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해당되는 글 165건

  1.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4) 2018.10.15
  2.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6) 2018.09.30
  3.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4) 2018.08.27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2) 2018.08.23
  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2) 2018.08.05
  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2018.07.30
  7.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2018.07.25
  8.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2) 2018.07.18
  9. [경제성장이론 ⑪]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 (5) 2017.07.25
  10.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2) 2017.07.24
  11. [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6) 2017.07.20
  12.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8) 2017.07.19
  13.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2) 2017.07.17
  14. [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 (6) 2017.07.06
  15.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2017.07.06
  16.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3) 2017.07.06
  17.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3) 2017.06.30
  18.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5) 2017.06.29
  19.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37) 2017.06.28
  20. [경제성장이론 요약] 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1) 2017.06.27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Posted at 2018.10.15 00:57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한국은 어떻게 경제발전에 성공할 수 있었나



35년 일제강점기와 1950년 한국전쟁을 겪은 뒤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남았던 대한민국은 2018년 오늘날 경제 선진국으로 올라섰습니다. 한국은 경제성장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한국과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GDP 추이를 그래프로 다시 확인하지 않아도, 전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학부 경제성장론 교과서 표지가 한국이라는 점을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모두가 이견없이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어떻게 경제발전에 성공할 수 있었나?" 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여러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혹자는 북한과 비교하여 자유시장체제가 한국의 경제성장을 가져왔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다른 누군가는 국가가 수출 및 금융지원 제도를 통해 기업을 통제하면서 발전[각주:1] 했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문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지향하면서 무역개방도를 높여온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보호무역을 통해 특정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냉전 시기 미국의 외교정책 아래에서 일본과 국제분업체제를 구축한 덕분에 급속한 성장을 달성했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에 반박하며 미국이 독재정권을 용인하고 한일수교를 독촉한 결과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고착화 되었고 민주화 달성이 지연되었다고 말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한 1961-79년까지 약 19년간 집권한 박정희정권의 공로를 치켜세우는 쪽도 있고, 반대로 박정희정권기에 수립된 경제정책이 오늘날까지 한국경제에 해를 끼치고 있다[각주:2]고 말하는 쪽도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하고 상반된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공통적으로 합의하는 사항은 "한국은 대외지향적 무역체제를 추구한 덕분에 경제발전에 성공하였다(outward-looking trade regime)" 입니다. 대내지향적 수입대체 산업화를 선택한 중남미[각주:3]와는 달리, 한국은 수출진흥 산업화를 추진한 덕분에 오늘날 높은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 수출진흥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나타난 세부적인 행위가 시장주의적인지 국가주도적인지 · 자유무역인지 보호무역인지에 대해 이견들이 존재하고, 당시 미국과 박정희정권의 공과에 대해 의견이 갈리긴 하지만, 어찌됐든 무역교류 확대를 통해 수출과 수입을 증가시켜온 대외지향적 무역체제가 경제발전에 핵심이었다는 건 다수가 동의합니다.


이 글의 주제는 한국경제 성장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게 아니라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속에서 한국경제를 바라보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역'에 초점을 맞추어 다음과 같은 2가지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첫째, 중남미와 달리 당시 한국이 대외지향적 수출진흥 산업화를 선택하였던 배경은 무엇일까? 


이전글[각주:4]에서 살펴봤듯, 중남미가 수입대체를 선택한 배경은 '산업화를 위한 제조업 육성' · '1차상품에 치중된 경제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함' · '자립경제 수립을 위한 민족주의적 사상'이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상황도 중남미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35년간 일제강점기와 1950년 한국전쟁을 겪고 경제가 황폐화된 상황에서, 경제적 독립을 원하는 민족주의적 사상이 퍼져있었고 농업에 치중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한국은 자립경제와 산업화를 열망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수입대체가 아닌 수출진흥 정책을 산업화 전략으로 선택하였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수입대체를 추구하다가 수출진흥에 더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선회하였고, 부분적인 수입대체를 펼치는 동시에 항상 대외지향적 정책을 지향했습니다. 이때 부분적인 수입대체도 대내지향적 자립경제 수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출을 증진시키기 위한 수입대체 였습니다. 자동차 · 조선소 등 중화학공업 부문을 육성한 뒤 수출액을 늘린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오늘날 중남미와 한국의 모습을 대조해보면, 처음에 선택하였던 대내지향적 수입대체를 계속 추진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지 아찔합니다. 따라서, 1950-60년대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대외지향적 수출진흥 산업화로 나아간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대외지향 수출진흥 산업화를 통한 한국 경제발전 성공은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 덕분으로 봐야하나,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 덕분으로 평가해야 하나? 


두번째 물음은 앞으로의 [국제무역논쟁]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질문입니다. 


분명 한국은 대외교역을 증가시켜온 수출진흥 정책 덕분에 경제발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외교역량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원에 힘입은 보호무역' 덕분에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1920-30년대 호주의 보호무역[각주:5]은 1차 상품 특화로 인한 수확체감 및 소득분배 악화를 탈피하는 걸 목적으로 하였고, 1950-70년대 중남미의 수입대체[각주:6]는 아예 대내지향적 무역체제를 의미했습니다. 이 둘의 경우에서 교역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보호무역 정책을 구사하는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이와 달리, 1960~70년대 한국은 보호무역 정책을 하면서도 교역량 확대를 목표로 하였습니다. 박정희정권은 향후 수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특정 산업을 선택하여 집중 육성하고 수출보조금 등의 지원을 늘려나갔습니다. 한국 경제발전의 이러한 모습은 '유치산업보호의 성공사례'(Infant-Industry Protection)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성공요인을 온전히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라 하기에도 애매모호함이 있습니다. 1967년 7월 상공부는 수입허가 품목을 규정해온 포지티브 리스트에서 이제 수입금지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는 수입을 자동승인 하겠다는 네거티브 리스트로 전환하는 등 무역자유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수입관세율도 점차 낮춰가며 보호무역의 그늘에서 커 온 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습니다. 이처럼 당시 한국정부는 자유무역의 이점(gains from trade)을 살리는 방향을 꾸준히 추구했습니다. 


만약 온전히 국내산업 육성 및 보호에만 집중했다면 생산성 낮은 기업의 퇴출 등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 비효율만 초래됐을 겁니다. 한국정부는 관료와의 결탁을 통해서 생존할 수 있는 국내시장이 아닌 가격과 품질로만 승부를 봐야하는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을 유도하고, 달성해야할 수출목표액을 완수해야 하는 수출책임제 등의 규율(discipline)도 강력히 부과함으로써 항상 경쟁체제를 지향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형식은 국가가 주도했더라도 내용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의 이점을 살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한국의 경제발전 성공요인을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 덕분으로 봐야하는지,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 덕분으로 평가해야 하는지는 [국제무역논쟁]의 중요한 논점 중 하나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결국 "유치산업보호론이 언제 유효한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정당화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둘러싼 논점입니다.


우선 이번글에서는 한국이 대외지향적 수출진흥 산업화로 나아간 배경과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이점을 모두 살릴 수 있었던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다음글에서 [유치산업보호론]의 등장배경과 논리, 문제점 그리고 정당화될 수 있는 조건을 살펴봅시다.




※ 내포적 공업화와 자립경제 달성을 목표로 했던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 통화개혁을 통해 내자를 동원하고 종합제철소 등을 건설하려 함


<1965년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


정부는 증산과 더불어 수출을 대지표로 삼았읍니다. 공업원료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수출은 경제의 생명입니다. 2차대전직후, 영국의 「처어칠」수상의 『수출 아니면 죽음』이란 호소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입니다. (...)


앞으로 수년간만 국내의 정치가 안정되고 경제시책을 수출무역에 집중한다면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수출입면에서 자립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경제시책의 방향이 무역진흥에 집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무역에서 출발하여 무역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 출처 :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대통령 박정희, 1965년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

(강조표시는 블로그 글쓴이 본인이 한 것)


1965년 1월 16일, 대통령 박정희는 연두교서를 통해 "수출 아니면 죽음" 이라고 말하며 "경제시책의 방향이 무역진흥에 집결"할 것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1965년은 박정희정권이 수출제일주의를 본격적으로 내세운 첫 해 입니다.


그렇다면 1961~64년에 박정희가 내세웠던 경제정책은 수출중심이 아니었을까요? 다들 아시다시피 박정희는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찬탈했고 1963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합법적인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박정희정권이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통해 한국경제를 발전시켰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수출제일주의는 이들이 처음부터 내걸었던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 박정희와 5·16 쿠데타 세력이 처음에 원했던 건 자립경제 달성

- 자립경제와 자주적 공업화를 추구한 박희범의 '내포적 공업화 전략'


1961년 박정희와 5·16 주도 세력들이 처음 가졌던 생각은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벗어난 자립경제 달성' 이었습니다. 박정희는 1963년 출간한 『국가와 혁명과 나』를 통해 "미국의 원조 정책을 기저로 하는 한국 경제의 이러한 경향은 기간산업, 중소기업 등 국내 생산 공업을 답보 상태로 낙후시킨 반면, 앞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국민의 정신면에 회복할 수 없이 큰 멍을 드리게 되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1960년대의 한국은 확실히 외래상품이 한국 시장을 점령한 시기였다" 라고 말하며, 자립경제 달성에 못미치는 현실을 개탄했습니다.


  • 경제학자 박희범 (1922~1981)

  • 주요 저서 : 『한국경제성장론』 (1968)


집권세력의 생각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며 국가재건최고회의의장 자문 위원으로서 군사정부의 경제정책에 관여한 인물이 박희범 입니다. 그는 '내포적 공업화 전략'(intensive industrialization)[각주:7]을 내세웠는데 이를 달리 표현하면 '자립경제를 지향하는 자주적 공업화 전략' 입니다. 


중남미의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은 기초적 소비재를 우선 대체하는 방식을 사용하였고 박희범의 내포적 공업화 전략은 제철 등 금속공업, 기초화학공업, 조선, 공작기계 등 기초적 생산재를 우선 대체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어찌됐든 대외의존을 줄이는 자립경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입니다. 


박희범이 이러한 이론을 주장했던 근간에는 냉전 이데올로기보다는 국익을 우선시해야 하며 따라서 대미 자주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는 저서를 통해 "미국의 대한 정책은 한국에 대한 소비 시장화, 일본을 위한 예속화 작업이었다"[각주:8]라고 비판하며, 공업화를 가능케하는 자체적인 생산능력을 배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또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을 발달시킨 선진 산업국가에만 유리하다고 생각하며, 신고전파 자유주의경제는 선진 독점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19세기적 비교 생산비의 원리처럼 국제분업의 원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 자립경제는 국제수지의 균형을 달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주적 공업화, 즉 내포적 경제성장을 노리는 것"[각주:9]라고 주장하며, 현재의 비교우위에 고착화되지 말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1962-166)

- 수입대체와 내자 동원의 강조 → 통화개혁과 산업개발공사 


  • 경제기획원, 1962,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56-59쪽

  • 당시 군사정부는 자립경제 달성을 위해 외자의존을 줄이고 내자동원을 강조했다


박희범과 군사정부가 공유했던 생각은 1962년 1월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에서 구현되었습니다. 


이 안에서 군사정부는 수출산업 육성 보다는 종합제철소 건립 등 기초적 생산재의 수입대체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여기에 수출증대는 6대 계획의 중점 중 5번째에 언급될 뿐이었습니다. 수출에 있어서도 2차 산품인 공산품이 아니라 1차 산품인 농업 생산물이 강조되었습니다. 


또 다른 주목할 특징은 '내자 동원의 강조' 입니다. 위의 표에서 나와있듯이 계획된 내자 비중이 약 75%에 달하는데, 박희범과 군사정부는 외자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경제 달성을 위해 내자 동원에 힘을 쏟았습니다. 

 

계획 달성을 위해 군사정부가 가장 먼저 착수한 작업은 '통화개혁' 이었습니다. 1962년 6월 9일 밤 10시 긴급통화조치법이 기습적으로 발표되며 예금동결이 이루어졌고, 동결된 예금은 6개월 내에 산업개발공사 주식으로 대체될 계획이었습니다. 


산업개발공사는 내포적 공업화론을 주장했던 박희범의 생각이 응집된 기관이었습니다. "산업개발공사 운용 계획안은 투자 대상으로 약 40종류를 규정하고 있었는데 정유공장 · 비료공장 · 종합제철공장 · 시멘트공장 · 종합기계공장에 우선순위"[각주:10]를 두고 있었습니다. 


산업개발공사는 기초적 생산재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었고, 통화개혁과 예금동결 통해 획득한 국내 자본을 동원하여 산업화를 이루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내포적 공업화 전략과 통화개혁 그리고 산업개발공사를 통한 종합제철소 건립은 하나로 연결된 묶음이었습니다. 


"내포적 공업화 전략은 자원의 동원 방법에 관해 상대적으로 대규모의 내자 동원에 관한 획기적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삼았습니다. "경제적 안정을 희생해서라도 국가 주도의 위로부터의 강제적 자원 동원이 있어야 당초의 계획대로 기간산업을 건설할 수 있고 그래야 빠른 시일 안에 자립적 국민경제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내자 동원이 순조롭지 않은 가운데 통화개혁과 같은 혁명적 내자 동운 방법을 구상한다고 해도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나아가 이와 같이 모아진 자금을 산업개발공사라는 준 국유기업에 집중시키는 방법도 내포적 공업화론자들이 구상하는 국가 주도의 위로부터의 자원 동원과 일치"[각주:11] 했습니다. 




※ 외화 부족으로 인한 내포적 공업화 전략의 좌절 

- 통화개혁과 종합제철공장 건설을 둘러싼 미국의 반대

- "비교우위론에 어긋나는 제철소를 왜 건설하려 하느냐"


자립경제와 내포적 공업화를 위해 제시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은 시행 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흔들리게 됩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의 입장이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제1차 계획이 목표로 한 경제성장률 7.1%가 너무 높다는 문제를 제기하였고, 또한 통화개혁을 통한 예금동결이 경제를 국유화나 통제경제의 방향으로 이끄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했습니다. 더 큰 쟁점은 종합제철공장 건설 계획이었습니다. 1962년 당시에 쓰여진 기사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AID가 본 한국공업건설 (上 제철소의 경우)>


경제5개년계획을 특징지으고 있는 제철소와 비료공장을 건설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거니와 그러기에 기자는 워싱턴에 닿자마자 AID가 제철소와 비료공장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타진해보기 위하여 AID의 문을 두드렸다. (...)


기자가 AID 당국자들과 만나서 얻은 결론은 제철소는 사무적으로는 절대로 무망한 것으로 느껴졌으나 정치적으로 배려를 한다고 하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며, 비료공장은 AID가 주장하는 바 과인산질소 배합비료 공장을 세우는 데 한국측이 동의한다고 하면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를 거부하교 요소 25만톤 용량을 만든다는 종래의 주장을 견지한다면 이 역시 AID에서 돈을 꾸지 못할 것이라 것이다.


AID는 대체로 한국에서의 제철소 건설에 대해서 비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① 한국은 철광석과 코크스 탄 6천 칼로리 이상나는 역청회 등 제철에 필요한 자연자원이 극히 빈곤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50% 이상의 철분을 가지고 있는 철광석의 매장량은 지난번 탐광에 의해서도 겨우 5백만톤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이 나왔으니, 그처럼 빈약한 자원을 상대로해서 연간 25만톤의 제철소를 만든다는 것은 무모한 것이라는 것이다. (...)


② 그러니까 한국서 제철을 하자면 외국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사오지 않을 수 없는데 철광석을 100만톤, 석탄을 150만톤을 사오자면 적어도 3,500만불의 외화를 매년 지출하여야만 할 것이니 4,200만불의 수출실적 밖에는 못 가지 한국의 외화사정 아래서는 이 역시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것이다. 물론 철광석과 석탄도 연불 등 상업차관방식으로 조달할 수 있기도 하나 AID 규정은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차관을 받는다는지 원조를 받는다는 것은 허용하지 않기로 되어있으므로 상업차관에 의한 원료 공급도 안된다는 것이다. (...)


③ 설령 한국에 제철소를 지어준다고 해도 철의 시장경쟁은 지금도 치열하지만 장차 더욱 더 백열전을 전개할 것이니 과연 한국이 이웃나라인 일본과의 경쟁에서나마 견딜 수 있겠느냐 하는데는 의문이 짙다는 것이다. 일본도 비록 철광석도 석탄도 사다가 쇠를 녹이고 있다고 하나 경영기술에 있어서나 작업기술에 있어서나 7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는 일본과 같은 생산비로서 제철을 한다고 하는 것은 거의 기적에 속할 것이라는 것이다. (...)


⑤ 그러니까 한국에서 제련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철을 외국에서 수입해다 쓰는 편이 더 이롭다고 그들은 생각하는 것이다. 제철소를 만들려면 적어도 1억 5천만불을 들여야 할터이니 그 돈을 다른 산업들 한국서 능히 감당할 수 있는 것들을 세우는데 쓰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라고 결론 짓고 있는 것 같다. 


- 이동욱, 1962년 10월 20일, 동아일보 칼럼/논단

- 네이버 옛날신문 라이브러리에서 발췌


지금 시점이 아닌 당시로 돌아가서 감정을 대입해서 보자면 상당히 비참한 상황 그 자체였습니다. 미국국제개발처(USAID)는 제1차 계획이 담고 있던 내포적 공업화론 달성의 핵심인 종합제철소 건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격하게 표현하면 "주제 넘으려 하지 말고 수입해서 써라"나 다를 바 없습니다.


미국이 종합제철소 건설을 반대했던 이유는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 한국의 제철소 건설 시도가 비교우위 원리에 벗어난다 입니다. 


제철소는 원자재인 철광석과 석탄 등을 제련하여서 철판을 만드는 곳인데, 한국은 원자재를 풍부하게 가진 국가가 아닙니다. 헥셔-올린의 무역이론[각주:12]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원(relative abundant resource)을 가진 국가가 그 자원이 집약된 산업(resource-intensive)에 비교우위를 가지는데, 한국은 이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어찌어지 철판을 생산한다고 해도 과연 일본에 비해 우위를 가질 수 있겠냐는 물음을 제기했습니다. 일본은 70년전부터 제철소를 운영하며 획득한 기술수준으로 낮은 생산비를 유지하는데, 이를 한국이 수년내에 따라잡기 힘들거라는 전망이죠.


둘째, 제철소를 건설하고 철광석 등 자원을 수입하기 위한 외화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건 그때 당시 직면했던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제1차 경제개발 계획은 국내자본 동원을 강조하였는데, 종합제철소와 같은 큰 규모의 기반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국내자본만으로는 턱도 없었습니다. 당시 군사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2차산업 공업화를 위해 필요한 외자비중을 43.4%로 전산업 평균 25%에 비해 높게 잡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수출주도체제가 아닌 상황에서) 수출을 통해 외화를 획득하기 어려웠으며, 미국마저 차관지원을 거부한 상황에서 필요한 외자를 마련하기가 불가능 했습니다. 어찌어찌 제철소를 건설한다고 해도 차후에 철광석 등 원자재를 수입할 외화도 없었습니다.


결국 종합제철공장 건설 계획의 좌절은 내포적 공업화 전략이 실패하고마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으며, 군사정부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정 · 보완 하게끔 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으로의 전환

- 1964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보완 → 공산품 수출 계획을 늘리다

- 1963년 면방직산업 수출증대가 경제관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 산업정책 · 경제발전 관점에서 수출진흥 정책 필요성이 인식되기 시작


결국 박정희정권은 1962년 11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정작업에 착수합니다. 


집권세력은 자립경제 수립을 위한 내포적 공업화 보다는 수출증대를 통해 외화를 획득할 필요성을 이전에 비해 절실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과정에서 자립경제를 주장했던 박희범 등이 물러나고 수출지향적 공업화를 주장한 경제관료들이 대거 등용되었습니다. 


그리고 1964년 2월 이른바 '보완 계획'을 확정발표합니다. 


  •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원계확과 보완계획에 담긴 수출 계획 비교

  • 원료별 제품, 이른바 공산품 수출계획이 대폭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출처 : 기미야 다다시, 2008, 『박정희 정부의 선택

 

원계획과 보완계획의 차이는 '수출 계획'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원계획에서는 식량으로 대표되는 1차 산품이 수출 계획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였지만, 보완계획에서는 원료별 제품, 이른바 공산품의 수출 계획이 대폭 상향되었습니다. 


원계획에서는 1966년 공산품 수출액수 계획이 1천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보완계획에서는 4천3백만으로 수정되었죠. 해당년도의 수출비중을 살펴보아도, 공산품의 수출비중은 1964년 30%, 1966년 38%로 원계획보다 10-20% 포인트 상향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실제 공산품 수출 실적은 계획을 초과달성 하였고, 1970년에는 84%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경제관료들이 자신만만하게 공산품 수출 계획을 상향조정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63년에 공산품 수출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는 것에 있습니다. 



경영·경제학자 서문석[각주:13] · 최상오[각주:14] · 김두얼[각주:15] 등은 1963년 공산품 수출 증가의 요인으로 면방직산업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서문석의 2009년 논문 <해방 이후 한국 면방직산업의 수출체제 형성>에 따르면, 당시 면방업계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국내 면제품시장 수요감소로 과잉공급 상황이 초래되자 상품판로 확보를 위해 해외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둘째, 외국산 원면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로 면제품을 수출한 이후 그 대금으로 수입을 해오기 위해서 입니다.


면방업계가 수출증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 결과, 1962년까지 전체 면포생산량 중 수출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에 불과했으나, 1963년에 20.6%로 대폭 증대되었고 1964년부터는 전체 면포생산량의 약 50% 가량이 수출용으로 생산될 정도로 수출이 본격화 되었습니다.


  • 한국의 GDP 대비 수출비중 추이. 1953~2017넌

  • 수출비중은 1953년 1.7%, 1964년 5.0%에 불과했으나, 이후 급속히 증가하였다

  • 출처 : 국가통계포털 KOSIS

 

이렇게 1963년 면방직 산업의 수출증대를 목격한 경제관료들은 영감을 얻게 되었고, 1964년에 내놓은 '보완계획'에서 공산품 수출 계획을 대폭 상향하였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단순히 수출계획만 높게 설정한 것이 아니라, 재정 · 금융지원 및 낙후된 생산시설 교체 · 사회기반시설 건설 등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포괄적인 수출지원체제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수출지향 정책은 단순한 무역정책이 아닌 산업정책 및 경제발전 전략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한국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50%를 오가며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하는 제1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 파트에서는 1964년 중반에 제시된 수출진흥 종합시책과 1965년 확대 개편된 수출진흥 확대회의를 살펴보면서, 1960-70년대 박정희정권의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을 세세하게 알아봅시다.  




※ 각종 수출 지원 정책과 수출진흥 확대회의를 통한 규율 부과


1964년 6월 24일, 상공부는 간접적인 지원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수출진흥을 촉진하기 위하여 수출진흥 종합시책을 만들어 발표하였습니다. 종합시책에는 ① 1964년도 수출 목표를 종전 1억 500만 달러에서 1억 2천만 달러로 상향 ② 수출진흥위원회 및 해외 주재 공관에 수출 책임 영업부과 ③ 수출 진흥 세제 우대조치 및 2억원 규모의 수출보조금 부활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수출진흥을 위해 재정·금융 지원이라는 당근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수출진흥위원회를 통해 수출 책임 영업이라는 규율(discipline)과 채찍도 구사한 점입니다. 


만약 정부지원 이라는 당근만 제시했다면 이것만 쏙 받아놓고 경영은 게을리하는 비효율적 기업이 양산될 수 있었을텐데, 정부는 수출 목표액 달성에 미달하는 기업은 차후 지원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엄격한 규율책을 실시하였습니다. 이러한 규율 정책은 정부주도 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단점을 해소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번 파트에서 산업화를 위해 정부가 제시한 당근과 채찍을 살펴봅시다.



1960년대 초기의 수출지원 정책은 1950년대 후반보다 양적으로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위의 첨부된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1950년대부터 시행되어온 정책에 더하여 수출용 자본재 수입에 대한 관세 감면제도(1964년) 및 수출용 원자재 수입금융(1963년), 수출산업 육성자금(1964년) 등 재정 · 금융지원 정책이 추가되었습니다.



수출활동을 직접적으로 독려하는 수출보조금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1950년대 중반 수출불 당 보조금은 1원을 넘지 못했지만, 1961년과 1965년을 기점으로 큰 폭의 상승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지원 정책에 그치지 않고 규율을 부과하는 역할을 한 것이 수출진흥확대회의 입니다. 수출 진흥 정책 심의기구로서 1962년 12월에 설치된 수출진흥위원회는 1965년 1월 대통령 직접 참석하고 결정하는 수출진흥확대회의로 확대개편 되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5-1979년 동안 개최된 회의 총 152회 중 147회나 참석하면서 수출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정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할 때 설정한 수출계획 이외에 매년 수출목표를 새롭게 책정함으로써 수출을 독려하였습니다. 매년 수출목표 성장률은 시기마다 24.1%~45.2%를 가졌고, 1975년과 1979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과달성 하였습니다. 


수출진흥확대회의 기능에서 중요한 것은 '수출책임제' 입니다. 1964년 해외공관별로 수출목표를 할당하면서 시작된 수출책임제도는 1965년 품목별 · 해외무역관별 · 단체별(수출좝, 협동조합별) · 도별, 1966년 부처별, 1967년 수출공단별 · 은행별, 1970년 수출산업 시설재 수입업체 · 차관도입업체 · 외화다액 소비업체 등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연초에 제시된 수출할당액을 채워야 할 의무가 부과되었습니다.


그리고 부과된 책임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매월 개최된 수출진흥확대회의에서 점검하였습니다. 상공부는 총량별 · 상품구조별 · 품목별 · 지역별 · 국가별 실적이 수출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보고하였습니다. 


이행에 소홀하거나 미달하는 기업에게는 재정 · 금융지원을 중단하고 심한 경우 경영권을 박탈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주어진 성과책임 부여는 정부주도 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방만과 나태를 방지하고 수출진흥 정책의 효과를 최대한 극대화 하였습니다. 




※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실시된 무역자유화


한국이 외화를 획득하기 위해 수출진흥 정책을 펼쳤다고 해서, 외화가 반출되는 수입은 장벽을 쌓고 꽁꽁 잠가둔 것은 아닙니다. 1967년 7월 상공부는 수입허가 품목을 규정해온 포지티브 리스트에서 이제 수입금지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는 수입을 자동승인 하겠다는 네거티브 리스트로 전환하는 등 무역자유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따라서 독과점 품목 관세율이 높은 품목, 그리고 국내산업에 심대한 타격을 주지 않는 품목을 제외하고 64개를 금지 품목으로, 321개를 제한 품목으로 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를 책정했습니다[각주:16]. 전반적인 수입관세율도 점차 낮춰가며 보호무역의 그늘에서 커 온 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습니다.  


상공부는 이후 발간한 『상공정책 10년사』(1969)를 통해 무역자유화 필요성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첫째 개방경제 체제를 지향함으로써 그동안 보호무역의 그늘에서 비정상적으로 성장해 온 국내산업의 체질 개선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도모해 수출 증진에 기여케 하는 것, 둘째 수입자유화 확대로 물가가 등귀하는 상품의 수입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국내 물가 안정을 기해 국내 소비자를 보호, 셋째 IMF 및 GATT 가맹국으로서 국제 교역 확대에 기여하려는 것[각주:17] 입니다. 


그러나 당시 한국정부가 정말 개방경제 체제로의 이행을 바라고 무역자유화에 찬성한 것만은 아닙니다. 정부가 의도한 것은 '무역정책과 산업정책의 결합' 입니다. 


1967년 11월 한국정부는 수입자유화 조치에 이어 탄력관세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탄력관세란 국내외 경제여건의 변화에 따라 관세율을 탄력적으로 운용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입 증대로 국내산업이 어렵거나 국제수지가 악화될 때 임시적으로 관세율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보호하기 위한 산업과 관련된 품목은 높은 관세를 유지하거나 더 높이고, 수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수입은 관세를 인하하였습니다. 또한, 국제경쟁력이 있는 국내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경쟁력을 갖춘 제품에 한해서 관세율을 인하하면서 체질 개선을 이끌었습니다. 


이렇게 정부는 발전단계에 있는 산업은 보호하기 위해 외국상품을 수입금지 리스트에 올리거나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산업은 외국상품 수입을 허가하고 관세율을 인하시켜 경쟁에 더욱 노출시키는 산업정책적 관점에서의 무역정책을 구사했습니다.




※ 산업정책의 정점 -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


<1973년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국민 여러분들에게 경제에 관한 하나의 중요한 선언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공업은 이제 바야흐로 중화학 공업 시대에 들어갔읍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부터 중화학 공업 육성의 시책에 중점을 두는 중화학 공업 정책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또 하나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국민들에세 내가 제창하고자 하는 것은, 이제부터 우리 모두가 전 국민의 과학화 운동을 전개하자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과학 기술을 배우고 익히고 개발을 해야 되겠읍니다. 그래야 우리 국력이 급속히 늘어날 수 있읍니다. 과학기술의 발달 없이는 우리가 절대로 선진 국가가 될 수 없읍니다.


80년대에 가서 우리가 100억 달러 수출, 중화학 공업의 육성 등등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 범국민적인 과학 기술의 개발에 총력을 집중해야 되겠읍니다. 이것은 국민 학교 아동에서부터 대학생,사회 성인까지 남녀노소할 것 없이 우리가 전부 기술을 배워야 되겠읍니다.


그래야만 국력이 빨리 신장하는 것입니다. 80년대 초에 추이가 100억 달러의 수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체 수출 상품 중에서 중화학 제품이 50%를 훨씬 더 넘게 차지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지금부터 철강,조선,기계,석유화학 등 중화학 공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서 이 분야의 제품 수출을 목적으로 강화하려고 추진하고 있읍니다.


- 출처 :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대통령 박정희, 1973년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

(강조표시는 블로그 글쓴이 본인이 한 것)


한국정부 산업정책의 정점은 1973년부터 중점적으로 시행된 중화학공업화 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중화학 공업 육성의 시책에 중점을 두는 중화학 공업 정책을 선언"하고 이를 통해 "80년대 100억 달러 수출"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1972년 수출달성액이 18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꿈 같은 목표를 제시한 겁니다.


1973년 이전 중화학공업 육성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부터 추구했던 종합제철소 건설은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재차 시도하였고(오늘날 포스코),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7-1971) 기간 중 석유화학단지를 울산에 조성하였습니다. 1960년대의 철강공업 · 석유화학공업 육성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 정책의 밑거름이 됩니다.


박정희정권이 1970년대 들어 중화학공업화를 더욱 중점적으로 추진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경제발전 도약을 위한 경제적이유. 둘째, 북한 무력도발 대응을 위한 군사안보적 이유 입니다.


1972년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72-1976)은 장기 수출계획으로 1981년 53억 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1972년 수출달성액 18억 달러와 그동안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나름 합리적인 목표입니다. 그러나 대통령 박정희는 1980년에 100억 달러 수출과 GNP 1,000 달러를 달성하기를 원하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공업 위주인 현재의 공업구조를 중화학공업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여기에 더하여,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의 방중으로 미중 데탕트가 형성되자,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했습니다. 이에 한국정부는 자립 · 자주 국력 배양을 위해 방위산업을 포함한 중화학 공업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1971년 말 대통령 경제2비서실은 <공업구조개편론>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하였고 1973년 1월 30일 <중화학공업화정책선언에 따른 공업구조 개편론>을 최종적으로 내놓았습니다. 


공업구조개편론 (마스터플랜)

(...)

제1장 계획작성

1. 수출 100억불 1인당 GNP 1,000불을 목표로 한 국가 산업 기본 모델을 작성한다. (...)


제2장 이념의 도출


1. 주도업종의 선점


. 본 계획 기간에는 중화학공업을 주도 육성 업종으로 한다. 특히 기계공업을 집중 육성한다.

1) 제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성공으로 경공업을 중심으로 한 공업구조를 구축했다. 중공업 유성을 위한 기초가 만들어졌다.

2) 종합제철 건설은 철강 관련 산업과 비철금속 등의 육성이 필요하다.


나. 일본에서는 57년부터 중화학공업 정책을 명백히 한 신장기 경제계획을 수립하여 오늘의 경제 대국으로 유도했다.

1) 일본의 중화학공업 정책의 배경은 자본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수요의 탄력성이 높고 기술 진보가 빠른 산업이라는 데 있었다.

2) 중화학공업화 정책선언 후 10년 만에 수출 100억불의 고지를 점령했다.


다. 중화학공업 정책은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영영 시기를 놓친다.

라. 주도업종으로서의 중화학공업과 병행하여 수출 특화산업은 계속 강화 육성한다,


2. 중화학공업

가. 중화학공업의 확대는 세계경제 및 무역확대의 기본 방향이다.

나. 중화학공업 중에서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할 업종은 ① 기계류 ② 조선 및 수송기계 ③ 철강 ④ 화학 ⑤ 전자공업이다. 이것은 화학 플랜트, 발전소, 조선 및 자동차 공업과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


(...)


- 김광모, 2015, 『중화학공업에 박정희의 혼이 살아 있다』에서 재인용


<공업구조개편론>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당시 박정희정권은 1950-60년대 일본의 중화학공업화 성공에 자극을 받았습니다. 일본은 1956년 수출액은 24억 달러에 불과하였지만 신 일본연도 개조론이란 정책하에 중화학공업화 정책을 실시하여 1967년 수출액 100억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정부는 집중육성 업종으로 선정한 ① 기계류 ② 조선 및 수송기계 ③ 철강 ④ 화학 ⑤ 전자공업 등을 실제로 키우기 위해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이미 건설해놓은 포항 제철소는 확장하여 북한보다 4.2배의 압연능력을 갖추고, 조선소는 울산 이외에 거제에도 추가 건설하여 세계 5위권내 조선강국으로 발돋움 하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여천(여수)에는 제3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여 세계 10위권의 생산능력을 1980년대 상반기까지 갖추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창원에 대단위 종합기게공장을 건설하여 기계류 및 대형플랜트의 완전 국산화와 원자력 발전설비 및 건설 중장비의 국산화를 추구했습니다. 구미에는 대규모 집적회로 등 최첨단기술의 전자부품 국산화와 가정용 정밀전자 기기 생산에 힘을 쏟았습니다. 



이러한 중화학공업화 정책은 대성공으로 돌아왔습니다. 1980년 목표 수출액은 100억 달러였는데 이를 3년이나 앞당겨서 달성하였고, 목표 1인당 GNP 1,000달러는 1979년에 성취하였습니다. 


1979년 수출상품 중 90% 이상이 공산품이었으며, 공산품 중 42.6%는 중공업 제품이었습니다. 중화학공업화 정책 시행 이전, 한국경제에서 중공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8.9%에 불과하였으나 1979년에는 54.7%로 급등하였습니다.


오늘날에도 중화학공업은 한국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포항 제철소, 울산 조선 · 자동차 · 화학, 광양 및 여수 제철소와 화학단지, 구미 전자단지 등 중화학산업은 지역경제를 떠받들고 있습니다. 요근래 조선 · 자동차 업황부진으로 인한 영남지역 고용쇼크는 이들 업종이 지역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으로 경제발전에 성공한 대한민국


이렇게 대한민국은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경제발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 추진하였던 내포적 공업화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1980년대 초반 발생했던 외채위기 속으로 중남미[각주:18]와 함께 빨려 들어갔을텐데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 되었습니다.


한국경제 발전과정을 간단하게나마 알게 되었으니, 글의 서두에서 제기했던 2가지 물음을 다시 생각해 봅시다.


첫째, 중남미와 달리 당시 한국이 대외지향적 수출진흥 산업화를 선택하였던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이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으로 선회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외화의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종합제철소 건설 등 공업 ·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계·생산설비 등 자본재(capital goods)를 수입해와야 했는데 국내자본으로는 턱도 없었습니다. 1962년, 내포적 공업화론자들이 시도했던 '통화개혁을 통한 내자 동원'은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습니다. 


런 상황에서 1963년 면방직산업의 획기적인 수출량 달성은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제 경제관료들은 '공산품 수출을 통한 외화 획득' 가능성에 자신감을 품게 되었고, 수출진흥 산업화로 방향을 선회한 보완 계획이 1964년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자, 그런데... "외화 부족에 직면한 한국이 대내지향 정책 대신 대외지향적 수출진흥형 산업화를 선택했다"는 논리는 무언가 이상합니다. 왜냐하면 경제발전 초기 중남미 또한 외화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남미는 오히려 '외화가 부족했기 때문에 수입대체 전략을 선택'[각주:19] 했습니다. 


이들은 "1차 상품 생산국인 우리는 수출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했고, 외환 소득이 언젠가는 부족해질 것이기 때문에 자본재를 다른 나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이런 연유로 중남미의 선택은 '자본재를 국내에서 생산함으로써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어느 하나의 요인이 충분조건으로서 수출진흥형 산업화를 유도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의 정책 선회는 단순한 외화 부족 이외에 여러 요인과 상황들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학자 기미야 다다시[각주:20]는 "내포적 공업화 전략이 좌절된 상황에서 남아있는 것을 고른 '잔여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반면, 박태균[각주:21]은 "미국의 압력에 의해 수출진흥체제가 시작"되었다고 바라봅니다. 


