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는 가계경제와 다르다국가경제는 가계경제와 다르다
Posted at 2012. 6. 14. 20:34 | Posted in 경제학/일반
현재 유럽에서는 부실채권을 지닌 은행을 살리기 위해 구제금융이 행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Hans-Werner Sinn과 Paul Krugman은 이러한 구제금융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 둘의 논리는 완전히 다른데..
(Paul Krugman은 워낙 유명하니 다들 알테고, Hans-Werner Sinn은 유럽경제학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경제학자이다.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도서를 통해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http://www.nytimes.com/2012/06/13/opinion/germany-cant-fix-the-euro-crisis.html
Hans-Werner Sinn. "Why Berilin Is Balking On Bailout?" - Germany can't fix the Euro crisis. <NYT>. 2012.06.12
Hans-Werner Sinn은 구제금융이 경제적 관점으로 볼 때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하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손실을 감수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본 원리를 지키지 않고 채권자의 손실을 "사회화" 한다면, 미래에도 자신의 손실을 누군가가 보전해 줄 것이라고 채권자는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손실을 누군가가 보전해주니깐) 투자를 할 때 신중한 선택을 하지 않게 되고, (본인이 책임질 수 없는) 더 많은 돈을 빌리게 된다.
(Moreover, a bailout doesn’t make economic sense, and would likely make the situation worse. Such schemes violate the liability principle, one of the constituting principles of a market economy, which holds that it is the creditors’ responsibility to choose their debtors. If debtors cannot repay, creditors should bear the losses.
If we give up the liability principle, the European market economy will lose its most important allocative virtue: the careful selection of investment opportunities by creditors. We would then waste part of the capital generated by the arduous savings of earlier generations. I am surprised that the president of the world’s most successful capitalist nation would overlook this.)
(Even a European nation, however, should not socialize debt, a lesson demonstrated by the United States in the 19th century.
When Secretary of the Treasury Alexander Hamilton socialized the states’ war debt after the Revolutionary War, he raised the expectation of further debt socialization in the future, which induced the states to over-borrow. This resulted in political tensions in the early 19th century that severely threatened the stability of the young nation.
It took the experience of eight states and territories going bankrupt in the 1830s and 1840sfor the United States to shed socialization. Today no one suggests bailing out California, which is nearly bankrupt but is expected to find its own solutions.)
또한, Hans-Werner Sinn은 미국 등 여러나라가 유럽경제위기 해결에 있어 독일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마셜플랜으로 받았던 도움을 기억하고 따라서 그것을 되갚으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년 간 그리스가 받았던 구제금융 혜택과 독일이 마셜플랜으로 받았던 혜택을 비교하면, 그리스는 이미 과도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독일은 더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Hans-Werner Sinn이 독일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Some critics have argued that Germany, having benefited from the Marshall Plan, now owes it to Europe to undertake a similar rescue. Those critics should look at the numbers.
Greece has received or been promised $575 billion through assistance efforts, including Target credit, E.C.B. bond purchases and a haircut after a debt moratorium. Compare this with the Marshall Plan, for which Germany is very grateful. It received 0.5 percent of its G.D.P. for four years, or 2 percent in total. Applied to the Greek G.D.P., this would be about $5 billion today.
In other words, Greece has received a staggering 115 Marshall plans, 29 from Germany alone, and yet the situation has not improved. Why, Mr. Obama, is that not enough?)
http://www.nytimes.com/2012/06/11/opinion/krugman-another-bank-bailout.html?_r=1&smid=tw-NytimesKrugman&seid=auto
Paul Krugman. "Another Bank Bailout". <NYT>. 2012.06.10
Paul Krugman은 좀 다른 맥락에서 구제금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은행을 살리는 건 물론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Paul Krugman은 왜 "은행만"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느냐고 묻고 있다.
경제는 침체상태고, 실업률은 치솟고, 은행은 위기에 빠져있는데, 정부는 "실업자"가 아니라 오로지 "은행만" 구제하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In fact, the whole story is starting to feel like a comedy routine: yet again the economy slides, unemployment soars, banks get into trouble, governments rush to the rescue — but somehow it’s only the banks that get rescued, not the unemployed.)
(What’s striking, however, is that even as European leaders were putting together this rescue, they were signaling strongly that they have no intention of changing the policies that have left almost a quarter of Spain’s workers — and more than half its young people — jobless.)
97년 외환위기 당시, 많은 한국인들도 이러한 비판을 했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실업상태에 빠졌는데 왜 "은행"과 "기업"만 국가의 도움을 받느냐는 것이다. 국가의 도움으로 은행과 기업이 살아날지는 몰라도, 실업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Paul Krugman은 (늘 그래왔듯이) 긴축정책에 대해 계속해서 비판을 하고 있다.
현재 인플레이션률은 낮은 상태이고, 기대 인플레이션마저 낮은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확장정책을 써야하지만, 유럽중앙은행은 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있다. EU의 고위관료들은 긴축정책을 통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임금삭감"을 의미한다.
긴축정책이 위기 해결에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가정경제와 한 국가의 경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가계에 빚이 많을 경우, 소비를 줄여 빚을 갚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 국가 차원에서는 그러한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자면 "너의 지출이 나의 소득이고, 나의 지출이 너의 소득"이라는 것이다.
