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Posted at 2018. 12. 5. 01:21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한국 경제발전은 자유무역 덕분? 보호무역 덕분?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에서 살펴보았듯이, 한국은 대외지향적 무역체제(outward-trade regime)를 선택한 덕분에 경제발전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1961년 쿠데타 이후 대내지향적 자립경제를 추구했던 박정희정권은 1964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정·보완하여 수출진흥 산업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1965년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에서는 영국 처칠 수상의 『수출 아니면 죽음』 발언을 인용하였고, 각종 수출 지원 정책이라는 당근과 수출진흥 확대회의를 통한 수출책임제 점검 이라는 채찍을 동시에 구사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1973년 연두 기자회견에서는 '1980년 수출액 100억 달러 달성을 위한 중화학 공업화'를 목표로 내걸었고, 수출액 100억 달러를 3년이나 앞당긴 1977년에 이루었습니다.


만약 자립경제 달성을 위한 내포적 공업화 전략(수입대체 산업화)을 계속 고수했더라면, 중남미 국가들처럼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룰 뻔[각주:1] 했는데, 참으로 다행스런 방향전환 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경제발전을 통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대외지향적 무역체제를 지향해왔다'는 사실 뿐입니다. 대외지향적 수출진흥 산업화를 통한 한국 경제발전 성공이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 덕분인지,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 덕분인지 평가하는 것은 또 다른 논쟁사항 입니다. 


"한국의 경제발전은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 덕분" 이라는 주장을 강하게 뒷받침 해주는 근거가 바로 기계 · 조선 · 철강 · 화학 · 전자 등의 중화학 업종 육성 입니다. 이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는 수입장벽을 세워 외국과의 경쟁에 노출시키지 않았고, 보조금을 통해 지원하였습니다.



즉, 한국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에 따라서 경제발전 경로를 밟아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이란 말그대로 '어린아이와 마찬가지인 유치산업(Infant Industry)을 외국산업과 경쟁할 수 있을때까지 일시적으로 보호하여(temporary protection) 육성시키자'라는 논리 입니다.

만약 당시 한국이 비교우위론을 철저히 따라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지 않고 1차산업이나 단순 공산품 생산에만 집중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경제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요? 한국의 중화학 공업화 성공은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과 '유치산업보호론'을 둘러싼 논쟁에서 후자의 정당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니, 그러면 한국의 경제발전이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 덕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어떤 논리로 말하는 것일까?" 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이유는 '유치산업보호론이 100% 보호무역체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 입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은 말그대로 어린아이 수준인 산업(infant industry)을 외국산업과 경쟁할 수 있을때까지 일시적으로 보호하자(temporary protection)는 논리 입니다. 평생토록 무역장벽을 높여서 살자는 이론이 아닙니다.


성숙한(mature) 산업을 보유한 오늘날 한국은 개방적인 무역체제를 지향하고 있으며, 경제발전 당시에도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의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부는 특정 기업을 선정하여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만약 보호와 동시에 국내에 안주하게끔 하였다면, 기업의 생산성 정도가 아닌 정권과의 결탁여부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했을겁니다.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는 경제발전의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이것이 의도했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쟁'과 '해외진출을 통한 시장크기 확대' 등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살려야 합니다. 


제가 전달하고 싶은 생각은 "애시당초 100% 보호무역체제나 100% 자유무역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고방식을 좀 더 세련되게 가다듬어야 합니다.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가 중심인 가운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의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 


vs.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가 중심인 가운데 어떤 경우에서는 국가의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정책이 정당화 될 수 있다" 


이 둘은 별반 다른 게 없어 보이지만 현실 속 논의과정에서 큰 차를 불러옵니다. 


전자를 말하는 사람들은 시대와 상황에 관계없이 국가주도의 적극적인 무역정책을 우선적으로 주장합니다. 과거 개도국이었던 한국과 오늘날 선진국인 한국의 차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리고 경제발전이 필요한 개도국과 경제강대국인 미국의 차이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후자를 말하는 사람들은 산업 · 무역정책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경우를 우선 진단합니다. 과도한 국가개입은 의도치 않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 나라가 국가주도 정책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다른 나라도 똑같은 성공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남미와 한국의 사례에서 처럼 말이죠. 


어떠한 사고방식을 가지느냐는 결국 사상과 철학의 문제입니다. 경제사상 변천은, 정치사상이 그러하듯이, 위대한 학자들의 논의과정을 통해 이루어져 왔습니다. 

앞으로 2편의 글을 통해 위대한 학자들의 주장을 살펴보며, 주류 경제학계 내에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론'과 '유치산업보호론' 그리고 '보호무역론'을 둘러싼 대립과 논쟁이 어떻게 변화 · 발전 되어왔는지를 알아봅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생각을 보다 정교화 할 수 있을겁니다.




※ '자유주의 사상을 토대로 한 자유무역의 이점'을 설파한 애덤 스미스


  • 애덤 스미스 (Adam Smith), 1723~1790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에서 살펴본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 사상을 되돌아 봅시다. 그의 사상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시대적 배경을 우선 파악해야 합니다. 『국부론』이 출판된 1776년은 아직 중상주의(mercantilism)가 영향력을 가졌던 시대였고, 애덤 스미스는 중상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자유무역의 이점을 설파했습니다.  


국가가 무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금은보화 등 재화를 축적하려고 했던 중상주의 시기. 애덤 스미스는 '개인이 자연적자유(natural liberty)에 따라 행동한다면 개인과 공공의 이익은 일치'한다고 생각했으며, 국가보다 개인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better knowledge)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국가가 무역을 규제하기 보다는 무역을 할 자유(freedom to trade)를 상인들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부론』의 상당부분에 이러한 주장을 할애하였고,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재화의 수입을 높은 관세나 절대적 금지에 의해 제한함으로써 이 재화를 생산하는 국내산업은 국내시장에서 다소간 독점권을 보장받는다. (...) 국내시장의 이와 같은 독점권은 그런 권리를 누리는 특정 산업을 종종 크게 장려할 뿐만 아니라, 독점이 없었을 경우 그것으로 향했을 것보다 더 큰 노동·자본을 그 산업으로 향하게 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런 독점권이 사회의 총노동을 증가시키거나 그것을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경향이 있는가는 결코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


각 개인은 그가 지배할 수 있는 자본이 가장 유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사실, 그가 고려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익이지 사회의 이익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또는 오히려 필연적으로, 그로 하여금 사회에 가장 유익한 사용방법을 채택하도록 한다. (...)


사실 그는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security)을 위해서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gain)을 위해서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그런 허풍을 떨지 않게 하는 데는 몇 마디 말이면 충분하다. (...)


자기의 자본을 국내산업의 어느 분야에 투자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느 산업분야의 생산물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각 개인은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하여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


국내의 특정한 수공업·제조업 제품에 대해 국내시장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각 개인에게 그들의 자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지시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경우, 쓸모 없거나 유해한 규제임에 틀림없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48~553쪽


애덤 스미스는 '제조업'(manufacturing)을 국가가 주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생각에도 비판적이었습니다. 그가 보기에, 자본과 노동을 자연적 흐름에 거슬러 인위적으로 특정 부문에 배치하는 것은 효율적 생산을 가로막을 뿐이었습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 시기에 제조업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더 가난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그저 그 시기 사회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자본과 노동이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현재 제조업이 없다는 건, 지금 현재 사회에 도움을 주는 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낼 뿐입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사실 이러한 규제에 의해 특정제조업이 그런 규제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더 빨리 확립될 수도 있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는 외국과 같이 싸거나 더 싸게 국내에서 생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의 노동이, 비록 이처럼 그런 규제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더욱 빨리 특정분야에 유리하게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사회의 노동이나 사회의 수입 총액이 이와 같은 규제에 의해 증대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결코 없다. 


왜냐하면, 사회의 노동은 자본이 증가하는 비율에 따라 증가할 수 있을 뿐인데, 자본은 수입 중에서 점차 절약되어 저축되는 것에 비례해서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는 그 사회의 수입을 감소시키는 것이고, 그리고 수입을 감소시키는 것이, 자본과 노동이 자연적인 용도를 찾도록 방임되었을 때 자연발생적으로 증가하는 것보다 더 빨리, 사회자본을 증가시킬 수는 분명히 없을 것이다


이러한 규제가 없음으로써 사회가 문제의 제조업을 가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회는 그 때문에 어느 한 기간 내에 필연적으로 더 가난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발전의 어느 한 시기에 사회의 모든 자본과 노동은, 비록 다른 대상에 대해서이긴 하지만, 당시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각 시기마다 그 사회의 수입은 그 사회의 자본이 제공할 수 있는 최대의 수입이며, 자본과 소득은 모두 가능한 최고의 속도로 증가했을 것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5쪽


이처럼 (절대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론을 세상에 내놓았던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사고방식은 개인의 이익추구가 공공의 이익과 일치하며, 개인의 행위가 올바른 결과를 낳는다는 '자유주의'(liberalism)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스미스는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서로 조화롭게 살 수 있는 것은 자혜로운 신의 설계와 간섭 덕분"(design and intervention of a benevolent God)이라고 믿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부조화처럼 느껴지더라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하여 결국 자연은 조화를 이루어 작동하기 때문에,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가 (세간의 선입견과는 달리) 교조적인 자유방임주의(lassez-faire)를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사적이익과 공공이익 간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 경우 정부개입이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스미스는 정부의 기능을 국방 · 사법 · 공공기구 등 3가지에만 국한하였는데, 그 이유는 정부가 민간부문에 개입하여 공공의 후생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더 나은 지식'(better knowledge)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스미스가 살던 18세기 후반 영국 정부는 무능하고 부패했었기 때문에 정부개입을 꺼려했습니다.


따라서, 자유주의 사상과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덤 스미스는 자유무역의 이점을 설파하였습니다.


1776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뒤이어, 비교우위론을 소개한 1817년 데이비드 리카도의 『원리』가 출판되며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이론적 기반을 확고히 다져나갔습니다.


그런데... 동시기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를 반박하는 주장들도 제기되었습니다. 


스미스와 리카도는 모두 영국인 입니다. 18세기 말~19세기 초반 영국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은 '경제성장을 위해서 수확체감 성질을 가진 산업을 포기하고(=외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신하고) 제조업 같은 수확체증산업(increasing return)에 특화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을 주장한 이들과는 달리, 리카도는 오히려 제조업을 위해서 자유무역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19세기 당시 영국이 제조업 부문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습니다. 

(참고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비판의 선봉자가 바로 미국인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과 독일인 프리드리히 리스트(Friedrich List) 입니다.


초대 워싱턴정부 재무장관을 역임한 알렉산더 해밀턴은 1791년 <제조업에 관한 보고>(<Report on Manufactures>)을 통해 제조업 육성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후에 미국시민권을 획득한) 독일인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1827년 <미국정치경제론>(<Outlines of American Political System>) 및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The National System of Political Economy>)를 통해 스미스와 리카도가 제시한 자유무역사상을 비판하며 '유치산업보호'의 필요성을 설파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제조업 육성'(manufacturing)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미리 발전한 외국(특히 영국)과의 자유경쟁이 벌어지는 상황 하에서는 제조업을 키우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해밀턴과 리스트가 스미스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근원을 탐구하는 건, 자유무역론 · 유치산업보호론 · 보호무역론을 둘러싼 논쟁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번글에서는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저서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를 중심으로 그의 사상적 근원을 스미스의 것과 비교해 봅시다.




※ 애덤 스미스를 비판한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번 파트에서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애덤 스미스를 비판한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국내의 특정 산업을 외국 산업과 경쟁할 수 있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보호하자'는 유치산업보호론의 논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타당해 보입니다. 더군다나 국내 산업을 '일시적으로 보호'(temporary protection)하는 것이니, 문을 닫고 폐쇄적으로 살자는 논리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자유무역론과 대비되어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리스트의 유치산업보호론이 (애덤 스미스와 리카도를 대표하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론과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 사상이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첫째, 구성되어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 vs 민족주의(nationalism)


▶ 애덤 스미스 : 세계시민주의 사상 (사해동포주의 사상)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론은 "개별 국가들이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에 특화한 뒤 서로 교환을 하면 세계적 차원에서 효율적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설명 1[각주:2]2[각주:3])


이는 사실상 '국제적 차원의 노동분업론'(international divison of labor)과 마찬가지이며, 개별 국가들이 비교우위 특화 및 분업을 통해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지 여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론은 전인류(mankind)의 후생을 평가하는 세계시민주의(혹은 사해동포주의, cosmopolitanism)의 관점을 가지고 세계경제를 바라봅니다(doctrine of universal economy). 


▶ 프리드리히 리스트 : 민족주의 사상


유치산업보호론은, 이에 반하여, "모든 국가와 민족은 각자 처한 발전정도와 상황이 다르며, 진정한 무역자유가 이루어지려면 후진적인 민족과 앞선 민족이 대등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 라고 말합니다.


이를 믿는 사람들은 민족경제적 관점(national economy)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경제학은 민족경제를 다루어야 하며, 어떤 국가가 각자의 특성한 상황에 맞추어 가장 강력하고 부유하고 완벽한 국가가 되기 위해 어떻게 권력과 부를 증대시켜야 하는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론은 모든 민족이 '동등한 상태'에 있을 때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는 것이지, '훨씬 뒤처진 민족'에게 자유경쟁은 경제발전에 해만 끼칩니다.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주장을 직접 읽어봅시다.


● 서론


필자가 영국인이었다면, 애덤 스미스 이론의 근본 원리를 의문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필자가 이때 이후로 여러 익명의 기사에서 그리고 마지막에는 실명으로 쓴 더 긴 논문으로 그 이론에 반대되는 견해들을 전개할 수 있게 한 것은 조국의 사정이었다. 오늘도 이 글을 가지고 나설 용기를 준 것은 주로 독일의 이익이다. (...) 


단 한 민족의 압도적인 정치력이나 압도적인 부에서 나오는, 그래서 다른 민족들의 예속과 종속에 기초를 둔 만국연맹은 모든 민족적 고유성과 민족들의 일체의 경쟁심이 몰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 제11장 정치경제학과 사해동포주의 경제학


민족 정체성의 개념과 본성에 출발하여 어느 한 민족이 현재의 세계 정세와 특수한 민족 상황에서 자신의 경제적 상태를 어떻게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는 정치경제학 및 민족경제학(national economy)과, 지구상의 모든 민족이 단 하나의 영원한 평화 위에서 살아가는 사회를 이룬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사해동포주의 경제학 혹은 세계 경제학(cosmopolitical economy)을 구분해야 한다. 


