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④] 전략적 무역정책 - 관세와 보조금으로 자국 및 외국 기업의 선택을 변경시켜, 자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

Posted at 2019. 1. 6. 23:17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달라진 시장구조에서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 정책은 타당한가


1980년대 초중반,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논쟁은 "오늘날 시장구조에서 자유무역이 최선의 정책일까?"에 대한 물음과 답변의 연속입니다. 


당시 미국이 직면했던 거시경제 환경[각주:1], 세계 GDP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감소 · 생산성 둔화 · 무역적자 심화 그리고 일본의 부상은 보호주의 압력을 키웠습니다. 


이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반응은 전통 경제학의 설명을 따랐습니다.[각주:2] 재정적자로 인한 총저축 감소가 실질 금리를 인상시켜 자본유입 · 강달러 · 무역적자를 차례로 초래했다는 논리 입니다. 그리고 무역적자를 국가경쟁력 상실의 징표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무역수지는 총저축과 총투자가 결정하는 기초적인 회계등식의 결과물일 뿐인데다가, 통화가치 및 임금 하락을 통해 본래의 비교우위를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 기업 경영자들이 보기엔 경제학자들의 설명은 현실을 모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각주:3]에 불과했습니다.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뺏기면 다시 되찾기 힘든데, 본래의 비교우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설명은 책에서만 타당합니다. 경영자가 직면한 국제무역 환경은 비교우위가 아닌 경쟁력(competitiveness)이 지배하는 곳 입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경영가의 관점을 수용[각주:4]하여 '한번 획득한 비교우위가 자체 강화되는 모형'을 제시하였습니다. 생산의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가 존재할 경우, 과거부터 누적된 생산량 즉 생산을 통해 축적해온 경험과 지식이 현재의 생산성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한번 시장을 내준다면 차이는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 독점 및 과점의 불완전경쟁 시장(imperfect competitive market)

▶ 동일한상품이 서로 교환되는 산업내무역(intra-industry trade or two-way trade)


그럼에도 여전히 기존 국제무역이론은 변화한 시장구조와 무역패턴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리카도[각주:5] 및 헥셔-올린[각주:6]의 비교우위론은 무수히 많은 생산자가 존재하는 완전경쟁시장(perfect competitive market)을 기반으로, 개별 국가들이 서로 다른 산업에 특화한 후 상품을 교환하는 산업간무역(inter-industry trade)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1970-80년대 시장구조와 무역패턴은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이 만들어진 시기의 것과는 달랐습니다.


규모의 경제와 외부성이 초래한 불완전 경쟁시장 ,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국제시장에 소수의 기업만 존재하는 독점 혹은 과점 (monopoly or oligopoly) 형태를 띄는 산업이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개별 국가들이 동일한 상품을 서로 교환하는 산업내무역이 활발해 졌습니다.


미국과 일본 간 무역분쟁을 낳은 산업은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이었습니다. 이들 산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고정투자가 필요하며, 생산량이 많은 기업만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여 이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결국 개별 국가 내에서 독점 혹은 과점 형태로 기업이 자리잡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도 소수의 기업만이 존재합니다.


과거에는 '선진국은 제조업 · 개발도상국은 1차 산업'에 각각 특화하여 산업간무역 패턴을 보였던 것과 달리, 1970-80년대에는 개별 국가들이 동일한 제조업에 특화한 후 서로의 상품을 교환하는 산업내무역 패턴이 일반화 되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를 일본에 수출하는 동시에 일본도 미국에 반도체를 수출합니다.


이때 독과점 시장구조와 산업내무역 증대는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시장개방 이전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독점 혹은 과점의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이 개방되자 기업들은 생각합니다. "외국에도 물건을 팔면 이익이 늘어나지 않을까?". 외국 수출을 통한 시장확대는 생산량 증가를 통해 규모의 이익을 키웁니다. 그리고 이미 포화상태인 자국을 벗어나 외국에 상품을 파는 건 한계수입이 더 큽니다. 


따라서, 개별 국가 내의 독과점 기업들은 이윤 증대를 위해 외국 시장으로 침투하고(business stealing), 그 결과 국적이 다른 기업이 만든 동일한 상품이 국경을 넘어 교환되는 산업내무역 패턴이 형성되게 됩니다. 


(사족 : 산업내무역 발생 이유로 상품다양성 이익를 꼽는 폴 크루그먼의 설명[각주:7]과는 다른 원인)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키는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이렇게 달라진 시장구조와 무역패턴은 '정부가 개입하여 자국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적극적 무역정책'의 정당성을 키웠습니다. 


특히 세계시장에 소수의 기업만 존재하는 과점경쟁 구도(oligopoly)에서 '무역정책으로 자국·외국 기업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킴으로써(alter a strategic choice), 자국기업의 초과이윤(rent)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주 : 여기서 전략이란 '상호의존성에 기반을 둔 선택'을 의미합니다. 생산자가 이윤극대화를 위한 결정을 할 때, 다른 생산자의 결정도 고려한다는 의미 입니다.)


이른바 '전략적 무역 정책'(strategic trade policy) 입니다. 


  • 첫번째, 두번째 : 제임스 브랜더 (James A. Brander), 바바라 스펜서 (Barbara Spencer)

  • 세번째, 네번째 : 폴 크루그먼 (Paul Krugman), 엘하난 헬프만 (Elhanan Helpman)

  • 아래 왼쪽 : 크루그먼이 편집한 1986년 단행본 <전략적 무역정책과 신국제경제학>

  • 아래 오른쪽 : 헬프만과 크루그먼이 편집한 1989년 단행본 <무역정책과 시장구조>


1980년대 초중반, 전략적 무역 정책 발전을 이끈 주요 경제학자는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 · 폴 크루그먼 · 엘하난 헬프만 등이었습니다. 


특히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1년 논문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Tariffs and the Extraction of Foreign Monopoly Rents under Potential Entry>),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International R&D Rivalry and Industrial Strategy>),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Export Subsidies and International Market Share Rivalry>) 등을 통해 전략적 무역 정책을 만들어 냈습니다.


과점시장 속 전략적 무역정책은 자국 및 외국 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켜 이로운 결과를 불러옵니다. 그 경로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보호와 자국시장 효과(Protection and Home Market Effects) 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독과점 수확체증 산업(increasing return)이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산량이 필수적 입니다. 자국 정부의 보호 아래 국내시장에서 생산량을 증가시키면, 이를 발판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무역정책 성공의 관건은 '자국기업이 국내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끔,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하면 동종산업 외국기업의 전략을 변경시킬 수 있고, 그 결과 수입보호는 수출진흥의 효과를 불러오게 됩니다.


이러한 효과를 알고, 과거 일본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 규모의 경제를 가지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했습니다. 


둘째, 이윤을 자국기업으로 이동시키는 보조금(Profit-Shifting Subsidies) 입니다. 


장기적으로 이윤이 0이 되는 완전경쟁시장과는 달리 완전경쟁인 독과점 시장에서는 초과이윤(rent)이 생깁니다. 이때 보조금을 통해 자국기업을 지원하면 외국기업의 초과이윤을 자국기업에게 이동시키고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무역정책 성공은 간건은 '자국기업의 변경된 행위가 외국기업에게 신빙성 있는 위협이 되느냐'(credible threat)에 달려있습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하면 자국기업의 변경된 전략이 외국기업에게 신빙성 있게 인식하게끔 만들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미국 등 선진국은 자국기업의 R&D 투자를 정부가 보조함으로써 신빙성 있는 위협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논리는 자국기업을 단순히 보호 · 지원하는 전통적인 무역정책의 틀을 벗어나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전략적 행동을 변경함으로써, 외국기업의 생산량과 초과이윤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의 생산량과 초과이윤을 늘리는 특징(increase a country's share of rent in a way that raises national income at other countries' expense)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독점 및 과점 등 불완전경쟁 시장 하에서의 전략적 무역정책이 어떻게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켜 자국기업을 돕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 (이론) 완전경쟁 시장과 불완전경쟁 시장은 어떻게 다른가?


전략적 무역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과점 시장구조에 관한 기본적인 경제학이론이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본격적인 내용 파악에 앞서 이론 학습을 먼저 합시다. 첨부한 수식이 이해가 어려우신 분들은 글만 읽어 내려가시면 됩니다 !!!


▶ 초과이윤을 획득할 수 있는 불완전경쟁 시장 (excess return / rent)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ve)이란 다수의 생산자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며,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상태를 말합니다. 반면, 독점 · 과점 등 불완전경쟁(imperfect competitive)은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소수의 생산자만 존재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완전경쟁 시장과 불완전경쟁 시장에서 주목해야 하는 차이는 '초과이윤이 존재하느냐(excess return)' 입니다[각주:8]. 완전경쟁 시장 속 생산자는 장기적으로 0의 이윤을 가지는 반면, 독과점 생산자는 양(+)의 이윤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생산자들의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완전경쟁 시장은 생산자들의 진입 · 퇴출이 자유롭습니다.


현재 주어진 시장 가격이 장기 평균한계비용보다 높다면(P>LMC), 양(+)의 이윤을 기대하는 생산자들이 신규 진입하게 되고, 이로 인해 늘어난 생산량이 다시 가격을 하락시켜 장기적으로 0의 이윤(P=LMC)이 됩니다. 반대로 현재 주어진 시장 가격이 장기 평균한계비용보다 낮다면(P<LMC), 음(-)의 이윤을 기록하고 있는 생산자들이 차례대로 퇴출되고, 이로 인해 줄어든 생산량이 다시 가격을 상승시켜 장기적으로 0의 이윤(P=LMC)이 됩니다.


즉,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퇴출의 과정을 통해, 완전경쟁시장의 장기균형은 0의 이윤이 됩니다.


반면, 불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생산자들의 진입 · 퇴출, 정확히 말하면 진입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대규모 고정비용 · 네트워크 효과와 같은 외부성 등으로 인해 아무나 진입하지 못합니다. 만약 진입을 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생산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음(-)의 이윤을 기록하기 때문에 곧바로 퇴출됩니다. 결국 이미 자리를 잡은 한 개 혹은 소수의 기업만이 시장에 존재하여 양(+)의 이윤을 누리게 됩니다.


즉, 자유로운 진입이 불가능한 독점 · 과점 시장에서 기존 생산자들은 초과이윤(excess return) 다르게 말해 지대(rent)를 누립니다.


▶ 전략적 행위가 필요한 과점시장 (strategic behavior under oligopoly)


이때 시장에 한 개의 기업만 존재하는 독점과 두 개 이상 소수의 기업만 있는 과점은 또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전략적 행위의 필요성' 입니다.


독점 생산자는 말그대로 시장 안에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생산자를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독점가격과 생산량을 결정하면 됩니다. 


이와 달리, 과점 생산자는 '다른 생산자의 선택을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는 전략적 행위(strategic behavior)가 필요합니다. 


왜 그래야만 하냐면,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치 않고 결정을 하면 이윤극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과점 시장에서 시장 전체 총생산량 증가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상대의 생산량을 고려하지 않고 독점 생산자처럼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하면, 상품의 시장가격이 크게 하락하여 이윤이 극대화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수 생산자 간에 상호 의존성이 존재하는 과점시장에서는 서로의 행동을 고려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수 사항입니다.


▶ 두 생산자가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cournot competition)


과점시장 속 두 생산자는 전략적 고려를 통해 자신의 최적 생산량을 동시에 결정(simultaneous) 합니다. 동시결정은 '상대방의 선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의 결정을 해야함'을 의미합니다.


두 생산자가 동시에 산출량을 결정하는 과점 모형, 이른바 꾸르노 경쟁(Cournot Competiton)에서 생산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이해하려면 말보다는 수식을 통한 설명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를 살펴봅시다.


  • 두 생산자가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cournot competition)


두 생산자의 목적은 이윤극대화 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두 생산자가 선택한 산출량의 합(q1+q2)이 시장 전체 산출량(Q)이 되고 시장 가격(P)을 결정합니다. 즉, 시장가격은 시장 전체 산출량에 관한 함수 P(Q)=P(q1+q2) 입니다. 이로 인해, 각 생산자들은 자신 이외에 다른 생산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각 생산자의 산출량 결정은 다른 생산자의 산출량에 영향을 받는데, 임의의 상대방 산출량에 대하여 나에게 이윤극대화를 안겨다주는 산출량을 최적대응함수(Best Response Function)라 하며 'BR(상대방 산출량)'로 표기합니다. 상대방이 선택할 정확한 산출량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말그대로 상대방 산출량 어떤 값에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나의 산출량을 전략으로 고려하는 겁니다.


생산자 1의 최적대응은 BR1(q2) 이며 생산자 2의 산출량 q2에 따라 달라지는데, 변수 q2는 음(-)의 계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생산자 2의 산출량이 증가할 때 생산자 1의 최적대응은 본인의 산출량을 줄이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생산자 2의 최적대응은 BR2(q1)이며, 마찬가지로 생산자 1의 산출량이 증가하면 생산자 2의 산출량은 감소해야 합니다.


이렇게 상대방 산출량이 늘어날 때 자신의 산출량이 감소해야 하는 관계를 '전략적 대체관계'(Strategic Substitute)라고 합니다. 이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정된 시장 안에서 두 생산자가 점유율을 나눠야 하니까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 두 생산자의 최적대응함수가 교차하는 점이 각각의 이윤극대화 생산량 이다


각 생산자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의식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본인 또한 상대방의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결과적으로, 각 생산자는 서로의 최적대응을 염두에 둔 이윤극대화 산출량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 값은 두 생산자의 최적대응함수를 연립방정식으로 푼 해이며 최적대응 그래프의 교점 입니다.


생산자 1과 2의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각각 q1* q2* 로 표기합니다. 


q1*는 본인의 한계비용 c1과는 음(-)의 관계이며 상대의 한계비용 c2와는 양(+)의 관계 입니다. q2* 또한 본인의 한계비용 c2와는 음(-)의 관계이며 상대의 한계비용 c1과는 양(+)의 관계 입니다.


다르게 말해, q1*는 생산자 1의 한계비용 c1이 감소하면 늘어나는 반면, 생산자 2의 c2가 감소하면 줄어듭니다. q2*는 생산자 2의 한계비용 c2가 감소하면 늘어나고, 생산자 1의 한계비용 c1이 감소하면 줄어듭니다. 


