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금융위기'에 해당되는 글 19건
- [사라진 경제성장 ①] 여전히 '2008 금융위기'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세계경제는 또 다른 위기를 맞게될까? - 부채동학과 경제위기 (2) 2016.01.24
- [2007년-2009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② - 2008 금융위기 발생 (2) 2016.01.22
- [1997년-2005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① - 2008 금융위기의 씨앗 2016.01.22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6) 2015.09.21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13) 2015.09.21
-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3) 2015.07.30
-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Olivier Blanchard 퇴임 - '경제위기와 맞선' 그의 공헌들 (1) 2015.05.16
- [이력현상 ①-2] 대침체(the Great Recession)가 세계 각국경제에 끼친 장기적손상(long-term damage) (2) 2015.01.29
-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④]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 - Fed & Krugman vs BIS & Rajan 2015.01.13
-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③]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자산시장 거품(boom)을 만들고 있을까? (1) 2015.01.09
-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②] 2008년 이후의 통화정책, 리스크추구 행위를 유발하다 (2) 2015.01.06
-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①] 금융발전이 전세계적으로 리스크를 키우지 않았을까? (6) 2014.12.27
- 2000년대 미국 부동산시장 거품은 Fed의 저금리 정책 때문이다? (6) 2014.11.05
- 하위계층의 높은 부채비율. 부동산가격 하락의 손실을 집중시키다 - 『House of Debt』 (7) 2014.11.04
- 2008 금융위기 원인과 해결책에 관한 논점들 (4) 2014.11.03
- 세계경제는 유동성함정에 빠졌는가? -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 (7) 2014.10.28
-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7) 2014.07.11
-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12) 2014.03.27
-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36) 2014.03.25
[사라진 경제성장 ①] 여전히 '2008 금융위기'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세계경제는 또 다른 위기를 맞게될까? - 부채동학과 경제위기[사라진 경제성장 ①] 여전히 '2008 금융위기'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세계경제는 또 다른 위기를 맞게될까? - 부채동학과 경제위기
Posted at 2016. 1. 24. 22:20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2016년 · 2017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downward revision)
2016년 새해 들어서 여러 경제기관들이 '올해와 미래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기관마다 상이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작년에 산출했던 전망치보다 더 비관적인 수치를 내놓고 있다는 점(downward revision)입니다.
한 예로 IMF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봅시다. IMF는 2015년 10월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산출했고, 이를 업데이트한 자료를 2016년 1월에 발행 1했습니다.
- 2016년 1월, IMF의 World Economic Outlook Update
- 초록색으로 표시된 '2015년 10월 전망치와의 차이점' (Difference from October 2015 WEO Projections)에 주목하자
- 2015년 10월 전망에 비해, 2016년 1월 세계경제 · 선진국경제 · 신흥국경제 전망치가 하향조정(downward revision)
세계경제 생산량(World Output) · 선진국(Advanced Economies) ·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Emerging Market and Developing Economies) · 중국(China)에 관심을 두고 자료를 읽어봅시다.
IMF는 2014년-2015년에 비하여 2016년-2017년의 경제성장률은 좀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것만 본다면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2016년 1월의 전망치가 2015년 10월의 전망치에서 하향수정(downward revision) 되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2015년 10월 당시 IMF는 "2016년과 2017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6%, 3.8%" 라고 전망했으나, "2016년 1월 현재 전망치는 각각 0.2%p 하락하여 3.4%, 3.8%" 입니다. 선진국과 신흥국에 대한 전망치 모두 0.1%p~0.2%p 정도 하향조정 되었습니다.
이러한 하향조정은 이번에만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2008년 이후, IMF 뿐 아니라 여러 경제기관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가 이를 하향조정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16년 1월 현재 내놓은 전망치도 앞으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문제는 '중국경제 성장률' 입니다. 2014년까지 7%가 넘는 고성장을 달성해왔던 중국경제는 2015년 6.9%를 기록한데 이어서, 올해와 내년에는 6% 초반에 머무를 거라고 전망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세계경제 · 선진국경제 · 신흥국경제 · 중국경제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매년 비관적인 이야기만 나오는 것일까요? 요근래 세계경제가 좋아진다는 전망은 들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 여전히 '2008 금융위기'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세계경제
세계경제에 관해 비관적인 이야기만 나오게 된 출발은 '2008 금융위기 2' 입니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미국경제 · 유럽경제 · 신흥국경제 등은 2016년 현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무려 8년이나 지났는데도 말이죠.
(주 : 세계경제 흐름 - [1997년-2005년] 3 · [2007년-2009년] 4 · [2010년-2012년] 5 · [2013년-2015년] 6 )
그렇다면 "도대체 2008 금융위기의 어떤 특징 때문에, 8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바로 '부채동학'(Debt Dynamics)과 '위기'(Crisis) 입니다.
- 왼쪽 : 미국 가계 주택담보 부채 추이 - 2008년 이전 부동산가격 상승기를 타고 부채 크게 증가
- 가운데 : 미국 가계 주택담보 부채 추이 - 부동산가격 하락 이후 부채감축으로 전환
- 오른쪽 : 미국 가계 소비지출 추이 - 부채감축으로 인하여 소비지출 크게 감소
2008 금융위기의 첫번째 특징은 '부채동학'(Debt Dynamics) 입니다.
2008년 이전 미국경제는 부채증가(레버리지, leverage)를 통해 수요를 늘려왔고, 2008년 이후에는 부채감소(디레버리지, deleverage)를 겪었습니다. 미국 가계가 소비할 돈이 부채를 갚는데 쓰이게 되자, 소비지출이 크게 감소하였고 그 결과 위기를 맞게 됩니다 7.
즉, '부채의 과도한 증가에 이은 부채감축'(레버리징→디레버리징) 이라는 부채동학의 변화는 '소비지출 감소'라는 형태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2008 금융위기의 두번째 특징은 '위기'(Crisis) 입니다.
본 블로그 [경제학원론 시리즈]에서 '경기침체'를 설명 8하면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를 예로 든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글에서도 '경기침체'와 '경제위기'를 섞어서 사용했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경기침체'(Recession)와 '경제위기'(Crisis)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경기침체'(recession)는 경기변동상의 순환을 의미합니다.
거시경제는 어떠한 요인에 의해 확장(expansionary) 상태에 있다가, 또 어떤 요인에 의해 경제가 수축(contraction) 상태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축 상태가 확장 상태로 바뀔 수도 있죠.
이러한 경기변동(business cycle)에서 거시경제가 수축국면에 빠지게 된 것을 '경기침체'(recession) 라고 부릅니다. 이는 단순한 순환(cycle)에 불과합니다. 짧은 시간이 흐르면 거시경제는 다시 정상수준으로 돌아가거나 확장상태로 변하게 됩니다.
그러나 '경제위기'(crisis)는 거시경제 현재 생산량이나 생산증가율에 오랜기간 타격을 주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거시경제 생산량 자체가 오랜기간 동안 크게 감소(persistent out loss) 하거나, 생산증가율이 오랜기간 감소(persistent fall in output growth) 합니다.
따라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후 시간이 흐르더라도, 거시경제 생산량이나 생산증가율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2008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 선진국 · 신흥국 GDP 예측치 변화 추이
- 2008년, 2010년, 2012년, 2014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비관적인 전망이 현실화
- 2008 금융'위기'로 인하여, 선진국(developed) GDP는 생산량 자체가 크게 감소하였고, 생산증가율 또한 줄어들었다.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을 종합한다면, 2008 금융위기는 부채증가→부채감축→소비지출 감소라는 '부채동학'(Debt Dynamics)이 일으킨 '경제위기'(Crisis) 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2008 금융위기 이후 세계(World) · 선진국(Developed) · 신흥국(Emerging) 경제의 GDP 예측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검은색선 '2008 f/c'는 금융위기 발생 이전의 GDP 예측치를 보여줍니다. 금융위기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거시경제가 검은색선을 따라서 성장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2008년에 금융위기는 발생했었고, 2010년 · 2012년 · 2014년 경제전망치는 위기 이전의 전망치에서 크게 이탈하고 있습니다.
유럽 경제학자들이 주축이 된 CEPR은 2014년 9월 <Deleveraging, What Deleveraging? The 16th Geneva Report on the World Economy> 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부채동학' · '경제위기' · '앞으로의 세계경제'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비록 시간이 조금 지난 보고서지만, 2016년 현재 세계경제를 바라보기 위한 유용한 이론적 틀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아래 내용을 통해, '부채동학'(Debt Dynamics)과 '경제위기'(Crisis) 그리고 '앞으로의 세계경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 부채동학(Debt Dynamics) - 레버리지 사이클(Leverage Cycle)
: 왜 '부채증가에 이은 부채감축' 현상이 발생하는가
: 향후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
: 부채상환능력(Debt Capacity)과 부채의 지속가능성(Debt Sustainability)
: 부채증가 선순환 및 부채감축 악순환
- 레버리지 사이클(leverage cycle)
- 왜 '부채증가에 이은 부채감축'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 → 신용팽창 → 경제성장 전망 하향조정 → 신용팽창 크기조정 → 위기 혹은 구조개혁
● 레버리지 사이클이 나타나는 원인
위의 그림은 "왜 '부채증가에 이은 부채감축'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즉 레버리지 사이클이 왜 발생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버리지 사이클이 나타나는 원인에서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growth prospect)와 "부채상환능력"(Debt Capacity) 입니다.
어떠한 혁신(Innovation)이 발생하여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Optimism on growth)가 생긴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지금 부채를 차입해 투자를 하더라도, 앞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면 부채를 문제없이 상환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상황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신용팽창(Credit expansion)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앞서, 경기침체(recession)를 설명할때 언급했듯이, 경기변동(business cycle)은 일종의 순환(cycle) 입니다. 확장국면에 있던 거시경제가 어떤 요인에 의해 수축국면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죠.
경기순환상 수축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경제주체들은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줄입니다(Reduction in growth prospects). 그렇다면 "지금 부채를 차입해서 투자를 늘리면 나중에 상환이 어렵겠는데?" 혹은 "지금 가지고 있는 부채를 미리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힘들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즉,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기대는 신용축소로 이어집니다.
즉,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에 따라 "부채상환능력(Debt Capacity)" 혹은 "부채의 지속가능성(Debt Sustainability)"에 대한 평가가 달라집니다. 그 결과, 거시경제내 부채량 혹은 신용량도 변하게 되죠
▶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 → 부채상환능력 높게 평가 → 부채증가 및 신용팽창
▶ 낙관적인 기대 감소 → 부채상환능력 낮게 평가 → 부채감소 및 신용축소
● 레버리지 사이클이 거시경제에서 문제를 초래하는 이유
자, 이제 "레버리지 사이클이 왜 발생하는지"를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레버리지 사이클'이 거시경제에서 문제를 초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앞으로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에 따라 부채량이 늘거나 줄어드는게 왜 중요한 문제일까요?
그 이유는 경제성장과 부채량 간의 관계가 선순환 및 악순환 모습을 띄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경제상황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는 부채 및 신용을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부채를 활용해 투자를 늘리면 실제로 경제가 성장합니다. 그렇다면 미래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는 더 높아지게 되고, 이어서 부채 및 신용도 더 팽창하게 됩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계속 작동한다면, 거시경제 내에서 부채 및 신용 총량은 계속해서 커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떠한 요인에 의해서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요?
앞서 말했듯이, 낙관적인 기대의 감소는 부채상환능력 혹은 부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들게 만듭니다. 앞으로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질 것이다 라고 판단된다면 부채 총량을 줄이든지 아니면 부채 증가율을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부채 및 신용의 축소는 투자를 감소시키고 실제 경제성장 자체가 저하됩니다. 그렇다면 미래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는 더 낮아지게 되고, 부채 및 신용도 더 줄어들게 되죠.
이러한 악순환 구조가 계속 작동한다면, 거시경제 내에서 부채 및 신용 총량이 계속해서 줄어듦과 동시에 경제성장도 저하됩니다.
이때, '부채 및 신용 축소에 따른 경제성장 저하 정도'는 '이전에 부채 및 신용이 얼마만큼 증가해왔는지'에 달렸습니다.
만약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바라봐 왔다면(excessive optimism), 부채 및 신용은 크게 증가해왔을 겁니다. 그렇다면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가 낮아짐에 따라 축소해야 하는 부채 및 신용의 총량도 많을 겁니다.
이와는 달리,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조금만 낙관적으로 바라봐 왔다면, 부채 및 신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가 낮아짐에 따라, 부채 및 신용 총량을 덜 줄이거나 아니면 그저 증가율만 조금 낮춰도 무방할 겁니다.
즉, 선순환 구조가 과도하게 작동해 왔다면 악순환 구조도 과도하게 작동할 겁니다. 반대로 선순환 구조가 적게 작동해 왔다면 악순환 구조도 적게 작동합니다.
부채 및 신용 감축은 소비지출 감소 · 투자감소 등을 뜻하기 때문에, 선순환이 작동할 때 부채를 과도하게 축적해 왔다면 악순환이 발생했을때 경제상황은 심각하게 나빠집니다.
▶ 과도한 선순환 작동 : 경제상황 낙관적 기대 → 부채 증가 → 투자 증가 → 실제 경제성장 증가 → 낙관적 기대 향상 → ... → 부채 과도하게 축적
▶ 과도한 악순환 작동 : 경제상황 낙관적 기대 감소 → 부채 감소 → 투자 및 소비 감소 → 실제 경제성장 악화 → 낙관적 기대 저하 → ... → 투자 및 소비 크게 감소 → 경제상황 심각하게 나빠짐
▶▶▶ 선순환 시기 과도한 부채를 축적 했을수록, 악순환 시기 경제상황 저하 정도 커짐
※ 미래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사라졌을때, 대응하는 방법에 따른 거시경제 충격 차이
: 최선 - 구조개혁 - 성장 지속
: 차악 - 느린 부채감축 - 작은 충격
: 최악 - 부채감축 - 경제위기 발생
다시 말하지만, 선순환 시기 과도한 부채를 축적 했을수록, 악순환 시기 경제상황 저하 정도는 커집니다.
아래내용은 "미래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사라졌을때, 대응하는 방법에 따른 거시경제 충격 차이"를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합니다.
- 미래 경제성장이 저하된다는 것을 알았을때, 대응하는 방법
위의 그래프는 '미래 경제성장이 저하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대응하는 3가지 방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번째 방법은 '부채 증가율을 낮춘다'(Lower target)
두번째 방법은 '부채량 자체를 줄인다'(Lower level)
(그리고 그래프에 나와있지 않은)
세번째 방법은 '미래 경제성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입니다.
'부채 증가율을 낮추는 방법'(Lower target)은 선순환 시기에 축적해 놓은 부채량이 과도하지 않을때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부채증가를 통해 투자를 늘려나가는 방식은 계속해서 쓰더라도, 부채증가율을 적정수준에서 관리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부채량 자체를 줄이는 방법'(Lower level)은 선순환 시기에 과도한 부채를 축적했을때 써야하는 방법입니다. 부채를 더 이상 늘려나가면 상환능력이 위협받기 때문에, 부채량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미래 경제성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은 부채를 신경쓰기 보다 경제성장에 신경쓰는 방법입니다. "부채 증가율 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높으면 문제 없는거 아닌가?" 라는 인식이죠.
- 구조개혁을 하느냐, 아니면 위기를 맞느냐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 경제성장을 높이는 것' 입니다. 투자의 효율성을 높인다든지 인적자본을 개선시킨다든지 등을 통해 미래 경제성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이는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s)에 의해 달성가능 합니다.
그런데 어려운 점은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원배분의 역할을 맡는 금융의 기능이 발달하여야 하는데, 금융발전은 단기간에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또한, 인적자본 개선도 수년의 세월이 필요하죠.
이런 이유로 인하여 대부분 국가는 '부채 증가율을 낮추거나'(Lower target) '부채량 자체를 줄이는'(Lower level)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채 증가율을 낮추는 것'(Lower target)은 (상대적으로) '느린 부채감소'(Slow Deleveraging)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부채증가를 통해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느린 부채감소은 투자위축에 따른 경제성장 저하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경제성장 저하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부채량 자체를 줄일때'(Lower level) 발생합니다. 선순환 시기 과도한 부채를 축적해왔다면 부채량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축적해놓은 부채량이 많을수록 줄여야하는 부채량도 많아지고, 이에 따라 부채감축에 따른 소비 및 투자감소 정도가 커집니다. 그 결과, 경제성장이 저하되는 정도도 커집니다.
게다가 '과도한 악순환'이 작동한다면 경제성장은 계속해서 나빠집니다. 결과적으로 거시경제는 위기(Crisis)를 맞게 됩니다.
- 3가지 방법에 따른 실질GDP 추세 변화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s)에 성공한다면, 거시경제는 이전의 실질GDP 증가 추세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선순환 시기 축적해놓은 부채량이 적었다면 느린 부채감축(Slow Deleveraging) 방법을 쓰게 되는데, 구조개혁에 비해 실질GDP가 적어지긴 하지만 이정도는 괜찮습니다.
문제는 경제위기(Crisis)가 발생했을 때 입니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실질 GDP 자체가 푹 떨어집니다.
그리고 구조개혁 · 느린 부채감축에 비해서 실질GDP 증가율이 낮아짐에 따라, 거시경제 생산량은 (둘에 비해서) 낮은 수준을 유지합니다.
※ 경제위기는 왜 문제인가
: 경기침체(Recession)와 경제위기(Crisis)의 차이
: 경제위기의 3가지 유형
앞서, 구조개혁이나 느린 부채감축에 비해서 '경제위기'(Crisis)가 발생했을때 실질GDP 저하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경기침체(Recession)와 경제위기(Crisis)의 차이'와 '경제위기의 3가지 유형'에 대해서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글의 맨앞서 언급했던, "'경기침체'(recession)는 경기변동상의 순환"이고, "'경제위기'(crisis)는 거시경제 현재 생산량이나 생산증가율에 오랜기간 타격을 주는 현상" 이라는 점을 다시 떠올려 봅시다.
- 경기침체(Recession)의 전형적인 모습
- 경기침체 발생 이후 실질GDP 저하. 그러나 곧이어 회복 발생
윗 그래프는 일반적인 경기침체(Recession)가 발생했을때 GDP 변화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검은색 점선은 잠재GDP이고, 파란색 실선은 실제GDP 입니다. 그리고 선의 기울기는 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을 의미합니다.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실제GDP는 잠재GDP를 이탈하여 크게 감소합니다. 그러나 이후 실제GDP는 매우 가파르게 성장하여 잠재GDP 수준을 회복합니다.
이처럼 경기순환상 일반적인 경기침체(Recession)가 발생하면, 실제GDP는 '경제성장률 하락에 따라 잠재GDP 이탈 → 이후 경제성장률 가파른 증가에 이은 잠재GDP 회복' 현상을 보여줍니다. 잠재GDP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제위기(Crisis)는 이와 다릅니다. 경제위기는 잠재GDP를 자체를 낮추고 경제성장 경로를 완전히 바뀌게 만듭니다.
- Type 1 경제위기 : 실제 생산량에 영구적인 손상. 하지만 잠재GDP 및 실제GDP 증가율은 변하지 않음
윗 그래프는 경제위기의 첫번째 유형을 보여줍니다. 검은색 점선은 잠재GDP이고, 파란색 실선은 실제GDP 입니다. 그리고 선의 기울기는 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을 의미합니다.
첫번째 유형의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실제GDP는 잠재GDP를 이탈하여 크게 감소합니다. 이는 경기침체(Recession)와 똑같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기침체와는 달리, '경제성장률이 가파르게 증가하여 잠재GDP를 회복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예 잠재GDP 자체가 감소해 버립니다.
경제위기로 인해 한번 감소한 생산량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Persistent output loss). 그저 변화된 잠재GDP를 따라갈 뿐입니다.
잠재GDP 및 실제GDP의 증가율-검은색 점선, 파란색 실선의 기울기-은 위기 이전과 이후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 입니다.(potential growth unchanged)
- Type 2 경제위기 : 실제 생산량은 감소하지 않음. 하지만 잠재GDP 및 실제GDP 증가율에 영구적인 손상
윗 그래프는 경제위기의 두번째 유형을 보여줍니다. 검은색 점선은 잠재GDP이고, 파란색 실선은 실제GDP 입니다. 그리고 선의 기울기는 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을 의미합니다.
경기침체와 첫번째 유형의 경제위기와는 달리, 두번째 유형의 경제위기가 일어나더라도 실제GDP는 감소하지 않습니다. 다만, 잠재GDP 및 실제GDP 성장률이 영구적으로 낮아집니다.(Persistent fall in output growth)
이러한 경제위기 유형의 실사례는 일본 입니다. 1990 버블 붕괴 이후, 일본경제는 잠재GDP 증가율 및 실제GDP 증가율이 낮아졌고, 0%대의 경제성장률을 지금까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 Type 3 경제위기 : 실제 생산량에 영구적인 손상 + 실제GDP 증가율에 영구적인 손상
윗 그래프는 경제위기의 세번째 유형을 보여줍니다. 검은색 점선은 잠재GDP이고, 파란색 실선은 실제GDP 입니다. 그리고 선의 기울기는 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을 의미합니다.
경제위기의 세번째 유형은 첫번째 유형과 두번째 유형의 안좋은 부분만 모아져있습니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실제생산량이 영구히 줄어들고(Loss of output), 잠재GDP 및 실제GDP 증가율 또한 감소(slower potential output growth)합니다.
경제위기 중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바로 세번째 유형입니다. 2008년이 8년이나 지났으나, 여전히 세계경제 및 미국경제가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할까?
: 중국의 과도한 부채축적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도대체 2008 금융위기의 어떤 특징 때문에, 8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가"를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2008 금융위기는 '과도한 부채축적'에 이은 '세번째 유형의 경제위기'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2008년 이전, 경제상황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가 퍼져있을때 미국 가계는 부채를 과도하게 축적하였고, 경제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급격한 부채축소에 나섰습니다. 이는 투자감소 및 소비지출 감소를 통해 거시경제에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결과,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경제는 실제GDP에 영구적인 손상이 발생하였고, 증가율 또한 감소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세계경제내에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될 위험은 없을까요?
CEPR의 2014년 9월 보고서 <Deleveraging, What Deleveraging? The 16th Geneva Report on the World Economy> 는 '중국'에 주목합니다. 중국의 부채축적 추이와 경제성장률 하락을 보면, 앞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의 금융부문 제외 GDP 대비 부채 규모 추이
2008년 이후 GDP 대비 부채규모가 72%p 증가
윗 그래프는 중국의 '금융부문 제외 GDP 대비 부채규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8년 이후 중국의 비금융부문 GDP 대비 부채규모는 72%p나 증가하였고, 부채증가를 이끈 것은 민간부문 이었습니다.
- 중국의 실질 및 명목 GDP 성장률 변화 추이
중국경제내에서 부채규모가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습니다. 과거 10% 이상을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2015년 6.9%로 7%대의 벽이 깨졌고, 올해는 6%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과연 중국은 '경제위기'(Crisis)를 맞게 될까요?
중국경제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 WORLD ECONOMIC OUTLOOK (WEO) UPDATE Subdued Demand, Diminished Prospects January 2016 [본문으로]
-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 [1997년-2005년]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① - 2008 금융위기의 씨앗 http://joohyeon.com/243 [본문으로] - [2007년-2009년]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② - 2008 금융위기 발생 http://joohyeon.com/244 [본문으로] - http://joohyeon.com/245 [본문으로]
- [2013년-2015년]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④ - 또 다른 위기? http://joohyeon.com/246 [본문으로] - 하위계층의 높은 부채비율. 부동산가격 하락의 손실을 집중시키다 - 『House of Debt』 http://joohyeon.com/202 [본문으로]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http://joohyeon.com/23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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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6. 1. 22. 15:26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1997년-2005년 복습
지난글 '[1997년-2005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① - 2008 금융위기의 씨앗'에서는 1997년-2005년의 세계경제를 알아봤습니다.
세계경제를 '2008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로 구분한다면, 1997년-2005년은 '위기의 씨앗'이 뿌려진 시기입니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은 신흥국들은 달러화축적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2001년 경기후퇴를 맞게된 미국은 1%대의 초저금리 정책을 2004년까지 유지하였습니다. 그리고 2002년 유럽은 유로화 도입을 성대하게 기념하였습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발생 · 1998년 미국 기준금리 인하 → 미국 주식시장 · IT산업 버블
: 1997년에 발생한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는 러시아 · 남미에까지 확산됐습니다. 세계경제 침체의 악영향이 미국경제에 미칠것을 우려한 Fed는 1998년 중반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하였죠. 그러나 1998년 중반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주식시장 · IT산업 버블을 초래했습니다.
▶ 2001년 주식시장 · IT산업 버블 붕괴 → Fed 1년 사이에 기준금리 4.75%p 인하(6.50%에서 1.75%) → 이후 1% 초반의 초저금리 정책 2004년까지 3년간 유지
: 2001년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IT산업내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미국은 경기후퇴를 맞게 됩니다. 당시 Fed 의장이었던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은 1년 사이에 기준금리를 4.75%p나 인하하는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집행하였고, 1% 초반의 초저금리 정책을 2004년까지 3년간 유지합니다.
▶ 2001년-2004년 Fed 초저금리 정책 · 신흥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 → 미국 부동산가격 크게 상승
: 2000년대 들어서 미국 부동산가격은 크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3년간 지속된 Fed의 초저금리 정책'과 '신흥국으로부터 유입된 자본' 때문이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2001년 경기후퇴 이후 Fed는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2004년까지 유지합니다.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신흥국들은 달러화자산(미국채권) 축적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축적한 자본은 미국으로 유입됩니다.
느슨해진 대출환경과 풍부해진 유동성은 미국 부동산가격을 크게 상승시킵니다.
▶ 2002년 세계를 구한 부동산 → 2005년 부동산가격이 하락한 이후에는? → 2007년 부동산시장의 문제
: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경기부양 효과를 낳는 미국 부동산가격 상승은 긍정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2004년부터 Fed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해나가자 부동산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부동산가격의 폭락은 세계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역사에 남을 충격(the Great Recession)을 주었습니다.
부동산가격의 큰 폭 하락은 저소득층의 주택담보대출 연체 문제(서브프라임 위기)를 일으켰고, 대출연체 증가는 은행도산으로 이어졌습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2년동안, 주택담보대출 전문업체인 Fannie Mae(패니매이)와 Freddie Mac(프레디 맥) 파산에 이어 Merrill Lynch(메릴린치) · Bear Stearns(베어스턴스) · AIG 등 세계적 금융보험회사들이 무너졌습니다.
이번글에서는 2007년-2008년 사이에 세계경제에 어떤 일이 발생했었는지를 알아봅시다.
※ 2007년
: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발생
2007년 초부터 미국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가 발생하면서 혼란에 빠졌습니다.
2001년 경기침체 이후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던 Fed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간 4.25%p나 인상했습니다. 기준금리의 가파른 인상은 부동산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었죠.
2006년 정점을 찍은 부동산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2000년 이래 부동산가격 상승기를 맞아 대출을 통해 집을 구매한 사람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특히,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은 자기자본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집 구매액의 상당수를 주택담보대출로 충당했었습니다. 집값의 80%를 대출받은 사람들에게 집값 20%의 하락은 손실 100%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신용수준이 낮은 계층의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고 소비는 위축되었습니다.
(참고 : 하위계층의 높은 부채비율. 부동산가격 하락의 손실을 집중시키다 - 『House of Debt』)
이제 아래내용을 통해, 2007년에 미국경제에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살펴봅시다.
'하락하는 월스트리트' (Walk Down Wall Street)
'부동산시장의 문제' (The trouble with the housing market)
2007년 2월, 대출상환금을 받지 못한 유럽계은행이 파산하면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Subprime Mortgage,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1. 하지만 3월 3일자 <The Economist>가 나올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큰 문제로 인식되지는 않았습니다.
<The Economist>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경제에 대해 얼마나 걱정해야 할까? 미국의 경기하강이 (세계경제에) 별다른 차이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라고 주장하는건 어리석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들의 경제상황이 괜찮다는 것에 주목하는 것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2
미국의 경기하강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건 어리석지만, 그렇다고해서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봐서도 안된다는 말이죠. 2007년 3월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 유럽 · 신흥국 등의 경제는 괜찮았으니깐요.
그러나 3월 24일자 <The Economist>는 기사의 논조가 조금 변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문제를 크게 다루었습니다. 3월 3일과 24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전문업체 중 하나인 New Century Financial이 파산선언을 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문제는 말그대로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저소득층'의 대출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2001년-2006년 부동산가격 상승시기에 금융기관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값싼 대출을 해주었고, 사람들은 차익실현을 노리고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했습니다.
'주택가격-부채액수', 즉 주택가격 대비 순자본(Equity)의 비중이 30% 미만인 사람이 무려 40%에 달했습니다. 다르게말해, 미국전체 집주인 중 40%는 집값 대비 70%를 대출 받아서 주택을 구입한 것입니다. [왼쪽 그림]
게다가 이들 중 대다수(86.2%)는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2004년부터 2006년간 미국 기준금리가 1.00%에서 5.25%로 상승했으니,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는건 당연한 일이었죠. [오른쪽 그림]
대출 연체율은 급증하기 시작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전문업체의 파산에 이어 일반은행들도 이제 위기에 몰리게 됩니다.
▶ 2007년 3월 3일판 기사
▶ 2007년 3월 24일판 기사
'신용경색으로 부터 배우는 교훈 - 중앙은행과 세계경제에 관한 스폐셜 리포트' (Lessons from credit crunch)
'미국의 취약한 경제' (America's vulnerable economy)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 급증이 단순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전문업체의 파산'에 그치지 않고 일반 상업은행 · 투자은행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이유는 '증권화 상품'(securitization)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한 사람에게서 대출금을 받을 권리'를 쪼깬 뒤 '다른 사람에게서 대출금을 받을 권리'와 합쳐서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만든 겁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전문업체는 이렇게 만든 금융상품을 일반 상업은행 · 투자은행에 팔았기 때문에, 대출금 연체는 일반 상업은행 · 투자은행의 손실로 연결됐습니다.
그리고 일반은행의 파산은 금융시스템 마비를 초래하고, 금융시스템 마비는 신용경색(Credit Crunch)을 일으킵니다. 경제 전체에 돈이 돌지 않게 되면서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금융기관은 채무자에게 빨리 돈을 상환하라고 요구하고, 당장 갚을 돈이 없는 채무자는 파산하고 맙니다. 만약 금융기관이 평소처럼 만기연장(roll-over)을 해주었다면 문제가 없었을텐데 말이죠.
이러한 신용경색을 막기위한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중앙은행', 즉 Fed 입니다. 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로 일반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함으로써 신용경색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2007년 10월 20일자 <The Economist>는 Fed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Fed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는 계속되는 침체의 늪에 빠지고 맙니다.
'주택가격 하락 → 건설투자 감소 → GDP 증가율 감소' · '주택가격 하락 → 민간소비 감소 → GDP 증가율 감소'의 경로로 인해, 미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전기에 비해 계속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국 2007년 12월부터 (NBER이 판단하는 공식적인) 경기침체(recession)가 시작됩니다.
