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Posted at 2017. 7. 19. 17:33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폴 로머의 신성장이론 (Variety-based model)
- 비경합적 · 부분적 배제성을 띄는 아이디어,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를 만들어내다
이번글을 통해, 기존의 성장이론과는 접근법이 완전히 다른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시다.
이전글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을 통해서, 어떠한 연유로 신성장이론이 나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기존의 성장이론이 오늘날 현대경제의 특징을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956년에 등장한 솔로우 모형 1은 '저축율 및 인구증가율이 자본축적에 미치는 영향'을 잘 설명한 이론입니다. 하지만 지속적 경제성장의 동력인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exogenous)으로 취급함으로써, 기술진보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1986 · 1988년에 나온 폴 로머 · 로버트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 2은 기술진보가 발생하는 원리를 설명함으로써 솔로우 모형의 단점을 보완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형 하에서 기술진보는 그저 '외부성이 의도치않게 만들어낸 부산물'(side effect) 이었습니다. 개인 및 기업이 축적한 지식과 인적자본은 다른 곳으로 전파되었고, 이를 모두가 같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했습니다. 여기서는 이윤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R&D 투자를 늘리는 오늘날 기업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죠.
따라서, 오늘날 현대경제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3가지 특징을 모두 포함한 새로운 성장이론이 필요합니다.
▶ 이윤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R&D 투자를 늘리는 기업
(intentional investment decisions made by profit-maximizing agents)
▶ 자신들의 연구 성과에 대해 부분적으로 배타적인 권리, 즉 저작권 및 특허권을 가지는 기업
(the distinguishing feature of the technology as an input is a non-rival, partially excludable good)
▶ 특허권을 이용해 R&D 투자성과에 대해 독점이윤을 누리는 기업
(monopoly rent)
-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와 그의 1990년 논문 <내생적 기술변화>(Endogenous Technological Change)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는 1990년 논문 <내생적 기술변화>(Endogenous Technological Change)을 통하여, '신성장이론' 시대를 열었습니다. 1986년 '기술진보의 내생성'을 도입했던 그는 위의 3가지 특징을 모두 담은 성장이론을 새로이 내놓았죠.
그는 '이윤극대화를 노리는 기업의 의도적인 연구부문 투자가, 다양한 투입요소를 창출해내며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라고 주장합니다. 일명, (투입요소의) 다양성에 기반을 둔 성장모형(variety-based growth model) 입니다.
이제, 폴 로머의 새로운 성장이론을 자세히 살펴봅시다.
※ 지속적 경제성장 동력인 기술진보,
이 기술진보를 이끄는 '아이디어'(idea)
폴 로머의 신성장이론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디어'(idea) 입니다.
이전글 신성장이론 탄생배경 3에서 더 자세히 다루었던 '오늘날 현대경제의 특징'은 아이디어와 관련이 깊었고, 앞서 언급한 R&D 투자도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행위입니다.
그럼 신성장이론은 왜 '아이디어'(idea)와 R&D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기술'(technology)이라 하면, '공장에 있는 기계를 다루는 능력'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성장이론에서 기술이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기술진보란 '여러 원자재를 조합하는 방식을 개선시키는 것'(improvement in the instructions for mixing together raw materials)을 뜻합니다.
이때 경제성장 동력인 기술진보를 이끄는 요인이 바로 '아이디어' 입니다.
연구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발견(discovery)을 통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곤 합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디어는 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가능케하는 다양한 방식(design)을 제시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능력을 키웁니다.
그렇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아이디어가 많아질수록 생산량을 늘려나갈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폴 로머는 신성장이론을 통해 "성장속도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구분야에 종사하느냐에 달려있다." 라고 주장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하여 아이디어 창출속도를 빠르게 할수록,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논리 입니다.
※ 끝없는 성장(unbounded growth)을 가능케하는 아이디어.
