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일반'에 해당되는 글 41건

  1. [공지]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15 2014.08.31
  2. 법인세를 둘러싼 논점들 4 2014.01.15
  3. 정부지출, 재정적자와 관련하여 고려해야할 요인들 2 2014.01.01
  4.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논란 - 세금들 많이 내십니까? 2013.12.31
  5. 65세 이상 어르신 무임승차제도 논란에 관하여 2013.12.02
  6. 은행과 고객 간 '긴밀한 친밀관계'의 중요성 - 금융시스템 내 정보비대칭성 2 2013.11.17
  7. 서강대, 성적순 수강신청제도 도입? 1 2013.05.08
  8. 공부를 못하는 학생, 경제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 2013.05.02
  9. 언론사가 '주가지수 상승을 경제성장의 지표'로 나타내는 게 타당할까? 2013.03.18
  10. 균형재정에 대한 잘못된 강박관념 3 2013.01.05
  11. 저금리, 고령화 시대의 징후 - 카드사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 2013.01.03
  12. 고환율은 좋고(나쁘고), 저환율은 나쁘다(좋다) ?? 3 2012.11.04
  13. 고환율? 저환율? 금융시장 불안정성! 경기변동의 진폭! 2 2012.11.03
  14.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1 2012.10.19
  15. 혁신을 가로막는 특허제도 2 - by <The Economist> 2 2012.08.31
  16. 미국 재정절벽 (Fiscal Cliff) - 보수주의자들은 "재정건전성"을 원하는가? 2012.08.28
  17. 사회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모방, 그리고 혁신을 가로막는 특허제도 2012.08.26
  18. 적자지출이 해답일까? 2012.08.24
  19. Mario Draghi - "More Europe" 2012.07.31
  20. Hyman Minsky가 말한 "금융시장의 태생적인 불안정성"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사례 2012.07.25

[공지]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공지]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Posted at 2014. 8. 31. 09:42 | Posted in 경제학/일반


저는 서강대 경제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학부생입니다. 본 블로그의 포스팅은 제가 공부한 것들을 정리(짜집기)한 것입니다. 


블로그의 제목인 'on the other hand'는 미국 Harry Truman 대통령의 외팔이 경제학자(one-handed economist) 일화에서 따왔습니다. 사회과학인 경제학은 자연과학과는 달리 정해진 답이 존재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과 변수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어떠한 경제현상 · 정책에 관하여, "이러한 현상 · 정책은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 이럴 수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저럴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확답을 피해갑니다. 


저는 경제학의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고, 경제학의 여러 다양한 논점들을 소개하고자 하였습니다.(물론, 주제선정과 결론작성에 주관적편견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노력 · 시간부족(귀차니즘)으로 인하여 어느 한쪽의 주장만 소개하는 경우가 다반사 였습니다(그리고 논문을 인용해 제가 하고픈 주장만을 한다든지...). 


가령,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 상승은 Fed의 금리정책 때문이 아니다." 라는 Ben Bernanke의 주장을 소개하였는데, 이에 대한 반론도 많이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 소속 경제학자들은 "Fed의 저금리정책이 금융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Fed의 금리정책이 금융불안정을 초래하느냐'의 문제는 2014년 현재에도 Fed와 BIS 간의 설전이 벌어질 정도로 중요한 주제입니다. 


그렇지만 정제된 글 한편을 작성하는데에 걸리는 시간(글 한편 '쓰기'로만 4시간 이상이 걸립니다)으로 인해 다양한 주장들을 소개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개강 이후에는 시간부족으로 인하여 몇 달동안 블로그 포스팅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방학에는 뭐했냐;;;)   


이러한 문제들을 보완하고자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이제부터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하여 <The Economist> · <WSJ> · <Financial Times> 등에 수록된 기사나 <한국은행> ·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보고서 그리고 NBER Working Paper 등을 간략히 소개할 예정입니다. 주로 "이 텍스트의 내용 · 논점 · 함의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언론에 아쉬운 점은 '경제학을 다루는 글'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매일경제> · <한국경제> 등은 주로 기업 · 부동산 · 재테크 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나마 우리나라 언론 중 경제기사가 가장 좋은 곳이 <조선비즈> 라고 생각하지만, <The Economist>의 'Free Exchange· <Financial Times>의 'Alphaville· <WSJ>의 'Real Time Economics· <NYT>의 'Economix' 비하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은 꼴보수 학문"이라거나 "시장주의는 약자를 무시하는 꼴보수 논리"라는 오해를 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단순히 재테크 위주의 경제 이야기가 아니라, '경제학을 다루는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읽힐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경제학은 꼴보수 학문도 아니고, 시장주의는 약자를 무시하는 꼴보수 논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블로그와 더불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경제학이 무엇인지' · '시장주의가 무엇인지' · '경제학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를 저와 함께 공부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면, "경제학자들이 왜 on the other hand를 말하는지"도 저와 함께 알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아직 학부생이라... 경제학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바로 제가 박사 · 교수가 아닌 학부생 이라는 점입니다. 아직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텍스트들의 주장을 잘못 소개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또한 경제학자가 말하고픈 바를 오인하여 전달하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합니다.(이러한 이유로 이 블로그의 예전글들은 죄다 비공개 처리하고 싶은;;;; 말도 안되는 주장들을 싸질러나서;;;


하지만 제가 학부생이라는 사실을 다르게 바라본다면, '저의 공부량'에 맞추어 더욱 더 다양한 경제학 내 논점들을 소개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제가 공부를 안하면, 맨날 했던 얘기 또하고 또하고를 반복하겠죠;;;). 그러니 이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저와 함께 경제학을 공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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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를 둘러싼 논점들법인세를 둘러싼 논점들

Posted at 2014. 1. 15. 13:22 | Posted in 경제학/일반


법인세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글 2편 소개. 경제학자들이 법인세를 문제로 지적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


1. (법인세의 본래 의도와는 달리) 실제적 부담자가 누군지 모호하다.


2. 법인세는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자본스톡을 감소시킨다. 이는 노동생산성을 감소시키고, 실질임금을 저하시킨다.

(경제의 '장기총생산량'을 결정하는 것은 생산요소의 '투입'과 '생산성'인 만큼, '투입'과 '생산성'이 줄어든다면 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Laurence J. Kotlikoff. 'It’s time to eliminate the US corporate income tax'. 2014.01.14


① 많은 사람들은 '재산세'를 누진적인(progressive) 세금으로, '부가가치세(일반소비세)'를 역진적인(regressive) 세금으로 인식한다.


②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부가가치세'는 누진적인 세금이다. 부가가치세의 세율을 높이는 것은 재산세의 세율을 높이는 것과 같다.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의 '구매력을 하락' 시키기 때문이다.


③ 부가가치세는 재산에 대해 한번 과세하는 것과 소득에 대해 평생 과세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이다. 

(It’s easy to show mathematically that consumption taxation is equivalent to taxing wealth on a one time basis, and wages on an ongoing basis. The only difference between the two is in the choice of words used to describe their equivalent effects.)


④ 법인세의 문제는 '누가' 세금을 부담하느냐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많은 진보성향 사람들은 법인세를 '부유한 주주들(rich corporate shareholders)'이 부담한다고 인식한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⑤ 거기다가 법인세는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는 빌미를 초래한다.


⑥ 법인세를 폐지하고 부가가치세(일반소비세)의 부담을 높이는 것은 (기업투자 증가와 함께) 장기적인 후생증가에 기여한다.


⑦ 법인세를 폐지하면 약 23%~37% 가량의 자본스톡이 증가하고, 이는 노동생산성 증가에도 기여한다. 노동생산성 증가는 근로자들의 실질임금 증가를 만들어낸다.




Richmond Fed. 'Taxing the Behemoths' . 2013


Richmond Fed 에서 작성한 이 보고서는 '법인세의 조세귀착 문제(Who Pays?)'와 '법인세가 초래하는 비용(At What Costs?)'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① 법인세가 부과되었을 때, 과연 누가 이것을 부담하느냐는 분명하지 않다.


② 기업의 주주들이 부담할 수도 있고, 낮아진 임금의 형태로 근로자가 부담할 수도 있다. 혹은 물건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이 부담할 수도 있다. 


③ 자본이동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에는, 법인세 부담은 대개 자본(capital, 생산수단을 의미)을 가진 사람들이 부담했다.


④ 그러나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진 현대에는 그렇지 않다. 


법인세 부담을 피해 자본이 해외로 이전한다면, (원래 자본이 있었던 국가의) 자본스톡이 감소하게되고 이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생산성 저하는 임금의 감소를 불러온다.


⑤ 물론, 이 또한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다르긴하다.


⑥ 법인세를 누가 부담하느냐는 모호하긴 하지만, 법인세는 비효율성을 유발한다.


⑦ 기업들은 법인세 부담을 피하기 위하여, 주식시장을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차입을 통해 자본금을 확충한다.


⑧ 그 결과, 기업들은 차입경영을 선호하게 된다. (Debt financing ends up being much preferred.) 이것은 기업의 부채비율을 높이게 되고, 파산위험을 높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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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출, 재정적자와 관련하여 고려해야할 요인들정부지출, 재정적자와 관련하여 고려해야할 요인들

Posted at 2014. 1. 1. 12:40 | Posted in 경제학/일반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해야하는 일(?)은 비전공자들을 빡치게 만드는 것이다. 바로,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꿔가며, 이전에 말했던 것과 상반된 주장을 함으로써 비전공자들을 빡치게 하는 것. "그때는 이랬어야 했는데, 지금은 이렇게 해야해."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 이렇게 해야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이렇게 해야해."


정부지출과 재정정책을 예로 들어 설명을 하자면, 얼마전 나는 노인무임승차를 주제로 "노인들한테 요금을 받지 않는 편이 낫다" 라고 주장[각주:1]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공기업 부채가 문제이니 민영화도 생각해봐야 한다" 라고 주장[각주:2]한다.


뭐하자는걸까? 그리고 재작년에 나는 "미국, 유럽경제에는 지금시점에 긴축정책이 필요하지 않다.[각주:3] 우리나라 또한 균형재정에 강박관념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각주:4]" 라고 주장했지만, 최근의 나는 "국가부채 문제를 신경써야한다." 라고 주장한다. 왜 말이 바뀌는걸까?




일단 정부의 재정적자와 과도한 국가부채가 문제인 이유를 살펴보자. 현대화폐는 fiat money 이기 때문에 생산력이 뒷받침되는 범위에서 국가가 돈을 찍어낼 수 있다. 정부가 재정적자와 부채 그 자체를 문제시할 이유는 없다.

(참고자료 : 균형재정에 대한 잘못된 강박관념


그런데 왜 재정적자와 과도한 국가부채가 문제일까?


경상수지 적자와 자본유입


정부지출 증가로 인한 총저축의 감소는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한다. 경상수지 적자는 자본유입을 불러오고, 자본이동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은 경제내부의 불안정성을 키운다. 


디레버리징 충격


과도한 국가부채를 축소하기 위하여 국가차원에서 디레버리징이 시작되면, 경제전체의 '총수요 축소'로 인하여 침체에 빠지게 된다. 이때, 디레버리징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경기변동의 진폭(경기침체의 크기)는 더욱 더 커질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교과서에 나오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교과서를 통해 경제학을 공부하면 '재정적자 → GDP 축소' 라는 경로를 알게된다. 그런데 실제로도 재정적자 혹은 과도한 국가부채가 경제침체를 가지고 오는 것일까?



1. GDP 대비 국가부채가 높아서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일까?, 경제가 침체에 빠져서 GDP 대비 국가부채가 높은 것일까? 


- 현실에서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재정적자와 과도한 국가부채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우게 됨으로써 경제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경제침체로 인하여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지출 증가가 발생하였을 수도 있고, GDP 상승률이 저하됨으로써 GDP 대비 국가부채가 증가되었을 수도 있다. 어느 방향의 인과관계가 맞는지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어왔다.

(참고자료 :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2. 재정적자를 축소하면 경제가 되살아나나?


일단, 재정적자와 과도한 정부부채가 경제침체를 불러온다 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경제침체를 불러온 재정적자와 과도한 정부부채를 제거하면 경제가 되살아날까? 이러한 주장을 '확장적 긴축정책(Expansionary Austerity)' 라고 한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줄이는 '긴축정책'이 결국에는 '경제의 확장'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정부지출을 축소하는 긴축정책은 단기적으로 '총수요 감소'를 불러온다. 그렇게 된다면 GDP는 감소하고, 오히려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긴축정책'은 확장적이 아니라 '축소적'이라는 말이다. 

(참고자료 :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3. 정부지출을 축소하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줄어들까?


좋다. 재정적자와 과도한 부채를 축소하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어떻게 재정적자와 과도한 부채를 축소해야 할까? 정부지출을 줄이고 소비를 줄이는, 쉽게 말해 허리띠를 졸라매면 부채가 줄어들까? 최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그런 결과가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재정적자가 줄어들려면 정부지출도 감소해야 할테지만 세입도 증가해야 한다. 세입증가를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또한, GDP 대비 부채비율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부채 그 자체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GDP를 성장시킴으로써 GDP 대비 부채비율을 축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축소시킬때 필요한 방안일 수도 있다. IMF는 2012년에 발표한 <World Economic Outlook>을 통해, "재정건전화 달성을 위해서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이 동반 되어야 한다" 라고 주장한다.

(참고자료 :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4. 정부지출을 무조건 늘려야 하나?


"긴축정책이 아니라 확장정책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축소시키는 방법이다" 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정부지출을 무조건 늘려야할까? 그것도 아니다. 


거시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듯이, 정부지출을 증가하면 이자율상승과 환율하락이 발생하고, 이는 투자와 순수출을 감소시킴으로써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발생한다. 쉽게 말해, 정부지출의 승수(multipliers)가 0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또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있다. 항상 정부지출의 승수가 0에 가까울까? 


경제가 침체에 빠져 금리를 인하하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썼다 라고 가정하자. 금리가 0%에 가까운 zero lower bound에 도달하면 중앙은행은 더 이상의 금리를 내릴 수 없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한계를 맞게 된 것이다. 금리가 zero lower bound에 근접하여 통화정책의 무력화되는 경우를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각주:5]' 이라고 하는데, 이때에는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확장적 재정정책의 승수가 매우 커져 1~1.5에 가까워진다. 


(참고자료 : <Measuring the Output Responses to Fisical Policy>(2010))



5. 경기역행적이냐, 경기순응적이냐


그러니까 정부지출을 증가시킬때 고려해야 하는 것은 경기변동(Business Cycle)의 상황이다. 현재 경제가 호황일때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경기순응적인 재정정책(Pro-Cyclical Fiscal Policy)'은 이자율과 환율에 미치는 구축효과로 인해 총수요 증가에 거의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재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때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경기역행적인 재정정책(Counter-Cyclical Fiscal Policy)'은 총수요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따라서,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구사하려고 할때에는 현재 경제가 어떤 상황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6. 일시적이냐, 항구적이냐


자, 이제 그렇다면 '경기순응적인 재정정책'과 '경기역행적인 재정정책'을 경기변동의 때에 맞게 구사하면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일까? 아니다.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 때 정부지출을 증가시켰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때 증가한 정부지출이 '비가역적(Irreversible)' 이라면, 경제가 호황으로 돌아서더라도 증가된 정부지출을 줄일 수 없다. 경기변동에 상관없이 정부지출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지출을 증가시킬 때에는, 증가시킬 정부지출의 성격이 '일시적(temporary)'인지 '항구적(permanent)'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경제침체로 인해 실업자가 증가하여 정부가 임시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일시적인 확장적 재정정책 이다.  그렇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현상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연령대 이상 모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은 '항구적인 확장적 재정정책' 이다. '항구적인' 정부지출 증가는 재정수지와 국가부채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다.



7. 개별 정부지출의 편익/비용


그리고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 '개별 정부지출의 편익과 비용' 이다. 토목사업-가령, 4대강-을 벌이는 형식으로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것과  경제활동참가를 촉진[각주:6]시키기 위해-가령 여성일자리 지원정책[각주:7]-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의 '편익/비용' 이 같을까?


'재정정책의 승수'를 따지는 것은 거시적인 분석이라고 한다면, 개별 정부지출의 '편익/비용'을 따지는 것은 미시적인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지출을 증가시킬 때에는 '경기변동 상황에 따른 승수' 뿐 아니라, 개별정책이 가져다주는 '편익/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노인 무임승차제도의 편익/비용이 1을 넘는다고 본 것이고, 현재와 같은 공기업 지원의 편익/비용은 1을 넘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8. 정부정책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유인왜곡 발생 가능성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정부정책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유인왜곡(Incentive Distortion) 발생 가능성' 이다. 가령, 정부가 실업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실업지원금 수령의 조건으로  '실업자 본인이 현재 일을 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고 '(지원금을 받게될) 실업자가 앞으로 구직활동을 열심히 할 것을 증명해야 한다' 라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미묘한 차이 같지만, 이러한 차이가 '경제주체들의 유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첫번째 방식은 실업자 본인이 계속해서 '일을 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장 재참가에 대한 유인을 떨어뜨린다. 두번째 방식은 앞으로 실업지원금을 수령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동시장 재참가의 의욕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실업에서 탈출할 유인을 증가시킨다. 

(참고자료 : 복지제도와 유인왜곡 - "어떻게" 복지제도를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





그러니까 단순히 '정부지출을 증가' 시키는 결정을 할때에도, 앞서 제시된 8가지 상황을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8가지 상황은 아주아주 기초적인 조건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만 변하더라도'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은 변화된 상황에 맞춰 이전과는 다른 주장을 해야하는 것이다.



  1. '65세 이상 어르신 무임승차제도 논란에 관하여'. 2013.12.02 http://joohyeon.com/180 [본문으로]
  2.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논란 - 세금들 많이 내십니까?'. 2013.12.31. http://joohyeon.com/182 [본문으로]
  3.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2012.10.21 http://joohyeon.com/115 [본문으로]
  4. '균형재정에 대한 잘못된 강박관념'. http://joohyeon.com/131 2013.01.05 [본문으로]
  5. '美 FRB의 QE3 - 유동성함정 & 하이퍼인플레이션'. 2012.09.14 http://joohyeon.com/101 [본문으로]
  6. '정책의 목표를 각각 경제성장률 / 실업률 / 고용률 로 지향하는 것의 차이". 2013.06.07 http://joohyeon.com/151 [본문으로]
  7. '고용률 70% 로드맵'. 2013.06.06 http://joohyeon.com/15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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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논란 - 세금들 많이 내십니까?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논란 - 세금들 많이 내십니까?

Posted at 2013. 12. 31. 12:08 | Posted in 경제학/일반


※ 민영화의 목적 -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


민영화로 인해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이점 중 하나는 바로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국영기업을 민간에 매각하면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첨부한 그래프는 1988년-1999년 사이 국영기업 매각으로 여러나라 정부가 얻은 수입총액을 나타낸다. 



William Megginson과 Jeffry Netter가 쓴 <From State to Market: A Survey of Empirical Studies on Privatization>(2000)에 따르면, "민영화는 정부 재정상태의 개선을 통해 (시장) 효율성을 달성하게 해준다(Privatization can impact efficiency through its effect on government fiscal conditions.)(11) 정부는 국영기업(SOEs, State-Owned Enterprises)을 민간에 매각함으로써 수입을 얻을 수 있는데, 이러한 매각은 재정적자를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문제는 결국 '재정'과 '세금'의 문제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12월 11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2017년까지 200%로 줄이겠다"[각주:1]고 했다. 그리고 12월 24일 "민간기업은 위기가 닥치면 값을 따지지 않고 알짜 자산부터 팔아치운다고 한다. 지금은 핵심우량자산부터 팔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각주:2] 라고 발언하면서, 공공기관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왜 갑자기 공공기관 부채 이야기가 나올까? 그 배경을 살펴보면, 2012년 4월 신용평가회사들이 '국가와 공기업의 신용을 분리평가' 하겠다고 나선[각주:3]데에 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국가와 공기업의 신용을 분리 평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국가 신용 등급과 개별 기업의 등급이 과거에는 연동됐지만 이제 자동 연동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별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도 이같은 맥락, 즉 '재정'과 '세금'에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2012년 4월 이전부터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 계획이 추진되긴 하였지만, 큰 맥락은 결국 '재정'과 '세금'의 문제이다.




※ 철도산업의 사회적 한계편익 감소


경제개발 단계에서 철도의 건설과 확장은 사회적 한계편익이 매우 크다. 문제는 경제가 성숙해져 갈수록, 철도건설과 운영에 따른 사회적 한계편익이 체감한다는 데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철도는 ‘70년대까지 국가 중추교통수단으로 핵심역할 수행.
경부고속도로 개통(’70) 등 자동차 시대로 재편되면서 교통시장내에서 분담율이 감소하고, ‘76년 이후 적자경영 고착화"


국토교통부 <철도산업 발전방안>. 2013.06.26


라고 나오는데, 철도의 여객분담률은 1961년 51% 수준에서 2010년 8.2%로 감소하였다. 게다가 철도건설에 대한 투자는 지속되는 가운데, 한계편익이 감소함에 따라 비효율이 유발됐다. "(철도건설) 운영부실로 투자확대가 부채누적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조선일보> 송희영 논설주간 또한 경제성숙에 따른 철도산업의 사회적 한계편익 감소 문제를 이야기한다. 


