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이론 ⑥] 3세대 국제무역이론 -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국제무역[국제무역이론 ⑥] 3세대 국제무역이론 -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국제무역
Posted at 2015. 7. 8. 14:3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1세대 · 2세대 국제무역이론 복습
경제학자들이 국제무역이론을 연구하는 이유는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 · '무역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지난 [국제무역이론] 시리즈를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번글을 통해 소개할 '3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등장하게된 맥락을 알기 위해서 1세대 · 2세대 이론을 복습해보자.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는 1세대 국제무역이론인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살펴보았다. 리카도는 각 국가가 '서로 다른 기술수준(노동생산성)'을 가졌기 때문에 국제무역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서로 다른 기술수준을 가진 국가들은 잘하는 산업도 서로 다르다(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이 다르다). 각 국가들은 자신들이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에 집중하고, 다른 나라와의 상품교환을 통해 비교열위 상품을 간접생산한다. 결과적으로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 덕분에 각 국가는 더욱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다.
그렇지만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만 가지고 국제무역을 설명하기에는 현실은 복잡하다. 리카도는 '노동'이라는 생산요소로만 무역을 설명했다. 하지만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 이외의 또 다른 생산요소가 필요하다. 바로 '자본'이다. 여기서 자본을 철광석·석유 같은 천연자원으로 생각해도 좋고, 기계 등의 설비장치로 생각해도 좋다. 노동 뿐 아니라 자본을 고려한다면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약간의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쉽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를 수출하고 호주는 철광석을 수출한다. 최첨단 기술력을 가진 독일은 첨단 의료기기 등을 수출한다. 인구가 많은 국가들은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섬유 · 신발 등을 수출한다. 즉. 자본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산업을 수출하고, 노동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산업을 수출하고 있다. '노동'만을 유일한 생산요소로 바라보는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이러한 현실을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보완해주는 국제무역이론 '헥셔-올린 모형'을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 살펴보았다. 스웨덴 출신의 두 경제학자 헥셔(Eli Heckscher)와 (197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올린(Bertil Ohlin)은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자본'이라는 생산요소를 추가하여 국제무역 현상을 설명한다. 그리고 리카도는 임의의 두 산업이 존재한다고 가정했으나, 헥셔와 올린은 한 국가안에 '노동집약적 산업'과 '자본집약적 산업'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 국가들이 무역을 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자원(resource)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어떤 국가는 자본에 비해 노동이 풍부하고, 또 다른 국가는 노동에 비해 자본이 풍부하다. 노동풍부국은 자본집약적 상품이 부족할테고, 자본풍부국은 노동집약적 상품이 부족하다. 따라서 각 국가들은 무역을 통해 부족한 상품을 수입함으로써 가지지 못한 자원을 보충할 수 있다.
(주 : 그리고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국제무역이 소득분배에 끼치는 영향을 말하지 않지만, '헥셔-올린 모형'은 무역개방 이후 소득분배의 변화도 설명한다.)
(주 :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 설명은 생략)
이러한 1세대 국제무역이론은 국제무역현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설명력이 점점 떨어져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세대 국제무역이론이 설명하는 세상은 '산업간 무역'(Inter-Industry Trade)'과 '동질적인 재화'(homogeneous products)가 지배하는 곳이다. '비교우위론'과 '헥셔-올린 모형'에서 국가들은 자신이 잘하는 산업에만 집중한 뒤, 무역을 통해 다른 산업의 상품을 얻는다. 서로 다른 산업간에 무역이 발생한다. 그리고 특정 산업내에서 생산되는 상품은 모두 동일하다. 가령, 자동차 산업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상품종류는 소나타 하나뿐이다. 아반떼, 그랜저 등은 없다.