-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창출해 내기 위한 지적재산권 제도의 필요성
게다가 아이디어는 단순히 성장률만 (일시적으로) 높여주지 않습니다. 아이디어가 가진 특징은 경제성장을 한계가 없이 지속되게 만들어 줍니다. 새로운 종류의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속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다면, 그 국가는 끝없는 성장(unbounded growth)을 기록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럼 도대체 아이디어가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길래 '끝없는 성장'을 가능케 하는 걸까요? 그리고 끝없는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창출해 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 경합성 및 배제가능성에 따른 재화 분류
- 출처 :
내 발과 파워포인트
아이디어는 일반적인 재화와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계설비 등의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이나 근로자(labor)는 특정한 공간에 매여 있습니다. 한 공간에서 이미 사용중 이라면, 다른 곳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특정 회사에 소속된 기계나 근로자는 다른 누군가가 임의로 쓸 수 없습니다. 즉, 보통의 생산 투입요소는 '경합적'(rival)이며 '배제가능성'(excludable)을 띈 사유재(private good) 입니다.
이와 정반대에 위치한 게 공공재(public good) 입니다. 국가나 지자체가 보유한 도로 · 다리 등 사회 인프라 시설은 누구나 동시에 쓸 수 있습니다. 즉, '비경합적'(non-rival)이며 '비배제성'(non-excludable)을 띄고 있습니다.
이때 아이디어는 사유재도 공공재도 아닙니다.
한 기업이 연구과정에서 만들어낸 아이디어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쓸 수 있습니다. 새롭고 다른 종류의 생산방식 등은 한 공장에서만 쓰여지는 게 아니라 기업이 소유한 여러 공장에서 동시에 사용됩니다. '비경합성'을 띈다는 점에서는 공공재와 유사합니다.
그런데 기업이 소유한 아이디어를 누구나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기업은 특허권 등록을 통해 자신만의 비법을 독점적으로 이용하려 합니다. 물론, 다른 기업은 모방 등을 통해 이를 베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디어는 '부분적으로 배제가능한' 특징을 지녔다는 점에서 사유재의 특징을 조금 지니고 있습니다.
즉, 아이디어는 '비경합성'(non-rival)과 '부분적인 배제성'(partially excludable)을 띈 독특한 성질의 재화입니다.
여기서 아이디어의 '비경합성'은 끝없는 성장과 연결됩니다.
기계 등 공장설비는 사용연한을 초과하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한 명의 인적자본 안에 들어있는 숙련도는 그 사람이 죽으면 사라집니다.
반면 기초 과학 및 공학법칙 · 경제 및 경영 지식 · 새로운 생산방법 등 아이디어는 시대가 지나도 끝없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모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세월을 뛰어넘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로머와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 4과 크게 다른 게 없어 보입니다. 로머와 루카스 또한 지식 및 인적자본의 계속되는 축적을 이야기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디어가 가진 '부분적인 배제성'은 끝없는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요인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바로,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를 통해 기업의 R&D 투자 유인을 살려주는 것'(patent) 입니다.
만약 기업의 연구성과를 모두가 공유하도록 강제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R&D 투자를 할 유인이 없습니다. 연구 결과물은 초기에 얼마만큼의 금액을 투자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성과를 독점할 수 없다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죠. 남들이 모방하는 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연구 투자비용을 회수할 만큼의 독점이윤(monopoly rent)은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나 오늘날 R&D 투자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는 더더욱 필요합니다.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R&D 투자를 늘려오고 있습니다(intentional). 삼성전자가 괜히 반도체에 투자를 계속하는 게 아니죠.
