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Posted at 2018. 8. 5. 22:33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비교우위론 (Comparative Advantage)
-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 명제 (both True and Non-Trivial)
- 리카도의 어려운 아이디어 (Ricardo's Difficult Idea)
(저명한 수학자인 동료) Ulam은 과거에 종종 이런 말을 하면서 나를 놀리곤 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both true and non-trivial) 명제를 하나 말해봐." 나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적절한 답이 떠올랐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The Ricardian theory of comparative advantage). 이 이론은 '한 국가가 절대적으로 생산성이 높든 낮든 무역을 통해 상호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준다.
비교우위론은 논리적으로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수학자 앞에서 논쟁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하찮지 않다는 점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며 설명을 해주어도 믿지 않는 수많은 지식인들에 의해 증명된다. 1
- 폴 새뮤얼슨, 1969, 'The Way of an Economist'
무역이 양 국가의 실질소득을 모두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를 전해주는 비교우위론은 이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간단하고 흥미로운 사고방식(simple and compelling concept)이다. 그러나 경제학자 이외의 부류들과 토론을 하게 되면 재빨리 깨닫게 될 거다. 아 (일반사람에게) 비교우위론은 매우 어려운 사고방식이구나. (...)
나를 포함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정중함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비판자들이 시도하려고 하는 것은 비교우위가 현실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주의를 끄는 것이다. 결국 경제학자들은 간단한 리카도모형이 현실에서 무역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를 듣게 된다. (...)
공공토론에서 경제학자의 무용성은 잘못된 가정에서 오는 거 같다. 우리는 무역에 관해 글을 쓰고 말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비교우위를 이해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매우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그들은 비교우위를 이해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듣기를 희망하지도 않는다. 대체 왜? 2
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이 말했듯이, 경제학자에게 있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 명제'(both true and non-trivial) 이며, 경제학에서 제일 중요한 이론으로 꼽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높게 평가되는 이론은, 그러나,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아이디어'(difficult idea)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틀린 아이디어 라는 비판도 듣습니다.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 3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매우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그들은 비교우위를 이해하지 않으며, 이에 대해 듣기를 희망하지도 않는다. 대체 왜?" 라고 말하며 답답함을 표시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교우위론'은 과거와 오늘날 벌어진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과거 개발도상국과 오늘날 선진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은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보호무역 카드를 꺼내들고,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거스르려는 행동'을 보며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19세기 데이비드 리카도가 세상에 내놓은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이 무엇이길래, 이를 둘러싼 논쟁이 수백년간 지속되는 것일까요? 경제학자들과 비전공자들이 바라보는 비교우위론이 얼마나 다르길래 서로 답답해 하는 것일까요?
이제 이번글을 통해, 경제학자들이 이해하는 비교우위론을 알아본 뒤, 이론의 어떠한 점이 대립과 갈등을 불러오는 지를 살펴봅시다.
※ (복습) 리카도가 외국과의 자유무역을 주장한 배경
● 제6장 이윤에 대하여
한 나라가 아무리 넓어도 토질이 메마르고 식량 수입이 금지되어 있으면, 최소한의 자본의 축적이라도 이윤율의 커다란 하락과 지대의 급속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에, 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36~137쪽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에서 설명하였듯이, 데이비드 리카도가 뜬금없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외국과의 자유무역'을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19세기 영국인으로서 리카도가 우려하던 것은 '토지의 수확체감이 초래하는 임금 상승과 이윤율 하락' 이었습니다.
토지가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경작 면적을 확대할수록 열등한 토지가 개간되고 수확량은 감소합니다. 이로 인해 곡물 한 단위 생산에 더 많은 노동이 투입되어 곡물 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노동자의 생계비 수준으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 또한 오르게 됩니다. 그 결과, 영농자본가와 산업자본가의 이윤이 감소하여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축적이 저해됩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모든 문제의 근원은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s)에 있습니다. 만약 토지의 생산성이 균일하다면 지대도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임금도 상승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토지가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속성을 인간이 고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리카도가 주목한 것은 '외국과의 무역' 입니다. 만약 국내의 곡물 수요를 외국 곡물의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 경작 면적을 넓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열등한 토지를 개간할 일도 없고, 지대와 임금도 상승하지 않을 겁니다. 그 결과 자본가의 이윤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의 발견'과 '식량의 자유로운 수입' 그리고 이를 통한 '자본가의 높은 이윤 유지', 리카도가 곡물법을 폐지하고 '자유무역'(Free Trade)을 옹호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 국제무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로 리카도를 떠올리는 이유는?
- 『원리』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On Foreign Trade)
- 절대우위론을 보완한 비교우위론
- 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가 상호이득을 볼 수 있다 (Mutual Gain)
리카도가 전개한 '무역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새로운 게 아니었습니다. 리카도보다 앞서 애덤 스미스 또한 4'무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분업의 고도화와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는 논리로 무역의 동태적이익(Dynamic Gain)을 말하였습니다.
스미스는 '무역이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주장도 하였습니다 5. 우리가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구입하는 게 더 싸다면, 그것을 사는 게 이득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는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한 나라의 총노동이 향한다면, 총노동이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라고 말하며, 무역의 정태적이익(Static Gain)을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국가의 무역통제를 금지하고 수입제한을 없애자는 자유무역 논리도 처음 나온 게 아닙니다. 이 또한 애덤 스미스 6가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하며, "자유무역은 공공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반면, 중상주의적 규제는 소비자를 희생하고 제조업 생산자의 이익만을 고려한다"고 분명하게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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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1772~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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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7년 작품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그런데 국제무역 혹은 자유무역에 관한 대표적인 경제학자를 연상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람은 애덤 스미스가 아니라 '데이비드 리카도' 입니다. 왜 일까요? 바로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 때문입니다.
리카도가 내놓은 비교우위론은 단순히 '중상주의보다 자유무역이 좋구나' 라는 사고를 넘어서서 '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가 상호이득을 볼 수 있구나(mutual gain)' 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중상주의 비판 및 자유무역론도 사람들의 사고를 완전히 뒤바뀌게끔 공헌을 하였으나, 리카도는 절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국가도 자유무역이 필요하다는 점 및 절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국가도 강대국과 무역을 하면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자유무역의 확산에 기여하였습니다.
우선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Absolute Advantage)을 살펴본 이후, 리카도의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 (Absolute Advantage)
: 애덤 스미스가 '자유무역을 해야하는 이유'로 여러 논거(경제성장, 자유주의적 사고, 중상주의 폐해 등)를 들었는데, 그 중 하나는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입니다. 지난글 7에서 보았던 『국부론』 일부를 다시 읽어봅시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국내의 특정한 수공업 · 제조업 제품에 대해 국내시장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각 개인에게 그들의 자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지시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경우, 쓸모 없거나 유해한 규제임에 틀림없다. 만약 국산품이 외래품만큼 싸게 공급될 수 있다면 이러한 규제는 명백히 쓸모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렇나 규정은 일반적으로 유해하다. 현명한 가장(家長)의 좌우명은, 구입하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더욱 비싸다면 집안에서 만들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
모든 개별 가구에 대해서 현명한 행동이 대국에 대해서는 어리석은 행동이 될 수는 없다. 만약 외국이 우리가 스스로 제조할 때보다 더욱 값싸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국산품의 일부로 그것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게 하더라도, 한 나라의 총 노동은 그것을 고용하는 자본과 일정한 비례관계에 있기 때문에, 위에서 설명한 각종 수공업자들의 노동이 감소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총노동도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고, 다만 가장 유리하게 이동될 수 있는 방도를 찾게 될 것이다. 직접 제조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한 나라의 총노동이 향한다면, 총노동이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특정 상품의 생산에서 다른 나라가 누리고 있는 자연적 이점이 한 나라에 비해 너무나도 크다면, 그 상품과 경쟁하는 것이 헛수고라는 것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
수요되는 같은 양의 상품을 얻기 위해서 외국으로부터 살 때 필요한 것보다 30배나 많은 자국의 자본 · 노동을 들여서 그것을 국내에서 생산하려는 것이 얼빠진 짓이라면, 1/30 또는 심지어 1/300 정도 더 많은 자본 · 노동을 들여서 그것을 국내에서 생산하려는 것 역시 앞에서처럼 뚜렷하지는 않아도 얼빠진 짓이란 점에서는 완전히 똑같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누리는 우위(advantage)가 천부적인 것이건 후천적으로 획득된 것이건, 그것은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한 나라가 이러한 우위를 가지고 다른 나라가 그것을 가지지 못하는 한, 후자는 스스로 생산하기보다 전자로부터 구입하는 것이 항상 더 유리하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53~556쪽
애덤 스미스가 말했듯이 무역을 하는 국가가 이익을 얻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 반복하자면, "외국이 우리가 스스로 제조할 때보다 더욱 값싸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국산품의 일부로 그것을 사는 것이 유리" 합니다.
