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⑤] 달라진 세계경제 Ⅱ - 글로벌 밸류체인 형성,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

Posted at 2019.09.22 19:32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를 보여주는 장면 3가지


▶ 장면 #1 -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 'Made in China' 제품을 쏟아내다



중국은 1990년대 개혁개방 정책 및 2001년 WTO 가입으로 '세계의 공장'(the World's Factory)[각주:1]이 되었습니다. 전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8%에서 2018년 25%로 확대되었고, 미국 · 일본 · 독일 · 영국 등 기존 선진공업국의 비중은 축소되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게 된 이유 입니다. 그 이유는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하여 인형 · 신발 · 의복 등의 노동집약적 상품을 전세계에 대규모로 공급했다는 점에만 있지 않습니다. 


개혁개방 정책 실시 이후, 외국인 투자자[각주:2]들은 13억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하여 앞다투어 중국으로 진출했고, 선진국 기업들의 제품 다수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이제 많은 제조업 상품들이 브랜드만 선진국 기업일 뿐 실상은 'Made in China' 입니다


말그대로 중국은 전세계 기업들의 제품을 만들어주는 '세계의 공장'이 되었습니다. 전세계인들은 중국에서 제조된 물건을 이용하고 있으며, 값싼 중국산 상품 덕분에 전세계 물가상승률이 낮아졌다는 연구[각주:3]는 더이상 새로운 주제가 아닙니다. 


▶ 장면 #2 -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될 '애플' 



'세계의 공장' 으로서 중국경제를 상징하는 제품이 바로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iPhone) 입니다. 아이폰은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에서 디자인 · 설계 +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 조립되어 완성됩니다. 아이폰 뒷면에 나오듯이 말그대로 '캘리포니아에서 디자인 · 중국에서 조립된 아이폰'(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 입니다.


이로 인하여, 대중국 수입품 전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으로 미국 애플의 상품이 뜬금없이(?) 피해를 보게 생겼습니다


트럼프행정부는 2018년부터 대중국 수입품 일부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2019년 9월 1일부터 애플 왓치와 에어팟 등에, 12월 15일에는 애플 아이폰 등에 관세부과를 예고[각주:4]한 상황입니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애플 상품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이 연일 제기되었고, 애플 CEO 팀 쿡 또한 "(중국 외에서 만들어지는) 라이벌 삼성 제품은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애플에게 해를 끼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각주:5]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중국에 부과한 관세로 인해 애플 가격이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세금을 내지 않는 쉬운 해결책이 있다. 애플 상품을 중국 대신 미국 내에서 만들어라. 지금 새로운 공장 건설을 시작하라."라고 말하며 지적을 일축했고, 2019년에는 팀 쿡에게 "애플의 사정을 고려하겠다"고 말은 했으나 추가조치는 없는 상황입니다.


▶ 장면 #3 - '한국vs일본' 무역분쟁에 우려를 표하는 '미국' 전자업계


  • 한국-일본 수출통제를 둘러싼 여러 협회의 최종 서한 


오늘날 세계경제 모습 '기업의 제품이 자국이 아닌 외국에서 만들어지고, 자국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부과되는 관세로 인해 자국기업이 피해를 보는 상황'은 참 아이러니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의아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한국vs일본' 무역분쟁에 우려를 표하는 '미국' 전자업계 입니다.


일본정부는 한국 사법부의 강제징용 판결을 문제삼으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 불화수소 · 포토 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3가지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조치를 7월 4일부터 시행하였습니다. 삼성전자 · SK하이닉스와 한국 정부 일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소재를 조달하거나 국산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오랜 시일이 걸리는만큼 지금 당장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될 거라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컴퓨터기술산업협회(CompTIA) · 소비자기술협회(CTA) · 정보기술산업위원회(ITI) · 전미제조업자협회(NAM) · 반도체장비재료산업협회(SEMI) · 반도체협회(SIA) 등 미국에 근거지를 둔 6개 단체가 분쟁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서한을 통해 "글로벌 정보통신산업 및 제조업은 부품 등을 효율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서로 엮여있는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interwoven and complex global supply chains)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밸류체인(global value chains)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수출규제정책의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변화는 공급망파괴와 배송지연 그리고 궁극적으로 전세계 기업과 근로자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그러므로 글로벌 정보통신산업 및 제조업에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우리는 한일 양국에 분쟁격화를 일으킬 행동을 자제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촉구한다."[각주:6] 라고 말했습니다.




※ 오늘날 경제구조와 교역방식은 과거와는 무엇이 다른가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사는 것이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앞선 3가지 장면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을 겁니다. 


"Made in China는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 아닌가? 중국이 물건 많이 찍어내는 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대중국 수입상품 관세부과로 미국기업 애플이 피해를 본다니, 역시 트럼프가 멍청한 짓을 하는구나!", "한국이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없으면 당연히 다른나라 기업들도 손해를 보니까 저런 성명을 낸거겠지" 라고 가볍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오늘날의 경제구조와 교역방식을 차근차근 비교해보면 간과해서는 안될 함의가 3가지 장면 속에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 과거 경제구조와 교역방식 : 소비를 목적으로 최종재 상품을 교환


서로 멀리 떨어진 국가간 교역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오래전 과거를 생각해봅시다. 


사람들은 마을에서 농식물을 재배 · 수확하면서 굶주린 배를 채우는 자급자족 생활을 했습니다. 5일장 등 시장에서 다른 마을 사람들과 먹을거리를 교환하고 보따리상이 먼 지역의 농식물을 가져와 팔기도 하였으나, 상거래의 지역적 범위는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즉, 국가간 교역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오래전 과거에는 '생산과 소비가 한 공간'(bundling)에서 이루어졌습니다.


19세기 제국주의와 증기기관 · 철도의 발명은 국제무역 시대를 열었습니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식민지에서 생산된 귀금속 · 향신료 · 원자재 등을 수입하여 소비하였고, 영국과 유럽대륙 국가들은 비교우위 품목에 특화하여 생산한 뒤 다른나라의 상품을 소비하기 위해 교환했습니다. 비교우위 개념을 세상에 내놓은 데이비드 리카도가 들었던 예시 '직물을 수출하는 영국과 포도주를 수출하는 포르투갈'(Cloth for Wine)[각주:7]에서 당시 시대상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세기 중반 컨테이너선 발명은 국가간 교역규모를 대폭 늘렸습니다. 미국과 서유럽이 만든 자동차 · 전자제품 등 제조업 상품과 중동이 채굴한 석유 및 중남미가 생산한 농산품 · 원자재 등 1차상품은 전세계로 퍼져나가 소비되었습니다. 



이처럼 운송비용이 하락함에 따라 국가간 교역은 활성화 되었고 '생산과 소비의 공간적 분리'가 이루어졌습니다(1st unbundling)


이제 개별 국가들은 자국이 생산한 상품을 전부 다 소비하지 않으며, 자국이 소비하는 상품 모두를 스스로 만들지도 않습니다. 제조업 상품은 북반부(North)에 위치한 미국 · 서유럽에서 집중 생산되며, 원자재 상품은 남반구(South)에 위치한 중동 · 중남미에서 주로 생산됩니다. 그리고 무역을 통해 서로 간 상품을 교환한 뒤 소비하는 'made-here-sold-there' 경제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족 : 여러번 강조[각주:8]했듯이, 국제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국내와 외국에서 다르기 때문이며 이러한 서로 다른 가격이 국내에서 초과공급(=수출) 및 초과수요(=수입)을 만들어냅니다. 한 국가 내에서 초과공급 및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이를 무역을 통해 해결한다는 사실 자체가 '생산과 소비의 공간적 분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교역 목적 및 품목은 '소비를 목적으로 최종재 상품을 교환(final goods & cross borders for consumption)' 하는 것입니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재 상품 다르게 말해 완성품은 다른나라 국민들이 소비를 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전달됩니다. 


▶ 오늘날 경제구조와 교역방식 : 글로벌 생산공유를 목적으로 중간재 부품을 교환 


"소비를 목적으로 최종재 상품을 교환하는 것을 '과거'의 경제라고 할 수 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 오늘날에도 이러한 형태의 무역이 행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교역형태를 '과거'의 것이라고 일컫는 이유는 새로운 경제구조와 교역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오늘날에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들어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경제 구조와 교역방식이 획기적으로 변했습니다. 


과거 철도 · 컨테이너선이 물적상품의 운송비용을 낮췄다(trade costs ↓), 정보통신기술은 서로 다른 국가에 위치한 사람들 간에 의사소통비용을 절감시켰습니다(communication costs ↓). 이제 선진국 본사에 있는 직원과 개발도상국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서로 간 지식과 아이디어(knowledge & ideas)를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한 선진국 기업들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역할을 배분합니다. 과거 선진국에 위치했던 제조공장은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했고,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이 창출한 지식과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그 결과, 오늘날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역할분담(task allocation)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상품의 제조 과정에서도 여러 국가가 참여합니다. 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 · 자본재 부품을 여러 국가가 만든 뒤 조립을 담당하는 국가로 수출하고, 마지막 제조공정을 맡은 국가가 이를 이용해 완성품을 만들어 냅니다. 이때 제조 과정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원활한 중간재 교역을 위해 지리적으로 밀집해있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보통신기술 발전은 의사소통비용을 낮춤으로써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생산하는 '생산과정의 분리'(2nd unbundling)을 만들어 냄

  • 출처 : Richard Baldwin. 2016. 『The Great Convergence』 (한국어 번역본 『그레이트 컨버전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 발전은 의사소통비용을 낮춤으로써 여러 국가가 생산에 참여하는 '글로벌 생산공유'(global production sharing) ·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등과 각자 역할을 맡는 '생산과정의 분리'(2nd unbundling)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선진국(North)에 위치했던 제조업은 동아시아 등 후발산업국가(South, Factory Asia)로 이동했고,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간재 부품 교역을 통해 함께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글로벌 경제구조는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을 전세계가 소비하는 'made-everywhere-sold-there'로 진화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교역 목적 및 품목은 '글로벌 생산공유를 목적으로 중간재 부품을 조달(intermediate inputs & cross borders for production)' 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교역의 주목적은 소비가 아니라 글로벌 생산과정 참여가 되었고,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중간재 부품이 국경을 여러번 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달라진 오늘날 경제구조와 교역방식을 염두에 두면서, 앞서 보았던 장면이 어떤 함의를 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합시다.


▶ 장면 #1 -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 'Made in China' 제품을 쏟아내다

→ 글로벌 생산공유에서 중국이 맡고 있는 역할이 '상품 제조'


: '많은 제조업 상품들이 브랜드만 선진국 기업일 뿐 실상은 Made in China인 모습'은 글로벌 생산공유에서 중국이 맡고 있는 역할이 '상품 제조'(Manufactures)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에서 살펴봤듯이, 1990년대 이후 중국은 가공무역(process trade)을 통해 '중간재 · 자본재 부품을 수입해온 뒤 이를 단순조립하여 완성품으로 만든 후 다시 수출'(imports of capital · intermediate good → assemble → re-export)하고 있습니다. 특히 컴퓨터 및 전자상품 생산과정에서 중국이 하는 일은 그저 단순조립일 뿐입니다.


만약 정보통신기술 발전이 '글로벌 생산과정의 분절화'(fragmentation of production)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Made in China 제품을 쏟아내는 세계의 공장 중국은 없었을 겁니다. 


▶ 장면 #2 -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로 인해 손해를 보게 될 '애플' 

→ 선진국의 서비스화 및 달라진 무역정책의 파급영향


: '선진국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를 맡고, 개발도상국은 중간재 부품 조달 · 제품 조립 등 제조 관련 직무를 맡는 구조'는 무역정책의 파급영향을 과거와 다르게(trade policy in the era of GVC) 만들었습니다.


과거 경제구조에서는 무역정책의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구분되었습니다. 자유무역정책은 비교우위산업과 수출업자에게 이득을 주었고 보호무역정책은 비교열위 산업과 수입업자를 유리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역정책 방향을 둘러싼 대립구도는 '비교우위 부문 vs 비교열위 부분' 혹은 '수출업자vs수입업자' 였습니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대립구도는 '자국 vs 외국' 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시장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은 자기이익보호를 위해 폐쇄경제를 고집[각주:9]하거나 수입경쟁에 노출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무역정책을 실시[각주:10]하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자국의 강점을 믿고 자유무역을 주장[각주:11]하거나 자국 수출업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자국 뿐 아니라 외국의 무역장벽도 낮추는 호혜적 무역자유화 방식[각주:12]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보호무역 및 자유무역 정책 실시배경에는 모두 "외국보다 우리나라에 유리하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무역정책의 승자와 패자를 쉽게 구분할 수 없습니다. 오늘날 자유무역정책이 수출업자에게 이득을 주고 보호무역정책이 수입업자에게 이득을 줄까요? 중국에서 수입되는 스마트폰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스마트폰 제조사를 경쟁에서 보호하는 것인가요? 중국에서 조달하는 중간재 부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이를 활용해 최종재를 만드는 미국 수출업자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보다 근본적으로 여러 국가가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글로벌 밸류체인 시대에 '자국 vs 외국'으로 양분하는 게 타당할까요? 대중국 수입품 전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행정부의 무역정책으로 미국 애플의 상품이 뜬금없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은 오늘날 글로벌 경제 및 무역 구조 속에서 무역정책의 파급영향이 과거와는 다름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을 내지 않는 쉬운 해결책이 있다. 애플 상품을 중국 대신 미국 내에서 만들어라. 지금 새로운 공장 건설을 시작하라!" 라고 대꾸하고 있습니다. 달라진 세계화가 오프쇼어링을 유발하여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줄였다고 믿는 트럼프 대통령다운 반응[각주:13]이지만, 달라진 세계화 형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입니다.


경제학자 Emily J. Blanchard는 "아이러니한건, 일자리 귀환을 목표로 하는 트럼프행정부는 관세부과를 수입중간재에 집중하였다. 이는 기업들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동하기 꺼리게 만들며 대신 Factory ASIA나 Factory Europe 으로 이동케한다"[각주:14]지적[각주:15]합니다. 이제 한 국가가 제품의 모든 것을 생산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중간재와 자본재 등을 조달하여 같이 만드는 시대에, 수입중간재에 관세를 부과할수록 생산은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오늘날 글로벌 경제구조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복잡해졌고, 이에 얽혀있는 이해관계도 딱 잘라서 구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장면 #3 - '한국vs일본' 무역분쟁에 우려를 표하는 '미국' 전자업계

→ 양국 간 무역분쟁은 글로벌 밸류체인을 통해 전세계로 퍼진다


글로벌 밸류체인 시대에 여러 국가가 과거보다 더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한국vs일본' 무역분쟁에 우려를 표하는 '미국' 전자업계 입니다. 


양국 간 무역분쟁 혹은 보호무역정책이 다른 국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1930년대에 이미 경험했습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각 국가들은 각자도생을 꾀하며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하였고 평균 50%가 넘는 관세를 부과했고, 대공황 충격이 사라지기는커녕 더 심화되었습니다.


1930년대 보호무역주의가 수출시장 축소를 통해 전세계에 악영향을 전파했다면, 오늘날 무역분쟁은 글로벌 밸류체인으로 서로 간에 긴밀히 연결된 고리를 끊음으로써 기업의 생산에 직접적인 충격을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애플사가 생산하는 아이폰은 중국 내에 위치한 대만 폭스콘사가 제조하는데, 아이폰에 들어가는 카메라센서 · 메모리 반도체 등 중간재 부품은 한국 전자기업들이 공급합니다.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는 전세계 D램 및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73% · 4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서버 · 스마트폰 등 IT상품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이기 때문에,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위축된다면 전세계 IT 산업이 타격을 받게 됩니다. 


즉, 일본의 반도체소재 수출규제로 한국이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미국 기업 뿐 아니라 전세계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단순히 시장규모가 축소되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전세계 전자제품 생산이 정지될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한일 간 갈등격화에 미국 전자업계가 서한을 보내면서까지 깊은 우려를 표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날 달라진 글로벌 경제구조와 교역형태를 염두에 두면서, 서한 내용 중 일부를 다시 한번 읽어봅시다.


"글로벌 정보통신산업 및 제조업은 부품 등을 효율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서로 엮여있는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interwoven and complex global supply chains)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밸류체인(global value chains)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수출규제정책의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변화는 공급망파괴와 배송지연 그리고 궁극적으로 전세계 기업과 근로자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그러므로 글로벌 정보통신산업 및 제조업에 피해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우리는 한일 양국에 분쟁격화를 일으킬 행동을 자제하고 해결책을 찾도록 촉구한다."[각주:16]


▶ 달라진 경제구조와 교역방식 : 기존 데이터 측정방식으로는 변화를 포착할 수 없다


1990년대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경제 및 무역 구조가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제 글로벌 생산공유 · 글로벌 밸류체인 · 글로벌 공금망 · 아웃소싱 등이 학자들의 연구주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보다 깊은 연구를 위한 장벽은 '기존 데이터의 측정방식'(measurement problem)에 있었습니다기존 무역데이터는 최종재 상품이 국경을 넘어서 수출입 될 때의 금액과 양을 주로 측정했기 때문에, 중간재 부품이 여러 국가 간 국경을 얼마나 넘나드는지 · 글로벌 생산공유 과정에서 개별 국가의 기여도가 어느정도 되는지 등을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짧은 설명으로는 기존 데이터의 한계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지금부터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합시다.




※ 달라진 경제구조와 교역방식 - 통합된 무역과 분해된 생산 

(Integration of Trade and Disintegration of Production)


  • 경제학자 로버트 C. 핀스트라(Robert C. Feenstra)

  • 1998년 논문 '세계경제 속 무역의 통합과 생산의 분해'(Integration of Trade and Disintegration of Production in the Global Economy)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달라진 세계경제를 주제로 많은 논문을 썼던 학자 중 한 명이 바로 로버트 C. 핀스트라(Robert C. Feenstra) 입니다. 핀스트라는 현재까지도 경제학계 유수의 저널에 논문을 출판하고 있으며, 그가 집필한 국제무역론 교과서는 전세계 대학원에서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로버트 C. 핀스트라는 1998년 논문 <세계경제 속 무역의 통합과 생산의 분해>(Integration of Trade and Disintegration of Production in the Global Economy)을 통해 글로벌 경제 및 무역 구조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논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핀스트라는 최근의 세계경제 변화에 대해 "세계시장 통합증대는 생산과정의 분해와 함께 이루어졌다."(The rising integration of world markets has brought with it a disintegration of the production process) 라고 말합니다. 


통합(integration)과 분해(disintegration) 라는 대조되는 단어를 이용하여 핵심을 전달하는 모습이 인상적 입니다. 그는 몇 가지 데이터를 통해 생산과정의 분해가 교역증대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한계도 드러나게 됩니다.