쉽게 풀어 말하면, 자국기업의 생산성 향상(=자신의 한계비용 감소)은 외국기업의 산출량을 줄이면서 자국기업의 산출량을 증가시킵니다. 반대로 외국기업의 생산성 향상(=자신의 한계비용 감소)은 자국기업의 산출량을 위축시키면서 외국기업의 산출량을 늘립니다.


이는 꾸르노 과점 모형에서 생산자 1 · 2가 전략적 대체 관계에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론 입니다. 


  • 생산자 1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한계비용(c1)이 감소하면, 생산자 1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하지만 생산자 2는 더 적은 양을 생산


위의 그래프는 생산자 1의 생산성이 개선되어 한계비용 크기가 c1'로 줄어들었을 때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생산자 1의 새로운 이윤극대화 산출량 q1*는 이전보다 증가하였고, 생산자 2의 새로운 이윤극대화 산출량 q2*는 이전보다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꾸르노 경쟁모형은 과점 시장에서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자국기업이 외국기업보다 생산량을 많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한계비용 감소가 필요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 아래 생산성을 향상시켜 한계비용을 감소시키면, 외국기업의 몫을 빼앗아 자국기업의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로 이어집니다. 


▶ 자국기업이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 

(stackelberg competiton)


자국기업의 최적 생산량을 더 많이 가져가는 또 다른 방법은 '선도자'(leader)가 되어 외국기업 보다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꾸르노 모형은 두 생산자가 '상대방이 나의 영향을 받아 이런 선택을 할 것이다'라는 걸 인지하면서동시에(simultaneous)에 산출량을 결정했습니다. 반면, 스타겔버그 모형은 선도자(leader)와 추종자(follower)가 구분되고, 선도자가 먼저 산출량을 결정하는 순차적 형태(sequence)를 띄고 있습니다.


그럼 꾸르노 모형과 스타겔버그 모형은 어떤점 때문에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요? 바로 '정보'의 차이 입니다.


꾸르노 모형에서 생산자들은 상대방의 산출량을 정확히 알지 못한채 자신의 최적대응을 세웠으나, 스타겔버그 모형에서 선도자는 '추종자가 선택한 산출량을 확실히 알고'있으며, '추종자가 선택할 산출량은 선도자의 전략에 의존'합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수식을 통해 명료하게 알아봅시다.


  • 선도자 생산자 1이 먼저 생산량을 결정하는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


추종자인 생산2는 생산자 1이 어떤 결정을 할지 알지 못하며, 생산자 1이 선택할 임의의 산출량에 대한 최적대응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생산자 2의 최적대응함수 BR2(q1)은 이전의 꾸르노 모형과 동일합니다.


반면, 선도자인 생산자 1은 자신이 먼저 임의의 생산량 q1을 선택하면, 생산자 2가 최적대응함수 BR2(q1)에 따라 행동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생산자 1의 손바닥 위에 생산자 2가 있는 꼴입니다. 그리하여 생산자 1이 고려하는 생산자 2의 산출량은 단순히 q2가 아닌 BR2(q1)으로 구체화 됩니다. 위의 선도자 생산자 1의 이윤함수에서 임의의 q2 대신 BR2(q1)이 들어간 이유입니다.


그 결과, 선도자 생산자 1은 추종자 생산자 2의 산출량과 이윤을 낮추면서 자신의 산출량과 이윤은 높이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스타겔버그 모형 결과는 꾸르노 모형의 결과와 비교하면 더 명확히 파악됩니다. 추종자 생산자 2의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감소하였고 이윤 또한 줄었습니다. 반면 선도자 생산자 1의 산출량은 증가하였고 이윤 또한 늘어났습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자국기업을 선도자(leader)가 되게끔 지원하거나 정부 자체가 선도자(first player)로 행위한다면, 외국기업의 생산량과 이윤을 희생시킴과 동시에 자국기업의 생산량과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함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를 실행시킬 수 있는지는 이번글을 계속 읽어나가면 알 수 있습니다.


▶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한다는 보장이 있나? - 맹약의 개념(commitment) 


여기까지 읽어오신 분들은 "생산자들이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한다는 보장이 있나?" 라는 물음을 던지실 수도 있습니다. 생산자 1이나 2의 최종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두 최적대응함수를 연립방정식의 해로 풀어낸 결과물인데, 생산자들이 최적대응함수를 벗어나는 결정을 한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적대응함수는 말그대로 이윤극대화를 위한 최적대응(Best Response)을 나타내고 있으며, 생산자가 이에 어긋나는 결정을 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입니다. 


또한 상대방이 나에게 이로운 결정을 하지 않으면, 나는 비합리적인 선택으로 대응할거라는 협박은 '신빙성 없는 협박'(non-credible threat) 입니다. 합리적인 생산자라면 언제나 최적대응함수에 따라 선택을 할 것이 확실하며, 이는 '맹약'(commitment)이 작동한다고 보면 됩니다.


기본적인 이론을 습득하였으니, 이제 다음 파트를 통해 본격적으로 전략적 무역 정책의 논리와 효과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보호와 자국시장 효과 (Protection and Home Market Effect)


우리는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유치산업보호론([각주:9] · [각주:10])의 논리를 알아본 바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이 수입보호정책을 선택한 전통적인 논리는 '이미 앞서있는 선진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일시적으로 피하자' 입니다.


전략적 무역정책은 '신유치산업보호론'으로 불리우며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때 보호효과가 나타나는 경로는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자국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국과 외국기업의 행위를 변경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자국시장 보호를 통해 과점시장 속 자국 · 외국 기업의 전략적 행위를 변경시켜 자국기업을 돕는 경우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① 보호관세를 통해 외국기업의 초과이윤 탈취하고 자국기업 진입을 유도


  • 브랜더 & 스펜서, 1981,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


기존 무역이론은 보호관세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물을 가져오는 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관세부과는 교역조건을 개선시키지만, 시장을 왜곡시켜 후생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1년 논문 <잠재적 진입 하에서 관세를 통한 외국 독점이윤 탈취>(<Tariffs and the Extraction of Foreign Monopoly Rents under Potential Entry>)를 통해, "보호관세를 통해 외국기업의 독점이윤을 탈취하고 자국기업 진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른바 '관세를 통한 독점이윤 탈취'(the argument for using a tariff to extract rent) 이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국내 생산자가 잠재적으로 진입할 가능성'(potential entry) 입니다.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발도상국 내에는 아직 경쟁력 있는 자국기업이 없기 때문에 외국기업 수입상품이 국내시장을 장악하여 독점이윤을 누리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정부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입니다. 이렇다할 자국기업이 없다는 점도 속 터지고, 외국기업이 초과이윤(rent)을 가져가는 것도 울분 터지게 만듭니다. 


이런 꼴을 보고 있는 개발도상국 정부로서는 '불완전경쟁이 만들어 낸 초과이윤을 관세를 통해 뺏어가고픈 유인'(under imperfect competition a country has an incentive to extract rent from foreign exporters by using tariffs)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수입상품에 관세를 부과하자니, 수입양이 줄어들고 가격이 올라 소비자후생이 악화될 경우가 우려스럽습니다. 관세는 생산비용 증가를 유발하기 때문에, 독점 생산자는 생산량 감축을 통해 더 높은 상품가격을 설정하는 식으 맞대응 합니다. 정부는 세금을 통해 수입을 증가시키지만 소비자후생은 악화됩니다.


이때, '자국 생산자가 잠재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불완전경쟁 하에서 관세정책 사용을 쉽게 만들어 줍니다(potential entry has an implications for tariff policy in the presence of imperfect competition).


자국기업은 국내시장에 진입하면 시장구조는 독점에서 과점으로 변합니다. 이때 자국기업은 추종자이기 때문에, 선도자인 외국기업이 결정해놓은 생산량을 고려하여서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외국 생산자는 자국 생산자의 시장진입을 억제하는 생산량(limit output)을 설정해놓은 상황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불완전경쟁 시장에서는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산량이 필요한데, 자국기업이 최소한의 생산량을 결정할 수 없게끔, 선도자인 외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해버린 겁니다. [선도자의 이익]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관세정책을 자국에게 이롭게 만들어 줍니다.  외국기업은 차라리 개발도상국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는 편이 자국기업이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자국기업의 잠재적 진입을 막아야하는 외국기업으로서는 생산량을 감축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후생 저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관세정책은 부작용 없이 외국기업의 독점이윤을 그대로 뺏어올 수 있습니다.


관세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어느 순간이 되면, 외국기업이 독점일 때 얻고 있는 이윤이 자국기업이 진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과점 이윤보다 적어지게 됩니다. 외국 기업은 진입억제 전략을 포기하고 맙니다. 즉, 관세정책은 자국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게끔 유도하는 것까지 성공합니다(entry-inducing tariff). 이제 시장에 진입한 자국기업은 과점 이윤을 외국기업과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그 결과, 외국기업만이 누리던 독점이윤을 ① 정부의 세금부과로 탈취 했으며 ② 자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입을 유도하여 뺏어오게 되었습니다. (Protective tariffs insure that domestic firms can enter and survive, and these firms earn rent from foreign operations.)


② 수출진흥을 만들어내는 수입보호 정책


개발도상국 정부는 수입보호 정책을 통해 자국기업의 시장진입 유도를 넘어서서 이미 진입해있는 자국기업의 수출을 촉진할 수도 있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1987년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수출진흥으로서 수입보호 : 과점과 규모의 경제 하에서 국제적 경쟁>(<Import Protection As Export Promotion: International Competition in the Presence of Oligopoly and Economics of Scale>)을 통해, 수입보호 정책이 수출진흥 정책의 역할을 함을 보여줍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국기업과 외국기업, 총 2개의 기업만이 존재하는 과점 상황이며 이들은 양국에서 모두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이 속해있는 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많은 기업일수록 소요되는 한계비용이 적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무작정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는 없고, 상대방의 생산량에 따라 자신의 생산량을 결정하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합니다. [꾸르노 경쟁 모형]


  • 생산자 1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한계비용(c1)이 감소하면, 생산자 1은 더 많은 양을 생산하지만 생산자 2는 더 적은 양을 생산


이때 자국정부가 외국으로부터 수입을 막는 보호무역 정책을 채택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요?


보호 속에서 자국기업은 국내에서 생산량을 늘리게 되고, 이에 따라 한계비용도 감소합니다. 앞서 꾸르노경쟁 모형 설명에서 배웠듯이, 줄어든 한계비용은 자국기업의 최적대응곡선을 바깥쪽으로 이동시키고, 이윤극대화 산출량은 이전에 비해 증가합니다. 반면, 외국기업의 산출량은 감소합니다. 


이렇게 늘어난 산출량은 다시 한계비용을 감소시키고, 한계비용 감소는 다시 산출량을 늘립니다. 보호무역 정책이 자국기업의 생산량 증가 → 한계비용 감소 → 생산량 증가가 이어지는 선순환 인과관계를 만들어 낸겁니다(circular causation from output to marginal cost to output). 반대로 외국기업의 경우 악순환에 빠지고 맙니다.


이때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수입보호 정책 덕분에 자국기업의 생산량이 국내시장 뿐 아니라 외국시장에서도 증가한다는 점입니다. 논문 제목처럼 수출진흥의 역할을 하고 있는 수입보호 (import protection as export promotion) 입니다.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이 보기엔 "국내시장 보호가 자국기업에게 성공적 수출을 위한 기반을 제공해준다"는 논리는 이단적 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완전경쟁모형과 규모보수불변의 가정에서 벗어난 과점경쟁모형과 규모의 경제 작동 이라는 가정이 필요합니다. 폴 크루그먼의 연구는 이를 잘 수행하였습니다.




※ 이윤을 자국기업으로 이동시키는 보조금(Profit-Shifting Subsidies)


이번 파트에서 소개할 전략적 무역 정책은 198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논리 입니다. 


일본이 보호체제에 힘입어 반도체 · 전자 · 자동차 · 철강 등의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 진입하는데 성공하고 수출을 증진시키자, 미국정부가 대응을 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특히 R&D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학연구[각주:11]가 많아지면서, R&D 투자비중이 높은 최첨단산업(high-tech)을 지원 · 육성하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행정부가 어떻게 자국기업을 도울 수 있을까요?


  •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의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

  •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의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는 1983년 논문 <국제적 R&D 경쟁과 산업전략>(<International R&D Rivalry and Industrial Strategy>), 1985년 논문 <수출 보조금과 국제시장 점유율 경쟁>(<Export Subsidies and International Market Share Rivalry>)를 통해, 부의 R&D 보조금 지원으로 자국기업 R&D 투자수준이 증가하여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는 논리를 제시했습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의 R&D 보조금 지원으로 자국기업의 R&D 투자가 증가하여 더 많은 이윤 획득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이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 모형

  • 주어진 R&D 투자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한계비용이 낮아져, 상대기업에 비해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세계시장은 자국기업과 외국기업 2개만 존재하는 과점 상황이며, 이들은 주어진 R&D 수준에서 산출량을 동시에 결정하는 꾸르노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R&D 투자는 기업의 한계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즉, R&D는 비용절감 혁신(cost-reducing)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R&D 투자 수준이 높은 기업일수록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은 위의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R&D 투자 수준이 높아진 기업은 생산량 결정 단계에서 최적대응함수가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그 결과 더 많은 양을 생산하게 됩니다. 상대방 기업의 생산량은 위축됩니다.


결국 문제는 각 기업의 R&D 투자수준이 어떤 크기로 결정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각 기업은 제품 생산에 앞서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결정합니다. 이때 기업들은 여기서 결정되는 R&D 투자수준이 추후 산출량을 결정함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산출량 결정 단계에서 나타나게 될 결과를 염두에 두고, 이윤을 극대화 시켜줄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은 서로 R&D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이들 기업은 비용 극소화를 위해 필요한 R&D 수준 보다는 조금 더 많은 양을 투자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이 R&D 부문에 무한정 많은 투자를 할 수는 없습니다. R&D 투자를 통해 얻게 될 이윤증대 크기가 투자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적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R&D 투자수준은 결국 나중에 결정되는 산출량 및 이윤 크기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으며, 현재 R&D 투자수준은 이윤을 극대화 시켜주는 크기 입니다.


