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맥도날드 알바는 왜 저임금을 받는가?[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맥도날드 알바는 왜 저임금을 받는가?
Posted at 2015. 2. 11. 01:15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지난 토요일(2월 7일), 한 단체가 맥도날드 신촌점을 점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단체는 '맥도날드가 알바만을 채용하는 관행'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직원을 뽑으라고 요구한다.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맥도날드 매장에는 왜 아르바이트(크루)들만 가득한가'에 대해서 말이다. 24시간 돌아가는 맥도날드. 빵을 만들고, 주문을 받고, 청소를 하고, 배달하는 일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데, 맥도날드에는 관리직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로 채용된다.
왜 맥도날드는 알바를 채용하고, 최저임금만 지급하는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어도, 맥도날드가 직장이더라도 계약기간은 최대 1년을 넘을 수 없다. 물론 (결과적으로) 1년이 넘게 일하는 알바들도 있지만,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알바들은 관리자들의 눈칫밥 먹으며 일할 수밖에 없고, 부당한 일에 항의하기도 어렵다. 지난 1월 21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맥도날드와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직원을 무조건 알바로만 채용하는 관행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한번 더 생각해보자. 맥도날드 알바는 왜 최저임금만 받을까? 크루의 시급은 올해 최저임금인 5580원이다. 최저임금은 '지키기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최소한으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을 뜻한다.
대기업부터 개인사업자까지 알바들을 고용한 사업주의 지불능력은 천차만별이지만, 대기업인 맥도날드에서 딱 최저임금만 주는 상황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개인사업자들이 임금을 올릴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결국 알바들의 시급은 대기업이 앞장서 최저임금에 꽁꽁 묶어둔 상황이 되었다.
출처 : '우리가 오늘 맥도날드를 점거하는 이유'. <오마이뉴스>. 2015.02.07
그러나 이런 주장은 문제가 있다. '맥도날드 알바 일자리의 임금수준이 왜 낮게 형성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높은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근로자의 임금이 사업주의 '이기심'과 '착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투쟁'을 통해 높은 임금을 쟁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듯 하다. 하지만 임금은 그렇게 결정되지 않는다.
1. 임금수준을 결정하는건 그 나라의 생산성
: 한 국가 근로자의 임금수준을 결정하는건 그 나라의 생산성이다. 가령, 미국의 이발사들과 인도의 이발사들의 생산성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이들의 임금은 몇백배 차이난다. 왜일까? 그 이유는 '미국의 생산성'이 인도보다 높기 때문이다.
미국 제조업의 높은 생산성은 제조업 근로자들의 임금을 높게 만든다. 이때, 서비스업 근로자들 또한 높은 임금을 바라고 제조업 근로자로 이동한다. 따라서, 서비스업 근로자의 노동공급이 감소하고 임금은 올라간다. 궁극적으로, 제조업으로의 이탈을 막는 선에서 서비스업의 임금이 결정된다.
그 결과, 미국 이발사의 임금은 인도 이발사에 비해 수백배 높아진다. 만약 이민이 자유롭다면 인도 이발사들이 미국으로 진출하여 양 국가의 임금은 수렴할테지만, 현실에서 이민은 자유롭지 않다. 미국 이발사들은 단지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임금을 받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임금수준을 결정하는건 그 나라의 생산성이다.
2. 특정산업의 임금수준 결정은 그 산업의 생산성
: 자, 그렇다면 산업별 임금수준은 어떻게 결정될까? 근로자가 어떤 산업이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면 모든 산업의 임금은 하나로 수렴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각 산업별 진입장벽이 존재하고 필요한 기술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산업별 생산성이 다르다. 요구하는 기술수준이 높아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일수록 그리고 생산성이 높은 산업일수록 임금수준이 높다. 따라서, 고숙련 근로자들의 임금은 저숙련 근로자에 비해 높게 형성된다.
3. 중요한건 노동공급과 노동수요
: 그런데 고숙련, 고학력 근로자의 임금이 무조건 높을까? 아니다. 어떤 학문에서 박사학위를 따봤자, 그 학문에 대한 수요가 적고 박사학위자가 많다면 임금은 낮아진다. 학부생출신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을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건 그 일자리의 '노동공급'과 '노동수요' 이다.
4. 맥도날드 알바는 왜 저임금을 받는가
: 이런 기초적인 경제학 지식을 안다면 맥도날드 알바가 왜 저임금을 받는지 알 수 있다. 맥도날드 알바 일자리는 ① 요구하는 기술수준이 높지 않고(저숙련) ② 진입장벽이 낮아 ③ 노동공급이 많다. "알바니까 낮은 임금을 받아도 돼" 이런 말이 아니다. '맥도날드 알바라는 일자리의 특성'이 저임금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령, 택배상하차 알바는 다른 알바에 비해 높은 임금을 받는다. 왜냐? 노동수요에 비해 항상 노동공급이 모자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필요한 체력수준도 높아 상하차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비교적 제한적이다. 하지만 맥도날드 알바는 그렇지 않다. 노동공급이 넘쳐난다. 누구나 할 수 있다.
모든 알바 구직자가 담합해서 임금을 결정할 수도 있을 것다. "우리는 시급 1만원 아니면 일 안해!" 그러나 이런 담합은 오래가지 못한다. 누군가 1명이 갑자기 나서서 "사실.. 저는 9500원에도 만족합니다. 절 써주세요." 라고 말하면 담합은 깨진다. 그리고 노동공급자의 입장에서 이렇게 담합을 깨뜨릴 유인은 상당히 높다. 결국 임금수준은 노동공급과 노동수요가 일치하는 지점으로 돌아가고, 노동공급이 월등히 많기 때문에 임금은 낮게 형성된다.
