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에 해당되는 글 1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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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2019.01.06
  5.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4) 2018.12.07
  6.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4) 2018.12.05
  7.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4) 2018.08.27
  8.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2) 2018.08.05
  9.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13) 2018.07.30
  10.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2) 2018.07.25
  11.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4) 2018.07.18
  12. 경영학은 경제학이 아니다 (Business Is Not Economics) (4) 2012.07.15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

Posted at 2019.08.24 21:41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국제무역 보다 정확히 말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자국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은 고전적인 논쟁 주제[각주:1]입니다


▶ 개발도상국 -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


제조업은 산업화의 상징이며 저숙련 근로자에게 비교적 안정적인 임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 특히 이제 막 경제발전을 시작하려는 개발도상국들은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 · 육성 · 발전 시키려 했습니다. 이때 가장 큰 걸림돌은 '성숙한 외국 제조업과의 경쟁' 입니다. "자국 제조업 수준이 걸음마 단계인 상황에서 시장을 개방하면 외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생각[각주:2]은 자연스런 우려였습니다.


이런 까닭에,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사상[각주:3]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각주:4]이 나온 이래로,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자국의 비교열위 산업인 제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걱정했습니다. 특히나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토지의 수확체감성에서 벗어나 산업자본가의 이윤을 높이려는 19세기 영국의 경제상황[각주:5] 속에서 등장한 이론이었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개발도상국들은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고 인식했습니다. 


개발도상국들 중 일부[각주:6]는 수입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여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려 하였고, 또 다른 일부[각주:7]는 아예 교역량을 줄이는 수입대체 산업화를 선택했습니다. 대외지향적 무역체제에 힘입어 경제발전에 성공한 대한민국[각주:8] 조차도 기존의 비교우위에서 벗어나 제철소건설 등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했습니다. 


▶ 현대 경제학자 - "제조업 보호와 육성을 위한 정부지원이 정당화 되려면 특수한 조건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항하여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사상과 비교우위론을 정교화[각주:9] 하였습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개발도상국을 향해 던진 물음은 "당장의 경쟁에서는 밀리더라도 미래에는 승산이 있다는 걸 아는 사업가라면, 정부의 인위적인 보호조치가 없더라도 자연스레 제조업에 뛰어들지 않겠느냐" 입니다. 현재는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미래에는 외국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제조할 수 있다고 믿는 사업가라면, 현재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기꺼이 제조업 분야에 투자를 했을 겁니다. 


미래를 내다본 사업가에 의해 국가경제의 생산성 · 부존자원 등이 시간이 흐른 후 바뀐다면, 비교우위도 자연스레 변화하는 '동태적 비교우위'(dynamic comparative advantage) 양상을 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 및 유치산업 보호는 굳이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현대 주류 경제학자들은 "제조업 육성을 위한 정부지원이 정당화 되기 위해서는 특수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때 특수한 조건이란 '기술적 외부성'(technological externality)과 '금융시장 불완전성'(capital market imperfection) 입니다. 


더 나은 생산 방식을 발견하기 위해 비용을 투자하는 사업가가 직면하는 문제는 잠재적인 경쟁자가 정보를 거리낌없이 쓸 가능성, 즉 기술적 외부성 이며, 이로인해 개별 사업가가 지식 획득을 위한 투자를 꺼리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은 기술개발 및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 받아야 하는데, 금융시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집니다[각주:10].


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이 특수한 조건이 존재한다면 정부의 제조업 지원이 정당화 될 수 있으며, 단 이때 지원의 형태는 무차별적인 보호 관세가 아니라 직접적인 보조금 이라고 강조합니다. 다르게 말해, 제조업 육성을 위한 보호무역정책을 구사할 생각보다는 '외부성 및 불완전성 등 구체적인 시장실패를 직접 해결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 과거 개발도상국이 직면했던 문제는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

: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이처럼 국제무역과 제조업에 관한 논쟁은 경제발전을 추구했던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벌어져왔습니다. 


개발도상국은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이 타당한가?"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이러한 물음에 경제학자들은 제조업 육성을 위한 유치산업보호론을 인정하면서도 무조건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주의[각주:11]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폐쇄경제로 돌아선 중남미[각주:12]와 대외지향을 꾸준히 추진한 대한민국[각주:13] 간 대비되는 성과는 자유무역을 향해 나아가야 할 필요성을 알려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벌어진 국제무역논쟁은 자유무역사상과 비교우위론을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보다 정교화 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 1970~80년대 미국 - "외국과의 경쟁증대 때문에 미국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선진국인 미국에서 자유무역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졌습니다.


본 블로그의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각주:14]를 통해 알 수 있었듯이, 1970~80년대 미국인들은 '미국의 지위 하락과 경쟁력 상실'을 두려워 했습니다. 전세계 GDP 중 미국의 비중은 1968년 26.2%에 달했으나 점점 줄어들어 1982년 23.0%를 기록합니다. 또한 무역적자가 심화되면서 GDP 대비 무역적자 비중이 1980년 0.7%, 1985년 2.8%, 1987년 3.1%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거시경제적 문제와 함께 다수의 미국 근로자와 기업들이 걱정했던 것은 바로 '제조업의 비중 축소와 일자리 감소' 였습니다. 2차대전 이후 폐허가 됐던 서유럽과 일본이 경제부흥에 성공하고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미국 제조기업들은 1970~80년대 들어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습니다. 신발 · 의류 · 섬유 등 저숙련 제조업 뿐 아니라 자동차 · 철강 등 중후장대 제조업도 외국기업에게 미국시장을 내주었습니다.



신발 · 의류 · 섬유 산업은 저숙련 근로자를 대규모로 고용하는 대표적인 제조업 중 하나이며, 경제발전 단계를 밟는 국가들이 크게 의존하는 업종입니다. 과거 미국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1970년대 신발 · 의류 · 섬유 산업에 종사하는 미국 근로자 수는 약 300만명에 달했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 후발산업국가들이 생산 및 수출 물량을 늘려나가자 선진국은 위협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윗 그래프에 나오듯이, 1960년-1988년 사이 미국인들의 신발 · 의류 · 섬유 품목 소비 중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결국 선진국과 개도국들은 1974년 다자간섬유협정(MFA)을 체결하였고, 물량쿼터제를 통해 수출물량을 통제하였습니다. 1981년 부임한 레이건대통령은 대선캠페인 과정에서 다자간섬유협정을 갱신하겠다고 약속하였고, 개발도상국이 만든 섬유와 의복의 연간 수입증가율을 기존 6%에서 2%로 낮추었습니다.


그럼에도 신발 · 의류 · 섬유의 수입침투(import penetration)는 계속되었습니다. 쿼터할당량을 다 채운 외국 생산자들은 몇몇 공정을 쿼터가 남아있는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회피하였고, 공정변화를 통해 품목을 변경하여 규제를 벗어났습니다. 


미국의 신발 · 의류 · 섬유 산업은 펜실베니아 · 남부 · 남캐롤라니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고, 이 지역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2000년 이들 산업의 근로자 수는 약 100만명으로 줄었고, 2019년 현재는 약 30만명에 불과합니다.


  • 1960~90년, 미국 차량등록대수 중 외국산 자동차 점유율 변화

  • 출처 : Douglas Irwin. 2017. 『Clashing over Commerce』 575쪽


자동차 산업도 1970년대부터 외국과의 경쟁증대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산업 입니다. 


1960년대 미국시장 내 외국산 자동차 점유율은 7%대로 안정적이었으며 주로 독일차가 차지했습니다. GM · 포드 ·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는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차량에 집중하였고, 외산차는 주로 소형차를 판매했습니다. 


그런데 1973년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소비자들은 연비가 좋은 소형차를 찾기 시작했고 일본자동차 업계가 이 지점을 공략했습니다. 그 결과, 1975~80년 사이 외국산 자동차 점유율은 2배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1979년 2차 오일쇼크가 터지자 미국 자동차 업계의 경쟁력은 더욱 훼손되었습니다. 크라이슬러는 부도위기에 몰렸고,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의 실업률은 상승했습니다. 


결국 미국 자동차 노조는 수입제한과 일본기업이 미국 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도록 요구했고, 레이건행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자발적 수출제한을 얻어냅니다.


  • 1950~90년, 철강 미국 내 소비 중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 출처 : Douglas Irwin. 2017. 『Clashing over Commerce』 538쪽


철강 또한 수입경쟁에 노출된 업종 중 하나입니다. 미국 내 소비 중 수입철강의 비중은 1979년 15%에서 1984년 26%로 상승했습니다. 


미국 철강업계는 외국에 대항하여 반덤핑규제와 상계관세 부과를 요구했으며, 그 타겟은 주로 유럽(EEC) 이었습니다. 레이건행정부는 자동차 산업에서처럼 자발적제한 협약을 외국과 맺으려 하였고, 전체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15개국을 대상으로 물량쿼터제를 내용으로 하는 협약을 1985년 8월 체결하였습니다.


▶ 1990년대 미국 - "저숙련 · 저임금인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 미국 제조업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1970~80년대 미국 제조업이 직면한 경쟁상대가 주로 서유럽과 일본이었다면, 1990년대 미국 제조업 근로자들에게 위기감을 안겨다준 상대방은 멕시코 였습니다. 


위의 표에 나오듯이, 1994년 당시 멕시코 자동차산업 근로자의 시간당 실질 인건비는 미국의 1/8에 불과했고, 미국 기업들은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할 유인이 충분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숙련 · 저임금인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으면 미국 제조업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라는 우려가 팽배했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1992년 미국 대선의 주요 의제로 부각되었습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지지자 그리고 노조는 NAFTA 체결을 격렬히 반대하였습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스 페로(Ross Perot)는 제조업 일자리가 남쪽 멕시코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며 NAFTA를 '남쪽으로 일자리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굉음'(giant sucking sound going south)'으로 칭했습니다. 양당제인 미국 정치구도에서 무소속 후보가 무려 18.9%나 득표[각주:15]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당시 미국인들이 NAFTA에 대해 가졌던 우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 소속 빌 클린턴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난 이후 당 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NAFTA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단, 여러 우려를 반영하여 노동부문 부속협약(labor side agreement) 및 원산지 규정(rule of origin)을 협정에 새로 집어넣었습니다. 여기에는 멕시코의 저임금을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근로자 권리 보호, 그리고 미국-멕시코-캐나다 역내에서 생산된 부품이 완성차 부가가치의 62.5%를 차지해야 한다는 역내가치비율(Regional Value Content) 조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계층별로 상이한 영향을 주는 시장개방'(Income Distribution)

: 제조업 및 저임금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자유무역의 충격을 어떻게 완화해야 하는가


  • 1966~2000년,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 추이 (단위 : 천 명)

  • 빨간선 이후 시기가 1980~90년대

  • 음영처리된 시기는 미국경제의 경기불황기(recession)

  • 출처 : 미국 노동통계국 고용보고서 및 세인트루이스 연은 FRED


위의 그래프는 1966년~2000년 미국 내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수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프상 음영처리된 시기는 미국경제의 경기불황기(recession)를 나타냅니다. 제조업 일자리는 경기변동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불황기에 일자리가 줄었다가 회복기에 다시 늘어나는 패턴을 보입니다. 


하지만 1970년대까지는 경기회복기에 불황 이전 수준만큼 일자리가 늘어났으나, 1980년대 들어서는 제조업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적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79년 최대 1,950만명에 달했던 제조업 근로자는 1980-90년대 평균적으로 1,700만명대를 기록하며 10%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경기변동이 아닌 다른 요인이 작용했음을 알려주고 있으며, 많은 미국인들이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원인을 국제무역에서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 미국 주요 산업지역

  • 자동차 산업의 러스트벨트(Rust Belt), 석탄 산업의 Coal Belt. 섬유 산업의 Textile Belt

  • 츨처 : Douglas Irwin. 2017. 『Clashing over Commerce』 596


이러한 제조업 위축은 사회 · 정치적 문제를 초래했습니다. 


제조업은 저숙련 근로자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제조업의 위축은 임금불균등 증대(rise of wage inequality)로 연결될 위험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 석탄, 섬유 산업 등은 미국 내 특정 지역에 몰려있었기 때문에, 상하원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제조업 위축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따라서 1970~90년대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은 "계층별로 상이한 영향을 주는 자유무역으로 인해 제조업 고용 및 임금이 감소하고 그 결과 임금불균등이 확대되는 것 아닐까?"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경제발전기 개발도상국들이 던진 물음에 대해 현대 경제학자들은 정교화된 자유무역사상과 비교우위론을 답으로 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1970~90년대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이 던진 물음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은 어떤 답을 내놓았을까요? 




※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① 미국 제조업 비중 감소는 생산성향상과 수요변화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답은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였습니다[각주:16]


앞서 내용을 통해, 신발 · 의류 · 섬유 등 저숙련 제조업 뿐 아니라 자동차 · 철강 등 중후장대 제조업도 외국기업에게 미국시장을 내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미국의 공장들은 당연히 저임금의 멕시코로 이전할텐데, 왜 경제학자들은 일반의 상식과는 다른 분석을 내놓은 것일까요? 


  • 경제학자 로버트 Z. 로런스 (Robert Z. Lawrence)

  • 1983년 발표 논문 <미국 산업구조의 변화 : 글로벌 요인, 영속적인 추세 그리고 일시적인 순환>


국제무역과 제조업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이끌고 있는 학자 중 한 명이 바로 로버트 Z. 로런스(Robert Lawrence) 입니다. 그는 19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이를 연구해오며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임금불균등 심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983년 로버트 Z. 로런스는 잭슨홀미팅에서 <미국 산업구조의 변화 : 글로벌 요인, 영속적인 추세 그리고 일시적인 순환>(Changes in U.S. Industrial Structure: The Role of Global Forces, Secular Trends and Transitory Cycles> 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로런스는 논문을 통해, "1970년대 미국은 절대적인 탈산업화(absolute deindustrialization)를 경험하지 않았다. (...) 다시 성장이 재개되면 제조업의 일자리와 투자가 촉진될 것이고, 자동적으로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가 발생할 것이다. (...) 대외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 산업 및 무역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다"[각주:17] 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로런스의 주장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 미국 탈산업화 - 절대적 생산 감소와 상대적 비중 감소를 구분해야 한다


탈산업화(혹은 탈공업화, deindustrialization)란 광업 · 제조업 · 건설업 등 2차산업 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1970-80년대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은 신발 · 의류 · 섬유 · 자동차 · 철강 등의 위축을 보며 "미국의 경쟁력 감소로 인해 탈산업화가 발생했다"고 느꼈습니다.


이에 대해 로버트 Z. 로런스는 우선 탈산업화 현상이 무엇인지 정교하게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조업 생산량의 절대적 감소(absolute decline in the volume of output)를 의미하는가 아니면 제조업 생산량 증가율의 상대적 감소(relative decline in the growth of outputs)를 의미하는가?[각주:18]" 


어떤 산업이든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한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큰 문제입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제성장은 생산의 증가[각주:19]를 뜻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절대적인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다른 산업의 빠른 생산 증가율 때문에 '생산량의 상대적인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면, 이를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할 겁니다. 


  • 1966~97년, 미국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GDP 대비 부가가치 비중

  •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은 1966년 26.1%, 1997년 16.1%로 추세적 하락을 경험하였다

  • 서비스업 부가가치 비중은 1966년 50.0%, 1997년 64.2%로 추세적 상승 하였다.

  • 출처 : 미 경제분석국(BEA)


로버트 Z. 로런스는 "미국 제조업의 경제활동인구, 자본스톡, 생산량을 살펴보니 1980년까지 절대적(absolute) 탈산업화를 경험하지 않았다"[각주:20]고 주장합니다. 미국 제조업 부가가치의 절대액수는 1965년 2,370억 달러에서 1980년 3,510억 달러로 증가했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옳습니다.


문제는 제조업 비중(share)의 감소에 있었습니다. 위의 그래프에 나오듯이, 전체 미국경제에서 제조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6년 26.1%, 1980년 20.5%, 1990년 17.3%, 1997년 16.1%로 추세적으로 하락(secular decline)하고 있습니다. 


▶ 미국 제조업 비중 감소를 초래하는 영속적인 추세변화 - 생산성향상과 수요변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 감소이든 상대적 감소이든 상관없이, 외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미국 제조업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로런스는 "국제교역은 산업구조 변화의 유일한 원인도 아니며 중요한 원인도 아니다. 무역은 수요와 기술변화의 영향을 단지 강화할 뿐이다.[각주:21] (...) 제조업 고용비중의 감소는 제조업의 급격한 노동생산성 향상과 느린 수요 증가로 인한 예측가능한 결과이다."[각주:22]라고 말합니다.


제조업의 노동생산성 향상은 수요 요인과 결합하여 제조업 생산과 고용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생산비용을 낮추는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은 품질 개선과 가격 하락을 동반합니다. 이에따라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중 제조업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어집니다. 그리고 생활수준이 개선된 미국인들이 의료 · 여행 ·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 지출을 늘림에 따라 상품지출 비중은 더 줄어듭니다.


이렇게 상품수요가 탄력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서, 생산성향상은 역설적으로 고용을 줄이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산업의 생산성향상은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때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생산성 향상만 이루어진다면 더 적은 수의 근로자로 똑같은 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은 제조업 일자리를 감소시킵니다.


로런스는 기술혁신의 결과물로 얻게되는 생산성 향상, 그리고 생활수준 향상 및 서비스 경제화가 야기하는 상품수요 감소 요인은 영속적인 추세(Secular Trends)라고 평가했습니다. 추세가 달라지면서 미국 산업구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역할이 변하였고 이로 인해 제조업 생산 및 고용 비중이 감소한 것이지 국제무역은 주요 원인이 아니라는 논리 입니다. 


▶ 미국 국제경쟁력의 열등함? - 일시적 경기순환과 영속적인 비교우위 변화


  • 란선 :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 지수 (1973=100)

  • 란선 : 미국 GDP 대비 무역수지 적자 비중 (축반전)

  • 1980년을 기점으로 달러가치가 상승하자, 시차를 두고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


그렇다고해서 로런스가 국제무역이 단 하나의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


제2차 오일쇼크와 볼커 연준의장의 통화긴축 정책으로 인해 1980년대 초반 미국 달러가치는 급상승했고 무역적자는 심화되었습니다. 1980~82년 사이 미국 제조업 상품 수출 물량은 -17.5%를 기록했으며, 수입 물량은 +8.3% 였습니다. 로런스는 수출 감소로 인해 제조업 일자리가 약 50만개 줄어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서 로런스가 강조하는 것은 달러가치 상승이라는 일시적 순환요인(Transitory Cycles) 때문에 제조업 수출이 감소한 것이지 "미국의 국제경쟁력이 갑자기 훼손된 결과물이 아니다"[각주:23]는 점입니다. 따라서, 산업정책 및 무역정책으로 제조업을 보호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향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미국은 저숙련 제조업 분야의 비교우위를 상실한 대신 하이테크 분야의 비교우위를 발전시켰다고 로런스는 평가합니다. 향후 하이테크 산업이 더 발전하게 되면 제조업 일자리 상실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 미국 산업구조의 변화 : 글로벌 요인, 영속적인 추세, 일시적인 순환


이처럼 로버트 Z. 로런스가 1983년 논문  <미국 산업구조의 변화 : 글로벌 요인, 영속적인 추세 그리고 일시적인 순환>(Changes in U.S. Industrial Structure: The Role of Global Forces, Secular Trends and Transitory Cycles> 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제목 그대로 입니다.


미국 산업구조에서 제조업의 상대적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이는 국제경쟁력 훼손 등 글로벌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 및 소비자 수요변화의 영속적인 추세 그리고 달러가치 상승의 일시적인 순환이 작용한 결과 입니다. 


따라서, 탈산업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비숙련) 제조업을 위한 보호무역정책과 산업정책을 구사하면 미국경제의 잠재성장을 훼손시킨다고 로런스는 경고합니다.




※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② 미국 임금불균등 증가는 숙련편향적 기술변화 때문이다


1980년대 로버트 로런스 등 몇몇 경제학자들이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무역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1990년대에도 계속 되었습니다. 1980년대 사람들이 제조업 비중 축소 및 일자리 감소에 주목했다면, 1990년대 관심주제는 임금불균등(wage inequality) 이었고 그 배후에 국제무역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미국의 1973년 시간당 실질소득은 8.55 달러였으나 1992년 7.43 달러로 하락하였습니다. 특히 숙련근로자의 상대소득이 크게 증가하며 임금불균등이 확대되었죠. 


임금증가율 정체와 불균등이 확대되던 시기, 국제경제관계도 변하고 있었습니다. 1950년대 미국의 1인당 생산량은 유럽의 2배, 일본의 6배 였으나 1990년대 차이가 많이 줄어드는 수렴(convergence)이 이루어졌고 임금격차도 좁혀졌습니다. 또한, 1970~90년 사이 미국의 GNP 대비 수출입은 12.7%에서 24.9%로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므로 1990년대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이 임금불균등 증대 원인에 국제무역이 있다고 생각한 것은 자연스런 사고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부시행정부와 클린턴행정부는 저임금 국가인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려 했으니, 국제무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진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 헥셔-올린 모형, 미국 내 임금불균등 현상을 예측한듯 하다 


국제무역이론도 미국인들의 우려가 논리적으로 타당함을 뒷받침 해주었습니다. 바로, 헥셔-올린 무역모형(Heckscher-Ohlin Trade Model)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Stolper-Samuelson Theorem)[각주:24] 입니다. 


헥셔-올린 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 따르면, '시장개방 이후 숙련노동 풍부국은 숙련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올라가서 숙련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하고, 비숙련노동 풍부국은 비숙련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올라가서 비숙련노동자의 실질소득이 상승' 합니다. 


쉽게 말해, 국제무역은 국가의 풍부한 생산요소에게 이익을 주며 희소한 생산요소에게 불이익을 줍니다. 자급자족 상황에서 풍부한 생산요소는 과다공급으로 인한 낮은 가격 때문에 저평가받다가, 세계시장에 진출하니 과다공급 해소로 가격이 올라 이익을 본다는 논리입니다. 반대로 자급자족 상황에서 희소한 생산요소는 과소공급 때문에 높게 평가받다가, 무역개방으로 외국의 생산요소가 들어오니 희소성의 이득을 박탈 당합니다.


헥셔-올린 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를 미국과 개발도상국의 상황에 대입해봅시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숙련근로자가 풍부하며,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은 비숙련근로자가 풍부합니다. 따라서, 양국간 교역확대는 미국 숙련근로자 임금과 개발도상국 비숙련근로자 임금을 상대적으로 증가시킵니다. 다시 말해, 헥셔-올린 모형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숙련-비숙련 근로자 간 임금불균등이 나타나고 개발도상국에서는 임금수렴이 나타납니다



  • 1955~90년, 생산근로자 대비 비생산근로자의 임금 비율
  • 출처 : Lawrence & Slaughter. 1993. <1980년대 국제무역과 미국임금>


헥셔-올린 무역이론의 예측은 실제 미국의 모습과 동일하였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55년~90년 생산근로자 대비 비생산근로자의 임금 비율(ratio of nonproduction to production wages)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생산근로자는 제조업 생산직, 비생산근로자는 관리·감독·사무직을 의미하며, 단순히 전자를 비숙련근로자 후자를 숙련근로자로 구분지을 수 있습니다.


1970년대에 숙련-비숙련 근로자 간 임금불균등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확대되며 1990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은 비숙련 근로자 대비 1.65배를 기록합니다.


이제 더 이상 다른 요인을 가져올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 국제무역 때문에 임금불균등이 확대된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 헥셔-올린 모형은 미국 내 임금불균등 심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 로버트 Z. 로런스와 매튜 J. 슬로터의 1993년 보고서 <1980년대, 국제무역과 미국인 임금: 거대한 굉음 혹은 작은 딸꾹질?>


정작 경제학자들의 생각은 이와 달랐습니다. 


앞서 봤던 로버트 Z. 로런스(Robert Z. Lawrence)는 매튜 J. 슬로터와 함께 1993년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제목은 <1980년대, 국제무역과 미국인 임금: 거대한 굉음 혹은 작은 딸꾹질?>(International Trade and American Wages in the 1980s: Giant Sucking Sound or Small Hiccup?>[각주:25] 입니다.


우선 로런스와 슬로터는 헥셔-올린 무역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미국 내 현실에 부합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헥셔-올린 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숙련근로자의 상대임금 증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숙련근로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해야' 합니다. 단순히 임금불균등이 확대된 결과만을 보고 무역이론이 현실을 설명하구나 라고 단정지으면 안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로 다른 국가들이 무역을 수행하는 이유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국내와 외국에서 다르기 때문'[각주:26] 입니다.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값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더 높은 값을 받고 외국에 판매합니다. 반대로 비교열위를 가진 상품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통해 더 싸게 (간접)생산합니다. 


그리고 무역을 하게 되면 자급자족 가격이 아닌 세계시장 가격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품가격이 변합니다. 즉, 무역 개방 이전과 이후에 달라진 것은 ‘상품의 상대가격’ 입니다. 수입 상품은 자급자족에서 보다 무역 실시 이후 더 싸지고, 수출상품은 더 비싸집니다


따라서, “달라진 상품 상대가격이 생산요소의 실질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를 살펴봄으로써, 무역개방과 소득분배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무역이론이 헥셔-올린 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각주:27]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숙련근로자의 상품가격이 상승하지 않은채 숙련근로자의 상대임금만 증가했다면, 이는 무역이 아닌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결과 입니다.


  • 왼쪽 : 1980년대 숙련근로 집약도(X축)에 따른 수입가격 변화율(Y축)

  • 오른쪽 : 1980년대 숙련근로 집약도(X축)에 따른 수출가격 변화율(Y축)


위의 그래프는 1980년대 숙련근로집약 정도에 따른 수출입 가격 변화를 보여줍니다. 숙련근로집약도가 높아지는 상품일수록 수입가격은 다소 하락하고 수출가격은 크게 하락하는 관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로버트 Z. 로런스와 매튜 J. 슬로터는 1980년대 숙련근로집약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기는 커녕 하락했음을 지적합니다. 이들은 "데이터는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 무역이 임금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회귀분석을 할 필요조차 없다."[각주:28] 라고 말합니다.


▶ 미국 임금불균등 증가는 숙련편향적 기술변화로 인한 숙련노동 수요 증대 때문이다

 

  • 1955~90년, 생산근로자 대비 비생산근로자의 고용 비율

  • 출처 : Lawrence & Slaughter. 1993. <1980년대 국제무역과 미국임금>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요인 때문에 미국 숙련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올라간 것일까요? 로런스와 슬로터는 '노동 공급과 수요'라는 국내요인에서 찾았습니다. 


만약 비숙련근로자 노동공급이 숙련근로자 노동공급보다 많이 증가한다면, 비숙련근로자 임금은 하락하고 숙련근로자 임금은 상승합니다. 한 연구는 이민자 증가로 인해 비숙련근로자의 상대공급이 증가했음을 보였습니다.


로런스와 슬로터가 더 주목했던 것은 노동수요 측면(labor-demand story) 입니다. 


왜냐하면 숙련근로자들의 상대공급이 증가했음에도 숙련-비숙련 간 임금격차가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1980년대 들어서 비생산근로자가 급증했음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1983년 미국 내 화이트칼라 직업은 전체 고용 중 67.2% 였으나 1990년 90%로 늘어납니다. 또한, 관리직무는 1983년 24%에서 1990년 45.7%로 증가합니다. 


이렇게 숙련근로자가 늘어났음에도 임금이 올랐다면 이는 숙련근로자들을 향한 노동수요 증대가 더 큰 역할을 했음을 의미합니다. 로런스와 슬로터는 "1980년대 미국 제조업 내 비생산근로자의 상대임금과 상대고용이 모두 상승하였다. 이러한 조합은 노동수요가 비생산근로자로 이동했음을 알려준다"[각주:29]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던질 수 있는 물음은 "왜 숙련근로자를 향한 노동수요가 증대되었나?" 입니다. 로런스와 슬로터는 "기술변화가 비생산 근로자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편향되게 이루어졌다."[각주:30]고 대답합니다. 


당시 로런스와 슬로터 뿐만 아니라 많은 경제학자들이 기술변화로 인한 노동수요 변화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각주:31]. 버만, 바운드, 그릴리키스는 1993년 논문을 통해 "비생산근로자를 향한 수요변화는 기술변화 때문이다"고 주장하였고[각주:32], 앨런 크루거도 1993년 논문에서 "컴퓨터 사용이 확산됨에 따라 교육프리미엄이 증대되었다. 즉, 편향적인 기술변화가 발생했다"고 말하였습니다[각주:33]


경제학자들은 숙련근로자의 수요를 증대시키도록 일어난 기술변화를 '숙련편향적 기술진보'(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 SBTC)라고 명명하였고, 199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경제학계 논의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임금불균등 심화의 원인을 숙련편향적 기술진보에서 찾았으며,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컨센서스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폴 크루그먼, 국제무역과 임금 간 관계를 14년 만에 다시 생각하다



2000년대 들어서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임금불균등 현상의 원인을 국제무역이 아닌 숙련편향적 기술변화로 꼽았습니다[각주:34]


1990년대 중반 이후 거시경제 상황 변화가 국제무역에서 관심을 멀어지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미국경제는 다시 호황을 기록하면서 국제경쟁력 상실을 둘러싼 우려가 사라졌습니다. 이와중에 1995년 이후 컴퓨터 ·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통신산업(IT)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역시 임금불균등 원인은 기술변화에 있구나" 라는 확신은 더 강해졌습니다.


그런데 2008년 폴 크루그먼은 보고서 하나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제목은 <무역과 임금, 다시 생각해보기>(<Trade and Wages, Reconsidered>) 입니다. 


폴 크루그먼은 1980년대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각주:35]을 통해 국제무역이론의 흐름을 변화시킨 인물이었고, 당시 국제무역논쟁[각주:36]한복판[각주:37]에 있었습니다. 또한 폴 크루그먼은 앞서 살펴본 로버트 Z. 로런스와 함께 1994년 논문 <무역, 일자리, 그리고 임금>(<Trade, Jobs and Wages>)을 발간하면서 의견을 같이 했었습니다. 그는 1990년대 NAFTA를 둘러싼 사회적논쟁 속에서 "국제무역은 제조업 위축 및 저숙련 근로자 임금 둔화와 관계가 없다"를 주장했습니다.


그랬던 크루그먼이 국제무역과 임금의 관계를 다시 생각한 보고서를 14년 이후인 2008년에 내놓은 겁니다. 그의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 저임금 개발도상국, 특히 대중국 수입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


  • 위 : 1989~2006년, 미국 GDP 대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한 제조업 상품 비중
  • 아래 : 개발도상국들의 세부 국가로 다시 분리해서 살펴봄. 중국 · 멕시코 · 기타 · 동아시아 4마리 호랑이(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 개발도상국 수입상품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며 2004년 이후로는 선진국 수입상품을 넘어섰다
  •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급증하였다
  • 출처 : Krugman. 2008. <무역과 임금, 다시 생각해보기>

국제무역이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폴 크루그먼은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품이 2배 가까이 늘어나자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집니다. "1990년대 실증연구는 국제무역이 그다지 대단치 않은 영향만 주었음을 발견했었다. 극도로 낮은 임금을 가진 국가들로부터 수입이 급증했음을 고려할 때, 10년 동안 상황이 변했나?"[각주:38]

크루그먼은 단순히 '개발도상국'과의 교역이 확대된 것이 아니라 '극도로 낮은 임금을 가진 국가들'(very low wage countries)과의 교역량이 늘어왔음에 주목했습니다. 그 대상은 주로 '중국'(China) 이었습니다. 

1990년대 저임금 국가인 멕시코와의 NAFTA 체결도 큰 논란을 불러왔는데, 2000년대 초중반 중국의 임금수준은 멕시코 보다도 현저히 낮았습니다. 2005년 기준 중국 제조업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미국의 3%에 불과했습니다. 미국의 15%에 불과한 멕시코도 저임금 국가 소리는 듣는 와중에 중국의 임금수준은 더 낮았던 겁니다. 게다가 중국은 수출량을 빠르게 늘려왔고, 미국과 중국 간 교역량은 크게 증가했습니다.

보통 저임금 개발도상국은 신발 · 의류 · 섬유 등 저숙련 노동집약상품에 특화하여 수출합니다. 따라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을 하게되면, 미국 저숙련 노동집약산업은 비교열위가 되어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저숙련 근로자들은 임금이 하락하거나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그러므로 2000년대 중국과의 교역확대는 이전 시대와 달리 미국 내 임금불균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 그런데.. 대중국 수입상품이 저숙련 노동집약 상품이 아니라 정교한 상품?


  • 1989~2006년,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수입 중 제조업 상품 품목별 비중 증가율
  • 수입이 가장 많이 늘어난 품목은 의외로(?) 컴퓨터 및 전자상품
  • 출처 : Krugman. 2008. <무역과 임금, 다시 생각해보기>

그런데 막상 데이터를 보니 많은 이들의 직관과 달리 저숙련 노동집약상품 수입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89~2006년, 미국의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수입 중 제조업 상품 품목별 비중 증가율을 보여줍니다. 수입이 가장 많이 늘어난 품목은 가죽 · 섬유 · 목재 등이 아니라 컴퓨터 및 전자상품(Computer and electronic products)과 자동차(Transportation equipment) 였으며, 이들 품목은 숙련노동집약 상품으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데이터를 근거로 "2000년대 개발도상국과의 교역 증대도 미국 내 임금불균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헥셔올린 무역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 따라 임금불균등이 확대되려면 저숙련노동집약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와 교역을 해야하는데, 2000년대 미국은 숙련노동집약 상품을 수출하는 개발도상국과 무역을 늘려왔습니다. 무역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이론을 적용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 달라진 국제무역 구조인 '수직적 특화'를 집계데이터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폴 크루그먼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요소부존에 기반을 둔 분석은 데이터의 분해 수준(disaggregation)에 제약을 받게 된다.[각주:39]


당시 학자들은 산업을 더 세부적으로 분류한 데이터를 쓸 수 없었습니다. 컴퓨터 및 전자상품 산업에 속해있다고 해서 모든 상품이 숙련노동집약적인 것일까요? 컴퓨터에 들어가는 CPU 등을 설계하는 것과 여러 부품들을 단순 조립하여 컴퓨터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숙련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달라진 국제무역 구조는 이러한 집계데이터의 문제를 심화시켰습니다. 1990년대 들어 세계화가 확산됨에 따라 국제무역 구조는 '수직적 특화'(Vertical Specialization)를 띄게 되었습니다. 수직적 특화란 상품생산 과정이 개별 단계로 쪼개져서 여러 국가에 분포하는 현상(the break up of the production process into geographically separate stages)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은 중국에서 조립되어 수출되기 때문에 집계데이터상 전자품목으로 잡힙니다. 그런데 아이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 ·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는 주로 한국과 대만에서 만든 것이고 디자인 · 설계는 미국이 한 겁니다. 중국 내에서 수행한 활동은 단순한 조립일 뿐이며 부가가치 기여도는 적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숙련노동집약적인 전자상품을 수출했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요?


따라서 폴 크루그먼은 "집계데이터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잠정결론 내릴 수 있다. 왜 더 세분화된 데이터를 쓰지 않는가? 그 이유는 현재 데이터의 한계로 인해 할 수 있는 것이 적기 때문이다"[각주:40] 라고 지적합니다.


폴 크루그먼은 데이터의 한계를 재차 지적합니다. "이러한 사례는 데이터의 문제를 보여준다. 개발도상국의 급증하는 수출, 특히 중국의 수출은 숙련노동집약 산업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다[각주:41]. (...) 개발도상국이 정교한 상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개 통계적 착시(statistical illusion)이다.[각주:42]"


▶ 2008년 폴 크루그먼

- "개발도상국은 숙련노동집약 산업 내에서 비숙련노동집약 상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의 한계를 고려하면 실제 중국이 수출하는 것은 비숙련노동집약 상품입니다. 폴 크루그먼은 "실제 일어나고 있는 있는 일은 개발도상국이 숙련노동집약 산업 내에서 비숙련노동집약 부분을 가져가는 밸류체인의 분해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스톨퍼-새뮤얼슨 효과와 유사한 결론을 가져다줄 것이다"[각주:43] 라고 주장합니다. 


