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Posted at 2019.01.06 23:17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달라진 시장구조에서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 정책은 타당한가


1980년대 초중반,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논쟁은 "오늘날 시장구조에서 자유무역이 최선의 정책일까?"에 대한 물음과 답변의 연속입니다. 


당시 미국이 직면했던 거시경제 환경[각주:1], 세계 GDP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감소 · 생산성 둔화 · 무역적자 심화 그리고 일본의 부상은 보호주의 압력을 키웠습니다. 


이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반응은 전통 경제학의 설명을 따랐습니다.[각주:2] 재정적자로 인한 총저축 감소가 실질 금리를 인상시켜 자본유입 · 강달러 · 무역적자를 차례로 초래했다는 논리 입니다. 그리고 무역적자를 국가경쟁력 상실의 징표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무역수지는 총저축과 총투자가 결정하는 기초적인 회계등식의 결과물일 뿐인데다가, 통화가치 및 임금 하락을 통해 본래의 비교우위를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 기업 경영자들이 보기엔 경제학자들의 설명은 현실을 모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각주:3]에 불과했습니다.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뺏기면 다시 되찾기 힘든데, 본래의 비교우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설명은 책에서만 타당합니다. 경영자가 직면한 국제무역 환경은 비교우위가 아닌 경쟁력(competitiveness)이 지배하는 곳 입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경영가의 관점을 수용[각주:4]하여 '한번 획득한 비교우위가 자체 강화되는 모형'을 제시하였습니다. 생산의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가 존재할 경우, 과거부터 누적된 생산량 즉 생산을 통해 축적해온 경험과 지식이 현재의 생산성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한번 시장을 내준다면 차이는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 독점 및 과점의 불완전경쟁 시장(imperfect competitive market)

▶ 동일한상품이 서로 교환되는 산업내무역(intra-industry trade or two-way trade)


그럼에도 여전히 기존 국제무역이론은 변화한 시장구조와 무역패턴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리카도[각주:5] 및 헥셔-올린[각주:6]의 비교우위론은 무수히 많은 생산자가 존재하는 완전경쟁시장(perfect competitive market)을 기반으로, 개별 국가들이 서로 다른 산업에 특화한 후 상품을 교환하는 산업간무역(inter-industry trade)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1970-80년대 시장구조와 무역패턴은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이 만들어진 시기의 것과는 달랐습니다.


규모의 경제와 외부성이 초래한 불완전 경쟁시장 ,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제시장에 소수의 기업만 존재하는 독점 혹은 과점 (monopoly or oligopoly) 형태를 띄는 산업이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개별 국가들이 동일한 상품을 서로 교환하는 산업내무역이 활발해 졌습니다.


미국과 일본 간 무역분쟁을 낳은 산업은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이었습니다. 이들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고정투자가 필요하며, 생산량이 많은 기업만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결국 개별 국가 내에서 독점 혹은 과점 형태로 기업이 자리잡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소수의 기업만이 존재합니다.


과거에는 '선진국은 제조업 · 개발도상국은 1차 산업'에 각각 특화하여 산업간무역 패턴을 보였던 것과 달리, 1970-80년대에는 개별 국가들이 동일한 제조업에 특화한 후 서로의 상품을 교환하는 산업내무역 패턴이 일반화 되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를 일본에 수출하는 동시에 일본도 미국에 반도체를 수출합니다.


이때 독과점 시장구조와 산업내무역 증대는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시장개방 이전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독점 혹은 과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이 개방되자 기업들은 생각합니다. "외국에도 물건을 팔면 이익이 늘어나지 않을까?". 외국 수출을 통한 시장확대는 생산량 증가를 통해 규모의 이익을 키웁니다. 그리고 이미 포화상태인 자국을 벗어나 외국에 상품을 파는 건 한계수입이 더 큽니다. 


따라서, 개별 국가 내의 독과점 기업들은 이윤 증대를 위해 외국 시장으로 침투하고(business stealing), 그 결과 국적이 다른 기업이 만든 동일한 상품이 국경을 넘어 교환되는 산업내무역 패턴이 형성되게 됩니다. 


(사족 : 산업내무역 발생 이유로 상품다양성 이익를 꼽는 폴 크루그먼의 설명[각주:7]과는 다른 원인)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키는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이렇게 달라진 시장구조와 무역패턴은 '정부가 개입하여 자국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적극적 무역정책'의 정당성을 키웠습니다. 


특히 세계시장에 소수의 기업만 존재하는 과점경쟁 구도(oligopoly)에서 '무역정책으로 자국·외국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킴으로써(alter a strategic choice), 자국기업의 초과이윤(rent)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주 : 여기서 전략이란 '상호의존성에 기반을 둔 선택'을 의미합니다. 생산자가 이윤극대화를 위한 결정을 할 때, 다른 생산자의 결정도 고려한다는 의미 입니다.)