- "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부채를 줄이기 위해 모두가 지출을 줄일 경우, 모두의 소득이 나빠지고 부채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2012/06/01/opinion/krugman-the-austerity-agenda.html
Paul Krugman. "The Austerity Agenda". <NYT>. 2012.06.01
(The answer is that an economy is not like an indebted family. Our debt is mostly money we owe to each other; even more important, our income mostly comes from selling things to each other.
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So what happens if everyone simultaneously slashes spending in an attempt to pay down debt? The answer is that everyone’s income falls — my income falls because you’re spending less, and your income falls because I’m spending less. And, as our incomes plunge, our debt problem gets worse, not better.)
그리고 일요일에 있을 그리스 총선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와중에 총선 승리가 유력한 급진좌파연합 Syriza당의 대표 Alexis Tsipras가 <Financial Times>에 기고를 했다.
http://www.ft.com/intl/cms/s/0/4c44a296-b3b3-11e1-a3db-00144feabdc0.html#axzz1xl8YEw7N
Alexis Tsipras. "I will keep greece in the Euro zone". <Financial Times>. 2012.06.12
Tsipras는 Syriza가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더라도 "유로존에 잔류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신 긴축정책이 아니라 "성장과 재건설 정책"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The people of Greece want to replace the failed old memorandum of understanding -as signed in March with the EU and International Monetary Fund- with a “national plan for reconstruction and growth”. This is necessary both to avert Greece’s humanitarian crisis and to save the common currency.)
뭐... 언젠가는 유럽경제위기가 해결되겠지만... (언젠가는!)
현재 세계경제체제의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왜 독보적인 기업의 성공이 국내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가?
-"Why the success of prominent companies has not translated into a large numbers of domestic jobs?"- 라는 문제.
왜 사람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지는가 라는 문제.
이것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또 한명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Joseph Stiglitz는 최근 『The Price of Inequality: How Today's Divided Society Endangers Our Future』라는 책을 내면서 "불평등"이 가져오는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불평등" 문제에 대해 <Project Syndicate>에 기고를 했는데, <조선일보>가 이를 번역하여 보도했다.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the-price-of-inequality
Joseph Stiglitz. "The Price of Inequaility". <Project Syndicate>. 2012.06.05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08/2012060801419.html
"소득 불균등<inequality> 늪에 빠진 미국… 엄청난 대가 치를 것". <조선일보>. 2012.06.08
중요 부분만 발췌한다면
초고소득층의 행위는 지대 추구(rent-seeking) 행위의 부적절성을 보여준다. 어떤 CEO는 독점적 권력을 행사해 부를 획득했고, 일부는 기업 이익의 상당 부분을 직접 챙기기 위해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악용했다. (...)
'고소득층을 더욱 부자로 만들면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본다'는 '낙수 경제'(trickle-down economics)의 효과가 티끌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인 대부분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소득 측면에서 1997년보다 가난해졌다. 성장의 이익이 모두 초고소득층에 돌아간 것이다.
미국의 불균등을 변호하는 사람들은 중산층과 빈곤층이 불평할 근거가 별로 많지 않다고 주장한다. 중산층과 빈곤층이 가져가는 파이의 비중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이 맞지만, 부유층과 초부유층의 공헌 덕분에 파이 자체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옳지 않다. 미국은 부유층·중산층·빈곤층의 소득이 함께 증가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여년 동안의 성장률이, 각 계층의 소득이 다르게 움직인 1980년 이후보다 훨씬 높다. (...)
불균등의 원천을 이해한다면 이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지대 추구는 경제를 왜곡한다. 물론 시장의 힘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시장은 정치에 의해 좌우된다. 선거 자금 모금 캠페인이나 정부와 기업을 오가는 회전문 인사가 횡행하는 상황에선, 정치는 결국 돈에 의해 좌우된다. 예를 들어, 파생상품에 대한 책임은 면책해 주는 반면 학자금 대출 탕감을 허용하지 않는 파산법은 은행가(家)를 더욱 부자로 만들고 빈곤층은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돈이 민주주의를 압도하는 국가에서 이런 법률은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불균등 증가가 반드시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잘하고 있는 시장경제 국가가 적지 않다. 게다가 어떤 국가는 불균등성까지 줄이고 있다.
불균등 개선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미국은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불균등은 성장률 저하와 효율성 저해로 이어진다. 기회의 부족은 가장 소중한 자산인 인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빈곤층은 물론 중산층에 속하는 많은 사람이 그들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의 확대를 원하지 않으며 강한 정부가 소득을 재분배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부유층은 세금을 낮추고 정부 지출을 줄이려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사회기반시설, 교육, 기술에 대한 저투자를 초래해 성장 엔진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대불황(the Great Recession)은 기본적인 사회적 지출 감축과 높은 실업에 따른 임금 하락 압박을 초래해 불균등성을 높이고 있다. 국제연합(UN)과 국제통화기금(IMF)도 불균등성이 경제적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불균등성이 국가의 가치와 정체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모든 사람에게 정의로운 국가가 아니라, 부유층만 정의의 혜택을 누리는 국가가 됐다. 이는 2000년대 중반 부동산 시장 붕괴 이후 주택 압류 위기 때 명백하게 드러났다. 미국은 이제 기회의 땅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불균등이 지속돼선 안 되며, 지금이라도 '아메리칸 드림' 회복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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