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Posted at 2014. 7. 11. 11:44 | Posted in 경제학/2008 금융위기


이전글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를 통해, 2000년대 초반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 급등은 Fed의 낮은 금리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때문이라고 말하는 前 Fed 의장 Ben Bernanke의 주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Ben Bernanke의 주장을 알아보기 앞서,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를 통해 경상수지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글에서는 Ben Bernanke가 말하는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이 무엇인지, 그리고 2008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각주:1]이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2005년 3월 10일, 당시 Fed 이사였던 Ben Bernanke는 의미심장한 연설을 하게된다. 연설제목은 <전세계적 과잉저축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The Global Saving Glut and the U.S. Current Account Deficit). 이 연설에서 Ben Bernanke는 ①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이유 ② 글로벌 과잉저축이 미국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③ 글로벌 과잉저축에 대처해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본인 생각으로는 이 연설 원문을 직접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시간 등의 제약으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그럴 여유가 없다고 판단되기에, 이 글을 통해 Ben Bernanke의 2005년 연설 일부와 그 의미를 소개하고자 한다. 연설 중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만 다룰 것이고, 의역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웬만하면 연설 원문을 직접 읽어보는 것을 권합니다.)   




※ 서문


경제학자들과 정책전문가들의 우려를 자아내는 미국경제의 문제 중 하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 입니다. 2004년 1-3분기 동안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6,350억 달러(약 635조원)를 기록했고 이는 GDP의 4.5%에 달합니다. 경상수지 적자에 따라, 미국 시민들과 기업, 정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6,350억 달러를 조달해야 합니다. 


최근 몇년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계속해서 증가추세에 있는데, 1996년 1,200억 달러(GDP 대비 1.5%)에서 2000년 4,140억 달러(GDP 대비 4.2%)로 커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향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기껏해봐야 약간 감소할 뿐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 외국자금을 계속해서 필요로하며 미국의 외국자산이 감소할 것임을 의미합니다.  


→ Ben Bernanke는 2005년 연설 서두에서 계속해서 증가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우려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에서 살펴봤듯이, 경상수지 적자국가는 자본수지가 흑자, 즉 국제금융시장에서 외국자본을 빌려야 하는 입장이 된다. 경상수지 흑자라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본을 대여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외국자산이 증가하게 되지만, 이와는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라면 외국자산이 감소하고 국내자산에서 외국인 비중이 증가하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국가인 미국이 왜 국제금융시장에서 많은 돈을 빌리고 있을까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미국이 외국자금에 의존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할까요? 저는 오늘 연설을 통해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저는 증가하고 있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관점(a global perspective), 그러니까 미국 밖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건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지난 10년간 다양한 요인들이 결합하여 전세계적으로 저축공급을 크게 증가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이 발생한 것이죠. 그리고 글로벌 과잉저축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심화시키고 세계적으로 장기 실질금리를 낮추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과잉저축 현상에서 흥미로운 점은 국제금융시장의 자본흐름이 역으로 발생하였다는 것입니다. (보통 개발도상국과 신흥국들이 자금을 빌리는 역할을 하는데) 발도상국과 신흥국들이 자금을 빌리는 역할(net borrower)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net lender)로 변화했습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원인을 이해하는데 있어 세계경제의 영향을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 Ben Bernanke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원인을 이해하는데 있어 미국 내 요인이 아니라 미국 외 요인, 즉 세계경제의 영향을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나 Ben Bernanke는 지난 10년간 (2005년 연설이니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개발도상국과 신흥국들의 과잉저축'으로 인해, 그들이 세계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net lender)로 바뀌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기

(The U.S. Current Account Deficit : Two Perspectives)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2가지 관점을 고려하는 것이 유용할 것입니다. 하나는 미국의 무역현상을 경상수지 적자와 연결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축 · 투자 ·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본흐름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첫번째 관점은 경상수지를 국제무역과 연결시켜서 이해합니다. 미국은 최근 몇년간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입이 수출을 초과했습니다. 미국의 수입이 수출을 초과한다는 사실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우려를 자아냅니다. 특히나 수출산업에 종사하거나 다른 나라의 수입품과 경쟁해야 하는 산업에 종사해야 하는 미국인들에게 말이죠. 


언론들은 미국의 무역불균형 현상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미국상품과 외국상품의 품질변화, 무역정책의 변화, 외국에서의 불공정한 경쟁에 초점을 맞추면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현상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와 많은 경제학자들은 무역과 연관된 요인들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 Ben Bernanke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현상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 '다른나라 산업과의 경쟁' 관점에서 바라보면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본인이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에서 "한 국가의 경상수지는 기업 간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라고 주장했던 것과 일맥상통 한다. 그렇다면 Ben Bernanke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현상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금 흐름'(international financial flows)과 '저축과 투자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미국, 그리고 모든 나라에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자본재에 대한 투자와 오래된 자본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자본투자의 예로는 공장을 건설하는 것, 기업이 새로운 기계를 사는 것 등을 들 수 있겠죠. 그리고 새로운 집과 빌딩을 건설하는 것 또한 주거투자로서 자본투자에 포함됩니다. 


새로운 자본재에 대한 모든 투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금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폐쇄경제에서는 국가 내 총저축을 통해 투자자금을 동원하죠. 그 결과, 폐쇄경제에서 총저축은 총투자와 같습니다. 


하지만 개방경제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한 국가의 저축이 국경을 넘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축이 여유로운 국가는 국제금융시장을 통해 다른 국가에게 자금을 대여해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국가 내 총저축과 총투자가 일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총저축이 총투자를 초과하는 국가는 국제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맡게 되고, 총저축이 총투자에 미달하는 국가는 국제금융시장을 통해 자금을 빌리게 됩니다


미국은 총저축이 총투자에 비해 적습니다. 따라서 이 부족분은 외국으로부터 자금을 빌림으로써 채워집니다. 우리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액수와 미국이 해외로부터 빌린 자금 액수가 같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단지 한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 액수가, 총투자가 총저축을 초과하는 액수와 동일하다는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  

  

→ Ben Bernanke는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에서 다루었던,

원리를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미국 내 총투자에 비해 총저축이 적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 Ben Bernanke의 주장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현상을 '기업 간 경쟁'의 결과로 보기보다는 '저축 · 투자'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구요. 즉,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현상은 미국 내 총저축 하락에 따른 것입니다. 최근 몇년간 미국 내 총저축은 투자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수준에 못미쳤죠. 예를 들어, 1985년 미국 내 총저축은 GDP 대비 18% 였지만, 2004년에는 GDP 대비 14%에 불과합니다. 


몇몇 사람들은 미국 내 총저축 하락을 근거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현상이 미국 내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각주:2]. 그렇지만 저는 이런 의문을 가집니다. "왜 미국의 총저축이 하락했을까?". 비록 미국 내 가계행위의 변화나 경제정책의 변화로 인해 총저축 하락 현상이 발생했을 수 있지만, 미국 총저축 하락은 미국 밖에서 벌어진 사건에 의해 초래된 현상입니다. 이것이 제가 오늘 말하려고 하는 주장입니다. 


→ 미국 내 총투자에 비해 총저축이 적기 때문에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연설에서 Ben Bernanke는 주장의 핵심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왜 미국의 총저축은 지난 몇년간 하락했을까?". Ben Bernanke는 '미국 밖에서 벌어진 사건'(a reaction to events external to the United States)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 글로벌 과잉저축, 그리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로 변하게된 개발도상국

(The Changing Pattern of International Capital Flows and the Global Saving Glut)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가파른 증가 현상을 무엇이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난 8년-10년 간의 (주 : 2005년 연설이니 1997년 즈음을 말한다.) '글로벌 과잉저축'(global saving glut)에 초점을 맞춥니다. 