  • 자국기업과 외국기업이 산출량 결정에 앞서 R&D 투자수준을 동시에 결정하는 상황

  • 정부의 R&D 투자 보조금 지원은 자국기업의 R&D 투자수준을 증가시키게 돕는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싶은 자국기업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기업 자체적인 R&D 투자 확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 R&D 투자수준은 이윤극대화를 달성케해주는 크기이며, 이를 넘어선 투자는 오히려 이윤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자국기업이 R&D 투자수준을 높일 거라는 발표만 한다면, 이를 듣게 된 외국기업이 대응하기 위해 R&D 투자수준을 변경하게 되고, 이것이 자국기업에게 R&D 투자를 늘릴 여지를 안겨다주지 않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외국기업은 현재의 상황이 서로에게 최적의 투자수준임을 알고 있으며, 자국기업의 R&D 투자 확대 발표는 신빙성 없는 위협(non-credible threat) 이라고 여깁니다.


바로 여기서 정부의 R&D 보조금 지원이 자국기업의 R&D 투자를 신빙성 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일종의 '선제적 맹약'(pre-commit) 입니다.


정부가 세액감면 혹은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 정책을 시행하면, 자국기업은 R&D 투자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을 덜게 됩니다. 그럼 오직 생산량 증대가 가져오는 이윤증가 만을 고려하여 R&D 투자수준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균형 산출량도 증가하여 실제로 이윤과 점유율이 상승합니다.


브랜더와 스펜서는 '정부의 R&D 보조금 지원 정책은 기업 간 꾸르노 경쟁을 (자국이 선도자인) 스타겔버그 경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자국정부는 기업간 게임에 참여하여 선도자(first-player) 역할을 수행합니다. 다음 단계에 결정될 외국기업의 산출량 · R&D 투자수준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인지하고, 이에 대응하여 R&D 보조금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겔버그 경쟁 모형에서 선도자가 더 많은 산출량 · 이윤을 가져가는 것과 같이, 정부의 개입은 초과이윤을 만들어내는 산업에서 외국기업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from obtaining a larger domestic share of internationally profitable industries.)




※ 교과서 버전으로 살펴보는 전략적 무역 정책의 원리와 문제점


제임스 브랜더와 바바라 스펜서가 창안한 전략적 무역 정책은 꾸르노 · 스타겔버그 등등 어려워 보일 수 있는 개념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학부 국제무역론 교과서는 이를 단순한 내쉬균형 개념을 이용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면 전략적 무역 정책이 가진 단점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인지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디선가 보았을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간의 내쉬균형 입니다.


▶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중 어느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생존할까


  •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할 때, 미국 보잉의 최적대응은 생산하지 않는 것

  • 미국 보잉이 생산할 때, 유럽 에어버스의 최적대응은 생산하지 않는 것

  • 누가 먼저 세계시장에 진입해 있느냐가 균형을 결정 (파란색 칸)


항공산업은 생산에 막대한 고정비용과 R&D 투자가 수반되며 수요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과점 시장 입니다. 


이때 미국과 유럽이 항공산업 진입결정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위의 표는 상대방의 행동에 따른 나의 행동이 가져올 보수를 보여줍니다. 


미국 보잉의 행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유럽 에어버스가 먼저 생산을 하고 있을 때, 미국 보잉이 진입하면 -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미국 보잉은 진입을 하지 않습니다.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면, 미국 보잉이 진입하면 100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미국 보잉은 진입을 합니다.


유럽 에어버스의 행동도 이와 동일합니다. 만약 미국 보잉이 먼저 생산을 하고 있을 때, 유럽 에어버스가 진입하면 -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유럽 에어버스는 진입을 하지 않습니다. 미국 보잉이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면, 유럽 에어버스가 진입하면 100 · 진입하지 않고 있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유럽 에어버스는 진입을 합니다.


결국 항공산업에서 어떤 기업이 생산하느냐는 '누가 먼저 진입해 있었는가 라는 역사적 우연성'이 결정합니다. 


▶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까


  • 미국정부가 보잉에 25의 보조금 지원
  •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미국 보잉은 생산하는 게 이익
  • 이를 아는 유럽 에어버스는 아예 생산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고, 미국 보잉이 독점이윤 125 획득 (균형은 파란색 칸)

이런 애매한 상황을 타개하고 확실한 이익을 챙기기 위하여, 미국정부는 자국 항공사가 시장에 진입하면 25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합니다. 

앞서와 달리,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미국 보잉은 생산하는 게 무조건 이익 입니다. 왜냐하면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고 있을 때 진입을 하면 20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생산하지 않고 있을 때 진입을 하면 12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어느경우든 진입하는 게 더 큰 보수를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유럽 에어버스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미국 보잉이 진입을 할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잉이 생산할 때, 유럽 에어버스가 진입을 하면 -5 · 진입하지 않으면 0의 보수를 얻기 때문에, 유럽 에어버스는 아예 생산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합니다.

그 결과, 미국 보잉은 생산을 하고 유럽 에어버스는 생산을 하지 않는 균형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 보잉은 독점이윤 125를 획득 합니다.

즉, 이번글에서 살펴보았다시피, 미국정부의 보조금 지원은 유럽 에어버스의 전략적 선택을 변경시킴으로써 미국 보잉의 독점이윤을 발생시켰습니다


▶ 이를 본 유럽연합이 보조금 지원으로 보복을 한다면? (retaliation)


  • 미국정부의 정책에 맞서 유럽연합도 보조금 25 지원

  • 그 결과,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모두 20의 이윤을 거두나, 이는 보조금 25보다 적다


전략적 무역 정책은 근본적으로 외국기업을 희생시켜 자국기업을 돕는 '근린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입니다. 그리고 이는 외국의 보복(retaliation)을 초래하게 됩니다. 


보다 못한 유럽연합이 보조금 25 지원으로 맞불을 놓습니다. 그 결과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모두 시장에 진입하여 생산을 하고 각각 20의 이윤을 가집니다. 그런데 이는 정부가 지원한 보조금 25보다 적기 때문에, 사회 전체 이윤은 -5나 마찬가지 입니다. 즉, 미국의 전략적 무역정책은 유럽연합의 보복을 초래하여 사회적으로 더 나쁜 결과(socially worsen off)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사례는 현실에서 전략적 무역 정책을 구사할 때 맞딱드리게 될 문제점을 보여줍니다. 


▶ 정부는 자국 · 외국기업의 보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전략적 무역 정책의 본질적인 문제는 '자국기업 및 외국기업의 행동이 가져올 보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현실에서 기업들이 얻게 될 이익이 표에 채워놓은 숫자일지 아닐지 알 수 없습니다. 표에 채워놓은 숫자를 조금만 바꾸면 전략적 무역 정책의 효과를 사라집니다. 


하나의 사례로서, 만약 정부가 자국기업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외국기업의 능력을 과소평가할 경우, 보조금 지원정책은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합니다. 


  • 이런 보수구조에서 균형은 유럽 에어버스 만이 시장에서 생산하여 독점이윤 획득

  • 그런데 미국정부는 미국 보잉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유럽 에어버스의 능력을 과소평가 


위와 같은 보수구조는 유럽 에어버스만이 시장에서 생산하는 균형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미국정부는 미국 보잉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유럽 에어버스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앞서의 경우처럼, 미국 보잉이 생산할 때 얻는 이윤이 -5 혹은 100으로 생각하며,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할 때 얻는 이윤도 -5 혹은 100 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정부는 현재 유럽 에어버스만이 시장에서 생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유럽 에어버스가 먼저 시장에 진입한 역사적 우연성 덕분에 초과이윤을 누리고 있구나" 라고 오판하고 맙니다. 그리하여 보잉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유리한 균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미국정부가 보잉에 25의 보조금을 지원

  • 그러나 균형은 여전히 유럽 에어버스만 시장에 생존하여 독점이윤 150 획득


미국정부는 호기롭게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하고 있을 때 미국 보잉이 진입하면 -5의 보수를, 생산하지 않고 있을 때 진입하면 100의 보수를 얻습니다. 유럽 에어버스는 미국 보잉이 생산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언제나 생산을 하는 게 이득입니다. 그런데 미국보잉은 유럽 에어버스가 생산을 하고 있으면 진입하지 않는 게 이득입니다.


그 결과, 균형은 여전히 유럽 에어버스만 시장에 생존하여 독점이윤 150을 획득하게 것이 됩니다. 미국정부의 전략적 무역 정책은 균형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습니다.  


이번글에서 소개한 전략적 무역 정책 논리 또한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꾸르노 모형 · 스타겔버그 모형 등등을 사용하여 전략적 무역 정책의 논리를 그럴싸하게 설명 하였으나, 정부는 개별 기업의 보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혹시 어떤 행위를 선택할지는 안다고 하더라도, 정확히 어느 정도의 보조금을 지원해야 외국기업의 행동을 자국기업에게 유리하게 변경시킬지는 알지 못합니다


결국 전략적 무역 정책은 책 속 이론에서만 타당한 정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 전략적 무역 정책을 둘러싼 논쟁


1970-80년대 들어 일반화된 '독과점을 통해 초과이윤을 얻는 산업'이 존재할 때의 무역정책의 효과를 설명해주는 전략적 무역 정책은 당시 '미국정부가 어떠한 무역정책을 선택해야 하느냐'를 두고 펼쳐진 논쟁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전략적 무역 정책의 효과를 믿었던 사람들은 일본의 보호체제를 무너뜨리는 방식 · R&D에 의존하는 미국 최첨단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높이려고 하였습니다. 일본의 보호체제는 미국기업을 희생시키는 문제를 초래하니 어서 빨리 대응해야했고, 미국 최첨단기업 지원은 일본기업을 희생시켜 미국에 독점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으니 바람직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자유무역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전략적 무역 정책의 현실적 한계를 집중적으로 비판하였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략적 무역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제임스 브랜더 · 바바라 스펜서 · 폴 크루그먼 모두 실제 효과에 회의적이었다는 점 입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왜 미국은 '일본의 무역체제'를 문제 삼았으며, '전략적 무역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다음글 :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⑤] 닫혀있는 일본시장을 확실히 개방시키자 - Results rather than Rules


  1.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joohyeon.com/273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joohyeon.com/274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http://joohyeon.com/275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① 개정판]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6.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joohyeon.com/217 [본문으로]
  7.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8. 두 시장 간 본질적인 차이는 가격을 '주어진 것'(given)으로 받아들이느냐에 있지만, 여기에서는 '초과이윤 존재여부'에 주목합시다 [본문으로]
  9.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 http://joohyeon.com/271 [본문으로]
  10.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http://joohyeon.com/272 [본문으로]
  11.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http://joohyeon.com/25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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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

Posted at 2018. 8. 27. 01:28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국제무역논쟁] 시리즈의 본격적 시작


[국제무역논쟁] 시리즈의 첫번째 글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이야기했듯이, 자유무역을 둘러싼 비판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달라진 것은 과거에는 개발도상국 내에서 오늘날에는 주로 선진국 내에서 불만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과거 개발도상국이 직면했던 문제는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 입니다. 따라서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라는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경제발전은 고민거리가 아닌) 오늘날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시장개방이 계층별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Income Distribution) 입니다.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산업을 신흥국 특히 중국이 뒤쫓아오고 소득분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개도국과 선진국이 직면한 문제와 불만을 가지게 된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어찌됐든 모두들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이로운 것인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의 어떤 논리가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을까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이 개도국의 경제발전은 가로막는 이론일까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이 선진국의 소득분배를 방치하는 이론일까요?


지금까지 4편의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글을 통해, ① '18세기 애덤 스미스로부터 자유무역 사상이 나오게 된 배경'[각주:1] · ② '19세기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각주:2] ·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작동하는 원리'[각주:3] · ④ '무역의 이익을 결정하는 교역조건의 중요성'[각주:4]을 살펴보았고, 개별 글들의 마지막에서 [국제무역논쟁]의 논점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제 이번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①]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수확체감과 교역조건 악화에서 벗어나자'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국제무역논쟁]의 논점을 다룰 겁니다. 앞서 보았던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는 과거와 오늘날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내에서 벌어져온 논쟁을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개발도상국이 잘못 이해했던(하고있는) 비교우위 논리


왜 과거 개발도상국들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 논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을까요? 앞서 경제발전이 시급했던 이들이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라는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하였는데, 비교우위론이 무엇을 말하는 경제이론이기에 그런 것일까요?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론에 비판적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각해봅시다.


①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상호이득'(mutual gain)을 준다는 논리를 이해 못함

약소국인 우리가 강대국인 선진국가와의 무역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개발도상국에게도 이익을 안겨다주는가

-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의 작동 원리]


: "약소국인 우리가 강대국인 선진국가와의 무역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외국에 상품을 판매하려면 다른 국가들보다 더 싸거나 더 좋은 물건을 생산해야 하는데, 능력이 부족한 개도국 생산자들은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의문은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비교우위론은 '국가의 절대적 생산성이 아니라 상대적인 생산성이 우위를 결정한다'고 말하며, '생산의 절대비용이 아닌 상대적 비용, 즉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이입니다.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자본 · 노동 등 생산요소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약소국에 비해 생산의 기회비용이 큰 상품이 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선진국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게 절대적인 생산비용이 낮다고 할지라도, 기회비용 관점에서는 개도국의 상품을 수입해 오는 것이 더 저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를 약소국의 관점에서 본다면, 절대적인 생산비용은 높더라도 기회비용이 작은 상품이 존재하게 되고, 따라서 개발도상국 상품도 선진국에 수출을 할 수 있습니다. 


▶ 기회비용 관점에서 바라본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상대가격 관점에서 바라본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또한, 지난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를 통해 계속해서 강조했듯이, 서로 다른 국가들 간에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different relative price) 입니다. 생산의 기회비용이 다르면 상대가격도 달라지고, 이로 인해 강대국과 약소국 간에도 무역이 이루어 집니다. 여기에 국력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역의 이익(gains from trade)은 '자급자족시 국내 가격과 국제무역시 세계시장 가격이 얼마나 다른가'가 결정합니다. 세계시장에 수출했을 때 받는 가격이 국내에 판매할때의 가격 보다 높을수록, 세계시장으로부터 수입했을 때 지불하는 가격이 국내에서 구매할때의 가격보다 낮을수록, 무역의 이익은 커집니다. 여기에서도 국력의 차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오히려 몇몇 상품을 제외하고는 개발도상국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여러 나라 상품 가격의 가중평균으로 결정되는) 세계시장 가격은 개발도상국 가격과 차이가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무역의 이익은 선진국 보다는 개발도상국이 더 많이 누리게 될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서로 다른 상품 가격이 무역을 하는 이유와 무역의 이익을 결정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그럼에도 개발도상국이 선진국과의 무역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개도국이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저생산성의 열위를 보완해주는 낮은 임금'(low wage) 입니다. 개도국과 선진국의 임금은 그들의 생산성 수준에 따라서 결정되는데, 개도국은 낮은 임금을 유지함으로써 저생산성 열위를 상쇄할 수 있습니다.  


