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해당되는 글 164건

  1. [경제성장이론 ⑪]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 (2) 2017.07.25
  2.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2) 2017.07.24
  3. [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4) 2017.07.20
  4.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2) 2017.07.19
  5.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2) 2017.07.17
  6. [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 (2) 2017.07.06
  7.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2017.07.06
  8.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9.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10.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2) 2017.06.29
  1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8) 2017.06.28
  12. [경제성장이론 요약] 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2017.06.27
  13. [사라진 경제성장 ②] 자산시장 거품 없이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 - 영속적인 장기침체 (Secular Stagnation) (13) 2016.01.28
  14. [사라진 경제성장 ①] 여전히 '2008 금융위기'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세계경제는 또 다른 위기를 맞게될까? - 부채동학과 경제위기 (2) 2016.01.24
  15. [2013년-2015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④ - 또 다른 위기? 2016.01.22
  16. [2010년-2012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③ - 유럽재정위기 2016.01.22
  17. [2007년-2009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② - 2008 금융위기 발생 (2) 2016.01.22
  18. [1997년-2005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① - 2008 금융위기의 씨앗 2016.01.22
  19.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10) 2015.12.29
  20. [경제학원론 거시편 ⑪]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갖춰야할 '경제학적 사고방식' (16) 2015.09.21

[경제성장이론 ⑪]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경제성장이론 ⑪]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

Posted at 2017.07.25 20:09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 (Stylized Facts)


지금까지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통해, 성장이론을 알아봤습니다. 


여기서 '이론'(theory)이란 말그대로 경제현상을 일반론적인 접근으로 설명함을 의미합니다. 실제 개별국가가 어떻게 성장에 성공했는지 혹은 실패했는지, 현재 개별 선진국들은 어떠한 구체적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등등은 이론을 넘어선 실증분석(empiric)으로 연구해야겠죠.


그럼 [경제성장이론]은 어떠한 경제현상을 일반론으로나마 설명해내고 있을까요? 

(사족 : 본 시리즈를 통해 계속 강조하고 있는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어떤 나라는 못 사는가?", "왜 어떤 나라는 빠르게 성장하고, 어떤 나라는 느리게 성장하는가?"도 경제현상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경제학자 니콜라스 칼도어(Nicholas Kaldor)1961년 <자본축적과 경제성장>(Capital Accumulation and Economic Growth) 논문을 통해, '(미국경제에서 관찰되는) 경제성장에 관한 6가지 정형화된 사실'을 말합니다. 일명, '칼도어의 정형화된 사실들'('Kaldor's Stylized Facts') 입니다. [경제성장이론] 중 가장 처음 살펴본 '솔로우 모형'은 칼도어의 사실들을 잘 설명해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약간의 불만을 품은 분도 계실(길 바랍니다)겁니다. "솔로우 모형(1956)이나 칼도어의 사실들(1961)이나 예전에 나온 이론 아닌가. 최근의 경제현상을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데." 오래전 제기된 '칼도어의 사실들'은 현재에도 적용이 되지만, 일반인들의 최근 관심사와는 거리가 먼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왼쪽 : 폴 로머 (Paul Romer)
  • 오른쪽 : 찰스 존스 (Charles Jones)


신성장이론을 만든 폴 로머(Paul Romer)와 학부 경제성장론 교과서 저자로 널리 알려진 찰스 존스(Charles Jones)는 2009년 미완성논문과 2010년 논문 <새로운 칼도어의 사실들: 아이디어, 제도, 인구 그리고 인적자본>(The New Kaldor Facts: Ideas, Institutions, Population, and Human Capital)을 통해, 최근에 목격되는 새로운 정형화된 사실을 이야기 합니다.


시장크기의 확대 - 세계화와 도시화의 진전

(Increase in the extent of market)


성장의 가속화 - 인구규모와 1인당 GDP의 빠른 증가

(Accelerating growth)


성장률 격차 - 기술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간에 성장률 차이가 크다

(Variation in modern growth rates)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 - 국가간 소득 격차의 대부분은 생산성 격차로 설명된다

(Large income and TFP differences)


근로자 1인당 인적자본의 증가 - 인적자본 규모의 급격한 증가

(Increases in human capital per worker)


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안정적 - 숙련 근로자 공급이 늘어났음에도, 임금은 하락하지 않았다

(Long-run stability of relative wages)


오늘날 발견되는 위의 경제현상은 '아이디어-인구규모-제도-인적자본'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결과물 입니다. '아이디어와 인구'의 작용이 ① · ②, '아이디어와 제도'가 ③ · ④, '아이디어와 인적자본'이 ⑤ · ⑥ 현상을 낳았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새로운 정형화된 사실들'을 알아봅시다.




※ 칼도어의 정형화된 사실들 (Kaldor's Stylized Facts)


먼저, 1961년 칼도어가 말했던 '정형화된 사실들'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칼도어의 사실들은 6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 글에서는 3가지만 설명하겠습니다.


① 총생산량과 1인당 생산량이 꾸준한 속도로 증가 -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the continued growth in the aggregate volume of production and in the productivity of labour at a steady trend rate: no recorded tendency for a falling rate of growth of productivity)


② 1인당 자본량이 계속해서 증가 - 1인당 자본량과 생산량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했다 

(a continued increase in the amount of capital per worker, whatever statistical measure of 'capital' is chosen in this connection)


③ 총생산량과 1인당 생산량의 증가율이 국가별로 다르다 -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난다

(there are appreciable differences in the rate of growth of labour productivity and of total output in different societies) 


칼도어의 사실들을 처음 접하면 "이게 무슨 이야기지?" 라고 하실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하지만 알고나면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닙니다. [경제성장이론] 시리즈에서 살펴본 '솔로우 모형'을 알고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족 : 솔로우 모형은 '미국경제'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칼도어의 사실들'에 관한 설명에서도 미국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 ① 총생산량과 1인당 생산량이 꾸준한 속도로 증가 

- 하락하는 경향을 나타내지 않았다



: 윗 그림에서 볼 수 있다시피, 미국의 GDP(혹은 1인당 GDP도)는 꾸준한 속도로 증가했습니다.(steady trend rate) 


그래프의 기울기가 갑작스레 가팔라지거나(=성장률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추세가 반전되어 하락하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물론 1929년 대공황 시기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큰 폭의 생산량 감소가 나타났으나, 이내 이전의 추세를 회복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이를 '정상상태에서의 외생적인 기술진보율'로 설명해 낼 수 있습니다. 자본축적량을 늘려가면서 정상상태(steady state)에 가까워지면 성장률이 점차 하락하지만, 정상상태에 도달하고 나면 외생적인 기술진보율로 성장을 이어나갑니다. 


(사족 : 이를 자본량, 생산량, 기술진보율 등이 모두 같은 크기만큼 증가하는 것을 '균형성장경로'(balanced growth path)라고 합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 같아서, 본 시리즈에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 ② 1인당 자본량이 계속해서 증가 

- 1인당 자본량과 생산량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했다 


  • 출처 : OECD National Accounts at a Glance


: 윗 그림에 나오듯이, 미국의 1인당 자본량 지속해서 증가해 왔습니다. 또한, 1인당 생산량도 비슷하게 늘어났죠. 


이는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을 강조하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축과 투자를 통해 쌓여지는 자본은 생산량 증가를 만들어 냅니다.



▶ ③ 총생산량과 1인당 생산량의 증가율이 국가별로 다르다 

-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난다


: 국가간 성장률 격차는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틍해 수차례 다루었던 주제입니다. 


솔로우 모형은 자본축적 정도에 따른 '전이경로'(transitional path)로 성장률 격차를 설명합니다. 자본을 많이 축적하여 정상상태에 다다른 선진국은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지만, 아직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후발산업국가들은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이렇게 솔로우 모형은 '칼도어의 정형화된 사실들'을 올바로 설명해 내고 있습니다. 




※ 솔로우 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는 '새로운 정형화된 사실들'


① 시장크기의 확대 - 세계화와 도시화의 진전

(Increase in the extent of market)


② 성장의 가속화 - 인구규모와 1인당 GDP의 빠른 증가

(Accelerating growth)


③ 성장률 격차 - 기술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간에 성장률 차이가 크다

(Variation in modern growth rates)


④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 - 국가간 소득 격차의 대부분은 생산성 격차로 설명된다

(Large income and TFP differences)


⑤ 근로자 1인당 인적자본의 증가 - 인적자본 규모의 급격한 증가

(Increases in human capital per worker)


⑥ 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안정적 - 숙련 근로자 공급이 늘어났음에도, 임금은 하락하지 않았다

(Long-run stability of relative wages)


하지만 솔로우 모형은 최근에 발견되는 '새로운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는 설명해내지 못합니다.


▶ 솔로우 모형은 '시장크기'나 '무역을 통한 경제통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에측하지 못합니다. 이 모형에서는 '규모의 효과'(scale effect)를 다룬 적이 없습니다.


▶ 또한, 솔로우 모형에서 인구증가율은 낮을수록 좋습니다. 인구가 많아질수록 '1인당'(per capita) 자본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인구증가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생활수준이 낮다고 예측합니다.


▶ 앞서 언급했다시피, 솔로우 모형이 말하는 국가간 성장률 격차는 '전이경로'가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가난한 국가들은 모두 자본축적량이 적기 때문에 서로 간에 비슷한 성장률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런데 과거 비슷한 생활수준을 가졌음에도 빠르게 성장한 국가도 있으며 성장에 실패한 국가도 있습니다. 


▶ "가난한 국가들 간에 자본축적량은 같더라도 기술진보율이 달라서 그런거 아닐까?"라고 물으면 솔로우 모형은 더더욱 궁색해 집니다. 왜냐하면 모든 국가가 똑같은 기술수준을 누린다는 '외생적인 기술진보율'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는 국가간 소득격차의 원인으로 '총요소생산성 차이'가 지목되는 오늘날과는 맞지 않습니다.


▶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은 그저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합니다. 비록 맨큐 등이 인적자본 개념을 추가한 모형을 내놓긴 하였으나, 전통적 모형에서 인적자본은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이로 인해, 오늘날 인적자본의 증가 및 숙련 근로자의 임금 프리미엄(skill premium)을 분석해내지 못합니다.


결국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저 '물적자본-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는 솔로우 모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때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신성장이론' 입니다.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통해 살펴봤듯이, 신성장이론은 '아이디어-지식-인적자본-제도' 등을 폭넓게 다루면서, '국제무역-다국적기업의 역할-기업간 경쟁의 힘-기업동학-자원 재배치' 등등으로 성장이론의 범위를 확장시켰습니다.


이제 아래의 내용을 통해, 최근의 경제현상이 어떤 연유로 나타난 것인지 자세히 알아봅시다.




※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

- '아이디어 ·인구규모 · 제도 · 인적자본'의 상호작용


최근의 경제현상을 설명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아이디어'(idea) 입니다. 


연구활동(research)과 기존 지식(knowledge)을 통해 창출되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생산방법을 제시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연구부문 인적자본(human capital devoted to research)이 늘어나거나 아이디어 교류(flow of ideas)를 통해 다른 국가의 지식도 활용할 수 있다면 아이디어는 더욱 많아지고, 생산량도 더욱 늘어납니다.


(참고글 :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또한, 아이디어는 '비경합성'(non-rival)의 특징을 띄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발산업국가가 선진국의 지식을 사용한다고 해서, 기존 아이디어가 훼손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간 생활수준 격차를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idea gap)는 함의를 전달해 줍니다.


(참고글 :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아이디어의 이 같은 특징은 '시장크기 확대' · '성장의 가속화' · '성장률 격차' ·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 · '근로자 1인당 인적자본의 증가' · '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안정적'을 모두 만들어 냈습니다.



▶ ① 시장크기의 확대 

- 세계화와 도시화의 진전


  • 출처 : Jones, Romer (2009)


윗 그림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국제무역(world trade)과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늘날 세계경제는 서로 간의 '물적상품 교류' 및 '아이디어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 국가내로 한정해서 보면,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듦에 따라 시장크기가 확대되고 있죠. 


왜 이런 '시장 크기의 확대'(increases in the extent of the market)가 발생하는 걸까요? 


신성장이론은 '경제통합의 이점'(integration)을 설명해 왔습니다. 서로 간에 많은 접촉을 통해 아이디어를 많이 나눌수록 경제성장률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국제무역은 단순히 상품을 교환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교환(flow of ideas)하게 도와줍니다. 세계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그곳의 기업으로부터 여러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습니다.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 간의 아이디어를 이용할 수 있다면 지식축적량이 2배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아이디어 증가율을 2배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는 '선진 아이디어를 이용'(using ideas)하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모리셔스는 시장개방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받아들이며 높은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사족 : 신성장이론은 '아이디어의 교류' 측면에서 큰 시장의 이점을 설명하지만, 신무역이론[각주:1]신경제지리학[각주:2]은 '상품다양성 증가' 측면에서 시장크기 확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② 성장의 가속화 

- 인구규모와 1인당 GDP의 빠른 증가


  • 출처 : Jones, Romer (2009)


윗 그림은 인구규모 및 1인당 GDP의 증가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 인구규모가 급격히 늘어났으나 1인당 GDP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구가 많아질수록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어질테인데, 어찌 이것이 가능했을까요? 


기계 · 공장설비 등 물적자본은 경합성(rival)을 띄기 때문에 동시에 사용할 수 없지만, 아이디어는 비경합성(non-rival)을 띄기 때문에 희소성의 문제를 겪지 않습니다. 만약 아이디어가 전달해주는 혜택이 물적자본의 희소성이 초래하는 문제보다 크다면, 인구규모 증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때 결정적으로 아이디어는 인구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더 많이 만들어 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구부문에 종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간의 의견을 나눈다면,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아이디어가 창출될 겁니다. 그리고 아이디어의 증가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려 더 많은 사람을 부양할 수 있는 선순환이 만들어 집니다.

(more people lead to more ideas. more ideas made it possible for the world to support more people. this simple feedback loop generates growth rates that increases over time.)


이는 앞서 살펴봤던 '국제무역 및 도시화의 증대'와 현대경제성장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즉, 현대경제성장은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인구는 더 이상 악영향을 초래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영향만 줍니다. 


만약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가 국제적 아이디어 교류에 지금보다 더 많이 참여하게 되면, 세계경제는 더 빠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저자들은 예측합니다.


(사족 : 폴 로머는 '많은 인구'와 '많은 연구부문 인적자본'은 같지 않다고 보지만, 찰스 존스는 '많은 인구=많은 연구부문 인적자본'으로 보고 있습니다.)



▶ ③ 성장률 격차 

- 기술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간에 성장률 차이가 크다


  • 출처 : Jones, Romer (2009)
  • X축은 1960년 당시, 여러 국가들의 미국(=1) 대비 1인당 GDP
  • Y축은 1960년~2000년 사이의 연간 경제성장률


윗 그림은 1960년 당시의 생활수준별, 이후 40년간의 성장률을 보여줍니다. X축은 1960년 당시, 여러 국가들의 미국(=1) 대비 1인당 GDP, Y축은 1960년~2000년 사이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 눈에 드러나다시피, 윗 그림은 '삼각형 형태'를 보여줍니다. 최전선에서 떨어진 거리에 따라 성장률 격차가 심합니다.(growth variation and distance from the frontier) 


미국과 생활수준이 비슷한, 즉 기술의 최전선(frontier)에 가까운 국가들 간에는 성장률 격차가 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 간에는 성장률의 차이가 심합니다. 한국처럼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국가도 있지만, 아예 음(-)의 성장을 기록한 국가도 있습니다.


1960년에 똑같이 가난했던 국가들 사이에서 이후 40년의 성장률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오늘날 따라잡기가 가져다주는 성장률이 과거에 비해 매우 빠르기 때문'(rapid catch-up growth) 입니다. 


따라서, 따라잡기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에 따라, 성장률 격차가 매우 커졌습니다.


19세기 말에 선진국 따라잡기에 성공했던 아르헨티나는 연간 2.5%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때는 따라잡기에 실패했더라도 성장률 차이가 심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1980년부터 따라잡기를 시작한 중국은 연간 8.2%의 성장률을 나타내기 때문에, 따라잡기에 실패한 국가와의 격차가 큽니다.


왜 오늘날에는 '더 빠른 따라잡기'가 나타났을까요? 그리고 과거 똑같이 가난했음에도 '따라잡기에 성공한 국가와 실패한 국가'로 나뉘게 될 걸까요?



▶ ④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 

- 국가간 소득 격차의 대부분은 생산성 격차로 설명된다


  • 출처 : Jones, Romer (2009)
  • X축은 1인당 GDP, Y축은 총요소생산성 수준


왜 오늘날 '더 빠른 따라잡기'가 나타났는지는 윗 그림이 힌트를 제공해 줍니다. 


X축은 1인당 GDP, Y축은 총요소생산성 수준을 보여주는 윗 그림은 '1인당 GDP와 총요소생산성은 양(+)의 상관관계가 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즉,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은 총요소생산성 이라고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본축적을 강조하는 솔로우 모형과 대비되는 설명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솔로우 모형은 자본축적을 강조하며, 성장률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자본축적 정도에 따른 전이경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는 학자는 동아시아 성장요인을 자본축적[각주:3]으로 보고 있죠.


하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생활수준 차이가 정말 자본축적에 따른 물적격차 때문인지에 의문[각주:4]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폴 로머와 찰스 존스는 윗 그림을 근거로 제시하며 "따라잡기는 아이디어 교류와 기술채택과 관련이 깊다"(catch-up growth could be associated with the dynamics of idea flows and technology adoption.)고 주장합니다. 선진국과 더 많은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더 나은 기술을 받아들인 국가가 빈곤에서 탈피하여 경제성장에 성공했다는 말입니다.


아이디어를 통한 경제성장은 자본축적을 통한 성장보다 더 빠른 시간에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따라잡기는 과거 따라잡기에 비해 높은 성장률이 나타나게 됐습니다.


그럼 왜 과거에 똑같이 가난했음에도, 따라잡기에 성공한 국가와 실패한 국가로 나뉘게 된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제도'(institution)의 차이 입니다. 만약 선진 아이디어를 거부하고 아이디어 창출 유인을 제공하지 않는 제도를 가진 국가는 여전히 빈곤에 머무릅니다. 반면, 아이디어 교류를 확대하며 연구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는 제도를 갖추는데 성공한 국가는 따라잡기에 성공했습니다. 


폴 로머와 찰스 존스는 "만약 기본적인 사유재산권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제도가 갖춰져 있다면, 좋은 아이디어는 도입되지 못한다" 라고 말합니다.



▶ ⑤ 근로자 1인당 인적자본의 증가 

- 인적자본 규모의 급격한 증가


  • 출처 : Jones, Romer (2009)


윗 그림은 시대별 미국 출생인구의 교육년수를 보여줍니다. 1920년에 태어난 미국인은 평균 10년의 교육을 받았으나, 1980년에 태어난 미국인은 평균 14년의 교육을 받습니다.


그 결과, 교육년수 증가와 함께 미국 인적자본 수준도 함께 상승했습니다. 



▶ ⑥ 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안정적 

- 숙련 근로자 공급이 늘어났음에도, 임금은 하락하지 않았다


  • 출처 : Jones, Romer (2009)
  • 파란선은 고졸 대비 대졸의 상대임금, 녹색선은 고등학교 중퇴자 대비 고졸의 상대임금을 보여준다


윗 그림은 미국 고졸 대비 대졸의 상대임금(파란선), 그리고 고등학교 중퇴자 대비 고졸(녹색선)의 상대임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10년, 대학생이 매우 희귀했을 당시에는 대졸이 높은 임금 프리미엄을 누렸으나, 대학 진학생이 많아지면서 프리미엄은 사라져 갔습니다. 그러다 1980년 들어서 프리미엄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죠.


미국의 교육년수가 계속 증가하고 대학 진학생도 꾸준히 많아진 점에 비추어보면, 1980년 이후 대졸 임금 프리미엄의 발생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대학 졸업생, 즉 인적자본 공급자가 증가하면 임금도 떨어지는 게 합리적인 현상이니깐요.


그러나 공급 증가에 맞추어 인적자본 수요도 늘어나면 임금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때, 1980년 이후 대졸자 수요를 증가시킨 건 '숙련편향적 기술변화'(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 라고 많은 학자들은 말합니다. 기술진보가 단순 근로자가 아닌 숙련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발생하면-일례로 회계사 · 프로그래머 등등- 숙련자들의 임금은 높게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왜 기술진보가 숙련자를 우대하는 형식으로 발생했을까요?


첫번째 가설은 '기술변화의 방향은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좌우한다' 입니다. 교육향상과 함께 인적자본 수가 늘어났고, 이들이 기술변화의 방향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었다는 논리입니다. 


두번째 가설은 앞서 살펴봤던 '시장크기의 확대'와 관련 깊습니다. 연구의 결과물인 아이디어가 선진국에서만 쓰였을 때와 비교해서, 개발도상국으로의 시장확대는 아이디어 창출의 이윤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인적자본의 임금도 증가하게 됐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었고, 이를 만들어내는 인적자본의 가치도 (공급증가를 상쇄할만큼) 올라갔습니다.




※ 아이디어 · 인구규모 · 제도 · 인적자본의 상호작용


  • 출처 : 내 발


▶ '시장크기의 확대'와 '성장의 가속화'를 설명하는건 '아이디어와 인구규모의 상호작용'


▶ '성장률 격차'와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를 설명하는건 '아이디어와 제도의 상호작용' 


▶ '인적자본 증가'와 '숙련 근로자의 안정적인 상대임금'을 설명하는건 '아이디어와 인적자본의 상호작용'


이렇게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정형화된 사실들'을 살펴보면, 핵심은 신성장이론이 강조하는 '아이디어'(idea)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적자본만 강조하던 시대를 지나 '아이디어'와 '연구'가 중요해진 시대가 오면서 이제 세계경제 모습은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1.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2015.05.26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2015.07.03 http://joohyeon.com/220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2017.06.29 http://joohyeon.com/252 [본문으로]
  4.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2017.07.24 http://joohyeon.com/26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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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Posted at 2017.07.24 18:49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

(Why are we so rich and they so poor?)


지금까지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통해, 여러 성장이론이 어떠한 배경 속에서 발전되어 왔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1956년 솔로우 모형 등장 이후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올바로 설명할 수 있느냐?"를 두고 논쟁이 펼쳐지며 1980년대에 내생적성장 이론이 등장하였고, 이것조차 최근의 경제현상을 설명해내지 못하자 1990년대에 신성장이론이 나타났습니다.


각각의 성장이론은 시대별 · 이론발전단계별로 초점을 맞춘 부분이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크게 2가지 물음에 대한 올바른 답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 


왜 어떤 나라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반해, 어떤 나라는 느리게 성장할까?


서로 다른 성장이론이 이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고 있는지는 '[경제성장이론 요약] 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에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각주:1]'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공장 · 기계설비 등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높은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자본축적량이 정상상태(steady state)에 미달하는 국가일수록 더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P.로머와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각주:2]'지식'(knowledge)과 '인적자본'(human capital)에 초점을 맞춥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은 외부성(externality)으로 인한 파급효과(spillover)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 혹은 후세대의 근로자도 이용 가능합니다. 따라서, 초기에 지식과 인적자본 수준이 높았던 국가는 계속해서 높은 생활수준과 빠른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더 나아가서, P.로머는 신성장이론[각주:3]을 통해 '아이디어'(idea)와 '연구'(research)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아이디어는 여러 원자재를 조합하는 방식을 개선하게 함으로써, 효율적인 생산을 가능케하는 다양한 방식을 제시합니다. 연구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는 국가일수록 더 높은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때 아기온과 호위트[각주:4]'기업간 경쟁'(competition)이 더 많은 연구부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하여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합니다. 경쟁을 통한 창조적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일어나는 국가일수록 경제성장을 달성합니다.


이러한 성장이론을 종합해보면, 국가간 생활수준 및 성장률 격차를 초래하는 요인을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물적격차'(object gap) 입니다. 


공장 · 기계설비 등 물적자본이 풍부한 국가는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반해, 부족한 국가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는 수해복구사업시 포크레인 등 건설장비를 이용하는 한국과 여전히 소와 쟁기를 이용하는 북한을 대비해보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둘째는 (내생적성장 모형과) 신성장이론[각주:5]이 강조하는 '아이디어 격차'(idea gap) 입니다. 


물적자본이 부족한 국가에 기계설비 등을 가져다주면 저절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물적자본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입니다.


이렇게 솔로우 모형과 신성장이론은 서로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경제성장을 위해 서로 다른 처방이 내려집니다.


솔로우 모형 주창자들은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통한 자본축적'을 강조합니다. [경제원론]에서 살펴보았듯이[각주:6],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는 말은 경제내 한정된 자원을 소비재 생산이 아닌 자본재 생산에 투입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소비를 줄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런 일입니다. 지금 당장의 효용을 포기하고 미래에 있을 희망을 기대하는 것인데, 현재의 소비감축이 미래의 소비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물적자본만 증가하면 경제가 성장할까요? 설비기계 등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이를 사용할 줄 모르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물적자본 증가는 지식 및 인적자본 증가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신성장이론을 수립한 폴 로머(Paul Romer)'선진국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나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이 경제성장의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선진국의 아이디어를 채용하거나 스스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어 격차를 줄이는 것은 보다 손쉬운 해결책이기 때문이죠.


그는 1993년 두 가지 논문, <경제발전에서 아이디어 격차와 물적 격차>(Idea Gaps and Object Gaps in Economic Development), <경제발전의 두 가지 전략: 아이디어 이용하기와 생산하기>(Two Strategies for Economic Development: Using Ideas and Producing Ideas)을 통해,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폴 로머가 왜 '아이디어 격차'를 강조하는지 자세히 알아봅시다.




※ 국가간 생활수준 격차는 정말 '물적 격차'(object gap)를 의미할까?


솔로우 모형이 '물적 격차'(object gap)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술은 공공재(public good)이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이용 가능하다'고 가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건 국가간 이전이 어려운 기계설비 등 '물적자본을 많이 축적하기' 입니다.

(주 : '기술은 공공재' 라는 주장이 가지는 맥락을 이해하고 싶다면,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처음부터 읽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물적자본을 축적하는 건 '현재의 소비감축'을 요구하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미래에 더 나은 생활수준을 위해서 벨트를 조여매고 현재의 생활수준을 낮추며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 만약 그 미래가 보장되어 있다면 감내할 수도 있습니다만, 경제성장에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지금보다는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미래의 소비증가폭이 현재의 감소폭보다 적을 수도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수리적기법을 이용하여 '최적 저축수준, 즉 황금률'(golden rule) 개념을 말하지만, 현실에서 이를 정확히 알기란 힘듭니다. 또한, 경제 전체(aggregate)의 황금률을 알더라도 세대별로 다르다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나이 많은 세대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감축하는 건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 Fagerberg (1994)

  • 미국 대비 15개 산업국가의 근로시간당 GDP를 보여주고 있다

  • 1950년 이전에는 미국의 급격한 성장 때문에, 미국과 나머지 산업국가 간 격차가 커졌다

  • 하지만 1950년 이후 나머지 산업국가가 따라잡기(catch up)에 성공하면서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


결정적으로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를 '물적 격차'로 봐야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 파거버그(Jan Fagerberg)는 1994년 논문 <성장률의 기술적, 국제적 차이>(Technology and International Difference in Growth Rates)을 통해, 물적자본과 기술의 상호작용에 주목합니다. 


(주 : 파거버그의 연구는 아브라모비츠(Abramovitz)의 선행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브라모비츠의 연구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적자본 안에는 더 나은 기술도 체화(embodied)되어 있습니다. 투자를 통해 더 좋은 기계를 들이면 단순히 물적 자본이 증가하는 게 아니라 기술수준도 증가합니다. 그런데 상호작용을 인지하지 못하면 "우리와 선진국의 차이는 (단순히) 물적자본 축적량에 있구나" 라고 잘못 이해하게 됩니다. 게다가 기술진보의 영향이 편향적이라면,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술진보의 영향을 더 받는 자본재를 더 빈번하게 쓰게 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GDP 대비 투자 비중', '1인당 자본량 수준' 등을 바라보며 "선진국과 후발국 간에는 물적 격차가 존재한다" 라고 진단내려서는 안됩니다. 겉으로 보이는 건 물적 격차 이지만, 실제 차이를 만들어내는건 기술 격차일 수 있습니다.


이는 위에 첨부한 그림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950년을 기점으로 미국과 다른 산업국가 간에는 GDP 격차가 축소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1950년 이전에는 미국의 급격한 성장 때문에 미국과 나머지 산업국가 간 격차가 커졌다가, 1950년 이후 나머지 산업국가가 따라잡기(catch up)에 성공하면서 격차가 축소되고 있죠.


이러한 따라잡기를 가능케했던 힘은 투자를 통한 자본축적이 아니라  '교육수준 향상' · '세계화에 의한 시장확대' · '다국적기업의 역할 확대' 등등이 만들어낸 '기술전파'(technology flow) 입니다.


미국은 압도적인 기술수준을 가지며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만약 솔로우 모형이 가정하는 것처럼 '기술이 공공재' 라면, 다른 나라들도 미국의 기술을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1950년 이전 산업국가들은 이를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과 다른 산업국가들의 환경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를 '기술적 적합성의 부족'(lack of technological congruence) 이라 합니다. 


기술은 더 많은 자원, 더 넓은 시장, 더 많은 인적자본을 가진 곳일수록 더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미국은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죠. 그러나 개별 국가로 쪼개진 유럽은 미국에 비해 더 적은 자원, 더 좁은 시장, 더 적은 인적자본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산업국가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기술을 그대로 옮겨오더라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1950년 이후 상황은 달라집니다. 후발 산업국가들이 교육제도를 정비하면서 수준을 향상시켰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시장크기는 확대되었습니다. 이제 나머지 국가들도 선진 기술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적합성'(congruence)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다국적기업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외국기업을 통한 '국제적 기술 전파'(international technology flow)가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물적 격차로 보였으나 실제로는) 기술 격차를 보였던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의 생활수준은 빠르게 좁혀질 수 있었습니다. 




※ 생활수준 차이를 비교적 빠르게 좁힐 수 있는 '아이디어 격차'(idea gap)

- 비경합성을 띄는 아이디어의 특성, 모든 국가가 아이디어를 이용할 수 있다


폴 로머는 '기술 격차'의 개념을 '아이디어 격차'(idea gap)로 확장시킵니다. 경제학에서 기술은 '서로 다른 원자재를 효율적으로 조합하는 방식'을 의미하지만, 사람들은 단순한 제조업 공장을 연상하기 때문이죠.


아이디어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직관, 포장방식, 마케팅 기법, 재고관리법, 결제시스템, 정보시스템, 운송관리, 품질관리, 동기부여 등등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용어입니다. 더 나은 아이디어가 생겨날수록 다양한 내구재가 만들어지거나 더 나은 품질의 내구재가 창출됩니다. 


이때, 아이디어가 가진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비경합성'(non-rival) 입니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


기초 과학 및 공학법칙 · 경제 및 경영 지식 · 새로운 생산방법 등 아이디어는 모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세월을 뛰어넘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선진국이 가진 아이디어는 후발산업국가 혹은 개발도상국도 함께 공유할 수 있습니다. 후발국이 사용한다고 해서 선진국의 아이디어가 훼손되거나 사용이 제한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간 생활수준 격차를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함의를 전달해 줍니다.


선진국은 이미 전세계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식과 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만약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게 지식을 전달할 유인이 있다면, 후발국 사람들은 막대한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때 국가간 아이디어 확산에 역할을 하는 건 바로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firm) 입니다. 후발국이 다국적기업에 적정한 보상을 주는 환경을 조성하면, 다국적기업은 직접투자 · 합작기업 설립 · 마케팅 및 라이센스 협약 등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 경제성장을 위한 2가지 전략 

- 선진국의 아이디어 이용하기 (using ideas)

- 스스로 아이디어 창출해내기 (producing ideas)


그럼 실제로 아이디어를 통해 선진국과 생활수준 격차를 좁힌 국가들이 있을까요? 폴 로머는 아프리카의 '모리셔스'(Mauritius)와 동아시아의 '대만'(taiwan)을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이때 두 국가가 취한 전략은 다릅니다. 모리셔스는 시장개방을 통해 외국인 직접투자를 대거 받아들이는 '아이디어 이용하기'(using ideas) 전략을 행하였고, 대만은 유치산업보호와 외국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궁극적으로 '아이디어 창출해내기'(producing ideas) 전략을 택하였습니다. 


서로 전략은 달랐으나,  두 국가는 결국 경제성장에 성공하였습니다.



▶ 아프리카 '모리셔스'

- 외국인 직접투자를 받아들여 선진국의 아이디어를 이용


  • 표 출처 : P.Romer (1993)
  • 사진 : 모리셔스 수도 포트루이스, 위키피디아

일반인에게는 낯선 국가 모리셔스는 오래전부터 경제학자들의 관심대상 이었습니다. 약 150만명의 인구를 가진 작은 섬국가인 모리셔스는 1960년~1988년간 연평균 2.8%의 성장률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는 한국의 경험과 비교하면 적은 수치이지만, 동시기 인도(0.9%)와 스리랑카(1.3%)에 비하면 높은 값입니다. 


2016년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 성장률은 3.6%, 1인당 GDP는 21,000 달러로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 보다 월등히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모리셔스의 GDP 대비 투자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1960년~1988년 연평균 투자비중은 12%로 인도(17%)와 스리랑카(21%)에 비해 적었습니다. 그럼에도 경제성장에 성공했다는 건 '자본축적' 이외의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걸 시사합니다.


로머가 주목하는 성공요인은 바로 '외국인 직접투자'(FDI) 입니다. 모리셔스는 수출가공지역(EPZ)을 지정하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때 소유권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고, 기계설비 수입에 관세도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세금감면, 노동쟁의 완화 등등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외국기업을 유혹했습니다.


그 결과, 1971년~1978년 사이, 모리셔스는 연평균 9%의 성장률을 기록하였고, 수출가공지역이 고용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66%를 차지했습니다.


솔로우 모형 주창자들은 이를 보고 "결국 외국기업이 기계설비 등 자본재를 가지고 왔기 때문이 아니냐" 라고 항변할 수 있지만, 로머는 이를 부인합니다. 투자는 그저 눈에 드러나는 요인(proximate)일 뿐 성장의 근본요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로머는 외국인 사업가가 들고 온 아이디어가 경제성장의 핵심동력 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외국인 투자자가 아무리 기계설비 등을 수입해와도 이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 '아이디어 이용하기' 전략의 한계 

- 개발도상국 간의 저임금 경쟁 및 선진국의 수입제한


그런데 모리셔스와 같은 (선진국의) '아이디어 이용하기 전략'은 한계가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굳이 모리셔스와 같은 후발국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낮은 노동비용'을 이용하기 위해서 입니다. 오늘날 한국 기업들이 여러가지로 부족한 동남아시아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과 같은 이유 입니다.


이때 노동비용이 낮은 국가가 모리셔스 뿐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대다수 후발국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노동비용이 낮습니다. 이는 모리셔스 만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 이점이 아닙니다. 따라서, 모리셔스의 성공을 본 다른 후발국가들도 똑같은 전략을 택하면서, 모리셔스의 이점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후발국가로 생산을 이전한다는 것은 선진국 내 저숙련 근로자들의 고용이 줄어듦을 의미합니다. 이는 선진국 내에서 정치적 갈등을 낳았고, 일부 선진국은 후발국가로부터의 수입을 제한하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세계화가 진행되고 아이디어 교류가 활발해지자, 아이디어를 이용하는 능력을 갖춘 인적자본의 몸값을 올라갔습니다. 반면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의 이득이 일부 사람들에게 편향적으로 배분되었습니다.


특히나 모리셔스는 크기도 작고 인구도 적은 국가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도 이룰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스스로 아이디어를 창출해내지 못하고 그저 아이디어를 이용하는 것에 머물렀습니다.



▶ 동아시아 '대만'

- 외국기업과의 기술교류를 통해, 스스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능력을 갖춰나감


  • 출처 : 블룸버그
  • 대만 전자기업 훙하이(일명 폭스콘)


대만은 인구규모 등에서 모리셔스 보다 나은 위치에 있습니다만, 처음부터 아이디어를 생산해낸 것은 아닙니다. 경제개발 초기에는 외국기업을 받아들이는 비슷한 전략을 택했지만, 점점 성장을 이어가면서 연구분야 투자를 늘리고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대만은 섬유산업 → 합성섬유산업 → 전자산업 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 시켜왔습니다. 이때 각 단계별로 외국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 등의 도움을 받았죠. 그리고 전자산업을 일으킬때는, 외국기업이 조립을 하되 국내기업들로부터 부품을 조달하도록 하여 노하우를 길러나갔습니다. 


결국에는 선진국의 아이디어를 이용해서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 (보충) 경제통합(integration)의 이점

- 물적 상품 교류(flow of goods)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교류(flow of ideas)도 가능


모리셔스와 대만, 두 가지 사례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다국적기업 입니다.


아이디어와 기업의 R&D 투자를 강조하는 신성장이론[각주:7] 그리고 시장개방 이후 높은 생산성이 가진 기업이 생존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3세대 무역이론[각주:8] 등의 등장으로 이제 경제학계에서 '다국적기업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습니다.


오늘날 다국적기업은 단순히 자본재나 소비재를 외국에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 교류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P.로머는 1991년 논문 <경제통합과 내생적성장>(Economic Integration and Endogenous Growth)을 통해, "국가간 아이디어 교류가 R&D 투자를 증가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이번에는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간략히 알아봅시다.



P.로머의 다양성기반 신성장모형에서 경제성장률을 결정짓는 건 아이디어 증가율이며, 아이디어 증가율을 결정짓는 건 '연구부문의 인적자본 종사자 수'(the amount of human capital devoted to research sector)와 기존에 축적된 지식(stock of existing knowledge) 입니다. 


한 국가의 인적자본은 제조업에 종사하여 최종 소비재를 생산해낼 수도 있고, 연구부문에 종사하여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때 두 부문간 배치(allocation)를 좌우하는 건 어느 곳이 더 많은 돈을 주느냐 입니다. 



▶ 상품간 교류만 발생하는 경우


국가간에 아이디어 교류 없이 상품간 교류(flow of goods)만 발생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제조업 기업 입장에서는 외국과의 교역 확대로 시장이 넓어진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또한 외국의 연구부문이 생산해 낸 내구재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판매량과 생산량은 모두 증가합니다. 그 결과, 제조업 인적자본 임금도 올라가죠.


그런데 연구부문 입장에서도 외국과의 교역은 내구재 판매시장 확대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연구원들이 개발한 새로운 내구재를 외국 기업에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분야 임금도 올라갑니다.


결국 아이디어 교류 없이 상품간 교류만 발생한다면, 국가 내 인적자본 배치는 달라지지 않게 되고, 아이디어 증가율도 이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합니다.



▶ 아이디어 교류도 발생하는 경우


이제 상품간 교류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교류(flow of ideas)도 발생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여기서 달라지는 건 '외국에 축적된 지식'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연구부문 종사자들은 국내에 축적된 지식 뿐만 아니라 외국에 축적된 지식도 사용하여 내구재 특허권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에 첨부된 수식에서 볼 수 있는 기존지식(A)이 2배(2A)가 되는 효과를 불러옵니다. 결국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아이디어 증가율을 2배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연구부문의 생산성 개선은 연구원 임금증가를 초래하고, 국내 인적자본 중 더 많은 수가 연구부문에 배치되게 됩니다. 


