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Posted at 2019. 1. 10. 00:01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문제는 일본시장의 폐쇄성(closed market)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 · 생산성 둔화 · 무역적자 심화 등 거시경제 환경 악화[각주:1] 미국민들에게 국가경쟁력 상실의 우려를 안겨주었습니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마틴 펠드스타인 등 경제학자들 "무역적자는 경쟁력 상실이 아닌 자본흐름 변화 때문이다.[각주:2] 또한 절대적 생산성이 둔화되더라도 여전히 비교우위에 의한 교역은 가능하다" 라고 말하였으나, 미국 기업들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세계시장 속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미국기업들은 "외국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각주:3]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은 대규모 고정투자가 필요하며, 생산량이 많은 기업만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결국 개별 국가 내에서 독점 혹은 과점 형태로 기업이 자리잡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소수의 기업만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과거와 달라진 시장구조는 "외국정부의 자국기업 보호지원 정책이 미국기업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안겨다 줄 수 있다"[각주:4] 라는 새로운 통찰을 탄생시켰고, "외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을 시정케하거나 미국정부도 자국기업을 돕는 산업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보호주의 무역정책 요구가 미국 내에서 커졌습니다 



미국기업이 문제 삼았던 외국은 바로 '일본'(Japan) 이었고, 이들의 '닫혀있는 시장'(Closed Market)이 불만을 자아냈습니다.


1980년 미국 GDP 대비 무역적자 비중은 0.7% 였으나, 1985년 2.8%, 1987년 3.1%로 대폭 증가하였는데, 이 중에서 대일본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까이에 달했습니다.  


특히 대일본 무역적자의 상당수를 제조업 상품(Manufactured Goods) 교역이 초래하였고, 미국기업들은 일본의 공식적 · 비공식적 무역장벽들로 인해 일본시장에서 낮은 점유율을 기록할 수 밖에 없다고 인식했습니다. 실제로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본의 제조업 상품 수입 비중은 1967-1990년동안 전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들(intangible barriers) 입니다. 


분명 일본은 일찍부터 GATT에 가입한 상태였고 관세도 차츰차츰 인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재무성(MOF) 및 통상산업성(MITI)의 지도 아래 시행되는 여러 차별적 규제들(administrative guidance) · 여러 기업이 뭉쳐 하나의 기업집단처럼 행세하는 계열체제(Keiretsu) 등 일본 특유의 경제시스템은 외국상품 판매를 가로막았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1980년대 미국 내에서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킬 수 있는 무역정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단순히 관세인하 등 무역 규칙(rules)을 변경하는 것으로는 비공식적 장벽을 허물 수 없기 때문에, 수입물량 · 무역수지 등 지표의 목표값을 정해놓고 이를 강제해야 한다(quantitative targets)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른바, '규칙 보다는 결과'(Results rather than Rules) 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미국 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자유무역 원리를 고수하는 학자들은 이런 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고, 근본적으로 일본 시장은 닫혀있지 않다는 인식도 존재했습니다. 다른 한편, 일본시장 폐쇄성이 문제이긴 하지만 전체 무역수지 등 총집계지표(aggregate)를 대상으로 하는 건 부적절 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성과(outcome)를 내는 무역정책을 찬성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한다는 학자들도 있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정말 일본시장이 폐쇄적인지 · 일본시장 개방을 위해 필요한 무역정책을 두고 어떠한 논쟁이 펼쳐졌는지를 알아봅시다.




※ 일본시장은 정말 폐쇄적인가? 


  • Robert Z. Lawrence, 1987, <일본 내 수입: 닫혀있는 시장 혹은 닫혀있는 마음?>(<Imports in Japan: Closed Markets or Minds?>) 
  • 비슷한 무역흑자국인 독일과 비교해봤을 때, 일본의 제조업 상품 수입은 현저히 적다


일본시장의 폐쇄성을 논할 때 주로 이용되는 근거는 '극도로 낮은 제조업 상품 수입 비중' 입니다. 


1986년 기준, 일본과 독일 모두 제조업 상품 수출로 GDP 대비 10% 가량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독일은 수입비중이 14%를 기록하며 비교적 수입 또한 많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수출비중(10.4%)에 비해 수입비중(2.2%)이 현저히 낮았고, 독일의 수입비중과 비교해보아도 극도로 낮은 값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선진산업국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일본의 지리적 위치상 수입이 적을 수 밖에 없다 라거나 일본의 부존자원 특징상 1차상품 교역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제조업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며, 일본시장이 폐쇄적이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 경제학자는 구체적인 근거를 들며, 일본시장이 실제로 외국기업에 배타적임을 보였습니다. 바로, 로버트 Z. 로런스 입니다.


  • 로버트 Z. 로런스 (Robert Z. Lawrence)

  • 1987년 연구보고서 <일본 내 수입: 닫혀있는 시장 혹은 닫혀있는 마음?>

  • 1991년 연구보고서 <일본은 얼마나 개방되어 있나?> In 『일본과의 무역: 문이 더 넓어졌나?』


경제학자 로버트 Z. 로런스 (Robert Z. Lawrence)"'여러 기업이 모여 하나의 기업집단처럼 행세하는 케이레츠 (Keiretsu) · 일본기업간 오랜 기간에 걸친 협력과 거래 (long-term relationships) · 종합상사회사가 중심이 된 유통시스템 (general trading companies) 등의 일본 특유의 경제시스템이 외국산 상품 판매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로런스가 말하는 논리를 하나하나 따라가 봅시다.


▶ 일본의 기업내 무역 패턴 (Intra-Firm Trade Patterns)


로버트 Z. 로런스가 주목하는 것은 '기업내 무역 패턴'(Intra-Firm Trade Patterns) 입니다. 