크루그먼의 지적이 타당하다면, 집계데이터를 이용해 헥셔올린 모형을 적용한 기존 연구들은 전부 잘못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이 미국 저숙련 근로자에 미친 영향은 기존 추정치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과의 무역 확대가 미치는 진정한 영향이 얼마인지는 당시 크루그먼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어떻게 무역이 임금에 미치는 실제 효과를 수량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현재 주어진 데이터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1990년대 초반 이래 급증한 무역이 분배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 뿐이다. 영향을 숫자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정교화 되어가는 국제적 특화와 무역을 보다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라며 한계점을 드러냅니다.




※ 왜 당시 경제학자들은 국제무역의 영향이 유의미하지 않다고 보았을까?


그런데 크루그먼은 데이터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지만, 이것을 떠나서 당시 경제학자들의 사고를 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당시 경제학자들은 국제무역의 영향이 유의미하지 않다고 보았을까요? 정말 실증분석의 결과만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일까요? 혹시 '답정너'일 가능성은 없었을까요?


▶ 비교우위에 입각한 산업간 무역이 초래하는 분배적 영향을 과소평가


발도상국과의 교역확대가 미국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은 비교우위 무역모형에 기반해서 이루어졌습니다. 


비교우위 무역모형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저숙련 제조업에 특화를 선진국은 고숙련 제조업에 특화를 합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서로 다른 산업에 속한 상품을 교환, 즉 산업간 무역(inter-industry trade)을 실시하여 '상품의 값싼 이용'이라는 무역의 이익(gains from trade)을 얻게 됩니다. 


이때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이 우려했던 것은 '무역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는가'를 둘러싼 분배적 영향(distributional effects) 였습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특화를 한 이후, 비교열위 산업에 종사했던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경제학자들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비교열위 산업에 종사했던 근로자가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하면 된다." 국제무역이론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정하고 있으며, 경제학자들은 현실에서도 이것이 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또한, "비교우위는 이익을 비교열위는 손해를 보겠지만, 경제 전체의 총이익은 양(+)의 값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찌됐든 국제무역은 전체적인 이익을 안겨다주기 때문에 교역을 제한해서는 안되며, 분배 문제는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경제학자들의 이러한 사고방식은 개인적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다들 공유하고 있었으며, 고전 경제학 시대에서부터 전해 내려온 것입니다. 18세기 애덤 스미스[각주:44]는 "대다수 제조업에는 성질이 비슷한 기타의 제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19세기 데이비드 리카도[각주:45]는 자유무역이 계층별로 서로 다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지주와 근로자가 아닌 자본가의 이익을 높여야 경제발전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각주:46]헥셔-올린의 비교우위론[각주:47] 모두 "산업간 무역 때문에 비교열위 산업이 손해를 보게되지만, 생산요소는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할 것이며 경제 전체적으로는 양(+)의 이익을 준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특히 헥셔-올린 무역모형은 시장개방이 숙련근로자와 비숙련근로자에게 상이한 영향을 주는 분배적 측면에 주목하긴 했으나, 결국 근로자가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하여서 완전고용을 유지한다는 가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진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산업간 무역이 초래하는 분배적 영향을 과소평가 하는 경향을 띄게 되었습니다.


▶ 경제학자들의 노파심,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경제학자들이 무역이 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 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중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커질 가능성에 대한 노파심 입니다.


이번글에서 소개한 로버트 Z. 로런스의 논문은 잭슨홀미팅에서 발표되었는데, 1983년 당시 잭슨홀미팅의 주제는 <산업변화와 공공정책>(<Industrial Change and Public Policy>) 이었습니다. 


이 주제가 가지는 함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80년대 초반의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각주:48]를 통해 소개했듯이, 1980년대 미국은 일본과의 경쟁이 증대되면서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일본기업들이 이득[각주:49]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미국인들은 미국정부를 향해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정책을 요구하였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을 우려스럽게 바라보았고, 1983년 잭슨홀미팅을 통해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정책의 폐단을 집중적으로 비판합니다. 


로버트 Z. 로런스가 "절대적인 탈산업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제조업의 상대적 비중감소는 국제무역이 아니라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탈산업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비숙련) 제조업을 위한 보호무역정책과 산업정책을 구사하면 미국경제의 잠재성장을 훼손시킨다"[각주:50] 라고 주장한 시대적 맥락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 또한 다른 글에서 소개하였듯이 보호무역정책이 가지는 문제를 집중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각주:51]했으며, 이번글에서 소개한 2008년 보고서에서도 "이건 분명히 하자. 증가하는 교역이 실제로 분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을지라도, 수입보호를 정당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 분배에 악영향을 미칠 때 최선의 대응은 교역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각주:52] 라면서 노파심을 가득 드러냈습니다.


▶ 트럼프의 충격적인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


제학자들이 무역이 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애써 외면하면서, 대중과 정치권은 경제학계와 거리감을 느꼈습니다. 


국제무역 확대가 경제전체적으로 양(+)의 이득을 줄지라도 당장 나에게 피해가 돌아가는데 자유무역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보호무역정책이 실시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애써 피해를 축소하려는 모습은 꼴불견 그 자체 였습니다.


이러한 경제학계의 전반적인 모습에 대해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트럼프의 충격적인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 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로드릭은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대중논쟁장에서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가로채질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이 '학자들은 국제무역에 있어 한 가지 방향만 말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유무역이 종종 자국의 분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논쟁 장에서 목소리를 잃게 된다. 그들은 또한 무역의 옹호자로 나설 기회도 잃고 만다." 라며 경제학자들의 노파심이 외면을 불러왔다고 지적[각주:53]합니다. 




※ 국제무역이 일자리와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상세히 분석하자


다행히도 경제학자들은 2010년대 들어 국제무역이 일자리와 임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상세한 분석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보다 상세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폴 크루그먼이 2008년 보고서에서 안타까워했던 '데이터의 한계' 및 '달라진 무역구조에 대한 이해' 등의 문제를 극복한 덕분입니다.


▶ 중국발쇼크(The China Shock)가 미국 지역노동시장에 미친 영향


  •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

  • 중국발 쇼크가 미국 지역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분석을 통해 보여주었다


2010년대 경제학자들은 중국과의 교역확대가 다른 개발도상국과의 교역과는 완전히 다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학자들은 '중국발쇼크'(The China Shock) 라고 명명하며, 대중국 수입증대가 미국 지역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 나갔습니다. 


특히 경제학자들은 "근로자가 다른 산업 및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을 실증분석을 통해 보여주면서, 국제무역이 분배 및 일자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침을 알려주었습니다.


경제학계 내에서 이러한 연구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MIT 대학의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 입니다. 앞으로 다른 글을 통해 그의 업적을 살펴볼 수 있을 겁니다.


▶ 수직적 특화 · 오프쇼어링 · 글로벌 밸류체인 등 달라진 세계화


  • 21세기 세계경제 구조를 이해하려면 상품(product)의 생산단계(stage), 다양한 직무(occupation)을 세부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 출처 : Richard Baldwin. 2016. 『The Great Convergence』


개발도상국과의 교역확대가 미국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존의 분석은 비교우위 무역모형에 기반해서 이루어졌으나, 오늘날 세계경제 구조는 복잡해졌습니다. 


21세기 세계경제 구조는 '비교우위 상품을 수출 · 비교열위 상품을 수입하는 단순한 무역구조'에서 '상품생산 과정이 개별 단계로 쪼개져서 여러 국가에 분포하는 수직적 특화 · 오프쇼어링 · 글로벌 밸류체인의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숙련집약산업과 비숙련집약산업으로 양분하여 산업간 무역 효과를 분석하는 건 유효하지 않습니다. 이제 동일 산업 내에서 생산과정(production process)과 업무단계(task stage)를 세부적으로 분리하여 살펴야 합니다. 


이것 또한 앞으로 글을 통해 소개할 계획입니다.


▶ 기업 및 사업체 단위 등 마이크로 데이터를 이용한 분석



중국발쇼크와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기업(firm) 및 사업체(plant) 단위 등 마이크로 데이터에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고, 경제학자들은 보다 상세한 실증분석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미국 제조업 고용변화를 기업(frim) 및 사업체(plant) 단위에서 살펴본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제조업을 뭉뚱그려 바라보지 않고, '기존 기업 내 신규 사업체의 진출과 퇴출', '기업 자체의 진출과 퇴출' 등을 세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 중국의 경제발전과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 

→ 200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


  • 1966~2019년,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 추이 (단위 : 천 명)

  • 빨간선 이후 시기가 2000~10년대

  • 음영처리된 시기는 미국경제의 경기불황기(recession)

  • 출처 : 미국 노동통계국 고용보고서 및 세인트루이스 연은 FRED


200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 일자리의 급격한 감소 현상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를 마이크로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할 필요성을 높였습니다. 

앞서 1980~90년대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구조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하였는데, 2000년 이후 감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는 1979년 최대 1,950만명 · 1980~90년대 평균 1,700만명대를 기록하였으나, 2007년 1,400만명 · 2019년 현재 1,300만명을 기록하며 25%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중국이 어떤 과정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어왔으며 세계경제 구조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이러한 사건들이 미국 제조업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1.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s://joohyeon.com/26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https://joohyeon.com/271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s://joohyeon.com/264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s://joohyeon.com/266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s://joohyeon.com/265 [본문으로]
  6.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https://joohyeon.com/268 [본문으로]
  7.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s://joohyeon.com/269 [본문으로]
  8.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https://joohyeon.com/270 [본문으로]
  9.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s://joohyeon.com/272 [본문으로]
  10. 보다 정확히 말하면, 신규산업에 진입하는 기업은 자금을 조달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국내에서 이 산업에 대해 아는 투자자가 없다는 겁니다. 신규 진입기업은 스스로 시장조사를 하여 투자자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줄 유인을 갖게 됩니다. 이때, 시장조사를 하기 위한 비용이 발생하는 데 반하여 이를 통해 얻게 된 정보를 다른 기업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어느 기업도 새로운 산업에 먼저 진입하지 않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금융시장 정보 불완전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유익한 산업이 수립되지 않는 경우가 초래되고 맙니다.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s://joohyeon.com/272 [본문으로]
  12.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s://joohyeon.com/269 [본문으로]
  13.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https://joohyeon.com/270 [본문으로]
  1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15. 선거인단 득표는 0 [본문으로]
  16. 모든 경제학자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동일한 의견을 낸 것은 물론 아니지만, 주류 경제학자들의 컨센서스는 이러했습니다. [본문으로]
  17. Nonetheless, the U.S. did not experience absolute deindustrialization in the 1970s. (...) If growth is resumed, job creation and investment in manufacturing will be stimulated, and reindustrialization will occur automatically. (...) The evidence does not support the contention that major shifts in U.S. industrial and trade policies are required to maintain external equilibrium. [본문으로]
  18. And third, does "deindustrialization" refer to an absolute decline in the volume of output from (or inputs to) manufacturing, or simply a relative decline in the growth of manufacturing outputs or inputs as compared to outputs or inputs in the rest of the economy? [본문으로]
  19.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https://joohyeon.com/233 [본문으로]
  20. Measured by the size of its manufacturing labor force, capital stock and output growth, the U. S. has not experienced absolute deindustrialization over either 1950-73 or 1973-80. [본문으로]
  21. international trade is neither the only nor the most important source of structural change. And, as I will demonstrate, in many cases trade has simply reinforced the effects of demand and technological change. [본문으로]
  22. Nonetheless, as these data make clear, there has not been an erosion in the U.S. industrial base. The decline in employment shares have been the predictable result of slow demand and relatively more rapid labor productivity growth in manufacturing because of an acceleration in capital formation. [본문으로]
  23. The decline in the manufactured goods trade balance over the past two years is not the result of a sudden erosion in U.S. international competitiveness brought about by foreign industrial and trade policies. [본문으로]
  24. [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s://joohyeon.com/217 [본문으로]
  25. 앞에서 이야기했던 'Giant Sucking Sound' [본문으로]
  2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s://joohyeon.com/267 [본문으로]
  27. [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s://joohyeon.com/217 [본문으로]
  28. Thus, the data suggest that the Stolper-Samuelson process did not have much influence on American relative wages in the 1980s. In fact, because the relative price of nonproduction-labor-intensive products fell slightly, the Stolper-Samuelson process actually nudged relative wages toward greater equality. No regression analysis is needed to reach this conclusion. Determining that the relative international prices of U.S. nonproduction-labor-intensive products actually fell during the 1980s is sufficient. [본문으로]
  29. Thus both the relative wages and the relative employment of nonproduction workers rose in American manufacturing in the 1980s. This combination indicates that the labor-demand mix must have shifted toward nonproduction labor. [본문으로]
  30. One possible explanation for this relative employment shift is that technological change was "biased" toward the use of nonproduction labor. [본문으로]
  31. (사족 : 숙련편향적 기술진보와 임금불균등에 관해서는 로런스&슬로터의 연구도 참고할만 하지만, 대표적인 논문은 따로 있습니다.) [본문으로]
  32. Berman, Bound, Griiches. 1993. Changes in the Demand for Skilled Labor within U.S. Manufacturing: Evidence from the Annual Survey of Manufacturers. QJE [본문으로]
  33. Alan Krueger. 1993. How Computers Have Changed the Wage Structure: Evidence from Microdata, 1984-1989. QJE [본문으로]
  34. 물론 '모든' 경제학자가 그러했던 것은 아닙니다. 일레로 1990년대 후반 로버트 핀스트라(Robert Feenstra)는 아웃소싱과 오프쇼어링의 출현에 주목하면서 이들이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죠. 핀스트라의 논리는 추후 다른 글을 통해 살펴볼 계획입니다. [본문으로]
  35.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s://joohyeon.com/219 [본문으로]
  36.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s://joohyeon.com/275 [본문으로]
  37.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https://joohyeon.com/278 [본문으로]
  38. Standard economic analysis predicts that increased U.S. trade with unskilled labor–abundant countries should reduce the relative wages of U.S. unskilled labor, but empirical studies in the 1990s found only a modest effect. Has the situation changed in this decade, given the surge in imports from very low wage countries? [본문으로]
  39. (factor content analyses are limited by the level of disaggregation of the input-output table,) [본문으로]
  40. It seems a foregone conclusion that aggregation is a serious problem here; why not use more disaggregated data? The answer is that within the limits of current data, there is little that can be done. [본문으로]
  41. All these examples suggest a data problem: numbers showing a rapid rise in developing country exports, and Chinese exports in particular, within sectors that are skill intensive in the United States need to be taken with large doses of salt. [본문으로]
  42. The broad picture, then, is that the apparent sophistication of imports from developing countries is in large part a statistical illusion. [본문으로]
  43. Instead what seems to be happening is a breakup of the value chain that allows developing countries to take over unskilled labor–intensive portions of skilled labor–intensive industries. And this process can have consequences that closely resemble the Stolper-Samuelson effect. [본문으로]
  4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s://joohyeon.com/264 [본문으로]
  4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s://joohyeon.com/265 [본문으로]
  46.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s://joohyeon.com/216 [본문으로]
  47. [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s://joohyeon.com/217 [본문으로]
  48.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49.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s://joohyeon.com/275 [본문으로]
  50. if changes in such policies are adopted, they should be made on the grounds that they improve productivity and stimulate economic growth. They should not be undertaken on the basis of fears, based largely upon confusion about the sources of economic change, that policies which appear inadvisable on domestic grounds are required for the purposes of competing internationally. [본문으로]
  5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https://joohyeon.com/278 [본문으로]
  52. Just to be clear: even if growing trade has in fact had significant distributional effects, that is a long way from saying that calls for import protection are justified. First of all, although supporting the real wages of less educated U.S. workers should be a goal of policy, it is not the goal: for example, sustaining a world trading system that permits development by very poor countries is also an important policy consideration. Second, as generations of economists have argued, the first-best response to the adverse distributional effects of trade is to compensate the losers, rather than to restrict trade. Yet whether trade is, in fact, having significant distributional effects, rather than being an all-round good thing, clearly matters. [본문으로]
  53.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s://joohyeon.com/263 [본문으로]
  1. 도희
    드디어 3번이 올라왔어어ㅓㅓㅓㅓ
    노동자 입장에서는.. 10년 20년 일했던 직종이 사라지고 나서 바로 여타 산업으로 전환하기는 힘들겠죠.. 물건이 아니고 사람이니까.. 그런데 크루그먼씨가 말한 비교열위 산업의 침체에 따른 '보상'은 노동자 입장에선 직업훈련과 실업급여같은걸 말하는 걸까요? FANG 같은 비교우위에 있는 첨단 기업들은 고용효과가 낮은데 이런 것 까지 고려한 발상일까요?
    궁금한게 너무 많아요. 사춘기 인가봐요.
    • 2019.08.26 19:20 신고 [Edit/Del]
      안녕하세요.
      '보상'(compensation)에는 말씀하신 직업훈련, 실업급여 등 사회복지정책을 주로 의미합니다.

      매우 원론적인 이야기죠;;; 어느 교과서를 봐도 이런 식의 말을 하는데... 바로 이래서 경제학자들이 욕을 많이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때에는 첨단기업들의 고용효과 같은 디테일한 측면은 고려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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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Posted at 2019.07.08 16:37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80년대 미국 내 보호주의 압력,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으로 이어지다


  • 왼쪽 : 전세계 GDP에서 미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 오른쪽 : 미국, GDP 대비 대일본 무역수지 비중의 변화


지금까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를 읽어왔으면 알 수 있듯이,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을 상징하는 단어는 '공정무역'(fair trade) · '평평한 경기장 만들기'(level playing field) 였습니다. 


미국 경제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강대국의 지위를 누려왔으나, 1970-80년대 서유럽이 전후 재건을 완료하고 한국 · 대만 등 동아시아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을 시작하면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었습니다[왼쪽 그래프]. 


더욱이 1970년대 들어서 고도성장을 기록해나간 일본은 미국인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일본 GDP 대비 미국 GDP는 1968년 2.6배 였으나 1982년 2.0배로 축소되었고, 미국 GDP 대비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액은 1985년 1.15% 수준까지 심화되었습니다[오른쪽 그래프].  


미국 정치인과 대중들은 "외국 특히 일본의 불공정무역 관행으로 인해 미국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1985년 연설[각주:1]을 통해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unfair trading practices)으로 인해 우리의 기업인들이 실패하는 것을 가만히 옆에 서서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공정무역(fair trade)을 달성하기 위해 행동할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미국은 주요 타겟을 일본으로 정했습니다. 당시 일본은 '여러 기업이 모여 하나의 기업집단처럼 행세하는 케이레츠 · 일본기업간 오랜 기간에 걸친 협력과 거래 · 종합상사회사가 중심이 된 유통시스템 등의 일본 특유의 경제시스템이 외국산 상품 판매를 가로 막고 있었고, 이로 인해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각주:2]되고 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은 1986년 미-일 반도체협정을 체결하여, '향후 5년간 외국산 반도체 시장점유율 20% 달성'이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강요하는 결과지향적 무역정책(Results rather than Rules)[각주:3]을 일본에게 관철시켰고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냈습니다.


이때 미국이 일본의 무역 규칙 · 정책 · 관행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자국의 법률 이었습니다.  그 법률은 1974년 무역법 301조(Section 301 of the Trade Act of 1974) 였으며, 1988년 종합무역법(the Omnibus Foreign Trade and Competitiveness Act of 1988)의 슈퍼 301조(Super 301) 및 스폐셜 301조(Special 301)로 강화됩니다.


이렇게 자국법을 근거로 특정 국가에게 시장개방을 강요하는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은 굉장히 이례적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시 세계무역 시스템은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일명 GATT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100개 이상의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던 GATT는 최혜국대우 · 관세 · 비관세장벽 등의 규칙(rules)을 명시하고 협정 당사국은 이를 준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국제협정인 GATT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자국에서 제정한 국내법(domestic laws)과 국제정치적 힘(powers)을 이용하여 외국의 시장을 개방시킴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켰습니다.


이러한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은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로 불립니다. GATT 체제는 여러 국가들이 협상(bargaining)을 통해 상호양보(mutual, reciprocal concession)를 함으로써 무역자유화를 이루어 나갑니다. 반면,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는 특정 무역상대국을 위협(threat)하여 상대방의 일방적인 양보를 이끌어(unilateral concession by others)냅니다. 


여기서... 과거 80년대 미국의 모습이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오늘날 미국 트럼프행정부는 중국, 멕시코, EU, 일본, 한국 등 거의 모든 무역상대국을 위협하여 자국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무역협정을 개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이 외국의 무역행위를 판단하는 근거는 현재의 세계무역시스템인 WTO가 아니라 자국의 법률인 1974년 무역법 301조와 1988년 종합무역법 슈퍼 301조, 스폐셜 301조 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80년대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이 만들어진 배경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왜 미국만' 공격적 일방주의를 사용하며 '언제' 이를 꺼내드는지, 그리고 'GATT 및 WTO 등 규칙에 기반한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vs 국내법과 힘에 기반한 공격적 일방주의'의 대립구도를 알아야 합니다.


이번글과 앞으로 나올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에서 다루게 될 주요 논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 왜 유독 미국만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이용할까? 


왜 유독 미국만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이용하는 것일까요? 단순한 대답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powers)을 가진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19세기 영국의 무역정책 형성과정과 20세기 초반 미국 무역정책의 방향이 형성된 시기를 비교봄으로써, 좀 더 근원적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19세기 영국은 1846년 곡물법을 폐지하며 보호무역체제에서 벗어나 자유무역체제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본 블로그의 지난글을 통해, 곡물법 폐지를 주장한 데이비드 리카도의 논리[각주:4]를 살펴본 바 있습니다.) 이때, 영국은 다른 나라들이 보호무역을 유지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이에 상관없이 수입산 곡물에 부과된 관세를 철페하며 나홀로 자유무역체제로 나아갔습니다. 이를 '일방적 무역자유화' 혹은 '일방주의'(Unilateral Liberalization of Trade / Going Alone / Unilateralism)로 부릅니다.


반면, 20세기 초반 미국은 다른나라와의 협상을 통해 서로서로 무역장벽을 낮춰가는 방식으로 무역자유화를 이루어 나갔습니다. 서로의 이익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이를 '호혜주의'(Reciprocity)라 부릅니다. 


그런데 호혜주의에 기반한 무역자유화를 다르게보면, 상대방이 무역장벽을 낮추지 않을 경우 나의 무역장벽을 낮출 이유도 없습니다. 즉, 상대방이 형평에 어긋난 이익을 취하려 할 경우 나는 상대방에 이익이 되는 조치를 철회하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이를 '상호주의'(Reciprocity)라는 부정적 의미가 담긴 용어로 부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호주의에 기반한 무역자유화는 언제든지 보호주의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일방주의에 기반을 둔 영국과 상호주의에 기반을 두었던 미국은 서로 다른 역사적 과정을 거쳐 무역자유화를 이루었으며, 미국의 상호주의는 언제든지 보호주의 및 공격적 일방주의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 언제 미국은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꺼내들까?


이제 던질 수 있는 물음은 "언제 미국의 상호주의는 보호주의 및 공격적 일방주의로 돌변하는가?" 입니다. 평상시 미국은 자유무역을 추구하며 전세계에 이를 전파하지만, 국제정치적 상황의 변화(foreign policy) · 비교우위 변화(shifts) · 경기침체(shocks)가 발생하면 보호주의 정책을 꺼내듭니다.


1947년 GATT 체제가 수립된 이유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전세계로 보후주의 무역정책이 확산되며 공황이 심화되고 세계대전을 치렀던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종전된 이후, 미국과 영국은 자유무역의 가치를 지키고 퍼뜨리기 위하여 GATT 체제를 창안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공산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서유럽 및 일본의 재건과 부흥이 필요하였고, 상대적으로 높았던 이들의 관세율을 종전 직후에는 그대로 묵인하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서유럽과 일본 경제가 다시 성장하고 자동차 · 철강 · 섬유 등의 업종에서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또한, 1970년대 말 오일쇼크와 긴축 통화정책으로 경기침체에 빠지고 실업률이 높아지자, 정치권을 향해 보호주의를 요구하는 기업인 · 근로자의 목소리도 커져갔습니다. 


이제 미국은 더 이상 서유럽과 일본의 높은 관세율을 용인할 수 없게 되었고, 선거 당선이 필요한 상원 · 하원 의원들은 미국 기업인과 근로자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각종 보호주의 법안을 입안했습니다. 특히 외국의 제조업 발전 때문에 심한 경쟁에 노출된 미국 러스트벨트(rust belt)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 규칙에 기반한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GATT, WTO) vs 공격적 일방주의(301조)


결국 미국은 국내법을 근거로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이는 규칙에 기반을 둔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GATT의 원리와 충돌하게 됩니다. 


1947년 체결된 GATT는 규칙에 기반을 둔 다자주의 세계무역 시스템(Rule-Based Multilateral World Trade System) 입니다. 이에 참여한 국가들은 1947 GATT에 명시된 규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은 다른 나라들을 모두 평등하게 대한다는 무조건적 최혜국대우(Unconditional MFN)이며 비차별주의(Non-Discrimination) 원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1980년대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은 GATT의 규칙이 아닌 자국의 국내법(domestic laws)을 근거로 외국의 행위를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GATT의 분쟁해결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일방적인 보복(Unilateral Retaliation)을 행사했습니다.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하는 보복과 보호무역 조치는 다른 나라와 차별을 초래하며, 이는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이 지키려하는 무조건적 최혜국대우와 비차별주의를 위반하고 맙니다.


이를 보다 못한 EU와 일본은 1995년 WTO라는 새로운 세계무역시스템을 만들어서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를 제어하려 했습니다. WTO에는 분쟁해결기구(Dispute Settlement Body)가 새롭게 만들어졌고, 각국간 무역분쟁은 WTO가 다룰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미국은 기존 1947 GATT 규칙을 수정한 1994 GATT에 더하여, 우위를 점하고 있는 서비스부문(GATs) · 지적재산권(TRIPs) 부문 개방을 얻어내는 대가로 WTO에 참여하게 됩니다. 


즉, 세계무역시스템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보호주의 확산' →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자유무역을 전파하는 1947 GATT 체제 성립' → '1980년대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 '이를 통제하기 위하여 새로운 다자주의 무역시스템인 1995년 WTO 기구 창설' 등의 역사적 변천을 거쳐왔습니다.


따라서, 80년대와 오늘날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은 단순히 "미국이 보호주의를 구사한다"는 평을 넘어서서, "무조건적 최혜국대우와 비차별주의를 기본 원리로 하는 '규칙에 기반한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미국이 훼손하고 있다"는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오늘날 트럼프행정부가 공격적 일방주의를 다시 꺼내들면서 WTO 체제를 비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앞으로 WTO를 대체할 새로운 다자주의 세게무역시스템이 만들어질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미국이 영국과 달리 상호주의(reciprocity)에 바탕을 둔 연유가 무엇인지,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를 대표하는 1974년 무역법 301조와 1988년 종합무역법 슈퍼 301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vs 공격적 일방주의'의 대립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 무역자유화를 달성하는 4가지 방식


앞서 서문에서 '공격적 일방주의', '일방주의', '호혜주의(상호주의)'라는 개념어가 등장하면서 내용 이해에 혼란이 오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이번글의 본격적인 내용에 앞서, 무역자유화를 달성하는 4가지 방식과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무역자유화(trade liberalization)란 말그대로 수입관세 인하, 무역장벽 철폐를 통하여 자유무역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무역자유화는 4가지 방식으로 실시할 수 있습니다.


▶ 첫째, 일방적 무역자유화 혹은 일방주의 

(unilateral liberalization of trade / going alone / unilateralism)


: 일방적 무역자유화 혹은 일방주의란 다른 나라의 무역정책에 상관없이 자국의 수입관세를 낮추거나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나라가 여전히 보호무역 정책을 쓰고 있더라도 이에 개의치 않고 자유무역 정책을 실시한다면, 이는 말그대로 일방향적인 무역자유화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1846년 곡물법 폐지를 통해 자유무역을 나홀로 실시한 영국이 대표적인 사례 입니다.


▶ 둘째, GATT 등 다자주의 체제 속에서 호혜적 무역자유화

(reciprocal liberalization of trade-reciprocity-in a multilateral framework such as GATT)


다자주의 체제 속에서 호혜적 무역자유화란 GATT, WTO 등 다자주의 무역시스템 안에서 여러 국가들이 협상을 통해 점진적으로 무역자유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초기 GATT 체제에서 각 국가들은 수입 공산품을 대상으로 관세율을 점점 인하하면서 무역장벽을 제거해나갔습니다. 이후 농업부문 개방과 보조금, 덤핑 등 비관세장벽 제거 여부도 협상의제로 삼았고, WTO 체제에 들어서는 서비스부문, 지적재산권 개방으로 범위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 셋째, 양자협상을 통한 호혜적 무역자유화

(reciprocal liberalization of trade under bilateral)


: 양자협상을 통한 호혜적 무역자유화란 두 국가가 협상을 통해 무역자유화를 실시함을 의미합니다. 무조건적 최혜국대우를 기본원리로 하는 GATT와 WTO 체제는 모든 무역상대방을 공평하게 대우해야함을 요구하지만, 특혜무역협정(PTAs) · 관세동맹(Custom Uniton) 등 일부 예외를 통해 특정 국가에만 더 낮은 관세율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들은 마음에 맞는 상대방과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양자협상을 통해 한차원 높은 무역자유화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 넷째, 위협을 통해 상대방의 무역장벽을 일방적으로 낮추기, 일명 공격적 일방주의

(unilateral reduction of others' trade barriers under the threat of sanction-aggressive unilateralism)


: 위협을 통해 상대방의 무역장벽을 일방적으로 낮추기는 일명 공격적 일방주의 입니다. 앞서 언급한 일방주의가 자국의 무역장벽을 일방적으로 낮추는 것을 의미했다면(unilateral concession by oneself), 공격적 일방주의란 상대방의 무역장벽을 일방적인 위협을 통해 낮추는 것(unilateral concession by others)을 뜻합니다. 전자는 국제무역이론을 전공한 학자들이 선호하는 '순수한 자유무역'이며, 후자는 자유무역 시스템을 위협하는 '보호주의의 극단'이라는 점에서 극과 극을 이룹니다. 서문에서 언급한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과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이 공격적 일방주의의 대표 사례 입니다. 




※ 19세기 영국 - '일방적 무역자유화'를 통해 자유무역의 길로 나아가다


일방적 무역자유화 혹은 일방주의는 언뜻 생각하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가 무역장벽을 높이 세운 상황에서 왜 우리나라만 무역장벽을 낮춰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1846년 영국은 곡물법을 폐지하여 나홀로 자유무역의 길로 나아갔으며, 국제무역이론을 전공한 경제학자들 중 몇몇은 일방주의를 최선의 방식으로 여깁니다. 이번 파트를 통해 이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일방적 무역자유화를 통해 실제로 이득을 보고 있는 우리 영국의 사례를 믿자. 곧 멀지 않은 시기에 우리의 사례가 다른 나라들도 자유무역을 채택하도록 만들 것이다."[각주:5] 


- 1846년 곡물법 폐지를 만들어낸 영국 수상 로버트 필(Robert Peel)

- 바그와티 & 어윈. 1987. '오늘날 미국 무역정책에서 상호주의자들의 귀환'에서 재인용[각주:6]


19세기 초반 영국은 곡물법(the Corn Laws)을 통해 수입산 곡물에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여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818년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각주:7]"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논리를 제시하며 곡물법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현재의 곡물법은 곡물 가격을 상승시키고 근로자 임금을 높이기 때문에, 경제발전에 필요한 자본가의 이윤을 훼손시킨다는 것이 주요 논거였습니다.


결국 1846년 영국 수상 로버트 필(Robert Peel)은 곡물법 폐지를 단행하며 일방적 무역자유화를 실시합니다. 그는 자신의 결정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나홀로 실시한 무역자유화를 통해 자본축적 이라는 이득을 보고 있으며, 이를 목격한 다른나라들이 보호무역에서 벗어나 수입장벽을 낮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영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관세 인하도 적극적으로 유도하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反곡물법 연맹'을 창안하며 적극적으로 곡물법 폐지 운동을 펼친 리차드 콥든(Richard Cobden)은 "외국에게 호혜적 관세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외국의 자유무역론자들을 더 힘들게 만들 뿐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요구는 마치 자유무역이 영국의 이익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외국이 자유무역 원리를 채택하도록 촉구를 덜 하는 것이 더 낫다."[각주:8]라고 설명합니다. 수입관세 인하를 제시받은 외국은 '영국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할테고 이로 인해 오히려 보호무역 조치를 더 강화할 수 가능성을 염려했습니다.


현대 경제학자가 보기에도 일방적 무역자유화는 타당합니다. 자유무역이 이로움을 주는 이유는 '외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을 값싸게 수입'할 수 있기 때문[각주:9]입니다. 외국의 보호무역에 대응하여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수입을 하는 미련한 행위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즉, 다른 나라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우리도 관세를 높이는 행위는 "다른 나라가 암석 해안(rocky coasts)을 가졌으니 우리의 항구에 돌을 가져다 놓자(drop rocks into our harbors)"[각주:10]는 말과 같습니다. 


이처럼 19세기 영국은 '양국이 협상을 통해 점진적으로 무역장벽을 낮추는 호혜주의 혹은 상호주의(reciprocity)'가 아니라 '일방적 무역자유화 혹은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채택하였고, 데이비드 리카도의 예측대로 제조업 발전과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게 됩니다.




※ 20세기 초반 미국 - '호혜통상법'을 통해 유치산업보호론에서 벗어나다


반면 20세기 초반 미국이 놓여있던 역사적 · 경제적 상황은 19세기 영국과는 달랐습니다. 


앞서 살펴본 리차드 콥든의 걱정과 유사하게, 영국인 데이비드 리카도가 내놓은 곡물법 폐지론과 비교우위론은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의문 때문에 외국에서 한동안 배척받았습니다. 1920-30년대 호주[각주:11] · 1950~70년대 중남미[각주:12]는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던 19세기 영국과 달리, 우리는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보호무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8~19세기 미국 또한 제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미리 발전한 외국 특히 영국과의 자유경쟁이 벌어지는 상황 하에서는 제조업을 키우는 게 불가능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8세기 미국 초대 재무부장관 알렉산더 해밀턴과 19세기 초중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자유무역사상을 비판하며 '제조업 육성을 위한 유치산업보호'의 필요성을 설파[각주:13]했습니다. 


미국의 보호주의적 무역정책은 계속 되었고, 1929년 대공황 직후인 1930년에 제정된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그 정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시 미국 정치인들은 외국산 상품 가격을 높게 설정하여 미국산 상품 판매량을 늘리면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에 따라 미국은 2만여 수입품에 대해 평균 50%가 넘는 관세율을 부과하였습니다.


하지만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대공황의 여파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1932년 대선 이후 집권한 루즈벨트행정부는 무역정책 방향을 정반대로 돌리기로 합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 바로 국무부장관 코델 헐(Cordell Hull) 입니다. 


  • 코델 헐 (Cordell Hull)

  • 1931년 3월~1933년 3월, 테네시스 주 상원의원

  • 1933년 3월~1944년 11월, 루즈벨트행정부 국무부장관


본래 코델 헐은 테네시스 주 상원이었으며, 테네시스 주는 농산물 생산을 주로 하는 남부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조업 중심인 북부는 보호주의를 농업 중심인 남부는 낮은 관세율을 선호하였기 때문에, 코델 헐은 남부 민주당의 전형적인 저관세 정책을 대표했습니다. 