"국산 열차가 달리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KTX 승객도 늘고 있다. 시멘트 같은 상품의 물류 라인도 철도망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50년, 100년 단위로 보면 철도가 국가 경제의 기둥 역할을 하는 전성기는 끝났다." (...)


"진짜 피해자는 코레일이 넘어지지 않도록 세금을 보태주면서도 제시간에 기차를 타지 못하는 국민이다. 납세자들이 앞으로 50년, 100년 철도 적자를 메워줘야 할 팔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과연 언제까지 꼬박꼬박 세금을 내줄지 알 수 없다."


송희영. '철도 파업의 진짜 피해자는 누구인가'. <조선일보>. 2013.12.28




※ 민영화, 그 자체가 문제일까?


민영화 이야기가 나오면, 진보진영은 항상 영국철도 · 볼리비아 물산업을 민영화가 가져다준 폐해의 사례로 제시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Megginson, Nash, Netter, Poulsen의 논문 <The Choice of Private versus Public Capital Markets : Evidence from Privatizations>(2004)에 따르면, 1977년-2000년 사이 전세계적으로 2,457건의 민영화가 이루어졌다. (37쪽)


공산주의가 붕괴하면서 동유럽 등을 중심으로 민영화가 이루어진 케이스도 많긴 하지만, 서유럽에서도 많은 수의 민영화가 발생했다. 그런데 민영화 반대론자들이 들먹이는 케이스는 매번 영국철도, 볼리비아 물 뿐이다. 민영화 그 자체가 문제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거기다가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민영화 발생을 막을 수 있을까? 경제성장은 정체되고 증세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논점을 바꿔야한다. "민영화는 나쁘다" 라는 것을 절대명제로 삼는다면 논의가 불가능하다. 왜 민영화가 발생할까? 왜 공기업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누차 반복하지만, 결국은 '재정과 세금' 문제이다.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건을 '민영화'로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결국 요금인상은 발생할 것이다. 요금인상은 민영화 때문이 아니라, '재정과 세금'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공기업 부채비율(부채/자본) 200% 이내 유지' 이다. 공기업은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서비스요금을 받는데다가 부채에 대응되는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기업의 부채관리 방법은 사기업과 유사하다.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에서 제시된 '부채비율(부채/자본) 200%'는 외환위기 이후 사기업에 부과된 부채규모의 threshold.


공기업의 부채는 본래 국가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①에서 언급했듯이 부채에 대응되는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야하는 순간이 오지 않는 이상, 공기업의 부채는 국가가 부담을 지는 것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 '미확정' 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0%대. 다른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00%에 근접해 있음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국가부채 관리는 양호하다. 그런데 왜 공기업 부채를 관리하려고 하는 것일까? 국가부채 통계에 잡히지 않는데다가, 현재 한국의 국가부채는 양호한 수준인데?


일단 경제가 예전처럼 성장하지 않는다거기다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 현상이 진행됨에 따라 '사회보장성 지출'의 필요성은 증가한다. 쉽게 말하면 향후 세입은 계속 줄어들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지출의 필요성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수지가 악화될 것이다.


게다가 고령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국민연금 등의 '사회보장성 기금'이 현재처럼 흑자를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국가가 부담해야할 '미확정채무'가 '확정채무'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상승할 것이다. (경제성장 둔화로 인해 GDP 증가가 제한될 경우에도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상승한다)


보통 경기침체에 빠졌을 때 증가된 정부지출(경기역행적인 정부지출)의 승수는 1~1.5 사이이고, 경기호황 시기 발생하는 정부지출(경기순응적인 정부지출)의 승수는 이자율과 환율에 미치는 구축효과로 인해서 0에 가깝다.[각주:4]


그런데 고령화 현상에 따른 정부지출 증가는 일종의 '비가역적irreversible' 지출이다. 경기변동에 따라 정부가 쉽게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지출이 아니다. 거기다가 고령화 현상에 따른 정부지출이 총생산량에 미치는 승수는 얼마나 될까? 1보다 작을 가능성이 크다재정수지도 악화되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상승할텐데, 정부지출은 비가역적 인데다가 승수는 0에 가깝다.


게다가 공기업의 부채비율(부채/자본)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야 할 경우, 공기업의 부채는 일종의 '우발채무'가 현실화 됨으로서 국가부채 통계에 잡히게 된다


또한, 현재 코레일 등 공기업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한계편익'이 얼마나 될까? 얼마전 언급했듯이, 철도의 여객분담률은 1961년 51% 수준에서 2010년 8.2%로 감소했다. 경제가 성숙해져감에 따라, 철도건설 투자와 운영이 가져다주는 한계편익이 감소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연한 '공공성'을 이유로 정부지출을 늘릴 수 있을까?


결국 '수서발 KTX 자회사 분리'와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던져야 하는 물음은 "안녕들 하십니까?"가 아니라 "세금들 많이 내십니까?" 이다.


  1. '현오석 "공공기관, 심각한 상태인데도 저항만 한다"(종합)'. 연합뉴스. 2013.12.11 [본문으로]
  2. "공공기관 핵심우량자산부터 팔아야". 연합인포맥스. 2013.12.24 [본문으로]
  3. "무디스, 국가-공기업 신용등급 분리 평가". 뉴시스. 2012.04.30 [본문으로]
  4. Alan Auerbach, Yuriy Gorodnichenko. 2010.. 'Measuring the Output Responses to Fiscal Policy'. http://emlab.berkeley.edu/~ygorodni/AG_fiscal_multiplier.pdf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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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어르신 무임승차제도 논란에 관하여65세 이상 어르신 무임승차제도 논란에 관하여

Posted at 2013. 12. 2. 15:41 | Posted in 경제학/일반


65세 이상 어르신 지하철 무임승차 관련하여 의문점. 


1. 지하철 운행비용은 "고정비용". 사람이 타든 안타든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다. 

2. 노인들의 무임승차는 "가변비용". 그러나 "가변비용"의 크기가 "고정비용"에 비해 얼마나 될까? 상당히 작을것이다. 


사람이 한명 더 탄다고해서, 지하철운행에 필요한 비용이 크게 증가하는 건 아니다물론, 무게증가로 인한 전기비용 지출이 추가될수 있겠지만, 그 크기가 얼마나 될까?


3. 노인들의 무임승차를 일종의 "기회비용"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만약 그 노인들이 돈을 지불하고 탔더라면 발생할 수 있는 코레일/서울도시철도공사의 수익. 


그러나 여기서 2가지 문제가 생긴다. 

- 기회비용은 회계상 기록되지 않는다

- 만약 무임승차가 없었더라면, 그 노인들은 아예 지하철을 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기회비용이 과대평가" 됐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65세 이상 어르신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와 관련하여 구분해야 하는 것은 "회계적비용(명시적비용)과 경제적비용(명시적, 암묵적비용)" 이다. 명시적비용은 말그대로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비용", 암묵적비용은 "기회비용"과 "부정적 외부효과"가 초래하는 비용.


우선, 무임승차제도가 초래하는 명시적비용.

-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평일 점심시간 배차간격 단축 → 지하철 운행비용 증가


무임승차제도가 초래하는 암묵적비용.

- 무임승차제도로 인한 어르신들의 유인왜곡 → 지하철 이용 증가 → 객내 혼잡도 증가 (부정적 외부효과로 인한 비용발생)

- 지하철 운영주체의 기대수입감소 (기회비용 발생)


"경제적비용"은 명시적비용 뿐 아니라 '암묵적비용'도 포함하는데, 어떠한 정책의 '편익/비용' 을 계산할 때 사용된다. 중요한 사실은 "회계적비용"을 따질때는 '명시적비용' 만을 고려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의구심을 품는건 "지하철공사 적자발생의 주범이 무임승차제도" 라는 주장이다. 무임승차제도가 지하철공사의 적자재정을 초래하는 것일까? 

아니면, 어르신들이 돈을 내고 타면 적자폭이 메꾸어 질 수 있는 것일까? 


무임승차제도가 지하철공사의 적자재정에 기여(?)하는 것은 '평일 점심시간 배차간격 단축으로 인한 운행비용 증가' 이다. 혼잡도 증가(부정적 외부효과)나 기대수입감소(기회비용)은 지하철공사의 재무제표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것은 '무임승차제도에 관한 논의'에 있어서 큰 차이를 낳는다.


▶ 어르신들 때문에 지하철공사가 적자다 

◀ 지하철공사가 적자인데, 어르신들이 돈을 내고 타면 적자를 메꿀 수 있다


전자의 주장은 어르신들의 '책임'을 강조하는 감정적인 논의로, 후자의 주장은 '세수부족 시대에 고통분담'을 강조하는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무임승차제도를 유지하면서 '지하철공사의 적자폭을 유지'하는 방안을 선택한다면 하나의 "복지정책"으로 볼 수 있다. 지하철공사의 적자폭 유지가 일종의 "정부지출 증가를 통한 복지서비스 제공"이 되는 것이다. 65세 이상 어르신 지하철 무임승차제도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보다 "회계적" 비용이 작다면, 이보다 재정부담이 적으면서 최대의 효용을 낳는 복지정책도 없다.


경제적비용을 고려해 편익/비용을 계산해도 마찬가지. 어르신들이 혼잡도를 증가시키는 시간대는 주로 "평일점심시간대"와 "주말시간대의 경춘선". 젊은 사람들이 혼잡도를 느끼는 "출퇴근시간대"와 무임승차제도가 큰 관련이 있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교통이용 등 요금제도 연구>(2005) 를 보면 재밌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5대 대도시의 6개 지하철공사의 재정상태는 모두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음. 이는 초기 건설비용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상운영비도 적자를 보이고 있다는 점임. 따라서 지하철공사들은 운영비의 적자요인으로 노인의 무임승차를 문제점으로 들고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음.


그러나 아래의 공사별 재정상태에서 알 수 있듯이 지하철 공사는 단순히 무임승차에 의하여 재정적자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초기시설투자비에 대한 원리금 상환, 운영수지상의 만성적인 적자구조에 의하여 재정적자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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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고객 간 '긴밀한 친밀관계'의 중요성 - 금융시스템 내 정보비대칭성은행과 고객 간 '긴밀한 친밀관계'의 중요성 - 금융시스템 내 정보비대칭성

Posted at 2013. 11. 17. 21:03 | Posted in 경제학/일반


※ 금융시스템 내 정보비대칭성

- 역선택(Adverse Selection)과 도덕적해이(Moral Hazard)


현대자본주의에서 금융시스템(Financial System)[각주:1]은 필요한 자원을 배분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돈은 있으나 이를 생산적으로 사용할 기회를 찾지 못한 주체(저축자, lenders)에게서, 기회는 있으나 돈이 없는 주체(차입자, borrowers)에게로 사용권을 넘겨줌으로써 자본주의 체제의 동태적 효율성이 배가[각주:2]"되는 것이다. 금융의 도움을 받는 대표적인 경제주체인 기업은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뒤 투자를 함으로써 생산력을 증가시킨다. 


기업은 크게 2가지 경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첫째는 증권 · 회사채 · 기업어음 형식의 직접금융시장(Direct Financial Market)을 통해서, 둘째는 은행대출 형식의 간접금융시장(Indirect Financial Market)을 통해서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주로 은행(Banking Institutions) 등의 금융중개기관(Financial Intermediaries)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한다. 


그렇다면 왜 대부분의 기업은 은행 등의 금융중개기관을 통해 자금을 간접적으로 조달할까? 물론, 은행중심 금융제도(Bank-Based Financial System)를 가진 국가도 있고 시장중심 금융제도(Market-Based Financial System)이 발달한 국가[각주:3]도 있다. 그렇지만 은행중심 금융제도에서나 시장중심 금융제도에서나 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건 변함없다.       


금융시스템 내에서 은행 등의 금융중개기관이 큰 역할을 담당하는 이유는 바로 정보비대칭성(Asymmetric Information) 때문이다. 금융시스템 내의 돈을 빌려주는 쪽(lenders)은 차입자(borrowers)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차입자의 신용 · 차입자가 투자하려는 사업의 기대수익 · 대출손실 가능성 등등, 차입자 본인은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있으나 돈을 빌려주는 쪽은 그렇지 않다. 바로, 돈을 빌려주는 쪽과 차입자 사이의 정보비대칭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금융시스템 내의 정보비대칭성은 2가지 문제를 초래한다. 바로 역선택(Adverse Selection) 도덕적해이(Moral Hazard) 이다.  그리고 역선택(Adverse Selection)과 도덕적해이(Moral Hazard)는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Financial Instability)을 초래한다. 


한 명의 사업가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업가는 위험성이 큰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사업이 실패할 가능성도 높지만, 반대로 사업이 성공한다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 사업가는 사업성공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사업실패시 채무불이행 부담액보다 크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돈을 빌려주는 쪽의 대출을 받아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따라서, 다른 차입자들보다 돈을 빌려주는 쪽의 대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돈을 빌려주는 쪽의 선택을 받을 확률도 높아진다.


그렇지만 위험성이 큰 사업은 대개 실패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위험성이 큰 사업을 벌이려 했던 사업가들에게 돈을 빌려준 뒤 회수를 하지 못한 경험이 쌓인 돈을 빌려주는 쪽 이제 대출자체를 줄이기 시작한다. 건전한 차입자를 선택해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출자체를 하지 않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 발생한 것이다. 어떤 차입자가 위험성이 큰 사업을 벌이려는지 위험성이 작은 사업을 벌이려는지, 돈을 빌려주는 쪽이 알지 못하는 이른바 정보비대칭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Adverse selection is an asymmetric information problem that occurs before the transaction occurs when potential bad credit risks are the ones who most actively seek out a loan. Thus, the parties who are the most likely to produce an undesirable (adverse) outcome are most likely to be selected. For example, those who want to take on big risks are likely to be the most eager to take out a loan because they know that they are unlikely to pay it back. 


Since adverse selection makes it more likely that loans might be made to bad credit risks, lenders may decide not to make any loans even though there are good credit risks in the marketplace. This outcome is a feature of the classic “lemons problem” analysis first described by Akerlof(1970). Clearly, minimizing the adverse selection problem requires that lenders must screen out good from bad credit risks.


Frederic Mishkin. 1997. 'The Causes and Propagation of Financial Instability'. 2


그리고 돈을 빌려주는 쪽과 차입자 간의 정보비대칭성은 도덕적해이(Moral Hazard)도 초래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돈을 빌려주는 쪽은 사업가가 벌이려는 사업이 어느정도 위험한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이 이루어지고 사업이 성공하면 차입자는 큰 수익을 거두게 되지만 사업이 실패하면 돈을 빌려주는 쪽은 돈을 회수하지 못한다. 사업성공의 혜택은 차입자가 사업실패의 부담은 돈을 빌려주는 쪽이 지게 되는 것이다. 


차입자는 이러한 정보비대칭 상황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차입자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돈을 빌려주는 쪽에게서 대출을 받아 무리한 사업을 벌이거나 사적으로 유용하는 도덕적해이(Moral Hazard)가 일어나는 것이다.  도을 빌려주는 쪽과 차입자 간의 이러한 이해관계 충돌은 돈을 빌려주는 쪽이 아예 대출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끔 만든다.


Moral hazard occurs after the transaction takes place because the lender is subjected to the hazard that the borrower has incentives to engage in activities that are undesirable (immoral) from the lender’s point of view—that is, activities that make it less likely that the loan will be paid back. Moral hazard occurs because a borrower has incentives to invest in projects with high risk in which the borrower does well if the project succeeds but the lender bears most of the loss if the project fails.


Also the borrower has incentives to misallocate funds for her own personal use, to shirk and just not work very hard, or to undertake investment in unprofitable projects that increase her power or stature. The conflict of interest between the borrower and lender stemming from moral hazard (the agency problem) implies that many lenders will decide that they would rather not make loans, so that lending and investment will be at suboptimal levels. In order to minimize the moral hazard problem, lenders must impose restrictions (restrictive covenants) on borrowers so that borrowers do not engage in behavior that makes it less likely that they can pay back the loan; then lenders must monitor the borrowers’ activities and enforce the restrictive covenants if the borrower violates them.


Frederic Mishkin. 1997. 'The Causes and Propagation of Financial Instability'. 2-3




※ 은행과 고객 간 '긴밀한 친밀관계' 

- 금융시스템 내 정보비대칭성을 해결


앞서 살펴봤듯이 금융시스템 내 돈을 빌려주는 쪽과 차입자 간의 정보비대칭성은 금융불안정성을 키우게 된다. 그렇다면 돈을 빌려주는 쪽이 차입자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정보비대칭 상황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여기서 은행(Banking Institutions)과 금융중개기관(Financial Intermediaries)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나 은행의 경우 지점을 통해 고객과 긴밀한 친밀관계(long-term customer relationships)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차입자가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 하는 일은 무엇인지, 돈을 제때에 갚을 수 있는지, 성품은 어떤지 등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고객의 잔고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출상환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차입자가 대출금액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위험성이 큰 사업에 투자하려 한다면, "다음부터는 대출을 삭감하겠다" 라는 엄포를 함으로써 도덕적해이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쪽을 대신하여 차입자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금융시스템 내의 정보비대칭 상황을 제거하게 된 것이다. 돈을 빌려주는 쪽과 차입자 사이에 은행이 개입함으로써 정보비대칭 현상이 해결된 결과 금융시스템은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One important feature of financial systems is the prominent role played by banking institutions and other financial intermediaries that make private loans. These financial intermediaries play such an important role because they are so well-suited to reducing adverse selection and moral hazard problems in financial markets. (...)


Banks have particular advantages over other financial intermediaries in solving asymmetric information problems. For example, banks’ advantages in information collection activities are enhanced by their ability to engage in long-term customer relationships and issue loans using lines of credit arrangements. In addition their ability to scrutinize the checking account balances of their borrowers provides banks with an additional advantage in monitoring the borrowers’ behavior.


Banks also have advantages in reducing moral hazard because, as demonstrated by Diamond (1984), they can engage in lower-cost monitoring than individuals, and because, as pointed out by Stiglitz and Weiss (1983), they have advantages in preventing risk taking by borrowers since they can use the threat of cutting off lending in the future to improve a borrower’s behavior.


Banks’ natural advantages in collecting information and reducing moral hazard explain why banks have such an important role in financial markets throughout the world. Furthermore, the greater difficulty of acquiring information on private firms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makes banks even more important in the financial systems of these countries.


Frederic Mishkin. 1997. 'The Causes and Propagation of Financial Instability'. 4-5




※ 일회성 비관계자간 거래 

- 오늘날 은행과 고객의 관계

- 대출의 질을 떨어뜨리고 금융시스템 내의 불안정성을 키우다


그런데 돈을 빌려주는 쪽과 차입자 사이에 은행이 개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비대칭 상황이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까? 정보비대칭 상황을 없애려면 은행이 '지점을 통해 고객과 긴밀한 친밀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차입자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획득해야 한다. 그렇지만 오늘날 은행지점에서 '긴밀한 친밀관계'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오늘날 은행과 고객의 관계는 최종 고객과 장기간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일회성 비관계자 간 거래관계'가 대부분이다. 대출심사는 은행직원이 고객을 만나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대신한다. 연봉, 직장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시키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대출자격을 판단한다. "당장의 신용은 괜찮아 보여도 앞으로 직장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평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現 인도중앙은행 총재인 Raghuram Rajan은 2008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은행과 고객 간의 일회성 비관계자 간 거래관계'를 든다. 2008 금융위기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Sub-primers) 주택담보대출(Mortgage)이 급증한 결과 채무불이행이 발생(서브프라임 사태, Sub-prime Mortgage Crisis)하여 금융기관이 연쇄적으로 도산한 사건이었다. 이때, 택담보대출 업체들은 차입자들의 신용의 질에 대해서 제대로 신경쓰지 않았다.


보통 은행 대출 담당자는 "대출 신청자의 태도에서 그 사람이 과연 믿을 만하고 직장 생활을 잘할 만한 사람인지 등 다양한 면을 함께 평가" 해왔다. 그러나 대출상품이 증권화를 거쳐 다른 금융기관에 팔리게 되자 "대출 신청자에 대한 판단 기준은 하락했고, 따라서 신용 평가의 중요성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금융기관들은 "컴퓨터에 나와 있는 숫자만으로 그리고 주택 가격 대비 대출액만으로 신용을 평가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신용 평가 기준은 컴퓨터에 입력된 사항뿐이었다".     


게다가 만약 은행 등 금융중개기관이 고객과 '긴밀한 친밀관계'를 유지해 왔다면, 은행 직원들은 고객의 장래를 염려하여 과도한 대출을 장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비관계자 간 거래의 특성상 브로커는 고객의 입장을 생각할 필요도, 고객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대출 신청자 신용 평가 기준에 문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뉴센추리 파이낸셜을 승승장구 했다. (...) 그렇다면 그들은 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제출하기 직전가지 왜 그토록 위험한 모기지 대출을 계속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뉴 센추리 파이낸셜이 자기가 판매한 모기지 대출 상품을 계속 보유하지 않고 그것을 투자은행에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뉴 센추리 파이낸셜로부터 모기지 대출 상품을 구입한 투자은행들은 그것을 패키지로 묶어 증권화한 다음 페니와 프레디 그리고 전 세계의 펜션 펀드, 보험 회사, 그리고 은행에 팔았다.