▶ 2007년 10월 20일자 기사
: 'Lessons from the credit crunch'
▶ 2007년 11월 17일자 기사
: 'America's vulnerable economy'
: 'Letting light in'
※ 2008년 1월-8월
: 베어스턴스 · 페니매이 · 프레디맥 파산
2008년은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입니다. 연초 세계4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파산을 시작으로 페니매이 · 프레디맥이 무너지면서 미국경제는 혼란에 빠집니다.
2008년 3월 22일 · 4월 5일 · 4월 12일
'(무너지는) 월스트리트 - 10페이지 특집기사' (Wall Street - a ten-page special report on the crisis)
'금융부문 수리하기' (Fixing Finance)
'미국의 대경기하강, 이것이 세계경제에 의미하는 바' (The great American slowdown and what it means for the world economy)
2007년 12월부터 (NBER이 판단하는 공식적인) 경기침체(recession)가 시작된 미국경제. 2008년 3월이 되지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되었습니다.
세계 4위 투자은행이었던 Bear Stearns(베어스턴스)가 파산했기 때문이죠.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170달러였던 베어스턴스의 주가는 2달러가 되었습니다.
Fed는 베어스턴스 파산의 충격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위해 기준금리를 0.75%p 인하하였고, 30조원 가량의 구제금융자금을 투입함으로써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하지만 Fed의 구제금융 자금 투입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되었습니다.
2008년 4월 12일자 <The Economist>는 "지금 던질 수 있는 물음은 현재의 경기침체가 어떤 종류가 될 것이냐 이다. 작은 경기침체 아니면 깊은 경기침체? 단기간 아니면 장기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쇼크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경제상황은 그래도 무난하다. 확실한건 지금의 경기하강은 단지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3 라고 말하며, 향후 미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내비칩니다.
▶ 2008년 3월 22일자 기사
: 'The financial system - What went wrong'
: 'Investment banks - The $2 bail-out'
: 'The fallout at Bear Stearns - Sore heads'
: 'Central banks - A dangerous divergence'
: 'Apocalypse now?'
: 'Derivatives - Caveat counterparty'
: 'Economics focus - History lesson'
▶ 2008년 4월 5일자 기사
: 'Credit crisis - Fixing finance'
: 'Financial regulation - Will it fly?'
▶ 2008년 4월 12일자 기사
: 'The great American slowdown'
: 'The American economy - The long hangover'
'한 쌍의 문제들 - 패니매이, 프레디맥 그리고 시장혼돈' (Twin twisters - Fannie Mae, Freddie Mac, and the market chaos)
2008년 7월 큰 문제가 터졌습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중 절반 가량(약 5,000조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던 Fanni Mae(패니매이)와 Freddie Mac(프레디맥)이 파산 위험에 쳐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국 재무장관 이었던 Hank Paulson과 Fed 의장 Ben Bernanke 등은 패니매이와 프레디맥의 파산을 막기위해 긴급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합니다. 구제금융자금 규모는 무려 2,000조원에 달했습니다.
2007년 12월부터 경기침체기에 접어들긴 하였으나, 잠잠했던 미국경제는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패니매이 · 프레디맥 파산 위험사태는 금융위기가 끝나려면 멀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 2008년 7월 19일자 기사
: 'Banks and markets - Twin twisters'
: 'Fannie Mae and Freddie Mac - End of illusions'
: 'American banks - Fear of failure'
: 'Financial regulation - Grasping at shorts'
: 'America’s economy - Boxed-in Ben'
: 'Three amigos, only one conquistador'
: 'Turning panic into opportunity'
: 'Prediction markets - Fortune telling'
※ 2008년 9월 - 12월
: 리먼브러더스 파산
: '대침체'(the Great Recession)의 시작
2008년 9월 15일, 세계 2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게 됩니다.
'이 다음은?' (What next?)
2008년 9월 15일 '그 일'이 발생했습니다.
7월에 일어났던 Fanni Mae(패니매이) · Freddie Mac(프레디맥) 사태보다 더 큰 사건입니다. 2015년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세계경제 자체를 변화시킨 대형사건 입니다.
바로, 60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2위 투자은행 Lehman Brothers(리먼브라더스)의 파산입니다.
베어스턴스 · 패니매이 · 프레디맥 파산을 막기위해 긴급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했던 미국정부와 Fed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유동성문제(il-liquidity)가 컸던 앞선 금융기관과는 달리 리먼브라더스가 사실상 '지급불능'(insolvent)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하루 뒤인 9월 16일에는 세계적인 보험회사 AIG가 파산위기에 몰렸습니다. 미국정부와 Fed는 위기가 더 확산되는 것을 막기위해 85조원의 구제금융자금을 AIG에 투입하였죠.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상상치 못했던 악영향을 만들어냅니다. 세계 2위 투자은행이 파산하면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오늘날까지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죠.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금융시스템 경색(Credit Crunch)이 발생하자 실물경제도 얼어붙었습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크게 하락했고, 실업률은 10.0%까지 치솟았습니다.
위기 이전의 실업률 수준으로 회복하는데 무려 6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는 그 당시 생각치 못했을 겁니다.
▶ 2008년 9월 20일자 기사
: 'The financial crisis - What next?'
: 'The financial crisis - Wall Street's bad dream'
: 'Saving Wall Street - The last resort'
: 'Investment banking - Is there a future?'
: 'Looking for the bright side'
: 'AIG’s rescue - Size matters'
: 'Derivatives - A nuclear winter?'
: 'European banks - Cross-border contagion'
2008년 9월 27일 · 10월 4일 · 10월 11일 · 10월 18일
'당신(미국정부)의 돈이 필요합니다' - (당시 미국 재무장관 이었던) 폴슨의 계획은 작동할까? (I WANT YOUR MONEY - Will Paulson's plan work?)
'벼랑 끝에 선 세계' (World on the edge)
'세계경제 시스템 구하기' (Saving the system)
'궁지에 몰린 자본주의' (CAPITALISM AT BAY)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은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 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의 파산은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 전체의 경색(Crunch)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금융기관의 파산이 금융시스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위하여, 미국 재무부와 Fed는 700조원의 구제금융 자금(bail-out)을 금융기관에 투입하기로 결정합니다. 은행들을 살리기 위하여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나서게 된겁니다.
(주 : "이럴거면 구제금융 자금을 파산 이전의 리먼브러더스에 투입했어야 하는거 아니냐?" 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이는 좀 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와 Fed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 · 세계경제 · 세계금융시장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The Economist> 표지는 국제정치·외교·전쟁이 장식했지만, 2008년 9월 이후 오늘날까지 <The Economist> 표지는 '세계경제 침체'가 차지하게 되었죠.
▶ 2008년 9월 27일자 기사
: 'America's bail-out plan - I want your money'
: 'America’s bail-out plan - The doctors' bill'
: 'Pay and the financial crisis - Questions of equity'
▶ 2008년 10월 4일자 기사
: 'The credit crunch - World on the edge'
: 'Global banks - On life support'
: 'Money markets - Blocked pipes'
: 'Foreign exchange - The buck swaps here'
: 'America's car industry - A bail-out that passed'
: 'Mortgage malaise - Closer and closer to home'
: 'Europe and America - Lessons from a crisis'
: 'The politics of the bail-out - The candidates intervene'
▶ 2008년 10월 11일자 기사
: 'The credit crunch - Saving the system'
: 'Rescuing the banks - We have a plan'
: 'Managing the credit crunch - The European Union’s week from hell'
: 'The ascent of money - A financial history of the world'
: 'Global finance - Lifelines'
▶ 2008년 10월 18일자 기사
: 'The world economy - Capitalism at bay'
: 'Asia and the crisis - Here we go again"
: 'A short history of modern finance - Link by link'
: 'Europe and the financial crisis - The end of the beginning?'
: 'Industry and the financial crisis - Meanwhile, in the real economy...'
'(오바마의) 시간이 됐다.' (It's time)
'큰 기대' (Great expectations)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Great Recession)을 맞게된 미국. 미국인과 세계인의 시선은 11월 6일 개최될 미국 대통령선거에 쏠렸습니다.
공화당 재임기간 중 발생한 경제위기를 '민주당의 스타 정치인'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죠. 버락 오바마는 '변화'(Change)와 '할 수 있다'(Yes, We Can)을 내세우며, 새롭게 변화할 미국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영국 주간지 <The Economist>는 2008 미국 대선 당시 '오바마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그에게 큰 기대감을 드러냈죠.
▶ 2008년 11월 1일자 기사
: 'The presidential election - It's time'
▶ 2008년 11월 8일자 기사
※ 2009년
: 2008 금융위기의 이후
: 금융개혁 · 경제민족주의 · 위험한 유럽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는 위기 이전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됐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학자들과 관료들은 '금융시스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리스크를 분산시켜준다고 믿었던 증권화 상품이 문제를 일으킬 줄은 생각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세계 각국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을 받지 않기 위해, '자국중심 정책'을 펼 기미를 보였습니다. 이른바 '경제민족주의'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죠.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유럽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채권을 많이 보유했던 유럽은행들은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파산위험에 처하게 됐는데, 이들을 구제해 주어야 하느냐를 두고 유럽내 논쟁이 벌어졌죠.
'국제금융 새롭게 설계하기' (Redesigning global finance)
'Inside the banks' - 금융의 미래에 관한 스폐셜 리포트
2008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외국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자본'(Cross-Border Capital Flow) · '미국 금융기관이 만든 증권화 상품'(Securitization) 4 이었습니다.
동아시아 · 유럽 등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자본은 부동산가격을 상승시켰고, 미국 금융기관들은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상품을 만들어 거래를 하였죠. 그런데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금융상품은 부실화 되었고 이를 거래하던 금융기관들은 파산했습니다.
이러한 금융위기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국가간 자본이동이 경제에 해를 끼치는 걸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국제금융 개혁) ·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 "파산한 금융기관을 국유화 해야하느냐?"(금융의 미래)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 2008년 11월 15일자 기사
: 'Redesigning global finance'
: 'The global economic summit - After the fall'
: 'A short history of modern finance Link by link'
: 'Debt and deflation - Depressing times'
: 'Germany's economy - A little stimulus'
▶ 2009년 1월 24일자 기사
: 'The future of finance - Inside the banks'
: 'Economics focus - The spectre of nationalisation'
: 'Rescuing banks - Shorn bank shares, shaven poll ratings, shredded nerves'
: 'Greed—and fear'
: 'Global economic imbalances - When a flow becomes a flood'
'아시아의 충격 - 위기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은 곳' (Asia's shock - Where the crisis is hitting hardest)
'경제 민족주의의 귀환' (THE RETURN OF ECONOMIC NATIONALISM)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은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전달되었습니다. 2008년 4분기 기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굉장히 미미했고 일본 · 싱가포르 ·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음(-)의 값을 기록했죠. 미국의 경제위기로 인해 국제교역량도 크게 감소하여 수출과 수입 모두 20%나 하락했습니다.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각국은 '자국산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부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경제 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이죠. 미국내에서는 'Buying American'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죠.
하지만 (다른글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다룰 계획인데) 경제민족주의나 보호무역주의는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행위입니다. <The Economist>는 '경제 민족주의의 귀환'을 매우 우려스럽게 바라보며, 오바마 행정부가 이것을 멀리하여야 세계경제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 2009년 1월 31일자 기사
: 'Asia's sinking economies - Asia's suffering'
: 'Asian economies - Troubled tigers'
: 'China's economy - A great migration into the unknown'
▶ 2009년 2월 7일자 기사
: 'The return of economic nationalism'
: 'Trade policy - Buying American'
'(미국은행) 구조하기 - 오바마 계획에 관한 논란' (To the rescue - The trouble with Obama's plan)
'유럽을 깨뜨릴 수 있는 청구서' (The bill that could break up Europe)
2009년 2월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는 약 700조원에 달하는 재정지출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정부재정의 힘으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었죠.
그러나 이러한 경기부양책에 대해 여러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주된 비판은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수조원에 달하는 정부돈을 써야하느냐?" 였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1기 재무장관 이었던 Timothy Geithner(티모시 가이트너)는 실물경제 정상화를 위해서는 은행기능이 먼저 정상화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리번 브러더스 등의 파산 이후 금융시스템이 마비되고 실물경제마저 위축된 만큼, 은행기능이 정상화되어서 신용경색이 해결되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논리이죠.
그러나 경제학자 Atif Mian(아티프 미안) · Amir Sufi(아미르 수피) 등은 "은행에 자금을 투입하기보다, 부채를 많이 보유한 가계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 5했습니다. 2008 금융위기의 출발은 '부동산을 구매하기 위해 과도한 부채를 진 가계'에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으로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논리이죠.
경제위기 해결방법을 둘러싼 논쟁은 미국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럽 내에서도 논란이 벌어졌죠. "서유럽 국가들이 동유럽에 대한 지원을 해주어야 하느냐"의 논쟁이었습니다.
2008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라트비아 · 헝가리 ·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의 은행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 스웨덴 등 서유럽 국가들은 동유럽 은행에 많은 돈을 빌려준 상황이었기 때문에, 동유럽 은행들이 파산하면 서유럽도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만약 서유럽 국가들이 동유럽에 대한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면, EU 가입을 바라왔던 터키 · 발칸반도 국가들이 향후 가입을 하지 않을수도 있다. 이는 '유럽통합의 꿈'에 먹구름이다." 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서유럽의 동유럽지원 요청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돈을 지원해주어야 하는 서유럽 국가들, 특히 독일 국민들로서는 다른나라의 위기에 세금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서유럽 앞으로 전달된 청구서'(bill)를 받아들이면 유럽통합의 꿈은 계속 되지만 서유럽 국민들의 재정부담이 늘어나고, 반대로 '청구서'(bill)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유럽통합의 꿈이 깨지는 상황(break up Europe).
두 가지 상황간의 충돌은 2016년 오늘날까지 계속 6되고 있습니다.
▶ 2009년 2월 14일자 기사
: 'Saving the banks - The Obama rescue'
: 'America's banking crisis - Worse than Japan?'
: 'Bank bonuses - Sound and fury'
: 'South Carolina - You can keep your money'
: 'The politics of the recession - Gloom offensive'
: 'The stimulus plan - A qualified victory'
▶ 2009년 2월 28일자 기사
: 'Eastern Europe's woes - The bill that could break up Europe'
: 'Germany - Europe's reluctant paymaster'
'일자리 위기 - 어떻게 해야 하나' (The jobs crisis - And what to do about it)
'디트로이토사우르스 멸망 - GM 이후의 자동차 산업' (Detroitosaurus wrecks - The car industry after GM)
금융위기 발생 이후 제일 큰 문제는 '실업'(unemployment) 입니다. 미국 뿐 아니라 일본 · 유럽 등에서 1년전과 비교해 실업률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jobs crisis)
위에 첨부된 그래프는 2009년 3월 기준일 뿐이고, 이후로도 실업률은 계속해서 증가했습니다. 미국은 최고 10%의 실업률을 기록했고, 스페인 ·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실업률은 20%를 넘었습니다.
위기 이후 올라간 미국의 실업률이 정상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무려 7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는 2009년 3월 그 당시에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특히 미국내 도시 중에서도 자동차산업이 위치한 디트로이트는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세계 3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였던 GM이 도산하면서 디트로이트 도시 자체가 불황에 빠져버렸죠.
▶ 2009년 3월 14일자 기사
: 'World economy - The jobs crisis'
: 'Unemployment - When jobs disappear'
: 'The global crisis and the poor - The toxins trickle downward'
▶ 2009년 6월 6일자 기사
: 'The decline and fall of General Motors - Detroitosaurus wrecks'
: 'Saving GM Europe - Hope for Opel'
: 'The bankruptcy of General Motors - A giant falls'
※ 2008년 이후 세계경제는?
: 중국의 부상
'부채 - 역사상 가장 많은' (Debt - The biggest bill in history)
앞서 살펴봤듯이,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위기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약 700조원의 재정지출 법안을 통과시켰었습니다. 유럽 또한 은행 구제금융을 위해 정부지출을 증가시켰죠.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정부의 지출증가는 곧 '정부부채 증가'(public debt)로 이어집니다.
<The Economist>는 "IMF 추정에 따르면 2007년 GDP 대비 78% 였던 세계 각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2014년 114%로 증가할 것이다." 라고 말하며, 정부부채 증가를 우려스럽게 바라봅니다. 특히나 "그리스 · 아일랜드 · 이탈리아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유로존내 취약국가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가 우려된다." 라고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2010년.. 남유럽 국가들의 정부부채로 인해 발생한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 7가 현실화 됩니다.
▶ 2009년 6월 13일자 기사
: 'Public debt - The biggest bill in history'
: 'Holding together'
: 'A tortuous path'
'폭풍 이후 - 경기회복을 달성하는 방법' (After the storm - How to make the best of the recovery)
미국의 경기확장(expansion) · 경기수축(contraction) 여부는 전미경제연구소(NBER) 이라는 기관이 판단합니다. NBER에 따르면 미국의 공식적인 경기침체 기간은 2007년 12월 ~ 2009년 6월 8 입니다. 2009년 6월을 기점으로 미국의 전기대비 경제성장률은 양(+)의 값을 기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지만 2016년 현재까지도 "미국이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경제성장률은 양(+)의 값이지만 위기 이전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실업률이 정상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경기침체기가 아닌 정상기(normal)이긴 합니다만, 위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정상기'(new normal) 이죠.
일반적인 경기침체(recession)가 발생하고 나면, 가파른 경기회복(recovery)을 통해 본래의 경제성장 경로로 돌아갑니다. 윗 그래프의 Scenario 1이 이를 보여주고 있죠.
그러나 2008 금융위기(2008 financial crisis)는 가파른 경기회복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위기 이전의 경제성장 경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scenario 2 · 3 의 모습입니다.
▶ 2009년 10월 3일자 기사
: 'A “new normal” for the world economy - After the storm'
: 'The long climb'
2009년 10월 3일 (아시아판 표지) · 10월 24일
'세계에서 중국의 위치 -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년' (China's place in the world - The People's Republic at 60)
'어색한 커플 - 중국과 미국에 관한 스폐셜 리포트' (The odd couple)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떠오른 국가는 바로 '중국' 입니다.
지난글 '[1997년-2005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① - 2008 금융위기의 씨앗'에서는 이제 막 세계를 상대로 문호를 개방한 1999년 중국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0년 후인 2009년, 중국은 미국의 뒤를 잇는 강대국으로 평가받기 시작했습니다.
다음글 '[2010년-2012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③ - 유럽재정위기' 에서는 강대국으로 다시 부상한 중국의 모습을 좀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 2009년 10월 3일자 기사
: 'The People's Republic at 60 - China's place in the world'
: 'China's other face - The red and the black'
: 'China's National Day - Party like it's '49'
▶ 2009년 10월 24일자 기사
: 'China and America - The odd couple'
: 'A wary respect'
※ 2010년 유럽재정위기 발생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유럽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많이 가지고 있던 유럽은행들은 금융위기로 인해 큰 손실을 보게 되었죠. 유럽 각국 정부는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하였는데, 이로인해 정부부채가 늘어나게 됐습니다.
그 결과, 2010년 유럽재정위기 (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가 발생하고 맙니다.
다음글 '[2010년-2012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③ - 유럽재정위기'
- "왜 유럽계은행이 먼저 피해를 입었나?"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 다루겠습니다. [본문으로]
- (How much should the rest of the world worry about America? It would be silly to claim that a slowing American economy would make no difference at all. But it is far from silly to observe that, on the evidence so far, the rest of the world is doing quite nicely.) [본문으로]
- The question now is: what kind of recession will this be? Shallow or deep; short or long? So far, it seems remarkably gentle, given that many think America is suffering its worst financial shock since the Great Depression. Since December the economy has shed an average of almost 80,000 jobs a month. In most recessions a rate of 150,000-200,000 is normal. To be sure, this downturn has only just started. [본문으로]
-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 하위계층의 높은 부채비율. 부동산가격 하락의 손실을 집중시키다 - 『House of Debt』 http://joohyeon.com/202 [본문으로]
- [유럽경제위기 요약]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란 무엇인가 http://joohyeon.com/223 [본문으로]
- [유럽경제위기 요약]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란 무엇인가 http://joohyeon.com/223 [본문으로]
- US Business Cycle Expansions and Contractions http://nber.org/cycles/cyclesmain.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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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6. 1. 22. 14:36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2016년 1월 현재, 주요 거시경제 · 국제금융 이슈는 '미국 Fed의 기준금리 인상' · '미국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위기 가능성' ·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 '유로존의 구조적 문제' ·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등 입니다.
2015년 초부터 1년 내내 가장 많이 보도되었던 경제뉴스는 '미국 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었습니다. 2008년 12월 이래로 미국 Fed는 0.25%라는 극도로 낮은 기준금리를 유지해왔으나, 2015년내에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2015년 12월, 미국 Fed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여 7년만에 제로금리에서 벗어났습니다. 이제 세계 경제학자들과 언론들은 "7년동안 지속되어왔던 Fed의 저금리정책이 끝난 후, 신흥국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까?"에 관심을 두고 있죠.
2015년 6월-7월 사이에 가장 핫했던 경제뉴스는 '그리스 국가부도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 이었습니다.
그리스는 IMF로부터 빌린 돈을 상환하지 못하였고, "독일 · 유럽위원회 등으로부터 빌린 나머지 채무 또한 갚지 못한다."라고 말하며 채무탕감을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독일은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강경하게 나섰고, 이에 따라 유로존 해체 가능성까지 제기됐었습니다.
2015년 7월에 많이 나왔던 또 다른 경제뉴스는 '중국 주식시장 급락'입니다. 작년말부터 크게 상승했던 중국 주가지수는 올해 7월부터 급락하기 시작했고 최대 50% 하락 했습니다.
그리고 중국경제는 단순한 주가지수 하락을 넘어서서 '과잉투자에 따른 경기둔화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중국은 부채를 통해 투자를 증가시켜 고성장을 달성해왔는데, 비효율적 투자로 인해 부실이 생겨나고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죠.
게다가 중국경제는 2016년 1월이 되자마자 주식시장 급락을 또 경험하며, "중국에서 경제위기 발생하는거 아니냐?"는 우려를 키웠습니다.
이렇게 2015년부터 지금까지 쏟아진 경제뉴스를 본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경제현상들-미국 금리인상, 유로존위기, 중국 경기둔화-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앞으로 세계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궁금해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경제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떠한 일이 발생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2008년 이래로 미국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온 이유를 알려면 '2008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2008년에 있었던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를 알려면 '2008년 이전의 시간'을 살펴봐야하죠.
또한 경제학자들이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를 알려면 '과거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을때 신흥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와 독일의 갈등은 새로운게 아닙니다. 그리스는 2010년과 2012년, 이미 두 차례의 구제금융을 받은바 있고 그 과정에서 독일과 갈등을 일으켰었습니다. 그리스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 스페인 등 다른 남유럽국가들도 2010년 이래로 낮은 경제성장률과 높은 실업률의 문제를 가지고 있죠.
즉, 유로존은 2010년 이후부터 계속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유로존내 갈등을 이해하려면 '2010년부터의 사건'을 살펴봐야 하고, 유로존 자체를 이해하려면 더 오래전의 시간을 봐야 합니다.
중국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잠재력만을 지니고 있던 공산국가 출신이었으나, 1999년 WTO에 가입한 이래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습니다. 그리고 2008년 이후로는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고 있죠. 그러다가 2015년 현재는 과잉투자에 따른 부실증가와 경제성장률 하락의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각각의 사건을 깊이있게 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계경제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는 파악하고 있어야 오늘날의 경제현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세계경제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주간지 <The Economist>의 표지그림을 보는 것입니다. <The Economist>는 그때그때 중요한 사건을 표지로 내세우는데, 1997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의 표지를 훑어보기만 하더라도 세계경제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The Economist> 표지를 통해 세계경제 흐름을 알아봅시다.
※ 1997년
남아시아-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하다
1997년은 태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로 퍼져나간 해 입니다. 이른바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것이죠.
1997년에 일어난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이후 1990년대 후반 미국 IT 버블 · 2001년 미국 경기침체 · 2008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습니다.
2008 금융위기의 여파가 오늘날에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20년 전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South-East Asia loses its grip' (남아시아-동아시아, 기운을 상실하다)
1997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아시아의 호랑이'로 불리었던 한국 ·태국 · 인도네시아 · 홍콩 · 싱가포르. 그러나 1997년 7월, 태국에서 바트화 가치가 폭락하는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단기 대외부채를 많이 지고 있던 기업들(한보철강 · 기아자동차 등등)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좋지 않은 경제상황이었습니다. 이와중에 태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국에도 미친다면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죠.
하지만 당시 한국은 태국발 금융위기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었습니다. 경제부총리였던 강경식은 회고록을 통해 태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때의 상황과 혼란스러운 생각을 전하고 있습니다.
● 97년 7월 8일 : 태국, 금융위기에 몰리다
- 모든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던 7월 초, 난데없이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을 거듭하고 (...) 신문 지면은 우리나라도 당장 그 금융태풍에 휘말릴 것처럼 온통 우려의 목소리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나-강경식 경제부총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태국과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사정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97년 7월 27일 : 태국 위기 남의 일 아니다
-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따라서 대외신인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대책 강구가 필요했다. 특히 신용도가 괜찮은 은행들이 해외로 나가 달러를 많이 빌려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아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 1997년 7월 19일판 기사
: 'South-East Asia loses its grip'
: 'South-East Asian currencies - Unpegged'
'The puzzling failure of economics' (경제학의 당혹스러운 실패)
경제위기가 발생할때마다 소환되는 것은 '경제학'입니다. 2008년에도 그랬고 1997년도 마찬가지였죠.
7월에 시작된 태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는 8월에도 지속되었습니다. 태국 바트화 가치는 여전히 요동을 좋고, 한국 · 인도네시아 · 싱가포르 · 홍콩의 통화가치도 불안정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한국은 은행부실이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한보철강 · 기아자동차 등 기업들이 파산하자, 돈을 상환받지 못한 은행의 재무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부실은 그저 기업 하나의 파산으로 끝날 수도 있으나, 은행의 부실은 금융시스템을 마비시켜 경제전체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The Economist>는 '여전히 불안정한 남아시아-동아시아 통화가치'와 '한국의 기업부실과 은행부실'을 기사로 다루면서, 태국발 금융위기가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를 크게 걱정했습니다.
▶ 1997년 8월 23일판 기사
: 'The puzzling failure of economics'
: 'Asian currencies - More turbulence ahead'
'급격한 경기하강이 발생했던 한 주' (A week on the wild slide)
7월에 시작했던 태국발 금융위기가 이제 남아시아-동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쳐 나갔습니다. 10월 중순, 태국 · 인도네시아에 이어 한국 · 싱가포르 · 홍콩 · 대만에서도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통화가치가 급락했습니다.
강경식 부총리는 7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태국발 금융위기를 단순히 주시하는 정도였으나, 9월과 10월 들어서는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을 실제로 느끼기 시작했죠.
● 97년 9월 20일 :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빌려쓴 돈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앞의 대문 쪽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뒤에 있는 쪽문으로 나가서 저지른 일이 집안 전체를 뒤흔들게 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 97년 10월 17일
- 동남아 통화위기가 10월 중순에 들면서 북상하기 시작했다.
● 97년 10월 23일
- 홍콩 증시 폭락 사태로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전세계 증시가 모두 출렁이는 것이어서 우리도 그런 충격파 속에 함께 놓여진 것으로 생각했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로 치닫는 길에 들어섰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1997년 10월 23일을 기점으로 한국 원화가치는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10월 22일 1달러당 915.10원이었던 통화가치는 23일 921.00원 · 24일 929.50원 · 27일 939.90원 · 28일 957.60원 · 29일 964.00원 · 11월 6일 975.00원 · 11월 10일 999.00원 · 11월 17일 1,008.60원 · 11월 25일 1,122.00원 · 12월 23일 1,962원까지 크게 하락했죠.
한국의 기업들은 달러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었기 때문에, 원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부채부담을 키웠습니다.
한국은행은 원화가치 급락을 막기위해서, 가지고 있던 달러화자산을 팔아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1997년 1월 외환보유액은 300억 달러였으나 12월은 200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에더해 외국투자자들은 실제 외환보유액은 150억 달러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였고, 이는 당시 한국이 지고 있던 단기외채의 1/5에 불과한 금액이었습니다.
결국 11월 21일, 인도네시아 등에 이어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대해서
: '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
: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
: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 1997년 11월 1일판 기사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South Korea's new start)
외환위기 발생과 여당 후보의 분열 덕분에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습니다.
1997년 12월 18일,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김대중은 대선 직후부터 사실상 대통령직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외국 투자자들과 IMF는 현재의 대통령인 김영삼보다는 미래의 대통령인 김대중과 협상하기를 원했기 때문이죠.
IMF는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금융감독 강화 · 기업들의 부채비율 감축 · 노동시장 유연화 등의 구조개혁을 요구하였습니다. 김대중정부는 임기동안 이를 수행하였죠.
▶ 1998년 1월 3일판 기사
※ 1998년 - 1999년
미국 주가지수 상승과 아시아의 경기회복
1997년에 일어난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충격은 이후 러시아 · 브라질 · 아르헨티나로까지 퍼져나갔습니다 1.
이제 미국도 외환위기의 여파가 자국경제에까지 악영향을 미칠까를 우려하기 시작했죠. 미국 Fed는 미국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하로 선제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1998년 10월의 기준금리 인하'가 향후 또 다른 위기의 불씨가 되고 맙니다.
당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인플레이션율도 낮았지만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국내거시경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는 당연히 과열을 부르게 됩니다.
1998년-1999년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미국 IT산업 버블로 이어졌던 때 입니다.
'전세계가 잊고있는 위험'(The world's forgotten danger)
표지 속 인물은 미국국기 모양을 한 모자를 쓴채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그래프가 그려진 풍선을 매달고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그리고 표지에 적혀진 문장은 '전세계가 잊고 있는 위험'(The world's forgotten danger) 입니다.
<The Economist>의 1998년 11월 14일자 표지는 '주식시장 거품의 위험성을 잊고있는 미국'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1995년 1월, 400대 후반이었던 S&P 500 지수는 1998년 11월에는 1100선을 넘었습니다. 4년동안 약 3배만큼 증가한 것이죠.
당시 주가지수 상승을 이끈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획기적으로 성장한 IT산업 이었습니다. PC가 보급되기 시작하고 인터넷망이 깔리면서 IT산업은 크게 성장하였고, Microsoft 등은 높은 이익을 거두었죠.
사람들은 IT산업 발달에 따른 경제성장을 '신경제'(New Economy)라 불렀고, 투자자들은 IT와 관련된 기업이라면 수익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채 막대한 투자를 하였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The Economist>는 우려섞인 시각을 보입니다. "현재 주식시장은 거품(bubble)일 가능성이 크고, 거품이 꺼질 경우 거시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죠.
그리고 상품가격 인플레이션(goods price inflation)에만 신경을 쓰고, 자산가격 인플레이션(asset price inflation)은 방치하는 미국 Fed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3년 뒤인 2001년, <The Economist>의 우려는 현실이 됩니다.