(주 : 국내에서 번역된 『국부론』은 '비교우위'로 번역 하였으나, 원문은 'some advantage' 입니다. 따라서 리카도의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와 혼동하지 않으려면,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 우위를 가진 국산품의 일부'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은 국제무역을 '서로 다른 국가 간의 전쟁터'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약소국이 강대국과의 무역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통념과는 반대로, 오히려 국제무역은 생산성이 낮은 약소국에게 큰 이익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강대국이 만들어낸 값싼 상품을 수입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미스의 절대우위론은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 생산성이 절대적으로 우위인 강대국은 왜 절대열위인 약소국과 무역을 해야 하나요?
스미스의 논리에 따르면, 절대우위에 놓인 국가는 스스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제일 싸기 때문에, 어느 국가와의 무역에서도 더 값싼 상품을 구입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역을 해야하는 이유도 없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은 무역을 전쟁터로 바라보는 일반인의 통념을 깨뜨리는 데 공헌하긴 하였으나, 절대우위를 가진 국가가 무역을 통해 어떠한 이익을 볼 수 있는지를 말하지는 못했습니다. 따라서,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에 빈번히 벌어지고 있는 무역이 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였고, 강대국이 무역을 해야하는 이유도 설득시키지 못했습니다.
※ 마법의 네 숫자 (Four Magic Numbers)
- 옷(cloth)에 비교우위를 가진 영국
- 포도주(wine)에 비교우위를 가진 포르투갈
- 영국, 포도주 수입을 위해 옷을 생산하자 (Cloth for Wine)
데이비드 리카도가 1817년 출판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On th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에는 애덤 스미스가 41년 전 말했던 절대우위론을 보완하는 무역이론,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이 담겨져 있습니다.
리카도는 마치 사소한(trivial) 논리를 설명하듯이 가볍게 이야기 했으나,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온 이후 경제학자들이 자유무역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은 한층 더 넓어지고 깊어졌습니다. 『원리』에 나온 그 부분을 한번 읽어봅시다.
●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잉글랜드는 직물을 생산하는 데 연간 100명의 노동이 필요한 상황에 있으며, 잉글랜드가 포도주를 생산하려고 할 경우 동일한 기간 동안 120명의 노동이 필요하다고 해보자. 그러면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또 직물을 수출해 포도주를 구매하는 것이 이익임을 알게 될 것이다.
포르투갈에서 포도주를 생산하는 데는 연간 80명의 노동만이 필요하며, 같은 나라에서 직물을 생산하는 데는 연간 90명의 노동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면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하여 직물과 교환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49~150쪽
짧은 문단 속에 등장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그리고 '옷(직물)'과 '포도주', 마지막으로 '마법의 네 숫자'(Four Magic Numbers) 8라 불리우는 네 가지 숫자가 국제무역이론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하신 분들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두 상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기회비용'을 구한 뒤 비교우위 및 열위 여부를 판단하겠지만, 리카도가 책을 출간할 당시에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우선, 우리는 교과서 버전(textbook edition)의 비교우위론이 아니라 리카도의 가치 이론(Ricardian Value Theory)에 따른 비교우위론을 생각해봅시다.
(주 : 오늘날 현대 경제학 교과서 버전의 비교우위론-기회비용 관점-이 궁금하신 분은 2015년에 작성한 본 블로그의 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내용을 좀 더 쉽게 파악하기 위해 표를 봅시다.
잉글랜드는 옷을 생산하려면 100명의 노동, 포도주는 120명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포르투갈은 옷 생산에 90명, 포도주에 80명이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리카도는 갑자기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또 직물을 수출해 포도주를 구매하는 것이 이익",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하여 직물과 교환하는 것이 유리" 라고 단언합니다. 즉, 표에 색칠한 품목이 양 국가가 비교우위를 가진 채 수출하는 상품입니다.
리카도가 왜 이렇게 단언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가치 이론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을 통해, 리카도는 "한 상품의 (교환)가치는 그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상대적 노동량에 달려있다"고 믿었다는 점을 소개했습니다. 이른바 '투하노동설' 입니다. 예를 들어, 100명의 노동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상품의 가치는 100이고, 120명이 투입된 상품의 가치는 120 입니다.
이런 이유로 서로 다른 수의 노동이 투입된 상품들은 동일한 가치로 교환될 일이 없습니다. 100명이 투입된 상품과 120명이 투입된 상품이 똑같은 가치로 교환, 예를 들어 100의 가치로 교환된다면 120 짜리 상품은 손해를 보는 셈이기 때문이죠. 또는 120 가치로 교환된다면 100짜리 상품은 앉아서 이득일 보게 됩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위와 같습니다. 만약 교환되는 잉글랜드 옷의 상대 가치가 상대 투하노동량 보다 높다면, 잉글랜드인 모두가 옷 생산을 하게 될 겁니다. 반대로 교환되는 잉글랜드 옷의 상대 가치가 상대 투하노동량보다 작다면, 잉글랜드인 모두가 포도주 생산을 하게 될 겁니다. 자급자족 상황에서는 두 상품을 모두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조정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수의 노동이 투입된 상품들은 상대 노동투하량과 동일한 상대 가치로 교환됩니다. 즉, 잉글랜드가 무역을 하지 않고 자급자족 상태로 살아간다면, 두 상품의 상대 가치는 상대 노동투하량과 동일한 값을 계속 가질 겁니다. 리카도의 숫자를 예시로 쓴다면, 포도주 대비 옷의 상대 가치는 상대 투하노동량과 동일한 100/120을 띄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국가와 상품 교환을 할 때는 국내 교환과는 다른 법칙이 작동합니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47쪽
이 말이 무슨 말이냐하면, 두 국가 간에 교환되는 상품의 가치는 두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과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두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품의 가치가 최소한 어느 한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과는 다른 값을 가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무역거래시 교환되는 상품의 상대 가치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만약 옷의 상대 가치가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이 옷 생산에 투입하는 상대 노동량보다 높다면 양 국가 모두 옷을 생산할 겁니다. 반대로 옷의 상대 가치가 적다면 양 국가 모두 포도주를 생산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두 국가는 똑같은 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무역교환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무역 교환을 하기 위해서 옷의 상대 가치는 두 국가 상대 노동량의 가운데에 있어야 합니다. 그 결과 이제 잉글랜드는 옷에 특화하게 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특화하게 됩니다.
아래를 통해 표와 수식을 다시 살펴봅시다.
※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국과 외국에서의 '가격이 다르기 때문'
- 이른바 '교역조건'의 중요성 (Terms of Trade)
'무역 교환을 하기 위해서 옷의 상대 가치는 두 국가 상대 노동량의 가운데에 있어야' 하는데, 왜 '잉글랜드는 옷에 특화하게 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특화'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앞서 살펴본 '두 국가 간에 교환되는 상품의 가치는 두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과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의 의미가 무엇인지 좀 더 깊게 생각해봅시다.
바로,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과 외국에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different relative price)이라는 말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수출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보다 외국에 판매할 때 더 높은 상대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higher relative price) 이고, 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구입할 때보다 외국에서 구입할 때 더 낮은 상대가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lower relative price) 입니다.
