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Posted at 2015. 9. 21. 20:48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다룬 6편의 글에서 강조한 것은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였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화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재 축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총공급부문의 발전'(aggregate supply)이 필요하고, 통화량 증가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에서 살펴본 단기의 세계는 이와 달랐습니다. 


단기에서는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이 감소하거나 통화량이 줄어들면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거시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이 좋으냐 나쁘냐 혹은 국민들이 부지런하냐 게으르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단지 어떤 이유에서 통화량이 축소되고,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었을 뿐인데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지출을 증가시키거나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을 구사하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가 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을 (확장적) '재정정책'(fiscal policy)이라 하고,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는 것을 (확장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 이라 합니다. 이번글에서는 경기침체에 맞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작동원리에 대해 알아봅시다. 그리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배워봅시다.



 

※ 재정정책의 작동원리


단지 어떤 이유에서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고 통화량이 축소되서 경기침체가 발생했다면, 반대로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확장적 재정정책 (expansionary fiscal policy)




확장적 재정정책이란 '정부의 지출증가를 통해 거시경제 총수요를 확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글을 통해 여러번 봤었던 국민계정식을 생각해봅시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소비됩니다. 따라서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크기는 여러 경제주체들이 1년 동안 지출한 금액크기와 같습니다. 


소비자(C) · 정부(G) · 기업(I) · 외국소비자(NX) 등 여러 경제주체들이 지출한 금액을 구하면 총생산량을 나타내는 GDP의 크기(Y)를 얻어낼 수 있죠.(Y=C+G+I+NX) 


이때 국민계정식을 다르게 생각하면, 총생산량의 크기가 지출 크기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출 크기가 총생산량을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지출이 증가(G↑)하면 총생산량도 증가(Y↑)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승수효과'(multiplier) 때문입니다.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모은 뒤 지출을 증가시킵니다. 정부가 지출을 늘려서 재화의 구입을 증가시키면(G↑), 생산자들은 증가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늘립니다(Y↑). 생산자들은 물건을 더 많이 팔게되니 소득이 증가하죠. 소득이 늘어난 생산자는 소비를 늘리게 되고(C↑), 또 다른 생산자의 생산과 소득이 증가합니다(Y↑). 


즉, 처음의 정부지출 증가가 생산량 증가 → 생산자 소득 증가 → 소득이 늘어난 생산자의 소비증가 → 또 다른 생산자의 생산증가로 이어지면서, 거시경제 전체 생산량이 증가하게 됩니다.(G↑ → Y↑  C↑ → Y↑ ……) 초기 정부지출의 조그마한 증가가 거시경제 생산량을 크게 늘리게 되죠.




※ 통화정책의 작동원리 ①

-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얼마일까?


앞선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을 살펴봤었습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key interest)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실시합니다. "기준금리를 x%로 내린다." 혹은 "기준금리를 얼마로 정한다." 라는 말을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이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정한다고해서 채권 · 예금 · 대출 등 모든 시장금리가 자동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준금리는 그저 '목표치'(target) 였고, 시장금리가 목표치에 도달할때까지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였죠.


그런데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요? 만약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정했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 겁니다. 4%, 10%, 1%도 아닌 2%로 정한 이유 말이죠.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값입니다.(r* = r) 


만약 생산부문에서 결정된 실질이자율보다 더 낮은 값의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만든다면(r* > r), 기업은 투자를 늘리게되고 경제는 호황을 맞습니다. 반대로 생산부문에서 결정된 실질이자율보다 더 높은 값의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만든다면(r* < r),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되고 경제는 침체에 빠집니다. 


중앙은행의 존재목적은 경제를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부문에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화폐부문에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해야합니다.(r*= r)    



이때,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실질이자율(r)가 아니라 명목이자율(i) 입니다. 하지만 단기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실질이자율(r)을 인위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죠. 


중앙은행은 r* = r 되도록 기준금리(i)를 조절하고, 이때의 기준금리가 '적정 기준금리' 입니다.  




※ 통화정책 작동원리 ②

- 중앙은행은 언제 기준금리를 올리고, 언제 기준금리를 내릴까?


● 중앙은행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해야한다.


● 단기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실질이자율(r)을 인위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이 2가지 사항만 기억하면 '중앙은행이 언제 기준금리를 올리고, 언제 기준금리를 내리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 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실질이자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초래됩니다.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 기대 인플레이션율'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말 실질이자율이 낮아진 것일까요? 실질이자율은 저축과 투자가 결정짓는 변수입니다. 거시경제 실질이자율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가 일정한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율 상승은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합니다. 


이는 경기호황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경기호황의 결과물이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인플레이션은 추가적인 경기호황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기준금리를 상승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즉, 중앙은행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졌을때 기준금리를 상승시킵니다.  


반대로 거시경제 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면 실질이자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초래됩니다.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 기대 인플레이션율'이기 때문입니다.


저축과 투자가 결정짓는 실질이자율은 그대로인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은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높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합니다.

이는 경기침체를 불러옵니다. 그리고 경기침체의 결과물이 디플레이션율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디플레이션은 추가적인 경기침체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면 기준금리를 하락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즉, 중앙은행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졌을때 기준금리를 하락시킵니다.

(주 :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조절은 '실질이자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락)하면 명목이자율도 동반상승(하락)'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피셔효과'(Fisher Effect)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통화정책 작동원리 ③ 

-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개인과 기업의 차입을 증가시켜 총수요 확장


● 확장적 통화정책 (expansionary monetary policy)


통화정책에 대해 배웠던 지식을 다시 한번 정리해봅시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목표치를 설정한 후, 통화량변동을 통해 시장금리를 기준금리 목표치에 도달하게 만듭[각주:1]니다. 


이때 '기준금리 목표치의 적정한 값'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값입니다.(r = r*) 단기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일정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인위적인 실질이자율(r*)을 움직입니다.


이때,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π↑)하면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준금리를 상승(i↑)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반대로 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π↓)은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높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준금리를 하락(i↑)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r = r* 만드는 이유입니다. 중앙은행이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이유는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다르게 생각하여, 경기침체기에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보다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r)을 낮게 만들어서( r* > r ), 경기호황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요? 


기준금리를 인하(i↓)하여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춘다면(r↓), 기업들은 낮아진 실질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즉, 확장적 통화정책이란 '중앙은행의 통화량증가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실질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만들어서(r* > r) 거시경제 총수요를 확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의미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


이러한 설명은 경제원론 교과서에 친절히 나와있습니다. 총공급-총수요 그래프를 이용하여 지출증가를 통한 생산량증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확장적 재정정책'과 '확장적 통화정책'이 가지고 있는 함의가 무엇일까요? 경제학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나면 머릿속에 남는건 "지출이 증가하니까 총수요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생산량이 증가한다." 뿐입니다. 그래프를 이용한 사고는 내용이해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경제현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프에서는 보이지 않는 함의를 알아야 합니다.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부채의 증가'입니다. 


정부는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지출을 늘립니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언젠가 갚아야하는 부채입니다.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 시행 이후, 기업은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서 투자를 증가 시킵니다. 이또한 기업의 부채입니다. 