즉, R&D를 강조하는 성장모형에서 아이디어 교류를 통한 경제통합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규모의 효과(scale effect)를 낳습니다.




※ '아이디어'를 통한 경제성장이 알려주는 함의



● 거시경제 내에서 개방정책과 다국적기업의 중요성


신성장이론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개방정책''다국적기업' 입니다. 


P.로머의 모형[각주:9]은 '국제무역을 통한 아이디어 교류'를 강조하며, 아기온 · 호위트의 모형[각주:10]은 '개방정책을 통한 기업간 경쟁 증대'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번글을 통해서는 '선진국의 아이디어를 이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아이디어 창출로도 이어진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성장이론' - '무역이론' - '기업의 역할'은 서로 연결된 경제학 주제 입니다. 


앞으로 본 블로그를 통해, 거대이론 뿐 아니라 '한국내 기업들의 세계시장 진출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글로벌 공급사슬(global supply chain)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 등의 구체적인 주제를 자주 다룰 예정입니다.



●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


솔로우 모형[각주:11]은 "정부의 저축률 증대 정책 등은 수준효과(level effect)만 가져올 뿐, 성장효과(growth effect)는 가져오지 않는다" 라고 주장하며, 정부정책의 효과를 일축했습니다. 


확장된 솔로우 모형[각주:12]을 만든 그레고리 맨큐 또한 "경제성장 동력를 위해 정책결정권자들이 해야할 일은 '해로운 일을 하지 않는 것'(do no harm) 이다" 라고 말하며, 정부개입 효과에 강한 의구심을 내비쳤죠.


그러나 신성장이론 시대를 연 P.로머는 지속적으로 "정부의 개입이 성장으로 이어진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R&D 투자 보조금 · 지적재산권 제도 확립 등은 아이디어 창출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번글에서 봤다시피,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하려는 국가들의 정부개입도 효과를 낳습니다. 모리셔스 정부는 수출가공지역을 인위적으로 설정하였으며, 각종 혜택을 통해 외국기업을 유인하였습니다. 대만은 외국기업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국내기업을 보호하는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Protectionism) 전략을 펼치며 경제성장에 성공했습니다.



● 유치산업보호론의 효과는?


여기서 좀 더 논의를 국제무역론쪽으로 옮겨봅시다. 


유치산업보호론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친숙할 겁니다. 과거 박정희정권은 국내자원을 일부 기업들에게 몰아주었고[각주:13], 헤택을 본 기업들이 수출에 집중하도록 통제[각주:14]하였습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장하준 씨의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의 책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유치산업보호론의 정당성이 한국 내에서 널리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데 유치산업보호론을 둘러싼 경제학계내 논의는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이 전략을 택한 국가가 모두 성장에 성공했을까요? 그리고 언제까지 정부가 '승자를 골라내는'(pick a winner) 전략을 계속 수행해야 할까요? 이는 좀 더 복잡한 논의를 필요로 합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무역과 경제성장], 특히 유치산업보호론과 비교우위에 대한 글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2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2017.07.19 http://joohyeon.com/258 [본문으로]
  4. [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2017.07.24 http://joohyeon.com/259 [본문으로]
  5. 사실 '신성장이론' 또한 내생적성장 모형의 한 종류 입니다. 기술진보가 내생적으로 발생하는 모습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1980년대 나온 모형과 1990년대에 나온 모형을 구분하기 위하여, 전자는 내생적성장 모형, 후자는 신성장이론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6.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2015.09.21 http://joohyeon.com/236 [본문으로]
  7.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2017.07.19 http://joohyeon.com/258 [본문으로]
  8. [국제무역이론 ⑥] 3세대 국제무역이론 -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국제무역. 2015.07.08 http://joohyeon.com/221 [본문으로]
  9.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2017.07.19 http://joohyeon.com/258 [본문으로]
  10. [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2017.07.20 http://joohyeon.com/259 [본문으로]
  1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12. [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6 [본문으로]
  13.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2013.10.18 http://joohyeon.com/169 [본문으로]
  14. 한국의 경제성장 - 미국의 지원 + 박정희정권의 규율정책. 2013.08.23 http://joohyeon.com/15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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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학
    재밌게 보고 갑니다^^ 제 연구파트랑 관련이 많은 주제라 더 재밌네요 ㅎㅎ
    여러가지 베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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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Posted at 2017.07.20 22:31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아기온 · 호위트의 신성장이론 (Quality-based model)

- 독점이윤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간 경쟁,

창조적파괴와 혁신을 통해 투입요소 품질이 향상되다


지난글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을 통해, 기존의 성장이론과는 접근방법이 완전히 달랐던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알 수 있었습니다.


로머의 신성장이론은 경제성장 과정 속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성장이론의 패러다임(?)[각주:1]을 변화시켰습니다. 


기업들은 독점이윤을 누리기 위하여 R&D 투자를 의도적으로 단행합니다. 또한 지적재산권 제도는 R&D 초기 투자비용을 보전케하여, 기업의 투자 유인이 훼손되지 않도록 만들어 줍니다.


이 모형에서 연구 결과물인 혁신은 '다양한 종류의 내구재'(variety)를 의미합니다. 연구(research)를 통해 새로운 내구재 생산방식(design)을 알아내면, 최종재 생산에 투입되는 내구재 종류가 다양해집니다. 연구원들이 새로운 생산방식을 알아내는 건 한계가 없기 때문에, 생산량은 끝없이 증가하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로머의 설명에서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날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기업'을 부각시킨건 좋습니다만,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모습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혁신에 성공하여 라이벌 기업을 누르거나 반대로 경쟁에서 뒤쳐져 시장지배력을 모두 잃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업간 경쟁'(competition)은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요인 입니다. 과도한 경쟁이 불필요한 비용지출 · 시장파괴 등을 초래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제품'(quality)을 제공하여 후생수준을 끌어올립니다.


따라서, '기업간 경쟁을 통해 품질이 향상되는 모습'을 설명하는 성장이론(quality-based growth model)이 있다면, 오늘날 현대경제를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 왼쪽 : 필립 아기온(Philippe Aghion, 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 오른쪽 : 피터 호위트(Peter Howitt, 현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


이때 등장하는 경제학자가 바로 필립 아기온(Philippe Aghion)피터 호위트(Peter Howitt) 입니다. 이들은 1992년 논문 <창조적 파괴를 통한 성장 모형>(A Model of Growth through Creative Destruction)을 발표하며, 기업간 경쟁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습니다. 


새로운 기업이 만든 혁신적인 상품(innovation)은 이전 상품을 낡은 것(obsolete)으로 만들어 버리고, 아예 전부터 존재해온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exit)시킬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혁신에 몰두하게 되고, 이 과정 속에서 소비자들은 더 나은 상품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는 조지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말했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작동하는 원리입니다. 따라서, 아기온 · 호위트의 신성장이론 모형은 '슘페터 모형'(Schumpeterian Growth Model)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엔진을 계속 작동하게 하는 근본적인 자극은 새로운 소비재, 새로운 생산방법, 새로운 운송방법, 새로운 시장 등이다. ...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는 경제구조를 끊임없이 진화시킨다. 이러한 창조적 파괴 과정은 자본주의에서 나타나는 근본적 사실이다.


- 조지프 슘페터. 1942. 『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


이렇게 아기온 · 호위트의 신성장이론 모형은 '기업간 경쟁'과 '창조적 파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너무나 당연시해왔던 '기업간 경쟁의 이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이전의 성장이론이 전해주지 못했던 '독특한 통찰'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쟁과 성장'의 관계에 대해서 이전에는 생각치 못했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음이 드러났죠.


그럼 이제, 기업간 경쟁이 어떻게 창조적 파괴를 일으키고 혁신을 불러오는지 그리고 '독특한 통찰'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 기업간 경쟁, 창조적 파괴를 일으켜 생산성을 높이다


이전에 봤던 로머 모형[각주:2]과 마찬가지로, 아기온 · 호위트 모형도 경제구조를 크게 3가지 부문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연구부문 (research sector) 

▶ 연구부문 으로부터 아이디어를 구매하여, 더 나은 품질의 내구재를 만들어내는 중간재부문 (intermediate-goods sector) 

▶ 중간재부문 으로부터 더 나은 품질의 내구재를 구매하여,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최종재부문  (final-goods sector) 


최종재부문에서 이윤극대화를 위한 내구재 구매량을 정하면, 이에 맞쳐서 내구재 가격도 정해지고, 중간재부문 기업의 독점이윤(monopoly rent)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연구부문이 생산해낸 특허권의 가격(patent price)은 중간재부문 독점이윤과 동일하게 책정됩니다.


이러한 원리는 로머 모형과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만, 두 모형의 차이점은 혁신(innovation)을 바라보는 방법에 있습니다. 로머는 내구재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variety)을 혁신으로 보았으나, 아기온 · 호위트는 내구재 품질이 향상되는 것(quality)을 혁신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D램 메모리 · 브라운관 디스플레이 등만 주로 생산해오던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 OLED 디스플레이 등도 만드는 것은 내구재 다양성 증가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D램 메모리 안에서도 꾸준히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켜 왔으며, 디스플레이 내구재를 브라운관 → OLED로 변화시킨 것은 '품질향상'(quality upgrade)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혁신'이라 하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엄청난 변화를 생각할 수 있지만, 낡은 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세대의 상품'(new generation)도 혁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령, 피쳐폰 속에서 아이폰을 개발한 것도 혁신이지만, 아이폰 3GS · 4 · 5 · 6 등 조금씩 품질을 높인 것도 혁신입니다. 


그렇다면 중간재부문에 속한 기업들은 왜 '더 나은 품질의 내구재'를 개발하려는 것일까요?


이는 너무나 쉬운 질문입니다. 답은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아기온 · 호위트 모형 하에서 더 정확한 정답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입니다.


과거에 혁신을 이루어내서 시장을 차지한 기업은 현재 성공을 누리고 있습니다. 현재 발생하는 독점이윤을 모두 차지하면서 많은 돈을 벌고 있죠. 


하지만 성공의 달콤함에 취해있는 이 순간에 다른 기업들은 미래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다른 기업이 혁신에 성공한다면, 미래의 독점이윤은 이 기업이 모두 차지하게 됩니다. 


즉, 현재 누리고 있는 독점이윤은 오직 다음 혁신이 발생할 때까지만 지속됩니다(monopoly lasts only until the next innovation). 내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 등 기술은 새롭고 더 나은 기술이 등장하면 시장에서 낡은 것이 되고 사장됩니다. 


이는 극단적인 예시가 아닙니다. 실제 현실에서 혁신에 실패하여 시장에서 사라진 기업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 노키아, 위태로운 LG전자 등이 생생한 예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단순한 이윤극대화 목적이 아니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구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립니다.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행위는 거시경제 전체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현재의 생산성 수준은 '초기의 생산성 수준' * '혁신 크기'를 '혁신 횟수'로 거듭제곱한 모양 입니다. 


이를 쉽게 풀어서 말하면, 연구부문 투자가 증가하여 '혁신의 크기가 커질수록'(size), '혁신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수록'(arrival rate) 거시경제 생산성 수준이 향상됩니다.


결국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는 기업의 R&D 투자와 혁신을 촉진시켜 경제성장을 달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 혁신이 자주 발생할수록 좋은 것일까?

- 연구부문 생산성 증가가 항상 높은 성장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혁신 발생빈도'(arrival rate of innovation) 입니다. 혁신이 짧은 시간 내에 빈번하게 발생할수록 경제에 좋은 것일까요?


언뜻 생각해보면 당연히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생산성 함수에서도 나타나듯이, 거시경제 생산성 수준은 혁신이 더 자주 발생할수록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성공한 기업이 누리고 있는 독점이윤은 오직 다음 혁신이 발생할 때까지만 지속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혁신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혁신에 성공했을 때 기쁨을 누리는 기간이 짧아짐을 의미합니다. 만약 나만 혁신에 성공한다면 발생빈도가 많아지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성공은 2가지 경로를 통해 현재의 혁신 노력에 악영향을 줍니다.


첫째, 창조적 파괴 경로 입니다. 


미래의 혁신빈도가 많아질수록 성공으로부터 누릴 수 있는 기대이윤이 적어집니다. 그렇다면 혁신을 위해 현재 연구부문에 투자해야할 유인도 꺽이게 됩니다. 얻을 게 없는데 노력을 할 필요 없죠.

(the expectation of more research next period will increase the arrival rate, and hence will discourage research this period.)


둘째, 연구부문에 종사하는 숙련 근로자 임금 경로 입니다. 


미래에 혁신이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말은 그만큼 연구원 수요가 많아짐을 의미합니다. 연구원 수요증가는 임금상승으로 이어지죠. 이는 결국 연구부문 투자 비용을 늘리기 때문에 기대이윤을 하락하게 만듭니다.

(higher wages next period will reduce the monopoly rents that can be gained by exclusive knowledge of how to produce the best products.)   


따라서, 미래를 완벽히 예측한다면(Perfect Forsight Expectation), 미래의 혁신 발생은 현재의 연구 의욕을 훼손(discourage)시킵니다. 극단적으로는 '미래에 혁신이 자주 발생할 거라고 예측하기 때문에, 현재 연구부문 투자가 단행되지 않아, 경제성장이 발생하지 않는 함정'(no growth trap)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논리로 인해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경제성장에 관한 독특한 통찰을 제공해 줍니다. 바로 "연구 생산성 증가가 항상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다" 입니다.(it is not always true that an unambiguous improvement in the productivity of the research technology will increase the economy's average growth rate.) 


(사족 :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혁신 발생빈도가 '확률적'(stochastic)으로 결정되며, 경제주체는 미래를 내다보고 현재의 결정을 내리기(forward-looking) 때문입니다. 이는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 혁신과 경제성장률 간의 모호한 관계


결국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혁신과 경제성장률의 관계는 대단히 모호해집니다. 이제 무작정 혁신을 독려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시장에 개입하여 기업의 연구행위를 점검할 근거가 만들어졌죠.


이렇게 시장경제 하에서 경제성장률(laissez-faire average growth rate)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사회적 최적 성장률'(optimal)보다 높아질 수도 있고 적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제 어떠한 요인이 시장경제 성장률과 사회적 최적 성장률을 다르게 만드는 지 살펴봅시다.   

  


▶ 기간간 파급 효과 (intertemporal spillover)

- 시장경제 성장률을 사회적 최적 성장률 보다 '낮게' 만든다


:  사회 전체적으로는 어쨌든 혁신이 많이 발생할수록 좋은 겁니다. 하지만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앞서 말한것처럼 그다지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혁신의 이익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고려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혁신의 이익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혁신이 한번이라도 발생하면, 생산성 수준은 영원히 높아집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은 '내가 혁신의 이익을 가져가야' 좋습니다. 미래의 다른 누군가의 혁신은 오히려 나의 이익을 훼손시킬 뿐입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최적 수준의 연구보다 더 적은 연구가 시장경제 하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장경제 성장률은 최적보다 낮은 값을 기록하게 됩니다. 



▶ 시장탈취 효과 (business-stealing effect)

- 시장경제 성장률을 사회적 최적 성장률 보다 '높게' 만든다


: 앞선 경우와는 반대로 시장경제 성장률이 최적 보다 더 높은 값을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기존 기업을 밀어내고 시장이윤을 독점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사회 전체적으로는 '기존 기업 퇴출'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분명 더 나은 품질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업의 등장은 좋지만, 기존 기업이 제공해주던 상품과 서비스를 누리는 소비자는 갑자기 손해를 보는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즉, 사회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혁신이 이전 혁신의 사회적이익을 깍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은 사회적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혁신 성공시 얻게 될 독점이윤'만 신경쓰기 때문에,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더 많은 연구부문 투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시장 경제 성장률은 최적보다 높은 값을 기록하게 됩니다.




※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이 전달해주는 함의

- 경쟁, 시장구조, 기업동학 등에 관한 미시적 주제로 연결


로머의 모형은 성장이론에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을 도입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며,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좀 더 역동적인 '기업간 경쟁이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이때,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의 위대함은 단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신성장이론은 기존의 성장이론이 다루지 못했던 여러 미시적 이슈들을 생각하는 틀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기존의 솔로우 모형 등은 거시적 이슈를 주로 다룹니다. 한 국가의 저축률을 어떻게 해야하며, 인구증가율은 또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 굵직굵직한 주제를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로머나 아기온 · 호위트의 신성장이론은 실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시적 이슈를 다룰 수 있습니다. 


로머의 모형은 '지적재산권 제도가 기업의 R&D 투자에 미치는 영향', '인적자본을 제조업과 연구부문 중 어디에 배치하느냐의 allocation 문제' 등에 관한 생각꺼리를 제공해줍니다.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좀 더 구체적으로 '경쟁'과 '기업'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줍니다. 


우리가 막연히 좋다고만 생각했던 경쟁이 왜 성장으로 이어지는지 알 수 있으며, 또 경쟁 증가가 성장에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쟁으로 인한 '기업의 시장 진입과 퇴출'문제를 다룸으로써, 역동적인 기업의 모습을 경제학 분석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아래 내용을 통해,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이 전달해주는 함의를 생각해 봅시다.


(참고 : 아기온 · 악시짓(?) · 호위트, Aghion ·  Akcigit · Howitt. 2014. <슘페터 성장이론으로 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What do we learn from Schumpeterian Growth Theory?>)



성장이론이 산업조직론을 만났을때

- 경쟁과 혁신의 관계, 시장구조 형태에 따라 다르다


  • 출처 : Aghion, Akcigit, Howitt (2014)
  • X축은 시장내 경쟁수준, Y축은 (중요성을 감안한) 특허권 숫자


: 앞서 우리는 '혁신 빈도 증가가 꼭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미래의 혁신이 더 자주 일어날수록 독점이윤이 낮아지기 때문에 현재의 연구의욕이 훼손되었죠. 


경쟁과 혁신의 관계도 이와 유사합니다.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혁신을 불러오는건 기업간 경쟁 이었으나, 경쟁이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혁신이 많아지지 않습니다. 


아기온 · 악시짓(?) · 호위트는 연구를 통해, "시장내 경쟁 수준과 혁신은 역U자형을 띈다"(inverted-U relationship) 고 주장합니다. 초기에 경쟁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면 경쟁이 벌어질수록 혁신은 증가합니다. 하지만 이미 경쟁 수준이 높은 상황이라면 경쟁 증가는 혁신 발생을 감소시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기업이 미래를 내다보고 현재의 행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며(forward-looking), 산업구조(market structure)에 따라 다른 양상이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산업구조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슷한 수준의 기업들이 몰려있는 구조(neck and neck)로 동등한 상태(leveled)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간 수준 격차가 심한 구조(frontier-laggard)로 동등하지 않은 상태(unleveled) 입니다.


전자의 경우 다른 기업들보다 한발 더 앞서나가 이윤을 독점할 수도 있고, 반대로 담합(collusion)을 통해 이윤을 나눠가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시장경쟁 수준이 심하다면 담합이 힘들기 때문에 혁신을 택하고, 심하지 않다면 담합을 택할 겁니다.


후자의 경우 뒤쳐진 기업은 혁신을 통해 앞선 기업과 대등해질 수도 있으며, 반대로 그저 모방을 통해 선두기업 한발짝 뒤에 위치한 것에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시장경쟁이 심하면 선두 기업과 대등해졌을때 얻을 수 있는 이윤이 연구투자비용 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시장경쟁 수준이 심하다면 뒤쳐진 기업은 모방을 택하고, 심하지 않다면 혁신을 택할 겁니다.


만약 한 경제 내에서 전자의 구조를 띈 산업이 많다면 경쟁 증가는 혁신 증가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후자의 구조를 띈 산업이 많다면 경쟁 증가는 혁신 증가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재 시장내 경쟁수준이 어떠한지에 따라 산업구조의 분포도 달라집니다.


현재 시장내 경쟁수준이 낮다면, 전자의 산업은 담합을 택하기 때문에 여전히 동등한 상태에 머무릅니다. 후자의 산업은 뒤쳐진 기업이 혁신을 택하게 되고 이제 동등한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낮은 시장 경쟁수준에서는 동등한(leveled) 산업구조가 우위를 점합니다.


반대로, 현재 시장내 경쟁수준이 낮다면, 전자의 산업은 혁신을 통해 한발짝 앞서나가려 하고 이는 동등하지 않은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후자의 산업은 뒤쳐진 기업이 모방을 택하기 때문에 여전히 동등하지 않은 상태에 머무릅니다. 따라서, 높은 시장 경쟁수주에서는 동등하지 않은(unleveled) 산업구조가 우위를 점합니다.


따라서, 시장내 경쟁수준이 낮은 상황에서는 동등한(leveled) 수준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증가할수록 (담합이 어려워져) 혁신이 증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시장내 경쟁수준이 높은 상황에서는 동등하지 않은(unleveled) 수준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증가할수록 (혁신의 기대이익이 적어져) 혁신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시장내 경쟁 수준과 혁신의 역U자형 관계"(inverted-U relationship)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사실은 경제성장을 바라볼때 단순히 '경쟁'(competition)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market structure)도 챙겨야할 필요성을 제기해 줍니다. 이제 경제성장은 거시적 차원이 아니라 미시적 차원의 이슈도 같이 고려해야 하죠.



기업동학

- 기업들의 시장진입과 퇴출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혁신에 실패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반대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낸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창조적 파괴' 과정 덕분에 경제 전체 생산성은 향상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의 시장진입과 퇴출'(firm entry and exit), 즉 '기업동학'(firm dynamics)을 연구할 필요성을 제기해줍니다. 단순히 기업이 경제내에서 역할을 한다를 넘어서서, 기업의 동태적인 모습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생산성 낮은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여전히 머무르거나, 잠재적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여러 장벽들로 인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생산성 저하와 성장률 하락을 초래하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진출 비용(entry cost)을 감소시키고, 자원을 생산성 높은 기업에 배치(reallocation)하는 문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성장에 있어 정부정책의 역할

- '적절한 정책 및 제도'(appropriate policy and institution)의 개념


: 시장경제 하에서 성장률이 사회적 최적값보다 높거나 낮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해줍니다. 이는 지적재산권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한 로머와 궤를 같이합니다.


이때,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정부의 역할' 논의를 확장시킵니다. 이들은 "현재 국가의 생활수준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적절한 정책이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기술발전의 최전선(frontier of technology)에 가까운 국가는 혁신주도 정책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해야 합니다. 이때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제도는 경쟁증가 · 기업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 성장친화적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기술 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는 혁신주도 보다는 모방주도 정책이 더 유용합니다. 앞선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여 빨리 기술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 시장개방을 통한 시장경쟁 증대

- 생산성 향상을 불러오는 국제무역


  • 출처 : Aghion, Akcigit, Howitt (2014)

  • 시장개방 이후 기업수준별 생산성 변화

  • 기술수준이 높은 기업은 시장개방 이후 생산성이 더 증가하였다


: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경쟁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산업구조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이때 장내 경쟁을 증대시키는 한 가지 방법은 바로 '국제무역' 입니다.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을 개방(openness) 한다면, 생산성 높은 외국기업이 진입하여 생산성이 낮은 국내기업을 퇴출시킵니다. 반대로 생산성이 높은 국내기업은 외국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죠. 이를 통해, 시장개방을 한 국가는 '생산성 이익'(productivity gain)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국제무역이론 ⑥] 3세대 국제무역이론 -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국제무역'에서 다루었던 내용입니다.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을 이용한다면 3세대 국제무역이론과 경제성장이론을 연결시켜 바라볼 수 있습니다.




※ 경제성장을 다룰 때 '미시적 주제'를 더 생각해보자


이렇게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경제성장 논의를 확장시켰습니다. 


이제 거대하고 무거운 주제만 아니라 '시장경쟁' · '기업동학' · '산업구조' 등 미시적 주제를 경제성장과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여러 글들을 통해, 좀 더 미시적 주제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하는건.. 너무 거창하긴 하지만.. 적당한 표현을 모르겠네요;;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2017.07.19 http://joohyeon.com/25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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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독자
    포스팅 속도가 엄청나네요. 고생 많으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경제학
    hall and jones 1999 , klenow and rodíguez-clare 1997 지금 테마와는 좀 다르지만 국가간 소득 격차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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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Posted at 2017.07.19 17:33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폴 로머의 신성장이론 (Variety-based model)

- 비경합적 · 부분적 배제성을 띄는 아이디어,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를 만들어내다 


이번글을 통해, 기존의 성장이론과는 접근법이 완전히 다른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시다.


이전글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을 통해서, 어떠한 연유로 신성장이론이 나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기존의 성장이론이 오늘날 현대경제의 특징을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956년에 등장한 솔로우 모형[각주:1]은 '저축율 및 인구증가율이 자본축적에 미치는 영향'을 잘 설명한 이론입니다. 하지만 지속적 경제성장의 동력인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exogenous)으로 취급함으로써, 기술진보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1986 · 1988년에 나온 폴 로머 · 로버트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각주:2]은 기술진보가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함으로써 솔로우 모형의 단점을 보완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형 하에서 기술진보는 그저 '외부성이 의도치않게 만들어낸 부산물'(side effect) 이었습니다. 개인 및 기업이 축적한 지식과 인적자본은 다른 곳으로 전파되었고, 이를 모두가 같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했습니다. 여기서는 이윤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R&D 투자를 늘리는 오늘날 기업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죠.        


따라서, 오늘날 현대경제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3가지 특징을 모두 포함한 새로운 성장이론이 필요합니다.


▶ 이윤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R&D 투자를 늘리는 기업 

(intentional investment decisions made by profit-maximizing agents)


▶ 자신들의 연구 성과에 대해 부분적으로 배타적인 권리, 즉 저작권 및 특허권을 가지는 기업

(the distinguishing feature of the technology as an input is a non-rival, partially excludable good)


▶ 특허권을 이용해 R&D 투자성과에 대해 독점이윤을 누리는 기업

(monopoly rent)


  •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와 그의 1990년 논문 <내생적 기술변화>(Endogenous Technological Change)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는 1990년 논문 <내생적 기술변화>(Endogenous Technological Change)을 통하여, '신성장이론' 시대를 열었습니다. 1986년 '기술진보의 내생성'을 도입했던 그는 위의 3가지 특징을 모두 담은 성장이론을 새로이 내놓았죠.


그는 '이윤극대화를 노리는 기업의 의도적인 연구부문 투자가, 다양한 투입요소를 창출해내며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라고 주장합니다. 일명, (투입요소의) 다양성에 기반을 둔 성장모형(variety-based growth model) 입니다. 


이제, 폴 로머의 새로운 성장이론을 자세히 살펴봅시다.




※ 지속적 경제성장 동력인 기술진보, 

이 기술진보를 이끄는 '아이디어'(idea)


폴 로머의 신성장이론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디어'(idea) 입니다. 


이전글 신성장이론 탄생배경[각주:3]에서 더 자세히 다루었던 '오늘날 현대경제의 특징'은 아이디어와 관련이 깊었고, 앞서 언급한 R&D 투자도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행위입니다.


그럼 신성장이론은 왜 '아이디어'(idea)와 R&D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기술'(technology)이라 하면, '공장에 있는 기계를 다루는 능력'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성장이론에서 기술이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기술진보란 '여러 원자재를 조합하는 방식을 개선시키는 것'(improvement in the instructions for mixing together raw materials)을 뜻합니다.


이때 경제성장 동력인 기술진보를 이끄는 요인이 바로 '아이디어' 입니다. 


연구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발견(discovery)을 통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곤 합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디어는 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가능케하는 다양한 방식(design)을 제시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능력을 키웁니다.  


그렇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아이디어가 많아질수록 생산량을 늘려나갈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폴 로머는 신성장이론을 통해 "성장속도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구분야에 종사하느냐에 달려있다." 라고 주장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하여 아이디어 창출속도를 빠르게 할수록,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논리 입니다. 




※ 끝없는 성장(unbounded growth)을 가능케하는 아이디어. 

-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창출해 내기 위한 지적재산권 제도의 필요성


게다가 아이디어는 단순히 성장률만 (일시적으로) 높여주지 않습니다. 아이디어가 가진 특징은 경제성장을 한계가 없이 지속되게 만들어 줍니다. 새로운 종류의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속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다면, 그 국가는 끝없는 성장(unbounded growth)을 기록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아이디어가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길래 '끝없는 성장'을 가능케 하는 걸까요? 그리고 끝없는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창출해 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 경합성 및 배제가능성에 따른 재화 분류
  • 출처 : 내 발과 파워포인트


아이디어는 일반적인 재화와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계설비 등의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이나 근로자(labor)는 특정한 공간에 매여 있습니다. 한 공간에서 이미 사용중 이라면, 다른 곳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특정 회사에 소속된 기계나 근로자는 다른 누군가가 임의로 쓸 수 없습니다. 즉, 보통의 생산 투입요소는 '경합적'(rival)이며 '배제가능성'(excludable)을 띈 사유재(private good) 입니다.


이와 정반대에 위치한 게 공공재(public good) 입니다. 국가나 지자체가 보유한 도로 · 다리 등 사회 인프라 시설은 누구나 동시에 쓸 수 있습니다. 즉, '비경합적'(non-rival)이며 '비배제성'(non-excludable)을 띄고 있습니다.


이때 아이디어는 사유재도 공공재도 아닙니다. 


한 기업이 연구과정에서 만들어낸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쓸 수 있습니다. 새롭고 다른 종류의 생산방식 등은 한 공장에서만 쓰여지는 게 아니라 기업이 소유한 여러 공장에서 동시에 사용됩니다. '비경합성'을 띈다는 점에서는 공공재와 유사합니다. 


그런데 기업이 소유한 아이디어를 누구나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기업은 특허권 등록을 통해 자신만의 비법을 독점적으로 이용하려 합니다. 물론, 다른 기업은 모방 등을 통해 이를 베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디어는 '부분적으로 배제가능한' 특징을 지녔다는 점에서 사유재의 특징을 조금 지니고 있습니다.


즉, 아이디어는 '비경합성'(non-rival)과 '부분적인 배제성'(partially excludable)을 띈 독특한 성질의 재화입니다.


여기서 아이디어의 '비경합성'은 끝없는 성장과 연결됩니다. 


기계 등 공장설비는 사용연한을 초과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한 명의 인적자본 안에 들어있는 숙련도는 그 사람이 죽으면 사라집니다. 


반면 기초 과학 및 공학법칙 · 경제 및 경영 지식 · 새로운 생산방법 등 아이디어는 시대가 지나도 끝없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모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세월을 뛰어넘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로머와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각주:4]과 크게 다른 게 없어 보입니다. 로머와 루카스 또한 지식 및 인적자본의 계속되는 축적을 이야기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디어가 가진 '부분적인 배제성'은 끝없는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요인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바로,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를 통해 기업의 R&D 투자 유인을 살려주는 것'(patent) 입니다. 


만약 기업의 연구성과를 모두가 공유하도록 강제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R&D 투자를 할 유인이 없습니다. 연구 결과물은 초기에 얼마만큼의 금액을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성과를 독점할 수 없다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죠. 남들이 모방하는 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연구 투자비용을 회수할 만큼의 독점이윤(monopoly rent)은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나 오늘날 R&D 투자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는 더더욱 필요합니다.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R&D 투자를 늘려오고 있습니다(intentional). 삼성전자가 괜히 반도체에 투자를 계속하는 게 아니죠.




※ R&D 투자 → 다양한 종류의 내구재 →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최종재 생산과정

- 투입요소의 다양성에 기반을 둔 성장모형 (variety-based growth model)

     

이번에는, 한 경제구조 내에서 아이디어가 끝없는 성장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경제구조는 크게 3가지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연구부문 

(research sector)


▶ 연구부문 으로부터 아이디어를 구매하여, 새로운 종류의 내구재를 만들어내는 중간재부문 

(intermediate-goods sector)


▶ 중간재부문 으로부터 다양한 종류의 내구재를 구매하여,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최종재부문 

(final-goods sector) 


여기서 특이한 점은 중간재부문이 독점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기업은 연구부문으로부터 구매한 특허권을 통해, 특정 종류의 내구재 생산에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족 : 왜 중간재부문 기업들이 독점력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밑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 출처 : 내 발과 파워포인트


이런 경제구조에서 생산에 들어가는 투입요소(input)는 연구부문 → 중간재부문 → 최종재부문을 거칩니다. 


연구부문에서 새로운 방식(design)을 개발해서 특허로 등록하면, 중간재부문이 특허권을 구매하여 새로운 종류의 내구재를 만들고(new durable), 최종재부문이 새 내구재를 구입하여 완성품을 만들어 냅니다. 


이때, 얼마나 다양한 종류(variety)의 내구재가 만들어지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구부문에 종사하느냐(human capital devoted to research)를 결정짓는건 반대의 과정입니다. 최종재부문 → 중간재부문 → 연구부문을 거쳐서 결정되죠.


최종재부문에 속한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만들어주는 서로 다른 내구재 구매량(quantity)을 먼저 정합니다. 그럼 이에 맞쳐서 내구재 가격도 정해지고, 중간재부문 기업의 독점이윤(monopoly rent)도 결정됩니다. 


그리고 만약 중간재부문 기업이 특허권을 구매한 후 새로운 종류의 내구재를 판매했을 때 더 많은 독점이윤을 거둘거라고 판단한다면, 너도나도 특허권를 사려고 할겁니다. 따라서, 특허권 입찰 과정을 통해, 연구부문이 생산해낸 특허권의 가격(patent price)은 중간재부문 독점이윤과 동일하게 책정됩니다.


즉, 최종재부문의 내구재 구매량이 늘어나 중간재부문의 독점이윤이 많아질수록 특허권의 가격은 올라갑니다. 그리고 특허권 가격이 올라갈수록 연구가 활발해져서 다양한 방식의 생산법이 창출되며, 고숙련의 근로자가 더 많이 연구부문에 종사하게 됩니다.


역으로 고숙련의 근로자가 더 많이 연구부문에 종사할수록 새로운 종류의 생산방식이 더 많이 나오게 되고, 최종재부문과 중간재부문의 이윤과 생산량은 더욱 늘어납니다.


이러한 선순환이 올바르게 작동한다면, 이 경제는 연구분야 투자 증가와 함께 내구재 종류가 많아지며 생산량을 끝없이 늘릴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글의 서문에서 언급한, '이윤극대화를 노리는 기업의 의도적인 연구부문 투자가, 다양한 투입요소를 창출해내며 끝없는 성장을 이끄는' (투입요소의) 다양성에 기반을 둔 성장모형(variety-based growth model) 입니다.     


이 모형에서 연구부문의 R&D 투자는 '서로 다른 생산방식의 숫자'(number of design)을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다양한 생산방식은 다양한 내구재(variable durable)를 만들어내고, 이는 최종재가 사용하는 자본의 종류가 많아지는 것과 같습니다(capital = distinct types of producer durable). 그 결과, 소비자가 사용하는 최종재의 종류도 많아집니다.


이는 현실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삼성전자와 애플을 예시로 생각해 봅시다. 


애플은 아이폰 · 맥북 등 소비자가 사용하는 완제품을 주로 판매함으로써 돈을 법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 디스플레이 등 내구재를 판매하면서 이익을 얻죠. 이때 삼성전자는 자체 연구 인력이 개발한 고유한 기술 및 타사로부터 사들인 특허권을 활용하여 새로운 종류의 내구재를 만드려 노력합니다. 


이때 애플은 삼성전자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 디스플레이 등의 내구재를 공급받습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향후 내구재 판매로 얼마만큼의 이윤을 벌 수 있느냐를 예측한 후, 반도체 설비투자를 단행합니다.  


즉, 애플은 최종재부문 · 삼성전자는 중간재부문을 주로 맡고 있으며, 아예 연구부문에 특화된 엔비디아 · 퀄컴 등도 있습니다. 


여기서 반도체 설비투자 금액 등 R&D 투자크기를 결정짓는 건 결국 반도체 판매로부터 얼마만큼의 이윤을 거두느냐 입니다. 또한, 역으로 R&D 투자크기가 증가할수록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가 탄생하게 되고, 최종재부문의 생산량과 상품종류는 더욱 늘어나 소비자들은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 아이디어 증가율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 지적재산권 제도를 통한 중간재부문의 독점이윤 보장

- 연구과정에 투입된 인적자본이 많을수록, 사회가 보유한 기존 지식이 많을수록

 

경제구조 내에서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본 후, 우리는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아이디어 증가율을 높게 유지하는 방법' 입니다. 그 방법은 '지적재산권 제도를 통한 독점이윤 보장'이며, 다른 방법은 '연구부문에 더 많은 인적자본을 배치'하는 것 입니다.



▶ 지적재산권 제도를 통한 중간재부문의 독점이윤 보장 (property right)


: 이번글의 앞에서도 '지적재산권 제도의 필요성'을 말한바 있습니다. 이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봅시다.


아이디어의 지속적인 창출을 위해서는 지적재산권 제도를 확립하여 중간재부문에 속한 기업들의 독점이윤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독점이윤이란 '상품의 판매가격을 한계비용[각주:5]보다 더 높게 책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윤' 입니다. 


시장에 수많은 기업들이 완전경쟁을 펼치는 상황이라면, 상품 가격은 한계비용과 동일하게 됩니다(P=MC). 내가 높은 상품가격을 책정하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쟁자가 나타나 시장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상품 가격이 한계비용 보다 낮으면 생산을 안하니만 못하기 때문에, 결국 시장 내 모든 기업은 한계비용과 동일한 수준으로 상품 가격을 매깁니다.


하지만 한 기업이 시장지배력(market power)을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독점력을 가진 기업은 단순한 가격경쟁만으로 경쟁자에게 시장을 뺏기지 않기 때문에, 상품가격을 한계비용보다 높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P>MC). 


연구부문으로부터 특허권을 구매하여 내구재를 생산하는 중간재부문에게 시장지배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중간재부문에 속한 기업이 독점이윤을 얻을 수 없다면, 특허권 구매에 들어간 초기 투자비용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간재부문 기업은 내구재 가격과 한계비용의 차액(P-MC)에 판매량(Q)을 곱한 금액만큼 독점이윤을 얻는데, 이를 통해 특허권을 사들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아이디어'나 '새로운 생산방식'은 이를 처음 발견할 때에만 비용이 들 뿐, 일단 발견한 후에는 어떠한 비용도 발생하지 않습니다(no marginal cost). 예를 들어, 에어컨을 만든 공학자 캐리어는 '에어컨 작동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일단 원리나 방식(design)이 알려진 뒤에는 어떠한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품 가격을 한계비용과 동일하게 책정하면, 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고생한 것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지적재산권 제도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부여하는 것은, 단순히 중간재부문의 독점이윤을 만들어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R&D 투자 유인을 촉진시켜 연구 부문 활성화에 도움을 줍니다.



▶ 연구부문에 더 많은 인적자본을 배치 (human capital allocation)


: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아예 직접적으로 연구 부문을 활성화 시키는 것 입니다. 바로, 인적자본을 최종재부문보다 연구부문에 더 많이 배치하는 것입니다.