이완범[각주:22]은 "미국은 수출을 통해 국제수지 균형을 회복한다는 축소 균형적 생각을 했을 뿐, 수출지상주의는 수출을 통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확대균형적 발상이다. 이런 맥락에서 수출드라이브는 박정희가 가지고 있던 독창적 현실인식이 부분적으로나마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하며, 박정희의 공로를 강조합니다. 


반면, 최상오[각주:23] · 김두얼[각주:24] 등은 "(박정희정권 수립 이후 수출이 촉진되었다는 설명은) 1960년대 군사정변을 통해 집권한 세력이 제시한 역사관"이며 "민간과 정부는 이미 1950년대부터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합니다.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각자의 시각에 따라 다르고, 정확히 어떤 요인이 충분조건으로서 기능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니 충분조건으로 작용하는 요인은 애시당초 없을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생각할수록 "한 국가에게 성공으로 작용한 요인이 다른 국가에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둘째, 대외지향 수출진흥 산업화를 통한 한국 경제발전 성공은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 덕분으로 봐야하나,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 덕분으로 평가해야 하나?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국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건 분명합니다. 정부는 4차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81)을 수립하면서 목표달성을 위해 민간부문을 독려하였고, 대통령은 매월마다 수출진흥확대회의에 직접 참석하며 수출현황을 파악했습니다. 


수입금지와 높은 관세를 이용한 보호무역도 중점 산업을 육성하는데 성공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정부는 아직 경쟁력이 부족하여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산업은 수입장벽조치를 세워 외국과의 경쟁에 노출시키지 않았고, 수출보조금을 통해 지원하였습니다.


이를 보면 한국 경제발전 성공은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 덕분임이 분명한데, 왜 위와 같은 물음을 던지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100% 보호무역체제나 100% 자유무역체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성공에는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가 불러오는 이점들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정부는 특정 기업을 선정하여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만약 보호와 동시에 국내에 안주하게끔 하였다면, 기업의 생산성 정도가 아닌 정권과의 결탁여부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했을겁니다. 


또한, 자동차 · 조선 · 제철 · 전자 등 대형 산업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육성하였지만, 대외지향적인 정책이 아니었다면 좁은 국내시장 안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지 못했을 겁니다. 이들 산업은 초기 육성에 많은 고정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생산을 계속 증가시켜야만 비용이 감소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지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기업이 경쟁을 뚫고 해외에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느냐가 성공더욱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는 경제발전의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이것이 의도했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쟁'과 '해외진출을 통한 시장크기 확대' 등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살려야 합니다

(주 : '무역이 가져다주는 보이지 않는 이익'을 수입대체와 수출진흥이 대하는 방식에 대하여는 지난글 '● 무역이 가져다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implicit gain)' 참고


따라서 우리는 사고방식을 좀 더 세련되게 다듬어야 합니다.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가 중심인 가운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의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 

vs.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가 중심인 가운데 어떤 경우에서는 국가의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정책이 정당화 될 수 있다" 


이 둘은 별반 다른 게 없어 보이지만 현실 속 논의과정에서 큰 차이를 불러옵니다. 


전자를 말하는 사람들은 시대와 상황에 관계없이 국가주도의 적극적인 무역정책을 주장합니다. 과거 개도국이었던 한국과 오늘날 선진국인 한국의 차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리고 경제발전이 필요한 개도국과 경제강대국인 미국의 차이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후자를 말하는 사람들은 산업 · 무역정책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경우를 우선 진단합니다. 과도한 국가개입은 의도치 않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 나라가 국가주도 정책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다른 나라도 똑같은 성공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남미와 한국의 사례에서 처럼 말이죠. 


두 관점의 차이는 이후에 살펴볼 [유치산업보호론]과 [1980년대 미국의 보호무역] 그리고 [오늘날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국 내 무역논쟁]을 통해 더 극명하게 드러날 겁니다.




※ 한국경제 발전과정을 살펴보며 생각 넓히기 

- ① 수출로 외화를 많이 획득하는 것이 경제발전인가?


노파심에 한번 더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을 바로 잡겠습니다. 


이번글을 읽어나가면 "한국은 수출로 외화를 많이 획득해서 경제발전에 성공했구나"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때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을 아직 버리지 못한 사람은 '외화 획득 = 돈의 축적 = 경제발전 성공'이라고 생각할테고, 탈피한 사람은 '외화 획득 = 외국으로부터 자본재 수입 가능 = 경제발전 성공'으로 이해하실 겁니다.


한국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해 자동차 · 조선 · 제철 · 전자 등의 산업을 육성하고 싶어했습니다. 처음에 시도했던 건 국내자본(=내자)을 동원한 자본축적 이었는데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그리하여 선택한 방식은 외국으로부터 기계 · 생산설비 등 자본재(capital goods)를 수입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외화가 필요[각주:25]했습니다.    


즉, 한국이 수출진흥형 산업화 전략을 선택하고, 수출액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해 중화학 공업화를 추진한 이유는 '수출로 획득한 외화를 이용하여 자본재를 수입해오기 위해서' 입니다. 단순 수출 증가를 통한 외화 축적 그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 GDP 대비 수출액 - 수입액의 비중 변화 (1957~2017)

  • 한국은 수출진흥 산업화를 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년 수입액이 수출액을 초과하였다

  • 출처 : 한국은행 ECOS


만약 중상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박정희정권기 수출진흥 산업화 정책을 바라본다면, 과거 정권의 경제정책은 실패한 것처럼 보입니다. 수출을 촉진하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년 수입액이 수출액을 초과했기 때문입니다.


  • 총자본형성, 이른바 투자 증가율 (1957~2017)

  • 경제발전 초기, 한국은 막대한 투자를 함으로써 자본축적에 매진하였다

  • 출처 : 한국은행 ECOS


그러나 경제발전을 위해 중요한 건 경상수지 흑자 달성이 아니라 투자를 통한 자본축적 입니다. 한국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와 해외로부터의 차입(=대외부채)을 활용하여 외국의 자본재를 수입하였고, 이는 곧 막대한 투자로 이어졌습니다. 1960-70년대 경제발전기 한국의 연간 투자 증가율은 20%를 넘는 경우가 빈번하였습니다.

또한, '외국으로부터 자본유입 = 경상수지 적자'[각주:26]라는 경제학 공식을 이해한다면, 경제개발기에 '막대한 투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일어난 연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한국경제 발전과정을 살펴보며 생각 넓히기  

- ② 비교우위론을 따랐으면 한국에 제철소는 없었다?


자, 이제 이번글을 통해 도달하려고 했던 최종목적지에 왔습니다. 지금부터 다루는 이야기는 앞으로 소개할 [유치산업보호론] · [1980년대 미국 보호무역] · [전략적 무역정책 논쟁] 등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내용입니다.

데이비드 리카도가 1817년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을 통해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의 이점'을 주장한 이래로 오늘날까지 비교우위론은 국제무역논쟁의 주요 쟁점이 되어왔습니다. 


특히나 비교우위론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논쟁의 대상이 된 이유는 "현재의 비교우위 부문에 영원히 특화해야 하느냐?"와 "그렇다면 현재 비교열위인 제조업을 육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느냐?'에 있습니다.  


1817년 당시 영국인 리카도가 "비교우위에 입각하여 제조업에 특화하고 곡물을 수입해야한다" 주장[각주:27]한 이유는 '토지의 수확체감에서 벗어나서 높은 이윤율로 자본을 축적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영국은 수확체감 특성을 지닌 농업이 아니라 수확체증 특성인 제조업에 이미 비교우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주장입니다. 

  

따라서 "영국과는 달리 제조업이 아닌 농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는 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가?"라는 문제제기가 자연스레 나오게 되었고, 이는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논쟁[각주:28] 1950-70년대 수입대체 전략을 선택한 중남미[각주:29]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면, 농업 · 원자재 등 1차산업이나 단순한 공산품 생산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는 영원히 이것에만 특화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제조업 발달을 통한 산업화는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1950-60년대 한국 또한 다른 개발도상국들과 마찬가지 생각을 했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5·16 군사쿠데타 이후 군사정부 초기 경제정책을 고안했던 박희범이 내포적 공업화 전략을 추진한 배경에도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을 발달시킨 선진 산업국가에만 유리하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1964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수정 이후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으로 선회한 이후에도, 한국은 비교우위론을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습니다. 1970년대 시행된 중화학 공업화 정책이 대표적인 사례이고, 오늘날 전자 · 자동차 · 조선 · 제철 등등 모든 산업은 이때부터 집중적으로 육성되었습니다. 즉, 한국은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을 따라서 경제발전 경로를 밟아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시 한국이 비교우위론을 철저히 따라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지 않고 1차산업이나 단순 공산품 생산에만 집중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경제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봅시다. 


1962년 내포적 공업화 전략을 포기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종합제철공장 건설 좌절' 이었습니다. 군사정부는 1962년에 내놓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을 통해 제철소 건립을 내놓았는데, 미국국제개발처(USAID)는 이를 비관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 상황을 보도했던 당시 동아일보 기자 문구를 다시 살펴봅시다.


<AID가 본 한국공업건설 (上 제철소의 경우)>


▶ AID는 대체로 한국에서의 제철소 건설에 대해서 비관적인 견해


▶ 한국은 철광석과 코크스 탄 6천 칼로리 이상나는 역청회 등 제철에 필요한 자연자원이 극히 빈곤 (...) 빈약한 자원을 상대로해서 연간 25만톤의 제철소를 만든다는 것은 무모한 것


▶ 철광석을 100만톤, 석탄을 150만톤을 사오자면 적어도 3,500만불의 외화를 매년 지출하여야만 할 것이니 4,200만불의 수출실적 밖에는 못 가지 한국의 외화사정 아래서는 이 역시 불가능


▶ 설령 한국에 제철소를 지어준다고 해도 철의 시장경쟁은 지금도 치열하지만 장차 더욱 더 백열전을 전개할 것이니 과연 한국이 이웃나라인 일본과의 경쟁에서나마 견딜 수 있겠느냐


▶ 일본 (...) 경영기술에 있어서나 작업기술에 있어서나 7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 그러니까 한국에서 제련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철을 외국에서 수입해다 쓰는 편이 더 이롭다


- 이동욱, 1962년 10월 20일, 동아일보 칼럼/논단

- 네이버 옛날신문 라이브러리에서 발췌


미국이 종합제철소 건설을 반대했던 이유에는 "한국의 제철소 건설 시도가 비교우위 원리에 벗어난다" 라는 논리가 뒷받침 되어 있었습니다. 비교우위가 아닌 산업에 특화하려고 시도하기 보다는 당시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에 특화한 뒤 비교열위인 철을 수입하라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다들 아시다시피, 오늘날 한국은 세계 1위 제철소로 평가받는 POSCO(구 포항제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박정희정권은 60년대 초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종합제철소 건립을 시도하였고, 한일수교 이후 받은 대일청구권 자금을 활용하여 포항제철을 설립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즉, 한국의 제철소 건립 과정은 '비교우위론'과 '유치산업보호론'을 둘러싼 논쟁에서 후자의 정당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론이 나타난 이유에는 '비교우위론이 정태적 우위(static advantage)만 고려하여 특화를 결정'케 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한국이 제철소를 건립한다면 향후 철강업종에 비교우위를 띄며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있는데(dynamic advantage), 비교우위론은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치 않고 현재의 상황만 따지고 있습니다.


1960년대 당시 일본이 한국에 비해서 철강산업에 경쟁력을 가지게 된 연유는 선천적으로 제철기술이 뛰어나거나 철광석 등 부존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일본이 한국보다 70년 일찍 철강업을 시작한 역사적 배경 덕분(historical accident) 입니다. 반대로 한국이 일본보다 일찍 제철소를 건립했더라면 1960년대 당시의 비교우위는 한국이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정부가 철강산업을 보호하면서 육성하면서 70년이라는 시간을 따라잡으면, 장기적으로는 일본보다 경쟁력 있는 제철소를 보유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일본을 따라잡는 동안에 한국 제철소는 큰 손실을 보겠지만, 정부보조를 받아서 버틴다면 언젠가는 우위를 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지금 제철산업에 비교우위가 있느냐"를 따지기 보다는 "향후 제철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느냐"라는 물음을 던져야 마땅합니다. 한국정부는 후자의 물음을 던진 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고, 그 결과는 오늘날 우리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모든 국가가 어느 경우에나 비교우위론을 탈피한 이후 유치산업 보호를 통해 경제발전 달성에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1960년대 비교우위론을 따르라는 미국의 조언을 무시하고, 결국 세계 제1위 제철소를 보유하는데 성공한 한국의 특수한 사례를 기억하십시오. 


앞으로 다음글 [유치산업보호론]을 통해, 어떤 경우에 유치산업보호론이 정당화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한국정부의 시도가 다행히도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를 살펴볼 겁니다.


 

  1. 대한민국 주식회사 - 대마불사를 초래한 정부와 기업의 리스크 분담http://joohyeon.com/171 [본문으로]
  2.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http://joohyeon.com/169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http://joohyeon.com/269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http://joohyeon.com/269 [본문으로]
  5.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http://joohyeon.com/268 [본문으로]
  6.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joohyeon.com/269 [본문으로]
  7. 수출확대를 통해 대외로 뻗어나가는 '외연적 산업화 전략'(extensive)과 대비되는 의미 [본문으로]
  8. 박희범, 1968, 한국경제성장론 71쪽. 기미야 다다시, 2008, 박정희정부의 선택 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9. 박희범, 1968, 한국경제성장론 81쪽. 기미야 다다시, 2008, 박정희정부의 선택 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10. 기미야 다다시, 2008, 박정희 정부의 선택, 4장 내포적 공업화 전략의 좌절 - 1. 통화개혁을 둘러싼 정치과정 [본문으로]
  11. 기미야 다다시, 2008, 박정희 정부의 선택, 4장 내포적 공업화 전략의 좌절 - 1. 통화개혁을 둘러싼 정치과정 [본문으로]
  12.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http://joohyeon.com/217 [본문으로]
  13. 서문석, 2009, 해방 이후 한국 면방직산업의 수출체제 형성 [본문으로]
  14. 최상오, 2010, 한국에서 수출지향공업화정책의 형성과정 - 1960년대 초 이후 급속한 수출 성장 원인에 대한 일 고찰 [본문으로]
  15. 김두얼, 2016,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경제성장의 기원, 1953-1965 [본문으로]
  16. 기미야 다다시, 2008, 한국정부의 선택에서 인용 [본문으로]
  17. 기미야 다다시, 2008, 한국정부의 선택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18.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joohyeon.com/269 [본문으로]
  19.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joohyeon.com/269 [본문으로]
  20. 기미야 다다시, 2008, 박정희 정부의 선택 [본문으로]
  21. 박태균, 2013, 원형과 변용 [본문으로]
  22. 이완범, 2006, 박정희와 한강의 기적 [본문으로]
  23. 최상오, 2010, 한국에서 수출지향공업화정책의 형성과정 -1960년대 초 이후 급속한 수출 성장 원인에 대한 일 고찰- [본문으로]
  24. 김두얼, 2016,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경제성장의 기원, 1953-1965 [본문으로]
  25.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http://joohyeon.com/237 [본문으로]
  26.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http://joohyeon.com/237 [본문으로]
  27.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28.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http://joohyeon.com/268 [본문으로]
  29.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joohyeon.com/269 [본문으로]
  1. ㅇㅇ
    재밌게 잘 보고있습니다. 정리도 잘 되어있고 왠만한 책보다 훨씬 좋아요 ㅎㅎ
  2. 대조군이라고 할만한 공업화를 아예 시도하지 않고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그리고 그 연계산업)에 집중한 국가가 있을까요?
  3. ㅇㅇ
    궁금한것이 어째서 60년대 70년대는 물가상승률이 높았을까요?
    동시대 대만은 저물가를 달성했는데 이와 비교해서 열등함을 드러내는 결과인가요?
    자세한 답변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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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Posted at 2018.09.30 14:34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무엇이 대한민국과 주요 중남미 국가들 간에 큰 격차를 초래했을까


  • 1953~2014년 한국 및 주요 중남미 국가들의 실질 GDP 변화 추이 
  • 측정단위 : 2011년 미국 달러 PPP 기준, 실질 GDP
  • 출처 : Penn World Table version 9.0


1950~60년대 한국은 주요 중남미 국가들보다 가난했습니다. 한국전쟁이 멈춘 1953년 한국의 GDP(2011년 미국 달러 PPP 기준)는 21억 달러 였고, 아르헨티나 · 칠레 · 베네수엘라는 각각 49억 · 29억 · 39억 달러였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오늘날 한국의 경제규모는 대부분 중남미 국가들보다 월등히 큽니다. 2014년 한국의 GDP는 1조 7500억 달러인 반면, 아르헨티나 · 칠레 · 베네수엘라는 각각 8,600억 · 3,800억 · 4,700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무엇이 대한민국과 주요 중남미 국가들 간에 큰 격차(divergence)를 초래한 것일까요? 


우선, 한국과 중남미 국가들이 어느 시점부터 다른 길을 걷게 되었는지 살펴봅시다.


  • 왼쪽 : 1953~69년 한국 및 주요 중남미 국가들의 실질 GDP 변화 추이
  • 오른쪽 : 1970~90년 한국 및 주요 중남미 국가들의 실질 GDP 변화 추이 


왼쪽 그래프를 살펴보면, ▷한국과 중남미는 1960년대 초반까지는 비슷한 추세를 보이다가, 한국이 196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오른쪽 그래프에 나오듯이, 한국은 1970년대에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갑니다. 1979년 이후 잠깐 주춤하다 1986년부터는 중남미 국가들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길을 걷게 되죠. 


한국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는 다들 알고 계십니다. 


1961년 군사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찬탈한 박정희정권이 기존 경제개발 계획을 수정한 이후, 한국은 수출진흥형 산업화 전략(export-oriented industrialization)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갔습니다. 박정희정권은 수출기업에 각종 특혜를 제공해주며 수출을 독려하였습니다. 또한 기업이 특혜를 악용하여 국내시장에서 독점자로서만 행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규율도 부과했습니다[각주:1]


1970년대부터는 중화학 공업화를 추진하였고, 제조업 설비투자에서 중화학 공업 비중이 76%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또한, 수출액에서 제조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1963년 15%에서 1995년 92%로 커졌죠. 


이러한 수출진흥형 산업화 및 중화학 공업화 전략이 평탄한 길만 걸어온 것은 아닙니다. 


1979년 제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중화학 공장들의 가동률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당시 한국은 시장의 자연발생이 아닌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으로 중화학 공업을 육성했던지라, 비효율 및 중복투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1979년 미 연준 의장이 된 폴 볼커가 통화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국제적 고금리 환경이 조성된 결과, 중화학 공업화를 위해 많은 외채를 끌어왔던 한국은 외채위기를 겪게 됩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지속적으로 수출증가 및 대외지향적인 정책을 추진해온 덕분에 위기에서 신속히 탈출할 수 있었고, 1986년 3저호황에 힘입어 또 다시 고도성장기를 경험한 결과, 중남미 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제수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주요 중남미 국가들 내에서는 무슨 일이 발생했던 걸까요?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은 한국과는 정반대의 산업화 전략을 선택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참담한 결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이번글에서는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산업화 전략이 무엇이며 · 왜 그런 선택을 하였는지 ·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떻게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이란 무엇인가

(Import-Substitution Industrialization)


식민지 해방 이후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산업화 전략은 '수입대체'(Import Substitution) 였습니다. 입대체란 '외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던 재화 및 서비스, 특히 제조업 수입상품을 국내에서 만든 생산품으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무역을 통해 외국에서 수입해오던 상품을 더 이상 수입하지 않고, 대신 국내에서 직접 만든다는 말입니다.


중남미가 선택한 수입대체 전략이 한국의 수출진흥 전략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수출은 해외에 판매하여 돈을 벌고, 수입대체는 해외로부터 물건을 구매하지 않으니 돈을 아낀다는 점이 다른 걸까요? 그런 식으로 무역과 성장을 바라보면 안됩니다. 덤 스미스가 중상주의를 비판했던 논리[각주:2]를 소개할 때 말했듯이, 화폐와 금은 등의 재화를 축적하는 것은 현대자본주의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각주:3].


수출을 증가시킨다는 말은 비교우위를 가지는 부문에 더 집중한다는 뜻이며, 이를 통해 자원을 생산성이 높은 곳에 집중하여 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습니다[allocation & efficiency]. 수출을 통해 산업화를 달성한다는 말은 해외시장에 물건을 팔아서 얻게 된 외화로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설비 · 기계 등 자본재를 수입해와 물적자본을 축적한다는 의미입니다[dynamic gain]. 


또한, 무역을 통해 시장크기가 확대됨으로써 규모의 경제도 달성할 수 있으며[scale effect], 해외기업과의 접촉 및 경쟁증대로 국내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습니다[technology diffusion & competition effect].       


이렇게 많은 사항들을 관통하는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의 핵심은 '비교우위에 특화하여 교역량을 늘려나갔다(수출+수입↑)'는 점에 있습니다. 


만약 비교우위에 집중하여 수출을 늘려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나라와 교환할 상품도 없으니 수입도 줄어들 뿐더러 아예 교역 자체가 어렵습니다. 다른나라와 무역을 하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질 뿐더러 생산자들도 외국 자본재를 싸게 들여와 사용할 수 있을텐데, 무역을 하지 않으면 이러한 정태적 이익(static gain)을 누리지 못합니다. 


즉, 한국은 앞선 글들[각주:4]을 통해 살펴보았던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점'[각주:5]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경제발전 전략을 선택했던 겁니다.


반면, 중남미가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은 '비교우위 원리를 따르지 않고 자급자족 경제를 운용하는 것(수출+수입↓)'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가 비교열위를 가진 상품을 직접 만들지 않고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온다면 더 싼 가격에 상품을 이용하게 되고, 국내의 한정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인 곳(비교우위를 가진 수출부문)에 쓸 수 있는데, 수입대체 전략은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입과 수출 모두 위축되고 맙니다.


왜 중남미 국가들은 이렇게 미련해 보이는 결정을 했을까요?


이전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를 읽으신 분들이라면, "호주가 보호무역으로 이득을 취한 경우를 보면, 비교우위론과 자유무역을 거부한 중남미 국가들의 선택을 무조건 미련하다고 볼 수는 없지 않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겁니다.


1920~30년대 호주는 "영국과는 정반대 상황에 놓여있는 호주는 보호무역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자유무역을 거부했습니다. 호주는 영국과는 정반대로,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인 국가였습니다. 


호주가 우려했던 것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primary sector)에 특화하여 성장할수록, 수확체감 산업만 발전하여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 교역조건이 하락하여 생활수준이 감소할 가능성' 이었습니다.  


이때, 수입상품에 관세(import tariff)를 부과하면,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 따라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교역조건 개선으로 '국민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보면,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정책이 '영국과는 다른 상황에 처한 국가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시 중남미 국가들 입장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선택으로 느껴지죠.


그러나 '단순히 수입관세 부과를 통해 특정 산업을 보호하는 것(import tariff) 혹은 일시적으로 무역장벽을 높이는 것(temporary protection)'과 '아예 무역체제를 대내지향적으로 만드는 것(inward-looking trade regime)'은 크게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중남미 국가들이 행한 수입대체 전략은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을 중단하여 대외의존도를 줄이는 '전통적인 anti export bias of protectionism' 이었습니다. 이는 호주의 보호무역주의와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중남미 국가들이 대외교역에 보였던 태도가 얼마나 페쇄적이었는지는 한국과 비교해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과거 한국이 수출진흥형 전략을 택했다고는 하나, 100% 자유무역을 실시했던 것은 아닙니다. 무역개방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은 보호했으며, 미래를 위해 발전시켜야겠다고 판단한 산업은 전략적으로 선별하여 키워나갔습니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밀어부친 중화학 공업화가 그 예시입니다. 


이렇게 한국은 부분적인 수입대체를 시행했음에도, 중남미와는 달리 대외적으로 개방된 무역체제를 항상 추구하면서 교역량을 증가해 나갔습니다.


중남미 국가들은 왜 해방 이후 아예 문을 꽁꽁 잠그는 선택을 했던 것일까요? 모든 선택에는 나름의 논리와 이유가 있습니다. 이제 그들의 논리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왜 중남미 국가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했나

- ① 산업화를 위해서 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

- [유치산업보호론], 제조업 육성을 위한 국가개입을 정당화 하는데 이용되다


호주가 영국과는 다른 길을 간 배경이 있던 것과 마찬가지로, 중남미 국가들이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선택한 데에는 나름의 논리와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중남미 국가들은 자신들의 독특한 경제구조를 살펴보고 향후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이후에 결정을 내렸었습니다.  

 

중남미 국가들이 자유무역체제를 멀리한 논리와 이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교우위에 따라 특화해야 하는 산업은 영원히 고정되는가

- 현재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이 아니라 다른 산업을 성장 시키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개발도상국이 꿈꾸었던 발전된 경제의 모습은 허허벌판이었던 지역에 공장이 들어서고 공산품이 쏟아져 나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던 울산에 조선소와 자동차 공장이 건설되고 선박과 자동차가 만들어지기 시작하자 "이제 한국경제도 발전했다" 라고 우리 윗세대분들이 느꼈던 그 감정입니다.


중남미 국가들은 '산업화 = 제조업 발전'으로 인식했습니다.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을 키워야 합니다.  


그러나 당시(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구조와 비교우위는 제조업이 아니라 농업 · 원자재 등과 같은 1차 상품 생산에 있습니다. 이들은 제조상품을 생산해낼 능력이 없었고, 더 나아가서 생활수준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원인으로 '1차 상품 생산에 치중된 경제구조'를 꼽았습니다. (developing economies' production structures were heavily oriented toward primary commodity production)


이런 상황에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정책을 실시하면 "우리 중남미 국가들은 평생 1차 상품 생산에만 특화하는 것 아니냐"(developing countries would forever specialize in primary commodities)는 우려를 하게 되었습니다.


산업화를 위해서는 독특한 경제구조에서 탈피하여 제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1차 상품 생산에 더욱 특화해야 하며, 더욱이 공산품은 평생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게 이익이다" 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보이는 비교우위론. 당시 중남미 국가들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할 수 밖에 없던 이유입니다.


  • 왼쪽 : 알렉산더 해밀턴 (Alexander Hamilton), 1755 or 1757~1804

  • 오른쪽 : 프리드리히 리스트 (Friedrich List), 1789~1846


▶ 유치산업보호론 (Infant-Industry Argument)

- 정부의 일시적인 개입으로 비교우위를 인위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


이때, [유치산업보호론]은 중남미 국가들의 불만을 정당화 시켜주는 이론으로 보였습니다. 


19세기 초,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 프리드리히 리스트(Friedrich List) 등은 "경제발전의 초기 단계에 있는 국가에서는 제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일시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유무역이론에 반하는 논리를 개발해 냅니다. 여기서 정부의 시장개입수단은 외국 제조업 상품 수입제한 · 국내 제조업 기업 보조금 지원 · 국영기업 육성 등입니다.


유치산업보호론(Infant-Industry Argument)은 말그대로 '어린아이와 마찬가지의 상태에 놓여있는 산업을 발전과정 초기에 외국과의 경쟁에서 보호함으로써 육성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되지만, 초기에는 경쟁력이 없는 산업은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경쟁에서 패배하고 말겁니다. 이때 정부가 외국 제조업 상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국내 제조업 기업에게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국영기업을 육성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은 수입대체 전략과 동의어가 아닙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은 '정부의 일시적인 개입(temporary intervention)'으로 '비교우위 산업을 인위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creation)는 것이 핵심이지, 수입대체 전략처럼 무역의존도를 줄이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수입대체 전략을 옹호하는 측은 '제조업 육성을 위한 보호정책의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치산업보호론의 논리를 차용했습니다.(appeal for import substitution to yield a justification for protection of newly established manufacturing industries in developing countries.)


(주 : 유치산업보호론에 대해서는 다음글에서 더 깊이 다룰 계획입니다.)




※ 왜 중남미 국가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했나

- ② 1차 상품 특화는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

- [궁핍화성장]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은 교역조건 악화를 초래
  •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자국 RS 이동은 세계시장 RS도 이동시켜 세계시장 가격을 변화시킴


비교우위에 특화하여 생산을 늘려나갈 때, 교역조건이 갈수록 악화되면 어떻게 하나

- 석유 · 농산품 같은 1차 상품(raw material)을 생산하는 국가에게 비교우위론은 해롭다


중남미 국가들이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한 또 다른 이유는 '1차 상품 생산 확대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the terms of trade had inexorably deteriorated against primary commodities and would continue to do so)에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글에서 살펴본 호주가 우려했던 사항[각주:6]과 동일합니다. 


자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은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을 증가시켜 교역조건을 악화시킵니다. 이때 자국이 세계시장에 조그마한 영향만 미친다면 자국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은 변동이 없습니다. 그러나 부분의 1차 상품은 수출국가의 공급에 따라 세계시장의 공급이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교역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게다가 '1차 상품 수요에 대한 세계 소득 탄력성은 낮기 때문에 1차 상품에 특화하면 수출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것'(the global income elasticities of demand for primary commodities were low. export earnings would not grow very rapidly)이라고 중남미 국가들은 판단하였고 이는 수출비관주의(export pessimism)로 이어졌습니다 


이말인즉슨, 다른 나라들이 경제성장을 달성하여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1차 상품 수요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개인을 예시로 들면,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했을 때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전자제품 · 자동차 등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지, 식료품 등 원자재에 대한 지출은 먹는 양이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변동이 적을 겁니다. 따라서 공산품이 아니라 농산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수출로 인해 얻게되는 이익이 느리게 증가하고 맙니다.


  • 왼쪽 : 해리 G. 존슨(Harry G. Johnson), 1923~1977

  • 오른쪽 :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 1934~


▶ 궁핍화 성장 (Immiserizing Growth)

-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후생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가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오히려 후생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논리는 다시 생각해보면 매우 독특합니다. 특화로 인해 비교우위 산업이 더 발달하는 경제성장(biased-growth)이 이루어졌는데, 소득 및 후생수준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이러한 맥락에서 '궁핍화 성장'(Immiserizing Growth) 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됩니다. 궁핍화 성장 논의의 발전에는 2명의 경제학자가 기여를 했습니다.


경제학자 해리 G. 존슨(Harry G. Johnson)은 1955년 논문 <경제확장과 국제무역>(<Economic Expansion and International Trade>)을 통해서, (우리가 지난글 교역조건 논의에서 살펴봤던[각주:7]특정부문 성장에 따른 교역조건 변화를 설명했습니다(the impact of the expansion on the terms of trade). 수출편향 성장은 교역조건이 감소하고, 수입편향 성장은 교역조건이 증가합니다. 


또 다른 경제학자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는 1958년에 두 개의 논문 <궁핍화성장: 기하적 관점>(<Immiserizing Growth: A Geometrical Note>)과 <국제무역과 경제확장>(<International Trade and Economic Expansion>)을 통해서, 교역조건 변화가 후생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습니다(the resultant change in the welfare of the trading nations). 이때, 제성장이 교역조건 악화를 초래해 후생손을 불러오는 '궁핍화성장'(Immiserizing Growth) 가능성을 제기하여 경제학계에 이름을 남겼죠.


즉, 해리 G. 존슨의 1955년 논문은 어느 부문이 더 성장하느냐에 따라 교역조건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direction)를 설명했다면, 자그디쉬 바그와티의 1958년 논문은 이러한 교역조건 변화가 후생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는지(extent)를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을 기반으로, 중남미 국가들은 비교우위를 띄는 산업(=1차 산업)이 확장하여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교역조건이 악화되어 국민들의 후생은 오히려 감소할 수도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1차 상품 특화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었고, 중남미 국가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대신할 무역체제를 선택하게 됩니다.




※ 왜 중남미 국가들은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선택했나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축적은 수입대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앞서 살펴본 '중남미 국가들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한 이유'는 그저 '왜 이들이 자유무역을 꺼리는지에 대한 합당한 논리(?)'를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자유무역론을 완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하더라도, (한국의 사례처럼) 적절한 보호무역정책을 구사하면서도 대외지향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차츰차츰 교역량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중남미 국가들은 아예 대외의존도를 확 줄여버리는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선택한 것일까요?


이제 '자유무역을 멀리할 수 밖에 없었던 소극적 이유'에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선택한 적극적 이유'를 알아봅시다.   


경제성장 달성에 있어 중요한 건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각주:8] 입니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product)을 늘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기계 · 설비 등의 물적자본(physical capital) 축적이 생산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다른 저개발국 모두가 그러하듯이) 당시 중남미는 이렇다할 물적자본이 없었습니다. 대신 수많은 잉여 근로자(surplus labor)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즉, 자본은 희귀한 요소(scarce factor)이고 근로자는 자유재(free good) 입니다. 그렇다면 기계 대신 수많은 근로자를 생산과정에 투입하여 생산량을 늘려가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투입량을 증가시켜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물적자본에 비해 근로자의 한계생산성은 낮기 때문에, 노동투입량을 늘린다고 해서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물적자본 없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기술 · 교육 수준을 향상시켜야 하는데, 당시 중남미 여건에서는 오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결국 "경제성장을 위해 물적자본을 어떻게 축적해야 할까"의 문제로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습니다. 


저개발국이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서 물적자본을 축적하는 좋은 방법은 '외국으로부터 자본재를 수입해 오는 것'(capital goods imports)[각주:9] 입니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받은 차관 · 일본의 배상금 · 베트남 파병 ·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등의 방법으로 달러화를 들여왔습니다. 외국에게서 받은 달러화를 사용하여, 기계· 설비 등 외국에서 생산된 자본재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증가시켰죠.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은 자본축적을 대외의존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앞서 보았듯이, 이들은 "1차 상품 생산국인 우리는 수출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본재를 수입해오기 위해 필요한 외환소득(foreign exchange earnings)이 언젠가는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따라서 자본재 생산을 다른 나라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합니다.


결국 남은 선택은 '자본재를 국내에서 생산함으로써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것'(growth could follow only if domestic production of import-competing goods could expand rapidly)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국내 제조업 기업을 육성하여 기계 · 설비 등의 물적자본을 직접 만드는 방법이 당시 중남미로에게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였습니다.




※ 중남미가 수입대체 산업화를 선택한 사상 및 정치경제학적 배

- 대공황과 2차대전 이후, 새롭게 부상한 민족적 산업 부르주아 계급

-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으로 얻으려고 했던 목표들

라울 프레비쉬, 국제경제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논하며 비교우위론의 문제점을 비판하다


앞서 이야기한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한 이유 및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선택한 적극적인 이유는 경제학의 논리를 이용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중남미의 경제발전 과정을 돌아볼 때 더욱 중요한 것은 '사상 및 정치경제학적 배경' 입니다. 


● 대공황과 2차대전 이후, 새롭게 부상한 민족적 산업 부르주아 계급


중남미 국가들은 원래 1차상품을 수출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대외지향적 노선을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스페인 · 포르투갈 등 유럽열강의 식민지배를 받아온 중남미에서 농장 및 광산의 경영주들은 식민 모국으로 상품을 수출하며 이득을 챙겨왔습니다. 19세기 독립 이후에도 경영주들은 여전히 지배적인 지위를 유지하였기 때문에, 유럽 및 미국으로 1차상품을 수출하는 발전전략이 이들의 이해관계에 맞았습니다.


그런데 1929년 대공황과 2차대전은 중남미 국가들에게 대외지향적 노선이 옳은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지면서 수출에 의존하고 있던 중남미 경제도 타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더욱 중요한 점은 "대공황과 세계대전으로 인해 외국자본과 관련된 세력들이 크게 약화되어 있는 기간 동안에 형성된 중남미의 민족적 산업 부르주아 계급은 1940년대 이후 여러 지역들에서 정권을 장악함으로써 지배계급으로 등장하게 된 바, 이들은 자기이익보호를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관행으로 되어 온 국제분업의 조건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각주:10]이었습니다. 


1차 상품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는 농장 및 광산의 경영주에게만 이익이 되었지, 일반 노동자는 높은 임금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과거부터 농장과 광산을 지배해온 경영주들은 식민 모국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었고, 외국자본이 직접 소유한 곳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새롭게 부상한 중남미의 민족적 산업 부르주아 계급은 이전과는 다른 경제발전 전략을 필요로 하였고, "이러한 분위기에서 중남미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의 원인을 설명하고 또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며, 내부지향적 발전노선을 강조하는 결집력 있는 이데올로기와 경제계획이 마련되기 시작"[각주:11] 했습니다.


그 경제계획이 바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Import-Substitution Industrialization) 이었습니다.


● 민족적 산업 부르주아 계급이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으로 얻으려고 했던 목표들


외국무역에의 종속으로부터 저발전국들을 구제해 주고 자율적으로 규제되는 경제를 탄생시키게 될 것이다.


외국무역을 위한 생산에 전념해 온 전통적인 과두지배자들(지주, 광산주, 수출업자 등)이 약화될 것이고, 권력의 재분배는 중간계급 및 하층계급의 참여를 증대시키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적 민주화과정이 기대될 수 있을 것이다.