기업이 상품을 수출(수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수출대상국에 위치한 외국기업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것(수입대상국에 위치한 외국기업으로부터 물건을 구매하는 것), 둘째는 자국에 위치한 모회사가 수출대상국에 설립된 자회사에 물건을 넘긴 이후 판매하는 것(수입대상국에 설립된 자회사가 물건을 구매하여 자국에 위치한 모회사에 넘기는 것) 입니다.


기업이 외국에 자회사를 설립하여 다국적기업 형태를 갖추는 주된 이유는 해외에 판매망을 직접 설치하여 상품 정보를 직접 전달하고 소비자로부터 피드백을 즉각 받기 위함 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외국 딜러에게 물건을 건넬 수도 있지만, 미국 및 유럽 등에 직접 판매점을 설치함으로써 소비자와 직접 접촉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다국적기업은 자국에 생산거점을 두고 해외에는 판매 전문 자회사를 설치하는 downstream 구조를 보입니다. 


이러한 다국적기업 형태가 많아질 경우 독특한 무역패턴이 나타납니다. 당연히 동일한 기업내 교역 비중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기업의 국적은 대부분 수출을 행하는 나라에 속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을 한다고 했을 때, 한국의 모회사로부터 미국에 위치한 자회사로 물건을 수출하는 교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테지, 미국기업이 한국에 설립해놓은 자회사로부터 미국 모회사로 물건을 옮기는 비중은 비교적 적을겁니다. 완성품 수출은 한국이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만약 다국적기업이 upstream 형태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upstream이란 해외에서 원자재 등을 가져와 자국에서 생산하는 구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기업들은 중동에 설립한 자회사로부터 석유 등을 수입해온 뒤, 한국에서 이를 정제한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이 경우 앞서와는 다른 무역패턴이 나타납니다. 동일한 기업내 교역비중이 증가하는 건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데 이때 기업이 국적은 대부분 수출을 행하는 나라가 아닌 수입을 행하는 나라에 속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동이 한국으로 석유를 수출하는 것이지만, 이는 다르게 보면 한국이 중동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해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 모회사가 중동에 설립한 자회사로부터 석유를 들여오는 비중이 높을테지, 중동 모회사가 한국에 설립해놓은 자회사로 석유를 건네는 비중은 적을 겁니다. 원자재 수입은 한국 기업들이 하는 것입니다. 



  • 1986년 기업내 교역 비중 (%)
  • 1991년 연구보고서 <일본은 얼마나 개방되어 있나?> In 『일본과의 무역: 문이 더 넓어졌나?』


로버트 Z. 로런스는 "미국의 교역을 살펴보면, 일본과의 거래에서 유독 기업내 거래 비중이 높으며, 미국이 수출을 할 때(=일본이 수입을 할 때) 일본기업 내 거래가 더 많다"고 말합니다. 


이는 위의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유럽 수출(=유럽의 대미국 수입)에서 기업내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48%, 미국의 대유럽 수입(=유럽의 대미국 수출)은 42% 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대일본 수출(=일본의 대미국 수입)은 72%, 미국의 대일본 수입(=일본의 대미국 수출)은 75%에 달합니다.


또한,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을 할 때 다르게 말해 일본이 미국으로 수출을 할 때, 일본 모회사가 미국에 위치한 자회사로 물건을 건네는 비중이 전체 기업내 교역 중 66.1%에 달합니다. 미국기업이 일본에 설립해놓은 자회사로부터 본국에 위치한 모회사로 물건을 건네받는 비중은 8.9%에 불과합니다. 이는 일본기업이 자국에서 상품을 생산한 뒤 미국에 위치한 자회사 판매망에 넘기는 downstream 형태임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미국이 일본으로 수출을 할 때에 있습니다.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을 만드는 미국 제조업체가 일본으로 상품을 판매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기업 내 거래가 많아야 합니다. 그런데 수치를 살펴보면, 미국기업 내 거래는 13.6%에 불과하고, 일본기업 내 거래가 58.4%에 달합니다


혹자는 "미국이 일본으로 수출을 한다는 건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해온다는 것이고, 일본 기업이 미국으로부터 원자재 등을 많이 수입해오기 때문에(=upstream) 일본 국적 기업의 거래가 많은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로버트 Z. 로런스는 제조업 상품만을 놓고 봤을 때도 일본 기업내 거래가 많고 말합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일본 특유의 유통시스템' 입니다.


일본의 수입 상당수는 종합상사회사(General Trading Company)가 수행합니다. 이들은 해외에서 원자재 뿐 아니라 다양한 제조업 상품을 구매한 뒤 일본에 위치한 모회사 혹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long-term relationship)에게 넘깁니다. 그리고 단순한 중개회사 역할을 맡는 게 아니라 서비스 ·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 · 금융 · 유통 등 다양한 행위를 합니다.


게다가 일본 종합상사회사들은 일본 내 유통시스템에 깊숙히 들어가 있습니다. 이들은 일본내 유통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상품을 효율적으로 배분케 합니다. 또한, 동일한 집단에 속해있는 기업들 즉 케이레츠(Keiretsu)들과 밀접한 거래관계를 맺으면서 상품을 유통시킵니다.


이러한 종합상사 및 케이레츠들의 행동은 일본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키웠습니다. 종합상사와 거래관계가 없거나 케이레츠에 끼어들지 못한 외국기업들은 일본에 물건을 판매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분명 일본은 관세를 점차 인하하여 눈에 보이는 무역장벽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미국 기업의 일본시장 진출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일본 수출에서 미국기업내 거래가 아닌 일본기업내 거래가 많다는 사실이 이를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 일본내 높은 수입 제조상품 가격


일본시장 폐쇄성은 '가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일본시장이 미국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열려있다면, 일본 내 상품 가격과 미국 내 상품 가격은 거래비용을 제외하고는 대동소이 할겁니다. 반대로 일본시장이 닫혀있다면, 일본 기업들은 보호 속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겁니다.