그렇다면 대출, 즉 신용의 질에 대해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단 말인가? 투자 은행은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구입한 모기지 대출 상품을 증권화해서 판매하려면 사실 그 상품의 질이 건전한지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거에 주택 담보 대출을 제공할 때, 은행은 훗날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출 신청자에 대한 신용조사를 엄격하게 진행했다. 은행 담당자는 대출 신청자를 직접 만나 인터뷰했으며, 직업과 수입 관련 서류도 까다롭게 심사하고, 그 신청자에게 대출금을 상환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도 확인했다.


대출 심사는 서류상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은행 담당자는 대출 신청자의 태도에서 그 사람이 과연 믿을 만하고 직장 생활을 잘할 만한 사람인지 등 다양한 면을 함께 평가했다. 심지어는 대출 신청자가 악수를 할 때 손을 꽉 잡는지, 질문에 대답할 때 담당자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지 등까지도 고려했다. 물론 신청자의 인종도 대출 평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엄격한 심사를 했기 때문에 은행 대출 담당자가 신청자로 하여금 무리한 대출을 받도록 해 나중에 두고두고 양심에 걸리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투자 은행이 모기지 대출 상품을 대거 사들인 후 증권화해서 판매하기 시작하자 대출 신청자에 대한 판단 기준은 하락했고, 따라서 신용 평가의 중요성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신용 평가는 주로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컴퓨터는 대출 신청자가 과연 직장 생활을 오래한 사람인지 아닌지 같은 것을 읽어낼 수 없었다. 만약 모기지 대출 회사가 구체적인 사실이 아니라 개인적인 평가에 따라 심사를 하고, 그래서 대출을 거부했다면 아마도 차별을 한 것이라며 바로 고소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투자 은행과 신용 평가 기관은 컴퓨터에 나와 있는 숫자만으로 그리고 주택 가격 대비 대출액만으로 신용을 평가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신용 평가 기준은 컴퓨터에 입력된 사항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대출을 주선한 브로커의 행동에 제동을 걸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실제로 모기지 시장이 최고조에 달할 무렵에는 아예 대출자의 직장이나 수입과 관련한 정보의 사실 여부는 더 이상 확인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하여 파트타임 정원사로 일하는 사람의 직업이 수목 외과 수술 전문가로 둔갑하고 연봉도 수십만 달러라는 식으로 허위 작성되었다.


대출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출 담당자의 개인적 평가가 전반적인 신용 평가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적 평가가 사라지자 모기지 대출 심사의 질이 급격히 떨어졌다. 물론 대출자의 서류만 보면 모든 것이 양호해 문제될 것이 전혀 없었다. 과거처럼 담당자가 대출 신청자를 직접 만났다면 그 사람의 무례한 태도, 머리를 굴리는 모습, 단정하지 못한 복장 등 모든 것이 다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 태도를 통해 당장의 신용은 괜찮아 보여도 앞으로 직장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쉽게 평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모기지 브로커나 뉴 센추리 파이낸셜이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오직 어떻게 하면 대출 상품을 많이 팔아 돈을 더 벌까뿐이었다. 그들은 이제 어떤 숫자를 강조하면 모기지 상품을 더 쉽게 판매할 수 있는지 요령까지 터득했다. 그리하여 브로커는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대출 신청자의 서류에서 신용 평가상 문제가 될 만한 과거 사실을 조작해주고, 주택 각격 상승에 맞추어 무리하게 대출 상품을 변경하도록 권해도 아무 저항 없이 따르는 대출자를 주로 겨냥하기 시작했다. 브로커도 뉴 센추리 파이낸셜 관계자도 더 많은 계약을 성사시킬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일이랄도 할 수 있는 인간들처럼 보였다. 그리하여 뉴 센추리 파이낸셜의 대출 담당 부서는 '더 많은 계약 성사 대학(Close More University)' 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


브로커는 과도한 부채 부담에 시달리는 고객에게 소비를 줄이고 신용카드 빚을 먼저 갚고, 당장이라도 능력에 맞는 더 작은 집으로 옮기라는 조언을 했어야 옳은 것 아닌가? 그 고객을 다시 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아마 브로커 중 일부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주선해 판매한 모기지 대출 상품은 이미 패키지로 묶여 투자 은행에 모두 팔렸고, 중개 수수료를 받은 브로커는 더 이상 그 대출 상품과 아무런 상관도 없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훌륭한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그 보상으로 수수료를 챙긴 것이다. 자기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비관계자 간 거래의 특성상 브로커는 고객의 입장을 생각할 필요도, 고객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라구람 라잔. 2011.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될 때'. 『폴트라인』. 258-263




※ 스웨덴 은행 '한델스방켄(Handelsbanken)' 

- 지점을 통해 고객과 '긴밀한 친밀관계'를 유지하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하여,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점을 통해 고객과 긴밀한 친밀관계를 유지'하는 은행이 있다. 바로 스웨덴의 '한델스방켄(Handelsbanken)' 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122호 기사에 나온바에 따르면, 한델스방켄은 오늘날에도 '지점이 곧 은행이다(The Branch Is the Bank)'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 마을 곳곳의 지점을 통해 고객과 유대감을 형성 · 유지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지점 즉원들의 사진 · 전화번호를 공개함으로써 객과 직원의 관계를 돈과 돈의 관계가 아닌 사람 대 사람, 이웃 대 이웃으로 설정하였다.


스웨덴 2위 은행이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은행으로 꼽히는 한델스방켄(Handelsbanken)은 경쟁 은행들로부터 ‘탈레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일대의 시골마을들에서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게릴라 군사조직인 탈레반처럼 한델스방켄 역시 다른 은행들이 수익성 때문에 가지 않는 작은 마을에까지 지점을 낸다는 의미다. 또한 무슬림 근본주의자들인 탈레반처럼 한델스방켄 역시 은행업의 ‘근본’인 직원과 고객과의 유대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 있다. (...)


(한델스방켄은) 지점 위주, 고객 위주의 경영을 표방한다. 객 가까이에 가기 위해 어느 정도 수익성의 하락은 감내한다. 스웨덴 내 400여 개 지점 중에 다른 은행은 수익성이 떨어져 들어오지 않은 작은 마을에 있는 지점이 50여 개나 된다. 또, 전 세계 모든 지점 직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핸드폰 번호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어 고객들이 언제든지 담당직원과 통화할 수 있다. 상당수 지점은 토요일에도 문을 연다. (...)


한델스방켄도 1871년에 창립하고 나서 처음 100년간은 다른 은행들처럼 평범했다. 그런데 1970년 얀 발란더(Jan Wallander)라는 사람이 CEO로 부임하면서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발란더는 젊은 시절 스웨덴 상공회의소에서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로 일했는데 그때 그는 은행의 단기 수익성은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같은 외부환경에 따라 크게 좌우되며 따라서 단기수익과 장기성장은 무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스웨덴 북부 지방의 작은 은행 CEO로 일하기도 했다. 이 경험에서은행의 핵심업무는 본사가 아니라 고객과의 접점인 지점(branch office)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


한델스방켄의 모든 지점들은 각자의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다. 다른 은행들이라면 고객이 어제 만났던 은행원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그 사람과 통화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델스방켄에서는 가능하다. 해당 지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 지점의 직원들 연락처를 모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한델스방켄에 처음 방문하는 영국 고객들은 “옛날식 은행으로 돌아왔구나(back to the old banking)”라며 좋아한다. 예전에는 영국 은행에서도 지점 직원들과 고객들은 서로 친구처럼,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가까운 관계였다. 오늘 뭔가가 잘못됐으면 내일 다시 찾아와서 고쳐달라고 할 수도 있었다. 한델스방켄은 이런 친밀한 관계를 고객들에게 다시 찾아줬다. 



조진서. '은행계의 '탈레반' 한델스방켄: 분권화된 점조직으로 40년 신뢰를 잇다'. <동아비즈니스리뷰> 122호. 2013.02.01. 91-93


이 기사를 쓴 <동아비즈니스리뷰>의 조진서 기자는 개인블로그를 통해 '은행업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조진서 기자에 따르면, 은행업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다.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이 남는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것이 은행업의 역할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또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 신용은 달라진다" 라는 것이다. 조진서 기자가 예를 든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나와 친한사람'의 돈을 더 빨리 갚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컴퓨터는 그저 연봉 등등 단순한 수치를 이용하여 기계적으로 신용을 판단할 것이다.   


한델스방켄의 '지점 중시, 인간적 관계 맺기' 모델이 성공한 이유가 또 있다. 이것은 은행업의 본질에 관련된 것이다.

 

은행업이란 무엇인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대출), 돈이 남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예금저축)이다.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이 남는 사람을 연결해준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사람 중개업' 혹은 '정보 중개업'이라 볼 수 있다. (...)


신용이 좋은 사람은 싼 이자에 돈을 빌릴 수 있고 신용이 나쁜 사람은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반대로, 신용이 좋은 우량 은행은 이자를 조금만 줘도 사람들이 저축을 하고, 신용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제2, 제3 금융권은 높은 이자를 줘야지만 사람들이 돈을 맡긴다. 현대 은행업에서는 이 신용을 거의 기계적으로 평가한다. 기업이나 국가의 경우, 3대 신용평가사라고 불리는 무디스, 피치, S&P에서 매기는 신용등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과연 어떤 기업의, 어떤 국가의, 어떤 사람의 신용등급을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의문이 생긴다. 사람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또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 신용은 달라지는 게 아닐까?


예를 들어 내가 친구 최장우에게 10만 원을 빌렸을 때와 친구 빌 게이츠에게 10만 원을 빌렸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두 친구에 대해서 나는 그 돈을 갚으려는 의지에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나는 최장우에게 10만 원이 빌 게이츠에게 10만 원보다 훨씬 중요한 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 나는 최장우를 빌 게이츠보다 훨씬 자주 본다. 


마지막으로, 나는 절친인 최장우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이 가끔 보는 친구인 빌 게이츠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보다 맘이 훨씬 더 불편하다. 이상의 세 가지 이유로 인해 나는 기왕이면 빌 게이츠보다는 최장우에게 돈을 빨리 갚을 것이다. 경제학 용어로 말하면 최장우에게 돈을 갚아야 할 인센티브가 더 크다. (...)


헌데 현실의 은행업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내가 특별하게 오래 거래해온 주거래 은행이 아니라면, A은행에 가든 B은행에 가든 내 신용등급은 동일하게 평가될 것이고 나에게 매겨지는 이자율도 거의 비슷할 거다.  


조진서. '한델스방켄 - 금융업의 본질은 '관계''. 2013.02.17


물론, 스웨덴의 한델스방켄의 사례가 모든 은행에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은행 지점 직원들이 고객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할 뿐더러, 오늘날 사회에서 '직원과 고객이 정말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이번글을 통해 '금융불안정성을 유발하는 정보비대칭 상황을 해소'하려면 '은행 등 금융중개기관의 역할이 중요'할 뿐더러, 기계적으로 고객의 신용을 평가하는 '일회성 비관계자간 거래'가 아니라 '은행과 고객 간 긴밀한 친밀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Frederic Mishkin. 1997. 'The Causes and Propagation of Financial Instability'.


라구람 라잔. 2011.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될 때'. 『폴트라인』. 


조진서. '은행계의 '탈레반' 한델스방켄: 분권화된 점조직으로 40년 신뢰를 잇다'. <동아비즈니스리뷰> 122호. 2013.02.01.


조진서. '한델스방켄 - 금융업의 본질은 '관계''. 2013.02.17



  1. 여기서 말하는 '금융시스템 혹은 금융제도란 Financial System'이란, ① 금융거래가 이루어지는 금융시장Financial Market, ② 금융거래를 중개하는 금융기관Financial Institutions, ③ 금융거래를 지원하고 감시하는 금융하부구조 Financial Infrastructure 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본문으로]
  2. 이 문구는 김상조. 2005. 『종횡무진 한국경제』. 271 에서 그대로 인용하였다. [본문으로]
  3. 은행중심 금융제도와 시장중심 금융제도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을 통해 구체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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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성적순 수강신청제도 도입?서강대, 성적순 수강신청제도 도입?

Posted at 2013. 5. 8. 19:53 | Posted in 경제학/일반


오늘 포털 메인을 달구고 있는 뉴스는 "서강대, 성적순 수강신청 도입"

이것은 대학과 학생간의 '정보비대칭asymmetric''신호signal' 문제로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으로 성적순 수강신청 제도 도입을 바라보면, '성적순 수강신청' 제도가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시장에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기능을 하는 것은 "가격". 공급자는 가격을 보고 공급량을 결정하고, 수요자는 가격을 보고 수요량을 결정함으로써 일정한 산출량에 대한 균형이 결정된다. 


즉, 여기서 "가격"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신호"를 보냄으로써 시장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하고, 그 결과 "효율적인 상태"를 만든다.


그럼 대학과 학생 사이에서 "가격"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바로 "학점"이다. 


대학은 학생들의 지적역량을 향상시키기를 원하고, 그런 학생들에게 이득을 제공하려 한다. 그런데 대학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자세히 알 수 없다. 대학과 학생 사이에 "정보비대칭성"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학은 "학점" 이라는 "신호를 이용"하여 학생들의 능력을 판별하고, 그러한 학생들에게 이득을 제공하려고 한다. 서강대가 "성적순 수강신청 제도"를 도입하려는 목적은 간단하다. 신호의 역할을 하는 "학점의 메리트"를 높여서 "학생들의 지적역량 향상"을 꾀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대학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학생들의 지적역량 향상"이다. 

하지만 대학의 정책에 대해 학생들이 반응하는 것은 "높은 학점" 이다.


대학과 학생들이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불일치mismatch" 하는 상황에서, 신호의 역할을 하는 학점의 메리트를 높여버리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1. 쉬운 수업 혹은 (높은 학점을 줄 수 밖에 없는) 시간강사들 수업의 신청이 증가


- 애초에 대학과 학생 간의 목표가 불일치하기 때문에, 신호의 역할을 하는 학점의 메리트를 높여버리면, 학생들은 "학점 그 자체"에 반응하게 된다. 그 결과,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쉬운 수업" 혹은 (학생들의 강의평가를 의식해 높은 학점을 줄 수 밖에 없는) "시간강사들 수업"에 학생들이 몰리게 된다.


대학의 정책이 학생들의 "유인incentive을 왜곡"시킨 것이다.


2.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신호의 역할을 학점이 수행할 수 있는가?


-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학점이 신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가" 이다. 일반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 지적역량을 향상시킨 학생이 학점이 높지만 학점이 높은 학생이 지적역량이 뛰어난 건 아니다.


그런데 대학이 학생들의 지적역량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신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 학점의 메리트만 높여 버린다고, 대학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서강대의 "성적순 수강신청 제도"가 대학이 원하는 목적보다는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이나 경제학자들이 시장주의자가 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시장참여자 간의 정보비대칭으로 효율적인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그것을 인위적으로 교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시장참여자들이 바라는 바를 제대로 모를 뿐더러, 균형달성을 이유로 시장상황을 인위적으로 교정하면 시장참여자들의 유인을 왜곡하여 원하지 않던 결과를 가져오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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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못하는 학생, 경제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공부를 못하는 학생, 경제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

Posted at 2013. 5. 2. 00:33 | Posted in 경제학/일반


공부를 못하는 학생과 경제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왜 이 학생을 공부를 못하고, 왜 이 국가는 경제성장에 실패하는지", 다르게 말하면 "이 학생은 어떻게 했길래 공부를 잘하고, 이 국가는 어떻게 했길래 경제성장에 성공했는지"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비교하고 난 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명확한 해답을 줄 수 있을까?


학생들을 살펴보면 애초에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이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어떻게하면 공부를 잘하니?" 라고 물어보면, 그 학생도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냥 수업 듣고, 따로 공부하고 그러는데요." 이런식의 대답이 다수일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공부방법을 다른 학생에게 적용하더라도, 똑같은 시험성적을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타고난 지능의 차이 때문일까? 그런데 형제(자매, 남매) 간에도 성적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첫째는 공부를 잘하는데, 둘째는 공부를 못한다는 식으로. 땨라서, 대부분의 사람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주로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긴다.




국가의 경제성장도 마찬가지다. 왜 어떤 나라는 경제성장에 성공하였고,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못하는지 명확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서유럽, 미국 등은 일찍이 산업화에 진입하였고, 한국 등은 산업화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다.


그러면 경제성장에 성공한 한국의 방식을 다른 나라에 적용한다면, 그 나라는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보다 한국이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명확한 이유부터 찾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하면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는지, 이 나라는 어떻게해서 경제성장에 성공했는지 명학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성장에 실패한 국가 혹은 경제위기를 겪는 국가를 향해 "그 나라의 게으른 국민성"을 문제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나라의 국민은 근면한데, 저 나라의 국민은 게으르다" 식으로 낙인을 찍음으로서 쉬운 해법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과 "게으른 국민성"으로 원인을 진단하면 제시될 수 있는 해법도 정해져있다.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에게 "강제적으로 공부를 시키는 것"과 게으른 국민들에게 "부지런히 일을 하게끔 강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해법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① 구조적 원인을 무시


-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 차이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의 지능과 노력여부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것보다 가정환경, 주위환경, 부모의 직업, 부모의 관심사 등등 주변환경 혹은 사회경제적 계층의 문제에서 찾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일례로, 집에서 TV만 보는 부모가 있는 가정과 집에서 책을 읽는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학생은 서로 다를 것이다.


- 국가의 경제성장도 마찬가지다. 크게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냐 공산주의 경제체제냐에따라 국가 간 경제성장이 달라질 것이고, 그 국가의 지정학적 환경, 지나온 역사 등등 여러요인이 작용할 것이다. 쉽게 생각해, 미국의 원조 없이 한국 홀로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② 강요된 개혁이 가져오는 폐해


- 어느날 갑자기, 공부습관이 잡혀있지 않은 학생에게 "오늘부터 너는 하루 10시간 공부를 해야해" 라면서 일정한 공부시간을 강요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당연히 10시간 이라는 공부시간을 채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10시간 동안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느라 허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집생각만 계속 나고, 오히려 집중력만 더 흐트러질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의 공부방법을 억지로 적용"해도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공부방법이 있는데, 아무런 부작용 없이 하루아침에 공부방법을 바꿀 수 있을까? 


- 이같은 현상은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다. 경제성장을 해야한다는 명분으로 "오늘부터 노동시간을 늘려야해" 라면서 일정한 노동시간을 강요하면 부작용만 생길 것이다.


또한, 저성장 국가의 낙후된 제도를 "경제성장에 성공한 국가의 제도"로 하루아침에 바꾸려고 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이같은 일이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벌어졌다. 당시 서구사회는 동아시아의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유를 "아시아 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 라는 식으로 접근하였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정실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좀 더 구체화 하자면,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들-산업별 중복투자, 부정확한 회계처리, 투명하지 않은 경영정보, 오너일가의 횡포, 연공서열, 경직된 노동시장- 등등. 이 같은 문제점을 고쳐준다는 명분으로 하루아침에 "유연한 노동시장을 위한 구조조정", "자본시장 개방" "연공서열 철폐" 등의 개혁이 단행됐다.


그런데 당시 한국이 이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건, 한국만의 역사적 맥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의 전통적인 윗사람 우대 문화와 변변찮은 노후복지 시스템이 결합하여, 근무년수가 오래될수록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것이 합리적인 '문화'였다. 그리고 이러한 연공서열 문화로 인해, 늦은 나이에 다른 회사로 재취업 하기가 힘든 '문화'가 존재하는 게 한국이었다.


그런데 한 국가만의 특정한 맥락을 무시하고 다른 나라의 제도를 급격히 이식한 결과,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화였는지 우리는 지금 잘 알고 있다.




이 이야기를 왜하냐면,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에 강요됐던 긴축정책과 현재 남유럽에게 강요되고 있는 긴축정책 때문이다.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를 향해 긴축정책을 강요하는 이유는 과도한 부채가 가져오는 경제적인 문제-인플레이션 발생, 채권금리 상승, 기대심리confidence 훼손-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위기에 빠진 "그 나라 자체가 근본문제" 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경제위기를 다룰 때,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내용은 "그리스 국민의 게으름" 이었다. 독일 국민은 부지런히 일하는데, 그리스 국민은 게으르다는 식의 보도. 그런데 그리스인의 노동시간은 유럽 내에서도 상위에 속한다.


그렇다면 그리스인의 잘못된 국민성으로 인해 낮은 노동생산성이 생겨났다 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주장의 맹점은 유럽경제위기가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단일통화가 가져다주는 폐해-"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 통일 이후, 독일은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독일병'이라는 말도 생겨났는데, 2002년 유로화가 도입되면서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리게 된다. 


