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경제학원론'에 해당되는 글 10건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⑪]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갖춰야할 '경제학적 사고방식' 25 2015.09.21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6 2015.09.21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13 2015.09.21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17 2015.09.21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38 2015.09.21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11 2015.09.21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방법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12 2015.09.21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16 2015.09.21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13 2015.09.21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 24 2015.09.21
[경제학원론 거시편 ⑪]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갖춰야할 '경제학적 사고방식'[경제학원론 거시편 ⑪]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갖춰야할 '경제학적 사고방식'
Posted at 2015. 9. 21. 20:53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지금까지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를 통해,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개념을 배우고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이번글에서는 지난글들을 통해 익히게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총정리 해보고자 합니다.
시리즈의 첫번째 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에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먼저 소개하긴 하였으나, 시리즈를 읽기전에 보는 것과 시리즈를 다 읽고 난 뒤 종합하는 것은 또 다를겁니다.
※ 거시경제와 가계경제는 다르다
지난글을 통해 수차레 강조했던 것은 '거시경제와 가계경제는 다르다' 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계의 모습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번 뒤, 과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을 한다. 웬만하면 빚은 지지 않도록하고 만약에 부채를 지게되더라도 빨리 갚기위해 노력한다.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가계는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을 게을리 했거나, 분수에 맞지 않게 소비를 했거나. 일을 열심히 하고 소비를 줄여서 파산위험에서 벗어나야한다." 입니다.
이를 거시경제에 대입하면 "국민 모두가 열심히 일을 해서 국가의 부를 증진시켜야한다. 재정흑자,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하다. 부채는 좋지 않은 것이니 만약에 부채를 지고 있다면 빨리 갚아야한다.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는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게으르거나 소비가 많았거나. 일을 열심히하고 소비를 줄여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야한다."가 됩니다.
그러나 지난 여러글들을 통해 '겨시경제를 가계경제처럼 생각하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보았죠.
● 가계는 돈을 벌어야 하지만, 국가는 돈을 찍어낼 수 있다
→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 가계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돈의 축적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만약 돈의 축적으로 국가의 부를 측정한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을겁니다. 따라서 국가의 경제성장은 축적된 돈의 양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상품을 많이 생산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
● 가계의 저축은 돈을 축적하는 것이지만, 거시경제의 저축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
→ 돈이 부족하다? 한정된 자원이 부족하다!
: 가계는 돈을 비축하거나 불리기위해 저축을 합니다. 그러나 거시경제 저축은 가계의 저축과는 다릅니다. 만약 거시경제 저축의 목적이 돈을 비축하는 것이라면, 굳이 저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내면 그만이니깐요.
거시경제에서 저축이 가지는 의미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입니다. 만약 모든 개인이 생필품 소비를 늘린다면, 국가가 가진 노동력 · 기술력 · 천연자원 등이 생필품 생산을 위해서 주로 사용됩니다. 이는 경제성장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개인이 저축을 통해 소비를 줄인 뒤 금융시장을 통해 구매력을 이전하면 기업은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 국가가 가진 한정된 자원은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재 생산에 사용될 수 있죠.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
● 가계는 흑자를 기록하는게 중요하지만, 거시경제 흑자는 의미가 다르다
→ 경상수지 흑자와 재정흑자에 대한 잘못된 이해
: 가계는 월 수입보다 적은 지출을 하여 흑자를 기록해야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시경제에서 소비감소를 통한 흑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는데 굳이 돈을 쌓아둘 필요가 없죠. 소비를 통해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국가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다는 말은 "내가 생산한 제품을 다른 나라 사람이 더 많이 사용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생산을 했는데, 그것을 사용해서 효용을 충족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왜 나는 열심히 일을 하는가?"를 자문해야겠죠.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 · 재정흑자' 등을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 · 지출을 줄여서 돈을 아꼈다'로 바라보면 안됩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 가계는 돈이 많을수록 좋지만, 거시경제의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한다
→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가계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드라마에 재벌2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선망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거시경제의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할 뿐입니다. 중요한건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이기 때문이죠.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세상'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유는, 모두에게 소득을 나누어주는 행위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화폐단위에 0을 더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 가계는 과소비를 하면 파산위험에 처하지만, 거시경제는 소비를 적게 했기때문에 경제위기를 맞게된다
→ 갑작스런 상환요구에 이은 디레버리징이 가져다주는 충격
: 가계는 소득에 비해 과한 지출을 하고 부채가 많으면 파산하고 맙니다. 그러나 거시경제는 반대로 소비를 적게 했기 때문에 경제위기를 맞게 됩니다. "나의 지출은 너의 소득이고, 너의 지출은 나의 소득(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이기 때문이죠. 거시경제 구성원 모두가 지출을 줄여버리면 모두의 소득과 생산이 감소합니다.
또한 거시경제 구성원들이 소비를 줄이게된 주요원인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부채감축, deleveraging) 입니다. 만약 부채크기를 계속해서 늘릴 수 있다면 소비도 증가하기 때문에 경제위기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건 '디레버리징에 따른 소비·투자 감소'이죠.
디레버리징의 순간은 갑자기 찾아옵니다. 경제성장률 · 재정수지 · 인플레이션율 등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이 튼튼한 국가라 할지라도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발생하여 디레버리징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경제위기를 겪은 국가에게 윤리적잣대를 들이대며 훈계를 둘 수 없는 이유이죠.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 가계는 부채를 빨리 갚아야 파산위험에서 벗어나지만, 거시경제는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
→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목적은 '부채증가를 통한 소비·투자 증가'
: 채무를 지고 있는 가계가 빚 독촉을 받고 있다면, 이를 벗어나는 방법은 빚을 빨리 갚는 것입니다. 그러나 거시경제는 또 다른 부채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경기침체가 발생한 원인이 과도한 부채가 아닌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소비·투자 감소'였기 때문이죠.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디레버리징을 하고 있는 개인을 대신하여 부채를 발생시킨 뒤 지출을 증가시키는 정책입니다.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여 모은 자금으로 지출을 늘립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증가시키면, 재정여력이 있는 또 다른 개인과 기업이 은행대출을 받아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죠.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 시장 vs 정부의 논쟁? 총공급(장기) vs 총수요(단기)의 논쟁!
초중등 교육에서는 경제학자들을 '시장주의자 vs 정부주의자'로 구분합니다. 일반 대중서적들도 경제학자들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죠. 그러나 시장주의자가 아닌 경제학자는 없습니다.
거시 경제학자들이 논쟁하는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총공급부문을 중요시 해야하느냐,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총수요부문을 중요시 해야하느냐' 입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건 '자본재축적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저축과 투자의 장려 ·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향상 · 노동시장 고용률 증대 등등 총공급부문의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 입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를 위해 필요한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한 지출의 증가'입니다. 경기침체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채를 발생시켜 소비 · 투자를 늘리는 총수요부문의 확장이 필요합니다. 이를 '경기부양(expansionary policy)'이라고 합니다.
장기에만 집중할 경우 현재의 경기침체가 가져다주는 어려움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경제학자 John Maynard Keynes는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그렇지만 현재의 경기침체에만 집중할 경우, 장기적인 안목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통화량증가를 통한 지출증가는 단기에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할 뿐이죠.
※ on the other hand
누가 나에게 외팔이 경제학자 좀 소개시켜줘. 내 주변의 모든 경제학자들은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 이런데,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이렇습니다." 라는 말 밖에 안해!
Give me a one-handed economist! All my economists say, On the one hand... on the other....
- Harry S Truman
경제학은 사회과학 입니다. 수학을 많이 쓴다는 이유로 경제학이 사회과학이라는 사실을 잊는 사람들도 간혹 있긴 하지만, 경제학의 출발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을 하는 것이죠.
사회과학의 특성 중 하나는 '정답이 없다'는 겁니다. 자연과학은 실험을 통해 항상 같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으나, 사회과학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변수를 고려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학을 공부할때 지녀야할 사고방식은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 이런데,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이렇다."는 식으로 여러 변수를 고려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만을 단정적으로 말하는 외팔이 경제학자(one-handed economist)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 vs 과잉투자가 불러온 1997 외환위기
: 투자는 기계 · 공장설비 등 자본재를 축적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투자를 늘려서 자본재의 양을 증가시키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야만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죠.
그러나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가 항상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축적된 자본재의 양이 많아질수록 수확체감의 법칙(diminishing returns)이 작용하기 때문에, 일정수준을 넘는 과잉투자는 비효율을 초래할 뿐입니다. 한국이 1997 외환위기를 겪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과잉투자 입니다. 투자를 하기위해 외국에서 돈을 빌려왔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었었죠.
따라서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 '투자증가'를 정책으로 제시할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투자감소를 통한 비효율성 해소'를 정책으로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 경제성장을 위한 저축 vs 과잉저축이 불러온 2008 금융위기
: 투자와 마찬가지로 저축도 유용하게 쓰일수도 있고 문제를 일으킬수도 있습니다. 투자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저축량이 증가해야 합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많은 저축이 필요하죠.
그러나 필요한 투자에 비해서 많은 저축을 하게된 국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lender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과잉저축은 다른나라로 흘러들어가 자산시장 거품을 초래할 수도 있죠. 2008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은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과잉저축 입니다.
따라서 힌편으로는(on the one hand) 경제성장을 위해 저축을 장려하는 정책이 타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저축을 감소케하는 정책이 타당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 경상수지 흑자가 좋은가, 경상수지 적자가 좋은가
: 앞서 이야기 했듯이, 한 국가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다는 말은 "내가 생산한 제품을 다른 나라 사람이 더 많이 사용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생산을 했는데, 그것을 사용해서 효용을 충족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왜 나는 열심히 일을 하는가?"를 자문해야겠죠.
반대로 한 국가가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는 말은 "내가 생산한 것에 비해서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것이 지속가능하다면 정말 좋을겁니다.
그렇다면 경상수지 흑자는 나쁘고, 경상수지 적자는 좋은 것일까요? 그런 식으로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경상수지 적자는 지속불가능 합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Borrower의 역할을 하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지만, 외국에서 빌린 자금으로 소비를 늘려 효용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Net Borrower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다른 국가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계속해서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가 자신들에게서 빌린 자금으로 손쉽게 효용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어느 순간이 되면 그동안 빌려준 자금의 상환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Net Borrower의 역할을 하면서 편하게 지내던 국가가 지금껏 빌린 자금을 상환할 수 있을까요?
순자본유입의 결과 발생하는 경상수지 적자는 일종의 '대외부채'(External Debt) 입니다. 그동안 자금을 빌려주던 국가가 상환을 요구하면 대외부채를 갚아야 하는데,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자, 단순하게 "경상수지 흑자보다는 경상수지 적자가 좋다" 혹은 "경상수지 적자보다는 경상수지 흑자가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경상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말그대로 한편으로는(on the one hnad) 경상수지 흑자가 낫지만,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경상수지 적자가 낫습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계속 부채를 증가시켜도 괜찮은가?
: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부채증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정책입니다.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이 경기침체를 유발하기 때문에, 또 다른 부채를 발생시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죠.
그렇다고해서 끝도없이 부채를 증가시켜도 괜찮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갑자기 상환요구가 들어왔을때, 많은 부채를 지고 있었다면 디레버리징 폭도 커집니다. 더 많은 부채를 감축해야 되기 때문이죠. 이 경우, 디레버리징에 따른 소비감소폭도 커집니다. 경기침체의 정도가 심해지죠.
지난글을 통해 '부채의 이점'을 강조한 이유는 부채를 나쁜 것으로 보고 잘못된 정책을 시행하지 말라는 의도이지, 무한정 부채를 늘려도 괜찮다는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on the other hand식의 사고가 필요합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이 중요한가,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를 위한 경기부양이 중요한가
: 앞서 말했듯이, 거시경제학자들은 '총공급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vs '총수요 발전을 통한 경기부양'으로 논쟁을 합니다. 어느 한쪽이 옳았다면 애초에 논쟁을 할 필요도 없었겠죠.
거시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졌다면,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증가시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생산자들은 늘어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품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수요를 충족시킵니다. 즉,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장기적으로 생산량은 증가시키지 못한채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뿐이죠.
이런 이유로 인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잠재GDP를 증가시키는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를 말하며, 지금 현재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기부양'(expansionary policy)를 주문합니다.
어느 한쪽이 옳다고는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경기침체 정도가 심하다면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하고, 경기침체에서 어느정도 벗어났다 싶으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구조개혁 정책'을 지지하는 on the other hand식의 사고가 필요합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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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9. 21. 20:48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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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다룬 6편의 글에서 강조한 것은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였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화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재 축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총공급부문의 발전'(aggregate supply)이 필요하고, 통화량 증가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에서 살펴본 단기의 세계는 이와 달랐습니다.
단기에서는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이 감소하거나 통화량이 줄어들면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거시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이 좋으냐 나쁘냐 혹은 국민들이 부지런하냐 게으르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단지 어떤 이유에서 통화량이 축소되고,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었을 뿐인데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지출을 증가시키거나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을 구사하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가 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을 (확장적) '재정정책'(fiscal policy)이라 하고,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는 것을 (확장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 이라 합니다. 이번글에서는 경기침체에 맞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작동원리에 대해 알아봅시다. 그리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배워봅시다.
※ 재정정책의 작동원리
단지 어떤 이유에서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고 통화량이 축소되서 경기침체가 발생했다면, 반대로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확장적 재정정책 (expansionary fiscal policy)
확장적 재정정책이란 '정부의 지출증가를 통해 거시경제 총수요를 확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글을 통해 여러번 봤었던 국민계정식을 생각해봅시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소비됩니다. 따라서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크기는 여러 경제주체들이 1년 동안 지출한 금액크기와 같습니다.
소비자(C) · 정부(G) · 기업(I) · 외국소비자(NX) 등 여러 경제주체들이 지출한 금액을 구하면 총생산량을 나타내는 GDP의 크기(Y)를 얻어낼 수 있죠.(Y=C+G+I+NX)
이때 국민계정식을 다르게 생각하면, 총생산량의 크기가 지출 크기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출 크기가 총생산량을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지출이 증가(G↑)하면 총생산량도 증가(Y↑)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승수효과'(multiplier) 때문입니다.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모은 뒤 지출을 증가시킵니다. 정부가 지출을 늘려서 재화의 구입을 증가시키면(G↑), 생산자들은 증가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늘립니다(Y↑). 생산자들은 물건을 더 많이 팔게되니 소득이 증가하죠. 소득이 늘어난 생산자는 소비를 늘리게 되고(C↑), 또 다른 생산자의 생산과 소득이 증가합니다(Y↑).
즉, 처음의 정부지출 증가가 생산량 증가 → 생산자 소득 증가 → 소득이 늘어난 생산자의 소비증가 → 또 다른 생산자의 생산증가로 이어지면서, 거시경제 전체 생산량이 증가하게 됩니다.(G↑ → Y↑ → C↑ → Y↑ ……) 초기 정부지출의 조그마한 증가가 거시경제 생산량을 크게 늘리게 되죠.
※ 통화정책의 작동원리 ①
-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얼마일까?
앞선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을 살펴봤었습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key interest)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실시합니다. "기준금리를 x%로 내린다." 혹은 "기준금리를 얼마로 정한다." 라는 말을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이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정한다고해서 채권 · 예금 · 대출 등 모든 시장금리가 자동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준금리는 그저 '목표치'(target) 였고, 시장금리가 목표치에 도달할때까지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였죠.
그런데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요? 만약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정했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 겁니다. 4%, 10%, 1%도 아닌 2%로 정한 이유 말이죠.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값입니다.(r* = r)
만약 생산부문에서 결정된 실질이자율보다 더 낮은 값의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만든다면(r* > r), 기업은 투자를 늘리게되고 경제는 호황을 맞습니다. 반대로 생산부문에서 결정된 실질이자율보다 더 높은 값의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만든다면(r* < r),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되고 경제는 침체에 빠집니다.
중앙은행의 존재목적은 경제를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부문에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화폐부문에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해야합니다.(r*= r)
이때,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실질이자율(r)가 아니라 명목이자율(i) 입니다. 하지만 단기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실질이자율(r)을 인위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죠.
중앙은행은 r* = r 되도록 기준금리(i)를 조절하고, 이때의 기준금리가 '적정 기준금리' 입니다.
※ 통화정책 작동원리 ②
- 중앙은행은 언제 기준금리를 올리고, 언제 기준금리를 내릴까?
● 중앙은행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해야한다.
● 단기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실질이자율(r)을 인위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이 2가지 사항만 기억하면 '중앙은행이 언제 기준금리를 올리고, 언제 기준금리를 내리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 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실질이자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초래됩니다.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 기대 인플레이션율'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말 실질이자율이 낮아진 것일까요? 실질이자율은 저축과 투자가 결정짓는 변수입니다. 거시경제 실질이자율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가 일정한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율 상승은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합니다.
이는 경기호황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경기호황의 결과물이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인플레이션은 추가적인 경기호황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기준금리를 상승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즉, 중앙은행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졌을때 기준금리를 상승시킵니다.
반대로 거시경제 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면 실질이자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초래됩니다.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 기대 인플레이션율'이기 때문입니다.
※ 통화정책 작동원리 ③
-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개인과 기업의 차입을 증가시켜 총수요 확장
● 확장적 통화정책 (expansionary monetary policy)
통화정책에 대해 배웠던 지식을 다시 한번 정리해봅시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목표치를 설정한 후, 통화량변동을 통해 시장금리를 기준금리 목표치에 도달하게 만듭 1니다.
이때 '기준금리 목표치의 적정한 값'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값입니다.(r = r*) 단기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일정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인위적인 실질이자율(r*)을 움직입니다.
이때,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π↑)하면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준금리를 상승(i↑)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반대로 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π↓)은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높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준금리를 하락(i↑)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r = r* 만드는 이유입니다. 중앙은행이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이유는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다르게 생각하여, 경기침체기에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보다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r)을 낮게 만들어서( r* > r ), 경기호황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요?
기준금리를 인하(i↓)하여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춘다면(r↓), 기업들은 낮아진 실질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즉, 확장적 통화정책이란 '중앙은행의 통화량증가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실질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만들어서(r* > r) 거시경제 총수요를 확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의미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
이러한 설명은 경제원론 교과서에 친절히 나와있습니다. 총공급-총수요 그래프를 이용하여 지출증가를 통한 생산량증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확장적 재정정책'과 '확장적 통화정책'이 가지고 있는 함의가 무엇일까요? 경제학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나면 머릿속에 남는건 "지출이 증가하니까 총수요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생산량이 증가한다." 뿐입니다. 그래프를 이용한 사고는 내용이해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경제현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프에서는 보이지 않는 함의를 알아야 합니다.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부채의 증가'입니다.
정부는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지출을 늘립니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언젠가 갚아야하는 부채입니다.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 시행 이후, 기업은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서 투자를 증가 시킵니다. 이또한 기업의 부채입니다.
그리고 개인도 낮아진 대출금리로 은행대출을 받아서 소비를 늘리는데, 은행대출은 개인의 부채이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모두 '부채의 증가'를 통해 개인 · 기업 · 정부의 소비와 투자를 늘립니다.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채를 증가시키는게 타당할까요? 부채가 증가하면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는 거 아닌가요?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출처 : FRED -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여기서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글에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은 튼튼한 상태였습니다. 저성장 · 재정적자 · 높은 인플레이션 등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능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위기를 겪게 되었느냐? 바로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소비와 투자의 감소'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에게서 빌린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를 갚으려 했고, 미국의 가계들은 금융기관에게서 빌린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갚으려 했죠. 단기 대외부채로 투자를 늘려왔던 한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투자감소 현상이 나타났고, 주택담보대출로 부동산 구매를 늘려왔던 미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소비감소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디레버리징을 할 필요가 없었다면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은 경제위기를 안 겪지 않았을 겁니다. 1997년 당시 외국과 2008년 당시 금융기관이 계속해서 만기연장을 해주었더라면, 한국 기업들과 미국 가계는 부채를 감축할 필요도 없었고 소비와 투자를 줄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부채증가를 통해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하다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때문에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부채증가를 통한 소비 · 투자 확대'를 통해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일화를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비성향이 높아 레버리징(부채차입)를 활용하는 A, 소비성향이 낮아 레버리징을 하지 않는 B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A는 레버리징을 통해 신용을 증가시키고 소비를 늘립니다. 이와중에 소비를 별로 하지 않는 B는 A에게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죠.
어느 순간, 갑자기 A가 돈을 더 빌릴 수 없고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을 해야하는 시기가 오면 어떻게 될까요? A가 디레버리징에 착수하면 경제 내의 소비는 줄어듭니다. 애시당초 거시경제의 소비는 레버리징을 통해 소비를 늘린 A에게 의존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A가 부채를 감축해 나갈때 경제 전체의 자산 규모는 늘었을까요? 경제 전체의 자산규모는 그대로입니다. A의 부채는 B의 자산이었기 때문에 부채감축과 자산규모 증가는 관련이 없습니다.
즉, A가 디레버리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거시경제 내에서 자산크기는 증가하지 않았고 다만 분포만 변했습니다. A의 부채가 없어지고 B의 현금이 된것이죠. 이때 단지 자산의 분포만 변한 상태에서 줄어든 소비로 인해 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습니다.
과도한 부채가 문제라고 그러길래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거시경제에서 자산이 증가한 것도 아니고 되려 경기침체만 생긴 것입니다.
보다못한 정부가 채권발행을 통해 지출을 늘립니다. 일자리가 생겨나 A의 소득이 증가하고 A는 다시 소비를 시작하죠.
자, 이때 거시경제의 부채규모는 처음과 비교해 줄어들었까요? 거시경제의 부채규모는 처음과 같습니다. 다만, A가 가지고 있던 민간부채가 정부의 부채로 이전했을 뿐이죠. 그러나 소비성향이 높은 A가 다시 소비를 시작하면서 경제는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거시경제 부채규모가 줄어들자(A의 디레버리징) 경기침체가 발생하였는데, 거시경제 부채규모가 다시 원래만큼 증가하자(정부의 부채증가) 경기는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개인의 디레버리징은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는데, 이와중에 정부의 부채를 통해 '개인의 부채감축으로 인해 생긴 경기침체'를 해결 할 수 있게된 것입니다. 빚을 빚으로 갚는다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죠.
Paul Krugman. "Sam, Janet, and Fiscal Policy". 2010.10.25
위의 일화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가지는 함의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부채감축으로 발생한 경기침체를 부채증가로 상쇄시키다
: 위의 일화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한 이유는 '부채를 통해 소비를 늘려왔던 A가 디레버리징'을 했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부채가 문제가 아니라 '부채감축'이 문제를 일으켰죠.
어떤 사람이 소비를 하기 위해서 돈을 빌린다는 사실은 그 사람의 한계소비성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소비를 하지 않고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것은 한계소비성향이 낮다는 것을 드러내죠. 한계소비성향이 높았던 사람이 소비를 하지 못하게 되니 당연히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이때 A를 대신하여 '정부가 부채를 발생'시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채권발행으로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이죠. 거시경제 부채규모는 다시 이전 수준만큼 증가하였으나 경기침체는 사라졌습니다.
▶ 재정여력이 있는 경제주체가 대신 소비와 투자를 늘려라
: 부채감축으로 발생한 경기침체를 부채증가로 상쇄시켜라는 말은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A의 디레버리징을 막아라'는 말이 아닙니다. 채권자의 상환요구가 들어왔기 때문에, 채무자 A는 어쨌든 부채를 갚아야 합니다. 이때 A를 대신하여. 재정여력이 있는 다른 개인 · 기업 · 정부가 부채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주어야 합니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정부가 A를 대신하는 것을 의미하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추가적인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개인 · 기업이 A를 대신하게끔 만들어줍니다.
▶ 중앙은행의 저금리정책은 가계부채를 증가시킨다
: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기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나오는 비판이 "가계부채 증가" 2 입니다. 얼마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로 인하하자 나왔던 비판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통화정책의 함의를 모르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목적은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입니다. 애초부터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의 가계부채가 증가하느냐' 입니다.
은행은 아무에게나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소득 · 자산을 따져본 뒤 재정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죠. 즉, 안정된 재정을 유지하고 있는 가계가 낮아진 금리로 대출을 받은 뒤 소비를 늘리도록 만드는게 통화정책의 목적입니다.
▶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예금이자가 줄어들었다
: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기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예금금리 · 대출금리도 낮아집니다. 과거에 은행에 예금을 하면 10%의 이자를 주었으나, 이제는 1%의 이자를 받기도 힘듭니다. 이것을 본 일부 사람들은 "은행이 이자를 많이주어야 소득이 증가해서 소비를 늘릴 것 아닌가. 이자를 적게주니 소득도 안늘어나서 소비할 돈도 없다."라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게 잡는 이유는 '저축을 하지말고 소비를 하라' 입니다. 예금금리가 높아지면 이자수익 덕택에 소득이 증가할테지만, 그만큼 저축을 하려 할겁니다. 반대로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적으니 저축이 줄어들고 소비를 하게 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을 강조했던 이유는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초래' 3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중앙은행이 적정 통화량을 넘는 화폐를 계속 유통시킨다면, 실질적인 생활수준은 변하지 않은채 그저 물가수준만 상승하여 인플레이션이 생겨납니다. 경제학자 Milton Friedman의 유명한 말,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이 바로 이를 알려줍니다.
그렇다면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도 지출과 통화량증가는 인플레이션만을 초래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재정정책은 지출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을 초래합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또한 통화량을 늘려서 인플레이션을 만들죠.
하지만 단기의 세계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돈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게 주요한 목표가 됩니다. 이제 이번파트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어떻게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알아봅시다.
앞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i↓)하여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춘다면(r↓), 기업들은 낮아진 실질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추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상승(π↑)시키는 겁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매우 낮게 설정하고(i를 낮게 유지)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높인다면(π 증가),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r 최소화).
개인과 기업들은 r 만큼의 실질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죠. 그리고 어떤 사업에 투자를 하면 r*만큼의 이익을 거둘겁니다. r은 r*보다 작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은 r*-r만큼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은 r*-r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니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게되죠.
<출처 : FRED - Federal Funds Target Range - Upper Limit>
2008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금까지, 미국 중앙은행의 역할을 맡는 Fed는 기준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인 0.25%로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명목이자율(i)을 낮게 유지하는 행위입니다. 여기에더하여, "인플레이션율이 2%를 달성할때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해왔습니다.
현재 미국 저축-투자가 결정짓는 실질이자율은 2%로 알려져 있는데, 2008년 이후 Fed는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1.75%(0.25%-2%)로 만들고 있는 셈이죠.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는 0 밑으로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목표를 높게잡는 것이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데에 중요합니다.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만들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는 것을 '수용정책'(accomodative policy) 라고 합니다.
