는 1979년 최대 1,950만명 · 1980~90년대 평균 1,700만명대를 기록하였으나, 2007년 1,400만명 · 2019년 현재 1,300만명을 기록하며 25%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중국이 어떤 과정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어왔으며 세계경제 구조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이러한 사건들이 미국 제조업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1.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s://joohyeon.com/26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https://joohyeon.com/271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s://joohyeon.com/264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s://joohyeon.com/266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s://joohyeon.com/265 [본문으로]
  6.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https://joohyeon.com/268 [본문으로]
  7.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s://joohyeon.com/269 [본문으로]
  8.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https://joohyeon.com/270 [본문으로]
  9.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s://joohyeon.com/272 [본문으로]
  10.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신규산업에 진입하는 기업은 자금을 조달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국내에서 이 산업에 대해 아는 투자자가 없다는 겁니다. 신규 진입기업은 스스로 시장조사를 하여 투자자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줄 유인을 갖게 됩니다. 이때, 시장조사를 하기 위한 비용이 발생하는 데 반하여 이를 통해 얻게 된 정보를 다른 기업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어느 기업도 새로운 산업에 먼저 진입하지 않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금융시장 정보 불완전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유익한 산업이 수립되지 않는 경우가 초래되고 맙니다.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s://joohyeon.com/272 [본문으로]
  12.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s://joohyeon.com/269 [본문으로]
  13.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https://joohyeon.com/270 [본문으로]
  1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15. 선거인단 득표는 0 [본문으로]
  16. 모든 경제학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동일한 의견을 낸 것은 물론 아니지만, 주류 경제학자들의 컨센서스는 이러했습니다. [본문으로]
  17. Nonetheless, the U.S. did not experience absolute deindustrialization in the 1970s. (...) If growth is resumed, job creation and investment in manufacturing will be stimulated, and reindustrialization will occur automatically. (...) The evidence does not support the contention that major shifts in U.S. industrial and trade policies are required to maintain external equilibrium. [본문으로]
  18. And third, does "deindustrialization" refer to an absolute decline in the volume of output from (or inputs to) manufacturing, or simply a relative decline in the growth of manufacturing outputs or inputs as compared to outputs or inputs in the rest of the economy? [본문으로]
  19.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https://joohyeon.com/233 [본문으로]
  20. Measured by the size of its manufacturing labor force, capital stock and output growth, the U. S. has not experienced absolute deindustrialization over either 1950-73 or 1973-80. [본문으로]
  21. international trade is neither the only nor the most important source of structural change. And, as I will demonstrate, in many cases trade has simply reinforced the effects of demand and technological change. [본문으로]
  22. Nonetheless, as these data make clear, there has not been an erosion in the U.S. industrial base. The decline in employment shares have been the predictable result of slow demand and relatively more rapid labor productivity growth in manufacturing because of an acceleration in capital formation. [본문으로]
  23. The decline in the manufactured goods trade balance over the past two years is not the result of a sudden erosion in U.S. international competitiveness brought about by foreign industrial and trade policies. [본문으로]
  24. [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s://joohyeon.com/217 [본문으로]
  25. 앞에서 이야기했던 'Giant Sucking Sound' [본문으로]
  2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s://joohyeon.com/267 [본문으로]
  27. [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s://joohyeon.com/217 [본문으로]
  28. Thus, the data suggest that the Stolper-Samuelson process did not have much influence on American relative wages in the 1980s. In fact, because the relative price of nonproduction-labor-intensive products fell slightly, the Stolper-Samuelson process actually nudged relative wages toward greater equality. No regression analysis is needed to reach this conclusion. Determining that the relative international prices of U.S. nonproduction-labor-intensive products actually fell during the 1980s is sufficient. [본문으로]
  29. Thus both the relative wages and the relative employment of nonproduction workers rose in American manufacturing in the 1980s. This combination indicates that the labor-demand mix must have shifted toward nonproduction labor. [본문으로]
  30. One possible explanation for this relative employment shift is that technological change was "biased" toward the use of nonproduction labor. [본문으로]
  31. (사족 : 숙련편향적 기술진보와 임금불균등에 관해서는 로런스&슬로터의 연구도 참고할만 하지만, 대표적인 논문은 따로 있습니다.) [본문으로]
  32. Berman, Bound, Griiches. 1993. Changes in the Demand for Skilled Labor within U.S. Manufacturing: Evidence from the Annual Survey of Manufacturers. QJE [본문으로]
  33. Alan Krueger. 1993. How Computers Have Changed the Wage Structure: Evidence from Microdata, 1984-1989. QJE [본문으로]
  34. 물론 '모든' 경제학자가 그러했던 것은 아닙니다. 일레로 1990년대 후반 로버트 핀스트라(Robert Feenstra)는 아웃소싱과 오프쇼어링의 출현에 주목하면서 이들이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죠. 핀스트라의 논리는 추후 다른 글을 통해 살펴볼 계획입니다. [본문으로]
  35.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s://joohyeon.com/219 [본문으로]
  36.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s://joohyeon.com/275 [본문으로]
  37.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https://joohyeon.com/278 [본문으로]
  38. Standard economic analysis predicts that increased U.S. trade with unskilled labor–abundant countries should reduce the relative wages of U.S. unskilled labor, but empirical studies in the 1990s found only a modest effect. Has the situation changed in this decade, given the surge in imports from very low wage countries? [본문으로]
  39. (factor content analyses are limited by the level of disaggregation of the input-output table,) [본문으로]
  40. It seems a foregone conclusion that aggregation is a serious problem here; why not use more disaggregated data? The answer is that within the limits of current data, there is little that can be done. [본문으로]
  41. All these examples suggest a data problem: numbers showing a rapid rise in developing country exports, and Chinese exports in particular, within sectors that are skill intensive in the United States need to be taken with large doses of salt. [본문으로]
  42. The broad picture, then, is that the apparent sophistication of imports from developing countries is in large part a statistical illusion. [본문으로]
  43. Instead what seems to be happening is a breakup of the value chain that allows developing countries to take over unskilled labor–intensive portions of skilled labor–intensive industries. And this process can have consequences that closely resemble the Stolper-Samuelson effect. [본문으로]
  4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s://joohyeon.com/264 [본문으로]
  4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s://joohyeon.com/265 [본문으로]
  46.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s://joohyeon.com/216 [본문으로]
  47. [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s://joohyeon.com/217 [본문으로]
  48.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49.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s://joohyeon.com/275 [본문으로]
  50. if changes in such policies are adopted, they should be made on the grounds that they improve productivity and stimulate economic growth. They should not be undertaken on the basis of fears, based largely upon confusion about the sources of economic change, that policies which appear inadvisable on domestic grounds are required for the purposes of competing internationally. [본문으로]
  5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https://joohyeon.com/278 [본문으로]
  52. Just to be clear: even if growing trade has in fact had significant distributional effects, that is a long way from saying that calls for import protection are justified. First of all, although supporting the real wages of less educated U.S. workers should be a goal of policy, it is not the goal: for example, sustaining a world trading system that permits development by very poor countries is also an important policy consideration. Second, as generations of economists have argued, the first-best response to the adverse distributional effects of trade is to compensate the losers, rather than to restrict trade. Yet whether trade is, in fact, having significant distributional effects, rather than being an all-round good thing, clearly matters. [본문으로]
  53.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s://joohyeon.com/26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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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Posted at 2019.07.21 10:46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TPP 탈퇴와 NAFTA 재협상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의 첫번째 글인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에서 살펴보았듯이, 트럼프행정부는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 하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하여 1974년 무역법 301조 등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상징하는 것은 '미국vs중국 무역분쟁' 입니다. 대통령 트럼프는 집권 7개월째였던 2017년 8월 14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로 미국기업이 불합리 혹은 차별적 대우를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하라는 명령[각주:1]을 내렸습니다. 


1년 후인 2018년 3월 22일, 301조 침해 여부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각주:2]되었고, 트럼프는 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부과를 지시합니다.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은 관세와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분쟁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만 집중하면 트럼프행정부 무역정책의 큰 방향을 읽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중국 무역전쟁은 현재 미국 무역정책의 핵심이며 미래 패권을 두고 벌이는 중요한 대결이긴 하나, 트럼프의 무역정책은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180도 돌려놓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외교 · 무역 정책의 방향 : '민주주의 · 시장경제 전파 vs 미국 우선주의'


◆ 전세계 무역체제의 방향 : '다자주의 · 지역주의 vs 공격적 일방주의'


과거부터 트럼프 이전까지, 미국 무역정책은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세계로 퍼뜨리는 대외정책(foreign policy)의 일환이였습니다. 


1945년 2차대전 종전 이후 미국은 GATT를 통해 세계에 자유무역 질서를 세웠습니다. 1990년대 냉전이 종결되자, (아버지)부시행정부와 클린턴행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남미로 확산시키기 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였고, 중국 · 러시아 등 공산주의 경제 국가의 WTO 가입을 지원하였습니다. 2000년대 이후로도 부시 ·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의 가치를 퍼뜨리는 수단으로 무역협정을 이용했고, 양자 자유무역협정(FTA)과 대규모 지역협정인 환태평양 경제공동체(TPP)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상을 추구했던 과거의 무역정책이 미국에게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았다고 비판합니다. 


트럼프행정부는 2017년 집권 이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무역정책 아젠다를 통해, "미국은 자유주의 경제 무역시스템을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로까지 확장해왔다. 이들 국가들이 정치 · 경제적으로 자유화되고 미국에게 이득을 안겨줄 거라고 희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은 이들 국가들이 경제와 정치 개혁을 하지 않았고, 주요한 경제기관을 왜곡하고 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자유무역을 말하지만, 오직 자신들에게 득이 되는 규칙과 협정만 지킬 뿐이다.", "우리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둘 것이다(This National Security Strategy puts America First)" 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가치를 전세계에 전파시키기 위해 GATT · WTO 다자주의 무역시스템(Multilateral Global Trading System)과 NAFTA · TPP 등 지역협정(Regional Agreements)을 활용했던 과거와 달리, 트럼프는 개별 국가와의 양자협정(Bilateral Agreements)을 통해 1:1로 상대하며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킬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2017년 1월 20일 부임한 대통령 트럼프가 가장 먼저 내린 명령 중 하나는 'TPP 탈퇴' 였습니다. 그리고 5월 18일에는 'NAFTA 재협상'을 명령합니다. 트럼프는 "TPP를 선호하지 않으며, 양자협정이 미국 근로자에게 더 낫다", "미국은 멕시코를 상대로 600억 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NAFTA는 시작부터 한쪽만 유리했던 협정이었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WTO 체제가 중국에게만 유리하고 미국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 왔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 = 대중국 무역전쟁' 으로만 바라보면 큰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전파'를 중시했던 전통적인 외교 · 무역 정책의 방향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전환시켰고, '다자주의'와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었던 기존 무역체제를 비판하며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를 구사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과거 행정부들이 이루어 왔던 것을 되돌려 놓으려고 할까요? 이번글을 통해, 클린턴 · 부시 · 오바마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살펴보고, 트럼프가 왜 이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 1990년대 클린턴행정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확산시키자

- NAFTA 체결 · WTO 창설 · 중국의 WTO 가입 지원


중국 제조업 발전 · 기술진보와 자동화 확산 · 2008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미국 중산층이 무너진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이를 회복시키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나왔듯이, 클린턴행정부 무역정책 방향은 1993년~2000년 집권기의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냉전의 종식'과 '미국경제의 부활' 입니다.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미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과거 공산주의 체제로까지 확산시키고 싶어했습니다. 또한, 강렬한 반미감정을 가지고 있던 중남미와 경제적협력을 공고히하여 지정학적 안정을 달성코자 했습니다.


국제정치 변화와 더불어 1990년대 들어 미국경제가 부활하며 1980년대 미국 내에 가득했던 보호주의 압력[각주:3]도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과 플라자합의 덕분에(?) 대일 무역수지 적자 폭은 크게 줄어들었고, 미국은 1991년 4월을 시작으로 10년동안 경기호황을 이어가면서 다시 자유무역의 수호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클린턴행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세계에 퍼뜨리는 '관여와 확장'(Engagement and Enlargement)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안보 강화'(Enhancing Our Security) · '번영 제고'(Promoting Prosperity at Home) · '민주주의 확산'(Promoting Democracy)을 대외정책의 주요목표로 내세우게 되었습니다. 


● 1994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미국인 · 미국의 영토 · 미국의 삶의 방식 등 우리의 국가안보를 보호하는 것은 나의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이며 헌법 의무 입니다. 냉전의 종결은 미국의 안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안보를 위협했던 공산주의 팽창은 사라졌습니다. (..)


우리는 미국을 더 안전하고 번영하게 만들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 우리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진정한 글로벌 경제를 가지게 되었으며, 미국 일자리와 투자의 범위를 확장시켜 줄 겁니다. 민주주의 국가간 커뮤니티는 증진하고 있으며, 정치적안정 · 분쟁의 평화적 해결 · 인간존엄성 등이 증진될 겁니다.  (...)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의 중점목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 준비된 군사력으로 안보 보호

▷ 미국경제 부활 촉진 

▷ 해외로 민주주의 촉진시키기


우리는 안보 보호 · 미국경제 부활 · 민주주의 촉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안보가 강한 국가는 자유무역을 지지하며 민주주의 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며 무역관계로 강하게 연결된 국가는 안정감을 느끼며 자유를 향해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는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가능성이 적으며 미국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나의 행정부가 시작된 이래로, 우리는 이러한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행동을 취해왔습니다. NATO, NAFTA, APEC, GATT 우루과이 라운드, 동구권 민주주의 지원. (...) 우리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의 이익과 가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자유, 평등, 인간존엄성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의 신호등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만약 우리가 세계적 문제에 능동적으로 관여한다면(engaged), 미국은 새로운 시대의 위험과 기회를 다룰 수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센 힘을 가지고 있으며, 전세계적 책임감 뿐 아니라 이익도 가지고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으로부터 배운 교훈은 고립주의로는 미국의 안보를 지킬 수 없다는 것과 보호무역으로는 번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이 더 안전하게 느끼며 기회를 가지려면, 새로운 위협을 억제하고, 외국의 시장을 개방하고, 민주주의를 해외로 확산시키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독려하며,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추구해야 합니다. (...)

냉전은 끝났으나, 미국 리더십의 필요성은 해외에서 그 어느때보다 강합니다. 나는 해외로의 적극적인 관여를 유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컨센서스를 세우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이 보고서는 그 노력의 일부입니다.

- 대통령 빌 클린턴


이처럼 클린턴행정부는 안보 · 자국경제 부흥 등은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국가들간 커뮤니티가 확장됨(enlarging the community of democratic and free market nations)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NAFTA 체결과 WTO 창설 그리고 중국의 WTO 가입 지원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확산을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 시장친화적 개혁을 원한 멕시코와 민주주의·시장경제를 전파하고 싶은 미국의 만남


  • 왼쪽 : 미국-멕시코-캐나다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A)을 상징하는 로고

  • 오른쪽 : 1988년~1994년, 멕시코 대통령 살리나스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에서 살펴봤다시피,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시장경제와 자유무역 원리를 멀리하고 국가의 개입 · 민족자립을 우선시하는 경제체제를 가진채 미국을 향해 적대적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시장원리와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선택은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고 1980년대 외채위기를 겪게 됩니다.


결국 멕시코는 1985년 자유무역 체제인 GATT 가입을 선언하였고 1987년 제조업 상품 교역을 자유화 합니다. 그리고 1988년 집권한 대통령 살리나스(Salinas)는 생산성향상을 이끄는 국내개혁을 통해 멕시코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를 원하였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법률 및 정책을 통해 개혁을 시작하더라도 국내 이익집단이 강하게 반발하면 수포로 돌아가기 쉬웠고, 이를 수차례 지켜봤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멕시코를 신뢰하지 않았었습니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살리나스 대통령은 시장친화적 개혁을 지속하기 위한 맹약의 수단(commitment device)으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합니다. 


미국 (아버지)부시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은 멕시코의 제안을 역사적 기회로 바라보았습니다. 미국은 NAFTA를 통해 경제적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멕시코의 반미감정을 해소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멕시코를 시작으로 중남미 전역과 친밀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중남미의 정치경제적 안정 → 미국의 안보 강화'(a starting point for dealing with the common challenges of the Americans)[각주:4]를 노렸습니다.


1990년 6월, 미국 부시 대통령과 멕시코 살리나스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만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논의하였고, 1991년 2월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의사를 발표합니다. 미국은 이미 1988년에 캐나다와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자간 협정에 멕시코가 추가되는 모습을 띄게 되었습니다. 1991년 6월 공식적으로 시작된 NAFTA 협상은 1992년 8월 결론 지어졌습니다.


미국 민주당과 노조 등이 NAFTA를 극렬히 반대하면서 1992년 대선의 의제로 떠올랐으나, 민주당 클린턴 대통령은 집권 이후에도 전임 행정부가 추진한 NAFTA를 이어나갔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중남미 지역 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전례없는 성취는 평화와 안정 및 경제성장과 교역 촉진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NAFTA 비준은 우리의 중요한 대외정책 성취 중 하나이다. NAFTA는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중남미 민주주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중요한 걸음이 된다."[각주:5]라는 관점으로 NAFTA를 평가했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노동과 환경 부문을 사이드협약으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반대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결국 1994년 1월 1일부로 NAFTA가 발효 되었습니다. 


▶ 세계무역기구(WTO) 창설과 중국의 WTO 가입 독려

-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통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국에까지 확산시키자


1990년대 미국은 NAFTA와 같은 지역무역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 뿐 아니라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multilateral world trading system) 창설에도 힘을 썼습니다. 바로, GATT를 대체하는 세계무역기구 WTO 입니다.


이전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각주:6]을 통해, 우리는 '301조 등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사용하는 미국과 이런 미국을 제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구상하는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내심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싶어했던 미국은 자신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부문 개방(GATS)과 지적재산권 보호(TRIPS) 그리고 분쟁해결기구 설립(DSB)이 포함된 새로운 무역시스템을 꿈꾸었고, 세계 각국은 1986년~1994년 간 진행된 GATT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WTO 창설을 결의합니다. 그 결과, 1995년 1월 1일부로 WTO가 출범했습니다.


특히 당시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나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이며, 거대한 중국시장은 미국 기업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희망은 아래에 소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그대로 나옵니다.


● 1997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새로운 세기를 위하여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개방된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우리는 중국이 시장 기반 세계경제 시스템에 통합되도록 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역장벽을 낮추고 경제활동을 왜곡하는 제약을 없앰으로써 중국의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다"[각주:7]


● 1998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새로운 세기를 위하여


"중국을 세계무역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은 명백히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이다. 다음 세기를 생각한다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중국과 정상무역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각주:8] (...) 


1997년과 1998년 정상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장쩌민 주석은 미국-중국 간 무역 및 경제 관계를 강화시키는 조치들에 합의하였다. 우리는 경제개혁에 관여함으로써 중국의 시장개방을 밀어붙일 것이다.[각주:9] 


중국이 WTO 회원이 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 그러나 중국의 가입이 상업적 기초 위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중국은 제거되어야 할 장벽들을 유지하고 있으며, WTO 가입 이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한다. 1997년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중국의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참여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에 합의하였다.[각주:10]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중국 장쩌민 주석은 1997년 10월 워싱턴 · 1998년 6월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지며 국제부문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중국은 관세 인하와 시장개방 그리고 시장친화적 개혁을 약속하였고, 1999년 4월 주룽지 총리는 미국에 방문하여 '중국의 WTO 가입이 경제개혁 전략의 핵심' 이라고 발언했습니다. 


1999년 11월 미국과 중국은 WTO 가입을 위한 양자협상을 마무리 하였고, 시애틀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중국의 가입을 지지했습니다. 마침내 2001년 12월 11일부로 중국은 WTO에 가입하게 됩니다. 




※ 2000년대 부시행정부, '경쟁적 자유화'를 통해 미국의 제도를 확산시키자

- 교역상대방과 양자 FTA 체결 추진

- TPP와 TTIP로 발전


2001년 집권한 공화당 부시행정부는 다른 형태로 미국의 가치 · 법률 · 제도를 확산시키고자 했습니다. 바로, 교역상대방과 1:1로 양자 자유무역협정 FTA를 체결하는 방식이며, 이러한 부시행정부의 무역정책을 '경쟁적 자유화'(Competitive Liberalization)라 불렀습니다.


경쟁적 자유화란 말그대로 '여러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무역자유화를 실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역자유화를 경쟁적으로 실시한다??? 이것은 과거의 무역자유화 방식과 크게 다릅니다. 전통적인 무역자유화 방식은 일방주의 혹은 상호주의[각주:11] 입니다. 다른 나라가 어떻게하든 상관없이 자국의 무역장벽을 낮추거나, 교역상대방과 협상을 통해 서로의 무역장벽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식 입니다. 여기에는 다른 국가보다 무역장벽을 '먼저' 그리고 '더 많이' 낮추는 경쟁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 미국의 '경쟁적 자유화' 무역정책과 FTA 체결 확산

- 국내개혁을 원한 신흥국과 시장친화적 법률 및 규제정책을 확산하려한 미국의 만남


그런데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가 되자 경쟁의 필요성이 증대되었습니다. 자국에서 만든 상품을 외국으로 수출하고 외국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수입하던 과거의 교역형태와 달리, IT발전으로 통신비용이 하락하자 제조공장이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과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firms)이 등장하는 세계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 국가의 무역정책 성공은 단순히 관세 인하를 통해 무역장벽 낮추는 게 아니라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글로벌 생산 분업 체계에 합류하는 것'(compete aggressively for the footloose international investment that goes far to determine the distribution of global production)[각주:12]이 되었습니다. 이때,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시장규제 정책 · 반독점법 · 지적재산권 보호 등 국가의 규제와 법률을 기업친화적으로 변경시키고 선진국 수준에 맞도록 탈바꿈 해야 합니다. 


따라서, 신흥국과 미국은 FTA 체결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신흥국은 미국과의 FTA 체결을 통해 글로벌 분업체계 참여와 미국시장 진출 뿐 아니라 국내 법률과 제도의 개혁을 이끌어내고 싶어했습니다. 미국은 자국시장 접근을 보다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대가로 미국 스타일의 시장친화적 법률과 규제정책을 외국에 확산시키면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00년대 신흥국과 미국에게 FTA 체결은 단순한 무역정책이 아니라 국내 경제개혁 정책 및 대외정책 이었습니다.


(사족 : 노무현대통령은 한미FTA 추진의 이유를 '외부충격을 통한 서비스업 개혁'으로 꼽았었습니다. 즉, 당시 한국이 미국과의 FTA를 추진한 목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2001년~2005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 2005년~2006년 미 국무부 차관을 역임한 로버트 졸릭(Robert Zoellick)

  • 로버트 졸릭은 미 무역대표부 대표를 역임하며 부시행정부의 '경쟁적 자유화' 무역정책을 주도하였다.


여기서 부시행정부의 '경쟁적 자유화' 무역정책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로버트 졸릭'(Robert Zoellick) 입니다. 로버트 졸릭은 2001년~2005년 동안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역임하면서 FTA 체결을 늘려왔습니다. 2001년 부시행정부가 들어섰을 때 미국은 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 · NAFTA 등 단 2개의 특혜무역협정(PTAs)만 체결하고 있었는데, 이후 싱가포르 · 칠레 · 한국 등 10여개 국가와 FTA를 체결했습니다. 


졸릭은 연설 · 언론기고 등을 통해 부시행정부 무역정책 방향을 수차례 밝혀왔습니다.


글로벌 무역시스템을 미국의 가치와 나란히 놓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주권을 존중하면서 개방적이며 효율적인 시장을 독려할 수 있다. 우리는 보호주의에 빠지지 않고 핵심 노동기준, 환경보호, 건강 등을 독려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법률준수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구해야 한다.[각주:13]


부시행정부가 3년전 미국 무역정책 아젠다를 새로 내놓았을 때, 우리는 계획을 분명히 그리고 공개적으로 제시했었다. 우리는 전세계 · 지역 · 양자 협정의 방식으로 자유무역을 진전시키기 위하여 '경쟁적 자유화' 전략을 추구할 것이다. 다양한 방식을 동시에 사용하여 앞으로 나아갈 것이며, 장애물을 극복하거나 우회할 것이고, 개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대의 레버리지를 활용할 것이며, 경제 및 정치 개혁의 맹약수단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을 타겟으로 하며,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며, 세계경제 내 모든 지역에서 미국의 유대관계를 강화할 것이며, 자유무역을 선봉에 세울 것이다.[각주:14]


 - Evenett and Meier. 2008. An Interim Assessment of the US Trade Policy of 'Competitive Liberalization'에서 재인용


로버트 졸릭은 교역상대방들에게 미국과의 FTA에 참여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개혁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신흥국들이 가지는 것이 바로 '경쟁적 자유화'의 핵심 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FTA 체결을 더 원했던 쪽은 미국이 아니라 신흥국 이었습니다. 신흥국은 가만히 있으면 미국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 · 외국인 투자 유치 경쟁 · 글로벌 생산 분업 체계 참여 경쟁 등에서 다른 신흥국들에게 밀려난다는 두려움에 더 절박했습니다. 


미국은 거대한 자국시장을 지렛대로 삼아 신흥국에게 원하는 것을 비교적 손쉽게 관철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렇게 체결한 FTA를 후속 무역협정의 모델로 삼고자 했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100여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WTO 라는 다자주의 무역기구(multilateral) 보다 신흥국과 1:1로 상대하는 양자 자유무역협정(bilateral)이 더 편리했습니다. 미국은 FTA를 통해 지적재산권 · 외국인투자협정 등을 자국에게 유리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습니다.


▶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TPP) 및 범대서양 무역 투자 동반자 협정 (TTIP)

'높은 수준의 21세기적 기준(high quality, twenty first century standard)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시작된 FTA는 이후 대규모 지역별 협정(Mega Regional Agreement)로 확대됩니다. 부시행정부는 애초부터 양자간 FTA를 '순차적 무역 자유화'(sequential trade liberalization)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개별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범위를 넓힌 다음에 범지역적 경제블록을 형성하려고 하였죠. 


바로,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와 범대서양 무역 투자 동반자 협정(TTIP) 입니다.



2009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행정부는 부시행정부의 구상을 이어받았고, 미국 · 뉴질랜드 · 싱가포르 · 칠레 · 일본 · 캐나다 · 멕시코 · 호주 및 기타 등등 12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은 EU와의 대규모 지역협정을 추진하였고, 범대서양 무역 투자 동반자 협정 (TTIP)을 위한 협상을 개시합니다.


오바마행정부는 TPP를 통해 '높은 수준의 21세기적 기준(high quality, twenty first century standard)'을 관철시키고자 했습니다. TPP는 단순히 상품 관세 인하를 위한 무역협정이 아니라 금융 및 서비스부문 개방 · 경쟁정책 · 지적재산권 · 글로벌 생산 분업을 위한 원산지 규정 · 투자 · 외환 등 새로운 경제환경에 필요한 것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협정이었습니다. 


게다가 오바마행정부에게 TPP는 외교정책의 일환으로도 중요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원하였고,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 이라는 대외정책을 공표했습니다. 미국은 아시아로 군사력과 외교력을 재배치하였고, TPP는 중국을 제외한 경제동맹 건설을 의미했습니다.




※ WTO를 놔두고... 왜 NAFTA · 양자 FTA를 체결하고 있나 !!!

NAFTA · FTA · TPP를 비판하는 경제학자의 논리


무역협정을 이용하여 민주주의 · 시장경제 그리고 미국의 제도를 확산시키려 했던 미국 전임행정부들의 모습은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와 비교하면 딱히 문제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아니 문제 삼는 게 이상해 보입니다. 미국만 우선시 하며 교역상대방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전세계를 생각하면서 자유무역을 전파하는 정책은 이상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 경제학자는 1990년대 · 200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을 우려스럽게 바라봤습니다. 바로,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 입니다.


  • 국제무역이론의 대가,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


바그와티는 이전글에서도 몇 차례 등장한 바 있습니다. 바그와티는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인 '공격적 일방주의'를 비판하며, 미국의 전통적인 호혜주의가 언제든지 상호주의와 보호주의로 돌변할 수 있으며, 80년대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훼손하는 현실을 걱정했습니다.


여기서 걱정의 핵심은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훼손' 입니다. 바그와티는 'GATT · WTO 등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Multilateral World Trading System)을 통해 전세계로 자유무역을 확산시키는 것을 선호'하였기 때문에,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NAFTA 및 TPP와 같은 지역무역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 혹은 개별 FTA와 같은 양자 무역협정(bilateral trade agreement) 등도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자주의를 선호하는 바그와티의 논리를 살펴보기에 앞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질문을 먼저 던져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GATT와 WTO가 있었는데, 왜 일부 국가들끼리만 또 다른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그렇다면 GATT · WTO와 NAFTA · FTA · TPP 등은 무엇이 다르지?" 입니다.


▶ WTO 창설 논의 중에 이스라엘 · 캐나다와의 FTA 그리고 NAFTA를 추진한 미국 


1970년대-80년대 초반, 미국은 당시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이었던 GATT에 상당한 불만[각주:15]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GATT는 개발도상국의 비관세장벽(보조금·덤핑)과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유의미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으며, 폐쇄적인 일본시장을 개방시키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보다 못해 GATT를 개혁하기 위해 나섰으나, 유럽은 자신들의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는데 집중하였고 개발도상국은 당연히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GATT 체제의 한계는 미국이 외국 시장을 강제로 개방시키는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GATT를 우회하여 개별 국가들과 1:1로 양자 무역협정을 맺을 수 있음도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은 1986년 이스라엘 · 1988년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으로써, 'GATT를 개혁하지 않으면 양자 무역협정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과 양자 FTA 체결을 목격한 유럽 · 일본 등은 미국을 통제하고 회유하기 위하여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창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1986년 GATT 우루과이 라운드가 개최되면서 WTO 창설 구상에 들어가게 됩니다.


