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⑦] 글로벌 불균등 Ⅰ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Between Inequality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⑦] 글로벌 불균등 Ⅰ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Between Inequality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
Posted at 2019. 12. 22. 21:04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세계화를 향한 이상과 反세계화 시위가 공존했던 1990년대
▶ '세계화'(Globalization)를 향한 희망과 이상이 존재했던 1990년대
- 1990년대 '세계화'를 상징하는 이미지
- 1990년 1월, 러시아에 1호점을 개설한 맥도날드
- 빌 클린턴 · 빌 게이츠 · 마이클 조던
- 1995년 창설된 세계무역기구(WTO)
1990년대는 '세계화'(Globalization)를 향한 희망과 이상이 존재했던 시기였습니다.
미국 맥도날드사는 공산주의권에 흘러들어간 개혁 · 개방 바람을 타고 1990년 1월 러시아에 1호점을 오픈했습니다. 1991년 12월에는 소련이 붕괴되었고 이제 전세계가 민주주의 ·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충돌 없이 평화 · 자유 · 안정을 누릴거라는 기대가 가득찼습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 창설(WTO) 및 정보통신기술 혁명(ICT Revolution)은 세계화를 향한 기대를 더욱 높였습니다. 전세계인들은 교역을 통해 서로의 상품을 거래하고, 인터넷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다가올 21세기에 대한 꿈도 키웠습니다.
1980년대 보호주의 무역정책으로 외도했었던 미국 1은 1990년대가 되자 다시 자유주의 무역정책으로 돌아왔습니다. 미국은 GATT를 대체할 새로운 다자주의 자유무역 시스템인 WTO 창설에 앞장 2섰고, 클린턴행정부는 '관여와 확장'이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민주주의 · 시장경제 전파를 대외정책 우선순위 3로 두었습니다.
위성방송은 'NBA 세계화'를 이끌었습니다. NBA 총재 데이비드 스턴은 글로벌 마케팅을 전략으로 내세웠고, 전세계인들은 시카고 불스 경기를 생중계로 지켜보며 마이클 조던에게 빠져들었습니다.
또한 1995년 8월에 출시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95 운영체제는 PC 보급을 촉진했고, 직관적인 UI와 간편성 덕분에 사람들은 손쉽게 PC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1990년대 후반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인터넷은 국적이 다른 사람들간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끔 만들면서 '지구촌'을 현실화 시켰습니다.
달라진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서적도 쏟아졌습니다.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1992년작 『역사의 종말』을 통해 자유주의 진영의 승리를 주장하였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1999년작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주는 세계화를 이야기했습니다.
▶ '反세계화'(Anti-Globalization)를 외치는 NGO들의 시위가 극심했던 1990년대
1999년 11월 30일-12월 1일, WTO에 반대하는 글로벌 NGO들의 시위
다른 한편, 1990년대는 '反세계화'(Anti-Globalization)를 외치는 글로벌 NGO들의 시위가 극심했던 시기였기도 합니다.
미국 제조업 근로자와 중하층 사람들은 "저숙련 · 저임금인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으면 미국 제조업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라는 우려를 강하게 표현했습니다.
1992년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스 페로 후보는 제조업 일자리가 남쪽 멕시코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며 NAFTA를 '남쪽으로 일자리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굉음'(giant sucking sound going south)'으로 칭했습니다. 양당제인 미국 정치구도에서 무소속 후보가 무려 18.9%나 득표 4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당시 미국인들이 NAFTA에 대해 가졌던 우려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글로벌 NGO들은 "자유무역은 지역간 · 계층간 불평등을 조장하며, WTO는 미국 및 다국적기업의 이익만을 반영한다"고 외치며 급진적인 시위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유무역과 WTO가 개발도상국을 희생시키고 미국과 다국적기업의 배만 불린다고 여겼습니다.
反자본 · 反美 · 노동단체 ·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여러 글로벌 NGO들은 자유주의 무역시스템인 WTO를 반대하며 대대적인 시위를 계획했고, 결국 1999년 11월 30일-12월 1일, WTO 각료회의가 개최된 미국 시애틀에서 시위대 5만명이 경찰과 충돌하는 '시애틀 전투'(Battle of Seattle)가 발생하고 맙니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기사를 살펴봅시다.
▶ 1999년 12월 2일, '다국적기업 건물에 집중공격 시애틀 표정', <한겨레>
30일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미국 시애틀 도심은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비정부기구(NGO) 회원 수만명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이 충돌하면서 최루탄가스와 화염이 가득찬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사태로 주방위군 동원령과 통금령, 비상사태가 선포됐으나 시위대와 경찰의 공방은 밤 늦도록 계속됐다.
시애틀 도심의 상가는 거의 철시했고 불안한 표정을 한 시민들은 귀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또 시위대의 물건 투척과 스프레이 낙서로 각국 주요 대표단이 머무는 셰러턴호텔과 회의장 주변에 있는 건물상가 유리창과 벽 등이 손상돼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특히 시위대는 나이키, 스타벅스, 플래닛할리우드, 맥도널드 등 회의장 주변에 있는 다국적 기업 건물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경찰은 시위대 군중을 향해 간간이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난투극을 벌이기도 하는 등 격렬하게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60여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 1999년 12월 2일, '자본의 인간지배 WTO가 첨병역할', <한겨레>
"거북이들도 세계무역기구가 싫다고 한다", "세계무역기구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 "자본주의가 인간을 망치고 있다". 요 며칠 시애틀 거리에서는 안전모를 쓴 미국 철강노동자들과 어깨띠를 두른 바다거북 보호운동가들이 엇갈리며 외치는 구호가 도시를 울렸다.
시애틀에 모인 반세계무역기구 세력의 색깔은 이 기구가 다루는 주제만큼이나 다채롭다. 시위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표출된 비정부기구와 이익단체들의 목소리는 노동·환경·인권에서부터 반전·에이즈·동물권리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특정한 문제를 파고들다보면 이들 주장 가운데는 단체간에 이해가 상충하는 것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을 느슨하게나마 묶어 제법 반향을 이끌어내게 한 공감대는 세계무역기구가 주도하는 자유무역이 노동과 인권·환경 등에 끼치는 역기능에 대한 인식이다. 즉 90년대의 특징인 자유무역주의의 확산이 국제적으로 지역간, 계층간 불평등을 확산시키고, 환경침해를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 같은 단체는 자유무역이 모든 사람의 부를 증진시킬 것이란 약속과 달리 남아메리카에서는 90년대의 구조조정 결과 실업자가 더 늘었고, 아프리카에서는 새로 직장을 얻는 사람의 90%가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자본의 국경이동이 한층 자유로워지며 최근의 외환위기에서 보듯 일순간에 한 나라의 국부가 증발해버릴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 단체의 사무총장인 후안 소마비아는 "세계무역기구가 이런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자유무역은 열린 경제 및 열린 사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들 단체는 자유무역 지상주의가 자본과 상품의 이동에 대한 걸림돌을 제거해 자기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초국적 기업의 이데올로기라고 믿는다. 세계무역기구가 앞장서 이들을 위해 세계의 정치, 경제적 규칙들을 뜯어고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운동가인 마리안 도브는 "인류는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고 건강한 연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믿지만 세계무역기구의 관심은 오로지 다국적기업을 지원하는 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1990년대 사람들이 외쳤던 '세계화'와 '反세계화',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나
2019년 현재를 사는 우리는 1990년대 사람들이 꿈꾸었던 그리고 우려했던 것들이 실제로 발생했는지 아닌지 알고 있습니다.