그리고 개인도 낮아진 대출금리로 은행대출을 받아서 소비를 늘리는데, 은행대출은 개인의 부채이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모두 '부채의 증가'를 통해 개인 · 기업 · 정부의 소비와 투자를 늘립니다.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채를 증가시키는게 타당할까요? 부채가 증가하면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는 거 아닌가요?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출처 : FRED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여기서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글에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은 튼튼한 상태였습니다. 저성장 · 재정적자 · 높은 인플레이션 등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능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위기를 겪게 되었느냐? 바로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소비와 투자의 감소'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에게서 빌린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를 갚으려 했고, 미국의 가계들은 금융기관에게서 빌린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갚으려 했죠. 단기 대외부채로 투자를 늘려왔던 한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투자감소 현상이 나타났고, 주택담보대출로 부동산 구매를 늘려왔던 미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소비감소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디레버리징을 할 필요가 없었다면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은 경제위기를 안 겪지 않았을 겁니다. 1997년 당시 외국과 2008년 당시 금융기관이 계속해서 만기연장을 해주었더라면, 한국 기업들과 미국 가계는 부채를 감축할 필요도 없었고 소비와 투자를 줄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제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부채증가를 통해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하다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때문에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부채증가를 통한 소비 · 투자 확대'를 통해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재미있는 일화를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비성향이 높아 레버리징(부채차입)를 활용하는 A, 소비성향이 낮아 레버리징을 하지 않는 B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A는 레버리징을 통해 신용을 증가시키고 소비를 늘립니다. 이와중에 소비를 별로 하지 않는 B는 A에게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죠.


어느 순간, 갑자기 A가 돈을 더 빌릴 수 없고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을 해야하는 시기가 오면 어떻게 될까요? A가 디레버리징에 착수하면 경제 내의 소비는 줄어듭니다. 애시당초 거시경제의 소비는 레버리징을 통해 소비를 늘린 A에게 의존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A가 부채를 감축해 나갈때 경제 전체의 자산 규모는 늘었을까요? 경제 전체의 자산규모는 그대로입니다. A의 부채는 B의 자산이었기 때문에 부채감축과 자산규모 증가는 관련이 없습니다. 


즉, A가 디레버리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거시경제 내에서 자산크기는 증가하지 않았고 다만 분포만 변했습니다. A의 부채가 없어지고 B의 현금이 된것이죠. 이때 단지 자산의 분포만 변한 상태에서 줄어든 소비로 인해 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습니다.


과도한 부채가 문제라고 그러길래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거시경제에서 자산이 증가한 것도 아니고 되려 경기침체만 생긴 것입니다.


보다못한 정부가 채권발행을 통해 지출을 늘립니다. 일자리가 생겨나 A의 소득이 증가하고 A는 다시 소비를 시작하죠.


자, 이때 거시경제의 부채규모는 처음과 비교해 줄어들었까요? 거시경제의 부채규모는 처음과 같습니다. 다만, A가 가지고 있던 민간부채가 정부의 부채로 이전했을 뿐이죠. 그러나 소비성향이 높은 A가 다시 소비를 시작하면서 경제는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거시경제 부채규모가 줄어들자(A의 디레버리징) 경기침체가 발생하였는데, 거시경제 부채규모가 다시 원래만큼 증가하자(정부의 부채증가) 경기는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개인의 디레버리징은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는데, 이와중에 정부의 부채를 통해 '개인의 부채감축으로 인해 생긴 경기침체'를 해결 할 수 있게된 것입니다. 빚을 빚으로 갚는다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죠. 


Paul Krugman. "Sam, Janet, and Fiscal Policy". 2010.10.25


위의 일화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가지는 함의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부채감축으로 발생한 경기침체를 부채증가로 상쇄시키다

: 위의 일화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한 이유는 '부채를 통해 소비를 늘려왔던 A가 디레버리징'을 했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부채가 문제가 아니라 '부채감축'이 문제를 일으켰죠. 


어떤 사람이 소비를 하기 위해서 돈을 빌린다는 사실은 그 사람의 한계소비성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소비를 하지 않고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것은 한계소비성향이 낮다는 것을 드러내죠. 한계소비성향이 높았던 사람이 소비를 하지 못하게 되니 당연히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이때 A를 대신하여 '정부가 부채를 발생'시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채권발행으로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이죠. 거시경제 부채규모는 다시 이전 수준만큼 증가하였으나 경기침체는 사라졌습니다.    


▶ 재정여력이 있는 경제주체가 대신 소비와 투자를 늘려라

: 부채감축으로 발생한 경기침체를 부채증가로 상쇄시켜라는 말은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A의 디레버리징을 막아라'는 말이 아닙니다. 채권자의 상환요구가 들어왔기 때문에, 채무자 A는 어쨌든 부채를 갚아야 합니다. 이때 A를 대신하여. 재정여력이 있는 다른 개인 · 기업 · 정부가 부채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주어야 합니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정부가 A를 대신하는 것을 의미하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추가적인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개인 · 기업이 A를 대신하게끔 만들어줍니다. 


▶ 중앙은행의 저금리정책은 가계부채를 증가시킨다

: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기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나오는 비판이 "가계부채 증가"[각주:2] 입니다. 얼마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로 인하하자 나왔던 비판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통화정책의 함의를 모르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목적은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입니다. 애초부터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의 가계부채가 증가하느냐' 입니다. 


은행은 아무에게나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소득 · 자산을 따져본 뒤 재정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죠. 즉, 안정된 재정을 유지하고 있는 가계가 낮아진 금리로 대출을 받은 뒤 소비를 늘리도록 만드는게 통화정책의 목적입니다. 


▶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예금이자가 줄어들었다

: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기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예금금리 · 대출금리도 낮아집니다. 과거에 은행에 예금을 하면 10%의 이자를 주었으나, 이제는 1%의 이자를 받기도 힘듭니다. 이것을 본 일부 사람들은 "은행이 이자를 많이주어야 소득이 증가해서 소비를 늘릴 것 아닌가. 이자를 적게주니 소득도 안늘어나서 소비할 돈도 없다."라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게 잡는 이유는 '저축을 하지말고 소비를 하라' 입니다. 예금금리가 높아지면 이자수익 덕택에 소득이 증가할테지만, 그만큼 저축을 하려 할겁니다. 반대로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적으니 저축이 줄어들고 소비를 하게 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을 강조했던 이유는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초래'[각주:3]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중앙은행이 적정 통화량을 넘는 화폐를 계속 유통시킨다면, 실질적인 생활수준은 변하지 않은채 그저 물가수준만 상승하여 인플레이션이 생겨납니다. 경제학자 Milton Friedman의 유명한 말,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이 바로 이를 알려줍니다.


그렇다면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도 지출과 통화량증가는 인플레이션만을 초래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재정정책은 지출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을 초래합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또한 통화량을 늘려서 인플레이션을 만들죠. 


하지만 단기의 세계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돈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게 주요한 목표가 됩니다. 이제 이번파트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어떻게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알아봅시다.



앞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i↓)하여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춘다면(r↓), 기업들은 낮아진 실질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추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상승(π↑)시키는 겁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매우 낮게 설정하고(i를 낮게 유지)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높인다면(π 증가),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r 최소화). 