▶ 1998년 11월 14일판 기사
: 'The world’s forgotten danger'
: 'Rallying cries'
'아시아의 놀라운 경기회복' (Asia's astonishing bounce-back)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아시아는 1999년 들어서 놀라운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1998년 1분기, 전분기 대비 -7.0%라는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한국은 1999년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4.5%라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습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 태국 · 싱가포르 · 홍콩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1997년의 악몽에서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The Economist>는 1999년 아시아가 놀라운 경기회복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로 '미국의 경기활황'과 '세계화'를 꼽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당시 미국은 IT산업 발달에 따라 높은 경제성장률 · 주가지수 급등의 활황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미국인들의 수요증가에 따라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이 증대되었고 그 결과 아시아 국가들은 1997년의 악몽에서 벗어나서 놀라운 반등을 보여줄 수 있었죠.
▶ 1999년 8월 21일판 기사
'중국, 행동을 개시하다'(China opens up) · '세계화의 폭풍'(Storm over globalisation)
1999년 11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자유무역의 세계로 들어옵니다.
그동안 공산주의 · 무역장벽 속에 갇혀있던 중국이 시장을 개방(open) 함으로써 차기 강대국으로써 행동을 시작(open up)한 것이죠.
2015년 현재 중국의 GDP는 세계2위이고, 경제성장의 힘으로 소득이 크게 증가한 중국인들이 전세계 관광산업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999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은 그저 '잠재력만 큰 가난한 국가' 였습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다니, 앞으로 중국의 힘이 많이 세지겠구나." 라는 추상적인 생각만 들 뿐이었죠.
▶ 1999년 11월 20일판 기사
: 'China opens up'
▶ 1999년 11월 25일판 기사
※ 2001년
IT버블 붕괴 · 9.11 테러, 미국 경기침체를 맞다
앞서, '1998년의 <The Economist>'는 미국 주식시장의 과열을 우려했습니다. IT산업 발전이 '신경제'(New Economy)로 불리우며 각광받았지만, 과열이 꺼진 이후에는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The Economist>의 우려는 2001년에 현실화 됩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미국은 경기침체에 들어서게 됩니다. 여기에더해, 9·11 테러가 발생하면서 미국경제는 더욱 더 위축됩니다.
당시 Fed 의장이었던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은 IT버블 붕괴 · 9.11 테러의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불과 1년 사이에 기준금리를 6.50%에서 1.75%로 가파르게 인하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2000년대 초반 당시 Fed의 초저금리 정책이 7년 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린스펀의 놀라운 행동'(Greenspan's big surprise)
표지 속 인물은 1987년부터 2006년까지 약 20년간 Fed 의장을 맡았던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 입니다.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이 어떤 행동을 했길래 <The Economist>는 'big surprise'라는 말을 써가면서 놀라움을 표시하는 것일까요?
앞서, 1998년-1999년 동안 IT산업 발달의 힘으로 활황기를 맞은 미국경제를 살펴보았습니다. 1995년 미국 S&P 500 지수는 약 400대 후반에 불과했으나 1999년에는 약 1372대로 3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동안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약 4.8%를 기록했죠.
그러나 2000년 들어서 미국경제는 후퇴기에 들어섭니다. '신경제'(New Economy) 인 줄 알았던 IT기업들 상당수가 그저 거품(bubble)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죠. 신기술을 앞세워서 막대한 투자를 받은 다수의 IT 기업들은 이렇다할 수익을 거두지 못하였고 파산하고 맙니다.
2000년 1월, 1517 포인트로 정점을 찍었던 S&P 500 지수는 2001년 1월 1040 포인트로 30% 이상 급락합니다. 그리고 2000년 이후 전분기 대비 경제성장률 또한 1% 미만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1999년의 미국경제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2000년부터 시작된 경기후퇴를 단순한 조정기로 바라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은 2001년 1월, 기준금리를 6.5%에서 5.5%로 1%p 인하함으로써 경기후퇴 가능성에 공격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 2001년 1월 6일판 기사
2001년 3월 24일 · 4월 21일 · 8월 25일
'세계경제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Can the world escape recession?)
'그린스펀이 구하러 온다' (Greenspan to the rescue)
'경기후퇴기에 해야할 2001가지' (2001 things to do in a recession)
2001년 1월, Fed 의장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은 현재의 경기후퇴를 심각하게 생각하였고 기준금리를 인하함으로써 공격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이는 현재의 경기후퇴를 단순한 조정기로 바라봤던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 것이었죠.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2001년 4분기 동안 미국의 전년동기대비 경제성장률은 급락하여 1% 미만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2001년 이전, 미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4% 이상이었으나 2001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0.97%에 불과했습니다.
이미 1월에 한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Alan Greenspan은 2001년에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내립니다. 2000년 12월 6.5% 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2001년 8월 3.0%로 8개월 동안 무려 3.5%p나 하락했습니다.
▶ 2001년 3월 24일 · 4월 21일 · 8월 25일판 기사
'세계가 바뀐 그 날' (The day the world changed)
2001년 9·11 테러는 말그대로 세계를 변화시켰습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아프가니스탄 · 이라크와 전쟁을 벌였죠. 그런데 9·11 테러가 국제정치·외교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던 미국이었는데, 9·11 테러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더욱 더 침체에 빠져듭니다.
Fed 의장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은 9·11 테러 이후 기준금리를 3차례나 더 인하하였고, 2001년 12월 미국 기준금리는 1.75%를 기록합니다. 2000년 12월 6.5% 였던 미국 기준금리가 1년 사이에 1.75%가 된 것이죠.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은 2002년 11월에는 기준금리를 1.25%로 더 인하하였고, 2003년 6월 기준금리는 1.00%까지 내려갑니다. 미국 Fed의 이러한 초저금리 정책은 2004년 6월까지 지속되었죠.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의 단호한 대응은 미국경제를 회복시켰습니다. 2001년 4분기에 0.2% 성장률로 저점을 찍은 미국경제는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회복하기 시작했고, 2004년 이후부터는 경기침체 이전과 비슷한 4.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죠.
자, Fed 의장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은 'IT 산업 거품 붕괴'와 '9·11 테러'가 초래한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크게 내렸고, 1%대의 초저금리 정책을 2004년까지 유지하였습니다. 그리고 단호한 대응은 미국경제를 침체에서 살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초저금리 정책이 '7년 후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당연히 알 수 없었습니다. 역사교과서에서나 봤던 '대공황'(Great Depression)에 버금갈만한 '대침체'(Great Recession)가 발생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죠.
▶ 2001년 9월 15일판 기사
※ 2002년-2005년
: 2008 금융위기의 씨앗이 뿌려지다
: 미국 부동산가격 상승 · 유로화 도입
2002년-2005년은 '2008 금융위기 2'와 '2010 유럽재정위기' 3의 씨앗이 뿌려진 시기입니다.
2001년 경기침체를 경험한 미국은 1%대의 초저금리 정책을 2004년까지 유지합니다. Fed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기준금리 정상화를 시도하였으나, 이미 미국 부동산가격은 오를만큼 오른 상태였죠. 이후 미국 부동산은 2006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하였는데.....
2002년의 또 다른 사건은 바로 '유로화의 도입' 이었습니다. '하나의 유럽'을 위해 노력해온 유럽인들은 유로화를 도입하며 여러 국가들이 '단일통화'(single currency)를 사용하기 시작하였죠. 그런데 단일통화 사용이 훗날 경제위기를 심화시킬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유럽의 원대한 구상' (Europe's big idea)
2002년은 '유로화'(€, euro)가 도입되어서 사용되기 시작한 해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유럽국가들은 경제통합을 통해 무력충돌을 방지하려는 생각을 하게되고, 1999년 유럽통화동맹(EMU) 결성 · 2002년 유로화(€, euro) 도입으로 유럽통합의 결실을 맺습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은 이제 '유로존'(eurozone)으로 불리게 되었죠.
이때 당시에, 서로 다른 유럽국가들이 '단일통화'(one currency)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경제학자들간의 논란이 많았습니다. Martin Feldstein(마틴 펠트스타인)과 Paul Krugman(폴 크루그먼) 등은 상이한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들끼리 단일통화를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쪽 경제학자들과 유럽위원회(EC)는 유로화 도입을 그대로 밀어붙였고, 어찌됐든 2002년부터 독일 · 프랑스 · 그리스 · 스페인 등에서 유로화는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유로화 도입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던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8년 뒤에 현실화 될 것이라고는 생각치도 못한채 말이죠.
(참고 :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
▶ 2002년 1월 5일판 기사
'세계를 구하는 부동산' (The houses that saved the world)
앞서, 2000년~2001년 IT산업 거품 붕괴와 9·11 테러로 인해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었다는 사실과 Fed의 초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2002년부터 미국경기가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살펴봤습니다.
Fed는 2001년 한해동안 기준금리를 6.50%에서 1.75%로 무려 4.75%p나 인하시켰고, 2001년 4분기에 0.2%로 저점을 찍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점차 증가하였습니다.
그렇다면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어떤 경로를 통해 미국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었을까요? 미국경제를 회복시킨 것은 바로 '부동산'(housing market) 이었습니다.
<The Economist> 2002년 3월 30일판 기사는 "부동산이 깊은 침체로부터 세계경제를 구해냈다." 라고 말합니다. (They have helped to shelter the whole world economy from deep recession.)
● 2001년 Fed의 초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부동산가격 상승
2000년 1월 미국 부동산가격을 100이라고 했을때, 2002년 3월 123.32로 23%나 상승했습니다. 이후에도 부동산가격은 계속 상승하여서 2005년 12월 202.17로 5년 사이에 부동산가격이 2배나 올랐습니다.
Fed의 초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손쉽게 대출을 받게된 미국인들은 부동산구매에 나서게 되고 부동산가격은 크게 상승합니다. IT산업 거품 붕괴를 경험한 미국인들은 주식보다는 부동산구매에 힘을 쏟았죠.
부동산가격 상승을 맞은 미국인들은 경제상황을 좋게 판단하였고 소비를 늘렸습니다. 증가된 소비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 동아시아 국가들의 과잉저축,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자본 또한 부동산가격을 상승시켰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위기재발을 막기 위하여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외환보유고 축적'에 힘을 쏟습니다. 이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획득한 달러화를 이용하여 미국 채권을 구매하였고, 그 결과 미국내로 상당한 양의 자본이 유입됩니다.(capital inflow)
1998년 1분기 미국 자본·금융계정 흑자 규모는 약 1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00년 이후부터 자본·금융계정 흑자 규모가 약 1,000억 달러를 넘는 모습을 그래프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으로 유입된 자본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고, 바로 앞에서 봤듯이 미국 부동산가격은 크게 상승합니다.
Fed의 초저금리 정책 때문이든 동아시아 국가로부터 유입된 자본때문이든, 미국 부동산가격 상승은 2001년의 경기침체로부터 미국경제를 구해냈습니다.
그런데 5년 사이에 2배나 상승한 미국 부동산가격이 계속해서 올라갈 수 있을까요? 갑자기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2002년 3월의 <The Economist>는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미국 부동산가격이 갑작스레 반전하면 경기회복에 해를 끼칠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는한 갑작스런 반전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a sudden reversal is unlikely unless interest rates were to rise sharply.)
현재 미국경제의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는 천천히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가격은 폭락하지 않은채 그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라고 말이죠. 4
그런데... 미국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이... 2년 뒤인 2004년부터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 Fed의 통화정책과 부동산가격 상승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 경제학자 John Taylor "Fed의 통화정책이 부동산가격 거품을 초래했다"
- '2000년대 미국 부동산시장 거품은 Fed의 저금리 정책 때문이다?'
: 2006년-2014년 Fed 의장 Ben Bernanke "Fed의 통화정책과 부동산가격은 큰 상관관계가 없다"
-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 동아시아의 경상수지 흑자와 미국 부동산시장의 관계에 관하여
: 경상수지 흑자와 자본·금융수지의 관계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 글로벌 과잉저축(Global Saving Glut)과 미국 부동산시장
-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 2002년 3월 30일판 기사
: 'International house prices - The houses that saved the world'
'부동산가격이 하락한 이후' (After the fall)
2002년 3월 30일 세계를 구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부동산. 하지만 2005년 6월 18일에는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고 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라는 걱정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3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 부동산가격의 큰 폭 상승 - 부동산시장의 거품 우려
앞서 봤듯이, 미국 부동산가격은 2002년 이후로도 계속해서 상승했습니다. 2002년 중반 134.10 이었던 부동산가격지수는 2005년 6월에는 189.53, 10월에는 202.17을 기록하였죠.
부동산가격이 끝도없이 치솟자 <The Economist>는 "이러한 붐(boom)은 전례가 없었다. 지난 5년간 전세계 부동산가격 상승은 역사상 가장 큰 거품이다. 상승폭(boom)이 클수록 하락폭(bust)도 클 것이다." 라고 우려를 표시합니다. 5
● 주택담보대출 부채규모 대폭 증가 - 부동산가격 폭락시 거시경제 문제 초래
이어서 <The Economist>는 2000년-2001년 IT 산업 발전에 따른 주식시장 거품과 붕괴를 겪었던 미국이지만, 부동산시장 거품은 주식시장 거품과 비교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주식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 돈으로 투자를 합니다. 은행대출을 받아서까지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죠. 그러나 부동산을 구매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은행대출을 이용합니다.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통해 부동산가격의 일정부분을 충당하죠.
따라서, 주식가격이 폭락하면 투자자 한명만 손실을 보는 반면에,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면 투자자 뿐만 아니라 은행도 손실을 보게되고 금융시스템이 마비될 수도 있습니다. 6
2001년 이후 미국 부동산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미국인들의 주택담보대출 부채규모도 크게 증가하였는데, 2001년 1분기 약 5조 달러였던 부채규모는 2005년 4분기 약 9조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 Fed는 왜 부동산시장 가격상승을 방치했는가
부동산가격 거품 가능성과 주택담보대출 부채의 큰 폭 상승을 지켜본 <The Economist>는 화살을 Fed의 통화정책으로 돌립니다.
2001년의 경기후퇴를 막기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했던 Fed는 2001년부터 2004년 중반까지 약 3년간 1%대의 초저금리를 유지했습니다. 이후 경기상황이 호전되고 부동산가격 거품이 우려되자 Fed는 2004년 중반부터 2005년 6월까지 1년동안 기준금리를 2.25%p 상승시켜 기준금리 3.25%를 만들었습니다.
<The Economist>는 당시 Fed 의장이었던 Alan Greenspan(앨런 그린스펀)의 이러한 통화정책이 늦은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입니다. 좀 더 빨리 기준금리를 올려서 부동산시장의 열을 식혀야 했다는 것이죠.
(Ideally, the Fed should have tried to cool the housing boom by raising interest rates sooner and by giving clear verbal warnings to buyers, as Britain's and Australia's central banks have done.)
●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동안 4.25%p나 상승한 기준금리
어찌됐든 미국 Fed는 3년동안 초저금리를 유지하다가 2004년이 되어서야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이후 2년간 4.25%p나 인상했습니다. '초저금리의 장기간 유지' + '기준금리의 가파른 상승'의 조합이죠.
2002년 3월 30일판 <The Economist>가 "미국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는한 부동산가격의 갑작스런 반전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한 사실을 기억합시다.
2002년의 기대와는 달리 2005년의 부동산가격은 더욱 더 올랐고 기준금리는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었습니다.
● 세계경제 위험성이 높아지다
이로인해 세계경제의 위험성은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2005년 6월, 경제위기가 현실화된 것은 아니었으나 <The Economist>는 위기의 가능성을 매우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7
2년 뒤인 2007년, <The Economist>의 걱정은 현실화 됩니다.
▶ 2005년 6월 18일판 기사
※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안타깝게도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 큰일나지 않을까?" 라는 <The Economist>의 걱정은 현실화 됩니다.
2006년을 정점으로 미국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 2008 금융위기가 발생하였죠. 다음글을 통해 '2007년-2009년 세계경제'를 알아봅시다.
다음글 '[2007년-2009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② - 2008 금융위기 발생'
-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http://joohyeon.com/247 [본문으로]
-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 [유럽경제위기 요약]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란 무엇인가 http://joohyeon.com/223 [본문으로]
- (House prices cannot continue rising at their current pace. A sudden reversal in prices would harm the recovery, but the news on that is good: a sudden reversal is unlikely unless interest rates were to rise sharply. With little evidence of increasing inflationary pressures, rates are likely to be raised slowly. If so, prices are more likely to flatten off rather than collapse.) [본문으로]
- (This boom is unprecedented in terms of both the number of countries involved and the record size of house-price gains. Measured by the increase in asset values over the past five years, the global housing boom is the biggest financial bubble in history (see article). The bigger the boom, the bigger the eventual bust.) [본문으로]
- (One other big difference between houses and shares is more cause for concern than comfort: people are much more likely to borrow to buy a house than to buy shares. In most countries, the recent surge in house prices has gone hand-in-hand with a much larger jump in household debt than in previous booms. Not only are new buyers taking out bigger mortgages, but existing owners have increased their mortgages to turn capital gains into cash which they can spend. As a result of such borrowing, housing booms tend to be more dangerous than stock market bubbles, and are often followed by periods of prolonged economic weakness.) [본문으로]
- (The whole world economy is at risk. The IMF has warned that, just as the upswing in house prices has been a global phenomenon, so any downturn is likely to be synchronised, and thus the effects of it will be shared widely. The housing boom was fun while it lasted, but the biggest increase in wealth in history was largely an illusion.)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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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Posted at 2015. 9. 21. 20:48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다룬 6편의 글에서 강조한 것은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였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화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재 축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총공급부문의 발전'(aggregate supply)이 필요하고, 통화량 증가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에서 살펴본 단기의 세계는 이와 달랐습니다.
단기에서는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이 감소하거나 통화량이 줄어들면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거시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이 좋으냐 나쁘냐 혹은 국민들이 부지런하냐 게으르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단지 어떤 이유에서 통화량이 축소되고,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었을 뿐인데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지출을 증가시키거나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을 구사하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가 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을 (확장적) '재정정책'(fiscal policy)이라 하고,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는 것을 (확장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 이라 합니다. 이번글에서는 경기침체에 맞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작동원리에 대해 알아봅시다. 그리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배워봅시다.
※ 재정정책의 작동원리
단지 어떤 이유에서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고 통화량이 축소되서 경기침체가 발생했다면, 반대로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확장적 재정정책 (expansionary fiscal policy)
확장적 재정정책이란 '정부의 지출증가를 통해 거시경제 총수요를 확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글을 통해 여러번 봤었던 국민계정식을 생각해봅시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소비됩니다. 따라서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크기는 여러 경제주체들이 1년 동안 지출한 금액크기와 같습니다.
소비자(C) · 정부(G) · 기업(I) · 외국소비자(NX) 등 여러 경제주체들이 지출한 금액을 구하면 총생산량을 나타내는 GDP의 크기(Y)를 얻어낼 수 있죠.(Y=C+G+I+NX)
이때 국민계정식을 다르게 생각하면, 총생산량의 크기가 지출 크기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출 크기가 총생산량을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지출이 증가(G↑)하면 총생산량도 증가(Y↑)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승수효과'(multiplier) 때문입니다.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모은 뒤 지출을 증가시킵니다. 정부가 지출을 늘려서 재화의 구입을 증가시키면(G↑), 생산자들은 증가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늘립니다(Y↑). 생산자들은 물건을 더 많이 팔게되니 소득이 증가하죠. 소득이 늘어난 생산자는 소비를 늘리게 되고(C↑), 또 다른 생산자의 생산과 소득이 증가합니다(Y↑).
즉, 처음의 정부지출 증가가 생산량 증가 → 생산자 소득 증가 → 소득이 늘어난 생산자의 소비증가 → 또 다른 생산자의 생산증가로 이어지면서, 거시경제 전체 생산량이 증가하게 됩니다.(G↑ → Y↑ → C↑ → Y↑ ……) 초기 정부지출의 조그마한 증가가 거시경제 생산량을 크게 늘리게 되죠.
※ 통화정책의 작동원리 ①
-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얼마일까?
앞선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을 살펴봤었습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key interest)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실시합니다. "기준금리를 x%로 내린다." 혹은 "기준금리를 얼마로 정한다." 라는 말을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이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정한다고해서 채권 · 예금 · 대출 등 모든 시장금리가 자동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준금리는 그저 '목표치'(target) 였고, 시장금리가 목표치에 도달할때까지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였죠.
그런데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요? 만약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정했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 겁니다. 4%, 10%, 1%도 아닌 2%로 정한 이유 말이죠.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값입니다.(r* = r)
만약 생산부문에서 결정된 실질이자율보다 더 낮은 값의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만든다면(r* > r), 기업은 투자를 늘리게되고 경제는 호황을 맞습니다. 반대로 생산부문에서 결정된 실질이자율보다 더 높은 값의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만든다면(r* < r),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되고 경제는 침체에 빠집니다.
중앙은행의 존재목적은 경제를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부문에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화폐부문에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해야합니다.(r*= r)
이때,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실질이자율(r)가 아니라 명목이자율(i) 입니다. 하지만 단기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실질이자율(r)을 인위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죠.
중앙은행은 r* = r 되도록 기준금리(i)를 조절하고, 이때의 기준금리가 '적정 기준금리' 입니다.
※ 통화정책 작동원리 ②
- 중앙은행은 언제 기준금리를 올리고, 언제 기준금리를 내릴까?
● 중앙은행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해야한다.
● 단기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실질이자율(r)을 인위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이 2가지 사항만 기억하면 '중앙은행이 언제 기준금리를 올리고, 언제 기준금리를 내리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 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실질이자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초래됩니다.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 기대 인플레이션율'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말 실질이자율이 낮아진 것일까요? 실질이자율은 저축과 투자가 결정짓는 변수입니다. 거시경제 실질이자율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가 일정한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율 상승은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합니다.
이는 경기호황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경기호황의 결과물이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인플레이션은 추가적인 경기호황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기준금리를 상승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즉, 중앙은행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졌을때 기준금리를 상승시킵니다.
반대로 거시경제 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면 실질이자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초래됩니다.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 기대 인플레이션율'이기 때문입니다.
※ 통화정책 작동원리 ③
-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개인과 기업의 차입을 증가시켜 총수요 확장
● 확장적 통화정책 (expansionary monetary policy)
통화정책에 대해 배웠던 지식을 다시 한번 정리해봅시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목표치를 설정한 후, 통화량변동을 통해 시장금리를 기준금리 목표치에 도달하게 만듭 1니다.
이때 '기준금리 목표치의 적정한 값'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값입니다.(r = r*) 단기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일정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인위적인 실질이자율(r*)을 움직입니다.
이때,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π↑)하면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준금리를 상승(i↑)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반대로 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π↓)은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높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준금리를 하락(i↑)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r = r* 만드는 이유입니다. 중앙은행이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이유는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다르게 생각하여, 경기침체기에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보다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r)을 낮게 만들어서( r* > r ), 경기호황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요?
기준금리를 인하(i↓)하여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춘다면(r↓), 기업들은 낮아진 실질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즉, 확장적 통화정책이란 '중앙은행의 통화량증가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실질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만들어서(r* > r) 거시경제 총수요를 확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의미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
이러한 설명은 경제원론 교과서에 친절히 나와있습니다. 총공급-총수요 그래프를 이용하여 지출증가를 통한 생산량증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확장적 재정정책'과 '확장적 통화정책'이 가지고 있는 함의가 무엇일까요? 경제학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나면 머릿속에 남는건 "지출이 증가하니까 총수요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생산량이 증가한다." 뿐입니다. 그래프를 이용한 사고는 내용이해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경제현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프에서는 보이지 않는 함의를 알아야 합니다.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부채의 증가'입니다.
정부는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지출을 늘립니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언젠가 갚아야하는 부채입니다.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 시행 이후, 기업은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서 투자를 증가 시킵니다. 이또한 기업의 부채입니다.
그리고 개인도 낮아진 대출금리로 은행대출을 받아서 소비를 늘리는데, 은행대출은 개인의 부채이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모두 '부채의 증가'를 통해 개인 · 기업 · 정부의 소비와 투자를 늘립니다.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채를 증가시키는게 타당할까요? 부채가 증가하면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는 거 아닌가요?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출처 : FRED -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여기서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글에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은 튼튼한 상태였습니다. 저성장 · 재정적자 · 높은 인플레이션 등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능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위기를 겪게 되었느냐? 바로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소비와 투자의 감소'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에게서 빌린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를 갚으려 했고, 미국의 가계들은 금융기관에게서 빌린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갚으려 했죠. 단기 대외부채로 투자를 늘려왔던 한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투자감소 현상이 나타났고, 주택담보대출로 부동산 구매를 늘려왔던 미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소비감소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디레버리징을 할 필요가 없었다면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은 경제위기를 안 겪지 않았을 겁니다. 1997년 당시 외국과 2008년 당시 금융기관이 계속해서 만기연장을 해주었더라면, 한국 기업들과 미국 가계는 부채를 감축할 필요도 없었고 소비와 투자를 줄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부채증가를 통해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하다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때문에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부채증가를 통한 소비 · 투자 확대'를 통해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일화를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비성향이 높아 레버리징(부채차입)를 활용하는 A, 소비성향이 낮아 레버리징을 하지 않는 B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A는 레버리징을 통해 신용을 증가시키고 소비를 늘립니다. 이와중에 소비를 별로 하지 않는 B는 A에게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죠.
어느 순간, 갑자기 A가 돈을 더 빌릴 수 없고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을 해야하는 시기가 오면 어떻게 될까요? A가 디레버리징에 착수하면 경제 내의 소비는 줄어듭니다. 애시당초 거시경제의 소비는 레버리징을 통해 소비를 늘린 A에게 의존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A가 부채를 감축해 나갈때 경제 전체의 자산 규모는 늘었을까요? 경제 전체의 자산규모는 그대로입니다. A의 부채는 B의 자산이었기 때문에 부채감축과 자산규모 증가는 관련이 없습니다.
즉, A가 디레버리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거시경제 내에서 자산크기는 증가하지 않았고 다만 분포만 변했습니다. A의 부채가 없어지고 B의 현금이 된것이죠. 이때 단지 자산의 분포만 변한 상태에서 줄어든 소비로 인해 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습니다.
과도한 부채가 문제라고 그러길래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거시경제에서 자산이 증가한 것도 아니고 되려 경기침체만 생긴 것입니다.
보다못한 정부가 채권발행을 통해 지출을 늘립니다. 일자리가 생겨나 A의 소득이 증가하고 A는 다시 소비를 시작하죠.
자, 이때 거시경제의 부채규모는 처음과 비교해 줄어들었까요? 거시경제의 부채규모는 처음과 같습니다. 다만, A가 가지고 있던 민간부채가 정부의 부채로 이전했을 뿐이죠. 그러나 소비성향이 높은 A가 다시 소비를 시작하면서 경제는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거시경제 부채규모가 줄어들자(A의 디레버리징) 경기침체가 발생하였는데, 거시경제 부채규모가 다시 원래만큼 증가하자(정부의 부채증가) 경기는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개인의 디레버리징은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는데, 이와중에 정부의 부채를 통해 '개인의 부채감축으로 인해 생긴 경기침체'를 해결 할 수 있게된 것입니다. 빚을 빚으로 갚는다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죠.
Paul Krugman. "Sam, Janet, and Fiscal Policy". 2010.10.25
위의 일화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가지는 함의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부채감축으로 발생한 경기침체를 부채증가로 상쇄시키다
: 위의 일화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한 이유는 '부채를 통해 소비를 늘려왔던 A가 디레버리징'을 했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부채가 문제가 아니라 '부채감축'이 문제를 일으켰죠.
어떤 사람이 소비를 하기 위해서 돈을 빌린다는 사실은 그 사람의 한계소비성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소비를 하지 않고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것은 한계소비성향이 낮다는 것을 드러내죠. 한계소비성향이 높았던 사람이 소비를 하지 못하게 되니 당연히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이때 A를 대신하여 '정부가 부채를 발생'시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채권발행으로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이죠. 거시경제 부채규모는 다시 이전 수준만큼 증가하였으나 경기침체는 사라졌습니다.
▶ 재정여력이 있는 경제주체가 대신 소비와 투자를 늘려라
: 부채감축으로 발생한 경기침체를 부채증가로 상쇄시켜라는 말은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A의 디레버리징을 막아라'는 말이 아닙니다. 채권자의 상환요구가 들어왔기 때문에, 채무자 A는 어쨌든 부채를 갚아야 합니다. 이때 A를 대신하여. 재정여력이 있는 다른 개인 · 기업 · 정부가 부채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주어야 합니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정부가 A를 대신하는 것을 의미하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추가적인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개인 · 기업이 A를 대신하게끔 만들어줍니다.
▶ 중앙은행의 저금리정책은 가계부채를 증가시킨다
: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기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나오는 비판이 "가계부채 증가" 2 입니다. 얼마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로 인하하자 나왔던 비판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통화정책의 함의를 모르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목적은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입니다. 애초부터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의 가계부채가 증가하느냐' 입니다.
은행은 아무에게나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소득 · 자산을 따져본 뒤 재정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죠. 즉, 안정된 재정을 유지하고 있는 가계가 낮아진 금리로 대출을 받은 뒤 소비를 늘리도록 만드는게 통화정책의 목적입니다.
▶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예금이자가 줄어들었다
: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기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예금금리 · 대출금리도 낮아집니다. 과거에 은행에 예금을 하면 10%의 이자를 주었으나, 이제는 1%의 이자를 받기도 힘듭니다. 이것을 본 일부 사람들은 "은행이 이자를 많이주어야 소득이 증가해서 소비를 늘릴 것 아닌가. 이자를 적게주니 소득도 안늘어나서 소비할 돈도 없다."라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게 잡는 이유는 '저축을 하지말고 소비를 하라' 입니다. 예금금리가 높아지면 이자수익 덕택에 소득이 증가할테지만, 그만큼 저축을 하려 할겁니다. 반대로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적으니 저축이 줄어들고 소비를 하게 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을 강조했던 이유는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초래' 3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중앙은행이 적정 통화량을 넘는 화폐를 계속 유통시킨다면, 실질적인 생활수준은 변하지 않은채 그저 물가수준만 상승하여 인플레이션이 생겨납니다. 경제학자 Milton Friedman의 유명한 말,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이 바로 이를 알려줍니다.
그렇다면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도 지출과 통화량증가는 인플레이션만을 초래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재정정책은 지출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을 초래합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또한 통화량을 늘려서 인플레이션을 만들죠.
하지만 단기의 세계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돈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게 주요한 목표가 됩니다. 이제 이번파트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어떻게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알아봅시다.
앞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i↓)하여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춘다면(r↓), 기업들은 낮아진 실질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추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상승(π↑)시키는 겁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매우 낮게 설정하고(i를 낮게 유지)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높인다면(π 증가),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r 최소화).
개인과 기업들은 r 만큼의 실질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죠. 그리고 어떤 사업에 투자를 하면 r*만큼의 이익을 거둘겁니다. r은 r*보다 작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은 r*-r만큼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은 r*-r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니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게되죠.