이른바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입니다. 


  • 첫번째, 두번째 : 제임스 브랜더 (James A. Brander), 바바라 스펜서 (Barbara Spencer)

  • 세번째, 네번째 :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 엘하난 헬프만 (Elhanan Helpman)

  • 아래 왼쪽 : 크루그먼이 편집한 1986년 단행본 <전략적 무역정책과 신국제경제학>

  • 아래 오른쪽 : 헬프만과 크루그먼이 편집한 1989년 단행본 <무역정책과 시장구조>


1980년대 초중반, 전략적 무역 정책 발전을 이끈 주요 경제학자는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 · 폴 크루그먼 · 엘하난 헬프만 등이었습니다. 


특히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1년 논문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Tariffs and the Extraction of Foreign Monopoly Rents under Potential Entry>),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International R&D Rivalry and Industrial Strategy>),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Export Subsidies and International Market Share Rivalry>) 등을 통해 전략적 무역 정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과점시장 속 전략적 무역정책은 자국 및 외국 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켜 이로운 결과를 불러옵니다. 그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보호와 자국시장 효과(Protection and Home Market Effects) 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독과점 수확체증 산업(increasing return)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산량이 필수적 입니다. 자국 정부의 보호 아래 국내시장에서 생산량을 증가시키면, 이를 발판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무역정책 성공의 관건은 '자국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끔,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하면 동종산업 외국기업의 전략을 변경시킬 수 있고, 그 결과 수입보호는 수출진흥의 효과를 불러오게 됩니다.


이러한 효과를 알고, 과거 일본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 규모의 경제를 가지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했습니다. 


둘째, 이윤을 자국기업으로 이동시키는 보조금(Profit-Shifting Subsidies) 입니다. 


장기적으로 이윤이 0이 되는 완전경쟁시장과는 달리 완전경쟁인 독과점 시장에서는 초과이윤(rent)이 생깁니다. 이때 보조금을 통해 자국기업을 지원하면 외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자국기업에게 이동시키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무역정책 성공은 간건은 '자국기업의 변경된 행위가 외국기업에게 신빙성 있는 위협이 되느냐'(credible threat)에 달려있습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하면 자국기업의 변경된 전략이 외국기업에게 신빙성 있게 인식하게끔 만들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미국 등 선진국은 자국기업의 R&D 투자를 정부가 보조함으로써 신빙성 있는 위협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논리는 자국기업을 단순히 보호 · 지원하는 전통적인 무역정책의 틀을 벗어나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전략적 행동을 변경함으로써, 외국기업의 생산량과 초과이윤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의 생산량과 초과이윤을 늘리는 특징(increase a country's share of rent in a way that raises national income at other countries' expense)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독점 및 과점 등 불완전경쟁 시장 하에서의 전략적 무역정책이 어떻게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켜 자국기업을 돕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 (이론) 완전경쟁 시장과 불완전경쟁 시장은 어떻게 다른가?


전략적 무역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과점 시장구조에 관한 기본적인 경제학이론이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내용 파악에 앞서 이론 학습을 먼저 합시다. 첨부한 수식이 이해가 어려우신 분들은 글만 읽어 내려가시면 됩니다 !!!


▶ 초과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불완전경쟁 시장 (excess return / rent)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ve)이란 다수의 생산자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며,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상태를 말합니다. 반면, 독점 · 과점 등 불완전경쟁(imperfect competitive)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수의 생산자만 존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완전경쟁 시장과 불완전경쟁 시장에서 주목해야 하는 차이는 '초과이윤이 존재하느냐(excess return)' 입니다[각주:8]. 완전경쟁 시장 속 생산자는 장기적으로 0의 이윤을 가지는 반면, 독과점 생산자는 양(+)의 이윤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생산자들의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완전경쟁 시장은 생산자들의 진입 · 퇴출이 자유롭습니다.


현재 주어진 시장 가격이 장기 평균한계비용보다 높다면(P>LMC), 양(+)의 이윤을 기대하는 생산자들이 신규 진입하게 되고, 이로 인해 늘어난 생산량이 다시 가격을 하락시켜 장기적으로 0의 이윤(P=LMC)이 됩니다. 반대로 현재 주어진 시장 가격이 장기 평균한계비용보다 낮다면(P<LMC), 음(-)의 이윤을 기록하고 있는 생산자들이 차례대로 퇴출되고, 이로 인해 줄어든 생산량이 다시 가격을 상승시켜 장기적으로 0의 이윤(P=LMC)이 됩니다.


즉,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퇴출의 과정을 통해, 완전경쟁시장의 장기균형은 0의 이윤이 됩니다.


