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⑪] China Shock Ⅲ - 글로벌 소싱 기회를 활용하여 서비스기업으로 변모한 미국 제조기업들[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⑪] China Shock Ⅲ - 글로벌 소싱 기회를 활용하여 서비스기업으로 변모한 미국 제조기업들

Posted at 2020. 1. 10. 14:31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중국과의 교역 확대로 수혜를 본 계층 · 산업 · 지역은 어디인가?


▶ 중국산 상품 수입침투로 인한 미국 제조업 일자리 상실은 최소 150만개 


  • 1966년~2019년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 추이 (단위 : 천 명)

  • 빨간선 이후 시기가 2000~10년대

  • 음영처리된 시기는 미국경제의 경기불황기(recession)

  • 출처 : 미국 노동통계국 고용보고서 및 세인트루이스 연은 FRED


'중국발 무역 충격'(the China Trade Shock)을 실증분석으로 보여준 연구들이 나오면서, 기술변화가 아니라 국제무역이 미국 제조업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은 2013년 연구[각주:1]를 통해 "교과서 속 자유무역이론이 상정하는 핵심 가정이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으며,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 내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아세모글루 · 피어스와 함께 추가연구를 2016년[각주:2]에 내놓았고, '전국 단위 산업간 연결 효과' 및 '지역 내 총수요 효과'로 인해 중국발 무역 충격의 크기는 2013년 연구에서 결론지은 것보다 크다고 말했습니다.


2013년 · 2016년 연구는 근 20년간 중국산 상품의 수입침투로 인한 제조업 일자리 상실분이 최소 150만개 그리고 전체 산업 일자리 감소의 하한선이 308만개 라고 주장합니다.


▶ 중국발 무역 충격의 악영향은 남부 · 중서부 지역에 집중되어 지역간 불균등 초래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

  • 빨간색일수록 더 많은 충격을 받은 지역

  • 미주리 · 아칸소 · 테네시 · 미시시피 · 앨라배마 · 조지아 · 노스 캐롤라이나 등 남부 대서양 지역과 위스콘신 · 일리노이 · 인디애나 · 오하이오 등 중서부 지역(이른바 러스트벨트)에 집중

  • 출처 : The China Trade Shock


오토어 · 돈 · 한슨 등이 '중국발 무역 충격' 연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히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속 조정기제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음에 따라 무역의 분배적 결과가 극명히 나타났다"(the distributional consequences of trade) 입니다. 


위의 그림에 나타나듯이, 중국발 무역 충격은 미주리 · 아칸소 · 테네시 · 미시시피 · 앨라배마 · 조지아 · 노스 캐롤라이나 등 남부 대서양 지역과 위스콘신 · 일리노이 · 인디애나 · 오하이오 등 중서부 지역(이른바 러스트벨트)에 몰려있습니다.


중국이 저숙련 노동집약 상품을 주로 수출했고 미국의 남부 · 중서부 지역이 가구 · 의류 · 섬유 산업 등에 주로 특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을 흡수하는 교과서 속 조정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발 무역 충격이 남부(South) · 중서부(Midwest) 지역에 집중되어 지역간 불균등을 초래한 건 당연한 결과 입니다.


▶ 중국과의 교역 확대로 수혜를 본 계층 · 기업 · 지역은 어디인가?


여기서 우리는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내 분배에 영향을 주었다'는 말을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은 "국제무역이 미국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주었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우리는 무역의 조정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분배적 결과에 초점을 맞췄을 뿐, 무역이 가져다주는 총이익이 음수(-)라는 것은 아니다" 라는 식의 주장 여타 논문 등을 통해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습니다.


중국발 무역 충격으로 피해를 본 계층(저숙련 제조업 근로자) · 산업(노동집약형 제조업) · 지역(남부 및 중서부)이 있다면, 반대로 중국과의 교역 확대로 수혜를 본 계층 · 산업 · 지역도 있습니다


만약 수혜를 본 집단은 생각치 않채 '중국발 무역 충격의 악영향'을 말하는 연구만 접한다면, 마치 중국과의 교역 확대로 인해서 미국경제와 제조업 전체가 큰 위기에 빠진 것으로 잘못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수혜 집단은 바로 '수출기업'(Exporting Firms)입니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전세계로의 수출액을 2배 이상 늘려왔으며, 대중국 수출액은 7배 늘어났습니다. 수입경쟁에 처하게 된 기업이 고용을 줄인 것과 달리 이들은 고용을 늘리며 무역 충격을 다소간 흡수하였습니다. 


또 다른 집단 그리고 주목해야 하는 집단은 '오프쇼어링을 통해 서비스업으로의 재조직에 성공한 제조기업'(Reorganization toward Services) 입니다. 이들은 단순 제조업무를 외국으로 보내고 난 후, 고숙련 제조업 및 R&D · 디자인 · 설계 등 고급 서비스업에 집중하며 생산성을 개선시켰습니다.


  • 미국 통근지역을 고인적자본 지역(High HC)과 저인적자본 지역(Low HC)으로 구분한 것

  • 인적자본 분류 기준은 지역 내 대학 졸업자 비중을 이용

  • 출처 : Bloom, Handley, Kurman, Luck (2019 Working Paper)


이러한 다국적 기업의 서비스화 덕분에 수혜를 본 계층은 '고숙련 근로자'(High-Skilled Workers)이며, 이들은 미국 서부 해안가(West Coasts)와 동부 뉴잉글랜드(New England)에 주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은 지역 내 대학졸업자 비중을 기준으로 미국 통근지역을 고인적자본 지역(High HC)과 저인적자본 지역(Low HC)으로 구분한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또 다른 그림(중국발 무역 충격의 지역 노동시장 영향)과는 완전히 반대된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인적자본 수준이 낮은 미국 남부와 중서부는 중국발 무역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으나, 인적자본 수준이 높은 미국 서부 해안과 동부 뉴잉글랜드는 오히려 중국과의 교역 확대가 선사해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 글로벌 소싱 기회를 활용하여 서비스기업으로 변모한 미국 제조기업들


미국 수출 기업이 교역 확대의 수혜를 누렸다는 사실은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프쇼어링을 통해 서비스업으로의 재조직에 성공한 제조기업' 이라는 말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오늘날 미국경제는 서비스업의 팽창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비스업 팽창을 불러온 요인 중 하나는 미국 제조업의 서비스화(servicification)이며 그 뒤에는 글로벌 밸류체인(GVC) · 오프쇼어링(Offshoring)으로 표현되는 '국제무역'이 있습니다.


'미국경제의 서비스업이 얼마나 팽창'했으며, '미국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무슨 의미이고, '그 뒤에 국제무역이 있다'는 것은 또 무슨 말까요? 


먼저 '오늘날 미국경제 구조'에 대해서 알아본 다음, 중국과의 교역 확대가 서비스화된 제조기업 · 고숙련 근로자 · 서부 해안가와 동부 뉴잉글랜드에 어떤 방식으로 수혜를 주었는지 살펴봅시다.




※ 오늘날 미국경제구조 현황 ①

- 자본집약형 제조업 · 서비스업의 팽창


▶ 미국 고용은 '서비스업 일자리 확대'에 기인하여 총 일자리 꾸준히 증가


  • 1966년~2019년, 미국 서비스업(빨간선) 및 제조업(파란선) 근로자 수 추이 (단위 : 천 명)

  • 빨간선 이후 시기가 2000~10년대

  • 음영처리된 시기는 미국경제의 경기불황기(recession)

  • 출처 : 미국 노동통계국 고용보고서 및 세인트루이스 연은 FRED


위의 그림은 1966년~2019년, 미국 서비스업(빨간선) 및 제조업(파란선) 근로자 수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 고용 추이를 함께 살펴보니, 어마어마해 보였던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상대적으로 미미해 보입니다. 2000년~2019년 사이 제조업 일자리가 약 450만개 줄어드는 와중에 서비스업 일자리는 2,100만개 증가했습니다. 서비스업 고용 팽창에 따라 미국 경제 전체의 고용도 2001년 닷컴버블 · 2008년 금융위기 등 경기불황기를 제외하고는 줄곧 상승추세에 있습니다.


  • 2005년~2019년, 미국 GDP 대비 상품 및 서비스 산업 부가가치 비중

  • 빨간선 : 상품생산 산업 (Y축 좌축)

  • 파란선 : 서비스생산 산업 (Y축 우축)


위의 그림은 2005년~2019년 미국 GDP 대비 상품 및 서비스 산업 부가가치 비중을 보여줍니다. 상품부문은 Y축 좌축(17.5%), 서비스부문은 Y축 우축(70.2%) 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본래 선진국일수록 서비스업 비중이 높긴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서비스업 비중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2005년 서비스부문의 비중은 66.2% 였으나 2019년에는 70.2%로 증가합니다. 반면 제조업의 비중은 20.6%에서 17.5%로 위축되었습니다. 

▶ 노동집약 제조업과 달리 '자본집약 제조업'은 부가가치 및 생산지수 증가


  • 2000년~2007년, 제조업 세부산업별 부가가치 · 고용 · 수입침투 변화

  • 출처 : Fort, Pierce, Schott (2018)[각주:3]


"미국경제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늘어난다는 말은 결국 제조업이 망했다는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 세부산업별 부가가치 변화를 살펴보면 미국 제조업 전체가 정말 위기에 처해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위의 그래프는 2000년~2007년, 제조업 세부산업별 부가가치 · 고용 · 수입침투 변화를 보여줍니다. 의복(Apparel) · 가죽(Leather) · 섬유(Textile) · 전기장비(Electrical equip) 등 전형적인 노동집약 산업은 고용과 부가가치 모두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및 전자(Computer/Electronic) · 운송(Transportation) 등 자본집약 산업은 고용은 줄었으나 부가가치는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생산성 개선이 이루어졌음을 나타냅니다. 


  • 왼쪽 : 1972년-2019년 섬유산업 생산지수

  • 오른쪽 : 1972년-2019년 컴퓨터 및 전자산업 생산지수


노동집약 산업과 자본집약 산업 간 차이는 생산지수를 통해 더욱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72년-2019년 섬유산업(왼쪽) · 컴퓨터 및 전자산업(오른쪽) 생산지수를 보여줍니다. 노동집약형인 섬유산업 생산지수는 2000년대 이후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자본집약형인 컴퓨터 및 전자산업 생산지수는 매년 고점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 오늘날 미국경제구조 현황 ②

- 미국 제조기업들, 비제조업 활동을 확장하다


▶ 미국경제 서비스업 팽창의 힘 - 제조업 기업의 비제조사업체 증가  


정리하자면, ① 2000년대 들어서 미국경제 고용 · 생산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커져왔으며, ② 전체 제조업 중에서 노동집약형 제조업은 위축되고 자본집약형 제조업은 생산성을 개선시켜 왔습니다. 


전혀 별개로 보이는 두 가지 현상은 '제조업 기업의 비제조사업체 증가'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족 : 물론.. 서비스업 팽창의 가장 큰 요인은 의료 · 문화 · 레저 서비스의 성장이긴 하지만..)


  • 하나 이상의 제조사업체를 보유한 기업을 제조업 기업으로 분류

  • 1977년~2012년 제조업 기업(Manufacturing Firms)의 고용 추이를 제조기업 내 제조사업체(Manufacturing plants)와 비제조사업체(Non-manufacturing plants)로 구분한 것

  • 2000년대 들어서 제조업 기업의 고용이 줄어들었는데, 이는 대부분 제조사업체의 고용감소에서 기인한다.

  • 비제조사업체의 고용증가는 제조사업체의 고용감소를 일정부분 상쇄시켰다

  • 출처 : Fort, Pierce, Schott (2018)[각주:4]


위의 그래프는 1977년~2012년 제조업 기업(Manufacturing Firms)의 고용 추이를 제조기업 내 제조사업체(Manufacturing plants)와 비제조사업체(Non-manufacturing plants)로 구분한 것 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 제조업 기업의 고용 감소는 대부분 제조사업체의 고용 감소에서 기인(Manufacturing plants ↓)했으며, 비제조사업체의 고용증가는 제조사업체의 고용감소를 일정부분 상쇄(Non-manufacturing plants ↑)시켰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위해 용어의 의미를 알아봅시다. 


'기업'(Firms)이란 상품을 생산하거나 서비스하는 경영단위를 의미합니다. 삼성전자 · 애플 등등 우리가 아는 수많은 기업이죠. 


그리고 '사업체'(Plants or Establishments)는 일정한 물리적 장소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부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본사는 수원에서 경영지원을 하며, 삼성전자 평택공장은 평택에서 반도체를 만들고, 삼성전자 디지털플라자는 전국 각지에서 제품을 판매합니다. 삼성전자 본사 · 평택공장 · 디지털플라자 각 지점은 모두 개별적인 사업체이며, 여러 사업체가 기업 삼성전자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즉, 하나의 '기업'은 하나 이상의 '사업체'가 모여서 이루어져 있으며, 개별 '사업체'가 수행하는 경제활동은 제조업일 수도 있고 서비스업일 수도 있습니다. 경영지원을 하는 삼성전자 본사와 제품을 판매하는 디지털플라자 지점은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지만, 삼성전자 공장은 제조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식입니다.


이제 위의 그래프가 알려주는 바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나 이상의 제조사업체를 보유한 기업을 제조업 기업으로 분류했을 때, 제조업 기업이 가지고 있는 사업체들 중에서 제조사업체의 고용은 줄어들고 비제조사업체의 고용은 증가했습니다. 이를 직관적인 표현으로 나타내면 '제조업 기업의 서비스업 활동이 증대되었다' 입니다. 


미국 제조업 부문의 고용변화를 기업조정 마진별로 분해


  • 미국 제조업 부문의 고용변화를 기업조정 마진별로 분해

  • 미국 제조업 고용변화(빨간선) = 기업 자체의 탄생 및 소멸(Net firm birth/death) + 존속기업의 제조사업체 탄생 및 소멸(Net plant birth/death within firms) + 존속기업의 존속사업체(Within continuing firm-plants) 

  • 출처 : Fort, Pierce, Schott (2018)[각주:5]


'기업'(Firms) · '사업체'(Plants or Establishments)의 개념을 알고, '기업 내부에서 제조사업체와 비제조사업체가 공존할 수 있다는 점'(Manufacturing & Non-manufacturing plants within firm)을 알고 나면, 미국 제조업 고용 변화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77년-2012년 미국 제조업 부문의 고용변화를 기업조정 마진별로 분해한 겁니다. 


제조업의 고용변화는 크게 3가지로 분해할 수 있습니다. 


▶ 첫째, 기업 자체의 탄생과 소멸로 인해 제조사업체도 탄생하고 소멸하며 나타나는 고용변화 입니다(Net firm birth/death & Net plant birth/death)


▶ 둘째, 존속하는 기업 내에서 제조사업체가 탄생 및 소멸하며 나타나는 고용변화 입니다(Net plant birth/death within firms). 


▶ 셋째, 존속하는 기업 & 사업체에서 나타나는 고용변화 입니다(Within continuing firm-plants).


러한 3가지 마진 중에서 첫번째 요인인 '제조업 기업 자체의 탄생과 소멸'(Net firm birth/death)은 아마 노동집약형인 의복 · 가죽 · 섬유 · 전기장비 부문에서 집중되어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두번째와 세번째 요인 입니다. 


'존속기업의 제조사업체 탄생 및 소멸'(Net plant birth/death within firms) 제조업 고용을 감소시키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제조업 기업들은 제조사업체를 더 이상 개설하지 않았고, 기존에 존재해왔던 제조사업체의 문을 닫았습니다. 그럼에도 기업활동을 계속 영위한다는 것은 제조사업체의 문을 닫고 비제조사업체에 더 집중했을 가능성을 제시해줍니다.


또한 '존속하는 기업 & 사업체'(Within continuing firm-plants)도 2000년보다 고용자수가 약간 감소했습니다. 만약 사업체는 그대로 유지한채 그 역할만 제조활동에서 서비스활동으로 전환하였다면, 제조업 고용 감소와 서비스업 고용 증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2000년대 들어서 미국 기업은 상품생산 업무를 수행하는 제조사업체를 폐쇄시키고 비제조사업체를 늘리거나, 기존 제조사업체를 비제조사업체로 전환시켰고,  과정에서 제조업 고용 감소와 서비스업 고용 증가가 함께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미국 기업들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린 단순 제조업무를 포기하고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고급 서비스활동에 집중하면서 생산성을 향상시켰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미국 애플사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플은 미국 내 제조공장을 폐쇄하거나 규모를 줄인채, R&D · 설계 · 디자인 업무를 맞는 본사역량을 강화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애플스토어를 미 전역에 개점했습니다. 그 결과 애플이 창출한 일자리는 주로 서비스업 부문이며, 제조업 일자리를 두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면 어떨까요?"라는 말을 듣기[각주:6]까지 했습니다.




※ GVC와 오프쇼어링의 확대 - 미국 제조기업의 서비스화 배경을 제공하다


이러한 미국 제조기업의 서비스화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 글로벌 밸류체인(GVC) · 오프쇼어링(Offshoring)으로 표현되는 '국제무역' 입니다. 


▶ 글로벌 밸류체인(GVC)과 아시아 공장(Factory Asia)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으로 달라진 세계경제'에 대해서는 본 블로그를 통해 두 차례나 다룬 바 있습니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정보통신기술 발전(ICT ↑)으로 의사소통 비용이 하락(Communication Costs ↓)하면서 선진국 본사에 있는 직원과 개발도상국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서로 간 지식과 아이디어(knowledge & ideas)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한 선진국 기업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역할을 배분합니다. 과거 선진국에 위치했던 제조공장은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했고,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창출한 지식과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오늘날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미국 제조업 기업의 직접 수입(Direct imports)


  • 1977년~2012년 제조업 기업 중 직접수입을 하는 기업의 비중(녹색선, Firms importing) · 대중국 직접수입을 하는 기업의 비중(연한 녹색선, Firms importing from China) · 미국으로의 수입침투율(진한 빨간선, US import penetration) · 미국으로의 대중국 수입침투율(연한 빨간선, US import penetration from China)에 주목

  • 출처 : Fort, Pierce, Schott (2018)[각주:7]


경제학 이론상으로 설명가능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역할분담과 애플이 대표하는 한 가지 사례 이외에, 현실 속 전반적인 미국 제조업에서 글로벌 밸류체인(GVC) ·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위의 그래프는 1977년-2012년 미국 제조업 부문의 기술채택과 수입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0년대 특히 2000년대 들어 미국 제조업 사업체 중 컴퓨터를 구매한 사업체의 비중이 대폭 증가(Plants buying computers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2000년대 들어서 미국 제조업 기업들 중 직접 수입을 하는 기업의 비중도 크게 증가(Firms importing )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총국내소비 중 제조업 수입품의 비중을 의미하는 수입침투율도 상승(US import penetration ↑)했죠.


(사족 : 따라서 '직접 수입'과 '수입침투율'의 값은 서로 측정하는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두 지표를 나란히 놓은 후 높고 낮음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음)


오프쇼어링 · 기업조직 등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각주:8]'국내 제조업 기업의 직접 수입'(Direct Import / Firm Importing)과 '수입산 제조업 상품의 침투'(Import Penetration)를 구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수입산 제조업 상품의 침투'(Import penetration)는 제조업 상품 국내 총소비 중 수입산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국내 제조업 기업이 외국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수입하는 경우 · 도소매 업체가 상품 판매를 위해 수입하는 경우 · 외국 기업이 본국에서 만든 상품을 수입하는 경우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 수입이 늘어났다'고 말할 때, 수입침투율 상승을 의미합니다.


'국내 제조업 기업의 직접 수입'(Direct Import / Firm Importing)은 국내 제조업 기업이 외국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직접 수입하여 판매하는 경우만을 의미합니다. 만약 국내 기업이 본국에서는 고품질 상품을 생산하고 외국에서는 저품질 상품을 생산하는 식으로 차별화 하였다면, 이러한 오프쇼어링의 결과로 국내 기업의 직접 수입이 증가(Direct Import / Firm Importing ↑)하게 됩니다. 따라서, 직접 수입 지표는 오프쇼어링 확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됩니다.


