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Posted at 2018.12.31 19:3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무역수지 적자는 재정적자 때문이다 ?


  • 1960~1990년, 미국 GDP 대비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비중 추이
  • 1970~80년대 중반까지 급격히 악화되다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반등하는 모습


1980년대 초중반, 미국인들은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누리고 있던 지위가 하락하고 있음을 우려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에서 보았듯이, 당시 미국경제는 세계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감소 · 생산성 향상 둔화 · 실업률 폭등 등의 경제적 문제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이때 미국인들의 우려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확대' 였습니다. 1980년 미국 GDP 대비 무역적자 비중은 0.7% 였으나, 1985년 2.8%, 1987년 3.1%로 대폭 증가하였는데, 이 중에서 대일본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까이에 달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무역적자폭 확대를 '세계 상품시장에서 미국의 국가경쟁력이 악화됨(deterioration of competitiveness)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인식했으며, 특히 전자 · 반도체 등 하이테크 산업(high-tech) 및 제조업(manufacturing)에서 미국 기업이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했다고 받아들였습니다.


따라서,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고 일본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보호주의(protectionism) 및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치인 · 관료 · 대중들에게 영향력 있는 학자들 사이에서 강하게 제기되었습니다. 이처럼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보호주의 압력이 증대되었고 자유무역 사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1982년 10월 ~ 1984년 7월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 역임

  • 1983년 대통령 경제 보고서 Ch3 - 재정적자가 강달러 및 무역적자를 초래한다는 지적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잘못된 사고방식(?) 때문에 보호주의 요구가 커지는 것을 우려한 경제학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입니다. 


레이건행정부 시기였던 1982년 10월~1984년 7월 동안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Chair of the Council of Economic Advisers)을 역임한 그는, 1983년 대통령 경제 보고서(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생각치 못했던 무역적자의 원인를 지적합니다. 바로, '재정적자'(Budget Deficit) 입니다.


그의 주장과 논리를 먼저 읽어보도록 합시다.




※ 1983년 2월 대통령 경제 보고서 요약문


● 미국 경쟁력의 장기적 추세 : 인식과 현실[각주:1]


미국의 경쟁력을 둘러싼 우려가 그 어느때보다 높다. 미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었다는 주장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형편없는 실적의 원인으로는 미국 기업들의 경영실패와 자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외국 기업 등이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경쟁력이 쇠락하고 있다는 인식은 제조업 상품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더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일본과의 무역 불균형이 주요 우려 대상이다.[각주:2] (...)


하지만 장기 경쟁력을 둘러싼 우려는 대부분 잘못된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비록 최근의 달러가치 상승이 일시적 경쟁력 상실을 초래하긴 했으나, 미국이 세계시장에서 물건을 판매할 능력을 잃어버린 건 아니다.[각주:3] (...)


생산성 향상 둔화와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은 이렇다할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느린 생산성 향상이 실질임금 상승률 둔화에 의해 상쇄되지 않을 때에만 경쟁력에 문제가 발생한다.[각주:4] (...)


최근 10년동안 무역수지 흑자에서 무역수지 적자로의 전환은 경쟁력 상실의 징표로 잘못 해석 되곤 한다. 사실, 미국 국제수지 구조 변화는 느린 생산성 향상 때문이 아니라 미국 내 총저축과 총투자가 변화한 결과물이다(U.S. saving and investment position).[각주:5] 


- 미국 무역수지 구조의 변화[각주:6] 


1950~6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무역흑자를 유지했으며 다른 나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였다. 그러나 1973년 이후, 미국은 무역적자로 전환되었으며 외국인의 미국내 투자가 미국인의 대외투자 규모를 넘어섰다. 이처럼 미국 무역수지 변화는 투자흐름 변화(shift in investment flow)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각주:7] (...) 미국 무역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바뀐 것은 자본수지 계정에 의해 상쇄된다. (...) 


1970년대가 되자 다른 산업국가들은 더 이상 새로운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동시기에, 미국 내 저축공급은 낮은 국민저축률(low national saving rate)에 의해 제약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자본수출국이 아니라 자본유입국이 되었다.[각주:8]


- 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 1983, 51-55쪽



● 환율과 국제수지[각주:9]  


1982년 달러가치는 주요국 통화에 비해 1973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각주:10] (...) 강달러는 미국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훼손시켜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각주:11] (...) 


- 달러가치 강세의 원인[각주:12]


달러가치 상승은 미국 상품 수요가 아니라 미국 자산 수요를 반영하는 게 분명하다. 미국 내 투자 선호가 달러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외국인이 미국 자산을 사기 위해서는 달러를 획득해야 한다. 달러 수요 증가는 달러 가치를 상승시킨다.[각주:13] 


미국 자산 수요를 증가시킨 중요한 요인은 미국의 높은 실질 금리이다. 실질 금리는 명목금리-기대 인플레이션율로 측정할 수 있다.[각주:14] (...) 최근 몇년동안 미국의 실질 금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각주:15] (...) 


- 강달러가 미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각주:16]


달러가치 상승은 미국 기업의 생산비용을 증가시킨다. 1980년 3분기-1982년 2분기 동안, 미국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은 다른 산업국가에 비해 32%나 증가하였다. 상대적 비용 증가는 일시적으로나마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킨다.[각주:17] (..) 강달러의 영향이 미국 무역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면, 무역적자는 더 심화될 것이다.[각주:18] (...)


무역 및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될지 여부는 미국 거시경제정책, 특히 재정부문(fiscal side)에 달려있다. 만약 대규모 재정적자가 지속되어 미국 국민저축률을 억누른다면, 실질 금리는 다시 상승할 것이고, 달러가치는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다. 이 경우, 무역수지 적자는 향후 수년간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다.[각주:19] (...)


외국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이 세계무역 구성을 왜곡시키고 경제적 효율성을 감소시키긴 하였으나,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는 외국의 불공정 경쟁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기업가·노동단체는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는 거시경제 특히 대규모 재정적자가 초래한 결과이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원천은 파리나 도쿄가 아니라 워싱턴에서 찾아야 한다.[각주:20] (...)


- 강달러에 대한 반응[각주:21]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환율에 영향을 줄 수는 없으나, 통화 및 재정정책은 간접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달러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한 정책은 느슨한 통화정책과 긴축 재정정책 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최소한 단기적으로나마 실질 금리를 낮추어 미국으로의 자산유입을 줄이고 달러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각주:22] (...)


고정환율제 하에서, 재정적자는 국내투자를 구축시킨다. 변동환율제 하에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상승을 통해) 수출부문을 구축시킨다. 따라서, 재정적자 감축은 국내투자 뿐 아니라 무역수지 개선을 불러올 것이다.[각주:23]  


달러가치 상승은 자유무역을 고수하려는 미국의 결심에 압박을 준다.[각주:24] (...) 미국이 잘못된 국제무역 정책을 선택한다면, 다른 주요 교역국들의 연쇄적인 보복을 일으킬 것이다.[각주:25] (...)


미국 기업의 경쟁력과 국제수지는 거시경제적 현상이다. 미시적개입은 거시경제 문제를 치유하지 못한다. 미국이 추구할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재정적자와 실질 금리를 통제하에 두는 것이다(budget deficits and real interest rates under control).[각주:26]  


- 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 1983, 61-69쪽


1980년대 초반,  일본의 경제성장과 비교되는 미국의 생산성 둔화 및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확대[각주:27]를 목격한 많은 미국인들이 보호주의 · 산업정책 · 외환시장 개입 등을 요구하고 있을 때, 마틴 펠드스타인은 이렇게 뜬금없이(?) 재정적자 감축을 이야기 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한 미국인들은 펠드스타인이 적은 문장 하나하나가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쉽게 이해했을 테지만, 다수의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에게는 뚱딴지 같은 소리였습니다. 


이번글을 통해 마틴 펠드스타인이 무역적자 확대의 원인으로 왜 재정적자를 문제 삼았는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합시다.




※ 1980년부터 미국으로 자본유입 증대 → 달러가치 상승 → 무역적자


  • 파란선 :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 지수 (1973=100)

  • 노란선 : 미국 GDP 대비 무역수지 적자 비중 (축반전)

  • 1980년을 기점으로 달러가치가 상승하자, 시차를 두고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


1980년대 초중반, 미국 무역수지 적자 심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은 1980년부터 시작된 '달러가치 상승'(dollar's strength) 이었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달러가치 상승이 본격화되고 2년 후부터 무역수지 적자폭도 확대되었습니다.


주요국 통화가치 대비 달러가치는 1980-1985년 동안 무려 40%나 상승했습니다. 마틴 펠드스타인이 보고서를 작성한 시점(1982-83년 2월)에도 달러가치는 1973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었죠. 


미국 무역수지 적자는 시차를 두고 심화되었습니다. 강달러는 초기에는 수입비용을 낮추는 이로움을 주다가 점점 수출경쟁력을 훼손시켰고, GDP 대비 무역수지 적자 비중은 1982년 -1.3%에서 1986년 -3.7%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달러가치가 이토록 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본래 수출이 줄고 수입이 증가하면 자기조정기제에 의해서 통화가치가 하락하여야 하는 게 정상적임에도, 인위적으로 달러가치를 하향시킨 플라자합의 이전까지 계속해서 상승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틴 펠드스타인은 "달러가치 상승은 미국 상품 수요가 아니라 미국 자산 수요를 반영하는 게 분명" 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말의 함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1971년 이후 달라진 세계경제를 알아야 합니다.


