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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Posted at 2015. 9. 21. 20:48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다룬 6편의 글에서 강조한 것은 '실질적인 생활수준 향상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였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화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재 축적으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총공급부문의 발전'(aggregate supply)이 필요하고, 통화량 증가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에서 살펴본 단기의 세계는 이와 달랐습니다.
단기에서는 개인 · 정부 · 기업의 지출이 감소하거나 통화량이 줄어들면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거시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이 좋으냐 나쁘냐 혹은 국민들이 부지런하냐 게으르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단지 어떤 이유에서 통화량이 축소되고,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었을 뿐인데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나 중앙은행이 지출을 증가시키거나 통화량을 늘리는 정책을 구사하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가 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을 (확장적) '재정정책'(fiscal policy)이라 하고,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는 것을 (확장적) '통화정책'(monetary policy) 이라 합니다. 이번글에서는 경기침체에 맞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작동원리에 대해 알아봅시다. 그리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배워봅시다.
※ 재정정책의 작동원리
단지 어떤 이유에서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고 통화량이 축소되서 경기침체가 발생했다면, 반대로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확장적 재정정책 (expansionary fiscal policy)
확장적 재정정책이란 '정부의 지출증가를 통해 거시경제 총수요를 확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전글을 통해 여러번 봤었던 국민계정식을 생각해봅시다.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는 결국 누군가에 의해 소비됩니다. 따라서 1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의 크기는 여러 경제주체들이 1년 동안 지출한 금액크기와 같습니다.
소비자(C) · 정부(G) · 기업(I) · 외국소비자(NX) 등 여러 경제주체들이 지출한 금액을 구하면 총생산량을 나타내는 GDP의 크기(Y)를 얻어낼 수 있죠.(Y=C+G+I+NX)
이때 국민계정식을 다르게 생각하면, 총생산량의 크기가 지출 크기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지출 크기가 총생산량을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부지출이 증가(G↑)하면 총생산량도 증가(Y↑)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승수효과'(multiplier) 때문입니다.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모은 뒤 지출을 증가시킵니다. 정부가 지출을 늘려서 재화의 구입을 증가시키면(G↑), 생산자들은 증가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늘립니다(Y↑). 생산자들은 물건을 더 많이 팔게되니 소득이 증가하죠. 소득이 늘어난 생산자는 소비를 늘리게 되고(C↑), 또 다른 생산자의 생산과 소득이 증가합니다(Y↑).
즉, 처음의 정부지출 증가가 생산량 증가 → 생산자 소득 증가 → 소득이 늘어난 생산자의 소비증가 → 또 다른 생산자의 생산증가로 이어지면서, 거시경제 전체 생산량이 증가하게 됩니다.(G↑ → Y↑ → C↑ → Y↑ ……) 초기 정부지출의 조그마한 증가가 거시경제 생산량을 크게 늘리게 되죠.
※ 통화정책의 작동원리 ①
-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얼마일까?
앞선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을 살펴봤었습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key interest)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실시합니다. "기준금리를 x%로 내린다." 혹은 "기준금리를 얼마로 정한다." 라는 말을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이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정한다고해서 채권 · 예금 · 대출 등 모든 시장금리가 자동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준금리는 그저 '목표치'(target) 였고, 시장금리가 목표치에 도달할때까지 통화량을 늘리거나 줄였죠.
그런데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요? 만약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정했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 겁니다. 4%, 10%, 1%도 아닌 2%로 정한 이유 말이죠.
기준금리의 적정값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값입니다.(r* = r)
만약 생산부문에서 결정된 실질이자율보다 더 낮은 값의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만든다면(r* > r), 기업은 투자를 늘리게되고 경제는 호황을 맞습니다. 반대로 생산부문에서 결정된 실질이자율보다 더 높은 값의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만든다면(r* < r), 기업은 투자를 줄이게 되고 경제는 침체에 빠집니다.
중앙은행의 존재목적은 경제를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산부문에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화폐부문에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해야합니다.(r*= r)
이때,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실질이자율(r)가 아니라 명목이자율(i) 입니다. 하지만 단기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실질이자율(r)을 인위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죠.
