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성적순 수강신청제도 도입?서강대, 성적순 수강신청제도 도입?
Posted at 2013. 5. 8. 19:53 | Posted in 경제학/일반오늘 포털 메인을 달구고 있는 뉴스는 "서강대, 성적순 수강신청 도입"
이것은 대학과 학생간의 '정보비대칭asymmetric'과 '신호signal' 문제로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으로 성적순 수강신청 제도 도입을 바라보면, '성적순 수강신청' 제도가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시장에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 기능을 하는 것은 "가격". 공급자는 가격을 보고 공급량을 결정하고, 수요자는 가격을 보고 수요량을 결정함으로써 일정한 산출량에 대한 균형이 결정된다.
즉, 여기서 "가격"은 시장참여자들에게 "신호"를 보냄으로써 시장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하고, 그 결과 "효율적인 상태"를 만든다.
그럼 대학과 학생 사이에서 "가격"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바로 "학점"이다.
대학은 학생들의 지적역량을 향상시키기를 원하고, 그런 학생들에게 이득을 제공하려 한다. 그런데 대학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자세히 알 수 없다. 대학과 학생 사이에 "정보비대칭성"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학은 "학점" 이라는 "신호를 이용"하여 학생들의 능력을 판별하고, 그러한 학생들에게 이득을 제공하려고 한다. 서강대가 "성적순 수강신청 제도"를 도입하려는 목적은 간단하다. 신호의 역할을 하는 "학점의 메리트"를 높여서 "학생들의 지적역량 향상"을 꾀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대학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학생들의 지적역량 향상"이다.
하지만 대학의 정책에 대해 학생들이 반응하는 것은 "높은 학점" 이다.
대학과 학생들이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불일치mismatch" 하는 상황에서, 신호의 역할을 하는 학점의 메리트를 높여버리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1. 쉬운 수업 혹은 (높은 학점을 줄 수 밖에 없는) 시간강사들 수업의 신청이 증가
- 애초에 대학과 학생 간의 목표가 불일치하기 때문에, 신호의 역할을 하는 학점의 메리트를 높여버리면, 학생들은 "학점 그 자체"에 반응하게 된다. 그 결과,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쉬운 수업" 혹은 (학생들의 강의평가를 의식해 높은 학점을 줄 수 밖에 없는) "시간강사들 수업"에 학생들이 몰리게 된다.
대학의 정책이 학생들의 "유인incentive을 왜곡"시킨 것이다.
2. 학생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신호의 역할을 학점이 수행할 수 있는가?
-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학점이 신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가" 이다. 일반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 지적역량을 향상시킨 학생이 학점이 높지만 학점이 높은 학생이 지적역량이 뛰어난 건 아니다.
그런데 대학이 학생들의 지적역량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신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 학점의 메리트만 높여 버린다고, 대학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서강대의 "성적순 수강신청 제도"가 대학이 원하는 목적보다는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이나 경제학자들이 시장주의자가 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시장참여자 간의 정보비대칭으로 효율적인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그것을 인위적으로 교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시장참여자들이 바라는 바를 제대로 모를 뿐더러, 균형달성을 이유로 시장상황을 인위적으로 교정하면 시장참여자들의 유인을 왜곡하여 원하지 않던 결과를 가져오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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