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대한 오해 - 외팔이 경제학자 때문?경제학에 대한 오해 - 외팔이 경제학자 때문?
Posted at 2012. 7. 14. 23:14 | Posted in 경제학/일반경제학이 자주 듣는 비판 중 하나
Q : "경제학은 '모델'을 기반으로 둔 학문이다. 그런데 그 '모델'이 틀렸다면 경제학은 애초에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경제학은 주로 변수 2가지를 가지고 그래프를 그리면서 현상을 설명하는데, "현실세계는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2차원적인 그래프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느냐?
A1 : "세테리스-파리부스(Ceteris-Paribus) - 어떤 요인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하여 다른 변수들을 모두 주어진 수준에서 고정시키는 것. 경제학에서는 어떤 변수를 분석할 때, 그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여럿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의 수요를 분석할 때, 돼지고기의 수요를 결정하는 요인들로서 돼지고기의 가격, 상추의 가격, 소비자의 소득수준 등을 들 수 있다. 이 때 돼지고기 가격이 돼지고기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면, 다른 요인들은 변하지 않고 돼지고기 가격만 변할 때, 돼지고기 수요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어떤 요인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 다른 변수들을 모두 주어진 수준에서 고정시키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한다면' (other things being equal)이라고 말하고, 라틴어인 세테리스-파리부스(Ceteris-Paribus)라는 용어로 표시한다."
- 김영산 왕규호. 『미시경제학』1판. 41쪽
A2 : Jeff Sachs는 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의 생각이 '허술하고 단순하다 crude and simplistic'라고 비난한다. 케인지언들의 생각은 단순하지 않다. 그들의 생각은 '상당히' 단순하다. 그냥 단순한 것과 상당히 단순한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내가 거시경제를 설명할 때 주로 사용하는 IS-LM 모델은 매우 단순하다. 그저 두 개의 곡선만 그리면 된다. IS-LM 그래프는 상세한 사항, 특히나 부채와 자본시장에 관한 것들을 생략하고 있다. (...) 그러나 IS-LM 모델은 매우 정교한 단순형태이다. 이 사실은 IS-LM을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멍청한 말을 내뱉는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
단순함은 통찰력을 얻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만약 당신의 생각을 가능한한 단순한 모델로 표현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매우 허술한' 시각-복잡한 시각이 아니다! 허술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내가 몇달 전 New York Review 행사에서 말한대로, 누군가가 또다시 나에 대해 허술하다고 말한다면, 그 면상에 죽빵을 한대 날릴것이다. (the next time someone calls me crude, I’m gonna punch them in the face.)
-Paul Krugman. "Simple Isn’t Simplistic". 2012.07.13
바로 이렇기 때문에 '외팔이 경제학자a one-handed economist'는 돌팔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제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모델'을 사용하고, 그 모델은 설명하려는 변수 이외의 것들을 '고정ceteris-paribus'시켜났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경제현상을 설명할 때, "이 정책을 쓰면 한편으로는 이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다.." (on the one hand...... then, on the other...)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리고 "그러니까 이 경제정책을 만들면 두 가지 상반된 효과가 생기겠지만... 이쪽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할 것 같으니, 이 정책을 구사해도 된다" 라고 '신중하게 판단'을 내린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도 마찬가지다.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금리를 내리면 더 많은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으니 부채가 더 늘어난다. 따라서 금리를 올림으로써 대출을 억제하고 가계부채 증가를 막는 게 옳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은 "금리와 대출", 이 2가지 변수만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다른 변수들은 주어진 수준에서 '고정' 시켜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실에서는 "가계부채 상당수가 변동금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감안하면, 금리를 내리더라도 추가대출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계부채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금리를 내리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 참고 : http://news.mt.co.kr/mtview.php?no=2012071212414998214&type=1)
즉, 금리를 내렸을 때 "대출이 증가할 가능성"과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가계부채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고, 가계부채해결을 위해 어느쪽이 더 큰 효과를 발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 한 뒤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경제이론이 "세테리스-파리부스"를 기반으로 둔 "간단한 모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숙지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학이 이러한 비판을 듣는건 경제학자들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들은 어떠한 경제정책이 "상반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사실 제대로 된 경제학자라면, "경제이론대로라면 이런 효과가 나오겠지만... 다른 변수를 생각하면 다른 효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효과가 더 클 것 같다." 라는 식으로 경제현상이나 정책을 일반사람들에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ps
한국은행 금리 인하 관련해서........ 유럽, 중국, 미국경제가 침체이고 한국경제도 하방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잡겠다고 금리 올리는 게 더 이상하지..... 다만, 비판받을 점은
1. 그동안 시장에 보냈던 시그널과 한은의 선택이 달랐다는 점
2. 이미 저금리인 상태에서 금리인하가 어느정도 효과를 가져올지 미지수라는 점
3. 추후 경제가 더 안좋아 질 경우를 생각한다면, 이번 금리인하가 나중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
4.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데,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위태로운 것을 감안한다면... ㄷㄷㄷ 라는 점
이 될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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