하지만 오늘날 국제무역은 '산업내 무역'(Intra-Industry Trade)과 '차별적인 재화'(Differentiated Products)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한국 모두 스마트폰을 생산한 뒤에 각자의 스마트폰을 교환한다. 똑같은 산업내에서 무역이 발생하고 있다. 이때 미국과 한국이 생산하는 스마트폰은 똑같은 상품이 아니라 아이폰 · 갤럭시로 차별화된 모습을 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국제무역이론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속에서 2세대 국제무역이론인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이 등장하였다. 우리는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Paul Krugman이 도입한 신무역이론을 알 수 있었다. 각 국가들이 서로 같은 산업내에 속한 상품을 교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들이 생산할 수 있는 산업에 속한 상품을 굳이 무역을 통해 얻어야할까? 신무역이론은 그 이유를 '상품다양성 획득'(variety gain)에서 찾았다.
하나의 시장안에 여러 개의 기업이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이들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은 서로 '차별화' 되어있다.
따라서, 존재하는 기업의 수가 많을수록 상품 다양성은 증가하고 소비자들의 후생도 커진다. 그런데 기업의 수가 무한히 많아질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소비자들은 무한대의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하나의 시장에서 무한대의 기업이 존재하는 건 불가능하다. 바로, '내부 규모의 경제'를 유발하는 '고정비용'(fixed cost)이 존재하고 '시장크기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정비용'과 '내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량을 늘려야먄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런데 무한대의 기업이 각자 원하는 생산량을 모두 생산할 수는 없다. 시장크기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크기가 제한된 시장 안에서 기업의 수가 증가 할때마다 기업 한곳이 생산할 수 있는 생산량은 감소하고, 기업들의 평균생산비용은 증가한다. 그 결과, 평균생산비용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상품다양성은 줄어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무역을 통해 다른 나라와 거래를 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이제 국내 사람들은 무역을 통해 외국 기업이 생산한 상품도 이용함에 따라 상품다양성이 증가하게된다. 국제무역으로 인해 '상품다양성 증가'(variety gain)를 누릴 수 있게된 것이다.
또한 국제무역이 발생하기 이전에는, 각 기업들은 제한되어 있는 시장크기로 인해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면 시장크기가 커져서 기업들은 생산량을 늘릴 수 있고 평균생산비용은 감소한다. 즉, 국제무역은 '내부 규모의 경제 효과'를 증대(scale effect)시킨 역할을 수행하고, 상품가격을 낮춤으로써 국민들의 실질임금을 상승시킨다.
※ 3세대 국제무역이론의 등장
- 거대 다국적기업의 활약
- 국제무역을 통한 생산성 향상
이렇게 1세대 · 2세대로 발전한 국제무역이론은 오늘날의 국제무역현상을 모두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1세대 · 2세대 이론이 여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남아있다. 바로, 국제무역에서 '거대 다국적기업'의 역할이다.
2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는 '기업'이 등장한다. 이들 기업은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 기업들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한다는 것 뿐일까? 예를 들어, 애플은 아이폰, 삼성은 갤럭시폰, LG는 G폰 등 차별화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는 또 다른 구분점이 존재한다. 바로, '생산성'(productivity) 이다.
애플, 삼성, LG 사이에는 생산성의 차이가 존재한다. 어떤 기업은 다른 기업에 비해 우월한 생산성을 보이고 있고, 또 어떤 기업은 생산성이 극히 낮은 상황이다 1. 즉, 기업이라고해서 모두 똑같은 기업(homogeneous firms)이 아니고, 생산성을 기준으로 기업들을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성을 기준으로 이질적인 기업들'은 각각 판매량 · 수입 · 이윤 · 수출시장 진출 등이 서로 다르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수출시장에 진출하여 높은 판매량 · 수입 · 이윤을 달성하지만,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수출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거나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판매량 · 수입 · 이윤 등이 낮다.
이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수출시장에서 얻은 이윤에 힘입어 규모가 더더욱 커지게 되고, 거대 다국적기업(huge multinational firms)의 모습을 띄게된다.