개인과 기업들은 r 만큼의 실질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죠. 그리고 어떤 사업에 투자를 하면 r*만큼의 이익을 거둘겁니다. r은 r*보다 작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은 r*-r만큼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은 r*-r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니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게되죠.


<출처 : FREDFederal Funds Target Range - Upper Limit>


2008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금까지, 미국 중앙은행의 역할을 맡는 Fed는 기준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인 0.25%로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명목이자율(i)을 낮게 유지하는 행위입니다. 여기에더하여, "인플레이션율이 2%를 달성할때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해왔습니다. 


현재 미국 저축-투자가 결정짓는 실질이자율은 2%로 알려져 있는데, 2008년 이후 Fed는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1.75%(0.25%-2%)로 만들고 있는 셈이죠.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는 0 밑으로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목표를 높게잡는 것이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데에 중요합니다.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만들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는 것을 '수용정책'(accomodative policy) 라고 합니다. 


이처럼 단기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가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④

-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효과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작동원리와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부지출 증가(G↑)를 통해 단기적으로 거시경제 생산량을 증가(Y↑)시키고, 생산량을 늘리게된 생산자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늘어(C↑)나고 또 다시 생산량이 증가(Y↑)되는 승수효과의 원리로 작동됩니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늘려서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게 만들고(r>r*), 낮아진 실질이자율을 이용하여 개인의 소비(C↑)와 기업의 투자(I↑)가 증가함에 따라 거시경제 생산량(Y↑)이 늘어나는 원리로 작동됩니다.


이러한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이 가지는 의미는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입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부부채를 발생시켜 지출을 증가시키고, 확장적 통화정책은 개인과 기업이 은행대출을 받아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게 도와줍니다. 


경기침체가 발생한 원인이 '디레버리징(부채감축)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와 투자 감소로 인한 생산량 축소'였기 때문에, 여력이 있는 정부와 개인 · 기업이 '부채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서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한다면 생산량이 다시 늘어나'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채를 발생시켜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과연 언제까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만약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효과가 무한대로 지속될 수 있다면, 경기침체와 저성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경제성장률은 영원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방법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에서 살펴봤듯이, 경제가 성장할수록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이는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을 통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건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생산자들이 증가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상승시키기 때문' 입니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에서 살펴본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이유는 '총수요부문의 변동'에 따라 생산량도 변하기 때문입니다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총수요가 줄어들면, 생산자들은 줄어든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축소합니다. 생산량 축소는 경기침체를 의미하죠. 이제 반대로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힘으로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증가하면, 생산자들은 늘어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죠. 


이때,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힘으로 수요가 증가했을때 생산자들은 계속해서 생산량을 늘릴까요? 생산량을 늘리는건 힘이 듭니다. 일도 많이해야하고 기계도 더 많이 써야 합니다. 그냥 증가한 수요에 맞추어 상품가격만 올리면 손쉽게 더 많은 돈을 벌텐데 말이죠.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 상품 10개를 팔기보다 1,000원짜리 상품 1개를 팔면 일은 별로 안하는데 수입은 똑같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상품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증가한 수요에 대응합니다. 


결국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지출을 늘려서 총수요를 증가시키더라도, 장기적으로 거시경제 생산량은 증가하지 않고 상품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가수준 상승 발생합니다. 이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일 뿐,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⑤

- 시장 vs 정부? 총공급(장기) vs 총수요(단기)!


이번글에서 보았다시피,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와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는 다릅니다. 장기에서 화폐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뿐 실질적인 생활수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단기에서는 통화량증가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켜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개선시킬 수 있었죠. 또한 부채증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기침체에 맞설 수도 있었습니다.


장기와 단기의 세계가 다르다는 사실은 재정정책 · 통화정책을 구사할때 매우 중요합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할까요?" 단기에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는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개선시키지만, 장기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고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초래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장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와 '단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간의 의견대립이 발생합니다. 


'장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중요한건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니, 자본재축적을 통해 생산성을 개선시켜 총공급부문을 발전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라고 말합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장기에 인플레이션만을 발생시키는 악영향만 초래할 뿐이죠. 


반대로 '단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장기에는 인플레이션만 발생하더라도,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총수요부문을 발전시켜 경기침체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말합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단기에만 통하는 정책이지만, 바로 그 단기를 위해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초중등교육에서는 경제학자들의 논쟁을 '시장vs정부'로 많이 소개하지만, 실제 거시경제학자들의 논쟁은 '장기vs단기', '총공급vs총수요'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학적 사고방식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알게 되셨을 겁니다.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⑪]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갖춰야할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통해 이를 종합해보도록 합시다.



  1.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http://joohyeon.com/238 [본문으로]
  2. "기준금리 인하, 성장률 증가 효과" vs "가계부채만 늘어" [본문으로]
  3.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http://joohyeon.com/23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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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Olivier Blanchard 퇴임 - '경제위기와 맞선' 그의 공헌들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Olivier Blanchard 퇴임 - '경제위기와 맞선' 그의 공헌들

Posted at 2015. 5. 16. 18:00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5월 14일(목), IMF는 2008년 이래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아왔던 Olivier Blanchard가 올해 9월 이후 퇴임할 것이라고 발표[각주:1]했다. MIT 대학 소속이었던 경제학자 Olivier Blanchard는 그동안 '노동시장에서의 이력현상 연구' · '통화정책의 역할' · '투기적버블의 특징' 등의 연구를 통해 경제학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위대한 학자였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2주 전, 학계를 떠나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부임한 그는 최악의 경제위기에 맞서 세계 경제학계 논의를 이끌어왔다. <WSJ>은 이런 그를 두고 '위기와 맞선 경제학자'(IMF’s Crisis-Fighting Chief Economist)[각주:2] 이라 칭하였는데, '2008 금융위기' 대응과정에서 Olivier Blanchard가 어떠한 공헌을 했는지 이번글을 통해 알아보자.




※ 대완화기(Great Moderation) 

- 거시경제를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거시경제학자들


2008 금융위기는 거시경제학자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1980년대 이래로 거시경제학자들은 거시경제정책을 통해 경기변동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생산량이 잠재생산량에 미달하여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통화정책 등을 통해 경제를 바로 원상태로 복구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1987년부터 2006년 동안 Fed 의장을 맡았던 Alan Greenspan이 있었다.


  • Alan Greenspan이 Fed 의장으로 재임하던 기간(1987년 8월 - 2006년 1월) 동안의 경제성장률 · 물가상승률 · 실업률 변화 추이 

Alan Greenspan은 18년 동안 Fed 의장으로 재임하면서, 통화정책을 통해 낮은 물가수준과 견고한 경제성장률을 동시에 달성하였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Alan Greenspan 재임기 동안의 경제성장률(파란선) · 물가상승률(빨간선) · 실업률(초록선) 변화추이를 보여준다. 


특히 1990년부터 IT버블이 터지기 이전인 2000년까지, 미국은 3%~5% 사이의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유지하였고 실업률 또한 7%대에서 4%대로 하락하였다. 이에 더해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 · 실업률과 역에 관계에 있다고 알려진 물가상승률 또한 낮은 수준(3% 이하)을 유지하면서 미국경제는 대호황기를 지냈다.