그 학파(prevailing school[각주:4])가 소망하듯이 모든 민족의 보편적 연맹 혹은 연합을 영원한 평화의 보장책으로 전제한다면, 국제적 무역 자유의 원칙은 완전히 정당화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각 개인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목표의 추구에서 제한을 덜 받을수록, 그와 자유 교류 관계에 있는 자들의 수와 부가 클수록, 그의 개인적 활동이 뻗어 갈 수 있는 공간이 클수록, 그에게 본성상 주어진 특성들, 획득된 지식과 숙련 그리고 그에게 제공되는 행복을 증진할 자연적 역량을 활용하기가 더욱 쉬워질 것이다. (...)


그 학파는 민족 정체성의 본성과 그 특수한 이익과 상태를 고려하여 이를 보편적 연맹과 영원한 평화의 관념과 조화시키기를 게을리했다. 그 학파는 이루어져야 할 상태를 현실로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 학파는 보편적 연맹과 영원한 평화의 존재를 전제하고 이로부터 무역 자유의 큰 이익을 도출한다. 이런 식으로 그 학파는 효과와 원인을 혼동한다. (...)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줄 예들은 모두가 정치 통합이 선행하고 무역 통합이 뒤따른 예들이다. 역사는 무역 통합이 선행하고 정치 통합이 그로부터 자라난 예를 하나도 알지 못한다. (...)  


무역 자유가 자연스럽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려면 후진적인 민족들은 인위적 조치에 의해 영국 민족이 인위적으로 올려진 것과 같은 단계의 성숙에 올려져야 했을 것이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머리말-192쪽


그렇다면 올바른 자유무역을 위한 선행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후진적인 민족을 동등한 수준으로 발전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경제발전 혹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요인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관점 차이가 드러납니다.


둘째, 국부의 원천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 노동 분업(division of labour) vs. 생산 역량(powers of production)


▶ 애덤 스미스 : 노동 분업을 통한 생산성 증대의 중요성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한 나라 국민의 연간 노동은 그들이 연간 소비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 전부를 공급하는 원천"이며, "노동생산력(productive powers of labour)을 최대로 개선 · 증진시키는 것은 분업(division of labour)의 결과" 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국부는 재화의 축적(accumulation)"으로 바라봤던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집고 '분업을 통한 생산'(production)의 중요성을 일깨웠습니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 물질적 상황 뿐 아니라 정신적 역량도 중요


프리드리히 리스트도 노동을 통한 생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만, 리스트는 좀 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노동의 원인은 무엇인가?"


리스트는 "인간의 머리와 팔, 손이 생산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개인들에게 생기를 주는 정신, 그들의 활동에 결실을 맺어주는 사회질서, 그들에게 제공되는 자연력" 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애덤 스미스는 분업을 통해 물질적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리스트는 노동이 가능하게끔 만들어주는 정신 · 사회질서 · 법률 등의 생산 역량(powers of production)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원문을 길더라도 읽어봅시다.


● 제12장 생산 역량의 이론과 가치 이론 

(The Theory of the Powers of Production and the Theory of Values)


부의 원인은 부 자체와는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한 개인은 부, 즉 교환가치를 소유할 수 있더라도 그가 소비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물건을 만들 힘을 소유하지 않는다면 가난해진다. 한 개인은 가난할 수 있더라도 그가 소비하는 것보다 더 큰 액수의 가치 있는 물건들을 만들 힘을 소유한다면 부유하게 된다. 


부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은 이에 따라 부 자체보다 무한히 더 중대하다. 그것은 획득물의 소유와 증대를 보장해 줄 뿐 아니라 상실한 것의 보상도 보장해 준다. 이는 사인들보다 지대로 살아갈 수 없는 민족 전체에게 훨씬 더 해당된다. (...)


명백히 스미스는 중농주의자들의 사해동포주의 관념인 '무역의 보편적 자유'(universal freedom of trade)의 관념에, 그리고 그 자신의 위대한 발견인 '노동 분업'(the division of labour)에 너무 많이 지배를 받아서 '생산 역량'(powers of production)의 관념을 추구할 수가 없었다. (...)


노동이 부의 원인이고 무위도식이 빈곤의 원인이라는 판단에 대해 언제나 다음과 같이 더 많은 질문을 이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의 원인은 무엇이며, 무위도식의 원인은 무엇인가? (...)


이 모든 관계에서 가장 많은 것이 그 개인이 성장하고 움직이는 사회의 상태에, 과학과 예술이 융성하느냐에, 공공 제도와 법률이 종교성 · 도덕성 · 지력 · 인신과 재산의 안전 · 자유와 권리를 낳느냐에, 민족 안에 물적 복지의 모든 요인들, 농업 ·제조업 · 상업이 고르고 조화롭게 성숙했느냐에, 민족의 세력이 개인들에게 복지 상태와 교양에서의 진보를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 가며 보장해 주고 국내적 자연력을 그 전체 범위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 줄 뿐 아니라 대외 무역과 식민지 보유를 통해 외국들의 자연력도 가져다 쓸 수 있게 할 만큼 충분히 크냐에 달려 있다. 


애덤 스미스는 이런 힘들의 본성을 전체적으로 별로 인정하지 않아서, 권리와 질서를 관리하며 수업과 종교성, 과학과 예술 등을 돌보는 이들의 정신 노동의 생산성(productive character to the mental labours)을 한번도 시인하지 않았다. 그의 탐구는 물적 가치를 창출하는 인간 활동에 국한된다. (...)


곧바로 그의 학설은 물질주의, 분권주의와 개인주의로 점점 더 깊이 침몰한다. 그가 '가치', '교환가치'의 관념에 지배를 받는 일 없이 '생산 역량'(productive power) 관념을 추구했더라면, 경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가치 이론 옆에 독립적인 생산 역량 이론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통찰에 도달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물질적 상황(material circumstances)을 가지고 정신적 역량(mental forces)을 설명하는 잘못된 길로 빠졌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201-209


그럼 리스트가 강조하는 정신 · 사회질서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바로 여기에서 스미스와 달리, 리스트가 '제조업 육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나옵니다. 그는 제조업이 발달할수록 노력 · 경쟁심 · 자유의 정신이 고양된다고 믿었습니다.


셋째, 제조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 제조업은 특별한 산업이 아니다 vs. 제조업은 정신적 역량을 키워준다


▶ 애덤 스미스 : 제조업은 특별한 산업이 아니다


앞서 설명하였듯이, 애덤 스미스는 그 시기에 제조업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더 가난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그 시기 사회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자본과 노동이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 제조업은 정신적 역량을 키워준다


이에 반해, 리스트는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7장-제26장에 걸쳐 제조업의 이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농사에서는 신체적 둔함, 옛 관습, 교양과 자유의 부족이 지배"하나, 제조업 국가에서는 '노력, 경쟁심, 자유의 정신'이 존재한다고 비교합니다.


제조업이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는 '제조업자들은 본질적으로 사회 안에서 활발히 교류를 하며 사업을 영위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일한 작업을 반복하는 농업과는 달리 제조업은 다양한 능력과 숙련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제조업 국가에서 정신적 자질이 더 높게 평가됩니다.


리스트는 제조업의 중요성을 간과한 애덤 스미스를 향해 "미활용된 자연력이 오직 제조업에 의해서만 소생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라고 비판합니다.


아래의 원문을 읽어보도록 하죠.


● 제17장 제조업 역량과 인적 · 사회적 · 정치적 · 민족적 생산 역량


투박한 농사에서는 정신적 활력 · 신체적 둔함, 옛 개념 ·관습, ·습관 · 행위 방식에 대한 고수, 교양 · 복지 · 그리고 자유의 부족이 지배한다. 반면에 정신적, 물질적 재화의 끊임없는 증식을 향한 노력, 경쟁심, 자유의 정신은 제조업 국가 및 상업 국가의 특징이 된다. (...)


농사를 영위하는 인구는 그 나라 전체에 흩어져 살며, 정신적 ∙ 물질적 교류에 관련해서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 그의 일이 그를 인간과의 교류에서 멀리 떼어 놓듯이, 그것은 또한 그 자체로 관습적인 운영에서도 조금의 정신 집중, 조금의 신체적 숙련만 요구한다. (..) 재산과 빈곤은 소박한 농업에서는 대대로 상속되며, 거의 모든 경쟁심에서 생겨나는 분발의 힘은 죽어 있다. (...)


제조업자의 본성은 농업인의 본성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제조업자들은 사업 운영에 의해 서로에게 이끌려서 사회 안에서, 그리고 사회를 통해서만, 교류 안에서, 그리고 교류를 통해서만 살아간다. (...) 그의 생존과 번영은 촌사람에게처럼 자연의 호의와 관습적 활동이 보장해 주지 않으며, 이 둘은 완전히 그의 통찰력과 활동에 달려 있다. (...) 그는 언제나 사고팔고 교환하고 거래해야 한다. 어디서나 그는 인간들, 변동 가능한 상황, 법령과 제조들과 관계해야 한다.


제조업의 노동은 그 전체로 본다면, 첫눈에 밝혀질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농업보다 비교도 안 되게 더 다채롭고 더 수준 높은 정신적 특성과 숙련을 성숙시키고 가동시킨다는 것이다. (...)


명백히 농업에 의해서는 같은 종류의 인성들만이, 오직 투박한 수작업의 실행에 신체적 힘과 끈기를 약간의 질서를 위한 감각과 결합하는 그런 인성들만이 소용되는 반면에, 제조업은 천 가지의 다양한 정신적 능력, 숙련 그리고 연습을 요한다. (...) 제조업 국가에서 정신적 자질은 농업국에서보다 비교할 수 없이 더 높이 평가되는데, 농업국에서는 보통 인간들의 능력을 단지 그의 신체적 힘에 따라서만 측정한다. (...)


사업 운영의 분업과 생산 역량의 연합 법칙은 반대로 저항할 수 없는힘을 가지고 다양한 제조업자들을 서로 모이게 한다. 마찰이 자연의 불꽃처럼 정신의 불꽃을 일으킨다. 그러나 정신적 마찰은 밀접한 공생이 있고, 빈번한 사업적, 과학적, 사회적, 시민적, 정치적 접촉이 있고 물자와 관념의 교류가 많은 곳에서만 있다. 


인간이 동일한 장소에 더 많이 모여 살수록, 이 사람들 각자가 자신의 사업에서 나머지 모든 사람들의 협력에 더 많이 의존할수록, 사업이 이 개인들 각 사람의 지식, 안목, 교양을 많이 요구할수록, 자의성, 무법성, 억압과 불법적 월권행위가 이 모든 개인의 활동 및 행복의 목적과 덜 조화될수록 시민적 제도들은 더욱 완전하고, 자유의 정도는 더욱 높고, 스스로 교양을 쌓거나 타인의 교양에 협력할 기회는 더욱 많다. 그래서 어디서나 어느 시대나 자유와 문명을 도시들에서 출발한다, (...)


그런 시대에는 제조업의 가치는 어느때보다도 더 정치적 관점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


애덤 스미스는 민족 전체의, 그 민족의 물적 자본 총액을 늘리는 능력이 주로 미활용된 자연력들을 물적 자본으로, 가치 있는 도구이자 소득을 가져다주는 도구로 전환시킬 능력에 있다는 것, 그리고 농업 민족에게서 다량의 자연력이 놀면서 아니면 죽어서 누워 있어서, 오직 제조업에 의해서만 소생될 수 있다는 것을 망각했다. 


그는 제조업이 국내외 무역에, 그 민족의 문명과 세력에, 그리고 자주와 독립의 유지에, 그로부터 솟아나는 물적 재화를 취득할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282-320




※ 유치산업보호의 필요성을 설파한 프리드리히 리스트


그렇다면 이제 (애덤 스미스와 대비되는)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생각하는 '제조업을 육성하는 방법'을 살펴봅시다. 


넷째, 무역보호로 제조업을 육성해야 하느냐(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관점의 차이 

- 자유주의(liberalism) vs 국가개입주의(government intervention)


▶ 애덤 스미스 : 자유주의 사상


앞서 말했듯이, 애덤 스미스는 제조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가난함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며 당시 사회의 총자본이 효율적인 다른 곳에 쓰이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스미스는 "외국상품의 수입 자유로 인해 국내 특정 제조업을 위협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덜 심각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른 나라로 수출되고 있는 국내 제조상품은 여전히 해외에서 팔릴 겁니다. 또한, 자유무역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더라도 대다수 제조업은 성질이 비슷한 기타의 제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각주:5].


이처럼 애덤 스미스는 철저한 자유주의자 · 자유무역론자 였습니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 국가개입주의 사상


프레드리히 리스트는, 애덤 스미스와는 달리, "정부는 개인 산업을 통제할 권리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국가의 국부와 권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는 의무 또한 가지고 있다.[각주:6]"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유방임의 원칙은 개인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충돌하지 않을 때에만 가능한데, 현실 속에서 그럴리가 없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국가권력이 그 자체로 무해한 교역을 민족의 최선이 되게 제한하고 규제하는 것은 정당화될 뿐 아니라 그럴 의무를 진다.[각주:7]"라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보호관세(protective duty)를 통해 외국산 제조상품의 수입을 막고 국내 제조업을 육성할 필요가 정당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관세부과로 수입상품의 가격이 올라 소비자(민족)의 부담이 커질 수 있으나, "미래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의 이익을 희생해야 한다."라고 단호히 말합니다.


원문을 읽어보도록 하죠.


● 제12장 생산 역량의 이론과 가치 이론


민족은 정신적 혹은 사회적 역량을 취득하기 위해 물적재화를 희생하고 여의어야 하며, 미래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의 이익을 희생해야 한다. (...)