선진국에서는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저축이 증가하고 경제성장 달성의 결과 투자수요가 적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지난 10년간 증가된 전세계적 저축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선진국 중 많은 국가들은 가계저축이 하락하고 있죠. 


전세계적인 저축공급 증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주요요인은 개발도상국의 변화(metamorphosis of the developing world)입니다. 즉, 개발도상국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기 시작한 것이죠.   

      

→ Ben Bernanke는 서문에서 말했던, '개발도상국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기 시작' 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강조한다.



1996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1,200억 달러이고 2004년에는 5,300억 입니다. 지난 8년 사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4,100억 달러나 증가했죠. 이 기간동안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4,100억 달러 증가했다는 사실은 다른 나라들은 경상수지 흑자가 4,100억 달러 증가했다는 것을 뜻합니다. 과연 어떤 나라가 이런 변화를 경험했을까요?


몇몇 선진국(특히나 독일과 일본)들은 경상수지 흑자액수가 증가하긴 했으나,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선진국 전체의 경상수지는 지난 8년간 3,880억 달러나 감소했죠.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상당한 증가폭은 개발도상국의 경상수지 흑자 증가로 인해 메워졌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은 1996년 880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에서 2003년 2,05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로 변했습니다. 7년간 2,930억 달러나 증가한 것이죠.   


→ Ben Bernanke는 구체적인 통계를 인용하면서, 개발도상국에서 막대한 경상수지 증가가 발생했다고 말한다. 이해를 돕기위해 연도별 경상수지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픽을 살펴보자. (Ben Bernanke가 인용한 구체적인 통계수치는 연설원문 아래에 있는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처: International Monetary Fund. 2011. "Slowing Growth, Rising Risk". 『World Economic Outlook』 Sep. page 25 >



개발도상국의 경상수지가 이렇게 변화했다는 사실은 3가지 물음을 던지게 합니다. 


첫째로, 어떤 사건이 이런 변화를 유도한 것일까요? 

둘째로, 개발도상국의 경상수지 흑자증가와 미국 및 선진국의 경상수지 적자증가는 어떤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셋째로, 개발도상국 경상수지 변화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왜 유독 미국의 경상수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 Ben Bernanke는 개발도상국의 경상수지 변화를 두고 중요한 3가지 물음을 던진다. 

 


제 생각에는, 지난 10년간 개발도상국들이 겪었던 외환위기가 그들의 경상수지 변화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 중반, 대다수 개발도상국들은 자본을 빌려오는 상황이었어요.(주 : 자본수지 흑자, 즉 경상수지 적자를 의미) 예를 들어, 1996년 아시아 신흥국과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800억 달러의 자본수지 흑자를 기록했죠. 


그러나 이들 국가는 고정환율제하에서 고평가된 통화가치 · 외국통화로 표기된 단기부채 · 신뢰상실 등으로 금융위기를 겪게 되었죠. 1994년의 멕시코 · 1997년의 상당수 동아시아 국가들 · 1998년의 러시아 · 1999년의 브라질 · 2002년의 아르헨티나 등등. 이러한 금융위기는 개발도상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과 통화가치 하락, 경기후퇴를 불러왔죠.


→ Ben Bernanke는 개발도상국들이 경상수지 흑자로 돌아선 주요원인으로 1990년대 개발도상국들이 겪었던 금융위기를 거론한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에서 살펴봤듯이, 1990년대 개발도상국들은 자본의 갑작스런 유출로 인해 외환위기를 겪게된다. 이러한 위기를 경험했던 개발도상국들은 자본흐름을 통제하고 많은 외환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되고 행동에 나선다.   



금융위기를 겪은 개발도상국들은 국제자본흐름을 통제(managing international capital flows)하는 전략을 채택하게 됩니다. 즉, 국제자본을 빌려오는 역할에서 빌려주는 역할로 변화하는 전략 말이죠. 예를 들어, 몇몇 동아시아 국가들, 특히나 한국과 태국은 막대한 양의 외환보유고를 쌓기 시작합니다.


외환보유고를 쌓기 위해서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거나 자본유입을 증가시켜야 겠죠.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환을 축적하기 시작합니다. 


외환위기를 경험하지는 않았으나 미래에 다가올 수도 있는 위기를 우려한 국가들, 특히나 중국 또한 외환보유고 비축에 힘을 냅니다. 게다가 개발도상국들은 수출주도 성장을 위해 통화가치 상승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였는데, 그런 맥락에서도 개발도상국들의 외환보유고가 증가하게 됩니다.       


→  위 그래프를 통해 1997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한국의 외환보유고를 확인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외환보유액 증가 추이와 외환위기를 경험했던 동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고 축적에 집착할 것이라는 우려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금+특별인출권+IMF포지션+외환)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98년, 경제학자 Martin Feldstein은 당시 IMF가 동아시아 국가들에 내세운 가혹한 긴축정책을 비판하면서 "IMF의 가혹한 긴축을 경험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앞으로 단순한 '외환보유고 확충' 에만 신경쓸 수 있다" 라고 주장[각주:3]했었다. 그 주장이 현실화된 것이다.   


Ben Bernanke는 이어서 개발도상국의 경상수지 흑자 증가가 어떻게해서 선진국의 경상수지 적자 증가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한다.



개발도상국들의 경상수지 흑자 증가 현상은 선진국들의 경상수지 흑자 감소가 있어야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 : 전세계적으로 각 국가들의 경상수지의 합은 0이 되어야 하므로) 어떻게해서 개발도상국의 경상수지 흑자 증가가 선진국의 경상수지 흑자 감소, 다시말해 경상수지 적자 증가로 이어지게 된 것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선진국 내의 자산가격 경로와 환율경로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1996년부터 2000년 사이, 주식가격은 국제금융시장의 균형을 결정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미국의 기술발전과 생산성 증가는 외국투자자들에게 미국경제를 매력적이게 만들었죠. 결과적으로,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급격하게 증가하였고 미국 내 주가지수와 미국 통화가치는 상승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선진국들의 주가지수 또한 상승하였습니다.


선진국들의 경상수지는 주가지수 상승 통화가치 상승 현상으로 인해 내생적으로 조정되게 됩니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죠. 미국 주가지수의 상승은 자산가치 증가를 불러와 미국 가계의 소비를 늘리게 합니다. 그리고 미국 통화가치 상승은 수입품 가격을 싸게 만들었기 때문에 수입 또한 증가하게 되죠. 그리고 주가지수 상승을 경험한 미국 기업들은 이윤확대 기회를 인지하고 투자를 늘리게 되죠. 


주식가격 상승으로 인한 미국 가계의 소비증가는 저축감소를 불러왔습니다. 그리고 미국 기업들의 투자를 증가했으니,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크게 증가하게 되죠. 이와 같이, 1996년-2000년 사이의 미국 경상수지 적자 증가는 글로벌 과잉저축과 외국투자자들의 미국으로의 자본유입 증가로 인해 커지게 된 것이죠.


→ Ben Bernanke는 개발도상국의 과잉저축(경상수지 흑자)이 1996년- 2000년 사이 선진국 내의 '주식가격 상승' · '통화가치 상승' 경로를 통해, 선진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에서 다루었다시피, '경상수지 흑자=자본수지 적자(자본유출)'이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과잉저축으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는 선진국으로의 자본유출을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IT 버블이 꺼졌던 2000년 이후 부터는 다른 경로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선진국, 특히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진다.  



2000년 3월 (IT 버블 붕괴로 인해) 주식가격이 급락한 이후, 전세계적으로 투자수요가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저축량은 여전히 많았죠.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듯이, 투자에 비해 저축이 많다면 실질이자율의 균형은 하락하게 됩니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주 : 이 연설이 2005년에 행해졌음을 계속해서 유의하자) 전세계적으로 실질이자율은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미국 내 관점에서만 보자면 실질이자율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지만(주 : 미국의 저축이 적고 투자수요가 감소하였기 때문에 실질이자율이 높아야한다), 전세계적 관점에서 보자면 실질이자율이 낮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죠.