<출처 : FRED - Federal Funds Target Range - Upper Limit>
2008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금까지, 미국 중앙은행의 역할을 맡는 Fed는 기준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인 0.25%로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명목이자율(i)을 낮게 유지하는 행위입니다. 여기에더하여, "인플레이션율이 2%를 달성할때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해왔습니다.
현재 미국 저축-투자가 결정짓는 실질이자율은 2%로 알려져 있는데, 2008년 이후 Fed는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1.75%(0.25%-2%)로 만들고 있는 셈이죠.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는 0 밑으로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목표를 높게잡는 것이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데에 중요합니다.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만들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는 것을 '수용정책'(accomodative policy) 라고 합니다.
이처럼 단기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가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④
-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효과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작동원리와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부지출 증가(G↑)를 통해 단기적으로 거시경제 생산량을 증가(Y↑)시키고, 생산량을 늘리게된 생산자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늘어(C↑)나고 또 다시 생산량이 증가(Y↑)되는 승수효과의 원리로 작동됩니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늘려서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게 만들고(r>r*), 낮아진 실질이자율을 이용하여 개인의 소비(C↑)와 기업의 투자(I↑)가 증가함에 따라 거시경제 생산량(Y↑)이 늘어나는 원리로 작동됩니다.
이러한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이 가지는 의미는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입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부부채를 발생시켜 지출을 증가시키고, 확장적 통화정책은 개인과 기업이 은행대출을 받아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게 도와줍니다.
경기침체가 발생한 원인이 '디레버리징(부채감축)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와 투자 감소로 인한 생산량 축소'였기 때문에, 여력이 있는 정부와 개인 · 기업이 '부채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서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한다면 생산량이 다시 늘어나'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채를 발생시켜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과연 언제까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만약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효과가 무한대로 지속될 수 있다면, 경기침체와 저성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경제성장률은 영원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방법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에서 살펴봤듯이, 경제가 성장할수록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이는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을 통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건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생산자들이 증가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상승시키기 때문' 입니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에서 살펴본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이유는 '총수요부문의 변동'에 따라 생산량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총수요가 줄어들면, 생산자들은 줄어든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축소합니다. 생산량 축소는 경기침체를 의미하죠. 이제 반대로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힘으로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증가하면, 생산자들은 늘어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죠.
이때,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힘으로 수요가 증가했을때 생산자들은 계속해서 생산량을 늘릴까요? 생산량을 늘리는건 힘이 듭니다. 일도 많이해야하고 기계도 더 많이 써야 합니다. 그냥 증가한 수요에 맞추어 상품가격만 올리면 손쉽게 더 많은 돈을 벌텐데 말이죠.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 상품 10개를 팔기보다 1,000원짜리 상품 1개를 팔면 일은 별로 안하는데 수입은 똑같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상품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증가한 수요에 대응합니다.
결국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지출을 늘려서 총수요를 증가시키더라도, 장기적으로 거시경제 생산량은 증가하지 않고 상품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가수준 상승만 발생합니다. 이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일 뿐,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⑤
- 시장 vs 정부? 총공급(장기) vs 총수요(단기)!
이번글에서 보았다시피,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와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는 다릅니다. 장기에서 화폐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뿐 실질적인 생활수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단기에서는 통화량증가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켜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개선시킬 수 있었죠. 또한 부채증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기침체에 맞설 수도 있었습니다.
장기와 단기의 세계가 다르다는 사실은 재정정책 · 통화정책을 구사할때 매우 중요합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할까요?" 단기에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는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개선시키지만, 장기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고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초래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장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와 '단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간의 의견대립이 발생합니다.
'장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중요한건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니, 자본재축적을 통해 생산성을 개선시켜 총공급부문을 발전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라고 말합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장기에 인플레이션만을 발생시키는 악영향만 초래할 뿐이죠.
반대로 '단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장기에는 인플레이션만 발생하더라도,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총수요부문을 발전시켜 경기침체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말합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단기에만 통하는 정책이지만, 바로 그 단기를 위해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초중등교육에서는 경제학자들의 논쟁을 '시장vs정부'로 많이 소개하지만, 실제 거시경제학자들의 논쟁은 '장기vs단기', '총공급vs총수요'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학적 사고방식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알게 되셨을 겁니다.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⑪]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갖춰야할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통해 이를 종합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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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9. 21. 20:32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지금까지의 글들은 '장기적인 경제성장'(long-run economic growth)를 다루었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화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화폐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였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재 축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총공급부문의 발전'(aggregate supply)이 필요하고, 통화량 증가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의 세계는 장기와는 다릅니다.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 화폐는 경기회복을 돕는 큰 역할을 합니다.
단지 통화량이 증가했을 뿐인데 실질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될 수 있고, 인플레이션 발생이 경기침체를 벗어나게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단기는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를 통한 '총수요부문의 발전'(aggregate demand)이 요구되는 세계입니다.
이처럼 거시경제의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의 세계에서 알았던 것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는 '단기 총공급 곡선'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와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의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총공급 곡선의 모양입니다. 장기의 세계에서 총공급 곡선은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수직의 모양을 가지지만, 단기의 세계에서 총공급 곡선은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아 우상향하는 모습을 띕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우선, '총공급'(aggregate supply)이 무엇을 뜻하는지 복습해 봅시다. 거시경제의 총공급이란 '생산부문'을 뜻합니다. 사람들의 경제활동참가를 독려하고, 자본재 축적으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곳이죠.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습니다. 돈의 양만 많아지는 것은 그저 명목(nominal) 변화일 뿐이고 실질(real)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생산량이 증가해야 합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총공급부문은 화폐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화폐와는 상관없이 자본재축적으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잠재GDP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수직인 총공급곡선은 통화량과 물가수준에 상관없이 잠재GDP를 달성한 장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참고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 통화량 증가로 인한 물가수준 변동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 이유는 단기에는 생산자가 물가수준 상승을 보고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과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에서 몇번 이야기 했듯이, 사람들은 전체 물가수준 상승과 개별상품 가격의 상승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생산자 또한 자기가 생산하는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전체 물가수준 상승으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인지 · 수요증가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인지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만약 전체 물가수준 상승으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이라면 생산자는 생산량을 증가시켜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생산자는 수요증가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증가했다고 착각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일이 발생합니다.
생산자는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착오를 깨닫고 생산량을 원상태로 돌려놓지만, 적어도 단기간 동안에는 물가수준 상승에 따라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우상향하는 총공급곡선은 생산량이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는 단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 우상향하는 총공급곡선, 경기변동을 유발하다
물가수준에 상관없이 수직인 장기 총공급곡선과 물가상승에 따라 우상향하는 단기 총공급곡선. 장기와 단기에 따라 총공급곡선 모양이 다른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까요?
수직인 장기 총공급곡선은 생산량이 잠재GDP 수준으로 딱 고정되어 있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생산량은 잠재GDP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오직 잠재GDP 자체가 증가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경우만 있을 뿐, 생산량이 잠재GDP를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상향하는 단기 총공급곡선은 경우에 따라 여러 범위의 생산량을 가지게 됩니다. 물가수준이 상승하면 생산량이 증가하고, 물가수준이 하락하면 생산량이 감소하죠. 즉,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 생산량은 잠재GDP 수준을 미달하거나 초과할 수 있습니다. 단기 생산량이 잠재GDP 수준에 미달하는 것을 경기침체(recession)라 부르고, 초과하는 것을 경기호황(boom) 이라고 합니다.
왜 단기에서는 생산량이 잠재GDP와 일치하지 않아서 경기침체와 경기호황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총수요부문의 변동'에 따라 생산량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총수요부문'(aggregate demand)이란 거시경제의 '지출부문'을 뜻합니다. GDP를 지출측면에서 바라본 국민계정식 '총생산량 =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 순수출'(Y=C+G+I+NX)이 이를 보여주고 있죠.
단기에서 생산자들은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입니다. 애초에 단기 총공급곡선이 우상향 이유 또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을 상기합시다. 따라서 총수요가 줄어들면 총공급부문의 생산량도 위축되고, 총수요가 늘어나면 총공급부문의 생산량도 증가합니다.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총수요가 줄어들면, 생산자들은 줄어든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축소합니다. 경기침체가 발생한 것이죠. 반대로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총수요가 확대되면, 생산자들은 늘어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이번에는 경기호황이 발생했네요.
개인과 정부의 지출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통화량의 변동도 총수요를 변화시킵니다.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감소시키면 채권금리가 상승합니다 1. 채권금리 상승은 기업의 차입을 어렵게하여 투자를 감소시키죠.
중앙은행은 공개시장 매각을 통해 통화량을 감소시킵니다. 이때, 공개시장 매각 그 자체가 채권금리를 상승시킵니다. 왜냐하면 공개시장 매각은 중앙은행이 채권을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중앙은행의 공개시장 매각은 채권 구매수요를 줄임과 동시에 채권 판매공급을 증가시키고 이는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중앙은행이 공개시장 매각 · 재할인율 인상 · 지급준비율 인상을 하게되면 거시경제 통화량은 감소합니다. 경제주체들은 이전에 비해 적은 화폐를 보유하게 되죠. 필요보다 부족한 화폐를 보유하게된 사람들은, 필요량만큼 화폐를 보유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채권을 매각합니다. 따라서, 채권수요는 감소함과 동시에 채권공급은 증가하게 되고, 채권금리는 상승합니다.
즉,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줄이면 채권금리가 상승하여 투자지출이 감소합니다. 총수요 위축에 따라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줄이게 되죠.
반대로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증가시키면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기업은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많은 돈을 빌리고 투자를 증가시킵니다. 즉,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면 실질이자율이 하락하여 투자지출이 증가합니다. 총수요 확대에 따라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이를 정리하면,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이 감소하거나 통화량이 줄어들면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반대로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이 증가하거나 통화량이 늘어나면 경기호황이 발생합니다.
돈을 적게 쓰고 많이 쓰느냐에 따라 생산량이 변동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장기에는 '화폐'가 생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였으나, 단기에는 '화폐'가 생산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 게으르고 무능해서 위기? 지출감소로 위기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감소와 중앙은행의 통화량 축소가 경기침체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한 국가를 두고 "국민들이 게으르니까 경제위기를 겪지. 부지런하게 살았으면 위기를 겪었겠냐? 일은 안하고 소비는 펑펑 하니 국가가 파산하는거지."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그리스 경제위기에서도 '그리스 국민들의 나태한 국민성' 이야기가 나왔고,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을 '국민들의 과소비'로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이 알려주는건 '과소비가 경기침체를 유발한다'가 아니라 '지출감소와 통화량 축소가 경기침체를 유발한다' 입니다. 소비를 많이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소비를 적게했기 때문에 침체가 일어나죠.
가계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게으르고 소비가 많으면 빚이 쌓이고 결국 파산합니다. 하지만 거시경제에서 '다른 사람의 지출은 나의 소득이고 나의 지출은 다른 사람의 소득'입니다.(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한 사람이 저축을 하려고 소비를 줄이면 누군가의 생산은 감소하고, 모든 개인이 저축을 위해 소비를 줄이면 모든 생산자의 생산이 감소합니다.
애시당초 GDP를 측정할때 '생산측면'(supply-side)과 '지출측면'(demand-side) 2가지 모두를 이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의 지출은 다른 누군가의 생산' 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시경제의 경기침체를 '무능력한 국가가 과소비로 인해 파산에 처했다'로 바라보면 안됩니다. '건전한 경제상태를 지녔던 국가라도 갑자기 지출이 감소하여 경제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제 현실에서 발생한 경제위기의 사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를 통해 갑작스런 지출감소가 어떻게 경기침체를 불러왔는지 알아봅시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경제활동별 성장률(실질) - 국내총생산(실질성장률) - 1993년~2014년>
위의 그래프는 1993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보여줍니다. 매년 비슷비슷한 경제성장률이 나타나지만, 1998년 경제성장률이 혼자 뚝 밑으로 내려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1998년에 -5.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졌죠. 그 이유는 바로 1997년에 발생한 외환위기 때문입니다.
보통 'IMF 사태'라고 부르는데, 정식명칭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1997 Eastern Asian Financial Crisis) 입니다. 도대체 1997년에 동아시아와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일부 초중등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당시 한국인들의 과소비로 인해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일까요?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항목별 증감률(실질) - 최종소비지출 + 총고정자본형성(민간) + 총고정자본형성(정부) >
1997년 이전 한국경제를 살펴볼 때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민간부문의 투자 증가'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개인과 정부의 소비지출 증감률 · 민간의 투자 증감률 · 정부의 투자 증감률을 보여주고 있는데, 1997년 이전 민간의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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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많이 하고 싶은데 국내의 저축이 부족하다면, 외국의 저축을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투자량을 증가 2시킬 수 있습니다. 외국의 저축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순자본유입'(NCI or KI, Net Capital Inflows)라고 합니다. 1997년 위기 이전 한국의 기업들은 부족한 국내저축을 충당하기 위해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여 투자를 증가시켰습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국제수지 - 국제수지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 1992년-1999년>
국내저축이 필요한 투자보다 적다면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려오게 됩니다(net borrower). 그 과정에서 1997년 이전 한국은 자본·금융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였죠.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문제는 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받아들인 외국의 자본이 '단기부채'(short-term external debt) 라는 점이었습니다. '부족한 국내저축을 충당하기 위해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려서(부채) 투자를 증가시킨다는 말입니다.
당시 한국기업들은 만기가 짧은 단기부채를 빌렸기 때문에, 외국이 상환을 요구하는 시점이 빨랐을 뿐 아니라 급하게 돈을 갚아야 했습니다. 만약 외국으로부터 장기부채(long-term external debt)를 빌렸다면, 부채를 갚는 시점이 늦었을텐데 말이죠.
물론, 단기부채를 빌렸더라도 외국이 만기를 연장해준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너네 내년까지 돈 갚아야하지? 그냥 내후년에 갚아. 만기 연장해줄게."라고 해준다면, 부채를 급하게 갚아야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1997년 당시 외국은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죠.
● 97년 7월 8일 : 태국, 금융위기에 몰리다
- 모든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던 7월 초, 난데없이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을 거듭하고 (...) 신문 지면은 우리나라도 당장 그 금융태풍에 휘말릴 것처럼 온통 우려의 목소리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나-강경식 경제부총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태국과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사정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97년 7월 27일 : 태국 위기 남의 일 아니다
-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따라서 대외신인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대책 강구가 필요했다. 특히 신용도가 괜찮은 은행들이 해외로 나가 달러를 많이 빌려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아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 97년 9월 20일 :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빌려쓴 돈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앞의 대문쪽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뒤에 있는 쪽문으로 나가서 저지른 일이 집안 전체를 뒤흔들게 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 97년 10월 17일
- 동남아 통화위기가 10월 중순에 들면서 북상하기 시작했다.
● 97년 10월 23일
- 홍콩 증시 폭락 사태로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전세계 증시가 모두 출렁이는 것이어서 우리도 그런 충격파 속에 함께 놓여진 것으로 생각했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로 치닫는 길에 들어섰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강경식. 1999. 『강경식의 환란일기』. 279-287
1997년 7월 초, 태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말레이시아 · 인도네시아 · 싱가포르 · 홍콩으로 번져갔습니다. 이를 본 외국 투자자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지금 난리인데, 한국은 안전한가? 우리가 빌려준 돈을 한국이 갚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상환능력을 의심하게 된 외국 채권자들은 일순간 투자자금을 회수해가기 시작했죠.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 채권자들의 상환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부채가 '원화'(\)로 표기되었다면 한국정부가 보증을 서주고,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었겠죠. 그러나 외국으로부터 '달러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렸기 때문에,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기업들은 가지고 있던 자산을 급하게 팔아서 달러화로 바꾼뒤 부채를 상환하였고, 부채를 갚지 못한 기업들은 파산했죠. 1997년 이전 급격하게 증가했던 단기부채는 1997년 이후 정반대로 급격하게 감소하였습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항목별 증감률(실질) - 최종소비지출 + 총고정자본형성(민간) + 총고정자본형성(정부) >
1997년 이전 한국 기업들이 외국으로부터 빌린 단기부채로 투자를 증가시켜왔기 때문에, 부채감축은 반대로 투자의 감소를 불러왔죠. 1997년 이후 민간의 투자는 크게 감소하였고, 감소폭은 전년대비 -24%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투자의 감소는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겪었던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입니다.
(더 공부해보기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시리즈 )
※ 1997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고 확충에 집착하기 시작한 동아시아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외환보유액>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을 꺼리게 됩니다.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린 뒤 투자를 증가시킨 것은 좋았는데,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들어오고 부채를 감축시키는 과정에서 투자가 크게 감소한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죠.
대신에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달러화($)를 많이 비축(reserve)해서 제2의 외환위기를 방지하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997년 이후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죠.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국제수지 - 국제수지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 1994년-2007년>
외국으로부터 자본을 유입시키는 것은 외국의 저축을 '빌리는 것'(borrow)입니다. 일종의 부채(debt)이죠.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여 달러화를 비축(reserve)하는 것은 부채가 아니라 스스로 번 돈입니다.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국의 저축을 빌리지 않고(borrower),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국의 돈을 번 뒤에 빌려주는 역할(lender)을 하기 시작합니다.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투자보다 저축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S>I),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저축을 증가'시키는 것에 힘을 쏟았죠.
(참고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두번 다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저축을 많이한 것'이 또 다른 경제위기의 시작이 될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더 공부해보기 :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
※ 2008 금융위기
1997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달러화($)를 비축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위기를 겪지 않았던 중국 또한 주변국들의 위기과정을 본 뒤, 저축을 증가시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외환보유고 확충에 힘을 쏟았죠.
윗 그래프는 1990년대 말 이후 전세계 국가들의 경상수지 현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1990년대 말 이후 중국과 아시아국가들(주황색)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증가하는 현상과 미국(파란색)의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중국과 아시아국가들, 그리고 미국 사이의 경상수지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이 나타난 원인 중 하나는 아시아국가들이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자본·금융수지 적자)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자본·금융수지 흑자)로 이전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이후 비축한 달러화($)로 미국채권을 구입(순자본유출)했습니다. 아시아국가들에서 나온 막대한 자본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순자본유입)이죠.
(참고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출처 : FRED - All-Transactions House Price Index for the United States>
이렇게 미국으로 흘러들어온 자본은 어디로 갔을까요? 만약 미국의 아시아의 자본을 이용하여 자본재투자를 증가시켰다면 경제가 더 성장했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으로 흘러들어온 아시아의 자본은 부동산시장으로 향했죠.
2000년대 들어서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이후 2006년까지, 미국 부동산가격은 약 2배 가까이 상승했죠. 위에 첨부한 그래프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FRED -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본 미국 국민들은 대출을 받은 뒤 부동산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다른 집을 구매하고,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죠.
그 결과, 부동산가격이 상승함과 동시에 주택담보대출(Mortgage) 또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은행대출은 부채(debt)이기 때문에, 미국 가계부채(household debt)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죠.
1997년 이전의 한국·동아시아와 2008년 이전의 미국에서 비슷한 점을 찾지 않았나요? 한국은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단기부채를 이용해 투자를 증가시켰습니다. 미국은 아시아로부터 들여온 자본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였고, 미국 가계는 부채를 이용해 부동산 구입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단기부채를 상환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감소하였는데,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출처 : FRED - All-Transactions House Price Index for the United States>
2006년 이후 미국 부동산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은 현금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대출을 받아서 부동산을 구입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4억원짜리 아파트를 은행대출 3억 + 내 돈 1억원을 가지고 구매했는데, 아파트 가격이 2억이 됐습니다. 이제 은행은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지 걱정하기 시작하죠.
<출처 : FRED -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불안해진 은행은 집주인에게 대출금액을 빨리 갚으라는 요구를 합니다. 미국 가계는 대대적인 부채감축(deleveraging)에 나서게 됩니다. 대출금액을 갚을 현금이 없는 집주인은 집을 팔아서 현금을 마련해야 했죠. 매물로 나오는 주택이 많아짐에 따라 부동산가격은 더더욱 하락하고, 은행의 대출압박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초래됩니다.
<출처 : FRED - Real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기 이전, 미국 가계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 소비를 늘려왔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은행의 대출상환요구가 증가했고, 미국 가계는 부채를 갚는게 우선순위가 되었습니다. 소득이 들어올때마다 부채를 갚는데에 돈을 썼기 때문에, 자연스레 소비지출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출처 : Richmond Fed >
일반 미국 가계의 대출보다 더 큰 문제는 저신용자(sub-primer)들의 대출이었습니다. 2006년 이전, 부동산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것을 본 대출업제들은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까지 엄청난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그 이후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저신용자들은 당연히(?) 대출금을 갚을 수 없었고, 대출연체율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007 Subprime Mortgage Crisis) 였죠.
< 출처 : Atif Mian, Amir Sufi. 2014. 『House of Debt』. 34 >
저신용자들의 대출연체가 증가하자 돈을 받아야 하는 미국 금융기관이 파산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 금융위기'(2008 Financial Crisis or the Great Recession)이 발생한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파산은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Credit Crunch)을 초래하였고, 미국기업들은 투자를 위한 자금을 조달할 수가 없게 되었죠. 따라서, 소비지출 감소에 더하여 투자지출마저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출처 : FRED - Real Gross Domestic Product, 3 Decimal>
소비지출과 투자지출 감소로 인해 2007년 이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2009년 3분기에는 -4.0%를 기록하면서 저점을 찍습니다. 그 이후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는 여전히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공부해보기 :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하위계층의 높은 부채비율. 부동산가격 하락의 손실을 집중시키다 - 『House of Debt』' )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글의 앞에서 말했다시피, 사람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한 국가를 두고 "국민들이 게으르니까 경제위기를 겪지. 부지런하게 살았으면 위기를 겪었겠냐? 일은 안하고 소비는 펑펑 하니 국가가 파산하는거지."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은 과소비가 아니라 '총지출 감소'가 경기침체를 불러온다고 말하며, 실제 경제위기 사례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 또한 과소비가 아닌 소비·투자 지출감소가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경제위기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 경제 기초여건의 문제인가, 단순한 유동성 위기인가
1997년 이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8% 이상을 기록해왔고 인플레이션 · 정부의 재정적자도 안정적인 수준에 있었습니다. 2008년 이전 미국 또한 안정적인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기록했었고, 재정적자를 기록하긴 했으나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죠.
즉,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은 튼튼한 상태였습니다. 저성장 · 재정적자 · 높은 인플레이션 등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능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유는 '부채'(debt)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은 민간기업의 단기 대외부채가 문제였고, 미국은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문제였죠. 외국 혹은 금융기관이 채무상환을 요구했을때 이를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투자 · 소비 감소가 발생하였고, 채무를 갚지 못한 기업과 가계가 파산하면서 경제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경제의 기초여건이 튼튼한 국가라 할지라도, 부채를 상환할때 필요한 현금과 외화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태에 빠지면 유동성위기(il-liquidity)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초여건이 튼튼했더라도, 부채를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총수요가 위축되어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 과도한 부채가 문제인가
"그럼 민간과 가계가 지고있던 '과도한 부채'를 경제 기초여건의 문제라고 해석할 수는 없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과도한 대외부채를 지고 있던 것, 미국의 가계들이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을 지고 있는 것 자체가 한국과 미국의 거시경제 기초여건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과도한 부채' 때문에 경제위기가 발생했느냐?"입니다. 1997년 당시 한국의 기업들이 단기 대외부채의 만기를 계속해서 연장해 나갔다면 유동성위기를 겪었을까요? 2008년 당시 미국의 가계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요구받지 않았더라면 유동성위기를 겪었을까요?
만약 만기를 계속해서 연장하고 상환을 요구받지 않았더라면, 부채크기는 계속해서 증가했을테지만 유동성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시말해, '과도한 부채'를 문제삼는 것은 무엇때문에 경제위기가 발생하였는지 핵심을 모르는 것이죠.
● 디레버리징(부채감축, deleveraging) 이후 발생한 소비·투자 감소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출처 : FRED -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과 2008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현상은 '디레버리징'(부채감축, deleveraging)에 뒤이은 소비·투자 감소 입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에게서 빌린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를 갚으려 했고, 미국의 가계들은 금융기관에게서 빌린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갚으려 했죠.
단기 대외부채로 투자를 늘려왔던 한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투자감소 현상이 나타났고, 주택담보대출로 부동산 구매를 늘려왔던 미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소비감소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디레버리징을 할 필요가 없었다면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은 경제위기를 안 겪지 않았을 겁니다. 1997년 당시 외국과 2008년 당시 금융기관이 계속해서 만기연장을 해주었더라면, 한국 기업들과 미국 가계는 부채를 감축할 필요도 없었고 소비와 투자를 줄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입니다.
● 갑작스런 상환요구에 이은 신용경색 발생
그럼 디레버리징은 왜 일어날까요? 그 이유는 '어느 시점에 갑자기 상환요구'가 채무자에게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거시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이 실제로 좋으냐 나쁘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돈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에' 상환요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997년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 · 실업률 등 경제 기초여건(fundamental)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2008년 당시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낮은 편은 아니었죠.
그러나 1997년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겪는 것을 본 외국은행들은 한국경제도 '불안하다고 생각'하였고, 부채의 조속한 상환을 요구합니다. 2008년 미국 금융기관은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가계의 상환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였고, 부채의 조속한 상환을 요구합니다.
만약 한국경제가 불안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 미국 가계의 상환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상환요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디레버리징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소비와 투자도 감소하지 않아서 경기침체에 빠지는 일은 없었겠죠.
● 왜 '갑작스런 상환요구'와 '디레버리징'에 주목해야 하는가
다시 말하지만,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부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런 상환요구로 인한 디레버리징의 방지'입니다. 두 관점의 차이는 ① 경제위기 발생원인 ② 경제위기 정책대응에 있어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① 경제위기 발생원인
: 우선 '과도한 부채'를 문제삼는 관점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과도한 부채가 경제위기의 핵심원인이라면, 경제위기 발생국가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위기를 겪은 것이 됩니다. 평상시 다른 사람의 부채를 이용해 무리한 소비 · 투자를 했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한 것이죠. 이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능으로 인해 기초여건에 문제-저성장 · 재정적자 · 높은 인플레이션-가 생겨서 경제위기를 겪었다고 말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경제위기 발생원인을 '윤리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경제위기는 잘못을 한 국가가 받는 벌이죠.
그러나 '갑작스런 상환요구로 인한 디레버리징'에 주목한다면, 경제위기는 기초여건이 튼튼한 국가 · 국정운영을 잘해왔던 정부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평상시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인해 갑자기 상환요구가 빗발치고, 부채를 감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소비 · 투자가 줄어들어 경기침체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경제위기를 겪게된 국가의 평소 행동이 윤리적이든 비윤리적이든 그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② 경제위기 정책대응
: '과도한 부채'를 문제삼는 관점은 경제위기를 윤리적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는 평상시 행태가 방탕했던 국가가 받는 벌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경제위기 대응에 있어서 주로 윤리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부채를 줄이고, 과소비를 줄이고, 부지런히 일하고 등등 이런 정책이 나옵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상환요구로 인한 디레버리징'에 주목하는 관점은 일단 채권자의 추가적인 상환요구가 나오지 않게 만드는 정책을 제시합니다. 채무자에게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의 상환요구를 조금이나마 지연시켜서 유동성을 확보합니다.
그리고 채무자가 부채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소비 · 투자가 감소할 것을 상쇄하기 위해, 여유가 있는 사람이 소비와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죠. 결과적으로는 채무자가 부채를 성공적으로 상환함과 동시에, 발생했을 뻔했던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부채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소비 · 투자가 감소할 것을 상쇄하기 위해, 여유가 있는 사람이 소비와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통화정책(Monetary Policy)와 재정정책(Fiscal Policy)의 주요목적입니다.
※ 그레이트 캐피톨힐 베이비시팅 협동조합
아래의 글은 '경제의 기초여건이 튼튼했던 국가라도 갑작스럽게 지출이 감소하여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도록 하죠.
스위니 씨 가족은 1970년대에 그레이트 캐피톨힐 베이비시팅 협동조합의 조합원이었다. 캐피톨힐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근무하는 젊은 부부들 위주의 조합이었고, 서로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약 150쌍의 부부가 참여하는 규모가 큰 조합이었기 때문에 언제든 베이비시터로 나설 수 있는 인원은 많았지만, 반대로 큰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컸다. 특히 각 부부에게 동일한 만큼의 부담을 할당해야 한다는 점이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캐피톨힐 협동조합은 쿠폰을 발행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쿠폰 한 장으로 하 시간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아이를 돌보기로 한 부부는 아이를 맡기는 부부로부터 해당하는 시간만큼의 쿠폰을 받고 아이를 돌봐주었다.
구조적으로 볼 때 모든 조합원이 공평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시스템이었다. 각 부부는 자신이 아이를 맡긴 시간만큼만 다른 아이를 돌봐주면 됐다.
그런데 문제가 쉽지만은 않았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상당량의 쿠폰이 유통돼야만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장 외출할 계획이 없는 부부들은 나중을 위해 최대한 쿠폰을 모아 적립해두려고 했다. 반대로 아이를 맡긴 부부들의 쿠폰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번 연달아 외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쿠폰을 확보하려는 부부들이 늘어났다.
이 조합에서 쿠폰을 발급받는 일은 나름 복잡했다. 입회할 때 쿠폰을 받고 탈퇴할 때 반납해야 했다. 쿠폰 하 장당 일정액의 수수료를 냈는데, 이 돈은 직원 급여 등 관리비로 쓰였다. 자세한 사정은 그리 중요치 않다.
요점은 회전되는 쿠폰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시기가 닥쳤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결과는 참으로 흥미로웠다. 모아놓은 쿠폰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부들은 다른 부부의 아이를 돌보고 싶어 안달이었고, 외출을 꺼렸다. 그러나 한 부부의 외출이 다른 부부에게 베이비시팅의 기회가 되는 것이었으므로 쿠폰을 모을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모아놓은 쿠폰을 쓰지 않으려고 했고, 그 결과 베이비시팅의 기회는 더욱 줄어들었다. 간단히 말해 베이비시팅 조합이 불경기에 들어간 것이다.
(...)
이제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두 가지의 핵심적인 의미를 생각해보자. 하나는 불경기의 발생 경위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경기를 다루는 방법의 문제다.
먼저 베이비시팅 조합이 왜 불경기에 들어섰는지를 살펴보자.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이 아이 돌보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이 일을 훌룡하게 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별개의 문제다.
캐피톨힐 사람들의 가치관에 문제가 있어서 조합이 어려움을 겪은 것도 아니요, 아는 집 애만 잘 봐주는 편파주의에 빠져서 그랬던 것도 아니다. 다른 경쟁 조합들만큼 변화하는 보육 기술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도 아니었다.