※ R&D 투자 → 다양한 종류의 내구재 →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최종재 생산과정
- 투입요소의 다양성에 기반을 둔 성장모형 (variety-based growth model)
이번에는, 한 경제구조 내에서 아이디어가 끝없는 성장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경제구조는 크게 3가지 부문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연구부문
(research sector)
▶ 연구부문 으로부터 아이디어를 구매하여, 새로운 종류의 내구재를 만들어내는 중간재부문
(intermediate-goods sector)
▶ 중간재부문 으로부터 다양한 종류의 내구재를 구매하여,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최종재부문
(final-goods sector)
여기서 특이한 점은 중간재부문이 독점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기업은 연구부문으로부터 구매한 특허권을 통해, 특정 종류의 내구재 생산에 독점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족 : 왜 중간재부문 기업들이 독점력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밑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 출처 :
내 발과 파워포인트
이런 경제구조에서 생산에 들어가는 투입요소(input)는 연구부문 → 중간재부문 → 최종재부문을 거칩니다.
연구부문에서 새로운 방식(design)을 개발해서 특허로 등록하면, 중간재부문이 특허권을 구매하여 새로운 종류의 내구재를 만들고(new durable), 최종재부문이 새 내구재를 구입하여 완성품을 만들어 냅니다.
이때, 얼마나 다양한 종류(variety)의 내구재가 만들어지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구부문에 종사하느냐(human capital devoted to research)를 결정짓는건 반대의 과정입니다. 최종재부문 → 중간재부문 → 연구부문을 거쳐서 결정되죠.
최종재부문에 속한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만들어주는 서로 다른 내구재 구매량(quantity)을 먼저 정합니다. 그럼 이에 맞쳐서 내구재 가격도 정해지고, 중간재부문 기업의 독점이윤(monopoly rent)도 결정됩니다.
그리고 만약 중간재부문 기업이 특허권을 구매한 후 새로운 종류의 내구재를 판매했을 때 더 많은 독점이윤을 거둘거라고 판단한다면, 너도나도 특허권를 사려고 할겁니다. 따라서, 특허권 입찰 과정을 통해, 연구부문이 생산해낸 특허권의 가격(patent price)은 중간재부문 독점이윤과 동일하게 책정됩니다.
즉, 최종재부문의 내구재 구매량이 늘어나 중간재부문의 독점이윤이 많아질수록 특허권의 가격은 올라갑니다. 그리고 특허권 가격이 올라갈수록 연구가 활발해져서 다양한 방식의 생산법이 창출되며, 고숙련의 근로자가 더 많이 연구부문에 종사하게 됩니다.
역으로 고숙련의 근로자가 더 많이 연구부문에 종사할수록 새로운 종류의 생산방식이 더 많이 나오게 되고, 최종재부문과 중간재부문의 이윤과 생산량은 더욱 늘어납니다.
이러한 선순환이 올바르게 작동한다면, 이 경제는 연구분야 투자 증가와 함께 내구재 종류가 많아지며 생산량을 끝없이 늘릴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글의 서문에서 언급한, '이윤극대화를 노리는 기업의 의도적인 연구부문 투자가, 다양한 투입요소를 창출해내며 끝없는 성장을 이끄는' (투입요소의) 다양성에 기반을 둔 성장모형(variety-based growth model) 입니다.
이 모형에서 연구부문의 R&D 투자는 '서로 다른 생산방식의 숫자'(number of design)을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다양한 생산방식은 다양한 내구재(variable durable)를 만들어내고, 이는 최종재가 사용하는 자본의 종류가 많아지는 것과 같습니다(capital = distinct types of producer durable). 그 결과, 소비자가 사용하는 최종재의 종류도 많아집니다.
이는 현실 속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삼성전자와 애플을 예시로 생각해 봅시다.
애플은 아이폰 · 맥북 등 소비자가 사용하는 완제품을 주로 판매함으로써 돈을 법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 디스플레이 등 내구재를 판매하면서 이익을 얻죠. 이때 삼성전자는 자체 연구 인력이 개발한 고유한 기술 및 타사로부터 사들인 특허권을 활용하여 새로운 종류의 내구재를 만드려 노력합니다.
이때 애플은 삼성전자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 디스플레이 등의 내구재를 공급받습니다. 또한, 삼성전자는 향후 내구재 판매로 얼마만큼의 이윤을 벌 수 있느냐를 예측한 후, 반도체 설비투자를 단행합니다.