▶ 닉슨 쇼크 -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전세계적 자본이동 자유화


1971년은 세계경제에 큰 변화를 안긴 사건이 일어났던 해 입니다. 바로, 닉슨 쇼크(Nixon Shock), 외국이 가져온 금 1온스를 35달러로 교환해주던 금태환제가 폐지되었습니다. 이후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고정환율제도에서 벗어나 1973년부터 변동환율제도로 이행[각주:28]하였고, 국가간 자본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졌습니다. 


1971년 이전까지 외환시장은 주로 무역거래(trade transaction)를 목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이후부터는 자본거래(capital transaction)가 외환시장을 지배하였고 통화가치도 자산의 수요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외국인이 미국 내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달러화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달러화 자산 수요의 증가(increase in the demand for dollar assets), 다르게 말해 미국으로의 자본유입(capital inflow)은 달러가치를 상승시킵니다. 반대로 미국인이 외국의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달러화를 팔고 외국의 통화를 구매해야 합니다. 따라서 외국 자산 수요의 증가 및 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출은 달러가치를 하락시킵니다.


▶ 일본의 외환거래 자유화 & 미국 실질금리 상승 - 미국으로의 자본유입 증대


그렇다면 1980년부터 시작된 달러가치 상승은 동시기 미국 달러화 자산 수요가 증대된 결과물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이 증대되었습니다. 첫째는 본의 외환통제 자유화(liberalization of foreign exchange controls). 둘째는 미국의 높은 실질금리(higher real interest rates) 입니다.


  • 출처 : Fukoa, 1990, <일본 외환통제 자유화와 국제수지 구조변화>[각주:29], BOJ 통화·경제 연구

  • 1980년 12월 자본유출 자유화가 실시된 이후,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외국증권투자 잔액이 대폭 증가


일본은 1973년 변동환율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엄격한 외환통제를 실시했습니다. 외환시장은 통화당국에 의해 지도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고정환율제나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1980년 12월, 새로운 외환거래법이 시행 되었습니다. 이전의 법들과는 달리 새로운 법은 특정 경우를 제외하고 어떠한 외환거래도 허용토록 했습니다(freedom of transactions with exceptions). 생명보험사 · 신탁은행 등의 기관투자자들의 외국증권투자 제한도 없어졌습니다. 그 결과, 위에 첨부한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에서 막대한 자본유출(capital outflow)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 자본이 주로 향한 곳은 바로 미국 이었습니다.


  • 출처 : 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 1983, 64쪽

  • 미국 실질금리와 주요 산업국 실질금리 간 차이


1981년 당시 미국 실질금리는 주요 산업국가에 비해서 약 4%p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자본이동이 자유롭게 된 외국투자자들이 미국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는 건 자연스런 행동이였습니다. 그리고 달러화 자산 수요 증가로 인해 달러가치가 상승하는 것도 자연스런 인과관계 였죠.


▶ 자본·금융수지와 경상수지(무역수지) 간 관계


자본유입 증대는 달러가치 상승을 유발하여 수출경쟁력 및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고, 자본유입 그 자체가 무역수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바로, 자본·금융수지[각주:30]와 경상수지(무역수지)[각주:31] 간 관계를 통해서 입니다.


  • 1970~1990년, 미국 경상계정(current account) · 금융계정(financial account) 추이

  • 경상계정 적자는 상품·서비스 순수입을 의미하며, 금융계정 적자는 순자본유입을 의미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의 글[각주:32]을 통해 소개하였듯이, '경상수지 흑자(순수출) = 자본·금융수지 흑자[각주:33](순자본유출)'이며, '경상수지 적자(순수입) = 자본·금융수지 적자(순자본유입)' 입니다. 


마틴 펠드스타인이 보고서를 통해 "미국 무역수지 변화는 투자흐름 변화(shift in investment flow)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보고서 내용 다시 읽어보기


이번 파트에서 살펴본 내용을 염두에 두고, 1983년 대통령 경제보고서에 담긴 관련 내용을 다시 읽어봅시다.


● 환율과 국제수지  


1982년 달러가치는 주요국 통화에 비해 1973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 강달러는 미국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훼손시켜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 


- 달러가치 강세의 원인


달러가치 상승은 미국 상품 수요가 아니라 미국 자산 수요를 반영하는 게 분명하다. 미국 내 투자 선호가 달러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외국인이 미국 자산을 사기 위해서는 달러를 획득해야 한다. 달러 수요 증가는 달러 가치를 상승시킨다. 


미국 자산 수요를 증가시킨 중요한 요인은 미국의 높은 실질 금리이다. 실질 금리는 명목금리-기대 인플레이션율로 측정할 수 있다. (...) 최근 몇년동안 미국의 실질 금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 


● 미국 경쟁력의 장기적 추세 : 인식과 현실


- 미국 무역수지 구조의 변화 


1950~6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무역흑자를 유지했으며 다른 나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였다. 그러나 1973년 이후, 미국은 무역적자로 전환되었으며 외국인의 미국내 투자가 미국인의 대외투자 규모를 넘어섰다. 이처럼 미국 무역수지 변화는 투자흐름 변화(shift in investment flow)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미국 무역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바뀐 것은 자본수지 계정에 의해 상쇄된다. (...) 


1970년대가 되자 다른 산업국가들은 더 이상 새로운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동시기에, 미국 내 저축공급은 낮은 국민저축률(low national saving rate)에 의해 제약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자본수출국이 아니라 자본유입국이 되었다.


▶ 왜 미국에서 실질금리가 높았을까? · 왜 미국은 자본유입국이 되었을까?


그렇다면 이제 던질 수 있는 물음은 "왜 미국에서 실질금리가 높았을까?" "왜 미국은 자본유입국이 되었을까?" 입니다. 만약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실질금리가 더 높았다면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은 없었을 것이고, 강달러 현상과 무역수지 적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 해답은 펠드스타인이 말한 "동시기에, 미국 내 저축공급은 낮은 국민저축률(low national saving rate)에 의해 제약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자본수출국이 아니라 자본유입국이 되었다."에 들어있습니다.


해답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인 '1979년-1982년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과 거시경제 상황'을 먼저 파악해 봅시다.




※ 1980년대 초중반,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 1979-1982년, 볼커 연준 의장의 反인플레이션 정책 성공


1970년대 미국 소비자들이 직면한 (생산성둔화 · 무역적자 이외에)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높은 물가상승률' 이었습니다. 1970년대에 발생한 두 번의 오일쇼크는 10%가 넘는 인플레이션율을 초래했습니다.


과거 경제학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의 역관계를 나타내는 (단기) 필립스곡선을 생각하면,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낮은 실업률 및 높은 생산량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일쇼크와 같은 공급충격에 의한 물가상승은 높은 실업률과 낮은 생산량을 동반시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초래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경제학자들은 "경제의 자연실업률과 잠재생산량은 공급측면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율에 따라 변동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높은 물가수준만 가지게 된다"[각주:34]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장기적 비용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고, 대중들은 강력한 反인플레이션 정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소를 위한 긴축정책은 단기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불러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동일한 자연실업률 · 잠재생산량일 때 이전보다 낮은 물가수준을 가져온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 1979년 8월 - 1987년 8월, 미 연준 의장을 역임한 폴 볼커(Paul Volcker)

  • 볼커 의장은 1979년 부임 이후 강력한 反인플레이션 정책을 구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79년 8월 연준 의장으로 부임한 폴 볼커(Paul Volcker)는 인플레이션율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약속(strong commitment)을 다짐하며, 인플레이션율이 충분한 수준으로 하락하고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질 때까지 긴축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볼커의 연준은 통화공급 증가율을 감소시켜 단기 금리 상승을 용인[각주:35]했으며, 1980년 4월 연방기금금리는 17.61%까지 오릅니다. 1980년 대선을 앞두고 잠시 금리를 내린 연준은 대선이 끝나자 다시 대폭의 통화긴축을 단행합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1982년 전반기까지 계속된 긴축 통화정책은 1970년대 10%가 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983년 2%대까지 내리는 데 성공시킵니다. 이후로도 오늘날까지 우리는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경험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볼커의 연준은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신뢰성을 획득하였고,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연준이 긴축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것이다"라는 믿음이 경제주체들 사이에 공고화되자 실제 인플레이션율 또한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공적인 연준의 反인플레이션 정책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했습니다. 




※ 1980년대 초중반, 레이건 행정부의 재정정책 

- 레이건행정부 감세와 국방비지출 증가로 인한 재정적자 심화


  • 1960~1990년, 미국 GDP 대비 연방정부 재정수지 비중 추이

  • 1981년 레이건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재정적자가 심화되었다


1979년-1982년 연준이 긴축 통화정책을 실시하던 시기에, 1981년 임기를 시작한 레이건행정부는 대폭적인 감세(tax cut)와 국방비지출 증가(defense spending rise)를 실시하여 재정적자(budget deficit)를 초래했습니다. 


GDP 대비 정부수입은 1981년 18.7%에서 1985년 16.9%까지 하락했습니다. 반면 국방비지출 비중은 5.6%에서 6.9%로 증가했고, 순이자지출 비중도 1.8%에서 3.0%까지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 초래된 것이 재정적자(budget deficit) 및 정부부채 증가(government debt) 입니다. 위의 그래프에 나와있듯이, 1981년 -2.5%였던 재정적자 비중은 1985년 -4.9%로 심화 되었습니다.


레이건행정부는 '작은 정부'를 추구했다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하여 감세와 정부지출 감소를 동시에 추구하였는데, 세금인하 폭은 예상했던 것보다 컸던 반면 정부지출 감소액은 기대했던 것보다 적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이란 미대사관 억류 사태 · 소련과의 냉전 심화 등이 벌어진 상황에서, 국가적 분위기는 국방비 지출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입니다. 