로버트 Z. 로런스는 "일본 내 상품가격이 다른 국가보다 매우 높다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PPP를 이용한 상품가격 비교시, 일본의 소비재 · 생산재 가격은 미국보다 25% 유럽보다 42% 비싸다고 지적합니다. 


  • 일본과 다른 국가들의 제조업 이익률 및 자기자본이익률 비교 

  • 1991년 연구보고서 <일본은 얼마나 개방되어 있나?> In 『일본과의 무역: 문이 더 넓어졌나?』


    또한, 일본 제조업자들은 상당한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익률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일본으로 수입된 상품에 대해서는 일본기업 상품보다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로런스는 "만약 일본 수입업자들이 시장지배력을 통해 초과이윤을 누리고 있다면, 일본의 유통시스템은 마치 '사적으로 설정된 관세'(privately administered set of tariff)처럼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라고 지적합니다.


    ▶ 관세 인하 요구로 일본시장을 개방할 수 없다


    이 시기 자유무역은 '관세장벽 철폐'(removing tariff barriers)를 의미했습니다. 당시 세계무역시스템 이었던 GATT는 말그대로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살펴본 일본의 무역장벽은 관세인하 요구로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공식적인 관세율은 매우 낮더라도, 일본 특유의 경제시스템이 사실상 수입상품 가격을 높이거나 아예 시장진입을 가로막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하여, 단순히 "자유무역 규칙(rules)을 준수하라"는 식의 요구를 하기보다, 수입물량 · 무역수지 등 지표의 목표값을 정해놓고 이를 강제해야 한다(quantitative targets)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른바, '규칙 보다는 결과'(Results rather than Rules) 입니다. 




    ※ 결과지향적 관리무역의 필요성


    • MIT 대학 경제학자 Rudiger Dornbusch (1942-2002)


    경제학자 루디 돈부쉬(Rudiger Dornbusch)는 수입물량 · 무역수지 등 지표의 목표값을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대표적인 인물 입니다. 그의 주장은 1990년 출판된 『미국의 무역 전략: 1990년대를 위한 옵션』(『An American Trade Strategy: Options for 1990s』) 중 한 챕터로 실렸습니다.


    돈부쉬는 "GATT 체제는 상당한 보호를 받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문을 여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각주:5] 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GATT 체제의 대표적인 실패는 여전한 일본시장의 페쇄성이다"[각주:6]라고 말합니다. 앞서 소개한 로런스의 주장처럼, "(관세를 줄여나갔음에도) 일본은 서로 다른 종류의 여러막의 보호막이 감싸고 있는 양파와 같다"[각주:7]는 것이었죠.


    그렇다면 돈부쉬는 일본시장의 개방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한다고 주장했을까요?


    돈부쉬는 미국정부가 일본을 향해 공세적인 요구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일본의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 증가율을 타겟으로 맞춰야 한다"[각주:8]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증가율 수치를 제시하는데, "일본의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 증가율은 다음 10년간 연간 15%씩 증가해야 한다"[각주:9]고 말합니다. 이어서 그는 일본정부에게 이를 강제할 수단도 제시합니다. 만약 일본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일본의 미국시장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돈부쉬의 주장은 '결과지향적 조치(results-oriented)를 추구하는 관리무역'(managed trade)'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관리무역이란 정부가 교역에 직·간접적으로 간섭하고 관리하는 무역체제를 의미하는데, 특히나 그의 주장은 단순한 규칙(rules) 준수를 일본에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확한 결과(results)를 내놓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었습니다.




    ※ 일본에게 구체적인 결과를 강제하는 무역정책이 타당한가


    일본에게 구체적인 성과를 강제하자는 주장에 대해 경제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기본적인 자유무역 원리를 고수하는 학자들은 물론이고, 현재 일본과의 무역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러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 일본의 무역개방도를 '결과'로 판단하는 것은 일종의 수출보호주의 (export protectionism)


    • 국제무역이론의 대가, 자그디쉬 바그와티 (Jagdish Bhagwati)

    • 그는 상대방이 어떤 무역정책을 취하든 상관없이 자유무역 정책을 고수하는 '일방주의'를 주장했다


    국제무역이론의 대가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는 더글라스 어윈과 공저한 1987년 논문 <오늘날 미국 무역정책에 상호주의자들의 귀환>(<The Return of the Reciprocitarians U.S Trade Policy Today>)를 통해, "일본의 무역개방도를 '결과'로 판단하는 것은 일종의 수출보호주의(export protectionism)이다" 라고 비판합니다. 


    바그와티가 보기엔 돈부쉬의 요구는 일본에게 '자발적 수입팽창'(VIE, Voluntary Import Expansion)을 요구하는 꼴이었으며, 진정 일본의 무역체제를 자유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제3국을 배제시켜 미국의 수출을 촉진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으로 바그와티는 '무역상대국이 장벽을 낮춰야만 우리도 자유무역을 하겠다는 상호주의적 발상(reciprocity)'을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는 '상대방이 어떤 무역정책을 취하든 상관없이 자유무역을 실시하는 게 옳다는 일방주의(unilateralism)'를 믿었으며, 상호주의가 언제든지 보호무역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바그와티의 믿음과 바람과는 달리,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은 다른 형태의 일방주의로 나타났습니다. 바로, '제재 위협을 통해 상대방의 무역장벽을 일방적으로 낮추는 공격적 일방주의'(aggressive unilateralism) 이었고, 1988년 종합무역법 슈퍼301조가 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 마지막 글을 통해, 일방주의 · 상호주의 · 공격적 일방주의를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겁니다.