'세계화'를 향한 희망과 이상은 현실화 되었습니다. 2000년대 인터넷의 확산 · 2010년대 스마트폰의 보급은 전세계인들을 더욱 밀접히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트위터 ·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나라에 위치한 사람과 일상을 공유하고, 유투브를 통해 K-POP 문화를 전파합니다. 미국 NBA 뿐 아니라 영국 프리미어리그 ·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생중계로 보면서 날강두 리오넬 메시의 플레이에 감탄합니다.
'反세계화'를 외쳤던 자들의 우려도 부분적으로 옳았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 제조업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중하위층 근로자의 임금상승은 둔화되었습니다. 세계인들은 아이폰 덕택에 이전에 누리지 못했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지만, 아이폰 일자리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5.
그러나 '反세계화'를 외친 글로벌 NGO들이 명백히 틀린 것도 있습니다. 바로, '세계화가 미국 · 다국적기업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며 개발도상국을 착취한다는 우려'입니다.
세계화는 분명 미국의 다국적기업에게 큰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 · 구글 · 페이스북 · 아마존 등 거대 IT 서비스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기업 입니다. 이들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넓어진 시장에서 이점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 · 나이키 · 자동차기업 등 상품을 제조하는 다국적기업은 주로 중국 ·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내에 일자리를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중국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하며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2001년 WTO 가입 이후 교역량을 폭발적으로 늘려나갔습니다 6.
- 1945년-2014년 동안 1인당 실질 GDP의 연간 증가율(X축)과 GDP 대비 상품수출 비중의 연간 증가율(Y축) 간 관계
- 출처 : Our World in Data - Trade and Globalization
위의 그래프는 1945년-2014년 동안 1인당 실질 GDP의 연간 증가율(X축)과 GDP 대비 상품수출 비중의 연간 증가율(Y축) 간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과 상품수출 비중 증가율은 정(+)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기존 선진국 외에 아시아(빨간원) 지역이 눈에 띕니다. 중국 · 인도 ·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자유주의 무역시스템인 WTO에 참여하여 교역량을 늘려나갔고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습니다.
- 1990년-2030년(예상) 동안 절대적 빈곤 수치 변화
- 남아시아(연한 빨강), 동아시아 및 태평양(진한 빨강),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파랑)
- 출처 : Our World in Data - Global Extreme Poverty
아시아 국가들이 자유무역 시스템에 참여하고 경제성장을 달성한 결과, 오랜기간 가난에 찌들었던 수십억명이 빈곤에서 벗어났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90년-2030년(예상) 동안 절대적 빈곤 수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하루동안 $1.90로 생활하는 것을 절대적 빈곤(extreme poverty)으로 정의하였는데, 1990년 절대적 빈곤자 수는 19억명이었고 이는 전세계 인구의 36%에 달했습니다. 대부분이 중국 ·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 거주했는데, 이들 국가는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2015년 절대적 빈곤자수는 7억 3천명 · 전세계 인구의 9.9%로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층
이렇게 1990년대부터 진행된 '세계화'(Globalization)는 승자와 패자를 낳았습니다.
승자는 선진국 상위 1% 계층과 중국 · 인도 · 동남아시아 등 경제발전에 성공한 신흥국 중상위층 입니다. 세계시장을 상대로 우월한 지위를 행사하게 된 '슈퍼스타 기업'(Superstar Firms)들과 '초부자'(Ultra-Rich)들은 막대한 자산과 소득을 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밸류체인(GVC) 참여에 성공한 신흥국은 제조업 발전과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발전 7을 이루었습니다. 신흥국 국민들은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났고, 신흥국 상위층은 선진국 못지않은 소득을 벌어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패자는 선진국 중하위층과 제조업 근로자 입니다. 오프쇼어링으로 인해 일자리를 빼앗긴 이들은 소득증가율이 정체되었고, 낮은 교육수준으로 인해 다른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이들에게 세계화는 꿈과 이상이 아니라 악몽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 선진국 내에서 '세계화 역풍'(Globalization Backlash)이 발생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즉, 1990년대 反세계화 시위는 주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착취한다'는 우려에서 발생하였으나, 오늘날 보호무역정책은 '세계화로 인해 신흥국만 혜택을 보고있다'는 분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럼 이번글을 통해 세계화가 선진국과 신흥국에 얼마나 다른 영향을 주었으며, 이것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 글로벌 불균등 = 국가간 불균등(Between) + 국가내 불균등(Within)
'불균등 혹은 불평등'(Inequality)은 경제학자와 대중의 오랜 관심사 중 하나였습니다. "성장보다 불균등 해소를 최우선순위로 두어야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언제나 정치·사회문제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건 '국가내 불균등'(Within-Country Inequality) 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국가내에서의 상대적 위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 글로벌 차원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중요하게 생각치 않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이 느끼는 박탈감은 국내 대기업의 연봉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서 오는 것이지, 애플 · 페이스북이 얼마를 주는지 도쿄 주택가격이 얼마나 변하는지는 감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이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 할 때 "그래도 북한 주민보다는 절대적 생활수준이 낫지 않냐"고 위로(?)하는 것은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반면, 경제발전과 빈곤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국가간 불균등'(Between-Country Inequality)에 관심을 가집니다. 이들은 선진국과 후진국의 경제력 격차를 축소시킬 방안을 고심합니다.
산업화에 성공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간 경제력 격차는 매우 큽니다. 미국 · 서유럽 등 선진산업국가에서 태어난 사람은 그곳에서 하위층일지라도 후진국 국민보다 더 나은 생활수준을 누렸습니다. 예를 들어,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미국인은 그 누구라도 조선사람 혹은 한국사람보다 풍족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인은 웬만한 북한주민 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죠.
그리고 경제학자들 중 일부는 2가지를 결합하여 '글로벌 차원의 불균등'(Global Inequality)을 연구합니다. 글로벌 불균등은 거창한 게 아닙니다. 전세계를 하나의 국가로 상정하고 70억 인구의 소득 혹은 자산 분포가 얼마나 불균등한지를 보는 겁니다.