2007년 기준 최소한 하나 이상의 제조업 사업체를 보유한 미국 기업들은 전체 기업들 중 5%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전체 고용의 23% · 매출의 38% · 비원자재 상품 수입의 6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중국발 무역 충격 

- 미국 제조업 기업의 조직을 변화시켜, 

- 서부 · 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고숙련 근로자에게 이익을 주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인한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 오프쇼어링 기회 확대가 미국 제조업 기업의 서비스화를 가능케한 배경을 제공해주었다면, 중국발 무역 충격은 미국 제조업 기업들의 조직을 서비스 활동으로 변화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경제학자 니콜라스 블룸(Nicholas Bloom) · 카일 핸들리(Kyle Handley) · 안드레 커만(Andre Kurman) · 필립 럭(Phillip Luck) 등은 2019년 7월 작업중인 논문 <중국과의 교역이 미국 고용에 미친 영향: 좋은 것, 나쁜 것, 그리고 논쟁거리>(<The Impact of Chinese Trade on U.S. Employment: The Good, The Bad, and The Debatable>)을 주목해야 합니다. 


블룸 등은 논문을 통해, 중국의 수입침투율 증가가 미국 제조업 사업체의 폐쇄(exit) 혹은 서비스업으로의 전환(switch)을 야기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미국 제조업의 전환이 서부 해안지역과 동부 뉴잉글랜드에 위치한 고숙련 근로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었음을 실증분석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미국 제조업 기업의 조직 전환 (reorganization)


  • 중국의 수입침투 증가가 미국 제조업(패널 A) 및 서비스(패널 B) 부문 고용에 미친 영향

  • 존속 사업체 / 신규 사업체 진입 / 기존 사업체 퇴출 으로 구분


위의 표는 1992년~2012년 중국의 수입침투 증가가 미국 제조업 및 서비스업 고용에 미친 영향을 보여줍니다. 


블룸 등은 고용변화를 기업조정 마진별로 살펴보기 위해서, '존속 사업체'(Continuing Establishments) · '신규 사업체 진입 (존속기업 내 혹은 신규기업의 탄생)(Entry of Establishments)· '기존 사업체 퇴출(존속기업 내 혹은 신규기업의 탄생)(Exit of Establishments)' 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제조업의 고용감소는 대부분 존속 사업체의 서비스업으로의 전환(Net Switching)과 기존 사업체의 퇴출(Exit of Establishment)에서 발생하였습니다. 또한, 기업 자체가 퇴출되면서 사업체가 없어진 게 아니라 기업은 그대로 존속하는데 제조업 사업체만 사라졌습니다(by Firm Continuers).


이러한 결과는 미국 제조업 기업들이 중국발 무역 충격의 영향으로 제조업 사업체를 축소시키고 서비스업 활동을 팽창시켰음을 보여줍니다. 서비스업 활동으로 사업체을 변경한 제조업 기업을 살펴보면, 대부분 사업서비스 · 관리서비스 등으로 업종을 바꾸었는데 이는 제조업 기업이 개발 · 연구 · 관리 등에 더욱 집중함을 알려줍니다.


▶ 미국 경제활동 중심은 서부 및 동부 해안지역으로 이동 (regional inequality)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에 미친 영향을 '고인적자본 지역'(HHC)과 '저인적자본 지역'(LHC)로 분류


제조업 기업들이 전환한 관리 · R&D · 설계 · 디자인 · 마케팅 등의 업무는 매우 숙련집약적 입니다. 따라서, 중국발 무역 충격은 인적자본 정도에 따라 지역에 상이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위의 표는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에 미친 영향을 '고인적자본 지역'(HHC)과 '저인적자본 지역'(LHC)로 분류하여 분석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고인적자본 지역과 저인적자본 지역 모두 중국발 무역 충격이 제조업 고용에 악영향을 주었습니다만 양상은 상이합니다.


고인적자본 지역 근로자들은 서비스업으로 전환한 사업체에 계속 속해있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고인적자본에서 제조업 고용은 감소한 것으로 나오지만 서비스업 고용 증가 덕분에 전체 고용의 감소폭은 어느정도 상쇄되었습니다. 


반면에 저인적자본 지역 근로자들은 서비스업으로 전환한 사업체로 이동하지 못하였고 혹은 저인적자본에 위치한 제조업 기업은 서비스업으로 전환을 하지 못하였고, 이로 인해 저인적자본 지역은 중국발 무역 충격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미국 내에서 인적자본 정도가 높은 지역은 서부 및 동부 해안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미국 경제활동의 중심은 남부 · 중서부 지역에서 서부 · 동부 해안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중국발 무역 충격이 야기한 '지역간 불균등'(regional inequality)을 두 개의 그림으로 다시 한번 살펴봅시다.






※ 미국 내 분배적 결과를 야기한 중국발 무역 충격


본 블로그 China Shock 시리즈 글 3개를 통해 확인한 연구들의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 중국의 수입침투는 미국 저숙련 · 노동집약형 제조업 고용을 감소시켰다


▶ 중국 제조업과의 수입경쟁을 피하기 위해 미국 제조업 기업들은 서비스업 활동으로 전환하였다


▶ 저숙련 근로자는 피해를, 고숙련 근로자는 이익을 얻었다


▶ 저숙련 제조업에 특화된 남부 · 중서부 지역은 타격을 받았으나, 인적자본 수준이 높은 서부 · 동부 해안지역은 수혜를 누렸


▶ 중국발 무역 충격은 미국 내 분배적 결과를 야기하였다



  1.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⑨] China Shock Ⅰ -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노동시장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 https://joohyeon.com/288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⑩] China Shock Ⅱ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경제 전체에 미친 악영향은 이전 추정치보다 크다 https://joohyeon.com/289 [본문으로]
  3. New Perspectives on the Decline of US Manufacturing Employment [본문으로]
  4. New Perspectives on the Decline of US Manufacturing Employment [본문으로]
  5. New Perspectives on the Decline of US Manufacturing Employment [본문으로]
  6.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ttps://joohyeon.com/285 [본문으로]
  7. New Perspectives on the Decline of US Manufacturing Employment [본문으로]
  8. Pol Antras, Teresa Fort 등등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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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Posted at 2019. 12. 15. 15:2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애플사(Apple Inc.)는 오늘날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를 상징하는 기업 입니다. 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애플이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을때마다 전세계 소비자들은 열광하며, 부품을 공급하는 전세계 IT 기업들은 실적향상과 주가상승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정작 미국 정치인 · 경제학자 · 정책담당자들은 애플에게 아쉬움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애플이 미국 내에서 창출하는 일자리가 얼마 안되기 때문입니다. 2011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면 어떨까요?" 라는 말을 건넸으나, 잡스의 대답은 명료했습니다. "그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아래의 기사를 살펴봅시다.


● 2012년 1월 21일, 뉴욕타임스 기사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2011년 2월, 오바마 대통령이 실리콘밸리 저녁만찬에 참석했을 때, 참석자들은 대통령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말하려 할 때, 오바마 대통령이 물음을 던졌다.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면 어떨까요?"(what would it take to make iPhones in the United States?)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애플은 자사 제품을 주로 미국에서 생산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2011년에 판매된 아이폰 7천만대, 아이패드 3천만대, 기타 제품 6천만대 제품이 해외에서 제조되었다. 


왜 이것들을 미국 내에서 만들 수 없나? 오바마 대통령의 물음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대답은 명료했다. "그 일자리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Those jobs aren’t coming back”)


오바마 대통령의 물음은 애플이 갖고 있는 확신을 건드린 것이다. (애플이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생산하는 이유는) 단지 해외 근로자가 더 값싸기 때문만이 아니다. 애플 경영진은 해외 근로자의 유순함, 근면성, 산업기술 뿐 아니라 해외 공장의 광대한 규모가 미국의 그것을 능가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하여 Made in U.S.A.는 더 이상 선택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


애플은 글로벌경영을 통해 가장 유명한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2011년 애플의 근로자당 수익은 골드만삭스, 엑손모빌, 구글보다도 많았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뿐 아니라 경제학자와 정책담당자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애플이 -그리고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다른 유명한 기업들만큼 미국 내에서 일자리를 만드려고 애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미국 내에서 4만 3천명 해외에서 2만명을 고용 중인데, 이는 1950년대 GM이 고용한 미국 근로자 40만명과 1980년대 GE가 고용한 미국 근로자 수십만명에 한참 모자라다. 


대다수 근로자들은 애플과 계약관계에 있는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다. 70만명의 사람들이 아이폰 및 아이패드를 조립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미국 내에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신 그들은 아시아, 유럽 등에 위치한 해외 기업과 공장에서 일을 한다. 


2011년까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을 맡았던 자레드 번스타인은 "오늘날 미국에서 중산층 일자리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를 애플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Apple’s an example of why it’s so hard to create middle-class jobs in the U.S. now.


- 뉴욕타임스. 2012.01.21.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 1966~2019년,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 추이 (단위 : 천 명)

  • 빨간선 이후 시기가 2000~10년대

  • 음영처리된 시기는 미국경제의 경기불황기(recession)

  • 출처 : 미국 노동통계국 고용보고서 및 세인트루이스 연은 FRED


위 기사에 나온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의 발언 "오늘날 미국에서 중산층 일자리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를 애플이 보여주고 있다"는 애플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플 일자리 문제는 단순한 더 많은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중산층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미국 중산층 근로자 대부분은 주로 공장과 사무실에서 '반복적인 업무'(routine-task)를 맡아왔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진행된 IT 기술진보와 오프쇼어링은 반복업무를 없애거나 해외로 이동시켰습니다. 그 결과 중산층 근로자의 일자리는 대폭 줄어들었고 임금상승률은 둔화되었습니다. 


한국 · 대만에서 전자부품을 조달한 뒤 중국에서 조립되는 아이폰은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로 인한 미국 중산층 일자리 위축' 현상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위의 뉴욕타임스 기사 부제목이 '애플, 미국 그리고 위축된 중산층'(Apple, America, and a Squeezed Middle Class)인 이유입니다.


  • 2011년 2월, 테크기업 리더들과 만남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

  • 왼쪽 스티브 잡스, 오른쪽 마크 저커버그


미국 중산층 일자리 및 제조업 부활을 위해서, 과거 오바마 대통령과 현재 트럼프 대통령 모두 애플의 일자리를 미국으로 돌아오게끔 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2011년 잡스에게 직접 "아이폰을 미국에서 만들면 어떨까요?" 라고 물었던 오바마는 2013년 연두교서[각주:1]에서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미국을 새로운 일자리와 제조업을 위한 곳으로 만드는 겁니다. (...) 올해 애플은 맥을 다시 미국에서 생산할 겁니다."[각주:2] 라고 발언했습니다.


트럼프는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출마선언과 취임연설에서 부터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들을 고용한다.(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각주:3]를 외쳐온 트럼프. 


트럼프행정부는 미국기업들의 자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기 위하여, 해외유보 소득의 환류에 법인세율 보다 낮은 세율을 부과하고 최소 5년간 자본 투자에 대해서 전액 비용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세제개편안을 내놓았고, 공화당이 장악한 상하원은 이를 통과시켰습니다.


또한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애플이 대중국 수입관세 부과를 피하려면 미국에서 상품을 만들어라!"[각주:4]는 의견을 표출해왔습니다. 이에 대한 회답으로 애플은 맥 프로 차세대 버전을 텍사스 오스틴에서 만든다고 발표[각주:5] 했습니다.



하지만 애플 매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여전히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 Assembled in China'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맥 프로는 2013년부터 이미 미국 내에서 만들어져왔기 때문에, 애플의 일자리가 미국으로 귀환했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왜 애플은 각계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해외생산을 고수하는 걸까요? 앞서 인용한 기사에 잠깐 나오듯이[각주:7], 해외의 값싼 인건비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사를 좀 더 읽으면서 미국이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는지 알아봅시다.


● 2012년 1월 21일, 뉴욕타임스 기사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2007년 아이폰이 출시가 한달이 채 남지 않았을 때, 스티브 잡스가 부하들을 사무실로 호출했다. 잡스는 지난 몇주동안 아이폰 시험버전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었다. 


화가 난 잡스는 플라스틱 스크린에 찍힌 수많은 스크래치를 문제삼았다. 그는 청바지에서 차량 열쇠를 꺼냈다. 사람들은 아이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열쇠도 주머니에 있다. 잡스는 "이렇게 손상된 제품은 팔지 않을 겁니다" 라고 말했다. 유일한 해결책은 손상되지 않는 유리를 이용하는 거였다. "나는 유리 스크린을 원합니다. 그리고 6주 내에 완벽해지기를 원합니다"


미팅이 끝난 후 한 경영진은 중국 선전으로 가는 비행기를 예매했다. 만약 잡스가 완벽한 것을 원한다면, 중국 선전 말고는 가야할 곳이 없었다.


지난 2년간 애플은 동일한 물음을 던지며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어떻게 휴대폰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고품질로 상품을 만들어내면서 수백만대를 빠르게 제조하고 수익성도 유지할 수 있을까? 


해답은 거의 매번 미국 바깥에 있었다. 


모든 아이폰은 수백개의 부품을 담고 있는데, 이 중 90%가 해외에서 제조되었다. 차세대 반도체는 독일과 대만에서,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과 일본에서, 디스플레이 패널과 회로는 한국과 대만에서, 칩셋은 유럽에서, 원자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조달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중국에서 조립되었다.[각주:8] (...)


중숙련 근로자를 값싸게 고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는 매혹적이다. 그러나 이것만이 애플을 아시아로 끌어들인 건 아니다. 기술기업에게 부품 · 공급망관리 등에 비해 노동비용은 매우 적은 부분만을 차지한다. (...) 아시아 공장들은 규모를 빠르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그것을 능가한다. 그 결과, 미국은 아시아 공장들과 경쟁할 수 없다. 


아시아 공장의 이러한 이점들은 2007년 잡스가 유리 스크린을 요구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났다. 


과거 수년간,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가공의 어려움 때문에 유리 스크린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애플은 강화유리 제조를 위해 미국 코닝사와 접촉해왔다. 그러나 이를 테스트 하기 위해서는 조립공장과 중숙련의 엔지니어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준비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때 중국 공장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애플 직원이 방문했을 때, 중국 공장 오너는 이미 새로운 건물을 건설중 이었다. 그들은 "애플과 계약을 체결할 것을 대비해서 짓고 있어요" 라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수많은 산업의 비용을 대신 부담하고 있었고, 이 회사의 유리가공 공장도 수혜를 받고 있었다. 중국 공장은 결국 기회를 얻었다. 


전 애플 고위층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전체 공급망은 중국에 있습니다. 수천개의 가죽 패킹이 필요하다고요? 바로 옆에 있는 공장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수백만개의 나사가 필요하다고요?  그 공장은 한 블럭 옆에 있습니다. 모양이 조금 다른 나사가 필요하다고요? 3시간 내에 얻을 수 있습니다."[각주:9]


- 뉴욕타임스. 2012.01.21.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미국이 아닌 중국에서 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공급망'(Supply Chain) 때문입니다. 아이폰에 들어가는 주요 전자부품은 중국에 인접한 한국 · 대만 · 일본 등에서 조달할 수 있으며, 중국 내에서는 수많은 부품을 빠른 시간에 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 노동자의 값싼 임금 · 24시간 근로체계 등 기업에 유리한 노동기준과 미국 내 숙련 제조업 근로자의 부족 등도 애플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테지만, 핵심은 공급망에 있습니다. 


  • 2000년과 2017년, ICT 산업의 전통적인 교역 · 단순 GVC 교역 · 복잡 GVC 교역 네트워크

  • 17년 사이 중국 · 한국 ·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의 비중이 커졌다

  • 출처 : WTO. 2019. Global Value Chain Development Report Ch.01 Recent patterns of global production and GVC participation


위의 이미지는 2007년과 2017년 사이 정보통신산업(ICT) 내 글로벌 밸류체인 네트워크(Global Value Chain) 혹은 글로벌 공급망 교역(Global Supply Chain)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국 내 소비를 목적으로 외국산 최종재 상품을 수입하는 경우를 전통적인 교역(Traditional Trade)[각주:10]이라 합니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재 상품 다르게 말해 완성품은 다른나라 국민들이 소비를 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전달됩니다. 


글로벌 생산공유를 목적으로 중간재 부품을 교환하는 경우를 글로벌 밸류체인 교역(GVC Trade)[각주:11]이라 하는데, 생산과정에서 부품이 국경을 한번 넘느냐 두번 넘느냐에 따라 단순 GVC 교역(Simple GVC)과 복잡 GVC 교역(Complex GVC)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국산 중간재 수입품을 이용하여 만든 최종재를 자국 내에서 소비한다면 단순 GVC 교역이며, 외국산 중간재 수입품을 이용하여 만든 최종재를 제3국으로 수출한다면 복잡 GVC 교역입니다.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듯이, 지난 10여년 사이 글로벌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졌습니다. 특히 중국은 한국 · 일본 · 대만 등으로부터 중간재 부품을 조달한 후 아이폰과 같은 최종재를 만들고 이를 미국에 수출하는 GVC 구조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중 세번째 그림에서 중국이 제3국 수출을 목적으로 한국(KOR) · 일본(JPN) · 대만(TAP)으로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를 조달하는 복잡 GVC 교역 모습, 그리고 첫번째 그림에서 완성된 최종재인 아이폰을 미국(USA)으로 수출하는 전통적인 교역의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 "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진국 간 다르게 말해 미국과 서유럽끼리 글로벌 밸류체인을 형성하지 않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그 중에서도 선진국과 동아시아 간 글로벌 밸류체인이 발전한 것일까?"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에서 살펴봤듯이, 오늘날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떠한 힘이 작용하여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역할 분담을 이끌어냈고, 오늘날 세계경제 및 교역 구조를 이전과는 다르게 만들어낸 것일까요?




※ 상품운송비용 및 의사소통비용의 감소로 인해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


우선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에서 다루었던 '과거와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를 복습하겠습니다. 관심을 가져야 할 포인트가 지난글의 그것과 다소 다르긴 하지만, 내용을 숙지하고 계신 분은 다음 파트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 '상품 운송비용 하락'이 만들어낸 선진국으로의 생산 집중



서로 멀리 떨어진 국가간 교역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오래전 과거를 생각해봅시다. 


사람들은 마을에서 농식물을 재배 · 수확하면서 굶주린 배를 채우는 자급자족 생활을 했습니다. 5일장 등 시장에서 다른 마을 사람들과 먹을거리를 교환하고 보따리상이 먼 지역의 농식물을 가져와 팔기도 하였으나, 상거래의 지역적 범위는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즉, 국가간 교역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오래전 과거에는 '생산과 소비가 한 공간'(bundling)에서 이루어졌습니다.



20세기 중반 컨테이너선 발명은 국가간 교역규모를 대폭 늘렸습니다. 미국과 서유럽이 만든 자동차 · 전자제품 등 제조업 상품과 중동이 채굴한 석유 및 중남미가 생산한 농산품 · 원자재 등 1차상품은 전세계로 퍼져나가 소비되었습니다. 


이처럼 상품 운송비용이 하락함(goods trade costs↓)에 따라 국가간 교역은 활성화 되었고 '생산과 소비의 공간적 분리'가 이루어졌습니다(1st unbundling)


이제 개별 국가들은 자국이 생산한 상품을 전부 다 소비하지 않으며, 자국이 소비하는 상품 모두를 스스로 만들지도 않습니다. 제조업 상품은 북반부(North)에 위치한 미국 · 서유럽에서 집중 생산되며, 원자재는 남반구(South)에 위치한 중동 · 중남미에서 주로 생산됩니다. 그리고 무역을 통해 서로 간 상품을 교환한 뒤 소비하는 'made-here-sold-there' 경제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족 : 여러번 강조[각주:12]했듯이, 국제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국내와 외국에서 다르기 때문이며 이러한 서로 다른 가격이 국내에서 초과공급(=수출) 및 초과수요(=수입)을 만들어냅니다. 한 국가 내에서 초과공급 및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이를 무역을 통해 해결한다는 사실 자체가 '생산과 소비의 공간적 분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커뮤니케이션 비용' 하락이 만들어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협력


  • 보통신기술 발전은 의사소통비용을 낮춤으로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생산하는 '생산과정의 분리'(2nd unbundling)을 만들어 냄
  • 출처 : Richard Baldwin. 2016. 『The Great Convergence』 (한국어 번역본 『그레이트 컨버전스』)

1990년대 들어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경제 구조와 교역방식이 또 다시 획기적으로 변했습니다. 