이처럼 단기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가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④
-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효과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작동원리와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부지출 증가(G↑)를 통해 단기적으로 거시경제 생산량을 증가(Y↑)시키고, 생산량을 늘리게된 생산자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늘어(C↑)나고 또 다시 생산량이 증가(Y↑)되는 승수효과의 원리로 작동됩니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늘려서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게 만들고(r>r*), 낮아진 실질이자율을 이용하여 개인의 소비(C↑)와 기업의 투자(I↑)가 증가함에 따라 거시경제 생산량(Y↑)이 늘어나는 원리로 작동됩니다.
이러한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이 가지는 의미는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입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부부채를 발생시켜 지출을 증가시키고, 확장적 통화정책은 개인과 기업이 은행대출을 받아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게 도와줍니다.
경기침체가 발생한 원인이 '디레버리징(부채감축)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와 투자 감소로 인한 생산량 축소'였기 때문에, 여력이 있는 정부와 개인 · 기업이 '부채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서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한다면 생산량이 다시 늘어나'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채를 발생시켜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과연 언제까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만약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효과가 무한대로 지속될 수 있다면, 경기침체와 저성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경제성장률은 영원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방법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에서 살펴봤듯이, 경제가 성장할수록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이는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을 통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건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생산자들이 증가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상승시키기 때문' 입니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에서 살펴본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이유는 '총수요부문의 변동'에 따라 생산량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총수요가 줄어들면, 생산자들은 줄어든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축소합니다. 생산량 축소는 경기침체를 의미하죠. 이제 반대로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힘으로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증가하면, 생산자들은 늘어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죠.
이때,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힘으로 수요가 증가했을때 생산자들은 계속해서 생산량을 늘릴까요? 생산량을 늘리는건 힘이 듭니다. 일도 많이해야하고 기계도 더 많이 써야 합니다. 그냥 증가한 수요에 맞추어 상품가격만 올리면 손쉽게 더 많은 돈을 벌텐데 말이죠.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 상품 10개를 팔기보다 1,000원짜리 상품 1개를 팔면 일은 별로 안하는데 수입은 똑같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상품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증가한 수요에 대응합니다.
결국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지출을 늘려서 총수요를 증가시키더라도, 장기적으로 거시경제 생산량은 증가하지 않고 상품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가수준 상승만 발생합니다. 이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일 뿐,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⑤
- 시장 vs 정부? 총공급(장기) vs 총수요(단기)!
이번글에서 보았다시피,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와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는 다릅니다. 장기에서 화폐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뿐 실질적인 생활수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단기에서는 통화량증가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켜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개선시킬 수 있었죠. 또한 부채증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기침체에 맞설 수도 있었습니다.
장기와 단기의 세계가 다르다는 사실은 재정정책 · 통화정책을 구사할때 매우 중요합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할까요?" 단기에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는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개선시키지만, 장기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고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초래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장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와 '단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간의 의견대립이 발생합니다.
'장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중요한건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니, 자본재축적을 통해 생산성을 개선시켜 총공급부문을 발전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라고 말합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장기에 인플레이션만을 발생시키는 악영향만 초래할 뿐이죠.
반대로 '단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장기에는 인플레이션만 발생하더라도,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총수요부문을 발전시켜 경기침체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말합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단기에만 통하는 정책이지만, 바로 그 단기를 위해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초중등교육에서는 경제학자들의 논쟁을 '시장vs정부'로 많이 소개하지만, 실제 거시경제학자들의 논쟁은 '장기vs단기', '총공급vs총수요'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학적 사고방식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알게 되셨을 겁니다.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⑪]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갖춰야할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통해 이를 종합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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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9. 21. 20:32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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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지금까지의 글들은 '장기적인 경제성장'(long-run economic growth)를 다루었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화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화폐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였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재 축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총공급부문의 발전'(aggregate supply)이 필요하고, 통화량 증가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의 세계는 장기와는 다릅니다.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 화폐는 경기회복을 돕는 큰 역할을 합니다.
단지 통화량이 증가했을 뿐인데 실질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될 수 있고, 인플레이션 발생이 경기침체를 벗어나게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단기는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를 통한 '총수요부문의 발전'(aggregate demand)이 요구되는 세계입니다.
이처럼 거시경제의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의 세계에서 알았던 것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는 '단기 총공급 곡선'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와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의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총공급 곡선의 모양입니다. 장기의 세계에서 총공급 곡선은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수직의 모양을 가지지만, 단기의 세계에서 총공급 곡선은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아 우상향하는 모습을 띕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우선, '총공급'(aggregate supply)이 무엇을 뜻하는지 복습해 봅시다. 거시경제의 총공급이란 '생산부문'을 뜻합니다. 사람들의 경제활동참가를 독려하고, 자본재 축적으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곳이죠.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습니다. 돈의 양만 많아지는 것은 그저 명목(nominal) 변화일 뿐이고 실질(real)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생산량이 증가해야 합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총공급부문은 화폐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화폐와는 상관없이 자본재축적으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잠재GDP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수직인 총공급곡선은 통화량과 물가수준에 상관없이 잠재GDP를 달성한 장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참고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 통화량 증가로 인한 물가수준 변동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 이유는 단기에는 생산자가 물가수준 상승을 보고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과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에서 몇번 이야기 했듯이, 사람들은 전체 물가수준 상승과 개별상품 가격의 상승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생산자 또한 자기가 생산하는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전체 물가수준 상승으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인지 · 수요증가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인지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만약 전체 물가수준 상승으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이라면 생산자는 생산량을 증가시켜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생산자는 수요증가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증가했다고 착각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일이 발생합니다.
생산자는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착오를 깨닫고 생산량을 원상태로 돌려놓지만, 적어도 단기간 동안에는 물가수준 상승에 따라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우상향하는 총공급곡선은 생산량이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는 단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 우상향하는 총공급곡선, 경기변동을 유발하다
물가수준에 상관없이 수직인 장기 총공급곡선과 물가상승에 따라 우상향하는 단기 총공급곡선. 장기와 단기에 따라 총공급곡선 모양이 다른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까요?
수직인 장기 총공급곡선은 생산량이 잠재GDP 수준으로 딱 고정되어 있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생산량은 잠재GDP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오직 잠재GDP 자체가 증가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경우만 있을 뿐, 생산량이 잠재GDP를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상향하는 단기 총공급곡선은 경우에 따라 여러 범위의 생산량을 가지게 됩니다. 물가수준이 상승하면 생산량이 증가하고, 물가수준이 하락하면 생산량이 감소하죠. 즉,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 생산량은 잠재GDP 수준을 미달하거나 초과할 수 있습니다. 단기 생산량이 잠재GDP 수준에 미달하는 것을 경기침체(recession)라 부르고, 초과하는 것을 경기호황(boom) 이라고 합니다.
왜 단기에서는 생산량이 잠재GDP와 일치하지 않아서 경기침체와 경기호황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총수요부문의 변동'에 따라 생산량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총수요부문'(aggregate demand)이란 거시경제의 '지출부문'을 뜻합니다. GDP를 지출측면에서 바라본 국민계정식 '총생산량 =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 순수출'(Y=C+G+I+NX)이 이를 보여주고 있죠.
단기에서 생산자들은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입니다. 애초에 단기 총공급곡선이 우상향 이유 또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을 상기합시다. 따라서 총수요가 줄어들면 총공급부문의 생산량도 위축되고, 총수요가 늘어나면 총공급부문의 생산량도 증가합니다.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총수요가 줄어들면, 생산자들은 줄어든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축소합니다. 경기침체가 발생한 것이죠. 반대로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총수요가 확대되면, 생산자들은 늘어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이번에는 경기호황이 발생했네요.
개인과 정부의 지출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통화량의 변동도 총수요를 변화시킵니다.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감소시키면 채권금리가 상승합니다 1. 채권금리 상승은 기업의 차입을 어렵게하여 투자를 감소시키죠.
중앙은행은 공개시장 매각을 통해 통화량을 감소시킵니다. 이때, 공개시장 매각 그 자체가 채권금리를 상승시킵니다. 왜냐하면 공개시장 매각은 중앙은행이 채권을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중앙은행의 공개시장 매각은 채권 구매수요를 줄임과 동시에 채권 판매공급을 증가시키고 이는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중앙은행이 공개시장 매각 · 재할인율 인상 · 지급준비율 인상을 하게되면 거시경제 통화량은 감소합니다. 경제주체들은 이전에 비해 적은 화폐를 보유하게 되죠. 필요보다 부족한 화폐를 보유하게된 사람들은, 필요량만큼 화폐를 보유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채권을 매각합니다. 따라서, 채권수요는 감소함과 동시에 채권공급은 증가하게 되고, 채권금리는 상승합니다.
즉,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줄이면 채권금리가 상승하여 투자지출이 감소합니다. 총수요 위축에 따라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줄이게 되죠.
반대로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증가시키면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기업은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많은 돈을 빌리고 투자를 증가시킵니다. 즉,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면 실질이자율이 하락하여 투자지출이 증가합니다. 총수요 확대에 따라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이를 정리하면,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이 감소하거나 통화량이 줄어들면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반대로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이 증가하거나 통화량이 늘어나면 경기호황이 발생합니다.
돈을 적게 쓰고 많이 쓰느냐에 따라 생산량이 변동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장기에는 '화폐'가 생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였으나, 단기에는 '화폐'가 생산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 게으르고 무능해서 위기? 지출감소로 위기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감소와 중앙은행의 통화량 축소가 경기침체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한 국가를 두고 "국민들이 게으르니까 경제위기를 겪지. 부지런하게 살았으면 위기를 겪었겠냐? 일은 안하고 소비는 펑펑 하니 국가가 파산하는거지."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그리스 경제위기에서도 '그리스 국민들의 나태한 국민성' 이야기가 나왔고,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을 '국민들의 과소비'로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이 알려주는건 '과소비가 경기침체를 유발한다'가 아니라 '지출감소와 통화량 축소가 경기침체를 유발한다' 입니다. 소비를 많이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소비를 적게했기 때문에 침체가 일어나죠.
가계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게으르고 소비가 많으면 빚이 쌓이고 결국 파산합니다. 하지만 거시경제에서 '다른 사람의 지출은 나의 소득이고 나의 지출은 다른 사람의 소득'입니다.(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한 사람이 저축을 하려고 소비를 줄이면 누군가의 생산은 감소하고, 모든 개인이 저축을 위해 소비를 줄이면 모든 생산자의 생산이 감소합니다.
애시당초 GDP를 측정할때 '생산측면'(supply-side)과 '지출측면'(demand-side) 2가지 모두를 이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의 지출은 다른 누군가의 생산' 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시경제의 경기침체를 '무능력한 국가가 과소비로 인해 파산에 처했다'로 바라보면 안됩니다. '건전한 경제상태를 지녔던 국가라도 갑자기 지출이 감소하여 경제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제 현실에서 발생한 경제위기의 사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를 통해 갑작스런 지출감소가 어떻게 경기침체를 불러왔는지 알아봅시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경제활동별 성장률(실질) - 국내총생산(실질성장률) - 1993년~2014년>
위의 그래프는 1993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보여줍니다. 매년 비슷비슷한 경제성장률이 나타나지만, 1998년 경제성장률이 혼자 뚝 밑으로 내려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1998년에 -5.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졌죠. 그 이유는 바로 1997년에 발생한 외환위기 때문입니다.
보통 'IMF 사태'라고 부르는데, 정식명칭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1997 Eastern Asian Financial Crisis) 입니다. 도대체 1997년에 동아시아와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일부 초중등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당시 한국인들의 과소비로 인해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일까요?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항목별 증감률(실질) - 최종소비지출 + 총고정자본형성(민간) + 총고정자본형성(정부) >
1997년 이전 한국경제를 살펴볼 때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민간부문의 투자 증가'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개인과 정부의 소비지출 증감률 · 민간의 투자 증감률 · 정부의 투자 증감률을 보여주고 있는데, 1997년 이전 민간의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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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많이 하고 싶은데 국내의 저축이 부족하다면, 외국의 저축을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투자량을 증가 2시킬 수 있습니다. 외국의 저축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순자본유입'(NCI or KI, Net Capital Inflows)라고 합니다. 1997년 위기 이전 한국의 기업들은 부족한 국내저축을 충당하기 위해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여 투자를 증가시켰습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국제수지 - 국제수지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 1992년-1999년>
국내저축이 필요한 투자보다 적다면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려오게 됩니다(net borrower). 그 과정에서 1997년 이전 한국은 자본·금융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였죠.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문제는 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받아들인 외국의 자본이 '단기부채'(short-term external debt) 라는 점이었습니다. '부족한 국내저축을 충당하기 위해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려서(부채) 투자를 증가시킨다는 말입니다.
당시 한국기업들은 만기가 짧은 단기부채를 빌렸기 때문에, 외국이 상환을 요구하는 시점이 빨랐을 뿐 아니라 급하게 돈을 갚아야 했습니다. 만약 외국으로부터 장기부채(long-term external debt)를 빌렸다면, 부채를 갚는 시점이 늦었을텐데 말이죠.
물론, 단기부채를 빌렸더라도 외국이 만기를 연장해준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너네 내년까지 돈 갚아야하지? 그냥 내후년에 갚아. 만기 연장해줄게."라고 해준다면, 부채를 급하게 갚아야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1997년 당시 외국은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죠.
● 97년 7월 8일 : 태국, 금융위기에 몰리다
- 모든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던 7월 초, 난데없이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을 거듭하고 (...) 신문 지면은 우리나라도 당장 그 금융태풍에 휘말릴 것처럼 온통 우려의 목소리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나-강경식 경제부총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태국과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사정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97년 7월 27일 : 태국 위기 남의 일 아니다
-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따라서 대외신인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대책 강구가 필요했다. 특히 신용도가 괜찮은 은행들이 해외로 나가 달러를 많이 빌려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아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 97년 9월 20일 :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빌려쓴 돈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앞의 대문쪽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뒤에 있는 쪽문으로 나가서 저지른 일이 집안 전체를 뒤흔들게 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 97년 10월 17일
- 동남아 통화위기가 10월 중순에 들면서 북상하기 시작했다.
● 97년 10월 23일
- 홍콩 증시 폭락 사태로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전세계 증시가 모두 출렁이는 것이어서 우리도 그런 충격파 속에 함께 놓여진 것으로 생각했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로 치닫는 길에 들어섰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강경식. 1999. 『강경식의 환란일기』. 279-287
1997년 7월 초, 태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말레이시아 · 인도네시아 · 싱가포르 · 홍콩으로 번져갔습니다. 이를 본 외국 투자자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지금 난리인데, 한국은 안전한가? 우리가 빌려준 돈을 한국이 갚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상환능력을 의심하게 된 외국 채권자들은 일순간 투자자금을 회수해가기 시작했죠.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 채권자들의 상환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부채가 '원화'(\)로 표기되었다면 한국정부가 보증을 서주고,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었겠죠. 그러나 외국으로부터 '달러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렸기 때문에,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기업들은 가지고 있던 자산을 급하게 팔아서 달러화로 바꾼뒤 부채를 상환하였고, 부채를 갚지 못한 기업들은 파산했죠. 1997년 이전 급격하게 증가했던 단기부채는 1997년 이후 정반대로 급격하게 감소하였습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항목별 증감률(실질) - 최종소비지출 + 총고정자본형성(민간) + 총고정자본형성(정부) >
1997년 이전 한국 기업들이 외국으로부터 빌린 단기부채로 투자를 증가시켜왔기 때문에, 부채감축은 반대로 투자의 감소를 불러왔죠. 1997년 이후 민간의 투자는 크게 감소하였고, 감소폭은 전년대비 -24%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투자의 감소는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겪었던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입니다.
(더 공부해보기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시리즈 )
※ 1997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고 확충에 집착하기 시작한 동아시아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외환보유액>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을 꺼리게 됩니다.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린 뒤 투자를 증가시킨 것은 좋았는데,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들어오고 부채를 감축시키는 과정에서 투자가 크게 감소한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죠.
대신에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달러화($)를 많이 비축(reserve)해서 제2의 외환위기를 방지하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997년 이후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죠.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국제수지 - 국제수지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 1994년-2007년>
외국으로부터 자본을 유입시키는 것은 외국의 저축을 '빌리는 것'(borrow)입니다. 일종의 부채(debt)이죠.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여 달러화를 비축(reserve)하는 것은 부채가 아니라 스스로 번 돈입니다.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국의 저축을 빌리지 않고(borrower),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국의 돈을 번 뒤에 빌려주는 역할(lender)을 하기 시작합니다.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투자보다 저축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S>I),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저축을 증가'시키는 것에 힘을 쏟았죠.
(참고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두번 다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저축을 많이한 것'이 또 다른 경제위기의 시작이 될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더 공부해보기 :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
※ 2008 금융위기
1997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달러화($)를 비축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위기를 겪지 않았던 중국 또한 주변국들의 위기과정을 본 뒤, 저축을 증가시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외환보유고 확충에 힘을 쏟았죠.
윗 그래프는 1990년대 말 이후 전세계 국가들의 경상수지 현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1990년대 말 이후 중국과 아시아국가들(주황색)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증가하는 현상과 미국(파란색)의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중국과 아시아국가들, 그리고 미국 사이의 경상수지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이 나타난 원인 중 하나는 아시아국가들이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자본·금융수지 적자)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자본·금융수지 흑자)로 이전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이후 비축한 달러화($)로 미국채권을 구입(순자본유출)했습니다. 아시아국가들에서 나온 막대한 자본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순자본유입)이죠.
(참고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출처 : FRED - All-Transactions House Price Index for the United States>
이렇게 미국으로 흘러들어온 자본은 어디로 갔을까요? 만약 미국의 아시아의 자본을 이용하여 자본재투자를 증가시켰다면 경제가 더 성장했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으로 흘러들어온 아시아의 자본은 부동산시장으로 향했죠.
2000년대 들어서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이후 2006년까지, 미국 부동산가격은 약 2배 가까이 상승했죠. 위에 첨부한 그래프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FRED -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본 미국 국민들은 대출을 받은 뒤 부동산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다른 집을 구매하고,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죠.
그 결과, 부동산가격이 상승함과 동시에 주택담보대출(Mortgage) 또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은행대출은 부채(debt)이기 때문에, 미국 가계부채(household debt)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죠.
1997년 이전의 한국·동아시아와 2008년 이전의 미국에서 비슷한 점을 찾지 않았나요? 한국은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단기부채를 이용해 투자를 증가시켰습니다. 미국은 아시아로부터 들여온 자본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였고, 미국 가계는 부채를 이용해 부동산 구입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단기부채를 상환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감소하였는데,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출처 : FRED - All-Transactions House Price Index for the United States>
2006년 이후 미국 부동산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은 현금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대출을 받아서 부동산을 구입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4억원짜리 아파트를 은행대출 3억 + 내 돈 1억원을 가지고 구매했는데, 아파트 가격이 2억이 됐습니다. 이제 은행은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지 걱정하기 시작하죠.
<출처 : FRED -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불안해진 은행은 집주인에게 대출금액을 빨리 갚으라는 요구를 합니다. 미국 가계는 대대적인 부채감축(deleveraging)에 나서게 됩니다. 대출금액을 갚을 현금이 없는 집주인은 집을 팔아서 현금을 마련해야 했죠. 매물로 나오는 주택이 많아짐에 따라 부동산가격은 더더욱 하락하고, 은행의 대출압박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초래됩니다.
<출처 : FRED - Real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기 이전, 미국 가계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 소비를 늘려왔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은행의 대출상환요구가 증가했고, 미국 가계는 부채를 갚는게 우선순위가 되었습니다. 소득이 들어올때마다 부채를 갚는데에 돈을 썼기 때문에, 자연스레 소비지출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출처 : Richmond Fed >
일반 미국 가계의 대출보다 더 큰 문제는 저신용자(sub-primer)들의 대출이었습니다. 2006년 이전, 부동산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것을 본 대출업제들은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까지 엄청난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그 이후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저신용자들은 당연히(?) 대출금을 갚을 수 없었고, 대출연체율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007 Subprime Mortgage Crisis) 였죠.
< 출처 : Atif Mian, Amir Sufi. 2014. 『House of Debt』. 34 >
저신용자들의 대출연체가 증가하자 돈을 받아야 하는 미국 금융기관이 파산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 금융위기'(2008 Financial Crisis or the Great Recession)이 발생한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파산은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Credit Crunch)을 초래하였고, 미국기업들은 투자를 위한 자금을 조달할 수가 없게 되었죠. 따라서, 소비지출 감소에 더하여 투자지출마저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출처 : FRED - Real Gross Domestic Product, 3 Decimal>
소비지출과 투자지출 감소로 인해 2007년 이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2009년 3분기에는 -4.0%를 기록하면서 저점을 찍습니다. 그 이후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는 여전히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공부해보기 :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하위계층의 높은 부채비율. 부동산가격 하락의 손실을 집중시키다 - 『House of Debt』' )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글의 앞에서 말했다시피, 사람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한 국가를 두고 "국민들이 게으르니까 경제위기를 겪지. 부지런하게 살았으면 위기를 겪었겠냐? 일은 안하고 소비는 펑펑 하니 국가가 파산하는거지."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은 과소비가 아니라 '총지출 감소'가 경기침체를 불러온다고 말하며, 실제 경제위기 사례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 또한 과소비가 아닌 소비·투자 지출감소가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경제위기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 경제 기초여건의 문제인가, 단순한 유동성 위기인가
1997년 이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8% 이상을 기록해왔고 인플레이션 · 정부의 재정적자도 안정적인 수준에 있었습니다. 2008년 이전 미국 또한 안정적인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기록했었고, 재정적자를 기록하긴 했으나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죠.
즉,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은 튼튼한 상태였습니다. 저성장 · 재정적자 · 높은 인플레이션 등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능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유는 '부채'(debt)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은 민간기업의 단기 대외부채가 문제였고, 미국은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문제였죠. 외국 혹은 금융기관이 채무상환을 요구했을때 이를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투자 · 소비 감소가 발생하였고, 채무를 갚지 못한 기업과 가계가 파산하면서 경제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경제의 기초여건이 튼튼한 국가라 할지라도, 부채를 상환할때 필요한 현금과 외화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태에 빠지면 유동성위기(il-liquidity)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초여건이 튼튼했더라도, 부채를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총수요가 위축되어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 과도한 부채가 문제인가
"그럼 민간과 가계가 지고있던 '과도한 부채'를 경제 기초여건의 문제라고 해석할 수는 없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과도한 대외부채를 지고 있던 것, 미국의 가계들이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을 지고 있는 것 자체가 한국과 미국의 거시경제 기초여건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과도한 부채' 때문에 경제위기가 발생했느냐?"입니다. 1997년 당시 한국의 기업들이 단기 대외부채의 만기를 계속해서 연장해 나갔다면 유동성위기를 겪었을까요? 2008년 당시 미국의 가계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요구받지 않았더라면 유동성위기를 겪었을까요?
만약 만기를 계속해서 연장하고 상환을 요구받지 않았더라면, 부채크기는 계속해서 증가했을테지만 유동성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시말해, '과도한 부채'를 문제삼는 것은 무엇때문에 경제위기가 발생하였는지 핵심을 모르는 것이죠.
● 디레버리징(부채감축, deleveraging) 이후 발생한 소비·투자 감소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출처 : FRED -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과 2008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현상은 '디레버리징'(부채감축, deleveraging)에 뒤이은 소비·투자 감소 입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에게서 빌린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를 갚으려 했고, 미국의 가계들은 금융기관에게서 빌린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갚으려 했죠.
단기 대외부채로 투자를 늘려왔던 한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투자감소 현상이 나타났고, 주택담보대출로 부동산 구매를 늘려왔던 미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소비감소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디레버리징을 할 필요가 없었다면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은 경제위기를 안 겪지 않았을 겁니다. 1997년 당시 외국과 2008년 당시 금융기관이 계속해서 만기연장을 해주었더라면, 한국 기업들과 미국 가계는 부채를 감축할 필요도 없었고 소비와 투자를 줄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입니다.
● 갑작스런 상환요구에 이은 신용경색 발생
그럼 디레버리징은 왜 일어날까요? 그 이유는 '어느 시점에 갑자기 상환요구'가 채무자에게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거시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이 실제로 좋으냐 나쁘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돈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에' 상환요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997년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 · 실업률 등 경제 기초여건(fundamental)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2008년 당시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낮은 편은 아니었죠.
그러나 1997년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겪는 것을 본 외국은행들은 한국경제도 '불안하다고 생각'하였고, 부채의 조속한 상환을 요구합니다. 2008년 미국 금융기관은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가계의 상환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였고, 부채의 조속한 상환을 요구합니다.
만약 한국경제가 불안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 미국 가계의 상환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상환요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디레버리징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소비와 투자도 감소하지 않아서 경기침체에 빠지는 일은 없었겠죠.
● 왜 '갑작스런 상환요구'와 '디레버리징'에 주목해야 하는가
다시 말하지만,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부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런 상환요구로 인한 디레버리징의 방지'입니다. 두 관점의 차이는 ① 경제위기 발생원인 ② 경제위기 정책대응에 있어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① 경제위기 발생원인
: 우선 '과도한 부채'를 문제삼는 관점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과도한 부채가 경제위기의 핵심원인이라면, 경제위기 발생국가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위기를 겪은 것이 됩니다. 평상시 다른 사람의 부채를 이용해 무리한 소비 · 투자를 했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한 것이죠. 이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능으로 인해 기초여건에 문제-저성장 · 재정적자 · 높은 인플레이션-가 생겨서 경제위기를 겪었다고 말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경제위기 발생원인을 '윤리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경제위기는 잘못을 한 국가가 받는 벌이죠.
그러나 '갑작스런 상환요구로 인한 디레버리징'에 주목한다면, 경제위기는 기초여건이 튼튼한 국가 · 국정운영을 잘해왔던 정부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평상시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인해 갑자기 상환요구가 빗발치고, 부채를 감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소비 · 투자가 줄어들어 경기침체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경제위기를 겪게된 국가의 평소 행동이 윤리적이든 비윤리적이든 그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② 경제위기 정책대응
: '과도한 부채'를 문제삼는 관점은 경제위기를 윤리적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는 평상시 행태가 방탕했던 국가가 받는 벌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경제위기 대응에 있어서 주로 윤리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부채를 줄이고, 과소비를 줄이고, 부지런히 일하고 등등 이런 정책이 나옵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상환요구로 인한 디레버리징'에 주목하는 관점은 일단 채권자의 추가적인 상환요구가 나오지 않게 만드는 정책을 제시합니다. 채무자에게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의 상환요구를 조금이나마 지연시켜서 유동성을 확보합니다.