즉, 1980년대 후반 미국이 맺은 2개의 양자 FTA (bilateral FTA)는 '새로운 다자주의 체제 설립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비교적 강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다자주의 시스템인 WTO가 창설 논의 중인 와중에도 미국은 다자주의를 우회하는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했습니다. 바로, 미국-멕시코-캐나다의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입니다. 이번글에서 살펴봤듯이, 미국은 중남미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고 싶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유럽의 경제공동체에 대항하는 북미 경제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NAFTA를 통해 '다자주의에서 합의하지 못한 사항'을 멕시코에게 강제할 수 있었습니다. '다자주의에서 합의하지 못한 사항을 강제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자주의 시스템인 GATT · WTO와 양자 FTA · 지역무역협정 NAFTA는 무엇이 다른지를 우선 알아야 합니다.

 

▶ 다자주의 시스템인 GATT · WTO와 양자 FTA · 지역협정 NAFTA는 무엇이 다른가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인 GATT · WTO는 말그대로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주의'(multilateral) 입니다. 1947년 23개국이 참여했던 GATT는 이후 100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였고, 오늘날 WTO에는 164개국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GATT · WTO를 지탱하는 핵심원리는 '비차별주의'(non-discrimination)와 '협상을 통한 상호양보'(mutual, reciprocal concession) 입니다.


다자주의에 참여한 국가는 교역상대국들 간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특정한 교역상대국에게만 더 낮은 관세율을 제공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하더라도, GATT · WTO 규정인 '무조건적 최혜국대우'(unconditional MFN)가 발동하여 다른 교역상대국들이 적용받는 관세율도 낮아집니다. 


그리고 GATT · WTO의 규칙 및 시장개방 대상 품목 등은 다자주의에 참여한 국가들 간 협상을 통해 결정됩니다. 미국은 유럽과 개발도상국의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고 싶어하더라도, 다수의 국가들이 반대한다면 이를 얻을 수 없습니다. 국가들은 반대급부로 무언가를 내주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며, 이처럼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은 '상호주의'(reciprocity)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때, GATT와 WTO는 핵심원리를 회피할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GATT 24조에 따르면, 관세동맹 혹은 양자 자유무역협정 그리고 지역 무역협정 등은 무조건적 최혜국대우가 적용 되지 않으며 이를 특혜무역협정(PTA, Preferential Trade Agreement)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NAFTA를 체결함으로써 멕시코 및 캐나다에게 더 낮은 관세율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GATT와 WTO의 최혜국대우를 위반한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EU를 결성한 유럽은 역내 국가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PTA는 협정에 참여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를 차별적으로 대우할 수 있습니다.  


1947년 GATT가 만들어졌을 때 PTA를 허용했던 이유는 다자주의 자유무역을 더 완벽히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동시에 무역장벽을 허물어뜨리고 자유무역을 받아들이는 건 이를 반대하는 국내 정치적 여론이 강했기 때문에, 우선 서로 친밀한 국가들끼리 별도의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다자주의의 구멍을 메우려 했습니다.


그런데... 다자주의를 완벽히 하기 위해서 도입되었던 PTA는 1980년대 후반이 지나자 다자주의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됩니다.


▶ 전세계가 참여하는 다자주의 세계무역 시스템, 원하는 것을 관철할 수 없다


다자주의는 말그대로 수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느릴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GATT는 상품시장 관세장벽 철폐를 목적으로 1947년 출범하였습니다. 1970년대 들어 덤핑 등 비관세장벽이 문제가 되었는데, 이를 철폐하기 위한 합의에 이르는데 6년이나 걸렸습니다. 또한, 농산물시장 · 서비스부문 · 지적재산권 · 분쟁해결절차를 다루는 우루과이 라운드는 무려 8년이 필요했습니다. 다수의 국가들이 의제에 찬성해야 규칙으로 제정할 수 있는 다자주의 구조에서 각국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오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건 · 환경이슈 · 외국인투자 · 오프쇼어링 등 현대 무역협정에 필요한 다른 이슈들을 다자주의 체제에서 다룰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2001년 시작한 WTO 도하라운드는 현재까지 답보 상태에 있습니다.


결국 개별 국가들은 원하는 내용을 빠른 시일 내에 관철시키기 위하여, 다자주의 체제를 우회하여 지역무역협정 · 양자 FTA 등 특혜무역협정 PTA 체결을 늘려나갔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와 부시행정부가 추진한 양자 FTA의 내용을 살펴보면 PTA의 이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 미국 내에서는 NAFTA 체결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극심했습니다. 


문제는 개발도상국인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NAFTA는 미국이 개발도상국과 처음 맺는 주요한 무역협정이었으며, 멕시코의 낮은 임금 때문에 미국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습니다. 위의 표에 나오듯이, 1994년 멕시코 자동차산업 근로자의 시간당 실질 인건비는 미국의 1/8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상품에 더 낮은 관세를 부과하면, 제3국 → 멕시코 → 미국의 경로로 다른나라의 상품이 우회수출 될 가능성을 염려했습니다. 특히 미국 자동차기업들은 멕시코로 생산공장을 이동시켜 저임금 근로자를 활용할 구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때 일본 및 유럽 자동차가 멕시코를 통해 우회수출 된다면,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NAFTA를 통해 얻는 이득은 줄어듭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여 NAFTA에는 노동부문 부속협약(labor side agreement) 및 원산지 규정(rule of origin)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멕시코의 저임금을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근로자 권리 보호, 그리고 미국-멕시코-캐나다 역내에서 생산된 부품이 완성차 부가가치의 62.5%를 차지해야 한다는 역내가치비율(Regional Value Content) 조건이 요구되었습니다.


2000년대 미국이 주도한 양자 FTA와 TPP에는 노동 · 원산지규정은 물론이고, 앞서 살펴봤듯이 규제정책 · 법률 등을 개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미국은 FTA를 통해서 미국의 제도와 법률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동 · 원산지규정 · 외국인투자 · 지적재산권 · 제도와 법률 등을 다자주의 체제에서 관철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며 가능하다 하더라도 오랜 시일이 걸립니다. 하지만 지역무역협정 · 양자 FTA 등 특혜무역협정 PTA를 이용하면 다자주의를 우회하여 '다자주의에서 합의하지 못한 사항'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 PTA가 확산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자그디쉬 바그와티 "특혜무역협정은 자유무역이 아니다"



각국은 다자주의를 회피하기 위하여 1990년대 들어서 특혜무역협정 PTA 체결을 폭발적으로 늘려 나갑니다. 1950년~2010년, PTA 누적 건수를 보여주는 위의 그래프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 자그디쉬 바그와티는 이러한 세계 무역의 흐름 변화를 우려스럽게 바라봤습니다. 바그와티는 PTA 확산이 처음의 목적대로 자유무역 체제를 더 공고히하는 것(building blocks)이 아니라 자유무역 체제를 쓰러뜨리는 것(stumbling blocks) 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바그와티는 1990년 논문 <다자주의에서 이탈 : 지역주의와 공격적 일방주의>, 1993년 <지역주의와 다자주의 : 개괄>, 1994년 논문 <세계 무역시스템에 대한 위협 : 소득분배와 이기적 헤게모니>, 2008년 단행본 <무역시스템 내 흰개미 : 어떻게 특혜협정은 자유무역을 훼손하는가>, 2016년 단행본 <세계 무역시스템 : 트렌드와 도전> 등을 통해 특혜무역협정(PTA)과 지역주의(regionalism)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바그와티가 비판에 사용한 논거는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 특혜무역협정은 제3국을 차별하는 것이며 그 결과 무역창출(trade creation)보다 무역전환(trade diversion) 효과가 더 크다


특혜무역협정은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협정에 참여한 교역상대국에게 특혜를 줍니다. 제3국이 대접받는 최혜국대우 보다 더 낮은 관세율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다자주의가 규정하지 않는 부문의 시장을 개방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러한 특혜 덕분에 협정 참가국 간에 더 많은 교역이 발생한다면, PTA는 무역을 창출하는 효과를 내게 됩니다. 말그대로 무역창출(trade creation) 입니다.


하지만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제3국을 차별한다는 관점에서 PTA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소비자들은 동일한 관세였다면 유럽 · 일본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를 구매했을텐데, NAFTA의 차별적 관세 영향으로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유럽 · 일본산 자동차가 더 큰 후생을 줄 수 있다면, NAFTA는 비효율적인 선택을 유발한 꼴이 됩니다. 이처럼 PTA로 인하여 자원이 더 효율적인 생산자에서 비효율적인 생산자로 이동하는 현상을 무역전환(trade diversion) 이라 합니다.


바그와티가 보기엔 지역무역협정 · 양자 자유무역협정 등의 PTA는 무역창출 보다 무역전환 효과가 더 컸습니다. 그는 "PTA 멤버들 간 교역 중 상당수가 협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교역 중 16% 만이 PTA로 인한 추가 관세 인하를 혜택을 보고 있다."[각주:16]는 근거로 무역창출 효과가 적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둘째, 강대국은 다자주의를 회피하여 이기적 헤게모니(selfish hegemon)를 휘두르고 있다.


다자주의에서 합의하지 못한 사항과 미국식 제도 · 법률을 PTA를 통해 관철시킨 미국의 행동과 의도성은 바그와티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다자주의 회피를 위해 PTA를 사용하였으나, 바그와티는 "헤게모니가 센 강대국이 비헤게모니 그룹과의 순차적 협상을 통해 더 많은 보수를 챙긴다"고 바라봤습니다.


1980년대 미국이 GATT 체제에서 벗어나 일본과 직접 반도체협정[각주:17]을 맺었듯이, 기본적으로 힘이 센 국가는 소수의 국가를 상대로 협상을 할 때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양자 FTA는 말할 것도 없고 NAFTA · TPP 등 소수가 참여한 지역무역협정에서 우위에 있는 건 강대국 입니다. 


힘을 이용하여 외국의 시장을 개방시키는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이 '처벌전략'(punishment strategy) 라면 PTA는 '유인전략'(incentive strategy)이고, 이 둘은 형태만 다를 뿐 사실상 마찬가지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바그와티는 'PTA는 제3국을 차별하는 보호무역 협정이나 마찬가지이며, NAFTA 등 지역주의는 세계 자유무역 체제를 더 공고히 하는 게 아니라 훼손시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바그와티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PTA는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자주의 세계 무역시스템인 WTO로 돌아가야 한다" 고 주장했습니다.


▶ 오프쇼어링 및 글로벌 밸류 체인 교역을 다루는 새로운 무역협정 필요성 증대



국제무역이론을 전공한 경제학자들이 기본적으로 다자주의 체제를 이상적으로 바라보긴 하지만, 모든 학자들이 바그와티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경제학자 리차드 발드윈(Richard Baldwin)은 '21세기 변화된 경제구조에서 깊은 수준의 지역무역협정(deep RTAs)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발드윈은 '글로벌 밸류 체인 형성'(GVC)과 '오프쇼어링 확대'(offshoring)을 중심으로 세계무역패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해있는 기업들이 공정단계에 참여하면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글로벌 밸류체인'(GVC, Global Value Chain) 이라 합니다. 전세계 여러 국가들을 잇는 글로벌 밸류체인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된 것이 '선진국 기업의 오프쇼어링'(offshoring) 입니다.


20세기 운송비용 하락으로 시작되었던 세계화는 '한 국가에서 만든 상품을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형태'(made-here-sold-there)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통신비용 하락한 덕분에 오늘날 세계화는 선진국의 지식(knowledge)과 개발도상국의 노동(labor)이 결합하여 '여러 곳에서 만든 상품을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형태'(made-everywhere-sold-there)로 진화했습니다.


따라서, 21세기 무역협정은 단순한 관세 인하가 아니라 생산의 분업화 · 외국인투자 · 사람과 아이디어의 이동 · 지적재산권 등을 다루어야하는데, 이를 할 수 있는 것은 다자주의 WTO가 아니라 TPP 등 '깊은 수준의 지역무역협정'(deep RTAs) 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족 : 리차드 발드윈이 바라보는 '21세기 변화된 경제구조'는 향후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의 다른 글을 통해 더 자세히 다룰 계획입니다.)


▶ 행복했던 학문적 논의...


'사실상 보호주의인 PTA 대신 다자주의 체제를 중심으로 해야한다 vs 21세기 변화된 경제구조에 맞추어 지역무역협정 등 PTA를 확대해야 되느냐' 라는 경제학자들 간 논쟁은 화해할 수 없는 토론으로 보였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자그디쉬 바그와티는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과 PTA가 형태만 다를 뿐 사실상 동일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에 다자주의 체제 이외에 타협의 여지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학문적 논쟁은 지금 돌아보면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벌어진 논의였습니다. 그 이유는 진짜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이 다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 NAFTA · TPP 등의 지역무역협정도 싫고 다자주의 체제인 WTO도 싫다 

- 트럼프 .... Make America Great Again !!!



바그와티는 다자주의와 지역무역협정을 서로 다른 것으로 평가했지만, 트럼프에게 다자주의 체제인 WTO나 지역무역협정 NAFTA · TPP는 여러 국가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것입니다. 100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것과 3~10개 가량의 국가가 참여하는 협정 간 차이는 없습니다. 2017년 1월 20일에 부임한 대통령 트럼프는 3일만에 TPP 탈퇴 명령[각주:19]을 내렸고, 5월 18일에는 NAFTA 재협상을 명령[각주:20]합니다. 


그리고 트위터 · 연설 · 인터뷰 등을 통해 "WTO가 미국에게 불공정하다" 라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미국은 WTO 분쟁해결기구로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1974 무역법 301조를 이용하여 중국에 보복조치[각주:21]를 취했습니다. 또한, WTO의 핵심원리인 무차별적 최혜국대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보완하는 법안을 발의[각주:22]했습니다.


트럼프는 오직 1:1로 상대하는 양자 무역협정(bilateral trade agreement)만이 효율적이며 미국 근로자에게 이익이라고 말합니다. 양자 협상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겠다는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의 의지를 드러낸 겁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NAFTA · TPP · WTO를 싫어하는 것일까요? 트럼프행정부는 2017년[각주:23] · 2018년[각주:24] · 2019[각주:25] 무역정책 아젠다 보고서를 통해 그 이유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번 파트에서 이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NAFTA로 인해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멕시코로 이동하였다 → USMCA로 재탄생



앞서 짤막하게 언급했듯이, 1990년대 초반 NAFTA 체결을 둘러싸고 찬반 갈등이 극심했던 이유는 '개발도상국인 멕시코'와 맺는 무역협정 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미국은 다자주의 이외에 개발도상국과 주요한 무역협정을 맺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미국 저임금 근로자들과 진보적 성향을 띄는 민주당 의원들은 기업들이 낮은 임금을 활용하려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할 것이고 이에 따라 미국 내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공장이전 가능성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1994년 당시 멕시코 자동차산업 근로자의 시간당 실질 인건비는 미국의 1/8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여 NAFTA에 노동부문 부속협약(labor side agreement) 및 원산지 규정(rule of origin)을 추가했습니다.멕시코의 저임금을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근로자 권리 보호, 그리고 미국-멕시코-캐나다 역내에서 생산된 부품이 완성차 부가가치의 62.5%를 차지해야 한다는 역내가치비율(Regional Value Content) 조건이 요구되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NAFTA가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 자신했습니다. 


그런데...


NAFTA 체결 이후 25년 동안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만 갔고,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은 다른 산업에 비해 정체상태에 있습니다. 그리고 2008 금융위기는 포드 · GM 등 미국 자동차 산업에 큰 충격을 주었고 러스트벨트 지역은 쇠락해 갔습니다.


트럼프대통령과 측근들은 책임 중 일부를 NAFTA에서 찾았습니다. 트럼프행정부는 2018년 및 2019년 무역정책 아젠다에 "NAFTA는 제조업 부문 일자리를 줄였고, 공장을 미국 도시에서 국경을 넘어로 이동시켰다."[각주:26]고 밝힙니다. 


트럼프행정부가 특히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은 '멕시코로의 아웃소싱' 입니다. "NAFTA는 수천개의 미국 기업들에게 멕시코의 저임금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했다. (...) NAFTA는 기업들에게 생산을 아웃소싱할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인들에게 손해를 주는 조항을 담고 있다."[각주:27]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트럼프행정부는 기존 NAFTA를 대폭 개정함으로써 미국인들을 보호하기로 합니다. 바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입니다. NAFTA를 대체할 USMCA의 주요 목표는 '아웃소싱을 독려하는 조항 피하기'(avoid provisions that will encourage outsourcing)로 설정되었습니다.



  • 1994년과 2012년, 미국 · 멕시코 · 캐나다 자동차산업 근로자 시간당 실질 인건비

  • 오늘날에도 멕시코 자동차산업 근로자의 인건비는 미국에 비해 굉장히 낮다

  • 출처 : Peterson Institute. 'NAFTA at 20 : Misleading Charges and Positive Achivements'


아웃소싱을 억누르기 위해 강화된 것 중 첫번째가 노동부문 협약 입니다. 


분명 클린턴행정부는 멕시코로의 공장이전 가능성을 우려하여 노동부문을 NAFTA에 추가했습니다. NAFTA 노동부문 협약은 멕시코 근로자의 권리 보호 · 노조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멕시코 근로자의 권리는 향상되지 않았으며, 1994년 이후 25년이 지나도록 멕시코 자동차산업 임금도 크게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오늘날에도 멕시코 자동차산업 근로자의 임금은 여전히 미국에 비해 굉장히 낮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미국 기업들은 저임금을 활용하기 위해 멕시코로 이동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트럼프행정부는 기존 NAFTA에 부속협약(side agreement)으로 있던 노동부문 조항을 USMCA에서는 본 협약으로 격상시켰고, 멕시코 근로자의 집단교섭권 강화 · 국제노동기구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멕시코 노동법 개정 등을 담아냈습니다.


이렇게 트럼프행정부는 전세계를 향해 메세지를 보냅니다. "USMCA는 교역상대국들에게 극적인 신호를 보낸다. 미국인 근로자를 이용하기 위해 혹은 미국 일자리를 빼앗는 볼공정한 노동관행을 사용하기 위해 무역협정을 이용하는 시대는 끝났다."[각주:28] 


USMCA에서 강화되고 추가된 두번째 사항은 원산지 규정(rules of origin)과 노동가치비율(labor value content) 입니다. 


기존 NAFTA에는 제3국 → 멕시코 → 미국으로의 우회수출을 방지하기 위한 원산지 규정이 들어있습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역내에서 생산된 부품이 완성차 부가가치의 62.5%를 차지해야 한다는 역내가치비율(regional value content) 조건입니다.


트럼프행정부는 이 비율이 작다고 판단하여 85%로 상향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난색을 표했고, 협상 끝에 USMCA에서는 역내 가치비율이 75%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이는 일본 · 유럽의 자동차 기업들이 북미 내에서 직접 생산을 더욱 늘리게끔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화된 원산지 규정은 제3국의 우회수출을 더 엄격히 규제함으로써 전세계 자동차 기업들의 북미 내 직접투자를 유도하지만, 그 북미가 미국이 아니라 멕시코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USMCA에는 '자동차 부품의 40~45%를 시간당 16달러 이상의 근로자가 생산해야 한다'는 노동가치비율(labor value content)을 추가했습니다. 멕시코의 어떤 공장도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미국으로의 리쇼어링(reshoring)을 강제하고 있는 셈입니다.


트럼프행정부는 USMCA 노동부문 및 원산지규정 강화 그리고 노동가치비율 조항 신설을 두고, "이러한 조항들은 미국 무역정책이 극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더 낮은 임금을 이용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생산기지를 이동하는 것을 독려하는 무역협상'에 합의해왔다. 오늘날 우리는 다른 접근을 채택하고 있다."[각주:29] 라고 말합니다.


▶ TPP로 혜택을 보는 곳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 TPP 탈퇴


1990년대와 2000년대 미국인들은 '세계화'(Globalization)를 장밋빛 미래를 불러오는 변화로 바라봤습니다.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인들과 소통하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구 공산주의권으로까지 확산되는 시대. 


인터넷이 등장하고 이에 기반을 둔 세계화가 확산되던 1990년대에 대통령을 역임한 클린턴은 교역확대를 통해 전세계 통합을 진전시키면 미국인들도 번영을 누릴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NAFTA를 체결하고 WTO를 창설하고 중국의 WTO 가입을 지원했던 겁니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와 비교하여 줄어들었고, 그 공백을 메운 것은 중국 입니다. 트럼프는 중국의 부상을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과거 행정부의 잘못된 무역협상이 이를 만들어냈다고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부임 3일만에 TPP 탈퇴 명령을 내립니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TPP 탈퇴를 의아하게 바라봤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TPP를 형성하려고 했던 목적이 중국에 대한 견제 였기 때문입니다. 부시행정부는 미국의 제도와 법률을 전파하려는 목적으로 TPP를 구상하였고, 오바마행정부는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 이라는 대외정책 목표 하에 환태평양 국가들의 TPP 가입을 이끌었습니다.


트럼프행정부가 우려한 점은 TPP의 '약한 원산지 규정'(weak rules of origin) 입니다. 일례로 TPP의 자동차 원산지 규정에서 요구하는 역내가치비율은 45%인데, 이는 기존 NAFTA와 새 USMCA와 비교하여 낮은 수준입니다. 이로 인해 TPP 미가입국도 자동차 부품 55%를 제공하면서 미국시장에 이전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만약 TPP 미가입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임금이 낮고 근로자 보호가 취약하다면 문제는 악화됩니다. 전세계 기업은 저임금 TPP 미가입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TPP 국가들과 밸류체인을 형성함으로써 관세혜택에 편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행정부는 TPP의 약한 원산지 규정을 이용하여 아웃소싱과 우회수출을 꾀할 국가로 중국을 지목합니다. 


"혹자는 미국이 TPP에 가입함으로써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다룰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TPP 가입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을 정확히 인지하였다. 일례로, 미국 근로자가 겪는 주요한 문제는 기업들의 아웃소싱 이다. TPP의 원산지 규정 하에서, 자동차 생산의 55%를 담당하는 중국과 45%를 담당하는 베트남이 미국시장에 관세 없이 들어올 수 있다. TPP의 노동, 환경, 지적재산권, 통화 조항 등은 미국의 우려를 다루기에 부적합하다. 요약하면, TPP는 아웃소싱을 더욱 초래하며 미국 근로자를 더욱 불리하게 만든다"[각주:30]


▶ WTO 무조건적 최혜국대우는 외국의 높은 관세율을 허용한다 → 2019 상호교역법 


트럼프행정부는 NAFTA · TPP 등 지역무역협정을 비판하지만 (바그와티 처럼) 다자주의 기구인 WTO를 선호하지도 않습니다. 트럼프행정부는 '다자주의 무역시스템 개혁하기'(Reforming the Multilateral Trading System)을 2018년 무역정책의 5대 목표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트럼프행정부가 WTO에 대해 문제 삼는 부분은 크게 2가지이며, 첫째는 무조건적 최혜국대우(unconditional MFN)이고 둘째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다루지 못하는 분쟁해결기구 입니다. 이번글에서는 왜 미국이 WTO의 무조건적 최혜국대우를 문제 삼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글 앞부분에서 설명하였듯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인 GATT · WTO를 지탱하는 핵심원리는 '비차별주의'(non-discrimination) 입니다. 다자주의에 참여한 국가는 교역상대국들 간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특정한 교역상대국에게만 더 낮은 관세율을 제공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하더라도, GATT · WTO 규정인 '무조건적 최혜국대우'가 발동하여 다른 교역상대국들이 적용받는 관세율도 낮아집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WTO의 최혜국대우 적용이 '무조건적'(unconditional) 이라는 점입니다. 


최혜국대우는 여러 교역상대국들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함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나의 교역상대국들 간에 차별을 두지 말라는 의미이지, 상대방이 나에게 대우하는 만큼 나도 동등하게 대우하라는 상호주의적 의미가 아닙니다(non-reciprocal tariff). 


예를 들어, A국가가 B, C, D 국가의 수입품들에 동등하게 10%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B국가는 A, C, D 국가에 동등하게 3%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면, A와 B 국가는 서로 다른 관세율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A와 B국가는 각자의 교역상대국들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점에서 최혜국대우를 준수한 겁니다. 


만약 최혜국대우가 '조건적'(conditional) 이라고 한다면, B국가는 A국가를 향해 "너도 나에게 3%의 관세율을 부과해야만 최혜국대우 적용을 해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너에게만 10%의 관세율을 부과하겠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호동등한 관세를 조건부로 최혜국대우를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WTO가 요구하는 최혜국대우는 '무조건적'(unconditional) 이기 때문에, WTO 가입국들은 '상호동등하지 않은 관세'(non-reciprocal tariff)를 주고받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번글의 위에서 언급했듯이, WTO는 상호주의(reciprocity)를 기본원리로 하나 시장개방을 두고 서로 간에 협상과 양보를 한다는 의미일 뿐, 상호동등한 관세율을 주고받음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사족 : 상호주의reciprocity에 대한 더 자세한 논의는 이전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참고)


미국은 바로 이 점이 불만입니다.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정책 위원회는 2019년 5월 발간한 보고서 <미국 상호교역법 : 일자리와 무역적자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현재 미국이 얼마나 불공정한 교역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은 중국 · EU · 브라질 등 교역상대방의 자동차 수입품에 2.5%의 관세율을 동일하게 부과하며 최혜국대우를 준수하고 있으나, 상대국들은 미국산 자동차에 각각 15% · 10% · 35%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산 뿐 아니라 다른나라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대해서도 동등한 관세율을 부과하여 최혜국대우를 준수할테지만, 어찌됐든 미국 입장에서는 상호동등하지 않은 교역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자동차 뿐 아니라 다른 상품에도 이러한 모습이 나타납니다.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정책 위원회는 "2018년 미국 무역적자는 6,220억 달러를 기록하며 10년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무역대표부가 말하듯이, 국제교역장에서 지속되는 불공정하고 비상호적인 교역관행(unfair and nonreciprocal trading practices)이 미국 무역적자를 초래하고 있다. 비상호적인 교역이 발생하는 원천은 WTO하의 최혜국대우 규칙이다."[각주:31] 라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를 교정하기 위하여 2019년 1월 24일 하원의원 숀 더피(Sean Duffy)의 주도로 '2019년 상호교역법'(US Reciprocal Trade Act 2019)을 발의했습니다. 


2019년 상호교역법의 내용은 '만약 외국이 부과하는 관세율이 높거나 비관세장벽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대통령은 이를 낮추거나 제거할 협상 권한을 갖게 된다. 만약 외국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대통령은 외국의 보호주의를 제거할 상호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역장벽 철폐를 위해 대통령에게 무역협상 권한을 위임했던 '1934년 호혜통상법'(RTAA, Reciprocal Trade Agreement Act)은 호혜주의 로부터 나왔으, '2019년 상호교역법'은 상호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글에서 강조한 reciprocity의 2가지 다른 의미-호혜주의vs상호주의-[각주:32]의 차이가 명백히 보여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연두교서에서 "미국 상호교역법은 외국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와서 관세를 낮출 수 있는 놀라운 도구가 될 것이다"[각주:33]라고 발언하며, 양원 의회에서의 법안 통과를 주문했습니다.




※ 무역법 집행과 양자 재협상을 통한 미국 우선주의 실현


이처럼 트럼프행정부가 보기엔 NAFTA · TPP · WTO 등은 미국의 이익을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통해 전세계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는 건 이상이었을 뿐, 미국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지역무역협정이냐 다자주의냐는 것은 경제학자들에게나 중요한 구분일 뿐, 이제부터 해야할 일은 외국의 불공정 무역과 오프쇼어링으로부터 미국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 외교 · 무역 정책의 방향 : '민주주의 · 시장경제 전파 vs 미국 우선주의'


◆ 전세계 무역체제의 방향 : '다자주의 · 지역주의 vs 공격적 일방주의'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 방향은 명확합니다. 미국인들의 이익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1974 무역법 301조 등을 사용하여 외국의 불공정 및 비상호적인 무역관행을 시정케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를 구사하겠다 입니다.


대통령 트럼프는 후보시절부터 공정한(fair) · 균형잡힌(balanced) · 상호적인(reciprocal) 무역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해왔고, 집권 이후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실제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7년[각주:34] · 2018년[각주:35] · 2019[각주:36] 무역정책 아젠다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행정부가 내놓은 무역정책 목표는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 미국을 최우선으로 두며, 미국인을 위해 불균형한 협정을 바로잡는다

- 2018년 무역정책 아젠다 : Putting America First

- 2019년 무역정책 아젠다 : Rebalancing Trade to Benefit Americans


▶ 미국 무역법의 강력한 집행

- 2017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4가지 중 : Strictly Enforcing U.S. Trade Laws

- 2018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5가지 중 : Aggressive Enforcement of U.S. Trade Laws

- 2019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3가지 중 : Strictly Enforcement of U.S. Trade Laws


▶ 새롭고 더 나은 무역협상 추진

- 2017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4가지 중 : Negotiating New and Better Trade Deals

- 2018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5가지 중 : Negotiating Better Trade Deals

- 2019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3가지 중 : Pursuing New Trade Deals


▶ 다자주의 무역시스템 개혁

- 2018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5가지 중 : Reforming the Multilateral Trading System

- 2019년 무역정책 : Defending U.S. Interests at the WTO




※ 국제무역은 정말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없애고 임금을 낮추었을까?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국제무역은 정말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없애고 임금을 낮추었을까요?" 다르게 말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없애고 저임금 근로자 삶이 힘들어진 원인이 국제무역에 있을까요?"


