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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Posted at 2015. 9. 21. 20:32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지금까지의 글들은 '장기적인 경제성장'(long-run economic growth)를 다루었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화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은 '화폐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였죠.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재 축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총공급부문의 발전'(aggregate supply)이 필요하고, 통화량 증가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의 세계는 장기와는 다릅니다.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 화폐는 경기회복을 돕는 큰 역할을 합니다.
단지 통화량이 증가했을 뿐인데 실질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될 수 있고, 인플레이션 발생이 경기침체를 벗어나게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단기는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를 통한 '총수요부문의 발전'(aggregate demand)이 요구되는 세계입니다.
이처럼 거시경제의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장기의 세계에서 알았던 것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는 '단기 총공급 곡선'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와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의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총공급 곡선의 모양입니다. 장기의 세계에서 총공급 곡선은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수직의 모양을 가지지만, 단기의 세계에서 총공급 곡선은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아 우상향하는 모습을 띕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우선, '총공급'(aggregate supply)이 무엇을 뜻하는지 복습해 봅시다. 거시경제의 총공급이란 '생산부문'을 뜻합니다. 사람들의 경제활동참가를 독려하고, 자본재 축적으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곳이죠.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습니다. 돈의 양만 많아지는 것은 그저 명목(nominal) 변화일 뿐이고 실질(real)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생산량이 증가해야 합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총공급부문은 화폐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화폐와는 상관없이 자본재축적으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잠재GDP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수직인 총공급곡선은 통화량과 물가수준에 상관없이 잠재GDP를 달성한 장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참고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 통화량 증가로 인한 물가수준 변동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그 이유는 단기에는 생산자가 물가수준 상승을 보고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과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에서 몇번 이야기 했듯이, 사람들은 전체 물가수준 상승과 개별상품 가격의 상승을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생산자 또한 자기가 생산하는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전체 물가수준 상승으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인지 · 수요증가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인지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만약 전체 물가수준 상승으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이라면 생산자는 생산량을 증가시켜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생산자는 수요증가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증가했다고 착각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일이 발생합니다.
생산자는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착오를 깨닫고 생산량을 원상태로 돌려놓지만, 적어도 단기간 동안에는 물가수준 상승에 따라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우상향하는 총공급곡선은 생산량이 물가수준의 영향을 받는 단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 우상향하는 총공급곡선, 경기변동을 유발하다
물가수준에 상관없이 수직인 장기 총공급곡선과 물가상승에 따라 우상향하는 단기 총공급곡선. 장기와 단기에 따라 총공급곡선 모양이 다른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까요?
수직인 장기 총공급곡선은 생산량이 잠재GDP 수준으로 딱 고정되어 있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생산량은 잠재GDP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오직 잠재GDP 자체가 증가하여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경우만 있을 뿐, 생산량이 잠재GDP를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상향하는 단기 총공급곡선은 경우에 따라 여러 범위의 생산량을 가지게 됩니다. 물가수준이 상승하면 생산량이 증가하고, 물가수준이 하락하면 생산량이 감소하죠. 즉,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 생산량은 잠재GDP 수준을 미달하거나 초과할 수 있습니다. 단기 생산량이 잠재GDP 수준에 미달하는 것을 경기침체(recession)라 부르고, 초과하는 것을 경기호황(boom) 이라고 합니다.
왜 단기에서는 생산량이 잠재GDP와 일치하지 않아서 경기침체와 경기호황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총수요부문의 변동'에 따라 생산량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총수요부문'(aggregate demand)이란 거시경제의 '지출부문'을 뜻합니다. GDP를 지출측면에서 바라본 국민계정식 '총생산량 =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 순수출'(Y=C+G+I+NX)이 이를 보여주고 있죠.
단기에서 생산자들은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입니다. 애초에 단기 총공급곡선이 우상향 이유 또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증가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을 상기합시다. 따라서 총수요가 줄어들면 총공급부문의 생산량도 위축되고, 총수요가 늘어나면 총공급부문의 생산량도 증가합니다.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총수요가 줄어들면, 생산자들은 줄어든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축소합니다. 경기침체가 발생한 것이죠. 반대로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총수요가 확대되면, 생산자들은 늘어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이번에는 경기호황이 발생했네요.
개인과 정부의 지출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통화량의 변동도 총수요를 변화시킵니다.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감소시키면 채권금리가 상승합니다 1. 채권금리 상승은 기업의 차입을 어렵게하여 투자를 감소시키죠.
중앙은행은 공개시장 매각을 통해 통화량을 감소시킵니다. 이때, 공개시장 매각 그 자체가 채권금리를 상승시킵니다. 왜냐하면 공개시장 매각은 중앙은행이 채권을 판매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중앙은행의 공개시장 매각은 채권 구매수요를 줄임과 동시에 채권 판매공급을 증가시키고 이는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중앙은행이 공개시장 매각 · 재할인율 인상 · 지급준비율 인상을 하게되면 거시경제 통화량은 감소합니다. 경제주체들은 이전에 비해 적은 화폐를 보유하게 되죠. 필요보다 부족한 화폐를 보유하게된 사람들은, 필요량만큼 화폐를 보유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채권을 매각합니다. 따라서, 채권수요는 감소함과 동시에 채권공급은 증가하게 되고, 채권금리는 상승합니다.
즉,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줄이면 채권금리가 상승하여 투자지출이 감소합니다. 총수요 위축에 따라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줄이게 되죠.
반대로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증가시키면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기업은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많은 돈을 빌리고 투자를 증가시킵니다. 즉,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면 실질이자율이 하락하여 투자지출이 증가합니다. 총수요 확대에 따라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증가시키게 됩니다.
이를 정리하면,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이 감소하거나 통화량이 줄어들면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반대로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이 증가하거나 통화량이 늘어나면 경기호황이 발생합니다.
돈을 적게 쓰고 많이 쓰느냐에 따라 생산량이 변동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장기에는 '화폐'가 생산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였으나, 단기에는 '화폐'가 생산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 게으르고 무능해서 위기? 지출감소로 위기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감소와 중앙은행의 통화량 축소가 경기침체를 유발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한 국가를 두고 "국민들이 게으르니까 경제위기를 겪지. 부지런하게 살았으면 위기를 겪었겠냐? 일은 안하고 소비는 펑펑 하니 국가가 파산하는거지."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그리스 경제위기에서도 '그리스 국민들의 나태한 국민성' 이야기가 나왔고,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19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을 '국민들의 과소비'로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이 알려주는건 '과소비가 경기침체를 유발한다'가 아니라 '지출감소와 통화량 축소가 경기침체를 유발한다' 입니다. 소비를 많이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소비를 적게했기 때문에 침체가 일어나죠.
가계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게으르고 소비가 많으면 빚이 쌓이고 결국 파산합니다. 하지만 거시경제에서 '다른 사람의 지출은 나의 소득이고 나의 지출은 다른 사람의 소득'입니다.(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한 사람이 저축을 하려고 소비를 줄이면 누군가의 생산은 감소하고, 모든 개인이 저축을 위해 소비를 줄이면 모든 생산자의 생산이 감소합니다.
애시당초 GDP를 측정할때 '생산측면'(supply-side)과 '지출측면'(demand-side) 2가지 모두를 이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의 지출은 다른 누군가의 생산' 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시경제의 경기침체를 '무능력한 국가가 과소비로 인해 파산에 처했다'로 바라보면 안됩니다. '건전한 경제상태를 지녔던 국가라도 갑자기 지출이 감소하여 경제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제 현실에서 발생한 경제위기의 사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를 통해 갑작스런 지출감소가 어떻게 경기침체를 불러왔는지 알아봅시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경제활동별 성장률(실질) - 국내총생산(실질성장률) - 1993년~2014년>
위의 그래프는 1993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보여줍니다. 매년 비슷비슷한 경제성장률이 나타나지만, 1998년 경제성장률이 혼자 뚝 밑으로 내려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1998년에 -5.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졌죠. 그 이유는 바로 1997년에 발생한 외환위기 때문입니다.
보통 'IMF 사태'라고 부르는데, 정식명칭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1997 Eastern Asian Financial Crisis) 입니다. 도대체 1997년에 동아시아와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일부 초중등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당시 한국인들의 과소비로 인해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일까요?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항목별 증감률(실질) - 최종소비지출 + 총고정자본형성(민간) + 총고정자본형성(정부) >
1997년 이전 한국경제를 살펴볼 때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민간부문의 투자 증가'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개인과 정부의 소비지출 증감률 · 민간의 투자 증감률 · 정부의 투자 증감률을 보여주고 있는데, 1997년 이전 민간의 투자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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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많이 하고 싶은데 국내의 저축이 부족하다면, 외국의 저축을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투자량을 증가 2시킬 수 있습니다. 외국의 저축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순자본유입'(NCI or KI, Net Capital Inflows)라고 합니다. 1997년 위기 이전 한국의 기업들은 부족한 국내저축을 충당하기 위해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여 투자를 증가시켰습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국제수지 - 국제수지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 1992년-1999년>
국내저축이 필요한 투자보다 적다면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려오게 됩니다(net borrower). 그 과정에서 1997년 이전 한국은 자본·금융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였죠.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문제는 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받아들인 외국의 자본이 '단기부채'(short-term external debt) 라는 점이었습니다. '부족한 국내저축을 충당하기 위해 외국의 자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려서(부채) 투자를 증가시킨다는 말입니다.
당시 한국기업들은 만기가 짧은 단기부채를 빌렸기 때문에, 외국이 상환을 요구하는 시점이 빨랐을 뿐 아니라 급하게 돈을 갚아야 했습니다. 만약 외국으로부터 장기부채(long-term external debt)를 빌렸다면, 부채를 갚는 시점이 늦었을텐데 말이죠.
물론, 단기부채를 빌렸더라도 외국이 만기를 연장해준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너네 내년까지 돈 갚아야하지? 그냥 내후년에 갚아. 만기 연장해줄게."라고 해준다면, 부채를 급하게 갚아야할 필요가 없죠.
하지만 1997년 당시 외국은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을 보았기 때문이죠.
● 97년 7월 8일 : 태국, 금융위기에 몰리다
- 모든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던 7월 초, 난데없이 태국의 바트화가 폭락을 거듭하고 (...) 신문 지면은 우리나라도 당장 그 금융태풍에 휘말릴 것처럼 온통 우려의 목소리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나-강경식 경제부총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태국과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사정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97년 7월 27일 : 태국 위기 남의 일 아니다
-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따라서 대외신인도를 예의 주시하면서 대책 강구가 필요했다. 특히 신용도가 괜찮은 은행들이 해외로 나가 달러를 많이 빌려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아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 97년 9월 20일 :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빌려쓴 돈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앞의 대문쪽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뒤에 있는 쪽문으로 나가서 저지른 일이 집안 전체를 뒤흔들게 될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 97년 10월 17일
- 동남아 통화위기가 10월 중순에 들면서 북상하기 시작했다.