반면, 불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생산자들의 진입 · 퇴출, 정확히 말하면 진입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대규모 고정비용 · 네트워크 효과와 같은 외부성 등으로 인해 아무나 진입하지 못합니다. 만약 진입을 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생산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음(-)의 이윤을 기록하기 때문에 곧바로 퇴출됩니다. 결국 이미 자리를 잡은 한 개 혹은 소수의 기업만이 시장에 존재하여 양(+)의 이윤을 누리게 됩니다.


즉, 자유로운 진입이 불가능한 독점 · 과점 시장에서 기존 생산자들은 초과이윤(excess return) 다르게 말해 지대(rent)를 누립니다.


▶ 전략적 행위가 필요한 과점시장 (strategic behavior under oligopoly)


이때 시장에 한 개의 기업만 존재하는 독점과 두 개 이상 소수의 기업만 있는 과점은 또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전략적 행위의 필요성' 입니다.


독점 생산자는 말그대로 시장 안에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생산자를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독점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하면 됩니다. 


이와 달리, 과점 생산자는 '다른 생산자의 선택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는 전략적 행위(strategic behavior)가 필요합니다. 


왜 그래야만 하냐면,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치 않고 결정을 하면 이윤극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과점 시장에서 시장 전체 총생산량 증가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상대의 생산량을 고려하지 않고 독점 생산자처럼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하면, 상품의 시장가격이 크게 하락하여 이윤이 극대화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수 생산자 간에 상호 의존성이 존재하는 과점시장에서는 서로의 행동을 고려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수 사항입니다.


▶ 두 생산자가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cournot competition)


과점시장 속 두 생산자는 전략적 고려를 통해 자신의 최적 생산량을 동시에 결정(simultaneous) 합니다. 동시결정은 '상대방의 선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의 결정을 해야함'을 의미합니다.


두 생산자가 동시에 산출량을 결정하는 과점 모형, 이른바 꾸르노 경쟁(Cournot Competiton)에서 생산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이해하려면 말보다는 수식을 통한 설명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를 살펴봅시다.


  • 두 생산자가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cournot competition)


두 생산자의 목적은 이윤극대화 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두 생산자가 선택한 산출량의 합(q1+q2)이 시장 전체 산출량(Q)이 되고 시장 가격(P)을 결정합니다. 즉, 시장가격은 시장 전체 산출량에 관한 함수 P(Q)=P(q1+q2) 입니다. 이로 인해, 각 생산자들은 자신 이외에 다른 생산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각 생산자의 산출량 결정은 다른 생산자의 산출량에 영향을 받는데, 임의의 상대방 산출량에 대하여 나에게 이윤극대화를 안겨다주는 산출량을 최적대응함수(Best Response Function)라 하며 'BR(상대방 산출량)'로 표기합니다. 상대방이 선택할 정확한 산출량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말그대로 상대방 산출량 어떤 값에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나의 산출량을 전략으로 고려하는 겁니다.


생산자 1의 최적대응은 BR1(q2) 이며 생산자 2의 산출량 q2에 따라 달라지는데, 변수 q2는 음(-)의 계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생산자 2의 산출량이 증가할 때 생산자 1의 최적대응은 본인의 산출량을 줄이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생산자 2의 최적대응은 BR2(q1)이며, 마찬가지로 생산자 1의 산출량이 증가하면 생산자 2의 산출량은 감소해야 합니다.


이렇게 상대방 산출량이 늘어날 때 자신의 산출량이 감소해야 하는 관계를 '전략적 대체관계'(Strategic Substitute)라고 합니다. 이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정된 시장 안에서 두 생산자가 점유율을 나눠야 하니까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 두 생산자의 최적대응함수가 교차하는 점이 각각의 이윤극대화 생산량 이다


각 생산자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의식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본인 또한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결과적으로, 각 생산자는 서로의 최적대응을 염두에 둔 이윤극대화 산출량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 값은 두 생산자의 최적대응함수를 연립방정식으로 푼 해이며 최적대응 그래프의 교점 입니다.


생산자 1과 2의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각각 q1* q2* 로 표기합니다. 


q1*는 본인의 한계비용 c1과는 음(-)의 관계이며 상대의 한계비용 c2와는 양(+)의 관계 입니다. q2* 또한 본인의 한계비용 c2와는 음(-)의 관계이며 상대의 한계비용 c1과는 양(+)의 관계 입니다.


다르게 말해, q1*는 생산자 1의 한계비용 c1이 감소하면 늘어나는 반면, 생산자 2의 c2가 감소하면 줄어듭니다. q2*는 생산자 2의 한계비용 c2가 감소하면 늘어나고, 생산자 1의 한계비용 c1이 감소하면 줄어듭니다. 