1982년 10월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이 된 마틴 펠드스타인에게 재정적자는 심각한 우려사항 이었습니다. 그는 행정부 동료들에게 재정적자 감축의 필요성을 설득했고, 언론기고를 통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레이건행정부 인사들과 대중들에게 재정적자는 큰 문제가 아닌듯 보였습니다. 정치사상으로 '작은 정부'를 추구한 행정부 인사들에게 펠드스타인의 세금 인상 주장은 가당치도 않은 요구였습니다. 감세를 통해 경제가 성장하면 향후 세금 수입이 저절로 증대될거라는 믿음이 확고했습니다. 대중들에게 높은 실업률 · 높은 인플레이션율 문제에 비해 재정적자는 별다른 고민거리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국방비지출 감소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정적자가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는 앞서 살펴본 연준의 성공적인 정책도 기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각국 정부는 재정적자를 만회하고 정부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통화량 발행을 늘리는데,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율이 낮았으며, 향후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거라는 기대도 사라진 상황 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마틴 펠드스타인이 재정적자를 우려한 두 가지 이유와 논리를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펠드스타인은 재정적자가 장기적으로 투자 위축을 통한 자본형성 및 경제성장 둔화 · 단기적으로 저축 위축을 통한 무역적자 심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는데, 사람들이 듣기엔 뚱딴지 같은 소리였습니다. 


이제 다음 파트에서 펠드스타인의 뚱딴지 같은 소리가 왜 논리적으로 타당한 주장인지 알아봅시다.




※ 재정적자가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이유

: 총저축 감소실질금리 상승자본유입 증대 및 강달러무역적자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한번 더 짚어봅시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초래한 직접적인 요인은 '자본유입'과 '강달러' 입니다. 자본유입은 그 자체로 경상계정 적자(금융계정 적자)를 초래하기도 하고, 달러가치를 상승을 불러와 수출경쟁력 감소 및 무역적자 확대를 만들어 냅니다. 


결국 무역적자의 근본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왜 1980년대 초중반 미국 실질금리가 높아서 자본유입을 초래하였나"에 대한 해답을 알아야 하는데, 마틴 펠드스타인은 '재정적자'(budget deficit)를 답으로 꼽았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거시경제 총저축과 총투자에 의해서 균형 실질 금리 r*가 결정된다

  • 총저축이 외생적으로 줄어들면 균형 실질 금리는 상승


재정적자는 거시경제 총저축을 외생적으로 감소시킴으로써 실질금리를 상승시킵니다.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아주 단순한 경제원리 입니다. 거시경제 실질 금리 r*는 총저축과 총투자가 결정하는데, 총저축이 외생적으로 줄어들면 균형 실질 금리는 상승합니다. 위의 그래프가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  : 대부자금시장에서 거시경제 실질 금리가 결정되는 원리는 본 블로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를 통해서도 설명한 바 있습니다.)


  • 1970~1990년, 미국 순 국민저축률 · 개인저축률 · 정부저축률 추이

  • 1980년대 초반, 재정적자로 인해 순정부저축률이 줄어들면서 순국민저축률도 크게 감소


1980년대 초반, 재정적자로 인해 총저축이 감소한 모습을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 총저축은 이른바 국민저축(national saving)으로 불리우며, 개인저축(private saving) + 정부저축(government saving)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981년 레이건행정부 감세 및 국방비지출 증가로 재정적자가 증가하면서 순정부저축률이 감소하였고, 그 결과 순국민저축률이 급감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출처 : 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 1983, 64쪽

  • 미국 실질금리와 주요 산업국 실질금리 간 차이


이로 인해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의 실질금리가 다른 주요 산업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되었고, 자본유입 증대 및 달러가치 강세에 이은 무역수지 적자가 초래된 것입니다.


  • 국민계정식(National Accounting)을 이용해 살펴본, 국민저축 · 투자 · 순수출의 관계


'재정적자 → 총저축 감소 → 실질 금리 상승 → 자본유입 증대 → 달러가치 상승 → 무역적자 발생' 경로가 이해하기 힘들다면, 국민계정식을 통해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본 블로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를 통해 설명한 바 있듯이, 순수출(NX) 크기는 국민저축(S)과 투자(I)가 결정 짓습니다. 기본적인 회계등식 관계일 뿐입니다. 따라서, 정부지출이 증가하여(G↑) 국민저축이 감소한다면(S↓), 당연히 순수출 크기도 줄어듭니다(NX↓)


국민계정식을 다르게 바라보면, 무역적자가 발생했던 동시기에 자본유입이 증가하여 금융계정이 적자를 기록한 이유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증가한 정부지출로 국민저축이 줄어들면 이를 보충하는 방법은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국민저축이 감소하면 외국으로부터 자본이 유입되고, 금융계정은 적자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했듯이, 순수출과 순자본유입은 동일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으며, 마틴 펠드스타인이 "미국 무역수지 변화는 투자흐름 변화(shift in investment flow)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제 무역수지 적자의 근본원인은 재정적자에 있다는 마틴 펠드스타인의 주장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의 분석을 다시 읽어보면 처음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겁니다.


● 미국 경쟁력의 장기적 추세 : 인식과 현실


미국의 경쟁력을 둘러싼 우려가 그 어느때보다 높다. 미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었다는 주장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형편없는 실적의 원인으로는 미국 기업들의 경영실패와 자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외국 기업 등이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경쟁력이 쇠락하고 있다는 인식은 제조업 상품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더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일본과의 무역 불균형이 주요 우려 대상이다. (...)


하지만 장기 경쟁력을 둘러싼 우려는 대부분 잘못된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비록 최근의 달러가치 상승이 일시적 경쟁력 상실을 초래하긴 했으나, 미국이 세계시장에서 물건을 판매할 능력을 잃어버린 건 아니다. (...)


생산성 향상 둔화와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은 이렇다할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느린 생산성 향상이 실질임금 상승률 둔화에 의해 상쇄되지 않을 때에만 경쟁력에 문제가 발생한다. (...)


최근 10년동안 무역수지 흑자에서 무역수지 적자로의 전환은 경쟁력 상실의 징표로 잘못 해석 되곤 한다. 사실, 미국 국제수지 구조 변화는 느린 생산성 향상 때문이 아니라 미국 내 총저축과 총투자가 변화한 결과물이다(U.S. saving and investment position).


● 환율과 국제수지


- 강달러가 미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


달러가치 상승은 미국 기업의 생산비용을 증가시킨다. 1980년 3분기-1982년 2분기 동안, 미국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은 다른 산업국가에 비해 32%나 증가하였다. 상대적 비용 증가는 일시적으로나마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킨다. (..) 강달러의 영향이 미국 무역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면, 무역적자는 더 심화될 것이다. (...)


무역 및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될지 여부는 미국 거시경제정책, 특히 재정부문(fiscal side)에 달려있다. 만약 대규모 재정적자가 지속되어 미국 국민저축률을 억누른다면, 실질 금리는 다시 상승할 것이고, 달러가치는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다. 이 경우, 무역수지 적자는 향후 수년간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다. (...)


외국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이 세계무역 구성을 왜곡시키고 경제적 효율성을 감소시키긴 하였으나,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는 외국의 불공정 경쟁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기업가·노동단체는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는 거시경제 특히 대규모 재정적자가 초래한 결과이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원천은 파리나 도쿄가 아니라 워싱턴에서 찾아야 한다. (...)


- 강달러에 대한 반응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환율에 영향을 줄 수는 없으나, 통화 및 재정정책은 간접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달러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한 정책은 느슨한 통화정책과 긴축 재정정책 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최소한 단기적으로나마 실질 금리를 낮추어 미국으로의 자산유입을 줄이고 달러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 (...)


고정환율제 하에서, 재정적자는 국내투자를 구축시킨다. 변동환율제 하에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상승을 통해) 수출부문을 구축시킨다. 따라서, 재정적자 감축은 국내투자 뿐 아니라 무역수지 개선을 불러올 것이다.


달러가치 상승은 자유무역을 고수하려는 미국의 결심에 압박을 준다. (...) 미국이 잘못된 국제무역 정책을 선택한다면, 다른 주요 교역국들의 연쇄적인 보복을 일으킬 것이다. (...)


미국 기업의 경쟁력과 국제수지는 거시경제적 현상이다. 미시적개입은 거시경제 문제를 치유하지 못한다. 미국이 추구할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재정적자와 실질 금리를 통제하에 두는 것이다(budget deficits and real interest rates under control).




※ 이해하기 어려운 마틴 펠드스타인의 주장


이번글을 통해, 마틴 펠드스타인이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라고 주장한 이유와 논리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주장은 경제학원론 수준의 지식을 이용해서 차근차근 살펴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으나, 경제학을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직관적이지 않은 주장 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미국 제조업이 일본 제조업과의 '전쟁과 같은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거 같은데, 갑자기 재정적자와 총저축을 이야기하니 당혹스럽습니다. '작은 정부'를 신봉하던 레이건행정부 인사들은 더더욱 황당할 뿐입니다. 감세를 통해 기업을 도우면 경제가 좋아진다고 믿는데, 신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이 세금을 인상해야 무역적자가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마틴 펠드스타인은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논문을 통해 그때의 일을 이야기 합니다.


● 1980년대 달러와 무역적자에 관한 개인적 평가


- 국민저축과 쌍둥이적자 (무역+재정 적자)


경제학자들은 재정적자와 실질 금리 · 달러가치, 최종적으로 무역적자 간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있으나, 비경제학자들은 이 논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chair of CEA)을 역임했을 때, 내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의 연결고리를 설명할 때마다 수많은 회의론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달러가치는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이 아니라) 통화정책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통화주의자들도 있었고, 재정적자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공급주의자들도 있었다.  (...)