③  민주화는 … 보다 균등한 소득분배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며, 공업화는 농촌대중들을 생산자로서 뿐만 아니라 소비자로서 현대 자본주의적 생산체계에 통합시키게 될 것이다


④ 경제가 '내부지향적'으로 바뀜에 따라 국가적 정책규정의 중심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 과두지배자들의 몰락, 중간계급의 강화, 빈곤한 계층들의 대량소비사회로의 경제적 통합 등은 독립적인 국가사회 및 독립적인 정부기구의 형성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⑤ 마지막으로 의식수준에서 산업발전은 독립적인 사회의 기반을 만듦으로써 과학적 기술적 그리고 문화적 후진성을 극복할 수 있게 할 것이다.


- Dos Santos. 1976. 『Contemporary Crisis of Capitalism』. 65쪽

- 염홍철. 1988. 『제3세계와 종속이론』 제2판. 37쪽에서 재인용


중남미의 새로운 지배계급이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으로 얻으려고 했던 목표는 간단히 말해 '외국에 의존하지 않는 자립경제' '민족의 이익 극대화' 입니다. 


1차 상품 수출을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전략은 외국의 수요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초래합니다. 민족을 우선하는 계급은 이를 '중심국에의 종속'(Dependence)[각주:12]으로 보았습니다. 중심부(core)인 외국에서 1차상품 수요가 늘면 주변부(periphery)에 위치한 중남미 국가 경제도 발전하지만, 반대로 중심부에서 수요가 줄면 주변부의 경제는 침체에 빠집니다. 


이처럼 "종속은 특정한 국가집단이 다른 경제의 발전과 확산에 의해 제약받는 경제를 가지고 있는 상황"[각주:13]을 의미합니다. 제조업을 통해 산업화에 성공한 "지배국가는 팽창하고 스스로의 발전에 자극을 가할 수 있는 반면, 1차상품 수출에 의존하는 종속국가는 이러한 팽창의 반사로써밖에 발전할 수 없을 때 종속의 형태를 갖"게 됩니다[각주:14]


민족적 산업 부르주아 계급은 이를 '신식민주의'(Neo-colonialism)으로 보았고, 완전한 독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입대체 산업화를 통해 대내적으로 완결성을 가진 자립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은 본질적으로 민족자본가 계층 이데올로기의 발로 입니다.


● 라울 프레비쉬, 국제경제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논하며 비교우위론의 문제점을 비판하다

  

  • 라울 프레비쉬(Raul Prebisch), 1901-86년

  • 1950-63년 기간동안 라틴 아메리카 경제위원회(ECLA) 사무총장 역임


중심부에로의 종속에서 벗어나 민족의 이익을 극대화 하겠다고 무작정 수입대체 전략을 구사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이전의 대외지향적 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적 이론이 뒷받침 되어야 하죠. 그 이론을 제공해준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아르헨티나 출신 경제학자 라울 프레비쉬(Raul Prebisch) 입니다.


라울 프레비쉬는 비판하는 것은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각주:15][각주:16] 입니다. 


지난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비교우위론은 '각국이 비교우위 부문에 특화한 이후 상품을 교환하면 상호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이에 따르면 유럽 · 미국 등 선진 산업국은 제조업 상품 생산에 특화하고, 산업화를 달성하지 못한 중남미와 같은 저개발국은 제조업 이외의 다른 분야에 집중하는 게 모두에게 이익(=비교열위 상품의 소비가능량 증가)을 안겨다 줍니다.


그러나 프레비쉬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을 하면, 기술진보의 혜택은 중심부-주변부 간에 공평하게 배분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합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① 1차상품 수요의 낮은 소득탄력성 ② 1차상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 입니다. 이 요인은 앞서 '▶ 비교우위에 특화하여 생산을 늘려나갈 때, 교역조건이 갈수록 악화되면 어떻게 하나'에서 소개한 것과 동일하지만, 논리는 약간 다릅니다. 



위의 표는 시기별 중남미 국가의 교역조건 지수를 보여주고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876-80년에는 주어진 1차상품의 양으로 100개의 제조업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으나, 1946-47년에는 고작 68.7개 밖에 얻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왜 교역조건이 중남미에게 불리하게 변하는 것일까요? 앞에서는 "대부분의 1차 상품은 수출국가의 공급에 따라 세계시장의 공급이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교역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라고 설명했는데, 프레비쉬가 주목한 것은 '생산성과 임금 그리고 상품가격 간의 관계'(price relations) 입니다.


일반적으로 생산성 향상은 1차상품 부문 보다는 제조업 부문에서 이루어 집니다. 그럼 1차상품보다 제조업에 집중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다시 한번,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과 교역조건[각주:17]을 기억하십시오. 


기술진보는 똑같은 생산요소로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은 대개 상품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제조업 상품 가격 하락은 교역조건이 1차 상품 생산국에게 유리하게 변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전세계에 공평하게 배분되도록 만들어줍니다[각주:18]. 중남미는 현재의 비교우위에서 탈피하여 굳이 제조업을 키우는 산업화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각주:19].


프레비쉬는 비교우위론의 이와 같은 설명이 현실과는 완전히 상반된다고 지적합니다. 위의 표를 통해서도 이론과는 다른 상황을 볼 수 있었죠.


그는 "기술진보가 발생하더라도 제조업 상품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생산성 향상에 맞추어 제조업 근로자 임금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라고 설명합니다. 선진국 제조업 근로자는 노동조합을 통해 잘 조직되어 있기 때문에, 생산성 증가에 맞는 임금상승을 얻게 되고, 상품 가격도 올라가게 됩니다. 


반면 중남미와 같은 저개발국은 대량의 유휴 노동력의 존재로 인해 임금 상승 압력이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역을 통해 선진국 생산성 향상의 영향이 흘러오더라도, 1차 상품가격과 근로자의 임금은 상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조업 상품 가격은 계속 상승하는 반면 1차상품 가격은 오르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교역조건은 중남미에게 불리해집니다. 그 결과, 제조업을 가진 선발 산업국가는 기술진보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얻게 되고, 중남미와 같은 후발 산업국가는 이를 공유하지 못합니다[각주:20].


프레비쉬는 이러한 현상을 가치중립적인 경제학논리로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미 제조업을 보유한 중심부(core)와 1차상품 특화에 의존하는 주변부(periphery)라는 국제경제체제의 구조적 특성이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합니다. 중심부-주변부 간 불평등을 시정하고 저개발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구조적 특성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은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나 

-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 무역체제에 따른 수출소득 및 실질GDP 증가율

  • 출처 : Anne O. Krueger. 1983. The Effects of Trade Strategies on Growth 


이처럼 중남미의 독특한 경제구조 · 역사적 배경 · 정치사상적 뒷받침 · 국제경제구조 등을 고려하여 나름 합리적인 이유로 선택되었던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제조업 상품 및 자본재 수입을 국내 생산으로 대체하여 대외의존을 줄이려고 했던 이 전략은 기대와는 달리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는 글의 서두에서 보았던 오늘날 동아시아와 중남미 간의 격차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수입대체 정책을 펼치다 수출진흥으로 돌아선 국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브라질은 1960년대 중반 이후 수출진흥으로 돌아서면서 수출소득 및 실질GDP가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또한 1963~65년을 기점으로 수출진흥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경제발전에 성공했습니다.


도대체 수입대체 정책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길래 경제발전 실패로 이어졌을까요? 이번 파트에서 수입대체 전략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봅시다.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이 실패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무역이 가져다주는 눈에 보이는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둘째, 무역이 가져다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을 생각치 못한 것 입니다.


● 무역이 가져다주는 눈에 보이는 이익(explicit gain)

- 수출을 통해 획득한 외환소득으로 비교열위 상품을 싸게 구입

- 수입대체는 외환소득도 얻지 못하고, 상품을 비싸게 구입하는 꼴이 된다


'수출'(export)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외화를 벌어들인다'(foreign earnings) 입니다. 중상주의자들은 여기에서 사고가 멈추지만, 국제무역이론을 공부한 사람들은 벌어들인 외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바로,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각주:21]리카도의 비교우위론[각주:22]이 공통적으로 말한 무역의 이익인 '비교열위 상품을 싸게 구입한다'(relative lower price)를 실천에 옮길 수 있습니다.


즉, 무역이 가져다주는 눈에 보이는 이익은 '수출을 통해 외환소득을 획득하고 + 비교열위 상품을 싸게 구입한다' 입니다. 


그러나 중남미 민족 자본가 계급 및 수입대체 전략을 옹호한 사람들은 '외국으로부터의 수입 = 대외의존'으로 보았습니다. 선진 산업국가로부터 제조업 상품을 수입하는 것은 대외의존을 유발하고 종속에 이른다는 논리 입니다. 비교열위 상품을 싸게 구입하는 건 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익이라고 생각치 않았습니다.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은 외국에서 수입해오던 제조 상품을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뜻 보면 수입을 감소시켜 대외의존성을 줄이고 종속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획기적인 정책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이 대외의존성을 줄여주었을까요?


기존에 수입해오던 상품을 국내에서 생산할 때에 '어떤 종류의 수입상품을 먼저 대체할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방 · 주방도구 등 간단한 최종소비재(consumer goods)와 설비기계와 같은 중간재 및 자본재(intermediate or capital goods)를 수입해오던 상황에서, 하루아침에 이것들을 동시에 국내에서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수입대체 전략을 추구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간단한 최종소비재를 먼저 대체하기로 결정했는데... 간단해보이는 최종소비재를 만들기 위해서도 중간재, 자본재 및 원재료(raw material)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것들 전부를 한 국가가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해와야 합니다.


수입의 필요성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소비재 의존을 줄이려는 정책이 자본재 의존으로 바뀌었을 뿐이고, 대외의존성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Dependence' upon imports for final consumption goods was replaced by 'dependence' upon imports for capital goods.) 더군다나 비교열위 상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면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입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아예 중간재 및 자본재 등에 대해 수입대체를 시행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막연히 설비기계나 제철소를 떠올리더라도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투자비용을 회수하려면 그만큼 상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데, 중남미와 같은 저개발국은 시장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윤을 얻지 못합니다.   


자, 여기서 추가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중남미 국가들이 보유한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가 인위적으로 비교열위 부문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수출은 감소하였는데 수입 필요성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필요한 상품을 수입해 올까요?


한 가지 방법은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하는 것(appreciation)입니다. 고정환율을 통해 통화가치를 높게 설정하면, 필요한 수입품은 더 싸게 들여올 수 있으며 수출 유인도 줄기 때문에, 비교열위에 집중하는 수입대체 전략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와 동시에 존재하는 '높은 통화가치'는 언제나 외환위기(currency crisis)를 초래[각주:23]합니다. 중남미가 외환위기를 겪은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 중남미와 동아시아 모두 경제발전 과정에서 자본재 수입을 위해 경상수지 적자를 누적해왔다.

  • 이들의 차이점은 '수출액 대비 부채비율' 이었다. 

  • 대내지향적 무역체제를 지향한 중남미는 수출소득이 얼마 되지 않았으나, 대외지향적 무역체제를 추구한 동아시아는 수출로 많은 외화를 벌어들었다.

  • 이러한 차이는 1980년대 초반 외채위기(Foreign Debt Crisis)에서 탈출하느냐 못하느냐 여부를 결정지었다.

  • 출처 : Jeffrey Sachs. 1985. External Debt and Macroeconomic Performance in Latin American and East Asia


대내지향적 무역체제로 인해 수출은 줄고 수입은 여전하니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가 발생합니다. 또한 개발도상국은 경제발전을 시작할 때 부족한 국내저축을 해외저축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도 경상수지 적자가 초래[각주:24]됩니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70-80년 시기 중남미와 동아시아 가릴 것 없이, 경제발전을 시작한 개발도상국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누적나갔습니다.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는데 고정환율로 인해 통화가치는 계속 높게 유지된다? 인위적으로 고평가된 통화가치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에, 통화가치 하락을 염려한 투자자들의 자본이탈(Capital Flight)이 발생하게 되고, 중남미 국가들은 외환위기를 맞게 됩니다.


글의 서두에서 짤막하게 언급한 폴 볼커 연준의장의 고금리 정책 또한 1980년대 초반 중남미 외채위기를 불러온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글의 서두에서 '한국은 지속적으로 수출증가 및 대외지향적인 정책을 추진해온 덕분에 위기에서 신속히 탈출'했다고 지나가듯이 언급했는데, 바로 이 점이 한국과 중남미 국가들의 차이를 낳았습니다.


똑같이 외채위기를 맞이한 한국과 중남미.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GDP 대비 부채비율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수출액 대비 부채 비율'(debt-export ratio) 였습니다. 수출지향적 전략을 채택했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보통 75%~100% 수준을 기록하였는데, 수입대체 전략을 채택한 중남미 국가들은 보통 250%~340%에 달합니다. 


외채(foreign debt)는 말그대로 외화로 빌린 채무이기 때문에 상환할때도 자국통화가 아니라 외화가 필요합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을 통해 외환소득(foreign earnings)를 벌어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채무를 갚아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은 대내지향적 무역체제 하에서 비교우위 부문이 위축되어 수출이 급감하였기 때문에 외환소득이 적었고, 채무상환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1980년대 초반의 외채위기에서 신속히 벗어날 수 있었지만, 중남미 국가들은 이후로도 몇번의 외채위기를 겪게 됩니다.    


● 무역이 가져다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implicit gain)

-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은 경쟁증대 및 효율성을 불러온다


무역은 '수출상품을 판매해서 돈을 번다' + '비교열위 상품을 싸게 구입한다'를 넘어서서 다른 많은 이익들도 가져다줍니다. 국제무역을 공부한 사람에게는 당연한 이익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깨달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① 수출진흥이 초래하는 비용이 수입대체가 초래하는 비용보다 더 명확하게 보인다


현재 가지고 있는 비교우위 부문에 특화하여 수출을 하는 것은 별다른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인위적으로 특정 산업을 육성하여 수출을 촉진할 때에는 수출보조금 등의 비용이 유발됩니다. 한국이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고 수출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해 각종 지원을 했던 걸 떠올리면 됩니다. 


반면 수입대체 정책은 눈에 보이는 비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수출을 촉진하지 않기 때문에 특정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비용'(visible costs)은 쉽게 통제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산으로 수출보조금을 남발한다면 그 비용은 즉각 파악되고, 비용을 축소하라는 각종 압력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은 계량방법론을 사용하여 경제학적인 비용분석을 하지 않는 이상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수입대체로 인해 유발되는 '상품을 비싸게 이용'이라는 단점도 자유무역을 했을 때에 비해 얼마나 비싼 것인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수출진흥 정책이 초래하는 비용이 수입대체가 초래하는 비용보다 더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통제하기가 쉽습니다.


② 수출진흥 책이 일반적으로 더 간접적인 개입이다


수출진흥 산업화 정책은 비교열위 부문 중 특정 산업을 선정하여 육성한 뒤 수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당연히 산업 선정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이 발생합니다. 수입대체 산업화 정책 또한 수입을 대체할 특정 산업을 골라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게 됩니다. 


수출진흥 정책은 부분적인 수입대체 정책도 포함하고 있으며, 차이점이라곤 '대외지향적인 무역체제로서 수출을 촉진하느냐'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작은 차이처럼 보이는 이것이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수출진흥 정책 하에서 정부는 수출을 촉진한 이후에는 시장에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수출 기업이 경쟁하는 무대는 세계시장이고 이곳은 오로지 가격과 품질만이 중요합니다. 개발도상국이 세계시장을 상대로 경쟁의 규칙을 바꿀 수도 없으며, 다른 나라 상품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도 없습니다.


반면에 수입대체 정책 하에서 정부는 갖가지 사항을 두고 시장에 개입하게 됩니다. 관세를 부과한 이후에도 국내산보다 우수한 수입상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가격통제(price control) 등을 활용하여 국내시장을 통제합니다.


③ 수출기업은 해외시장에서 가격과 품질을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한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느냐 국내시장에서 경쟁하느냐는 매우 다릅니다. 전자는 오직 가격과 품질만이 중요하지만, 후자에서는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출진흥 정책 하에서 정부가 특정 기업을 선정한 뒤 수출보조금을 지원하여 밖으로 내보내더라도, 결국 세계시장에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부패한 관료와 기업가가 결탁한 뒤 수출보조금에 힘입어 해외로 나가더라도, 근본적인 실력이 없다면 세계시장에서 정착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조금은 다시 회수될 겁니다. 


반면 수입대체 정책 하에서 정부와 결탁한 기업가는 국내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기업을 팽하지 않는 이상 지위는 고스란히 유지됩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에게 전가될 뿐입니다. 


즉, 수출진흥 정책 하에서는 정부와 기업가 간의 결탁이 발생할 여지가 비교적 적지만(어디까지나 비교적), 수입대체 정책 하에서는 지대추구 행위(rent-seeking behavior)가 빈번하게 일어나게 됩니다.


④ 수출진흥 정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켜 분업화를 촉진한다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하면 더 넓은 시장을 상대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앞서, 수입대체 정책 하에서 자본재 대체가 실패한 이유로 '좁은 국내시장'을 들었었는데, 수출진흥 정책은 시장확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중남미는 자본재 대체, 중화학 공업화 등에 실패하였으나, 동아시아 특히 한국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입니다.




※ 중남미 실패의 교훈 : 개방적인 무역체제의 중요성

- 수출과 수입은 동전의 양면이다

- 수입대체 산업화 : 대내지향적 무역체제 (수출+수입↓)

- 수출진흥 산업화 : 대외지향적 무역체제 (수출+수입↑)


과거 중남미와 동아시아의 서로 다른 선택이 오늘날 큰 차이를 만들어 낸 모습을 보면 '개방적인 무역체제'(trade openness regime)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중남미가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와 동아시아가 선택한 수출진흥 산업화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역의 이점을 살리는 방향을 지향했느냐 아니냐' 입니다. 


중남미와 동아시아의 경제발전 및 산업화 전략은 상당부분 유사합니다. 중남미와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또한 ① 기존의 비교우위 산업(농업, 경공업)에서 탈피하여 제조업을 육성하고 싶어했고 ② 이를 위해 정부주도의 산업·무역정책이 시행되었습니다.


이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국제무역이 안겨다주는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무역체제냐 아니냐' 여부 입니다. 중남미가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는 전체 교역량(수출+수입)을 위축시켜 '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멀리하는 대내지향적 무역체제 였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동아시아의 수출진흥 산업화는 전체 교역량(수출+수입)을 증가시켜 '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최대한 활용하는 대외지향적 무역체제 였습니다.


앞서 서술한 내용을 반복하면, 수출진흥 산업화 정책은 비교열위 부문 중 특정 산업을 선정하여 육성한 뒤 수출을 촉진하기 때문에, 당연히 산업 선정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이 발생합니다. 수입대체 산업화 정책 또한 수입을 대체할 특정 산업을 골라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게 됩니다. 


수출진흥 정책은 부분적인 수입대체 정책도 포함하고 있으며, 차이점이라곤 '대외지향적인 무역체제로서 수출을 촉진하느냐'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작은 차이처럼 보이는 이것이 큰 격차를 만들어 냈습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이 증가할수록 '비교열위 상품을 값싸게 사용' · '경쟁증대를 통한 생산성 향상' · '자원의 효율적 사용' · '시장크기 확대의 이점' · '상호이득'을 가져다준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물론 어느 부문에 특화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이익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1920-30년대 호주의 사례[각주:25]처럼 수입관세 등을 이용한 보호무역 정책이 어떤 경우에는 옹호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를 향한 문을 닫아서 외국과의 교역을 극단적으로 줄여버리는 정책이 옹호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또한, 수입장벽은 결국 수출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보호무역을 통한 이익이 장기간 유지될 수 없습니다. 보호무역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건 일시적(temporary) 입니다.


  • 1967~2017년 한국의 수출입 증감율 (통관 기준)

  • 수출과 수입 증감이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시기이든 개별 국가들은 자국의 수입장벽을 높게 세우고 수출은 촉진하려는 유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산 상품 수입은 줄이고 자국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하여 돈을 벌면, 국가경제에 이롭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잘못된 이유는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에 기반해서이기도 하지만, 애시당초 수출과 수입은 동떨어진 움직임을 가질 수 없습니다. 수출이 늘면 수입도 늘고 수출이 줄면 수입도 줍니다. 반대로 수입이 늘면 수출도 늘고 수입이 줄면 수출도 줍니다.


위의 그래프는 1967~2017년 한국의 수출입 증감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출과 수입 증감이 동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물론 둘 중 하나가 더 크게 변동하여 무역수지 흑자나 적자가 발생하지만, 큰 움직임은 동일한 방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왜 수출과 수입은 동전의 양면처럼 동일한 방향을 보이는 것일까요? 서로 다른 여러 국가가 교역을 하는 이유인 '비교우위 부문에 특화하여 수출을 하고 비교열위 상품을 수입해와서, 소비가능한 상품의 수량을 증가시킨다'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무역은 국가간에 교환(exchange) 입니다. 상품을 수출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수입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 경제발전 단계에서 개발도상국은 수출을 통해 얻은 외화를 이용하여 자본재 등을 수입해왔고, 오늘날에도 자본재와 소비재 등을 외국으로부터 가지고 옵니다. 상품 수출로 얻게 된 돈은 수입품 구매에 사용하거나 해외자산 구매에 이용해야지[각주:26], 굳이 축적을 해놓을 이유가 없습니다[각주:27]. 따라서, 수출 증감에 따라 수입도 동일한 방향으로 변동하게 됩니다.


역으로 수입을 하는 이유는 수출을 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소비재 등의 수입은 상품을 이용함으로써 경제주체가 효용을 누리게끔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중간재 및 자본재의 수입은 국내 완성품 제조에 이용됨으로써 수출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국내에는 없는 외국의 값싸고 품질 좋은 자본재를 들여와 완성품 제조에 사용하면, 국내 완성품은 무역을 통해 경쟁력을 얻게 되고 해외시장에 나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입 증감에 따라 수출도 동일한 방향으로 변동하게 됩니다.


  • 왼쪽 : 한국 총수출 증감률과 중국 총수입 증감률

  • 오른쪽 : 중국 총수출 증감률과 미국 총수입 증감률

  • 한국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이용해 완성품을 제조한 뒤 미국에 수출한다

  • 한국-중국-미국 간에 서로 연결되는 경제구조를 수출입 증감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수출과 수입은 한 국가 내에서만이 아니라 여러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익숙한 예시로서, 한국-중국-미국 간 서로 연결되는 경제구조를 통해 수출과 수입의 관계를 살펴봅시다.


왼쪽 그래프는 한국 총수출 증감률과 중국 총수입 증감률, 오른쪽 그래프는 중국 총수출 증감률과 미국 총수입 증감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중국-미국 간의 큰 경제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은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은 수입해온 중간재를 이용하여 완성품을 제조합니다. 그리고 이를 미국에 수출하고 미국인들은 made in china 제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한국 전자부품기업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내에 위치한 폭스콘 공장에서 이를 수입하여 iPhone을 만듭니다. 그리고 iPhone은 미국에 보내집니다.


그러므로 한국 총수출 증감률과 중국 총수입 증감률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중국 총수출 증감률과 미국 총수입 증감률도 동조화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과 중국의 대한국 수입 그리고 중국의 대미국 수출과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동일한 방향을 가지는 건 당연할테지만, 각 국가 간에 총수출과 총수입마저 동조화 되는 모습을 보면서 '수출과 수입 간의 관계'를 현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수입은 줄인채 수출만 늘리고자 하는 보호무역 정책은 해로운 영향만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습니다. 수입은 줄인채 수출만 증가시킬 수는 없습니다.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무역장벽을 높인다면 완성품 제조가 어려워져 대미국 수출에도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죠. 미국도 대중국 수입장벽을 쌓으면 중국에서 값싸게 제조된 소비재를 이용할 수 없어서 소비자들의 후생이 감소합니다.  


한국이 개방적인 무역체제를 추구하면서 경제발전에 성공한 것처럼, 오늘날 세계경제는 서로 간의 교역을 확대하면서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미국 총수입과 중국 총수출 관계를 보면 2002년 이전에는 비동조화된 모습이 나타나는데, 중국이 2002년에야 WTO에 가입하면서 세계무역시장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해, 2002년 이후 세계화에 들어선 중국은 미국과 밀접한 교역관계를 맺으면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자립경제를 꿈꾸는 대내지향적 무역체제 보다는 상호의존을 추구하는 대외지향적 무역체제가 일반적으로 경제발전과 성장을 가져다 줍니다.




※ 과거 중남미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비난했던 이유를 확인

-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자립경제를 꿈꾸다


이번글을 통해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남미 국가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원했던 건 '대외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자립경제'를 통해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달성하는 것 이었습니다. 개발도상국 대부분은 식민지시기를 경험하였기 때문에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경제적독립을 원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조상품을 선진국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에서 직접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방식은 폐쇄적인 무역체제와 대내지향적인 경제체제로 이어졌죠.


"특화해야할 산업은 평생동안 1차산업에 고착되느냐", "1차상품 수출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키면 어떻게하나", "제조업을 육성하여 비교우위를 인위적으로 창출하면 안되나" 라고 말하며, 비교우위의 경제학적 논리를 비판하면서 수입대체 산업화 정책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긴 하였으나, 그 근간에는 민족주의 사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가 설파한 '자유무역사상'은 민족주의 · 국가주의와 거리가 먼 '자유주의'(liberalism)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밑에는 '사해동포주의 혹은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가 있습니다. 자유무역사상은 전인류(mankind)의 관점에서 세계경제를 바라보았습니다(doctrine of universal economy).


자유무역 사상가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전세계 인류가 소비가능한 상품 수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좋다"고만 생각하였지, 개별 국가의 입장에서 '어떤 상품을 얼마나 소비할 것인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즉, 자유무역사상은 '무역의 이익이 전세계 국가간에 얼마나 공평하게 배분되는지'를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비슷하게도, 오늘날 선진국에서 자유무역 사상에 대한 비판이 나오게 된 근간에도 자유주의 및 세계시민주의와 배치되는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 사상을 소개한 글[각주:28]에서 다룬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 중 하나가 바로 '③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은 일치하는가' 였습니다. 자유무역을 비판하는 미국인들은 오늘날 미국기업의 이윤추구 행위가 국가경제의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중국정부는 치밀하게 세워진 경제전략 하에 기업의 이익이 국가경제의 이익으로 이어지게끔 하고 있다고 부러워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볼 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유무역 옹호자와 반대자의 주장이 경제학이론에 부합하냐 아니냐' 뿐만 아니라 '어떤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나' 입니다.




한국이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을 선택하였던 배경은 무엇일까


중남미의 경제발전 실패 사례는 아찔함을 안겨줍니다. 수입대체 산업화를 선택했던 중남미와는 달리 한국은 수출진흥 산업화를 추구함으로써 경제발전에 성공하였는데, 1950-60년대 초반 한국도 중남미처럼 수입대체 정책 추구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시의 한국이 선택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한국인들은 어떤 삶을 살게되었을까요? 


그렇다면 던질 수 있는 물음은 "한국이 경제발전 전략을 바꾸어서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입니다. 당시에는 수입대체 정책이 초래할 참담한 결과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미래를 모르는 미지의 상태에서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한국은 무엇을 믿고 수출증대에 전력을 다했을까요.


다음글에서 살펴보도록 합시다.


  1. 한국의 경제성장 - 미국의 지원 + 박정희정권의 규율정책 http://joohyeon.com/158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3.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http://joohyeon.com/233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6.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http://joohyeon.com/268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8.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9.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http://joohyeon.com/237 [본문으로]
  10. 염홍철. 1988. 『제3세계와 종속이론』 제2판. 36쪽 [본문으로]
  11. 염홍철. 1988. 『제3세계와 종속이론』 제2판. 36쪽 [본문으로]
  12. 엄밀한 학술적 구분으로, Dependence를 의존, Dependncy를 종속으로 말하는 학자들도 많으나, 그냥 여기서는 Dependence로 사용 [본문으로]
  13. By dependence we mean a situation in which the economy of certain countries is conditioned by the development and expansion of another economy to which the former is subjected. - Dos Santos. 1970. 'The Structure of Dependence' - - 염홍철. 1988. 제3세계와 종속이론 제2판. 14-15쪽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14. other countries -the dependent ones- can do this only as a reflection of that expansion. -Dos Santos. 1970. 'The Structure of Dependence' - - 염홍철. 1988. 제3세계와 종속이론 제2판. 14-15쪽에서 재인용 [본문으로]
  1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17.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18. The countries of the periphery would have benefited from the fall in price of finished industrial products to the same extent as the countries of the centre. The benefits of technical progress would thus have been distributed alike throughout the world. - Prebisch. 1950. 8쪽 [본문으로]
  19. in accordance with the implicit premise of the schema of the international division of labour, and Latin America would have had no economic advantage in industrializing. - Prebisch. 1950. 8쪽 [본문으로]
  20. while the centres kept the whole benefit of the technical development of their industries, the peripheral countries transferred to them a share of the fruits of their own technical progress. - Prebisch. 1950. 10쪽 [본문으로]
  21.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2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23. [외환위기 ①]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http://joohyeon.com/170 [본문으로]
  24.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http://joohyeon.com/237 [본문으로]
  25.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http://joohyeon.com/268 [본문으로]
  26. 경상수지 흑자 = 자본유출, 경상수지 적자 = 자본유입이 발생하는 이유. 참고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http://joohyeon.com/194 [본문으로]
  27. 좀 더 깊게 들어가면, 개발도상국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를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외환보유고 축적(foreign reserves)이 중요하긴 합니다. 다만, 그렇다고해서 과다한 외환보유가 좋은 것은 아니며, 일반적인 경제학 개념상 '축적' 그 자체는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참고 :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28.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1. ㅇㅇ
    좋은글 감사합니다. 항상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2. ㅇㅇ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오늘 폴 로머가 노벨 경제학상을 탔다는 기사를 읽으니 바로 이 블로그가 생각나더라고요 (내생적 경제성장!! ㅎㅎ) 유익한 글 써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3. ㅇㅇ
    무역전쟁을 전쟁의 관점으로 본다면 어떨까요? 목표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막기위한 중국 경제의 파괴고, 이 과정에서의 미국 경재의 피해또한 어느정도까지는 허용되어 있고, 이미 예상되어 있는 상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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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Posted at 2018.08.27 01:28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국제무역논쟁] 시리즈의 본격적 시작


[국제무역논쟁] 시리즈의 첫번째 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이야기했듯이, 자유무역을 둘러싼 비판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달라진 것은 과거에는 개발도상국 내에서 오늘날에는 주로 선진국 내에서 불만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과거 개발도상국이 직면했던 문제는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 입니다. 따라서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라는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경제발전은 고민거리가 아닌) 오늘날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시장개방이 계층별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Income Distribution) 입니다.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산업을 신흥국 특히 중국이 뒤쫓아오고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개도국과 선진국이 직면한 문제와 불만을 가지게 된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어찌됐든 모두들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이로운 것인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의 어떤 논리가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을까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이 개도국의 경제발전은 가로막는 이론일까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이 선진국의 소득분배를 방치하는 이론일까요?


지금까지 4편의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글을 통해, ① '18세기 애덤 스미스로부터 자유무역 사상이 나오게 된 배경'[각주:1] · ② '19세기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각주:2] ·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작동하는 원리'[각주:3] · ④ '무역의 이익을 결정하는 교역조건의 중요성'[각주:4]을 살펴보았고, 개별 글들의 마지막에서 [국제무역논쟁]의 논점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국제무역논쟁]의 논점을 다룰 겁니다. 앞서 보았던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는 과거와 오늘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내에서 벌어져온 논쟁을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개발도상국이 잘못 이해했던(하고있는) 비교우위 논리


왜 과거 개발도상국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논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을까요? 앞서 경제발전이 시급했던 이들이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라는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하였는데, 비교우위론이 무엇을 말하는 경제이론이기에 그런 것일까요?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론에 비판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봅시다.


①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상호이득'(mutual gain)을 준다는 논리를 이해 못함

약소국인 우리가 강대국인 선진국가와의 무역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개발도상국에게도 이익을 안겨다주는가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의 작동 원리]


: "약소국인 우리가 강대국인 선진국가와의 무역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외국에 상품을 판매하려면 다른 국가들보다 더 싸거나 더 좋은 물건을 생산해야 하는데, 능력이 부족한 개도국 생산자들은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비교우위론은 '국가의 절대적 생산성이 아니라 상대적인 생산성이 우위를 결정한다'고 말하며, '생산의 절대비용이 아닌 상대적 비용, 즉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이입니다.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자본 · 노동 등 생산요소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약소국에 비해 생산의 기회비용이 큰 상품이 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선진국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게 절대적인 생산비용이 낮다고 할지라도, 기회비용 관점에서는 개도국의 상품을 수입해 오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를 약소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절대적인 생산비용은 높더라도 기회비용이 작은 상품이 존재하게 되고, 따라서 개발도상국 상품도 선진국에 수출을 할 수 있습니다. 


▶ 기회비용 관점에서 바라본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상대가격 관점에서 바라본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또한, 지난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를 통해 계속해서 강조했듯이, 서로 다른 국가들 간에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different relative price) 입니다. 생산의 기회비용이 다르면 상대가격도 달라지고, 이로 인해 강대국과 약소국 간에도 무역이 이루어 집니다. 여기에 국력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역의 이익(gains from trade)은 '자급자족시 국내 가격과 국제무역시 세계시장 가격이 얼마나 다른가'가 결정합니다. 세계시장에 수출했을 때 받는 가격이 국내에 판매할때의 가격 보다 높을수록, 세계시장으로부터 수입했을 때 지불하는 가격이 국내에서 구매할때의 가격보다 낮을수록, 무역의 이익은 커집니다. 여기에서도 국력의 차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오히려 몇몇 상품을 제외하고는 개발도상국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여러 나라 상품 가격의 가중평균으로 결정되는) 세계시장 가격은 개발도상국 가격과 차이가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무역의 이익은 선진국 보다는 개발도상국이 더 많이 누리게 될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서로 다른 상품 가격이 무역을 하는 이유와 무역의 이익을 결정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그럼에도 개발도상국이 선진국과의 무역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개도국이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저생산성의 열위를 보완해주는 낮은 임금'(low wage) 입니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임금은 그들의 생산성 수준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개도국은 낮은 임금을 유지함으로써 저생산성 열위를 상쇄할 수 있습니다.  


"그럼 선진국은 개도국의 저임금으로 인해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느냐"고 되물을 수 있는데 그런 것도 아닙니다. 개도국의 저임금은 저생산성의 결과물입니다. 개도국의 낮은 임금은 비교우위를 유지하는 수준에서만 유지될 뿐입니다. 


제가 말하고픈 것은 '개발도상국은 낮은 생산성에 맞추어 저임금을 유지함으로써 강대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고', '선진국은 고임금을 가지고 있으나 생산성 수준도 그에 맞게 높기 때문에 개도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 입니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으로 '상호이득'(mutual gain)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임금을 고려한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개도국 저임금 & 선진국 고임금 이지만, 양쪽 모두 무역을 통해 상호이득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

- '19세기 영국'에 살던 리카도가 만든 비교우위론이 다른 상황에 놓인 국가에도 적용 가능한가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과거 개발도상국들이 단순히 '국력이 강한 선진국과의 무역경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 이라고 생각한 것은 비교우위론을 잘못 이해한 결과물 입니다. 그렇다면 자유무역에 부정적이었던 그들의 태도는 모두 무지에서 나온 것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글부터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수확체감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무역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등장한 비교우위론. 다른 상황에 처한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나

-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

-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는 1817년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를 통해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국제무역이론의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비교우위론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제학계 내에서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 명제'(both true and non-trivial)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리카도가 살고 있던 상황과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온 배경에 주목해야 합니다. 


● 제6장 이윤에 대하여


한 나라가 아무리 넓어도 토질이 메마르고 식량 수입이 금지되어 있으면, 최소한의 자본의 축적이라도 이윤율의 커다란 하락과 지대의 급속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에, 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36~137쪽


① 19세기 영국 - 수확체감 산업인 농업이 비교열위 · 수확체증 산업인 제조업이 비교우위


② 자유무역의 이점 - 수확체감 산업을 포기하고 수확체증산업에 특화하여 경제성장 달성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각주:5]에서 구체적으로 소개하였듯이, 19세기 영국에 살았던 리카도가 우려했던 것은 '토지 경작 확대에 따른 이윤율 저하' 였습니다.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열등한 토지도 개간해야 했는데, 경작지가 확대될수록 토지의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으로 인해 지주(landlord)의 이익만 증가하고 자본가(farmer & manufacturer)의 이윤(profit)은 감소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의 동기가 저하되어 경제성장이 멈추게 될 가능성을 리카도는 우려하였습니다.[Tendency of the rate of profit to fall.]


이런 상황 속에서, 19세기 영국이 이윤율의 영구적 저하를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은 '곡물법 폐지를 통한 자유무역'[From Corn Law to Free Trade] 이었습니다. 외국으로부터 식량을 자유롭게 수입해온다면 경작지를 확대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자본가의 이윤율도 하락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축적 동기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즉,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주장한 배경에는 19세기 영국의 비교열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 · 비교우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 자유무역을 통해 수확체감산업인 농업부문을 포기하고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에 특화함으로써 경제성장 달성 가능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19세기 영국과는 다른 상황에 처한 국가도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으로 경제성장 및 생활수준 향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쉽게 말해, 만약 19세기 영국과는 정반대로,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인 국가라면, 자유무역이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게끔 만들어 경제성장을 방해하지 않을까요?