그리고 채무자가 부채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소비 · 투자가 감소할 것을 상쇄하기 위해, 여유가 있는 사람이 소비와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죠. 결과적으로는 채무자가 부채를 성공적으로 상환함과 동시에, 발생했을 뻔했던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부채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소비 · 투자가 감소할 것을 상쇄하기 위해, 여유가 있는 사람이 소비와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통화정책(Monetary Policy)와 재정정책(Fiscal Policy)의 주요목적입니다.
※ 그레이트 캐피톨힐 베이비시팅 협동조합
아래의 글은 '경제의 기초여건이 튼튼했던 국가라도 갑작스럽게 지출이 감소하여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도록 하죠.
스위니 씨 가족은 1970년대에 그레이트 캐피톨힐 베이비시팅 협동조합의 조합원이었다. 캐피톨힐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근무하는 젊은 부부들 위주의 조합이었고, 서로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약 150쌍의 부부가 참여하는 규모가 큰 조합이었기 때문에 언제든 베이비시터로 나설 수 있는 인원은 많았지만, 반대로 큰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컸다. 특히 각 부부에게 동일한 만큼의 부담을 할당해야 한다는 점이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캐피톨힐 협동조합은 쿠폰을 발행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쿠폰 한 장으로 하 시간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아이를 돌보기로 한 부부는 아이를 맡기는 부부로부터 해당하는 시간만큼의 쿠폰을 받고 아이를 돌봐주었다.
구조적으로 볼 때 모든 조합원이 공평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시스템이었다. 각 부부는 자신이 아이를 맡긴 시간만큼만 다른 아이를 돌봐주면 됐다.
그런데 문제가 쉽지만은 않았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상당량의 쿠폰이 유통돼야만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장 외출할 계획이 없는 부부들은 나중을 위해 최대한 쿠폰을 모아 적립해두려고 했다. 반대로 아이를 맡긴 부부들의 쿠폰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번 연달아 외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쿠폰을 확보하려는 부부들이 늘어났다.
이 조합에서 쿠폰을 발급받는 일은 나름 복잡했다. 입회할 때 쿠폰을 받고 탈퇴할 때 반납해야 했다. 쿠폰 하 장당 일정액의 수수료를 냈는데, 이 돈은 직원 급여 등 관리비로 쓰였다. 자세한 사정은 그리 중요치 않다.
요점은 회전되는 쿠폰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시기가 닥쳤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결과는 참으로 흥미로웠다. 모아놓은 쿠폰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부들은 다른 부부의 아이를 돌보고 싶어 안달이었고, 외출을 꺼렸다. 그러나 한 부부의 외출이 다른 부부에게 베이비시팅의 기회가 되는 것이었으므로 쿠폰을 모을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모아놓은 쿠폰을 쓰지 않으려고 했고, 그 결과 베이비시팅의 기회는 더욱 줄어들었다. 간단히 말해 베이비시팅 조합이 불경기에 들어간 것이다.
(...)
이제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두 가지의 핵심적인 의미를 생각해보자. 하나는 불경기의 발생 경위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경기를 다루는 방법의 문제다.
먼저 베이비시팅 조합이 왜 불경기에 들어섰는지를 살펴보자.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이 아이 돌보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이 일을 훌룡하게 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별개의 문제다.
캐피톨힐 사람들의 가치관에 문제가 있어서 조합이 어려움을 겪은 것도 아니요, 아는 집 애만 잘 봐주는 편파주의에 빠져서 그랬던 것도 아니다. 다른 경쟁 조합들만큼 변화하는 보육 기술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도 아니었다.
문제는 조합의 생산 능력이 아니라 단순히 유효수요(effective demand)의 부족에 있었다. 사람들이 현금(쿠폰)을 모으는 일에만 신경을 쓰느라 실제 재화(아이를 맡기는 시간)의 소비가 현저히 감소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비즈니스 사이클 상의 불황은 한 경제의 근본적인 강점이나 약점과는 거의 혹은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튼튼한 경제에도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둘째, 베이비시팅 조합의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스위니 부부는 캐피톨힐 조합의 관리위원회를 납득시키는 일이 정말 어려웠다고 보고한다. 주로 법률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는 문제가 본질적으로 기술적인 것이며, 쉬운 해결책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관리위원들은 처음에 해당 사안을 '구조적 문제' 즉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한 문제로 생각했고, 그래서 나온 처방이 각 부부에게 한 달에 최소한 두 번은 외출하도록 '요구'하는 규칙을 제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경제학자들의 의견에 따라 쿠폰의 공급을 늘리는 조치가 취해졌다. 결과는 신기에 가까웠다. 쿠폰 보유량이 늘어남에 따라 부부들은 좀 더 자주 외출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다른 부부의 아이를 돌볼 기회도 점점 많아졌으며, 이는 다시 조합원들의 외출 빈도 증가와 베이비시팅 기회의 확대로 이어졌다. 조합의 GBP(Gross Baby-sitting Product) 즉 '베이비시팅 총생산' 수치가 치솟은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는 조합원들의 보육 기술이 향상되었기 때문도 아니요, 조합이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했기 때문도 아니다.
단순히 통화의 혼란이 바로잡혔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단순히 돈을 찍어내기만 해도 불황과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얘기다. 때로는 이것이 놀랄 만큼 쉬운 치유책이 될 수도 있다.
폴 크루그먼. 2009. 『불황의 경제학』. 26-31쪽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이번글에서는 실제 경제위기 사례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를 통해,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들어오고 부채를 감축(디레버리징)하는 과정에서 소비·투자가 감소하여 경기침체에 빠지는 상황'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에서는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 발생을 통해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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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9. 21. 20:08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지난글들을 통해 계속 강조했던건 '중요한 것은 많은 돈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 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돈은 의미가 없습니다. 재화를 생산한 뒤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충족시키는게 중요하죠.
그런데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낸다'는게 무슨 말일까요? 인쇄기로 지폐를 막 찍어내는 것을 뜻할까요? 실제 중앙은행은 많은 지폐를 인쇄하지 않고, '신용창출 과정'을 통해 통화량을 증가시킵니다. 이번글에서는 은행의 신용창출 과정을 알아볼 겁니다.
그리고 왜 많은 돈은 의미가 없는지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는 논리를 배울게 될겁니다.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하기 때문이죠.
※ 지난 내용 복습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지난 여러편의 글들에서 누차 강조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 중요하다" 였습니다. 중상주의 시절에는 금 · 쌀 등 재화를 많이 축적한 나라가 부유한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습니다. 돈의 양만 많아지는 것은 그저 명목(nominal) 변화일 뿐이고 실질(real)적인 생활수준은 향상되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생산의 증가입니다.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을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이라 부르고, 국가가 1년동안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얼마인지를 측정할 때 GDP를 이용합니다.
한국의 GDP가 1,500조원 이라는 말은 "한국이 가지고 있는 돈의 양이 1,500조원이다."가 아니라 "한국이 1년동안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0조원이다."라는 뜻입니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있어 화폐(돈)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많은 화폐는 그저 물가수준만을 높일 뿐이고, 거시경제의 총산출량은 변하지 않습니다.
※ 중앙은행은 어떻게 돈을 찍어내는가?
- 돈을 찍어내는 것(print)이 아니라 '신용'(credit)을 창조
지난글들에서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다'라는 말을 반복했는데, 중앙은행은 어떻게 돈의 양을 늘리는 것일까요?
표현상 '돈을 찍어낸다(print)'라는 말을 쓰지만, 중앙은행이 인쇄기를 이용해서 돈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신용'(credit)을 창조하는 방식으로 돈의 양을 늘립니다. 이제 이를 알아봅시다.
중앙은행(Central Bank)은 2,000,000원(이백만원)을 찍어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현재 2,000,000원(이백만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화폐를 가지고 있으면 도난의 위험도 있으니 절반인 1,000,000원(일백만원)은 일반 상업은행(Commercial Bank)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현금 1,000,000원(일백만원)과 예금 1,000,000원(일백만원)을 가지게 되죠.
은행(여기서 은행은 일반 상업은행 입니다) 입장에서는 고객의 예금 덕분에 1,000,000원(일백만원)이 들어왔습니다. 은행이 갑자기 1,000,000원(일백만원)을 보유하게 된 것이죠(자산). 그런데 이 예금은 고객이 인출을 요구할때 바로 줘야합니다(부채).
따라서 은행의 대차대조표에는 1,000,000원(일백만원)이 '자산'란에 기록됨과 동시에 '부채'란에 기록됩니다.
자산 |
부채 |
예금 1,000,000원 (일백만원) |
예금 1,000,000원 (일백만원) |
그런데 은행은 고객의 예금에 이자를 지급해주어야 합니다. 애초에 고객이 돈을 예금하지 않았더라면 이자비용이 나가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은행은 예금이자를 충당하기 위해 대출이자로 돈을 벌 생각을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대출을 해준 뒤 대출이자를 받고, 대출이자를 이용해서 예금이자를 지불하면 은행은 손해를 보지 않죠.
이때 1,000,000원(일백만원)을 전부 다른 사람에게 대출을 해줘도 될까요? 예금을 맡겼던 고객이 인출을 요구하면 은행은 돈을 줘야 합니다. 1,000,000원(일백만원)을 전부 다른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면, 고객의 예금인출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죠.
따라서, 은행은 1,000,000원(일백만원) 중 10%인 100,000원(일십만원)만 남겨둔채로 나머지 액수만 다른 사람에게 대출을 합니다. 예금을 맡긴 고객이 매일 인출을 요구하지 않을 뿐더러 모든 액수를 인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예금액 중 일부만 남겨두어도 무방합니다.
은행은 예금 1,000,000원(일백만원) 중 100,000원(일십만원)만 남겨두고 900,000원(구십만원)은 다른 사람에게 대출을 해줍니다.
자산 |
부채 |
지급준비금 100,000원 (일십만원) |
예금 1,000,000원 (일백만원) |
대출 900,000원 (구십만원) |
이제 은행의 대차대조표 자산란에는 먼저 예금되어 있던 1,000,000원(일십만원)이 '지급준비금'이란 명목으로 기록됩니다. 예금을 맡긴 고객이 인출을 요구할때 '지급'을 '준비'하는 금액이죠.
그리고 지급준비금과 함께 대출액수 900,000(구십만원)이 기록됩니다. 대출은 고객에게는 부채이지만 은행에게는 자산입니다. 은행의 부채란은 변동이 없습니다.
여기서 900,000원(구십만원)을 대출한 사람은 이곳저곳에 돈을 씁니다. 먀트에서 물건을 사기도하고 음식을 먹기도하죠. 이제 900,000원(구십만원)은 마트주인과 음식점 주인이 가지고 있습니다. 도난을 우려하는 이들은 900,000원(구십만원)을 은행에 예금합니다.
자산 |
부채 |
지급준비금 1,000,000원 (일백만원) |
예금 1,900,000원 (일백구십만원) |
대출 900,000원 (구십만원) |
마트주인과 음식점 주인이 900,000(구십만원)을 은행에 예금한 결과, 은행이 보유한 예금액수는 1,000,000(일백만원)에서 1,900,000(일백구십만원)이 되고, 대차대조표 부채란에 기록됩니다.
그리고 지급준비금은 100,000원(일십만원)에서 1,000,000원(일백만원)으로 증가해서 처음의 금액과 똑같게 됩니다. 대출액수는 변동이 없죠.
은행은 또 다시 생각합니다. "새롭게 예금된 돈 중 일부를 다른사람에게 대출해주어서 돈을 벌어야겠다." 예금을 해 둔 고객들이 인출을 요구할 수도 있으니, 예금액수의 10%인 190,000원(일십구만원)은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 가지고 있는 지급준비금 1,000,000(일백만원) 중 190,000원(일십구만원)은 제외한 나머지 금액 810,000원(팔십일만원)을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줍니다.
은행의 총대출액수는 기존 900,000원(구십만원)+새 대출 810,000원(팔십일만원)인 1,710,000원(일백칠십일만원)이 됩니다.
자산 |
부채 |
지급준비금 190,000원 (일십구만원) |
예금 1,900,000원 (일백구십만원) |
대출 1,710,000원 (일백칠십일만원) |
810,000원(팔십일만원)을 새롭게 대출해간 사람은 또 돈을 이곳저곳에 쓸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돈의 소유자가 은행에 예금을 합니다.
이제 은행이 보유한 예금액수는 기존금액 1,900,000원(일백구십만원)에 810,000원(팔십일만원)이 더해져서 2,710,000원(이백칠십일만원)이 되고, 부채란에 기록됩니다.
그리고 지급준비금은 190,000원(일십구만원)에서 새로 들어온 돈 810,000원(팔십일만원)이 더해져서 다시 1,000,000원(일백만원)이 됩니다.
자산 |
부채 |
지급준비금 1,000,000원 (일백만원) |
예금 2,710,000원 (이백칠십일만원) |
대출 1,710,000원 (일백칠십일만원) |
은행은 예금액수의 10% 정도의 지급준비금만을 제외하고 또 대출을 해주겠죠. 그리고 새로운 예금자가 등장하구요. 지금까지 살펴본 과정이 계속 반복됩니다.
그럼 언제까지 이런 과정이 반복될까요? 은행은 예금액수의 10%만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두고, 여분의 지급준비금을 대출해주고 있습니다. 대출된 금액은 새롭게 예금이 되어 지급준비금을 초기금액인 1,000,000원(일백만원)으로 채워주죠. 결국 최종 지급준비금은 1,000,000원(일백만원)이 됩니다.
은행은 예금액수의 10%만 지급준비금으로 남겨두기 때문에, 다르게 보면 최종 예금액수는 최종 지급준비금의 10배(1/0.1)인 10,000,000원(일천만원)이 됩니다.
자산 |
부채 |
지급준비금 1,000,000원 (일백만원) |
예금 10,000,000원 (일천만원) |
대출 9,000,000원 (구백만원) |
이것이 은행의 최종 대차대조표 입니다. 최종 지급준비금은 1,000,000원(일백만원)이고 최종 대출금액은 9,000,000원(구백만원) 입니다. 그리고 최종 예금금액은 10,000,000원(일천만원)이 됩니다.
처음의 예금 1,000,000원(일백만원)이 최종적으로는 10,000,000원(일천만원)으로 10배나 증가했습니다. 10배 증가에 기여한 것은 최종 대출금액 9,000,000원(구백만원)이죠.
자, 중앙은행이 실제로 찍어낸(print) 돈은 처음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2,000,000원(이백만원)이 전부입니다.
사람들이 1,000,000원(일백만원)만 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1,000,000원(일백만원)을 은행에 예금했을 뿐인데, 최종 예금금액은 10,000,000원(일천만원)이 됐습니다.
거시경제내 통화량이 초기 2,000,000원(이백만원)에서 '현금 1,000,000원(일백만원) + 최종 예금금액 10,000,000원(일천만원)'인 11,000,000원(일천일백만원)이 된 것이죠.
증가한 통화량은 중앙은행이 찍어낸(print)것이 아니라 '신용'(credit) 덕분에 만들어진 결과물 입니다.
은행은 초기예금 1,000,000원(일백만원)을 전부 보관하지 않고 일부분만 보관해도 되었기 때문에, 10% 지급준비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으로 신용을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지급준비율의 역수인 10배(1/0.1)만큼 최종 예금금액이 창출되었죠. 만약 지급준비율이 10%가 아니라 5% 였다면, 최종 은행예금 액수는 더 커졌을 겁니다(20배=1/0.05).
이제 통화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통화량은 '일반사람이 보유한 현금 + 최종 은행예금' 입니다. 그리고 은행 지급준비금은 '최종 은행예금 * 지급준비율'이기 때문에, 최종 은행예금은 '은행 지급준비금/지급준비율' 입니다.
즉, 통화량은 '일반사람이 보유한 현금 + 은행 지급준비금/지급준비율'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 중앙은행의 통화량 조절하기
앞서 우리는 통화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아봤습니다. 통화량은 '일반사람이 보유한 현금 + 은행 지급준비금/지급준비율' 이었죠.
따라서 중앙은행은 직접 돈을 찍어내서(print) 현금 보유량을 늘릴 수도 있지만, 은행 지급준비금과 지급준비율을 조절하여 통화량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찍어낸 돈을 회수하여 현금 보유량을 감소시키고, 은행 지급준비금과 지급준비율을 조절하여 통화량을 감소시킬 수도 있죠.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는 3가지 방법 ① 공개시장조작 · ② 지급준비금 조절 · ③ 지급준비율 조절을 알아봅시다.
●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사람들의 현금 보유량 변화시키기
: 중앙은행은 직접 돈을 찍어내서 사람들에게 현금을 줄 수 있습니다. 이때 그냥 현금을 주는게 아닙니다. 개인은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가지고 있는데, 중앙은행은 개인이 보유한 채권을 매입하는 대가로 현금을 지급합니다.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대금으로 지급한 현금으로 인해 '일반사람이 보유한 현금'이 증가하고 통화량이 늘어납니다. 이를 '공개시장 매입' 이라고 합니다.
만약 공개시장 매입을 통해 증가된 현금이 은행에 예금된다면 통화량은 더욱 더 증가합니다. 개인은 중앙은행에 채권을 매각하고 현금을 보유하게 됩니다. 이때, 개인이 은행에 예금을 한다면 신용창출 과정(지급준비금/지급준비율)을 통해 최종 은행예금이 더 증가하게 되죠.
반대로 중앙은행은 자신들이 보유한 채권을 개인에게 팔 수도 있습니다. 개인은 채권을 구매하게 되고, 그 대가로 중앙은해에 현금을 지급하죠. 중앙은행이 채권 매각대금으로 받은 현금으로 인해 '일반사람이 보유한 현금'이 감소하고 통화량이 줄어듭니다. 이를 '공개시장 매각'이라고 합니다.
● 일반 상업은행 지급준비금 조절하기 : 재할인율 조절
: 통화량은 '일반사람이 보유한 현금 + 은행 지급준비금/지급준비율' 입니다. 그렇다면 은행 지급준비금을 늘리면 통화량이 증가하지 않을까요? 반대로 은행 지급준비금을 줄이면 통화량이 감소하지 않을까요?
일반 상업은행은 예금자들이 인출을 요구할 경우를 대비하여 지급준비금을 쌓아놔야 합니다. 이때 중앙은행은 은행에게 지급준비금을 빌려줄 수 있습니다. 은행은 보유한 지급준비금이 부족하면 중앙은행에게 빌릴 수 있고, 보유한 지급준비금이 과하면 중앙은행에게 다시 돌려줄 수 있죠.
개인간 돈 거래에 이자율이 적용되듯이, 중앙은행과 은행의 거래에도 이자율이 적용됩니다. 이를 '재할인율'이라 하죠. 재할인율이 높으면 은행은 지급준비금을 빌리기를 꺼리고, 재할인율이 낮으면 은행은 지급준비금을 많이 빌리게 됩니다. 즉, 중앙은행은 재할인율을 조절하여 은행의 지급준비금을 많게 하거나 적게 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재할인율을 인하하면 은행은 지급준비금을 많이 빌리게 됩니다. 은행의 지급준비금 증가에 따라 '1/지급준비율' 만큼 은행예금이 대폭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은행예금 증가만큼 통화량이 증가하게 되죠.
예를 들어, 앞선 예에서 지급준비금이 1,000,000원(일백만원)일때 최종 은행예금은 10배(1/0.1)인 10,000,000원(일천만원) 이었습니다. 만약 지급준비금이 2,000,000원(이백만원)이었다면 최종 은행예금은 20,000,000원(이천만원)이 될 것입니다. 지급준비금이 1,000,000원(일백만원) 증가했을 뿐인데 통화량은 10,000,000원(일천만원)이나 증가했죠.
반대로 중앙은행이 재할인율을 인상하면 은행은 지급준비금을 빌리기를 꺼리게 됩니다. 은행의 지급준비금 감소에 따라 '1/지급준비율' 만큼 은행예금이 대폭 감소됩니다. 그 결과 통화량은 감소합니다.
● 지급준비율 조절하기
: 아예 '지급준비율'을 조절하여 통화량을 변동시킬 수 있습니다. 지급준비율이 낮을수록 통화량은 증가하고, 지급준비율이 높을수록 통화량은 감소합니다.
만약 지급준비율이 10%가 아니라 5% 였다면, 지급준비금 1,000,000원(일백만원)은 20배(1/0.05)로 커져 최종 은행예금 20,000,000원(이천만원)이 됐을 겁니다. 지급준비율이 20%라면, 지급준비금 1,000,000원(일백만원)은 5배(1/0.2) 밖에 커지지 않아 최종 은행예금은 5,000,000원(오백만원)에 불과했을 겁니다.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강조한 것은 "중앙은행은 실제로 돈을 찍어내는(print) 방법으로 통화량을 늘리지 않고, 일반 상업은행의 '신용'(credit) 창출을 통해 통화량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중앙은행은 공개시장조작 · 지급준비금 조절 · 지급준비율 조절의 방법으로 통화량을 변동시킬 수 있다." 였습니다.
※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 통화량 변동을 통한 기준금리 목표치 도달
중앙은행은 돈을 직접 찍어내는(print) 것이 아니라 '신용창출'을 통해 많은 통화량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공개시장조작 · 재할인율을 통한 지급준비금 조절 · 지급준비율 조절 등을 통해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었죠.
하지만 경제뉴스 등에서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한다"는 이야기는 비교적 많이 접하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가 많이 듣는 이야기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ㅁ.ㅁ%로 설정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거라고 발표했다." 등이죠. 이처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key interest rate)를 통해 통화정책을 수행하여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발표하고 나면, 갑자기 금융시장에 있는 모든 금리-채권금리, 예금금리, 대출금리-등이 자동적으로 변하는 걸까요? "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발표했네. 우리 채권금리도 이렇게 설정하자" 라는 식으로요?
그렇지 않습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발표는 그저 말로 하는 '발표'일 뿐입니다. 말에 이은 행동이 이루어져야 금융시장에 있는 금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주 : 통화정책에 대해 더 깊이있는 공부를 하면, 중앙은행이 '말'(talk)만으로 시장금리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거시경제 기본이론을 배우는 이번글에서는 논외로 해둡시다.)
중앙은행이 발표하는 기준금리는 일종의 목표치(target)이고, 중앙은행은 공개시장조작 · 재할인율을 통한 지급준비금 조절 · 지급준비율 조절 등의 통화량조절을 통해 목표치를 충족시킵니다.
●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증가시키면 금리가 하락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했습니다. 가령, 과거 기준금리가 5%라면 새로 발표한 기준금리는 4% 입니다. 중앙은행은 '금리가 4%가 되도록 통화량을 증가'시킵니다. 그럼 통화량 증가는 어떤 경로로 금리를 하락시킬 수 있을까요?
▶ 중앙은행의 공개시장 매입을 통한 채권구매 증가 → 채권수요 증가로 인해 채권금리 하락
: 중앙은행은 공개시장 매입을 통해 통화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이때, 공개시장 매입 그 자체가 채권금리를 하락시킵니다. 왜냐하면 공개시장 매입은 중앙은행이 채권을 구매하고 판매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중앙은행의 공개시장 매입은 채권 구매수요를 증가시키고 이는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중앙은행은 금리가 4%대로 낮아질때까지 이 과정을 수행합니다.
▶ 중앙은행의 통화량증가 → 필요보다 많은 화폐를 가지게된 경제주체 → 여분의 화폐로 채권을 구매 → 채권금리 하락
: 중앙은행이 공개시장 매입 · 재할인율 인하 · 지급준비율 인하를 하게되면 거시경제 통화량은 증가합니다. 경제주체들은 이전에 비해 많은 화폐를 보유하게 되죠. 필요에 비해 많은 화폐를 보유하게 된 사람들은 여분의 화폐로 채권을 구입합니다. 따라서, 채권수요는 증가하게 되고 채권금리는 하락합니다. 중앙은행은 금리가 4%대로 낮아질때까지 통화량을 계속 공급합니다.
●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감소시키면 금리가 상승한다
앞서의 예와는 반대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했습니다. 과거 기준금리가 5%라면 새로 발표한 기준금리는 6% 입니다. 중앙은행은 '금리가 6%가 되도록 통화량을 감소'시킵니다. 그리고 통화량 감소는 앞에서 말한 경로를 통해 금리를 하락시키죠.
▶ 중앙은행의 공개시장 매각을 통한 채권판매 증가 → 채권수요 하락과 채권공급 증가로 인해 채권금리 상승
: 중앙은행은 공개시장 매각을 통해 통화량을 감소시킵니다. 이때, 공개시장 매각 그 자체가 채권금리를 상승시킵니다. 왜냐하면 공개시장 매각은 중앙은행이 채권을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중앙은행의 공개시장 매각은 채권 구매수요를 줄임과 동시에 채권 판매공급을 증가시키고 이는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중앙은행은 금리가 6%대로 상승할때까지 이 과정을 수행합니다.
▶ 중앙은행의 통화량감소 → 필요보다 보유화폐가 부족한 경제주체 → 필요량만큼 화폐를 보유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채권을 매각 → 채권금리 상승
: 중앙은행이 공개시장 매각 · 재할인율 인상 · 지급준비율 인상를 하게되면 거시경제 통화량은 감소합니다. 경제주체들은 이전에 비해 적은 화폐를 보유하게 되죠. 필요보다 부족한 화폐를 보유하게된 사람들은, 필요량만큼 화폐를 보유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채권을 매각합니다. 따라서, 채권수요는 감소함과 동시에 채권공급은 증가하게 되고, 채권금리는 상승합니다. 중앙은행은 금리가 6%대로 상승할때까지 통화량을 계속 축소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1
: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통화량이 늘어나는 이유는?
: 화폐수량설
지난 글들을 통해 '중요한 건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라는 말을 반복했는데, 왜 우리는 화폐를 쓰는 것일까요?
제일 간단한 답은 '거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화폐가 없다면 물건을 구매할때마다 "나는 1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할 능력이 있습니다."를 증명해야 합니다. 혹은 물물교환을 통해서만 거래를 해야하기 때문에, 서로 간에 원하는 물건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거래가 불발되겠죠.
이런 이유로 인해 경제규모가 커지고 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화폐유통량도 많아집니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통화량이 증가한다는 말입니다. 중앙은행은 성장하는 경제규모에 맞추어 통화량을 증가시킵니다.
'경제규모가 커짐에따라 통화량이 증가한다'를 보여주는 수식이 바로 '화폐수량설' 입니다. 거시경제의 명목GDP(PY)가 증가하면 (화폐유통속도는 크게 변하지 않고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에 비례하여 통화량(M)도 늘어납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통화 및 유동성지표 - 주요 통화지표 - M2(협의통화, 평잔) - 1960년 1월~2015년 7월>
1953년 한국전쟁 휴전 당시 한국의 명목GDP는 약 48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5년 현재는 약 1,500조원에 달합니다. 이에 비례하여 통화량 또한 대폭 증가했습니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한국의 통화량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2
: 왜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무한대로 증가시지키 않을까?