과거 철도 · 컨테이너선이 물적상품의 운송비용을 낮췄다(goods trade costs ↓), 정보통신기술은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한 사람들 간에 의사소통비용을 절감시켰습니다(communication costs ↓). 이제 선진국 본사에 있는 직원과 개발도상국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서로 간 지식과 아이디어(knowledge & ideas)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한 선진국 기업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역할을 배분합니다. 과거 선진국에 위치했던 제조공장은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했고,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창출한 지식과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게다가 상품의 제조 과정에서도 여러 국가가 참여합니다. 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 · 자본재 부품을 여러 국가가 만든 뒤 조립을 담당하는 국가로 수출하고, 마지막 제조공정을 맡은 국가가 이를 이용해 완성품을 만들어 냅니다. 이때 제조 과정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원활한 중간재 교역을 위해 지리적으로 밀집해있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 발전은 의사소통비용을 낮춤으로써 여러 국가가 생산에 참여하는 '글로벌 생산공유'(global production sharing) ·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등과 각자 역할을 맡는 '생산과정의 분리'(2nd unbundling)를 만들어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선진국(North)에 위치했던 제조업은 동아시아 등 후발산업국가(South, Factory Asia)로 이동했고,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간재 부품 교역을 통해 함께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글로벌 경제구조는 이렇게 여러 국가가 함께 만든 상품을 전세계가 소비하는 'made-everywhere-sold-there'로 진화했습니다.




※ 상품 운송비용 하락이 만들어낸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

※ 커뮤니케이션 비용 하락이 만들어낸 '대수렴'(The Great Convergence)


이와 같이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를 보고 던질 수 있는 물음은 "왜 상품 운송비용 하락은 선진국으로 제조업 생산을 집중시켰고, 이와 정반대로 왜 커뮤니케이션 비용 하락은 개발도상국 특히 동아시아로 제조업 생산을 이동시켰을까?" 입니다.  


이는 앞서 던졌던 물음  "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진국 다르게 말해 미국과 서유럽끼리 글로벌 밸류체인을 형성하지 않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그 중에서도 선진국과 동아시아 간 글로벌 밸류체인이 발전한 것일까?"과 동일한 겁니다.


그리고 과거 선진국으로의 제조업 생산 집중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경제력 격차 이른바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를 만들어냈고, 오늘날 개발도상국으로의 제조업 생산 이전은 격차를 축소시키는 '대수렴'(The Great Convergence)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왜 상품 운송비용 하락은 '대분기'를 초래하였고(goods trade cost ↓ → the Great Divergence), 왜 커뮤니케이션 비용 하락은 '대수렴'을 이끌어내고 있는가?(communication cost ↓ → the Great Convergence)" 라는 물음도 던질 수 있습니다.


  • 리차드 발드윈의 단행본 <The Great Convergence>(2016) / 한국어 출판명 <그레이트 컨버전스>(2019)


경제학자 리차드 발드윈(Richard Baldwin)은 2000년 논문 <핵심-주변부 모형과 내생적 성장>(<the Core-Periphery Model and Endogenous Growth>) · 2001년 논문 <글로벌 소득 대분기, 무역 그리고 산업화 - 성장 출발의 지리학>(<Global Income Divergence, Trade and Industrialization - the Geography of Growth Take-Offs>) · 2006년 논문 <세계화 - 대분리>(<Globalization - the Great Unbundlings>) 등을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설명해왔습니다. 


그리고 리차드 발드윈은 2013년 단행본 <대수렴 - 정보기술과 신세계화>[각주:13](<The Great Convergence -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New Globalization>)을 통해, 학문적 내용을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했습니다.


리처드 발드윈은 폴 크루그먼의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각주:14]과 폴 로머의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각주:15]에 기반을 두고 '대분기'와 '대수렴' 현상을 설명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앞선 물음들에 대한 해답을 살펴봅시다.


▶ 신경제지리학, "운송비용이 하락하면서 대분기 → 대수렴이 발생한다"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1995년 논문 <세계화와 국가간 불균등>(<Globalization and the Inequality of Nations>)을 통해, "운송비용이 높은 수준에 있으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불균등이 유발되다가, 임계점을 넘는 수준까지 하락하면 두 지역을 수렴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크루그먼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만들어낸 신무역이론(1979)과 신경제지리학(1991)을 우선 알아야 합니다.


신무역이론[각주:16] - 국제무역을 통해 인구가 적은 소국도 인구대국 만큼 상품다양성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


: 기업이 서로 다른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하는 경우, 존재하는 기업의 수가 많을수록 상품 다양성은 증가하고 소비자들의 후생도 커집니다. 


하지만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하나의 시장에서 무한대의 기업이 존재하는 건 불가능 합니다. 왜냐하면 상품 생산에 고정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개별 기업의 생산량은 줄어들고 이에따라 부담하는 생산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정된 시장크기 하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규모가 작은 국가에 사는 소비자들은 상품다양성 이익을 대국 소비자들에 비해 누리지 못합니다.


이때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것은 국제무역 입니다. 이제 국내 사람들은 외국 기업이 생산한 상품도 이용함으로써 상품다양성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즉, 국제무역은 국내 인구 증가와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게 되고, 시장크기가 작은 소국 국민도 대국만큼의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신경제지리학[각주:17] - 소국 국민들은 삶의 수준이 더 높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 되고, 그 결과 '핵심-주변부'(Core-Periphery) 형태가 만들어진다


: 국제무역은 소국 국민도 상품다양성 이익을 누리게 해주지만, 높은 수준의 운송비용이 존재한다면 소국 국민이 이용하는 상품의 종류는 대국에 비해 적을 겁니다. 


결국 소국 국민들은 삶의 수준이 더 높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 되고, 초기에 인구가 더 많았던 대국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핵심-주변부'(Core-Periphery) 형태가 만들어 집니다. 


아래의 사고실험을 통해 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1지역과 2지역은 모두 농업과 제조업을 가지고 있으며, 제조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합니다. 그리고 제조업 상품이 두 지역을 오가려면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말인즉슨 1지역 사람들은 2지역에 생산된 제조업 상품을 이용하는데 제약이 있고, 반대로 2지역 사람들은 1지역 제조업 상품을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 어떤 이유에서건 초기에 1지역의 인구가 2지역 보다 더 많다고 가정해봅시다. 1지역의 시장크기가 더 크기 때문에 소비자 관점에서 1지역 사람들은 보다 다양한 제조업 상품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1지역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임금도 더 많이 받습니다. 


이를 알게 된 2지역 제조업 근로자는 높은 임금을 받고 더 다양한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1지역으로 이동할 유인을 가지게 됩니다. 그 결과, 1지역 시장크기는 점점 더 커지게 되고, 선순환이 작용하여 사람들은 1지역으로 더더욱 몰려들게 됩니다. 


제조업 근로자(소비자) 뿐 아니라 제조업 기업들도 1지역으로 몰려듭니다. 제조업 기업은 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소비자가 많은 곳(시장크기가 큰 곳)에 기업이 위치해야 운송비용을 최소화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제조업 기업들은 제조업 상품수요가 많은 곳에 위치하려 합니다(backward linkage).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제조업 상품이 다양하게 생산되는 곳에 모여듭니다(forward linkage). 결국 제조업 근로자들의 거주지 결정과 제조업 기업들의 입지결정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1지역으로의 집중은 심화 됩니다.



하지만 모든 제조기업이 1지역으로 쏠리지 않고 주변부인 2지역에도 여전히 제조기업은 존재하게 됩니다. 


핵심부에 모든 제조업 근로자 · 모든 제조업 기업이 모이게 되는 균형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없습니다. 제조업 기업이 1지역에 몰릴수록 내부경쟁은 심화되기 때문에 2지역으로 이탈할 유인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운송비용이 높은 수준에 있다면 2지역에 위치한 제조업 기업은 1지역 상품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차라리 인구가 적은 2지역에 머무르며 조그마한 수요라도 독차지 하려고 합니다.


그 결과, 1지역은 '산업화된 핵심부'(industrialized core)가 되고, 주변부인 2지역은 농업'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도 어느정도 존재하는 '농업위주의 주변부'(agricultural periphery)가 됩니다.


● 세계화와 국가간 불균등 - 운송비용이 높은 수준에 있다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불균등이 유발되다가 임계점을 넘는 수준까지 하락하면 두 지역을 수렴시킨다


폴 크루그먼은 신무역이론 · 신경제지리학을 북반구에 위치한 선진국과 남반구에 위치한 개발도상국(North-South)에 적용하여 국가간 불균등을 설명합니다. 


산업화된 핵심부인 1지역은 선진국 · 농업위주의 주변부인 2지역은 개발도상국 이라 한다면, 국가간 핵심-주변부 패턴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운송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한, 제조업은 계속해서 핵심부인 선진국으로 집중되고 개발도상국은 농업 위주의 주변부에 머무르게 됩니다.  따라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수준은 벌어지게 됩니다(divergence).


  • 왼쪽 : G7 선진국의 제조업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

  • 오른쪽 : 중국의 제조업 비중 증가

  • 출처 : 리차드 발드윈 2019년 논문 <GVC journeys -Industrialization and Deindustrialization in the age of Second Unbundling>


이때 운송비용이 임계점을 넘는 수준까지 내려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시장크기가 작은 개발도상국 국민도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제조업 상품을 상당히 낮은 운송비용을 지불하며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품다양성을 이유로 이주할 유인은 없어집니다. 


그리고 상당히 낮은 운송비용은 제조업 기업들의 위치선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제조업 기업은 굳이 시장규모가 크고 제조업 수요가 많은 선진국에 위치하지 않아도 됩니다게다가 주변부인 개발도상국의 낮은 임금수준은 제조업 기업들에게 선진국 시장과 멀리 떨어지는 불리함을 상쇄시켜 줍니다. 


이제 운송비용이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는 제조업 기업은 핵심부인 선진국에서 주변부인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할 유인이 생기게 되고, 개발도상국의 제조업이 발전하여 선진국과 경제수준이 수렴하게 됩니다(convergence).


▶ 신성장이론, "선진국 지식이 개발도상국으로 전파되면서 대수렴이 일어난다"


임계점 밑으로 하락한 운송비용에 더하여 '아이디어(idea)와 지식(knowledge)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의 하락(communication cost ↓)'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수준 수렴을 가속화 시킵니다.


'지식' · '아이디어'가 경제성장에 얼마나 중요[각주:18]한지, 그리고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어떻게 추격성장을 할 수 있는지[각주:19]는 본 블로그의 지난글에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는 1990년 논문 <내생적 기술변화>(<Endogenous Technological Change>)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는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를 만들어내 끝없는 경제성장을 이끈다"(variety-based growth)고 말하며 신성장이론을 세상에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폴 로머는 1993년 두 개의 논문 <경제발전에서 아이디어 격차와 물적 격차>(Idea Gaps and Object Gaps in Economic Development), <경제발전의 두 가지 전략: 아이디어 이용하기와 생산하기>(Two Strategies for Economic Development: Using Ideas and Producing Ideas)을 통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보유한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국가간 생활수준 격차를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함의를 강조했습니다.


공장설비 및 기계 등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은 특정한 공간에 매여 있습니다. 한 공간에서 이미 사용중 이라면, 다른 곳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즉, 물적자본은 '경합적'(rival)이며 '배제가능성'(excludable)을 띈 사유재(private good) 입니다.


반면,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새롭고 다른 종류의 생산방식 등은 한 공장에서만 쓰여지는 게 아니라 기업이 소유한 여러 공장에서 동시에 사용됩니다. '비경합성'을 띈다는 점에서는 공공재와 유사합니다. 즉, 아이디어는 '비경합성'(non-rival)을 가진채 '공공재'(public goods) 특징을 일부 띄는 독특한 재화입니다.


따라서, 연구부문의 R&D를 통해 창출된 아이디어는 시대가 지나도 끝없이 축적되며,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전파된 지식과 아이디어는 두 그룹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왼쪽 : 미국 · 일본 · 독일 등 선진국의 지적재산권 수출 추이

  • 오른쪽 : 중국 · 한국 · 대만 · 멕시코 등 제조업 신흥국의 지적재산권 수입 추이

  • 출처 : 리차드 발드윈 2019년 논문 <GVC journeys -Industrialization and Deindustrialization in the age of Second Unbundling>


1990년대부터 진행된 '정보통신기술 혁명'(ICT Revolution)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낮추어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지식과 아이디어가 전파되는 것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firms)은 지식과 아아디어 전파 역할을 맡았습니다. 


다국적기업은 직접투자 · 합작기업 설립 · 마케팅 및 라이센스 협약 등등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선진국 직원과 개발도상국 공장 근로자는 즉각적인 의사소통을 하며 제품을 제조해 나갔습니다.


지식을 전파하는 다국적기업의 중요성은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각주:20]에서 확인한 바 있습니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선진국 기업들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상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1992년 이후 중국 수출입에서 외자기업이 행하는 비중은 최대 60%까지 증가하였고,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습니다.


만약 선진 외국기업들이 제품 설계 · 품질 기준 등의 지식과 아이디어를 전파하지 않았다면, 중국 제조업 기업이 맨땅에서 현재 수준까지 발전하기에는 더욱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게 분명합니다. 


정리하자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하락한 덕분에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지식 및 아이디어가 전파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이루어지며, 두 그룹 간 경제수준이 수렴하게 되었습니다(convergence).


▶ 왜 제조업은 동아시아에 집중되었나


아이디어와 지식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하락한 덕분에 개발도상국의 제조업이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하게 되었으나, 모든 개발도상국이 혜택을 본 것은 아닙니다. 선진국의 제조업 공장은 대부분 동아시아로 이동했고, 중남미와 아프리카는 여전히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리차드 발드윈(Richard Baldwin)은 2016년 출판한 단행본 <대수렴 - 정보기술과 신세계화>[각주:21](<The Great Convergence -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New Globalization>)을 통해, 제조업 기적이 몇몇의 개발도상국에서만 발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합니다. 


발드윈은 "상품 운송비용 및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크게 하락했으나, 사람을 이동시키는 데 드는 비용은 여전히 비싸다(cost of moving people ↑)"는 점에 주목합니다. 


선진국 다국적기업은 본사 관리직을 파견하는 형식으로 개발도상국에 진출합니다.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발령을 내려면 이에 합당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겠죠. 연봉도 기존보다 더 많이 주어야하고, 체류비, 가족교육 지원비 등도 주어야 합니다. 만약 현지 영업판매망을 구축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수많은 본사 직원을 파견할 필요는 없겠지만, 현지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수천~수만명의 제조 근로자들을 감독·관리 하려면 큰 규모의 인력이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선진국 다국적기업은 '이미 어느정도 제조업 기반이 갖추어진 개발도상국' · '직원 이동비용을 상쇄할만큼 편익을 제공해주는 개발도상국' 등을 특정하여 오프쇼어링을 단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신흥국은 '과거 수입대체산업화로 인해 제조업을 발전시키지 못한 중남미 등'[각주:22]이 아니라 '대외지향적 무역정책을 통해 제조업 기반을 조성한 한국 · 대만 등'[각주:23] 혹은 '특별경제구역을 조성하여 외국인 직접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잠재력 있는 내수시장을 지닌 중국'[각주:24] 등 동아시아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 결과, 동아시아 지역은 전세계 제조업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Factory Asia)이 되었습니다.




※ 신흥국의 산업화와 경제성장 → 대수렴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


한국 · 중국 · 대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제조업 공장의 발전은 원자재 수요를 폭증시켜 브라질 · 호주 · 칠레 · 러시아 · 중동 등 자원 수출국의 경제도 성장시켰습니다. 20세기 경제성장과 산업화에서 소외되었던 국가들이 일어서기 시작한 겁니다. 


이로 인해 오늘날 세계는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경제력 격차가 큰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 시대를 지나서 선진국-신흥국 간 경제력 격차가 줄어드는 '대수렴'(the Great Convergence)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 세계경제 및 대수렴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는 '글로벌 밸류체인'(GVC) · '동아시아 제조업'(Factory Asia) · '글로벌 상품 호황'(Global Commodity Boom) · '신흥국'(Emerging Market) 그리고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BRICS) 입니다.


이러한 대수렴 시대에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불균등의 양상 변화'(Global Inequality) 입니다. 


전세계 70억 인구를 소득수준별로 줄을 세워봅시다. 


20세기에는 '국적'이 소득 상위층과 중하위층을 갈라놓는 주요 변수였습니다. 미국 · 서유럽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내부에서는 중하위층일지라도 전세계적 관점에서 보면 상위층에 속했습니다. 국가별 소득수준 차이가 심했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느냐가 글로벌 소득순위에서 중요했습니다. 다르게 말해, 20세기 글로벌 불균등 분포를 결정지었던 것은 '국가간 불균등'(Between Inequality) 였습니다.


  • 1998년~2008년 사이 전세계 계층별 소득증가율

  • 전세계 소득분포 중 90분위~80분위에 위치한 미국 중하위 계층은 1%~6%의 소득증가율만 기록한 반면, 전세계 소득분포에서 70분위~40분위에 위치한 신흥국 중상위 계층은 60%가 넘는 소득증가율을 기록

  • 출처 : Two-Track Future Imperils Global Growth'. <WSJ>. 2014.01.21


반면, 21세기에는 '국적'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 서유럽의 중하위층 보다 신흥국 상위층의 소득이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국 · 서유럽의 중하위층은 전세계적 관점에서 여전히 중상위층에 속하긴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이들의 소득증가율은 정체되었고, 신흥국 상위층의 소득증가율은 높았습니다. 


이제는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느냐 뿐 아니라 '국가 내 소득분포에서 어느 위치에 있느냐'도 중요해졌습니다. 즉, 21세기 대수렴의 시대에 '국가간 불균등'은 줄어들었고(Between Inequality ↓), '국가내 불균등'의 중요성(Within Inequality ↑)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가간 불균등이 얼마나 감소하였는지 그리고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다음글을 통해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 선진국 제조업의 몰락과 서비스화 → 선진국 국가내 불균등의 증가


미국은 아이폰을 제조하는 일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미국의 아이폰' 뿐 아니라 '선진국 제조업' 일자리 자체가 크게 줄었습니다. 대신 선진국에서 증가한 일자리는 'R&D · 디자인 · 설계 · 마케팅' 등 서비스 관련 직무입니다. 


오늘날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만들어낸 자연스런 변화 입니다.


  • 공정단계별 부가가치 창출 크기 - 일명, 스마일 커브(Smile Curve)

  • 1990년대 이후로는 R&D · 설계 · 디자인 등 제조 이전 서비스(Pre-fab services)와 마케팅 · 판매 등 제조 이후 서비스(Post-fab services)의 부가가치 창출액이 제조(Fabrication) 단계 부가가치 창출액 보다 크다


부가가치 창출 관점에서 선진국의 서비스화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러 부품을 단순 조립하여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업 직무보다는 제품을 초기부터 디자인 · 설계하고 완성품을 마케팅하여 판매하는 서비스 직무의 부가가치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아이폰 제조 일자리를 잃었지만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제조업 일자리에 종사해왔던 선진국 근로자'에 있습니다. ICT 기술진보로 인해 세계경제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이들은 일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제조업 근로자를 재교육시켜 서비스 직무로 이동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뉴욕타임스 기사는 '혁신의 패배자'가 된 이들의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 2012년 1월 21일, 뉴욕타임스 기사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ow the U.S. Lost Out on iPhone Work)" 


▶ 중산층 일자리가 사라지다


에릭 사라고사가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 제조공장에 처음 입사했을 때, 그는 엔지니어링 원더랜드에 입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1995년 그 공장은 1,50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했었다. 엔지니어인 사라고사는 빠르게 승진했고 그의 연봉은 5만 달러로 올랐다. (...)


하지만 전자산업은 변화하고 있었고, 애플은 변화하기 위해 애를 썼다. 애플의 초점은 제조공정은 개선시키는 것이었다. 사라고사가 입사한 지 몇년 후, 그의 보스는 캘리포니아 공장이 해외 공장에 비해 얼마나 뒤쳐지는지 설명했다. 1,500 달러 컴퓨터를 만드는 데에 캘리포니아 공장에서는 22달러가 들었지만 싱가포르는 6달러 대만은 4.85 달러에 불과했다. 임금은 주요한 요인이 아니었다. 재고비용 및 근로자가 업무를 끝내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이 차이가 났다. (...)


지난 20년간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었다. 중임금 일자리는 사라지기 시작했다(Midwage jobs started disappearing). 특히 대학 학위가 없는 미국인들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오늘날 신규 일자리는 중산층에게 적은 기회만을 제공하는 서비스 직무에 쏠려있다.


대학 학위를 가진 사라고사 조차도 이러한 변화에 취약했다. 우선 캘리포니아 공장의 반복적인 업무가 해외로 이전되었다(routine tasks were sent overseas). 사라고사는 개의치 않았다. 그 후 로봇이 나왔고 경영진은 근로자를 기계로 대체하였다(replace workers with machines). 진단 엔지니어링 업무를 맡는 몇몇이 싱가포르로 보내졌다. 컴퓨터와 함께 소수의 사람만 필요해졌기 때문에, 공장의 재고를 감독하는 중간 관리자는 갑자기 해고되었다.


