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① 최저임금제도가 고용에 끼치는 영향[최저임금] ① 최저임금제도가 고용에 끼치는 영향

Posted at 2014. 5. 12. 08:3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최저임금제도는 경제이슈에서 민감한(controversial) 주제 중 하나이다. 최저임금제도-"고용주는 근로자에게 일정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단순한 경제정책을 넘어서 정치적상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최저임금제도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최저임금제도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최저임금제도로 인해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된 임금은 고용의 감소를 불러온다." 라고 주장한다. 반면 최저임금제도에 대해 우호적인 사람들은 "최저임금제도가 고용의 감소를 불러온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오히려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을 높여야한다." 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제도와 고용의 관계'에 대해 경제학계 안에서는 어떤 식으로 논의가 벌어지고 있을까? 경제학원론 교과서에 나오듯이 "균형임금수준 이상으로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된 임금은 초과공급을 불러와 실제고용의 감소로 이어진다." 라고 간단히 이야기할까? 


그렇지않다. 경제학원론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논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논의가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혹자들은 경제학원론 교과서의 이 문구를 내세워 "역시 경제학은 꼴보수 학문" 이라고 말하지만, 학부 교과서는 학부수준일 뿐이다. 실제 학계에서는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가 벌어진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본인은 경제학에 대한 이런 오해를 없애고자, 이번 글을 시작으로 '경제학계 안에서 최저임금에 관해 어떤식으로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총 3편의 글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할 사실은 '시험에는 정답이 있지만, 연구에는 정답이 없다' 라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도라는 주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상반된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연구결과를 쏟아내기 때문에, 여기에서 소개할 논문 이외에도 수많은 논문이 존재한다. 


물론, 이번 글을 통해서 소개하는 연구의 종합적인 결론이 다수 경제학자들의 consensus 이긴 하지만, 글을 보면서 "이게 진리구나!" 라는 생각보다는 "아! 최저임금제도에 대해 이런 연구가 있구나" 혹은 "최저임금제도에 대해 이런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최저임금제도에 관한 여러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총 3편의 글을 통해, 본인이 말하고 싶어하는 4가지 핵심주장이 있다.


  1. 최저임금의 인상은 고용에 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2. 그러나 여기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최저임금의 modest한 인상'과 '최저임금 수준은 중위임금의 50%'
  3. 최저임금의 인상은 여러 adjustment channels를 통해 노동시장의 고용구성(composition)과 상품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4. 최저임금제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빈곤감소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여기서 1번, 2번과 3번은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동의(consensus)하나 4번에 대해서는 의견이 양분되어 있다. 하지만 본인은 총 3편의 글을 통해 (경제학계의 consensus와 더불어 개인적 주관이 들어가 있는) 4가지 주장을 이야기 할 것이다. 

1번과 2번 주장을 통해 "(학부교과서에 나오듯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단순하게 결론 내릴 수 없다." 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3번과 4번 주장을 통해, '최저임금의 획기적인 인상을 통해 빈곤감소와 근로자 전체의 임금상승을 도모'하려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각주:1]이 무엇이 잘못인지를 이야기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기서 본인이 말하는 주장을 '경제학계의 진리' 라고 여기기보다는 '경제학계의 consensus', '필자 본인의 개인적 생각'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본인의 개인적 주장이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 같으면 수용하고,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면 그저 무시하면 그만이다.     




※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 Card & Krueger의 1994년 논문 


앞서 언급했듯이, 최저임금제도와 관련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최저임금제도와 고용의 관계' 이다. 최저임금제도를 통해 임금수준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경제학원론 교과서에 나오듯이) 고용량이 감소할까? 여기에 대해서 수많은 논문들이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논문이 세계적인 경제학자 David CardAlan Krueger<Minimum Wage and Employment: A Case Study of the Fast-Food Industry in New Jersey and Pennsylvania>(1994) 이다.


David Card와 Alan Krueger는 미국 뉴저지주와 펜실배니아주의 비교연구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뉴저지주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4.25에서 $5.05로 인상되었고 펜실배니아주는 그대로이다. 이때 이들 주에 위치한 패스트푸드 산업[각주:2]의 고용변화를 비교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David Card와 Alan Krueger는 연구의 결론으로 "우리는 '뉴저지 주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의 감소를 불러왔다' 라는 사실을 찾을 수 없었다. 펜실배니아주와의 비교연구 결과, 뉴저지주의 최저임금 인상은 오히려 고용을 증가시켰다.[각주:3]" 라고 말한다. 그리고 "뉴저지주의 패스트푸트 상품가격이 펜실배니아주의 그것에 비해 상승하였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이 (고용감소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전가되었음을 뜻한다.[각주:4]" 라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고용의 증가로 이어졌다." 라는 흥미로운 연구결론과 함께, 경제학자로서 David Card와 Alan Krueger가 가진 위상은 이 논문의 영향력을 증대시켰다. 이 논문은 미국 내 최저임금 인상 운동에 학술적 논거를 제공해 주었고, 경쟁적 노동시장 모델[각주:5]을 비판하는 근거를 제공해 주었다. 




※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 

- Neumark & Wascher의 2000년 논문


그러나 2000년, 경제학자 David NeumarkWilliam Wascher는 David Card와 Alan Kreuger 연구의 오류를 지적한다. 