이러한 국제무역의 형태, 즉 시장안에 생산성이 다른 기업들(heterogeneous firms)이 존재하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거대 다국적기업(huge multinational firms)이 되는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3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등장했다. 경제학자 Marc Melitz는 2003년 박사학위 논문(Job Market Paper) <The Impact of Trade on Intra-Industry Reallocations and Aggregate Industry Productivity>를 통해 3세대 국제무역이론을 도입하였다.(주 : 이 박사학위 논문으로 그는 하버드대학교 교수로 부임하였다.)
그리고 3세대 국제무역이론은 1세대 · 2세대와는 다른 '국제무역의 이익'(gains from trade)을 말해준다.1세대는 '비교열위 상품의 간접생산', 2세대는 '상품다양성 획득'을 국제무역의 이익으로 내세운다. 여기에더해 3세대는 "국제무역을 통해 '경제전체의 생산성 향상'(aggregate productivity gain)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3세대 국제무역이론을 알아보자.
- 하버드대학교 Marc Melitz
※ 무역개방 확대
-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의 이윤 증가
-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의 시장 퇴출
앞서 말했듯이, 3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는 '생산성이 다른 이질적인 기업들'(heterogeneous firms)이 존재한다. 여기서 말하는 생산성이란 '제품 한 단위를 추가적으로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이 낮은 경우'를 뜻하는데, 쉽게 말해 '한계비용'(marginal costs)이 낮을수록 생산성이 좋다고 말한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은 생산비용이 비교적 적기 때문에 더 많이 생산(larger output)할 수 있고 수입과 이윤도 더 많이 거둘 수 있다(higher revenue and profit). 반대로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은 높은 생산비용으로 인해 이윤이 적다. 즉, 기업의 이윤은 생산성에 비례한다.
기업의 이윤은 생산성에 비례하므로, '양(+)의 이윤과 음(-)의 이윤을 구분하는 생산성 레벨(cutoff level)'이 존재하게 된다. 이 생산성 레벨보다 높은 생산성을 가진 기업은 양(+)의 이윤을 기록하고, 낮은 생산성을 가진 기업은 음(-)의 이윤을 기록한다.
이때 이윤이 적은 기업들은 시장에서 계속해서 존재할 수 있을까? 수입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서 음(-)의 이윤을 기록하는 기업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스스로 시장에서 나갈 것이다. 따라서, 음(-)의 이윤을 기록하는 기업, 즉 생산성이 cutoff level에 미달하는 기업은 시장에 잔류하지 못하고 퇴출(exit)된다.
반대로 생산성이 cutoff level보다 높아서 시장에서 양(+)의 이윤을 기록하는 기업은 시장에 잔류하게 되고, 시장에 진입했을때 양(+)의 이윤을 기록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기업들은 시장에 진입(entry)한다. 그 결과, 무역개방 이전 자급자족(autarky) 상태에서 국내시장에는 생산성이 cutoff level을 통과한 기업들만 존재하고 있다.
이때 국제무역(trade)이 이루어진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직관적으로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면 기업들은 수출을 하겠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기업이 수출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국내기업들이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바로 수출시장 진입비용'(export market entry costs)과 '무역비용'(trade costs)이다.
기업이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외시장을 조사해야 한다. 해외시장에서 내가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 해외의 규제환경과 품질기준은 어떤지를 조사해야 한다(learn about foreign market). 그리고 해외에 제품을 팔아줄 바이어도 만나야하며(inform foreign buyers), 생산품을 해외에 판매하기위해 물류시스템도 설치해야 한다(set up new distribution channels). 생산품을 해외로 전달할 때 운송비용(transport costs)도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수출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되고, 이를 부담할 수 있는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만 수출에 나서게 된다. 즉, 국내시장 잔류와 퇴출을 가르는 cutoff level이 있는 것처럼, 수출시장 진입과 비진입을 가르는 cutoff level이 존재한다. 그리고 수출시장 cutoff level은 국내시장 cutoff level보다 높다.