    ▶ 양자적 혹은 일방적 해결방식이 타당한가 → 다자주의 틀 안에서 해결해야


    로버트 Z. 로런스는 현재 GATT체제에 문제가 있으며, 일본시장이 닫혀있다는 문제인식은 돈부쉬와 공유하였으나, 구체적인 해결방법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로런스는, 일본이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증가율 20% 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상산업성(MITI)과 같은 일본 관료체계가 일본기업들에게 미국산 제조업 상품 수입을 강제해야 하는데, 이것은 진정한 시장개방이 아니라 일본 관료가 이끄는 '일본 주식회사'(Japan, Inc)를 더 확대하는 꼴이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경우, 수입물량은 증가하겠지만, 일본경제의 폐쇄적인 시스템은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미국이 일본에 강제하는 형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원치 않았습니다. 로런스는 GATT 체제가 문제점은 있으나, 미국-일본 쌍방 간이 아닌 다자주의 무역시스템(multilateral trade system) 틀 안에서 무역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GATT의 문제점을 인지하면서 여전히 다자주의 무역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여긴 사람들의 힘으로 GATT는 1995년 WTO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WTO는 GATT가 다루지 못한 비관세장벽 · 서비스부문 · 지적재산권 등도 포괄적으로 다루었고, 무역분쟁해결절차를 마련하여 공격적 일방주의가 발생하지 않게끔 주의를 했습니다. 


    이것 또한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 마지막 글을 통해 살펴볼 겁니다.


    ▶ 전반적인 제조업 상품을 타겟으로 삼는 게 타당한가 → 부문별 세심한 접근 필요


    • 1980년대, 전략적 무역 정책 실시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로라 D. 타이슨 (Laura D. Tyson)


    로라 D. 타이슨(Laura D. Tyson)은 자유무역 체제의 한계를 강하게 비판하고 전략적 무역 정책의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1980년대 미국 내 무역논쟁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물입니다. 


    녀는 일본의 불공정한 무역관행(unfair trade practices)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믿은 면에서 돈부쉬와 닮았으나, 전반적인 제조업 상품을 타겟으로 삼는 해결책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타이슨은 최첨단산업(High-Tech) 내 일본의 무역행태를 문제 삼았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 전자 · 의약품 등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인 산업별 접근(sectoral approach)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정부에 의한 개입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규칙(rules)을 수립하는 게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돈부쉬가 요구한 수량적 타겟은 지양해야 하며, 필요하더라도 후순위로 밀려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 단순한 '자유무역 vs 보호무역' 논쟁이 아니다


    이처럼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자유무역 vs 보호무역' 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순수한 자유무역 원리를 고수했던 학자들이 없던 건 아니지만, 이들은 100% 자유무역을 믿은 게 아니라 자칫 시대 분위기에 휩쓸려 미국이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채택할 것을 염려한 노파심이 더 컸습니다.


    또한, 당시 미국이 처한 무역환경에 대해 문제로 인식하는 정도도 학자들마다 달랐으며, 동일한 문제인식을 공유했더라도 해결방법에 있어서는 또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습니다. 이번글에 나온 로런스와 돈부쉬가 이를 보여주며, 또 돈부쉬와 타이슨 간 서로 다른 해결책도 이를 보여줍니다. 


    1980년대 국제무역논쟁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또 다른 사례는, 로라 D. 타이슨의 전략적 무역 정책 실시 주장에 대하여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각주:10]을 이론으로 창안해 낸 경제학자들이 극렬하게 반대했다는 점입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전략적 무역 정책 실시'를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joohyeon.com/27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joohyeon.com/274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5. The GATT also does little to open up heavily protected developing countries. ... The liberal system has not only failed to check marginal protectionismand to open up LDCs, it has also failed in one of its chief assignments: avoidance of discrimination in international trade [본문으로]
    6. Perhaps the most striking failure of the GATT system is the continuing closedness of the Japanese market [본문으로]
    7. Japan seems to be somewhat of an onion with multiple layers of protection of one kind or another. [본문으로]
    8. A target should be set for growth rates of Japanese imports of U.S. manufactures [본문으로]
    9. Japanese manufactures imports from the United States should grow at an average (inflation-adjusted) rate of 15 percent a year during the next decade.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http://joohyeon.com/276 [본문으로]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Posted at 2018. 12. 29. 19:35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2018년이 아니라... 1985년?


    "국제적인 무역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들이 규칙(rules)을 준수하고 개방된 시장(open market)을 보장하도록 애써야 한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자유무역(free trade)은 말그대로 공정무역(fair trade)이 된다."[각주:1]


    "다른 나라의 국내시장이 닫혀있다면(closed)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it is no longer free trade). 다른 나라 정부가 자국의 제조업 및 농업에게 보조금(subsidies)을 준다면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가 우리 상품을 베끼도록 놔둔다면(copying) 이는 우리의 미래를 뺏는 것이고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하고(violate international laws) 그들의 수출업자를 지원한다면 경기장은 평등하지 않은 셈(the playing field is no longer level)이 되며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 다른 나라 정부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산업 보조금을 집행하여 경쟁국에게 불공정한 부담을 안긴다면(placing an unfair burden)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다."[각주:2]


    "우리는 GATT 체제와 국내법 하에서 국제통상에 관련한 우리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다. 다른 국가들이 우리와 맺은 무역협정과 의무를 준수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만약 무역이 모두에게 불공정하다면, 자유무역은 이름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unfair trading practices)으로 인해 우리의 기업인들이 실패(fail)하는 것을 가만히 옆에 서서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규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아서(do not play by the rules) 우리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마는 사태(lose jobs)를 가만히 옆에 서서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각주:3]


    - Douglas Iriwn, 2017, Clashing Over Commerce: A History of US Trade Policy, 606쪽 재인용


    위의 인용문에 나타난 화자는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 인해 자국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는 상황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들이 국제통상 규칙을 준수하고 개방된 시장을 유지한다면 자유무역이 상호이득을 안겨다줄텐데, 다른 국가들은 보조금 등을 집행함으로써 타국 생산자를 희생시켜 자국 생산자의 이익을 인위적으로 보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자신의 기업인과 근로자를 지키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첫번째 글[각주:4]에 나타난 '화가 난 도널드 트럼프'가 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2018년 오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말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도대체 누가,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한 발언일까요?