문제는 조합의 생산 능력이 아니라 단순히 유효수요(effective demand)의 부족에 있었다. 사람들이 현금(쿠폰)을 모으는 일에만 신경을 쓰느라 실제 재화(아이를 맡기는 시간)의 소비가 현저히 감소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비즈니스 사이클 상의 불황은 한 경제의 근본적인 강점이나 약점과는 거의 혹은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튼튼한 경제에도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둘째, 베이비시팅 조합의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스위니 부부는 캐피톨힐 조합의 관리위원회를 납득시키는 일이 정말 어려웠다고 보고한다. 주로 법률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는 문제가 본질적으로 기술적인 것이며, 쉬운 해결책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관리위원들은 처음에 해당 사안을 '구조적 문제' 즉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한 문제로 생각했고, 그래서 나온 처방이 각 부부에게 한 달에 최소한 두 번은 외출하도록 '요구'하는 규칙을 제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경제학자들의 의견에 따라 쿠폰의 공급을 늘리는 조치가 취해졌다. 결과는 신기에 가까웠다. 쿠폰 보유량이 늘어남에 따라 부부들은 좀 더 자주 외출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다른 부부의 아이를 돌볼 기회도 점점 많아졌으며, 이는 다시 조합원들의 외출 빈도 증가와 베이비시팅 기회의 확대로 이어졌다. 조합의 GBP(Gross Baby-sitting Product) 즉 '베이비시팅 총생산' 수치가 치솟은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는 조합원들의 보육 기술이 향상되었기 때문도 아니요, 조합이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했기 때문도 아니다.
단순히 통화의 혼란이 바로잡혔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단순히 돈을 찍어내기만 해도 불황과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얘기다. 때로는 이것이 놀랄 만큼 쉬운 치유책이 될 수도 있다.
폴 크루그먼. 2009. 『불황의 경제학』. 26-31쪽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이번글에서는 실제 경제위기 사례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를 통해,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들어오고 부채를 감축(디레버리징)하는 과정에서 소비·투자가 감소하여 경기침체에 빠지는 상황'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에서는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 발생을 통해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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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
Posted at 2015. 7. 30. 20:25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유럽재정위기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을 통해, 유로존 결성 이전의 유럽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당시 유럽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황이었으나, '하나의 유럽' 이라는 정치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통합을 진행하였다.
경제학이론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출발한 유로존은 2008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듯 했다. 경제성장률은 견고했고 인플레이션은 낮았다. 그러나 유로존 내부에는 경제위기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었다. 바로,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 within eurozone)이다.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에서 우리는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이 확대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유럽 주변부 국가(periphery)들은 유로존 바깥에서의 자본유입 · 낮아진 금리를 이용한 차입증가 ·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상실 등으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자본유입)를 기록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는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위기 이전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상당한 양의 자본유입을 받아들였었는데, 미국발 금융위기 발생 이후 투자자들은 자본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자본이동이 반전(reversal of capital flow)된 것이다.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주변부 국가의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더 알아야한다. 유럽경제위기를 보도하는 언론들은 '남유럽 국가들의 과다한 정부부채'를 문제삼는다. 외신 또한 '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유럽재정위기) 라는 표현을 쓴다. 즉, 현재 유럽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과도한 국가부채'이다.
그렇다면 왜 유럽, 특히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주변부 국가들은 '과도한 국가부채'를 가지게 되었을까? 그리스의 경우 2008년 이전부터 재정적자와 많은 국가부채를 기록하고 있긴 하였지만,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등 다른 유럽국가들은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원래부터 주변부 국가들이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했기 때문에 재정위기를 맞았겠지" 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윗 그래프를 살펴보아도, 그리스 ·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은 2008년 이전까지만 하더다롣 국가부채 비율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들의 국가부채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는 '유럽재정위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8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경제에 미친 영향'을 먼저 알아야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2008 금융위기는 유럽은행에 큰 손실을 안겼고, 은행의 손실은 유럽 주변부 국가의 재정부담을 증가시켰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미국발 2008 금융위기가 불러온 유럽은행위기'와 '은행위기가 재정위기로 커지게 된 이유'를 알아보자.
※ 미국에서 시작된 2008 금융위기, 유럽은행에 악영향을 끼치다
미국발 2008 금융위기는 크게 2가지 경로를 통해 '유럽은행', 특히 주변부 국가의 은행에 악영향을 끼쳤다. Philip Lane의 2012년 논문 <The 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와 Jay Shambaugh의 2012년 보고서 <The Euro's Three Crises>를 통해 그 내용을 알아보자.
첫째로, 세계 투자자들은 2008 금융위기 이후 자신들이 했던 투자를 재평가(reassessing)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동안 위험한 곳에 투자하지 않았는지를 염려했다. 투자자들은 위험도가 큰 곳에 했던 투자를 회수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피해는 계속해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유럽 주변부 국가에 집중되었다.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의 특성상,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환율변동을 통해 국제수지 균형을 이룰 수가 없었다 1. 또한,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달러화는 말할 것도 없고)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 2. 이러한 '유로존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생긴 대외부채(external debt)를 갚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투자자들이 하게되었다.
결국 오랫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주변부 국가들의 경제는 취약한 상태에 놓이기 시작했고,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하여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였다. 자산가치 하락과 대출연체율 증가는 유럽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손상시켰다.
둘째로, 2008년 당시 유럽은행은 미국자산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었다. 윗 그래프는 2007년 4분기-2008년 4분기 사이 미국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보유한 비중(파란색)과 손실규모(빨간선)를 보여주고 있다. 유럽은행은 전체 증권자산 중 미국 ABS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약 35%에 달했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가치가 하락하거나 지급불능에 빠진 미국 ABS로 인해 큰 손실을 보았다.
우리는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에서 유로존 바깥의 자본은 주로 독일 · 프랑스 등 핵심부 국가로 이동하였다고, 독일 · 프랑스 등은 그리스 · 아일랜드 · 스페인 · 포르투갈 등 주변부 국가에 자본을 빌려주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손해를 본 독일 · 프랑스 은행은 주변부 국가에 빌려주었던 대출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대출상환요구가 빗발치자 유럽전체 금융시장은 경색되었다.
윗 그래프는 독일 · 프랑스 은행이 주변부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상환요구를 보여준다. 특히나 아일랜드의 경우 독일 · 프랑스 은행 상환요구 액수는 GDP의 250%, 120%에 에 달했다. ·
이후, 유럽 전체적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된 모습이 나타났다. 윗 그래프는 2007년-2012년 사이, 유로존에 속한 은행이 비금융기관에 대출해준 자금을 보여준다. 2008년 9월부터 대출금액이 급격히 감소하였고, 이전의 대출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금융시장은 이전의 기능을 잃어버렸고, 2008년 9월 이후 유위험 금리와 무위험 금리의 격차(스프레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유위험 금리가 치솟은 것이다.
미국발 2008 금융위기 여파로 유럽 금융시장이 경색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 Fed와 달리 소극적으로 대응하였다. 윗 그래프는 미국 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차대조표상 자산규모 증가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미국 Fed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면서까지 미국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채권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한 결과 Fed의 자산은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은 소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였고, 자산규모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주 : 유럽중앙은행이 소극적인 행동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 은행위기 → 재정위기 → 은행위기 → ... 의 악순환
미국과는 달리 중앙은행이 소극적으로 개입한 유럽. 결국 금융시장 회복을 위한 정책부담은 각국 개별정부에 집중되었다. 여기에더해, 유로존 결성의 조건으로 만들어진 '유로존 차원의 구제금융 금지조항'(no bail-out clause)은 개별정부의 부담을 더욱 더 키웠다 3.
이는 유로존에 가입한 개별 국가의 도덕적해이와 무임승차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항인데, 유로존 회원국은 다른 회원국 채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유로존에 속한 개별국가들은 자국 소재 은행만을 구제할 수 있고, 자국 소재 은행이 위험에 처했을때 다른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결국 주변부 국가들은 자신들만의 재정을 이용해서 자국은행을 구제해야만 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주변부 국가의 은행위기는 재정위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재정위기는 은행위기 심화를 가져오는 악순환이 발생하는데...
Patrick Honohan, Daniela Klingebiel의 2003년 논문 <The fiscal cost implications of an accommodating approach to banking crises>과 Ashoka Mody, Damiano Sandri의 2012년 논문 <The eurozone crisis: how banks and sovereigns came to be joined at the hip>, 그리고 Viral Acharya, Itamar Drechsler, Philipp Schnabl의 2011년 논문 <A Pyrrhic Victory? - Bank Bailouts and Sovereign Credit Risk>은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의 악순환 관계'를 잘 설명해준다.
▶ 유럽 은행위기 → 재정위기
위의 표는 은행위기(banking crisis)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클수록 정부의 재정부담(fiscal cost)이 커짐을 보여준다. 은행위기는 크게 2가지 경로를 통해 정부재정에 부담을 준다.
첫번째, 은행위기로 인한 경제성장 저하는 정부의 세입을 감소시킨다. 금융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은행기능이 마비되면 (앞서 보았다시피) 대출거래가 감소하여 경제 전체 신용에 악영향을 끼치고 경제성장이 저하된다.
두번째 경로가 중요한데, 은행의 파산을 막기위해 정부는 공적자금 등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출이 증가한다. 이로인해 주변부 국가의 GDP는 감소하고 정부부채를 증가하는데, 2008년 이후 주변부 국가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정부의 구제금융 덕분에 은행은 위험에서 벗어났으나 이제 정부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윗 그래프는 구제금융 이전 정부(짙은색)와 은행(연한색)의 신용부도스왑(CDS) 금리를 보여준다. 정부가 은행을 도와주기 전에는 은행의 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함을 보여준다.
▶ 재정위기 → 은행위기
구제금융 이후 주변부 국가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증가와 정부금리 상승으로 정부는 이제 재정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이는 은행위기 심화로 이어진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하는 현상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이제 정부의 신용도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국가 · 부채를 많이 지고 있는 국가일수록 채권금리가 상승한다. 구제금융 이전 투자자들은 정부의 부채비율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으나, 구제금융 이후 투자자들은 '정부의 디폴트 위험'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 :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후, 투자자들이 유로존 소속 개별국가들의 위험을 재평가하게 된 배경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참고)
정부의 디폴트 위험 증가는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던 '추가적인 구제금융'에 대한 기대를 없애버린다. 현재 많은 부채를 지고 있는 국가가 향후 은행위기 발생시 구제금융을 해줄 수 있을까? 이러한 우려는 아직 파산은 하지 않았으나 경영상태가 불안정한 은행의 위험도를 키운다.
윗 그림은 구제금융 이전과 이후, 정부부채와 정부CDS 금리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구제금융 이전에는 정부부채와 정부CDS 금리가 별다른 상관관계를 가지지 않았다. 정부부채가 많은 국가이든 적은 국가이든 투자자들은 이들을 똑같이 인식했다.
그러나 구제금융 이후, 주변부 국가들은 정부부채 비율이 증가하였고 투자자들은 이를 '정부 디폴트 위험'으로 인식하기 시작 4했다. 그 결과, 구제금융 이후에는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높은 금리를 부담했다.
윗 그림은 구제금융 이후의 국가별 CDS 금리와 은행 금리가 동반상승 했음을 보여준다. 은행위기를 막기위해 구제금융을 시행하였으나, 구제금융 이후 정부 디폴트 위험이 증가하여 은행의 디폴트 위험도 커진 것이다. 결국 '은행위기 → 재정위기 → 은행위기의 악순환'이 만들어졌다.
그리스 · 포르투갈 · 스페인 · 아일랜드 등 유로존 주변부 국가에게 남은건 '증가한 정부부채'와 '높은 채권금리' 즉, '재정위기'(Sovereign Debt Crisis) 뿐이었다.
이 2가지 그래프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주변부 국가의 정부부채는 2008 금융위기 여파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증가하였고, 구제금융 시행 이후 채권금리가 유로존 결성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왜 정부부채 증가를 막지 못했을까?
윗 그래프는 '정부부채 위기'(Sovereign debt crisis) ↔ '은행위기'(Bank crisis) ↔ '성장과 경쟁력 위기'(Growth and competitiveness crisis) 간의 연결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 정부부채 위기 → 은행위기
: 과도한 정부부채는 디폴트 위험을 증가시킨다. 은행들은 보통 자국 정부의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므로, 자국정부의 디폴트 가능성 증가는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손상시킨다.
● 은행위기 → 정부부채 위기
: 은행의 파산은 2가지 경로를 통해 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킨다. 금융시스템 마비에 따른 경제성장 저하로 인한 세입감소와 은행 구제금융 과정에서의 정부지출 증가. 은행위기는 곧 재정위기로 이어진다.
● 정부부채 위기 → 성장위기
: 정부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긴축정책(austerity)을 구사해야 한다. 그러나 긴축정책은 경제성장을 저하시키는 악영향을 초래 5한다.
● 성장위기 → 정부부채 위기
: 역으로 경제성장 저하는 정부의 상환능력을 훼손시킨다(insolvent),
● 은행위기 → 성장위기
: 은행위기로 인한 금융시스템 마비는 경제성장을 저하시킨다.
● 성장위기 → 은행위기
: 경기침체로 인한 저성장은 자산가치를 하락시킨다. 은행은 부동산 등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자산가치 하락은 대차대조표를 손상시킨다.
그렇다면 왜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정부부채 증가를 막지 못했을까? 만약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재정정책 보다 통화정책에 의존할 수 있었더라면, 재정지출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이 재정이전을 통하여 주변부 국가들을 도왔더라면, 주변부 국가들의 재정부담은 완화되었을 것이다.
즉, 유로존은 개별국가들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안정화정책 수단으로서 재정정책의 부담이 크다. 이렇게 재정정책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경기침체를 겪은 국가들은 오직 자신들의 힘으로만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구조는 무언가 잘못되었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이다.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에서는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쓰지 못하는 유로존의 근본적결함'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
또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에서는 오직 자신들의 힘으로만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 '[유럽경제위기 ⑤]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② - 재정동맹 없이 출범한 유로존, 은행위기를 재정위기로 만들다'. 2015.07.28 http://joohyeon.com/228 [본문으로]
-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 '[긴축vs성장 ①]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2012.10.20 http://joohyeon.com/11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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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Olivier Blanchard 퇴임 - '경제위기와 맞선' 그의 공헌들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Olivier Blanchard 퇴임 - '경제위기와 맞선' 그의 공헌들
Posted at 2015. 5. 16. 18:00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5월 14일(목), IMF는 2008년 이래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아왔던 Olivier Blanchard가 올해 9월 이후 퇴임할 것이라고 발표 1했다. MIT 대학 소속이었던 경제학자 Olivier Blanchard는 그동안 '노동시장에서의 이력현상 연구' · '통화정책의 역할' · '투기적버블의 특징' 등의 연구를 통해 경제학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위대한 학자였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2주 전, 학계를 떠나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부임한 그는 최악의 경제위기에 맞서 세계 경제학계 논의를 이끌어왔다. <WSJ>은 이런 그를 두고 '위기와 맞선 경제학자'(IMF’s Crisis-Fighting Chief Economist) 2 이라 칭하였는데, '2008 금융위기' 대응과정에서 Olivier Blanchard가 어떠한 공헌을 했는지 이번글을 통해 알아보자.
※ 대완화기(Great Moderation)
- 거시경제를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거시경제학자들
2008 금융위기는 거시경제학자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1980년대 이래로 거시경제학자들은 거시경제정책을 통해 경기변동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생산량이 잠재생산량에 미달하여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통화정책 등을 통해 경제를 바로 원상태로 복구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1987년부터 2006년 동안 Fed 의장을 맡았던 Alan Greenspan이 있었다.
- Alan Greenspan이 Fed 의장으로 재임하던 기간(1987년 8월 - 2006년 1월) 동안의 경제성장률 · 물가상승률 · 실업률 변화 추이
Alan Greenspan은 18년 동안 Fed 의장으로 재임하면서, 통화정책을 통해 낮은 물가수준과 견고한 경제성장률을 동시에 달성하였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Alan Greenspan 재임기 동안의 경제성장률(파란선) · 물가상승률(빨간선) · 실업률(초록선) 변화추이를 보여준다.
특히 1990년부터 IT버블이 터지기 이전인 2000년까지, 미국은 3%~5% 사이의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하였고 실업률 또한 7%대에서 4%대로 하락하였다. 이에 더해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 · 실업률과 역에 관계에 있다고 알려진 물가상승률 또한 낮은 수준(3% 이하)을 유지하면서 미국경제는 대호황기를 지냈다.
낮은 물가수준과 견고한 경제성장률을 모두 달성했던 대호황기. 경제학자들은 이 시기를 '대완화기'(the Great Moderation)라 불렀다. 경제학자들과 Alan Greenspan은 의기양양 했다. 이제는 거시경제학 지식과 통화정책을 바탕으로 거시경제를 완전히 조정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심한 변동을 뜻하는 fluctuations 보다는 균형을 찾아간다는 뜻을 내포한 business cycle이 경기변동을 뜻하는 단어로 쓰이게 되었다.
1999년 1월 - 2006년 1월 동안의 Fed 기준금리 변화 추이
2001년 발생한 IT버블 붕괴는 경제학자들과 Alan Greenspan의 이러한 자신감을 더욱 더 키웠다. 버블이 터져서 경기침체가 발생했는데 자신감이 증대됐다? 그 이유는 Fed의 통화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IT버블 붕괴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자 당시 Fed 의장이었던 Alan Greenspan은 기준금리를 급격히 내렸다. 2000년 12월 6.5% 였던 기준금리는 1년 만에 1.75%를 기록하였다. 통화정책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첫번째 그래프를 다시 살펴보면, 2001년 0%대까지 하락한 경제성장률이 반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완화기'(the Great Moderation)를 경험한 거시경제학자들을 가로막는 것은 없었다. 1929년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이후 탄생한 거시경제학 지식을 바탕으로 이제는 거시경제를 완전히 조정할 수 있는데 무슨 걱정거리가 있을까. 약 18년간 Fed 의장으로 재임해온 Alan Greenspan은 그것을 실제로 보여준 사람이었다.
※ 2008년 이전 거시경제학자들은 무엇을 믿었는가
- ① 중앙은행의 최우선 목표는 '인플레이션 안정'(Stable Inflation)
그러나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인 '2008 금융위기'(Great Recession) 3가 발생하였고, 그동안 거시경제학자들이 효과가 있다고 믿어왔던 거시경제정책 등이 생각만큼 작동하지 않았다. 거시경제학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2010년 2월 Olivier Blanchard는 <거시경제정책 다시 생각해보기>(Rethinking Macroeconomic Policy) 4 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한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이전 거시경제학자들이 믿어왔던 것'(What We Thought We Knew) · '거시경제학자들이 금융위기로부터 배운것'(What We Have Learned from the Crisis) · '정책설계에 있어서의 함의'(Implications for the Design of Policy) 를 말한다. 2008 금융위기 이전 거시경제학자들이 무엇을 믿었는지, 금융위기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금융위기 수습을 위해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한 것이다.
- 1970년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기침체를 겪었던 미국
-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안정'이 중앙은행의 주요목표로 자리잡았다.
먼저 Blanchard는 2008 금융위기 이전 경제학자들이 믿어왔던 것을 되짚는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중앙은행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만들기'(Stable Inflation) 였다. 중앙은행은 금리조정을 통해 생산량을 잠재생산량에 도달하게 하거나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데, 둘 중에서 중앙은행의 우선목표는 '인플레이션 안정' 이었던 것이다.
이는 역사적경험과 관련이 있다. 1970년대 미국은 오일쇼크로 인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경기침체를 겪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더해 "인플레이션을 최적화 시킨다면 생산량 또한 잠재생산량 수준으로 도달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연구들은 '인플레이션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론적기반을 제공해주었다. 거시경제학자들은 더 나아가서 '인플레이션 안정'뿐 아니라 아예 '낮은 인플레이션'(Low Inflation)이 더 좋다고 믿었다. 이제 거시경제정책과 중앙은행의 목표는 '낮은 인플레이션'을 만드는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Blanchard는 중앙은행이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목표로 삼는건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왜일까? 중앙은행은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Inflation Expectation)을 낮은 수준으로 고정시킴(anchored)으로써, 경제 전체의 물가수준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 이때,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게 형성되면, 피셔방정식에 의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명목이자율)를 낮게 유지해야한다.
피셔방정식에 의하면 "명목이자율은 실질이자율과 기대 인플레이션율의 합이 되어야한다." 예를 들어, 현재 실질이자율이 2%이고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 라면 피셔방정식에 의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명목이자율)는 4%가 되어야한다.
만약 중앙은행이 피셔방정식을 무시하고 기준금리를 6%로 설정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이때 중앙은행이 의도하는 실질이자율은 (명목이자율(6%) - 기대 인플레이션율(2%)인) 4%이다. 그런데 (경제내 저축과 투자가 결정하는) 장기 실질이자율은 현재 2%이다.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의도한 실질이자율 4%는 2%보다 높은 값이다.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된 실질이자율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감소하고 경제는 침체에 빠지게 된다. 결국 중앙은행은 피셔방정식을 따라 4%의 기준금리를 설정할 수 밖에 없다.
이때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명목이자율 또한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에서 1%로 감소했다고 가정하자. 이럴 경우 피셔방정식에 의해 실질이자율은 3%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내 저축과 투자가 결정하는) 장기 실질이자율은 2%이다. 인위적으로 높아진 실질이자율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감소하고 경제는 침체에 빠진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명목이자율)를 1%p 내린 3%로 설정해서 경기활성화를 도모한다. 결과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에 따라 명목이자율도 하락했다.
이제 우리는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게 형성되면, 피셔방정식에 의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명목이자율)를 낮게 유지해야한다.'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면, 1980년대 이래 Fed 기준금리의 절대수준 자체가 하락하여 낮은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1982년-2008년 사이, Fed 기준금리의 변화.
- Fed 기준금리의 절대수준이 낮아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 2008년 이전 거시경제학자들은 무엇을 믿었는가
- ② 정부지출 증가를 통한 재정정책은 효과는 제한적 (A Limited Role for Fiscal Policy)
통화정책뿐 아니라 2008 금융위기 이전 거시경제학자들은 재정정책도 어떠해야 한다는 믿음이 존재했다. 바로, '재정정책의 효과는 제한적'(A Limited Role for Fiscal Policy)이라는 믿음이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케인즈가 요구한 정부지출 증가 덕분에 대공황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왔을 것이다. 5 정부지출 증가로 대표되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대공황 이후 주요 거시경제정책 도구였다. 그렇지만 1980년대 이래로 재정정책은 통화정책에 그 자리를 넘겨주었다.
거시 경제학자들이 '재정정책의 효과는 제한적' 이라고 믿는 이유들이 있다. 첫째 이유는 '리카도의 동등성정리'(Ricardian Equivalence Arguments)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의 정부지출 증가는 미래 세금증가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경제주체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현재 정부지출이 증가한다면, 미래 세금인상을 예측하는 경제주체들은 현재의 소비를 줄임으로써 미래를 대비할 것이다. 결국 현재 정부지출 증가의 효과는 소비감축으로 인해 상쇄된다.
둘째 이유는 '통화정책의 유용성'이다. 통화정책이 경제내 생산량을 조절하여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데 굳이 재정정책을 써야할 이유가 있을까? 통화정책과 달리 재정정책은 시행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절함으로써 그날 바로 통화정책을 시행할 수 있으나, 재정정책은 의회의 입법과 정부의 시행에 오랜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셋째 이유는 '정부부채의 증가'이다(High Debt Levels). 정부는 채권발행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지출을 증가시키는데, 이는 결국 정부부채 증가를 의미한다. 재정적자로 인해 정부부채가 증가하면 국가경제 신인도 하락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1세대 금융위기 모델] 6. 또한 고령화를 겪는 국가들은 향후 연금지출증가와 세금수입 감소를 대비하기 위해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게 중요하다. '재정의 지속가능성'(fiscal rules designed to achieve such sustainability)을 달성하려면, 재정정책의 사용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 2008년 이전 거시경제학자들은 무엇을 믿었는가
- ③ 금융규제는 거시경제정책 도구가 아니다
2008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거시 경제학자들은 '금융규제'(Financial Regulation)와 '거시건전성 감독'(Macroprudential Supervision)을 중요하게 생각치 않았다. 개별 금융기관의 부정행위만을 감독하려 했을뿐, 전체 금융시장내 리스크를 감시하거나,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거시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미처 고려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이 터져 미국경제는 침체에 빠졌으나 Fed의 통화정책에 힘입어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러한 성공적인 경험들도 금융규제와 거시건전성 감독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사실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①] 금융발전이 전세계적으로 리스크를 키우지 않았을까?'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거시경제학자들이 2008 금융위기로부터 배운 것
- 경기침체시 재정정책의 효과는 매우 크다
성공에 도취된 거시경제학자들에게 2008 금융위기는 악몽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6년이나 지났으나, 세계경제는 여전히 침체상태에 놓여있다. Olivier Blanchard는 거시경제학자들이 금융위기로부터 배운 교훈을 말한다.
거시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이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만들기'(Stable Inflation)를 목표로 했을때 생기는 문제점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율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낮게 형성시킨다. 이처럼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낮게 형성되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를 낮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어떠한 문제를 초래할까? Blanchard는 '경제위기 발생시 확장적 통화정책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less room for expansionary monetary policy in case of an adverse shock)는 점을 지적한다.
만약 평상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0%로 설정하고 있다면, 경기침체 발생시 기준금리를 최대 10%p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평상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로 설정하고 있다면, 경기침체 발생시 움직일 수 있는 폭은 4%p 밖에 되지 않는다. 즉,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 밑으로 내릴 수 없는 문제'(Zero Lower Bound)에 쉽게 봉착하고 만다. 현재 Fed는 2008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0.25%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경기회복은 요원하다. 그렇다고해서 기준금리를 0 밑으로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통화정책을 대신하여 '재정정책'(Fiscal Policy)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2008년 9월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은 이래로 Olivier Blanchard는 지속적으로 "경기침체 시기, 재정정책의 효과는 크다."(“It’s Mostly Fiscal”) 라고 주장해왔다.
앞서 '현재 정부지출 증가의 효과는 미래 세금인상을 대비한 현재소비 감축으로 상쇄된다' 라는 논리를 소개했다. 이것 이외에 정부지출 효과가 제한적이 되는 이유는 '채권금리 상승' 때문이다. 정부는 채권발행을 통해 정부지출 자금을 조달한다. 따라서 채권시장에서 채권공급 물량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채권가격 하락과 채권금리 상승을 초래한다. 채권금리 상승은 민간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어 투자를 위축시킨다. 그 결과, 정부지출 증가는 민간의 투자를 감소시킨다. 이를 '구축효과'(Crowding-Out)라 한다.
그런데 만약 정부지출 증가가 채권금리 상승을 불러오지 않는다면, 재정정책의 효과는 크지 않을까? 만약 정부지출 증가가 발생할때 중앙은행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채권금리를 낮춘다면, 정부지출 증가의 악영향은 상쇄될 수 있다. 또한, 이미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기준금리가 0에 근접한 가운데 시장 채권금리가 더이상 변동하지 않는다면, 정부지출 증가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 경제위기시 재정정책 승수는 1보다 크다
여기서 살펴봐야 하는건 2012년 10월에 나온 IMF의 <세계경제전망보고서>(<World Economic Outlook>)이다. Olivier Blanchard는 이 보고서를 통해 '재정정책의 승수는 1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지출 한 단위가 증가할 때, 총생산량은 1단위 이상 커진다는 것이다.
2012년 당시, 그리스 등 남유럽국가들의 경제위기 원인으로 '과도한 정부부채'가 지목되고 있었다.
당시 세계 경제학계는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부채 감축이 필요하다'"(긴축정책 필요)을 주장하는 쪽과 "확장적 통화 ·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성장정책 필요)고 주장하는 쪽으로 나뉘어 있었다. 특히 유럽경제의 경우 그리스 · 스페인 등의 과도한 정부부채가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Olivier Blanchard가 이끄는 IMF 연구팀은 "재정긴축을 시행한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였다."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큰 주목을 끈것이다.
2012년 10월 당시 본 블로그를 통해 IMF의 보고서를 소개한적이 있다.(참고글 :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2012.10.20) 이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1번 그림 : X축은 재정긴축 정도를 나타낸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재정긴축 정책 시행. Y축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오류'(실제 성장률 - 성장률 전망치)를 나타낸다. Y축이 음(-)의 값을 기록했다는 것은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비해 낮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음을 뜻한다.
2번 그림 : 재정긴축 시행에 따라 투자 · GDP · 민간소비는 감소하고, 실업률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IMF는 2010년 4월 초에 추정한 2010-2011년 사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실제 경제성장률과 다른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도대체 어떤 오류가 있었기에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이 다르게 나왔을까? 혹시 재정정책의 승수를 과소평가한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재정긴축정책을 시행했던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이 큰 괴리를 나타냈기 때문이었다.
첫번째 그림를 보면 재정긴축정책(혹은 재정건전성 정책, Fiscal Consolidation)을 시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국가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오류가 음수(-)로 나온다. 반면, 재정확장정책이 예상됐던 국가들은 양수(+)로 나와 그래프가 우하향 하는 모양이 된다. 쉽게 말해, 재정긴축이 예상됐던 국가들의 실제 경제성장률이 전망했던 것보다 낮게 나온 것이다.
두번째 그래프는 GDP 1% 단위당 재정긴축을 달성할 경우 전망치 오류를 나타내는데, 재정긴축 국가의 투자·GDP·민간소비는 음수(-), 실업률은 양수(+)를 기록했다. 투자·GDP·민간소비는 예측했던 것보다 낮았고 반대로 실업률은 예측보다 높았다는 의미이다.
IMF는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재정정책의 승수는 추정했던 것보다 크다. 우리의 연구결과는 재정정책의 승수가 (추정했던 0.4~1.2가 아닌) 0.9~1.7 범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나 상당한 수준의 경제침체·유동성함정에 빠진 통화정책·많은 국가들이 동시에 재정축소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재정정책의 승수는 1보다 클 것이다" 라고 말한다 7.
그 뿐이 아니다. 세계경제전망보고서 발행을 주도한 Olivier Blanchard는 "경제를 침체로 이끄는 건 재정긴축이다.(Those forces pulling growth down in advanced economies are fiscal consolidation and a still-weak financial system.) 경제성장을 이끄는 건 확장적 통화정책이다"(The main force pulling growth up is accommodative monetary policy.) 라고 직접적으로 밝혔다. 또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고 신뢰가 낮고 금융부문이 취약한 상황에서 재정건전성 달성은 실망스런 경제성장과 침체를 동반시킨다"고 말한다. 그리고 "공공부채 증가로 인해 예상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이 요구된다" 8라고 단호히 이야기하고 있다.
※ 물가안정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안정도 중요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의 중요성
Olivier Blanchard는 "신흥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안정도 중요하다." 라고 말한다. 미국 Fed는 통화정책을 고려할때 굳이 외환시장을 생각치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신흥국들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신흥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기준금리를 올리면 통화가치가 상승하는데, 신흥국 통화가치 변화는 경제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바로, '신흥국들은 주로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가 유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다룬 글들을 통해서 수차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신흥국들의 통화는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자금을 빌릴때는 주로 달러화 · 유로화 등을 이용한다. 즉, 신흥국들 대차대조표상에 있는 부채가 외국통화로 표기되어 있는데,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대차대조표상 부채크기가 증가하여 문제를 일으킨다.