▶ 세계경제는 통합되고 있나?


  • 1890년~1990년, 국가별 GDP 대비 상품교역 비중 추이

  • 출처 : Feenstra(1998)


세계경제 통합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전세계가 무역을 통해 서로 긴밀히 연결된 모습을 통합 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상품의 수출 · 수입 규모를 살펴보면 세계화가 진행된 정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핀스트라는 국가별 GDP 대비 상품교역 비중(ratio of Merchandise Trade to GDP)이 1910년대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위의 표는 대표적인 선발공업국가인 미국 · 영국 · 독일 · 일본의 비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 독일은 1913년 6.1% · 19.9%에서 1990년 8.0% · 24.0%로 크게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영국 · 일본의 경우 과거 29.8% · 12.5%에서 20.6% · 8.4%로 되려 감소했습니다.


다시 말해, 국가별 GDP 대비 상품교역 비중의 절대값 자체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교역 규모가 커져왔다고 인식하고 있는데, 1990년 주요 선진국의 상품교역 비중은 30%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계치는 과거보다 현대에 와서 세계경제가 더 통합되었다는 직관에 반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직관이 잘못되었거나 통계치가 제대로 된 측정방식이 아니거나 둘 중 하나의 경우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핀스트라는 통계 측정방식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위의 통계치는 'GDP 대비 비중'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분모인 GDP가 세계경제 통합 정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비중은 왜곡되어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핀스트라는 "위의 표 대다수가 선진국인데, 이들은 오늘날 제조업 상품교역보다는 서비스 부문에 더 많이 종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GDP 대비 상품교역 비중이 낮게 나타난다"[각주:17]고 설명합니다. 


선진국의 서비스업 발전으로 인한 제조업의 비중 축소(not 절대규모 축소)[각주:18]는 이전글에서 다른 경제학자도 논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상품교역의 절대규모가 증가했음에도 분모인 GDP가 다른 요인으로 더 크게 증가했다면, 상품교역 비중은 낮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 생산과정의 분해가 교역증대를 만들어냈다 


  • 1890년~1990년, 국가별 상품 부가가치 대비 상품교역 비중 추이

  • 출처 : Feenstra(1998)


이 점을 고려하여 핀스트라는 상품부문과 서비스부문의 부가가치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GDP 대신 상품 부가가치만을 따로 떼어내어서 분모로 사용합니다. 위의 표는 1890년~1990년, 국가별 상품 부가가치 대비 상품교역 비중(ratio of Merchandise Trade to Merchandise Value-Added)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수치와는 확실히 다릅니다. GDP 대비 상품교역 비중은 30%도 채 기록하지 못했으나, 상품 부가가치 대비 상품교역 비중은 국가별로 최대 85.9%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1990년 미국 · 영국 · 독일 · 일본은 각각 35.8% · 62.8% · 57.8% · 18.9%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 프랑스 · 스웨덴의 경우 70년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는 '운송비용 하락과 여러 국가의 무역자유화 정책이 세계화를 진행시켰다'는 우리의 직관이 타당함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핀스트라가 본 논문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생산과정의 분해로 인해 중간재 부품이 몇번씩이나 국경을 넘나들었고, 이는 더블카운팅을 유발하여 교역 통계치를 상향시켰다"[각주:19] 입니다. 


'소비를 목적으로 최종재 상품을 교환'했던 전통적인 무역구조에서는 완성된 제조품이 한번 국경을 넘으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출발지인 국가는 수출을 기록하고 도착지인 국가는 수입을 기록합니다. 수출입 규모를 늘리는 것은 얼마나 많은 상품을 판매하느냐 입니다.


반면, '글로벌 생산공유를 목적으로 중간재 부품을 교환'하는 오늘날 무역구조에서는 중간재 부품이 여러번 국경을 넘게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스마트폰을 디자인하고 설계한 뒤 제작하려 합니다. 상품 생산과정을 살펴보면, 일본이 수출한 기초소재는 한국에 들어와 반도체공정에 쓰이고, 반도체에 첨가되어 중국으로 향한 후 스마트폰에 실려 미국으로 향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디자인과 설계는 국경을 4번 넘게됩니다. 일본산 기초소재는 3번, 한국의 반도체는 2번, 중국의 스마트폰은 1번 넘습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에 담겨져있는 미국의 디자인과 설계만을 따로 빼내어 기록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각 생산단계별 부가가치를 디자인 및 설계(10) · 기초소재(30) · 반도체(60) · 스마트폰(100)이라고 합시다. 미국은 부가가치가 10인 디자인과 설계를 수출한 뒤 100인 스마트폰을 수입했기 때문에 총 수출입액수는 110이 됩니다. 만약 미국이 비교열위인 기초소재만을 수입한 뒤 국내에서 나머지 생산과정을 수행했다면, 수입 30만 기록됐을 겁니다. 혹은 온전히 중국이 만든 스마트폰만 수입했더라면 수입 100만 기록됐겠죠.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생산과정 중간에 위치한 한국은 수입 30과 수출 60을 기록하게 됩니다. 또한 한국이 스마트폰을 수입했다면 수입 130과 수출 60으로 교역규모가 더 커집니다. 만약 미국으로부터 디자인 및 설계를 받고 일본으로부터 기초소재를 수입한 뒤에 국내에서 생산하여 소비했다면 수입 40만 기록됐을 겁니다. 


즉, 글로벌 밸류체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가일수록 자연스레  총무역규모(gross trade)가 크게 측정되는 '더블카운팅'(double counting) 이슈가 발생합니다.  글로벌 밸류체인 · 글로벌 생산공유 등 생산과정을 분해하는 새로운 무역구조가 확산될수록 교역규모는 늘어나고 각 국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통합됩니다.


핀스트라가 "세계시장 통합증대는 생산과정의 분해와 함께 이루어졌다."(The rising integration of world markets has brought with it a disintegration of the production process) 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미국기업은 상품 가공활동을 더 이상 미국 내에서 하지 않는다 


  • 1925년-1995년, 미국 수출입 중 품목별 비중

  • 출처 : Feenstra(1998)


핀스트라는 미국이 글로벌 밸류체인에 참여하고 있다는 근거로 '미국 수출입 중 품목별 비중'을 제시합니다. 위의 표는 1925년-1995년 미국 수출입 중 음식료 · 산업용 원자재(Industrail supplies and materials) · 자본재(Capital goods) · 소비재 · 차량 및 부품 등의 비중 변화를 보여줍니다.


과거 미국 수입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품목은 산업용 원자재 였습니다. 1925년 68.2% · 1950년 62.4% · 1965년 53.3%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본재 비중은 1965년까지 10%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보면, 과거 미국은 비교열위 품목인 원자재를 수입하여 국내에서 제조상품을 생산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서부터 수입품목의 변화가 나타납니다. 산업용 원자재의 비중이 1980년 31.3% · 1995년 18.2%로 급락한 반면, 자본재의 비중은 1980년 19.0% · 1995년 33.6%로 급증합니다. 그리고 완성품인 소비재의 비중도 1980년 21.5% · 1995년 24.3%로 증가합니다.


핀스트라는 수입품목 중 자본재와 완성품인 소비재의 비중이 확대되는 것을 근거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은 공정과정이 상당히 진행되어있다. 이는 미국기업이 공정활동을 자국에서 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각주:20]라고 주장합니다. 


이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미국이 맡은 역할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이고, 상품 제조는 개발도상국인 중국 등에서 맡고 있습니다. 이것이 통계치에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핀스트라는 "외국에서 이루어진 제조업 혹은 서비스 활동이 자국에서의 활동과 결합하고 있다. 기업은 생산과정 아웃소싱을 늘리는 것이 이윤이 남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제 생산은 국내혹은 외국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미국 제조업이 건설해온 수직통합적 생산방식(the vertically-integrated mode of production) 일명 포디즘이 몰락함을 보여주고 있다"[각주:21] 라고 말하며, 세계경제 변화가 가지는 의미를 설명합니다.




※ 미국의 수직통합적 생산방식 몰락, 그러나 세계경제 속 수직적 특화 증가


  • 위 : 왼쪽부터, 데이비드 후멜스(David Hummels) · 준 이시히(Jun Ishii) · 케이-무 이(Kei-Mu Yi)

  • 아래 : 이들의 2001년 논문 <세계무역 속 수직적 특화의 본질과 성장>(<The Nature and growth of vertical specialization in world trade>)


로버트 C. 핀스트라의 주장대로 1990년대 들어 미국 내 수직통합적 생산방식은 해체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미국 내에서 행해지던 상품제조 활동은 전세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게 되었고, 그 결과 '세계적 차원의 수직적 특화 구조'(Vertical Specialization)가 만들어졌습니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후멜스(David Hummels) · 준 이시히(Jun Ishii) · 케이-무 이(Kei-Mu Yi) 3명은 2001년 논문 <세계무역 속 수직적 특화의 본질과 성장>(<The Nature and growth of vertical specialization in world trade>)을 통해 세계경제 속 수직적 특화를 측정할 수 있는 방식을 제시합니다. 

핀스트라의 1998년 논문은 "세계경제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었지만 이와 함께 연구자들이 넘어야 할 과제도 보여주었습니다. 바로, "개별 국가가 글로벌 밸류체인에 참여하는 정도를 어떻게 측정해야 하나?" 입니다. 

글로벌 생산과정 분해는 중간재 부품이 여러번 국경을 넘는 상황을 만들었고, 더블카운팅 때문에 기존의 측정방식인 총수출 및 총수입 (gross export & import)이 과대평가 되는 문제를 시정해야 했습니다. 

"글로벌 밸류체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가일수록 자연스레 총무역규모가 커지니, 그냥 총무역규모로 판단하면 되지 않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 국가가 글로벌 밸류체인에 참여하여 통계치가 큰 건지 아니면 그냥 최종재 거래를 많이하여서 그런 것인지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글로벌 밸류체인 참여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글로벌 밸류체인 다르게 말해 세계경제 속 수직적 특화 구조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하며, 전통적 무역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합니다. 

과거와 오늘날 무역이 어떻게 다른지 앞서 계속 살펴봐왔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 수직적 특화란 무엇인가

● 전통적 무역 (Traditional Trade)

일반적으로 최종재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① 원자재를 이용해 중간재 생산 → ② 중간재와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를 이용하여 최종재 상품 제조  ③ 완성된 최종재를 국내에 판매하거나 수출 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전통적인 무역 구조 하에서는 첫째, 자국 내에서 원자재 채굴 → 중간재 생산 → 최종재 생산 → 국내 판매 혹은 수출. 둘째, 원자재 혹은 중간재 수입 → 최종재 생산 → 국내 판매만 이루어졌습니다. 

상품이 국경을 넘는 경우는 온전히 국내에서 생산과정을 거친 최종재가 수출되거나 아니면 국내 생산 및 소비를 위해 원자재 및 중간재가 수입될 때만 발생하였습니다. 따라서 전통적인 무역 구조에서 국경을 넘는 경우는 최대 1번 이었습니다.

● 수직적 특화 (Vertical Specialization)

a. 상품이 2단계 이상의 연속 단계를 통해 생산된다[각주:22]

b. 상품 생산과정에서 2개 이상의 국가가 부가가치를 제공한다[각주:23] 

c. 상품 생산과정에서 최소한 1개의 국가가 수입 중간재를 반드시 사용해야하며, 이렇게 만들어진 산출물은 반드시 수출되어야 한다[각주:24]

3인방이 정의한 수직적 특화 구조는 위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합니다. 

전통적 무역은 a와 b는 해당되지만, c를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자국에서 만든 중간재를 이용하여 만든 최종재를 수출하거나, 수입 중간재를 이용해 만든 최종재를 국내에서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수직적 특화는 '원자재 혹은 중간재 수입 → 국내에서 최종재 생산 → 다시 외국으로 수출하는 생산과정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수직적 특화에서 중간재 혹은 최종재는 최소 2번이나 국경을 넘게 됩니다.

수직적 특화 구조를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아래 그림을 살펴봅시다.

  • 수직적 특화 개념도
  • 출처 : Hummels, Ishii, Yi (2001)

위의 그림에서 수직적 특화는 국가 1로부터 중간재를 수입(A)한 뒤, 국가 2가 최종재를 만들고 이를 국가 3으로 수출(E)하는 A → E 경로를 의미합니다. 수입 중간재를 이용하여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거나(A → D), 국내 중간재로 만든 최종재를 수출(B&C → E)하는 경우는 수직적 특화가 아닙니다.


▶ 수직적 특화에 참여하는 방식 및 정도


따라서, 개별 국가들이 세계경제 속 수직적 특화에 참여하는 방식은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수입 중간재를 이용하여 국내에서 최종재를 생산한 뒤 외국으로 수출. 위의 그림에서는 국가 2가 해당되며, 현실에서는 한국에서 반도체를 수입해서 스마트폰을 제조하고 이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국을 생각하면 됩니다.

둘째, 제3국으로 수출될 최종재 생산에 투입되는 중간재를 수출. 말이 좀 어려울 수 있지만, 위의 그림에서 국가 1과 현실 속 한국을 생각하면 됩니다. 한국은 제3국으로 수출될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중국으로 중간재 부품인 반도체를 수출합니다. 

3인방은 개별 국가가 글로벌 밸류체인에 참여하는 정도를 이러한 2가지 방식으로 제시합니다.


VS는 수입 중간재를 이용하여 국내에서 최종재를 생산한 뒤 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을 측정한 값이며, VSI는 제3국으로 수출될 최종재 생산에 투입되는 중간재를 수출하는 방식을 측정한 값입니다. 


  • 1972년-1990년, 미국 총수출 중 VS 방식 수출이 차지한 비중 추이
  • 동그라미가 있는 선은 석유품목을 제외한 것
  • 출처 : Hummels, Ishii, Yi (2001)

위의 그래프는 1972년-1990년 미국 총수출 중 VS 방식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VS Share)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이 세계경제 속 수직적 특화 구조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972년 VS 비중은 6%에 불과했지만 1990년 11%로 증가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 미국기업의 아웃소싱이 더 활발히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오늘날 값은 더 클겁니다.




※ 글로벌 밸류체인 교역에서 각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는 어느정도일까?


이렇게 경제학계 내에서 새로운 경제구조 및 교역방식을 이해하는 정도는 깊어져 갔습니다. 기존 수출입 데이터가 놓치고 있던 변화 양상을 포착해내었고, 글로벌 밸류체인에 참여하는 정도를 측정하는 방식도 개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에게는 답해야 할 물음이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바로, "글로벌 밸류체인 교역에서 각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는 어느정도일까?"(value-added) 입니다.


전통적인 무역 구조에서는 수출액은 대부분 국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반영하고 있었고 반대로 수입액은 외국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수지가 우리 재보의 준칙이다" 라고 말하는 중상주의가 유행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글로벌 밸류체인 무역 구조에서는 단순히 총수출 및 총수입 (gross exports & imports) 수치만 가지고 무역득실과 규모를 판단하면 심각한 오류가 발생합니다. 글로벌 밸류체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가일수록 몇번씩이나 국경을 오가는 중간재 부품으로 인해 더블카운팅 문제가 발생하여 총수출입 규모는 커지는데, 총수출입 통계치에서 자국과 외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각각 어느정도 인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총수출입 교역과 부가가치 교역 간 차이로 인해 왜곡되는 양자 무역수지


경제학자 리차드 발드윈(Richard Baldwin)하비에르 로페즈-곤잘레스(Javier Lopez-Gonzalez)는 2015년 논문 <공급망 무역 : 글로벌 패턴의 모습과 몇가지 검증할 수 있는 가설들>(<Supply-chain Trade: A Portrait of Global Patterns and Several Testable Hypotheses>)을 통해, 기존 측정치인 총수출입과 부가가치 교역이 다르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멕시코가 10달러짜리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이 경우 멕시코는 무역흑자 10달러를 기록하고, 미국은 무역적자 10달러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런데 멕시코가 생산한 자동차의 부가가치를 분해해보면, 전통적인 방식으로 양자 무역수지를 기록하는 게 문제(distortion of bilateral trade balance)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글로벌 밸류체인 교역에서 국내외 부가가치를 분해

  • 출처 : Baldwin, Lopez-Gonzalez (2015)


멕시코가 만든 10달러짜리 자동차에는 외국에서 수입한 중간재 3달러 + 국내에서 만든 중간재 2.5달러 + 그리고 완성품이 창출한 순부가가치 4.5달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맨 왼쪽 그림)


여기에서 수입산 중간재 철강을 또 분해해보니, 여기에는 호주 부가가치 1달러 + 멕시코 부가가치 1달러 + 미국 부가가치 1달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호주산 철광석과 멕시코산 기초소재를 이용하여 철강재를 만들고 다시 멕시코로 수출했음을 의미합니다. (가운데 그림의 윗부분)


또한, 멕시코가 만든 중간재 가죽 및 플라스틱을 분해해보니, 여기에는 멕시코 부가가치 2달러 + 미국 부가가치 0.5달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미국에서 수입한 원재료로 멕시코가 가죽과 플라스틱을 만들었음을 의미합니다. (가운데 그림의 중간부분)


중간재 부가가치를 국가별로 재분류해보니, 외국에서 조달한 중간재 부가가치는 호주 철광석 1달러 + 미국 철강재 1달러 + 미국 가죽 및 플라스틱 원재료 0.5달러로 총 2.5달러 입니다. 멕시코 내에서 만들어진 중간재 부가가치는 3달러 입니다. (맨 오른쪽 그림)


처음에는 멕시코가 만든 10달러짜리 자동차에 외국에서 수입한 중간재 3달러 + 국내에서 만든 중간재 2.5달러가 들어가 있는 줄 알았는데, 좀 더 세부적으로 분해해보니 외국에서 수입한 중간재 2.5달러와 국내에서 만든 중간재 3달러가 있었습니다. 이는 글로벌 밸류체인을 세부적으로 쪼갤수록 우리가 아는 수치와 값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왼쪽 : 명시적으로 관측되는 전통적인 무역 흐름

  • 오른쪽 : 숨겨져있는 부가가치 무역 흐름

  • 출처 : Baldwin, Lopez-Gonzalez (2015)


이제 전통적인 무역에 따른 수출입 규모와 부가가치 무역에 따른 수출입 규모를 비교해 봅시다.


멕시코가 10달러짜리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했으니, 전통적인 총수출입(gross exports & imports) 측정방식으로는 멕시코 무역흑자 10달러와 미국 무역적자 10달러가 기록됩니다. 