● 97년 10월 23일
- 홍콩 증시 폭락 사태로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전세계 증시가 모두 출렁이는 것이어서 우리도 그런 충격파 속에 함께 놓여진 것으로 생각했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로 치닫는 길에 들어섰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강경식. 1999. 『강경식의 환란일기』. 279-287
1997년 7월 초, 태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말레이시아 · 인도네시아 · 싱가포르 · 홍콩으로 번져갔습니다. 이를 본 외국 투자자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지금 난리인데, 한국은 안전한가? 우리가 빌려준 돈을 한국이 갚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상환능력을 의심하게 된 외국 채권자들은 일순간 투자자금을 회수해가기 시작했죠.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 채권자들의 상환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부채가 '원화'(\)로 표기되었다면 한국정부가 보증을 서주고,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었겠죠. 그러나 외국으로부터 '달러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렸기 때문에,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가 없었습니다.
기업들은 가지고 있던 자산을 급하게 팔아서 달러화로 바꾼뒤 부채를 상환하였고, 부채를 갚지 못한 기업들은 파산했죠. 1997년 이전 급격하게 증가했던 단기부채는 1997년 이후 정반대로 급격하게 감소하였습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지출항목별 증감률(실질) - 최종소비지출 + 총고정자본형성(민간) + 총고정자본형성(정부) >
1997년 이전 한국 기업들이 외국으로부터 빌린 단기부채로 투자를 증가시켜왔기 때문에, 부채감축은 반대로 투자의 감소를 불러왔죠. 1997년 이후 민간의 투자는 크게 감소하였고, 감소폭은 전년대비 -24%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투자의 감소는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이 겪었던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입니다.
(더 공부해보기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시리즈 )
※ 1997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고 확충에 집착하기 시작한 동아시아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외환보유액>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을 꺼리게 됩니다.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린 뒤 투자를 증가시킨 것은 좋았는데,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들어오고 부채를 감축시키는 과정에서 투자가 크게 감소한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죠.
대신에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달러화($)를 많이 비축(reserve)해서 제2의 외환위기를 방지하는데 힘을 쏟았습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1997년 이후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죠.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국제수지 - 국제수지 - 경상수지, 자본수지, 금융계정 1994년-2007년>
외국으로부터 자본을 유입시키는 것은 외국의 저축을 '빌리는 것'(borrow)입니다. 일종의 부채(debt)이죠.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여 달러화를 비축(reserve)하는 것은 부채가 아니라 스스로 번 돈입니다.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외국의 저축을 빌리지 않고(borrower),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국의 돈을 번 뒤에 빌려주는 역할(lender)을 하기 시작합니다.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투자보다 저축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S>I),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저축을 증가'시키는 것에 힘을 쏟았죠.
(참고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한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두번 다시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저축을 많이한 것'이 또 다른 경제위기의 시작이 될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더 공부해보기 :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
※ 2008 금융위기
1997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달러화($)를 비축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위기를 겪지 않았던 중국 또한 주변국들의 위기과정을 본 뒤, 저축을 증가시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외환보유고 확충에 힘을 쏟았죠.
윗 그래프는 1990년대 말 이후 전세계 국가들의 경상수지 현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1990년대 말 이후 중국과 아시아국가들(주황색)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증가하는 현상과 미국(파란색)의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중국과 아시아국가들, 그리고 미국 사이의 경상수지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이 나타난 원인 중 하나는 아시아국가들이 기록한 경상수지 흑자(자본·금융수지 적자)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자본·금융수지 흑자)로 이전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이후 비축한 달러화($)로 미국채권을 구입(순자본유출)했습니다. 아시아국가들에서 나온 막대한 자본이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순자본유입)이죠.
(참고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출처 : FRED - All-Transactions House Price Index for the United States>
이렇게 미국으로 흘러들어온 자본은 어디로 갔을까요? 만약 미국의 아시아의 자본을 이용하여 자본재투자를 증가시켰다면 경제가 더 성장했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으로 흘러들어온 아시아의 자본은 부동산시장으로 향했죠.
2000년대 들어서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이후 2006년까지, 미국 부동산가격은 약 2배 가까이 상승했죠. 위에 첨부한 그래프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FRED -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부동산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본 미국 국민들은 대출을 받은 뒤 부동산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다른 집을 구매하고, 가격이 오르면 이를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죠.
그 결과, 부동산가격이 상승함과 동시에 주택담보대출(Mortgage) 또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은행대출은 부채(debt)이기 때문에, 미국 가계부채(household debt)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죠.
1997년 이전의 한국·동아시아와 2008년 이전의 미국에서 비슷한 점을 찾지 않았나요? 한국은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단기부채를 이용해 투자를 증가시켰습니다. 미국은 아시아로부터 들여온 자본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였고, 미국 가계는 부채를 이용해 부동산 구입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단기부채를 상환하는 과정에서 투자가 감소하였는데,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출처 : FRED - All-Transactions House Price Index for the United States>
2006년 이후 미국 부동산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은 현금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대출을 받아서 부동산을 구입했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4억원짜리 아파트를 은행대출 3억 + 내 돈 1억원을 가지고 구매했는데, 아파트 가격이 2억이 됐습니다. 이제 은행은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지 걱정하기 시작하죠.
<출처 : FRED -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불안해진 은행은 집주인에게 대출금액을 빨리 갚으라는 요구를 합니다. 미국 가계는 대대적인 부채감축(deleveraging)에 나서게 됩니다. 대출금액을 갚을 현금이 없는 집주인은 집을 팔아서 현금을 마련해야 했죠. 매물로 나오는 주택이 많아짐에 따라 부동산가격은 더더욱 하락하고, 은행의 대출압박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초래됩니다.
<출처 : FRED - Real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기 이전, 미국 가계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 소비를 늘려왔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은행의 대출상환요구가 증가했고, 미국 가계는 부채를 갚는게 우선순위가 되었습니다. 소득이 들어올때마다 부채를 갚는데에 돈을 썼기 때문에, 자연스레 소비지출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출처 : Richmond Fed >
일반 미국 가계의 대출보다 더 큰 문제는 저신용자(sub-primer)들의 대출이었습니다. 2006년 이전, 부동산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것을 본 대출업제들은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까지 엄청난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그 이후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저신용자들은 당연히(?) 대출금을 갚을 수 없었고, 대출연체율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007 Subprime Mortgage Crisis) 였죠.
< 출처 : Atif Mian, Amir Sufi. 2014. 『House of Debt』. 34 >
저신용자들의 대출연체가 증가하자 돈을 받아야 하는 미국 금융기관이 파산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 금융위기'(2008 Financial Crisis or the Great Recession)이 발생한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파산은 미국 금융시장의 신용경색(Credit Crunch)을 초래하였고, 미국기업들은 투자를 위한 자금을 조달할 수가 없게 되었죠. 따라서, 소비지출 감소에 더하여 투자지출마저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출처 : FRED - Real Gross Domestic Product, 3 Decimal>
소비지출과 투자지출 감소로 인해 2007년 이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2009년 3분기에는 -4.0%를 기록하면서 저점을 찍습니다. 그 이후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는 여전히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공부해보기 :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하위계층의 높은 부채비율. 부동산가격 하락의 손실을 집중시키다 - 『House of Debt』' )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에서 발견되는 공통점
글의 앞에서 말했다시피, 사람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한 국가를 두고 "국민들이 게으르니까 경제위기를 겪지. 부지런하게 살았으면 위기를 겪었겠냐? 일은 안하고 소비는 펑펑 하니 국가가 파산하는거지."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은 과소비가 아니라 '총지출 감소'가 경기침체를 불러온다고 말하며, 실제 경제위기 사례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 또한 과소비가 아닌 소비·투자 지출감소가 경제성장률을 하락시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경제위기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 경제 기초여건의 문제인가, 단순한 유동성 위기인가
1997년 이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8% 이상을 기록해왔고 인플레이션 · 정부의 재정적자도 안정적인 수준에 있었습니다. 2008년 이전 미국 또한 안정적인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기록했었고, 재정적자를 기록하긴 했으나 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죠.
즉,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은 튼튼한 상태였습니다. 저성장 · 재정적자 · 높은 인플레이션 등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능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과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한 이유는 '부채'(debt)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은 민간기업의 단기 대외부채가 문제였고, 미국은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문제였죠. 외국 혹은 금융기관이 채무상환을 요구했을때 이를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투자 · 소비 감소가 발생하였고, 채무를 갚지 못한 기업과 가계가 파산하면서 경제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경제의 기초여건이 튼튼한 국가라 할지라도, 부채를 상환할때 필요한 현금과 외화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상태에 빠지면 유동성위기(il-liquidity)에 처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초여건이 튼튼했더라도, 부채를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총수요가 위축되어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 과도한 부채가 문제인가
"그럼 민간과 가계가 지고있던 '과도한 부채'를 경제 기초여건의 문제라고 해석할 수는 없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과도한 대외부채를 지고 있던 것, 미국의 가계들이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을 지고 있는 것 자체가 한국과 미국의 거시경제 기초여건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현상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과도한 부채' 때문에 경제위기가 발생했느냐?"입니다. 1997년 당시 한국의 기업들이 단기 대외부채의 만기를 계속해서 연장해 나갔다면 유동성위기를 겪었을까요? 2008년 당시 미국의 가계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요구받지 않았더라면 유동성위기를 겪었을까요?
만약 만기를 계속해서 연장하고 상환을 요구받지 않았더라면, 부채크기는 계속해서 증가했을테지만 유동성위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시말해, '과도한 부채'를 문제삼는 것은 무엇때문에 경제위기가 발생하였는지 핵심을 모르는 것이죠.
● 디레버리징(부채감축, deleveraging) 이후 발생한 소비·투자 감소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출처 : FRED -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과 2008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현상은 '디레버리징'(부채감축, deleveraging)에 뒤이은 소비·투자 감소 입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에게서 빌린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를 갚으려 했고, 미국의 가계들은 금융기관에게서 빌린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갚으려 했죠.
단기 대외부채로 투자를 늘려왔던 한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투자감소 현상이 나타났고, 주택담보대출로 부동산 구매를 늘려왔던 미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소비감소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디레버리징을 할 필요가 없었다면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은 경제위기를 안 겪지 않았을 겁니다. 1997년 당시 외국과 2008년 당시 금융기관이 계속해서 만기연장을 해주었더라면, 한국 기업들과 미국 가계는 부채를 감축할 필요도 없었고 소비와 투자를 줄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입니다.
● 갑작스런 상환요구에 이은 신용경색 발생
그럼 디레버리징은 왜 일어날까요? 그 이유는 '어느 시점에 갑자기 상환요구'가 채무자에게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거시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이 실제로 좋으냐 나쁘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돈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에' 상환요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997년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 · 실업률 등 경제 기초여건(fundamental)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2008년 당시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낮은 편은 아니었죠.
그러나 1997년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겪는 것을 본 외국은행들은 한국경제도 '불안하다고 생각'하였고, 부채의 조속한 상환을 요구합니다. 2008년 미국 금융기관은 부동산가격이 하락하자 '가계의 상환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였고, 부채의 조속한 상환을 요구합니다.