이때,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를 변동시키는 주된 요인은 '급격한 자본이동'(sharp shifts in capital flow)이다. 신흥국이 차입한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간다면, 신흥국 통화가치는 크게 하락한다. 따라서, Olivier Blanchard는 '자본이동을 감시하는 거시건전성 정책(Macroprudentail Policy)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는 IMF Blog에 기고한 글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다를 것이다>(<Monetary Policy Will Never Be the Same>을 통해, "거시건전성 감독정책 덕분에 급격한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충격은 1997년과 달리 제한적이다.(Thanks to macroprudential measures, (..) foreign exchange exposure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is much more limited than it was in previous crises.) 라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서 '자본이동을 통제'(capital control)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다. "급격한 자본이동을 막기위해, '금리정책 + 외환시장개입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 + 자본통제'가 함께 사용되면 '급격한 환율변동을 제한' 할 수 있다."(the joint use of the policy rate, foreign exchange intervention, macroprudential measures, and capital controls. (...) Foreign exchange intervention, capital controls, and macro prudential tools can, at least in principle, limit movements in exchange rates)
Blanchard가 이 글에서만 '자본이동 통제'(capital control)을 말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줄곧 소개한) 2010년 보고서 <거시경제정책 다시 생각해보기>(Rethinking Macroeconomic Policy) 에서도 그는 "불완전 자본이동(imperfect capital mobility)이 신흥국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at least in the short term, imperfect capital mobility endows central banks with a second instrument in the form of reserve accumulation and sterilized intervention.) 라고 말한다.
또한, IMF는 2012년 3월 'Institutional View'를 통해,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기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자본이동 통제(capital flow managemnet)가 유용할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For countries that have to manage the risks associated with inflow surges or disruptive outflows, a key role needs to be played by macroeconomic policies, as well as by sound financial supervision and regulation, and strong institutions. In certain circumstances, capital flow management measures can be useful. They should not, however, substitute for warranted macroeconomic adjustment.)
비록 Blanchard나 IMF가 '최후의 수단'으로 자본통제를 이야기 하고 있긴 하지만, '금융자유화'와 '금융시장 개방'을 내세우던 20년 전 IMF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위기와 맞서 싸운 경제학자 (Olivier Blanchard - IMF’s Crisis-Fighting Chief Economist)
학계에 있을 당시의 Olivier Blanchard는 엄격한 재정관리를 주장하는 학자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2008 금융위기(Great Recession) 라는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은 이후, 그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을 전세계에 계속해서 주문하였다. 글의 맨 앞서 이야기했듯이, <WSJ>은 이런 그를 두고 '위기와 맞선 경제학자'(IMF’s Crisis-Fighting Chief Economist) 9 이라 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4년 9월, 그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글을 기고했다. 제목은 <위기는 어디에 숨어있는가>(<Where Danger Lurks>). 그의 글을 의역 · 요약하여 소개한다.
2008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현대 거시경제학자들은 '경기변동'(fluctuations)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1980년대 이래, 거시경제학의 기본가정은 '경기변동의 선형성'(linearity) 이었죠. 경기변동이 선형적이라면, 생산과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경제는 금방 균형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naturally returning to its steady state over time.)
자그마한 외부충격-부동산가격 하락 등-이 거시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비선형적 상황'(non-linearity)은 중요하게 고려치 않았습니다. 그 결과, 이제 경기변동을 뜻하는 단어로 fluctuations 보다는 (균형을 찾아간다는 뜻을 내포한) business cycle 을 쓰게 되었죠.
실제로 1980년대 이래, 선진국 경제는 생산, 고용, 물가 등의 변동이 심하지 않은 '대완화기'(Great Moderation)를 경험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거시경제학 지식을 활용하여 경기를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다!" 라는 확신을 가지게 만들었죠. 물론, 작은 충격이 거시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비선형적 상황'(non-linearity)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건, 거시경제학 지식을 활용하여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예금대량인출사태'(bank runs)는 "은행에 저축해 둔 내 돈을 회수 못할 수도 있다" 라는 작은 생각변화가 불러오는 것이죠. 그렇지만 '예금자 보험제도' 덕분에 대량인출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졌습니다. 1997년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외환위기는 그저 신흥국에서 발생한 사건으로만 인식됐습니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조절하여 통화정책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금리를 0% 밑으로 내릴 수 없다면, 통화정책은 무용지물이 되죠. 2008년 이전 세계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리를 0% 밑으로 내릴 수 없는 문제'(zero lower bound)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다시말해, 2008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거시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 'dark corners'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당시 경제상태는 dark corners와 거리가 있었고, 설령 dark corners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거시경제학 지식을 활용하여 금방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2008 금융위기는 '우리 생각보다 dark corners는 가까이에 있었고 더 어두웠다." 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The main lesson of the crisis is that we were much closer to those dark corners than we thought—and the corners were even darker than we had thought too.)
위기 이후 시행된 확장적 통화정책은 총수요 하락과 경제위축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총수요를 진작시키려는 재정정책은 정부부채 비율만 증가시켜 부도위험을 키웠죠.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0%대 까지 내리면서 경제를 살리려 했으나, '금리를 0% 밑으로 내릴 수 없는 문제'(zero lower bound)에 도달하고 말았죠. 이 문제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2008 금융위기가 경제학자들과 정책결정권자들에게 전해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dark corners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써라" (The crisis has one obvious policy implication: Authorities should make it one of the major objectives of policy—macroeconomic, financial regulatory, or macroprudential—to stay further away from the dark corners.)
위기 이후 경제학자들과 정책결정권자들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시작했습니다. 은행 자본비율을 상향조정하고 규제를 강화해 나갔죠. 'Zero Lower Bound'라는 통화정책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여러가지 대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계에서는 '비선형성'(non-linearity)을 인식하고 그것이 가져올 위험에 대해 이론적, 실증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2008 금융위기는 분명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위기 덕분에 거시경제학 이론적 논의와 실제 정책이 가까워 질 수 있었죠. 또한, 2008 금융위기는 거시경제학계에 중요한 교훈을 전해줬습니다. "dark corners에서 벗어나라" (The main policy lesson is a simple one: Stay away from dark corners.)
Olivier Blanchard. 'Where Danger Lurks'. 2014.09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서 '경제위기와 맞선' Olivier Blanchard의 퇴임 소식이 알려지자 수 많은 경제학자들과 기자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The Economist>는 "(Blanchard의 새로운 직장인) 피터슨연구소의 이익은 IMF의 손실이다. IMF는 Blanchard처럼 지적으로 진지하고 유연한 사람을 구하는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Peterson's gain is the IMF's loss; the Fund will struggle to find someone as intellectually serious and flexible as Mr Blanchard.) 라고 말하며, 그의 퇴임을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있다.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날 언젠가, 우리는 Olivier Blanchard에게 다시 고마움을 표하고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IMF. 'IMF Economic Counsellor and Director of Research Olivier Blanchard To Retire from the Fund'. 2015.05.14
IMF. 2012.10. 'Coping with High Debt and Sluggish Growth'. World Economic Outlook October 2012
Olivier Blanchard's IMF Blog Posts
Olivier Blanchard. 2010.02. 'Rethinking Macroeconomic Policy', IMF Staff Position Note
Olivier Blanchard, Daniel Leigh. 2013. 'Growth Forecast Errors and Fiscal Multipliers'. IMF Working Paper
Olivier Blanchard. 2013.11. 'Monetary Policy Will Never Be the Same'.
Olivier Blanchard. 2014.09. 'Where Danger Lurks'
The Economist. 'Tide barriers'. 2012.10.06
The Economist. 'No short cuts'. 2012.10.27
The Economist. 'The IMF - A nimble mind'. 2015.05.14
Wall Street Journal. 'Olivier Blanchard, IMF’s Crisis-Fighting Chief Economist, Is Leaving for the Peterson Institute'. 2015.05.14
- 'IMF Economic Counsellor and Director of Research Olivier Blanchard To Retire from the Fund'. 2015.05.14 http://www.imf.org/external/np/sec/pr/2015/pr15219.htm [본문으로]
- 'Olivier Blanchard, IMF’s Crisis-Fighting Chief Economist, Is Leaving for the Peterson Institute'. 2015.05.14. http://blogs.wsj.com/economics/2015/05/14/olivier-blanchard-imfs-crisis-fighting-chief-economist-is-leaving-for-the-peterson-institute/ [본문으로]
-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 IMF Staff Discussion Note. 'Rethinking Macroeconomic Policy'. 2010.02.12. https://www.imf.org/external/pubs/ft/spn/2010/spn1003.pdf [본문으로]
- 물론, 실제 학계 논의는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 대공황 당시 재정정책의 효과와 통화정책의 역할에 대해서는 수많은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 [본문으로]
- '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 2013.08.23 http://joohyeon.com/162 [본문으로]
- What Does This Say about Actual Fiscal Multipliers? These results suggest that actual fiscal multipliers were larger than forecasters assumed. But what did forecasters assume about fiscal multipliers? Answering this question is complicated by the fact that not all forecasters make these assumptions explicit. Nevertheless, a number of policy documents, including IMF staff reports, suggest that fiscal multipliers used in the forecasting process are about 0.5. In line with these assumptions, earlier analysis by the IMF staff suggests that, on average, fiscal multipliers were near 0.5 in advanced economies during the three decades leading up to 2009. If the multipliers underlying the growth forecasts were about 0.5, as this informal evidence suggests, our results indicate that multipliers have actually been in the 0.9 to 1.7 range since the Great Recession. This finding is consistent with research suggesting that in today’s environment of substantial economic slack, monetary policy constrained by the zero lower bound, and synchronized fiscal adjustment across numerous economies, multipliers may be well above 1 (Auerbach and Gorodnichenko, 2012; Batini, Callegari, and Melina, 2012; IMF, 2012b; Woodford, 2011; and others). More work on how fiscal multipliers depend on time and economic conditions is warranted. (43) [본문으로]
- Those forces pulling growth down in advanced economies are fiscal consolidation and a still-weak financial system. In most countries, fiscal consolidation is proceeding according to plan. While this consolidation is needed, there is no question that it is weighing on demand, and the evidence increasingly suggests that, in the current environment, the fiscal multipliers are large. The financial system is still not functioning efficiently. In many countries, banks are still weak, and their positions are made worse by low growth. As a result, many borrowers still face tight borrowing conditions. The main force pulling growth up is accommodative monetary policy. Central banks continue not only to maintain very low policy rates, but also to experiment with programs aimed at decreasing rates in particular markets, at helping particular categories of borrowers, or at helping financial intermediation in general. (...) Many governments have started in earnest to reduce excessive deficits, but because uncertainty is high, confidence is low, and financial sectors are weak, the significant fiscal achievements have been accompanied by disappointing growth or recessions. (...) Reducing the risks to the medium-term outlook presaged by the public debt overhang in the major advanced economies will require supportive monetary policies and appropriate structural reforms (Chapter 3), as well as careful fiscal policy. [본문으로]
- 'Olivier Blanchard, IMF’s Crisis-Fighting Chief Economist, Is Leaving for the Peterson Institute'. 2015.05.14. http://blogs.wsj.com/economics/2015/05/14/olivier-blanchard-imfs-crisis-fighting-chief-economist-is-leaving-for-the-peterson-institute/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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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1. 29. 21:28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지난글 '[이력현상 ①-1]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1980년대 유럽, 실업률이 영구히 높아지다'에서는 '이력현상' 1(hysteresis)의 원인을 '총수요부문'에서 찾는 경제학자 Laurence Ball의 연구를 살펴보았다.
그는 1999년 논문 <Aggregate Demand and Long-Run Unemployment>를 통해,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결과, 1980년대 유럽의 실업률이 영구적으로 상승하여 고착화 되었다", "중앙은행이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경제위기에 맞서지 않는다면, 경기침체는 더 깊어질 뿐 아니라 실업률 또한 영구적으로 상승한다."고 말하며, '경기침체기 확장적 통화정책의 유용성'을 주장했다.
그렇다면 '2008 금융위기'가 불러온 경기침체를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1980년대 유럽과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 BIS : 경제위기 탈출에 확장정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구조개혁을 해야한다
지금도 '2008 금융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오가고 있다. 논쟁의 요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개혁을 실시해야 한다' vs '지금 당장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므로 확장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다. 이러한 논쟁은 본 블로그를 통해 여러차례 소개한적이 있다.
● '성장 vs 긴축' 논쟁
'정부부채와 경제성장의 관계 - a Magic Threshold는 존재하는가'.
● 'Fed vs BIS' 논쟁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①] 금융발전이 전세계적으로 리스크를 키우지 않았을까?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②] 2008년 이후의 통화정책, 리스크추구 행위를 유발하다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③]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자산시장 거품(boom)을 만들고 있을까?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④]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 - Fed & Krugman vs BIS & Rajan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④]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 - Fed & Krugman vs BIS & Rajan'에서 다룬 BIS의 주장이다. BIS는 "2008 금융위기 이후 확장적 통화정책을 6년이나 시행했음에도 경제회복 속도가 느릴 뿐더러, '위기 이전 경제성장 추세선'(pre-crisis trend)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통화정책 무용론'을 말한다. 논쟁이해를 위해 이전글에서 다루었던 BIS 주장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이전글에서 그대로 재인용)
- 출처 : BIS.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 48
- 왼쪽 그림 : 금융위기를 맞아 추락했던 GDP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이전부터 있어왔던 추세선(Trend)으로 복귀한다.
- 오른쪽 그림 : 금융위기를 맞아 추락한 GDP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전부터 있어왔던 추세선(Trend)으로 복귀하지 못한다. 대신, 새로운 추세선(Trend after crisis)을 만들어 내는데, 새로운 추세선은 이전 추세선에 비해 낮은 GDP를 기록한다.(a new trend is permanently lower than the pre-crisis trend.)
- 쉽게 말해, 오른쪽 그림은 '금융위기의 충격이 경제성장을 영구히 손상시킨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 BIS는 현재 경제상황이 오른쪽 그림과 같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2가지 요인들로 인해 '이전 추세선에 비해 영구히 손상된 새로운 추세선'이 만들어졌다면, 정책당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BIS는 '이전 추세선에 비해 영구히 손상된 새로운 추세선'이 정책시행에 주는 2가지 함의를 말한다.
- 금융위기는 잠재GDP 수준을 영구히 손상시켰다. 따라서, '금융위기 이전 경제성장률'을 정책의 기준으로 삼으면 안된다.(it would be a mistake to extrapolate pre-crisis average growth rates to estimate the amount of slack in the economy.)
- 통화정책이 경제안정화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root causes)를 다루어야한다. (즉, 구조개혁을 해야한다는 의미) (While expansionary macro policies were instrumental in stabilising the global economy, the recovery path of individual countries also depended on their ability to tackle the root causes of the balance sheet recession.)
- 지난 6년간 확장정책을 썼음에도 '위기 이전 경제성장 추세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통화정책 효과가 없음을 보여준다.
-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 추세선은 영구히 변했다.
- 따라서, 통화정책으로 추세선을 다시 되돌리는건 애시당초 불가능했을 뿐더러, 위기 이전 추세선을 기준으로 삼고 통화 · 재정정책을 계속해서 쓴다면 문제가 생긴다.
-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 추세선이 영구히 변한 이유는 과다한 공공부채 · 부실금융부문으로 인한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때문이다.
- 따라서, 이러한 근본원인을 해결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 '이력현상'을 막으려면 공격적인 확장정책이 필요하다
※ 대침체로 인한 장기적손상 1
(the long-term damage from the Great Recession)
본래 '이력현상'(hysteresis)이란 '경기침체가 자연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을 묘사할 때 쓰이는 개념이다. '경기침체 등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실업이 경기가 회복되어도 다시 줄어들지 않고 높은 수준으로 고착화' 되어서,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게된다.
그렇다면 '경기침체가 잠재산출량(potential output)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할 때도 '이력현상' 개념이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경기침체로 인해 줄어든 실제산출량(actual output)이 고착화되어 잠재산출량(potential output)마저 축소'된다면 이는 이력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Laurence Ball은 "심각한 경기침체는 여러 경로를 통해 3 잠재산출량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경기침체는 경제의 잠재산출량을 축소시킨다. 4" 라고 말한다. 경기침체는 단기적인 경기변동이고 잠재산출량은 장기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이는 '대침체가 경제에 장기적손상을 주었다.'(the long-term damage from the Great Recession)로 해석될 수 있다.
Laurence Ball은 세계 각국의 실제산출량(Y, actual output) · 잠재산출량(Y*, potential output) ·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 추세선(Y**, pre-crisis trend)을 비교하여 대침체가 끼친 영향을 보여준다.
- 미국의 실제산출량(Y, actual output) · 잠재산출량(Y*, potential output) ·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 추세선(Y**, pre-crisis trend)
- 2007년-2008년 즈음하여 실제산출량이 눈에 띄게 하락한 모습을 볼 수 있다.
- 잠재산출량 또한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 보다 적은 값을 나타낸다.
- 게다가 '잠재산출량의 증가세마저 둔화'된 모습(빨간선의 기울기가 완만해짐)을 알 수 있다.
- 그 결과, 잠재산출량의 추세선(빨간선)은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 추세선을 따라가지 못하고 아래에 놓여있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미국의 실제산출량(Y, actual output) · 잠재산출량(Y*, potential output) ·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 추세선(Y**, pre-crisis trend) 을 보여준다. ① 2007년-2008년 즈음하여 실제산출량이 눈에 띄게 하락한 모습을 볼 수 있다. ② 잠재산출량 또한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 보다 적은 값을 나타낸다. ③ 게다가 '잠재산출량의 증가세마저 둔화'된 모습(빨간선의 기울기가 완만해짐)을 알 수 있다. ④ 그 결과, 잠재산출량의 추세선(빨간선)은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 추세선을 따라가지 못하고 아래에 놓여있다.
정확한 수치를 살펴보자. 2013년 기준, '잠재산출량과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의 차이'는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의 4.7%에 달한다. (말이 조금 이상한데;;;) 즉, '잠재산출량 손실크기'(the loss of potential output)는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의 4.7% 이다. 그리고 '실제산출량과 잠재산출량의 차이'는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의 3.4%이다. 실제산출량이 잠재산출량에 미달되는 침체갭 상태인 것이다. 5
- 세계 각국의 '잠재산출량'과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의 차이 (즉, 잠재산출량 손실크기-Loss of Potential Output)
- 그리스 · 아일랜드 · 스페인 등 떠들썩했던(?) 국가들의 잠재산출량 손실크기이 비교적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aurence Ball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 다른 국가들의 실제산출량(Y, actual output) · 잠재산출량(Y*, potential output) ·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 추세선(Y**, pre-crisis trend)도 살펴보았다.(Figure1처럼 그려진 세계 각국의 그래프는 Working Paper 15-20 참고)
위에 첨부한 그래프를 살펴보면 그리스 · 아일랜드 · 스페인 등 떠들썩했던(?) 국가들의 잠재산출량 손실크기가 비교적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잠재산출량 손실크기의 평균은 2013년 기준 경제위기가 없었을시 잠재산출량의 7.3%이고, 2015년에는 8.4%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대침체로 인한 장기적손상 2
(the long-term damage from the Great Recession)
● 실제산출량이 많이 감소한 국가일수록 잠재산출량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 실제산출량 손실크기(loss of actual output)와 잠재산출량 손실크기(loss of potential output)가 양(+)의 관계를 띄고 있다.
- 즉, 실제산출량 손실크기가 클수록 잠재산출량 손실크기도 크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에서 실제산출량 손실크기(loss of actual output)와 잠재산출량 손실크기(loss of potential output)이 양(+)의 관계를 띄고 있다. 즉, 실제산출량 손실크기가 클수록 잠재산출량 손실크기도 크다.
다시 반복하지만, 실제산출량은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영향을 받고, 잠재산출량은 장기적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실제산출량 손실크기와 잠재산출량 손실크기가 양(+)의 관계를 띄고 있다는 사실은 '경기침체로 인한 실제산출량 감소가 잠재산출량 감소에도 영향'을 줬음을 보여준다.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주는 '이력현상'(hysteresis)이 관찰된 것이다. 6
● 잠재산출량의 증가세가 둔화된다면 잠재산출량 손실은 더욱 더 커진다
- Y축의 'Growth Depressoion'은 (경기침체 이전의 잠재산출량 증가율) - (2014년~2015년 동안의 잠재산출량 증가율)을 나타낸다.
- 즉, Y축 'Growth Depression'이 높은 값을 기록하는 국가일수록, 대침체 이후 잠재산출량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다.
- '잠재산출량 증가율 하락'과 '잠재산출량 손실크기'는 양(+)의 관계를 띄고 있다. 즉, 잠재산출량 증가율이 크게 하락한 국가일수록 앞으로의 잠재산출량 손실크기도 커지게된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의 Y축 'Growth Depressoion'은 (경기침체 이전의 잠재산출량 증가율) - (2014년~2015년 동안의 잠재산출량 증가율)을 나타낸다. 즉, Y축 'Growth Depression'이 높은 값을 기록하는 국가일수록, 대침체 이후 잠재산출량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다.
따라서, 이 그래프는 '경기침체 이후 잠재산출량 증가율의 하락정도'(Growth Depression)와 '잠재산출량 손실크기'(loss of potential output)가 양(+)의 관계임을 보여준다. 즉, 잠재산출량 증가율 하락정도가 클수록 잠재산출량 손실크기도 커진 것이다.
대침체 이후 '잠재산출량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잠재산출량'은 '경제위기가 없었을시의 잠재산출량' 보다 계속해서 낮은 값을 가지게 될 것이다 7. 증가율에서 차이가 나면 격차가 매년 벌어지는 원리이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살펴보자. 대침체 이전 세계 각국의 평균 잠재산출량 증가율(growth rate of potential)은 2.4% 였지만, 2014년-2015년 평균 잠재산출량 증가율은 1.7%로 예측되고 있다. 대침체 이전과 이후의 잠재산출량 증가율 차이가 0.7% 인 것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의 잠재산출량 수준(level of potential)은 경제위기 이전 잠재산출량 수준에 비해 매년 0.7%씩 하락하게 된다. 8
이러한 2가지 특징을 정리해보자.
- 세계 각국의 잠재산출량 감소크기(loss of actual output)는 실제산출량 하락 크기(loss of potential output)와 비슷하다. 이는 2008 금융위기로 인한 대침체동안 '이력현상'(hysteresis)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9
- 오늘날 잠재산출량 증가율(growth rate of potential output)은 2008년 이전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러한 증가율 하락은 '앞으로의 잠재산출량 수준'(level of potential output)이 '경제위기가 없었을시의 잠재산출량 수준'보다 추가적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10
※ 강력한 확장정책의 필요성
2008 금융위기로 시작된 대침체는 ① 실제산출량 뿐만 아니라 잠재산출량에도 악영향을 미쳤으며, ② 잠재산출량 증가율 하락도 초래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잠재산출량 수준도 계속해서 낮아질것으로 예측된다. 결론적으로, 대침체를 경험한 국가들은 (단기적인 경기변동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손상도 입게되었다.
(Consequently, the countries with the deepest recessions have also experienced the greatest long-term damage.)
Laurence Ball은 '장기적인 손상'을 치유하기 위해 강력한 확장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만약 정책결정권자가 강력한 경제적 확장정책을 시행할 경우, 이력현상이 반대방향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방향으로의 이력현상'이란 경기확장이 장기적인 잠재산출량 또한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확장정책으로 경제가 확장될 때 '반대방향의 이력현상'이 항상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Laurence Ball은 "(경기확장 덕분에) 자본량이 증가하게 되고, 일자리를 구하기 쉬워져서 근로자들의 경제활동 참가가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강력한 확장정책은 잠재산출량을 경제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 이것이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확장정책은 잠재산출량 증가율이 하락하는 추세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대침체로 인한 손상은 계속해서 커지지는 않을 것이다." 11 라고 말하며, '강력한 확장정책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 '이력현상'의 발생경로는?
지난글 '[이력현상 ①-1]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1980년대 유럽, 실업률이 영구히 높아지다'와 이번글에서는 '총수요정책과 이력현상의 관계'를 이야기했다. "강력한 확장정책을 구사할경우 이력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논지였다.
그렇지만 정작 "어떠한 경로를 통해 경기침체가 장기적인 손상을 안겨주는 것인가?"는 다루지 않았다. 다음글에서는 '내부자-외부자 모델', '노동시장 경직성', '인적자본의 손실', '장기실업자에 대한 낙인효과' 등등 일시적으로 증가한 실업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된 원인에 대해 자세히 다룰 것이다.
- 경기침체 등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실업이 경기가 회복되어도 다시 줄어들지 않고 높은 수준으로 고착되는 현상 [본문으로]
- Can policymakers repair the damage from the Great Recession? Once again, the answer is not clear, but I believe that hysteresis effects can work in reverse if macroeconomic policy creates a strong economic expansion. Procyclical investment would increase the capital stock, plentiful job opportunities would increase workers’ attachment to the labour force, and so on. My past research finds that expansionary policy can reduce the natural rate of unemployment (Ball 2009). Today, a strong expansion might push potential output back toward its pre-crisis path. Failing that, the expansion might at least reverse declines in the growth rate of potential, so the damage from the Great Recession does not continue to grow. (VoxEU. 'The Great Recession’s long-term damage'. 2014.07.01) [본문으로]
- 이러한 경로가 무엇인지는 '총공급부문에서의 이력현상'(hysteresis) 발생원인'을 다루는 글에서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본문으로]
- This textbook theory is called into question by Cerra and Saxena (2008), Reinhart and Rogoff(2009), and IMF (2009). These studies examine deep recessions around the world and find highly persistent effects on output. Haltmaier (2012) and Reifschneider et al (2013) argue that these effects occur because a recession reduces an economy’s potential output. Potential output falls because a recession reduces capital accumulation, leaves scars on workers who lose their jobs, and disrupts the economic activities that produce technological progress. Some economists use the term “hysteresis” for these long-term effects of recessions (Blanchard and Summers, 1986). (1) [본문으로]
- In 2013, the difference between y** and y* in the United States was 0.048, and the difference between y* and y was 0.036. The difference between the levels of Y** and Y*--the loss of potential output relative to its pre-crisis path--was 4.7% of Y**. The difference between Y* and Y--the current gap between potential and actual output--was 3.4% of Y**. According to current OECD forecasts, the loss of potential output will grow to 5.3% in 2015 while the output gap will fall to 1.9%. (I compute exact percentage losses because, for some countries considered below, the losses are large enough to make approximation by log differences inaccurate.) (6) [본문으로]
- Actual vs. Potential Output In most countries, the deviations of potential output from its pre-crisis path are smaller than the deviations of actual output from the same path, but only by modest amounts. We can see this in Figure 2: for most countries, the line for y* is not far above the line for y. Figure 5 makes this point by plotting each country’s percentage deviation of Y* from Y** against its deviation of Y from Y**, both in 2015. In this graph, many countries are close to the 45 degree line. According to these results, hysteresis has been remarkably strong during the Great Recession. In many countries, as the recession has pushed actual output below its pre-crisis trend, the effect on potential output has been almost one-for-one. Averaging across the 23 countries, actual output, Y, is 9.74% below Y** in 2013. This deviation from the pre-crisis trend is the sum of a 7.18% loss of potential output and a 2.56% gap between the current levels of potential and actual output (both measured as percentages of Y**). In 2015, the deviation of Y from Y** is 9.87%, split into a 8.38% loss of potential and a 1.49% gap between potential and actual output. (6) [본문으로]
- In Ireland, the May 2014 Outlook predicts that potential will grow at an average rate of only 0.9% over 2014-2015, compared to a 5.8% growth rate in the pre-crisis data for 2001-2009. In Greece, the predicted growth rate is -0.2% for 2014-2015, compared to 4.0% in the pre-crisis data. In these countries, if potential growth rates remain at current depressed levels, then the losses of potential output relative to pre-crisis trends will grow rapidly over time. (7) [본문으로]
- Averaged across countries, the pre-crisis growth rate of potential over 2001-2009 is 2.4%, and the predicted growth rate over 2014-15 is 1.7%. The difference between these two rates, 0.7%, is the average growth depression. If potential output continues to grow at the rates predicted for 2014- 2015, the level of potential in the average country will fall below its pre-crisis path by an additional 0.7 percentage points per year. (7) [본문으로]
- First, in most countries the loss of potential output is almost as large as the shortfall of actual output from its pre-crisis trend. This finding implies that hysteresis effects have been very strong during the Great Recession. (2) [본문으로]
- Second, in the countries hit hardest by the recession, the growth rate of potential output is significantly lower today than it was before 2008. This growth slowdown means that the level of potential output is likely to fall even farther below its pre-crisis trend in the years to come. (2) [본문으로]
- On the other hand, if policymakers can somehow create a strong economic expansion, hysteresis might work in reverse. Procyclical investment could increase the capital stock; plentiful job opportunities could increase workers’ attachment to the labor force; and so on. Perhaps a strong expansion could push potential output back toward its pre-crisis path. Failing that, the expansion might at least reverse declines in the growth rate of potential, so the damage from the Great Recession does not continue to grow. (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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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1. 13. 00:36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 - Fed & Krugman vs BIS & Rajan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15년 현재까지 반복되어온 논쟁의 핵심은 'Fed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이 경기침체 탈출에 도움이 되는가, 오히려 금융시장 리스크를 키우고 거품을 만드는 것 아닌가' 이다.
우선,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 이후 시행되었던 Fed의 통화정책이 적절했느냐'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오갔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테일러준칙'Taylor Rule을 만든) 경제학자 John Taylor는 "2000년대 Fed의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부동산시장 거품이 생겨났다."라고 말하며 당시 Fed의 통화정책을 비판한다. 또한 現 인도중앙은행 총재이자 前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Raghuram Rajan은 "금융위기 이전 Fed의 초저금리 정책이 금융시장 리스크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1 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 대해 前 Fed 의장 Ben Bernanke는 "2000년대 초반 미국 부동산시장 거품은 Fed의 저금리정책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2 라고 반박하면서,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으로 인해 부동산시장 거품이 생겨난 것이다." 3 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쟁은 '2008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Fed의 초저금리 정책이 문제를 초래하지 않을까?' 라는 모습으로, 2015년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은 "현재 Fed의 통화정책은 리스크추구 행위를 유발하고 있으며 4, 자산시장 거품을 만들 수 있으므로 확장적 통화정책이 초래하는 비용을 면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5" 라고 말한다. 그러나 Fed는 "통화정책은 전체 거시경제를 위한 것이고, 현재와 같은 통화정책이 없었다면 금융불안정은 더욱 더 커졌을 것" 이라고 반박한다.
논점을 명확히 하여 어떤 주장이 오고가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오늘날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의 요점은 크게 3가지이다.