David Neumark와 William Wascher는 <Minimum Wages and Employment: A Case Study of the Fast-Food Industry in New Jersey and Pennsylvania: Comment>(2000)[각주:6] 를 통해, "Card와 Krueger의 연구는 통계수집 방식이 잘못되었다. (...)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의 감소를 불러온다." 라고 주장한다.


Card와 Krueger는 전화조사(telephone survey)를 통해 뉴저지주와 펜실배니아주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의 고용자료를 수집했다. 그러나 Neumark와 Wascher는 통계당국을 통해 임금통계(payroll data)를 얻었다. Neumark와 Wascher는 전화조사(telephone survey)로 얻은 자료와 공식임금통계(payroll data)를 비교하며, "우리의 자료에 비해 Card와 krueger가 사용한 자료는 기간간 변동이 심하다(substantially more variability).[각주:7]" 라고 말한다. 


통계자료 수집방식의 차이는 연구결론의 차이로도 이어졌는데, Neumark와 Wascher는 "우리가 얻은 payroll data에 의하면, 뉴저지주의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의 감소를 초래했다. 펜실배니아주와 비교했을때, 최저임금이 인상된 뉴저지주의 패스트푸드 산업의 고용은 3.9%~4.0% 정도 줄어들었다. (...) 이러한 연구결과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의 노동수요를 줄인다는 (경제학 이론상) 예측과 일치한다.[각주:8]" 라고 말한다. 



          

※ 우리의 연구결과는 틀리지 않았다 

- Card와 Krueger의 재반론


David Card Alan Krueger는 David Neumark와 William Wascher의 지적에 대해 재빠르게 재반박을 내놓는다.


David Card와 Alan Krueger는 <Minimum Wages and Employment: A Case Study of the Fast-Food Industry in New Jersey and Pennsylvania: Reply>(2000)[각주:9] 에서 "우리가 1994년에 사용했던 전화조사(telephone survey) 자료가 아니라 노동통계청(BLS, the Bureau of Labor Statistics) 자료를 이용하더라도, 최저임금이 인상된 뉴저지주의 패스트푸드 산업 고용이 오히려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각주:10]" 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David Card와 Alan Krueger는 최저임금 인상의 장기적인 효과도 연구했다. 그들은 "최저임금의 modest한 변화[각주:11]는 고용에 체계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각주:12]" 라고 말한다.  



 

※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아니면 오히려 고용을 증가시키거나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일까? 어떤 주장이 옳은지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다. 


앞서 Card & Krueger vs Neumark & Wascher 논쟁에서 살펴봤듯이 어떤 통계자료를 이용하느냐 · 어떤 지역의 자료를 이용하느냐 등등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계 내의 일정한 consensus를 이야기 하자면,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다. 


Hristos DoucouiagosT.D. Stanley는 논문 <Publication Selection Bias in Minimum-Wage Research? A Meta-Regression Analysis>(2008) 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10대 고용[각주:13]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들은 "최저임금의 10% 인상은 0.10%의 고용감소를 초래하고, 최저임금의 20% 인상은 1%의 고용감소를 초래한다. 그러나 이것이 통계적으로 유의하다 할지라도, 탄력성 -0.01은 아무런 정책함의를 가지지 못한다(no meaningful policy implications).[각주:14]" 라고 말한다.


  • 노동수요의 최저임금 탄력성. 대다수 표본이 탄력성 -0.25 (최저임금 10% 인상이 2.5% 고용감소) 부근에 몰려있다. 이는 통계적으로 의미를 가질수는 있지만, 실제 정책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매우 작은 크기이다.   


Hristos Doucouiagos와 T.D. Stanley는 "우리의 연구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Card와 Krueger의 주장을 확인해준다.[각주:15] (...)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근거는 발견할 수 없다.[각주:16] (...) '만약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그 규모는 매우 작다' 라는 게 노동경제학자들 사이에서의 consensus 이다.[각주:17]" 라고 주장한다. 


Hristos Doucouiagos와 T.D. Stanley는 이러한 연구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로 2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현실의 미국노동시장, 특히나 10대 청년층 노동시장은 경쟁적 노동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할 때는, 다른 노동시장 모델-수요자독점 노동시장 등등-이 더욱 더 적합하다.[각주:18]" 라는 것이다. 


둘째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끼치는 영향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그 효과를 탐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효과 자체가 매우 작을 것이다. 우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약 최저임금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그 규모는 매우 작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개입하기에는 부적절하다.[각주:19]" 라고 말한다.




※ 실제 노동시장이 수요자독점 노동시장이라면?

- 최저임금제의 효과는 극대화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수요자독점 노동시장 (monopsony labor market)' 이란 무엇일까? 수요자독점 노동시장이란 노동시장 내에 존재하는 마찰(friction)로 인해 노동수요자, 즉 고용주가 우위에 있는 시장이다. 


여기서 마찰(friction)이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데에 드는 탐색비용(search costs) 등등 때문에, 구직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재빨리 찾을 수 없는 장벽(barrier)을 의미한다. 근로자는 거주지와 근무지 사이의 거리 · 일자리에 대한 정보부족 등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데에 일정기간이 걸릴 수 있다. 


마찰(friction)이 존재하지 않는 경쟁적 노동시장에서는 근로자가 재빨리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근로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재빨리 찾을 수 있기때문에 현재의 일자리를 쉽게 그만둘 수 있다. 또한 그렇게 빈 일자리(vacancy)가 발생하면 그 일자리는 다른 근로자에 의해 곧바로 채워진다. 이런 상태가 경쟁적 노동시장의 이상적 형태이다.