즉, 애플은 최종재부문 · 삼성전자는 중간재부문을 주로 맡고 있으며, 아예 연구부문에 특화된 엔비디아 · 퀄컴 등도 있습니다.
여기서 반도체 설비투자 금액 등 R&D 투자크기를 결정짓는 건 결국 반도체 판매로부터 얼마만큼의 이윤을 거두느냐 입니다. 또한, 역으로 R&D 투자크기가 증가할수록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가 탄생하게 되고, 최종재부문의 생산량과 상품종류는 더욱 늘어나 소비자들은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 아이디어 증가율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 지적재산권 제도를 통한 중간재부문의 독점이윤 보장
- 연구과정에 투입된 인적자본이 많을수록, 사회가 보유한 기존 지식이 많을수록
경제구조 내에서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본 후, 우리는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아이디어 증가율을 높게 유지하는 방법' 입니다. 그 방법은 '지적재산권 제도를 통한 독점이윤 보장'이며, 다른 방법은 '연구부문에 더 많은 인적자본을 배치'하는 것 입니다.
▶ 지적재산권 제도를 통한 중간재부문의 독점이윤 보장 (property right)
: 이번글의 앞에서도 '지적재산권 제도의 필요성'을 말한바 있습니다. 이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봅시다.
아이디어의 지속적인 창출을 위해서는 지적재산권 제도를 확립하여 중간재부문에 속한 기업들의 독점이윤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독점이윤이란 '상품의 판매가격을 한계비용 5보다 더 높게 책정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윤' 입니다.
시장에 수많은 기업들이 완전경쟁을 펼치는 상황이라면, 상품 가격은 한계비용과 동일하게 됩니다(P=MC). 내가 높은 상품가격을 책정하면,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쟁자가 나타나 시장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상품 가격이 한계비용 보다 낮으면 생산을 안하니만 못하기 때문에, 결국 시장 내 모든 기업은 한계비용과 동일한 수준으로 상품 가격을 매깁니다.
하지만 한 기업이 시장지배력(market power)을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독점력을 가진 기업은 단순한 가격경쟁만으로 경쟁자에게 시장을 뺏기지 않기 때문에, 상품가격을 한계비용보다 높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P>MC).
연구부문으로부터 특허권을 구매하여 내구재를 생산하는 중간재부문에게 시장지배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중간재부문에 속한 기업이 독점이윤을 얻을 수 없다면, 특허권 구매에 들어간 초기 투자비용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간재부문 기업은 내구재 가격과 한계비용의 차액(P-MC)에 판매량(Q)을 곱한 금액만큼 독점이윤을 얻는데, 이를 통해 특허권을 사들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아이디어'나 '새로운 생산방식'은 이를 처음 발견할 때에만 비용이 들 뿐, 일단 발견한 후에는 어떠한 비용도 발생하지 않습니다(no marginal cost). 예를 들어, 에어컨을 만든 공학자 캐리어는 '에어컨 작동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일단 원리나 방식(design)이 알려진 뒤에는 어떠한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품 가격을 한계비용과 동일하게 책정하면, 원리를 알아내기 위해 고생한 것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지적재산권 제도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부여하는 것은, 단순히 중간재부문의 독점이윤을 만들어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R&D 투자 유인을 촉진시켜 연구 부문 활성화에 도움을 줍니다.
▶ 연구부문에 더 많은 인적자본을 배치 (human capital allocation)
: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아예 직접적으로 연구 부문을 활성화 시키는 것 입니다. 바로, 인적자본을 최종재부문보다 연구부문에 더 많이 배치하는 것입니다.
인적자본이란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교육 등을 통해 숙련도를 갖춘 근로자를 뜻합니다. 이때 한 국가 내의 인적자본은 최종재부문에 종사하여 완성품을 생산할 수도 있으며, 연구부문에서 아이디어 창출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증가율은 '사회가 가진 기존 지식'(stock of knowledge)과 '연구 부문의 인적자본 종사자 수'(the amount of human capital devoted to research sector)에 달려있습니다.