재정적자와 실질 금리 · 달러 가치 · 무역수지 간 관계를 비경제학자들에게 설득하는 건 어려웠기 때문에, 나는 보다 직접적인 설명을 강조했다. 한 나라의 무역수지는 저축과 투자의 차이와 같다. 국가가 저축을 투자보다 많이 한다면 순수출을 하고, 저축이 투자보다 적다면 순수입이 발생한다.  


대규모 재정적자는 국민저축을 낮춤으로써 무역적자를 일으킨다. 1980년대 전반기, GDP 대비 순개인저축은 감소한 반면 순개인투자는 다소 증가하였다. 이런 조건에서,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러한 설명은 경제이론도 아니고 실증분석도 아니라 기초적인 회계등식일 뿐이다. (...)


그러나 모두를 설득할 수는 없었다. 1984년 초반, 재무부장관 돈 레이건은 상원예산위원 청문회에 나가서, 나의 보고서가 틀렸으며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 Martin Feldstein, 1993, The Dollar and the Trade Deficit in the 1980s: A Personal View


● 1980년대 정부지출과 재정적자에 관한 개인적 평가


1982년 중반-1984년 중반,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하던 2년간 재정적자는 나에게 주요한 문제였고, 레이건 행정부 내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 나는, 우리가 세금인상을 하거나 다른 지출을 줄여야 국방비지출 증대를 감당할 수 있음을 말해왔다. 높은 세금인상이 없다면 행정부의 국방비지출 증액 요구를 의회가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실업률 및 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문제와는 달리, 재정적자가 초래하는 문제는 대중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 (...) 나는 나의 중요한 책무를 행정부 동료 뿐만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재정적자의 장기적 악영향을 설명하는 것으로 여겼다. (...) 


만약 그들이 재정적자가 초래할 장기적 악영향을 이해하기만 하면, 그들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단기비용을 감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1980년대를 돌아보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너무나 적은 노력이 행해졌다. 재정적자를 줄였을 때 발생할 정치적 비용은 명확했다. (...)


1982년 가을, 나는 상당한 시간을 행정부 내부나 대중들에게 최근의 적자 급증은 경기적 요인이긴 하지만,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여전히 구조적 적자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구조적 적자가 지속된다면 필연코 투자를 줄여서 미래 소득을 줄일거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투자 구축현상은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으로 상쇄되거나 달러가치 상승으로 인한 수출하락으로 상쇄되지만, 자본유입은 일시적이며 결국 재정적자는 국내저축을 줄여서 투자를 위축시킬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 일명 Feldstein-Horioka Puzzle)


재무부내 "공급중시론자"들은 일단 경기회복이 시작되고 나면, 세금인하에도 세금수입이 커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추가적인 세금변경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들은 적자가 지속되더라도, 세금인상 보다는 적자가 지속되도록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세금인상은 유인을 훼손시키는 반면, 재정적자가 문제를 초래한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 이들은 재정적자가 실질금리를 인상시킨다는 논리를 부정했다. (...)

 

재정적자가 초래할 장기적 악영향을 강조한 것, 대통령에게 세금인상 필요성을 요구한 것, 정부지출감소 등의 강조는 백악관 내에서 나를 인기없게 만들었다. 


- Martin Feldstein, 1993, Government Spending and Budget Deficits in the 1980s: A Personal View 




※ 책상 위 경제학자와 경쟁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경영자 간 사고방식 차이


처럼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하며, 동시대에 벌어진 거시경제적 사건들(닉슨쇼크 및 브레튼우즈체제 붕괴 · 일본의 외환거래 자유화 · 볼커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 · 레이건행정부의 감세정책)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정치권 · 기업가 · 일반 대중들과 항상 충돌하며 논쟁을 일으킵니다. 


그런데 이번글을 통해 제가 전하고 싶은 것은 "경제학자들은 국제무역을 이렇게 바라보기도 한다."이지, "경제학자들의 사고방식이 진리다"가 아닙니다.


마틴 펠드스타인의 설명은 거시경제적 현상인 무역적자를 설명할 때는 타당하나, 미시적 세계에서 외국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경영자가 보기엔 매우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 일본 제조업 기업과의 경쟁때문에 힘든 미국 제조업 경영자에게 "재정적자를 줄여라"는 충고와 조언은 쓸모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경제학자와 기업경영자들이 국제무역을 바라보는 방식이 이토록 다를 수 밖에 없을까요?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는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결정함에 있어 큰 논쟁을 유발시켰습니다. 


바로 다음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에서 이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1. Long-Run Trends in U.S. Competitiveness: Perceptions and Realities [본문으로]
  2. Concern over the international competitiveness of the United States is as high as it has ever been. It is argued with increasing frequency that U.S. business has steadily lost ground in the international marketplace. This alleged poor performance is often attributed both to failures of management in the United States and to the support given to foreign businesses by their home governments. Feeding the perception of declining competitiveness is the persistent U.S. deficit in merchandise trade, especially the imbalance in trade with Japan. [본문으로]
  3. This wider approach reveals that much of the concern about long-run competitiveness is based on misperceptions. Although the recent appreciation of the dollar has created a temporary loss of competitiveness, the United States has not experienced a persistent loss of ability to sell its products on international markets; [본문으로]
  4. But there is no necessary relation between productivity and competition in international markets. Slow growth in productivity only hampers a country's international competitiveness if it is not offset by correspondingly slow growth in real wages. [본문으로]
  5. The overall performance of the United States, then, does not suggest a long-term problem of competitiveness. The shift from persistent trade surplus to persistent deficit which occurred over the last decade is, however, often misinterpreted as a sign of an inability to compete. In fact, changes in the structure of the U.S. balance of payments are more the result of changes in the U.S. saving and investment position than of slow productivity growth. [본문으로]
  6. The Changing Structure of the U.S. Balance of Payments [본문으로]
  7. In the 1950s and early 1960s the United States normally had a trade surplus and invested heavily in other countries. In the years after 1973, however, the United States normally had a trade deficit, and annual investment by foreigners in the United States began to approach annual U.S. investment abroad. The shift in the U.S. trade balance was closely connected with the shift in investment flows. [본문으로]
  8. By the 1970s the other industrial countries had narrowed or eliminated these differences in capital and labor costs. The result was that the demand for new capital abroad was no longer a great deal larger than it was in the United States. At the same time, the supply of savings in the United States was restricted by a low national saving rate (the lowest among the major industrial countries). Thus the United States ceased to be a major net exporter of capital, [본문으로]
  9. Exchange Rates and the Balance of Payments [본문으로]
  10. During 1982 the dollar rose against other major currencies to its highest level since the beginning of floating exchange rates in 1973. [본문으로]
  11. the strong dollar caused severe problems by decreasing the cost competitiveness of exported U.S. goods. [본문으로]
  12. Causes of the Dollar's Strength [본문으로]
  13. What the rise of the dollar seems clearly to reflect is a rise not in the demand for U.S. goods, but in the demand for U.S. assets. The reasons for the increased attractiveness of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are somewhat controversial, but the effects are not. In order to buy U.S. assets, foreigners must first acquire dollars. The increased demand for dollars drives up the exchange rate. [본문으로]
  14. One important factor in the increased demand for U.S. assets was that real interest rates in the United States were high relative to real interest rates elsewhere. Real interest rates are not directly measurable, since they equal the nominal rate minus expected inflation. [본문으로]
  15. real interest rate in the United States was substantially higher than foreign rates in recent years. [본문으로]
  16. Effects of a Strong Dollar on U.S. Trade [본문으로]
  17. The rise of the dollar was associated with a large rise in the production costs of U.S. firms relative to those of foreign competitors. To take one measure, unit labor costs in U.S. manufacturing rose 32 percent relative to those of a weighted average of other industrial countries from their low point in the third quarter of 1980 to the second quarter of 1982. This rise in relative costs has at least temporarily reduced the international competitiveness of U.S. industry dramatically. Other U.S. exporting and import-competing sectors, especially agriculture, have also been squeezed. [본문으로]
  18. As the effects of the strong dollar are increasingly reflected in U.S. trade, the trade deficit will widen. [본문으로]
  19. Whether the trade and current account deficits persist will largely depend on U.S. macroeconomic policies, particularly on the fiscal side. If large budget deficits are allowed to continue to depress the U.S. national saving rate, real interest rates may rise again, sustaining or even increasing the high real exchange rate of the dollar. In this case the trade deficit could remain high for several years. [본문으로]
  20. Should this occur, government, business, and labor officials must bear in mind that even though protectionist foreign trade practices distort the composition of world trade and reduce economic efficiency both in the United States and abroad, large trade deficits are not the result of unfair foreign competition. Large projected U.S. trade deficits are a result of macroeconomic forces, particularly large budget deficits. The main sources of the U.S. trade deficit are to be found not in Paris or in Tokyo, but in Washington. [본문으로]
  21. Responses to the Strong Dollar [본문으로]
  22. Although the government cannot significantly affect exchange rates through direct intervention, monetary and fiscal policies do indirectly affect the exchange rate. A feasible strategy for bringing the dollar down would involve looser monetary policies and tighter fiscal policies. Both of these changes would tend to lower real interest rates (at least in the short run), making capital movement into the United States less attractive and thus driving down the value of the dollar. [본문으로]
  23. Under fixed exchange rates, budget deficits crowded out domestic investment. With a floating exchange rate they crowd out exporting and import-competing products as well. A reduction in deficits would lead—with some lag—to an improvement in the trade balance as well as higher investment. [본문으로]
  24. The strength of the dollar has put considerable strain on the resolve of the United States to remain committed to free trade. [본문으로]
  25. If there is special reason for concern about the international side, it is because of the danger that mistakes in U.S. policy could set off a spiral of retaliation among all the major trading nations. [본문으로]
  26. The competitiveness of U.S. business as a whole—as opposed to that of particular sectors—and the balance of payments are macroeconomic phenomena. Microeconomic interventions cannot cure macroeconomic problems; they can only make one sector better off by hurting other sectors even more. The most effective strategy the United States can pursue for its exporting and import-competing sectors is to get its overall economic house in order—above all, by bringing budget deficits and real interest rates under control. [본문으로]
  27.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joohyeon.com/273 [본문으로]
  28. 달러지수 데이터가 1973년 100을 기준으로 오늘날까지 제공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본문으로]
  29. Liberalizatoin of Japan's Foreign Exchange Controls and Structural Changes in the Balance of Payments [본문으로]
  30. 요즘은 자본금융 수지라 하지 않고, 자본금융 계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만... [본문으로]
  31. 경상수지는 상품 및 서비스 무역수지 이외에 본원소득 및 이전소득 수지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지만, 후자의 크기는 전자에 비해 작기 때문에, 경상수지를 무역지로 받아들여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본문으로]
  32.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http://joohyeon.com/237 [본문으로]
  33. 2015년 12월 이전까지, 한국은행은 순자본유출을 자본금융수지에 음(-)의 값으로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혼동을 준다고 하여 2015년 12월부터 순자본유출이 자본금융수지에 양(+)의 값으로 기록되기 시작했습니다. [본문으로]
  34.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 http://joohyeon.com/210 [본문으로]
  35.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연방기금금리를 직접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타겟인 총통화량 조절을 위해 금리를 조정 [본문으로]
  1. yoon
    펠드슈타인의 언급이 합리적이어 보입니다만 투표로 대표를 뽑는 미국으로서는 안타깝게도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도 보이네요
    • 2019.01.04 22:50 신고 [Edit/Del]
      음.. 투표로 대표를 뽑는 점도 문제는 있지만, 학자들의 연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는 경향이 더 큰 문제 같네요.