- 통화정책 · 재정정책 무용론
- 미국 Fed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미치는 악영향
- 금융안정에 있어 통화정책과 중앙은행의 역할
前 Fed 의장 Ben Bernanke, 現 Fed 의장 Janet Yellen과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Fed의 통화정책을 긍정'하고 있다. 그러나 BIS소속 Claudio Borio, 신현송과 인도중앙은행 총재 Raghuram Rajan은 'Fed의 통화정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치 'Fed vs BIS' 처럼 보이는 논쟁구도이다. 이번글에서는 양쪽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 Fed의 통화정책은 문제가 없다 - Fed & Paul Krugman
- 왼쪽 : 前 Fed 의장 Ben Bernanke (2006-2014)
- 가운데 : 現 Fed 의장 Janet Yellen (2014- )
- 오른쪽 : 경제학자 Paul Krugman
● Fed의 통화정책은 금융불안정을 초래한다 - BIS & Raghuram Rajan
- 왼쪽 : BIS 통화결제국장 Claudia Borio
- 가운데 : BIS 조사국장 신현송
- 오른쪽 : 인도중앙은행 총재 Raghuram Rajan
※ 통화정책 무용론
- 구조개혁 vs 통화정책
● BIS : 경제위기 탈출에 통화정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구조개혁을 해야한다
- 출처 : BIS.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 44
- 왼쪽 그림 : 세계 각국의 2014년 1분기 실질GDP를 나타낸다.
- 오른쪽 그림 : 세계 각국의 2014년 1분기 노동생산성을 나타낸다.
-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주황색 점으로 표시된 '금융위기 이전 추세선과 현재의 차이'(Versus pre-crisis trend) 이다.
- 2014년 1분기 실질GDP · 노동생산성 모두 '금융위기 이전 추세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③]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자산시장 거품(boom)을 만들고 있을까?'를 통해, Fed의 통화정책을 비판하는 BIS 주장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BIS는 '통화정책 무용론' (①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경제위기 탈출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을 이야기한다.
근거가 무엇일까? BIS는 "2008 금융위기 이후 확장적 통화정책을 6년이나 시행했음에도 경제회복 속도가 느릴 뿐더러, '위기 이전 경제성장 추세선'(pre-crisis trend)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라고 말한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를 살펴보면, 2014년 1분기 실질GDP · 노동생산성 모두 '금융위기 이전 추세선'(주황색 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위기 이전 경제성장 추세선'과 '현재 경제성장 추세선' 비교를 위해, 좀 더 한 눈에 보이는 그래프를 살펴보자.
- 출처 : BIS.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 48
- 왼쪽 그림 : 금융위기를 맞아 추락했던 GDP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이전부터 있어왔던 추세선(Trend)으로 복귀한다.
- 오른쪽 그림 : 금융위기를 맞아 추락한 GDP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전부터 있어왔던 추세선(Trend)으로 복귀하지 못한다. 대신, 새로운 추세선(Trend after crisis)을 만들어 내는데, 새로운 추세선은 이전 추세선에 비해 낮은 GDP를 기록한다.(a new trend is permanently lower than the pre-crisis trend.)
- 쉽게 말해, 오른쪽 그림은 '금융위기의 충격이 경제성장을 영구히 손상시킨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 BIS는 현재 경제상황이 오른쪽 그림과 같다고 주장한다.
왼쪽 그림에서, 금융위기를 맞아 추락했던 GDP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이전부터 있어왔던 추세선(Trend)으로 복귀한다. 그러나 오른쪽 그림은 이전부터 있어왔던 추세선(Trend)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새로운 추세선(Trend after crisis)을 만들어내고 있는 GDP 추이를 보여준다. 이때, 새로운 추세선은 금융위기 이전의 추세선보다 낮은 값을 가지는데, 이는 '금융위기 충격이 경제성장을 영구히 손상시킨 모습'(a new trend is permanently lower than the pre-crisis trend.)을 보여준다. BIS는 현재 경제상황이 오른쪽 그림과 같다고 주장한다. 6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BIS는 크게 2가지 요인을 꼽는다.
첫번째는 '과다한 공공부채가 초래하는 악영향'(adverse effects of high public debt). 과다한 공공부채는 조세구조의 왜곡 · 낮은 정부지출 생산성을 뜻한다. 또한, 공공부채 증가는 리스크-프리미엄을 증가시키는데 이는 차입비용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투자지출이 감소하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축시킨다. 7
두번째는 '부실금융부문이 초래하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증가'(increase in resource misallocation).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부실기업이 퇴출되지 않고 시장에 잔존하게 된다. 따라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이 하락한다. 이때, 금융시장 내 부실(the malfunctioning of the banking sector)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더욱 더 커진다.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으려는 부실 금융기관은 부실기업에게까지 대출을 해주어서 이윤을 획득하려 한다. 따라서, 금융시장 내 자원은 비효율적으로 배분된다. BIS는 '1990년대 일본'을 이러한 사례로 든다. "당시 일본이 부실금융부문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결과 부실기업이 시장에 잔존하게 되었고, 이는 경제성장 추세선 하락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8
이러한 2가지 요인들로 인해 '이전 추세선에 비해 영구히 손상된 새로운 추세선'이 만들어졌다면, 정책당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BIS는 '이전 추세선에 비해 영구히 손상된 새로운 추세선'이 정책시행에 주는 2가지 함의를 말한다.
- 금융위기는 잠재GDP 수준을 영구히 손상시켰다. 따라서, '금융위기 이전 경제성장률'을 정책의 기준으로 삼으면 안된다.(it would be a mistake to extrapolate pre-crisis average growth rates to estimate the amount of slack in the economy.)(47)
- 통화정책이 경제안정화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root causes)를 다루어야한다. (즉, 구조개혁을 해야한다는 의미) (While expansionary macro policies were instrumental in stabilising the global economy, the recovery path of individual countries also depended on their ability to tackle the root causes of the balance sheet recession.) (46)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잠재GDP와 경제성장 추세선은 영구히 변했다. 그럼에도 금융위기 이전 경제성장률을 기준으로 삼고, 그 수준으로 돌아가려고 계속해서 확장정책을 펴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BIS는 통화 · 재정정책의 완화정도가 커진다(loose)고 지적한다. 그리고 정말로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공공부채 · 부실금융부문 등을 타겟으로 하는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이 필요하다.
'통화정책 무용론'을 말하는 BIS 주장을 다시 정리한다면,
- 지난 6년간 확장정책을 썼음에도 '위기 이전 경제성장 추세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통화정책 효과가 없음을 보여준다.
-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 추세선은 영구히 변했다.
- 따라서, 통화정책으로 추세선을 다시 되돌리는건 애시당초 불가능했을 뿐더러, 위기 이전 추세선을 기준으로 삼고 통화 · 재정정책을 계속해서 쓴다면 문제가 생긴다.
-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 추세선이 영구히 변한 이유는 과다한 공공부채 · 부실금융부문으로 인한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때문이다.
- 따라서, 이러한 근본원인을 해결하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 Paul Krugman : 통화정책이 무용하다? 우리는 단지 '유동성함정'에 빠진 것일뿐
'통화정책 무용론'과 '구조개혁 필요성'을 말하는 BIS 주장에 대해, Paul Krugman은 "나는 그동안 '명목금리를 0 밑으로 내릴 수 없는 상황'(Zero Lower Bound)에서의 통화정책에 대해 이야기 해왔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내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 주장은 1998년 논문에 기초해 있는데, 내가 그 논문을 가져다주더라도 그들은 그것을 읽지 않을 것이다." 9 라고 말한다. 10
Paul Krugman이 말하는 '1998년 논문'은 바로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을 이야기하는 <It's Baaack: Japan's Slump and the Return of the Liquidity Trap>을 뜻한다. 지난 6년동안 Fed가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회복이 더딘 이유가 무엇일까? Paul Krugman은 '통화정책이란게 본래 효과가 없는 정책인 것이 아니라, 단지 유동성함정에 상황에 빠진 것일뿐' 이라고 말한다.
(주 : 유동성함정 개념은 이전글 '세계경제는 유동성함정에 빠졌는가? -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세히 다룬적이 있습니다. Paul Krugman의 주장을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이전글을 읽기 바랍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0에 가까운 아주 낮은 값이라면, 더 이상 하락할 곳이 없기 때문에 금리인하 경로를 통해 투자와 소비를 증가시키는 건 한계가 있다.
또한 만약 금리가 0에 가까워진다면, 은행들은 (초과)지급준비금을 보유하는 것과 대출에 나서는 것이 무차별하다. '물가안정' 목표에 충실한(responsible) 중앙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올릴지도 모르는데, 지금 현재 낮은 금리수준에서 대출을 해주기보다 (초과)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는 게 향후 이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가 0에 가까워진다면 (초과) 지급준비금과 현금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통화승수(multiplier)는 감소하게 된다. 그 결과, 본원통화(Monetary Base)가 아무리 증가하여도 감소한 통화승수로 인해 통화공급(Money Supply)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무용화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어떻게 해야할까? BIS 주장처럼 '통화정책은 무용하니 더이상의 정책을 쓰지 말아야' 할까? 아니다. Paul Krugman은 오히려 더욱 더 공격적인 확장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중앙은행이 심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유동성함정이 발생하게된 근본원인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credibility) 때문이다. 보통 중앙은행의 신뢰가 문제시 되는 경우는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시킬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할 때이다.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조정능력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유동성함정 하에서 중앙은행의 신뢰 문제는 이와는 정반대이다. 오히려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넘쳐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경제주체들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기 때문에, 현재 통화량을 늘리는 확장적 통화정책이 일시적(transitory)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물가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은 현재 채권보유나 대출을 늘리기보다 화폐(지급준비금)보유를 증대시키는 행위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동성함정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것이라는 믿음'을 경제주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Paul Krugman은 이를 '(물가안정 목표에 대해) 무책임 해질 것을 신뢰성 있게 공언하는 것'(credibly promise to be irresponsible) 이라 표현했다.
- 파란선은 본원통화(Moneytary Base), 빨간선은 화폐 M2 양(Money Supply)을 나타낸다.
- X축은 2007년 1월 1일부터 2014년 10월까지의 기간. Y축은 본원통화와 통화공급량의 % 변화.
- 2008년 이후, 본원통화 공급을 늘려왔음에도 불구하고 통화공급량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또한, 1998년 논문에서 Paul Krugman은 "1990년대 일본의 상황은 부실금융부문의 대출중개기능 손상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유동성함정' 상황이기 때문에 발생한 것" 이라고 주장했었다. 11 그리고 현재에도 문제는 은행부문 부실이 아니라 단지 '유동성함정' 상황일 뿐이다.
만약 은행부문의 부실이 존재한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는 은행은 이윤획득을 위해 위험도가 큰 대출도 서슴없이 해줄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 내 대출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excessive lending).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15년 현재 세계경제는 본원통화 공급을 늘렸음에도 통화공급량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Paul Krugman은 1998년 논문에서 "은행이 과도한 대출을 해준다는 논리와 현재의 신용경색이 어떻게 같이 존재할 수 있느냐?"(How can the logic of excessive lending by banks be reconciled with tales of credit crunch?)(1998년 논문 - 176) 라고 말한다. 지금 현재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따라서, BIS의 주장처럼 부실금융기관이 비효율적 자원배분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유동성함정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Paul Krugman은 '과다한 공공부채 · 부실금융부문 개혁 등 '구조개혁'을 말하는 BIS 주장'도 비판한다. Paul Krugman은 그동안 "과다한 공공부채가 문제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긴축(austerity)은 경제상황을 더욱 더 악화시킨다." 라고 누차 주장해왔다.
(관련글 :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 '정부부채와 경제성장의 관계 - a Magic Threshold는 존재하는가' )
마지막으로,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 추세선은 영구히 변했다. 따라서, 통화정책으로 추세선을 다시 되돌리는건 애시당초 불가능했을 뿐더러, 위기 이전 추세선을 기준으로 삼고 통화 · 재정정책을 계속해서 쓴다면 문제가 생긴다." 라는 BIS 주장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이는 다음글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 미국 Fed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미치는 악영향
2005년 당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서 Fed의 통화정책을 우려스럽게 바라봤던 Raghuram Rajan 12은 현재 인도중앙은행 총재를 맡고 있다. 그는 Fed의 통화정책이 인도 그리고 신흥국에 미치는 파급영향(spillover)을 매우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2014년 4월 10일자 그의 연설 <Competitive Monetary Easing: Is it yesterday once more?>을 살펴보자. (관련기사 ① 13, ② 14, ③ 15)
안녕하세요 여러분. 2008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걱정해야할 필요가 있는 주제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바로, '글로벌 시대의 통화정책 수행'(the conduct of monetary policy in this integrated world) 입니다.
현재 세계경제 상황은 '비전통적 정책을 통한 극단적인 통화완화정책'(extreme monetary easing through unconventional policies)으로 묘사할 수 있습니다. 과다한 부채 · 구조개혁 필요성 등이 세계 각국의 국내수요를 제약하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정책은 국경을 넘어서 파급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때때로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모습으로 나타나죠.
더욱 더 우려스러운 점은, (Fed의 이러한 정책이) 반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경쟁적인 통화완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여기에 뛰어들고 있죠. 전세계 총수요는 더 줄어들었고 더 왜곡됐습니다. 그리고 금융시장 리스크는 증가했죠.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국제적인 규칙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저는 우리가 걱정스러운 사이클에 다시 올라타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다.(I fear we are about to embark on the next leg of a wearisome cycle.) (...)
중요한 것은 '(양적완화 등과 같은 유동성공급 정책이) 계속해서 지속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입니다. 이러한 정책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불명확 합니다. 저의 4가지 우려는 이것입니다.
1. 금융위기의 긴박한 순간을 넘긴 지금, 이러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올바른 도구일까요? 이러한 정책이 경제주체들의 행위를 왜곡시키고 경제회복을 방해하는 것 아닐까요? (2000년대 초반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생긴 경제위기를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나요?
2. 이러한 정책이 시간을 벌었나요? 혹은 중앙은행이 책임 질 것이라는 믿음이 더욱 더 적절한 정책이 시행되는 걸 막지 않았을까요? (주 : 최종대부자 역할을 뜻함)
3. 비전통적 통화정책에서 빠져나오는 건 쉬울까요?
Raghuram Rajan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前 Fed 의장 Ben Bernanke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미국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모두에게 이익이다. 17" (...) "미국이 신흥국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해왔고, 이에 대해 항상 논의해왔다, 18" 라고 말한다. 19
('Fed의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BIS 주장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②] 2008년 이후의 통화정책, 리스크추구 행위를 유발하다' 글의 '※ 신흥국경제에 파급영향를 미치는 Fed의 통화정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통해 더 깊게 다룰 계획이다.)
※ 금융안정에 있어 통화정책과 중앙은행의 역할
'금융안정'(Financial Stability)이란 '금융회사들이 정상적인 자금중개기능을 수행하고,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신뢰가 유지되는 가운데, 금융인프라가 잘 구비되어 있어, 금융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하는 상태' 20를 뜻한다. 말그대로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금융불안정'(Financial Instability)은 이와는 반대로 리스크 증가 · 거품붕괴 등으로 금융시스템이 마비된 상태를 뜻한다.
금융불안정이 생기는걸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세계 각국의 정책당국자들은 금융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macroprudential policy)을 시행 21하고 있다. 거시건전성 정책이란 '자산 대비 부채비율 제한'(LTV, Loan to Value) · '소득 대비 부채비율 제한'(DTI, Debt to Income) · 은행의 자기자본 비율 규제 등등 과도한 차입과 대출을 제한하는 것을 뜻한다.
● BIS : '금융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이 역할을 해야한다
그러나 BIS는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시스템의 복원력(resilience)을 증가시키는데에는 도움이 되긴하지만, (부채증가 · 자산가격의 가파른 상승 등) 금융불균형을 억제하는 데에는 부분적인 효과를 낼 뿐이다. (...) 거시건전성 정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충분치 않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역할을 해야한다." 22 라고 말한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결정되는 기준금리는 전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차입규모 · 대출규모도 통화정책의 영향 아래 놓여있다.
만약 "2008년 이후 Fed의 통화정책은 금융시장 리스크를 키우고 있으며 23, 자산시장 거품을 만들고 있다. 24" 라는 BIS 주장이 옳다면, 현재 Fed는 금융불안정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BIS는 금융안정 달성을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통화정책'이 직접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문한다.
● Fed : 통화정책의 주목적은 '물가안정 · 완전고용달성' - 거시경제안정(Macroeconomic Stability)
現 Fed 의장 Janet Yellen은 이러한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Fed의 통화정책을 비판하는 BIS 보고서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가 나온 4일 뒤(2014년 7월 2일), Janet Yellen은 <Monetary Policy and Financial Stability> 제목의 연설을 통해,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간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Janet Yellen은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금융안정 추구에 있어 거시건전성 접근법과 통화정책 접근법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요?" (...)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를 다루기 위해, 통화정책이 본래의 목적-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를 저는 느끼지 못합니다." 라고 말하며, 금융안정 추구는 통화정책의 주역할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이제 아랫글을 통해 Janet Yellen이 어떤 주장을 했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주 : 내용이해를 돕기 위해 의역과 내용편집이 다수 행해졌습니다.)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Monetary Policy and Financial Stability>)
by Janet Yellen. 2014.07.02
(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을 목표로하는) '거시경제안정'과 '금융안정'의 연관성은 라틴아메리카 부채위기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08 금융위기 · 최근의 유럽경제위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불안정이 고용 · 경제활동 · 물가안정에 미치는 악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국가는 없습니다.
최근의 위기들은 세계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추게 했습니다. Fed 또한 금융안정 모니터링에 큰 힘을 쏟고 있으며, 금융시장 내 시스템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 · 감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앙은행이 구사하는 통화정책의 목표와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고하라는 요구마저 있습니다.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금융안정 추구에 있어 거시건전성 접근법과 통화정책 접근법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요? 저는 오늘 연설을 통해 금융안정을 추구하는 도구로서, 통화정책은 몇가지 제약이 있다는 걸 이야기하려 합니다.
(monetary policy faces significant limitations as a tool to promote financial stability.)
과도한 차입 등의 금융취약을 다루는데 있어서는 규제·감독 접근법(a regulatory or supervisory approach) 만한 것이 없습니다.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금융안정을 달성하려 한다면 (통화정책의 본래 목적인) 물가·고용이 불안정 해질것 입니다. 따라서, 저는 규제·감독을 통한 거시건전성 접근법이 금융안정 달성에 있어 최우선 역할을 해야한다고 믿습니다. (As a result, I believe a macroprudential approach to supervision and regulation needs to play the primary role.)
저는 물론 초저금리 정책이 가져올 잠재적인 위험-금융시장 리스크추구 행위 유발-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한계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 Janet Yellen은 연설의 서두에서 "금융안정을 추구하는 도구로서, 통화정책은 몇가지 제약이 있다." (...) "규제·감독을 통한 거시건전성 접근법이 금융안정 달성에 있어 최우선 역할을 해야한다고 믿는다." 라고 말하며, 통화정책을 통한 금융안정 달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다.
● 금융안정과 물가안정의 균형 맞추기: 최근 과거에서 얻는 교훈
(Balancing Financial Stability with Price Stability: Lessons from the Recent Past) (2쪽)
금융안정 · 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 사이의 연관성을 이야기할 때, 많은 논의들은 이들 목표 사이의 충돌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그렇지만 금융안정 추구가 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에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저축·투자의 효율적인 배분을 만들어내고 이는 경제성장 촉진과 고용증가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고용이 증가한다면 가계와 기업의 살림을 향상시키고, 이는 금융안정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물가안정은 실물경제의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도울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금융안정을 만듭니다.
이러한 보완관계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은 위험추구행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monetary policy has powerful effects on risk taking.) 실제로, 최근 몇년간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가계·기업의 위험추구 유인을 증가시켜서 생산적인 투자에 달려들게 했습니다. (위험추구 유인증가가 이처럼 긍정적인 모습도 있지만) 위험추구행위가 너무 커지게 된다면, 통화정책은 취약한 금융시스템을 초래하겠죠.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으로 인해 통화정책이 주목적인 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에서 벗어날 필요는 없습니다. 통화정책의 주목적에서 이탈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상당히 큽니다. 저는 이러한 비용을 강조함과 동시에 거시건전성 정책 접근법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This possibility does not obviate the need for monetary policy to focus primarily on price stability and full employment--the costs to society in terms of deviations from price stability and full employment that would arise would likely be significant. I will highlight these potential costs and the clear need for a macroprudential policy approach by looking back at the vulnerabilities in the U.S. economy before the crisis.)
→ Janet Yellen은 최근 몇년간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금융시장 리스크를 증가시켜 금융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통화정책이 본래의 목적-물가안정·완전고용-을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다음부분에서 살펴보자.
● 2000년대 중반 되돌아보기
(Looking Back at the Mid-2000s) (4쪽)
그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하였으나, 2000년대 중반 미국에서 금융시장 리스크는 위험수준까지 상승했었습니다. 그 시기에 저를 포함한 정책결정권자들은 주택가격이 과대평가 되었고 곧 하락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하락이 얼마나 클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지만 말이죠. 그리고 주택가격 하락에서 오는 충격이 금융부문과 거시경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도 잘 몰랐습니다.
정책결정권자들은 주택가격 거품 반전이 심각한 금융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반전이 금융시장 내 취약부문 · 정부규제 취약성과 상호작용했기 때문이죠.
당시 민간부문에서 가장 큰 취약점은 과도한 차입 등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공부문에서 취약점은 금융기관 대마불사(SIFIs 25)를 허용한 규제구조(the regulatory structure) · 전반적인 감독에서 벗어난 시장(markets to escape comprehensive supervision) 등에 있었습니다.
만약 2000년대 중반 Fed가 긴축적 통화정책을 썼더라면 2008 금융위기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주장은 흔히 들을 수 잇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긴축적 통화정책은 그때에 존재했던 여러 취약점을 다루는데에 불충분 했습니다.
(At the very least, however, such an approach would have been insufficient to address the full range of critical vulnerabilities.)
긴축적 통화정책은 금융기관 대마불사를 허용한 규제구조와 전반적인 감독에서 벗어난 시장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A tighter monetary policy would not have closed the gaps in the regulatory structure that allowed some SIFIs and markets to escape comprehensive supervision.)
(...)
그리고 높은 금리를 통해 커지고 있는 금융시장 취약성을 완화시켰다면, 높은 실업률 이라는 큰 역효과가 생겼을 겁니다.
(Substantially mitigating the emerging financial vulnerabilities through higher interest rates would have had sizable adverse effects in terms of higher unemployment.)
여러 연구들은 2000년대 중반 긴축적 통화정책이 시행됐었다면 주택가격 상승세를 늦출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가격상승세를 막더라도 그 효과는 매우 작습니다. 따라서, 주택가격 거품을 막으려면 더욱 더 강도높은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런데 높은 금리는 실업과 이자부담 증가를 초래하고,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가계의 능력은 더욱 더 취약해졌을 겁니다.
(a very significant tightening, with large increases in unemployment, would have been necessary to halt the housing bubble. ... But the job losses and higher interest payments associated with higher interest rates would have directly weakened households’ ability to repay previous debts, suggesting that a sizable tightening may have mitigated vulnerabilities in household balance sheets only modestly.)
(...)
게다가, 과도한 차입과 짧은 만기의 상품으로 인해 초래된 금융시장 취약성은 2007년 중반부터 급격히 커졌었습니다. 이때 Fed의 통화정책은 이미 긴축적이었죠.
(Furthermore, vulnerabilities from excessive leverage and reliance on short-term funding in the financial sector grew rapidly through the middle of 2007, well after monetary policy had already tightened significantly relative to the accommodative policy stance of 2003 and early 2004.)
따라서, 저는 차입비율 제한 등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합니다.
→ Janet Yellen은 '금융안정을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3가지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 2008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를 허용한 규제구조(the regulatory structure) · 전반적인 감독에서 벗어난 시장(markets to escape comprehensive supervision) 에서 비롯된 위기였다. 통화정책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다.
- 2000년대 초중반 주택시장 거품을 잡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썼더라면 실업률이 크게 증가했을 것이다. 이는 가계의 재무상태를 더욱 더 악화시킨다.
- 금융시장 취약성은 2007년부터 급속히 커졌는데, 이때 Fed의 통화정책은 2000년대 초반과는 달리 이미 긴축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통화정책이 금융안정에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고 '거시건전성 정책이 효과적'일 수 밖에 없다.
● 최근의 국제적 경험
(Recent International Experience) (7쪽)
미국 밖에서 벌어지는 최근의 사건들을 이야기한다면, 많은 국가들에서 부동산가격의 가파른 상승 · 높은 실업률 · 인플레이션율의 하락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사이의 최적균형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죠. (...)
저는 통화정책과 관련한 논의에 있어, 증가하고 있는 금융시장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거시경제 활동의 위축으로 인한 잠재적 비용은 매우매우 크기 때문에, 통화정책 논의에 있어 금융시장 리스크를 중심에 둘 수 없습니다. 금융안정 이슈에 있어 통화정책이 중심에 없다면, 그 역할은 거시건전성 정책에 의존해야 합니다.
(A more balanced assessment, in my view, would be that increased focus on financial stability risks is appropriate in monetary policy discussions, but the potential cost, in terms of diminished macroeconomic performance, is likely to be too great to give financial stability risks a central role in monetary policy decisions, at least most of the time.
If monetary policy is not to play a central role in addressing financial stability issues, this task must rely on macroprudential policies.)
→ 금융시장 리스크를 줄여 금융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을 쓴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실업 등의 비용이 매우 크다는 이야기이다.. 즉, 통화정책은 본래 목적인 물가안정· 완전고용 달성의 거시경제 안정(macroeconomic stability)에 쓰여야 하고, 금융안정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 Implications for Monetary Policy, Now and in the future
(통화정책의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의 함의) (13쪽)
저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상호관계에 있어 중요한 3가지 원리를 말하려고 합니다.
첫째, 규제당국자는 금융시스템 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모든 노력을 다해 이행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통화정책이 본래 목적인 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이 아니라 금융안정에 신경쓰게 될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First, it is critical for regulators to complete their efforts at implementing a macroprudential approach to enhance resilience within the financial system, which will minimize the likelihood that monetary policy will need to focus on financial stability issues rather than on price stability and full employment.)
둘째, 정책결정권자들은 금융시스템 내에서 생겨나는 리스크를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시건전성 정책의 한계도 현실적으로 인지해야 합니다. 규제 외의 영역으로 리스크가 퍼졌을 경우, 그리고 리스크 발생을 알지 못했을 경우 등의 상황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통화정책을 통해 리스크를 제한하여 금융안정을 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Given such limitations, adjustments in monetary policy may, at times, be needed to curb risks to financial stability.)
마지막으로, 저는 현재 미국 내 금융안정 상황과 통화정책의 위치를 말할 것입니다. 최근 몇년간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저금리 · 장기금리 하락 · 금융상태 개선 · 노동시장 개선 등에 기여했습니다. 그 결과, 가계의 재무구조는 개선되었고 전체경제 내 금융부문은 강해졌죠. 더욱이 거시건전성 정책에 힘입어 더욱 안전해진 금융부문과, 가계·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은 함께 발생하고 있습니다. (...)
이러한 것들을 모두 고려한다면,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를 다루기 위해, 통화정책이 본래의 목적-물가안정 · 완전고용 달성-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를 저는 느끼지 못합니다. 이말인즉슨, 금융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커졌을때 필요한 것은 더욱 더 강건한 거시건전성 접근법 이라는 뜻입니다.
(I do not presently see a need for monetary policy to deviate from a primary focus on attaining price stability and maximum employment, in order to address financial stability concerns.)
→ Janet Yellen은 "금융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거시건전성 정책" 이라는 주장을 재차 반복한다. "거시건전성 정책이 한계를 맞았을 때에만, 금융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이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주 : 이러한 주장은 前 Fed 의장 Ben Bernanke도 한 적이 있다. 26 그는 "2000년대 초반의 Fed의 통화정책이 금융불안정을 초래했다," 라는 비판에 대해,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전체의 안정(macroeconomic stability)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고, 금융안정은 거시건전성 정책 · 금융규제와 감독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라고 말했다.
※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번글을 통해 현재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 "Fed의 통화정책은 문제없다. 금융안정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 라고 주장하는 Ben Bernanke · Janet Yellen · Paul Krugman.
- "Fed의 통화정책은 금융시장 리스크를 키우고, 신흥국에 부정적인 파급영향을 끼친다." 라고 말하는 Claudio Borio · 신현송 · Raghuram Rajan.
어느쪽의 주장이 옳을까? 그 답은 앞으로 몇년 뒤 세계경제에 어떤 일이 발생하느냐에 달려있다.