2000년대 단행된 독일의 개혁-유연한 노동시장, 임금상승 억제-을 근거로 남유럽의 경직된 노동시장을 탓하고, 독일과 같은 경제구조를 남유럽에 이식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다시피, 국가간의 특정한 상황을 무시하고 어떤 제도만이 옳다는 식으로 급격한 개혁을 강요하면 문제만 생긴다. 경제위기로 인해 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유연한 노동시장과 부채축소를 강요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케인즈주의 경제학자들이 "지금 당장은" 확장정책을 통한 실업문제 해소에 주력하고, "장기적으로" 남유럽의 경제구조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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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주가지수 상승을 경제성장의 지표'로 나타내는 게 타당할까?언론사가 '주가지수 상승을 경제성장의 지표'로 나타내는 게 타당할까?

Posted at 2013. 3. 18. 20:51 | Posted in 경제학/일반


요근래 몇주동안 하고 있는 고민은 "주가지수를 경기호전 혹은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용하는 게 바람직할까?간단히 말해, "왜 언론사는 종합주가지수의 등락을 경기호전 혹은 침체의 지표로 사용할까?", "GDP와 주가지수는 어떠한 상관관계를 보일까?".


신문 경제면이나 방송의 경제부문 보도를 보면 주가지수 이야기를 맨 처음 꺼낸다. "오늘 종합주가지수가 2,000 포인트를 돌파하여 한국경제의 청신호를~~"  "미국 다우지수가 14,000 포인트를 돌파하여 200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미국경제 호전을 반영하는 것으로~" 등등.


그런데 '주가지수 상승 = 경제회복 or 경제성장'으로 바라보는 게, 정확히 말해서는 '주가지수 상승 = 개개인의 번영prosperity 향상' 으로 등치시키는 게 옳을까?




● 유동성 완화 정책과 주가지수 상승


주가지수 상승이 개개인의 번영에 영향을 끼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첫째는 주식가격 상승으로 인한 양도차익 실현과 배당소득 증가. 둘째는 상승하는 주가지수를 바라보는 시장참여자들의 기대심리confidence 향상각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의도하는 바에 주가지수 상승으로 인한 '자산가치 증가'와 '시장참여자들의 confidence 향상'이 들어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상승하는 주가지수는 전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으로 대변되는 유동성 공급 덕분이 아닐까?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를 산출하는 방법은 '(현재의 시가총액 / 기준일자-1980년 1월 4일-의 시가총액) X 100'. 기준일자의 시가총액이 대략 55조원 이었는데, 그 날 시가총액이 55조원 가량 증가하면 주가지수는 100포인트 상승하는 구조.


중앙은행의 유동성 완화정책에 힘입어 자본이 주식시장으로 쏠리게 된다면 주가지수는 상승한다. 개별 기업의 주식가격의 상대적인 수준은 그 기업의 순이익이나 미래전망이 결정해주는 것일테지만, 절대적인 수준의 결정에서 중요한 건 역시 주식시장으로의 유동성 공급.


미국 다우산업평균지수의 산출방법은 '30개 기업의 주당가격 / 일정한 제수'.


게다가 미국 다우지수는 독특한(?) 산출방식으로 인해, 30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아니라 '주당 가격'이 상승하면 다우지수가 요동치는 구조. 따라서, 시가총액이 낮더라도 주당 가격이 높은 기업이 다우지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다우지수 14,000 포인트 돌파가 미국경제회복의 유의미한 지표인지" 많은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 주가지수 상승을 개개인의 삶의 번영과 등치시키는 건 잘못됐다


분명, 기업의 경영상황이나 국가,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주가지수는 하락한다. 주가지수는 현재의 경제상황 뿐 아니라 미래 경제상황을 제시해주는 지표로 쓰일 수 있다. 또한, 주가지수에는 그 국가의 금융시장 안정성이나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 등등 여러가지 변수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상황을 드러내주는 지표로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지수 상승 = 개개인의 번영 달성" 혹은 "주가지수 상승 = 한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등치' 시키는 건 다른 이야기. 위에서 지적했듯이,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주가지수의 절대적인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결정적인 문제는 결국 주식을 보유한 사람만이 주가지수 상승의 혜택을 본다는 사실. 


물론, 주식가격 상승으로 인해 기업이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여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여러 경로를 거치면서 그 효과가 얼마나 보전될까? 다국적기업의 이윤 증가 → 그 기업의 주식가격 상승의 경로가 '주가지수 상승 = 한 국가의 GDP 증가 + 국민 개개인의 삶의 번영 달성'을 왜곡시키지는 않을까?




● 주가지수 대신에 실업률을 사용한다면?


주가지수 상승과 경제성장 or 삶의 번영 달성은 어느정도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도 맞고 인과관계를 가지는 것도 맞다. 그러나 그것을 등치시켜서 보도를 하고, 주가지수 상승만이 경제성장을 드러내주는 지표라고 인식하는 건 문제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의 느끼는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지표로 무엇이 있을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실업률".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약 3%. 완전고용 수준에서 달성할 수 있는 실업률이다. 2011년 기준 OECD 국가 중에서 두번째로 좋은 실업률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우리나라 실업률이 이렇게 낮은데 왜 우리의 삶은 시궁창일까? 실업률은 '(실업자수 / 경제활동참가인구수) X 100' 이기 때문에 애초에 경제활동참가율이 낮다면 의미가 없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활동 참가율 예상치는 59.3%대.)




● 실업률 측정에 문제가 있다면 고용률을 사용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고용률을 이용하면 어떨까? 2011년 기준 한국의 고용률은 63.8%. OECD 32개 국가 중 21위이다. 실업률이 두번째로 좋았던 국가가 고용률을 기준으로 하자 수직하강 하고 말았다.;;;


그런데 고용률 측정 방식도 문제가 있다. 바로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고용률은 하락한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인구의 고용률은 높은 수준인데 반해 노령층의 고용률은 낮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되어 노인인구가 많아진다면 고용률은 당연히 하락한다.


그렇다면 "가중평균 고용률"을 사용할 수 있다. 연령구조를 기준년도로 고정시키는 것이다. 즉, 현재년도의 연령별 고용률을 가지고 기준년도의 연령구조에 대입한다면, "고용률 변화의 일정한 추세"는 확인할 수 있다.




● 일자리의 질은 측정하지 못하는 고용률. 그렇다면 노동소득 분배율?


그럼에도 고용률의 근본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데, 바로 일자리의 질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예 소득분배를 드러내주는 "노동소득 분배율"을 사용할 수 있다.


노동소득 분배율은 '{노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 / (노동소득 + 자본소득)} X 100'로 측정가능하다. 한국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1996년 62.6%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 59%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표 또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바로 '자영업자의 소득'이다. 한국은행의 측정방식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소득은 자본소득으로 간주된다. 쉽게 말해, 자영업자의 소득이 하락하면 노동소득의 상대비중이 증가하여, 노동소득 분배율이 증가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을 노동소득으로 간주한다면 노동소득 분배율의 절대수치는 상승한다. 그러나 연도별 비교에 따른 추세를 보면, 기존측정방식의 그것에 비해 노동소득 분배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경제학의 학문적 논의에서 금융시장이 실물경제를 얼마만큼 반영하고 있는지 여러 논의가 있다. 이에 대한 이론적 논의는 치열하다. 그런데 아직 금융경제학에 무지하여서 학문적 논의는 자세히 모르겠다. 고작 논문 몇편 읽어본 게 고작.


그러나 개인적으로 "언론사가 경제관련 보도를 할때 주가지수 상승 혹은 하락을 인용하는 것이 국민 개개인의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올바른 방법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같이 읽을꺼리>


"Dow should be consigned to history". <FT>. 2013.03.06


"경제활동 참가율 50%대로 추락 전망". 2013.03.11 


황수경. 2010. "실업률 측정의 문제점과 보완적 실업지표 연구". 「한국노동경제학회」


Paul Krugman. "Constant-demography Employment". 2012.10.06 


"'사상 최악' 노동소득 분배율, 한국은행 자료엔 없는 이유". 2010.09.14



2013년 3월 18일에 다른 곳에 썼던 글을 블로그로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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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재정에 대한 잘못된 강박관념균형재정에 대한 잘못된 강박관념

Posted at 2013. 1. 5. 01:36 | Posted in 경제학/일반


제18대 대통령 선거 직후, 박근혜 당선인은 6조원 규모의 채권발행을 통해 복지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조달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이 전해진 후, 민주진영은 "국가부채를 늘리자는 것이냐" "대통령 당선되자마자 국민들 뒤통수 때리기냐" "후세에게 부담을 전해주자는 것이냐" 라며 채권발행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그런데 채권발행 반대를 위해 민주진영이 사용하는 논거들,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다. 바로 미국 공화당 의원들과 보수 경제학자들이 양적완화 정책 · 복지지출 증가를 비판할 때 사용하는 논거들이다. 정부지출이 증가하고, 공공부채가 증가하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논리. 왜 미국 보수주의자들이 사용하는 논거를 한국의 민주진영이 이용할까? 아니 그것보다, 채권발행을 통해 적자재정정책을 운용하면 국가경제에 해로울까?


국가경제는 가계경제와 다르다. 해마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가계는 빚더미에 빠지고 신용등급이 하락하여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울 것이다. 국가도 그러할까? 국가는 화폐발행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국가가 돈을 찍어내면 적자는 메워진다. 그렇다고 무한정 돈을 찍어낼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국가는 채권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한다. 쉽게 말하면 돌려막기 개념이다. 재정적자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2가지이다. 첫째는 국가경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이다. 큰 폭의 재정적자를 지켜본 시장참여자들이 경제상황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어 자금회수를 서두르면 국가경제는 위기에 빠진다. 두번째는 외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각주:1]이다. 외화표기 부채에 대해서는 국가의 화폐발행권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지급불능 상태에 처할 수 있다.[각주:2]


반대로 생각하면, 국가경제의 신뢰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의 재정적자 ·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외채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즉, 부채"규모" 혹은 재정적자 "액수"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각주:3] 6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면 국가경제의 신뢰가 훼손될까? 한국의 GDP 규모는 1,200조이고 1년 예산 규모는 372조원 이다. 6조원은 GDP 대비 0.5%, 1년 예산 대비 1.6%에 불과하다. 2012년 한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19조원인데 거기에 6조원을 더한다면 GDP 대비 2.1%, 1년 예산 대비 6.7%에 불과하다. 채권발행을 통해 6조원 가량 조달한다고 해서 국가경제의 신뢰도가 떨어질 정도로 한국경제 규모가 작지 않다.


더 중요한 점은 지금 한국경제는 적자재정 정책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갖추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국가부채를 증가시키면 후세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일까? 후세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는 어린아이들이 우리보다 더 가난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2013년 현재 한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 자영업자 가계부채 문제 · 부동산 담보대출로 인한 하우스푸어 · 과도한 육아양육비 사교육비 의료비 부담 등등 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복지제도 확충 등으로 경제의 수요측면Demand-Side을 개선하는 것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균형재정을 사수하기 위해 정부지출을 늘리지 않는 게 후세의 삶에 무슨 도움이 될까? 2013년에는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줄어들고 2017년에는 생산가능인구의 절대숫자 자체가 감소한다. 한국경제가 많은 정부지출이 필요한 고령사회로 진입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정부지출을 늘리고 복지제도를 확충해 경제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박근혜의 6조원 규모의 채권발행 발표는 진보세력 이라면 더더욱 반겨야했다. 큰 정부 · 정부지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보수정치세력이 먼저 채권발행 이야기를 꺼낸 것을 이용해야 했다. 역설적으로, 한국 보수정치세력을 대표하는 박근혜는 한국의 복지제도를 확충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실패는 박근혜가 이명박과는 다른 길을 걷도록 만들었고, 증세의 길을 걷는 미국은 박근혜가 유사한 길을 걷도록 할 것이다. 박근혜가 정부지출 증가를 통해 복지제도 확충에 나설 때, 누가 박근혜를 빨갱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 한국 보수정치세력의 적통을 물려받은 박근혜에게? 박근혜의 문제는 경제민주화 · 복지제도 확충을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그러나 박근혜가 그것을 실현하겠다고 결심한다면, 그녀는 다른 어떤 정치인보다 쉽게 그 길을 걸을 수 있다. 진보세력이 진정으로 한국경제를 걱정한다면 이러한 점을 이용해야 한다. 



<같이 읽을거리>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 '개발도상국이 지고 있는 원죄Original Sin'. 2012.10.19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 '부채규모가 큰 것이 문제일까?'. 2012.10.21


Paul Krugman. "Sam, Janet, and Fiscal Policy". 2010.10.25  

Paul Krugman. "Nobody Understands Debt". 2012.01.01

Paul Krugman. "On The Non-burden of Debt". 2012.10.12

Paul Krugman. "Foreigners and the Burden of Debt". 2012.10.13


유종일. "지금은 '적자 재정'이 정답이다". 2012.12.27

주진형. "넌 누구냐?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비율". 2013.01.03

주진형. "재정정책 실종 국가: 경제 불황기에 왠 균형재정?". 2013.01.07



  1. Barry Eichengreen은 외화로 표기된 부채로 인해 신흥국이 겪는 문제를 원죄Original Sin 라고 표현했다. http://joohyeon.com/113 참고. [본문으로]
  2. 이 두 가지 경우가 발생한 것이 1997년 외환위기 이다 (재정적자가 아니라 무역적자가 문제를 초래했지만). 계속되는 무역적자를 지켜본 시장참여자들은 한국 경제상황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그러자 서둘러 자금회수에 나서게 되는데, 외환보유가 부족했던 한국은 달러로 표기된 단기부채를 상환하지 못하여 IMF에 지원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본문으로]
  3. 이에 대해서는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의 '부채규모가 큰 것이 문제일까?' 참고 http://joohyeon.com/11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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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고령화 시대의 징후 - 카드사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저금리, 고령화 시대의 징후 - 카드사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

Posted at 2013. 1. 3. 22:52 | Posted in 경제학/일반


2013년 새해에 들이닥친 청천벽력 같은 소식 "카드사 무이자할부 혜택 종료"



이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알라딘에 갔더니..


"안녕하세요?


알라딘 고객센터에서 안내드립니다. 금감원 정책 변동으로 그 동안 진행되던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 행사가 종료됨을 안내드립니다. 이점 양해 말씀드리며, 이용하시는 고객님들께서는 참고하시어 쇼핑에 지장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무이자할부 재개시 신속히 공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응?????????????????? 

교보문고도 대부분 카드의 무이자할부 혜택이 없어졌다..


검색을 해보니 10월말 기사가 나온다.


"카드사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에서 무이자할부, 청구할인 등 일시적인 프로모션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과 소비 위축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카드 무이자할부 사라진다". 『매일경제』. 2012.10.31


헐..... 이럴순 없어.... 도서구입에 큰 도움을 줬던 무이자할부가...




단순히 무이자 할부혜택이 없어진 것이 문제가 아니다.

카드사의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① 저금리 시대와 고령화 → 금융사 수익성 악화 & 금융시장 불안정성 증대 → 디레버리징에 진입한 소비자들


: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럽 등이 0.25%~0.75% 대의 저금리 정책을 구사하면서 한국도 2.75%~3%대 초반의 저금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세계경제 침체가 지속된 것도 저금리를 유지한 또다른 이유.


문제는 이것이 한국의 고령화와 겹칠 경우, 오랫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각주:1]는 건데, 그렇다면 금융회사들은 예대금리 차이의 축소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다. 최근 금융사들이 지점을 폐쇄하고 신규인력 채용을 줄이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무이자할부 혜택까지 축소하는 이유.


무이자할부의 도움으로 소비를 하던 개개인은 반강제적으로 디레버리징에 진입하게 된것이다.... 



② 발전되지 않은 한국의 내수소비시장. 이 상황에서 디레버리징???


: 하우스푸어들의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 & 자영업자들의 대출 문제 등으로, 이미 한국경제는 디레버리징에 진입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저금리로 인한 금융업체들의 수익성 악화, 그리고 무이자할부 혜택 종료로 인한 소비축소가 겹친 것이다.


문제는 한국경제의 내수소비시장이 미발전된 상태라는 것이다. GDP에서 수출+수입은 110%를 차지할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상황이고,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초반에 불과하다. (미국은 70%) 그 이유는 경제발전과정에서 형성된 자본이 내수소비 시장으로 향한 게 아니라 부동산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돈이 돌고 돌아 소비를 통해 지출된 것이 아니라 부동산이라는 자산 형태로 묶여진 것이다. 내수소비 시장이 커진 게 아니라 부동산시장이 커졌는데 요 몇년새 부동산 시장은 침체상태이다. 그리고 대외경제 환경도 좋지 않다. 


이 상황에서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로 민간소비마저 줄어든다면? 이미 적을대로 적은 내수소비는 더 위축될 것이다. 내수소비시장이 발전되지 않았는데 디레버리징에 진입하게 된 최악의 상황.



③ 더 큰 위기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때 발생


: 부동산시장 침체는 지속되고 내수소비는 증가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디레버리징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 자영업 대출 문제 & 금융기관 수익성 악화 → 디레버리징 진입 →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 & 내수소비 악화 → 한국경제 침체 → 디레버리징의 어려움" 의 악순환.


그런데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미국 FRB는 2015년 중반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이후 미국경제가 회생에 성공하여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자본유출을 막기위해 신흥국 등도 자국 경제환경이 좋든 나쁘든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가 디레버리징을 완료하지 못했는데 금리가 오른다? 그렇다면 부채부담은 더더욱 가중되고 만다.


망했어요. 우리는...


  1. 고령화가 진행되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노동생산성이 줄어든다. 따라서, 경제성장이 지체되고 기업의 자금수요는 위축된다. 줄어든 자금수요 때문에 금융사는 대출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고령화와 금융안정성에 관하여 관심 있으신 분은 한국은행의 강종구 전태영 안동준 <인구구조 변화와 금융안정간 관계>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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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은 좋고(나쁘고), 저환율은 나쁘다(좋다) ??고환율은 좋고(나쁘고), 저환율은 나쁘다(좋다) ??

Posted at 2012. 11. 4. 10:58 | Posted in 경제학/일반


이런 주장. 

"고환율 정책은 대기업들 배만 불려준다. 현재 환율 하락은 물가가 내려 서민들에게 좋은 거다. 환율 하락을 우려하는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는 대기업의 목소리만 반영하는 거다."

"예전에 환율이 1달러당 800원대 였던 시절에도 경제는 잘 돌아갔다."


환율이 800원대를 유지했던 시기는 1997년 이전. 이때는 지금과 같은 자유변동환율제도가 아니라 시장평균환율제도 였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무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국경제는 1994-1997년동안 매분기 40억~60억 달러 규모의 엄청난 자본유입이 발생했었다. 


당시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조악했는데, 개발시대의 한국금융은 단순히 "대기업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했다. 기업평가, 신용평가, 대출건전성 감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한국의 대기업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단기외채를 빌려 과잉투자를 했다. 환율이 800원대였음에도 경제가 "좋았던 것"처럼 보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로 대기업들은 단기외채의 유동성위기에 빠졌고.. 그 뒤.....)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12월, 한국은 자유변동환율제도로 변경하였고 환율은 1,600원대까지 치솟았다. 고환율이 됐으니 수출대기업에게 유리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외화로 표기된 부채 부담이 급등"하면서 경영의 어려움만 커졌다. 


이명박정부는 2008년 집권 후,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채택했고 환율은 900원대에서 1,400원대까지 상승했다. 그런데 당시 경제 자체가 건전했었기 때문에, "수입 물가가 상승"만 초래하여 오히려 국민들의 부담만 증가했다. 이명박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비난 받은 이유이다.


그럼 "지금의 환율 하락"은 괜찮을까? 수입 물가 부담이 줄어드니? 아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세계경제 자체가 얼어붙었고 한국도 부동산시장 침체 등이 곂치면서 "민간 소비가 하락" 했다. 이런 와중에 환율 하락은 수출경쟁력마저 떨어뜨려 경제의 큰 타격을 준다. 


거기다가 미국 유럽 등의 초저금리 정책, 양적완화 정책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한국으로 자본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 한국도 금리를 내려 급격한 자본유입을 막아야 할까? 그런데 문제는 금리를 내리면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 세계경제 침체와 부동산시장 침체가 곂치면서 민간 소비는 얼어붙었는데 이는 단순히 금리를 내린다고 해결 되는 게 아니다. 


유동성함정 하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재정정책은, 향후 5년간 매년 20조원의 재정적자가 예상되면서 재정정책을 쓰기가 정치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결국 환율 하락을 막아 수출경쟁력 만이라도 유지해야 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고환율" "저환율"에만 주목할 경우 제대로 된 문제인식이 불가능하다. 경제 지수의 변화는 상반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큰 효과"를 가져올지 생각해야 하고, "경기변동의 폭을 키우는 정책인지 아닌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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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저환율? 금융시장 불안정성! 경기변동의 진폭!고환율? 저환율? 금융시장 불안정성! 경기변동의 진폭!