그리고 코델 헐은 과도한 수입관세가 수출을 억제시키고, 생계비를 상승시켜 소비자와 근로자에 해를 끼치고, 독점을 촉진하고, 남부의 가난한 농부로부터 북부의 부유한 산업가로 부를 재분배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코델 헐은 그의 정치적 힘을 무역장벽 철폐에 집중하였고, 1934년 제정된 호혜통상법(RTAA, Reciprocal Trade Agreement Act)은 미국 무역정책의 운명을 바꾸었습니다


1934 호혜통상법의 주요 내용은 '무역협상의 권한을 의회에서 대통령으로 이전하고, 대통령은 외국과의 양자 호혜협정을 통해 기존 관세율을 최대 50%까지 인하할 수 있다. 이때 새롭게 설정된 관세율은 무조건적 최혜국대우를 통해 다른 나라의 수입품에도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지역구에 기반을 둔 의원들은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북부 의원은 보호무역을 남부 의원은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게 당연했으며, 수입확대로 경쟁이 심화되면 피해를 입는 기업인 및 근로자들은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려 로비를 일삼았습니다. 


반면, 미국 전역에 기반을 둔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보호주의 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무역자유화로 특정 주 시민들의 피해가 늘어나더라도 다른 주 시민들의 이익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여기에 더하여, 당시 대통령이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수출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양자 협상을 통해 외국의 관세율을 인하시켜 미국 수출을 확대하려 했고, 미국의 관세율 인하를 외국의 수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협상의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루즈벨트 대통령은 호혜통상법안을 제안하면서 "이것은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긴급 프로그램의 일부이다. 국내 경제의 완전하고도 영구적인 회복은 국제교역의 부활과 강화에 달려있다. 미국 수출업자들의 수출은 이에 상응하는 수입의 확대 없이는 증가할 수 없다."[각주:14]고 발언했습니다. 또한, 무역협상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전례없는 경제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의원들은 호혜통상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줬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우려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외국과 무역협상을 개시하는 이유를 고지 / 협상 과정에서 미국 이해단체들의 의견을 반영할 것 / 대통령의 무역협상 권한은 3년 후 만료되며 이후 의회 승인 하에 갱신을 받아야 함'의 조건을 추가하여 1934년 6월에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이렇게 미국은 수입장벽을 낮추는 자유무역의 길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1934년 호혜통상법(RTAA) 제정 이후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드라마틱하게 하락했습니다. 윗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여파로 50%가 넘었던 평균 관세율은 1934년 이후 크게 하락해나갔고, 2차대전 이후 GATT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시스템이 건설되면서 오늘날까지 한 자릿수의 관세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1930년대 미국이 처한 상황은 19세기 영국이 선택한 일방적 무역자유화가 아닌 호혜주의에 입각한 무역자유화를 선택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1934 호혜통상법(1934 RTAA)는 법안 제목처럼 '호혜주의'(reciprocity)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외국의 관세율을 인하시키기 위하여 자국의 관세율 인하를 협상의 대가로 제시했습니다. 


당시 미국에는 아직 보호주의자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었으며, 대공황 이후 다른 나라들의 수입장벽이 높은 현실에서 나홀로 관세율을 인하한다면 수출은 증대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관료들 사이에서 존재했습니다. 다시 말해, 당시 상황상 일방적 무역자유화는 정치적으로 불가능 했으며, 자국이 아닌 외국의 무역장벽을 낮출 필요가 더 컸습니다.


미국이 선택한 호혜주의를 통한 무역자유화 방식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일방적 무역자유화 보다 더 큰 이득을 안겨다줄 수 있었습니다.


경제학자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는 호혜주의를 통한 양보(mutual, reciprocity concession)가 일방주의 무역자유화 보다 4가지 측면에서 이점을 불러온다고 설명합니다.


▶ 내가 무역자유화를 할 때 상대방도 자유화를 한다면, 나는 두 배의 이익을 얻는다[각주:15]


: 나의 일방적 무역자유화는 수입상품을 더 싸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을 줍니다. 이때 상대방도 무역자유화를 통해 비교우위 상품을 특화생산 한다면, 내가 수입하는 상품 가격이 더 싸지기 때문에 일방적 무역자유화 보다 두 배의 이익을 얻게 됩니다.


▶ 너와 내가 모두 자유화를 한다면, 단기 무역수지 불균형의 문제를 피할 수 있다[각주:16]


: 나의 일방적 무역자유화는 수입상품 가격을 낮춰서 이익을 줄 수 있으나, 만약 수출 증대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국제수지 불균형 문제가 단기적으로 발생합니다. 이때 상대방이 수입장벽을 낮춘다면 나의 수출도 증가하여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 너와 나의 동시 양보는 국내정치적으로 무역자유화를 받아들이기 쉽게 만든다[각주:17]


: 나의 일방적 무역자유화는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습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다른 나라가 무역장벽을 높이 세운 상황에서 왜 우리나라만 무역장벽을 낮춰야 하나?" 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방도 무역자유화를 실시한다면, 자국의 수입장벽을 낮추는 행위가 명분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우리 수출업자를 위한 외국의 양보 덕분에, 무역자유화로 이득을 보는 집단이 만들어진다[각주:18]


: 무역자유화를 실시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보호주의 속에서 이득을 보는 집단이 완강히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이 무역자유화를 실시하여 나의 수출이 증대된다면, 수출확대로 이득을 보는 집단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이 집단은 이제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새로운 이해관계자가 됩니다.


이번 파트에서 보았듯이, 영국과는 다른 정치적 · 경제적 상황에 놓여있던 미국은 호혜주의에 입각한 무역자유화의 경로를 밟아나갔습니다. 호혜주의가 일방주의에 비해 열등한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더 큰 이익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호혜주의 방식의 이점을 말했던 자그디쉬 바그와티는 호혜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더 주목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호혜주의가 언제든지 상호주의와 보호주의 그리고 공격적 일방주의로 돌변할 수 있는 위험 입니다. 




※ 호혜주의 → 상호주의 → 공격적 일방주의,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다


  • 국제무역이론의 대가, 자그디쉬 바그와티 (Jagdish Bhagwati)

  • 그는 상대방이 어떤 무역정책을 취하든 상관없이 자유무역 정책을 고수하는 '일방주의'를 주장했다


국제무역이론의 대가인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는 호혜주의가 가져오는 이점 보다는 문제점에 더 주목했습니다. 그는 호혜주의가 언제든지 상호주의와 보호주의 그리고 공격적 일방주의로 돌변할 수 있으며, 80년대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훼손하는 현실을 걱정했습니다.


바그와티는 1987년 논문 <오늘날 미국 무역정책에서 상호주의자들의 귀환>(<The Return of the Reciprocitarians U.S.Trade Policy Today>), 1988년 단행본 <보호주의>(<Protectionism>), 1989년 논문 <교차로에 놓여있는 미국 무역정책>(<United States Trade Policy at the Crossroads>), 1990년 단행본 <공격적 일방주의 - 미국의 301조 무역정책과 세계무역시스템>(<Aggressive Unilateralism - America's 301 Trade Policy and the World Trading System>)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했습니다. 


▶ 일방적 무역자유화가 아닌 상호주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에 둔 미국


Reciprocity는 '다른나라와의 협상을 통해 서로서로 무역장벽을 낮춰가면서 이익을 증대시킨다'(mutual, reciprocal concession)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호혜주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무역장벽을 낮추지 않을 경우 나의 무역장벽을 낮출 이유가 없어지며, '시장개방을 통한 상호 동등한 접근을 요구'(reciprocity of access / level playing field)한다는 의미에서 '상호주의'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각주:19] 


상호주의 하에서 상대방이 형평에 어긋난 이익을 취하려 할 경우 나는 상대방에 이익이 되는 조치를 철회하는 식으로 대응합니다. 더 나아가 받은대로 돌려주겠다(tit-for-tat)고 위협하면서 시장개방을 강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상호주의에 기반한 무역자유화는 언제든지 보호주의와 공격적 일방주의로 돌변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바그와티가 보기엔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는 "영국과는 달리 후발산업국가로서 미국은 한번도 일방적 무역자유화의 이데올로기를 품은 적이 없다. 알렉산더 해밀턴의 <제조업에 관한 보고서> 이래로 보호주의는 미국 무역정책의 핵심 이었다."[각주:20]는 점 입니다. 미국은 상호주의(reciprocity)를 무역자유화의 유일한 수단으로 간주했으며, 미국 내 지식인들은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옳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 정치 ·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등장


1970-80년대 미국의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서유럽 · 일본의 재건을 도울 필요가 적어지자, 호혜주의는 상호주의로 그리고 공격적 일방주의로 돌변하게 됩니다.


이번글의 서문과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에서 살펴보았듯이, 70-80년대 미국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지위의 하락' · '생산성 둔화' · '무역적자 심화' · '강달러' · '실업률 증가' 등 대내외적 경제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그와티는 당시 미국 경제상황을 '왜소해지는 거인'(Diminished Giant)으로 묘사했고, "왜소해지는 거인 신드롬과 강달러 현상이 상호주의 사상과 결합하게 되었고, 그 결과 '무역의 공정성'(fairness in trade)에 대한 요구가 미국 정치에서 강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각주:21]고 말합니다.


1981년에 집권한 레이건행정부는 처음에는 자유무역을 강조하다가, 1985년 2기 집권 이후부터는 점점 '상호 동등한 시장접근'과 '공정무역'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공화당 의원들 또한 외국의 시장을 개방시키는 상호주의의 공격적 측면(aggressive stance of reciprocity)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 1974년 무역법 301조와 1988년 종합무역법 슈퍼 301조 및 스페셜 301조


1970-80년대 미국 무역정책이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법안이 1974년 무역법 301조 1988년 종합무역법의 슈퍼 301조 및 스폐셜 301조 입니다. 


◆ 1974년 무역법 301조(Section 301 of the Trade Act of 1974)


1974년 무역법 301조는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의 원조 입니다. 


이 법안 조항에 따르면, 외국의 상거래가 GATT 및 양자협정의 권리에 반한다고 판단되면 미국 대통령은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GATT가 명시한 권리를 찾는다는 점에서 GATT에 부합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GATT가 특정 국가에게 보복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는 면에서 GATT에 위배되는 법안 입니다.


특히 1974년 무역법 301조의 '공격적 일방주의' 특징은 외국의 무역행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GATT 가 규정한 범위 밖이라는 점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법안은 미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에 의해, 외국의 무역 법률 · 정책 · 관행 등이 무역협정을 위반(violate) · 정당화할 수 없음(unjustifiable) · 비합리적(unreasonable) · 차별적(discriminatory) 이라는 점이 드러난다면, 대통령은 의무적 혹은 재량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외국이 무역협정을 '위반' 한다면 당연히 잘못 입니다. '정당화 할 수 없음'은 협정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것 또한 당연히 잘못 입니다. '차별적'은 GATT의 기본원리인 최혜국대우(MFN)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잘못 입니다. 


그런데 '비합리적'(unreasonable)은 '협정에 명시된 사항을 위반하지 않았으나 불공정(unfair)하거나 불공평(inequitable)한 행위'를 의미하며, 이는 미국이 외국의 무역행위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미국은 노동자 권리 보호 수준 혹은 반경쟁정책 등을 근거로 외국의 행위가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하여 일방적인 보복을 가했습니다.


이처럼 1974년 무역법 301조는 (미국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제거하고 시장을 개방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습니다. 미국은 위협을 통해 외국의 일방적 양보(unrequited concession)를 이끌어 내었고, 이로써 301조를 제정한 목적을 이루어나갔습니다. 


 1988년 종합무역법(the Omnibus Foreign Trade and Competitiveness Act of 1988)

- 슈퍼 301조(Super 301) 및 스폐셜 301조(Special 301)


1988년 종합무역법은 기존의 301조를 더 강화시켰습니다. 


기존의 301조는 대통령에게 대폭적인 재량이 부여되었기 때문에 보복조치가 반드시 실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80년대 일본과의 무역분쟁으로 한층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미국 의원들은 이를 고치고 싶어했습니다.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무역장벽 연차보고서>를 매년 의회에 제출하며 '우선 협상국'(priority countries)과 '우선 협상항목'(priority practices)를 반드시 지정토록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미 무역대표부는 '우선 협상국'에 대해 반드시 301조 조사와 협상을 실시하도록 의무화 하였고, 제제 권한은 대통령에서 미 무역대표부로 이전 되었습니다. 


이렇게 강화된 301조 제제를 일명 '슈퍼 301조'(Super 301)로 부르며, 지적재산권에 관한 사항은 '스폐셜 301조'(Special 301)로 부릅니다.


▶ 공격적 일방주의는 '수출 보호주의'(export protectionism)


자그디쉬 바그와티가 보기엔 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은 자유무역의 적(enemy of free trade) 이었습니다. 공정무역 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에서 외국의 시장개방을 강요하고, GATT와 같은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 채 국내의 법률로 외국의 무역행위를 판단하는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공격적 일방주의 정책은 '시장개방' · '공정무역' · '평평한 경기장 만들기'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외국의 무역장벽을 낮추는 자유무역 정책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미국의 수출을 확대하고 수출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수출 보호주의'(export protectionism)나 마찬가지라고 바그와티는 평가했습니다.




※ 미국을 제어하기 위하여 WTO가 만들어지다


  • 1995년 1월 1일부로 공식적으로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 1986년~1994년 GATT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설립이 확정되었다

  • 기존 1947 GATT를 수정한 1994 GATT + 서비스부문(GATS) + 지적재산권(TRIPS) + 분쟁해결기구(DSB)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은 EU, 일본 등 세계 여러나라들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안에서 각국은 규칙(rules)에 따라 행동하면 되지만, 미국은 이를 무시한채 힘(powers)을 앞세워서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켰기 때문이죠. 견디다 못한 EU와 일본 등 세계 각국은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만들고 그 안에서 미국의 행보를 통제하고 싶어했습니다


미국 또한 GATT를 대체할 새로운 무역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바라왔습니다. 기존 GATT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고, 시장개방 논의도 상품시장에만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분쟁해결기구(DSB)를 통해 공식적으로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제제하기를 원하였고, 미국이 강점을 가진 서비스(GATS) 부문의 시장개방과 지적재산권(TRIPS) 보호를 얻어내고 싶어했습니다.


1986년~1994년 동안 개최된 GATT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세계 각국은 의견을 개진하였고, 1995년 1월 1일부로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인 WTO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 들면서 경제력을 회복한 미국은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사용을 자제하였고,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WTO를 통해 자유무역 사상을 전파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다시 '자유무역의 수호자'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 트럼프행정부 무역정책에서 1980년대 미국의 모습이 보이다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돌아간 줄 알았던 미국은 오늘날 다시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꺼내들었습니다. 2017년에 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을 외치면서, 기존에 맺었던 무역협정을 비판하고 재협상에 나섰습니다.


① 80년대 타겟은 일본, 10년대 타겟은 중국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14일 아래와 같은 메모를 남기며 미중 무역전쟁을 개시합니다.


"미국은 수년간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산업정책은 미국의 기술을 중국기업에게 이전하도록 계속해서 강요해왔다. 우리는 전면적인 조사를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미래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것이다"


'USTR Robert Lighthizer Statement on the Presidential Memo on China'


이후 8월 18일, 미국은 1974년 무역법 301조와 302조에 근거하여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였고, 다음해인 2018년 3월 22일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관세부과, WTO 제소 등의 대응을 지시합니다. 그리고 오늘까지 미국과 중국은 관세부과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② 트럼프행정부는 중국하고만 무역전쟁을 벌이나? →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비판


그런데... 더 생각해봐야 할게 있습니다. "트럼프행정부가 중국하고만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나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내린 첫 결정 중 하나는 바로 'TPP 탈퇴' 였습니다.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은 말그대로 일본,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싱가포르 등 태평양 인근의 11개 국가가 참여한 대규모 지역 무역협정이며, 부시행정부-오바마행정부를 이어가며 체결되었습니다. 특히 오바마행정부는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 라는 외교목표 아래 TPP를 추진해 나갔고, 중국을 봉쇄하는 경제지구를 만드는 것이 암묵적인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중국하고 무역전쟁을 벌이는 트럼프는 정작 TPP 폐기를 가장 먼저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EU, 일본과도 자동차, 철강 등을 두고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행정부는 WTO와 같은 다자주의 글로벌 무역시스템(Multilateral Global Trade System)이나 TPP 등의 다자주의 협정을 비판하며, 개별 국가와 하나하나 무역협상을 하는 양자주의(Bilateralism), 개별 국가를 위협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즉,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미중 패권경쟁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다자주의 글로벌 무역시스템 vs 공격적 일방주의'의 관점으로 현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③ 1970-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 미국의 일방주의를 억누르기 위해 만들어진 WTO,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전파의 중심이 되다


동시대 냉전 종식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WTO를 활용하게끔 만들었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관여와 확장'(engagement and enlargement) 라는 외교정책 하에 전세계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고 싶어했고, 그 중심역할을 WTO가 맡았습니다.


▶ 미국 우선주의의 귀환 (America First)


개도국 등은 WTO에 참여함으로써 많은 이익을 향유했습니다. 특히 중국은 WTO 가입 이후 글로벌 시장경제 시스템에 편입됨으로써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애초 미국은 WTO 가입한 중국이 시장경제 국가로 전환할 것을 바라왔기 때문에, 중국의 경제발전은 어찌보면 흐뭇한 일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시장경제 국가로 전환하지 않았습니다. 개도국은 (미국이 보기엔) 다자주의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이익만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0년대 중국의 WTO 가입과 동시기에 벌어진 IT 혁명은 전세계 무역패턴도 이전과 다르게 변모시켰습니다. 이제 선진국-선진국 간 교역보다는 선진국-개도국 간 교역이 활발해졌고(North-South), 개도국으로의 오프쇼어링(Offshoring) 및 세계 각국에 위치한 공장끼리 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글로벌 밸류체인 무역형태(Global Value Chain)이 확산되며,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들고 저소득층 소득은 감소해왔습니다. 


전세계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위해 미국인들의 삶이 망가지는 걸 지켜본다? 트럼프는 이를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IT 혁명 등으로 세계화의 형태가 달라진 것이다"고 진단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인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중요할 뿐입니다.


트럼프행정부는 집권 후 내놓은 국가안보전략보고서(Natiaonal Security Strategy Report)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요 목표로 내세웠고, '다자주의 글로벌 무역시스템에 의존하기 보다 양자무역협정(Bilateral Agreement)을 통해 미국에 유리하게끔 무역협정을 다시 체결할 것'을 공개적으로 밝힙니다.


즉,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전쟁은 단순히(?) '미중 패권경쟁'이 아니라 아래와 같은 대립구도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 전세계 무역체제의 방향 : '다자주의 vs 공격적 일방주의'


◆ 외교 · 무역 정책의 방향 : '민주주의 · 시장경제 전파 vs 미국 우선주의'


이제 다음부터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를 통해,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왜 전세계와 무역분쟁을 벌이는지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




※ 참고자료


백창재. 2015. 미국 무역정책 연구


Bhagwati J. 1988. Protectionism


Bhagwati, J. 1989. United States Trade Policy at the Crossroads


Bhagwati, J. 1990. Aggressive Unilateralism


Bhagwati, J. 2002. Going Alone: The Case for Relaxed Reciprocity in Freeing Trade


Bhagwati, J and Irwin, D. 1987. The Return of the Reciprocitarians U.S.Trade Policy Today


Irwin, D. 1989. Political Economy and Peel's Repeal of the Corn Laws


Irwin, D. 2017. Clashing over Commerce: A History of US Trade Policy



  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https://joohyeon.com/277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https://joohyeon.com/278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s://joohyeon.com/265 [본문으로]
  5. Let us trust to the influence of public opinion in other countries - let us trust that our example, with the proof of practical benefits we derive from it, will at no remote period insure the adoption of the principles on which we have acted. [본문으로]
  6. Jagdish Bhagwati, Douglas Irwin. 1987. The Return of the Reciprocitarians - US Trade Policy Today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s://joohyeon.com/265 [본문으로]
  8. insisting on reciprocal tariff reductions abroad would only serve to make the task of free trades abroad more difficult by implying that free trade was really in British interest rather than their own. .. the less we attempted to persuade foreigners to adopt our trade principles, the better. [본문으로]
  9.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s://joohyeon.com/216 [본문으로]
  10. Joan Robinson, 1947, Essays in the Theory of Employment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https://joohyeon.com/268 [본문으로]
  12.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s://joohyeon.com/269 [본문으로]
  13.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https://joohyeon.com/271 [본문으로]
  14. it is part of an emergency program necessitated by the economic crisis through which we are passing. a full and permanent domestic recovery depends in part upon a revived and strengthened international trade, and ... American exports cannot be permanently increased without a corresponding increase in import. 더글라스 어윈. 2017. Clashing over Commerce 425쪽 재인용 [본문으로]
  15. (If I can get you to also liberalize while I liberalize myself, I gain twice over) [본문으로]
  16. (If there are second-best macroeconomic consideration such as short-run balance of payments difficulties from trade liberalization, the mutuality of liberalization should generally diminish them) [본문으로]
  17. (mutuality of concessions suggests fairness and makes adjustment to trade liberalization politically more acceptable by the domestic losers from the change) [본문으로]
  18. (foreign concessions to one's exporters creates new interests that can counterbalance the interests that oppose one's own trade liberalization) [본문으로]
  19. 이처럼 자그디쉬 바그와티는 Reciprocity의 종류를 first-difference reciprocity와 full reciprocity로 구분 지었습니다. 전자는 호혜주의를 의미하며, 후자는 상호주의 즉 '평평한 경기장 만들기'(level playing field)를 뜻합니다. [본문으로]
  20. By contrast, the United States, a latecomer to industrialization, had never embraced the ideology of unilateral free trade. Protection had, without shame, long been part of American trade policy and commmanded intellectual respectability ever since Alexander Hamilton's Report on Manufactures of 1791.출처 : - 바그와티 & 어윈. 1987. '오늘날 미국 무역정책에서 상호주의자들의 귀환' [본문으로]
  21. The 'diminished giant' syndrome and the 'over-valued' dollar, combined with the historical appeal of reciprocitarian ideas, have made fairness in trade a politically potent force on the American scene.출처 : - 바그와티 & 어윈. 1987. '오늘날 미국 무역정책에서 상호주의자들의 귀환' [본문으로]
  1. 00
    오랜만에 뵙는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ㅎㅎ
  2. 1234
    와 반년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항상 좋은글 재밌게보고있습니다.
  3.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용어 정리도 영어랑 매칭해서 너무 잘 해주셔서, 그간 영어 기사 따로 한국어 기사 따로 머리에 맴돌던 상태였는데.. 드디어! 연결이 된 기분입니다!
    • 2019.07.14 09:25 신고 [Edit/Del]
      오 영어원문을 읽을때 함의를 포착하는걸 돕기 위해, 일부러 영어원문을 같이 기재하는건데.. ㅎㅎ 도움이 되어서 정말 좋네요
  4. ㅎㅎ
    안녕하세요, 조교님! 다른 사람한테 글 추천 받아서 들어와보니까 조교님 홈페이지네요 ㅋㅋㅋ 깜짝 놀랬어요 ㅋㅋㅋ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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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Posted at 2019.01.10 00:01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문제는 일본시장의 폐쇄성(closed market)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 · 생산성 둔화 · 무역적자 심화 등 거시경제 환경 악화[각주:1] 미국민들에게 국가경쟁력 상실의 우려를 안겨주었습니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마틴 펠드스타인 등 경제학자들 "무역적자는 경쟁력 상실이 아닌 자본흐름 변화 때문이다.[각주:2] 또한 절대적 생산성이 둔화되더라도 여전히 비교우위에 의한 교역은 가능하다" 라고 말하였으나, 미국 기업들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세계시장 속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미국기업들은 "외국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각주:3]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은 대규모 고정투자가 필요하며, 생산량이 많은 기업만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결국 개별 국가 내에서 독점 혹은 과점 형태로 기업이 자리잡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소수의 기업만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과거와 달라진 시장구조는 "외국정부의 자국기업 보호지원 정책이 미국기업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안겨다 줄 수 있다"[각주:4] 라는 새로운 통찰을 탄생시켰고, "외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을 시정케하거나 미국정부도 자국기업을 돕는 산업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보호주의 무역정책 요구가 미국 내에서 커졌습니다 



미국기업이 문제 삼았던 외국은 바로 '일본'(Japan) 이었고, 이들의 '닫혀있는 시장'(Closed Market)이 불만을 자아냈습니다.


1980년 미국 GDP 대비 무역적자 비중은 0.7% 였으나, 1985년 2.8%, 1987년 3.1%로 대폭 증가하였는데, 이 중에서 대일본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까이에 달했습니다.  


특히 대일본 무역적자의 상당수를 제조업 상품(Manufactured Goods) 교역이 초래하였고, 미국기업들은 일본의 공식적 · 비공식적 무역장벽들로 인해 일본시장에서 낮은 점유율을 기록할 수 밖에 없다고 인식했습니다. 실제로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본의 제조업 상품 수입 비중은 1967-1990년동안 전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들(intangible barriers) 입니다. 


분명 일본은 일찍부터 GATT에 가입한 상태였고 관세도 차츰차츰 인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재무성(MOF) 및 통상산업성(MITI)의 지도 아래 시행되는 여러 차별적 규제들(administrative guidance) · 여러 기업이 뭉쳐 하나의 기업집단처럼 행세하는 계열체제(Keiretsu) 등 일본 특유의 경제시스템은 외국상품 판매를 가로막았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1980년대 미국 내에서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킬 수 있는 무역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단순히 관세인하 등 무역 규칙(rules)을 변경하는 것으로는 비공식적 장벽을 허물 수 없기 때문에, 수입물량 · 무역수지 등 지표의 목표값을 정해놓고 이를 강제해야 한다(quantitative targets)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른바, '규칙 보다는 결과'(Results rather than Rules) 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 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자유무역 원리를 고수하는 학자들은 이런 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고, 근본적으로 일본 시장은 닫혀있지 않다는 인식도 존재했습니다. 다른 한편, 일본시장 폐쇄성이 문제이긴 하지만 전체 무역수지 등 총집계지표(aggregate)를 대상으로 하는 건 부적절 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성과(outcome)를 내는 무역정책을 찬성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한다는 학자들도 있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정말 일본시장이 폐쇄적인지 · 일본시장 개방을 위해 필요한 무역정책을 두고 어떠한 논쟁이 펼쳐졌는지를 알아봅시다.




※ 일본시장은 정말 폐쇄적인가? 


  • Robert Z. Lawrence, 1987, <일본 내 수입: 닫혀있는 시장 혹은 닫혀있는 마음?>(<Imports in Japan: Closed Markets or Minds?>) 
  • 비슷한 무역흑자국인 독일과 비교해봤을 때, 일본의 제조업 상품 수입은 현저히 적다


일본시장의 폐쇄성을 논할 때 주로 이용되는 근거는 '극도로 낮은 제조업 상품 수입 비중' 입니다. 


1986년 기준, 일본과 독일 모두 제조업 상품 수출로 GDP 대비 10% 가량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독일은 수입비중이 14%를 기록하며 비교적 수입 또한 많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수출비중(10.4%)에 비해 수입비중(2.2%)이 현저히 낮았고, 독일의 수입비중과 비교해보아도 극도로 낮은 값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선진산업국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일본의 지리적 위치상 수입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라거나 일본의 부존자원 특징상 1차상품 교역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제조업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일본시장이 폐쇄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 경제학자는 구체적인 근거를 들며, 일본시장이 실제로 외국기업에 배타적임을 보였습니다. 바로, 로버트 Z. 로런스 입니다.


  • 로버트 Z. 로런스 (Robert Z. Lawrence)

  • 1987년 연구보고서 <일본 내 수입: 닫혀있는 시장 혹은 닫혀있는 마음?>

  • 1991년 연구보고서 <일본은 얼마나 개방되어 있나?> In 『일본과의 무역: 문이 더 넓어졌나?』


경제학자 로버트 Z. 로런스 (Robert Z. Lawrence)"'여러 기업이 모여 하나의 기업집단처럼 행세하는 케이레츠 (Keiretsu) · 일본기업간 오랜 기간에 걸친 협력과 거래 (long-term relationships) · 종합상사회사가 중심이 된 유통시스템 (general trading companies) 등의 일본 특유의 경제시스템이 외국산 상품 판매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로런스가 말하는 논리를 하나하나 따라가 봅시다.


▶ 일본의 기업내 무역 패턴 (Intra-Firm Trade Patterns)


로버트 Z. 로런스가 주목하는 것은 '기업내 무역 패턴'(Intra-Firm Trade Patterns) 입니다. 


기업이 상품을 수출(수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수출대상국에 위치한 외국기업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것(수입대상국에 위치한 외국기업으로부터 물건을 구매하는 것), 둘째는 자국에 위치한 모회사가 수출대상국에 설립된 자회사에 물건을 넘긴 이후 판매하는 것(수입대상국에 설립된 자회사가 물건을 구매하여 자국에 위치한 모회사에 넘기는 것) 입니다.


기업이 외국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다국적기업 형태를 갖추는 주된 이유는 해외에 판매망을 직접 설치하여 상품 정보를 직접 전달하고 소비자로부터 피드백을 즉각 받기 위함 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외국 딜러에게 물건을 건넬 수도 있지만, 미국 및 유럽 등에 직접 판매점을 설치함으로써 소비자와 직접 접촉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다국적기업은 자국에 생산거점을 두고 해외에는 판매 전문 자회사를 설치하는 downstream 구조를 보입니다. 


이러한 다국적기업 형태가 많아질 경우 독특한 무역패턴이 나타납니다. 당연히 동일한 기업내 교역 비중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기업의 국적은 대부분 수출을 행하는 나라에 속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을 한다고 했을 때, 한국의 모회사로부터 미국에 위치한 자회사로 물건을 수출하는 교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테지, 미국기업이 한국에 설립해놓은 자회사로부터 미국 모회사로 물건을 옮기는 비중은 비교적 적을겁니다. 완성품 수출은 한국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다국적기업이 upstream 형태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upstream이란 해외에서 원자재 등을 가져와 자국에서 생산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기업들은 중동에 설립한 자회사로부터 석유 등을 수입해온 뒤, 한국에서 이를 정제한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이 경우 앞서와는 다른 무역패턴이 나타납니다. 동일한 기업내 교역비중이 증가하는 건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이때 기업이 국적은 대부분 수출을 행하는 나라가 아닌 수입을 행하는 나라에 속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동이 한국으로 석유를 수출하는 것이지만, 이는 다르게 보면 한국이 중동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해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 모회사가 중동에 설립한 자회사로부터 석유를 들여오는 비중이 높을테지, 중동 모회사가 한국에 설립해놓은 자회사로 석유를 건네는 비중은 적을 겁니다. 원자재 수입은 한국 기업들이 하는 것입니다. 



  • 1986년 기업내 교역 비중 (%)
  • 1991년 연구보고서 <일본은 얼마나 개방되어 있나?> In 『일본과의 무역: 문이 더 넓어졌나?』


로버트 Z. 로런스는 "미국의 교역을 살펴보면, 일본과의 거래에서 유독 기업내 거래 비중이 높으며, 미국이 수출을 할 때(=일본이 수입을 할 때) 일본기업 내 거래가 더 많다"고 말합니다. 


이는 위의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유럽 수출(=유럽의 대미국 수입)에서 기업내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8%, 미국의 대유럽 수입(=유럽의 대미국 수출)은 42% 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대일본 수출(=일본의 대미국 수입)은 72%, 미국의 대일본 수입(=일본의 대미국 수출)은 75%에 달합니다.


또한,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을 할 때 다르게 말해 일본이 미국으로 수출을 할 때, 일본 모회사가 미국에 위치한 자회사로 물건을 건네는 비중이 전체 기업내 교역 중 66.1%에 달합니다. 미국기업이 일본에 설립해놓은 자회사로부터 본국에 위치한 모회사로 물건을 건네받는 비중은 8.9%에 불과합니다. 이는 일본기업이 자국에서 상품을 생산한 뒤 미국에 위치한 자회사 판매망에 넘기는 downstream 형태임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미국이 일본으로 수출을 할 때에 있습니다.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을 만드는 미국 제조업체가 일본으로 상품을 판매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기업 내 거래가 많아야 합니다. 그런데 수치를 살펴보면, 미국기업 내 거래는 13.6%에 불과하고, 일본기업 내 거래가 58.4%에 달합니다


혹자는 "미국이 일본으로 수출을 한다는 건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해온다는 것이고, 일본 기업이 미국으로부터 원자재 등을 많이 수입해오기 때문에(=upstream) 일본 국적 기업의 거래가 많은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로버트 Z. 로런스는 제조업 상품만을 놓고 봤을 때도 일본 기업내 거래가 많고 말합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일본 특유의 유통시스템' 입니다.


일본의 수입 상당수는 종합상사회사(General Trading Company)가 수행합니다. 이들은 해외에서 원자재 뿐 아니라 다양한 제조업 상품을 구매한 뒤 일본에 위치한 모회사 혹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long-term relationship)에게 넘깁니다. 그리고 단순한 중개회사 역할을 맡는 게 아니라 서비스 ·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 · 금융 · 유통 등 다양한 행위를 합니다.


게다가 일본 종합상사회사들은 일본 내 유통시스템에 깊숙히 들어가 있습니다. 이들은 일본내 유통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상품을 효율적으로 배분케 합니다. 또한, 동일한 집단에 속해있는 기업들 즉 케이레츠(Keiretsu)들과 밀접한 거래관계를 맺으면서 상품을 유통시킵니다.


이러한 종합상사 및 케이레츠들의 행동은 일본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키웠습니다. 종합상사와 거래관계가 없거나 케이레츠에 끼어들지 못한 외국기업들은 일본에 물건을 판매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분명 일본은 관세를 점차 인하하여 눈에 보이는 무역장벽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미국 기업의 일본시장 진출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일본 수출에서 미국기업내 거래가 아닌 일본기업내 거래가 많다는 사실이 이를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 일본내 높은 수입 제조상품 가격


일본시장 폐쇄성은 '가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일본시장이 미국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열려있다면, 일본 내 상품 가격과 미국 내 상품 가격은 거래비용을 제외하고는 대동소이 할겁니다. 반대로 일본시장이 닫혀있다면, 일본 기업들은 보호 속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겁니다.


로버트 Z. 로런스는 "일본 내 상품가격이 다른 국가보다 매우 높다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PPP를 이용한 상품가격 비교시, 일본의 소비재 · 생산재 가격은 미국보다 25% 유럽보다 42% 비싸다고 지적합니다. 


  • 일본과 다른 국가들의 제조업 이익률 및 자기자본이익률 비교 

  • 1991년 연구보고서 <일본은 얼마나 개방되어 있나?> In 『일본과의 무역: 문이 더 넓어졌나?』


    또한, 일본 제조업자들은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익률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일본으로 수입된 상품에 대해서는 일본기업 상품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로런스는 "만약 일본 수입업자들이 시장지배력을 통해 초과이윤을 누리고 있다면, 일본의 유통시스템은 마치 '사적으로 설정된 관세'(privately administered set of tariff)처럼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라고 지적합니다.


    ▶ 관세 인하 요구로 일본시장을 개방할 수 없다


    이 시기 자유무역은 '관세장벽 철폐'(removing tariff barriers)를 의미했습니다. 당시 세계무역시스템 이었던 GATT는 말그대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살펴본 일본의 무역장벽은 관세인하 요구로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공식적인 관세율은 매우 낮더라도, 일본 특유의 경제시스템이 사실상 수입상품 가격을 높이거나 아예 시장진입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하여, 단순히 "자유무역 규칙(rules)을 준수하라"는 식의 요구를 하기보다, 수입물량 · 무역수지 등 지표의 목표값을 정해놓고 이를 강제해야 한다(quantitative targets)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른바, '규칙 보다는 결과'(Results rather than Rules) 입니다. 