쉽게 풀어 말하면, 자국기업의 생산성 향상(=자신의 한계비용 감소)은 외국기업의 산출량을 줄이면서 자국기업의 산출량을 증가시킵니다. 반대로 외국기업의 생산성 향상(=자신의 한계비용 감소)은 자국기업의 산출량을 위축시키면서 외국기업의 산출량을 늘립니다.


이는 꾸르노 과점 모형에서 생산자 1 · 2가 전략적 대체 관계에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론 입니다. 


  • 생산자 1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한계비용(c1)이 감소하면, 생산자 1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하지만 생산자 2는 더 적은 양을 생산


위의 그래프는 생산자 1의 생산성이 개선되어 한계비용 크기가 c1'로 줄어들었을 때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생산자 1의 새로운 이윤극대화 산출량 q1*는 이전보다 증가하였고, 생산자 2의 새로운 이윤극대화 산출량 q2*는 이전보다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꾸르노 경쟁모형은 과점 시장에서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자국기업이 외국기업보다 생산량을 많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한계비용 감소가 필요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 아래 생산성을 향상시켜 한계비용을 감소시키면, 외국기업의 몫을 빼앗아 자국기업의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로 이어집니다. 


▶ 자국기업이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 

(stackelberg competiton)


자국기업의 최적 생산량을 더 많이 가져가는 또 다른 방법은 '선도자'(leader)가 되어 외국기업 보다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꾸르노 모형은 두 생산자가 '상대방이 나의 영향을 받아 이런 선택을 할 것이다'라는 걸 인지하면서동시에(simultaneous)에 산출량을 결정했습니다. 반면, 스타겔버그 모형은 선도자(leader)와 추종자(follower)가 구분되고, 선도자가 먼저 산출량을 결정하는 순차적 형태(sequence)를 띄고 있습니다.


그럼 꾸르노 모형과 스타겔버그 모형은 어떤점 때문에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바로 '정보'의 차이 입니다.


꾸르노 모형에서 생산자들은 상대방의 산출량을 정확히 알지 못한채 자신의 최적대응을 세웠으나, 스타겔버그 모형에서 선도자는 '추종자가 선택한 산출량을 확실히 알고'있으며, '추종자가 선택할 산출량은 선도자의 전략에 의존'합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수식을 통해 명료하게 알아봅시다.


  • 선도자 생산자 1이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


추종자인 생산2는 생산자 1이 어떤 결정을 할지 알지 못하며, 생산자 1이 선택할 임의의 산출량에 대한 최적대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생산자 2의 최적대응함수 BR2(q1)은 이전의 꾸르노 모형과 동일합니다.


반면, 선도자인 생산자 1은 자신이 먼저 임의의 생산량 q1을 선택하면, 생산자 2가 최적대응함수 BR2(q1)에 따라 행동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생산자 1의 손바닥 위에 생산자 2가 있는 꼴입니다. 그리하여 생산자 1이 고려하는 생산자 2의 산출량은 단순히 q2가 아닌 BR2(q1)으로 구체화 됩니다. 위의 선도자 생산자 1의 이윤함수에서 임의의 q2 대신 BR2(q1)이 들어간 이유입니다.


그 결과, 선도자 생산자 1은 추종자 생산자 2의 산출량과 이윤을 낮추면서 자신의 산출량과 이윤은 높이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스타겔버그 모형 결과는 꾸르노 모형의 결과와 비교하면 더 명확히 파악됩니다. 추종자 생산자 2의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감소하였고 이윤 또한 줄었습니다. 반면 선도자 생산자 1의 산출량은 증가하였고 이윤 또한 늘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자국기업을 선도자(leader)가 되게끔 지원하거나 정부 자체가 선도자(first player)로 행위한다면, 외국기업의 생산량과 이윤을 희생시킴과 동시에 자국기업의 생산량과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를 실행시킬 수 있는지는 이번글을 계속 읽어나가면 알 수 있습니다.


▶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한다는 보장이 있나? - 맹약의 개념(commitment) 


여기까지 읽어오신 분들은 "생산자들이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한다는 보장이 있나?" 라는 물음을 던지실 수도 있습니다. 생산자 1이나 2의 최종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두 최적대응함수를 연립방정식의 해로 풀어낸 결과물인데, 생산자들이 최적대응함수를 벗어나는 결정을 한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적대응함수는 말그대로 이윤극대화를 위한 최적대응(Best Response)을 나타내고 있으며, 생산자가 이에 어긋나는 결정을 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또한 상대방이 나에게 이로운 결정을 하지 않으면, 나는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대응할거라는 협박은 '신빙성 없는 협박'(non-credible threat) 입니다. 합리적인 생산자라면 언제나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을 할 것이 확실하며, 이는 '맹약'(commitment)이 작동한다고 보면 됩니다.