      아이러니하게도, 레이건 행정부의 감세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한 건 펠드스타인의 기존 연구였습니다.

      펠드스타인은 "세금이 경제주체의 유인을 왜곡시킨다"는 연구를 했었고, 이러한 결론을 기반으로 "감세가 경기확장으로 이어진다"는 공급주의 경제사상(supply-side economics) 기조가 만들어졌죠.

      펠드스타인은 단순히 세금이 가져오는 왜곡효과를 설명했을 뿐인데, 정치인이나 대중인사들은 결론만을 취사선택 하고 이용했습니다.

      경제논쟁을 살펴보다 보면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조심스레 이론적 가능성 등을 연구했을 뿐인데, 이상하게 이용되는 경우가 많죠.

      앞으로 살펴볼 '전략적 무역 정책' 또한 경제학자들은 이론적 가능성을 연구했을 뿐인데, 몇몇 정치인이나 인사들은 결론을 자기 입맛에 맞게 이용했습니다.

      (이 시간을 기준으로 아직 올라오지는 않은) 다음글을 보시면 더 재미있으실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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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Posted at 2018.12.29 19:35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2018년이 아니라... 1985년?


"국제적인 무역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들이 규칙(rules)을 준수하고 개방된 시장(open market)을 보장하도록 애써야 한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자유무역(free trade)은 말그대로 공정무역(fair trade)이 된다."[각주:1]


"다른 나라의 국내시장이 닫혀있다면(closed)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it is no longer free trade). 다른 나라 정부가 자국의 제조업 및 농업에게 보조금(subsidies)을 준다면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가 우리 상품을 베끼도록 놔둔다면(copying) 이는 우리의 미래를 뺏는 것이고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하고(violate international laws) 그들의 수출업자를 지원한다면 경기장은 평등하지 않은 셈(the playing field is no longer level)이 되며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산업 보조금을 집행하여 경쟁국에게 불공정한 부담을 안긴다면(placing an unfair burden)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각주:2]


"우리는 GATT 체제와 국내법 하에서 국제통상에 관련한 우리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다. 다른 국가들이 우리와 맺은 무역협정과 의무를 준수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만약 무역이 모두에게 불공정하다면, 자유무역은 이름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unfair trading practices)으로 인해 우리의 기업인들이 실패(fail)하는 것을 가만히 옆에 서서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규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아서(do not play by the rules) 우리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마는 사태(lose jobs)를 가만히 옆에 서서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각주:3]


- Douglas Iriwn, 2017, Clashing Over Commerce: A History of US Trade Policy, 606쪽 재인용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화자는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 인해 자국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들이 국제통상 규칙을 준수하고 개방된 시장을 유지한다면 자유무역이 상호이득을 안겨다줄텐데, 다른 국가들은 보조금 등을 집행함으로써 타국 생산자를 희생시켜 자국 생산자의 이익을 인위적으로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자신의 기업인과 근로자를 지키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첫번째 글[각주:4]에 나타난 '화가 난 도널드 트럼프'가 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2018년 오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말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도대체 누가,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한 발언일까요?


  • 왼쪽 :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1981~1989)

  • 오른쪽 : 1985년 플라자합의에 이루어낸 G5 재무장관들


윗 발언을 한 인물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고, 시기는 플라자합의가 발표된 바로 다음날인 1985년 9월 23일 입니다[각주:5].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통화가치를 높이고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내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특히 '일본'과의 무역에 있어 보다 강경한 자세(a more aggressive stance)를 취할 것임을 위에 나오듯 공개적으로 천명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2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첫째,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다


금까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논리를 비판해온 나라는 주로 개발도상국 이었습니다. 


중상주의 사상을 비판하고 자유무역 사상을 퍼뜨린 애덤 스미스[각주:6]와 이윤율 저하를 막기 위해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고 비교우위 논리를 세상에 내놓은 데이비드 리카도[각주:7] 모두 제조업이 발달되어 있던 영국의 국민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이 줄곧 제기되어 왔습니다.


1920-30년대 호주[각주:8]는 제조업이 아닌 1차 산업이 발달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유무역이 영국에게 이로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주에게 이로운 것은 보호무역 정책이다." 라고 판단했습니다. 1950-70년대 중남미[각주:9]는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자본재를 스스로 생산하는 민족자립경제를 달성하기 위하여 수입대체산업화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중남미의 참담한 실패와 한국의 경제발전 성공[각주:10]은 폐쇄적인 무역체제가 아닌 대외지향적 무역체제의 필요성을 부각시켜 주었으나, 특정 산업이 성장할 때까지 보호[각주:11]하는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음도 보여주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하여 비교우위론과 자유무역 사상은 보다 정교화 되었습니다.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가 기술수준[각주:12] 혹은 부존자원[각주:13] 차이에 의해서 결정된다고는 하나, 단지 먼저 시작했다[각주:14]는 이유 즉 역사적 우연성 만으로도 비교우위를 가질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늦게 시작한 까닭으로 현재는 경쟁력이 없으나, 시간이 흐르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산업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이 정당화 될 수도 있음을, 서구의 주류 경제학자들도 인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1980년대가 되자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내에서 자유무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보호주의 압력이 증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레이건 대통령의 발언은 마치 자유무역의 수호자 처럼 보입니다. 규칙을 어기는 외국에 대항하여 자유무역 체제를 지킬 것임을 선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달랐습니다. 세계경제 내 미국의 위상이 줄어들고 일본 및 제3세계 국가들과의 경쟁이 심화되자, 미국 내에서는 보호주의 압력이 증대되었습니다. 외국상품 수입을 제한하고, 미국 기업을 지원하는 산업정책을 요구하고, 일본의 무역장벽을 위협을 통해 제거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타난 결과물이 바로 1985년 플라자합의1988년 종합무역법의 슈퍼301조 조항 입니다.


▶ 둘째, 오늘날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는 장면이 1980년대에 나타나다


1980년대 미국의 모습은 오늘날에 비슷하게 재현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는 장면이 1980년대에 나타났던 이유, 다르게 말해 1980년대와 유사한 대결 및 갈등이 오늘날에도 재현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때와 지금을 둘러싼 여러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일본 무역적자가 문제였다면 현재는 대중국 무역적자가 보호무역 압력을 증대시키며, 일본 · 중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 증가도 논쟁을 일으킵니다. 또한, 미국 제조업은 80년대 일본 하이테크 산업의 발전 · 00년대 중국 저임금 일자리의 증가로 인해 극심한 경쟁에 노출되며, 제조업 쇠락 및 탈산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낳았습니다. 


결정적으로, 일본 특유의 경제체제와 사고방식을 미국은 이해하기 힘들어했고 오늘날 중국 특유의 정치 · 경제체제 및 사고방식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일본의 부상에 두려움을 느꼈던 미국인들은 오늘날 마찬가지로 완전히 다른 중국의 성장에 위협을 느낍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각 시기에 활동하는 경제학자들은 일본 · 중국과의 무역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유무역 사상에 반하는 새로운 무역이론 혹은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논쟁을 유발시킵니다.


따라서,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를 통해 1980년대 미국 내에서 벌어진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보고 나면,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1980년대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큰 그림을 파악해야 합니다.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미국의 지위 하락과 경기침체 그리고 무역적자의 '거시경제적 위기'. 둘째, 전자 · 반도체 등 첨단산업 경쟁 심화가 보여주는 '일본의 부상'. 셋째, 자유무역 정책이 최상의 정책이 아닐수도 있다는 함의를 전해주는 '경제학계의 변화' 입니다.  