비숙련 업무를 하기에는 사라고사의 몸값은 너무 비쌌다. 또한 그는 상위 관리직을 맡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 2002년 밤늦게 호출된 그는 해고되었고 공장을 떠났다. 그는 잠깐동안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기술분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애플은 캘리포니아 공장을 콜센터로 바꾸어 놓았고,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는 시간당 12달러만 받는다.


구인활동을 시작한 지 몇개월 후, 사라고사는 절망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에 그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검수한 후 다시 소비자에게 보내는 임시직을 맡았다. 매일매일 사라고사는 한때 엔지니어로 일했던 건물로 출근하였는데, 이제는 시간당 10달러 임금과 함께 수천개의 유리 스크린을 닦고 오디오 포트를 테스트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 뉴욕타임스. 2012.01.21.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미국내 공장의 반복직무는 해외로 이전하였고 중간관리자와 근로자는 기계로 대체되었습니다. 한때 엔지니어로 높은 몸값을 받았던 사라고사는 이제 임시직을 맡으며 시간당 10달러의 임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 미국 내에서 반복직무를 맡는 중산층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졌고, '콜센터 · 장비검수 등 아직 사람의 손이 필요한 저숙련 직무'와 '설계 · 디자인 · 마케팅 등 고숙련 직무'로 양극화 되었습니다. 그 결과, 미국 내 임금불균등의 증가(Within Wage Inequality ↑)가 경제적 문제로 크게 부각되었습니다.  


신흥국으로의 오프쇼어링 및 기술진보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이들은 '화가 난 미국인'(Angry American)이 되었고,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이 되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미국의 중산층 제조업 일자리 감소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기에 이들의 분노가 커졌던 것일까요? 앞으로 다음글을 통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 제조업 중산층 일자리를 없앤 건 '기술변화'일까? '무역'일까? 


이번글에서 살펴본 뉴욕타임스 기사는 미국이 애플 아이폰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주요 원인으로 '중국으로의 오프쇼어링'(offshoring)을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에서 확인했다시피,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무역이 아니라 기술변화가 중산층 일자리를 없앴다" 라고 생각합니다. 비숙련 근로자를 대체하고 숙련 근로자의 몸값을 높이는 '숙련편향적 기술변화'(SBTC)로 인해 임금 불균등이 커졌다는 논리 입니다.


숙련편향적 기술변화를 문제로 지적하는 경제학자와 중국의 부상 및 오프쇼어링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대중들 간 감정적 격차는 계속해서 커져왔습니다.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보호무역을 주장하고 대중국 무역전쟁을 요구하는 대중 · 정치인들의 요구에 대항하여, 경제학자들은 "비록 제조업 일자리는 줄었으나 서비스업 일자리가 증가하여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는 식으로 반박했습니다.


(제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누차 지적[각주:25]해왔듯이) 경제학자들의 이런식의 대응은 대중과 정치권의 외면만 불러왔습니다. 다행히도 몇몇 경제학자들은 대중과 정치권의 목소리를 이해하는 동시에 문제의 원인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중산층 일자리 상실을 깊이 연구한 경제학자들은 '기술 vs 무역'(technology vs. trade)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기술과 무역이 상호연관을 맺고 있다'(technology ↔ trade)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기업의 아웃소싱 그 자체는 국제무역의 영향 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밸류체인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ICT revolution)으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하락(communication cost ↓)한 덕분입니다. 


즉, 오프쇼어링을 통한 무역의 영향과 ICT 발전으로 인한 기술의 영향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 입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기술 vs 무역'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기술과 무역이 어떻게 상호연관적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볼 겁니다.




※ 신흥국 경제성장으로 인한 '대수렴의 시대' → 글로벌 불균등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앞으로도 살펴봐야 할 주제들이 많은 가운데, 우선 바로 다음글을 통해 "신흥국 경제성장으로 인한 '대수렴의 시대' → 글로벌 불균등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⑦] 글로벌 불균등 Ⅰ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Between Inequality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


  1. Remarks by the President in the State of the Union Address. 2013.02.12 [본문으로]
  2. Our first priority is making America a magnet for new jobs and manufacturing. After shedding jobs for more than 10 years, our manufacturers have added about 500,000 jobs over the past three. Caterpillar is bringing jobs back from Japan. Ford is bringing jobs back from Mexico. And this year, Apple will start making Macs in America again. (Applause.)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 https://joohyeon.com/280 [본문으로]
  4. Apple will not be given Tariff waiver, or relief, for Mac Pro parts that are made in China. Make them in the USA, no Tariffs!. 2019.07.27 [본문으로]
  5. Apple’s new Mac Pro to be made in Texas. 2019.09.23 [본문으로]
  6. A Tiny Screw Shows Why iPhones Won’t Be ‘Assembled in U.S.A.’. 2019.01.28 [본문으로]
  7. "오바마 대통령의 물음은 애플이 갖고 있는 확신을 건드린 것이다. (애플이 미국이 아닌 해외에서 생산하는 이유는) 단지 해외 근로자가 더 값싸기 때문이 아니다. 애플 경영진은 해외 근로자의 유순함, 근면성, 산업기술 뿐 아니라 해외 공장의 광대한 규모가 미국의 그것을 능가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하여 Made in U.S.A.는 더 이상 선택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The president’s question touched upon a central conviction at Apple. It isn’t just that workers are cheaper abroad. Rather, Apple’s executives believe the vast scale of overseas factories as well as the flexibility, diligence and industrial skills of foreign workers have so outpaced their American counterparts that “Made in the U.S.A.” is no longer a viable option for most Apple products." [본문으로]
  8. The answers, almost every time, were found outside the United States. Though components differ between versions, all iPhones contain hundreds of parts, an estimated 90 percent of which are manufactured abroad. Advanced semiconductors have come from Germany and Taiwan, memory from Korea and Japan, display panels and circuitry from Korea and Taiwan, chipsets from Europe and rare metals from Africa and Asia. And all of it is put together in China. [본문으로]
  9. “The entire supply chain is in China now,” said another former high-ranking Apple executive. “You need a thousand rubber gaskets? That’s the factory next door. You need a million screws? That factory is a block away. You need that screw made a little bit different? It will take three hours.”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 https://joohyeon.com/284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 https://joohyeon.com/284 [본문으로]
  1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s://joohyeon.com/267 [본문으로]
  13. 한국어 출판명은 '그레이트 컨버전스' [본문으로]
  14.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https://joohyeon.com/220 [본문으로]
  15.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https://joohyeon.com/258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https://joohyeon.com/219 [본문으로]
  17.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https://joohyeon.com/220 [본문으로]
  18.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https://joohyeon.com/258 [본문으로]
  19.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https://joohyeon.com/260 [본문으로]
  20.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21. 한국어 출판명은 '그레이트 컨버전스' [본문으로]
  22.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s://joohyeon.com/269 [본문으로]
  23.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https://joohyeon.com/270 [본문으로]
  24.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25.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s://joohyeon.com/26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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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Posted at 2019. 7. 21. 10:46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TPP 탈퇴와 NAFTA 재협상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의 첫번째 글인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에서 살펴보았듯이, 트럼프행정부는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 하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하여 1974년 무역법 301조 등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상징하는 것은 '미국vs중국 무역분쟁' 입니다. 대통령 트럼프는 집권 7개월째였던 2017년 8월 14일,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로 미국기업이 불합리 혹은 차별적 대우를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하라는 명령[각주:1]을 내렸습니다. 


1년 후인 2018년 3월 22일, 301조 침해 여부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각주:2]되었고, 트럼프는 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부과를 지시합니다.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은 관세와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분쟁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만 집중하면 트럼프행정부 무역정책의 큰 방향을 읽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중국 무역전쟁은 현재 미국 무역정책의 핵심이며 미래 패권을 두고 벌이는 중요한 대결이긴 하나, 트럼프의 무역정책은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180도 돌려놓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외교 · 무역 정책의 방향 : '민주주의 · 시장경제 전파 vs 미국 우선주의'


◆ 전세계 무역체제의 방향 : '다자주의 · 지역주의 vs 공격적 일방주의'


과거부터 트럼프 이전까지, 미국 무역정책은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세계로 퍼뜨리는 대외정책(foreign policy)의 일환이였습니다. 


1945년 2차대전 종전 이후 미국은 GATT를 통해 세계에 자유무역 질서를 세웠습니다. 1990년대 냉전이 종결되자, (아버지)부시행정부와 클린턴행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남미로 확산시키기 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였고, 중국 · 러시아 등 공산주의 경제 국가의 WTO 가입을 지원하였습니다. 2000년대 이후로도 부시 ·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의 가치를 퍼뜨리는 수단으로 무역협정을 이용했고, 양자 자유무역협정(FTA)과 대규모 지역협정인 환태평양 경제공동체(TPP)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상을 추구했던 과거의 무역정책이 미국에게 이득을 가져다주지 않았다고 비판합니다. 


트럼프행정부는 2017년 집권 이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무역정책 아젠다를 통해, "미국은 자유주의 경제 무역시스템을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로까지 확장해왔다. 이들 국가들이 정치 · 경제적으로 자유화되고 미국에게 이득을 안겨줄 거라고 희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은 이들 국가들이 경제와 정치 개혁을 하지 않았고, 주요한 경제기관을 왜곡하고 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자유무역을 말하지만, 오직 자신들에게 득이 되는 규칙과 협정만 지킬 뿐이다.", "우리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둘 것이다(This National Security Strategy puts America First)" 라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가치를 전세계에 전파시키기 위해 GATT · WTO 다자주의 무역시스템(Multilateral Global Trading System)과 NAFTA · TPP 등 지역협정(Regional Agreements)을 활용했던 과거와 달리, 트럼프는 개별 국가와의 양자협정(Bilateral Agreements)을 통해 1:1로 상대하며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킬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2017년 1월 20일 부임한 대통령 트럼프가 가장 먼저 내린 명령 중 하나는 'TPP 탈퇴' 였습니다. 그리고 5월 18일에는 'NAFTA 재협상'을 명령합니다. 트럼프는 "TPP를 선호하지 않으며, 양자협정이 미국 근로자에게 더 낫다", "미국은 멕시코를 상대로 600억 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NAFTA는 시작부터 한쪽만 유리했던 협정이었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WTO 체제가 중국에게만 유리하고 미국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 왔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 = 대중국 무역전쟁' 으로만 바라보면 큰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전파'를 중시했던 전통적인 외교 · 무역 정책의 방향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전환시켰고, '다자주의'와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었던 기존 무역체제를 비판하며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를 구사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과거 행정부들이 이루어 왔던 것을 되돌려 놓으려고 할까요? 이번글을 통해, 클린턴 · 부시 · 오바마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살펴보고, 트럼프가 왜 이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 1990년대 클린턴행정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확산시키자

- NAFTA 체결 · WTO 창설 · 중국의 WTO 가입 지원


중국 제조업 발전 · 기술진보와 자동화 확산 · 2008 금융위기 등으로 인해 미국 중산층이 무너진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이를 회복시키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나왔듯이, 클린턴행정부 무역정책 방향은 1993년~2000년 집권기의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냉전의 종식'과 '미국경제의 부활' 입니다.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와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미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과거 공산주의 체제로까지 확산시키고 싶어했습니다. 또한, 강렬한 반미감정을 가지고 있던 중남미와 경제적협력을 공고히하여 지정학적 안정을 달성코자 했습니다.


국제정치 변화와 더불어 1990년대 들어 미국경제가 부활하며 1980년대 미국 내에 가득했던 보호주의 압력[각주:3]도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과 플라자합의 덕분에(?) 대일 무역수지 적자 폭은 크게 줄어들었고, 미국은 1991년 4월을 시작으로 10년동안 경기호황을 이어가면서 다시 자유무역의 수호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클린턴행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세계에 퍼뜨리는 '관여와 확장'(Engagement and Enlargement)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안보 강화'(Enhancing Our Security) · '번영 제고'(Promoting Prosperity at Home) · '민주주의 확산'(Promoting Democracy)을 대외정책의 주요목표로 내세우게 되었습니다. 


● 1994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미국인 · 미국의 영토 · 미국의 삶의 방식 등 우리의 국가안보를 보호하는 것은 나의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이며 헌법 의무 입니다. 냉전의 종결은 미국의 안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국가안보를 위협했던 공산주의 팽창은 사라졌습니다. (..)


우리는 미국을 더 안전하고 번영하게 만들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 우리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진정한 글로벌 경제를 가지게 되었으며, 미국 일자리와 투자의 범위를 확장시켜 줄 겁니다. 민주주의 국가간 커뮤니티는 증진하고 있으며, 정치적안정 · 분쟁의 평화적 해결 · 인간존엄성 등이 증진될 겁니다.  (...)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의 중점목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 준비된 군사력으로 안보 보호

▷ 미국경제 부활 촉진 

▷ 해외로 민주주의 촉진시키기


우리는 안보 보호 · 미국경제 부활 · 민주주의 촉진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안보가 강한 국가는 자유무역을 지지하며 민주주의 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며 무역관계로 강하게 연결된 국가는 안정감을 느끼며 자유를 향해 노력할 겁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는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가능성이 적으며 미국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나의 행정부가 시작된 이래로, 우리는 이러한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행동을 취해왔습니다. NATO, NAFTA, APEC, GATT 우루과이 라운드, 동구권 민주주의 지원. (...) 우리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의 이익과 가치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자유, 평등, 인간존엄성에 대한 우리의 헌신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의 신호등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만약 우리가 세계적 문제에 능동적으로 관여한다면(engaged), 미국은 새로운 시대의 위험과 기회를 다룰 수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센 힘을 가지고 있으며, 전세계적 책임감 뿐 아니라 이익도 가지고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으로부터 배운 교훈은 고립주의로는 미국의 안보를 지킬 수 없다는 것과 보호무역으로는 번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이 더 안전하게 느끼며 기회를 가지려면, 새로운 위협을 억제하고, 외국의 시장을 개방하고, 민주주의를 해외로 확산시키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독려하며,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를 추구해야 합니다. (...)

냉전은 끝났으나, 미국 리더십의 필요성은 해외에서 그 어느때보다 강합니다. 나는 해외로의 적극적인 관여를 유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컨센서스를 세우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이 보고서는 그 노력의 일부입니다.

- 대통령 빌 클린턴


이처럼 클린턴행정부는 안보 · 자국경제 부흥 등은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국가들간 커뮤니티가 확장됨(enlarging the community of democratic and free market nations)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NAFTA 체결과 WTO 창설 그리고 중국의 WTO 가입 지원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확산을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 시장친화적 개혁을 원한 멕시코와 민주주의·시장경제를 전파하고 싶은 미국의 만남


  • 왼쪽 : 미국-멕시코-캐나다가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A)을 상징하는 로고

  • 오른쪽 : 1988년~1994년, 멕시코 대통령 살리나스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에서 살펴봤다시피,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시장경제와 자유무역 원리를 멀리하고 국가의 개입 · 민족자립을 우선시하는 경제체제를 가진채 미국을 향해 적대적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시장원리와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선택은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고 1980년대 외채위기를 겪게 됩니다.


결국 멕시코는 1985년 자유무역 체제인 GATT 가입을 선언하였고 1987년 제조업 상품 교역을 자유화 합니다. 그리고 1988년 집권한 대통령 살리나스(Salinas)는 생산성향상을 이끄는 국내개혁을 통해 멕시코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를 원하였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법률 및 정책을 통해 개혁을 시작하더라도 국내 이익집단이 강하게 반발하면 수포로 돌아가기 쉬웠고, 이를 수차례 지켜봤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멕시코를 신뢰하지 않았었습니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살리나스 대통령은 시장친화적 개혁을 지속하기 위한 맹약의 수단(commitment device)으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합니다. 


미국 (아버지)부시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은 멕시코의 제안을 역사적 기회로 바라보았습니다. 미국은 NAFTA를 통해 경제적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멕시코의 반미감정을 해소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리고 멕시코를 시작으로 중남미 전역과 친밀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중남미의 정치경제적 안정 → 미국의 안보 강화'(a starting point for dealing with the common challenges of the Americans)[각주:4]를 노렸습니다.


1990년 6월, 미국 부시 대통령과 멕시코 살리나스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만나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논의하였고, 1991년 2월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의사를 발표합니다. 미국은 이미 1988년에 캐나다와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자간 협정에 멕시코가 추가되는 모습을 띄게 되었습니다. 1991년 6월 공식적으로 시작된 NAFTA 협상은 1992년 8월 결론 지어졌습니다.


미국 민주당과 노조 등이 NAFTA를 극렬히 반대하면서 1992년 대선의 의제로 떠올랐으나, 민주당 클린턴 대통령은 집권 이후에도 전임 행정부가 추진한 NAFTA를 이어나갔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중남미 지역 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전례없는 성취는 평화와 안정 및 경제성장과 교역 촉진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NAFTA 비준은 우리의 중요한 대외정책 성취 중 하나이다. NAFTA는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중남미 민주주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중요한 걸음이 된다."[각주:5]라는 관점으로 NAFTA를 평가했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노동과 환경 부문을 사이드협약으로 추가하는 방식으로 반대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결국 1994년 1월 1일부로 NAFTA가 발효 되었습니다. 


▶ 세계무역기구(WTO) 창설과 중국의 WTO 가입 독려

-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통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국에까지 확산시키자


1990년대 미국은 NAFTA와 같은 지역무역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 뿐 아니라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multilateral world trading system) 창설에도 힘을 썼습니다. 바로, GATT를 대체하는 세계무역기구 WTO 입니다.


이전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각주:6]을 통해, 우리는 '301조 등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사용하는 미국과 이런 미국을 제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구상하는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내심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싶어했던 미국은 자신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부문 개방(GATS)과 지적재산권 보호(TRIPS) 그리고 분쟁해결기구 설립(DSB)이 포함된 새로운 무역시스템을 꿈꾸었고, 세계 각국은 1986년~1994년 간 진행된 GATT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WTO 창설을 결의합니다. 그 결과, 1995년 1월 1일부로 WTO가 출범했습니다.


특히 당시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나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이며, 거대한 중국시장은 미국 기업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희망은 아래에 소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그대로 나옵니다.


● 1997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새로운 세기를 위하여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개방된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우리는 중국이 시장 기반 세계경제 시스템에 통합되도록 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역장벽을 낮추고 경제활동을 왜곡하는 제약을 없앰으로써 중국의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다"[각주:7]


● 1998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새로운 세기를 위하여


"중국을 세계무역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은 명백히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이다. 다음 세기를 생각한다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중국과 정상무역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각주:8] (...) 


1997년과 1998년 정상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장쩌민 주석은 미국-중국 간 무역 및 경제 관계를 강화시키는 조치들에 합의하였다. 우리는 경제개혁에 관여함으로써 중국의 시장개방을 밀어붙일 것이다.[각주:9] 


중국이 WTO 회원이 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 그러나 중국의 가입이 상업적 기초 위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중국은 제거되어야 할 장벽들을 유지하고 있으며, WTO 가입 이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한다. 1997년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중국의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참여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에 합의하였다.[각주:10] 


미국 클린턴 대통령과 중국 장쩌민 주석은 1997년 10월 워싱턴 · 1998년 6월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지며 국제부문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중국은 관세 인하와 시장개방 그리고 시장친화적 개혁을 약속하였고, 1999년 4월 주룽지 총리는 미국에 방문하여 '중국의 WTO 가입이 경제개혁 전략의 핵심' 이라고 발언했습니다. 


1999년 11월 미국과 중국은 WTO 가입을 위한 양자협상을 마무리 하였고, 시애틀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중국의 가입을 지지했습니다. 마침내 2001년 12월 11일부로 중국은 WTO에 가입하게 됩니다. 




※ 2000년대 부시행정부, '경쟁적 자유화'를 통해 미국의 제도를 확산시키자

- 교역상대방과 양자 FTA 체결 추진

- TPP와 TTIP로 발전


2001년 집권한 공화당 부시행정부는 다른 형태로 미국의 가치 · 법률 · 제도를 확산시키고자 했습니다. 바로, 교역상대방과 1:1로 양자 자유무역협정 FTA를 체결하는 방식이며, 이러한 부시행정부의 무역정책을 '경쟁적 자유화'(Competitive Liberalization)라 불렀습니다.