'글로벌 불균등'을 구성하는 요인은 '국가내 불균등'과 '국가간 불균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글로벌 소득분포 상에서 상위권(중하위권)에 위치해 있다면 그 이유는 첫째, 그 사람이 선진국(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이거나 둘째, 그 사람이 고국 내에서 상위층(중하위층)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2013년 기준, 개별국가 내 소득분위(X축)에 따른 글로벌 내 소득분위(Y축)
출처 : 브랑코 밀라노비치 트위터
위의 그래프는 2013년 기준 개별국가 내 소득분위(X축)에 따른 글로벌 내 소득분위(Y축)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산업혁명 이후 오늘날까지 글로벌 불균등을 초래한 주된 요인이 '국가간 불균등'(Between Inequality)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USA)과 중국 도시지역(China Urban)을 비교해보죠. 미국 내 하위 1%에 위치한 사람은 글로벌 소득분포에서 50%에 위치해 있습니다. 반면, 중국 도시지역 내 하위 1%의 글로벌 위치는 하위 25%이며, 중국 도시지역 내 하위 30%의 글로벌 위치는 50%입니다. 따라서, 미국 내 하위 1%와 동일한 소득을 누리려면 중국 내에서 하위 30%에 속해야 합니다.
미국(USA)과 중국 농촌지역(China Rural) · 인도(India) 간 격차는 더욱 큽니다. 미국 내 하위 1%는 중국 농촌지역 상위 30%, 인도 상위 10%와 동등한 소득을 받고 있습니다. 달리 말해, 중국 농촌지역과 인도의 상위층은 미국 최하위층과 동일한 생활수준으로 살고 있습니다.
비록 어느 국가든 최상위층(100%)는 동일한 생활수준이지만, 대부분의 중국 · 브라질 · 인도 사람들은 미국 하위 20%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불균등에서 '국가내 불균등'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며, 글로벌 소득분포상의 위치를 결정짓는 요인은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느냐' 입니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진행된 세계화가 글로벌 불균등의 모습을 바꾸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
- '코끼리 그래프' (Elephant Graph)
왼쪽 : 브랑코 밀라노비치와 크리스포트 랑커의 2013년 12월 세계은행 연구보고서 <글로벌 소득분포 : 베를린장벽 붕괴에서부터 2008 금융위기까지>
오른쪽 :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2016년 단행본 <글로벌 불균등 :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접근법>
경제학자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와 크리스포트 랑커(Christoph Lanker)는 2013년 12월 세계은행 연구보고서 <글로벌 소득분포 : 베를린장벽 붕괴에서부터 2008 금융위기까지>(<Global Income Distribution : From the Fall of Berlin Wall to the Great Recession>)을 통해, 1988년-2008년 사이 글로벌 소득분포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이 연구보고서는 100여개 이상의 국가의 가계동향조사(household survey) 자료를 이용하여 글로벌 소득분포와 글로벌 불균등의 변화를 사실상 처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연구의 결과는 더욱 놀랍습니다. 사람들이 막연히 생각했던 "중국의 경제발전이 선진국 중하위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듯 한데.."를 구체적인 데이터와 그래프를 통해 보여주며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1988년~2008년 사이, 글로벌 소득계층별 소득증가율을 보여주는 '코끼리 그래프'(Elephant Graph)
왼쪽 출처 : 밀라노비치, 랑커 2014년 연구보고서
오른쪽 출처 : 피터슨 국제연구소
위의 그래프는 일명 '코끼리 그래프'(Elephant Graph) 입니다. 말그대로 그래프 모양이 코끼리 처럼 생겼기 때문입니다. 코끼리 그래프는 전세계인들을 국적에 상관없이 소득분위로 나눈 뒤 1988년~2008년 간 소득증가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빨간선은 전체 소득계층의 평균 증가율).
이 시기동안 글로벌 소득분포 내 75분위~90분위에 위치한 계층의 소득 증가율 10%가 채 안되며 매우 낮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득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계층은 중간에 위치한 40분위~70분위와 최상위 100분위이며 6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 서유럽 내 상위층은 전세계에서도 상위층이기 때문에 100분위에 속합니다. 그리고 선진국 중하위층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난 행운 덕분에' 글로벌 소득분포상에서는 상위권인 75분위~90분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 인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 국민들은 대부분 30분위~70분위에 위치해 있죠.
즉, 20년간 선진국 중하위층의 소득증가율은 정체되었고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소득증가율은 가팔랐습니다.
코끼리 그래프 데이터 시계열을 2011년까지 확장
출처 : 브랑코 밀라노비치, 2016, <글로벌 불균등 : 세계화 시대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2016년 출판한 단행본 <글로벌 불균등 : 세계화 시대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 8(<Global Inequality : A New Approach for the Age of Globalization>)을 통해, 시계열을 2008년에서 2011년으로 확장하였습니다.
2011년까지 확장된 그래프를 통해, 2008 금융위기가 세계화의 승자와 패자 간 구분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3년간 글로벌 소득분포상 중간에 위치한 계층의 누적 소득증가율은 비교적 더 크게 상승했습니다.
즉, 코끼리 그래프를 통해 1990년대부터 진행된 세계화의 승자와 패자가 누군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밀라노비치와 랑커는 "승자는 1988년 글로벌 소득분포상 중위층에 있었던 국가의 국민이며 이들 중 90%는 아시아에서 왔다. 패자는 1988년 글로벌 소득분포상 85분위층에 있었던 국가의 국민이며 이들 중 90%는 선진국 9에서 왔다." 10고 말합니다.
승자인 중국 · 인도 · 기타 아시아 지역과 패자인 선진국 내 소득계층별 1988년~2008년간 누적 소득증가율
출처 : 밀라노비치, 랑커 2014년 연구보고서
그럼 세계화의 승자인 아시아가 어디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위의 그래프는 승자인 중국 · 인도 · 기타 아시아 지역과 패자인 선진국 내 소득계층별 1988년~2008년간 누적 소득증가율을 보여줍니다.
중국의 전계층은 1988년~2008년 20년간 그야말로 독보적인 소득증가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내 최하위 계층의 소득도 100% 가깝게 증가했으며, 중국 내 중산층(50분위-80분위)의 소득은 200%~250% 증가했습니다. 최상위 계층의 누적 소득증가율은 350%에 달합니다. 기타 아시아 국가와 인도 국민들도 선진국(Mature)보다 높은 소득증가를 달성했습니다.
1988년~2011년 사이 연도별 미국 하위 20% 계층과 중국 도시지역 상위 20% 계층의 1인당 세후소득
출처 : 브랑코 밀라노비치, 2016, <글로벌 불균등 : 세계화 시대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
위의 그래프는 1988년~2011년 사이 연도별 미국 하위 20% 계층과 중국 도시지역 상위 20% 계층의 1인당 세후소득을 보여줍니다.
1988년 당시 중국 도시지역 상위 20% 계층의 1인당 세후소득은 미국 하위 20%의 1/10에 불과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어디 나라에서 태어났느냐'의 영향력은 매우 강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경제발전이 이루어나가자 그 격차는 줄어들기 시작했고, 2011년 국가간 불균등의 영향력은 이전과 비교해 크게 감소했습니다.
'세계화'(Globalization)가 모든 개발도상국에 동등하게 수혜로 작용한 건 분명 아닙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여전히 빈곤률이 높으며, 중남미 국가들은 천연자원 가격변동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크게 좌우됩니다.