기본적인 이론을 습득하였으니, 이제 다음 파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전략적 무역 정책의 논리와 효과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보호와 자국시장 효과 (Protection and Home Market Effect)


우리는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유치산업보호론([각주:9] · [각주:10])의 논리를 알아본 바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이 수입보호정책을 선택한 전통적인 논리는 '이미 앞서있는 선진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일시적으로 피하자' 입니다.


전략적 무역정책은 '신유치산업보호론'으로 불리우며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때 보호효과가 나타나는 경로는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자국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국과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자국시장 보호를 통해 과점시장 속 자국 · 외국 기업의 전략적 행위를 변경시켜 자국기업을 돕는 경우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① 보호관세를 통해 외국기업의 초과이윤 탈취하고 자국기업 진입을 유도


  • 브랜더 & 스펜서, 1981,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


기존 무역이론은 보호관세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물을 가져오는 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관세부과는 교역조건을 개선시키지만, 시장을 왜곡시켜 후생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1년 논문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Tariffs and the Extraction of Foreign Monopoly Rents under Potential Entry>)를 통해, "보호관세를 통해 외국기업의 독점이윤을 탈취하고 자국기업 진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관세를 통한 독점이윤 탈취'(the argument for using a tariff to extract rent) 이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내 생산자가 잠재적으로 진입할 가능성'(potential entry) 입니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발도상국 내에는 아직 경쟁력 있는 자국기업이 없기 때문에 외국기업 수입상품이 국내시장을 장악하여 독점이윤을 누리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정부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입니다. 이렇다할 자국기업이 없다는 점도 속 터지고, 외국기업이 초과이윤(rent)을 가져가는 것도 울분 터지게 만듭니다. 


이런 꼴을 보고 있는 개발도상국 정부로서는 '불완전경쟁이 만들어 낸 초과이윤을 관세를 통해 뺏어가고픈 유인'(under imperfect competition a country has an incentive to extract rent from foreign exporters by using tariffs)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수입상품에 관세를 부과하자니, 수입양이 줄어들고 가격이 올라 소비자후생이 악화될 경우가 우려스럽습니다. 관세는 생산비용 증가를 유발하기 때문에, 독점 생산자는 생산량 감축을 통해 더 높은 상품가격을 설정하는 식으 맞대응 합니다. 정부는 세금을 통해 수입을 증가시키지만 소비자후생은 악화됩니다.


이때, '자국 생산자가 잠재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불완전경쟁 하에서 관세정책 사용을 쉽게 만들어 줍니다(potential entry has an implications for tariff policy in the presence of imperfect competition).


자국기업은 국내시장에 진입하면 시장구조는 독점에서 과점으로 변합니다. 이때 자국기업은 추종자이기 때문에, 선도자인 외국기업이 결정해놓은 생산량을 고려하여서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외국 생산자는 자국 생산자의 시장진입을 억제하는 생산량(limit output)을 설정해놓은 상황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불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산량이 필요한데, 자국기업이 최소한의 생산량을 결정할 수 없게끔, 선도자인 외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해버린 겁니다. [선도자의 이익]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관세정책을 자국에게 이롭게 만들어 줍니다.  외국기업은 차라리 개발도상국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는 편이 자국기업이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자국기업의 잠재적 진입을 막아야하는 외국기업으로서는 생산량을 감축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후생 저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관세정책은 부작용 없이 외국기업의 독점이윤을 그대로 뺏어올 수 있습니다.


관세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어느 순간이 되면, 외국기업이 독점일 때 얻고 있는 이윤이 자국기업이 진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과점 이윤보다 적어지게 됩니다. 외국 기업은 진입억제 전략을 포기하고 맙니다. 즉, 관세정책은 자국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게끔 유도하는 것까지 성공합니다(entry-inducing tariff). 이제 시장에 진입한 자국기업은 과점 이윤을 외국기업과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그 결과, 외국기업만이 누리던 독점이윤을 ① 정부의 세금부과로 탈취 했으며 ② 자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입을 유도하여 뺏어오게 되었습니다. (Protective tariffs insure that domestic firms can enter and survive, and these firms earn rent from foreign operations.)


② 수출진흥을 만들어내는 수입보호 정책


개발도상국 정부는 수입보호 정책을 통해 자국기업의 시장진입 유도를 넘어서서 이미 진입해있는 자국기업의 수출을 촉진할 수도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1987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수출진흥으로서 수입보호 : 과점과 규모의 경제 하에서 국제적 경쟁>(<Import Protection As Export Promotion: International Competition in the Presence of Oligopoly and Economics of Scale>)을 통해, 수입보호 정책이 수출진흥 정책의 역할을 함을 보여줍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국기업과 외국기업, 총 2개의 기업만이 존재하는 과점 상황이며 이들은 양국에서 모두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속해있는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은 기업일수록 소요되는 한계비용이 적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무작정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는 없고, 상대방의 생산량에 따라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합니다. [꾸르노 경쟁 모형]


  • 생산자 1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한계비용(c1)이 감소하면, 생산자 1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하지만 생산자 2는 더 적은 양을 생산


이때 자국정부가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막는 보호무역 정책을 채택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요?