: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페적인 현상
: 화폐의 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화폐수량설'이 알려주는 또 하나의 사실은 "통화량은 명목GDP 크기에 맞추어 증가시켜라" 입니다. 적정 통화량은 명목GDP를 화폐유통속도로 나눈 값(M=PY/V)입니다.
이때 중앙은행이 적정 통화량을 넘어서, 통화량을 계속해서 증가시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요? "화폐수량설에 따라 통화량(M)이 증가하면 명목GDP(PY)가 증가하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명목GDP(PY)가 증가할때 실질GDP(Y)도 같이 커진다면, 경제가 성장하고 실질 생활수준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명목GDP가 증가할때 실질GDP(Y)가 그대로라면, 통화량 증가(M↑)는 오직 물가수준만 상승(P↑)시킵니다.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방법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실질적인 생활수준은 화폐가 아니라 '생산'이 결정짓습니다. 기계 · 공장설비 등 자본재를 축적해서 생산을 늘리는게 경제성장이고, 실질GDP는 화페가치 변동을 배제하고 '생산'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적정 통화량을 넘는 화폐를 계속 유통시킨다면, 실질적인 생활수준은 변하지 않은채 그저 물가수준만 상승하여 인플레이션이 생겨납니다. 경제학자 Milton Friedman의 유명한 말,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이 바로 이를 알려줍니다.
● 화폐의 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지난글들을 통해 "중요한건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이다." 라는 말을 반복했던 이유는 '단순한 통화량 증가는 인플레이션만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다고해서 실질적인 생활수준이 나아지는게 아닙니다. 오늘날 돈의 축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늘릴 수 있는 시대에 '돈의 축적'이 경제성장이라면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습니다.
중앙은행은 '신용'(credit) 창출을 통해 통화량을 자유자재로 늘릴 수 있으나, 통화량 증가는 물가수준을 상승시켜 명목(nominal)가치의 증가만을 가져옵니다. 이에반해 자본재 축적을 통한 생산의 증가는 실질(real)적인 생활수준을 높여주죠.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있어 화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화폐가 오직 명목변수에만 영향을 미치고 실질변수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현상을 '화폐의 중립성'(monetary neutrality) 라고 합니다.
화폐의 중립성을 고려하여 경제학자들은 '화폐의 영향력'과 '생산의 영향력'을 구분하는데, 이를 '고전학파의 이분법'(classical dichotomy) 라고 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3
: 화폐의 중립성과 고전학파의 이분법의 실증사례
: 피셔효과
화폐가 오직 명목변수에만 영향을 미치고 실질변수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화폐의 중립성' 현상은 이자율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앞선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에서 명목이자율과 실질이자율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봤었습니다.
은행의 연간 이자율이 10%일 때 100만원을 입금하면 1년 뒤 예금액은 이자 10만원이 붙어서 110만원이 됩니다. 그렇다면 예금자는 부유해진 것일까요? 은행에 돈을 예금해둔 사이에 물가가 10% 상승했다면, 예금을 찾을 때 110만원의 화폐가치는 예금 이전 100만원의 화폐가치와 같습니다. 예금자는 부유해지지 않았습니다.
'예금자가 저축예금으로 얼마를 벌 수 있는지 파악하려면 이자율과 물가 변동률을 모두 알아야' 합니다. 이때 물가 변동률은 현재값이 아니라 미래값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현재 예금을 하고 미래에 예금을 찾을때 내가 부유해질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건 명목이자율에서 기대 물가 변동률을 배제한 (미래의) ‘실질이자율’입니다.
그렇다면 명목이자율이 기대 인플레이션율만큼 상승하여야 예금자가 받을 실질이자율이 현재 수준에서 유지되지 않을까요?
만약 명목이자율은 변하지 않은채 앞으로 인플레이션율만 상승한다면 예금자가 받게될 실질이자율은 하락하기 때문이죠. 물가가 10% 상승할때 명목이자율이 10%는 되어야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반대로 명목이자율이 기대 인플레이션만큼 하락하여야 은행이 지급하게될 실질이자율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됩니다.
만약 명목이자율은 변하지 않은채 미래에 인플레이션율만 하락한다면 예금자가 받을 실질이자율은 증가하게 되고, 은행의 부담은 커집니다.
따라서 '실질이자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락)하면 명목이자율도 동반상승(하락)'하는 현상이 경제활동에서 쉽게 관찰됩니다. 이 현상을 최초 발견한 경제학자 Irving Fisher의 이름을 따서 '피셔효과'(Fisher Effect) 라고 부릅니다.
피셔효과가 나타나는 근본이유는 '화폐의 중립성'과 '고전학파의 이분법' 때문입니다.
실질이자율을 결정짓는 것은 '저축과 투자'입니다.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에서 이를 살펴보았죠.
저축과 투자는 자본재를 축적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실질이자율은 '생산의 영향력'을 받는 변수입니다. 그러나 명목이자율과 인플레이션율은 통화량 변동에 따른 물가수준 변화, 즉 '화폐의 영향력'을 받는 변수이죠.
화폐의 증감은 화폐의 영향력을 받는 인플레이션과 명목이자율에만 영향을 미칠 뿐, 생산의 영향력을 받는 변수인 실질이자율은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따라서 화폐증가에 의해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올라가면 명목이자율만 상승하고 실질이자율은 그대로입니다. 화폐감소에 의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면 명목이자율만 하락할 뿐 실질이자율은 변하지 않죠.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정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는데, 왜 재정적자를 걱정하는가?
언론기사를 보면 '정부부채'와 '재정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재정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것일까요? 가계가 적자에 빠지면 빚을 갚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돈을 계속 찍어내서 적자를 메꿀 수도 있습니다. 도대체 왜 재정적자를 걱정해야 하나요?
정부의 재정적자가 문제인 이유는 '적자'라서가 아닙니다. "적자는 나쁜 것이니, 재정적자가 문제다."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는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문제인 이유는 '적자'라서가 아니다." 라고 했던 말과 똑같습니다.
정부의 재정적자가 문제시 되는 첫번째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지출을 증가시킨 결과 재정적자에 빠졌습니다. 정부채권을 구입한 개인이 상환을 요구하면 정부는 중앙은행을 동원합니다. 중앙은행이 개인의 채권을 재매입해주고 돈을 지급하죠. 이는 '공개시장 매입'으로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행위와 같습니다. 통화량 증가는 결국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되죠.
정부의 재정적자가 문제시 되는 두번째 이유는 '국민저축 축소로 인한 자본재 투자 감소' 입니다.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본재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규모는 저축이 결정짓습니다.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에서 이를 살펴봤었죠. 정부의 재정적자(G↑)는 국민저축(S=Y-C-G)의 규모를 줄이게 되고, 그 결과 투자도 감소합니다. 정부의 지출확대가 투자를 구축(crowding-out)한 것이죠.
다시 말하지만, 정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내서 부채를 갚을수 있습니다. '재정적자'나 '정부부채'를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는 적자라서 or 부채라서 나쁜 것이다."라고 접근하면 안됩니다. "정부의 재정적자와 부채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투자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나쁘다."로 바라봐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에 있어 큰 차이를 초래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해주면 삶의 질이 나아질까?
: 소득주도 성장은 타당한가?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소득'(income) 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이지만, 소득이 높으면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고, 소득이 낮으면 삶의 질은 비교적 좋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국민들에게 일정량 이상의 돈을 주면 국민 모두가 잘 살지 않을까요?
이런 주장을 하는 단체들이 실제로 많습니다. 국민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단체도 있고,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죠. 정치인 중 일부는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국민 모두에게 소득을 나누어주면 다같이 잘살 수 있을텐데, 왜 이런 세상이 현실화되지 않는 것일까요?
왜냐하면 현대 자본주의는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모두에게 돈을 나누어줬을때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다면, 이 세상 어느 정부가 그것을 하지 않을까요? 중앙은행을 통해 통화량을 늘리면 될텐데 말이죠.
모두에게 소득을 나누어주는 행위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할 뿐입니다. 생산이 증가하지 않는 가운데 늘어난 통화량은 물가수준만 상승시킬 뿐이죠.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방법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에서 "선진국이 후진국에게로 원조를 증가시킨다고 해서, 후진국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했던 말과 같습니다. 실질적인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생산의 증가' 입니다. 생산 증가를 위해서는 자본재 투자 확대로 노동생산성을 개선시키는 '총공급부문의 발전'이 필요합니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박정수 교수가 "지속성장과 고용창출은 투자와 경제활성화를 유도하는 규제개혁과 혁신역량 및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한 구조개혁이 반드시 있어야만 가능한 일" 이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④
- 물가수준을 조절하는건 정부가 아니라 중앙은행
이번글에서 살펴본 '중앙은행의 신용창출 과정'과 '통화량 확대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가 알려주는 또 하나의 지식은 '물가수준을 조절하는 건 정부가 아니라 중앙은행'이라는 것입니다.
거시경제 통화량은 중앙은행이 조절합니다. 공개시장 매입과 매각 · 지급준비금 조절 · 지급준비율 조절 등을 통해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이죠. 그리고 통화량 확대(M↑)는 실질GDP는 변화시키지 못하고 인플레이션만을 유발(P↑)할 뿐입니다. 즉, 중앙은행의 통화량 조절을 통해 물가수준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에서도 살펴봤듯이, 많은 사람들은 '물가상승의 책임을 정부에게' 묻고 있습니다.
이런 광경이 펼쳐지는 근본이유는 '물가수준과 개별상품의 상대가격을 구분하지 못함' 때문입니다.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 개별상품의 상대가격 상승을 거시경제 전체 물가의 상승으로 오인하니, "정부가 공급과 수요를 인위적으로 컨트롤해서 가격 좀 낮춰봐라"라는 요구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거시경제의 물가수준(Price Level)은 묶음된 여러 상품의 전반적인 가격수준을 의미하는 것이지, 특정상품의 상대가격(Relative Price)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상품의 상대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다른 여러상품의 상대가격은 하락하여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거시경제 물가수준은 중앙은행의 통화량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변수입니다. 물가수준을 조절하는건 정부가 아니라 중앙은행 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⑤
- 인플레이션이 왜 문제인가?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증가시키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유발됩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적정수준의 통화량만을 공급하여 물가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의 재정적자가 문제인 이유는 적자라서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유발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평소에 지출을 잘 관리하여 재정적자를 막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돈을 나누어주는 정책이 시행되지 않는 이유는 실질적인 생활수준은 변하지 않은채 인플레이션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인플레이션'이 왜 문제시 되는 걸까요?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아니라면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마음대로 증가시켜도 되고 · 정부가 지출을 무한대로 늘려도 되고 · 모든 국민들에게 돈을 나누어줘도 괜찮을텐데 말이죠.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좌우하는건 '생산'이었습니다. 자본재투자를 늘려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총공급부문 발전'만이 실질GDP의 증가와 경제성장을 가져오죠.
이는 다르게 말해, 화폐는 실질적인 생활수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말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통화량을 마음대로 증가시켜도 실질적인 생활수준은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왜 통화량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나요?
● 거시경제 전체 물가수준 상승과 특정상품의 상대가격 상승을 구별하기 어려운 문제
통화량 확대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거시경제 전체 물가수준이 상승합니다. 특정상품의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감소하지 않아도, 통화량 증가로 인해 상품가격이 올라가게 되죠.
이때, 생산자가 자신이 생산하는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전체 물가수준 상승으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인지 · 수요증가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인지 구별할 수 있을까요? '물가상승의 책임을 정부에게 묻는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만약 전체 물가수준 상승으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이라면 생산자는 생산량을 증가시켜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수요증가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으로 오인하기 때문에, 생산자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일이 발생합니다.
결국 생산자의 착각으로 인해 특정상품의 생산량은 늘어나고, 거시경제내 노동력 · 기술력 등의 자원이 특정상품 생산에 더 많이 쓰이게 됩니다. 자원배분의 왜곡이 발생하게 되죠. 이처럼 인플레이션은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합니다.
●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채부담의 왜곡
사람들은 돈 거래를 할때 명목이자율을 이용합니다. "내가 얼마를 빌려주면 당신은 이자율 xx%를 더해서 갚아야해." 이런식이죠. 이때 사용되는 명목이자율은 피셔효과를 이용하여 '실질이자율+기대 인플레이션율'로 결정됩니다. 거시경제 실질이자율이 2%이고 앞으로 발생할 인플레이션율이 2%라고 생각하면, 명목이자율은 4%가 되죠.
그런데 중앙은행이 통화량 공급을 더 늘려서 실제 인플레이션율은 6%가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채무자는 이득을 봅니다. 기대보다 실제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함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실질이자율이 -2%(명목이자율 4% - 실제 인플레이션율 6%)가 됐기 때문이죠. 오히려 돈을 버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채권자는 손해를 보겠죠. 이처럼 예기치 않은 인플레이션은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부담을 왜곡시킵니다.
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이런 이유들로 인해 중앙은행은 함부로 통화량을 늘리지 않습니다. 화폐수량설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단지 명목GDP 증가량(PY)에 맞추어 통화량(M)을 늘릴 뿐이죠.
※ 화폐가 중요하지 않았던 장기의 세계, 그러나 화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기의 세계
지금까지의 글들은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를 다루었습니다. 장기의 세계에서 화폐는 그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뿐, 경제성장에 있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는 이와 다릅니다. 단기의 세계에서는 통화량 증가로 인해 실질적인 생활수준이 상승하고, 통화량 감소로 인해 실질적인 생활수준이 하락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을 통해,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를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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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9. 21. 19:47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저번글에서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본재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저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저축을 통해 소비를 줄인다면 생필품생산이 감소하기 때문에, 자본재 생산을 위해 많은 자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필요한 투자량에 비해 국내의 저축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필요한 투자량이 100일때 국내의 저축이 50에 불과하다면, 투자는 50만 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이때 국내의 저축뿐 아니라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면 투자량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글에서는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투자를 늘리는 방법을 알아볼 겁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지식으로 '경상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가지는 의미도 살펴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게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 지난 내용 복습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상주의 시절에는 금 · 쌀 등 재화를 많이 축적한 나라가 부유한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습니다. 돈의 양만 많아지는 것은 그저 명목(nominal) 변화일 뿐이고 실질(real)적인 생활수준은 향상되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생산의 증가입니다.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을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이라 부르고, 국가가 1년동안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얼마인지를 측정할 때 GDP를 이용합니다.
한국의 GDP가 1,500조원 이라는 말은 "한국이 가지고 있는 돈의 양이 1,500조원이다."가 아니라 "한국이 1년동안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0조원이다."라는 뜻입니다.
생산량의 증가와 경제성장을 달성할 때 '물적자본 증가를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은 큰 역할을 합니다. 한 사람의 근로자가 더 많은 기계 · 더 좋은 기계를 가지게 된다면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계를 경제학용어로 '자본재'(capital good)라고 하는데, 경제성장은 많은 자본재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자본재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저축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를 통해 저축과 투자에 대해 알아봤었죠.
여기서 투자는 주식 · 부동산 등을 구입하는 재테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거시경제학에서 투자란 기계 · 생산설비 등 신규 자본재를 만들거나 구매하는 것을 뜻합니다. 투자를 통해 자본재를 축적해서 총공급부문을 발전시켜야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자본재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크기는 국민저축 크기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국민계정식을 통해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투자 크기는 국민저축 크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일까요? "국민계정식으로 저축과 투자 공식을 도출하면 S=I로 나오지 않느냐?" 라고 말하는건 경제학적이지 않은 설명입니다. 경제현상을 수식으로 표현하는건 이해를 돕기 위해서일 뿐, 수식 그 자체가 본질이 아닙니다. 우리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늘릴 때 왜 저축이 중요한지' 함의를 알아야 합니다.
거시경제에서 저축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한 ‘돈의 축적’이 아니라 ‘한 국가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경제성장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개인과 정부의 구매력이 대부자금시장을 통해 기업으로 이전되면, 노동력 · 천연자원 등 국가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경제성장을 위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저축으로 인해 개인과 정부가 구매력을 행사하지 않아 소비지출이 감소하면, 생필품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생필품을 생산 할 필요가 적어집니다. 기업은 대부자금시장을 통해 넘겨받은 구매력을 자본재 투자에 사용합니다. 이제 한 국가의 근로자들은 생필품 생산이 아니라 자본재 생산을 위해 일을 하게 됩니다. 석유 · 철광석 등 천연자원도 자본재 생산에 더 많이 쓰이게 되죠.
그 결과, 개인과 정부가 지출을 줄여 기업의 투자를 늘린 국가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본재 축적에 더 많은 자원'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거시경제내 국민저축 크기가 클수록 투자의 크기도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하게 됩니다.
※ 투자를 위해 필요한 국민저축이 모자르다면?
-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구조 - 총고정자본형성>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재를 생산하는 투자를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막 시작한 국가는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한국도 경제성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963년 이후로 투자의 비중(총고정자본형성의 크기)은 계속해서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저축이 부족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령, 필요한 투자량은 100인데 국내의 국민저축량이 50에 불과하다면 어쩔 수 없이 투자량은 50에 머무를 겁니다. 경제를 빨리 성장시키고 싶어하는 개발도상국에게는 속 터지는 일이죠.
이때 개발도상국에게 한 가지 대안이 있습니다. 바로 외국의 저축을 받아들여 국내의 투자를 증가시키는 방법입니다. 폐쇄경제에서는 오직 국내의 저축으로만 투자를 해야합니다. 그러나 개방경제에서는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여 국내의 투자를 늘릴 수 있습니다.
외국의 저축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순자본유입'(NCI or KI, Net Capital Inflows)라고 합니다. 순자본유입은 국내의 저축인 국민저축과 함께 투자량을 결정짓습니다. 위에 첨부된 수식 S+NCI(KI)=I 가 그것을 보여줍니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차관 · 일본의 배상금 · 베트남 파병 ·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등의 방법으로 달러화를 들여왔습니다. 외국에게서 받은 달러화를 사용하여 기계 · 석유 · 철광석 등 외국에서 생산된 자본재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증가시켰죠. 한국경제사를 공부하거나 어르신들을 만나면 '외화'(foreign money)를 중요시했던 과거의 한국을 생각해볼 수 있을겁니다.
이런 이유로 외화를 구매하거나 파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외환시장(Foreign Exchange Market)과 국내의 저축량 · 투자량을 결정짓는 대부자금시장(Loanable Fund Market)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위에 첨부된 그래프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죠.
※ 순수출=순자본유출??? 순수입=순자본유입???
그런데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에서 개방경제의 국민계정식을 보았던 분들은 의문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개방경제의 국민계정식을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개방경제의 국민계정식(Y=C+G+I+NX)을 통해 식을 도출하면 결론으로 '국민저축+순수입=투자(S+NI=I)'가 나옵니다. 그런데 앞서 외국의 저축을 받아들여 국내의 투자를 늘린다는 설명을 할때는 '국민저축+순자본유입=투자(S+NCI=I)' 였습니다. 그렇다면 순수입(NI)과 순자본유입(NCI)은 같은 것일까요?
게다가 순자본유입(NCI)을 우변으로 넘겨서 음수(-)가 붙으면, 순자본유입의 반대인 순자본유출(NCO, Net Capital Outflow)가 됩니다. '국민저축=투자+순자본유출(S=I+NCO)' 라는 식이 만들어지죠. 그런데 개방경제의 국민계정식을 이용하면 '국민저축=투자+순수출(S=I+NX)' 입니다. 그럼 순수출(NX)과 순자본유출(NCO)은 같은 것일까요?
"순수입이나 순자본유입이나 '입'자가 붙으니 비슷한거 아닌가? 무언가 들어온다는 의미인데? 순수출하고 순자본유출도 '출'가 붙으니 무언가 나간다는 의미에서 비슷한거 같고.." 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순자본유입=순수입'과 '순자본유출=순수출'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겁니다.
순수입(Net Import)는 상품 및 서비스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했음을 뜻합니다. 미국에서 생산된 애플 아이폰, 독일에서 만들어진 벤츠 자동차 등을 무역을 통해 들여온 것이죠. 반대로 순수출(Net Export)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상품 및 서비스를 외국으로 수출했음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폰,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등이 무역을 통해 나가는 것이죠.
순자본유입(Net Capital Inflow)은 외국의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었음을 뜻합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 · 채권 · 부동산을 구매할 경우 외국의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게되죠. 반대로 순자본유출(Net Capital Outflow)은 국내의 자금이 외국으로 유출됨을 의미합니다. 국내인이 외국의 주식 · 채권 · 부동산을 구매하면 국내의 자금이 외국으로 나가게되죠.
많은 사람들은 "수출을 많이 하면 우리나라로 돈이 들어와서 부유해지고, 수입을 많이 하면 외국으로 돈이 나가니 가난해진다." 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순수출=순자본유입', '순수입=순자본유출'이 되어야하죠.
그런데 개방경제 국민계정식을 통해 도출된 결과는 '순수출=순자본유출', '순수입=순자본유입' 입니다. 이는 대다수 사람들이 지녔던 생각이 옳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줍니다.
● '순수출=순자본유출'과 '순수입=순자본유입'이 성립하는 논리적이유
우선 왜 '순수출=순자본유출'이 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죠.
한국에서 무역을 하는 기업은 삼성전자 하나뿐 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미국에 팔아서 1달러를 벌었고 한국의 순수출은 1달러가 됐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수출을 통해 얻은 1달러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한국은 달러화를 쓰지 않고 원화를 씁니다. 수출을 통해 1달러를 획득했으나 한국내에서는 쓰지 못합니다. 결국 삼성전자는 수출을 통해 얻은 1달러를 가지고 미국의 주식 · 채권 · 부동산 등을 구입합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순자본유출이 발생한 것이죠. 이렇게 순수출 1달러는 순자본유출 1달러로 전환됩니다.
이제 왜 '순수입=순자본유입'이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죠.
애플은 아이폰을 한국에 팔아 1원을 벌었고 한국의 순수입은 1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수입 덕분에 애플이 얻은 1원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미국은 원화를 쓰지 않습니다. 아이폰을 한국에 팔아서 1원을 획득했으나 미국내에서는 쓰지 못합니다. 결국 애플은 한국인의 수입 덕분에 얻은 1원을 가지고 한국의 주식 · 채권 · 부동산 등을 구입합니다. 애플의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된 것이죠. 한국 입장에서는 순자본유입이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순수입 1원은 순자본유입 1원으로 전환됩니다.
이런 논리에 의해 '순수출=순자본유출' · '순수입=순자본유입'이 성립될 수 있습니다.
※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의 대칭적 관계
"그래. '순수출=순자본유출', '순수입=순자본유입'이 논리적으로 타당한거 같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가 대칭적'이라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언론기사를 통해 '경상수지'라는 말을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조선 ·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여 경상수지 흑자폭이 늘어났다."는 식의 문장이 익숙할 겁니다.
'경상수지'(Current Account)란 자동차 · 스마트폰 등의 상품이 무역을 통해 거래되는 행위를 보여줍니다.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서 순수출을 기록하면 경상수지 흑자,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서 순수입을 기록하면 경상수지 적자라고 표현하죠.
이에 대응되는 것으로 '자본·금융수지'(Capital & Financial Account)가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구매로 인해 코스피 주가지수가 상승했다." 혹은 "한국 부유층들이 미국 부동산을 많이들 구매하고 있다."라는 기사를 언론을 통해 많이들 보셨을겁니다.
이처럼 '자본·금융수지'는 주식 · 채권 · 부동산 등을 구입하기 위해 자금이 국내와 외국을 오가는 행위를 보여줍니다. 자본유출이 자본유입보다 많아서 순자본유출을 기록하면 자본·금융수지 적자, 자본유입이 자본유출보다 많아서 순자본유입을 기록하면 자본·금융수지 흑자라고 표합니다.
'순수출=순자본유출' · '순수입=순자본유입'이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자본·금융수지는 적자입니다. 그리고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자본·금융수지는 흑자입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국제수지 - 국제수지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
위에 첨부된 그래프를 통해서도 '경상수지 흑자 = 자본·금융수지 적자', '경상수지 적자 = 자본·금융수지 흑자'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빨간선인 경상수지와 녹색선인 금융수지가 대칭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2000년 이후 한국의 경상수지는 대부분 흑자를 기록해 왔는데, 이에 대칭적으로 자본·금융수지는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수지를 합쳐서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라고 합니다. 본래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로만 구분하였으나, 2010년 IMF의 국제수지 편제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경상수지 · 자본수지 · 금융수지로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란선인 자본수지의 거래량은 미미하기 때문에, 경상수지와 금융수지의 관계에서 대칭성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죠.)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강박관념 벗어나기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순수출=순자본유출', '순수입=순자본유입'이 성립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상수지 흑자 = 자본· 금융수지 적자', '경상수지 적자 = 자본·금융수지 흑자'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가 대칭적 관계를 이루고 있구나. 신기하긴 하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실 수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것들을 왜 배워서 머리를 아프게 하는 것일까요?
지금까지 국제수지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을 배운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입니다.
웹서핑을 하다보면, 대통령 재임시기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놓고 정부의 업적을 평가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가령, "OOO정부는 경제를 발전시켰다고 알려졌는데 경상수지는 적자였다. 경제를 망쳤다고 알려진 ㅁㅁㅁ정부는 오히려 경상수지가 흑자이다." 이런식입니다.
게다가 언론은 한국과 다른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비교하며 경제력을 평가 1하는 기사와 사설을 내보내기도 합니다. "한국이 일본을 경상수지 흑자규모에서 제쳤다. 대단한 일이다!" 이렇게 말이죠.
이런 말들이 나오는 이유는 거시경제를 기업경제와 동일시하며 중상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더 많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서 시장을 차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더 많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과거 중상주의 시대에는 이러한 기업경영의 관점에서 국가경제를 바라봤습니다. 중상주의는 '돈의 축적'을 중요시했고, 금과 은을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축적해놓은 국가가 부유하다고 생각했죠. 금과 은은 인간이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금과 은을 많이 축적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가 보유한 것을 뺏어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즉, 중상주의 시대에 국가의 경제력을 키우는 방법은 식민지를 개척하여 다른 나라의 금과 은을 뺏어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본국이 가진 물건을 식민지에 비싸게 팔아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야 했습니다. 과거 스페인은 남미를 침략하여 금을 싹쓸이했죠. 영국 또한 인도 등 전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였고 강제로 물건을 비싸게 팔아서 금과 은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 입니다. 다른 나라와의 무역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돈을 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날 '돈의 축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건 재화를 많이 생산하고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충족시키는 것이죠.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말은 내가 사용할 제품을 외국인이 대신 사용한다는 말입니다. 나는 그저 생산만 할 뿐이고 제품을 사용하면서 효용을 느끼는 주체는 외국인입니다. 나는 왜 열심히 일을 해서 제품을 만든 것일까요?