경제학자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와 200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이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2010년대 들어 동의하게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게다가 국제무역이 특정 산업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었으나, 전반적인 미국경제와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국제무역이 일자리 · 근로자 임금 · 기업 이윤 · 소비자 후생 등에 미친 영향'은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제 다음글과 앞으로 계속 연재될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를 통해, 국제무역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




<참고자료>


▶ 미국 공식 보고서


클린턴행정부 1994 · 1995 · 1996 · 1997 · 1998 · 2000 · 2001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부시행정부 2002 · 2006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오바마행정부 2010 · 2015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트럼프행정부 2017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미 무역대표부 2017 · 2018 · 2019 미 무역정책 아젠다 및 연간 보고서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정책 위원회 2019년 5월 <미국 상호교역법 : 일자리와 무역적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 미국 무역정책 개괄


백창재. 2015. 미국 무역정책 연구


Irwin, D. 2017. Clashing over Commerce: A History of US Trade Policy


▶ NAFTA


Krugman. 1993. The Uncomfortable Truth about NAFTA_ It's Foreign Policy, Stupid


Tornell, Esquivel. 1995. The Political Economy of Mexico's Entry to NAFTA


Peterson Institute. 2014. NAFTA 20 YEARS LATER


▶ 경쟁적 자유화


Bergsten. 1996. Competitive Liberalization and Global Free Trade


Feinberg. 2003. The Political Economy of United States’ Free Trade Arrangements


Evenett, Meier. 2008. an Interim Assessment of the US Trade Policy of 'Competitive Liberalization'


▶ 지역주의와 다자주의


Bhagwati. 1990. Departures from Multilateralism- Regionalism and Aggressive Unilateralism


Bhagwati. 1993. Regionalism and Multilateralism: an overview


Bhagwati. 1994. Threats to the World Trading System- Income Distribution and the Selfish Hegemon


Bhagwati. 2008. Termites in the Trading System- How Preferential Agreements Undermine Free Trade


Bhagwati, Krishna, Panagariya. 2016. The World Trade System- Trends and Challenges


Bhagwati, Panagariya. 1996. Preferential Trading Areas and Multilateralism - Stranges, Friends or Foes


Baldwin. 2014. Multilateralizing 21st Century Regionalism


  1. Presidential Memorandum for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2017.08.14 [본문으로]
  2. USTR Press Release. 2018.03.22 - President Trump Announces Strong Actions to Address China’s Unfair Trade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4. 클린턴행정부 고어 부통령이 평가한 NAFTA - 1994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본문으로]
  5. The unprecedented triumph of democracy and market economies throughout the region offers an unparalleled opportunity to secure the benefits of peace and stability, and to promote economic growth and trade. Ratification of NAFTA is one of our most important foreign policy achievements, because it advances all three of our central objectives: not only does it mean new jobs and new opportunities for American workers and business, but it also represents an important step in solidifying the hemispheric community of democracies. - 1994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본문으로]
  6.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https://joohyeon.com/279 [본문으로]
  7. China: The emergence of a politically stable, economically open and secure China is in America's interest. Our focus will be on integrating China into the market-based world economic system. An important part of this process will be opening China's highly protected market through lower border barriers and removal of distorting restraints on economic activity. We have negotiated landmark agreements to combat piracy and advance the interests of our creative industries. We have also negotiated and vigorously enforced agreements on textile trade. [본문으로]
  8. Bringing the PRC more fully into the global trading system is manifestly in our national interest. China is one of the fastest growing markets for our goods and services. As we look into the next century, our exports to China will support hundreds of thousands of jobs across our country. For this reason, we must continue our normal trade treatment for China, as every President has done since 1980, strengthening instead of undermining our economic relationship. [본문으로]
  9. At their 1997 and 1998 summits, President Clinton and President Jiang agreed to take a number of positive measures to expand U.S.-China trade and economic ties. We will continue to press China to open its markets (in goods, services and agriculture) as it engages in sweeping economic reform. [본문으로]
  10. It is in our interest that China become a member of the WTO; however, we have been steadfast in leading the effort to ensure that China’s accession to the WTO occurs on a commercial basis. China maintains many barriers that must be eliminated, and we need to ensure that necessary reforms are agreed to before accession occurs. At the 1997 summit, the two leaders agreed that China’s full participation in the multilateral trading system is in their mutual interest.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https://joohyeon.com/279 [본문으로]
  12. Bergsten. 1996. Competitive Liberalization and Global Free Trade [본문으로]
  13. [W]e need to align the global trading system with our values. We can encourage open and efficient markets while respecting national sovereignty. We can encourage respect for core labor standards, environmental protection, and good health without slipping into fear-based campaigns and protectionism. And we must always seek to strengthen freedom, democracy, and the rule of law [본문으로]
  14. When the Bush Administration set out to revitalize America’s trade agenda almost three years ago, we outlined our plans clearly and openly: We would pursue a strategy of ‘competitive liberalization’ to advance free trade globally, regionally, and bilaterally. By moving forward simultaneously on multiple fronts the United States can: overcome or bypass obstacles; exert maximum leverage for openness, target the needs of developing countries, especially the most committed to economic and political reforms; establish models of success, especially in cuttingedge areas; strengthen America’s ties with all regions within a global economy; and create a fresh political dynamic by putting free trade on the offensive [본문으로]
  15.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https://joohyeon.com/277 [본문으로]
  16. 바그와티는 여러 논문, 단행본을 통해 동일한 주장을 제기. [본문으로]
  17.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https://joohyeon.com/278 [본문으로]
  18.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s://joohyeon.com/272 [본문으로]
  19. Presidential Memorandum Regarding Withdrawal of the United States from the Trans-Pacific Partnership Negotiations and Agreement - 2017년 1월 23일 [본문으로]
  20. USTR: Trump Administration Announces Intent to Renegotiate the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 2017년 5월 18일 [본문으로]
  21. Presidential Memorandum for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 2017년 8월 14일 [본문으로]
  22. White House Office of Trade and Manufacturing Policy. 'The United States Reciprocal Trade Act: Estimated Job & Trade Deficit Effects'. 2019년 5월 [본문으로]
  23. USTR. 2017 Trade Policy Agenda and 2016 Annual Report [본문으로]
  24. USTR. 2018 Trade Policy Agenda and 2017 Annual Report [본문으로]
  25. USTR. 2019 Trade Policy Agenda and 2018 Annual Report [본문으로]
  26. USTR. 2018 Trade Policy Agenda and 2017 Annual Report. For these Americans, NAFTA has meant job losses, especially in the manufacturing sector, and the closing down and relocation of factories from American towns and cities across both borders. [본문으로]
  27. USTR. 2018 Trade Policy Agenda and 2017 Annual Report. First, NAFTA provided thousands of American companies with the opportunity to pay far lower wages to workers in Mexico. (...) Further, NAFTA contained terms that fell short for the American people by incentivizing – intentionally or not – companies across America to outsource production, especially to Mexico. [본문으로]
  28. USTR. 2019 Trade Policy Agenda and 2018 Annual Report. In short, the USMCA sends a dramatic signal to our trading partners: the time for using trade deals to take advantage of American workers, or to use unfair labor practices to steal U.S. jobs, is over. [본문으로]
  29. USTR. 2019 Trade Policy Agenda and 2018 Annual Report. These provisions represent a dramatic change in U.S. trade policy. For decades, the United States signed trade deals that often encouraged companies to shift production from this country into other countries with much lower labor costs. Now, we are taking a different approach [본문으로]
  30. USTR. 2019 Trade Policy and 2018 Annual Report. Some have suggested that the United States could have addressed these difficulties by joining the Trans-Pacific Partnership (TPP), a proposed free trade deal with 11 other countries in North America, South America, and the Pacific Region. President Trump correctly recognized, however, that joining the TPP would have made the situation worse. For example, one major problem for U.S. workers is that the rules of trade encouraged companies to outsource production to countries with weaker labor and environmental rules than the United States. Under the rules of origin contained in the TPP, an automobile with 55 percent of its production in China – and 45 percent of the production in Vietnam – would have entered the U.S. market duty free. TPP provisions on labor, the environment, intellectual property, and currency were all insufficient to address longstanding U.S. concerns. In short, the TPP would have spurred further outsourcing, and put U.S. workers at even more of an unfair disadvantage. [본문으로]
  31. Meanwhile, the overall US trade deficit, including goods and services, reached a 10-year high of $622 billion in 20188 while the US trade deficit in goods hit a record level of $891 billion.9 As the USTR has extensively documented, unfair and nonreciprocal trading practices continue to dominate the competitive landscape of international trade10 and contribute significantly to this deficit. One key source of nonreciprocal trade is a principle under the World Trade Organization (WTO) known as the “most favored nation” rule. [본문으로]
  3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https://joohyeon.com/279 [본문으로]
  33. The US Reciprocal Trade Act will be an incredible tool to bring foreign countries to the negotiating table and to get them to lower their tariffs. [본문으로]
  34. USTR. 2017 Trade Policy Agenda and 2016 Annual Report [본문으로]
  35. USTR. 2018 Trade Policy Agenda and 2017 Annual Report [본문으로]
  36. USTR. 2019 Trade Policy Agenda and 2018 Annual Report [본문으로]
  1. Msconfig
    놀라운 압축력과 높은 가독성을 지닌 글 감사드립니다
  2. djwk
    국제무역시리즈 정독하고 있습니다. 정리가 잘 된 글을 읽으니 이해가 잘 됩니다.

    그런데 혹시 국제무역에 대한 리뷰 논문을 찾을 수 있는 곳을 알 수 있을까요?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국제무역에 대한 이론 및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좀 더 깊이 알고 싶네요~(나중에 제 논문에도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3.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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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

Posted at 2019.07.11 21:44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다 !!! (AMERICA FIRST !!!)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 (MAKE AMERICA GREAT AGAIN !!!)



● 2015년 6월 16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 


우리가 승리하는 걸 본 때가 언제인가요? 말해봅시다. 중국과의 무역협상? 중국은 우리를 죽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꺽었을 때가 언제인가요? 일본은 매년 수백만대의 차량을 수출합니다. 우리는 뭐하나요? 도쿄에서 쉐보레 자동차를 본 때가 언제인가요? 그건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국경에서 멕시코를 눌렀을때가 언제인가요? 멕시코는 우리의 멍청함을 비웃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멕시코는 경제적으로 우리를 해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다른 모든 국가들의 문제가 쏟아지는 쓰레기 투기장이 되었습니다. (...)


미국의 진짜 실업률은 18%~20% 입니다. 5.6%를 믿지 마세요.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죠. 중국과 멕시코가 우리의 일자리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모든 일자리를 가져갔습니다. (...)


(기존 정치인들은) 일자리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중국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언제인가요? 중국은 우리가 믿을 수 없을 수준까지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우리 미국 기업들은 경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중국은 우리를 죽이고 있습니다. (...)


오늘날 우리 미국은 정말로 위대한 리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지금 진정 위대한 리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거래의 기술』을 써냈던 리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일자리와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


나는 중국, 멕시코, 일본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들로부터 일자리를 다시 가지고 올 겁니다. 나는 우리의 일자리와 우리의 돈을 가지고 올 겁니다. (...)


슬프지만 아메리칸 드림은 죽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더 크고 더 낫고 더 강하게 되돌려 놓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겁니다(We Will Make America Great Again).


- 2016 대통령선거 출마선언식 영상[각주:1] / 텍스트[각주:2]


● 2017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연설


오늘 내가 하는 맹세는 모든 미국인들을 향한 것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는 미국산업을 희생시켜 외국산업을 키웠습니다. 우리 군대가 슬프고 비통함에 빠져 있는 동안 외국의 군대를 보조했습니다. 우리 국경을 지키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 국경을 방어했습니다. 다른 나라에 수조달러를 쓰는 동안 미국의 인프라는 낙후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 · 강함 · 신뢰가 사라지는 동안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씩 공장들은 문을 닫으며 떠났고, 수백만명의 미국인 근로자가 남겨졌습니다. 우리 중산층의 부는 미국 내에서 사라졌고 전세계로 배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과거의 일입니다. 지금부터 미래를 바라봅시다. 오늘부터 새로운 비전이 미국에 있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미국이 최우선시 될 겁니다(it's going to be America First).


무역, 조세, 이민, 외교 등 모든 결정이 미국 근로자와 미국 가족들에게 이익을 주도록 할겁니다. 우리의 상품을 만들고, 우리의 기업을 빼앗고, 우리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외국으로부터 우리의 국경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보호는 번영과 강함을 가져다 줄 겁니다. 


나는 미국인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해서 싸울 겁니다. 나는 미국인들이 쓰러지도록 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은 다시 승리할 겁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가져올 겁니다. 우리는 국경을 가져올 겁니다. 우리는 부를 가져올 겁니다. 우리는 꿈을 가져올 겁니다. (...)


우리는 두 가지 단순한 규칙을 따를 겁니다 :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들을 고용한다.(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


우리는 전세계의 국가들과 친선과 우호를 다질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익이 최우선 이라는 점을 항상 생각할 겁니다. (...)


우리는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겁니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겁니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자랑스럽게 만들겁니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겁니다. 그리고, 네, 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겁니다(We Will Make America Great Again).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미국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 2017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연설 영상[각주:3] / 텍스트[각주:4]




※ 2017년 8월 14일 - 미국,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개시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를 선거구호로 내세우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를 표방해온 도널드 트럼프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승리를 거두며 2017년 1월 20일부로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부임합니다. 


선거 당시부터 '무역적자' · '일자리 상실'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왔던 트럼프는 부임 7개월 후인 2017년 8월 14일 행정명령을 내립니다. 그 대상은 바로 '중국'(China) 입니다.



미국의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인 나에게 부여한 권한으로,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린다. (...)


● Section 1. 정책


이것은 무역관계가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미국의 무역수지를 우호적으로 만들고, 미국 상품과 투자의 상호대우를 촉진하고,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강화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R&D 집약 고기술 부문을 가지고 있다. 지적재산권 위반과 불공정한 기술이전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한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자국 기업에게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법률, 정책, 관행을 시행해오고 있다이러한 법률 · 정책 · 관행 등은 미국의 수출을 가로막고, 미국인들이 받아야 할 혁신의 정당한 보수를 빼앗고, 미국의 일자리를 중국으로 이동시키고,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키우고, 미국의 제조업 · 서비스 · 혁신을 훼손한다.


● Section 2. 조사를 시행할지 여부를 결정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974년 무역법 302조에 따라 조사여부를 곧 결정할 것인데, 중국의 법률 · 정책 · 관행 · 행위가 불합리한지(unreasonable) 혹은 차별적인지(discriminatory) 그리하여 미국의 지적재산권과 혁신, 기술발전을 훼손하는지가 조사 대상이다.


- 2017년 8월 14일, 대통령 메모


위의 행정명령에도 드러나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intellectual property theft)와 기술이전 강요(forced technology transfer)를 문제삼고 있습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자국시장 진입을 허가해주는 조건으로 중국기업과의 합작회사 설립 · 기술이전 등을 강요해 왔습니다. 또한, 중국 당국은 외국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며 자국기업만 우대했고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를 방조해 왔습니다. 이렇게 중국은 미국의 기술을 무단도용하며 전자산업을 육성시켰고, 단순가공 위주인 제조업을 최첨단 혁신 주도로 전환하기 위한 'Made in China 2025'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습니다.


트럼프와 대중 강경파 인사들은 중국의 도둑질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이를 좌시하면 미국의 현재이익이 침해됨은 물론이고, 향후 5G · AI 등 미래 기술부문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1974년 무역법 301조를 카드로 꺼냈습니다. 행정명령에는 302조를 언급했으나, 302조는 301조를 시행하는 절차를 담은 조항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미 무역대표부(USTR)를 향해, 중국의 법률 · 정책 · 관행 · 행위가 불합리한지(unreasonable) 혹은 차별적인지(discriminatory)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같은 날 미 무역대표부(USTR) 라이트하이저(Lighthizer) 대표는 "우리는 조사를 시행할 것이고, 만약 필요하다면 미국 산업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것이다"[각주:5] 라는 성명문을 내놓으며 조사에 착수했습니다[각주:6]


그리고 1년 후인 2018년 3월 22일, 301조 침해 여부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각주:7]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부과를 지시합니다.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은 관세와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분쟁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의 데자뷔??? 공통점과 차이점


  • 중국은 과거 일본처럼 될 것인가? 

  • 출처 : WSJ[각주:8]


▶ 공통점 - ① 무역수지 적자 ② 첨단산업 주도권 경쟁 ③ 공격적 일방주의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은 여러모로 1980년대의 무역정책을 연상케 합니다분쟁 상대국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변화되었을 뿐, 당시 분쟁의 논점과 미국인들이 느꼈던 감정 그리고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활용한 수단 등이 오늘날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① 1980년대 : 대일 무역수지 적자 = 2010년대 : 대중 무역수지 적자


  • 아래 : 1987년~2017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중 일본과 중국의 비중 추이 

  • 출처 : WSJ[각주:9]


지난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각주:10]를 통해 살펴봐왔듯이, 1980년대 미국 정치인과 국민들은 대일 무역수지 적자 확대를 우려스럽게 바라봤습니다. 당시 미국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액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습니다. 1999년 미-중 양자 무역협정 체결한 이후,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해마다 늘어왔습니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지난 30년 사이 일본과 중국의 바뀐 역할(Trading Places)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② 1980년대 : D램 등 첨단 하이테크 산업 = 2010년대 : 5G · AI 등 4차산업 주도권 경쟁


  • 1980년대 : 전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일본기업이 차지했던 위상

  • 2010년대 : 5G 네트워크 분야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화웨이


1980년대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가득찬 건 '하이테크 산업'(High-Tech Industry) · '국가경쟁력'(National Competitiveness) 이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D램 · 가전 등 첨단 전자산업에서 "일본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각주:11]라고 생각했고, 미국 정부가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기업을 돕는 전략적 무역정책'[각주:12]을 구사하기를 바랐습니다.


더 나아가서, 미국인과 기업들'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이 극히 적은 폐쇄적인 일본시장을 개방시키기'[각주:13]를 원하였습니다. 공정무역(fair trade) 및 평평한 경기장 만들기(level playing field) 라는 구호 아래, 미국은 일본에게 '향후 5년내 일본시장에서 외국산 반도체 상품 점유율 20%를 기록한다'는 내용이 담긴 반도체 협정[각주:14]과 엔화가치를 절상시키는 플라자합의를 관철시켰습니다.


오늘날 미국은 5G · AI 등 4차산업 주도권을 중국에게 내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서유럽 등 전통 우방국을 향해 "5G 네트워크 인프라 건립에서 중국 화웨이 장비를 제외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가 미국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제 리스트에 등재[각주:15]했습니다. 또한,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기술도용을 문제 삼으며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4차산업 주도권 경쟁을 국가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③ 다자주의 체제를 무시한 채, 1974년 무역법 301조를 이용하여 공격적 일방주의 구사



1980년대 미국 레이건행정부는 대일 무역수지 적자 · 폐쇄적인 일본시장 · 일본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을 시정하기 위하여 1974년 무역법 301조를 이용한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각주:17]을 구사했습니다. 당시 GATT 라는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이 존재하였으나, 미국은 GATT로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017년 집권한 미국 트럼프행정부 역시 현재의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인 WTO 내에서는 미국의 이익을 보호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고, 자국의 법률인 1974년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고 보복 조치[각주:18]를 가했습니다.


1980년대 폭주하던 미국의 행보를 제어하기 위하여 새로운 다자주의 체제인 WTO가 만들어졌으나, 30년 만에 다시 미국에서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각주:19]


▶ 차이점 - ①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교역 ②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③ 미국 우선주의


그런데 1980년대와 현재는 또 많은 면에서 다릅니다. 2차대전 이전부터 선진국이었던 일본과의 무역이 미국인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개발도상국 중국과의 교역 확대가 가져오는 충격은 다릅니다. 또한, IT 발전과 세계화 확산에 따라 글로벌 경제구조가 달라졌습니다. 게다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 중화사상을 고수하는 중국은 미국이 보기엔 완전히 다른 상대방 입니다. 


① 1980년대 : 선진국 ↔ 선진국 간 교역 ≠ 2010년대 : 선진국 ↔ 개발도상국 간 교역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의 교역은 기본적으로 선진국 ↔ 선진국 간 교역 입니다. 이른바 '북-북 교역'(North-North)[각주:20] 입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미국과 중국의 교역은 선진국 ↔ 개발도상국 간 교역, 이른바 '북-남 교역'(North-South) 입니다. 


북-북 교역과 북-남 교역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히 다릅니다. 


선진국끼리는 경제구조나 생산하는 품목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주로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이 행해지며 상품다양성의 이익[각주:21]을 누리게 됩니다. 따라서, 수입증가에 따른 비교열위 산업 퇴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경제구조와 생산하는 품목이 완전히 다릅니다. 선진국은 지식집약적인 상품을 주로 생산하고, 개발도상국은 노동집약적인 상품을 만듭니다. 이때 양국간 교역이 활발해지면 선진국으로 개발도상국의 노동집약 상품이 들어오게 되고, 선진국 저임금 · 저숙련 근로자가 만들던 상품은 비교열위가 되어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즉, 수입경쟁 산업의 퇴출과 근로자 실업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각주:22]  


  • 대중국 수입 확대로 인한 피해 정도를 지리적 분포에 따라 보여주고 있음

  • 개발도상국인 중국과의 교역 증가는 미국 내 가구, 목재, 인형, 면화 등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들 일자리는 주로 테네시스 · 미시시피 · 앨라배마 · 조지아 등 남동부에 집중되어 있다

  • 또한, 전통 제조업이 위치한 오하이오 · 인디애나 ·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지역도 큰 피해를 입었다

  • 출처 : The China Trade Shock


이런 이유로, 2000년대 이후 미국이 맞딱드린 주요한 문제 중 하나는 '중국발 무역 쇼크'(the China Trade Shock) 입니다. 13억명에 달하는 저임금 · 저숙련 근로자를 이용한 중국산 단순가공 상품이 쏟아져 들어오자, 미국 저임금 · 저숙련 근로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위에 첨부한 그래픽이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발 무역쇼크를 연구해 온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인 중국과의 교역 증가는 미국 내 가구, 목재, 인형, 면화 등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들 일자리는 주로 테네시스 · 미시시피 · 앨라배마 · 조지아 등 남동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또한, 전통 제조업이 위치한 오하이오 · 인디애나 ·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지역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② 글로벌 밸류체인(GVC) · 오프쇼어링(offshoring) 등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는 애플의 아이폰(iPhone)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에서 디자인 · 설계 +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조립되어 완성됩니다. 아이폰 뒷면에 나오듯이 말그대로 '캘리포니아에서 디자인 · 중국에서 조립된 아이폰'(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 입니다. 이뿐 아니라, 아이폰 생산에는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한국의 삼성전자도 참여합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해있는 기업들이 공정단계에 참여하면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글로벌 밸류체인'(GVC, Global Value Chain) 이라 합니다. 


20세기 운송비용 하락으로 시작되었던 세계화는 '한 국가에서 만든 상품을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형태'(made-here-sold-there)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통신비용 하락한 덕분에 오늘날 세계화는 선진국의 지식(knowledge)과 개발도상국의 노동(labor)이 결합하여 '여러 곳에서 만든 상품을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형태'(made-everywhere-sold-there)로 진화했습니다.


전세계 여러 국가들을 잇는 글로벌 밸류체인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된 현상이 '선진국 기업의 오프쇼어링'(offshoring) 입니다. 선진국 기업은 저임금 · 저숙련 일자리를 개발도상국으로 이동시켰고, 그 결과 선진국 내에서 제조업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1980년 미국 전체 근로자 대비 제조업 근로자 비중은 약 23% 였으나, 2019년 현재는 약 8.5%에 불과합니다. 


물론, 1980년대에도 제조업 비중이 줄어들고 서비스업 비중이 늘어나는 탈공업화 현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었으나, 오늘날에는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며 일자리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가 가고 있습니다. 이번글의 서문에 나오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를 가지고 올 것이다"(bring back our jobs) 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③ 민주주의 · 시장경제 확산을 위해 노력했던 미국 → 이제는 미국 우선주의 !!!


  •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1980년대 미국이 비록 자국의 이익증진을 위해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사용하긴 하였으나, 언제나 미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를 수호하는 것에 힘을 쏟았습니다. 레이건행정부는 새로운 다자주의 무역시스템 건설을 논의하는 우루과이 라운드에 힘을 밀어주었고, 1993년 집권한 클린턴행정부는 '관여와 확장'(Engagement & Enlargement) 이라는 이름 아래 전세계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른 나라를 위해 힘을 쏟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바라보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st)를 트럼프행정부의 외교 · 무역 정책의 기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번글의 맨 앞에 나오는 '대선 출정식 연설' · '대통령 취임 연설' 뿐만 아니라 집권 후 내놓은 국가안보전략 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와 무역정책 아젠다(Trade Policy Agenda)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에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기 위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다자주의 국제기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오직 미국의 이익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트럼프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만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NAFTA 재협상 · TPP 탈퇴 · 한미FTA 재협상 · EU와 일본의 자동차산업 조사 등 거의 모든 나라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1980년대 · 1990년대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

-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전쟁'을 초래한 요인들


이처럼 오늘날 트럼프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은 1980년대의 그것과 다른 점이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과거와 현재를 다르게 만들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오늘날의 사건들은 모두 1980년대~2000년대에 씨앗이 뿌려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 입니다. 


▶ 1980년대에 뿌려진 씨앗

-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사용

- 이를 제어하기 위해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WTO 창설


  • 1995년 1월 1일부로 공식적으로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 1986년~1994년 GATT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설립이 확정되었다

  • 기존 1947 GATT를 수정한 1994 GATT + 서비스부문(GATS) + 지적재산권(TRIPS) + 분쟁해결기구(DSB)로 이루어져 있다


이전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각주:24]을 통해, 우리는 '301조 등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사용하는 미국과 이런 미국을 제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구상하는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내심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싶어했던 미국은 자신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부문 개방(GATS)과 지적재산권 보호(TRIPS) 그리고 분쟁해결기구 설립(DSB)이 포함된 새로운 무역시스템을 꿈꾸었고, 세계 각국은 1986년~1994년 간 진행된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WTO 창설을 결의합니다.


▶ 199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① 

- 민주주의 · 시장경제를 중국에 전파하고 싶어했던 클린턴행정부

- 중국의 WTO 가입을 추진하다


● 1997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새로운 세기를 위하여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개방된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우리는 중국이 시장 기반 세계경제 시스템에 통합되도록 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역장벽을 낮추고 경제활동을 왜곡하는 제약을 없앰으로써 중국의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다"[각주:25]


● 1998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새로운 세기를 위하여


"중국을 세계무역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은 명백히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이다. 다음 세기를 생각한다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중국과 정상무역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각주:26] (...) 


1997년과 1998년 정상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장쩌민 주석은 미국-중국 간 무역 및 경제 관계를 강화시키는 조치들에 합의하였다. 우리는 경제개혁에 관여함으로써 중국의 시장개방을 밀어붙일 것이다.[각주:27] 


중국이 WTO 회원이 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 그러나 중국의 가입이 상업적 기초 위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중국은 제거되어야 할 장벽들을 유지하고 있으며, WTO 가입 이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한다. 1997년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중국의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참여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에 합의하였다.[각주:28] 


1995년 1월 WTO가 출범하였고, 클린턴행정부는 '관여와 확장'이라는 이름 아래 전세계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고 싶어했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경제가 성장하며 무역으로 연결된 국가들은 자유를 향해 나아갈 것이고, 민주주의 국가들은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지 않고 협력할 것이다"[각주:29]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시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나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이며, 거대한 중국시장은 미국 기업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희망은 위에 소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그대로 나옵니다.


199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②

- WTO 창설이 지지해부진 사이, NAFTA 등 지역 무역협정을 체결한 미국

- 다자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지역주의의 확산


  • 1994년 1월 1일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그런데 WTO 창설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유럽은 미국을 제어하기 위해 WTO 창설을 구상하였으나, 1986년~1994년 논의가 벌어지는 동안 자신들의 경제공동체(EU)를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미국은 유럽에 대항하는 지역공동체 창설 + WTO 설립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 + 중남미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는 목적 등을 가지고, 캐나다 및 멕시코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1994년에 체결합니다.


NAFTA 등의 지역 무역협정을 통해 우리는 3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는 클린턴행정부의 대외정책. WTO 창설 및 중국의 WTO 가입 촉구 목적 등과 마찬가지로, 클린턴행정부는 NAFTA를 통해 중남미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고 하였습니다. 


둘째,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 무역협정. 미국의 301조 등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만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위협한 것이 아닙니다. NAFTA와 같은 지역주의 무역정책은 협정에 참여한 국가들에게 차별적인 혜택을 주기 때문에, 비차별주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훼손합니다. 


다자주의를 선호하는 경제학자들은 지역주의를 조직화하려는 국가들의 움직임을 비판하였으나, 이미 대세는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100여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주의에 비해 소수의 국가들이 참여하는 지역주의는 이해관계 조율이 쉬웠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들어 EU · NAFTA · APEC 등 여러 지역주의가 형성되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FTA · TPP와 같은 형태로 진화합니다.


셋째, 미국의 일자리가 멕시코와 다른 국가들로 이동해 갔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관세가 없고 임금이 싼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하였습니다. 자동차 공장은 멕시코로 갔고, 전자 산업은 동아시아로 갔습니다


▶ 199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③

- IT 혁명이 발생하다



1990년대에 뿌려진 또 다른 씨앗은 'IT 혁명' 입니다. PC가 보급되고 인터넷망이 설치되면서 사람들 간에 소통하는 비용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전세계인들은 '세계화 · 인터넷 · 21세기'를 외치며 새로운 세기를 기다렸습니다.