보호관세가 초기에는 제조 상품을 등귀시킨다는 것은 진실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진실이고 아예 그 학파가 인정하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온전한 제조업 역량의 향상을 이룰 능력을 부여받은 민족이 제조 상품을 외국에서 도입할 수 있는 것보다 국내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호관세에 의해 가치의 희생이 초래된다면, 이는 그 민족에게 비단 미래를 위해 무한히 더 큰 물적 재화의 총액만이 아니라 전쟁의 경우에 대비한 산업적 독립성도 확보해 주는 생산 역량의 취득에 의해 보상된다. 산업적 독립성 그리고 이로부터 자라나는 내부적 번영을 통해 민족은 대외 무역, 해운업의 확장 수단을 손에 넣으며, 문명을 증진하고, 국내의 제도들을 완성하고, 세력을 대외적으로 강화된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216쪽


이때 "자유무역을 추진하면서 국내 제조업을 육성할 수는 없느냐?" 라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리스트는 부정적 입니다. 그 이유는 "어린이나 소년이 힘이 센 사나이와의 결투에서 이기기 어렵거나 단지 저항만 할 수 있는데 대한 이유와 동일한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외국에게 자유경쟁으로 맞서 저항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직접적으로 말합니다. 


말그대로 '유치산업'(infant industry)을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제24장 제조업 역량과 항구성 및 작업 계속의 원리


(과거로부터 축적된 생산과 자본의 축적 등의) 뒷받침을 받는 이 민족들이 나머지 모든 나라의 제조업에 말살의 전쟁을 선포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한 상황에서 다른 민족들에서는 농업 진보에 따라 애덤 스미스가 표현하는 바와 같은 "자연스런 사물의 경과에서"(the natural course of things) 거대한 제조업과 공장들이 생겨난다거나, 혹은 전쟁에 의해 유발된 무역 중단에 따라" 자연스런 사물의 경과에서"(the natural course of things) 생겨난 그런 것들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어린이나 소년이 힘이 센 사나이와의 결투에서 이기기 어렵거나 단지 저항만 할 수 있는데 대한 이유와 동일한 것이다. 


상공업 패권을 쥔 (영국의) 공장들은 다른 민족들의 신생 혹은 반밖에 장성하지 못한 공장들보다 앞서는 천 가지 장점을 가진다. (…)


그러한 세력에 맞서 자유경쟁을 하면서 사물의 자연스런 흐름(the natural course of things)에 대해 희망을 품는 것이 어리석다는 점을 확신하게 된다. 그러한 민족들은, 영국의 제조업 패권 밑에 영원히 굴복하는 상태에 있기로 결심하고 영국이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거나 다른 어디에서 들여오지 못하는 것만을 영국에서 조달하는 데 만족하려고 해도 헛수고일 것이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412-413쪽




※ 프리드리히 리스트와 애덤 스미스 간 관점 · 사상 · 철학의 극명한 대비


  • 프리드리히 리스트와 그의 저서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금까지 살펴본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생각을 다시 되짚어 봅시다.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전인류의 후생을 총체적으로 평가했던 애덤 스미스와 달리, 개별 민족 경제(national economy)의 번영을 우선시 했습니다. 국가와 민족이 각자 처한 상황 하에서 어떻게 부와 권력을 증대시켜야 하는지를 고민했죠.


이때, 리스트가 보기에 국부의 원천은 단순한 분업을 통한 노동이 아니라 '노동을 하게 만드는 원인'인 정신적 역량 · 사회질서 등 이었습니다. 과학과 예술, 공공제도와 법률, 개인의 교양 등의 생산 역량(powers of production)이 부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산 역량을 키우게끔 만드는 산업이 바로 '제조업'(manufacturing) 이었습니다. 스미스는 제조업은 특별한 산업이 아니며 사회의 총 자본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해만 불러온다고 여겼지만, 리스트는 제조업은 미활용된 자연력을 소생시키게 해주며 미래의 이익을 위해 현재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다는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따라서 리스트는 보호관세를 통해 유치산업을 보호(infant industry protection)해야 하며, 외국과의 자유경쟁 속에서 국내 제조업이 발전할 수 없는 이유는 어린이나 소년이 힘이 센 사나이와의 결투에서 이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애덤 스미스와의 관점과 사상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를 통해 스미스를 비판해온 리스트는 '그 학파의 세 가지 주된 결함'(the system of the school suffers from three main defects)라고 언급하며 다시 한번 차이를 부각시킵니다.


● 제15장 민족 정체성과 민족의 경제학


그 학파의 체계는 앞의 장들에서 보여 주었듯이 세 가지 주된 결함으로 시달린다.


첫째, 민족 정체성의 본성도 인정하지 않고 민족의 이익 충족도 고려하지 않는, 토대 없는 사해동포주의다.


둘째로는 어디서나 주로 물건들의 교환가치를 염두에 두고, 민족의 정신적 ∙ 정치적 이익, 현재 ∙ 미래의 이익과 생산 역량은 고려하지 않는 죽은 유물론이다.


셋째로는 조직 해체를 시키는 분파주의와 개인주의로서 이는 사회적 노동의 본성, 그리고 그 상위 결과들에서 역량들의 결합의 영향을 무시하여 근본적으로 오직 사적 산업만을, 그것이 특수한 민족 사회들로 분리되지 않았을 경우에 어떻게 사회와, 즉 전체 인류와 자유교역을 발달시키는지만을 묘사한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255쪽




※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자유무역론을 완전히 거부했을까?


, 이렇게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론'(Free Trade)과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유치산업보호론'(Temporary Protection for Infant Industry)는 극과 극의 사상적 대립으로 보여집니다. 지금 이렇게 보면 꼭 둘 중 옳은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번글의 서두에서 "국가주도 보호무역 체제가 중심인 가운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의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 vs. "시장중심 자유무역 체제가 중심인 가운데 어떤 경우에서는 국가의 산업정책 및 보호무역정책이 정당화 될 수 있다"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을까요? 그냥 자유무역vs보호무역을 하면 될텐데 말이죠.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보호무역이 초래할 수 있는 폐해를 알고 있었습니다. 리스트는 "대외 경쟁을 완전히 배제하는 너무 높은 수입 관세는 이를 통해 제조업자들과 외국과의 경쟁이 배제되고, 무감각이 조장되므로 이를 부과하는 민족 자체에 해롭다."[각주:8]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게다가 리스트는 궁극적 목표로서 자유무역을 추구했습니다. 그는 모국인 독일이 영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나면 자유무역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과거 그 시점에 리스트가 자유무역을 비판했던 이유는 독일의 경제력이 자유무역을 시행할 '단계'(stages)가 아니었기 때문이며,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론이 개별 민족국가들이 처한 산업발전 단계(stage of industrial development)를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자유무역의 전제조건은 "후진적 민족들이 인위적 조치에 의해 영국 민족이 인위적으로 올려진 것과 같은 단계의 성숙에 올려"[각주:9]지는 것이며, 보호무역은 "다른 민족들보다 시간상으로 앞설 뿐인 민족과 대등하게 해 줄 유일한 수단인 한"[각주:10]에서만 정당화 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보호체제는 여러 민족을 최대한 동일한 단계(equally well developed)에 올려놓은 뒤 궁극적으로 달성할 "진정한 무역 자유의 가장 중대한 촉진수단"[각주:11]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 간의 관점 · 사상 · 철학의 차이가 초래된 근본 원인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무역론과 유치산업보호론은 두 학자 간의 사상과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고, 사상과 철학의 차이는 '이미 발달된 제조업을 보유한채 산업화에 성공한 영국인이 중요시한 것''영국에 뒤처진 후발산업국가로서 경제발전을 이루어야 하는 독일인이 중요시한 것'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독일인 리스트'에게는 개별 국가와 민족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는 민족경제학이 필요했으며, 경제발전을 위한 생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제조업을 육성해야 했고, 영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 당시로서는 자유경쟁이 아닌 유치산업보호 정책이 타당했으며, 훗날 영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나면 다시 자유무역으로 돌아갈 구상을 했습니다.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곳곳에 '산업발전 단계'(stage of industrial development)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는 경제적인 면에서 민족들이 5단계의 산업발전을 거친다고 설명합니다. 첫째, 원초적 야만시대. 둘째, 목축 시대. 셋째, 농업시대. 넷째, 농업·제조업 시대. 다섯째, 농업·제조업·상업 시대.


그리고 산업발전 단계마다 필요한 무역정책은 다릅니다


Ⅰ. 아직 농업이 발달하지 않아 제조업 육성에 신경쓸 필요가 없을 때에는 자유무역을 통해 농산물을 수출하고 제조 상품을 수입해야 합니다. 


Ⅱ. 이제 농업이 많이 발달하여 제조업 육성 필요성이 부각된다면 자유무역을 통한 외국 제조 상품 수입의 이점은 줄어듭니다. 이 단계에서는 보호무역을 통해 국내 유치 제조업을 보호해야 합니다. 


Ⅲ. 그리고 제조업이 고도로 발달한다면 보호정책은 정당화 되지 않으며 자유무역으로 돌아가 무역의 이점을 살려야 합니다.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유치산업보호 및 보호체제는 오직 두번째 단계에 있는 민족들에게만 정당화 된다는 의견을 명확히 밝힙니다. 


만약 제조업 발달 이후에도 보호체제를 지속한다면 "해외 경쟁을 완전히 그리고 일거에 배제하고 보호해야할 민족을 타 민족들로부터 고립시키고자 한다면, 사해동포주의 경제학의 원칙에 충동할 뿐 아니라 자기 민족의 주의해야 할 이익에도 충돌할 것이다"라고 경고합니다.


보호 체제는 오직 민족의 산업적 육성 목적(only for the purpose of the industrial development of the nation)에서만 정당화 될 뿐입니다. 외국 경제학자들이 유치산업보호론을 소개할 때 영문명을 Temporary Protection for Infant Industry, 즉 '유치산업을 위한 일시적 보호'로 주로 작성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의 머릿속을 직접 읽어봅시다.


● 제15장 민족 정체성과 민족의 경제학


경제적인 면에서 민족들은 다음의 발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원초적 야만 시대, 목축 시대, 농업시대, 농업 ∙ 제조업 시대, 농업 ∙ 제조업 ∙ 상업 시대. (...) 


농업이 덜 성숙했을수록, 그리고 대외 무역이 국내 농산물과 원재료를 타국의 제조 상품과 교환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수록, 거기서 그 민족이 아직 야만 상태에 빠져 있어 절대군주제 정부 형태와 입법을 더 많이 필요로 할수록, 자유무역은 즉 농산물 수출과 제조 상품 수입은 그 민족의 복지와 문명을 더욱더 촉진할 것이다. (...)


반대로 한 민족의 농업, 산업 및 사회적, 정치적, 시민적 상태가 전반적으로 많이 발달해 있을수록, 그 민족은 국내 농산물과 원재료를 외국의 제조 상품과 교환하는 것으로부터 자신의 사회적 상태 개선을 위해 이익을 그만큼 덜 볼 것이며, 그 민족보다 우월한 외국의 제조업 역량의 성공적 경쟁에 의해 더욱더 큰 손해를 감수하게 될 것이다. (...)


오직 후자의 민족들, 즉 제조업 역량을 배양하고 이를 통해 최고도의 문명과 교양, 물질적 복지와 정치력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신적 ∙ 물질적 특성과 수단을 보유하는, 그러나 이미 더 선진화된 해외 제조업 역량의 경쟁에 의해 진보가 정체된 민족들에서만, 제조업 역량의 배양과 보호 목적을 위한 무역 규제는 정당화되며, 


또한 그런 민족들에서 제조업 역량이 해외 경쟁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히 강화될 때까지만 정당화되며 그때부터는 국내 제조업 역량의 뿌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정당화된다. (...)


보호 체제는 해외 경쟁을 완전히 그리고 일거에 배제하고 보호해야할 민족을 타 민족들로부터 고립시키고자 한다면, 사해동포주의 경제학의 원칙에 충동할 뿐 아니라 자기 민족의 주의해야 할 이익에도 충돌할 것이다. (...)


천연산물과 원재료에 대한 자유무역의 제한이 제한을 가하는 민족에게도 크나큰 폐해를 가져온다는 것, 그리고 보호 체제는 오직 민족의 산업적 육성 목적(only for the purpose of the industrial development of the nation)에서만 정당화된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모든 민족, 온 인류의 복지와 진보에 펼쳐지는 거대한 유익을 일으킬 것이다.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259-271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리스트가 보기에 개별 국가들이 처한 단계(stages)를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자유무역의 이점만을 설파하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은 문제가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리스트는 "그 학파는 고도의 경제적 성숙에 도달한 민족들과 낮은 단계에 있는 민족들을 구별할 줄 모른다.[각주:12]"(The school recognises no distinction between nations which have attained a higher degree of economical development, and those which occupy a lower stage.) 라고 반복해서 비판을 가합니다. 


이번 파트에서 계속 강조하지만, 리스트에 중요한 것은 '산업발전 단계'(stages of industrial development)입니다. 그는 교조적인 보호무역주의자 혹은 유치산업보호론자가 아니었습니다. 되려 궁극적으로 자유무역을 추구했던 자입니다[각주:13].


리스트는 역사로부터 배울 것(the Teachings of History)은 발전 단계에 따라 체제를 변경할 수 있고 또 변경해야 한다는 사실(may and must modify their systems according to the measure of their own progress) 이라고 재차 주장합니다. 


● 제 10장 역사의 가르침(the Teachings of History)

(주 : 한국어판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서, 영어 원문[각주:14]을 본 후 제 방식대로 다시 번역했습니다.)


끝으로, 역사는 최고도의 부와 생산 역량 달성에 필요한 자연적 자원을 갖춘 국가들이 그들의 발전단계에 따라 체제를 변경할 수 있고 또 변경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첫번째 단계에서, 야만 상태에서 벗어나고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더 앞선 민족과 자유무역을 채택해야 한다. 


두번째 단계에서, 상업제한을 통해 제조업자, 어업, 해운업, 대외무역을 발전시켜야 한다. 


세번째 단계에서, 부와 생산 역량의 최고도에 도달한 이후, 자유무역과 자유경쟁의 원리로 점진적으로 회귀하여, 농부들 제조업자들 상인들을 게으름에 빠지지 않게하고 이들이 달성한 우위를 유지하도록 자극을 주어야 한다.[각주:15]


- 프리드리히 리스트, 이승무 옮김, 1841년,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지만지, 179




※ 자유무역 vs. 보호무역 논쟁, 깊이있는 이해를 위한 물음


이번글을 통해 살펴본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사상 · 철학 논쟁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자유무역이 옳다! vs. 보호무역이 옳다!"와 같은 1차원적 접근 보다는, 좀 더 깊이 있는 물음을 던지게끔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 그렇다면 '언제' 자유무역 정책을 쓰고, '언제' 보호무역 정책을 써야하나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접근 방식은 무역정책을 집행할 '상황'(circumstances)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어떤 때에는 자유무역 정책이 옳으며, 또 다른 때에는 보호무역 정책이 타당할 수도 있습니다. 