만약 한국경제가 불안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 미국 가계의 상환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면, 상환요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디레버리징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소비와 투자도 감소하지 않아서 경기침체에 빠지는 일은 없었겠죠.
● 왜 '갑작스런 상환요구'와 '디레버리징'에 주목해야 하는가
다시 말하지만,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부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런 상환요구로 인한 디레버리징의 방지'입니다. 두 관점의 차이는 ① 경제위기 발생원인 ② 경제위기 정책대응에 있어 큰 차이를 가져옵니다.
① 경제위기 발생원인
: 우선 '과도한 부채'를 문제삼는 관점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과도한 부채가 경제위기의 핵심원인이라면, 경제위기 발생국가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위기를 겪은 것이 됩니다. 평상시 다른 사람의 부채를 이용해 무리한 소비 · 투자를 했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한 것이죠. 이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능으로 인해 기초여건에 문제-저성장 · 재정적자 · 높은 인플레이션-가 생겨서 경제위기를 겪었다고 말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경제위기 발생원인을 '윤리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경제위기는 잘못을 한 국가가 받는 벌이죠.
그러나 '갑작스런 상환요구로 인한 디레버리징'에 주목한다면, 경제위기는 기초여건이 튼튼한 국가 · 국정운영을 잘해왔던 정부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평상시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인해 갑자기 상환요구가 빗발치고, 부채를 감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소비 · 투자가 줄어들어 경기침체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경제위기를 겪게된 국가의 평소 행동이 윤리적이든 비윤리적이든 그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② 경제위기 정책대응
: '과도한 부채'를 문제삼는 관점은 경제위기를 윤리적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경제위기는 평상시 행태가 방탕했던 국가가 받는 벌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경제위기 대응에 있어서 주로 윤리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부채를 줄이고, 과소비를 줄이고, 부지런히 일하고 등등 이런 정책이 나옵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상환요구로 인한 디레버리징'에 주목하는 관점은 일단 채권자의 추가적인 상환요구가 나오지 않게 만드는 정책을 제시합니다. 채무자에게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의 상환요구를 조금이나마 지연시켜서 유동성을 확보합니다.
그리고 채무자가 부채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소비 · 투자가 감소할 것을 상쇄하기 위해, 여유가 있는 사람이 소비와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죠. 결과적으로는 채무자가 부채를 성공적으로 상환함과 동시에, 발생했을 뻔했던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부채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소비 · 투자가 감소할 것을 상쇄하기 위해, 여유가 있는 사람이 소비와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통화정책(Monetary Policy)와 재정정책(Fiscal Policy)의 주요목적입니다.
※ 그레이트 캐피톨힐 베이비시팅 협동조합
아래의 글은 '경제의 기초여건이 튼튼했던 국가라도 갑작스럽게 지출이 감소하여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번 읽어보도록 하죠.
스위니 씨 가족은 1970년대에 그레이트 캐피톨힐 베이비시팅 협동조합의 조합원이었다. 캐피톨힐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근무하는 젊은 부부들 위주의 조합이었고, 서로의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약 150쌍의 부부가 참여하는 규모가 큰 조합이었기 때문에 언제든 베이비시터로 나설 수 있는 인원은 많았지만, 반대로 큰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컸다. 특히 각 부부에게 동일한 만큼의 부담을 할당해야 한다는 점이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캐피톨힐 협동조합은 쿠폰을 발행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쿠폰 한 장으로 하 시간 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아이를 돌보기로 한 부부는 아이를 맡기는 부부로부터 해당하는 시간만큼의 쿠폰을 받고 아이를 돌봐주었다.
구조적으로 볼 때 모든 조합원이 공평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시스템이었다. 각 부부는 자신이 아이를 맡긴 시간만큼만 다른 아이를 돌봐주면 됐다.
그런데 문제가 쉽지만은 않았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상당량의 쿠폰이 유통돼야만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장 외출할 계획이 없는 부부들은 나중을 위해 최대한 쿠폰을 모아 적립해두려고 했다. 반대로 아이를 맡긴 부부들의 쿠폰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번 연달아 외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쿠폰을 확보하려는 부부들이 늘어났다.
이 조합에서 쿠폰을 발급받는 일은 나름 복잡했다. 입회할 때 쿠폰을 받고 탈퇴할 때 반납해야 했다. 쿠폰 하 장당 일정액의 수수료를 냈는데, 이 돈은 직원 급여 등 관리비로 쓰였다. 자세한 사정은 그리 중요치 않다.
요점은 회전되는 쿠폰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시기가 닥쳤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결과는 참으로 흥미로웠다. 모아놓은 쿠폰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부들은 다른 부부의 아이를 돌보고 싶어 안달이었고, 외출을 꺼렸다. 그러나 한 부부의 외출이 다른 부부에게 베이비시팅의 기회가 되는 것이었으므로 쿠폰을 모을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모아놓은 쿠폰을 쓰지 않으려고 했고, 그 결과 베이비시팅의 기회는 더욱 줄어들었다. 간단히 말해 베이비시팅 조합이 불경기에 들어간 것이다.
(...)
이제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두 가지의 핵심적인 의미를 생각해보자. 하나는 불경기의 발생 경위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불경기를 다루는 방법의 문제다.
먼저 베이비시팅 조합이 왜 불경기에 들어섰는지를 살펴보자.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이 아이 돌보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이 일을 훌룡하게 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별개의 문제다.
캐피톨힐 사람들의 가치관에 문제가 있어서 조합이 어려움을 겪은 것도 아니요, 아는 집 애만 잘 봐주는 편파주의에 빠져서 그랬던 것도 아니다. 다른 경쟁 조합들만큼 변화하는 보육 기술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도 아니었다.
문제는 조합의 생산 능력이 아니라 단순히 유효수요(effective demand)의 부족에 있었다. 사람들이 현금(쿠폰)을 모으는 일에만 신경을 쓰느라 실제 재화(아이를 맡기는 시간)의 소비가 현저히 감소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비즈니스 사이클 상의 불황은 한 경제의 근본적인 강점이나 약점과는 거의 혹은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튼튼한 경제에도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둘째, 베이비시팅 조합의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스위니 부부는 캐피톨힐 조합의 관리위원회를 납득시키는 일이 정말 어려웠다고 보고한다. 주로 법률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는 문제가 본질적으로 기술적인 것이며, 쉬운 해결책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관리위원들은 처음에 해당 사안을 '구조적 문제' 즉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한 문제로 생각했고, 그래서 나온 처방이 각 부부에게 한 달에 최소한 두 번은 외출하도록 '요구'하는 규칙을 제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경제학자들의 의견에 따라 쿠폰의 공급을 늘리는 조치가 취해졌다. 결과는 신기에 가까웠다. 쿠폰 보유량이 늘어남에 따라 부부들은 좀 더 자주 외출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다른 부부의 아이를 돌볼 기회도 점점 많아졌으며, 이는 다시 조합원들의 외출 빈도 증가와 베이비시팅 기회의 확대로 이어졌다. 조합의 GBP(Gross Baby-sitting Product) 즉 '베이비시팅 총생산' 수치가 치솟은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는 조합원들의 보육 기술이 향상되었기 때문도 아니요, 조합이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했기 때문도 아니다.
단순히 통화의 혼란이 바로잡혔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단순히 돈을 찍어내기만 해도 불황과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얘기다. 때로는 이것이 놀랄 만큼 쉬운 치유책이 될 수도 있다.
폴 크루그먼. 2009. 『불황의 경제학』. 26-31쪽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이번글에서는 실제 경제위기 사례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를 통해,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들어오고 부채를 감축(디레버리징)하는 과정에서 소비·투자가 감소하여 경기침체에 빠지는 상황'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에서는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 발생을 통해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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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9. 21. 18:51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현대 자본주의는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사람이 생산활동에 참여해야하고, 한 사람이 생산해내는 양이 많아야겠죠. 너무나 당연한 원리입니다.
이번글에서는 '어떻게하면 생산량을 늘려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 겁니다. 이 글을 읽고나면 "왜 선진국은 후진국을 도와줘서 같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지 못할까?"라는 의문도 풀리게 될겁니다.
※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이 알려준 것은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생산의 증가이지 돈의 축적이 아니다." 였습니다.
가계는 돈을 많이 벌면 부유해집니다. 그러나 국가경제 · 거시경제는 돈의 축적이 의미가 없습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단순히 돈의 양만 많아지는 것은 명목(nominal)변화일 뿐입니다. 모든 국민의 소득이 100만원 증가하더라도 물가수준이 그만큼 상승하면 실질(real)적인 생활수준은 그대로입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생산'(product)이 증가해야 합니다.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을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이라 부르고, 국가가 1년동안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얼마인지를 측정할 때 GDP를 이용합니다.
한국의 GDP가 1,500조원 이라는 말은 "한국이 가지고 있는 돈의 양이 1,500조원이다."가 아니라 "한국이 1년동안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0조원이다."라는 뜻입니다.
※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 높은 고용률
- 높은 노동생산성
1953년 한국전쟁 휴전 당시 한국의 명목GDP는 약 48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5년 현재는 약 1,500조원에 달합니다. 그리고 1953년 1인당 실질GDP는 약 66달러 였으나 2015년 1인당 실질GDP는 약 28,000달러에 달합니다.
60년전과 비교해 오늘날 한국 내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3만배 이상 커졌고, 국내거주인 1명이 생산해내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는 424배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요? 보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제성장은 ‘생산량의 증가’이기 때문에, 우리는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윗 식은 1인당 실질GDP가 결정되는 원리를 보여줍니다. 1인당 실질GDP는 평균 노동생산성과 총인구 충 취업자 비율에 의해 결정됩니다. 평균 노동생산성이 증가할수록 그리고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취업자가 많을수록 1인당 실질GDP가 커집니다.
어려운 원리가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더 많은 사람이 생산과정에 참여할수록 · 한 사람이 더 많은 양을 생산할수록 1인당 생산량이 증가하는 원리입니다.
많은 사람이 생산과정에 참여할수록 경제전체 생산량이 증가하게 되고 1인당 실질GDP도 커집니다. 그렇다면 인구가 많은 국가일수록 실질GDP가 클까요? 단순히 인구만 많아서는 안되고 사람들이 생산과정에 참여를 해야 합니다.
경제학 용어로 엄밀히 표현하면 총인구 중 '고용률'(employment rate)이 높아야 합니다. 전체인구 중 취업자가 많은 국가일수록 실질GDP가 높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용률 이외에 또 하나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만약 고용률만이 실질GDP 크기를 결정한다면 세계에서 경제력이 가장 센 국가는 중국과 인도일 겁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실질GDP가 가장 큰 국가는 미국입니다. 미국의 인구(3억명)는 중국 · 인도(10억명 이상)의 1/3~1/4에 불과하지만 실질GDP는 더 큽니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의 실질GDP가 더 큰 이유는 한 사람이 더 많이 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면 미국은 '노동생산성'(labor productivity)이 높습니다.