수출시장 cutoff level 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유한 기업들만 수출에 나서게되고, 넓어진 시장(larger market)을 이용하여 더 많은 이윤을 거둔다. 거대 다국적기업(huge multinational firms)이 등장하게 된것이다.
그렇다면 수출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기업들의 이윤은 어떻게 변화할까? 국내시장에만 머무르는 기업들의 이윤은 감소한다. 그 이유는 2가지 이다.
첫째로, 시장개방은 외국기업과의 경쟁증대(competition)를 가져와 국내기업의 이윤을 감소시킨다. 둘째로, 수출시장에 진출하여 높은 이윤을 거둔 기업들로 인해 노동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이는 임금을 상승시킨다. 국내에만 머무르는 기업들은 '수출시장 진출로 거두는 추가적인 이윤이 없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임금상승을 맞게 되고, 이는 생산비용을 증가시켜 이윤을 감소시킨다.
그 결과, 국제무역이 이루어졌을때 국내시장 내에서 cutoff level이 상승하게 된다. 만약 시장개방 이후에도 cutoff level에 변화가 없었다면 국내시장에 존재했던 기업들 모두는 여전히 시장에 잔류했을 테지만, cutoff level이 상승했기 때문에 무역확대 이후 생산성이 낮은 몇몇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 그래프 출처 : Marc Melitz. 2003. "The Impact of Trade on Intra-Industry Reallocations and Aggregate Industry Productivity". 1715쪽
◆ 무역개방 이후 생산성 정도에 따른 기업들의 이윤변화
① 시장이 개방되어 국제무역이 발생했을때 수출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은 자급자족 상태에 비해 더 많은 이윤을 거둔다.
② 무역개방 이후 수출시장에 진입한 기업들 중에서도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은 '수출시장 진입비용'과 '운송비용'때문에 자급자족 상태에 비해 이윤이 하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출에 나서지 않고 국내시장에만 남아있는 것보다는 많은 이윤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수출시장에 진입한다.)
③ 생산성이 낮아 수출에 나서지 못하고 국내시장에만 머무르는 기업들은 '경쟁증대'와 '임금상승'으로 인해 이윤이 감소한다.
④ 그리고 국내시장에만 머무르는 기업들 중 생산성이 낮은 일부는 국내시장에서 퇴출된다.
※ 3세대 국제무역이론의 실증결과 · 국제무역의 이익
- 시장개방 확대를 통해 경제전체 생산성 증가 (aggregate productivity gain)
앞서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무역개방 이후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수출에 나서게되고 더 많은 이윤을 거둔다. 거대 다국적기업(huge multinational firms)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반면,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은 수출시장에 진입하지 못한채 국내시장에 잔류하게 되고, 경쟁증대와 임금상승으로 인해 이윤이 감소한다. 국내시장에 잔류한 기업들 중 생산성이 더 낮은 기업은 국내시장에서 퇴출(exit)된다.
그렇다면 3세대 국제무역이론은 실증적으로 타당한 이론일까? 이론으로는 그럴싸하더라도 현실을 설명해내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Marc Melitz는 Daniel Trefler와 같이 쓴 2012년 논문 <Gains from Trade When Firms Matter>를 통해, 3세대 이론이 실증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
- 출처 : Melitz, Trefler. 2012. "Gains from Trade when Firms Matter".
- X축 좌표 : 기업들의 노동생산정 정도. (노동생산성을 Log 값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좌표 1 단위 차이는 노동생산성 3배 차이를 나타낸다.)
- Y축 좌표 : 기업들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생산성이 높더라도 애초에 채용규모가 작은 기업은 전체 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이 작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고용규모를 가중평균하였다.)
위 그래프는 "국제무역이 증가한 이후, 경제전체에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자급자족에서 시장개방으로 전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시장개방 정도를 늘리는 '무역자유화'(Trade Liberalization) 또한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이후, 캐나다는 미국으로의 수출을 증가시켰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시장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였다.