세계화로 이익을 본 신흥국은 GVC 참여에 성공한 중국 · 인도 · 동남아시아 등 일부에 불과합니다. 11그런데 중요한 건 아시아 개발도상국, 특히 중국의 인구가 13억명에 달하며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오랫동안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1988년과 2011년의 글로벌 소득분포 모양
출처 : 브랑코 밀라노비치, 2016, <글로벌 불균등 : 세계화 시대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
위의 그래프는 1988년과 2011년의 글로벌 소득분포 모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88년에는 상위층과 하위층으로 양분된 쌍봉모양을 볼 수 있으며, 개발도상국 인구가 수십억명에 달했기 때문에 하위층이 더 두꺼운 모양입니다. 2011년에는 중국 · 인도 · 동남아시아 경제발전과 소득증가로 인해 글로벌 중산층이 두터워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수십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 · 인도 · 동남아시아가 경제발전을 달성한 결과, 글로벌 소득분포가 쌍봉 모양에서 중간이 두터워진 형태로 변화했습니다.
위 : 1990년, 글로벌 소득계층을 국가별로 분류
아래 : 2016년, 글로벌 소득계층을 국가별로 분류
중국(빨간색)에 주목
위의 그래프는 글로벌 소득분포 내에서 국가별 위치의 변화를 좀 더 자세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0년, 글로벌 소득분포상 하위층인 10분위~50분위에는 주로 중국이 위치해 있으며, 상위층에는 미국 · 캐나다 · 유럽 등이 꿰차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6년 중국은 하위층에서 벗어나서 중상위층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세계화는 중국 · 인도 · 동남아시아 국민 수십억명을 빈곤상태에서 탈출하도록 도왔고 중산층을 대거 양성하여 글로벌 소득분포 자체를 변화시켰습니다.
※ '코끼리 그래프'가 보여주는 세계화의 결과,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이렇게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 낸 세계화는 글로벌 불균등의 구성을 변화(Global Inequality Dynamics)시켰습니다.
전세계 소득순위 1위부터 70억위까지 줄을 세웠을 때, 과거에 격차를 만들어낸 요인은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느냐' 즉 '국가간 불균등'(Between-Country Inequality) 이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행운을 누리게 된 자는 그곳에서 중하위층에 속해있더라도 아시아 · 아프리카 상위층 보다 높은 소득을 누렸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신흥국의 성장으로 인해 '국가간 불균등'의 영향은 줄어들었습니다(Between-Country Inequality ↓). 세계화는 신흥국 중상층의 소득을 크게 증가시켰고, 이제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느냐'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덜해졌습니다. 선진국에서 태어난 자가 여전히 우위를 누리고는 있긴 하지만, 중국에서 태어난 중상위층이 선진국 하위층보다 더 높은 소득을 이룰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국가간 불균등이 줄어들어서 글로벌 차원의 불균등이 해소되는 건 좋은 일입니다. 이제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기존 선진국 못지않은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겨진 자 - 세계화로 피해입은 곳을 어떻게 도울까'
하지만 세계화의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들은 국가간 불균등이 해소되는 걸 우호적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신흥국이 성장해서 국가간 불균등이 줄어드는 건 선진국 중하위층에게 아무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으며 되려 신흥국 중상위층의 소득증가는 선진국 중하위층의 몫을 뺏어온 결과물 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세계화로 인해 '국가내 불균등'은 증가했습니다(Within-Country Inequlity ↑). 선진국 중하위층은 일자리를 신흥국에 빼앗겼지만, 선진국 상위계층은 넓어진 시장 속에서 더 많은 소득을 얻어왔습니다. 그리고 숙련된 교육을 받은 선진국 상위계층은 R&D · 디자인 · 설계 · 마케팅 등 고급 서비스업 직무를 맡으면서 임금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코끼리 그래프에서도 글로벌 소득분포 상위 1%에 위치한 자들의 높은 소득증가율을 확인했었습니다. 12
그렇다면 우리는 '세계화로 인한 국가간 불균등의 해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단순하게만 바라보기에는 역사 깊은(?) 관점의 대립이 있습니다.
▶ 세계시민주의 관점(Cosmopolitan View)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전세계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가능케한다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론 13과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14은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전세계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가능케 하기 때문입니다. 개별 국가들이 각자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에 특화한 뒤 서로 교환을 하면 세계적 차원에서 효율적 생산이 가능합니다. 이는 사실상 '국제적 차원의 노동분업론'(international divison of labor)과 마찬가지이며, 개별 국가들이 비교우위 특화 및 분업을 통해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지 여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세계시민주의 관점'으로 국제무역과 세상을 바라봅니다. 국제무역을 통한 세계화는 개발도상국에도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였고 그 결과 경제발전과 국가간 불균등 해소를 불러왔다면 나쁜 일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과거에 국가간 불균등이 컸다는 것은 선진국 중하위층이 운좋게 선진국에서 태어나서 누릴 수 있었던 '위치 및 공간 프리미엄'(locational & place premium)이 만들어낸 비효율적인 상태를 보여준다고 여깁니다.
따라서, 세계시민주의 관점에서 볼 때, 국제무역을 통한 세계화는 장려해야 하는 것이며 국가간 불균등은 더욱 줄어들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국가간 불균등을 더욱 줄이기 위해서는 개발도상국 국민이 선진국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이민'(immigration)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민족주의(Nationalism) · 국내평등주의적 관점(National-Egalitarian View)
- 전세계가 아니라 민족 · 국가를 우선시해야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알렉산더 해밀턴과 프리드리히 리스트 15는 '민족 · 국가'(Nationalism)를 우선시하여 자유무역론을 비판하고 유치산업보호론을 주장했습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은 "모든 국가와 민족은 각자 처한 발전정도와 상황이 다르며, 진정한 무역자유가 이루어지려면 후진적인 민족과 앞선 민족이 대등한 상태가 되어야 한다" 라고 말합니다. 즉, 유치산업보호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민족경제적 관점(national economy)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경제학은 민족경제를 다루어야 하며, 어떤 국가가 각자의 특성한 상황에 맞추어 가장 강력하고 부유하고 완벽한 국가가 되기 위해 어떻게 권력과 부를 증대시켜야 하는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오늘날 세계화 현상에 대해서도 '민족주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가 경제발전에 성공하여 범지구적인 불균등이 줄어드는 건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현재 내가 속한 국가와 사회 내에서 발생한 문제가 시급합니다.
또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기회를 누려야한다는 '만민평등주의'는 허울 좋은 이상일 뿐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건 '국내평등주의'(National-Egalitarianism)입니다. 상품무역 세계화와 개발도상국 근로자들의 이민유입은 국내 중하위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국가내 불균등만 키우는 문제만 일으킬 따름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2가지 관점 중에서 어떠한 시각으로 세계화를 바라봐야 할까요? 아래 파트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 ① 세계시민주의 관점
- 선진국 시민들은 위치 및 공간 프리미엄을 누려왔다
▶ 불균등, 이민, 그리고 위선 (Inequality, Immigration, and Hypocrisy)
2011년부터 시작된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수만명의 난민이 발생하였고 이들은 국경을 넘어 유럽으로 이주하려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유럽인들은 난민 유입을 꺼려했습니다. 경제 · 문화 등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을 환영하기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5년 5월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는 한 칼럼을 기고 했습니다.