인적자본이란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교육 등을 통해 숙련도를 갖춘 근로자를 뜻합니다. 이때 한 국가 내의 인적자본은 최종재부문에 종사하여 완성품을 생산할 수도 있으며, 연구부문에서 아이디어 창출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증가율은 '사회가 가진 기존 지식'(stock of knowledge)과 '연구 부문의 인적자본 종사자 수'(the amount of human capital devoted to research sector)에 달려있습니다.


따라서, 인적자본을 최종재 부문 보다는 연구 부문에 더 많이 배치(allocation)할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지식으로 축적되어서 미래의 아이디어 창출 숫자를 더더욱 늘려줍니다.




※ 신성장이론이 알려주는 함의 Ⅰ

- 기업의 R&D 투자와 이를 뒷받침 · 보완해주는 정부



다양한 투입요소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연구의 중요성


: 신성장이론은 다른 성장이론들과는 달리 '아이디어'(idea)와 '연구분야'(research)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연구부문 투자를 늘릴수록 생산을 효율적이게 만드는 아이디어와 생산법(design)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다양한 종류의 내구재(distinct durable)로 이어지고, 끝없는 성장을 달성하게 됩니다.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와 의도적인 R&D 투자


: 그렇다면 지속적 성장을 위해 중요한 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R&D 투자 입니다. 신성장이론은 R&D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 기업의 투자유인(incentive)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이전의 내생적성장 모형에서 기술진보는 의도치 않게 발생한 결과물이지만, 현실 속 기술진보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이끌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진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기 위한 기업의 의도적인(intentional) R&D 투자를 지원해야 합니다.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 제도의 중요성


: 기업의 투자유인을 지켜주는 가장 좋은 제도는 바로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property rights) 입니다.


지적재산권 제도를 올바르게 확립하지 않은 국가는 기업의 R&D 투자 유인을 지켜줄 수 없기 때문에 저성장에 머무르게 될 겁니다. 실제로 현대의 경제성장은 특허권과 함께 커왔습니다.  



경제성장에 있어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솔로우 모형[각주:6]은 "정부정책은 경제성장의 수준효과(level effect)만 일으킬 뿐, 성장효과(growth effect)는 없다" 라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저축률을 높여 자본축적을 많이 하더라도, 체감성(diminish)으로 인해 결국 성장률은 0%를 기록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신성장이론은 이와 반대되는 함의를 전달해 줍니다. 


경제성장을 위해 지적재산권 제도가 필요하다는 말은 곧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또한, 정부는 '연구분야 인력 채용 및 R&D 투자 보조금 지원'을 통해 경제 전체의 연구분야 투자량을 최적수준으로 유지하게 도울 수 있습니다. 


아무리 특허제도를 강화하더라도, 기업들은 모방(imitation)을 통해 다른 기업의 기술을 베낄 수 있습니다. 모방을 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굳이 직접 R&D 투자를 해야 하냐는 의문이 들테고, 결국 경제 전체의 R&D 투자량은 최적수준보다 적어지게 됩니다. 


이 경우 정부가 나서서 지원정책을 편다면 사회적 최적 수준의 연구분야 투자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즉, 신성장이론이 전달해주는 첫번째 주요한 함의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의도적인 R&D 투자가 가지는 중요성'과  '이를 뒷받침 · 보완해주는 정부의 역할' 입니다.




※ 신성장이론이 알려주는 함의 Ⅱ

- 많은 인구가 아니라 연구분야에 종사하는 인적자본의 숫자가 중요하다

- 자원 재배치(allocation)와 국제무역이 경제성장을 이끈다



연구부문에 종사하는 인적자본의 크기, 경제성장률을 결정한다


: 신성장이론에서 경제성장률을 결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연구부문에 종사하는 인적자본의 크기'(the amount of human capital devoted to research) 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연구부문에서 더 많이 일을 할수록 아이디어 증가율은 높아지게 되며, 이에 따라 끝없는 성장이 가능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 사실로부터 생각을 더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단순히 '많은 인구'는 경제성장에 도움되지 않는다


: 단순히 많은 인구는 경제성장에 도움되지 않습니다(having a large population is not sufficient to generate growth). 중요한 건 '연구분야에 종사하는 인적자본'이지 많은 인구가 아닙니다. 인구 수가 많더라도 낮은 교육수준 등의 영향으로 인적자본이 적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중국 · 인도 등 절대적인 인구수가 많은 국가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 · 인도는 합쳐서 약 25억 명의 인구를 가졌으나, 생활수준은 인구크기에 비하여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아무리 인구가 많더라도 인적자본이 적다면 'no growth'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단순한 인구크기가 아니라 연구분야 종사자 수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인적자본 재배치의 중요성


: 연구분야 종사자 수를 늘리는 첫번째 방안은 '최종재부문과 연구부문 간의 인적자본을 재배치'(reallocation)하는 법 입니다. 정부는 연구종사자 채용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연구부문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경제전체 인적자본 크기'는 증가시키지 않은채 단지 자원의 배치만 바꾸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국제무역을 통한 '아이디어 교류'


: 경제전체 인적자본 크기를 증가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교육입니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때, 비교적 단기간 내에 인적자본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바로 '국제무역을 통한 경제통합'(integration) 입니다.


국제무역은 단순히 상품을 교환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교환(flow of ideas)하게 도와줍니다. 특히 이는 단순히 인구가 많은 국가가 아니라, 인적자본이 풍부한 국가와 무역을 강화했을 때 효과는 배가 됩니다.


세계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그곳의 기업으로부터 여러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곳 기업이 가진 특허권을 구매할 수도 있죠. 이런 과정을 거쳐 국제무역은 '아이디어의 교류'을 돕게 되고, 결국 성장률도 높여줍니다(integration into world markets will increase growth rates).


'국제무역을 통한 시장크기 확대가 가져다주는 이점'은 국제무역이론 시리즈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에서도 다룬바 있습니다. 신무역이론 하에서 시장크기 확대는 '상품다양성 증가'를 가져다줍니다. 


신성장이론은 이러한 신무역이론의 함의를 가져옴과 동시에 더 나은 설명을 제공해 줍니다.  


신성장이론 하에서 국제무역, 특히 인적자본이 풍부한 국가와의 교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아이디어 다양성 증가'를 불러와 경제성장을 촉진시켜 줍니다. 


그리고 이는 국 · 인도 등 단순히 절대인구수가 많은 국가도 국제무역을 행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국제무역이 '시장크기 확대 → 상품다양성 증가'로만 이어진다면, 이미 큰 시장을 가진 중국 · 인도 등은 굳이 다른나라와 교역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인적자본이 많은 국가'와의 교역을 통해 아이디어를 가져올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국제무역에 참여하게 됩니다.

 



※ 다른 유형의 '신성장이론'

- 투입요소 품질 향상이 이끄는 경제성장 (quality-based growth model)


지금까지 살펴본 폴 로머(Paul Romer)의 신성장이론은 '투입요소의 다양성'에 기반한 모형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지 다양한 투입요소가 있다고 해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투입요소의 품질 또한 향상되어야 경제도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번글에서 예시로 든 삼성전자는 과거에는 D램 메모리 · 브라운관 디스플레이 등만 주로 생산해오다가, 낸드플래시 · OLED 디스플레이 등 내구재 종류를 다양화 시켜왔습니다. 하지만 D램 메모리 안에서도 꾸준히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켜 왔으며, 디스플레이 내구재를 브라운관 → OLED로 변화시킨 것은 '품질향상'(quality upgrade)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입요소의 다양성에 기반한 성장모형'(variety-based growth model) 뿐만 아니라, '투입요소의 품질향상에 기반한 성장모형'(quality-based growth model)도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필립 아기온(Philippe Aghion)과 피터 호위트(Peter Howitt), 그리고 진 그로스만(Gene Grossman)과 엘하난 헬프먼(Elhanan Helpman)이 주도한 새로운 형태의 신성장이론을 알아봅시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2017.07.17 http://joohyeon.com/257 [본문으로]
  4.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5. 한계비용이란 '상품 한 단위를 추가 생산할때 드는 비용'을 의미한다. 일명 marginal cost [본문으로]
  6.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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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학
    r&d model 위주로 쓰셨네요^^
    재밌게 보고 있어요
    지식축적의 동학 설명없이도 끄덕끄덕일수 있게 재밌게 쓰셨네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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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Posted at 2017.07.17 22:17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의 탄생


이번글은 1990년대에 등장한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의 탄생 배경'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경제학 전공자 분들은 '신성장이론'이란 말을 들으면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첫째는 "新성장이론 이라는 명칭이 붙은 걸 보면, 이전의 성장이론과는 확연히 다르겠구나". 둘째는 "이거 왠지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하고 명칭이 비슷한데?". 


네 맞습니다. 신성장이론은 1950년대 및 1980년대에 만들어진 솔로우 모형[각주:1] · (로머와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이론[각주:2]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그리고 국제무역이론 중 하나인 신무역이론[각주:3]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신성장이론은 '솔로우 모형이 현실에 적합한 모형이냐'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던 '수렴논쟁'(1편[각주:4] · 2편[각주:5] · 3편[각주:6] · 4편[각주:7]) 이후 만들어 졌습니다.


수렴논쟁은 '솔로우 모형의 문제점 인식 / 이를 대체하는 로머와 루카스의 내생적 성장이론 /  초기 결점을 보완한 확장형 솔로우 모형' 등을 낳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경제학자들은 오늘날 경제성장을 설명하는데 미흡함을 느꼈습니다


이때 완전히 새로운 성장이론을 만드는 데 영감을 준 것이 신무역이론 이었습니다. 


신무역이론은 '고정비용'(fixed cost)을 모형 내에 도입하여 '고정비용 이외의 추가적인 비용은 매우 적은 상황'(no additional cost)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제품을 생산할 때마다 발생하는 비용은 매우 적기 때문에 '고정비용을 회수할 수 있느냐' 여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죠. 만약 고정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면 상품생산은 멈추게 되고, 그 결과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variety)을 접할 수 없습니다.


아마 여기까지만 글을 읽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될 겁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신성장이론 탄생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이해한 뒤, 다른 글들을 통해서 '신성장이론'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 수렴논쟁 (convergence controversy)

- 국가간 성장률 격차의 패턴은 자본축적 때문인가? 기술격차 때문인가?


지금까지 [경제성장 시리즈] 6편의 글들은 모두 '솔로우 모형'(Solow Growth Model)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습니다.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느냐"를 두고 학자들 간의 의견이 대립했는데, 이를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 이라고 칭했죠.


이때 수렴논쟁 속 핵심 쟁점은 '국가간 성장률 격차의 패턴'이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초기 1인당 자본 축적량과 성장률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과거에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해 놓았던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낮고, 적었던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가난한 국가가 더 빠르게 성장해 나가며(=베타β 수렴) 결국 생활수준이 같아진다(=시그마σ 수렴) 라고 예측했습니다. 


즉, 솔로우 모형 하에서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과 관련이 있습니다. 


초기 자본량이 적은 국가는 정상상태에 아직 도달하지 않은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 속에 있어서 성장률이 높은 반면, 초기 자본량이 많았던 국가는 정상상태(steady state)에 가깝기 때문에 성장률이 낮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초기 자본량이 적은 국가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지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일부 선진국 내부에서는 이런 모습이 관찰 되었으나,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할 경우 가난한 국가는 여전히 느리게 성장하며 낮은 생활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와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는 "저개발국의 성장률은 여전히 낮으며, (정상상태에 도달했다고 추정되는) 주도국의 성장률이 시대별로 증가해왔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가난한 국가는 여전히 가난하며, 부유한 국가는 더욱 더 부유해지는 현실을 설명하려 했습니다.


주도국은 초기 높은 인적자본(human capital) 및 지식(knowledge)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률을 줄곧 높여올 수 있었습니다. 반면, 낮은 인적자본 및 지식을 가진 저개발국은 성장이 발생하지 않았죠.


이 경우, 로머와 루카스 모형에서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기술격차'(technology gap) 때문입니다.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주어져 있었지만, 로머와 루카스는 인적자본 및 지식의 외부성(externality)으로 인해 국가간 기술격차가 내생적으로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른바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이 만들어졌죠.


그럼 솔로우 모형의 예측은 틀린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 · 데이비드 로머(David Romer) · 데이비드 웨일(David Weil)은 "국가별로 정상상태가 각기 다르다는 점을 보정하면,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절대적 수렴 개념이 아닌 '조건부 베타β 수렴'(conditional betaβ convergence)를 말했죠.


'초기 자본량이 적은 국가가 빠르게 성장한다'라는 개념은 각국의 정상상태가 서로 동일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별로 저축률 · 인구증가율이 상이하기 때문에 정상상태도 다릅니다(own steady state). 


따라서, 수렴현상 판단 여부는 단순한 초기 자본량이 아닌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정도'(initial deviation)이 되어야 하죠.


또한, 맨큐 · 로머 · 웨일은 "기술은 공공재(public good)이기 때문에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다"고 말하며, 로머 · 루카스의 기술격차 주장을 비판합니다. 기술은 전세계 어디로나 자유롭게 전파되기 때문에 기술 수준이 다를 수 없다는 논리였죠.


그렇다면 확장된 솔로우 모형에서 각국의 성장률 격차 패턴은 (솔로우 모형이 예측했던 것처럼) 자본축적과 관련있게 됩니다. 자신의 정상상태에 비해 자본축적이 덜 된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 수렴논쟁이 가져다준 이득과 한계

- 솔로우 모형 완전히 틀리진 않았지만 불충분

- 로머 · 루카스 내생적성장 모형도 몇몇 지점에서 불만족


이러한 '수렴논쟁'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함의는 무엇일까요? 


첫번째로 얻을 수 있는 건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 입니다. 


맨큐 · 로머 · 웨일은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성장률 격차에 관한 현실 설명력을 좀 더 높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솔로우 모형에 인적자본 개념도 도입하여, 그간 제기되어온 다른 비판들-저축률의 영향력 등-도 효과적으로 반박해냈죠.


두번째로 생각해 볼건 "그럼 솔로우 모형만으로 충분하다는 말일까?" 입니다.


분명 솔로우 모형은 경제성장을 이해하는데 있어 큰 도움을 주는 이론입니다. 저축률 · 인구증가율 등이 자본축적에 어떠한 영향을 주며, 자본축적이 어떻게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지 효과적으로 설명해주는 좋은 이론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경제성장'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몇몇 지점에서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맨큐 · 로머 · 웨일의 주장처럼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비교적 높은 건 사실이지만, 로머 · 루카스의 말처럼 정상상태에 가까운 국가의 성장률이 과거에 비해 계속 증가해온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른바 '기술의 최전선'(frontier of technology)에 위치한 국가는 줄곧 성장률을 높여왔습니다


게다가 솔로우 모형이 줄곧 유지해온 가정-'기술은 공공재이며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다'-이 사실이라면, 오늘날 국가별로 근로자의 임금이 다른 현상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기술수준이 동일하면 필리핀의 고숙련 근로자나 미국의 고숙련 근로자의 임금이 같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의 임금은 다를 뿐더러, 현실에서 숙련도에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오 그럼 솔로우 모형과 로머 · 루카스의 내생적 성장 모형을 절충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는 '주도국의 성장률 증가' · '서로 다른 기술 수준'을 내생적 모형은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두 가지 모형을 보완 관계로 여긴다면 현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로머 · 루카스의 내생적 성장 모형도 몇몇 지점에서 오늘날 경제성장을 완벽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지점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죠.




※ 오늘날 현대경제의 특징


1. 발견의 결과물은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투입요소-노동, 자본 등-와는 다르다 (Discoveries differ from other inputs in the sense that many people can use them at the same time.)


: 트랜지스터에 담긴 아이디어, 내연기관의 원리, 기업의 조직구조, 복식부기 개념 등등 이러한 정보들은 많은 사람들과 기업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반적인 상품은 동시에 사용할 수 없는 경합성(rival)을 띄지만, 정보는 비경합적이다(nonrival).



2. 기술진보는 사람들의 행위에서 온다 (Technological advance comes from things that people do.)


: 나의 발견이 성공할 지 여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기술진보는 외생적인 사건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발명 속도는 내생적으로 결정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금광을 찾거나 박테리아를 실험을 할수록, 더 가치 있는 발견이 나타나게 된다.



3. 많은 개인과 기업들은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으며, 발견으로부터 독점이윤을 누린다 (Many individuals and firms have market power and earn monopoly rents on discoveries.)  


: 발견으로부터 얻게 된 정보는 (1에서 말했던) 비경합성(nonrival)을 띄지만, 경제적으로 중요한 발견은 공공재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러한 발견은 부분적으로 배제가능(partially excludable) 하거나, 일정기간 동안은 배제성을 띄고 있다. 기업들은 발견으로부터 얻게 된 정보를 통제하에 두기 때문에, 완벽한 공공재로 취급할 수 없다. 


만약 기업이 그들의 발견을 다른 누군가가 쓰도록 허락한다면, 발생하는 비용보다 더 높은 금액을 청구할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독점이윤을 누리게 된다.   


- 폴 로머(P.Romer). 1994. <내생적성장의 기원>(The Origins of Endogenous Growth). JEP.


위의 3가지 사항은 오늘날 경제를 관찰할 때 쉽게 볼 수 있는 특징들 입니다. 


▶ 아이디어의 '비경합성' (nonrival)

: 근로자와 설비기계 등 인적 · 물적자본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없으나, 인사관리 · 기계수리 · 마케팅지식 · 조직관리 · 물류관리 · 재고관리 · 기초과학 및 공학 지식 등등 '아이디어'(idea)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비경합성'을 띄고 있죠. 


▶ 아이디어의 '내생성' (endogenous)

: 그리고 이러한 '아이디어의 발견'(discovery)은 사람이 행한 결과물 입니다. 경영학 및 경제학 지식, 기초과학 및 공학 지식 등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모두 연구(research)에 힘을 쓴 사람이 만들어 낸 내생적인 결과물이죠.


▶ 기업의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이윤추구 행위'로부터 만들어지는 아이디어 (intentioanl)

: 특히 오늘날 연구분야 투자 및 아이디어의 발견에 큰 기여를 하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firm) 입니다. 기업은 R&D 투자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이를 생산에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이윤창출을 하게 됩니다. 


▶ 아이디어의 '부분적인 배제성' (partial excludability)

: 이때 기업은 발견의 결과물을 '특허로 등록'(patent)하여 독점적인 권리를 행사합니다. 아이디어는 본질적으로 여러 사람이 동시에 쓸 수 있는 특징을 지니지만, 오늘날에는 지적재산권 등의 영향으로 사용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물론, 다른 기업들은 모방(imitation)을 통해서 새로운 기술을 베끼려 합니다. 따라서, 오늘날 아이디어는 '부분적인 배제성'을 띄고 있습니다.  


▶ 가격 > 한계비용, 독점이윤을 누리는 기업 (monopoly rent)

: 또한, 더 좋은 특허를 보유한 기업일수록 이를 활용하여 더 나은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 기업은 상품을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으며, 특허 사용권도 일정한 금액을 받고 대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아이디어 그 자체는 추가적인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R&D 투자는 초기 비용을 낳지만, 아이디어를 얻고 난 뒤 이를 사용할 때에는 아무런 비용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기업은 높은 금액을 받고 아이디어를 넘길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이 한계비용보다 높은) '독점이윤'을 누리게 됩니다. 




※ 로머 ·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의 문제점

- 아이디어는 외부성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라, 

이윤추구를 노리는 기업들의 의도적 행위의 결과물


오늘날 경제의 이러한 특징들을 기존의 성장이론이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앞서 말했듯이, 솔로우 모형은 위의 모두를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술진보는 외생적으로 발생한다고 보며, 기술은 모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 배제성을 띄지 않는 '공공재'(public good) 입니다.


그럼 로머 ·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은 이를 설명해낼 수 있을까요?  


'아이디어의 비경합성' 및 '아이디어의 내생성'은 로머 ·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사항들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로머 · 루카스의 내생적 성장 모형은 "인적자본 및 지식이 가진 외부성(externality) 덕분에 기술진보가 내생적으로 발생한다" 라고 봅니다(이전글 링크[각주:8]). 한 기업이 창출한 지식은 외부성 덕분에 다른 곳으로 전파(knowledge spillover)되어 다른 기업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 사람이 축적한 인적자본은 후세대로 전달되어(inherited) 계속 사용됩니다.


이는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으로 취급했던 솔로우 모형에 비해 진일보한 설명입니다. 


하지만 외부성을 강조하는 것은 "기술진보는 경제주체가 의도치않게 만들어낸 부수적 효과(side effect)이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로머와 루카스 모형에서 기업들은 자신의 연구가 다른 기업으로 전파되어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외부성을 낳을 것이라고 의도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연구를 열심히 했을 뿐인데 다른 기업으로 퍼졌을 뿐입니다.  


현실은 이와 다릅니다. 


기업은 미래 이윤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연구분야 투자를 늘립니다(intentional actions taken by people who respond to market incentives). 또한, 기업은 자신들의 연구 성과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 즉 저작권 및 특허권(patent)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기업의 지식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도 없습니다.


즉, 로머 ·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은 오늘날 기술진보의 주요한 특징, '이윤추구를 노리는 기업의 의도적인 R&D 투자'와 '특허제도로 인한 아이디어의 부분적인 배제성'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특허권 제도 덕분에 '독점이윤'을 누리면서 R&D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현실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신성장이론의 탄생 

- 아이디어(idea), 현대경제에서 특수한 재화


현대경제에서 아이디어는 공공재가 아닙니다. 


아이디어는 본질적으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으나(비경합성, nonrival), 특허제도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쉽게 사용할 수 없는(부분적인 배제성, partially excludable) 특수한 재화 입니다. 


만약 특허제도가 미비하여 아이디어가 공공재 역할을 한다면, 독점이윤을 누릴 수 없는 기업은 초기 R&D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에 혁신은 멈출 겁니다. 


반대로 말해, 오늘날 선진국이 성장률을 계속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디어의 특징'을 잘 살려나갔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지적재산권 제도 확립으로 기업들은 R&D 투자 유인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어 생산과정에 쓰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창출된 이윤은 추가적인 R&D 투자로 이어져, 아이디어는 한계가 없이 계속 증가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이디어는 한 기업이 완전히 소유할 수 없으며 모방 등을 통해 비법이 전파되기 때문에,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는 결국 사회 전체의 지식을 증가시키는 역할도 했습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현대 경제성장을 올바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부분적 배제성을 띄는 아이디어의 특징'을 잘 받아들이며, '이윤추구 목적으로 의도적인 R&D 투자' 이후 '독점이윤'을 누리는 기업을 반영해야 합니다. 


이전 모형과는 다른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이 필요한 이유 입니다.


(사족 : 여기서 초기 R&D 투자비용은 신무역이론에서 '고정비용' 역할을 하며, 기업의 독점이윤은 신무역이론이 이용한 '독점적 경쟁모형'에 기반하였습니다. 따라서, 신성장이론은 신무역이론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위 가운데 : 폴 로머(Paul Romer)
  • 아래 왼쪽 : 필립 아기온(Philippe Aghion) & 피터 호위트(Peter Howitt)
  • 아래 오른쪽 : 진 그로스만(Gene Grossman) & 엘하난 헬프먼(Elhanan Helpman)


신성장이론 확립에 주요한 역할을 한 사람은 다섯 명입니다.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 · 필립 아기온(Philippe Aghion) · 피터 호위트(Peter Howitt) · 진 그로스만(Gene Grossman) · 엘하난 헬프먼(Elhanan Helpman) 입니다. 


폴 로머는 루카스와 함께 내생적성장 모형을 만들었던 그 로머가 맞습니다. 그는 기존 내생적이론의 문제점을 보완한 '신성장이론'을 1990년에 내놓으며 경제성장이론의 새로운 장을 엽니다.


필립 아기온과 피터 호위트는 '시장경쟁'이 혁신을 촉진하는 모형을 통해,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와 경제성장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진 그로스만과 엘하난 헬프먼은 기업 간 경쟁과정에서 품질이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말하였고, 특히 '무역과 경제성장'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족 : 이 둘은 폴 크루그먼과 함께 '신무역이론'[각주:9] 발전에도 큰 공헌을 하였죠.)


이제 앞으로 '신성장이론'을 다룬 글을 통해, 새로운 경제성장이론 및 그 함의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2015.05.26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4.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5.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6.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5 [본문으로]
  7. [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 2017.07.17 http://joohyeon.com/256 [본문으로]
  8.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9.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2015.05.26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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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피노믹스
    훌륭합니다. 현실과 알기 쉽게 잘 설명하였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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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

Posted at 2017.07.06 21:51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수렴논쟁 3탄 (convergence controversy)

- 솔로우 모형은 잘못된 이론일까?


지난 여러편의 글을 통해 소개한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은 결국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설명하는데 적합한 모형이냐"가 쟁점이었습니다. 


솔로우 모형[각주:1]이 가정하는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와 '외생적인 기술진보'(exogenous)는 언젠가 모든 국가의 생활수준(level)과 성장률(growth)이 같아지는 수렴현상[각주:2]과 축적된 자본량이 적은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하는 성장률 패턴을 예측합니다.


하지만 솔로우 모형의 예측과 똑같은 수렴현상과 성장률 패턴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는 1인당 GDP의 수렴 및 초기 자본량이 적은 국가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 패턴이 나타났으나, 이외의 국가를 모두 포함할 경우에는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대해,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와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는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이 점차 증가해왔다"[각주:3]는 점을 지적하며, 솔로우 모형의 핵심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 · '외생적인 기술진보'의 기반을 흔들었습니다


그 시대 당시 생활수준이 제일 높았던 주도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정상상태(steady state)에 가까웠을 겁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성장률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생산량이 체감하지 않는 것 아닐까?" 라는 물음을 던지게 만들죠. 


또한, 후진국의 성장률이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하는 것은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주도국은 그러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주도국은 첨단 기술을 만드는 최전선(frontier of technology)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로부터 좋은 기술을 이전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솔로우 모형은 '모든 국가의 기술진보율이 외생적으로 동일하게 주어졌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주도국 내부에서 어떠한 내생적인 요인(endogenous)이 기술진보를 이끄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로머와 루카스는 '체증하는 생산함수'(increasing marginal) 및 '내생적인 기술진보'(endogenous)를 도입한 새로운 성장모형[각주:4]을 만들어 냅니다. 


이들의 모형에 따르면, (솔로우 모형의 예측과는 달리) 수렴현상과 성장률 패턴은 영원히 발생하지 않습니다. 부유한 나라는 빠르게 성장해나가며 부유한 상태를 유지하며, 가난한 나라는 이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솔로우 모형은 대표적인 성장이론의 자리를 내준 것일까요?




※ 솔로우 모형이 회생할 수 있는 길

- 수렴속도를 느리게 만들어라


이때,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Robert Barro)와 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vier Sala-I-Martin)은 솔로우 모형이 회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로머와 루카스는 "수렴현상은 없다"라고 말했으나,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현상 느리지만 존재한다"라고 반박[각주:5]했습니다. 


분명,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렴여부를 조사하면 수렴현상이 발견되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 수렴현상이 발견된다는 것 또한 사실이며, 국가별로 정상상태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교정하면 조건부 수렴현상(conditional beta convergence)이 관찰됩니다. 

(서로 다른 정상상태 및 조건부 수렴 개념 참고 :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다만, 수렴현상은 존재하는데 속도가 느리다는 게 문제일 뿐입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속도가 연간 2%에 불과하다" 라고 지적하며, 솔로우 모형과 로머-루카스 모형 모두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솔로우 모형은 '느린 수렴속도'를 설명할 수 있어야하며, 로머-루카스 모형은 '수렴현상 존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때 로머-루카스 모형의 수정은 비교적 쉽습니다.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기술전파(diffusion)가 일어난다면 기술격차가 축소되어 수렴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점진적인 기술확산'(the gradual spread of technological improvements)을 모형에 도입하면, '느리지만 존재하는 수렴현상'을 설명해 낼 수 있습니다.


반면 솔로우 모형은 앞이 막막해 보입니다. 어떻게 하면 수렴속도를 느리게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솔로우 모형에 쏟아지는 다른 여러 비판들은 어떻게 반박해 낼까요?




※ 솔로우 모형이 봉착한 3가지 문제점



수렴논쟁을 포함하여 솔로우 모형이 봉착한 문제점을 다시 점검해 봅시다. 비판지점은 크게 3가지 입니다. 


저축의 영향력을 과소평가 하여, 국가간 소득격차가 예측한 것보다 크게 나타난다 


분명 솔로우 모형은 '저축'(자본축적)을 강조하는 성장모형 입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저축의 영향력(magnitude)에 대해서는 과소평가 하고 있습니다. 


로머와 루카스는 지난글[각주:6]에서 "국가간 소득격차가 모형이 예측한 것보다 크다" 라고 비판했습니다. 예를 들어, 1960년 당시 필리핀은 미국에 비해 1인당 소득이 10%에 불과했습니다. 솔로우 모형의 수식에 따르면, 미국의 저축률이 30배는 높아야 이처럼 큰 소득수준 차이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미국의 저축률은 그저 2배 더 많았을 뿐이죠. 


즉, 저축률의 미미한 차이가 모형상에서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큰 소득격차를 초래합니다.



수렴속도가 모형이 예측한 것보다 느리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속도는 연간 2%" 라고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한 국가가 1인당 GDP가 제일 높은 국가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년 이상이 걸립니다. 이는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을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기술진보를 내생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솔로우 모형에서 영구적인 성장을 결정짓는 건 기술진보 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요인이 정작 외생적으로 주어졌다고 가정되어 있습니다.



  • 왼쪽 :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 현 하버드대 교수
  • 가운데 : 데이비드 로머(David Romer), 현 컬럼비아대 교수
  • 오른쪽 : 데이비드 웨일(David Weil), 현 브라운대 교수


이러한 비판에 대하여, 3명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 · 데이비드 로머(David Romer) · 데이비드 웨일(David Weil)'인적자본'(human capital) 개념을 솔로우 모형에 도입함으로써 현실 설명력을 대폭 키웠습니다.

(사족 : 경제학과 전공생들이 아는 경제학원론 교과서를 쓴 그 맨큐 입니다. / "수렴현상은 없다"를 주장한 폴 로머와 이 글의 데이비드 로머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서로 다른 사람입니다.)


이들은 1992년 논문 <경제성장 실증연구에 대한 공헌>(A Contribution to the Empirics of Economic Growth)를 통해,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줍니다. 그리고 맨큐는 1995년 보고서 <국가의 성장>(The Growth of Nation)을 통해, 솔로우 모형의 한계 및 보완점을 추가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과소평가 된 저축의 영향력 및 ▶느린 수렴속도' 문제는 솔로우 모형이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을 전제하기 때문에 발합니다. 자본량이 축적될수록(=저축을 할수록) 생산량 증가분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소득격차 설명에 있어 저축의 영향력이 크지 않게 되고 수렴도 빠르게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체감정도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모형을 수정하면 현실 설명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로머와 루카스는 아예 체감현상을 없애고 체증현상(increasing marginal)을 도입하였으나, 맨큐 · D.로머 · 웨일은 체감정도를 완화시킨 한 솔로우 모형을 소개합니다. 


바로, '인적자본'(human capital) 개념을 솔로우 모형에 추가하였습니다. 초기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이랑 단순한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하였지만, 이제 자본의 의미는 확장(broad concept of capital) 되었습니다.


이들이 인적자본 개념을 도입한 이유는 '자본비중 알파(α)를 확대하여 체감정도를 완화'시키기 위함입니다. 


자본비중(α) 이야기는 로머-루카스[각주:7]배로-살라이마틴[각주:8]을 다룬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자본비중(α) 이란 일반적으로 경제 전체 총 소득 중 자본가가 가지는 '자본소득'을 의미합니다. 이에 대비되는 말로는 '노동소득'이 있죠.


만약 총생산량(혹은 총소득) 중 자본가가 더 많은 비중을 가질 수 있다면 추가적인 투자량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축적된 자본량은 더 증가하게 되고, 생산량 증가 → 자본가 소득 증가 → 투자 더욱 증가 → 자본량 더욱 증가 → 생산량 더욱 증가의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그 결과, 높은 자본비중은 생산량의 체감정도를 완화시켜 줍니다. 자본비중이 높을수록 자본량 한 단위의 증가가 비교적 더 많은 생산량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초기 솔로우 모형은 자본비중 약 33%, 노동비중 약 66% 라고 보았습니다. 이때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이 고숙련 근로자 대비 절반 수준임을 감안하면, 노동소득 중 절반은 인적자본 수준이 반영된 소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비중 66%의 절반인 33%를 인적자본 비중으로 간주했습니다.


이제 맨큐 · D.로머 · 웨일의 모형은 물적자본 33% · 인적자본 33% · 노동 33%로 비중이 나뉘게 되었고, 의미가 확장된 자본비중은 66%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이에따라, 확장형 솔로우 모형에서는 초기 모형에 비해 생산함수의 체감정도가 느리게 되었죠.



그리고 세번째 문제인 '▶기술진보 설명'에 대해서는 "솔로우 모형과 내생적 모형은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라고 말합니다. 기술진보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솔로우 모형이 잘못됐다거나 틀린 이론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제 아래 설명을 통해, 맨큐 · D.로머 · 웨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장형 솔로우 모형'을 만들었는지를 알아봅시다. 




※ 인적자본'을 추가한 확장형 솔로우 모형

- 경제학자 맨큐 · D.로머 · 웨일의 공로

- 과소평가된 저축의 영향력을 바로잡음


  • 출처 : Mankiw, Romer, Weil (1992) 
  • Table 1 : Estimation of the Textbook Solow Model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 여파로 솔로우 모형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자, 맨큐 · D.로머 · 웨일은 실증결과를 제시합니다. 솔로우 모형[각주:9]은 "1인당 GDP는 저축 및 투자가 증가할수록 늘어나며, 감가상각률 및 인구증가율이 높아질수록 줄어든다" 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이 현실에 부합하는지를 회귀분석을 통해 검증하였죠.

위에 나오는 표는  'GDP 대비 투자비중' · '인구증가율, 감가상가율' 등이 1% 증가할때 1인당 GDP가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값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OECD · 중간국 · 비석유 국가 모두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것과 같은 방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투자비중이 증가할수록 1인당 GDP가 늘어나는 양(+)의 관계, 인구증가율이 높아질수록 1인당 GDP는 줄어드는 음(-)의 관계가 나타납니다. 회귀분석의 설명력을 보여주는 R^2(R스퀘어) 역시 38%~69%로 높은 수준이죠.


그러나 이것만 보고 솔로우 모형이 적합하다고 판정 내리기에는 무언가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전통적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것보다 '투자(저축)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중간국 및 비석유 국가들에서는 투자(=저축)비중이 1% 늘어날수록 1인당 GDP는 1.31%~1.42% 증가합니다. 저축이 이렇게 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생산함수의 체감정도가 완화되어야 합니다. 본래 솔로우 모형 상에서는 체감현상 때문에 저축 증가가 큰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죠.


회귀분석 결과를 다시 보시면 '내재된 자본비중 알파'(Implied α)가 있습니다. 중간국은 59%, 비석유국은 60%를 가리킵니다. 이 말은 "자본비중이 중간국 59% · 비석유국 60%가 되어야, 현재의 회귀분석 결과값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자본비중 33%를 가정하는 솔로우 모형과는 맞지 않습니다.  


맨큐 · D.로머 · 웨일이 솔로우 모형을 검증하기 위해 내놓은 결과값은 오히려 솔로우 모형 비판자들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본비중 33%를 가정하는 솔로우 모형은 현실 설명력이 떨어지며, 따라서 자본비중을 100%로 확대한 로머-루카스 모형이 타당하다." 라는 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출처 : Mankiw, Romer, Weil (1992) 
  • Table 2 : Estimation of the Augmented Solow Model


이때, 맨큐 · D.로머 · 웨일은 (앞서도 말했다시피) '인적자본'(human capital) 개념을 도입하여 자본의 의미를 확장시킵니다. 이들은 인적자본의 변수로 '중등교육을 받은 비율'(secondary school)을 선정하였고, 이를 추가하여 회귀분석을 합니다.


그 결과, 투자(=저축) 1%가 증가할수록 1인당 GDP는 0.28%~0.70% 늘어납니다. 앞서와 비교하면, 저축의 영향력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솔로우 모형이 예측하는 것과 비슷한 영향력 크기 입니다.


본래 교과서에 나오는 솔로우 모형으로 분석을 했더니 이론과 실증결과가 다르게 나오고, 교과서와 다른 모형으로 분석을 했더니 교과서 이론과 실증결과가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왜 (교과서와 달리) 인적자본 변수를 추가했을때 (교과서가 말하는 것처럼) 저축의 영향력이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을까요?


그 이유는 전통적 솔로우 모형이 '저축을 통한 자본축적 → 인적자본 축적'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저축을 통한 물적자본 축적은 그저 물적자본만 증가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교육환경이 나아지며 사람들의 수준도 함께 향상됩니다. 따라서, 저축 증가는 인적자본 축적으로 이어지고, 인적자본 향상은 생산량 증가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솔로우 모형은 이와 같은 경로를 간과했기 때문에 '저축의 영향력을 과소평가' 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물적자본 축적과는 달리 인적자본 축적은 체감하지 않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함수가 체감하는 정도도 심했습니다.


맨큐 · D.로머 · 웨일은 전통적 모형에 인적자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솔로우 모형을 부활시킵니다. 이제 확장된 솔로우 모형은 '저축의 직접적 영향 + 인적자본을 통한 간접적 영향'을 모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의 두번째 표를 다시 보시면, 투자(=저축) 1% 증가는 1인당 GDP 0.28%~0.70% 증가 · 인적자본 1% 증가는 1인당 GDP 0.66%~0.76% 증가 입니다. 두 가지 효과를 합치면 1인당 GDP는 0.94%~1.56% 증가하게 됩니다. 이는 인적자본을 생략한 채로 회귀분석을 돌린 첫번째 결과값(1.31%~1.41%)과 유사합니다. 단지, 직접적 영향 + 간접적 영향으로 나뉘어졌을 뿐이죠.


'내재된 자본비중 알파 및 인적자본 비중 베타'(Implied α, β) 값 역시 맨큐 · D.로머 · 웨일의 모형을 지지해줍니다. 내재된 자본비중 값은 14%~31% · 인적자본 비중 값은 28%~37%를 나타내며, 물적자본 33% · 인적자본 33% · 노동 33%로 나뉜다는 모형의 가정을 뒷받침 합니다.




※ 솔로우 모형은 '조건부 수렴'을 예측한다


맨큐 · D.로머 · 웨일의 공로로 "솔로우 모형은 저축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다" 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수렴속도' 및 '수렴현상 논쟁'은 어떻게 반박할까요?


우선, 맨큐 · D.로머 · 웨일은 "솔로우 모형은 모든 국가가 동일한 지점으로 수렴하는 현상 혹은 가난한 국가일수록 무조건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을 예측하지 않았다."(이른바 절대적수렴인 시그마σ 컨버전스, 베타β 컨버전스) 라고 반박합니다. 