5, 그 임금으로 어떻게 먹고사냐!
: 그렇다. 맥도날드 알바하면서 번 돈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 그것을 가엽게 여긴 사람들은 "임금을 올려라!" 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안을 '정태적'(static) 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들의 사고는 이 단계에서 멈춘다. 임금을 올리면 좋다. 좋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다음기'(two-period)를 생각하면서 '동태적 사고'(dynamic)를 한다. 맥도날드 알바의 임금을 올리고 고용보호를 강화했다고 가정해보자. 1기에는 기존 알바의 효용이 높아진다. 문제는 2기이다. 높아진 임금을 본 구직자들이 맥도날드 알바 일자리로 몰린다. 이전의 낮은 임금수준에서는 맥도날드 알바 일자리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지원을 하게 된것이다.
맥도날드 점주는 생각한다. "기존 알바생 쫓아내고 잘생기고 예쁜 알바생 쓰면 매출이 오르지 않을까?" 결국, 기존의 저숙련(?) 근로자는 퇴출당한다. 외모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능력 있는 알바생이 기존의 알바생을 대체할 것이다 1. '이전의 낮은 임금수준에서는 맥도날드 알바 일자리에 관심도 없었다'는 사실은 '기존 알바생보다 더 나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 높은 임금을 받으며 일해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알바 일자리의 임금을 아무리 올려봤자 결국 저숙련 근로자들은 퇴출 당하고 다른 저임금 일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6. 모든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리자!
: 그렇다면 모든 근로자, 모든 일자리의 임금을 올리면 안될까? 2가지 문제가 생긴다. ①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수준이 초래하는 문제 ② 장기적 임금수준을 결정하는건 거시경제의 총공급부문
생산성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임금수준이 높다면 그 산업은 시장경쟁에서 퇴출된다. 이건 가치판단의 영역이 아니라 당연한 사실이다. 국가전체적으로도 임금수준이 생산성에 비해 높다면 무역이 불가능하다. 현재 남유럽 문제가 생긴 근본원인이다.
또한, 장기적 임금수준을 결정하는건 거시경제의 총공급부문이다. 모든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 어느나라가 가난하게 살겠는가. 그러나 '화폐축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돈을 뿌려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다. 중요한건 '총공급부문의 생산성' 이다.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았는데 임금수준만 높다면 인플레이션만 발생한다. '경제성장'과 '높은 임금'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화폐축적'이 아닌 '생산성 증가' 이다.
(관련글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
7. 다른 일자리 구하면 된다
: 다시 맥도날드 이야기로 돌아오자. 저임금이 못마땅한 맥도날드 알바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한 가지이다.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한다. 요구하는 기술수준이 낮고 노동공급도 많아서 임금이 낮게 형성될 수 밖에 없는 맥도날드 알바 일자리 대신에 필요 기술수준이 높고 비교적 노동공급이 적은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OO항공의 박 사무장 사례와 맥도날드 알바는 다르다. 항공산업은 독점산업이고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박 사무장이 경력을 살려 구할 수 있는 다른 일자리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맥도날드 알바생은 그렇지 않다. 맥도날드 알바하면서 익힌 숙련도를 다른 산업으로 가져갈 필요성이 적기 때문에 그냥 다른 일자리 구하면 된다.
8. 문제는 그런 일자리가 적다는 것
: 여기서 문제는 '필요 기술수준이 높아 비교적 노동공급이 적은 일자리'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 알바생 스스로 기술수준을 높여야 하는데 이는 개인의 힘만으로는 힘들 수 있다. 기술발전이 가속화되고 무역통합이 진행될수록 좋은 일자리 찾기는 더더욱 힘들다.
(관련글 :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불균등. 그리고 무역의 영향(?)')
그렇지만 본인 주장의 핵심은 '바로 여기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사항들을 모두 숙지하고 맥도날드 알바 일자리의 특성을 이해한 다음에,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고민해야한다. 그걸 무시하고 "맥도날드는 왜 저임금 알바만 쓰냐! 정규직 써라" 라고 주장하는건 창피한 일이다. 일자리 특성상 저임금으로 형성될 수 밖에 없는 것을 왜 저임금을 주냐고 항의한다면 어쩌란 말인가.
다시 말하지만, 임금은 '사업주의 선의'와 '투쟁'에 의해 높아지는 변수가 아니다. 노동공급과 수요 · 무역의 영향 · 기술발전 등등 여러 경제적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변수이다. 맥도날드 알바의 임금뿐 아니라 거시경제내 일자리의 임금이 왜 낮아지는지 혹은 왜 상위층의 임금만 올라가는지를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경제학 지식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글에서 다룬
- 미국 이발사들은 단지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임금을 받게 된 것
- 국가전체적으로도 임금수준이 생산성에 비해 높다면 무역이 불가능하다. 현재 남유럽 문제가 생긴 근본원인이다.
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국제무역이론을 알아야한다. 다음글에서는 국제무역이론을 통해 무역 · 이민 · 세계화 · 기술발전 등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임금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자.
- 물론, '맥도날드 알바 일자리'가 대단한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 알바생과 신규 알바생의 능력차이가 중요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이 하고싶은 말은 '노동시장에서 임금은 능력을 드러내는 신호(signal)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호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면 '공급과 수요에 대한 반응'을 건드리기 때문에 공급의 폭발적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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