● 불균등, 이민, 그리고 위선 (Inequality, Immigration, and Hypocrisy)
유럽의 이민위기는 현재 진행중인 경제적 불균등 논의 과정 속에서 근본적인 결함을 노출시켰다. "진정한 진보 지지자라면 단지 운좋게 부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상 모든 사람의 평등한 기회를 지지해야 하지 않을까?"
선진국의 많은 리더들은 자격의식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 자격은 국경에서 멈춘다. 그들은 더 강한 분배를 절대적으로 해야하는 것으로 간주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배제되어 있다. 만약 불균등에 관한 최근의 우려가 온전히 정치적 용어라면, 내부에만 집중하는 건 이해할만 하다. 결국 빈국의 시민들은 부국에 투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국 내에서 논의중인 불균등 레토릭은 윤리적 자격을 배신하였다. 이들은 빈국의 수십억명을 가볍게 무시하고 있다.
부국의 중산층은 글로벌 관점에서 상위층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전세계 인구의 15%만이 선진국에 살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은 전세계 소비와 자원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자산에 부과되는 높은 세율이 국가내 불균등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개발도상국의 심각한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서구에서 태어난 자가 많은 이점을 누리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도덕적 우위에 호소하지 않을 것이다. 맞다. 건전한 정치 및 사회 인프라는 지속적 경제성장의 필수요소이다. 이는 성공적 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유럽의 오랜 식민지 역사는 유럽이 지배를 하지 않고 무역만 했다면 아시아와 아프리카 제도가 어떠한 길을 걸을지 추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국내 불균등에만 초점을 맞추고 글로벌 불균등을 무시하는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많은 정책이슈가 왜곡된다. 국내불균등이 증가하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실패할 거라는 피케티의 주장은 결점이 있다. 세계 모든 시민들을 동등하게 가중치 한다면 상황은 다르게 보인다. 특히 부국의 중산층 임금을 정체하는 데 기여한 세계화의 힘은 다른 곳에서 수억명의 사람을 빈곤에서 구제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측정된 글로벌 불균등은 지난 30년간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자본주의가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자본주의는 단지 거기서 태어난 이점을 누린 선진국 근로자의 지대를 훼손했다. 그리고 아시아와 신흥국의 진정한 중산층 근로자를 도왔다.
국경을 넘어서 사람을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것은 무역보다 더 빠르게 공평한 기회를 준다. 그러나 저항은 격렬하다. 반이민정책은 프랑스, 영국 등 국가에서 강한 힘을 얻었다. (...) 경제적 압력은 이민을 발생시키는 요인이다. 빈국의 근로자는 기회를 찾기 위해 선진국으로 온다. 비록 낮은 임금일지라도. 불행히도 오늘날 부국의 논의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사람들을 쫓아내는데에 맞춰져있다. 이는 실용적이지만 윤리적으로 옹호할 수 없다. (...)
세계가 점점 더 부유해질수록, 불균등은 빈곤보다 더 큰 이슈가 되는 건 불가피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불균등 논의는 국내 불균등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있고, 더 큰 이슈인 글로벌 불균등은 무시되고 있다. 이는 유감이다. (...)
- 케네스 로고프, 2015년 5월 8일, '불균등, 이민, 그리고 위선' 16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는 <불균등, 이민, 그리고 위선> 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서구 진보주의자들의 정곡을 찌릅니다.
서구 진보주의자들의 전통적인 의제는 '불균등 해소'였으나, 논의의 중심은 '자본주의가 초래한 국내 불균등'에만 맞춰져 왔습니다. 이에 대해, 케네스 로고프는 "국내 불균등(domestic inequality)에만 초점을 맞추고 글로벌 불균등(global inequality)을 무시하는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많은 정책이슈가 왜곡된다. 세계화의 힘은 수억명의 사람을 빈곤에서 구제했다"고 비판합니다.
더 나아가서 케네스 로고프는 "진정한 진보 지지자라면 단지 운좋게 부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상 모든 사람의 평등한 기회를 지지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로고프가 보기엔 선진국 모든 계층의 사람들은 '단지 운좋게 부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고'(lucky enough to have been born and raised in rich countries), 그동안 '단지 거기서 태어난 이점을 누리면서 지대를 획득한 사람들'(rents that workers in advanced countries enjoy by virtue of where they were born) 입니다.
언뜻 보면 로고프의 인식은 너무 극단적인 것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게으르게 생활할 때 선진국 국민은 열심히 일을 했는데 이를 두고 '행운' · '지대'라고 표현하다니. 하지만 다른 경제학자들도 로고프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 글로벌 기회의 불균등 : 당신이 어디에 사느냐가 소득의 대부분을 결정한다
'코끼리 그래프'를 이야기했던 브랑코 밀라노비치는 2015년 논문 <글로벌 기회의 불균등 : 어디에 사느냐가 당신의 소득을 얼마만큼 결정할까?>(<Global Inequality of Opportunity: How Much of Our Income Is Determined By Where We Live?>)을 통해, 부국에서 태어난 선진국 시민의 '위치 프리미엄'(Locational Premium)을 이야기 합니다.
밀라노비치는 "개인의 소득이 노력이나 행운과는 관련이 없는 거주하는 국가에 의해 얼마나 결정될까? 글로벌 소득분포상 개인의 소득분위를 어디에 사느냐가 얼마나 크게 결정할까?"(How much of this person’s income will be determined by country of residence, unrelated to individual effort or luck? Is one’s position in global income distribution largely decided by country where one lives?) 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그가 '거주하는 국가'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전세계 인구의 97%가 태어난 나라에 운명처럼 매여있기 때문입니다. 오직 3%만이 이민을 단행하며 대부분은 자연적으로 할당된 국가에서 태어나고 자랍니다(assignment to country). 따라서 전세계 사람들은 개인의 노력과 관련없이 태어난 국가의 특성에 의해 소득이 결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밀라노비치는 거주하는 국가의 특성으로 2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국가의 평균소득(average income of the country), 둘째는 소득분포의 불균등 정도(inequality of income distribution) 입니다.
평균소득이 높은 국가에서 태어난 사람은 당연히 높은 소득을 누릴 겁니다. 그리고 소득불균등 정도가 심한 곳에서 상위계층으로 태어났다면 소득은 더욱 높아지겠죠. 반대로 평균소득이 낮은 곳 혹은 소득불균등이 극심한데 하위계층으로 태어난 사람은 낮은 소득을 얻을 겁니다. 직관적인 생각이 실제 데이터와 부합하는지 살펴봅시다.
개인의 1인당 GDP에 국가의 평균소득과 지니계수가 미치는 영향
출처 : 밀라노비치(2015)
위의 회귀분석표는 "내가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거나 현재 살고 있다면 어떨까?"라는 물음에 답을 제시해 줍니다.