하지만 노동시장 내에 마찰(friction)이 존재하면 구직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 여러 장벽-정보비대칭 등등-을 넘어야한다. 따라서 구직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보다는 웬만하면 현재의 일자리를 지키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구직자의 이런 불리한 상황은 고용주 또한 알고 있다. 고용주는 근로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서, 현재 근로자에게 노동의 한계생산가치(VMPL, Value of Marginal Product of Labor) 이하의 임금을 지불한다. 근로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여러 장벽들이 부담되기 때문에, 낮은 임금을 그저 받아들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고용주, 즉 노동수요자가 우위에 서게 된 것이다.


만약 실제 노동시장이 이러한 수요자독점 노동시장 이라면, 법률을 통해 일정수준 이상의 최저임금을 고용주에게 강제한다면 근로자들은 균형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최저임금제도가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기 보다는 근로자에게 균형수준의 임금을 받게 도와줌으로써, 최저임금제의 효과가 극대화 되는 것이다. 




※ 그렇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전혀 끼치지 않는 것인가?


혹자들은 앞선 논의를 살펴본 뒤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라는 게 경제학계의 consensus 라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정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러면 임금상승을 가져올 수 있으니!"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수 경제학자들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라는 주장을 들은 뒤, 2가지 사항을 생각해야 한다.


  • 최저임금 인상액수는 얼마가 되어야 하는가?
  • 현재 최저임금 수준은 어느정도 인가?

최저임금제도는 '저숙련 근로자 low-skilled workers'를 위해 만들어졌다. '전체 근로자'를 타겟으로 삼는 정책이 아니다[각주:20]. 저숙련 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일반 근로자에 비해 낮기 때문에,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된다면 고용주는 아예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를 대체채용[각주:21] 하게 될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 수준이 전체 근로자의 중위임금과 똑같더라도, 대체채용이 발생하여 저숙련 근로자의 고용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최저임금제도는 정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된다. 

앞서 David Card와 Alan Krueger의 주장을 다시 살펴보면, "최저임금의 modest한 변화[각주:22]는 고용에 체계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각주:23]" 라는 말이 보인다. 여기서 핵심은 바로 modest한 변화이다. 최저임금이 갑자기 2배가 되거나 과도하게 증가하면 저숙련 근로자의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하는 John Schmitt 또한 <Why Does the Minimum Wage Have No Discernible Effect on Employment?>(2013) 에서 "최저임금의 modest한 인상은 고용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각주:24]" 라고 못을 박는다. 여기서의 핵심 또한 'modest한 인상' 이다.  

쉽게 말해,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임금과 비슷하고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된다면 고용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이것을 다르게 말하면,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임금에 비해 과도하게 낮은 상태일 때 최저임금이 modest하게 인상된다면,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따라서 다수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은 modest하게 인상되어야 하며, 최저임금 수준은 중위임금의 50%가 적당하다.[각주:25]" 라고 말한다.   



 

※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구성(composition)과 신규채용에 끼치는 영향은?


이번글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와 '최저임금은 modest하게 인상되어야 하며, 최저임금 수준은 중위임금의 50%가 적당하다.' 라는 경제학계의 consensus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용에 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라고 말할때 '고용'이란 무엇일까?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전체 고용량은 일정하더라도 그 안에서 구성(composition)의 변화가 발생[각주:26]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저숙련 근로자의 채용을 줄이고 숙련 근로자의 채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고용량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의 인상은 고용에 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라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최저임금제도의 본래 목적이 저숙련 근로자의 소득증가 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고용수준(employment level)과 고용의 동태적변화(employment dynamics)의 구분이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 기존 근로자에 대한 인력조정(adjustment at the intensive margin)을 단행함으로써 고용주가 인상에 대한 부담을 회피할 수도 있고, 신규채용을 줄임으로써(adjustment at the extensive margin) 부담을 전가시킬 수도 있다. 


만약 고용주가 신규채용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한다면, 현재 고용량이 줄어들지 않았더라도 사실상 고용량이 축소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쉽게말해, 용수준(employment level)은 그대로지만 고용의 동태적변화(employment dynamics)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신규채용자는 대개 저숙련 근로자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 또한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따라서 다음 글 '[최저임금] ②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구성과 신규채용에 끼치는 영향 · 여러 adjustment channels' 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구성(composition)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 최저임금인상이 신규채용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고용의 동태적변화(employment dynamics)에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 여러 adjustment channels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초래하는 영향들은 무엇인지를 다룰 것이다. 




<반론>


본인 글에 대해 반론이 들어왔다.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읽는이들의 이해를 넓히고자, 그 반론을 소개한다.


반론의 주요내용은 "Card-Krueger의 재반박에 대해, David Neumark가 또다시 '최저임금제도는 고용에 악영향을 끼친다' 라는 재반론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의 modest한 인상은 경제학계의 consensus" 라는 주장은 맞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늘리느냐 줄이느냐" 그 자체 라는 것이다. 


1. 왜 2000년 카드 재반론에서 섹션을 끝냈는지 궁금합니다. Neumark는 2008년에 카드-크루거가 했던 실험과 똑같은 데이터도출 방식으로 한 결과 최저임금이 고용에 악영향에 끼친다는 것까지 밝혀낸바있습니다. 카드-크루거는 이미 관뚜껑에 못 박힌 지 오래입니다[각주:27]MIT Press에서 2008년에 나온 <Minimum Wage> 추천드립니다.