사람들이 꿈꾸었던 것처럼 IT는 세계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세계 어디에서든 손쉽게 소통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한 기업들끼리도 업무논의를 이전보다 용이하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말그대로 '다국적기업'이 등장했고, 기업들은 선진국에서는 R&D,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부문에 집중하면서 단순제조 업무는 개발도상국으로 이전시켰습니다.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①

- 중국의 경제발전

-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대수렴(Great Convergence)



  • 1994년~2018년, 전세계 GDP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1999년 미국-중국 양자 무역협정 체결 및 2002년 1월 WTO 회원국이 된 중국은 이후 연평균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기록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1994년 전세계 GDP 비중이 3%에 불과했던 중국경제는 2018년 13%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동시기 미국은 24%에서 21%로 비중이 감소하였습니다. 미국이 주춤해있던 사이 중국이 일어선 겁니다.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②

- 2008 금융위기, 미국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삶을 무너뜨리다



2008 금융위기[각주:30]는 미국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2007년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시작된 사건은 2008년 9월 15일 세계 2위 투자은행 이었던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이어졌습니다[당시 상황을 정리한 글][각주:31]. 미국경제는 -4.0%의 성장률과 10%가 넘는 실업률을 기록했고, 손쉽게 대출을 받아 생활하던 중산층 이하의 삶은 무너졌습니다.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가 가지고 있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저임금 · 저숙련 근로자가 가질 수 있는 단순가공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져 있었고, 사용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Made In China 였습니다. 


경제생활이 악화된 미국인들은 모든 문제를 초래한 범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들이 지목한 범인은 중국이었고, 이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말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앞에 있었습니다.




※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다 !!! (AMERICA FIRST !!!)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 (MAKE AMERICA GREAT AGAIN !!!)



2019년 5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되어오던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깨뜨립니다. 그리고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 어치에 25% 관세부과를 예고합니다. 관세부과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대꾸합니다. "관세를 피할 쉬운 길? 상품과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어라. 매우 간단하다!"


◆ 외교 · 무역 정책의 방향 : '민주주의 · 시장경제 전파 vs 미국 우선주의'


◆ 전세계 무역체제의 방향 : '다자주의 · 지역주의 vs 공격적 일방주의'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이익' 입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기 위한 미국의 역할? 그런건 중요치 않습니다. 오직 미국의 이익이 우선할 뿐입니다(America First)


클린턴행정부는 중국이 WTO를 통해 세계경제에 편입하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중국은 독재와 억압을 강화해 왔으며 민간기업이 아닌 국영기업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NAFTA를 통해 멕시코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퍼뜨리겠다는 이상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멕시코는 미국의 자동차 공장 일자리를 빼앗았고, 불법이민자들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부시행정부와 오바마행정부는 FTA 확산 · TPP 체결 등을 통해 전세계에 미국의 가치를 퍼뜨리고 중국을 포위하려 했으나, 이러한 무역협정은 미국내 일자리만 해외로 옮길 뿐입니다.


트럼프는 세계적 차원의 이상만 말하며 정작 미국인들의 삶을 챙기지 않는 정치인들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NAFTA · FTA · TPP 등은 재협상 하거나 폐기하여 미국으로 일자리를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수입품을 줄이고, 중국시장을 개방시켜야 합니다. 더 나아가 여전히 보조금 지급 · 기술이전 강요 등 공산당과 정부가 개입하는 중국의 경제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현재 다자주의 국제무역 시스템인 WTO에서는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WTO는 세계 각국이 목소리를 높일 뿐더러, 의사결정 자체도 느립니다. WTO의 분쟁해결기구는 미국에 반하는 결정만 내려왔습니다.


결국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1974년 무역법 301조와 같은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aggressive unilateralism) 입니다. 그리고 다자주의가 아닌 개별 국가와의 양자협정(bilateral agreement)을 통해 1:1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트럼프는 '대선 출정식 - 대통령 취임식 -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무역정책 아젠다'를 통해 일관되게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를 실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서문


존경하는 미국 국민 여러분. 미국인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기 위해 저를 뽑았습니다. 나는 나의 행정부가 우리 미국시민들의 안전, 이익, 생활을 최우선에 둘 것임을 약속합니다(our citizens first). 나의 첫 임기동안, 여러분은 나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대외정책이 실행되는 것을 목격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 시민들의 이익을 우선시했고, 우리의 주권을 보호했습니다. (...) 


우리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둘 겁니다(This National Security Strategy puts America First).


- 미국의 번영 촉진하기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공장, 기업, 일자리는 해외로 이동했습니다. (...)


지난 70년동안 미국의 상호주의, 자유시장, 자유무역에 기반을 둔 세계경제시스템을 주도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이라는 믿음을 가져왔습니다. (...) 미국은 자유주의 경제 무역시스템을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로까지 확장해왔습니다. 이들 국가들이 정치 · 경제적으로 자유화되고 미국에게 이득을 안겨줄 거라고 희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은 이들 국가들이 경제와 정치 개혁을 하지 않았고, 주요한 경제기관을 왜곡하고 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유무역을 말하지만, 오직 자신들에게 득이 되는 규칙과 협정만 지킬 뿐입니다.


우리는 공정(fairness), 상호(reciprocity) 그리고 규칙을 준수하는(faithful adherence to the rules) 모든 경제적 관계를 환영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더 이상 위반, 속임수, 위협에 눈감지 않을 겁니다. (...) 


미국은 국내경제를 회복시키고, 미국근로자에게 이익을 주고, 미국 제조업기반을 부활시키고, 중산층 일자리를 만들고, 혁신을 장려하고, 기술진보를 보존하는 경제적 전략을 추구할 것입니다.


- 자유롭고 공정하고 호혜로운 경제적 관계 촉진하기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덤핑, 차별적 비관세장벽, 기술이전 강요, 산업보조금, 기타 정부와 국영기업 지원 등을 사용해왔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도전에 대처해야 합니다. (...) 미국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원리를 따르는 국가들과의 경쟁과 이를 따르지 않는 국가들과의 경쟁을 구분할 겁니다. 


● 2017년 3월, 2017 무역정책 아젠다


- 트럼프행정부 무역정책의 주요 원리 및 목표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모두 미국 무역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미국인들은 국제무역협정으로부터 이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 좌절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해왔고, 트럼프행정부는 이 약속을 지킬 겁니다.


우리의 무역정책 목표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자유롭고 공정한 방향(freer and fairer for all Americans)으로 무역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무역과 관련한 모든 행위가 우리의 경제성장 증대, 미국내 일자리 창출 촉진, 외국과 상호성 촉진, 우리의 제조업 기반 강화 등을 위해 계획되고 사용될 겁니다. 


이러한 목표는 다자협정 보다는 양자협정에 집중함으로써, 그리고 기존 협정을 재협상하거나 수정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these goals can be best accomplished by focusing on bilateral negotiations rather than multilateral negotiations - and by renegotiating and revising trade agreements).


- 주요 우선순위


위에 제시한 목표 달성을 위해, 트럼프행정부는 4가지 우선사항을 분류했습니다. (1) 미국의 주권 보호 (2) 미국 무역법 엄격히 집행 (3) 외국시장 개방과 미국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모든 가능한 수단 동원 (4) 새롭고 더 나은 무역협정 추진 (...)


트럼프행정부는 (1974년 무역법 301조와 같은) 미국 무역법을 엄격히 집행하는 게 미국과 전세계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트럼프행정부는 미국 근로자, 농부, 서비스 종사자, 다른 기업인들에게 해를 끼치는 불공정 무역관행을 용인하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행정부는 이러한 것을 억제하고 진정한 시장경쟁을 독려하기 위하여 공격적으로 행동할 것입니다. (...)


지난 수년간, 미국인들은 WTO 시스템이 경제성장을 불러오고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거라고 희망해왔습니다. (...) 불행하게도 중국의 WTO 가입 이전인 2000년과 비교해보면 경제성장률은 둔화되었고, 고용증가율은 약해졌고, 미국 내 제조업 고용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08 금융위기나 자동화의 영향도 있었으나, 무역 영향이 컸습니다. (...)


현재의 세계무역시스템은 중국에게 이롭게 작용해왔지만 미국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 우리는 양자협상에 집중할 겁니다. 우리는 상대국에 대해 공정성 기준을 높일 것이고, 불공정 행위를 지속하는 상대국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 1980년대 · 1990년대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을 자세히...


이제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를 통해, '1990년대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을 보다 자세히 알아봅시다.


WTO · NAFTA · 중국의 WTO 가입과 경제발전 · IT혁명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등장 그리고 미국이 겪고 있는 중국발쇼크(the China Shock) 까지, 하나하나 상세히 알아가 봅시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1. Donald Trump Presidential Campaign Announcement - 출처 : C-SPAN [본문으로]
  2. Full text: Donald Trump announces a presidential bid - 출처 : 워싱턴포스트 [본문으로]
  3. President Donald Trump's Inaugural Address (Full Speech) | NBC News [본문으로]
  4. WhiteHouse. 2017.01.20 The Inaugural Address [본문으로]
  5. "Washington, DC - U.S. Trade Representative Robert Lighthizer today issued the following statement in response to President Trump's directive for USTR to determine whether to initiate an investigation of China regarding intellectual property, innovation, and technology: The United States has for many years been facing a very serious problem. China's industrial policies and other practices reportedly have forced the transfer of vital U.S. technology to Chinese companies. We will engage in a thorough investigation and, if needed, take action to preserve the future of U.S. industry. Potentially millions of jobs are at stake for the current and future generations. This will be one of USTR's highest priorities, and we will report back to the President as soon as possible." [본문으로]
  6. USTR. Press Release. 2017.08.14 - USTR Robert Lighthizer Statement on the Presidential Memo on China [본문으로]
  7. USTR Press Release. 2018.03.22 - President Trump Announces Strong Actions to Address China’s Unfair Trade [본문으로]
  8. China’s Market Meddling Will End Like Japan’s. 2018.12.26 [본문으로]
  9. The Old U.S. Trade War With Japan Looms Over Today’s Dispute With China. 2018.12.13. WSJ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s://joohyeon.com/275 [본문으로]
  1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s://joohyeon.com/276 [본문으로]
  1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https://joohyeon.com/277 [본문으로]
  1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https://joohyeon.com/278 [본문으로]
  15. US Commerce Press Release. 2019.05.14 Department of Commerce Announces the Addition of Huawei Technologies Co. Ltd. to the Entity List [본문으로]
  16. USTR Press Release. 2018.03.22 - President Trump Announces Strong Actions to Address China’s Unfair Trade [본문으로]
  17.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https://joohyeon.com/279 [본문으로]
  18. USTR Press Release. 2018.03.22 - President Trump Announces Strong Actions to Address China’s Unfair Trade [본문으로]
  19. 물론, 1990년대와 2000년대에도 간간히 1974 무역법 301조와 1988 종합무역법 슈퍼301조를 이용한 정책이 구사됐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처럼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었습니다. [본문으로]
  20. 미국, 일본, 서유럽 등 선진국이 주로 위치한 북반부(North)와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이 주로 위치한 남반구(South)를 의미 [본문으로]
  21.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s://joohyeon.com/219 [본문으로]
  2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s://joohyeon.com/266 [본문으로]
  23. A Tiny Screw Shows Why iPhones Won’t Be ‘Assembled in U.S.A.’. 2019.01.28 [본문으로]
  2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https://joohyeon.com/279 [본문으로]
  25. China: The emergence of a politically stable, economically open and secure China is in America's interest. Our focus will be on integrating China into the market-based world economic system. An important part of this process will be opening China's highly protected market through lower border barriers and removal of distorting restraints on economic activity. We have negotiated landmark agreements to combat piracy and advance the interests of our creative industries. We have also negotiated and vigorously enforced agreements on textile trade. [본문으로]
  26. Bringing the PRC more fully into the global trading system is manifestly in our national interest. China is one of the fastest growing markets for our goods and services. As we look into the next century, our exports to China will support hundreds of thousands of jobs across our country. For this reason, we must continue our normal trade treatment for China, as every President has done since 1980, strengthening instead of undermining our economic relationship. [본문으로]
  27. At their 1997 and 1998 summits, President Clinton and President Jiang agreed to take a number of positive measures to expand U.S.-China trade and economic ties. We will continue to press China to open its markets (in goods, services and agriculture) as it engages in sweeping economic reform. [본문으로]
  28. It is in our interest that China become a member of the WTO; however, we have been steadfast in leading the effort to ensure that China’s accession to the WTO occurs on a commercial basis. China maintains many barriers that must be eliminated, and we need to ensure that necessary reforms are agreed to before accession occurs. At the 1997 summit, the two leaders agreed that China’s full participation in the multilateral trading system is in their mutual interest. [본문으로]
  29. Nations with growing economies and strong trade ties are more likely to feel secure and to work toward freedom. And democratic states are less likely to threaten our interests and more likely to cooperate with the U.S. to meet security threats and promote sustainable development.- 출처 : 1994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본문으로]
  30.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s://joohyeon.com/189 [본문으로]
  31. [2007년-2009년]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② - 2008 금융위기 발생 https://joohyeon.com/244 [본문으로]
  1. 주~
    어떻게이리 폭넓은 지식을 갖고계신가요? 훌륭한글들 잘보고있어요. 전 무역이론? 무역네트워크에 관심있는데 책좀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2. 김현주
    특히 저는 무역네트워크에 관심이 있는데요.. 중심성과 관련된 국제무역에 관한 논문이나 한글, 영문 모두 좋습니다. 책도 추천좀 부탁드려요. 한번 뵙고 싶을 정도네요. 글 너무 잘쓰세요.
  3. 김현주
    음..그럼 무역학관련 최근 책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 2019.07.15 12:56 신고 [Edit/Del]
      음... 질문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어떤 걸 추천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경제학 관점에서 국제무역을 바라보는지라, 무역학은 정확히 몰라서요
  4. 김현주
    지금까지 님께서 쓰신 내용들에 기반을 둔 일반적이고 친절한 설명이있는 무역학책이면 충분할것같아요..인터넷을봐도 무역학책은 많은데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5. 김현주
    아..네 그렇군요.
  6. 김현주
    한가지 질문이 있어서요. 만약 어떤 국가가 전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수입의 비중이 높을 수록 해당국가의
    기업들이 가지는 현금보유량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무역에 있어 혹시 수입과 수출의 패턴이라던지 흐름이 왜, 어떻게 형성되고 수입, 수출의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경우 각각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님께 여쭈어보고 싶어서요. 혹시 이런 부분은 어떤 내용을 참고하면 좋을까요?
  7. 김철수
    이렇게 뛰어난 글을 공짜로 읽는게 죄송할 정도입니다. 상세한 설명과 다양한 주석으로 공부할 거리를 제공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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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Posted at 2019.07.08 16:37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80년대 미국 내 보호주의 압력,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으로 이어지다


  • 왼쪽 : 전세계 GDP에서 미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 오른쪽 : 미국, GDP 대비 대일본 무역수지 비중의 변화


지금까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를 읽어왔으면 알 수 있듯이,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을 상징하는 단어는 '공정무역'(fair trade) · '평평한 경기장 만들기'(level playing field) 였습니다. 


미국 경제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강대국의 지위를 누려왔으나, 1970-80년대 서유럽이 전후 재건을 완료하고 한국 · 대만 등 동아시아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을 시작하면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왼쪽 그래프]. 


더욱이 1970년대 들어서 고도성장을 기록해나간 일본은 미국인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일본 GDP 대비 미국 GDP는 1968년 2.6배 였으나 1982년 2.0배로 축소되었고, 미국 GDP 대비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액은 1985년 1.15% 수준까지 심화되었습니다[오른쪽 그래프].  


미국 정치인과 대중들은 "외국 특히 일본의 불공정무역 관행으로 인해 미국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5년 연설[각주:1]을 통해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unfair trading practices)으로 인해 우리의 기업인들이 실패하는 것을 가만히 옆에 서서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공정무역(fair trade)을 달성하기 위해 행동할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미국은 주요 타겟을 일본으로 정했습니다. 당시 일본은 '여러 기업이 모여 하나의 기업집단처럼 행세하는 케이레츠 · 일본기업간 오랜 기간에 걸친 협력과 거래 · 종합상사회사가 중심이 된 유통시스템 등의 일본 특유의 경제시스템이 외국산 상품 판매를 가로 막고 있었고, 이로 인해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각주:2]되고 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은 1986년 미-일 반도체협정을 체결하여, '향후 5년간 외국산 반도체 시장점유율 20%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강요하는 결과지향적 무역정책(Results rather than Rules)[각주:3]을 일본에게 관철시켰고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이때 미국이 일본의 무역 규칙 · 정책 · 관행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자국의 법률 이었습니다.  그 법률은 1974년 무역법 301조(Section 301 of the Trade Act of 1974) 였으며, 1988년 종합무역법(the Omnibus Foreign Trade and Competitiveness Act of 1988)의 슈퍼 301조(Super 301) 및 스폐셜 301조(Special 301)로 강화됩니다.


이렇게 자국법을 근거로 특정 국가에게 시장개방을 강요하는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은 굉장히 이례적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세계무역 시스템은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일명 GATT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100개 이상의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던 GATT는 최혜국대우 · 관세 · 비관세장벽 등의 규칙(rules)을 명시하고 협정 당사국은 이를 준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국제협정인 GATT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자국에서 제정한 국내법(domestic laws)과 국제정치적 힘(powers)을 이용하여 외국의 시장을 개방시킴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켰습니다.


이러한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은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로 불립니다. GATT 체제는 여러 국가들이 협상(bargaining)을 통해 상호양보(mutual, reciprocal concession)를 함으로써 무역자유화를 이루어 나갑니다. 반면,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는 특정 무역상대국을 위협(threat)하여 상대방의 일방적인 양보를 이끌어(unilateral concession by others)냅니다. 


여기서... 과거 80년대 미국의 모습이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오늘날 미국 트럼프행정부는 중국, 멕시코, EU, 일본, 한국 등 거의 모든 무역상대국을 위협하여 자국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무역협정을 개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이 외국의 무역행위를 판단하는 근거는 현재의 세계무역시스템인 WTO가 아니라 자국의 법률인 1974년 무역법 301조와 1988년 종합무역법 슈퍼 301조, 스폐셜 301조 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80년대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이 만들어진 배경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왜 미국만' 공격적 일방주의를 사용하며 '언제' 이를 꺼내드는지, 그리고 'GATT 및 WTO 등 규칙에 기반한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vs 국내법과 힘에 기반한 공격적 일방주의'의 대립구도를 알아야 합니다.


이번글과 앞으로 나올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에서 다루게 될 주요 논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 왜 유독 미국만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이용할까? 


왜 유독 미국만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이용하는 것일까요? 단순한 대답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powers)을 가진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19세기 영국의 무역정책 형성과정과 20세기 초반 미국 무역정책의 방향이 형성된 시기를 비교봄으로써, 좀 더 근원적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19세기 영국은 1846년 곡물법을 폐지하며 보호무역체제에서 벗어나 자유무역체제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본 블로그의 지난글을 통해, 곡물법 폐지를 주장한 데이비드 리카도의 논리[각주:4]를 살펴본 바 있습니다.) 이때, 영국은 다른 나라들이 보호무역을 유지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이에 상관없이 수입산 곡물에 부과된 관세를 철페하며 나홀로 자유무역체제로 나아갔습니다. 이를 '일방적 무역자유화' 혹은 '일방주의'(Unilateral Liberalization of Trade / Going Alone / Unilateralism)로 부릅니다.


반면, 20세기 초반 미국은 다른나라와의 협상을 통해 서로서로 무역장벽을 낮춰가는 방식으로 무역자유화를 이루어 나갔습니다. 서로의 이익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이를 '호혜주의'(Reciprocity)라 부릅니다. 


그런데 호혜주의에 기반한 무역자유화를 다르게보면, 상대방이 무역장벽을 낮추지 않을 경우 나의 무역장벽을 낮출 이유도 없습니다. 즉, 상대방이 형평에 어긋난 이익을 취하려 할 경우 나는 상대방에 이익이 되는 조치를 철회하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이를 '상호주의'(Reciprocity)라는 부정적 의미가 담긴 용어로 부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호주의에 기반한 무역자유화는 언제든지 보호주의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일방주의에 기반을 둔 영국과 상호주의에 기반을 두었던 미국은 서로 다른 역사적 과정을 거쳐 무역자유화를 이루었으며, 미국의 상호주의는 언제든지 보호주의 및 공격적 일방주의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 언제 미국은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꺼내들까?


이제 던질 수 있는 물음은 "언제 미국의 상호주의는 보호주의 및 공격적 일방주의로 돌변하는가?" 입니다. 평상시 미국은 자유무역을 추구하며 전세계에 이를 전파하지만, 국제정치적 상황의 변화(foreign policy) · 비교우위 변화(shifts) · 경기침체(shocks)가 발생하면 보호주의 정책을 꺼내듭니다.


1947년 GATT 체제가 수립된 이유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전세계로 보후주의 무역정책이 확산되며 공황이 심화되고 세계대전을 치렀던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이후, 미국과 영국은 자유무역의 가치를 지키고 퍼뜨리기 위하여 GATT 체제를 창안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공산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서유럽 및 일본의 재건과 부흥이 필요하였고, 상대적으로 높았던 이들의 관세율을 종전 직후에는 그대로 묵인하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서유럽과 일본 경제가 다시 성장하고 자동차 · 철강 · 섬유 등의 업종에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또한, 1970년대 말 오일쇼크와 긴축 통화정책으로 경기침체에 빠지고 실업률이 높아지자, 정치권을 향해 보호주의를 요구하는 기업인 · 근로자의 목소리도 커져갔습니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서유럽과 일본의 높은 관세율을 용인할 수 없게 되었고, 선거 당선이 필요한 상원 · 하원 의원들은 미국 기업인과 근로자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각종 보호주의 법안을 입안했습니다. 특히 외국의 제조업 발전 때문에 심한 경쟁에 노출된 미국 러스트벨트(rust belt)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 규칙에 기반한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GATT, WTO) vs 공격적 일방주의(301조)


결국 미국은 국내법을 근거로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이는 규칙에 기반을 둔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GATT의 원리와 충돌하게 됩니다. 


1947년 체결된 GATT는 규칙에 기반을 둔 다자주의 세계무역 시스템(Rule-Based Multilateral World Trade System) 입니다. 이에 참여한 국가들은 1947 GATT에 명시된 규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은 다른 나라들을 모두 평등하게 대한다는 무조건적 최혜국대우(Unconditional MFN)이며 비차별주의(Non-Discrimination) 원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1980년대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은 GATT의 규칙이 아닌 자국의 국내법(domestic laws)을 근거로 외국의 행위를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GATT의 분쟁해결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일방적인 보복(Unilateral Retaliation)을 행사했습니다.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하는 보복과 보호무역 조치는 다른 나라와 차별을 초래하며, 이는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이 지키려하는 무조건적 최혜국대우와 비차별주의를 위반하고 맙니다.


이를 보다 못한 EU와 일본은 1995년 WTO라는 새로운 세계무역시스템을 만들어서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를 제어하려 했습니다. WTO에는 분쟁해결기구(Dispute Settlement Body)가 새롭게 만들어졌고, 각국간 무역분쟁은 WTO가 다룰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미국은 기존 1947 GATT 규칙을 수정한 1994 GATT에 더하여,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서비스부문(GATs) · 지적재산권(TRIPs) 부문 개방을 얻어내는 대가로 WTO에 참여하게 됩니다. 


즉, 세계무역시스템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보호주의 확산' →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자유무역을 전파하는 1947 GATT 체제 성립' → '1980년대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 '이를 통제하기 위하여 새로운 다자주의 무역시스템인 1995년 WTO 기구 창설' 등의 역사적 변천을 거쳐왔습니다.


따라서, 80년대와 오늘날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은 단순히 "미국이 보호주의를 구사한다"는 평을 넘어서서, "무조건적 최혜국대우와 비차별주의를 기본 원리로 하는 '규칙에 기반한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미국이 훼손하고 있다"는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오늘날 트럼프행정부가 공격적 일방주의를 다시 꺼내들면서 WTO 체제를 비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앞으로 WTO를 대체할 새로운 다자주의 세게무역시스템이 만들어질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미국이 영국과 달리 상호주의(reciprocity)에 바탕을 둔 연유가 무엇인지,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를 대표하는 1974년 무역법 301조와 1988년 종합무역법 슈퍼 301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vs 공격적 일방주의'의 대립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 무역자유화를 달성하는 4가지 방식


앞서 서문에서 '공격적 일방주의', '일방주의', '호혜주의(상호주의)'라는 개념어가 등장하면서 내용 이해에 혼란이 오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번글의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무역자유화를 달성하는 4가지 방식과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무역자유화(trade liberalization)란 말그대로 수입관세 인하, 무역장벽 철폐를 통하여 자유무역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무역자유화는 4가지 방식으로 실시할 수 있습니다.


▶ 첫째, 일방적 무역자유화 혹은 일방주의 

(unilateral liberalization of trade / going alone / unilateralism)


: 일방적 무역자유화 혹은 일방주의란 다른 나라의 무역정책에 상관없이 자국의 수입관세를 낮추거나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나라가 여전히 보호무역 정책을 쓰고 있더라도 이에 개의치 않고 자유무역 정책을 실시한다면, 이는 말그대로 일방향적인 무역자유화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1846년 곡물법 폐지를 통해 자유무역을 나홀로 실시한 영국이 대표적인 사례 입니다.


▶ 둘째, GATT 등 다자주의 체제 속에서 호혜적 무역자유화

(reciprocal liberalization of trade-reciprocity-in a multilateral framework such as GATT)


다자주의 체제 속에서 호혜적 무역자유화란 GATT, WTO 등 다자주의 무역시스템 안에서 여러 국가들이 협상을 통해 점진적으로 무역자유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초기 GATT 체제에서 각 국가들은 수입 공산품을 대상으로 관세율을 점점 인하하면서 무역장벽을 제거해나갔습니다. 이후 농업부문 개방과 보조금, 덤핑 등 비관세장벽 제거 여부도 협상의제로 삼았고, WTO 체제에 들어서는 서비스부문, 지적재산권 개방으로 범위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 셋째, 양자협상을 통한 호혜적 무역자유화

(reciprocal liberalization of trade under bilateral)


: 양자협상을 통한 호혜적 무역자유화란 두 국가가 협상을 통해 무역자유화를 실시함을 의미합니다. 무조건적 최혜국대우를 기본원리로 하는 GATT와 WTO 체제는 모든 무역상대방을 공평하게 대우해야함을 요구하지만, 특혜무역협정(PTAs) · 관세동맹(Custom Uniton) 등 일부 예외를 통해 특정 국가에만 더 낮은 관세율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들은 마음에 맞는 상대방과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양자협상을 통해 한차원 높은 무역자유화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 넷째, 위협을 통해 상대방의 무역장벽을 일방적으로 낮추기, 일명 공격적 일방주의

(unilateral reduction of others' trade barriers under the threat of sanction-aggressive unilateralism)


: 위협을 통해 상대방의 무역장벽을 일방적으로 낮추기는 일명 공격적 일방주의 입니다. 앞서 언급한 일방주의가 자국의 무역장벽을 일방적으로 낮추는 것을 의미했다면(unilateral concession by oneself), 공격적 일방주의란 상대방의 무역장벽을 일방적인 위협을 통해 낮추는 것(unilateral concession by others)을 뜻합니다. 전자는 국제무역이론을 전공한 학자들이 선호하는 '순수한 자유무역'이며, 후자는 자유무역 시스템을 위협하는 '보호주의의 극단'이라는 점에서 극과 극을 이룹니다. 서문에서 언급한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과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이 공격적 일방주의의 대표 사례 입니다. 




※ 19세기 영국 - '일방적 무역자유화'를 통해 자유무역의 길로 나아가다


일방적 무역자유화 혹은 일방주의는 언뜻 생각하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가 무역장벽을 높이 세운 상황에서 왜 우리나라만 무역장벽을 낮춰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1846년 영국은 곡물법을 폐지하여 나홀로 자유무역의 길로 나아갔으며, 국제무역이론을 전공한 경제학자들 중 몇몇은 일방주의를 최선의 방식으로 여깁니다. 이번 파트를 통해 이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일방적 무역자유화를 통해 실제로 이득을 보고 있는 우리 영국의 사례를 믿자. 곧 멀지 않은 시기에 우리의 사례가 다른 나라들도 자유무역을 채택하도록 만들 것이다."[각주:5] 


- 1846년 곡물법 폐지를 만들어낸 영국 수상 로버트 필(Robert Peel)

- 바그와티 & 어윈. 1987. '오늘날 미국 무역정책에서 상호주의자들의 귀환'에서 재인용[각주:6]


19세기 초반 영국은 곡물법(the Corn Laws)을 통해 수입산 곡물에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여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818년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각주:7]"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논리를 제시하며 곡물법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현재의 곡물법은 곡물 가격을 상승시키고 근로자 임금을 높이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본가의 이윤을 훼손시킨다는 것이 주요 논거였습니다.


결국 1846년 영국 수상 로버트 필(Robert Peel)은 곡물법 폐지를 단행하며 일방적 무역자유화를 실시합니다. 그는 자신의 결정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나홀로 실시한 무역자유화를 통해 자본축적 이라는 이득을 보고 있으며, 이를 목격한 다른나라들이 보호무역에서 벗어나 수입장벽을 낮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영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관세 인하도 적극적으로 유도하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反곡물법 연맹'을 창안하며 적극적으로 곡물법 폐지 운동을 펼친 리차드 콥든(Richard Cobden)은 "외국에게 호혜적 관세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외국의 자유무역론자들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요구는 마치 자유무역이 영국의 이익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외국이 자유무역 원리를 채택하도록 촉구를 덜 하는 것이 더 낫다."[각주:8]라고 설명합니다. 수입관세 인하를 제시받은 외국은 '영국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할테고 이로 인해 오히려 보호무역 조치를 더 강화할 수 가능성을 염려했습니다.