경쟁적 자유화란 말그대로 '여러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무역자유화를 실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역자유화를 경쟁적으로 실시한다??? 이것은 과거의 무역자유화 방식과 크게 다릅니다. 전통적인 무역자유화 방식은 일방주의 혹은 상호주의[각주:11] 입니다. 다른 나라가 어떻게하든 상관없이 자국의 무역장벽을 낮추거나, 교역상대방과 협상을 통해 서로의 무역장벽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방식 입니다. 여기에는 다른 국가보다 무역장벽을 '먼저' 그리고 '더 많이' 낮추는 경쟁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 미국의 '경쟁적 자유화' 무역정책과 FTA 체결 확산

- 국내개혁을 원한 신흥국과 시장친화적 법률 및 규제정책을 확산하려한 미국의 만남


그런데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가 되자 경쟁의 필요성이 증대되었습니다. 자국에서 만든 상품을 외국으로 수출하고 외국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수입하던 과거의 교역형태와 달리, IT발전으로 통신비용이 하락하자 제조공장이 다른 국가로 이동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과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firms)이 등장하는 세계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 국가의 무역정책 성공은 단순히 관세 인하를 통해 무역장벽 낮추는 게 아니라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글로벌 생산 분업 체계에 합류하는 것'(compete aggressively for the footloose international investment that goes far to determine the distribution of global production)[각주:12]이 되었습니다. 이때,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시장규제 정책 · 반독점법 · 지적재산권 보호 등 국가의 규제와 법률을 기업친화적으로 변경시키고 선진국 수준에 맞도록 탈바꿈 해야 합니다. 


따라서, 신흥국과 미국은 FTA 체결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신흥국은 미국과의 FTA 체결을 통해 글로벌 분업체계 참여와 미국시장 진출 뿐 아니라 국내 법률과 제도의 개혁을 이끌어내고 싶어했습니다. 미국은 자국시장 접근을 보다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대가로 미국 스타일의 시장친화적 법률과 규제정책을 외국에 확산시키면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00년대 신흥국과 미국에게 FTA 체결은 단순한 무역정책이 아니라 국내 경제개혁 정책 및 대외정책 이었습니다.


(사족 : 노무현대통령은 한미FTA 추진의 이유를 '외부충격을 통한 서비스업 개혁'으로 꼽았었습니다. 즉, 당시 한국이 미국과의 FTA를 추진한 목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2001년~2005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 2005년~2006년 미 국무부 차관을 역임한 로버트 졸릭(Robert Zoellick)

  • 로버트 졸릭은 미 무역대표부 대표를 역임하며 부시행정부의 '경쟁적 자유화' 무역정책을 주도하였다.


여기서 부시행정부의 '경쟁적 자유화' 무역정책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로버트 졸릭'(Robert Zoellick) 입니다. 로버트 졸릭은 2001년~2005년 동안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역임하면서 FTA 체결을 늘려왔습니다. 2001년 부시행정부가 들어섰을 때 미국은 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 · NAFTA 등 단 2개의 특혜무역협정(PTAs)만 체결하고 있었는데, 이후 싱가포르 · 칠레 · 한국 등 10여개 국가와 FTA를 체결했습니다. 


졸릭은 연설 · 언론기고 등을 통해 부시행정부 무역정책 방향을 수차례 밝혀왔습니다.


글로벌 무역시스템을 미국의 가치와 나란히 놓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주권을 존중하면서 개방적이며 효율적인 시장을 독려할 수 있다. 우리는 보호주의에 빠지지 않고 핵심 노동기준, 환경보호, 건강 등을 독려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법률준수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구해야 한다.[각주:13]


부시행정부가 3년전 미국 무역정책 아젠다를 새로 내놓았을 때, 우리는 계획을 분명히 그리고 공개적으로 제시했었다. 우리는 전세계 · 지역 · 양자 협정의 방식으로 자유무역을 진전시키기 위하여 '경쟁적 자유화' 전략을 추구할 것이다. 다양한 방식을 동시에 사용하여 앞으로 나아갈 것이며, 장애물을 극복하거나 우회할 것이고, 개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대의 레버리지를 활용할 것이며, 경제 및 정치 개혁의 맹약수단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을 타겟으로 하며,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며, 세계경제 내 모든 지역에서 미국의 유대관계를 강화할 것이며, 자유무역을 선봉에 세울 것이다.[각주:14]


 - Evenett and Meier. 2008. An Interim Assessment of the US Trade Policy of 'Competitive Liberalization'에서 재인용


로버트 졸릭은 교역상대방들에게 미국과의 FTA에 참여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개혁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신흥국들이 가지는 것이 바로 '경쟁적 자유화'의 핵심 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FTA 체결을 더 원했던 쪽은 미국이 아니라 신흥국 이었습니다. 신흥국은 가만히 있으면 미국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 · 외국인 투자 유치 경쟁 · 글로벌 생산 분업 체계 참여 경쟁 등에서 다른 신흥국들에게 밀려난다는 두려움에 더 절박했습니다. 


미국은 거대한 자국시장을 지렛대로 삼아 신흥국에게 원하는 것을 비교적 손쉽게 관철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렇게 체결한 FTA를 후속 무역협정의 모델로 삼고자 했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100여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 WTO 라는 다자주의 무역기구(multilateral) 보다 신흥국과 1:1로 상대하는 양자 자유무역협정(bilateral)이 더 편리했습니다. 미국은 FTA를 통해 지적재산권 · 외국인투자협정 등을 자국에게 유리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습니다.


▶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TPP) 및 범대서양 무역 투자 동반자 협정 (TTIP)

'높은 수준의 21세기적 기준(high quality, twenty first century standard)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시작된 FTA는 이후 대규모 지역별 협정(Mega Regional Agreement)로 확대됩니다. 부시행정부는 애초부터 양자간 FTA를 '순차적 무역 자유화'(sequential trade liberalization)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개별 국가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범위를 넓힌 다음에 범지역적 경제블록을 형성하려고 하였죠. 


바로,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와 범대서양 무역 투자 동반자 협정(TTIP) 입니다.



2009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오바마행정부는 부시행정부의 구상을 이어받았고, 미국 · 뉴질랜드 · 싱가포르 · 칠레 · 일본 · 캐나다 · 멕시코 · 호주 및 기타 등등 12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은 EU와의 대규모 지역협정을 추진하였고, 범대서양 무역 투자 동반자 협정 (TTIP)을 위한 협상을 개시합니다.


오바마행정부는 TPP를 통해 '높은 수준의 21세기적 기준(high quality, twenty first century standard)'을 관철시키고자 했습니다. TPP는 단순히 상품 관세 인하를 위한 무역협정이 아니라 금융 및 서비스부문 개방 · 경쟁정책 · 지적재산권 · 글로벌 생산 분업을 위한 원산지 규정 · 투자 · 외환 등 새로운 경제환경에 필요한 것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협정이었습니다. 


게다가 오바마행정부에게 TPP는 외교정책의 일환으로도 중요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원하였고,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 이라는 대외정책을 공표했습니다. 미국은 아시아로 군사력과 외교력을 재배치하였고, TPP는 중국을 제외한 경제동맹 건설을 의미했습니다.




※ WTO를 놔두고... 왜 NAFTA · 양자 FTA를 체결하고 있나 !!!

NAFTA · FTA · TPP를 비판하는 경제학자의 논리


무역협정을 이용하여 민주주의 · 시장경제 그리고 미국의 제도를 확산시키려 했던 미국 전임행정부들의 모습은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와 비교하면 딱히 문제될 것이 없어 보입니다. 아니 문제 삼는 게 이상해 보입니다. 미국만 우선시 하며 교역상대방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전세계를 생각하면서 자유무역을 전파하는 정책은 이상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 경제학자는 1990년대 · 200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을 우려스럽게 바라봤습니다. 바로,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 입니다.


  • 국제무역이론의 대가,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


바그와티는 이전글에서도 몇 차례 등장한 바 있습니다. 바그와티는 1980년대 미국의 무역정책인 '공격적 일방주의'를 비판하며, 미국의 전통적인 호혜주의가 언제든지 상호주의와 보호주의로 돌변할 수 있으며, 80년대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훼손하는 현실을 걱정했습니다.


여기서 걱정의 핵심은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훼손' 입니다. 바그와티는 'GATT · WTO 등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Multilateral World Trading System)을 통해 전세계로 자유무역을 확산시키는 것을 선호'하였기 때문에,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NAFTA 및 TPP와 같은 지역무역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 혹은 개별 FTA와 같은 양자 무역협정(bilateral trade agreement) 등도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자주의를 선호하는 바그와티의 논리를 살펴보기에 앞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질문을 먼저 던져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GATT와 WTO가 있었는데, 왜 일부 국가들끼리만 또 다른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그렇다면 GATT · WTO와 NAFTA · FTA · TPP 등은 무엇이 다르지?" 입니다.


▶ WTO 창설 논의 중에 이스라엘 · 캐나다와의 FTA 그리고 NAFTA를 추진한 미국 


1970년대-80년대 초반, 미국은 당시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이었던 GATT에 상당한 불만[각주:15]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GATT는 개발도상국의 비관세장벽(보조금·덤핑)과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유의미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으며, 폐쇄적인 일본시장을 개방시키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보다 못해 GATT를 개혁하기 위해 나섰으나, 유럽은 자신들의 경제공동체를 건설하는데 집중하였고 개발도상국은 당연히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GATT 체제의 한계는 미국이 외국 시장을 강제로 개방시키는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GATT를 우회하여 개별 국가들과 1:1로 양자 무역협정을 맺을 수 있음도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은 1986년 이스라엘 · 1988년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으로써, 'GATT를 개혁하지 않으면 양자 무역협정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과 양자 FTA 체결을 목격한 유럽 · 일본 등은 미국을 통제하고 회유하기 위하여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창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1986년 GATT 우루과이 라운드가 개최되면서 WTO 창설 구상에 들어가게 됩니다.


즉, 1980년대 후반 미국이 맺은 2개의 양자 FTA (bilateral FTA)는 '새로운 다자주의 체제 설립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비교적 강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다자주의 시스템인 WTO가 창설 논의 중인 와중에도 미국은 다자주의를 우회하는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했습니다. 바로, 미국-멕시코-캐나다의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입니다. 이번글에서 살펴봤듯이, 미국은 중남미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고 싶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유럽의 경제공동체에 대항하는 북미 경제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NAFTA를 통해 '다자주의에서 합의하지 못한 사항'을 멕시코에게 강제할 수 있었습니다. '다자주의에서 합의하지 못한 사항을 강제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자주의 시스템인 GATT · WTO와 양자 FTA · 지역무역협정 NAFTA는 무엇이 다른지를 우선 알아야 합니다.

 

▶ 다자주의 시스템인 GATT · WTO와 양자 FTA · 지역협정 NAFTA는 무엇이 다른가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인 GATT · WTO는 말그대로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주의'(multilateral) 입니다. 1947년 23개국이 참여했던 GATT는 이후 100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였고, 오늘날 WTO에는 164개국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GATT · WTO를 지탱하는 핵심원리는 '비차별주의'(non-discrimination)와 '협상을 통한 상호양보'(mutual, reciprocal concession) 입니다.


다자주의에 참여한 국가는 교역상대국들 간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특정한 교역상대국에게만 더 낮은 관세율을 제공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하더라도, GATT · WTO 규정인 '무조건적 최혜국대우'(unconditional MFN)가 발동하여 다른 교역상대국들이 적용받는 관세율도 낮아집니다. 


그리고 GATT · WTO의 규칙 및 시장개방 대상 품목 등은 다자주의에 참여한 국가들 간 협상을 통해 결정됩니다. 미국은 유럽과 개발도상국의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고 싶어하더라도, 다수의 국가들이 반대한다면 이를 얻을 수 없습니다. 국가들은 반대급부로 무언가를 내주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며, 이처럼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은 '상호주의'(reciprocity)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때, GATT와 WTO는 핵심원리를 회피할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GATT 24조에 따르면, 관세동맹 혹은 양자 자유무역협정 그리고 지역 무역협정 등은 무조건적 최혜국대우가 적용 되지 않으며 이를 특혜무역협정(PTA, Preferential Trade Agreement)이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NAFTA를 체결함으로써 멕시코 및 캐나다에게 더 낮은 관세율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GATT와 WTO의 최혜국대우를 위반한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EU를 결성한 유럽은 역내 국가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PTA는 협정에 참여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를 차별적으로 대우할 수 있습니다.  


1947년 GATT가 만들어졌을 때 PTA를 허용했던 이유는 다자주의 자유무역을 더 완벽히 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동시에 무역장벽을 허물어뜨리고 자유무역을 받아들이는 건 이를 반대하는 국내 정치적 여론이 강했기 때문에, 우선 서로 친밀한 국가들끼리 별도의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다자주의의 구멍을 메우려 했습니다.


그런데... 다자주의를 완벽히 하기 위해서 도입되었던 PTA는 1980년대 후반이 지나자 다자주의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됩니다.


▶ 전세계가 참여하는 다자주의 세계무역 시스템, 원하는 것을 관철할 수 없다


다자주의는 말그대로 수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체제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느릴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GATT는 상품시장 관세장벽 철폐를 목적으로 1947년 출범하였습니다. 1970년대 들어 덤핑 등 비관세장벽이 문제가 되었는데, 이를 철폐하기 위한 합의에 이르는데 6년이나 걸렸습니다. 또한, 농산물시장 · 서비스부문 · 지적재산권 · 분쟁해결절차를 다루는 우루과이 라운드는 무려 8년이 필요했습니다. 다수의 국가들이 의제에 찬성해야 규칙으로 제정할 수 있는 다자주의 구조에서 각국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오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건 · 환경이슈 · 외국인투자 · 오프쇼어링 등 현대 무역협정에 필요한 다른 이슈들을 다자주의 체제에서 다룰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2001년 시작한 WTO 도하라운드는 현재까지 답보 상태에 있습니다.


결국 개별 국가들은 원하는 내용을 빠른 시일 내에 관철시키기 위하여, 다자주의 체제를 우회하여 지역무역협정 · 양자 FTA 등 특혜무역협정 PTA 체결을 늘려나갔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와 부시행정부가 추진한 양자 FTA의 내용을 살펴보면 PTA의 이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 미국 내에서는 NAFTA 체결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극심했습니다. 


문제는 개발도상국인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NAFTA는 미국이 개발도상국과 처음 맺는 주요한 무역협정이었으며, 멕시코의 낮은 임금 때문에 미국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습니다. 위의 표에 나오듯이, 1994년 멕시코 자동차산업 근로자의 시간당 실질 인건비는 미국의 1/8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상품에 더 낮은 관세를 부과하면, 제3국 → 멕시코 → 미국의 경로로 다른나라의 상품이 우회수출 될 가능성을 염려했습니다. 특히 미국 자동차기업들은 멕시코로 생산공장을 이동시켜 저임금 근로자를 활용할 구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때 일본 및 유럽 자동차가 멕시코를 통해 우회수출 된다면,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NAFTA를 통해 얻는 이득은 줄어듭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여 NAFTA에는 노동부문 부속협약(labor side agreement) 및 원산지 규정(rule of origin)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멕시코의 저임금을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근로자 권리 보호, 그리고 미국-멕시코-캐나다 역내에서 생산된 부품이 완성차 부가가치의 62.5%를 차지해야 한다는 역내가치비율(Regional Value Content) 조건이 요구되었습니다.


2000년대 미국이 주도한 양자 FTA와 TPP에는 노동 · 원산지규정은 물론이고, 앞서 살펴봤듯이 규제정책 · 법률 등을 개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미국은 FTA를 통해서 미국의 제도와 법률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노동 · 원산지규정 · 외국인투자 · 지적재산권 · 제도와 법률 등을 다자주의 체제에서 관철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며 가능하다 하더라도 오랜 시일이 걸립니다. 하지만 지역무역협정 · 양자 FTA 등 특혜무역협정 PTA를 이용하면 다자주의를 우회하여 '다자주의에서 합의하지 못한 사항'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킬 수 있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 PTA가 확산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자그디쉬 바그와티 "특혜무역협정은 자유무역이 아니다"



각국은 다자주의를 회피하기 위하여 1990년대 들어서 특혜무역협정 PTA 체결을 폭발적으로 늘려 나갑니다. 1950년~2010년, PTA 누적 건수를 보여주는 위의 그래프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 자그디쉬 바그와티는 이러한 세계 무역의 흐름 변화를 우려스럽게 바라봤습니다. 바그와티는 PTA 확산이 처음의 목적대로 자유무역 체제를 더 공고히하는 것(building blocks)이 아니라 자유무역 체제를 쓰러뜨리는 것(stumbling blocks) 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바그와티는 1990년 논문 <다자주의에서 이탈 : 지역주의와 공격적 일방주의>, 1993년 <지역주의와 다자주의 : 개괄>, 1994년 논문 <세계 무역시스템에 대한 위협 : 소득분배와 이기적 헤게모니>, 2008년 단행본 <무역시스템 내 흰개미 : 어떻게 특혜협정은 자유무역을 훼손하는가>, 2016년 단행본 <세계 무역시스템 : 트렌드와 도전> 등을 통해 특혜무역협정(PTA)과 지역주의(regionalism)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바그와티가 비판에 사용한 논거는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 특혜무역협정은 제3국을 차별하는 것이며 그 결과 무역창출(trade creation)보다 무역전환(trade diversion) 효과가 더 크다


특혜무역협정은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협정에 참여한 교역상대국에게 특혜를 줍니다. 제3국이 대접받는 최혜국대우 보다 더 낮은 관세율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다자주의가 규정하지 않는 부문의 시장을 개방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러한 특혜 덕분에 협정 참가국 간에 더 많은 교역이 발생한다면, PTA는 무역을 창출하는 효과를 내게 됩니다. 말그대로 무역창출(trade creation) 입니다.


하지만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제3국을 차별한다는 관점에서 PTA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소비자들은 동일한 관세였다면 유럽 · 일본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를 구매했을텐데, NAFTA의 차별적 관세 영향으로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자동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유럽 · 일본산 자동차가 더 큰 후생을 줄 수 있다면, NAFTA는 비효율적인 선택을 유발한 꼴이 됩니다. 이처럼 PTA로 인하여 자원이 더 효율적인 생산자에서 비효율적인 생산자로 이동하는 현상을 무역전환(trade diversion) 이라 합니다.


바그와티가 보기엔 지역무역협정 · 양자 자유무역협정 등의 PTA는 무역창출 보다 무역전환 효과가 더 컸습니다. 그는 "PTA 멤버들 간 교역 중 상당수가 협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교역 중 16% 만이 PTA로 인한 추가 관세 인하를 혜택을 보고 있다."[각주:16]는 근거로 무역창출 효과가 적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둘째, 강대국은 다자주의를 회피하여 이기적 헤게모니(selfish hegemon)를 휘두르고 있다.


다자주의에서 합의하지 못한 사항과 미국식 제도 · 법률을 PTA를 통해 관철시킨 미국의 행동과 의도성은 바그와티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다자주의 회피를 위해 PTA를 사용하였으나, 바그와티는 "헤게모니가 센 강대국이 비헤게모니 그룹과의 순차적 협상을 통해 더 많은 보수를 챙긴다"고 바라봤습니다.


1980년대 미국이 GATT 체제에서 벗어나 일본과 직접 반도체협정[각주:17]을 맺었듯이, 기본적으로 힘이 센 국가는 소수의 국가를 상대로 협상을 할 때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양자 FTA는 말할 것도 없고 NAFTA · TPP 등 소수가 참여한 지역무역협정에서 우위에 있는 건 강대국 입니다. 


힘을 이용하여 외국의 시장을 개방시키는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이 '처벌전략'(punishment strategy) 라면 PTA는 '유인전략'(incentive strategy)이고, 이 둘은 형태만 다를 뿐 사실상 마찬가지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바그와티는 'PTA는 제3국을 차별하는 보호무역 협정이나 마찬가지이며, NAFTA 등 지역주의는 세계 자유무역 체제를 더 공고히 하는 게 아니라 훼손시키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바그와티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PTA는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자주의 세계 무역시스템인 WTO로 돌아가야 한다" 고 주장했습니다.


▶ 오프쇼어링 및 글로벌 밸류 체인 교역을 다루는 새로운 무역협정 필요성 증대



국제무역이론을 전공한 경제학자들이 기본적으로 다자주의 체제를 이상적으로 바라보긴 하지만, 모든 학자들이 바그와티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경제학자 리차드 발드윈(Richard Baldwin)은 '21세기 변화된 경제구조에서 깊은 수준의 지역무역협정(deep RTAs)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발드윈은 '글로벌 밸류 체인 형성'(GVC)과 '오프쇼어링 확대'(offshoring)을 중심으로 세계무역패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해있는 기업들이 공정단계에 참여하면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글로벌 밸류체인'(GVC, Global Value Chain) 이라 합니다. 전세계 여러 국가들을 잇는 글로벌 밸류체인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된 것이 '선진국 기업의 오프쇼어링'(offshoring) 입니다.