중앙은행은 r* = r 되도록 기준금리(i)를 조절하고, 이때의 기준금리가 '적정 기준금리' 입니다.
※ 통화정책 작동원리 ②
- 중앙은행은 언제 기준금리를 올리고, 언제 기준금리를 내릴까?
● 중앙은행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해야한다.
● 단기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일정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실질이자율(r)을 인위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이 2가지 사항만 기억하면 '중앙은행이 언제 기준금리를 올리고, 언제 기준금리를 내리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 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실질이자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초래됩니다.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 기대 인플레이션율'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말 실질이자율이 낮아진 것일까요? 실질이자율은 저축과 투자가 결정짓는 변수입니다. 거시경제 실질이자율은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가 일정한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율 상승은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합니다.
이는 경기호황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경기호황의 결과물이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인플레이션은 추가적인 경기호황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기준금리를 상승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즉, 중앙은행은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졌을때 기준금리를 상승시킵니다.
반대로 거시경제 내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하면 실질이자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초래됩니다. '실질이자율 = 명목이자율 - 기대 인플레이션율'이기 때문입니다.
※ 통화정책 작동원리 ③
-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개인과 기업의 차입을 증가시켜 총수요 확장
● 확장적 통화정책 (expansionary monetary policy)
통화정책에 대해 배웠던 지식을 다시 한번 정리해봅시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목표치를 설정한 후, 통화량변동을 통해 시장금리를 기준금리 목표치에 도달하게 만듭 1니다.
이때 '기준금리 목표치의 적정한 값'은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값입니다.(r = r*) 단기적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일정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i)를 조절하여 인위적인 실질이자율(r*)을 움직입니다.
이때,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상승(π↑)하면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준금리를 상승(i↑)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반대로 기대 인플레이션율 하락(π↓)은 '마치 실질이자율이 인위적으로 높아진 것과 같은 효과'(r < r*)를 초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거시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준금리를 하락(i↑)시켜 r = r* 되도록 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중앙은행이 r = r* 만드는 이유입니다. 중앙은행이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과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실질이자율(r*)'이 같아지도록 하는 이유는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다르게 생각하여, 경기침체기에 '저축과 투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실질이자율(r*)'보다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r)을 낮게 만들어서( r* > r ), 경기호황을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요?
기준금리를 인하(i↓)하여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춘다면(r↓), 기업들은 낮아진 실질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즉, 확장적 통화정책이란 '중앙은행의 통화량증가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실질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만들어서(r* > r) 거시경제 총수요를 확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①
-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의미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
이러한 설명은 경제원론 교과서에 친절히 나와있습니다. 총공급-총수요 그래프를 이용하여 지출증가를 통한 생산량증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확장적 재정정책'과 '확장적 통화정책'이 가지고 있는 함의가 무엇일까요? 경제학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나면 머릿속에 남는건 "지출이 증가하니까 총수요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생산량이 증가한다." 뿐입니다. 그래프를 이용한 사고는 내용이해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경제현상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프에서는 보이지 않는 함의를 알아야 합니다.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부채의 증가'입니다.
정부는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지출을 늘립니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은 언젠가 갚아야하는 부채입니다.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 시행 이후, 기업은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서 투자를 증가 시킵니다. 이또한 기업의 부채입니다.