리스트는 산업발전 단계를 상황의 구분으로 제시했고 이를 오늘날 개발도상국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거대한 단계의 구분보다는 좀 더 타당한 상황 구분이 필요합니다.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중 무엇이 '중심'을 이루어야 하나


자유무역 및 보호무역 정책을 상황에 따라 달리 구사할 수 있다면, '평상시'(normal)에 어떠한 정책이 중심을 이루어야 하냐는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리스트의 주장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은 보호무역 · 선진국은 자유무역을 중심으로 하면 될 것 같지만, 앞서 말했듯이 리스트의 구분은 너무 거대합니다. 그의 구분을 그대로 따를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타당하다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내에서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질 일이 없었을 겁니다.


▶ 새로운 학자와 새로운 주장의 등장 ...


새로운 물음에 논리적인 답을 말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생각을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을 좀 더 확장시켜주는 새로운 학자와 새로운 주장을 다음글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1.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joohyeon.com/269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4. 애덤 스미스를 주축으로 한 고전파 혹은 cosmopolitical economy를 의미 [본문으로]
  5. 애덤 스미스, 국부론, 제4편 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의 수입제한, 570쪽, 비봉출판사 [본문으로]
  6. 프레드리히 리스트. 미국정치경제론, 경상대학교출판부, 33-34쪽, [본문으로]
  7.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4장 사경제학과 민족경제학(Private Economy and National Economy), 지만지, 245쪽 [본문으로]
  8.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서론, 21쪽 [본문으로]
  9.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1장 정치경제학과 사해동포주의 경제학, 199쪽 [본문으로]
  10.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1장 정치경제학과 사해동포주의 경제학, 193쪽 [본문으로]
  11.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1장 정치경제학과 사해동포주의 경제학, 193쪽 [본문으로]
  12. 프리드리히 리스트,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 제14장 사경제학과 민족경제학, 251쪽 [본문으로]
  13. 이러한 평가는 Graham, 1923, Some Aspects of Protection Further Considered, QJE [본문으로]
  14. 진정한 원문은 독일어; [본문으로]
  15. Finally, history teaches us how nations which have been endowed by Nature with all resources which are requisite for the attainment of the highest grade of wealth and power, may and must—without on that account forfeiting the end in view—modify their systems according to the measure of their own progress: in the first stage, adopting free trade with more advanced nations as a means of raising themselves from a state of barbarism, and of making advances in agriculture; in the second stage, promoting the growth of manufactures, fisheries, navigation, and foreign trade by means of commercial restrictions; and in the last stage, after reaching the highest degree of wealth and power, by gradually reverting to the principle of free trade and of unrestricted competition in the home as well as in foreign markets, that so their agriculturists, manufacturers, and merchants may be preserved from indolence, and stimulated to retain the supremacy which they have acquired.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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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Posted at 2018. 7. 25. 17:3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애덤 스미스의 1776년 작품 『국부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키다



사실 그는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security)을 위해서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gain)을 위해서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그런 허풍을 떨지 않게 하는 데는 몇 마디 말이면 충분하다.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2~553쪽


경제학에 관심이 있든 없든 애덤 스미스(Adam Smith)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가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과 '이기심'(Self-Interest)을 말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가 어떠한 맥락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사용했는지, 그리고 『국부론』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으며, 왜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국부론』을 경제학의 시초로 평가하는지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도 얼마되지 않습니다. (경제학 전공자 중 『국부론』을 읽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쉬울 거 같네요.)


애덤 스미스의 1776년 작품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켰습니다. '국가의 부(Wealth of Nations)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국부를 늘릴 수 있는지' 그리고 '외국과의 무역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등의 사고방식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그 영향으로 바뀌어버린 사고방식은 오늘날까지 경제학자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에이 주류 경제학자들은 맨날 '보이지 않는 손' 운운하면서 교조적인 자유방임주의만 내세우지 않냐"라고 비아냥 거리기에는, 경제학의 논리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즉, 주류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Free Trade)를 옹호한다는 사실을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았는데, 그들이 왜 자유무역을 찬성하고 왜 보호무역을 반대하는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은 얼마 없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1776년에 쓰여진 책 속에 담긴 논리를 2018년 현대 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 이론을 암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 개도국과 오늘날 선진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국제무역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내놓은 사상과 배경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국부론』의 원문 내용을 읽어나가며,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발현된 배경과 내용을 알아보고, 이것이 자유무역에 관해서 오늘날까지 어떤 함의를 전달하여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배워봅시다. 




※ 애덤 스미스가 비판하려고 한 것은 '중상주의' (Mercantilism)

- 국부란 화폐의 축적이 아닌 재화의 생산


● 제1편 노동생산력을 향상시키는 원인들과 노동생산물이 상이한 계급들 사이에 자연법칙에 따라 분배되는 질서 - 제1장 분업 (1쪽)

 

한 나라의 국민의 연간 노동은 그들이 연간 소비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 전부를 공급하는 원천이며, 이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은 언제나 이 연간 노동의 직접 생산물로 구성되어 있거나 이 생산물과의 교환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구입해온 생산물로 구성되고 있다.


따라서, 한 나라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필수품과 편의품이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한지는 이 직접 생산물 또는 그것과의 교환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구입해온 생산물과 그것으 소비하는 사람의 수 사이의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



● 제2편 자본의 성질 · 축적 · 사용 - 제2장 사회의 총재고의 특수한 부문으로 간주되는 화폐, 또는 국민자본의 유지비 (355쪽) 


한 나라의 모든 주민들의 주간 또는 연간 수입이 화폐로 지불된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진정한 부(富), 그들 모두의 실질적인 주간 또는 연간 수입은 그들이 이 화폐로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재의 양에 비례하여 크거나 작다. 그들 모두의 수입 전체는 화폐와 소비재를 합한 것과 같은 것이 아니라 이 둘 중 하나이고, 전자보다는 오히려 후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종종 한 사람의 수입을 매년 그에게 지불되는 금속 조각에 의해 표현하지만, 이것은 그 금속 조각의 금액이 그의 구매력의 크기, 즉 그가 매년 소비할 수 있는 재화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전히 그의 수입이 구매력 또는 소비능력에 있는 것이지 그 구매력을 표시하는 금속 조각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1쪽, 355쪽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비판하려고 한 것은 '중상주의'(Mercantilism)였습니다. 


중상주의란 ▶'부(富, Wealth)가 화폐 또는 금은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고방식'과 ▶'이러한 국부를 무역수지 흑자와 제조업 육성을 통해 증진시켜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뜻합니다. 그리고 국부 증진을 위한 과정에서 ▶'국가가 무역을 통제해야 한다'(State Regulation of Trade)는 주장을 하는 사상입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국부는 화폐의 축적이 아닌 생산의 증가'이며▶ '무역차액에 집착하는 건 잘못된 논리, 제조업과 농업은 둘 다 중요'하며 ▶'무역 독점권을 폐지하여 무역을 할 자유(Freedom to Trade)를 부여해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우선 이해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부'가 무엇인지 입니다. 중상주의자에게 국부란 금은의 축적이지만, 애덤 스미스는 '연간 노동의 직접 생산물 또는 교환으로 얻은 생산물'을 국부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화폐는 축적의 대상이 아닌 소비재를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보았죠.


(주 : 이에 대해서는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를 통해, GDP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야기 한 적 있습니다.)


이제 국제무역과 관련한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을 좀 더 알아봅시다.




※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①

- 무역수지 흑자에 관하여

- 토마스 먼 : "우호적인 무역수지(favorable balance of trade)가 필요하다"

- 애덤 스미스 : "무역차액 학설보다 더 불합리한 것은 없다"


  • 16~17세기 중상주의자 토마스 먼(Thomas Mun)
  • 그가 1664년에 내놓은 『잉글랜드의 재보와 무역』(『England's Treasure by Forraign Trade』)


우리의 재산과 재보를 늘리는 정상적인 수단은 무역이다. 여기서 지켜야 할 준칙은 우리가 이방인에게서 사서 쓰는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그들에게 파는 것이다. (...)


지금 2,000 파운드를 자신의 금고에 갖고 있고 매년 1,000 파운드를 수입으로 갖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이 사람이 매년 1,500 파운드를 지출한다면 그의 돈은 4년 만에 모두 없어질 것이다. 반면 검약의 길을 택해 매년 500 파운드를 지출한다면 그의 돈은 같은 기간에 두 배가 될 것이다. 이 준칙은 우리 공화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없다.


- 토마스 먼, 1664, 『잉글랜드의 재보와 무역』(『England's Treasure by Forraign Trade』)

- 홍훈, 2009, 『경제의 교양을 읽는다 - 고전편』,  60-61쪽에서 재인용 


대표적인 중상주의자는 바로 토마스 먼(Thomas Mun) 입니다. 그는 1664년 출판한 『잉글랜드의 재보와 무역』을 통해 "무역수지가 우리 재보의 준칙이다" 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재보(Treasure)는 금은의 축적을 뜻하며, 수출과 수입의 차액인 무역수지 흑자를 통해 금은을 축적해야 국부가 증가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는 무역 차액만큼 국부가 늘어난다는 논리를 자연스럽게 여겼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사고방식은 오늘날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소개하였듯이, 트럼프는 대중 무역적자를 패배의 결과물로 잘못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경상수지 흑자에 집착하는 잘못된 관념'에 대해서는 두 차례 글을 통해 비판한 바도 있죠.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국부=무역수지 흑자' 라는 관념을 비판할 수 있었던 기반은 애덤 스미스가 제공해주었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거의 모든 무역규제의 근거가 되고 있는 무역차액 학설보다 더 불합리한 것은 없다" 라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이제 『국부론』의 원문 일부를 읽으면서 애덤 스미스의 생각을 알아보도록 하죠.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1장 상업주의 또는 중상주의의 원리


정부의 관심은 금은의 수출을 경계하는 것으로부터 금은의 증감을 일으키는 유일한 원인인 무역수지의 감시 쪽으로 전환되었다. 정부의 관심은 하나의 쓸모없는 걱정으로부터, 훨씬 더 복잡하고 훨씬 더 당혹스럽지만 마찬가지로 쓸모없는, 다른 하나의 걱정으로 옮겨졌다. 먼(Mun)의 『잉글랜드가 외국무역에서 얻는 부(England's Treasure in Foreign Trade)』(1664년)라는 저서는 잉글랜드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상업국의 경제정책의 근본 격언이 되었다. (...)


광산이 전혀 없는 나라는, 포도밭이 없는 나라가 포도주를 들여오는 것과 같이, 금은을 외국에서 가져와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어느 한 가지보다 다른 한 가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포도주를 살 돈을 가진 나라는 필요로 하는 포도주를 언제든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금은을 살 수단[예: 포도주]을 가진 나라는 결코 금은의 부족을 겪지 않을 것이다


금은은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가격으로 구입되며, 금은이 다른 모든 상품의 가격이듯이, 다른 모든 상품은 금은의 가격이다. 


우리는 정부의 개입 없이 무역의 자유에 의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포도주를 언제든지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완전히 안심하고 믿어도 된다. 또한 무역의 자유에 의해 우리는 우리 상품을 유통시키거나 다른 용도에 사용할 금은을 언제나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마찬가지로 안심하고 믿어도 된다. (...)


불필요한 금은을 국내에 도입하거나 붙들어 놓음으로써 그 나라의 부를 증가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가정에 불필요한 주방도구를 보유케 함으로써 가정의 기쁨을 증가시키려는 시도만큼이나 어리석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주방도구를 구입하는 비용은 가정의 식료품의 양·질을 증가시키기는커녕 감소시킬 것이다.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금은을 구매하는 비용은 어느 나라에서나 국민에게 의식주를 제공하고 국민을 고용하는 데 사용될 부를 필연적으로 감소시킬 수 밖에 없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26쪽, 533쪽


애덤 스미스가 보기에 금은의 축적을 위해 무역차액에 집착하는 것은 '쓸모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면 언제든지 이를 이용하여 금은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상품 생산에 주력하는게 옳은 선택이지,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금은의 부족을 걱정하며 매달리는 것은 되려 국부를 줄이는 행동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세계경제에서도 외환보유고 축적에 집착하는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각주:1]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중상주의자와 달리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재보의 준칙'이 무엇인지 아래의 내용을 통해 확인합시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3장 무역수지가 불리한 나라로부터의 거의 모든 종류의 상품수입에 대한 특별한 제한


거의 모든 무역규제의 근거가 되고 있는 무역차액 학설보다 더 불합리한 것은 없다


이 학설은, 서로 교역하는 두 지역의 수지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어느 누구도 이익을 보거나 손실을 보지 않는 반면, 그것이 한쪽으로 어느 정도 기울어져 있다면, 정확한 균형에서 기울어지는 정도에 비례하여, 한 쪽은 손실을 보고 다른 한 쪽은 이득을 얻는다고 가정한다. 이 두 가정은 잘못된 것이다. (...) 어떤 강요 · 제한 없이 양국간에 자연스럽고 규칙적으로 수행되는 무역은 양자 모두에게 유리하다. (...)


나는 이익이나 이득이라는 것은 금은량의 증가가 아니라 그 나라의 토지 · 노동의 연간생산물의 교환가치 증가나 주민들의 연간소득 증대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양자는 서로 상대방의 잉여생산물의 일부에 대한 시장을 제공할 것이며, 사용된 자본, 즉 상대방의 잉여생산물의 일부의 생산 및 시장 출하를 위해 사용되어 그곳 주민들 사이에 분배되어 그들의 소득 · 생계를 제공한 자본을, 서로 보충해준다. 따라서 각국 주민 중의 일부는 그들의 소득 · 생계를 간접적으로 다른 쪽에서 얻게 되는 것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94~595쪽


네. 애덤 스미스는 역시 '생산'을 강조합니다. 무역수지 흑자라고 부유하고 적자라고 빈곤한 것이 아닙니다. 무역은 서로 시장을 제공하는 행위이며, 생산물의 교환을 통해 소득 · 생계를 간접적으로 얻으며 양자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②

- 제조업에 관하여

- 중상주의자 : "우호적인 상품구성(favorable commodity composition of trade)이 필요하다"

- 애덤 스미스 : "농촌과 도시의 이득은 상호적이며 호혜적"


1664년 토마스 먼은 '우호적인 무역수지'를 주장했으나, 애덤 스미스가 반박하기 이전에도, 중상주의자들 사이에서 '무역수지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유용한 지표인지'에 관한 의문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무역수지가 양적인 측면에서 가이드를 제공해줄 수 있을지라도, 질적인 측면(quality)은 알려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상주의자들은 '어떠한 상품을 교환하는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중상주의자가 관심을 기울인 상품 종류는 무엇이었을까요?


