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Posted at 2015. 7. 3. 13:4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출처 : 페이스북 지리사랑방 그룹 >


이 그림은 한국의 지역별 인구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알다시피 다수의 한국인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대전 · 대구 · 광주 · 부산 · 울산 등 지방 광역시에 퍼져있다.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에 살지 않고 일반소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소수이다. 


대도시(metropolitan) 집중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농촌이 아니라 도시에서 사는 세계인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2050년에는 인류의 2/3이 도시에서 생활할 것으로 예측고 있다. 또한 도시 중에서도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증가[각주:1]하고 있다. 


사람들이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현상은 눈에 띄는 지리적패턴을 만들어냈다. 바로, '핵심부'(core)와 '주변부'(periphery) 패턴이다. 위에 첨부한 그림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한국에서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들은 핵심부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핵심부를 중심으로 소도시 및 농촌이 분포되어 주변부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인류는 왜 농촌이 아니라 도시, 그 중에서도 대도시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것일까? 그리고 거대 '핵심부'를 중심으로 작은 '주변부'들이 분포하는 지리적패턴이 만들어진 원인은 무엇일까?     


[국제무역이론] 시리즈의 이전글을 보신 분이라면 "집적의 이익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본 블로그는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를 통해, "외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때 똑같은 산업에 속하는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이면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논리를 소개하였고, 이를 '경제지리학'(Economic Geography)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전통적인 경제지리학은 오늘날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이전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자. 똑같은 산업에 속한 여러 기업들이 한 곳에 모이면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대체 '어느곳'에 모여야할까? 이는 역사적경로(historical path)와 우연적사건(accidental event)이 결정짓는다고 전통적인 경제지리학은 말한다. 단지 예전부터 똑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특정한 지역에 모여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오늘날에도 계속해서 집중현상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런식의 설명은 논리적이지 않다. 집중현상이 발생하는 지점을 우연에서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인 경제지리학은 특정지역에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는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지,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특정지역에 집중해 있으면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데, 왜 그곳에서 이탈하여 주변부에 머무르는 기업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            


새로운 이론을 알기에 앞서,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때 시장크기(인구수)가 제한되어 있다면, 소비자들은 상품다양성을 누릴 수 없다. 이때 국제무역을 하게 된다면 시장크기 확대로 인해 소비자들은 상품다양성을 누릴 수 있다. 즉, 국제무역 효과는 시장크기 확대(인구증가) 효과와 동일하다." 라고 말한 '신국제무역이론'(New Trade Theory)를 다시 한번 복습해보자.




※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소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국 사람들에 비해 삶의 수준이 낮은 상태

- 소국 국민들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된다  


이전글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에서 살펴봤듯이,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때 국제무역은 상품다양성을 늘릴 수 있다. 상품다양성이 인구수에 의존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제무역 효과와 인구증가 효과는 동일하다. 즉, 국제무역은 마치 나라의 크기가 커진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고, 국민들의 후생을 증가시킨다. (주 : 이 내용이 이해가 가지 않으신 분은 이전글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다시 반복하지만 국제무역은 '다른나라 국민들이 우리나라로 이민을 와서 인구가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국제무역을 할 수 없다면 인구가 적은 소국은 '이민을 통해 인구가 증가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없다. 


따라서 소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국 사람들에 비해 삶의 수준이 낮은 상태 (다양성이익 X, 규모의 경제 실현 X)에 있게되고, 소국 국민들은 삶의 수준이 더 높은 대국으로 이주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논리는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만약 한 지역의 인구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아주 조금이나마 많다고 생각해보자. 인구수가 아주 조금 차이가 나더라도 인구수가 많은 지역의 삶의 질이 더 높다. 따라서 인구수가 적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삶의 수준 향상을 위해 사람이 많은 곳으로 이주하게 되고, 인구수가 많은 지역의 인구는 더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제 두 지역간의 인구수 격차는 크게 벌어지게 되고, 인구수가 많은 지역은 '거대 핵심부'가 되어버린다. 규모가 조금이나마 컸던 도시에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어서 대도시(핵심부)로 발전하고, 소도시나 농촌은 여전히 주변부로 머무르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1979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monopolistic competition, and international trade>을 통해 '신무역이론'을 소개한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당시 논문에서 '핵심부-주변부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이렇게 남겼다. 그 후 12년 뒤, Paul Krugman은 1991년 논문 <Increasing Returns and Economic Geography>을 통해,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을 세상에 소개한다.   