    ※ 결과지향적 관리무역의 필요성


    • MIT 대학 경제학자 Rudiger Dornbusch (1942-2002)


    경제학자 루디 돈부쉬(Rudiger Dornbusch)는 수입물량 · 무역수지 등 지표의 목표값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대표적인 인물 입니다. 그의 주장은 1990년 출판된 『미국의 무역 전략: 1990년대를 위한 옵션』(『An American Trade Strategy: Options for 1990s』) 중 한 챕터로 실렸습니다.


    돈부쉬는 "GATT 체제는 상당한 보호를 받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문을 여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각주:5] 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GATT 체제의 대표적인 실패는 여전한 일본시장의 페쇄성이다"[각주:6]라고 말합니다. 앞서 소개한 로런스의 주장처럼, "(관세를 줄여나갔음에도) 일본은 서로 다른 종류의 여러막의 보호막이 감싸고 있는 양파와 같다"[각주:7]는 것이었죠.


    그렇다면 돈부쉬는 일본시장의 개방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한다고 주장했을까요?


    돈부쉬는 미국정부가 일본을 향해 공세적인 요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일본의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 증가율을 타겟으로 맞춰야 한다"[각주:8]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증가율 수치를 제시하는데, "일본의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 증가율은 다음 10년간 연간 15%씩 증가해야 한다"[각주:9]고 말합니다. 이어서 그는 일본정부에게 이를 강제할 수단도 제시합니다. 만약 일본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일본의 미국시장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돈부쉬의 주장은 '결과지향적 조치(results-oriented)를 추구하는 관리무역'(managed trade)'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관리무역이란 정부가 교역에 직·간접적으로 간섭하고 관리하는 무역체제를 의미하는데, 특히나 그의 주장은 단순한 규칙(rules) 준수를 일본에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확한 결과(results)를 내놓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었습니다.




    ※ 일본에게 구체적인 결과를 강제하는 무역정책이 타당한가


    일본에게 구체적인 성과를 강제하자는 주장에 대해 경제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기본적인 자유무역 원리를 고수하는 학자들은 물론이고, 현재 일본과의 무역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 일본의 무역개방도를 '결과'로 판단하는 것은 일종의 수출보호주의 (export protectionism)


    • 국제무역이론의 대가, 자그디쉬 바그와티 (Jagdish Bhagwati)

    • 그는 상대방이 어떤 무역정책을 취하든 상관없이 자유무역 정책을 고수하는 '일방주의'를 주장했다


    국제무역이론의 대가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는 더글라스 어윈과 공저한 1987년 논문 <오늘날 미국 무역정책에 상호주의자들의 귀환>(<The Return of the Reciprocitarians U.S Trade Policy Today>)를 통해, "일본의 무역개방도를 '결과'로 판단하는 것은 일종의 수출보호주의(export protectionism)이다" 라고 비판합니다. 


    바그와티가 보기엔 돈부쉬의 요구는 일본에게 '자발적 수입팽창'(VIE, Voluntary Import Expansion)을 요구하는 꼴이었으며, 진정 일본의 무역체제를 자유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제3국을 배제시켜 미국의 수출을 촉진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으로 바그와티는 '무역상대국이 장벽을 낮춰야만 우리도 자유무역을 하겠다는 상호주의적 발상(reciprocity)'을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는 '상대방이 어떤 무역정책을 취하든 상관없이 자유무역을 실시하는 게 옳다는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믿었으며, 상호주의가 언제든지 보호무역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바그와티의 믿음과 바람과는 달리,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은 다른 형태의 일방주의로 나타났습니다. 바로, '제재 위협을 통해 상대방의 무역장벽을 일방적으로 낮추는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 이었고, 1988년 종합무역법 슈퍼301조가 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 마지막 글을 통해, 일방주의 · 상호주의 · 공격적 일방주의를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겁니다.


    ▶ 양자적 혹은 일방적 해결방식이 타당한가 → 다자주의 틀 안에서 해결해야


    로버트 Z. 로런스는 현재 GATT체제에 문제가 있으며, 일본시장이 닫혀있다는 문제인식은 돈부쉬와 공유하였으나, 구체적인 해결방법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로런스는, 일본이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증가율 20% 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상산업성(MITI)과 같은 일본 관료체계가 일본기업들에게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을 강제해야 하는데, 이것은 진정한 시장개방이 아니라 일본 관료가 이끄는 '일본 주식회사'(Japan, Inc)를 더 확대하는 꼴이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경우, 수입물량은 증가하겠지만, 일본경제의 폐쇄적인 시스템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미국이 일본에 강제하는 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원치 않았습니다. 로런스는 GATT 체제가 문제점은 있으나, 미국-일본 쌍방 간이 아닌 다자주의 무역시스템(multilateral trade system) 틀 안에서 무역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GATT의 문제점을 인지하면서 여전히 다자주의 무역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여긴 사람들의 힘으로 GATT는 1995년 WTO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WTO는 GATT가 다루지 못한 비관세장벽 · 서비스부문 · 지적재산권 등도 포괄적으로 다루었고, 무역분쟁해결절차를 마련하여 공격적 일방주의가 발생하지 않게끔 주의를 했습니다. 


    이것 또한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 마지막 글을 통해 살펴볼 겁니다.


    ▶ 전반적인 제조업 상품을 타겟으로 삼는 게 타당한가 → 부문별 세심한 접근 필요


    • 1980년대, 전략적 무역 정책 실시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로라 D. 타이슨 (Laura D. Tyson)


    로라 D. 타이슨(Laura D. Tyson)은 자유무역 체제의 한계를 강하게 비판하고 전략적 무역 정책의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1980년대 미국 내 무역논쟁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물입니다. 


    녀는 일본의 불공정한 무역관행(unfair trade practices)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믿은 면에서 돈부쉬와 닮았으나, 전반적인 제조업 상품을 타겟으로 삼는 해결책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타이슨은 최첨단산업(High-Tech) 내 일본의 무역행태를 문제 삼았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 전자 · 의약품 등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산업별 접근(sectoral approach)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정부에 의한 개입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규칙(rules)을 수립하는 게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돈부쉬가 요구한 수량적 타겟은 지양해야 하며, 필요하더라도 후순위로 밀려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 단순한 '자유무역 vs 보호무역' 논쟁이 아니다


    이처럼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자유무역 vs 보호무역' 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순수한 자유무역 원리를 고수했던 학자들이 없던 건 아니지만, 이들은 100% 자유무역을 믿은 게 아니라 자칫 시대 분위기에 휩쓸려 미국이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채택할 것을 염려한 노파심이 더 컸습니다.


    또한, 당시 미국이 처한 무역환경에 대해 문제로 인식하는 정도도 학자들마다 달랐으며, 동일한 문제인식을 공유했더라도 해결방법에 있어서는 또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습니다. 이번글에 나온 로런스와 돈부쉬가 이를 보여주며, 또 돈부쉬와 타이슨 간 서로 다른 해결책도 이를 보여줍니다. 


    1980년대 국제무역논쟁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또 다른 사례는, 로라 D. 타이슨의 전략적 무역 정책 실시 주장에 대하여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각주:10]을 이론으로 창안해 낸 경제학자들이 극렬하게 반대했다는 점입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전략적 무역 정책 실시'를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joohyeon.com/27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joohyeon.com/274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5. The GATT also does little to open up heavily protected developing countries. ... The liberal system has not only failed to check marginal protectionismand to open up LDCs, it has also failed in one of its chief assignments: avoidance of discrimination in international trade [본문으로]
    6. Perhaps the most striking failure of the GATT system is the continuing closedness of the Japanese market [본문으로]
    7. Japan seems to be somewhat of an onion with multiple layers of protection of one kind or another. [본문으로]
    8. A target should be set for growth rates of Japanese imports of U.S. manufactures [본문으로]
    9. Japanese manufactures imports from the United States should grow at an average (inflation-adjusted) rate of 15 percent a year during the next decade.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1. 신공공관리론
      자유 시장, 자율 경쟁을 택하는 나라는 번영한다는거 거의 예외가 없죠
      일본이 80년대까지 그렇게 잘나가다 고꾸라진 대표적인 원인을
      많은 이들이 세계화 속에서 그 독특한 관료적 규제문화, 폐쇄성을 꼽죠
      아놀드 하버거 교수는 월마트와 같은 '창조적 파괴'가 내수시장에서 안 일어났다는군요
      일본이 90년대 개방이 아닌 폐쇄의 길을 택한게 뼈 아팠다고 봅니다 (다큐 커맨딩 하이츠 참조)
    2. 좋은 내용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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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Posted at 2019.01.06 23:17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달라진 시장구조에서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 정책은 타당한가


    1980년대 초중반,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논쟁은 "오늘날 시장구조에서 자유무역이 최선의 정책일까?"에 대한 물음과 답변의 연속입니다. 


    당시 미국이 직면했던 거시경제 환경[각주:1], 세계 GDP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감소 · 생산성 둔화 · 무역적자 심화 그리고 일본의 부상은 보호주의 압력을 키웠습니다. 


    이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반응은 전통 경제학의 설명을 따랐습니다.[각주:2] 재정적자로 인한 총저축 감소가 실질 금리를 인상시켜 자본유입 · 강달러 · 무역적자를 차례로 초래했다는 논리 입니다. 그리고 무역적자를 국가경쟁력 상실의 징표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무역수지는 총저축과 총투자가 결정하는 기초적인 회계등식의 결과물일 뿐인데다가, 통화가치 및 임금 하락을 통해 본래의 비교우위를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 기업 경영자들이 보기엔 경제학자들의 설명은 현실을 모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각주:3]에 불과했습니다.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뺏기면 다시 되찾기 힘든데, 본래의 비교우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설명은 책에서만 타당합니다. 경영자가 직면한 국제무역 환경은 비교우위가 아닌 경쟁력(competitiveness)이 지배하는 곳 입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경영가의 관점을 수용[각주:4]하여 '한번 획득한 비교우위가 자체 강화되는 모형'을 제시하였습니다. 생산의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가 존재할 경우, 과거부터 누적된 생산량 즉 생산을 통해 축적해온 경험과 지식이 현재의 생산성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한번 시장을 내준다면 차이는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 독점 및 과점의 불완전경쟁 시장(imperfect competitive market)

    ▶ 동일한상품이 서로 교환되는 산업내무역(intra-industry trade or two-way trade)


    그럼에도 여전히 기존 국제무역이론은 변화한 시장구조와 무역패턴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리카도[각주:5] 및 헥셔-올린[각주:6]의 비교우위론은 무수히 많은 생산자가 존재하는 완전경쟁시장(perfect competitive market)을 기반으로, 개별 국가들이 서로 다른 산업에 특화한 후 상품을 교환하는 산업간무역(inter-industry trade)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1970-80년대 시장구조와 무역패턴은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이 만들어진 시기의 것과는 달랐습니다.


    규모의 경제와 외부성이 초래한 불완전 경쟁시장 ,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제시장에 소수의 기업만 존재하는 독점 혹은 과점 (monopoly or oligopoly) 형태를 띄는 산업이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개별 국가들이 동일한 상품을 서로 교환하는 산업내무역이 활발해 졌습니다.


    미국과 일본 간 무역분쟁을 낳은 산업은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이었습니다. 이들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고정투자가 필요하며, 생산량이 많은 기업만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결국 개별 국가 내에서 독점 혹은 과점 형태로 기업이 자리잡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소수의 기업만이 존재합니다.


    과거에는 '선진국은 제조업 · 개발도상국은 1차 산업'에 각각 특화하여 산업간무역 패턴을 보였던 것과 달리, 1970-80년대에는 개별 국가들이 동일한 제조업에 특화한 후 서로의 상품을 교환하는 산업내무역 패턴이 일반화 되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를 일본에 수출하는 동시에 일본도 미국에 반도체를 수출합니다.


    이때 독과점 시장구조와 산업내무역 증대는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시장개방 이전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독점 혹은 과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이 개방되자 기업들은 생각합니다. "외국에도 물건을 팔면 이익이 늘어나지 않을까?". 외국 수출을 통한 시장확대는 생산량 증가를 통해 규모의 이익을 키웁니다. 그리고 이미 포화상태인 자국을 벗어나 외국에 상품을 파는 건 한계수입이 더 큽니다. 


    따라서, 개별 국가 내의 독과점 기업들은 이윤 증대를 위해 외국 시장으로 침투하고(business stealing), 그 결과 국적이 다른 기업이 만든 동일한 상품이 국경을 넘어 교환되는 산업내무역 패턴이 형성되게 됩니다. 


    (사족 : 산업내무역 발생 이유로 상품다양성 이익를 꼽는 폴 크루그먼의 설명[각주:7]과는 다른 원인)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키는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이렇게 달라진 시장구조와 무역패턴은 '정부가 개입하여 자국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적극적 무역정책'의 정당성을 키웠습니다. 


    특히 세계시장에 소수의 기업만 존재하는 과점경쟁 구도(oligopoly)에서 '무역정책으로 자국·외국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킴으로써(alter a strategic choice), 자국기업의 초과이윤(rent)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주 : 여기서 전략이란 '상호의존성에 기반을 둔 선택'을 의미합니다. 생산자가 이윤극대화를 위한 결정을 할 때, 다른 생산자의 결정도 고려한다는 의미 입니다.)


    이른바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입니다. 


    • 첫번째, 두번째 : 제임스 브랜더 (James A. Brander), 바바라 스펜서 (Barbara Spencer)

    • 세번째, 네번째 :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 엘하난 헬프만 (Elhanan Helpman)

    • 아래 왼쪽 : 크루그먼이 편집한 1986년 단행본 <전략적 무역정책과 신국제경제학>

    • 아래 오른쪽 : 헬프만과 크루그먼이 편집한 1989년 단행본 <무역정책과 시장구조>


    1980년대 초중반, 전략적 무역 정책 발전을 이끈 주요 경제학자는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 · 폴 크루그먼 · 엘하난 헬프만 등이었습니다. 


    특히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1년 논문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Tariffs and the Extraction of Foreign Monopoly Rents under Potential Entry>),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International R&D Rivalry and Industrial Strategy>),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Export Subsidies and International Market Share Rivalry>) 등을 통해 전략적 무역 정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과점시장 속 전략적 무역정책은 자국 및 외국 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켜 이로운 결과를 불러옵니다. 그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보호와 자국시장 효과(Protection and Home Market Effects) 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독과점 수확체증 산업(increasing return)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산량이 필수적 입니다. 자국 정부의 보호 아래 국내시장에서 생산량을 증가시키면, 이를 발판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무역정책 성공의 관건은 '자국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끔,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하면 동종산업 외국기업의 전략을 변경시킬 수 있고, 그 결과 수입보호는 수출진흥의 효과를 불러오게 됩니다.


    이러한 효과를 알고, 과거 일본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 규모의 경제를 가지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했습니다. 


    둘째, 이윤을 자국기업으로 이동시키는 보조금(Profit-Shifting Subsidies) 입니다. 


    장기적으로 이윤이 0이 되는 완전경쟁시장과는 달리 완전경쟁인 독과점 시장에서는 초과이윤(rent)이 생깁니다. 이때 보조금을 통해 자국기업을 지원하면 외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자국기업에게 이동시키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무역정책 성공은 간건은 '자국기업의 변경된 행위가 외국기업에게 신빙성 있는 위협이 되느냐'(credible threat)에 달려있습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하면 자국기업의 변경된 전략이 외국기업에게 신빙성 있게 인식하게끔 만들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미국 등 선진국은 자국기업의 R&D 투자를 정부가 보조함으로써 신빙성 있는 위협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논리는 자국기업을 단순히 보호 · 지원하는 전통적인 무역정책의 틀을 벗어나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전략적 행동을 변경함으로써, 외국기업의 생산량과 초과이윤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의 생산량과 초과이윤을 늘리는 특징(increase a country's share of rent in a way that raises national income at other countries' expense)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독점 및 과점 등 불완전경쟁 시장 하에서의 전략적 무역정책이 어떻게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켜 자국기업을 돕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 (이론) 완전경쟁 시장과 불완전경쟁 시장은 어떻게 다른가?


    전략적 무역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과점 시장구조에 관한 기본적인 경제학이론이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내용 파악에 앞서 이론 학습을 먼저 합시다. 첨부한 수식이 이해가 어려우신 분들은 글만 읽어 내려가시면 됩니다 !!!


    ▶ 초과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불완전경쟁 시장 (excess return / rent)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ve)이란 다수의 생산자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며,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상태를 말합니다. 반면, 독점 · 과점 등 불완전경쟁(imperfect competitive)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수의 생산자만 존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완전경쟁 시장과 불완전경쟁 시장에서 주목해야 하는 차이는 '초과이윤이 존재하느냐(excess return)' 입니다[각주:8]. 완전경쟁 시장 속 생산자는 장기적으로 0의 이윤을 가지는 반면, 독과점 생산자는 양(+)의 이윤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생산자들의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완전경쟁 시장은 생산자들의 진입 · 퇴출이 자유롭습니다.


    현재 주어진 시장 가격이 장기 평균한계비용보다 높다면(P>LMC), 양(+)의 이윤을 기대하는 생산자들이 신규 진입하게 되고, 이로 인해 늘어난 생산량이 다시 가격을 하락시켜 장기적으로 0의 이윤(P=LMC)이 됩니다. 반대로 현재 주어진 시장 가격이 장기 평균한계비용보다 낮다면(P<LMC), 음(-)의 이윤을 기록하고 있는 생산자들이 차례대로 퇴출되고, 이로 인해 줄어든 생산량이 다시 가격을 상승시켜 장기적으로 0의 이윤(P=LMC)이 됩니다.


    즉,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퇴출의 과정을 통해, 완전경쟁시장의 장기균형은 0의 이윤이 됩니다.


    반면, 불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생산자들의 진입 · 퇴출, 정확히 말하면 진입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대규모 고정비용 · 네트워크 효과와 같은 외부성 등으로 인해 아무나 진입하지 못합니다. 만약 진입을 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생산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음(-)의 이윤을 기록하기 때문에 곧바로 퇴출됩니다. 결국 이미 자리를 잡은 한 개 혹은 소수의 기업만이 시장에 존재하여 양(+)의 이윤을 누리게 됩니다.


    즉, 자유로운 진입이 불가능한 독점 · 과점 시장에서 기존 생산자들은 초과이윤(excess return) 다르게 말해 지대(rent)를 누립니다.


    ▶ 전략적 행위가 필요한 과점시장 (strategic behavior under oligopoly)


    이때 시장에 한 개의 기업만 존재하는 독점과 두 개 이상 소수의 기업만 있는 과점은 또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전략적 행위의 필요성' 입니다.


    독점 생산자는 말그대로 시장 안에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생산자를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독점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하면 됩니다. 


    이와 달리, 과점 생산자는 '다른 생산자의 선택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는 전략적 행위(strategic behavior)가 필요합니다. 


    왜 그래야만 하냐면,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치 않고 결정을 하면 이윤극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과점 시장에서 시장 전체 총생산량 증가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상대의 생산량을 고려하지 않고 독점 생산자처럼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하면, 상품의 시장가격이 크게 하락하여 이윤이 극대화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수 생산자 간에 상호 의존성이 존재하는 과점시장에서는 서로의 행동을 고려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수 사항입니다.


    ▶ 두 생산자가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cournot competition)


    과점시장 속 두 생산자는 전략적 고려를 통해 자신의 최적 생산량을 동시에 결정(simultaneous) 합니다. 동시결정은 '상대방의 선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의 결정을 해야함'을 의미합니다.


    두 생산자가 동시에 산출량을 결정하는 과점 모형, 이른바 꾸르노 경쟁(Cournot Competiton)에서 생산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이해하려면 말보다는 수식을 통한 설명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를 살펴봅시다.


    • 두 생산자가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cournot competition)


    두 생산자의 목적은 이윤극대화 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두 생산자가 선택한 산출량의 합(q1+q2)이 시장 전체 산출량(Q)이 되고 시장 가격(P)을 결정합니다. 즉, 시장가격은 시장 전체 산출량에 관한 함수 P(Q)=P(q1+q2) 입니다. 이로 인해, 각 생산자들은 자신 이외에 다른 생산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각 생산자의 산출량 결정은 다른 생산자의 산출량에 영향을 받는데, 임의의 상대방 산출량에 대하여 나에게 이윤극대화를 안겨다주는 산출량을 최적대응함수(Best Response Function)라 하며 'BR(상대방 산출량)'로 표기합니다. 상대방이 선택할 정확한 산출량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말그대로 상대방 산출량 어떤 값에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나의 산출량을 전략으로 고려하는 겁니다.


    생산자 1의 최적대응은 BR1(q2) 이며 생산자 2의 산출량 q2에 따라 달라지는데, 변수 q2는 음(-)의 계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생산자 2의 산출량이 증가할 때 생산자 1의 최적대응은 본인의 산출량을 줄이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생산자 2의 최적대응은 BR2(q1)이며, 마찬가지로 생산자 1의 산출량이 증가하면 생산자 2의 산출량은 감소해야 합니다.


    이렇게 상대방 산출량이 늘어날 때 자신의 산출량이 감소해야 하는 관계를 '전략적 대체관계'(Strategic Substitute)라고 합니다. 이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정된 시장 안에서 두 생산자가 점유율을 나눠야 하니까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 두 생산자의 최적대응함수가 교차하는 점이 각각의 이윤극대화 생산량 이다


    각 생산자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의식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본인 또한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결과적으로, 각 생산자는 서로의 최적대응을 염두에 둔 이윤극대화 산출량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 값은 두 생산자의 최적대응함수를 연립방정식으로 푼 해이며 최적대응 그래프의 교점 입니다.


    생산자 1과 2의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각각 q1* q2* 로 표기합니다. 


    q1*는 본인의 한계비용 c1과는 음(-)의 관계이며 상대의 한계비용 c2와는 양(+)의 관계 입니다. q2* 또한 본인의 한계비용 c2와는 음(-)의 관계이며 상대의 한계비용 c1과는 양(+)의 관계 입니다.


    다르게 말해, q1*는 생산자 1의 한계비용 c1이 감소하면 늘어나는 반면, 생산자 2의 c2가 감소하면 줄어듭니다. q2*는 생산자 2의 한계비용 c2가 감소하면 늘어나고, 생산자 1의 한계비용 c1이 감소하면 줄어듭니다. 


    쉽게 풀어 말하면, 자국기업의 생산성 향상(=자신의 한계비용 감소)은 외국기업의 산출량을 줄이면서 자국기업의 산출량을 증가시킵니다. 반대로 외국기업의 생산성 향상(=자신의 한계비용 감소)은 자국기업의 산출량을 위축시키면서 외국기업의 산출량을 늘립니다.


    이는 꾸르노 과점 모형에서 생산자 1 · 2가 전략적 대체 관계에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론 입니다. 


    • 생산자 1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한계비용(c1)이 감소하면, 생산자 1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하지만 생산자 2는 더 적은 양을 생산


    위의 그래프는 생산자 1의 생산성이 개선되어 한계비용 크기가 c1'로 줄어들었을 때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생산자 1의 새로운 이윤극대화 산출량 q1*는 이전보다 증가하였고, 생산자 2의 새로운 이윤극대화 산출량 q2*는 이전보다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꾸르노 경쟁모형은 과점 시장에서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자국기업이 외국기업보다 생산량을 많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한계비용 감소가 필요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 아래 생산성을 향상시켜 한계비용을 감소시키면, 외국기업의 몫을 빼앗아 자국기업의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로 이어집니다. 


    ▶ 자국기업이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 

    (stackelberg competiton)


    자국기업의 최적 생산량을 더 많이 가져가는 또 다른 방법은 '선도자'(leader)가 되어 외국기업 보다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꾸르노 모형은 두 생산자가 '상대방이 나의 영향을 받아 이런 선택을 할 것이다'라는 걸 인지하면서동시에(simultaneous)에 산출량을 결정했습니다. 반면, 스타겔버그 모형은 선도자(leader)와 추종자(follower)가 구분되고, 선도자가 먼저 산출량을 결정하는 순차적 형태(sequence)를 띄고 있습니다.


    그럼 꾸르노 모형과 스타겔버그 모형은 어떤점 때문에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바로 '정보'의 차이 입니다.


    꾸르노 모형에서 생산자들은 상대방의 산출량을 정확히 알지 못한채 자신의 최적대응을 세웠으나, 스타겔버그 모형에서 선도자는 '추종자가 선택한 산출량을 확실히 알고'있으며, '추종자가 선택할 산출량은 선도자의 전략에 의존'합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수식을 통해 명료하게 알아봅시다.


    • 선도자 생산자 1이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


    추종자인 생산2는 생산자 1이 어떤 결정을 할지 알지 못하며, 생산자 1이 선택할 임의의 산출량에 대한 최적대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생산자 2의 최적대응함수 BR2(q1)은 이전의 꾸르노 모형과 동일합니다.


    반면, 선도자인 생산자 1은 자신이 먼저 임의의 생산량 q1을 선택하면, 생산자 2가 최적대응함수 BR2(q1)에 따라 행동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생산자 1의 손바닥 위에 생산자 2가 있는 꼴입니다. 그리하여 생산자 1이 고려하는 생산자 2의 산출량은 단순히 q2가 아닌 BR2(q1)으로 구체화 됩니다. 위의 선도자 생산자 1의 이윤함수에서 임의의 q2 대신 BR2(q1)이 들어간 이유입니다.


    그 결과, 선도자 생산자 1은 추종자 생산자 2의 산출량과 이윤을 낮추면서 자신의 산출량과 이윤은 높이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스타겔버그 모형 결과는 꾸르노 모형의 결과와 비교하면 더 명확히 파악됩니다. 추종자 생산자 2의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감소하였고 이윤 또한 줄었습니다. 반면 선도자 생산자 1의 산출량은 증가하였고 이윤 또한 늘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자국기업을 선도자(leader)가 되게끔 지원하거나 정부 자체가 선도자(first player)로 행위한다면, 외국기업의 생산량과 이윤을 희생시킴과 동시에 자국기업의 생산량과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를 실행시킬 수 있는지는 이번글을 계속 읽어나가면 알 수 있습니다.


    ▶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한다는 보장이 있나? - 맹약의 개념(commitment) 


    여기까지 읽어오신 분들은 "생산자들이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한다는 보장이 있나?" 라는 물음을 던지실 수도 있습니다. 생산자 1이나 2의 최종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두 최적대응함수를 연립방정식의 해로 풀어낸 결과물인데, 생산자들이 최적대응함수를 벗어나는 결정을 한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적대응함수는 말그대로 이윤극대화를 위한 최적대응(Best Response)을 나타내고 있으며, 생산자가 이에 어긋나는 결정을 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또한 상대방이 나에게 이로운 결정을 하지 않으면, 나는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대응할거라는 협박은 '신빙성 없는 협박'(non-credible threat) 입니다. 합리적인 생산자라면 언제나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을 할 것이 확실하며, 이는 '맹약'(commitment)이 작동한다고 보면 됩니다.


    기본적인 이론을 습득하였으니, 이제 다음 파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전략적 무역 정책의 논리와 효과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보호와 자국시장 효과 (Protection and Home Market Effect)


    우리는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유치산업보호론([각주:9] · [각주:10])의 논리를 알아본 바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이 수입보호정책을 선택한 전통적인 논리는 '이미 앞서있는 선진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일시적으로 피하자' 입니다.


    전략적 무역정책은 '신유치산업보호론'으로 불리우며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때 보호효과가 나타나는 경로는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자국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국과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자국시장 보호를 통해 과점시장 속 자국 · 외국 기업의 전략적 행위를 변경시켜 자국기업을 돕는 경우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① 보호관세를 통해 외국기업의 초과이윤 탈취하고 자국기업 진입을 유도


    • 브랜더 & 스펜서, 1981,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


    기존 무역이론은 보호관세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물을 가져오는 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관세부과는 교역조건을 개선시키지만, 시장을 왜곡시켜 후생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1년 논문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Tariffs and the Extraction of Foreign Monopoly Rents under Potential Entry>)를 통해, "보호관세를 통해 외국기업의 독점이윤을 탈취하고 자국기업 진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관세를 통한 독점이윤 탈취'(the argument for using a tariff to extract rent) 이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내 생산자가 잠재적으로 진입할 가능성'(potential entry) 입니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발도상국 내에는 아직 경쟁력 있는 자국기업이 없기 때문에 외국기업 수입상품이 국내시장을 장악하여 독점이윤을 누리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정부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입니다. 이렇다할 자국기업이 없다는 점도 속 터지고, 외국기업이 초과이윤(rent)을 가져가는 것도 울분 터지게 만듭니다. 


    이런 꼴을 보고 있는 개발도상국 정부로서는 '불완전경쟁이 만들어 낸 초과이윤을 관세를 통해 뺏어가고픈 유인'(under imperfect competition a country has an incentive to extract rent from foreign exporters by using tariffs)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수입상품에 관세를 부과하자니, 수입양이 줄어들고 가격이 올라 소비자후생이 악화될 경우가 우려스럽습니다. 관세는 생산비용 증가를 유발하기 때문에, 독점 생산자는 생산량 감축을 통해 더 높은 상품가격을 설정하는 식으 맞대응 합니다. 정부는 세금을 통해 수입을 증가시키지만 소비자후생은 악화됩니다.


    이때, '자국 생산자가 잠재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불완전경쟁 하에서 관세정책 사용을 쉽게 만들어 줍니다(potential entry has an implications for tariff policy in the presence of imperfect competition).


    자국기업은 국내시장에 진입하면 시장구조는 독점에서 과점으로 변합니다. 이때 자국기업은 추종자이기 때문에, 선도자인 외국기업이 결정해놓은 생산량을 고려하여서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외국 생산자는 자국 생산자의 시장진입을 억제하는 생산량(limit output)을 설정해놓은 상황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불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산량이 필요한데, 자국기업이 최소한의 생산량을 결정할 수 없게끔, 선도자인 외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해버린 겁니다. [선도자의 이익]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관세정책을 자국에게 이롭게 만들어 줍니다.  외국기업은 차라리 개발도상국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는 편이 자국기업이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자국기업의 잠재적 진입을 막아야하는 외국기업으로서는 생산량을 감축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후생 저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관세정책은 부작용 없이 외국기업의 독점이윤을 그대로 뺏어올 수 있습니다.


    관세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어느 순간이 되면, 외국기업이 독점일 때 얻고 있는 이윤이 자국기업이 진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과점 이윤보다 적어지게 됩니다. 외국 기업은 진입억제 전략을 포기하고 맙니다. 즉, 관세정책은 자국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게끔 유도하는 것까지 성공합니다(entry-inducing tariff). 이제 시장에 진입한 자국기업은 과점 이윤을 외국기업과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그 결과, 외국기업만이 누리던 독점이윤을 ① 정부의 세금부과로 탈취 했으며 ② 자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입을 유도하여 뺏어오게 되었습니다. (Protective tariffs insure that domestic firms can enter and survive, and these firms earn rent from foreign operations.)


    ② 수출진흥을 만들어내는 수입보호 정책


    개발도상국 정부는 수입보호 정책을 통해 자국기업의 시장진입 유도를 넘어서서 이미 진입해있는 자국기업의 수출을 촉진할 수도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1987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수출진흥으로서 수입보호 : 과점과 규모의 경제 하에서 국제적 경쟁>(<Import Protection As Export Promotion: International Competition in the Presence of Oligopoly and Economics of Scale>)을 통해, 수입보호 정책이 수출진흥 정책의 역할을 함을 보여줍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국기업과 외국기업, 총 2개의 기업만이 존재하는 과점 상황이며 이들은 양국에서 모두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속해있는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은 기업일수록 소요되는 한계비용이 적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무작정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는 없고, 상대방의 생산량에 따라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합니다. [꾸르노 경쟁 모형]


    • 생산자 1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한계비용(c1)이 감소하면, 생산자 1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하지만 생산자 2는 더 적은 양을 생산


    이때 자국정부가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막는 보호무역 정책을 채택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요?


    보호 속에서 자국기업은 국내에서 생산량을 늘리게 되고, 이에 따라 한계비용도 감소합니다. 앞서 꾸르노경쟁 모형 설명에서 배웠듯이, 줄어든 한계비용은 자국기업의 최적대응곡선을 바깥쪽으로 이동시키고,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이전에 비해 증가합니다. 반면, 외국기업의 산출량은 감소합니다. 


    이렇게 늘어난 산출량은 다시 한계비용을 감소시키고, 한계비용 감소는 다시 산출량을 늘립니다. 보호무역 정책이 자국기업의 생산량 증가 → 한계비용 감소 → 생산량 증가가 이어지는 선순환 인과관계를 만들어 낸겁니다(circular causation from output to marginal cost to output). 반대로 외국기업의 경우 악순환에 빠지고 맙니다.


    이때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수입보호 정책 덕분에 자국기업의 생산량이 국내시장 뿐 아니라 외국시장에서도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논문 제목처럼 수출진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수입보호 (import protection as export promotion) 입니다.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이 보기엔 "국내시장 보호가 자국기업에게 성공적 수출을 위한 기반을 제공해준다"는 논리는 이단적 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완전경쟁모형과 규모보수불변의 가정에서 벗어난 과점경쟁모형과 규모의 경제 작동 이라는 가정이 필요합니다. 폴 크루그먼의 연구는 이를 잘 수행하였습니다.




    ※ 이윤을 자국기업으로 이동시키는 보조금(Profit-Shifting Subsidies)


    이번 파트에서 소개할 전략적 무역 정책은 198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논리 입니다. 


    일본이 보호체제에 힘입어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의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 진입하는데 성공하고 수출을 증진시키자, 미국정부가 대응을 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특히 R&D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학연구[각주:11]가 많아지면서, R&D 투자비중이 높은 최첨단산업(high-tech)을 지원 · 육성하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행정부가 어떻게 자국기업을 도울 수 있을까요?


    •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의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

    •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의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International R&D Rivalry and Industrial Strategy>),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Export Subsidies and International Market Share Rivalry>)를 통해, 부의 R&D 보조금 지원으로 자국기업 R&D 투자수준이 증가하여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는 논리를 제시했습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의 R&D 보조금 지원으로 자국기업의 R&D 투자가 증가하여 더 많은 이윤 획득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이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 주어진 R&D 투자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한계비용이 낮아져, 상대기업에 비해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세계시장은 자국기업과 외국기업 2개만 존재하는 과점 상황이며, 이들은 주어진 R&D 수준에서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R&D 투자는 기업의 한계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즉, R&D는 비용절감 혁신(cost-reducing)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R&D 투자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은 위의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R&D 투자 수준이 높아진 기업은 생산량 결정 단계에서 최적대응함수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그 결과 더 많은 양을 생산하게 됩니다. 상대방 기업의 생산량은 위축됩니다.


    결국 문제는 각 기업의 R&D 투자수준이 어떤 크기로 결정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각 기업은 제품 생산에 앞서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결정합니다. 이때 기업들은 여기서 결정되는 R&D 투자수준이 추후 산출량을 결정함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산출량 결정 단계에서 나타나게 될 결과를 염두에 두고, 이윤을 극대화 시켜줄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은 서로 R&D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이들 기업은 비용 극소화를 위해 필요한 R&D 수준 보다는 조금 더 많은 양을 투자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이 R&D 부문에 무한정 많은 투자를 할 수는 없습니다. R&D 투자를 통해 얻게 될 이윤증대 크기가 투자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적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R&D 투자수준은 결국 나중에 결정되는 산출량 및 이윤 크기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으며, 현재 R&D 투자수준은 이윤을 극대화 시켜주는 크기 입니다.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이 산출량 결정에 앞서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결정하는 상황

    • 정부의 R&D 투자 보조금 지원은 자국기업의 R&D 투자수준을 증가시키게 돕는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싶은 자국기업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기업 자체적인 R&D 투자 확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 R&D 투자수준은 이윤극대화를 달성케해주는 크기이며, 이를 넘어선 투자는 오히려 이윤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자국기업이 R&D 투자수준을 높일 거라는 발표만 한다면, 이를 듣게 된 외국기업이 대응하기 위해 R&D 투자수준을 변경하게 되고, 이것이 자국기업에게 R&D 투자를 늘릴 여지를 안겨다주지 않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외국기업은 현재의 상황이 서로에게 최적의 투자수준임을 알고 있으며, 자국기업의 R&D 투자 확대 발표는 신빙성 없는 위협(non-credible threat) 이라고 여깁니다.