그리고 개인도 낮아진 대출금리로 은행대출을 받아서 소비를 늘리는데, 은행대출은 개인의 부채이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모두 '부채의 증가'를 통해 개인 · 기업 · 정부의 소비와 투자를 늘립니다.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채를 증가시키는게 타당할까요? 부채가 증가하면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는 거 아닌가요?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제수지/외채/환율 - 대외채무/채권 - 대외채무 - 1994년~1999년>
<출처 : FRED - Households and Nonprofit Organizations; Home Mortgages; Liability, Level>
여기서 지난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난글에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 금융위기'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은 튼튼한 상태였습니다. 저성장 · 재정적자 · 높은 인플레이션 등 정부와 중앙은행의 무능으로 인해 위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왜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 모두 경제위기를 겪게 되었느냐? 바로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소비와 투자의 감소'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외국에게서 빌린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를 갚으려 했고, 미국의 가계들은 금융기관에게서 빌린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갚으려 했죠. 단기 대외부채로 투자를 늘려왔던 한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투자감소 현상이 나타났고, 주택담보대출로 부동산 구매를 늘려왔던 미국은 디레버리징 이후 소비감소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디레버리징을 할 필요가 없었다면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은 경제위기를 안 겪지 않았을 겁니다. 1997년 당시 외국과 2008년 당시 금융기관이 계속해서 만기연장을 해주었더라면, 한국 기업들과 미국 가계는 부채를 감축할 필요도 없었고 소비와 투자를 줄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경제위기를 불러오는 것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입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②
- 부채증가를 통해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하다
'디레버리징에 이은 소비 · 투자감소' 때문에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면, 정부와 중앙은행은 '부채증가를 통한 소비 · 투자 확대'를 통해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일화를 통해 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소비성향이 높아 레버리징(부채차입)를 활용하는 A, 소비성향이 낮아 레버리징을 하지 않는 B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A는 레버리징을 통해 신용을 증가시키고 소비를 늘립니다. 이와중에 소비를 별로 하지 않는 B는 A에게 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죠.
어느 순간, 갑자기 A가 돈을 더 빌릴 수 없고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을 해야하는 시기가 오면 어떻게 될까요? A가 디레버리징에 착수하면 경제 내의 소비는 줄어듭니다. 애시당초 거시경제의 소비는 레버리징을 통해 소비를 늘린 A에게 의존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A가 부채를 감축해 나갈때 경제 전체의 자산 규모는 늘었을까요? 경제 전체의 자산규모는 그대로입니다. A의 부채는 B의 자산이었기 때문에 부채감축과 자산규모 증가는 관련이 없습니다.
즉, A가 디레버리징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거시경제 내에서 자산크기는 증가하지 않았고 다만 분포만 변했습니다. A의 부채가 없어지고 B의 현금이 된것이죠. 이때 단지 자산의 분포만 변한 상태에서 줄어든 소비로 인해 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습니다.
과도한 부채가 문제라고 그러길래 허리띠를 졸라맸는데, 거시경제에서 자산이 증가한 것도 아니고 되려 경기침체만 생긴 것입니다.
보다못한 정부가 채권발행을 통해 지출을 늘립니다. 일자리가 생겨나 A의 소득이 증가하고 A는 다시 소비를 시작하죠.
자, 이때 거시경제의 부채규모는 처음과 비교해 줄어들었까요? 거시경제의 부채규모는 처음과 같습니다. 다만, A가 가지고 있던 민간부채가 정부의 부채로 이전했을 뿐이죠. 그러나 소비성향이 높은 A가 다시 소비를 시작하면서 경제는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거시경제 부채규모가 줄어들자(A의 디레버리징) 경기침체가 발생하였는데, 거시경제 부채규모가 다시 원래만큼 증가하자(정부의 부채증가) 경기는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개인의 디레버리징은 경제를 침체에 빠뜨리는데, 이와중에 정부의 부채를 통해 '개인의 부채감축으로 인해 생긴 경기침체'를 해결 할 수 있게된 것입니다. 빚을 빚으로 갚는다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죠.
Paul Krugman. "Sam, Janet, and Fiscal Policy". 2010.10.25
위의 일화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가지는 함의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부채감축으로 발생한 경기침체를 부채증가로 상쇄시키다
: 위의 일화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한 이유는 '부채를 통해 소비를 늘려왔던 A가 디레버리징'을 했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부채가 문제가 아니라 '부채감축'이 문제를 일으켰죠.
어떤 사람이 소비를 하기 위해서 돈을 빌린다는 사실은 그 사람의 한계소비성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소비를 하지 않고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것은 한계소비성향이 낮다는 것을 드러내죠. 한계소비성향이 높았던 사람이 소비를 하지 못하게 되니 당연히 경기침체가 발생합니다.