낮은 물가수준과 견고한 경제성장률을 모두 달성했던 대호황기. 경제학자들은 이 시기를 '대완화기'(the Great Moderation)라 불렀다. 경제학자들과 Alan Greenspan은 의기양양 했다. 이제는 거시경제학 지식과 통화정책을 바탕으로 거시경제를 완전히 조정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심한 변동을 뜻하는 fluctuations 보다는 균형을 찾아간다는 뜻을 내포한 business cycle이 경기변동을 뜻하는 단어로 쓰이게 되었다.   


  • 1999년 1월 - 2006년 1월 동안의 Fed 기준금리 변화 추이

        

2001년 발생한 IT버블 붕괴는 경제학자들과 Alan Greenspan의 이러한 자신감을 더욱 더 키웠다. 버블이 터져서 경기침체가 발생했는데 자신감이 증대됐다? 그 이유는 Fed의 통화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IT버블 붕괴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하자 당시 Fed 의장이었던 Alan Greenspan은 기준금리를 급격히 내렸다. 2000년 12월 6.5% 였던 기준금리는 1년 만에 1.75%를 기록하였다. 통화정책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첫번째 그래프를 다시 살펴보면, 2001년 0%대까지 하락한 경제성장률이 반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완화기'(the Great Moderation)를 경험한 거시경제학자들을 가로막는 것은 없었다. 1929년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이후 탄생한 거시경제학 지식을 바탕으로 이제는 거시경제를 완전히 조정할 수 있는데 무슨 걱정거리가 있을까. 약 18년간 Fed 의장으로 재임해온 Alan Greenspan은 그것을 실제로 보여준 사람이었다.




※ 2008년 이전 거시경제학자들은 무엇을 믿었는가

- ① 중앙은행의 최우선 목표는 '인플레이션 안정'(Stable Inflation)


그러나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인 '2008 금융위기'(Great Recession)[각주:3]가 발생하였고, 그동안 거시경제학자들이 효과가 있다고 믿어왔던 거시경제정책 등이 생각만큼 작동하지 않았다. 거시경제학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2010년 2월 Olivier Blanchard는 <거시경제정책 다시 생각해보기>(Rethinking Macroeconomic Policy)[각주:4] 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한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이전 거시경제학자들이 믿어왔던 것'(What We Thought We Knew) · '거시경제학자들이 금융위기로부터 배운것'(What We Have Learned from the Crisis) · '정책설계에 있어서의 함의'(Implications for the Design of Policy) 를 말한다. 2008 금융위기 이전 거시경제학자들이 무엇을 믿었는지, 금융위기로부터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금융위기 수습을 위해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한 것이다.    


  • 1970년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기침체를 겪었던 미국
  •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안정'이 중앙은행의 주요목표로 자리잡았다.


먼저 Blanchard는 2008 금융위기 이전 경제학자들이 믿어왔던 것을 되짚는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중앙은행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만들기'(Stable Inflation) 였다. 중앙은행은 금리조정을 통해 생산량을 잠재생산량에 도달하게 하거나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인 수준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데, 둘 중에서 중앙은행의 우선목표는 '인플레이션 안정' 이었던 것이다. 


이는 역사적경험과 관련이 있다. 1970년대 미국은 오일쇼크로 인한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경기침체를 겪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더해 "인플레이션을 최적화 시킨다면 생산량 또한 잠재생산량 수준으로 도달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연구들은 '인플레이션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론적기반을 제공해주었다. 거시경제학자들은 더 나아가서 '인플레이션 안정'뿐 아니라 아예 '낮은 인플레이션'(Low Inflation)이 더 좋다고 믿었다. 이제 거시경제정책과 중앙은행의 목표는 '낮은 인플레이션'을 만드는 것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Blanchard는 중앙은행이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목표로 삼는건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왜일까? 중앙은행은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Inflation Expectation)을 낮은 수준으로 고정시킴(anchored)으로써, 경제 전체의 물가수준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 이때,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게 형성되면, 피셔방정식에 의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명목이자율)를 낮게 유지해야한다.  


   

   

피셔방정식에 의하면 "명목이자율은 실질이자율과 기대 인플레이션율의 합이 되어야한다." 예를 들어, 현재 실질이자율이 2%이고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 라면 피셔방정식에 의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명목이자율)는 4%가 되어야한다. 


만약 중앙은행이 피셔방정식을 무시하고 기준금리를 6%로 설정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이때 중앙은행이 의도하는 실질이자율은 (명목이자율(6%) - 기대 인플레이션율(2%)인) 4%이다. 그런데 (경제내 저축과 투자가 결정하는) 장기 실질이자율은 현재 2%이다.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의도한 실질이자율 4%는 2%보다 높은 값이다.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된 실질이자율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감소하고 경제는 침체에 빠지게 된다. 결국 중앙은행은 피셔방정식을 따라 4%의 기준금리를 설정할 수 밖에 없다.      


이때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명목이자율 또한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에서 1%로 감소했다고 가정하자. 이럴 경우 피셔방정식에 의해 실질이자율은 3%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내 저축과 투자가 결정하는) 장기 실질이자율은 2%이다. 인위적으로 높아진 실질이자율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감소하고 경제는 침체에 빠진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명목이자율)를 1%p 내린 3%로 설정해서 경기활성화를 도모한다. 결과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에 따라 명목이자율도 하락했다. 


이제 우리는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게 형성되면, 피셔방정식에 의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명목이자율)를 낮게 유지해야한다.'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면, 1980년대 이래 Fed 기준금리의 절대수준 자체가 하락하여 낮은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1982년-2008년 사이, Fed 기준금리의 변화.
  • Fed 기준금리의 절대수준이 낮아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 2008년 이전 거시경제학자들은 무엇을 믿었는가

- ② 정부지출 증가를 통한 재정정책은 효과는 제한적 (A Limited Role for Fiscal Policy)


통화정책뿐 아니라 2008 금융위기 이전 거시경제학자들은 재정정책도 어떠해야 한다는 믿음이 존재했다. 바로, '재정정책의 효과는 제한적'(A Limited Role for Fiscal Policy)이라는 믿음이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케인즈가 요구한 정부지출 증가 덕분에 대공황을 벗어났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왔을 것이다.[각주:5] 정부지출 증가로 대표되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대공황 이후 주요 거시경제정책 도구였다. 그렇지만 1980년대 이래로 재정정책은 통화정책에 그 자리를 넘겨주었다.  


거시 경제학자들이 '재정정책의 효과는 제한적' 이라고 믿는 이유들이 있다. 첫째 이유는 '리카도의 동등성정리'(Ricardian Equivalence Arguments)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의 정부지출 증가는 미래 세금증가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경제주체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현재 정부지출이 증가한다면, 미래 세금인상을 예측하는 경제주체들은 현재의 소비를 줄임으로써 미래를 대비할 것이다. 결국 현재 정부지출 증가의 효과는 소비감축으로 인해 상쇄된다.