※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 ① 거시경제적 위기 : 미국의 지위 하락과 생산성 둔화 그리고 무역적자


  • 1968~1990년, 전세계 GDP에서 미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 1970년대 일본 및 제3세계 경제가 고성장을 기록하며,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지위가 하락


미국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서유럽이 전쟁으로 쑥대밭이 되었고, 제3세계는 저발전 상태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지위는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유럽이 다시 부흥하였고 한국 ·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고도성장을 기록하며 경제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전세계 GDP에서 미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미국은 1968년 전세계 GDP 중 26.2%를 차지했으나, 점점 감소하여 1982년 23.0%를 기록합니다.  


  • 1960~1990년, 미국 실업률 추이

  • 1970년대 오일쇼크, 1980-82년 경기침체로 인해 실업률이 급등


1982년은 미국경제가 바닥을 찍었던 해 입니다. 1970년대 중동발 오일쇼크 · 1980-82년 미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 때문에 미국 경기는 저점을 찍고 실업률은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값을 보였습니다. 1969년 3.5%였던 실업률은 1982년 9.7%까지 급등합니다. 


  • 1950~1990년, 미국 총요소생산성 지수 추이 (2009년 100 기준)

  • 197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생산성 향상 속도가 둔화


미국인들에게 더 큰 우려를 안겨준 것은 생산성 둔화 였습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중반까지 총요소생산성 향상 속도가 둔화되자, 미국경제가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닌 구조적 저성장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 1960~1990년, 미국 GDP 대비 무역적자 비중

  • 1970년대 오일쇼크, 1980년대 강달러 · 제조업 상품 경쟁력 약화로 인해 무역적자폭 심화


여러가지 안 좋았던 경제상황 속에서, 미국인들 우려에 결정타를 안긴 것은 무역적자 확대 였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무역흑자에서 무역적자로 전환된 미국경제는 이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1982년부터 무역적자폭이 심화되었습니다. 1980년 미국 GDP 대비 무역적자 비중은 0.7% 였으나, 1985년 2.8%, 1987년 3.1%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1980년대 초중반 미국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 · 높아지는 실업률 · 생산성 둔화 · 무역적자 확대 등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위기에 빠져 있었습니다. 미국경제가 둔화된 원인에 관한 논리적인 경제학적 분석 등은 미국인들에게 중요치 않았습니다. '미국의 지위가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인들에게 우려와 공포를 안겨주었습니다.


국제무역이론의 대가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는 저서 <보호주의>(<Protectionism>)와 여러 논문을 통하여, 당시 미국이 처하게 된 상황을 두 가지 단어로 설명합니다. 바로, '이중의 압박'(Double Squeeze)과 '왜소해지는 거인'(Diminished Giant) 입니다. 


한국 · 대만 등 동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미국기업들의 경쟁을 증대시켰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비교우위를 획득하였고, 비교열위가 된 미국기업들은 시장퇴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리고 서유럽의 부흥과 일본의 추격은 자본집약적 · 기술집약적 산업 내 미국기업들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미국기업들은 최첨단 산업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미국 노동집약 산업은 동아시아 개발도상국, 자본·기술집약 산업은 서유럽 · 일본으로부터의 압박에 이중으로 노출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초래된 지위의 하락 · 경쟁력 상실 · 실업의 증가 · 생산성 둔화 등은 미국이라는 거인이 왜소해짐을 보여주는 결과물이었습니다.  


특히 미국인들은 무역적자폭 확대를 '세계 상품시장에서 미국의 국가경쟁력이 악화됨(deterioration of competitiveness)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인식했습니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을 추월함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하락하여 세계시장에서 미국산 상품을 팔지 못한다는 스토리는 미국인들에게 절망과 공포심을 심어주었습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패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1980년대 초중반 당시 미국인들은 어느 나라가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인식했었을까요? 그 대상은 바로 '일본'(Japan) 입니다.




※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 ② 일본의 부상 : 일본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미국


늘날 미국인들이 중국의 부상에 경계심을 가지듯이, 1980년대 미국인들은 일본의 부흥을 두려워했습니다. 


  • 1968~1990년, 미국 GDP / 일본 GDP 배율 추이

  • 일본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미국의 상대적 지위가 하락


1970년대부터 80년대 초중반까지, 일본의 급속한 성장은 미국과 비교했을 때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1968년 미국 GDP는 일본 GDP와 비교했을 때 2.6배나 컸으나, 1977년 2.3배 · 1982년 2.0배를 기록하며 상대적인 크기가 줄어들었습니다. 


  • 1960~1990년, 미국 GDP 대비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비중 추이

  • 1970~80년대 중반까지 급격히 악화되다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반등하는 모습


미국인 입장에서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것은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확대 였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 증가해온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1980년대 들어서 더 확대되었고, 1985년 GDP 대비 1.15% 수준으로까지 심화되었습니다. 1980년대 초중반 미국의 총 무역수지 적자 비중이 GDP 대비 약 1.5%~3.0% 수준 이었음을 감안하면, 일본이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절반 가까이를 초래한 셈입니다.

  • 첫번째 : Laura Tyson, 1984년, 『누가 누구를 때리는가? - 하이테크 산업 내 무역분쟁』
  • 두번째 : Clyde V. Prestowitz, 1988년, 『무역현장 - 어떻게 우리가 일본에게 미래를 내주었으며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 세번째 : Ezra Vogel, 1979년, 『세계최고의 일본 - 미국을 위한 교훈』
  • 네번째 : Chalmers Johnson, 1982년, 『통산성과 일본의 기적 - 1925-1975 산업정책』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맞추어, 일본을 경계 · 분석 & 학습하는 책이 쏟아졌습니다. 첫번째 부류의 책은 일본이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고, 그 결과 미국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들이며, 두번째 부류의 책은 일본의 성장 노하우를 배우고 미국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것들 입니다. 이러한 양상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거나 이를 통해 교훈을 얻자는 도서가 오늘날에 많이 나오는 것과 똑같습니다

위에 첨부한 사진 중, 첫번째 책은 로우라 타이슨(Laura Tyson)의 1984년작 『누가 누구를 때리는가? - 하이테크 산업 내 무역분쟁』(『Who's Bashing Whom? - Trade Conflict in High-Technology Industries』) 입니다. 타이슨은 이 책을 통해, 전자 ·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일본기업의 성장과 이로 인한 미국기업들의 몰락 가능성을 주장하며, 미국정부가 적극적으로 자국 첨단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두번째 책은 클라이드 V. 프레스토위츠(Clyde V. Prestowitz)의 1988년작 『위치 바꾸기 - 어떻게 우리가 일본에게 미래를 내주었으며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Trading Places - How We Are Giving Our Future to Japan and How to Reclaim It』) 입니다. 그는 미국의 경쟁력 악화가 세계시장에서의 패배를 불러왔으며, 국가경쟁력을 회복하는데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번째 책은 에즈라 보겔(Ezra Vogel)의 1979년작 『세계최고의 일본 - 미국을 위한 교훈』(『Japan as Number One - Lessons for America) 입니다.  네번째 책은 찰머 존슨의 1982년작 『통산성과 일본의 기적 - 1925-1975 산업정책』(『MITI and the Japanese Miracle - the Growth of Industrial Policy, 1925-1975) 입니다. 이들은 일본의 성공을 관료주도의 산업정책 덕분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미국 정부가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1980년대 초중반, 미국인들의 머릿속을 지배한 건 '일본'(Japan) · '국가경쟁력'(national Competitiveness) · '하이테크 산업'(High-Tech Industry) · '보호주의'(Protectionism) ·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 등이었습니다.



※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 ③ 경제학계의 변화 : 보호주의 논리를 뒷받침해준 새로운 이론들


"일본은 정부의 보호 속에 하이테크 산업 부문의 국가경쟁력을 키워왔으며, 일본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미국은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보호주의 및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미국 대중들에게 상당히 매혹적인 주장으로 들리지만, 전통적인 이론을 습득한 경제학자들은 동의를 하지 않는 게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기본적으로 한 국가의 생활수준은 자체적인 생산성 향상(productivity)에 달려있습니다. 일본이 미국에 비해 빠르게 성장했더라도, 미국의 생활수준은 일본의 성장속도가 아닌 미국의 생산성 향상에 의존할 뿐입니다. 일본이 5% 성장하는 것과 상관없이, 미국이 3%로 성장했다면 미국인들의 생활수준은 -2%가 아니라 3% 향상된 것입니다. 경제성장을 달리기 경주처럼 생각하여, 다른 국가가 더 빠르게 성장하면 우리의 삶의 수준이 악화된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사고방식 입니다.   


그리고 자유무역은 '국가경쟁력'(competitiveness)이 아니라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만약 일본기업의 절대적 생산성 수준이 미국기업보다 높아졌다고 가정하더라도, 다르게말해 미국기업의 국가경쟁력이 일본에게 뒤쳐져 있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일본과 교역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비교우위 원리에 따라, 상대적 생산성 우위를 가진 품목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역수지 적자(trade deficit)를 세계시장에서의 패배의 결과물로 대중들이 인식하는 것을, 경제학자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무역수지는 거시경제 저축과 투자가 결정하는 항등식의 결과물이지, 국가경쟁의 산물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보호무역체제를 운영한다고 해서 미국 또한 보호주의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자유무역이 이로움을 주는 이유는 '외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을 값싸게 수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보호무역에 대응하여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수입을 하는 미련한 행위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른 나라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우리도 관세를 높이는 행위는 "다른 나라가 암석 해안(rocky coasts)을 가졌으니 우리의 항구에 돌을 가져다 놓자(drop rocks into our harbors)"[각주:15]는 말과 같습니다.  곡물법 폐지를 통해 자유무역을 처음 실시한 영국은, 외국의 무역체제에 상관없이 스스로 무역장벽을 낮추었습니다. 이렇게 외국이 자유무역을 하든 보호무역을 하든 상관없이, 나의 수입장벽을 철폐하는 것이 이롭기 때문에, 자유무역 원리는 일방주의(unilateralism)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가 되자 전통적인 무역이론을 보완하는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였고, 보호주의 무역정책이 어느정도 타당할 수 있다는 함의를 전해주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경제학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제 블로그를 통해 살펴본적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이를 알아봅시다.