이때 A를 대신하여 '정부가 부채를 발생'시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 채권발행으로 재정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이죠. 거시경제 부채규모는 다시 이전 수준만큼 증가하였으나 경기침체는 사라졌습니다.
▶ 재정여력이 있는 경제주체가 대신 소비와 투자를 늘려라
: 부채감축으로 발생한 경기침체를 부채증가로 상쇄시켜라는 말은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A의 디레버리징을 막아라'는 말이 아닙니다. 채권자의 상환요구가 들어왔기 때문에, 채무자 A는 어쨌든 부채를 갚아야 합니다. 이때 A를 대신하여. 재정여력이 있는 다른 개인 · 기업 · 정부가 부채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주어야 합니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정부가 A를 대신하는 것을 의미하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추가적인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개인 · 기업이 A를 대신하게끔 만들어줍니다.
▶ 중앙은행의 저금리정책은 가계부채를 증가시킨다
: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기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나오는 비판이 "가계부채 증가" 2 입니다. 얼마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로 인하하자 나왔던 비판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통화정책의 함의를 모르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목적은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입니다. 애초부터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의 가계부채가 증가하느냐' 입니다.
은행은 아무에게나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소득 · 자산을 따져본 뒤 재정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죠. 즉, 안정된 재정을 유지하고 있는 가계가 낮아진 금리로 대출을 받은 뒤 소비를 늘리도록 만드는게 통화정책의 목적입니다.
▶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예금이자가 줄어들었다
: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기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예금금리 · 대출금리도 낮아집니다. 과거에 은행에 예금을 하면 10%의 이자를 주었으나, 이제는 1%의 이자를 받기도 힘듭니다. 이것을 본 일부 사람들은 "은행이 이자를 많이주어야 소득이 증가해서 소비를 늘릴 것 아닌가. 이자를 적게주니 소득도 안늘어나서 소비할 돈도 없다."라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게 잡는 이유는 '저축을 하지말고 소비를 하라' 입니다. 예금금리가 높아지면 이자수익 덕택에 소득이 증가할테지만, 그만큼 저축을 하려 할겁니다. 반대로 예금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적으니 저축이 줄어들고 소비를 하게 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③
-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자!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에서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을 강조했던 이유는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초래' 3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중앙은행이 적정 통화량을 넘는 화폐를 계속 유통시킨다면, 실질적인 생활수준은 변하지 않은채 그저 물가수준만 상승하여 인플레이션이 생겨납니다. 경제학자 Milton Friedman의 유명한 말,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이 바로 이를 알려줍니다.
그렇다면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에서도 지출과 통화량증가는 인플레이션만을 초래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재정정책은 지출을 증가시켜 인플레이션을 초래합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또한 통화량을 늘려서 인플레이션을 만들죠.
하지만 단기의 세계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돈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게 주요한 목표가 됩니다. 이제 이번파트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어떻게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알아봅시다.
앞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i↓)하여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춘다면(r↓), 기업들은 낮아진 실질금리를 이용하여 차입을 늘려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추는 방법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상승(π↑)시키는 겁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매우 낮게 설정하고(i를 낮게 유지)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높인다면(π 증가),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출 수 있습니다(r 최소화).
개인과 기업들은 r 만큼의 실질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죠. 그리고 어떤 사업에 투자를 하면 r*만큼의 이익을 거둘겁니다. r은 r*보다 작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은 r*-r만큼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인과 기업은 r*-r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니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게되죠.
<출처 : FRED - Federal Funds Target Range - Upper Limit>
2008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금까지, 미국 중앙은행의 역할을 맡는 Fed는 기준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인 0.25%로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명목이자율(i)을 낮게 유지하는 행위입니다. 여기에더하여, "인플레이션율이 2%를 달성할때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해왔습니다.
현재 미국 저축-투자가 결정짓는 실질이자율은 2%로 알려져 있는데, 2008년 이후 Fed는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1.75%(0.25%-2%)로 만들고 있는 셈이죠.
명목이자율인 기준금리는 0 밑으로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목표를 높게잡는 것이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데에 중요합니다. 실질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만들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는 것을 '수용정책'(accomodative policy) 라고 합니다.