그런데 자동차에 들어간 중간재와 부품이 어디에서 왔는지 세부적으로 따져보니, 멕시코 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미국으로 수출된 액수는 7.5달러(멕시코산 중간재 3달러 + 자동차 완성품 순부가가치 4.5달러)에 불과합니다. 미국산 부품 1.5달러는 멕시코의 수출액과 미국의 수입액에서 제외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호주산 철광석 1달러도 제외되어야하죠.


따라서, 부가가치 교역 기준으로 멕시코 무역흑자 7.5달러와 호주 무역흑자 1달러를 기록하고, 미국은 무역적자 8.5달러가 됩니다. 멕시코와 미국 간 양자 무역수지를 부가가치로 따진다면, 미국의 대멕시코 무역적자는 10달러에서 7.5달러로 줄어듭니다. 미국의 대멕시코 수입액(gross imports) 10달러 중 2.5달러는 미국 내에서 창출된 부가가치이며 1달러는 멕시코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겁니다.


▶ 총수출입 교역과 부가가치 교역 간 차이로 파악하는 글로벌 밸류체인 참여도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밸류체인이 확산됨에 따라 기존의 총수출입 교역(gross trade)과 새롭게 주목해야 할 부가가치 교역(value-added trade) 간 괴리가 심해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양자간 무역수지 왜곡 뿐 아니라 전세계 교역규모를 측정함에 있어서도 중간재 부품 교역의 더블카운팅이 야기하는 뻥튀기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글로벌 밸류체인을 통해 전세계 교역규모가 과대평가 되는 이유를 단순하게 나타내면 위의 그림과 같습니다. 상품이 세 나라를 오가면서 전세계 교역규모는 210을 기록하지만, 실제 부가가치 교역규모는 110에 불과합니다. B국가는 A국가로부터 수입한 부가가치 100인 중간재에 10을 더했을 뿐인데, C국가로 완성품을 수출하면서 10이 아닌 110이 기록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글로벌 밸류체인에 속해있는 국가들끼리 중간재 교역이 많이 오갈수록 더블카운팅은 누적되고 실제 부가가치 창출액에 비해 전세계 교역규모는 더더욱 커집니다.


그런데 생각을 달리하면 "기존의 총수출입 교역규모(gross trade)보다 새롭게 주목해야 할 부가가치 교역규모(value-added trade)가 작은 국가 및 산업일수록 글로벌 밸류체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 로버트 C. 존슨(Robert C. Johnson)과 길레르모 노구에라(Guillermo Noguera)는 2014년 논문 <부가가치 수출에 관한 5가지 사실과 거시경제 및 국제무역 연구에 미치는 함의>(<Five Facts about Value-Added Exports and Implications for Macroeconomics and Trade Research>)을 통해, 국가별 · 산업별 총수출입 교역 수치와 부가가치 교역 수치 간 괴리를 보여줍니다.


  • 2008년 전세계 산업별 총수출(Gross exports)과 부가가치 수출(Value-added exports)의 차이

  • 출처 : Johnson(2014)


위의 그래프는 2008년 기준 전세계 산업별 총수출(Gross exports)과 부가가치 수출(Value-added exports)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서비스업 보다는 제조업이 글로벌 밸류체인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거라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제조업은 총수출 보다 부가가치 수출이 적게 나옵니다.  

  • 2008년 중국의 산업별 총수출(Gross exports)과 부가가치 수출(Value-added exports)의 차이
  • 출처 : Johnson(2014)

위의 그래프는 2008년 중국의 산업별 총수출(Gross exports)과 부가가치 수출(Value-added exports)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전자 및 광학장비(Electrical and Optical Equipment) 산업에서 괴리가 심한데, 이러한 모습은 중국 전자산업이 가공무역을 통해 글로벌 밸류체인에 참여하고 있음을 또 다시 증명[각주:25]해주고 있습니다. 

▶ 글로벌 밸류체인 파악을 위한 전세계 경제학자들의 공헌


멕시코 자동차 수출에서도 잠깐 느끼셨을 수 있지만, 여러 국가를 오가는 상품의 부가가치를 국적별로 분해하는 건 매우 힘든 작업입니다. 달라진 세계경제 구조와 교역방식을 올바로 측정하고자 했던 경제학자들의 수고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도 정확한 수치와 현황을 알지 못했을 겁니다.


  • 부가가치 교역을 측정하는 데이터베이스와 관련 연구들

  • 출처 : Johnson (2014)


2000년대 들어서 전세계 경제학자들은 부가가치를 분해할 수 있는 글로벌 단위의 산업연관표(Global Input-Output Table)을 보완하거나 새로 만들기 시작하였고, 오늘날 WTO-OECD TiVA Database · World Input-Output Database 등이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제학자로는  로버트 C. 존슨(Robert C. Johnson) · 길레르모 노구에라(Guillermo Noguera) ·  로버트 쿠프먼(Robert Koopman) · 찌 왕(Zhi Wang) · 샹-진 웨이(Shang-Jin Wei) · 마르첼 P. 티머(Marcel P. Timmer) · 리차드 발드윈(Richard Baldwin)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각주:26]




※ 글로벌 밸류체인 확산이 거시경제 · 국제무역 · 고용에 미친 영향


'글로벌 밸류체인'(GVC)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계 경제 및 무역 구조는 거시경제 · 국제무역 · 고용 등에 과거와는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 왜곡된 양자 무역수지, 글로벌 무역시스템을 불안정하게 하다


미국은 2017년 기준 중국으로부터 약 6,000억 달러를 수입하고 중국으로 약 2,000억 달러를 수출하기 때문에, 4,000억 달러 수준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러한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비판하는 근거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총수출입으로 측정한 무역수지 균형(gross balance)을 근거로 무역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여깁니다.  그 이유는 1980년대 마틴 펠드스타인이 말했던 '저축과 투자의 균형'[각주:27]과는 다른 것에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멕시코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부가가치 교역으로 측정한 균형(value-added balance)으로는 무역적자 규모가 더 적게 측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미국의 대중국 및 대일본/대한국 무역수지 균형을 기존의 총무역글로벌 밸류체인에 부합하는 부가가치를 이용해 나타내었다

  • 부가가치로 측정했을 때,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줄어들고 대일본/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확대된다

  • 출처 : Johnson(2014)


위의 그래프는 미국의 대중국 및 대일본/대한국 무역수지 균형을 기존의 총무역(gross balance)과 글로벌 밸류체인에 부합하는 부가가치(value-added balance)를 이용해 나타낸 것입니다. 


2009년 기준 미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총무역 측정치 2,000억 달러 수준에서 부가가치 측정치 1,500억 달러 수준으로 무려 20%나 줄어듭니다. 반면, 대일본/대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2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됩니다. 


이러한 결과는 이번글에서 누차 설명해왔던 일본 → 한국 → 중국 →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한 겁니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품목 안에는 한국과 일본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가가치 기준으로도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큰 거 아니냐" 라고 따진다면 할 말은 없지만, 경제학자들이 우려하는 점은 "상황을 왜곡하는 기존의 무역수지 균형 데이터가 양국 간 교역관계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09년-2013년 4년동안 WTO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파스칼 라미(Pascal Lamy)는 2011년 1월 <파이낸셜 타임즈>에 기고한 칼럼[각주:28]을 통해 이 점을 지적합니다. 


파스칼 라미 총장은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아이폰 액수는 매년 19억 달러이고 이것이 무역적자에 기여한다. 그러나 만약 부가가치 기준으로 측정한다면 규모는 0.73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현재 총무역액(gross value)로 측정되고 있는 국제무역 데이터는 상황을 잘못 전달할 수 있으며, 이미 보호주의 압력이 거센 상황에서 미중 양자관게가 더 악화될 있다(A distorted trade picture can inflame bilateral relations)"고 지적합니다. 


▶ 미국기업의 아웃소싱이 미국 내 임금불균등을 심화시킨다. 그런데...


아까 살펴본 로버트 C. 핀스트라의 연구를 오랜만에(?) 다시 떠올려 봅시다. 


핀스트라는 미국 수입 중 자본재 품목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을 근거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은 공정과정이 상당히 진행되어있다. 이는 미국기업이 공정활동을 자국에서 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미국이 맡은 역할은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관련 직무이고, 상품 제조는 개발도상국인 중국 등에서 맡고 있습니다.


이때, 핀스트라가 논문을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주제는 '기업들의 아웃소싱이 미국 내 임금불균등에 미치는 영향' 이었습니다. 제조업 직무는 비숙련 근로자가 주로 종사해왔으며, 디자인 · 설계 · 연구개발 · 마케팅 · 판매 등 서비스 직무는 상대적으로 숙련 근로자가 일하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서비스 일자리가 늘어나는 변화는 '숙련 근로자와 비숙련 근로자 간의 임금불균등을 확대시키도록 작용'(wage inequality ↑)하게 됩니다. 


여기서 깊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기업의 아웃소싱으로 인해 임금불균등이 확대될 때, 근본원인을 기술발전에서 찾아야 하느냐 무역에서 찾아야 하느냐'(technology vs. trade) 입니다. 기업의 아웃소싱 그 자체는 국제무역의 영향 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밸류체인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건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 덕분입니다. 


1990년대-2000년대 경제학자들은 임금불균등의 원인이 기술변화에 있느냐 무역에 있느냐를 두고 첨예하게 논쟁[각주:29]했습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보호무역 정책이 실시될 가능성을 염려하며 애써 무역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을 외면해 왔습니다. 


이때 핀스트라는 아웃소싱을 통해 국제무역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또한 아웃소싱 증대는 통신기술의 발전 덕분이라는 점을 말했습니다. 그는 "수입경쟁 부문의 고용 및 임금 변화를 설명할 때, 아웃소싱을 통한 무역과 ICT 발전을 통한 기술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이다"[각주:30] 라고 말하며 논의의 폭을 넓히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미국 제조업 고용 감소 현상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 더 깊게 살펴보도록 합시다.




※ '기술발전'이 만들어낸 글로벌 밸류체인, 왜 '동아시아'에 집중되었을까?


로버트 C. 핀스트라의 설명처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이 없었다면 여러 국가가 생산에 참여하는 '글로벌 생산공유'(global production sharing) ·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등은 불가능 했을 겁니다.


달라진 세계경제 속에서 우리는 '한국 · 미국 · 중국이 함께 만든 아이폰'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글로벌 밸류체인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아이폰은 없거나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하고 있을 겁니다.   


  • 2000년과 2017년, Simple GVC 교역 네트워크 및 Complex GVC 교역 네트워크

  • 17년 사이 중국과 한국 ·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 출처 : WTO. 2019. Global Value Chain Development Report Ch.01 Recent patterns of global production and GVC participation


그런데... 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선진국끼리 글로벌 밸류체인을 형성하지 않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그 중에서도 동아시아 내에서 글로벌 밸류체인이 발전한 것일까요? 막연히 '13억에 달하는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을 이유로 들기에는 무언가 다른 요인도 작용했을 것 같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정보통신기술이 어떻게 글로벌 밸류체인을 형성하도록 도왔는지 그리고 왜 선진국의 제조업이 동아시아로 이동한 이유를 신경제지리학신성장이론을 이용해 살펴보도록 합시다.


  1.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2.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액은 개방정책을 시작한 1979년 8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1992년 110억 달러 · 2002년 527억 달러 · 2018년 1,390억 달러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참고 :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3. 이 주제에 관한 연구는 수없이 많지만... 최근(?)에 가까운 연구 하나를 링크. Feenstra et al. 2018. How Did China's WTO Entry Affect U.S. Prices? [본문으로]
  4. Apple iPhones Get Tariff Reprieve, But Other Tech Gear Still Hit. 2019.08.14 [본문으로]
  5. Apple CEO warns Trump about China tariffs, Samsung competition. 2019.08.19 [본문으로]
  6. Dear Minister Sekō and Minister Yoo: Our trade associations represent leading companies in the global information communications technology (ICT) and broader manufacturing industries that generate trillions of dollars in revenue annually and fuel economic growth and innovation around the world. We write to express our concern regarding recently announced export restrictions on certai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materials, and request efforts for swift resolution of this issue to reduce harm to the global economy due to regulatory uncertainty, potential supply chain disruptions, and delays in shipments that may result from this ongoing dispute. Global ICT and manufacturing industries rely on interwoven and complex global supply chains and justin-time inventory to efficiently source components, chemicals, materials, and technology that has led to substantial innovation and growth. Japan and South Korea are important players in these global value chains. Non-transparent and unilateral changes in export control policies can cause supply chain disruptions, delays in shipments, and ultimately long-term harm to the companies that operate within and beyond your borders and the workers they employ. We therefore urge both countries to expeditiously seek resolution of this issue and refrain from actions that could escalate the situation further in order to avoid potentially long-term damage to the global ICT and manufacturing industries. More broadly, we also urge all countries to rely on multilateral approaches to ensure that changes to export control policies are based on national security concerns and implemented in a transparent, objective, and predictable manner. Thank you for your consideration of this matter. Signed, Computing Technology Industry Association (CompTIA)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TA) Information Technology Industry Council (ITI) 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 (NAM) SEMI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SIA)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s://joohyeon.com/266 [본문으로]
  8.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s://joohyeon.com/267 [본문으로]
  9.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s://joohyeon.com/269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11.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s://joohyeon.com/265 [본문으로]
  1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https://joohyeon.com/279 [본문으로]
  13.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https://joohyeon.com/281 [본문으로]
  14. A noteworthy irony, given President Trump’s stated goal to bring jobs back to US shores, is that the administration has imposed new tariffs disproportionately on imported intermediate goods (Bown and Zhang 2019)— the very inputs that are necessary for US manufacturers to produce and sell their products competitively in the US and global markets. If the intent is to induce US manufacturers to ‘re-shore’ production to the US (or to dissuade US firms from moving final assembly/downstream production overseas), lower tariffs on imported intermediate goods would be in order. Higher tariffs on intermediate goods – together with increased uncertainty over the future of US tariff policy more generally– run the risk of inducing firms to shift their current production patterns away from the US and into ‘factory Asia’ or ‘factory Europe’. [본문으로]
  15. Emily J. Blanchard. 2019. Trade Wars in the GVC area [본문으로]
  16. Dear Minister Sekō and Minister Yoo: Our trade associations represent leading companies in the global information communications technology (ICT) and broader manufacturing industries that generate trillions of dollars in revenue annually and fuel economic growth and innovation around the world. We write to express our concern regarding recently announced export restrictions on certai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materials, and request efforts for swift resolution of this issue to reduce harm to the global economy due to regulatory uncertainty, potential supply chain disruptions, and delays in shipments that may result from this ongoing dispute. Global ICT and manufacturing industries rely on interwoven and complex global supply chains and justin-time inventory to efficiently source components, chemicals, materials, and technology that has led to substantial innovation and growth. Japan and South Korea are important players in these global value chains. Non-transparent and unilateral changes in export control policies can cause supply chain disruptions, delays in shipments, and ultimately long-term harm to the companies that operate within and beyond your borders and the workers they employ. We therefore urge both countries to expeditiously seek resolution of this issue and refrain from actions that could escalate the situation further in order to avoid potentially long-term damage to the global ICT and manufacturing industries. More broadly, we also urge all countries to rely on multilateral approaches to ensure that changes to export control policies are based on national security concerns and implemented in a transparent, objective, and predictable manner. Thank you for your consideration of this matter. Signed, Computing Technology Industry Association (CompTIA)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CTA) Information Technology Industry Council (ITI) National Association of Manufacturers (NAM) SEMI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SIA) [본문으로]
  17. But the figures in Table 1 do not tell the whole story. The comparisons there are for industrial countries, which have had increasing shares of their economies devoted to services rather than ‘‘merchandise’’ trade like manufacturing, mining and agriculture. (...) For all these reasons, the merchandise component of GDP is shrinking, so that merchandise trade relative to GDP is pulled down for this reason. [본문으로]
  18.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 https://joohyeon.com/282 [본문으로]
  19. A final explanation, of particular relevance to this paper, is that the disintegration of production itself leads to more trade, as intermediate inputs cross borders several times during the manufacturing process. This leads to an upward bias in the ratios reported in Table 2, because while the denominator is value-added, the numerator is not, and will ‘‘double-count’’ trade in components and the finished product (for example, automobile parts and finished autos are both included in trad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 This is surely an important factor in the great surge in exports from the Asian newly-industrialized countries. [본문으로]
  20. The data presented in Table 3 indicate that products are being imported into the United States at increasingly advanced stages of processing, which suggests that U.S. firms may have been substituting away from these processing activities at home. [본문으로]
  21. The rising integration of world markets has brought with it a disintegration of the production process, in which manufacturing or services activities done abroad are combined with those performed at home. Companies are now finding it profitable to outsource increasing amounts of the production process, a process which can happen either domestically or abroad. This represents a breakdown in the vertically-integrated mode of production—the so-called ‘‘Fordist’’ production, exemplified by the automobile industry—on which American manufacturing was built. [본문으로]
  22. a good is produced in two or more sequential stages [본문으로]
  23. two or more countries provide value-added during the production of the good, [본문으로]
  24. at least one country must use imported inputs in its stage of the production process, and some of the resulting output must be exported. [본문으로]
  25.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26. Baldwin, Richard, and Javier Lopez-Gonzalez. “Supply-Chain Trade: A Portrait of Global Patterns and Several Testable Hypotheses.” NBER Working Paper 18957.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Washington, DC, 2013 ////////// Hummels, David, Jun Ishii, and Kei-Mu Yi. “The Nature and Growth of Vertical Specialization in World Trade.”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 2001, 54:75–96. ////////// Hummels D, Ishii J, Yi K M. The Nature and Growth of Vertical Specialization in World Trade.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 2001, 54(1): 75-96. ////////// Johnson R C, Noguera G. Accounting for Intermediates: Production Sharing and Trade in Value Added.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s, 2012, 86(2): 224-236. ////////// Koopman R B, Wang Z, Wei S J. Estimating Domestic Content in Exports When Processing Trade is Pervasive. Journal of Development Economics, 2012, 99(1): 178-189. ////////// Koopman R B, Wang Z, Wei S J. Tracing Value-Added and Double Counting in Gross Exports. The American Economic Review, 2014, 104(2): 459-494. ////////// Leontief, W. “Quantitative Input and Output Relations in the Economic System of the United States.”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1936, 18: 105–125. ////////// Miller, R. E., and P. D. Blair. Input–output Analysis: Foundations and Extension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9 ////////// Miller R E, Temurshoev U, Output Upstreamness and Input Downstreamness of Industries/Countries in World Production. International Regional Science Review, November 5, 2015 0160017615608095 ////////// Timmer, M., A. A. Erumban, J. Francois, A. Genty, R. Gouma, B. Los, F. Neuwahl, O. Pindyuk, J. Poeschl, J.M. Rueda-Cantuche, R. Stehrer, G. Streicher, U. Temurshoev, A. Villanueva, G.J. de Vries. “The World Input-Output Database (WIOD): Contents, Sources and Methods.” 2012. WIOD Background document available at www.wiod.org. ////////// Timmer, M. P., Los, B., Stehrer, R. and de Vries, G. J. (2016), "An Anatomy of the Global Trade Slowdown based on the WIOD 2016 Release", GGDC research memorandum number 162. ////////// Wang Z, Wei S J, Zhu K. Quantifying International Production Sharing at the Bilateral and Sector Level. NBER Working Paper Series, 2013. [본문으로]
  27.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s://joohyeon.com/274 [본문으로]
  28. ‘Made in China’ tells us little about global trade. 2011.01.25 [본문으로]
  29.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 https://joohyeon.com/282 [본문으로]
  30. In fact, the whole distinction between ‘‘trade’’ versus ‘‘technology’’ becomes suspect when we think of corporations shifting activities overseas. The increase in outsourcing activity during the 1980s was in part related to improvements in communication technology and the speed with which product quality and design can be monitored, which was in turn related to the use of computers. A good example of this is the ‘‘retailing revolution’’ that has occurred during the 1980s, as with the development of large-scale discount stores such as Walmart and Target in the United States. The ability of these stores to offer lower prices has depended on an extensive system of outsourcing to low-wage countries, with new inventory methods and rapid communication allowing for design changes that are frequently needed in apparel. This illustrates that trade (through outsourcing) and technology (through computerized communication and inventories) are complementary rather than competing explanations for the changes in employment and wages in the import-competitive sectors. [본문으로]
  1. 도희
    하와와.. 5편이 나온거시에요..
    국제무역에서 관세장벽을 세워봤자 가치사슬의 흐름만 방해하는 것이에요..
    지구적 관점에서 총 효용을 보면 관세따위 필요없는 것이에요..
    관세가 없는 세상에서는 회사는 이윤을 극대화 하기위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에요..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약간 높은 급여를 지급하고 제조는 옮기는게 타당한 흐름인 거시에요..
    하지만 노동의 흐름이 세계화 되려면 아직 한참 남은 거시에요.. 디트로이트 공장의 노동자가 실직하고 중국 자동차 공장에 취직하기는 힘든 거시에요..
    민주주의는 민의를 대변하니.. 미국의 중상주의가 어리석어 보여도 어쩔수가 없는 거시에요..
    당장 내가 굶고있는 이유가 있어야 되니까요.. 그 분들에게는 다 중국 때문인 거시에요!! 코딩을 배워서 캘리포니아로 가라 자본주의의 노예야!
    결국 알파고님이 전 인류의 의식을 통합하고 승천하는 것밖에 답이 없는 것이에오!! 하와와!!
    • 지나가던자
      2019.09.24 16:35 [Edit/Del]
      ㅋㅋㅋㅋ댓글이 너무 찰지네요. 오늘도 글 잘읽었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댓글도 잘 읽었습니다ㅎㅎ
  2. 동아시아 밸류체인에 대한 내용이라니 궁금해서 잠도 안오는 것이에요.
    어쩔수 없이 업무시간을 쪼개서(아무도 안볼때!) 찾아본 것이에요.
    동아시아의 GVC은 한 중 대만 일본 (베트남?) 미국이 맞물려 돌아가는 흐름인 것이에요.
    전방참여와 후방참여 비중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쨋든 동아시아 각국이 호혜적 관계인 것은 자명한 것이에요. 따라서 공동시장을 구성하거나 최소한 메가FTA로 경제적 관계를 발전 시키는 것이야말로 공리적인 흐름인 것이에요!!!
    이것을 위해서는 먼저 일본은 2차대전의 역사를 철판 도게자로 사과하고, 한중은 베트남 침략에 대해 사과하고, 미국은 달러를 찍어서 상품을 사주기나 하면 되는 것이에요. 모두가 행복해진다니 넘모 기쁜 것이에요.
    하지만 휴먼은 어쩔수 없는 것이에요...한 백년정도 걸릴까요? 어서 알파고님이 오셔야 할 텐데...
  3. ㅇㅇ
    안녕하세요 주인장님. 다름이 아니라, 유럽 경제 위기 시리즈(유로존의 근본적 결함)를 네이버 블로그에 퍼가고 싶은데, 혹시 가능한 지 허락을 여쭙고 싶습니다.
    • 2019.10.02 13:38 신고 [Edit/Del]
      안녕하세요.
      그냥 개인적으로 보는 거면 괜찮습니다만, 공개적으로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는거면 좀 그렇더군요.