자급자족일 때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은 100/12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대 90/80의 상대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급자족일 때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은 80/9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대 120/100의 상대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외국에 판매하는 것이 더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옷을 수출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합니다.
반대로 수입을 생각해보면, 자급자족일 때 잉글랜드 포도주의 상대가격은 120/10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소 80/90 가격으로 구입해 올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급자족일 때 포르투갈 옷의 상대가격은 90/8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소 100/120 가격으로 구입해 올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것이 더 싸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포르투갈은 옷을 수입합니다.
여기서 애덤 스미스의 절대우위론과 한 가지 차이가 나타나는데,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 중요한 것은 상품 가격의 기준이 (생산성의 절대 수준이 결정하는) 절대 가격이 아니라 (생산성의 상대 수준이 결정하는) 상대 가격(relative price) 이라는 점입니다.
절대 가격을 보면 포르투갈은 생산성의 절대 수준이 잉글랜드에 비해 높기 때문에, 옷이든 포도주든 수입을 하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는 게 훨씬 더 값이 쌉니다.
하지만 자본과 노동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둘 중 어느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게 비교적 싼 지를 혹은 둘 중 어느 제품을 외국에 판매해야 비교적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생산성이 절대적으로 우위인 국가도 상대적인 생산성은 열위일 수 있기 때문에, 절대열위 국가로부터 수입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생산성이 절대적으로 열위여서 국내 상품 가격이 높은 국가도 상대적인 생산성은 우위이기 때문에, 더 높은 상대 가격을 받고 절대우위 국가에 수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절대우위와 절대열위 국가 모두 무역을 통해 '상호이득'(mutual gain)을 볼 수 있습니다.
리카도가 책을 집필하던 시기에는 경제주체가 선택을 할 때 '기회비용'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사고가 완전히 뿌리내리지는 않았으나, 자원이 한정적이라는 인식을 했었기 때문에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주 : 앞에서도 말했지만, 오늘날 현대 경제학 교과서 버전의 비교우위론-기회비용 관점-이 궁금하신 분은 2015년에 작성한 본 블로그의 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원리』에 나타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다시 한번 살펴봅시다.
●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잉글랜드는 직물을 생산하는 데 연간 100명의 노동이 필요한 상황에 있으며, 잉글랜드가 포도주를 생산하려고 할 경우 동일한 기간 동안 120명의 노동이 필요하다고 해보자. 그러면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또 직물을 수출해 포도주를 구매하는 것이 이익임을 알게 될 것이다.
포르투갈에서 포도주를 생산하는 데는 연간 80명의 노동만이 필요하며, 같은 나라에서 직물을 생산하는 데는 연간 90명의 노동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면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하여 직물과 교환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포르투갈이 수입하는 상품이 잉글랜드에서보다 포르투갈에서 더 적은 노동으로 생산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교환은 일어날 것이다. 비록 포르투갈은 직물을 90명의 노동으로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데 100명의 노동이 필요한 나라로부터 그것을 수입할 것이다.
왜냐하면 포르투갈은, 그 자본의 일부를 포도 재배에서 직물 제조로 전환시켜서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직물을, 잉글랜드에서 획득하게 해주는 포도주 생산에 그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잉글랜드는 80명의 노동의 생산물에 대해 100명의 노동의 생산물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한 교환은 동일 국가의 개인들 사이에서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잉글랜드인 100명의 노동이 잉글랜드인 80명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주어질 수는 없지만, 잉글랜드인 100명의 노동의 생산물은 포르투갈인 80명, 러시아인 60명, 또는 동인도인 120명의 노동의 생산물에 대한 대가로는 주어질 수 있다. (...)
그리하여 직물이 포르투갈에 수입되려면, 그것을 수출하는 나라에서 치르는 값보다 포르투갈에서 더 많은 금을 받고 팔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포도주가 [포르투갈에서] 잉글랜드로 수입되려면, 그것이 포르투갈에서 치르는 값보다 잉글랜드에서 더 많이 받고 팔릴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무역이 순전히 물물 교환이라면, 그것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잉글랜드가 일정한 노동량으로 포도 재배 대신에 직물 제조로 더 많은 양의 포도주를 획득할 수 있을 만큼 직물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을 동안뿐일 것이며, 또 포르투갈의 산업에 정반대의 효과가 일어날 동안뿐일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49~151쪽
이처럼 국제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나 비교우위 원리는 이를 이해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크루그먼이 말한 것처럼) 간단하고 흥미롭습니다(simple and compelling).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왜 '비교우위론과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이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것일까요?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①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정말 상호이득을 가져다 주는가
- 개도국 : 생산성이 높은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기나
- 선진국 : 개도국이 저임금을 이용하여 상품을 싸게 만들면 어떻게 경쟁하나
비교우위가 말해주는 가장 중요한 함의는 '무역을 하는 국가들이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mutual gain)는 것입니다. 절대열위인 국가도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절대우위인 국가도 비교열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역을 해야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무역이 상호이득을 안겨준다는 사실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개도국이 선진국 대기업을 어떻게 이겨?" 여기에 더해 서로 다른 가격이 무역의 이익을 창출한다는 설명을 해주면 "그럼 개도국이 저임금을 이용해서 상품을 싸게 만들면 우리 선진국은 어떻게 수출하나?" 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 개발도상국 : 생산성 높은 선진국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기나
▶ 선진국 : 개도국이 저임금을 이용하여 상품을 싸게 만들면 어떻게 경쟁하나
즉,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 비교우위가 말하는 상호이득 논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내비치곤 합니다. 경제학자들이 보기에 이들의 우려가 어떤 점에서 잘못된 것인지 알아봅시다.
리카도는 투하노동량이 상품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었으나, 오늘날 현대 경제학에서 중요한 것은 '(한계)생산성'과 '임금' 입니다.
상품 한 단위 생산에 a명의 투입된다는 말은 근로자 1명의 생산성이 1/a 단위라는 말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한 대 생산에 4명이 투입되면, 근로자 1명의 생산성은 스마트폰 1/4대이죠. 즉, 리카도가 사용한 투하노동량에 역수를 취하면 근로자 1명의 생산성을 구할 수 있습니다.
상품의 가격은 '임금/생산성'이 결정짓기 때문에, 임금이 높을수록 그리고 생산성이 낮을수록 가격은 올라가고, 임금이 낮고 생산성이 높을수록 가격은 하락합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것을 앞에서 구해놓은 '양 국가의 상대 투하노동량과 상품의 상대 가치의 관계'에 대입하면 개도국과 선진국의 임금이 어디에서 결정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관계가 말해주는 바는, 개도국과 선진국의 임금은 그들의 생산성 수준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보통 선진국은 개도국에 비해 높은 임금 수준을 기록하는데(wage disadvantage), 선진국이 누리는 최저 생산성 우위(lowest productivity advantage, 좌변) 보다는 높고 최고 생산성 우위(highest productivity advantage, 우변) 보다는 낮습니다.
이를 쉽게 풀어 설명하면, '선진국의 높은 생산성 우위는 고임금 때문에 어느정도 상쇄된다'거나 '개도국의 저임금 우위는 낮은 생산성 때문에 어느정도 상쇄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낮은 생산성에 맞추어 저임금을 유지함으로써 강대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고, 선진국은 고임금을 가지고 있으나 생산성 수준도 그에 맞게 높기 때문에 개도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 두 국가 모두 생산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인위적으로 유지한다면 무역의 상호이득은 사라질 수 있으나, 임금은 전체 노동시장의 생산성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오직 무역을 위해서 임금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는 힘듭니다.
(주 : 임금을 고려한 비교우위론에 대해서는 본 블로그의 글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주 : 인위적으로 임금을 낮게 유지하여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행위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해서는 본 블로그의 글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②
-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는 경우에도 자유무역의 이익 누리는가?