※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몰려드는 제조업 근로자들


Paul Krugman이 주목하는 오늘날의 지리적패턴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산업화된 핵심부와 농업 위주인 주변부'(industrialized 'core' and agricultural 'periphery') 이다. 사람이 많이 모여사는 핵심부는 제조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사람이 별로 없는 주변부는 농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모습은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직관적으로 '서울과 경기외곽의 소도시' 혹은 '지방광역시와 근방의 소도시' 등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리적패턴을 보고 2가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제조업 기업이 몰려있는 곳에 거주하는가?""제조업 기업들은 왜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 집중되어 있는가?" 이다. Paul Krugman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간단한 모델을 만들었다.  



◆ 사람들이 제조업 기업이 몰려있는 곳에 거주하는 이유


Paul Krugman이 만든 간단한 모델은 두 지역이 등장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각각 똑같은 인구가 살고 있으며 농업과 제조업의 비중이 5:5로 동등하다. 이때, 1지역(2지역) 사람들이 2지역(1지역)의 제조업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각 지역의 농업 종사자들은 지역간 이동이 불가능 하지만, 제조업 종사자들은 지역간 이동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농업은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지만 제조업은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이때, 2지역에 살고 있는 제조업 종사자가 1지역으로 이주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만약 1지역으로 이주한 근로자가 어떠한 이익도 거두지 못한다면, 그것을 본 2지역 내 다른 근로자들은 굳이 1지역으로의 이주를 생각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1지역으로 이주한 근로자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면, 이를 본 2지역 내 다른 근로자들은 똑같이 1지역으로 이주를 할 것이다. 


여기서 근로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임금상승을 뜻한다. 즉, 2지역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 때 임금이 상승한다면, 2지역 근로자들은 모두 1지역으로 이주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2지역의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때 임금이 상승하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 1지역 인구증가에 따른 1지역 제조업 상품다양성 증가 →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증가 → 1지역 제조업 근로자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다

: 2지역에 살고 있는 제조업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함에 따라, 이제 2지역의 인구보다 1지역의 인구가 더 많다따라서, (신무역이론에 의해) 1지역내 제조업 기업 숫자는 증가하게 되고 상품다양성 또한 증가한다. 이제 2지역에서 판매되는 제조업 상품종류 보다 1지역에서 판매되는 제조업 상품종류가 많아졌다. 


이에따라 양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제조업 근로자+농업 종사자)이 제조업 상품을 구매할때 1지역 제조업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게 된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이제 상품종류가 다양한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된것이다. 상품판매 증가는 근로자의 임금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에, 1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게 된다.


▶ 기술발전으로 인해 낮아지는 운송비용 → 2지역 제조업 상품을 보다 싸게 구입 가능 →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증가 → 1지역 제조업 근로자 실질임금 증가로 이어지다 

: 2지역에서 1지역으로 이주한 근로자는 이제 본래 있던 2지역의 제조업 상품을 구입하기가 어려워진다. 2지역의 제조업 상품을 1지역에서 구입하기 위해서는 운송비용을 추가적으로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송비용이 낮다면 2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크기를 줄일 수 있고, 1지역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을 보다 더 늘릴 수 있다. 1지역 제조업 상품 판매증가는 1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임금상승으로 이어진다.    