Posted at 2012. 11. 3. 22:12 | Posted in 경제학/일반


※ 단순히 무역흑자를 위해 환율을 상승시켜야 하나?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최근 몇달새 원화가치가 급등(환율 하락)하고 있다. 2012년 8월 이후 원화가치는 3% 가량 하락했다. 



<출처 : Google Finance >

  • 2012년 8월 이후,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은 3.45% 가량 하락했다. 반면,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의 환율은 2.93% 가량 상승해 엔고현상에서 탈피하고 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 미국·유럽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원화가치 급등을 두고 반응은 엇갈린다. 2008년 이명박정부 취임 이후 인위적인 고환율(원화가치 하락) 정책으로 인해 고물가를 겪었던 국민들은 "고환율은 수출대기업에만 유리하다. 환율하락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게 좋다" 라는 반응이다. 반면 수출대기업은 "원화가치 상승과 일본 엔화의 가치하락이 한국기업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라면서 위기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정부는 집권 이후, 수출대기업을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렸는데, 2008년 동안 환율은 18.7%나 상승하였고 2009년에도 15.7%나 상승하였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1. 2007년 9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이명박정부의 고환율정책으로 인해 1,400원대 까지 오르게 된다.
  2. 특히 2008년 4분기의 환율 상승은 3분기 대비 28.0%에 달한다.
  3. 그래프를 보면 2008년 이후 환율이 급등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명박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수출대기업은 큰 이익을 거두었다. 반면 수입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하여 소비자들은 울상을 지었다. 물가상승으로 인하여, 고환율 정책을 주도했던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많은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만 이명박정부는 경상수지 개선과 수출 드라이브를 위해 계속해서 고환율을 유지했다.

강만수 경제팀은 틈만 나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환율을 올리고, 경기 부양을 위해 과감히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때문에 강 장관은 번번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성장’과 ‘물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강 장관은 성장우선 정책을 통해 ‘MB노믹스’를 실현해야 하는 책임자였다. 반면 이 총재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했기 때문에 충돌은 불가피했다.

 장관은 정권 초부터 고환율 시사 발언을 쏟아냈다(표 참조). 강 장관은 야인 시절 쓴 <현장에서 본 한국 경제 30년>에서 “환율은 나라 경제를 지키는 주권이며 환율 관리는 경제적 대외 균형을 지키기 위한 주권 행사다. 환율을 관장하는 재정경제부(현재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을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주권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다”며 ‘환율주권론’을 강하게 피력했다.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을 주장해 ‘최틀러’라는 별명을 가진 최중경 전 재정부 1차관도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급격한 하락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강 장관을 거들었다. 두 사람이 발언할 때마다 환율과 금리가 널뛰기했다. (...)

이명박 정권 초만 해도, 달러는 웬만한 국제 통화에 견줘 죄다 약세였다. ‘달러의 굴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정책 당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일어난 경기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달러 금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원화만이 달러에 약세였다.

달러가 약세이다 보니, 돈이 원유와 원자재에 쏠렸다. 곧바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원화가 약세인 상황에서 수입가는 더욱 올랐고, 국내 물가는 급등했다. 하지만 강만수 경제팀은 고환율 정책이라는 ‘황소고집’을 쉽게 꺾지 않았다. 대신 수출 대기업들은 표정 관리를 해야 했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3천억원, LG전자는 7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

강만수 경제팀의 고환율 정책은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급히 선회한다. 물가는 치솟는데 경기는 악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제 강만수 경제팀은 오르는 환율을 막기 위해 시장에 직접 개입하며 외환보유고를 물 쓰듯 퍼붓는다. 촛불시위 뒤 7월7일 개각에서 결국 최중경 차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하지만 강 장관은 살아남았다. 그 뒤 강만수 장관은 한 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한은 총재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첫 단추 잘못 꿰서 보유 외환 퍼부어

오락가락한 환율정책은 결국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시켰다.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 오르는 환율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고, 키코(KIKO)라는 직격탄도 맞게 됐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환리스크를 줄여주지만, 원화가치가 계속 떨어져 애초 계약한 구간을 벗어나면 기업이 막대한 환차손을 입게 만든다.

정혁준. "강 장관의 황소고집 ‘고환율’". <한겨레21>. 2008.11.28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높은 물가상승을 경험 · 고환율 덕택에 수출대기업의 영업이익은 늘어났으나 국민들의 삶의 질은 좋아지지 않았던 경험 · 결국 일부 수출대기업들의 배만 불려준 것 아니냐 라는 경험 속에서, 일부 국민들은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을 반기고 있다.

정리하자면, 원화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면 물가는 오르지만 경상수지는 개선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게 고환율 정책은 매력적일 수 있다. 원화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면 경상수지는 악화되고 수출기업들의 이익은 줄어들겠지만 물가는 안정된다. 원화가치 하락(고환율)과 원화가치 상승(저환율)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 

그런데 문제는 고환율이냐 저환율이냐가 아니다. 핵심은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경기변동의 진폭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최근 환율하락에 경제학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와 환율상승을 주장하는 건 단순히 무역수지가 악화되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유럽·일본 등의 양적완화·초저금리 정책으로 자본이 한국으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경기변동의 진폭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환율을 상승시키라는 것이다.



※ 큰 폭의 자본유출입 변동으로 인해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의 한국


1997년 12월 외환위기 이전, 1994-1997년 동안 한국으로 많은 자본이 유입되었다. 마이너스의 자본수지를 기록했던 1993년과 달리 1994년 자본수지는 흑자로 돌아섰고, 특히나 1996년에는 매분기 40억 달러~60억 달러 규모의 자본유입을 기록했다. (당시 한국은 자유변동환율제도[각주:1]가 아닌 시장평균환율제도[각주:2]였기 때문에 큰 폭의 환율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1997년 2분기 들어서 자본유입액이 70억 달러에서 25억 달러로 급감하더니, 4분기 들어서는 5억 달러선까지 감소했다. 1998년 1분기에는 100억 달러 규모의 자본유출이 일어났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 1994년 1분기~1997년 3분기 동안 자본수지 흑자를 기록한 한국은 1997년 들어 2분기 들어 자본유입액이 급감하더니 

    1998년 1분기 들어서는 100억 달러 규모의 자본유출을 경험했다.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는 동안 한국의 기업들은 해외자본을 과다차입하게 되었는데,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각주:3]되면서 해외투자자들은 한국 경제의 건전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 것이다. 또한, 이 당시 동남아시아의 외환위기를 지켜본 외국투자가들은 한국 경제에도 우려를 표했고 급격히 자본을 빼가기 시작했다.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나자 부채 만기연장을 하지 못한 기업의 부도사태가 벌어졌고, 큰 폭으로 상승한 환율로 인해 물가가 치솟아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 1997년 12월 한국은 자유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였는데, 1997년 4분기부터 환율이 급격히 상승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급격히 상승한 환율로 인해, 외화로 표기된 부채부담이 늘어났고 물가가 치솟아 한국경제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김인준·이영섭은 급격한 자본유출입으로 인한 boom-bust cycle이 한국경제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동아시아 경제의 외채가 급격히 증가한 현상은, 국내외 이자율간에 큰 격차가 있고 자본자유화로 인해 boom-bust cycle이 심화되는 가운데 환율이 단기에는 금리격차에 따른 자본이동에 영향을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경쟁력에 영향을 받는 경제를 상정하면 쉽게 설명될 수 있다. 한편 한국의 경우 해외에서의 조달·운영하는 자금규모가 공식적인 외채 규모에 버금갈 정도로 큰 이유는, 한국정부가 자본시장에서 boom-bust cycle을 고려하지 않고 취한 단계적 및 비대칭적인 자본자유화 정책 내용을 살펴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다. 


국가간 금리 격차가 존재할 경우 자본자유화는 양국간 금리격차를 줄이는 데 공헌할 것이다. 그렇지만 양국간 발전단계가 다르다면 자본이동에 따라 금리격차가 줄어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편의상 자본자유화는 이루어졌지만 금리는 원래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자유화가 이루어지면 자본은 이자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 결과 이자율이 높은 국가의 경우 자본시장개방에 따라 자본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하락하고 경제가 활성화된다. (...)


이자율이 높은 나라로의 자본유입은 이 나라의 환율을 하락시키고 그 결과 가격경쟁력이 악화되어 경상수지가 적자로 될 것이다. 또한 자본유입에 따른 경기활성화도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 될 것이다. 물론 어느 기간까지는 경상수지 적자가 자본유입으로 보전되기 때문에 이 나라 통화의 고평가 현상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런데 환율의 고평가로 경상수지 적자가 상당기간 누적되면 외국 투자가들이 이 나라 경제의 기본 건전성에 회의를 갖게 되고 자본을 회수해 나가려 할 것이다. 이때부터 고금리는 더 이상 자본유입의 유인이 되지 못하고 따라서 환율에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가 환율에 주로 영향을 끼치게 되고 경상수지 악화로 인해 환율은 상승할 것이다. 한편 환율상승에 따른 투자수익률 하락을 우려하여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려 함에 따라 환율은 더욱 더 상승할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도 가속화될 것이다.


이와 같은 boom-bust cycle 모형을 이용하면 자본시장 개방후 외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국제금융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도를 과대평가하고 저리의 자금을 경쟁적으로 제공하였으며 또한 국내 투자가들이 자본시장 개방 당시의 자본도입 비용을 과소 평가하고 과다차입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oom-bust cycle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될 때 환율이 다시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개방 당시 낮았던 외국자본에 대한 국제금리 및 환율이 계속 유지되리라 믿어서 과도한 신용을 공급하고 과도한 차입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이 국제자본시장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상황속에서 정부가 자본시장을 단계적 · 비대칭적으로 개방하였기 때문에, 즉, 자본유입을 통제하고 자본유출을 풀어주는 정책을 취했기 때문에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은 해외에서 차입한 자금을 국내에 들여오지 못하고 해외에서 운영한 결과 해외에서의 자본운영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김인준·이영섭. 1998. "외환·금융위기와 IMF 경제정책 평가" . 『金融學會誌 Vol.3 No.2』 7-9




※ 현재의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은 선진국의 유동성 확대 정책때문


주목해야 하는 건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선진국의 금융완화 정책이라는 원인이 작용하여 그러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0.25% · 유럽은 0.75% 대의 초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 선진국의 금융완화정책으로 인하여 풍부해진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신흥국으로 유입되어 자산가치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신흥국 통화가치 상승·신흥국의 금리 인하 유도를 불러왔다. 한국은 미국·유럽·일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2.75%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최근의 신용등급 상승과 맞물려 선진국의 자본이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로 인하여 최근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경제 정상화를 위해 정책금리를 대폭 인하하였으며 현재에도 정책금리를 제로금리에 근접하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미 연준의 경우 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0월에서 12월중 Federal Fund rate를 3차례에 걸쳐 175bp 인하하였으며 ECB, 일본은행, 영란은행도 같은 기간중 정책금리를 각각 175bp(3회), 40bp(2회), 200bp(3회) 하향조정하였다.


또한 선진국들은 조속한 경제회복을 위해 대규모 국공채 매입, 대출 등과 같은 양적완화정책(QE)도 병행하여 실시하였다. 미 연준의 경우 2회에 걸쳐 2.35조달러 규모의 국공채 및 MBS를 매입하였으며 ECB도 2차례의 장기대출 등을 통해 1.2조 유로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였다. 일본은행은 25조엔 규모의 저금리 단기대출을 실시하고 55조엔에 달하는 국채, 회사채 등을 매입하였다. 영란은행도 3,750억파운드 규모의 국채 등을 매입하였다. (...)


주요 선진국의 본원통화로 측정한 글로벌 유동성도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12년 2월말 현재 위기 이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큰 폭의 정책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 선진국의 금융완화정책으로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은 수익성 추구 등의 목적으로 국제원자재시장 및 신흥국으로 유입되었다. 특히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인하한 2009년 초반 이후 원자재관련 펀드와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급증하였으며 미국의 QE1 및 QE2가 시행된 기간에도 꾸준히 늘어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 기간중 원자재관련 펀드의 경우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관련 펀드로의 자본유입이 크게 늘어났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본은 포트폴리오 투자 및 기타투자가 크게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신흥국에 유입된 자본은 대체로 수익성 추구를 위한 단기성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에 유입된 대외자본은 변동성이 높은 포트폴리오투자, 기타투자 등 단기성 자금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의 경제여건 변화시 이들 단기성 자금은 일시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므로 신흥국의 정책당국은 대외자본 유출입을 규제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김명현. 2012. "선진국의 금융완화정책이 신흥국에 파급되는 경로 및 영향 분석". 『한국은행 Monthly Bulletin Oct』. 16-33



문제는 이러한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어떤 일이 발생하느냐이다. 선진국의 경제여건이 좋아지고 신흥국의 경제여건이 나빠지면 이들 자금이 일시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환율을 상승시켜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여놓는 정책이 필요하다.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높은 금리를 유지한다면 자본이 계속해서 유입될 것이다. 또한, 환율하락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원화가치가 고평가되는 정도가 커지게 되고 차후에 원화가치 하락에 베팅하기도 쉬워진다. 즉,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차후에 자본유출의 진폭이 더욱 더 커지게 된다.



프린스턴대 신현송 교수는 금융안정성을 위해 다양한 거시건전성 수단이 함께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현송 교수는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서는 글로벌 유동성으로 인해 통화정책의 전통적 전달경로가 심각하게 교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흡수하려 해도 금리차이를 노린 해외자본이 유입되면 통화량 조절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개방경제 국가에서는 금리의 기대경로 외에 위험경로까지 감안해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금융안정은 통화정책에 의한 금리조절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만큼 한국이 도입한 선물환포지션(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비율) 한도,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과 같은 거시건전성 수단이 함께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 저금리 정책, 신흥국 금융불안 유발”". <경향신문>. 2012.06.14



 

※ 거시경제정책의 핵심은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이는 것


이명박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는 단순히 수출 대기업의 배만 불려줬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변동의 진폭을 인위적으로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현재의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환율 상승을 도모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때문이 아니라 경기변동의 진폭을 축소시키기 위해서이다.


물론, 수출액비중이 GDP 대비 52%에 달하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환율하락이 무역수지 악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각주:4][각주:5]그러나 단순히 고환율이냐 저환율이냐의 프레임에 갇힐 경우 올바른 거시경제정책을 펴기가 어렵다


(그럼 금리인하·환율상승을 시키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것도 아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유동성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큰데,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매년 약 20조원의 재정적자를 예측했다. 유동성함정 하에서 재정정책을 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 어쩌라고? 이번 포스트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고환율이냐 저환율이냐의 프레임을 경계하고 거시경제정책의 진폭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1. 자유변동환율제도(flexible exchange rate system)는 시장의 가격기구 기능에 따라 환율이 전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거나 정부가 최소한의 간섭만 하는 환율제도를 의미한다. 자유변동환율제도 하에서는 외환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환율이 결정된다. [본문으로]
  2. 시장평균환율은 현재 한국은행이 고시하는 집중 기준율과 같이 은행과 고객과의 외환거래 혹은 은행과 은행 간의 외환거래의 기준이 되는 원/달러 환율이다. 이 시장평균환율은 외환매매 중개기능을 맡고 있는 금융결제원 내의 외화자금 중개실이 전일 모든 외국환은행들이 국내외환시장에서 거래한 원/달러 현물환 거래 환율을 거래량으로 가중평균하여 산출된다. 시장평균환율제도 하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외환의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되고 변동되나, 외환 수급에 따라 변동되더라도 무한히 변동되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을 받았다. 시장평균환율제도 도입 당시에는 일일 환율변동 제한폭을 기준환율을 중심으로 상하 0.4%로 설정하였으며 그 후 변동제한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였다. 1997년 11월 외환위기에 직면하면서 상하 10%로 대폭 확대하였다가 같은 해 12월에 변동 제한폭을 완전히 철폐하여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였다. [본문으로]
  3. 경상수지+자본수지=0의 관계.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자본수지는 적자이고, 역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면 자본수지는 흑자이다. [본문으로]
  4. "지금은 물가상승률을 너무 걱정할 때가 아니다. 고평가된 원화를 방치했다가 벌어질 심각한 경기하강과 유동성 위기 같은 거시경제 위험에 대비하는 게 훨씬 더 시급하다." 라고 주장하는 성태윤 교수의 칼럼도 '경기변동의 진폭 축소시키기'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02/2012110201340.html ʺ한국, 원高 환율 이대로 방치했다간 재앙ʺ. 2012.11.03 [본문으로]
  5. 성태윤 교수는 "물가 상승을 통해 부채부담의 실질 가치를 낮춘다"라는 주장을 계속 해왔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부채부담의 실질가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6/2012071601502.html. "전세계로 확산되는 '채무 디플레이션'". 2012.07.1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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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Posted at 2012. 10. 19. 21:30 | Posted in 경제학/일반


※ 왜 한국은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최근 1개월 사이에 원화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면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경계에도 원ㆍ달러 환율이 다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중 최저점을 나흘째 경신한 결과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거래일보다 1.20원 내린 1,104.30원에 교환됐다. 개장 환율은 0.50원 내린 1,105.00원을 기록하고서 1,103.80원까지 낙폭을 키우다가 간격을 좁혔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9월9일 1,077.30원 이후 최저치다. 장중 기준으로는 작년 10월31일의 1,100.00원을 뚫지는 못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10/18/0200000000AKR20121018162900002.HTML?did=1179m

"`환율 1,000선 붕괴 임박' 13개월 만에 최저점". <연합뉴스>. 2012.10.18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업종별 희비도 엇갈리는데, 수출의존도가 높은 전자·자동차 업체는 원화가치 상승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해외여행 업체나 외화로 표기된 부채를 쌓아둔 기업은 원화가치 상승에 미소를 짓고 있다. 


◇ 항공·여행·면세 '好好' = 환율이 하락하자 항공업계에서는 함박웃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상반기 유가 상승으로 고전한 항공사들은 최근 환율이 떨어져 외화부채가 축소되고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환율 하락이 재무평가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대한항공의 외화부채는 지난달 말 기준 73억5천만달러로,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장부상으로 735억원의 평가이익이 생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10원 변동할 때마다 외화부채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이 발생하고 항공유 구입비용, 항공기 리스비용이 줄어 87억원 상당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도 환율 하락을 반기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정기윤 팀장은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데는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국 물가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여행사들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면세점도 관광객들의 구매액이 늘며 자연스레 혜택을 볼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경절 특수 기간이 끝난 이 시점에 매출 증가 요인이 다시 생긴 것"이라며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연말 여행 시즌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나 전자업체는 환율 하락을 다른 업종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는 수출 비중이 75∼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이 약 2천억원(현대차 1천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줄어든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10/17/0200000000AKR20121017100700003.HTML?did=1179m

"'환율 급락'에 업종별 명암 엇갈려". <연합뉴스>. 2012.10.17




※ 개발도상국이 지고 있는 원죄Original Sin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국경제가 환율 변동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무역거래대금 결제와 기업들의 해외차입이 원화가 아니라 외환-달러, 유로, 엔화 등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 통화·금융체제 연구의 권위자인 Barry Eichengreen, 개발도상국이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이러한 부담을 일종의 원죄Orginal Sin 라고 표현했다.



국가가 자국통화가 아닌 외환으로 해외차입을 하면 어떻게 될까? 대차대조표 상에서 통화불일치Currency Dismatch가 발생하게 되는데, 환율변동이 부채 규모를 좌지우지 하게 된다. 자국통화가치가 상승하면 해외차입규모가 줄어들지만, 반대로 자국통화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차입규모가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통화불일치 때문에 국가들은 외환보유고 확충에 항상 신경쓸 수 밖에 없다.


Barry Eichengreen은 "(자국통화가 아닌) 외국통화로 표기된 해외부채는 경제의 안정성, 자본흐름의 불안정성, 환율 관리, 국가의 신용등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라고 말한다.


If a country is  unable to borrow abroad in its own currency - if it suffers from the  problem that we refer to as "original sin" - then when it accumulates a net debt, as developing countries are expected to do, it will have an aggregate currency mismatch on its balance sheet.


(...)


Alternatively, the government can accumulate foreign reserves to match its foreign obligations.  In this case the country eliminates its currency mismatch by eliminating its net debt (matching its foreign currency borrowing with foreign currency reserves).  But this too is costly: the yield on reserves is generally significantly below the opportunity cost of funds.


(...)


In particular, we show that the composition of external debt - and specifically the extent to which that debt is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 is a key determinant of the stability of output, the volatility of capital flows, the management of exchange rates, and the level of country credit ratings. We present empirical analysis demonstrating that this "original sin" problem has statistically significant and economically important implications, even after controlling for other conventional determinants of macroeconomic outcomes. We show that the macroeconomic policies on which growth and cyclical stability depend, according to the conventional wisdom, are themselves importantly shaped by the denomination of countries' external debts.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2



1999년-2001년 사이 발행된 5.8조 달러 규모의 채권 중, 5.6조 달러가 미 달러·유로화·엔화·파운드·스위스 프랑화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미국·유럽·일본·영국·스위스는 4.5조 달러 규모의 부채만 짊어졌다. 즉, 나머지 1.1조 달러의 부채는 다른 국가들이 (자국통화가 아닌) 외환 형태로 보유하게 된 것이다.   