지난글들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을 통해 수차례 강조한 내용입니다.
'경상수지'를 올바르기 이해하기 위해서는 "흑자는 좋고 적자는 나쁘다. 왜냐하면 흑자는 돈을 버는 것이고 적자는 돈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와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하여 더 많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야 한다." 라는 중상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 아랫글들을 통해, 경상수지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관점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경상수지 적자(순자본유입)를 통해 경제성장 달성하기
-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이유
- 경상수지 흑자 · 적자 여부로 정부의 경제성과를 평가해서는 안된다
"아니 그래도 경상수지 적자보다는 흑자가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계실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글 앞부분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가져다주는 이점'을 이야기 했었습니다. 바로, '순자본유입을 통한 국내투자 증가' 입니다.
필요한 투자량은 100인데 국내의 국민저축량이 50 밖에 되지 않을때, 외국의 저축을 받아들여 국내의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폐쇄경제에서는 오직 국내의 저축으로만 투자를 해야합니다. 그러나 개방경제에서는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여 국내의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것이죠.
외국의 저축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순자본유입'(NCI or KI, Net Capital Inflows)라고 합니다. 순자본유입은 국내의 저축인 국민저축과 함께 투자량을 결정짓습니다. 위에 첨부된 수식 '국민저축+순자본유입=투자(S+NCI(KI)=I)'가 이를 보여줍니다.
이때, 순자본유입(NCI)은 순수입(NI, Net Import)과 같기 때문에, 자본·금융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기록됩니다.
다시말해,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키고 싶어하는 개발도상국은 순자본유입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발생시켜 자본재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경상수지 적자는 나쁘고, 경상수지 흑자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반박해주는 사실입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국제수지 - 국제수지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 1980년-1997년>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구조 - 총고정자본형성>
과거 한국의 국제수지를 살펴보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해보다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해가 더 많았습니다. 윗 그래프는 1980년-1997년 동안의 통계인데, 빨간선인 경상수지가 대부분 음(-)의 값을 기록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경상수지 적자 덕분에 한국은 자본재를 축적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경상수지와 금융수지의 대칭성'을 이야기했을때 첨부했던 그림은 2000년대 이후의 국제수지 통계인데, 2000년대 이후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계속해서 기록했습니다. 이는 경제성장을 달성한 이후에는 외국저축(순자본유입)을 이용한 국내투자 확대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줍니다.
다르게 말해,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이전에는 순자본유입을 받아들여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말이죠.
이런 이유로 인해 "OOO정부는 경제를 발전시켰다고 알려졌는데 경상수지는 적자였다. 경제를 망쳤다고 알려진 ㅁㅁㅁ정부는 오히려 경상수지가 흑자이다." 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주장입니다. 경상수지의 흑자 · 적자 여부로 정부의 경제성과를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1
- 경상수지 적자는 항상 나쁜 것일까?
-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앞에서는 "개발도상국은 순자본유입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발생시켜 자본재 투자를 늘릴 수 있다."라는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투자를 증가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경상수지 적자 덕분에 자본재를 축적할 수 있었죠. 따라서, 경상수지 적자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에 기여를 하게됩니다.
그런데 단순히 "경상수지 적자가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가 좋은 것일수도 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경상수지 적자가 거시경제에 해악을 끼치면 또 나쁜 것이 되구요?
이번 파트에서는 '경상수지 적자가 본질적으로 좋은 것일 수도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우선, 국민계정식을 통해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가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아봅시다.
'경상수지'(Current Account)란 자동차 · 스마트폰 등의 상품이 무역을 통해 거래되는 행위를 보여줍니다.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서 순수출을 기록하면 경상수지 흑자,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서 순수입을 기록하면 경상수지 적자라고 표현하죠.
'자본·금융수지'(Capital & Financial Account)는 주식 · 채권 · 부동산 등을 구입하기 위해 자금이 국내와 외국을 오가는 행위를 보여줍니다. 자본유출이 자본유입보다 많아서 순자본유출을 기록하면 자본·금융수지 적자, 자본유입이 자본유출보다 많아서 순자본유입을 기록하면 자본·금융수지 흑자라고 표현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기업들이 수출을 많이하면 경상수지 흑자고, 수출을 못하면 경상수지 적자겠지. 그리고 돈이 많이 들어오면 자본수지 흑자고, 돈이 외국으로 나가면 자본수지 적자겠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 크기'가 어떻게 결정되며, 서로간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 경상수지 크기 결정방식
경상수지의 크기는 '국민저축'(S)과 '투자'(I)가 결정짓습니다. 국민계정식을 통해 '국민저축(S)-투자(I)=순수출(NX)'라는 식을 도출해낼 수 있죠.
만약 국민저축이 100이고 투자가 50이라면 경상수지는 50의 흑자(순수출 50)를 기록합니다. 반대로 국민저축이 50이고 투자가 100이라면 경상수지는 50의 적자(순수입 50)를 기록합니다.
경상수지는 무역을 통한 상품의 거래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 수출을 얼만큼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삼성전자가 수출을 많이하면 한국의 경상수지가 흑자이고, 애플 아이폰이 한국에서 많이 팔리면 경상수지가 적자라는 식이죠.
그런데 국민계정식을 살펴보니 경상수지 크기를 결정짓는 건 무역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국민저축(S)과 투자(I)' 입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의 대칭관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 경상수지와 자본·금융수지의 대칭관계
앞서 국민저축(S)이 투자(I)보다 많은 국가는 양(+)의 순수출 값을 가지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다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국민저축(S)이 투자(I) 보다 많다는 것은 여분의 저축이 국내에 남아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필요한 투자에 비해 더 많은 저축을 해놓았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여분의 저축을 다른나라에게 빌려줄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은 국가(S>I)는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lender의 역할을 하게되고, 여분의 저축이 해외로 빠져나감에 따라 순자본유출(자본·금융수지 적자)이 발생합니다.
순자본유출은 순수출과 같고 자본수지 적자는 경상수지 흑자와 같다는 원리로 인해,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은(S>I) 국가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되죠.
이러한 원리를 이해하면 국민저축(S)이 투자(I)보다 적은 국가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
국민저축(S)이 투자(I)보다 적다는 것은 투자에 필요한 저축이 부족하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렇다면 부족한 저축을 다른나라로부터 빌려올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적은 국가(S<I)는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borrower의 역할을 하게되고, 부족한 저축이 해외에서 들어옴에 따라 순자본유입(자본·금융수지 흑자)이 발생합니다.
순자본유입은 순수입과 같고 자본수지 흑자는 경상수지 적자와 같다는 원리로 인해,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적은(S<I) 국가는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되죠.
● 보다 쉬운 설명
국민저축(S)과 투자(I)가 경상수지를 결정짓는 원리를 보다 쉽게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인이 한국의 주식 · 부동산 등을 구매하면 수요증가로 인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합니다. 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은 자산가격 상승으로 덕분에 부유해집니다. 이들은 증가한 부를 바탕으로 소비를 늘리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외국제품의 수입이 증가하게 되죠.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게 됩니다.
이것을 국민계정식으로 표현하면 '소비증가로 인해 국민저축 감소 → 국민저축 < 투자'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순자본유입 발생 → 자산가격 상승 → 외국산 제품 소비증가 → 국민저축 감소 → 국민저축 < 투자 → 경상수지 적자의 경로입니다.
반대로 한국인이 외국의 주식 · 부동산 등을 구매하면 국내시장은 수요감소로 인해 가격 하락이 발생합니다. 자산가격 하락을 겪은 한국인은 소비를 줄이고, 그 과정에서 외국제품의 수입 또한 줄어들죠.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게 됩니다.
이것을 국민계정식으로 표현하면 '소비감소로 인해 국민저축 증가 → 국민저축 > 투자'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순자본유출 → 자산가격 하락 → 외국산 제품 소비감소 → 국민저축 증가 → 국민저축 > 투자 → 경상수지 흑자의 경로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2
- 경상수지 적자는 항상 나쁜 것일까?
- 경상수지 적자 = 자본·금융수지 흑자 → 돈을 빌려서 소비를 늘릴 수 있다
경상수지 크기(NX)는 국민저축(S)과 투자(I)가 결정짓습니다.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S>I) 여분의 저축을 다른나라에 빌려주게 되고(순자본유출), 자본·금융수지 적자와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죠. 반대로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적다면(S<I) 부족한 저축을 다른나라로부터 빌리게 되고(순자본유입), 자본·금융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합니다.
이것은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를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해줍니다.
한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말은 해외로 자금을 계속해서 빌려주었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는 말은 해외로부터 자금을 빌려왔다는 말과 같습니다.
자금을 계속해서 빌려주는 역할(net lender)이 좋은 것일까요? 자금을 계속해서 빌리는 역할(net borrower)이 좋은 것일까요? net lender는 채권자 입니다. net borrower는 채무자이죠. "빚을 지는 채무자보다는 채권자가 낫지 않나?"라고 생각을 하실겁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돈을 빌릴 수 있고, 빌린 돈으로 소비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면 net borrower가 좋지 않을까요?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현대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된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효용을 느끼는 것입니다. net lender(경상수지 흑자)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번 뒤에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줄 뿐입니다. 그러나 net borrower(경상수지 적자)는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빌려준 돈으로 소비생활을 영위할 수 있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생산 · 소비 · 효용'을 중요시하는 현대자본주의 시대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닙니다. '돈의 축적'을 중요시하여 '경상수지 흑자에 집착'하던 중상주의 시대와는 큰 차이가 있죠.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3
- 무역은 경상수지 흑자를 바라고 하는 것?
"아무리 그래도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하지 않나?" 라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입니다. 스마트폰 · 자동차 등을 국제무역을 통해 다른나라에 많이 팔고 있죠.
그러나 '국제무역이 중요하다 =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하다'가 아닙니다. 국제무역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무역을 하는 주된 이유는 '외국의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서 입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달러화를 획득했습니다. 이제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되고 국제무역을 통해 달러화를 벌었습니다. 그런데 달러화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또 한번 강조하지만 오늘날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닙니다. 물건을 외국에 팔아 돈을 벌어서 축적해 놓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물건을 팔아 받은 달러화로 외국의 상품을 수입하고, 그 상품을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크기 만큼의 외국상품을 다시 수입해와 경상수지가 균형상태를 이루는 게 좋습니다.
게다가 '소비와 효용' 측면에서 가장 좋은 것은 경상수지 적자입니다. 우리가 일을 해서 제품을 만들지 않아도, 외국인들이 만든 상품을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있을까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다는 말은 '열심히 일을 해서 제품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써보지도 못하고 외국인이 사용하면서 효용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는 말은 '일을 하지않아 제품을 많이 만들지 못했으나, 외국인이 열심히 일을 해서 만든 상품을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충족시킨다.'는 말과 같죠.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 근본원인은 '중상주의적 사고방식' 때문입니다. 돈의 축적을 중요시하니 '흑자는 좋고 적자는 나쁘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중요한건 '생산 · 소비 · 효용' 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④
- 경상수지 적자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언제일까
순자본유입의 결과로 발생하는 경상수지 적자는 부족한 국내저축을 보충하여 자본재축적을 도와줍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Borrower의 역할을 계속 할 수 있다면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하지만, 외국에서 빌린 자금으로 소비를 늘려 효용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국제무역에서 수입을 많이하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지만,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며 효용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경상수지 적자는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경상수지 흑자가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Lender의 역할을 하면 경상수지 흑자는 기록하지만,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번 뒤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뿐입니다.
국제무역에서 수출을 많이하면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지만, 열심히 일을 해서 만든 상품을 쓰는건 외국 사람입니다.
앞의 글만 보면 "오... 경상수지 흑자는 좋고 적자는 나쁜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경상수지 적자가 좋고 흑자가 나쁘구나."라고 생각이 들겁니다.
그런데 많은 경제학자들은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와 흑자를 모두 우려'하며 경상수지 균형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미국 · 일본 · 서유럽 이외에 한국 같은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게 중요합니다. 왜 이런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앞의 글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이유는 '흑자는 좋고 적자는 나쁘다'는 식의 중상주의적 사고를 깨뜨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중상주의적 사고를 머리에서 꺼내놓고 이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할 때입니다.
●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가 초래하는 문제점
: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Borrower의 역할을 하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지만, 외국에서 빌린 자금으로 소비를 늘려 효용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Net Borrower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다른 국가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계속해서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가 자신들에게서 빌린 자금으로 손쉽게 효용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어느 순간이 되면 그동안 빌려준 자금의 상환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Net Borrower의 역할을 하면서 편하게 지내던 국가가 지금껏 빌린 자금을 상환할 수 있을까요?
순자본유입의 결과 발생하는 경상수지 적자는 일종의 '대외부채'(External Debt) 입니다. 그동안 자금을 빌려주던 국가가 상환을 요구하면 대외부채를 갚아야 하는데,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나, 미국 · 일본 · 서유럽을 제외한 국가들의 대외부채는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가 아닙니다. 달러화 · 엔화 · 유로화는 국제적으로 통용되지만, 한국의 원화 등은 쓰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국 · 일본 · 서유럽을 제외한 한국 같은 국가들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통화는 자국의 중앙은행이 찍어낼 수 없죠.
그리고 순자본유입은 외국인들이 국내의 주식 · 채권 · 부동산 등을 구입하는 행위입니다. 외국에서 유입된 자금에 힘입어 국내 주식 · 채권 ·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국내인들은 자산가치 증가를 누릴 수 있었죠. 그런데 국내로 유입된 자본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간다면(Sudden Reversal), 국내 주식 · 채권 · 부동산 가격은 폭락할 겁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는 지속불가능(unsustainable) 하며, 거시경제의 불안정성(instability)을 초래합니다.
●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가 초래하는 문제점
: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가 문제라고 해서, 반대에 위치한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도 거시경제에 문제를 유발합니다.
경상수지는 '저축'(S)과 '투자'(I)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저축이 투자에 비해 많으면(S>I)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되죠. 그런데 저축이 많다(S↑)는 것은 소비가 적다(C↓)는 말과 같습니다. 저축은 총생산량에서 소비와 정부지출을 제외한 것(S=Y-C-G)이기 때문이죠. 소비가 적지 않아 저축이 일반적인 수준에 있더라도 투자가 적을 경우 경상수지 흑자가 기록됩니다.
결국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너무 적은 소비 · 너무 적은 투자에 의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입니다. 소비를 통해 효용을 느끼는 게 중요한 시대에 생산만 많이하고 소비는 적습니다. 투자를 통해 자본재를 축적해야 경제가 성장하는데 투자가 적습니다. 즉,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 거시경제의 왜곡'(Domestic Distortion)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세계 국가들의 경상수지의 합은 0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 국가가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라면 또 다른 국가는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일 겁니다. 한 국가가 소비와 투자를 하지 않아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결과, 또 다른 국가는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Lender의 역할을 맡습니다. Net Lender의 역할을 맡는 국가가 어느 순간 Net Borrower 국가에게 대외부채 상환을 요구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Net Borrower 국가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할 겁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 거시경제의 왜곡(domestic distortion)을 반영하고 있으며, 전세계 국제수지의 불균형(imbalance)을 일으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instability)을 초래합니다.
● 경상수지 균형의 중요성
: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와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모두 문제를 초래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경제학자들은 전세계 각국이 '경상수지의 균형'(balance)을 유지할 것을 주문합니다.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가 문제인 이유는 '적자'라서가 아닙니다. 이는 지속불가능(unsustainable) 하며, 거시경제의 불안정성(instability)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는 '흑자'라고 항상 좋은게 아닙니다. 이는 국내 거시경제의 왜곡(domestic distortion)을 반영하고 있으며, 전세계 국제수지의 불균형(imbalance)을 일으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instability)을 초래합니다.
중상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경제학적 사고를 갖춘채로 경상수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공부해보기 :
● 1997년 한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급격한자본유출입, 그리고 1997 외환위기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 중국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그리고 2008 금융위기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 독일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와 남유럽의 경상수지 적자, 그리고 2010 유럽 재정위기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⑤
- 경제성장은 다른나라와의 경쟁인가?
돈의 축적을 중요시했던 중상주의 시대에는 많은 식민지를 개척하여 금과 은을 착취해야 했습니다. 식민지가 될 국가의 수는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다른나라보다 더 많은 식민지를 보유한 국가가 경제력이 강했습니다. 즉, 중상주의 시대의 경제성장은 다른나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도 다른나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더 많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야만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한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라면 다른나라는 경상수지 적자이기 때문에, 전세계 경상수지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만약 경상수지 규모가 국가의 경제력을 대표한다면, 제로섬 게임에서 승자가 되기위하여 다른나라와 경쟁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글을 통해 알았다시피, 경상수지 흑자는 국가의 경제력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경상수지 '흑자'라고 항상 좋은 것이고, 경상수지 '적자'라고 항상 나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다른나라와의 무역경쟁에서 승리하여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오늘날의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입니다. 생산의 증가는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에 의해서 달성되는 것입니다. 이는 다른나라와의 경쟁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나라 안에서 고용률이 높아지고. 노동생산성이 향상되도록 노력하면 되는 겁니다.
또한 다른나라의 경제성장은 우리나라에 이점을 가져다줍니다. 외국의 경제가 성장하여 더 좋은 제품이 생산되면, 우리는 이를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더 높은 효용을 누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장했을때 외국도 더 높은 효용을 누릴 수 있죠. 이처럼 한 국가의 경제성장은 다른 국가에도 큰 이득을 안겨다줍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오늘날 경제성장은 다른나라와의 경쟁이 아닙니다.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외국과의 무역경쟁에서 승리해야한다' · '외국의 경제성장률 저하를 보면 기분이 후련하다'와 같은 사고를 버려야 합니다.
※ 왜 화폐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 중요한가?
경상수지 적자를 우려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찬양하는 이유는 '돈의 축적'을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돈이든 외국 돈이든 많으면 좋다고 생각하니 '흑자'에 집착하게 되죠. 그러나 계속 반복하지만 중요한 것은 돈의 양이 아니라 '재화를 생산 한 뒤 소비를 함으로써 효용을 충족시키는 것' 입니다.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에서는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돈에 집착해서는 안됩니다.
- [사설] 최초로 일본 앞지른 경상수지 흑자의 명암. 중앙일보. 2013.11.0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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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Posted at 2015. 9. 21. 19:23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경제성장은 생산의 증가이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생산성 향상 입니다. 그리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킬때, 기계 · 공장설비 등 물적자본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죠. 즉,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노동생산성 향상을 돕는 자본재를 많이 축적해야 합니다.
자본재를 축적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저축과 투자'라고 경제학원론 교과서에 나옵니다. 그런데 '저축'을 왜 해야할까요? 저축은 돈을 비축해둔다는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국가는 돈을 찍어낼 수 있는데 왜 굳이 저축을 해야할까요?
거시경제학 교과서에서 '저축'을 강조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던 저축과 거시경제의 저축이 다르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거시경제에서 저축이란 돈을 축적한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돈의 축적'을 중요시하는 관점을 버려야 합니다.
이제 이번글에 나오는 여러 예시를 통해, '돈과 화폐'를 중요시하는 사고를 버려봅시다.
※ 경제성장에 있어 중요한건 '노동생산성 향상'
- 더 많은 자본재는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이 알려준 것은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생산의 증가이지 돈의 축적이 아니다." 였습니다.
가계는 돈을 많이 벌면 부유해집니다. 그러나 국가경제 · 거시경제는 돈의 축적이 의미가 없습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단순히 돈의 양만 많아지는 것은 명목(nominal)변화일 뿐입니다. 모든 국민의 소득이 100만원 증가하더라도 물가수준이 그만큼 상승하면 실질(real)적인 생활수준은 그대로입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생산'(product)이 증가해야 합니다.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을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이라 부르고, 국가가 1년동안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얼마인지를 측정할 때 GDP를 이용합니다. 한국의 GDP가 1,500조원 이라는 말은 "한국이 가지고 있는 돈의 양이 1,500조원이다."가 아니라 "한국이 1년동안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0조원이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어떻게 하면 생산을 늘릴 수 있는지, 다르게 말하면 어떻게 하면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2가지가 필요했습니다. 바로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의 향상' 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생산과정에 참여할수록 · 한 사람이 더 많은 양을 생산할수록 1인당 생산량(1인당 GDP)이 증가하는 원리입니다.
둘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은 '노동생산성 향상' 입니다. 각 국가마다 인구의 크기는 사실상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사람의 수는 마음대로 늘릴 수 없습니다. 한국의 인구가 5,000만명에서 10억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따라서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의 지속적인 향상'이 필요합니다. 첫째도 생산성, 둘째도 생산성, 셋째도 생산성!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성입니다.
그렇다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첫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근로자의 숙련수준 향상, 즉 인적자본(human capital)의 향상입니다.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한 근로자는 업무능력이 낮을 겁니다. 두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물적자본(physical capital) 입니다. 노동생산성 향상에 있어 물적자본은 인적자본보다 더 중요합니다.
인적자본은 교육을 받은 근로자의 능력향상으로 생산성 증가를 이끌어내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의 향상이 항상 근로자의 고급숙련도 덕분에 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근로자도 단순히 더 좋은 기계 · 더 많은 기계를 가졌을때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즉, 더 많은 물적자본은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킵니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물적자본의 축적', 즉 더 많은 기계 · 더 좋은 기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계를 경제학용어로 '자본재'(capital good)라고 하는데, 경제성장은 많은 자본재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 자본재를 증가시키는 방법은 '투자'
- 투자를 증가시키는 방법은 '저축'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자본재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투자(investment)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투자는 주식 · 부동산 등을 구입하는 재테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거시경제학에서 투자란 '기계 · 생산설비 등 신규 자본재를 만들거나 구매하는 것'을 뜻합니다. 투자를 통해 자본재를 축적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거시경제 투자량를 결정짓는 것은 국민저축(national saving)입니다. 국민저축이 많을수록 투자량도 증가합니다.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에서 보았던 국민계정식(Y=C+G+I)을 통해 '저축과 투자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보통 ‘저축’이라고 하면 돈을 불리기 위해 ‘소득 중 현재 필요에 의한 소비를 하고 남은 것을 통장에 넣어두는 것‘을 뜻합니다. 거시경제의 저축도 ’총소득(=총산출량) 중 현재 필요에 의한 지출을 하고 남은 것‘을 의미합니다.
개인의 소비와 정부의 지출은 현재 필요에 의한 지출입니다. 개인은 소비를 통해 지금 당장의 효용을 충족하고, 정부는 지출을 통해 지금 당장 필요한 국책사업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기업은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를 합니다. 더 좋은 공장설비를 갖췄을 때 미래수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투자를 하는 것이죠.
따라서, 거시경제 저축은 '총소득(Y)에서 개인의 소비(C)와 정부의 지출(G)을 제외한 부분'(Y-C-G)를 의미하고, 저축의 정의에서 투자는 고려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저축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개인저축과 정부저축 입니다. 개인이 벌어들인 소득(Y)에서 현재 필요에 의한 소비지출(C)과 세금(T)을 뺀 것이 개인저축(Y-C-T) 입니다. 정부의 소득은 세금수입(T)이고 이 중 현재 필요에 의한 지출(G)을 하고 남은 것이 정부저축(T-G) 입니다.
이때, 두 종류의 저축을 합친 것을 국민저축(S=Y-C-G, National Saving) 이라고 말하며, 국민저축(S)의 크기가 투자(I)의 크기를 결정짓습니다(S=I).
※ 국민저축과 투자를 증가시키는 방법
경제성장에 필요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현재 소비를 줄여서 저축의 크기를 늘려야 합니다. 저축이 증가하면 투자가 증가하고, 그 결과 자본재가 축적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꿈꾸는 국가들은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 저축을 장려하는 동시에 기업 투자증가를 위한 정책을 폅니다.
● 민간저축을 증가시키는 방법 : 민간저축이란 정부가 아닌 개인의 저축을 뜻합니다. 국민계정식에서 Y-C-T(총생산량-소비-세금)가 민간저축이었죠. 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민간저축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소비를 억제(C↓)해야 합니다.
어르신들을 만나보면 “과소비는 나쁜 것이고 저축을 많이 하는 근검절약하는 삶을 살아야한다.” 라는 말을 많이 하십니다. 과거 한국 정부는 “과소비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퍼뜨려 인위적으로나마 저축크기를 늘리려 했기 때문이죠.
● 정부저축을 증가시키는 방법 : 정부저축이란 세금수입 중 정부지출을 제외하고 남은 것을 뜻합니다. 국민계정식에서 T-G(세금수입-정부지출)가 정부저축 이었죠. 정부가 재정흑자를 기록하면 정부저축이 증가하고, 재정적자를 기록하면 정부저축이 감소합니다. 즉, 정부저축 증가를 위해서는 재정흑자(T-G>0)를 기록해야 합니다.
정부가 재정흑자를 기록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 입니다. 세금수입을 증가시키거나 정부지출을 감소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이때 세금을 늘려서(T↑) 정부저축을 증가(T-G↑)시키는 방법은 민간저축 감소(Y-C-T↓)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민저축 증가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습니다(Y-C-G?). 따라서 정부저축을 증가(T-G↑)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부지출 감소(G↓)입니다.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축적에 있어 정부지출 감소는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지출 증가는 국민저축 감소로 이어지고 기업은 투자자금을 구하기가 힘들어집니다(G↑ → Y-C-G↓ → S↓ → I↓). 정부지출 증가는 기업의 투자를 방해하는 효과(crowding out)를 초래하죠. 따라서 정부는 정부지출 감소를 통해 재정흑자를 유지하며 충분한 저축량을 금융시장에 공급해야 합니다(G↓ → Y-C-G↑ → S↑ → I↑).
● 투자를 증가시키는 방법 : 기업이 투자를 늘렸을때 세금공제 혜택을 제공해준다면, 기업은 투자를 할 유인이 증가하게 됩니다. 한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기업에게 여러 혜택을 제공해줬었죠.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1
- 왜 투자크기는 저축크기에 의해서 결정?
경제성장을 좌우하는 자본재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크기는 국민저축 크기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지금까지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투자 크기는 국민저축 크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일까요?
"국민계정식으로 저축과 투자 공식을 도출하면 S=I로 나오지 않느냐?" 라고 말하는건 경제학적이지 않은 설명입니다. 경제현상을 수식으로 표현하는건 이해를 돕기 위해서일 뿐, 수식 그 자체가 본질이 아닙니다. 우리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늘릴 때 왜 저축이 중요한지' 함의를 알아야 합니다.