2.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끼치는 악영향이) 그냥 없다 있다로 하는 게 경제학자들 논의방식입니다.





<참고자료>


David Card, Alan Krueger. 1994. <Minimum Wage and Employment: A Case Study of the Fast-Food Industry in New Jersey and Pennsylvania>


David Card, Alan Krueger. 2000. <Minimum Wages and Employment: A Case Study of the Fast-Food Industry in New Jersey and Pennsylvania: Reply>


David Neumark, William Wascher. 2000. <Minimum Wages and Employment: A Case Study of the Fast-Food Industry in New Jersey and Pennsylvania: Comment>


Hristos Doucouiagos, T.D. Stanley. 2008. <Publication Selection Bias in Minimum-Wage Research? A Meta-Regression Analysis>


John Schmitt. 2013. <Why Does the Minimum Wage Have No Discernible Effect on Employment?>


 

  1. 가령, '최저임금 1만원 운동' 같은.. [본문으로]
  2.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할 때, 왜 '패스트푸트 산업'을 선정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저임금제도는 '저숙련 근로자 low-skilled workers'에만 영향을 미칠 뿐, 전체 근로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의 목적과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본문으로]
  3. we find no evidence that the rise in New Jersey's minimum wage reduced employment at fast-food restaurants in the state. Regardless of whether we compare stores in New Jersey that were affected by the $5.05 minimum to stores in eastern Pennsylvania (where the minimum wage was constant at $4.25 per hour) or to stores in New Jersey that were initially paying $5.00 per hour or more (and were largely unaffected by the new law), we find that the increase in the minimum wage increased employment. (22- PDF 파일 기준) [본문으로]
  4. we find that prices of fast-food meals increased in New Jersey relative to Pennsylvania, suggesting that much of the burden of the minimum-wage rise was passed on to consumers. (22) [본문으로]
  5. 여기서 말하는 '경쟁적 노동시장 모델'이란, 노동시장 내에 마찰(friction)이 없어서 공급과 수요가 재빠르게 균형을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실제 노동시장이 경쟁적 노동시장이라면,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된 균형임금은 노동량의 감소를 초래한다. 노파심에서 이야기 하자면, '경쟁적 노동시장 모델'의 '경쟁'이란 그저 '무한경쟁' 이런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본문으로]
  6. 이 논문의 제목은 David Card와 Alan Krueger 논문 제목에 'comment'를 붙인 것이다. [본문으로]
  7. We compare results using these payroll data to those using CK's data, which were collected by telephone surveys. We have two main findings to report. First, the employment data collected by CK indicate substantially more variability over the period between their surveys than do the payroll data. (1) [본문으로]
  8. Second, estimates of the employment effect of the New Jersey minimum-wage increase from the payroll data generally lead to the opposite conclusion from that reached by CK. In contrast, a simple replication of CK’s difference-in-differences estimation using the payroll data indicates that the New Jersey minimum-wage increase led to a 3.9- percent to 4.0-percent decrease in fast-food employment in New Jersey relative to the Pennsylvania control group. (...) the payroll data are generally consistent with the prediction that raising the minimum wage reduces the demand for low-wage workers. (1-2) [본문으로]
  9. 본인들의 연구결과를 지적했던 David Neumark와 William Wascher 논문 제목 'comment' 대신 'reply'를 붙였다. [본문으로]
  10. we use the Bureau of Labor Statistics’s (BLS’s) employer-reported ES-202 data file to examine employment growth of fast-food restaurants in a set of major chains in New Jersey and nearby counties of Pennsylvania. (...) Consistent with our original sample, the BLS fast-food data set indicates slightly faster employment growth in New Jersey than in the Pennsylvania border counties over the time period that we initially examined, although in most specifications the differential is small and statistically insignificant. (1) [본문으로]
  11. 이탤릭채는 본인이 강조의 의미로 한 것. [본문으로]
  12. We also use the BLS data to examine longer-run effects of the New Jersey minimum-wage increase, and to study the effect of the 1996 increase in the federal minimum wage, which was binding in Pennsylvania but not in New Jersey, where the state minimum wage already exceeded the new federal standard. Our analysis of this new policy intervention provides further evidence that modest changes in the minimum wage have little systematic effect on employment. (1-2) [본문으로]
  13. 앞서 '패스트푸드 산업' 에서도 말했지만,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할 때, 왜 '10대 고용'을 표본으로 삼았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저임금제도는 '저숙련 근로자 low-skilled workers'에만 영향을 미칠 뿐, 전체 근로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의 목적과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이 왜 중요한지는 다른 글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본문으로]
  14. A 10% increase in the minimum wage reduces employment by about 0.10% (see column 4 Table 3). But even if this adverse employment effect were true, it would be of no practical relevance. An elasticity of -0.01 has no meaningful policy implications. If correct, the minimum wage could be doubled and cause only a 1% decrease in teenage employment. (13-14) [본문으로]
  15. This paper re-evaluates the empirical evidence of a minimum-wage effect on employment. Several meta-regression tests corroborate Card and Krueger’s overall finding of an insignificant employment effect (both practically and statistically) from minimum-wage raises. (22) [본문으로]
  16. No evidence of a genuine adverse employment effect can be found among time series estimates of minimum-wage elasticities used by Card and Krueger, (22) [본문으로]
  17. Our analysis confirms that there never was much accumulated empirical evidence of a negative employment effect from minimum-wage regulation (Leonard, 2000). In any case, there seems to be a consensus among labour economists that if there is an adverse employment effect, it is a small one (The Economist, 2001). (22-23) [본문으로]
  18. Two scenarios are consistent with this empirical research record. First, minimum wages may simply have no effect on employment. If this interpretation were true, it implies that the conventional neoclassical labour model is not an adequate characterization of the US labour markets (especially the market for teenagers). It also implies that other labour market theories, such as those involving oligopolistic or monopsonistic competition, or efficiency wages, or heterodox models, are more appropriate. (24) [본문으로]
  19. Secondly, minimum-wage effects might exist but they may be too difficult to detect and/or are very small. Perhaps researchers are “looking for a needle in a haystack” (Kennan, 1995, p. 1955). In any case, with sixty-four studies containing approximately fifteen hundred estimates, we have reason to believe that if there is some adverse employment effect from minimum wage raises, it must be of a small and policy-irrelevant magnitude. (24) [본문으로]
  20. 최저임금제도가 전체 근로자에 영향을 끼친다는 오해는 '최저임금제도의 효과'를 잘못 인식하는 문제를 가져온다. 또한 최저임금제도를 빈곤감소의 효과적인 정책으로 생각하는 문제도 불러온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글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것이다. [본문으로]
  21. 최저임금 인상이 불러오는 '대체채용'에 대해서는 다음글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것이다. [본문으로]
  22. 이탤릭채는 본인이 강조의 의미로 한 것. [본문으로]
  23. We also use the BLS data to examine longer-run effects of the New Jersey minimum-wage increase, and to study the effect of the 1996 increase in the federal minimum wage, which was binding in Pennsylvania but not in New Jersey, where the state minimum wage already exceeded the new federal standard. Our analysis of this new policy intervention provides further evidence that modest changes in the minimum wage have little systematic effect on employment. (1-2) [본문으로]
  24. The weight of that evidence points to little or no employment response to modest increases in the minimum wage. (3) [본문으로]
  25. The Economist. 'Minimum Wages - The Logical Floor'. http://www.economist.com/news/leaders/21591593-moderate-minimum-wages-do-more-good-harm-they-should-be-set-technocrats-not. 2013.12.14 [본문으로]
  26. 앞서 언급한 Card, Krueger의 연구와 Hristos Doucouiagos와 T.D. Stanley 연구는 '패스트푸드 산업'과 '10대 고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따라서 이들 연구에서는 '구성(composition)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연구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숙련 근로자의 고용을 늘리고 저숙련 근로자의 고용을 줄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본문으로]
  27. Clearly, no consensus now exists about the overall effects on low-wage employment of an increase in the minimum wage. However, the oft-stated assertion that this recent research fails to support the traditional view that the minimum wage reduces the employment of low-wage workers is clearly incorrect. The overwhelming majority of the studies surveyed in this paper give a relatively consistent (although not always statistically significant) indication of negative employment effects of minimum wages. In addition, among the papers we view as providing the most credible evidence, almost all point to negative employment effects. Moreover, the evidence tends to point to disemployment effects of minimum wages in the United States as well as many other countries. Two potentially more important conclusions emerge from our review. First, we see very few ”if any”cases where a study provides convincing evidence of positive employment effects of minimum wages, especially from studies that focus on broader groups (rather than a narrow industry) for which the competitive model predicts disemployment effects. Second, when researchers focus on the least-skilled groups most likely to be adversely affected by minimum wages, we regard the evidence as relatively overwhelming that there are stronger disemployment effects for these group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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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성공은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 덕분입니까? - <청담동 앨리스>와 The lucky-take-all society당신의 성공은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 덕분입니까? - <청담동 앨리스>와 The lucky-take-all society