이제 글로벌 과잉저축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에 미치는 경로가 변했습니다. 주식가격 상승경로가 아니라 낮은 실질이자율 경로를 통해 미국의 저축을 낮추게 되었죠. 


특히나 낮은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은 주택건설 증가와 부동산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게 됩니다. 글로벌 과잉저축으로 인한 자산가격 상승 효과가 주거투자 증가로 나타나게 된겁니다. 또한 부동산가격 상승은 미국 가계의 소비를 증가시켜 미국 내 저축률을 계속해서 낮게 유지시킵니다.  


→ 2000년 IT 버블 이후, 개발도상국의 과잉저축은 '낮은 실질이자율 경로'를 통해 미국 내 경상수지 적자를 만들어냈다고 Ben Bernanke는 말한다. 글로벌 과잉저축으로 인해 낮아진 실질이자율이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을 상승시켰고 이로인해 주거투자 증가 · 가계저축 감소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 1995년 이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선진국의 실질이자율   

  • 1997년 이후 큰 폭으로 상승하는 미국 부동산시장

  • 미국뿐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전세계적으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였다.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에서 Ben Bernanke가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으로 인해 부동산시장 거품이 생겨났다." 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8 금융위기 발생과정의 개괄적인 설명은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참조) 


그렇다면 왜 많은 선진국가들 중 왜 유독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증가폭만 컸던 것일까? 



제가 위에서 논한 바와 같이, 미국 밖에서 일어난 사건들-금융위기를 경험한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로 변한 개발도상국들-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초래한 주요 원인입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주식가격 상승 · 부동산가격 상승 · 실질이자율 하락 · 통화가치 상승 등의 경로를 통해 미국 경상수지에 영향을 주었죠.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누군가는 "글로벌 과잉저축으로 인한 영향이 왜 유독 다른 선진국에 비해 미국의 경상수지에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인가?" 라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1990년대 IT 호황기 동안 투자처로서 미국이 가졌던 매력 등이 미국으로 개발도상국들의 자본이 유입되는데 영향을 미쳤겠죠. 그리고 미국의 달러화가 국제적으로 가졌던 지위 또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의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저축자금은 달러화로 표기된 자산, 가령 미국 재무부 채권을 구매하는데에 사용되었죠.


그리고 지난 8년간, 선진국들 중 독일과 일본의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다른 선진국들과 독일 · 일본의 차이는 부동산시장에 있습니다.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선진국들은 부동산가격의 상당한 상승과 가계자산 증가을 경험했죠. 독일과 일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동산시장 상승으로 인한) 가계자산 증가 현상과 경상수지 적자 현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제가 오늘 이야기한 글로벌 과잉저축 주장을 뒷받침해 줍니다.


→ Ben Bernanke는 달러화를 보유하려하는 개발도상국들이 과잉저축자금으로 미국 재무부채권을 구매하는 경향을 이야기하며, 왜 유독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폭이 커졌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독일과 일본은 부동산가격이 크게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했다고 말한다. 이는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에서 '경상수지 적자'와 '부동산시장 가격상승'의 관계를 연결했던 Ben Bernanke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이다.


(지금 소개하는 이 연설에서 Ben Bernanke는 '글로벌 과잉저축'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지만,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에서의 Ben Bernanke는 '글로벌 과잉저축'과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 상승'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출처 : Ben Bernanke. 2010. 'Monetary Policy and the Housing Bubble'. 36 >




※ 글로벌 과잉저축의 경제정책에 가지는 함의는? 

(Economic and Policy Implications)


그렇다면 2005년 당시 이 연설을 행했던 Ben Bernanke는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현상이 미국경제에 미치는 함의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었을까? 2010년 Ben Bernanke는 "(2008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2000년대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 상승은 글로벌 과잉저축 때문이다." 라고 주장하는데, 2008 금융위기가 벌어지기 이전에 이를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일까?



전세계적 관점에서 이러한 과잉저축은 경제적으로 이로운 것일까요 해로운 것일까요? 글로벌 과잉저축은 몇몇 이득을 가져다 줬습니다. 경상수지 흑자를 가지게된 개발도상국과 신흥국들은 그들의 외국부채를 줄이고 통화가치를 안정시키고 금융위기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었죠. 다시말해, 국제금융시장에서 lender로 변하게된 개발도상국들은 1990년대에 직면했던 문제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과잉저축은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 증명될 겁니다. 중요한 점은 개발도상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개발도상국에 비해 선진국의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고령화로 인해 선진국의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경제가 발전된) 선진국의 자본/노동 비율은 이미 높은 상태이죠.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생산가능인구의 연령대가 어리고 급속히 증가하고 있죠. 게다가 자본/노동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따라서 개발도상국에서 자본에 대한 수익률은 잠재적으로 높은 상태이죠. 


기본적인 경제이론에 따르면, 선진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개발도상국에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 반대가 아니라요. 만약 국제금융시장에서 자본흐름이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흐른다면, 선진국의 저축자들은 자본이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으로부터 빌린 자금을 이용하여 경제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자본투자를 할 수가 있겠죠.           


→ Ben Bernanke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개발도상국이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건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경제성장을 해야하는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에게서 자금을 빌려와 투자를 증가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선진국에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건 기본적인 경제이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선진국으로 유입되고 있는 많은 자본들은 주택건설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택가격 상승은 가계가 소비를 늘리도록 만들구요. 물론, 주택보유 증가와 가계소비 증가는 좋은 것들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은 새로운 기계를 구입하는 것과 같은 비주거투자에 의해 달성됩니다. 지본흐름이 주거투자에 집중되고 소비지출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경우, 미래에 부채를 상환해야하는 부담은 더욱 더 커집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을 요구합니다. (만약 이렇게 유입된 자본이 갑작스럽게 유출되기 시작한다면) 금융시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위험(the risk of a disorderly adjustment in financial market)이 존재합니다.   


→ Ben Bernanke는 선진국으로 유입된 자본이 비주거투자가 아니라 주거투자를 늘린다고 우려한다.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제성장은 비주거투자에 의해 달성되는데 부동산가격만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The Economist> 또한 비슷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The Economist>는 특히나 미국으로 유입된 자본이 주거투자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부동산산자산을 구매하는데 쓰였던 환경을 지적한다.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는 행위는 GDP를 증가시키지만, 이미 존재하고 있는 부동산자산을 거래하는 행위는 GDP를 변화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대출은 다르게 쓰일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같은 자산을 구매하는데 이용될 수 있는 것이죠. 부동산은 이미 존재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부동산을 구매하는 행위는 GDP를 증가시키지 않습니다. GDP는 오직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할 때만 더해지죠[각주:4]. 결과적으로 GDP는 변하지 않는데 부채만 증가하게 됩니다. 


게다가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구매하는 행위는 자산가격을 상승시킵니다.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은 부채를 지고 추가적으로 부동산 자산을 구매하죠. 담보역할을 하는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미국 가계는 더 많은 부채를 질 수가 있습니다[각주:5]."


'The dangers of debt - Lending weight'. <The Economist>. 2013.09.14


이 연설을 행했던 2005년에 Ben Bernanke는  '자본흐름이 주거투자에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 이미 우려를 표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3년 뒤, 이러한 우려가 역사에 남을 금융위기로 현실화 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었을까? Ben Bernanke는 연설 마지막에서 '글로벌 과잉저축' 현상을 교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가 오늘 논한 바와 같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대외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입니다. 미국 내 정책을 교정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죠.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에서 개발도상국들이 본래 순리대로 자금을 빌리는 역할(natural role as borrowers)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개발도상국들은 거시경제 안정 달성 ·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 부채축소 · 국제자본이동의 장벽 철폐 등의 방법을 통해 투자를 증가시키는 환경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강화와 투명성 증대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의 금융기관이 발전하도록 도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금융위기에 대한 위험이 줄어들게 되고, 개발도상국들은 자본유입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


하지만 우리는 글로벌 과잉저축이 미국으로 향하지 않고, (국제금융시장에서 개발도상국이 자금을 빌리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we probably have little choice except to be patient as we work to create the conditions in which a greater share of global saving can be redirected away from the United States and toward the rest of the world--particularly the developing nations.) 


