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

Posted at 2013. 8. 23. 11:28 | Posted in 경제학/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적 모델은 대략 7가지. 비슷한 몇가지를 묶은 뒤, 5가지로 설명. 


1. 1세대 모델 

- 해당국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악화"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이론.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면 해당국 통화는 평가절하의 압박을 받게 되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시장참가자들이 달러를 구매하면서 해당국 통화의 평가절하는 가속. 해당국은 평가절하를 막는 과정에서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냄. 그리고 해당국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투명하지 못하"거나 "경영상태"가 좋지 못할 경우, 시장참가자들은 자금을 회수. 이 과정에서 해당국 통화가치가 폭락. 


- 1997년 한국의 사례 : 한국은 1994-1996년 동안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면서 원화의 통화가치는 고평가. (게다가 당시에는 자유변동환율제가 아니었음) 시장참가자들이 고평가된 원화가치에 의문을 품은 상태. 그리고 한국의 재벌들은 회계조작 등을 통해 투명하지 않은 재무상태를 유지했고,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이 초래한) 자산대비 부채 비율이 상당히 높았던 상황




2. 2세대 모델

- 시장참가자 간의 "자기실현적 예언 self-fulfilling effect" 으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이론. 


해당국의 "고평가된 환율" "바닥이 보이는 외환보유고 현황" "단기외채 비중"을 본 시장참가자들 외환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 환율이 고평가 되어있고, 외환보유고 규모도 작고, 단기외채 비중이 높긴 하지만, 경제성장률 등의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이 비교적 튼튼하다면 외환위기는 발생하지 않음. 


그러나 시장참가자 스스로 "외환위기가 발생할 것"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당국에서 자본을 회수하고 그 결과 해당국의 통화가치는 급락. 


- 1997년 한국의 사례 : 태국, 말레이시아 등과 비교해 한국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은 괜찮았음.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됐긴 했지만, 경제성장률이나 경제규모 등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비교해 건실. 그러나 외환보유고, 단기외채 비중 등을 중시한 시장 참가자들은 자금을 급속히 회수해가면서 외환위기가 발생. 


경제학자들이 "1997 한국의 외환위기는 지급불능insolvency 이 아니라 단순한 유동성부족 illiquidity 때문" 이라고 주장하는 이유




3. 금융기관을 통한 급격한 자본유출 & 도덕적해이 모델 Moral Hazard


- 금융기관은 "외화자금을 중개하는 역할(intermediation of capital inflows)" 을 함. 따라서 그 특성상 "대규모"의 자금을 차입함. 그리고 다른나라로부터 외화를 들여오기 때문에, "조달"면에서는 "단기자금"이 주를 이루고, 기업에 자금을 대출하는 "운용" 면에서는 "장기대출"이 주를 이룸. 이러한 "만기구조 불일치" 때문에, 급격한 자본유출 과정에서 은행은 "유동성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큼


- 그리고 "우리가 파산하면 정부가 보증을 서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은행은 "도덕적해이"에 빠짐. 그 결과, 대출과정에서 기업의 신용상태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부실대출을 일삼음. 


- 1997년 한국의 사례 : 1990년대 초반 "자본시장 개방" 이후, 금융기관은 막대한 양의 외국자본을 차입. 단기로 들여온 이러한 자본들을 "장기"로 기업들에 대출. "장단기 만기구조 불일치" 현상이 발생. 


그리고 당시 한국의 은행들은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재벌들에 막대한 양의 자금을 대출. 경제성장과정에서 생긴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으로 인해 금융업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 동아시아 다른 국가들의 외환위기를 본 시장참가자들이 갑자기 한국시장의 "만기연장 roll over 을 거부"하자, 장단기 만기구조 불일치에 따른 유동성위기가 발생했고 자산대비 부채비율이 과도하게 높았던 기업들이 도산. 




4. 호황-붕괴 사이클 모델 Boom-Bust Cycle


- 자본의 급속한 유입이 "자산가격을 폭등 boom"시키고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하락해야할 통화가치는 자본유입으로 인해 계속 고평가. 그러다가 경제여건에 의문을 제기하는 리장참가자들이 자금을 급속히 회수해 가면서, "자산가치가 급락 bust" 하고 해당국 통화가치가 하락. 경제는 침체에 빠짐. 


쉽게 말해, 자본의 급격한 유입이 거품 bubble 을 만들고, 자본의 급격한 유출이 금융시장의 붕괴를 초래한다는 이야기. 


- 1997년 한국의 사례 : 개인적으로는 '호황-붕괴 사이클 모델'은 1997년 한국의 사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 그렇지만, 세계경제의 화두인 "글로벌 불균형 Global Imbalances"를 설명하는 이론이고, 유럽경제위기 원인을 정확하게 설명. 




5. 금융공황 모델 Financial Panic & 전염효과 모델 Contagion Effect


- 시장참가들이 어느 순간에 "공포에 질려" 일시에 자금을 회수할 경우, 금융기관은 유동성위기에 빠짐. 시장참가자들의 "군집행동에 의한 상환요구"가 금융위기를 불러온다는 이론


- 시장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국가를 "비슷하다고 인식"할 경우 "위기가 전염" 될 수 있다는 이론.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과 상관없이, 시장참가자들의 "인식" 만으로 자본유출 등의 상황이 발생하고, 그 결과 위기가 전염됨. 


- 1997년 한국의 사례 : 서양투자자들은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은 그저 "똑같은 국가들" 이라고 인식했음. 태국과 한국은 경제구조, 경제규모, 여러가지 상황 등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서양투자자들은 "태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은 아시아 국가. 그런데 태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네? 한국도 믿을 수 없다" 라고 인식하고, 한국시장에서 자본을 급격히 유출해감. 


그 결과, 태국 등에 비해 경제의 기초여건 Fundamental 이 상대적으로 튼튼했던 한국에서도 외환위기가 발생. 2번의 "자기실현적 효과 self-fulfilling effect"와 유사. 




이러한 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들을 이용해, 1997년의 상황과 2013년 현재를 비교하면?


1997년 외환위기 수습과정에서 IMF의 가혹한 조치를 경험했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후 "외환보유고 확충"에 힘을 쏟았음. 실제로 동아시아 각국은 단기외채 비율이 1997년 당시와 비교해 작음. 우리나라의 경우, 회계공시제도 도입 등을 통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였고 "경상수지는 흑자"를 가록하고 있음. 그리고 "외환보유고 규모는 건실"하고 "단기외채 비중도 낮음". 전문가들이 "1997년 형태"의 외환위기는 발생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하는 이유. 


따라서, "1997년 형태"의 위기보다는 다른 위기를 살펴봐야 할텐데, 세계각국의 초저금리 기조 와중에도 "부채축소 deleveraging 에 실패한 가계" 나 "영업이익이 하락한 대다수 기업"들이 문제.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 Kenneth Rogoff 는 <This time is different> (<이번엔 다르다>) 를 통해, "이번엔 다르다! 금융위기는 없다" 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을 비판했는데.. 금융위기 발생의 큰 요인이 "심리" 라는 것을 고려하면.... 최근 신흥국의 움직임은 그닥 좋을게 없을 거 같다;;;




2013년 8월 23일에 썼던 글을 2013년 9월 14일에 블로그로 옮겼습니다.

이미지파일이나 인용 등의 보완을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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