Posted at 2013. 7. 27. 04:31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타고난 운을 이어간거겠죠...


올해 초 SBS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 등장했던 장면 하나. 


재벌총수 아버지를 떠난 뒤 유럽에서 무일푼으로 지냈던 차승조(박시후 분). 그는 자신이 그린 그림이 3만 유로에 팔린 이후 승승장구의 길을 걷고, 명품유통회사의 한국지사 회장이 되어 돌아온다. 차승조는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이 자신의 성공을 만들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보잘것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계약직 디자이너로 일하는 한세경(문근영 분). 한세경은 차승조의 성공이 "타고난 행운을 이어간 덕분" 이라고 지적한다. 


한세경 : 

승조씨는 사랑을 믿고 싶어하지만, 난 세상을 믿고 싶었다구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한건 절대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야." 나한테 그렇게 말해주는 세상은 없었으니까요.


승조 : 

가난이 벼슬이야? 가난하면 사람 진심 갖고 이용해도돼? 

가난하고 사랑이 무슨 상관이야. 가난... 벼슬 아니야.

나도 똑같이 겪었어. 잘 곳 없고 먹을 것 없는 상황에서 견뎌냈어. 그리고 이 자리까지 왔어.

가난... 핑계 대지마. 


한세경 :

승조씨한텐 행운이 있었잖아요.


차승조 :

행운...?


한세경 :

그림이요. 그런 행운 아무한테나 오는 거 아니에요.


차승조 :

그게... 행운이었다고? 어떤 미친놈이 가치도 없는걸 3만 유로나 주고 사. 3만 유로의 가치를 봤으니깐 산거야.