이처럼 단기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켜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가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④
-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효과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작동원리와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부지출 증가(G↑)를 통해 단기적으로 거시경제 생산량을 증가(Y↑)시키고, 생산량을 늘리게된 생산자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늘어(C↑)나고 또 다시 생산량이 증가(Y↑)되는 승수효과의 원리로 작동됩니다.
확장적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늘려서 인위적으로 실질이자율을 낮게 만들고(r>r*), 낮아진 실질이자율을 이용하여 개인의 소비(C↑)와 기업의 투자(I↑)가 증가함에 따라 거시경제 생산량(Y↑)이 늘어나는 원리로 작동됩니다.
이러한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이 가지는 의미는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 벗어나기' 입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부부채를 발생시켜 지출을 증가시키고, 확장적 통화정책은 개인과 기업이 은행대출을 받아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게 도와줍니다.
경기침체가 발생한 원인이 '디레버리징(부채감축)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와 투자 감소로 인한 생산량 축소'였기 때문에, 여력이 있는 정부와 개인 · 기업이 '부채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서 디레버리징 충격을 상쇄한다면 생산량이 다시 늘어나'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채를 발생시켜 소비와 투자를 늘리고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과연 언제까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만약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효과가 무한대로 지속될 수 있다면, 경기침체와 저성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경제성장률은 영원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방법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에서 살펴봤듯이, 경제가 성장할수록 경제성장률은 하락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이는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을 통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건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지속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생산자들이 증가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상승시키기 때문' 입니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에서 살펴본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시다.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이유는 '총수요부문의 변동'에 따라 생산량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감소함에 따라 총수요가 줄어들면, 생산자들은 줄어든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축소합니다. 생산량 축소는 경기침체를 의미하죠. 이제 반대로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힘으로 개인과 정부의 지출이 증가하면, 생산자들은 늘어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죠.
이때, 확장적 재정정책 · 통화정책의 힘으로 수요가 증가했을때 생산자들은 계속해서 생산량을 늘릴까요? 생산량을 늘리는건 힘이 듭니다. 일도 많이해야하고 기계도 더 많이 써야 합니다. 그냥 증가한 수요에 맞추어 상품가격만 올리면 손쉽게 더 많은 돈을 벌텐데 말이죠. 어려운 말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 상품 10개를 팔기보다 1,000원짜리 상품 1개를 팔면 일은 별로 안하는데 수입은 똑같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생산자들은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상품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증가한 수요에 대응합니다.
결국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지출을 늘려서 총수요를 증가시키더라도, 장기적으로 거시경제 생산량은 증가하지 않고 상품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가수준 상승만 발생합니다. 이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일 뿐,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기르기 ⑤
- 시장 vs 정부? 총공급(장기) vs 총수요(단기)!
이번글에서 보았다시피,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세계와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세계는 다릅니다. 장기에서 화폐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했을뿐 실질적인 생활수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단기에서는 통화량증가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켜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개선시킬 수 있었죠. 또한 부채증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려 경기침체에 맞설 수도 있었습니다.
장기와 단기의 세계가 다르다는 사실은 재정정책 · 통화정책을 구사할때 매우 중요합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할까요?" 단기에 지출증가와 통화량증가는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개선시키지만, 장기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고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초래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장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와 '단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간의 의견대립이 발생합니다.
'장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중요한건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이니, 자본재축적을 통해 생산성을 개선시켜 총공급부문을 발전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 라고 말합니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장기에 인플레이션만을 발생시키는 악영향만 초래할 뿐이죠.
반대로 '단기를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장기에는 인플레이션만 발생하더라도,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총수요부문을 발전시켜 경기침체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말합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단기에만 통하는 정책이지만, 바로 그 단기를 위해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초중등교육에서는 경제학자들의 논쟁을 '시장vs정부'로 많이 소개하지만, 실제 거시경제학자들의 논쟁은 '장기vs단기', '총공급vs총수요'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경제학적 사고방식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알게 되셨을 겁니다.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⑪]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갖춰야할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통해 이를 종합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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