    바로 여기서 정부의 R&D 보조금 지원이 자국기업의 R&D 투자를 신빙성 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일종의 '선제적 맹약'(pre-commit) 입니다.


    정부가 세액감면 혹은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정책을 시행하면, 자국기업은 R&D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을 덜게 됩니다. 그럼 오직 생산량 증대가 가져오는 이윤증가 만을 고려하여 R&D 투자수준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균형 산출량도 증가하여 실제로 이윤과 점유율이 상승합니다.


    브랜더와 스펜서는 '정부의 R&D 보조금 지원 정책은 기업 간 꾸르노 경쟁을 (자국이 선도자인) 스타겔버그 경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자국정부는 기업간 게임에 참여하여 선도자(first-player)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음 단계에 결정될 외국기업의 산출량 · R&D 투자수준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인지하고, 이에 대응하여 R&D 보조금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에서 선도자가 더 많은 산출량 · 이윤을 가져가는 것과 같이, 정부의 개입은 초과이윤을 만들어내는 산업에서 외국기업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from obtaining a larger domestic share of internationally profitable industries.)




    ※ 교과서 버전으로 살펴보는 전략적 무역 정책의 원리와 문제점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가 창안한 전략적 무역 정책은 꾸르노 · 스타겔버그 등등 어려워 보일 수 있는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학부 국제무역론 교과서는 이를 단순한 내쉬균형 개념을 이용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면 전략적 무역 정책이 가진 단점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인지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디선가 보았을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간의 내쉬균형 입니다.


    ▶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중 어느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생존할까


    •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할 때, 미국 보잉의 최적대응은 생산하지 않는 것

    • 미국 보잉이 생산할 때, 유럽 에어버스의 최적대응은 생산하지 않는 것

    • 누가 먼저 세계시장에 진입해 있느냐가 균형을 결정 (파란색 칸)


    항공산업은 생산에 막대한 고정비용과 R&D 투자가 수반되며 수요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과점 시장 입니다. 


    이때 미국과 유럽이 항공산업 진입결정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위의 표는 상대방의 행동에 따른 나의 행동이 가져올 보수를 보여줍니다. 


    미국 보잉의 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유럽 에어버스가 먼저 생산을 하고 있을 때, 미국 보잉이 진입하면 -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미국 보잉은 진입을 하지 않습니다.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면, 미국 보잉이 진입하면 100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미국 보잉은 진입을 합니다.


    유럽 에어버스의 행동도 이와 동일합니다. 만약 미국 보잉이 먼저 생산을 하고 있을 때, 유럽 에어버스가 진입하면 -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유럽 에어버스는 진입을 하지 않습니다. 미국 보잉이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면, 유럽 에어버스가 진입하면 100 · 진입하지 않고 있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유럽 에어버스는 진입을 합니다.


    결국 항공산업에서 어떤 기업이 생산하느냐는 '누가 먼저 진입해 있었는가 라는 역사적 우연성'이 결정합니다. 


    ▶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


    • 미국정부가 보잉에 25의 보조금 지원
    •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미국 보잉은 생산하는 게 이익
    • 이를 아는 유럽 에어버스는 아예 생산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고, 미국 보잉이 독점이윤 125 획득 (균형은 파란색 칸)

    이런 애매한 상황을 타개하고 확실한 이익을 챙기기 위하여, 미국정부는 자국 항공사가 시장에 진입하면 25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합니다. 

    앞서와 달리,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미국 보잉은 생산하는 게 무조건 이익 입니다. 왜냐하면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고 있을 때 진입을 하면 20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생산하지 않고 있을 때 진입을 하면 12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어느경우든 진입하는 게 더 큰 보수를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유럽 에어버스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미국 보잉이 진입을 할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잉이 생산할 때, 유럽 에어버스가 진입을 하면 -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유럽 에어버스는 아예 생산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합니다.

    그 결과, 미국 보잉은 생산을 하고 유럽 에어버스는 생산을 하지 않는 균형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 보잉은 독점이윤 125를 획득 합니다.

    즉, 이번글에서 살펴보았다시피, 미국정부의 보조금 지원은 유럽 에어버스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킴으로써 미국 보잉의 독점이윤을 발생시켰습니다


    ▶ 이를 본 유럽연합이 보조금 지원으로 보복을 한다면? (retaliation)


    • 미국정부의 정책에 맞서 유럽연합도 보조금 25 지원

    • 그 결과,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모두 20의 이윤을 거두나, 이는 보조금 25보다 적다


    전략적 무역 정책은 근본적으로 외국기업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을 돕는 '근린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입니다. 그리고 이는 외국의 보복(retaliation)을 초래하게 됩니다. 


    보다 못한 유럽연합이 보조금 25 지원으로 맞불을 놓습니다. 그 결과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모두 시장에 진입하여 생산을 하고 각각 20의 이윤을 가집니다. 그런데 이는 정부가 지원한 보조금 25보다 적기 때문에, 사회 전체 이윤은 -5나 마찬가지 입니다. 즉, 미국의 전략적 무역정책은 유럽연합의 보복을 초래하여 사회적으로 더 나쁜 결과(socially worsen off)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사례는 현실에서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할 때 맞딱드리게 될 문제점을 보여줍니다. 


    ▶ 정부는 자국 · 외국기업의 보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전략적 무역 정책의 본질적인 문제는 '자국기업 및 외국기업의 행동이 가져올 보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현실에서 기업들이 얻게 될 이익이 표에 채워놓은 숫자일지 아닐지 알 수 없습니다. 표에 채워놓은 숫자를 조금만 바꾸면 전략적 무역 정책의 효과를 사라집니다. 


    하나의 사례로서, 만약 정부가 자국기업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외국기업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경우, 보조금 지원정책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합니다. 


    • 이런 보수구조에서 균형은 유럽 에어버스 만이 시장에서 생산하여 독점이윤 획득

    • 그런데 미국정부는 미국 보잉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유럽 에어버스의 능력을 과소평가 


    위와 같은 보수구조는 유럽 에어버스만이 시장에서 생산하는 균형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미국정부는 미국 보잉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유럽 에어버스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앞서의 경우처럼, 미국 보잉이 생산할 때 얻는 이윤이 -5 혹은 100으로 생각하며,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할 때 얻는 이윤도 -5 혹은 100 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정부는 현재 유럽 에어버스만이 시장에서 생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유럽 에어버스가 먼저 시장에 진입한 역사적 우연성 덕분에 초과이윤을 누리고 있구나" 라고 오판하고 맙니다. 그리하여 보잉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유리한 균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미국정부가 보잉에 25의 보조금을 지원

    • 그러나 균형은 여전히 유럽 에어버스만 시장에 생존하여 독점이윤 150 획득


    미국정부는 호기롭게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하고 있을 때 미국 보잉이 진입하면 -5의 보수를, 생산하지 않고 있을 때 진입하면 100의 보수를 얻습니다. 유럽 에어버스는 미국 보잉이 생산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언제나 생산을 하는 게 이득입니다. 그런데 미국보잉은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고 있으면 진입하지 않는 게 이득입니다.


    그 결과, 균형은 여전히 유럽 에어버스만 시장에 생존하여 독점이윤 150을 획득하게 것이 됩니다. 미국정부의 전략적 무역 정책은 균형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이번글에서 소개한 전략적 무역 정책 논리 또한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꾸르노 모형 · 스타겔버그 모형 등등을 사용하여 전략적 무역 정책의 논리를 그럴싸하게 설명 하였으나, 정부는 개별 기업의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혹시 어떤 행위를 선택할지는 안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어느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해야 외국기업의 행동을 자국기업에게 유리하게 변경시킬지는 알지 못합니다


    결국 전략적 무역 정책은 책 속 이론에서만 타당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 전략적 무역 정책을 둘러싼 논쟁


    1970-80년대 들어 일반화된 '독과점을 통해 초과이윤을 얻는 산업'이 존재할 때의 무역정책의 효과를 설명해주는 전략적 무역 정책은 당시 '미국정부가 어떠한 무역정책을 선택해야 하느냐'를 두고 펼쳐진 논쟁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전략적 무역 정책의 효과를 믿었던 사람들은 일본의 보호체제를 무너뜨리는 방식 · R&D에 의존하는 미국 최첨단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높이려고 하였습니다. 일본의 보호체제는 미국기업을 희생시키는 문제를 초래하니 어서 빨리 대응해야했고, 미국 최첨단기업 지원은 일본기업을 희생시켜 미국에 독점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으니 바람직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자유무역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전략적 무역 정책의 현실적 한계를 집중적으로 비판하였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략적 무역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 · 폴 크루그먼 모두 실제 효과에 회의적이었다는 점 입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왜 미국은 '일본의 무역체제'를 문제 삼았으며, '전략적 무역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다음글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joohyeon.com/27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joohyeon.com/274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6.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joohyeon.com/217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8. 두 시장 간 본질적인 차이는 가격을 '주어진 것'(given)으로 받아들이느냐에 있지만, 여기에서는 '초과이윤 존재여부'에 주목합시다 [본문으로]
    9.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http://joohyeon.com/271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joohyeon.com/272 [본문으로]
    11.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http://joohyeon.com/25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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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Posted at 2018.12.07 17:28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유치산업보호의 타당성을 '역사적 발전단계'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을 통해,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 및 자유무역 사상을 반박하는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자유주의 사상'(liberalism)[각주:1]은 오늘날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사고방식 입니다. 국가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으며, 이익을 쫓는 개인의 행위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공의 이익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각주:2]은 여러 국가가 서로의 상품을 자유롭게 교환하여 전세계적인 후생을 극대화하는 '자유무역'(free trade)을 퍼뜨렸습니다.


    그러나 자유무역론은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리카도가 살았던 시대상황[각주:3] · 보호무역을 추구했던 1920-30년대 호주[각주:4] · 수입대체산업화를 추진한 1950-70년대 중남미[각주:5]에서 누차 짚었듯이...)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똑같은 물음을 던지며, "제조업 육성을 위해 일시적으로 유치산업을 보호하자(temporary protection for infant industry)"는 주장으로 애덤 스미스를 정면 공격했습니다. 


    스미스는 개별 국가들이 비교우위 특화 및 분업을 통해 각자 상품을 생산하는지 여부는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은데 반하여, 리스트는 민족경제 발전을 위해 제조업 육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농업 발전에 성공한 국가는 다음 단계인 제조업 발전을 위해 보호체제가 이로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리스트의 보호론은 산업발전 단계(stages of development)에 따른 일시적인 조치(temporary)이며, 궁극적으로 제조업 발전 이후에는 자유무역으로 회귀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보호체제는 오직 민족의 산업적 육성 목적하에서만 정당화(only for the purpose of the industrial development of the nation) 될 수 있을 뿐입니다. 대외 경쟁을 완전히 배제하면 나태와 무감각이 조장되어 민족에 해만 끼치게 됩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론을 설파한 애덤 스미스 · 데이비드 리카도, 그리고 이에 대항하여 유치산업보호론의 정당성을 주장한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들의 논쟁을 살펴보면 "자유무역이 옳다! vs. 보호무역이 옳다!"와 같은 1차원적 접근 보다는, 좀 더 깊이 있는 물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 그렇다면 '언제' 자유무역 정책을 쓰고, '언제' 보호무역 정책을 써야하나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접근 방식은 무역정책을 집행할 '상황'(circumstances)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리스트는 '산업발전 단계(stages of development)'를 상황의 구분으로 제시했으나, 거대한 단계의 구분보다는 좀 더 타당한 상황 구분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제조업 발전 단계에 있는 개발도상국이 유치산업보호 정책을 구사하더라도 항상 올바른 결과를 달성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성숙된 농업을 가진채 제조업 단계로 넘어가는 상황은 유치산업보호 성공의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리스트는 영국 · 프랑스 등의 역사적 사례 분석(historical analysis)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전개했습니다. 


    여러 국가들을 살펴보니, 성숙된 농업과 함께 "제조업 역량을 배양하고 이를 통해 최고도의 문명과 교양, 물질적 복지와 정치력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신적 ∙ 물질적 특성과 수단을 보유"[각주:6]한 민족이 단지 "이미 더 선진화된 해외 제조업 역량의 경쟁에 의해 진보가 정체"[각주:7]되어 있을 때, 유치산업보호 정책을 구사하면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트의 접근방식은 '편향적 표본선택'(sample selection bias)' 문제가 있으며, '반사실적 검정'(counter-factual test)이 불가능 합니다. 


    쉽게 말해, 리스트는 제조업 육성에 성공한 국가들이 채택했던 정책을 되돌아 봤을 뿐이지, 비슷한 조건에 있는 다른 국가들이 유치산업 정책을 채택했을 때 똑같은 성공을 안겨다줄 수 있는지는 따져보지 않았습니다. 또한, 만약 영국 · 프랑스 등이 다른 정책을 채택했더라면 어떠한 결과가 나왔을지도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유치산업보호가 아닌 자유무역을 했더라도 제조업이 발전할 수 있었다면, "유치산업보호가 제조업 육성을 가져왔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현재를 희생하여 제조업을 육성하면 미래의 이익을 얻는다는 걸 아는 국가 · 민족 · 사업가라면, 보호조치가 없더라도 자연스레 이를 수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리스트는 "어린이나 소년이 힘이 센 사나이와의 결투에서 이기기 어렵거나 단지 저항만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로 이미 앞선 외국 제조업과의 경쟁을 견딜 수 없고, 따라서 "'자연스런 사물의 흐름'(the natural course of things)에 따라 국내 제조업이 육성되는 건 전혀 불가능하며 어리석다"[각주:8]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가 말한 바와 같이 "각 개인은 자본이 가장 유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각주:9]합니다. 현재는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미래에는 외국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을 제조할 수 있다고 믿는 사업가라면, 현재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기꺼이 제조업 분야에 투자를 했을 겁니다. 


    리스트는 비교우위론을 정태적(static)으로만 받아들여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는 평생토록 변화하지 않는다"라고 간주했고, 유치산업보호 없이는 평생토록 농업 생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본 사업가에 의해 국가경제의 생산성 · 부존자원 등이 시간이 흐른 후 바뀐다면, 비교우위도 자연스레 변화하는 '동태적 비교우위'(Dynamic Comparative Advantage) 양상을 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 및 유치산업 보호는 굳이 필요가 없습니다.


    이는 리스트의 주장에 대응하는 자유주의의 반격으로 볼 수 있으며, 유치산업보호론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상황 및 조건이 필요함을 알려줍니다.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중 무엇이 '중심'을 이루어야 하나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둘러싼 대립은 이처럼 학자들 간의 논쟁을 통해 이전보다 정교화된 논점을 도출해내고 있습니다. 


    과거 만연해있던 중상주의 사상에 대항하기 위해 제시된 자유무역사상은, 시간이 흘러 유치산업보호론의 비판을 받게 되었고, 이후 다시 자유주의 논리로 유치산업보호론의 허점을 찌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100% 자유무역이 옳다" 라거나 "100% 보호무역이 옳다" 라는 극단적인 생각은 배제되고, 어떤 상황에서 자유무역 혹은 보호무역 정책을 채택해야 하며 평상시에는 어떠한 정책이 '중심'을 이루어야 하느냐 라는 깊이 있는 물음을 던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유주의 관점으로 유치산업보호론을 평가하면, 특수한 상황 및 조건(specific condition)을 필요로 하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평상시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가 중심인 가운데 '어떤 경우'에는 때때로 정부의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정책이 정당화 될 수 있다"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듭니다.


    그럼 도대체 유치산업보호론이 타당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 및 조건이 무엇일까요?


    ▶ 새로운 학자와 새로운 주장의 등장 

     

    •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

    • 1848년 작품 『정치경제학 원리』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이를 처음 제시해준 학자가 바로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입니다. 『자유론』(『On Liberty』) · 『공리주의』(『Utilitarianism』)로 유명한 그 철학자 입니다. 밀은 1848년 작품 『정치경제학 원리』(『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를 통해 뛰어난 통찰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 '일시적 보호가 정당화 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을 제시


    ● 제10장 잘못된 이론에 근거한 정부개입

    (Of Interferences of Government grounded on Erroneous Theories)


    정치경제학의 단순한 원리로부터 보호관세가 옹호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그 자체의 본질상 그 나라의 여건에 완벽하게 알맞은 외국의 산업을 도입해서 (특히 신생 발전도상국에서) 토착화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부과하는 경우뿐이다.[각주:10]


    생산의 한 분야에서 한 나라에 대한 다른 나라의 우위는 다만 먼저 시작했다는 데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습득된 기술과 경험이 현재 우월하다는 점 말고는 한쪽이 유리할 것도 다른 쪽이 불리할 것도 본원적으로는 전혀 없을 수도 있다. 아직 이러한 기술과 경험을 습득하지 못한 나라지만, 그 분야에 먼저 착수한 나라들보다 다른 측면에서는 그 생산에 더욱 잘 적응할 수도 있다.[각주:11] 


    아울러 레이(Rae)가 적확하게 지적하였듯이 어떤 분야의 생산이든 새로운 여건 아래 시도해보는 것보다 향상을 촉진하는 데 더욱 큰 요인은 없다. 그렇지만 개인들이 스스로 위험부담을 무릅쓰면서, 또는 사실을 말하자면 손해가 분명한데도 새로운 제조방식을 도입해서, 그 방식이 전통적으로 손에 익은 생산자들과 수준이 대등할 정도로 기술자들의 역량이 발전할 때까지 꾸려나가는 부담을 감수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합당한 시간까지 보호관세가 지속된다면, 그런 실험을 지원하기 위해서 한 나라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 가운데 불편을 가장 줄이는 방법이 때로는 될 수도 있다.[각주:12] 


    다만 그로써 양성되는 산업이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관세 없이도 진행할 수 있으리라고 보장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한 사례에만 국한되어야 한다는 단서가 필수적이다. 또한 국내 생산자들에게는 자기들이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공정한 기회에 필요한 기간 이상으로까지 관세가 지속되리라고 기대할 여지를 남겨주면 안될 것이다.[각주:13]


    (...)


    생산비는 언제나 처음에 가장 크기 때문에 실지로는 국내생산이 가장 유리한 경우라도 일정한 기간 동안 금전적으로 손실을 겪는 후가 아니면 이익으로 나타나지 못할 수가 있다. 자기들이 망한 다음에 그 대신 들어오는 투자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인투자자들이 그와 같은 손실을 감수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각주:14]


    그래서 나는 신생국에서 일시적 보호관세는 때때로 경제적으로 옹호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기간이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하고, 종료시한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낮아져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 그와 같은 일시적 보호는 일종의 특허와 본질이 같을 것이므로 비슷한 조건 아래서 시행되어야 한다.[각주:15] 


    - 존 스튜어트 밀, 박동천 옮김, 『정치경제학 원리 4』, 제5편 제10장, 339-341쪽

    - 영어 원문은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존 스튜어트 밀이 1848년 『정치경제학 원리』(『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를 통해 제시한 논리는 유치산업보호를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새로 정립시켰습니다. 위에 인용한 구절은 유치산업보호를 주제로 한 경제학 논문들이 오늘날에도 인용하고 있습니다. 


    밀은 두 쪽 가량의 짧은 문단을 통해 '일시적 보호가 정당화 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The only case in which protecting duties can be defensible)을 논리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이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봅시다.


    ① 한 나라에 대한 다른 나라의 우위는 다만 먼저 시작했다는 데에 기인


    19세기 당시 영국이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요? 영국 민족이 태생적으로 물려받은 기술 · 기질 · 지리적위치 등이 다른 민족에 비해 제조업 생산에 유리해서 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산업혁명을 가장 먼저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존 스튜어트 밀의 통찰처럼 (부존자원이 아닌 생산성에 의해 결정되는) 비교우위는 '역사적 우연성'(historical accident)이 먼저 시작하게끔 만들어주어서 획득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그럼 먼저 시작했다는 것이 비교우위 결정에 있어 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일까요?


    ② 시도해보는 것보다 향상을 촉진하는 데 더욱 큰 요인은 없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공부를 많이 하기 이며 다른 왕도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생산기술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산경험 축적 입니다. 상품을 처음 제조할때는 미숙한 점이 많아 불량도 생기고 시간도 오래걸리지만, 점점 경험을 축적해나가면 문제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즉, 밀의 발언처럼 "시도해보는 것보다 향상을 촉진하는 데 더욱 큰 요인은 없"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을 거치면서 생산 경험을 쌓아가면(cumulative learning experience) 더 낮은 비용으로 상품을 제조할 수 있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시작한 국가·민족이 비교우위 결정에 유리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단지 먼저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나라보다 많은 경험을 쌓게 되었고, 그 결과 낮은 비용으로 값싼 상품을 제조할 수 있게 되어 비교우위를 획득하게 된겁니다.


    (주 : 무역을 만들어내는 것은 '서로 다른 상대가격'[각주:16]이며, 비교우위란 높은 기술수준[각주:17] · 풍부한 부존자원[각주:18] 덕분에 '상대적으로 값싼 상품을 생산하는 능력'을 뜻한다는 것을 기억)


    존 스튜어트 밀은 '단지 먼저 시작하여 경험을 축적'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비교우위가 형성될 수 있다는 통찰을 제시하며 국제무역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혔습니다. 


    ③ 아직 이러한 기술과 경험을 습득하지 못한 나라지만, 그 분야에 먼저 착수한 나라들보다 다른 측면에서는 그 생산에 더욱 잘 적응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떠한 나라가 '역사적 우연성' 덕분에 먼저 생산을 시작하고 이후 '학습과 경험'을 통해 비교우위를 가지게 되는 원리는 문제를 초래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가 먼저 생산을 시작했더라면, 현시점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나라보다 더 우월한 생산능력을 가진채 더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잠재적인 비교우위는 뒤늦게 생산한 국가 혹은 아직 생산을 시작하지 못한 국가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현재 보여지고 있는 비교우위 및 무역패턴은 가장 효율적인 결과물이 아닐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잠재적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가 국내 산업 · 기업 등을 지원하여서 앞선 외국을 따라잡거나 혹은 생산을 시작하게끔 만들면, 보다 효율적인 무역패턴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자유주의 논리에 따라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뒤처진 국가 및 사업가가 스스로의 능력을 파악하고 있다면, 미래의 이익 달성을 바라보고 현재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생산에 착수하지 않을까?" 입니다. 이번글 서두에서 말한바와 같이, 미래 이익을 쫓는 개인이 스스로 판단하여 행위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 및 보호조치는 굳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존 스튜어트 밀의 또 다른 통찰이 후대 경제학자들에게 영향을 줍니다. 무엇인지 한번 살펴봅시다.


    ④ 개인들이 스스로 위험부담을 무릅쓰면서, 또는 사실을 말하자면 손해가 분명한데도 새로운 제조방식을 도입해서, 그 방식이 전통적으로 손에 익은 생산자들과 수준이 대등할 정도로 기술자들의 역량이 발전할 때까지 꾸려나가는 부담을 감수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

    자기들이 망한 다음에 그 대신 들어오는 투자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인투자자들이 그와 같은 손실을 감수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개인들이 장기 이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 손실을 부담하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을 포착했습니다. 자유시장 체제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국가 및 사업가가 스스로 판단하여 생산에 착수할 겁니다. 문제는 자유시장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을 때 벌어집니다.


    만약 장기이익을 바라본 사업가가 단기 손실을 감수해가며 생산경험을 축적하였는데, 이때 획득한 경험이 같은 나라의 다른 사업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이럴 경우, 후발 사업가는 단기 손실을 보지 않고 바로 이익을 챙길 수 있으며, 단기 손실을 부담한 선발 사업가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줄어듭니다. 


    이러한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걸 모두가 안다면, 아무도 먼저 사업에 착수하지 않으려 할테고, 결과적으로 그 국가 내에서 생산은 이루어지지 않게 됩니다. 밀의 표현처럼 "자기들이 망한 다음에 그 대신 들어오는 투자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인투자자들이 그와 같은 손실을 감수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 입니다. 


    이를 현대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면 '외부성의 존재'입니다. (외부성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존 스튜어트 밀은 '외부성'(externality)으로 인하여 비효율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참고 : 외부성 및 생산의 학습효과가 만들어내는 비교우위 패턴, 그리고 그 결과 초래될지도 모르는 잠재적 비효율성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 참고)


    ⑤ 합당한 시간까지 보호관세가 지속된다면 그런 실험을 지원 (...)

    그래서 나는 신생국에서 일시적 보호관세는 때때로 경제적으로 옹호할 수 있음을 인정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여 국내 기업 · 산업을 지원하는 유치산업보호론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외국과의 경쟁에 노출되지 않게끔 보호한다면, 개별 기업들은 경쟁에 대한 부담을 덜고 단기 손실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겁니다. 또한 관세부과로 외국 상품가격이 오르게 되면 국내 생산자도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매출 및 이윤의 증가를 불러와 단기 손실 크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존 스튜어트 밀은 외부성이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서 "합당한 시간까지 보호관세가 지속된다면 그런 실험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하였고, "신생국에서 일시적 보호관세는 때때로 경제적으로 옹호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고도 밝힙니다. 


    ⑥ 다만 그로써 양성되는 산업이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관세 없이도 진행할 수 있으리라고 보장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한 사례에만 국한되어야 한다 (...)

    일시적 보호관세는 그 기간이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하고, 종료시한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낮아져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

     

    그런데 위의 논리를 다르게 보면, 장기 이익이 단기 손실을 초과함에도 불구하고, 외부성의 존재로 인해 개인이 단기 손실을 부담하지 않으려 할때에만, 일시적인 보호조치가 정당화 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치산업보호가 때때로 타당할 수 있다는 자신의 주장이 마치 무조건적인 보호무역 · 영구적인 보호체제를 옹호하는 것처럼 비춰질까 염려하여, 밀은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있는 유치산업에 대한 일시적 보호'(Temporary Protection) 라는 점을 재차 강조합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은 현재 비교열위에 있는 산업을 외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그리고 평생토록 지원하는 정책도 아닙니다. '현재는 경쟁력이 없으냐 정부가 일시적인 지원을 하면 향후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산업'을 보호 · 육성하는 정책입니다. 


    결론 : 정치경제학의 단순한 원리로부터 보호관세가 옹호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그 자체의 본질상 그 나라의 여건에 완벽하게 알맞은 외국의 산업을 도입해서 (특히 신생 발전도상국에서) 토착화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부과하는 경우뿐이다.  

    (The only case in which, on mer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protecting duties can be defensible, is when they are imposed temporarily (especially in a young and rising nation) in hopes of naturalizing a foreign industry, in itself perfectly suitable to the circumstances of the country.)


    자, 이제 존 스튜어트 밀이 남긴 첫 문장이 어떠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 완벽하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평상시 보호주의 정책은 옳지 않으며 '옹호될 수 있는 유일한 경우'가 있을 뿐입니다. 그 경우란 단지 외국 산업에 비해 늦게 시작한 까닭으로 현재 경쟁력이 없으나, '본질상 그 나라의 여건에 완벽하게 알맞는' 산업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학습된 경험 축적 덕분에 비교우위를 찾을 수 있는 때 입니다. 오직 이때에만 '토착화되는 동안 일시적으로 보호관세를 부과'하는 유치산업보호 정책이 정당화 될 수 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의 통찰은 유치산업보호론 논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변화시켰습니다. 


    이제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수행했던 역사적 사례분석에 의존하지 않은채 유치산업 보호가 정당화 될 수 있는 명확한 조건을 설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자유주의 이념을 가진 당시 경제학자들도 '특정한 경우에는 자유무역 원리에서 이탈하여 수입관세를 이용한 일시적 보호가 필요함'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 로버트 발드윈, "무차별적 관세보호 보다는 직접적인 지원이 낫다"


    시간이 흘러 존 스튜어트 밀의 주장에 의문을 품는 다른 학자가 등장했습니다. 이 학자는 "외부성 존재는 효율적 생산을 위해 정부가 개입할 필요를 제기해주지만, 과연 관세 보호 의도했던 결과를 달성할 수 있을까?"(What I will question is the effectiveness of tariffs in accomplishing this result.)라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 로버트 발드윈 (Robert E. Baldwin), 1924~2011

    • 1969년 논문 <유치산업 관세보호에 反하는 경우>


    그 인물이 바로 로버트 발드윈(Robert Baldwin)이며, 해당 주장이 실린 논문은 1969년 <유치산업 관세보호에 反하는 경우>(<the Case Against Infant-Industry Tariff Protection>) 입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어깨 위에 올라선 로버트 발드윈은 외부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자원 이용이 불가능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가 문제 삼은 것은 정부개입의 수단(means of government intervention) 이었습니다. 


    발드윈이 보기에 산업 내 전체 기업들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보호관세는 외부성 제거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성 문제를 겪고 있는 개별 기업만 선별적으로 직접적인 지원을 해야 할 필요(much more direct and selective policy measure than non-discriminatory import duties)가 있었습니.


    발드윈은 크게 2가지 경우를 제시하며 각각의 사례에서 보호관세의 무용성(ineffectiveness of protective duty) 및 직접적인 지원(direct subsidy)의 필요성을 설파합니다. 이번 파트를 통해 그의 주장과 논리를 알아봅시다.


    ● 개별 기업이 창출해낸 지식이 다른 기업에게 대가 없이 전파되는 경우


    첫번째는 '개별 기업이 창출해낸 지식이 다른 기업에게 대가 없이 전파되는 경우' 입니다. 


    로버트 발드윈은 "단순히 초기 생산비용이 외국보다 높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기업을 보호해서는 안되며, 유치산업보호를 정당화 하기 위해서는 '학습 프로세스와 연결된 기술적 외부성'(technological externalities frequently associated with the learning process)이 존재해야 한다." 라고 진단합니다.


    왜냐하면 생산의 학습효과를 통해 미래에 외국기업보다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걸 국내 생산자가 알고 있더라도 기술적 외부성이 존재하면 아예 시장에 진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생산 방식을 발견하기 위해 비용을 투자하는 사업가가 직면하는 문제는 잠재적인 경쟁자가 정보를 거리낌없이 쓸 가능성", 즉 기술적 외부성 이며, 이로인해 "개별 사업가가 지식 획득을 위한 투자를 꺼리게" 됩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아무도 기술진보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그 결과 그 나라의 지식수준은 사회적 최적 수준에 미달하게 됩니다. 


    이는 앞서 소개한 존 스튜어트 밀의 논리와 동일합니다. 그리고 밀은 보호 관세 부과로 외부성이 초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만약 외국과의 경쟁에 노출되지 않게끔 보호한다면, 지식획득에 수반되는 초기 비용투자 부담이 덜어지게 되어 단기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수입관세 부과 이후 올라간 상품가격으로 이윤증대를 누리면서 단기 손실을 메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로버트 발드윈이 보기엔 국내 전체 기업에게 적용되는 무차별적인 관세(non-discriminatory import duty)는 외부성으로부터 초래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국내의 잠재적인 경쟁자가 나의 지식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수입관세 부과 이후로도 교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드윈은 기술을 무단으로 차용하는 국내 잠재적 경쟁자가 상품가격 인상 덕분에 더 높은 이윤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하면, 선도적인 기업의 이윤은 국내 경쟁 증대로 인해 줄어들고 결국 지식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심한 경우 기술개발에 투자한 기업들은 모두 퇴출되고 이를 무단으로 이용하는 기업만 생존할 수도 있습니다.


    로버트 발드윈이 진단한 사회적 비효율성이 초래되는 근본원인은 '지식투자로 인한 단기 손실' 그 자체가 아니라 '한 기업이 전유할 수 없는 지식으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과 사적 비용의 차이'(knowledge is not appropriable by individual firm) 였습니다. 


    단기 손실을 보전해주려는 보호관세는 지식에 투자한 기업의 단기 손실도 줄어주지만, 지식에 투자하지 않는 잠재적 진입자의 이윤도 증가시켜 줍니다. 따라서, 발드윈은 든 기업에게 적용되는 무차별적 보호관세가 아니라 지식을 발견한 기업에게만 주어지는 보조금(a subsidy to the initial entrants into the industry for discovering better productive techniques)이 필요하다 라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 금융시장 정보 불완전성으로 자금조달이 힘든 경우


    두번째는 '금융시장 정보 불완전성으로 자금조달이 힘든 경우' 입니다.


    국내에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산업으로 국내 기업 한 곳이 신규진입 하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이 기업은 기술개발 및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borrow funds from investors)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국내에서 이 산업에 대해 아는 투자자가 없다는 겁니다. 투자자들은 기업가치를 올바르게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규 진입기업은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스스로 시장조사(market study)를 하여 투자자에게 상세한 정보(detailed market analysis)를 제공해줄 유인이 있습니다.


    여기서 첫번째 경우와 유사한 문제가 초래됩니다. 


    만약 시장조사를 하기 위한 비용이 발생하는 데 반하여, 이를 통해 얻게 된 정보를 다른 기업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어느 기업도 새로운 산업에 먼저 진입하지 않을 겁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먼저 진입하여 시장조사를 하기만을 바라겠죠. 그것을 못 견디고 먼저 진입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지불하면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아예 빌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금융시장 정보 불완전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유익한 산업이 수립되지 않는 경우가 초래되고 맙니다.(under these circumstances the firm will not finance the cost of the study, and a socially beneficial industry will not be established.)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 역시 무차별적인 보호 관세가 아니라 지식획득을 지원하는 직접적인 보조금(direct subsidies to pay for the costs of knowledge acquisition) 입니다.


    ● 유치산업보호론을 둘러싼 논쟁에 로버트 발드윈이 기여한 것


    번 파트에서 소개한 로버트 발드윈의 1969년 논문은 "유치산업보호를 위해 수입관세 부과 등으로 보호장벽을 높여야 한다"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대표적인 참고문헌 입니다.


    로버트 발드윈의 첫번째 공헌은 '현재에는 생산비용이 높지만 학습효과에 의해 잠재적 비교우위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유치산업 보호조치가 항상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현대 경제학 프레임 내에서 논리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지식획득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성이 없다면, 기업은 단기 손실과 장기 이익을 스스로 비교 평가하여 시장에 진입할 겁니다. 또한 금융시장이 완벽하게 작동한다면, 투자자들은 장기 이익을 내다보고 자금을 빌려줄 것이고, 기업은 단기 손실이 주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치산업 보호조치가 정당화 되기 위해서는 '지식획득이 초래하는 외부성'(technological externality) 및 '금융시장 불완전성'(capital market imperfection) 이라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로버트 발드윈의 두번째 공헌은 '비록 지식획득 외부성 및 금융시장 불완전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산업을 보유하지 못하더라도, 수입장벽을 높이는 보호조치가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입니다.


    수입관세 부과는 외부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채, 지식투자에 기여하지 않는 잠재적 진입자들의 시장진입만 되려 부추길 수 있습니다. 또한 금융시장 정보 부재로 인한 문제는 무역보호 조치로 해소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유치산업보호를 위한 무역정책을 구사할 생각보다는 구체적인 시장실패를 직접 해결하려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고를 기반으로 오늘날 주류 경제학자들은 '특정한 경우에 자유무역이 사회적으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수입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 보다는 시장실패를 초래하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시정하는 구체적인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보호무역 정책은 최선이 아닌 차선의 정책(Second-Best)입니다.




    ※ 유치산업보호론 논쟁을 통해 보다 정교화된 자유무역 사상


    애덤 스미스의 1776년 작품 『국부론』을 통해 세상에 나온 '자유무역 사상'은 이렇게 여러 학자들 간의 논쟁, 특히 유치산업보호 정책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쟁을 거치면서 보다 정교화 되어 왔습니다. 