어떻게 그걸 행운으로 매도하지? 아니... 그래 좋아. 설사 행운이라 해도 그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열심히 살았으니깐 그 대가로 세상이 준거야.


한세경 :

승조씨... 우리한텐 그런 세상은 없었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세상 같은건... 한 번도 살아본 적 없었다구요.


차승조 :

그럼, 내가 운좋게 얻어걸려서 운으로 여기까지 왔다는거야?


한세경 :

타고난 운을 이어간거겠죠...


차승조 :

타고나? 내가 혼자 힘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잖아!


한세경 :

승조씬 행운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깐요. 근데 난 행운 같은거 쉽게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차승조 :

그런 루저들이 하는 소리 그만해!!!


한세경 :

!!! 그럼 승조씨도...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한건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한건, 그냥 어리석어서 그런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난한건, 내가 내 인생을 잘못살았기 때문이라는 거네요...?


차승조 :

그러네.... 


<청담동 앨리스> 15회 中


차승조의 성공은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 덕분일까? 아니면 "(타고난) 행운을 이어간" 덕분일까?




※  Rational Herding & Bandwagon Behavio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업상태에 빠져있던 기간 Months of Unemployment 이 길었던 사람일수록 1차 서류심사에 통과할 확률 Call-back rates in US job application 이 낮다. 즉, 장기실업자는 재취업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노동시장 혹은 구직시장은 구직자 (노동공급자)와 인사담당자 (노동수요자) 간의 정보비대칭 information asymmetric 이 발생하는 공간이다. 인사담당자는 구직자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능력이 뛰어나고 생산성이 높은 구직자를 선발해야 하지만, 인사담당자가 수많은 구직자들 개개인의 능력과 생산성을 온전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담당자는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행동을 참고하여 구직자를 선발한다. 쉽게 말해, "다른 많은 회사들이 오랜 기간동안 뽑지 않았던 구직자는 능력이 없을 것이다" 라고 추정하는 것이다. 단기실업자에 비해 장기실업자가 능력이 실제로 뒤떨어지는가는 중요치않다. 다른 인사담당자들이 오랫동안 뽑지 않았다는 그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각주:1][각주:2]  


경제학자 Abhijit Banerjee 는 인사담당자의 이같은 행동이 나타나는 Rational Herding Model을 고안했다. 이 모델 속에서 인사담당자는 구직자를 선택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 their own information 보다 다른 사람의 행동 the actions of others 을 참고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Bandwagon Effect[각주:3] 는 상황을 악화시킨다. 인사담당자가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행동을 참고"하여 구직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한 인사담당자들의 선택을 받은 구직자가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선택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르게 말하면, 노동시장 첫 진입에 실패한 구직자는 계속해서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장기실업 상태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이유로든 단지 노동시장 첫 진입에 실패했을 뿐인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장기실업 이라니.   


A TRULY informed diner would choose a restaurant based on the quality of the menu and the chef’s experience. The discerning investor would decide which company to back after studying the business plan and meeting the founders. In reality, people often copy the choices of others. Diners pick the crowded restaurant over the empty one. Investors go with the company that already has multiple backers.


Such bandwagon effects are not necessarily irrational. Often, the buyer knows less about a product than the seller; the collective wisdom of the crowd can correct for such “asymmetric information”. It can also be a way of coping with a surplus of choice: rather than study 100 models of music player, why not assume the market has already figured out the duds?


(...)


Although such bandwagon behaviour may be rational, it can also be deeply harmful. Two decades ago Abhijit Banerjee, now at the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devised a model of “rational herding” in which market participants base their decision on a combination of their own information and the actions of others. Over successive rounds of transactions, participants responded less to their own information and more to the herd.


That can lead to poor outcomes. Imagine a newly unemployed worker who narrowly misses out on the first job he applies for. That initial failure reduces his odds of landing the second job he applies for, and so on, until he ends up as one of the long-term unemployed. 


"Bandwagon behaviour". <The Economist>. 2013.07.20  




※ The lucky-take-all society


위에서 다룬 Rational Herding Model과 Bandwagon Effect는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단지 어떠한 불운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는 갈수록 재취업의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운좋게도 경제가 호황이고 실업율이 낮을때 졸업한 구직자는 첫 직장을 구하기도 쉬울 것이다. 노동시장에 성공적으로 첫 진입한 구직자는 Rational Herding Model과 Bandwagon Effect가 일으킨 선순환 Virtuous Cycle 덕분에, 일생동안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10년 전, Lehman Brother와 J.P. Morgan을 사이에 놓고 진로를 고심하고 있는 한 구직자를 생각해보자. 이 구직자는 5년 뒤에 무슨 일이 발생할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운에 기초한) 단지 한번의 결정으로 인해 그의 생애소득 자체가 변하게 될 것이다.

 

If their inference is correct, the implication is troubling: someone who ends up unemployed through bad luck, and for some idiosyncratic reason doesn’t quickly land a job, finds his chances of reemployment diminish until he’s part of the long-term unemployed.


The opposite almost certainly holds true, as well. Someone lucky enough to graduate when the economy is booming and unemployment is low will spend relatively little time searching for his first job, creating a virtuous cycle that leads to more time employed at higher wages throughout his life. Or imagine someone who ten years ago could choose between working for Lehman Brothers or J.P. Morgan; it would have been impossible to know that, five years later, one would be bankrupt and the other not, but that decision would have profound consequences for his lifetime earnings.