이런 이유로 인하여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1920~30년대 호주 사례를 살펴보며, 자유무역이 아닌 보호무역이 생활수준 향상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경우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영국과는 정반대 상황에 놓여있는 호주는 보호무역이 필요하다




경제이론은 합리적추론의 기반이지만 일반적인 지침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엄밀하면서 비교할 수 있는 결과물은 항상 시간 및 공간의 상황에 달려있다. 고전 국제무역이론은 영국의 상황으로부터 도출된 것이다.[각주:7] (...)

(the precise and comparative results are always dependent upon circumstances of time and place. The classic theory of international trade has been derived from English circumstances.)


계속 반복해서 말하자면, 규제를 하느냐 마느냐는 일반론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안되고 특정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보호무역을 하느냐 자유무역을 하느냐를 결정할 때는 매우 중요한 세 가지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인구증가 · 토지의 수확체감성 · 국제수요에 미치는 영향[각주:8]. (...) 


이러한 시각에서 보았을 때, 자유무역이 영국에게 이로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주에게 이로운 것은 보호무역 정책이다

(From this point of view it appears that protection has been as beneficial to Australia as free trade has been to Great Britain.)


- James Bristock Brigden, 1925, 'The Australian Tariff and The Standard of Living'


호주 경제학자 James Bristock Brigden은 1925년 논문 <호주 관세와 생활수준>을 통해, "자유무역이 영국에게 이로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주에게 이로운 것은 보호무역 정책이다." 라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이후에 그는 호주 정부의 무역정책 입안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보호무역 기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1920~30년대 호주의 사례는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 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었습니다.


Brigden은 왜 당시 호주에게 보호무역정책, 정확히 말하면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부문에 대한 특화를 줄이고 수입관세 부과를 통해 비교열위를 가진 제조업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았을까요?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영국과 호주의 상황(circumstance)이 달랐다는 점에 있습니다. 호주는 영국과는 정반대로,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인 국가입니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영국과는 달리,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 이라는 점이 무역정책 결정에 있어 왜 중요한가?" Brigden이 보호무역정책을 옹호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면 소득분배는 악화되고 생활수준은 감소하고 만다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s)이란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을 늘려나갈수록 새로 얻게되는 생산량의 크기가 줄어듦을 의미합니다. 일은 예전과 똑같이 하는데 돌아오는 건 갈수록 줄어드니, 무언가 좋지 않다는 걸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리카도도 '토지의 수확체감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무역을 주장했습니다. 투입되는 노동량은 동일한데 열등한 토지를 개간할수록 생산량은 줄어드니, 곡물 한 단위당 투하노동량이 많아지게 됩니다. 그 결과, 곡물 가격은 비싸지고 노동자의 임금도 올라서 자본가의 이윤은 감소합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수확체감 → 투하노동 증가 → 곡물가격 상승 & 임금 증가' 논리는 19세기 가치 · 임금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카도는 가치의 투하노동설 · 임금의 생계비설을 믿었습니다. 이는 현대 경제이론과는 다릅니다. (리카도 이론 참고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현대 경제이론에서는 새로 얻게되는 생산량의 크기가 감소하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당연히 줄어듭니다. 1인당 생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임금도 하락합니다. 어찌됐든 수확체감성이 좋지 않다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호주 경제학자 Brigden이 우려한 것은 '호주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primary sector)에 특화하여 성장할수록 소득분배가 악화되고(deteriorated income distribution) · 생활수준이 감소(lower standard of living)'할 가능성 이었습니다.


생활수준 감소를 불러오는 첫번째 경로는 1차 산업의 수확체감성 그 자체입니다. 무역의 결과 높은 가격을 받게 되어 소수 지주들의 이익은 증가하지만(raise the return to a few landowners), 1인당 생산량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1차 산업에 종사하는 다수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합니다(shrink the wages of laborers)


두번째 경로는 비교열위[제조업]에 종사했던 근로자 문제 입니다. 자유무역의 결과 시장이 개방되면 비교열위 부문은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제조업 근로자들은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러나 1차 산업은 갈수록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다른 근로자들을 흡수할 능력이 떨어집니다(difference in capacity to absorb labour). 결국 무역의 결과 제조업 근로자 상당수는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따라서 호주는 자유무역 이후 지주와 근로자 간 소득분배가 악화됩니다. 또한 동일한 생활수준(=1인당 소득)을 유지하려면 인구가 더 적어져야 하며, 만약 인구수준을 유지한다면 생활수준 하락은 불가피 합니다. (the evidence available does not support the contention that Australia could have maintained its present population at a higher standard of living under free trade.)




※ 1차산업 특화는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


  •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은 교역조건 악화를 초래

  •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자국 RS 이동은 세계시장 RS도 이동시켜 세계시장 가격을 변화시킴


Birdgen이 걱정했던 또 다른 사항은 '호주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에 특화하여 공급을 늘려나갈수록 세계시장 가격이 하락하여 교역조건이 악화(additional output would further aggravate the situation by adversely affecting Australia's terms of trade) '될 가능성 입니다.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을 통해 배운 이론처럼. 자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는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을 증가시켜 교역조건을 악화시킵니다.


이때 자국이 세계시장에 조그마한 영향만 미친다면 자국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은 변동이 없지만, 자국의 공급에 따라 세계시장 내의 공급이 좌우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자국 내 상품 공급 증가에 따라 세계시장 공급도 크게 증가하여 세계시장 가격은 하락합니다.


1920~21년 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상품 부문 세계공급물량에서 호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달했습니다. 따라서 호주가 비교우위에 입각하여 특화상품 생산을 늘려나갈수록 교역조건이 악화하여 국민소득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맙니다(an increase in our supplies might have reduced the value received per unit of reduced volume per head, still further reducing income per head.) 




※ 영국의 자유무역과 호주의 보호무역은 수확체감 압력을 완화시켜줌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① :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 해결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② : 교역조건 개선을 통해 국민 생활수준 향상


영국, 미국과 호주가 처한 상황은 꽤나 다르다[각주:9]


영국이 자유무역을 채택하였을 때 (...) 수확체증이윤을 가져다주는 제조업을 외국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확장시킬 능력이 됐었다. 영국이 실제로 포기한 보호는 수확체감산업인 농업부문 이었다. 농업은 소득을 감소시키고 제조업 자본가에게 해를 끼쳤었다. 자유무역은 수확체증산업 쪽으로 생산을 변화시켰다[각주:10]


제조업 성장을 고려하면, 호주에게 자유무역은 영국과는 정반대의 영향을 끼친다[각주:11].  


영국의 보호무역정책은 농업을 보호하고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의 확장을 방해하였다. 호주의 보호무역정책은 수확체감을 초래하는 농업 확장을 막아줄 것이다. 영국의 자유무역이 수확체감 압력을 완화시켜 높은 생활수준을 가능케 했다면, 호주의 보호무역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줄 것이다[각주:12]


보호무역정책이 영국과 호주에서 서로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 관세 및 무역정책 시행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각주:13].    


- James Bristock Brigden, 1925, 'The Australian Tariff and The Standard of Living'


이처럼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호주에게 '소득분배 악화 · 생활수준 저하 · 교역조건 하락'을 가져다줍니다. 호주 출신 경제학자 Brigden은 당연히 "호주에게 필요한 건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 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Brigden은 "영국의 자유무역이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의 확장을 막았다면, 호주의 보호무역이 같은 역할을 할 것" 이라고 믿으며 실제로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해 나갔습니다.


그렇다면 비교열위인 제조업 부문 보호를 위해 수입관세(tariff)를 부과하는 무역정책이 어떻게 호주에게 이득을 안겨다줄 수 있을까요?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① :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 해결


보호무역의 첫번째 효과는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 해결 입니다(the primary purpose of the tariff was to redistribute income)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수확체감산업은 갈수록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비교우위를 가진 1차산업에 특화를 해나갈수록 근로자 1인당 생산량 및 임금이 감소합니다. 이익을 얻는 것은 오직 소수의 지주들 뿐입니다. 


따라서 1차산업에 특화를 하지 않고 보호무역을 통해 비교열위인 제조업 생산을 늘린다면, 정반대로 근로자 1인당 생산량 및 임금이 감소하지 않을 뿐더러 소수 지주의 이익도 줄어들기 때문에 소득분배 문제가 해결됩니다.   


보호무역정책이 근로자, 특히 제조업 근로자 임금을 상승시키는 또 다른 경로는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는 본 블로그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경제학자 프강 스톨퍼(Wolfgang Stolper)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은 1941년 논문 <보호주의와 실질임금>(<Protection and Real Wages>)를 통해, 국제무역이 자본 · 노동 등 요소가격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s of international trade on absolute factor price)을 탐구했습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국가들마다 다른 기술수준(technology)으로 인해 상대적 생산성이 높은 상품은 수출하고[비교우위] 낮은 상품은 수입한다[비교열위]'고 말한다면, 헥셔-올린의 무역이론은 '국가들마다 다른 부존자원(endowment factor)으로 인해, 풍부한 요소가 집약된 상품은 수출하고[abundant factor intensity] 희귀한 요소가 집약된 상품은 수입한다[scarce factor intensity]'고 말합니다.


시장개방은 수출상품 가격을 더 비싸게 만들고 수입상품 가격을 더 싸게 만들기 때문에[각주:14], 제무역의 결과 풍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상승하고 희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하락합니다. 반대로 자급자족은 수출상품 가격을 다시 하락시키고 수입상품 가격을 비싸게 만들기 때문에, 보호무역은 풍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하락하고 희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상승합니다. 이것이 바로 '스톨퍼-새뮤얼슨 정리' 입니다. 


호주의 경우 토지(land)가 풍부한 생산요소(abundant factor)이고 노동(labor)이 희귀한 생산요소(scarce factor)이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토지의 가격(지대)이 상승하고 보호무역을 실시하면 노동의 가격(임금)이 상승합니다.


따라서, 호주가 보호무역정책을 채택하게 되면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 따라, 지대가 하락하고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게 되어 소득분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② : 교역조건 개선을 통해 국민 생활수준 향상


앞서 살펴본 보호무역 효과가 '소득 재분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보호무역은 교역조건 개선을 통해서 '국민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the improved terms of trade induced by the tariff would increase aggregate income).


호주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에 특화하여 공급을 늘려나갈수록 세계시장 가격이 하락하여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는 점은 이야기 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import tariff)이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통해 수입관세가 어떻게 교역조건 및 생활수준을 개선시키는지 살펴봅시다.


  • 호주와 외국의 '서로 다른 가격'이 무역을 만들어낸 모습

  • 녹색선 및 글자는 수입관세 부과 이후 달라진 무역 양상


외국은 제조상품을 더 싸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수출하며, 호주는 제조상품을 비싸게 만들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싼 가격에 수입을 해오고 있습니다.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은 두 국가 가격의 중간수준에서 결정되어 있습니다.

이때 호주가 수입관세를 t만큼 부과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상품을 수출하는 외국 생산자는 "호주에 판매할 때 받을 수 있는 가격이 우리나라에 파는 것보다 t만큼 비싸지 않는 한 수출을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 결과, 호주 내에서 수입상품 판매 가격이 상승하고, 상품을 수출하는 외국 내에서는 호주와 t만큼 가격 차이가 나는 수준까지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 초과 생산량(=수출 물량)을 조절할 겁니다.

(참고 : 무역이 이루어지는 원리인 '서로 다른 가격'과 '초과 생산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따라서 제조상품을 수출하는 외국이 초과 생산량을 줄이고 수출 가격을 하락시킨 결과, 호주는 더 싼 가격에 제조상품을 일단 수입(=교역조건 개선)해오고, 호주 소비자들은 관세를 더하여 더 비싸진 가격에 수입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 호주가 제조상품에 수입관세를 부과한 결과, 외국이 제조상품을 수출하는 가격은 하락하고, 호주 내 제조상품 가격은 상승

  • 그 결과, 소비자 · 생산자 · 정부의 후생 손실 및 이득이 서로 달라지게 된다

  • 이때 교역조건 개선 이득도 고려해야 함


그렇다면 수입관세 부과 이후, 호주 국민들의 후생은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호주 국민들을 소비자 · 생산자 · 정부로 구분해야 합니다.

수입관세로 인해 호주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므로 후생 손실 -(a+b+c+d)을 봅니다. 반면, 호주 제조업 생산자들은 국내에서 판매할 때 받게 되는 가격이 상승하였으므로 후생 이득(a) 얻습니다. 정부는 관세를 통해 세금 수입을 늘리므로 역시 이득(c+e)을 얻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소비자 · 생산자 · 정부를 모두 고려한 후생변화는 -(b+d)+e 이고, 이를 후생손실로 표현하면 b+d-e 입니다. 만약 관세로 인한 가격 왜곡 손실을 나타내는 b+d의 크기가 e 보다 더 클 경우, 보호무역 정책은 호주 국민들의 후생을 감소시킵니다.

그렇다면 e가 무엇일까요? e는 교역조건 개선을 통한 후생증가을 나타냅니다. 수입관세 부과 덕분에, 이전에 수입상품을 들여오던 금액(P무역)보다 더 싼 가격에 상품을 수입(P수출국가 관세 이후)해 올 수 있으므로, 가격하락분*수입량 즉 e만큼 후생을 증가합니다.

따라서, 호주가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교역조건을 개선시키는만큼, 다르게 말해 수입 관세가 가격을 왜곡시켜 손실을 안겨다주는 크기(b+d)보다 교역조건 개선의 이득(e)이 더 크다면, 보호무역 정책은 국민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 수입 관세는 가격을 왜곡시키는 단점과 교역조건을 개선시키는 장점이 있다

  • 따라서,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최적 관세율'(optimal tariff) 개념이 등장


이처럼 수입 관세(import tariff)는 가격을 왜곡시켜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리는 단점과 교역조건을 개선하여 후생을 증가시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최적 관세율'(optimal tariff) 개념이 등장하게 됩니다.

윗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수입 관세율은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교역조건 개선의 이익이 더 커서 국민 후생을 증대시키고 최적 수준에서 국민 후생은 극대화 됩니다

그러나 최적 수준을 넘어서는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왜곡의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국민 후생은 감소합니다. 게다가 '외국 내에서는 호주와 t만큼 가격 차이가 나는 수준까지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 초과 생산량(=수출 물량)을 조절'한다는 말은 곧 '교역량이 감소'(decline of trade volume)함을 뜻하기 때문에, 관세율이 게속해서 높아지면 언젠가는 무역이 없어지고 맙니다.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최적관세율이 얼마인지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우나, 어찌됐든 '수입관세를 활용한 보호무역 정책이 국민 전체의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이 국제무역이론과 논의에 미친 영향


이번글에서 살펴본, 호주인 경제학자 J. B. Brigden의 주장은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라 불리우며 국제무역이론 발전과 논의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국과는 다른 호주의 상황에 주목한 그의 주장은 "비교우위론은 모든 국가에게 적용가능하며, 자유무역은 국민 전체의 후생을 증대시켜준다"라고 단순히 생각해왔던 사람들에게 생각할꺼리를 제공해주었습니다.


① 수확체감산업과 수확체증산업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19세기 영국인 데이비드 리카도가 곡물법 폐지와 자유무역을 주장한 이유는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습니다. 1920년대 호주인 J. B. Brigden이 보호무역이 필요하다고 말한 이유 역시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에서 탈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리카도와 Brigden 모두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을 육성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 낯설지가 않습니다.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첫번째 글인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소개했다시피, 과거 개발도상국과 오늘날 선진국 모두 '제조업'(manufacturing)을 육성하거나 지키기 위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각주:15]는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중상주의자들'을 비판하였으나, 오늘날까지 '제조업으로 대표되는 수확체증산업'은 모든 나라들이 포기할 수 없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으로 인해 [국제무역논쟁]에서 '자유무역 혹은 보호무역 등 어떠한 무역정책이 수확체증산업에 이롭거나 해로운가'는 중요한 논점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서, 개발도상국이든 선진국이든 수확체증산업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주장들이 나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② 무역과 시장개방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일부 사람들은 "자유무역주의자들은 소득분배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소득분배 문제에 무관심해 보이는 이유는, '자유무역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보다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라고 생각하며 '시장개방으로 발생한 이득으로 손실을 보상해주면 된다' 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번글에서 살펴본 호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시장개방으로 이익을 누리게 될 지주(landowner)들이 손해를 볼 근로자(laborers)에게 보상을 해준다면 문제가 없다는 게 자유무역주의자들의 사고방식 입니다.


반면, Brigden은 소득분배 문제에 적극적으로 다가섰습니다. 보호무역 정책이 근로자 임금을 상승시켜 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를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사고방식 입니다. 


Brigden의 이러한 생각은 1925년에 나왔는데, 당시에는 "보호무역이 호주 근로자들의 임금을 상승케 만드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무역이 요소소득(factor's absolute income)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경제학계 내에서 합의된 이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Birgden이 촉발시킨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 이후에야 시장개방이 요소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로 위에서 짤막하게 소개한 스톨퍼-새뮤얼슨 정리(Stolper-Samuelson Theorem)가 1941년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는 수입관세 부과가 비교열위에 투입된 생산요소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도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보호무역이 소득분배를 개선시킬 수도 있음을 드러내주었습니다.

(사족 : 하지만 볼프강 스톨퍼와 폴 새뮤얼슨은 그럼에도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손실보다 더 크기 때문에,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보호무역주의자들을 위한 정치적 무기로 쓰이는 것을 우려" 했습니다.)


이처럼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사례는 '무역과 시장개방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을 경제학계 내에서 다시금 고조시켜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선진국] 편을 통해, 특히 오늘날 선진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역과 소득분배'를 둘러싼 논쟁을 자세히 다룰 계획입니다. 


③ 국제무역협정의 필요성이 대두됨


앞서 살펴보았듯이, 호주는 수입관세 부과를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시킬 수도 있습니다. 호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적절한 관세를 부과하면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적절한 관세'가 얼마인지 찾는 건 매우 어렵지만, 어찌됐든 이론적으로나마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깨달은 모든 국가들이 너도나도 최적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수입관세는 '교역조건 개선을 통한 후생증가'도 가져다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역량 감소'(decline of trade volume)도 초래합니다.  "'외국 내에서는 호주와 t만큼 가격 차이가 나는 수준까지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 초과 생산량(=수출 물량)을 조절'한다는 말은 곧 '교역량이 감소'(decline of trade volume)함을 뜻한다"는 문장을 앞서 제가 괜히 적은 것이 아닙니다.


개별 국가들 입장에서는 '다른 모든 나라들이 자유무역을 지켜주는 가운데 나 혼자서만 최적관세를 부과한다면 최고의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모든 개별 국가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 너도나도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세계교역량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임이론에서 널리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면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쉬울 겁니다.


이러한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유무역 기조를 개별 국가들만 믿고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이번글에서 '보호무역이 후생을 증가시켜줄 가능성'을 보긴 하였으나, 어찌됐든 일반론으로나마 자유무역은 '더 비싼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고 더 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게 함'으로써 후생을 극대화 시켜주는 정책[각주:16]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개별 국가들에게 무역정책을 믿고 맡기는 양자 무역협정(unilateral free trade) 보다는 GATT · WTO 등 범세계적인 무역협정(Multilateral Trade Agreement)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GATT · WTO의 등장배경과 역할, 그리고 오늘날 다시금 양자 무역협정인 FTA 등이 대두된 이유를 살펴보면 좋겠네요.




※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다른 이유들


이번글을 통해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에 대해 오해했던 이유 한 가지와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 한 가지를 각각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타당하든 타당하지 않든)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을 멀리하게 만들었던 다른 이유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비교우위에 특화하여 생산을 늘려나갈 때, 교역조건이 갈수록 악화되면 어떻게 하나

-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정책이 오히려 교역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다

- 석유 · 농산품 같은 1차 상품(raw material)을 생산하는 국가에게 비교우위론은 해롭다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1960~70년대 중남미 수입대체산업화]


: 비교우위에 특화할수록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은 1920~30년대 호주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석유 · 농산품 같은 1차 상품(raw material)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들은 대부분 비교우위론에 부정적이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국가가 1960~70년대 중남미 국가들 입니다. 이들은 호주 보다도 더 무역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호주는 수입관세를 부과하긴 하였으나 여전히 대외지향적인 정책(outward-looking)을 유지하며 시장개방을 추진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은 아예 대내지향적인 정책(inward-looking)으로 돌아서며 무역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동시기 한국 · 대만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적절한 보호무역 정책을 쓰면서도 무역개방을 늘려나간 결과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으나, 중남미 국가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저개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글이 '자유무역 보다 좋은 결과를 안겨다줄 수 있는 보호무역'을 보여주었다면, 다음글은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는 보호무역'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비교우위에 따라 특화해야 하는 산업은 영원히 고정되어 있는가

- 현재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이 아니라 다른 산업을 성장 시키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 비교우위는 창출해낼 수 없는가

- [유치산업보호론]


: 19세기 영국은 제조업 부문이 비교우위가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이 없었으나, 호주와 같이 제조업을 키우고 싶으나 비교우위가 다른 산업에 있는 국가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왜 우리는 비교우위 산업이 제조업이 아닌가"


이로 인해 현재의 비교우위에서 탈피하고 장기적으로 이득을 안겨줄 비교열위 산업을 인위적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벌어졌습니다. 대한민국 또한 예외가 아니었죠. 과거에 비교우위를 가졌던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탈피하기 위해 국가 주도의 정책 지원과 보호무역 정책이 시행됐었습니다. 이를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 라고 합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마치 "평생 현재의 비교우위 산업에만 특화하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비교우위와 열위를 바꾸고 싶어하는 국가들은 유치산업보호론을 따르며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했습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의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강력합니다.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이나 전략적 무역정책(strategic trade policy)이라는 이름을 달고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서, 유치산업보호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 (참고문헌) 『Against the Tide : An Intellectual History of Free Trade』



본 블로그 포스트 작성에는 J. B. Brigden의 1925년 논문 <The Australian Tariff and The Standard of Living>과 Wolfgang Stolper & Paul Samuelson의 1941년 논문 <Protection and Real Wages>이 큰 도움을 주었으나, 역시나 가장 큰 도움을 준 참고문헌은 국제무역이론 경제학자 Douglas Irwin이 1998년에 집필한 단행본 『Against the Tide : An Intellectual History of Free Trade』 임을 밝힙니다(단행본 아마존 링크).



  1.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6. ANU, 2006, GIBLIN'S PLATOON - The Trials and Triumphs of the Economist in Australian Public Life [본문으로]
  7. (The fundamental propositions of economic theory are the foundation of reasoning, but they can be only a general guide, while the precise and comparative results are always dependent upon circumstances of time and place. The classic theory of international trade has been derived from English circumstances.) [본문으로]
  8. The economy of regulation or of no regulation, it must be repeated, is never determined by generalisations, but is relative to particular circumstances. The economy of protection or free trade is relative to three very important circumstance to the growth of population, to diminishing returns, especially from land, and to the effects upon the equation of international demand. [본문으로]
  9. These circumstances are probably quite different in Great Britain, in the U.S.A. and in Australia, and very brief comparisons may be made to demonstrate the fact that differences do actually exist. [본문으로]
  10. When Great Britain adopted free trade, after the Napoleonic wars had completely established the predominance of British commerce abroad, and the estraordinary developments in its technique had placed British industry in 3 position of absolute supremacy, there were three main reasons which made the change overwhelmingly economic. Great Britain abandoned a complexity of taxes which had grown through war exigencies without any coherent trade policy at all. In the condition of foreign competition there was a vast field for expansion in manufactures, giving increasing returns and increasing profit. The only real protection that was abandoned was that to agriculture, which was a protection given to diminishing returns, reducing income and hampering manufactures. Free trade transferred production to a form giving increasing returns. From the point of view of the international equation, the expansion of manufactures was met by the abnormal expansions of primary production in new countries. It is only recently that any check has been made to the rate of these expansions. [본문으로]
  11. Free trade in Australia would have had the contrary effect, so far as it checked the growth of manufactures. [본문으로]
  12. Protection to agriculture in England would have prevented the advantage of manufacturing expansion, with its increasing return Protection in Australia may have prevented the disadvantages of agriculture expansion under conditions leading to diminishing returns. Free trade in England made for a higher standard of living; it relieved the pressure on English land and found work elsewhere for a growing population at a steadily rising standard of living. Protection in Australia may have achieved a similar result. [본문으로]
  13. This difference in the effect of regulation in the two countries is of prime importance in any consideration of their respective tariff policies, and of the merits of regulation. [본문으로]
  14. 이 원리가 이해 안되시는 분들은 이전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ttp://joohyeon.com/266)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http://joohyeon.com/267)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본문으로]
  1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1. 비밀댓글입니다
    • 2018.10.15 00:32 신고 [Edit/Del]
      안녕하세요.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수학 지식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경제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추기 위해서 굳이 수학으로 가득한 경제'학'을 공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경제학 공부와 경제현상 이해는 매우 다릅니다. 경제학계는 현실 경제와 간극이 매우 크며, 상당히 괴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경제학 공부를 통해 합리적인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출 수 있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경제공부에 있어 제일 좋은 방법은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들이 쓴 좋은 글을 많이 읽기' 입니다. 굳이 내가 수식으로 가득한 경제'학'을 처음부터 공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용면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일단 (수학이 없는) 경제학원론을 공부하신 뒤에, '미국 경제학자들이 쓴 대중서적 읽기'를 우선적으로 추천합니다. 다음으로 The Economist, WSJ, FT 등 주요 경제관련 외신들을 많이 읽으세요.

      처음 읽으시면 왜 이런 주장을 하는건지, 어떤 논리인지 잘 이해가 안 가실 수 있습니다. 이건 당연히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이며, 이를 해결하겠다고 경제'학' 공부를 한다고 해서 풀리는 문제도 아닙니다. 그냥 '많은 글 읽기'를 통해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습니다.

      질문주신 분 옆에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이 있다면, 매번 질문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으니 가장 좋겠지만 말이죠...
  2. 비밀댓글입니다
    • 2018.10.15 18:59 신고 [Edit/Del]
      한국어로 번역된 책 많아요.
      음... 일단 2008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등 위기와 관련하여 미국 경제학자들이 쓴 책 찾아보세요. 그렇게 시작하는게 제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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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Posted at 2018.08.23 18:0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국과 외국에서의 '가격이 다르기 때문'

- 수출 : 국내에서 판매할 때보다 외국에 판매할 때 더 높은 상대가격 받음

- 수입 : 국내에서 구입할 때보다 외국에서 구입할 때 더 낮은 상대가격 지불

- 교역조건(Terms of Trade)에 따라 후생 증가 혹은 손실 가능


▶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과 외국에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different relative price)


▶ 수출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보다 외국에 판매할 때 더 높은 상대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higher relative price) 이고, 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구입할 때보다 외국에서 구입할 때 더 낮은 상대가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lower relative price) 입니다.


국제무역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던지는 물음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왜 세계 각국은 서로 무역을 하는가(trade pattern). 둘째, 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은 얼마나 되나(gains from trade).


왜 멀리 떨어져있는 나라들끼리 상품을 교환하는 것일까요?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외국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기술수준(technology)이 다르거나 가지고 있는 자원(resource)이 다른 외국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2015년(학부 4학년)에 작성한 [국제무역이론] 시리즈에서는 이처럼 '서로 다른 국가'에 초점을 맞추어서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 했습니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국가간 기술수준 차이'[각주:1]를 말했고, 헥셔와 올린은 '국가간 부존자원의 차이'[각주:2]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국제무역에 대한 이해도가 지금보다 깊지 않았기 때문에 핵심을 전달하지 못한 불완전한 설명을 했습니다. 


▶ 왜 세계 각국은 서로 무역을 하는가 (trade pattern)


서로 다른 국가들이 왜 교역을 하는가를 설명하는 핵심적인 논리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국내와 외국에서 다르다'(different relative price)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리카도가 말했던 국가간 기술수준 차이로 인해 국내와 외국에서 가격이 달라질 수 있으며, 헥셔와 올린이 주목한 부존자원의 차이로 인해서도 국내와 외국에서 가격이 달라집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를 가진 상품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값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더 높은 값을 받고 외국에 판매할 수 있다. 반대로 비교열위(disadvantage)를 가진 상품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통해 더 싸게 (간접)생산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헥셔-올린의 이론은 "국내에서 풍부한 생산요소(abundant factor)로 만들어진 상품은 상대적으로 값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더 높은 값을 받고 외국에 판매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에서 희귀한 생산요소(scarce factor)로 만들어진 상품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통해 더 싸게 (간접)생산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이렇게 국가간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의 차이는 서로 다른 상품 가격을 만들어내고, 이에 따라 어떤 상품을 수출할지와 수입할지 즉 무역패턴을 결정짓습니다. 


▶ 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은 얼마나 되나 (gains from trade)


국가 간에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무역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또 다른 함의를 전달해줍니다. 바로, '자급자족 일때의 가격과 국제무역시의 가격이 얼마나 다르냐가 무역의 이익을 결정한다(autarky price vs. world price)' 입니다.


국가간 상품 교환에 사용되는 가격, 즉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가격과 똑같다면 우리나라가 얻게 될 무역의 이익은 없으며 무역을 할 이유도 없습니다. 무역의 이익은 외국이 다 가져가게 됩니다. 반대로 세계시장 가격이 외국가격과 똑같다면 무역의 이익은 오직 우리나라만 차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가격과 외국가격의 중간에서 결정될 때, 양 국가가 무역의 이익을 나누어 가지며 상호이득(mutual gain)을 얻게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교역조건의 중요성 (importance of terms of trade)



결국 중요한 건 세계시장에서 결정된 수출품(수입품) 가격이 자급자족 국내가격보다 얼마나 높으냐(낮으냐) 이며, 이를 보여주는 개념 및 지표가 '교역조건'(Terms of Trade) 입니다. 교역조건이란 수출상품 1단위로 얼마만큼의 수입상품을 가지고 오느냐를 알려주는 지표로서, 수입상품 가격 대비 수출상품 가격 비율로 나타내집니다. 


만약 교역조건이 자급자족일 때의 가격 비율보다 높다면 무역의 이익을 크게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교역조건 그 자체의 개선 및 악화는 무역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후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상품의 세계시장 가격이 높게 설정되거나 수입하는 상품의 세계시장 가격이 낮게 책정된다면, 교역조건이 개선되어 상품 1단위 수출로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해올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상품의 양이 많아짐을 의미하고, 그 결과 국제무역을 통해 후생증가(welfare gain)를 얻게 됩니다. 반대로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면 소비하는 상품의 약이 적어져서 후생손실(welfare loss)을 입습니다.


교역조건의 개선 및 악화가 후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또 다른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시키면 후생증가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자국과 외국의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물음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지금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두 가지 물음을 머릿속에 계속해서 생각해두고 있어야 합니다. 


이번글에서는 우선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하는 방법'과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겁니다. 그리고 다음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교역조건을 둘러싼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논쟁'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과거 개도국과 오늘날 선진국이 자유무역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이유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 자국과 외국에서 서로 다른 가격이 어떻게 국제무역을 만들어내나


앞서 상품의 상대가격이 자국과 외국에서 서로 다르기 때문에 무역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설명이 아직 와닿지 않는 분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래프를 이용하여 직관적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 무역을 하지 않는 자급자족(Autarky) 상황에서 국내 및 외국의 상품가격 결정


윗 그래프는 무역을 하지 않는 자급자족(Autarky) 상황에서 국내 및 외국의 상품 가격 결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저 상품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 입니다. 이때 주목할 점은 국내 가격이 외국 가격 보다 낮다는 점입니다. (사족 : 국내 가격과 외국 가격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뒤에서 설명할 겁니다.)


  • 자급자족 균형가격(P) 보다 높은 가격(P1, P2)이 설정되면 초과공급(S1-D1, S2-D2)이 발생 

  • 어떤 상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나라 안에서 초과공급된 상품을 다른 나라에 판매함을 의미

  • 따라서 자급자족 균형가격 보다 높은 가격이 설정될수록 초과공급이 발생하여 수출이 이루어짐


자급자족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균형가격(P)이 결정된 가운데, 어떤 이유에서 더 높은 가격(P1, P2)이 설정된다고 해봅시다. 그렇게 되면 초과공급(S1-D1, S2-D2)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급자족에서 벗어나 국제무역에 참여하여 '상품을 수출'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상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나라 안에서 초과공급된 상품을 다른 나라에 판매함을 의미합니다. 만약 자급자족 상황이라면 가격이 다시 조정되어 초과공급이 없어지지만, 국제무역에 참여하면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초과공급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급자족 균형가격 보다 더 높은 가격이 설정될수록 수출이 증가하여 세계시장에 더 많은 상품을 공급하게 됩니다. 그 모습이 윗 오른쪽 그래프 '국내 수출 공급곡선(XS)'에 나타나 있습니다.


  • 자급자족 균형가격(P) 보다 낮은 가격(P1, P2)이 설정되면 초과수요(D1-S1, D2-S2)가 발생

  • 어떤 상품을 수입한다는 것은 나라 안에서 초과수요인 상품을 다른 나라로부터의 공급으로 해결함을 의미 

  • 따라서 자급자족 균형가격 보다 낮은 가격이 설정될수록 초과수요가 발생하여 수입이 이루어짐


자급자족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균형가격(P)이 결정된 가운데, 어떤 이유에서 더 낮은 가격(P1, P2)이 설정된다고 해봅시다. 그렇게 되면 초과수요(D1-S1, D2-S2)가 발생합니다. 


앞서와 반대로, 자급자족에서 벗어나 국제무역에 참여하여 '상품을 수입'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상품을 수입한다는 것은 나라 안에서 초과수요인 상품을 다른 나라로부터의 공급으로 해결함을 의미합니다. 만약 자급자족 상황이라면 가격이 다시 조정되어 초과수요가 없어지지만, 국제무역에 참여하면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초과수요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급자족 균형가격 보다 더 낮은 가격이 설정될수록 수입이 증가하여 세계시장에서 더 많은 상품을 수요하게 됩니다. 그 모습이 윗 오른쪽 그래프 '외국 수입 수요곡선(MD)'에 나타나 있습니다.


  • 국제무역시 수출 공급곡선과 수입 수요곡선에 의해 세계시장에서 상품 가격(P무역) 결정

  • 세계시장 상품 가격은 국내 자급자족 가격보다는 높으며, 외국 자급자족 가격보다는 낮다


국내는 상품을 수출하고 외국은 상품을 수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내 가격이 외국 가격 보다 낮으며, ② 국제무역이 이루어졌을 때 세계시장에서 결정된 상품의 가격(P무역)이 국내 자급자족 가격 보다는 높고 외국 자급자족 가격 보다는 낮기 때문입니다.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 자급자족 가격 보다 높기 때문에 초과공급이 발생하여 상품을 수출하게 되고, 세계시장 가격이 외국 자급자족 가격 보다 낮기 때문에 초과수요가 발생하여 상품을 수입하게 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만약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내 가격이 외국 가격 보다 높다면 국내는 상품을 수입하게 되고 외국은 수출할 겁니다.


어느 경우든지, 수출과 수입, 즉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①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가들간의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며, ② 세계시장 가격이 각국의 자급자족 가격과 차이가 있기 때문' 입니다. 만약 나라들마다 상품가격이 똑같다면 세계시장 가격도 자급자족 균형 가격과 같기 때문에, 초과공급 및 초과수요가 발생하지 않고 무역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직관적인 그래프를 통해 '나라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무역이 발생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교역조건이 우호적일수록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앞선 예시에서는 무역이 이루어졌을 때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 및 외국의 자급자족 가격과 모두 달랐습니다. 그럼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와 외국 둘 중 한 곳의 자급자족 가격과 동일하면 어떨까요?


이번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자급자족 일때의 가격과 국제무역시의 가격이 얼마나 다르냐가 무역의 이익을 결정(autarky price vs. world price)' 합니다. 국내와 외국의 자급자족 가격이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국제무역시 세계시장 가격이 자급자족 가격과 똑같다면 무역을 하지 않고 자급자족으로 사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다시 말해, 수입상품 가격 대비 수출상품 가격으로 나타내지는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우호적으로 설정될수록 무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소비가능선(CPC, Counsumption Possibility Curve)을 통해 '세계시장 가격 및 교역조건에 따른 무역의 이익 변화'(gains from trade)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설명에 앞서, 리카도가 비교우위를 설명할 때 예시로 들었던 경우를 다시 살펴봅시다. 위의 표와 수식은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설명했었습니다. 


맨 위의 표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나온 '마법의 네 숫자'(four magic numbers) 이며, 아래 두 수식은 잉글랜드(옷)와 포르투갈(포도주)의 자급자족과 국제무역시 특화상품 가격을 보여줍니다. 


자급자족일 때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은 100/12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대 90/80의 상대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급자족일 때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은 80/9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대 120/100의 상대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내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외국에 판매하는 것이 더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옷을 수출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합니다.


반대로 수입을 생각해보면, 자급자족일 때 잉글랜드 포도주의 상대가격은 120/10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소 80/90 가격으로 구입해 올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급자족일 때 포르투갈 옷의 상대가격은 90/8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소 100/120 가격으로 구입해 올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것이 더 싸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포르투갈은 옷을 수입합니다.


(주 : 왜 잉글랜드가 무역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최대 상대가격이 90/80인지, 왜 포르투갈이 얻을 수 있는 최대 상대가격이 120/100인지,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은 지난글[각주:3]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이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양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국제무역을 시행하였을 때 나타나는 소비선택의 증가를 살펴봅시다.