첫번째 그래프는 FTA 이후 캐나다내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무역자유화 이후,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퇴출되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거두게됨에 따라, 시장내에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였다.
두번째 그래프는 FTA 이후 새롭게 수출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여준다. 관세철폐 등의 무역자유화는 수출시장 진입 cutoff level을 낮추어서 보다 많은 기업들이 수출시장에 진입하게 만들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시장개방 증가로 인해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퇴출되었고, 수출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기업은 높은 이윤을 거두게 되었다. 그 결과, 시장내에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였다.
세번째 그래프는 FTA 이후 비수출 기업과 수출 기업을 비교하였다. 이는 '시장개방 이후 국내시장에만 머무르게 된 기업'과 '수출시장에 진입한 기업'을 비교한 것이다. 3세대 이론이 말하는 바와 같이, 국내시장에만 머무르게된 기업의 비중은 감소하였고 수출시장에 진입한 기업의 비중은 증가하였다.
이제 우리는 3세대 국제무역이론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론이 실증에 부합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3세대 국제무역이론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는 무엇일까? 국제무역은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게 더 많은 이윤을 제공하여 거대 다국적기업을 만들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킨다. 그래서 생산성이 높은 기업 이외의 경제주체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이란 말일까?
3세대 국제무역이론 하에서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gains from trade)은 '경제전체의 생산성 증대'로 인한 '후생증가'(aggregate productivity gain and welfare gain)이다.
1세대 · 2세대 이론은 '경제전체의 생산성 증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전 세대에서 생산성이 증가하려면 기술발전이 외생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만 3세대 국제무역이론은 오직 '국제무역만으로 경제전체의 생산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급자족(autarky) 혹은 무역으로부터의 보호(protection from trade)는 비효율적인 기업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 낮은 경쟁수준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시장에 잔류케하여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그러나 국제무역은 더 넓은 시장(larger market)과 높은 경쟁수준(higher competition)을 제공하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게 보상이 집중된다. 노동 · 자본 등의 생산요소도 효율적인 기업에게 집중되고(reallocation),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 근무하게된 근로자들은 높은 임금을 받게된다.
국제무역이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증가케하는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국제무역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킨다.(domestic market selection)
▶ 국제무역은 생산성이 높은 기업을 수출시장에 진입시켜 더 높은 이윤을 거두게한다.(export market selection)
▶ 그 결과, 생산이 효율적인 기업에 집중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증가한다.(reallocation effect and aggregate productivity gain)
즉, 국제무역은 생산자원을 효율적인 곳으로 재배분(reallocation)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증가(aggregate productivity gain)시킨다.
※ 시장개방 확대, R&D 부문 투자를 증가시켜 '기업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다
Marc Melitz가 발전시킨 3세대 국제무역이론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Marc Melitz는 '생산성이 다른 이질적인 기업들'(heterogeneous firms)에 주목했다. 기업이라고 해서 다 같은 기업이 아니라 생산성이 높은 기업도 있고 낮은 기업도 있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한계비용이 낮기 때문에 더 적은 비용을 들여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한계비용이 높아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들간의 생산성 차이'(heterogeneity in initial productivity)는 국제무역이 이루어졌을때 '수출시장에 진입하느냐, 진입하지 못하느냐'의 차이를 낳았다.
수출시장 cutoff level 보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은 수출시장에 진입하고, 넓어진 시장 속에서 더 많은 이윤을 거두어 '거대 다국적기업'(huge multinational firm)이 된다. 수출시장 cutoff level 보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은 국내시장에만 잔류하게 되고, 경쟁증대와 임금상승으로 인해 이윤이 감소한다. 그리고 국내시장에만 머무르게 된 기업들 중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국내시장에서 퇴출(exit)된다.