-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①] 금융발전이 전세계적으로 리스크를 키우지 않았을까?'. 2014.12.27 [본문으로]
-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2014.03.27 [본문으로]
-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2014.07.11 [본문으로]
-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②] 2008년 이후의 통화정책, 리스크추구 행위를 유발하다'. 2015.01.06 [본문으로]
-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③]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자산시장 거품(boom)을 만들고 있을까?'. 2015.01.09 [본문으로]
- Not only are balance sheet recessions followed by slower recoveries than standard business cycle recessions (Box III.A), but they also involve significant output losses. Such losses have in many cases been found to be permanent – that is, output rarely returns to its pre-crisis path. Graph III.B provides an illustration. It shows two examples of how GDP may evolve after a recession associated with a financial crisis, or balance sheet recession. In both examples, point A indicates the peak reached just before the start of the crisis; point B marks the trough; and point C shows the point at which the path of GDP regains its pre-crisis trend growth rate. The difference between the two is that, in example 1, output gradually returns to the path or trend that it followed before the crisis (at point D). This means that output grows at higher rates than the pre-crisis average for several years (between points C and D). In example 2, output recovers, but not sufficiently to return to the pre-crisis trend path. Instead, GDP settles on a new trend (the dashed red line) in which the growth rate of output is the same as before the crisis, but the level is permanently lower than the pre-crisis trend (the continuous red line). The distance between the two trends (indicated by δ) is a measure of the permanent output loss. In this case, if one were to estimate potential output by extrapolating pre-crisis trends, then the output gap would be overestimated by the amount δ. (48) [본문으로]
- Unlike permanent losses in the level of output, there is scant evidence that a financial crisis directly causes a permanent reduction in the trend growth rate. There is, however, some evidence of indirect effects which may work through at least two channels. The first is through the adverse effects of high public debt. Public debt increases substantially after a financial crisis – by around 85% in nominal terms on average according to Reinhardt and Rogoff (2009). High public debt can be a drag on long-term average GDP growth for at least three reasons. First, as debt rises, so do interest payments. And higher debt service means higher distortionary taxes and lower productive government expenditure. Second, as debt rises, so at some point do sovereign risk premia. Economics and politics both put limits on how high tax rates can go. Thus, when rates beyond this maximum are required for debt sustainability, a country will be forced to default, either explicitly or through inflation. The probability of hitting such limits increases with the level of debt. And with higher sovereign risk premia come higher borrowing costs, lower private investment and lower long-term growth. Third, as debt rises, authorities lose the flexibility to employ countercyclical policies. This results in higher volatility, greater uncertainty and, again, lower growth. Cecchetti et al (2011) as well as a number of studies which look at advanced economies in the post-World War II period find a negative effect of public debt levels on trend growth after controlling for the typical determinants of economic growth. (48-49) [본문으로]
- The second channel is an increase in resource misallocation. Market forces should normally induce less efficient firms to restructure their operations or quit the market, making more resources available to the most efficient firms. But the functioning of market forces is restricted, to an extent that varies from country to country, by labour and product market regulations, bankruptcy laws, the tax code and public subsidies as well as by inefficient credit allocation. As a result, an excessive number of less efficient firms may remain in the market, leading to lower aggregate productivity growth (and hence lower trend GDP growth) than would be possible otherwise. A financial boom generally worsens resource misallocation (as noted in Box III.A). But it is the failure to tackle the malfunctioning of the banking sector as well as to remove barriers to resource reallocation that could make the problem chronic. In the aftermath of a financial crisis, managers in troubled banks have an incentive to continue lending to troubled and usually less efficient firms (evergreening or debt forbearance). They may also cut credit to more efficient firms anticipating that they would in any case survive, yet depriving these firms of the resources needed to expand. Policymakers might tolerate these practices to avoid unpopular large bailouts and possibly large rises in unemployment from corporate restructuring. A few recent studies suggest that debt forbearance has been at play in the most recent post-crisis experience, at least in some countries. There is, in addition, considerable evidence of forbearance in Japan after the bursting of its bubble in the early 1990s. Capital and labour mobility diminished compared with the pre-crisis period. And strikingly, not only were inefficient firms kept afloat, but their market share also seems to have increased at the expense of that of more efficient firms. This shift is likely to have contributed to the decline in trend growth observed in Japan in the early 1990s. (49) [본문으로]
- I’ve been having a back-and-forth over monetary policy at the zero lower bound, some of it in public and some in private correspondence, which is basically a continuation of a conversation that reaches back many years. And it occurred to me that even many of the economists I’m talking to don’t know about an analytical approach that, it seems to me, lets you cut through most of the confusion here. It’s the basis of my old 1998 model, but I don’t think people are reading that piece even when I direct them to it. So let me lay out the core insight that changed my own mind about monetary policy in a liquidity trap (and is useful for fiscal policy too.). 'The Simple Analytics of Monetary Impotence (Wonkish)'. 2014.12.19 [본문으로]
- 'The Simple Analytics of Monetary Impotence (Wonkish)'. 2014.12.19 [본문으로]
- The implications of this thought experiment should be obvious. If an economy is truly in a liquidity trap, failure of broad monetary aggregates to expand is not a sign of insufficiently expansionary monetary policy: the central bank may simply be unable to achieve such an expansion because additional base is either added to bank reserves or held by the public in place of bank deposits. However, this inability to expand broad money does not mean that the essential problem lies in the banking system; it is to be expected even if the banks are in perfectly fine shape. The point is important and bears repeating: under liquidity trap conditions, the normal expectation is that an increase in high-powered money will have little effect on broad aggregates, and may even lead to a decline in bank deposits and a larger decline in bank credit. This seemingly perverse result is part of the looking-glass logic of the situation, irrespective of the problems of the banks, per se. (1998년 논문 - 158) I would highlight two conclusions in particular. First, one must be careful about making inferences from divergences between the growth of monetary base and of broad monetary aggregates. The failure of aggregates to grow need not indicate dereliction on the part of the central bank; in a liquidity trap economy the central bank in principle cannot move broad monetary aggregates. Likewise, the observation that although the central bank has slashed interest rates and pumped up monetary base, the broader money supply has not grown, does not necessarily imply that the fault lies in the banking system; it is just what one would expect in a liquidity trap economy. Second, whatever the specifics of the situation, a liquidity trap is always the product of a credibility problem: the public believes that current monetary expansion will not be sustained. Structural factors can explain why an economy needs expected inflation; they can never imply that credibly sustained monetary expansion is ineffective. (1998년 논문 - 166) [본문으로]
-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①] 금융발전이 전세계적으로 리스크를 키우지 않았을까?'. 2014.12.27 [본문으로]
- 'India Central Bank Gov. Rajan Criticizes Fed Officials'. WSJ. 2014.04.10 [본문으로]
- 'Hilsenrath’s Take: Raghu vs. the World, Act II'. WSJ. 2014.04.12 [본문으로]
- 'Grand Central: Raghu vs. the World, Act II'. WSJ. 2014.04.11 [본문으로]
- The key question is what happens when these policies are prolonged long beyond repairing markets – and there the benefits are much less clear. Let me list 4 concerns: 1. Is unconventional monetary policy the right tool once the immediate crisis is over? Does it distort behavior and activity so as to stand in the way of recovery? Is accommodative monetary policy the way to fix a crisis that was partly caused by excessively lax policy? 2. Do such policies buy time or does the belief that the central bank is taking responsibility prevent other, more appropriate, policies from being implemented? Put differently, when central bankers say, however reluctantly, that they are the only game in town, do they become the only game in town? 3. Will exit from unconventional policies be easy? 4. What are the spillovers from such policies to other countries? [본문으로]
- “An unconventional monetary policy was necessary to keep the U.S. economy growing and effective. In that respect, it’s in everyone’s interest to have the U.S. economy growing faster.” [본문으로]
- “There’s the perception the U.S. doesn’t pay attention to emerging economies. Nothing could be further from the truth,” he said. “We’ve always recognized that what happens elsewhere affects the U.S. so it feeds into the discussion.” [본문으로]
- 'Rebuttal for Rajan: Bernanke Defends U.S. Policy in Visit to Mumbai'. WSJ. 2014.04.15 [본문으로]
- 정운찬. 화폐와 금융시장. 688 [본문으로]
- '자유로운 자본이동 통제하기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의 필요성'. 2013.09.14 [본문으로]
- A key reason is that, as in the case of capital flow management measures, macroprudential tools are vulnerable to regulatory arbitrage. The implication is that relying exclusively on macroprudential measures is not sufficient and monetary policy must generally play a complementary role. In contrast to macroprudential tools, the policy rate is an economy-wide determinant of the price of leverage in a given currency, so its impact is more pervasive and less easily evaded. (BIS 84th Annual Report - 95) [본문으로]
-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②] 2008년 이후의 통화정책, 리스크추구 행위를 유발하다'. 2015.01.06 [본문으로]
-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③]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자산시장 거품(boom)을 만들고 있을까?'. 2015.01.09 [본문으로]
- SIFIs :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s)을 의미한다. 말그대로 '금융시스템에서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에, 부실에 빠져도 함부로 파산처리 할 수 없었고, 이것을 아는 금융기관은 도덕적해이에 빠져 과도한 대출을 해주었다. [본문으로]
-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2014.03.2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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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①] 금융발전이 전세계적으로 리스크를 키우지 않았을까? (6) | 2014.12.27 |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③]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자산시장 거품(boom)을 만들고 있을까?[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③]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자산시장 거품(boom)을 만들고 있을까?
Posted at 2015. 1. 9. 00:29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출처 : BIS.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 68
- 경기변동(Business Cycle, 빨간선) 주기에 비해 금융사이클(Financial Cycle, 파란선)의 주기가 길다.
- 음영처리(경기후퇴기를 나타냄)된 2001년을 살펴보자. IT버블 붕괴로 인해 경기변동(빨간선)은 후퇴기(recession)로 진입하였다. 반면 당시 금융사이클(파란선)은 상승세였다.
- 후퇴기로 진입한 경기변동을 제어하기 위해 Fed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구사했었다. 그러나 이는 금융사이클의 폭발적인 상승을 불러왔다.
※ ①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경제위기 탈출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
- 출처 : BIS.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 44
- 왼쪽 그림 : 세계 각국의 2014년 1분기 실질GDP를 나타낸다.
- 오른쪽 그림 : 세계 각국의 2014년 1분기 노동생산성을 나타낸다.
-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주황색 점으로 표시된 '금융위기 이전 추세선과 현재의 차이'(Versus pre-crisis trend) 이다.
- 2014년 1분기 실질GDP · 노동생산성 모두 '금융위기 이전 추세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BIS는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경제를 살리는데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Low monetary policy effectiveness) 라고 주장한다. 그 근거는 "지난 6년간 확장적 통화정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경제회복이 느리"기 때문이다 6.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2014년 1분기 실질GDP · 노동생산성을 보여준다. 경제의 최저점(versus trough) · 금융위기 이전 최고점(versus peak)에 비해서는 국가별로 호전되거나 악화된 모습을 보여주지만, 금융위기 이전 추세선과 비교(versus pre-crisis trend)했을 때는 아직도 경제회복은 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 : '추세선'(trend)이란 특정년도의 자료를 이용하여 '앞으로의 수치를 예측'하는 것을 뜻한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1996년-2008년 동안의 실질GDP · 노동생산성 자료를 이용하여 추세선을 산출하였고, 2014년 1분기 현재 수치가 추세선을 따라가고 있는지 여부를 보여주고 있다.)
- 출처 : 'Quantitative Easing Is Ending. Here’s What It Did, in Charts'. <NYT>. 2014.10.29
-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 GDP는 아직도 잠재GDP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 이는 "잠재GDP를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지만, 2008년 당시의 하락세를 벗어나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로 해석할 수도 있고, "금융위기 이후 미국 GDP는 잠재GDP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로 해석할 수도 있다.
※ ② Fed의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미치는 악영향
BIS는 "미국 Fed의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미치는 파급영향이 부작용을 초래한다"(Monetary policy spillovers)고 주장한다.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국가간 금융이동을 통해 신흥국으로 향한다. 그 결과, 신흥국의 자산가격 · 통화가치가 Fed 통화정책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9. 이것이 무슨 말인지 자세히 살펴보자.
- 출처 : BIS.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 94
- 왼쪽 그림 : 'Credit to non-residents, by currency'란 '그 통화를 쓰지 않는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그 통화로 표기된 신용잔액의 양'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분홍색으로 표시된 US dollar는 '미국 달러를 쓰지 않는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미국 달러화로 표기된 신용잔액의 양'을 나타낸다.
- 가운데 그림 : 'Credit to non-residents, by type'이란 '그 통화를 쓰지 않는 지역에서, 어떻게 그 통화로 표기된 신용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Cross-border loans는 '국경간 차입'을 뜻한다.
- 오른쪽 그림 : 선진국 금리와 신흥국 금리가 같은 시점에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양상을 알 수 있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에서도 다루었듯이, 대다수 신흥국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를 가지고 있다. 이 중 가장 널리 쓰이는 외국통화가 바로 '미국 달러화'(US dollar) 이다. (경제학자 Barry Eichengreen은 이를 '신흥국의 원죄'(Original Pain)이라고 표현했다.)
왼쪽 그림를 보면 이 모습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Credit to non-residents, by currency'란 '그 통화를 쓰지 않는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그 통화로 표기된 신용잔액의 양'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분홍색으로 표시된 US dollar는 '미국 달러를 쓰지 않는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미국 달러화로 표기된 신용잔액의 양'을 나타낸다. 2013년 말, 미국 밖에서 쓰이는 미국 달러화 신용잔액은 7조 달러에 달한다.
이때, 미국 달러화 가치에 영향을 주는 Fed의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신흥국은 미국 달러화를 더 싼 비용에 빌릴 수 있다. 따라서, 2008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어온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신흥국들이 달러화 차입을 더 용이하게 만들었다. 또한, 낮아진 미국 금리로 달러화를 빌린 다음에 신흥국 자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그 결과, 신흥국으로 많은 양의 자본유입이 발생하게 된다.
전자의 모습은 가운데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2008년 당시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줄어들었던 '국경간 차입'(Cross-border loans)은, Fed의 초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다시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달러화로 표시된 대출을 신흥국들이 많이 받기 시작한 것이다. 10
- 출처 : BIS.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 72
- 왼쪽 그림 : 2008년 1분기 이래, '신흥국으로 들어온 자본유입 누적량'을 나타낸다.
후자의 모습은 바로 윗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1분기 이래, 신흥국으로 많은 양의 자본이 유입되어 왔다.
미국 Fed의 초저금리로 인해 신흥국으로 많은 양의 자본유입이 발생한 것은 신흥국 경제에 좋은 것이 아니다. 신흥국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통해, 통화가치 과대평가와 막대한 자본유입이 어떠한 문제를 초래했는지 11를 이미 경험했다. 그리고 막대한 자본유입은 신흥국 금융시장 · 자산시장의 거품(boom)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를 우려하는 신흥국은 미국과 금리격차를 축소하여 자본유입을 줄이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은 이전 그래프의 오른쪽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선진국 금리와 신흥국 금리가 같은 시점에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양상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의 통화정책이 신흥국 통화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12.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띈다. 바로, '신흥국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상실되었다'는 뜻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자본유입을 저지하기 위한 신흥국 정책당국이 미국과의 금리격차를 축소하려 자국금리를 내리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제 자본유입이 줄어들어 신흥국 자산시장의 거품(boom) 형성을 막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낮아진 자국금리는 그것대로 신흥국 내의 자산시장 거품을 형성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자국금리를 올려버리면 막대한 자본유입이 미국으로부터 들어온다. 13
(주 : 미국 Fed의 통화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흥국 중앙은행의 딜레마'는 '자유로운 자본이동 통제하기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의 필요성' 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자국금리를 내릴수도 올릴수도 없는 딜레마에 직면한 신흥국 중앙은행은 자본이동 · 부채비율 등을 통제하는 '거시건전성 정책'(macroprudential tools)에 의존하려 한다. 하지만 BIS는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시스템의 복원력(resilience)을 증가시키는데에는 도움이 되긴하지만, (부채증가 · 자산가격의 가파른 상승 등) 금융불균형을 억제하는 데에는 부분적인 효과를 낼 뿐이다. (...) 거시건전성 정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충분치 않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역할을 해야한다." 라고 주장한다 14.
이러한 BIS 주장은 거시건전성 정책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함과 동시에, 신흥국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Fed의 통화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다. 따라서, BIS는 "점진적이면서도 빠른 시일내에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통화정책 긴축을 뒤늦게 시행하여 문제를 초래하는 것보다 우월하다. 긴축적 통화정책의 뒤늦은 시행은 더욱 더 고통스러운 조정을 초래할 것이다." 15 라고 주장하며, 초저금리 정책의 출구전략을 어서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 ③ 디플레이션의 비용은 클까?
2015년 1월 현재, Fed는 3차 양적완화는 중단 하였으나 초저금리(0.25%) 정책은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Fed가 여전히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계속해서 낮아지는 인플레이션율'(디스인플레이션, disinflation) 16 이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장인 Charles Evans는 "Fed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낮은 인플레이션율이다." 17(Low Inflation Is the Primary Concern.) 라고 말한바 있다.
그렇지만 BIS는 이러한 Fed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BIS는
- "디스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으며,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목표범위에 있다." (...)
- "만약 예기치않은 디스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일반적 통념과는 달리 그 비용은 크지 않다." (...)
- "역사를 살펴봐도, 디플레이션 악순환은 상당히 예외적인 사례였으며, 디플레이션 기간동안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해왔다." (...)
- "상품 · 서비스 가격이 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이 초래하는 비용 보다는 자산가격 하락이 초래하는 비용이 더욱 더 크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기보다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유발되는 자산가격 거품을 더 걱정해야 한다는 의미) " 18
라고 말하며, 출구전략 시행을 재차 촉구한다.
● 안정된 상태를 보여주는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 출처 : BIS.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 97
- 왼쪽 그림 : 단기 인플레이션율 예측치
- 오른족 그림 : 장기 인플레이션율 예측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일정함을 알 수 있다.
BIS는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안정된 상태를 보여준다. 따라서, 최근의 단기 인플레이션율 하락은 일시적이다." 19 라고 말한다. 최근의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주 : 이 보고서가 2014년 6월에 나왔음을 기억하자.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율 크게 하락 20하였다.)
● 디플레이션 악순환은 상당히 예외적인 사건
- 출처 : BIS.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 98
- X축 좌표에서 '0'은 소비자 물가지수가 정점일 때를 나타낸다. 이후 X축 좌표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소비자 물가지수가 하락하는, 즉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 빨간선은 '소비자 물가지수'. 파란선은 '실질GDP'를 나타낸다.
- 왼쪽 그림 : 1차 세계대전 이전 - 디플레이션이 발생했으나 실질GDP는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디플레이션 정도도 약하다.
- 가운데 그림 : 양차 세계대전 사이, 즉 1929년 대공황이 발생했을 때 - 디플레이션이 발생했을때 실질GDP 상승 정도는 미약했다. 또한 1차 세계대전 이전에 비해 아주 큰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 오른쪽 그림 : 1990년-2013년 사이. 아주 잠깐 디플레이션 상황이 발생하였으나 곧바로 이를 벗어난다. 실질GDP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BIS는 '좋은 디플레이션'(good deflation)과 '나쁜 디플레이션'(bad deflation)을 구분한다. '좋은 디플레이션'이란 디플레이션 발생기동안 경제성장 속도가 계속 높게 유지되어, 디플레이션 비용이 크지 않을때를 뜻한다. '나쁜 디플레이션'이란 디플레이션 발생기동안 경제성장이 둔화되어, 디플레이션 비용이 클 때를 뜻한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를 보면, 1929년 대공황이 발생했던 시기(가운데 그림)를 제외하고는 디플레이션 발생기동안에도 경제성장이 빠르게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나 최근 25년동안에는 아주 잠깐의 디플레이션 시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인플레이션율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였다.
BIS는 이를 근거로 "디플레이션이 초래하는 악순환은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1929년 대공황 시기때에만 디플레이션 악순환이 발생했다." (...) "또한 최근의 디플레이션은 매우 짧은 시기동안만 존재했다." 21 라고 주장한다.
● 일반적인 디플레이션 보다는 자산가격 디플레이션이 거시경제에 더 해롭다
그리고 BIS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상품·서비스 가격이 하락하는) 일반적인 디플레이션 보다는 자산가격 디플레이션이 거시경제에 더 해롭다." 이다. BIS는 "1929년 대공황 · 1990년대 일본에서 발생한 디플레이션은 자산가격 하락이 선행되어 발생했다. 이러한 사례는 일반적인 디플레이션이 경기침체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가격 디플레이션이 경기침체를 초래하고 경기침체의 여파로 일반적인 디플레이션이 발생함을 보여준다." 22 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BIS가 주장하는 것은 '중앙은행은 일반적인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기보다,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유발되는 자산가격 거품을 더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가격 거품(boom)은 언제든지 붕괴(bust)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좋은 디플레이션'에 대처하는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거품을 만든다면?
그런데 인플레이션율이 낮더라도 경제성장이 지속되는 '좋은 디플레이션'이 발생했음에도, 중앙은행이 이를 탈피하고자 확장적 통화정책을 쓰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BIS는 "최근의 디플레이션은 자산가격 상승 · 신용팽창 · 경제성장의 증가로 이어진다. 이 경우 리스크가 존재한다. '좋은 디플레이션'에 대처하는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자산가격 상승의) 금융불균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좋은 디플레이션'은 '나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23 라고 말한다.
따라서, BIS는 "인플레이션율이 중앙은행의 목표범위보다 낮게 유지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디플레이션에 대처하려는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자산가격 거품(boom)을 만들고, 이것이 붕괴(bust) 한다면 실제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최근의 디스인플레이션 가능성도 계속해서 주시해야 하지만, 확장적 통화정책이 초래하는 비용도 면밀하게 평가해야 한다."(the costs of further monetary ease should be carefully assessed) 라고 BIS는 말한다.
※ 통화정책 정상화 하기 (Normalising Policy)
정리하자면, BIS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금융사이클(Financial Cycle)을 무시한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거품(boom)을 만들어내는 것' 이다. 따라서, BIS는 '확장적 통화정책에 대한 출구전략을 너무 늦게 그리고 너무 점진적으로 사용하는 것'(the risks of exiting too late and too gradually)을 세계경제 앞에 놓인 가장 큰 리스크로 꼽는다.
-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 The overall impression is that the global economy is healing but remains unbalanced. Growth has picked up, but long-term prospects are not that bright. (10) [본문으로]
- In the countries that have experienced a financial bust, the priority is balance sheet repair and structural reform. (14) [본문으로]
- The risk is that, over time, monetary policy loses traction while its side effects proliferate. These side effects are well known (see previous Annual Reports). Policy may help postpone balance sheet adjustments, by encouraging the evergreening of bad debts, for instance. It may actually damage the profitability and financial strength of institutions, by compressing interest margins. It may favour the wrong forms of risk-taking. And it can generate unwelcome spillovers to other economies, particularly when financial cycles are out of synch. Tellingly, growth has disappointed even as financial markets have roared: the transmission chain seems to be badly impaired. The failure to boost investment despite extremely accommodative financial conditions is a case in point. (16) [본문으로]
- This raises the issue of the balance of risks concerning when and how fast to normalise policy (Chapter V). In contrast to what is often argued, central banks need to pay special attention to the risks of exiting too late and too gradually. This reflects the economic considerations just outlined: the balance of benefits and costs deteriorates as exceptionally accommodative conditions stay in place. And political economy concerns also play a key role. As past experience indicates, huge financial and political economy pressures will be pushing to delay and stretch out the exit. The benefits of unusually easy monetary policies may appear quite tangible, especially if judged by the response of financial markets; the costs, unfortunately, will become apparent only over time and with hindsight. This has happened often enough in the past. (16) [본문으로]
- Central banks played a critical role in containing the fallout from the financial crisis. However, despite the past six years of monetary easing in the major advanced economies, the recovery has been unusually slow (Chapter III). This raises questions about the effectiveness of expansionary monetary policy in the wake of the crisis. (91) [본문으로]
- First, the zero lower bound constrains the central banks’ ability to reduce policy rates and boost demand. This explains attempts to provide additional stimulus by managing expectations about the future policy rate path and through large-scale asset purchases. But those policies also have limitations. For instance, term premia and credit risk spreads in many countries were already very low (Graph II.2): they cannot fall much further. (91) [본문으로]
- '세계경제는 유동성함정에 빠졌는가? -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 2014.10.28 http://joohyeon.com/199 [본문으로]
- EMEs and small advanced economies have been struggling with spillovers from the major advanced economies’ accommodative monetary policies. The spillovers work through cross-border financial flows and asset prices (including the exchange rate) as well as through policy responses. (92) [본문으로]
- The US dollar and the other international currencies play a key role here. Since they are widely used outside the countries of issue, they have a direct influence on international financial conditions. For example, the amount of US dollar credit outstanding outside the United States was roughly $7 trillion at end-2013 (Graph V.5, left-hand panel). When interest rates expressed in these currencies are low, EME borrowers find it cheaper to borrow in them, and those who have already borrowed at variable rates enjoy lower financing costs. Before the crisis, flows of dollar credit in particular were driven by cross-border bank lending; since 2008, activity in global capital markets has surged (Graph V.5, centre panel). (94) [본문으로]
-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2013.11.26 http://joohyeon.com/176 [본문으로]
- Central banks find it difficult to operate with policy rates that are considerably different from those prevailing in the key currencies, especially the US dollar. Concerns with exchange rate overshooting and capital inflows make them reluctant to accept large and possibly volatile interest rate differentials, which contributes to highly correlated short-term interest rate movements (Graph V.5, right-hand panel). Indeed, the evidence is growing that US policy rates significantly influence policy rates elsewhere. (94) [본문으로]
- Very low interest rates in the major advanced economies thus pose a dilemma for other central banks. On the one hand, tying domestic policy rates to the very low rates abroad helps mitigate currency appreciation and capital inflows. On the other hand, it may also fuel domestic financial booms and hence encourage the build-up of vulnerabilities. Indeed, there is evidence that those countries in which policy rates have been lower relative to traditional benchmarks, which take account of output and inflation developments, have also seen the strongest credit booms (Chapter IV). (94) [본문으로]
- To address this dilemma, central banks have relied extensively on macroprudential tools. These tools have proved very helpful in increasing the resilience of the financial system, but they have been only partially effective in restraining the build-up of financial imbalances (Chapter IV and Box VI.D). A key reason is that, as in the case of capital flow management measures, macroprudential tools are vulnerable to regulatory arbitrage. The implication is that relying exclusively on macroprudential measures is not sufficient and monetary policy must generally play a complementary role. In contrast to macroprudential tools, the policy rate is an economy-wide determinant of the price of leverage in a given currency, so its impact is more pervasive and less easily evaded. Countries using monetary policy more forcefully as a complement to macroprudential policy need to accept a greater degree of exchange rate flexibility. (95) [본문으로]
- a more gradual but early tightening is superior to a delayed but abrupt one later on – delayed responses cause a more wrenching adjustment. (95) [본문으로]
-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디스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은 다르다. 디스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율이 계속해서 하락하는 현상'을 뜻하지만,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율이 음(-)의 값을 기록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지만... 일상적으로 비슷한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혼용해서 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원래는 엄밀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본문으로]
- 'Q. and A. With Charles Evans of the Fed: Low Inflation Is the Primary Concern'. NYT. 2014.12.03 [본문으로]
- Recent developments indicate that the likelihood of persistent disinflationary pressures is low. (...) Even if the unexpected disinflationary pressures are prolonged, the costs may be less than commonly thought. (...) In fact, the historical record indicates that deflationary spirals have been exceptional and that deflationary periods, especially mild ones, have been consistent with sustained economic growth (Box V.D). (...) Historically, however, the damage caused by falling asset prices has proven much more costly than general declines in the cost of goods and services: given the range of fluctuations, falling asset prices simply have had a much larger impact on net worth and the real economy (Box V.D). For instance, the problems in Japan arose first and foremost from the sharp drop in asset prices, especially property prices, as the financial boom turned to bust, not from a broad, gradual disinflation. (97) [본문으로]
- Recent developments indicate that the likelihood of persistent disinflationary pressures is low. Long-term inflation expectations (six to 10 years ahead) have been well anchored up to the time of writing (Graph V.6), which suggests that shortfalls of inflation from objectives could be transitory. (96) [본문으로]
- '세계경제는 유동성함정에 빠졌는가? -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 2014.10.28 http://joohyeon.com/199 [본문으로]
- The second important feature of deflation dynamics revealed by the historical record is the general absence of an inherent deflation spiral risk – only the Great Depression episode featured a deflation spiral in the form of a strong and persistent decline in the price level; the other episodes did not. During the pre-World War I episodes, price drops were persistent but not large, with an average cumulative decline in the consumer price index of about 7%. More recently, deflation episodes have been very short-lived, with the price level falling mildly; the notable exception is Japan, where price levels fell cumulatively by roughly 4% from the late 1990s until very recently. The evidence, especially in recent decades, argues against the notion that deflations lead to vicious deflation spirals. In addition, the fact that wages are less flexible today than they were in the distant past reduces the likelihood of a self-reinforcing downward spiral of wages and prices. (99) [본문으로]
- Third, it is asset price deflations rather than general deflations that have consistently and significantly harmed macroeconomic performance. Indeed, both the Great Depression in the United States and the Japanese deflation of the 1990s were preceded by a major collapse in equity prices and, especially, property prices. These observations suggest that the chain of causality runs primarily from asset price deflation to real economic downturn, and then to deflation, rather than from general deflation to economic activity. This notion is also supported by the trajectories of prices and real output during the interwar period (Graph V.D, centre panel), which show that real GDP tended to contract before deflation set in. (99) [본문으로]
- Fourth, recent deflation episodes have often gone hand in hand with rising asset prices, credit expansion and strong output performance. Examples include episodes in the 1990s and 2000s in countries as distinct as China and Norway. There is a risk that easy monetary policy in response to good deflations, aiming to bring inflation closer to target, could inadvertently accommodate the build-up of financial imbalances. Such resistance to “good” deflations can, over time, lead to “bad” deflations if the imbalances eventually unwind in a disruptive manner. (9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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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1. 6. 00:19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Ben Bernanke는 '미국경제를 살린 사나이'로 역사에 남을 것인가?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 ·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인해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는 '대침체'(the Great Recession)를 겪게 1하게 된다.
1929년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에 맞서, 당시 Fed 의장이었던 Ben Bernanke는 2007년 9월 5.25% 였던 기준금리를 2008년 12월 0.25%까지 급격히 내리는 조치를 취한다. 1년 사이에 기준금리를 무려 5%p나 인하한 것이다. 또한 Ben Bernanke는 '양적완화' 2(Quantitative Easing) 라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Unconventional Monetary Policy)를 꺼내들었다. Fed는 각종 장기채권을 매입하여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하였고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 2007년 1월 1일부터 2014년 12월까지 Fed의 기준금리 변화추이. 음영부분은 '공식적인 경기후퇴기 3'를 나타낸다.
- 당시 Fed 의장이었던 Ben Bernanke는 2007년 9월 5.25% 였던 기준금리를 2008년 12월 0.25%까지 급격히 내리는 조치를 취한다.
- 이러한 '0.25% 초저금리 정책'은 2014년 12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 출처 : 'Quantitative Easing Is Ending. Here’s What It Did, in Charts'. <NYT>. 2014.10.29
- Fed는 금융시장에 있는 장기채권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Fed 보유자산(Total assets held by the Federal Reserve)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대침체에 맞선 Fed의 초저금리 정책 · 양적완화 정책은 효과가 있었을까? 경제상태를 금융위기 이전으로 완전히 되돌려놓지는 못하였으나, 미국경제는 대침체에서 벗어나 회복하기 시작했다.
- 출처 : 'Quantitative Easing Is Ending. Here’s What It Did, in Charts'. <NYT>. 2014.10.29
-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 GDP는 아직도 잠재GDP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 그렇지만 Fed의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어, 미국경제는 대침체 이후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서 성장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 출처 : 'U.S. Economy Posts Strongest Growth in More Than a Decade'. <WSJ>. 2014.12.23
- 특히 2014년 3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5.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0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다.
- 출처 : 'What Big Economies Got Right, or Wrong, After Crisis". <WSJ>. 2014.11.23
- 그래프 왼쪽 상단은 GDP 대비 정부지출 비중 변화추이. 왼쪽 하단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변화 추이를 나타낸다.
- 미국(초록색선)은 금융위기 이후 재빨리 기준금리를 0%대로 하락시켰고 정부지출 또한 증가시켰다.
- 반면, 유로존(주황색선)은 국가들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1%가 넘는 기준금리를 유지하다가 뒤늦게 0%대로 하락시켰고, 정부지출 또한 크게 늘리지 않았다.
- 출처 : Goldman Sachs - Top of Mind. 'Is Europe the Next Japan?'. 2014.11.13
- 유로존은 2014년 2분기에 1%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국가가 별로 없다.
- 前 Fed 의장 Ben Bernanke
- Fed 의장 재임기간 : 2006년 1월 - 2014년 2월
※ '장기적인 관점'의 중요성
- BIS 통화경제국장(Head of the Monetary and Economic Department) Claudio Borio
- BIS 조사국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 신현송 12 (트위터 계정 @HyunSongShin)
- 출처 : BIS. <84th BIS Annual Report, 2013/2014>. 68
- 경기변동(Business Cycle, 빨간선) 주기에 비해 금융사이클(Financial Cycle, 파란선)의 주기가 길다.
- 음영처리(경기후퇴기를 나타냄)된 2001년을 살펴보자. IT버블 붕괴로 인해 경기변동(빨간선)은 후퇴기(recession)로 진입하였다. 반면 당시 금융사이클(파란선)은 상승세였다.
- 후퇴기로 진입한 경기변동을 제어하기 위해 Fed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구사했었다. 그러나 이는 금융사이클의 폭발적인 상승을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