① 국제무역 없이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이 자급자족 하는 상황

 


  •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소비자들이 자급자족 상황일 때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에서 옷(Cloth)과 포도주(Wine) 생산에 투입되는 각각의 노동량은 위의 표에 나와 있습니다. 양국의 총 노동량이 1,200명이라고 가정하면,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이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consumption bundle)은 그래프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잉글랜드는 모든 노동자를 옷 생산에만 투입할 경우 최대 옷 12벌(포도주 0병)을 얻을 수 있으며, 포도주 생산에만 투입할 경우 최대 포도주 10병(옷 0벌)을 얻습니다. 노동자를 두 상품에 모두 투입할 경우 선택 가능한 조합은 직선 상의 지점이 됩니다.


포르투갈은 모든 노동자를 옷 생산에만 투입할 경우 최대 옷 13.3벌(포도주 0병)을 얻을 수 있으며, 포도주 생산에만 투입할 경우 최대 포도주 15병(옷 0벌)을 얻습니다. 노동자를 두 상품에 모두 투입할 경우 선택 가능한 조합은 직선 상의 지점이 됩니다.


양국이 기술수준이 변화하여 생산에 필요한 노동량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자급자족 상황을 유지한다면 소비가능선 이외의 조합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② 국제무역 시행 이후, 잉글랜드에게만 최대한 우호적인 교역조건

 




  • 잉글랜드에게만 우호적인 교역조건

  • 국제무역 시행 이후, 양국 소비자들의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변화 


이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양국이 자급자족에서 벗어나 국제무역을 실시합니다. 그런데 이때 세계시장 가격은 잉글랜드에게만 우호적인 가격(포도주 대비 옷의 가격이 90/80 혹은 옷 대비 포도주 가격이 80/90)으로 설정될 수도 있습니다. 


왜 이러한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이 잉글랜드에게만 우호적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잉글랜드가 옷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이면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가 100/120병에 불과하지만, 무역을 통해 세계시장(포르투갈)에 판매하면 포도주 90/80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에서 포도주 1병을 통해 옷 80/90벌을 얻게되고, 무역을 통해서도 똑같이 포도주 1병과 옷 80/90벌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잉글랜드는 자급자족 가격보다 더 높은 세계시장 가격을 얻을 수 있어서 무역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지만, 포르투갈은 자급자족 가격과 동일한 세계시장 가격을 받기 때문에 굳이 무역을 할 이유가 없으며 무역의 이익도 없습니다.


이러한 무역의 결과로, 잉글랜드는 특화하여 생산한 옷 전부를 포르투갈의 포도주와 교환하면 최대 13.5병(=옷 12벌 *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 병의 갯수인 90/80)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노동자를 전부 포도주 생산에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 갯수인 10병 보다 큰 숫자입니다. 또한 잉글랜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도 자급자족에 비해서 확장되었습니다.


포르투갈은 무역에 참여하여 포도주에 특화한 이후 잉글랜드 옷과 교환하여도 자급자족 상황과 동일하게 최대 13.3벌(=포도주 15병 *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의 갯수인 80/90)을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포르투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은 무역 이전이나 이후나 변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잉글랜드는 똑같은 총 노동자 숫자와 동일한 기술수준을 가지고도, 최대로 우호적인 교역조건에 기반한 무역에 힘입어서 자급자족에 비해 선택의 폭을 증가시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교역조건이 극도로 좋지 않기 때문에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③ 국제무역 시행 이후, 포르투갈에게만 최대한 우호적인 교역조건

  




  • 포르투갈에게만 우호적인 교역조건

  • 국제무역 시행 이후, 양국 소비자들의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변화


그럼 이제 반대로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이 포르투갈에게만 유리하게 결정된 경우를 알아봅시다. 포도주 대비 옷의 가격은 100/120 혹은 옷 대비 포도주 가격은 120/100 입니다.


이러한 교역조건이 포르투갈에게만 유리한 이유는, 포르투갈이 포도주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이면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이 80/90벌에 불과하지만, 무역을 통해 세계시장(잉글랜드)에 판매하면 옷 120/100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잉글랜드는 옷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에서 옷 1벌을 통해 포도주 100/120 병을 얻게되고, 무역을 통해서도 똑같이 옷 1벌과 포도주 100/120병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포르투갈은 자급자족 가격보다 더 높은 세계시장 가격을 얻을 수 있어서 무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잉글랜드는 자급자족 가격과 동일한 세계시장 가격을 받기 때문에 굳이 무역을 할 이유가 없으며 무역의 이익도 없습니다.


이러한 무역의 결과로, 포르투갈은 특화하여 생산한 포도주 전부를 잉글랜드의 옷과 교환하면 최대 18벌(=포도주 15병 *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의 갯수인 120/100)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노동자를 전부 옷 생산에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 갯수인 13.3벌 보다 큰 숫자입니다. 또한 포르투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도 자급자족에 비해서 확장되었습니다.


잉글랜드는 무역에 참여하여 옷에 특화한 이후 포르투갈 포도주와 교환하여도 자급자족 상황과 동일하게 최대 10병(=옷 12벌 *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 갯수인 100/120)을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잉글랜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은 무역 이전이나 이후나 변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포르투갈은 똑같은 총 노동자 숫자와 동일한 기술수준을 가지고도, 최대로 우호적인 교역조건에 기반한 무역에 힘입어서 자급자족에 비해 선택의 폭을 증가시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교역조건이 극도로 좋지 않기 때문에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④ 국제무역 시행 이후,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모두에게 상호이득을 주는 교역조건





  • 양국 모두에게 상호이득을 안겨다주는 교역조건

  • 국제무역 시행 이후, 양국 소비자들의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변화


그렇다면 잉글랜드에게만 혹은 포르투갈에게만 우호적인 경우를 벗어나서, 국제무역이 양국 모두에게 상호이득(mutual gain)을 주려면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이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까요? 세계시장 가격이 양국 특화 상품의 자급자족 가격보다 높아야 합니다.


만약 포도주 대비 옷 가격 혹은 옷 대비 포도주 가격이 1 이라면, 잉글랜드 특화 상품(=옷)의 자급자족 가격(=100/120)과 포르투갈 특화 상품(=포도주)의 자급자족 가격(=80/90) 보다 높기 때문에, 양국 모두 무역을 통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꼭 세계시장 가격이 1 이어야만 양국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세계시장 가격이 양국 특화 상품의 자급자족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세계시장 가격이 어느 나라의 특화상품 자급자족 가격보다 더 높으냐에 따라서, 무역의 이익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가 달라질테지만, 어찌됐든 양국 모두 자급자족 보다는 소비 선택 폭을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 잉글랜드는 옷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이면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가 100/120병에 불과하지만, 무역을 통해 세계시장(포르투갈)에 판매하면 포도주 1병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이면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이 80/90벌에 불과하지만, 무역을 통해 세계시장(잉글랜드)에 판매하면 옷 1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모두 자급자족 가격보다 더 높은 세계시장 가격을 얻을 수 있어서 무역의 이익을 공유하게 됩니다. 


이러한 무역의 결과로, 잉글랜드는 특화하여 생산한 옷 전부를 포르투갈의 포도주와 교환하면 최대 12병(=옷 12벌 *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 갯수 1)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노동자 전부를 포도주 새산에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 갯수인 10병 보다 큰 숫자입니다. 또한 잉글랜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도 자급자족에 비해서 확장되었습니다.


포르투갈도 특화하여 생산한 포도주 전부를 잉글랜드의 옷과 교환하면 최대 15벌(=포도주 15병 *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 갯수 1)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노동자 전부를 옷 생산에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 갯수인 13.3벌 보다 큰 숫자입니다. 또한 포르투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도 자급자족에 비해서 확장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양국은 똑같은 총 노동자 숫자와 동일한 기술수준을 가지고도, 상호에게 우호적인 교역조건에 기반한 무역 덕분에 자급자족에 비해 선택의 폭을 증가시키게 되었습니다. 


⑤ 교역조건에 따라 무역의 이익 크기가 달라짐


이번 파트에서는 '교역조건에 따라 무역의 이익을 누가 가져가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교역조건이 잉글랜드 혹은 포르투갈 한쪽에게만 유리하게 결정될 경우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국가가 나타날 수 있었고, 교역조건이 상호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결정될 수도 있었습니다.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우호적으로 설정될수록 무역의 이익이 극대화 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교역조건이 우호적이다는 말은 특화상품의 국제무역시 세계시장 가격이 자급자족시 가격 보다 높다는 의미라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교역조건에 따라 무역의 이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해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소비가능선 변화를 정리해봤습니다.


  • 교역조건이 잉글랜드에게 우호적으로 변화할수록 (그래프 오른쪽일수록), 잉글랜드 소비자들이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폭 확대


잉글랜드 소비자가 자급자족 상황에서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은 맨 왼쪽에 나옵니다. 그리고 최대로 불리한 교역조건(=세계 시장 가격이 자급자족 가격과 똑같은 상황) 속에서 무역을 하게 된다면, 무역 이전이나 이후나 소비 조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잉글랜드는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합니다.


이와는 달리 우호적인 교역조건 속에서 무역을 하게 되면, 옷 생산에 특화한 이후 포르투갈과의 교환을 통해 더 많은 포도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잉글랜드가 마주한 교역조건이 1 이라면 옷 12벌로 포도주를 최대 12병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역조건이 최대한 우호적인 90/80 이라면 옷 12벌로 포도주를 최대 13.5병까지 가지게 됩니다. 


교역조건이 잉글랜드에게 우호적일수록 잉글랜드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후생이 증가합니다.


  • 교역조건이 포르투갈에게 우호적으로 변화할수록 (그래프 오른쪽일수록), 포르투갈 소비자들이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폭 확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 소비자가 자급자족 상황에서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은 맨 왼쪽에 나옵니다. 그리고 최대로 불리한 교역조건(=세계 시장 가격이 자급자족 가격과 똑같은 상황) 속에서 무역을 하게 된다면, 무역 이전이나 이후나 소비 조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포르투갈은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합니다.


이와는 달리 우호적인 교역조건 속에서 무역을 하게 되면, 포도주 생산에 특화한 이후 잉글랜드와의 교환을 통해 더 많은 옷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포르투갈이 마주한 교역조건이 1 이라면 포도주 15병으로 옷을 최대 15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역조건이 최대한 우호적인 120/100 이라면 포도주 15병으로 옷을 최대 18벌 까지 가지게 됩니다. 


교역조건이 포르투갈에게 우호적일수록 포르투갈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후생이 증가합니다.




※ 교역조건을 변동시키는 요인 ① '수입관세'(import tariff)

- 수입관세를 통해 인위적으로 교역조건 개선하기


지금까지 이번글을 통해 두 가지 논리를 알 수 있었습니다.


첫째, 수출과 수입, 다르게 말해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가들간의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며, 세계시장 가격이 각국의 자급자족 가격과 차이가 있기 때문' 이었습니다.


둘째, 특화상품의 국제무역시 세계시장 가격이 자급자족시 가격 보다 높을수록, 즉 교역조건이 우호적일수록 무역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던질 수 있는 물음은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시키면 후생증가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입니다. 교역조건이 무역의 이익을 결정한다면, 이를 인위적으로 개선시켜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는 한 가지는 바로 '수입관세'(import tariff) 입니다. 수입국가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그 부담이 수출국가에 일부 전가되기 때문에 상품의 수출 가격이 하락, 다르게 말해 수입국가 입장에서는 상품의 수입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 결과, 교역조건이 개선되게 됩니다. 


향후 다른글을 통해 구체적인 이론 및 사례를 살펴보겠지만, 이러한 논리는 '후생증가를 위한 보호무역 정책의 필요성'(terms of trade argument for protection)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일단 지금은 '교역조건 개선은 소비의 선택폭을 넓혀 후생 증가를 가져오며', '수입관세를 통해 인위적으로 교역조건을 개선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만 머릿속에 담아두면 됩니다.




※ 왜 나라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른가

- 편향성장(biased-growth)에 따른 상대공급(RS) 차이


수입관세 이외에 교역조건을 변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경제성장'(growth) 입니다. 자국 및 외국의 경제성장은 상품의 공급을 변화시켜 세계시장 상품가격(=교역조건)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경제성장이 어떻게 교역조건을 변화시키는지를 살펴보기에 앞서, "왜 세계 각국은 서로 다른 상품 가격을 가지게 되었을까?"를 먼저 생각해 봅시다. 만약 세계 각국에서 상품 가격이 동일하다면 무역이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어떠한 요인이 무역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게끔 만들었을까요.


이번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경제학자들은 나라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른 이유로 크게 2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데이비드 리카도가 주목한 '국가간 기술수준 차이'(technology)이며, 둘째는 헥셔와 올린인 주목한 '부존자원의 차이'(factor endowment) 입니다.


▶ 참고자료

: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헥셔와 올린의 무역이론 -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이번에도 그래프를 이용해서 살펴보도록 합시다.


① 두 가지 상품을 얼마나 생산할지의 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 생산가능곡선 기울기와 등가치선 기울기가 접하는 지점이 이윤극대화 생산 조합


앞서 '※ 자국과 외국에서 서로 다른 가격이 어떻게 국제무역을 만들어내나' 파트에서는 한 가지 상품을 대상으로 자급자족 가격보다 세계시장 가격이 높은 국내는 수출만 · 자급자족 가격보다 세계시장 가격이 낮은 외국은 수입만 하는 상황을 상정했습니다. [부분균형 분석]


하지만 잉글랜드는 옷을 수출하고 포도주를 수입 ·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하고 옷을 수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국제무역은 두 가지 이상의 상품을 대상으로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일반균형 분석 필요]


그럼 우선은 국가경제 내에서 두 가지 상품의 생산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 모습이 윗 그래프에 나타나 있습니다.


X축은 옷 생산량, Y축은 포도주 생산량을 나타냅니다. 파란색 곡선은 (소비가능선 개념과 유사한) 생산가능곡선(PPC, Production Possibility Curve)으로 생산자가 선택가능한 생산 조합을 보여줍니다. 이때 생산자는 아무 조합이나 선택하지 않습니다. 생산자의 목적은 이윤극대화 입니다. 따라서 최대한의 이윤을 가져다주는 생산 조합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등가치선(Isovalue Line) 입니다. 두 상품의 '가격 * 생산량'을 더한 것으로 생산자가 얻게 되는 이윤을 보여줍니다. 가격이 비싸거나 생산량이 많으면 이윤 총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등가치선이 바깥쪽에 놓여있을수록 생산자가 얻어가는 게 많습니다.


생산자는 A · B · C 중 어느 조합을 선택해야 할까요? 당연히 C점이 위치한 등가치선이 가장 바깥쪽에 있으므로 가장 많은 이윤을 가져다 줄겁니다. 


제가 말하고픈 것은 '생산가능곡선의 기울기'와 '등가치선의 기울기'가 '접하는 지점'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생산가능곡선과 등가치선의 기울기(slope)는 두 상품 간의 상대가격(relative price)을 나타내줍니다.


(주 : 왜 접점을 선택하느냐를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② 상품의 상대가격 변화에 따른 상대공급량 결정


  • 옷 상품의 상대가격 증가에 따라 옷의 상대공급량이 증가하는 모습


생산가능곡선의 기울기와 등가치선의 기울기가 접하는 지점을 선택해야 하며, 기울기가 두 상품의 상대가격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울기 즉 상대가격이 변화하면 생산자가 선택해야 하는 조합도 바뀝니다.


윗 그래프가 교역조건에 따른 최적 생산 조합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대가격 1 일때에 비해 상대가격 2인 경우 포도주 대비 옷의 상대공급이 더 많아집니다. 


이는 직관적으로 당연한 사실입니다. 상대가격 1에 비해 상대가격 2가 더 가파른 모양인데, 이는 곧 포도주 대비 옷의 가격으로 나타내진 상대가격이 상승했음을 뜻하며, 옷의 상대가격이 더 비싸졌기 때문에 당연히 옷의 상대생산량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 오른쪽 그래프 모양처럼, 상대가격에 따른 상대공급곡선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옷의 상대가격이 상승할수록 옷의 상대공급량도 증가하는 모양입니다.


(만약 상대가격을 옷 대비 포도주 가격으로 표현한다면, 포도주의 상대생산량이 더 많아지는 모양으로 그래프를 그릴 수 있습니다. 이는 상대가격 및 상대수량의 분자와 분모만 거꾸로 바꾸면 됩니다.)


③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이 다른 국가들, 상대공급곡선이 달라지다


  • 서로 다른 기술수준 및 보유자원을 가진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 옷 생산에 편향적인 잉글랜드, 포도주 생산에 편향적인 포르투갈

  • 옷의 상대가격이 동일할 때, 잉글랜드가 포도주 대비 옷을 더 많이 생산

  • 포르투갈은 옷 대비 포도주를 더 많이 생산


그럼 이제 두 나라의 상대공급곡선을 비교해 봅시다. 두 나라는 동일한 상대공급곡선을 가지게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 잉글랜드는 옷을 수출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합니다. 이는 곧 잉글랜드는 옷을 상대적으로 더 싸게 생산해내며,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상대적으로 더 싸게 생산함을 의미합니다. 나라들마다 비교우위를 가지게 된 상품이 서로 다른 이유는 (리카도가 강조한) '기술수준'(technology)와 (헥셔와 올린이 강조한) '부존자원'(endowment factor)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윗 그래프 왼쪽과 오른쪽처럼 서로 다른 모양의 생산가능곡선에서 나타납니다. 잉글랜드는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 덕분에 옷에 편향적인 생산가능곡선(cloth-biased)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편향적인 생산가능곡선(wine-biased) 이죠. 


이로 인하여, 똑같은 상대가격 일지라도 두 국가의 상대생산량이 다릅니다. 동일한 상대가격을 기준으로, 잉글랜드는 옷을 더 많이 생산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더 많이 생산합니다. 그 결과, 글랜드의 상대공급곡선이 포르투갈의 것에 비하여 더 오른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 : 만약 상대가격 및 상대수량을 옷 대비 포도주로 나타낼 경우,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이 잉글랜드의 것에 비하여 더 오른쪽에 위치) 


④ 국가들마다 서로 다른 상대공급곡선이 가격의 차이를 만들어내다


  •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

  •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이 포르투갈에 비해 더 싸다

  •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이 잉글랜드에 비해 더 싸다


그럼 이제 왜 나라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른지를 본격적으로 알아봅시다. 그 이유는 위에서 다 찾았습니다. 바로,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 차이로 인해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이 서로 다르게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국민의 선호(preference)가 동일하여 수요곡선이 똑같다면, 결국 가격은 공급곡선의 위치가 결정합니다. 


잉글랜드의 상대공급곡선이 더 오른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에서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이 포르투갈에 비해서 더 쌉니다. 반대로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이 더 왼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에서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이 잉글랜드에 비해서 더 쌉니다.


이제 자급자족에서 벗어나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면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이 만들어집니다. 잉글랜드 및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을 가중평균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과 상대수요곡선이 만나서 교역조건이 결정됩니다. 


이때의 교역조건은 자급자족 상황에서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보다 비싸고 포르투갈 옷의 상대가격 보다는 싸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옷을 수출하고 포르투갈은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쓰기 위해 옷을 수입해 옵니다.


반대로 교역조건은 자급자족 상황에서 잉글랜드 포도주의 상대가격보다 싸고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 보다는 비싸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쓰기 위해 포도주를 수입하고 포르투갈은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포도주를 수출합니다.


이번글의 앞에서 살펴본 "수출과 수입, 즉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①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가들간의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며, ② 세계시장 가격이 각국의 자급자족 가격과 차이가 있기 때문'"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교역조건을 변동시키는 요인 ② '편향성장(biased growth)'의 영향

- 자국의 수출편향성장 및 외국의 수입편향성장은 교역조건 악화

- 자국의 수입편향성장 및 외국의 수출편향성장은 교역조건 개선


국가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르게 된 원인을 파악하였고 세계시장에서 교역조건이 결정되는 원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국가들마다 다른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으로 인해 동일한 가격수준일 때 생산해내는 수량이 달랐기 때문(biased)입니다. 개별 국가들은 각자에게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공급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서로 다른 모양을 띈 생산가능곡선'과 '다른 위치에 놓인 상대공급곡선' 그래프를 통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역조건은 여러 국가의 상대공급곡선을 가중평균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이 결정하였고, 나라들마다 서로 다른 가격이 무역을 이끌어내는 원리도 그래프를 통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또 다른 물음인 "자국과 외국의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면 어떻게 해야하나?"던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경제성장이란 생산가능곡선(PPC)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국가들이 가진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이 달라자셔 생산가능곡선이 변화하고, 그 결과 상대공급곡선 위치가 달라지면 교역조건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주류 경제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후생 손실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immiserizing growth)는 주장의 핵심 논거가 됩니다. 


그럼 이제 왜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후생손실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생각해봅시다. 


국제무역 시행 이후 교역조건은 양 국가의 상대공급곡선을 가중평균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이 결정하기 때문에, 양 국가의 상대공급곡선이 움직이면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변합니다. 


라서, '생산가능곡선이 변화하여 상대공급곡선 위치가 달라지는 경우'를 살펴봐야 합니다. 


생산가능곡선은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이 변화하면 이전과 다르게 바뀔 수 있습니다. 이때 생산가능곡선은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에 더 편향적으로 바뀔 수 있으며, 비교열위를 가진 상품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도 바뀔 수 있습니다. 


전자는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으로써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며, 후자는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이고 '비교열위를 가졌던 수입상품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내용 이해를 위해, 여기서는 잉글랜드가 자국(Home), 포르투갈이 외국(Foreign) 이라고 가정합시다.


▶ 잉글랜드의 교역조건이 개선되는 경우

: 자국의 수입편향성장 & 외국의 수출편향성장


  • 옷 수출, 포도주 수입하는 잉글랜드의 수입편향성장

  • 포도주 수출, 옷 수입하는 포르투갈의 수출편향성장

  • 옷의 상대공급을 감소시켜, 옷의 상대가격을 상승시키다


옷을 수출하는 잉글랜드 입장에서 교역조건이 개선되려면 세계시장에서 수출상품 옷의 상대가격이 상승해야 합니다. 


교역조건이 개선되는 경우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자국의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 둘째, 외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


잉글랜드가 수입상품인 포도주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수준이 향상된다면, 위의 왼쪽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잉글랜드 상대공급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왼쪽으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 옷의 상대공급이 줄어들어 옷의 상대가격은 상승, 즉 교역조건은 개선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잉글랜드가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 옷의 상대공급이 세계시장에서 줄어들어 상대가격(=교역조건)이 상승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이 수출상품인 포도주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수준이 향상된다면, 마찬가지로 세계시장에서 옷의 상대공급이 줄어들게 됩니다. 위의 오른쪽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포르투갈 상대공급곡선은 왼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왼쪽으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 옷의 상대가격은 상승하여 잉글랜드 입장에서 교역조건은 개선되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자국의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 및 외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은 자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을 감소시켜 교역조건을 개선시킵니다.


▶ 잉글랜드의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경우

: 자국의 수출편향성장 & 외국의 수입편향성장


  • 옷 수출, 포도주 수입하는 잉글랜드의 수출편향성장

  • 포도주 수출, 옷 수입하는 포르투갈의 수입편향성장

  • 옷의 상대공급을 증가시켜, 옷의 상대가격을 하락시키다


앞서와 반대로, 옷을 수출하는 잉글랜드 입장에서 교역조건이 악화되려면 세계시장에서 수출상품 옷의 상대가격이 하락해야 합니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경우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자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 둘째, 외국의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


잉글랜드가 수출상품인 옷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수준이 향상된다면, 위의 왼쪽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잉글랜드 상대공급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오른쪽으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 옷의 상대공급이 증가하여 옷의 상대가격은 하락, 즉 교역조건은 하락하고 맙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잉글랜드가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 옷의 상대공급이 세계시장에서 늘어나 상대가격(=교역조건)이 하락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이 수입상품인 옷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수준이 향상된다면, 마찬가지로 세계시장에서 옷의 상대공급이 늘어나게 됩니다. 위의 오른쪽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포르투갈 상대공급곡선은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오른쪽으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 옷의 상대가격은 하락하여 잉글랜드 입장에서 교역조건은 개선되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자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 및 외국의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은 자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을 증가시켜 교역조건을 악화시킵니다.



▶ 자국의 수출편향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는 것의 의미


분명, 데이비드 리카도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후생증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였는데, 비교우위 상품에 특화를 강화하여 생산을 늘려나갈수록 어찌된건지 교역조건은 악화되고 맙니다.


물론, 자국의 수출편향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는 논리는 한 가지 전제를 필요로 합니다. 바로 '자국의 상대공급곡선 변화가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을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자국이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자국의 상대공급곡선 변화가 세계시장을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특정 국가의 생산 변화가 세계시장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품이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석유 · 철광석 · 농산품 같은 1차 상품(raw material) 입니다. 1차 상품은 특정 국가에서 생산량이 변동할 경우 세계시장에서 곧바로 가격변화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중동 특정 국가의 정치분쟁은 석유가격 인상으로 나타나고, 중남미 기후 변화는 세계 농산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인해, 과거 중동 및 중남미 국가들 안에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이 우리 수출품의 생산을 증가시켜 되려 교역조건을 악화시키고 후생손실을 초래한다"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외국의 수입편향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는 것의 의미


그렇다면 선진국은 교역조건 악화에 대한 불만이 없을까요? 


선진국이 두려워하는 점은 신흥국의 경제성장 입니다. 과거 선진국과 신흥국은 기술수준이 달랐기 때문에 비교우위 상품 또한 서로 달랐습니다. 그러나 신흥국 경제가 성장하고 선진국을 쫓아 기술개발을 하게 되자, 과거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상품을 스스로 생산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즉, 신흥국이 수입편향성장을 하게 된겁니다. 


이로 인하여 선진국 입장에서는 '외국의 수입편향성장'을 맞이하게 되었고, 비교우위를 가졌던 상품의 상대공급량이 늘어나서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both true and non-trivial) 명제'로 칭했던 폴 새뮤얼슨[각주:4] 조차 2004년 논문을 통해 자유무역 논리가 미국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걱정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최근 선진국 내에서는 신흥국의 추격 특히나 중국의 경제성장을 매우 우려스럽게 바라보며, "자유무역이 선진국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거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 교역조건 개선을 근거로 한 보호무역 옹호와 자유무역 비판의 논쟁들 


이번글에서 알게된 지식을 정리해 봅시다. 


서로 다른 국가들이 무역을 하는 이유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국내와 외국에서 다르기'(different relative price) 때문이며. '자급자족 일때의 가격과 국제무역시의 가격이 얼마나 다르냐가 무역의 이익을 결정(autarky price vs. world price)'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세계시장에서 결정된 수출품(수입품) 가격이 자급자족 국내가격보다 얼마나 높으냐(낮으냐) 이며, 이를 보여주는 개념 및 지표가 '교역조건'(Terms of Trade) 입니다. 만약 교역조건이 자급자족일 때의 가격 비율보다 높다면 무역의 이익을 크게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교역조건 그 자체의 개선 및 악화는 무역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후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시키면 후생증가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고, '교역조건을 개선시켜 후생증가를 달성하기 위해,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terms of trade argument for protection) 라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물음인 "자국과 외국의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면 어떻게 해야하나?"를 던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과거 중동 및 중남미 국가들 안에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이 우리 수출품의 생산을 증가시켜 되려 교역조건을 악화시키고 후생손실을 초래한다"라는 비판이 나오게 되었고, 오늘날 선진국 내에서는 신흥국의 추격 특히나 중국의 경제성장을 매우 우려스럽게 바라보며, "자유무역이 선진국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거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 및 비판들은 과거 개도국 및 오늘날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국제무역논쟁]의 중요한 논점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수입관세 정책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던 1920~30년대 호주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먼저 알아봅시다.



  1.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joohyeon.com/217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1. 십사그램
    항상 잘 보고 있어요!! 글의 흐름이 좋아서 공부한 내용 정리하면서 읽기 너무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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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Posted at 2018.08.05 22:3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비교우위론 (Comparative Advantage)

-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 명제 (both True and Non-Trivial)

- 리카도의 어려운 아이디어 (Ricardo's Difficult Idea)


(저명한 수학자인 동료) Ulam은 과거에 종종 이런 말을 하면서 나를 놀리곤 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both true and non-trivial) 명제를 하나 말해봐." 나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적절한 답이 떠올랐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The Ricardian theory of comparative advantage). 이 이론은 '한 국가가 절대적으로 생산성이 높든 낮든 무역을 통해 상호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준다. 


비교우위론은 논리적으로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수학자 앞에서 논쟁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하찮지 않다는 점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며 설명을 해주어도 믿지 않는 수많은 지식인들에 의해 증명된다.[각주:1]    


- 폴 새뮤얼슨, 1969, 'The Way of an Economist'


무역이 양 국가의 실질소득을 모두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를 전해주는 비교우위론은 이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간단하고 흥미로운 사고방식(simple and compelling concept)이다. 그러나 경제학자 이외의 부류들과 토론을 하게 되면 재빨리 깨닫게 될 거다. 아 (일반사람에게) 비교우위론은 매우 어려운 사고방식이구나. (...)


나를 포함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정중함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비판자들이 시도하려고 하는 것은 비교우위가 현실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주의를 끄는 것이다. 결국 경제학자들은 간단한 리카도모형이 현실에서 무역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를 듣게 된다. (...)


공공토론에서 경제학자의 무용성은 잘못된 가정에서 오는 거 같다. 우리는 무역에 관해 글을 쓰고 말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비교우위를 이해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매우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그들은 비교우위를 이해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듣기를 희망하지도 않는다. 대체 왜?[각주:2]


- 폴 크루그먼, 1998, Ricardo's Difficult Idea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이 말했듯이, 경제학자에게 있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 명제'(both true and non-trivial) 이며, 경제학에서 제일 중요한 이론으로 꼽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높게 평가되는 이론은, 그러나,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아이디어'(difficult idea)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틀린 아이디어 라는 비판도 듣습니다.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각주:3]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매우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그들은 비교우위를 이해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듣기를 희망하지도 않는다. 대체 왜?" 라고 말하며 답답함을 표시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교우위론'은 과거와 오늘날 벌어진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과거 개발도상국과 오늘날 선진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보호무역 카드를 꺼내들고,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거스르려는 행동'을 보며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19세기 데이비드 리카도가 세상에 내놓은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이 무엇이길래, 이를 둘러싼 논쟁이 수백년간 지속되는 것일까요? 경제학자들과 비전공자들이 바라보는 비교우위론이 얼마나 다르길래 서로 답답해 하는 것일까요?


이제 이번글을 통해, 경제학자들이 이해하는 비교우위론을 알아본 뒤, 이론의 어떠한 점이 대립과 갈등을 불러오는 지를 살펴봅시다.




※ (복습) 리카도가 외국과의 자유무역을 주장한 배경


● 제6장 이윤에 대하여


한 나라가 아무리 넓어도 토질이 메마르고 식량 수입이 금지되어 있으면, 최소한의 자본의 축적이라도 이윤율의 커다란 하락과 지대의 급속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에, 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36~137쪽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에서 설명하였듯이, 데이비드 리카도가 뜬금없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외국과의 자유무역'을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19세기 영국인으로서 리카도가 우려하던 것은 '토지의 수확체감이 초래하는 임금 상승과 이윤율 하락' 이었습니다. 


토지가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경작 면적을 확대할수록 열등한 토지가 개간되고 수확량은 감소합니다. 이로 인해 곡물 한 단위 생산에 더 많은 노동이 투입되어 곡물 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노동자의 생계비 수준으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 또한 오르게 됩니다. 그 결과, 영농자본가와 산업자본가의 이윤이 감소하여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축적이 저해됩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모든 문제의 근원은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s)에 있습니다. 만약 토지의 생산성이 균일하다면 지대도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임금도 상승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토지가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속성을 인간이 고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리카도가 주목한 것은 '외국과의 무역' 입니다. 만약 국내의 곡물 수요를 외국 곡물의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 경작 면적을 넓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열등한 토지를 개간할 일도 없고, 지대와 임금도 상승하지 않을 겁니다. 그 결과 자본가의 이윤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의 발견'과 '식량의 자유로운 수입' 그리고 이를 통한 '자본가의 높은 이윤 유지', 리카도가 곡물법을 폐지하고 '자유무역'(Free Trade)을 옹호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 국제무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리카도를 떠올리는 이유는?

- 『원리』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On Foreign Trade)

- 절대우위론을 보완한 비교우위론

- 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가 상호이득을 볼 수 있다 (Mutual Gain)


리카도가 전개한 '무역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새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리카도보다 앞서 애덤 스미스 또한[각주:4]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분업의 고도화와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는 논리로 무역의 동태적이익(Dynamic Gain)을 말하였습니다


스미스는 '무역이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주장도 하였습니다[각주:5]. 우리가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구입하는 게 더 싸다면, 그것을 사는 게 이득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는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한 나라의 총노동이 향한다면, 총노동이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라고 말하며, 무역의 정태적이익(Static Gain)을 설명했습니다.


리고 국가의 무역통제를 금지하고 수입제한을 없애자는 자유무역 논리도 처음 나온 게 아닙니다. 이 또한 애덤 스미스[각주:6]가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하며, "자유무역은 공공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반면, 중상주의적 규제는 소비자를 희생하고 제조업 생산자의 이익만을 고려한다"고 분명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국제무역 혹은 자유무역에 관한 대표적인 경제학자를 연상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람은 애덤 스미스가 아니라 '데이비드 리카도' 입니다. 왜 일까요? 바로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 때문입니다. 


리카도가 내놓은 비교우위론은 단순히 '중상주의보다 자유무역이 좋구나' 라는 사고를 넘어서서 '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가 상호이득을 볼 수 있구나(mutual gain)' 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중상주의 비판 및 자유무역론도 사람들의 사고를 완전히 뒤바뀌게끔 공헌을 하였으나, 리카도는 절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국가도 자유무역이 필요하다는 점 절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국가도 강대국과 무역을 하면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자유무역의 확산에 기여하였습니다.


우선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Absolute Advantage)을 살펴본 이후, 리카도의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 (Absolute Advantage)


: 애덤 스미스가 '자유무역을 해야하는 이유'로 여러 논거(경제성장, 자유주의적 사고, 중상주의 폐해 등)를 들었는데, 그 중 하나는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입니다. 지난글[각주:7]에서 보았던 『국부론』 일부를 다시 읽어봅시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국내의 특정한 수공업 · 제조업 제품에 대해 국내시장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각 개인에게 그들의 자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지시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경우, 쓸모 없거나 유해한 규제임에 틀림없다. 만약 국산품이 외래품만큼 싸게 공급될 수 있다면 이러한 규제는 명백히 쓸모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렇나 규정은 일반적으로 유해하다. 현명한 가장(家長)의 좌우명은, 구입하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더욱 비싸다면 집안에서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


모든 개별 가구에 대해서 현명한 행동이 대국에 대해서는 어리석은 행동이 될 수는 없다. 만약 외국이 우리가 스스로 제조할 때보다 더욱 값싸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국산품의 일부로 그것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게 하더라도, 한 나라의 총 노동은 그것을 고용하는 자본과 일정한 비례관계에 있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각종 수공업자들의 노동이 감소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총노동도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고, 다만 가장 유리하게 이동될 수 있는 방도를 찾게 될 것이다.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한 나라의 총노동이 향한다면, 총노동이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특정 상품의 생산에서 다른 나라가 누리고 있는 자연적 이점이 한 나라에 비해 너무나도 크다면, 그 상품과 경쟁하는 것이 헛수고라는 것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 


수요되는 같은 양의 상품을 얻기 위해서 외국으로부터 살 때 필요한 것보다 30배나 많은 자국의 자본 · 노동을 들여서 그것을 국내에서 생산하려는 것이 얼빠진 짓이라면, 1/30 또는 심지어 1/300 정도 더 많은 자본 · 노동을 들여서 그것을 국내에서 생산하려는 것 역시 앞에서처럼 뚜렷하지는 않아도 얼빠진 짓이란 점에서는 완전히 똑같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누리는 우위(advantage)가 천부적인 것이건 후천적으로 획득된 것이건, 그것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한 나라가 이러한 우위를 가지고 다른 나라가 그것을 가지지 못하는 한, 후자는 스스로 생산하기보다 전자로부터 구입하는 것이 항상 더 유리하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3~556쪽


애덤 스미스가 말했듯이 무역을 하는 국가가 이익을 얻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 반복하자면, "외국이 우리가 스스로 제조할 때보다 더욱 값싸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국산품의 일부로 그것을 사는 것이 유리" 합니다.


(주 : 국내에서 번역된 『국부론』은 '비교우위'로 번역 하였으나, 원문은 'some advantage' 입니다. 따라서 리카도의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와 혼동하지 않으려면,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 우위를 가진 국산품의 일부'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국제무역을 '서로 다른 국가 간의 전쟁터'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약소국이 강대국과의 무역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통념과는 반대로, 오히려 국제무역은 생산성이 낮은 약소국에게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강대국이 만들어낸 값싼 상품을 수입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미스의 절대우위론은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 생산성이 절대적으로 우위인 강대국은 왜 절대열위인 약소국과 무역을 해야 하나요? 