국가별로 저축률 · 인구증가율이 상이하기 때문에 정상상태(steady state)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솔로우 모형은 "국가별로 서로 다른 정상상태에 도달하며, 각자의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한다"는 조건부 수렴(조건부 베타β 컨버전스)을 예측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서로 다른 정상상태 및 조건부 수렴 개념 참고 :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게다가 인적자본을 추가한 솔로우 모형으로 회귀분석을 하면, 조건부 수렴의 모습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 출처 : Mankiw, Romer, Weil (1992) 
  • X축 : 1960년 당시 1인당 생산량 수준, Y축 : 1960~1985년 연간 성장률 
  • 첫번째 그림 : 정상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절대적 수렴의 양상
  • 두번째 그림 : 정상상태를 고려한 조건부 수렴의 양상
  • 세번째 그림 : 정상상태와 인적자본을 고려한 조건부 수렴의 양상


윗 그림 3개는 각각 절대적수렴 · 조건부수렴 · 인적자본을 추가한 조건부 수렴의 양상을 보여줍니다. X축은 1960년 당시의 1인당 생산량 수준, Y축은 1960~1985년 중 연간 성장률을 보여줍니다.


절대적 수렴은 많이들 비판했듯이 현실에서 나타나지 않습니다. 가난한 국가라고 해서 빠르게 성장하지 않습니다. OECD 국가들 사이에서는 절대적 수렴이 보이지만, 전세계로 샘플을 넓힐 경우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정상상태라는 조건을 고려하여 분석을 해보면, '각자의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빠르게 성장하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게다가 인적자본 변수를 추가하면 조건부 수렴의 양상이 더 명확해 보입니다.


따라서, 맨큐 · D.로머 · 웨일은 "(애시당초 조건부 수렴을 주장한) 전통적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으며, 인적자본을 추가한 솔로우 모형은 더더욱 현실을 잘 설명해낸다" 라고 말합니다.




※ 인적자본을 도입한 두 가지 경제성장이론의 차이점

- 맨큐 · D.로머 · 웨일은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을 그대로 받아들임


맨큐 · D.로머 · 웨일은 '인적자본'(human capital) 개념을 솔로우 모형에 추가하였습니다. 초기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이랑 단순한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하였지만, 이제 자본의 의미는 확장(broad concept of capital)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로머-루카스의 인적자본 모형과는 무엇이 다르지?"


로머 · 루카스 모형과 맨큐 · D.로머 · 웨일 모형은 크게 2가지 점에서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로머-루카스는 외부성(externality)을 일으키는 인적자본 개념을 도입하여 자본비중을 100%로 확대[각주:10]했습니다. 그러나 맨큐 · D.로머 · 웨일은 '외부성' 개념이 없더라도 인적자본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봅니다


만약 지식 · 인적자본이 외부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한 국가 내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전파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도 선진국의 지식 · 인적자본을 활용하여 생활수준과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데, 이는 로머-루카스가 주장하는 '수렴현상 부재'와는 맞지 않습니다.


또한, 지식 · 인적자본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디어(idea)는 공공재(public good)이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로나 빠르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로-살라이마틴의 조언[각주:11]처럼 '점진적인 기술확산'을 가정하여 제한을 두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로머 · 루카스 모형은 체감현상을 버리고 체증하는 생산함수(increasing marginal)을 채택하였으나, 맨큐 · D.로머 · 웨일은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을 폐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모형에서 자본비중은 약 66% 이고, 로머-루카스는 100%라고 봅니다. 따라서, 맨큐 · D.로머 · 웨일 모형에서 생산함수는 여전히 체감(diminishing)하며 수렴현상도 발생합니다.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로머-루카스 모형에서 체감은 완전히 사라졌으며 수렴현상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솔로우 모형을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모형이죠.




※ 인적자본을 추가한 솔로우 모형의 함의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


: '수렴논쟁'이 발생하면서 솔로우 모형은 경제성장이론으로써 지위가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맨큐 · D.로머 · 웨일 등이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 및 외생적인 기술진보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인적자본을 추가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모형의 설명력을 높였습니다.


그럼에도 맨큐 · D.로머 · 웨일은 '외생적인 기술진보'를 가정하는 솔로우 모형을 보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솔로우 모형이 잘못됐다는 말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이 기술진보 역할을 밝힐 수 있으며, 솔로우 모형과 내생적 모형은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 라고 말합니다.



국가간 성장률 격차의 원인은?


: 그동안 '수렴논쟁'을 설명하면서 크게 대립했던 주제입니다. 국가간 성장률 차이가 나는 이유를 두고, 솔로우 모형은 '자본축적 정도에 따른 전이경로'(transitional path)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로머-루카스는 '내생적으로 발생하는 기술격차'(technology gap)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때, 솔로우 모형의 예측과는 달리 '조그마한 저축률 차이가 큰 소득격차로 나타난다는 점'은 큰 약점이 되었죠. 하지만 맨큐 · D.로머 · 웨일이 인적자본을 추가하여 이를 설명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솔로우 모형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initial deviation)가 다르기 때문이다"를 다시 주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술은 공공재인가?


: 맨큐 · D.로머 · 웨일은 여전히 기술을 공공재(public good)으로 바라봅니다. '누구나'(non-excludable) '함께'(non-rivalry) 이용할 수 있으며, 세계 어디서나 똑같습니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술격차에 의한 성장률 차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로머-루카스가 말하는 '인적자본의 외부성'도 부인하죠. 


"기술이 공공재냐 아니냐"의 논쟁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특히 (인적자본 모형을 만든) 폴 로머는 1990년 기술을 공공재로 취급하지 않는 모형을 내놓으면서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시대를 열었죠.



정부정책은 효과를 볼 수 있을까?


: 로머-루카스는 경제발전 초기에 지식과 인적자본이 많이 축적된 국가일수록 계속해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개입을 통한 정책이 수준효과(level effect) 뿐만 아니라 성장효과(growth effect)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체감하는 생산함수'를 가정하는 맨큐 · D.로머 · 웨일은 여전히 정부정책에 부정적입니다. 정부정책은 일회적인 수준효과만 낳을 뿐, 성장효과는 없어지기 때문이죠.


특히 맨큐는 1995년 보고서 <국가의 성장>을 통해 "정책의 효과는 계량분석으로도 확실히 측정할 수 없다. 내 생각에 경제성장 동력를 위해 정책결정권자들이 해야할 일은 '해로운 일을 하지 않는 것'(do no harm)이다." 라고 말하면서 강한 의구심을 내비쳤습니다.




※ 솔로우 모형은 완벽한 이론이 아니다. 다만, 옳은 답을 주고 있다.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이전에 제기됐던 비판들을 효과적으로 반박해 냈습니다. 그렇다면 솔로우 모형은 완벽한 이론일까요?


모형을 만든 맨큐 · D.로머 · 웨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로우 모형과 내생적 모형은 서로 보완관계이며, 사람들이 찾고자했던 '저축 ·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과의 관계' 등의 질문에 대해 옳은 답을 해주고 있을 뿐 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연구는 솔로우 모형을 무시하고 내생적 성장 모형을 선호했던 최근의 흐름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국가간 소득 격차는 솔로우 모형의 체감하는 생산함수 가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도 설명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이 "솔로우 모형은 완벽한 성장이론이다" 라거나, "내생적 이론은 중요하지 않다" 라고 의미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솔로우 모형이 외생적으로 취급하는 저축, 인구증가율, 기술진보가 어떻게 내생적으로 결정되는지 이해하고 싶어할 것이다. 내생적 성장 모형은 기술진보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고 싶은 것은 "솔로우 모형은 그것이 다루고자 했던 질문들-저축 ·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과의 관계-에 대해 적절한 해답을 전달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Solow model gives the right answers to the questions it is designed to address.)


- 맨큐 · D.로머 · 웨일 (1992)-


맨큐 · D.로머 · 웨일의 말처럼, 솔로우 모형을 통해서 우리는 저축 및 인구증가율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잘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과제는 '기술진보' 입니다. 


앞으로 다음글을 통해, 기술진보를 내생적으로 설명하는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알아봅시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4.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5.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5 [본문으로]
  6.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7.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8.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5 [본문으로]
  9.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10.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11.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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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제공부하는어느덧20대후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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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Posted at 2017.07.06 21:01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수렴논쟁 2탄 (convergence controversy)

- 로머와 루카스의 주장처럼 '수렴현상'이 정말 존재하지 않는걸까?


지난글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에 이어서 이번글도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을 소개할 겁니다.


솔로우 모형의 핵심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와 '외생적인 기술진보'[각주:1]는 언젠가 모든 국가의 생활수준과 성장률이 같아지는 '수렴현상'[각주:2]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것과 같은 수렴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는 수렴현상이 나타났으나, 전세계로 범위를 넓힐 경우 가난한 국가는 여전히 가난했습니다.  


'전세계적 수렴현상 부재'에 주목한 폴 로머(Paul Romer)와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솔로우 모형을 대체하는 새로운 모형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지식'과 '인적자본'에 의해 생산량이 체증(increasing marginal)하는 이론입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은 그 자체로 '외부성'(natural externality)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가 창출한 지식은 다른 곳으로 전파(spillover)되어 다른 사람도 쓸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 · 생산에 학습효과를 통해 축적한 나의 인적자본은 후대에 전승(inherited)되어 미래의 인적자본 수준을 더 높여줍니다.   


그 결과, 경제전체의 인적자본 수준은 체감하지 않고 계속 증가하게 되고, 생산량 또한 체증할 수 있습니다.


로머와 루카스의 새로운 모형에 따르면 이제 수렴현상은 발생할 수 없습니다. 부유한 국가는 계속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며, 초기 인적자본 수준이 높았던 국가는 계속해서 부유한 생활수준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수렴현상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로머와 루카스는 '전세계적 수렴현상 부재'에 주목했으나, 어찌됐든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는 수렴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간 서로 다른 정상상태(own steady state) 개념을 도입한다면, '자신만의 정상상태'를 향해 수렴해가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정상상태 및 조건부 수렴 개념 참고 : 이번글 아래에 설명 혹은 이전글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따라서 우리에게는 '수렴현상을 예측하는 솔로우모형'과 '수렴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로머 · 루카스 모형'을 절충한 이론이 필요합니다.


  • 왼쪽 : 로버트 배로(Robert Barro,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
  • 오른쪽 : 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iver Sala-I-Martin, 컬럼비아 경제학과 교수)


이번글에서 소개할 로버트 배로(Robert Barro)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vier Sala-I-Martin)의 연구는 두 모형 간에 절충방안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느리지만 존재한다"


  • 배로와 살라이마틴이 저술한 <경제성장>(Economic Growth) 교과서
  • 주로 대학원 경제성장론 수업에서 쓰인다


로버트 배로와 하비에르 살라이마틴은 '경제성장' · '수렴현상'에 관한 많은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공동 집필한 경제성장이론 교과서는 대학원 대표 교재로 이용되고 있죠.


많은 논문들 중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세 편입니다. 1990년 워킹페이퍼 <미국내 경제성장과 수렴현상>(Economic Growth and Convergence across The United States), 1991년 논문 <여러 국가 횡단면 속 경제성장>(Economic Growth in a Cross Section of Countries), 1992년 논문 <수렴현상>(Convergence) 입니다. 


세 편의 논문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공통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바로 "수렴현상, 느리지만 존재한다" 입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미국내 주(州) 간의 수렴현상'을 실증결과로 보여줍니다. 1880년대 동북부 지역과 남부 지역은 격차가 심했으나, 낙후되어 있던 남부 지역이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결국 비슷한 생활수준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유럽을 살펴봐도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 내 서로 다른 지역들도 낙후된 지역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하여, 결국 생활수준이 동등해졌습니다.


또한, 전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수렴현상이 나타납니다. 국가들 간 정상상태(steady state)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보정하면, 각자의 정상상태로 생산량 수준이 수렴하거나(level의 수렴), 자신만의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은 조건부 수렴 현상(conditional beta convergence)이 발견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렴속도(speed of convergence)가 느리다는 것입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이 산출해낸 수렴속도는 연간 2%에 불과합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로머와 루카스가 했듯이) 수렴현상을 부정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솔로우 모형이 예측했던) 수렴현상이 존재한다고 하기에도 애매합니다. 


따라서,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느리지만 존재하는 수렴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절충안을 제시합니다.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비중을 높이고 체감 정도를 완화시켜 수렴속도를 느리게 하는 방안


내생적 모형에서 체증 현상을 폐기하고 국가별로 기술확산 속도가 느리게하여, 수렴현상이 느리지만 존재하게 하는 방안


이제 위의 절충안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봅시다.




※ 수렴(convergence)이란 무엇인가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수렴현상 논쟁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에서 다루었던 '수렴의 개념'을 복습해 봅시다.


수렴(convergence)이란 말 그대로 무엇인가가 동등해짐을 의미합니다. 경제성장에 관해서는 크게 2가지가 같아질 수 있습니다. 하나는 '생활수준'(level, 1인당 GDP)이며 다른 하나는 '성장률'(growth) 입니다.


솔로우 모형은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와 '외생적인 기술진보'(exogenous)를 가정하기 때문에, 언젠가 모든 국가의 1인당 GDP(level)가 동일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아직 축적된 자본량이 적은 가난한 국가가 더 빠르게 성장(growth)할 수 있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형태의 수렴현상은 전세계적으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국가는 여전히 가난했으며, 이들의 성장률 또한 낮았습니다. 


따라서, 이를 교정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정상상태'(different own steady state)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국가들마다 각자의 정상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동등한 GDP를 가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본량이 적은 국가가 무조건 빨리 성장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만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된 논의를 거쳐 '수렴현상'을 이야기하는 3가지 용어가 만들어 집니다.


▶ 시그마 수렴 (sigma-σ-convergence)


: 시그마 수렴이란 '국가간 1인당 생산량 격차가 점점 감소되는 현상'(a decline over time in the cross-sectional dispersion of per capita income or product.)을 지칭합니다. 우리가 사용했던 'level이 같아짐'을 의미하죠. 경제학을 배우셨던 분들에게는 '절대적 수렴'(absolute convergence)란 용어가 더 익숙할 겁니다.


▶ 베타 수렴 (beta-β-convergence)


 : 베타 수렴이란 '가난한 국가가 부유한 국가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poor economies growing faster than rich ones.)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계속 언급한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보여주죠. 그리고 가난한 국가가 경제성장에 성공해서 부유한 국가가 된다면, 결국 둘의 성장률은 같아지게 됩니다(growth가 같아짐).


▶ 조건부 베타 수렴 (conditional beta-β-convergence)


: 그런데 이때의 베타 수렴은 '조건부'(conditional) 입니다. 국가별로 서로 동일한 정상상태가 아닌 '자신만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의 절대적인 값 보다는, '1인당 자본량이 각자 자신의 정상상태 보다 더 적은'(조건)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빠릅니다. 많은 분들에게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란 용어가 더 익숙할 겁니다.




※ 미국 주(州) · 유럽 7개국내 지역들 사이의 수렴현상


이전글에서 소개한 로머와 루카스[각주:3]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살펴봤을때 시그마 수렴과 베타 수렴이 발견되지 않는 현상에 더 주목했습니다. 따라서 "수렴현상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식과 인적자본에 의해 체증하는 생산함수를 도입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이번글의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현상이 발견되는 건 분명하다"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1880~1988년 사이 미국 주(州)의 소득과 연간 성장률을 대상으로 시그마 수렴과 베타 수렴의 존재를 보여줍니다.


  • Barro and Sala-I-Martin (1991)
  • 1880~1988년, 미국 동부 · 서부 · 중서부 · 남부 지역의 1인당 실질소득 추이
  • 1880년에는 발전된 동서부 지역과 낙후된 남부 지역 간의 격차가 컸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차이가 줄어들고 있음을 볼 수 있다(narrowing gap)


윗 그림은 1880~1988년, 미국 동부 · 서부 · 중서부 · 남부 지역의 1인당 실질소득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880년에는 발전된 동서부 지역과 낙후된 남부 지역 간의 격차가 컸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차이가 줄어들고 있음을 볼 수 있죠(narrowing gap). 


즉, 미국 지역 간에는 '시그마 수렴'(sigma-σ-convergence)이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Barro and Sala-I-Martin (1991)
  • X축은 1880년 당시 1인당 소득수준, Y축은 1880~1988년 사이 연간 소득증가율
  • 초기에 1인당 소득수준이 낮았던 주(州)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해왔음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그림은 1880년 당시 1인당 소득수준(X축)과 1880~1988년 사이 연간 소득증가율(Y축) 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변수 간에 음(-)의 상관관계를 띄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즉, 초기에 1인당 소득수준이 낮았던 주(州)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베타 수렴'(beta-β-convergence) 현상이 관찰됩니다.


  • Barro and Sala-I-Martin (1991)
  • 1950~1985년 사이, 유럽 지역내 GDP 격차(dispersion) 추이
  • 시대가 지날수록 지역내 GDP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미국 주(州) 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내에서도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독일 · 영국 · 이탈리아 · 프랑스 · 네덜란드 · 벨기에 · 덴마크 내 74개 지역을 대상으로 수렴현상을 관찰했습니다.


윗 그림은 1950~1985년 사이, 유럽 지역내 GDP 격차(dispersion)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대가 지날수록 GDP 격차가 축소되는 '시그마 수렴'(sigma-σ-convergence)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Barro and Sala-I-Martin (1991)
  • X축은 1950년 당시 1인당 GDP 수준, Y축은 1950~1985년 사이 연간 성장률
  • 초기에 1인당 GDP가 낮았던 유럽 지역일수록, 성장률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그림은 1950년 당시 유럽 7개국내 지역의 1인당 GDP 수준(X축)과 1950~1985년 사이 연간 성장률(Y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기에 1인당 GDP가 낮았던 유럽 지역일수록, 성장률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럽 7개국내 지역들 간에도 '베타 수렴'(beta-β-convergence)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국가 및 지역의 정상상태가 다르다는 것을 보정하면, 정상상태에 멀리 떨어진 국가 및 지역일수록 성장률이 더 빠른 '조건부 베타 수렴'(conditional beta-β-convergence)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느린 수렴속도


미국 및 유럽 내 지역에서 '수렴현상'이 관찰되기 때문에, "수렴현상은 없다"를 주장했던 로머와 루카스의 모형을 폐기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속도(speed of convergence)가 얼마나 되는지도 산출해 냈습니다. 이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공통적으로 '연간 2%'의 수렴속도가 나왔습니다. 수렴현상이 존재하긴 하지만 매우 느립니다(the convergence process will occur, but only at a slow pace).   


이는 매우매우 느린 속도 입니다. 미국 주(州) 사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지역간 격차가 수렴하는데 100년이나 걸렸습니다. 100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수렴현상을 과연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특히, 논문이 나온 1990년대 초반의 관심사는 통일된 독일이 서독-동독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였습니다. 이렇게 느린 수렴속도를 두고 저자들은 "연구결과는 그닥 힘이 되지 않는다"(the results are not very encouraging) 라는 말을 했습니다.


'존재하지만 느린 수렴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과 로머-루카스 모형 간의 절충안이 필요합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2가지 방안을 제시합니다. 


첫째는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비중을 높여서 체감 정도를 완화시키는 방안

(the neoclassical growth model with broadly-defined capital and a limited role for diminishing returns)


둘째는 내생적 모형에서 체증 현상을 폐기하고 기술확산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방안

(endogenous growth models with constant returns and gradual diffusion of technology across economies)




※ 솔로우 모형 수정

- 자본비중(α, capital share), 33%가 아니라 대략 80% 정도


  • 미국 내 자본비중 추이
  • 2008 금융위기 이후를 제외하면, 1950년부터 2008년까지 줄곧 30% 이내를 유지해오고 있다


갑자기 '자본비중'(α, capital share) 이야기가 나와서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글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를 통해, 자본비중 알파(α)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자본비중(α) 이란 일반적으로 경제 전체 총 소득 중 자본가가 가지는 '자본소득'을 의미합니다. 이와 대립되는 말로 '노동소득'이 있죠. 


만약 총생산량(혹은 총소득) 중 자본가가 더 많은 비중을 가질 수 있다면 추가적인 투자량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축적된 자본량은 더 증가하게 되고, 생산량 증가 → 자본가 소득 증가 → 투자 더욱 증가 → 자본량 더욱 증가 → 생산량 더욱 증가의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높은 자본비중은 생산량의 체감정도도 완화시켜 줍니다. 자본비중이 높을수록 자본량 한 단위의 증가가 비교적 더 많은 생산량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솔로우 모형은 자본비중(α)을 약 33%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자본의 개념을 '물적자본'으로 한정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솔로우 모형은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를 가지게 되었죠.


반면, 로머-루카스의 내생적 모형은 자본비중(α)을 100%로 판단합니다. 물적자본 이외에 '지식 및 인적자본'도 광범위한 자본 개념에 포함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 모형 하에서 체감현상은 완전히 사라졌고, 수렴현상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속도가 느린 것을 보았을 때, 분명 솔로우 모형이 가정하는 것보다 자본비중이 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체감현상을 완화시켜 수렴속도를 늦츨 수 있으니깐요. 하지만 로머-루카스가 말하듯이 100%는 아니라고도 말합니다. 100%일 경우 수렴현상이 아예 나타나지 않지만, 현실에서 수렴을 볼 수 있으니깐요. 


따라서,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을 대상으로 계량분석을 하였고, 솔로우 모형에서 적절한 자본비중(α)은 약 80% 라고 주장합니다. 이 경우 '느리지만 존재하는 수렴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a value for α of 0.8 is very far from 1.0 in economic sense.)




※ 로머-루카스의 내생적 성장 모형 수정

- 국가간 점진적인 기술확산 

(the gradual spread of technological improvements)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exogenous)으로 바라보았던 솔로우 모형과는 달리, 로머-루카스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제주체'에 의해 기술진보가 발생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내생적 성장 모형'(endogenous growth model) 이라는 명칭을 얻었죠.


로머-루카스의 내생적 모형에서 수렴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국가별로 '지식 및 인적자본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different level of technology).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전세계에 주어졌다면 국가간 기술격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가 내 사람들의 적극적인 행위의 결과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진다면, 지식 및 인적자본 수준에 따라서 기술격차(technology gap)가 초래되고 소득수준 및 성장률도 벌어지게 됩니다(divergence).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기술전파(diffusion)가 일어난다면 기술격차가 축소되어 수렴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이 점을 주목했습니다. 수렴현상이 존재하는 점을 봤을 때,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기술이 확산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와 동시에 수렴속도가 매우 느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확산 속도 또한 느립니다. 


따라서, '점진적인 기술확산'(the gradual spread of technological improvements)이 '존재하지만 느린 수렴현상'을 설명한다고 평가했습니다.




※ 배로-살라이마틴 연구가 전달해주는 함의



솔로우 모형의 미래는?


: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은 결국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적합한 모형이냐"의 문제 입니다.  


만약 로머-루카스의 주장처럼 '국가간 기술격차에 의해 수렴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솔로우 모형은 핵심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 · 외생적인 기술진보'가 흔들리게 됩니다. 


하지만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느리지만 수렴현상은 존재한다"고 실증분석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솔로우 모형은 존재의의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솔로우 모형 상에서 자본비중을 좀 더 확대할 수 있다면 현실 설명력을 더 키울 여지가 생기게 되었죠,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가정을 그대로 살리면서 자본비중을 확장한 모형을 1992년 논문을 통해 내놓습니다.


이는 다음글 '[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을 통해 알아봅시다.



▶ 국가간 성장률 차이는 자본축적(transitional path) 때문일까? 기술격차(technology gap) 때문일까?


: [경제성장이론 시리즈] 처음부터 다루었던 논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국가간 성장률이 차이가 나는 이유를 '자본축적 정도에 따른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로 설명합니다.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는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그러나 로머-루카스는 국가간 지식 · 인적자본 수준 차이가 초래한 기술격차(technology gap)가 성장률 차이를 초래한다고 지적합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 또한 '점진적인 기술확산 속도'를 언급하며, 국가간 기술수준에 차이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솔로우 모형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여전히 "기술은 공공재이며, 어느 곳에서나 똑같다" 라고 말하지만, 이제 많은 학자들은 '기술'(technology)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기술에 관해 좀 더 발전된 '내생적 성장이론'은 이제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의 지평을 열게 됩니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 2017.07.05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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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Posted at 2017.07.06 20:41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수렴논쟁 (convergence controversy)

- 현대 경제성장이론 발전과정 속 중요한 변곡점


이번글은 현대 경제성장이론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변곡점인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글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에서 살펴봤듯이, 솔로우 모형은 언젠가 모든 국가의 생활수준과 성장률이 같아지는 '수렴현상'(convergence)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형의 예측과는 달리, 현실에서 수렴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유한 국가는 여전히 부유하며, 가난한 국가는 여전히 가난합니다. 몇몇의 국가만이 가난에서 탈출하여 경제성장에 성공했을 뿐이죠.


이러한 "국가간 생활수준 및 성장률의 격차를 솔로우 모형이 올바로 설명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형태의 모형이 대안으로 제시되어야 하나"를 두고 경제학자들 간의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를 '수렴논쟁' 이라고 하며, 이 과정에서 솔로우 모형을 대체하는 여러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이번글을 포함하여 앞으로 3편의 글을 통해 '수렴논쟁'을 살펴보며 현대 경제성장이론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알아봅시다. 




※ 솔로우 모형의 성과

- 자본축적을 통한 동아시아 경제성장, 

그리고 선진국 내에서 관찰된 수렴현상


지난 3편의 글은 '솔로우 모형의 의미[각주:1]' · '현실을 설명하는 솔로우 모형'[각주:2] · '미흡한 점이 드러난 솔로우 모형'[각주:3] 등의 주제로 솔로우 모형의 성과와 한계를 다루었습니다. 다시 한번 내용을 복습해 봅시다.


솔로우 모형이 강조했던 것은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이었습니다. 여기서 자본은 기계 · 공장설비 등의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했죠. 물적자본을 많이 가진 국가일수록 당연히 생산량도 많게 됩니다. 


하지만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이 영원히 지속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자본을 축적해 나갈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체감(diminishing)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솔로우 모형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외생적인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970~1980년대 동아시아 네 나라,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은 솔로우 모형이 현실 속 경제성장 과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 네 나라는 자본 · 노동 등 요소투입을 급격히 증가시키면서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은채, 요소축적에만 의존했던 성장은 결국 한계를 맞게 됩니다. 


즉, 동아시아의 사례는 '생활수준(level) 향상을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중요,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growth)을 위해서는 기술진보가 필요' 라는 명제가 참이라고 드러내주었습니다.


  • Baumol(1986)
  • X축은 1950년 당시 1인당 GDP 수준, Y축은 1950~1980년 연간 성장률
  • 1인당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하는지 여부를 관찰하려고 하였다
  • 큰 5각형 모형은 선진국 내부에서 수렴현상이 관찰됨을 보여주고 있다
  • 그러나 전세계를 대상으로 할 경우 수렴현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처럼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잘 설명해줄 수 있었던 이유는 '체감하는 생산함수''외생적인 기술진보' 라는 가정 덕분이었습니다. 


두 가지 가정은 또 다른 현실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바로 '수렴현상'(convergence) 입니다.


만약 자본을 축적해 갈수록 성장률이 점점 하락한다면, 만약 기술수준이 외생적으로 주어진 값으로 어디서나 똑같다면, 언젠가 전세계 생활수준과 성장률은 동일해질 수 있습니다. 가난한 국가는 더 빠르게 성장하고, 부유한 국가는 더 느리게 성장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똑같은 기술진보율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William Baumol)의 연구[각주:4]는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이 일부 그룹 내에서 존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선진국 중 후발산업국가인 일본은 미국 · 영국에 비해 더 빠르게 성장했고, 결국 동등한 수준의 GDP를 가지게 되었죠. 


하지만 그의 연구는 다른 그룹 내에서는 수렴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도 보여주었습니다. 저개발국으로 이루어진 집단 내에서는 생활수준이 수렴하지도 않았으며, 생활수준과 성장률 간 음(-)의 상관관계도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보몰은 "수렴그룹(convergence club)이 따로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의문을 던졌고, 후에 경제학자들은 '서로 다른 자신만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 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국가별로 저축율 · 인구증가율이 다르기 때문에 정상상태도 상이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로 인해, 모든 국가의 생활수준이 동일해지거나, 가난한 국가가 무조건 더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다만, '개별 국가들은 각자의 정상상태에 맞는 생활수준으로 수렴하며', '각자의 정상상태에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 한다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이 나타날 뿐이었죠.




※ 솔로우 모형의 한계

- 수렴현상의 부재,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이렇게 솔로우 모형은 현실에 적합한 것처럼 보입니다. 자본축적의 힘도 보여주었으며, 선진국 내의 수렴현상도 설명해 냈으며, 일부 국가 내에서 발견되지 않는 수렴현상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추가설명을 해주었죠.


하지만 다른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솔로우 모형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정말로 솔로우 모형이 수렴현상의 부재를 올바로 설명하고 있을까?"



이런 의문을 품은 대표적인 학자들이 바로 폴 로머(Paul Romer)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였습니다. 이들은 크게 3가지 점에서 솔로우 모형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저개발국의 성장률이 OECD 소속 국가들 보다 낮다


: 이는 수렴현상을 소개한 이전글[각주:5]과 앞서도 다루었던 내용입니다. 윌리엄 보몰은 '수렴현상' 연구에서 선진국 내에서는 수렴현상이 나타나지만, 저개발국까지 샘플을 넓힐 경우 수렴현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때,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는 '선진국내 수렴현상 존재'보다는 '전체적인 수렴현상 부재'에 더 주목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자신만의 정상상태' 라는 개념으로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려고 하지만, 로머와 루카스는 "처음에 부유했던 국가가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해 나가는 거 아닐까?" 라는 물음을 던졌죠.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이 점차 증가했다


  • 출처 : Romer(1986)


: 이러한 물음을 던진 이유는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에 따르면,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으며, 정상상태에 가까울수록 성장률이 점점 하락합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는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이 시대가 지날수록 높아져만 갔습니다. 1700년대 네덜란드 -0.07% · 1800년대 초 영국 0.5% · 1800년대 후반 영국 1.4% · 1900년대 미국 2.3% 입니다. 또한, 1900년대 미국의 성장률을 연도별로 쪼개보면, 최근 년도에 가까울수록 성장률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도국의 성장률이 시대가 지날수록 증가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후발국가의 성장률이 증가하는 것은 '선진국으로부터 좋은 기술을 이전받아서' 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 상에서 모든 국가의 기술수준이 같기 때문이죠. 하지만 주도국은 첨단 기술을 만드는 최전선(frontier of technology)이지, 다른 국가로부터 이전받는 곳이 아닙니다. 


"주도국 내에서 스스로 기술혁신이 일어나서 성장률이 높아졌을수도 있지 않느냐?" 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솔로우 모형은 더 궁색합니다. 왜냐하면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으로 주어졌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어떻게 기술진보가 이루어지느냐'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국가간 소득격차가 모형이 예측한 것보다 크다


솔로우 모형에 따르면[각주:6], 어떤 국가가 잘 사는 이유는 높은 저축율 · 낮은 인구증가율 등에 힘입어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국가가 못 사는 이유는 낮은 저축율 · 높은 인구증가율 때문에 1인당 자본을 적게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본 블로그에서는 그저 말로써 설명했지만, 실제 솔로우 모형은 콥-더글러스 생산함수를 이용하여 정교하게 수식화 하였습니다. 여기에 저축율과 인구증가율을 대입하면 (수식상 마땅히 그래야 할) 생활수준 및 성장률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이때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저축과 인구증가율이 소득격차에 끼치는 영향력이 솔로우 모형의 예측보다 큽니다


예를 들어, 당시 필리핀은 미국에 비해 1인당 소득이 10%에 불과했습니다. 솔로우 모형의 수식에 따르면, 미국의 저축률이 30배는 높아야 이처럼 큰 소득수준 차이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미국의 저축률은 그저 2배 더 많았을 뿐이죠. 즉, 조금의 저축률 차이도 큰 소득격차를 초래합니다.

 


솔로우 모형이 '저축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이유는 '생산함수가 체감'(diminishing)하기 때문입니다. 자본량이 축적될수록(=저축을 할수록) 생산량 증가분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소득격차 설명에 있어 저축의 영향력이 크지 않습니다. 


만약 생산함수가 체감하지 않았다면, 자본량이 증가할수록 생산량 증가분도 계속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로인해, 굳이 저축율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현재 축적된 자본량에 따라서 국가간 생산량이 크게 차이 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필리핀 간의 조그마한 저축률 차이가 큰 소득격차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산함수가 체감한다는 솔로우 모형의 가정을 수정해야 합니다.




※ 솔로우 모형, 무엇이 문제였을까?

- '체감하는 생산함수' 및 '외생적인 기술진보' 가정에서 벗어나자

- '체증하는 생산함수'와 '내생적인 기술진보'의 도입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가 지적한 3가지 사항-수렴현상의 부재-을 올바르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 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 및 '외생적인 기술진보'를 폐기해야 합니다.


만약 자본량이 증가할수록 생산량 증가분도 계속 늘어난다면, 다르게 말해 생산함수가 체증(increasing marginal)한다면 수렴현상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부유한 국가는 계속 부유하고 가난한 국가는 계속 가난한 현실에 부합합니다. 또한,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의 저축율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기술진보율이 국가별로 차이가 난다면, 주도국의 성장률이 시대가 흐를수록 증가하는 현실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주도국 내의 어떠한 요인이 내생적(endogenous)으로 기술진보를 이끌어서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지식'(knowledge)'인적자본'(human capital) 입니다. 


이들은 개별 경제주체의 활동에 의해 지식과 인적자본이 내생적으로 축적되며(endogenous), 그 결과 생산량이 (체감하지 않고) 선형적으로 증가(linearity)하거나 체증(increasing marginal)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제 이 둘의 주장을 알아보며, 솔로우 모형을 대체하는 이론을 생각해 봅시다.




※ 폴 로머, 지식이 증가할수록 생산량은 체증한다

- 개별기업의 연구분야 투자로 창출되는 지식(knowledge)

- 지식의 외부성(externality)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식전파'(knowledge spillover) 



  • 폴 로머의 1986년 논문 표지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는 1986년 논문 <체증현상과 장기성장>(Increasing Returns and Long-run Growth)을 통해 현대 경제성장이론의 방향을 돌려놓았습니다. 

(사족 : 그는 이후에도 1990년 논문[각주:7]을 통해, 新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내놓습니다. 앞으로 이를 살펴볼 계획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 속 핵심가정을 폐기해야 합니다.


로머는 논문에서 "체감하는 생산함수라는 일반적인 가정에서의 탈피"(departure from the usual assumption of diminishing returns) · "미래를 내다보고 이윤극대화를 노리는 경제주체에 의한 지식축적"(accumulation of knowledge by forward-looking, profit maximizing agents) 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면서, 과감히 솔로우 모형에서 탈피합니다.



그는 체감하는 생산함수 대신 체증하는 함수(increasing marginal productivity)를 도입합니다. 단순한 증가함수(increasing)는 자본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량도 증가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체증하는 함수는 자본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량 증가'폭'이 증가합니다(increasing marginal). 


윗 그림에서 볼 수 있다시피 단순한 우상향하는 선형함수가 아닌 아래로 볼록한(convex) 모양입니다. 이 경우 자본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량은 한계가 없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without bound).


그렇다면 로머는 왜 이런 모양의 함수를 생각했을까요? 


그는 로버트 솔로우가 말한 '자본'이 단순한 '물적자본'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진 '지식'(knowledge) 또한 자본의 또다른 형태이며, 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지식이란 생산요소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체 입니다. 단순한 '요소투입 증가'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죠.


이때 지식이 지닌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폴 로머는 개별기업이 연구활동(research)을 통해 창출해 낸 '지식'은 비밀로 감출 수 없으며 특허로 완전히 보호될 수도 없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외부성(natural externality)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한 기업의 지식은 다른 곳으로도 전파되고(knowledge spillover), 개별기업은 (자신들이 만들어내지 않은) 전체 지식에 의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됩니다.


지식이 외부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곳으로 전파된다는 사실은 로머의 모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기업이 자신들이 창출해낸 지식에만 의존한다면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게 됩니다. 왜냐하면 연구활동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활동 초기에는 새로운 결과물을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연구가 진행될수록 이전과 다른 것을 내놓기 힘듭니다. 즉, 연구활동과 지식은 체감하는 관계 입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창출된 지식을 기업이 이용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더 이상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데 한계에 봉착한 기업일지라도, 다른 기업이 창출해낸 지식을 이용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생산량은 한계가 없이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지식이 지닌 외부성'과 '지식전파' 덕분에 연구분야 투자에 대한 이익을 공통적으로 누리게 됩니다(benefit from collusive agreement).




※ 로버트 루카스, 인적자본은 어떻게 축적되나

- 교육(school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 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 로버트 루카스 1988년 논문 표지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또한 국가별 성장률 차이를 솔로우 모형이 올바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수렴현상은 없다고 분석했죠. 따라서, 그는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폴 로머와 마찬가지로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더욱 주목했던 건 '인적자본 축적 방식'(human capital accumulation) 입니다. 인적자본 축적은 체감하지 않으며, 인적자본 수준은 선형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이로인해 생산량도 꾸준히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솔로우 모형이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으로 바라보는 점에 대해서도 심한 불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론과 모형은 '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개개인의 결정과 그 결정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individual decision to acquire knowledge, and about the consequences of these decisions for productivity)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따라서, 로버트 루카스는 1988년 논문 <경제발전의 메커니즘>(On the mechanics of economic development)을 통해, 인적자본 축적 방식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교육(school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 루카스가 제시하는 첫번째 방식은 바로 '교육(school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입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개개인이 현재 시점에 시간을 할당하는 방식이 생산성과 미래 인적자본 축적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the way an individual allocates his time over various activities in the current period affect his productivity, or his human capital level, in future periods.) 


한 개인은 u 시간만큼을 현재의 생산에 쓰고, 나머지인 1-u 시간을 인적자본 축적에 씁니다. 이 1-u 시간이 미래의 인적자본 증가율과 연관이 있죠. 


이때 루카스는 현재 인적자본 수준이 어떠하든지, 개인이 인적자본 축적에 쓰는 시간만큼 선형적(linearity)으로 미래의 인적자본 수준이 증가한다고 주장합니다. 솔로우 모형과는 달리, 현재 많은 인적자본을 축적해 놓았다고 해서 추가적인 인적자본 수준 증가가 힘들지 않습니다.


이는 어찌보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인적자본 축적은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분명 10대때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과 나이가 들어 공부하는 것은 다릅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인적자본 수준을 끌어올리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루카스는 "인적자본 축적은 사회적 활동이다(human capital accumulation is a social activity)"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습니다. 


개인의 인적자본 축적은 그 사람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내부효과(internal effect)도 가지지만,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외부효과(external effect)도 갖습니다. 게다가 인적자본 축적을 처음 시도하는 아이는 맨땅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가족구성원의 인적자본 수준에 비례한 양을 가진채로 시작하게 되죠. 

(initial level each new member begins with is proportional to (not equal to!) the level already attained by older members of the family.)