Of the nearly $5.8 trillion in outstanding securities placed in international markets in the period 1999-2001, $5.6 trillion was issued in 5 major currencies: the US dollar, the euro, the yen, the pound sterling and Swiss franc. To be sure, the residents of the countries issuing these currencies (in the case of Euroland, of the group of countries) constitute a significant portion of the world economy and hence form a significant part of global debt issuance. 


But while residents of these countries issued $4.5 trillion dollars of debt over this period, the remaining $1.1 trillion of debt denominated in their currencies was issued by residents of other countries and by international organizations. Since these other countries and international organizations issued a total of $1.3 trillion dollars of debt, it follows that they issued the vast majority of it in foreign currency. 


The measurement and consequences of this concentration of debt denomination in few currencies is the focus of this paper.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4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28

  •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ies가 자국통화 형태로 보유한 부채는 전체부채 중 2.7%에 불과하다.
  • 반면, 미국·일본·영국·스위스는 전체부채 중 68.3%를 자국의 통화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유로존 국가들이 유로화 형태로 보유한 부채비율은 23.2%에서 56.8%로 증가하였다.



채권 발행국과 통화형태별 누적부채를 살펴보자.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29
  • 전세계 부채 중 미국이 부담하는 부채비율은 약 32%이지만, 미 달러 형태로 표기된 부채비율은 약 52%에 이른다.
  • 미국·유로존·일본은 전세계 부채 중 71%를 부담하지만, 미 달러·유로·엔화로 표기된 부채는 약 87%에 달한다.


Figure 1 plots the cumulative share of total debt instruments issued in the main currencies (the solid line) and the cumulative share of debt instruments issued by the largest issuers (the dotted line). The gap between the two lines is striking. While 87 percent of debt instruments are issued in the 3 main currencies (the US dollar, the euro and the yen), residents of these three countries issue only 71 percent of total debt instruments. The corresponding figures for the top five currencies, 97 and 83 percent, respectively, tell the same story.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6-7




※ The Pain of Original Sin


이러한 원죄Original가 개발도상국들에게 어떠한 고통Pain을 안겨줄까?


  1. 환율변동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상환능력의 불안정성이 커지게 된다.
  2. 개발도상국의 통화정책이 제한되게 된다. 확장적 통화정책을 쓰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외채부담이 커진다. 채무국은 통화확장정책으로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다.
  3. 통화가치가 하락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외환보유고 확충에 큰 신경을 쓰게 된다. 
  4. 다른 국가의 통화로 표기된 부채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역할도 제한하게 된다.
  5. 이 모든 것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신용등급을 낮추는 영향을 끼친다.

4. The Pain

Original sin has important consequences. Countries with original sin that have net foreign debt will have a currency mismatch on their national balance sheets.  Movements in the real exchange rate will then have aggregate wealth effects. This makes the real exchange rate a relevant price in determining the capacity to pay. Since the real exchange rate is quite volatile and it tends to depreciate in bad times, original sin  significantly lowers the creditworthiness of a country. Moreover, the wealth effects limit the effectiveness of monetary policy, as expansionary policies may weaken the exchange rate, cause a reduction in net worth and will thus be either less expansionary or even contractionary. This renders central banks less willing to let the exchange rate move, and they respond by holding more reserves and aggressively intervening in the foreign exchange market or adjusting short-term interest rates. The existence of dollar liabilities also limits the ability of central banks to avert liquidity crises in their role as lenders of last resort. And, dollar-denominated debts and the associated volatility of domestic interest rates heighten the uncertainty associated with public debt service, thus lowering credit ratings.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15-16




※ 외환 보유고 확충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개발도상국


원죄Original Pain은 채무국의 상환능력Solvency의 불확실성도 키운다. 한국이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은 것도 (자국통화가 아닌 다른 나라의 통화로 표기된) 단기외채 때문이었다.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부족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1997년의 위기가 국내적 금융위기로 끝나지 않고 외환위기가 된 것은 단기 외채 때문이었다. 1990년대 초까지 한국 정부는 미국 등 선진국의 자본시장 개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본 시장 개방에 있어서 매우 점진적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93년부터 은행에게 무역관련 금융과 해외지사 단기차입을 허용하자 재벌이 그것을 이용하여 금리가 낮은 일본 등으로부터 대규모 차입을 하였다(함준호, 2007; Wang, 2001). 이 과정에서 차입자인 재벌과 은행의 위험관리에 대한 개념이 미약하였고, 정부의 금융 감독 시스템도 미비 상태였다.


(...)


이 대목에서 외환위기의 원인에 대한 많은 문헌이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은 것은 한국 정부가 1997년  8월 민간부문의 외채에 대해 지급 보증을 했다는 사실과  그것이 갖는 의미다. 국내 구조가 외환위기의 원인이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보다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지급 보증을 한 후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 여부가 아니라, 정부가 민간의 외채를 대신 갚아 줄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외환위기가 일어나는지를 결정하는 요인이었다. 물론 한국 정부가 그럴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일어난 것이다.


(...)


한국 정부는 왜 민간부문의 외채를 대신 갚아 줄 능력이 없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결제능력(solvency)과 유동성(liquidity)의 두 가지로 나누어 분석할 필요가 있다.  


(...)


한국 정부의 문제는 재정의 불건전성이 아니라 지급보증을 한 민간의 단기외채에 비해 정부(한국은행)가 가진 외화준비금이 너무 적었다는 점이다. <표2>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의 사정이 실제로 그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정부의 문제는 결제능력부족(insolvency)이 아니라 유동성부족(inliquidity)이었다.


이제민. 2007. "한국의 외환위기: 원인, 해결과정과 결과". 『경제발전연구 제13권 제2호』. 7-8



IMF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자본시장 개방·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은 치솟았고 정리해고가 당연하다는듯이 받아들여졌다. IMF 체제를 겪은 국민들은 IMF라면 진저리를 첬고, 따라서 또 다시 외환위기를 겪지 않는 것이 주요목표가 되었다.


외환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한국은 유동성부족으로 인해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평상시에 외환보유고를 튼튼히 쌓아놓으면 된다. 외환보유를 늘리는 효과적인 방법은 수출 증가이다. 원죄Original Sin를 가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은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이고 이를 미국 채권 형태로 보유해 외환보유를 늘린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재투자 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외환보유고 확충에 신경 쓴다는 것이다.


Martin Feldstein 외환위기 당시 IMF의 가혹한 조치가 개발도상국이 생산적인 재투자 대신 외환보유고 확충에 큰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The desire to keep out of the IMF'S hands will also cause emerging-market economies to accumulate large foreign currency reserves. A clear lesson of 1997 was that countries with large reserves could not be successfully attacked by financial markets. Hong Kong, Singapore, Taiwan, and China all have very large reserves, and all emerged relatively unscathed. A country can accumulate such reserves by running a trade surplus and saving the resulting foreign exchange. It would be unfortunate if developing countries that should be using their export earnings to finance imports of new plants and equipment use their scarce foreign exchange instead to accumulate financial assets.  


Martin Feldstein. 1998. "Refocusing the IMF". 『Foreign Affairs』 March/April.




※ 외환 보유고 확충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낳은 글로벌 불균형


개발도상국이 외환보유고 확충을 위해 선택한 수출 주도 전략은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s을 심화시켰다. 


<출처: International Monetary Fund. 2011. "Slowing Growth, Rising Risk". 『World Economic Outlook』 Sep. page 25 >

  • 중동의 산유국·중국 및 아시아 신흥국·독일·일본의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매년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 무역흑자를 달성한 국가들은 미국 채권 구입의 형태로 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보낸다.
  • 막대한 자본유입을 받은 미국은 해외로부터 들어온 유동성을 바탕으로 소비를 늘린다.
  • (경제는 소비를 하는 주체가 있어야 돌아가기 때문에) 세계경제 시스템 내에서 미국은 최종소비국가로서 역할을 하게된다.
  • 즉, 세계경제가 미국의 소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형태가 되었다.


現 FRB 의장인 Ben Bernanke는 외환보유고 확충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불러온 글로벌 과잉저축Global Saving Glut[각주:1]이 글로벌 불균형과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각주:2]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신흥국은 외환보유고 확충을 위해 수출주도 전략을 밀고 나갈 수 밖에 없다. 무역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신흥국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출국가international lenders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신흥국의 잉여자본은 미국으로 향하게 되고,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자산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미국 부동산가격은 어느순간 하락을 하게 되고, 부동산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Sub Prime Mortgage 사태가 발생한다.    

In response to these crises, emerging-market nations either chose or were forced into new strategies for managing international capital flows. In general, these strategies involved shifting from being net importers of financial capital to being net exporters, in some cases very large net exporters. 

(...)

According to the story I have sketched thus far, events outside U.S. borders--such as the financial crises that induced emerging-market countries to switch from being international borrowers to international lenders--have played an important role in the evolution of the U.S. current account deficit, with transmission occurring primarily through endogenous changes in equity values, house prices, real interest rates, and the exchange value of the dollar.



Raghuram Rajan 또한 글로벌 불균형이 세계경제위기를 일으킨 폴트라인Fault Line[각주:3]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이들 국가-수출 지향적 성장국들-는 단순히 수출을 늘리는 전략이 아닌 무역 흑자를 목표로 수출 전략을 강화했다. 무역 흑자를 통해 외환 보유고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정한 것이다. 이들 국가는 무역 흑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를 과감하게 줄였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 삭감으로 과거에 투자와 관련해 직면하곤 했던 투자 붐과 붕괴 사이클을 피해갈 수 있었다.


수출 지향적 성장국들의 이와 같은 안전 위주 전략은 세계 나머지 국가의 취약성을 더욱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들 국가가 수출 지향적 성장 전략을 강화하고 나서자 전 세계 나머지 국가의 이들 수출국 상품에 대한 수요 부담 압력도 따라서 증가하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앞장에서 이미 설명했던 수출 지향적 성장국들의 문제점, 즉 수출과 내수 사이의 불균형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수출 지향적 성장국의 수출 강화 노력으로 이들 국가의 외환 보유고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그리고 이 외환은 투자처를 찾아 세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 채권국으로 변신한 수출국 자금이 가장 이상적인 후보로 생각한 국가는 다름 아닌 바로 미국이었다.


(...)


세계적으로 경기가 후퇴기에 접어들면, 해외 수요에 의존하는 수출 지향적 성장국은 특히 타격을 받는다. 2001년의 경우에 그러했듯이 이들 수출국은 내수 부양책 도입으로 위기 타개를 모색하지만 그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때 이들 수출 지향국이 믿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적인 경기 후퇴가 도래하면 미국이 어쩔 수 없이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대대적인 부양책을 도입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세계의 상당수 국가들은 자국의 엔진을 더 이상 가동하지 않고 미국에 묻어가려는 시도를 한다. 이로 인해 미국이 끌고 가야 할 부담은 훨씬 커질 수 밖에 없고, 여러 면에서 지치고 상처를 입는 것은 결국 미국이다. 


라구람 G. 라잔. 2011. 『폴트라인』. 168-205




※ 모든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Robert Mundell의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이론

이에 대한 Paul Krugman의 비판


그럼 모든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어떨까? 개발도상국의 원죄도 사라지고, 외환 보유고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글로벌 불균형도 없어질 수 있다. Robert Mundell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이론을 주창했었다. 국가들이 서로 인접해있고, 상호간에 무역거래가 많고, 각국 간에 노동이동이 활발한다면 이들은 단일통화를 사용할 수 있는 최적통화지역 이라는 것이다. 단일통화 도입으로 환율 급등락의 비용을 줄인다면 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으로 유로화가 탄생하였다. Robert Mundell은 '유로화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고,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에 노벨경제학상도 수상하게 된다.



그러나 단일통화체제는 불가능하다. 단일 통화 체제가 낳은 결과가 현재의 유럽경제위기이다. 단일통화체제를 선택한다면 각국은 자신에게 맞는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다. 현재 그리스·스페인 등의 남유럽은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지만, 독일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독자적인 통화정책이냐 변동하는 환율이냐에서 선택한 건 변동하는 환율이었다.


Paul Krugman은 쉬운 설명을 통해 단일통화체제가 왜 불가능한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국제통화체제는 왜 확립되지 않았을까?


옛날 옛적에 세계는 단일통화를 갖고 있었다. 이 통화의 이름은 '글로보'였다. 관리 체계도 매우 훌룡했다. 앨런 글로브스펀 의장이 지휘하는 글로벌준비은행(줄여서 '글로브'라고 햇다)은 세계가 경기후퇴 국면으로 들어설 위험이 보이면 글로벌 통화의 공급을 늘리고, 인플레이션의 징후가 보이면 공급을 줄이는 등 멋지게 직무를 수행했다. 훗날 글로브의 시대를 황금기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특히 기업인들이 이 체제를 좋아했는데, 세계 어디서든 별 어려움 없이 장사를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원에도 문제가 있는 법이다. 글로보를 신중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큰 틀의 세계에서는 경기의 파도를 잠재울 수 있었지만, 개별 국가들의 입장은 달랐다. 통화정책을 놓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빈발했다. 유럽과 아시아에는 불황의 먹구름이 끼자 글로브는 돈의 양을 늘렸지만 이로 인해 북미에서는 엄청난 투기 붐이 일기도 했다. 또 북미의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돈을 줄이자 남미의 불경기가 악화되었다. 대륙별 통화가 없었기 때문에 각 대륙의 정부들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결국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이 체제가 깨지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고, 각 나라는 글로보 대신에 독자적인 통화를 도입했다. 그리고 각자의 필요에 따라 통화정책을 펴는 쪽으로 나아갔다. (...)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엔 널뛰기하는 환율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어떤 환율, 예를 들어 라티노와 유로의 환율은 무역상의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다. 유럽의 상품을 사려는 남미 사람은 라티노를 유로로 바꾸어야 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외환시장은 주로 투자자들, 그러니까 주식과 채권을 사기 위해 통화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쥐락펴락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투자 수요는 투기의 성격이 짙었기 때문에 통화가치 역시 불안해졌다. 더 나아가 이들은 통화 자체의 가치마저 투기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 결과 환율이 큰 폭의 등락을 반복했고, 이로 인해 기업환경은 불확실해졌으며, 기업들은 해외에 있는 자산과 부채가 실제로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는지 알 수 없었다. (...)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투기꾼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즉 자본이동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었다.


이제 각 대륙은 세 가지 통화제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그런데 이 셋은 저마다 심각한 결점을 지니고 있었다.


먼저, 독자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면서 환율변동을 감수하는 방법이 있었다. 이 방법을 택하면 경기후퇴와는 얼마든지 맞서 싸울 수 있는 대신에 기업 활동 환경에 불확실성이 조성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니면 환율을 고정시킨 후 평가절하는 절대로 없을 것임을 공언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면 기업활동은 더 편하고 안전해지겠지만 억지춘향식 단일통화정책의 문제점이 다시 불거질 게 뻔했다. (...)


지금까지 살펴본 가상의 역사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각 국가들이 직면한 '3각 딜레마'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거시경제 관리자들이 원하는 것은 세 가지다. 그들은 통화정책에 대한 재량권을 원한다. 경기후퇴를 막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다. 그들은 안정된 환율을 원한다. 그래야 기업이 너무 큰 불확실성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자유로운 국제 비즈니스를 원한다. 민간 부문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특히 원하는 외환을 쉽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글로보와 그 소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세 가지 소원을 다 이룰 수는 없음을 말해준다. 잘해야 두 가지를 이룰 수 있을 뿐이다. (...)


따라서 자유롭게 변동하는 환율제도만이 남게 된다. 1990년대 중반이 되면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자유변동환율제를 그래도 세 가지 악 가운데 최선으로 여기게 되었다.


폴 크루그먼. 2009. "부적절한 정책". 『불황의 경제학』. 133-139


그리고 Paul Krugman은 Robert Mundell의 최적통화지역 이론에 비판을 가한다. 유럽 국가들은 무역의 60%를 상호간에 하고 있었고 유럽통합을 위해 동질성을 키웠기 때문에 최적통화지역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지역처럼 보일 수 있다. Paul Krugman은 그러나 유럽 국가내에 노동 이동이 활발하지 않고 재정통합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단일통화를 사용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노동이동이 자유롭다면, 불황에 빠진 국가는 다른 나라의 저임금 노동자를 이용해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다. 노동이동이 자유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통화량 공급을 통한 인플레이션 유발로 임금의 실질가치를 낮춰 기업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Internal Devaluation 이라 한다.) 그런데 노동이동이 자유롭지 않은데 인플레이션 유발을 위한 독자적인 통화정책마저 쓰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유럽이 재정적으로 통합되어 있었다면 독일의 재정으로 그리스 등의 남유럽을 도울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경제위기에 처했을때, 플로리다 주·워싱턴 주 등이 재정지원을 해주는 것처럼. 그러나 유럽은 국가 간의 재정통합과 정치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 통화를 도입했고 그 부작용을 지금 겪고 있다.


On this score, Europe looked good: European nations do about 60 percent of their trade with one another, and they do a lot of trade. On two other important criteria, however-labor mobility and fiscal integration-Europe didn't look nearly as well suited for a single currency.


Labor mobility took center stage in the paper that started the whole optimum currency area field, written by the Canadian-born economist Robert Mundell in 1961. A rough synopsis of Mundell's argument would be that the problems of adjusting to a simultaneous boom in Saskatchewan and slump in British Columbia, or vice versa, are substantially less if workers move freely to wherever the jobs are. And labor does in fact move freely among Canadian provinces, Quebec excepted; it moves freely among U.S. states. It does not, however, move freely among European nations. Even though Europeans have since 1992 had the legal right to take work anywhere in the European Union, linguistic and cultural divisions are large enough that even large differences in unemployment lead to only modest amounts of migration.


The importance of fiscal integration was highlighted by Princeton's Peter Kenen a few years after Mundell's paper. To illustrate Kenen's point, consider a comparison between two economies that, scenery aside, look quite similar at the moment: Ireland and Nevada. Both had huge housing bubbles that have burst; both were plunged into deep recessions that sent unemployment soaring; in both there have been many defaults on home mortgages.


But in the case of Nevada, these shocks are buffered, to an important extent, by the federal government. Nevada is paying a lot less in taxes to Washington these days, but the state's older residents are still getting their Social Security checks, and Medicare is still paying their medical bills-so in effect the state is receiving a great deal of aid. Meanwhile, deposits in Nevada's banks are guaranteed by a federal agency, the FDIC, and some of the losses from mortgage defaults are falling on Fannie and Freddie, which are backed by the federal government.


Ireland, by contrast, is mostly on its own, having to bail out its own banks, having to pay for retirement and health care out of its own greatly diminished revenue. So although times are tough in both places, Ireland is in crisis in a way that Nevada isn't.


And none of this comes as a surprise. Twenty years ago, as the idea of a common European currency began moving toward reality, the problematic case for creating that currency was widely understood. There was, in fact, an extensive academic discussion of the issue(in which I was a participant), and the American economists involved were, in general, skeptical of the case for the euro-mainly because the United States seemed to offer a good model of what it takes to make an economy suitable for a single currency, and Europe fell far short of that model. Labor mobility, we thought, was just too weak, and the lack of a central government and the automatic buffering such a government would provide added to the doubts.


Paul Krugman. 2012. "Eurodammerung". 『End This Depression Now!. 171-173




  1.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2. Ben Bernanke의 '글로벌 과잉저축' 연설 원문. [본문으로]
  3. 폴트라인Fault Line은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선을 의미한다. Raghuram Rajan은 여러 요인이 폴트라인으로 작용해 세계경제위기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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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가로막는 특허제도 2 - by <The Economist>혁신을 가로막는 특허제도 2 - by <The Economist>

Posted at 2012. 8. 31. 10:58 | Posted in 경제학/일반


A proliferation of patents harms the public in three ways. First, it means that technology companies will compete more at the courtroom than in the marketplace—precisely what seems to be happening. Second, it hampers follow-on improvements by firms that implement an existing technology but build upon it as well. Third, it fuels many of the American patent system’s broader problems, such as patent trolls (speculative lawsuits by patent-holders who have no intention of actually making anything); defensive patenting (acquiring patents mainly to pre-empt the risk of litigation, which raises business costs); and “innovation gridlock” (the difficulty of combining multiple technologies to create a single new product because too many small patents are spread among too many players).

(...)

A world of fewer but more robust patents, combined with a more efficient method of settling disputes, would not just serve the interests of the public but also help innovators like Apple. The company is rumoured to be considering an iPad with a smaller screen, a format which Samsung already sells. What if its plans were blocked by a specious patent? Apple’s own early successes were founded on enhancing the best technologies that it saw, notably the graphical interface and mouse that were first invented at Xerox’s Palo Alto Research Centre. “It comes down to trying to expose yourself to the best things that humans have done—and then try to bring those things in to what you’re doing,” said Jobs in a television documentary, “Triumph of the Nerds”, in 1996. “And we have always been shameless about stealing great ideas.”