      왜냐하면.. 어떤 네이버 블로그에서 제가 쓴 솔로우모형 글을 퍼간 뒤에, 댓글로 마치 자기가 쓴 거처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달더군요... 쩝...
    • ㅇㅇ
      2019.10.02 15:50 [Edit/Del]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 사람이 언제 퍼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링크를 첨부하면 그 밑에 박스까지 뜨면서 썸네일에 사이트 주소까지 떠서 그런 행위는 하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출처는 반드시 밝히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하시다면 제 블로그 주소까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혹시 안될까요?
    • 2019.10.02 17:26 신고 [Edit/Del]
      네 알겠습니다.
      별 볼일 없는 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4. Mr.Copper
    소재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학교 후배인데, 아무래도 전방산업들이 역으로 소속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다가 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잘 정리된 글 정말 잘 읽고 갑니다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Posted at 2018.07.18 23:29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자유무역을 비판해 온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머리말>

표지에 왜 그렇게 화나고 사나운 표정의 사진을 썼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 이 책에서 우리는 절름거리는 미국을 이야기한다. 안타깝게도 좋은 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은 표정, 기쁨보다 분노와 불만을 담은 표정을 찍은 사진을 쓰기로 했다. 지금 우리는 즐거운 상황에 처해 있지 않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모두가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8장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이제 제조기업들이 바로 여기 미국에서 최선의 조건을 누릴 수 있도록 사업 환경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더 많은 제조공정을 미국으로 돌릴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법이 필요하다. 특정 국가들이 툭하면 자국 화폐를 절하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우리는 홈팀이며, 우리 자신을 앞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다른 나라에 빼앗긴 우리의 일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그 답은 '우호적인' 교역 파트너들과 더 나은 무역협정을 맺는 것에 있다. 우리는 중국, 일본, 멕시코 같은 나라들로부터 일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우리는 미국 소비자들이 만든 세계 최고의 시장을 너무 많은 방식으로 그냥 내주고 있다. (...)


이제 나는 미국을 위해 싸울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다시 위대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이기겠다는 의지와 과거처럼 '미국산' 배지를 명예롭게 만들겠다는 헌신뿐이다.


- 도널드 트럼프, 2015, 『불구가 된 미국』(원제 : 『Crippled America』)




※ 자유무역을 둘러싼 트럼프와 경제학자들 간의 대립


트럼프가 2016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민주당 8년 집권에 따른 피로감 · 힐러리에 대한 비토 · 백인들의 지지 등 여러가지를 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과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요인은 '자유무역 정책과 세계화에 대한 반감' 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대선 이전부터 현재의 무역체제, 특히 중국과의 무역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해 벌어졌던 Brexit에 이어 트럼프 당선이 현실화되자 경제학자들은 "전세계적으로 자유무역과 세계화 기조가 후퇴하고 보호무역 흐름이 도래하는거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말해온 공약을 하나둘 시행해 나갔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문제 삼았으며, 한국과의 FTA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정적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문제삼으며, 대중국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당황해하며 또한 분개했습니다. Gregory Mankiw[각주:1]부터 Paul Krugman[각주:2]까지 정치적이념과 전공에 상관없이[각주:3]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 "자유무역이 생산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을 부여하며, 무역의 장기적인 이익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보다 크다고 생각하시나요?" 라는 물음에 대해, 약 95%의 설문 응답자(경제학자)가 동의(Agree)를 표했다.

  • IGM Economic Experts Panel - Free trade, 2016.03.22


경제학자들에게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는 옳은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경제학자들의 주요 논지는 "무역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다. 무역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손해를 보상해주면 된다." 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경제학자들의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


트럼프의 충격적인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 (...) 


경제학자들이 트럼프 승리를 초래하지 않았을 지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경제학자들이 세계화의 치어리더(globalization's cheerleaders)가 되지 않고 학계에서 훈련받은 태도를 견지했다면, 대중논쟁에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20여년 전, 나는 『Has Globalization Gone Too Far?』를 출간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세계화에 대응하는 정부의 결연한 대응이 없다면, 너무 심한 세계화(too much globalization)는 사회분열을 심화시키고, 분배 문제를 초래하며, 국내 사회적합의를 악화시킬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 주장은 이후 평범한 이야기가 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지 않았고, 나의 책이 '야만인들의 탄약'(ammunition for the barbarians)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보호무역주의자들은 내 책의 주장을 세계화를 깍아내리고 자신들의 논지를 강화하는데 이용하였다. 


경제학자 동료 중 한명은 나에게 이런 물음을 던졌다. "당신의 주장이 선동정치가 등에게 남용될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나요?"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대중논쟁장에서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가로채질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이 '학자들은 국제무역에 있어 한 가지 방향만 말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위험을 우려하는 주장에) 내포된 전제는 무역논쟁에 있어 야만인들이 한쪽편에 있다는 것이다. WTO체제나 무역협상에 불평하는 자는 보호무역주의자들이고, 지지하는 쪽은 항상 천사의 편이라는 말이다. (...)


학자들이 공공논쟁에 참여할 때에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어왔다. 학자들은 무역의 이점을 말해야하며 세세한 사항은 깊이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흥미로운 상황을 초래한다. 학자들이 작업하는 무역의 정통모형은 분배효과를 말한다. 무역의 이점 반대편에는 특정 생산자나 근로자의 손실도 존재한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시장실패가 무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오랜기간 알아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은 '경이로운 비교우위나 자유무역'(wonders of comparative advantage and free trade)을 앵무새처럼 말해왔다. NAFTA나 중국의 WTO 가입 등이 분배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분명해 졌음에도, 경제학자들은 분배 문제 우려를 축소(minimized distributional concerns)하고 총 무역 이익만을 강조했다(overstated the magnitude of aggregate gains from trade deals). (...) 국제무역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언급하기 꺼려하면서 경제학자들은 대중들의 신뢰를 잃게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에 따라 국제무역 반대자의 목소리만 더 강화되었다. (서문) (...)


경제학자들이 좁은 이념에 빠진 이유는 경제학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때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로 인해 초래된 노파심으로 인해 대중들에게는) 학계 내에서 이야기되는 다양한 측면을 이야기하기 보다, 특정 이념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을 표하게 된다.


나는 한 가지 실험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자가 경제학과 교수에게 전화해서 "X국가와 Y국가의 자유무역이 좋은 생각일까요?" 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응답을 할거다. 그런데 대학원 국제무역 수업에서 학생이 "자유무역은 좋은가요?" 라는 물음을 던지면 어떨까. 아마 앞선 사례와는 달리 자유무역이 좋다는 응답이 빨리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 교수들은 이런 물음을 학생에게 다시 던질거다. "학생이 말하는 '좋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누구를 위해 좋은건가요?" "만약 여러 조건이 만족되고 있으며, 무역의 혜택을 받는 자에게 세금을 징수해서 손해를 보는 자에게 전달된다면 자유무역은 모두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할 거다. 그리고 수업이 더 진행되면 경제학 교수는 자유무역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지 않으며 다른 조건들에 달려있다는 말을 덧붙일 거다. (...)


자유무역이 종종 자국의 분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논쟁 장에서 목소리를 잃게 된다. 그들은 또한 무역의 옹호자로 나설 기회도 잃고 만다. (118-123)


- Dani Rodrik, 2018, 『Straight Talk On Trade』


하버드대학교 소속 경제학자 Dani Rodrik은 2018년에 출간된 저서 『Straight Talk On Trade』를 통해, 대중논쟁에서 경제학자들이 보인 태도가 되려 자유무역 체제에 독이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지지하지만 무역개방이 가져다주는 피해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학계 내에서는 '무역이 근로자 임금에 미치는 영향', '무역과 불균등의 관계' 등을 심도 깊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며, 앞으로 어떤 무역체제를 가져야할지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정작 대중논쟁장에서는 이러한 논지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기자가 자유무역이나 FTA협상 등이 경제와 일자리에 악영향을 가져다주는 것 아니냐고 문의하면, 학자들은 "자유무역은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다"라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사람들은 무역이 초래하는 실제적인 피해 때문에 고민하는데, 학자들은 앵무새처럼 원론적으로 좋은 말만 반복할 뿐이죠.


왜 학자들은 학계와 대중논쟁장에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Rodrik이 지적하듯이 '자유무역의 문제를 지적하는 논리가 보호무역주의자들에게 남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 입니다. 


자유무역은 분명 특정계층에게 피해를 안겨다 줍니다. 그리고 경제학원론에서 배우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 피해를 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자유무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보호무역주의자들은 학자들의 논리를 비약시켜 "자유무역의 폐해는 주류 경제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무역장벽을 쌓아야한다."는 식의 주장을 합니다. 이건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비약입니다.


  •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책.....


"대중논쟁장에서 자유무역을 비판한다고 해서, 보호무역주의자들이 이를 남용한다는 우려는 기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서점에 가 보면 자유무역 논리를 설명하는 서적보다는 비난하는 책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류의 책들은 부제로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나 '자유무역의 신화와 자본주의의 숨겨진 역사' 등을 달고 나옵니다.


그렇다면 던질 수 있는 물음은 "나는 자유무역 비판론자들의 주장이 타당해 보이는데, 왜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를 싫어하나?" 일겁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분명 자유무역의 한계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보호무역주의자들이 말하는 것과는 맥락과 초점이 다릅니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흐름과 역사 그리고 오늘날 국제무역의 모습'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국제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기에 앞서, 한 가지 생각을 해봅시다. 오늘날 자유무역을 둘러싼 비판은 주로 선진국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이 불평하는 것은 같은 선진국과의 교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과의 무역 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러한 모습은 상당히 기묘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자유무역을 비난해온 국가들은 주로 개발도상국 이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개발도상국들은 "자유무역은 선진국이 개도국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논리이다", "자유무역 혹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정책은 경제발전에 해가 된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1960~70년대 중남미국가는 종속이론을 말하며 선진국을 비난했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WTO나 G7 같은 세계적 회담이 열리는 장소에서는 세계화를 반대하는 진보 및 개도국 시민단체가 대규모로 모여서 반대집회를 가지곤 했습니다. 


도대체 최근 자유무역 혹은 세계화 진행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한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을까요? 


▶ 과거 개발도상국이 직면했던 문제는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

: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개발도상국에게 중요한 건 경제발전 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무역정책을 선택해야 경제가 발전하는가"가 중요한 기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는 문제가 많은 정책으로 보였습니다. 왜일까요?


① 비교우위에 대한 오해와 내재된 문제점

→ 비교우위 : 이제 막 경제발전을 시작한 국가가 선진국과 교역을 하면 경쟁에서 패배하여 시장을 내주지 않을까? 

→ 교역조건 : 개도국은 주로 원유 · 철광석 · 농산품 등 1차상품을 수출하는데, 수출을 증가시킬수록 국제시장에서 상품가격이 하락하니 교역증대는 오히려 손해 아닌가?  

→ 특화 : 비교우위 논리는 특화를 이야기 하는데, 그럼 개도국은 평생 부가가치가 낮은 상품만 생산해야 하나? 


② 산업화를 위한 제조업 육성의 필요성

→ 유치산업보호론 : 개도국은 산업화를 위한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보호무역 정책이 필요한 것 아닐까?


남반구(South)에 주로 위치한 개발도상국은 원유 · 철광석 · 농산품 등 1차상품을 생산합니다. 이들은 산업화를 위해 제조업(Manufacturing)을 키우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비교우위론은 "제조업 육성을 하지말고 (현재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1차상품에 특화해라"고 지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한, 원자재 수출 국가가 비교우위론에 입각해 개방정책을 실시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몇몇 개발도상국은 아예 비교우위론을 배척하였고 개방정책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몇몇 국가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 논리를 따르되 처한 상황에 맞게 수정하여 받아들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두 부류의 개발도상국 간 경제발전 정도가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었고,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은 일단락 되는 듯 보였습니다.   


▶ 오늘날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계층별로 상이한 영향을 주는 시장개방'(Income Distribution)

: 제조업 및 저임금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자유무역의 충격을 어떻게 완화해야 하는가


그런데 2000년대 중후반이 되자 선진국 내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주된 이유는 바로 '개방정책을 통해 경제발전에 성공한 개발도상국의 등장' 입니다. 특히 '중국의 부상'(China Shock)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과거 선진국의 주된 무역패턴은 '선진국 간 교역'(North-North) 이었습니다.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야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게 중요할테지만, 선진국 입장에서 개도국과의 교역량은 미미한 수준이었죠. 하지만 신흥국이 부상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교역'(North-South)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산업을 신흥국이 뒤쫓아오자, 선진국 내에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었습니다. 


① 중상주의적 사고방식

→ 무역수지 적자 :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나날히 커져가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나? 


② 비교우위에 대한 오해와 내재된 문제점

→ 비교우위 : 저임금 국가와 교역을 하면 값싼 상품에 밀려 시장경쟁에서 패배하지 않을까?

→ 교역조건 :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이 수출해오던 상품을 생산·수출하기 시작하면 무역의 이익이 사라지지 않을까?

→ 무역의 이익 배분 : (개도국의 경제성장으로) 비교열위에 처하게 된 산업 및 근로자에게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나?

→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 : 신생 기업과 산업이 퇴출 기업과 산업을 재빨리 대체할 수 있나?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가 다른 일자리를 재빨리 구할 수 있나?


③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 보호의 필요성 &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보호의 필요성

→ 보호무역 정책의 필요성 : 신흥국 제조업 부상으로 인해 미국 제조업이 보유한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이를 방치해야 하나?

→ 지적재산권 준수 요구 : 중국이 지적재산권 협약 및 국제무역협정을 위반한 채 불공정무역을 하게끔 내버려두어도 괜찮은가?



과거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을 고민했다면, 이미 경제수준이 높은 선진국의 고민은 '무역의 충격이 계층별로 상이한 영향을 주는 현실'(Income Distribution) 입니다. 신흥국의 부상으로 비교열위 상황이 된 산업과 근로자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신흥국 신생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우려가 생긴 기업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을 복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주된 고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중국과의 경쟁때문에 제조업이 몰락한 러스트 벨트에서의 득표'를 꼽는 이유와 '2018년 현재 중국과 무역마찰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과거 개발도상국과 오늘날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국제무역논쟁의 주요 논점들 정리


다시 한번 말하자면, 과거 개발도상국은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을 오늘날 선진국은 무역의 이익 분배(Income Distribution)를, 즉 서로 다른 초점을 가진채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무역논쟁]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논점을 머릿속에 정리해봅시다.