    • 왼쪽 :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1981~1989)

    • 오른쪽 : 1985년 플라자합의에 이루어낸 G5 재무장관들


    윗 발언을 한 인물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고, 시기는 플라자합의가 발표된 바로 다음날인 1985년 9월 23일 입니다[각주:5].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통화가치를 높이고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내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특히 '일본'과의 무역에 있어 보다 강경한 자세(a more aggressive stance)를 취할 것임을 위에 나오듯 공개적으로 천명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2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첫째,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다


    금까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논리를 비판해온 나라는 주로 개발도상국 이었습니다. 


    중상주의 사상을 비판하고 자유무역 사상을 퍼뜨린 애덤 스미스[각주:6]와 이윤율 저하를 막기 위해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고 비교우위 논리를 세상에 내놓은 데이비드 리카도[각주:7] 모두 제조업이 발달되어 있던 영국의 국민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이 줄곧 제기되어 왔습니다.


    1920-30년대 호주[각주:8]는 제조업이 아닌 1차 산업이 발달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유무역이 영국에게 이로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주에게 이로운 것은 보호무역 정책이다." 라고 판단했습니다. 1950-70년대 중남미[각주:9]는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자본재를 스스로 생산하는 민족자립경제를 달성하기 위하여 수입대체산업화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중남미의 참담한 실패와 한국의 경제발전 성공[각주:10]은 폐쇄적인 무역체제가 아닌 대외지향적 무역체제의 필요성을 부각시켜 주었으나, 특정 산업이 성장할 때까지 보호[각주:11]하는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음도 보여주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하여 비교우위론과 자유무역 사상은 보다 정교화 되었습니다. 


    비교우위에 따른 특화가 기술수준[각주:12] 혹은 부존자원[각주:13] 차이에 의해서 결정된다고는 하나, 단지 먼저 시작했다[각주:14]는 이유 즉 역사적 우연성 만으로도 비교우위를 가질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늦게 시작한 까닭으로 현재는 경쟁력이 없으나, 시간이 흐르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산업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이 정당화 될 수도 있음을, 서구의 주류 경제학자들도 인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1980년대가 되자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내에서 자유무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보호주의 압력이 증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레이건 대통령의 발언은 마치 자유무역의 수호자 처럼 보입니다. 규칙을 어기는 외국에 대항하여 자유무역 체제를 지킬 것임을 선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달랐습니다. 세계경제 내 미국의 위상이 줄어들고 일본 및 제3세계 국가들과의 경쟁이 심화되자, 미국 내에서는 보호주의 압력이 증대되었습니다. 외국상품 수입을 제한하고, 미국 기업을 지원하는 산업정책을 요구하고, 일본의 무역장벽을 위협을 통해 제거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타난 결과물이 바로 1985년 플라자합의1988년 종합무역법의 슈퍼301조 조항 입니다.


    ▶ 둘째, 오늘날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는 장면이 1980년대에 나타나다


    1980년대 미국의 모습은 오늘날에 비슷하게 재현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는 장면이 1980년대에 나타났던 이유, 다르게 말해 1980년대와 유사한 대결 및 갈등이 오늘날에도 재현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때와 지금을 둘러싼 여러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일본 무역적자가 문제였다면 현재는 대중국 무역적자가 보호무역 압력을 증대시키며, 일본 · 중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 증가도 논쟁을 일으킵니다. 또한, 미국 제조업은 80년대 일본 하이테크 산업의 발전 · 00년대 중국 저임금 일자리의 증가로 인해 극심한 경쟁에 노출되며, 제조업 쇠락 및 탈산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낳았습니다. 


    결정적으로, 일본 특유의 경제체제와 사고방식을 미국은 이해하기 힘들어했고 오늘날 중국 특유의 정치 · 경제체제 및 사고방식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일본의 부상에 두려움을 느꼈던 미국인들은 오늘날 마찬가지로 완전히 다른 중국의 성장에 위협을 느낍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각 시기에 활동하는 경제학자들은 일본 · 중국과의 무역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유무역 사상에 반하는 새로운 무역이론 혹은 실증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논쟁을 유발시킵니다.


    따라서,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를 통해 1980년대 미국 내에서 벌어진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보고 나면,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1980년대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큰 그림을 파악해야 합니다.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미국의 지위 하락과 경기침체 그리고 무역적자의 '거시경제적 위기'. 둘째, 전자 · 반도체 등 첨단산업 경쟁 심화가 보여주는 '일본의 부상'. 셋째, 자유무역 정책이 최상의 정책이 아닐수도 있다는 함의를 전해주는 '경제학계의 변화' 입니다.  




    ※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 ① 거시경제적 위기 : 미국의 지위 하락과 생산성 둔화 그리고 무역적자


    • 1968~1990년, 전세계 GDP에서 미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 1970년대 일본 및 제3세계 경제가 고성장을 기록하며,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지위가 하락


    미국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서유럽이 전쟁으로 쑥대밭이 되었고, 제3세계는 저발전 상태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지위는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유럽이 다시 부흥하였고 한국 ·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고도성장을 기록하며 경제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전세계 GDP에서 미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미국은 1968년 전세계 GDP 중 26.2%를 차지했으나, 점점 감소하여 1982년 23.0%를 기록합니다.  