20세기 운송비용 하락으로 시작되었던 세계화는 '한 국가에서 만든 상품을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형태'(made-here-sold-there)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통신비용 하락한 덕분에 오늘날 세계화는 선진국의 지식(knowledge)과 개발도상국의 노동(labor)이 결합하여 '여러 곳에서 만든 상품을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형태'(made-everywhere-sold-there)로 진화했습니다.


따라서, 21세기 무역협정은 단순한 관세 인하가 아니라 생산의 분업화 · 외국인투자 · 사람과 아이디어의 이동 · 지적재산권 등을 다루어야하는데, 이를 할 수 있는 것은 다자주의 WTO가 아니라 TPP 등 '깊은 수준의 지역무역협정'(deep RTAs) 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족 : 리차드 발드윈이 바라보는 '21세기 변화된 경제구조'는 향후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의 다른 글을 통해 더 자세히 다룰 계획입니다.)


▶ 행복했던 학문적 논의...


'사실상 보호주의인 PTA 대신 다자주의 체제를 중심으로 해야한다 vs 21세기 변화된 경제구조에 맞추어 지역무역협정 등 PTA를 확대해야 되느냐' 라는 경제학자들 간 논쟁은 화해할 수 없는 토론으로 보였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자그디쉬 바그와티는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과 PTA가 형태만 다를 뿐 사실상 동일하다고 평가했기 때문에 다자주의 체제 이외에 타협의 여지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학문적 논쟁은 지금 돌아보면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벌어진 논의였습니다. 그 이유는 진짜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이 다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 NAFTA · TPP 등의 지역무역협정도 싫고 다자주의 체제인 WTO도 싫다 

- 트럼프 .... Make America Great Again !!!



바그와티는 다자주의와 지역무역협정을 서로 다른 것으로 평가했지만, 트럼프에게 다자주의 체제인 WTO나 지역무역협정 NAFTA · TPP는 여러 국가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것입니다. 100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것과 3~10개 가량의 국가가 참여하는 협정 간 차이는 없습니다. 2017년 1월 20일에 부임한 대통령 트럼프는 3일만에 TPP 탈퇴 명령[각주:19]을 내렸고, 5월 18일에는 NAFTA 재협상을 명령[각주:20]합니다. 


그리고 트위터 · 연설 · 인터뷰 등을 통해 "WTO가 미국에게 불공정하다" 라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미국은 WTO 분쟁해결기구로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1974 무역법 301조를 이용하여 중국에 보복조치[각주:21]를 취했습니다. 또한, WTO의 핵심원리인 무차별적 최혜국대우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를 보완하는 법안을 발의[각주:22]했습니다.


트럼프는 오직 1:1로 상대하는 양자 무역협정(bilateral trade agreement)만이 효율적이며 미국 근로자에게 이익이라고 말합니다. 양자 협상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겠다는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의 의지를 드러낸 겁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NAFTA · TPP · WTO를 싫어하는 것일까요? 트럼프행정부는 2017년[각주:23] · 2018년[각주:24] · 2019[각주:25] 무역정책 아젠다 보고서를 통해 그 이유를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번 파트에서 이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NAFTA로 인해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멕시코로 이동하였다 → USMCA로 재탄생



앞서 짤막하게 언급했듯이, 1990년대 초반 NAFTA 체결을 둘러싸고 찬반 갈등이 극심했던 이유는 '개발도상국인 멕시코'와 맺는 무역협정 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미국은 다자주의 이외에 개발도상국과 주요한 무역협정을 맺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미국 저임금 근로자들과 진보적 성향을 띄는 민주당 의원들은 기업들이 낮은 임금을 활용하려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할 것이고 이에 따라 미국 내 저임금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공장이전 가능성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1994년 당시 멕시코 자동차산업 근로자의 시간당 실질 인건비는 미국의 1/8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여 NAFTA에 노동부문 부속협약(labor side agreement) 및 원산지 규정(rule of origin)을 추가했습니다.멕시코의 저임금을 무분별하게 활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근로자 권리 보호, 그리고 미국-멕시코-캐나다 역내에서 생산된 부품이 완성차 부가가치의 62.5%를 차지해야 한다는 역내가치비율(Regional Value Content) 조건이 요구되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NAFTA가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 자신했습니다. 


그런데...


NAFTA 체결 이후 25년 동안 미국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만 갔고,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은 다른 산업에 비해 정체상태에 있습니다. 그리고 2008 금융위기는 포드 · GM 등 미국 자동차 산업에 큰 충격을 주었고 러스트벨트 지역은 쇠락해 갔습니다.


트럼프대통령과 측근들은 책임 중 일부를 NAFTA에서 찾았습니다. 트럼프행정부는 2018년 및 2019년 무역정책 아젠다에 "NAFTA는 제조업 부문 일자리를 줄였고, 공장을 미국 도시에서 국경을 넘어로 이동시켰다."[각주:26]고 밝힙니다. 


트럼프행정부가 특히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은 '멕시코로의 아웃소싱' 입니다. "NAFTA는 수천개의 미국 기업들에게 멕시코의 저임금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했다. (...) NAFTA는 기업들에게 생산을 아웃소싱할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인들에게 손해를 주는 조항을 담고 있다."[각주:27]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트럼프행정부는 기존 NAFTA를 대폭 개정함으로써 미국인들을 보호하기로 합니다. 바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입니다. NAFTA를 대체할 USMCA의 주요 목표는 '아웃소싱을 독려하는 조항 피하기'(avoid provisions that will encourage outsourcing)로 설정되었습니다.



  • 1994년과 2012년, 미국 · 멕시코 · 캐나다 자동차산업 근로자 시간당 실질 인건비

  • 오늘날에도 멕시코 자동차산업 근로자의 인건비는 미국에 비해 굉장히 낮다

  • 출처 : Peterson Institute. 'NAFTA at 20 : Misleading Charges and Positive Achivements'


아웃소싱을 억누르기 위해 강화된 것 중 첫번째가 노동부문 협약 입니다. 


분명 클린턴행정부는 멕시코로의 공장이전 가능성을 우려하여 노동부문을 NAFTA에 추가했습니다. NAFTA 노동부문 협약은 멕시코 근로자의 권리 보호 · 노조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멕시코 근로자의 권리는 향상되지 않았으며, 1994년 이후 25년이 지나도록 멕시코 자동차산업 임금도 크게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오늘날에도 멕시코 자동차산업 근로자의 임금은 여전히 미국에 비해 굉장히 낮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미국 기업들은 저임금을 활용하기 위해 멕시코로 이동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트럼프행정부는 기존 NAFTA에 부속협약(side agreement)으로 있던 노동부문 조항을 USMCA에서는 본 협약으로 격상시켰고, 멕시코 근로자의 집단교섭권 강화 · 국제노동기구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멕시코 노동법 개정 등을 담아냈습니다.


이렇게 트럼프행정부는 전세계를 향해 메세지를 보냅니다. "USMCA는 교역상대국들에게 극적인 신호를 보낸다. 미국인 근로자를 이용하기 위해 혹은 미국 일자리를 빼앗는 볼공정한 노동관행을 사용하기 위해 무역협정을 이용하는 시대는 끝났다."[각주:28] 


USMCA에서 강화되고 추가된 두번째 사항은 원산지 규정(rules of origin)과 노동가치비율(labor value content) 입니다. 


기존 NAFTA에는 제3국 → 멕시코 → 미국으로의 우회수출을 방지하기 위한 원산지 규정이 들어있습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역내에서 생산된 부품이 완성차 부가가치의 62.5%를 차지해야 한다는 역내가치비율(regional value content) 조건입니다.


트럼프행정부는 이 비율이 작다고 판단하여 85%로 상향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난색을 표했고, 협상 끝에 USMCA에서는 역내 가치비율이 75%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이는 일본 · 유럽의 자동차 기업들이 북미 내에서 직접 생산을 더욱 늘리게끔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화된 원산지 규정은 제3국의 우회수출을 더 엄격히 규제함으로써 전세계 자동차 기업들의 북미 내 직접투자를 유도하지만, 그 북미가 미국이 아니라 멕시코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USMCA에는 '자동차 부품의 40~45%를 시간당 16달러 이상의 근로자가 생산해야 한다'는 노동가치비율(labor value content)을 추가했습니다. 멕시코의 어떤 공장도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미국으로의 리쇼어링(reshoring)을 강제하고 있는 셈입니다.


트럼프행정부는 USMCA 노동부문 및 원산지규정 강화 그리고 노동가치비율 조항 신설을 두고, "이러한 조항들은 미국 무역정책이 극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더 낮은 임금을 이용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생산기지를 이동하는 것을 독려하는 무역협상'에 합의해왔다. 오늘날 우리는 다른 접근을 채택하고 있다."[각주:29] 라고 말합니다.


▶ TPP로 혜택을 보는 곳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 TPP 탈퇴


1990년대와 2000년대 미국인들은 '세계화'(Globalization)를 장밋빛 미래를 불러오는 변화로 바라봤습니다.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인들과 소통하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구 공산주의권으로까지 확산되는 시대. 


인터넷이 등장하고 이에 기반을 둔 세계화가 확산되던 1990년대에 대통령을 역임한 클린턴은 교역확대를 통해 전세계 통합을 진전시키면 미국인들도 번영을 누릴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런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NAFTA를 체결하고 WTO를 창설하고 중국의 WTO 가입을 지원했던 겁니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와 비교하여 줄어들었고, 그 공백을 메운 것은 중국 입니다. 트럼프는 중국의 부상을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과거 행정부의 잘못된 무역협상이 이를 만들어냈다고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부임 3일만에 TPP 탈퇴 명령을 내립니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TPP 탈퇴를 의아하게 바라봤습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TPP를 형성하려고 했던 목적이 중국에 대한 견제 였기 때문입니다. 부시행정부는 미국의 제도와 법률을 전파하려는 목적으로 TPP를 구상하였고, 오바마행정부는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 이라는 대외정책 목표 하에 환태평양 국가들의 TPP 가입을 이끌었습니다.


트럼프행정부가 우려한 점은 TPP의 '약한 원산지 규정'(weak rules of origin) 입니다. 일례로 TPP의 자동차 원산지 규정에서 요구하는 역내가치비율은 45%인데, 이는 기존 NAFTA와 새 USMCA와 비교하여 낮은 수준입니다. 이로 인해 TPP 미가입국도 자동차 부품 55%를 제공하면서 미국시장에 이전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만약 TPP 미가입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임금이 낮고 근로자 보호가 취약하다면 문제는 악화됩니다. 전세계 기업은 저임금 TPP 미가입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TPP 국가들과 밸류체인을 형성함으로써 관세혜택에 편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행정부는 TPP의 약한 원산지 규정을 이용하여 아웃소싱과 우회수출을 꾀할 국가로 중국을 지목합니다. 


"혹자는 미국이 TPP에 가입함으로써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다룰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TPP 가입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을 정확히 인지하였다. 일례로, 미국 근로자가 겪는 주요한 문제는 기업들의 아웃소싱 이다. TPP의 원산지 규정 하에서, 자동차 생산의 55%를 담당하는 중국과 45%를 담당하는 베트남이 미국시장에 관세 없이 들어올 수 있다. TPP의 노동, 환경, 지적재산권, 통화 조항 등은 미국의 우려를 다루기에 부적합하다. 요약하면, TPP는 아웃소싱을 더욱 초래하며 미국 근로자를 더욱 불리하게 만든다"[각주:30]


▶ WTO 무조건적 최혜국대우는 외국의 높은 관세율을 허용한다 → 2019 상호교역법 


트럼프행정부는 NAFTA · TPP 등 지역무역협정을 비판하지만 (바그와티 처럼) 다자주의 기구인 WTO를 선호하지도 않습니다. 트럼프행정부는 '다자주의 무역시스템 개혁하기'(Reforming the Multilateral Trading System)을 2018년 무역정책의 5대 목표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트럼프행정부가 WTO에 대해 문제 삼는 부분은 크게 2가지이며, 첫째는 무조건적 최혜국대우(unconditional MFN)이고 둘째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다루지 못하는 분쟁해결기구 입니다. 이번글에서는 왜 미국이 WTO의 무조건적 최혜국대우를 문제 삼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글 앞부분에서 설명하였듯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인 GATT · WTO를 지탱하는 핵심원리는 '비차별주의'(non-discrimination) 입니다. 다자주의에 참여한 국가는 교역상대국들 간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특정한 교역상대국에게만 더 낮은 관세율을 제공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하더라도, GATT · WTO 규정인 '무조건적 최혜국대우'가 발동하여 다른 교역상대국들이 적용받는 관세율도 낮아집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WTO의 최혜국대우 적용이 '무조건적'(unconditional) 이라는 점입니다. 


최혜국대우는 여러 교역상대국들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함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나의 교역상대국들 간에 차별을 두지 말라는 의미이지, 상대방이 나에게 대우하는 만큼 나도 동등하게 대우하라는 상호주의적 의미가 아닙니다(non-reciprocal tariff). 


예를 들어, A국가가 B, C, D 국가의 수입품들에 동등하게 10%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B국가는 A, C, D 국가에 동등하게 3%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면, A와 B 국가는 서로 다른 관세율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A와 B국가는 각자의 교역상대국들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점에서 최혜국대우를 준수한 겁니다. 


만약 최혜국대우가 '조건적'(conditional) 이라고 한다면, B국가는 A국가를 향해 "너도 나에게 3%의 관세율을 부과해야만 최혜국대우 적용을 해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너에게만 10%의 관세율을 부과하겠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호동등한 관세를 조건부로 최혜국대우를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WTO가 요구하는 최혜국대우는 '무조건적'(unconditional) 이기 때문에, WTO 가입국들은 '상호동등하지 않은 관세'(non-reciprocal tariff)를 주고받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번글의 위에서 언급했듯이, WTO는 상호주의(reciprocity)를 기본원리로 하나 시장개방을 두고 서로 간에 협상과 양보를 한다는 의미일 뿐, 상호동등한 관세율을 주고받음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사족 : 상호주의reciprocity에 대한 더 자세한 논의는 이전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참고)


미국은 바로 이 점이 불만입니다.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정책 위원회는 2019년 5월 발간한 보고서 <미국 상호교역법 : 일자리와 무역적자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현재 미국이 얼마나 불공정한 교역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은 중국 · EU · 브라질 등 교역상대방의 자동차 수입품에 2.5%의 관세율을 동일하게 부과하며 최혜국대우를 준수하고 있으나, 상대국들은 미국산 자동차에 각각 15% · 10% · 35%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산 뿐 아니라 다른나라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대해서도 동등한 관세율을 부과하여 최혜국대우를 준수할테지만, 어찌됐든 미국 입장에서는 상호동등하지 않은 교역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자동차 뿐 아니라 다른 상품에도 이러한 모습이 나타납니다.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정책 위원회는 "2018년 미국 무역적자는 6,220억 달러를 기록하며 10년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무역대표부가 말하듯이, 국제교역장에서 지속되는 불공정하고 비상호적인 교역관행(unfair and nonreciprocal trading practices)이 미국 무역적자를 초래하고 있다. 비상호적인 교역이 발생하는 원천은 WTO하의 최혜국대우 규칙이다."[각주:31] 라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를 교정하기 위하여 2019년 1월 24일 하원의원 숀 더피(Sean Duffy)의 주도로 '2019년 상호교역법'(US Reciprocal Trade Act 2019)을 발의했습니다. 


2019년 상호교역법의 내용은 '만약 외국이 부과하는 관세율이 높거나 비관세장벽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대통령은 이를 낮추거나 제거할 협상 권한을 갖게 된다. 만약 외국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대통령은 외국의 보호주의를 제거할 상호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역장벽 철폐를 위해 대통령에게 무역협상 권한을 위임했던 '1934년 호혜통상법'(RTAA, Reciprocal Trade Agreement Act)은 호혜주의 로부터 나왔으, '2019년 상호교역법'은 상호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글에서 강조한 reciprocity의 2가지 다른 의미-호혜주의vs상호주의-[각주:32]의 차이가 명백히 보여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연두교서에서 "미국 상호교역법은 외국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와서 관세를 낮출 수 있는 놀라운 도구가 될 것이다"[각주:33]라고 발언하며, 양원 의회에서의 법안 통과를 주문했습니다.




※ 무역법 집행과 양자 재협상을 통한 미국 우선주의 실현


이처럼 트럼프행정부가 보기엔 NAFTA · TPP · WTO 등은 미국의 이익을 훼손시키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통해 전세계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는 건 이상이었을 뿐, 미국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이 지역무역협정이냐 다자주의냐는 것은 경제학자들에게나 중요한 구분일 뿐, 이제부터 해야할 일은 외국의 불공정 무역과 오프쇼어링으로부터 미국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 외교 · 무역 정책의 방향 : '민주주의 · 시장경제 전파 vs 미국 우선주의'


◆ 전세계 무역체제의 방향 : '다자주의 · 지역주의 vs 공격적 일방주의'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 방향은 명확합니다. 미국인들의 이익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1974 무역법 301조 등을 사용하여 외국의 불공정 및 비상호적인 무역관행을 시정케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를 구사하겠다 입니다.


대통령 트럼프는 후보시절부터 공정한(fair) · 균형잡힌(balanced) · 상호적인(reciprocal) 무역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해왔고, 집권 이후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실제 행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7년[각주:34] · 2018년[각주:35] · 2019[각주:36] 무역정책 아젠다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행정부가 내놓은 무역정책 목표는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 미국을 최우선으로 두며, 미국인을 위해 불균형한 협정을 바로잡는다

- 2018년 무역정책 아젠다 : Putting America First

- 2019년 무역정책 아젠다 : Rebalancing Trade to Benefit Americans


▶ 미국 무역법의 강력한 집행

- 2017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4가지 중 : Strictly Enforcing U.S. Trade Laws

- 2018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5가지 중 : Aggressive Enforcement of U.S. Trade Laws

- 2019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3가지 중 : Strictly Enforcement of U.S. Trade Laws


▶ 새롭고 더 나은 무역협상 추진

- 2017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4가지 중 : Negotiating New and Better Trade Deals

- 2018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5가지 중 : Negotiating Better Trade Deals

- 2019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3가지 중 : Pursuing New Trade Deals


▶ 다자주의 무역시스템 개혁

- 2018년 무역정책 우선순위 5가지 중 : Reforming the Multilateral Trading System

- 2019년 무역정책 : Defending U.S. Interests at the WTO




※ 국제무역은 정말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없애고 임금을 낮추었을까?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국제무역은 정말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없애고 임금을 낮추었을까요?" 다르게 말해,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없애고 저임금 근로자 삶이 힘들어진 원인이 국제무역에 있을까요?"