지난글 9과 이번글의 앞에서 복습했듯이, 데이비드 리카도가 자유무역을 주장하게 된 배경은 '새로운 시장의 발견'과 '식량의 자유로운 수입' 그리고 이를 통한 '자본가의 높은 이윤 유지' 였습니다.
리카도가 바라보기에 모든 문제의 근원은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s)에 있었습니다. 곡물 생산을 늘려나가면 영농자본가의 수익이 늘지 않고 지주만 이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수확체감으로 인한 노동자 임금 상승은 산업자본가의 이윤에도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위해서 수확체감 성질을 가진 산업을 포기하고(=외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신하고) 제조업 같은 수확체증산업(increasing return)에 특화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19세기 당시 영국이 제조업 부문에 비교우위가 있었기 때문에,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바람직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19세기 영국과는 달리 수확체감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는 자유무역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요?
만약 당시 영국이 제조업이 아닌 농업에 비교우위가 있었다면, 자유무역의 결과 농업부문 특화가 더 진행되어 (리카도의 가치 · 지대 · 임금 · 이윤 이론에 따라서) 경제성장에 악영향만 끼쳤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습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질서를 따르면 '수확체증산업에 특화할 수 있느냐', 다르게 말해 '제조업이나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울 수 있느냐' 여부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주요 논점이 되고 맙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에서 깊게 다룰 계획입니다.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③
- 특화품 생산을 늘려나갈수록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면?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는 경우에도 자유무역의 이익 누리는가?"에 대한 의문은 결국 '어떤 산업에 특화를 하느냐가 무역의 이익을 누리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해 줍니다. 그리고 이는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를 한 결과, 특화품목의 생산량을 늘려나갈수록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면 자유무역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발전됩니다.
이번글에서 살펴보았듯이, 비교우위론은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를 국내에서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과 외국에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different relative price)이라고 설명합니다.
수출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보다 외국에 판매할 때 더 높은 상대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higher relative price) 이고, 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구입할 때보다 외국에서 구입할 때 더 낮은 상대가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lower relative price) 입니다.
그러므로 무역의 이익 크기(gains from trade)는 '국내 가격과 수출시장에서의 가격이 얼마나 다른가'가 결정짓습니다.
만약 국내에서 판매해야 하는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을 받고 수출시장에서 판매를 할 수 있다면, 수출로 얻게 된 돈으로 더 많은 수입품을 수입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국내 판매가격과 수출시장에서의 판매가격이 똑같다면, 굳이 무역을 해야할 이유도 없으며 수입도 줄어들 겁니다.
일반적으로는 개별 국가가 생산성을 증가시켜서 특화품 가격을 낮게 만들게 되더라도,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기 때문에 수출시장 가격은 변동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수출시장 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기 때문에 무역의 이익은 커집니다.
그러나 석유 · 철광석 · 농산품 등 1차 상품(raw material)은 특정 국가에서 주로 생산되며, 이들이 생산량을 조정하면 세계시장에서의 가격이 크게 변동합니다. 가령, OPEC 등 산유국이 원유채굴량을 늘리면 석유가격이 크게 하락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결국 '비교우위에 입각해서 특화를 한 뒤 생산량을 증가시켰더니, 교역조건이 악화되어 무역의 이익이 사라졌다'는 현상을 초래하고 맙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②와 유사하게,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선진국에만 유리하고, 1차 상품에 비교우위를 가진 개발도상국에 불리한 거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에서 깊게 다룰 계획입니다.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④
- 어떤 산업이 비교우위를 가지는가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는 영원히 지속되는가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②와 ③은 결국 '어떤 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는가', '어떤 산업에 특화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리카도는 '비교우위가 상대적인 생산성(relative productivity)의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가마다 상대적으로 생산성 우위를 가진 산업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느냐도 다릅니다.
그럼 보다 근본적으로 국가마다 다른 상대적인 생산성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왜 영국 등 선진국은 제조업 부문에 생산성 우위를 가지게 되었고, 왜 남미 등 개도국은 1차 산업에 생산성 우위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또한 현재는 비교열위에 놓여져있는 수확체증산업 및 제조업을 성장시켜서 미래를 도모하고 싶은데,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질서를 따르면, 헌번 결정된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는 영원히 지속되는 것인가요?
이러한 물음들은 결국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과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이란 현재 영유아(Infant) 상태인 산업을 자유무역에 노출시키지 않고 보호정책으로 육성하자는 주장입니다. 주로 산업화 후발주자인 국가가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쓰는 산업정책 입니다.
만약 한 국가가 가지는 비교우위가 '역사적 우연성(historical accident)으로 그저 빨리 진입(early entry) 했기 때문에 가진 것'이라면, 늦게나마 진입하려는 국가가 미래에 더 나은 우위를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비교우위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정책입안자들이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지금은 자유무역을 따르기보다 보호무역을 통해 비교우위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이 더 효과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비교우위론은 그저 "미래는 생각치 말고 현재의 비교우위 산업에 특화해라"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즉,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질서를 따르면, 영원히 현재의 비교우위 산업에만 특화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개의 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과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에서 깊게 다룰 계획입니다.
※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 ⑤
- 무역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는가
- 무역개방 이후 비교열위에 처하게 된 근로자와 산업을 어떻게 지원하나
-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은 작동하는가
앞서 소개한 논쟁들이 '비교우위의 원리 그 자체가 옳으냐 그르냐'를 둘러싼 것이라면, 이번 논쟁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실시한 이후의 대책'에 관한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 및 데이비드 리카도 등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비교우위 및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에 특화한 후 비싼 값에 수출하고, 나머지 상품은 직접 생산하지 않고 싼 가격에 수입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이른바 '수입품의 간접생산'(indirect product) 논리 입니다.
무역개방을 한다면, 필연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인 생산성이 낮아서 생산을 중단하게 된 산업이 생길 겁니다. 그렇다면 비교열위에 처하게 된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요? 그리고 (개도국과 선진국이 모두 선호하는) 제조업이 비교열위 상태에 놓이게 된다면 이를 어떻게 해야하나요?
'무역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하는가'와 '무역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은 오늘날 선진국에서 특히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다른글에서 깊게 다룰 계획입니다.
※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 [국제무역논쟁 선진국] 시리즈
이번글에서 짧게나마 소개한 '비교우위를 둘러싼 논쟁'들은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 [국제무역논쟁 선진국] 시리즈를 통해 깊게 생각해볼 기회가 있을 겁니다.
본격적인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보기에 앞서, '서로 다른 상대가격'과 '교역조건'이 무역의 이익을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해서 보다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다음글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 He used to tease me by saying, 'Name me one proposition in all of the social sciences which is both true and non-trivial.' This was a test that I always failed. But now, some thirty years later, on the staircase so to speak, an appropriate answer occurs to me: The Ricardian theory of comparative advantage; the demonstration that trade is mutually profitable even when one country is absolutely more - or less - productive in terms of every commodity. That it is logically true need not be argued before a mathematician; that it is not trivial is attested by the thousands of important and intelligent men who have never been able to grasp the doctrine for themselves or to believe it after it was explained to them. [본문으로]
- I believe that much of the ineffectiveness of economists in public debate comes from their false supposition that intelligent people who read and even write about world trade must grasp the idea of comparative advantage. With very few exceptions, they don't -- and they don't even want to hear about it. Why? [본문으로]
-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 - 폴 새뮤얼슨, 1969, 'The Way of an Economist' [본문으로]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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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5. 5. 19. 00:07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이 글은 2015년 5월 19일에 작성되었던 것을 2018년 11월 29일에 전면 개정한 것입니다. 2015년 당시에는 무역이론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하여 부족한 설명을 했었고,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 작성하였습니다.
※ 국제무역이 이루어지게 하는 원천은 무엇인가
- 서로 다른 상대가격 (different relative price)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서로 다른 국가들간에 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신라는 아라이바 상인들과 물건을 교환하였고, 서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은 남미 · 인도 등에 식민지를 개척하여 금은보화와 향신료를 얻어내었다. 현대 국가들도 자신들이 만든 상품을 수출하고 다른 상품을 수입하는 교역행위를 수행한다.