따라서, 인적자본을 최종재 부문 보다는 연구 부문에 더 많이 배치(allocation)할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지식으로 축적되어서 미래의 아이디어 창출 숫자를 더더욱 늘려줍니다.
※ 신성장이론이 알려주는 함의 Ⅰ
- 기업의 R&D 투자와 이를 뒷받침 · 보완해주는 정부
▶ 다양한 투입요소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연구의 중요성
: 신성장이론은 다른 성장이론들과는 달리 '아이디어'(idea)와 '연구분야'(research)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연구부문 투자를 늘릴수록 생산을 효율적이게 만드는 아이디어와 생산법(design)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다양한 종류의 내구재(distinct durable)로 이어지고, 끝없는 성장을 달성하게 됩니다.
▶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와 의도적인 R&D 투자
: 그렇다면 지속적 성장을 위해 중요한 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R&D 투자 입니다. 신성장이론은 R&D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 기업의 투자유인(incentive)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이전의 내생적성장 모형에서 기술진보는 의도치 않게 발생한 결과물이지만, 현실 속 기술진보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이끌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진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기 위한 기업의 의도적인(intentional) R&D 투자를 지원해야 합니다.
▶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 제도의 중요성
: 기업의 투자유인을 지켜주는 가장 좋은 제도는 바로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property rights) 입니다.
지적재산권 제도를 올바르게 확립하지 않은 국가는 기업의 R&D 투자 유인을 지켜줄 수 없기 때문에 저성장에 머무르게 될 겁니다. 실제로 현대의 경제성장은 특허권과 함께 커왔습니다.
▶ 경제성장에 있어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다
: 솔로우 모형 6은 "정부정책은 경제성장의 수준효과(level effect)만 일으킬 뿐, 성장효과(growth effect)는 없다" 라고 주장합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저축률을 높여 자본축적을 많이 하더라도, 체감성(diminish)으로 인해 결국 성장률은 0%를 기록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신성장이론은 이와 반대되는 함의를 전달해 줍니다.
경제성장을 위해 지적재산권 제도가 필요하다는 말은 곧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또한, 정부는 '연구분야 인력 채용 및 R&D 투자 보조금 지원'을 통해 경제 전체의 연구분야 투자량을 최적수준으로 유지하게 도울 수 있습니다.
아무리 특허제도를 강화하더라도, 기업들은 모방(imitation)을 통해 다른 기업의 기술을 베낄 수 있습니다. 모방을 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굳이 직접 R&D 투자를 해야 하냐는 의문이 들테고, 결국 경제 전체의 R&D 투자량은 최적수준보다 적어지게 됩니다.
이 경우 정부가 나서서 지원정책을 편다면 사회적 최적 수준의 연구분야 투자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즉, 신성장이론이 전달해주는 첫번째 주요한 함의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의도적인 R&D 투자가 가지는 중요성'과 '이를 뒷받침 · 보완해주는 정부의 역할' 입니다.