    • 1960~1990년, 미국 실업률 추이

    • 1970년대 오일쇼크, 1980-82년 경기침체로 인해 실업률이 급등


    1982년은 미국경제가 바닥을 찍었던 해 입니다. 1970년대 중동발 오일쇼크 · 1980-82년 미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 때문에 미국 경기는 저점을 찍고 실업률은 대공황 이후 가장 높은 값을 보였습니다. 1969년 3.5%였던 실업률은 1982년 9.7%까지 급등합니다. 


    • 1950~1990년, 미국 총요소생산성 지수 추이 (2009년 100 기준)

    • 197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생산성 향상 속도가 둔화


    미국인들에게 더 큰 우려를 안겨준 것은 생산성 둔화 였습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중반까지 총요소생산성 향상 속도가 둔화되자, 미국경제가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닌 구조적 저성장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 1960~1990년, 미국 GDP 대비 무역적자 비중

    • 1970년대 오일쇼크, 1980년대 강달러 · 제조업 상품 경쟁력 약화로 인해 무역적자폭 심화


    여러가지 안 좋았던 경제상황 속에서, 미국인들 우려에 결정타를 안긴 것은 무역적자 확대 였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무역흑자에서 무역적자로 전환된 미국경제는 이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1982년부터 무역적자폭이 심화되었습니다. 1980년 미국 GDP 대비 무역적자 비중은 0.7% 였으나, 1985년 2.8%, 1987년 3.1%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1980년대 초중반 미국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 · 높아지는 실업률 · 생산성 둔화 · 무역적자 확대 등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위기에 빠져 있었습니다. 미국경제가 둔화된 원인에 관한 논리적인 경제학적 분석 등은 미국인들에게 중요치 않았습니다. '미국의 지위가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인들에게 우려와 공포를 안겨주었습니다.


    국제무역이론의 대가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는 저서 <보호주의>(<Protectionism>)와 여러 논문을 통하여, 당시 미국이 처하게 된 상황을 두 가지 단어로 설명합니다. 바로, '이중의 압박'(Double Squeeze)과 '왜소해지는 거인'(Diminished Giant) 입니다. 


    한국 · 대만 등 동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미국기업들의 경쟁을 증대시켰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비교우위를 획득하였고, 비교열위가 된 미국기업들은 시장퇴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리고 서유럽의 부흥과 일본의 추격은 자본집약적 · 기술집약적 산업 내 미국기업들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미국기업들은 최첨단 산업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미국 노동집약 산업은 동아시아 개발도상국, 자본·기술집약 산업은 서유럽 · 일본으로부터의 압박에 이중으로 노출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초래된 지위의 하락 · 경쟁력 상실 · 실업의 증가 · 생산성 둔화 등은 미국이라는 거인이 왜소해짐을 보여주는 결과물이었습니다.  


    특히 미국인들은 무역적자폭 확대를 '세계 상품시장에서 미국의 국가경쟁력이 악화됨(deterioration of competitiveness)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인식했습니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을 추월함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하락하여 세계시장에서 미국산 상품을 팔지 못한다는 스토리는 미국인들에게 절망과 공포심을 심어주었습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패배'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1980년대 초중반 당시 미국인들은 어느 나라가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인식했었을까요? 그 대상은 바로 '일본'(Japan) 입니다.




    ※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 ② 일본의 부상 : 일본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미국


    늘날 미국인들이 중국의 부상에 경계심을 가지듯이, 1980년대 미국인들은 일본의 부흥을 두려워했습니다. 


    • 1968~1990년, 미국 GDP / 일본 GDP 배율 추이

    • 일본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미국의 상대적 지위가 하락


    1970년대부터 80년대 초중반까지, 일본의 급속한 성장은 미국과 비교했을 때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1968년 미국 GDP는 일본 GDP와 비교했을 때 2.6배나 컸으나, 1977년 2.3배 · 1982년 2.0배를 기록하며 상대적인 크기가 줄어들었습니다. 


    • 1960~1990년, 미국 GDP 대비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비중 추이

    • 1970~80년대 중반까지 급격히 악화되다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반등하는 모습


    미국인 입장에서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것은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확대 였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 증가해온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1980년대 들어서 더 확대되었고, 1985년 GDP 대비 1.15% 수준으로까지 심화되었습니다. 1980년대 초중반 미국의 총 무역수지 적자 비중이 GDP 대비 약 1.5%~3.0% 수준 이었음을 감안하면, 일본이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절반 가까이를 초래한 셈입니다.

    • 첫번째 : Laura Tyson, 1984년, 『누가 누구를 때리는가? - 하이테크 산업 내 무역분쟁』
    • 두번째 : Clyde V. Prestowitz, 1988년, 『무역현장 - 어떻게 우리가 일본에게 미래를 내주었으며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 세번째 : Ezra Vogel, 1979년, 『세계최고의 일본 - 미국을 위한 교훈』
    • 네번째 : Chalmers Johnson, 1982년, 『통산성과 일본의 기적 - 1925-1975 산업정책』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맞추어, 일본을 경계 · 분석 & 학습하는 책이 쏟아졌습니다. 첫번째 부류의 책은 일본이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고, 그 결과 미국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음을 경고하는 것들이며, 두번째 부류의 책은 일본의 성장 노하우를 배우고 미국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것들 입니다. 이러한 양상은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거나 이를 통해 교훈을 얻자는 도서가 오늘날에 많이 나오는 것과 똑같습니다