과거와 현대의 국제무역 행위를 살펴보면 크게 3가지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첫째, 예전과 지금의 무역에서 다른 점은 무엇일까? 둘째, 무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셋째, 왜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무역을 하는가?
첫째, 국제무역을 바라보는 사상의 변화 : 중상주의 사상 → 자유무역 사상
-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
-
1776년 작품 『국부의 성질과 원인에 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서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개척에서 볼 수 있듯이, 세상을 지배했던 사상은 '중상주의'(mercantilism)였다. 중상주의는 “무역을 통해 금과 은 등 재화를 축적(accumulation)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와의 교역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여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과거 사람들이 바라본 무역의 목적이었다.
-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1772~1823
- 1817년 작품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On th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
※ 단순히 기회비용이 낮다는 이유로 특화를 해도 될까?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이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 라는 말이 아직 와닿지 않을테다. 우선 두 가지 개념을 익히고 가자.
위의 표는 자국과 외국에서 자동차 · 의류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투입량(necessary labor input)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전체 총 노동량은 100명으로 동일하다.
자국은 자동차 1대 · 의류 1벌 생산에 동일하게 노동자 1명씩 필요하며, 외국은 자동차 1대 생산에 노동자 4명, 의류 1벌 생산에 노동자 2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위의 표를 통해 '노동생산성'과 '생산의 기회비용'을 파악할 수 있다.
● 노동생산성
외국에서 자동차 1대 생산에 노동자 4명이 필요하다는 말은 '노동자 1명이 자동차 1/4대를 생산'한다는 말과 동일하다. 의류 1벌 생산에 노동자 2명이 필요하다는 말은 '노동자 1명이 의류 1/2벌을 생산'한다는 말과 같다. 자국의 경우 자동차와 의류 생산에 노동자 1명이 동일하게 필요하므로, '노동자 1명이 자동차 1/1대, 의류 1/1벌을 생산'한다.
이는 곧 노동생산성(labor productivity)을 뜻하며, 자동차와 의류 부문의 노동생산성은 '1/각 부문 필요노동량'을 통해 알 수 있다.
● 기회비용
그리고 외국에서 자동차 1대 생산을 위해 4명을 투입하면 (4명이 만들 수 있는) 의류 2벌을 포기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의류 1벌을 생산하기 위해 2명을 투입하면 (2명이 만들 수 있는) 자동차 1/2대를 포기하는 셈이 된다. 자국의 경우 자동차 1대 생산을 위해 1명을 투입하면 (1명이 만들 수 있는) 의류 1벌을 포기하는 셈이고, 의류 1벌 생산하기 위해 1명을 투입하면 (1명이 만들 수 있는) 자동차 1대를 포기하게 된다.
이는 개별 상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s)을 뜻하며, 만들고자 하는 상품 대신 다른 상품이 생산되는 갯수로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 의류로 표시되는 자동차의 기회비용은 '자동차 1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 / 의류 1벌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의류 4/2벌), 자동차로 표시되는 의류의 기회비용은 '의류 1벌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 / 자동차 1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량'(=자동차 2/4대)으로 구할 수 있다. 자국의 경우 의류로 표시되는 자동차의 기회비용은 1벌, 자동차로 표시되는 의류의 기회비용은 1대가 된다.
● 특화
이제 자국과 외국 간 기회비용을 비교해보면, 서로 간에 낮은 상품을 확인할 수 있다.
자국은 자동차 생산의 기회비용(=1/1)이 외국의 것(=4/2)보다 낮으며, 외국은 의류 생산의 기회비용(=2/4)이 자국의 것(=1/1)보다 낮다. 비용이 낮은 상품을 생산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자국은 자동차에 특화하고 외국은 의류에 특화하여 상품을 교환하면 상호이득을 얻을 수 있다.
'기회비용이 낮은 품목에 특화한다'(specialization)는 논리가 데이비드 리카도가 말한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이라고 널리 알려져있다.
그런데 !!! 비교우위론은 단순히 기회비용이 낮은 품목에 특화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기회비용이 낮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조건이 성립되어 있지 않으면 특화의 유인이 없으며 무역의 이익도 없다.
특화를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란 바로 '자급자족 상대가격 보다 높은 세계시장 상대가격(higher relative world price), 이른바 우호적인 교역조건'(favorable Terms of Trade) 이다.
※ 자급자족과 시장개방 상황을 비교
-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특화 및 무역패턴 결정
우호적인 교역조건의 중요성을 깨닫기 위해 이제 본격적으로 자급자족과 시장개방 상황을 비교해보자. 이를 통해,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이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는 자동차 혹은 의류를 생산하면서 '노동임금'을 받게되고, 개별 상품 생산자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상품 판매가격 - 노동투입량*임금'을 '이윤'으로 가지게 된다.
● 자급자족 (Autarky)
만약 (외국이든 한국이든) 자동차 부문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한다면 모든 노동자들은 자동차 생산에 종사하고 싶어할 것이다. 반대로 의류 부문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 모든 노동자들은 의류를 생산하고 싶어할테다. 어느 한 부문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면 구직을 희망하는 노동공급이 증가하고 그 결과 균형임금은 하락한다. 더 낮은 임금을 제시하면 노동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에 균형임금은 상승한다.
따라서 시장원리에 의해 자급자족 상황에서 각 국가 내 산업간 임금은 동일해진다.
생산자시장도 마찬가지의 원리가 적용된다. 만약 자동차(의류) 생산이 더 많은 이윤을 가져다준다면 모든 생산자들은 자동차(의류)을 생산할테고 자동차(의류) 노동자 수요가 증가한다. 노동수요 증가는 임금상승을 유발하여 생산비용이 올라가게 되고, 각 부문의 이윤은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시장원리에 의해 자급자족 상황에서 각 부문의 이윤은 0이 되고, 이윤이 0이 되는 수준에서 상품가격이 결정된다.
생산자 입장에서 자동차와 의류 무엇을 생산하든 동일한 이윤을 획득하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에서는 한 국가내에서 두 상품이 모두 생산된다. 그리고 두 상품의 상대가격은 기회비용과 동일해진다.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상대가격은 '자국 = 1', '외국 = 2'가 된다. 역으로 자동차로 표시한 의류의 상대가격은 '자국 = 1', '외국 = 1/2'이 된다.
만약 자국과 외국의 필요 노동투입량이 동일하고 이에따라 노동생산성도 똑같다면, 기회비용이 같아지게 되어 상대가격의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국은 기회비용이 낮은 자동차의 상대가격이 외국보다 낮으며, 기회비용이 높은 의류의 상대가격이 외국보다 높다. 외국은 기회비용이 낮은 의류의 상대가격이 자국보다 낮으며, 기회비용이 높은 자동차의 상대가격이 자국보다 높다.
● 시장개방 (Opening)
이제 한국과 외국 두 나라가 시장개방을 통해 상품교역을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런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왜 (멀리 떨어져있는)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상품을 교환하는가?"
이 물음은 아주 중요하다. 만약 자국 내에서 특정한 상품을 생산할 수 없고 외국에서 조달해야만 하면, 서로 다른 국가들끼리 상품을 교환해야 한다. 그러나 대개의 상품은 모든 나라에서 생산될 수 있다. 한국과 외국은 쌀과 자동차를 자국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데, 왜 서로 무역을 해야하는가.