그 결과, 시장개방 이후 비효율적 기업은 퇴출되었고, 생산은 효율적인 기업에 집중된다. 국제무역은 생산자원을 효율적인 곳으로 재배분(reallocation)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증가(aggregate productivity gain)시킨다.
여기에더해 국제무역은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증가시킬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생산성'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Marc Melitz의 논문에서 국제무역은 기업들의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단지 생산성이 높은 기업들에게 보상을 집중시켜, 경제전체의 생산성을 늘릴 뿐이다.
그렇지만 경제학자 Alla Lileeva와 Daniel Trefler는 2010년 논문 <Improved Access to Foreign Markets Raises Plant-Level Productivity... for Some Plants>를 통해 '국제무역이 경제전체의 생산성(overall productivity)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생산성'(firm productivity)을 향상시키는 경로'를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시장개방 이후 R&D 투자 증가' 이다.
기업이 그들 자신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바로, R&D 투자이다. 기업은 R&D 부문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켜 더 낮은 한계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문제는 제한된 시장크기가 R&D 투자를 가로막는다는 사실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R&D 투자는 초기 고정비용을 요구한다. 연구원들 채용, 연구설비에 대한 투자 등등 너무나 당연하게도 R&D 투자를 위해서는 초기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R&D 투자비용 만큼 편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기업들은 R&D 부문에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R&D 투자의 편익은 생산성 향상, 즉 한계비용 감소이다. 만약 어떤 기업이 R&D 부문에 투자했을때 한계비용이 1만큼 감소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R&D 부문 초기 투자비용은 100이다. 따라서, 이 기업이 R&D 투자로 이익을 얻으려면 제품을 최소한 100개 이상 팔아야 한다. 만약 국내시장 크기가 작아서 제품을 100개 이상 팔 수 없다면, 이 기업은 R&D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업은 자신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국제무역은 기업들이 R&D 부문에 투자를 할 유인을 제공해준다.
국제무역으로 인해 시장이 넓어진 결과, 수출시장에 진입하게된 기업들은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이제 R&D 부문 투자를 통해 자신들의 생산성을 늘리는 것이 기업들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the larger the market, the more profitable it is for firms to invest in productivity-enhancing activities.)
Alla Lileeva와 Daniel Trefeler는 연구를 통해 "무역자유화는 기업들의 수출을 증가시켰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a) 자신들의 노동생산성을 증가시켰고 (b) 제품혁신에 더 힘을 쏟을 수 있었으며 (c) 선진 제조기술을 더 많이 받아들였다."는 실증결과를 제시하였다.
'국제무역이 기업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은 또 다른 통찰을 제시한다. Marc Melitz의 모델에서는 수출시장 cutoff level 보다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은 수출을 하지 않았다. 수출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export market enry costs)과 무역비용(trade costs)을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수출시장 진입을 통해 제품 판매량을 늘려서 R&D 투자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면, 현재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도 수출시장 진입비용과 무역비용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기업들은 현재의 이익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이익을 생각하며 동태적으로 움직인다(forward-looking behavior). 현재 생산성이 낮은 기업은 수출시장 진입비용과 무역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그렇지만 만약 R&D 투자의 기대수익률이 높다면, 기업들은 수출시장 진입 이후 R&D 투자를 늘림으로써 자신들의 한계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한계비용 감소로 인한 편익이 수출시장 진입비용과 무역비용보다 크다면, 이 기업은 미래이익을 보고 수출시장에 진입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생산성 수준은 낮지만 R&D 투자 기대수익률이 높은 기업들'은 미래 이익극대화를 보고 수출시장에 진입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업들이 '서로 다른 R&D 투자 수익률을 기록' 하기 때문이다. 만약 기업들의 R&D 투자 수익률이 모두 똑같다면, 현재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보다 높은 기업들만 수출시장에 진입할 것이다. 역으로 현재 생산성이 낮은 기업이 수출시장에 진입했다는 사실로부터 '저 기업의 R&D 투자 수익률은 다른 기업들보다 높구나'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기업들 사이의 2가지 이질성'을 알게되었다.