현대 경제학자가 보기에도 일방적 무역자유화는 타당합니다. 자유무역이 이로움을 주는 이유는 '외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을 값싸게 수입'할 수 있기 때문[각주:9]입니다. 외국의 보호무역에 대응하여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수입을 하는 미련한 행위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즉, 다른 나라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우리도 관세를 높이는 행위는 "다른 나라가 암석 해안(rocky coasts)을 가졌으니 우리의 항구에 돌을 가져다 놓자(drop rocks into our harbors)"[각주:10]는 말과 같습니다. 


이처럼 19세기 영국은 '양국이 협상을 통해 점진적으로 무역장벽을 낮추는 호혜주의 혹은 상호주의(reciprocity)'가 아니라 '일방적 무역자유화 혹은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채택하였고, 데이비드 리카도의 예측대로 제조업 발전과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게 됩니다.




※ 20세기 초반 미국 - '호혜통상법'을 통해 유치산업보호론에서 벗어나다


반면 20세기 초반 미국이 놓여있던 역사적 · 경제적 상황은 19세기 영국과는 달랐습니다. 


앞서 살펴본 리차드 콥든의 걱정과 유사하게, 영국인 데이비드 리카도가 내놓은 곡물법 폐지론과 비교우위론은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의문 때문에 외국에서 한동안 배척받았습니다. 1920-30년대 호주[각주:11] · 1950~70년대 중남미[각주:12]는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던 19세기 영국과 달리, 우리는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보호무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8~19세기 미국 또한 제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미리 발전한 외국 특히 영국과의 자유경쟁이 벌어지는 상황 하에서는 제조업을 키우는 게 불가능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8세기 미국 초대 재무부장관 알렉산더 해밀턴과 19세기 초중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자유무역사상을 비판하며 '제조업 육성을 위한 유치산업보호'의 필요성을 설파[각주:13]했습니다. 


미국의 보호주의적 무역정책은 계속 되었고, 1929년 대공황 직후인 1930년에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그 정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미국 정치인들은 외국산 상품 가격을 높게 설정하여 미국산 상품 판매량을 늘리면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에 따라 미국은 2만여 수입품에 대해 평균 50%가 넘는 관세율을 부과하였습니다.


하지만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대공황의 여파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1932년 대선 이후 집권한 루즈벨트행정부는 무역정책 방향을 정반대로 돌리기로 합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 바로 국무부장관 코델 헐(Cordell Hull) 입니다. 


  • 코델 헐 (Cordell Hull)

  • 1931년 3월~1933년 3월, 테네시스 주 상원의원

  • 1933년 3월~1944년 11월, 루즈벨트행정부 국무부장관


본래 코델 헐은 테네시스 주 상원이었으며, 테네시스 주는 농산물 생산을 주로 하는 남부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조업 중심인 북부는 보호주의를 농업 중심인 남부는 낮은 관세율을 선호하였기 때문에, 코델 헐은 남부 민주당의 전형적인 저관세 정책을 대표했습니다. 


그리고 코델 헐은 과도한 수입관세가 수출을 억제시키고, 생계비를 상승시켜 소비자와 근로자에 해를 끼치고, 독점을 촉진하고, 남부의 가난한 농부로부터 북부의 부유한 산업가로 부를 재분배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코델 헐은 그의 정치적 힘을 무역장벽 철폐에 집중하였고, 1934년 제정된 호혜통상법(RTAA, Reciprocal Trade Agreement Act)은 미국 무역정책의 운명을 바꾸었습니다


1934 호혜통상법의 주요 내용은 '무역협상의 권한을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이전하고, 대통령은 외국과의 양자 호혜협정을 통해 기존 관세율을 최대 50%까지 인하할 수 있다. 이때 새롭게 설정된 관세율은 무조건적 최혜국대우를 통해 다른 나라의 수입품에도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지역구에 기반을 둔 의원들은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북부 의원은 보호무역을 남부 의원은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게 당연했으며, 수입확대로 경쟁이 심화되면 피해를 입는 기업인 및 근로자들은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려 로비를 일삼았습니다. 


반면, 미국 전역에 기반을 둔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보호주의 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무역자유화로 특정 주 시민들의 피해가 늘어나더라도 다른 주 시민들의 이익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더하여, 당시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수출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양자 협상을 통해 외국의 관세율을 인하시켜 미국 수출을 확대하려 했고, 미국의 관세율 인하를 외국의 수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협상의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루즈벨트 대통령은 호혜통상법안을 제안하면서 "이것은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긴급 프로그램의 일부이다. 국내 경제의 완전하고도 영구적인 회복은 국제교역의 부활과 강화에 달려있다. 미국 수출업자들의 수출은 이에 상응하는 수입의 확대 없이는 증가할 수 없다."[각주:14]고 발언했습니다. 또한, 무역협상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전례없는 경제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의원들은 호혜통상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우려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외국과 무역협상을 개시하는 이유를 고지 / 협상 과정에서 미국 이해단체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 / 대통령의 무역협상 권한은 3년 후 만료되며 이후 의회 승인 하에 갱신을 받아야 함'의 조건을 추가하여 1934년 6월에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이렇게 미국은 수입장벽을 낮추는 자유무역의 길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1934년 호혜통상법(RTAA) 제정 이후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드라마틱하게 하락했습니다. 윗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여파로 50%가 넘었던 평균 관세율은 1934년 이후 크게 하락해나갔고, 2차대전 이후 GATT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시스템이 건설되면서 오늘날까지 한 자릿수의 관세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1930년대 미국이 처한 상황은 19세기 영국이 선택한 일방적 무역자유화가 아닌 호혜주의에 입각한 무역자유화를 선택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1934 호혜통상법(1934 RTAA)는 법안 제목처럼 '호혜주의'(reciprocity)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외국의 관세율을 인하시키기 위하여 자국의 관세율 인하를 협상의 대가로 제시했습니다. 


당시 미국에는 아직 보호주의자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대공황 이후 다른 나라들의 수입장벽이 높은 현실에서 나홀로 관세율을 인하한다면 수출은 증대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관료들 사이에서 존재했습니다. 다시 말해, 당시 상황상 일방적 무역자유화는 정치적으로 불가능 했으며, 자국이 아닌 외국의 무역장벽을 낮출 필요가 더 컸습니다.


미국이 선택한 호혜주의를 통한 무역자유화 방식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일방적 무역자유화 보다 더 큰 이득을 안겨다줄 수 있었습니다.


경제학자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는 호혜주의를 통한 양보(mutual, reciprocity concession)가 일방주의 무역자유화 보다 4가지 측면에서 이점을 불러온다고 설명합니다.


▶ 내가 무역자유화를 할 때 상대방도 자유화를 한다면, 나는 두 배의 이익을 얻는다[각주:15]


: 나의 일방적 무역자유화는 수입상품을 더 싸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을 줍니다. 이때 상대방도 무역자유화를 통해 비교우위 상품을 특화생산 한다면, 내가 수입하는 상품 가격이 더 싸지기 때문에 일방적 무역자유화 보다 두 배의 이익을 얻게 됩니다.


▶ 너와 내가 모두 자유화를 한다면, 단기 무역수지 불균형의 문제를 피할 수 있다[각주:16]


: 나의 일방적 무역자유화는 수입상품 가격을 낮춰서 이익을 줄 수 있으나, 만약 수출 증대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국제수지 불균형 문제가 단기적으로 발생합니다. 이때 상대방이 수입장벽을 낮춘다면 나의 수출도 증가하여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 너와 나의 동시 양보는 국내정치적으로 무역자유화를 받아들이기 쉽게 만든다[각주:17]


: 나의 일방적 무역자유화는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다른 나라가 무역장벽을 높이 세운 상황에서 왜 우리나라만 무역장벽을 낮춰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방도 무역자유화를 실시한다면, 자국의 수입장벽을 낮추는 행위가 명분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우리 수출업자를 위한 외국의 양보 덕분에, 무역자유화로 이득을 보는 집단이 만들어진다[각주:18]


: 무역자유화를 실시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보호주의 속에서 이득을 보는 집단이 완강히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이 무역자유화를 실시하여 나의 수출이 증대된다면, 수출확대로 이득을 보는 집단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이 집단은 이제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새로운 이해관계자가 됩니다.


이번 파트에서 보았듯이, 영국과는 다른 정치적 · 경제적 상황에 놓여있던 미국은 호혜주의에 입각한 무역자유화의 경로를 밟아나갔습니다. 호혜주의가 일방주의에 비해 열등한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더 큰 이익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호혜주의 방식의 이점을 말했던 자그디쉬 바그와티는 호혜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더 주목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호혜주의가 언제든지 상호주의와 보호주의 그리고 공격적 일방주의로 돌변할 수 있는 위험 입니다. 




※ 호혜주의 → 상호주의 → 공격적 일방주의,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다


  • 국제무역이론의 대가, 자그디쉬 바그와티 (Jagdish Bhagwati)

  • 그는 상대방이 어떤 무역정책을 취하든 상관없이 자유무역 정책을 고수하는 '일방주의'를 주장했다


국제무역이론의 대가인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는 호혜주의가 가져오는 이점 보다는 문제점에 더 주목했습니다. 그는 호혜주의가 언제든지 상호주의와 보호주의 그리고 공격적 일방주의로 돌변할 수 있으며, 80년대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훼손하는 현실을 걱정했습니다.


바그와티는 1987년 논문 <오늘날 미국 무역정책에서 상호주의자들의 귀환>(<The Return of the Reciprocitarians U.S.Trade Policy Today>), 1988년 단행본 <보호주의>(<Protectionism>), 1989년 논문 <교차로에 놓여있는 미국 무역정책>(<United States Trade Policy at the Crossroads>), 1990년 단행본 <공격적 일방주의 - 미국의 301조 무역정책과 세계무역시스템>(<Aggressive Unilateralism - America's 301 Trade Policy and the World Trading System>)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했습니다. 


▶ 일방적 무역자유화가 아닌 상호주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에 둔 미국


Reciprocity는 '다른나라와의 협상을 통해 서로서로 무역장벽을 낮춰가면서 이익을 증대시킨다'(mutual, reciprocal concession)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호혜주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무역장벽을 낮추지 않을 경우 나의 무역장벽을 낮출 이유가 없어지며, '시장개방을 통한 상호 동등한 접근을 요구'(reciprocity of access / level playing field)한다는 의미에서 '상호주의'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각주:19] 


상호주의 하에서 상대방이 형평에 어긋난 이익을 취하려 할 경우 나는 상대방에 이익이 되는 조치를 철회하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더 나아가 받은대로 돌려주겠다(tit-for-tat)고 위협하면서 시장개방을 강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상호주의에 기반한 무역자유화는 언제든지 보호주의와 공격적 일방주의로 돌변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바그와티가 보기엔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영국과는 달리 후발산업국가로서 미국은 한번도 일방적 무역자유화의 이데올로기를 품은 적이 없다. 알렉산더 해밀턴의 <제조업에 관한 보고서> 이래로 보호주의는 미국 무역정책의 핵심 이었다."[각주:20]는 점 입니다. 미국은 상호주의(reciprocity)를 무역자유화의 유일한 수단으로 간주했으며, 미국 내 지식인들은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옳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 정치 ·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등장


1970-80년대 미국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서유럽 · 일본의 재건을 도울 필요가 적어지자, 호혜주의는 상호주의로 그리고 공격적 일방주의로 돌변하게 됩니다.


이번글의 서문과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에서 살펴보았듯이, 70-80년대 미국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지위의 하락' · '생산성 둔화' · '무역적자 심화' · '강달러' · '실업률 증가' 등 대내외적 경제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그와티는 당시 미국 경제상황을 '왜소해지는 거인'(Diminished Giant)으로 묘사했고, "왜소해지는 거인 신드롬과 강달러 현상이 상호주의 사상과 결합하게 되었고, 그 결과 '무역의 공정성'(fairness in trade)에 대한 요구가 미국 정치에서 강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각주:21]고 말합니다.


1981년에 집권한 레이건행정부는 처음에는 자유무역을 강조하다가, 1985년 2기 집권 이후부터는 점점 '상호 동등한 시장접근'과 '공정무역'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공화당 의원들 또한 외국의 시장을 개방시키는 상호주의의 공격적 측면(aggressive stance of reciprocity)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 1974년 무역법 301조와 1988년 종합무역법 슈퍼 301조 및 스페셜 301조


1970-80년대 미국 무역정책이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법안이 1974년 무역법 301조 1988년 종합무역법의 슈퍼 301조 및 스폐셜 301조 입니다. 


◆ 1974년 무역법 301조(Section 301 of the Trade Act of 1974)


1974년 무역법 301조는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의 원조 입니다. 


이 법안 조항에 따르면, 외국의 상거래가 GATT 및 양자협정의 권리에 반한다고 판단되면 미국 대통령은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GATT가 명시한 권리를 찾는다는 점에서 GATT에 부합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GATT가 특정 국가에게 보복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는 면에서 GATT에 위배되는 법안 입니다.


특히 1974년 무역법 301조의 '공격적 일방주의' 특징은 외국의 무역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GATT 가 규정한 범위 밖이라는 점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법안은 미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에 의해, 외국의 무역 법률 · 정책 · 관행 등이 무역협정을 위반(violate) · 정당화할 수 없음(unjustifiable) · 비합리적(unreasonable) · 차별적(discriminatory) 이라는 점이 드러난다면, 대통령은 의무적 혹은 재량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외국이 무역협정을 '위반' 한다면 당연히 잘못 입니다. '정당화 할 수 없음'은 협정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것 또한 당연히 잘못 입니다. '차별적'은 GATT의 기본원리인 최혜국대우(MFN)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잘못 입니다. 


그런데 '비합리적'(unreasonable)은 '협정에 명시된 사항을 위반하지 않았으나 불공정(unfair)하거나 불공평(inequitable)한 행위'를 의미하며, 이는 미국이 외국의 무역행위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은 노동자 권리 보호 수준 혹은 반경쟁정책 등을 근거로 외국의 행위가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하여 일방적인 보복을 가했습니다.


이처럼 1974년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제거하고 시장을 개방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습니다. 미국은 위협을 통해 외국의 일방적 양보(unrequited concession)를 이끌어 내었고, 이로써 301조를 제정한 목적을 이루어나갔습니다. 


 1988년 종합무역법(the Omnibus Foreign Trade and Competitiveness Act of 1988)

- 슈퍼 301조(Super 301) 및 스폐셜 301조(Special 301)


1988년 종합무역법은 기존의 301조를 더 강화시켰습니다. 


기존의 301조는 대통령에게 대폭적인 재량이 부여되었기 때문에 보복조치가 반드시 실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80년대 일본과의 무역분쟁으로 한층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미국 의원들은 이를 고치고 싶어했습니다.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장벽 연차보고서>를 매년 의회에 제출하며 '우선 협상국'(priority countries)과 '우선 협상항목'(priority practices)를 반드시 지정토록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미 무역대표부는 '우선 협상국'에 대해 반드시 301조 조사와 협상을 실시하도록 의무화 하였고, 제제 권한은 대통령에서 미 무역대표부로 이전 되었습니다. 


이렇게 강화된 301조 제제를 일명 '슈퍼 301조'(Super 301)로 부르며, 지적재산권에 관한 사항은 '스폐셜 301조'(Special 301)로 부릅니다.


▶ 공격적 일방주의는 '수출 보호주의'(export protectionism)


자그디쉬 바그와티가 보기엔 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은 자유무역의 적(enemy of free trade) 이었습니다. 공정무역 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에서 외국의 시장개방을 강요하고, GATT와 같은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 채 국내의 법률로 외국의 무역행위를 판단하는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공격적 일방주의 정책은 '시장개방' · '공정무역' · '평평한 경기장 만들기'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외국의 무역장벽을 낮추는 자유무역 정책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미국의 수출을 확대하고 수출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수출 보호주의'(export protectionism)나 마찬가지라고 바그와티는 평가했습니다.




※ 미국을 제어하기 위하여 WTO가 만들어지다


  • 1995년 1월 1일부로 공식적으로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 1986년~1994년 GATT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설립이 확정되었다

  • 기존 1947 GATT를 수정한 1994 GATT + 서비스부문(GATS) + 지적재산권(TRIPS) + 분쟁해결기구(DSB)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은 EU, 일본 등 세계 여러나라들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안에서 각국은 규칙(rules)에 따라 행동하면 되지만, 미국은 이를 무시한채 힘(powers)을 앞세워서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켰기 때문이죠. 견디다 못한 EU와 일본 등 세계 각국은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미국의 행보를 통제하고 싶어했습니다


미국 또한 GATT를 대체할 새로운 무역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바라왔습니다. 기존 GATT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고, 시장개방 논의도 상품시장에만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분쟁해결기구(DSB)를 통해 공식적으로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제제하기를 원하였고, 미국이 강점을 가진 서비스(GATS) 부문의 시장개방과 지적재산권(TRIPS) 보호를 얻어내고 싶어했습니다.


1986년~1994년 동안 개최된 GATT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세계 각국은 의견을 개진하였고, 1995년 1월 1일부로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인 WTO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 들면서 경제력을 회복한 미국은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사용을 자제하였고,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WTO를 통해 자유무역 사상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다시 '자유무역의 수호자'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 트럼프행정부 무역정책에서 1980년대 미국의 모습이 보이다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돌아간 줄 알았던 미국은 오늘날 다시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꺼내들었습니다. 2017년에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을 외치면서, 기존에 맺었던 무역협정을 비판하고 재협상에 나섰습니다.


① 80년대 타겟은 일본, 10년대 타겟은 중국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14일 아래와 같은 메모를 남기며 미중 무역전쟁을 개시합니다.


"미국은 수년간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산업정책은 미국의 기술을 중국기업에게 이전하도록 계속해서 강요해왔다. 우리는 전면적인 조사를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미래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것이다"


'USTR Robert Lighthizer Statement on the Presidential Memo on China'


이후 8월 18일, 미국은 1974년 무역법 301조와 302조에 근거하여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였고, 다음해인 2018년 3월 22일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관세부과, WTO 제소 등의 대응을 지시합니다. 그리고 오늘까지 미국과 중국은 관세부과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② 트럼프행정부는 중국하고만 무역전쟁을 벌이나? →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비판


그런데... 더 생각해봐야 할게 있습니다. "트럼프행정부가 중국하고만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나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내린 첫 결정 중 하나는 바로 'TPP 탈퇴' 였습니다.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은 말그대로 일본,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싱가포르 등 태평양 인근의 11개 국가가 참여한 대규모 지역 무역협정이며, 부시행정부-오바마행정부를 이어가며 체결되었습니다. 특히 오바마행정부는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 라는 외교목표 아래 TPP를 추진해 나갔고, 중국을 봉쇄하는 경제지구를 만드는 것이 암묵적인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중국하고 무역전쟁을 벌이는 트럼프는 정작 TPP 폐기를 가장 먼저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EU, 일본과도 자동차, 철강 등을 두고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행정부는 WTO와 같은 다자주의 글로벌 무역시스템(Multilateral Global Trade System)이나 TPP 등의 다자주의 협정을 비판하며, 개별 국가와 하나하나 무역협상을 하는 양자주의(Bilateralism), 개별 국가를 위협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즉,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미중 패권경쟁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다자주의 글로벌 무역시스템 vs 공격적 일방주의'의 관점으로 현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③ 1970-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 미국의 일방주의를 억누르기 위해 만들어진 WTO,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전파의 중심이 되다


동시대 냉전 종식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WTO를 활용하게끔 만들었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관여와 확장'(engagement and enlargement) 라는 외교정책 하에 전세계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고 싶어했고, 그 중심역할을 WTO가 맡았습니다.


▶ 미국 우선주의의 귀환 (America First)


개도국 등은 WTO에 참여함으로써 많은 이익을 향유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WTO 가입 이후 글로벌 시장경제 시스템에 편입됨으로써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애초 미국은 WTO 가입한 중국이 시장경제 국가로 전환할 것을 바라왔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발전은 어찌보면 흐뭇한 일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시장경제 국가로 전환하지 않았습니다. 개도국은 (미국이 보기엔) 다자주의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이익만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0년대 중국의 WTO 가입과 동시기에 벌어진 IT 혁명은 전세계 무역패턴도 이전과 다르게 변모시켰습니다. 이제 선진국-선진국 간 교역보다는 선진국-개도국 간 교역이 활발해졌고(North-South), 개도국으로의 오프쇼어링(Offshoring) 및 세계 각국에 위치한 공장끼리 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글로벌 밸류체인 무역형태(Global Value Chain)이 확산되며,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들고 저소득층 소득은 감소해왔습니다. 


전세계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위해 미국인들의 삶이 망가지는 걸 지켜본다? 트럼프는 이를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IT 혁명 등으로 세계화의 형태가 달라진 것이다"고 진단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인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중요할 뿐입니다.


트럼프행정부는 집권 후 내놓은 국가안보전략보고서(Natiaonal Security Strategy Report)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요 목표로 내세웠고, '다자주의 글로벌 무역시스템에 의존하기 보다 양자무역협정(Bilateral Agreement)을 통해 미국에 유리하게끔 무역협정을 다시 체결할 것'을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즉,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전쟁은 단순히(?) '미중 패권경쟁'이 아니라 아래와 같은 대립구도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 전세계 무역체제의 방향 : '다자주의 vs 공격적 일방주의'


◆ 외교 · 무역 정책의 방향 : '민주주의 · 시장경제 전파 vs 미국 우선주의'


이제 다음부터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를 통해,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왜 전세계와 무역분쟁을 벌이는지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




※ 참고자료


백창재. 2015. 미국 무역정책 연구


Bhagwati J. 1988. Protectionism


Bhagwati, J. 1989. United States Trade Policy at the Crossroads


Bhagwati, J. 1990. Aggressive Unilateralism


Bhagwati, J. 2002. Going Alone: The Case for Relaxed Reciprocity in Freeing Trade


Bhagwati, J and Irwin, D. 1987. The Return of the Reciprocitarians U.S.Trade Policy Today


Irwin, D. 1989. Political Economy and Peel's Repeal of the Corn Laws


Irwin, D. 2017. Clashing over Commerce: A History of US Trade Policy



  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https://joohyeon.com/277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https://joohyeon.com/278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s://joohyeon.com/265 [본문으로]
  5. Let us trust to the influence of public opinion in other countries - let us trust that our example, with the proof of practical benefits we derive from it, will at no remote period insure the adoption of the principles on which we have acted. [본문으로]
  6. Jagdish Bhagwati, Douglas Irwin. 1987. The Return of the Reciprocitarians - US Trade Policy Today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s://joohyeon.com/265 [본문으로]
  8. insisting on reciprocal tariff reductions abroad would only serve to make the task of free trades abroad more difficult by implying that free trade was really in British interest rather than their own. .. the less we attempted to persuade foreigners to adopt our trade principles, the better. [본문으로]
  9.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s://joohyeon.com/216 [본문으로]
  10. Joan Robinson, 1947, Essays in the Theory of Employment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https://joohyeon.com/268 [본문으로]
  12.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s://joohyeon.com/269 [본문으로]
  13.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https://joohyeon.com/271 [본문으로]
  14. it is part of an emergency program necessitated by the economic crisis through which we are passing. a full and permanent domestic recovery depends in part upon a revived and strengthened international trade, and ... American exports cannot be permanently increased without a corresponding increase in import. 더글라스 어윈. 2017. Clashing over Commerce 425쪽 재인용 [본문으로]
  15. (If I can get you to also liberalize while I liberalize myself, I gain twice over) [본문으로]
  16. (If there are second-best macroeconomic consideration such as short-run balance of payments difficulties from trade liberalization, the mutuality of liberalization should generally diminish them) [본문으로]
  17. (mutuality of concessions suggests fairness and makes adjustment to trade liberalization politically more acceptable by the domestic losers from the change) [본문으로]
  18. (foreign concessions to one's exporters creates new interests that can counterbalance the interests that oppose one's own trade liberalization) [본문으로]
  19. 이처럼 자그디쉬 바그와티는 Reciprocity의 종류를 first-difference reciprocity와 full reciprocity로 구분 지었습니다. 전자는 호혜주의를 의미하며, 후자는 상호주의 즉 '평평한 경기장 만들기'(level playing field)를 뜻합니다. [본문으로]
  20. By contrast, the United States, a latecomer to industrialization, had never embraced the ideology of unilateral free trade. Protection had, without shame, long been part of American trade policy and commmanded intellectual respectability ever since Alexander Hamilton's Report on Manufactures of 1791.출처 : - 바그와티 & 어윈. 1987. '오늘날 미국 무역정책에서 상호주의자들의 귀환' [본문으로]
  21. The 'diminished giant' syndrome and the 'over-valued' dollar, combined with the historical appeal of reciprocitarian ideas, have made fairness in trade a politically potent force on the American scene.출처 : - 바그와티 & 어윈. 1987. '오늘날 미국 무역정책에서 상호주의자들의 귀환' [본문으로]
  1. 00
    오랜만에 뵙는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ㅎㅎ
  2. 1234
    와 반년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항상 좋은글 재밌게보고있습니다.
  3.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용어 정리도 영어랑 매칭해서 너무 잘 해주셔서, 그간 영어 기사 따로 한국어 기사 따로 머리에 맴돌던 상태였는데.. 드디어! 연결이 된 기분입니다!
    • 2019.07.14 09:25 신고 [Edit/Del]
      오 영어원문을 읽을때 함의를 포착하는걸 돕기 위해, 일부러 영어원문을 같이 기재하는건데.. ㅎㅎ 도움이 되어서 정말 좋네요
  4. ㅎㅎ
    안녕하세요, 조교님! 다른 사람한테 글 추천 받아서 들어와보니까 조교님 홈페이지네요 ㅋㅋㅋ 깜짝 놀랬어요 ㅋㅋㅋ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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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Posted at 2019.01.13 23:26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일본의 불공정 무역관행이 기울어진 경기장을 만들었다


지난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각주:1]를 통해 누차 살펴봐왔듯이, 1980년대 미국은 대내적으로는 경기침체 · 대외적으로는 세계경제적 지위 감소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런 거시적 환경은 미국 내에서 보호주의 압력을 증대시켰습니다. 그리고 타겟은 '일본' 이었습니다.


'닫혀있는 일본시장(closed Japanese market)'[각주:2]은 미국 기업들의 불만을 자아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낮은 관세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일본정부의 지도 아래 시행되는 차별적 규제 · 일본기업들 간 폐쇄적 경영 등은 미국기업이 일본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도록 만들었습니다. 일본의 GDP 대비 제조업 상품 수입 비중은 수십년이 지나도록 낮은 수준을 기록한 반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계속 늘려왔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미국기업들의 불만에 불을 부은 것은 '정부의 보호와 지원에 힘입은 일본 반도체 산업의 성장' 입니다. 


위에 첨부된 1985년 및 1990년 세계 반도체 회사 매출액별 순위를 보시면 NEC · Hitachi · Toshiba 등 일본 기업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70년대 중반 반도체 세계시장에서 미국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였던 반면 일본기업은 30% 미만 이었습니다. 그러나 1985년 두 국가는 45%씩 동률이 되었고 때때로 일본이 우위를 점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D램 분야에서 일본의 성장이 돋보였습니다. 미국기업 점유율은 1978년 70%에서 1986년 20%로 하락했고, 일본기업은 30%에서 75%로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일본 반도체 기업의 성장에는 일본정부, 특히 통상산업성(MITI, Minstry of International Trade and Industry)과 재무성(MOF, Ministry of Finance)의 보호와 지원이 있었습니다. 통산성과 재무성은 외국 기업의 일본시장 접근을 차단한 채, 선택받은 일본 기업들에게 금융 · R&D 지원을 대규모로 단행하였습니다. 또한, 외국기업이 기술이전을 하지 않으면 일본시장에 진입할 수 없게끔 막았습니다.


덕분에 일본 기업들은 미국 반도체 기업의 선진기술을 빌려오거나 무단으로 모방할 수 있었고, 대규모 투자를 위험을 줄인채 실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덤핑을 통해 해외시장에 아주 값싼 가격에 물건을 팔아 점유율을 늘려나갔습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덤핑'(dumping) · '시장 접근'(market access) · '반도체 설계 특허권'(chip design patent) 이슈를 두고 불만을 품을 수 밖에 없었고, 일본정부로 인해 '기울어진 경기장 위에서 불공정한 경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공정무역'(fair trade)을 강조하는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이 1985년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주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 첫번째 글에서 첫번째로 나온 문단) 


"국제적인 무역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들이 규칙(rules)을 준수하고 개방된 시장(open market)을 보장하도록 애써야 한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자유무역(free trade)은 말그대로 공정무역(fair trade)이 된다."[각주:3]


"다른 나라의 국내시장이 닫혀있다면(closed)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it is no longer free trade). 다른 나라 정부가 자국의 제조업 및 농업에게 보조금(subsidies)을 준다면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가 우리 상품을 베끼도록 놔둔다면(copying) 이는 우리의 미래를 뺏는 것이고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하고(violate international laws) 그들의 수출업자를 지원한다면 경기장은 평등하지 않은 셈(the playing field is no longer level)이 되며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산업 보조금을 집행하여 경쟁국에게 불공정한 부담을 안긴다면(placing an unfair burden)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각주:4]


"우리는 GATT 체제와 국내법 하에서 국제통상에 관련한 우리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다. 다른 국가들이 우리와 맺은 무역협정과 의무를 준수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만약 무역이 모두에게 불공정하다면, 자유무역은 이름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unfair trading practices)으로 인해 우리의 기업인들이 실패(fail)하는 것을 가만히 옆에 서서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규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아서(do not play by the rules) 우리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마는 사태(lose jobs)를 가만히 옆에 서서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각주:5]


- Douglas Iriwn, 2017Clashing Over Commerce: A History of US Trade Policy, 606쪽 재인용


이제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 목표는 '평평한 경기장'(level playing field)을 만들어서 국가 간에 '공정한 무역'(fair trade)을 하는 것이 되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된 방법 중 하나가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입니다. 