→ Ben Bernanke는 '글로벌 과잉저축' 현상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들에서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개발도상국들이 가지게 되면 자본유입을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Ben Bernanke는 이런 환경이 만들어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연설을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이 연설이 행해지고 3년 뒤, 2008 금융위기가 발생한다.[각주:6])  



(사족) <<< 그러나 글로벌 과잉저축 현상을 개선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이것이 '국제통화체제'(International Monetary Regime)[각주:7]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질 수 밖에 없는 개발도상국들[각주:8]'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하기 위해 경상수지 흑자를 추구할 수 밖에 없다. 개발도상국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미국 등 선진국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글로벌 불균형'(Global Imablances) 현상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개 중국측 경제학자들이 '국제통화체제에서 달러가 가지는 지위'를 근거로 Ben Bernanke의 '글로벌 과잉저축' 주장을 반박한다. 개발도상국들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여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해야 하고, 미국인들은 편하게 소비만 늘리며 저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을 대표하는 Ben Bernanke는 이 연설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현상의 원인을 대외적인 요인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경상수지 흑자국가인) 독일인 경제학자 Hans-Werner Sinn『카지노 자본주의』(원제 : 『Casino Capitalism』(2010)) 이러한 주장을 반박한다. 그는 애초에 미국인들이 저축을 많이 하지 않는 것에서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지적한다. >>> (사족 끝)[각주:9]



  1. 정확히 말하면 '근본적인 원인으로 추정되는' 이지만.... [본문으로]
  2.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글 밑에서 간략하게 다시 다룰 것이다. [본문으로]
  3. 'Refocusing the IMF.' Foreign Affairs. 1998 Mar/Apr. http://www.foreignaffairs.com/articles/53802/martin-feldstein/refocusing-the-imf [본문으로]
  4. 주거투자는 '새로운' 주택 등을 건설할때만 GDP를 증가시킨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을 '거래'하는 행위는 GDP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본문으로]
  5. However, loans can also be spent differently. They can be used to buy existing assets, such as homes, office-blocks or rival firms. Since the asset already exists, its purchase does not add directly to GDP, which measures only the production of new goods and services. As a consequence, debt increases, but GDP does not. Furthermore, the purchase of an asset, such as a home, will help push up the market price of that asset. Other homeowners will then become more willing to take on debt (because they feel wealthier) and more able to do so (because their home’s value as collateral has risen). [본문으로]
  6. '2008 금융위기'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은 http://joohyeon.com/189 참조 [본문으로]
  7.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지식을 원하시는 분은,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의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s and the Lessons of Bretton Woods)' 참조.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6145505 [본문으로]
  8. '외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에 대해서는,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http://joohyeon.com/113 의 '개발도상국이 지고 있는 원죄Original Sin' 파트와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http://joohyeon.com/176 의 '※ 동아시아 국가들의 태생적 한계 - ②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파트 참조 [본문으로]
  9. 국제통화체제와 글로벌 불균형 현상에 대해서는 추후 다른 글을 통해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본문으로]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Posted at 2014. 7. 10. 08:45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이전글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를 통해,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을 옹호하는 前 Fed 의장 Ben Bernanke의 주장을 알 수 있었다. Ben Bernanke는 당시 기준금리가 적정수준에 비해 낮지 않았음을 테일러준칙(Taylor Rule)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2000년대 초반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급등은 Fed의 낮은 금리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글로벌 과잉저축이 무엇이길래 미국 부동산가격, 아니 당시 전세계 부동산가격을 크게 상승시켰던 것일까? 다른나라의 저축이 한 나라 혹은 전세계 부동산가격을 올린다는 것이 이치에 맞는 주장일까? 만약 Ben Bernanke의 주장이 옳다면, 도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 다른 나라의 저축이 한 나라의 부동산가격을 상승시켰을까? 다음글에서는 "신흥국의 과잉저축이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켰다." 라는 Ben Bernanke의 주장을 알아볼 것이다. 


이에 앞서, Ben Bernanke의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주장을 이해하기 위한 선행지식으로, 이번글에서는 경제원론 지식을 활용하여 ① 경상수지의 의미 ② 저축 · 투자와 경상수지의 관계 ③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관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볼 것이다.  




※ 경상수지 흑자는 마냥 좋은 것일까?

 

경제학 비전공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경상수지(Current Account)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경상수지 흑자 통계를 가지고 대통령의 업적을 비교[각주:1]하거나, 다른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크기에 비해 한국의 그것이 더 크다고 우월해하는 모습[각주:2]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Current Account Surplus)를 '국가의 부'(Wealth of Nation)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중상주의 시절에는 금과 같은 재화를 국가가 얼마나 보유하고 축적(Accumulation)하느냐가 중요했다. 즉, 국가가 보유한 재화의 양이 국가의 부와 동일시된 것이다. 과거 중상주의 시절, 제국주의 국가들이 해외식민지를 개척하는데 힘을 쏟았던 이유는 식민지 무역을 통해 재화를 축적하기 위해서였다. 영국제국은 인도 · 중국과의 식민지무역을 통해 금과 은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한 금과 은을 통해 국가의 경제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재화를 얼마만큼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재화를 얼마만큼 '생산'(Product) 하느냐이다. 그렇게 생산된 재화를 '소비'(Consumption)함으로써 사람들이 '효용'(Utility)을 얼마만큼 느끼는지 따지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사족) <<< 경제학 전공자들이 경제원론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다. 여기서 공급은 '생산', 수요는 '소비'를 뜻한다. 즉, 현대 자본주의 핵심이 '생산'과 '소비'이기 때문에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을 경제원론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다. 


또한, 미시경제 파트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효용'이고, 거시경제 파트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GDP'이다. GDP는 말그대로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을 뜻한다. GDP의 정의는 '일정기간 동안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 이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국가의 부는 얼마만큼 생산하느냐 이기 때문에,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GDP를 이용한다. (따라서 "GDP는 국민들의 행복을 측정할 수 없다." 라는 식의 주장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통해 경제주체가 얼마만큼 '효용'을 누리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미시경제 · 거시경제 파트에서 효용과 GDP를 가장 먼저 배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사족 끝)    


한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다른 나라가 생산한 제품을 수입한 양에 비해 그들이 생산해 낸 제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한 양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중상주의 관점에서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이다. 수입을 초과하는 수출로 인해 외화를 벌어들여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관점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생산해낸 제품을 다른나라에 보낸 국민들은, 재화를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상주의 관점과는 반대로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가 좋은 것일수도 있다.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다른나라의 재화를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3].         




※ 경상수지 흑자 · 적자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경상수지 흑자 · 적자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여기서 또 많은 사람들은 '기업 간 경쟁'에 의해 경상수지가 결정된다고 잘못 생각한다. 가령, 한국기업인 삼성이 수출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면 한국의 경상수지는 흑자이고, 일본기업인 도요타가 수출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면 일본의 경상수지는 흑자라는 식이다. 따라서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에 비해 많은 수출을 한다면, 한국의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할 것이고, 한국의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건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중상주의식 사고방식이다. 이런 사고를 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를 국가의 부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한 국가의 경상수지는 기업 간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각주:4]. 경상수지는 국민계정상의 소득 ·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등에 의해 결정된다.