가계경제를 생각하는 사람은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하면 돈이 모이지 않느냐. 비축해둔 돈으로 비싼 물건을 살 수 있다. 거시경제 저축도 이와 유사하다. 경제주체들이 소비를 하지 않고 돈을 저축한 다음에, 비축해둔 돈으로 자본재를 구입할 수 있다."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계는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아야 돈이 생기지만,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에서 저축이 가지는 의미가 '경제주체들이 소비를 하지 않고 돈을 저축한 다음, 비축해둔 돈으로 자본재를 구입하는 것' 이라면 굳이 저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앙은행이 찍어낸 돈으로 자본재를 구입하면 될텐데 왜 굳이 소비를 줄여서 저축을 해야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거시경제에서 저축이 가지는 의미와 가계경제에서 저축이 가지는 의미가 다르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계경제와는 다르게 생각해야 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2
- 화폐거래는 자원배분을 변화시킨다
우선 ‘화폐를 이용해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봅시다.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에서 ‘화폐의 기능’을 이야기 했었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할때 화폐의 축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나, 우리가 화폐를 사용하는 이유는 ‘거래의 용이함’과 ‘구매력이 화폐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살 때 1만원 화폐를 건네는 것은 종이 그 자체에 어떠한 가치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구매자가 1만원 상품을 살 수 있는 능력’ 즉 나의 구매력이 화폐에 들어있으며 판매자에게 이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폐를 이용한 거래는 편리함을 가져다 줍니다.
이때 화폐를 이용한 거래는 ‘자원배분을 변화'시킵니다. 경제주체의 구매력을 특정 상품 구입에 사용하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특정 상품 생산량도 많아집니다. 그렇다면 그 상품 생산량 증가를 위해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하게 되죠. 예를 들어, 스마트폰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애플과 삼성의 노동력 · 기술 · 천연자원 등은 피쳐폰 생산이 아닌 스마트폰 생산을 위해 쓰이게 되었습니다.
즉, 경제주체가 화폐거래를 통해 구매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거시경제 내 자원배분을 변화시킴'을 의미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3
- 거시경제에서 저축이 가지는 의미
‘구매력이 화폐에 들어있다’와 ‘화폐를 이용한 거래는 자원배분을 변화시킨다’는 사실로부터 ‘거시경제에서 저축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 개인과 정부의 구매력(화폐), 금융시장을 통해 기업에게 전달
: 타인의 구매력(화폐)을 이용하여 투자를 늘리는 기업
저축이란 내가 가진 구매력을 지금 전부 사용하지 않고 다음번에 사용할 수 있도록 비축해 놓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비축된 구매력은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도 있습니다. 바로 금융시장의 일종인 대부자금시장(Loanable Fund Market)을 통해서죠.
현재 소비가 급하게 필요하지 않은 경제주체는 자신의 구매력을 대부자금시장에 내놓습니다. 현재 지출이 급하게 필요한 다른 경제주체는 대부자금시장을 통해 타인의 구매력을 얻을 수 있죠. 그 결과, 자신이 가지고 있던 구매력에 더하여 대부자금시장을 통해 공급된 타인의 구매력으로 현재 필요한 곳에 지출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를 다시 쓰면, 현재 소비가 필요하지 않아 개인과 정부가 저축해놓은 화폐는 대부자금시장을 통해 기업에 전달됩니다. 기업은 차입한 돈을 이용하여 투자를 하게 되죠.
● 개인과 정부의 구매력을 빌려서 대신 이용하는 기업
: 국가의 자원(노동력 · 천연자원)이 생필품 생산이 아니라 자본재 생산에 쓰이게 됨
개인은 지금 당장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상품을 주로 소비합니다. 음식 · 옷 등의 생필품 구입이 많습니다. 이에반해 기업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계 · 공장설비 등 자본재에 투자를 합니다. 생필품은 지금 당장의 만족은 가져다 주겠지만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생필품 생산보다는 자본재 생산에 더 많은 자원을 써야 합니다.
개인과 정부의 구매력이 대부자금시장을 통해 기업으로 이전되면, 노동력 · 천연자원 등 국가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경제성장을 위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저축으로 인해 개인과 정부가 구매력을 행사하지 않아 소비지출이 감소하면, 생필품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생필품을 생산 할 필요가 적어집니다. 기업은 대부자금시장을 통해 넘겨받은 구매력을 자본재 투자에 사용합니다.
이제 한 국가의 근로자들은 생필품 생산이 아니라 자본재 생산을 위해 일을 하게 됩니다. 석유 · 철광석 등 천연자원도 자본재 생산에 더 많이 쓰이게 되죠.
그 결과, 개인과 정부가 지출을 줄여 기업의 투자를 늘린 국가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본재 축적에 더 많은 자원'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거시경제에서 저축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한 ‘돈의 축적’이 아니라 ‘한 국가가 가진 노동력 · 기술력 등의 자원을 경제성장을 위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시경제내 국민저축 크기가 클수록 투자의 크기도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하게 됩니다.
『맨큐의 경제학』 628쪽을 보면 “자원은 희소하기 때문에 자본재를 더 많이 생산하려면 당장 소비할 재화의 생산에 대한 자원 투입량을 줄여야 한다. 즉 어떤 사회가 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면 현재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 축적에서 비롯되는 경제성장은 공짜가 아니다. 미래에 높은 소비수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소비를 희생해야 한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따라왔다면 이 문장이 품고 있는 함의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돈이 부족하다? 한정된 자원이 부족하다!
앞선 글들과 이번글에서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돈의 축적을 중요시하는 가계·기업경제의 관점을 거시경제를 바라볼때는 버려라!" 입니다.
경제성장을 위한 저축의 중요성을 "그래 과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을 하면 돈이 많아지니까,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저축을 해야지." 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거시경제를 바라볼때 지녀야할 중요한 생각은 "경제성장은 생산의 증가이고, 국가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자본재 생산을 위해 효율적으로 써야한다." 입니다.
만약 자원이 무한대로 있다면 굳이 저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개인의 생필품 소비 증가로 인해 노동력이 생필품 생산에 쓰이더라도, 자본재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이 무한대로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 국가가 보유한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노동력과 천연자원을 어디에 더 많이 배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대다수 거시경제적 이슈들은 '돈을 둘러싼 갈등'으로 표현되지만 사실은 '한정된 자원의 배분을 둘러싼 갈등'입니다. 여러 사례를 통해 이를 알아보도록 하죠.
● 과거 우리나라는 가난해서 돈이 없었다?
: 요근래 새로 지어지는 초·중·고등학교는 엘리베이터도 있고 바닥은 대리석으로 포장되어 있습니다. 화장실은 당연히(?) 양변기이고 심지어 비데까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전에 지어진 학교는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없으며 바닥은 나무목재여서 한달에 한번씩 왁스 청소를 해야했습니다. 화장실은 당연히(?) 좌변기였고 비데 같은건 존재조차 몰랐습니다.
과거(1990년대 후반 이전)에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요즈음 학교를 보며 "옛날에는 우리나라가 가난해서 돈이 없었지." 라고 말하며 회상에 잠깁니다. 그런데 이 발언은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한국에 돈이 없었을까요? 돈은 한국은행을 통해 찍어내면 됩니다. 가계 · 기업과는 달리 국가는 돈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에 부족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자본재와 자원 입니다. 당장 경제성장이 급한 상황에서 필요했던 것은 생산을 늘려주는 기계와 공장설비 였습니다. 한정된 노동력 · 기술력을 학교시설에까지 써야할 유인이 없었죠.
그러다가 비축된 자본재를 이용하여 경제가 성장하고 자원의 양도 풍부해짐에 따라, 노동력 · 기술력을 학교시설 보강에 사용할 여유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과거를 회상할때 뱉었어야 할 말은 "옛날 우리나라는 한정된 자원을 자본재 생산에 써야했지. 오늘날에는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자본재와 자원이 풍부해져서, 한정된 자원을 학교시설 개선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지." 입니다. 경제학을 공부하면 이렇게 논리적인 말을 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주변사람들이 떠나가죠...)
● 이윤추구만을 앞세우는 탐욕스런 선진국 제약회사들?
: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하여 전세계를 긴장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이 없었는데,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서구 선진국들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만 국한된 질병에 관심이 없었다.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개발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다며 외면" 1했다 라는 주장을 소개하며 선진국 제약회사들을 비판했습니다. 이같은 비판은 타당한 것일까요?
선진국 제약회사들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합니다. 따라서 돈이 되는 약만을 개발할 유인을 가지고 있죠.
그렇지만 "돈이 되지 않으니까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지 않은 것" 라는 식의 주장은 잘못된 것입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본래 서아프리카 특정 지역에만 한정된 풍토병 이었고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소수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소수'라는 점입니다.
제약회사가 신약개발에 쓸 수 있는 연구인력과 자금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환자수가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하는 게 효율적입니다.
효율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효율을 무시하고 환자수가 적은 질병에 자원을 쓰게 되면 그 사이 많은 환자들은 목숨을 잃습니다.
즉, 선진국 제약회사들이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이전에 개발하지 않았던 이유는 한정된 자원하에서 많은 환자수를 살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 NASA의 우주개발은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 미국 NASA는 인류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기관입니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 · 화성탐사 · 보이저호 · 명왕성 탐사 등등 우주탐사에 앞장서고 있죠. 이런 NASA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됩니다. NASA의 2014년 예산은 약 20조원으로 미국 연방재정의 0.5%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던 1966년, NASA의 예산은 지금의 9배인 연방재정의 4.41%에 달했었습니다. 우주경쟁이 끝난 오늘날, 미국정부는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NASA 프로그램에 부담을 느꼈고 50년 사이 NASA의 예산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죠.
지금까지 글을 읽어온 독자분들은 "정부는 돈을 찍어낼 수 있다며? 그런데 왜 천문학적 예산에 부담을 느낀다는거지? 돈을 찍어내서 예산을 충당하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쌓아놓은 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화폐는 중앙은행이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습니다.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내서 NASA의 예산규모를 키우더라도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우주개발 프로그램이 부담된다는 말은 '한정된 자원을 NASA에 대규모로 투입하는건 비효율적이다'라는 의미입니다. 과거 소련과 군비경쟁을 하던 시절에는 우주개발이 큰 정치적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나 오늘날 우주개발은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연과학 · 공학분야의 천재들이 NASA의 프로젝트에 종사하기보다는 민간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사회전체에 더 큰 효용을 안겨다 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천재들은 구글 · 애플 · 삼성과 같은 민간회사에서 연구를 하며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여러 신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만약 지구에 있는 모든 천재들이 NASA에서 일하면 인류가 화성에 직접 가는 날이 앞당겨 질수도 있을겁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당장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따라서 모든 천재들이 NASA에서 일하지 않고, 누구는 NASA 누구는 민간회사에 종사하며 적절한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이죠.
● 영화 <2012>, 방주를 만들기위해 부자들에게 돈을 거둔다?
: 영화 <2012>는 인류의 종말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한 과학자는 연구를 통해 3년후 기상이변이 발생하여 인류가 종말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미국정부는 소수의 인간이나마 보호하기 위해 큰 배를 건설하기 시작하죠.
규모가 큰 배를 건설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했고, 미국정부는 세계의 부자들에게 돈을 거둡니다. 그리고 돈을 댄 부자들에게만 배를 탈 수있는 권리를 부여하죠.
영화 속 미국 대통령은 인류종말이 시작되자 "배를 탈 수 있는 기회를 부자들에게만 준 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추첨을 통해 모든 인류에게 기회를 제공했어야 하는데." 라며 자책을 합니다.
그런데 영화 <2012>는 시나리오에 큰 결점이 있습니다. 배를 건설하는데 왜 부자에게서 돈을 거두어야 하나요? 그냥 미국정부가 돈을 찍어낸 다음에 배 건설에 필요한 원자재를 구입하면 됩니다. 또는 근로자 · 원자재업체에게 돈을 주지 않고 강제로 일을 시키거나 부품을 구입할 수도 있구요. 3년 후 지구가 망하는데 인플레이션을 신경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영화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는 아마 경제학을 배우지 않았을 겁니다. "배를 건설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니, 돈 많은 부자들에게서 돈을 거두는 이야기를 써야겠군."이라고 생각했겠죠.
그러나 배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노동력 · 기술력 · 철광석 등의 자원입니다. 돈은 그저 자원을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는 수단일 뿐이죠. 게다가 돈은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해 찍어낼 수 있구요.
경제학을 공부하게 되면 나중에 영화계에서 일했을때 좀 더 논리적인 시나리오를 쓸 수 있습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투자는 계속 증가할 수 있는가?
이번글에서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본재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정부의 저축을 통해 기업이 투자를 해야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은 재화의 생산증가 이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높은 국가일수록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때 노동생산성은 근로자의 인적자본 수준뿐만 아니라 기계 · 공장설비 등 물적자본에 따라 결정됩니다. 물적자본이 많을수록 근로자 한 명이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기계 · 공장설비 등 물적자본, 이른바 자본재를 많이 비축해야 합니다. 자본재를 생산하거나 구입하는 행위를 '투자'(investment)라 하는데, 경제성장은 투자의 크기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투자의 크기를 계속해서 늘려나가면 경제는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을까요?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방법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읽으신 분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축적된 자본재의 양이 많아질수록 '수확체감의 법칙'(diminishing returns)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수확체감의 법칙이란 자본량이 증가함에 따라 자본 한 단위를 추가로 투입할 때 증가하는 생산량은 점점 줄어드는 원리입니다. 일정 수준을 넘는 과잉투자(over-investment)는 비효율을 초래할 뿐입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구조 - 총고정자본형성>
이런 이유로 인해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한 국가는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경제성장을 달성한 국가는 투자의 비중이 작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 입니다. 경제성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963년 이후로 투자의 비중(총고정자본형성의 크기)은 계속해서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경제성장을 어느정도 달성한 1990년대 후반 이후로 투자의 비중는 이전에 비해 감소하였죠.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④
- 이전에 높았던 예금금리가 오늘날에는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 거시경제내 실질금리를 결정짓는 저축과 투자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금리 -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 수신금리 - 신규취급액 기준 - 저축성수신>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에 돈을 맡기면 10%가 넘는 이자가 붙었습니다. 100만원을 저금하면 10만원이 이자로 붙었었죠. 하지만 2015년 현재 은행 예금금리는 2%를 넘지 않습니다. 100만원을 은행에 맡기면 고작 2만원이 더 생길 뿐이죠. 이는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96년 당시 예금은행의 예금금리는 10%를 넘었으나 2015년 현재는 1.57%에 불과합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어르신들은 오늘날 예금금리를 보며 "예전에는 은행에 저축만 해도 돈이 많이 들어왔는데 요즘은 안 그렇다. 예금 들어봤자 남는 것도 없다." 라는 말씀을 하시곤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예금금리는 왜 이렇게 낮은 것일까요?
첫번째 가설은 '은행의 탐욕' 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이자가 높을수록 고객에게 돈을 많이 줘야하니 손해입니다. 따라서 은행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예금금리를 낮게 설정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추측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2000년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객들에게 많은 이자를 지불했던 착한 은행들이 2000년대 이후 갑자기 탐욕이 생긴 것일까요?
예금금리는 은행이 마음대로 설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두번째 가설로 '중앙은행의 낮은 금리'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2015년 현재 한국은행이 정한 기준금리는 1.50% 입니다. 기준금리와 예금금리가 상당히 비슷합니다. 정말 중앙은행의 낮은 기준금리 때문에 은행 예금금리가 낮은 것일까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은행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한 가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설정하는 기준금리는 명목금리(nominal rate)일 뿐입니다. 기준금리는 아무렇게나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거시경제내 실질금리(real rate)를 중심으로 정해집니다. 그렇다면 실질금리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 거시경제 실질금리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실질금리는 거시경제내 저축과 투자가 결정짓습니다. 시장에서 가격을 공급과 수요가 결정짓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저축이 공급의 역할, 투자가 수요의 역할을 하고 실질금리는 일종의 가격입니다.
실질금리가 높을수록 저축이자를 바라는 사람들은 더 많은 저축을 합니다. 따라서 저축량은 실질금리와 비례합니다. 반대로 투자량은 실질금리와 반비례 합니다. 실질금리가 높을수록 차입비용이 크기 때문에, 기업은 차입을 통한 투자를 줄입니다.
Y축을 실질금리, X축을 저축량 · 투자량으로 둔다면, 저축은 우상향하는 공급곡선 모양을 띄고 투자는 우하향하는 수요곡선 모양을 띕니다. 그리고 저축과 투자가 만나는 지점에서 균형 실질금리가 결정되죠.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부자금시장에서 저축은 개인과 정부가 기업에게 '공급'해주는 자금이고, 기업은 자금을 '수요'하여 투자를 진행하게 되죠. 개인 · 정부와 기업이 거래할때 균형을 이루는 가격이 실질금리 입니다.
이때, 저축이 증가하게 되면 균형 실질금리는 하락합니다. 공급이 증가하여 가격이 떨어지는 원리이죠. 그리고 투자가 하락하게 되었을때도 균형 실질금리는 하락합니다. 수요가 감소하여 가격이 내려가는 원리입니다.
● 과거 은행 예금금리가 높았던 이유와 오늘날 은행 예금금리가 낮은 이유
-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 많았던 투자와 경제가 성장하고 나서 적어진 투자
- 투자수요가 많았을때 높았던 실질금리, 투자수요가 감소하자 크게 하락한 실질금리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구조 - 총고정자본형성 1996년 이후>
이제 과거 은행 예금금리가 높았던 이유와 오늘날 은행 예금금리가 낮은 원인을 이해할 힌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은행 예금금리가 높은(낮은) 이유는 거시경제 실질금리가 높기(낮기) 때문이고, 거시경제 실질금리가 높은(낮은) 이유는 저축이 적거나(많거나) 투자가 많아서(적어서) 입니다. 저축과 투자 중 실질금리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투자입니다.
바로 앞서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을 통해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한 국가는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경제성장을 달성한 국가는 투자의 비중이 작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한국은 경제가 고도성장하던 19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투자크기가 컸지만, 2000년대 이후 경제가 성숙단계로 진입하자 투자크기가 감소하였죠.
이런 이유로 인해 투자가 많았던 1990년대 말까지 한국경제내 실질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투자가 감소한 2000년대 이후 실질금리는 계속해서 하락하였습니다. 실질금리 변화에 맞추어 은행 예금금리 또한 과거 10%대에서 오늘날 1.5%대로 하락하였죠.
윗 그림은 한국경제 GDP에서 투자(총고정자본형성)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투자비중의 변화가 보여주는 그래프와 앞서 첨부한 은행 예금금리 변화 그래프가 거의 비슷한 모양을 띄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2015년 현재 은행 예금금리가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은행의 탐욕과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 때문이 아니라, 경제가 성숙단계에 진입하고 투자수요가 감소하여 실질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⑤-1
- 정부주도의 경제성장?
‘정부지출 증가가 기업의 투자를 방해한다’는 말을 듣고 의구심을 품을 수도 있습니다. “정부지출 증가가 기업의 투자를 방해한다는 말은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물적자본 축적을 정부가 방해한다는 말 아닌가? 그런데 한국은 경제성장을 정부가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 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죠.
하지만 ‘정부가 경제성장을 주도했다’는 말과 ‘정부지출 증가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말은 같지 않습니다. 한국은 정부주도 하에 자본을 축적하였으나, 정부지출 증가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개인과 정부의 구매력이 금융시장을 통해 기업으로 이전된다. 그 결과 현재의 소비를 늘리는 게 아니라 자본재에 대한 투자를 늘림으로써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금융시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한국정부는 이러한 금융시장의 작동을 통제하여 인위적으로 자원을 배분하였습니다. ‘금융시장 통제’(control over finance)를 한 것이죠.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자금공급(국민저축)과 자금수요(투자)가 만나는 균형실질이자율에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됩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국민저축을 통해 공급된 자금을 특정 기업들에게만 선별적으로 배분하였습니다. 정부로부터 선택받은 기업들은 배분받은 자금을 바탕으로 자본재 투자를 늘렸죠.
즉, ‘한국정부가 경제성장을 주도했다’는 말은 ‘한국정부가 금융시장의 자원배분 기능을 통제하여 선택받은 기업들에게 자금을 몰아주었다. 국가로부터 선택받은 기업들은 제공받은 자금을 이용하여 자본재 투자를 늘려나갔다.’는 뜻입니다.
‘정부지출 증가’로는 자본을 확충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금수입 증가와 국가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필요합니다. 정부지출 증가를 위해 세금을 올린다면 기업의 투자활동을 저해시킵니다. 또한 국채발행은 금융시장 실질이자율을 상승시켜 민간투자를 방해합니다(crowding out). 실제로 195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GDP 대비 정부지출 비중은 20%를 넘은 적이 없습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⑤-2
- 금융시장을 통제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방식은 지속가능 할까?
한국은 정부가 금융시장을 통제(control over finance)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이를 보고 "역시 금융시장을 통제해야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금융시장을 통제하여 자원을 배분하는 것은 지속불가능 하기 때문입니다.
금융시장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모든 정보를 알아야' 합니다. 어떤 기업이 무엇을 개발하는지, 어떤 기업의 신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지, 이 기업은 얼마의 자금이 필요한지 등등을 전부 알아야 효율적인 배분이 이루어질 겁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해감에 따라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사업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오늘날에는 정부가 이러한 정보를 전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기업'에게 자원이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친한 기업 혹은 정부에 뇌물을 준 기업'이 국가의 선택을 받아서 자원을 배분받게 되죠. 이는 비효율과 부정부패를 유발하여 경제성장을 방해합니다.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 먹혔던 전략은 '초기'라서 성공했을 뿐, 경제가 성장하고 경제구조가 복잡화된 오늘날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⑥
- 경제성장을 위한 금융의 중요성
'금융시장을 통제하여 자원을 배분하는 것은 지속불가능'하다는 사실은 '경제성장에 있어 금융부문의 중요성'을 드러냅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재 생산의 효과가 큰 기업에게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어야 합니다. 투자를 해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에게 자원이 배분되거나, 경제성장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기업에게 과다한 자원이 배분되는건 비효율적이죠.
따라서, 정부는 금융시장을 통제하여 자원을 인위적으로 배분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금융시장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도와서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 필요한 투자량에 비해 국내의 저축이 부족하다면?
이번글에서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본재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저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저축을 통해 소비를 줄인다면 생필품생산이 감소하기 때문에, 자본재 생산을 위해 많은 자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필요한 투자량에 비해 국내의 저축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필요한 투자량이 100일때 국내의 저축이 50에 불과하다면, 투자는 50만 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이때 국내의 저축뿐 아니라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면 투자량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에서는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투자를 늘리는 방법을 알아볼 겁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지식으로 '경상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가지는 의미도 살펴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게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 '세계 무관심 에볼라, 재앙이 되다'. 2014.10.19 한겨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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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9. 21. 18:51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현대 자본주의는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사람이 생산활동에 참여해야하고, 한 사람이 생산해내는 양이 많아야겠죠. 너무나 당연한 원리입니다.
이번글에서는 '어떻게하면 생산량을 늘려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 겁니다. 이 글을 읽고나면 "왜 선진국은 후진국을 도와줘서 같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지 못할까?"라는 의문도 풀리게 될겁니다.
※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이 알려준 것은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생산의 증가이지 돈의 축적이 아니다." 였습니다.
가계는 돈을 많이 벌면 부유해집니다. 그러나 국가경제 · 거시경제는 돈의 축적이 의미가 없습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단순히 돈의 양만 많아지는 것은 명목(nominal)변화일 뿐입니다. 모든 국민의 소득이 100만원 증가하더라도 물가수준이 그만큼 상승하면 실질(real)적인 생활수준은 그대로입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생산'(product)이 증가해야 합니다.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을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이라 부르고, 국가가 1년동안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얼마인지를 측정할 때 GDP를 이용합니다.
한국의 GDP가 1,500조원 이라는 말은 "한국이 가지고 있는 돈의 양이 1,500조원이다."가 아니라 "한국이 1년동안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0조원이다."라는 뜻입니다.
※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 높은 고용률
- 높은 노동생산성
1953년 한국전쟁 휴전 당시 한국의 명목GDP는 약 48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5년 현재는 약 1,500조원에 달합니다. 그리고 1953년 1인당 실질GDP는 약 66달러 였으나 2015년 1인당 실질GDP는 약 28,000달러에 달합니다.
60년전과 비교해 오늘날 한국 내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3만배 이상 커졌고, 국내거주인 1명이 생산해내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는 424배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요? 보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제성장은 ‘생산량의 증가’이기 때문에, 우리는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윗 식은 1인당 실질GDP가 결정되는 원리를 보여줍니다. 1인당 실질GDP는 평균 노동생산성과 총인구 충 취업자 비율에 의해 결정됩니다. 평균 노동생산성이 증가할수록 그리고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취업자가 많을수록 1인당 실질GDP가 커집니다.
어려운 원리가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더 많은 사람이 생산과정에 참여할수록 · 한 사람이 더 많은 양을 생산할수록 1인당 생산량이 증가하는 원리입니다.
많은 사람이 생산과정에 참여할수록 경제전체 생산량이 증가하게 되고 1인당 실질GDP도 커집니다. 그렇다면 인구가 많은 국가일수록 실질GDP가 클까요? 단순히 인구만 많아서는 안되고 사람들이 생산과정에 참여를 해야 합니다.
경제학 용어로 엄밀히 표현하면 총인구 중 '고용률'(employment rate)이 높아야 합니다. 전체인구 중 취업자가 많은 국가일수록 실질GDP가 높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용률 이외에 또 하나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만약 고용률만이 실질GDP 크기를 결정한다면 세계에서 경제력이 가장 센 국가는 중국과 인도일 겁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실질GDP가 가장 큰 국가는 미국입니다. 미국의 인구(3억명)는 중국 · 인도(10억명 이상)의 1/3~1/4에 불과하지만 실질GDP는 더 큽니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의 실질GDP가 더 큰 이유는 한 사람이 더 많이 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면 미국은 '노동생산성'(labor productivity)이 높습니다.
각 국가마다 인구의 크기는 사실상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사람의 수는 마음대로 늘릴 수 없습니다. 한국의 인구가 5,000만명에서 10억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따라서 많은 취업자 · 노동생산성 중에서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노동생산성 입니다.
즉,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의 지속적인 향상'이 필요합니다. 첫째도 생산성, 둘째도 생산성, 셋째도 생산성!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성입니다.