※ 신성장이론이 알려주는 함의 Ⅱ
- 많은 인구가 아니라 연구분야에 종사하는 인적자본의 숫자가 중요하다
- 자원 재배치(allocation)와 국제무역이 경제성장을 이끈다
▶ 연구부문에 종사하는 인적자본의 크기, 경제성장률을 결정한다
: 신성장이론에서 경제성장률을 결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연구부문에 종사하는 인적자본의 크기'(the amount of human capital devoted to research) 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연구부문에서 더 많이 일을 할수록 아이디어 증가율은 높아지게 되며, 이에 따라 끝없는 성장이 가능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 사실로부터 생각을 더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 단순히 '많은 인구'는 경제성장에 도움되지 않는다
: 단순히 많은 인구는 경제성장에 도움되지 않습니다(having a large population is not sufficient to generate growth). 중요한 건 '연구분야에 종사하는 인적자본'이지 많은 인구가 아닙니다. 인구 수가 많더라도 낮은 교육수준 등의 영향으로 인적자본이 적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중국 · 인도 등 절대적인 인구수가 많은 국가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국 · 인도는 합쳐서 약 25억 명의 인구를 가졌으나, 생활수준은 인구크기에 비하여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아무리 인구가 많더라도 인적자본이 적다면 'no growth'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단순한 인구크기가 아니라 연구분야 종사자 수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 인적자본 재배치의 중요성
: 연구분야 종사자 수를 늘리는 첫번째 방안은 '최종재부문과 연구부문 간의 인적자본을 재배치'(reallocation)하는 법 입니다. 정부는 연구종사자 채용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연구부문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경제전체 인적자본 크기'는 증가시키지 않은채 단지 자원의 배치만 바꾸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 국제무역을 통한 '아이디어 교류'
: 경제전체 인적자본 크기를 증가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교육입니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때, 비교적 단기간 내에 인적자본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바로 '국제무역을 통한 경제통합'(integration) 입니다.
국제무역은 단순히 상품을 교환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교환(flow of ideas)하게 도와줍니다. 특히 이는 단순히 인구가 많은 국가가 아니라, 인적자본이 풍부한 국가와 무역을 강화했을 때 효과는 배가 됩니다.
세계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그곳의 기업으로부터 여러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곳 기업이 가진 특허권을 구매할 수도 있죠. 이런 과정을 거쳐 국제무역은 '아이디어의 교류'을 돕게 되고, 결국 성장률도 높여줍니다(integration into world markets will increase growth rates).
'국제무역을 통한 시장크기 확대가 가져다주는 이점'은 국제무역이론 시리즈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에서도 다룬바 있습니다. 신무역이론 하에서 시장크기 확대는 '상품다양성 증가'를 가져다줍니다.
신성장이론은 이러한 신무역이론의 함의를 가져옴과 동시에 더 나은 설명을 제공해 줍니다.
신성장이론 하에서 국제무역, 특히 인적자본이 풍부한 국가와의 교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아이디어 다양성 증가'를 불러와 경제성장을 촉진시켜 줍니다.
그리고 이는 중국 · 인도 등 단순히 절대인구수가 많은 국가도 국제무역을 행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국제무역이 '시장크기 확대 → 상품다양성 증가'로만 이어진다면, 이미 큰 시장을 가진 중국 · 인도 등은 굳이 다른나라와 교역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인적자본이 많은 국가'와의 교역을 통해 아이디어를 가져올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국제무역에 참여하게 됩니다.
※ 다른 유형의 '신성장이론'
- 투입요소 품질 향상이 이끄는 경제성장 (quality-based growth model)
지금까지 살펴본 폴 로머(Paul Romer)의 신성장이론은 '투입요소의 다양성'에 기반한 모형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지 다양한 투입요소가 있다고 해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투입요소의 품질 또한 향상되어야 경제도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번글에서 예시로 든 삼성전자는 과거에는 D램 메모리 · 브라운관 디스플레이 등만 주로 생산해오다가, 낸드플래시 · OLED 디스플레이 등 내구재 종류를 다양화 시켜왔습니다. 하지만 D램 메모리 안에서도 꾸준히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켜 왔으며, 디스플레이 내구재를 브라운관 → OLED로 변화시킨 것은 '품질향상'(quality upgrade)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입요소의 다양성에 기반한 성장모형'(variety-based growth model) 뿐만 아니라, '투입요소의 품질향상에 기반한 성장모형'(quality-based growth model)도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필립 아기온(Philippe Aghion)과 피터 호위트(Peter Howitt), 그리고 진 그로스만(Gene Grossman)과 엘하난 헬프먼(Elhanan Helpman)이 주도한 새로운 형태의 신성장이론을 알아봅시다.
-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2017.07.17 http://joohyeon.com/25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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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비용이란 '상품 한 단위를 추가 생산할때 드는 비용'을 의미한다. 일명 marginal cost [본문으로]
-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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