위의 첫번째 식은 국민계정(National Account)을 나타낸 것이다. 경제 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는 모두 소비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경제 내 총생산 크기는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 순수출[각주:5] 형식의 총지출 크기와 똑같다. 그리고 이를 전개하면 '국민저축(S) - 투자(I) = 순수출(NX)'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즉, 한 경제에서 경상수지 흑자냐 적자냐를 결정짓는 건 수출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경제 내 국민저축과 투자의 크기이다.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각주:6]



< 출처 : [심층분석] 과도한 경상흑자 구조 '달갑지 않은' 일본과 닮은 꼴인가. 조선일보. 2013.11.12 >



(사족) <<< 이 블로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관련 포스트를 통해,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원인이 대기업들의 과잉투자[각주:7] 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대기업들의 과잉투자로 인해 한국경제는 투자가 저축을 초과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이는 1994년-1996년간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각주:8]로 이어지게 되었다. >>> (사족 끝)    




※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관계


다시 반복하지만,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 그런데 저축과 투자는 금융시장[각주:9]과 관련있는 것 아닌가? 한 경제에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는건 여유자금이 있다는 뜻이다.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개인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을 빌려주어 이자소득을 획득한다. 그렇다면 국가도 개인과 마찬가지의 행위를 하지 않을까?


투자에 비해 국민저축이 많은 국가, 즉 여유자금이 있는 국가(경상수지 흑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net lend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그리고 국민저축에 비해 투자가 많은 국가, 즉 자금이 필요한 국가(경상수지 적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역할(net borrow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이런 원리로 경상수지(Current Account)와 자본수지(Capital Account)는 연결된다. 경상수지 흑자 국가는 자본수지가 적자이고, 경상수지가 적자인 국가는 자본수지가 흑자이다.





아직은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직접적인 관계가 직관적으로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방식으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직접적인 관계를 설명하자면, 한 경제내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수출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오직 이 한 사람만이 1달러 어치의 수출을 발생시킨다. 그 경제는 원화를 쓰지만 수출결제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이용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1달러를 어떻게 써야할까? 


1달러를 소비자금으로 쓸 수 있을까? 주의해야 할 점은 그 경제는 원화를 쓴다는 것이다. 달러를 가지고 그 경제 내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는 없다. 따라서 수출을 통해 1달러를 벌어들인 사람은 국제금융시장에서 1달러를 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경상수지 흑자가 자본수지 적자, 즉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역할로 이어지는 것이다.  

    

위에 나오는 간단한 식대로 실제 경제에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상반된 관계를 보일까? 1993년-2002년 사이, 한국경제의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그래프를 보면 데칼코마니 같은 모양를 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족) <<< 1994년-1996년 당시 한국이 경상수지 적자[각주:10]를 기록했다는 의미는 다시말해 자본수지 흑자 국가, 즉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역할[각주:11]을 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앞서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가 좋은 것일수도 있다" 라고 말했다. 다시 반복하자면,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다른나라의 재화를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의 이런 이점이 지속가능할까? 


한 경제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계속해서 빌리고 있음(자본수지 흑자)을 의미한다. 어느날 갑자기, 빌리고 있는 자금에 대해 상환요구가 들어온다면 그 자금을 갚아야 한다. 그것을 갚지 못하면? 외환위기에 빠지게된다[각주:12] [각주:13]즉, 현대 자본주의 관점에서 경상수지 적자는 좋은 것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오랫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라는 말은 아니다. >>> (사족 끝)



     

※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이번글을 통해, Ben Bernanke의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주장을 이해하기 위한 선행지식으로, 이번글에서는 경제원론 지식을 활용하여 ① 경상수지의 의미 ② 저축 · 투자와 경상수지의 관계 ③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관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제 다음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에서는 Ben Bernanke의 주장과 2008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본격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1. 모 블로그 포스팅에서, 대통령임기별 경상수지 흑자액수를 가지고 "박정희정권이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건 틀렸다." 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굳이 링크는 걸지 않겠다. [본문으로]
  2. [사설] 최초로 일본 앞지른 경상수지 흑자의 명암. 중앙일보. 2013.11.05 [본문으로]
  3. 물론, 그렇다고해서 '경상수지 적자'가 마냥 좋다는 것은 아니다. 경상수지 적자의 문제는 이것이 '지속불가능' 하다는데에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느냐는 글을 계속해서 읽어나가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것이다. [본문으로]
  4. '경상수지' 뿐 아니라 '국가의 경제력' 또한 단순히 기업간 경쟁, 국가간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력은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Paul Krugman의 'Competitiveness - A Dangerous Obsession' 참조. http://www.pkarchive.org/global/pop.html [본문으로]
  5. GDP는 '한 국가내'에서 생산된 최종재화와 서비스이다. 따라서 총생산 Y 크기를 계산할 때는 수입품을 이용한 소비 · 투자 · 정부지출은 제외되어야 한다. 따라서 총수출이 아니라 순수출(=총수출-총수입)을 이용한다 [본문으로]
  6. 조선일보의 이 기사가 이러한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심층분석] 과도한 경상흑자 구조 '달갑지 않은' 일본과 닮은 꼴인가' 2013.11.12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12/2013111202692.html [본문으로]
  7.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2013.10.27 http://joohyeon.com/172 [본문으로]
  8.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http://joohyeon.com/170 [본문으로]
  9. 정확히 말하면 '대부자금시장'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금융시장' 이라하자. [본문으로]
  10.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http://joohyeon.com/170 [본문으로]
  11.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2013.11.11 http://joohyeon.com/174 [본문으로]
  12. 특히나 한국과 같이 '외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를 질 수 밖에 없는 신흥국가들은, 이런 이유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에게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한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가 '절대선'이어서가 아니라, 외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한 상환요구를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본문으로]
  13. '외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에 대해서는,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http://joohyeon.com/113 의 '개발도상국이 지고 있는 원죄Original Sin' 파트와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http://joohyeon.com/176 의 '※ 동아시아 국가들의 태생적 한계 - ②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파트 참조 [본문으로]
//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Posted at 2012. 10. 19. 21:30 | Posted in 경제학/일반


※ 왜 한국은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최근 1개월 사이에 원화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면서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경계에도 원ㆍ달러 환율이 다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중 최저점을 나흘째 경신한 결과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거래일보다 1.20원 내린 1,104.30원에 교환됐다. 개장 환율은 0.50원 내린 1,105.00원을 기록하고서 1,103.80원까지 낙폭을 키우다가 간격을 좁혔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9월9일 1,077.30원 이후 최저치다. 장중 기준으로는 작년 10월31일의 1,100.00원을 뚫지는 못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10/18/0200000000AKR20121018162900002.HTML?did=1179m

"`환율 1,000선 붕괴 임박' 13개월 만에 최저점". <연합뉴스>. 2012.10.18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업종별 희비도 엇갈리는데, 수출의존도가 높은 전자·자동차 업체는 원화가치 상승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해외여행 업체나 외화로 표기된 부채를 쌓아둔 기업은 원화가치 상승에 미소를 짓고 있다. 