각 국가마다 인구의 크기는 사실상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사람의 수는 마음대로 늘릴 수 없습니다. 한국의 인구가 5,000만명에서 10억명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따라서 많은 취업자 · 노동생산성 중에서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노동생산성 입니다.
즉,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의 지속적인 향상'이 필요합니다. 첫째도 생산성, 둘째도 생산성, 셋째도 생산성!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성입니다.
※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법
- 인적자본의 향상
- 물적자본의 증가
경제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생산성 향상입니다.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첫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근로자의 숙련수준 향상, 즉 인적자본(human capital)의 향상입니다.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한 근로자는 업무능력이 낮을 겁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쓸 줄 모르는 사람은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지 않고 손으로 글을 써야합니다.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회계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기업의 재무를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도 몰라 주먹구구식으로 기업을 경영할 겁니다. 즉, 교육을 통해 관련지식(technological knowledge)을 습득해야 생산성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한국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교육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죠.
두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물적자본(physical capital) 입니다. 노동생산성 향상에 있어 물적자본은 인적자본보다 더 중요합니다.
인적자본은 교육을 받은 근로자의 능력향상으로 생산성 증가를 이끌어내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의 향상이 항상 근로자의 고급숙련도 덕분에 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근로자도 단순히 더 좋은 기계 · 더 많은 기계를 가졌을때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즉, 더 많은 물적자본은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킵니다.
인적자본의 예에서는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인적자본)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다룰 수 있다 하더라도 일단 '컴퓨터'(물적자본)가 있어야 합니다. 컴퓨터라는 물적자본이 등장하자 더 빨리 글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수정도 쉬워졌습니다. 또한 손으로 물건을 생산할 때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생산기계가 등장하자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물적자본의 축적', 더 많은 기계 · 더 좋은 기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계를 경제학용어로 '자본재'(capital good)라고 하는데, 경제성장은 얼마나 많은 자본재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
-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좌우하는건 총공급
보통 물적자본을 줄여서 그냥 '자본'이라고 표현합니다. 경제학을 공부해나가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필수적이다." 라는 문장을 자주 발견하게 될겁니다. 이때 자본축적은 '많은 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 · 생산설비 등 자본재를 많이 보유'하는 것을 뜻합니다.
계속 반복하지만 경제성장은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재화를 많이 생산하는 것입니다. 재화를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본재가 필요합니다.
<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백화점'(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대형마트'(이케아) >
‘경제성장’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연상해야 하는 것은 ‘금고’가 아니라 ‘백화점, 대형마트’입니다. “가계의 재산이 증가했다”, “기업이 이익을 거두었다”는 것은 말 그대로 돈을 벌었다는 의미입니다. 통장 계좌잔액이 증가하거나 금고에 현금이 쌓이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국가의 경제가 성장했다”는 것은 더욱 더 많고 품질이 좋은 상품을 생산해낸다는 의미입니다. 백화점, 대형마트에 각종 새로운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건물도 계속해서 새로운 점포가 등장하고 리모델링이 이루어지죠.
이렇게 거시경제내 자본재 축적으로 생산이 증가하는 것을 "거시경제 총공급(aggregate supply)이 성장하였다."라고 말합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의 증가, 다시말해 총공급 측면의 발전이 필요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돈이 많은 선진국이 가난한 국가를 도와주면 안될까?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신 분이 있으실 겁니다. "돈이 많은 선진국이 가난한 국가를 도와주면, 전세계 모두가 같이 잘 살지 않을까?" 우리는 이번글을 통해 이러한 생각이 타당하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계속 반복하지만 경제성장은 '돈이 많다'의 개념이 아니라 '생산량이 많다'의 개념입니다. 만약 돈이 중요하다면 선진국의 원조도 필요없습니다. 북한 · 아프리카 일부 국가 등 가난한 국가들은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내서 스스로 가난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을겁니다.
돈이 아니라 생산이 중요하기 때문에, 총공급측면을 발전시키지 못해 생산량이 적은 국가는 여전히 가난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선진국의 화폐원조는 가난한 국가의 빈곤상태를 일시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을 뿐입니다. 후진국의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는데 선진국으로부터 화폐원조만 계속해서 받는다면, 장기적으로 후진국 내에서 인플레이션만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가난한 국가들이 저개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계 · 생산설비 등 자본재의 양을 늘려서 생산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써야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잠재GDP란 무엇인가?
- 거시경제학의 목적 : 잠재GDP 높이기 + 올해의 GDP를 잠재GDP 수준으로 되돌리기
경제성장이 '돈의 축적'이라면 각국 정부는 화폐를 찍어내서 부유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성장은 '재화의 생산 증가'이기 때문에, 자본재 부족으로 인해 생산량이 적은 국가는 저개발 상황을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기계 · 공장설비 등 자본재가 풍부한 국가만이 높은 노동생산성을 활용하여 많은 재화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자본재를 많이 갖춘 국가는 생산량을 무한대로 증가시킬 수 있을까요? 미국은 오래전부터 많은 자본을 축적해왔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밤낮 가리지않고 재화를 생산하여 GDP를 팽창시킬 수 있을겁니다. 또한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 사람들을 강제로 일하게 만들어서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을겁니다. 그런데 미국은 그런 방법으로 GDP를 늘리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경제학에는 '잠재GDP' 혹은 '잠재총산출량' 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잠재GDP 혹은 잠재총산출량은 '한 국가가 가진 생산요소-노동과 자본-를 효율적으로 사용했을때 달성가능한 GDP와 총산출량'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현재 생산과정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사람을 강제로 참여시켜 밤낮 가리지않고 일하게 만드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이 현재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사람은 일 보다는 다른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우선순위가 높은 일을 놔두고 억지로 일을 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또한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시킨다면 당장의 생산량은 증가하겠지만 이는 지속불가능 합니다. 사람은 휴식을 취해야 힘을 비축하고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현재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만이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서 생산과정에 참여'하도록 해야하는데, 이를 '완전고용 상태'라고 합니다. 즉, 잠재GDP와 잠재총산출량은 '완전고용 상태에서 얻어지는 가장 효율적인 산출량'을 뜻합니다.
잠재GDP와 잠재총산출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은 자발적인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강제로 일하게 만들어서 얻은 결과물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고 지속불가능 합니다. 미달하는 생산량은 일을 하고파하는 사람들이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비효율적 결과물이고 경기침체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잠재GDP 개념을 이해하면 거시경제학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본 시리즈의 첫번째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을 통해 거시경제학의 연구대상을 이야기 했었습니다.. 거시경제학은 ‘장기적인 경제성장’(long-run economic growth)과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을 연구하는 학문이죠.
여기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이란 '한 국가의 잠재GDP 수준을 계속해서 높이는 것'을 의미 합니다. 그리고 '단기적인 경기변동'이란 '올해의 GDP 수치가 잠재GDP를 초과하거나 미달했을때 이를 잠재GDP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을 뜻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④
- 1960년대~90년대 고도성장을 경험했던 한국
- 2000년대 중반 이래 저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
- 예전에 높았던 경제성장률은 왜 하락하고 있는가?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경제활동별 성장률(실질) - 국내총생산(실질성장률) >
1953년 한국전쟁 종전 당시 한국에 위치한 생산시설은 대부분 파괴된 상태였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생산시설을 만들어나가야 했죠.
1960년대부터 경제개발을 시작한 한국은 1990년까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약 10%에 달했습니다. 30년동안 매년 10%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었죠.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부터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약 4% 밖에 되지 않습니다.
경제개발 초기에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경제성장률이 오늘날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부 사람들은 경제성장률 하락의 책임을 정부에게 묻습니다. "과거 대통령은 통치를 잘해서 경제성장률이 높았고, 2000년대 이후 대통령은 무능해서 경제성장률이 낮다." 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만약 정부의 의도대로 경제성장률을 조정할 수 있다면, 도대체 어느 정부가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려 할까요? 오늘날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원인을 이해하려면 '경제개발 초기에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경제성장을 어느정도 달성한 현재에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앞서 경제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계 · 생산설비 등 자본재 축적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작업으로만 제품을 생산하다가 기계 하나가 처음 도입되면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런데 기계의 대수가 증가할수록 생산량 증가는 더뎌집니다. 자본재가 처음 등장했을때 크게 증가했던 생산량에 비해, 자본재의 양이 많아질수록 생산량의 증가크기는 감소하게 되죠.
예를 들어, iPad와 같은 태블릿이 있다면 수업자료를 일일이 인쇄할 필요 없이 태블릿에 넣고 다닐 수 있습니다. 공부 중에 모르는 내용을 구글에서 검색하여 바로 찾아볼 수도 있죠. 이처럼 태블릿이라는 자본재는 공부의 효율을 크게 높여줍니다. 그런데 태블릿을 2대, 3대, 4대 가질수록 공부의 효율이 계속해서 높아질까요? 오히려 태블릿을 들고다니기도 벅차서 공부의 효율이 감소할 겁니다.
이처럼 축적된 자본재의 양이 많아질수록 '수확체감의 법칙'(diminishing returns)이 작용합니다. 자본량이 증가함에 따라 자본 한 단위를 추가로 투입할 때 증가하는 생산량은 점점 줄어드는 원리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본재를 처음 갖추기 시작한 경제개발 초기에는 잠재GDP가 빨리 증가하여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자본이 많이 축적되어 있다면 잠재GDP의 증가율은 둔화되어 경제성장률은 낮은 값을 기록하게 되죠.
즉, 2000년대 들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이전에 비해 낮은 값을 기록하는 이유는 '한국이 경제성장을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⑤
- 경제성장은 지속될 수 있을까?
산업혁명 이래로 인류는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삶의 질 개선을 경험했습니다. 20세기 이후의 세계는 그전 시대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경제성장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자본재가 많이 축적될수록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하여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는 사실로부터 "그렇다면 전세계 경제성장률은 해가 갈수록 낮아질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수확체감의 법칙을 모르더라도 사진 한 장을 통해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윗 사진은 1910년대 뉴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천조국의 위엄'이라는 제목으로 떠도는 사진이죠. 미국은 1910년대에 이미 초고층 빌딩을 지었고 막강한 경제력을 과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은 '1910년대 미국의 위대함'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1910년대와는 크게 다를 거 없는 2015년의 미국'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분명 1930년대 미국과 2015년의 미국은 다릅니다. 초고층 빌딩의 높이는 더욱 높아졌고 첨단 건축기술이 새롭게 적용되었습니다. 이전 시대에는 없던 각종 전자기기도 존재하며 자동차의 성능도 좋아졌습니다. 문제는 1930년대 미국의 외관과 오늘날 미국의 외관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1930년대에 시멘트를 이용한 빌딩이 존재했으며 자동차도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빌딩과 자동차는 그저 성능개량을 한 것일뿐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에는 PC,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전자제품이 있다. 인터넷 발전 덕분에 전세계 사람들이 소통을 할 수도 있다. 1930년대와 2015년은 크게 다르다." 라는 반박이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기 · 전화 · 사진기 · 영상 등등은 1885년과 1990년 사이에 발명된 것들 입니다. 게다가 인류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상승시킨건 전자제품 보다는 상수도시설 입니다. 상수도시설이 설치되면서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실내화장실이 만들어졌습니다. 위생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의 기대수명이 대폭 늘어났죠.