스미스의 논리에 따르면, 절대우위에 놓인 국가는 스스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제일 싸기 때문에, 어느 국가와의 무역에서도 더 값싼 상품을 구입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역을 해야하는 이유도 없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은 무역을 전쟁터로 바라보는 일반인의 통념을 깨뜨리는 데 공헌하긴 하였으나, 절대우위를 가진 국가가 무역을 통해 어떠한 이익을 볼 수 있는지를 말하지는 못했습니다. 따라서,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 빈번히 벌어지고 있는 무역이 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였고, 강대국이 무역을 해야하는 이유도 설득시키지 못했습니다.




※ 마법의 네 숫자 (Four Magic Numbers)

- 옷(cloth)에 비교우위를 가진 영국

- 포도주(wine)에 비교우위를 가진 포르투갈

- 영국, 포도주 수입을 위해 옷을 생산하자 (Cloth for Wine)


  • 2017년 12월, 리카도 비교우위론 등장 200주년 기념
  • Cloth에 비교우위를 가진 영국과 Wine에 비교우위를 가진 포르투갈
  • 영국은 Wine을 얻기 위해서 Cloth 생산에만 전념해도 된다! (Cloth for Wine!)

  • 데이비드 리카도가 1817년 출판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On th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에는 애덤 스미스가 41년 전 말했던 절대우위론을 보완하는 무역이론,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이 담겨져 있습니다. 


    리카도는 마치 사소한(trivial) 논리를 설명하듯이 가볍게 이야기 했으나,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온 이후 경제학자들이 자유무역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은 한층 더 넓어지고 깊어졌습니다. 『원리』에 나온 그 부분을 한번 읽어봅시다.


    ●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잉글랜드직물을 생산하는 데 연간 100명의 노동이 필요한 상황에 있으며, 잉글랜드가 포도주를 생산하려고 할 경우 동일한 기간 동안 120명의 노동이 필요하다고 해보자. 그러면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또 직물을 수출해 포도주를 구매하는 것이 이익임을 알게 될 것이다.


    포르투갈에서 포도주를 생산하는 데는 연간 80명의 노동만이 필요하며, 같은 나라에서 직물을 생산하는 데는 연간 90명의 노동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면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하여 직물과 교환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49~150쪽 


    짧은 문단 속에 등장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그리고 '옷(직물)'과 '포도주', 마지막으로 '마법의 네 숫자'(Four Magic Numbers)[각주:8]라 불리우는 네 가지 숫자가 국제무역이론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신 분들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두 상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기회비용'을 구한 뒤 비교우위 및 열위 여부를 판단하겠지만, 리카도가 책을 출간할 당시에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우선, 우리는 교과서 버전(textbook edition)의 비교우위론이 아니라 리카도의 가치 이론(Ricardian Value Theory)에 따른 비교우위론을 생각해봅시다.


    (주 : 오늘날 현대 경제학 교과서 버전의 비교우위론-기회비용 관점-이 궁금하신 분은 2015년에 작성한 본 블로그의 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내용을 좀 더 쉽게 파악하기 위해 표를 봅시다.



    잉글랜드는 옷을 생산하려면 100명의 노동, 포도주는 120명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포르투갈은 옷 생산에 90명, 포도주에 80명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리카도는 갑자기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또 직물을 수출해 포도주를 구매하는 것이 이익",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하여 직물과 교환하는 것이 유리" 라고 단언합니다. 즉, 표에 색칠한 품목이 양 국가가 비교우위를 가진 채 수출하는 상품입니다.


    리카도가 왜 이렇게 단언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가치 이론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을 통해, 리카도는 "한 상품의 (교환)가치는 그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상대적 노동량에 달려있다"고 믿었다는 점을 소개했습니다. 이른바 '투하노동설' 입니다. 예를 들어, 100명의 노동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상품의 가치는 100이고, 120명이 투입된 상품의 가치는 120 입니다. 

     

    이런 이유로 서로 다른 수의 노동이 투입된 상품들은 동일한 가치로 교환될 일이 없습니다. 100명이 투입된 상품과 120명이 투입된 상품이 똑같은 가치로 교환, 예를 들어 100의 가치로 교환된다면 120 짜리 상품은 손해를 보는 셈이기 때문이죠. 또는 120 가치로 교환된다면 100짜리 상품은 앉아서 이득일 보게 됩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위와 같습니다. 만약 교환되는 잉글랜드 옷의 상대 가치가 상대 투하노동량 보다 높다면, 잉글랜드인 모두가 옷 생산을 하게 될 겁니다. 반대로 교환되는 잉글랜드 옷의 상대 가치가 상대 투하노동량보다 작다면, 잉글랜드인 모두가 포도주 생산을 하게 될 겁니다. 자급자족 상황에서는 두 상품을 모두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조정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수의 노동이 투입된 상품들은 상대 노동투하량과 동일한 상대 가치로 교환됩니다. 즉, 잉글랜드가 무역을 하지 않고 자급자족 상태로 살아간다면, 두 상품의 상대 가치는 상대 노동투하량과 동일한 값을 계속 가질 겁니다. 리카도의 숫자를 예시로 쓴다면, 포도주 대비 옷의 상대 가치는 상대 투하노동량과 동일한 100/120을 띄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국가와 상품 교환을 할 때는 국내 교환과는 다른 법칙이 작동합니다.

     

    한 나라에서 상품의 상대 가치를 규제하는 것과 동일한 규칙이 둘 또는 그 이상의 나라들 사이에서 교환되는 상품의 상대 가치를 규제하지는 않는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47쪽 

     

    이 말이 무슨 말이냐하면, 두 국가 간에 교환되는 상품의 가치는 두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과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두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품의 가치가 최소한 어느 한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과는 다른 값을 가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무역거래시 교환되는 상품의 상대 가치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만약 옷의 상대 가치가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이 옷 생산에 투입하는 상대 노동량보다 높다면 양 국가 모두 옷을 생산할 겁니다. 반대로 옷의 상대 가치가 적다면 양 국가 모두 포도주를 생산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두 국가는 똑같은 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무역교환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무역 교환을 하기 위해서 옷의 상대 가치는 두 국가 상대 노동량의 가운데에 있어야 합니다. 그 결과 이제 잉글랜드는 옷에 특화하게 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특화하게 됩니다


    아래를 통해 표와 수식을 다시 살펴봅시다.


     


     

     


     

    ※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국과 외국에서의 '가격이 다르기 때문'

    - 이른바 '교역조건'의 중요성 (Terms of Trade)


    '무역 교환을 하기 위해서 옷의 상대 가치는 두 국가 상대 노동량의 가운데에 있어야' 하는데, 왜 '잉글랜드는 옷에 특화하게 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특화'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앞서 살펴본 '두 국가 간에 교환되는 상품의 가치는 두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과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의 의미가 무엇인지 좀 더 깊게 생각해봅시다.


    바로,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과 외국에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different relative price)이라는 말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수출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보다 외국에 판매할 때 더 높은 상대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higher relative price) 이고, 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구입할 때보다 외국에서 구입할 때 더 낮은 상대가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lower relative price) 입니다.






     

    자급자족일 때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은 100/12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대 90/80의 상대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급자족일 때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은 80/9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대 120/100의 상대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내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외국에 판매하는 것이 더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옷을 수출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합니다.


    반대로 수입을 생각해보면, 자급자족일 때 잉글랜드 포도주의 상대가격은 120/10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소 80/90 가격으로 구입해 올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급자족일 때 포르투갈 옷의 상대가격은 90/8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소 100/120 가격으로 구입해 올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것이 더 싸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포르투갈은 옷을 수입합니다.


    여기서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과 한 가지 차이가 나타나는데,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 가격의 기준이 (생산성의 절대 수준이 결정하는) 절대 가격이 아니라 (생산성의 상대 수준이 결정하는) 상대 가격(relative price) 이라는 점입니다.  


    절대 가격을 보면 포르투갈은 생산성의 절대 수준이 잉글랜드에 비해 높기 때문에, 옷이든 포도주든 수입을 하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는 게 훨씬 더 값이 쌉니다. 


    하지만 자본과 노동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둘 중 어느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게 비교적 싼 지를 혹은 둘 중 어느 제품을 외국에 판매해야 비교적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생산성이 절대적으로 우위인 국가도 상대적인 생산성은 열위일 수 있기 때문에, 절대열위 국가로부터 수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산성이 절대적으로 열위여서 국내 상품 가격이 높은 국가도 상대적인 생산성은 우위이기 때문에, 더 높은 상대 가격을 받고 절대우위 국가에 수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절대우위와 절대열위 국가 모두 무역을 통해 '상호이득'(mutual gain)을 볼 수 있습니다.


    리카도가 책을 집필하던 시기에는 경제주체가 선택을 할 때 '기회비용'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사고가 완전히 뿌리내리지는 않았으나,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인식을 했었기 때문에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주 : 앞에서도 말했지만, 오늘날 현대 경제학 교과서 버전의 비교우위론-기회비용 관점-이 궁금하신 분은 2015년에 작성한 본 블로그의 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원리』에 나타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다시 한번 살펴봅시다.


    ●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잉글랜드는 직물을 생산하는 데 연간 100명의 노동이 필요한 상황에 있으며, 잉글랜드가 포도주를 생산하려고 할 경우 동일한 기간 동안 120명의 노동이 필요하다고 해보자. 그러면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또 직물을 수출해 포도주를 구매하는 것이 이익임을 알게 될 것이다.


    포르투갈에서 포도주를 생산하는 데는 연간 80명의 노동만이 필요하며, 같은 나라에서 직물을 생산하는 데는 연간 90명의 노동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면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하여 직물과 교환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포르투갈이 수입하는 상품이 잉글랜드에서보다 포르투갈에서 더 적은 노동으로 생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교환은 일어날 것이다. 비록 포르투갈은 직물을 90명의 노동으로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데 100명의 노동이 필요한 나라로부터 그것을 수입할 것이다. 


    왜냐하면 포르투갈은, 그 자본의 일부를 포도 재배에서 직물 제조로 전환시켜서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직물을, 잉글랜드에서 획득하게 해주는 포도주 생산에 그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잉글랜드는 80명의 노동의 생산물에 대해 100명의 노동의 생산물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한 교환은 동일 국가의 개인들 사이에서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잉글랜드인 100명의 노동이 잉글랜드인 80명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주어질 수는 없지만, 잉글랜드인 100명의 노동의 생산물은 포르투갈인 80명, 러시아인 60명, 또는 동인도인 120명의 노동의 생산물에 대한 대가로는 주어질 수 있다. (...)


    그리하여 직물이 포르투갈에 수입되려면, 그것을 수출하는 나라에서 치르는 값보다 포르투갈에서 더 많은 금을 받고 팔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포도주가 [포르투갈에서] 잉글랜드로 수입되려면, 그것이 포르투갈에서 치르는 값보다 잉글랜드에서 더 많이 받고 팔릴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무역이 순전히 물물 교환이라면, 그것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잉글랜드가 일정한 노동량으로 포도 재배 대신에 직물 제조로 더 많은 양의 포도주를 획득할 수 있을 만큼 직물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을 동안뿐일 것이며, 또 포르투갈의 산업에 정반대의 효과가 일어날 동안뿐일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49~151쪽 


    이처럼 국제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나 비교우위 원리는 이를 이해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크루그먼이 말한 것처럼) 간단하고 흥미롭습니다(simple and compelling).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왜 '비교우위론과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이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것일까요?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정말 상호이득을 가져다 주는가

    - 개도국 : 생산성이 높은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기나

    - 선진국 : 개도국이 저임금을 이용하여 상품을 싸게 만들면 어떻게 경쟁하나


    비교우위가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함의는 '무역을 하는 국가들이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mutual gain)는 것입니다. 절대열위인 국가도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절대우위인 국가도 비교열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역을 해야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무역이 상호이득을 안겨준다는 사실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개도국이 선진국 대기업을 어떻게 이겨?" 여기에 더해 서로 다른 가격이 무역의 이익을 창출한다는 설명을 해주면 "그럼 개도국이 저임금을 이용해서 상품을 싸게 만들면 우리 선진국은 어떻게 수출하나?" 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 개발도상국 : 생산성 높은 선진국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기나

    ▶ 선진국       : 개도국이 저임금을 이용하여 상품을 싸게 만들면 어떻게 경쟁하나


    즉,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 비교우위가 말하는 상호이득 논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내비치곤 합니다. 경제학자들이 보기에 이들의 우려가 어떤 점에서 잘못된 것인지 알아봅시다.

     

    리카도는 투하노동량이 상품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었으나, 오늘날 현대 경제학에서 중요한 것은 '(한계)생산성'과 '임금' 입니다.

     

    상품 한 단위 생산에 a명의 투입된다는 말은 근로자 1명의 생산성이 1/a 단위라는 말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한 대 생산에 4명이 투입되면, 근로자 1명의 생산성은 스마트폰 1/4대이죠. 즉, 리카도가 사용한 투하노동량에 역수를 취하면 근로자 1명의 생산성을 구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가격은 '임금/생산성'이 결정짓기 때문에, 임금이 높을수록 그리고 생산성이 낮을수록 가격은 올라가고, 임금이 낮고 생산성이 높을수록 가격은 하락합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것을 앞에서 구해놓은 '양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과 상품의 상대 가치의 관계'에 대입하면 개도국과 선진국의 임금이 어디에서 결정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관계가 말해주는 바는, 개도국과 선진국의 임금은 그들의 생산성 수준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보통 선진국은 개도국에 비해 높은 임금 수준을 기록하는데(wage disadvantage), 선진국이 누리는 최저 생산성 우위(lowest productivity advantage, 좌변) 보다는 높고 최고 생산성 우위(highest productivity advantage, 우변) 보다는 낮습니다.


    이를 쉽게 풀어 설명하면, '선진국의 높은 생산성 우위는 고임금 때문에 어느정도 상쇄된다'거나 '개도국의 저임금 우위는 낮은 생산성 때문에 어느정도 상쇄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낮은 생산성에 맞추어 저임금을 유지함으로써 강대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고, 선진국은 고임금을 가지고 있으나 생산성 수준도 그에 맞게 높기 때문에 개도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약 두 국가 모두 생산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인위적으로 유지한다면 무역의 상호이득은 사라질 수 있으나, 임금은 전체 노동시장의 생산성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오직 무역을 위해서 임금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는 힘듭니다. 

     

    (주 : 임금을 고려한 비교우위론에 대해서는 본 블로그의 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주 : 인위적으로 임금을 낮게 유지하여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해서는 본 블로그의 글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는 경우에도 자유무역의 이익 누리는가?


    지난글[각주:9]과 이번글의 앞에서 복습했듯이, 데이비드 리카도가 자유무역을 주장하게 된 배경은 '새로운 시장의 발견'과 '식량의 자유로운 수입' 그리고 이를 통한 '자본가의 높은 이윤 유지' 였습니다.


    리카도가 바라보기에 모든 문제의 근원은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s)에 있었습니다. 곡물 생산을 늘려나가면 영농자본가의 수익이 늘지 않고 지주만 이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수확체감으로 인한 노동자 임금 상승은 산업자본가의 이윤에도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위해서 수확체감 성질을 가진 산업을 포기하고(=외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신하고) 제조업 같은 수확체증산업(increasing return)에 특화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19세기 당시 영국이 제조업 부문에 비교우위가 있었기 때문에,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바람직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19세기 영국과는 달리 수확체감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는 자유무역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요?


    만약 당시 영국이 제조업이 아닌 농업에 비교우위가 있었다면, 자유무역의 결과 농업부문 특화가 더 진행되어 (리카도의 가치 · 지대 · 임금 · 이윤 이론에 따라서) 경제성장에 악영향만 끼쳤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습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질서를 따르면 '수확체증산업에 특화할 수 있느냐', 다르게 말해 '제조업이나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울 수 있느냐' 여부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주요 논점이 되고 맙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 깊게 다룰 계획입니다.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③

    - 특화품 생산을 늘려나갈수록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면?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는 경우에도 자유무역의 이익 누리는가?"에 대한 의문은 결국 '어떤 산업에 특화를 하느냐가 무역의 이익을 누리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해 줍니다. 그리고 이는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를 한 결과, 특화품목의 생산량을 늘려나갈수록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면 자유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발전됩니다.


    이번글에서 살펴보았듯이, 비교우위론은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를 국내에서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과 외국에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different relative price)이라고 설명합니다. 


    출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보다 외국에 판매할 때 더 높은 상대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higher relative price) 이고, 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구입할 때보다 외국에서 구입할 때 더 낮은 상대가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lower relative price) 입니다.


    그러므로 무역의 이익 크기(gains from trade)는 '국내 가격과 수출시장에서의 가격이 얼마나 다른가'가 결정짓습니다.


    만약 국내에서 판매해야 하는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수출시장에서 판매를 할 수 있다면, 수출로 얻게 된 돈으로 더 많은 수입품을 수입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국내 판매가격과 수출시장에서의 판매가격이 똑같다면, 굳이 무역을 해야할 이유도 없으며 수입도 줄어들 겁니다.


    일반적으로는 개별 국가가 생산성을 증가시켜서 특화품 가격을 낮게 만들게 되더라도,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기 때문에 수출시장 가격은 변동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수출시장 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기 때문에 무역의 이익은 커집니다.


    그러나 석유 · 철광석 · 농산품 등 1차 상품(raw material)은 특정 국가에서 주로 생산되며, 이들이 생산량을 조정하면 세계시장에서의 가격이 크게 변동합니다. 가령, OPEC 등 산유국이 원유채굴량을 늘리면 석유가격이 크게 하락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결국 '비교우위에 입각해서 특화를 한 뒤 생산량을 증가시켰더니, 교역조건이 악화되어 무역의 이익이 사라졌다'는 현상을 초래하고 맙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②와 유사하게,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선진국에만 유리하고, 1차 상품에 비교우위를 가진 개발도상국에 불리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 깊게 다룰 계획입니다.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④

    - 어떤 산업이 비교우위를 가지는가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는 영원히 지속되는가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②와 ③은 결국 '어떤 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는가', '어떤 산업에 특화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리카도는 '비교우위가 상대적인 생산성(relative productivity)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가마다 상대적으로 생산성 우위를 가진 산업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느냐도 다릅니다.


    그럼 보다 근본적으로 국가마다 다른 상대적인 생산성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왜 영국 등 선진국은 제조업 부문에 생산성 우위를 가지게 되었고, 왜 남미 등 개도국은 1차 산업에 생산성 우위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또한 현재는 비교열위에 놓여져있는 수확체증산업 및 제조업을 성장시켜서 미래를 도모하고 싶은데,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질서를 따르면, 헌번 결정된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는 영원히 지속되는 것인가요?


    이러한 물음들은 결국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과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이란 현재 영유아(Infant) 상태인 산업을 자유무역에 노출시키지 않고 보호정책으로 육성하자는 주장입니다. 주로 산업화 후발주자인 국가가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쓰는 산업정책 입니다.


    만약 한 국가가 가지는 비교우위가 '역사적 우연성(historical accident)으로 그저 빨리 진입(early entry) 했기 때문에 가진 것'이라면, 늦게나마 진입하려는 국가가 미래에 더 나은 우위를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비교우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정책입안자들이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지금은 자유무역을 따르기보다 보호무역을 통해 비교우위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이 더 효과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비교우위론은 그저 "미래는 생각치 말고 현재의 비교우위 산업에 특화해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즉,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질서를 따르면, 영원히 현재의 비교우위 산업에만 특화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 깊게 다룰 계획입니다.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⑤

    - 무역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는가

    - 무역개방 이후 비교열위에 처하게 된 근로자와 산업을 어떻게 지원하나

    -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은 작동하는가 


    앞서 소개한 논쟁들이 '비교우위의 원리 그 자체가 옳으냐 그르냐'를 둘러싼 것이라면, 이번 논쟁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실시한 이후의 대책'에 관한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 및 데이비드 리카도 등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비교우위 및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에 특화한 후 비싼 값에 수출하고, 나머지 상품은 직접 생산하지 않고 싼 가격에 수입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이른바 '수입품의 간접생산'(indirect product) 논리 입니다.


    무역개방을 한다면, 필연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인 생산성이 낮아서 생산을 중단하게 된 산업이 생길 겁니다. 그렇다면 비교열위에 처하게 된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요? 그리고 (개도국과 선진국이 모두 선호하는) 제조업이 비교열위 상태에 놓이게 된다면 이를 어떻게 해야하나요?


    '무역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와 '무역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은 오늘날 선진국에서 특히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다른글에서 깊게 다룰 계획입니다.




    ※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 [국제무역논쟁 선진국] 시리즈


    이번글에서 짧게나마 소개한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들은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 [국제무역논쟁 선진국] 시리즈를 통해 깊게 생각해볼 기회가 있을 겁니다.



    1. He used to tease me by saying, 'Name me one proposition in all of the social sciences which is both true and non-trivial.' This was a test that I always failed. But now, some thirty years later, on the staircase so to speak, an appropriate answer occurs to me: The Ricardian theory of comparative advantage; the demonstration that trade is mutually profitable even when one country is absolutely more - or less - productive in terms of every commodity. That it is logically true need not be argued before a mathematician; that it is not trivial is attested by the thousands of important and intelligent men who have never been able to grasp the doctrine for themselves or to believe it after it was explained to them. [본문으로]
    2. I believe that much of the ineffectiveness of economists in public debate comes from their false supposition that intelligent people who read and even write about world trade must grasp the idea of comparative advantage. With very few exceptions, they don't -- and they don't even want to hear about it. Why?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8. - 폴 새뮤얼슨, 1969, 'The Way of an Economist' [본문으로]
    9.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1. 존 스튜어트 밀
      비경제학도지만, 올려주신 글들을 보고 무역이론에 관해 시야를 넓히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다음편이 너무 기대되는데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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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Posted at 2018.07.30 15:08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데이비드 리카도의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1817)

    『On th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지난글에서 소개한 애덤 스미스[각주:1]를 모르는 사람이 없듯이, 데이비드 리카도가 내놓은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비교우위는 대학교 경제학원론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와 대중 경제서적에도 친근하게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애덤 스미스의 사상과 배경을 제대로 몰랐듯이) 비교우위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내놓은 역사적 배경을 모르거나,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이 왜 모든 국가에게 이익을 주는 지를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비교우위론'은 [국제무역논쟁]의 중심[각주:2]에 서있습니다.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손해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일부 사람들은 비교우위 자체가 말이 안되는 개념이라고까지 주장합니다. 


    따라서, 이런 오해를 바로잡고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비교우위' 개념 설명 및 이를 둘러싼 오해와 논쟁을 살펴볼 계획입니다. 


    우선, 이번글에서는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비교우위가 등장한 배경 및 맥락을 공부하는 것은 '자유무역 사상의 등장배경'(Intellectual History of Free Trade)을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어떠한 맥락 속에서 등장했나

    - 19세기 영국, 곡물 수입에 대한 관세 부과를 둘러싼 논쟁 

    - 이른바 '곡물법 논쟁'(Corn Law Controversy)


    리카도가 집필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이른바 『원리』)에서 '비교우위' 개념은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속에 짤막하게 등장합니다. 다르게 말해, 『원리』는 국제무역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닙니다. 


    그럼 리카도는 무엇을 말하기 위해 책을 쓴걸까요? 아래에 인용한 문장들이 리카도의 관심사와 사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제6장 이윤에 대하여


    한 나라가 아무리 넓어도 토질이 메마르고 식량 수입이 금지되어 있으면, 최소한의 자본의 축적이라도 이윤율의 커다란 하락과 지대의 급속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에, 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36~137쪽 


    리카도의 주된 관심사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지주(지대) · 자본가(이윤) · 노동자(임금)의 분배 원리를 밝히는 것, 둘째는 곡물법 폐지를 통해 자본가 계급의 이윤을 증가시켜 자본축적 및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것 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곡물법(Corn Law)이 무엇이길래 리카도는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일까요? 


    곡물법이란 국내산 곡물가격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도달할 때까지 곡물수입을 금지하거나, 수입 곡물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법률입니다. 19세기 초반 영국은 곡물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하여 곡물법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곡물법 유지를 옹호한 건 지주계급(Landlord)이었습니다. 곡물 가격이 비싸면 곡물 재배를 위한 경작 면적이 확대되어 지주의 이익, 즉 지대(rent)가 증가하기 때문이었죠. 토마스 맬서스(Thomas Malthus)[각주:3]와 같은 학자들은 '지주들의 소득 증가가 경제의 총수요를 증가시킨다'는 논리로 곡물법 유지를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리카도가 보기엔 곡물법은 해악만 가득한 법안이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축적되어야 하고, 자본축적을 위해서는 영농자본가(farmer) 및 산업자본가(manufacturer)의 이윤(profit)이 증가해야 합니다. 이때 곡물법으로 인해 초래된 높은 곡물가격은 생계비 부담을 키워 노동자 임금(wage)을 상승시킬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임금과 역의 관계인 자본가의 이윤은 감소하게 됩니다. 


    즉, 리카도에게 있어 곡물법은 자본가의 이윤율을 저하시켜 자본축적 동기를 멈추게하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입니다. 따라서 곡물법을 폐지하고 외국에서 곡물을 싸게 수입해와 자본가의 이윤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외국과의 자유무역'은 '곡물법 폐지'를 의미했으며, 지주와 노동자의 분배몫을 낮추고 자본가의 이윤을 증가시켜 자본축적을 촉진하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럼 '곡물법 폐지' 이후 '외국과의 자유무역'이 시행되어 '값싼 식량의 수입이 자유롭게 허용' 된다면, 어떠한 경로로 '자본가의 이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일까요?


    이번글에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 원문 일부를 읽어가면서, 리카도의 사상적 배경과 논리를 알아봅시다.




    ※ 상품의 가치는 생산에 투입된 노동량이 결정

    - 『원리』 제1장 가치에 대하여 (On Value)

    - 리카도의 가치이론 : 투하노동설


    오늘날 경제학을 배우는 사람들은 '가치'(value) 보다는 '가격'(price)이라는 개념이 더 익숙할 겁니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되며, 수요와 공급을 만드는 건 경제주체의 한계효용 및 한계비용 입니다. 


    하지만 19세기말 한계효용학파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고전 경제학자들의 관심사는 '무엇이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가' 였습니다. 여기서 가치란 교환가치 및 사용가치를 의미했으며, 리카도는 교환가치 즉 '한 상품이 다른 상품과 교환되는 양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한 상품의 가치, 즉 그것과 교환될 다른 상품의 수량은 그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상대적 노동량에 달려 있는 것이지, 그 노동에 지불되는 보상의 크고 작음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


    상품에 실현된 노동량이 그 교환가치를 규정한다면, 노동량의 증가는 반드시 그 노동의 대상이 되는 상품의 가치를 증가시키며, 이와 마찬가지로 [노동량의] 감소는 반드시 그것을 하락시킨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23~26쪽 


    리카도는 "한 상품의 (교환)가치는 그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상대적 노동량에 달려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른바 '투하노동설' 입니다. 노동이 더 많이 투입되어 생산된 상품은 교환가치가 더 높으며, 생산에 필요한 노동량이 증가할수록 가치는 상승합니다.


    리카도의 논리가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오늘날 사람들에게도 쉽게 발견됩니다. 많은 (경제학 비전공자) 사람들은 "이거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값을 높게 받아야한다" 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이는 한계이론을 믿는 현대경제학 전공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고방식이죠.


    (사족 : 리카도의 노동가치이론이 옳은지 그른지는 이 글에서의 논점이 아닙니다. 리카도의 이론은 과거의 것이기 때문에 오늘날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라는 주장도 이 글에서의 논점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는 '과거 리카도의 사상'을 살펴봄으로써 '자유무역과 비교우위 논리'가 나타나게 된 '배경'을 파악하고, '오늘날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깊게 이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렇다면 노동을 투입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즉 임금이 상승하면 가치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상품이 가치만큼의 값을 받고 판매되고 나면 자본가(이윤)와 노동자(임금)가 이를 나누어 가지기 때문에, 임금이 상승하면 자본가가 가치를 높게 재설정 하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카도는 임금 변화가 가치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투입되는 노동의 양'(total amount of labor) 이었습니다.  아래 인용문을 살펴보죠.


    노동의 임금이 어떻게 변동하더라도 그것은 이들 상품의 상대 가치의 변동을 가져올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임금이 상승한다고 하면 이들 직업에서 필요한 노동량이 늘어나지 않을 것임에도 그 노동은 더 높은 가격으로 매겨질 것이며, 사냥꾼과 어부로 하여금 자신들의 사냥물과 물고기의 가치를 올리려고 노력하게 하는 것과 동일한 이유가, 광산의 소유자로 하여금 자신의 금의 가치를 인상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기는 이 세 가지 직업에서 모두 동일한 힘으로 작용하고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상대적 지위도 임금의 상승을 전후해 동일하기 때문에, 사냥물과 물고기, 금의 상대 가치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임금이 20퍼센트 상승하고 그 결과 이윤이 그 정도로 하락하더라도 이들 상품의 상대 가치는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41쪽 

     

    노동의 임금이 상승하면 생산자는 상품가치를 높게 책정할 유인을 가지게 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상품가치도 함께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결국 상품의 (교환 혹은 상대)가치는 임금 변동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여기까지 리카도의 생각을 알고난 후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왜 리카도는 투하노동량이 상품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었나? 왜 임금 변화가 상품의 (상대)가치를 변동시키지 않는다고 믿었나?" 일겁니다. 


    리카도는 임금이 상승(하락) 했을 때 하락(상승)하는 것은 이윤, 즉 '임금과 이윤의 역관계'를 증명하고 싶어했습니다. 따라서 가치를 배분하는 몫인 임금과 이윤이 서로 어떻게 변동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임금 및 이윤의 변화와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치가 필요했습니다. 


    이번글을 다 읽어나가면, 리카도 특유의 노동가치이론이 채택된 이유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을겁니다.




    ※ 토지의 수확체감성이 지대를 발생하게 하고 자본가의 이윤을 압박한다

    - 『원리』 제2장 지대에 대하여 (On Rent)

    - 리카도의 지대이론 : 차액지대론


    리카도는 『원리』 제1장에서 가치(Value)에 대해 논한 다음에 제2장에서 지대(Rent)를 이야기 합니다. 


    리카도는 지대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토지가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쉽게 말해, 지대(rent)의 발생 원인을 '토지의 생산성 차이' 혹은 '토지의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토지의 수확 체감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자본가의 이윤(profit)을 압박하는 결과도 초래합니다.


    '점점 더 많은 토지가 경작될수록 수확량이 체감한다'는 분석은 리카도의 분배이론에서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①'토지의 수확체감성'으로 인해 ②'곡물 가격'이 올라 ③'지대'가 발생하게 되고 '임금'도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⑤자본가의 '이윤'이 하락합니다. 그리하여 리카도는 ⑥수확체감을 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외국과의 (자유)무역'을 주장하게 됩니다.


    이제 '제2장 지대에 대하여'의 원문 일부를 읽으면서 리카도가 분석한 토지의 성질 및 지대의 발생원인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은 토지 ①

    -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으로 인한 지대 발생


    지대는 대지의 생산물 중에서 토양의 원천적이고 파괴될 수 없는 능력을 사용하는 데 대해 지주에게 지불되는 몫이다. (...)


    한 나라에 사람이 처음 정착할 때는, 기름지고 비옥한 토지가 풍부해 매우 적은 부분만이 현재 인구의 부양을 위해 경작되면 되거나, 아니면 그 인구가 지배할 수 있는 자본으로써 실제로 경작될 수 있기 때문에 지대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점유되지 않은 토지가 풍부하고 따라서 누구나 원하는 대로 그것을 경작하기로 선택할 수 있는 때에는 아무도 토지의 사용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


    모든 토지가 동일한 속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양적으로 무한하고 질적으로 균일한다면, 그것이 특별한 위치상의 이점이 없는 한, 그 사용에 대해 어떤 요금도 부과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토지의 사용에 대해 지대가 조금이라도 지불되는 것은 토지가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며, 인구가 증가하면서 질이 열등한 토지 또는 위치상의 이점이 적은 토지가 경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69~72쪽 


    지대(rent)란 말그대로 토지의 능력을 사용하는 대가를 뜻하며, 영농자본가(farmer)가 지주(landlord)에게 지불하는 것입니다. 


    그럼 왜 영농자본가는 지주에게 지대를 납부해야 하나요? "당연히 땅을 사용했으면 지대를 주는 게 마땅하지" 라는 생각은 절반만 맞습니다. 만약 토지가 무한히 많은데다가 생산력도 똑같다면, 영농자본가는 더 적은 지대를 요구하는 땅을 찾아서 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지대는 0이 될 겁니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토지가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영농자본가는 생산력이 더 좋은 토지를 찾아 경작을 하게 되고, 그 대가로 지주에게 지대를 납부하게 됩니다. 


    리카도가 지대를 분석하면서 주목한 것은 '토지의 생산성 차이'였고, '열등한 토지를 경작할수록 수확량이 줄어든다'(diminishing return)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래 내용을 더 읽어보면서, 열등한 토지가 경작될수록 지대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1급, 2급, 3급 토지가 동일 양의 자본과 노동을 고용해 각각 곡물 100쿼터, 90쿼터, 80쿼터의 순생산물을 산출한다고 하자. 인구에 비해 비옥한 토지가 풍부하고 따라서 1급지만 경작할 필요가 있는 신생국에서는 순생산물 전부가 경작자의 것이 될 것이며 [순생산물] 전부가 그가 전대한 자재의 이윤이 될 것이다. 


    인구가 크게 증가해, 노동자 부양에 필요한 것을 제하고 난 뒤 얻는 것이 90쿼터밖에 안되는 2급지를 경작해야 하게되면, 곧바로 1급지에서 지대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1급지에서 [이윤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10쿼터의 가치가 회수되지 않으면, 농업 자본에 대해 두 개의 이윤율이 존재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토지 소유자든 어떤 사람이든 1급지를 경작하면, 이 10쿼터는 똑같이 지대가 된다. 왜냐하면 2급지 경작자는 1급지를 경작해 10쿼터를 지대로 지불하든, 지대를 지불하지 않고 2급지를 계속 경작하든 자신의 자본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방식으로 3급지가 경작에 들어가면 2급지의 지대는 10쿼터, 또는 10쿼터의 가치가 되어야 하며, 1급지의 지대는 20쿼터로 늘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3급지의 경작자는 1급지의 지대로 20쿼터를 지불하든, 2급지의 지대로 10쿼터를 지불하든, 지대를 전혀 내지 않고 3급지를 경작하든 동일한 이윤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


    원래의 영농자가 그 이윤율을 초과하는 모든 것을 그 이윤 획득을 가능케 해준 토지의 소유자에게 지불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토지 소유자는 그렇게 하려고 하는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될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73~74쪽 


    리카도는 열등한 토지가 경작될수록 지대가 발생하는 원리를 예시를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농자본가가 1급지만을 사용하는 상황이면 혹은 1급지가 무한히 많은 상황이면, (노동자 임금을 제외한) 순생산물인 곡물 100쿼터를 그대로 이윤으로 가져갑니다. 지대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1급지는 무한하지 않고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곡물수요는 늘어나기 때문에, 열등한 토지를 경작해야만 하는 상황이 옵니다. 생산성이 낮은 2급지는 곡물 90쿼터를 순생산물로 만들어 냅니다. 


    이때 영농자본가가 1급지에서는 100쿼터, 2급지에서는 90쿼터를 이윤으로 가져간다면[두 개의 이윤율], 누구나 1급지를 사용하려고 할 겁니다. 따라서 1급지 지주는 영농자본가에게 토지 사용의 대가를 요구하게 되고, '경쟁원리'에 의해 1급지와 2급지에서의 이윤은 90쿼터로 같아집니다. 1급지에서 이윤을 초과하는 10쿼터는 지대가 되며, 최열등지인 2급지는 지대가 없습니다.


    마찬가지의 원리로 곡물수요가 더욱 증가하여 80쿼터를 생산해내는 3급지마저 경작이 된다면, 영농자본가의 이윤은 80쿼터가 되고 지대는 1급지에서 20쿼터 · 2급지에서 10쿼터가 됩니다. 이제 1급지의 지대는 더욱 커졌으며 2급지에서도 지대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최열등지인 3급지는 지대가 없습니다.


    리카도는 '지대가 발생하는 원리'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깔끔하게 설명해 냅니다.


    그리하여 만약 증가하는 인구를 위한 식량의 생산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질 좋은 토지가 풍부하게 존재하거나, 또는 기존 토지에 대해 수확 체감 없이 자본이 무한하게 투입될 수 있다면, 지대의 상승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대는 언제나 추가 노동량을 투입해 비례적으로 적은 수확을 얻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75



    ▶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은 토지 ②

    - 지대가 발생하면서 자본가의 이윤은 압박을 받음


    • 경작되는 필지의 수가 증가할수록 지대(삼각형 면적)은 증가하고 이윤(삼각형 아래 사각형 면적)은 감소한다


    자, 그런데 우리에게 중요한 건 '토지의 수확체감성으로 인한 지대의 발생' 그 자체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대이론을 공부하려고 이 글을 읽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토지의 생산성 체감으로 인하여 지대가 발생하면 이로 인해 자본가의 이윤이 압박을 받는다는 사실' 입니다.


    앞선 예시에서 자본가가 1급지만 경작한다면 이윤(=순생산물)은 100쿼터 입니다. 그런데 2급지, 3급지를 경작해 나갈수록 지대가 발생하여 개별 토지에서 이윤은 90쿼터, 80쿼터로 하락합니다. 결국 최열등지에서 결정되는 순생산물 크기가 자본가의 이윤 크기를 결정하며, 우등지에서의 초과 순생산물은 지주에게 전해집니다. 경작 면적이 확대되어 갈수록 지대는 증가하는데 반해 이윤은 줄어들어 자본가가 가져가는 순생산물의 총량도 감소합니다. 