◇ 항공·여행·면세 '好好' = 환율이 하락하자 항공업계에서는 함박웃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상반기 유가 상승으로 고전한 항공사들은 최근 환율이 떨어져 외화부채가 축소되고 달러로 결제하는 비용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환율 하락이 재무평가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대한항공의 외화부채는 지난달 말 기준 73억5천만달러로,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장부상으로 735억원의 평가이익이 생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10원 변동할 때마다 외화부채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이 발생하고 항공유 구입비용, 항공기 리스비용이 줄어 87억원 상당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업계도 환율 하락을 반기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정기윤 팀장은 "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데는 확실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국 물가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여행사들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면세점도 관광객들의 구매액이 늘며 자연스레 혜택을 볼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경절 특수 기간이 끝난 이 시점에 매출 증가 요인이 다시 생긴 것"이라며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연말 여행 시즌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나 전자업체는 환율 하락을 다른 업종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는 수출 비중이 75∼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이 약 2천억원(현대차 1천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줄어든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2/10/17/0200000000AKR20121017100700003.HTML?did=1179m

"'환율 급락'에 업종별 명암 엇갈려". <연합뉴스>. 2012.10.17




※ 개발도상국이 지고 있는 원죄Original Sin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한국경제가 환율 변동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무역거래대금 결제와 기업들의 해외차입이 원화가 아니라 외환-달러, 유로, 엔화 등등-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 통화·금융체제 연구의 권위자인 Barry Eichengreen, 개발도상국이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이러한 부담을 일종의 원죄Orginal Sin 라고 표현했다.



국가가 자국통화가 아닌 외환으로 해외차입을 하면 어떻게 될까? 대차대조표 상에서 통화불일치Currency Dismatch가 발생하게 되는데, 환율변동이 부채 규모를 좌지우지 하게 된다. 자국통화가치가 상승하면 해외차입규모가 줄어들지만, 반대로 자국통화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차입규모가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통화불일치 때문에 국가들은 외환보유고 확충에 항상 신경쓸 수 밖에 없다.


Barry Eichengreen은 "(자국통화가 아닌) 외국통화로 표기된 해외부채는 경제의 안정성, 자본흐름의 불안정성, 환율 관리, 국가의 신용등급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라고 말한다.


If a country is  unable to borrow abroad in its own currency - if it suffers from the  problem that we refer to as "original sin" - then when it accumulates a net debt, as developing countries are expected to do, it will have an aggregate currency mismatch on its balance sheet.


(...)


Alternatively, the government can accumulate foreign reserves to match its foreign obligations.  In this case the country eliminates its currency mismatch by eliminating its net debt (matching its foreign currency borrowing with foreign currency reserves).  But this too is costly: the yield on reserves is generally significantly below the opportunity cost of funds.


(...)


In particular, we show that the composition of external debt - and specifically the extent to which that debt is 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 is a key determinant of the stability of output, the volatility of capital flows, the management of exchange rates, and the level of country credit ratings. We present empirical analysis demonstrating that this "original sin" problem has statistically significant and economically important implications, even after controlling for other conventional determinants of macroeconomic outcomes. We show that the macroeconomic policies on which growth and cyclical stability depend, according to the conventional wisdom, are themselves importantly shaped by the denomination of countries' external debts.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2



1999년-2001년 사이 발행된 5.8조 달러 규모의 채권 중, 5.6조 달러가 미 달러·유로화·엔화·파운드·스위스 프랑화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이 기간동안 미국·유럽·일본·영국·스위스는 4.5조 달러 규모의 부채만 짊어졌다. 즉, 나머지 1.1조 달러의 부채는 다른 국가들이 (자국통화가 아닌) 외환 형태로 보유하게 된 것이다.   


Of the nearly $5.8 trillion in outstanding securities placed in international markets in the period 1999-2001, $5.6 trillion was issued in 5 major currencies: the US dollar, the euro, the yen, the pound sterling and Swiss franc. To be sure, the residents of the countries issuing these currencies (in the case of Euroland, of the group of countries) constitute a significant portion of the world economy and hence form a significant part of global debt issuance. 


But while residents of these countries issued $4.5 trillion dollars of debt over this period, the remaining $1.1 trillion of debt denominated in their currencies was issued by residents of other countries and by international organizations. Since these other countries and international organizations issued a total of $1.3 trillion dollars of debt, it follows that they issued the vast majority of it in foreign currency. 


The measurement and consequences of this concentration of debt denomination in few currencies is the focus of this paper.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4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28

  •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ies가 자국통화 형태로 보유한 부채는 전체부채 중 2.7%에 불과하다.
  • 반면, 미국·일본·영국·스위스는 전체부채 중 68.3%를 자국의 통화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유로존 국가들이 유로화 형태로 보유한 부채비율은 23.2%에서 56.8%로 증가하였다.



채권 발행국과 통화형태별 누적부채를 살펴보자.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page 29
  • 전세계 부채 중 미국이 부담하는 부채비율은 약 32%이지만, 미 달러 형태로 표기된 부채비율은 약 52%에 이른다.
  • 미국·유로존·일본은 전세계 부채 중 71%를 부담하지만, 미 달러·유로·엔화로 표기된 부채는 약 87%에 달한다.


Figure 1 plots the cumulative share of total debt instruments issued in the main currencies (the solid line) and the cumulative share of debt instruments issued by the largest issuers (the dotted line). The gap between the two lines is striking. While 87 percent of debt instruments are issued in the 3 main currencies (the US dollar, the euro and the yen), residents of these three countries issue only 71 percent of total debt instruments. The corresponding figures for the top five currencies, 97 and 83 percent, respectively, tell the same story.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6-7




※ The Pain of Original Sin


이러한 원죄Original가 개발도상국들에게 어떠한 고통Pain을 안겨줄까?


  1. 환율변동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상환능력의 불안정성이 커지게 된다.
  2. 개발도상국의 통화정책이 제한되게 된다. 확장적 통화정책을 쓰면 통화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외채부담이 커진다. 채무국은 통화확장정책으로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다.
  3. 통화가치가 하락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빈도가 증가하고 외환보유고 확충에 큰 신경을 쓰게 된다. 
  4. 다른 국가의 통화로 표기된 부채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역할도 제한하게 된다.
  5. 이 모든 것이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신용등급을 낮추는 영향을 끼친다.

4. The Pain

Original sin has important consequences. Countries with original sin that have net foreign debt will have a currency mismatch on their national balance sheets.  Movements in the real exchange rate will then have aggregate wealth effects. This makes the real exchange rate a relevant price in determining the capacity to pay. Since the real exchange rate is quite volatile and it tends to depreciate in bad times, original sin  significantly lowers the creditworthiness of a country. Moreover, the wealth effects limit the effectiveness of monetary policy, as expansionary policies may weaken the exchange rate, cause a reduction in net worth and will thus be either less expansionary or even contractionary. This renders central banks less willing to let the exchange rate move, and they respond by holding more reserves and aggressively intervening in the foreign exchange market or adjusting short-term interest rates. The existence of dollar liabilities also limits the ability of central banks to avert liquidity crises in their role as lenders of last resort. And, dollar-denominated debts and the associated volatility of domestic interest rates heighten the uncertainty associated with public debt service, thus lowering credit ratings.    

Barry Eichengreen, Ricardo Hausmann and Ugo Panizza. 2003. "The Pain of Original Sin". 15-16




※ 외환 보유고 확충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개발도상국


원죄Original Pain은 채무국의 상환능력Solvency의 불확실성도 키운다. 한국이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은 것도 (자국통화가 아닌 다른 나라의 통화로 표기된) 단기외채 때문이었다.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부족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1997년의 위기가 국내적 금융위기로 끝나지 않고 외환위기가 된 것은 단기 외채 때문이었다. 1990년대 초까지 한국 정부는 미국 등 선진국의 자본시장 개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본 시장 개방에 있어서 매우 점진적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93년부터 은행에게 무역관련 금융과 해외지사 단기차입을 허용하자 재벌이 그것을 이용하여 금리가 낮은 일본 등으로부터 대규모 차입을 하였다(함준호, 2007; Wang, 2001). 이 과정에서 차입자인 재벌과 은행의 위험관리에 대한 개념이 미약하였고, 정부의 금융 감독 시스템도 미비 상태였다.


(...)


