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 로드맵고용률 70% 로드맵

Posted at 2013. 6. 6. 22:3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6월 4일(화). 고용노동부가 "고용률 70% 로드맵" 이라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60% 초반에 머물러 있는 고용률을 박근혜정부 임기 내에 70% 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밝혔는데, 언론들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 라는 점에만 주목하여 보도를 하였다. "고용률 70% 로드맵"은 단순히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해서 고용률을 올린다는 정책일까?




"고용률 70% 로드맵" 에서 주목해야 하는 건, 박근혜정부가 국정 중심을 "경제성장률"이 아닌 "고용률"로 삼았다는 점이다. 


<출처 : 6.3 고용률70%로드맵(FN) PDF 자료 12 페이지 > 



이전 정부들에서는 "고용률"을 정책의 목표로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았고, 막연한 "일자리 창출 구호"나 "7% 경제성장률 달성" 같은 허무맹랑한 목표만 내세웠었다. 이는 대기업 중심 성장과 낙수효과 발생을 전제로 한 것인데, 고용노동부가 지적한대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고, 성장해도 일자리가 이전만큼 늘지 않는 구조

"기업 성과가 국내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중소기업과의 임금 및 노동생산성 격차도 지속 확대


되는 상황 속에서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다.  


<출처 : 6.3 고용률70%로드맵(FN) PDF 자료 8 페이지 >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고용노동부는 "수출 ·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에서 "내수 · 서비스업 ·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변화시키는 것 또한 "고용률 70% 로드맵"의 목표임을 드러내고 있다. 


< 출처 : 6.3 고용률70% 로드맵1 PDF 자료 2페이지 > 



이를 달성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여성 일자리"와 "일 · 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다. 

즉, 고용률 70% 로드맵은 단순히 시간제 일자리 증가가 아니라, "여성 일자리" 개선을 위한 정책이다. 




노동시장에서 대한민국 여성들의 일반적인 생애경로는 


"20대 초중반 취업 → 결혼적령기인 28세 이후 퇴사 → 30대는 가정에서 육아에 전념 → 40대, 50대에 자식들의 사교육비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동시장 진입 → 대부분 마트, 음식점 등의 저임금 일자리"


내가 근무하는 노인복지관에 여성 사회복지사가 많아서 이를 쉽게 관찰할 수 있는데, 사촌형수님의 예와 함께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연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통역 프리랜서를 하는 사촌형수님


: 사촌형수님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덕분에 "진짜 프리랜서"로 통역일을 하고 있는데... 피해갈 수 없는 건 바로 "육아 문제" 아이를 출산한 뒤 육아에 전념하느라 일을 잠시 쉬게 되었다. 대부분의 여성은 이 단계에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마는데, 사촌형수님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경력단절" 없이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애초에 "통역 프리랜서"라는 직업 대신에 일반 대기업에 취직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노동시장에 쉽게 재진입 할 수 있었을까? (대기업에 취직한) 대부분의 고학력 여성들도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만다.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유리벽·유리천장… 대리급 여성 76% “여성 직속 상사 없어요”. <경향신문>. 2013.05.10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기업 간부급 독신녀들 “결혼했다면 이 정도 위치까지 못 왔다”. <경향신문>. 2013.05.10

[왜 지금 ‘여성 일자리’인가]20대에 질 좋은 일자리, 30대에 경력단절 최소화, 40대에 저임 해소. <경향신문>. 2013.05.10)


2. 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


: 우리 복지관의 여성 사회복지사들은 대부분 26살-28살에 결혼을 하는데, 결혼 후 몇개월간 더 일하다가 퇴사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 바로 "출산과 육아 문제" 때문. 간호사 같은 일종의 전문직은 출산 후에 노동시장에 재진입 하기가 비교적 쉽다. 


그러나 (비교적 전문성이 없는) 사회복지사는 그렇지 않다. 사회복지사들의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각 대학의 사회복지학과를 통해 젊은 사회복지사들이 꾸준히 공급된다. 게다가 애시당초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의 임금이 높지 않다보니, 출산 후 노동시장 재진입에 대한 유인이 적다.




육아비용을 벌기 위해 맞벌이를 하면 안될까? 그럼 맞벌이를 하는 동안 어린이집 등의 육아비용은 누가 대줄까? 결국 월급에서 나가는 거다. 외벌이를 하나 맞벌이를 하나 결과적으로 똑같은 경우가 생기게 된다.