"Apple v Samsung - iPhone, uCopy, iSue". <The Economist>. 2012.09.01


But the case still has big implications for the tech industry, which is facing a tsunami of patent-related lawsuits. It shows how patents covering the look and feel of devices are increasingly being “weaponised” by their holders. It highlights the propensity of juries to award huge damages in intellectual-property disputes. And it will give added ammunition to those who feel that the current system of granting and policing tech patents in America needs to be overhauled.


http://www.economist.com/node/21561912

"Apple v Samsung - Swipe, pinch and zoom to the courtroom". <The Economist>. 2012.09.01





Q: 특허권 보호가 없다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마구 빼가지 않을까? 


A :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더 많은 특허권을 가지고 있음. 이것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특허권 보호제도는 <The Economist>가 지적한대로 "후발자들의 추가적인 혁신"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Innovation Gridlock - 너무 많은 특허가 너무 많은 기업들 사이에 퍼져있기 때문에, 여러 기술들을 결합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의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과도한 특허권 보호는 오히려 신규기업들의 발전을 저해함. 대기업의 기술 유출 문제는 현재의 특허권 보호제도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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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정절벽 (Fiscal Cliff) - 보수주의자들은 "재정건전성"을 원하는가?미국 재정절벽 (Fiscal Cliff) - 보수주의자들은 "재정건전성"을 원하는가?

Posted at 2012. 8. 28. 16:01 | Posted in 경제학/일반



http://www.seri.org/db/dbReptV.html?g_menu=02&s_menu=0203&pubkey=db20120821001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경제포커스] 미국 재정정책의 딜레마. 2012.08.21 


재정절벽세금 인상과 재정지출 축소 등 대규모 재정긴축으로 경제성장률이 급락하는 상황을 의미


- 현행 법령에 의하면 2013년부터 각종 감세 조치들이 종료되고, 실업금여 프로그램 등 재정지출도 축소될 예정


  • 세수 부문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2001년 감세 조치, 오바마 행정부의 급여세 감면 조치, 투자세액 공제 조치 등의 시한이 2012년 말로 종료
  • 지출 부문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실업급여 확대 조치가 종료되고, 2012년 예산 통제법에 따른 강제 지출삭감 조치도 시행될 예정

- 모든 긴축 조치가 현행 법령대로 시행될 경우 2013년 중 세금인상 및 재정지출 축소 규모는 총 7,700억 달러로 GDP의 5.1%에 이를 전망

3페이지


□ 유럽 경기침체의 영향이 가시화되는 등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긴축은 취약한 미국경제에 심각한 충격으로 작용


- 재정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은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전망


  • 의회예산국은 재정긴축 조치를 모두 시행할 경우 2013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1.3%로 급락하고 연간으로는 0.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으며, 무디스는 2013년 경제성장률을 0.2%로 더 낮게 전망

4페이지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연장 여부가 대표적인 쟁점


-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운동의 핵심 이슈로 '세금 형평성(tax fairness)'을 강조하면서 부유층을 제외한 소득계층에 대해서만 감세 연장을 추진


  • 부유층에 대한 감세 폐지로 인한 약 4조 달러 규모의 세수증가분을 교육, 친환경 에너지 등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
  •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의 소득세 감세 조치를 고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소득계층에 대해 연장하면서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소득세 감세 조치를 재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

-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 임시 소득세 감면 조치를 조건 없이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

  • 부유층을 감세 연장 대상에서 제외하면 소기업 소유주 등 일자리 생산계층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게 되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

5페이지


재정지출 삭감 규모 및 방안에 대해서도 양당의 의견이 대립


- 공화당은 예산통제법에 따른 강제적 지출 삭감 규모 이상의 재정지출 축소를 주장하는 동시에 국방비 삭감 비중은 축소할 것을 요구


  • 예산통제법의 지출 삭감 규모는 하한선을 정한 것이라는 입장
  • 예산통제법에 따르면 국방예산은 7.5% 감축해야 하지만, 인건비 등은 감축대상에서 제외되므로 그 외 분야에서는 15%까지 감축할 필요
- 민주당은 사회보장 프로그램 예산에서 합의된 수준을 초과하는 감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

  •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8월의 지출 감축 합의를 수정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

6페이지



미국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은 "An Update to the Budget and Economic Outlook: Fiscal Years 2012 to 2022" 라는 보고서를 통해, 각종 감세조치가 연장되고 재정지출 삭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미국 연방정부 부채규모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CBO's Baseline Projection은 감세조치 종료, 재정지출 강제 삭감이 2013년에 예정되로 실시될 경우의 정부부채 규모 예상 추이를 의미한다. Alternative Fiscal Scenario는 감세조치가 연장되고 재정지출 삭감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의 정부부채 규모 예상 추이를 의미한다.



<출처 : http://www.cbo.gov/publication/43539 >



긴축정책은 경제침체를 불러온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이 누차 주장했던대로, "Your spending is my income, my spending is your income." 이기 때문. 특히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긴축재정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미 의회예산국은 긴축조치를 유예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문제는 "장기적인 성장률"일텐데, 긴축조치를 시행할 경우 장기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출처 : 삼성경제연구소 "미국 재정정책의 딜레마". 8페이지 >





여기서 내가 문제삼고 싶은 것은 "과연 보수주의자들은 긴축재정 또는 균형재정을 진정 원하는가?" 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정부부채가 적은 작은 정부"를 원한다. 시장에 간섭하는 큰 정부를 원하지 않을 뿐더러, 정부부채가 커진다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금융시장의 채권이자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계층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자산손실을 입게되고, 채권이자율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과 동일하다.) 그런 이유로 전세계의 보수주의자들은 "재정건전성" "균형재정"을 목놓아 외치는데...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오히려 재정상태를 악화시키는 "세금 인하"를 요구한다. 


"낮은 세금은 정부간섭이 적은 것을 의미하지 않나?" 라는 물음이 제기될 수 있지만, 영국의 보수주의자들과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균형재정'을 위해 세금인상을 추진했었다.  


그렇다면 보수주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보수주의자들은 단지 사회안전망 축소를 원할 뿐" 이라고 말하며, 보수주의자들의 이중행태를 비판한다.


CBO는 Bush tax cuts-조지 W.부시 대통령이 시행했던 세금 감면 조치-의 만기가 도래하도록 놔둔다면 내년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현재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정부부채의 급격한 축소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케인지언 경제학의 관점인데, 이러한 이유로 지난 몇년간 反긴축주의자들은 긴축반대를 외쳐왔다. 만약 보수주의자들이 일관성이 있다면, 적은 정부부채가 가져오는 이점을 이야기하지 않는 CBO의 리포트를 비난해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재정적자는 그들에게 큰 이슈가 아니다.


재정건전성을 옹호하는 보수주의자들에게 재정적자란 그저 사회안전망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What the CBO says is that allowing the Bush tax cuts to expire and the sequester to kick in would hit the economy hard next year — because it would lead to a sharp fall in the deficit while the economy is still depressed. It’s pure Keynesianism, the same point that all of us anti-austerians have been making for years. If the right was at all consistent, it would be denouncing the CBO report for failing to take into account the impact of a lower deficit in deterring the invisible bond vigilantes and encouraging the confidence fairy.


But whaddya know: suddenly the deficit is not an issue.


Of course, it has been obvious all along that the whole deficit-hawk pose was insincere, that it was all about using the deficit as a club with which to smash the social safety net. But now we have a graphic demonstration.)


http://krugman.blogs.nytimes.com/2012/08/23/nobody-cares-about-the-deficit/

Paul Krugman. "Nobody Cares About the Deficit". 2012.08.23


그리고 기축통화인 달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은 정부부채 규모가 증가하더라도 채권이자율의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보수주의자들은 기축통화 달러의 힘을 믿고서, 정치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세금인하"주로 주장한다. 기가 막힌건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하면서 국방비 삭감 비중은 축소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보면 보수주의자들이 원하는 건 재정건전성과 균형재정이 아니라 "복지지출 감소"와 "사회안전망 축소"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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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모방, 그리고 혁신을 가로막는 특허제도사회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모방, 그리고 혁신을 가로막는 특허제도

Posted at 2012. 8. 26. 01:22 | Posted in 경제학/일반


* 애플과 삼성의 특허싸움, 포인트.


① 애플/삼성의 싸움이 아니라, 애플/구글의 싸움. 애플의 목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생태계 파괴.


② 모방은 사회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킨다. 사회후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혁신은 무의미한 것.


③ (아직 최종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배심원단의 평결로 인해 애플의 독과점이 더욱 더 심화될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후생감소로 이어진다.


④ 아이작 뉴턴 경 曰 :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 - 이 말은 학문의 세계에서만 적용될 수 있을까? 모든 기업은 서로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휴대폰"이란게 없었으면 애플의 "혁신적인 스마트폰"이 나올 수 있었을까? 


⑤ "한국"기업과 "미국"기업의 싸움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국내에서 못된 짓만 일삼는 삼성의 패배를 고소하게 바라보아야 할까? 이 두 가지 관점 모두 잘못되었다. 핵심은 우리는 "소비자" 라는 것.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한국 법원


특허권 침해를 놓고 삼성전자와 애플이 국내 법원에서 벌인 첫 소송에서 삼성이 사실상 승소했다. 법원은 애플이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 2건을, 삼성은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를 각각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애플의 아이폰4, 삼성의 갤럭시S2 등에 판매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들 제품이 구형 기종이어서 양사 매출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애플의 디자인 특허 침해 주장이 전부 기각되고 침해가 인정된 부분은 현재 삼성이 신제품에 활용하지 않는 반면, 휴대전화 생산에 필수적인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 침해 주장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져 향후 삼성이 추가 소송을 제기하면 애플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08/24/0200000000AKR20120824097400004.HTML?did=1179m

"삼성, 세기의 소송서 사실상 승소". <연합뉴스>. 2012.08.24


2012년 8월 25일 금요일(한국시각) 미국 배심원 평결


미국에서 진행된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 침해사건 1심 재판의 배심원 평결이 애플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 사건 배심원단은 2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양 사간 특허소송 1심 평결심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대부분이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과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상품의 외관 혹은 느낌을 포괄하는 지적재산권 보호장치) 등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10억4천934만3천540달러(약1조1천91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

배심원단은 그러나 삼성전자가 제소한 애플의 삼성전자 특허 침해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애플이 삼성전자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없다고 평결했다.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2/08/25/0303000000AKR20120825018052072.HTML

"美법원 "삼성 특허침해"평결..애플 완승". <연합뉴스>. 2012.08.24


삼성과 애플의 소송전쟁에서, 하루사이에 한국 법원과 미국 배심원단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렸다. 


한국법원은  


  • 삼성은 애플이 보유한 일부 특허를 침해했다. 그러나 애플이 제기한 디자인 특허 침해 주장은 기각.
  • 애플은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했다.
  • 삼성은 갤럭시S2, 애플은 아이폰3gs, 아이폰4의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

라는 판결을 내렸고, 미국 배심원단은

  • 삼성은 애플이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 애플이 제기한 디자인 특허도 침해했다.
  • 애플은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
  • 삼성은 애플에 10억달러를 배상해야 한다.

라고 평결을 내렸다.

특히나 미국 배심원단의 "10억달러 배상" 결정이 큰 파문을 일으켰는데, 미국 소송에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인포그래픽을 통해 쉽게 살펴보자.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건 애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디자인 특허". 
-"멀티터치 기능, 바운스백 기능 그리고 Ornamental design of the iPhone, Rounded square icons on interface."

애플은 "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가진 디자인", "아이콘을 가로 4줄, 세로 4줄로 배치한 것", "둥근 모서리를 가진 아이콘 모양"을 삼성이 Copy했다고 주장해왔다.



본격적인 얘기를 하기 앞서, "그런데 애플은 왜! 일반인이 봤을때 어찌보면 사소할 수도 있는 디자인 표절을 애플이 문제삼을까?" 라는 것의 이해가 필요하다.


애플은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애플은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즉, 애플의 iPhone과 삼성의 Galaxy의 싸움이 아니라, 애플의 iOS와 구글의 Android의 싸움이다.


잡스는 구글이 휴대전화 부문에서 애플과 경쟁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에 노발대발했다. "우린 검색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들었단 말입니다. 오해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들은 아이폰을 죽이고 싶은 겁니다. 우린 절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


잡스는 개인적으로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개발할 때 애플 이사회에 있었고, 구글의 두 창립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잡스를 멘토처럼 대했다.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안드로이드의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는 갈수록 애플이 만든 기능들, 이를테면 멀티터치나 손가락으로 밀기, 격자 형태의 앱 아이콘 배치 방식 등을 채택하고 있었다.

(...)


애플은 자사의 특허 20개를 침해했다며 HTC를(나아가 안드로이드를) 고소했다. 다양한 멀티터치 제스처들과 밀어서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 두 번 맞드려 확대 및 축소하는 기능, 두 손가락으로 조이고 펼치는 기능, 기기가 귀에 닿았는지 결정하는 감지기 등에 대한 특허가 그것이었다. 소송이 제기된 그 주에 팰러앨토의 자택에서 본 그는 어느 때보다도 심하게 화가 나 있었다.


"우리 소송은 이렇게 말하는 셈입니다. "빌어먹을 구글, 당신들은 아이폰을 훔쳤어. 우리를 완전히 벗겨 먹었다고." 엄청난 도둑질이지요. 필요하다면 죽는 순간까지 남아 있는 내 인생과 은행에 있는 애플의 자금 400억 달러를 모조리 바쳐서라도 상황을 바로잡을 생각이에요. 난 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릴 겁니다. 안드로이드는 훔친 물건이니까요. 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핵전쟁도 불사할 수 있어요. 그들은 겁에 질려 있지요. 자기들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구글 서치를 제외한 구글의 제품들, 그러니까 안드로이드와 구글 닥스는 개똥입니다."


윌터 아이작슨. 2011. 『스티브 잡스』. 803-804쪽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구글이 자사의 운영체제를 베끼고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것에 노발대발했다.

애플과 구글 직원들의 깜짝 이벤트로;;; 스티브 잡스와 에릭 슈미트는 즉석만남까지 가졌지만, 이사회 자리를 공유했던 애플과 구글은 갈라지고 만다. 그 후 스티브 잡스는 안드로이드를 무너뜨리기 위해 특허침해소송을 시작한다.



<* 스티브 잡스와 에릭 슈미트의 만남

  출처 : http://gizmodo.com/5503004/steve-jobs-and-eric-schmidt-spotted-together-again-photos >



물론, 단순히 구글에 대한 배신감으로 소송을 시작한 것은 아닌데. 2007년 iPhone 출시 이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석권했던 애플로서는 (그나마) 비슷한 성능을 가진 안드로이드의 등장을 경계할 수 밖에 없었다.




<출처 : https://www.idc.com/getdoc.jsp?containerId=prUS23638712 >


도표와 그래프에서 쉽게 알 수 있다시피, 2012년 2분기 안드로이드 진영의 점유율은 68.1%에 달한다. 반면 애플은 18.8%에서 16.6%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개방정책과 Low-End 전략을 택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특성상 점유율은 높고 이익은 낮은 형태를 띄지만, 애플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표하는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파르게 성장한다는 점이 애플이 소송전쟁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또 다시 말하자면, 이번 소송전쟁은 애플과 구글의 싸움이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격인 삼성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데...

사실.. 누가봐도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는 비슷하다. 갤럭시S가 처음 출시되었을 당시 소비자들의 반응은 "삼성 이새끼들 애플 베겼네".



애플의 스티브 잡스옹은 친히 고소를 해주신다;;;







그런데 내가 문제삼고 싶은 것은 "모방은 나쁜 것일까?"인데, "소비자의 입장"에서 삼성의 모방과 애플의 소송제기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저번에 말했듯이 모방은 사회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킨다. 


물론, 애플은 훌룡한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역사에 남을정도로 훌룡한 제품을. 아이폰 출시를 발표했던 2007 Macworld Keynote는 정말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렇지만 혁신은 사회 전체의 후생과 연관되어야 한다. 안드로이드 진영-특히나 삼성-의 모방이 없었더라면 사회 전체의 후생이 증가했을까? 애플은 심플한 제품 라인업으로 High-End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쉽게 말해, 출시하는 모델이 별로 없는데다가 제품 가격이 비싸다. (전세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낮지만 이익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애플은 정말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것을 만들어냈지만, 애플을 모방하는 기업이 없었더라면 혁신의 후생은 돈 많은 사람에게만 돌아갔을 것이다. 


중국의 Huawei는 안드로이드를 이용하여 "80달러 밖에 하지 않는 스마트폰"을 출시하였는데, 덕분에 제3세계 국민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한 칼럼니스트는 이러한 스마트폰을 "the People's Smartphone" 이라 부른다. 삼성, LG 또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다품종의 스마트폰 모델을 출시하였는데 덕분에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대수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또 다시 말하자면, 모방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후생이 증가했다.



미국 배심원단의 이번 평결을 여러사람들이 우려섞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다. 

<the New York Times>는

(배심원단의 10억 달러 배상 평결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자회사 중 하나인 삼성에 큰 재정적 타격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평결은 삼성과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그들의 제품을 애플과 유사하지 않게 또는 법정공방에 걸려들지 않을 정도로 새로이 디자인 하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다양한 디자인이 나오는 걸 볼 수도 있다. 혹은 제조사들이 애플의 디자인을 피하기 위해 조잡하게 제조한 제품을 소비자들이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That is not a big financial blow to Samsung, one of the world’s largest electronics companies. But the decision could essentially force it and other smartphone makers to redesign their products to be less Apple-like, or risk further legal defeats. Consumers could end up with some welcome diversity in phone and tablet design — or they may be stuck with devices that manufacturers have clumsily revamped to avoid crossing Apple.)


http://www.nytimes.com/2012/08/25/technology/jury-reaches-decision-in-apple-samsung-patent-trial.html?smid=tw-nytimes

"Jury Awards $1 Billion to Apple in Samsung Patent Case". <NYT>. 2012.08.25

라고 말하며, 소비자들의 후생이 감소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the Wall Street Journal>은 이번 소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미래는 불확실성에 갇히게 되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다른 제조사들은 소송에 취약해 보인다. William Power는 "이번 평결은 안드로이드 진영에 근심을 주었어요. legal risks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제조사들이 한번 더 생각을 하게 만들거에요." 라고 말한다. (...)


소비자들이 아이폰의 대안으로 안드로이드 기기를 선호하는한,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대량생산 할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특허전쟁이 불러온 추가적인 법적비용, 라이센스비용은 통신사나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The future of the Android ecosystem is now tinged with uncertainty, with other Android hardware and software designs seen to be vulnerable to lawsuits. "It has got to create some concern for that ecosystem," Baird analyst William Power said. "The legal risks are bound to make a manufacturer think twice." (...)


As long as consumers favor Android devices over other iPhone alternatives, expect some manufacturers, at least, to keep churning out Google phones. But many of the additional legal and licensing costs that stem from the smartphone patent wars may be passed on to wireless carriers and to consumers.)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0872396390444812704577610012314155098.html

"Apple's Victory Sends Fear Through Android Ecosystem". <WSJ>. 2012.08.25


이번 평결은 애플의 특허권과 주장을 대부분 유효하게 해주었고, IT업계의 거인-애플-은 대다수의 제조사들을 밖으로 쫓아낼 수 있을만큼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평결은 또한 애플이 현재 제기하고 있는 소송-특히나 HTC, 모토로라와의-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And now that Apple’s day in court has validated most of its patents and claims, the technology giant is armed to the teeth with enough ammo to go after any and every OEM out there. It’s also fodder that could prove helpful in Apple’s existing ongoing litigation — specifically with HTC and Motorola. (That is, if the verdict stands; There’s still a lengthy appeals process to come, as promised almost immediately by Samsung.) )


http://allthingsd.com/20120824/apples-big-patent-win-a-shot-across-the-bow-of-all-android-device-manufacturers/?mod=tweet

Mike Issac. "Apple’s Big Patent Win: A Shot Across the Bow of All Android Device Manufacturers". <All Things Digital>. 2012.08.25



더 염려스러운 점은 이번 평결로 인해 애플의 독과점이 고착될 수 있다는 사실인데, 애플이 삼성에 제기한 디자인 특허 침해는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모든 제조사들이 걸려들 수 있는 문제이다.

꼭 읽어봐야 하는 칼럼은 <the Guardian>의 Dan Gillmor가 쓴 이 칼럼인데, 이번 평결로 인해 애플의 독점이 심화되고 소비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 평결의 영향으로, 우리는 삼성과 다른 제조사들이 만든 스마트폰이 추방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전례가 없는 독점적 지위를 획득할 것이다. 따라서, 결국 질 수 밖에 없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제조사들은, 이미 가진 것에 더해 더 많은 파워를 획득한 애플과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다. (...)


(삼성의 표절은 정말 싫지만) 최근 나는 애플에 대한 호감이 감소했다. 애플은 테크놀로지 산업에서 소란을 불러오는 기업이 되었다. (...)


만약 애플이 다른 소송에서도 성공을 거둔다면, 모든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은 애플에게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며, 애플은 라이센스 비용을 비싸게 책정하여 다른 제조사들이 아예 경쟁하지 못하도록 만들수도 있다. 만약 이것이 발생한다면, 스마트폰 분야와 태블릿 분야에서 애플의 지배력은 넘볼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것을 걱정해야 한다.