국가의 평균소득이 한 단위 증가할수록 가계의 1인당 GDP는 0.868 단위 올라갑니다. 그리고 지니계수가 1%p 올라갈수록 가계의 1인당 GDP는 1.5% 감소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평균소득이 높은 부국에서 태어날수록', 그리고 '공평한 사회에서 태어날수록' 개인의 소득이 증가함을 알려줍니다. 특히 밀라노비치는 국가의 평균소득이 미치는 영향력을 '위치 프리미엄'(locational premium) 이라고 칭합니다.
국가의 평균소득과 소득분포의 불균등 정도가 계층별로 얼마나 영향을 주나
출처 : 밀라노비치(2015)
위의 회귀분석표는 국가의 평균소득과 소득분포의 불균등 정도가 계층별로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줍니다.
소득 계층 1분위부터 10분위까지 모두 국가의 평균소득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하위계층보다 중상위 계층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0.769 → 0.886). 그리고 지니계수 증가는 하위계층 소득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중상위 계층에는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최상위 계층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0.058 → -0.0001 → 0.029).
밀라노비치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① 모든 계층이 높은 평균소득의 이익을 누리지만, 이득은 상위계층에 불균형적으로 쏠려있다. ② 소득분포 변화는 가난한 자와 부자들에게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방향은 서로 다르다. ③ 중산층에게 중요한 것은 국가내 소득분포가 아니라 나라가 부유하냐 가난하냐 이다 라고 결론 내립니다.
밀라노비치는 "개인의 노력과 행운이 개별 케이스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글로벌 관점에서 노력과 행운은 역할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소득편차의 상당부분을 설명하는 건 태어난채로 주어진 조건들이기 때문이다" 17(circumstances given at birth) 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밀라노비치는 "개인은 그가 속한 국가가 잘되기를 희망해야 한다. 국가가 경제발전을 한다면 전체 국민의 지위도 따라서 올라간다. 만약 개인의 노력이 국가의 경제발전과 결합한다면 글로벌 소득분포에서 그의 지위는 상당히 올라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에게 남은 마지막 가능성은 가난한 국가에서 부유한 국가로 이동하는 것이다. 새로운 부유한 국가에서 상위계층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는 상당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18 고 말합니다.
▶ 공간 프리미엄 : 이민장벽이 만들어낸 공간 프리미엄은 얼마나 될까
밀라노비치의 연구는 직관적이지만 찜찜함도 남습니다. "국가의 평균소득이 높을수록 개인의 1인당 GDP도 높은 건 당연한거 아닌가?". 밀라노비치는 그 당연한 사실을 통해 '어디에서 태었느냐의 중요성'을 주장하지만, 이런 회귀분석 방법이 적절한지에 의문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의문을 해소해주는 다른 연구가 존재합니다. 경제학자 클레멘스 · 몬테네그로 · 프릿쳇은 2019년 논문 <공간 프리미엄 : 이민장벽의 가격>(<The Place Premium : Bounding the Price Equivalent of Migration Barriers>)를 통해, 인위적인 이민 장벽이 만들어낸 임금격차 이른바 '공간 프리미엄'(Place Premium)이 얼마인지 계산하였습니다.
클레멘스 · 몬테네그로 · 프릿쳇의 공간 프리미엄 추정은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과 동등한 능력을 가진 고국의 근로자 간 임금 격차'(wage gaps between immigrants in the United States and their observably equivalent national counterparts in the 42 home labor markets)를 기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비슷한 특성을 지닌 두 사람을 대상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갈 경우와 고국에 머무를 경우 받게 되는 임금의 차이를 비교한 겁니다. 여기서 두 사람의 특성은 비슷하기 때문에, 임금격차는 노동시장이 미국이냐 아니냐가 온전히 결정짓습니다.
연구 저자들은 교육수준 등 눈에 보이는 특성과 성격 등 눈에보이지 않은 특성이 서로 동일한 이민자와 고국민의 실질임금 비율의 평균값은 5.65이며 절대액수로는 연간 PPP $13,710로 추정했습니다. 즉, 고국에 머무르지 않고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은 단지 속해있는 국가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매년 PPP기준 $13,710달러를 더 벌어들입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현재 선진국 시민이 그곳에서 태어난 행운 덕분에 개발도상국 국민이 누리지 못하는 프리미엄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수치로 알려줍니다. 그리고 이는 경제학자가 보기엔 '효율적인 상태'가 아닙니다.
만약 근로자의 이동에 장벽이 존재하지 않고 전세계 노동시장이 단일하게 존재한다면, 선진국 근로자가 누리는 프리미엄 혹은 지대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만약 기업이 선진국 근로자와 동등한 능력을 가진 개발도상국 근로자를 자유롭게 채용할 수 있다면, 선진국 노동시장의 임금은 공간 프리미엄을 없애는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의 저자인 클레멘스는 2011년 논문 <경제학 그리고 이민 : 길바닥에 떨어진 수조달러?>(<Economics and Emigration: Trillion-Dollar Bills on the Sidewalk?">)를 통해, "인위적인 이민장벽이 만들어낸 노동시장 비효율성으로 인해 매년 수조달러의 후생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하면, '국가간 불균등을 줄이는 세계화'를 나쁘게 바라봐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계화는 '진정한 글로벌 평등'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죠.
※ ② 국내평등주의 관점
- 선진국 시민과 트럼프, "누가 글로벌 소득분포상 위치에 신경쓰나"
▶ 본인의 글로벌 소득순위를 잘못 인식하거나 신경쓰지 않는 독일인들
선진국 시민들이 공간 및 위치 프리미엄을 누려왔다는 사실을 반박할 수는 없습니다. 계속 반복해서 말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선진국 시민은 운좋게 선진국에서 태어난 행운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 시민이 누리고 있는 프리미엄을 제거한다면 글로벌 차원의 효율성이 달성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체의 후생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인위적인 이민장벽은 제거해야 할 대상입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성인군자가 아닙니다. "아 내가 우리나라에서는 중하위층이지만 글로벌 소득분포에서는 상위층이니 개발도상국 국민들에게 좀 더 양보해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에게 글로벌 소득분포 이야기를 하는 건 와닿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나와 가까운 사람이 누리는 것'에서 오는 것이지 다른 나라에 위치한 사람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경제학자 페흐르 · 몰스트롬 · 트루굴리아는 2019년 12월 작업중인 논문 <세계에서 당신의 공간 : 국가와 글로벌 재분배 요구>(<Your Place in the World: The Demand for National and Global Redistribution>)를 통해, 선진국 독일인이 느끼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독일인들이 자신의 독일 내 소득순위(National Rank)와 글로벌 내 소득순위(Global Rank)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과 실제의 차이
왼쪽 : 독일 내 소득순위 인식(회색)과 실제(빨강)
오른쪽 : 글로벌 내 소득순위 인식(회색)과 실제(빨강)
출처 : 페흐르, 몰스트롬, 트루굴리아(2019.12)
위의 그래프는 독일인들이 자신의 독일 내 소득순위(National Rank)와 글로벌 내 소득순위(Global Rank)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과 실제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왼쪽은 독일 내 소득순위 오른쪽은 글로벌 소득순위에 대한 것이며, 회색 막대는 독일인이 느끼고 있는 소득순위 빨간색 막대는 실제 소득순위 입니다.