즉, 개인의 인적자본 축적은 사회 전체의 수준을 높이게 되며, 이는 후대에 전승됩니다. 따라서, 인적자본은 체감하지 않으며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 직무과정(on-the-job-training) 및 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를 통한 인적자본 축적


  • 왼쪽 : 1938년 삼성상회, 오른쪽 : 2017년 삼성전자 평택공장


: 인적자본을 축적하는 또 다른 방식은 직무과정(on-the-job-training)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 입니다. 개인은 교육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일을 해나가면서 인적자본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두들 실제 직장생활 경험을 통해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회사에 들어가면 뭐가 뭔지 잘 모릅니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긴 했는데 글자로만 이해했던 일을 현실에 적용시키려니 힘이 들죠. 그리고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많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많이 해메던 신입사원도 이제 연차가 쌓일수록 일이 능숙해집니다. 수십년의 경력을 가진 분의 숙련도는 두말할 필요가 없죠.


개인 뿐 아니라 기업이나 산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처음 신규사업에 진출한 기업은 우왕좌왕 헤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사업이 익숙해지고, 거기서 얻은 생산경험을 통해 또 다른 사업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발전 시기 현대 · 삼성 등이 그 예시입니다. 이들 기업은 처음에는 쌀 · 음식료를 판매한 조그마한 소매상부터 시작하여 자동차 정비 · 건설업 · 가전제품 판매를 거쳐 조선 · 자동차 · 반도체 제조까지 산업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이때, 직무과정 및 생산에 학습효과를 통한 인적자본 수준도 후대에 전승됩니다. 오래된 상품에 특화된 인적자본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때 물려지게(inherited) 됩니다. 


따라서, 경제전체의 인적자본 수준은 체감하지 않고 선형적으로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 로머와 루카스 연구 정리

- 내생적 성장이론의 탄생


▶ 지식과 인적자본의 외부성

▶ 선형적 혹은 체증적으로 증가하는 생산함수

▶ 내생적으로 결정되는 기술진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로머와 루카스의 연구는 '솔로우 모형을 넘어선 성장이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 핵심 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와 '외생적인 기술진보'에서 벗어남으로써 성장이론의 새 틀을 만들었죠.


특히, 개인 및 기업의 행위로 지식 · 인적자본이 축적되고 기술수준이 진보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 이라는 명칭을 얻게 됩니다.


(사족 : 폴 로머는 1990년 또 다른 논문을 통해 '내생적 성장이론'을 또 한번 발전시킵니다. 추후 다른글을 통해 이를 알아볼 겁니다.)




※ 로머와 루카스 연구가 전달해주는 함의


자, 이제 로머와 루카스의 연구에서 어떠한 함의(implication)를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내생적 성장이론의 등장

- '기술'을 둘러싼 여러 연구주제들


: 이들의 연구는 '내생적 성장이론'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충분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경제성장을 둘러싼 학자들의 연구주제는 더 넓어졌습니다. 


이전에는 외생적으로 주어졌던 기술이 무엇이며(technology), 국가간 기술이 어떻게 전파되며(diffusion), 서로 다른 기술수준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level of technology), 지식과 인적자본이 무엇인지, R&D와 기술발전의 관계 등등 기술진보와 관련한 조금 더 세세한 주제를 살피게 되었죠.



수렴현상은 없다


: 로머와 루카스는 수렴현상 가능성을 전면 부인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현실에서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수렴현상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모형에서 생산량은 자본량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하거나 체증하기 때문에, 한 국가는 계속 빠르게 성장하며 가난한 국가는 비교적 늦게 성장합니다.  



국가간 기술격차(technology gap)이 성장률 격차를 초래한다


: 국가별로 성장률 격차가 초래하는 이유를 두고 솔로우 모형과 로머-루카스 모형은 서로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cis)에서 찾고 있습니다. 즉, 자본을 많이 축적하지 않은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합니다. 그 이유는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일수록 생산량 체감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양의 자본을 축적한 국가는 체감현상으로 인해 느리게 성장합니다.


반면, 로머-루카스 모형은 '기술격차'(technology)에 주목합니다. 많은 인적자본 및 지식을 보유한 국가가 기술을 내생적으로 진보시켜 빠른 성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인적자본 및 지식이 적은 가난한 국가는 계속 느리게 성장하게 됩니다.   


정부개입은 성장효과(growth effect)를 낳을 수 있다


: 로머와 루카스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지식'과 '인적자본' 이었습니다. 경제발전 초기에 지식과 인적자본이 많이 축적된 국가일수록 계속해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이 이런 효과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 생산량이 체감하지 않아 수렴현상이 없다. 둘째, 지식과 인적자본이 외부성을 초래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둘째 요인으로 인해 첫번째 현상이 나타나고, 그 결과 국가간 영구적인 성장률 격차가 나올 수 있습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의 외부성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지식전파'(knowledge spillover)가 발생하며 후세대로 전승(inherited) 되면서, 생산량 체증효과가 나타납니다. 이제 수렴은 없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솔로우 모형과는 달리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증대시킵니다. 

기존 솔로우 모형[각주:8]에서 '정부정책 무용론'이 제기됐던 이유는 정부의 저축률 증가 및 인구증가율 억제 정책이 성장효과(growth effect) 없이 수준효과(level)만 냈기 때문입니다. 체감하는 생산함수 하에서는 어떠한 정책을 쓰든간에 결국 성장률은 0%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로머와 루카스 모형에서는 다릅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계속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개입으로 지식과 인적자본을 축적하는 건 '성장효과'(growth effect)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R&D 투자 세제지원, 교육 서비스 증가 등등의 정부정책이 유용합니다.

게다가 지식 및 인적자본이 초래하는 '외부성' 또한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지지합니다. 다른 기업이 만들어낸 지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업들에게 '무임승차'(free-ride)의 유인을 만들어 냅니다. 굳이 내가 연구분야에 투자 하지 않더라도, 다른 기업이 투자한 공로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무임승차 하려는 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연구분야 투자량은 사회적 최적상태에 비해 적어집니다. 정부가 시장개입을 통해 외부성이 초래하는 비효율성을 제거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자본, 지식 및 인적자본
- 자본비중 알파(α)에 대하여
- 로머와 루카스는 자본비중이 100% 라고 보고 있음


  • 미국 내 자본비중 추이
  • 2008 금융위기 이후를 제외하면, 1950년부터 2008년까지 줄곧 30% 이내를 유지해오고 있다

: 로머와 루카스는 '물적자본'에 한정되어 있던 자본의 개념을 '지식' 및 '인적자본'에까지 확장 시켰습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수렴논쟁을 둘러싼 논문을 직접 읽으시는 분들은 '자본비중 알파(α)'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렴현상에 대한 이론적인 논쟁은 바로 "자본비중 알파(α) 값의 크기가 어느정도 되느냐?" 입니다.

자본비중(capital share) 이란 일반적으로 경제 전체 총 소득 중 자본가가 가지는 '자본소득'을 의미합니다. 이와 대립되는 말로 '노동소득'이 있죠. 

만약 총생산량(혹은 총소득) 중 자본가가 더 많은 비중을 가질 수 있다면 추가적인 투자량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축적된 자본량은 더 증가하게 되고, 생산량 증가 → 자본가 소득 증가 → 투자 더욱 증가 → 자본량 더욱 증가 → 생산량 더욱 증가의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자본비중 확대는 생산량의 체감정도도 완화시켜 줍니다. 자본비중이 높을수록 자본량 한 단위의 증가가 비교적 더 많은 생산량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솔로우 모형은 자본비중이 33%, 노동비중이 66%로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 국가의 자본소득 분배율(노동소득 분배율) 통계를 살펴보면 이 정도 값이 나오죠.

하지만 로머와 루카스는 자본의 개념을 물적자본 뿐 아니라 지식 및 인적자본에 까지 확장하여, 자본비중을 100%로 대폭 높였습니다. 지식 및 인적자본은 사람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소득으로 잡히지만, 이를 자본소득으로 분류하면 자본비중은 기존 값에 비해 커집니다.

그 결과, 자본비중이 100%인 로머와 루카스 모형 하에서는 체감현상이 사라지게 되었고 수렴현상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 정말로 수렴현상은 아예 없는 것일까?

이번글에서 소개한 로머와 루카스는 "수렴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수렴현상이 아예 없는 것일까요?

분명 윌리엄 보몰은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는 수렴현상이 존재한다고 확인했습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는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없지만, 어쨌든 선진국끼리는 수렴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자본비중 100%와 체증현상을 가정하는 로머-루카스 모형에도 무언가 결점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에 대하여,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Robert Barro)와 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vier Sala-I-Martin)은 "수렴현상 느리지만 존재한다." 라고 말하며, 로머-루카스 모형의 결점을 지적합니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7.02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2017.06.29 http://joohyeon.com/252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4.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5.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6.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7. P.Romer. 1990. Endogenous Technological Chang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본문으로]
  8.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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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Posted at 2017.06.30 08:45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현실을 설명해내는 솔로우 모형

앞서 두 편의 글을 통해 솔로우 모형의 의미[각주:1]현실세계 적용 가능성[각주:2]을 살펴봤습니다. 이론은 그저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이전 내용을 잠깐 다시 복습해 보도록 합시다.

솔로우 모형은 생활수준 향상을 꾀하려면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1인당 생산 수준(level)도 높아집니다. 

이때,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본이 한 단위 더 투입될 때마다, 생산량 증가분은 체감(diminishing)하기 때문이죠. 아직 정상상태(steady state)에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일수록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본을 축적해 나갈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줄어들고 따라서 성장률도 점점 하락합니다. 결국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에 도달하면 성장률은 0%에 머무르게 됩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경제성장(sustained growth)을 위해서는 자본축적 혹은 요소투입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솔로우 모형은 '외생적인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어야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알려줍니다.

미국경제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솔로우 모형은 1980~1990년대 동아시아 경제성장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 등 동아시아 4개국은 1980년대부터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성장기적'(growth miracle)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들이 성장기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은 (솔로우 모형이 강조했던) '요소축적'(factor accumulation) 덕분이었습니다. 경제활동 참가 증대를 통한 노동투입 증가, GDP 대비 투자비중을 늘린 자본투입 증가 등에 힘입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생산성 향상 없이 요소축적에만 의존한 경제구조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우려를 키웠습니다. 결국 동아시아 4개국은 성장률이 점점 저하되다가 1997 외환위기를 맞게 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기술진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줬습니다.

(주 :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학문적으로 잘못된 설명입니다. 
솔로우 모형은 단순한 성장률의 점진적 저하를 말할 뿐 입니다. 반면, '위기'(crisis) 라는 개념은 잠재성장률이 영구히 손상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1997 외환위기[각주:3]는 낮은 생산성 등이 초래한 기초여건(fundamental)의 문제가 아니라, 고정환율제도 · 무리한 금융시장개방 등의 단점이 결합된 유동성위기(liquidity crisis) 였을 뿐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소축적에만 의존하는 모습이 우려를 자아냈던 상황에서 동아시아가 결국 위기를 맞게 되자,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었죠.)



※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


앞서 두 편의 글은 '자본축적의 역할'과 '외생적인 기술진보의 필요성'이 현실에서 나타난 모습을 다루었습니다. 이번글에서는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설명해내는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볼 겁니다.


솔로우 모형에서 중요한 가정 2가지는 바로,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전세계에 동일하게 주어진 기술진보율'(=기술은 공공재, public good)입니다.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똑같은 이유는, 한 국가에서 개발된 뛰어난 기술이 다른 나라에 빠르게 확산(diffusion)되기 때문입니다. 즉, 기술은 '모든'(비배제성) 국가가 '동일'(비경합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 입니다.


이러한 가정을 통해 현실경제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바로, '수렴현상'(convergence)'성장률 격차의 패턴'(transitional dynamics)  입니다.

 


수렴현상 (convergence) 

- 1인당 GDP(level) 및 경제성장률(growth)의 수렴


: 수렴현상이란 말 그대로 동일한 지점으로 모여든다는 의미입니다. 솔로우 모형에서는 두 가지 형태의 수렴이 나타나게 됩니다. 


하나는 수준이 같아지는 것(=level이 같아짐), 또 다른 하나는 성장률이 같아지는 것(=growth가 같아짐) 입니다. 쉽게 말해, 모든 국가의 1인당 생산량(per capita GDP)과 경제성장률(growth rate)이 동일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계속 반복하지만) 자본투입이 늘어날수록 생산량 증가분이 체감하여 결국 정상상태에서 멈추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경제성장을 시작해온 국가들은 이미 정상상태에 가까워졌을 겁니다. 이제 막 시작한 국가들은 정상상태를 향해 오고 있죠. 그럼 언젠가는 모든 국가가 '하나의 정상상태'에서 멈추어서 1인당 자본량 · 생산량이 모두 똑같아지는 날이 올 수도 있을겁니다.(=level이 같아짐)


게다가, 정상상태에서는 생산량이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 만큼 증가합니다. 솔로우 모형은 기술이 공공재 이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에서든 기술진보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습니다. 따라서, 언젠가는 '하나의 정상상태' 위에서, 세계 모든 국가의 성장률이 같아지는 날도 올 수 있습니다.(=growth가 같아짐)



성장률 격차의 패턴 (transitional dynamics) 

-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높은 성장률


: 그럼 아직 정상상태에 도달하기 이전이라면 국가별로 성장률이 각기 다르지 않을까요? 네. 다릅니다. 하지만 일정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글의 맨앞서 언급했듯이,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 합니다. 다르게 말해,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빠른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또한 자본투입이 늘어날수록 생산량 증가분이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술이 공공재 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술이 공공재가 아니라면 즉 한 국가가 더 나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자본축적 정도와 상관없이 더 나은 기술을 가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빠를 겁니다.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더 빠르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든 국가의 기술수준이 동일하기 때문에 국가간 성장률 격차는 오직 '자본축적 정도' 및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가 결정 짓습니다.


이때, 아직 정상상태에 도달하지 못한채, 정상상태로 향해가는 모습을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 라고 합니다. 따라서, 솔로우 모형은 성장률 격차에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는 이유로 '전이경로'를 지목합니다.


그럼 정말로 솔로우 모형이 예측하는 것과 같은 수렴현상 및 성장률 차이의 패턴이 나타날까요? 만약 나타나지 않는다면 모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이번글에서 이를 알아봅시다.




※ 윌리엄 보몰이 발견한 '수렴현상'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제학계 내에서는 '경제성장이론'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비롯된 급격한 경기변동(fluctuation)의 시대가 끝나고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상태가 운영됐기 때문이죠. 또한, 경제학에 합리적기대 가설이 등장하면서, "경기변동을 애써 제어하는 것보다는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대두되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경제성장이론을 둘러싼 논쟁에 불을 지핀 논문이 1986년에 등장했습니다. 바로,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William Baumol)이 쓴 <생산성 성장, 수렴, 그리고 후생 : 장기통계가 보여주는 것>(<Productivity Growth, Convergence, and Welfare: What the Long-Run Data Show>) 입니다. 


윌리엄 보몰은 이 논문을 통해 '솔로우 모형이 예측하는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이 나타나는 지를 탐구했습니다. 결국 이 논문은 '수렴현상이 나타나며, 성장률 차이에는 일정한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더 생각해봐야할 흥미로운 사실도 제시하였고, 경제학계에서는 이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이제 이 논문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살펴봅시다.


  • Baumol(1986)
  • 1870~1980년 사이, 국가별 근로시간당 GDP 추세
  • 미국,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일본, 호주


윗 그림은 1870~1980년 사이 국가별 근로시간당 GDP(per work-hour GDP)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 : 이전글[각주:5]에서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 output)은 '생산성 수준'(productivity)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는데요. 근로시간당 GDP 또한 생산성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1870년(X축 앞부분)에 큰 격차를 보였던 선들이 1980년(X축 뒷부분)에는 하나로 모여가는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30년전 논문이라 그래프가 오늘날처럼 예쁘지 않죠; 


여기에 나오는 국가는 영국, 미국, 이탈리아, 일본 등 입니다. 국가별로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겠습니다. 1870년 대비 1980년까지, 국가별 생산성은 각각 영국(585%), 미국(1,080%), 이탈리아(1,225%), 일본(2,480%)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수렴현상'과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확인했습니다. 


▶ 1870년에 국가별로 큰 격차를 보이던 생산성은 1980년 동등한 수준(level)까지 수렴(convergence) 했습니다. 


▶ 또한, 1870년 당시 이미 강대국이었던 영국에 비해, 그때부터 발전을 시작한 일본의 생산성 증가율이 더 높습니다. 즉,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가 먼 일본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 패턴이 나왔습니다. 


▶ 여기에더해, 이후 이들 국가는 비슷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growth의 수렴'도 보여줍니다.


  • Baumol(1986)
  • X축은 1870년의 근로시간당 GDP 수준, Y축은 1870~1979년의 연간 성장률


윗 그림을 보면,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좀 더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X축은 1870년의 생산성 수준, Y축은 성장률을 나타냅니다.


한 눈에 보면 알 수 있다시피, 1870년에 생산성 수준이 낮았던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은 우하향 하는 상관관계가 보입니다. 


즉,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더 가파르게 성장합니다.




※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이 알려주는 바는?

- 솔로우 모형은 또다시 현실을 올바로 설명


윌리엄 보몰은 위에 나타난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이 두 가지 함의를 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첫번째로 오직 하나의 변수(only one variable), 즉, '1870년 당시의 생산성 수준'이 성장률을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그 국가가 시장경제를 가졌는지 · 투자율이 높은지 · 어떠한 정책을 썼는지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와는 상관없이, 국가들은 그저 이미 운명처럼 정해진 위치로 향했습니다.(Whatever its behavior, that nation was apparently fated to land close to its predestined position in Figure 2.)


두번째로, 가장 경제성장 정도가 높았던 국가에서부터 다른 국가로 파급된 영향이 매우 컸다고 말합니다. 


주도국이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에 성공하고 투자를 단행하면, 이것이 다른 국가로 전달되어 생산성 성장을 공유(sharing of productivity growth) 했기 때문입니다. 뒤에 위치한 국가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거나 모방하여 급격한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성공한 모방은 큰 성과를 냈으며, 주도국의 직접투자 및 다국적기업의 기술이전은 '수렴현상'(convergence)을 만들어 냈습니다. 


윌리엄 보몰의 이같은 분석은 솔로우 모형이 현실에 부합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에서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내는 건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 였습니다. 보몰의 연구는 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은 공공재 이기 때문에,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라고 해서 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기술이 전파되어 성장률 격차만 좁혀집니다. 성장률 차이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의 변수'인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만 중요할 뿐입니다.


또한, 솔로우 모형이 예측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국가들은 결국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1870년에는 큰 격차를 보이던 영국과 일본은 1980년 들어 결국 동등한 수준의 생산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다시 한번 현실을 올바로 설명해 냈습니다.




※  정말.... 그럴까?


그런데... 정말로 솔로우 모형은 현실을 올바로 설명한 것일까요? 


윌리엄 보몰은 '수렴현상'의 예시로 영국 · 미국 · 일본 등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에도 여전히 미국의 1인당 GDP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저성장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저개발국도 많습니다.


윌리엄 보몰은 샘플이 된 국가를 좀 더 늘려서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살펴봤습니다. 앞서의 예시는 이미 산업화에 성공한 16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서 72개 국가를 대상으로 하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 Baumol(1986). 샘플을 72개 국가로 넓힘
  • X축은 1950년 당시 1인당 GDP 수준, Y축은 1950~1980년 연간 성장률


윗 그림은 72개 국가의 경제성장 수준과 성장률 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X축은 1950년 1인당 GDP 수준, Y축은 1950~1980년 사이의 연간 성장률을 나타냅니다.


앞서의 그림은 '우하향하는 관계', 즉 과거 수준이 낮았을수록 성장률이 높았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났지만, 윗 그림은 비교적 불명확 하다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윗 그림에서 넓은 5각형 모향으로 연결된 선은 미국 · 영국 · 일본 등이 들어간 기존 16개 국가입니다. 좁은 5각형 모양은 소련 · 중국 등 계획경제 국가들이죠. 그리고 나머지 국가들이 원점 근처에 몰려있습니다.         


자유시장 경제를 택하고 일찍 산업화에 성공한 16개 국가들 사이에서는 우하향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계획경제 국가들 내에서도 우하향이 드러나죠. 


하지만 나머지 국가들 내에서는 과거 GDP 수준과 성장률 간의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전체 국가들 내에서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 본 윌리엄 보몰은 "수렴그룹(convergence club)이 따로 있는 것 아닐까?" 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만약 일부 국가에서 기술을 모방할 능력이 없거나, 첨단 기술을 모방하더라도 이를 적용할 첨단 산업이 부재하거나, 교육 수준이 낮거나 등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수렴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따라서, 일부 '수렴그룹 내부'에서만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 국가별로 정상상태가 다르다

- '조건부' 수렴의 개념


윌리엄 보몰은 1986년 논문에서 '수렴그룹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 혹은 '수렴현상이 전세계 국가들 사이에서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좀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수렴현상'과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연구하였고, 여러가지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발전된 설명은 "국가별로 정상상태가 다를 수 있다"(different steady state) 였습니다. 


만약 가별로 저축률 · 인구증가율 · 감가상각률이 다르다면 당연히 정상상태도 서로 다를 겁니다. 이때, 여러 국가들은 서로 동일한 정상상태가 아닌 '자신만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를 가지게 됩니다.


한번 예를 들어보죠. A 국가가 1인당 자본 축적을 계속 진행한다면 자신만의 정상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의 정상상태는 다른 국가와는 다릅니다. A 국가는 1인당 자본량이 100일때가 정상상태이나, 저축율이 더 높은 B 국가는 1인당 자본량이 200일 때가 정상상태 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렴현상'과 '성장률 격차의 패턴'은 조금 다르게 나타날 겁니다.


앞서 배웠던 솔로우 모형[각주:6]과 이번글에서 전제로 했던 것은 '국가별로 동일한 정상상태' 였습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적은 저개발 국가일수록 당연히 성장률이 더 높아야 합니다. 


하지만 저개발국의 1인당 자본량이 선진국의 정상상태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것이나, 저개발국의 정상상태에 이미 도달한 수치일 수도 있습니다. 앞선 예에서, A 국가는 B 국가에 비해 1인당 자본량이 적으나 이미 '자신만의 정상상태'에 도달한 것이기 때문에, 0%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적다고 해서 성장률이 높은 현상이 무조건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이러한 발전된 논의를 거쳐 '수렴현상'과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지칭하는 3가지 유형의 용어가 만들어 졌습니다.


시그마 수렴 (sigma-σ-convergence)


: 시그마 수렴이란 '국가간 1인당 생산량 격차가 점점 감소되는 현상'(a decline over time in the cross-sectional dispersion of per capita income or product.)을 지칭합니다. 우리가 사용했던 'level이 같아짐'을 의미하죠. 경제학을 배우셨던 분들에게는 '절대적 수렴'(absolute convergence)란 용어가 더 익숙할 겁니다.


베타 수렴 (beta-β-convergence)


 : 베타 수렴이란 '가난한 국가가 부유한 국가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poor economies growing faster than rich ones.)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계속 언급한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보여주죠. 그리고 가난한 국가가 경제성장에 성공해서 부유한 국가가 된다면, 결국 둘의 성장률은 같아지게 됩니다(growth가 같아짐).


조건부 베타 수렴 (conditional beta-β-convergence)


: 그런데 이때의 베타 수렴은 '조건부'(conditional) 입니다. 국가별로 서로 동일한 정상상태가 아닌 '자신만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의 절대적인 값 보다는, '1인당 자본량이 각자 자신의 정상상태 보다 더 적은'(조건)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빠릅니다. 많은 분들에게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란 용어가 더 익숙할 겁니다.




※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이 벌어지다


이번글을 통해 많은 개념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솔로우 모형의 중요한 두 가지 가정-체감하는 생산함수 · 기술은 공공재-는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는 동일한 지점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며,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낮다."


윌리엄 보몰의 연구에 따르면 솔로우 모형은 현실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대상 국가 범위를 넓혔을 때는 예측이 잘 맞지 않았습니다. '수렴그룹'이 따로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었죠. 


따라서, 이후 경제학자들은 '국가별로 서로 다른 정상상태' 라는 개념을 도입하였고, 저개발 국가가 성장률이 낮은 요인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인당 자본량이 절대적으로 적은 국가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정상상태에 이미 도달해 있다면 성장률이 낮다는 논리였죠. 


그런데 다른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것과 같은) 수렴현상의 부재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따라서, 크게 2가지 지점에서 솔로우 모형을 향한 반론이 제기되었죠. 바로 솔로우 모형의 핵심 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와 '공공재인 기술'에 대한 비판 이었습니다.



▶ 자본을 축적할수록 성장률이 하락할까? 

- '체감하는 생산함수'에 대한 비판


: 솔로우 모형은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 중 핵심 입니다. 이것으로 인해 '요소축적에만 의존할 때의 문제점' · '지속성장을 위한 생산성 향상의 필요성' · '수렴현상' · '성장률 격차 패턴'을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 전제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 이유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를 살펴보면, 당시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주도국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상승" 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 · 네덜란드가 세계를 지배했을때의 성장률보다 오늘날 미국의 성장률이 더 높습니다. 과거 주도국에 비해 미국의 자본축적량이 더 많을 텐데 말이죠. 또한, 이들이 세계의 주도국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부터 최신 기술을 이전 받아 성장률을 끌어올렸을 가능성도 적습니다.


그렇다면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의 차이 때문일까요? 이 경우 솔로우 모형의 단점이 더 부각됩니다.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율이 '외생적'으로 주어졌다고 말할 뿐, 그것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는 "수렴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를 포기하고. '체증하는 생산함수'(increasing)를 도입하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경우, 자본축적량을 늘려나가더라도 성장률은 하락하지 않기 때문에,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왜 수렴속도가 느릴까? 

-  '기술은 공공재'에 대한 비판


: 솔로우 모형에서 기술은 공공재 입니다.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한 후발국이 자본을 축적해 나갈수록 선진국과의 경제수준 및 성장률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또한, 공공재인 기술은 선진국에서 후발국가로 '빠르게' 이전되며 모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수준과 성장률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는 힘도 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수렴속도'(speed of convergence)는 그다지 빠르지 않습니다.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Robert Barro)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vier Sala-I-Martin)은 "수렴속도가 연간 2%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들은 그 이유로 '느린 기술확산 속도'(gradual spread of technological improvement)를 꼽습니다.


만약 어떤 국가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능력이 떨어지거나, 기술이 애시당초 공공재가 아니거나 등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성장률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 '수렴논쟁'이 촉발한 솔로우 모형에 대한 비판과 대안


수렴현상 존재와 정도를 둘러싸고 진행된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은 경제성장이론 발전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만약 '체증하는 생산함수' · '공공재가 아닌 기술' 라는 가정이 현실에 더 부합한다면, 솔로우 모형의 기반은 흔들리게 됩니다. 현실 설명력이 떨어지는 이론은 중요성이 낮으니깐요. 


이런 이유로 솔로우 모형을 옹호하기 위해,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는 "솔로우 모형을 조금 수정하면 수렴현상을 좀 더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솔로우 모형이 무조건 옳은 건 아니지만, 다루고자 했던 질문들에 대해 옳은 답을 제공해준다"라고 말했죠.


앞으로 '수렴논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경제성장이론이 솔로우 모형을 넘어서(beyond Solow Model) 어떻게 더 발전되는지를 알아봅시다.



  1. 각주 [본문으로]
  2. 각주 [본문으로]
  3.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2015.12.29 http://joohyeon.com/247 [본문으로]
  4. 바로 얼마 전인 2017년 5월 4일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추모기사 - The Economist. William Baumol, a great economist, died on May 4th [본문으로]
  5. 각주 [본문으로]
  6. 각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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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Posted at 2017.06.29 08:26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솔로우 모형 복습

'솔로우 모형'을 다룬 지난글[각주:1]을 통해, 국가별로 '생활수준 차이'(=level의 문제), '성장속도 차이'(=growth의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경제성장'(=engine of growth의 문제)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살펴보았죠. 

이번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솔로우 모형을 잠깐 복습해 봅시다.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것은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이었습니다.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다른 나라는 못 사는 이유는 '자본축적 수준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1인당 생산량이 커서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죠.   

국가별로 경제성장률이 다른 이유는 그 국가의 경제상태가 '전이경로에 있느냐, 정상상태에 있는가'(transitional dynamics)가 구분지었습니다. 자본이 많이 축적될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줄어드는 체감현상(diminishing)이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낸 근본원인 입니다. 

오래전부터 경제성장을 해와서 이미 정상상태(steady state)에 다다른 국가는 성장률이 전보다 낮은 값을 기록하게 됐으며,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한 국가는 체감현상의 영향을 덜 받는 전이경로에 놓여있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체감현상은 "지속적인 경제성장(sustained growth)을 달성하려면 자본축적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정상상태에 다다를수록 성장률이 하락하고 결국 0%가 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합니다.



※ '아시아 네 마리 호랑이'의 성공과 좌절


솔로우 모형의 핵심을 복습했으니, 이제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에 대해 생각 해봅시다. 



'자본축적'을 강조하는 솔로우 모형은 현실을 설명하는가? 

-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


: 수학적으로 정교화된 이론[각주:2]일지라도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솔로우 모형은 '미국경제'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 이외의 나라에도 적용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글에서는 한국 · 싱가포르 ·대만 · 홍콩, 즉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의 경제성장 과정을 통해, '자본축적의 힘'을 알아볼 겁니다. 



자본축적과 기술진보, 무엇이 중요할까? 

- 기술진보 없는 자본축적, 결국...


:  생활수준(level)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growth)을 위해서는 '기술진보'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요? 


솔로우 모형은 자본축적에 중요성을 더 부여하고 있습니다. 기술진보에 대해서는 그저 '외생적으로 전세계에 똑같은 값이 주어졌다'고 가정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술진보 없는 경제성장은 결국 멈추게 될 것 이라고 말하고도 있습니다. 이론이 말하는 것처럼, 실제로도 기술진보 없는 자본축적은 경제성장률 하락을 불러올까요? 

이번글에서는 1990년대 당시 경제학자들이 동아시아를 바라보면서 가졌던 불안함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성장회계식을 통해 솔로우 모형 이해하기


이번글 논의를 소개하기에 앞서, 내용이해를 위한 기본개념을 먼저 알아봅시다. 상당히 지루할 수 있지만.... 알면 좋습니다.


솔로우 모형이 말하는 아래 두 가지 문장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나타날까요?


● "자본축적을 늘릴수록 경제가 성장한다"

●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이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수식 사용은 경제학에 익숙치 않은 독자들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오지만, 이 경우는 오히려 이해를 쉽게 도와줄 겁니다.

 

 

 

솔로우 모형이 전달하고 하는 바는 "1인당 생산량 증가(=경제성장)는 1인당 자본축적과 기술진보로 구성되어 있다"로 바꿔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때, 자본축적이란 '자본이라는 요소를 생산과정에 투입한 것'(capital input) 입니다. 그리고 기술진보란 '주어진 요소를 가지고 좀 더 많이 생산케 하는 것, 즉 생산성 증가'(productivity gain) 입니다. 


따라서, '생산량 변화율 = 자본투입 증가율 + 생산성 증가율' 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위에 나타난 수식이 이를 보여줍니다.


(주 1 : 솔로우 모형은 '1인당'(per capita)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여기서의 생산량 및 자본투입량은 1인당 기준입니다.)


(주 2 : 자본투입 증가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전체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capital share)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러므로 자본투입 증가분에다 자본비중(α)을 가중평균 하는 형식으로 생산량 변화를 산출할 수 있습니다.)

 

 

1인당 생산량이 아닌 경제 전체의 생산량을 살펴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솔로우 모형은 '1인당'이 기준이었기 때문에 인구증가율이 높을수록 1인당 자본량 · 1인당 생산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경제 전체 '총'(gross) 자본량 및 생산량은 인구가 많을수록 증가합니다. 쉽게 말해, 더 많은 사람이 있을수록 일을 하는 양도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생산량도 늘어나기 때문이죠.


이때, 인구가 많아지는 것을 '노동이라는 요소를 생산과정에 투입한 것'(labor input) 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총 생산량 변화율 = 노동투입 증가율 + 자본투입 증가율 + 생산성 증가율'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위의 수식이 이를 보여줍니다. 


(주 : 앞서 자본투입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동투입 증가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전체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labor share)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렸습니다. 따라서, 노동투입 · 자본투입 증가분에 각각의 비중을 가중평균 하는 형식으로 생산량 변화를 산출합니다.) 

 

이때, 투입된 자본량 · 노동량은 비교적 쉽게 수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자본량은 '투자'라는 형식으로 GDP 산출 과정에서 얻어지고, 노동량은 '인구증가율'을 보면 됩니다. 


그런데 기술진보율, 즉 생산성 증가율은 산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산량을 투입된 자본량(노동량)으로 나누면 단순한 자본생산성(노동생산성)만 도출될 뿐입니다. 


자본생산성은 자본을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에 영향을 받고, 노동생산성도 근로자가 얼마나 많은 자본을 가졌는지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확한 생산성 측정을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의 영향을 함께 고려한' 값을 구해야 합니다. 이를 '총요소 생산성'(TFP, Total Factor Productivity) 혹은 '다요소 생산성'(MFP, Multi Factor Productivity) 라고 합니다.   


총요소 생산성을 산출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는 1인당 생산량(per capita ouput)과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 output)을 비교하여 대략적인 생산성 정도를 살펴보는 법 입니다.


말이 헷갈리기 쉬운데요... 


1인당(per capita)은 국민 전체를 모수로 산출한 값입니다. 보통 우리가 '1인당 GDP', '1인당 국민소득' 라고 말할 때 사용합니다. 이는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standards of living)을 보여줍니다.


근로자 1인당(per worker)은 실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근로자만을 모수로 산출한 값입니다. 생산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만들어낸 생산량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는 '생산성'(productivity) 정도를 보여줍니다.


이미 오래전 경제성장을 달성하여 근로자 투입 증가분이 적은 선진국은 다른 국가에 비하여 일반적으로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이 높은 값을 보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요소투입 보다는 생산성 증가의 힘이 더 큰 상황이죠.


반면,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하여 근로자 투입이 늘어나고 있는 개발국가는 다른 국가에 비하여 (모수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이 낮은 값을 보입니다. 다르게 말해, 이들 국가는 현재 생산성 증가 보다는 요소투입에 의해 성장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국가는


● '1인당 생산량'과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 간의 격차가 비교적 크다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이 (이미 요소투입을 끝낸 국가에 비하여) 비교적 느리다


이렇게 대략적인 비교를 통해 (정확한 값은 아니지만) 생산성 정도를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총생산량 변화분에서 자본 · 노동 투입 증가분을 제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총요소 생산성을 도출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값을 얻어내는 방식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총생산량 변화분은 '노동투입 증가분 + 자본투입 증가분 + 생산성 증가분'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비교적 구하기 쉬운 '노동투입 증가분 + 자본투입 증가분'을 총생산량 변화분에서 차감하고 나면 '생산성 증가분'이 구해집니다.


총요소 생산성의 정확한 값을 도출할 때는 두번째 방법을 많이 씁니다. 




※ 현실을 설명해낸 솔로우 모형 

- 1980~1990년대, 동아시아 성장기적은 요소축적 덕분



자, 지루한 과정을 모두 거쳤으니 이제 본 내용을 알아봅시다.


1980~90년대 경제성장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대한민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 동아시아에 위치한 네 나라 였습니다. 


이들 국가는 1970~80년대를 기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신흥산업국'(NICs, Newly Industrializing Countries)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들을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라고 불렀고, 경제성장 성공담은 '성장기적'(growth miracle)이 되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동아시아의 네 나라는 어떻게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학자들이 처음 주목한 것은 이들이 가진 공통점, '대외지향적 수출정책'(outward-oriented policies) 및 '제조업 중심 정책'(manufacturing) 이었습니다.


이건 우리 한국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조선소 · 자동차 · 철강 등 제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였고,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왔습니다. 나머지 세 국가 역시 수출제조업을 키우면서 성장해 나갔죠.  


따라서, 기존 학자들은 "대외지향적 정책에 힘입은 생산성 개선, 특히 제조업 생산성 향상이 성장기적을 만들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시장을 외국에 개방하면서 경쟁력을 얻고 산업수준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생각이었죠.


  • 알윈 영(Alwyn Young, 現 런던정경대, 前 MIT)


하지만 한 학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자  영(Alwyn Young)은 1994년 논문 <동아시아 NICs의 교훈: 통념에 반하는 시각>(<Lessons from the East Asian NICS: A contrarian view>), 1995년 논문 <숫자의 횡포: 동아시아 성장 경험의 현실을 통계로 직시하기>(The Tyranny of Numbers: Confronting the Statistical Realities of the East Asian Growth Experience) 을 통해 당시 학자들 사이에 퍼져있던 통념을 반박합니다. 


그는 "동아시아 성장기적은 대외지향적 정책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 증가 덕분이다"(factor accumulation) 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네 나라의 제조업 성장 원인도 생산성 증가 보다는 '제조업으로의 자원 재배치'(sectoral reallocation of resources)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1인당 생산량'(per capita output)과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 output)의 차이였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전자는 전체 국민의 생활수준을, 후자는 경제의 생산성을 보여줍니다.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할수록(=요소투입이 급증할수록), '근로자 1인당 생산량'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값을 기록합니다.


  • Young(1994)


분명, '1인당 생산량'(per capita) 증가율을 살펴보면 동아시아 네 나라는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높은 값을 기록했습니다. 1960~1985년 사이 연간증가율은 대만(6.2%) · 홍콩(5.9%) · 싱가포르(5.9%) · 한국(5.7%)로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2~5위를 차지했습니다. 


제일 낮은 값을 기록한 한국을 기준으로, ±2% 내에 드는 국가는 15개에 불과했습니다.


  • Young(1994)


하지만 생산성을 나타내는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을 보면 사뭇 다릅니다. 대만(5.5%, 4위) ·한국(5.0%, 7위) · 홍콩(4.7%, 8위) · 싱가포르(4.3%, 14위) 입니다. 분명 높은 순위이긴 하지만, 앞서의 순위보다는 하락했습니다. 


게다가, 제일 낮은 값을 기록한 싱가포르를 기준으로 ±2% 내에 드는 국가는 19개로 늘었고, 앞서와 달리 나머지 국가들과 두드러진 격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Young(1994), X축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율, Y축 1인당 생산량 증가율
  • 경제활동 참가율이 1% 증가할수록 1인당 생산량 0.85% 증가


알윈 영은 이를 근거로 "(생산성 향상이 아닌) 네 국가에서 발생한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 즉 노동투입 증가가 성장기적의 요인" 이라고 진단합니다. 통계분석을 통해, "1%의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이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을 0.85% 올린다."는 결과도 제시했습니다. 


네 국가는 전후 베이비붐 등의 영향으로 인구가 크게 늘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덕분에 생산과정에 투입된 사람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홍콩의 경우, 1960년 경제활동 참가율은 39%에 불과했으나 1985년에는 53%를 기록했죠. 