"그럼 선진국은 개도국의 저임금으로 인해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느냐"고 되물을 수 있는데 그런 것도 아닙니다. 개도국의 저임금은 저생산성의 결과물입니다. 개도국의 낮은 임금은 비교우위를 유지하는 수준에서만 유지될 뿐입니다. 


제가 말하고픈 것은 '개발도상국은 낮은 생산성에 맞추어 저임금을 유지함으로써 강대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고', '선진국은 고임금을 가지고 있으나 생산성 수준도 그에 맞게 높기 때문에 개도국에 대해 가지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 입니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모두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으로 '상호이득'(mutual gain)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임금을 고려한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개도국 저임금 & 선진국 고임금 이지만, 양쪽 모두 무역을 통해 상호이득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

- '19세기 영국'에 살던 리카도가 만든 비교우위론이 다른 상황에 놓인 국가에도 적용 가능한가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과거 개발도상국들이 단순히 '국력이 강한 선진국과의 무역경쟁에서 이길 수 없을 것' 이라고 생각한 것은 비교우위론을 잘못 이해한 결과물 입니다. 그렇다면 자유무역에 부정적이었던 그들의 태도는 모두 무지에서 나온 것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글부터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수확체감산업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무역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등장한 비교우위론. 다른 상황에 처한 국가에도 적용될 수 있나

-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

-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는 1817년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를 통해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국제무역이론의 패러다임을 바꾸었습니다. 비교우위론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제학계 내에서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 명제'(both true and non-trivial)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리카도가 살고 있던 상황과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온 배경에 주목해야 합니다. 


● 제6장 이윤에 대하여


한 나라가 아무리 넓어도 토질이 메마르고 식량 수입이 금지되어 있으면, 최소한의 자본의 축적이라도 이윤율의 커다란 하락과 지대의 급속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에, 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36~137쪽


① 19세기 영국 - 수확체감 산업인 농업이 비교열위 · 수확체증 산업인 제조업이 비교우위


② 자유무역의 이점 - 수확체감 산업을 포기하고 수확체증산업에 특화하여 경제성장 달성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각주:5]에서 구체적으로 소개하였듯이, 19세기 영국에 살았던 리카도가 우려했던 것은 '토지 경작 확대에 따른 이윤율 저하' 였습니다.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열등한 토지도 개간해야 했는데, 경작지가 확대될수록 토지의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으로 인해 지주(landlord)의 이익만 증가하고 자본가(farmer & manufacturer)의 이윤(profit)은 감소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의 동기가 저하되어 경제성장이 멈추게 될 가능성을 리카도는 우려하였습니다.[Tendency of the rate of profit to fall.]


이런 상황 속에서, 19세기 영국이 이윤율의 영구적 저하를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은 '곡물법 폐지를 통한 자유무역'[From Corn Law to Free Trade] 이었습니다. 외국으로부터 식량을 자유롭게 수입해온다면 경작지를 확대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자본가의 이윤율도 하락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축적 동기가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습니다.


즉, 데이비드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주장한 배경에는 19세기 영국의 비교열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 · 비교우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 자유무역을 통해 수확체감산업인 농업부문을 포기하고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에 특화함으로써 경제성장 달성 가능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19세기 영국과는 다른 상황에 처한 국가도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으로 경제성장 및 생활수준 향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쉽게 말해, 만약 19세기 영국과는 정반대로,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인 국가라면, 자유무역이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게끔 만들어 경제성장을 방해하지 않을까요?


이런 이유로 인하여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1920~30년대 호주 사례를 살펴보며, 자유무역이 아닌 보호무역이 생활수준 향상을 이끌어낼 수도 있는 경우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영국과는 정반대 상황에 놓여있는 호주는 보호무역이 필요하다




경제이론은 합리적추론의 기반이지만 일반적인 지침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엄밀하면서 비교할 수 있는 결과물은 항상 시간 및 공간의 상황에 달려있다. 고전 국제무역이론은 영국의 상황으로부터 도출된 것이다.[각주:7] (...)

(the precise and comparative results are always dependent upon circumstances of time and place. The classic theory of international trade has been derived from English circumstances.)


계속 반복해서 말하자면, 규제를 하느냐 마느냐는 일반론에 의해서 결정되어서는 안되고 특정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보호무역을 하느냐 자유무역을 하느냐를 결정할 때는 매우 중요한 세 가지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인구증가 · 토지의 수확체감성 · 국제수요에 미치는 영향[각주:8]. (...) 


이러한 시각에서 보았을 때, 자유무역이 영국에게 이로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주에게 이로운 것은 보호무역 정책이다

(From this point of view it appears that protection has been as beneficial to Australia as free trade has been to Great Britain.)


- James Bristock Brigden, 1925, 'The Australian Tariff and The Standard of Living'


호주 경제학자 James Bristock Brigden은 1925년 논문 <호주 관세와 생활수준>을 통해, "자유무역이 영국에게 이로웠던 것과 마찬가지로, 호주에게 이로운 것은 보호무역 정책이다." 라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이후에 그는 호주 정부의 무역정책 입안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보호무역 기조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러한 1920~30년대 호주의 사례는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 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었습니다.


Brigden은 왜 당시 호주에게 보호무역정책, 정확히 말하면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부문에 대한 특화를 줄이고 수입관세 부과를 통해 비교열위를 가진 제조업을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았을까요? 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영국과 호주의 상황(circumstance)이 달랐다는 점에 있습니다. 호주는 영국과는 정반대로,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인 국가입니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영국과는 달리, 비교열위가 수확체증산업이고 비교우위가 수확체감산업 이라는 점이 무역정책 결정에 있어 왜 중요한가?" Brigden이 보호무역정책을 옹호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 수확체감산업에 특화하면 소득분배는 악화되고 생활수준은 감소하고 만다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s)이란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을 늘려나갈수록 새로 얻게되는 생산량의 크기가 줄어듦을 의미합니다. 일은 예전과 똑같이 하는데 돌아오는 건 갈수록 줄어드니, 무언가 좋지 않다는 걸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리카도도 '토지의 수확체감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무역을 주장했습니다. 투입되는 노동량은 동일한데 열등한 토지를 개간할수록 생산량은 줄어드니, 곡물 한 단위당 투하노동량이 많아지게 됩니다. 그 결과, 곡물 가격은 비싸지고 노동자의 임금도 올라서 자본가의 이윤은 감소합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수확체감 → 투하노동 증가 → 곡물가격 상승 & 임금 증가' 논리는 19세기 가치 · 임금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카도는 가치의 투하노동설 · 임금의 생계비설을 믿었습니다. 이는 현대 경제이론과는 다릅니다. (리카도 이론 참고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현대 경제이론에서는 새로 얻게되는 생산량의 크기가 감소하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도 당연히 줄어듭니다. 1인당 생산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임금도 하락합니다. 어찌됐든 수확체감성이 좋지 않다는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일합니다.


호주 경제학자 Brigden이 우려한 것은 '호주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primary sector)에 특화하여 성장할수록 소득분배가 악화되고(deteriorated income distribution) · 생활수준이 감소(lower standard of living)'할 가능성 이었습니다.


생활수준 감소를 불러오는 첫번째 경로는 1차 산업의 수확체감성 그 자체입니다. 무역의 결과 높은 가격을 받게 되어 소수 지주들의 이익은 증가하지만(raise the return to a few landowners), 1인당 생산량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1차 산업에 종사하는 다수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합니다(shrink the wages of laborers)


두번째 경로는 비교열위[제조업]에 종사했던 근로자 문제 입니다. 자유무역의 결과 시장이 개방되면 비교열위 부문은 경쟁력을 잃기 때문에 제조업 근로자들은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러나 1차 산업은 갈수록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다른 근로자들을 흡수할 능력이 떨어집니다(difference in capacity to absorb labour). 결국 무역의 결과 제조업 근로자 상당수는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따라서 호주는 자유무역 이후 지주와 근로자 간 소득분배가 악화됩니다. 또한 동일한 생활수준(=1인당 소득)을 유지하려면 인구가 더 적어져야 하며, 만약 인구수준을 유지한다면 생활수준 하락은 불가피 합니다. (the evidence available does not support the contention that Australia could have maintained its present population at a higher standard of living under free trade.)




※ 1차산업 특화는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


  •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은 교역조건 악화를 초래

  •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자국 RS 이동은 세계시장 RS도 이동시켜 세계시장 가격을 변화시킴


Birdgen이 걱정했던 또 다른 사항은 '호주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에 특화하여 공급을 늘려나갈수록 세계시장 가격이 하락하여 교역조건이 악화(additional output would further aggravate the situation by adversely affecting Australia's terms of trade) '될 가능성 입니다.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을 통해 배운 이론처럼. 자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는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을 증가시켜 교역조건을 악화시킵니다.


이때 자국이 세계시장에 조그마한 영향만 미친다면 자국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이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은 변동이 없지만, 자국의 공급에 따라 세계시장 내의 공급이 좌우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자국 내 상품 공급 증가에 따라 세계시장 공급도 크게 증가하여 세계시장 가격은 하락합니다.


1920~21년 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상품 부문 세계공급물량에서 호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달했습니다. 따라서 호주가 비교우위에 입각하여 특화상품 생산을 늘려나갈수록 교역조건이 악화하여 국민소득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맙니다(an increase in our supplies might have reduced the value received per unit of reduced volume per head, still further reducing income per head.) 




※ 영국의 자유무역과 호주의 보호무역은 수확체감 압력을 완화시켜줌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① :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 해결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② : 교역조건 개선을 통해 국민 생활수준 향상


영국, 미국과 호주가 처한 상황은 꽤나 다르다[각주:9]


영국이 자유무역을 채택하였을 때 (...) 수확체증이윤을 가져다주는 제조업을 외국과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확장시킬 능력이 됐었다. 영국이 실제로 포기한 보호는 수확체감산업인 농업부문 이었다. 농업은 소득을 감소시키고 제조업 자본가에게 해를 끼쳤었다. 자유무역은 수확체증산업 쪽으로 생산을 변화시켰다[각주:10]


제조업 성장을 고려하면, 호주에게 자유무역은 영국과는 정반대의 영향을 끼친다[각주:11].  


영국의 보호무역정책은 농업을 보호하고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의 확장을 방해하였다. 호주의 보호무역정책은 수확체감을 초래하는 농업 확장을 막아줄 것이다. 영국의 자유무역이 수확체감 압력을 완화시켜 높은 생활수준을 가능케 했다면, 호주의 보호무역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만들어줄 것이다[각주:12]


보호무역정책이 영국과 호주에서 서로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 관세 및 무역정책 시행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각주:13].    


- James Bristock Brigden, 1925, 'The Australian Tariff and The Standard of Living'


이처럼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호주에게 '소득분배 악화 · 생활수준 저하 · 교역조건 하락'을 가져다줍니다. 호주 출신 경제학자 Brigden은 당연히 "호주에게 필요한 건 자유무역이 아니라 보호무역" 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Brigden은 "영국의 자유무역이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의 확장을 막았다면, 호주의 보호무역이 같은 역할을 할 것" 이라고 믿으며 실제로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해 나갔습니다.


그렇다면 비교열위인 제조업 부문 보호를 위해 수입관세(tariff)를 부과하는 무역정책이 어떻게 호주에게 이득을 안겨다줄 수 있을까요?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① :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 해결


보호무역의 첫번째 효과는 근로자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분배 문제 해결 입니다(the primary purpose of the tariff was to redistribute income)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수확체감산업은 갈수록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비교우위를 가진 1차산업에 특화를 해나갈수록 근로자 1인당 생산량 및 임금이 감소합니다. 이익을 얻는 것은 오직 소수의 지주들 뿐입니다. 


따라서 1차산업에 특화를 하지 않고 보호무역을 통해 비교열위인 제조업 생산을 늘린다면, 정반대로 근로자 1인당 생산량 및 임금이 감소하지 않을 뿐더러 소수 지주의 이익도 줄어들기 때문에 소득분배 문제가 해결됩니다.   


보호무역정책이 근로자, 특히 제조업 근로자 임금을 상승시키는 또 다른 경로는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는 본 블로그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에서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경제학자 프강 스톨퍼(Wolfgang Stolper)폴 새뮤얼슨(Paul Samuelson)은 1941년 논문 <보호주의와 실질임금>(<Protection and Real Wages>)를 통해, 국제무역이 자본 · 노동 등 요소가격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s of international trade on absolute factor price)을 탐구했습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국가들마다 다른 기술수준(technology)으로 인해 상대적 생산성이 높은 상품은 수출하고[비교우위] 낮은 상품은 수입한다[비교열위]'고 말한다면, 헥셔-올린의 무역이론은 '국가들마다 다른 부존자원(endowment factor)으로 인해, 풍부한 요소가 집약된 상품은 수출하고[abundant factor intensity] 희귀한 요소가 집약된 상품은 수입한다[scarce factor intensity]'고 말합니다.


시장개방은 수출상품 가격을 더 비싸게 만들고 수입상품 가격을 더 싸게 만들기 때문에[각주:14], 제무역의 결과 풍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상승하고 희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하락합니다. 반대로 자급자족은 수출상품 가격을 다시 하락시키고 수입상품 가격을 비싸게 만들기 때문에, 보호무역은 풍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하락하고 희귀한 생산요소는 가격이 상승합니다. 이것이 바로 '스톨퍼-새뮤얼슨 정리' 입니다. 


호주의 경우 토지(land)가 풍부한 생산요소(abundant factor)이고 노동(labor)이 희귀한 생산요소(scarce factor)이기 때문에,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토지의 가격(지대)이 상승하고 보호무역을 실시하면 노동의 가격(임금)이 상승합니다.


따라서, 호주가 보호무역정책을 채택하게 되면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 따라, 지대가 하락하고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게 되어 소득분배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 호주 보호무역 효과 ② : 교역조건 개선을 통해 국민 생활수준 향상


앞서 살펴본 보호무역 효과가 '소득 재분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보호무역은 교역조건 개선을 통해서 '국민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the improved terms of trade induced by the tariff would increase aggregate income).