둘째 이유는 '통화정책의 유용성'이다. 통화정책이 경제내 생산량을 조절하여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데 굳이 재정정책을 써야할 이유가 있을까? 통화정책과 달리 재정정책은 시행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절함으로써 그날 바로 통화정책을 시행할 수 있으나, 재정정책은 의회의 입법과 정부의 시행에 오랜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셋째 이유는 '정부부채의 증가'이다(High Debt Levels). 정부는 채권발행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지출을 증가시키는데, 이는 결국 정부부채 증가를 의미한다. 재정적자로 인해 정부부채가 증가하면 국가경제 신인도 하락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1세대 금융위기 모델][각주:6]. 또한 고령화를 겪는 국가들은 향후 연금지출증가와 세금수입 감소를 대비하기 위해 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게 중요하다. '재정의 지속가능성'(fiscal rules designed to achieve such sustainability)을 달성하려면, 재정정책의 사용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 2008년 이전 거시경제학자들은 무엇을 믿었는가

- ③ 금융규제는 거시경제정책 도구가 아니다     


2008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거시 경제학자들은 '금융규제'(Financial Regulation)와 '거시건전성 감독'(Macroprudential Supervision)을 중요하게 생각치 않았다. 개별 금융기관의 부정행위만을 감독하려 했을뿐, 전체 금융시장내 리스크를 감시하거나,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거시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미처 고려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이 터져 미국경제는 침체에 빠졌으나 Fed의 통화정책에 힘입어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러한 성공적인 경험들도 금융규제와 거시건전성 감독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사실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①] 금융발전이 전세계적으로 리스크를 키우지 않았을까?'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거시경제학자들이 2008 금융위기로부터 배운 것

- 경기침체시 재정정책의 효과는 매우 크다


성공에 도취된 거시경제학자들에게 2008 금융위기는 악몽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6년이나 지났으나, 세계경제는 여전히 침체상태에 놓여있다. Olivier Blanchard는 거시경제학자들이 금융위기로부터 배운 교훈을 말한다.


거시경제학자들은 중앙은행이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만들기'(Stable Inflation)를 목표로 했을때 생기는 문제점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율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낮게 형성시킨다. 이처럼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낮게 형성되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를 낮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어떠한 문제를 초래할까? Blanchard는 '경제위기 발생시 확장적 통화정책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less room for expansionary monetary policy in case of an adverse shock)는 점을 지적한다. 


만약 평상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0%로 설정하고 있다면, 경기침체 발생시 기준금리를 최대 10%p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평상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로 설정하고 있다면, 경기침체 발생시 움직일 수 있는 폭은 4%p 밖에 되지 않는다. 즉,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 밑으로 내릴 수 없는 문제'(Zero Lower Bound)에 쉽게 봉착하고 만다. 현재 Fed는 2008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0.25%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경기회복은 요원하다. 그렇다고해서 기준금리를 0 밑으로 내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통화정책을 대신하여 '재정정책'(Fiscal Policy)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2008년 9월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은 이래로 Olivier Blanchard는 지속적으로 "경기침체 시기, 재정정책의 효과는 크다."(“It’s Mostly Fiscal”) 라고 주장해왔다.


앞서 '현재 정부지출 증가의 효과는 미래 세금인상을 대비한 현재소비 감축으로 상쇄된다' 라는 논리를 소개했다. 이것 이외에 정부지출 효과가 제한적이 되는 이유는 '채권금리 상승' 때문이다. 정부는 채권발행을 통해 정부지출 자금을 조달한다. 따라서 채권시장에서 채권공급 물량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채권가격 하락과 채권금리 상승을 초래한다. 채권금리 상승은 민간기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어 투자를 위축시킨다. 그 결과, 정부지출 증가는 민간의 투자를 감소시킨다. 이를 '구축효과'(Crowding-Out)라 한다. 


그런데 만약 정부지출 증가가 채권금리 상승을 불러오지 않는다면, 재정정책의 효과는 크지 않을까? 만약 정부지출 증가가 발생할때 중앙은행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채권금리를 낮춘다면, 정부지출 증가의 악영향은 상쇄될 수 있다. 또한, 이미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인해 기준금리가 0에 근접한 가운데 시장 채권금리가 더이상 변동하지 않는다면, 정부지출 증가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 경제위기시 재정정책 승수는 1보다 크다


여기서 살펴봐야 하는건 2012년 10월에 나온 IMF의 <세계경제전망보고서>(<World Economic Outlook>)이다. Olivier Blanchard는 이 보고서를 통해 '재정정책의 승수는 1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지출 한 단위가 증가할 때, 총생산량은 1단위 이상 커진다는 것이다.


  • 2012년 당시, 그리스 등 남유럽국가들의 경제위기 원인으로 '과도한 정부부채'가 지목되고 있었다.


당시 세계 경제학계는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부채 감축이 필요하다'"(긴축정책 필요)을 주장하는 쪽과 "확장적 통화 · 재정정책을 통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성장정책 필요)고 주장하는 쪽으로 나뉘어 있었다. 특히 유럽경제의 경우 그리스 · 스페인 등의 과도한 정부부채가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Olivier Blanchard가 이끄는 IMF 연구팀은 "재정긴축을 시행한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였다."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큰 주목을 끈것이다. 


2012년 10월 당시 본 블로그를 통해 IMF의 보고서를 소개한적이 있다.(참고글 :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2012.10.20) 이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 1번 그림 : X축은 재정긴축 정도를 나타낸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재정긴축 정책 시행. Y축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오류'(실제 성장률 - 성장률 전망치)를 나타낸다. Y축이 음(-)의 값을 기록했다는 것은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비해 낮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음을 뜻한다.

  • 2번 그림 : 재정긴축 시행에 따라 투자 · GDP · 민간소비는 감소하고, 실업률은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IMF는 2010년 4월 초에 추정한 2010-2011년 사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실제 경제성장률과 다른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도대체 어떤 오류가 있었기에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이 다르게 나왔을까? 혹시 재정정책의 승수를 과소평가한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재정긴축정책을 시행했던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이 큰 괴리를 나타냈기 때문이었다.


첫번째 그림를 보면 재정긴축정책(혹은 재정건전성 정책, Fiscal Consolidation)을 시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국가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오류가 음수(-)로 나온다. 반면, 재정확장정책이 예상됐던 국가들은 양수(+)로 나와 그래프가 우하향 하는 모양이 된다. 쉽게 말해, 재정긴축이 예상됐던 국가들의 실제 경제성장률이 전망했던 것보다 낮게 나온 것이다.


두번째 그래프는 GDP 1% 단위당 재정긴축을 달성할 경우 전망치 오류를 나타내는데, 재정긴축 국가의 투자·GDP·민간소비는 음수(-), 실업률은 양수(+)를 기록했다. 투자·GDP·민간소비는 예측했던 것보다 낮았고 반대로 실업률은 예측보다 높았다는 의미이다.