  • Young(1994),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의 1960~1985년간 GDP 대비 투자 비중 변화


그런데 이것은 '노동투입'(labor input) 만을 고려한 것입니다. '자본투입'(capital input)도 살펴보면 요소투입의 영향을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1960~1985년 사이, GDP 대비 투자 비중은 대만 2배 · 한국 3배 · 싱가포르 4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수치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 Young(1994)


자, 이제 '노동투입' · '자본투입' 등 요소투입 영향력을 모두 제거한 생산성의 변화, 즉 총요소 생산성의 연간 증가율을 살펴봅시다. 


홍콩(2.5%, 6위) · 대만(1.5%, 21위) · 한국(1.4%, 24위) · 싱가포르(0.1%, 63위)로 크게 하락합니다. 대만과 한국을 기준으로 81개의 국가가 ±2% 내에 들어 있습니다. 


즉, 총요소 생산성은 1인당 생산량 증가에 비해 향상되지 않았습니다.  


  • Young(1994)


마지막으로 기존 학자들이 주목했던 '제조업'을 살펴봅시다. 1970~1990년 사이, 네 나라의 근로자 1인당 제조업 생산량 증가율은 한국(7.3%) · 대만(4.1%) · 싱가포르(2.8%)를 나타냈습니다. 나머지 국가들의 평균 증가율이 3.2% 인점을 감안하면, 한국을 제외한 세 나라는 제조업 생산성이 높은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반면, 제조업 고용인구 증가율은 한국(5.5%) · 싱가포르(5.7%) · 대만(5.6%) 등 대략 6%의 연간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나머지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1% 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시아 네 나라의 제조업 성장 원천은 '생산성 향상이 아닌 노동투입 증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알윈 영은 "자본 · 노동 등 요소투입의 급격한 증가가 동아시아 성장기적의 대부분을 설명한다"(rapid factor accumulation, of both capital and labour, explains the lion's share of the East Asian growth miracle.) 라고 결론 내립니다. 


즉, 동아시아 네 나라의 성장은 솔로우 모형이 말하는 "'자본축적'(혹은 '요소축적')이 경제성장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현실에서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 생산성 향상 없이 진행된 요소축적... 지속가능 할까?

- 아시아 기적의 근거없는 믿음


우리가 이전글을 통해 솔로우 모형을 공부[각주:3]했다는 사실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자본축적'(요소축적)이 미국이 아닌 동아시아 경제성장도 설명할 수 있었으니깐요. 이론은 현실을 설명해 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찝찝한 마음도 감출 수 없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축적 이외에 기술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생산성 혁신 없이 자본축적에 의존하는 성장은 결국 0%의 성장률로 귀결될 겁니다.


2017년인 지금은 과거의 동아시아를 단순한 호기심으로 바라볼 순 있지만, 1990년대 당시를 보냈던 경제학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알윈 영의 주장처럼 동아시아 성장기적이 요소축적에 의한 것이라면, 언젠가 이들의 성장세가 멈추지 않을까요? 



1994년 11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각주:5])은 의미심장한 글을 내놓았습니다.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아시아 기적의 근거없는 믿음>(The Myth of Asia's Miracle)을 통해 동아시아 경제를 향한 우려를 표현했습니다.


(주 : 이 글은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라는 단행본 중 한 챕터로 번역 출판 되었습니다.)


"아시아 붐에 대한 일반인들의 열기에는 찬물을 약간 끼얹어야 마땅하다. 아시아의 급성장은 많은 저술가들의 주장처럼 서구의 모델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성장의 미래 전망은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제한적이다." (...)


"성장회계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시작하면, 경제성장의 과정에 관해 아주 중요한 점을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은 한 나라의 1인당 소득의 지속적인 성장은 투입단위당 생산이 증가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투입 생산요소의 이용효율은 높이지 않고 단순히 투입량만을 늘리는 것은 결국 수익률 감소에 부딪히게 되어 있다. 즉 투입에 의존하는 성장은 어쩔 수 없이 한계를 지니게 마련이다."


"1950년대의 소련처럼 아시아의 신흥 공업국들이 급성장을 이룩한 것은 주로 놀랄만한 자원의 동원 덕분이었다. 이들 국가의 성장에서, 급증한 투입이 발휘한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나면 더 이상 말할 거리가 별로 남지 않는다. 


높은 성장기에 보여준 소련의 성장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의 성장도 효율성의 증가보다는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이례적인 투입 증가에 의해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성장이 주로 투입증가에 의한 것이고, 그 곳의 축적된 자본이 벌써 수익체감의 현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완전히 이치에 부합되는 행동이다. (...) 최근 몇 년 간의 속도로 아시아의 성장이 지속될 수는 없다."


폴 크루그먼. 1996. "아시아 기적의 신화".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229-244

(원문 : Paul Krugman. 1994. "The Myth of Asia's Miracle". <Foreign Affairs> )


솔로우 모형을 배운 사람들에게, 그리고 알윈 영(Alwyn Young)의 논문을 본 사람들에게, 폴 크루그먼의 이 글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새로운 놀랄만한 사실이 없습니다.


하지만 1994년 당시 동아시아 성장기적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컸던 상황에서 이런 글이 나왔다는 점, 그리고 3년 후인 1997년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각주:6]했다는 사실이 이 글의 주목도를 키웠습니다.  


물론, 폴 크루그먼은 3년 후에 다가올 위기(crisis)[각주:7]를 예측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언론이나 사람들은 이 글을 "3년 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한 글" 이라고 말하는데, 크루그먼은 단지 솔로우 모형이 이야기하는 성장률 저하(=수렴현상)를 이야기 했을 뿐입니다. 


그는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1998년에 쓴 글[각주:8]에서 "우리는 단지 장기적으로 성장률 둔화가 점진적으로 발생할 것 이라고 예측했을 뿐이다."[각주:9] 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찌됐든 이 글은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다는 것과 맞물려서 큰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은 '아시아의 기적'을 칭송하는 대신 "그럼 이제 아시아의 성장세는 멈추는 걸까?" 라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죠. 


(사족 :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요소투입'의 역할을 보려면,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각주:10] 참고)




※ 생산성! 생산성! 생산성!


[경제성장이론 시리즈] 두번째 글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이번글을 통해서, "솔로우 모형이 실제 현실 설명에도 적용 가능" 하며, "1970~1990년대 동아시아 성장은 생산성 증가가 아닌 요소축적에 의해 달성된 것", 그리고 "생산성 증가 없는 성장을 기록해온 동아시아는 결국 솔로우 모형이 말한 바와 같이 성장률 저하를 경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분명 솔로우 모형이 강조한 '자본축적'은 경제성장 달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분명 동아시아 네 국가는 요소축적 힘만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죠. 그러나 결국 생산성 혁신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 하다는 한계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는 또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에도 '요소투입'에 의존하여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가 있을까? 

- 중국경제는 '중진국 함정'에 빠졌을까


: 만약 오늘날에도 생산성 증가 없는 요소투입에 의존하는 국가가 있다면, 이 나라는 향후 몇년 내에 점차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혹은 걱정) 할 수 있습니다. 


2017년 오늘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는 국가 중 대표는 바로 '중국' 입니다. 


1990년 이래로 과거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성장방법도 유사합니다. 중국은 '많은 투자'를 통해 집중적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있으며, 기존에 산업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생산에 투입되어 생산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중국이 '요소투입'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많은 걱정을 하게 만듭니다. 만약 중국이 생산성 혁신을 하지 못하여 성장률이 점차 하락한다면, 세계경제는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죠. 실제로 10% 넘었던 경제성장률은 최근 7%~8% 부근까지 하락했습니다. 


생산성 혁신을 하지 못하여 낮은 성장률에 빠지는 경우를 경제학자들은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 이라고 부릅니다. 더 이상 1인당 소득을 늘리지 못하여 중진국에 머무르게 된다는 말이죠.


과연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일까요? 혹은 빠지게 될까요?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이를 알아봅시다.



1997 외환위기 이후 생산성을 끌어올려온 한국


  •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2000년대 중반 이후 생산성주도형 경제로 이행'. 2012.06.20


: 1997 외환위기 이전 한국은 분명 요소투입에 의존하는 문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한국경제 자체가 과잉투자에 의존한 채 성장[각주:11]해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1997년 이후 한국경제는 과거와 다릅니다. 한국의 총요소 생산성 기여율은 극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1981~1990년 사이 생산성이 성장에 기여하는 크기는 19.6%에 불과 했으나, 2006~2010년에는 47.3%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생산성 혁신'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 주제도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공부해봅시다.



생산성 둔화 현상


: 한국의 생산성은 많이 개선되었으나,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미국의 고민은 '생산성 둔화 현상'(Productivity Slowdown) 입니다. 


1990년대 IT붐의 힘으로 높은 생산성 증가율을 기록해온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증가율이 둔화 되었고, 2008 금융위기 이후에는 더 낮은 값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분명 세상은 이전보다 더 발전되고 진보한 것처럼 보입니다. 인터넷, 스마트폰, 각종 전자기기, AI 등등 그동안 IT 산업의 발전은 눈 부셨습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생산성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이것도 다른글을 통해 좀 더 깊게 생각해 봅시다.

 


생산성은 어떻게 증가시킬 수 있는가?


: 이전글 솔로우 모형[각주:12]을 공부하고 난 뒤에 느꼈던 찝찝함이 이번글을 읽은 후에도 남아있습니다. 이전글 마지막 부분에 제가 제기한 물음은 이것이었습니다. "왜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발생하나?"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가 외생적(exogenous)으로 발생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는 "그럼 어떻게 하면 기술진보율, 즉 생산성을 끌어올리느냐?" 라는 물음에 답을 해주지 못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이전글 마지막에도 밝혔듯이, 불만족을 느낀 다른 여러 경제학자들은 '기술진보가 내생적으로 발생하는 모형'을 통해, 현실경제에 대한 설명력을 키우려고 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내생적성장 모형'(endogenous growth model)을 살펴봅시다.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내는 요인은 무엇일까? 

- 자본축적이냐 기술진보냐


: 이번글의 맨 첫부분, 솔로우 모형 복습에서도 살펴봤듯이, 국가간 성장률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죠. 


따라서, 1980~90년대 동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자본축적량을 빠르게 늘리면서(=요소투입을 빠르게 늘리면서) 고도성장을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오직 자본축적(=요소투입)만이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내는 요인일까요? 


국가간 기술진보 정도, 즉 생산성이 달라도 성장률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높은 생산성을 가진 국가는 더 빠르게, 낮은 생산성을 가진 국가는 더 늦게 성장할 겁니다. 이때 기술진보가 불러오는 성장은 정상상태 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상상태에 다다르기 이전에도 기술진보율이 높은 국가(=생산성이 높은 국가)는 더 빠르게 성장 가능합니다.


따라서 '기술혁신이 빠르게 발생하며 유출을 원천 차단한 선진국' / '시장개방 정도가 더 높고 기술흡수 잠재력이 높은 개발국' 등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율이 외생적으로 주어졌으며 전세계 동일하다고 가정합니다. 


선진국에서 개발된 기술은 전세계 어디로나 확산(diffusion) 되는 공공재(public good)이기 때문에, 국가간 생산성 차이가 성장률 격차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죠. 


이번글에서는 우선, "빠른 성장을 불러오는 요인은 자본축적 이다" 라고 주장하며 솔로우 모형을 옹호하는 학자만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추후 [경제성장이론 시리즈]의 다른글들을 통해,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기술 격차(technology gap) 혹은 아이디어 격차(idea gap)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 경제학자를 알아볼 계획입니다. 


'자본축적 vs 기술진보' (요소투입 vs 생산성혁신) 라는 쟁점, 다르게 말해 '기술을 공공재로 바라보느냐 아니냐'가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를 계속 머릿속에 넣어둔채로 천천히 알아봅시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제 블로그에서 '수식'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많은 경제학이론이 그렇듯이 솔로우 모형 또한 수리적으로 엄밀하게 도출되었습니다.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4. [1997년-2005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① - 2008 금융위기의 씨앗. 2016.01.22. http://joohyeon.com/243 [본문으로]
  5. 폴 크루그먼은 '국제무역이론을 수립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학문적 업적은 본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http://joohyeon.com/220 [본문으로]
  6.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2015.12.29 http://joohyeon.com/247 [본문으로]
  7. 경제학용어인 '위기'(Crisis)는 단순한 성장률 저하를 뜻하지 않습니다. 경제위기란 현재 생산량이나 증가율에 오랜기간 타격을 주는 현상을 뜻합니다. '위기'의 정확한 개념에 대해서는 http://joohyeon.com/248 참고 [본문으로]
  8. "아시아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What Happened to Asia?). 1998.01. http://web.mit.edu/krugman/www/DISINTER.html [본문으로]
  9. "we expected the longer-term slowdown in growth to emrge only gradually." [본문으로]
  10.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2013.10.18. http://joohyeon.com/169 [본문으로]
  11.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2013.10.18. http://joohyeon.com/169 [본문으로]
  12.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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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랜만에 보는 글이네요.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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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Posted at 2017.06.28 07:00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어떤 나라는 못 사는 것일까?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동력은 무엇일까?


경제성장은 생활수준을 대폭 향상시켜 줍니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명제는 대한민국이 이루어 낸 성장기적(growth miracle)이 잘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1950~1970년대를 보낸 어르신들은 직접 몸으로 느낀 바를 말해줄 수 있죠. 


하지만 경제성장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모든 국가가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북한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는 동안,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빈곤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많은 저개발국들이 지구상에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런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어떤 나라는 못 사는 것일까요?"(why are we so rich and they so poor?)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여러 가설을 제기했습니다. 자본축적을 제대로 했는지, 기술발전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의 여부를 따졌죠. 보다 근본적으로는 민족성, 법과 제도, 정치권력 부패, 민주주의 체제, 지리적조건 등 국가들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탐구했습니다.      


어떠한 요인이 경제성장 달성 여부를 갈라놓았는지 탐구한 이후에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동력은 무엇일까?"(engine of growth)를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은 단순한 일회성 사건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높아진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sustained growth)이 필요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싶어했습니다. 



2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경제성장 이론은 바로 '솔로우 모형'(Solow Growth Model) 혹은 '신고전파 모형'(Neoclassical Growth Model) 입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모형은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가 제시했습니다. 


그는 1956년 논문 <경제성장 이론에 대한 기여>(<A Contribution to the Theory of Economic Growth>) 를 통해, 미국이 겪어온 경제성장 과정을 이론화 하였습니다. 


미국의 성공경험이 알려준 것은 '자본축적의 중요성'(Capital Accumulation) 이었습니다. 미국의 1인당 자본량은 꾸준하게 증가해왔으며, 이에 맞추어 1인당 생산량도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솔로우는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자본축적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제부터 솔로우 모형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알아봅시다.




※ 어떻게하면 자본을 축적할 수 있을까?


한 국가가 경제성장을 이루었는지 여부는 '1인당 생산량'(per capita GDP)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각주:1]이기 때문이죠. 


  • 출처 : OECD National Accounts at a Glance


윗 그래프는 미국의 1인당 생산량 및 자본량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의 1인당 생산량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그 배경에는 1인당 자본량 증가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본이란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합니다. 공장설비 및 기계 등이 더 많이 도입될수록 생산량도 비례하여 증가하게 됩니다. 


이를 보면, 1인당 생산량 증가, 다시 말해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적)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 및 축적된 자본이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는 과정'을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윗 수식은 저축과 투자가 1인당 자본량을 늘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솔로우 모형의 기본 방정식'(Fundamental Equation of the Solow Model) 입니다. 

 

경제원론을 소개한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각주:2] 에서 보았듯이, 자본축적을 위해 필요한 것은 '투자'(investment)와 '저축'(saving) 입니다. 


투자란 '기계 · 생산설비 등 신규 자본재를 만들거나 구매하는 것'을 뜻하며, 저축은 '생필품 소비를 덜하여서, 자본재 생산에 더 많은 자원을 배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국가의 저축이 많을수록 투자도 비례적으로 증가하여 자본축적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1인당 생산량 중 일정부분을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면 투자로 이어지고 이는 곧 1인당 자본량 증가로 나타납니다. 증가된 자본량은 1인당 생산량을 늘리게 되고, 늘어난 생산량 중 일정부분을 또다시 저축 · 투자로 연결시키면 자본량과 생산량이 더욱 늘어나는 선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1인당 자본량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기계 · 생산설비 등 자본량은 감가상각의 영향을 받아 일정량 사라집니다. 또한, 인구가 많아질수록 '1인당'(per capita) 자본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인구증가율에 비례하여 소모됩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은 '저축' 및 '투자'가 증가할수록 늘어나며, '감가상각률' 및 '인구증가율'이 높아질수록 줄어듭니다. 


(사족 : 경제 전체 '총'자본량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인구가 많아질수록 '총'자본량은 증가하고, '총'생산량 또한 늘어납니다. '1인당' 자본량 및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을 '자본심화'(Capital Deepening) 라하고, '총' 자본량 및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을 '자본확장'(Capital Widening) 이라 합니다.)    


이러한 논리로부터, 우리는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어떤 나라는 못 사는 것일까요?"(why are we so rich and they so poor?)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어떤 국가가 잘 사는 이유는 높은 저축율 · 낮은 인구증가율 등에 힘입어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 또 어떤 국가가 못 사는 이유는 낮은 저축율 · 높은 인구증가율 때문에 1인당 자본을 적게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한 국가가 생필품 소비를 많이 하여서 자본재 생산에 더 적은 힘이 배분된다면(=소비가 많아 저축과 투자가 적다면), 그 국가는 자본축적이 더뎌져서 생산량도 크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경제성장 초기 높은 인구증가율은 자원을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유아에게 배분케하여 (생산에 참여하는) 성인의 1인당 자본량을 훼손시킵니다.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는 국가가 초기에 '저축증대'와 '산아제한'을 실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 한국도 마찬가지로 저축장려 및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했었죠.       




※ 자본축적 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까?

- 자본량 증가에 대한 생산량 증가폭은 체감

- 영구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진보'

     

지금까지 논의한 것은 '1인당 생산량 수준'(per capita GDP Level)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축율이 높고 인구증가율이 낮을수록, 자본축적이 일어나 생활'수준'이 높아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생활'수준' 향상은 얼마나 빨리 달성가능하며 언제까지 지속되는 것일까요? 


경제성장 달성에 중요한 것은 성공여부 뿐 아니라 성공에 걸리기까지의 시간 및 지속적인 성장 여부도 있습니다. 자본축적을 통해 생활수준이 향상되더라도, 그것이 엄청 오래 걸려서 내가 죽기 전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한번 생활수준이 향상된 후 지속되지 않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구분해야 할 개념은 '수준'(level)과 '성장'(growth) 입니다. 


어떤 나라가 잘 사느냐 못 사느냐 따지는 것은 '수준'(level)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반면, 어떤 나라가 얼마나 빨리 생산량을 늘리느냐,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느냐는 '성장'(growth)을 의미합니다.


  • 출처 : 한국은행


윗 그래프는 1970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의 1인당 GDP(level) 및 경제성장률(growth)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경제발전을 시작한 이래로 줄곧 증가해 왔습니다. 1998년과 2009년에 각각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각주:3] 와 2008 글로벌 금융위기[각주:4] 여파로 주춤하긴 했지만, 추세가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은 이와 다릅니다.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0% 부근의 고성장을 기록해왔지만, 점차 낮아져서 현재는 2%~3% 사이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즉, '수준'(level)은 줄곧 향상되어 왔으나, '성장'(growth)은 점차 더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에서만 관찰되는 양상이 아닙니다. 과거 미국도 높은 성장률은 기록했으나 오늘날에는 3% 부근에 머물러 있죠.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개방 이후 10%가 넘는 성장률은 기록해온 중국은 최근에는 7%~8%로 내려왔습니다.


  • 자본량 증가에 대해 생산량 증가폭이 체감하는 모양 (diminishing)


솔로우 모형은 ''수준'(level)은 줄곧 향상되어 왔으나 '성장'(growth)은 점차 더뎌지는 모습'이 왜 나타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1인당 자본량 증가 → 1인당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는 경로가, 축적된 자본이 많아질수록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해, 자본량 증가에 대한 생산량 증가폭이 체감(diminishing) 합니다.


초기 자본량이 적을 때는 자본량 한 단위가 늘어날수록 생산량도 크게 증가합니다. 삽으로 땅을 파다가 포크레인이 주어지면 작업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겁니다. 


하지만 이미 가진 자본량이 많아질수록, 자본량 한 단위가 추가되어도 생산량에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한 사람이 포크레인 1대를 더 가진다면 번갈아가면서 사용하여 기계노후를 늦추고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몇대씩 더 늘어났을때 생산량 증가 효과는 초기에 삽→포크레인으로 변했을 때의 효과보다 적어질 겁니다.


윗 그래프의 모양은 직선(linear)으로 뻗어있지 않고 구부러진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 이것이 솔로우 모형이 상정하는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 function)의 모습니다. X축 자본량이 점차 많아질수록 Y축 생산량의 증가폭은 점점 줄어듭니다.


이러한 논리로부터 '한 국가가 경제성장을 달성할수록(=level이 높아질수록) 성장률은 점점 하락한다(=growth 효과는 줄어든다)'는 사실을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경제성장률은 0%를 기록하게 될 겁니다. 왜 그럴까요? 


자, 1인당 자본량이 계속해서 축적되어 '어느 지점'을 넘어섰다고 생각해봅시다. 


저축과 투자를 통해 자본량을 더 늘리더라도 체감효과로 인해 생산량은 더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본량 증가 → 생산량 증가 → 자본량 증가'의 선순환 고리가 끊기게 되죠. 


반면, 감가상각 및 인구증가율 등의 영향으로 소모되는 자본량은 일정합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일정 지점을 넘어서면 되려 자본량이 다시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솔로우 모형은 이러한 일정 지점을 '정상상태' 혹은 '균제상태' (steady state)로 칭했습니다. 


즉, 한 국가의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의 자본량'(steady state)보다 많이 적을수록, 그 국가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에 가까워질수록 성장률이 낮아지죠. 이어서 정상상태를 초과하면 자본량이 다시 감소하여 생산량도 줄어드는 음(-)의 성장률이 나타납니다. 


결국, 궁극적으로 그 국가의 1인당 자본량은 '정상상태'(steady state)에 머무르게 되고, 자본량은 늘지도 줄지도 않아서 성장률은 0%에서 멈추게 되고 맙니다.       


이를 정리하면, '생활수준 향상은 얼마나 빨리 달성가능하며 언제까지 지속되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이제 막 시작한 국가일수록 '생활수준 향상 속도가 빠르다가, 점점 늦어지며, 결국 멈추게 된다'"가 솔로우가 제시한 해답입니다.




※ 저축율 100%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 저축율 증가정책은 수준효과(level effect)만 가져와

- 성장효과(growth effect) 없어, 결국 성장률은 0%로 수렴


"솔로우 모형 상에서 자본축적이 진행될수록(=1인당 자본량이 많아질수록) 성장률이 하락하여 궁극적으로 0이 된다"는 사실은 생각할꺼리를 제공해 줍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경제성장을 위해 경제학 공부를 하다가 솔로우 모형을 조금 알게된 상황을 떠올려 봅시다. 교과서 첫 부분만 공부하고 책을 덮은 지도자는 "저축과 투자를 늘리면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구나. 이제 모든 국민들을 강제로 저축시켜서, 저축율 100%해야겠다" 라고 다짐합니다. (혹은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통해 인구증가율 0%를 추구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솔로우 모형 뒷부분을 공부한 사람들은 이 생각이 가진 문제점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분명 저축율 증가 정책은 생활수준(level)의 향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1인당 자본량이 점점 축적될수록 성장률은 하락하여 결국 0%가 되고 맙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도자를 향해, "저축율 증가 정책 및 산아제한 정책은 수준효과(level effect)만 가질 뿐, 성장효과(growth effect)는 없습니다." 라고 충고 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충고에 대해 "어찌됐든 생활수준이 향상됐으면 된 거 아니냐" 라고 반발할 수도 있으나, 애시당초 경제성장의 목적은 사람들의 효용과 후생을 증가시키기 위함입니다.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효용을 느끼는데, 소비를 아예 없애고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는 건, 경제성장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동력은 무엇일까?

-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량이 증가할수록 생산량 증가가 체감(diminishing)하기 때문에, 궁극적인 성장률은 0이 된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소리로 들립니다. 우리는 지속적인 경제성장(sustained growth)을 통해 계속해서 효용과 후생을 증대시키고 싶은데, 성장이 멈춘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하지만 솔로우모형에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합니다 . 바로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 입니다.


1인당 생산량을 늘리는 데 있어 자본축적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자본을 사람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도 중요합니다. 또한, 새로이 추가된 자본이 이전보다 좀 더 효율적인 형태를 띄느냐도 중요하죠. 즉, 자본축적 못지않게 '생산성'(productivity)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교육수준이 높아져서 사람들의 능력이 향상 된다면 생산설비 등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전보다 성능이 더 좋은 설비로 교체된다면 생산량이 더 많이 증가할 겁니다.    


이렇게 기술수준이 점점 높아질수록 생산량을 늘려갈 수 있습니다. 생산량 증가에 있어 자본축적 이외의 또 다른 방법이 생긴 것이죠.


이때, 중요한 점은 기술진보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체감하지 않습니다. 자본은 한 단위 더 투입(input)해 나갈수록 생산량 증가폭이 줄어드는 체감 현상이 나타나지만, 기술진보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되면 될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더욱 더 커질 겁니다(increasing).


물론, 기술진보율 자체는 체감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한 단계 더 나은 기술을 만든다는 건 힘든 일이죠. 하지만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율을 딱 고정시키고 전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다고 가정했습니다. 그 값이 얼마이든간에, 일단 기술진보율은 '외생적으로 주어진다'고 가정했죠.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에 도달 했을지라도, 기술진보는 생산성 혁신을 불러와 1인당 생산량이 계속해서 증가하게 되고 0이 아닌 양(+)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솔로우모형 상에서 경제성장 동력(engine of growth)는 바로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 입니다.




※ 솔로우모형 내용 정리


자, 이번글에서 다루었던 솔로우 모형이 전달해주는 바를 한번 정리해봅시다.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어떤 나라는 못 사는 것일까요? 

- 자본축적의 중요성


: 솔로우 모형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을 제시합니다.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1인당 생산량이 많아서 부유한 국가가 됩니다.



자본축적 만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할까? 

- 불가능하다


: 자본축적 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불가능 합니다. 그 이유는 자본이 한 단위 늘어났을 때 생산량 증가폭은 체감(diminishing)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발전 초기에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다가, 경제 수준(level)이 높아질수록 성장률은 점점 하락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0%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국가별로 성장률이 각기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가 각기 다르다


: 2017년 오늘날 중국은 8% 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반해, 한국은 2%~3%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국가별로 정상상태(steady state)에서 떨어진 정도가 다르기 때문' 입니다. 


경제성장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국은 아직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죠. 반면, 경제성장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은 정상상태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성장률이 낮습니다.


이를 학문용어로 표현하자면, '전이경로' 혹은 '이행기동학' (transitional dynamics) 라고 합니다. 아직 정상상태에 도달하지 못한 국가는 전이경로 속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축율을 높이고 인구증가율을 낮추는 정부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 일시적 효과만 낼뿐, 성장효과는 없다


: 높은 저축율과 낮은 인구증가율은 1인당 자본량을 늘려서 생산량 증가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경제수준만 높이는 효과만 낼 뿐, 결국 성장률은 0%를 기록하게 될 겁니다. 


다시 말해, 이러한 정책은 수준효과(level effect)만 나타나게 할 뿐이지, 영구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성장효과(growth effect)는 일으킬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동력은 무엇인가? 

-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

 

: 솔로우 모형 상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인위적인 정부정책이 아니라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 입니다. 


즉, 경제성장의 동력(engine of growth)은 '기술진보'(technological progress) 입니다.




※ 생각 뻗어나가기



자본축적 중요성이 초래하는 문제 ① 

- 자본축적이 중요할까, 기술진보가 중요할까?


: 생활수준(level)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growth)을 위해서는 '기술진보'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요? 


"둘 다 중요하지. 중요성을 왜 따지냐" 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물음입니다. 만약 기술진보 없이 자본축적만 이룩한 국가는 성장률이 점점 하락하여 곧 성장이 멈추게 될 겁니다. 그러나 기술진보를 함께 진행해온 국가는 성장률을 계속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1970년대 소련 경제 · 1990년대 동아시아 경제 · 2010년대 중국 경제' 사례를 통해, '생산성 향상 없는 자본축적'이 초래하는 문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본축적 중요성이 초래하는 문제 ② 

- 미래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현재의 소비를 줄여야하나?


: 경제성장(=level의 상승)을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필요합니다. 자본축적은 높은 저축율을 통해 달성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축율이 높다는 말은 '소비가 적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럼 "미래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현재의 소비를 줄여야 할까요?"


"당연히 현재 조금 고생하고 미래에 과실을 얻어야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현재의 소비 감축이 미래의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만약 현재 자본축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현재의 소비 감축(=저축 증가)은 생활수준 향상과 소득 증가를 불러와 미래의 소비를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자본축적이 많이 이루어진 상황이라면, 현재의 소비 감축(=저축 증가)은 미미한 소득 증가로 이어져서 오히려 현재+미래 소비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소비 감축은 세대별로 수혜가 다릅니다. 청년 세대는 미래의 소비 증가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장년 세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 소비가 줄어들어서 효용과 후생수준이 하락하는 악영향만 받습니다.


경제학자들은 현재+미래 소비량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최적 저축율'이 얼마인지를 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른바 '저축 수준의 황금률'(golden rule)을 찾기를 바랐죠.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고민을 하는 이유는 결국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자본축적' 이외의 다른 방법이 있다면, 현재 고통스러운 소비 감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앞으로 다른 글들을 통해 이를 살펴볼 계획입니다.



 체감현상이 초래하는 문제 ① 

- 모든 국가가 동일한 지점의 정상상태로 수렴할까? 


: 솔로우 모형 상에서 1인당 생산량은 자본량에 대해 체감(diminishing) 하기 때문에, 결국 1인당 자본량은 정상상태(steady state)에서 멈추게 된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국가가 서로 동일한 지점의 정상상태에서 멈추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경제성장을 시작해온 국가들은 이미 정상상태에 가까워졌을 겁니다. 이제 막 시작한 국가들은 정상상태를 향해 오고 있죠. 


그럼 언젠가는 모든 국가가 '하나의 정상상태'에서 멈추어서 1인당 자본량 · 생산량이 모두 똑같아지는 날이 올 수도 있을겁니다.(=level이 같아짐


게다가, 정상상태에서는 생산량이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 만큼 증가하고, 솔로우 모형은 전세계 어디에서든 기술진보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하나의 정상상태' 위에서, 세계 모든 국가의 성장률이 같아지는 날도 올 수 있습니다.(=growth가 같아짐)


이렇게 국가간 1인당 생산량 및 성장률이 같아지는 현상을 '수렴현상'(Convergence) 라고 부릅니다. 


솔로우 모형만 살펴본다면, 전세계의 1인당 GDP가 하나로 수렴하여 국가간 격차가 없어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증 데이터를 살펴보면, 솔로우 모형이 기대하는 수렴현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빈곤국은 여전히 빈곤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저개발 상태를 벗어난 국가들도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level)을 기록하고 있죠. 또한, 성장률 격차(growth)가 축소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솔로우 모형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실증 결과에 반하는 이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텐데 말이죠.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이를 살펴볼 계획입니다. 



 체감현상이 초래하는 문제 ② 

- 정부정책은 무용할까?


: 정부의 저축률 증가 및 인구증가율 억제 정책이 성장효과(growth effect) 없이 수준효과(level)만 내는 이유는 솔로우 모형이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 function)을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진보만 필요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정부정책 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일부 사람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당장 현실을 둘러봐도 정부의 법과 제도 정비, R&D 투자 지원, 교육 확대,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이 성장률을 끌어올린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럼 우리는 '정부정책이 성장효과도 낼 수 있는 또 다른 모형'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글을 통해, 이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외생적인 기술진보가 초래하는 문제 ① 

-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같을까? 경제성장률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 로버트 솔로우는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며 외생적으로 주어진다고 가정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술진보율이 2%든 10%든 일정한 값으로 모든 국가에 나타난다는 것이죠. 


그런데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같을 수 있을까요?


당장 미국과 한국을 대비해봐도, 양국간의 기술진보율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고 실제 기업운영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기술진보를 이루어내고 있지만, 미국에 비해서 뒤쳐진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다"는 가정이 성립하는 이유는 '기술은 공공재(public goods)' 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공공재란 비배제성(non-excludable) · 비경합성(non-rivalry) 을 띄는 재화로서,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재는 여러 사람에게 빠르게 확산(diffusion)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기술은 공공재 특성을 띄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기술은 '특허제도'(patent)를 통해 보호되고 있으며(=배제성을 띄고 있으며), 다른 국가에 유출될 가능성을 엄격히 차단하고 있습니다. 


즉, 기술은 공공재가 아니며, 기술진보율은 국가별로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만약 기술진보율이 국가별로 다르다면, 경제성장률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도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로 보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죠. 


하지만 기술진보율이 다르다면, '기술격차'(technology gap)가 성장률 격차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빨리 전달받지 못하는 폐쇄형 국가일수록 혹은 기술을 이용할 잠재력이 떨어지는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뒤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기술격차가 존재하는가 · 기술은 공공재인가 · 기술 확산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경제성장론 발전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쟁점입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이러한 쟁점이 경제성장론 역사(?)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겁니다.

 


외생적인 기술진보가 초래하는 문제 ② 

- 왜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발생하나?


: '외생적인 기술진보'를 둘러싸고 던질 수 있는 또 다른 물음은 "왜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주어지는가?" 입니다. 


기술진보는 하늘에서 떡하니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기업이 R&D에 얼마나 투자하느냐 / 과학자 및 공학자들이 얼마나 힘을 쓰느냐 / 국가의 R&D 지원 정책이 얼마인가 / 다른 국가로부터 진보된 기술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냐 등등 여러 경제주체들의 행위가 결합된 결과물 입니다.


다르게 말해, 현실에서 기술진보는 '내생적'(endogenous)으로 결정됩니다. 그런데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를 '외생적'(exogenous)으로 간주했습니다. 


이는 현실을 설명하는데 있어 심히 불만족스러운 사항입니다.


불만족을 느낀 다른 여러 경제학자들은 '기술진보가 내생적으로 발생하는 모형'을 통해, 현실경제에 대한 설명력을 키우려고 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내생적성장 모형'(endogenous growth model)을 살펴봅시다. 




※ 하나씩 차근차근


이러한 6가지 논쟁 사항을 이번글 하나만 읽고 깊게 생각해보기는 힘듭니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서 오히려 혼란만 일으켰겠죠. 


하지만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계속해서 읽어나가다 보면, 6가지 논쟁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경제성장이론 발전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등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겁니다.



  1.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2015.09.21. http://joohyeon.com/233 [본문으로]
  2.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2015.09.21 http://joohyeon.com/236 [본문으로]
  3.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2015.12.29 http://joohyeon.com/247 [본문으로]
  4.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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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강대경제학과+애독자
    같은 학교 학생이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2. 로머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경제학과학생인데, 추상적으로 수식암기에 그쳤던 경제성장론파트가 재미있어지려하네요.
    종종 읽다 이해안되는부분 댓글 남기겠습니다~~!
  3. A
    균제상태에선 경제성장율이 0이 아니라 1인당 자본량의 증가율이 0 아닌가요? 총량변수는 인구증가율에 따르고요(기술진보 엄ㄱ다 가정시)
    • 2017.09.02 07:32 신고 [Edit/Del]
      제가 더 정확히 표현했어야 했네요.
      산출량(성장률)은 자본량에 비례해 결정되기 때문에, 균제상태에서 '1인당 산출량(1인당 성장률, per capita GDP' 증가율이 0이 됩니다.
      총산출량(총성장률, aggregate GDP) 증가율은 인구증가율이 되구요.
  4. 학생맞나요?
    헐헐헐... 유익한 정보 얻어갑네다.
    그림이 그려지는 포스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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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요약] 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경제성장이론 요약] 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Posted at 2017.06.27 21:12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국가간 1인당 소득수준 격차(per capita income level)는 매우 커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1980년대 미국의 소득은 10,000 달러이지만, 인도는 240달러, 아이티는 270달러에 불과하다. (...)


1인당 실질성장률(rates of growth) 또한 국가별로 차이가 난다. 1960~1980년 사이 평균 경제성장률은, 인도 1.4%, 이집트 3.4%, 한국 7.0%, 일본 7.1%, 미국 2.3%, 선진국 3.6% 이었다. 인도의 소득수준이 2배가 되려면 50년이 걸리는 반면, 한국은 10년이면 충분하다. (...)


인도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만약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반대로 방법이 없다면, 낮은 성장률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인도의 특성(nature of india)은 무엇일까? 


(경제성장을 둘러싼) 이러한 물음들이 인간 후생에 미치는 결과는 매우 압도적이다. 누군가 이 문제(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The Consequences for human welfare involved in questions like these are simply staggering: Once one starts to think about them, it is hard to think about anything else.)  


- 경제학자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1988. 'On the Mechanics of Economic Development'


윗 발언은 현대 거시경제학을 정립한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가 1988년에 쓴 본인의 논문에서 한 것입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국가별로 다른 ① 소득수준(level) ② 경제성장률(growth rate) 였습니다.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다른 나라는 가난합니다. 또 어떤 나라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반해, 다른 나라는 성장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모든 나라가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로버트 루카스는 국가별로 다른 성장이 나타나게 된 이유와 경제발전을 일으키는 방법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말그대로 경제발전의 메커니즘(Mechanics of Economic Development)을 탐구했죠.


만약 그의 희망대로 경제발전의 메커니즘을 완벽히 이해하게 된다면 대부분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 저개발 국가의 빈곤(poverty)? 이것은 경제성장이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문제입니다. '높은 경제성장률 → 높은 소득수준'은 빈곤을 아예 없애줍니다. 


실업? 높은 경제성장률은 경기적요인으로 발생하는 실업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성장률이 2%~3%가 아니라 7%~10%라면, 오늘날 문제되는 청년실업 등은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통화·재정정책 논쟁? 현재 미 연준(Fed)이나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그리고 정부의 재정을 둘러싼 논의가 벌어지는 이유는 경제성장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단기간내 경기변동으로 인해 경제가 조금 출렁이더라도 "기준금리를 몇 %로 해야 경제가 좋아질까?",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정부 재정을 얼마나 써야할까?" 등을 지금처럼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균등(inequality)? 이는 경제성장이 100%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합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불균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개인간 차이는 있더라도 모두의 소득수준이 꾸준히 증가하면 불만도 지금보다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죠. 


다시말해, 경제성장은 그 자체로 대부분의 경제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소득수준을 둘러싼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하강하는 경기사이클로 인해 초래되는 경기변동 문제도 완화시켜 줍니다. 높은 경제성장률이 유지된다면 경기변동(economic fluctuation)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로버트 루카스가 "(경제성장을 둘러싼) 이러한 물음들이 인간 후생에 미치는 결과는 매우 압도적이다. 누군가 이 문제(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경제발전의 메커니즘은 여전히 탐구대상으로 남아있습니다. 경제성장을 둘러싼 여러 이론이 제시되었으나 "왜 어떤 나라는 그 방법이 먹히는데, 다른 나라는 먹히지 않는가?" 라는 근본적 물음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이를 꾸준히 지속하기 위해서 ① 자본축적 ② 기술진보 등 크게 2가지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서유럽 · 북미 등 북반구 국가들은 이 방법이 잘 적용되었는데, 아프리카 · 남미 등 남반구 국가들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그럼 혹시 민족성 · 지리적 조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동일한 민족 · 지리적조건을 가진 한국과 북한의 경제상황은 딴판입니다. 그럼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즉 정치체제나 제도(institution)가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이렇게 물음을 계속 던지다보면 결국 그 국가가 가진 특성(nature)에 주목하는 연구가 나오게 됩니다.  