Marc Melitz 모형에서 이질성은 '기업들이 제품을 생산할때 한계비용이 서로 다르다'(heterogeneity in initial productivity)는 것 뿐이었다. Allan Lileeva와 Daniel Trefler는 '기업들 사이에 R&D 투자 수익률이 다르다'는 이질성(heterogeneity in the returns to investing in productivity)을 모형에 추가하여,
"현재 생산성 수준은 낮지만 R&D 투자 기대수익률이 높은 기업들은 수출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국제무역을 통한 '경제전체 생산성 증가'와 '기업들의 생산성 증가'
- 출처 : Melitz, Trefler. 2012. "Gains from Trade when Firms Matter".
- 출처 : Melitz, Trefler. 2012. "Gains from Trade when Firms Matter".
이 도표는 '국제무역이 경제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것'(selection/reallocation between plants)과 '국제무역이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것'(within-plant growth)을 보여준다.
시장개방 확대 이후 '생산성이 높은 수출기업들의 성장'은 경제전체 생산성 향상에 4.1%,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의 시장퇴출'은 경제전체 생산성 향상에 4.3% 기여하였다.
그리고 시장개방 확대 이후 '새롭게 수출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의 R&D 투자 증가'는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 3.5%, '기존 수출기업들의 R&D 투자 증가'는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 1.4%, '(품질이 더 좋은) 미국 중간재부품 구입증가'는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 0.5% 기여하였다.
종합하자면, 국제무역이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2가지 경로-Marc Melitz가 말하는 '경제전체 생산성 향상'과 Alla Lileeva와 Daniel Trefler가 말하는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를 통해, 시장개방 확대 이후 캐나다 경제의 생산성은 증가하였다.
※ 더 생각해보기
▶ 자유무역과 경제성장 간의 관계
: 1세대 · 2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 생산성이 증가하려면 기술발전이 외생적으로 발생해야 했다. 그러나 3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는 '국제무역을 통해 생산성이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시장개방 확대는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유무역은 경제성장을 촉진할까?"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다음글을 통해 '자유무역과 경제성장 간의 관계'를 알아보자.
▶ 시장개방이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
: 1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 시장개방은 비교열위 산업을 축소시킨다. 그리고 3세대 국제무역이론에서 무역확대는 생산성이 낮은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킨다. 그렇다면 "무역개방은 비교열위 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 혹은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실업을 유발하지 않을까? 이들이 일자리를 잃은 결과 경제전체의 실업률이 증가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다음글을 통해, '무역확대가 경제전체 실업률에 미치는 영향'과 '시장개방 이후 비교열위 산업 · 생산성 낮은 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을 알아보자.
▶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거대 다국적기업'의 역할
: Marc Melitz의 3세대 국제무역이론은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거대 다국적기업의 이윤이 증가하는 원인'을 알게 해준다. 수출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은 기업만 수출에 나서게되고, 이들은 넓어진 시장(larger market)을 활용하여 더 많은 이윤을 거둔다. 세계경제에서 '거대 다국적기업'(huge multinational firms)의 역할이 커지는 오늘날의 모습을 3세대 이론은 잘 설명해준다.
여기에더해, 오늘날 거대 다국적기업에게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행동방식은 '(다른나라로의) 아웃소싱 증가'(outsourcing) 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본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나라로 생산설비 · 고객센터 등을 이전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아웃소싱 증가' 현상을 설명해주는 이론은 없을까?
왼쪽 : 하버드대학교 Pol Antras
오른쪽 : 예일대학교 Samuel Kortum
하버드대학교 Pol Antras와 예일대학교 Samuel Kortum은 '다국적 기업들의 아웃소싱' 혹은 '국제무역에서 기업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Marc Melitz와 함께 3세대 국제무역이론 발전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다음글을 통해, '아웃소싱'과 '국제무역에서 기업의 역할'을 더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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