호주가 비교우위를 가진 농업 · 철광석 등 1차 산업에 특화하여 공급을 늘려나갈수록 세계시장 가격이 하락하여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는 점은 이야기 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import tariff)이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통해 수입관세가 어떻게 교역조건 및 생활수준을 개선시키는지 살펴봅시다.


  • 호주와 외국의 '서로 다른 가격'이 무역을 만들어낸 모습

  • 녹색선 및 글자는 수입관세 부과 이후 달라진 무역 양상


외국은 제조상품을 더 싸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수출하며, 호주는 제조상품을 비싸게 만들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싼 가격에 수입을 해오고 있습니다.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은 두 국가 가격의 중간수준에서 결정되어 있습니다.

이때 호주가 수입관세를 t만큼 부과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상품을 수출하는 외국 생산자는 "호주에 판매할 때 받을 수 있는 가격이 우리나라에 파는 것보다 t만큼 비싸지 않는 한 수출을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 결과, 호주 내에서 수입상품 판매 가격이 상승하고, 상품을 수출하는 외국 내에서는 호주와 t만큼 가격 차이가 나는 수준까지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 초과 생산량(=수출 물량)을 조절할 겁니다.

(참고 : 무역이 이루어지는 원리인 '서로 다른 가격'과 '초과 생산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전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따라서 제조상품을 수출하는 외국이 초과 생산량을 줄이고 수출 가격을 하락시킨 결과, 호주는 더 싼 가격에 제조상품을 일단 수입(=교역조건 개선)해오고, 호주 소비자들은 관세를 더하여 더 비싸진 가격에 수입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 호주가 제조상품에 수입관세를 부과한 결과, 외국이 제조상품을 수출하는 가격은 하락하고, 호주 내 제조상품 가격은 상승

  • 그 결과, 소비자 · 생산자 · 정부의 후생 손실 및 이득이 서로 달라지게 된다

  • 이때 교역조건 개선 이득도 고려해야 함


그렇다면 수입관세 부과 이후, 호주 국민들의 후생은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서는 호주 국민들을 소비자 · 생산자 · 정부로 구분해야 합니다.

수입관세로 인해 호주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므로 후생 손실 -(a+b+c+d)을 봅니다. 반면, 호주 제조업 생산자들은 국내에서 판매할 때 받게 되는 가격이 상승하였으므로 후생 이득(a) 얻습니다. 정부는 관세를 통해 세금 수입을 늘리므로 역시 이득(c+e)을 얻습니다.

이를 종합하면, 소비자 · 생산자 · 정부를 모두 고려한 후생변화는 -(b+d)+e 이고, 이를 후생손실로 표현하면 b+d-e 입니다. 만약 관세로 인한 가격 왜곡 손실을 나타내는 b+d의 크기가 e 보다 더 클 경우, 보호무역 정책은 호주 국민들의 후생을 감소시킵니다.

그렇다면 e가 무엇일까요? e는 교역조건 개선을 통한 후생증가을 나타냅니다. 수입관세 부과 덕분에, 이전에 수입상품을 들여오던 금액(P무역)보다 더 싼 가격에 상품을 수입(P수출국가 관세 이후)해 올 수 있으므로, 가격하락분*수입량 즉 e만큼 후생을 증가합니다.

따라서, 호주가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교역조건을 개선시키는만큼, 다르게 말해 수입 관세가 가격을 왜곡시켜 손실을 안겨다주는 크기(b+d)보다 교역조건 개선의 이득(e)이 더 크다면, 보호무역 정책은 국민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 수입 관세는 가격을 왜곡시키는 단점과 교역조건을 개선시키는 장점이 있다

  • 따라서,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최적 관세율'(optimal tariff) 개념이 등장


이처럼 수입 관세(import tariff)는 가격을 왜곡시켜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리는 단점과 교역조건을 개선하여 후생을 증가시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최적 관세율'(optimal tariff) 개념이 등장하게 됩니다.

윗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수입 관세율은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교역조건 개선의 이익이 더 커서 국민 후생을 증대시키고 최적 수준에서 국민 후생은 극대화 됩니다

그러나 최적 수준을 넘어서는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왜곡의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국민 후생은 감소합니다. 게다가 '외국 내에서는 호주와 t만큼 가격 차이가 나는 수준까지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 초과 생산량(=수출 물량)을 조절'한다는 말은 곧 '교역량이 감소'(decline of trade volume)함을 뜻하기 때문에, 관세율이 게속해서 높아지면 언젠가는 무역이 없어지고 맙니다.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최적관세율이 얼마인지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우나, 어찌됐든 '수입관세를 활용한 보호무역 정책이 국민 전체의 후생을 증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이 국제무역이론과 논의에 미친 영향


이번글에서 살펴본, 호주인 경제학자 J. B. Brigden의 주장은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라 불리우며 국제무역이론 발전과 논의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국과는 다른 호주의 상황에 주목한 그의 주장은 "비교우위론은 모든 국가에게 적용가능하며, 자유무역은 국민 전체의 후생을 증대시켜준다"라고 단순히 생각해왔던 사람들에게 생각할꺼리를 제공해주었습니다.


① 수확체감산업과 수확체증산업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19세기 영국인 데이비드 리카도가 곡물법 폐지와 자유무역을 주장한 이유는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습니다. 1920년대 호주인 J. B. Brigden이 보호무역이 필요하다고 말한 이유 역시 수확체감산업인 농업에서 탈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리카도와 Brigden 모두 수확체증산업인 제조업을 육성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 낯설지가 않습니다.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첫번째 글인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에서 소개했다시피, 과거 개발도상국과 오늘날 선진국 모두 '제조업'(manufacturing)을 육성하거나 지키기 위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각주:15]는 '제조업을 육성하려는 중상주의자들'을 비판하였으나, 오늘날까지 '제조업으로 대표되는 수확체증산업'은 모든 나라들이 포기할 수 없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으로 인해 [국제무역논쟁]에서 '자유무역 혹은 보호무역 등 어떠한 무역정책이 수확체증산업에 이롭거나 해로운가'는 중요한 논점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서, 개발도상국이든 선진국이든 수확체증산업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주장들이 나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② 무역과 시장개방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일부 사람들은 "자유무역주의자들은 소득분배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소득분배 문제에 무관심해 보이는 이유는, '자유무역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보다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라고 생각하며 '시장개방으로 발생한 이득으로 손실을 보상해주면 된다' 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번글에서 살펴본 호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시장개방으로 이익을 누리게 될 지주(landowner)들이 손해를 볼 근로자(laborers)에게 보상을 해준다면 문제가 없다는 게 자유무역주의자들의 사고방식 입니다.


반면, Brigden은 소득분배 문제에 적극적으로 다가섰습니다. 보호무역 정책이 근로자 임금을 상승시켜 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를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사고방식 입니다. 


Brigden의 이러한 생각은 1925년에 나왔는데, 당시에는 "보호무역이 호주 근로자들의 임금을 상승케 만드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무역이 요소소득(factor's absolute income)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경제학계 내에서 합의된 이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Birgden이 촉발시킨 'The Australian Case for Protection' 이후에야 시장개방이 요소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로 위에서 짤막하게 소개한 스톨퍼-새뮤얼슨 정리(Stolper-Samuelson Theorem)가 1941년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스톨퍼-새뮤얼슨 정리는 수입관세 부과가 비교열위에 투입된 생산요소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도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보호무역이 소득분배를 개선시킬 수도 있음을 드러내주었습니다.

(사족 : 하지만 볼프강 스톨퍼와 폴 새뮤얼슨은 그럼에도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손실보다 더 크기 때문에, 스톨퍼-새뮤얼슨 정리가 보호무역주의자들을 위한 정치적 무기로 쓰이는 것을 우려" 했습니다.)


이처럼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사례는 '무역과 시장개방이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을 경제학계 내에서 다시금 고조시켜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선진국] 편을 통해, 특히 오늘날 선진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역과 소득분배'를 둘러싼 논쟁을 자세히 다룰 계획입니다. 


③ 국제무역협정의 필요성이 대두됨


앞서 살펴보았듯이, 호주는 수입관세 부과를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시킬 수도 있습니다. 호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적절한 관세를 부과하면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적절한 관세'가 얼마인지 찾는 건 매우 어렵지만, 어찌됐든 이론적으로나마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깨달은 모든 국가들이 너도나도 최적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수입관세는 '교역조건 개선을 통한 후생증가'도 가져다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역량 감소'(decline of trade volume)도 초래합니다.  "'외국 내에서는 호주와 t만큼 가격 차이가 나는 수준까지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서 초과 생산량(=수출 물량)을 조절'한다는 말은 곧 '교역량이 감소'(decline of trade volume)함을 뜻한다"는 문장을 앞서 제가 괜히 적은 것이 아닙니다.


개별 국가들 입장에서는 '다른 모든 나라들이 자유무역을 지켜주는 가운데 나 혼자서만 최적관세를 부과한다면 최고의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모든 개별 국가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 너도나도 수입관세를 부과하여 세계교역량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임이론에서 널리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면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쉬울 겁니다.


이러한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유무역 기조를 개별 국가들만 믿고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이번글에서 '보호무역이 후생을 증가시켜줄 가능성'을 보긴 하였으나, 어찌됐든 일반론으로나마 자유무역은 '더 비싼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고 더 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하게 함'으로써 후생을 극대화 시켜주는 정책[각주:16]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개별 국가들에게 무역정책을 믿고 맡기는 양자 무역협정(unilateral free trade) 보다는 GATT · WTO 등 범세계적인 무역협정(Multilateral Trade Agreement)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GATT · WTO의 등장배경과 역할, 그리고 오늘날 다시금 양자 무역협정인 FTA 등이 대두된 이유를 살펴보면 좋겠네요.




※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다른 이유들


이번글을 통해 개발도상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에 대해 오해했던 이유 한 가지와 부정적일 수 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 한 가지를 각각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 (타당하든 타당하지 않든)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을 멀리하게 만들었던 다른 이유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비교우위에 특화하여 생산을 늘려나갈 때, 교역조건이 갈수록 악화되면 어떻게 하나

-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정책이 오히려 교역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다

- 석유 · 농산품 같은 1차 상품(raw material)을 생산하는 국가에게 비교우위론은 해롭다

[1920~30년대 호주 보호무역] & [1960~70년대 중남미 수입대체산업화]


: 비교우위에 특화할수록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은 1920~30년대 호주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석유 · 농산품 같은 1차 상품(raw material)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들은 대부분 비교우위론에 부정적이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국가가 1960~70년대 중남미 국가들 입니다. 이들은 호주 보다도 더 무역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호주는 수입관세를 부과하긴 하였으나 여전히 대외지향적인 정책(outward-looking)을 유지하며 시장개방을 추진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은 아예 대내지향적인 정책(inward-looking)으로 돌아서며 무역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동시기 한국 · 대만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적절한 보호무역 정책을 쓰면서도 무역개방을 늘려나간 결과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으나, 중남미 국가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저개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글이 '자유무역 보다 좋은 결과를 안겨다줄 수 있는 보호무역'을 보여주었다면, 다음글은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는 보호무역'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다음글 :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②] 1950~70년대 중남미 국가들이 선택한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 무역의 이점을 무시한 대가를 치르다



비교우위에 따라 특화해야 하는 산업은 영원히 고정되어 있는가

- 현재 비교우위를 가진 산업이 아니라 다른 산업을 성장 시키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나

- 비교우위는 창출해낼 수 없는가

- [유치산업보호론]


: 19세기 영국은 제조업 부문이 비교우위가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이 없었으나, 호주와 같이 제조업을 키우고 싶으나 비교우위가 다른 산업에 있는 국가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왜 우리는 비교우위 산업이 제조업이 아닌가"


이로 인해 현재의 비교우위에서 탈피하고 장기적으로 이득을 안겨줄 비교열위 산업을 인위적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세계 각국에서 벌어졌습니다. 대한민국 또한 예외가 아니었죠. 과거에 비교우위를 가졌던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 탈피하기 위해 국가 주도의 정책 지원과 보호무역 정책이 시행됐었습니다. 이를 유치산업보호론(infant industry argument) 라고 합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마치 "평생 현재의 비교우위 산업에만 특화하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비교우위와 열위를 바꾸고 싶어하는 국가들은 유치산업보호론을 따르며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멀리했습니다.


유치산업보호론의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강력합니다.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이나 전략적 무역정책(strategic trade policy)이라는 이름을 달고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서, 유치산업보호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다음글 :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④] 유치산업보호론 Ⅰ -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대립(?)[국제무역논쟁 개도국 ⑤] 유치산업보호론 Ⅱ - 존 스튜어트 밀 · 로버트 발드윈, 특정한 조건 하에서는 효율적 생산을 위한 정부개입이 정당화 된다




※ (참고문헌) 『Against the Tide : An Intellectual History of Free Trade』



본 블로그 포스트 작성에는 J. B. Brigden의 1925년 논문 <The Australian Tariff and The Standard of Living>과 Wolfgang Stolper & Paul Samuelson의 1941년 논문 <Protection and Real Wages>이 큰 도움을 주었으나, 역시나 가장 큰 도움을 준 참고문헌은 국제무역이론 경제학자 Douglas Irwin이 1998년에 집필한 단행본 『Against the Tide : An Intellectual History of Free Trade』 임을 밝힙니다(단행본 아마존 링크).