    지금까지의 [국제무역논쟁] 시리즈와 이번글을 통해 알아본 '자유무역 사상의 진화과정'을 짧게나마 한번 정리해봅시다.


    '무역수지 흑자'를 중요시 했던 중상주의 시대[각주:19]

    - 토마스 먼, 『잉글랜드의 재보와 무역』, 1664년


    "우호적인 무역수지가 필요하다"


    '값싼 외국 상품 수입' 높게 평가하는 자유무역 사상의 등장[각주:20]

    - 애덤 스미스,  『국부론』, 1776년 


    - "거의 모든 무역규제의 근거가 되고 있는 무역차액 학설보다 더 불합리한 것은 없다", "금은을 살 수단[예: 포도주]을 가진 나라는 결코 금은의 부족을 겪지 않을 것이다.", "무역의 자유에 의해 우리는 우리 상품을 유통시키거나 다른 용도에 사용할 금은을 언제나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마찬가지로 안심하고 믿어도 된다.


    - "나는 이익이나 이득이라는 것은 금은량의 증가가 아니라 그 나라의 토지 · 노동의 연간생산물의 교환가치 증가나 주민들의 연간소득 증대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 나라가 이러한 우위를 가지고 다른 나라가 그것을 가지지 못하는 한, 후자는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전자로부터 구입하는 것이 항상 더 유리하다."


    '서로 다른 상대가격이 무역을 만들어낸다'는 비교우위론의 등장[각주:21]원리[각주:22]

    - 데이비드 리카도,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 1817년


    -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한 나라에서 상품의 상대 가치를 규제하는 것과 동일한 규칙이 둘 또는 그 이상의 나라들 사이에서 교환되는 상품의 상대 가치를 규제하지는 않는다."


    - "포르투갈이 수입하는 상품이 잉글랜드에서보다 포르투갈에서 더 적은 노동으로 생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교환은 일어날 것이다. (...) 왜냐하면 포르투갈은, 그 자본의 일부를 포도 재배에서 직물 제조로 전환시켜서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직물을, 잉글랜드에서 획득하게 해주는 포도주 생산에 그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 "직물이 포르투갈에 수입되려면, 그것을 수출하는 나라에서 치르는 값보다 포르투갈에서 더 많은 금을 받고 팔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포도주가 [포르투갈에서] 잉글랜드로 수입되려면, 그것이 포르투갈에서 치르는 값보다 잉글랜드에서 더 많이 받고 팔릴 수 있어야 한다."


    '비교우위론은 수확체증에 특화하는 영국에게만 이롭다'반박이 등장[각주:23]

    - 제임스 브릭던, <호주 관세와 생활수준>, 1925년 논문


    - "경제이론은 합리적추론의 기반이지만 일반적인 지침의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엄밀하면서 비교할 수 있는 결과물은 항상 시간 및 공간의 상황에 달려있다. 고전 국제무역이론은 영국의 상황으로부터 도출된 것이다."


    - "이러한 시각에서 보았을 때, 자유무역이 영국에게 이로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주에게 이로운 것은 보호무역 정책이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개발도상국을 선진국에 종속시킨다'주장이 등장[각주:24]

    - 라울 프레비쉬, 『라틴 아메리카의 경제발전과 주요 문제들』, 1950년


    - "종속은 특정한 국가집단이 다른 경제의 발전과 확산에 의해 제약받는 경제를 가지고 있는 상황", "제조업을 통해 산업화에 성공한 지배국가는 팽창하고 스스로의 발전에 자극을 가할 수 있는 반면, 1차상품 수출에 의존하는 종속국가는 이러한 팽창의 반사로써밖에 발전할 수 없을 때 종속의 형태"


    -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을 하면, 기술진보의 혜택은 중심부-주변부 간에 공평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대외지향 무역체제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한국의 경제발전[각주:25]


    - "정부는 증산과 더불어 수출을 대지표로 삼았읍니다. 공업원료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수출은 경제의 생명입니다. 2차대전직후, 영국의 「처어칠」수상의 『수출 아니면 죽음』이란 호소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입니다."


    - "80년대에 가서 우리가 100억 달러 수출, 중화학 공업의 육성 등등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 ... 정부는 지금부터 철강,조선,기계,석유화학 등 중화학 공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서 이 분야의 제품 수출을 목적으로 강화하려고 추진하고 있읍니다."


    '민족경제 발전을 위해 인위적인 제조업 육성이 필요하다'유치산업보호론 등장[각주:26]

    -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1841년


    - "필자가 영국인이었다면, 애덤 스미스 이론의 근본 원리를 의문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오늘도 이 글을 가지고 나설 용기를 준 것은 주로 독일의 이익이다."


    - "투박한 농사에서는 정신적 활력 · 신체적 둔함, 옛 개념 ·관습, ·습관 · 행위 방식에 대한 고수, 교양 · 복지 · 그리고 자유의 부족이 지배한다. 반면에 정신적, 물질적 재화의 끊임없는 증식을 향한 노력, 경쟁심, 자유의 정신은 제조업 국가 및 상업 국가의 특징이 된다."


    - "상공업 패권을 쥔 (영국의) 공장들은 다른 민족들의 신생 혹은 반밖에 장성하지 못한 공장들보다 앞서는 천 가지 장점을 가진다. (…) 그러한 세력에 맞서 자유경쟁을 하면서 사물의 자연스런 흐름에 대해 희망을 품는 것이 어리석다는 점을 확신하게 된다.


    - "부와 생산 역량의 최고도에 도달한 이후, 자유무역과 자유경쟁의 원리로 점진적으로 회귀하여, 농부들 제조업자들 상인들을 게으름에 빠지지 않게하고 이들이 달성한 우위를 유지하도록 자극을 주어야 한다."


    ▶ '유치산업보호 정책이 정당화 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을 제시'자유주의[각주:27]

    - 존 스튜어트 밀, 『정치경제학 원리』, 1848년


    - "보호관세가 옹호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그 자체의 본질상 그 나라의 여건에 완벽하게 알맞은 외국의 산업을 도입해서 (특히 신생 발전도상국에서) 토착화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부과하는 경우뿐이다."


    - "그래서 나는 신생국에서 일시적 보호관세는 때때로 경제적으로 옹호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기간이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하고, 종료시한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낮아져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


    '보호무역 보다는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정부개입이 필요하다'현대경제학의 반격[각주:28]

    - 로버트 발드윈, <유치산업 관세보호에 反하는 경우>, 1969년 논문


    - "생산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의 시장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묻고 싶은 것은 관세부과를 통해 이를 달성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 "수입관세 부과를 통한 일시적 보호조치는 효율적 생산을 달성케 할 수 없다.", "수입관세는 외부성의 문제를 교정할 수 없다."


    - "필요한 것은 지식획득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보조금이다.", "유치산업이 직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차별적인 보호관세가 아니라 보다 직접적이고 선별적인 정책이다."




    ※ 한국에서 유치산업보호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이제 우리는 유치산업 보호조치가 성공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① 육성하고 싶은 국내산업 중 아무거나 보호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② 현재 비교열위에 처한 이유는 단지 외국에 비해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며, 

     생산의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를 통해 향후 더 낮은 가격에 상품을 생산할 잠재적 비교우위가 있으며, 

     장기 이익을 내다보는 국내 생산자가 외부성 및 금융시장 불완전성 때문에 생산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고, 

     시장실패를 직접적으로 교정하는 정책 대신 보호무역 조치가 더 확실한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때, 

    ⑥ 유치산업보호 정책은 정당화되고 또 의도했던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한국이 유치산업보호 정책을 통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위의 조건들이 충족됐던 덕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에서 소개했듯이, 한국정부는 기계 · 조선 · 철강 · 화학 · 전자 등의 중화학 업종 육성하기 위하여, 수입장벽을 세워 외국과의 경쟁에 노출시키지 않았고 보조금을 통한 직접 지원도 시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중화학 공업화로 가는 과정은 험난했습니다. 당시 한국정부가 제철소 · 조선소 등을 건립하려고 했을 때, 외국 정부 및 학자들은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지 않는 산업을 왜 키우려고 하느냐. 현재의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에 충실해라" 라는 충고를 했습니다.


    (지난글에서도 소개했던) 아래의 기사가 당시 정부가 마주했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번 다시 읽어봅시다.


    <AID가 본 한국공업건설 (上 제철소의 경우)>

    (주 : AID란 원조를 지원해주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의미한다)


    경제5개년계획을 특징지으고 있는 제철소와 비료공장을 건설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거니와 그러기에 기자는 워싱턴에 닿자마자 AID가 제철소와 비료공장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타진해보기 위하여 AID의 문을 두드렸다. (...)


    기자가 AID 당국자들과 만나서 얻은 결론은 제철소는 사무적으로는 절대로 무망한 것으로 느껴졌으나 정치적으로 배려를 한다고 하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며, 비료공장은 AID가 주장하는 바 과인산질소 배합비료 공장을 세우는 데 한국측이 동의한다고 하면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를 거부하교 요소 25만톤 용량을 만든다는 종래의 주장을 견지한다면 이 역시 AID에서 돈을 꾸지 못할 것이라 것이다.


    AID는 대체로 한국에서의 제철소 건설에 대해서 비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① 한국은 철광석과 코크스 탄 6천 칼로리 이상나는 역청회 등 제철에 필요한 자연자원이 극히 빈곤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50% 이상의 철분을 가지고 있는 철광석의 매장량은 지난번 탐광에 의해서도 겨우 5백만톤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이 나왔으니, 그처럼 빈약한 자원을 상대로해서 연간 25만톤의 제철소를 만든다는 것은 무모한 것이라는 것이다. (...)


    ② 그러니까 한국서 제철을 하자면 외국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사오지 않을 수 없는데 철광석을 100만톤, 석탄을 150만톤을 사오자면 적어도 3,500만불의 외화를 매년 지출하여야만 할 것이니 4,200만불의 수출실적 밖에는 못 가지 한국의 외화사정 아래서는 이 역시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것이다. 물론 철광석과 석탄도 연불 등 상업차관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기도 하나 AID 규정은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차관을 받는다는지 원조를 받는다는 것은 허용하지 않기로 되어있으므로 상업차관에 의한 원료 공급도 안된다는 것이다. (...)


    ③ 설령 한국에 제철소를 지어준다고 해도 철의 시장경쟁은 지금도 치열하지만 장차 더욱 더 백열전을 전개할 것이니 과연 한국이 이웃나라인 일본과의 경쟁에서나마 견딜 수 있겠느냐 하는데는 의문이 짙다는 것이다. 일본도 비록 철광석도 석탄도 사다가 쇠를 녹이고 있다고 하나 경영기술에 있어서나 작업기술에 있어서나 7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는 일본과 같은 생산비로서 제철을 한다고 하는 것은 거의 기적에 속할 것이라는 것이다. (...)


    ⑤ 그러니까 한국에서 제련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철을 외국에서 수입해다 쓰는 편이 더 이롭다고 그들은 생각하는 것이다. 제철소를 만들려면 적어도 1억 5천만불을 들여야 할터이니 그 돈을 다른 산업들 한국서 능히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을 세우는데 쓰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라고 결론 짓고 있는 것 같다. 


    - 이동욱, 1962년 10월 20일, 동아일보 칼럼/논단

    - 네이버 옛날신문 라이브러리에서 발췌


    현재의 포항 제철소는 1965년 한일협정의 산물인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건설되어 1973년 가동을 시작 하였는데, 박정희 군사정부는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당시부터 종합제철소 건립을 꿈꾸었습니다. 


    꿈과 달리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는 '한국에서 제련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철을 외국에서 수입해다 쓰는 편이 더 이롭다'라는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이들의 주된 논거는 '한국의 제철소 건설 시도가 비교우위 원리에 벗어난다' 입니다. 


    ① 제철소는 원자재인 철광석과 석탄 등을 제련하여서 철판을 만드는 곳인데, 한국은 원자재를 풍부하게 가진 국가가 아닙니다. 헥셔-올린의 무역이론[각주:29]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원(relative abundant resource)을 가진 국가가 그 자원이 집약된 산업(resource-intensive)에 비교우위를 가지는데, 한국은 이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② 또한 어찌어지 철판을 생산한다고 해도 과연 일본에 비해 우위를 가질 수 있겠냐는 물음을 제기했습니다. 일본은 70년전부터 제철소를 운영하며 획득한 기술수준으로 낮은 생산비를 유지하는데, 이를 한국이 수년내에 따라잡기 힘들거라는 전망이죠.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오늘날 한국은 세계 1위 제철소로 평가받는 POSCO(구 포항제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시 외국 기관 · 학자들이 충고했던 자유무역 논리를 그대로 따랐더라면 오늘날 한국에 제철소는 없었을 겁니다.


    한국이 유치산업보호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한국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했던 미국제개발처의 발언에서 역설적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기사를 통해 드러나듯이, 미국제개발처(USAID)는 '7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을 보유한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우리는 이 물음에 의문을 품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시 일본의 철강산업 우위는 '역사적 우연성'에 의한 것일지도...


    1960년대 당시 일본이 한국에 비해서 철강산업에 경쟁력을 가지게 된 연유는 선천적으로 제철기술이 뛰어나거나 철광석 등 부존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일본이 한국보다 70년 일찍 철강업을 시작한 역사적 배경 덕분(historical accident) 입니다. 반대로 한국이 일본보다 일찍 제철소를 건립했더라면 1960년대 당시의 비교우위는 한국이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정부가 철강산업을 보호하면서 육성하면서 70년이라는 시간을 따라잡으면, 장기적으로는 일본보다 경쟁력 있는 제철소를 보유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일본을 따라잡는 동안에 한국 제철소는 큰 손실을 보겠지만, 정부보조를 받아서 버틴다면 언젠가는 우위를 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지금 제철산업에 비교우위가 있느냐"를 따지기 보다는 "향후 제철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느냐"(Dynamic Comparative Advantage)라는 물음을 던져야 마땅합니다. 한국정부는 후자의 물음을 던진 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외부 규모의 경제


    제철 · 조선 · 자동차 · 전자 산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공장 하나를 짓고 기계설비만 도입하는 걸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철광석 · 기계부품 등을 외국에서 조달해오기 위한 판로가 필요하고, 여러 하청 업체들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이 산업에 맞는 기술을 가진 근로자 집단도 존재해야 합니다. 


    이처럼 '같은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 · 근로자들이 한 곳에 모인 결과'로 집적의 이익을 향유하는 것을 '외부 규모의 경제'(external scale of economy)라 부릅니다. 이들은 노하우공유, 부품 공동구매, 근로자 채용의 용이함 등 덕분에,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외부 규모의 경제 또한 외부성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만약 제철 산업을 하고 싶은 산업가 한 명이 혼자 공장을 건설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업가가 동시에 산업에 진입하지 않는한 생산과정이 매끄럽게 돌아갈리가 없고, 그 결과 아무도 먼저 사업에 착수하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정부가 국영기업을 설립하여 직접 사업에 착수하거나 여러 사업가가 동시에 진입하도록 강제(?)하는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 미발달된 금융시장


    미발달된 금융시장 또한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확인시켜 줍니다. 만약 사업가가 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 받을 수 있다면, 단기 손실에 대한 부담이 덜어집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은 금융시장이 미발달한 상태였고 형성된 자본 크기도 크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국내자본과 차관 형태로 들여온 외국자본을 선별된 기업에 몰아주는 금융지원 정책[각주:30]을 구사했습니다. 


    이처럼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제철 · 조선 산업의 특징, 부족했던 자본, 금융시장의 미발달 등은 일시적 무역보호체제와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에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 (보론) 장하준이 주류 경제학자들에게 비판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 첫번째 : 장하준, 2004, 『사다리 걷어차기』
    • 두번째 : 장하준, 2007, 『나쁜 사마리아인들』
    • 세번째 : 서강대 교수진, 2012, 『한국경제를 위한 국제무역 · 금융 현상의 올바른 이해
    • 네번째 : 더글라스 어윈(Douglas Irwin), 2012 번역, 『공격받는 자유무역』


    한국의 중화학공업화는 유치산업보호론을 옹호하는 학자들이 내세우는 성공 스토리 입니다. 유치산업 보호를 통해 경제발전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서 자유무역사상을 비판하는 단골 메뉴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정부주도 산업정책의 효과를 직접 경험한 한국인들은 유치산업보호 논리에 친숙하며, 특히 대중적으로 유명한 한 학자로 인해 '문제가 있는 자유무역과 이득을 불러오는 보호무역'을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학자는 바로 장하준 입니다.


    장하준은 2004년 『사다리 걷어차기』 · 2007년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통해 '선진국의 경제발전은 보호무역 덕분이며, 개발도상국에게 자유무역을 강요하고 있다'는 식의 논지를 반복해서 주장해왔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수많은 주류 경제학자들은 비판해오고 있습니다. 국제무역 정책 및 역사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더글라스 어윈(Douglas Irwin)은 서평을 통해 장하준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각주:31]하였고, 한국 학자들도 단행본 『한국경제를 위한 국제무역 · 금융 현상의 올바른 이해』를 통해 장하준을 비판하였습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의 주된 비판 요지는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 편향적 표본선택 및 반사실적 검정의 부재


    이는 이번글 서두에서 이야기한, 리스트가 학자들에게 비판받은 지점과 동일합니다. 


    장하준은 오늘날 선진국인 미국 · 독일 등의 역사적 분석(historical analysis)을 통해, 과거에 이들이 보호무역 정책을 채택했고 이것이 경제발전으로 이어졌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과거에 이들과 같은 조건에 있었던 국가들이 보호무역을 구사했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늘날 나타나고 있는지는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편향적 표본선택(sample selection bias) 문제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미국 · 독일 등이 보호무역이 아닌 정책을 구사했더라면 오늘날 어떤 모습을 띄고 있을지, 반사실적 검정(counterfactual test)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장하준은 이들이 과거에 보호무역을 실시하였다고 보는데) 만약 이들이 과거에 자유무역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오늘날 더 높은 경제수준을 누릴 수 있었더라면, 되려 과거의 보호무역은 악영향만 끼친 꼴이 됩니다.


    둘째,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가 중심 vs.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가 중심' 구분의 부재

     

    자유무역론을 믿는 주류 경제학자라고 해서 100% 자유무역 정책을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이번글에서 누차 설명했듯이, 특정한 경우에는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정부개입이 정당화 되고, 더 나아가 유치산업을 위한 일시적 보호가 필요할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단, 어디까지나 중심이 되는 것은 자유무역 이며, 보호는 특정한 경우에 일시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뿐입니다.


    하지만 장하준은 시대적 상황 · 국가의 경제수준에 상관없이 어느때든 보호주의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과거 한국에서 유치산업 보호 정책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해서, 오늘날 한국에도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거라고 믿을 수는 없는데 말이죠


    앞으로 쓰고 싶은 [실증분석을 위한 계량] 시리즈를 통해 장하준 주장이 가지는 문제를 좀 더 본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1980년대 미국, 국내산업 보호를 위한 적극적 무역정책 필요성이 제기되다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봐왔듯이, 유치산업보호론 혹은 보호무역주의는 주로 개발도상국 내에서 자유무역론에 대항하여 제기된 사상 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 미국 내에서, 외국과의 경쟁에서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무역정책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외국은 주로 '일본'을 의미했으며, 보호하기 위한 국내산업은 주로 철강 · 자동차 등 '제조업'과 반도체 · 전자 등 '최첨단 하이테크 산업'을 뜻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트럼프행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제조업 및 IT 지식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보호주의를 채택하려는 것과 똑같은 양상입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리고 오늘날 미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는 것일까요?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과 [국제무역논쟁 10's 미국]을 통해, 미국 및 선진국 내의 무역논쟁을 알아봅시다.


    다음글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1.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http://joohyeon.com/268 [본문으로]
    5.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joohyeon.com/269 [본문으로]
    6.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5장 민족 정체성과 민족의 경제학, 259쪽 [본문으로]
    7.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5장 민족 정체성과 민족의 경제학, 259쪽 [본문으로]
    8.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24장 제조업 역량과 항구성 및 작업 계속의 원리, 412-413쪽 [본문으로]
    9. 애덤 스미스, 국부론, 제4편 제2장, 548쪽 [본문으로]
    10. (The only case in which, on mer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protecting duties can be defensible, is when they are imposed temporarily (especially in a young and rising nation) in hopes of naturalizing a foreign industry, in itself perfectly suitable to the circumstances of the country.) [본문으로]
    11. (The superiority of one country over another in a branch of production, often arises only from having begun it sooner. There may be no inherent advantage on one part, or disadvantage on the other, but only a present superiority of acquired skill and experience. A country which has this skill and experience yet to acquire, may in other respects be better adapted to the production than those which were earlier in the field:) [본문으로]
    12. (and besides, it is a just remark of Mr. Rae, that nothing has a greater tendency to promote improvements in any branch of production, than its trial under a new set of conditions. But it cannot be expected that individuals should, at their own risk, or rather to their certain loss, introduce a new manufacture, and bear the burthen of carrying it on until the producers have been educated up to the level of those with whom the processes are traditional. A protecting duty, continued for a reasonable time, might sometimes be the least inconvenient mode in which the nation can tax itself for the support of such an experiment.) [본문으로]
    13. (But it is essential that the protection should be confined to cases in which there is good ground of assurance that the industry which it fosters will after a time be able to dispense with it; nor should the domestic producers ever be allowed to expect that it will be continued to them beyond the time necessary for a fair trial of what they are capable of accomplishing.) [본문으로]
    14. (The expenses of production being always greatest at first, it may happen that the home production, though really the most advantageous, may not become so until after a certain duration of pecuniary loss, which it is not to be expected that private speculators should incur in order that their successors may be benefited by their ruin.) [본문으로]
    15. (I have therefore conceded that in a new country a temporary protecting duty may sometimes be economically defensible; on condition, however, that it be strictly limited in point of time, and provision be made that during the latter part of its existence it be on a gradually decreasing scale. Such temporary protection is of the same nature as a patent, and should be governed by similar conditions.)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17.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18.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joohyeon.com/217 [본문으로]
    19.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20.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21.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2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23.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http://joohyeon.com/268 [본문으로]
    24.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joohyeon.com/269 [본문으로]
    25.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http://joohyeon.com/270 [본문으로]
    26.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http://joohyeon.com/271 [본문으로]
    27.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joohyeon.com/272 [본문으로]
    28.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joohyeon.com/272 [본문으로]
    29.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http://joohyeon.com/217 [본문으로]
    30. 개발시대의 금융억압 Financial Repression 정책이 초래한 한국경제의 모습 http://joohyeon.com/157 [본문으로]
    31. 세계경제사학회(Economic History Association), 2004.04. Book Review [본문으로]
    1. 123
      다음글이 너무 기대되네요
    2. 배성윤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수업내용을 더 깊게 이해하는데 도움도 많이 되었고요. 다음글 정말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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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Posted at 2018.12.05 01:21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한국 경제발전은 자유무역 덕분? 보호무역 덕분?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에서 살펴보았듯이, 한국은 대외지향적 무역체제(outward-trade regime)를 선택한 덕분에 경제발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1961년 쿠데타 이후 대내지향적 자립경제를 추구했던 박정희정권은 1964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정·보완하여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1965년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에서는 영국 처칠 수상의 『수출 아니면 죽음』 발언을 인용하였고, 각종 수출 지원 정책이라는 당근과 수출진흥 확대회의를 통한 수출책임제 점검 이라는 채찍을 동시에 구사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1973년 연두 기자회견에서는 '1980년 수출액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한 중화학 공업화'를 목표로 내걸었고, 수출액 100억 달러를 3년이나 앞당긴 1977년에 이루었습니다.


    만약 자립경제 달성을 위한 내포적 공업화 전략(수입대체 산업화)을 계속 고수했더라면, 중남미 국가들처럼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룰 뻔[각주:1] 했는데, 참으로 다행스런 방향전환 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경제발전을 통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대외지향적 무역체제를 지향해왔다'는 사실 뿐입니다. 대외지향적 수출진흥 산업화를 통한 한국 경제발전 성공이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 덕분인지,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 덕분인지 평가하는 것은 또 다른 논쟁사항 입니다. 


    "한국의 경제발전은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 덕분" 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뒷받침 해주는 근거가 바로 기계 · 조선 · 철강 · 화학 · 전자 등의 중화학 업종 육성 입니다. 이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수입장벽을 세워 외국과의 경쟁에 노출시키지 않았고, 보조금을 통해 지원하였습니다.



    즉, 한국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에 따라서 경제발전 경로를 밟아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이란 말그대로 '어린아이와 마찬가지인 유치산업(Infant Industry)을 외국산업과 경쟁할 수 있을때까지 일시적으로 보호하여(temporary protection) 육성시키자'라는 논리 입니다.

    만약 당시 한국이 비교우위론을 철저히 따라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지 않고 1차산업이나 단순 공산품 생산에만 집중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경제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요? 한국의 중화학 공업화 성공은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과 '유치산업보호론'을 둘러싼 논쟁에서 후자의 정당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니, 그러면 한국의 경제발전이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 덕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어떤 논리로 말하는 것일까?" 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이유는 '유치산업보호론이 100% 보호무역체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 입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은 말그대로 어린아이 수준인 산업(infant industry)을 외국산업과 경쟁할 수 있을때까지 일시적으로 보호하자(temporary protection)는 논리 입니다. 평생토록 무역장벽을 높여서 살자는 이론이 아닙니다.


    성숙한(mature) 산업을 보유한 오늘날 한국은 개방적인 무역체제를 지향하고 있으며, 경제발전 당시에도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부는 특정 기업을 선정하여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만약 보호와 동시에 국내에 안주하게끔 하였다면, 기업의 생산성 정도가 아닌 정권과의 결탁여부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했을겁니다.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는 경제발전의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이것이 의도했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쟁'과 '해외진출을 통한 시장크기 확대' 등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살려야 합니다. 


    제가 전달하고 싶은 생각은 "애시당초 100% 보호무역체제나 100% 자유무역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고방식을 좀 더 세련되게 가다듬어야 합니다.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가 중심인 가운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의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 


    vs.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가 중심인 가운데 어떤 경우에서는 국가의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정책이 정당화 될 수 있다" 


    이 둘은 별반 다른 게 없어 보이지만 현실 속 논의과정에서 큰 차를 불러옵니다. 


    전자를 말하는 사람들은 시대와 상황에 관계없이 국가주도의 적극적인 무역정책을 우선적으로 주장합니다. 과거 개도국이었던 한국과 오늘날 선진국인 한국의 차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리고 경제발전이 필요한 개도국과 경제강대국인 미국의 차이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후자를 말하는 사람들은 산업 · 무역정책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경우를 우선 진단합니다. 과도한 국가개입은 의도치 않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 나라가 국가주도 정책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다른 나라도 똑같은 성공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남미와 한국의 사례에서 처럼 말이죠. 


    어떠한 사고방식을 가지느냐는 결국 사상과 철학의 문제입니다. 경제사상 변천은, 정치사상이 그러하듯이, 위대한 학자들의 논의과정을 통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앞으로 2편의 글을 통해 위대한 학자들의 주장을 살펴보며, 주류 경제학계 내에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론'과 '유치산업보호론' 그리고 '보호무역론'을 둘러싼 대립과 논쟁이 어떻게 변화 · 발전 되어왔는지를 알아봅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생각을 보다 정교화 할 수 있을겁니다.




    ※ '자유주의 사상을 토대로 한 자유무역의 이점'을 설파한 애덤 스미스


    • 애덤 스미스 (Adam Smith), 1723~1790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에서 살펴본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 사상을 되돌아 봅시다. 그의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시대적 배경을 우선 파악해야 합니다. 『국부론』이 출판된 1776년은 아직 중상주의(mercantilism)가 영향력을 가졌던 시대였고, 애덤 스미스는 중상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자유무역의 이점을 설파했습니다.  


    국가가 무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금은보화 등 재화를 축적하려고 했던 중상주의 시기. 애덤 스미스는 '개인이 자연적자유(natural liberty)에 따라 행동한다면 개인과 공공의 이익은 일치'한다고 생각했으며, 국가보다 개인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better knowledge)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국가가 무역을 규제하기 보다는 무역을 할 자유(freedom to trade)를 상인들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부론』의 상당부분에 이러한 주장을 할애하였고,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재화의 수입을 높은 관세나 절대적 금지에 의해 제한함으로써 이 재화를 생산하는 국내산업은 국내시장에서 다소간 독점권을 보장받는다. (...) 국내시장의 이와 같은 독점권은 그런 권리를 누리는 특정 산업을 종종 크게 장려할 뿐만 아니라, 독점이 없었을 경우 그것으로 향했을 것보다 더 큰 노동·자본을 그 산업으로 향하게 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런 독점권이 사회의 총노동을 증가시키거나 그것을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경향이 있는가는 결코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


    각 개인은 그가 지배할 수 있는 자본이 가장 유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사실, 그가 고려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익이지 사회의 이익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또는 오히려 필연적으로, 그로 하여금 사회에 가장 유익한 사용방법을 채택하도록 한다. (...)


    사실 그는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security)을 위해서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gain)을 위해서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그런 허풍을 떨지 않게 하는 데는 몇 마디 말이면 충분하다. (...)


    자기의 자본을 국내산업의 어느 분야에 투자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느 산업분야의 생산물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각 개인은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하여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


    국내의 특정한 수공업·제조업 제품에 대해 국내시장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각 개인에게 그들의 자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지시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경우, 쓸모 없거나 유해한 규제임에 틀림없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48~553쪽


    애덤 스미스는 '제조업'(manufacturing)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생각에도 비판적이었습니다. 그가 보기에, 자본과 노동을 자연적 흐름에 거슬러 인위적으로 특정 부문에 배치하는 것은 효율적 생산을 가로막을 뿐이었습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 시기에 제조업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더 가난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그저 그 시기 사회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자본과 노동이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현재 제조업이 없다는 건, 지금 현재 사회에 도움을 주는 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낼 뿐입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사실 이러한 규제에 의해 특정제조업이 그런 규제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더 빨리 확립될 수도 있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는 외국과 같이 싸거나 더 싸게 국내에서 생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의 노동이, 비록 이처럼 그런 규제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더욱 빨리 특정분야에 유리하게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사회의 노동이나 사회의 수입 총액이 이와 같은 규제에 의해 증대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결코 없다. 


    왜냐하면, 사회의 노동은 자본이 증가하는 비율에 따라 증가할 수 있을 뿐인데, 자본은 수입 중에서 점차 절약되어 저축되는 것에 비례해서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는 그 사회의 수입을 감소시키는 것이고, 그리고 수입을 감소시키는 것이, 자본과 노동이 자연적인 용도를 찾도록 방임되었을 때 자연발생적으로 증가하는 것보다 더 빨리, 사회자본을 증가시킬 수는 분명히 없을 것이다


    이러한 규제가 없음으로써 사회가 문제의 제조업을 가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회는 그 때문에 어느 한 기간 내에 필연적으로 더 가난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발전의 어느 한 시기에 사회의 모든 자본과 노동은, 비록 다른 대상에 대해서이긴 하지만, 당시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각 시기마다 그 사회의 수입은 그 사회의 자본이 제공할 수 있는 최대의 수입이며, 자본과 소득은 모두 가능한 최고의 속도로 증가했을 것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5쪽


    이처럼 (절대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론을 세상에 내놓았던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사고방식은 개인의 이익추구가 공공의 이익과 일치하며, 개인의 행위가 올바른 결과를 낳는다는 '자유주의'(liberalism)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스미스는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서로 조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은 자혜로운 신의 설계와 간섭 덕분"(design and intervention of a benevolent God)이라고 믿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조화처럼 느껴지더라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하여 결국 자연은 조화를 이루어 작동하기 때문에,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가 (세간의 선입견과는 달리) 교조적인 자유방임주의(lassez-faire)를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사적이익과 공공이익 간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 경우 정부개입이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스미스는 정부의 기능을 국방 · 사법 · 공공기구 등 3가지에만 국한하였는데, 그 이유는 정부가 민간부문에 개입하여 공공의 후생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더 나은 지식'(better knowledge)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스미스가 살던 18세기 후반 영국 정부는 무능하고 부패했었기 때문에 정부개입을 꺼려했습니다.


    따라서, 자유주의 사상과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덤 스미스는 자유무역의 이점을 설파하였습니다.


    1776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뒤이어, 비교우위론을 소개한 1817년 데이비드 리카도의 『원리』가 출판되며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이론적 기반을 확고히 다져나갔습니다.


    그런데... 동시기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를 반박하는 주장들도 제기되었습니다. 


    스미스와 리카도는 모두 영국인 입니다. 18세기 말~19세기 초반 영국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은 '경제성장을 위해서 수확체감 성질을 가진 산업을 포기하고(=외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신하고) 제조업 같은 수확체증산업(increasing return)에 특화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을 주장한 이들과는 달리, 리카도는 오히려 제조업을 위해서 자유무역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19세기 당시 영국이 제조업 부문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습니다. 

    (참고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비판의 선봉자가 바로 미국인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과 독일인 프리드리히 리스트(Friedrich List) 입니다.


    초대 워싱턴정부 재무장관을 역임한 알렉산더 해밀턴은 1791년 <제조업에 관한 보고>(<Report on Manufactures>)을 통해 제조업 육성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후에 미국시민권을 획득한) 독일인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1827년 <미국정치경제론>(<Outlines of American Political System>) 및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The National System of Political Economy>)를 통해 스미스와 리카도가 제시한 자유무역사상을 비판하며 '유치산업보호'의 필요성을 설파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제조업 육성'(manufacturing)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미리 발전한 외국(특히 영국)과의 자유경쟁이 벌어지는 상황 하에서는 제조업을 키우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해밀턴과 리스트가 스미스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근원을 탐구하는 건, 자유무역론 · 유치산업보호론 · 보호무역론을 둘러싼 논쟁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번글에서는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저서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를 중심으로 그의 사상적 근원을 스미스의 것과 비교해 봅시다.




    ※ 애덤 스미스를 비판한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번 파트에서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애덤 스미스를 비판한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국내의 특정 산업을 외국 산업과 경쟁할 수 있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보호하자'는 유치산업보호론의 논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타당해 보입니다. 더군다나 국내 산업을 '일시적으로 보호'(temporary protection)하는 것이니, 문을 닫고 폐쇄적으로 살자는 논리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자유무역론과 대비되어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리스트의 유치산업보호론이 (애덤 스미스와 리카도를 대표하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론과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 사상이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첫째, 구성되어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 vs 민족주의(nationalism)


    ▶ 애덤 스미스 : 세계시민주의 사상 (사해동포주의 사상)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론은 "개별 국가들이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에 특화한 뒤 서로 교환을 하면 세계적 차원에서 효율적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설명 1[각주:2]2[각주:3])


    이는 사실상 '국제적 차원의 노동분업론'(international divison of labor)과 마찬가지이며, 개별 국가들이 비교우위 특화 및 분업을 통해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지 여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론은 전인류(mankind)의 후생을 평가하는 세계시민주의(혹은 사해동포주의, cosmopolitanism)의 관점을 가지고 세계경제를 바라봅니다(doctrine of universal economy). 


    ▶ 프리드리히 리스트 : 민족주의 사상


    유치산업보호론은, 이에 반하여, "모든 국가와 민족은 각자 처한 발전정도와 상황이 다르며, 진정한 무역자유가 이루어지려면 후진적인 민족과 앞선 민족이 대등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 라고 말합니다.


    이를 믿는 사람들은 민족경제적 관점(national economy)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경제학은 민족경제를 다루어야 하며, 어떤 국가가 각자의 특성한 상황에 맞추어 가장 강력하고 부유하고 완벽한 국가가 되기 위해 어떻게 권력과 부를 증대시켜야 하는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론은 모든 민족이 '동등한 상태'에 있을 때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는 것이지, '훨씬 뒤처진 민족'에게 자유경쟁은 경제발전에 해만 끼칩니다.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주장을 직접 읽어봅시다.