경제학자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와 200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이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2010년대 들어 동의하게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게다가 국제무역이 특정 산업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었으나, 전반적인 미국경제와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국제무역이 일자리 · 근로자 임금 · 기업 이윤 · 소비자 후생 등에 미친 영향'은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제 다음글과 앞으로 계속 연재될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를 통해, 국제무역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




<참고자료>


▶ 미국 공식 보고서


클린턴행정부 1994 · 1995 · 1996 · 1997 · 1998 · 2000 · 2001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부시행정부 2002 · 2006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오바마행정부 2010 · 2015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트럼프행정부 2017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미 무역대표부 2017 · 2018 · 2019 미 무역정책 아젠다 및 연간 보고서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정책 위원회 2019년 5월 <미국 상호교역법 : 일자리와 무역적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 미국 무역정책 개괄


백창재. 2015. 미국 무역정책 연구


Irwin, D. 2017. Clashing over Commerce: A History of US Trade Policy


▶ NAFTA


Krugman. 1993. The Uncomfortable Truth about NAFTA_ It's Foreign Policy, Stupid


Tornell, Esquivel. 1995. The Political Economy of Mexico's Entry to NAFTA


Peterson Institute. 2014. NAFTA 20 YEARS LATER


▶ 경쟁적 자유화


Bergsten. 1996. Competitive Liberalization and Global Free Trade


Feinberg. 2003. The Political Economy of United States’ Free Trade Arrangements


Evenett, Meier. 2008. an Interim Assessment of the US Trade Policy of 'Competitive Liberalization'


▶ 지역주의와 다자주의


Bhagwati. 1990. Departures from Multilateralism- Regionalism and Aggressive Unilateralism


Bhagwati. 1993. Regionalism and Multilateralism: an overview


Bhagwati. 1994. Threats to the World Trading System- Income Distribution and the Selfish Hegemon


Bhagwati. 2008. Termites in the Trading System- How Preferential Agreements Undermine Free Trade


Bhagwati, Krishna, Panagariya. 2016. The World Trade System- Trends and Challenges


Bhagwati, Panagariya. 1996. Preferential Trading Areas and Multilateralism - Stranges, Friends or Foes


Baldwin. 2014. Multilateralizing 21st Century Regionalism


  1. Presidential Memorandum for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2017.08.14 [본문으로]
  2. USTR Press Release. 2018.03.22 - President Trump Announces Strong Actions to Address China’s Unfair Trade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4. 클린턴행정부 고어 부통령이 평가한 NAFTA - 1994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본문으로]
  5. The unprecedented triumph of democracy and market economies throughout the region offers an unparalleled opportunity to secure the benefits of peace and stability, and to promote economic growth and trade. Ratification of NAFTA is one of our most important foreign policy achievements, because it advances all three of our central objectives: not only does it mean new jobs and new opportunities for American workers and business, but it also represents an important step in solidifying the hemispheric community of democracies. - 1994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본문으로]
  6.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https://joohyeon.com/279 [본문으로]
  7. China: The emergence of a politically stable, economically open and secure China is in America's interest. Our focus will be on integrating China into the market-based world economic system. An important part of this process will be opening China's highly protected market through lower border barriers and removal of distorting restraints on economic activity. We have negotiated landmark agreements to combat piracy and advance the interests of our creative industries. We have also negotiated and vigorously enforced agreements on textile trade. [본문으로]
  8. Bringing the PRC more fully into the global trading system is manifestly in our national interest. China is one of the fastest growing markets for our goods and services. As we look into the next century, our exports to China will support hundreds of thousands of jobs across our country. For this reason, we must continue our normal trade treatment for China, as every President has done since 1980, strengthening instead of undermining our economic relationship. [본문으로]
  9. At their 1997 and 1998 summits, President Clinton and President Jiang agreed to take a number of positive measures to expand U.S.-China trade and economic ties. We will continue to press China to open its markets (in goods, services and agriculture) as it engages in sweeping economic reform. [본문으로]
  10. It is in our interest that China become a member of the WTO; however, we have been steadfast in leading the effort to ensure that China’s accession to the WTO occurs on a commercial basis. China maintains many barriers that must be eliminated, and we need to ensure that necessary reforms are agreed to before accession occurs. At the 1997 summit, the two leaders agreed that China’s full participation in the multilateral trading system is in their mutual interest.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https://joohyeon.com/279 [본문으로]
  12. Bergsten. 1996. Competitive Liberalization and Global Free Trade [본문으로]
  13. [W]e need to align the global trading system with our values. We can encourage open and efficient markets while respecting national sovereignty. We can encourage respect for core labor standards, environmental protection, and good health without slipping into fear-based campaigns and protectionism. And we must always seek to strengthen freedom, democracy, and the rule of law [본문으로]
  14. When the Bush Administration set out to revitalize America’s trade agenda almost three years ago, we outlined our plans clearly and openly: We would pursue a strategy of ‘competitive liberalization’ to advance free trade globally, regionally, and bilaterally. By moving forward simultaneously on multiple fronts the United States can: overcome or bypass obstacles; exert maximum leverage for openness, target the needs of developing countries, especially the most committed to economic and political reforms; establish models of success, especially in cuttingedge areas; strengthen America’s ties with all regions within a global economy; and create a fresh political dynamic by putting free trade on the offensive [본문으로]
  15.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https://joohyeon.com/277 [본문으로]
  16. 바그와티는 여러 논문, 단행본을 통해 동일한 주장을 제기. [본문으로]
  17.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https://joohyeon.com/278 [본문으로]
  18.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s://joohyeon.com/272 [본문으로]
  19. Presidential Memorandum Regarding Withdrawal of the United States from the Trans-Pacific Partnership Negotiations and Agreement - 2017년 1월 23일 [본문으로]
  20. USTR: Trump Administration Announces Intent to Renegotiate the 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 2017년 5월 18일 [본문으로]
  21. Presidential Memorandum for the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 2017년 8월 14일 [본문으로]
  22. White House Office of Trade and Manufacturing Policy. 'The United States Reciprocal Trade Act: Estimated Job & Trade Deficit Effects'. 2019년 5월 [본문으로]
  23. USTR. 2017 Trade Policy Agenda and 2016 Annual Report [본문으로]
  24. USTR. 2018 Trade Policy Agenda and 2017 Annual Report [본문으로]
  25. USTR. 2019 Trade Policy Agenda and 2018 Annual Report [본문으로]
  26. USTR. 2018 Trade Policy Agenda and 2017 Annual Report. For these Americans, NAFTA has meant job losses, especially in the manufacturing sector, and the closing down and relocation of factories from American towns and cities across both borders. [본문으로]
  27. USTR. 2018 Trade Policy Agenda and 2017 Annual Report. First, NAFTA provided thousands of American companies with the opportunity to pay far lower wages to workers in Mexico. (...) Further, NAFTA contained terms that fell short for the American people by incentivizing – intentionally or not – companies across America to outsource production, especially to Mexico. [본문으로]
  28. USTR. 2019 Trade Policy Agenda and 2018 Annual Report. In short, the USMCA sends a dramatic signal to our trading partners: the time for using trade deals to take advantage of American workers, or to use unfair labor practices to steal U.S. jobs, is over. [본문으로]
  29. USTR. 2019 Trade Policy Agenda and 2018 Annual Report. These provisions represent a dramatic change in U.S. trade policy. For decades, the United States signed trade deals that often encouraged companies to shift production from this country into other countries with much lower labor costs. Now, we are taking a different approach [본문으로]
  30. USTR. 2019 Trade Policy and 2018 Annual Report. Some have suggested that the United States could have addressed these difficulties by joining the Trans-Pacific Partnership (TPP), a proposed free trade deal with 11 other countries in North America, South America, and the Pacific Region. President Trump correctly recognized, however, that joining the TPP would have made the situation worse. For example, one major problem for U.S. workers is that the rules of trade encouraged companies to outsource production to countries with weaker labor and environmental rules than the United States. Under the rules of origin contained in the TPP, an automobile with 55 percent of its production in China – and 45 percent of the production in Vietnam – would have entered the U.S. market duty free. TPP provisions on labor, the environment, intellectual property, and currency were all insufficient to address longstanding U.S. concerns. In short, the TPP would have spurred further outsourcing, and put U.S. workers at even more of an unfair disadvantage. [본문으로]
  31. Meanwhile, the overall US trade deficit, including goods and services, reached a 10-year high of $622 billion in 20188 while the US trade deficit in goods hit a record level of $891 billion.9 As the USTR has extensively documented, unfair and nonreciprocal trading practices continue to dominate the competitive landscape of international trade10 and contribute significantly to this deficit. One key source of nonreciprocal trade is a principle under the World Trade Organization (WTO) known as the “most favored nation” rule. [본문으로]
  3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https://joohyeon.com/279 [본문으로]
  33. The US Reciprocal Trade Act will be an incredible tool to bring foreign countries to the negotiating table and to get them to lower their tariffs. [본문으로]
  34. USTR. 2017 Trade Policy Agenda and 2016 Annual Report [본문으로]
  35. USTR. 2018 Trade Policy Agenda and 2017 Annual Report [본문으로]
  36. USTR. 2019 Trade Policy Agenda and 2018 Annual Report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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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

Posted at 2019. 7. 11. 21:44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다 !!! (AMERICA FIRST !!!)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 (MAKE AMERICA GREAT AGAIN !!!)



● 2015년 6월 16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 


우리가 승리하는 걸 본 때가 언제인가요? 말해봅시다. 중국과의 무역협상? 중국은 우리를 죽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꺽었을 때가 언제인가요? 일본은 매년 수백만대의 차량을 수출합니다. 우리는 뭐하나요? 도쿄에서 쉐보레 자동차를 본 때가 언제인가요? 그건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국경에서 멕시코를 눌렀을때가 언제인가요? 멕시코는 우리의 멍청함을 비웃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멕시코는 경제적으로 우리를 해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다른 모든 국가들의 문제가 쏟아지는 쓰레기 투기장이 되었습니다. (...)


미국의 진짜 실업률은 18%~20% 입니다. 5.6%를 믿지 마세요.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자리를 가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죠. 중국과 멕시코가 우리의 일자리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모든 일자리를 가져갔습니다. (...)


(기존 정치인들은) 일자리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중국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중국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언제인가요? 중국은 우리가 믿을 수 없을 수준까지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우리 미국 기업들은 경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중국은 우리를 죽이고 있습니다. (...)


오늘날 우리 미국은 정말로 위대한 리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지금 진정 위대한 리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거래의 기술』을 써냈던 리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일자리와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


나는 중국, 멕시코, 일본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들로부터 일자리를 다시 가지고 올 겁니다. 나는 우리의 일자리와 우리의 돈을 가지고 올 겁니다. (...)


슬프지만 아메리칸 드림은 죽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더 크고 더 낫고 더 강하게 되돌려 놓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겁니다(We Will Make America Great Again).


- 2016 대통령선거 출마선언식 영상[각주:1] / 텍스트[각주:2]


● 2017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연설


오늘 내가 하는 맹세는 모든 미국인들을 향한 것입니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는 미국산업을 희생시켜 외국산업을 키웠습니다. 우리 군대가 슬프고 비통함에 빠져 있는 동안 외국의 군대를 보조했습니다. 우리 국경을 지키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 국경을 방어했습니다. 다른 나라에 수조달러를 쓰는 동안 미국의 인프라는 낙후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 · 강함 · 신뢰가 사라지는 동안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었습니다.


하나씩 공장들은 문을 닫으며 떠났고, 수백만명의 미국인 근로자가 남겨졌습니다. 우리 중산층의 부는 미국 내에서 사라졌고 전세계로 배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과거의 일입니다. 지금부터 미래를 바라봅시다. 오늘부터 새로운 비전이 미국에 있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미국이 최우선시 될 겁니다(it's going to be America First).


무역, 조세, 이민, 외교 등 모든 결정이 미국 근로자와 미국 가족들에게 이익을 주도록 할겁니다. 우리의 상품을 만들고, 우리의 기업을 빼앗고, 우리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외국으로부터 우리의 국경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보호는 번영과 강함을 가져다 줄 겁니다. 


나는 미국인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해서 싸울 겁니다. 나는 미국인들이 쓰러지도록 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은 다시 승리할 겁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가져올 겁니다. 우리는 국경을 가져올 겁니다. 우리는 부를 가져올 겁니다. 우리는 꿈을 가져올 겁니다. (...)


우리는 두 가지 단순한 규칙을 따를 겁니다 :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들을 고용한다.(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


우리는 전세계의 국가들과 친선과 우호를 다질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익이 최우선 이라는 점을 항상 생각할 겁니다. (...)


우리는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겁니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겁니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자랑스럽게 만들겁니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들겁니다. 그리고, 네, 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겁니다(We Will Make America Great Again).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미국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 2017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연설 영상[각주:3] / 텍스트[각주:4]




※ 2017년 8월 14일 - 미국,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개시하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를 선거구호로 내세우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를 표방해온 도널드 트럼프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승리를 거두며 2017년 1월 20일부로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부임합니다. 


선거 당시부터 '무역적자' · '일자리 상실' 문제를 심각하게 여겨왔던 트럼프는 부임 7개월 후인 2017년 8월 14일 행정명령을 내립니다. 그 대상은 바로 '중국'(China) 입니다.



미국의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인 나에게 부여한 권한으로,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린다. (...)


● Section 1. 정책


이것은 무역관계가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미국의 무역수지를 우호적으로 만들고, 미국 상품과 투자의 상호대우를 촉진하고,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강화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R&D 집약 고기술 부문을 가지고 있다. 지적재산권 위반과 불공정한 기술이전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한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자국 기업에게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법률, 정책, 관행을 시행해오고 있다이러한 법률 · 정책 · 관행 등은 미국의 수출을 가로막고, 미국인들이 받아야 할 혁신의 정당한 보수를 빼앗고, 미국의 일자리를 중국으로 이동시키고,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키우고, 미국의 제조업 · 서비스 · 혁신을 훼손한다.


● Section 2. 조사를 시행할지 여부를 결정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974년 무역법 302조에 따라 조사여부를 곧 결정할 것인데, 중국의 법률 · 정책 · 관행 · 행위가 불합리한지(unreasonable) 혹은 차별적인지(discriminatory) 그리하여 미국의 지적재산권과 혁신, 기술발전을 훼손하는지가 조사 대상이다.


- 2017년 8월 14일, 대통령 메모


위의 행정명령에도 드러나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intellectual property theft)와 기술이전 강요(forced technology transfer)를 문제삼고 있습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자국시장 진입을 허가해주는 조건으로 중국기업과의 합작회사 설립 · 기술이전 등을 강요해 왔습니다. 또한, 중국 당국은 외국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며 자국기업만 우대했고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를 방조해 왔습니다. 이렇게 중국은 미국의 기술을 무단도용하며 전자산업을 육성시켰고, 단순가공 위주인 제조업을 최첨단 혁신 주도로 전환하기 위한 'Made in China 2025'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습니다.


트럼프와 대중 강경파 인사들은 중국의 도둑질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이를 좌시하면 미국의 현재이익이 침해됨은 물론이고, 향후 5G · AI 등 미래 기술부문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1974년 무역법 301조를 카드로 꺼냈습니다. 행정명령에는 302조를 언급했으나, 302조는 301조를 시행하는 절차를 담은 조항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미 무역대표부(USTR)를 향해, 중국의 법률 · 정책 · 관행 · 행위가 불합리한지(unreasonable) 혹은 차별적인지(discriminatory)를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같은 날 미 무역대표부(USTR) 라이트하이저(Lighthizer) 대표는 "우리는 조사를 시행할 것이고, 만약 필요하다면 미국 산업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조치를 취할 것이다"[각주:5] 라는 성명문을 내놓으며 조사에 착수했습니다[각주:6]


그리고 1년 후인 2018년 3월 22일, 301조 침해 여부를 조사한 결과가 발표[각주:7]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부과를 지시합니다.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은 관세와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분쟁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의 데자뷔??? 공통점과 차이점


  • 중국은 과거 일본처럼 될 것인가? 

  • 출처 : WSJ[각주:8]


▶ 공통점 - ① 무역수지 적자 ② 첨단산업 주도권 경쟁 ③ 공격적 일방주의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은 여러모로 1980년대의 무역정책을 연상케 합니다분쟁 상대국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변화되었을 뿐, 당시 분쟁의 논점과 미국인들이 느꼈던 감정 그리고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활용한 수단 등이 오늘날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① 1980년대 : 대일 무역수지 적자 = 2010년대 : 대중 무역수지 적자


  • 아래 : 1987년~2017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중 일본과 중국의 비중 추이 

  • 출처 : WSJ[각주:9]


지난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각주:10]를 통해 살펴봐왔듯이, 1980년대 미국 정치인과 국민들은 대일 무역수지 적자 확대를 우려스럽게 바라봤습니다. 당시 미국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액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그 역할을 대신 하고 있습니다. 1999년 미-중 양자 무역협정 체결한 이후,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해마다 늘어왔습니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지난 30년 사이 일본과 중국의 바뀐 역할(Trading Places)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② 1980년대 : D램 등 첨단 하이테크 산업 = 2010년대 : 5G · AI 등 4차산업 주도권 경쟁


  • 1980년대 : 전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일본기업이 차지했던 위상

  • 2010년대 : 5G 네트워크 분야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화웨이


1980년대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가득찬 건 '하이테크 산업'(High-Tech Industry) · '국가경쟁력'(National Competitiveness) 이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D램 · 가전 등 첨단 전자산업에서 "일본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각주:11]라고 생각했고, 미국 정부가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기업을 돕는 전략적 무역정책'[각주:12]을 구사하기를 바랐습니다.


더 나아가서, 미국인과 기업들'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이 극히 적은 폐쇄적인 일본시장을 개방시키기'[각주:13]를 원하였습니다. 공정무역(fair trade) 및 평평한 경기장 만들기(level playing field) 라는 구호 아래, 미국은 일본에게 '향후 5년내 일본시장에서 외국산 반도체 상품 점유율 20%를 기록한다'는 내용이 담긴 반도체 협정[각주:14]과 엔화가치를 절상시키는 플라자합의를 관철시켰습니다.


오늘날 미국은 5G · AI 등 4차산업 주도권을 중국에게 내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서유럽 등 전통 우방국을 향해 "5G 네트워크 인프라 건립에서 중국 화웨이 장비를 제외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가 미국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제 리스트에 등재[각주:15]했습니다. 또한,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기술도용을 문제 삼으며 계속해서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4차산업 주도권 경쟁을 국가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③ 다자주의 체제를 무시한 채, 1974년 무역법 301조를 이용하여 공격적 일방주의 구사



1980년대 미국 레이건행정부는 대일 무역수지 적자 · 폐쇄적인 일본시장 · 일본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을 시정하기 위하여 1974년 무역법 301조를 이용한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각주:17]을 구사했습니다. 당시 GATT 라는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이 존재하였으나, 미국은 GATT로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017년 집권한 미국 트럼프행정부 역시 현재의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인 WTO 내에서는 미국의 이익을 보호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고, 자국의 법률인 1974년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조사하고 보복 조치[각주:18]를 가했습니다.


1980년대 폭주하던 미국의 행보를 제어하기 위하여 새로운 다자주의 체제인 WTO가 만들어졌으나, 30년 만에 다시 미국에서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각주:19]


▶ 차이점 - ①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교역 ②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③ 미국 우선주의


그런데 1980년대와 현재는 또 많은 면에서 다릅니다. 2차대전 이전부터 선진국이었던 일본과의 무역이 미국인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개발도상국 중국과의 교역 확대가 가져오는 충격은 다릅니다. 또한, IT 발전과 세계화 확산에 따라 글로벌 경제구조가 달라졌습니다. 게다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과 중화사상을 고수하는 중국은 미국이 보기엔 완전히 다른 상대방 입니다. 


① 1980년대 : 선진국 ↔ 선진국 간 교역 ≠ 2010년대 : 선진국 ↔ 개발도상국 간 교역


1980년대 미국과 일본의 교역은 기본적으로 선진국 ↔ 선진국 간 교역 입니다. 이른바 '북-북 교역'(North-North)[각주:20] 입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미국과 중국의 교역은 선진국 ↔ 개발도상국 간 교역, 이른바 '북-남 교역'(North-South) 입니다. 


북-북 교역과 북-남 교역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히 다릅니다. 


선진국끼리는 경제구조나 생산하는 품목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주로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이 행해지며 상품다양성의 이익[각주:21]을 누리게 됩니다. 따라서, 수입증가에 따른 비교열위 산업 퇴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그러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경제구조와 생산하는 품목이 완전히 다릅니다. 선진국은 지식집약적인 상품을 주로 생산하고, 개발도상국은 노동집약적인 상품을 만듭니다. 이때 양국간 교역이 활발해지면 선진국으로 개발도상국의 노동집약 상품이 들어오게 되고, 선진국 저임금 · 저숙련 근로자가 만들던 상품은 비교열위가 되어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즉, 수입경쟁 산업의 퇴출과 근로자 실업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각주:22]  


  • 대중국 수입 확대로 인한 피해 정도를 지리적 분포에 따라 보여주고 있음

  • 개발도상국인 중국과의 교역 증가는 미국 내 가구, 목재, 인형, 면화 등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들 일자리는 주로 테네시스 · 미시시피 · 앨라배마 · 조지아 등 남동부에 집중되어 있다

  • 또한, 전통 제조업이 위치한 오하이오 · 인디애나 ·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지역도 큰 피해를 입었다

  • 출처 : The China Trade Shock


이런 이유로, 2000년대 이후 미국이 맞딱드린 주요한 문제 중 하나는 '중국발 무역 쇼크'(the China Trade Shock) 입니다. 13억명에 달하는 저임금 · 저숙련 근로자를 이용한 중국산 단순가공 상품이 쏟아져 들어오자, 미국 저임금 · 저숙련 근로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위에 첨부한 그래픽이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발 무역쇼크를 연구해 온 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인 중국과의 교역 증가는 미국 내 가구, 목재, 인형, 면화 등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들 일자리는 주로 테네시스 · 미시시피 · 앨라배마 · 조지아 등 남동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또한, 전통 제조업이 위치한 오하이오 · 인디애나 · 미시간 등 러스트벨트 지역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② 글로벌 밸류체인(GVC) · 오프쇼어링(offshoring) 등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는 애플의 아이폰(iPhone)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폰은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에서 디자인 · 설계 +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조립되어 완성됩니다. 아이폰 뒷면에 나오듯이 말그대로 '캘리포니아에서 디자인 · 중국에서 조립된 아이폰'(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 입니다. 이뿐 아니라, 아이폰 생산에는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한국의 삼성전자도 참여합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해있는 기업들이 공정단계에 참여하면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글로벌 밸류체인'(GVC, Global Value Chain) 이라 합니다. 