  1.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http://joohyeon.com/265 [본문으로]
  6. ANU, 2006, GIBLIN'S PLATOON - The Trials and Triumphs of the Economist in Australian Public Life [본문으로]
  7. (The fundamental propositions of economic theory are the foundation of reasoning, but they can be only a general guide, while the precise and comparative results are always dependent upon circumstances of time and place. The classic theory of international trade has been derived from English circumstances.) [본문으로]
  8. The economy of regulation or of no regulation, it must be repeated, is never determined by generalisations, but is relative to particular circumstances. The economy of protection or free trade is relative to three very important circumstance to the growth of population, to diminishing returns, especially from land, and to the effects upon the equation of international demand. [본문으로]
  9. These circumstances are probably quite different in Great Britain, in the U.S.A. and in Australia, and very brief comparisons may be made to demonstrate the fact that differences do actually exist. [본문으로]
  10. When Great Britain adopted free trade, after the Napoleonic wars had completely established the predominance of British commerce abroad, and the estraordinary developments in its technique had placed British industry in 3 position of absolute supremacy, there were three main reasons which made the change overwhelmingly economic. Great Britain abandoned a complexity of taxes which had grown through war exigencies without any coherent trade policy at all. In the condition of foreign competition there was a vast field for expansion in manufactures, giving increasing returns and increasing profit. The only real protection that was abandoned was that to agriculture, which was a protection given to diminishing returns, reducing income and hampering manufactures. Free trade transferred production to a form giving increasing returns. From the point of view of the international equation, the expansion of manufactures was met by the abnormal expansions of primary production in new countries. It is only recently that any check has been made to the rate of these expansions. [본문으로]
  11. Free trade in Australia would have had the contrary effect, so far as it checked the growth of manufactures. [본문으로]
  12. Protection to agriculture in England would have prevented the advantage of manufacturing expansion, with its increasing return Protection in Australia may have prevented the disadvantages of agriculture expansion under conditions leading to diminishing returns. Free trade in England made for a higher standard of living; it relieved the pressure on English land and found work elsewhere for a growing population at a steadily rising standard of living. Protection in Australia may have achieved a similar result. [본문으로]
  13. This difference in the effect of regulation in the two countries is of prime importance in any consideration of their respective tariff policies, and of the merits of regulation. [본문으로]
  14. 이 원리가 이해 안되시는 분들은 이전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ttp://joohyeon.com/266)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http://joohyeon.com/267)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본문으로]
  15.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http://joohyeon.com/26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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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④] 교역조건의 중요성 - 무역을 하는 이유 · 무역의 이익 발생

Posted at 2018. 8. 23. 18:0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국과 외국에서의 '가격이 다르기 때문'

- 수출 : 국내에서 판매할 때보다 외국에 판매할 때 더 높은 상대가격 받음

- 수입 : 국내에서 구입할 때보다 외국에서 구입할 때 더 낮은 상대가격 지불

- 교역조건(Terms of Trade)에 따라 후생 증가 혹은 손실 가능


▶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과 외국에 판매할 때의 상대가격이 다르기 때문(different relative price)


▶ 수출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판매할 때보다 외국에 판매할 때 더 높은 상대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higher relative price) 이고, 수입이 발생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구입할 때보다 외국에서 구입할 때 더 낮은 상대가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lower relative price) 입니다.


국제무역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이 던지는 물음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왜 세계 각국은 서로 무역을 하는가(trade pattern). 둘째, 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은 얼마나 되나(gains from trade).


왜 멀리 떨어져있는 나라들끼리 상품을 교환하는 것일까요?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외국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기술수준(technology)이 다르거나 가지고 있는 자원(resource)이 다른 외국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2015년(학부 4학년)에 작성한 [국제무역이론] 시리즈에서는 이처럼 '서로 다른 국가'에 초점을 맞추어서 '무역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 했습니다. 데이비드 리카도는 '국가간 기술수준 차이'[각주:1]를 말했고, 헥셔와 올린은 '국가간 부존자원의 차이'[각주:2]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국제무역에 대한 이해도가 지금보다 깊지 않았기 때문에 핵심을 전달하지 못한 불완전한 설명을 했습니다. 


▶ 왜 세계 각국은 서로 무역을 하는가 (trade pattern)


서로 다른 국가들이 왜 교역을 하는가를 설명하는 핵심적인 논리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국내와 외국에서 다르다'(different relative price)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리카도가 말했던 국가간 기술수준 차이로 인해 국내와 외국에서 가격이 달라질 수 있으며, 헥셔와 올린이 주목한 부존자원의 차이로 인해서도 국내와 외국에서 가격이 달라집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를 가진 상품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값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더 높은 값을 받고 외국에 판매할 수 있다. 반대로 비교열위(disadvantage)를 가진 상품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통해 더 싸게 (간접)생산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헥셔-올린의 이론은 "국내에서 풍부한 생산요소(abundant factor)로 만들어진 상품은 상대적으로 값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더 높은 값을 받고 외국에 판매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에서 희귀한 생산요소(scarce factor)로 만들어진 상품은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생산되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통해 더 싸게 (간접)생산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이렇게 국가간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의 차이는 서로 다른 상품 가격을 만들어내고, 이에 따라 어떤 상품을 수출할지와 수입할지 즉 무역패턴을 결정짓습니다. 


▶ 무역을 통해 얻는 이익은 얼마나 되나 (gains from trade)


국가 간에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무역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또 다른 함의를 전달해줍니다. 바로, '자급자족 일때의 가격과 국제무역시의 가격이 얼마나 다르냐가 무역의 이익을 결정한다(autarky price vs. world price)' 입니다.


국가간 상품 교환에 사용되는 가격, 즉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가격과 똑같다면 우리나라가 얻게 될 무역의 이익은 없으며 무역을 할 이유도 없습니다. 무역의 이익은 외국이 다 가져가게 됩니다. 반대로 세계시장 가격이 외국가격과 똑같다면 무역의 이익은 오직 우리나라만 차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가격과 외국가격의 중간에서 결정될 때, 양 국가가 무역의 이익을 나누어 가지며 상호이득(mutual gain)을 얻게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교역조건의 중요성 (importance of terms of trade)



결국 중요한 건 세계시장에서 결정된 수출품(수입품) 가격이 자급자족 국내가격보다 얼마나 높으냐(낮으냐) 이며, 이를 보여주는 개념 및 지표가 '교역조건'(Terms of Trade) 입니다. 교역조건이란 수출상품 1단위로 얼마만큼의 수입상품을 가지고 오느냐를 알려주는 지표로서, 수입상품 가격 대비 수출상품 가격 비율로 나타내집니다. 


만약 교역조건이 자급자족일 때의 가격 비율보다 높다면 무역의 이익을 크게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교역조건 그 자체의 개선 및 악화는 무역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후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상품의 세계시장 가격이 높게 설정되거나 수입하는 상품의 세계시장 가격이 낮게 책정된다면, 교역조건이 개선되어 상품 1단위 수출로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해올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상품의 양이 많아짐을 의미하고, 그 결과 국제무역을 통해 후생증가(welfare gain)를 얻게 됩니다. 반대로 교역조건이 악화된다면 소비하는 상품의 약이 적어져서 후생손실(welfare loss)을 입습니다.


교역조건의 개선 및 악화가 후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또 다른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바로,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시키면 후생증가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자국과 외국의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물음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지금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두 가지 물음을 머릿속에 계속해서 생각해두고 있어야 합니다. 


이번글에서는 우선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하는 방법'과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할 겁니다. 그리고 다음글 [국제무역논쟁 개도국] 시리즈를 통해 '교역조건을 둘러싼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논쟁'을 구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과거 개도국과 오늘날 선진국이 자유무역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이유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 자국과 외국에서 서로 다른 가격이 어떻게 국제무역을 만들어내나


앞서 상품의 상대가격이 자국과 외국에서 서로 다르기 때문에 무역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설명이 아직 와닿지 않는 분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래프를 이용하여 직관적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 무역을 하지 않는 자급자족(Autarky) 상황에서 국내 및 외국의 상품가격 결정


윗 그래프는 무역을 하지 않는 자급자족(Autarky) 상황에서 국내 및 외국의 상품 가격 결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저 상품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 입니다. 이때 주목할 점은 국내 가격이 외국 가격 보다 낮다는 점입니다. (사족 : 국내 가격과 외국 가격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뒤에서 설명할 겁니다.)


  • 자급자족 균형가격(P) 보다 높은 가격(P1, P2)이 설정되면 초과공급(S1-D1, S2-D2)이 발생 

  • 어떤 상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나라 안에서 초과공급된 상품을 다른 나라에 판매함을 의미

  • 따라서 자급자족 균형가격 보다 높은 가격이 설정될수록 초과공급이 발생하여 수출이 이루어짐


자급자족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균형가격(P)이 결정된 가운데, 어떤 이유에서 더 높은 가격(P1, P2)이 설정된다고 해봅시다. 그렇게 되면 초과공급(S1-D1, S2-D2)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급자족에서 벗어나 국제무역에 참여하여 '상품을 수출'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상품을 수출한다는 것은 나라 안에서 초과공급된 상품을 다른 나라에 판매함을 의미합니다. 만약 자급자족 상황이라면 가격이 다시 조정되어 초과공급이 없어지지만, 국제무역에 참여하면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초과공급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급자족 균형가격 보다 더 높은 가격이 설정될수록 수출이 증가하여 세계시장에 더 많은 상품을 공급하게 됩니다. 그 모습이 윗 오른쪽 그래프 '국내 수출 공급곡선(XS)'에 나타나 있습니다.


  • 자급자족 균형가격(P) 보다 낮은 가격(P1, P2)이 설정되면 초과수요(D1-S1, D2-S2)가 발생

  • 어떤 상품을 수입한다는 것은 나라 안에서 초과수요인 상품을 다른 나라로부터의 공급으로 해결함을 의미 

  • 따라서 자급자족 균형가격 보다 낮은 가격이 설정될수록 초과수요가 발생하여 수입이 이루어짐


자급자족 상황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균형가격(P)이 결정된 가운데, 어떤 이유에서 더 낮은 가격(P1, P2)이 설정된다고 해봅시다. 그렇게 되면 초과수요(D1-S1, D2-S2)가 발생합니다. 


앞서와 반대로, 자급자족에서 벗어나 국제무역에 참여하여 '상품을 수입'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상품을 수입한다는 것은 나라 안에서 초과수요인 상품을 다른 나라로부터의 공급으로 해결함을 의미합니다. 만약 자급자족 상황이라면 가격이 다시 조정되어 초과수요가 없어지지만, 국제무역에 참여하면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초과수요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급자족 균형가격 보다 더 낮은 가격이 설정될수록 수입이 증가하여 세계시장에서 더 많은 상품을 수요하게 됩니다. 그 모습이 윗 오른쪽 그래프 '외국 수입 수요곡선(MD)'에 나타나 있습니다.


  • 국제무역시 수출 공급곡선과 수입 수요곡선에 의해 세계시장에서 상품 가격(P무역) 결정

  • 세계시장 상품 가격은 국내 자급자족 가격보다는 높으며, 외국 자급자족 가격보다는 낮다


국내는 상품을 수출하고 외국은 상품을 수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내 가격이 외국 가격 보다 낮으며, ② 국제무역이 이루어졌을 때 세계시장에서 결정된 상품의 가격(P무역)이 국내 자급자족 가격 보다는 높고 외국 자급자족 가격 보다는 낮기 때문입니다.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 자급자족 가격 보다 높기 때문에 초과공급이 발생하여 상품을 수출하게 되고, 세계시장 가격이 외국 자급자족 가격 보다 낮기 때문에 초과수요가 발생하여 상품을 수입하게 됩니다. 


이와는 반대로, 만약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내 가격이 외국 가격 보다 높다면 국내는 상품을 수입하게 되고 외국은 수출할 겁니다.


어느 경우든지, 수출과 수입, 즉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①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가들간의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며, ② 세계시장 가격이 각국의 자급자족 가격과 차이가 있기 때문' 입니다. 만약 나라들마다 상품가격이 똑같다면 세계시장 가격도 자급자족 균형 가격과 같기 때문에, 초과공급 및 초과수요가 발생하지 않고 무역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직관적인 그래프를 통해 '나라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무역이 발생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교역조건이 우호적일수록 무역의 이익이 증가한다


앞선 예시에서는 무역이 이루어졌을 때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 및 외국의 자급자족 가격과 모두 달랐습니다. 그럼 세계시장 가격이 국내와 외국 둘 중 한 곳의 자급자족 가격과 동일하면 어떨까요?


이번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자급자족 일때의 가격과 국제무역시의 가격이 얼마나 다르냐가 무역의 이익을 결정(autarky price vs. world price)' 합니다. 국내와 외국의 자급자족 가격이 서로 다르다 하더라도, 국제무역시 세계시장 가격이 자급자족 가격과 똑같다면 무역을 하지 않고 자급자족으로 사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다시 말해, 수입상품 가격 대비 수출상품 가격으로 나타내지는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우호적으로 설정될수록 무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파트에서는 소비가능선(CPC, Counsumption Possibility Curve)을 통해 '세계시장 가격 및 교역조건에 따른 무역의 이익 변화'(gains from trade)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설명에 앞서, 리카도가 비교우위를 설명할 때 예시로 들었던 경우를 다시 살펴봅시다. 위의 표와 수식은 지난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설명했었습니다. 


맨 위의 표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나온 '마법의 네 숫자'(four magic numbers) 이며, 아래 두 수식은 잉글랜드(옷)와 포르투갈(포도주)의 자급자족과 국제무역시 특화상품 가격을 보여줍니다. 


자급자족일 때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은 100/12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대 90/80의 상대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급자족일 때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은 80/9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대 120/100의 상대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내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외국에 판매하는 것이 더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옷을 수출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합니다.


반대로 수입을 생각해보면, 자급자족일 때 잉글랜드 포도주의 상대가격은 120/10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소 80/90 가격으로 구입해 올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급자족일 때 포르투갈 옷의 상대가격은 90/80 인데 반하여, 외국과의 무역시 최소 100/120 가격으로 구입해 올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입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것이 더 싸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포도주를 수입하고 포르투갈은 옷을 수입합니다.


(주 : 왜 잉글랜드가 무역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최대 상대가격이 90/80인지, 왜 포르투갈이 얻을 수 있는 최대 상대가격이 120/100인지,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은 지난글[각주:3]을 꼭 읽으셔야 합니다.)


이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양국이 비교우위에 입각한 국제무역을 시행하였을 때 나타나는 소비선택의 증가를 살펴봅시다.


① 국제무역 없이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이 자급자족 하는 상황

 


  •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소비자들이 자급자족 상황일 때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에서 옷(Cloth)과 포도주(Wine) 생산에 투입되는 각각의 노동량은 위의 표에 나와 있습니다. 양국의 총 노동량이 1,200명이라고 가정하면,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이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consumption bundle)은 그래프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잉글랜드는 모든 노동자를 옷 생산에만 투입할 경우 최대 옷 12벌(포도주 0병)을 얻을 수 있으며, 포도주 생산에만 투입할 경우 최대 포도주 10병(옷 0벌)을 얻습니다. 노동자를 두 상품에 모두 투입할 경우 선택 가능한 조합은 직선 상의 지점이 됩니다.