    이러한 원리를 윗 그래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1급지만 경작했다면 자본가의 이윤(=순생산물)은 첫번째 직사각형 전부가 됩니다. 이후 5급지까지 경작하게 되면 지주의 지대는 삼각형 면적이 되며, 자본가의 이윤은 삼각형 아래 사각형 면적이 됩니다. 계속해서 경작을 확대해 나가면 삼각형 면적은 늘어나는데 반해 사각형 면적은 축소될 거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 왜 리카도는 지대의 증가를 우려했나?

    - 지대의 상승은 부의 증상이지 결코 원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리카도는 지대의 발생을 좋지 않게 바라보았으며, 자본가의 이윤 저하를 우려했을까요? 토마스 맬서스가 말한 것처럼 많아진 지대로 인해 지주의 수입이 증가하면 총수요가 늘어날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선, 리카도는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바라봤습니다. 자본가가 이윤을 얻으면 이들은 자본을 축적하고,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노동수요도 증가합니다. 노동수요 증가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인간의 번성욕구를 자극하여) 인구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자본가의 이윤이 감소하면 자본축적이 멈추게 되어 경제는 어려움에 부딪히고 말겁니다.


    여기에 더하여, 리카도는 '지대의 상승은 부의 증상이지 결코 원인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대의 상승여부와 독립적으로 국부가 늘어날 수 있을 뿐더러, 되려 지대가 상승하게 된 것은 국부가 늘어나 식량수요가 증가한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아래 원문을 읽으면서 그의 생각을 알아봅시다.


    토지가 지대의 형태로 산출해내는 잉여 때문에 토지가 유용 생산물의 여타 모든 원천에 비해 우월하다는 말보다 듣기 쉬운 것은 없다. 그러나 토지가 가장 풍부하고 가장 생산성이 높고 가장 비옥할 때 토지는 지대를 산출해내지 않는다. 그리고 더 비옥한 [토지] 필지의 원래 생산물의 일부가 지대 몫으로 배분되는 것은 생산력이 쇠퇴하고 노동에 대한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 더 적어질 때뿐이다.


    제조업자들을 지원하는 자연력과 비교하면 결함으로 인식되었어야 할 토지의 이런 성질이 토지의 독특한 우수성으로 지적되어온 것은 기이한 일이다. (...) 


    토지가 지대의 형태로 산출해내는 잉여 생산물이 하나의 이점이라면, 매년 새로 만들어지는 기계는 이전의 것보다 덜 효율적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의심할 나위 없이, 그 기계를 비롯한 왕국의 모든 다른 기계에 의해서 제조되는 재화에 더 큰 교환가치를 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대는 생산성이 가장 큰 기계를 소유한 모든 사람에게 지불될 것이다.


    지대의 상승은 언제나 국부가 증가한 결과이고, 늘어난 인구에 식량을 공급하는 곤란성의 결과이다. 그것은 부의 증상이지 결코 원인이 아니다.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77~78



    ▶ 열등한 질의 토지가 경작될수록 노동이 더 필요하게 되어 곡물의 교환가치가 상승

    - 토지의 수확체감성이 지대를 발생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교환가치를 상승시킴

    - 지주의 지대이익은 더욱 더 커지고, 자본가의 이윤은 더 한 압박을 받음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리카도의 바람과 달리, 경작면적이 확대되면서 지대는 계속 늘어나고 자본가의 이윤은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설상가상 자본가의 이윤에 더 한 압박을 가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자본가의 이윤하락과 관련하여 추가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토지의 수확체감성이 지대를 발생하게 할 뿐만 아니라 곡물의 교환가치를 상승시킨다'는 논리입니다. 이것으로 인해 지주의 지대이익은 더욱 더 커지고 자본가의 이윤은 더 한 압박을 받습니다.


    우리는 앞서 리카도의 가치론을 살펴보면서 노동투하설을 배웠습니다.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생산에 투입된 노동량(amount of labor) 이었습니다. 


    영농자본가가 1급지를 경작하든 2급지, 3급지를 경작하든 투입되는 노동과 자본의 양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열등한 토지일수록 생산성이 낮아 수확량이 체감합니다. 즉, 1급지에서 노동 10명이 곡물 100쿼터를 생산했는데, 2급지에서는 90쿼터, 3급지에서는 80쿼터 생산에 그칩니다. 결과적으로 열등한 토지가 경작될수록 곡물 1쿼터 생산에 더 많은 노동이 투입되는 꼴이 됩니다. 그리하여 (노동투하설에 따라서) 곡물의 교환가치는 올라갑니다.


     [여러 등급의 토지 중에서] 가장 비옥하고 가장 위치가 좋은 토지가 먼저 경작될 것이며, 그 생산물의 교환가치는 다른 모든 상품의 교환가치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즉 그것을 생산해 시장에 내보내는 데 필요한 다양한 노동의 총량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열등한 질의 토지가 경작에 들어가면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노동이 더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그 교환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모든 상품의 교환가치는 (...) 가장 유리한 조건에서 생산에 필요한 비교적 적은 노동량에 규제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불리한 조건에서 계속 그것을 생산해야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그 생산에 반드시 고용해야 하는 비교적 많은 노동 양의 노동에 언제나 규제된다. (...)


    사실, 최상의 토지에서는 동일한 생산물이 여전히 이전과 동일한 노동으로 획득될 것이지만, 비옥도가 낮은 토지에 새로운 노동과 자재를 투입한 사람들의 수확이 체감한 결과, 그[최상의 토지의 생산물의] 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


    그러므로 농산물의 비교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수확된 마지막 부분의 생산에 더 많은 노동이 고용되었기 때문이지, 지대가 지주에게 지불되기 때문이 아니다곡물의 가치는 지대를 지불하지 않는 그 등급의 토지 또는 그 자본 1단위에서의 생산에 고용된 노동량에 의해 규제된다. 지대가 높기 때문에 곡물이 비싼 것이 아니라, 곡물의 가격이 높기 때문에 지대가 지불되는 것이다


    (각 품질이 서로 다르다면) 한 등급 낮은 품질의 것이 투입될 때마다 그것을 사용해 제조되는 상품의 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왜냐하면 동일 노동량이라 하더라도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75~78


    다시 한번 강조하겠습니다. '수확된 마지막 부분의 생산에 더 많은 노동이 고용', 즉 최열등지에 투입된 노동량에 의해 곡물의 교환가치가 정해집니다. 따라서 인구증가에 따라 곡물수요가 늘어난다면 더욱 더 열등한 토지가 개간되기 때문에 곡물의 가치는 계속해서 올라갑니다. 


    "곡물의 가치가 올라가면 영농자본가의 판매수입이 더 증가하여 좋은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카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곡물의 가치가 올라가더라도 영농자본가의 이윤은 늘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감소하고 맙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여기서는 곡물의 교환가치 상승으로 인하여 지주의 이익이 한층 더 증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지주의 지대를 말할 때 우리는 그것이 주어진 농장에서 주어진 자본으로 수확되는 생산물의 비율이라고 간주해왔고, 그 교환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일한 원인, 즉 생산의 곤란성은 농산물의 교환가치를 인상시키며, 지주에게 지대로 지불되는 농산물의 비율을 인상시키기 때문에, 지주는 생산의 곤란성으로 이중의 혜택을 봄이 틀림없다


    첫째로 그는 더 큰 몫을 차지하며, 둘째로 그가 받는 상품의 가치가 더 커진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85


    리카도는 토지의 수확체감으로 인한 '생산의 곤란성' 덕분에 지주가 '이중의 혜택'을 본다고 보았습니다. 


    첫째는 앞서 보았듯이 지대의 양적 크기가 늘어납니다. 1급지에서 지대는 0쿼터였으나, 2급지 · 3급지가 경작될수록 개별 토지에서 지대는 10쿼터 · 20쿼터로 증가했기 때문이죠. 


    둘째는 곡물의 교환가치가 증대됨에 따라 지대의 가치도 커집니다. 지주는 곡물로 지대를 받기 때문에, 곡물의 가치가 커진다는 것은 지대의 가치가 증가한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 지대를 낮추고 자본가의 이윤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 농업상의 뚜렷한 개량이 필요


    리카도에게 있어 국부가 증진한 결과 지주의 이익은 한층 증대되고 자본가의 이윤은 줄어드는 상황은 우려스럽습니다. 언젠가 자본가의 자본축적 동기가 사라져서 국부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지주가 가져가는 몫을 줄이고 자본가의 이윤을 증대시키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토지에 동일 양의 자본을 투하할 필요가 없게 만들고 따라서 최후로 투입된 단위를 더 생산적이게 만드는 사회의 상황은 그 어떤 것이든 지대를 낮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 그러므로 자본의 감소는 언제나 반드시 곡물에 대한 유효 수요의 감소, 가격의 하락, 경작의 감소를 수반한다. 자본의 축적이 지대를 상승시키는 것과 정반대의 이치로, 자본의 감소는 지대를 하락시킬 것이다. (...)


    그러나 한 나라의 부와 인구가 증가하더라도, 더 빈약한 토지를 경작할 필요성을 감소시키거나 더욱 비옥한 토지 필지의 경작에 동일한 양의 자본을 지출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을 만한 농업상의 뚜렷한 개량이 [부와 인구의] 증가에 수반된다면, [위에 말한 것과] 동일한 결과가 일어날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79~80


    위에서 볼 수 있듯이, 리카도는 우선 '농업상의 뚜렷한 개량'을 방안으로 제시합니다. 농업의 생산성이 증가한다면 더 열등한 토지를 새로 개간하지 않더라도, 현재 이용하고 있는 토지에서 곡물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그는 '임금'(wage)과 '이윤'(profit)에 대해 분석하면서 '곡물 가치의 상승으로 인해 자본가의 이윤이 감소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내었고, 자본가의 이윤을 증대시킬 또 다른 방안[=외국과의 자유무역]을 제시합니다. 


    이제 계속해서 글을 읽어나가며, 리카도가 자유무역을 선호하게 된 핵심적인 논리에 좀 더 다가가 봅시다. 




    ※ 임금은 필수품을 생산하는 곤란성이 커짐으로써 더 비싸지는 경향을 띤다

    - 『원리』 제5장 임금에 대하여 (On Wage)

    - 곡물 가치 증가는 노동자 임금을 상승시킨다


    앞서 열등한 토지를 개간해 나갈수록 지주의 이익은 한층 더 증대되고 자본가의 이윤이 더 큰 압박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토지 경작 면적 확대는 지대의 양적인 크기를 늘려서 지주의 몫을 증가시켰고, 토지의 수확체감성으로 곡물 가치의 상승은 지대의 가치를 키웠습니다. 즉, 지주는 이중의 혜택을 보았습니다. 반대로 자본가는 늘어나는 지대로 인해 이윤이 점차 감소하였으며, 곡물 가치의 상승 또한 이윤에 압박을 가했습니다.


    그렇다면 곡물 가치의 상승이 왜 자본가에게 압박으로 작용했을까요? 자본가가 판매하는 상품(=곡물)의 가치가 올라가니 오히려 수입이 늘어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빨리 알면 좋지만 한번 더 기다립시다.


    리카도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자의 '임금'(wage)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리카도는 '노동의 자연가격은 필수품의 가격, 즉 생계비에 달려있다'라고 말하며, '임금생계비설'을 주장했습니다. 아래 내용을 살펴보죠.


    노동의 자연 가격은 대개, 노동자들이 생존하고 자신들의 씨족을 늘리거나 줄이지 않고 존속시키는 데 필요한 가격이다. (...) 노동의 자연 가격은 노동자와 그의 가족의 부양에 필요한 식량, 필수품 및 편의품의 가격에 달려 있다. 식량과 필수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노동의 자연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그 가격이 떨어지면 노동의 자연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


    노동의 자연 가격은 사회의 진보와 함께 언제나 상승하는 경향을 띤다. 왜냐하면 그 자연 가격을 규제하는 기본 상품들 중의 하나가, 그것을 생산하는 곤란성이 커짐으로써 더 비싸지는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대를 상승시키는 것과 동일한 원인, 즉 동일한 비례의 노동량으로써 추가량의 식량을 공급하는 곤란성의 증가가 임금도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만약 화폐가 가치 불변이라면, 지대와 임금은 부와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상승하는 경향을 띨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97~106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구절은 '사회가 진보할수록 필수품을 생산하는 곤란성이 커짐으로써 임금이 더 비싸지는 경향을 띤다'는 것입니다. 


    이말인즉슨 '국부의 증진에 따라 식량수요가 증가하여 열등한 토지까지 경작하게 되었고, 토지의 수확체감성으로 인해 곡물 가치가 올라갔다. 필수품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임금도 비싸지는 경향을 띤다'는 말과 같습니다. 즉, '지대를 상승시키는 것과 동일한 원인'이 임금도 상승시킵니다.


    그렇다고해서 지주의 이익이 늘어난 것처럼 노동자의 삶이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자의 명목임금은 증가하긴 하지만, 곡물 가치 상승폭이 더 크기 때문에 실질임금은 감소하게 됩니다.  


    그러나 지대의 상승과 임금의 상승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지대의 화폐가치의 상승은 생산물 분배분의 증가를 수반한다. 즉 지주의 화폐 지대가 더 커질 뿐만 아니라 그의 곡물 지대도 더 커진다. 그는 곡물을 더 얻을 것이고, 그 곡물의 일정 수량 각각은 가치가 상승하지 않은 여타 모든 재화의 더 많은 양과 교환될 것이다. 


    노동자의 운명은 덜 행복해질 것이다. 그가 더 많은 화폐 임금을 받을 것임은 틀림없지만, 그의 곡물 임금은 감소할 것이다. (...) 곡물의 가격은 10퍼센트 상승하는 반면, 임금은 언제나 10퍼센트 이하로 상승할 것이지만, 지대는 언제나 그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다. 


    노동자의 상황은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지주의 그것은 언제나 개선될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97~106


    네. '노동자의 상황은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지주의 그것은 언제나 개선'됩니다. 


    그리고 앞서 계속해서 언급했던 것처럼 농업자본가와 산업자본가의 상황도 나빠집니다. 이제 『원리』의 '제6장 이윤에 대하여'를 살펴보면서, '곡물 가치의 상승으로 인해 자본가의 이윤이 감소하는 이유' 다시 말해 '임금과 이윤의 역관계'를 알아봅시다.  


    그리하여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보수를 더 나쁘게 받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임금의 이러한 증가는 필연적으로 제조업자의 이윤을 감소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재화가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리지 않는 데 반해, 그것을 생산하는 비용은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이윤을 규제하는 원리를 검토할 때 고려될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05




    ※ 임금과 이윤의 역관계

    - 『원리』 제6장 이윤에 대하여 (On Profit)

    - 임금이 상승하는 경향을 가짐에 따라 이윤율은 영구히 저하된다


    앞서 두 차례나 답하지 않았던 의문은 이것입니다. 곡물 가치의 상승이 왜 자본가에게 압박으로 작용했을까요? 자본가가 판매하는 상품(=곡물)의 가치가 올라가니 오히려 수입이 늘어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제5장 임금에 대하여'를 통해 '곡물 가치 상승이 임금을 증가시키는 이유'를 알았으니, "아.. 곡물 가치가 상승하면 노동자 임금이 늘어나니 자본가 이윤이 감소하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임금이 증가하는 만큼 상품 가치를 더 인상시켜서 일정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지 않나?" 라는 질문을 또 던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리카도는 "농산물의 가격이 인상되면, 영농자는 임금으로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더라도 적어도 동일한 이윤율을 확보하지는 않을까? 전혀 아니다." 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따라서 '곡물 가치의 상승은 노동자 임금을 상승시켜 자본가의 이윤을 감소시킬 뿐' 입니다. 


    아래 내용을 살펴보죠.


    (118) 농산물의 가격이 인상되면, 영농자는 임금으로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더라도 적어도 동일한 이윤율을 확보하지는 않을까? 전혀 아니다. (...)


    (119) 예를 들어, 곡물 가격이 4파운드에서 10파운드로 상승하면 최고의 토지에서 수확된 180쿼터는 1,800 파운드로 팔릴 것이고, 따라서 지주와 노동자가 지대와 임금으로 더 큰 가치를 얻을 것임이 증명된다고 하더라도, 영농자가 얻는 이윤의 가치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지금 증명하려 하듯이 이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언급되었듯이, 어떤 등급의 토지에서 10명의 노동으로 180쿼터의 밀이 수확되고, 그 가치가 쿼터당 4파운드, 즉 720파운드가 된다면, 그리고 추가되는 10명의 노동이 어떤 다른 토지에서 170쿼터만을 추가로 생산한다면, 밀의 가격은 4파운드에서 4파운드 4실링 8펜스로 상승할 것이다.


    왜냐하면 170:180=4파운드:4파운드 4실링 8펜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170쿼터의 생산에, 전자의 경우에는 10명의 노동이 필요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9.44명의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9.44에서 10으로, 즉 4파운드에서 4파운드 4실링 8펜스로 상승이 이루어질 것이다. 똑같은 방식으로, 10명의 추가 노동이 160쿼터만을 생산한다면 가격은 4파운드 10실링으로 더욱 상승할 것임이 증명될 수 있다.  (...)


    곡물의 가격이 4파운드일 때 180쿼터 전부가 경작자에게 귀속되었고, 그는 그것을 720파운드에 판매했다. 곡물이 4파운드 4실링 8펜스로 상승했을 때, 그는 그의 180쿼터 중에서 지대로 10쿼터의 가치를 지불해야 했고, 그 결과 남은 170쿼터는 그에게 겨우 720파운드(주:170*4파운드 4실링 8펜스)만을 가져다주었다. 


    그것이 다시 4파운드 10실링으로 상승했을 때 그는 지대로 20쿼터, 또는 그 가치를 지불했고, 그 결과로 160쿼터만을 확보했으며, 그것은 동일 금액인 720파운드(주:160*4파운드 10실링)를 가져다주었다. 


    그리하여 다음의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즉 일정한 양의 추가 생산물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노동과 자본을 사용할 필요성 때문에 곡물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그러한 상승은 언제나 추가되는 지대 또는 추가로 고용되는 노동을 통해 가치상으로 상쇄될 것이며, 따라서 곡물이 4파운드 4실링에 팔리든 5파운드 2실링 10펜스에 팔리든 영농자는 지대를 지불하고 자신에게 남는 것으로 동일한 실질 가치를 획득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농자에게 귀속되는 생산물이 180쿼터이든, 170, 160 또는 150쿼터이든 그는 언제나 동일한 액수인 720파운드를 획득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18~119쪽


    1급지에서 밀 180쿼터를 생산하던 상황에서 170쿼터를 산출해내는 2급지를 경작하면, 곡물 가격은 4파운드에서 4파운드 4실링 8펜스로 인상됩니다. 그럼 1급지를 점유한 영농자본가는 180*4파운드 4실링 8펜스 만큼의 이윤을 확보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지대(rent)의 성질'을 살펴볼 때, "두 개의 이윤이 존재하면 누구나 우등한 토지를 경작하고 싶어할테고, '경쟁원리'에 의해 토지 간 이윤은 같아진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작동하는 경쟁원리가 '영농자본가가 우등한 토지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주에게 납부하는 지대'입니다.


    따라서 우등한 토지를 점유한 영농자본가는 열등한 토지에 비교한 초과이윤을 지대의 형태로 납부하게 됩니다. 그 결과, 곡물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영농자본가가 가져가는 이윤의 몫은 변화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곡물 가치 상승에 따른 임금 증가는 이윤에 압박을 가합니다곡물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그는, 동일한 불변의 금액 720파운드에서 자신이 일정하게 고용해야 하는 10명에게 임금으로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내용을 살펴보죠.


    그러므로 어떤 경우든, 농산물 가격의 상승에 임금의 상승이 뒤따른다면, 제조업 이윤은 물론이고 농업 이윤도 임금의 상승 때문에 낮아진다. (...)


    그(영농자)가 가장 중요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곡물의 높은 가격인데, 그것이 임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곡물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그는, 동일한 불변의 금액 720파운드에서 자신이 일정하게 고용해야 하는 10명에게 임금으로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임금에 대해 다룰 때 그것이 농산물 가격과 함께 언제나 상승한다는 것을 보았다. (...) 


    식량이 아니더라도, 노동의 임금으로 구입되는 여타 필수품의 가격이 조금이라도 상승했다면, [그것이] 이윤에 미친 영향은 [전과] 같거나 거의 같았을 것이다. (...) 임금의 상승 외에 아무것도 이윤에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23~127쪽


    이른바 '임금과 이윤의 역관계' 입니다. 


    사회가 진보하여 곡물 수요가 증대될수록 지대와 곡물 가치는 상승하게 되고, 그 결과 노동자 임금이 증가하여 자본가 이윤에 압박이 가해집니다. 경작 면적이 확대될수록 곡물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자본가의 이윤이 하락하는 것도 자연적인 경향입니다.


    리카도는 '유일한 실질적인 승리자는 지주'라고 말하면서, 자본가의 자본 축적 동기가 사라지고 노동자의 실질생활 수준이 나빠지는 것을 염려합니다.


    만약 비옥한 토지가 풍부하지 않다면, 즉 이 추가량을 생산하는 데 통상적인 양 이상의 자본과 노동이 필요하면, 곡물의 가격은 그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곡물의 자연 가격은 인상될 것이고, 영농자는 영구적으로 더 큰 이윤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품의 상승으로 일어난 임금 상승의 불가피한 결과인 하락한 [이윤]율에 만족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윤의 자연적인 경향은 하락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와 부의 진보 속에서, 추가적인 식량 요구량은 점점 더 많은 노동의 희생으로 획득되기 때문이다. (...)


    나는 이미, 이런 가격 상태가 영구적인 것이 되기 오래전에 축적 동기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그들의 (자본)축적 동기는 이윤이 감소할 때마다 감소할 것이며, 그 이윤이 너무 낮아서 그들에게 자신들의 노고와, 자신들의 자본을 생산적으로 사용하다가 반드시 만나게 될 위험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줄 수 없을 정도가 될 때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이다. (...)


    각 노동자는 더 많은 화폐 임금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증명했듯이 노동자가 그 나라 생산물의 더 적은 양을 지배할 수 있게 되는 만큼(명목임금은 상승하나 곡물의 실질임금은 감소), 그의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유일한 실질적인 승리자는 지주들일 것이다. 그들은 더 높은 지대를 받을 것인데, 첫째로 생산물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고, 둘째로 그들이 그 생산물 중 크게 늘어난 비율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29~135쪽


    자,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영농자본가든 산업자본가든 자본가의 이윤이 높게 유지되어 자본축적 동기가 사라지지 않게 해야합니다. 그런데 사회가 자연적으로 굴러가도록 내버려둔다면, 이윤은 하락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본가의 축적 동기도 언젠가 사라질 겁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모든 문제의 근원은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s)에 있습니다. 만약 토지의 생산성이 균일하다면 지대도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임금도 상승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토지가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속성을 인간이 고칠 수는 없습니다.  


    리카도가 주목한 것은 '외국과의 무역' 입니다. 만약 국내의 곡물 수요를 외국 곡물의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 경작 면적을 넓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열등한 토지를 개간할 일도 없고, 지대와 임금도 상승하지 않을 겁니다. 그 결과 자본가의 이윤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의 발견'과 '식량의 자유로운 수입' 그리고 이를 통한 '자본가의 높은 이윤 유지', 리카도가 곡물법을 폐지하고 '자유무역'(Free Trade)을 옹호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농업의 개량과 식량을 수입해 올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의 발견이 필수품 가격의 상승을 한동안 상쇄할 수도 있고, 심지어 자연 가격을 하락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원인이 노동의 자연 가격에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


    한 나라가 아무리 넓어도 토질이 메마르고 식량 수입이 금지되어 있으면, 최소한의 자본의 축적이라도 이윤율의 커다란 하락과 지대의 급속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에, 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97쪽, 136~137쪽




    ※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 지금까지 살펴본 리카도의 『원리』 요점 정리


    이번글을 통해 살펴본 리카도의 『원리』를 다시 정리해봅시다. 


    ① 제1장 가치에 대하여 (On Value)

    - 투하노동


    : 상품의 가치는 생산에 투하된 노동량(amount of labor)이 결정

    : 가치만큼의 값을 받고 상품을 판매하고 난 몫은 이윤(profit)과 임금(wage)으로 배분된다


    ② 제2장 지대에 대하여 (On Rent)

    - 차액지대론


    :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으로 인해 지대가 발생한다

    : 늘어난 식량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경작 면적을 확대할수록 지대는 증가하고 이윤은 감소한다

    : 지대는 부의 증상이지 결코 원인이 아니다


    : 토지의 수확체감성으로 인하여 열등지일수록 곡물 한 단위 생산에 더 많은 노동이 투입된다

    : 이로 인해 경작 면적이 확대될수록 곡물 가치가 상승한다 

    : 곡물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지주의 이익은 더욱 더 커지고 자본가 이윤에 더 한 압박이 가해진다


    : 왜 곡물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자본가 이윤에 압박이 가해질까?


    ③ 제5장 임금에 대하여 (On Wage)

    - 임금생계비설


    : 노동자의 임금은 필수품의 가격, 즉 생계비에 달려있다

    식량과 필수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임금도 상승한다

    : 사회가 진보할수록 필수품을 생산하는 곤란성이 커짐으로써 임금이 더 비싸지는 경향을 띤다


    ④ 제6장 이윤에 대하여 (On Profit)

    - 임금과 이윤의 역관계


    : 곡물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자본가 이윤에 압박이 가해지는 이유를 살펴보자

    농산물의 가격이 인상되면, 영농자는 임금으로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더라도 적어도 동일한 이윤율을 확보하지는 않을까? 전혀 아니다.

    : 우등한 토지를 점유한 영농자본가는 열등한 토지에 비교한 초과이윤을 지대의 형태로 납부한다

    : 그 결과, 곡물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영농자본가가 가져가는 이윤의 몫은 변화가 없다


    : 이런 상황에서 곡물 가치 상승에 따른 임금 증가는 이윤에 압박을 가한다

    : 농산물 가격의 상승에 임금의 상승이 뒤따른다면, 제조업 이윤은 물론이고 농업 이윤도 임금의 상승 때문에 낮아진다

    : 그리하여 이윤의 자연적인 경향은 하락하는 것이다. 언젠가 자본가의 자본축적 동기는 사라진다


    : 유일할 실질적인 승리자는 지주들일 것이다


    <종합>

    -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On Foreign Trade)'로 이어지는 이유

    - 자유무역 사상이 등장한 배경 


    모든 문제의 근원은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s)에 있다

    만약 토지의 생산성이 균일하다면 지대도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임금도 상승하지 않았을거다


    식량을 수입해 올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의 발견은 필수품 가격의 상승을 한동안 상쇄할 수도 있고, 심지어 자연 가격을 하락시킬 수도 있다

    : 왜냐하면 늘어나는 식량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경작 면적을 확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지대도 증가하지 않을 뿐더러 임금도 상승하지 않는다


    : 따라서,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리카도의 논리가 '자유무역 사상 발전과정'에 끼친 영향


    이번글을 통해 데이비드 리카도가 1817년에 집필한 『원리』를 읽어가면서 그의 사상과 논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왜 리카도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주장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2018년을 살고 있는 현대인이 1817년 리카도의 생각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가치이론 · 지대이론 · 임금이론 · 이윤론 그 자체가 아닙니다. 이것들은 19세기에나 적용할 수 있는 이론입니다. 이번글을 보고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서 무역을 개방해야겠네!" 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우리가 1817년 리카도의 논리로부터 얻어야 할 것은 '자유무역 사상의 발전과정에 어떠한 기여를 했나' 그리고 '오늘날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이해하는데 있어 어떠한 정보를 제공해주나' 입니다.



    ①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동태적이익 (Dynamic Gain)

    - 무역개방과 경제성장의 연결


    : 이전글에서 살펴본 애덤 스미스[각주:4] 또한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분업의 고도화와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 라고 말하며,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동태적이익을 이야기 했습니다만 직관적인 설명에 그쳤습니다. 


    반면, 데이비드 리카도는 무역개방이 자본가의 이윤에 어떤 경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임금 및 지대의 감소)를 논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무역과 성장'(Trade and Growth)이 어떠한 관계를 띄느냐는 논쟁의 대상입니다. 스미스와 리카도가 생각한 것처럼 무역개방이 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성장에 성공한 국가가 단지 무역을 많이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역과 성장이 일정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역개방을 한다고해서 반드시 경제성장에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논쟁을 이해하는 데 있어 19세기 리카도의 생각은 "아 무역개방이 자본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구나"라는 힌트를 전해주며, 오늘날 현대인의 사고를 넓게 만들어줍니다.



    ② 무역개방이 계층별 소득분배에 미치는 상이한 영향 (Trade Effects on Income Distribution)


    : 1776년 애덤 스미스가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말하였을 때, 그는 '무역개방이 계층별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자유무역으로 인해 일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더라도 "대다수 제조업에는 성질이 비슷한 기타의 제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자유무역이 아닌 '중상주의 속에서 제조업 생산자의 이익만 우대되는 상황'을 우려했지, 무역개방의 충격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데이비드 리카도는 '지주(지대) · 자본가(이윤) · 노동자(임금)의 분배 원리'에 큰 관심이 있었고, '무역개방이 지대와 이윤에 미치는 상이한 영향'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곡물법을 폐지하고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지주가 손해를 보고 자본가가 이익을 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축적을 위한 자유무역을 주장했던 겁니다


    오늘날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이 펼쳐지는 이유도 결국 무역개방이 계층별 · 산업별로 상이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무역으로 인한 승자(winners)와 패자(losers)가 누구인지, 패자의 손실(losses)을 승자의 이익(gain)으로 보상할 수 있는지, 무역의 총이익(aggregate gain)은 얼마만큼 되는지 등등이 논점 입니다. 



    ③ 수확체감산업(diminishing return)에서 벗어나자

    - 자유무역이 필요한가, 보호무역이 필요한가


    : 리카도가 바라보기에 모든 문제의 근원은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s)에 있었습니다. 곡물 생산을 늘려나가면 영농자본가의 수익이 늘지 않고 지주만 이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수확체감으로 인한 노동자 임금 상승은 산업자본가의 이윤에도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을 위해서 수확체감 성질을 가진 산업을 포기하고(=외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신하고) 제조업 같은 수확체증산업(increasing return)에 특화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국가마다 '제조업'과 '수확체증산업'을 육성하려는 시도는 항상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과 충돌[각주:5]을 일으켰습니다. 


    중상주의자들은 제조업을 우대하기 위하여 보호무역을 옹호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비판했던 이유가 '제조업 육성'을 희망하는 마음에 있었고, 오늘날 선진국이 개발도상국과의 무역 특히 중국과의 무역을 비판하는 이유가 '제조업을 보호'하려는 마음에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을 주장한 이들과는 달리, 리카도는 오히려 제조업을 위해서 자유무역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19세기 당시 영국이 제조업 부문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습니다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비교우위론의 의미 · 산업형성의 역사적 우연성과 창조의 역할 · 수확체증산업을 둘러싼 무역정책 논쟁 등을 살펴보면서, 이 주제에 대해 좀 더 깊게 이해해봅시다.




    ※ 『원리』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On Foreign Trade)

    -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떠한 이익을 안겨다주는가


    이제 다음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이론(가제)를 통해,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떠한 이익을 안겨다주는가를 살펴봅시다.




    1.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joohyeon.com/263 [본문으로]
    3. 인구론으로 유명한 그 맬서스 맞습니다.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5.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joohyeon.com/26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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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Posted at 2018.07.25 17:3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애덤 스미스의 1776년 작품 『국부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키다



    사실 그는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security)을 위해서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gain)을 위해서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그런 허풍을 떨지 않게 하는 데는 몇 마디 말이면 충분하다.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2~553쪽


    경제학에 관심이 있든 없든 애덤 스미스(Adam Smith)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가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과 '이기심'(Self-Interest)을 말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가 어떠한 맥락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사용했는지, 그리고 『국부론』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으며, 왜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국부론』을 경제학의 시초로 평가하는지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도 얼마되지 않습니다. (경제학 전공자 중 『국부론』을 읽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쉬울 거 같네요.)


    애덤 스미스의 1776년 작품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켰습니다. '국가의 부(Wealth of Nations)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국부를 늘릴 수 있는지' 그리고 '외국과의 무역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등의 사고방식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그 영향으로 바뀌어버린 사고방식은 오늘날까지 경제학자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에이 주류 경제학자들은 맨날 '보이지 않는 손' 운운하면서 교조적인 자유방임주의만 내세우지 않냐"라고 비아냥 거리기에는, 경제학의 논리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즉, 주류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Free Trade)를 옹호한다는 사실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았는데, 그들이 왜 자유무역을 찬성하고 왜 보호무역을 반대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은 얼마 없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1776년에 쓰여진 책 속에 담긴 논리를 2018년 현대 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 이론을 암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 개도국과 오늘날 선진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국제무역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내놓은 사상과 배경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국부론』의 원문 내용을 읽어나가며,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발현된 배경과 내용을 알아보고, 이것이 자유무역에 관해서 오늘날까지 어떤 함의를 전달하여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배워봅시다. 




    ※ 애덤 스미스가 비판하려고 한 것은 '중상주의' (Mercantilism)

    - 국부란 화폐의 축적이 아닌 재화의 생산


    ● 제1편 노동생산력을 향상시키는 원인들과 노동생산물이 상이한 계급들 사이에 자연법칙에 따라 분배되는 질서 - 제1장 분업 (1쪽)

     

    한 나라의 국민의 연간 노동은 그들이 연간 소비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 전부를 공급하는 원천이며, 이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은 언제나 이 연간 노동의 직접 생산물로 구성되어 있거나 이 생산물과의 교환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구입해온 생산물로 구성되고 있다.


    따라서, 한 나라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이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한지는 이 직접 생산물 또는 그것과의 교환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구입해온 생산물과 그것으 소비하는 사람의 수 사이의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



    ● 제2편 자본의 성질 · 축적 · 사용 - 제2장 사회의 총재고의 특수한 부문으로 간주되는 화폐, 또는 국민자본의 유지비 (355쪽) 


    한 나라의 모든 주민들의 주간 또는 연간 수입이 화폐로 지불된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진정한 부(富), 그들 모두의 실질적인 주간 또는 연간 수입은 그들이 이 화폐로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재의 양에 비례하여 크거나 작다. 그들 모두의 수입 전체는 화폐와 소비재를 합한 것과 같은 것이 아니라 이 둘 중 하나이고, 전자보다는 오히려 후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종종 한 사람의 수입을 매년 그에게 지불되는 금속 조각에 의해 표현하지만, 이것은 그 금속 조각의 금액이 그의 구매력의 크기, 즉 그가 매년 소비할 수 있는 재화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그의 수입이 구매력 또는 소비능력에 있는 것이지 그 구매력을 표시하는 금속 조각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1쪽, 355쪽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비판하려고 한 것은 '중상주의'(Mercantilism)였습니다. 


    중상주의란 ▶'부(富, Wealth)가 화폐 또는 금은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고방식'과 ▶'이러한 국부를 무역수지 흑자와 제조업 육성을 통해 증진시켜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뜻합니다. 그리고 국부 증진을 위한 과정에서 ▶'국가가 무역을 통제해야 한다'(State Regulation of Trade)는 주장을 하는 사상입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국부는 화폐의 축적이 아닌 생산의 증가'이며▶ '무역차액에 집착하는 건 잘못된 논리, 제조업과 농업은 둘 다 중요'하며 ▶'무역 독점권을 폐지하여 무역을 할 자유(Freedom to Trade)를 부여해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우선 이해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부'가 무엇인지 입니다. 중상주의자에게 국부란 금은의 축적이지만, 애덤 스미스는 '연간 노동의 직접 생산물 또는 교환으로 얻은 생산물'을 국부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화폐는 축적의 대상이 아닌 소비재를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보았죠.


    (주 : 이에 대해서는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를 통해, GDP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야기 한 적 있습니다.)


    이제 국제무역과 관련한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을 좀 더 알아봅시다.




    ※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①

    - 무역수지 흑자에 관하여

    - 토마스 먼 : "우호적인 무역수지(favorable balance of trade)가 필요하다"

    - 애덤 스미스 : "무역차액 학설보다 더 불합리한 것은 없다"


    • 16~17세기 중상주의자 토마스 먼(Thomas Mun)
    • 그가 1664년에 내놓은 『잉글랜드의 재보와 무역』(『England's Treasure by Forraign Trade』)


    우리의 재산과 재보를 늘리는 정상적인 수단은 무역이다. 여기서 지켜야 할 준칙은 우리가 이방인에게서 사서 쓰는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그들에게 파는 것이다. (...)


    지금 2,000 파운드를 자신의 금고에 갖고 있고 매년 1,000 파운드를 수입으로 갖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이 사람이 매년 1,500 파운드를 지출한다면 그의 돈은 4년 만에 모두 없어질 것이다. 반면 검약의 길을 택해 매년 500 파운드를 지출한다면 그의 돈은 같은 기간에 두 배가 될 것이다. 이 준칙은 우리 공화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없다.