그 이유는 자국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무역 상대국가에 더 비싼 가격을 받고 물건을 판매 할수 있기 때문이며, 자국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더 싼 가격으로 물건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자급자족 상황에서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상대가격은 자국에서는 1(=1/1) 외국에서는 2(=4/2) 라고 말하였다(autarky price). 국제무역이 시작되면 자동차(A)의 세계시장 상대가격은 1과 2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고(world relative price) 1. 3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1)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5인 경우 (1과 2 사이)
[수출] : 자급자족시 자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1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1.5이기 때문에, 자국(H)은 자동차(A)를 세계시장에 팔면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자급자족시 외국 의류 상대가격은 1/2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2/3이기 때문에, 외국(F)은 의류(T)를 세계시장에 팔면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 자국 비교우위 자동차 특화 수출, 외국 비교우위 의류 특화 수출)
[수입] : 자급자족시 자국 의류 상대가격은 1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2/3이기 때문에, 자국(H)은 의류(T)를 수입하면 더 싼 가격에 이용하는 꼴이 된다. 자급자족시 외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2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1.5이기 때문에, 외국(F)은 자동차(A)를 수입해오면 더 싼 가격에 이용하는 꼴이 된다. (→ 자국 비교열위 의류 수입, 외국 비교열위 자동차 수입)
2)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인 경우
[수출] : 자급자족시 자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1이고 세계시장 가격도 1이기 때문에, 자국(H)은 자동차(A)를 수출하더라도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하고 내수판매와 무차별하다. 그러나 자급자족시 외국 의류 상대가격은 1/2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은 1이기 때문에, 외국(F)은 의류(T)를 세계시장에 팔면 더 비싼 값을 받으며 1)의 케이스에 비해서도 더욱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 자국 자동차 특화하나 안하나 무차별, 외국 비교우위 의류 특화하여 더 비싼 값에 수출)
[수입] : 자급자족시 자국 의류 상대가격은 1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도 1이기 때문에, 자국(H)은 의류(T)를 수입하는 것과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이 차이가 없다. 그러나 자급자족시 외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2인 반면 세계시장은 1이기 때문에, 외국(F)은 자동차(A)를 수입하면 더 싼 가격을 지불하며 1)의 케이스에 비해서도 더욱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 자국 의류 자체생산과 수입 무차별, 외국 비교열위 자동차 더 싼 가격에 수입)
3) 의류로 표시한 자동차의 세계시장 가격이 2인 경우
[수출] : 자급자족시 자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1이고 세계시장 가격은 2이기 때문에, 자국(H)은 자동차(A)를 세계시장에 팔면 비싼 값을 받게 되며, 1)의 경우에 비해서도 더욱 비싼 가격을 받는다. 그러나 자급자족시 외국 의류 상대가격은 1/2이고 세계시장 가격도 1/2이기 때문에, 외국(F)은 의류(T)를 수출하는 것과 국내에 판매하는 것이 별반 차이가 없다. (→ 자국 비교우위 자동차 특화하여 수출하면 더 큰 이익, 외국 의류 자체생산과 수출 무차별)
[수입] : 자급자족시 자국 의류 상대가격은 1이고 세계시장 가격은 1/2이기 때문에, 자국(H)은 의류(T)를 수입해오면 싼 가격을 지불해도 되며, 1)의 경우에 비해서도 더욱 싼 가격만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자급자족시 외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2인 반면 세계시장 가격도 2이기 때문에, 외국(F)은 자동차(A)를 수입하는 것과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이 무차별하다. (→ 자국 비교열위 의류 수입하면 더 큰 이익, 외국 자동차 자체생산과 수입 무차별)
이러한 결과를 다시 정리하면,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양국에서 모두 다르다면, 각 국가들은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낮은 품목을 특화하여 수출하고 높은 품목은 수입한다. 개별 국가 내에서 '완전특화'(perfect specialization)가 이루어진다.
만약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한 국가에서는 다르고 한 국가에서는 동일하다면, 가격이 다른 국가는 완전특화를 하고 가격이 동일한 국가는 (무역개방 이전 자급자족 상황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상품을 모두 생산한다. 전자의 국가는 무역을 이익을 누리고 후자의 국가는 무역의 이익이 없다.
이처럼 세계시장 상대가격(world price)이 얼마냐에 따라 국가별 무역패턴(trade pattern)이 결정된다. 자급자족 상대가격보다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더 높은 상품은 특화하여 수출하고 더 낮은 상품은 수입한다. 자급자족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동일하다면 국내와 해외 판매가 무차별하고, 국내에서 조달하나 해외에서 조달하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과 달라지지 않는다.
즉, ① 국가간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② 자연스레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각국 자급자족 상대가격 간에 차이가 발생하게 되고 ③ 무역을 할 이유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국가간 서로 다른 상대가격' 및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의 차이'는 무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자국과 외국의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게 된 이유로 '기술수준에 따른 노동생산성 차이'(technology)를 꼽았다.
양국의 기술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상품 생산에 필요한 노동투입량이 다르고 기회비용 차이가 발생한다. 그 결과 각국의 자급자족시 상대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자 비교우위 혹은 비교열위를 가지는 상품이 생겨난다.
여기서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은 '상대생산성이 높아 기회비용이 낮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낮은 품목'을 의미하고, 비교열위를 가진 상품은 '상대생산성이 낮아 기회비용이 높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세계시장 상대가격보다 높은 품목'을 뜻한다.
(주 : 다음글 '[국제무역이론 ②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는, '국가간 요소 부존자원(factor endowment) 차이'로 인해 상대가격이 달라진다는 헥셔와 올린의 이론을 살펴볼 것이다.)
※ 국제무역을 통한 '이익'이란 무엇인가? (gains from trade)
- 무역을 통해 자급자족 때보다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
- 더 적은 노동을 투입하여 동일한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
국내에 판매하는 것보다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수출하고,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을 수입한다는 논리는 매우 직관적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러한 무역으로부터 얻는 이익을 “비싸게 팔아서 돈을 벌고, 싸게 구매해서 돈을 아꼈다” 라는 중상주의적 관점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 비싼 값을 받고 판매한 수출상품 덕분에 더 많은 양의 수입상품을 값싸게 들여올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소비가능한 상품조합이 자급자족에 비해 확대'되는 것이 바로 올바른 무역의 ‘이익’이다.
이번 파트를 통해 국제무역을 통해 양국이 소비가능한 상품조합이 어떻게 확대시키는지, 그리고 무역의 이익을 보다 더 증대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앞서의 예시를 다시 생각해보자.
자국은 자동차에 비교우위를, 외국은 의류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 자급자족일 때, 자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1이고 의류 상대가격 또한 1이다. 외국은 의류 상대가격은 1/2이고, 자동차 상대가격은 2였다.
자국의 경우, 자동차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이면 국내판매나 수출판매가 무차별하며,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2로 커질수록 수출로 얻는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또한, 의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이면 국내조달과 수입이 무차별하며,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2로 내려갈수록 수입으로 얻는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외국의 경우, 의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2이면 국내판매나 수출판매가 무차별하며, 세계시장 가격이 1로 커질수록 수출로 얻는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또한, 자동차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2이면 국내조달과 수입이 무차별하며,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1로 내려갈수록 수입으로 얻는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즉 '무역의 이익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세계시장 상대가격 간의 차이'이고, 자급자족 상대가격은 국내 상황에 의해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얼마냐'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교역조건이 우호적으로 설정될수록, 비교우위 상품 한 단위를 수출하여 더 많은 양의 비교열위 상품을 수입할 수 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무역을 통해 자급자족 상태에 비해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소비할 수 있다.
▶ 더 적은 노동을 투입하여 동일한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
다르게 생각하면, 무역은 더 적은 노동을 투입하여 동일한 양의 상품을 소비가능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자급자족 상황에서 자국은 비교열위 의류 1벌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1명을 투입해야 한다. 이제 무역을 한다. 교역조건이 1.5(=3/2)이면 노동자 2/3명을 자동차 2/3대 생산에 투입한 뒤 의류 1벌을 수입해올 수 있다. 교역조건이 2라면 노동자 1/2명으로 자동차 1/2대를 생산하고 의류 1벌을 수입해온다.
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급자족 상황에서 외국은 비교열위 자동차 1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4명을 투입해야 한다. 무역을 하게 되고, 교역조건이 2/3이면 노동자 3명으로 의류 3/2벌을 생산하여 자동차 1대를 수입해올 수 있다. 교역조건이 1이면 노동자 2명으로 의류 1벌을 생산한 뒤 자동차 1대를 수입해온다.