독일 내 소득순위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독일인들의 '중산층 인식 편향'이 드러납니다. 독일 하위계층은 자신들이 실제보다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독일 상위계층은 실제보다 못 살고 있다고 여깁니다. 그렇지만 하위계층의 과대평가와 상위계층의 과소평가를 종합하면, 평균적으로 독일인의 인식은 실제와 다르지 않은 셈이라고 연구자들은 판단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소득순위에 대한 인식에서 독일인들은 눈에 띄게 자신의 위치를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상위층이든 하위층이든 독일인들은 실제 글로벌 소득순위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으나, 이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잘못된 인식 분포도
X축 : 인식하고 있는 순위에서 실제 순위를 차감한 값(Prior Belief - Reality), 자신의 소득순위를 실제 순위보다 과소평가할 경우 음(-)의 값
독일 내 소득순위(회색)와 글로벌 소득순위(빨강)
출처 : 페흐르, 몰스트롬, 트루굴리아(2019.12)
독일인들의 잘못된 인식(Misperceptions)은 분포도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분포도의 X축은 인식하고 있는 순위에서 실제 순위를 차감한 값(Prior Belief - Reality) 입니다. 자신의 소득순위를 실제 순위보다 과소평가할 경우 음(-)의 값이 나타납니다.
독일 내 소득순위에 관한 잘못된 인식은 0을 중심으로 안정된 모양을 띄고 있으나, 글로벌 내 소득순위에 관하 잘못된 인식은 음(-)의 값으로 치우처져 있습니다. 즉, 자신의 글로벌 소득순위를 과소평가하는 독일인들의 인식이 분포상에 보여집니다.
소득순위 인식이 재분배 요구와 어떤 관련이 있나
독립변수 : 독일 내 소득순위 인식(National Rank)와 글로벌 소득순위 인식(Global Rank)
종속변수 : 재분배 정책이 독일 내에서만 시행되는 것(Nat.)과 글로벌 단위로 시행되는 것(Glob.)
*** : 1% 수준에서 유의, ** : 5% 수준에서 유의, * :10% 수준에서 유의
출처 : 페흐르, 몰스트롬, 트루굴리아(2019.12)
연구자들은 소득순위 인식이 재분배 요구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득순위가 낮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재분배 정책을 강하게 요구하고, 소득순위 높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재분배 정책을 꺼려합니다. 연구자들은 독일 내 소득순위 인식과 글로벌 소득순위 인식이 일반적인 경우처럼 작용하는지를 알고 싶어했습니다.
위의 회귀분석표에 나오는 독립변수는 독일 내 소득순위 인식(National Rank)와 글로벌 소득순위 인식(Global Rank) 입니다. 그리고 종속변수인 재분배 정책은 독일 내에서만 시행되는 것(Nat.)과 글로벌 단위로 시행되는 것(Glob.)로 구분하였습니다.
회귀분석 결과를 통해 유의미하게 나온 결과는 '독일 내 소득순위가 높다고(낮다고) 인식하는 사람일수록 독일 내 재분배 정책을 꺼려한다(선호한다)' 뿐 입니다. 독일 내 소득순위와 글로벌 재분배 정책 요구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없었습니다.
또한, 글로벌 소득순위 인식은 국내외 재분배 정책 요구와는 유의미한 관계를 띄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통계적 유의성을 떠나서 계수값이 양수(+)로 나오면서 "글로벌 소득순위가 높다고(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국내외 재분배 정책을 선호한다(꺼려한다)"는 직관에 반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연구자들은 글로벌 소득순위가 독립변수로 기능을 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독일인들은 다른 독일인과 비교할 때만 자신의 상대소득에 신경을 쓰지, 다른 국적의 사람과 비교할때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하다" 19로 추측했습니다. 즉, 보통의 사람들에게 글로벌 소득분포 이야기는 와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래는 국제주의자가 아니라 애국자에게 달려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세계를 다시 위대하게'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출마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 20해오고 있습니다.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시리즈를 통해 소개해왔듯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전파를 위해 다자주의 자유무역을 추구해야한다'는 논리는 트럼프에게 말도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트럼프에게 NAFTA와 WTO는 미국 내 제조업 근로자를 희생시켜 외국의 배만 불려주는 것들 21 입니다.
트럼프가 타당하게 여기는 논리는 '공정한(fair) · 균형잡힌(balanced) · 상호적인(reciprocal) 무역을 통해 미국인의 이익을 최우선한다(America First)' 뿐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 시민이 누리는 프리미엄을 제거하여 글로벌 효율성을 이루자'는 국제주의자들의 세계시민주의 관점은 당연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 설치중인 멕시코 국경장벽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출처 : USA Today
게다가 '선진국의 이민 장벽을 제거하여 전세계적 후생을 증대시키자'는 주장은 더더욱 용납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는 멕시코인들의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대규모 장벽을 설치한다는 공약을 후보시절부터 내세웠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집권하자마자 국경장벽 건설을 명령 22함으로써 공약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9월 25일 UN총회 연설을 통해 "미래는 국제주의자가 아니라 애국자에게 있다"(The future does not belong to globalists. The future belongs to patriots.)고 말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시 한번 표현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 74회 UN총회 연설, 2019년 9월 25일
나의 사랑스런 조국처럼, UN총회에 참석한 개별 국가들은 수호하고 찬양해야 할 역사, 문화, 유산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통해 잠재성과 힘을 얻고 있습니다.
자유 세계는 국가적 기반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를 지우려거나 대체하려고 시도해서는 안됩니다. 넓은 세계를 둘러보시면 진실은 명백합니다. 만약 당신이 자유를 원한다면 조국을 자랑스럽게 여기십시오. 만약 당신이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주권을 지키십시오. 그리고 만약 당신이 평화를 원한다면 조국을 사랑하십시오. 현명한 지도자는 언제나 자신의 국민과 국가를 최우선에 두고 있습니다. (...)
미래는 국제주의자에게 있지 않습니다. 미래는 애국자에게 있습니다. 미래는 자신의 시민을 보호하고, 이웃을 존중하고, 개별 국가의 특수성과 독특함을 만들어내는 차이를 명예롭게 여기는 주권을 가진 독립적인 국가에 달려있습니다. (The future does not belong to globalists. The future belongs to patriots. The future belongs to sovereign and independent nations who protect their citizens, respect their neighbors, and honor the differences that make each country special and unique.) (...)