이 대목에서 외환위기의 원인에 대한 많은 문헌이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은 것은 한국 정부가 1997년  8월 민간부문의 외채에 대해 지급 보증을 했다는 사실과  그것이 갖는 의미다. 국내 구조가 외환위기의 원인이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보다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지급 보증을 한 후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 여부가 아니라, 정부가 민간의 외채를 대신 갚아 줄 능력이 있는지 여부가 외환위기가 일어나는지를 결정하는 요인이었다. 물론 한국 정부가 그럴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일어난 것이다.


(...)


한국 정부는 왜 민간부문의 외채를 대신 갚아 줄 능력이 없었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결제능력(solvency)과 유동성(liquidity)의 두 가지로 나누어 분석할 필요가 있다.  


(...)


한국 정부의 문제는 재정의 불건전성이 아니라 지급보증을 한 민간의 단기외채에 비해 정부(한국은행)가 가진 외화준비금이 너무 적었다는 점이다. <표2>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의 사정이 실제로 그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정부의 문제는 결제능력부족(insolvency)이 아니라 유동성부족(inliquidity)이었다.


이제민. 2007. "한국의 외환위기: 원인, 해결과정과 결과". 『경제발전연구 제13권 제2호』. 7-8



IMF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자본시장 개방·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은 치솟았고 정리해고가 당연하다는듯이 받아들여졌다. IMF 체제를 겪은 국민들은 IMF라면 진저리를 첬고, 따라서 또 다시 외환위기를 겪지 않는 것이 주요목표가 되었다.


외환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한국은 유동성부족으로 인해 외환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평상시에 외환보유고를 튼튼히 쌓아놓으면 된다. 외환보유를 늘리는 효과적인 방법은 수출 증가이다. 원죄Original Sin를 가지고 있는 개발도상국은 수출을 통해 달러를 벌이고 이를 미국 채권 형태로 보유해 외환보유를 늘린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재투자 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외환보유고 확충에 신경 쓴다는 것이다.


Martin Feldstein 외환위기 당시 IMF의 가혹한 조치가 개발도상국이 생산적인 재투자 대신 외환보유고 확충에 큰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The desire to keep out of the IMF'S hands will also cause emerging-market economies to accumulate large foreign currency reserves. A clear lesson of 1997 was that countries with large reserves could not be successfully attacked by financial markets. Hong Kong, Singapore, Taiwan, and China all have very large reserves, and all emerged relatively unscathed. A country can accumulate such reserves by running a trade surplus and saving the resulting foreign exchange. It would be unfortunate if developing countries that should be using their export earnings to finance imports of new plants and equipment use their scarce foreign exchange instead to accumulate financial assets.  


Martin Feldstein. 1998. "Refocusing the IMF". 『Foreign Affairs』 March/April.




※ 외환 보유고 확충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낳은 글로벌 불균형


개발도상국이 외환보유고 확충을 위해 선택한 수출 주도 전략은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s을 심화시켰다. 


<출처: International Monetary Fund. 2011. "Slowing Growth, Rising Risk". 『World Economic Outlook』 Sep. page 25 >

  • 중동의 산유국·중국 및 아시아 신흥국·독일·일본의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매년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 무역흑자를 달성한 국가들은 미국 채권 구입의 형태로 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보낸다.
  • 막대한 자본유입을 받은 미국은 해외로부터 들어온 유동성을 바탕으로 소비를 늘린다.
  • (경제는 소비를 하는 주체가 있어야 돌아가기 때문에) 세계경제 시스템 내에서 미국은 최종소비국가로서 역할을 하게된다.
  • 즉, 세계경제가 미국의 소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형태가 되었다.


現 FRB 의장인 Ben Bernanke는 외환보유고 확충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불러온 글로벌 과잉저축Global Saving Glut[각주:1]이 글로벌 불균형과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각주:2]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신흥국은 외환보유고 확충을 위해 수출주도 전략을 밀고 나갈 수 밖에 없다. 무역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신흥국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출국가international lenders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신흥국의 잉여자본은 미국으로 향하게 되고,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자산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미국 부동산가격은 어느순간 하락을 하게 되고, 부동산담보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Sub Prime Mortgage 사태가 발생한다.    

In response to these crises, emerging-market nations either chose or were forced into new strategies for managing international capital flows. In general, these strategies involved shifting from being net importers of financial capital to being net exporters, in some cases very large net exporters. 

(...)

According to the story I have sketched thus far, events outside U.S. borders--such as the financial crises that induced emerging-market countries to switch from being international borrowers to international lenders--have played an important role in the evolution of the U.S. current account deficit, with transmission occurring primarily through endogenous changes in equity values, house prices, real interest rates, and the exchange value of the dollar.



Raghuram Rajan 또한 글로벌 불균형이 세계경제위기를 일으킨 폴트라인Fault Line[각주:3]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이들 국가-수출 지향적 성장국들-는 단순히 수출을 늘리는 전략이 아닌 무역 흑자를 목표로 수출 전략을 강화했다. 무역 흑자를 통해 외환 보유고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정한 것이다. 이들 국가는 무역 흑자를 늘리기 위해 투자를 과감하게 줄였다. 그리고 이러한 투자 삭감으로 과거에 투자와 관련해 직면하곤 했던 투자 붐과 붕괴 사이클을 피해갈 수 있었다.


수출 지향적 성장국들의 이와 같은 안전 위주 전략은 세계 나머지 국가의 취약성을 더욱 증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들 국가가 수출 지향적 성장 전략을 강화하고 나서자 전 세계 나머지 국가의 이들 수출국 상품에 대한 수요 부담 압력도 따라서 증가하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앞장에서 이미 설명했던 수출 지향적 성장국들의 문제점, 즉 수출과 내수 사이의 불균형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다.


수출 지향적 성장국의 수출 강화 노력으로 이들 국가의 외환 보유고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그리고 이 외환은 투자처를 찾아 세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 채권국으로 변신한 수출국 자금이 가장 이상적인 후보로 생각한 국가는 다름 아닌 바로 미국이었다.


(...)


세계적으로 경기가 후퇴기에 접어들면, 해외 수요에 의존하는 수출 지향적 성장국은 특히 타격을 받는다. 2001년의 경우에 그러했듯이 이들 수출국은 내수 부양책 도입으로 위기 타개를 모색하지만 그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때 이들 수출 지향국이 믿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적인 경기 후퇴가 도래하면 미국이 어쩔 수 없이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대대적인 부양책을 도입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세계의 상당수 국가들은 자국의 엔진을 더 이상 가동하지 않고 미국에 묻어가려는 시도를 한다. 이로 인해 미국이 끌고 가야 할 부담은 훨씬 커질 수 밖에 없고, 여러 면에서 지치고 상처를 입는 것은 결국 미국이다. 


라구람 G. 라잔. 2011. 『폴트라인』. 168-205




※ 모든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Robert Mundell의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이론

이에 대한 Paul Krugman의 비판


그럼 모든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어떨까? 개발도상국의 원죄도 사라지고, 외환 보유고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글로벌 불균형도 없어질 수 있다. Robert Mundell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이론을 주창했었다. 국가들이 서로 인접해있고, 상호간에 무역거래가 많고, 각국 간에 노동이동이 활발한다면 이들은 단일통화를 사용할 수 있는 최적통화지역 이라는 것이다. 단일통화 도입으로 환율 급등락의 비용을 줄인다면 경제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킨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으로 유로화가 탄생하였다. Robert Mundell은 '유로화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고,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에 노벨경제학상도 수상하게 된다.



그러나 단일통화체제는 불가능하다. 단일 통화 체제가 낳은 결과가 현재의 유럽경제위기이다. 단일통화체제를 선택한다면 각국은 자신에게 맞는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다. 현재 그리스·스페인 등의 남유럽은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지만, 독일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확장적 통화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독자적인 통화정책이냐 변동하는 환율이냐에서 선택한 건 변동하는 환율이었다.


