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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사업, 절대악인가?민자사업, 절대악인가?
Posted at 2012. 4. 16. 13:11 | Posted in 경제학/일반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과 관련하여, 민간투자사업과 민영화에 대한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근데.. 이게 정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민자사업과 민영화의 정의부터 구분하자면,
민영화란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던 것"을 민간에 넘기고 경영권을 포기하는 것이고,
민자사업이란 "사회간접자본 또는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민간자본을 끌여들이는 것이다.
즉,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공공시설물을 민간투자사업방식으로 건설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단순히 "민간vs국가" "시장vs국가" "민영화, 민자사업은 나쁘다" "민간에 맡기면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할까?" 프레임이 아니라
1. "그 시설을 이용하면서 편리함을 1차적으로 얻는 사람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 측정되지 않는 혜택을 받고 있는 불특정 국민들의 세금을 이용하여 사회기반시설 건설 비용을 대는 것이 타당한가?"
2. "앞으로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정부재정을 지출할 수 있는가? 그런 여력 또한 있는가?"
의 문제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할테지만, 민자사업이 추진된 배경부터 살펴보면, 이게 단순히 "가진 자들의 이익"을 위해서 "공공재를 사유화"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민간참여의 의의로는
① 정부의 재정건전성 문제 해결 & 기간별 부담형태 다변화
② 세금 집행과 정부 지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민 여론 반영
이다.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눈초리는 무섭다. 세금에 대한 저항도 예전과 다르다. 고성장시대에는 커다란 마찰 없이 부과해 왔던 세금도 성장이 둔화되면서 일반 국민들의 반응이 예민해 지고 있다. 이에 반해, 국민들의 재정에 걸고 있는 기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따라서, 기존 지출비용의 절약을 통해 SOC 투자재원을 확충한다는 것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이러한 정부재정의 한계 속에서 우리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절대절명의 과제인 사회간접자본시설을 확충하는 길이라고는 민간의 투자재원을 동원하는 방법 뿐이다.
따라서,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의 첫 번째 의의는 민간재원을 통하여 재정투자수요를 충당케 함으로써 정부재정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강태혁. 1999. "SOC 민자사업의 정책방향". 6-7쪽
또한,
"민자사업의 효과는 동일한 재정자금으로 인프라스트럭처의 시설물을 조기에 다수 확보할 수 있다는 것과 (...)
첫째, 정부의 예산부족으로 시행하지 못했던 사업들을 추가로 시행
둘째, 수익성 있는 공공사업을 민자유치로 전환하면 정부예산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사업이 가능
셋째, 정부가 적절한 재정지원을 제공하면 이들도 민자유치될 수 있다
결국 사회적 타당성이 인정되는 사업 모두 시행 될 수 있을 것
그런데 이와 같은 방법으로 사업을 민자유치한다면 정부는 사업시행자의 운영기간 중에 이용료 수입을 잃게 될 것이다. 정부는 민자유치로 인하여 현재의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통행료수입과 같은 미래의 재정수입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민자유치는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기 보다는 기간별 부담형태를 달리하는 것이다. "
(-각주 설명 : 전통적 직접투자사업과 민자유치사업에서 나타나는 정부의 재정부담형태는 (...) 설령 두 가지 방법의 재정부담의 현재가치가 동일하더라도, 민자유치는 사회간접자본의 사회적 파급효과를 조기에 획득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옥동석, 배근호. 2002. "민자사업의 제도적 기반연구 : 영국 PFI를 중심으로". 66-70쪽
쉽게 설명하자면,
① 세금집행과 정부지출에 대해 국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② "시설물을 직접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라는 공감대가 퍼졌으며
③ "증세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정부는 세금인상을 할 수가 없으며
④ 재정건전성의 유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일시에" 지불할 수 없으며
⑤ 그렇기 때문에,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였고"
⑥ 추후 최소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 등으로 비용이 지출되거나, 기반시설 운영수익을 걷을 수 없어서 기회비용이 생기더라도
⑦ 민간자본 투입으로 사회기반시설이 조기에 이루어짐으로써, "사회적 파급효과를 조기에 획득"할 수 있고
⑧ (MRG 등으로 비용이 지출되더라도) 일종의 "할부" 개념으로 돈이 지출됨으로써, 재정건정성 확보에 유리하다. -"재정지출 모델 다변화"-
민자사업이라는 것도 어느정도 "논리"를 갖추고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최소수입보장(MRG)과 관련한 부분인데,
민간투자사업방식을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수익형 민간투자사업 (BTO : Build, Transfer, Operate)
임대형 민간투자사업 (BTL : Build, Transfer, Lease)
인데,
"BTO 방식은 민간자본이 시설을 건설하고Build, 이것의 소유권을 국가에 이전하되Transfer, 일정 기간 자신이 직접 운영Operate해 시설투자비를 회수하는 제도다.
BTL 방식은 민간자본이 시설을 건설하고Build 국가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은Transfer BTO 방식과 동일하나, 자신의 운영권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게 빌려 주고Lease 임대료 형식으로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
수익형 사업에선 이용자의 수요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기 때문에 투자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최소운영수입 보장제'다. 이 제도는 민간투자사업이 운영과정에서 사업협약에 명시된 예측 수요에 이르지 못해 수입 부족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미리 정해진 기준만큼 민간투자자에게 운영 수입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
임대형 민간사업자는 임대료 형식으로 정부로부터 투자수익-5년 만기 국채수익률+알파-을 보장받는다. 아무런 투자 위험 없이 국채수익률에 가산율이 더 붙은 수익을 얻고, 더불어 건설 과정에서 가격 담합과 하도급 차액을 통해 막대한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오건호. "세금 먹는 하마, 민간투자사업". 『대한민국 금고를 열다』. 2010. 177-178쪽
어찌보면 MRG를 보장해주는 민자사업은 말이 안된다.
(이 제도는 2009년에 폐지됐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수익은 항상 위험을 수반하기 마련인데 민간투자사업에서 이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오건호 2010)
'항상 일정 정도 수익이 보장 되는 사업' 이라! 이런 게 또 어디 있을까?
그렇지만 MRG 제도도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탄생했는데,
"1990년대 초기에는 민간자본의 유치를 확대하고자 민자사업이 갖고 있는 위험부담을 줄이도록 노력하였다. 결과적으로 운영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통행료수입의 일정부분을 정부가 보장하도록 협약을 체결하였다."
김일환. 2005. "SOC 민자사업 추진방향". 국토. 51쪽
그러니까, 민간자본 유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민간자본 유치를 원활히 하기 위해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를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1. "그 시설을 이용하면서 편리함을 1차적으로 얻는 사람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 측정되지 않는 혜택을 받고 있는 불특정 국민들의 세금을 이용하여 사회기반시설 건설 비용을 대는 것이 타당한가?"
2. "앞으로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정부재정을 지출할 수 있는가? 그런 여력 또한 있는가?"
민자사업과 민영화에 관련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논의는 이것이다.
(민영화는 약간 핀트가 다르지만...)
단순히 "민영화 반대, 돈 아깝다, 이거 어느 정치인이 한것이냐" 라는 논의가 아니라,
"민간투자사업이 시작할 수 밖에 없었던 근본 이유"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 제도권 내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게 필요할 것이다.
너무 추상적인 해결책일 수 있지만, 지금 필요한 건 '사회적 합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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