보호 속에서 자국기업은 국내에서 생산량을 늘리게 되고, 이에 따라 한계비용도 감소합니다. 앞서 꾸르노경쟁 모형 설명에서 배웠듯이, 줄어든 한계비용은 자국기업의 최적대응곡선을 바깥쪽으로 이동시키고,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이전에 비해 증가합니다. 반면, 외국기업의 산출량은 감소합니다. 


이렇게 늘어난 산출량은 다시 한계비용을 감소시키고, 한계비용 감소는 다시 산출량을 늘립니다. 보호무역 정책이 자국기업의 생산량 증가 → 한계비용 감소 → 생산량 증가가 이어지는 선순환 인과관계를 만들어 낸겁니다(circular causation from output to marginal cost to output). 반대로 외국기업의 경우 악순환에 빠지고 맙니다.


이때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수입보호 정책 덕분에 자국기업의 생산량이 국내시장 뿐 아니라 외국시장에서도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논문 제목처럼 수출진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수입보호 (import protection as export promotion) 입니다.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이 보기엔 "국내시장 보호가 자국기업에게 성공적 수출을 위한 기반을 제공해준다"는 논리는 이단적 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완전경쟁모형과 규모보수불변의 가정에서 벗어난 과점경쟁모형과 규모의 경제 작동 이라는 가정이 필요합니다. 폴 크루그먼의 연구는 이를 잘 수행하였습니다.




※ 이윤을 자국기업으로 이동시키는 보조금(Profit-Shifting Subsidies)


이번 파트에서 소개할 전략적 무역 정책은 198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논리 입니다. 


일본이 보호체제에 힘입어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의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 진입하는데 성공하고 수출을 증진시키자, 미국정부가 대응을 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특히 R&D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학연구[각주:11]가 많아지면서, R&D 투자비중이 높은 최첨단산업(high-tech)을 지원 · 육성하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행정부가 어떻게 자국기업을 도울 수 있을까요?


  •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의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

  •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의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International R&D Rivalry and Industrial Strategy>),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Export Subsidies and International Market Share Rivalry>)를 통해, 부의 R&D 보조금 지원으로 자국기업 R&D 투자수준이 증가하여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는 논리를 제시했습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의 R&D 보조금 지원으로 자국기업의 R&D 투자가 증가하여 더 많은 이윤 획득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이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 주어진 R&D 투자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한계비용이 낮아져, 상대기업에 비해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세계시장은 자국기업과 외국기업 2개만 존재하는 과점 상황이며, 이들은 주어진 R&D 수준에서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R&D 투자는 기업의 한계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즉, R&D는 비용절감 혁신(cost-reducing)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R&D 투자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은 위의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R&D 투자 수준이 높아진 기업은 생산량 결정 단계에서 최적대응함수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그 결과 더 많은 양을 생산하게 됩니다. 상대방 기업의 생산량은 위축됩니다.


결국 문제는 각 기업의 R&D 투자수준이 어떤 크기로 결정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각 기업은 제품 생산에 앞서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결정합니다. 이때 기업들은 여기서 결정되는 R&D 투자수준이 추후 산출량을 결정함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산출량 결정 단계에서 나타나게 될 결과를 염두에 두고, 이윤을 극대화 시켜줄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은 서로 R&D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이들 기업은 비용 극소화를 위해 필요한 R&D 수준 보다는 조금 더 많은 양을 투자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이 R&D 부문에 무한정 많은 투자를 할 수는 없습니다. R&D 투자를 통해 얻게 될 이윤증대 크기가 투자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적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R&D 투자수준은 결국 나중에 결정되는 산출량 및 이윤 크기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으며, 현재 R&D 투자수준은 이윤을 극대화 시켜주는 크기 입니다.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이 산출량 결정에 앞서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결정하는 상황

  • 정부의 R&D 투자 보조금 지원은 자국기업의 R&D 투자수준을 증가시키게 돕는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싶은 자국기업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기업 자체적인 R&D 투자 확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 R&D 투자수준은 이윤극대화를 달성케해주는 크기이며, 이를 넘어선 투자는 오히려 이윤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자국기업이 R&D 투자수준을 높일 거라는 발표만 한다면, 이를 듣게 된 외국기업이 대응하기 위해 R&D 투자수준을 변경하게 되고, 이것이 자국기업에게 R&D 투자를 늘릴 여지를 안겨다주지 않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외국기업은 현재의 상황이 서로에게 최적의 투자수준임을 알고 있으며, 자국기업의 R&D 투자 확대 발표는 신빙성 없는 위협(non-credible threat) 이라고 여깁니다.