한 경제학자는 "당신은 지난 10년간 발명된 모든 것, 페이스북·트위터·아이패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은 상수도시설과 실내 화장실을 포기해야 한다. 당신은 차를 이용하여 물을 집으로 운반해야 한다. 비가 내리는 새벽 3시에도 당신은 진흙길을 걸어서 바깥에 있는 화장실로 가야한다.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라고 묻습니다.
이 경제학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바는 "경제성장은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 산업혁명이 가지고 온 위대한 발명과 그 파급효과의 일회성 혜택이 발생했었고, 그러한 일이 이제는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고 있다. 1970년 이후의 IT 산업 발전 등은 단지 성능이 개량된 부수적인 발전일 뿐이다. 이제 고성장 시대는 지나갔다." 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시각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닙니다. Excel 이라는 사무용 프로그램은 어떻게보면 하나의 소프트에어일 뿐이지만, 업무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위대한 발명입니다. 이처럼 전자제품과 IT산업이 삶의 양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예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의 세계경제 성장에 관해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겠구나'라는 것입니다.
※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나타내는 그래프
이번글에서는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 증가'라는 사실을 계속 강조했습니다. 많은 돈은 그저 명목적인 생활수준만을 높일 뿐이고,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은 생산의 증가입니다.
위에 첨부한 그래프는 경제성장에 관한 이러한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Y축 화폐량이 아무리 증가해봤자 돌아오는건 물가수준의 상승, 즉 인플레이션 뿐입니다.
거시경제의 생산량은 화폐량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습니다.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생산량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생산과정에 참여하여(총인구 중 취업자비율) 얼마나 많은 재화를 생산해내는지(노동생산성)에 따라 거시경제 생산량이 결정됩니다.
이때, 모든 사람을 강제로 생산과정에 참여토록 하는 것은 지속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만이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서 생산과정에 참여'(완전고용)하게 됩니다. 그 결과, 장기적인 거시경제 생산량은 '완전고용 상태에서 얻어지는 생산량인 잠재GDP' 수준에서 결정되죠.
※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본재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이번글에서 "경제성장은 생산의 증가이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생산성이다."라는 내용을 알아봤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킬때, 기계 · 공장설비 등 물적자본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물적자본의 양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에서는 노동생산성을 좌우하는 자본재를 축적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추가
[경제성장이론]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은, 본 블로그의 시리즈를 읽으시면 됩니다.
[경제성장이론 요약] 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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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9. 21. 18:26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현대 자본주의는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돈과 화폐를 사용하며, 돈의 축적을 중요시했던 중상주의적 마인드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생산이 아니라 여전히 '돈'을 중요시하는 일부 사람들은 거시경제를 잘못 바라보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이번글에서는 생산이 중요한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을 알아봅시다.
※ '생산'이 중요한 오늘날, 왜 화폐를 여전히 사용하는가?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을 통해, 거시경제 상황을 측정할때 GDP를 사용하는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GDP를 사용하는 이유는 현대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이 '생산'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중상주의 시대에 중요했던 것은 금 · 쌀 등의 축적이었죠. 그러나 오늘날에는 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돈의 축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돈의 축적으로 경제력을 평가한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습니다. 각자 자신들의 화폐를 찍어내면 되기 때문이죠.
현대자본주의에서는 품질이 좋고 다양한 상품을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중요합니다. 한국의 GDP가 1,500조원 혹은 1.5조 달러라는 말은 "한국이 쌓아놓은 돈의 양이 1,500조원 혹은 1.5조 달러이다."라는 뜻이 아니라, "한국에서 1년동안 생산된 최종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0조원 혹은 1.5조 달러"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 중요한 자본주의 시대에도 여전히 화폐를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얼마인지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화폐단위로 표현을 해야하기 때문이죠. 단순히 "우리나라는 핸드폰 몇대, 자동차 몇대 만들었다." 라고 말한다면 그 국가의 생산력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아이폰 · 벤츠를 생산하는 것과 피쳐폰 · 포니를 생산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나라는 1조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상품을 만들었다." 라고 표현해야 합니다. [회계의 단위로서의 화폐]
또한 화폐는 구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1만원짜리 화폐를 건내는 이유는 1만원 화폐 그 자체에 어떤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화폐 자체는 그저 종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1만원 화폐는 "내가 1만원의 가치를 지닌 상품을 구매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우리는 물건을 구입할 때 화폐를 건넵니다. [가치의 저장수단으로서의 화폐]
마지막으로, 화폐를 이용하면 거래가 편리해집니다. 물건을 구입할때마다 "나는 1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할 능력이 있습니다." 라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1만원 화폐를 이용하면 거래는 손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교환의 매개수단으로서의 화폐]
※ 화폐가치 변동이 초래하는 2가지 문제
이러한 이유들로 인하여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 중요한 오늘날에도 화폐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화폐가치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 출처 : 쉬어가는 페이지 - 광화문 사거리>
생산량이 많은지 혹은 품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지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피쳐폰보다 스마트폰이 좋다는 것은 사용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이 경제성장을 달성했다는 사실은 1950년대 서울 사진과 2015년 서울 사진을 비교하면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폐가치는 숫자비교를 통해 파악할 수 없습니다. 1년전 월급이 100만원이고 현재 월급이 120만원으로 20% 올랐으면 구매력이 증가한 것일까요? 언뜻 그런 것처럼 보이지만 월급상승과 함께 1년동안 물가가 20% 상승했다면 구매력은 이전과 똑같습니다. 1965년 1만원과 2015년 1만원은 같은 가치를 지녔을까요? 숫자는 1만원으로 같지만 1950년대 1만원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간 흐름에 따라 화폐가치가 변하기 때문에 크게 2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첫번째는 '화폐환상' 입니다. 화폐환상이란 '실질소득은 그대로이지만 명목소득 증가만을 보고 자신이 부자가 되었다고 착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증가한 월급 120만원은 명목소득(nominal income)일 뿐입니다. 명목소득 증가만을 보고 구매력이 늘었다고 착각하면 안됩니다.
두번째는 '현재의 생활수준 과소평가' 입니다. 자신의 구매력을 과대평가 했던 화폐환상과는 정반대로 현재의 생활수준을 과소평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에는 1만원으로도 잘 먹고 살았는데, 2015년에는 1만원으로 먹고 살기도 힘들다." 라고 말하는 경우이죠. 구체적인 예시를 좀 더 살펴보도록 하죠.
여기 1만원짜리 화폐가 있습니다. 이때, 1965년 1만원 화폐의 가치와 2015년 1만원 화폐의 가치는 다릅니다. 1965년에는 1만원 화폐로 소고기 22근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15년에는 1만원 화폐로 치킨 1마리 사먹기도 불가능합니다. 오늘날 1만원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과거와 비교해 그다지 메리트가 없습니다. 상품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죠.
즉, 2015년 1만원 화폐의 가치는 매우 낮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화폐가치는 하락하게 되고 물가수준은 계속해서 상승했습니다.
1965년에는 1만원으로 소고기 22근을 살 수 있었으나, 2015년에는 1만원으로 치킨 1마리도 못 사먹는 상황. 그렇다면 1965년에 비해 2015년 삶의 수준이 하락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1965년에는 텔레비전, 에어컨, 스마트폰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치킨도 없었죠!
계속 반복하지만, 현대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화폐가 아니라 생산입니다. 과거에 비해 2015년 현재 화폐가치는 하락하였으나 더욱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생활수준이 월등히 높습니다. 생산의 변화를 간과하고 물가상승과 화폐가치 하락에만 주목할 경우 현재의 생활수준을 과소평가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생산량 증가로 인해 경제가 성장하면 화폐유통량이 많아져서 물가가 상승합니다. 따라서 1965년과 2015년의 삶의 수준을 화폐가치로 올바르게 비교하기 위해서는, 물가상승에 맞추어 화폐가치를 조정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1965년의 1만원과 2015년의 1만원은 같지 않습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소비자물가수준은 1965년에 비해 36.34배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1965년 1만원은 2015년 36만 3천4백원과 같습니다. 오늘날 36만원으로 우리는 치킨을 약 18마리나 사 먹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화폐가치는 하락하였으나 과거와 비교해 생활수준은 뒤떨어지지 않았습니다.
※ 소비자물가지수를 측정하는 이유
앞서의 내용을 다시 말하면, 생산이 중요한 시대에도 화폐를 사용해야 하지만,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생산과는 달리 화폐가치는 시간흐름에 따라 변합니다. 화폐가치 변동은 '자신의 생활수준을 과대평가'(화폐환상)하거나 '자신의 생활수준을 과소평가'하는 문제를 초래하죠.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매년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를 구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측정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시점의 화폐가치를 비교'하여 생활수준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 입니다.
※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하여 화폐가치 조정하기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하여 화폐가치 변화가 초래하는 문제를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생활수준을 과대평가하는 '화폐환상'에 빠지지 않으려면 명목소득이(nominal) 아닌 실질소득을(real) 알아야 합니다. 명목소득을 물가지수로 나누면 실질소득을 알 수 있는데, 이를 '가격조정'(deflating) 이라 합니다.
월급 100만원이 1년 후 120만원으로 20% 증가했습니다. 물가도 20% 올랐죠. 따라서 명목소득 120만원을 물가지수 1.2로 나누면 실질소득은 100만원 입니다. 이는 월급상승 이전과 똑같은 금액이죠. 명목소득은 120만원으로 올랐으나 실질소득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생할수준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생활수준을 과소평가하지 않으려면 물가상승만큼 명목값도 조정해야 합니다. 이를 '연동화'(indexing) 이라 합니다.
1965년의 1만원과 2015년의 1만원을 비교하는 것은 잘못됐습니다. 50년 사이 물가가 36.34배 증가했기 때문이죠. 올바른 비교를 위해서는 1965년 1만원과 물가상승분이 연동화된 금액을 비교해야 합니다.
물가가 36.34배나 증가했기 때문에, 물가상승분이 연동화된 금액은 36만 3천4백원입니다. 1965년 1만원은 2015년의 36만 3천4백원과 같습니다. 오늘날 36만 3천4백원으로는 치킨도 사먹을 수 있기 때문에 생활수준은 오늘날이 더 좋습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중요한건 '명목'(nominal)이 아니라 '실질'(real)
이번글이 알려주는 것은 '중요한 건 명목값(nominal)이 아니라 실질값(real)'이라는 것입니다. 물가상승을 고려하지 않은채 '증가한 월급 120만원' · '소고기 22근을 사먹을 수 있는 1965년의 1만원' 등 명목값에만 주목하면 생활수준을 잘못 평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값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현대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드러내줍니다.