포르투갈은 모든 노동자를 옷 생산에만 투입할 경우 최대 옷 13.3벌(포도주 0병)을 얻을 수 있으며, 포도주 생산에만 투입할 경우 최대 포도주 15병(옷 0벌)을 얻습니다. 노동자를 두 상품에 모두 투입할 경우 선택 가능한 조합은 직선 상의 지점이 됩니다.


양국이 기술수준이 변화하여 생산에 필요한 노동량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자급자족 상황을 유지한다면 소비가능선 이외의 조합은 선택할 수 없습니다.

 

② 국제무역 시행 이후, 잉글랜드에게만 최대한 우호적인 교역조건

 




  • 잉글랜드에게만 우호적인 교역조건

  • 국제무역 시행 이후, 양국 소비자들의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변화 


이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양국이 자급자족에서 벗어나 국제무역을 실시합니다. 그런데 이때 세계시장 가격은 잉글랜드에게만 우호적인 가격(포도주 대비 옷의 가격이 90/80 혹은 옷 대비 포도주 가격이 80/90)으로 설정될 수도 있습니다. 


왜 이러한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이 잉글랜드에게만 우호적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잉글랜드가 옷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이면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가 100/120병에 불과하지만, 무역을 통해 세계시장(포르투갈)에 판매하면 포도주 90/80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에서 포도주 1병을 통해 옷 80/90벌을 얻게되고, 무역을 통해서도 똑같이 포도주 1병과 옷 80/90벌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잉글랜드는 자급자족 가격보다 더 높은 세계시장 가격을 얻을 수 있어서 무역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지만, 포르투갈은 자급자족 가격과 동일한 세계시장 가격을 받기 때문에 굳이 무역을 할 이유가 없으며 무역의 이익도 없습니다.


이러한 무역의 결과로, 잉글랜드는 특화하여 생산한 옷 전부를 포르투갈의 포도주와 교환하면 최대 13.5병(=옷 12벌 *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 병의 갯수인 90/80)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노동자를 전부 포도주 생산에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 갯수인 10병 보다 큰 숫자입니다. 또한 잉글랜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도 자급자족에 비해서 확장되었습니다.


포르투갈은 무역에 참여하여 포도주에 특화한 이후 잉글랜드 옷과 교환하여도 자급자족 상황과 동일하게 최대 13.3벌(=포도주 15병 *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의 갯수인 80/90)을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포르투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은 무역 이전이나 이후나 변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잉글랜드는 똑같은 총 노동자 숫자와 동일한 기술수준을 가지고도, 최대로 우호적인 교역조건에 기반한 무역에 힘입어서 자급자족에 비해 선택의 폭을 증가시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교역조건이 극도로 좋지 않기 때문에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③ 국제무역 시행 이후, 포르투갈에게만 최대한 우호적인 교역조건

  




  • 포르투갈에게만 우호적인 교역조건

  • 국제무역 시행 이후, 양국 소비자들의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변화


그럼 이제 반대로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이 포르투갈에게만 유리하게 결정된 경우를 알아봅시다. 포도주 대비 옷의 가격은 100/120 혹은 옷 대비 포도주 가격은 120/100 입니다.


이러한 교역조건이 포르투갈에게만 유리한 이유는, 포르투갈이 포도주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이면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이 80/90벌에 불과하지만, 무역을 통해 세계시장(잉글랜드)에 판매하면 옷 120/100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잉글랜드는 옷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에서 옷 1벌을 통해 포도주 100/120 병을 얻게되고, 무역을 통해서도 똑같이 옷 1벌과 포도주 100/120병을 교환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포르투갈은 자급자족 가격보다 더 높은 세계시장 가격을 얻을 수 있어서 무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잉글랜드는 자급자족 가격과 동일한 세계시장 가격을 받기 때문에 굳이 무역을 할 이유가 없으며 무역의 이익도 없습니다.


이러한 무역의 결과로, 포르투갈은 특화하여 생산한 포도주 전부를 잉글랜드의 옷과 교환하면 최대 18벌(=포도주 15병 *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의 갯수인 120/100)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노동자를 전부 옷 생산에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 갯수인 13.3벌 보다 큰 숫자입니다. 또한 포르투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도 자급자족에 비해서 확장되었습니다.


잉글랜드는 무역에 참여하여 옷에 특화한 이후 포르투갈 포도주와 교환하여도 자급자족 상황과 동일하게 최대 10병(=옷 12벌 *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 갯수인 100/120)을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잉글랜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은 무역 이전이나 이후나 변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포르투갈은 똑같은 총 노동자 숫자와 동일한 기술수준을 가지고도, 최대로 우호적인 교역조건에 기반한 무역에 힘입어서 자급자족에 비해 선택의 폭을 증가시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교역조건이 극도로 좋지 않기 때문에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게 됩니다.


④ 국제무역 시행 이후,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모두에게 상호이득을 주는 교역조건





  • 양국 모두에게 상호이득을 안겨다주는 교역조건

  • 국제무역 시행 이후, 양국 소비자들의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변화


그렇다면 잉글랜드에게만 혹은 포르투갈에게만 우호적인 경우를 벗어나서, 국제무역이 양국 모두에게 상호이득(mutual gain)을 주려면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이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까요? 세계시장 가격이 양국 특화 상품의 자급자족 가격보다 높아야 합니다.


만약 포도주 대비 옷 가격 혹은 옷 대비 포도주 가격이 1 이라면, 잉글랜드 특화 상품(=옷)의 자급자족 가격(=100/120)과 포르투갈 특화 상품(=포도주)의 자급자족 가격(=80/90) 보다 높기 때문에, 양국 모두 무역을 통한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꼭 세계시장 가격이 1 이어야만 양국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세계시장 가격이 양국 특화 상품의 자급자족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세계시장 가격이 어느 나라의 특화상품 자급자족 가격보다 더 높으냐에 따라서, 무역의 이익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가 달라질테지만, 어찌됐든 양국 모두 자급자족 보다는 소비 선택 폭을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 잉글랜드는 옷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이면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가 100/120병에 불과하지만, 무역을 통해 세계시장(포르투갈)에 판매하면 포도주 1병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특화하여 판매할 때, 자급자족 상황이면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이 80/90벌에 불과하지만, 무역을 통해 세계시장(잉글랜드)에 판매하면 옷 1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모두 자급자족 가격보다 더 높은 세계시장 가격을 얻을 수 있어서 무역의 이익을 공유하게 됩니다. 


이러한 무역의 결과로, 잉글랜드는 특화하여 생산한 옷 전부를 포르투갈의 포도주와 교환하면 최대 12병(=옷 12벌 * 옷 1벌과 교환되는 포도주 갯수 1)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노동자 전부를 포도주 새산에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 갯수인 10병 보다 큰 숫자입니다. 또한 잉글랜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도 자급자족에 비해서 확장되었습니다.


포르투갈도 특화하여 생산한 포도주 전부를 잉글랜드의 옷과 교환하면 최대 15벌(=포도주 15병 * 포도주 1병과 교환되는 옷 갯수 1)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노동자 전부를 옷 생산에 투입하여 얻을 수 있는 최대 갯수인 13.3벌 보다 큰 숫자입니다. 또한 포르투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 조합도 자급자족에 비해서 확장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양국은 똑같은 총 노동자 숫자와 동일한 기술수준을 가지고도, 상호에게 우호적인 교역조건에 기반한 무역 덕분에 자급자족에 비해 선택의 폭을 증가시키게 되었습니다. 


⑤ 교역조건에 따라 무역의 이익 크기가 달라짐


이번 파트에서는 '교역조건에 따라 무역의 이익을 누가 가져가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교역조건이 잉글랜드 혹은 포르투갈 한쪽에게만 유리하게 결정될 경우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국가가 나타날 수 있었고, 교역조건이 상호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결정될 수도 있었습니다.


교역조건(Terms of Trade)이 우호적으로 설정될수록 무역의 이익이 극대화 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으며, 교역조건이 우호적이다는 말은 특화상품의 국제무역시 세계시장 가격이 자급자족시 가격 보다 높다는 의미라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교역조건에 따라 무역의 이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한 눈에 파악하기 위해서,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소비가능선 변화를 정리해봤습니다.


  • 교역조건이 잉글랜드에게 우호적으로 변화할수록 (그래프 오른쪽일수록), 잉글랜드 소비자들이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폭 확대


잉글랜드 소비자가 자급자족 상황에서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은 맨 왼쪽에 나옵니다. 그리고 최대로 불리한 교역조건(=세계 시장 가격이 자급자족 가격과 똑같은 상황) 속에서 무역을 하게 된다면, 무역 이전이나 이후나 소비 조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잉글랜드는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합니다.


이와는 달리 우호적인 교역조건 속에서 무역을 하게 되면, 옷 생산에 특화한 이후 포르투갈과의 교환을 통해 더 많은 포도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잉글랜드가 마주한 교역조건이 1 이라면 옷 12벌로 포도주를 최대 12병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역조건이 최대한 우호적인 90/80 이라면 옷 12벌로 포도주를 최대 13.5병까지 가지게 됩니다. 


교역조건이 잉글랜드에게 우호적일수록 잉글랜드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후생이 증가합니다.


  • 교역조건이 포르투갈에게 우호적으로 변화할수록 (그래프 오른쪽일수록), 포르투갈 소비자들이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 폭 확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 소비자가 자급자족 상황에서 선택가능한 소비 조합은 맨 왼쪽에 나옵니다. 그리고 최대로 불리한 교역조건(=세계 시장 가격이 자급자족 가격과 똑같은 상황) 속에서 무역을 하게 된다면, 무역 이전이나 이후나 소비 조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포르투갈은 무역의 이익을 누리지 못합니다.


이와는 달리 우호적인 교역조건 속에서 무역을 하게 되면, 포도주 생산에 특화한 이후 잉글랜드와의 교환을 통해 더 많은 옷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포르투갈이 마주한 교역조건이 1 이라면 포도주 15병으로 옷을 최대 15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교역조건이 최대한 우호적인 120/100 이라면 포도주 15병으로 옷을 최대 18벌 까지 가지게 됩니다. 


교역조건이 포르투갈에게 우호적일수록 포르투갈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후생이 증가합니다.




※ 교역조건을 변동시키는 요인 ① '수입관세'(import tariff)

- 수입관세를 통해 인위적으로 교역조건 개선하기


지금까지 이번글을 통해 두 가지 논리를 알 수 있었습니다.


첫째, 수출과 수입, 다르게 말해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가들간의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며, 세계시장 가격이 각국의 자급자족 가격과 차이가 있기 때문' 이었습니다.


둘째, 특화상품의 국제무역시 세계시장 가격이 자급자족시 가격 보다 높을수록, 즉 교역조건이 우호적일수록 무역의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던질 수 있는 물음은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시키면 후생증가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입니다. 교역조건이 무역의 이익을 결정한다면, 이를 인위적으로 개선시켜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는 한 가지는 바로 '수입관세'(import tariff) 입니다. 수입국가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그 부담이 수출국가에 일부 전가되기 때문에 상품의 수출 가격이 하락, 다르게 말해 수입국가 입장에서는 상품의 수입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 결과, 교역조건이 개선되게 됩니다. 


향후 다른글을 통해 구체적인 이론 및 사례를 살펴보겠지만, 이러한 논리는 '후생증가를 위한 보호무역 정책의 필요성'(terms of trade argument for protection)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일단 지금은 '교역조건 개선은 소비의 선택폭을 넓혀 후생 증가를 가져오며', '수입관세를 통해 인위적으로 교역조건을 개선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만 머릿속에 담아두면 됩니다.




※ 왜 나라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른가

- 편향성장(biased-growth)에 따른 상대공급(RS) 차이


수입관세 이외에 교역조건을 변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경제성장'(growth) 입니다. 자국 및 외국의 경제성장은 상품의 공급을 변화시켜 세계시장 상품가격(=교역조건)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경제성장이 어떻게 교역조건을 변화시키는지를 살펴보기에 앞서, "왜 세계 각국은 서로 다른 상품 가격을 가지게 되었을까?"를 먼저 생각해 봅시다. 만약 세계 각국에서 상품 가격이 동일하다면 무역이 발생하지 않았을텐데, 어떠한 요인이 무역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게끔 만들었을까요.


이번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경제학자들은 나라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른 이유로 크게 2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데이비드 리카도가 주목한 '국가간 기술수준 차이'(technology)이며, 둘째는 헥셔와 올린인 주목한 '부존자원의 차이'(factor endowment) 입니다.


▶ 참고자료

: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헥셔와 올린의 무역이론 -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이번에도 그래프를 이용해서 살펴보도록 합시다.


① 두 가지 상품을 얼마나 생산할지의 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 생산가능곡선 기울기와 등가치선 기울기가 접하는 지점이 이윤극대화 생산 조합


앞서 '※ 자국과 외국에서 서로 다른 가격이 어떻게 국제무역을 만들어내나' 파트에서는 한 가지 상품을 대상으로 자급자족 가격보다 세계시장 가격이 높은 국내는 수출만 · 자급자족 가격보다 세계시장 가격이 낮은 외국은 수입만 하는 상황을 상정했습니다. [부분균형 분석]


하지만 잉글랜드는 옷을 수출하고 포도주를 수입 ·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하고 옷을 수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국제무역은 두 가지 이상의 상품을 대상으로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일반균형 분석 필요]


그럼 우선은 국가경제 내에서 두 가지 상품의 생산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 모습이 윗 그래프에 나타나 있습니다.


X축은 옷 생산량, Y축은 포도주 생산량을 나타냅니다. 파란색 곡선은 (소비가능선 개념과 유사한) 생산가능곡선(PPC, Production Possibility Curve)으로 생산자가 선택가능한 생산 조합을 보여줍니다. 이때 생산자는 아무 조합이나 선택하지 않습니다. 생산자의 목적은 이윤극대화 입니다. 따라서 최대한의 이윤을 가져다주는 생산 조합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등가치선(Isovalue Line) 입니다. 두 상품의 '가격 * 생산량'을 더한 것으로 생산자가 얻게 되는 이윤을 보여줍니다. 가격이 비싸거나 생산량이 많으면 이윤 총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등가치선이 바깥쪽에 놓여있을수록 생산자가 얻어가는 게 많습니다.


생산자는 A · B · C 중 어느 조합을 선택해야 할까요? 당연히 C점이 위치한 등가치선이 가장 바깥쪽에 있으므로 가장 많은 이윤을 가져다 줄겁니다. 