만약 어떤 국가가 제품을 위한 원료를 가지고 있다면, 원자재(raw material) 그 자체로 수출하는 것보다는 제품(manufacture)을 만들어서 수출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왜냐하면 제품은 훨씬 더 가치가 있으며, 원자재보다 5배, 10배, 20배의 이득을 국가의 재보에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 Petyt, 1680, Britannia Languens, or a Discourse of Trade, 24쪽

- Douglas Irwin, 1998, Against the Tide: An Intellectual History of Free Trade』

38쪽에서 번역 재인용


중상주의자가 바라보기에, 경제발전과 고용의 확장을 이끌어낼 수 있고 교역에서 더 많은 가치를 불러오는 것은 '제조업'(Manufacturing) 이었습니다. 원자재를 그대로 수출하는 것보다 제품으로 만들어서 수출을 하면 더 많은 금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조업은 다른 부문에 비해 더 많은 고용도 창출(greater employment)하며, 임금은 외국의 소득에 의해 지불된다(foreign paid income)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중상주의자들은 '제조상품 수출은 이득을 주며 외국 제조업자들을 위한 원자재 수출은 해를 끼친다. 원자재 수입은 이로우며 제조상품 수입은 충격을 준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제조 생산이 일어나게끔 하는 것(manufacturing should be produced in the home market)이 주요 목적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중상주의자들은 다른 산업에 비해 '제조업'을 우위에 둔 반면에, 애덤 스미스는 '농업과 제조업의 균형성장'을 이야기 했습니다. 더 나아가 스미스는 제조업 부흥의 기원을 농업개량(the improvement of domestic agriculture and food production)에서 찾았습니다. 그의 논리를 살펴봅시다.


● 제1편 노동생산력을 향상시키는 원인들과 노동생산물이 상이한 계급들 사이에 자연법칙에 따라 분배되는 질서 - 제11장 토지의 지대


토지의 개량·경작으로 한 가족의 노동이 두 가족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을 때, 그 사회의 절반의 노동은 사회 전체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데 충분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 나머지 반, 또는 적어도 그들 중의 대부분은 다른 물건을 마련하는 일, 다시 말하면 인간의 다른 욕망·기호를 만족시키는 일에 종사할 수 있다. 의복·주거·가구·마차는 이러한 욕망·기호의 주요 대상이라 하겠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214쪽


농업은 인간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식량을 제공합니다. 만약 먹고살만한 식량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 이상의 기쁨은 생각도 못하게 됩니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만약 토지의 개량 덕분에 잉여생산물이 발생하고 농업에 적은 노동력만 필요하게 되면, 식품 이외의 것들을 누리면서 살 수 있게 됩니다. 애덤 스미스가 제조업의 기원을 농업개량에서 찾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어서 애덤 스미스는 농업개량과 제조업의 관계를 좀 더 명확히 설명하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농촌과 제조업에 종사하는 도시는 서로 상호적이며 호혜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그의 설명을 살펴보죠.


● 제3편 각국의 상이한 국부증진 과정 - 제1장 국부증진의 자연적인 진행과정


모든 문명사회의 대상업은 도시 주민과 농촌 주민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업이다. (...) 농촌은 도시에 생활자료와 제조업 원료를 공급한다. 도시는 농촌 주민에게 제조품의 일부를 되돌려줌으로써 이 공급에 보답한다. (...) 양자의 이득은 상호적이고 호혜적이며, 다른 모든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분업은 세분된 여러 가지 직업에 종사하는 상이한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 


사물의 본성상 생필품은 편의품·사치품에 우선하는 것과 같이, 전자를 생산하는 산업은 후자를 생산하는 산업에 반드시 우선해야 한다. 그러므로 생필품을 공급하는 농촌의 경작·개량은 편의와 사치의 수단을 제공할 뿐인 도시의 성장에 반드시 우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시의 생필품을 구성하는 것은 시골의 잉여생산물, 즉 경작자의 생필품을 넘는 부분뿐이며, 따라서 이 잉여생산물의 증가에 의해서만 도시는 발달할 수 있다.  (...)


도시와 시골의 주민들은 서로서로에게 봉사한다. 도시는 상설시장이며, 시골 주민들은 이곳에 들러 그들의 천연생산물을 제조품과 교환한다. 도시 주민들에게 작업원료와 생활자료를 공급하는 것은 이 상업이다. 


도시 주민이 시골 주민들에게 판매하는 완성품의 양은 필연적으로 도시 주민이 구입하는 원료와 식료품의 양을 규제한다. 그러므로 도시 주민의 일거리와 생활자료는 완성품에 대한 시골의 수요증가에 비례해서만 증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수요는 토지개량·경작확대에 비례해서만 증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이 만든 제도가 사물의 자연적 경로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도시의 부의 증가와 도시의 성장은 국토·농촌의 개량·경작의 결과이며 그것에 비례한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463~466쪽


이처럼 애덤 스미스는 농업개량의 결과, 완성품에 대한 시골의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도시 제조업의 일거리가 생겼다고 설명합니다. 농업개량은 제조업과 경제발전에 선행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사회의 자본이 농업→제조업→외국무역 순서로 투입되는 건 '사물의 자연적 순서'(natural order of things) 라고까지 주장합니다. 




※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③

- 국가의 역할에 관하여

- 중상주의자 : 국가의 무역규제가 필요

- 애덤 스미스 : '무역을 할 자유'를 개인들에게 부여해야


앞서 살펴본 중상주의자의 주장을 잠깐 다시 정리해봅시다. 이들은 금은의 축적 정도를 알려주는 '우호적인 무역수지'를 선호한데 이어서, 제조업 위주의 수출 등 '우호적인 상품구성'이 이루어져야 국부가 증진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럼 이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소비자를 가만히 내버려두면 소비증가로 인해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질 수 있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 제조업 자본가 보다는 대지주가 되기를 희망한다면 제조업 발달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즉, 경제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disharmony between private and public interest)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중상주의자들은 무역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자와 무역이 금지된 자를 구분하고, 제조업을 인위적으로 육성하게끔 도와주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1장 상업주의 또는 중상주의의 원리


부(富)는 금은으로 구성된다는 원칙과, 그런 금속은 광산이 없는 나라에서는 오직 무역차액에 의해, 또는 수입하는 것보다 큰 가치를 수출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는 원칙이 확립되었기 때문에, 국내소비를 위한 외국재화의 수입을 가능한 한 줄이고 국내산업의 생산물의 수출을 가능한 한 증가시키는 것이 필연적이고 경제정책의 주된 목적으로 된 것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45~546쪽


중상주의자들은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불일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역정책'(trade policy) 혹은 '상업정책(commercial policy)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른바 '국가의 무역규제'(state regulation of trade) 입니다. 


중상주의자들의 사상으로 상업정책은 방향이 명료해졌습니다. 원자재 수입에 낮은 관세를 매기고, 제조업 수입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합니다. 반대로 원자재 수출은 돕지 않고 제조업 수출은 보조금과 장려금을 지급합니다. 국가는 철저히 제조업을 지키는 방향으로 상업정책을 집행하고, 제조업 육성을 위해 국내시장에서 독점권도 허가해줍니다.


이에 대해 애덤 스미스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그는 무역차액 학설은 불합리하다고 평가했으며, 제조업을 우위에 두지도 않았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개인이 자연적자유(natural liberty)에 따라 행동한다면, 개인과 공공의 이익은 일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국가가 무역을 규제하기 보다 '무역을 할 자유'(freedom to trade)를 상인들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국부론』의 상당부분에 이러한 주장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하게 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548~549쪽)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재화의 수입을 높은 관세나 절대적 금지에 의해 제한함으로써 이 재화를 생산하는 국내산업은 국내시장에서 다소간 독점권을 보장받는다. (...) 국내시장의 이와 같은 독점권은 그런 권리를 누리는 특정 산업을 종종 크게 장려할 뿐만 아니라, 독점이 없었을 경우 그것으로 향했을 것보다 더 큰 노동·자본을 그 산업으로 향하게 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런 독점권이 사회의 총노동을 증가시키거나 그것을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경향이 있는가는 결코 그렇게 분명하지 않다.


각 개인은 그가 지배할 수 있는 자본이 가장 유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사실, 그가 고려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이익이지 사회의 이익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또는 오히려 필연적으로, 그로 하여금 사회에 가장 유익한 사용방법을 채택하도록 한다. (...)


(552쪽)

사실 그는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security)을 위해서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gain)을 위해서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그런 허풍을 떨지 않게 하는 데는 몇 마디 말이면 충분하다. (...)


(553쪽)

자기의 자본을 국내산업의 어느 분야에 투자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느 산업분야의 생산물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각 개인은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하여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


국내의 특정한 수공업·제조업 제품에 대해 국내시장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각 개인에게 그들의 자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지시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경우, 쓸모 없거나 유해한 규제임에 틀림없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48~553쪽


결국 무역차액과 제조업을 강조하는 중상주의 사상의 기본뿌리는 '개인과 공공의 이익이 불일치' 한다는 사상이었고, 애덤 스미스가 무역의 자유와 보이지 않는 손을 주장하는 기본뿌리는 '완전히 자유롭고 공정한 자연적인 체계'(natural system of perfect liberty and justice) 안에서 개인과 공공의 이익을 일치'한다는 자유주의 사상입니다.




※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 사상의 논리 ①

- 경제성장으로 연결되는 자유무역

-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가능케하는 자유무역


지금까지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통해 당시 지배적인 사상이었던 중상주의를 조목조목 비판하였습니다. 


이어서 그는 무역의 독점권을 없애고 '무역을 할 자유'(Freedom to Trade)를 상인들에게 부과하고, 수입관세와 수출보조금 등을 없애는 '자유무역'(Free Trade)을 실시하면 얻을 수 있는 이득(gain)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gains from trade)는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동태적이익(Dynamic Gain), 둘째, 정태적(Static Gain) 입니다. 


● 무역의 동태적이익 (Dynamic Gain) 

-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분업의 고도화와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 


: 동태적이익은 말그대로 '시간이 흘러가도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뜻하며, 경제학에서는 주로 '경제성장'(growth) 혹은 '경제발전'(development)을 의미합니다. 


애덤 스미스는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분업의 고도화와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고 믿었습니다. 『국부론』의 본 제목은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대한 연구』이며,  '분업을 통한 생산'을 통해 국부가 증진된다고 보았습니다. 더 나아가 애덤 스미스는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가 '분업을 최고도로 진행' 시켜 '생산력과 부를 증가시킨다'고 분석했습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1장 상업주의 또는 중상주의의 원리


금은의 수입은 한 나라가 외국무역으로부터 끌어내는 주된 이득도 아니며, 유일한 이득은 더더욱 아니다. 외국무역이 행해지는 지역 사이에서는 어디에서건 국민들은 외국무역으로부터 두 가지 이득을 끌어낸다.


외국무역은 그들의 토지·노동의 생산물 중 그들 사이에서 수요가 없는 잉여분을 반출하고 그대신 수요가 있는 다른 것을 가져온다. 외국무역은 그들에게 남는 것을,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그들의 향락을 증가시키는 데 사용될 다른 것과 교환함으로써, 그 잉여분에 가치를 부여한다. 따라서 국내시장의 협소함도 어떤 기예(技藝:art)나 제조업의 각 분야에서 분업이 최고도로 진행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그들의 노동생산물 중 국내소비를 초과하는 어떠한 부분에 대해서도 넓은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외국무역은 그들로 하여금 생산력을 발전시키게 하고, 연간생산물을 최고도로 증가시키게 하며, 그리하여 사회의 실질수입과 부를 증가시키게 한다. (...)


아메리카의 발견이 유럽을 부유하게 한 것은 금은의 수입에 의한 것이 아니다. (...) 아메리카의 발견은 확실히 가장 본질적인 변화를 야기했다. 그것은 유럽의 모든 상품에 새롭고 무궁무진한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옛날 상업의 좁은 영역에서는 생산물의 큰 부분을 흡수할 시장의 부족 때문에 일어날 수 없었던 새로운 분업·기술개량을 야기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41쪽


외국과의 교역이 없이 좁은 국내시장만 가졌다면, 수요가 없는 상품을 생산할 필요가 없게되고 이에따라 분업도 세분화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외국무역을 통해 넓은 시장을 확보하면, 새로운 수요가 생겨난 결과 분업이 고도화 된다는 논리 입니다.



● 무역의 정태적이익 (Static Gain) 

- 무역은 효율적인 자원사용을 이끌어낸다


: 정태적이익은 '그 시점에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뜻하며, 경제학에서는 주로 '자원의 효율적 사용'(efficiency gain)을 의미합니다.


애덤 스미스는 왜 무역은 효율적인 자원사용을 이끌어낸다고 믿었던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외국산 제품이 국내산 제품보다 값싸기 때문입니다(lower price).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국내의 특정한 수공업 · 제조업 제품에 대해 국내시장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각 개인에게 그들의 자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지시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경우, 쓸모 없거나 유해한 규제임에 틀림없다.