중상주의적 사고방식 -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 옳다

→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자유무역'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을 이해해야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18년 4월 4일자 트윗
  • "우리는 지금 중국과 무역 전쟁을 펼치고 있지 않다. 그 전쟁은 멍청하고 무능력한 전임 대통령 때문에 수년전에 패배했다. 우리는 지금 매년 5천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가지게 되었으며, 3천억 달러의 지적재산권을 도둑질 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계속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트럼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타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결과물이 무역수지 적자'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제 블로그를 통해 두 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무역수지 혹은 경상수지에 관해 논란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776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중상주의 사상을 비판한지 250년 가까이 되었으나 중상주의의 망령은 여전히 떠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부론』에 나타난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을 겁니다. 


비교우위에 대한 오해 및 내재된 문제점

→ 데이비드 리카도가 『원리』를 통해 '비교우위'를 세상에 내놓은 배경을 이해해야

→ 비교우위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올바로 깨달아야

→ 비교우위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는 아마 가장 논쟁을 불러일으켜온 경제이론 일겁니다.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론을 가장 위대한 경제이론으로 꼽고 있으나, 수많은 비전공자들에게 비교우위는 문제가 많아 보이는 주장일 뿐입니다.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벌어진 [국제무역논쟁]의 상당수가 '비교우위'를 중심으로 벌어져왔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리카도의 『원리』를 통해,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과 함의를 알아보고, 비교우위론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볼 겁니다.


제조업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 산업화와 제조업 육성을 동일시한 개발도상국의 관점

→ 제조업 일자리를 바라보는 선진국의 관점

→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제조업이 보여주는 패턴과 선진국 제조업 감소의 원인을 이해해야


  • 왼쪽 : 1993~2016년, 전세계 제조업 수출액 중 중국 제조업 수출액 비중. 1993년 3%에 불과했으나 2016년 18%에 달한다. (출처 : World Bank, World Development Indicator)

  • 오른쪽 : 1993~2016년,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수와 고용비중. (출처 : BLS Employment Situation)


: 과거와 오늘날의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보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결국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목적으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를 배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제조업을 '산업화'와 동일시하고 있으며, 선진국은 제조업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경제발전 전략으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채택하면 (비교우위 산업에만 특화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업을 육성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오늘날 선진국 제조업 감소 요인 중에서 국제무역이 차지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더 나아가서, 거시경제와 일자리에서 제조업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바라보는 제조업을 알아본 뒤, [further issue]로 '제조업' 그 자체에 대해 깊게 공부해봅시다.   




※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소개


자,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3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읽어나갈 겁니다. 시리즈의 큰 틀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제무역이론 Revisited]를 통해,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가 주장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 사상적 배경과 이론의 발달과정 알아보기


[국제무역논쟁 - 개발도상국]을 통해, 과거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에 대해 가졌던 오해와 생각 그리고 비교우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알아보기 


[국제무역논쟁 - 선진국]을 통해, 달라진 세계화 모습과 신흥국의 부상이 선진국 산업 · 일자리 · 임금에 미친 영향 알아보기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 과거 [국제무역이론] 시리즈를 보완

- 자유무역 사상 및 비교우위 이론의 등장배경과 발전과정


2015년에 6편의 글을 통해 [국제무역이론]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국제무역이론 ⑥] 3세대 국제무역이론 -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국제무역)


: 새로 작성될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는 ①'『국부론』에 나타나는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론', ②③'『원리』에 등장한 리카도의 곡물법 논쟁과 비교우위론', ④'호주 보호무역 사례가 촉발시킨 비교우위 문제점 및 무역의 이익 배분 문제'를 다룰 겁니다. 


여기서는 2015년 시리즈처럼 단순히 무역이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자유무역 사상과 비교우위 이론이 나왔는지", "스미스와 리카도는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것이 오늘날 자유무역 및 보호무역 사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는 게 목적입니다. 즉, 중요한 것은 단순한 과거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을 체득하는 것입니다.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 [국제무역논쟁 - 개발도상국]  

- 교역조건의 중요성

- 유치산업보호론 / 비교우위에 입각한 특화는 영원히 고착화되나

- 서로 다른 전략을 채택했던 개도국의 상반된 결과물


: [개도국 국제무역논쟁] 시리즈에서는 이번글에서 짧게 소개했던 '과거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에 가졌던 오해'를 다룰 겁니다. 이 과정에서 왜 주류 경제학자들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를 옹호하는지, 주류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비교우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왜 비교우위를 비판하며 무작정 보호무역을 옹호하는 일부 집필가들의 서적이 잘못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 [국제무역논쟁 - 선진국]

- China Shock

- 무역으로 피해를 본 산업, 기업, 근로자를 어떻게 도울 수 있나


: [선진국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는 본격적으로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이슈를 다룹니다. '중국의 부상이 선진국에 미친 영향', '선진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원인과 영향' 등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을 좀 더 깊게 알 수 있습니다.



  1. 'Why Economists Are Worried About International Trade'. NYT. 2018.02.16 [본문으로]
  2. 'Oh, What a Stupid Trade War (Very Slightly Wonkish)'. NYT. 2018.05.31 [본문으로]
  3. Mankiw는 공화당 지지자, Krugman은 민주당 지지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또한 Mankiw는 거시경제, Krugman은 국제무역을 전문적으로 연구합니다. (맨큐의 경제학의 그 맨큐입니다.) [본문으로]
  1. ㅇㅇ
    거의 학계교수나 기재부사무관급 지식이네요 ㄷㄷ
  2. ㅇㅇ
    드디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 helena
    당신은 대체 누구..? 정말 감사해요!!
  4. 신공공관리론
    아 장하준 얘기가 여기있었군요
    맞습니다 그 분 주장 아주 이상하고 괴상하죠
    확증편향이랄까 자기만의 세계가 독특하신분이고
    60년대 발전행정론 당시 있었던 국가주도계획을 찬동하시는...
    장하준 주장대로라면 홍콩, 싱가폴, 스위스, 아일랜드등 모두 가난해야합니다...
    왜 이렇게 한국은 주류를 따르고 존중하는 사람보단 이상한 길로 가는 특이한 인물들이 많은지...
    더욱 황당한건 얼마나 국가주의적 사고가 강하냐면 "미국 교수들이 만든 미국을 위한..."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경제성장이론 ⑪]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경제성장이론 ⑪]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

Posted at 2017.07.25 20:09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 (Stylized Facts)


지금까지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통해, 성장이론을 알아봤습니다. 


여기서 '이론'(theory)이란 말그대로 경제현상을 일반론적인 접근으로 설명함을 의미합니다. 실제 개별국가가 어떻게 성장에 성공했는지 혹은 실패했는지, 현재 개별 선진국들은 어떠한 구체적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등등은 이론을 넘어선 실증분석(empiric)으로 연구해야겠죠.


그럼 [경제성장이론]은 어떠한 경제현상을 일반론으로나마 설명해내고 있을까요? 

(사족 : 본 시리즈를 통해 계속 강조하고 있는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어떤 나라는 못 사는가?", "왜 어떤 나라는 빠르게 성장하고, 어떤 나라는 느리게 성장하는가?"도 경제현상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경제학자 니콜라스 칼도어(Nicholas Kaldor)1961년 <자본축적과 경제성장>(Capital Accumulation and Economic Growth) 논문을 통해, '(미국경제에서 관찰되는) 경제성장에 관한 6가지 정형화된 사실'을 말합니다. 일명, '칼도어의 정형화된 사실들'('Kaldor's Stylized Facts') 입니다. [경제성장이론] 중 가장 처음 살펴본 '솔로우 모형'은 칼도어의 사실들을 잘 설명해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약간의 불만을 품은 분도 계실(길 바랍니다)겁니다. "솔로우 모형(1956)이나 칼도어의 사실들(1961)이나 예전에 나온 이론 아닌가. 최근의 경제현상을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데." 오래전 제기된 '칼도어의 사실들'은 현재에도 적용이 되지만, 일반인들의 최근 관심사와는 거리가 먼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왼쪽 : 폴 로머 (Paul Romer)
  • 오른쪽 : 찰스 존스 (Charles Jones)


신성장이론을 만든 폴 로머(Paul Romer)와 학부 경제성장론 교과서 저자로 널리 알려진 찰스 존스(Charles Jones)는 2009년 미완성논문과 2010년 논문 <새로운 칼도어의 사실들: 아이디어, 제도, 인구 그리고 인적자본>(The New Kaldor Facts: Ideas, Institutions, Population, and Human Capital)을 통해, 최근에 목격되는 새로운 정형화된 사실을 이야기 합니다.


시장크기의 확대 - 세계화와 도시화의 진전

(Increase in the extent of market)


성장의 가속화 - 인구규모와 1인당 GDP의 빠른 증가

(Accelerating growth)


성장률 격차 - 기술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간에 성장률 차이가 크다

(Variation in modern growth rates)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 - 국가간 소득 격차의 대부분은 생산성 격차로 설명된다

(Large income and TFP differences)


근로자 1인당 인적자본의 증가 - 인적자본 규모의 급격한 증가

(Increases in human capital per worker)


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안정적 - 숙련 근로자 공급이 늘어났음에도, 임금은 하락하지 않았다

(Long-run stability of relative wages)


오늘날 발견되는 위의 경제현상은 '아이디어-인구규모-제도-인적자본'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결과물 입니다. '아이디어와 인구'의 작용이 ① · ②, '아이디어와 제도'가 ③ · ④, '아이디어와 인적자본'이 ⑤ · ⑥ 현상을 낳았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새로운 정형화된 사실들'을 알아봅시다.




※ 칼도어의 정형화된 사실들 (Kaldor's Stylized Facts)


먼저, 1961년 칼도어가 말했던 '정형화된 사실들'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칼도어의 사실들은 6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 글에서는 3가지만 설명하겠습니다.


① 총생산량과 1인당 생산량이 꾸준한 속도로 증가 -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the continued growth in the aggregate volume of production and in the productivity of labour at a steady trend rate: no recorded tendency for a falling rate of growth of productivity)


② 1인당 자본량이 계속해서 증가 - 1인당 자본량과 생산량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했다 

(a continued increase in the amount of capital per worker, whatever statistical measure of 'capital' is chosen in this connection)


③ 총생산량과 1인당 생산량의 증가율이 국가별로 다르다 -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난다

(there are appreciable differences in the rate of growth of labour productivity and of total output in different societies) 


칼도어의 사실들을 처음 접하면 "이게 무슨 이야기지?" 라고 하실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하지만 알고나면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닙니다. [경제성장이론] 시리즈에서 살펴본 '솔로우 모형'을 알고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족 : 솔로우 모형은 '미국경제'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칼도어의 사실들'에 관한 설명에서도 미국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 ① 총생산량과 1인당 생산량이 꾸준한 속도로 증가 

- 하락하는 경향을 나타내지 않았다



: 윗 그림에서 볼 수 있다시피, 미국의 GDP(혹은 1인당 GDP도)는 꾸준한 속도로 증가했습니다.(steady trend rate) 


그래프의 기울기가 갑작스레 가팔라지거나(=성장률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추세가 반전되어 하락하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물론 1929년 대공황 시기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큰 폭의 생산량 감소가 나타났으나, 이내 이전의 추세를 회복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이를 '정상상태에서의 외생적인 기술진보율'로 설명해 낼 수 있습니다. 자본축적량을 늘려가면서 정상상태(steady state)에 가까워지면 성장률이 점차 하락하지만, 정상상태에 도달하고 나면 외생적인 기술진보율로 성장을 이어나갑니다. 


(사족 : 이를 자본량, 생산량, 기술진보율 등이 모두 같은 크기만큼 증가하는 것을 '균형성장경로'(balanced growth path)라고 합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 같아서, 본 시리즈에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 ② 1인당 자본량이 계속해서 증가 

- 1인당 자본량과 생산량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했다 


  • 출처 : OECD National Accounts at a Glance


: 윗 그림에 나오듯이, 미국의 1인당 자본량 지속해서 증가해 왔습니다. 또한, 1인당 생산량도 비슷하게 늘어났죠. 


이는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을 강조하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축과 투자를 통해 쌓여지는 자본은 생산량 증가를 만들어 냅니다.



▶ ③ 총생산량과 1인당 생산량의 증가율이 국가별로 다르다 

-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난다


: 국가간 성장률 격차는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틍해 수차례 다루었던 주제입니다. 


솔로우 모형은 자본축적 정도에 따른 '전이경로'(transitional path)로 성장률 격차를 설명합니다. 자본을 많이 축적하여 정상상태에 다다른 선진국은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지만, 아직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후발산업국가들은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이렇게 솔로우 모형은 '칼도어의 정형화된 사실들'을 올바로 설명해 내고 있습니다. 




※ 솔로우 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는 '새로운 정형화된 사실들'


① 시장크기의 확대 - 세계화와 도시화의 진전

(Increase in the extent of market)


② 성장의 가속화 - 인구규모와 1인당 GDP의 빠른 증가

(Accelerating growth)


③ 성장률 격차 - 기술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간에 성장률 차이가 크다

(Variation in modern growth rates)


④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 - 국가간 소득 격차의 대부분은 생산성 격차로 설명된다

(Large income and TFP differences)


⑤ 근로자 1인당 인적자본의 증가 - 인적자본 규모의 급격한 증가

(Increases in human capital per worker)


⑥ 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안정적 - 숙련 근로자 공급이 늘어났음에도, 임금은 하락하지 않았다

(Long-run stability of relative wages)


하지만 솔로우 모형은 최근에 발견되는 '새로운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는 설명해내지 못합니다.


▶ 솔로우 모형은 '시장크기'나 '무역을 통한 경제통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에측하지 못합니다. 이 모형에서는 '규모의 효과'(scale effect)를 다룬 적이 없습니다.


▶ 또한, 솔로우 모형에서 인구증가율은 낮을수록 좋습니다. 인구가 많아질수록 '1인당'(per capita) 자본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인구증가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생활수준이 낮다고 예측합니다.


▶ 앞서 언급했다시피, 솔로우 모형이 말하는 국가간 성장률 격차는 '전이경로'가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가난한 국가들은 모두 자본축적량이 적기 때문에 서로 간에 비슷한 성장률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런데 과거 비슷한 생활수준을 가졌음에도 빠르게 성장한 국가도 있으며 성장에 실패한 국가도 있습니다. 


▶ "가난한 국가들 간에 자본축적량은 같더라도 기술진보율이 달라서 그런거 아닐까?"라고 물으면 솔로우 모형은 더더욱 궁색해 집니다. 왜냐하면 모든 국가가 똑같은 기술수준을 누린다는 '외생적인 기술진보율'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는 국가간 소득격차의 원인으로 '총요소생산성 차이'가 지목되는 오늘날과는 맞지 않습니다.


▶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은 그저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합니다. 비록 맨큐 등이 인적자본 개념을 추가한 모형을 내놓긴 하였으나, 전통적 모형에서 인적자본은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이로 인해, 오늘날 인적자본의 증가 및 숙련 근로자의 임금 프리미엄(skill premium)을 분석해내지 못합니다.


결국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저 '물적자본-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는 솔로우 모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때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신성장이론' 입니다.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통해 살펴봤듯이, 신성장이론은 '아이디어-지식-인적자본-제도' 등을 폭넓게 다루면서, '국제무역-다국적기업의 역할-기업간 경쟁의 힘-기업동학-자원 재배치' 등등으로 성장이론의 범위를 확장시켰습니다.


이제 아래의 내용을 통해, 최근의 경제현상이 어떤 연유로 나타난 것인지 자세히 알아봅시다.




※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

- '아이디어 ·인구규모 · 제도 · 인적자본'의 상호작용


최근의 경제현상을 설명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아이디어'(idea) 입니다. 


연구활동(research)과 기존 지식(knowledge)을 통해 창출되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생산방법을 제시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연구부문 인적자본(human capital devoted to research)이 늘어나거나 아이디어 교류(flow of ideas)를 통해 다른 국가의 지식도 활용할 수 있다면 아이디어는 더욱 많아지고, 생산량도 더욱 늘어납니다.


(참고글 :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또한, 아이디어는 '비경합성'(non-rival)의 특징을 띄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발산업국가가 선진국의 지식을 사용한다고 해서, 기존 아이디어가 훼손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간 생활수준 격차를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idea gap)는 함의를 전달해 줍니다.


(참고글 :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아이디어의 이 같은 특징은 '시장크기 확대' · '성장의 가속화' · '성장률 격차' ·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 · '근로자 1인당 인적자본의 증가' · '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안정적'을 모두 만들어 냈습니다.



▶ ① 시장크기의 확대 

- 세계화와 도시화의 진전


  • 출처 : Jones, Romer (2009)


윗 그림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국제무역(world trade)과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늘날 세계경제는 서로 간의 '물적상품 교류' 및 '아이디어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 국가내로 한정해서 보면,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듦에 따라 시장크기가 확대되고 있죠. 


왜 이런 '시장 크기의 확대'(increases in the extent of the market)가 발생하는 걸까요? 


신성장이론은 '경제통합의 이점'(integration)을 설명해 왔습니다. 서로 간에 많은 접촉을 통해 아이디어를 많이 나눌수록 경제성장률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국제무역은 단순히 상품을 교환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교환(flow of ideas)하게 도와줍니다. 세계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그곳의 기업으로부터 여러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습니다.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 간의 아이디어를 이용할 수 있다면 지식축적량이 2배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아이디어 증가율을 2배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는 '선진 아이디어를 이용'(using ideas)하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모리셔스는 시장개방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받아들이며 높은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사족 : 신성장이론은 '아이디어의 교류' 측면에서 큰 시장의 이점을 설명하지만, 신무역이론[각주:1]신경제지리학[각주:2]은 '상품다양성 증가' 측면에서 시장크기 확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② 성장의 가속화 

- 인구규모와 1인당 GDP의 빠른 증가


  • 출처 : Jones, Romer (2009)


윗 그림은 인구규모 및 1인당 GDP의 증가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 인구규모가 급격히 늘어났으나 1인당 GDP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구가 많아질수록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어질테인데, 어찌 이것이 가능했을까요? 


