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은 경제학이 아니다 (Business Is Not Economics)경영학은 경제학이 아니다 (Business Is Not Economics)

Posted at 2012. 7. 15. 00:13 | Posted in 경제학/일반

"기업경영"과 "국가경제"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고, 
따라서 "국가경쟁력"을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말을 몇번 했었는데

오늘도 그 이야기.

왜 계속 이런 말을 하냐면, 이건 정말 아주아주아주 중요한 생각이기 때문에.
"국가경제"를 생각할 때, 그리고 "경제학"을 공부할 때 '기업경영'과 '경제'를 혼동하면 잘못된 사고를 하기 쉽상이다.


Paul Krugman이 이틀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포스트 하나를 소개.

*경영학은 경제학이 아니다 (Business Is Not Economics)

Obama 대통령이 이 사실을 정확히 집어주었다.

"Romney가 Bain Capital에 재직하던 당시의 행태에 대해 왜 계속 문제제기를 하느냐고 사람들이 나-Obama-에게 묻는다면 나는 이 점을 상기시켜주고 싶다.

만약 당신이 대기업 또는 헤지펀드의 대표라면, 당신의 임무는 돈을 버는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성공적인 경영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당신의 임무는 투자자에게 돌아갈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그것은 타당해 보인다. 이것인 미국식 행동이고 기업이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로서의 경제를 생각하는 자격을 당신에게 반드시 부여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대통령으로서 나의 임무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나의 임무는 일자리가 외국으로 이전된 지역공동체를 생각하는 것이다."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 특히 국가는 주식회사가 아니다. 


국가경제를 운영하는 대통령직에 기업 경영가가 부적합한 이유는 '윤리적 차원'때문이 아니다. '기업가는 돈만 밝히기' 때문에 부적합하다는 말이 아니다.

"경영학과 경제학은 완전히 다른 학문이고, 
기업경영과 국가경제는 완전히 다른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의 목표는 '이윤창출'이다.
경제의 목표는 '경제적 번영prosperity'이다.

돈을 버는 게 경제적 번영 아니냐고?

국가경제의 핵심은 '생산'과 '소비'의 매커니즘이다.
'돈을 벌어서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국가경제를 논할 때 '돈을 쌓아두는 것'으로 접근하는 것은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이다.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은

① 한 국가 또는 개인의 부wealth는 금은보화 등을 모아서 쌓는 것이다.
② 따라서, 전세계에 부는 한정되어 있다.
③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부를 가지고 와야 한다.
④ 즉, 다른나라와 무역을 하면서 '무역흑자'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⑤ 무역흑자를 위해서, 국가가 '소수의 기업을 후원'하여 다른 나라와의 '무역전쟁'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⑥ 국내에는 '보호무역 장벽'을 만들어서 '수입을 줄여야'한다.
⑦ 그리고 영원히 무역흑자를 얻을 수 있는 '식민지'를 개척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는 중상주의와는 전혀 다르다.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은 '생산'과 '소비' 그리고 '효용'이다. 
이 말은 몇번씩이나 해서 왜 또 하냐고 그러겠지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모두들 GDP 이야기를 하는 데, GDP는 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이다. 우리가 무심코 이야기하는 GDP의 핵심은 '생산'이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금은보화를 그저 '쌓아두는 것'이 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를 함으로써 '효용'을 얻는 것이 진정한 부임을 알게 되었다.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자 모든 것이 바뀌게 되었다.

부는 더 이상 한정적이지 않다.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에서는 '부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지만, 현대자본주의 사고방식에서 '부는 무한히 늘어날 수 있다.'
생산과 소비를 함으로써, 그리고 거기서 효용을 얻음으로써.

이제 '무역전쟁'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제 '더 많은 금은보화를 차지하기 위해서' 무역을 하는 것이 아니다.

'비교우위'에 바탕을 둔 교역을 함으로써, '모든 국가'가 최적의 효용을 얻을 수 있다.

쉽게 말해, 우리는 '일본을 이기기 위해' 무역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잘 살기 위해' 무역을 하는 것이다.
국제무역을 '전쟁터'로 생각하는 건 완전히 착각이다.


"근데 일본전자기업이 주춤해야 삼성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이고 국가경제가 늘어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건 '산업경제'다. 
'국가경제'가 아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


"(NAFTA 체결 이후) 멕시코가 수입하는 옥수수에는 노란 옥수수와 흰 옥수수가 있는데, 노란 옥수수 수입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미국에서 쇠고기와 돼지고기에 적용되던 고관세가 철폐되자 멕시코산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대미 수출이 급증하여 사료로 쓰는 노란 옥수수를 미국에서 수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현종.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 120쪽


여기서 눈여겨봐야할 구절은 

"노란 옥수수 수입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 멕시코산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대미 수출이 급증하여 사료로 쓰는 노란 옥수수를 미국에서 수입해야 했기 때문"

국가경제차원에서 바라볼 때, '산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한 산업의 흑자 또는 승리만을 생각할 경우 '전체로서의 경제'를 간과하기 쉽다.


중상주의에서 벗어난 현대자본주의는 대단히 혁신적인 발명품이었다.

우리가 경제적 번영을 이루려면 '다른 나라를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의 '생산성'을 높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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