1지역 인구 증가에 따른 내부 규모의 경제 작동 → 1지역 제조업 상품가격이 낮아지고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높아지다

: 1지역의 인구증가는 내뷰 규모의 경제를 작동시켜 1지역 제조업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도 가져온다. 신무역이론에서 살펴봤듯이,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인구크기(시장크기)이다. 만약 인구가 적다면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높아진다. 반대로 인구가 많다면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생산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생산비용의 감소는 상품가격의 감소로 이어진다. 따라서 1지역 근로자들은 보다 낮은 가격에 제조업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실질임금이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3가지 요인으로 인해, 2지역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때 임금이 상승하게 된다. 이것을 본 다른 2지역 근로자들은 임금상승 혜택을 얻기 위해 먼저 이주한 사람을 따라서 1지역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 결과, 양지역의 제조업 근로자들은 모두 1지역으로 모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2지역 근로자가 1지역으로 이주했을때 임금 상승을 유발하는 3가지 요인'은 결국 '1지역의 인구가 많기' 때문에 작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1지역의 인구가 많은 이유는 2지역의 근로자 1명이 1지역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즉, 조그마한 인구증가가 연쇄작용을 일으켜서 1지역으로의 제조업 근로자 집중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처럼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은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인구수'(relatively large non-rural population) 라는 초기조건이 큰 영향을 끼쳐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만들어낸다"(sensitively on initial condition)고 설명한다.        





※ 제조업 상품수요가 많은 곳에 위치하려는 제조업 기업들 


◆ 제조업 기업들이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 집중하는 이유


앞서 살펴봤듯이, 높은 임금을 바라는 제조업 근로자들은 인구수가 조금이나마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였고, 이제 모든 제조업 근로자들이 1지역에 집중되었다. 


렇다면 제조업 기업들은 1지역 · 2지역 둘 중에 어느 곳에 위치해야 할까? 제조업 기업 또한 인구수가 많은 지역 근처에 위치할 때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신무역이론에서 살펴봤듯이 내부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켜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들은 '운송비용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1지역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Paul Krugman은 신무역이론을 도입한 1979년 논문에서는 '제조업 기업이 부담하는 운송비용'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1980년 논문 <Scale Economies, Product Differentiation, and the Pattern of Trade>에서 '운송비용'(transport costs)을 신무역이론에 추가하였다. 


제조업 기업은 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 운송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소비자가 많은 곳(시장크기가 큰 곳)에 기업이 위치해야 운송비용을 최소화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다이를 'Home Market Effect' 라고 한다.


Paul Krugman은 '운송비용'과 '제조업 기업의 최적 생산위치' 개념, 즉 'Home Market Effect'를 신경제지리학에도 도입하였다. 다시 말하지만, 높은 임금을 바라는 제조업 근로자들은 인구수가 조금이나마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였고, 모든 제조업 근로자들이 1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1지역의 인구가 더 많기 때문에, 이제 제조업 상품의 수요는 1지역에서 더 많이 있다. '운송비용 최소화'를 바라는 제조업 기업들은 수요가 더 많은 곳에 위치하려 하고, 1지역은 제조업 근로자 뿐만 아니라 제조업 기업 또한 집중되게 된다. 



이를 정리하면, 제조업 기업들은 제조업 상품수요가 많은 곳에 위치하려 한다(backward linkage). 여기서 제조업 상품 수요 크기는 제조업 상품 생산 크기가 결정한다.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제조업 상품이 다양하게 생산되는 곳에 모여들기 때문이다(forward linkage)


따라서 제조업 근로자들의 거주지 결정과 제조업 기업들의 입지결정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 제조업 기업들과 근로자들이 핵심부를 벗어나 주변부로 이탈하는 이유는?


높은 임금을 바라는 제조업 근로자들과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 운송비용 최소화를 노리는 제조업 기업들은 모두 1지역에 모여있다. 1지역은 '산업화된 핵심부'가 되었고, 2지역은 '농업만 남아있는 주변부'가 되었다. 그런데 현실에서 '농업만 남아있는 주변부'를 발견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 주변부 지역은 농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주변부 지역에도 여전히 제조업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핵심부에 모든 제조업 근로자 · 모든 제조업 기업이 모이게 되는 균형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없다. 만약 제조업 기업 한 곳이 주변부로 이동한다면, 그 기업은 주변부의 제조업 상품 수요를 모두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핵심부에 모여있는 제조업 기업들 중 일부는 주변부로 다시 이동할 유인을 가지고 있다. 