기계 · 공장설비 등 물적자본은 경합성(rival)을 띄기 때문에 동시에 사용할 수 없지만, 아이디어는 비경합성(non-rival)을 띄기 때문에 희소성의 문제를 겪지 않습니다. 만약 아이디어가 전달해주는 혜택이 물적자본의 희소성이 초래하는 문제보다 크다면, 인구규모 증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때 결정적으로 아이디어는 인구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더 많이 만들어 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구부문에 종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간의 의견을 나눈다면,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아이디어가 창출될 겁니다. 그리고 아이디어의 증가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려 더 많은 사람을 부양할 수 있는 선순환이 만들어 집니다.

(more people lead to more ideas. more ideas made it possible for the world to support more people. this simple feedback loop generates growth rates that increases over time.)


이는 앞서 살펴봤던 '국제무역 및 도시화의 증대'와 현대경제성장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즉, 현대경제성장은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인구는 더 이상 악영향을 초래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영향만 줍니다. 


만약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가 국제적 아이디어 교류에 지금보다 더 많이 참여하게 되면, 세계경제는 더 빠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저자들은 예측합니다.


(사족 : 폴 로머는 '많은 인구'와 '많은 연구부문 인적자본'은 같지 않다고 보지만, 찰스 존스는 '많은 인구=많은 연구부문 인적자본'으로 보고 있습니다.)



▶ ③ 성장률 격차 

- 기술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간에 성장률 차이가 크다


  • 출처 : Jones, Romer (2009)
  • X축은 1960년 당시, 여러 국가들의 미국(=1) 대비 1인당 GDP
  • Y축은 1960년~2000년 사이의 연간 경제성장률


윗 그림은 1960년 당시의 생활수준별, 이후 40년간의 성장률을 보여줍니다. X축은 1960년 당시, 여러 국가들의 미국(=1) 대비 1인당 GDP, Y축은 1960년~2000년 사이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 눈에 드러나다시피, 윗 그림은 '삼각형 형태'를 보여줍니다. 최전선에서 떨어진 거리에 따라 성장률 격차가 심합니다.(growth variation and distance from the frontier) 


미국과 생활수준이 비슷한, 즉 기술의 최전선(frontier)에 가까운 국가들 간에는 성장률 격차가 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 간에는 성장률의 차이가 심합니다. 한국처럼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국가도 있지만, 아예 음(-)의 성장을 기록한 국가도 있습니다.


1960년에 똑같이 가난했던 국가들 사이에서 이후 40년의 성장률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오늘날 따라잡기가 가져다주는 성장률이 과거에 비해 매우 빠르기 때문'(rapid catch-up growth) 입니다. 


따라서, 따라잡기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에 따라, 성장률 격차가 매우 커졌습니다.


19세기 말에 선진국 따라잡기에 성공했던 아르헨티나는 연간 2.5%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때는 따라잡기에 실패했더라도 성장률 차이가 심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1980년부터 따라잡기를 시작한 중국은 연간 8.2%의 성장률을 나타내기 때문에, 따라잡기에 실패한 국가와의 격차가 큽니다.


왜 오늘날에는 '더 빠른 따라잡기'가 나타났을까요? 그리고 과거 똑같이 가난했음에도 '따라잡기에 성공한 국가와 실패한 국가'로 나뉘게 될 걸까요?



▶ ④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 

- 국가간 소득 격차의 대부분은 생산성 격차로 설명된다


  • 출처 : Jones, Romer (2009)
  • X축은 1인당 GDP, Y축은 총요소생산성 수준


왜 오늘날 '더 빠른 따라잡기'가 나타났는지는 윗 그림이 힌트를 제공해 줍니다. 


X축은 1인당 GDP, Y축은 총요소생산성 수준을 보여주는 윗 그림은 '1인당 GDP와 총요소생산성은 양(+)의 상관관계가 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즉,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은 총요소생산성 이라고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본축적을 강조하는 솔로우 모형과 대비되는 설명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솔로우 모형은 자본축적을 강조하며, 성장률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자본축적 정도에 따른 전이경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는 학자는 동아시아 성장요인을 자본축적[각주:3]으로 보고 있죠.


하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생활수준 차이가 정말 자본축적에 따른 물적격차 때문인지에 의문[각주:4]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폴 로머와 찰스 존스는 윗 그림을 근거로 제시하며 "따라잡기는 아이디어 교류와 기술채택과 관련이 깊다"(catch-up growth could be associated with the dynamics of idea flows and technology adoption.)고 주장합니다. 선진국과 더 많은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더 나은 기술을 받아들인 국가가 빈곤에서 탈피하여 경제성장에 성공했다는 말입니다.


아이디어를 통한 경제성장은 자본축적을 통한 성장보다 더 빠른 시간에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따라잡기는 과거 따라잡기에 비해 높은 성장률이 나타나게 됐습니다.


그럼 왜 과거에 똑같이 가난했음에도, 따라잡기에 성공한 국가와 실패한 국가로 나뉘게 된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제도'(institution)의 차이 입니다. 만약 선진 아이디어를 거부하고 아이디어 창출 유인을 제공하지 않는 제도를 가진 국가는 여전히 빈곤에 머무릅니다. 반면, 아이디어 교류를 확대하며 연구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는 제도를 갖추는데 성공한 국가는 따라잡기에 성공했습니다. 


폴 로머와 찰스 존스는 "만약 기본적인 사유재산권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제도가 갖춰져 있다면, 좋은 아이디어는 도입되지 못한다" 라고 말합니다.



▶ ⑤ 근로자 1인당 인적자본의 증가 

- 인적자본 규모의 급격한 증가


  • 출처 : Jones, Romer (2009)


윗 그림은 시대별 미국 출생인구의 교육년수를 보여줍니다. 1920년에 태어난 미국인은 평균 10년의 교육을 받았으나, 1980년에 태어난 미국인은 평균 14년의 교육을 받습니다.


그 결과, 교육년수 증가와 함께 미국 인적자본 수준도 함께 상승했습니다. 



▶ ⑥ 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안정적 

- 숙련 근로자 공급이 늘어났음에도, 임금은 하락하지 않았다


  • 출처 : Jones, Romer (2009)
  • 파란선은 고졸 대비 대졸의 상대임금, 녹색선은 고등학교 중퇴자 대비 고졸의 상대임금을 보여준다


윗 그림은 미국 고졸 대비 대졸의 상대임금(파란선), 그리고 고등학교 중퇴자 대비 고졸(녹색선)의 상대임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10년, 대학생이 매우 희귀했을 당시에는 대졸이 높은 임금 프리미엄을 누렸으나, 대학 진학생이 많아지면서 프리미엄은 사라져 갔습니다. 그러다 1980년 들어서 프리미엄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죠.


미국의 교육년수가 계속 증가하고 대학 진학생도 꾸준히 많아진 점에 비추어보면, 1980년 이후 대졸 임금 프리미엄의 발생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대학 졸업생, 즉 인적자본 공급자가 증가하면 임금도 떨어지는 게 합리적인 현상이니깐요.


그러나 공급 증가에 맞추어 인적자본 수요도 늘어나면 임금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때, 1980년 이후 대졸자 수요를 증가시킨 건 '숙련편향적 기술변화'(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 라고 많은 학자들은 말합니다. 기술진보가 단순 근로자가 아닌 숙련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발생하면-일례로 회계사 · 프로그래머 등등- 숙련자들의 임금은 높게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왜 기술진보가 숙련자를 우대하는 형식으로 발생했을까요?


첫번째 가설은 '기술변화의 방향은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좌우한다' 입니다. 교육향상과 함께 인적자본 수가 늘어났고, 이들이 기술변화의 방향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었다는 논리입니다. 


두번째 가설은 앞서 살펴봤던 '시장크기의 확대'와 관련 깊습니다. 연구의 결과물인 아이디어가 선진국에서만 쓰였을 때와 비교해서, 개발도상국으로의 시장확대는 아이디어 창출의 이윤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인적자본의 임금도 증가하게 됐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었고, 이를 만들어내는 인적자본의 가치도 (공급증가를 상쇄할만큼) 올라갔습니다.




※ 아이디어 · 인구규모 · 제도 · 인적자본의 상호작용


  • 출처 : 내 발


▶ '시장크기의 확대'와 '성장의 가속화'를 설명하는건 '아이디어와 인구규모의 상호작용'


▶ '성장률 격차'와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를 설명하는건 '아이디어와 제도의 상호작용' 


▶ '인적자본 증가'와 '숙련 근로자의 안정적인 상대임금'을 설명하는건 '아이디어와 인적자본의 상호작용'


이렇게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정형화된 사실들'을 살펴보면, 핵심은 신성장이론이 강조하는 '아이디어'(idea)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적자본만 강조하던 시대를 지나 '아이디어'와 '연구'가 중요해진 시대가 오면서 이제 세계경제 모습은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1.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2015.05.26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2015.07.03 http://joohyeon.com/220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2017.06.29 http://joohyeon.com/252 [본문으로]
  4.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2017.07.24 http://joohyeon.com/260 [본문으로]
  1. 비밀댓글입니다
  2. 비밀댓글입니다
  3. 냥냥냥냥
    주현님 요즘은 안오시나요?
  4. ㅇㅇ
    덕분에 살았어요 감사합니다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Posted at 2015.07.03 13:4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출처 : 페이스북 지리사랑방 그룹 >


이 그림은 한국의 지역별 인구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알다시피 다수의 한국인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대전 · 대구 · 광주 · 부산 · 울산 등 지방 광역시에 퍼져있다.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에 살지 않고 일반소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소수이다. 


대도시(metropolitan) 집중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농촌이 아니라 도시에서 사는 세계인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2050년에는 인류의 2/3이 도시에서 생활할 것으로 예측고 있다. 또한 도시 중에서도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증가[각주:1]하고 있다. 


사람들이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현상은 눈에 띄는 지리적패턴을 만들어냈다. 바로, '핵심부'(core)와 '주변부'(periphery) 패턴이다. 위에 첨부한 그림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한국에서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들은 핵심부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핵심부를 중심으로 소도시 및 농촌이 분포되어 주변부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인류는 왜 농촌이 아니라 도시, 그 중에서도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것일까? 그리고 거대 '핵심부'를 중심으로 작은 '주변부'들이 분포하는 지리적패턴이 만들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국제무역이론] 시리즈의 이전글을 보신 분이라면 "집적의 이익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본 블로그는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를 통해,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때 똑같은 산업에 속하는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이면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를 소개하였고, 이를 '경제지리학'(Economic Geography)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전통적인 경제지리학은 오늘날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전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자. 똑같은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이면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대체 '어느곳'에 모여야할까? 이는 역사적경로(historical path)와 우연적사건(accidental event)이 결정짓는다고 전통적인 경제지리학은 말한다. 단지 예전부터 똑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특정한 지역에 모여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집중현상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런식의 설명은 논리적이지 않다. 집중현상이 발생하는 지점을 우연에서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인 경제지리학은 특정지역에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지,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특정지역에 집중해 있으면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데, 왜 그곳에서 이탈하여 주변부에 머무르는 기업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            


새로운 이론을 알기에 앞서,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때 시장크기(인구수)가 제한되어 있다면, 소비자들은 상품다양성을 누릴 수 없다. 이때 국제무역을 하게 된다면 시장크기 확대로 인해 소비자들은 상품다양성을 누릴 수 있다. 즉, 국제무역 효과는 시장크기 확대(인구증가) 효과와 동일하다." 라고 말한 '신국제무역이론'(New Trade Theory)를 다시 한번 복습해보자.




※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소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국 사람들에 비해 삶의 수준이 낮은 상태

- 소국 국민들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된다  


이전글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에서 살펴봤듯이,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때 국제무역은 상품다양성을 늘릴 수 있다. 상품다양성이 인구수에 의존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제무역 효과와 인구증가 효과는 동일하다. 즉, 국제무역은 마치 나라의 크기가 커진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고, 국민들의 후생을 증가시킨다. (주 : 이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으신 분은 이전글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다시 반복하지만 국제무역은 '다른나라 국민들이 우리나라로 이민을 와서 인구가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인구가 적은 소국은 '이민을 통해 인구가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없다. 


따라서 소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국 사람들에 비해 삶의 수준이 낮은 상태 (다양성이익 X, 규모의 경제 실현 X)에 있게되고, 소국 국민들은 삶의 수준이 더 높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논리는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만약 한 지역의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주 조금이나마 많다고 생각해보자. 인구수가 아주 조금 차이가 나더라도 인구수가 많은 지역의 삶의 질이 더 높다. 따라서 인구수가 적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삶의 수준 향상을 위해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주하게 되고, 인구수가 많은 지역의 인구는 더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제 두 지역간의 인구수 격차는 크게 벌어지게 되고, 인구수가 많은 지역은 '거대 핵심부'가 되어버린다. 규모가 조금이나마 컸던 도시에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어서 대도시(핵심부)로 발전하고, 소도시나 농촌은 여전히 주변부로 머무르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1979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을 통해 '신무역이론'을 소개한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당시 논문에서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이렇게 남겼다. 그 후 12년 뒤, Paul Krugman은 1991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and Economic Geography>을 통해,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을 세상에 소개한다.   





※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몰려드는 제조업 근로자들


Paul Krugman이 주목하는 오늘날의 지리적패턴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산업화된 핵심부와 농업 위주인 주변부'(industrialized 'core' and agricultural 'periphery') 이다. 사람이 많이 모여사는 핵심부는 제조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사람이 별로 없는 주변부는 농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모습은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서울과 경기외곽의 소도시' 혹은 '지방광역시와 근방의 소도시' 등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리적패턴을 보고 2가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제조업 기업이 몰려있는 곳에 거주하는가?""제조업 기업들은 왜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 집중되어 있는가?" 이다. Paul Krugman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간단한 모델을 만들었다.  



◆ 사람들이 제조업 기업이 몰려있는 곳에 거주하는 이유


Paul Krugman이 만든 간단한 모델은 두 지역이 등장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각각 똑같은 인구가 살고 있으며 농업과 제조업의 비중이 5:5로 동등하다. 이때, 1지역(2지역) 사람들이 2지역(1지역)의 제조업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각 지역의 농업 종사자들은 지역간 이동이 불가능 하지만, 제조업 종사자들은 지역간 이동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농업은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지만 제조업은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이때, 2지역에 살고 있는 제조업 종사자가 1지역으로 이주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만약 1지역으로 이주한 근로자가 어떠한 이익도 거두지 못한다면, 그것을 본 2지역 내 다른 근로자들은 굳이 1지역으로의 이주를 생각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1지역으로 이주한 근로자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면, 이를 본 2지역 내 다른 근로자들은 똑같이 1지역으로 이주를 할 것이다. 


여기서 근로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임금상승을 뜻한다. 즉, 2지역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 때 임금이 상승한다면, 2지역 근로자들은 모두 1지역으로 이주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2지역의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때 임금이 상승하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 1지역 인구증가에 따른 1지역 제조업 상품다양성 증가 →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증가 → 1지역 제조업 근로자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다

: 2지역에 살고 있는 제조업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함에 따라, 이제 2지역의 인구보다 1지역의 인구가 더 많다따라서, (신무역이론에 의해) 1지역내 제조업 기업 숫자는 증가하게 되고 상품다양성 또한 증가한다. 이제 2지역에서 판매되는 제조업 상품종류 보다 1지역에서 판매되는 제조업 상품종류가 많아졌다. 


이에따라 양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제조업 근로자+농업 종사자)이 제조업 상품을 구매할때 1지역 제조업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게 된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이제 상품종류가 다양한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된것이다. 상품판매 증가는 근로자의 임금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에, 1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게 된다.


▶ 기술발전으로 인해 낮아지는 운송비용 → 2지역 제조업 상품을 보다 싸게 구입 가능 →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증가 → 1지역 제조업 근로자 실질임금 증가로 이어지다 

: 2지역에서 1지역으로 이주한 근로자는 이제 본래 있던 2지역의 제조업 상품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진다. 2지역의 제조업 상품을 1지역에서 구입하기 위해서는 운송비용을 추가적으로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송비용이 낮다면 2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크기를 줄일 수 있고,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을 보다 더 늘릴 수 있다. 1지역 제조업 상품 판매증가는 1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임금상승으로 이어진다.    


1지역 인구 증가에 따른 내부 규모의 경제 작동 → 1지역 제조업 상품가격이 낮아지고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높아지다

: 1지역의 인구증가는 내뷰 규모의 경제를 작동시켜 1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도 가져온다. 신무역이론에서 살펴봤듯이,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인구크기(시장크기)이다. 만약 인구가 적다면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높아진다. 반대로 인구가 많다면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생산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생산비용의 감소는 상품가격의 감소로 이어진다. 따라서 1지역 근로자들은 보다 낮은 가격에 제조업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실질임금이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3가지 요인으로 인해, 2지역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때 임금이 상승하게 된다. 이것을 본 다른 2지역 근로자들은 임금상승 혜택을 얻기 위해 먼저 이주한 사람을 따라서 1지역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 결과, 양지역의 제조업 근로자들은 모두 1지역으로 모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2지역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때 임금 상승을 유발하는 3가지 요인'은 결국 '1지역의 인구가 많기' 때문에 작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1지역의 인구가 많은 이유는 2지역의 근로자 1명이 1지역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즉, 조그마한 인구증가가 연쇄작용을 일으켜서 1지역으로의 제조업 근로자 집중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처럼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은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인구수'(relatively large non-rural population) 라는 초기조건이 큰 영향을 끼쳐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만들어낸다"(sensitively on initial condition)고 설명한다.        





※ 제조업 상품수요가 많은 곳에 위치하려는 제조업 기업들 


◆ 제조업 기업들이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 집중하는 이유


앞서 살펴봤듯이, 높은 임금을 바라는 제조업 근로자들은 인구수가 조금이나마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였고, 이제 모든 제조업 근로자들이 1지역에 집중되었다. 


렇다면 제조업 기업들은 1지역 · 2지역 둘 중에 어느 곳에 위치해야 할까? 제조업 기업 또한 인구수가 많은 지역 근처에 위치할 때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신무역이론에서 살펴봤듯이 내부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켜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운송비용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1지역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Paul Krugman은 신무역이론을 도입한 1979년 논문에서는 '제조업 기업이 부담하는 운송비용'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1980년 논문 <Scale Economies, Product Differentiation, and the Pattern of Trade>에서 '운송비용'(transport costs)을 신무역이론에 추가하였다. 


제조업 기업은 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많은 곳(시장크기가 큰 곳)에 기업이 위치해야 운송비용을 최소화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다이를 'Home Market Effect' 라고 한다.


Paul Krugman은 '운송비용'과 '제조업 기업의 최적 생산위치' 개념, 즉 'Home Market Effect'를 신경제지리학에도 도입하였다. 다시 말하지만, 높은 임금을 바라는 제조업 근로자들은 인구수가 조금이나마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였고, 모든 제조업 근로자들이 1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1지역의 인구가 더 많기 때문에, 이제 제조업 상품의 수요는 1지역에서 더 많이 있다. '운송비용 최소화'를 바라는 제조업 기업들은 수요가 더 많은 곳에 위치하려 하고, 1지역은 제조업 근로자 뿐만 아니라 제조업 기업 또한 집중되게 된다. 