    위에 첨부한 사진 중, 첫번째 책은 로우라 타이슨(Laura Tyson)의 1984년작 『누가 누구를 때리는가? - 하이테크 산업 내 무역분쟁』(『Who's Bashing Whom? - Trade Conflict in High-Technology Industries』) 입니다. 타이슨은 이 책을 통해, 전자 ·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일본기업의 성장과 이로 인한 미국기업들의 몰락 가능성을 주장하며, 미국정부가 적극적으로 자국 첨단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두번째 책은 클라이드 V. 프레스토위츠(Clyde V. Prestowitz)의 1988년작 『위치 바꾸기 - 어떻게 우리가 일본에게 미래를 내주었으며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Trading Places - How We Are Giving Our Future to Japan and How to Reclaim It』) 입니다. 그는 미국의 경쟁력 악화가 세계시장에서의 패배를 불러왔으며, 국가경쟁력을 회복하는데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번째 책은 에즈라 보겔(Ezra Vogel)의 1979년작 『세계최고의 일본 - 미국을 위한 교훈』(『Japan as Number One - Lessons for America) 입니다.  네번째 책은 찰머 존슨의 1982년작 『통산성과 일본의 기적 - 1925-1975 산업정책』(『MITI and the Japanese Miracle - the Growth of Industrial Policy, 1925-1975) 입니다. 이들은 일본의 성공을 관료주도의 산업정책 덕분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미국 정부가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1980년대 초중반, 미국인들의 머릿속을 지배한 건 '일본'(Japan) · '국가경쟁력'(national Competitiveness) · '하이테크 산업'(High-Tech Industry) · '보호주의'(Protectionism) ·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 등이었습니다.



    ※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 ③ 경제학계의 변화 : 보호주의 논리를 뒷받침해준 새로운 이론들


    "일본은 정부의 보호 속에 하이테크 산업 부문의 국가경쟁력을 키워왔으며, 일본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미국은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보호주의 및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미국 대중들에게 상당히 매혹적인 주장으로 들리지만, 전통적인 이론을 습득한 경제학자들은 동의를 하지 않는 게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기본적으로 한 국가의 생활수준은 자체적인 생산성 향상(productivity)에 달려있습니다. 일본이 미국에 비해 빠르게 성장했더라도, 미국의 생활수준은 일본의 성장속도가 아닌 미국의 생산성 향상에 의존할 뿐입니다. 일본이 5% 성장하는 것과 상관없이, 미국이 3%로 성장했다면 미국인들의 생활수준은 -2%가 아니라 3% 향상된 것입니다. 경제성장을 달리기 경주처럼 생각하여, 다른 국가가 더 빠르게 성장하면 우리의 삶의 수준이 악화된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사고방식 입니다.   


    그리고 자유무역은 '국가경쟁력'(competitiveness)이 아니라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만약 일본기업의 절대적 생산성 수준이 미국기업보다 높아졌다고 가정하더라도, 다르게말해 미국기업의 국가경쟁력이 일본에게 뒤쳐져 있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일본과 교역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비교우위 원리에 따라, 상대적 생산성 우위를 가진 품목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역수지 적자(trade deficit)를 세계시장에서의 패배의 결과물로 대중들이 인식하는 것을, 경제학자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무역수지는 거시경제 저축과 투자가 결정하는 항등식의 결과물이지, 국가경쟁의 산물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보호무역체제를 운영한다고 해서 미국 또한 보호주의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자유무역이 이로움을 주는 이유는 '외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을 값싸게 수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보호무역에 대응하여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수입을 하는 미련한 행위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른 나라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우리도 관세를 높이는 행위는 "다른 나라가 암석 해안(rocky coasts)을 가졌으니 우리의 항구에 돌을 가져다 놓자(drop rocks into our harbors)"[각주:15]는 말과 같습니다.  곡물법 폐지를 통해 자유무역을 처음 실시한 영국은, 외국의 무역체제에 상관없이 스스로 무역장벽을 낮추었습니다. 이렇게 외국이 자유무역을 하든 보호무역을 하든 상관없이, 나의 수입장벽을 철폐하는 것이 이롭기 때문에, 자유무역 원리는 일방주의(unilateralism)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가 되자 전통적인 무역이론을 보완하는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였고, 보호주의 무역정책이 어느정도 타당할 수 있다는 함의를 전해주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경제학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는 제 블로그를 통해 살펴본적이 있습니다. 다시 한번 이를 알아봅시다.

    ▶ 불완전경쟁시장 가정의 도입 (imperfect competitive market)

    가장 큰 변화는 '완전경쟁시장'(perfect competitive market) 가정에서 탈피한 '불완전경쟁시장'(imperfect competitive market)의 도입 입니다. 

    완전경쟁시장 하에서는 상품가격이 한계비용과 일치한 'P=MC'가 성립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자는 초과이윤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만약 초과이윤이 일시적으로 존재한다면, 새로운 시장참가자가 진입하게 되고 공급증가로 가격은 하락하여 다시 P=MC가 됩니다.

    이때 상품생산에 고정비용(fixed costs)이나 초기 연구투자비용(R&D costs)이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미 시장에 진입해있는 생산자가 한계비용보다 높은 가격을 설정하더라도(P>MC), 잠재적 생산자는 재빨리 시장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고정비용 혹은 초기 연구투자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신규 진입으로 인해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초기에 지불해야 하는 고정비용 등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여 아예 시장진입을 하지 않게 됩니다. 

    이로써 상품가격이 한계비용보다 높게 유지되고, 기존 생산자는 초과이윤을 누릴 수 있습니다.

    ▶ 기존 경제학이론과 시장구조 및 R&D의 결합 (market structure)

     

    시장구조가 불완전경쟁시장 이라는 점이 경제학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1970년대 후반-1980년대, 국제무역이론에 불완전경쟁시장 가정이 도입된 이후 '신무역이론'(New Trade Theory)[각주:16]이 탄생했으며, 경제성장이론에서는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각주:17]이 등장했습니다. 