이때, 얼마만큼의 제조업 기업이 주변부로 다시 이동할까? 주변부로 이탈할 기업의 수를 결정해주는 요인이 몇 가지 있다.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적을수록 그리고 더 높은 임금을 지불할 수 있을수록 주변부로 이탈하는 기업이 증가

: 사람들이 제조업 상품에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면 근로자들은 핵심부에 머무르는 게 이득이다. 제조업 상품 종류가 더 다양한 핵심부의 상품은 주변부의 상품에 비해 많이 팔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제조업 상품에 많은 지출을 하면 할수록 핵심부의 상품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더욱 더 증가한다. 이에따라 핵심부에 있는 근로자들 또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변부로 이동할 이유가 없다. 근로자가 이동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고용해야 하는 기업 또한 이동할 수 없다. 


따라서 주변부로 이탈할 기업의 수를 결정하는 요인은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정도' 이다. 사람들이 제조업 상품에 지출을 적게 하고 농업 상품에 대한 지출을 늘릴수록, 기업들은 주변부로 이동하기가 쉬워진다. 또 다른 요인은 '임금 지불능력'이다. 핵심부에 있는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주변부로 유인하려면 제조업 기업은 더 높은 임금을 제공해야 한다. 즉, 더 높은 임금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만 핵심부를 이탈하여 주변부로 재이동할 수 있다.   


운송비용이 클수록 주변부로 이탈하는 기업이 증가

: 또 하나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운송비용이다. 운송비용이 낮다면 주변부에 사는 사람들은 싼 가격에 핵심부의 제조업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핵심부를 이탈하여 주변부로 이동할 이유가 없어진다. 기업은 주변부의 상품 수요를 모두 차지 하기위해 핵심부를 이탈한 것인데, 정작 주변부에 사는 사람들이 핵심부의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으면 주변부에서 생산되는 상품의 판매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송비용이 높을수록 주변부로 재이동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다.


내부 규모의 경제가 적게 작동할수록 주변부로 이탈하는 기업이 증가

: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내부 규모의 경제이다. 만약 제조업이 내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상황이라면, 제조업 기업들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핵심부에 머무르는 게 유리하다. 그렇지만 내부 규모의 경제가 약하게 작동하고 있다면, 기업들이 인구가 적은 주변부로 이탈하여도 비교적 괜찮다.   


이를 정리한다면, 제조업 근로자들이 핵심부(1지역)로 모이게 만든 3가지 요인은 반대로 제조업 기업들이 주변부(2지역)로 이탈하게끔 만들 수 있다. 


●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정도

→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많을수록 핵심부로의 집중 심화

→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적을수록 주변부로의 이탈 발생


● 운송비용 크기

→ 운송비용이 적을수록 핵심부로의 집중 심화

→ 운송비용이 클수록 주변부로의 이탈 발생


● 내부 규모의 경제 작동정도

→ 내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할수록 핵심부로의 집중 심화

→ 내부 규모의 경제가 약하게 작동할수록 주변부로의 이탈 발생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정도' · '운송비용 크기' · '내부 규모의 경제 작동정도' 이러한 3가지 요인이 각각 어느정도 크기를 가지느냐에 따라, 핵심부에 남아있는 제조업 기업(근로자)의 수와 주변부로 이탈하는 제조업 기업(근로자)의 수가 결정된다. 


3가지 요인이 주변부로의 이탈을 막을수록 핵심부의 크기는 커지게되고(divergence), 반대로 3가지 요인이 주변부로의 이탈을 유발할수록 핵심부와 주변부의 크기는 비슷해진다(convergence). 



그리고 이제 핵심부는 '산업화된 핵심부'(industrialized core) 모습을 띄게되고 주변부는 농업'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도 어느정도 존재하는 '농업위주의 주변부'(agricultural periphery)가 된다. 현대사회는 제조업 상품에 대한 지출이 많고 · 기술발전으로 인해 운송비용이 감소하고 있으며 · 내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대도시(metropolitan)'를 중심으로 한 '거대 핵심부'가 만들어지고 있다.  