"The lucky-take-all society". <The Economist>. 2013.07.22



오바마행정부에서 경제자문위원회의장 the chairman of Barack Obama's Council of Economic Advisers을 맡은 Alan Krueger는 음악시장을 예로 들며 행운의 중요성설명한다. Alan Krueger는 사회학자 Matt Salganik과 Duncan Watt의 연구를 소개하는데, 그 내용은 간단하다. 


연구참가자들에게 음악 다운로드 순위를 보여준채 무료 다운로드 이용권을 부여한다. 이때, 750번째 참가자들까지는 진짜 다운로드 순위를 보여주고, 이후 참가들에게는 거꾸로 작성된 순위를 보여준다. 48위 곡이 1위 곡으로 제시되고, 47위 곡이 2위 곡으로 제시되는 식이다. 그 결과,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다.



다운로드 순위가 정확하게 제시됐더라면, 1위 곡은 500회 이상 · 48위 곡은 29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했을 것이다. 그런데 연구참가자들에게 단지 다운로드 순위를 거꾸로 제시했을 뿐인데 (실제) 48위 곡의 다운로드 횟수가 급격히 증가한 반면에, (실제) 1위 곡의 다운로드 횟수 증가세는 (다운로드 순위가 정확하게 제시됐을 경우에 비해) 완만한 모습을 띄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능력뿐 아니라 (행운과 같은) 임의적인 요소 arbitrary factors 가 성공과 실패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신의 밴드가 곡을 출시했는데, 같은 시점에 인기가 더 많은 다른 밴드가 곡을 출시한다고 생각해보자. 음원이용자에게 보여지는 다운로드 순위권에서 당신의 곡은 아래에 위치할 수도 있다. 음원이용자에게 제시될 다운로드 순위 그 자체로 인해, 당신 밴드의 노래 다운로드 횟수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Both good and bad luck play a huge role in the rock ‘n roll industry. And the impact of luck is amplified in a superstar economy.


This was clearly demonstrated in a fascinating experiment conducted by the sociologists Matt Salganik and Duncan Watts.9 With the musicians’ permission, the researchers posted 48 songs in an online music library. Subjects were invited to log on to the library and sample the songs, with the opportunity to download the songs for free (slide 4). Participants could see the list of songs, ranked by the number of times each one had been downloaded up to that point. They could also see the exact download counts, so they were aware of the popularity of each song based on the collective opinions of other participants (slide 5). From there, the subjects could click on a song to play it, and then were given the option to download the song for free (slide 6).


For the first 750 participants, the researchers faithfully tallied and displayed the number of downloads. However, the subsequent 6,000 participants were randomly – and unknowingly – assigned to one of two alternative universes. In one universe, they continued to see the true download counts (slide 7).


For the other participants, the researchers deviously created an alternative universe where the download counts had been flipped, so that the 48th song was listed as the most popular song, the 47th song was listed as the number two song, and so on.10 After this one-time inversion in the ranking, the researchers let the download tallies grow on their own. They wanted to see if the cream would rise to the top, or if the boost in ranking that the worst song received would lead it to become popular.


Here’s what happened in the world where the download counts were presented accurately (slide8). By the end of the experiment, the top song (“She Said” by Parker Theory) had been downloaded over 500 times, while the least popular song (“Florence” by Post Break Tragedy) had been downloaded just 29 times – so the natural outcome of the experiment was that the most popular song was nearly 20 times more popular than the least popular song.    


Now let’s see what happened when the download counts were flipped, so that the new participants thought the least popular song was actually the most popular. As you can see, the download count for the least popular song grew much more quickly when it was artificially placed at the top of the list. And the download count for the most popular song grew much more slowly when it was artificially placed at the bottom of the list.


In the alternative world that began with the true rankings reversed, the least popular song did surprisingly well, and, in fact, held onto its artificially bestowed top ranking. The most popular song rose in the rankings, so fundamental quality did have some effect. But, overall – across all 48 songs – the final ranking from the experiment that began with the reversed popularity ordering bore absolutely no relationship to the final ranking from the experiment that began with the true ordering. This demonstrates that the belief that a song is popular has a profound effect on its popularity, even if it wasn’t truly popular to start with.


A more general lesson is that, in addition to talent, arbitrary factors can lead to success or failure, like whether another band happens to release a more popular song than your band at the same time. The difference between a Sugar Man, a Dylan and a Post Break Tragedy depends a lot more on luck than is commonly acknowledged. 


Alan Krueger. "Land of Hope and Dreams: Rock and Roll, Economics and Rebuilding the Middle Class". p 5-6. 2013.06.12



물론, 개인의 성공을 온전히 행운 덕분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연구결과들은 경제적 불균등을 해소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회의 낙오자들에게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행운을 쟁취하렴!" 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Taken far enough, one could gloomily conclude that luck is the dominant determinant of labour market outcomes. This is surely an exaggeration. The rock song experiment found that the most popular song, even when falsely labeled least popular, clambered its way back up the popularity rankings once enough people had listened to it. And as has been well established, there is strong and growing correlation between education or skills on one hand and wages on the other. (Of course, luck and skill are not mutually exclusive). Moreover, the age old observation that successful people make their own luck applies; as “most popular” lists proliferate, so do efforts to game them, and counter-efforts to game the gamers, as Derek Thompson at the Atlantic describes here in the case of Yelp.