돈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 경제성장이라고 생각하여, 모든 국민들에게 매달 100만원을 지급하면 생활수준이 올라갈까요? 100만원을 받은 개인은 처음에는 돈이 많아졌으니 좋아할 겁니다. 하지만 마트를 가면 100만원이 아무 의미없다는 것을 깨달을 겁니다 . 증가한 화폐량만큼 물가가 상승했을 뿐더러, 새로운 좋은 상품이 마트에 없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장과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 중요한 것은 '많은 돈'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입니다. '많은 돈'은 그저 명목적인 생활수준만을 상승시킵니다. 그러나 '생산의 증가'는 실질적으로 생활수준을 향상시키죠.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명목이자율과 실질이자율
명목값과 실질값의 구분은 이자율의 경우 특히 중요합니다. 은행의 연간 이자율이 10%일 때 100만원을 입금하면 1년 뒤 예금액은 이자 10만원이 붙어서 110만원이 됩니다. 그렇다면 예금자는 부유해진 것일까요?
우리는 앞서 ‘서로 다른 시점의 화폐가치는 물가상승분만큼 조정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증가한 월급 120만원은 물가상승분만큼 조정을 해야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예금 이후 이자가 붙은 금액 110만원은 물가상승분만큼 조정해야 합니다.
은행에 돈을 예금해둔 사이에 물가가 10% 상승했다면, 예금을 찾을 때 110만원의 화폐가치는 예금 이전 100만원의 화폐가치와 같습니다. 예금자는 부유해지지 않았습니다. 물가상승 폭이 10% 미만 이라면 예금자는 부유해지고, 반대로 물가상승 폭이 10% 이상이라면 예금자의 구매력은 하락하게 됩니다.
즉, “예금자가 저축예금으로 얼마를 벌 수 있는지 파악하려면 이자율과 물가 변동률을 모두 알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명목이자율에서 물가 변동률을 배제한 ‘실질이자율’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소비자물가지수 물가상승률 aggregate 개념
소비자물가지수 보다는 '물가상승률' 혹은 '인플레이션율'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들어봤을겁니다. 물가상승률은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하여 구하는데, 소비자물가지수의 변화율을 물가상승률이라고 합니다.
물가상승률을 구할때는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하는데, 이때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재화묶음 구입비용' 입니다. 우리가 '물가' · '물가상승률' 이라고 칭하는 것은 특정상품의 구입비용이 아니라 '묶음된 여러재화의 구입비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왜 주목해야 할까요?
방송 · 신문 등 언론은 "OO상품 가격이 상승하여 서민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당국은 물가관리에 힘을 써야한다." 라는 기사내용을 자주 보도합니다. 여기에더해 물가감시센터라는 시민단체도 특정상품 가격인상을 비판 1하며 물가를 감시하고 있죠. 이들의 보도와 행동은 크게 3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물가수준(Price Level)은 묶음된 여러 상품의 전반적인 가격수준을 의미하는 것이지, 특정상품의 상대가격(Relative Price)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상품의 상대가격이 상승하더라도 다른 여러상품의 상대가격은 하락하여 전반적인 물가수준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방송 · 신문 등 언론과 물가감시센터가 문제삼는 것은 대개 '특정상품의 상대가격 상승'입니다. 우유가격이 올랐다, 채소가격이 올랐다, 영화관 티켓값이 올랐다 등등이죠.
"물가수준은 묶음된 여러상품 가격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상품 가격이 상승하면 상품묶음 가격도 올라가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상품들의 가격은 그대로일때, 상품 하나의 가격이 상승하면 평균값이 올라가는 원리이죠. 이처럼 특정상품 상대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수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물가수준'(Price Level)과 '개별상품의 상대가격'(Relative Price)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전반적인 물가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통화량' 이지만, 개별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공급과 수요'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2015년 소비자물가수준은 1965년에 비해 36.34배 증가하였는데, 이는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거래에 필요한 화폐의 유통량(통화량)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유 · 채소 · 영화관 티켓 가격 등 개별상품의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상품의 공급이 감소했거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물가수준 상승과 개별상품의 상대가격 상승을 구분해야만 올바른 정책대안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물가수준 상승을 막으려면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감소시켜야 합니다. 개별상품의 가격상승을 막으려면 상품의 공급을 증가시키거나 수요를 감소시켜야겠죠.
언론과 시민단체는 물가수준과 개별상품의 상대가격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통화량 조절을 요구하는지 공급-수요 조절을 요구하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중앙은행 입니다. 따라서 물가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도 정부가 아니라 중앙은행 입니다.
언론이나 시민단체는 거시경제의 물가수준이 상승했을때 정부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물가상승으로 인해 서민들 삶이 팍팍해질 때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는 식이죠. 이런 비난을 의식한 정부는 물가관리품목 이라는 것을 만들어 특정상품의 가격인상을 인위적으로 억제 2하려 듭니다. 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입니다.
이런 우스운 광경이 펼쳐지는 근본이유는 앞서 언급한 '물가수준과 개별상품의 상대가격을 구분하지 못함' 때문이겠죠.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 개별상품의 상대가격 상승을 물가상승으로 오인하니, "정부가 공급과 수요를 인위적으로 컨트롤해서 가격 좀 낮춰봐라"라는 요구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나는 물가수준과 개별상품의 상대가격을 혼동하지 않는다. 물가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앙은행의 통화량이라면,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축소하여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 라고 항변할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세번째 문제가 있습니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축소하여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면, 왜 전세계 국가들은 물가상승으로 인한 문제를 겪는 것일까요? 물가상승률이 0%가 될때까지 통화량을 줄이면 될텐데 말이죠.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물가안정과 실업률 상승의 상충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통화량을 축소하면 실업률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 유명한 '필립스곡선'이죠. 애초에 물가를 '감시'한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이말은 곧 "실업률 상승의 부작용은 감수하겠다."라는 말과 동일하기 때문이죠.
※ 경제성장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거시경제학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있어 ‘화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화폐의 증가로 인해 발생한 '명목값의 상승'에 현혹되지 말고 생산의 증가로 인해 생겨난 '실질값의 상승'을 주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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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9. 21. 17:54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이번글에서는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많이 이용되는 GDP에 대해서 알아볼 겁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GDP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경제지표이죠.
그러나 GDP를 왜 사용하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얼마 되지 않습니다. 왜 경제학자들은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GDP를 이용하는 것일까요?
※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1인당 GDP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한국이 경제성장 달성에 성공했다는 근거로 70년 동안 한국의 1인당 GDP가 424배 성장했다는 사실을 들곤 하죠.
이처럼 GDP는 국가의 경제성장 정도를 측정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표입니다. 『맨큐의 경제학』 또한 GDP가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시파트 첫 번째 장 <제23장 국민소득의 측정>에서 GDP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GDP는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지표입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미국의 GDP는 약 15조 달러고 한국의 GDP는 약 1조 달러다. 미국경제가 한국경제보다 15배 크다.” 라고 말하며 GDP를 자연스럽게 이용합니다.
그렇다면 경제학자들과 다수의 사람들은 국가의 경제성장 정도를 측정할 때 왜 GDP를 이용할까요?
이런 물음을 던지면 많은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낍니다. “한국의 GDP는 약 1조 달러다.”라는 식으로 표현을 하니, GDP는 ‘국가가 축적해놓은 돈의 양을 알려주는 지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런 생각은 “국가의 경제수준을 돈만 가지고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 행복 같은 국민들의 삶의 질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라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맨큐의 경제학』 585쪽에도 이러한 주장이 나옵니다. 미국의 로버트 케네디는 “GDP는 우리 자녀들의 건강, 교육의 질 혹은 그들이 놀이에서 얻는 즐거움 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이에 대한 반론으로 “GDP가 높을수록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기 쉽다. GDP가 어린이들의 건강을 반영하지는 않지만, GDP가 높은 나라일수록 어린이들의 건강을 보다 잘 보살필 수 있다. ……” 등의 이야기가 나오게 됩니다.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행복 등을 GDP가 측정할 수는 없지만, GDP 크기와 행복은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식의 반론이죠.
하지만 이러한 반론은 ‘왜 우리가 GDP를 이용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GDP의 유용성을 옹호하고 있을 뿐, 왜 GDP를 이용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말하지 않기 때문이죠.
국가의 경제성장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GDP를 이용하는 이유는 ‘GDP의 정의’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맨큐의 경제학』 572쪽에 나오는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의 정의는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입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생산된’입니다. GDP는 말 그대로 국내총생산이고 한 국가의 생산력을 측정하는 지표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는 금 · 은 · 쌀 등의 재화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냐에 따라 국가의 경제력이 정해졌습니다. 영국 · 스페인 등 서구국가들은 금과 은을 획득하기 위해 남아메리카 · 인도 등에 식민지를 건설하였죠. 이렇게 화폐의 축적(accumulation)을 강조했던 시대를 중상주의(mercantilism)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자본주의 시대에 화폐의 축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금을 대신하여 많이 사용되는 것은 돈(money)입니다. 돈을 많이 쌓아둔 국가가 부유한 국가일까요? 화폐는 중앙은행을 이용하여 쉽게 찍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축적해놓은 돈의 양을 가지고 국가의 경제력을 평가한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을 겁니다. 북한도 돈을 찍어내서 부유해질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화폐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product)입니다. 품질이 좋고 다양한 상품을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경제력이 좌우됩니다. 1950년대 한국에 비해 2015년 현재의 한국이 부유한 이유는 쌓아놓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더욱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해내기 때문입니다.
과거 한국에는 텔레비전, 전화기, 냉장고 등의 생활품이 존재하지 않았고 아파트와 같은 주택 또한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텔레비전, 스마트폰, 냉장고 등의 생활품이 존재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새롭게 건축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 사는 한국인들은 생산된 재화를 사용하면서 효용을 누리고 있죠.
“GDP는 우리 자녀들의 건강, 교육의 질 혹은 그들이 놀이에서 얻는 즐거움 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GDP를 대체하는 다른 지표가 필요하다”와 같은 주장이 나오는 까닭은 GDP의 정의와 왜 GDP를 이용하는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GDP는 국가가 축적해놓은 돈의 양을 알려주는 지표가 아닙니다. 그 국가의 생산력을 화폐가치로 표현한 지표입니다.
따라서, 2015년 한국의 GDP가 1,500조원이라는 말은 한국이 가진 돈이 1,500조원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2015년에 한국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0조원이다 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국가의 생산력을 측정하는 GDP를 왜 화폐단위로 표현해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국가의 생산능력은 '생산량'뿐만 아니라 '무엇을 생산하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생산량만을 고려한다면 고무신 10개를 생산하는 국가와 최신 런닝화 10개를 생산하는 국가의 경제력이 동등하게 평가됩니다. 이는 올바른 평가방법이 아닙니다. 따라서, 국가의 생산력을 측정할때는 '시장가치'를 고려해야 하고 이는 화폐단위로 나타낼 수 밖에 없습니다.
GDP를 화폐단위로 표기하는 이유는 GDP의 정의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GDP는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입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가치로 표현하기 때문에, '한국의 GDP 크기는 1,500조원이다'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GDP에 대해 배우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 돈의 축적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건 품질이 좋고 다양한 상품을 얼마나 많이 생산 하느냐입니다. 사람들이 생산된 상품에 돈을 지불하고 사용함으로써 과거에 비해 더 큰 효용을 누리는 것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의 다른 글들을 읽어나가면, '돈의 축적'을 중요시하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시각으로 거시경제를 바라볼 수 있을겁니다.