만약 국산품이 외래품만큼 싸게 공급될 수 있다면 이러한 규제는 명백히 쓸모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렇나 규정은 일반적으로 유해하다. 현명한 가장(家長)의 좌우명은, 구입하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더욱 비싸다면 집안에서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


모든 개별 가구에 대해서 현명한 행동이 대국에 대해서는 어리석은 행동이 될 수는 없다. 만약 외국이 우리가 스스로 제조할 때보다 더욱 값싸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국산품의 일부로 그것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게 하더라도, 한 나라의 총 노동은 그것을 고용하는 자본과 일정한 비례관계에 있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각종 수공업자들의 노동이 감소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총노동도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고, 다만 가장 유리하게 이동될 수 있는 방도를 찾게 될 것이다.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한 나라의 총노동이 향한다면, 총노동이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3~554쪽


위와 같이 애덤 스미스에게 무역의 정태적이익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였습니다.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데 힘을 쏟는 건 비합리적이기 때문이죠. 만약 그 힘이 우위를 가진 국산품 생산에 사용된다면 생산량이 더욱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재차 이 사실을 강조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특정 상품의 생산에서 다른 나라가 누리고 있는 자연적 이점이 한 나라에 비해 너무나도 크다면, 그 상품과 경쟁하는 것이 헛수고라는 것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누리는 우위(advantage)가 천부적인 것이건 후천적으로 획득된 것이건, 그것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한 나라가 이러한 우위를 가지고 다른 나라가 그것을 가지지 못하는 한, 후자는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전자로부터 구입하는 것이 항상 더 유리하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5쪽


애덤 스미스는 왜 어떤 제품은 국내에서 싸게 만들고, 다른 제품은 외국에서 싸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원인이 어디있든지간에 '싼 곳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었죠. 그는 무역이 가져다주는 정태적이익을 반복해서 강조했습니다.




※ 애덤 스미스 자유무역 사상의 논리 ②

-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을 믿어라


이제는 단순히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넘어서서, 무역 및 상업정책과 관련하여 자유주의자로서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드러나는 부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 자유로운 무역이 국내에 가져올 수 있는 충격은? (Trade Effects on Income Distribution)

- 노동자는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


개개인의 자연적 자유(natural liberty)에 따른 행위가 공공의 이익과 일치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위가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할겁니다. 마찬가지로 '무역을 할 자유'와 '자유무역'이 공공의 이익을 안겨주려면, 무역개방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 없어야 합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애덤 스미스는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아래 원문을 살펴보죠.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자유무역을 회복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통상의 일터와 통상의 생계수단을 일시에 잃어버린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그들이 고용 또는 생계를 박탈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


우리가 병사의 습관과 제조공의 습관을 비교해 볼 때, 병사가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제조공이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조공은 언제나 자기 노동에 의해 생계를 얻는 데 익숙 (...) 대다수 제조업에는 성질이 비슷한 기타의 제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68쪽


위와 같이 애덤 스미스는 '노동자는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으로 인한 실업문제가 초래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 인위적으로 제조업을 육성하는 유치산업보호론 비판

- 자본과 노동이 자연적인 용도를 찾도록 방임되었을 때 사회자본이 더 빨리 증가


그리고 애덤 스미스는 자본과 노동을 인위적으로 특정 산업(제조업)에 배치하여 육성하는 정책 또한 반대했습니다. 중상주의자들에게 제조업은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외국 제조업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규제정책으로 수입경쟁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가 보기에 이는 자본과 노동의 자연적인 용도를 훼치는 정책에 불과했습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사실 이러한 규제에 의해 특정제조업이 그런 규제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더 빨리 확립될 수도 있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는 외국과 같이 싸거나 더 싸게 국내에서 생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의 노동이, 비록 이처럼 그런 규제가 없었을 경우에 비해 더욱 빨리 특정분야에 유리하게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사회의 노동이나 사회의 수입 총액이 이와 같은 규제에 의해 증대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결코 없다. 


왜냐하면, 사회의 노동은 자본이 증가하는 비율에 따라 증가할 수 있을 뿐인데, 자본은 수입 중에서 점차 절약되어 저축되는 것에 비례해서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규제의 직접적인 효과는 그 사회의 수입을 감소시키는 것이고, 그리고 수입을 감소시키는 것이, 자본과 노동이 자연적인 용도를 찾도록 방임되었을 때 자연발생적으로 증가하는 것보다 더 빨리, 사회자본을 증가시킬 수는 분명히 없을 것이다


이러한 규제가 없음으로써 사회가 문제의 제조업을 가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회는 그 때문에 어느 한 기간 내에 필연적으로 더 가난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발전의 어느 한 시기에 사회의 모든 자본과 노동은, 비록 다른 대상에 대해서이긴 하지만, 당시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각 시기마다 그 사회의 수입은 그 사회의 자본이 제공할 수 있는 최대의 수입이며, 자본과 소득은 모두 가능한 최고의 속도로 증가했을 것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5쪽


애덤 스미스가 생각하기에 그 시기에 제조업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더 가난한 상태임을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그저 그 시기 사회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자본과 노동이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현재 제조업이 없다는 건, 지금 현재 사회에 도움을 주는 산업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낼 뿐입니다. 


규제 정책이 없다면 자본과 노동은 알아서 자연적인 용도를 찾아가게 되어 있고, '각 개인은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하여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각주:2]하기 때문에, 현재 경제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최대 생산량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애덤 스미스 자유무역 사상의 논리 ③

- 중상주의는 소비자를 희생시키고 제조업 생산자의 독점이익만 고려



애덤 스미스가 가지고 있는 자유주의 사상은 『국부론』 <제4편 제8장 중상주의에 대한 결론>을 통해 정점을 찍습니다. 여기서 애덤 스미스가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은 '외국상품의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국내 제조업자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정책', 즉 중상주의 그 자체입니다. 여기서 그는 앞서 중상주의를 비판하면서 전개했던 논리를 반복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8장 중상주의에 대한 결론


(794) 우리나라의 중상주의에 의해 주로 장려되는 것은 부자와 권력자의 이익을 위한 산업뿐이다. 가난한 사람과 빈궁한 사람의 이익을 위한 산업은 너무나 자주 무시되거나 억압을 받고 있다. (...)


(813)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제조되는 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모든 외국상품의 수입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의 이익은 명백히 생산자의 이익에 희생되고 있다. 이런 독점이 거의 언제나 야기하는 가격상승을 소비자가 감수해야 하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생산자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하)』, 비봉출판사, 764~813쪽


: 외국산 제품이 국내산보다 값이 싸다면 이를 수입해와 사용하는 게 마땅한데, 무역장벽으로 인해 국내 소비자가 값비싼 제품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소비자의 이익은 피해를 보고 국내 제조업자만 이익을 봅니다. "중상주의에 의해 장려되는 것은 부자의 이익을 위한 산업 뿐" 입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8장 중상주의에 대한 결론


이런 규제가 국민의 자랑스러운 자유를 얼마나 위반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척하지만, 이 경우 그 유는 우리나라의 상인·제조업자의 하찮은 이익을 위해 분명히 희생당하고 있다


이런 모든 규제들의 특기할 만한 동기는 우리나라 제조업 그 자체의 개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모든 이웃 나라의 제조업을 억압함으로써,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상대와의 귀찮은 경쟁을 가능한 한 끝냄으로써 우리나라의 제조업을 확장시키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자들은 그들 자신이 국민 전체의 재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하)』, 비봉출판사, 814쪽


: 자유무역이 실시되었더라면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하는 개인'은 자본과 노동을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산업에 투자[각주:3]할 겁니다. 또한 규제가 없다면 '자본과 노동은 알아서 자연적인 용도를 찾아가게 되어'서 최대의 생산량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역장벽 때문에 국내 제조업자들은 독점권을 누리면서 '국민 전체의 재능을 독점'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훨씬 더 잘 판단하는 개인의 자유'는 침해됩니다. 즉, 중상주의의 무역장벽은 '국민의 자랑스러운 자유를 위반'합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8장 중상주의에 대한 결론


이러 중상주의 전체를 고안해낸 것이 과연 누구인가를 파악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우리는 그것을 고안해낸 사람이 소비자들이 아니라 생산자들이었다고 믿어도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소비자의 이익은 저적으로 무시되어 왔음에 반해 생산자의 이익은 매우 신중한 주의가 기울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생산자들 중 우리나라의 상인·제조업자들이야말로 중상주의의 특히 중요한 설계자들이다. 이 장에서 주의깊게 살펴본 중상주의의 여러 규제들에서는 우리나라 제조업자들의 이익이 특별히 우대되었고, 그리고 소비자의 이익이 희생되었을 뿐 아니라 기타 생산자들[예컨대 원료생산자]의 이익이 더 크게 희생되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하)』, 비봉출판사, 816쪽


: 그렇기 때문에, 중상주의는 제조업자의 이익만을 위하는 정책이지, 소비자와 원료생산자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만약 관세와 수입제한을 없애는 자유무역이 모두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이를 종합해볼 때,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자유무역'과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한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자유방임사상을 가졌기 때문에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외국상품의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국내 제조업자에게 독점권을 부여하는 중상주의'를 비판하기 위해서 『국부론』을 집필한 것입니다.




※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 오늘날까지 이어지다


지금까지 애덤 스미스의 1776년 작품 『국부론』의 원문 일부를 읽어나가면서, 중상주의와 자유무역에 관한 그의 주장과 사상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펼쳐지고 있는 국제무역논쟁에 관심 많으신 분들은 '보호무역주의자 vs 자유무역주의자'의 대립 구도와 논리가 18세기에도 똑같았다는 점을 느꼈을 겁니다.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소개했던 몇몇 논점들이 『국부론』 내에서 그대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① 무역수지 흑자는 정말로 의미가 없나


: 애덤 스미스는 "교환을 할 수 있는 상품이 있는 한 금은의 부족을 겪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주류 경제학자들은 "수출과 수입은 동전의 양면이다. 수출은 한 국가가 수입품을 획득하기 위해서 포기하는 재화이다. 즉, 수출은 수입대금을 지불하기 위한 소득을 벌어들이는 데 불과하다."[각주:4] 라는 논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역수지 흑자 결정요인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생각 참고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무역수지 흑자를 국제경쟁에서 승리한 결과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정말로 무역수지 흑자는 의미가 없는 지표일까요?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생각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봅시다.



② 제조업은 독특한 특성을 가진 업종이 아닌가


: 과거 중상주의나 오늘날 보호무역 모두, 결국 핵심은 '제조업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있습니다. 


중상주의자들에게 제조업은 더 많은 수출가치와 고용을 만들어내는 업종입니다. 과거 개발도상국 정책결정권자와 1980년대 미국 그리고 오늘날 선진국에서 보호무역 흐름이 부상한 것도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해서였습니다. 반면 애덤 스미스에게 제조업은 그다지 특별한 산업이 아닙니다. 따라서, 중상주의적 정책은 그저 소비자와 기타 생산자를 희생시키고 제조업 생산자만을 위한 것이 됩니다.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둘러싼 논쟁은 18세기에 종식되지 못한 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자세히 살펴볼 계획입니다. 



③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은 일치하는가


: 중상주의나 보호무역주의는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여 무역을 규제할 것을 요구합니다. 반면, 애덤 스미스와 자유무역주의자는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위가 공공의 이익도 불러온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상의 대립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장관을 역임했던 로버트 라이히(Robert Reich)가 쓴 아래의 글을 읽어보죠.


● 스푸트니크의 순간이라는 표현이 아쉬운 이유(Why our Sputnik moment will fall short)


미국의 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우월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의 상당 부분은 미국밖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제너럴일렉트릭은 미국인보다 외국의 노동자들을 더 많이 고용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는 미국 내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팔고 있다. (...)


오바마의 연설은 기업의 수익과 일자리의 연계가 끊어졌다는 점을 외면한 것이고,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설명하지도 못했다. (...) 정부는 일반 노동자 가정의 복리를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해 존재한다. 제대로 된 정부가 없다면 미국인들은 점점 글로벌화되는 기업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업들은 어디서 수익이 나든 오직 돈벌이에만 관심이 있다.


- Robert Reich, 'Why our Sputnik moment will fall short', <FT>, 2011.01.26

- "오바마가 말한 '스푸트니크의 순간', 핵심을 벗어났다". <프레시안>. 2011.01.27 에서 재인용



● '450억 달러 딜', 미국이 중국에게 배워야 할 것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의 여러 기업들이 중국과 에너지와 항공 관련 제조 계약을 맺게 되지만, 상당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될 것이다. GE와 중국이 합작한 업체가 상하이에 설립될 예정인데, 여기서 만드는 새로운 항법시스템 장치들이 보잉 항공기에 들어갈 것이다. 


미국에게는 국가경제전략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만 있다. 바로 이런 측면을 봐야 한다. 중국의 국가 경제전략은 중국을 미래의 경제 동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중국은 가능한 한 미국으로도 많은 것을 배워 미국을 넘어서려고 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태양전지와 전기배터리 기술에서 미국을 넘어서고 있다. 중국은 기초 연구와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12년 동안 중국은 하나하나가 MIT에 맞먹는 20개의 대학을 건립했다. 중국의 목표는 힘과 위상, 고임금 일자리에서 중국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국가 경제전략이 없다. 미국에는 그저 어쩌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있을 뿐이다.


- Robert Reich, 'The Real Economic Lesson China Could Teach Us', 2011.01.19

- '450억 달러 딜', 미국이 중국에게 배워야 할 것', <프레시안>, 2011.01.20에서 재인용


로버트 라이히는 오늘날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가 국가경제의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중국정부는 치밀하게 세워진 경제전략 하에 기업의 이익이 국가경제의 이익으로 이어지게끔 하고 있다고 부러워 합니다.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중상주의, 보호무역주의를 넘어서서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을 요구하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또한 국가가 주도하여 경제주체들의 행위를 조정해야한다는 생각은 '제조업 육성 및 보호의 필요성'과 결합하여, 강력한 무역정책(trade policy) 및 상업정책(commercial policy)으로 연결됩니다. 


이러한 논리가 타당한지에 대하여도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살펴봅시다.



④ 자유무역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 애덤 스미스는 국제무역의 발생원인을 '서로 다른 가격'에서 찾았습니다. 만약 외국이 더 값싸게 제품을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이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왜냐구요? 거창한 논리는 필요없습니다. 그저 외국산제품 가격이 국산품보다 싸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부문에서 우위에 놓인 국가'는 무역을 통해서 이득을 얻지 못한다는 말일까요? 애덤 스미스가 말한 우위는 '절대우위'(Absolute Advantage)[각주:5] 입니다. 그럼 선진국이 모든 부문에 대해 절대우위에 놓여있으면 무역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자유무역의 이익'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은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따라서, '자유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상호이득(mutual gain)을 준다'는 논리는 1817년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통해 증명됩니다. 


앞으로 [국제무역이론 Revisited]를 통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시다.