    ● 서론


    필자가 영국인이었다면, 애덤 스미스 이론의 근본 원리를 의문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필자가 이때 이후로 여러 익명의 기사에서 그리고 마지막에는 실명으로 쓴 더 긴 논문으로 그 이론에 반대되는 견해들을 전개할 수 있게 한 것은 조국의 사정이었다. 오늘도 이 글을 가지고 나설 용기를 준 것은 주로 독일의 이익이다. (...) 


    단 한 민족의 압도적인 정치력이나 압도적인 부에서 나오는, 그래서 다른 민족들의 예속과 종속에 기초를 둔 만국연맹은 모든 민족적 고유성과 민족들의 일체의 경쟁심이 몰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 제11장 정치경제학과 사해동포주의 경제학


    민족 정체성의 개념과 본성에 출발하여 어느 한 민족이 현재의 세계 정세와 특수한 민족 상황에서 자신의 경제적 상태를 어떻게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는 정치경제학 및 민족경제학(national economy)과, 지구상의 모든 민족이 단 하나의 영원한 평화 위에서 살아가는 사회를 이룬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사해동포주의 경제학 혹은 세계 경제학(cosmopolitical economy)을 구분해야 한다. 


    그 학파(prevailing school[각주:4])가 소망하듯이 모든 민족의 보편적 연맹 혹은 연합을 영원한 평화의 보장책으로 전제한다면, 국제적 무역 자유의 원칙은 완전히 정당화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각 개인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목표의 추구에서 제한을 덜 받을수록, 그와 자유 교류 관계에 있는 자들의 수와 부가 클수록, 그의 개인적 활동이 뻗어 갈 수 있는 공간이 클수록, 그에게 본성상 주어진 특성들, 획득된 지식과 숙련 그리고 그에게 제공되는 행복을 증진할 자연적 역량을 활용하기가 더욱 쉬워질 것이다. (...)


    그 학파는 민족 정체성의 본성과 그 특수한 이익과 상태를 고려하여 이를 보편적 연맹과 영원한 평화의 관념과 조화시키기를 게을리했다. 그 학파는 이루어져야 할 상태를 현실로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 학파는 보편적 연맹과 영원한 평화의 존재를 전제하고 이로부터 무역 자유의 큰 이익을 도출한다. 이런 식으로 그 학파는 효과와 원인을 혼동한다. (...)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줄 예들은 모두가 정치 통합이 선행하고 무역 통합이 뒤따른 예들이다. 역사는 무역 통합이 선행하고 정치 통합이 그로부터 자라난 예를 하나도 알지 못한다. (...)  


    무역 자유가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려면 후진적인 민족들은 인위적 조치에 의해 영국 민족이 인위적으로 올려진 것과 같은 단계의 성숙에 올려져야 했을 것이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머리말-192쪽


    그렇다면 올바른 자유무역을 위한 선행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후진적인 민족을 동등한 수준으로 발전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경제발전 혹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요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관점 차이가 드러납니다.


    둘째, 국부의 원천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 노동 분업(division of labour) vs. 생산 역량(powers of production)


    ▶ 애덤 스미스 : 노동 분업을 통한 생산성 증대의 중요성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한 나라 국민의 연간 노동은 그들이 연간 소비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 전부를 공급하는 원천"이며, "노동생산력(productive powers of labour)을 최대로 개선 · 증진시키는 것은 분업(division of labour)의 결과" 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국부는 재화의 축적(accumulation)"으로 바라봤던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집고 '분업을 통한 생산'(production)의 중요성을 일깨웠습니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 물질적 상황 뿐 아니라 정신적 역량도 중요


    프리드리히 리스트도 노동을 통한 생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만, 리스트는 좀 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노동의 원인은 무엇인가?"


    리스트는 "인간의 머리와 팔, 손이 생산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개인들에게 생기를 주는 정신, 그들의 활동에 결실을 맺어주는 사회질서, 그들에게 제공되는 자연력" 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애덤 스미스는 분업을 통해 물질적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리스트는 노동이 가능하게끔 만들어주는 정신 · 사회질서 · 법률 등의 생산 역량(powers of production)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원문을 길더라도 읽어봅시다.


    ● 제12장 생산 역량의 이론과 가치 이론 

    (The Theory of the Powers of Production and the Theory of Values)


    부의 원인은 부 자체와는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한 개인은 부, 즉 교환가치를 소유할 수 있더라도 그가 소비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물건을 만들 힘을 소유하지 않는다면 가난해진다. 한 개인은 가난할 수 있더라도 그가 소비하는 것보다 더 큰 액수의 가치 있는 물건들을 만들 힘을 소유한다면 부유하게 된다.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은 이에 따라 부 자체보다 무한히 더 중대하다. 그것은 획득물의 소유와 증대를 보장해 줄 뿐 아니라 상실한 것의 보상도 보장해 준다. 이는 사인들보다 지대로 살아갈 수 없는 민족 전체에게 훨씬 더 해당된다. (...)


    명백히 스미스는 중농주의자들의 사해동포주의 관념인 '무역의 보편적 자유'(universal freedom of trade)의 관념에, 그리고 그 자신의 위대한 발견인 '노동 분업'(the division of labour)에 너무 많이 지배를 받아서 '생산 역량'(powers of production)의 관념을 추구할 수가 없었다. (...)


    노동이 부의 원인이고 무위도식이 빈곤의 원인이라는 판단에 대해 언제나 다음과 같이 더 많은 질문을 이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의 원인은 무엇이며, 무위도식의 원인은 무엇인가? (...)


    이 모든 관계에서 가장 많은 것이 그 개인이 성장하고 움직이는 사회의 상태에, 과학과 예술이 융성하느냐에, 공공 제도와 법률이 종교성 · 도덕성 · 지력 · 인신과 재산의 안전 · 자유와 권리를 낳느냐에, 민족 안에 물적 복지의 모든 요인들, 농업 ·제조업 · 상업이 고르고 조화롭게 성숙했느냐에, 민족의 세력이 개인들에게 복지 상태와 교양에서의 진보를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 가며 보장해 주고 국내적 자연력을 그 전체 범위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 줄 뿐 아니라 대외 무역과 식민지 보유를 통해 외국들의 자연력도 가져다 쓸 수 있게 할 만큼 충분히 크냐에 달려 있다. 


    애덤 스미스는 이런 힘들의 본성을 전체적으로 별로 인정하지 않아서, 권리와 질서를 관리하며 수업과 종교성, 과학과 예술 등을 돌보는 이들의 정신 노동의 생산성(productive character to the mental labours)을 한번도 시인하지 않았다. 그의 탐구는 물적 가치를 창출하는 인간 활동에 국한된다. (...)


    곧바로 그의 학설은 물질주의, 분권주의와 개인주의로 점점 더 깊이 침몰한다. 그가 '가치', '교환가치'의 관념에 지배를 받는 일 없이 '생산 역량'(productive power) 관념을 추구했더라면, 경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가치 이론 옆에 독립적인 생산 역량 이론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통찰에 도달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물질적 상황(material circumstances)을 가지고 정신적 역량(mental forces)을 설명하는 잘못된 길로 빠졌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201-209


    그럼 리스트가 강조하는 정신 · 사회질서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바로 여기에서 스미스와 달리, 리스트가 '제조업 육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나옵니다. 그는 제조업이 발달할수록 노력 · 경쟁심 · 자유의 정신이 고양된다고 믿었습니다.


    셋째, 제조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 제조업은 특별한 산업이 아니다 vs. 제조업은 정신적 역량을 키워준다


    ▶ 애덤 스미스 : 제조업은 특별한 산업이 아니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애덤 스미스는 그 시기에 제조업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더 가난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그 시기 사회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자본과 노동이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 제조업은 정신적 역량을 키워준다


    이에 반해, 리스트는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7장-제26장에 걸쳐 제조업의 이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농사에서는 신체적 둔함, 옛 관습, 교양과 자유의 부족이 지배"하나, 제조업 국가에서는 '노력, 경쟁심, 자유의 정신'이 존재한다고 비교합니다.


    제조업이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는 '제조업자들은 본질적으로 사회 안에서 활발히 교류를 하며 사업을 영위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일한 작업을 반복하는 농업과는 달리 제조업은 다양한 능력과 숙련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제조업 국가에서 정신적 자질이 더 높게 평가됩니다.


    리스트는 제조업의 중요성을 간과한 애덤 스미스를 향해 "미활용된 자연력이 오직 제조업에 의해서만 소생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라고 비판합니다.


    아래의 원문을 읽어보도록 하죠.


    ● 제17장 제조업 역량과 인적 · 사회적 · 정치적 · 민족적 생산 역량


    투박한 농사에서는 정신적 활력 · 신체적 둔함, 옛 개념 ·관습, ·습관 · 행위 방식에 대한 고수, 교양 · 복지 · 그리고 자유의 부족이 지배한다. 반면에 정신적, 물질적 재화의 끊임없는 증식을 향한 노력, 경쟁심, 자유의 정신은 제조업 국가 및 상업 국가의 특징이 된다. (...)


    농사를 영위하는 인구는 그 나라 전체에 흩어져 살며, 정신적 ∙ 물질적 교류에 관련해서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 그의 일이 그를 인간과의 교류에서 멀리 떼어 놓듯이, 그것은 또한 그 자체로 관습적인 운영에서도 조금의 정신 집중, 조금의 신체적 숙련만 요구한다. (..) 재산과 빈곤은 소박한 농업에서는 대대로 상속되며, 거의 모든 경쟁심에서 생겨나는 분발의 힘은 죽어 있다. (...)


    제조업자의 본성은 농업인의 본성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제조업자들은 사업 운영에 의해 서로에게 이끌려서 사회 안에서, 그리고 사회를 통해서만, 교류 안에서, 그리고 교류를 통해서만 살아간다. (...) 그의 생존과 번영은 촌사람에게처럼 자연의 호의와 관습적 활동이 보장해 주지 않으며, 이 둘은 완전히 그의 통찰력과 활동에 달려 있다. (...) 그는 언제나 사고팔고 교환하고 거래해야 한다. 어디서나 그는 인간들, 변동 가능한 상황, 법령과 제조들과 관계해야 한다.


    제조업의 노동은 그 전체로 본다면, 첫눈에 밝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농업보다 비교도 안 되게 더 다채롭고 더 수준 높은 정신적 특성과 숙련을 성숙시키고 가동시킨다는 것이다. (...)


    명백히 농업에 의해서는 같은 종류의 인성들만이, 오직 투박한 수작업의 실행에 신체적 힘과 끈기를 약간의 질서를 위한 감각과 결합하는 그런 인성들만이 소용되는 반면에, 제조업은 천 가지의 다양한 정신적 능력, 숙련 그리고 연습을 요한다. (...) 제조업 국가에서 정신적 자질은 농업국에서보다 비교할 수 없이 더 높이 평가되는데, 농업국에서는 보통 인간들의 능력을 단지 그의 신체적 힘에 따라서만 측정한다. (...)


    사업 운영의 분업과 생산 역량의 연합 법칙은 반대로 저항할 수 없는힘을 가지고 다양한 제조업자들을 서로 모이게 한다. 마찰이 자연의 불꽃처럼 정신의 불꽃을 일으킨다. 그러나 정신적 마찰은 밀접한 공생이 있고, 빈번한 사업적, 과학적, 사회적, 시민적, 정치적 접촉이 있고 물자와 관념의 교류가 많은 곳에서만 있다. 


    인간이 동일한 장소에 더 많이 모여 살수록, 이 사람들 각자가 자신의 사업에서 나머지 모든 사람들의 협력에 더 많이 의존할수록, 사업이 이 개인들 각 사람의 지식, 안목, 교양을 많이 요구할수록, 자의성, 무법성, 억압과 불법적 월권행위가 이 모든 개인의 활동 및 행복의 목적과 덜 조화될수록 시민적 제도들은 더욱 완전하고, 자유의 정도는 더욱 높고, 스스로 교양을 쌓거나 타인의 교양에 협력할 기회는 더욱 많다. 그래서 어디서나 어느 시대나 자유와 문명을 도시들에서 출발한다, (...)


    그런 시대에는 제조업의 가치는 어느때보다도 더 정치적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


    애덤 스미스는 민족 전체의, 그 민족의 물적 자본 총액을 늘리는 능력이 주로 미활용된 자연력들을 물적 자본으로, 가치 있는 도구이자 소득을 가져다주는 도구로 전환시킬 능력에 있다는 것, 그리고 농업 민족에게서 다량의 자연력이 놀면서 아니면 죽어서 누워 있어서, 오직 제조업에 의해서만 소생될 수 있다는 것을 망각했다. 


    그는 제조업이 국내외 무역에, 그 민족의 문명과 세력에, 그리고 자주와 독립의 유지에, 그로부터 솟아나는 물적 재화를 취득할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282-320




    ※ 유치산업보호의 필요성을 설파한 프리드리히 리스트


    그렇다면 이제 (애덤 스미스와 대비되는)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생각하는 '제조업을 육성하는 방법'을 살펴봅시다. 


    넷째, 무역보호로 제조업을 육성해야 하느냐(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관점의 차이 

    - 자유주의(liberalism) vs 국가개입주의(government intervention)


    ▶ 애덤 스미스 : 자유주의 사상


    앞서 말했듯이, 애덤 스미스는 제조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가난함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며 당시 사회의 총자본이 효율적인 다른 곳에 쓰이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스미스는 "외국상품의 수입 자유로 인해 국내 특정 제조업을 위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덜 심각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른 나라로 수출되고 있는 국내 제조상품은 여전히 해외에서 팔릴 겁니다. 또한, 자유무역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더라도 대다수 제조업은 성질이 비슷한 기타의 제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각주:5].


    이처럼 애덤 스미스는 철저한 자유주의자 · 자유무역론자 였습니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 국가개입주의 사상


    프레드리히 리스트는, 애덤 스미스와는 달리, "정부는 개인 산업을 통제할 권리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의 국부와 권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는 의무 또한 가지고 있다.[각주:6]"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유방임의 원칙은 개인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하지 않을 때에만 가능한데, 현실 속에서 그럴리가 없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국가권력이 그 자체로 무해한 교역을 민족의 최선이 되게 제한하고 규제하는 것은 정당화될 뿐 아니라 그럴 의무를 진다.[각주:7]"라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보호관세(protective duty)를 통해 외국산 제조상품의 수입을 막고 국내 제조업을 육성할 필요가 정당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관세부과로 수입상품의 가격이 올라 소비자(민족)의 부담이 커질 수 있으나, "미래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의 이익을 희생해야 한다."라고 단호히 말합니다.


    원문을 읽어보도록 하죠.


    ● 제12장 생산 역량의 이론과 가치 이론


    민족은 정신적 혹은 사회적 역량을 취득하기 위해 물적재화를 희생하고 여의어야 하며, 미래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의 이익을 희생해야 한다. (...)


    보호관세가 초기에는 제조 상품을 등귀시킨다는 것은 진실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진실이고 아예 그 학파가 인정하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온전한 제조업 역량의 향상을 이룰 능력을 부여받은 민족이 제조 상품을 외국에서 도입할 수 있는 것보다 국내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호관세에 의해 가치의 희생이 초래된다면, 이는 그 민족에게 비단 미래를 위해 무한히 더 큰 물적 재화의 총액만이 아니라 전쟁의 경우에 대비한 산업적 독립성도 확보해 주는 생산 역량의 취득에 의해 보상된다. 산업적 독립성 그리고 이로부터 자라나는 내부적 번영을 통해 민족은 대외 무역, 해운업의 확장 수단을 손에 넣으며, 문명을 증진하고, 국내의 제도들을 완성하고, 세력을 대외적으로 강화된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216쪽


    이때 "자유무역을 추진하면서 국내 제조업을 육성할 수는 없느냐?" 라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리스트는 부정적 입니다. 그 이유는 "어린이나 소년이 힘이 센 사나이와의 결투에서 이기기 어렵거나 단지 저항만 할 수 있는데 대한 이유와 동일한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외국에게 자유경쟁으로 맞서 저항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직접적으로 말합니다. 


    말그대로 '유치산업'(infant industry)을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제24장 제조업 역량과 항구성 및 작업 계속의 원리


    (과거로부터 축적된 생산과 자본의 축적 등의) 뒷받침을 받는 이 민족들이 나머지 모든 나라의 제조업에 말살의 전쟁을 선포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한 상황에서 다른 민족들에서는 농업 진보에 따라 애덤 스미스가 표현하는 바와 같은 "자연스런 사물의 경과에서"(the natural course of things) 거대한 제조업과 공장들이 생겨난다거나, 혹은 전쟁에 의해 유발된 무역 중단에 따라" 자연스런 사물의 경과에서"(the natural course of things) 생겨난 그런 것들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어린이나 소년이 힘이 센 사나이와의 결투에서 이기기 어렵거나 단지 저항만 할 수 있는데 대한 이유와 동일한 것이다. 


    상공업 패권을 쥔 (영국의) 공장들은 다른 민족들의 신생 혹은 반밖에 장성하지 못한 공장들보다 앞서는 천 가지 장점을 가진다. (…)


    그러한 세력에 맞서 자유경쟁을 하면서 사물의 자연스런 흐름(the natural course of things)에 대해 희망을 품는 것이 어리석다는 점을 확신하게 된다. 그러한 민족들은, 영국의 제조업 패권 밑에 영원히 굴복하는 상태에 있기로 결심하고 영국이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거나 다른 어디에서 들여오지 못하는 것만을 영국에서 조달하는 데 만족하려고 해도 헛수고일 것이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412-413쪽




    ※ 프리드리히 리스트와 애덤 스미스 간 관점 · 사상 · 철학의 극명한 대비


    • 프리드리히 리스트와 그의 저서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금까지 살펴본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생각을 다시 되짚어 봅시다.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전인류의 후생을 총체적으로 평가했던 애덤 스미스와 달리, 개별 민족 경제(national economy)의 번영을 우선시 했습니다. 국가와 민족이 각자 처한 상황 하에서 어떻게 부와 권력을 증대시켜야 하는지를 고민했죠.


    이때, 리스트가 보기에 국부의 원천은 단순한 분업을 통한 노동이 아니라 '노동을 하게 만드는 원인'인 정신적 역량 · 사회질서 등 이었습니다. 과학과 예술, 공공제도와 법률, 개인의 교양 등의 생산 역량(powers of production)이 부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산 역량을 키우게끔 만드는 산업이 바로 '제조업'(manufacturing) 이었습니다. 스미스는 제조업은 특별한 산업이 아니며 사회의 총 자본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해만 불러온다고 여겼지만, 리스트는 제조업은 미활용된 자연력을 소생시키게 해주며 미래의 이익을 위해 현재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다는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따라서 리스트는 보호관세를 통해 유치산업을 보호(infant industry protection)해야 하며, 외국과의 자유경쟁 속에서 국내 제조업이 발전할 수 없는 이유는 어린이나 소년이 힘이 센 사나이와의 결투에서 이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애덤 스미스와의 관점과 사상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를 통해 스미스를 비판해온 리스트는 '그 학파의 세 가지 주된 결함'(the system of the school suffers from three main defects)라고 언급하며 다시 한번 차이를 부각시킵니다.


    ● 제15장 민족 정체성과 민족의 경제학


    그 학파의 체계는 앞의 장들에서 보여 주었듯이 세 가지 주된 결함으로 시달린다.


    첫째, 민족 정체성의 본성도 인정하지 않고 민족의 이익 충족도 고려하지 않는, 토대 없는 사해동포주의다.


    둘째로는 어디서나 주로 물건들의 교환가치를 염두에 두고, 민족의 정신적 ∙ 정치적 이익, 현재 ∙ 미래의 이익과 생산 역량은 고려하지 않는 죽은 유물론이다.


    셋째로는 조직 해체를 시키는 분파주의와 개인주의로서 이는 사회적 노동의 본성, 그리고 그 상위 결과들에서 역량들의 결합의 영향을 무시하여 근본적으로 오직 사적 산업만을, 그것이 특수한 민족 사회들로 분리되지 않았을 경우에 어떻게 사회와, 즉 전체 인류와 자유교역을 발달시키는지만을 묘사한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255쪽




    ※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자유무역론을 완전히 거부했을까?


    , 이렇게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론'(Free Trade)과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유치산업보호론'(Temporary Protection for Infant Industry)는 극과 극의 사상적 대립으로 보여집니다. 지금 이렇게 보면 꼭 둘 중 옳은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번글의 서두에서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가 중심인 가운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의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 vs.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가 중심인 가운데 어떤 경우에서는 국가의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정책이 정당화 될 수 있다"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을까요? 그냥 자유무역vs보호무역을 하면 될텐데 말이죠.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보호무역이 초래할 수 있는 폐해를 알고 있었습니다. 리스트는 "대외 경쟁을 완전히 배제하는 너무 높은 수입 관세는 이를 통해 제조업자들과 외국과의 경쟁이 배제되고, 무감각이 조장되므로 이를 부과하는 민족 자체에 해롭다."[각주:8]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게다가 리스트는 궁극적 목표로서 자유무역을 추구했습니다. 그는 모국인 독일이 영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나면 자유무역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과거 그 시점에 리스트가 자유무역을 비판했던 이유는 독일의 경제력이 자유무역을 시행할 '단계'(stages)가 아니었기 때문이며,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론이 개별 민족국가들이 처한 산업발전 단계(stage of industrial development)를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자유무역의 전제조건은 "후진적 민족들이 인위적 조치에 의해 영국 민족이 인위적으로 올려진 것과 같은 단계의 성숙에 올려"[각주:9]지는 것이며, 보호무역은 "다른 민족들보다 시간상으로 앞설 뿐인 민족과 대등하게 해 줄 유일한 수단인 한"[각주:10]에서만 정당화 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보호체제는 여러 민족을 최대한 동일한 단계(equally well developed)에 올려놓은 뒤 궁극적으로 달성할 "진정한 무역 자유의 가장 중대한 촉진수단"[각주:11]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 간의 관점 · 사상 · 철학의 차이가 초래된 근본 원인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무역론과 유치산업보호론은 두 학자 간의 사상과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고, 사상과 철학의 차이는 '이미 발달된 제조업을 보유한채 산업화에 성공한 영국인이 중요시한 것''영국에 뒤처진 후발산업국가로서 경제발전을 이루어야 하는 독일인이 중요시한 것'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독일인 리스트'에게는 개별 국가와 민족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는 민족경제학이 필요했으며, 경제발전을 위한 생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제조업을 육성해야 했고, 영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 당시로서는 자유경쟁이 아닌 유치산업보호 정책이 타당했으며, 훗날 영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나면 다시 자유무역으로 돌아갈 구상을 했습니다.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곳곳에 '산업발전 단계'(stage of industrial development)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는 경제적인 면에서 민족들이 5단계의 산업발전을 거친다고 설명합니다. 첫째, 원초적 야만시대. 둘째, 목축 시대. 셋째, 농업시대. 넷째, 농업·제조업 시대. 다섯째, 농업·제조업·상업 시대.


    그리고 산업발전 단계마다 필요한 무역정책은 다릅니다


    Ⅰ. 아직 농업이 발달하지 않아 제조업 육성에 신경쓸 필요가 없을 때에는 자유무역을 통해 농산물을 수출하고 제조 상품을 수입해야 합니다. 


    Ⅱ. 이제 농업이 많이 발달하여 제조업 육성 필요성이 부각된다면 자유무역을 통한 외국 제조 상품 수입의 이점은 줄어듭니다. 이 단계에서는 보호무역을 통해 국내 유치 제조업을 보호해야 합니다. 


    Ⅲ. 그리고 제조업이 고도로 발달한다면 보호정책은 정당화 되지 않으며 자유무역으로 돌아가 무역의 이점을 살려야 합니다.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유치산업보호 및 보호체제는 오직 두번째 단계에 있는 민족들에게만 정당화 된다는 의견을 명확히 밝힙니다. 


    만약 제조업 발달 이후에도 보호체제를 지속한다면 "해외 경쟁을 완전히 그리고 일거에 배제하고 보호해야할 민족을 타 민족들로부터 고립시키고자 한다면, 사해동포주의 경제학의 원칙에 충동할 뿐 아니라 자기 민족의 주의해야 할 이익에도 충돌할 것이다"라고 경고합니다.


    보호 체제는 오직 민족의 산업적 육성 목적(only for the purpose of the industrial development of the nation)에서만 정당화 될 뿐입니다. 외국 경제학자들이 유치산업보호론을 소개할 때 영문명을 Temporary Protection for Infant Industry, 즉 '유치산업을 위한 일시적 보호'로 주로 작성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의 머릿속을 직접 읽어봅시다.


    ● 제15장 민족 정체성과 민족의 경제학


    경제적인 면에서 민족들은 다음의 발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원초적 야만 시대, 목축 시대, 농업시대, 농업 ∙ 제조업 시대, 농업 ∙ 제조업 ∙ 상업 시대. (...) 


    농업이 덜 성숙했을수록, 그리고 대외 무역이 국내 농산물과 원재료를 타국의 제조 상품과 교환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수록, 거기서 그 민족이 아직 야만 상태에 빠져 있어 절대군주제 정부 형태와 입법을 더 많이 필요로 할수록, 자유무역은 즉 농산물 수출과 제조 상품 수입은 그 민족의 복지와 문명을 더욱더 촉진할 것이다. (...)


    반대로 한 민족의 농업, 산업 및 사회적, 정치적, 시민적 상태가 전반적으로 많이 발달해 있을수록, 그 민족은 국내 농산물과 원재료를 외국의 제조 상품과 교환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의 사회적 상태 개선을 위해 이익을 그만큼 덜 볼 것이며, 그 민족보다 우월한 외국의 제조업 역량의 성공적 경쟁에 의해 더욱더 큰 손해를 감수하게 될 것이다. (...)


    오직 후자의 민족들, 즉 제조업 역량을 배양하고 이를 통해 최고도의 문명과 교양, 물질적 복지와 정치력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신적 ∙ 물질적 특성과 수단을 보유하는, 그러나 이미 더 선진화된 해외 제조업 역량의 경쟁에 의해 진보가 정체된 민족들에서만, 제조업 역량의 배양과 보호 목적을 위한 무역 규제는 정당화되며, 


    또한 그런 민족들에서 제조업 역량이 해외 경쟁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강화될 때까지만 정당화되며 그때부터는 국내 제조업 역량의 뿌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정당화된다. (...)


    보호 체제는 해외 경쟁을 완전히 그리고 일거에 배제하고 보호해야할 민족을 타 민족들로부터 고립시키고자 한다면, 사해동포주의 경제학의 원칙에 충동할 뿐 아니라 자기 민족의 주의해야 할 이익에도 충돌할 것이다. (...)


    천연산물과 원재료에 대한 자유무역의 제한이 제한을 가하는 민족에게도 크나큰 폐해를 가져온다는 것, 그리고 보호 체제는 오직 민족의 산업적 육성 목적(only for the purpose of the industrial development of the nation)에서만 정당화된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모든 민족, 온 인류의 복지와 진보에 펼쳐지는 거대한 유익을 일으킬 것이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259-271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리스트가 보기에 개별 국가들이 처한 단계(stages)를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자유무역의 이점만을 설파하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은 문제가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리스트는 "그 학파는 고도의 경제적 성숙에 도달한 민족들과 낮은 단계에 있는 민족들을 구별할 줄 모른다.[각주:12]"(The school recognises no distinction between nations which have attained a higher degree of economical development, and those which occupy a lower stage.) 라고 반복해서 비판을 가합니다. 


    이번 파트에서 계속 강조하지만, 리스트에 중요한 것은 '산업발전 단계'(stages of industrial development)입니다. 그는 교조적인 보호무역주의자 혹은 유치산업보호론자가 아니었습니다. 되려 궁극적으로 자유무역을 추구했던 자입니다[각주:13].


    리스트는 역사로부터 배울 것(the Teachings of History)은 발전 단계에 따라 체제를 변경할 수 있고 또 변경해야 한다는 사실(may and must modify their systems according to the measure of their own progress) 이라고 재차 주장합니다. 


    ● 제 10장 역사의 가르침(the Teachings of History)

    (주 : 한국어판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서, 영어 원문[각주:14]을 본 후 제 방식대로 다시 번역했습니다.)


    끝으로, 역사는 최고도의 부와 생산 역량 달성에 필요한 자연적 자원을 갖춘 국가들이 그들의 발전단계에 따라 체제를 변경할 수 있고 또 변경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첫번째 단계에서, 야만 상태에서 벗어나고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더 앞선 민족과 자유무역을 채택해야 한다. 


    두번째 단계에서, 상업제한을 통해 제조업자, 어업, 해운업, 대외무역을 발전시켜야 한다. 


    세번째 단계에서, 부와 생산 역량의 최고도에 도달한 이후, 자유무역과 자유경쟁의 원리로 점진적으로 회귀하여, 농부들 제조업자들 상인들을 게으름에 빠지지 않게하고 이들이 달성한 우위를 유지하도록 자극을 주어야 한다.[각주:15]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179




    ※ 자유무역 vs. 보호무역 논쟁, 깊이있는 이해를 위한 물음


    이번글을 통해 살펴본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사상 · 철학 논쟁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자유무역이 옳다! vs. 보호무역이 옳다!"와 같은 1차원적 접근 보다는, 좀 더 깊이 있는 물음을 던지게끔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언제' 자유무역 정책을 쓰고, '언제' 보호무역 정책을 써야하나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접근 방식은 무역정책을 집행할 '상황'(circumstances)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어떤 때에는 자유무역 정책이 옳으며, 또 다른 때에는 보호무역 정책이 타당할 수도 있습니다. 


    리스트는 산업발전 단계를 상황의 구분으로 제시했고 이를 오늘날 개발도상국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거대한 단계의 구분보다는 좀 더 타당한 상황 구분이 필요합니다.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중 무엇이 '중심'을 이루어야 하나


    자유무역 및 보호무역 정책을 상황에 따라 달리 구사할 수 있다면, '평상시'(normal)에 어떠한 정책이 중심을 이루어야 하냐는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리스트의 주장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보호무역 · 선진국은 자유무역을 중심으로 하면 될 것 같지만, 앞서 말했듯이 리스트의 구분은 너무 거대합니다. 그의 구분을 그대로 따를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타당하다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내에서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질 일이 없었을 겁니다.


    ▶ 새로운 학자와 새로운 주장의 등장 ...


    새로운 물음에 논리적인 답을 말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생각을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을 좀 더 확장시켜주는 새로운 학자와 새로운 주장을 다음글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1.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joohyeon.com/269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4. 애덤 스미스를 주축으로 한 고전파 혹은 cosmopolitical economy를 의미 [본문으로]
    5. 애덤 스미스, 국부론, 제4편 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의 수입제한, 570쪽, 비봉출판사 [본문으로]
    6. 프레드리히 리스트. 미국정치경제론, 경상대학교출판부, 33-34쪽, [본문으로]
    7.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4장 사경제학과 민족경제학(Private Economy and National Economy), 지만지, 245쪽 [본문으로]
    8.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서론, 21쪽 [본문으로]
    9.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1장 정치경제학과 사해동포주의 경제학, 199쪽 [본문으로]
    10.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1장 정치경제학과 사해동포주의 경제학, 193쪽 [본문으로]
    11.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1장 정치경제학과 사해동포주의 경제학, 193쪽 [본문으로]
    12.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4장 사경제학과 민족경제학, 251쪽 [본문으로]
    13. 이러한 평가는 Graham, 1923, Some Aspects of Protection Further Considered, QJE [본문으로]
    14. 진정한 원문은 독일어; [본문으로]
    15. Finally, history teaches us how nations which have been endowed by Nature with all resources which are requisite for the attainment of the highest grade of wealth and power, may and must—without on that account forfeiting the end in view—modify their systems according to the measure of their own progress: in the first stage, adopting free trade with more advanced nations as a means of raising themselves from a state of barbarism, and of making advances in agriculture; in the second stage, promoting the growth of manufactures, fisheries, navigation, and foreign trade by means of commercial restrictions; and in the last stage, after reaching the highest degree of wealth and power, by gradually reverting to the principle of free trade and of unrestricted competition in the home as well as in foreign markets, that so their agriculturists, manufacturers, and merchants may be preserved from indolence, and stimulated to retain the supremacy which they have acquired. [본문으로]
    1. ㅇㅇ
      잘 보고 있습니다. 달라진 세계화와 기업 주제까지 화이팅하세요!
    2. 이번 글은 사회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을 특히 잘 보여주는 글이라 하고 싶네요. 잘 쓰셨고 흥미롭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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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Posted at 2018.08.27 01:28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국제무역논쟁] 시리즈의 본격적 시작


    [국제무역논쟁] 시리즈의 첫번째 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이야기했듯이, 자유무역을 둘러싼 비판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달라진 것은 과거에는 개발도상국 내에서 오늘날에는 주로 선진국 내에서 불만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과거 개발도상국이 직면했던 문제는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 입니다. 따라서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라는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경제발전은 고민거리가 아닌) 오늘날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시장개방이 계층별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Income Distribution) 입니다.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산업을 신흥국 특히 중국이 뒤쫓아오고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개도국과 선진국이 직면한 문제와 불만을 가지게 된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어찌됐든 모두들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이로운 것인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의 어떤 논리가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을까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이 개도국의 경제발전은 가로막는 이론일까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이 선진국의 소득분배를 방치하는 이론일까요?


    지금까지 4편의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글을 통해, ① '18세기 애덤 스미스로부터 자유무역 사상이 나오게 된 배경'[각주:1] · ② '19세기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각주:2] ·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작동하는 원리'[각주:3] · ④ '무역의 이익을 결정하는 교역조건의 중요성'[각주:4]을 살펴보았고, 개별 글들의 마지막에서 [국제무역논쟁]의 논점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국제무역논쟁]의 논점을 다룰 겁니다. 앞서 보았던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는 과거와 오늘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내에서 벌어져온 논쟁을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개발도상국이 잘못 이해했던(하고있는) 비교우위 논리


    왜 과거 개발도상국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논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을까요? 앞서 경제발전이 시급했던 이들이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라는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하였는데, 비교우위론이 무엇을 말하는 경제이론이기에 그런 것일까요?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론에 비판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봅시다.


    ①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상호이득'(mutual gain)을 준다는 논리를 이해 못함

    약소국인 우리가 강대국인 선진국가와의 무역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개발도상국에게도 이익을 안겨다주는가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의 작동 원리]


    : "약소국인 우리가 강대국인 선진국가와의 무역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외국에 상품을 판매하려면 다른 국가들보다 더 싸거나 더 좋은 물건을 생산해야 하는데, 능력이 부족한 개도국 생산자들은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비교우위론은 '국가의 절대적 생산성이 아니라 상대적인 생산성이 우위를 결정한다'고 말하며, '생산의 절대비용이 아닌 상대적 비용, 즉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이입니다.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자본 · 노동 등 생산요소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약소국에 비해 생산의 기회비용이 큰 상품이 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선진국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게 절대적인 생산비용이 낮다고 할지라도, 기회비용 관점에서는 개도국의 상품을 수입해 오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를 약소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절대적인 생산비용은 높더라도 기회비용이 작은 상품이 존재하게 되고, 따라서 개발도상국 상품도 선진국에 수출을 할 수 있습니다. 


    ▶ 기회비용 관점에서 바라본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상대가격 관점에서 바라본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또한, 지난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를 통해 계속해서 강조했듯이, 서로 다른 국가들 간에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different relative price) 입니다. 생산의 기회비용이 다르면 상대가격도 달라지고, 이로 인해 강대국과 약소국 간에도 무역이 이루어 집니다. 여기에 국력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역의 이익(gains from trade)은 '자급자족시 국내 가격과 국제무역시 세계시장 가격이 얼마나 다른가'가 결정합니다. 세계시장에 수출했을 때 받는 가격이 국내에 판매할때의 가격 보다 높을수록, 세계시장으로부터 수입했을 때 지불하는 가격이 국내에서 구매할때의 가격보다 낮을수록, 무역의 이익은 커집니다. 여기에서도 국력의 차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오히려 몇몇 상품을 제외하고는 개발도상국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여러 나라 상품 가격의 가중평균으로 결정되는) 세계시장 가격은 개발도상국 가격과 차이가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무역의 이익은 선진국 보다는 개발도상국이 더 많이 누리게 될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서로 다른 상품 가격이 무역을 하는 이유와 무역의 이익을 결정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그럼에도 개발도상국이 선진국과의 무역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개도국이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저생산성의 열위를 보완해주는 낮은 임금'(low wage) 입니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임금은 그들의 생산성 수준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개도국은 낮은 임금을 유지함으로써 저생산성 열위를 상쇄할 수 있습니다.  