제가 말하고픈 것은 '생산가능곡선의 기울기'와 '등가치선의 기울기'가 '접하는 지점'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생산가능곡선과 등가치선의 기울기(slope)는 두 상품 간의 상대가격(relative price)을 나타내줍니다.


(주 : 왜 접점을 선택하느냐를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② 상품의 상대가격 변화에 따른 상대공급량 결정


  • 옷 상품의 상대가격 증가에 따라 옷의 상대공급량이 증가하는 모습


생산가능곡선의 기울기와 등가치선의 기울기가 접하는 지점을 선택해야 하며, 기울기가 두 상품의 상대가격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울기 즉 상대가격이 변화하면 생산자가 선택해야 하는 조합도 바뀝니다.


윗 그래프가 교역조건에 따른 최적 생산 조합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대가격 1 일때에 비해 상대가격 2인 경우 포도주 대비 옷의 상대공급이 더 많아집니다. 


이는 직관적으로 당연한 사실입니다. 상대가격 1에 비해 상대가격 2가 더 가파른 모양인데, 이는 곧 포도주 대비 옷의 가격으로 나타내진 상대가격이 상승했음을 뜻하며, 옷의 상대가격이 더 비싸졌기 때문에 당연히 옷의 상대생산량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 오른쪽 그래프 모양처럼, 상대가격에 따른 상대공급곡선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옷의 상대가격이 상승할수록 옷의 상대공급량도 증가하는 모양입니다.


(만약 상대가격을 옷 대비 포도주 가격으로 표현한다면, 포도주의 상대생산량이 더 많아지는 모양으로 그래프를 그릴 수 있습니다. 이는 상대가격 및 상대수량의 분자와 분모만 거꾸로 바꾸면 됩니다.)


③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이 다른 국가들, 상대공급곡선이 달라지다


  • 서로 다른 기술수준 및 보유자원을 가진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 옷 생산에 편향적인 잉글랜드, 포도주 생산에 편향적인 포르투갈

  • 옷의 상대가격이 동일할 때, 잉글랜드가 포도주 대비 옷을 더 많이 생산

  • 포르투갈은 옷 대비 포도주를 더 많이 생산


그럼 이제 두 나라의 상대공급곡선을 비교해 봅시다. 두 나라는 동일한 상대공급곡선을 가지게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 잉글랜드는 옷을 수출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수출합니다. 이는 곧 잉글랜드는 옷을 상대적으로 더 싸게 생산해내며,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상대적으로 더 싸게 생산함을 의미합니다. 나라들마다 비교우위를 가지게 된 상품이 서로 다른 이유는 (리카도가 강조한) '기술수준'(technology)와 (헥셔와 올린이 강조한) '부존자원'(endowment factor)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윗 그래프 왼쪽과 오른쪽처럼 서로 다른 모양의 생산가능곡선에서 나타납니다. 잉글랜드는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 덕분에 옷에 편향적인 생산가능곡선(cloth-biased)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은 포도주에 편향적인 생산가능곡선(wine-biased) 이죠. 


이로 인하여, 똑같은 상대가격 일지라도 두 국가의 상대생산량이 다릅니다. 동일한 상대가격을 기준으로, 잉글랜드는 옷을 더 많이 생산하고 포르투갈은 포도주를 더 많이 생산합니다. 그 결과, 글랜드의 상대공급곡선이 포르투갈의 것에 비하여 더 오른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 : 만약 상대가격 및 상대수량을 옷 대비 포도주로 나타낼 경우,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이 잉글랜드의 것에 비하여 더 오른쪽에 위치) 


④ 국가들마다 서로 다른 상대공급곡선이 가격의 차이를 만들어내다


  • 서로 다른 위치에 놓인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

  •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이 포르투갈에 비해 더 싸다

  •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이 잉글랜드에 비해 더 싸다


그럼 이제 왜 나라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른지를 본격적으로 알아봅시다. 그 이유는 위에서 다 찾았습니다. 바로,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 차이로 인해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이 서로 다르게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잉글랜드와 포르투갈 국민의 선호(preference)가 동일하여 수요곡선이 똑같다면, 결국 가격은 공급곡선의 위치가 결정합니다. 


잉글랜드의 상대공급곡선이 더 오른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에서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이 포르투갈에 비해서 더 쌉니다. 반대로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이 더 왼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자급자족 상황에서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이 잉글랜드에 비해서 더 쌉니다.


이제 자급자족에서 벗어나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면 세계시장 가격(=교역조건)이 만들어집니다. 잉글랜드 및 포르투갈의 상대공급곡선을 가중평균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과 상대수요곡선이 만나서 교역조건이 결정됩니다. 


이때의 교역조건은 자급자족 상황에서 잉글랜드 옷의 상대가격보다 비싸고 포르투갈 옷의 상대가격 보다는 싸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옷을 수출하고 포르투갈은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쓰기 위해 옷을 수입해 옵니다.


반대로 교역조건은 자급자족 상황에서 잉글랜드 포도주의 상대가격보다 싸고 포르투갈 포도주의 상대가격 보다는 비싸기 때문에, 잉글랜드는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쓰기 위해 포도주를 수입하고 포르투갈은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포도주를 수출합니다.


이번글의 앞에서 살펴본 "수출과 수입, 즉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① 자급자족 상황에서 국가들간의 상품가격이 서로 다르며, ② 세계시장 가격이 각국의 자급자족 가격과 차이가 있기 때문'"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교역조건을 변동시키는 요인 ② '편향성장(biased growth)'의 영향

- 자국의 수출편향성장 및 외국의 수입편향성장은 교역조건 악화

- 자국의 수입편향성장 및 외국의 수출편향성장은 교역조건 개선


국가들마다 상품 가격이 다르게 된 원인을 파악하였고 세계시장에서 교역조건이 결정되는 원리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국가들마다 다른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으로 인해 동일한 가격수준일 때 생산해내는 수량이 달랐기 때문(biased)입니다. 개별 국가들은 각자에게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공급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서로 다른 모양을 띈 생산가능곡선'과 '다른 위치에 놓인 상대공급곡선' 그래프를 통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역조건은 여러 국가의 상대공급곡선을 가중평균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이 결정하였고, 나라들마다 서로 다른 가격이 무역을 이끌어내는 원리도 그래프를 통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또 다른 물음인 "자국과 외국의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면 어떻게 해야하나?"던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경제성장이란 생산가능곡선(PPC)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국가들이 가진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이 달라자셔 생산가능곡선이 변화하고, 그 결과 상대공급곡선 위치가 달라지면 교역조건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주류 경제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후생 손실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immiserizing growth)는 주장의 핵심 논거가 됩니다. 


그럼 이제 왜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교역조건을 악화시켜 후생손실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생각해봅시다. 


국제무역 시행 이후 교역조건은 양 국가의 상대공급곡선을 가중평균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이 결정하기 때문에, 양 국가의 상대공급곡선이 움직이면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변합니다. 


라서, '생산가능곡선이 변화하여 상대공급곡선 위치가 달라지는 경우'를 살펴봐야 합니다. 


생산가능곡선은 기술수준 및 부존자원이 변화하면 이전과 다르게 바뀔 수 있습니다. 이때 생산가능곡선은 비교우위를 가진 상품에 더 편향적으로 바뀔 수 있으며, 비교열위를 가진 상품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도 바뀔 수 있습니다. 


전자는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으로써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며, 후자는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이고 '비교열위를 가졌던 수입상품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내용 이해를 위해, 여기서는 잉글랜드가 자국(Home), 포르투갈이 외국(Foreign) 이라고 가정합시다.


▶ 잉글랜드의 교역조건이 개선되는 경우

: 자국의 수입편향성장 & 외국의 수출편향성장


  • 옷 수출, 포도주 수입하는 잉글랜드의 수입편향성장

  • 포도주 수출, 옷 수입하는 포르투갈의 수출편향성장

  • 옷의 상대공급을 감소시켜, 옷의 상대가격을 상승시키다


옷을 수출하는 잉글랜드 입장에서 교역조건이 개선되려면 세계시장에서 수출상품 옷의 상대가격이 상승해야 합니다. 


교역조건이 개선되는 경우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 자국의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 둘째, 외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


잉글랜드가 수입상품인 포도주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수준이 향상된다면, 위의 왼쪽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잉글랜드 상대공급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왼쪽으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 옷의 상대공급이 줄어들어 옷의 상대가격은 상승, 즉 교역조건은 개선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잉글랜드가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 옷의 상대공급이 세계시장에서 줄어들어 상대가격(=교역조건)이 상승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이 수출상품인 포도주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수준이 향상된다면, 마찬가지로 세계시장에서 옷의 상대공급이 줄어들게 됩니다. 위의 오른쪽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포르투갈 상대공급곡선은 왼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왼쪽으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 옷의 상대가격은 상승하여 잉글랜드 입장에서 교역조건은 개선되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자국의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 및 외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은 자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을 감소시켜 교역조건을 개선시킵니다.


▶ 잉글랜드의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경우

: 자국의 수출편향성장 & 외국의 수입편향성장


  • 옷 수출, 포도주 수입하는 잉글랜드의 수출편향성장

  • 포도주 수출, 옷 수입하는 포르투갈의 수입편향성장

  • 옷의 상대공급을 증가시켜, 옷의 상대가격을 하락시키다


앞서와 반대로, 옷을 수출하는 잉글랜드 입장에서 교역조건이 악화되려면 세계시장에서 수출상품 옷의 상대가격이 하락해야 합니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경우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자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 둘째, 외국의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


잉글랜드가 수출상품인 옷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수준이 향상된다면, 위의 왼쪽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잉글랜드 상대공급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오른쪽으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 옷의 상대공급이 증가하여 옷의 상대가격은 하락, 즉 교역조건은 하락하고 맙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잉글랜드가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 옷의 상대공급이 세계시장에서 늘어나 상대가격(=교역조건)이 하락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포르투갈이 수입상품인 옷의 생산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술수준이 향상된다면, 마찬가지로 세계시장에서 옷의 상대공급이 늘어나게 됩니다. 위의 오른쪽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포르투갈 상대공급곡선은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도 오른쪽으로 움직입니다. 그 결과, 옷의 상대가격은 하락하여 잉글랜드 입장에서 교역조건은 개선되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자국의 수출편향성장(export-biased growth) 및 외국의 수입편향성장(import-biased growth)은 자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수출상품의 상대공급을 증가시켜 교역조건을 악화시킵니다.



▶ 자국의 수출편향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는 것의 의미


분명, 데이비드 리카도는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후생증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였는데, 비교우위 상품에 특화를 강화하여 생산을 늘려나갈수록 어찌된건지 교역조건은 악화되고 맙니다.


물론, 자국의 수출편향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는 논리는 한 가지 전제를 필요로 합니다. 바로 '자국의 상대공급곡선 변화가 세계시장 상대공급곡선을 이동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자국이 세계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자국의 상대공급곡선 변화가 세계시장을 움직이지는 못합니다. 


특정 국가의 생산 변화가 세계시장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품이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석유 · 철광석 · 농산품 같은 1차 상품(raw material) 입니다. 1차 상품은 특정 국가에서 생산량이 변동할 경우 세계시장에서 곧바로 가격변화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중동 특정 국가의 정치분쟁은 석유가격 인상으로 나타나고, 중남미 기후 변화는 세계 농산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인해, 과거 중동 및 중남미 국가들 안에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이 우리 수출품의 생산을 증가시켜 되려 교역조건을 악화시키고 후생손실을 초래한다"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외국의 수입편향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는 것의 의미


그렇다면 선진국은 교역조건 악화에 대한 불만이 없을까요? 


선진국이 두려워하는 점은 신흥국의 경제성장 입니다. 과거 선진국과 신흥국은 기술수준이 달랐기 때문에 비교우위 상품 또한 서로 달랐습니다. 그러나 신흥국 경제가 성장하고 선진국을 쫓아 기술개발을 하게 되자, 과거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상품을 스스로 생산해내기 시작했습니다. 즉, 신흥국이 수입편향성장을 하게 된겁니다. 


이로 인하여 선진국 입장에서는 '외국의 수입편향성장'을 맞이하게 되었고, 비교우위를 가졌던 상품의 상대공급량이 늘어나서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사실이면서 하찮지 않은(both true and non-trivial) 명제'로 칭했던 폴 새뮤얼슨[각주:4] 조차 2004년 논문을 통해 자유무역 논리가 미국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걱정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최근 선진국 내에서는 신흥국의 추격 특히나 중국의 경제성장을 매우 우려스럽게 바라보며, "자유무역이 선진국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거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 교역조건 개선을 근거로 한 보호무역 옹호와 자유무역 비판의 논쟁들 


이번글에서 알게된 지식을 정리해 봅시다. 


서로 다른 국가들이 무역을 하는 이유는 '상품의 상대가격이 국내와 외국에서 다르기'(different relative price) 때문이며. '자급자족 일때의 가격과 국제무역시의 가격이 얼마나 다르냐가 무역의 이익을 결정(autarky price vs. world price)'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세계시장에서 결정된 수출품(수입품) 가격이 자급자족 국내가격보다 얼마나 높으냐(낮으냐) 이며, 이를 보여주는 개념 및 지표가 '교역조건'(Terms of Trade) 입니다. 만약 교역조건이 자급자족일 때의 가격 비율보다 높다면 무역의 이익을 크게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교역조건 그 자체의 개선 및 악화는 무역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후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교역조건을 인위적으로 개선시키면 후생증가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고, '교역조건을 개선시켜 후생증가를 달성하기 위해,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terms of trade argument for protection) 라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또 다른 물음인 "자국과 외국의 경제성장이 교역조건을 악화시킨다면 어떻게 해야하나?"를 던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과거 중동 및 중남미 국가들 안에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이 우리 수출품의 생산을 증가시켜 되려 교역조건을 악화시키고 후생손실을 초래한다"라는 비판이 나오게 되었고, 오늘날 선진국 내에서는 신흥국의 추격 특히나 중국의 경제성장을 매우 우려스럽게 바라보며, "자유무역이 선진국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거 아니냐"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 및 비판들은 과거 개도국 및 오늘날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국제무역논쟁]의 중요한 논점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교역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수입관세 정책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던 1920~30년대 호주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먼저 알아봅시다.



  1.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http://joohyeon.com/216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http://joohyeon.com/217 [본문으로]
  3.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ttp://joohyeon.com/26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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