  • 왼쪽 : 1980년대, 전략적 무역 정책 실시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로라 D. 타이슨 

  • 오른쪽 : 전략적 무역 정책 이론을 만들었으나, 현실 속 적용은 반대했던 폴 크루그먼


로라 D. 타이슨(Laura D. Tyson)은 자유무역 체제의 한계를 강하게 비판하고 전략적 무역 정책의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1980년대 미국 내 무역논쟁의 한 축을 담당했습니다. 그녀는 반도체 · 전자 · 의약 등 고부가가치 최첨단산업(High Value-added, High-Tech)은 다른 산업보다 경제 전체에 더 이로움을 주기 때문에, 미국정부의 보호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전략적 무역 정책 이론을 만들어낸[각주:6]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정작 현실 속 적용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산업정책 옹호론자들이 제시하는 대부분의 기준은 형편없으며 비생산적인 정책을 낳을 것이다. 경제이론상 정교한 기준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론적모형이 실제 정책처방으로 적절한지 충분히 알지 못한다."라며 산업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1980년대 미국-일본 간에 벌어진 '반도체 무역분쟁'을 살펴보면서 당시에 발생한 국제무역논쟁을 더 자세히 이해하도록 합시다. 




※ 1970년대 말, 보호 · 통제 · 미국기술 모방으로 급성장한 일본 반도체 산업


1960-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상징하는 기관은 통상산업성(MITI)과 재무성(MOF) 입니다. 이들 기관은 기업들에게 자원을 인위적으로 할당하고 경영방향도 제시하는 '지도'(administrative guidance)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통산성(MITI)과 재무성(MOF)의 역할은 '일본 반도체 산업 발전과정'에서 더욱 돋보입니다


1970년대 말부터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일본 반도체 산업 뒷면에는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통산성은 초고밀도 집적회로(VLSI) 연구개발을 위해 Fujitsu, Hitachi, Mitsubishi, NEC, Toshiba 등 선택받은 일본기업들에게 1976-79년동안 약 2억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이에 더하여, 통산성은 '외국기업의 시장접근 통제'와 '일본기업간 공동 R&D 지원' 정책을 통해 선진 미국 기술을 일본으로 옮겨왔고 일본 기업간 불필요한 경쟁을 억제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반도체산업 성공의 결정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 통제된 접근 (Controlled Access)


통산성과 재무성은 일종의 '도어맨'(doorman) 역할을 하였습니다. 외국기업이 일본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허가가 필요했습니다. 재무성은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규제했고, 통산성은 특허 · 라이센스 형태의 기술수입(technology imports)을 통제했습니다. 


즉, 통산성은 외국기업의 시장진입 조건으로 '기술이전'(transfer of technology)을 강요했는데, 미국 반도체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사례가 이를 보여줍니다.


1968년 TI는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SONY와 합작투자 협약을 맺었습니다. 1960년대 초반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를 설립하려고 했었으나 일본정부가 허가하지 않아서 합작투자로 선회한 겁니다.  


이과정에서도 반도체 부품 중 핵심기능을 맡는 집적회로(IC) 설계 특허를 일본기업에게 라이센스 해주느냐를 놓고 줄다리기가 오고갔습니다. 일본정부는 TI가 가진 특허권 효력을 일시정지 시키면서 협상에 응하기를 압박했습니다. 결국 협상의 결론은 'TI와 SONY의 5:5 합작투자 및 TI의 일본시장내 점유율 최대 10%로 제한'이 되었습니다.


마이클 보러스(Michael Borrus) · 제임스 밀스타인(James Millstein) · 존 지즈먼(John Zysman) 등은 <미국-일본 간 반도체 산업 경쟁>(<U.S.-Japanese Competition in the Semiconductor Industry>)을 통해, "TI의 사례가 보여주는 기술확산 및 제한된 시장접근 전략은 일본기업이 미국의 기술수준을 모방할 수 있게 해주었다"[각주:7]고 말합니다.


▶ 일본 기업간 R&D 협력 (Collaborative R&D)


일본 통산성은 이렇게 들여온 미국 선진기술을 사용하는 방식마저 통제하였습니다. 정부는 일본기업들 간에 범용기술이 확산되도록 독려하였고, 특정 상품에만 사용되는 기술은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지원을 꺼렸습니다.


그리고 일본 기업간 (쓸데없는) 경쟁이 초래할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통제하였고, 기업들에게 각각의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 보호와 통제 그리고 미국으로부터의 기술이전으로 급성장한 일본 반도체 산업


1980년대가 되자 미국 반도체 기업의 일본시장 접근이 겉보기에는 보다 쉬워졌습니다. 미국산 반도체 상품 관세가 지속적으로 인하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본시장은 여전히 폐쇄성을 띄고 있었습니다. 일본 반도체 회사들은 다른 전자상품도 생산했기 때문에 반도체 구매자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산 반도체의 구매량과 종류를 통제하였고, 케이레츠(keiretsu)를 구성하고 있는 계열회사에게도 이를 강제했습니다. 


이런 보호 속에서 일본정부의 R&D 투자 금융지원은 확대되었고, 미국으로부터 전수받은 기술은 일본 반도체 산업의 수준을 재빠르게 끌어올렸습니다. 그 결과, 1984년 세계 RAM 생산에서 일본 기업들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제품 종류별로 60~90%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본 반도체 산업 발전은 '정부가 비교우위를 창출'(Creating Advantage)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글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비교우위'[각주:8]를 통해 일본 경제발전의 이론적 함의를 배웠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1987년 논문 <The Narrow Moving Band, The Dutch Disease, and The Competitive Consequences of Mrs.Thatcher - Notes on Trade in the Presence of Dynamic Scale Economies>를 통해, 과거부터 많은 양을 생산하여 지식을 많이 축적한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높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때, 기업이 자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생산에 착수하고 관세라는 보호막에 힘입어 자국 내에서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면, 이러한 보호 기간 중에 쌓은 지식과 노하우로 언젠가는 상대적 생산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보호가 비교우위를 영구히 바꿔놓은 겁니다.


크루그먼은 일본정부의 산업정책을 사례로 논문을 썼던 것이고, 제목 중 'The Narrow Moving Band'는 한 산업을 발전시킨 뒤에 다른 산업으로 정책이 옮겨가는 모습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 1981년, 정치적행동을 시작한 미국 반도체 산업 협회(SIA)


이렇게 정부의 보호와 지원 아래 성장한 일본 반도체 업계가 1970년대 후반부터 세계시장을 점유해감에 따라, 미국 반도체 업계는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고 정치적행동을 개시합니다. 이들은 1977년 반도체산업협회(SIA,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를 창립합니다.


SIA가 미국정부에 요구한 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미국기업 보호와 지원. 둘째는 일본의 불공정 무역관행 시정 입니다.


SIA는 반도체 칩 설계 특허권 보호, R&D 세제지원 등을 미국 정부에 요구하였고, 덤핑(dumping)과 시장접근(market access) 등 일본의 불공적 무역을 정치적으로 이슈화 시켰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이목을 끌기 위하여 '공정무역'(fair trade) · '평평한 경기장 만들기'(level playing field)를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는데, 이 단어들은 1980년대 미국-일본 간 무역분쟁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 미국정부는 우리 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라!



당시 미일 반도체 분쟁은 메모리칩을 중심으로 발생했습니다. 1985년 기준 전체 반도체 상품 중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8%였고, 특히 DRAM 하나가 7%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특징은, ①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R&D 고정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며(large fixed costs), ② 제품 출시 사이클이 매우 짧으며(rapid product cycles) ③ 기업들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메모리 반도체 세대 전환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점(unprepared transition) 입니다. 


① 앞서 말했듯이, 일본정부는 초고밀도 집적회로(VLSI) 개발에 4년간 2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전체 반도체 산업에 들어간 직접적 · 비집적적 금융지원은 1976-82년간 약 5억~2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② (오늘날에도 그렇듯이) DRAM 메모리는 짧은 주기로 고성능 상품이 출시되는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1970년 1K 램이 등장한 이래 1973년 4K, 1976년 16K, 1979년 64K, 1982년 256K, 1985년 1M, 1989년 4M, 1991년 16M 램이 개발되었죠. 


③ 이때 제품의 상용화는 개발이 완료되었을 때가 아니라 생산비용이 이전세대에 인접한 수준으로 떨어졌을 때 이루어지는데, 기업은 이 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1976년 개발된 16K 상품은 생산비용이 4K와 유사한 수준까지 하락한 1978년이 되어서야 상용화 되었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특징은 '반도체 업계 R&D 투자는 본질적으로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드러내줍니다.


본 블로그의 다른글 '창조적파괴를 통한 경제성장 모형'[각주:9]에서 살펴보았듯이, '현재 성공한 기업이 누리고 있는 독점이윤은 오직 다음 혁신이 발생할 때까지만 지속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혁신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혁신에 성공했을 때 기쁨을 누리는 기간이 짧아짐을 의미합니다.


즉, ① 대규모 R&D 투자를 단행해야 적어도 뒤처지지는 않는데 ② 짧은 제품 출시주기는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기간도 짧게 만들며 ③ 정확히 언제 수익을 실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언제 현재 상품이 구세대로 전락할지 정확한 예측은 힘듭니다. 


여기서 미국기업이 가진 불만은 "일본기업은 정부의 보호 아래 투자위험성을 줄이고 있는데, 미국정부는 우리에게 무엇을 해주고있냐"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공동 R&D 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이고 싶었는데 反독점법은 이를 규제하고 있었으며, 미국정부는 일본기업의 특허권 침해도 수수방관 하고 있었습니다.


SIA가 반도체 칩 설계 특허권 보호, R&D 세제지원 등을 미국 정부에 요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미국정부는 일본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게끔 압박하라!



SIA가 더욱 중점을 둔 것은 '일본의 불공적 무역관행 시정' 이었습니다. 아무리 미국정부가 기업들을 도운다 하더라도, 일본기업의 덤핑과 일본시장 접근 제한이 계속된다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반도체 업계의 불만은 반도체 산업 침체기에 더욱 높아졌는데, 특히 1981년 DRAM 가격 하락으로 인한 침체가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일본기업의 덤핑 → 가격 하락 → 치킨 게임 → 미국 반도체 기업 침체 및 퇴출'이 발생하면서, 미국 기업들은 일본정부를 상대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레이건 행정부 시기 상무부 부차관보을 역임했던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Clyde V. Prestowitz)는 다음과 같이 회고 합니다. "시작은 1981년 가을이었다. 미국 반도체 업계를 대변하는 사람이 워싱턴에 빈번하게 출입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일본 덤핑의 종료 · 일본이 미국에서 물건을 파는 것과 동일한 기회를 일본시장에서 갖기 · 반도체 설계 특허 침해 방지 등을 요구하였다."[각주:10]




※ 최첨단산업의 중요성 및 전략적 무역 정책의 필요성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왜 유독 '반도체 산업'을 둘러싸고 미국-일본 간 무역분쟁이 크게 벌어진 것일까요? 물론 당시 전자 · 자동차 · 철강 · 섬유의복 등등 다양한 산업들도 일본 및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따른 경쟁심화에 불만을 가졌으나, 대중들의 주목을 유독 끈 것은 반도체 였습니다.


미국 대중들은 반도체 산업을 '최첨단산업'(High-Tech Industry)으로 인식하였고, 일본기업에게 최첨단산업 주도권을 내준다면 미국의 미래도 빼앗길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 로라 D. 타이슨과 그의 1984년 저서 『누가 누구를 때리는가? - 최첨단 산업 내 무역분쟁』


최첨단산업의 중요성 · 국가경쟁력 상실 · 정부개입의 필요성 등의 인식이 확산되게끔 큰 역할을 했던 인물이 바로 로라 D. 타이슨(Laura D. Tyson) 입니다. 그녀는 1984년 『누가 누구를 때리는가? - 최첨단 산업 내 무역분쟁』(『Who's Bashing Whom? - Trade Conflict in High-Technology Industries』)과 여러 논문·보고서를 통해, '일본정부의 불공정 무역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미국 최첨단 산업의 현실'을 묘사했고, '미국정부가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녀가 왜 이러한 주장을 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합시다.


▶ 반도체 · 컴퓨터 등 최첨단 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더 가치가 있는 이유


타이슨은 반도체 · 컴퓨터 등의 '최첨단산업'(high-tech)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서 미국정부가 적극적인 무역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왜냐하면 최첨단산업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성격이 전체 경제에 이로움을 안겨다 주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성격은 '초과이윤'(excess profits) 및 '고부가가치'(high value-added) 입니다. 반도체 등 최첨단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고정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진입장벽이 존재합니다. 만약 진입을 한다고해도 고정비용을 회수할만큼의 이윤을 거두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결국 이미 자리를 잡은 한 개 혹은 소수의 기업만이 시장에 존재하여 양(+)의 이윤을 누리게 됩니다.


두번째 성격은 'R&D 활동의 파급영향'(spillovers from R&D activities) 입니다. 반도체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R&D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견되는 기술 및 축적된 신지식이 다른 산업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지식의 외부성[각주:11] · R&D 그 자체의 중요성[각주:12] 등을 강조한 신성장이론이 등장한 시대적 배경도 최첨단산업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세번째 성격은 '연계가 가져다주는 외부성'(Linkage Externality) 입니다. CPU와 RAM 등 반도체 부품은 여러 제품에 투입요소(input)로 들어갑니다. 이때, 반도체 산업은 기술이 발전하고 경험이 축적될수록 생산성이 향상되어 비용이 감소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반도체 산업 발전은 다른 제품 생산비용을 감소시키는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줍니다.    


▶ 전략적 무역 정책을 통해 미국 기업을 보호·지원 해야하는 이유


이렇게 가치 있는 최첨단산업을 보호하고 키우기 위해서 자유무역 원리에 위배되는 무역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을까요? 특정 산업이 가치가 있다는 것과 보호무역 정책을 써야 한다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이때 주목해야 하는 최첨단 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생산자 간 전략적 고려가 행해지는 과점시장'(strategic behavior in oligopoly market) 이라는 점 입니다. 


'전략적 무역 정책'을 소개한 지난글[각주:13]에서 이야기 했듯이, 과점 생산자는 '다른 생산자의 선택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는 전략적 행위를 합니다. 이로인해 상대방 이윤이 늘어날 때 자신의 이윤은 감소하는 '전략적 대체관계'가 나타납니다. 이는 정부의 개입으로 초과이윤을 만들어내는 산업에서 외국기업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increase a country's share of rent in a way that raises national income at other countries' expense)는 함의를 안겨다 줍니다. 


로라 D. 타이슨은 "미국 최첨단기업의 세계시장 속 경쟁 지위가 약화됨에 따라, 보호와 지원을 바라는 요구가 증대되었다"[각주:14]고 말합니다. 그리고 "최첨단산업의 특별한 특징-규모의 경제와 가파른 학습곡선-을 고려하면, 기업의 전략적 무역 접근 요구가 증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외국시장 접근 여부와 외국 기업 및 정부의 행위는 국내 기업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은 개방되어 있고 외국 시장은 닫혀있다면, 외국 경쟁자는 자국내 생산량 증대 덕분에 효율성과 생산의 학습효과을 누리게 되는 반면, 국내 경쟁자는 쪼그라든다."[각주:15]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하여 외국 기업의 초과이윤을 국내 기업으로 이전시키는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의 필요성이 부각됩니다.


타이슨이 생각하는 전략적 무역 정책은 ① '국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규칙'을 정립하고(internationally accepted rules of the game for competition), 이를 외국에게 강제하고 압박하기 위하여 ② 달성해야할 부문별 성과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specifying sectoral outcomes) 입니다.


이전글에서 살펴본 루디 돈부쉬[각주:16]가 "일본의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 증가율은 다음 10년간 연간 15%씩 증가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규칙 보다는 결과'(Results rather than Rules)를 말한 것과 타이슨의 주장은 약간 다릅니다. 돈부쉬는 경제 전체 혹은 대분류 산업을 타겟으로 결과를 달성하기를 원했다면, 타이슨은 구체적인 산업을 타겟으로 규칙을 먼저 정립하는 방식을 선호하였습니다. 결과를 추구하는 건 어디까지나 외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 현행 GATT 체제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타이슨은 당시 국제무역 체계였던 GATT 하에서는 전략적 무역 정책이 추진될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약 120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GATT 시스템상 빠르게 진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GATT는 관세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보조금 · 덤핑 등 비관세장벽(non-tariff barriers)이나 지적재산권 침해로 인한 피해(intellectual property)를 규제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타이슨은 반도체 부문을 대상으로 미국-일본 간 양자협상(bilateral agreement)을 통해 공정한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 이것은  '공정한 게임'(fair play)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무조건적인 보호무역정책(unconditional protectionism)보다 전략적 무역 접근(strategic trade approach)이 미국정부에게 우호적일 수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전략적 무역 정책은 일본에게 '공정한 게임'(fair play)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보호주의가 아니라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여 평평한 경기장을 만드는 것(level playing field) 입니다. 


둘째, 협정을 통한 규칙 제정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수많은 외국정부들이 최첨단산업이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중요하다고 확신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자국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늘어만 갔습니다. 결국 국가간 협정은 불가피한 일이었습니다.


▶ 정부가 해야할 선택은 자유화와 개입을 적절히 혼합하는 것


로라 D. 타이슨은 경제학 박사학위를 가진 학자였으나, 국제무역이론이 상정하는 세계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습니다. 그녀는 "현실 속 국제무역 세계는 자유무역 세계가 아니며,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무역을 관리한다(manage)"[각주:17]고 생각했습니다. 자유무역론자들이 만든 GATT의 규제 또한 정부간 협상의 결과물 입니다.


그녀는 "일반론인 자유무역 이론을 현실에서 말해서는 안되며(no general theoretical principles), 정책결정권자가 해야하는 선택은 순수한 자유무역 vs 순수한 보호무역이 아니라, 자유화와 개입을 적절히 혼합하는 것이다(choices about the appropriate combination of liberalization and government intervention). 이것이 국민후생을 증대시키고 더 개방된 국제무역 시스템을 지속하게끔 만든다."[각주:18]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다른 선진 산업국가와 최첨단산업 규칙(rules)을 둘러싼 관리무역협정(managed trade agreement)을 맺는 것이 현명하며, 이를 통해 '특정 산업에서 협력과 표준을 달성할 수 있다'[각주:19]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 1986년, 미국-일본 반도체 협정 체결 


1980년대 초중반은 이처럼 미국 내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무역정책을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는 자유주의를 신봉하고 있었고, 반도체 업계의 요구에 회의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부처마다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기업계와 노동계를 대표하는 상무부와 노동부는 일본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하기를 원했으나, 냉전기 동맹 · 안보를 중요시했던 국무부 등은 동맹국인 일본을 압박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1985년 이었습니다. 


반도체 업계는 가격 하락으로 인한 또 다른 불황이 시작을 겪게 되었고 특히 메모리 칩 시장에 집중되었습니다. 반도체 판매는 20% 감소했고 DRAM은 60%나 줄었습니다. SIA는 다시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였고, 1985년 6월 14일 일본 반도체 기업을 '1974년 통상법 제301조' 위배혐의로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제소합니다. 


'1974년 통상법 제301조'(Section 301 of the Trade Act of 1974)란 'unreasonable, unjustifiable, discriminatory'한 외국의 무역행위를 USTR이 조사한 이후 대통령의 제재조치가 실시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법안입니다. 1984년, unreasonable 정의에 '공정하고 동등한 시장 기회를 부정하는 어떠한 법안, 정책, 관행'(any act, policy, or practice which denies fair and equitable market opportunities)을 추가함으로써, 일본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일방적 보복을 할 수 있는 법률적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재선에 성공하고 1985년 출범한 레이건 행정부 2기는 이전과 달리 일본의 불공정 행위를 심각하게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1985년 달러가치는 최고수준을 기록하며 무역적자가 계속 심화된 경제 환경도 정책방향을 선회하게 만들었습니다.


1985년 9월, 레이건 대통령의 'fair trade' 연설이 나오게 되었고,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일본 반도체 업계의 행태를 크게 문제삼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1986년 초, 미국 반도체산업 협회(SIA) · 무역대표부(USTR)와 일본 전자산업 협회(EIAJ) · 통상산업성(MITI) 간 시장진입(market access) · 덤핑(dumping)을 주제로 한 협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본 EIAJ는 301조 보복을 종료시키고, 시장접근과 덤핑 이슈에 대해 구체적인 보장을 하지 않은채 협상을 끝내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SIA는 덤핑을 확실히 방지하고, 실제적인 시장접근('real' market access) 보장을 얻어내지 않는 한 협상을 마무리 할 의사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단지 일본에서 판매할 기회를 얻는 게 아니라 실제 판매의 증가(actual realization of sales)를 원했습니다.


그 결과, '1986년 미국-일본 반도체 협정'(1986 U.S.-Japan Semiconductor Trade Agreement)이 체결되었습니다. 그리고 협정과정에서 '향후 5년내 일본시장에서 외국산 반도체 상품 점유율 20%를 기록한다'는 구체적인 성과를 강요하는 내용이 다루어졌고, 1991년 반도체 협정 개정에서 공식적으로 문구가 삽입되었습니다. 




※ 전략적 무역 정책을 둘러싼 비판, 경제학자들의 노파심 때문일까?


1980년대 자유무역에서 전략적 무역으로의 미국 무역정책 전환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낳았습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일본에게 공정한 게임을 요구했고, 반도체 협정을 통해 성과를 이루어냈으니 된 거 아니냐?" 라고 하기에는 더 생각해봐야 할 논점들이 존재했습니다.


  • 전략적 무역 정책을 이론화 하였으나 실제 적용에는 회의적이었던 폴 크루그먼

  • 1983년 잭슨홀미팅에서 '산업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다

  • 크루그먼의 발표 보고서 <Targeted Industrial Policies: Theory and Evidence>


결국 전략적 무역 정책의 현실 적용을 둘러싸고 경제학자들 간에 논쟁이 거세게 붙게 됩니다. 1983년 <산업변화와 공공정책>(<Industrial Change and Public Policy>)을 주제로 한 잭슨홀미팅이 논쟁이 벌어진 장소였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Targeted Industrial Policies: Theory and Evidence> 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주목을 끌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당시 신무역이론[각주:20]생산의 학습효과[각주:21] · 전략적 무역 정책[각주:22] 이론화를 이끌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크루그먼은 "향후 10년간 산업을 targeting 하는 정책들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산업이 targeted 되어야 하는가? 결국 중심 이슈는 선택의 기준(criteria for selection)이 될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크루그먼은 "산업정책 옹호론자들이 제시하는 대부분의 기준은 형편없으며 비생산적인 정책을 낳을 것이다. 경제이론상 정교한 기준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이론적모형이 실제 정책처방으로 적절한지 충분히 알지 못한다."[각주:23]라며 산업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냅니다.


전략적 무역 이론의 개발자가 왜 실제 정책 처방에 회의적인지, 그의 논리를 따라가면서 이해해 봅시다.


▶ 대중적인 기준(Popular Criteria)이 가진 문제점


로라 D. 타이슨은 최첨단산업을 타겟으로 한 산업·무역정책이 실시되어야 하는 근거로 고부가가치 · 연계가 가져다주는 외부성 · 미래 경쟁력 등을 들었는데, 크루그먼은 이러한 기준들이 다 타당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① 1인당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High value-added worker)


: '고부가가치 산업'을 선택하여 육성하자는 주장은 그럴듯하게 들립니다.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고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크루그먼은 "왜 산업별로 근로자 1인당 부가가치가 다르냐?"는 물음을 던집니다. 특정 산업이 1인당 부가가치가 높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자본이 많이 투입되었을 뿐이라는 게 크루그먼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이들 산업의 자본/노동 비율은 매우 높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한다면 주어진 투자 수준에서 더 적은 사람이 고용될 것이고 실업률은 올라갑니다. 또한, 한계생산체감에 의해서 경제성장률은 점점 떨어집니다. 결국 고부가가치 부문 투자를 독려하는 산업정책은 실업률 상승과 느린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이 크루그먼의 주장입니다.


② 연계된 외부성을 가져오는 산업 (Linkage)


: 앞서 타이슨은 반도체 등은 다른 산업의 투입요소(input)로 쓰이기 때문에, 이들 산업이 발전하면 타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여겼습니다. 당시 다른 학자들 또한, 일본의 경제발전 성공요인을 철강 · 전자 · 반도체 등 투입요소의 성격을 지닌 산업을 육성했다는 점에서 찾곤 했습니다.


그러나 크루그먼은 "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인이 없다면, 시장은 알아서 연계산업에 필요한 적절한 양의 투자를 집행했을 것"[각주:24]이라고 말하며, 시장원리를 강조합니다. 물론, 연계산업 진흥을 방해하는 시장실패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산업의 투입요소로 작용한다는 기준만으로 산업정책을 시행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합니다[각주:25]


③ 미래 경쟁력 (Future Competitiveness)


: 반도체와 같은 최첨단산업은 말그대로 최첨단이기 때문에, 미래 경쟁력을 위해 육성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크루그먼은 "궁극적 경쟁력은 산업정책 대상을 선정할 때 유용한 기준이 아니다. 이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게 될지 아닐지 알더라도, 이것은 그 산업이 보호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는다"[각주:26]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유치산업보호론 논쟁[각주:27]을 통해서 이미 살펴본 바 있습니다. 유치산업 정책은 '특정한 경우'에만 타당하며, 특정한 경우란 외부성 등 시장실패가 존재하는 때를 의미합니다. 즉, 단순히 잠재적 성장 가능성 등만으로 산업정책을 시행해서는 안된다는 게 크루그먼의 주장입니다.


▶ 더 정교한 기준(More Sophisticated Criteria)이 가진 문제점


전략적 무역 정책은 '규모의 경제 · 외부성 · 과점 등 불완전경쟁'을 기반[각주:28]으로 하고 있습니다. 불완전경쟁 시장구조는 자유무역 정책이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통찰은 제공하였지만, 항상 전략적 무역 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지난글에서 짚었듯이, 꾸르노 모형 · 스타겔버그 모형 등등을 사용하여 전략적 무역 정책의 논리를 그럴싸하게 설명 하였으나, 정부는 개별 기업의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혹시 어떤 행위를 선택할지는 안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어느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해야 외국기업의 행동을 자국기업에게 유리하게 변경시킬지는 알지 못합니다. 


즉, 전략적 무역 정책은 모형의 파라미터 값의 변화나 기본 전제가 변하면 결론도 크게 달라지며, 크루그먼은 이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 보호주의 정책이 자유무역 정책을 대체할 가능성에 노파심을 갖는 경제학자들 

 

전략적 무역 정책을 만든 경제학자가 현실 속 실행을 반대한다는 건 매우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자들에게 이는 매우 자연스럽고 권장할만한 행위 입니다. 왜냐하면 경제학 이론과 학자들의 주장은 '특정한 조건이 주어져있을때'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것을 고려치않고 남용할 경우 해로운 결과를 사회에 안겨다준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레이건 행정부 시기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한 마틴 펠드스타인은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가 무역적자의 원인이다."[각주:29]라고 말하며 정부의 감세정책을 비판했으나, 레이건 정부 인사들이 감세정책을 고안해낸 건 그의 연구 덕분이었습니다. 펠드스타인은 "조세가 경제주체의 행위를 왜곡시킨다"는 논문을 출판했었는데, 보수 정치인들은 이를 "그러므로 세금을 없애야한다"로 받아들였습니다. 이건 펠드스타인이 의도하지도 동의하지도 않은 정책입니다. 


전략적 무역 정책을 만든 폴 크루그먼 ·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도 이 점을 우려하여 논문 말미에 "이건 이론적 논의일 뿐이다"며 주의를 주었으나, 타이슨 및 기타 인사들은 "자유무역 정책은 오늘날에 맞지 않다. 그러므로 정부의 개입이 꼭 필요하다."로 선전했습니다. 이것은 신중한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행태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기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자유무역 주장을 고수하는 아이러니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1980년대 자유무역 정책을 고수하며 옹호했던 경제학자들은 그 누구보다 자유무역 원리가 가진 한계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더 문제로 인식하는 건, 그들의 주장이 보호주의자들의 선전으로 가로채질 가능성 입니다. 


우리는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첫번째 글[각주:30]에서 '노파심을 가지고 자유무역 원리를 계속 설파해야 하느냐 vs. 자유무역의 문제점을 대중들에게 신중히 설명해야 하느냐'의 논점을 살펴본 바 있습니다.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은 2018년 출판된 『Straight Talk On Trade』 서문을 통해, "트럼프의 충격적인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신중한 분석이 보호주의자들에게 남용되어 '야만인들의 탄약'(ammunition for the barbarians)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에 노파심을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그는 경제학자들의 이러한 노파심이 오히려 대중들의 외면을 부른다고 지적합니다.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대중논쟁장에서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가로채질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이 '학자들은 국제무역에 있어 한 가지 방향만 말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논쟁 장에서 목소리를 잃게 된다. 그들은 또한 무역의 옹호자로 나설 기회도 잃고 만다."


우리는 앞으로 살펴볼 [국제무역논쟁 10's 미국] 시리즈, 즉 오늘날 중국 제조업의 발전과 교역확대가 초래하는 무역논쟁을 볼 때에도, 노파심으로 인해 자유무역 원리만을 고수하는 경제학자들이 대중들에게 외면받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 공격적 일방주의 및 GATT 한계가 가지는 의미는? 