    "그럼 선진국은 개도국의 저임금으로 인해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느냐"고 되물을 수 있는데 그런 것도 아닙니다. 개도국의 저임금은 저생산성의 결과물입니다. 개도국의 낮은 임금은 비교우위를 유지하는 수준에서만 유지될 뿐입니다. 


    제가 말하고픈 것은 '개발도상국은 낮은 생산성에 맞추어 저임금을 유지함으로써 강대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고', '선진국은 고임금을 가지고 있으나 생산성 수준도 그에 맞게 높기 때문에 개도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 입니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으로 '상호이득'(mutual gain)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임금을 고려한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개도국 저임금 & 선진국 고임금 이지만, 양쪽 모두 무역을 통해 상호이득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

    - '19세기 영국'에 살던 리카도가 만든 비교우위론이 다른 상황에 놓인 국가에도 적용 가능한가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과거 개발도상국들이 단순히 '국력이 강한 선진국과의 무역경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 이라고 생각한 것은 비교우위론을 잘못 이해한 결과물 입니다. 그렇다면 자유무역에 부정적이었던 그들의 태도는 모두 무지에서 나온 것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글부터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수확체감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무역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등장한 비교우위론. 다른 상황에 처한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나

    -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

    -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는 1817년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를 통해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국제무역이론의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비교우위론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제학계 내에서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 명제'(both true and non-trivial)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리카도가 살고 있던 상황과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온 배경에 주목해야 합니다. 


    ● 제6장 이윤에 대하여


    한 나라가 아무리 넓어도 토질이 메마르고 식량 수입이 금지되어 있으면, 최소한의 자본의 축적이라도 이윤율의 커다란 하락과 지대의 급속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에, 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36~137쪽


    ① 19세기 영국 - 수확체감 산업인 농업이 비교열위 · 수확체증 산업인 제조업이 비교우위


    ② 자유무역의 이점 - 수확체감 산업을 포기하고 수확체증산업에 특화하여 경제성장 달성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각주:5]에서 구체적으로 소개하였듯이, 19세기 영국에 살았던 리카도가 우려했던 것은 '토지 경작 확대에 따른 이윤율 저하' 였습니다.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열등한 토지도 개간해야 했는데, 경작지가 확대될수록 토지의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으로 인해 지주(landlord)의 이익만 증가하고 자본가(farmer & manufacturer)의 이윤(profit)은 감소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의 동기가 저하되어 경제성장이 멈추게 될 가능성을 리카도는 우려하였습니다.[Tendency of the rate of profit to fall.]


    이런 상황 속에서, 19세기 영국이 이윤율의 영구적 저하를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은 '곡물법 폐지를 통한 자유무역'[From Corn Law to Free Trade] 이었습니다. 외국으로부터 식량을 자유롭게 수입해온다면 경작지를 확대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자본가의 이윤율도 하락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축적 동기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즉,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주장한 배경에는 19세기 영국의 비교열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 · 비교우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 자유무역을 통해 수확체감산업인 농업부문을 포기하고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에 특화함으로써 경제성장 달성 가능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19세기 영국과는 다른 상황에 처한 국가도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으로 경제성장 및 생활수준 향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쉽게 말해, 만약 19세기 영국과는 정반대로,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인 국가라면, 자유무역이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게끔 만들어 경제성장을 방해하지 않을까요?


    이런 이유로 인하여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1920~30년대 호주 사례를 살펴보며, 자유무역이 아닌 보호무역이 생활수준 향상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경우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영국과는 정반대 상황에 놓여있는 호주는 보호무역이 필요하다




    경제이론은 합리적추론의 기반이지만 일반적인 지침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엄밀하면서 비교할 수 있는 결과물은 항상 시간 및 공간의 상황에 달려있다. 고전 국제무역이론은 영국의 상황으로부터 도출된 것이다.[각주:7] (...)

    (the precise and comparative results are always dependent upon circumstances of time and place. The classic theory of international trade has been derived from English circumstances.)


    계속 반복해서 말하자면, 규제를 하느냐 마느냐는 일반론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안되고 특정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보호무역을 하느냐 자유무역을 하느냐를 결정할 때는 매우 중요한 세 가지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인구증가 · 토지의 수확체감성 · 국제수요에 미치는 영향[각주:8]. (...) 


    이러한 시각에서 보았을 때, 자유무역이 영국에게 이로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주에게 이로운 것은 보호무역 정책이다

    (From this point of view it appears that protection has been as beneficial to Australia as free trade has been to Great Britain.)


    - James Bristock Brigden, 1925, 'The Australian Tariff and The Standard of Living'


    호주 경제학자 James Bristock Brigden은 1925년 논문 <호주 관세와 생활수준>을 통해, "자유무역이 영국에게 이로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주에게 이로운 것은 보호무역 정책이다." 라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이후에 그는 호주 정부의 무역정책 입안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보호무역 기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1920~30년대 호주의 사례는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 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었습니다.


    Brigden은 왜 당시 호주에게 보호무역정책, 정확히 말하면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부문에 대한 특화를 줄이고 수입관세 부과를 통해 비교열위를 가진 제조업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았을까요?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영국과 호주의 상황(circumstance)이 달랐다는 점에 있습니다. 호주는 영국과는 정반대로,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인 국가입니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영국과는 달리,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 이라는 점이 무역정책 결정에 있어 왜 중요한가?" Brigden이 보호무역정책을 옹호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면 소득분배는 악화되고 생활수준은 감소하고 만다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s)이란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을 늘려나갈수록 새로 얻게되는 생산량의 크기가 줄어듦을 의미합니다. 일은 예전과 똑같이 하는데 돌아오는 건 갈수록 줄어드니, 무언가 좋지 않다는 걸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리카도도 '토지의 수확체감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무역을 주장했습니다. 투입되는 노동량은 동일한데 열등한 토지를 개간할수록 생산량은 줄어드니, 곡물 한 단위당 투하노동량이 많아지게 됩니다. 그 결과, 곡물 가격은 비싸지고 노동자의 임금도 올라서 자본가의 이윤은 감소합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수확체감 → 투하노동 증가 → 곡물가격 상승 & 임금 증가' 논리는 19세기 가치 · 임금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카도는 가치의 투하노동설 · 임금의 생계비설을 믿었습니다. 이는 현대 경제이론과는 다릅니다. (리카도 이론 참고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현대 경제이론에서는 새로 얻게되는 생산량의 크기가 감소하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당연히 줄어듭니다. 1인당 생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임금도 하락합니다. 어찌됐든 수확체감성이 좋지 않다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호주 경제학자 Brigden이 우려한 것은 '호주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primary sector)에 특화하여 성장할수록 소득분배가 악화되고(deteriorated income distribution) · 생활수준이 감소(lower standard of living)'할 가능성 이었습니다.


    생활수준 감소를 불러오는 첫번째 경로는 1차 산업의 수확체감성 그 자체입니다. 무역의 결과 높은 가격을 받게 되어 소수 지주들의 이익은 증가하지만(raise the return to a few landowners), 1인당 생산량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1차 산업에 종사하는 다수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합니다(shrink the wages of laborers)


    두번째 경로는 비교열위[제조업]에 종사했던 근로자 문제 입니다. 자유무역의 결과 시장이 개방되면 비교열위 부문은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제조업 근로자들은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러나 1차 산업은 갈수록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다른 근로자들을 흡수할 능력이 떨어집니다(difference in capacity to absorb labour). 결국 무역의 결과 제조업 근로자 상당수는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따라서 호주는 자유무역 이후 지주와 근로자 간 소득분배가 악화됩니다. 또한 동일한 생활수준(=1인당 소득)을 유지하려면 인구가 더 적어져야 하며, 만약 인구수준을 유지한다면 생활수준 하락은 불가피 합니다. (the evidence available does not support the contention that Australia could have maintained its present population at a higher standard of living under free trade.)




    ※ 1차산업 특화는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


    •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은 교역조건 악화를 초래

    •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자국 RS 이동은 세계시장 RS도 이동시켜 세계시장 가격을 변화시킴


    Birdgen이 걱정했던 또 다른 사항은 '호주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에 특화하여 공급을 늘려나갈수록 세계시장 가격이 하락하여 교역조건이 악화(additional output would further aggravate the situation by adversely affecting Australia's terms of trade) '될 가능성 입니다.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을 통해 배운 이론처럼. 자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는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을 증가시켜 교역조건을 악화시킵니다.


    이때 자국이 세계시장에 조그마한 영향만 미친다면 자국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은 변동이 없지만, 자국의 공급에 따라 세계시장 내의 공급이 좌우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자국 내 상품 공급 증가에 따라 세계시장 공급도 크게 증가하여 세계시장 가격은 하락합니다.


    1920~21년 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상품 부문 세계공급물량에서 호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달했습니다. 따라서 호주가 비교우위에 입각하여 특화상품 생산을 늘려나갈수록 교역조건이 악화하여 국민소득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맙니다(an increase in our supplies might have reduced the value received per unit of reduced volume per head, still further reducing income per head.) 




    ※ 영국의 자유무역과 호주의 보호무역은 수확체감 압력을 완화시켜줌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① :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 해결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② : 교역조건 개선을 통해 국민 생활수준 향상


    영국, 미국과 호주가 처한 상황은 꽤나 다르다[각주:9]


    영국이 자유무역을 채택하였을 때 (...) 수확체증이윤을 가져다주는 제조업을 외국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확장시킬 능력이 됐었다. 영국이 실제로 포기한 보호는 수확체감산업인 농업부문 이었다. 농업은 소득을 감소시키고 제조업 자본가에게 해를 끼쳤었다. 자유무역은 수확체증산업 쪽으로 생산을 변화시켰다[각주:10]


    제조업 성장을 고려하면, 호주에게 자유무역은 영국과는 정반대의 영향을 끼친다[각주:11].  


    영국의 보호무역정책은 농업을 보호하고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의 확장을 방해하였다. 호주의 보호무역정책은 수확체감을 초래하는 농업 확장을 막아줄 것이다. 영국의 자유무역이 수확체감 압력을 완화시켜 높은 생활수준을 가능케 했다면, 호주의 보호무역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줄 것이다[각주:12]


    보호무역정책이 영국과 호주에서 서로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 관세 및 무역정책 시행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각주:13].    


    - James Bristock Brigden, 1925, 'The Australian Tariff and The Standard of Living'


    이처럼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호주에게 '소득분배 악화 · 생활수준 저하 · 교역조건 하락'을 가져다줍니다. 호주 출신 경제학자 Brigden은 당연히 "호주에게 필요한 건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 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Brigden은 "영국의 자유무역이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의 확장을 막았다면, 호주의 보호무역이 같은 역할을 할 것" 이라고 믿으며 실제로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해 나갔습니다.


    그렇다면 비교열위인 제조업 부문 보호를 위해 수입관세(tariff)를 부과하는 무역정책이 어떻게 호주에게 이득을 안겨다줄 수 있을까요?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① :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 해결


    보호무역의 첫번째 효과는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 해결 입니다(the primary purpose of the tariff was to redistribute income)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수확체감산업은 갈수록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비교우위를 가진 1차산업에 특화를 해나갈수록 근로자 1인당 생산량 및 임금이 감소합니다. 이익을 얻는 것은 오직 소수의 지주들 뿐입니다. 


    따라서 1차산업에 특화를 하지 않고 보호무역을 통해 비교열위인 제조업 생산을 늘린다면, 정반대로 근로자 1인당 생산량 및 임금이 감소하지 않을 뿐더러 소수 지주의 이익도 줄어들기 때문에 소득분배 문제가 해결됩니다.   


    보호무역정책이 근로자, 특히 제조업 근로자 임금을 상승시키는 또 다른 경로는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는 본 블로그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경제학자 프강 스톨퍼(Wolfgang Stolper)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은 1941년 논문 <보호주의와 실질임금>(<Protection and Real Wages>)를 통해, 국제무역이 자본 · 노동 등 요소가격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s of international trade on absolute factor price)을 탐구했습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국가들마다 다른 기술수준(technology)으로 인해 상대적 생산성이 높은 상품은 수출하고[비교우위] 낮은 상품은 수입한다[비교열위]'고 말한다면, 헥셔-올린의 무역이론은 '국가들마다 다른 부존자원(endowment factor)으로 인해, 풍부한 요소가 집약된 상품은 수출하고[abundant factor intensity] 희귀한 요소가 집약된 상품은 수입한다[scarce factor intensity]'고 말합니다.


    시장개방은 수출상품 가격을 더 비싸게 만들고 수입상품 가격을 더 싸게 만들기 때문에[각주:14], 제무역의 결과 풍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상승하고 희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하락합니다. 반대로 자급자족은 수출상품 가격을 다시 하락시키고 수입상품 가격을 비싸게 만들기 때문에, 보호무역은 풍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하락하고 희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상승합니다. 이것이 바로 '스톨퍼-새뮤얼슨 정리' 입니다. 


    호주의 경우 토지(land)가 풍부한 생산요소(abundant factor)이고 노동(labor)이 희귀한 생산요소(scarce factor)이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토지의 가격(지대)이 상승하고 보호무역을 실시하면 노동의 가격(임금)이 상승합니다.


    따라서, 호주가 보호무역정책을 채택하게 되면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 따라, 지대가 하락하고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게 되어 소득분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② : 교역조건 개선을 통해 국민 생활수준 향상


    앞서 살펴본 보호무역 효과가 '소득 재분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보호무역은 교역조건 개선을 통해서 '국민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the improved terms of trade induced by the tariff would increase aggregate income).


    호주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에 특화하여 공급을 늘려나갈수록 세계시장 가격이 하락하여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는 점은 이야기 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import tariff)이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통해 수입관세가 어떻게 교역조건 및 생활수준을 개선시키는지 살펴봅시다.


    • 호주와 외국의 '서로 다른 가격'이 무역을 만들어낸 모습

    • 녹색선 및 글자는 수입관세 부과 이후 달라진 무역 양상


    외국은 제조상품을 더 싸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수출하며, 호주는 제조상품을 비싸게 만들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싼 가격에 수입을 해오고 있습니다.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은 두 국가 가격의 중간수준에서 결정되어 있습니다.

    이때 호주가 수입관세를 t만큼 부과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상품을 수출하는 외국 생산자는 "호주에 판매할 때 받을 수 있는 가격이 우리나라에 파는 것보다 t만큼 비싸지 않는 한 수출을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 결과, 호주 내에서 수입상품 판매 가격이 상승하고, 상품을 수출하는 외국 내에서는 호주와 t만큼 가격 차이가 나는 수준까지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 초과 생산량(=수출 물량)을 조절할 겁니다.

    (참고 : 무역이 이루어지는 원리인 '서로 다른 가격'과 '초과 생산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따라서 제조상품을 수출하는 외국이 초과 생산량을 줄이고 수출 가격을 하락시킨 결과, 호주는 더 싼 가격에 제조상품을 일단 수입(=교역조건 개선)해오고, 호주 소비자들은 관세를 더하여 더 비싸진 가격에 수입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 호주가 제조상품에 수입관세를 부과한 결과, 외국이 제조상품을 수출하는 가격은 하락하고, 호주 내 제조상품 가격은 상승

    • 그 결과, 소비자 · 생산자 · 정부의 후생 손실 및 이득이 서로 달라지게 된다

    • 이때 교역조건 개선 이득도 고려해야 함


    그렇다면 수입관세 부과 이후, 호주 국민들의 후생은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호주 국민들을 소비자 · 생산자 · 정부로 구분해야 합니다.

    수입관세로 인해 호주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므로 후생 손실 -(a+b+c+d)을 봅니다. 반면, 호주 제조업 생산자들은 국내에서 판매할 때 받게 되는 가격이 상승하였으므로 후생 이득(a) 얻습니다. 정부는 관세를 통해 세금 수입을 늘리므로 역시 이득(c+e)을 얻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소비자 · 생산자 · 정부를 모두 고려한 후생변화는 -(b+d)+e 이고, 이를 후생손실로 표현하면 b+d-e 입니다. 만약 관세로 인한 가격 왜곡 손실을 나타내는 b+d의 크기가 e 보다 더 클 경우, 보호무역 정책은 호주 국민들의 후생을 감소시킵니다.

    그렇다면 e가 무엇일까요? e는 교역조건 개선을 통한 후생증가을 나타냅니다. 수입관세 부과 덕분에, 이전에 수입상품을 들여오던 금액(P무역)보다 더 싼 가격에 상품을 수입(P수출국가 관세 이후)해 올 수 있으므로, 가격하락분*수입량 즉 e만큼 후생을 증가합니다.

    따라서, 호주가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교역조건을 개선시키는만큼, 다르게 말해 수입 관세가 가격을 왜곡시켜 손실을 안겨다주는 크기(b+d)보다 교역조건 개선의 이득(e)이 더 크다면, 보호무역 정책은 국민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 수입 관세는 가격을 왜곡시키는 단점과 교역조건을 개선시키는 장점이 있다

    • 따라서,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최적 관세율'(optimal tariff) 개념이 등장


    이처럼 수입 관세(import tariff)는 가격을 왜곡시켜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리는 단점과 교역조건을 개선하여 후생을 증가시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최적 관세율'(optimal tariff) 개념이 등장하게 됩니다.

    윗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수입 관세율은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교역조건 개선의 이익이 더 커서 국민 후생을 증대시키고 최적 수준에서 국민 후생은 극대화 됩니다

    그러나 최적 수준을 넘어서는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왜곡의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국민 후생은 감소합니다. 게다가 '외국 내에서는 호주와 t만큼 가격 차이가 나는 수준까지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 초과 생산량(=수출 물량)을 조절'한다는 말은 곧 '교역량이 감소'(decline of trade volume)함을 뜻하기 때문에, 관세율이 게속해서 높아지면 언젠가는 무역이 없어지고 맙니다.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최적관세율이 얼마인지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우나, 어찌됐든 '수입관세를 활용한 보호무역 정책이 국민 전체의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이 국제무역이론과 논의에 미친 영향


    이번글에서 살펴본, 호주인 경제학자 J. B. Brigden의 주장은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라 불리우며 국제무역이론 발전과 논의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국과는 다른 호주의 상황에 주목한 그의 주장은 "비교우위론은 모든 국가에게 적용가능하며, 자유무역은 국민 전체의 후생을 증대시켜준다"라고 단순히 생각해왔던 사람들에게 생각할꺼리를 제공해주었습니다.


    ① 수확체감산업과 수확체증산업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19세기 영국인 데이비드 리카도가 곡물법 폐지와 자유무역을 주장한 이유는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습니다. 1920년대 호주인 J. B. Brigden이 보호무역이 필요하다고 말한 이유 역시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에서 탈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리카도와 Brigden 모두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을 육성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 낯설지가 않습니다.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첫번째 글인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소개했다시피, 과거 개발도상국과 오늘날 선진국 모두 '제조업'(manufacturing)을 육성하거나 지키기 위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각주:15]는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중상주의자들'을 비판하였으나, 오늘날까지 '제조업으로 대표되는 수확체증산업'은 모든 나라들이 포기할 수 없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으로 인해 [국제무역논쟁]에서 '자유무역 혹은 보호무역 등 어떠한 무역정책이 수확체증산업에 이롭거나 해로운가'는 중요한 논점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서, 개발도상국이든 선진국이든 수확체증산업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주장들이 나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② 무역과 시장개방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일부 사람들은 "자유무역주의자들은 소득분배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소득분배 문제에 무관심해 보이는 이유는, '자유무역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보다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라고 생각하며 '시장개방으로 발생한 이득으로 손실을 보상해주면 된다' 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번글에서 살펴본 호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시장개방으로 이익을 누리게 될 지주(landowner)들이 손해를 볼 근로자(laborers)에게 보상을 해준다면 문제가 없다는 게 자유무역주의자들의 사고방식 입니다.


    반면, Brigden은 소득분배 문제에 적극적으로 다가섰습니다. 보호무역 정책이 근로자 임금을 상승시켜 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를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사고방식 입니다. 


    Brigden의 이러한 생각은 1925년에 나왔는데, 당시에는 "보호무역이 호주 근로자들의 임금을 상승케 만드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무역이 요소소득(factor's absolute income)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경제학계 내에서 합의된 이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Birgden이 촉발시킨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 이후에야 시장개방이 요소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로 위에서 짤막하게 소개한 스톨퍼-새뮤얼슨 정리(Stolper-Samuelson Theorem)가 1941년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는 수입관세 부과가 비교열위에 투입된 생산요소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도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보호무역이 소득분배를 개선시킬 수도 있음을 드러내주었습니다.

    (사족 : 하지만 볼프강 스톨퍼와 폴 새뮤얼슨은 그럼에도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손실보다 더 크기 때문에,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보호무역주의자들을 위한 정치적 무기로 쓰이는 것을 우려" 했습니다.)


    이처럼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사례는 '무역과 시장개방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을 경제학계 내에서 다시금 고조시켜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선진국] 편을 통해, 특히 오늘날 선진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역과 소득분배'를 둘러싼 논쟁을 자세히 다룰 계획입니다. 


    ③ 국제무역협정의 필요성이 대두됨


    앞서 살펴보았듯이, 호주는 수입관세 부과를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시킬 수도 있습니다. 호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적절한 관세를 부과하면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적절한 관세'가 얼마인지 찾는 건 매우 어렵지만, 어찌됐든 이론적으로나마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깨달은 모든 국가들이 너도나도 최적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수입관세는 '교역조건 개선을 통한 후생증가'도 가져다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역량 감소'(decline of trade volume)도 초래합니다.  "'외국 내에서는 호주와 t만큼 가격 차이가 나는 수준까지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 초과 생산량(=수출 물량)을 조절'한다는 말은 곧 '교역량이 감소'(decline of trade volume)함을 뜻한다"는 문장을 앞서 제가 괜히 적은 것이 아닙니다.


    개별 국가들 입장에서는 '다른 모든 나라들이 자유무역을 지켜주는 가운데 나 혼자서만 최적관세를 부과한다면 최고의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모든 개별 국가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 너도나도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세계교역량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임이론에서 널리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면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쉬울 겁니다.


    이러한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유무역 기조를 개별 국가들만 믿고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이번글에서 '보호무역이 후생을 증가시켜줄 가능성'을 보긴 하였으나, 어찌됐든 일반론으로나마 자유무역은 '더 비싼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고 더 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게 함'으로써 후생을 극대화 시켜주는 정책[각주:16]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개별 국가들에게 무역정책을 믿고 맡기는 양자 무역협정(unilateral free trade) 보다는 GATT · WTO 등 범세계적인 무역협정(Multilateral Trade Agreement)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GATT · WTO의 등장배경과 역할, 그리고 오늘날 다시금 양자 무역협정인 FTA 등이 대두된 이유를 살펴보면 좋겠네요.




    ※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다른 이유들


    이번글을 통해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에 대해 오해했던 이유 한 가지와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 한 가지를 각각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타당하든 타당하지 않든)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을 멀리하게 만들었던 다른 이유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비교우위에 특화하여 생산을 늘려나갈 때, 교역조건이 갈수록 악화되면 어떻게 하나

    -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정책이 오히려 교역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다

    - 석유 · 농산품 같은 1차 상품(raw material)을 생산하는 국가에게 비교우위론은 해롭다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1960~70년대 중남미 수입대체산업화]


    : 비교우위에 특화할수록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은 1920~30년대 호주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석유 · 농산품 같은 1차 상품(raw material)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들은 대부분 비교우위론에 부정적이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국가가 1960~70년대 중남미 국가들 입니다. 이들은 호주 보다도 더 무역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호주는 수입관세를 부과하긴 하였으나 여전히 대외지향적인 정책(outward-looking)을 유지하며 시장개방을 추진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은 아예 대내지향적인 정책(inward-looking)으로 돌아서며 무역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동시기 한국 · 대만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적절한 보호무역 정책을 쓰면서도 무역개방을 늘려나간 결과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으나, 중남미 국가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저개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글이 '자유무역 보다 좋은 결과를 안겨다줄 수 있는 보호무역'을 보여주었다면, 다음글은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는 보호무역'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다음글 :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비교우위에 따라 특화해야 하는 산업은 영원히 고정되어 있는가

    - 현재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이 아니라 다른 산업을 성장 시키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 비교우위는 창출해낼 수 없는가

    - [유치산업보호론]


    : 19세기 영국은 제조업 부문이 비교우위가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이 없었으나, 호주와 같이 제조업을 키우고 싶으나 비교우위가 다른 산업에 있는 국가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왜 우리는 비교우위 산업이 제조업이 아닌가"


    이로 인해 현재의 비교우위에서 탈피하고 장기적으로 이득을 안겨줄 비교열위 산업을 인위적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벌어졌습니다. 대한민국 또한 예외가 아니었죠. 과거에 비교우위를 가졌던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탈피하기 위해 국가 주도의 정책 지원과 보호무역 정책이 시행됐었습니다. 이를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 라고 합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마치 "평생 현재의 비교우위 산업에만 특화하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비교우위와 열위를 바꾸고 싶어하는 국가들은 유치산업보호론을 따르며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했습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의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강력합니다.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이나 전략적 무역정책(strategic trade policy)이라는 이름을 달고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서, 유치산업보호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다음글 :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 (참고문헌) 『Against the Tide : An Intellectual History of Free Trade』



    본 블로그 포스트 작성에는 J. B. Brigden의 1925년 논문 <The Australian Tariff and The Standard of Living>과 Wolfgang Stolper & Paul Samuelson의 1941년 논문 <Protection and Real Wages>이 큰 도움을 주었으나, 역시나 가장 큰 도움을 준 참고문헌은 국제무역이론 경제학자 Douglas Irwin이 1998년에 집필한 단행본 『Against the Tide : An Intellectual History of Free Trade』 임을 밝힙니다(단행본 아마존 링크).



    1.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6. ANU, 2006, GIBLIN'S PLATOON - The Trials and Triumphs of the Economist in Australian Public Life [본문으로]
    7. (The fundamental propositions of economic theory are the foundation of reasoning, but they can be only a general guide, while the precise and comparative results are always dependent upon circumstances of time and place. The classic theory of international trade has been derived from English circumstances.) [본문으로]
    8. The economy of regulation or of no regulation, it must be repeated, is never determined by generalisations, but is relative to particular circumstances. The economy of protection or free trade is relative to three very important circumstance to the growth of population, to diminishing returns, especially from land, and to the effects upon the equation of international demand. [본문으로]
    9. These circumstances are probably quite different in Great Britain, in the U.S.A. and in Australia, and very brief comparisons may be made to demonstrate the fact that differences do actually exist. [본문으로]
    10. When Great Britain adopted free trade, after the Napoleonic wars had completely established the predominance of British commerce abroad, and the estraordinary developments in its technique had placed British industry in 3 position of absolute supremacy, there were three main reasons which made the change overwhelmingly economic. Great Britain abandoned a complexity of taxes which had grown through war exigencies without any coherent trade policy at all. In the condition of foreign competition there was a vast field for expansion in manufactures, giving increasing returns and increasing profit. The only real protection that was abandoned was that to agriculture, which was a protection given to diminishing returns, reducing income and hampering manufactures. Free trade transferred production to a form giving increasing returns. From the point of view of the international equation, the expansion of manufactures was met by the abnormal expansions of primary production in new countries. It is only recently that any check has been made to the rate of these expansions. [본문으로]
    11. Free trade in Australia would have had the contrary effect, so far as it checked the growth of manufactures. [본문으로]
    12. Protection to agriculture in England would have prevented the advantage of manufacturing expansion, with its increasing return Protection in Australia may have prevented the disadvantages of agriculture expansion under conditions leading to diminishing returns. Free trade in England made for a higher standard of living; it relieved the pressure on English land and found work elsewhere for a growing population at a steadily rising standard of living. Protection in Australia may have achieved a similar result. [본문으로]
    13. This difference in the effect of regulation in the two countries is of prime importance in any consideration of their respective tariff policies, and of the merits of regulation. [본문으로]
    14. 이 원리가 이해 안되시는 분들은 이전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ttp://joohyeon.com/266)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http://joohyeon.com/267)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본문으로]
    1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1. 비밀댓글입니다
      • 2018.10.15 00:32 신고 [Edit/Del]
        안녕하세요.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수학 지식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경제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추기 위해서 굳이 수학으로 가득한 경제'학'을 공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경제학 공부와 경제현상 이해는 매우 다릅니다. 경제학계는 현실 경제와 간극이 매우 크며, 상당히 괴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제학 공부를 통해 합리적인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출 수 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경제공부에 있어 제일 좋은 방법은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들이 쓴 좋은 글을 많이 읽기' 입니다. 굳이 내가 수식으로 가득한 경제'학'을 처음부터 공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면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일단 (수학이 없는) 경제학원론을 공부하신 뒤에, '미국 경제학자들이 쓴 대중서적 읽기'를 우선적으로 추천합니다. 다음으로 The Economist, WSJ, FT 등 주요 경제관련 외신들을 많이 읽으세요.

        처음 읽으시면 왜 이런 주장을 하는건지, 어떤 논리인지 잘 이해가 안 가실 수 있습니다. 이건 당연히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이며, 이를 해결하겠다고 경제'학' 공부를 한다고 해서 풀리는 문제도 아닙니다. 그냥 '많은 글 읽기'를 통해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질문주신 분 옆에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이 있다면, 매번 질문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으니 가장 좋겠지만 말이죠...
    2. 비밀댓글입니다
      • 2018.10.15 18:59 신고 [Edit/Del]
        한국어로 번역된 책 많아요.
        음... 일단 2008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등 위기와 관련하여 미국 경제학자들이 쓴 책 찾아보세요. 그렇게 시작하는게 제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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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Posted at 2018.08.05 22:3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비교우위론 (Comparative Advantage)

    -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 명제 (both True and Non-Trivial)

    - 리카도의 어려운 아이디어 (Ricardo's Difficult Idea)


    (저명한 수학자인 동료) Ulam은 과거에 종종 이런 말을 하면서 나를 놀리곤 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both true and non-trivial) 명제를 하나 말해봐." 나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적절한 답이 떠올랐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The Ricardian theory of comparative advantage). 이 이론은 '한 국가가 절대적으로 생산성이 높든 낮든 무역을 통해 상호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준다. 


    비교우위론은 논리적으로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수학자 앞에서 논쟁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하찮지 않다는 점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며 설명을 해주어도 믿지 않는 수많은 지식인들에 의해 증명된다.[각주:1]    


    - 폴 새뮤얼슨, 1969, 'The Way of an Economist'


    무역이 양 국가의 실질소득을 모두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를 전해주는 비교우위론은 이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간단하고 흥미로운 사고방식(simple and compelling concept)이다. 그러나 경제학자 이외의 부류들과 토론을 하게 되면 재빨리 깨닫게 될 거다. 아 (일반사람에게) 비교우위론은 매우 어려운 사고방식이구나. (...)


    나를 포함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정중함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비판자들이 시도하려고 하는 것은 비교우위가 현실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주의를 끄는 것이다. 결국 경제학자들은 간단한 리카도모형이 현실에서 무역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를 듣게 된다. (...)


    공공토론에서 경제학자의 무용성은 잘못된 가정에서 오는 거 같다. 우리는 무역에 관해 글을 쓰고 말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비교우위를 이해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매우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그들은 비교우위를 이해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듣기를 희망하지도 않는다. 대체 왜?[각주:2]


    - 폴 크루그먼, 1998, Ricardo's Difficult Idea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이 말했듯이, 경제학자에게 있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 명제'(both true and non-trivial) 이며, 경제학에서 제일 중요한 이론으로 꼽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높게 평가되는 이론은, 그러나,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아이디어'(difficult idea)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틀린 아이디어 라는 비판도 듣습니다.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각주:3]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매우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그들은 비교우위를 이해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듣기를 희망하지도 않는다. 대체 왜?" 라고 말하며 답답함을 표시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교우위론'은 과거와 오늘날 벌어진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과거 개발도상국과 오늘날 선진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보호무역 카드를 꺼내들고,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거스르려는 행동'을 보며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19세기 데이비드 리카도가 세상에 내놓은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이 무엇이길래, 이를 둘러싼 논쟁이 수백년간 지속되는 것일까요? 경제학자들과 비전공자들이 바라보는 비교우위론이 얼마나 다르길래 서로 답답해 하는 것일까요?


    이제 이번글을 통해, 경제학자들이 이해하는 비교우위론을 알아본 뒤, 이론의 어떠한 점이 대립과 갈등을 불러오는 지를 살펴봅시다.




    ※ (복습) 리카도가 외국과의 자유무역을 주장한 배경


    ● 제6장 이윤에 대하여


    한 나라가 아무리 넓어도 토질이 메마르고 식량 수입이 금지되어 있으면, 최소한의 자본의 축적이라도 이윤율의 커다란 하락과 지대의 급속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에, 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36~137쪽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에서 설명하였듯이, 데이비드 리카도가 뜬금없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외국과의 자유무역'을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19세기 영국인으로서 리카도가 우려하던 것은 '토지의 수확체감이 초래하는 임금 상승과 이윤율 하락' 이었습니다. 


    토지가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경작 면적을 확대할수록 열등한 토지가 개간되고 수확량은 감소합니다. 이로 인해 곡물 한 단위 생산에 더 많은 노동이 투입되어 곡물 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노동자의 생계비 수준으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 또한 오르게 됩니다. 그 결과, 영농자본가와 산업자본가의 이윤이 감소하여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축적이 저해됩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모든 문제의 근원은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s)에 있습니다. 만약 토지의 생산성이 균일하다면 지대도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임금도 상승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토지가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속성을 인간이 고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리카도가 주목한 것은 '외국과의 무역' 입니다. 만약 국내의 곡물 수요를 외국 곡물의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 경작 면적을 넓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열등한 토지를 개간할 일도 없고, 지대와 임금도 상승하지 않을 겁니다. 그 결과 자본가의 이윤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의 발견'과 '식량의 자유로운 수입' 그리고 이를 통한 '자본가의 높은 이윤 유지', 리카도가 곡물법을 폐지하고 '자유무역'(Free Trade)을 옹호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 국제무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리카도를 떠올리는 이유는?

    - 『원리』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On Foreign Trade)

    - 절대우위론을 보완한 비교우위론

    - 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가 상호이득을 볼 수 있다 (Mutual Gain)


    리카도가 전개한 '무역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새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리카도보다 앞서 애덤 스미스 또한[각주:4]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분업의 고도화와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는 논리로 무역의 동태적이익(Dynamic Gain)을 말하였습니다


    스미스는 '무역이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주장도 하였습니다[각주:5]. 우리가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구입하는 게 더 싸다면, 그것을 사는 게 이득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는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한 나라의 총노동이 향한다면, 총노동이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라고 말하며, 무역의 정태적이익(Static Gain)을 설명했습니다.


    리고 국가의 무역통제를 금지하고 수입제한을 없애자는 자유무역 논리도 처음 나온 게 아닙니다. 이 또한 애덤 스미스[각주:6]가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하며, "자유무역은 공공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반면, 중상주의적 규제는 소비자를 희생하고 제조업 생산자의 이익만을 고려한다"고 분명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국제무역 혹은 자유무역에 관한 대표적인 경제학자를 연상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람은 애덤 스미스가 아니라 '데이비드 리카도' 입니다. 왜 일까요? 바로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 때문입니다. 


    리카도가 내놓은 비교우위론은 단순히 '중상주의보다 자유무역이 좋구나' 라는 사고를 넘어서서 '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가 상호이득을 볼 수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