바로 여기서 정부의 R&D 보조금 지원이 자국기업의 R&D 투자를 신빙성 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일종의 '선제적 맹약'(pre-commit) 입니다.


정부가 세액감면 혹은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정책을 시행하면, 자국기업은 R&D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을 덜게 됩니다. 그럼 오직 생산량 증대가 가져오는 이윤증가 만을 고려하여 R&D 투자수준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균형 산출량도 증가하여 실제로 이윤과 점유율이 상승합니다.


브랜더와 스펜서는 '정부의 R&D 보조금 지원 정책은 기업 간 꾸르노 경쟁을 (자국이 선도자인) 스타겔버그 경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자국정부는 기업간 게임에 참여하여 선도자(first-player)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음 단계에 결정될 외국기업의 산출량 · R&D 투자수준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인지하고, 이에 대응하여 R&D 보조금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에서 선도자가 더 많은 산출량 · 이윤을 가져가는 것과 같이, 정부의 개입은 초과이윤을 만들어내는 산업에서 외국기업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from obtaining a larger domestic share of internationally profitable industries.)




※ 교과서 버전으로 살펴보는 전략적 무역 정책의 원리와 문제점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가 창안한 전략적 무역 정책은 꾸르노 · 스타겔버그 등등 어려워 보일 수 있는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학부 국제무역론 교과서는 이를 단순한 내쉬균형 개념을 이용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면 전략적 무역 정책이 가진 단점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인지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디선가 보았을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간의 내쉬균형 입니다.


▶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중 어느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생존할까


  •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할 때, 미국 보잉의 최적대응은 생산하지 않는 것

  • 미국 보잉이 생산할 때, 유럽 에어버스의 최적대응은 생산하지 않는 것

  • 누가 먼저 세계시장에 진입해 있느냐가 균형을 결정 (파란색 칸)


항공산업은 생산에 막대한 고정비용과 R&D 투자가 수반되며 수요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과점 시장 입니다. 


이때 미국과 유럽이 항공산업 진입결정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위의 표는 상대방의 행동에 따른 나의 행동이 가져올 보수를 보여줍니다. 


미국 보잉의 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유럽 에어버스가 먼저 생산을 하고 있을 때, 미국 보잉이 진입하면 -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미국 보잉은 진입을 하지 않습니다.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면, 미국 보잉이 진입하면 100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미국 보잉은 진입을 합니다.


유럽 에어버스의 행동도 이와 동일합니다. 만약 미국 보잉이 먼저 생산을 하고 있을 때, 유럽 에어버스가 진입하면 -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유럽 에어버스는 진입을 하지 않습니다. 미국 보잉이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면, 유럽 에어버스가 진입하면 100 · 진입하지 않고 있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유럽 에어버스는 진입을 합니다.


결국 항공산업에서 어떤 기업이 생산하느냐는 '누가 먼저 진입해 있었는가 라는 역사적 우연성'이 결정합니다. 


▶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


  • 미국정부가 보잉에 25의 보조금 지원
  •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미국 보잉은 생산하는 게 이익
  • 이를 아는 유럽 에어버스는 아예 생산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고, 미국 보잉이 독점이윤 125 획득 (균형은 파란색 칸)

이런 애매한 상황을 타개하고 확실한 이익을 챙기기 위하여, 미국정부는 자국 항공사가 시장에 진입하면 25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합니다. 

앞서와 달리,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미국 보잉은 생산하는 게 무조건 이익 입니다. 왜냐하면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고 있을 때 진입을 하면 20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생산하지 않고 있을 때 진입을 하면 12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어느경우든 진입하는 게 더 큰 보수를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유럽 에어버스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미국 보잉이 진입을 할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잉이 생산할 때, 유럽 에어버스가 진입을 하면 -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유럽 에어버스는 아예 생산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합니다.

그 결과, 미국 보잉은 생산을 하고 유럽 에어버스는 생산을 하지 않는 균형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 보잉은 독점이윤 125를 획득 합니다.

즉, 이번글에서 살펴보았다시피, 미국정부의 보조금 지원은 유럽 에어버스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킴으로써 미국 보잉의 독점이윤을 발생시켰습니다


▶ 이를 본 유럽연합이 보조금 지원으로 보복을 한다면? (retaliation)


  • 미국정부의 정책에 맞서 유럽연합도 보조금 25 지원

  • 그 결과,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모두 20의 이윤을 거두나, 이는 보조금 25보다 적다


전략적 무역 정책은 근본적으로 외국기업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을 돕는 '근린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입니다. 그리고 이는 외국의 보복(retaliation)을 초래하게 됩니다. 