어린이집 원장이 “그때까지 남아 있는 애가 없다”며 “오후 5시 전에 애를 찾아가야 한다”고 했다. 친정부모와 시부모도 맞벌이라서 도움을 못 받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보모를 고용했다. 보모가 오후 4시 전후에 아이를 데려와서 오후 7시 반 최씨가 퇴근할 때까지 돌본다. 서너 시간 돌봄 비용으로 월 70만~80만원이 나간다. 최씨는 “국가 보조금은 의미가 없다. 이것저것 따지면 직장생활하는 게 손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맞벌이, 오후 3~6시가 두렵다. <중앙일보>. 2013.05.29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대신 돌봐준다? 그건 서로 가까이 살때만 가능한 경우. 그리고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게 용돈을 주지 않고 그냥 아이를 맡길 수 있을까?


공공기관 직원 이영미(37·여·서울 서대문구)씨와 아이 둘의 하루 일정이다. 시어머니가 없으면 이씨가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린이집이 일찍 애를 받아주지 않고, 늦게까지 제대로 돌봐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과 오후는 시어머니에게 신세를 진다. 


시어머니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 둘이 귀가한 후에는 미술학원에서 1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시어머니께 미안해서 야근할 때는 친정어머니의 신세를 진다. 시어머니께 수고비 조로 월 70만원, 두 아이의 학원비로 30만원이 든다. 매월 1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돈도 돈이지만 이씨도, 시어머니도, 아이들도 모두 힘들다.


"옷 다 입고 혼자 남아있는 딸 보면 죄인된 느낌". <중앙일보>. 2013.05.29


결국 "육아문제"로 인해 30대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생기고 만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살펴보면, 30대 들어 급격히 하락했다가 40대에 회복하는 M자형의 모습이 나온다.


<출처 : 정부가 발표한 '고용률 70% 로드맵'. <조선일보>. 2013.06.05 >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고용률 70% 로드맵"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 정책은 "고용률 증가를 위해서는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최소화 해야 한다" 라는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졌다.


정책의 디테일을 살펴보면


① (여성노동자 친화적인)[각주:1] "교육/의료/사회 서비스업 일자리 증가" + 서비스업의 고부가가치화 → 보건의료 · 사회서비스 일자리 각각 25만개 창출[각주:2]


"일 · 가정 양립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장시간 근로시간 해소" →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


보육문제 해결을 위한 육아휴직 제도 및 공공/직장 보육서비스 개선 &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지원 → 여성들의 "경력단절 해소"


라고 나온다. 


여기서 "시간제 일자리"를 두고 "비정규직 증가 아니냐" 라는 말이 나오는데, (정책이 현실화 되었을 때 의도와는 달리 어떻게 왜곡되느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시간제 일자리란 단기 계약직이 아니다. 정년, 보험혜택 등이 정규직과 똑같지만, '일하는 시간'만 적은 일자리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시간제 일자리 증가의 핵심은 "보육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30대 여성들의 경력단절 방지" 이다. 고용노동부는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중심으로 고용률이 크게 증가" 하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고용률 70% 로드맵 정책의 핵심은 "여성 일자리"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나 은퇴세대의 정년연장/재취업 등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주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이 여성 일자리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낮은 인식

가부장적 문화

낮은 서비스업의 임금

특정 학과에 편중된 여성들의 대학 진학

내수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부동산


등등 여러 장벽이 많다.


그러나 이전 정부들과는 달리, 박근혜정부가 국정운영의 중심을 "고용률 증가"과 "내수 서비스업 성장"와 맞추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 그리고 이를 위해 "여성 일자리의 적극적인 개선"을 노력하는 것.


정책이 현실에 적용됐을 때, 어떤 모양으로 왜곡되느냐가 문제이긴 하지만.... 

고용률 70% 정책을 단순히 "비정규직 증가"로 바라보는 건 논의의 핵심을 가린다는 생각이 든다.


  1. "여성들은 사회 서비스업에만 복무해야 하는가?" 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음. 고용노동부의 정책을 보면 "여성들에 대한 적극적인 우대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고, 여성들에게 "유리천장"으로 작용하는 기업문화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음. 그런데 이것은 근본적이면서 장기적인 과제. [본문으로]
  2. 국가주도의 사회서비스업이 어떻게 시장가치를 창출하느냐에 대해서 작년에 쓴 포스팅. "복지서비스를 국가주도로 해야하는 이유" http://joohyeon.com/12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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