20세기 운송비용 하락으로 시작되었던 세계화는 '한 국가에서 만든 상품을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형태'(made-here-sold-there)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 통신비용 하락한 덕분에 오늘날 세계화는 선진국의 지식(knowledge)과 개발도상국의 노동(labor)이 결합하여 '여러 곳에서 만든 상품을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형태'(made-everywhere-sold-there)로 진화했습니다.


전세계 여러 국가들을 잇는 글로벌 밸류체인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된 현상이 '선진국 기업의 오프쇼어링'(offshoring) 입니다. 선진국 기업은 저임금 · 저숙련 일자리를 개발도상국으로 이동시켰고, 그 결과 선진국 내에서 제조업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1980년 미국 전체 근로자 대비 제조업 근로자 비중은 약 23% 였으나, 2019년 현재는 약 8.5%에 불과합니다. 


물론, 1980년대에도 제조업 비중이 줄어들고 서비스업 비중이 늘어나는 탈공업화 현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었으나, 오늘날에는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며 일자리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 큰 우려가 가고 있습니다. 이번글의 서문에 나오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를 가지고 올 것이다"(bring back our jobs) 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③ 민주주의 · 시장경제 확산을 위해 노력했던 미국 → 이제는 미국 우선주의 !!!


  •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1980년대 미국이 비록 자국의 이익증진을 위해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사용하긴 하였으나, 언제나 미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를 수호하는 것에 힘을 쏟았습니다. 레이건행정부는 새로운 다자주의 무역시스템 건설을 논의하는 우루과이 라운드에 힘을 밀어주었고, 1993년 집권한 클린턴행정부는 '관여와 확장'(Engagement & Enlargement) 이라는 이름 아래 전세계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른 나라를 위해 힘을 쏟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바라보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st)를 트럼프행정부의 외교 · 무역 정책의 기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번글의 맨 앞에 나오는 '대선 출정식 연설' · '대통령 취임 연설' 뿐만 아니라 집권 후 내놓은 국가안보전략 보고서(National Security Strategy)와 무역정책 아젠다(Trade Policy Agenda)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에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기 위한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다자주의 국제기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오직 미국의 이익만이 중요할 뿐입니다. 트럼프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만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NAFTA 재협상 · TPP 탈퇴 · 한미FTA 재협상 · EU와 일본의 자동차산업 조사 등 거의 모든 나라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1980년대 · 1990년대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

-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전쟁'을 초래한 요인들


이처럼 오늘날 트럼프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은 1980년대의 그것과 다른 점이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과거와 현재를 다르게 만들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오늘날의 사건들은 모두 1980년대~2000년대에 씨앗이 뿌려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 입니다. 


▶ 1980년대에 뿌려진 씨앗

- 미국의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사용

- 이를 제어하기 위해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WTO 창설


  • 1995년 1월 1일부로 공식적으로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

  • 1986년~1994년 GATT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설립이 확정되었다

  • 기존 1947 GATT를 수정한 1994 GATT + 서비스부문(GATS) + 지적재산권(TRIPS) + 분쟁해결기구(DSB)로 이루어져 있다


이전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각주:24]을 통해, 우리는 '301조 등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을 사용하는 미국과 이런 미국을 제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새로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구상하는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내심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싶어했던 미국은 자신들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부문 개방(GATS)과 지적재산권 보호(TRIPS) 그리고 분쟁해결기구 설립(DSB)이 포함된 새로운 무역시스템을 꿈꾸었고, 세계 각국은 1986년~1994년 간 진행된 우루과이 라운드를 통해 WTO 창설을 결의합니다.


▶ 199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① 

- 민주주의 · 시장경제를 중국에 전파하고 싶어했던 클린턴행정부

- 중국의 WTO 가입을 추진하다


● 1997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새로운 세기를 위하여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 개방된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우리는 중국이 시장 기반 세계경제 시스템에 통합되도록 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역장벽을 낮추고 경제활동을 왜곡하는 제약을 없앰으로써 중국의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다"[각주:25]


● 1998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새로운 세기를 위하여


"중국을 세계무역시스템에 통합하는 것은 명백히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이다. 다음 세기를 생각한다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은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중국과 정상무역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각주:26] (...) 


1997년과 1998년 정상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장쩌민 주석은 미국-중국 간 무역 및 경제 관계를 강화시키는 조치들에 합의하였다. 우리는 경제개혁에 관여함으로써 중국의 시장개방을 밀어붙일 것이다.[각주:27] 


중국이 WTO 회원이 되는 것은 우리의 이익에 부합한다. 그러나 중국의 가입이 상업적 기초 위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중국은 제거되어야 할 장벽들을 유지하고 있으며, WTO 가입 이전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한다. 1997년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중국의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 참여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에 합의하였다.[각주:28] 


1995년 1월 WTO가 출범하였고, 클린턴행정부는 '관여와 확장'이라는 이름 아래 전세계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고 싶어했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경제가 성장하며 무역으로 연결된 국가들은 자유를 향해 나아갈 것이고, 민주주의 국가들은 미국의 이익을 위협하지 않고 협력할 것이다"[각주:29]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시 미국은 중국의 WTO 가입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클린턴행정부는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나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이며, 거대한 중국시장은 미국 기업들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희망은 위에 소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 그대로 나옵니다.


199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②

- WTO 창설이 지지해부진 사이, NAFTA 등 지역 무역협정을 체결한 미국

- 다자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지역주의의 확산


  • 1994년 1월 1일 발효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그런데 WTO 창설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유럽은 미국을 제어하기 위해 WTO 창설을 구상하였으나, 1986년~1994년 논의가 벌어지는 동안 자신들의 경제공동체(EU)를 만드는 것에 더 집중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미국은 유럽에 대항하는 지역공동체 창설 + WTO 설립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 + 중남미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는 목적 등을 가지고, 캐나다 및 멕시코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1994년에 체결합니다.


NAFTA 등의 지역 무역협정을 통해 우리는 3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는 클린턴행정부의 대외정책. WTO 창설 및 중국의 WTO 가입 촉구 목적 등과 마찬가지로, 클린턴행정부는 NAFTA를 통해 중남미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려고 하였습니다. 


둘째,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 무역협정. 미국의 301조 등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만이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위협한 것이 아닙니다. NAFTA와 같은 지역주의 무역정책은 협정에 참여한 국가들에게 차별적인 혜택을 주기 때문에, 비차별주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훼손합니다. 


다자주의를 선호하는 경제학자들은 지역주의를 조직화하려는 국가들의 움직임을 비판하였으나, 이미 대세는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100여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주의에 비해 소수의 국가들이 참여하는 지역주의는 이해관계 조율이 쉬웠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들어 EU · NAFTA · APEC 등 여러 지역주의가 형성되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FTA · TPP와 같은 형태로 진화합니다.


셋째, 미국의 일자리가 멕시코와 다른 국가들로 이동해 갔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관세가 없고 임금이 싼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하였습니다. 자동차 공장은 멕시코로 갔고, 전자 산업은 동아시아로 갔습니다


▶ 199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③

- IT 혁명이 발생하다



1990년대에 뿌려진 또 다른 씨앗은 'IT 혁명' 입니다. PC가 보급되고 인터넷망이 설치되면서 사람들 간에 소통하는 비용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전세계인들은 '세계화 · 인터넷 · 21세기'를 외치며 새로운 세기를 기다렸습니다.


사람들이 꿈꾸었던 것처럼 IT는 세계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 세계 어디에서든 손쉽게 소통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한 기업들끼리도 업무논의를 이전보다 용이하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말그대로 '다국적기업'이 등장했고, 기업들은 선진국에서는 R&D,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부문에 집중하면서 단순제조 업무는 개발도상국으로 이전시켰습니다.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①

- 중국의 경제발전

-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대수렴(Great Convergence)



  • 1994년~2018년, 전세계 GDP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1999년 미국-중국 양자 무역협정 체결 및 2002년 1월 WTO 회원국이 된 중국은 이후 연평균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기록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1994년 전세계 GDP 비중이 3%에 불과했던 중국경제는 2018년 13%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동시기 미국은 24%에서 21%로 비중이 감소하였습니다. 미국이 주춤해있던 사이 중국이 일어선 겁니다.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 ②

- 2008 금융위기, 미국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삶을 무너뜨리다



2008 금융위기[각주:30]는 미국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2007년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시작된 사건은 2008년 9월 15일 세계 2위 투자은행 이었던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이어졌습니다[당시 상황을 정리한 글][각주:31]. 미국경제는 -4.0%의 성장률과 10%가 넘는 실업률을 기록했고, 손쉽게 대출을 받아 생활하던 중산층 이하의 삶은 무너졌습니다.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가 가지고 있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저임금 · 저숙련 근로자가 가질 수 있는 단순가공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져 있었고, 사용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Made In China 였습니다. 


경제생활이 악화된 미국인들은 모든 문제를 초래한 범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들이 지목한 범인은 중국이었고, 이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고 말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앞에 있었습니다.




※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다 !!! (AMERICA FIRST !!!)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 (MAKE AMERICA GREAT AGAIN !!!)



2019년 5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은 진행되어오던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깨뜨립니다. 그리고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 어치에 25% 관세부과를 예고합니다. 관세부과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대꾸합니다. "관세를 피할 쉬운 길? 상품과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어라. 매우 간단하다!"


◆ 외교 · 무역 정책의 방향 : '민주주의 · 시장경제 전파 vs 미국 우선주의'


◆ 전세계 무역체제의 방향 : '다자주의 · 지역주의 vs 공격적 일방주의'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미국인들의 이익' 입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전파하기 위한 미국의 역할? 그런건 중요치 않습니다. 오직 미국의 이익이 우선할 뿐입니다(America First)


클린턴행정부는 중국이 WTO를 통해 세계경제에 편입하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중국은 독재와 억압을 강화해 왔으며 민간기업이 아닌 국영기업이 경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NAFTA를 통해 멕시코에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퍼뜨리겠다는 이상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멕시코는 미국의 자동차 공장 일자리를 빼앗았고, 불법이민자들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부시행정부와 오바마행정부는 FTA 확산 · TPP 체결 등을 통해 전세계에 미국의 가치를 퍼뜨리고 중국을 포위하려 했으나, 이러한 무역협정은 미국내 일자리만 해외로 옮길 뿐입니다.


트럼프는 세계적 차원의 이상만 말하며 정작 미국인들의 삶을 챙기지 않는 정치인들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NAFTA · FTA · TPP 등은 재협상 하거나 폐기하여 미국으로 일자리를 되돌려 놓아야 합니다.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수입품을 줄이고, 중국시장을 개방시켜야 합니다. 더 나아가 여전히 보조금 지급 · 기술이전 강요 등 공산당과 정부가 개입하는 중국의 경제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현재 다자주의 국제무역 시스템인 WTO에서는 미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WTO는 세계 각국이 목소리를 높일 뿐더러, 의사결정 자체도 느립니다. WTO의 분쟁해결기구는 미국에 반하는 결정만 내려왔습니다.


결국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1974년 무역법 301조와 같은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aggressive unilateralism) 입니다. 그리고 다자주의가 아닌 개별 국가와의 양자협정(bilateral agreement)을 통해 1:1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트럼프는 '대선 출정식 - 대통령 취임식 -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무역정책 아젠다'를 통해 일관되게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를 실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 서문


존경하는 미국 국민 여러분. 미국인들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기 위해 저를 뽑았습니다. 나는 나의 행정부가 우리 미국시민들의 안전, 이익, 생활을 최우선에 둘 것임을 약속합니다(our citizens first). 나의 첫 임기동안, 여러분은 나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대외정책이 실행되는 것을 목격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 시민들의 이익을 우선시했고, 우리의 주권을 보호했습니다. (...) 


우리의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을 최우선으로 둘 겁니다(This National Security Strategy puts America First).


- 미국의 번영 촉진하기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공장, 기업, 일자리는 해외로 이동했습니다. (...)


지난 70년동안 미국의 상호주의, 자유시장, 자유무역에 기반을 둔 세계경제시스템을 주도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이라는 믿음을 가져왔습니다. (...) 미국은 자유주의 경제 무역시스템을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로까지 확장해왔습니다. 이들 국가들이 정치 · 경제적으로 자유화되고 미국에게 이득을 안겨줄 거라고 희망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은 이들 국가들이 경제와 정치 개혁을 하지 않았고, 주요한 경제기관을 왜곡하고 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유무역을 말하지만, 오직 자신들에게 득이 되는 규칙과 협정만 지킬 뿐입니다.


우리는 공정(fairness), 상호(reciprocity) 그리고 규칙을 준수하는(faithful adherence to the rules) 모든 경제적 관계를 환영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더 이상 위반, 속임수, 위협에 눈감지 않을 겁니다. (...) 


미국은 국내경제를 회복시키고, 미국근로자에게 이익을 주고, 미국 제조업기반을 부활시키고, 중산층 일자리를 만들고, 혁신을 장려하고, 기술진보를 보존하는 경제적 전략을 추구할 것입니다.


- 자유롭고 공정하고 호혜로운 경제적 관계 촉진하기


지난 수십년간, 미국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덤핑, 차별적 비관세장벽, 기술이전 강요, 산업보조금, 기타 정부와 국영기업 지원 등을 사용해왔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도전에 대처해야 합니다. (...) 미국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원리를 따르는 국가들과의 경쟁과 이를 따르지 않는 국가들과의 경쟁을 구분할 겁니다. 


● 2017년 3월, 2017 무역정책 아젠다


- 트럼프행정부 무역정책의 주요 원리 및 목표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모두 미국 무역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미국인들은 국제무역협정으로부터 이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사실에 좌절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접근법을 요구해왔고, 트럼프행정부는 이 약속을 지킬 겁니다.


우리의 무역정책 목표는 모든 미국인들에게 자유롭고 공정한 방향(freer and fairer for all Americans)으로 무역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무역과 관련한 모든 행위가 우리의 경제성장 증대, 미국내 일자리 창출 촉진, 외국과 상호성 촉진, 우리의 제조업 기반 강화 등을 위해 계획되고 사용될 겁니다. 


이러한 목표는 다자협정 보다는 양자협정에 집중함으로써, 그리고 기존 협정을 재협상하거나 수정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these goals can be best accomplished by focusing on bilateral negotiations rather than multilateral negotiations - and by renegotiating and revising trade agreements).


- 주요 우선순위


위에 제시한 목표 달성을 위해, 트럼프행정부는 4가지 우선사항을 분류했습니다. (1) 미국의 주권 보호 (2) 미국 무역법 엄격히 집행 (3) 외국시장 개방과 미국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모든 가능한 수단 동원 (4) 새롭고 더 나은 무역협정 추진 (...)


트럼프행정부는 (1974년 무역법 301조와 같은) 미국 무역법을 엄격히 집행하는 게 미국과 전세계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트럼프행정부는 미국 근로자, 농부, 서비스 종사자, 다른 기업인들에게 해를 끼치는 불공정 무역관행을 용인하지 않을 겁니다.(...) 트럼프행정부는 이러한 것을 억제하고 진정한 시장경쟁을 독려하기 위하여 공격적으로 행동할 것입니다. (...)


지난 수년간, 미국인들은 WTO 시스템이 경제성장을 불러오고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거라고 희망해왔습니다. (...) 불행하게도 중국의 WTO 가입 이전인 2000년과 비교해보면 경제성장률은 둔화되었고, 고용증가율은 약해졌고, 미국 내 제조업 고용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08 금융위기나 자동화의 영향도 있었으나, 무역 영향이 컸습니다. (...)


현재의 세계무역시스템은 중국에게 이롭게 작용해왔지만 미국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 우리는 양자협상에 집중할 겁니다. 우리는 상대국에 대해 공정성 기준을 높일 것이고, 불공정 행위를 지속하는 상대국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다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 1980년대 · 1990년대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을 자세히...


이제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를 통해, '1990년대 · 2000년대에 뿌려진 씨앗'을 보다 자세히 알아봅시다.


WTO · NAFTA · 중국의 WTO 가입과 경제발전 · IT혁명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세계화 등장 그리고 미국이 겪고 있는 중국발쇼크(the China Shock) 까지, 하나하나 상세히 알아가 봅시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1. Donald Trump Presidential Campaign Announcement - 출처 : C-SPAN [본문으로]
  2. Full text: Donald Trump announces a presidential bid - 출처 : 워싱턴포스트 [본문으로]
  3. President Donald Trump's Inaugural Address (Full Speech) | NBC News [본문으로]
  4. WhiteHouse. 2017.01.20 The Inaugural Address [본문으로]
  5. "Washington, DC - U.S. Trade Representative Robert Lighthizer today issued the following statement in response to President Trump's directive for USTR to determine whether to initiate an investigation of China regarding intellectual property, innovation, and technology: The United States has for many years been facing a very serious problem. China's industrial policies and other practices reportedly have forced the transfer of vital U.S. technology to Chinese companies. We will engage in a thorough investigation and, if needed, take action to preserve the future of U.S. industry. Potentially millions of jobs are at stake for the current and future generations. This will be one of USTR's highest priorities, and we will report back to the President as soon as possible." [본문으로]
  6. USTR. Press Release. 2017.08.14 - USTR Robert Lighthizer Statement on the Presidential Memo on China [본문으로]
  7. USTR Press Release. 2018.03.22 - President Trump Announces Strong Actions to Address China’s Unfair Trade [본문으로]
  8. China’s Market Meddling Will End Like Japan’s. 2018.12.26 [본문으로]
  9. The Old U.S. Trade War With Japan Looms Over Today’s Dispute With China. 2018.12.13. WSJ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s://joohyeon.com/275 [본문으로]
  1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s://joohyeon.com/276 [본문으로]
  1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https://joohyeon.com/277 [본문으로]
  1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https://joohyeon.com/278 [본문으로]
  15. US Commerce Press Release. 2019.05.14 Department of Commerce Announces the Addition of Huawei Technologies Co. Ltd. to the Entity List [본문으로]
  16. USTR Press Release. 2018.03.22 - President Trump Announces Strong Actions to Address China’s Unfair Trade [본문으로]
  17.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https://joohyeon.com/279 [본문으로]
  18. USTR Press Release. 2018.03.22 - President Trump Announces Strong Actions to Address China’s Unfair Trade [본문으로]
  19. 물론, 1990년대와 2000년대에도 간간히 1974 무역법 301조와 1988 종합무역법 슈퍼301조를 이용한 정책이 구사됐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트럼프행정부처럼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었습니다. [본문으로]
  20. 미국, 일본, 서유럽 등 선진국이 주로 위치한 북반부(North)와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이 주로 위치한 남반구(South)를 의미 [본문으로]
  21.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s://joohyeon.com/219 [본문으로]
  2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s://joohyeon.com/266 [본문으로]
  23. A Tiny Screw Shows Why iPhones Won’t Be ‘Assembled in U.S.A.’. 2019.01.28 [본문으로]
  2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https://joohyeon.com/279 [본문으로]
  25. China: The emergence of a politically stable, economically open and secure China is in America's interest. Our focus will be on integrating China into the market-based world economic system. An important part of this process will be opening China's highly protected market through lower border barriers and removal of distorting restraints on economic activity. We have negotiated landmark agreements to combat piracy and advance the interests of our creative industries. We have also negotiated and vigorously enforced agreements on textile trade. [본문으로]
  26. Bringing the PRC more fully into the global trading system is manifestly in our national interest. China is one of the fastest growing markets for our goods and services. As we look into the next century, our exports to China will support hundreds of thousands of jobs across our country. For this reason, we must continue our normal trade treatment for China, as every President has done since 1980, strengthening instead of undermining our economic relationship. [본문으로]
  27. At their 1997 and 1998 summits, President Clinton and President Jiang agreed to take a number of positive measures to expand U.S.-China trade and economic ties. We will continue to press China to open its markets (in goods, services and agriculture) as it engages in sweeping economic reform. [본문으로]
  28. It is in our interest that China become a member of the WTO; however, we have been steadfast in leading the effort to ensure that China’s accession to the WTO occurs on a commercial basis. China maintains many barriers that must be eliminated, and we need to ensure that necessary reforms are agreed to before accession occurs. At the 1997 summit, the two leaders agreed that China’s full participation in the multilateral trading system is in their mutual interest. [본문으로]
  29. Nations with growing economies and strong trade ties are more likely to feel secure and to work toward freedom. And democratic states are less likely to threaten our interests and more likely to cooperate with the U.S. to meet security threats and promote sustainable development.- 출처 : 1994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본문으로]
  30.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s://joohyeon.com/189 [본문으로]
  31. [2007년-2009년]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② - 2008 금융위기 발생 https://joohyeon.com/24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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