보다 못한 유럽연합이 보조금 25 지원으로 맞불을 놓습니다. 그 결과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모두 시장에 진입하여 생산을 하고 각각 20의 이윤을 가집니다. 그런데 이는 정부가 지원한 보조금 25보다 적기 때문에, 사회 전체 이윤은 -5나 마찬가지 입니다. 즉, 미국의 전략적 무역정책은 유럽연합의 보복을 초래하여 사회적으로 더 나쁜 결과(socially worsen off)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사례는 현실에서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할 때 맞딱드리게 될 문제점을 보여줍니다. 


▶ 정부는 자국 · 외국기업의 보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전략적 무역 정책의 본질적인 문제는 '자국기업 및 외국기업의 행동이 가져올 보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현실에서 기업들이 얻게 될 이익이 표에 채워놓은 숫자일지 아닐지 알 수 없습니다. 표에 채워놓은 숫자를 조금만 바꾸면 전략적 무역 정책의 효과를 사라집니다. 


하나의 사례로서, 만약 정부가 자국기업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외국기업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경우, 보조금 지원정책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합니다. 


  • 이런 보수구조에서 균형은 유럽 에어버스 만이 시장에서 생산하여 독점이윤 획득

  • 그런데 미국정부는 미국 보잉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유럽 에어버스의 능력을 과소평가 


위와 같은 보수구조는 유럽 에어버스만이 시장에서 생산하는 균형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미국정부는 미국 보잉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유럽 에어버스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앞서의 경우처럼, 미국 보잉이 생산할 때 얻는 이윤이 -5 혹은 100으로 생각하며,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할 때 얻는 이윤도 -5 혹은 100 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정부는 현재 유럽 에어버스만이 시장에서 생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유럽 에어버스가 먼저 시장에 진입한 역사적 우연성 덕분에 초과이윤을 누리고 있구나" 라고 오판하고 맙니다. 그리하여 보잉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유리한 균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미국정부가 보잉에 25의 보조금을 지원

  • 그러나 균형은 여전히 유럽 에어버스만 시장에 생존하여 독점이윤 150 획득


미국정부는 호기롭게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하고 있을 때 미국 보잉이 진입하면 -5의 보수를, 생산하지 않고 있을 때 진입하면 100의 보수를 얻습니다. 유럽 에어버스는 미국 보잉이 생산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언제나 생산을 하는 게 이득입니다. 그런데 미국보잉은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고 있으면 진입하지 않는 게 이득입니다.


그 결과, 균형은 여전히 유럽 에어버스만 시장에 생존하여 독점이윤 150을 획득하게 것이 됩니다. 미국정부의 전략적 무역 정책은 균형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이번글에서 소개한 전략적 무역 정책 논리 또한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꾸르노 모형 · 스타겔버그 모형 등등을 사용하여 전략적 무역 정책의 논리를 그럴싸하게 설명 하였으나, 정부는 개별 기업의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혹시 어떤 행위를 선택할지는 안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어느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해야 외국기업의 행동을 자국기업에게 유리하게 변경시킬지는 알지 못합니다


결국 전략적 무역 정책은 책 속 이론에서만 타당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 전략적 무역 정책을 둘러싼 논쟁


1970-80년대 들어 일반화된 '독과점을 통해 초과이윤을 얻는 산업'이 존재할 때의 무역정책의 효과를 설명해주는 전략적 무역 정책은 당시 '미국정부가 어떠한 무역정책을 선택해야 하느냐'를 두고 펼쳐진 논쟁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전략적 무역 정책의 효과를 믿었던 사람들은 일본의 보호체제를 무너뜨리는 방식 · R&D에 의존하는 미국 최첨단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높이려고 하였습니다. 일본의 보호체제는 미국기업을 희생시키는 문제를 초래하니 어서 빨리 대응해야했고, 미국 최첨단기업 지원은 일본기업을 희생시켜 미국에 독점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으니 바람직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자유무역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전략적 무역 정책의 현실적 한계를 집중적으로 비판하였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략적 무역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 · 폴 크루그먼 모두 실제 효과에 회의적이었다는 점 입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왜 미국은 '일본의 무역체제'를 문제 삼았으며, '전략적 무역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다음글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joohyeon.com/27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joohyeon.com/274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6.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joohyeon.com/217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8. 두 시장 간 본질적인 차이는 가격을 '주어진 것'(given)으로 받아들이느냐에 있지만, 여기에서는 '초과이윤 존재여부'에 주목합시다 [본문으로]
  9.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http://joohyeon.com/271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joohyeon.com/272 [본문으로]
  11.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http://joohyeon.com/25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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