IMF는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재정정책의 승수는 추정했던 것보다 크다. 우리의 연구결과는 재정정책의 승수가 (추정했던 0.4~1.2가 아닌) 0.9~1.7 범위에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나 상당한 수준의 경제침체·유동성함정에 빠진 통화정책·많은 국가들이 동시에 재정축소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재정정책의 승수는 1보다 클 것이다" 라고 말한다[각주:7]


그 뿐이 아니다. 세계경제전망보고서 발행을 주도한 Olivier Blanchard는 "경제를 침체로 이끄는 건 재정긴축이다.(Those forces pulling growth down in advanced economies are fiscal consolidation and a still-weak financial system.) 경제성장을 이끄는 건 확장적 통화정책이다"(The main force pulling growth up is accommodative monetary policy.) 라고 직접적으로 밝혔다. 또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고 신뢰가 낮고 금융부문이 취약한 상황에서 재정건전성 달성은 실망스런 경제성장과 침체를 동반시킨다"고 말한다. 그리고 "공공부채 증가로 인해 예상되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이 요구된다"[각주:8]라고 단호히 이야기하고 있다.


Olivier Blanchard는 이 보고서를 보완하는 연구결과를 2013년에 내놓는다. 바로, <성장률 예측 오류와 재정정책 승수>(<Growth Forecast Errors and Fiscal Multipliers>). 2012년 10월 나온 IMF 보고서를 두고 비판이 제기되었는데, 그 비판을 점검하여 다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연구의 결론은 변하지 않았고, Blanchard는 "경제위기 시에는 재정정책의 승수가 1보다 크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Olivier Blanchard가 '재정정책의 효과'를 강조한다고 해서, 무작정 정부지출과 정부부채를 늘리라는 말이 아니다. 중요한 건 '지금이 경제위기 상황'이라는 것이다. 경제상황이 좋을때 정부가 재정적자를 운용하거나 정부부채를 쌓아놓으면, 막상 경제위기가 왔을때 정부지출을 증가시키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Blanchard는 "경기가 좋은 시기에 재정지출 여력을 만들어 놓아라"(Creating More Fiscal Space in Good Times) 라고 주문한다. 그래야지만 경제위기가 왔을 때 맞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Had governments had more room to cut interest rates and to adopt a more expansionary fiscal stance, they would have been better able to fight the crisis.)

(사족 : 2008 금융위기 이후, 위기 해결을 둘러싼 '긴축vs성장' 논쟁은 다음글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 물가안정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안정도 중요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의 중요성


Olivier Blanchard는 "신흥국 중앙은행은 물가안정 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안정도 중요하다." 라고 말한다. 미국 Fed는 통화정책을 고려할때 굳이 외환시장을 생각치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신흥국들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신흥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기준금리를 올리면 통화가치가 상승하는데, 신흥국 통화가치 변화는 경제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바로, '신흥국들은 주로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가 유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다룬 글들을 통해서 수차례 이야기한 적이 있다. 신흥국들의 통화는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자금을 빌릴때는 주로 달러화 · 유로화 등을 이용한다. 즉, 신흥국들 대차대조표상에 있는 부채가 외국통화로 표기되어 있는데,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대차대조표상 부채크기가 증가하여 문제를 일으킨다. 


이때,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를 변동시키는 주된 요인은 '급격한 자본이동'(sharp shifts in capital flow)이다. 신흥국이 차입한 자본이 급격히 빠져나간다면, 신흥국 통화가치는 크게 하락한다. 따라서, Olivier Blanchard는 '자본이동을 감시하는 거시건전성 정책(Macroprudentail Policy)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는 IMF Blog에 기고한 글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다를 것이다>(<Monetary Policy Will Never Be the Same>을 통해, "거시건전성 감독정책 덕분에 급격한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충격은 1997년과 달리 제한적이다.(Thanks to macroprudential measures, (..) foreign exchange exposure in emerging market countries is much more limited than it was in previous crises.) 라고 말한다.


그는 더 나아가서 '자본이동을 통제'(capital control)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다. "급격한 자본이동을 막기위해, '금리정책 + 외환시장개입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 + 자본통제'가 함께 사용되면 '급격한 환율변동을 제한' 할 수 있다."(the joint use of the policy rate, foreign exchange intervention, macroprudential measures, and capital controls. (...) Foreign exchange intervention, capital controls, and macro prudential tools can, at least in principle, limit movements in exchange rates)


Blanchard가 이 글에서만 '자본이동 통제'(capital control)을 말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줄곧 소개한) 2010년 보고서 <거시경제정책 다시 생각해보기>(Rethinking Macroeconomic Policy) 에서도 그는 "불완전 자본이동(imperfect capital mobility)이 신흥국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at least in the short term, imperfect capital mobility endows central banks with a second instrument in the form of reserve accumulation and sterilized intervention.) 라고 말한다.


또한, IMF는 2012년 3월 'Institutional View'를 통해,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기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자본이동 통제(capital flow managemnet)가 유용할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For countries that have to manage the risks associated with inflow surges or disruptive outflows, a key role needs to be played by macroeconomic policies, as well as by sound financial supervision and regulation, and strong institutions. In certain circumstances, capital flow management measures can be useful. They should not, however, substitute for warranted macroeconomic adjustment.)


비록 Blanchard나 IMF가 '최후의 수단'으로 자본통제를 이야기 하고 있긴 하지만, '금융자유화'와 '금융시장 개방'을 내세우던 20년 전 IMF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위기와 맞서 싸운 경제학자 (Olivier Blanchard - IMF’s Crisis-Fighting Chief Economist)


학계에 있을 당시의 Olivier Blanchard는 엄격한 재정관리를 주장하는 학자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2008 금융위기(Great Recession) 라는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은 이후, 그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을 전세계에 계속해서 주문하였다. 글의 맨 앞서 이야기했듯이, <WSJ>은 이런 그를 두고 '위기와 맞선 경제학자'(IMF’s Crisis-Fighting Chief Economist)[각주:9] 이라 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4년 9월, 그는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글을 기고했다. 제목은 <위기는 어디에 숨어있는가>(<Where Danger Lurks>). 그의 글을 의역 · 요약하여 소개한다. 


2008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현대 거시경제학자들은 '경기변동'(fluctuations)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1980년대 이래, 거시경제학의 기본가정은 '경기변동의 선형성'(linearity) 이었죠. 경기변동이 선형적이라면, 생산과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는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경제는 금방 균형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naturally returning to its steady state over time.)


자그마한 외부충격-부동산가격 하락 등-이 거시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비선형적 상황'(non-linearity)은 중요하게 고려치 않았습니다. 그 결과, 이제 경기변동을 뜻하는 단어로 fluctuations 보다는 (균형을 찾아간다는 뜻을 내포한) business cycle 을 쓰게 되었죠.


실제로 1980년대 이래, 선진국 경제는 생산, 고용, 물가 등의 변동이 심하지 않은 '대완화기'(Great Moderation)를 경험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거시경제학 지식을 활용하여 경기를 완전히 컨트롤 할 수 있다!" 라는 확신을 가지게 만들었죠. 물론, 작은 충격이 거시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비선형적 상황'(non-linearity)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건, 거시경제학 지식을 활용하여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예금대량인출사태'(bank runs)는 "은행에 저축해 둔 내 돈을 회수 못할 수도 있다" 라는 작은 생각변화가 불러오는 것이죠. 그렇지만 '예금자 보험제도' 덕분에 대량인출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아졌습니다. 1997년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외환위기는 그저 신흥국에서 발생한 사건으로만 인식됐습니다.