▶ 불완전경쟁시장 가정의 도입 (imperfect competitive market)

가장 큰 변화는 '완전경쟁시장'(perfect competitive market) 가정에서 탈피한 '불완전경쟁시장'(imperfect competitive market)의 도입 입니다. 

완전경쟁시장 하에서는 상품가격이 한계비용과 일치한 'P=MC'가 성립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자는 초과이윤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만약 초과이윤이 일시적으로 존재한다면, 새로운 시장참가자가 진입하게 되고 공급증가로 가격은 하락하여 다시 P=MC가 됩니다.

이때 상품생산에 고정비용(fixed costs)이나 초기 연구투자비용(R&D costs)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미 시장에 진입해있는 생산자가 한계비용보다 높은 가격을 설정하더라도(P>MC), 잠재적 생산자는 재빨리 시장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고정비용 혹은 초기 연구투자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규 진입으로 인해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초기에 지불해야 하는 고정비용 등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여 아예 시장진입을 하지 않게 됩니다. 

이로써 상품가격이 한계비용보다 높게 유지되고, 기존 생산자는 초과이윤을 누릴 수 있습니다.

▶ 기존 경제학이론과 시장구조 및 R&D의 결합 (market structure)

 

시장구조가 불완전경쟁시장 이라는 점이 경제학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1970년대 후반-1980년대, 국제무역이론에 불완전경쟁시장 가정이 도입된 이후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각주:16]이 탄생했으며, 경제성장이론에서는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각주:17]이 등장했습니다. 


신무역이론은 "고정비용의 존재로 인해 국내시장 진입자의 숫자가 제한되고 그 결과 상품다양성에도 제약이 생긴다. 이때 국제무역을 한다면 외국의 다양한 상품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역은 다양성의 이익(variety gain)을 안겨준다."는 함의를 전해줍니다. 국제무역은 고정비용의 제약에서 벗어나 시장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신성장이론은 아예 시장진입자의 독점이윤을 특허권 등으로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독점이윤을 얻을 수 없다면, 아무도 R&D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는 생산성 감소와 경제성장 저하 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국제무역 이론가들은 '시장구조'(market structure)가 무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깨달았고, 경제성장 연구로부터 'R&D'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장구조와 R&D는 무역이론을 또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 시장구조가 과점인 상황에서 초과이윤 획득하기 (oligopoly & rent) 

▶ R&D 외부효과를 낳는 첨단산업 육성하기 (R&D spillover and high-tech industry)


고정비용이 존재하는 불완전경쟁 시장 하에서는 신규 생산자의 진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기존 생산자는 초과이윤(rent)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를 다른 시각으로 생각하면, "외국 기업의 국내시장 진입을 저지한다면 국내 생산자의 초과이윤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 "국내와 외국에서 각각 생산자 하나씩만 존재하는 과점(oligopoly) 상황에서, 보호를 통해 국내 생산자의 생산량을 좀 더 증가시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외국보다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R&D 투자의 중요성은 "R&D 연구를 통하여 최첨단 기술을 만들어내고 지식학습으로 외부성을 가져오는 첨단산업(high-tech)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 맨 위 : Brander, Spencer의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

  • 아래 왼쪽 : Krugman이 편집한 1986년 단행본 <전략적 무역정책과 신국제경제학>

  • 아래 오른쪽 : Helpman과 Krugman이 편집한 1989년 단행본 <무역정책과 시장구조>


이렇게 1980년대에 등장한 '전략적 무역정책'(Strategic Trade Policy)은 기존의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논리에서 탈피하여, 국내 최첨단 산업을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보호할 '이론적' 필요성 및 정당성을 전해주었습니다. 

전략적 무역이론을 주도한 경제학자는 제임스 브랜더(James Brander)바바라 스펜서(Barbara Spencer) 였습니다. 맨 위에 나오는 사진은 이들의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International R&D Rivalry and Industrial Strategy>)이며, 이외에도 1981년 논문 <잠재적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Tariffs and the Extraction of Foreign Monopoly Rents under Potential Entry>),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Export Subsidies and International Market Share Rivalry>) 등을 통해 무역정책의 전략적 함의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 엘하난 헬프먼(Eelhanan Helpman) · 진 그로스먼(Gene Grossman) 등도 무역이론과 산업조직론 · 시장구조 등을 결합하여, 비교우위에 입각한 전통 무역이론이 말하지 못하는 현실을 설명했습니다.

▶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둘러싼 경제학자들 간의 논쟁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전략적 무역이론을 만들어나간 경제학자들이 보호주의를 옹호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시장구조가 과점인 경우 혹은 불완전경쟁시장인 경우에 외국 생산자의 이윤을 희생시켜 국내 생산자의 이윤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theoretical possibility)을 설명했을 뿐이지, 전략적 무역이론을 정책으로 구현할 때에는 현실 속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거나 소비자후생도 평가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언론 · 정치인 · 정책기획가 그리고 몇몇 경제학자들은 전략적 무역이론을 보호주의 및 산업정책 필요성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이용했습니다. 새로운 이론을 인용하여 "하이테크 산업에서 미국 기업이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나갔고, 이에 따라 보호주의 압력과 산업정책 입안 요구가 증대되었습니다.

 전략적 무역이론을 발전시킨 경제학자들은 보호주의 및 광범위한 산업정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대중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주류 경제학자들 간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 1980년대 초중반, 미국 내 국제무역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만들어낸 결과물


경제학자들 간의 논쟁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 '1985년 플라자합의' · '1988년 종합무역법 슈퍼301조 조항' · '1995년 WTO 창설' 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결과물은 1980년대 미국이 처한 무역환경과 처방을 둘러싼 서로 다른 생각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를 통해, 1980년대 초중반 무역정책을 두고 어떠한 논쟁이 오고 갔으며, 어떻게 플라자합의 · 슈퍼301조 · WTO 창설 등으로 이어졌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1. to make the international trading system work, all must abide by the rules. All must work to guarantee open markets. Above all else, free trade is, by definition, fair trade. [본문으로]
  2. When domestic markets are closed to the exports of others, it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subsidize their manufacturers and farmers so that they can dump goods in other markets, it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permit counterfeiting or copying of American products, it is stealing our future, and it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assist their exporters in ways that violate international laws, then the playing field is no longer level, and there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subsidize industries for commercial advantage and underwrite costs, placing an unfair burden on competitors, that is not free trade. [본문으로]
  3. we will take all the action that is necessary to pursue our rights and interests in international commerce under our laws and the GATT to see that other nations live up to their obligations and their trade agreements with us. I believe that if trade is not fair for all, then trade is free in name only. I will not stand by and watch American businesses fail because of unfair trading practices abroad. I will not stand by and watch American workers lose their jobs because other nations do not play by the rules.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joohyeon.com/263 [본문으로]
  5. 원출처, Public Papers of the President 1985 [본문으로]
  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8.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http://joohyeon.com/268 [본문으로]
  9.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joohyeon.com/269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http://joohyeon.com/270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joohyeon.com/272 [본문으로]
  12.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13.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joohyeon.com/217 [본문으로]
  14.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joohyeon.com/272 [본문으로]
  15. Joan Robinson, 1947, Essays in the Theory of Employment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17.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http://joohyeon.com/257 [본문으로]
  1. lee
    너무너무 좋은글들 잘 보고 갑니다. 즐겨찾기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포스팅 해주세요 ^^
  2. 정치적 문제 (=미국이 최강의 패권국으로 남을 수 있는가?) 를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한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평상시 상태서는 경제원리상 자유무역이 가장 자국의 이득이 되니까 자유무역 하고 있다가 1위 자리가 위협받는다면 내가 당장 좀 손해를 보더라도 보호정책으로 상대를 무너트린다로 돌아가는거 같은데
    처음부터 내가 1위 유지가 절대적 경제적 성장보다 우선인거 같아요
    • 2018.12.30 12:26 신고 [Edit/Del]
      말씀해주신 이야기를 시리즈를 통해서 설명하는 것인데, 어떤 부분을 보시고 경제적 관점에서'만' 판단한다고 느끼신거죠?
    • 2018.12.30 12:27 신고 [Edit/Del]
      1980년대 미국을 통해서 하고픈 말은 "경기침체(shock) 혹은 다른 국가에서 비교우위 변화가 발생하면(shift) 보호주의 압력이 증대된다" 입니다
  3. yoon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더 자주 올려주시면 좋겠지만요. 그리고 이러한 논쟁 이후로 공정무역이라는 단어가 자유무역과 함께 대대적으로 언급됩니다.
  4. wook
    진짜 글 잘쓰셨네요. 덕분에 몇시간동안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졸려서 내일 마저 읽어야겠어요 ㅋㅋ 좋은글 많이 써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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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와 기업&가계경제는 완전히 다르다!국가경제와 기업&가계경제는 완전히 다르다!

Posted at 2012.06.18 20:42 | Posted in 경제학/일반


기업&가계경제의 목표와 국가경제의 목표를 동일시하면 큰 오류에 빠지고 만다.

무슨 말이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경제란 이윤을 창출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내는 것이 경제이고 따라서 국가(또는 국민)경제도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자보다는 흑자가 낫고, 순이익을 내지 못하면 경제가 큰 위기에 빠진 것이고, 많은 부채는 해가 되니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 지출을 줄여야 하고.. 등등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경제의 목표-이윤창출-와 국가(또는 국민)경제의 목표는 완전히 다르다.