(But we're likely to see a ban on many mobile devices from Samsung and other manufacturers in the wake of this case, as an emboldened Apple tries to create an unprecedented monopoly. If so, the ultimate loser will be competition in the technology marketplace, with even more power accruing to a company that already has too much. (...)


But in recent years, I have become even less a fan of Apple. It is now the uber-bully of the technology industry, and is using its surging authority – and vast amounts of cash – in ways that are designed to lock down our future computing and communications in the newest frontier of smart phones and tablets.


In the end, Apple will settle for nothing less than outright capitulation by Samsung – and, by extension, other Android device makers – in what Jobs called a "thermonuclear war", which he planned, before his death, to wage on Android. If Apple is successful, either all Android manufacturers will pay Apple a license fee, or Apple will simply make it too expensive, via lawsuits, for other phone makers to compete. And if that happens, Apple's financial dominance in smart phones (Android leads in overall numbers of units sold) and overwhelming dominance in the tablet market could be insurmountable. Users of technology should worry about that scenario, for many reasons.)


http://www.guardian.co.uk/commentisfree/2012/aug/25/apple-crushes-samsung-quest-global-tech-domination

Dan Gillmor. "Apple crushes Samsung in quest for global tech domination". <the Guardian>. 2012.08.25



이번 평결을 바탕으로, 애플은 삼성 제품의 미국 내 판매금지까지 이끌어 내려고 한다. 그렇게되면 삼성 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막심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일례로 24일 한국법원은 아이폰3gs와 아이폰4의 폐기하라고 명령하였는데, 애플의 A/S가 리퍼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이폰 구버전은 A/S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 판결에서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1, 아이패드2 등 애플 제품들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 판결이 나오면서 이들 제품을 사용하는 국내 소비자들은 애플의 애프터서비스(A/S)를 받는 데 불편이 따르게 됐다. 

(...)


 법원이 애플에 대해 본점, 지점, 사업소, 영업소 및 창고에 보관 중인,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1, 아이패드2를 모두 폐기하라고 선고한 이상 미국 현지에서 애플이 리퍼 제품을 국내로 추가로 들여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


이와 관련해 애플코리아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영모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조만간 애플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해당 애플 제품들은 판매 금지되고 폐기 처분 수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애플이 본국에서 들여오는 리퍼 제품의 수량도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어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도 A/S를 받는 데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20824000917&md=20120825003030_D

"국내 아이폰4·아이패드 사용자, 애플 A/S 어렵다". <헤럴드경제>. 2012.08.24





"아니 그럼 소비자들의 후생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특허권 침해를 방치해야 하나?" 라는 반박이 제기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 애플이 문제삼고 있는 디자인 특허권 침해 주장은 너무나도 과도하다는 게 문제다.


"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가진 디자인", "아이콘을 가로 4줄, 세로 4줄로 배치한 것", "둥근 모서리를 가진 아이콘 모양" 

??????????????????????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를 가진 디자인"인데...

<the New York Times>의 칼럼니스트 Nick Bilton

삼성과 애플의 소송 싸움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직사각형이야... 직사각형은 이제 애플꺼야.


https://twitter.com/nickbilton/status/239163644745748480


라며 배심원단의 평결을 조롱한다.

삼성이나 다른 제조사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특성상 "둥근 모서리를 가진 직사각형 형태"가 될 수 밖에 없다 라고 주장해왔다.


더 웃긴것은, 삼성은 "FRAND 조항이 적용되는 표준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소송에서 졌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미국 법원에서) 이런 정반대 판단이 나온 것은 필수 표준(standards-essential) 특허에 관한 '프랜드(FRAND)' 조항을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에 대한 양국 법원의 입장이 달라서다.


프랜드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을 줄인 말로, 유럽통신표준연구소(ETSI)가 제정한 특허기술 사용에 관한 조건에 이 문구가 포함되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


표준이 된 특허기술의 권리자가 이 특허 사용자 중 일부를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일단 누구나 표준 특허기술을 쓰되 특허 권리자와 협상해 합리적이고 평등한 수준의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특허권자가 무리한 요구나 차별적인 요구로 경쟁사의 제품 생산을 방해해 기술 발전을 가로막고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다.


http://www.yonhapnews.co.kr/economy/2012/08/25/0302000000AKR20120825029252017.HTML

"<애플-삼성 韓·美 엇갈린 쟁점>②프랜드". <연합뉴스>. 2012.08.25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배심원단의 평결 이전부터 삼성의 패소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었다. 삼성이 애플에게 문제삼고 있는 표준특허기술 특허권에 대해, 애플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려고 한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협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특허전쟁에 있어 애플과 동등한 무기-통신기술 특허 등-를 가졌을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이 보유한 특허들은 법정에서 기각될 것이다.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 대다수는 FRAND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삼성은 애플을 상대로 표준특허기술을 무기로 쓰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리스크를 동반하는데, 삼성의 표준특허기술을 사용에 대해 애플이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는 한, 삼성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FRAND) 조항에 따라 애플과 협상을 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경쟁자가 특허를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특허에 대해 FRAND 조항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 


(Samsung may have an equally powerful arsenal of patents at its disposal -- including many covering the fundamental technologies of cellular telephony that Apple relies upon -- but those patents are not so easily deployed in a court of law.


Many of Samsung's telecommunications patents were submitted to the technical committees in charge of setting international standards under so-called FRAND terms, whereby a company is permitted to collect royalties for use of its proprietary technology, but must negotiate those royalties for rates that are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Samsung has tried to use those standards-essential patents against Apple, accusing the company in countersuits of exploiting them without permission, something Apple may well be doing.


But as a legal strategy this carries risks, because as long as Apple is willing to pay for the use of Samsung's patents, Samsung is required to negotiate terms that are fair and reasonable and don't try to unduly punish Apple.

Apple is under no such obligation with regard to its patents. If it doesn't want a competitor to use its proprietary technologies, it doesn't have to license them under any terms.)


http://tech.fortune.cnn.com/2012/05/21/why-samsung-must-negotiate-why-apple-wont-settle/

"Why Samsung must negotiate. Why Apple won't settle.". <CNN>. 2012.05.21


FRAND 조항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특허권은 FRAND 조항처럼, 먼저 사용권을 인정한 뒤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그런데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올바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허권을 보유한 기업이 오히려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이것을 들어 삼성의 '전략'이 잘못되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애초에 FRAND 조항이 적용되는 표준특허기술로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은 법리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의 특성상 FRAND 조항이 적용되는 건 상당히 애매하다. 애초에 삼성에게 불리한 싸움이었다. 

내가 문제삼는 건, '디자인'이 특허권으로서 과도하게 인정되는 것 그 자체다. 특허권은 다른 기업들의 진출과 발전을 가로막는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게다가 모든 기업들은 서로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휴대폰"이란게 없었으면 애플의 "혁신적인 스마트폰"이 나올 수 있었을까? 

뉴턴이 말한 "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라는 이야기가 학문에만 적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IT전문가인 Jeff Jarvis과거 애플이 Xerox를 모방하여 매킨토시를 출시했던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특허권의 과도한 보호 비판한다. 특히 "They all stand on the shoulders they sue." 라고 말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존재 덕분에 지금의 애플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1. 오.. 제록스가 애플을 고소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보자
  2. 핵심은 혁신은 혁신을 불러오지만 특허시스템은 혁신을 불러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특허시스템은 삐뚤어졌다.
  3. 더 중요한 점은 특허 시스템은 변호사들의 고용을 돕기만 한다는데에 있다. 애플/제록스 소송이든, 애플/삼성 소송이든
  4. 만약 제록스가 애플보고 꺼지라고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의 애플이 있었을까? 이게 내가 말하고픈 것이다.
  5. 나는 애플 주식을 가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나에게 돈을 가져다 준다.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애플과 삼성의 소송은 우리 모두를 상처낸다. 엿먹어라 특허!
  6. 삼성 :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을 독점하는 애플
  7. 트위터는 트위터를 발명할만큼 영리하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애플,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이 모두는 그들이 소송을 제기한 어깨 위에 서있다. (They all stand on the shoulders they sue)
  8. 아~ 나는 특허 시스템이 불만이라는거야. 애플이 아니라. 적어도.

*트위터 특성상, 아래에서 위로 읽어야함.



앞서 이야기했던 Dan Gillmor 또한 이 점을 문제삼고 있다.


Crucially, the jury found none of Apple's patents invalid, despite substantial evidence that others anticipated many of the innovations that Apple put together when it released its first iPhone. This is a shame, because Apple's abuse of our out-of-control patent system has given Apple its chief ammunition in its global campaign to destroy Google's Android operating system, which Samsung (and many others) adopted for its smart phones.


http://www.guardian.co.uk/commentisfree/2012/aug/25/apple-crushes-samsung-quest-global-tech-domination

Dan Gillmor. "Apple crushes Samsung in quest for global tech domination". <the Guardian>. 2012.08.25




"한국"기업 삼성이 "미국"기업 애플과의 소송전쟁에서 패배할 위기에 쳐해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애국주의, 국가주의의 관점으로 삼성/애플의 소송을 바라보아서도 안된다.


국내에서 못된 짓-반도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정치권 로비, 노조탄압-만 일삼는 삼성이라는 이유로, 미국 배심원단의 평결을 고소하게 바라보는 것도 어리석다. 


애플의 목적은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생태계 파괴이고, 애플은 High-End 제품 라인업, 안드로이드 진영은 Low-End 제품 라인업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애플의 승리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후생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허권을 어떤식으로 이용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혁신과 창조를 불러오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허는, 오늘날 아이디어의 확산을 막고 신규 기업들의 진입을 가로막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몇몇 주류경제학자들조차 특허 및 지적재산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추가>


같이 읽으면 좋은 기사들


http://blogs.hbr.org/cs/2012/08/who_cares_if_samsung_copied_ap.html

James Allworth. "Who Cares if Samsung Copied Apple?". <HBR>. 2012.08.20


http://www.nytimes.com/2012/08/27/technology/apple-samsung-case-muddies-future-of-innovation.html?_r=1&smid=tw-share

"Apple Case Muddies the Future of Innovations". <NYT>. 2012.08.26


http://online.wsj.com/article/SB10000872396390443991704577577433289673596.html

"In Praise of Copycats". <WSJ>. 2012.08.20


http://www.cepr.net/index.php/blogs/beat-the-press/jury-in-apple-case-rules-for-big-government

Dean Baker. "Jury in Apple Case Rules for Big Government". <CEPR>. 2012.08.27


http://www.ft.com/cms/s/0/fa28dc5a-ef55-11e1-b1e5-00144feabdc0.html#axzz24kez7m3X

"Apple ruling redraws battle lines". <FT>. 2012.08.26


http://www.theatlantic.com/business/archive/2012/07/why-there-are-too-many-patents-in-america/259725/

"Why there are too many patents in America". <the Atlantic>. 2012.08.26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3570.html

"[인권OTL] 약이 있는데 왜 죽어야 합니까". <한겨레21>. 200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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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지출이 해답일까?적자지출이 해답일까?

Posted at 2012. 8. 24. 16:26 | Posted in 경제학/일반


적자지출이 해답일까?

Is Deficit Spending the Answer?


By Casey B. Mulligan (a economics professor at the University of Chicago.)

http://economix.blogs.nytimes.com/2012/08/22/is-deficit-spending-the-answer/?smid=tw-share



적자지출은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 이것이 노동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다. 

(Deficit spending comes in several different flavors, each of which varies in terms of its effect on the labor market and the economy.)


정부지출이 정부수입을 초과할 때 적자지출이 발생한다. 공식추정상, 지난 3년간 연방정부 재정적자 규모는 1.3조 달러이다. (200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와 구제금융으로 인해 재정적자 규모는 더 커졌다. 이전에,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5,000억 달러를 넘은 적이 없었다.

(Deficit spending occurs when government spending exceeds government revenue. By official estimates, the federal government budget deficit has been $1.3 trillion during each of the last three fiscal years and even larger the year before that, when the financial crisis and bailouts were at their peaks. Previously, the federal deficit had never reached $0.5 trillion.)


적자지출과 반대되는 것은, 정부수입이 정부지출과 비슷할 때 발생하는 균형재정 또는 흑자재정이다. 

(The alternatives to deficit spending are a balanced budget or a surplus budget, when government revenue is at least as much as its spending.)


경제학자들은 균형재정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합의를 이룬것과 달리, 적자지출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에 대해 공통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적자지출이 모두 똑같지 않다 라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정부지출 초과로 발생한 적자지출과 세금인하 때문에 발생한 적자지출은 다르다. 게다가, 어떠한 형태로 세금인하가 일어났는지, 미래에 부채를 어떻게 갚을 것인지가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지출이 어떠한 형태로 초과되었는지도 중요하다. 

(Economists do not fully agree about the macroeconomic effects of deficit spending, compared with the balanced-budget alternative, but they do agree that not all deficit spending is the same. Deficit spending that is the result of extra government spending is different from deficits that come from tax cuts. Moreover, the forms of the extra spending matter, as do the forms of the tax cuts and how the debt will be repaid in the future.)




적자지출의 한 형태는 전시기간에 정부가 민간인 또는 군인을 고용하는 형태로 나타난다.이것은 전쟁이 끝난 후, 추가 과세로 메꾸어진다. 이러한 적자지출이 지속되는 동안, 정부는 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돈을 지급하고 추가과세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전시기간동안 총고용을 증가시킨다.

(One form of deficit spending is extra government employment (civilian or military), as during wartime, paid for with extra taxes after the war is over. This type of spending probably increases aggregate employment during the war because the government is paying people to work and, while the deficit spending lasts, not yet taxing them extra for working.)


미국은 중동에서 계속 전쟁을 벌여왔고 국경선 근처에서 마약과의 전쟁도 수행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적자지출은 오늘날에도 흔히 볼 수 있다. 

(This type of deficit spending is relevant today, because America continues to fight wars in the Middle East and to fight the war on drugs in our hemisphere. However, this type is not much different during the last four years of trillion-plus deficits than it was before.)


재정적자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식비지원, 실업보험, 저소득층을 위한 현물 보조 같은 이전지출transfer spending의 증가이다. 이전지출은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 그러나 저소득층이나 실업자를 지원하는 것은 노동에 대한 보상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The more important source of enlarged federal deficits is increased spending on transfers, like food stamps and unemployment insurance, and in-kind subsidies for the poor, like Medicaid. Transfer spending helps poor people, but paying people for low incomes or for unemployment has the effect of reducing the reward to work, rather than increasing it as government employment programs might.)


근로 인센티브를 생각한다면, 전시기간의 정부지출이 고용을 증가시킨 것과 달리, 지난 4년간 정부의 이전지출은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기여를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By considering work incentives, I conclude that the contribution of transfer spending to the deficits of the last four years have reduced employment, rather than increasing it as wartime deficits might.)


지난 2년간, 일시적인 근로소득세의 인하는 재정적자를 심화시켰다. 근로소득세는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부과되는 것이고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에게는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소득세 인하는 노동에 대한 tax penalty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것은 이전지출이 미치는 고용의 악영향을 상쇄시킨다. 비록 나의 추정상 상쇄효과는 100% 아래이지만.

(The temporary payroll tax cut has also added to the government deficit over the last two years. The payroll tax is levied on people who work and not on people who are out of work, so the cut had the effect of reducing the tax penalty on work. This helped offset the employment-depressing effect of transfers, although my estimates suggest that the offset was less than 100 percent (more on those in future blog entries).)




정부는 세금을 통해 메꿔지지 않는 국고를 채우려 돈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적자지출은 정부부채를 증가시킨다. 미래 부채상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자지출은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주장이 때때로 제기된다. 그러나 이러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미래에 예상되는 나쁜 경제상황에 대처하고, 현재의 낮은 세율의 이점을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이 일을 더 열심히 하도록 촉진시킬수도 있다. 

(Deficit spending adds to the government debt, because the government has to borrow to obtain the funds it does not have from taxes. It is sometimes argued that deficit spending reduces employment because of fears over the future repayment of the debt. But future fears can also encourage people to work harder to save more for the bad economic situation that is anticipated in the future and to work harder to take advantage of today’s tax rates, which might seem low compared with what lies ahead.)


게다가, 채권시장은 미국의 채권을 기꺼이 구매하려고 한다. 미국채권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채권이다. 만약 시장이 미국채권을 계속해서 높게 평가한다면, 미국부채의 대부분은 갚을 필요가 절대로 없을 것이다.

(Moreover, the bond market pays dearly for United States government bonds: they may be the most expensive bonds (that is, the bonds with the lowest yields) in the world. If the market continues to value United States government bonds so dearly, much of the United States debt may never need to be paid off.)


이것은 마치 공짜 점심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유동성 서비스"로 인식한다. 

(This may seem like a free lunch, but economists understand it as a “liquidity service,” or feeling of safety that the government supplies to the marketplace for which the government is compensated (Milton Friedman’s classic argument said low yields on government securities indicate that more of the securities should be supplied to the market).)


적자지출이 노동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한 비밀은 추가지출과 세금인하가 만들어내는 인센티브를 조사하는데 있다. 

(The secret to understanding the effects of deficit spending on the labor market and the economy is to examine the incentives created by the additional spending and by tax cu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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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o Draghi - "More Europe"Mario Draghi - "More Europe"

Posted at 2012. 7. 31. 01:13 | Posted in 경제학/일반


http://www.ecb.int/press/key/date/2012/html/sp120726.en.html
"Speech by Mario Draghi, President of the European Central Bank at the Global Investment Conference in London" - 2012.07.26


"The last summit was a real success because for the first time in many years, all the leaders of the 27 countries of Europe, including UK etc., said that the only way out of this present crisis is to have more Europe, not less Europe. (...)

When people talk about the fragility of the euro and the increasing fragility of the euro, and perhaps the crisis of the euro, very often non-euro area member states or leaders, underestimate the amount of political capital that is being invested in the euro.

And so we view this, and I do not think we are unbiased observers, we think the euro is irreversible. And it’s not an empty word now, because I preceded saying exactly what actions have been made, are being made to make it irreversible.

But there is another message I want to tell you.

Within our mandate, 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 And believe me, it will be enough."



유럽경제위기를 넘기기 위해, 또 유럽통합의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유럽이 Political Union 결성에 성공한다면....

며칠 전, ECB(유럽중앙은행) 총재인 Mario Draghi의 이 선언은 역사에 남을 듯.

Mario Draghi 총재의 이 선언 직후, 유럽 금융시장은 조금이나마 안정을 되찾았고, 현재의 경제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조금이나마 얻은 상태.

거의.. 선동문 역할을 하고 있는 Draghi 총재의 선언..


PS

물론, '더 강한 통합'은 달성하기 쉽지 않다.
달성하기 어려운 유럽의 Political Union.

"Euro EUphemism". <Economist>. 2012.07.28

"Europe’s political union is an idea worthy of satire". <FT>. 2012.07.29


PS 2

Mario Draghi 총재의 선언을 보고 칼럼을 남긴 Paul Krugman

"Crash of Bumblebee". <NYT>. 201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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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man Minsky가 말한 "금융시장의 태생적인 불안정성"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사례Hyman Minsky가 말한 "금융시장의 태생적인 불안정성"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사례

Posted at 2012. 7. 25. 01:02 | Posted in 경제학/일반


http://news.donga.com/Economy_List/3/01/20120724/48022761/1

"수백억 주문 받고도 30억 대출 못받아 부도날 뻔". <동아일보>. 2012.07.25


"최근 10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져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면서 끊어지다시피 한 중소기업의 돈줄은 쉽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은 2010년에 비해 30.3% 늘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출금리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0.6%포인트 높았다.

주식과 채권 등 직접금융 시장에서도 중소기업들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6월 주식 및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대기업이 29조524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0.6%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은 3389억 원으로 79.7% 급감했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감소 폭이 대기업의 약 4배에 이른 것이다.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지난해까지 수출 호황으로 충분한 사내유보금을 확보한 대기업은 올 들어 경기악화로 투자를 줄이는 과정에서 대출 수요가 감소한 것이어서 중소기업과는 여건이 전혀 다르다. 주로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극심한 소비 감소로 운전자금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어제 이야기했던 "금융시장의 태생적인 불안정성"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사례.

차입금으로 자산을 늘려왔던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은행들은 차입금 상환과 리스크 관리에 힘쓰게 되고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개인 또는 중소기업"의 차입금 상환을 독촉하거나 대출을 자제하게 되는데, 

이는 더 큰 경제불황을 만드는 요인이 된다.



PS


자산 대비 부채 비율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산상승 시기에는 부채비율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산상승 속도에 비해 차입금 증가 속도가 느리기 때문. 

그러나 자산하락 시기에는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게 된다. 

이와중에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금융권의 상환 요구가 들어오게 되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자산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자산가격 하락을 부추기게 되고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만다.


현재 유럽재정위기를 두고, "남유럽 국가들의 국가부채 문제는 경제위기의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국가부채 규모는 2008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이러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눈더미처럼 불어나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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