중앙은행은 금리를 조절하여 통화정책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금리를 0% 밑으로 내릴 수 없다면, 통화정책은 무용지물이 되죠. 2008년 이전 세계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리를 0% 밑으로 내릴 수 없는 문제'(zero lower bound)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다시말해, 2008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거시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 'dark corners'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당시 경제상태는 dark corners와 거리가 있었고, 설령 dark corners에 빠진다고 하더라도 거시경제학 지식을 활용하여 금방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2008 금융위기는 '우리 생각보다 dark corners는 가까이에 있었고 더 어두웠다." 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The main lesson of the crisis is that we were much closer to those dark corners than we thought—and the corners were even darker than we had thought too.)


위기 이후 시행된 확장적 통화정책은 총수요 하락과 경제위축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총수요를 진작시키려는 재정정책은 정부부채 비율만 증가시켜 부도위험을 키웠죠.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0%대 까지 내리면서 경제를 살리려 했으나, '금리를 0% 밑으로 내릴 수 없는 문제'(zero lower bound)에 도달하고 말았죠. 이 문제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2008 금융위기가 경제학자들과 정책결정권자들에게 전해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dark corners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 써라" (The crisis has one obvious policy implication: Authorities should make it one of the major objectives of policy—macroeconomic, financial regulatory, or macroprudential—to stay further away from the dark corners.)


위기 이후 경제학자들과 정책결정권자들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시작했습니다. 은행 자본비율을 상향조정하고 규제를 강화해 나갔죠. 'Zero Lower Bound'라는 통화정책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여러가지 대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계에서는 '비선형성'(non-linearity)을 인식하고 그것이 가져올 위험에 대해 이론적, 실증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2008 금융위기는 분명 매우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위기 덕분에 거시경제학 이론적 논의와 실제 정책이 가까워 질 수 있었죠. 또한, 2008 금융위기는 거시경제학계에 중요한 교훈을 전해줬습니다. "dark corners에서 벗어나라" (The main policy lesson is a simple one: Stay away from dark corners.)


Olivier Blanchard. 'Where Danger Lurks'. 2014.09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서 '경제위기와 맞선' Olivier Blanchard의 퇴임 소식이 알려지자 수 많은 경제학자들과 기자들이 아쉬움을 표했다. <The Economist>는 "(Blanchard의 새로운 직장인) 피터슨연구소의 이익은 IMF의 손실이다. IMF는 Blanchard처럼 지적으로 진지하고 유연한 사람을 구하는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Peterson's gain is the IMF's loss; the Fund will struggle to find someone as intellectually serious and flexible as Mr Blanchard.) 라고 말하며, 그의 퇴임을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있다.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날 언젠가, 우리는 Olivier Blanchard에게 다시 고마움을 표하고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IMF. 'IMF Economic Counsellor and Director of Research Olivier Blanchard To Retire from the Fund'. 2015.05.14


IMF. 2012.10. 'Coping with High Debt and Sluggish Growth'. World Economic Outlook October 2012 


Olivier Blanchard's IMF Blog Posts


Olivier Blanchard. 2010.02. 'Rethinking Macroeconomic Policy', IMF Staff Position Note


Olivier Blanchard, Daniel Leigh. 2013. 'Growth Forecast Errors and Fiscal Multipliers'. IMF Working Paper 


Olivier Blanchard. 2013.11. 'Monetary Policy Will Never Be the Same'.


Olivier Blanchard. 2014.09. 'Where Danger Lurks'


The Economist. 'Tide barriers'. 2012.10.06


The Economist. 'No short cuts'. 2012.10.27


The Economist. 'The IMF - A nimble mind'. 2015.05.14

  

Wall Street Journal. 'Olivier Blanchard, IMF’s Crisis-Fighting Chief Economist, Is Leaving for the Peterson Institute'. 2015.05.14 


    


  1. 'IMF Economic Counsellor and Director of Research Olivier Blanchard To Retire from the Fund'. 2015.05.14 http://www.imf.org/external/np/sec/pr/2015/pr15219.htm [본문으로]
  2. 'Olivier Blanchard, IMF’s Crisis-Fighting Chief Economist, Is Leaving for the Peterson Institute'. 2015.05.14. http://blogs.wsj.com/economics/2015/05/14/olivier-blanchard-imfs-crisis-fighting-chief-economist-is-leaving-for-the-peterson-institute/ [본문으로]
  3.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4. IMF Staff Discussion Note. 'Rethinking Macroeconomic Policy'. 2010.02.12. https://www.imf.org/external/pubs/ft/spn/2010/spn1003.pdf [본문으로]
  5. 물론, 실제 학계 논의는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 대공황 당시 재정정책의 효과와 통화정책의 역할에 대해서는 수많은 다른 의견이 존재한다. [본문으로]
  6. '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 2013.08.23 http://joohyeon.com/162 [본문으로]
  7. What Does This Say about Actual Fiscal Multipliers? These results suggest that actual fiscal multipliers were larger than forecasters assumed. But what did forecasters assume about fiscal multipliers? Answering this question is complicated by the fact that not all forecasters make these assumptions explicit. Nevertheless, a number of policy documents, including IMF staff reports, suggest that fiscal multipliers used in the forecasting process are about 0.5. In line with these assumptions, earlier analysis by the IMF staff suggests that, on average, fiscal multipliers were near 0.5 in advanced economies during the three decades leading up to 2009. If the multipliers underlying the growth forecasts were about 0.5, as this informal evidence suggests, our results indicate that multipliers have actually been in the 0.9 to 1.7 range since the Great Recession. This finding is consistent with research suggesting that in today’s environment of substantial economic slack, monetary policy constrained by the zero lower bound, and synchronized fiscal adjustment across numerous economies, multipliers may be well above 1 (Auerbach and Gorodnichenko, 2012; Batini, Callegari, and Melina, 2012; IMF, 2012b; Woodford, 2011; and others). More work on how fiscal multipliers depend on time and economic conditions is warranted. (43) [본문으로]
  8. Those forces pulling growth down in advanced economies are fiscal consolidation and a still-weak financial system. In most countries, fiscal consolidation is proceeding according to plan. While this consolidation is needed, there is no question that it is weighing on demand, and the evidence increasingly suggests that, in the current environment, the fiscal multipliers are large. The financial system is still not functioning efficiently. In many countries, banks are still weak, and their positions are made worse by low growth. As a result, many borrowers still face tight borrowing conditions. The main force pulling growth up is accommodative monetary policy. Central banks continue not only to maintain very low policy rates, but also to experiment with programs aimed at decreasing rates in particular markets, at helping particular categories of borrowers, or at helping financial intermediation in general. (...) Many governments have started in earnest to reduce excessive deficits, but because uncertainty is high, confidence is low, and financial sectors are weak, the significant fiscal achievements have been accompanied by disappointing growth or recessions. (...) Reducing the risks to the medium-term outlook presaged by the public debt overhang in the major advanced economies will require supportive monetary policies and appropriate structural reforms (Chapter 3), as well as careful fiscal policy. [본문으로]
  9. 'Olivier Blanchard, IMF’s Crisis-Fighting Chief Economist, Is Leaving for the Peterson Institute'. 2015.05.14. http://blogs.wsj.com/economics/2015/05/14/olivier-blanchard-imfs-crisis-fighting-chief-economist-is-leaving-for-the-peterson-institute/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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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정절벽 (Fiscal Cliff) - 보수주의자들은 "재정건전성"을 원하는가?미국 재정절벽 (Fiscal Cliff) - 보수주의자들은 "재정건전성"을 원하는가?