따라서, 국제무역을 통한 비교열위 상품 수입은 더 적은 노동으로 '상품을 간접생산'(indirect production) 하는 효과를 가져다주고, 교역조건이 우호적일수록 간접생산 효과는 증폭된다.
▶ 국제무역이 만들어주는 효율성 이익
만약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각 국의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일치하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된다면(=이 글에서는 자동차 상대가격 3/2 혹은 의류 상대가격 2/3), 각 국은 완전특화(perfect specialization)를 통해 비교우위 상품만 생산하게 되고, 더 많은 양의 비교열위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결국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특화와 교환을 통해, 같은 노동으로 더 많은 양을 소비케하거나 더 적은 노동으로 동일한 양을 소비할 수 있게끔 만들어, '효율성의 이익'(efficiency gain)을 안겨다준다.
▶ 국제무역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들이 상호이득
양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할 경우 상호이득(mutual gain)을 볼 수 있는 이유는 ‘자급자족시 상대가격이 서로 다르다’는 것 덕분이다.
여기에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노동생산성이 절대우위냐 열위냐는 중요치 않다. 그저 자급자족 상태에 비해서 국제무역에 참여할 경우 더 비싼 값을 받고 상품을 판매하거나 더 싼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득을 보는 것일 뿐이다.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정말 상호이득을 가져다주느냐
- 후진국의 저임금을 불평하는 선진국
- 선진국의 높은 생산성을 두려워하는 후진국
이처럼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여러 이익을 가져다 줌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논쟁은 1817년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제일 큰 논쟁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정말 상호이득을 가져다주느냐?' 이다.
선진국이나 후진국 내부에서 비교우위론에 대한 불평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선진국의 불평은 “후진국의 낮은 임금 때문에 경쟁력을 잃는다”는 것이고, 후진국의 불평은 “선진국의 높은 생산성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이들은 '비교우위론과 생산성&임금 간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앞서 예시로 든 자국과 외국의 경우를 이용하여 임금수준을 알아보자.
‘자동차(A)와 의류(T)의 세계시장 가격‘ 범위는 ‘자국(H)과 외국(F)의 자급자족 상대가격’에 의해 결정됐다. 이때, 자동차의 세계시장 가격은 자국의 자급자족 가격보다 최소한 같거나 비싸기 때문에 자국은 자동차(A)에 비교우위가 있고, 의류의 세계시장 가격은 외국의 자급자족 가격보다 최소한 같거나 비싸기 때문에 외국은 의류(T)에 비교우위가 있다.
따라서, 자동차의 세계시장 가격은 자국에 의해서 결정되고, 의류의 세계시장 가격은 외국에 의해서 결정된다. (2) 수식을 (1)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두 국가의 임금수준은 양국의 생산성 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생산성이 높은 국가는 그에 맞추어 임금수준도 높고, 생산성이 낮은 국가는 임금수준이 낮다. 생산성이 높은 국가의 우위는 고임금 때문에 어느정도 상쇄되고, 저임금 국가의 우위는 저생산성 때문에 상쇄된다. 따라서, 선진국은 높은 생산성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후진국은 낮은 임금을 통해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다.
두 국가가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을 하고 있는 상황은 ‘두 국가의 임금 수준이 생산성 범위 내에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선진국이 후진국의 낮은 임금을 걱정하거나, 후진국이 선진국의 높은 생산성을 걱정하는 건 비교우위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다.
※ 자유무역 균형을 이탈하는 저임금을 인위적으로 유지한다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에서 이탈할 한 가지 가능성은 '두 국가의 임금 수준이 생산성 범위 밖에 있을 경우'이다.
자국(H)의 임금이 1일 때, 외국(F)의 임금수준이 1/5인 상황을 가정해보자. 본래라면 외국의 임금수준은 최소 1/4, 최대 1/2이어야 하는데, 무역경쟁력을 더 획득하기 위해 이보다 낮은 임금을 인위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언뜻 보면, 자동차의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2.5(=5/2)로 설정되어, 자동차 생산에 비교우위를 가진 자국에 더 우호적인 교역조건(이전 최대한 우호적인 교역조건은 2)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동차 세계시장 상대가격 2.5는 외국 자동차 부문에도 우호적인 교역조건이다. 왜냐하면 자급자족일 때 외국 자동차 상대가격은 2인데, 시장개방을 하면 상대국가에 2.5를 받고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은 본래 비교우위를 가졌던 의류 뿐만 아니라 자동차도 수출을 한다.
더군다나 노동투입량*임금 으로 표현되는 생산비용이 외국(4/5)이 자국(1)보다 더 낮기 때문에, 외국과 자국의 자동차 생산자가 똑같은 가격을 받고 상품을 판매하면 외국 생산자는 더 많은 이윤(profit)을 얻게 될것이고, 자국 생산자는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결국 나중에 가서는 자국(H)은 본래 비교열위 였던 의류 뿐만 아니라 비교우위를 가졌던 자동차도 생산을 멈추게 되고, 오직 외국(F)만이 상품을 생산하며 양국의 시장을 전부 차지한다.
여기에서 "아니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절대우위 · 절대열위에 상관없이, 각 국가가 최소 하나 이상의 상품은 특화하여 생산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맞다. 비교우위론은 세계시장 상대가격이 자급자족 상대가격과 다르면 비교우위 상품에 완전특화가 이루어지고, 세계시장 상대가격과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같다면 자급자족 상황과 별반 달라진 것 없이 두 상품을 모두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금 위의 예시는 외국(F)의 임금수준이 '비교우위론을 따르는 생산성 수준 범위 밖'에서 인위적으로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우위론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시장원리가 올바로 작동한다면. 초과이윤을 목격한 외국(F) 의류 생산자들이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하고, 노동수요 증가에 따라 자동차 노동자 임금이 상승하여 임금수준이 본래 생산성 수준 범위 안으로 들어올 것이지만, 인위적인 힘으로 임금을 계속 통제할 경우 세계시장을 모두 차지할 수 있다.
※ '인위적인 저임금'으로 알아보는 유럽경제위기의 근본원인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저임금이 국제무역에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유럽경제위기가 잘 보여주고 있다.
前 Fed 의장 Ben Bernanke(벤 버냉키)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를 비판 2하였다.(이에 대한 해설글은 페이스북 페이지 참고.)
본 블로그는 여러 글 3을 통해, "특정국가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가 국제금융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그의 주장을 다루었다. 최근의 주장도 평소 그의 주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까? 물론 그렇긴 하지만, 본인은 다른 부분을 강조하려 한다.
왜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이렇게나 클까요? 물론, 독일은 외국인들이 사고 싶어할만큼의 좋은 상품을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경제적성공 으로도 볼 수 있죠. 하지만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다른 국가들이 전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에는 두 가지 중요한 원인이 있습니다.
(Why is Germany’s trade surplus so large? Undoubtedly, Germany makes good products that foreigners want to buy. For that reason, many point to the trade surplus as a sign of economic success. But other countries make good products without running such large surpluses. There are two more important reasons for Germany’s trade surplus.)
첫째는 '유로화' 입니다. (유로화 도입 이전 유럽국가들이 가졌던 통화가치의 가중평균으로 결정된) 유로화의 통화가치는 적정한 수준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독일의 입장에서 유로화의 통화가치는 너무 낮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룰 수 없습니다. 2014년 7월, IMF는 독일의 통화가치가 5%~15% 정도 과소평가 되어있다고 추산했습니다. 그 이후로 유로화의 통화가치는 달러에 비해 20%나 더 하락했죠.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유로화는 독일에게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안겨줍니다. 만약 독일이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의 마르크화를 썼다면, 아마 독일의 통화가치는 현재 유로화의 가치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이는 현재 독일이 누리고 있는 무역의 이점을 줄이겠죠.