이를 정리하면, 제조업 기업들은 제조업 상품수요가 많은 곳에 위치하려 한다(backward linkage). 여기서 제조업 상품 수요 크기는 제조업 상품 생산 크기가 결정한다.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제조업 상품이 다양하게 생산되는 곳에 모여들기 때문이다(forward linkage)


따라서 제조업 근로자들의 거주지 결정과 제조업 기업들의 입지결정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 제조업 기업들과 근로자들이 핵심부를 벗어나 주변부로 이탈하는 이유는?


높은 임금을 바라는 제조업 근로자들과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 운송비용 최소화를 노리는 제조업 기업들은 모두 1지역에 모여있다. 1지역은 '산업화된 핵심부'가 되었고, 2지역은 '농업만 남아있는 주변부'가 되었다. 그런데 현실에서 '농업만 남아있는 주변부'를 발견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 주변부 지역은 농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주변부 지역에도 여전히 제조업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핵심부에 모든 제조업 근로자 · 모든 제조업 기업이 모이게 되는 균형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없다. 만약 제조업 기업 한 곳이 주변부로 이동한다면, 그 기업은 주변부의 제조업 상품 수요를 모두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핵심부에 모여있는 제조업 기업들 중 일부는 주변부로 다시 이동할 유인을 가지고 있다. 


이때, 얼마만큼의 제조업 기업이 주변부로 다시 이동할까? 주변부로 이탈할 기업의 수를 결정해주는 요인이 몇 가지 있다.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적을수록 그리고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할 수 있을수록 주변부로 이탈하는 기업이 증가

: 사람들이 제조업 상품에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면 근로자들은 핵심부에 머무르는 게 이득이다. 제조업 상품 종류가 더 다양한 핵심부의 상품은 주변부의 상품에 비해 많이 팔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제조업 상품에 많은 지출을 하면 할수록 핵심부의 상품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더욱 더 증가한다. 이에따라 핵심부에 있는 근로자들 또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변부로 이동할 이유가 없다. 근로자가 이동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고용해야 하는 기업 또한 이동할 수 없다. 


따라서 주변부로 이탈할 기업의 수를 결정하는 요인은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정도' 이다. 사람들이 제조업 상품에 지출을 적게 하고 농업 상품에 대한 지출을 늘릴수록, 기업들은 주변부로 이동하기가 쉬워진다. 또 다른 요인은 '임금 지불능력'이다. 핵심부에 있는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주변부로 유인하려면 제조업 기업은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 즉, 더 높은 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만 핵심부를 이탈하여 주변부로 재이동할 수 있다.   


운송비용이 클수록 주변부로 이탈하는 기업이 증가

: 또 하나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운송비용이다. 운송비용이 낮다면 주변부에 사는 사람들은 싼 가격에 핵심부의 제조업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핵심부를 이탈하여 주변부로 이동할 이유가 없어진다. 기업은 주변부의 상품 수요를 모두 차지 하기위해 핵심부를 이탈한 것인데, 정작 주변부에 사는 사람들이 핵심부의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으면 주변부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판매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송비용이 높을수록 주변부로 재이동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다.


내부 규모의 경제가 적게 작동할수록 주변부로 이탈하는 기업이 증가

: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내부 규모의 경제이다. 만약 제조업이 내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상황이라면, 제조업 기업들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핵심부에 머무르는 게 유리하다. 그렇지만 내부 규모의 경제가 약하게 작동하고 있다면, 기업들이 인구가 적은 주변부로 이탈하여도 비교적 괜찮다.   


이를 정리한다면, 제조업 근로자들이 핵심부(1지역)로 모이게 만든 3가지 요인은 반대로 제조업 기업들이 주변부(2지역)로 이탈하게끔 만들 수 있다. 


●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정도

→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많을수록 핵심부로의 집중 심화

→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적을수록 주변부로의 이탈 발생


● 운송비용 크기

→ 운송비용이 적을수록 핵심부로의 집중 심화

→ 운송비용이 클수록 주변부로의 이탈 발생


● 내부 규모의 경제 작동정도

→ 내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할수록 핵심부로의 집중 심화

→ 내부 규모의 경제가 약하게 작동할수록 주변부로의 이탈 발생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정도' · '운송비용 크기' · '내부 규모의 경제 작동정도' 이러한 3가지 요인이 각각 어느정도 크기를 가지느냐에 따라, 핵심부에 남아있는 제조업 기업(근로자)의 수와 주변부로 이탈하는 제조업 기업(근로자)의 수가 결정된다. 


3가지 요인이 주변부로의 이탈을 막을수록 핵심부의 크기는 커지게되고(divergence), 반대로 3가지 요인이 주변부로의 이탈을 유발할수록 핵심부와 주변부의 크기는 비슷해진다(convergence). 



그리고 이제 핵심부는 '산업화된 핵심부'(industrialized core) 모습을 띄게되고 주변부는 농업'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도 어느정도 존재하는 '농업위주의 주변부'(agricultural periphery)가 된다. 현대사회는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많고 · 기술발전으로 인해 운송비용이 감소하고 있으며 · 내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대도시(metropolitan)'를 중심으로 한 '거대 핵심부'가 만들어지고 있다.  




※ 신경제지리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 도시의 승리 (Triumph of the City)

: 이제 우리는 왜 사람들이 도시, 그것도 대도시(metropolitan)에 몰려사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인구가 몰려있는 대도시는 다양한 상품종류와 높은 임금을 제공해준다. 기업들 또한 대도시 근처에 위치해야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운송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의 도시경제학자 Edward Glaeser는 단행본 『도시의 승리』(원제 : 『Triumph of the City』)를 통해, 도시의 이점을 이야기한다.


■ 지역균형발전

: 한국의 정부는 수도권 과밀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채택해왔다. 공기업 등을 여러 지방으로 강제로 분산이전시켜서 지방소도시의 발전을 꾀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글을 읽었다면 인위적인 분산정책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제지리학은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인구수'(relatively large non-rural population) 라는 초기조건이 큰 영향을 끼쳐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만들어낸다"(sensitively on initial condition)고 설명한다. 즉, 조금이라도 규모가 큰 도시에 위치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근로자와 기업들은 큰 도시로 이동하게 되고, 핵심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지고 주변부의 크기는 더더욱 작아진다. 따라서 공기업 등을 소규모로 쪼개서 지방으로 이전시킨다 하더라도, 결국 주변의 큰 핵심부에 사람과 자본을 뺏길 것이다. 차라리 공기업 등을 한꺼번에 특정 지방 광역시로 이전시키는 방법이 지역균형발전에 효과적일 것이다.                    


■ 세계화와 '슈퍼스타'의 등장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인구수'(relatively large non-rural population) 라는 초기조건이 큰 영향을 끼쳐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만들어낸다"(sensitively on initial condition)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핵심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지고 주변부의 크기는 더더욱 작아진다. 이러한 논리를 지리학이 아닌 '소득격차 심화'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 등의 기술발전과 운송비용의 감소는 세계적인 스타와 기업이 다른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손쉽게 미국의 연예스타들을 접할 수 있으며, 유럽 챔피언스리그 · 메이저리그와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대회를 시청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기업이 만들어낸 상품, 서비스뿐만 아니라 애플 아이폰 ·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들의 상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따라 '한국내 1위'(주변부)라는 지위는 힘을 잃고 '세계 1위'(핵심부)의 영향력은 더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싸이월드가 아니라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K리그가 아니라 유럽축구를 시청한다. 그 결과, 세계적인 스타 · 기업(핵심부)들은 더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오바마행정부 경제자문회의장을 맡았던 경제학자 Alan Krueger는 "세계화와 인터넷 등의 기술발전은 '슈퍼스타'의 영향력을 증대시켰고, 상위 0.1% 계층의 소득은 더더욱 증가하였다."[각주:2] 라고 설명한다.  


■ 한국시장은 중국시장에 흡수될까?

: '핵심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지고 주변부의 크기는 더더욱 작아진다'는 논리는 한국인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바로 한국 옆에 존재하는 중국의 존재 때문이다.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시장은 상품다양성과 내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한국시장보다 우월하다. 그렇다면 일종의 주변부인 한국시장은 핵심부인 중국시장에 흡수될 수도 있지 않을까? 프로축구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K리그 선수들은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중국리그로 대거 이적하고 있으며, 최용수 감독은 연봉 20억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프로축구 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1. 'A new global order of cities'. Financial Times. 2015.05.26 http://www.ft.com/intl/cms/s/2/a5230756-0395-11e5-a70f-00144feabdc0.html#axzz3e81c3Sn0 [본문으로]
  2. Alan Krueger. "Land of Hope and Dreams: Rock and Roll, Economics and Rebuilding the Middle Class". 2013.06.12 https://www.whitehouse.gov/sites/default/files/docs/hope_and_dreams_-_final.pdf [본문으로]
  1. 33sh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Posted at 2015.05.20 01:25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이 글은 2015년 5월 20일에 작성되었던 것을 2019년 7월 21일에 부분 개정한 것입니다. 2015년 당시에는 무역이론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하여 부족한 설명을 했었고,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 작성하였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글의 서문만 부분 개정했으며, 향후 추가 개정할 계획에 있습니다.


※ 데이비드 리카도가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해주는 헥셔 · 올린 · 새뮤얼슨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통해, 국제무역이 이루어지게 하는 원천이 무엇이며, 데이비드 리카도는 무엇에 주목했는지를 알아보았다.


▶ 국제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 

-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

-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의 차이


왜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무역을 하는 것일까?  “서로 다르기 때문에 무역을 한다”는 절반만 맞는 답이다.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면, 무역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수입을 하는 이유는 ‘국내시장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상품을 상대적으로 싸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며, 수출을 하는 이유는 ‘국내시장에서보다 상품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판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① 자급자족 상태인 국가들끼리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며, 이로 인해 ② 무역 이후 세계시장 가격과 개별 국가들의 자급자족 가격 간에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different relative price) 및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의 차이"(autarky vs. world relative price)는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


그리고 세계시장 상대가격(world price)이 얼마냐에 따라 국가별 무역패턴(trade pattern)이 결정된다. 자급자족 상대가격보다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더 높은 상품은 특화하여 수출하고 더 낮은 상품은 수입한다. 자급자족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동일하다면 국내와 해외 판매가 무차별하고, 국내에서 조달하나 해외에서 조달하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과 달라지지 않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① 국가간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② 자연스레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각국 자급자족 상대가격 간에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③ 무역을 할 이유가 생기게 된다.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 및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의 차이'는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기술수준에 따른 노동생산성 차이'(technology)가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을 만들어낸다


이때, 데이비드 리카도는 자국과 외국의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게 된 이유로 '기술수준에 따른 노동생산성 차이'(technology)를 꼽았다. 


양국의 기술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투입량이 다르고 기회비용 차이가 발생한다. 그 결과 각국의 자급자족시 상대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자 비교우위 혹은 비교열위를 가지는 상품이 생겨난다. 


여기서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은 '상대생산성이 높아 기회비용이 낮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낮은 품목'을 의미하고, 비교열위를 가진 상품은 '상대생산성이 낮아 기회비용이 높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높은 품목'을 뜻한다.


그렇지만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만 가지고 국제무역을 설명하기에는 현실은 복잡하다. 리카도는 '노동'이라는 생산요소로만 무역을 설명했다. 하지만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 이외의 또 다른 생산요소가 필요하다. 바로 '자본'이다


여기서 자본을 철광석·석유 같은 천연자원으로 생각해도 좋고, 기계 등의 설비장치로 생각해도 좋다. 노동 뿐 아니라 자본을 고려한다면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 헥셔 · 올린 · 새뮤얼슨의 비교우위론 

- '부존자원의 차이'(resource endowment)가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을 만들어낸다


  • 왼쪽 : 엘 헥셔(Eli Heckscher). (1879-1952)
  • 가운데 : 베르틸 올린(Bertil Ohlin) (1899-1979)
  • 오른쪽 :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 (1915-2009)


스웨덴 출신의 두 경제학자 헥셔(Eli Heckscher)와 (197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각주:1]올린(Bertil Ohlin)은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자본'이라는 생산요소를 추가하여 국제무역 현상을 설명한다. 그리고 리카도는 (이전글에서 예시로 든 쌀 · 자동차와 같이) 임의의 두 산업이 존재한다고 가정했으나, 헥셔와 올린은 한 국가안에 '노동집약적 산업'과 '자본집약적 산업'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간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게 된 이유는 '부존자원에 따른 상대적 생산량의 차이'(resource endowment) 때문이다. 


어떤 국가는 자본에 비해 노동이 풍부하고, 또 다른 국가는 노동에 비해 자본이 풍부하다.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산될테고,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생산된다. 자급자족 상황에서 상대공급이 많은 상품은 상대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동풍부국은 노동집약상품을 싸게 생산하고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상품을 싸게 생산한다


리카도 및 헥셔-올린 모형은 ‘서로 다른 상대가격이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다만, 리카도는 '각 국가들이 노동생산성(혹은 기술)이 다르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으나, 헥셔-올린은 '각 국가들의 보유자원이 다르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즉, 리카도는 국가간 기술수준 차이가 비교우위를 결정짓는다고 보고 있으며, 헥셔와 올린은 국가간 부존자원 차이가 비교우위를 결정짓는다고 본다. 


따라서, 헥셔-올린 모형이 알려주는 사실은 간단하다. 


'자본풍부국은 값싸게 만든 자본집약적 상품을 더 높은 가격을 받으며 수출하고, 노동풍부국은 값싸게 만든 노동집약적 상품을 더 높은 가격을 받으며 수출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자본풍부국은 외국의 값싼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입하고, 노동풍부국은 외국의 값싼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입한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너무나도 당연해보이는 이 논리가 어떻게 도출되는지 알아볼 것이다.


▶ 무역 개방 이후 달라진 상품가격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자본'이라는 생산요소를 추가한 헥셔-올린 모형은 리카도가 알려주지 못하는 또 다른 정보를 알려준다. 바로 '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 이다. 


리카도는 '노동'만을 생산요소로 봤기 때문에 무역이 소득분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려주지 못한다. 소득'분배'를 논하려면 당연히 노동 이외의 다른 무언가도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 이외의 자본도 고려하는 헥셔-올린 모형은 소득'분배'를 논할 수 있다. 무역이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자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소득분배는 달라진다.


렇다면 어떻게해야 무역 개방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을까? 기본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① 자급자족 상황에서 개별 국가들은 상품의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다. ② 무역 실시 이후, 세계시장 상대가격(=교역조건)이 개별 국가들의 상대가격 사이에서 결정된다. ③ 각 국가들은 자급자족 상대가격 보다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더 싼 상품은 수입해오며, 더 비싼 상품은 수출한다. 


즉, 무역 개방 이전과 이후에 달라진 것은 ‘상품의 상대가격’ 이다. 수입 상품은 자급자족에서 보다 무역 실시 이후 더 싸졌으며, 수출상품은 더 비싸졌다. 따라서, “달라진 상품 상대가격이 생산요소의 실질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를 살펴봄으로써, 무역개방과 소득분배 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다.


이때, '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을 알 수 있게끔 기반을 제공해준 경제학자가 197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이다. 


폴 새뮤얼슨은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올라(내려)갈수록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하락)하고,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올라(내려)갈수록 자본가의 실질소득이 상승(하락)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전세계에서 무역이 이루어진다면 세계상품가격은 동일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무역을 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각국의 노동자 실질임금은 서로 같아진다각국의 자본가 실질소득 또한 서로 같아진다


이 사실을 지금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헥셔-올린 모형과 폴 새뮤얼슨의 논리를 자세히 이해해보자.          




※ 상품가격 ↔ 생산요소 가격  집약도의 차이


헥셔-올린 모형에서 생산자는 '노동'과 '자본' 두 생산요소를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생산자는 노동비용(임금)과 자본비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노동과 자본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


노동비용이 비싸다면 노동보다는 자본을 많이 사용하고, 자본비용이 비싸다면 자본보다는 노동을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생산요소 가격의 변화가 노동 · 자본 집약도의 변화를 가져온다. 노동비용이 비싸지면 노동집약도가 하락하고, 자본비용이 비싸지면 자본집약도가 하락한다


이때 주의할점은 노동(자본)비용이 비싸다고해서 노동(자본)집약적 산업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노동집약적 산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에 비해 언제나 노동을 더 많이 쓰고, 자본집약적 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비해 언제나 자본을 많이 쓴다. 노동(자본)비용이 증가하면 두 산업 모두에서 노동(자본)의 비중이 감소하지만, 노동(자본)집약적 산업은 자본(노동)집약적 산업에 비해 언제나 노동(자본)을 더 많이 쓴다. 즉, 노동(자본)비용이 증가하면 노동(자본)집약도가 하락할 뿐이지, 노동(자본)집약적 산업이 사라지는건 아니다.   


그렇다면 노동비용과 자본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노동집약적 상품의 가격과 자본집약적 상품의 가격이다. 노동집약적 상품가격 · 노동비용, 자본집약적 상품가격 · 자본비용은 일대일 관계에 있다. 


쉽게 생각하자. 노동비용이 증가하면 생산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상품가격도 올라간다. 마찬가지로 자본비용이 증가하면 생산비용 상승으로 인해 자본집약적 상품가격도 올라간다. 따라서, '노동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고, '자본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자본집약적 상품가격' 이라는 사실을 도출할 수 있다. 

(이것은 '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알아야하는 논리이다!!!)


  • 출처 : Paul Krugman, Maurice Obsfeld, Marc Melitz. 『International Economics』.
  • 왼쪽 그래프의 X축은 노동집약적 상품의 가격 변화, Y축은 생산요소 가격의 변화이다.
  • 즉, 왼쪽 그래프는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할때마다 임금이 올라감을 보여준다.
  • 오른쪽 그래프의 X축은 노동집약도의 변화, Y축은 생산요소 가격의 변화이다.
  • 즉, 오른쪽 그래프는 임금이 상승할때마다 노동집약도가 감소함을 보여준다.
  • 이때, 빨간선(CC)은 노동집약적 산업, 파란선(FF)는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따라서, 빨간선(CC)은 파란선(FF)에 비해 항상 오른쪽에 위치한다.