Paul Krugman은 쉬운 설명을 통해 단일통화체제가 왜 불가능한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국제통화체제는 왜 확립되지 않았을까?


옛날 옛적에 세계는 단일통화를 갖고 있었다. 이 통화의 이름은 '글로보'였다. 관리 체계도 매우 훌룡했다. 앨런 글로브스펀 의장이 지휘하는 글로벌준비은행(줄여서 '글로브'라고 햇다)은 세계가 경기후퇴 국면으로 들어설 위험이 보이면 글로벌 통화의 공급을 늘리고, 인플레이션의 징후가 보이면 공급을 줄이는 등 멋지게 직무를 수행했다. 훗날 글로브의 시대를 황금기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특히 기업인들이 이 체제를 좋아했는데, 세계 어디서든 별 어려움 없이 장사를 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원에도 문제가 있는 법이다. 글로보를 신중하게 관리했기 때문에 큰 틀의 세계에서는 경기의 파도를 잠재울 수 있었지만, 개별 국가들의 입장은 달랐다. 통화정책을 놓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빈발했다. 유럽과 아시아에는 불황의 먹구름이 끼자 글로브는 돈의 양을 늘렸지만 이로 인해 북미에서는 엄청난 투기 붐이 일기도 했다. 또 북미의 인플레이션을 잠재우기 위해 돈을 줄이자 남미의 불경기가 악화되었다. 대륙별 통화가 없었기 때문에 각 대륙의 정부들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결국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이 체제가 깨지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고, 각 나라는 글로보 대신에 독자적인 통화를 도입했다. 그리고 각자의 필요에 따라 통화정책을 펴는 쪽으로 나아갔다. (...)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이번엔 널뛰기하는 환율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어떤 환율, 예를 들어 라티노와 유로의 환율은 무역상의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다. 유럽의 상품을 사려는 남미 사람은 라티노를 유로로 바꾸어야 했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외환시장은 주로 투자자들, 그러니까 주식과 채권을 사기 위해 통화를 사고파는 사람들이 쥐락펴락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투자 수요는 투기의 성격이 짙었기 때문에 통화가치 역시 불안해졌다. 더 나아가 이들은 통화 자체의 가치마저 투기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 결과 환율이 큰 폭의 등락을 반복했고, 이로 인해 기업환경은 불확실해졌으며, 기업들은 해외에 있는 자산과 부채가 실제로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니는지 알 수 없었다. (...)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투기꾼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즉 자본이동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었다.


이제 각 대륙은 세 가지 통화제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그런데 이 셋은 저마다 심각한 결점을 지니고 있었다.


먼저, 독자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면서 환율변동을 감수하는 방법이 있었다. 이 방법을 택하면 경기후퇴와는 얼마든지 맞서 싸울 수 있는 대신에 기업 활동 환경에 불확실성이 조성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아니면 환율을 고정시킨 후 평가절하는 절대로 없을 것임을 공언하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면 기업활동은 더 편하고 안전해지겠지만 억지춘향식 단일통화정책의 문제점이 다시 불거질 게 뻔했다. (...)


지금까지 살펴본 가상의 역사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각 국가들이 직면한 '3각 딜레마'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거시경제 관리자들이 원하는 것은 세 가지다. 그들은 통화정책에 대한 재량권을 원한다. 경기후퇴를 막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다. 그들은 안정된 환율을 원한다. 그래야 기업이 너무 큰 불확실성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자유로운 국제 비즈니스를 원한다. 민간 부문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특히 원하는 외환을 쉽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글로보와 그 소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세 가지 소원을 다 이룰 수는 없음을 말해준다. 잘해야 두 가지를 이룰 수 있을 뿐이다. (...)


따라서 자유롭게 변동하는 환율제도만이 남게 된다. 1990년대 중반이 되면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자유변동환율제를 그래도 세 가지 악 가운데 최선으로 여기게 되었다.


폴 크루그먼. 2009. "부적절한 정책". 『불황의 경제학』. 133-139


그리고 Paul Krugman은 Robert Mundell의 최적통화지역 이론에 비판을 가한다. 유럽 국가들은 무역의 60%를 상호간에 하고 있었고 유럽통합을 위해 동질성을 키웠기 때문에 최적통화지역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 지역처럼 보일 수 있다. Paul Krugman은 그러나 유럽 국가내에 노동 이동이 활발하지 않고 재정통합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단일통화를 사용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노동이동이 자유롭다면, 불황에 빠진 국가는 다른 나라의 저임금 노동자를 이용해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다. 노동이동이 자유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통화량 공급을 통한 인플레이션 유발로 임금의 실질가치를 낮춰 기업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Internal Devaluation 이라 한다.) 그런데 노동이동이 자유롭지 않은데 인플레이션 유발을 위한 독자적인 통화정책마저 쓰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유럽이 재정적으로 통합되어 있었다면 독일의 재정으로 그리스 등의 남유럽을 도울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경제위기에 처했을때, 플로리다 주·워싱턴 주 등이 재정지원을 해주는 것처럼. 그러나 유럽은 국가 간의 재정통합과 정치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 통화를 도입했고 그 부작용을 지금 겪고 있다.


On this score, Europe looked good: European nations do about 60 percent of their trade with one another, and they do a lot of trade. On two other important criteria, however-labor mobility and fiscal integration-Europe didn't look nearly as well suited for a single currency.


Labor mobility took center stage in the paper that started the whole optimum currency area field, written by the Canadian-born economist Robert Mundell in 1961. A rough synopsis of Mundell's argument would be that the problems of adjusting to a simultaneous boom in Saskatchewan and slump in British Columbia, or vice versa, are substantially less if workers move freely to wherever the jobs are. And labor does in fact move freely among Canadian provinces, Quebec excepted; it moves freely among U.S. states. It does not, however, move freely among European nations. Even though Europeans have since 1992 had the legal right to take work anywhere in the European Union, linguistic and cultural divisions are large enough that even large differences in unemployment lead to only modest amounts of migration.


The importance of fiscal integration was highlighted by Princeton's Peter Kenen a few years after Mundell's paper. To illustrate Kenen's point, consider a comparison between two economies that, scenery aside, look quite similar at the moment: Ireland and Nevada. Both had huge housing bubbles that have burst; both were plunged into deep recessions that sent unemployment soaring; in both there have been many defaults on home mortgages.


But in the case of Nevada, these shocks are buffered, to an important extent, by the federal government. Nevada is paying a lot less in taxes to Washington these days, but the state's older residents are still getting their Social Security checks, and Medicare is still paying their medical bills-so in effect the state is receiving a great deal of aid. Meanwhile, deposits in Nevada's banks are guaranteed by a federal agency, the FDIC, and some of the losses from mortgage defaults are falling on Fannie and Freddie, which are backed by the federal government.


Ireland, by contrast, is mostly on its own, having to bail out its own banks, having to pay for retirement and health care out of its own greatly diminished revenue. So although times are tough in both places, Ireland is in crisis in a way that Nevada isn't.


And none of this comes as a surprise. Twenty years ago, as the idea of a common European currency began moving toward reality, the problematic case for creating that currency was widely understood. There was, in fact, an extensive academic discussion of the issue(in which I was a participant), and the American economists involved were, in general, skeptical of the case for the euro-mainly because the United States seemed to offer a good model of what it takes to make an economy suitable for a single currency, and Europe fell far short of that model. Labor mobility, we thought, was just too weak, and the lack of a central government and the automatic buffering such a government would provide added to the doubts.


Paul Krugman. 2012. "Eurodammerung". 『End This Depression Now!. 171-173




  1.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2. Ben Bernanke의 '글로벌 과잉저축' 연설 원문. [본문으로]
  3. 폴트라인Fault Line은 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선을 의미한다. Raghuram Rajan은 여러 요인이 폴트라인으로 작용해 세계경제위기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본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