※ GDP를 측정하는 방법
- 생산측면(supply-side)
- 지출측면(demand-side)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GDP. 이러한 GDP를 측정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첫째 방법은 GDP의 본래 목적대로 ‘생산’ 측면(supply-side)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여러 산업에서 생산되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직접적으로 구하는 방법이죠. 농림어업은 쌀, 생선 등을 생산하고 건설업은 신규 아파트를 건설합니다. 음식점, 헤어샵 등은 서비스를 제공하죠. 이렇게 각 산업에서 1년 동안 창출되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구함으로써 GDP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 한국에서 1,000만원짜리 자동차 1대와 100만원짜리 스마트폰 1개가 생산되고 유명맛집이 2만원짜리 식사를 서비스한다면 한국의 GDP는 1.102만원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2015년 한국의 GDP가 1,102만원'이라는 말은 '2015년에 한국이 가지고있는 돈의 양이 1,102만원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2015년에 한국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102만원'이라는 말입니다.
둘째 방법은 ‘지출’ 측면(demand-side)에 주목하여 GDP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소비됩니다. 따라서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크기는 여러 경제주체들이 1년 동안 지출한 금액크기와 같습니다. 소비자 · 정부 · 기업 · 외국소비자 등 여러 경제주체들이 지출한 금액을 구하면 GDP 크기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지출측면을 통해 GDP를 측정하는 방법은 매우 유용합니다.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가령, 헤어샵에서 머리를 손질한 소비자가 2만원을 지불[소비], 정부가 공무원급여로 150만원을 지급[정부지출] 한다면 GDP는 152만원입니다. 소비로 2만원이 정부지출로 150만원이 쓰였습니다. 어떤 용도로 돈이 사용되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출측면으로 GDP를 바라보면 크게 4명의 경제주체-소비자 · 정부 · 기업 · 외국소비자-의 활동만 고려하면 됩니다.
생산측면으로 GDP를 계산하더라도 지출측면으로 구한 값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헤어디자이너가 생산해낸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2만원이고 공무원이 창출한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150만원이기 때문이죠.
다만 생산측면으로 GDP를 바라보면 어떠한 경제주체가 생산활동에 기여하는지를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헤어디자이너, 공무원, 레스토랑 셰프, 기업임원 등등 여러 개인들의 활동을 모두 알아야하기 때문이죠.
이런 편리함으로 인해 거시경제 상황을 파악할 때 '지출측면으로 GDP를 바라보는 방법'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출측면으로 GDP를 바라보는 방법'은 색다른 시각으로 거시경제를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 이에 대해서는 경기변동 파트에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실질GDP가 중요한 이유는?
- 화폐의 영향력을 배제하라
‘자본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화폐축적이 아니라 생산(product)’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명목GDP보다 실질GDP가 중요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질GDP는 가격 변동의 영향을 배제하고 그 경제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 총량을 파악하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국가의 지도자가 여전히 중상주의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지도자는 “화폐를 많이 찍어내면 돈이 많아지니 부유해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도자는 화폐를 찍어내서 돈을 만들어내고, 이 국가의 물가수준은 2배나 증가하게 되었죠. 이전에 비해 물가수준이 2배나 상승했기 때문에 명목GDP 또한 2배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국가의 경제력은 이전에 비해 2배 커졌을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물가상승 덕분에 명목GDP는 2배 증가하였으나, 국가의 생산능력은 이전과 같습니다. 단지 화폐만 많아졌을 뿐입니다. 현대자본주의 시대 국가의 경제력은 생산력이기 때문에, 예시로 든 국가의 경제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반복하자면, 이러한 예시는 국가의 생산능력 변화를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화폐가치 변동의 영향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실질GDP는 화폐가치를 기준년도에 고정시킨 상태에서 생산량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거시경제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거시경제와 가계경제의 차이
'거시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거시경제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야한다고 알려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시경제(macro economy)를 가계경제(household economy)의 확장판으로 생각합니다. 가계가 살림을 알뜰하게 꾸리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고,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통해 돈을 불리고, 빚은 절대로 가지지말아야 합니다. 일을 해나가면서 돈을 불리는게 중요하죠.
그러나 거시경제는 가계경제와는 다릅니다. 거시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이기 때문에 가계처럼 돈을 불리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고 지출을 줄여서 흑자를 유지해야할 필요가 적습니다. 또한 한 사람의 부채는 누군가의 자산이기 때문에 부채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닙니다.
재정적자, 경상수지 적자, 국가부채 등을 가계경제 관점에서 바라보면 무조건 좋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나 거시경제 관점에서 재정적자, 경상수지 적자, 국가부채는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앞으로의 글들을 통해 '거시경제와 가계경제는 다르다'는 점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거시경제를 바라보는 2가지 관점
- 총공급 측면 바라보기 vs 총수요 측면 바라보기
앞서 GDP를 측정하는 2가지 방법이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첫번째는 '생산' 측면(supply-side)으로 GDP를 바라보아서 여러 산업에서 생산되는 최종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직접 구하는 방법이죠. 두번째는 '지출' 측면(demand-side)으로 GDP에 접근하여 소비자 · 정부 · 기업 · 외국소비자가 지출하는 금액 합계로 구하는 방법이죠.
여러 산업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가 상승한다면 GDP는 증가합니다. 가령, 스마트폰을 더 많이 생산한다거나 헤어디자이너가 더 많은 사람의 머리를 잘라준다면 GDP는 커지게되죠. [생산측면]
또한 경제주체들이 지출을 늘려도 GDP는 증가합니다. 소비자가 소비를 늘리고, 정부가 정부지출을 증가시킨다면 GDP는 상승하게 됩니다. [지출측면]
따라서 우리는 거시경제를 2가지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거시경제의 '생산과 공급'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자가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했을때 GDP는 증가합니다. 이를 '총공급(aggregate supply) 측면에 주목한다'라고 말합니다.
두번째는 거시경제의 '지출과 수요'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개인 · 정부 · 기업 · 해외소비자 등 시장 수요자들이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면 GDP는 증가합니다. 이를 '총수요(aggregate demand) 측면에 주목한다'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설명에 대해 몇몇분들은 갸우뚱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이번글을 통해서 '현대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화폐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라고 강조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화폐의 지출을 통해 GDP가 증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맞습니다. 장기적으로 돈을 많이 쓴다고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지출증가를 통해 GDP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설명한 '거시경제학의 관심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거시경제학은 ‘장기적인 경제성장’(long-run economic growth)과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재화의 생산을 늘리는 '총공급 측면'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에 있어서는 지출을 늘리는 '총수요 측면'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즉, 거시경제학은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필요한 총공급 측면'을 살펴봄과 동시에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에 필요한 총수요 측면'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앞으로의 글들을 통해 이를 자세히 알게될 겁니다.
※ 생산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폐를 사용
현대 자본주의는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돈과 화폐를 사용하며, 돈의 축적을 중요시했던 중상주의적 마인드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생산이 아니라 여전히 '돈'을 중요시하는 일부 사람들은 거시경제를 잘못 바라보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에서는 생산이 중요한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을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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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
Posted at 2015. 9. 21. 17:21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경제학 공부하기
'경제활동'은 인간의 활동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을 하고 급여를 받습니다. 기존 시장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의 효용을 증대시켜주는 사람들도 있죠. 새로운 상품을 직접 개발하고 싶으나 자금이 부족한 사업가에게 돈을 빌려주어서 사업기회를 제공해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경제활동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회전체 효용을 증가시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인간이 경제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때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사회전체 효용도 감소합니다.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사업가가 없다면 소비자들의 효용은 제자리에 머무르게 될테죠. 금융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사업구상은 있으나 자금이 없는 사람은 시장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발생한 '경제성장'은 활발한 경제홛동이 인류에게 크나큰 혜택을 안겨주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계의 도입 이후 생산성이 증가하자 사람들은 많은 상품을 이용하면서 효용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생산성 증가는 사람들이 다른 활동에도 여력을 쓸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전 시대에는 하루종일 농사에만 매달려야 했다면, 생산성 증가는 상업 · 의료 · 과학 등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었죠. 그 결과,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이 달성된 후 인류의 삶의 수준은 획기적으로 높아졌습니다.
경제성장과는 반대되지만,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08 금융위기 등 '경기침체'(Recession) 또한 경제활동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활동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경기침체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이 증가하자 많은 사람들의 삶의 수준이 하락했습니다. 1997 외환위기로 인해 한국의 실업률은 2.0%에서 7.0%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4.6%에서 10.0%로 올라갔죠.
끔찍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사람들은 '거시경제'(Macro Economy)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하면 경제가 성장하여 나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을지 혹은 나와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경제적 사건들이 나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죠.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지식'과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지식이 없다면 거시경제를 한눈에 이해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경제학 비전공자의 직관적 사고와 경제학자들의 사고방식은 다르기 때문에,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추기 위한 훈련을 계속해서 해야합니다.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지식을 쌓고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기르기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제 블로그를 구독 『맨큐의 경제학』 · 『버냉키·프랭크 경제학』 등 대학교 경제학원론 수업에 쓰이는 교과서를 읽는 것입니다(두 책 다 서강대학교 교수님들께서 번역을..). 보통 대학교에서는 <경제학원론2>라는 강의명으로 거시경제학의 기본원리를 가르치고, 『맨큐의 경제학』 · 『버냉키·프랭크 경제학』의 중간 뒷부분이 거시경제 파트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경제학을 공부하려는 분들에게 이 교과서들은 조금 난해할 수도 있습니다. 개념설명은 아주 친절히 잘 되어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지식을 쌓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추기 위한 훈련을 하기에는 다소 힘들기 때문입니다.
가령, 경제학원론 교과서들은 GDP의 개념과 정의 그리고 측정방법에 대해 아주 친절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왜 경제학자들이 GDP를 사용하는지 혹은 GDP의 개념이 거시경제학에서 가지는 함의가 무엇인지는 명시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GDP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상수지 개념과 계산방식은 설명이 잘 되어있으나,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가 거시경제학에서 가지는 함의가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로인하여 경제학과 신입생이나 경제학을 공부하려는 분들이 경제원론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 연습문제를 풀더라도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추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현재 경제학 블로그를 운영하는 저도 1학년 재학 당시에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익히지 못했었습니다(지금도 완전히 익힌건 아니지만..).
제가 1학년일때 느꼈던 어려움과 답답함을 다른 분들은 느끼지 않기 위하여,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를 통해 '거시경제학 기본개'념과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설명하고자 합니다. 블로그에 개제될 시리즈 글들은 『맨큐의 경제학』 · 『버냉키·프랭크 경제학』 교과서와 같이 읽어나가면 좋을 거 같습니다.
※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
<경제학원론2>는 ‘거시경제학의 기본’을 배우는 과목입니다. 그렇다면 거시경제학은 무엇일까요?