Posted at 2012. 8. 28. 16:01 | Posted in 경제학/일반



http://www.seri.org/db/dbReptV.html?g_menu=02&s_menu=0203&pubkey=db20120821001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경제포커스] 미국 재정정책의 딜레마. 2012.08.21 


재정절벽세금 인상과 재정지출 축소 등 대규모 재정긴축으로 경제성장률이 급락하는 상황을 의미


- 현행 법령에 의하면 2013년부터 각종 감세 조치들이 종료되고, 실업금여 프로그램 등 재정지출도 축소될 예정


  • 세수 부문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2001년 감세 조치, 오바마 행정부의 급여세 감면 조치, 투자세액 공제 조치 등의 시한이 2012년 말로 종료
  • 지출 부문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실업급여 확대 조치가 종료되고, 2012년 예산 통제법에 따른 강제 지출삭감 조치도 시행될 예정

- 모든 긴축 조치가 현행 법령대로 시행될 경우 2013년 중 세금인상 및 재정지출 축소 규모는 총 7,700억 달러로 GDP의 5.1%에 이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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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경기침체의 영향이 가시화되는 등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긴축은 취약한 미국경제에 심각한 충격으로 작용


- 재정절벽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은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전망


  • 의회예산국은 재정긴축 조치를 모두 시행할 경우 2013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1.3%로 급락하고 연간으로는 0.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으며, 무디스는 2013년 경제성장률을 0.2%로 더 낮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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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연장 여부가 대표적인 쟁점


-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운동의 핵심 이슈로 '세금 형평성(tax fairness)'을 강조하면서 부유층을 제외한 소득계층에 대해서만 감세 연장을 추진


  • 부유층에 대한 감세 폐지로 인한 약 4조 달러 규모의 세수증가분을 교육, 친환경 에너지 등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
  •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의 소득세 감세 조치를 고소득층을 포함한 모든 소득계층에 대해 연장하면서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소득세 감세 조치를 재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

-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 임시 소득세 감면 조치를 조건 없이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

  • 부유층을 감세 연장 대상에서 제외하면 소기업 소유주 등 일자리 생산계층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게 되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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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지출 삭감 규모 및 방안에 대해서도 양당의 의견이 대립


- 공화당은 예산통제법에 따른 강제적 지출 삭감 규모 이상의 재정지출 축소를 주장하는 동시에 국방비 삭감 비중은 축소할 것을 요구


  • 예산통제법의 지출 삭감 규모는 하한선을 정한 것이라는 입장
  • 예산통제법에 따르면 국방예산은 7.5% 감축해야 하지만, 인건비 등은 감축대상에서 제외되므로 그 외 분야에서는 15%까지 감축할 필요
- 민주당은 사회보장 프로그램 예산에서 합의된 수준을 초과하는 감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

  •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8월의 지출 감축 합의를 수정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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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 CBO)은 "An Update to the Budget and Economic Outlook: Fiscal Years 2012 to 2022" 라는 보고서를 통해, 각종 감세조치가 연장되고 재정지출 삭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미국 연방정부 부채규모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CBO's Baseline Projection은 감세조치 종료, 재정지출 강제 삭감이 2013년에 예정되로 실시될 경우의 정부부채 규모 예상 추이를 의미한다. Alternative Fiscal Scenario는 감세조치가 연장되고 재정지출 삭감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의 정부부채 규모 예상 추이를 의미한다.



<출처 : http://www.cbo.gov/publication/43539 >



긴축정책은 경제침체를 불러온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이 누차 주장했던대로, "Your spending is my income, my spending is your income." 이기 때문. 특히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긴축재정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미 의회예산국은 긴축조치를 유예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문제는 "장기적인 성장률"일텐데, 긴축조치를 시행할 경우 장기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출처 : 삼성경제연구소 "미국 재정정책의 딜레마". 8페이지 >





여기서 내가 문제삼고 싶은 것은 "과연 보수주의자들은 긴축재정 또는 균형재정을 진정 원하는가?" 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정부부채가 적은 작은 정부"를 원한다. 시장에 간섭하는 큰 정부를 원하지 않을 뿐더러, 정부부채가 커진다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금융시장의 채권이자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계층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자산손실을 입게되고, 채권이자율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과 동일하다.) 그런 이유로 전세계의 보수주의자들은 "재정건전성" "균형재정"을 목놓아 외치는데... 미국 보수주의자들은 오히려 재정상태를 악화시키는 "세금 인하"를 요구한다. 


"낮은 세금은 정부간섭이 적은 것을 의미하지 않나?" 라는 물음이 제기될 수 있지만, 영국의 보수주의자들과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균형재정'을 위해 세금인상을 추진했었다.  


그렇다면 보수주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보수주의자들은 단지 사회안전망 축소를 원할 뿐" 이라고 말하며, 보수주의자들의 이중행태를 비판한다.


CBO는 Bush tax cuts-조지 W.부시 대통령이 시행했던 세금 감면 조치-의 만기가 도래하도록 놔둔다면 내년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현재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정부부채의 급격한 축소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케인지언 경제학의 관점인데, 이러한 이유로 지난 몇년간 反긴축주의자들은 긴축반대를 외쳐왔다. 만약 보수주의자들이 일관성이 있다면, 적은 정부부채가 가져오는 이점을 이야기하지 않는 CBO의 리포트를 비난해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재정적자는 그들에게 큰 이슈가 아니다.


재정건전성을 옹호하는 보수주의자들에게 재정적자란 그저 사회안전망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What the CBO says is that allowing the Bush tax cuts to expire and the sequester to kick in would hit the economy hard next year — because it would lead to a sharp fall in the deficit while the economy is still depressed. It’s pure Keynesianism, the same point that all of us anti-austerians have been making for years. If the right was at all consistent, it would be denouncing the CBO report for failing to take into account the impact of a lower deficit in deterring the invisible bond vigilantes and encouraging the confidence fairy.


But whaddya know: suddenly the deficit is not an issue.


Of course, it has been obvious all along that the whole deficit-hawk pose was insincere, that it was all about using the deficit as a club with which to smash the social safety net. But now we have a graphic demonstration.)


http://krugman.blogs.nytimes.com/2012/08/23/nobody-cares-about-the-deficit/

Paul Krugman. "Nobody Cares About the Deficit". 2012.08.23


그리고 기축통화인 달러를 가지고 있는 미국은 정부부채 규모가 증가하더라도 채권이자율의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보수주의자들은 기축통화 달러의 힘을 믿고서, 정치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세금인하"주로 주장한다. 기가 막힌건 재정지출 삭감을 요구하면서 국방비 삭감 비중은 축소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보면 보수주의자들이 원하는 건 재정건전성과 균형재정이 아니라 "복지지출 감소"와 "사회안전망 축소"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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