※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
- 인적자본의 향상
- 물적자본의 증가
경제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생산성 향상입니다.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첫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근로자의 숙련수준 향상, 즉 인적자본(human capital)의 향상입니다.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한 근로자는 업무능력이 낮을 겁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쓸 줄 모르는 사람은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지 않고 손으로 글을 써야합니다.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회계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기업의 재무를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도 몰라 주먹구구식으로 기업을 경영할 겁니다. 즉, 교육을 통해 관련지식(technological knowledge)을 습득해야 생산성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한국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교육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죠.
두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물적자본(physical capital) 입니다. 노동생산성 향상에 있어 물적자본은 인적자본보다 더 중요합니다.
인적자본은 교육을 받은 근로자의 능력향상으로 생산성 증가를 이끌어내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의 향상이 항상 근로자의 고급숙련도 덕분에 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근로자도 단순히 더 좋은 기계 · 더 많은 기계를 가졌을때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즉, 더 많은 물적자본은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킵니다.
인적자본의 예에서는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인적자본)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다룰 수 있다 하더라도 일단 '컴퓨터'(물적자본)가 있어야 합니다. 컴퓨터라는 물적자본이 등장하자 더 빨리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수정도 쉬워졌습니다. 또한 손으로 물건을 생산할 때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생산기계가 등장하자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물적자본의 축적', 더 많은 기계 · 더 좋은 기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계를 경제학용어로 '자본재'(capital good)라고 하는데, 경제성장은 얼마나 많은 자본재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
-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좌우하는건 총공급
보통 물적자본을 줄여서 그냥 '자본'이라고 표현합니다. 경제학을 공부해나가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필수적이다." 라는 문장을 자주 발견하게 될겁니다. 이때 자본축적은 '많은 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 · 생산설비 등 자본재를 많이 보유'하는 것을 뜻합니다.
계속 반복하지만 경제성장은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재화를 많이 생산하는 것입니다. 재화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재가 필요합니다.
<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백화점'(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대형마트'(이케아) >
‘경제성장’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연상해야 하는 것은 ‘금고’가 아니라 ‘백화점, 대형마트’입니다. “가계의 재산이 증가했다”, “기업이 이익을 거두었다”는 것은 말 그대로 돈을 벌었다는 의미입니다. 통장 계좌잔액이 증가하거나 금고에 현금이 쌓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국가의 경제가 성장했다”는 것은 더욱 더 많고 품질이 좋은 상품을 생산해낸다는 의미입니다. 백화점, 대형마트에 각종 새로운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건물도 계속해서 새로운 점포가 등장하고 리모델링이 이루어지죠.
이렇게 거시경제내 자본재 축적으로 생산이 증가하는 것을 "거시경제 총공급(aggregate supply)이 성장하였다."라고 말합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의 증가, 다시말해 총공급 측면의 발전이 필요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돈이 많은 선진국이 가난한 국가를 도와주면 안될까?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신 분이 있으실 겁니다. "돈이 많은 선진국이 가난한 국가를 도와주면, 전세계 모두가 같이 잘 살지 않을까?" 우리는 이번글을 통해 이러한 생각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계속 반복하지만 경제성장은 '돈이 많다'의 개념이 아니라 '생산량이 많다'의 개념입니다. 만약 돈이 중요하다면 선진국의 원조도 필요없습니다. 북한 · 아프리카 일부 국가 등 가난한 국가들은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내서 스스로 가난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을겁니다.
돈이 아니라 생산이 중요하기 때문에, 총공급측면을 발전시키지 못해 생산량이 적은 국가는 여전히 가난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선진국의 화폐원조는 가난한 국가의 빈곤상태를 일시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을 뿐입니다. 후진국의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는데 선진국으로부터 화폐원조만 계속해서 받는다면, 장기적으로 후진국 내에서 인플레이션만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가난한 국가들이 저개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계 · 생산설비 등 자본재의 양을 늘려서 생산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써야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잠재GDP란 무엇인가?
- 거시경제학의 목적 : 잠재GDP 높이기 + 올해의 GDP를 잠재GDP 수준으로 되돌리기
경제성장이 '돈의 축적'이라면 각국 정부는 화폐를 찍어내서 부유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성장은 '재화의 생산 증가'이기 때문에, 자본재 부족으로 인해 생산량이 적은 국가는 저개발 상황을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기계 · 공장설비 등 자본재가 풍부한 국가만이 높은 노동생산성을 활용하여 많은 재화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자본재를 많이 갖춘 국가는 생산량을 무한대로 증가시킬 수 있을까요? 미국은 오래전부터 많은 자본을 축적해왔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밤낮 가리지않고 재화를 생산하여 GDP를 팽창시킬 수 있을겁니다. 또한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사람들을 강제로 일하게 만들어서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을겁니다. 그런데 미국은 그런 방법으로 GDP를 늘리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경제학에는 '잠재GDP' 혹은 '잠재총산출량' 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잠재GDP 혹은 잠재총산출량은 '한 국가가 가진 생산요소-노동과 자본-를 효율적으로 사용했을때 달성가능한 GDP와 총산출량'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현재 생산과정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사람을 강제로 참여시켜 밤낮 가리지않고 일하게 만드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현재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사람은 일 보다는 다른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우선순위가 높은 일을 놔두고 억지로 일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또한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시킨다면 당장의 생산량은 증가하겠지만 이는 지속불가능 합니다. 사람은 휴식을 취해야 힘을 비축하고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현재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만이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서 생산과정에 참여'하도록 해야하는데, 이를 '완전고용 상태'라고 합니다. 즉, 잠재GDP와 잠재총산출량은 '완전고용 상태에서 얻어지는 가장 효율적인 산출량'을 뜻합니다.
잠재GDP와 잠재총산출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은 자발적인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강제로 일하게 만들어서 얻은 결과물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고 지속불가능 합니다. 미달하는 생산량은 일을 하고파하는 사람들이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비효율적 결과물이고 경기침체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잠재GDP 개념을 이해하면 거시경제학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본 시리즈의 첫번째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을 통해 거시경제학의 연구대상을 이야기 했었습니다.. 거시경제학은 ‘장기적인 경제성장’(long-run economic growth)과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을 연구하는 학문이죠.
여기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이란 '한 국가의 잠재GDP 수준을 계속해서 높이는 것'을 의미 합니다. 그리고 '단기적인 경기변동'이란 '올해의 GDP 수치가 잠재GDP를 초과하거나 미달했을때 이를 잠재GDP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뜻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④
- 1960년대~90년대 고도성장을 경험했던 한국
- 2000년대 중반 이래 저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
- 예전에 높았던 경제성장률은 왜 하락하고 있는가?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경제활동별 성장률(실질) - 국내총생산(실질성장률) >
1953년 한국전쟁 종전 당시 한국에 위치한 생산시설은 대부분 파괴된 상태였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생산시설을 만들어나가야 했죠.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을 시작한 한국은 1990년까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약 10%에 달했습니다. 30년동안 매년 10%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었죠.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부터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약 4% 밖에 되지 않습니다.
경제개발 초기에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경제성장률이 오늘날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부 사람들은 경제성장률 하락의 책임을 정부에게 묻습니다. "과거 대통령은 통치를 잘해서 경제성장률이 높았고, 2000년대 이후 대통령은 무능해서 경제성장률이 낮다." 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만약 정부의 의도대로 경제성장률을 조정할 수 있다면, 도대체 어느 정부가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려 할까요? 오늘날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원인을 이해하려면 '경제개발 초기에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경제성장을 어느정도 달성한 현재에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앞서 경제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계 · 생산설비 등 자본재 축적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작업으로만 제품을 생산하다가 기계 하나가 처음 도입되면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런데 기계의 대수가 증가할수록 생산량 증가는 더뎌집니다. 자본재가 처음 등장했을때 크게 증가했던 생산량에 비해, 자본재의 양이 많아질수록 생산량의 증가크기는 감소하게 되죠.
예를 들어, iPad와 같은 태블릿이 있다면 수업자료를 일일이 인쇄할 필요 없이 태블릿에 넣고 다닐 수 있습니다. 공부 중에 모르는 내용을 구글에서 검색하여 바로 찾아볼 수도 있죠. 이처럼 태블릿이라는 자본재는 공부의 효율을 크게 높여줍니다. 그런데 태블릿을 2대, 3대, 4대 가질수록 공부의 효율이 계속해서 높아질까요? 오히려 태블릿을 들고다니기도 벅차서 공부의 효율이 감소할 겁니다.
이처럼 축적된 자본재의 양이 많아질수록 '수확체감의 법칙'(diminishing returns)이 작용합니다. 자본량이 증가함에 따라 자본 한 단위를 추가로 투입할 때 증가하는 생산량은 점점 줄어드는 원리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본재를 처음 갖추기 시작한 경제개발 초기에는 잠재GDP가 빨리 증가하여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자본이 많이 축적되어 있다면 잠재GDP의 증가율은 둔화되어 경제성장률은 낮은 값을 기록하게 되죠.
즉, 2000년대 들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이전에 비해 낮은 값을 기록하는 이유는 '한국이 경제성장을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⑤
- 경제성장은 지속될 수 있을까?
산업혁명 이래로 인류는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삶의 질 개선을 경험했습니다. 20세기 이후의 세계는 그전 시대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경제성장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자본재가 많이 축적될수록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여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는 사실로부터 "그렇다면 전세계 경제성장률은 해가 갈수록 낮아질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수확체감의 법칙을 모르더라도 사진 한 장을 통해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윗 사진은 1910년대 뉴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천조국의 위엄'이라는 제목으로 떠도는 사진이죠. 미국은 1910년대에 이미 초고층 빌딩을 지었고 막강한 경제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은 '1910년대 미국의 위대함'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1910년대와는 크게 다를 거 없는 2015년의 미국'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분명 1930년대 미국과 2015년의 미국은 다릅니다. 초고층 빌딩의 높이는 더욱 높아졌고 첨단 건축기술이 새롭게 적용되었습니다. 이전 시대에는 없던 각종 전자기기도 존재하며 자동차의 성능도 좋아졌습니다. 문제는 1930년대 미국의 외관과 오늘날 미국의 외관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1930년대에 시멘트를 이용한 빌딩이 존재했으며 자동차도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빌딩과 자동차는 그저 성능개량을 한 것일뿐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에는 PC,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전자제품이 있다. 인터넷 발전 덕분에 전세계 사람들이 소통을 할 수도 있다. 1930년대와 2015년은 크게 다르다." 라는 반박이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기 · 전화 · 사진기 · 영상 등등은 1885년과 1990년 사이에 발명된 것들 입니다. 게다가 인류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상승시킨건 전자제품 보다는 상수도시설 입니다. 상수도시설이 설치되면서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실내화장실이 만들어졌습니다. 위생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났죠.
한 경제학자는 "당신은 지난 10년간 발명된 모든 것, 페이스북·트위터·아이패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은 상수도시설과 실내 화장실을 포기해야 한다. 당신은 차를 이용하여 물을 집으로 운반해야 한다. 비가 내리는 새벽 3시에도 당신은 진흙길을 걸어서 바깥에 있는 화장실로 가야한다.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라고 묻습니다.
이 경제학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바는 "경제성장은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 산업혁명이 가지고 온 위대한 발명과 그 파급효과의 일회성 혜택이 발생했었고, 그러한 일이 이제는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고 있다. 1970년 이후의 IT 산업 발전 등은 단지 성능이 개량된 부수적인 발전일 뿐이다. 이제 고성장 시대는 지나갔다." 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시각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닙니다. Excel 이라는 사무용 프로그램은 어떻게보면 하나의 소프트에어일 뿐이지만, 업무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위대한 발명입니다. 이처럼 전자제품과 IT산업이 삶의 양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예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의 세계경제 성장에 관해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겠구나'라는 것입니다.
※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그래프
이번글에서는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 증가'라는 사실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많은 돈은 그저 명목적인 생활수준만을 높일 뿐이고,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은 생산의 증가입니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경제성장에 관한 이러한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Y축 화폐량이 아무리 증가해봤자 돌아오는건 물가수준의 상승, 즉 인플레이션 뿐입니다.
거시경제의 생산량은 화폐량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습니다.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생산량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산과정에 참여하여(총인구 중 취업자비율) 얼마나 많은 재화를 생산해내는지(노동생산성)에 따라 거시경제 생산량이 결정됩니다.
이때, 모든 사람을 강제로 생산과정에 참여토록 하는 것은 지속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만이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서 생산과정에 참여'(완전고용)하게 됩니다. 그 결과, 장기적인 거시경제 생산량은 '완전고용 상태에서 얻어지는 생산량인 잠재GDP' 수준에서 결정되죠.
※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본재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이번글에서 "경제성장은 생산의 증가이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생산성이다."라는 내용을 알아봤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킬때, 기계 · 공장설비 등 물적자본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적자본의 양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에서는 노동생산성을 좌우하는 자본재를 축적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추가
[경제성장이론]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본 블로그의 시리즈를 읽으시면 됩니다.
[경제성장이론 요약] 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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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 (24) | 2015.09.21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Posted at 2015. 9. 21. 18:26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현대 자본주의는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돈과 화폐를 사용하며, 돈의 축적을 중요시했던 중상주의적 마인드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생산이 아니라 여전히 '돈'을 중요시하는 일부 사람들은 거시경제를 잘못 바라보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이번글에서는 생산이 중요한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을 알아봅시다.
※ '생산'이 중요한 오늘날, 왜 화폐를 여전히 사용하는가?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을 통해, 거시경제 상황을 측정할때 GDP를 사용하는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GDP를 사용하는 이유는 현대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이 '생산'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중상주의 시대에 중요했던 것은 금 · 쌀 등의 축적이었죠. 그러나 오늘날에는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돈의 축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돈의 축적으로 경제력을 평가한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습니다. 각자 자신들의 화폐를 찍어내면 되기 때문이죠.
현대자본주의에서는 품질이 좋고 다양한 상품을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한국의 GDP가 1,500조원 혹은 1.5조 달러라는 말은 "한국이 쌓아놓은 돈의 양이 1,500조원 혹은 1.5조 달러이다."라는 뜻이 아니라, "한국에서 1년동안 생산된 최종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0조원 혹은 1.5조 달러"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 중요한 자본주의 시대에도 여전히 화폐를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얼마인지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화폐단위로 표현을 해야하기 때문이죠. 단순히 "우리나라는 핸드폰 몇대, 자동차 몇대 만들었다." 라고 말한다면 그 국가의 생산력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아이폰 · 벤츠를 생산하는 것과 피쳐폰 · 포니를 생산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나라는 1조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상품을 만들었다." 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회계의 단위로서의 화폐]
또한 화폐는 구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1만원짜리 화폐를 건내는 이유는 1만원 화폐 그 자체에 어떤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화폐 자체는 그저 종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1만원 화폐는 "내가 1만원의 가치를 지닌 상품을 구매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우리는 물건을 구입할 때 화폐를 건넵니다. [가치의 저장수단으로서의 화폐]
마지막으로, 화폐를 이용하면 거래가 편리해집니다. 물건을 구입할때마다 "나는 1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할 능력이 있습니다." 라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1만원 화폐를 이용하면 거래는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교환의 매개수단으로서의 화폐]
※ 화폐가치 변동이 초래하는 2가지 문제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 중요한 오늘날에도 화폐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화폐가치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 출처 : 쉬어가는 페이지 - 광화문 사거리>
생산량이 많은지 혹은 품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지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쳐폰보다 스마트폰이 좋다는 것은 사용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이 경제성장을 달성했다는 사실은 1950년대 서울 사진과 2015년 서울 사진을 비교하면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폐가치는 숫자비교를 통해 파악할 수 없습니다. 1년전 월급이 100만원이고 현재 월급이 120만원으로 20% 올랐으면 구매력이 증가한 것일까요? 언뜻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월급상승과 함께 1년동안 물가가 20% 상승했다면 구매력은 이전과 똑같습니다. 1965년 1만원과 2015년 1만원은 같은 가치를 지녔을까요? 숫자는 1만원으로 같지만 1950년대 1만원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간 흐름에 따라 화폐가치가 변하기 때문에 크게 2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번째는 '화폐환상' 입니다. 화폐환상이란 '실질소득은 그대로이지만 명목소득 증가만을 보고 자신이 부자가 되었다고 착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증가한 월급 120만원은 명목소득(nominal income)일 뿐입니다. 명목소득 증가만을 보고 구매력이 늘었다고 착각하면 안됩니다.
두번째는 '현재의 생활수준 과소평가' 입니다. 자신의 구매력을 과대평가 했던 화폐환상과는 정반대로 현재의 생활수준을 과소평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에는 1만원으로도 잘 먹고 살았는데, 2015년에는 1만원으로 먹고 살기도 힘들다." 라고 말하는 경우이죠. 구체적인 예시를 좀 더 살펴보도록 하죠.
여기 1만원짜리 화폐가 있습니다. 이때, 1965년 1만원 화폐의 가치와 2015년 1만원 화폐의 가치는 다릅니다. 1965년에는 1만원 화폐로 소고기 22근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15년에는 1만원 화폐로 치킨 1마리 사먹기도 불가능합니다. 오늘날 1만원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과거와 비교해 그다지 메리트가 없습니다. 상품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죠.
즉, 2015년 1만원 화폐의 가치는 매우 낮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화폐가치는 하락하게 되고 물가수준은 계속해서 상승했습니다.
1965년에는 1만원으로 소고기 22근을 살 수 있었으나, 2015년에는 1만원으로 치킨 1마리도 못 사먹는 상황. 그렇다면 1965년에 비해 2015년 삶의 수준이 하락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1965년에는 텔레비전, 에어컨, 스마트폰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치킨도 없었죠!
계속 반복하지만, 현대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화폐가 아니라 생산입니다. 과거에 비해 2015년 현재 화폐가치는 하락하였으나 더욱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생활수준이 월등히 높습니다. 생산의 변화를 간과하고 물가상승과 화폐가치 하락에만 주목할 경우 현재의 생활수준을 과소평가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생산량 증가로 인해 경제가 성장하면 화폐유통량이 많아져서 물가가 상승합니다. 따라서 1965년과 2015년의 삶의 수준을 화폐가치로 올바르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물가상승에 맞추어 화폐가치를 조정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1965년의 1만원과 2015년의 1만원은 같지 않습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소비자물가수준은 1965년에 비해 36.34배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1965년 1만원은 2015년 36만 3천4백원과 같습니다. 오늘날 36만원으로 우리는 치킨을 약 18마리나 사 먹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화폐가치는 하락하였으나 과거와 비교해 생활수준은 뒤떨어지지 않았습니다.
※ 소비자물가지수를 측정하는 이유
앞서의 내용을 다시 말하면, 생산이 중요한 시대에도 화폐를 사용해야 하지만,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생산과는 달리 화폐가치는 시간흐름에 따라 변합니다. 화폐가치 변동은 '자신의 생활수준을 과대평가'(화폐환상)하거나 '자신의 생활수준을 과소평가'하는 문제를 초래하죠.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매년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를 구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측정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시점의 화폐가치를 비교'하여 생활수준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 입니다.
※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하여 화폐가치 조정하기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하여 화폐가치 변화가 초래하는 문제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생활수준을 과대평가하는 '화폐환상'에 빠지지 않으려면 명목소득이(nominal) 아닌 실질소득을(real) 알아야 합니다. 명목소득을 물가지수로 나누면 실질소득을 알 수 있는데, 이를 '가격조정'(deflating) 이라 합니다.
월급 100만원이 1년 후 120만원으로 20% 증가했습니다. 물가도 20% 올랐죠. 따라서 명목소득 120만원을 물가지수 1.2로 나누면 실질소득은 100만원 입니다. 이는 월급상승 이전과 똑같은 금액이죠. 명목소득은 120만원으로 올랐으나 실질소득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생할수준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생활수준을 과소평가하지 않으려면 물가상승만큼 명목값도 조정해야 합니다. 이를 '연동화'(indexing) 이라 합니다.
1965년의 1만원과 2015년의 1만원을 비교하는 것은 잘못됐습니다. 50년 사이 물가가 36.34배 증가했기 때문이죠. 올바른 비교를 위해서는 1965년 1만원과 물가상승분이 연동화된 금액을 비교해야 합니다.
물가가 36.34배나 증가했기 때문에, 물가상승분이 연동화된 금액은 36만 3천4백원입니다. 1965년 1만원은 2015년의 36만 3천4백원과 같습니다. 오늘날 36만 3천4백원으로는 치킨도 사먹을 수 있기 때문에 생활수준은 오늘날이 더 좋습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중요한건 '명목'(nominal)이 아니라 '실질'(real)
이번글이 알려주는 것은 '중요한 건 명목값(nominal)이 아니라 실질값(real)'이라는 것입니다. 물가상승을 고려하지 않은채 '증가한 월급 120만원' · '소고기 22근을 사먹을 수 있는 1965년의 1만원' 등 명목값에만 주목하면 생활수준을 잘못 평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값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현대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드러내줍니다.
돈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 경제성장이라고 생각하여, 모든 국민들에게 매달 100만원을 지급하면 생활수준이 올라갈까요? 100만원을 받은 개인은 처음에는 돈이 많아졌으니 좋아할 겁니다. 하지만 마트를 가면 100만원이 아무 의미없다는 것을 깨달을 겁니다 . 증가한 화폐량만큼 물가가 상승했을 뿐더러, 새로운 좋은 상품이 마트에 없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장과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많은 돈'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입니다. '많은 돈'은 그저 명목적인 생활수준만을 상승시킵니다. 그러나 '생산의 증가'는 실질적으로 생활수준을 향상시키죠.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명목이자율과 실질이자율
명목값과 실질값의 구분은 이자율의 경우 특히 중요합니다. 은행의 연간 이자율이 10%일 때 100만원을 입금하면 1년 뒤 예금액은 이자 10만원이 붙어서 110만원이 됩니다. 그렇다면 예금자는 부유해진 것일까요?
우리는 앞서 ‘서로 다른 시점의 화폐가치는 물가상승분만큼 조정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증가한 월급 120만원은 물가상승분만큼 조정을 해야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예금 이후 이자가 붙은 금액 110만원은 물가상승분만큼 조정해야 합니다.
은행에 돈을 예금해둔 사이에 물가가 10% 상승했다면, 예금을 찾을 때 110만원의 화폐가치는 예금 이전 100만원의 화폐가치와 같습니다. 예금자는 부유해지지 않았습니다. 물가상승 폭이 10% 미만 이라면 예금자는 부유해지고, 반대로 물가상승 폭이 10% 이상이라면 예금자의 구매력은 하락하게 됩니다.
즉, “예금자가 저축예금으로 얼마를 벌 수 있는지 파악하려면 이자율과 물가 변동률을 모두 알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명목이자율에서 물가 변동률을 배제한 ‘실질이자율’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소비자물가지수 물가상승률 aggregate 개념
소비자물가지수 보다는 '물가상승률' 혹은 '인플레이션율'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들어봤을겁니다. 물가상승률은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하여 구하는데, 소비자물가지수의 변화율을 물가상승률이라고 합니다.
물가상승률을 구할때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하는데, 이때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재화묶음 구입비용' 입니다. 우리가 '물가' · '물가상승률' 이라고 칭하는 것은 특정상품의 구입비용이 아니라 '묶음된 여러재화의 구입비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왜 주목해야 할까요?
방송 · 신문 등 언론은 "OO상품 가격이 상승하여 서민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당국은 물가관리에 힘을 써야한다." 라는 기사내용을 자주 보도합니다. 여기에더해 물가감시센터라는 시민단체도 특정상품 가격인상을 비판 1하며 물가를 감시하고 있죠. 이들의 보도와 행동은 크게 3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물가수준(Price Level)은 묶음된 여러 상품의 전반적인 가격수준을 의미하는 것이지, 특정상품의 상대가격(Relative Price)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상품의 상대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다른 여러상품의 상대가격은 하락하여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방송 · 신문 등 언론과 물가감시센터가 문제삼는 것은 대개 '특정상품의 상대가격 상승'입니다. 우유가격이 올랐다, 채소가격이 올랐다, 영화관 티켓값이 올랐다 등등이죠.
"물가수준은 묶음된 여러상품 가격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상품 가격이 상승하면 상품묶음 가격도 올라가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상품들의 가격은 그대로일때, 상품 하나의 가격이 상승하면 평균값이 올라가는 원리이죠. 이처럼 특정상품 상대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수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물가수준'(Price Level)과 '개별상품의 상대가격'(Relative Price)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전반적인 물가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통화량' 이지만, 개별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공급과 수요'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2015년 소비자물가수준은 1965년에 비해 36.34배 증가하였는데, 이는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거래에 필요한 화폐의 유통량(통화량)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유 · 채소 · 영화관 티켓 가격 등 개별상품의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상품의 공급이 감소했거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물가수준 상승과 개별상품의 상대가격 상승을 구분해야만 올바른 정책대안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물가수준 상승을 막으려면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감소시켜야 합니다. 개별상품의 가격상승을 막으려면 상품의 공급을 증가시키거나 수요를 감소시켜야겠죠.
언론과 시민단체는 물가수준과 개별상품의 상대가격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통화량 조절을 요구하는지 공급-수요 조절을 요구하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중앙은행 입니다. 따라서 물가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도 정부가 아니라 중앙은행 입니다.
언론이나 시민단체는 거시경제의 물가수준이 상승했을때 정부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서민들 삶이 팍팍해질 때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는 식이죠. 이런 비난을 의식한 정부는 물가관리품목 이라는 것을 만들어 특정상품의 가격인상을 인위적으로 억제 2하려 듭니다. 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입니다.
이런 우스운 광경이 펼쳐지는 근본이유는 앞서 언급한 '물가수준과 개별상품의 상대가격을 구분하지 못함' 때문이겠죠.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 개별상품의 상대가격 상승을 물가상승으로 오인하니, "정부가 공급과 수요를 인위적으로 컨트롤해서 가격 좀 낮춰봐라"라는 요구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나는 물가수준과 개별상품의 상대가격을 혼동하지 않는다. 물가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앙은행의 통화량이라면,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축소하여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 라고 항변할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세번째 문제가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축소하여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면, 왜 전세계 국가들은 물가상승으로 인한 문제를 겪는 것일까요? 물가상승률이 0%가 될때까지 통화량을 줄이면 될텐데 말이죠.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물가안정과 실업률 상승의 상충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통화량을 축소하면 실업률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 유명한 '필립스곡선'이죠. 애초에 물가를 '감시'한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이말은 곧 "실업률 상승의 부작용은 감수하겠다."라는 말과 동일하기 때문이죠.
※ 경제성장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거시경제학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있어 ‘화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화폐의 증가로 인해 발생한 '명목값의 상승'에 현혹되지 말고 생산의 증가로 인해 생겨난 '실질값의 상승'을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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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9. 21. 17:54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이번글에서는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많이 이용되는 GDP에 대해서 알아볼 겁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GDP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경제지표이죠.