이해하기 쉽도록 흥미로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모두들 프로스포츠-축구라든지 야구라든지-를 좋아할텐데, 어느순간 언론에서 "흑자구단"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프로스포츠 구단도 흑자를 내야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생각해보자. 
프로스포츠 구단이 왜 흑자를 내야하는가? 구단의 존립목표가 이윤창출인가?
프로스포츠 구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윤창출이 아니라 "좋은 성적"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적은 돈을 가지고 흑자를 내는 구단으로 오클랜드가 유명한데, 성적은 좀 그렇지만 '이윤을 창출'하는 오클랜드의 팬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많은 부채'를 지니고 있지만 좋은 성적을 내는 뉴욕 양키스의 팬이 되고 싶은가? 

국내의 예를 들어보자. 스스로를 흑자 구단이라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인천Utd의 팬이 되고 싶은가? 우승을 밥먹듯이 하는 울산의 팬이 되고 싶은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프로야구의 예를 들자면, '많은 돈을 쏟아붇고' 우승을 자주하는 삼성이나 SK의 팬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돈은 돈대로 아끼고 승리하지 못하는 몇몇 구단의 팬이 되고 싶은가?

프로스포츠 구단의 목표는 '흑자와 이윤창출'이 아니다.
구단의 스폰서수입은 재무제표에서 '매출액'으로 잡힌다. '흑자달성을 위해' 비용을 아끼고자 '선수단 운영 원가'를 줄이는 건 프로스포츠 구단이 할 일이 아니다. 어차피 스폰서수입은 내년에도 들어오기 때문에, 매출액을 초과하는 비용을 쓰더라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프로스포츠 구단이 할 일이다. 

쉽게 말하면 "가지고 있는 돈을 전부 선수단에 재투자"해서 "전력을 향상시키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프로스포츠 구단이 할 일이다. 

스폰서수입 그거 아껴서 뭐할건데? 구단이 흑자내서 뭐할건데? 그걸로 배당금 나눠주나? 

거기다가 한국 프로스포츠 구단의 스폰서 수입은 대부분 모기업의 지원이다. 모기업의 지원금 남겨서 흑자 달성하면 좋은건가? 왜 그래야하지? 

기업이 돌아가는 방식-이윤창출-으로 모든 경제현상을 바라보면 이러한 오류에 빠지고 만다.


자 이제 국가(또는 국민)경제 이야기를 해보자.

국가경제의 목표는 흑자 달성이 아니다. 정부예산 남겨서 흑자 기록하면 좋은가? 부채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을 수 있으나, 국가경제의 목표가 이러한 재정흑자 달성일까?

국가경제의 목표는 이윤창출이 아니라 국민들의 경제적번영 prosperity 이다. 
국가경제와 기업경제는 완전히 다르다.


어제 Paul Krugman이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내가 이야기의 핵심을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었는데. Paul Krugman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http://www.nytimes.com/2012/06/01/opinion/krugman-the-austerity-agenda.html
Paul Krugman. "The Austerity Agenda". <NYT>. 2012.06.01


"국가경제의 부채문제를 가계의 부채문제와 동일시하는 건 잘못된 비유이다. 큰 빚을 지고 있는 가정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 이러한 비교가 무엇이 잘못됐을까?

경제는 빚을 지고 있는 가계와 다르기 때문에 이 비유는 잘못됐다. 우리의 빚은 우리가 서로에게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우리의 소득은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팔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당신의 지출은 나의 소득이고, 나의 지출은 당신의 소득이다. (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부채를 줄이기 위해 모두가 동시에 지출을 줄인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모두의 소득이 하락하게 된다. 당신이 지출을 줄였기 때문에 나의 소득이 줄어들었고, 내가 지출을 줄였기 때문에 당신의 소득이 줄어들었다. 우리의 소득이 하락함에 따라, 우리의 부채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졌다."

(The bad metaphor — which you’ve surely heard many times — equates the debt problems of a national economy with the debt problems of an individual family. A family that has run up too much debt, the story goes, must tighten its belt. So if Britain, as a whole, has run up too much debt — which it has, although it’s mostly private rather than public debt — shouldn’t it do the same? What’s wrong with this comparison?

The answer is that an economy is not like an indebted family. Our debt is mostly money we owe to each other; even more important, our income mostly comes from selling things to each other. 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So what happens if everyone simultaneously slashes spending in an attempt to pay down debt? The answer is that everyone’s income falls — my income falls because you’re spending less, and your income falls because I’m spending less. And, as our incomes plunge, our debt problem gets worse, not better.)


즉, 기업&가계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으로 "거시경제"를 바라보면 안된다 라는 것이다.

기업이나 가계로서는 빚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합리적이겠지만, "거시경제 차원"에서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기업&가계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으로 국가경제를 이해하는 건 그 자체로 잘못이다.


Paul Krugman의 또 다른 주장을 소개하자면,

http://www.nytimes.com/2011/01/24/opinion/24krugman.html?_r=4&partner=rssnyt&emc=rss
Paul Krugman. "The Competition Myth". <NYT>. 2012.01.23


국가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미국주식회사라고 생각하는 것이 다소간 유용하지 않을까?
절대 아니다.
생각해보자. 노동자를 해고해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한 기업가를 두고 성공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미국 국가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해보자. 고용은 줄어들고, 이윤은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누가 이런 것을 경제적 성공이라고 부를까?

(But isn’t it at least somewhat useful to think of our nation as if it were America Inc., competing in the global marketplace? No.

Consider: A corporate leader who increases profits by slashing his work force is thought to be successful. Well, that’s more or less what has happened in America recently: employment is way down, but profits are hitting new records. Who, exactly, considers this economic success?)


이것을 일종의 "진보주의자의 인본주의적 시각"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다. 사람을 해고해서 이윤 창출하는 건 나쁜 것 이라는 시각에서..

그러나 Paul Krugman의 이 주장이 뜻하고 있는 바는 "기업경영과 국민경제는 다르다" 라는 것이다.


자, 이제 무역적자와 국가경쟁력 이야기를 해보겠다.
"기업&가계경제와 국가경제는 다르다"라는 것을 상기하자.
그리고 국가경제의 목표는 이윤창출이 아니라 "국민들의 경제적 번영 prosperity" 라는 점을 상기하자.

무역적자란 나쁜 것인가? 우리나라는 수출의존형 산업구조이기 때문에, 무역흑자란 좋은 것이고 무역적자란 나쁜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자랐을 것이다.

그런데 무역적자란 것이 꼭 나쁜 게 아니다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는 말은 "외국의 (좋은) 상품을 수입해서 국민들이 사용한다" 라는 의미다.

경제적 번영이라는 것은 돈의 축적 개념이 아니라, "품질 좋은 재화를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얻는다"의 개념이다. 
(무역흑자 대신 무역적자를 달성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무역적자란 것이 '절대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은 돈의 축적이 아니다.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함으로써 "효용을 얻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국민이 경제적 번영을 이룬다는 것이다.

무역적자를 기록하면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등등 여러 문제가 파생되지만, 
그걸 떠나서 무역적자라는 것에 대해 절대적인 거부감을 나타낼 필요는 없다.


국가경쟁력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가경쟁력 개념에 대한 비판은 Paul Krugman이 누차 해왔다.
http://www.pkarchive.org/global/pop.html
Paul Krugman. "COMPETITIVENESS- A DANGEROUS OBSESSION". <Foreign Affairs>. 1994)


언론을 보면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이 몇위이고,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뒤쳐지기 때문에 FTA를 해야하고 등등 별 헛소리를 다해대는데 국가경쟁력이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국제무역은 국가들이 "경쟁을 해서" 우위를 점하고 순위를 다투는 게임이 아니다. 비교우위의 개념을 상기하자.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가 번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국가끼리 무역을 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한미FTA를 두고, 한국은 손해를 보고 미국은 이익을 본다라고 말하는 것은 큰 오류이다. 중요한 건, 한국과 미국 내에서 '누가' 손해를 보느냐이다.)

중국이 10%의 성장을 기록하고, 우리나라가 5%의 성장을 기록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하락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대로 5%의 성장을 한 것이다.

그 나라의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건 국가간의 싸움에서 다른 나라에게 승리를 거두느냐가 아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일본경제가 침체에 빠진다고해서 또는 유럽경제가 침체에 빠진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했고 따라서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가 경제침체에 빠지면 다른 나라도 피해를 본다. 세계경제는 연결되어 있으니깐. 당연한 거다.
이걸 간과한채, "대한민국이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라고 말하거나 "일본경제가 침체이니 한국경제가 승리한 것"이라고 말하는 건........................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느냐가 아니라 국민들의 "생산성"이 어느정도냐에 따라 그 나라의 생활수준이 결정된다.

경제원론을 떠올려보자. 경제성장=1인당 노동생산성 x 인구 중 취업자비율 로 배웠을 것이다.
거시경제학을 떠올려보자. 장기총공급곡선에 따라 총생산량을 결정하는 건 "생산성"이다.
'실질임금=노동의 한계생산성' 에 따라 노동수요곡선이 만들어지고, 노동공급곡선과 만나는 '균형노동량'이 결정된다. 이 균형노동량이' 생산함수'와 만나면서 '총생산량'이 결정된다.

즉, 총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필요한건, "노동의 한계생산성 향상에 따른 노동수요의 증가"과 "생산성 증가에 따른 생산함수의 이동" 이다.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처럼, 국가경제를 바라본다면 정말이지.. 세계경제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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