    - 토마스 먼, 1664, 『잉글랜드의 재보와 무역』(『England's Treasure by Forraign Trade』)

    - 홍훈, 2009, 『경제의 교양을 읽는다 - 고전편』,  60-61쪽에서 재인용 


    대표적인 중상주의자는 바로 토마스 먼(Thomas Mun) 입니다. 그는 1664년 출판한 『잉글랜드의 재보와 무역』을 통해 "무역수지가 우리 재보의 준칙이다" 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재보(Treasure)는 금은의 축적을 뜻하며, 수출과 수입의 차액인 무역수지 흑자를 통해 금은을 축적해야 국부가 증가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는 무역 차액만큼 국부가 늘어난다는 논리를 자연스럽게 여겼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사고방식은 오늘날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소개하였듯이, 트럼프는 대중 무역적자를 패배의 결과물로 잘못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상수지 흑자에 집착하는 잘못된 관념'에 대해서는 두 차례 글을 통해 비판한 바도 있죠.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국부=무역수지 흑자' 라는 관념을 비판할 수 있었던 기반은 애덤 스미스가 제공해주었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거의 모든 무역규제의 근거가 되고 있는 무역차액 학설보다 더 불합리한 것은 없다" 라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이제 『국부론』의 원문 일부를 읽으면서 애덤 스미스의 생각을 알아보도록 하죠.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1장 상업주의 또는 중상주의의 원리


    정부의 관심은 금은의 수출을 경계하는 것으로부터 금은의 증감을 일으키는 유일한 원인인 무역수지의 감시 쪽으로 전환되었다. 정부의 관심은 하나의 쓸모없는 걱정으로부터, 훨씬 더 복잡하고 훨씬 더 당혹스럽지만 마찬가지로 쓸모없는, 다른 하나의 걱정으로 옮겨졌다. 먼(Mun)의 『잉글랜드가 외국무역에서 얻는 부(England's Treasure in Foreign Trade)』(1664년)라는 저서는 잉글랜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상업국의 경제정책의 근본 격언이 되었다. (...)


    광산이 전혀 없는 나라는, 포도밭이 없는 나라가 포도주를 들여오는 것과 같이, 금은을 외국에서 가져와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어느 한 가지보다 다른 한 가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포도주를 살 돈을 가진 나라는 필요로 하는 포도주를 언제든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금은을 살 수단[예: 포도주]을 가진 나라는 결코 금은의 부족을 겪지 않을 것이다


    금은은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가격으로 구입되며, 금은이 다른 모든 상품의 가격이듯이, 다른 모든 상품은 금은의 가격이다. 


    우리는 정부의 개입 없이 무역의 자유에 의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포도주를 언제든지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완전히 안심하고 믿어도 된다. 또한 무역의 자유에 의해 우리는 우리 상품을 유통시키거나 다른 용도에 사용할 금은을 언제나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마찬가지로 안심하고 믿어도 된다. (...)


    불필요한 금은을 국내에 도입하거나 붙들어 놓음으로써 그 나라의 부를 증가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가정에 불필요한 주방도구를 보유케 함으로써 가정의 기쁨을 증가시키려는 시도만큼이나 어리석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주방도구를 구입하는 비용은 가정의 식료품의 양·질을 증가시키기는커녕 감소시킬 것이다.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금은을 구매하는 비용은 어느 나라에서나 국민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국민을 고용하는 데 사용될 부를 필연적으로 감소시킬 수 밖에 없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26쪽, 533쪽


    애덤 스미스가 보기에 금은의 축적을 위해 무역차액에 집착하는 것은 '쓸모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언제든지 이를 이용하여 금은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상품 생산에 주력하는게 옳은 선택이지,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금은의 부족을 걱정하며 매달리는 것은 되려 국부를 줄이는 행동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세계경제에서도 외환보유고 축적에 집착하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각주:1]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중상주의자와 달리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재보의 준칙'이 무엇인지 아래의 내용을 통해 확인합시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3장 무역수지가 불리한 나라로부터의 거의 모든 종류의 상품수입에 대한 특별한 제한


    거의 모든 무역규제의 근거가 되고 있는 무역차액 학설보다 더 불합리한 것은 없다


    이 학설은, 서로 교역하는 두 지역의 수지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어느 누구도 이익을 보거나 손실을 보지 않는 반면, 그것이 한쪽으로 어느 정도 기울어져 있다면, 정확한 균형에서 기울어지는 정도에 비례하여, 한 쪽은 손실을 보고 다른 한 쪽은 이득을 얻는다고 가정한다. 이 두 가정은 잘못된 것이다. (...) 어떤 강요 · 제한 없이 양국간에 자연스럽고 규칙적으로 수행되는 무역은 양자 모두에게 유리하다. (...)


    나는 이익이나 이득이라는 것은 금은량의 증가가 아니라 그 나라의 토지 · 노동의 연간생산물의 교환가치 증가나 주민들의 연간소득 증대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양자는 서로 상대방의 잉여생산물의 일부에 대한 시장을 제공할 것이며, 사용된 자본, 즉 상대방의 잉여생산물의 일부의 생산 및 시장 출하를 위해 사용되어 그곳 주민들 사이에 분배되어 그들의 소득 · 생계를 제공한 자본을, 서로 보충해준다. 따라서 각국 주민 중의 일부는 그들의 소득 · 생계를 간접적으로 다른 쪽에서 얻게 되는 것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94~595쪽


    네. 애덤 스미스는 역시 '생산'을 강조합니다. 무역수지 흑자라고 부유하고 적자라고 빈곤한 것이 아닙니다. 무역은 서로 시장을 제공하는 행위이며, 생산물의 교환을 통해 소득 · 생계를 간접적으로 얻으며 양자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②

    - 제조업에 관하여

    - 중상주의자 : "우호적인 상품구성(favorable commodity composition of trade)이 필요하다"

    - 애덤 스미스 : "농촌과 도시의 이득은 상호적이며 호혜적"


    1664년 토마스 먼은 '우호적인 무역수지'를 주장했으나, 애덤 스미스가 반박하기 이전에도, 중상주의자들 사이에서 '무역수지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유용한 지표인지'에 관한 의문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무역수지가 양적인 측면에서 가이드를 제공해줄 수 있을지라도, 질적인 측면(quality)은 알려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상주의자들은 '어떠한 상품을 교환하는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중상주의자가 관심을 기울인 상품 종류는 무엇이었을까요?


    만약 어떤 국가가 제품을 위한 원료를 가지고 있다면, 원자재(raw material) 그 자체로 수출하는 것보다는 제품(manufacture)을 만들어서 수출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왜냐하면 제품은 훨씬 더 가치가 있으며, 원자재보다 5배, 10배, 20배의 이득을 국가의 재보에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 Petyt, 1680, Britannia Languens, or a Discourse of Trade, 24쪽

    - Douglas Irwin, 1998, Against the Tide: An Intellectual History of Free Trade』

    38쪽에서 번역 재인용


    중상주의자가 바라보기에, 경제발전과 고용의 확장을 이끌어낼 수 있고 교역에서 더 많은 가치를 불러오는 것은 '제조업'(Manufacturing) 이었습니다. 원자재를 그대로 수출하는 것보다 제품으로 만들어서 수출을 하면 더 많은 금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조업은 다른 부문에 비해 더 많은 고용도 창출(greater employment)하며, 임금은 외국의 소득에 의해 지불된다(foreign paid income)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중상주의자들은 '제조상품 수출은 이득을 주며 외국 제조업자들을 위한 원자재 수출은 해를 끼친다. 원자재 수입은 이로우며 제조상품 수입은 충격을 준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제조 생산이 일어나게끔 하는 것(manufacturing should be produced in the home market)이 주요 목적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중상주의자들은 다른 산업에 비해 '제조업'을 우위에 둔 반면에, 애덤 스미스는 '농업과 제조업의 균형성장'을 이야기 했습니다. 더 나아가 스미스는 제조업 부흥의 기원을 농업개량(the improvement of domestic agriculture and food production)에서 찾았습니다. 그의 논리를 살펴봅시다.


    ● 제1편 노동생산력을 향상시키는 원인들과 노동생산물이 상이한 계급들 사이에 자연법칙에 따라 분배되는 질서 - 제11장 토지의 지대


    토지의 개량·경작으로 한 가족의 노동이 두 가족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을 때, 그 사회의 절반의 노동은 사회 전체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데 충분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 나머지 반, 또는 적어도 그들 중의 대부분은 다른 물건을 마련하는 일, 다시 말하면 인간의 다른 욕망·기호를 만족시키는 일에 종사할 수 있다. 의복·주거·가구·마차는 이러한 욕망·기호의 주요 대상이라 하겠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214쪽


    농업은 인간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식량을 제공합니다. 만약 먹고살만한 식량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 이상의 기쁨은 생각도 못하게 됩니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만약 토지의 개량 덕분에 잉여생산물이 발생하고 농업에 적은 노동력만 필요하게 되면, 식품 이외의 것들을 누리면서 살 수 있게 됩니다. 애덤 스미스가 제조업의 기원을 농업개량에서 찾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어서 애덤 스미스는 농업개량과 제조업의 관계를 좀 더 명확히 설명하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농촌과 제조업에 종사하는 도시는 서로 상호적이며 호혜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그의 설명을 살펴보죠.


    ● 제3편 각국의 상이한 국부증진 과정 - 제1장 국부증진의 자연적인 진행과정


    모든 문명사회의 대상업은 도시 주민과 농촌 주민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업이다. (...) 농촌은 도시에 생활자료와 제조업 원료를 공급한다. 도시는 농촌 주민에게 제조품의 일부를 되돌려줌으로써 이 공급에 보답한다. (...) 양자의 이득은 상호적이고 호혜적이며, 다른 모든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분업은 세분된 여러 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상이한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 


    사물의 본성상 생필품은 편의품·사치품에 우선하는 것과 같이, 전자를 생산하는 산업은 후자를 생산하는 산업에 반드시 우선해야 한다. 그러므로 생필품을 공급하는 농촌의 경작·개량은 편의와 사치의 수단을 제공할 뿐인 도시의 성장에 반드시 우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시의 생필품을 구성하는 것은 시골의 잉여생산물, 즉 경작자의 생필품을 넘는 부분뿐이며, 따라서 이 잉여생산물의 증가에 의해서만 도시는 발달할 수 있다.  (...)


    도시와 시골의 주민들은 서로서로에게 봉사한다. 도시는 상설시장이며, 시골 주민들은 이곳에 들러 그들의 천연생산물을 제조품과 교환한다. 도시 주민들에게 작업원료와 생활자료를 공급하는 것은 이 상업이다. 


    도시 주민이 시골 주민들에게 판매하는 완성품의 양은 필연적으로 도시 주민이 구입하는 원료와 식료품의 양을 규제한다. 그러므로 도시 주민의 일거리와 생활자료는 완성품에 대한 시골의 수요증가에 비례해서만 증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수요는 토지개량·경작확대에 비례해서만 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이 만든 제도가 사물의 자연적 경로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도시의 부의 증가와 도시의 성장은 국토·농촌의 개량·경작의 결과이며 그것에 비례한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463~466쪽


    이처럼 애덤 스미스는 농업개량의 결과, 완성품에 대한 시골의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도시 제조업의 일거리가 생겼다고 설명합니다. 농업개량은 제조업과 경제발전에 선행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사회의 자본이 농업→제조업→외국무역 순서로 투입되는 건 '사물의 자연적 순서'(natural order of things) 라고까지 주장합니다. 




    ※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③

    - 국가의 역할에 관하여

    - 중상주의자 : 국가의 무역규제가 필요

    - 애덤 스미스 : '무역을 할 자유'를 개인들에게 부여해야


    앞서 살펴본 중상주의자의 주장을 잠깐 다시 정리해봅시다. 이들은 금은의 축적 정도를 알려주는 '우호적인 무역수지'를 선호한데 이어서, 제조업 위주의 수출 등 '우호적인 상품구성'이 이루어져야 국부가 증진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럼 이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소비자를 가만히 내버려두면 소비증가로 인해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 제조업 자본가 보다는 대지주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제조업 발달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즉, 경제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disharmony between private and public interest)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중상주의자들은 무역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자와 무역이 금지된 자를 구분하고, 제조업을 인위적으로 육성하게끔 도와주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1장 상업주의 또는 중상주의의 원리


    부(富)는 금은으로 구성된다는 원칙과, 그런 금속은 광산이 없는 나라에서는 오직 무역차액에 의해, 또는 수입하는 것보다 큰 가치를 수출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는 원칙이 확립되었기 때문에, 국내소비를 위한 외국재화의 수입을 가능한 한 줄이고 국내산업의 생산물의 수출을 가능한 한 증가시키는 것이 필연적이고 경제정책의 주된 목적으로 된 것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45~546쪽


    중상주의자들은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불일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역정책'(trade policy) 혹은 '상업정책(commercial policy)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른바 '국가의 무역규제'(state regulation of trade) 입니다. 


    중상주의자들의 사상으로 상업정책은 방향이 명료해졌습니다. 원자재 수입에 낮은 관세를 매기고, 제조업 수입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합니다. 반대로 원자재 수출은 돕지 않고 제조업 수출은 보조금과 장려금을 지급합니다. 국가는 철저히 제조업을 지키는 방향으로 상업정책을 집행하고, 제조업 육성을 위해 국내시장에서 독점권도 허가해줍니다.


    이에 대해 애덤 스미스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는 무역차액 학설은 불합리하다고 평가했으며, 제조업을 우위에 두지도 않았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개인이 자연적자유(natural liberty)에 따라 행동한다면, 개인과 공공의 이익은 일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국가가 무역을 규제하기 보다 '무역을 할 자유'(freedom to trade)를 상인들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국부론』의 상당부분에 이러한 주장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하게 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548~549쪽)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재화의 수입을 높은 관세나 절대적 금지에 의해 제한함으로써 이 재화를 생산하는 국내산업은 국내시장에서 다소간 독점권을 보장받는다. (...) 국내시장의 이와 같은 독점권은 그런 권리를 누리는 특정 산업을 종종 크게 장려할 뿐만 아니라, 독점이 없었을 경우 그것으로 향했을 것보다 더 큰 노동·자본을 그 산업으로 향하게 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런 독점권이 사회의 총노동을 증가시키거나 그것을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경향이 있는가는 결코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


    각 개인은 그가 지배할 수 있는 자본이 가장 유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사실, 그가 고려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익이지 사회의 이익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또는 오히려 필연적으로, 그로 하여금 사회에 가장 유익한 사용방법을 채택하도록 한다. (...)


    (552쪽)

    사실 그는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security)을 위해서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gain)을 위해서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그런 허풍을 떨지 않게 하는 데는 몇 마디 말이면 충분하다. (...)


    (553쪽)

    자기의 자본을 국내산업의 어느 분야에 투자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느 산업분야의 생산물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각 개인은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하여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


    국내의 특정한 수공업·제조업 제품에 대해 국내시장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각 개인에게 그들의 자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지시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경우, 쓸모 없거나 유해한 규제임에 틀림없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48~553쪽


    결국 무역차액과 제조업을 강조하는 중상주의 사상의 기본뿌리는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불일치' 한다는 사상이었고, 애덤 스미스가 무역의 자유와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하는 기본뿌리는 '완전히 자유롭고 공정한 자연적인 체계'(natural system of perfect liberty and justice) 안에서 개인과 공공의 이익을 일치'한다는 자유주의 사상입니다.




    ※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 사상의 논리 ①

    - 경제성장으로 연결되는 자유무역

    -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가능케하는 자유무역


    지금까지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당시 지배적인 사상이었던 중상주의를 조목조목 비판하였습니다. 


    이어서 그는 무역의 독점권을 없애고 '무역을 할 자유'(Freedom to Trade)를 상인들에게 부과하고, 수입관세와 수출보조금 등을 없애는 '자유무역'(Free Trade)을 실시하면 얻을 수 있는 이득(gain)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gains from trade)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동태적이익(Dynamic Gain), 둘째, 정태적(Static Gain) 입니다. 


    ● 무역의 동태적이익 (Dynamic Gain) 

    -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분업의 고도화와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 


    : 동태적이익은 말그대로 '시간이 흘러가도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뜻하며, 경제학에서는 주로 '경제성장'(growth) 혹은 '경제발전'(development)을 의미합니다. 


    애덤 스미스는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분업의 고도화와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고 믿었습니다. 『국부론』의 본 제목은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대한 연구』이며,  '분업을 통한 생산'을 통해 국부가 증진된다고 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애덤 스미스는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가 '분업을 최고도로 진행' 시켜 '생산력과 부를 증가시킨다'고 분석했습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1장 상업주의 또는 중상주의의 원리


    금은의 수입은 한 나라가 외국무역으로부터 끌어내는 주된 이득도 아니며, 유일한 이득은 더더욱 아니다. 외국무역이 행해지는 지역 사이에서는 어디에서건 국민들은 외국무역으로부터 두 가지 이득을 끌어낸다.


    외국무역은 그들의 토지·노동의 생산물 중 그들 사이에서 수요가 없는 잉여분을 반출하고 그대신 수요가 있는 다른 것을 가져온다. 외국무역은 그들에게 남는 것을,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그들의 향락을 증가시키는 데 사용될 다른 것과 교환함으로써, 그 잉여분에 가치를 부여한다. 따라서 국내시장의 협소함도 어떤 기예(技藝:art)나 제조업의 각 분야에서 분업이 최고도로 진행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들의 노동생산물 중 국내소비를 초과하는 어떠한 부분에 대해서도 넓은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외국무역은 그들로 하여금 생산력을 발전시키게 하고, 연간생산물을 최고도로 증가시키게 하며, 그리하여 사회의 실질수입과 부를 증가시키게 한다. (...)


    아메리카의 발견이 유럽을 부유하게 한 것은 금은의 수입에 의한 것이 아니다. (...) 아메리카의 발견은 확실히 가장 본질적인 변화를 야기했다. 그것은 유럽의 모든 상품에 새롭고 무궁무진한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옛날 상업의 좁은 영역에서는 생산물의 큰 부분을 흡수할 시장의 부족 때문에 일어날 수 없었던 새로운 분업·기술개량을 야기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41쪽


    외국과의 교역이 없이 좁은 국내시장만 가졌다면, 수요가 없는 상품을 생산할 필요가 없게되고 이에따라 분업도 세분화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외국무역을 통해 넓은 시장을 확보하면, 새로운 수요가 생겨난 결과 분업이 고도화 된다는 논리 입니다.



    ● 무역의 정태적이익 (Static Gain) 

    - 무역은 효율적인 자원사용을 이끌어낸다


    : 정태적이익은 '그 시점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뜻하며, 경제학에서는 주로 '자원의 효율적 사용'(efficiency gain)을 의미합니다.


    애덤 스미스는 왜 무역은 효율적인 자원사용을 이끌어낸다고 믿었던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외국산 제품이 국내산 제품보다 값싸기 때문입니다(lower price).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국내의 특정한 수공업 · 제조업 제품에 대해 국내시장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각 개인에게 그들의 자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지시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경우, 쓸모 없거나 유해한 규제임에 틀림없다.


    만약 국산품이 외래품만큼 싸게 공급될 수 있다면 이러한 규제는 명백히 쓸모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렇나 규정은 일반적으로 유해하다. 현명한 가장(家長)의 좌우명은, 구입하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더욱 비싸다면 집안에서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


    모든 개별 가구에 대해서 현명한 행동이 대국에 대해서는 어리석은 행동이 될 수는 없다. 만약 외국이 우리가 스스로 제조할 때보다 더욱 값싸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국산품의 일부로 그것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게 하더라도, 한 나라의 총 노동은 그것을 고용하는 자본과 일정한 비례관계에 있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각종 수공업자들의 노동이 감소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총노동도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고, 다만 가장 유리하게 이동될 수 있는 방도를 찾게 될 것이다.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한 나라의 총노동이 향한다면, 총노동이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3~554쪽


    위와 같이 애덤 스미스에게 무역의 정태적이익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였습니다.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데 힘을 쏟는 건 비합리적이기 때문이죠. 만약 그 힘이 우위를 가진 국산품 생산에 사용된다면 생산량이 더욱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재차 이 사실을 강조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특정 상품의 생산에서 다른 나라가 누리고 있는 자연적 이점이 한 나라에 비해 너무나도 크다면, 그 상품과 경쟁하는 것이 헛수고라는 것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누리는 우위(advantage)가 천부적인 것이건 후천적으로 획득된 것이건, 그것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한 나라가 이러한 우위를 가지고 다른 나라가 그것을 가지지 못하는 한, 후자는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전자로부터 구입하는 것이 항상 더 유리하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5쪽


    애덤 스미스는 왜 어떤 제품은 국내에서 싸게 만들고, 다른 제품은 외국에서 싸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원인이 어디있든지간에 '싼 곳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었죠. 그는 무역이 가져다주는 정태적이익을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 애덤 스미스 자유무역 사상의 논리 ②

    -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을 믿어라


    이제는 단순히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넘어서서, 무역 및 상업정책과 관련하여 자유주의자로서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드러나는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 자유로운 무역이 국내에 가져올 수 있는 충격은? (Trade Effects on Income Distribution)

    - 노동자는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


    개개인의 자연적 자유(natural liberty)에 따른 행위가 공공의 이익과 일치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위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할겁니다. 마찬가지로 '무역을 할 자유'와 '자유무역'이 공공의 이익을 안겨주려면, 무역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 없어야 합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애덤 스미스는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아래 원문을 살펴보죠.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자유무역을 회복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통상의 일터와 통상의 생계수단을 일시에 잃어버린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그들이 고용 또는 생계를 박탈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


    우리가 병사의 습관과 제조공의 습관을 비교해 볼 때, 병사가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제조공이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조공은 언제나 자기 노동에 의해 생계를 얻는 데 익숙 (...) 대다수 제조업에는 성질이 비슷한 기타의 제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68쪽


    위와 같이 애덤 스미스는 '노동자는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으로 인한 실업문제가 초래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인위적으로 제조업을 육성하는 유치산업보호론 비판

    - 자본과 노동이 자연적인 용도를 찾도록 방임되었을 때 사회자본이 더 빨리 증가


    그리고 애덤 스미스는 자본과 노동을 인위적으로 특정 산업(제조업)에 배치하여 육성하는 정책 또한 반대했습니다. 중상주의자들에게 제조업은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외국 제조업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규제정책으로 수입경쟁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가 보기에 이는 자본과 노동의 자연적인 용도를 훼치는 정책에 불과했습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사실 이러한 규제에 의해 특정제조업이 그런 규제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더 빨리 확립될 수도 있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는 외국과 같이 싸거나 더 싸게 국내에서 생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의 노동이, 비록 이처럼 그런 규제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더욱 빨리 특정분야에 유리하게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사회의 노동이나 사회의 수입 총액이 이와 같은 규제에 의해 증대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결코 없다. 


    왜냐하면, 사회의 노동은 자본이 증가하는 비율에 따라 증가할 수 있을 뿐인데, 자본은 수입 중에서 점차 절약되어 저축되는 것에 비례해서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는 그 사회의 수입을 감소시키는 것이고, 그리고 수입을 감소시키는 것이, 자본과 노동이 자연적인 용도를 찾도록 방임되었을 때 자연발생적으로 증가하는 것보다 더 빨리, 사회자본을 증가시킬 수는 분명히 없을 것이다


    이러한 규제가 없음으로써 사회가 문제의 제조업을 가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회는 그 때문에 어느 한 기간 내에 필연적으로 더 가난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발전의 어느 한 시기에 사회의 모든 자본과 노동은, 비록 다른 대상에 대해서이긴 하지만, 당시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각 시기마다 그 사회의 수입은 그 사회의 자본이 제공할 수 있는 최대의 수입이며, 자본과 소득은 모두 가능한 최고의 속도로 증가했을 것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5쪽


    애덤 스미스가 생각하기에 그 시기에 제조업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더 가난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그저 그 시기 사회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자본과 노동이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현재 제조업이 없다는 건, 지금 현재 사회에 도움을 주는 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낼 뿐입니다. 


    규제 정책이 없다면 자본과 노동은 알아서 자연적인 용도를 찾아가게 되어 있고, '각 개인은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하여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각주:2]하기 때문에, 현재 경제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최대 생산량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애덤 스미스 자유무역 사상의 논리 ③

    - 중상주의는 소비자를 희생시키고 제조업 생산자의 독점이익만 고려



    애덤 스미스가 가지고 있는 자유주의 사상은 『국부론』 <제4편 제8장 중상주의에 대한 결론>을 통해 정점을 찍습니다. 여기서 애덤 스미스가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은 '외국상품의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국내 제조업자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정책', 즉 중상주의 그 자체입니다. 여기서 그는 앞서 중상주의를 비판하면서 전개했던 논리를 반복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8장 중상주의에 대한 결론


    (794) 우리나라의 중상주의에 의해 주로 장려되는 것은 부자와 권력자의 이익을 위한 산업뿐이다. 가난한 사람과 빈궁한 사람의 이익을 위한 산업은 너무나 자주 무시되거나 억압을 받고 있다. (...)


    (813)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제조되는 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모든 외국상품의 수입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의 이익은 명백히 생산자의 이익에 희생되고 있다. 이런 독점이 거의 언제나 야기하는 가격상승을 소비자가 감수해야 하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생산자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하)』, 비봉출판사, 764~813쪽


    : 외국산 제품이 국내산보다 값이 싸다면 이를 수입해와 사용하는 게 마땅한데, 무역장벽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가 값비싼 제품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소비자의 이익은 피해를 보고 국내 제조업자만 이익을 봅니다. "중상주의에 의해 장려되는 것은 부자의 이익을 위한 산업 뿐" 입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8장 중상주의에 대한 결론


    이런 규제가 국민의 자랑스러운 자유를 얼마나 위반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척하지만, 이 경우 그 유는 우리나라의 상인·제조업자의 하찮은 이익을 위해 분명히 희생당하고 있다


    이런 모든 규제들의 특기할 만한 동기는 우리나라 제조업 그 자체의 개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든 이웃 나라의 제조업을 억압함으로써,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상대와의 귀찮은 경쟁을 가능한 한 끝냄으로써 우리나라의 제조업을 확장시키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자들은 그들 자신이 국민 전체의 재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하)』, 비봉출판사, 814쪽


    : 자유무역이 실시되었더라면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하는 개인'은 자본과 노동을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에 투자[각주:3]할 겁니다. 또한 규제가 없다면 '자본과 노동은 알아서 자연적인 용도를 찾아가게 되어'서 최대의 생산량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역장벽 때문에 국내 제조업자들은 독점권을 누리면서 '국민 전체의 재능을 독점'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훨씬 더 잘 판단하는 개인의 자유'는 침해됩니다. 즉, 중상주의의 무역장벽은 '국민의 자랑스러운 자유를 위반'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8장 중상주의에 대한 결론


    이러 중상주의 전체를 고안해낸 것이 과연 누구인가를 파악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우리는 그것을 고안해낸 사람이 소비자들이 아니라 생산자들이었다고 믿어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비자의 이익은 저적으로 무시되어 왔음에 반해 생산자의 이익은 매우 신중한 주의가 기울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생산자들 중 우리나라의 상인·제조업자들이야말로 중상주의의 특히 중요한 설계자들이다. 이 장에서 주의깊게 살펴본 중상주의의 여러 규제들에서는 우리나라 제조업자들의 이익이 특별히 우대되었고, 그리고 소비자의 이익이 희생되었을 뿐 아니라 기타 생산자들[예컨대 원료생산자]의 이익이 더 크게 희생되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하)』, 비봉출판사, 816쪽


    : 그렇기 때문에, 중상주의는 제조업자의 이익만을 위하는 정책이지, 소비자와 원료생산자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만약 관세와 수입제한을 없애는 자유무역이 모두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를 종합해볼 때,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자유무역'과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한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자유방임사상을 가졌기 때문에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외국상품의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국내 제조업자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중상주의'를 비판하기 위해서 『국부론』을 집필한 것입니다.




    ※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 오늘날까지 이어지다


    지금까지 애덤 스미스의 1776년 작품 『국부론』의 원문 일부를 읽어나가면서, 중상주의와 자유무역에 관한 그의 주장과 사상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펼쳐지고 있는 국제무역논쟁에 관심 많으신 분들은 '보호무역주의자 vs 자유무역주의자'의 대립 구도와 논리가 18세기에도 똑같았다는 점을 느꼈을 겁니다.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소개했던 몇몇 논점들이 『국부론』 내에서 그대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① 무역수지 흑자는 정말로 의미가 없나


    : 애덤 스미스는 "교환을 할 수 있는 상품이 있는 한 금은의 부족을 겪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주류 경제학자들은 "수출과 수입은 동전의 양면이다. 수출은 한 국가가 수입품을 획득하기 위해서 포기하는 재화이다. 즉, 수출은 수입대금을 지불하기 위한 소득을 벌어들이는 데 불과하다."[각주:4] 라는 논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역수지 흑자 결정요인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생각 참고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무역수지 흑자를 국제경쟁에서 승리한 결과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정말로 무역수지 흑자는 의미가 없는 지표일까요?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생각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봅시다.



    ② 제조업은 독특한 특성을 가진 업종이 아닌가


    : 과거 중상주의나 오늘날 보호무역 모두, 결국 핵심은 '제조업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있습니다. 


    중상주의자들에게 제조업은 더 많은 수출가치와 고용을 만들어내는 업종입니다. 과거 개발도상국 정책결정권자와 1980년대 미국 그리고 오늘날 선진국에서 보호무역 흐름이 부상한 것도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해서였습니다. 반면 애덤 스미스에게 제조업은 그다지 특별한 산업이 아닙니다. 따라서, 중상주의적 정책은 그저 소비자와 기타 생산자를 희생시키고 제조업 생산자만을 위한 것이 됩니다.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둘러싼 논쟁은 18세기에 종식되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자세히 살펴볼 계획입니다. 



    ③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은 일치하는가


    : 중상주의나 보호무역주의는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여 무역을 규제할 것을 요구합니다. 반면, 애덤 스미스와 자유무역주의자는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위가 공공의 이익도 불러온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상의 대립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라이히(Robert Reich)가 쓴 아래의 글을 읽어보죠.


    ● 스푸트니크의 순간이라는 표현이 아쉬운 이유(Why our Sputnik moment will fall short)


    미국의 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우월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의 상당 부분은 미국밖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제너럴일렉트릭은 미국인보다 외국의 노동자들을 더 많이 고용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는 미국 내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팔고 있다. (...)


    오바마의 연설은 기업의 수익과 일자리의 연계가 끊어졌다는 점을 외면한 것이고,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설명하지도 못했다. (...) 정부는 일반 노동자 가정의 복리를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해 존재한다. 제대로 된 정부가 없다면 미국인들은 점점 글로벌화되는 기업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업들은 어디서 수익이 나든 오직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


    - Robert Reich, 'Why our Sputnik moment will fall short', <FT>, 2011.01.26

    - "오바마가 말한 '스푸트니크의 순간', 핵심을 벗어났다". <프레시안>. 2011.01.27 에서 재인용



    ● '450억 달러 딜', 미국이 중국에게 배워야 할 것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의 여러 기업들이 중국과 에너지와 항공 관련 제조 계약을 맺게 되지만, 상당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될 것이다. GE와 중국이 합작한 업체가 상하이에 설립될 예정인데, 여기서 만드는 새로운 항법시스템 장치들이 보잉 항공기에 들어갈 것이다. 


    미국에게는 국가경제전략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만 있다. 바로 이런 측면을 봐야 한다. 중국의 국가 경제전략은 중국을 미래의 경제 동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가능한 한 미국으로도 많은 것을 배워 미국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태양전지와 전기배터리 기술에서 미국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은 기초 연구와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12년 동안 중국은 하나하나가 MIT에 맞먹는 20개의 대학을 건립했다. 중국의 목표는 힘과 위상, 고임금 일자리에서 중국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국가 경제전략이 없다. 미국에는 그저 어쩌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있을 뿐이다.


    - Robert Reich, 'The Real Economic Lesson China Could Teach Us', 2011.01.19

    - '450억 달러 딜', 미국이 중국에게 배워야 할 것', <프레시안>, 2011.01.20에서 재인용


    로버트 라이히는 오늘날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가 국가경제의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중국정부는 치밀하게 세워진 경제전략 하에 기업의 이익이 국가경제의 이익으로 이어지게끔 하고 있다고 부러워 합니다.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중상주의, 보호무역주의를 넘어서서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을 요구하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또한 국가가 주도하여 경제주체들의 행위를 조정해야한다는 생각은 '제조업 육성 및 보호의 필요성'과 결합하여, 강력한 무역정책(trade policy) 및 상업정책(commercial policy)으로 연결됩니다. 


    이러한 논리가 타당한지에 대하여도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살펴봅시다.



    ④ 자유무역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 애덤 스미스는 국제무역의 발생원인을 '서로 다른 가격'에서 찾았습니다. 만약 외국이 더 값싸게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이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왜냐구요? 거창한 논리는 필요없습니다. 그저 외국산제품 가격이 국산품보다 싸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부문에서 우위에 놓인 국가'는 무역을 통해서 이득을 얻지 못한다는 말일까요? 애덤 스미스가 말한 우위는 '절대우위'(Absolute Advantage)[각주:5] 입니다. 그럼 선진국이 모든 부문에 대해 절대우위에 놓여있으면 무역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자유무역의 이익'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은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따라서, '자유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상호이득(mutual gain)을 준다'는 논리는 1817년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통해 증명됩니다. 


    앞으로 [국제무역이론 Revisited]를 통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시다.



    ⑤ 시장의 자기조정기능은 작동하는가


    : 애덤 스미스는 자유무역과 무역개방이 피해를 불러올수도 있다는 사실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니, 피해를 불러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중상주의가 소비자와 제조업 이외 생산자를 희생시키는 구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게 믿은 이유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시장의 자기조정기능'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무역개방으로 일자리를 잃은 제조업 근로자는 손쉽게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하는 자본가'는 최대의 이윤을 주는 새로운 곳으로 자본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에서 시장의 자기조정기능은 불완전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쉽게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외국과의 경쟁으로 몰락한 산업을 다른 산업이 빠르게 대체하지도 못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는 '무역개방이 소득분배 및 산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에 대해서도 앞으로 깊게 알아봅시다. 




    ※ 다음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이제 다음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에서 '자유무역 사상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 애덤 스미스 이외의 또 다른 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주장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애덤 스미스는 제조업 생산자만을 우대하는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이론을 말했으나, 데이비드 리카도는 "제조업 자본가의 이윤 증대를 위해 자유무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리카도는 애덤 스미스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무역개방이 계층별 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면서 자유무역이론의 폭을 넓혔습니다.


    다음글을 읽어나가면, 자유무역 사상의 발전 배경 및 오늘날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1.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2014.07.11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2.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③ 에서 소개한 국부론 553쪽 내용 다시 인용 [본문으로]
    3.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③ 에서 소개한 국부론 553쪽 내용 다시 인용 [본문으로]
    4. 참고 : Douglas Irwin. 2015. 'Free Trade Under Fire' 4th Edition [본문으로]
    5. 국부론에서 '비교우위'란 표현을 썼지만, 오늘날 알려진 비교우위와는 다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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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Posted at 2018.07.18 23:29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자유무역을 비판해 온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머리말>

    표지에 왜 그렇게 화나고 사나운 표정의 사진을 썼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 이 책에서 우리는 절름거리는 미국을 이야기한다. 안타깝게도 좋은 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은 표정, 기쁨보다 분노와 불만을 담은 표정을 찍은 사진을 쓰기로 했다. 지금 우리는 즐거운 상황에 처해 있지 않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모두가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8장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이제 제조기업들이 바로 여기 미국에서 최선의 조건을 누릴 수 있도록 사업 환경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더 많은 제조공정을 미국으로 돌릴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법이 필요하다. 특정 국가들이 툭하면 자국 화폐를 절하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우리는 홈팀이며, 우리 자신을 앞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다른 나라에 빼앗긴 우리의 일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그 답은 '우호적인' 교역 파트너들과 더 나은 무역협정을 맺는 것에 있다. 우리는 중국, 일본, 멕시코 같은 나라들로부터 일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우리는 미국 소비자들이 만든 세계 최고의 시장을 너무 많은 방식으로 그냥 내주고 있다. (...)


    이제 나는 미국을 위해 싸울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다시 위대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이기겠다는 의지와 과거처럼 '미국산' 배지를 명예롭게 만들겠다는 헌신뿐이다.


    - 도널드 트럼프, 2015, 『불구가 된 미국』(원제 : 『Crippled America』)




    ※ 자유무역을 둘러싼 트럼프와 경제학자들 간의 대립


    트럼프가 2016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민주당 8년 집권에 따른 피로감 · 힐러리에 대한 비토 · 백인들의 지지 등 여러가지를 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과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요인은 '자유무역 정책과 세계화에 대한 반감' 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대선 이전부터 현재의 무역체제, 특히 중국과의 무역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해 벌어졌던 Brexit에 이어 트럼프 당선이 현실화되자 경제학자들은 "전세계적으로 자유무역과 세계화 기조가 후퇴하고 보호무역 흐름이 도래하는거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말해온 공약을 하나둘 시행해 나갔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문제 삼았으며, 한국과의 FTA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정적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문제삼으며, 대중국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당황해하며 또한 분개했습니다. Gregory Mankiw[각주:1]부터 Paul Krug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