미국 반도체 산업 협회(SIA)가 일본 반도체기업을 제소할 수 있었던 근거는 '1974년 통상법 제301조'(Section 301 of the Trade Act of 1974)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불공정 무역 관행 여부를 판단한 것은 당시 국제무역 시스템이었던 GATT가 아닌 미국정부 였습니다. 미국정부가 자국의 무역이익 침해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일본을 상대로 보복조치를 취한 겁니다.


GATT는 말그대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을 의미하는데, 1980년대 벌어진 무역분쟁에서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습니다. GATT는 주로 관세를 규제하는데, ① 시 국가들은 관세가 아닌 보조금 · 덤핑 등 비관세장벽을 이용하여 자국의 이익을 보호했습니다. 또한, ② 국가간 무역분쟁이 일어났을 때에도 이를 중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③ GATT는 서비스산업 · 지적재산권 등 당시 미국이 우위를 가지고 있는 부문을 다루지 못했고, 이는 미국의 불만을 자아냈습니다. 일본 등 다른나라들이 자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데 GATT 체제 속에서 대응을 하지 못하였으며, 서비스산업 무역자유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은 자국의 법률인 1974년 통상법 제301조를 근거로 일방적 보복을 행사하였고, 이후 1988년 종합무역법(Omnibus Trade and Competitiveness Act of 1988) 속 '슈퍼301조'(Super 301 Article)를 제정하여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 행보를 강화해 나갑니다.


이처럼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자국의 이익이 침해되는 상황'에서 'GATT 체제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격적 일방주의 행보'를 보였다는 점 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재현되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글에서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이 가지는 의미를 알아본 이후, [국제무역논쟁 10's 미국]으로 넘어가 오늘날 미국-중국 간 무역분쟁을 이해합시다.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joohyeon.com/27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http://joohyeon.com/277 [본문으로]
  3. to make the international trading system work, all must abide by the rules. All must work to guarantee open markets. Above all else, free trade is, by definition, fair trade. [본문으로]
  4. When domestic markets are closed to the exports of others, it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subsidize their manufacturers and farmers so that they can dump goods in other markets, it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permit counterfeiting or copying of American products, it is stealing our future, and it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assist their exporters in ways that violate international laws, then the playing field is no longer level, and there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subsidize industries for commercial advantage and underwrite costs, placing an unfair burden on competitors, that is not free trade. [본문으로]
  5. we will take all the action that is necessary to pursue our rights and interests in international commerce under our laws and the GATT to see that other nations live up to their obligations and their trade agreements with us. I believe that if trade is not fair for all, then trade is free in name only. I will not stand by and watch American businesses fail because of unfair trading practices abroad. I will not stand by and watch American workers lose their jobs because other nations do not play by the rules. [본문으로]
  6.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7. ''the strategy of technological diffusion and limited market access, implied in the TI story . . . enabled Japanese firms roughly to mimic technological developments in the United States.'' 폴 크루그먼이 편집한 '전략적 무역 정책과 신국제경제학'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8.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9. [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http://joohyeon.com/259 [본문으로]
  10. It was at this juncture in the fall of 1981 that representatives of the U.S. semiconductor industry began making regular trips to Washington. They asked not for protection but for an end to the Japanese dumping, for the same opportunity to sell in Japan as the Japanese had in the United States, and for an end to Japanese copying of new chip designs.- 출처 : Irwin, 1996 재인용 [본문으로]
  11.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12.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http://joohyeon.com/258 [본문으로]
  1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14. demands for protection and support by high technology producers have intensified as their competitive position in world markets has weakened. [본문으로]
  15. The special features of high-technology producers make their growing demands for strategic trade approaches understandable. 32 As just noted, such producers are often characterized by large economies of scale and steep learning curves. Under these circumstances, access to foreign markets and the behavior of foreign firms and governments can directly affect the profitability of domestic producers. In industries in which the U.S. market is open and large foreign markets are closed, foreign competitors may be able to achieve more efficient scale and learning advantages as a result of increased volume in domestic and overseas markets, while domestic competitors are squeezed into a portion of the domestic market. [본문으로]
  16.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http://joohyeon.com/277 [본문으로]
  17. In reality, the world of inter national trade is not a world of free trade. Governments control or manage trade in various ways. [본문으로]
  18. For informed policy making, the real choices are not choices between pure free trade and protection-which most economists incorrectly equate with managed trade-but choices about the appropriate combination of liberalization and government intervention that will improve national economic welfare and sustain a more open, international trading system over time. [본문으로]
  19. greater coordination and standardization of behavior in specific industries [본문으로]
  20.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2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2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23. The answers I will suggest are not encouraging. Most criteria for targeting suggested by the advocates of industrial policy are poorly thought out and would lead to counterproductive policies. While there are more sophisticated criteria suggested by economic theory, we do not know enough to turn the theoretical models into policy prescriptions. [본문으로]
  24. What does formal economic theory have to say? In textbook economic models, the fact that some industries are inputs into other industries is not in and of itself a source of market failure. In the absence of other distorting factors, the market will in theory produce exactly the appropriate amount of investment in linkage industries. [본문으로]
  25. The fact that an industry provides inputs into other industries does not in and of itself mean that markets underinvest in that industry. There may be market failures which do make it desirable to promote a linkage industry, but the fact that an industry provides inputs to the rest of the economy gives us no help in deciding whether or not it should be targeted. [본문으로]
  26. Unfortunately, knowing that an industry will or might become competitive tells us nothing about whether it should be promoted. [본문으로]
  27.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joohyeon.com/272 [본문으로]
  28.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29.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joohyeon.com/274 [본문으로]
  30.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joohyeon.com/263 [본문으로]
  1. 안녕하세요
    항상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읽다가 궁금증이 생겨서 질문드립니다.

    본문 중에 자본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에 더 투자를 하면 실업이 증가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생산함수의 한계생산체감을 제외하면)
    이게 자본집약적인 산업에 “투자”를 하여 자본이 증가하는 대신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물건을 수입 하니까...

    그만큼 산업 간 이동이 힘든 노동인구의 실업 때문에 국내 실업률이 증가한다는 맥락에서 말씀하신건가요?? 헥셔 올린 모형 처럼요
    • 2019.01.14 15:19 신고 [Edit/Del]
      안녕하세요
      그저 러프하게 자본집약산업이 더 커지니 고용이 줄어든다는 의미이지, 헥셔올린 모형처럼 산업간 무역을 염두에 두고 말한건 아니에요
  2. 신공공관리론
    크루그먼 이분 참 재미있죠 1992년에는 부의 불평등은 Mobility가 있으면 상관없다
    1997년에는 'Self-organizing economy' 하이에크의 'Spontaneous Order' 흡사한 책을 냈고
    님께서 예전에 글 올리셨지만 '신무역이론'도 신자유주의자들보다도 더 나아간 혁신이였죠
    완전히 주류경제학의 중심에 있었던 분이 노벨상을 타시더만 정치 코멘터로 변했죠
    최근에 오카시오 코르테즈 의원의 70% 최고세율을 지지하는듯한 글도 올리고 참...

  3. 신공공관리론
    열공하시는 주현님을 위해서 논문하나 보내드립니다
    그 유명한 아기온 교수와 무려 앵거스 디턴님이 같이 쓰신 논문입니다
    'Creative Destruction and Subjective Well-Being'
    https://halshs.archives-ouvertes.fr/halshs-01496948
    정말 흥미롭더군요 'Job Turnover rate'와 주관적 삶의 질의 관계 (회귀분석)
    한국도 노동시장을 미국처럼 유연화해서 사람들의 선택이 다양해져야 할텐데요
    평생 한 직장이 미덕이고 노동자 보호라는 동아시아적 관점을 완전히 뒤집는 논문이죠
  4. 크루그먼오류
    크루그먼 이사람 인터넷이 팩스보다 영향없을거라고한 케인지언...
  5. 크루그먼오류
    그린스펀한테 닷컴버블 꺼지니까 부동산버블 일으켜야 경제산다고 했죠 별로인 인물 같네요 저사람말고도 훌륭한 경제학자는 차고 넘칩니다 특히 노벨상 싹쓸이하는 시카고에 레전드 많죠
    • 2019.02.01 10:40 신고 [Edit/Del]
      크루그먼이 (특히나 요즘) 이 분야 저 분야 가리지 않고 말이 많아서 비판받을 지점이 상당하지만, 국제무역 분야에 대해서 특히 1980년대에 행한 발언들은 무시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죠.
    • 2019.02.01 10:42 신고 [Edit/Del]
      국제무역을 논하는 글에 다른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왜 찾는지 모르겠네요.

      아, 노파심에 말하자면, "크루그먼보다 뛰어난 경제학자는 없다!" 라는 말을 제가 하는건 아닙니다. 다른 분야로 넘어가면 훨씬 뛰어난 학자분들 많죠
    • 크루그먼오류
      2019.02.02 11:29 [Edit/Del]
      아 주현님 죄송합니다 그런 뜻은 아니였습니다 역시나 다 맞는 말씀 하시네요 네 국제무역에서는 정말 천재죠 신무역이론 처음 공부할때 전율을 느꼈죠
  6. 뮤츄
    다방면에 공부 많이 하시는게 느껴지는데 이런 큰 주제들의 맥락을 찾을때 어떻게 하시나요?
    • 2019.02.01 10:39 신고 [Edit/Del]
      어... 대부분 예전부터 관심 있었던 주제들이라, 이런저런 글들을 많이 읽고 큰 줄기를 잡죠. 많은 글을 읽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네요.
  7. Dh
    경제에 관심있는 학생인데 이 블로그 글들이 너무 유익하고 좋네요.
  8. 블로그 글 무역전쟁 시리즈 6시간 달려왔습니다.

    학생으로써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다음 글이 기대가 됩니다.
  9. ㅇㅇ
    케인지언 시대 (1950-1979) 미국과 영국의 경쟁력은 매우 악화됬군요
    미국 영국 제조업 내리막의 시작을 1950년대라고 밝혀낸 논문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치솓고 이러니 레이건(안티 케인지언, 신자유주의자) 등장했죠
    근데 크루그먼 저 사람은 다시 케인지언 시대로 돌아가자니 이건 무슨
  10. ㅇㅅㅇ
    안녕하세요, 지나가던 경제학과 4학년 학생입니다.

    경제학적 지식과 풀어내시는 수준이 수석 이코노미스트 정도 되시는거 같은데, 궁금증이 몇 가지 생겨 글을 남깁니다.

    1. 학사가 맞으신가요? 경제학적 지식과 풀어내는 수준이 유명 교수,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필적하는 거 같아서요.

    2. 이러한 좋은 글들을 쓰게 된 계기와 학부 졸업 전부터 이런 수준의 글을 쓰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3. 많은 글들을 혼자 읽고 정리를 하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 2019.06.07 14:42 신고 [Edit/Del]
      1. 학부생때부터 운영해왔고 지금은 석사 졸예 입니다~

      2. 학부생때부터 경제학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싶어했네요. 계기는.. 여기서 말하기가 ㅎㅎ

      3. 노하우라기 보다는... 취미생활 처럼 하면 방법이 축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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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Posted at 2019.01.10 00:01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문제는 일본시장의 폐쇄성(closed market)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 · 생산성 둔화 · 무역적자 심화 등 거시경제 환경 악화[각주:1] 미국민들에게 국가경쟁력 상실의 우려를 안겨주었습니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마틴 펠드스타인 등 경제학자들 "무역적자는 경쟁력 상실이 아닌 자본흐름 변화 때문이다.[각주:2] 또한 절대적 생산성이 둔화되더라도 여전히 비교우위에 의한 교역은 가능하다" 라고 말하였으나, 미국 기업들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세계시장 속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미국기업들은 "외국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각주:3]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은 대규모 고정투자가 필요하며, 생산량이 많은 기업만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결국 개별 국가 내에서 독점 혹은 과점 형태로 기업이 자리잡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소수의 기업만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과거와 달라진 시장구조는 "외국정부의 자국기업 보호지원 정책이 미국기업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안겨다 줄 수 있다"[각주:4] 라는 새로운 통찰을 탄생시켰고, "외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을 시정케하거나 미국정부도 자국기업을 돕는 산업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보호주의 무역정책 요구가 미국 내에서 커졌습니다 



미국기업이 문제 삼았던 외국은 바로 '일본'(Japan) 이었고, 이들의 '닫혀있는 시장'(Closed Market)이 불만을 자아냈습니다.


1980년 미국 GDP 대비 무역적자 비중은 0.7% 였으나, 1985년 2.8%, 1987년 3.1%로 대폭 증가하였는데, 이 중에서 대일본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까이에 달했습니다.  


특히 대일본 무역적자의 상당수를 제조업 상품(Manufactured Goods) 교역이 초래하였고, 미국기업들은 일본의 공식적 · 비공식적 무역장벽들로 인해 일본시장에서 낮은 점유율을 기록할 수 밖에 없다고 인식했습니다. 실제로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본의 제조업 상품 수입 비중은 1967-1990년동안 전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들(intangible barriers) 입니다. 


분명 일본은 일찍부터 GATT에 가입한 상태였고 관세도 차츰차츰 인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재무성(MOF) 및 통상산업성(MITI)의 지도 아래 시행되는 여러 차별적 규제들(administrative guidance) · 여러 기업이 뭉쳐 하나의 기업집단처럼 행세하는 계열체제(Keiretsu) 등 일본 특유의 경제시스템은 외국상품 판매를 가로막았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1980년대 미국 내에서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킬 수 있는 무역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단순히 관세인하 등 무역 규칙(rules)을 변경하는 것으로는 비공식적 장벽을 허물 수 없기 때문에, 수입물량 · 무역수지 등 지표의 목표값을 정해놓고 이를 강제해야 한다(quantitative targets)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른바, '규칙 보다는 결과'(Results rather than Rules) 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 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자유무역 원리를 고수하는 학자들은 이런 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고, 근본적으로 일본 시장은 닫혀있지 않다는 인식도 존재했습니다. 다른 한편, 일본시장 폐쇄성이 문제이긴 하지만 전체 무역수지 등 총집계지표(aggregate)를 대상으로 하는 건 부적절 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성과(outcome)를 내는 무역정책을 찬성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한다는 학자들도 있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정말 일본시장이 폐쇄적인지 · 일본시장 개방을 위해 필요한 무역정책을 두고 어떠한 논쟁이 펼쳐졌는지를 알아봅시다.




※ 일본시장은 정말 폐쇄적인가? 


  • Robert Z. Lawrence, 1987, <일본 내 수입: 닫혀있는 시장 혹은 닫혀있는 마음?>(<Imports in Japan: Closed Markets or Minds?>) 
  • 비슷한 무역흑자국인 독일과 비교해봤을 때, 일본의 제조업 상품 수입은 현저히 적다


일본시장의 폐쇄성을 논할 때 주로 이용되는 근거는 '극도로 낮은 제조업 상품 수입 비중' 입니다. 


1986년 기준, 일본과 독일 모두 제조업 상품 수출로 GDP 대비 10% 가량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독일은 수입비중이 14%를 기록하며 비교적 수입 또한 많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수출비중(10.4%)에 비해 수입비중(2.2%)이 현저히 낮았고, 독일의 수입비중과 비교해보아도 극도로 낮은 값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선진산업국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일본의 지리적 위치상 수입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라거나 일본의 부존자원 특징상 1차상품 교역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제조업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일본시장이 폐쇄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 경제학자는 구체적인 근거를 들며, 일본시장이 실제로 외국기업에 배타적임을 보였습니다. 바로, 로버트 Z. 로런스 입니다.


  • 로버트 Z. 로런스 (Robert Z. Lawrence)

  • 1987년 연구보고서 <일본 내 수입: 닫혀있는 시장 혹은 닫혀있는 마음?>

  • 1991년 연구보고서 <일본은 얼마나 개방되어 있나?> In 『일본과의 무역: 문이 더 넓어졌나?』


경제학자 로버트 Z. 로런스 (Robert Z. Lawrence)"'여러 기업이 모여 하나의 기업집단처럼 행세하는 케이레츠 (Keiretsu) · 일본기업간 오랜 기간에 걸친 협력과 거래 (long-term relationships) · 종합상사회사가 중심이 된 유통시스템 (general trading companies) 등의 일본 특유의 경제시스템이 외국산 상품 판매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로런스가 말하는 논리를 하나하나 따라가 봅시다.


▶ 일본의 기업내 무역 패턴 (Intra-Firm Trade Patterns)


로버트 Z. 로런스가 주목하는 것은 '기업내 무역 패턴'(Intra-Firm Trade Patterns) 입니다. 


기업이 상품을 수출(수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수출대상국에 위치한 외국기업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것(수입대상국에 위치한 외국기업으로부터 물건을 구매하는 것), 둘째는 자국에 위치한 모회사가 수출대상국에 설립된 자회사에 물건을 넘긴 이후 판매하는 것(수입대상국에 설립된 자회사가 물건을 구매하여 자국에 위치한 모회사에 넘기는 것) 입니다.


기업이 외국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다국적기업 형태를 갖추는 주된 이유는 해외에 판매망을 직접 설치하여 상품 정보를 직접 전달하고 소비자로부터 피드백을 즉각 받기 위함 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외국 딜러에게 물건을 건넬 수도 있지만, 미국 및 유럽 등에 직접 판매점을 설치함으로써 소비자와 직접 접촉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다국적기업은 자국에 생산거점을 두고 해외에는 판매 전문 자회사를 설치하는 downstream 구조를 보입니다. 


이러한 다국적기업 형태가 많아질 경우 독특한 무역패턴이 나타납니다. 당연히 동일한 기업내 교역 비중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기업의 국적은 대부분 수출을 행하는 나라에 속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을 한다고 했을 때, 한국의 모회사로부터 미국에 위치한 자회사로 물건을 수출하는 교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테지, 미국기업이 한국에 설립해놓은 자회사로부터 미국 모회사로 물건을 옮기는 비중은 비교적 적을겁니다. 완성품 수출은 한국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다국적기업이 upstream 형태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upstream이란 해외에서 원자재 등을 가져와 자국에서 생산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기업들은 중동에 설립한 자회사로부터 석유 등을 수입해온 뒤, 한국에서 이를 정제한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이 경우 앞서와는 다른 무역패턴이 나타납니다. 동일한 기업내 교역비중이 증가하는 건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이때 기업이 국적은 대부분 수출을 행하는 나라가 아닌 수입을 행하는 나라에 속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동이 한국으로 석유를 수출하는 것이지만, 이는 다르게 보면 한국이 중동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해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 모회사가 중동에 설립한 자회사로부터 석유를 들여오는 비중이 높을테지, 중동 모회사가 한국에 설립해놓은 자회사로 석유를 건네는 비중은 적을 겁니다. 원자재 수입은 한국 기업들이 하는 것입니다. 



  • 1986년 기업내 교역 비중 (%)
  • 1991년 연구보고서 <일본은 얼마나 개방되어 있나?> In 『일본과의 무역: 문이 더 넓어졌나?』


로버트 Z. 로런스는 "미국의 교역을 살펴보면, 일본과의 거래에서 유독 기업내 거래 비중이 높으며, 미국이 수출을 할 때(=일본이 수입을 할 때) 일본기업 내 거래가 더 많다"고 말합니다. 


이는 위의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유럽 수출(=유럽의 대미국 수입)에서 기업내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8%, 미국의 대유럽 수입(=유럽의 대미국 수출)은 42% 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대일본 수출(=일본의 대미국 수입)은 72%, 미국의 대일본 수입(=일본의 대미국 수출)은 75%에 달합니다.


또한,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을 할 때 다르게 말해 일본이 미국으로 수출을 할 때, 일본 모회사가 미국에 위치한 자회사로 물건을 건네는 비중이 전체 기업내 교역 중 66.1%에 달합니다. 미국기업이 일본에 설립해놓은 자회사로부터 본국에 위치한 모회사로 물건을 건네받는 비중은 8.9%에 불과합니다. 이는 일본기업이 자국에서 상품을 생산한 뒤 미국에 위치한 자회사 판매망에 넘기는 downstream 형태임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미국이 일본으로 수출을 할 때에 있습니다.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을 만드는 미국 제조업체가 일본으로 상품을 판매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기업 내 거래가 많아야 합니다. 그런데 수치를 살펴보면, 미국기업 내 거래는 13.6%에 불과하고, 일본기업 내 거래가 58.4%에 달합니다


혹자는 "미국이 일본으로 수출을 한다는 건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해온다는 것이고, 일본 기업이 미국으로부터 원자재 등을 많이 수입해오기 때문에(=upstream) 일본 국적 기업의 거래가 많은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로버트 Z. 로런스는 제조업 상품만을 놓고 봤을 때도 일본 기업내 거래가 많고 말합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일본 특유의 유통시스템' 입니다.


일본의 수입 상당수는 종합상사회사(General Trading Company)가 수행합니다. 이들은 해외에서 원자재 뿐 아니라 다양한 제조업 상품을 구매한 뒤 일본에 위치한 모회사 혹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long-term relationship)에게 넘깁니다. 그리고 단순한 중개회사 역할을 맡는 게 아니라 서비스 ·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 · 금융 · 유통 등 다양한 행위를 합니다.


게다가 일본 종합상사회사들은 일본 내 유통시스템에 깊숙히 들어가 있습니다. 이들은 일본내 유통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상품을 효율적으로 배분케 합니다. 또한, 동일한 집단에 속해있는 기업들 즉 케이레츠(Keiretsu)들과 밀접한 거래관계를 맺으면서 상품을 유통시킵니다.


이러한 종합상사 및 케이레츠들의 행동은 일본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키웠습니다. 종합상사와 거래관계가 없거나 케이레츠에 끼어들지 못한 외국기업들은 일본에 물건을 판매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분명 일본은 관세를 점차 인하하여 눈에 보이는 무역장벽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미국 기업의 일본시장 진출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일본 수출에서 미국기업내 거래가 아닌 일본기업내 거래가 많다는 사실이 이를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 일본내 높은 수입 제조상품 가격


일본시장 폐쇄성은 '가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일본시장이 미국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열려있다면, 일본 내 상품 가격과 미국 내 상품 가격은 거래비용을 제외하고는 대동소이 할겁니다. 반대로 일본시장이 닫혀있다면, 일본 기업들은 보호 속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겁니다.


로버트 Z. 로런스는 "일본 내 상품가격이 다른 국가보다 매우 높다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PPP를 이용한 상품가격 비교시, 일본의 소비재 · 생산재 가격은 미국보다 25% 유럽보다 42% 비싸다고 지적합니다. 


  • 일본과 다른 국가들의 제조업 이익률 및 자기자본이익률 비교 

  • 1991년 연구보고서 <일본은 얼마나 개방되어 있나?> In 『일본과의 무역: 문이 더 넓어졌나?』


    또한, 일본 제조업자들은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익률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일본으로 수입된 상품에 대해서는 일본기업 상품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로런스는 "만약 일본 수입업자들이 시장지배력을 통해 초과이윤을 누리고 있다면, 일본의 유통시스템은 마치 '사적으로 설정된 관세'(privately administered set of tariff)처럼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라고 지적합니다.


    ▶ 관세 인하 요구로 일본시장을 개방할 수 없다


    이 시기 자유무역은 '관세장벽 철폐'(removing tariff barriers)를 의미했습니다. 당시 세계무역시스템 이었던 GATT는 말그대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살펴본 일본의 무역장벽은 관세인하 요구로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공식적인 관세율은 매우 낮더라도, 일본 특유의 경제시스템이 사실상 수입상품 가격을 높이거나 아예 시장진입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하여, 단순히 "자유무역 규칙(rules)을 준수하라"는 식의 요구를 하기보다, 수입물량 · 무역수지 등 지표의 목표값을 정해놓고 이를 강제해야 한다(quantitative targets)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른바, '규칙 보다는 결과'(Results rather than Rules) 입니다. 




    ※ 결과지향적 관리무역의 필요성


    • MIT 대학 경제학자 Rudiger Dornbusch (1942-2002)


    경제학자 루디 돈부쉬(Rudiger Dornbusch)는 수입물량 · 무역수지 등 지표의 목표값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대표적인 인물 입니다. 그의 주장은 1990년 출판된 『미국의 무역 전략: 1990년대를 위한 옵션』(『An American Trade Strategy: Options for 1990s』) 중 한 챕터로 실렸습니다.


    돈부쉬는 "GATT 체제는 상당한 보호를 받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문을 여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각주:5] 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GATT 체제의 대표적인 실패는 여전한 일본시장의 페쇄성이다"[각주:6]라고 말합니다. 앞서 소개한 로런스의 주장처럼, "(관세를 줄여나갔음에도) 일본은 서로 다른 종류의 여러막의 보호막이 감싸고 있는 양파와 같다"[각주:7]는 것이었죠.


    그렇다면 돈부쉬는 일본시장의 개방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한다고 주장했을까요?


    돈부쉬는 미국정부가 일본을 향해 공세적인 요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일본의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 증가율을 타겟으로 맞춰야 한다"[각주:8]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증가율 수치를 제시하는데, "일본의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 증가율은 다음 10년간 연간 15%씩 증가해야 한다"[각주:9]고 말합니다. 이어서 그는 일본정부에게 이를 강제할 수단도 제시합니다. 만약 일본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일본의 미국시장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돈부쉬의 주장은 '결과지향적 조치(results-oriented)를 추구하는 관리무역'(managed trade)'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관리무역이란 정부가 교역에 직·간접적으로 간섭하고 관리하는 무역체제를 의미하는데, 특히나 그의 주장은 단순한 규칙(rules) 준수를 일본에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확한 결과(results)를 내놓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었습니다.




    ※ 일본에게 구체적인 결과를 강제하는 무역정책이 타당한가


    일본에게 구체적인 성과를 강제하자는 주장에 대해 경제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기본적인 자유무역 원리를 고수하는 학자들은 물론이고, 현재 일본과의 무역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 일본의 무역개방도를 '결과'로 판단하는 것은 일종의 수출보호주의 (export protectionism)


    • 국제무역이론의 대가, 자그디쉬 바그와티 (Jagdish Bhagwati)

    • 그는 상대방이 어떤 무역정책을 취하든 상관없이 자유무역 정책을 고수하는 '일방주의'를 주장했다


    국제무역이론의 대가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는 더글라스 어윈과 공저한 1987년 논문 <오늘날 미국 무역정책에 상호주의자들의 귀환>(<The Return of the Reciprocitarians U.S Trade Policy Today>)를 통해, "일본의 무역개방도를 '결과'로 판단하는 것은 일종의 수출보호주의(export protectionism)이다" 라고 비판합니다. 


    바그와티가 보기엔 돈부쉬의 요구는 일본에게 '자발적 수입팽창'(VIE, Voluntary Import Expansion)을 요구하는 꼴이었으며, 진정 일본의 무역체제를 자유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제3국을 배제시켜 미국의 수출을 촉진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으로 바그와티는 '무역상대국이 장벽을 낮춰야만 우리도 자유무역을 하겠다는 상호주의적 발상(reciprocity)'을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는 '상대방이 어떤 무역정책을 취하든 상관없이 자유무역을 실시하는 게 옳다는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믿었으며, 상호주의가 언제든지 보호무역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바그와티의 믿음과 바람과는 달리,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은 다른 형태의 일방주의로 나타났습니다. 바로, '제재 위협을 통해 상대방의 무역장벽을 일방적으로 낮추는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 이었고, 1988년 종합무역법 슈퍼301조가 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 마지막 글을 통해, 일방주의 · 상호주의 · 공격적 일방주의를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겁니다.


    ▶ 양자적 혹은 일방적 해결방식이 타당한가 → 다자주의 틀 안에서 해결해야


    로버트 Z. 로런스는 현재 GATT체제에 문제가 있으며, 일본시장이 닫혀있다는 문제인식은 돈부쉬와 공유하였으나, 구체적인 해결방법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로런스는, 일본이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증가율 20% 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상산업성(MITI)과 같은 일본 관료체계가 일본기업들에게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을 강제해야 하는데, 이것은 진정한 시장개방이 아니라 일본 관료가 이끄는 '일본 주식회사'(Japan, Inc)를 더 확대하는 꼴이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경우, 수입물량은 증가하겠지만, 일본경제의 폐쇄적인 시스템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미국이 일본에 강제하는 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원치 않았습니다. 로런스는 GATT 체제가 문제점은 있으나, 미국-일본 쌍방 간이 아닌 다자주의 무역시스템(multilateral trade system) 틀 안에서 무역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GATT의 문제점을 인지하면서 여전히 다자주의 무역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여긴 사람들의 힘으로 GATT는 1995년 WTO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WTO는 GATT가 다루지 못한 비관세장벽 · 서비스부문 · 지적재산권 등도 포괄적으로 다루었고, 무역분쟁해결절차를 마련하여 공격적 일방주의가 발생하지 않게끔 주의를 했습니다. 


    이것 또한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 마지막 글을 통해 살펴볼 겁니다.


    ▶ 전반적인 제조업 상품을 타겟으로 삼는 게 타당한가 → 부문별 세심한 접근 필요


    • 1980년대, 전략적 무역 정책 실시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로라 D. 타이슨 (Laura D. Tyson)


    로라 D. 타이슨(Laura D. Tyson)은 자유무역 체제의 한계를 강하게 비판하고 전략적 무역 정책의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1980년대 미국 내 무역논쟁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물입니다. 


    녀는 일본의 불공정한 무역관행(unfair trade practices)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믿은 면에서 돈부쉬와 닮았으나, 전반적인 제조업 상품을 타겟으로 삼는 해결책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타이슨은 최첨단산업(High-Tech) 내 일본의 무역행태를 문제 삼았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 전자 · 의약품 등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산업별 접근(sectoral approach)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정부에 의한 개입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규칙(rules)을 수립하는 게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돈부쉬가 요구한 수량적 타겟은 지양해야 하며, 필요하더라도 후순위로 밀려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 단순한 '자유무역 vs 보호무역' 논쟁이 아니다


    이처럼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자유무역 vs 보호무역' 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순수한 자유무역 원리를 고수했던 학자들이 없던 건 아니지만, 이들은 100% 자유무역을 믿은 게 아니라 자칫 시대 분위기에 휩쓸려 미국이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채택할 것을 염려한 노파심이 더 컸습니다.