- 트럼프 대통령 74회 UN총회 연설 23, 2019년 9월 25일
※ 국가내 불균등과 국가간 불균등의 긴장관계
이번글을 통해 확인하였듯이, 1990년대부터 진행된 세계화는 '국가간 불균등을 감소'(Between Inequality ↓) 시켰으나, 그 과정에서 '국가내 불균등이 확대'(Within Inequality ↑)되어 선진국 내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불균등을 초래한 가장 큰 요인인 국가간 불균등을 줄였으니 전세계적 차원에서 나빠진 건 없는 것 아니냐"라고 간단히 말하기에는 '서구에서의 포퓰리스트 국가주의 부상'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국가간 불균등과 국가내 불균등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자유무역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를 위해서는 '국가내 불균등이 확대된 원인'에 대해서 명확히 알아야 할겁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미국 내 불균등 확대 현상과 제조업 일자리 감소 원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s://joohyeon.com/273 [본문으로]
-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https://joohyeon.com/281 [본문으로]
-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https://joohyeon.com/281 [본문으로]
- 선거인단 득표는 0 [본문으로]
-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ttps://joohyeon.com/285 [본문으로]
-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ttps://joohyeon.com/285 [본문으로]
- 한국어 출판명은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 30년 세계화가 남긴 빛과 그림자' [본문으로]
- 저자는 Mature Economy에 속한 국가로 미국, EU27개국, 일본, 캐나다, 스위스, 노르웨이, 호주, 뉴질랜드,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을 선정하였다. [본문으로]
- The “winners” were country-deciles that in 1988 were around the median of the global income distribution, 90 percent of whom in terms of population are from Asia. The “losers” were the country-deciles that in 1988 were around the 85th percentile of the global income distribution, almost 90 percent of whom in terms of population are from mature economies. [본문으로]
-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ttps://joohyeon.com/285 [본문으로]
-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ttps://joohyeon.com/285 [본문으로]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s://joohyeon.com/264 [본문으로]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s://joohyeon.com/265 [본문으로]
-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https://joohyeon.com/271 [본문으로]
- Europe’s migration crisis exposes a fundamental flaw, if not towering hypocrisy, in the ongoing debate about economic inequality. Wouldn’t a true progressive support equal opportunity for all people on the planet, rather than just for those of us lucky enough to have been born and raised in rich countries? Many thought leaders in advanced economies advocate an entitlement mentality. But the entitlement stops at the border: though they regard greater redistribution within individual countries as an absolute imperative, people who live in emerging markets or developing countries are left out. If current concerns about inequality were cast entirely in political terms, this inward-looking focus would be understandable; after all, citizens of poor countries cannot vote in rich ones. But the rhetoric of the inequality debate in rich countries betrays a moral certitude that conveniently ignores the billions of people elsewhere who are far worse off. One must not forget that even after a period of stagnation, the middle class in rich countries remains an upper class from a global perspective. Only about 15% of the world’s population lives in developed economies. Yet advanced countries still account for more than 40% of global consumption and resource depletion. Yes, higher taxes on the wealthy make sense as a way to alleviate inequality within a country. But that will not solve the problem of deep poverty in the developing world. Nor will it do to appeal to moral superiority to justify why someone born in the West enjoys so many advantages. Yes, sound political and social institutions are the bedrock of sustained economic growth; indeed, they are the sine qua non of all cases of successful development. But Europe’s long history of exploitative colonialism makes it hard to guess how Asian and African institutions would have evolved in a parallel universe where Europeans came only to trade, not to conquer. Many broad policy issues are distorted when viewed through a lens that focuses only on domestic inequality and ignores global inequality. Thomas Piketty’s Marxian claim that capitalism is failing because domestic inequality is rising has it exactly backwards. When one weights all of the world’s citizens equally, things look very different. In particular, the same forces of globalization that have contributed to stagnant middle-class wages in rich countries have lifted hundreds of millions of people out of poverty elsewhere. By many measures, global inequality has been reduced significantly over the past three decades, implying that capitalism has succeeded spectacularly. Capitalism has perhaps eroded rents that workers in advanced countries enjoy by virtue of where they were born. But it has done even more to help the world’s true middle income workers in Asia and emerging markets. Allowing freer flows of people across borders would equalize opportunities even faster than trade, but resistance is fierce. Anti-immigration political parties have made large inroads in countries like France and the United Kingdom, and are a major force in many other countries as well. Of course, millions of desperate people who live in war zones and failed states have little choice but to seek asylum in rich countries, whatever the risk. Wars in Syria, Eritrea, Libya, and Mali have been a huge factor in driving the current surge of refugees seeking to reach Europe. Even if these countries were to stabilize, instability in other regions would most likely take their place. Economic pressures are another potent force for migration. Workers from poor countries welcome the opportunity to work in advanced countries, even at what seem like rock-bottom wages. Unfortunately, most of the debate in rich countries today, on both the left and the right, centers on how to keep other people out. That may be practical, but it certainly is not morally defensible. And migration pressure will increase markedly if global warming unfolds according to climatologists’ baseline predictions. As equatorial regions become too hot and arid to sustain agriculture, rising temperatures in the north will make agriculture more productive. Shifting weather patterns could then fuel migration to richer countries at levels that make today’s immigration crisis seem trivial, particularly given that poor countries and emerging markets typically are closer to the equator and in more vulnerable climates. With most rich countries’ capacity and tolerance for immigration already limited, it is hard to see how a new equilibrium for global population distribution will be reached peacefully. Resentment against the advanced economies, which account for a vastly disproportionate share of global pollution and commodity consumption, could boil over. As the world becomes richer, inequality inevitably will loom as a much larger issue relative to poverty, a point I first argued more than a decade ago. Regrettably, however, the inequality debate has focused so intensely on domestic inequality that the far larger issue of global inequality has been overshadowed. That is a pity, because there are many ways rich countries can make a difference. They can provide free online medical and education support, more development aid, debt write-downs, market access, and greater contributions to global security. The arrival of desperate boat people on Europe’s shores is a symptom of their failure to do so. [본문으로]
- Effort or luck may push her up the national plaque. But while effort or luck can make a difference in individual cases, they cannot, from a global perspective, play a very large role because more than half of variability in income globally is explained by circumstances given at birth. [본문으로]
- She can hope that her country will do well: the country’s plaque will then move up along the global pole, carrying, as it were, the entire population with it. If she is lucky enough so that her effort (movement higher up along the plaque) is combined with an upward movement of the plaque itself (increase in national mean income), she may perhaps substantially climb up in the global income distribution. Or, as a last possibility, she might try to move from a lower plaque (poorer country) to a higher one (richer country). Even if she does not end up at the high end of the new country’s income distribution, she might still gain significantly. Thus, own efforts, hope that one’s country does well, and migration are three ways in which people can improve their global income position. [본문으로]
- Germans may care about their relative income when compared to other Germans but not when compared to others around the globe. [본문으로]
-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①] AMERICA FIRST !!! MAKE AMERICA GREAT AGAIN !!! https://joohyeon.com/280 [본문으로]
-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https://joohyeon.com/281 [본문으로]
- Executive Order: Border Security and Immigration Enforcement Improvements. 2017.01.25 [본문으로]
- Remarks by President Trump to the 74th Session of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