『맨큐의 경제학』 7판 570쪽 날개를 살펴보면 ‘거시경제학 : 인플레이션, 실업, 경제성장 등 경제 전반에 관한 현상을 연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라고 나옵니다.
이 문장을 처음 읽은 다수는 이러한 설명이 별로 와닿지 않을 겁니다. “인플레이션? 실업? 경제성장? 경제전반에 관한 현상? 거시경제학이니 무언가 큰 것을 연구하는 것 같은데 인플레이션, 실업, 경제성장 등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라는 의구심만 들죠. 우리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보다 더 쉬운 설명이 필요합니다.
거시경제학은 ‘장기적인 경제성장’(long-run economic growth)과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지금까지 출판된 모든 경제원론 교과서의 거시파트와 거시경제학 교과서는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원리’를 배우게끔 구성되어 있습니다.
▶ 장기적인 경제성장 (Long-Run Economic Growth)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경제규모 및 국민소득(명목) - 국내총생산(명목, 원화표시) >
1945년 해방 당시 세계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2015년 현재 풍요로운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달성한 것이죠. 그런데 한국의 경제성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한국의 1인당 GDP는 약 66달러에 불과했습니다. 1977년이 되어서야 1인당 GDP가 겨우 1,000달러를 넘어섰고, 1994년에 드디어 1인당 GDP가 10,000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2014년 1인당 GDP는 약 28,000 달러로 휴전 당시와 비교하면 424배 성장했죠.
즉, 한국은 해방 이후 7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long-run)동안 발생하는 사건입니다. 거시경제학은 ‘한 국가가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합니다.
(주 :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설명입니다. 경제학에서 '단기, 장기'란 시간을 의미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가격이 신축적으로 변동될 때를 장기, 가격이 경직적일 때를 단기라 부릅니다. 하지만 경제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단순한 시간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 단기적인 경기변동 (Short-Run Business Cycle)
한국은 70년을 거쳐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성공하였으나 그 사이에 굴곡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95년 한국은 9.6%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1997년 외환위기 발생의 여파로 1998년 경제성장률은 –5.5%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또한 2007년 당시 경제성장률은 5.5%였으나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9년 경제성장률은 0.7%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해나가는 와중에 짧은 기간 동안 경기호황(boom)과 경기침체(recession)가 번갈아가면서 발생합니다. 이를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이라 부릅니다. 70년 동안 한국의 1인당 GDP가 424배 성장한 것은 장기적인 경제성장이고, 1995년-1998년 그리고 2007년-2009년 사이 호황과 침체가 발생한 것은 단기적인 경기변동이죠.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trend를 벗어난 단기 경기변동은 문제를 초래합니다. 경기침체는 실업문제를 일으킵니다. 1996년 2.0%였던 한국의 실업률은 1997 외환위기 충격으로 인해 1998년 7.0%까지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조절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거시경제학은 ‘이러한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지’를 연구합니다. 과도한 호황과 침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정상수준으로 돌려놓는 방법을 고민하죠. 『맨큐의 경제학』 <제12부 단기 경기변동>이 이를 다룹니다.
아래 파트는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를 모두 이해한 뒤에 다시 읽어보면 더 좋습니다.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을 먼저 읽는 것을 권합니다.
※ 거시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익히게 될 경제학적 사고방식 ①
- 각 부분별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를 통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와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배워나가면서 익히게될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 장기적인 경제성장 (Long-Run Economic Growth) 파트
→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
: 한 국가의 경제력을 평가할때 GDP를 많이 이용합니다. 2015년 한국의 GDP는 1,500조원(1조 달러)이고 미국의 GDP는 한국의 15배 입니다. 이때 '2015년 한국의 GDP가 1,500조원이다'라는 문장이 무슨 말일까요? 일부 사람들은 "2015년 한국이 가지고 있는 돈이 1,500조원 이라는 말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가계는 돈이 많을수록 부유하니 국가 또한 마찬가지로 말이죠.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언가 이상합니다. 가계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지만,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GDP가 축적해놓은 돈의 양을 측정하는 지표이고 GDP가 높은 국가가 경제력이 강한국가라고 한다면, 이 세상에 경제력이 약한 국가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전세계 모든 국가가 돈을 찍어내서 GDP를 불릴 수 있을텐데 말이죠.
축적해놓은 돈의 양으로 국가의 경제력을 평가하는 것을 중상주의(mercantilism)라고 합니다. 과거 중상주의 시대에는 금 · 쌀 등을 많이 축적해놓은 국가가 부유한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서 '돈의 축적'(accumulation)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많은 돈이 필요하면 중앙은행이 찍어내면 그만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재화의 생산'(product)입니다. 여러 상품을 얼마나 많이 · 얼마나 좋은 품질로 생산하고 이를 사용하면서 효용을 누리는가가 중요합니다. GDP는 한 국가내에서 1년동안 생산되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측정합니다. 즉, 국가의 생산력을 측정하는 지표이죠. GDP가 커진다 혹은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많은 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량이 많아진다'를 뜻합니다.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돈의 축적'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를 벗어나지 못하면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 '재정흑자와 적자'가 품고있는 의미를 잘못 파악하게 되고, 거시경제 작동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라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통해 머리에 각인할 수 있을 겁니다.
● 단기적인 경기변동 (Short-Run Business Cycle) 퍄트
→ 무능한 국가만 경제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 경기침체에 맞서는 도구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다
: 세계경제는 언제나 경제위기와 함께 했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 · 1980년대 중남미 경제위기 · 1990년대 초반 유럽 경제위기 ·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08년 미국 금융위기 ·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 등등 굵직한 경제위기가 세계 각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큰 경제위기 이외에도 모든 국가들은 소소한 경기변동을 경험합니다. 어떤 해에는 경제성장률이 높고, 또 다른 해에는 경제성장률이 낮죠.
이러한 경제위기와 경기변동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일부 사람들은 "근검절약 하지 않고 돈을 펑펑 쓰는 사람은 많은 빚으로 인해 결국 파산하지 않느냐. 국가도 이와 마찬가지다. 과소비 · 과도한 정부부채 등 국가운영에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경제위기를 겪은 것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한국이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은 원인은 국민들의 과소비 때문이다." 라고 말할 것이고, "2015년 오늘날 그리스가 경제위기를 겪는 것은 방탕한 국가운영 때문이다."라고 생각할 겁니다.
과소비 · 과도한 정부부채 등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에 문제가 있는 국가가 경제위기를 겪는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제의 기초여건에 문제가 없는 국가라도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오히려 소비와 부채 규모가 줄어들어서(deleveraging)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고, 단순한 유동성문제(illiquidity)로 인해 금융시장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부채'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거시경제에서 발생한 경기침체를 '잘못에 대한 대가'로 바라봐서는 안됩니다. 거시경제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침체에 관한 올바르지 않은 관점은 잘못된 정책을 초래하여 많은 사람들의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왜 경기침체가 발생하는지'와 '어떻게하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알아볼 것입니다.
● 실업과 인플레이션 파트
→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거시경제는 사람들의 삶과 연관성이 큽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나빠집니다. 특히나 '실업'과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생계가 곤란해지고 자존감마저 상실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생활비를 상승시켜 후생을 떨어뜨리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각 국의 국민들은 실업문제와 물가상승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정부에 요구합니다. 정치인은 일자리 창출과 물가억제 공약을 내세워 인기를 얻으려 하죠. 그렇지만 과연 정부가 실업과 인플레이션 문제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실업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업과 인플레이션은 상충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에, 실업률이 낮아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면 실업률이 높아집니다.
더군다나 실업과 인플레이션 문제에 정부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입니다. 거시경제에는 자연실업률 개념이 존재합니다. 자연실업률이란 거시경제내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때 달성가능한 실업률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밑으로 인위적으로 낮추는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통화량에 의해 결정되는데, 통화량을 좌우하는건 중앙은행이지 정부가 아닙니다. 게다가 정부가 기업에 압력을 넣어서 개별상품 가격 상승을 막는 것은 물가상승을 방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가(price level)는 상품가격의 총합(aggregate) 개념이지 개별 상품가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시경제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받아들여야만 "거시경제는 누군가가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거시경제 내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다."라는 사고를 갖출 수 있습니다.
※ 거시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익히게 될 경제학적 사고방식 ②
- 거시경제학을 관통하는 사고방식
'장기적인 경제성장 (Long-Run Economic Growth) 파트' · '단기적인 경기변동 (Short-Run Business Cycle) 퍄트' · '실업과 인플레이션 파트', 3가지 파트를 통해서 각 파트에 맞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기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3가지 파트를 관통하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무엇일까요?
● 거시경제와 가계경제는 다르다
→ 돈의 축적 · 적자 · 부채
: 거시경제학을 공부하고 난 뒤 갖추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사고방식 입니다. 가계경제를 생각하는 관점에서 거시경제를 바라보면 안됩니다.
가계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 가계와 기업은 항상 재무상태를 건전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가계는 소득을 넘는 지출을 하지 말아야하고, 기업은 흑자를 기록해야 합니다. 그러나 거시경제에서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흑자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쌓아둘 필요가 없는 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죠. / 빚을 많이지고 있는 가계는 지출을 줄여서 하루빨리 빚을 갚아야 합니다. 그러나 거시경제에서 나의 부채는 다른 사람의 자산이기 때문에, 부채가 꼭 나쁜 것이 아닙니다.
아직은 거시경제와 가계경제가 무엇이 다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 시리즈를 읽어나가면 거시경제를 바라볼 때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총공급 개선이냐,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를 위한 총수요 개선이냐
: 많은 사람들은 거시경제학 논쟁을 '시장 대 정부의 싸움'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시장주의자인 경제학자와 反시장주의자인 경제학자들간의 논쟁이 펼쳐진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거시경제학 논쟁의 대부분은 '시장 대 정부'가 아니라 '총공급 대 총수요' 입니다.
총공급(aggregate supply)이란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결정짓는 생산부문을 뜻합니다. 경제성장은 생산력의 증가이고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습니다. 많은 화폐와 지출증가가 아니라 생산증가만이 경제성장을 가져다주죠.
따라서 총공급을 우선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생산량 증가를 위해서는 기업의 자본재 투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합니다.
총수요(aggregate demand)는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관리하게 해주는 지출부문을 뜻합니다. 앞서 말한것처럼 경제성장은 생산력의 증가이기 때문에 돈의 축적과 화폐는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돈과 화폐는 경기침체를 벗어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단지 화폐유통량이 많아졌을 뿐인데, 경제주체의 소비가 증가하여 경제상태가 회복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총수요를 우선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지금 당장의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제주체의 소비증진 정책이 필요하다." 라고 말합니다.
총공급 대 총수요 논쟁은 '장기를 우선시하느냐, 단기를 우선시하느냐'의 관점 차이이고, '생산의 증가와 돈의 축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입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경제학자들이 왜 상반된 주장을 하는지와 총공급 · 총수요가 정확히 어떠한 의미인지를 알아볼 겁니다.
※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GDP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을 통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할 'GDP의 개념과 의미'를 살펴봅시다.
'경제학 > 경제학원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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