(First, although the euro—the currency that Germany shares with 18 other countries—may (or may not) be at the right level for all 19 euro-zone countries as a group, it is too weak (given German wages and production costs) to be consistent with balanced German trade. In July 2014, the IMF estimated that Germany’s inflation-adjusted exchange rate was undervalued by 5-15 percent (see IMF, p. 20). Since then, the euro has fallen by an additional 20 percent relative to the dollar. The comparatively weak euro is an underappreciated benefit to Germany of its participation in the currency union. If Germany were still using the deutschemark, presumably the DM would be much stronger than the euro is today, reducing the cost advantage of German exports substantially.) (...)
(독일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와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유로존 내에서 불균형이 지속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이는 불균형적 성장뿐 아니라 금융불균형(financial imbalances)도 초래하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로존 내 다른 국가들의 상대임금이 하락하여 생산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올려야 합니다.
(Persistent imbalances within the euro zone are also unhealthy, as they lead to financial imbalances as well as to unbalanced growth. Ideally, declines in wages in other euro-zone countries, relative to German wages, would reduce relative production costs and increase competitiveness.) (...)
(주 : 하지만 '인위적인 임금하락'은 유로존 내 많은 근로자들을 희생시킨다.) 독일은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지 않고 독일인들이 득을 보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Germany has little control over the value of the common currency, but it has several policy tools at its disposal to reduce its surplus—tools that, rather than involving sacrifice, would make most Germans better off. Here are three examples.) (...)
바로, 독일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죠. 독일 근로자의 임금은 크게 상승할만 합니다. 독일 근로자의 높은 임금은 생산비용을 증가시키고 국내소비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것들 모두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죠.
(Raising the wages of Geman workers. German workers deserve a substantial raise, and the cooperation of the government, employers, and unions could give them one. Higher German wages would both speed the adjustment of relative production costs and increase domestic income and consumption. Both would tend to reduce the trade surplus.)
Ben Bernanke. 'Germany's trade surplus is a problem'. 2015.04.03
Ben Bernanke는 '독일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로 인한 유로존 내 불균형'을 4 염려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독일이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거나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따라서, Ben Bernanke는 '독일 근로자의 임금상승' 혹은 '다른 유로존 근로자들의 임금하락' 을 방법으로 제시한다. '임금을 고려한 비교우위론'에서 살펴봤듯이, 생산성 수준을 뛰어넘는 높은 임금은 시장퇴출을 불러와 무역을 불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연유로 독일은 낮은 통화가치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가지게 되었을까? 또, 다른 유로존 국가들은 어쩌다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갖게 되었을까? 이를 알면 '유럽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 다른글을 통해 '유럽경제위기의 근본원인'을 알아보도록 하자.
[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세상에 소개한 배경은 무엇일까
"자유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가 상호이득(mutual gain)을 얻을 수 있다"는 함의를 전해준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국제무역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이제 절대생산성이 높은 국가도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절대생산성이 낮은 국가도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을 수출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데이비드 리카도는 어떻게 '비교우위론'을 고안하여 세상에 소개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1817년 당시 리카도가 살았던 영국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19세기 초반 영국은 '곡물법'(Corn Law)을 둘러싼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곡물법이란 국내산 곡물가격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도달할 때까지 곡물수입을 금지하거나, 수입 곡물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법률이다. 19세기 초반 영국은 곡물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하여 곡물법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곡물법 유지를 옹호한 건 지주계급(Landlord)이었다. 곡물 가격이 비싸면 곡물 재배를 위한 경작 면적이 확대되어 지주의 이익, 즉 지대(rent)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맬서스(Thomas Malthus)와 같은 학자들은 '지주들의 소득 증가가 경제의 총수요를 증가시킨다'는 논리로 곡물법 유지를 찬성했다.
그러나 리카도가 보기엔 곡물법은 해악만 가득한 법안이었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축적되어야 하고, 자본축적을 위해서는 영농자본가(farmer) 및 산업자본가(manufacturer)의 이윤(profit)이 증가해야 한다. 이때 곡물법으로 인해 초래된 높은 곡물가격은 생계비 부담을 키워 노동자 임금(wage)을 상승시킬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임금과 역의 관계인 자본가의 이윤은 감소하게 된다.
즉, 리카도에게 있어 곡물법은 자본가의 이윤율을 저하시켜 자본축적 동기를 멈추게하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따라서 곡물법을 폐지하고 외국에서 곡물을 싸게 수입해와 자본가의 이윤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외국과의 자유무역'은 '곡물법 폐지'를 의미했으며, 지주와 노동자의 분배몫을 낮추고 자본가의 이윤을 증가시켜 자본축적을 촉진하는 수단이었다.
이번글에서 소개한 '비교우위론이 가져다주는 무역의 이익'은 ① 소비가능한 상품조합 확대 ② 더 적은 노동으로 동일한 양의 상품 소비 가능 ③ 효율성 증대 등 정태적이익(static gain)을 이야기 했지만, 1817년 데이비드 리카도의 목적은 '무역장벽을 제거하여 경제성장 달성' 이라는 동태적이익(dynamic gain)을 소개하는 것이다.
1817년 데이비드 리카도 저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와 비교우위론이 등장한 배경을 좀 더 알고 싶은 분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비교우위론을 비판하는 장하준의 주장은 타당한가?
한국내 많은 독자들은 '비교우위론'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장하준의 주장 때문이다. 장하준은 그동안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통해,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무역은 크나큰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전개해왔다.
장하준이 지적하는 비교우위론의 문제점은 이것이다. 만약 선진국이 자동차산업에 비교우위가 있고, 개발도상국은 가발산업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하자. 비교우위론은 "선진국은 자동차, 개발도상국은 가발을 생산해야 이익을 가져다준다." 라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은 평생토록 가발만 생산해야 하나? 경제성장을 원하는 개발도상국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보다는 높은 산업을 육성시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비교우위론에 입각하여 무역정책을 짠다면, 개발도상국은 평생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만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장하준은 '보호무역'(protectionism)과 '유치산업보호'(Infant Industry Argument)를 통해, 개발도상국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육성토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데이비드 리카도가 개발한 '비교우위론'은 장하준이 이해한 것처럼 "현재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을 평생토록 운영해야 한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현재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 대신 미래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산업을 키우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안다면, 시장참가자들은 이미 행동으로 옮겼을 것이다. 그리고 비교우위론은 이것을 막지 않는다.
이처럼 비교우위론은 국제무역을 둘러싼 논쟁 속 쟁점사항 이었다. 제조업 육성을 통한 경제발전을 바라는 개발도상국은 비교우위론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핵심논점 이다. 이러한 논쟁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자.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 '비교우위론'을 보완해줄 이론의 필요성
이번글을 통해 '비교우위론'이 무엇인지 그리고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무역이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주는지를 알아보았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각 나라의 노동생산성(labor productivity)이 다르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 개념을 도입하며, "무역을 탄생시킨건 각 국가별로 서로 다른 노동생산성"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비교우위를 설명하면서 '노동'만을 생산요소로 사용했다. 그런데 현실에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 뿐만 아니라 '자본' 또한 필요하다. 그리고 세계 여러 국가들의 자급자족 상대가격이 서로 다른 이유를 '노동생산성의 차이'만 가지고 설명할 수는 없다. 중동 · 호주 · 브라질 등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 풍부한 국가들의 무역행태를 '비교우위론'이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보완하는 이론이 필요하다. 바로 다음글에서 '국가들이 보유한 자원(resource)의 차이'를 이용하여 국제무역을 설명하는 '헥셔-올린 이론'(Heckscher-Ohlin)을 알아보자.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 보다 정확히 말하면, 세계시장 상대공급과 상대수요가 일치하는 지점에서 세계시장 가격이 결정된다. [본문으로]
- 'Germany's trade surplus is a problem'. 2015.04.03 http://www.brookings.edu/blogs/ben-bernanke/posts/2015/04/03-germany-trade-surplus-problem [본문으로]
-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2014.07.11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 JooHyeon's Economics 페이스북 페이지 - 2014.09.2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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