따라서, '상품가격 ↔ 생산요소 가격 ↔ 각 산업의 집약도'는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미친다.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하락)하면 노동비용이 증가(감소)하고 노동집약도는 하락(상승)한다.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하락)하면 자본비용이 상승(감소)하고 자본집약도는 하락(상승)한다. '상품가격'이 변하지 않는다면 '생산요소 비용'은 변하지 않고 '각 산업의 집약도' 또한 변하지 않는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이러한 연결고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 풍부한 보유자원의 증가 → 편향적 발전을 초래하다

 

그럼 이제 노동풍부국과 자본풍부국의 차이점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직관적으로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발달하고,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산업이 발달하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경제학자 립진스키(Tadeusz Rybczynski)는 이러한 직관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설명을 제공한다.   


노동 · 자본 자원 보유비율이 동일한 두 국가 A,B를 떠올려보자. 이때 A국가에서 노동이라는 자원이 증가했다. A국이 노동풍부국이 된 것이다. 

(● 이때 주의할 점은 '노동풍부국'과 '자본풍부국'을 결정하는 건, 절대량이 아니라 비율이라는 점이다. 가령 미국의 인구는 한국보다 절대적으로 많다. 그렇지만 노동/자본 비율은 한국이 더 높기 때문에, 한국은 노동풍부국이 되고 미국은 자본풍부국이 된다.)


이렇게 증가한 노동 자원은 각 산업에 배분된다. 직관적으로 '증가한 노동 자원이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더 많이 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증가한 노동자원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더 많이 배분된다. 


그런데 우리는 앞서 ''상품가격'이 변하지 않는다면 '생산요소 비용'은 변하지 않고 '각 산업의 집약'도 또한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A국의 노동 자원이 증가하였으나 상품가격은 변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다면 각 산업의 집약도 또한 변하지 않아야 한다.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노동이 더 많이 배분된 가운데 집약도는 이전과 같아야한다. 노동집약적 산업이 쓰는 자본량은 이전과 같은데 노동량만 증가한다면 노동집약도는 상승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따라서, (집약도 유지를 위해) 노동집약적 산업의 노동뿐 아니라 자본 또한 이전에 비해 더 많아진다


결과적으로, A국에서 노동이라는 자원이 많아졌기 때문에, 노동집약도 산업이 쓰는 노동 · 자본의 양도 증가했다. 생산요소량 증가에 따라 노동집약도 산업이 만들어내는 노동집약적 상품양도 많아진다


즉, 노동풍부국에서 노동집약적 산업이 편향적으로 발전되게 된다. (disproportionate, biased and unbalanced growth.) 노동풍부국인 A국은 B국에 비해 노동집약적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노동을 자본으로 바꾼다면, 자본풍부국에서 자본집약적 산업이 편향적으로 발전한다는 것과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립진스키 정리'(Rybczynski Theorem) 이라 한다.     




※ 헥셔-올린 정리 (Heckscher–Ohlin theorem)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수요에 따라 생산량 균형이 이루어진다. 


무역개방 이전,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의 공급이 많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반대로 무역개방 이전,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의 공급이 많기 때문에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이때 무역이 이루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무역은 각 나라별로 다른 상품의 가격을 하나로 수렴시키는 역할을 한다. 어려운 말이 아니다. 무역이 없다면 국내수요와 국내공급에 따라 상품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각 나라들은 서로 다른 상품가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무역을 한다는 것은 '각 나라가 똑같은 가격에 상품을 거래 · 교환한다'는걸 의미한다. 


따라서, 무역 이후 세계 각국의 상품가격은 똑같아진다. 이때 무역 이후 하나로 결정된 국제가격은 무역 이전 두 국가 상품가격의 가중평균이다. 이제 노동풍부국의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은 상승하고, 자본풍부국의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은 하락한다. 그리고 자본풍부국의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은 상승하고, 노동풍부국의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은 하락한다.  

(이러한 논리는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에서도 살펴보았다.)


무역이후 상품가격이 하나로 동일해진 결과, 각국에서 초과공급이 만들어진다. 쉽게 생각하자. 본래 노동(자본)풍부국 국민들은 낮은 가격에 노동(자본)집약적 상품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무역개방 이후 새로운 국제가격이 결정되면서, 노동(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했다. 가격상승은 수요감소를 불러오고, 노동(자본)풍부국에서 노동(자본)집약적 상품은 초과공급 상태에 놓이게 된다.


만약 무역이 없다면 초과공급 상태에 놓인 상품은 가격이 다시 하락하면서 시장균형을 찾는다. 하지만 무역개방 이후 상품가격은 국내시장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국제가격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국내시장에 존재하는 초과공급이 '국제가격'을 변동시킬 수 없다.    


즉, 무역개방 이후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 국내수요보다 더 많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무역개방 이후 자본풍부국(RS*)은 자본집약적 상품 국내수요보다 더 많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초과공급을 해결하기 위해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해외로 수출한다. 이것이 바로 헥셔-올린 모형의 결론이다. 


[헥셔-올린 정리(Heckscher–Ohlin theorem)]       


'초과공급'의 관점이 아니라 '상품가격'의 관점에서 무역현상을 이해할 수도 있다. 무역 개방 이전,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 반대로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게 형성되어 있다. 


이때 무역을 하게 된다면 상품가격은 세계시장에서 결정되는데, 노동풍부국의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은 상승하고, 자본풍부국의 자본집약적 상품가격 또한 상승한다. 따라서, 각 국가들은 무역을 통하여 자신들의 주요상품을 비싼 가격에 판매할 유인을 가지게된다.



이를 보다 쉽게 살펴보기 위해 위의 그래프를 살펴보자. 윗 그래프의 RS*는 자본풍부국의 공급곡선, RS는 노동풍부국의 공급곡선을 나타낸다. X축 좌표는 노동집약적 상품의 생산량을 의미[각주:2]하기 때문에, 노동풍부국의 공급곡선 RS가 더 오른쪽에 위치해있다.   

  

노동풍부국과 자본풍부국의 소비자취향은 같기[각주:3] 때문에 각국은 같은 수요곡선을 가진다. 점 1과 점 3는 무역이 발생하기 이전 노동풍부국과 자본풍부국의 국내균형을 나타낸다. 


앞서 말한것처럼,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더 많이 생산하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상품의 가격(Y축)이 낮다(점 1). 자본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덜 생산하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상품의 가격이 높다(점 3). 


이제 무역이 발생하면 각국의 상품가격은 하나로 수렴한다. 그 가격이 바로 점 2이고, 점 2에서 국내수요 또한 결정된다. 각국의 국내수요가 점 1과 점 3에서 점 2로 변한 것이다. 점 2의 가격에서 선을 그어 RS 곡선에 연결시키자. 공급량이 수요량에 비해 많음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 생긴 초과공급은 해외수출을 통해 해결된다.




※ 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

- 풍부한 자원을 이용하는 사람의 소득이 증가한다

- 무역은 생산요소 이동과 같은 효과


그럼 이제 '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자. 


앞서 간단히 말하고 넘어갔지만, '무역개방 이전,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의 공급이 많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반대로 무역개방 이전,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의 공급이 많기 때문에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그리고 이보다 더 앞서 ''노동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고, '자본비용'을 결정하는 것은 '자본집약적 상품가격'' 라는 말을 했다. 이를 연결시켜 생각해보자.


무역개방 이전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기 때문에 노동자의 임금 또한 낮게 형성된다. 반대로 무역개방 이전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낮기 때문에 자본가의 소득 또한 낮게 형성된다.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한국은 사람이 많으니 인건비가 싸다. 호주는 사람이 없으니 인건비가 비싸다."라는 말이 바로 이 논리이다.        


'보유자원 상대비율 → 자원집약 산업의 생산량 → 자원집약 상품가격 → 노동자와 자본가의 소득'의 경로를 요약하면, 결국 '무역개방 이전, 노동풍부국은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낮고 자본풍부국은 자본가의 실질소득이 낮다.' 반대로 '역개방 이전, 노동풍부국은 자본가의 실질소득이 높고 자본풍부국은 노동자의 실질소득이 높다.


그렇다면 '무역개방 이후 각국에서 상품가격이 하나로 같아진다'는 사실에서 '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을 도출해 낼 수 있다. 무역개방 이후 상품가격은 각국 상품가격의 중간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역개방 이후, 노동풍부국에서는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하고 자본풍부국에서는 자본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한다. 


그 결과, 무역개방 이후 노동풍부국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하고, 자본풍부국 자본가의 실질소득도 상승한다. 반대로 무역개방 이후 노동풍부국 자본가의 실질소득은 하락하고, 자본풍부국 노동자의 실질임금도 하락한다. 


즉, 무역으로 인해 풍부한 요소를 이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의 실질소득이 증가하고, 부족한 요소를 이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의 실질소득은 하락하게 된 것이다. 


[상품가격 변화에 따라 노동자 · 자본가의 실질소득이 달라지는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스톨퍼-새뮤얼슨 정리'(Stolper-Samuelson Thoram)이다.]    


이것은 '무역이 국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을 설명해준다. 그렇다면 '무역이 세계적 차원의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무역개방 이후 각국에서 상품가격이 하나로 같아'지기 때문에, 무역에 참여한 국가의 노동자 · 자본가의 실질소득이 각국에서 모두 똑같아진다. 


즉, 무역을 하는 국가들 사이에서 각국의 노동자 실질임금은 서로 같아지고, 각국의 자본가 실질소득 또한 서로 같아진다


[이를 '요소가격 균등화 정리'(Factor Price Equalization Theorem)라 한다.]


'요소가격 균등화 정리'는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생산요소 가격이 변하려면 생산요소량이 증가하거나 감소해야 한다. 가령, 임금이 변하려면 노동자들의 수가 변동해야 한다. 노동자의 수가 많아지면 임금이 하락하고, 노동자 수가 적어지면 임금이 상승하는 원리이다. 그런데 무역은 단지 상품만 이동시킬 뿐, 생산요소가 직접 이동하지 않았다. 무역 이후 달라진 건 상품가격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무역을 통한 상품의 이동은 생산요소가 직접 이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도출해낼 수 있다. 노동풍부국이 수출하는 노동집약적 상품에는 '노동'이라는 생산요소가 들어가있고(embodied), 자본풍부국이 수출하는 자본집약적 상품에는 '자본'이라는 생산요소가 들어가있는 것이다. 


결국 노동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입하기 때문에 자본을 수입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맞게 되고, 자본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입하기 때문에 노동을 수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이를 '헥셔-올린-바넥 정리'(Heckscher-Ohlin-Vanek Theorem) 이라 한다.]




※ 헥셔-올린 모형은 현실에 부합하는가?


이 글에서 살펴봤듯이, 헥셔-올린 모형은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하고,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출한다." 라고 말한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헥셔-올린 모형의 결론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직관과는 달리, 노동풍부국이 자본집약적 상품을 수출하거나 자본풍부국이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하는 실증결과가 발견되었다. 경제학자 레온티에프(Wassily Leontief)는 1953년 논문 <Domestic Production and Foreign Trade: The American Capital Position Re-Examined>을 통해, "자본풍부국인 미국이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를 '레온티에프 역설'-Leontief's Paradox-라 한다.) 


레온티에프의 연구는 미국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또 다른 경제학자 해리 보웬(Harry Bowen), 에드워드 리머(Edward Leamer), 스베이코스카스(Leo Sveikauskas) 등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 27개국 나라를 조사한다. 이들은 '풍부한 자원이 수출로 이어지는지'를 조사하였고, 1987년에 논문 <Multicountry, Multifactor Tests of the Factor Abundance Theroy>을 발표했다. 이들은 실증분석을 통해 "헥셔-올린 모형이 예측하는대로 풍부자원이 수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70% 미만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헥셔-올린 모형은 국제무역 패턴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연구는 다니엘 트레플러(Daniel Trefler)1995년 논문 <The Case of the Missing Trade and Other Mysteries> 이다. 그는 '효율노동'(effective labor) 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자본풍부국인 미국이 노동집약적 상품을 수출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자, 모두가 알고 있듯이 미국은 자본풍부국이고 중국은 노동풍부국이다. 하지만 미국 근로자들의 숙련도와 생산성은 중국 근로자들을 훨씬 능가[각주:4]한다. 따라서, '노동자원'에 '숙련 근로자'(skilled-labor) 개념을 도입한다면, 미국은 중국에 비해 노동풍부국이 될 수도 있다. 자본풍부국으로 보이는 미국에서 노동집약적 상품이 수출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 '숙련 근로자'(skilled labor)와 '비숙련 근로자'(unskilled labor)

- 국제무역과 세계화가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 헥셔-올린 모형을 통하여 이해하기


노동자원을 '숙련 근로자'(skilled labor)와 '비숙련 근로자'(unskilled labor)로 구분하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중요하다. 헥셔-올린 모형은 생산요소를 '노동과 자본'으로 분리하고 있지만, 이 아이디어를 적용하여 생산요소를 '숙련 근로자와 비숙련 근로자'로 구분해보자. 


선진국은 '숙련근로자 풍부국'이고 개발도상국은 '비숙련 근로자 풍부국'이다. 이때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면 각 국가내에서 소득분배는 어떻게 변화할까?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를 다시 떠올려보자. 무역으로 인해 풍부한 요소를 이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의 실질소득이 증가하고, 부족한 요소를 이용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사람의 실질소득은 하락한다.


따라서, 국제무역은 선진국내에서 '숙련근로자 임금을 상승'시키고 '비숙련 근로자 임금을 하락'하게 만든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비숙련 근로자 임금은 상승'하고 '숙련근로자 임금은 하락'할 것이다. 이때 개발도상국내 '숙련근로자 임금 하락' 여부는 불확실하다. 국제무역의 힘으로 개발도상국 경제가 성장할 경우, 경제성장의 힘으로 소득 자체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목해야하는 건 '선진국 내 소득분포의 변화' 이다. 

   


윗 그래프를 보면, 주요 선진국(Mainly Developed World)내에서 '중간계층(80th~90th)의 소득증가가 더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선진국내 상위계층의 소득증가 정도는 매우 높고, 최하위계층(75th) 또한 소득이 크게 증가했다. 1990년대 이래, 선진국의 골칫거리는 '중간층 일자리 감소 현상'이다. 


이때, 중간층 일자리 감소의 원인으로 주로 지목되는 것은 '기술발전'과 '국제무역'이다. "기술발전은 상하층 일자리와 보완관계에 있지만, 중간층 일자리와는 대체관계에 있다"[각주:5]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그리고 헥셔-올린 이론은 국제무역이 선진국내 중간층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원인을 설명해낼 수 있다. 선진국내 상층 일자리를 '숙련 일자리'로 보고 중간층 일자리를 '비숙련 일자리'로 본다면, 개발도상국과의 무역이 증가하고 있는 선진국 내에서 중간층 일자리와 임금이 줄어드는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다른글에서 헥셔-올린 모형을 응용하여, '국제무역'과 '세계화'가 선진국내 소득양극화 ·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세히 알아보자.


 

  1. 헥셔는 1955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노벨경제학상은 1969년에 만들어졌다. [본문으로]
  2.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생산량'이지만... [본문으로]
  3. '소비자취향이 같다'고 보는 것이 1세대 국제무역이론의 특징이다. 2세대 국제무역이론은 '소비자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조건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살펴보자. [본문으로]
  4. 이 논문이 1995년에 나왔음을 주목하면 양국 근로자 간의 '숙련도 차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본문으로]
  5.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불균등. 그리고 무역의 영향(?)'. 2014.08.27 http://joohyeon.com/198 [본문으로]
  1. Ahn
    질문있습니다. 본문에,

    쉽게 생각하자. 노동비용이 증가하면 생산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에 노동집약적 상품가격도 올라간다. 마찬가지로 자본비용이 증가하면 생산비용 상승으로 인해 자본집약적 상품가격도 올라간다.

    라고 써주셧는데, 인과관계가 거꾸로 된거 아닌가요???
    생산비용 증가가 상품가격의 증가를 일으키는게 아니라,
    상품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더 높은 생산비용을 들여서라도 생산해내는 것 아닌가요??
    • 2015.05.21 01:01 신고 [Edit/Del]
      Ahn님의 말씀도 맞지만, 인과관계는 양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설명은 마치 '한방향으로만 작동하는 인과관계'처럼 이야기 했지만, '상품가격'과 '생산비용'은 '일대일 관계'에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2. Ahn
    오타 몇개 발견해서 알려드려요.

    립진스키 정리에서 (theoram)
    스톨퍼새뮤얼슨정리에서 (thoram)
    요소가격균등화정리 (theoram)
    헥셔올린반크정리에 (theoram)
  3. Hyun
    정말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시네요 ㅠㅠ...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
  4. 비밀댓글입니다
  5. 호니
    그러면 임금이 증가했을 때 노동집약적생산품과 자본집약적생산품 둘다 증가하여 자본집약률을 높였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요ㅠㅠ 생산의 에지워드 상자도 부분에서 나온건데 저는 임금이 증가했으니 노동집약적생산품은 줄고 자본집약적 생산품을 늘러야한다고 생각했거든요ㅜ
    • 2018.12.06 17:45 [Edit/Del]
      (자본집약적 상품의 상대가격이 감소<=>) 실질임금 증가 및 실질임대료 감소(by stolper samuelson) -> 자본임대료 대비 임금 증가 -> 두 산업 모두에서 자본집약도 증가(by 기업의 비용 최소화) -> 자본집약적산업 생산량 감소 및 노동집약적산업 생산량 증가(by edgeworth box)
      이렇게 되는 것 아닌가요?
  6. 호로롤
    쉽게생각하자~ 따라서 ~
    이부분에서 따라서를 기준으로 앞뒤의 인과관계가 같지않은데 오타이신가요??
    노동집약적 상품가격이 상승하면 노동에대한 수요가 증가해 노동비용이 상승할 것이란 점은 알고있으나 문단의 논리가 맞지않아 질문드립니다
  7. ㅇㅇ
    경제학 공부중 많은 도움 얻어갑니다.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된건 정말 첨이네요. 감사합니다!
  8. 최고
    정말 감사합니다ㅜㅜ 경제 독학중인데 너무너무 유용합니다!!
  9. 굳굳
    글 잘 봤습니다! 한 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스톨퍼-사무엘슨 그래프에서 자본이 풍부한 국가를 중심으로 그래프를 그려보려고 했는데, 자본집약적 재화 상대 가격 하락 ->요소가격 r 하락->자본가 소득 감소 노동자 소득 증가 가 되는 건가요? 뭔가 바뀌어서 정의랑 반대로 된 것 같은데 제가 잘 이해한것인지 모르겠습니다.
  10. 신촌
    안녕하세요! 공기업 준비하는 경제학도인데 학교에서 배웠던거 다까먹고 있었는데 정리 너무 잘해주셔서 덕분에 편하게 공부하네요 감사합니다!
  11. MJ Kim
    개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