    신무역이론은 "고정비용의 존재로 인해 국내시장 진입자의 숫자가 제한되고 그 결과 상품다양성에도 제약이 생긴다. 이때 국제무역을 한다면 외국의 다양한 상품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역은 다양성의 이익(variety gain)을 안겨준다."는 함의를 전해줍니다. 국제무역은 고정비용의 제약에서 벗어나 시장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신성장이론은 아예 시장진입자의 독점이윤을 특허권 등으로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약 독점이윤을 얻을 수 없다면, 아무도 R&D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는 생산성 감소와 경제성장 저하 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국제무역 이론가들은 '시장구조'(market structure)가 무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깨달았고, 경제성장 연구로부터 'R&D'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장구조와 R&D는 무역이론을 또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 시장구조가 과점인 상황에서 초과이윤 획득하기 (oligopoly & rent) 

    ▶ R&D 외부효과를 낳는 첨단산업 육성하기 (R&D spillover and high-tech industry)


    고정비용이 존재하는 불완전경쟁 시장 하에서는 신규 생산자의 진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기존 생산자는 초과이윤(rent)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를 다른 시각으로 생각하면, "외국 기업의 국내시장 진입을 저지한다면 국내 생산자의 초과이윤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 "국내와 외국에서 각각 생산자 하나씩만 존재하는 과점(oligopoly) 상황에서, 보호를 통해 국내 생산자의 생산량을 좀 더 증가시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외국보다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 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R&D 투자의 중요성은 "R&D 연구를 통하여 최첨단 기술을 만들어내고 지식학습으로 외부성을 가져오는 첨단산업(high-tech)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 맨 위 : Brander, Spencer의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

    • 아래 왼쪽 : Krugman이 편집한 1986년 단행본 <전략적 무역정책과 신국제경제학>

    • 아래 오른쪽 : Helpman과 Krugman이 편집한 1989년 단행본 <무역정책과 시장구조>


    이렇게 1980년대에 등장한 '전략적 무역정책'(Strategic Trade Policy)은 기존의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논리에서 탈피하여, 국내 최첨단 산업을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보호할 '이론적' 필요성 및 정당성을 전해주었습니다. 

    전략적 무역이론을 주도한 경제학자는 제임스 브랜더(James Brander)바바라 스펜서(Barbara Spencer) 였습니다. 맨 위에 나오는 사진은 이들의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International R&D Rivalry and Industrial Strategy>)이며, 이외에도 1981년 논문 <잠재적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Tariffs and the Extraction of Foreign Monopoly Rents under Potential Entry>),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Export Subsidies and International Market Share Rivalry>) 등을 통해 무역정책의 전략적 함의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 엘하난 헬프먼(Eelhanan Helpman) · 진 그로스먼(Gene Grossman) 등도 무역이론과 산업조직론 · 시장구조 등을 결합하여, 비교우위에 입각한 전통 무역이론이 말하지 못하는 현실을 설명했습니다.

    ▶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둘러싼 경제학자들 간의 논쟁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전략적 무역이론을 만들어나간 경제학자들이 보호주의를 옹호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시장구조가 과점인 경우 혹은 불완전경쟁시장인 경우에 외국 생산자의 이윤을 희생시켜 국내 생산자의 이윤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theoretical possibility)을 설명했을 뿐이지, 전략적 무역이론을 정책으로 구현할 때에는 현실 속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거나 소비자후생도 평가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언론 · 정치인 · 정책기획가 그리고 몇몇 경제학자들은 전략적 무역이론을 보호주의 및 산업정책 필요성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이용했습니다. 새로운 이론을 인용하여 "하이테크 산업에서 미국 기업이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나갔고, 이에 따라 보호주의 압력과 산업정책 입안 요구가 증대되었습니다.

     전략적 무역이론을 발전시킨 경제학자들은 보호주의 및 광범위한 산업정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대중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주류 경제학자들 간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 1980년대 초중반, 미국 내 국제무역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만들어낸 결과물


    경제학자들 간의 논쟁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 '1985년 플라자합의' · '1988년 종합무역법 슈퍼301조 조항' · '1995년 WTO 창설' 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결과물은 1980년대 미국이 처한 무역환경과 처방을 둘러싼 서로 다른 생각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를 통해, 1980년대 초중반 무역정책을 두고 어떠한 논쟁이 오고 갔으며, 어떻게 플라자합의 · 슈퍼301조 · WTO 창설 등으로 이어졌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시리즈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⑥] 공정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 미일 반도체 분쟁과 전략적 무역 정책 논쟁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⑦] '공격적 일방주의' 무역정책 -다자주의 세계무역시스템을 무시한채, 미국이 판단하고 미국이 해결한다

    1. to make the international trading system work, all must abide by the rules. All must work to guarantee open markets. Above all else, free trade is, by definition, fair trade. [본문으로]
    2. When domestic markets are closed to the exports of others, it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subsidize their manufacturers and farmers so that they can dump goods in other markets, it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permit counterfeiting or copying of American products, it is stealing our future, and it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assist their exporters in ways that violate international laws, then the playing field is no longer level, and there is no longer free trade. When governments subsidize industries for commercial advantage and underwrite costs, placing an unfair burden on competitors, that is not free trade. [본문으로]
    3. we will take all the action that is necessary to pursue our rights and interests in international commerce under our laws and the GATT to see that other nations live up to their obligations and their trade agreements with us. I believe that if trade is not fair for all, then trade is free in name only. I will not stand by and watch American businesses fail because of unfair trading practices abroad. I will not stand by and watch American workers lose their jobs because other nations do not play by the rules.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joohyeon.com/263 [본문으로]
    5. 원출처, Public Papers of the President 1985 [본문으로]
    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8.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http://joohyeon.com/268 [본문으로]
    9.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http://joohyeon.com/269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③] 한국은 '어떤 무역체제' 덕분에 경제발전을 이루었나 -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애매모호함 http://joohyeon.com/270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joohyeon.com/272 [본문으로]
    12.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13.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joohyeon.com/217 [본문으로]
    14.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joohyeon.com/272 [본문으로]
    15. Joan Robinson, 1947, Essays in the Theory of Employment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17.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http://joohyeon.com/25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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