⑤ 시장의 자기조정기능은 작동하는가


: 애덤 스미스는 자유무역과 무역개방이 피해를 불러올수도 있다는 사실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니, 피해를 불러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중상주의가 소비자와 제조업 이외 생산자를 희생시키는 구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게 믿은 이유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시장의 자기조정기능'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무역개방으로 일자리를 잃은 제조업 근로자는 손쉽게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하는 자본가'는 최대의 이윤을 주는 새로운 곳으로 자본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에서 시장의 자기조정기능은 불완전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쉽게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외국과의 경쟁으로 몰락한 산업을 다른 산업이 빠르게 대체하지도 못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는 '무역개방이 소득분배 및 산업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에 대해서도 앞으로 깊게 알아봅시다. 




※ 다음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이제 다음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에서 '자유무역 사상의 발전'에 영향을 끼친 애덤 스미스 이외의 또 다른 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주장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애덤 스미스는 제조업 생산자만을 우대하는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이론을 말했으나, 데이비드 리카도는 "제조업 자본가의 이윤 증대를 위해 자유무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리카도는 애덤 스미스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무역개방이 계층별 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면서 자유무역이론의 폭을 넓혔습니다.


다음글을 읽어나가면, 자유무역 사상의 발전 배경 및 오늘날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1.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2014.07.11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2.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③ 에서 소개한 국부론 553쪽 내용 다시 인용 [본문으로]
  3. 중상주의자들의 주장과 애덤 스미스의 반박 ③ 에서 소개한 국부론 553쪽 내용 다시 인용 [본문으로]
  4. 참고 : Douglas Irwin. 2015. 'Free Trade Under Fire' 4th Edition [본문으로]
  5. 국부론에서 '비교우위'란 표현을 썼지만, 오늘날 알려진 비교우위와는 다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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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Posted at 2018. 7. 18. 23:29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자유무역을 비판해 온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머리말>

표지에 왜 그렇게 화나고 사나운 표정의 사진을 썼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 이 책에서 우리는 절름거리는 미국을 이야기한다. 안타깝게도 좋은 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은 표정, 기쁨보다 분노와 불만을 담은 표정을 찍은 사진을 쓰기로 했다. 지금 우리는 즐거운 상황에 처해 있지 않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모두가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8장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이제 제조기업들이 바로 여기 미국에서 최선의 조건을 누릴 수 있도록 사업 환경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더 많은 제조공정을 미국으로 돌릴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법이 필요하다. 특정 국가들이 툭하면 자국 화폐를 절하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우리는 홈팀이며, 우리 자신을 앞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다른 나라에 빼앗긴 우리의 일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그 답은 '우호적인' 교역 파트너들과 더 나은 무역협정을 맺는 것에 있다. 우리는 중국, 일본, 멕시코 같은 나라들로부터 일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우리는 미국 소비자들이 만든 세계 최고의 시장을 너무 많은 방식으로 그냥 내주고 있다. (...)


이제 나는 미국을 위해 싸울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다시 위대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이기겠다는 의지와 과거처럼 '미국산' 배지를 명예롭게 만들겠다는 헌신뿐이다.


- 도널드 트럼프, 2015, 『불구가 된 미국』(원제 : 『Crippled America』)




※ 자유무역을 둘러싼 트럼프와 경제학자들 간의 대립


트럼프가 2016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민주당 8년 집권에 따른 피로감 · 힐러리에 대한 비토 · 백인들의 지지 등 여러가지를 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과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요인은 '자유무역 정책과 세계화에 대한 반감' 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대선 이전부터 현재의 무역체제, 특히 중국과의 무역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해 벌어졌던 Brexit에 이어 트럼프 당선이 현실화되자 경제학자들은 "전세계적으로 자유무역과 세계화 기조가 후퇴하고 보호무역 흐름이 도래하는거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말해온 공약을 하나둘 시행해 나갔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문제 삼았으며, 한국과의 FTA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정적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문제삼으며, 대중국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당황해하며 또한 분개했습니다. Gregory Mankiw[각주:1]부터 Paul Krugman[각주:2]까지 정치적이념과 전공에 상관없이[각주:3]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 "자유무역이 생산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을 부여하며, 무역의 장기적인 이익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보다 크다고 생각하시나요?" 라는 물음에 대해, 약 95%의 설문 응답자(경제학자)가 동의(Agree)를 표했다.

  • IGM Economic Experts Panel - Free trade, 2016.03.22


경제학자들에게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는 옳은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경제학자들의 주요 논지는 "무역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다. 무역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손해를 보상해주면 된다." 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경제학자들의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


트럼프의 충격적인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 (...) 


경제학자들이 트럼프 승리를 초래하지 않았을 지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경제학자들이 세계화의 치어리더(globalization's cheerleaders)가 되지 않고 학계에서 훈련받은 태도를 견지했다면, 대중논쟁에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20여년 전, 나는 『Has Globalization Gone Too Far?』를 출간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세계화에 대응하는 정부의 결연한 대응이 없다면, 너무 심한 세계화(too much globalization)는 사회분열을 심화시키고, 분배 문제를 초래하며, 국내 사회적합의를 악화시킬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 주장은 이후 평범한 이야기가 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지 않았고, 나의 책이 '야만인들의 탄약'(ammunition for the barbarians)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보호무역주의자들은 내 책의 주장을 세계화를 깍아내리고 자신들의 논지를 강화하는데 이용하였다. 


경제학자 동료 중 한명은 나에게 이런 물음을 던졌다. "당신의 주장이 선동정치가 등에게 남용될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나요?"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대중논쟁장에서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가로채질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이 '학자들은 국제무역에 있어 한 가지 방향만 말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위험을 우려하는 주장에) 내포된 전제는 무역논쟁에 있어 야만인들이 한쪽편에 있다는 것이다. WTO체제나 무역협상에 불평하는 자는 보호무역주의자들이고, 지지하는 쪽은 항상 천사의 편이라는 말이다. (...)


학자들이 공공논쟁에 참여할 때에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어왔다. 학자들은 무역의 이점을 말해야하며 세세한 사항은 깊이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흥미로운 상황을 초래한다. 학자들이 작업하는 무역의 정통모형은 분배효과를 말한다. 무역의 이점 반대편에는 특정 생산자나 근로자의 손실도 존재한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시장실패가 무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오랜기간 알아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은 '경이로운 비교우위나 자유무역'(wonders of comparative advantage and free trade)을 앵무새처럼 말해왔다. NAFTA나 중국의 WTO 가입 등이 분배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분명해 졌음에도, 경제학자들은 분배 문제 우려를 축소(minimized distributional concerns)하고 총 무역 이익만을 강조했다(overstated the magnitude of aggregate gains from trade deals). (...) 국제무역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언급하기 꺼려하면서 경제학자들은 대중들의 신뢰를 잃게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에 따라 국제무역 반대자의 목소리만 더 강화되었다. (서문) (...)


경제학자들이 좁은 이념에 빠진 이유는 경제학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때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로 인해 초래된 노파심으로 인해 대중들에게는) 학계 내에서 이야기되는 다양한 측면을 이야기하기 보다, 특정 이념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을 표하게 된다.


나는 한 가지 실험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자가 경제학과 교수에게 전화해서 "X국가와 Y국가의 자유무역이 좋은 생각일까요?" 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응답을 할거다. 그런데 대학원 국제무역 수업에서 학생이 "자유무역은 좋은가요?" 라는 물음을 던지면 어떨까. 아마 앞선 사례와는 달리 자유무역이 좋다는 응답이 빨리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 교수들은 이런 물음을 학생에게 다시 던질거다. "학생이 말하는 '좋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누구를 위해 좋은건가요?" "만약 여러 조건이 만족되고 있으며, 무역의 혜택을 받는 자에게 세금을 징수해서 손해를 보는 자에게 전달된다면 자유무역은 모두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할 거다. 그리고 수업이 더 진행되면 경제학 교수는 자유무역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지 않으며 다른 조건들에 달려있다는 말을 덧붙일 거다. (...)


자유무역이 종종 자국의 분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논쟁 장에서 목소리를 잃게 된다. 그들은 또한 무역의 옹호자로 나설 기회도 잃고 만다. (118-123)


- Dani Rodrik, 2018, 『Straight Talk On Trade』


하버드대학교 소속 경제학자 Dani Rodrik은 2018년에 출간된 저서 『Straight Talk On Trade』를 통해, 대중논쟁에서 경제학자들이 보인 태도가 되려 자유무역 체제에 독이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지지하지만 무역개방이 가져다주는 피해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학계 내에서는 '무역이 근로자 임금에 미치는 영향', '무역과 불균등의 관계' 등을 심도 깊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며, 앞으로 어떤 무역체제를 가져야할지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정작 대중논쟁장에서는 이러한 논지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기자가 자유무역이나 FTA협상 등이 경제와 일자리에 악영향을 가져다주는 것 아니냐고 문의하면, 학자들은 "자유무역은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다"라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사람들은 무역이 초래하는 실제적인 피해 때문에 고민하는데, 학자들은 앵무새처럼 원론적으로 좋은 말만 반복할 뿐이죠.


왜 학자들은 학계와 대중논쟁장에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Rodrik이 지적하듯이 '자유무역의 문제를 지적하는 논리가 보호무역주의자들에게 남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 입니다. 


자유무역은 분명 특정계층에게 피해를 안겨다 줍니다. 그리고 경제학원론에서 배우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 피해를 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자유무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보호무역주의자들은 학자들의 논리를 비약시켜 "자유무역의 폐해는 주류 경제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무역장벽을 쌓아야한다."는 식의 주장을 합니다. 이건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비약입니다.


  •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책.....


"대중논쟁장에서 자유무역을 비판한다고 해서, 보호무역주의자들이 이를 남용한다는 우려는 기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서점에 가 보면 자유무역 논리를 설명하는 서적보다는 비난하는 책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류의 책들은 부제로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나 '자유무역의 신화와 자본주의의 숨겨진 역사' 등을 달고 나옵니다.


그렇다면 던질 수 있는 물음은 "나는 자유무역 비판론자들의 주장이 타당해 보이는데, 왜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를 싫어하나?" 일겁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분명 자유무역의 한계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보호무역주의자들이 말하는 것과는 맥락과 초점이 다릅니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흐름과 역사 그리고 오늘날 국제무역의 모습'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국제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기에 앞서, 한 가지 생각을 해봅시다. 오늘날 자유무역을 둘러싼 비판은 주로 선진국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이 불평하는 것은 같은 선진국과의 교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과의 무역 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러한 모습은 상당히 기묘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자유무역을 비난해온 국가들은 주로 개발도상국 이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개발도상국들은 "자유무역은 선진국이 개도국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논리이다", "자유무역 혹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정책은 경제발전에 해가 된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1960~70년대 중남미국가는 종속이론을 말하며 선진국을 비난했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WTO나 G7 같은 세계적 회담이 열리는 장소에서는 세계화를 반대하는 진보 및 개도국 시민단체가 대규모로 모여서 반대집회를 가지곤 했습니다. 


도대체 최근 자유무역 혹은 세계화 진행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한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을까요? 


▶ 과거 개발도상국이 직면했던 문제는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

: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개발도상국에게 중요한 건 경제발전 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무역정책을 선택해야 경제가 발전하는가"가 중요한 기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는 문제가 많은 정책으로 보였습니다. 왜일까요?


① 비교우위에 대한 오해와 내재된 문제점

→ 비교우위 : 이제 막 경제발전을 시작한 국가가 선진국과 교역을 하면 경쟁에서 패배하여 시장을 내주지 않을까? 

→ 교역조건 : 개도국은 주로 원유 · 철광석 · 농산품 등 1차상품을 수출하는데, 수출을 증가시킬수록 국제시장에서 상품가격이 하락하니 교역증대는 오히려 손해 아닌가?  

→ 특화 : 비교우위 논리는 특화를 이야기 하는데, 그럼 개도국은 평생 부가가치가 낮은 상품만 생산해야 하나? 


② 산업화를 위한 제조업 육성의 필요성

→ 유치산업보호론 : 개도국은 산업화를 위한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보호무역 정책이 필요한 것 아닐까?


남반구(South)에 주로 위치한 개발도상국은 원유 · 철광석 · 농산품 등 1차상품을 생산합니다. 이들은 산업화를 위해 제조업(Manufacturing)을 키우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비교우위론은 "제조업 육성을 하지말고 (현재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1차상품에 특화해라"고 지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한, 원자재 수출 국가가 비교우위론에 입각해 개방정책을 실시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몇몇 개발도상국은 아예 비교우위론을 배척하였고 개방정책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몇몇 국가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 논리를 따르되 처한 상황에 맞게 수정하여 받아들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두 부류의 개발도상국 간 경제발전 정도가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었고,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은 일단락 되는 듯 보였습니다.   


▶ 오늘날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계층별로 상이한 영향을 주는 시장개방'(Income Distribution)

: 제조업 및 저임금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자유무역의 충격을 어떻게 완화해야 하는가


그런데 2000년대 중후반이 되자 선진국 내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주된 이유는 바로 '개방정책을 통해 경제발전에 성공한 개발도상국의 등장' 입니다. 특히 '중국의 부상'(China Shock)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과거 선진국의 주된 무역패턴은 '선진국 간 교역'(North-North) 이었습니다.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야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게 중요할테지만, 선진국 입장에서 개도국과의 교역량은 미미한 수준이었죠. 하지만 신흥국이 부상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교역'(North-South)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산업을 신흥국이 뒤쫓아오자, 선진국 내에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었습니다. 


① 중상주의적 사고방식

→ 무역수지 적자 :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나날히 커져가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나? 


② 비교우위에 대한 오해와 내재된 문제점

→ 비교우위 : 저임금 국가와 교역을 하면 값싼 상품에 밀려 시장경쟁에서 패배하지 않을까?

→ 교역조건 :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이 수출해오던 상품을 생산·수출하기 시작하면 무역의 이익이 사라지지 않을까?

→ 무역의 이익 배분 : (개도국의 경제성장으로) 비교열위에 처하게 된 산업 및 근로자에게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나?

→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 : 신생 기업과 산업이 퇴출 기업과 산업을 재빨리 대체할 수 있나?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가 다른 일자리를 재빨리 구할 수 있나?


③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 보호의 필요성 &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보호의 필요성

→ 보호무역 정책의 필요성 : 신흥국 제조업 부상으로 인해 미국 제조업이 보유한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이를 방치해야 하나?