이처럼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을 둘러싼 물음을 계속해서 던지면서 이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경제성장론은 모든 물음에 완벽한 해답을 제공해주지는 못하더라도, 경제발전 메커니즘의 훌륭한 통찰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본 블로그의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통해, 경제학자들이 '경제성장을 둘러싼 물음을 어떻게 발전'시켜 왔으며, '어떠한 통찰을 제공해주는지'를 상세히 알아봅시다.  




※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

- 소득수준 및 생활수준의 격차(level gap)를 초래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 경제학자 찰스 존스(Charles Jones) 등이 집필한 학부 경제성장론 교과서
  • 한국과 북한의 생활수준 격차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경제성장이론이 다루고 있는 첫번째 주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제는 역시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Why are we so rich and they so poor?) 입니다.


2016년 기준으로 미국의 1인당 GDP는 약 57,000 달러 입니다. OECD 국가는 41,000 달러이며, 한국은 35,000 달러입니다. 한국을 포함하여 북미 · 서유럽 · 일본 등은 높은 생활수준(level)을 향유하며 비교적 안락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서 남반구 혹은 중앙아시아 등을 보면 완전히 다른 모습일 나타납니다. 라이베리아 800달러, 아프가니스탄 1,800달러이며 북한은 1,700달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너무나 분명하게 나타나는 생활수준 격차(level gap)를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어떠한 요인이 국가간 차이를 초래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 솔로우 성장모형 (Solow Growth Model)

- '자본축적'을 많이한 국가일수록 부유한 생활수준을 누린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가장 먼저 살펴볼 이론은 로버트 솔로우가 1956년에 내놓은 '솔로우 성장모형' 입니다. 


그는 이 모형을 통해 "국가간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정도가 생활수준 격차를 초래한다" 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자본'이란 기계 · 공장설비 등의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합니다. 


어떤 국가가 잘 사는 이유는 높은 저축율 · 낮은 인구증가율 등에 힘입어 1인당 물적자본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국가가 못 사는 이유는 낮은 저축율 · 높은 인구증가율 때문에 1인당 물적자본을 적게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잘 살지 못하는 국가라도 자본축적을 늘려나가면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 등 동아시아 4마리 호랑이 입니다. 이들 국가는 1970~1980년대 높은 투자비중을 기록하며 경제성장에 성공하였습니다.


이처럼 솔로우 모형은 '저축율과 인구증가율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간단하게 설명하였고, 동아시아 성공 사례도 설명해냄으로써 경제성장이론의 대표격으로 자리잡았습니다.



▶ P.로머와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 (Endogenous Growth Model)

- '지식' 및 '인적자본'이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부유한 생활수준을 누린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솔로우 모형 이외의 새로운 모형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P.로머와 로버트 루카스가 내놓은 '내생적성장 모형' 입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식(knowledge)와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강조하며 "'지식' 및 '인적자본'이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부유한 생활수준을 누린다"고 주장합니다. 물적자본에 한정되어 있던 자본의 개념은 이제 인적자본으로 확장되었습니다(broad concept of capital). 


여기서 지식과 인적자본 축적을 이끄는 힘은 '외부성'(externality) 입니다. 한 기업이 연구과정에서 창출한 지식은 다른 곳으로 전파될 수 있습니다(knowledge spillover). 또한, 개인이 쌓은 인적자본은 교육 등을 통해 후세대로 전수될 수 있으며, 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다른 제품 개발에도 적용됩니다(learning by doing). 


따라서,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인적자본 수준이 높았던 국가는 계속해서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모형은 개인 및 기업의 행위로 지식 · 인적자본이 축적되고 그 결과 기술수준이 진보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내생적성장 모형'(endogenous growth model) 이라는 명칭을 얻게 됩니다.



▶ 맨큐 · D.로머 · 웨일의 확장된 솔로우 모형

-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을 유지하면서 '인적자본' 개념을 추가

- 물적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교육환경이 좋아져 인적자본 축적도 이루어진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


내생적 성장모형 등장으로 이제 솔로우 모형은 그 역할을 다한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1992넌 맨큐 · D.로머 · 웨일은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을 유지한 채 '인적자본' 개념을 추가한 확장된 솔로우 모형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을 따로 놀지 않습니다. 물적자본 축적으로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한 국가일수록, 교육환경도 좋아져서 중등·고등 교육을 이수한 사람도 증가합니다. 


따라서, 솔로우가 주장했던 '(물적)자본축적'은 여전히 경제성장의 핵심요인 입니다.



▶ P.로머의 '다양성 기반' 신성장이론 (variety-based new growth theory)

-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R&D 투자가 다양한 투입요소를 창출하며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솔로우 모형 → 내생적성장 모형 → 확장된 솔로우 모형'으로 발전되어온 경제성장이론은 점점 현실 설명력을 높여왔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들 모형이 경제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핵심쟁점은 '기업의 역할'(firm) 입니다. 


1980년대 등장한 내생적성장 모형은 '외부성' 덕분에 인적자본이 축적되며 사회 전체의 기술수준이 올라간다고 봤습니다. 여기서 기술진보는 그저 외부성이 의도치않게 만들어낸 부산물(side effect)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기술진보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의도적인 R&D 투자'(intentional)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이들 기업은 R&D 투자를 통해 다양한 기술(variety)을 개발하고, 특허등록을 통해 지적재산권 보호를 받습니다. 그리고 특허권을 독점적으로 누리며 이윤을 극대화 합니다.


폴 로머는 1986년에 내놓았던 내생적성장 모형을 발전시켜 1990년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내놓으면서 성장이론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R&D 투자가 다양한 투입요소를 창출하며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라고 말합니다. 


이 모형에서 연구부문의 R&D 투자는 '서로 다른 생산방식의 숫자'(number of design)을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다양한 생산방식은 다양한 내구재(variable durable)를 만들어내고, 이는 최종재가 사용하는 자본의 종류가 많아지는 것과 같습니다(capital = distinct types of producer durable). 그 결과, 소비자가 사용하는 최종재의 종류도 많아집니다.


따라서, 기업의 R&D 투자규모와 연구부문에 종사하는 연구원 수(=연구 인적자본)가 많은 국가는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하게 되며, 반대로 R&D 투자와 연구원 수가 적은 국가는 낮은 생활수준을 기록하게 됩니다.



▶ 아기온 · 호위트의 '품질향상 기반' 신성장이론 (quality-based new growth theory)

-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업의 혁신 노력이 더 나은 품질을 만들어내며 경제성장을 이끈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 [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P.로머 방식의 신성장이론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의 아쉬움도 함께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모습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혁신에 성공하여 라이벌 기업을 누르거나 반대로 경쟁에서 뒤쳐져 시장지배력을 모두 잃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업간 경쟁'(competition)은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요인입니다.


1992년 아기온과 호위트는 로머의 모형을 발전시켜 '기업간 경쟁을 통해 품질이 향상되는 모습'을 설명하는 성장이론(quality-based growth model)을 발표했습니다.


이 모형에서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는 기업의 R&D 투자와 혁신을 촉진시켜 경제성장을 달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족 :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를 성장이론 내에서 구현했기 때문에 '슘페터식 성장 모형'(Schumpeterian Growth Model)로도 불립니다.)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 생활수준 격차 원인으로 물적자본을 강조하느냐, 아이디어를 강조하느냐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이러한 성장이론을 종합해보면, 국가간 생활수준 및 성장률 격차를 초래하는 요인을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물적격차'(object gap) 입니다. 


공장 · 기계설비 등 물적자본이 풍부한 국가는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반해, 부족한 국가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는 수해복구사업시 포크레인 등 건설장비를 이용하는 한국과 여전히 소와 쟁기를 이용하는 북한을 대비해보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둘째는 (내생적성장 모형과) 신성장이론[각주:1]이 강조하는 '아이디어 격차'(idea gap) 입니다. 


물적자본이 부족한 국가에 기계설비 등을 가져다주면 저절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물적자본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입니다.


이렇게 솔로우 모형과 신성장이론은 서로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경제성장을 위해 서로 다른 처방이 내려집니다.


솔로우 모형 주창자들은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통한 자본축적'을 강조합니다. [경제원론]에서 살펴보았듯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는 말은 경제내 한정된 자원을 소비재 생산이 아닌 자본재 생산에 투입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소비를 줄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런 일입니다. 지금 당장의 효용을 포기하고 미래에 있을 희망을 기대하는 것인데, 현재의 소비감축이 미래의 소비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따라서, 신성장이론을 수립한 폴 로머(Paul Romer)는 '선진국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나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이 경제성장의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선진국의 아이디어를 채용하거나 스스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어 격차를 줄이는 것은 보다 손쉬운 해결책이기 때문이죠.




※ 왜 어떤 나라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반해, 어떤 나라는 느리게 성장할까?

- 국가간 성장률 격차(rate gap)를 초래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국가간 생활수준 차이에 이어서 '성장률 격차'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왜 어떤 나라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반해, 어떤 나라는 느리게 성장할까요?


이를 보면 '1인당 GDP가 낮은 국가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미국은 보통 연간 2%~3%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반해 중국은 연간 7%~10%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② 

한 국가를 대상으로 바라보면, 생활수준이 낮았을 때 더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습니다. 과거 경제개발을 막 시작하는 단계였을때 한국은 연간 10%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이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러나 "잘 사는 나라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거 아닌가? 가난한 국가는 느리게 성장하고?"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연간 2%~3% 성장하는데 반해 북한 같은 절대빈곤 상태의 국가는 성장 자체가 희귀합니다. 또한 북미 · 서유럽 등 선진국들은 (경제성장에 실패한) 보통의 국가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두고, 경제성장이론은 저마다의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 솔로우 성장모형 (Solow Growth Model)

- 1인당 자본량이 적은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

- 궁극적으로 모든 국가의 성장률은 0% 혹은 외생적인 기술진보율로 수렴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솔로우 성장모형은 ①, ②의 성장률 패턴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모형은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를 가정하기 때문에, 1인당 자본량이 많아질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점점 줄어듭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많아질수록 성장률은 하락하며, 1인당 자본량이 적은 국가일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즉, 솔로우 모형은 국가간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자본축적 정도'에서 찾고 있습니다. 자본축적량이 정상상태(steady state)에 가까운 국가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자본축적량이 정상상태에 미달하여 전이경로(transitional path)에 있는 국가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중국이 미국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미국보다 생활수준이 낮기' 때문이며, 마찬가지로 과거 한국이 오늘날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1인당 자본량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가의 1인당 자본량이 동일해져 생활수준이 같아지고(=level의 수렴), 성장률도 0% 혹은 외생적인 기술진보율로 같아지는(=rate의 수렴)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수렴현상'(convergence)이라 합니다.



▶ P.로머와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 (Endogenous Growth Model)

- '지식' 및 '인적자본'을 많이 가지고 있는 주도국이 높은 성장률을 계속 유지해나간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P.로머와 루카스는 ③의 성장률 패턴에 주목합니다.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는 솔로우가 예측했던 것처럼 1인당 자본량이 적은 국가가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범위를 전세계로 확장하면, 가난한 국가는 성장 자체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개발국의 성장률은 OECD 소속 국가들보다 낮습니다.


또한,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이 시대가 지날수록 높아져만 갔습니다. 1700년대 네덜란드 -0.07% · 1800년대 초 영국 0.5% · 1800년대 후반 영국 1.4% · 1900년대 미국 2.3% 입니다. 또한, 1900년대 미국의 성장률을 연도별로 쪼개보면, 최근 년도에 가까울수록 성장률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P.로머와 루카스는 국가간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지식과 인적자본 등 기술수준 격차(technology gap)에서 찾고 있습니다. 초기 지식 및 인적자본 수준이 높았던 국가는 영원히 높은 성장률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솔로우가 예측했던 수렴현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언뜻 보면 ①, ②의 현상과 ③의 모습은 서로 상충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세 가지 모습은 동일한 요인때문에 발생한 현상일 수 있습니다. 


'1인당 자본량이 적다'는 절대적인 양이 적다는 의미도 있지만 상대적인 양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기준은 '각자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 입니다. 


초기 솔로우 모형은 저축률 · 인구증가율 등이 외생적으로 주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동일한 정상상태'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국가별로 저축률 · 인구증가율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정상상태도 다릅니다. 어떤 국가의 정상상태는 1인당 GDP 3만 달러일 수 있지만, 어떤 국가는 2천 달러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각자의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까운 국가일수록 낮은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즉, 자본축적량이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initial deviation)가 성장률 패턴을 결정 짓습니다. 이를 '조건부 베타 수렴'(conditional betaβ convergence)이라 합니다.


미국에 비해 중국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자신만의 정상상태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성장 자체가 없는 저개발국에 비해 주요 선진국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 역시 자신만의 정상상태에서 더 밀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개발국은 1인당 자본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그 수준이 이미 정상상태에 가까운 것일 수 있습니다.



▶ P.로머의 '다양성 기반' 신성장이론 (variety-based new growth theory)

- 연구부문에 더 많은 인적자본을 배치할수록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솔로우 성장 모형과 조건부 수렴 등은 모두 '자본축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P.로머와 루카스는 '지식'과 '인적자본'에 주목했죠. 그리고 P.로머는 1990년 또 다른 논문을 통해 '아이디어'(idea)와 '연구'(research)로 관심을 돌립니다.


사람들은 '기술'(technology)이라 하면, '공장에 있는 기계를 다루는 능력'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성장이론에서 기술이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기술진보란 '여러 원자재를 조합하는 방식을 개선시키는 것'(improvement in the instructions for mixing together raw materials)을 뜻합니다.


이때 경제성장 동력인 기술진보를 이끄는 요인이 바로 '아이디어' 입니다. 


연구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발견(discovery)을 통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곤 합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디어는 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가능케하는 다양한 방식(design)을 제시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능력을 키웁니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사람, 즉 연구부문에 종사하는 인적자본이 많을수록 높은 성장률이 나타나게 됩니다. 


주요 선진국이 저개발국에 비해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바로 연구부문의 차이에 있습니다. 선진국 내 주요 기업들은 R&D 투자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내지만, 저개발국은 그저 모방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 아기온 · 호위트의 '품질향상 기반' 신성장이론 (quality-based new growth theory)

- 기업간 경쟁 증대는 R&D 투자 증가 압력으로 작용한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 [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경제성장률 차이를 불러오는 이유가 R&D 투자에 있다면, R&D 투자를 증가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기온과 호위트는 '기업간 경쟁'(competition)에 주목합니다. 


현실의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혁신에 성공하여 라이벌 기업을 누르거나 반대로 경쟁에서 뒤쳐져 시장지배력을 모두 잃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R&D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이때, '경쟁과 혁신의 관계'는 산업구조에 따라 다른 양상이 나타납니다. 


시장내 경쟁수준이 낮은 상황에서는 동등한(leveled) 수준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증가할수록 (담합이 어려워져) 혁신이 증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시장내 경쟁수준이 높은 상황에서는 동등하지 않은(unleveled) 수준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증가할수록 (혁신의 기대이익이 적어져) 혁신이 감소하게 됩니다. 


그 결과, 경쟁과 혁신은 '역U자형'(inverse-U relationship)으로, 초기에 경쟁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면 경쟁이 벌어질수록 혁신은 증가합니다. 하지만 이미 경쟁 수준이 높은 상황이라면 경쟁 증가는 혁신 발생을 감소시킵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바라볼 때, 국가별 산업구조 등 미시적인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는 교훈을 전해줍니다.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 아이디어 격차는 더 빠르게 좁힐 수 있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아이디어가 가진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비경합성'(non-rival) 입니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


기초 과학 및 공학법칙 · 경제 및 경영 지식 · 새로운 생산방법 등 아이디어는 모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세월을 뛰어넘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선진국이 가진 아이디어는 후발산업국가 혹은 개발도상국도 함께 공유할 수 있습니다. 후발국이 사용한다고 해서 선진국의 아이디어가 훼손되거나 사용이 제한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간 생활수준 격차를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함의를 전달해 줍니다.


이때 국가간 아이디어 확산에 역할을 하는 건 바로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firm) 입니다. 후발국이 다국적기업에 적정한 보상을 주는 환경을 조성하면, 다국적기업은 직접투자 · 합작기업 설립 · 마케팅 및 라이센스 협약 등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추후 추가

  1. 1990년 폴 로머가 발표한 신성장이론 역시 내생적성장 모형의 한 부류입니다면, 1986년 논문과 구분하기 위해 용어를 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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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경제성장 ②] 자산시장 거품 없이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 - 영속적인 장기침체 (Secular Stagnation)[사라진 경제성장 ②] 자산시장 거품 없이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 - 영속적인 장기침체 (Secular Stagnation)

Posted at 2016.01.28 11:27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 사라진 경제성장


지난글 '[사라진 경제성장 ①] 여전히 '2008 금융위기'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세계경제는 또 다른 위기를 맞게될까? - 부채동학과 경제위기'을 통해, "도대체 2008 금융위기의 어떤 특징 때문에, 8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 수 있었습니다.


2008 금융위기[각주:1]가 발생한지 벌써 8년이나 지났으나, 세계 · 미국 · 유럽 · 중국 · 신흥국 등의 경제성장률은 위기 이전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초에 여러 경제기관들이 낙관적인 전망치를 내놓았다가 이를 하향조정(downward revision)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글에서 소개한 보고서-<Deleveraging, What Deleveraging? The 16th Geneva Report on the World Economy>-는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이유'로 '① 부채동학 (Debt Dynamics) ② 위기 (Crisis)' 를 꼽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게 있습니다. 지난글은 2008 금융위기 '발생 이후' 낮아진 경제성장률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08 금융위기 '발생 이전' 경제성장률은 어땠을까요?


  • [1994년-2001년], [2002년-2008년], [2009년-2014년] 미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 미국 경제성장률이 계속 낮아져왔음을 알 수 있다 


윗 그래프는 2008 금융위기 '발생 이전' 미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4년-2001년 시기 미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3.7%, 2002년-2008년 시기는 2.3%, 2009년-2014년은 1.2% 입니다. 2008 금융위기 '발생 이전'에도 미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원래 경제가 성장할수록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각주:2]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경제성장 초기 아무것도 없었던 때에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경제가 성숙해진 뒤에는 낮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2년-2008년], 즉 금융위기 발생 이전 시기에 미국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게 된 이유를 수확체감의 법칙에서 찾는건 문제가 있습니다. 


[2002년-2008년]은 'Fed의 1% 대의 초저금리 정책' + '신흥국에서 미국으로의 자본유입' + '미국 부동산가격 상승' + '미국 가계 주택담보대출 급증' 이라는 막대한 신용공급이 발생했던 시기[각주:3]이기 때문입니다.


  • [2002년-2008년], 미국 Fed의 통화정책과 주택담보대출 추이
  • 당시 Fed는 1%대의 초저금리 정책을 오랜기간 유지하였고,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 급증 + 부동산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위의 그래프는 [2002년-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전 미국 Fed의 통화정책과 주택담보대출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시 미국경제는 '공격적인 통화정책' + '신흥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 덕분에 신용이 크게 증가했었습니다. 증가한 신용은 주택담보대출의 형태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고, 주택가격 급등은 '주거투자 증가' + '민간소비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 2002년-2008년, 미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최고치는 고작 3.8%

그런데 [2002년-2008년] 동안 미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994년-2001년]에 비해서 하락했습니다. 여기에더해, 당시 미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최고치는 3.8%에 불과했습니다. 

유례가 없던 공격적인 통화정책과 자본유입이 발생하여 신용이 크게 증가했던 시기였음에도 경제성장률 최고치는 고작 3.8% 였다는 말입니다. 1994년-2001년 평균 경제성장률이 3.7% 였으니, 신용공급이 만들어낸 경제성장률 증가치는 최대 0.1%p 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각주:4].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도대체 2008 금융위기의 어떤 특징 때문에, 8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은 잘못된 것일수도 있습니다.

"미국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진 것 아닐까?" 


前 재무장관이자 경제학자인 Larry Summers(래리 서머스)는 2008 금융위기 '발생 이전'부터 하락해온 미국경제를 설명하기 위해 '영속적인 장기침체 가설'(Secular Stagnation Hypothesis)을 제기했습니다. 

Larry Summers는 "거시경제 자연이자율이 -2% 혹은 -3%를 지속한다면, 자산시장 거품 없이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 라고 말합니다. 

그는 금융위기 발생 이전 [2002년-2008년] 시기, 공격적인 통화정책과 부동산가격 급등 등 자산시장 거품(bubble)이 있은 덕분에, 미국경제가 그정도의 경제성장률 이나마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다시말해,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융불안정이 수반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시장 거품 없이, 즉 금융안정 상태에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건 불가능 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자산시장 거품은 좋지 않은 것인데...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자산시장 거품이 필요하다고???"


이제 이번글을 통해 Larry Summers가 제기하는 '영속적인 장기침체 가설'(Secular Stagnation Hypothesis)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아, 그 전에 경제학 기본지식을 우선 알아야 합니다. 


Larry Summers 주장의 전제는 '거시경제 자연이자율이 -2% 혹은 -3%를 지속한다면' 입니다. 여기서 '거시경제 자연이자율'은 도대체 무엇이고, 왜 이런 조건이 필요한 것일까요?




※ '거시경제 자연이자율 (natural rate of interest)'과 '(중앙은행이 조정하는) 실질이자율 (real interest rate)'의 차이


● 거시경제 자연이자율 (natural rate of interest) 


[경제학원론] 배경지식 링크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거시경제 자연이자율(natural rate of interest)은 '균형 실질이자율'(equilibrium real rate) · '중립 이자율'(neural interest rate) · '완전고용 실질이자율'(FERIR, full employment real interest rate)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립니다. 모든 명칭을 기억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편의를 위해 '자연이자율'(natural rate of interest)로 통일하겠습니다.



거시경제 자연이자율이란 '저축과 투자가 결정짓는 실질이자율'을 의미합니다. 시장에서 가격을 공급과 수요가 결정짓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저축이 공급의 역할, 투자가 수요의 역할을 하고 실질금리는 일종의 가격입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부자금시장에서 저축은 개인과 정부가 기업에게 '공급'해주는 자금이고, 기업은 자금을 '수요'하여 투자를 진행하게 되죠. 개인 · 정부와 기업이 거래할때 균형을 이루는 가격이 실질금리 입니다.



이때, 저축이 증가하게 되면 균형 실질금리는 하락합니다. 공급이 증가하여 가격이 떨어지는 원리이죠. 그리고 투자가 하락하게 되었을때도 균형 실질금리는 하락합니다. 수요가 감소하여 가격이 내려가는 원리입니다.


● (중앙은행이 조정하는) 실질이자율 (real interest rate)


[경제학원론] 배경지식 링크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거시경제 저축과 투자가 실질금리를 결정한다."는 말을 듣고 의문을 품는 분이 계실 수도 있습니다. "뉴스에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한다고 나오는데... 그렇다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무엇일까?"



중앙은행이 조정하는 기준금리는 명목이자율(nominal interest rate) 입니다. 단기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명목이자율 조정(즉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실질이자율을 변동시킬 수 있죠.


이때 중앙은행은 아무렇게나 기준금리를 정하지 않습니다. 만약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정했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 겁니다. 4%, 10%, 1%도 아닌 2%로 정한 이유 말이죠.


중앙은행은 '거시경제 자연이자율'(natural rate of interest)의 바탕 위에서 기준금리를 조정하여 '실질이자율'(real interest rate)을 인위적으로 변동시킵니다.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값입니다.(r = r*)


만약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된 실질이자율(자연이자율)보다 더 낮은 값의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만든다면(r > r*), 기업은 투자를 늘리게되고 경제는 호황을 맞습니다. 


반대로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된 실질이자율(자연이자율)보다 더 높은 값의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만든다면(r < r*),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되고 경제는 침체에 빠집니다. 


중앙은행의 존재목적은 경제를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화폐부문에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해야합니다.(r= r*)    


다시말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저축과 투자가 결정짓는) '거시경제 자연이자율'(natural rate of interest)의 바탕 위에서 결정됩니다.




※ 2002년-2007년에 '초과수요'(excess demand)를 발견할 수 없었다


자, 기본적인 경제학지식을 습득했으니 이제 Larry Summers가 말하는 '영속적인 장기침체 가설'(Secular Stagnation Hypothesis)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주 : 앞서 글의 서두에서 말했던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2013년 11월 8일 개최된 IMF Annual Research Conference. <Crises: Yesterday and Today>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곳에서 경제학자 Larry Summers의 발표는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는 2가지 경제현상을 보고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2008 금융위기 발생 이후 4~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잠재GDP를 미달하는 미국경제.(below potential GDP) 


둘째, 2008 금융위기 발생 이전 공격적인 통화정책과 부동산가격 급등이 있었음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초과수요. (not excess demand)


일반적인 경기침체(Recession)가 발생하면 GDP가 하락하지만, 이후 가파른 회복(Recovery)을 통해 잠재GDP 수준으로 복귀합니다. (주 : recession과 recovery에 대해서는 여기[각주:5] 참고) 그런데 미국경제는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4~5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잠재GDP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2008 금융위기 발생 이전에도 미국경제에서 '거대한 활황'(a great boom)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2008 금융위기 발생 이전 시행되었던 '중앙은행의 느슨한 통화정책'을 비판했습니다. Fed의 초저금리 정책이 부동산거품을 일으켰고 금융위기로 발전시켰다는 논리이죠. 


그런데 통화공급확대와 부동산거품(too easy money, too much borrowing, too much wealth)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국경제의 생산능력이 과잉되지도 않았고 실업률이 엄청나게 낮은 것도 아니었고 인플레이션율이 올라가지도 않았습니다.


즉, 2002년-2007년 시기 부동산거품 조차도 실물경제의 초과수요를 만들어내는데 충분하지 않았습니다.[각주:6]

(even a great bubble wasn’t enough to produce any excess in aggregate demand.)


이러한 2가지 현상을 이해하려면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요? Larry Summers는 '자연이자율'(혹은 '완전고용 실질이자율')에 주목합니다. 


"거시경제 자연이자율이 지난 시기동안 계속 하락하여 -2% 혹은 -3%로 떨어졌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일이 발생할까?


① 중앙은행의 통화공급 확대나 자산시장 거품 등 인위적인 수요촉진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초과수요(excess demand)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② 그리고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정상수준으로 돌아가더라도, 완전고용(full employment)을 회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각주:7]"


왜 거시경제 자연이자율이 -2% 혹은 -3% 라면 초과수요(excess demand)를 발견할 수 없거나 완전고용(full employment)을 회복하기 어려운 것일까요?


앞서 설명했듯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실질이자율을 변동시킵니다. 그리고 중앙은행이 변동시키는 실질이자율의 적정값은 (거시경제 저축과 투자가 결정하는) 자연이자율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 밑으로 내릴 수 없다'(Zero Lower Bound)는 것에 있습니다. 



만약 자연이자율(r)이 -2% 혹은 -3%이고,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라고 생각해봅시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로 설정하더라도, 인위적으로 조정한 실질이자율(r*)은 -2% 밑으로 내려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이자율(r)과 중앙은행의 실질이자율(r*)이 -2%로 같아져서 (확장이 아닌) 정상적인 통화정책이 되거나, 자연이자율(r = -3%)보다 중앙은행의 실질이자율(r* = -2%)이 높아져서 긴축적 통화정책이 되어버립니다. 


확장적 통화정책 효과를 내기위해서는 기준금리를 0% 밑으로 내려야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 합니다(Zero Lower Bound). 그렇다고해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존재목적인 물가안정이 훼손됩니다.    


따라서, 거시경제 자연이자율(r)이 -2% 혹은 -3% 라면, 중앙은행이 0% 라는 기준금리를 설정하더라도 확장적 통화정책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2002년-2007년] 시기 미국 Fed의 초저금리 정책과 부동산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에서 초과수요가 없었던 이유'와 '[2008 금융위기 발생 이후] Fed의 제로금리 정책과 세 차례의 양적완화(QE)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성장률이 낮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로, 거시경제 자연이자율(natural rate of interest)가 -2% 혹은 -3%로 매우 낮은 값을 기록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연이자율이 계속해서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워 집니다. 거시경제가 '영속적인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은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


2013년 IMF 컨퍼런스에서 이와 같은 생각을 말했던 Larry Summers는 2014년 논문과 여러글을 통해 '영속적인 장기침체 가설'(Secular Stagnation Hypothesis)을 좀 더 발전시켰습니다.


논문명은 <U.S. Economic Prospects: Secular Stagnation, Hysteresis, and the Zero Lower Bound>, <Reflections on the new 'Secular Stagnation hypothesis>.


그는 2014년 글을 통해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은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시작합니다.


● 미국경제 잠재GDP 하락추세


  • 미국의 실제GDP(actual)와 잠재GDP(potential)
  • 미국 잠재GDP 수치가 해가 갈수록 하락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경제의 실제GDP는 잠재GDP 보다 낮은 값을 기록하며 침체에 빠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실제GDP와 잠재GDP의 격차(즉, GDP갭)는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GDP갭의 축소는 실제GDP의 증가 때문이기도 했지만, 잠재GDP 자체가 하락한 것의 영향이 더 컸습니다.     


거시경제의 잠재GDP는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때 달성가능한 최적의 생산량'을 의미하는데, 구체적인 수치의 산출은 계량적방법을 이용합니다. 계량기법으로 산출해낸 미국경제의 잠재GDP는 2008 금융위기 이후 줄곧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윗 그래프를 보시면, 선형(linear)으로 나타난 년도별 잠재GDP 산출값이 크게 하락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맨위의 2007년 잠재GDP 값에 비해서 맨 아래 2014년 잠재GDP는 아주 적은 수치입니다.


미국경제 잠재GDP의 하락은 '미국경제의 최적의 생산량이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경제성장 여력을 잃어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 2002년-2007년, 공격적인 통화정책과 부동산버블에도 불구하고 경기과열이 없었다

→ 그렇다면 부동산버블이 없는 현재, 경기회복은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Larry Summers가 걱정하는 것은 '미국경제 잠재GDP 하락' 뿐만이 아닙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2002년-2007년] 미국경제는 공격적인 통화정책 · 부동산가격 급등 · 주거투자 증가 등에도 불구하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지 못했었습니다.


급증한 신용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는 단지 '만족스러운 성장률'(satisfactory rate)을 기록했을 뿐, 경기과열(overheating)은 없었습니다. 실업률이 아주 낮지도 않았으며,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부동산거품이 없는 현재, 경기회복은 성장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각주:8]


부동산거품이 있었음에도 경제성장률은 과열이 아니라 단지 만족스러운 값만을 주었을 뿐인데, 부동산거품이 없어서 주거투자 · 민간소비가 크게 늘어나지 않은 현재에 경제성장률은 높아봤자 얼마나 높을까요.


●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는 없다

→ 자산시장 거품이 있어야 (그나마 만족스러운 수준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 1990년대 일본 · 2000년대 미국과 유로존


물론, [2002년-2007]년 당시의 부동산거품이 옳았다는 말은 아닙니다. Larry Summers는 당시의 부동산거품 등이 '지속불가능한 가격상승'(unsustainable upward movement)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Larry Summers는 질문을 던집니다. "금융적으로 지속가능한 상황에서 경제가 만족스럽게 성장했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나?"[각주:9]


1980년대 부동산버블과 함께 고도성장을 기록하던 일본은 부동산가격이 정상수준(?)으로 하락하자 경제성장마저 멈추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유로존은 '남유럽으로의 자본유입과 자산가격 상승'에 힘입어 경제성장을 달성해왔으나, 자산시장 버블이 제거되자 경제성장률이 하락했습니다[각주:10]. 미국은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게 민망하죠.


지난 시기동안 선진국에서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은 양립한 적이 없습니다. 자산시장 버블 등 금융불안정이 생겨났을때 경제는 성장했고, 버블이 꺼지고 금융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을때 경제성장은 멈췄습니다.   


●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이 양립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 거시경제 자연이자율의 하락 (decline of natural rate of interest)


이처럼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이 양립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Larry Summers는 '거시경제 자연이자율의 하락'(decline of natural rate of interest)을 또다시 이야기 합니다.


앞서도 살펴봤듯이 자연이자율의 하락은 ① [2002년-2007년] 시기, 부동산거품이 존재했음에도 초과수요(excess demand)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 ② 2008 금융위기 발생 이후, Fed가 제로금리 정책을 펴왔음에도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 이유를 잘 설명해줍니다.


여기에더해, 자연이자율 하락은 [2002년-2007년] 시기, 부동산거품 등 금융불안정이 생겨나게된 이유도 설명해줍니다.


만약 자연이자율이 하락한다면, 중앙은행은 자연이자율 하락에 맞추어 기준금리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자연이자율이 하락하는데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긴축적 통화정책이 되기 때문이죠.


이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투자자들의 리스크추구 행위를 자극합니다. 전과 비교해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고 금융시장 내에 유동성도 풍부해졌으니, 쉽게 대출을 받아 투자에 나서죠. 그 결과, 부동산가격 급등 등의 자산시장 거품이 발생합니다.


자, 지금까지의 내용을 다시 반복해서 정리해봅시다.


자연이자율이 하락하여 낮은 수준을 유지하였을때 (경기과열은 아니지만) 그나마 만족스러운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합니다.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낮아진 자연이자율로 인해 긴축적 통화정책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준금리를 내리면 리스크추구 행위 증가 · 유동성증가 등으로 인해 자산시장 거품이 발생합니다.


자연이자율 하락하여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면 경제성장과 금융불안정이 동시에 만들어지게 됩니다. 자산시장에서 거품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한다면, 즉 금융안정을 선택한다면 경제성장은 달성할 수 없습니다.


Larry Summers는 "앞으로도 거시경제 자연이자율은 -2% 혹은 -3% 대를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은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 라고 말합니다.


그가 제기하는 '영속적인 장기침체 가설'(Secular Stagnation Hypothesis)에서 중요한 것은 용어에 나오는 '장기침체'가 아닙니다. 단순히 세계경제 혹은 미국경제의 장기침체를 예견하는 가설이 아닙니다.

 

Larry Summers의 '영속적인 장기침체 가설'(Secular Stagnation Hypothesis)에서 핵심은 "(자연이자율 하락으로 생긴) 장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은 금융불안정이라는 대가를 치러야만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각주:11] 입니다. 




※ 낮은 자연이자율이 초래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 중앙은행 역할의 한계

→ 재정정책의 필요성


'자연이자율 하락'(decline of natural rate of interest)이 초래하는 '영속적인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서 벗어나거나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stay patience)


첫번째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입니다. 경제성장을 하자니 금융불안정이 초래되고 금융안정을 잡자니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니까,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속적인 장기침체'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수요부족이 발생하고, 수요부족은 결국 공급량감소를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공급량감소는 잠재GDP 감소를 의미하죠. 


영속적인 장기침체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면, 잠재GDP가 하락하여 경제는 정말로 장기침체(sustained long-term decline)에 빠지고 말겁니다.


②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low real interest rate)


두번째 방법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여 실질이자율을 낮추는 방법입니다. 이럴 경우, 금융불안정이 초래되지만 경제성장은 달성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2008 금융위기 발생 이후 Fed가 택했던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 밑으로 더 이상 내릴 수 없다면 무엇을 해야할까요? 또한 자산시장 거품 등 금융불안정이 초래하는 비용을 낮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따라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통해 자연이자율 하락에 대처하는건 상당한 비용을 초래합니다. 영속적인 장기침체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은 제한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③ 투자증가를 통해 자연이자율 자체를 높이기

→ 재정정책의 중요성


마지막으로 남은 방법은 '자연이자율 자체를 상승시키기' 입니다. 


영속적인 장기침체 가설은 "자연이자율이 -2% 혹은 -3%를 계속 유지한다면,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은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 입니다. 그렇다면 자연이자율을 높이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요?



자연이자율은 저축과 투자가 결정짓습니다. 따라서 자연이자율을 높이려면 투자를 증가시키면 됩니다. 


Larry Summers가 강조하는 것은 '재정정책의 중요성'(fiscal policy) 입니다. 


정부가 지출을 증가시켜 투자를 늘린다면 자연이자율이 상승하게 되고, 영속적인 장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는 도로건설 · 사회인프라 건설 등 공공투자(public investment)가 증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자연이자율은 왜 하락하는가? 자연이자율 하락이 초래하는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인가?


이번글에서 살펴본 Larry Summers의 '영속적인 장기침체 가설'(Secular Stagnation Hypothesis)의 근간은 '자연이자율의 하락'(decline of natural rate of interest) 입니다.


자연이자율이 하락하기 때문에 0%대의 통화정책도 초과수요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not excess demand). 또 자연이자율이 하락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출 수 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불안정(financial instability)이 초래됩니다. 그렇다고해서 금융안정을 중시한다면, 그나마 만족스러운 수준의 경제성장률도 달성하지 못하게 되죠.


● 자연이자율은 왜 하락하는가?



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자연실질이자율은 줄곧 하락해오고 있습니다. 2014년 이후에는 0 밑의 값을 기록하고 있죠.


그렇다면 지난 시기동안 자연이자율이 하락해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연이자율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투자감소' · '저축증가'의 요인이 작용하여야 합니다. 


Larry Summers는 '투자감소'에 주목하고 있으며, Ben Bernanke는 '저축증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른글에서 "왜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자연이자율이 하락하고 있는지"를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자연이자율 하락이 초래하는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인가?

: 낮은 인플레이션(low inflation)이 인플레이션 보다 위험하다



자연이자율(natural rate of interest)이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실질이자율(real interest)을 낮춰야 합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정은 자연이자율의 바탕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인플레이션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low inflation),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실질이자율을 낮추기가 어려워집니다. 


만약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1% 라면, 기준금리를 0%로 설정하더라도 실질이자율은 -1%에 불과할 겁니다. 이때 자연이자율이 -2% 라면 0%의 기준금리도 긴축적이 되어버리죠. 


이처럼 '자연이자율이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low natural rate of interest)하는 영속적인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 발생보다 '낮은 인플레이션'(low inflation)이 더 큰 문제입니다.