Nonetheless, this research opens a new and troubling dimension on  inequality. Unlike deficiencies of skill, it’s hard to tell society's  losers they should go back to school to become luckier. 


"The lucky-take-all society". <The Economist>. 2013.07.22




※ 차승조는 깨달았을까?


다시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한세경의 충고를 들은 차승조는 "타고난 행운"이 자신의 성공에 큰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까? 차승조의 前 여자친구 서윤주(소이현 분)는 3만 유로를 주고 그림을 사준 사람은 바로 재벌회장인 "차승조의 아버지" 일 것이라고 말한다. 차승조 아버지는 말한다. "이런 애비 타고난 게 네 능력이야! 다 타고난 네 능력이라고!"


차승조 :

아버지라고???


서윤주 :

어. 나라면 아버지부터 의심했을거야.


차승조 :

왜???


서윤주 :

정말 한번도 생각 안해봤어?


차승조 :

아니 그러니까, 내가 왜 우리 아버지를 의심했어야 했냐고.


서윤주 :

재벌가 아들이니깐.

아버지가 너 밑바닥에서 그러고 살게 그냥 뒀겠어?


차승조 :

그래서 뒤를 봐줬다? 우리 아버지가 그럴 사람 같애? 상속포기각서 까지 쓰게한 사람이야.


서윤주 :

정말 한번도 생각 안해봤나보네. 뭐... 아닐수도 있어. 

근데, 그런 일 생기면 당연히 아버지부터 의심했어야 하는거 아니야?

하긴, 그게 너랑 나랑 다른 점이지. 너는 그런 일 아무 의심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고, 

나같은 사람들은 겁부터 나. 나한테 왜 이런일이 생기지 하고 말이야. 


<청담동 앨리스> 16회 中


차승조 :

이 그림.. 아버지가 사셨어요?


차승조 아버지 :

음... 그래. 얼마 전에 샀다. 보는 사람마다 그림 좋다 한마디씩..


차승조 :

2008 빠리 보자르, 익명으로 낙찰받은 사람이 아버지 였냐구요.


차승조 아버지 :

허허.. 그것도 알았냐... 왜 그러냐?


차승조 :

왜요...


차승조 아버지 :

응??


차승조 :

왜 그러셨어요. 왜 샀냐구요! 내 그림 왜 샀어요!

나 설계한거에요?


차승조 아버지 :

뭐해?


차승조 :

나 몰래 그림 사서 여기까지 오게끔 판 짠거냐구요.


차승조 아버지 :

누가 판을 짜. 네 놈 거지꼴로 사는거 못보겠어서 그림 하나 사준거야. 

대놓고 돈 줬으면 안 받았을거 아니야.


차승조 :

이게 그림 하나에요? 이 그림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나.. 아버지 때문에 여기까지 온거에요.


차승조 아버지 :

그게 왜 나때문이야. 내가 아르테미스에 꽂아줬어? 회장을 만들어줬어?

다 네 힘으로..


차승조 :

재밌으셨죠? 아버지한테 복수한다고 날뛰는거 보면서 재밌으셨냐구요


차승조 아버지 :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거야!


차승조 :

10년을 도망쳤어요! 로열그룹 후계자가 아니라 인간 차승조로 살고 싶어서!

아버지 없이 오로지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살고 싶었다구요!


차승조 아버지 :

이런 애비 타고난 게 네 능력이야! 다 타고난 네 능력이라고!

남들은 못가져서 난리인데, 너는 가졌다고 이 난리냐!


차승조 :

타고난 행운... 결국 그거였네요. 

난 아무리 날고 기어도 아버지 없인.... 아무것도 못하는 놈이었어요.


<청담동 앨리스> 16회 中

 

  1. 이러한 결과를 도출해낸 Kory Kroft의 설명에 따르면, ① 단기실업자와 장기실업자의 배경, 교육수준, 지원일자리에 대한 경험은 유사하고 ② 단기실업자와 장기실업자들은 모두 구직을 위해 노력을 하였으며 ③ (뒤의 각주에 상세히 설명) 고용주가 '실업기간과 구직자의 기술수준 저하'를 동일시하지 않고 있다. 즉, Kory Kroft의 연구결과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참고'하는 인사담당자의 선택이 (단기실업자에 비해 능력이 뒤떨어지지 않은) 장기실업자의 실업탈출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기실업 그 자체는 일종의 self-fulfilling 현상 이라는 것이다. [본문으로]
  2. Cities with high unemployment 그래프를 보면 Cities with low unemployment에 비해, 단기실업자와 장기실업자 간의 1차 서류통과 확률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 이는 대다수 구직자가 실업상태에 있을 때, 인사담당자가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행동을 참고' 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드러내준다. 그러나 구직자 대부분이 취업상태에 있을 때는 '다른 인사담당자들의 행동을 참고하여' 장기간 실업상태에 머물러 있는 소수 구직자들의 능력을 낮게 추정하기 때문에 장기실업자들을 선발하지 않는다. Cities with low unemployment 와 Cities with high unemployment 간의 이러한 차이는 "인사담당자가 실업기간과 구직자의 기술수준 저하를 동일시 하기 때문에, 장기실업자의 재취업율이 낮다" 라는 가정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가정이 옳다면, 경제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장기실업자의 재취업율이 단기실업자의 그것보다 확연히 낮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3. the probability of any individual adopting it increasing with the proportion who have already done so.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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