※ 신경제지리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 도시의 승리 (Triumph of the City)

: 이제 우리는 왜 사람들이 도시, 그것도 대도시(metropolitan)에 몰려사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인구가 몰려있는 대도시는 다양한 상품종류와 높은 임금을 제공해준다. 기업들 또한 대도시 근처에 위치해야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운송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의 도시경제학자 Edward Glaeser는 단행본 『도시의 승리』(원제 : 『Triumph of the City』)를 통해, 도시의 이점을 이야기한다.


■ 지역균형발전

: 한국의 정부는 수도권 과밀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전략을 채택해왔다. 공기업 등을 여러 지방으로 강제로 분산이전시켜서 지방소도시의 발전을 꾀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글을 읽었다면 인위적인 분산정책이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제지리학은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인구수'(relatively large non-rural population) 라는 초기조건이 큰 영향을 끼쳐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만들어낸다"(sensitively on initial condition)고 설명한다. 즉, 조금이라도 규모가 큰 도시에 위치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근로자와 기업들은 큰 도시로 이동하게 되고, 핵심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지고 주변부의 크기는 더더욱 작아진다. 따라서 공기업 등을 소규모로 쪼개서 지방으로 이전시킨다 하더라도, 결국 주변의 큰 핵심부에 사람과 자본을 뺏길 것이다. 차라리 공기업 등을 한꺼번에 특정 지방 광역시로 이전시키는 방법이 지역균형발전에 효과적일 것이다.                    


■ 세계화와 '슈퍼스타'의 등장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 인구수'(relatively large non-rural population) 라는 초기조건이 큰 영향을 끼쳐 '대도시로의 인구집중'을 만들어낸다"(sensitively on initial condition)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핵심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지고 주변부의 크기는 더더욱 작아진다. 이러한 논리를 지리학이 아닌 '소득격차 심화'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 등의 기술발전과 운송비용의 감소는 세계적인 스타와 기업이 다른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손쉽게 미국의 연예스타들을 접할 수 있으며, 유럽 챔피언스리그 · 메이저리그와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대회를 시청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기업이 만들어낸 상품, 서비스뿐만 아니라 애플 아이폰 · 구글과 같은 해외 기업들의 상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에따라 '한국내 1위'(주변부)라는 지위는 힘을 잃고 '세계 1위'(핵심부)의 영향력은 더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싸이월드가 아니라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K리그가 아니라 유럽축구를 시청한다. 그 결과, 세계적인 스타 · 기업(핵심부)들은 더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오바마행정부 경제자문회의장을 맡았던 경제학자 Alan Krueger는 "세계화와 인터넷 등의 기술발전은 '슈퍼스타'의 영향력을 증대시켰고, 상위 0.1% 계층의 소득은 더더욱 증가하였다."[각주:2] 라고 설명한다.  


■ 한국시장은 중국시장에 흡수될까?

: '핵심부의 크기는 더더욱 커지고 주변부의 크기는 더더욱 작아진다'는 논리는 한국인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바로 한국 옆에 존재하는 중국의 존재 때문이다.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시장은 상품다양성과 내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한국시장보다 우월하다. 그렇다면 일종의 주변부인 한국시장은 핵심부인 중국시장에 흡수될 수도 있지 않을까? 프로축구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K리그 선수들은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중국리그로 대거 이적하고 있으며, 최용수 감독은 연봉 20억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프로축구 뿐만 아니라 일반 상품시장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1. 'A new global order of cities'. Financial Times. 2015.05.26 http://www.ft.com/intl/cms/s/2/a5230756-0395-11e5-a70f-00144feabdc0.html#axzz3e81c3Sn0 [본문으로]
  2. Alan Krueger. "Land of Hope and Dreams: Rock and Roll, Economics and Rebuilding the Middle Class". 2013.06.12 https://www.whitehouse.gov/sites/default/files/docs/hope_and_dreams_-_final.pdf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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