→ 지적재산권 준수 요구 : 중국이 지적재산권 협약 및 국제무역협정을 위반한 채 불공정무역을 하게끔 내버려두어도 괜찮은가?



과거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을 고민했다면, 이미 경제수준이 높은 선진국의 고민은 '무역의 충격이 계층별로 상이한 영향을 주는 현실'(Income Distribution) 입니다. 신흥국의 부상으로 비교열위 상황이 된 산업과 근로자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신흥국 신생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우려가 생긴 기업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을 복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주된 고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중국과의 경쟁때문에 제조업이 몰락한 러스트 벨트에서의 득표'를 꼽는 이유와 '2018년 현재 중국과 무역마찰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과거 개발도상국과 오늘날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국제무역논쟁의 주요 논점들 정리


다시 한번 말하자면, 과거 개발도상국은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을 오늘날 선진국은 무역의 이익 분배(Income Distribution)를, 즉 서로 다른 초점을 가진채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무역논쟁]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논점을 머릿속에 정리해봅시다.


중상주의적 사고방식 -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 옳다

→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자유무역'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을 이해해야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18년 4월 4일자 트윗
  • "우리는 지금 중국과 무역 전쟁을 펼치고 있지 않다. 그 전쟁은 멍청하고 무능력한 전임 대통령 때문에 수년전에 패배했다. 우리는 지금 매년 5천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가지게 되었으며, 3천억 달러의 지적재산권을 도둑질 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계속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트럼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타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결과물이 무역수지 적자'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제 블로그를 통해 두 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무역수지 혹은 경상수지에 관해 논란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776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중상주의 사상을 비판한지 250년 가까이 되었으나 중상주의의 망령은 여전히 떠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부론』에 나타난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을 겁니다. 


비교우위에 대한 오해 및 내재된 문제점

→ 데이비드 리카도가 『원리』를 통해 '비교우위'를 세상에 내놓은 배경을 이해해야

→ 비교우위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올바로 깨달아야

→ 비교우위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는 아마 가장 논쟁을 불러일으켜온 경제이론 일겁니다.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론을 가장 위대한 경제이론으로 꼽고 있으나, 수많은 비전공자들에게 비교우위는 문제가 많아 보이는 주장일 뿐입니다.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벌어진 [국제무역논쟁]의 상당수가 '비교우위'를 중심으로 벌어져왔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리카도의 『원리』를 통해,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과 함의를 알아보고, 비교우위론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볼 겁니다.


제조업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 산업화와 제조업 육성을 동일시한 개발도상국의 관점

→ 제조업 일자리를 바라보는 선진국의 관점

→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제조업이 보여주는 패턴과 선진국 제조업 감소의 원인을 이해해야


  • 왼쪽 : 1993~2016년, 전세계 제조업 수출액 중 중국 제조업 수출액 비중. 1993년 3%에 불과했으나 2016년 18%에 달한다. (출처 : World Bank, World Development Indicator)

  • 오른쪽 : 1993~2016년,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수와 고용비중. (출처 : BLS Employment Situation)


: 과거와 오늘날의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보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결국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목적으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를 배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제조업을 '산업화'와 동일시하고 있으며, 선진국은 제조업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경제발전 전략으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채택하면 (비교우위 산업에만 특화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업을 육성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오늘날 선진국 제조업 감소 요인 중에서 국제무역이 차지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더 나아가서, 거시경제와 일자리에서 제조업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바라보는 제조업을 알아본 뒤, [further issue]로 '제조업' 그 자체에 대해 깊게 공부해봅시다.   




※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소개


자,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3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읽어나갈 겁니다. 시리즈의 큰 틀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제무역이론 Revisited]를 통해,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가 주장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 사상적 배경과 이론의 발달과정 알아보기


[국제무역논쟁 - 개발도상국]을 통해, 과거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에 대해 가졌던 오해와 생각 그리고 비교우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알아보기 


[국제무역논쟁 - 선진국]을 통해, 달라진 세계화 모습과 신흥국의 부상이 선진국 산업 · 일자리 · 임금에 미친 영향 알아보기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 과거 [국제무역이론] 시리즈를 보완

- 자유무역 사상 및 비교우위 이론의 등장배경과 발전과정


2015년에 6편의 글을 통해 [국제무역이론]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국제무역이론 ⑥] 3세대 국제무역이론 -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국제무역)


: 새로 작성될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는 ①'『국부론』에 나타나는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론', ②③'『원리』에 등장한 리카도의 곡물법 논쟁과 비교우위론', ④'호주 보호무역 사례가 촉발시킨 비교우위 문제점 및 무역의 이익 배분 문제'를 다룰 겁니다. 


여기서는 2015년 시리즈처럼 단순히 무역이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자유무역 사상과 비교우위 이론이 나왔는지", "스미스와 리카도는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것이 오늘날 자유무역 및 보호무역 사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는 게 목적입니다. 즉, 중요한 것은 단순한 과거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을 체득하는 것입니다.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 [국제무역논쟁 - 개발도상국]  

- 교역조건의 중요성

- 유치산업보호론 / 비교우위에 입각한 특화는 영원히 고착화되나

- 서로 다른 전략을 채택했던 개도국의 상반된 결과물


: [개도국 국제무역논쟁] 시리즈에서는 이번글에서 짧게 소개했던 '과거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에 가졌던 오해'를 다룰 겁니다. 이 과정에서 왜 주류 경제학자들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를 옹호하는지, 주류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비교우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왜 비교우위를 비판하며 무작정 보호무역을 옹호하는 일부 집필가들의 서적이 잘못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 [국제무역논쟁 - 선진국]

- China Shock

- 무역으로 피해를 본 산업, 기업, 근로자를 어떻게 도울 수 있나


: [선진국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는 본격적으로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이슈를 다룹니다. '중국의 부상이 선진국에 미친 영향', '선진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원인과 영향' 등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을 좀 더 깊게 알 수 있습니다.



  1. 'Why Economists Are Worried About International Trade'. NYT. 2018.02.16 [본문으로]
  2. 'Oh, What a Stupid Trade War (Very Slightly Wonkish)'. NYT. 2018.05.31 [본문으로]
  3. Mankiw는 공화당 지지자, Krugman은 민주당 지지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또한 Mankiw는 거시경제, Krugman은 국제무역을 전문적으로 연구합니다. (맨큐의 경제학의 그 맨큐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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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경제』『종횡무진 한국경제』

Posted at 2012. 4. 19. 14:08 | Posted in 경제학/일반


경제원론 공부를 다시금 해보려고 3월부터 버냉키 책을 펼쳤었는데...
이거 원 진도가 안나간다... 어렵기도 하고 ─.─ 시험 같은 게 없으니.. 마음은 늘어지고...

사실 학부 다니면서 중요한 건, 
실제 경제 현안에 관해서 논하는 책을 읽기 보다는

경제원론, 미시, 거시, 금융 같은 기본 이론과 회계에 대한 공부. 그리고
애덤스미스, 리카도, 마샬, 슘페터, 마르크스, 케인즈, 폴라니,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등등 여러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제원론부터 막혀서.... 쩝...

기분 전환도 할 겸, 실제 한국경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책을 샀는데.
『종횡무진 한국경제』란 책. 지은이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100분 토론 같은 TV 프로그램이나 신문, 주간지 등에도 많이 등장하는 경제학자이다. 다들 한번쯤은 언론을 통해 김상조 소장을 봤을 거 같은데, 주로 '재벌 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홍기빈 씨가 쓴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http://peopleeco.com/33 http://peopleeco.com/34 http://peopleeco.com/35를 위하여는 1장부터 마음에 안들었었는데, 이와 달리 『종횡무진 한국경제』는 서문부터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이 개혁과 진보의 '실체적 내용'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접근하는 '방법론'을 고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내가 방법론에 대한 고민으로 경도된 이유는 이렇다. 역시 경제개혁연대 활동을 하면서 선한 의도로 시작한 일이 엉뚱한 결과나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목격했다. (...)

제도와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이런 의문이 나를 점점 더 강하게 사로잡았다. (...) 즉,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경제개혁연대 활동을 통해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

이 책 전체를 지탱하는 두 기둥은 '경로의존성''제도적 상호보완성' 개념이다. '경로의존성'이란 과거에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가 현재의 선택과 미래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 

현 상황을 변경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냥 어제 하던 대로 오늘도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혁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많은 비용이 들고, 때로는 극심한 저항을 불러오기도 한다. (...)

'제도적 상호보완성'이란 어느 한 제도의 성과는 다른 제도들과 얼마나 긴밀한 보완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 미국식의 이사회 제도 적용에 문제가 있으니 독일식의 이중 이사회 제도나 공동결정 제도를 도입하면 잘 작동할 수 있을까? 스웨덴 모델이나 덴마크 모델은 어떨까? 

거기에는 많은 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개혁의 이름하에 새로 도입된 제도가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낼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그야말로 내일을 알 수 없는 암중모색의 과정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제도의 경로의존성 및 상호보완성과 관련된 논의는 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들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 그렇기 때문에 30년 후에 도달할 최종 목표지점을 설계하는 것 못지않게, 그 30년의 과도기 동안에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수많은 위험요소들을 관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 14~17쪽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 홍기빈씨와는 달리, 실제로 재벌개혁 운동 등 여러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한 김상조 소장은 '방법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맥락에서는 내가 평소에 고민했던 것과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김상조 소장이 실제 개혁활동을 했던 경험이 이 책에 그대로 녹아들어있다. 
여러 통계를 이용하여 한국경제 구조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실 실제로 시장활동을 해본 것도 아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 산업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것도 아니고, 실제 경제활동이 어떻게 돌아가고 기업-국가-소비자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경제학부생에게 그야말로 '현실경제'가 어떤 모습을 띄고 있고,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나 103쪽부터 시작되는, "3장 낙수효과는 유효한가 -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둘러싼 논쟁"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산업별 국내산출액 구성비 추이, 중간투입의 구성 추이, 산업별 부가가치율 추이, 부가가치의 구성 추이, 부가가치유발계수의 추이, 취업고용 유발계수 추이 등의 실증적인 자료를 이용하여 한국경제 구조를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국내산출액 구성비 비중에서 제조업은 약 50%, 서비스업은 약 30%를 차지하는데, 일본의 30%, 60% 비중과 비교하면, 한국은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서비스업의 비중은 상당히 적다. 

김상조 소장은 한국의 제조업에 대해


"실질 부가가치 기준으로 볼 때 제조업의 비중은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다. 최근 한국의 경제발전 단계에 비해서 제조업이 너무 빨리 쇠퇴하고 있다는 이른바 '제조업 공동화' 또는 '제조업 조로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제조업의 산출액 내지 부가가치 비중은 하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크게 떨어진 데 있다. 산업 간 또는 대중소기업간 연관관계의 약화에 그 주된 원인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일관된 주장이다."
- 105쪽

"(90년대 이후 중간투입의 국산화율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 소재 부품 분야 중소기업의 발전, 그리고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거래의 공정화 등이 주요 과제로 부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108쪽

"기초소재업종과 조립가공업종의 부가가치율 하락이 확연히 드러난다. (...) 만약 이들 업종에 속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수출경쟁력과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 비용 부담을 소재 부품 중소기업 및 여기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 110쪽

"부가가치율과 함께 노동소득분배율이 모두 일본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이 바로 한국과 일본의 실력차이를 나타낸다. 거칠게 표혀하면, 아직까지는 평균적으로 한국이 일본에 비해 품질경쟁력에서 뒤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이 부가가치율과 노동소득분배율의 격차를 가져오고, 결국 생활수준의 격차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 111쪽


한국의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서비스 투입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는 있으나 일본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물류, 기술, 디자인 개발, 법률 회계 조세 경영컨설팅 등 광범위한 영역의 서비스 투입의 양과 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서비스 분야에서 양질의 고용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108쪽

"서비스업의 발전은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다만 서비스업에서 창출되는 고용이 저숙련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집중되지 않도록 서비스업의 발전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110쪽

"어떤 산업의 후방연쇄효과(영향력계수)가 크다는 것은, 그 산업이 성장하면 여기에 중간투입물을 구성하는 앞 단계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힘이 크다는 뜻이다.
어떤 산업의 전방연쇄효과(감응도계수)가 크다는 것은, 뒤 단계의 산업 활동을 위해 이 산업의 제품이 중간투입물로 사용되는 정도가 크다는 뜻이다."
- 120쪽

"서비스업은 의외로 감응도계수가 크다. (...) (서비스업이) 다른 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중요한 중간재를 공급하는 영역도 있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제조업의 경쟁력제고를 원한다면 서비스업의 경쟁력도 동시에 제고해야 한다."
- 122쪽


또한 서비스업 내 범주별 고용 비중 및 생산성 추이 통계를 제시하면서,

유통, 소비자 서비스가 많은 고용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생산성은 생산자, 사회 서비스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통계를 제시하면서 '경제관료들의 사고'를 알려주는데,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생산자서비스와 사회서비스의 비중이 낮아 이들의 성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생산성이 높은 생산자서비스의 육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사회서비스의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재정지출의 확대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따라서 생산자서비스의 성장을 위해 전문인력의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고등교육기관의 경쟁체제를 확립하고, 공급 확대 및 개방화에 대한 이익집단의 반발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127쪽


KDI에 근무하는 경제관료가 쓴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김상조 소장은 이러한 경제관료들의 사고의식에 대해


"서비스업의 구조개편은 단순히 산업정책적 차원에서만 판단할 일이 아니다. 서비스업 내에는 구조조정의 충격에 가장 취약한 계층인 영세기업 및 영세자영업자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나아가 사회서비스 영역은 경제정책 차원을 넘어 사회정책 차원에서도 통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관료들은 총합으로서의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생각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은 생각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는 경제관료들이 비록 정책의 수단으로서 경쟁과 개방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신자유주의적일지 모르나, 그들의 사고방식은 총합으로서의 부국강병을 원했던 17세기 중상주의자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다."
- 128쪽


이 부분뿐 아니라, 뒤에서는 재벌, 중소기업, 노동, 금융에 대해 논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하도급 거래"가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논하고 있다.

아직 "현실경제"를 모르는 경제학부생이 이 책을 읽으면, 학교 밖의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원론, 미시, 거시 이론을 완벽히 익혀야 겠지만....

경제원론 공부하자..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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