    또한, 당시 미국이 처한 무역환경에 대해 문제로 인식하는 정도도 학자들마다 달랐으며, 동일한 문제인식을 공유했더라도 해결방법에 있어서는 또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습니다. 이번글에 나온 로런스와 돈부쉬가 이를 보여주며, 또 돈부쉬와 타이슨 간 서로 다른 해결책도 이를 보여줍니다. 


    1980년대 국제무역논쟁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또 다른 사례는, 로라 D. 타이슨의 전략적 무역 정책 실시 주장에 대하여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각주:10]을 이론으로 창안해 낸 경제학자들이 극렬하게 반대했다는 점입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전략적 무역 정책 실시'를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joohyeon.com/27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joohyeon.com/274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5. The GATT also does little to open up heavily protected developing countries. ... The liberal system has not only failed to check marginal protectionismand to open up LDCs, it has also failed in one of its chief assignments: avoidance of discrimination in international trade [본문으로]
    6. Perhaps the most striking failure of the GATT system is the continuing closedness of the Japanese market [본문으로]
    7. Japan seems to be somewhat of an onion with multiple layers of protection of one kind or another. [본문으로]
    8. A target should be set for growth rates of Japanese imports of U.S. manufactures [본문으로]
    9. Japanese manufactures imports from the United States should grow at an average (inflation-adjusted) rate of 15 percent a year during the next decade.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1. 신공공관리론
      자유 시장, 자율 경쟁을 택하는 나라는 번영한다는거 거의 예외가 없죠
      일본이 80년대까지 그렇게 잘나가다 고꾸라진 대표적인 원인을
      많은 이들이 세계화 속에서 그 독특한 관료적 규제문화, 폐쇄성을 꼽죠
      아놀드 하버거 교수는 월마트와 같은 '창조적 파괴'가 내수시장에서 안 일어났다는군요
      일본이 90년대 개방이 아닌 폐쇄의 길을 택한게 뼈 아팠다고 봅니다 (다큐 커맨딩 하이츠 참조)
    2. 좋은 내용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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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Posted at 2019.01.06 23:17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달라진 시장구조에서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 정책은 타당한가


    1980년대 초중반,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논쟁은 "오늘날 시장구조에서 자유무역이 최선의 정책일까?"에 대한 물음과 답변의 연속입니다. 


    당시 미국이 직면했던 거시경제 환경[각주:1], 세계 GDP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감소 · 생산성 둔화 · 무역적자 심화 그리고 일본의 부상은 보호주의 압력을 키웠습니다. 


    이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반응은 전통 경제학의 설명을 따랐습니다.[각주:2] 재정적자로 인한 총저축 감소가 실질 금리를 인상시켜 자본유입 · 강달러 · 무역적자를 차례로 초래했다는 논리 입니다. 그리고 무역적자를 국가경쟁력 상실의 징표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무역수지는 총저축과 총투자가 결정하는 기초적인 회계등식의 결과물일 뿐인데다가, 통화가치 및 임금 하락을 통해 본래의 비교우위를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 기업 경영자들이 보기엔 경제학자들의 설명은 현실을 모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각주:3]에 불과했습니다.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뺏기면 다시 되찾기 힘든데, 본래의 비교우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설명은 책에서만 타당합니다. 경영자가 직면한 국제무역 환경은 비교우위가 아닌 경쟁력(competitiveness)이 지배하는 곳 입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경영가의 관점을 수용[각주:4]하여 '한번 획득한 비교우위가 자체 강화되는 모형'을 제시하였습니다. 생산의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가 존재할 경우, 과거부터 누적된 생산량 즉 생산을 통해 축적해온 경험과 지식이 현재의 생산성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한번 시장을 내준다면 차이는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 독점 및 과점의 불완전경쟁 시장(imperfect competitive market)

    ▶ 동일한상품이 서로 교환되는 산업내무역(intra-industry trade or two-way trade)


    그럼에도 여전히 기존 국제무역이론은 변화한 시장구조와 무역패턴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리카도[각주:5] 및 헥셔-올린[각주:6]의 비교우위론은 무수히 많은 생산자가 존재하는 완전경쟁시장(perfect competitive market)을 기반으로, 개별 국가들이 서로 다른 산업에 특화한 후 상품을 교환하는 산업간무역(inter-industry trade)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1970-80년대 시장구조와 무역패턴은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이 만들어진 시기의 것과는 달랐습니다.


    규모의 경제와 외부성이 초래한 불완전 경쟁시장 ,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제시장에 소수의 기업만 존재하는 독점 혹은 과점 (monopoly or oligopoly) 형태를 띄는 산업이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개별 국가들이 동일한 상품을 서로 교환하는 산업내무역이 활발해 졌습니다.


    미국과 일본 간 무역분쟁을 낳은 산업은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이었습니다. 이들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고정투자가 필요하며, 생산량이 많은 기업만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결국 개별 국가 내에서 독점 혹은 과점 형태로 기업이 자리잡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소수의 기업만이 존재합니다.


    과거에는 '선진국은 제조업 · 개발도상국은 1차 산업'에 각각 특화하여 산업간무역 패턴을 보였던 것과 달리, 1970-80년대에는 개별 국가들이 동일한 제조업에 특화한 후 서로의 상품을 교환하는 산업내무역 패턴이 일반화 되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를 일본에 수출하는 동시에 일본도 미국에 반도체를 수출합니다.


    이때 독과점 시장구조와 산업내무역 증대는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시장개방 이전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독점 혹은 과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이 개방되자 기업들은 생각합니다. "외국에도 물건을 팔면 이익이 늘어나지 않을까?". 외국 수출을 통한 시장확대는 생산량 증가를 통해 규모의 이익을 키웁니다. 그리고 이미 포화상태인 자국을 벗어나 외국에 상품을 파는 건 한계수입이 더 큽니다. 


    따라서, 개별 국가 내의 독과점 기업들은 이윤 증대를 위해 외국 시장으로 침투하고(business stealing), 그 결과 국적이 다른 기업이 만든 동일한 상품이 국경을 넘어 교환되는 산업내무역 패턴이 형성되게 됩니다. 


    (사족 : 산업내무역 발생 이유로 상품다양성 이익를 꼽는 폴 크루그먼의 설명[각주:7]과는 다른 원인)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키는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이렇게 달라진 시장구조와 무역패턴은 '정부가 개입하여 자국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적극적 무역정책'의 정당성을 키웠습니다. 


    특히 세계시장에 소수의 기업만 존재하는 과점경쟁 구도(oligopoly)에서 '무역정책으로 자국·외국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킴으로써(alter a strategic choice), 자국기업의 초과이윤(rent)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주 : 여기서 전략이란 '상호의존성에 기반을 둔 선택'을 의미합니다. 생산자가 이윤극대화를 위한 결정을 할 때, 다른 생산자의 결정도 고려한다는 의미 입니다.)


    이른바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입니다. 


    • 첫번째, 두번째 : 제임스 브랜더 (James A. Brander), 바바라 스펜서 (Barbara Spencer)

    • 세번째, 네번째 :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 엘하난 헬프만 (Elhanan Helpman)

    • 아래 왼쪽 : 크루그먼이 편집한 1986년 단행본 <전략적 무역정책과 신국제경제학>

    • 아래 오른쪽 : 헬프만과 크루그먼이 편집한 1989년 단행본 <무역정책과 시장구조>


    1980년대 초중반, 전략적 무역 정책 발전을 이끈 주요 경제학자는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 · 폴 크루그먼 · 엘하난 헬프만 등이었습니다. 


    특히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1년 논문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Tariffs and the Extraction of Foreign Monopoly Rents under Potential Entry>),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International R&D Rivalry and Industrial Strategy>),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Export Subsidies and International Market Share Rivalry>) 등을 통해 전략적 무역 정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과점시장 속 전략적 무역정책은 자국 및 외국 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켜 이로운 결과를 불러옵니다. 그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보호와 자국시장 효과(Protection and Home Market Effects) 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독과점 수확체증 산업(increasing return)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산량이 필수적 입니다. 자국 정부의 보호 아래 국내시장에서 생산량을 증가시키면, 이를 발판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무역정책 성공의 관건은 '자국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끔,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하면 동종산업 외국기업의 전략을 변경시킬 수 있고, 그 결과 수입보호는 수출진흥의 효과를 불러오게 됩니다.


    이러한 효과를 알고, 과거 일본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 규모의 경제를 가지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했습니다. 


    둘째, 이윤을 자국기업으로 이동시키는 보조금(Profit-Shifting Subsidies) 입니다. 


    장기적으로 이윤이 0이 되는 완전경쟁시장과는 달리 완전경쟁인 독과점 시장에서는 초과이윤(rent)이 생깁니다. 이때 보조금을 통해 자국기업을 지원하면 외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자국기업에게 이동시키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무역정책 성공은 간건은 '자국기업의 변경된 행위가 외국기업에게 신빙성 있는 위협이 되느냐'(credible threat)에 달려있습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하면 자국기업의 변경된 전략이 외국기업에게 신빙성 있게 인식하게끔 만들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미국 등 선진국은 자국기업의 R&D 투자를 정부가 보조함으로써 신빙성 있는 위협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논리는 자국기업을 단순히 보호 · 지원하는 전통적인 무역정책의 틀을 벗어나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전략적 행동을 변경함으로써, 외국기업의 생산량과 초과이윤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의 생산량과 초과이윤을 늘리는 특징(increase a country's share of rent in a way that raises national income at other countries' expense)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독점 및 과점 등 불완전경쟁 시장 하에서의 전략적 무역정책이 어떻게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켜 자국기업을 돕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 (이론) 완전경쟁 시장과 불완전경쟁 시장은 어떻게 다른가?


    전략적 무역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과점 시장구조에 관한 기본적인 경제학이론이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내용 파악에 앞서 이론 학습을 먼저 합시다. 첨부한 수식이 이해가 어려우신 분들은 글만 읽어 내려가시면 됩니다 !!!


    ▶ 초과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불완전경쟁 시장 (excess return / rent)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ve)이란 다수의 생산자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며,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상태를 말합니다. 반면, 독점 · 과점 등 불완전경쟁(imperfect competitive)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수의 생산자만 존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완전경쟁 시장과 불완전경쟁 시장에서 주목해야 하는 차이는 '초과이윤이 존재하느냐(excess return)' 입니다[각주:8]. 완전경쟁 시장 속 생산자는 장기적으로 0의 이윤을 가지는 반면, 독과점 생산자는 양(+)의 이윤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생산자들의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완전경쟁 시장은 생산자들의 진입 · 퇴출이 자유롭습니다.


    현재 주어진 시장 가격이 장기 평균한계비용보다 높다면(P>LMC), 양(+)의 이윤을 기대하는 생산자들이 신규 진입하게 되고, 이로 인해 늘어난 생산량이 다시 가격을 하락시켜 장기적으로 0의 이윤(P=LMC)이 됩니다. 반대로 현재 주어진 시장 가격이 장기 평균한계비용보다 낮다면(P<LMC), 음(-)의 이윤을 기록하고 있는 생산자들이 차례대로 퇴출되고, 이로 인해 줄어든 생산량이 다시 가격을 상승시켜 장기적으로 0의 이윤(P=LMC)이 됩니다.


    즉,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퇴출의 과정을 통해, 완전경쟁시장의 장기균형은 0의 이윤이 됩니다.


    반면, 불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생산자들의 진입 · 퇴출, 정확히 말하면 진입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대규모 고정비용 · 네트워크 효과와 같은 외부성 등으로 인해 아무나 진입하지 못합니다. 만약 진입을 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생산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음(-)의 이윤을 기록하기 때문에 곧바로 퇴출됩니다. 결국 이미 자리를 잡은 한 개 혹은 소수의 기업만이 시장에 존재하여 양(+)의 이윤을 누리게 됩니다.


    즉, 자유로운 진입이 불가능한 독점 · 과점 시장에서 기존 생산자들은 초과이윤(excess return) 다르게 말해 지대(rent)를 누립니다.


    ▶ 전략적 행위가 필요한 과점시장 (strategic behavior under oligopoly)


    이때 시장에 한 개의 기업만 존재하는 독점과 두 개 이상 소수의 기업만 있는 과점은 또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전략적 행위의 필요성' 입니다.


    독점 생산자는 말그대로 시장 안에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생산자를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독점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하면 됩니다. 


    이와 달리, 과점 생산자는 '다른 생산자의 선택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는 전략적 행위(strategic behavior)가 필요합니다. 


    왜 그래야만 하냐면,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치 않고 결정을 하면 이윤극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과점 시장에서 시장 전체 총생산량 증가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상대의 생산량을 고려하지 않고 독점 생산자처럼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하면, 상품의 시장가격이 크게 하락하여 이윤이 극대화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수 생산자 간에 상호 의존성이 존재하는 과점시장에서는 서로의 행동을 고려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수 사항입니다.


    ▶ 두 생산자가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cournot competition)


    과점시장 속 두 생산자는 전략적 고려를 통해 자신의 최적 생산량을 동시에 결정(simultaneous) 합니다. 동시결정은 '상대방의 선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의 결정을 해야함'을 의미합니다.


    두 생산자가 동시에 산출량을 결정하는 과점 모형, 이른바 꾸르노 경쟁(Cournot Competiton)에서 생산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이해하려면 말보다는 수식을 통한 설명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를 살펴봅시다.


    • 두 생산자가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cournot competition)


    두 생산자의 목적은 이윤극대화 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두 생산자가 선택한 산출량의 합(q1+q2)이 시장 전체 산출량(Q)이 되고 시장 가격(P)을 결정합니다. 즉, 시장가격은 시장 전체 산출량에 관한 함수 P(Q)=P(q1+q2) 입니다. 이로 인해, 각 생산자들은 자신 이외에 다른 생산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각 생산자의 산출량 결정은 다른 생산자의 산출량에 영향을 받는데, 임의의 상대방 산출량에 대하여 나에게 이윤극대화를 안겨다주는 산출량을 최적대응함수(Best Response Function)라 하며 'BR(상대방 산출량)'로 표기합니다. 상대방이 선택할 정확한 산출량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말그대로 상대방 산출량 어떤 값에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나의 산출량을 전략으로 고려하는 겁니다.


    생산자 1의 최적대응은 BR1(q2) 이며 생산자 2의 산출량 q2에 따라 달라지는데, 변수 q2는 음(-)의 계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생산자 2의 산출량이 증가할 때 생산자 1의 최적대응은 본인의 산출량을 줄이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생산자 2의 최적대응은 BR2(q1)이며, 마찬가지로 생산자 1의 산출량이 증가하면 생산자 2의 산출량은 감소해야 합니다.


    이렇게 상대방 산출량이 늘어날 때 자신의 산출량이 감소해야 하는 관계를 '전략적 대체관계'(Strategic Substitute)라고 합니다. 이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정된 시장 안에서 두 생산자가 점유율을 나눠야 하니까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 두 생산자의 최적대응함수가 교차하는 점이 각각의 이윤극대화 생산량 이다


    각 생산자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의식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본인 또한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결과적으로, 각 생산자는 서로의 최적대응을 염두에 둔 이윤극대화 산출량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 값은 두 생산자의 최적대응함수를 연립방정식으로 푼 해이며 최적대응 그래프의 교점 입니다.


    생산자 1과 2의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각각 q1* q2* 로 표기합니다. 


    q1*는 본인의 한계비용 c1과는 음(-)의 관계이며 상대의 한계비용 c2와는 양(+)의 관계 입니다. q2* 또한 본인의 한계비용 c2와는 음(-)의 관계이며 상대의 한계비용 c1과는 양(+)의 관계 입니다.


    다르게 말해, q1*는 생산자 1의 한계비용 c1이 감소하면 늘어나는 반면, 생산자 2의 c2가 감소하면 줄어듭니다. q2*는 생산자 2의 한계비용 c2가 감소하면 늘어나고, 생산자 1의 한계비용 c1이 감소하면 줄어듭니다. 


    쉽게 풀어 말하면, 자국기업의 생산성 향상(=자신의 한계비용 감소)은 외국기업의 산출량을 줄이면서 자국기업의 산출량을 증가시킵니다. 반대로 외국기업의 생산성 향상(=자신의 한계비용 감소)은 자국기업의 산출량을 위축시키면서 외국기업의 산출량을 늘립니다.


    이는 꾸르노 과점 모형에서 생산자 1 · 2가 전략적 대체 관계에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론 입니다. 


    • 생산자 1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한계비용(c1)이 감소하면, 생산자 1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하지만 생산자 2는 더 적은 양을 생산


    위의 그래프는 생산자 1의 생산성이 개선되어 한계비용 크기가 c1'로 줄어들었을 때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생산자 1의 새로운 이윤극대화 산출량 q1*는 이전보다 증가하였고, 생산자 2의 새로운 이윤극대화 산출량 q2*는 이전보다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꾸르노 경쟁모형은 과점 시장에서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자국기업이 외국기업보다 생산량을 많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한계비용 감소가 필요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 아래 생산성을 향상시켜 한계비용을 감소시키면, 외국기업의 몫을 빼앗아 자국기업의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로 이어집니다. 


    ▶ 자국기업이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 

    (stackelberg competiton)


    자국기업의 최적 생산량을 더 많이 가져가는 또 다른 방법은 '선도자'(leader)가 되어 외국기업 보다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꾸르노 모형은 두 생산자가 '상대방이 나의 영향을 받아 이런 선택을 할 것이다'라는 걸 인지하면서동시에(simultaneous)에 산출량을 결정했습니다. 반면, 스타겔버그 모형은 선도자(leader)와 추종자(follower)가 구분되고, 선도자가 먼저 산출량을 결정하는 순차적 형태(sequence)를 띄고 있습니다.


    그럼 꾸르노 모형과 스타겔버그 모형은 어떤점 때문에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바로 '정보'의 차이 입니다.


    꾸르노 모형에서 생산자들은 상대방의 산출량을 정확히 알지 못한채 자신의 최적대응을 세웠으나, 스타겔버그 모형에서 선도자는 '추종자가 선택한 산출량을 확실히 알고'있으며, '추종자가 선택할 산출량은 선도자의 전략에 의존'합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수식을 통해 명료하게 알아봅시다.


    • 선도자 생산자 1이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


    추종자인 생산2는 생산자 1이 어떤 결정을 할지 알지 못하며, 생산자 1이 선택할 임의의 산출량에 대한 최적대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생산자 2의 최적대응함수 BR2(q1)은 이전의 꾸르노 모형과 동일합니다.


    반면, 선도자인 생산자 1은 자신이 먼저 임의의 생산량 q1을 선택하면, 생산자 2가 최적대응함수 BR2(q1)에 따라 행동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생산자 1의 손바닥 위에 생산자 2가 있는 꼴입니다. 그리하여 생산자 1이 고려하는 생산자 2의 산출량은 단순히 q2가 아닌 BR2(q1)으로 구체화 됩니다. 위의 선도자 생산자 1의 이윤함수에서 임의의 q2 대신 BR2(q1)이 들어간 이유입니다.


    그 결과, 선도자 생산자 1은 추종자 생산자 2의 산출량과 이윤을 낮추면서 자신의 산출량과 이윤은 높이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스타겔버그 모형 결과는 꾸르노 모형의 결과와 비교하면 더 명확히 파악됩니다. 추종자 생산자 2의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감소하였고 이윤 또한 줄었습니다. 반면 선도자 생산자 1의 산출량은 증가하였고 이윤 또한 늘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자국기업을 선도자(leader)가 되게끔 지원하거나 정부 자체가 선도자(first player)로 행위한다면, 외국기업의 생산량과 이윤을 희생시킴과 동시에 자국기업의 생산량과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를 실행시킬 수 있는지는 이번글을 계속 읽어나가면 알 수 있습니다.


    ▶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한다는 보장이 있나? - 맹약의 개념(commitment) 


    여기까지 읽어오신 분들은 "생산자들이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한다는 보장이 있나?" 라는 물음을 던지실 수도 있습니다. 생산자 1이나 2의 최종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두 최적대응함수를 연립방정식의 해로 풀어낸 결과물인데, 생산자들이 최적대응함수를 벗어나는 결정을 한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적대응함수는 말그대로 이윤극대화를 위한 최적대응(Best Response)을 나타내고 있으며, 생산자가 이에 어긋나는 결정을 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또한 상대방이 나에게 이로운 결정을 하지 않으면, 나는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대응할거라는 협박은 '신빙성 없는 협박'(non-credible threat) 입니다. 합리적인 생산자라면 언제나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을 할 것이 확실하며, 이는 '맹약'(commitment)이 작동한다고 보면 됩니다.


    기본적인 이론을 습득하였으니, 이제 다음 파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전략적 무역 정책의 논리와 효과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보호와 자국시장 효과 (Protection and Home Market Effect)


    우리는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유치산업보호론([각주:9] · [각주:10])의 논리를 알아본 바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이 수입보호정책을 선택한 전통적인 논리는 '이미 앞서있는 선진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일시적으로 피하자' 입니다.


    전략적 무역정책은 '신유치산업보호론'으로 불리우며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때 보호효과가 나타나는 경로는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자국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국과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자국시장 보호를 통해 과점시장 속 자국 · 외국 기업의 전략적 행위를 변경시켜 자국기업을 돕는 경우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① 보호관세를 통해 외국기업의 초과이윤 탈취하고 자국기업 진입을 유도


    • 브랜더 & 스펜서, 1981,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


    기존 무역이론은 보호관세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물을 가져오는 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관세부과는 교역조건을 개선시키지만, 시장을 왜곡시켜 후생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1년 논문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Tariffs and the Extraction of Foreign Monopoly Rents under Potential Entry>)를 통해, "보호관세를 통해 외국기업의 독점이윤을 탈취하고 자국기업 진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관세를 통한 독점이윤 탈취'(the argument for using a tariff to extract rent) 이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내 생산자가 잠재적으로 진입할 가능성'(potential entry) 입니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발도상국 내에는 아직 경쟁력 있는 자국기업이 없기 때문에 외국기업 수입상품이 국내시장을 장악하여 독점이윤을 누리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정부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입니다. 이렇다할 자국기업이 없다는 점도 속 터지고, 외국기업이 초과이윤(rent)을 가져가는 것도 울분 터지게 만듭니다. 


    이런 꼴을 보고 있는 개발도상국 정부로서는 '불완전경쟁이 만들어 낸 초과이윤을 관세를 통해 뺏어가고픈 유인'(under imperfect competition a country has an incentive to extract rent from foreign exporters by using tariffs)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수입상품에 관세를 부과하자니, 수입양이 줄어들고 가격이 올라 소비자후생이 악화될 경우가 우려스럽습니다. 관세는 생산비용 증가를 유발하기 때문에, 독점 생산자는 생산량 감축을 통해 더 높은 상품가격을 설정하는 식으 맞대응 합니다. 정부는 세금을 통해 수입을 증가시키지만 소비자후생은 악화됩니다.


    이때, '자국 생산자가 잠재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불완전경쟁 하에서 관세정책 사용을 쉽게 만들어 줍니다(potential entry has an implications for tariff policy in the presence of imperfect competition).


    자국기업은 국내시장에 진입하면 시장구조는 독점에서 과점으로 변합니다. 이때 자국기업은 추종자이기 때문에, 선도자인 외국기업이 결정해놓은 생산량을 고려하여서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외국 생산자는 자국 생산자의 시장진입을 억제하는 생산량(limit output)을 설정해놓은 상황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불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산량이 필요한데, 자국기업이 최소한의 생산량을 결정할 수 없게끔, 선도자인 외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해버린 겁니다. [선도자의 이익]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관세정책을 자국에게 이롭게 만들어 줍니다.  외국기업은 차라리 개발도상국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는 편이 자국기업이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자국기업의 잠재적 진입을 막아야하는 외국기업으로서는 생산량을 감축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후생 저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관세정책은 부작용 없이 외국기업의 독점이윤을 그대로 뺏어올 수 있습니다.


    관세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어느 순간이 되면, 외국기업이 독점일 때 얻고 있는 이윤이 자국기업이 진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과점 이윤보다 적어지게 됩니다. 외국 기업은 진입억제 전략을 포기하고 맙니다. 즉, 관세정책은 자국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게끔 유도하는 것까지 성공합니다(entry-inducing tariff). 이제 시장에 진입한 자국기업은 과점 이윤을 외국기업과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그 결과, 외국기업만이 누리던 독점이윤을 ① 정부의 세금부과로 탈취 했으며 ② 자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입을 유도하여 뺏어오게 되었습니다. (Protective tariffs insure that domestic firms can enter and survive, and these firms earn rent from foreign operations.)


    ② 수출진흥을 만들어내는 수입보호 정책


    개발도상국 정부는 수입보호 정책을 통해 자국기업의 시장진입 유도를 넘어서서 이미 진입해있는 자국기업의 수출을 촉진할 수도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1987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수출진흥으로서 수입보호 : 과점과 규모의 경제 하에서 국제적 경쟁>(<Import Protection As Export Promotion: International Competition in the Presence of Oligopoly and Economics of Scale>)을 통해, 수입보호 정책이 수출진흥 정책의 역할을 함을 보여줍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국기업과 외국기업, 총 2개의 기업만이 존재하는 과점 상황이며 이들은 양국에서 모두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속해있는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은 기업일수록 소요되는 한계비용이 적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무작정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는 없고, 상대방의 생산량에 따라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합니다. [꾸르노 경쟁 모형]


    • 생산자 1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한계비용(c1)이 감소하면, 생산자 1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하지만 생산자 2는 더 적은 양을 생산


    이때 자국정부가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막는 보호무역 정책을 채택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요?


    보호 속에서 자국기업은 국내에서 생산량을 늘리게 되고, 이에 따라 한계비용도 감소합니다. 앞서 꾸르노경쟁 모형 설명에서 배웠듯이, 줄어든 한계비용은 자국기업의 최적대응곡선을 바깥쪽으로 이동시키고,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이전에 비해 증가합니다. 반면, 외국기업의 산출량은 감소합니다. 


    이렇게 늘어난 산출량은 다시 한계비용을 감소시키고, 한계비용 감소는 다시 산출량을 늘립니다. 보호무역 정책이 자국기업의 생산량 증가 → 한계비용 감소 → 생산량 증가가 이어지는 선순환 인과관계를 만들어 낸겁니다(circular causation from output to marginal cost to output). 반대로 외국기업의 경우 악순환에 빠지고 맙니다.


    이때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수입보호 정책 덕분에 자국기업의 생산량이 국내시장 뿐 아니라 외국시장에서도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논문 제목처럼 수출진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수입보호 (import protection as export promotion) 입니다.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이 보기엔 "국내시장 보호가 자국기업에게 성공적 수출을 위한 기반을 제공해준다"는 논리는 이단적 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완전경쟁모형과 규모보수불변의 가정에서 벗어난 과점경쟁모형과 규모의 경제 작동 이라는 가정이 필요합니다. 폴 크루그먼의 연구는 이를 잘 수행하였습니다.




    ※ 이윤을 자국기업으로 이동시키는 보조금(Profit-Shifting Subsidies)


    이번 파트에서 소개할 전략적 무역 정책은 198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논리 입니다. 


    일본이 보호체제에 힘입어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의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 진입하는데 성공하고 수출을 증진시키자, 미국정부가 대응을 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특히 R&D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학연구[각주:11]가 많아지면서, R&D 투자비중이 높은 최첨단산업(high-tech)을 지원 · 육성하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행정부가 어떻게 자국기업을 도울 수 있을까요?


    •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의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

    •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의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International R&D Rivalry and Industrial Strategy>),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Export Subsidies and International Market Share Rivalry>)를 통해, 부의 R&D 보조금 지원으로 자국기업 R&D 투자수준이 증가하여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는 논리를 제시했습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의 R&D 보조금 지원으로 자국기업의 R&D 투자가 증가하여 더 많은 이윤 획득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이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 주어진 R&D 투자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한계비용이 낮아져, 상대기업에 비해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세계시장은 자국기업과 외국기업 2개만 존재하는 과점 상황이며, 이들은 주어진 R&D 수준에서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R&D 투자는 기업의 한계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즉, R&D는 비용절감 혁신(cost-reducing)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R&D 투자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은 위의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R&D 투자 수준이 높아진 기업은 생산량 결정 단계에서 최적대응함수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그 결과 더 많은 양을 생산하게 됩니다. 상대방 기업의 생산량은 위축됩니다.


    결국 문제는 각 기업의 R&D 투자수준이 어떤 크기로 결정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각 기업은 제품 생산에 앞서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결정합니다. 이때 기업들은 여기서 결정되는 R&D 투자수준이 추후 산출량을 결정함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산출량 결정 단계에서 나타나게 될 결과를 염두에 두고, 이윤을 극대화 시켜줄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은 서로 R&D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이들 기업은 비용 극소화를 위해 필요한 R&D 수준 보다는 조금 더 많은 양을 투자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이 R&D 부문에 무한정 많은 투자를 할 수는 없습니다. R&D 투자를 통해 얻게 될 이윤증대 크기가 투자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적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R&D 투자수준은 결국 나중에 결정되는 산출량 및 이윤 크기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으며, 현재 R&D 투자수준은 이윤을 극대화 시켜주는 크기 입니다.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이 산출량 결정에 앞서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결정하는 상황

    • 정부의 R&D 투자 보조금 지원은 자국기업의 R&D 투자수준을 증가시키게 돕는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싶은 자국기업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기업 자체적인 R&D 투자 확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 R&D 투자수준은 이윤극대화를 달성케해주는 크기이며, 이를 넘어선 투자는 오히려 이윤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자국기업이 R&D 투자수준을 높일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