다음글에서는 낮은 인플레이션율 혹은 디플레이션이 초래하는 문제 · 왜 오늘날 인플레이션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Larry Summers의 '영속적인 장기침체 가설'(Secular Stagnation) 글 모음>


① 2013년 11월 8일 IMF Annual Research Conference 연설

<Larry Summers Remarks - IMF Annual Research Conference, November 8th 2013>


② 2014년 논문

<U.S. Economic Prospects: Secular Stagnation, Hysteresis, and the Zero Lower Bound>


③ 2014년 10월 VoxEU 기고문

<Reflections on the new 'Secular Stagnation hypothesis'>


④ 2015년 11월 칠레 중앙은행 세미나

<Low Real Rates, Secular Stagnation, and the Future of Stabilization Policy>


⑤ 2015년 12월 Fed 기준금리 인상 비판

<My views and the Fed’s views on secular stagnation>



  1.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2.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방법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http://joohyeon.com/235 [본문으로]
  3. [2007년-2009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② - 2008 금융위기 발생 http://joohyeon.com/244 [본문으로]
  4. 물론... 엄밀히는 잘못된 비교입니다... [본문으로]
  5. [사라진 경제성장 ①] 여전히 '2008 금융위기'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세계경제는 또 다른 위기를 맞게될까? - 부채동학과 경제위기 http://joohyeon.com/248 [본문으로]
  6. Too easy money, too much borrowing, too much wealth. Was there a great boom? Capacity utilisation wasn’t under any great pressure; unemployment wasn’t under any remarkably low level; inflation was entirely quiescent, so somehow even a great bubble wasn’t enough to produce any excess in aggregate demand. [본문으로]
  7. So what’s an explanation that would fit both of these explanations? Suppose that the short-term real interest rate that was consistent with full employment had fallen to -2% or -3% sometime in the middle of the last decade. Then what would happen? That even with artificial stimulus to demand coming from all this financial imprudence you wouldn’t see any excess demand. And even with a relative resumption of normal credit conditions you’d have a lot of difficulty getting back to full employment. [본문으로]
  8. One is left to wonder how satisfactory would the recovery have been in terms of growth and in terms of achievement of the economy’s potential with a different policy environment, in the absence of a housing bubble, and with the maintenance of strong credit standards. [본문으로]
  9. can we identify any sustained stretch during which the economy grew satisfactorily with conditions that were financially sustainable? [본문으로]
  10.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http://joohyeon.com/225 [본문으로]
  11. In other words, it is not that secular stagnation means that the economy will always be stagnant. It is that the monetary policies that are necessary to counter secular stagnation will be able to achieve growth for a time, but at the price of considerable financial unsustainability.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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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은 단기 생산량 균형이 장기경제균형보다 적을때 사용하는 정책아닌가요? 근본적으로 자연이자율 자체가 낮은 상황에서 왜 그것을 끌어올려야 하는것인가요?
    • 2016.02.15 21:37 신고 [Edit/Del]
      Summers의 주장대로 자연이자율이 -2% 미만이고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라면, 0%대의 기준금리도 recession을 초래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연이자율 자체를 상승시키는 게 recession을 방지하는 정책이 됩니다.
    • 2016.02.19 07:55 신고 [Edit/Del]
      그렇군요. 시장균형이자율에 맞게 이자율을 이끌수 없으니, 재정정책을 통해서 균형이자율 자체를 올려야된다는 거군요.. '자연'이라는 단어에서 좀 혼동이 온거같습니다. 자연이라고 하니 장기 균형 같고.. 장기균형을 어떻게 재정정책을 통해서 바꾼다는 건지 혼동이 좀 있었네요. 장단기 개념과는 큰 상관이 없는거같네요. 고맙습니다
  2. 비밀댓글입니다
  3. bnw2010
    2008년의 위기를 금융위기라고 하는데 실상은 부채위기가 아닌가요? 그리고 그때의 위기는 다음에 훨씬 더 큰 위기가 온다는 신호가 아닌가요?
    • 2016.03.06 22:51 신고 [Edit/Del]
      단순히 서브프라미어의 채무불이행 사태로만 위기가 끝났다면 Debt Crisis 입니다.
      하지만 2008 금융위기는 이들의 채무불이행이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AIG, 기타 유럽금융회사 등등 금융기관의 파산을 초래하여 금융시스템을 마비시켰기 때문에 Financial Crisis 라고 부릅니다.

      다음에 훨씬 더 큰 위기가 온다는 말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4. 비밀댓글입니다
  5. dangunzok
    이렇게 폭넓게 경제전반에 대하여 이론과 실제의 내용을 잘 풀어서 설명해서 겉으로 알고
    대략적인 감으로 느끼던 내용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신 것에 감사를 먼저 드리고,
    아직 읽어 볼 내용이 너무 많내요. 투자적인 판단에 많은 도움을 주어서 감사합니다.
  6. 강수연
    선생님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다름이아니고 본문에
    '다른글에서 "왜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자연이자율이 하락하고 있는지"를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이렇게 쓰여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어떤 글을 보면 되나요?
    왜 미국경제랑 세계경제의 자연이자율이 하락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요~~
    • 2017.03.11 08:50 신고 [Edit/Del]
      네. 이 글을 2016년 1월말에 작성했었는데, 제가 3월에 취업을 하는 바람에 그동안 새로운 블로그 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3월에 퇴사를 했고 블로그를 재개할 겁니다.

      따라서, 후에 '자연이자율 하락 원인'을 다루는 글을 작성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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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경제성장 ①] 여전히 '2008 금융위기'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세계경제는 또 다른 위기를 맞게될까? - 부채동학과 경제위기[사라진 경제성장 ①] 여전히 '2008 금융위기'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세계경제는 또 다른 위기를 맞게될까? - 부채동학과 경제위기

Posted at 2016.01.24 22:20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 2016년 · 2017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downward revision)


2016년 새해 들어서 여러 경제기관들이 '올해와 미래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기관마다 상이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작년에 산출했던 전망치보다 더 비관적인 수치를 내놓고 있다는 점(downward revision)입니다.     


한 예로 IMF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살펴봅시다. IMF는 2015년 10월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산출했고, 이를 데이트한 자료를 2016년 1월에 발행[각주:1]했습니다.


  • 2016년 1월, IMF의 World Economic Outlook Update
  • 초록색으로 표시된 '2015년 10월 전망치와의 차이점' (Difference from October 2015 WEO Projections)에 주목하자
  • 2015년 10월 전망에 비해, 2016년 1월 세계경제 · 선진국경제 · 신흥국경제 전망치가 하향조정(downward revision) 


세계경제 생산량(World Output) · 선진국(Advanced Economies) ·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Emerging Market and Developing Economies) · 중국(China)에 관심을 두고 자료를 읽어봅시다.


IMF는 2014년-2015년에 비하여 2016년-2017년의 경제성장률은 좀 더 높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것만 본다면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2016년 1월의 전망치가 2015년 10월의 전망치에서 하향수정(downward revision) 되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2015년 10월 당시 IMF는 "2016년과 2017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6%, 3.8%" 라고 전망했으나, "2016년 1월 현재 전망치는 각각 0.2%p 하락하여 3.4%, 3.8%" 입니다. 선진국과 신흥국에 대한 전망치 모두 0.1%p~0.2%p 정도 하향조정 되었습니다.


이러한 하향조정은 이번에만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2008년 이후, IMF 뿐 아니라 여러 경제기관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가 이를 하향조정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16년 1월 현재 내놓은 전망치도 앞으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문제는 '중국경제 성장률' 입니다. 2014년까지 7%가 넘는 고성장을 달성해왔던 중국경제는 2015년 6.9%를 기록한데 이어서, 올해와 내년에는 6% 초반에 머무를 거라고 전망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세계경제 · 선진국경제 · 신흥국경제 · 중국경제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매년 비관적인 이야기만 나오는 것일까요? 요근래 세계경제가 좋아진다는 전망은 들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 여전히 '2008 금융위기'의 영향 아래 놓여있는 세계경제


세계경제에 관해 비관적인 이야기만 나오게 된 출발은 '2008 금융위기[각주:2]' 입니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미국경제 · 유럽경제 · 신흥국경제 등은 2016년 현재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무려 8년이나 지났는데도 말이죠. 

(주 : 세계경제 흐름 - [1997년-2005년][각주:3] · [2007년-2009년][각주:4] · [2010년-2012년][각주:5] · [2013년-2015년][각주:6] )  


그렇다면 "도대체 2008 금융위기의 어떤 특징 때문에, 8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바로 '부채동학'(Debt Dynamics)'위기'(Crisis) 입니다. 


  • 왼쪽 : 미국 가계 주택담보 부채 추이 - 2008년 이전 부동산가격 상승기를 타고 부채 크게 증가
  • 가운데 : 미국 가계 주택담보 부채 추이 - 부동산가격 하락 이후 부채감축으로 전환
  • 오른쪽 : 미국 가계 소비지출 추이 - 부채감축으로 인하여 소비지출 크게 감소 


2008 금융위기의 첫번째 특징은 '부채동학'(Debt Dynamics) 입니다. 


2008년 이전 미국경제는 부채증가(레버리지, leverage)를 통해 수요를 늘려왔고, 2008년 이후에는 부채감소(디레버리지, deleverage)를 겪었습니다. 미국 가계가 소비할 돈이 부채를 갚는데 쓰이게 되자, 소비지출이 크게 감소하였고 그 결과 위기를 맞게 됩니다[각주:7].


즉, '부채의 과도한 증가에 이은 부채감축'(레버리징→디레버리징) 이라는 부채동학의 변화는 '소비지출 감소'라는 형태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2008 금융위기의 두번째 특징은 '위기'(Crisis) 입니다.


본 블로그 [경제학원론 시리즈]에서 '경기침체'를 설명[각주:8]하면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를 예로 든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글에서도 '경기침체'와 '경제위기'를 섞어서 사용했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경기침체'(Recession)와 '경제위기'(Crisis)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경기침체'(recession)는 경기변동상의 순환을 의미합니다. 


거시경제는 어떠한 요인에 의해 확장(expansionary) 상태에 있다가, 또 어떤 요인에 의해 경제가 수축(contraction) 상태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축 상태가 확장 상태로 바뀔 수도 있죠.


이러한 경기변동(business cycle)에서 거시경제가 수축국면에 빠지게 된 것을 '경기침체'(recession) 라고 부릅니다. 이는 단순한 순환(cycle)에 불과합니다. 짧은 시간이 흐르면 거시경제는 다시 정상수준으로 돌아가거나 확장상태로 변하게 됩니다.

  

그러나 '경제위기'(crisis)는 거시경제 현재 생산량이나 생산증가율에 오랜기간 타격을 주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거시경제 생산량 자체가 오랜기간 동안 크게 감소(persistent out loss) 하거나, 생산증가율이 오랜기간 감소(persistent fall in output growth) 합니다.


따라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후 시간이 흐르더라도, 거시경제 생산량이나 생산증가율이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2008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 선진국 · 신흥국 GDP 예측치 변화 추이
  • 2008년, 2010년, 2012년, 2014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비관적인 전망이 현실화
  • 2008 금융'위기'로 인하여, 선진국(developed) GDP는 생산량 자체가 크게 감소하였고, 생산증가율 또한 줄어들었다.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을 종합한다면, 2008 금융위기는 부채증가→부채감축→소비지출 감소라는 '부채동학'(Debt Dynamics)이 일으킨 '경제위기'(Crisis) 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2008 금융위기 이후 세계(World) · 선진국(Developed) · 신흥국(Emerging) 경제의 GDP 예측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검은색선 '2008 f/c'는 금융위기 발생 이전의 GDP 예측치를 보여줍니다. 금융위기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거시경제가 검은색선을 따라서 성장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2008년에 금융위기는 발생했었고, 2010년 · 2012년 · 2014년 경제전망치는 위기 이전의 전망치에서 크게 이탈하고 있습니다.


유럽 경제학자들이 주축이 된 CEPR은 2014년 9월 <Deleveraging, What Deleveraging? The 16th Geneva Report on the World Economy> 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부채동학' · '경제위기' · '앞으로의 세계경제'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비록 시간이 조금 지난 보고서지만, 2016년 현재 세계경제를 바라보기 위한 유용한 이론적 틀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아래 내용을 통해, '부채동학'(Debt Dynamics)'경제위기'(Crisis) 그리고 '앞으로의 세계경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 부채동학(Debt Dynamics) - 레버리지 사이클(Leverage Cycle)

: 왜 '부채증가에 이은 부채감축' 현상이 발생하는가

: 향후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

: 부채상환능력(Debt Capacity)과 부채의 지속가능성(Debt Sustainability)

: 부채증가 선순환 및 부채감축 악순환 


  • 레버리지 사이클(leverage cycle)
  • 왜 '부채증가에 이은 부채감축'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 → 신용팽창 → 경제성장 전망 하향조정 → 신용팽창 크기조정 → 위기 혹은 구조개혁 


● 레버리지 사이클이 나타나는 원인


위의 그림은 "왜 '부채증가에 이은 부채감축'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즉 레버리지 사이클이 왜 발생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버리지 사이클이 나타나는 원인에서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growth prospect)와 "부채상환능력"(Debt Capacity) 입니다.   


어떠한 혁신(Innovation)이 발생하여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Optimism on growth)가 생긴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지금 부채를 차입해 투자를 하더라도, 앞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면 부채를 문제없이 상환할 수 있을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상황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는 신용팽창(Credit expansion)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앞서, 경기침체(recession)를 설명할때 언급했듯이, 경기변동(business cycle)은 일종의 순환(cycle) 입니다. 확장국면에 있던 거시경제가 어떤 요인에 의해 수축국면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죠. 


경기순환상 수축국면에 접어들게 되면, 경제주체들은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줄입니다(Reduction in growth prospects). 그렇다면 "지금 부채를 차입해서 투자를 늘리면 나중에 상환이 어렵겠는데?" 혹은 "지금 가지고 있는 부채를 미리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힘들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즉,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기대는 신용축소로 이어집니다.


즉,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에 따라 "부채상환능력(Debt Capacity)" 혹은 "부채의 지속가능성(Debt Sustainability)"에 대한 평가가 달라집니다. 그 결과, 거시경제내 부채량 혹은 신용량도 변하게 되죠


▶ 앞으로의 경제상황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 → 부채상환능력 높게 평가 → 부채증가 및 신용팽창


▶ 낙관적인 기대 감소 → 부채상환능력 낮게 평가 → 부채감소 및 신용축소



● 레버리지 사이클이 거시경제에서 문제를 초래하는 이유


자, 이제 "레버리지 사이클이 왜 발생하는지"를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레버리지 사이클'이 거시경제에서 문제를 초래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앞으로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에 따라 부채량이 늘거나 줄어드는게 왜 중요한 문제일까요?  


그 이유는 경제성장과 부채량 간의 관계가 선순환 및 악순환 모습을 띄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경제상황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는 부채 및 신용을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부채를 활용해 투자를 늘리면 실제로 경제가 성장합니다. 그렇다면 미래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는 더 높아지게 되고, 이어서 부채 및 신용도 더 팽창하게 됩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계속 작동한다면, 거시경제 내에서 부채 및 신용 총량은 계속해서 커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떠한 요인에 의해서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요? 


앞서 말했듯이, 낙관적인 기대의 감소는 부채상환능력 혹은 부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들게 만듭니다. 앞으로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질 것이다 라고 판단된다면 부채 총량을 줄이든지 아니면 부채 증가율을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부채 및 신용의 축소는 투자를 감소시키고 실제 경제성장 자체가 저하됩니다. 그렇다면 미래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는 더 낮아지게 되고, 부채 및 신용도 더 줄어들게 되죠.  


이러한 악순환 구조가 계속 작동한다면, 거시경제 내에서 부채 및 신용 총량이 계속해서 줄어듦과 동시에 경제성장도 저하됩니다.


이때, '부채 및 신용 축소에 따른 경제성장 저하 정도'는 '이전에 부채 및 신용이 얼마만큼 증가해왔는지'에 달렸습니다. 


만약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바라봐 왔다면(excessive optimism), 부채 및 신용은 크게 증가해왔을 겁니다. 그렇다면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가 낮아짐에 따라 축소해야 하는 부채 및 신용의 총량도 많을 겁니다.


이와는 달리,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조금만 낙관적으로 바라봐 왔다면, 부채 및 신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가 낮아짐에 따라, 부채 및 신용 총량을 덜 줄이거나 아니면 그저 증가율만 조금 낮춰도 무방할 겁니다.


즉, 선순환 구조가 과도하게 작동해 왔다면 악순환 구조도 과도하게 작동할 겁니다. 반대로 선순환 구조가 적게 작동해 왔다면 악순환 구조도 적게 작동합니다.


부채 및 신용 감축은 소비지출 감소 · 투자감소 등을 뜻하기 때문에, 선순환이 작동할 때 부채를 과도하게 축적해 왔다면 악순환이 발생했을때 경제상황은 심각하게 나빠집니다.


▶ 과도한 선순환 작동 : 경제상황 낙관적 기대 → 부채 증가 → 투자 증가 → 실제 경제성장 증가 → 낙관적 기대 향상 → ... → 부채 과도하게 축적


▶ 과도한 악순환 작동 : 경제상황 낙관적 기대 감소 → 부채 감소 → 투자 및 소비 감소 → 실제 경제성장 악화 → 낙관적 기대 저하 → ... → 투자 및 소비 크게 감소 → 경제상황 심각하게 나빠짐


▶▶▶ 선순환 시기 과도한 부채를 축적 했을수록, 악순환 시기 경제상황 저하 정도 커짐




※ 미래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사라졌을때, 대응하는 방법에 따른 거시경제 충격 차이

: 최선 - 구조개혁 - 성장 지속

: 차악 - 느린 부채감축 - 작은 충격

: 최악 - 부채감축 - 경제위기 발생


다시 말하지만, 선순환 시기 과도한 부채를 축적 했을수록, 악순환 시기 경제상황 저하 정도는 커집니다. 


아래내용은 "미래 경제성장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사라졌을때, 대응하는 방법에 따른 거시경제 충격 차이"를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합니다. 


  • 미래 경제성장이 저하된다는 것을 알았을때, 대응하는 방법


위의 그래프는 '미래 경제성장이 저하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대응하는 3가지 방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번째 방법은 '부채 증가율을 낮춘다'(Lower target) 

두번째 방법은 '부채량 자체를 줄인다'(Lower level)

(그리고 그래프에 나와있지 않은) 

세번째 방법은 '미래 경제성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입니다.


'부채 증가율을 낮추는 방법'(Lower target)선순환 시기에 축적해 놓은 부채량이 과도하지 않을때 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부채증가를 통해 투자를 늘려나가는 방식은 계속해서 쓰더라도, 부채증가율을 적정수준에서 관리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부채량 자체를 줄이는 방법'(Lower level)순환 시기에 과도한 부채를 축적했을때 써야하는 방법입니다. 부채를 더 이상 늘려나가면 상환능력이 위협받기 때문에, 부채량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미래 경제성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부채를 신경쓰기 보다 경제성장에 신경쓰는 방법입니다. "부채 증가율 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높으면 문제 없는거 아닌가?" 라는 인식이죠.


  • 구조개혁을 하느냐, 아니면 위기를 맞느냐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 경제성장을 높이는 것' 입니다. 투자의 효율성을 높인다든지 인적자본을 개선시킨다든지 등을 통해 미래 경제성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이는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s)에 의해 달성가능 합니다.


그런데 어려운 점은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원배분의 역할을 맡는 금융의 기능이 발달하여야 하는데, 금융발전은 단기간에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또한, 인적자본 개선도 수년의 세월이 필요하죠.  


이런 이유로 인하여 대부분 국가는 '부채 증가율을 낮추거나'(Lower target) '부채량 자체를 줄이는'(Lower level)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채 증가율을 낮추는 것'(Lower target)은 (상대적으로) '느린 부채감소'(Slow Deleveraging)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부채증가를 통해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느린 부채감소은 투자위축에 따른 경제성장 저하를 일으킵니다. 하지만 경제성장 저하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부채량 자체를 줄일때'(Lower level) 발생합니다. 선순환 시기 과도한 부채를 축적해왔다면 부채량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축적해놓은 부채량이 많을수록 줄여야하는 부채량도 많아지고, 이에 따라 부채감축에 따른 소비 및 투자감소 정도가 커집니다. 그 결과, 경제성장이 저하되는 정도도 커집니다


게다가 '과도한 악순환'이 작동한다면 경제성장은 계속해서 나빠집니다. 결과적으로 거시경제는 위기(Crisis)를 맞게 됩니다.

 

  • 3가지 방법에 따른 실질GDP 추세 변화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s)에 성공한다면, 거시경제는 이전의 실질GDP 증가 추세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습니다. 선순환 시기 축적해놓은 부채량이 적었다면 느린 부채감축(Slow Deleveraging) 방법을 쓰게 되는데, 구조개혁에 비해 실질GDP가 적어지긴 하지만 이정도는 괜찮습니다.


문제는 경제위기(Crisis)가 발생했을 때 입니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실질 GDP 자체가 푹 떨어집니다. 


그리고 구조개혁 · 느린 부채감축에 비해서 실질GDP 증가율이 낮아짐에 따라, 거시경제 생산량은 (둘에 비해서) 낮은 수준을 유지합니다.  




※ 경제위기는 왜 문제인가

: 경기침체(Recession)와 경제위기(Crisis)의 차이

: 경제위기의 3가지 유형


앞서, 구조개혁이나 느린 부채감축에 비해서 '경제위기'(Crisis)가 발생했을때 실질GDP 저하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경기침체(Recession)와 경제위기(Crisis)의 차이'와 '경제위기의 3가지 유형'에 대해서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글의 맨앞서 언급했던, "'경기침체'(recession)는 경기변동상의 순환"이고,  "'경제위기'(crisis)는 거시경제 현재 생산량이나 생산증가율에 오랜기간 타격을 주는 현상" 이라는 점을 다시 떠올려 봅시다.


  • 경기침체(Recession)의 전형적인 모습
  • 경기침체 발생 이후 실질GDP 저하. 그러나 곧이어 회복 발생


윗 그래프는 일반적인 경기침체(Recession)가 발생했을때 GDP 변화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검은색 점선은 잠재GDP이고, 파란색 실선은 실제GDP 입니다. 그리고 선의 기울기는 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을 의미합니다.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실제GDP는 잠재GDP를 이탈하여 크게 감소합니다. 그러나 이후 실제GDP는 매우 가파르게 성장하여 잠재GDP 수준을 회복합니다.


이처럼 경기순환상 일반적인 경기침체(Recession)가 발생하면, 실제GDP는 '경제성장률 하락에 따라 잠재GDP 이탈 → 이후 경제성장률 가파른 증가에 이은 잠재GDP 회복' 현상을 보여줍니다. 잠재GDP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제위기(Crisis)는 이와 다릅니다. 경제위기는 잠재GDP를 자체를 낮추고 경제성장 경로를 완전히 바뀌게 만듭니다. 


  • Type 1 경제위기 : 실제 생산량에 영구적인 손상. 하지만 잠재GDP 및 실제GDP 증가율은 변하지 않음


윗 그래프는 경제위기의 첫번째 유형을 보여줍니다. 검은색 점선은 잠재GDP이고, 파란색 실선은 실제GDP 입니다. 그리고 선의 기울기는 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을 의미합니다.


첫번째 유형의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실제GDP는 잠재GDP를 이탈하여 크게 감소합니다. 이는 경기침체(Recession)와 똑같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기침체와는 달리, '경제성장률이 가파르게 증가하여 잠재GDP를 회복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예 잠재GDP 자체가 감소해 버립니다.


경제위기로 인해 한번 감소한 생산량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Persistent output loss). 그저 변화된 잠재GDP를 따라갈 뿐입니다.


잠재GDP 및 실제GDP의 증가율-검은색 점선, 파란색 실선의 기울기-은 위기 이전과 이후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 입니다.(potential growth unchanged) 


  • Type 2 경제위기 : 실제 생산량은 감소하지 않음. 하지만 잠재GDP 및 실제GDP 증가율에 영구적인 손상


윗 그래프는 경제위기의 두번째 유형을 보여줍니다. 검은색 점선은 잠재GDP이고, 파란색 실선은 실제GDP 입니다. 그리고 선의 기울기는 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을 의미합니다.


경기침체와 첫번째 유형의 경제위기와는 달리, 두번째 유형의 경제위기가 일어나더라도 실제GDP는 감소하지 않습니다. 다만, 잠재GDP 및 실제GDP 성장률이 영구적으로 낮아집니다.(Persistent fall in output growth)


이러한 경제위기 유형의 실사례는 일본 입니다. 1990 버블 붕괴 이후, 일본경제는 잠재GDP 증가율 및 실제GDP 증가율이 낮아졌고, 0%대의 경제성장률을 지금까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 Type 3 경제위기 : 실제 생산량에 영구적인 손상 +  실제GDP 증가율에 영구적인 손상


윗 그래프는 경제위기의 세번째 유형을 보여줍니다. 검은색 점선은 잠재GDP이고, 파란색 실선은 실제GDP 입니다. 그리고 선의 기울기는 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을 의미합니다.


경제위기의 세번째 유형은 첫번째 유형과 두번째 유형의 안좋은 부분만 모아져있습니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실제생산량이 영구히 줄어들고(Loss of output), 잠재GDP 및 실제GDP 증가율 또한 감소(slower potential output growth)합니다.


경제위기 중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바로 세번째 유형입니다. 2008년이 8년이나 지났으나, 여전히 세계경제 및 미국경제가 힘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또 다른 위기가 발생할까?

: 중국의 과도한 부채축적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도대체 2008 금융위기의 어떤 특징 때문에, 8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가"를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2008 금융위기는 '과도한 부채축적'에 이은 '세번째 유형의 경제위기'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2008년 이전, 경제상황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가 퍼져있을때 미국 가계는 부채를 과도하게 축적하였고, 경제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자 급격한 부채축소에 나섰습니다. 이는 투자감소 및 소비지출 감소를 통해 거시경제에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그 결과,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미국경제는 실제GDP에 영구적인 손상이 발생하였고, 증가율 또한 감소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세계경제내에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될 위험은 없을까요?   


CEPR의 2014년 9월 보고서 <Deleveraging, What Deleveraging? The 16th Geneva Report on the World Economy> 는 '중국'에 주목합니다. 중국의 부채축적 추이와 경제성장률 하락을 보면, 앞으로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 중국의 금융부문 제외 GDP 대비 부채 규모 추이

  • 2008년 이후 GDP 대비 부채규모가 72%p 증가


윗 그래프는 중국의 '금융부문 제외 GDP 대비 부채규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8년 이후 중국의 비금융부문 GDP 대비 부채규모는 72%p나 증가하였고, 부채증가를 이끈 것은 민간부문 이었습니다. 


  • 중국의 실질 및 명목 GDP 성장률 변화 추이


중국경제내에서 부채규모가 이렇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습니다. 과거 10% 이상을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2015년 6.9%로 7%대의 벽이 깨졌고, 올해는 6%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과연 중국은 '경제위기'(Crisis)를 맞게 될까요?


중국경제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합시다.


  1. WORLD ECONOMIC OUTLOOK (WEO) UPDATE Subdued Demand, Diminished Prospects January 2016 [본문으로]
  2.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3. [1997년-2005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① - 2008 금융위기의 씨앗 http://joohyeon.com/243 [본문으로]
  4. [2007년-2009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② - 2008 금융위기 발생 http://joohyeon.com/244 [본문으로]
  5. http://joohyeon.com/245 [본문으로]
  6. [2013년-2015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④ - 또 다른 위기? http://joohyeon.com/246 [본문으로]
  7. 하위계층의 높은 부채비율. 부동산가격 하락의 손실을 집중시키다 - 『House of Debt』 http://joohyeon.com/202 [본문으로]
  8.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http://joohyeon.com/23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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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2015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④ - 또 다른 위기?[2013년-2015년] <The Economist>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④ - 또 다른 위기?

Posted at 2016.01.22 16:28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 '1997년-2005년' · '2007년-2009년' · '2010년-2012년' 복습


지난글들을 통해 '1997년-2005년'[각주:1] · '2007년-2009년'[각주:2] · '2010년-2012년'[각주:3]에 발생했던 세계경제 사건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1997년-2005년'은 2008 금융위기의 씨앗이 뿌려진 시기 입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동아시아 국가 및 신흥국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외환보유고 축적에 힘을 썼습니다. 이들이 축적한 자본은 미국으로 유입되어와 부동산가격을 상승시켰죠.   


또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러시아 · 브라질 · 아르헨티나로 퍼지는 것을 본 미국은 1998년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합니다. 미국경제가 비교적 안정된 상태에서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과열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IT 산업 과열이 문제였는데, 2001년 IT 산업 거품이 꺼지게되자 미국은 경기침체에 빠지고 맙니다. 이어서 미국은 1%대의 초저금리 정책을 시행하였는데... 


이는 '신흥국에서 유입되어온 자본'과 함께 부동산거품을 만들어내고,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금융위기를 맞게 됩니다.  


(참고 :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


'2007년-2009'년은 2008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진행된 시기입니다.


: 미국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의 연체율이 상승했습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서브프라이머)의 연체가 문제였는데, 이들은 소량의 자기자본으로 집값의 80% 이상을 대출 받아서 집을 구매했었습니다. 따라서 집값이 20%만 하락해도 이들의 손실은 100%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대출연체 증가는 금융기관의 부실을 불러왔습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2년동안, 주택담보대출 전문업체인 Fannie Mae(패니매이)와 Freddie Mac(프레디 맥) 파산에 이어 Merrill Lynch(메릴린치) · Bear Stearns(베어스턴스) · AIG 등 세계적 금융보험회사들이 무너졌습니다. 


당시 미국은행 뿐만 아니라 유럽은행 또한 상당한 양의 자금을 미국 주택구입자에게 빌려주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발생한 위기는 유럽에까지 전파되었습니다. 미국은행 못지않게 유럽은행들도 파산하였죠. 은행의 파산은 금융시스템을 마비시켰고, 돈이 돌지 않게 되자 실물경제마저 악화되었습니다.


(참고 : '하위계층의 높은 부채비율. 부동산가격 하락의 손실을 집중시키다 - 『House of Debt』' )


'2010년-2012년'은 유럽재정위기가 발생하고 진행된 시기입니다.


: 미국정부와 유럽 각국 정부는 금융시스템 마비를 해소하고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은행에 구제금융자금을 투입하였죠. 그런데 정부가 은행에 투입한 구제금융자금으로 인하여 정부부채가 크게 증가하게 되었는데, 특히 포르투갈 · 아일랜드 · 그리스 · 스페인 (PIGS) 등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정부부채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나라끼리 동일한 통화(single currency)를 사용하는 유로존은 바로 그것때문에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국 경제 상황에 맞는 독립적인 재정 · 통화정책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운데, 경제위기는 점점 심화되었죠. 


경제위기 해결방법을 두고 채권국인 독일과 채무국인 그리스 등의 갈등은 점점 깊어졌고, '하나의 유럽'이라는 유럽인들의 꿈은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참고 : '[유럽경제위기 요약] 유럽재정위기(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란 무엇인가' · '[긴축vs성장 ①]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 '[긴축vs성장 ②]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 '[긴축vs성장 ③]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 '[긴축vs성장 ④] 정부부채와 경제성장의 관계 - a Magic Threshold는 존재하는가' )




※ 또 다른 경제위기?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08 미국 금융위기

- 2010 유럽 재정위기

- 201X 중국 ???


'2013년-2015년'은 미국이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중국 및 신흥국의 경제위기 가능성이 대두되는 시기입니다.


: 2008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았던 미국경제는 Fed의 공격적인 통화정책과 오바마 행정부의 구조개혁에 힘입어 위기 이전의 실업률(5%)를 회복하였습니다. 2015년 12월에는 7년만에 제로금리에서 벗어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경제가 양호했던) 중국과 신흥국에서 경제위기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 석유 과잉공급 ·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로 인해, 석유 및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자재 수출로 먹고사는 신흥국 경제가 위험해졌죠. 또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도 신흥국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도성장을 기록해왔던 중국은 과잉투자 · 위안화 고평가 · 금융부문 부실대출 등이 겹치면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경제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10년-2012년 동안 미국과 함께 'G2'로 불리우며 중국의 부상을 호령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이번글에서는 2013년-2015년 동안 발생했던 세계경제적 사건들을 이슈별로 살펴볼 겁니다. 


이전의 글들은 시기순으로 경제적 사건을 정렬했으나, 이번글에서는 '2008 금융위기 5주년' · '세계경제 장기침체 가능성' · '일본 아베노믹스' · '계속되는 유럽경제위기' · '미국 셰일가스 혁명과 석유가격 하락' · '중국 및 신흥국 경제위기 가능성' · '미국의 힘' 등 이슈별로 모았습니다.

 



※ 2008 금융위기 5주년



2013년 9월 7일 · 2014년 4월 12일

'(금융위기) 5주년 - 다음번 리만브러더스 사태는 어디에 있을까?' (Five years on - Where's the next Lehman?)

'5번의 위기 동안에 금융의 역사 - 다음번 금융위기를 막는 방법' (A HISTORY of FINANCE in FIVE CRISES & HOW THE NEXT ONE COULD BE PREVENTED)


2013년 9월은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지 5년이 되는 때였습니다.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살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유럽으로 퍼져서 재정위기를 일으켰고, 신흥국은 선진국 수요감소에 따른 악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미국 Fed는 2008년 12월 이후 줄곧 0%~0.25%의 기준금리를 유지했고, 유럽 ECB 또한 초저금리 정책을 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미국경제는 위기 이전의 잠재성장 경로를 계속해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8 금융위기가 미국의 경제성장 경로마저 바꿔놓은 것이죠.


<The Economist>는 2008 금융위기 발생 5주년에 맞추어, '2008 금융위기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강의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총 5편의 글을 통해, 경제학과 학부생들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금융위기의 원인 · 영향 · 이후'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 2008 금융위기 5주년 특집 - 학부생을 위한 '2008 금융위기' 강의 시리즈


: 1편 - 2008 금융위기의 원인 - 'The origins of the financial crisis - Crash course'

: 2편 - 부채의 위험성 - 'The dangers of debt - Lending weight'

: 3편 - 위기 이후 통화정책 - 'Monetary policy after the crash - Controlling interest'

: 4편 - 확장 vs 긴축 정책 - 'Stimulus v austerity - Sovereign doubts'

: 5편 - 은행규제 - 'Making banks safe - Calling to accounts'


▶ 2013년 9월 7일자 기사

: 'Global finance - Where’s the next Lehman?'

: 'The capital-freeze index - Stop signs'


▶ 2014년 4월 12일자 기사

: 'The future of finance - Leviathan of last resort'

: 'Fannie Mae and Freddie Mac - The ugly twins of finance'

: 'ESSAY - FINANCIAL CRISES'




※ 미국경제 · 세계경제 장기침체 가능성



2013년 01월 12

'우리는 양변기 같은 유용한 제품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까?' (Will we ever invent anything this useful again?)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5년~6년 동안이나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미국경제와 세계경제. 


이런 상황을 본 몇몇 경제학자들은 "이제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는 경제성장이 다한게 아닐까?" 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특히 경제학자 Robert Gordon(로버트 고든)은 "미국과 세계 경제성장의 특징은 획기적인 발전이 단 한번 일어났다.(One big wave)" 라고 말합니다.[각주:4] 2차 산업혁명 당시 상하수도 시설 · 자동차 · 전화기 · 비행기 등이 만들어졌고, 그 이후에는 단순한 개량만 이루어졌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그는 "2차 산업혁명 때 만들어진 상수도시설과 실내화장실 vs 2000년대 이후 발명된 전자기기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이냐?"를 물으면서, 현대의 발명은 2차 산업혁명 때의 '획기적인 발전'(One big wave)과 비교해 미미한 성과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미미한 성과 혹은 개량만 이루어지는 오늘날,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는 저성장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고 그는 말합니다. 


2013년 초, Robert Gordon(로버트 고든)의 이같은 물음이 제기된 이후, 2013년 말에는 Larry Summers(래리 서머스) 또한 유사한 주장을 합니다. 


Larry Summers는 "앞으로 미국경제와 세계경제가 '영속적인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의 길을 걸을 것이다." 라고 말하며, 경제상황을 어둡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주 : 그러나 Robert Gordon과 Larry Summers의 관점은 다릅니다. Robert Gordon은 '공급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Larry Summers는 '수요측면'을 이야기하고 있죠. 다른글에서 Larry Summers의 '장기침체론'(Secular Stagnation)을 다룰 계획입니다.)


▶ 2013년 1월 12일자 기사

: 'Growth - The great innovation debate'

: 'Innovation pessimism - Has the ideas machine broken down?'




※ 일본경제는 '장기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2013년 5월 18일 · 2014년 6월 28일

'새? 비행기? 아니... 일본! - 아베노믹스 · 국수주의 그리고 중국에 대한 도전' (IS IT A BIRD? IS IT A PLANE? NO... IT'S JAPAN! - Abenomics, nationalism and the challenge to China)

'세번째 화살 (구조개혁) - 마침내 일본은 얼마나 변하고있나' (The third arrow - How Japan is changing at last)


2008 금융위기 이후 '장기 저성장'의 두려움에 빠진 미국 · 세계경제. 그런데 '장기 저성장' 하면 떠오르는 국가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본입니다.



1990년대 초반 버블 붕괴 이후 일본경제는 말그대로 '저성장'을 기록해왔습니다. 아니, 경제성장이 아예 없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87년을 기준으로 중국 · 미국 · 일본의 경제성장 정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은 1987년과 2012년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5년 동안 경제성장이 없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2012년 말 - 2015년, 일본경제는 세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아베 총리 부임 이후 실시된 '아베노믹스'(Abenomics)[각주:5] 때문이었습니다. 아베 총리는 '통화공급 확대 · 재정지출 확대 · 구조개혁'이라는 3가지 화살(Three Arrows)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섰습니다. 


일본은 25년 동안 저성장 · 디플레이션을 겪었는데, 이를 탈피하기 위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겠다." 라는 극단적인 발언까지 하며 경기부양에 나섭니다.[각주:6]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또한 "그저그런 치료는 증상을 악화시키기만 한다." 라는 말을 하며, 무제한적인 통화공급 확대를 공언했습니다.


2016년 현재,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마다 다릅니다. 아베노믹스가 일본의 경제성장을 불러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 2013년 5월 18일자 기사

: 'Japan - Abe’s master plan'

: 'Japan and Abenomics - Once more with feeling'


▶ 2014년 6월 28일자 기사

: 'Reform in Japan - The third arrow'

: 'Abenomics picks up speed - The battle for Japan'




※ 경제위기 탈출이 쉽지 않은 유로존



2014년 5월 17일 · 10월 25일

'유럽 투표하다' (Europe goes to the polls)

'유럽경제' (Europe's economy)


2008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 유럽재정위기 발생' · '2011년 유럽재정위기 심화' · '2012년 그리스사태 및 긴축vs성장 논쟁'을 겪어왔던 유로존[각주:7]. 2013년-2015년에도 유로존 경제는 여전히 문제였습니다.



2014년, 포르투갈 · 아일랜드 · 그리스 · 스페인 (PIGS)의 GDP 대비 정부부채, 가계부채, 비금융기업부채 비율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유로존 및 세계경제는 '디플레이션 위험'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각국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와 실제 인플레이션율을 보여주는데, 대다수 국가의 인플레이션율은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로존은 2015년에 그리스경제가 또 다시 문제를 일으키면서 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 2014년 5월 17일자 기사

: 'The European Union - Europe goes to the polls'

: 'The European Parliament - Elected, yet strangely unaccountable' 


▶ 2014년 10월 25일자 기사

: 'The euro zone - The world’s biggest economic problem'

: 'The dangers of defl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