그러나 GDP를 왜 사용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얼마 되지 않습니다. 왜 경제학자들은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GDP를 이용하는 것일까요?
※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1인당 GDP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한국이 경제성장 달성에 성공했다는 근거로 70년 동안 한국의 1인당 GDP가 424배 성장했다는 사실을 들곤 하죠.
이처럼 GDP는 국가의 경제성장 정도를 측정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표입니다. 『맨큐의 경제학』 또한 GDP가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시파트 첫 번째 장 <제23장 국민소득의 측정>에서 GDP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GDP는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지표입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미국의 GDP는 약 15조 달러고 한국의 GDP는 약 1조 달러다. 미국경제가 한국경제보다 15배 크다.” 라고 말하며 GDP를 자연스럽게 이용합니다.
그렇다면 경제학자들과 다수의 사람들은 국가의 경제성장 정도를 측정할 때 왜 GDP를 이용할까요?
이런 물음을 던지면 많은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낍니다. “한국의 GDP는 약 1조 달러다.”라는 식으로 표현을 하니, GDP는 ‘국가가 축적해놓은 돈의 양을 알려주는 지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런 생각은 “국가의 경제수준을 돈만 가지고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 행복 같은 국민들의 삶의 질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라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맨큐의 경제학』 585쪽에도 이러한 주장이 나옵니다. 미국의 로버트 케네디는 “GDP는 우리 자녀들의 건강, 교육의 질 혹은 그들이 놀이에서 얻는 즐거움 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이에 대한 반론으로 “GDP가 높을수록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기 쉽다. GDP가 어린이들의 건강을 반영하지는 않지만, GDP가 높은 나라일수록 어린이들의 건강을 보다 잘 보살필 수 있다. ……” 등의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행복 등을 GDP가 측정할 수는 없지만, GDP 크기와 행복은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식의 반론이죠.
하지만 이러한 반론은 ‘왜 우리가 GDP를 이용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GDP의 유용성을 옹호하고 있을 뿐, 왜 GDP를 이용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말하지 않기 때문이죠.
국가의 경제성장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GDP를 이용하는 이유는 ‘GDP의 정의’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맨큐의 경제학』 572쪽에 나오는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의 정의는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생산된’입니다. GDP는 말 그대로 국내총생산이고 한 국가의 생산력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는 금 · 은 · 쌀 등의 재화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냐에 따라 국가의 경제력이 정해졌습니다. 영국 · 스페인 등 서구국가들은 금과 은을 획득하기 위해 남아메리카 · 인도 등에 식민지를 건설하였죠. 이렇게 화폐의 축적(accumulation)을 강조했던 시대를 중상주의(mercantilism)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에 화폐의 축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금을 대신하여 많이 사용되는 것은 돈(money)입니다. 돈을 많이 쌓아둔 국가가 부유한 국가일까요? 화폐는 중앙은행을 이용하여 쉽게 찍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축적해놓은 돈의 양을 가지고 국가의 경제력을 평가한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을 겁니다. 북한도 돈을 찍어내서 부유해질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화폐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product)입니다. 품질이 좋고 다양한 상품을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경제력이 좌우됩니다. 1950년대 한국에 비해 2015년 현재의 한국이 부유한 이유는 쌓아놓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더욱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해내기 때문입니다.
과거 한국에는 텔레비전, 전화기, 냉장고 등의 생활품이 존재하지 않았고 아파트와 같은 주택 또한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텔레비전, 스마트폰, 냉장고 등의 생활품이 존재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새롭게 건축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 사는 한국인들은 생산된 재화를 사용하면서 효용을 누리고 있죠.
“GDP는 우리 자녀들의 건강, 교육의 질 혹은 그들이 놀이에서 얻는 즐거움 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GDP를 대체하는 다른 지표가 필요하다”와 같은 주장이 나오는 까닭은 GDP의 정의와 왜 GDP를 이용하는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GDP는 국가가 축적해놓은 돈의 양을 알려주는 지표가 아닙니다. 그 국가의 생산력을 화폐가치로 표현한 지표입니다.
따라서, 2015년 한국의 GDP가 1,500조원이라는 말은 한국이 가진 돈이 1,500조원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2015년에 한국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0조원이다 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국가의 생산력을 측정하는 GDP를 왜 화폐단위로 표현해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국가의 생산능력은 '생산량'뿐만 아니라 '무엇을 생산하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생산량만을 고려한다면 고무신 10개를 생산하는 국가와 최신 런닝화 10개를 생산하는 국가의 경제력이 동등하게 평가됩니다. 이는 올바른 평가방법이 아닙니다. 따라서, 국가의 생산력을 측정할때는 '시장가치'를 고려해야 하고 이는 화폐단위로 나타낼 수 밖에 없습니다.
GDP를 화폐단위로 표기하는 이유는 GDP의 정의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GDP는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가치로 표현하기 때문에, '한국의 GDP 크기는 1,500조원이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GDP에 대해 배우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 돈의 축적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건 품질이 좋고 다양한 상품을 얼마나 많이 생산 하느냐입니다. 사람들이 생산된 상품에 돈을 지불하고 사용함으로써 과거에 비해 더 큰 효용을 누리는 것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의 다른 글들을 읽어나가면, '돈의 축적'을 중요시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시각으로 거시경제를 바라볼 수 있을겁니다.
※ GDP를 측정하는 방법
- 생산측면(supply-side)
- 지출측면(demand-side)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GDP. 이러한 GDP를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첫째 방법은 GDP의 본래 목적대로 ‘생산’ 측면(supply-side)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여러 산업에서 생산되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직접적으로 구하는 방법이죠. 농림어업은 쌀, 생선 등을 생산하고 건설업은 신규 아파트를 건설합니다. 음식점, 헤어샵 등은 서비스를 제공하죠. 이렇게 각 산업에서 1년 동안 창출되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구함으로써 GDP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 한국에서 1,000만원짜리 자동차 1대와 100만원짜리 스마트폰 1개가 생산되고 유명맛집이 2만원짜리 식사를 서비스한다면 한국의 GDP는 1.102만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2015년 한국의 GDP가 1,102만원'이라는 말은 '2015년에 한국이 가지고있는 돈의 양이 1,102만원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2015년에 한국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102만원'이라는 말입니다.
둘째 방법은 ‘지출’ 측면(demand-side)에 주목하여 GDP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소비됩니다. 따라서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크기는 여러 경제주체들이 1년 동안 지출한 금액크기와 같습니다. 소비자 · 정부 · 기업 · 외국소비자 등 여러 경제주체들이 지출한 금액을 구하면 GDP 크기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지출측면을 통해 GDP를 측정하는 방법은 매우 유용합니다.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가령, 헤어샵에서 머리를 손질한 소비자가 2만원을 지불[소비], 정부가 공무원급여로 150만원을 지급[정부지출] 한다면 GDP는 152만원입니다. 소비로 2만원이 정부지출로 150만원이 쓰였습니다. 어떤 용도로 돈이 사용되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출측면으로 GDP를 바라보면 크게 4명의 경제주체-소비자 · 정부 · 기업 · 외국소비자-의 활동만 고려하면 됩니다.
생산측면으로 GDP를 계산하더라도 지출측면으로 구한 값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헤어디자이너가 생산해낸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2만원이고 공무원이 창출한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만원이기 때문이죠.
다만 생산측면으로 GDP를 바라보면 어떠한 경제주체가 생산활동에 기여하는지를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헤어디자이너, 공무원, 레스토랑 셰프, 기업임원 등등 여러 개인들의 활동을 모두 알아야하기 때문이죠.
이런 편리함으로 인해 거시경제 상황을 파악할 때 '지출측면으로 GDP를 바라보는 방법'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출측면으로 GDP를 바라보는 방법'은 색다른 시각으로 거시경제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이에 대해서는 경기변동 파트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실질GDP가 중요한 이유는?
- 화폐의 영향력을 배제하라
‘자본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화폐축적이 아니라 생산(product)’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명목GDP보다 실질GDP가 중요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질GDP는 가격 변동의 영향을 배제하고 그 경제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 총량을 파악하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국가의 지도자가 여전히 중상주의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지도자는 “화폐를 많이 찍어내면 돈이 많아지니 부유해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도자는 화폐를 찍어내서 돈을 만들어내고, 이 국가의 물가수준은 2배나 증가하게 되었죠. 이전에 비해 물가수준이 2배나 상승했기 때문에 명목GDP 또한 2배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국가의 경제력은 이전에 비해 2배 커졌을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물가상승 덕분에 명목GDP는 2배 증가하였으나, 국가의 생산능력은 이전과 같습니다. 단지 화폐만 많아졌을 뿐입니다. 현대자본주의 시대 국가의 경제력은 생산력이기 때문에, 예시로 든 국가의 경제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반복하자면, 이러한 예시는 국가의 생산능력 변화를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화폐가치 변동의 영향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실질GDP는 화폐가치를 기준년도에 고정시킨 상태에서 생산량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거시경제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거시경제와 가계경제의 차이
'거시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거시경제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야한다고 알려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시경제(macro economy)를 가계경제(household economy)의 확장판으로 생각합니다. 가계가 살림을 알뜰하게 꾸리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고,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통해 돈을 불리고, 빚은 절대로 가지지말아야 합니다. 일을 해나가면서 돈을 불리는게 중요하죠.
그러나 거시경제는 가계경제와는 다릅니다. 거시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이기 때문에 가계처럼 돈을 불리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고 지출을 줄여서 흑자를 유지해야할 필요가 적습니다. 또한 한 사람의 부채는 누군가의 자산이기 때문에 부채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재정적자, 경상수지 적자, 국가부채 등을 가계경제 관점에서 바라보면 무조건 좋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거시경제 관점에서 재정적자, 경상수지 적자, 국가부채는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앞으로의 글들을 통해 '거시경제와 가계경제는 다르다'는 점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거시경제를 바라보는 2가지 관점
- 총공급 측면 바라보기 vs 총수요 측면 바라보기
앞서 GDP를 측정하는 2가지 방법이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첫번째는 '생산' 측면(supply-side)으로 GDP를 바라보아서 여러 산업에서 생산되는 최종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직접 구하는 방법이죠. 두번째는 '지출' 측면(demand-side)으로 GDP에 접근하여 소비자 · 정부 · 기업 · 외국소비자가 지출하는 금액 합계로 구하는 방법이죠.
여러 산업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상승한다면 GDP는 증가합니다. 가령, 스마트폰을 더 많이 생산한다거나 헤어디자이너가 더 많은 사람의 머리를 잘라준다면 GDP는 커지게되죠. [생산측면]
또한 경제주체들이 지출을 늘려도 GDP는 증가합니다. 소비자가 소비를 늘리고, 정부가 정부지출을 증가시킨다면 GDP는 상승하게 됩니다. [지출측면]
따라서 우리는 거시경제를 2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거시경제의 '생산과 공급'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자가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했을때 GDP는 증가합니다. 이를 '총공급(aggregate supply) 측면에 주목한다'라고 말합니다.
두번째는 거시경제의 '지출과 수요'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개인 · 정부 · 기업 · 해외소비자 등 시장 수요자들이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면 GDP는 증가합니다. 이를 '총수요(aggregate demand) 측면에 주목한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설명에 대해 몇몇분들은 갸우뚱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이번글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화폐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라고 강조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화폐의 지출을 통해 GDP가 증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맞습니다. 장기적으로 돈을 많이 쓴다고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지출증가를 통해 GDP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설명한 '거시경제학의 관심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거시경제학은 ‘장기적인 경제성장’(long-run economic growth)과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재화의 생산을 늘리는 '총공급 측면'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에 있어서는 지출을 늘리는 '총수요 측면'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즉, 거시경제학은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필요한 총공급 측면'을 살펴봄과 동시에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에 필요한 총수요 측면'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앞으로의 글들을 통해 이를 자세히 알게될 겁니다.
※ 생산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폐를 사용
현대 자본주의는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돈과 화폐를 사용하며, 돈의 축적을 중요시했던 중상주의적 마인드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생산이 아니라 여전히 '돈'을 중요시하는 일부 사람들은 거시경제를 잘못 바라보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에서는 생산이 중요한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을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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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
Posted at 2015. 9. 21. 17:21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경제학 공부하기
'경제활동'은 인간의 활동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을 하고 급여를 받습니다. 기존 시장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의 효용을 증대시켜주는 사람들도 있죠. 새로운 상품을 직접 개발하고 싶으나 자금이 부족한 사업가에게 돈을 빌려주어서 사업기회를 제공해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경제활동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회전체 효용을 증가시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인간이 경제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때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사회전체 효용도 감소합니다.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사업가가 없다면 소비자들의 효용은 제자리에 머무르게 될테죠. 금융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사업구상은 있으나 자금이 없는 사람은 시장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발생한 '경제성장'은 활발한 경제홛동이 인류에게 크나큰 혜택을 안겨주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계의 도입 이후 생산성이 증가하자 사람들은 많은 상품을 이용하면서 효용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생산성 증가는 사람들이 다른 활동에도 여력을 쓸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전 시대에는 하루종일 농사에만 매달려야 했다면, 생산성 증가는 상업 · 의료 · 과학 등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었죠. 그 결과,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이 달성된 후 인류의 삶의 수준은 획기적으로 높아졌습니다.
경제성장과는 반대되지만,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08 금융위기 등 '경기침체'(Recession) 또한 경제활동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활동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경기침체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이 증가하자 많은 사람들의 삶의 수준이 하락했습니다. 1997 외환위기로 인해 한국의 실업률은 2.0%에서 7.0%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4.6%에서 10.0%로 올라갔죠.
끔찍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사람들은 '거시경제'(Macro Economy)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하면 경제가 성장하여 나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을지 혹은 나와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경제적 사건들이 나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죠.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지식'과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지식이 없다면 거시경제를 한눈에 이해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경제학 비전공자의 직관적 사고와 경제학자들의 사고방식은 다르기 때문에,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추기 위한 훈련을 계속해서 해야합니다.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지식을 쌓고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기르기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제 블로그를 구독 『맨큐의 경제학』 · 『버냉키·프랭크 경제학』 등 대학교 경제학원론 수업에 쓰이는 교과서를 읽는 것입니다(두 책 다 서강대학교 교수님들께서 번역을..). 보통 대학교에서는 <경제학원론2>라는 강의명으로 거시경제학의 기본원리를 가르치고, 『맨큐의 경제학』 · 『버냉키·프랭크 경제학』의 중간 뒷부분이 거시경제 파트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경제학을 공부하려는 분들에게 이 교과서들은 조금 난해할 수도 있습니다. 개념설명은 아주 친절히 잘 되어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지식을 쌓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추기 위한 훈련을 하기에는 다소 힘들기 때문입니다.
가령, 경제학원론 교과서들은 GDP의 개념과 정의 그리고 측정방법에 대해 아주 친절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왜 경제학자들이 GDP를 사용하는지 혹은 GDP의 개념이 거시경제학에서 가지는 함의가 무엇인지는 명시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GDP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상수지 개념과 계산방식은 설명이 잘 되어있으나,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가 거시경제학에서 가지는 함의가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로인하여 경제학과 신입생이나 경제학을 공부하려는 분들이 경제원론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 연습문제를 풀더라도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추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현재 경제학 블로그를 운영하는 저도 1학년 재학 당시에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익히지 못했었습니다(지금도 완전히 익힌건 아니지만..).
제가 1학년일때 느꼈던 어려움과 답답함을 다른 분들은 느끼지 않기 위하여,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를 통해 '거시경제학 기본개'념과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설명하고자 합니다. 블로그에 개제될 시리즈 글들은 『맨큐의 경제학』 · 『버냉키·프랭크 경제학』 교과서와 같이 읽어나가면 좋을 거 같습니다.
※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
<경제학원론2>는 ‘거시경제학의 기본’을 배우는 과목입니다. 그렇다면 거시경제학은 무엇일까요?
『맨큐의 경제학』 7판 570쪽 날개를 살펴보면 ‘거시경제학 : 인플레이션, 실업, 경제성장 등 경제 전반에 관한 현상을 연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라고 나옵니다.
이 문장을 처음 읽은 다수는 이러한 설명이 별로 와닿지 않을 겁니다. “인플레이션? 실업? 경제성장? 경제전반에 관한 현상? 거시경제학이니 무언가 큰 것을 연구하는 것 같은데 인플레이션, 실업, 경제성장 등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라는 의구심만 들죠. 우리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보다 더 쉬운 설명이 필요합니다.
거시경제학은 ‘장기적인 경제성장’(long-run economic growth)과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지금까지 출판된 모든 경제원론 교과서의 거시파트와 거시경제학 교과서는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원리’를 배우게끔 구성되어 있습니다.
▶ 장기적인 경제성장 (Long-Run Economic Growth)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경제규모 및 국민소득(명목) - 국내총생산(명목, 원화표시) >
1945년 해방 당시 세계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2015년 현재 풍요로운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달성한 것이죠. 그런데 한국의 경제성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한국의 1인당 GDP는 약 66달러에 불과했습니다. 1977년이 되어서야 1인당 GDP가 겨우 1,000달러를 넘어섰고, 1994년에 드디어 1인당 GDP가 10,000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2014년 1인당 GDP는 약 28,000 달러로 휴전 당시와 비교하면 424배 성장했죠.
즉, 한국은 해방 이후 7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long-run)동안 발생하는 사건입니다. 거시경제학은 ‘한 국가가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합니다.
(주 :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설명입니다. 경제학에서 '단기, 장기'란 시간을 의미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가격이 신축적으로 변동될 때를 장기, 가격이 경직적일 때를 단기라 부릅니다. 하지만 경제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단순한 시간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 단기적인 경기변동 (Short-Run Business Cycle)
한국은 70년을 거쳐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성공하였으나 그 사이에 굴곡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95년 한국은 9.6%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1997년 외환위기 발생의 여파로 1998년 경제성장률은 –5.5%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또한 2007년 당시 경제성장률은 5.5%였으나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9년 경제성장률은 0.7%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해나가는 와중에 짧은 기간 동안 경기호황(boom)과 경기침체(recession)가 번갈아가면서 발생합니다. 이를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이라 부릅니다. 70년 동안 한국의 1인당 GDP가 424배 성장한 것은 장기적인 경제성장이고, 1995년-1998년 그리고 2007년-2009년 사이 호황과 침체가 발생한 것은 단기적인 경기변동이죠.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trend를 벗어난 단기 경기변동은 문제를 초래합니다. 경기침체는 실업문제를 일으킵니다. 1996년 2.0%였던 한국의 실업률은 1997 외환위기 충격으로 인해 1998년 7.0%까지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조절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거시경제학은 ‘이러한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지’를 연구합니다. 과도한 호황과 침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정상수준으로 돌려놓는 방법을 고민하죠. 『맨큐의 경제학』 <제12부 단기 경기변동>이 이를 다룹니다.
아래 파트는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를 모두 이해한 뒤에 다시 읽어보면 더 좋습니다.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을 먼저 읽는 것을 권합니다.
※ 거시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익히게 될 경제학적 사고방식 ①
- 각 부분별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를 통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와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배워나가면서 익히게될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 장기적인 경제성장 (Long-Run Economic Growth) 파트
→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
: 한 국가의 경제력을 평가할때 GDP를 많이 이용합니다. 2015년 한국의 GDP는 1,500조원(1조 달러)이고 미국의 GDP는 한국의 15배 입니다. 이때 '2015년 한국의 GDP가 1,500조원이다'라는 문장이 무슨 말일까요? 일부 사람들은 "2015년 한국이 가지고 있는 돈이 1,500조원 이라는 말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가계는 돈이 많을수록 부유하니 국가 또한 마찬가지로 말이죠.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언가 이상합니다. 가계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지만,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GDP가 축적해놓은 돈의 양을 측정하는 지표이고 GDP가 높은 국가가 경제력이 강한국가라고 한다면, 이 세상에 경제력이 약한 국가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전세계 모든 국가가 돈을 찍어내서 GDP를 불릴 수 있을텐데 말이죠.
축적해놓은 돈의 양으로 국가의 경제력을 평가하는 것을 중상주의(mercantilism)라고 합니다. 과거 중상주의 시대에는 금 · 쌀 등을 많이 축적해놓은 국가가 부유한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서 '돈의 축적'(accumulation)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많은 돈이 필요하면 중앙은행이 찍어내면 그만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재화의 생산'(product)입니다. 여러 상품을 얼마나 많이 · 얼마나 좋은 품질로 생산하고 이를 사용하면서 효용을 누리는가가 중요합니다. GDP는 한 국가내에서 1년동안 생산되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측정합니다. 즉, 국가의 생산력을 측정하는 지표이죠. GDP가 커진다 혹은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많은 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량이 많아진다'를 뜻합니다.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돈의 축적'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를 벗어나지 못하면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 '재정흑자와 적자'가 품고있는 의미를 잘못 파악하게 되고, 거시경제 작동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라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통해 머리에 각인할 수 있을 겁니다.
● 단기적인 경기변동 (Short-Run Business Cycle) 퍄트
→ 무능한 국가만 경제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 경기침체에 맞서는 도구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다
: 세계경제는 언제나 경제위기와 함께 했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 · 1980년대 중남미 경제위기 · 1990년대 초반 유럽 경제위기 ·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08년 미국 금융위기 ·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 등등 굵직한 경제위기가 세계 각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큰 경제위기 이외에도 모든 국가들은 소소한 경기변동을 경험합니다. 어떤 해에는 경제성장률이 높고, 또 다른 해에는 경제성장률이 낮죠.
이러한 경제위기와 경기변동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일부 사람들은 "근검절약 하지 않고 돈을 펑펑 쓰는 사람은 많은 빚으로 인해 결국 파산하지 않느냐. 국가도 이와 마찬가지다. 과소비 · 과도한 정부부채 등 국가운영에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경제위기를 겪은 것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한국이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은 원인은 국민들의 과소비 때문이다." 라고 말할 것이고, "2015년 오늘날 그리스가 경제위기를 겪는 것은 방탕한 국가운영 때문이다."라고 생각할 겁니다.
과소비 · 과도한 정부부채 등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에 문제가 있는 국가가 경제위기를 겪는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제의 기초여건에 문제가 없는 국가라도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오히려 소비와 부채 규모가 줄어들어서(deleveraging)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고, 단순한 유동성문제(illiquidity)로 인해 금융시장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부채'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거시경제에서 발생한 경기침체를 '잘못에 대한 대가'로 바라봐서는 안됩니다. 거시경제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침체에 관한 올바르지 않은 관점은 잘못된 정책을 초래하여 많은 사람들의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왜 경기침체가 발생하는지'와 '어떻게하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알아볼 것입니다.
● 실업과 인플레이션 파트
→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거시경제는 사람들의 삶과 연관성이 큽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나빠집니다. 특히나 '실업'과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생계가 곤란해지고 자존감마저 상실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생활비를 상승시켜 후생을 떨어뜨리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각 국의 국민들은 실업문제와 물가상승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정부에 요구합니다. 정치인은 일자리 창출과 물가억제 공약을 내세워 인기를 얻으려 하죠. 그렇지만 과연 정부가 실업과 인플레이션 문제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실업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업과 인플레이션은 상충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에, 실업률이 낮아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면 실업률이 높아집니다.
더군다나 실업과 인플레이션 문제에 정부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입니다. 거시경제에는 자연실업률 개념이 존재합니다. 자연실업률이란 거시경제내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때 달성가능한 실업률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밑으로 인위적으로 낮추는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통화량에 의해 결정되는데, 통화량을 좌우하는건 중앙은행이지 정부가 아닙니다. 게다가 정부가 기업에 압력을 넣어서 개별상품 가격 상승을 막는 것은 물가상승을 방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가(price level)는 상품가격의 총합(aggregate) 개념이지 개별 상품가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시경제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받아들여야만 "거시경제는 누군가가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거시경제 내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다."라는 사고를 갖출 수 있습니다.
※ 거시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익히게 될 경제학적 사고방식 ②
- 거시경제학을 관통하는 사고방식
'장기적인 경제성장 (Long-Run Economic Growth) 파트' · '단기적인 경기변동 (Short-Run Business Cycle) 퍄트' · '실업과 인플레이션 파트', 3가지 파트를 통해서 각 파트에 맞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기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3가지 파트를 관통하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무엇일까요?
● 거시경제와 가계경제는 다르다
→ 돈의 축적 · 적자 · 부채
: 거시경제학을 공부하고 난 뒤 갖추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사고방식 입니다. 가계경제를 생각하는 관점에서 거시경제를 바라보면 안됩니다.
가계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 가계와 기업은 항상 재무상태를 건전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가계는 소득을 넘는 지출을 하지 말아야하고, 기업은 흑자를 기록해야 합니다. 그러나 거시경제에서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흑자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쌓아둘 필요가 없는 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죠. / 빚을 많이지고 있는 가계는 지출을 줄여서 하루빨리 빚을 갚아야 합니다. 그러나 거시경제에서 나의 부채는 다른 사람의 자산이기 때문에, 부채가 꼭 나쁜 것이 아닙니다.
아직은 거시경제와 가계경제가 무엇이 다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 시리즈를 읽어나가면 거시경제를 바라볼 때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총공급 개선이냐,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를 위한 총수요 개선이냐
: 많은 사람들은 거시경제학 논쟁을 '시장 대 정부의 싸움'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시장주의자인 경제학자와 反시장주의자인 경제학자들간의 논쟁이 펼쳐진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거시경제학 논쟁의 대부분은 '시장 대 정부'가 아니라 '총공급 대 총수요' 입니다.
총공급(aggregate supply)이란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결정짓는 생산부문을 뜻합니다. 경제성장은 생산력의 증가이고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습니다. 많은 화폐와 지출증가가 아니라 생산증가만이 경제성장을 가져다주죠.
따라서 총공급을 우선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생산량 증가를 위해서는 기업의 자본재 투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합니다.
총수요(aggregate demand)는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관리하게 해주는 지출부문을 뜻합니다. 앞서 말한것처럼 경제성장은 생산력의 증가이기 때문에 돈의 축적과 화폐는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돈과 화폐는 경기침체를 벗어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단지 화폐유통량이 많아졌을 뿐인데, 경제주체의 소비가 증가하여 경제상태가 회복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총수요를 우선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지금 당장의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제주체의 소비증진 정책이 필요하다." 라고 말합니다.
총공급 대 총수요 논쟁은 '장기를 우선시하느냐, 단기를 우선시하느냐'의 관점 차이이고, '생산의 증가와 돈의 축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입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경제학자들이 왜 상반된 주장을 하는지와 총공급 · 총수요가 정확히 어떠한 의미인지를 알아볼 겁니다.
※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GDP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을 통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할 'GDP의 개념과 의미'를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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