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

Posted at 2017. 7. 6. 21:51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수렴논쟁 3탄 (convergence controversy)

- 솔로우 모형은 잘못된 이론일까?


지난 여러편의 글을 통해 소개한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은 결국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설명하는데 적합한 모형이냐"가 쟁점이었습니다. 


솔로우 모형[각주:1]이 가정하는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와 '외생적인 기술진보'(exogenous)는 언젠가 모든 국가의 생활수준(level)과 성장률(growth)이 같아지는 수렴현상[각주:2]과 축적된 자본량이 적은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하는 성장률 패턴을 예측합니다.


하지만 솔로우 모형의 예측과 똑같은 수렴현상과 성장률 패턴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는 1인당 GDP의 수렴 및 초기 자본량이 적은 국가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 패턴이 나타났으나, 이외의 국가를 모두 포함할 경우에는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대해,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와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는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이 점차 증가해왔다"[각주:3]는 점을 지적하며, 솔로우 모형의 핵심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 · '외생적인 기술진보'의 기반을 흔들었습니다


그 시대 당시 생활수준이 제일 높았던 주도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정상상태(steady state)에 가까웠을 겁니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성장률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생산량이 체감하지 않는 것 아닐까?" 라는 물음을 던지게 만들죠. 


또한, 후진국의 성장률이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하는 것은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주도국은 그러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주도국은 첨단 기술을 만드는 최전선(frontier of technology)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로부터 좋은 기술을 이전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솔로우 모형은 '모든 국가의 기술진보율이 외생적으로 동일하게 주어졌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주도국 내부에서 어떠한 내생적인 요인(endogenous)이 기술진보를 이끄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로머와 루카스는 '체증하는 생산함수'(increasing marginal) 및 '내생적인 기술진보'(endogenous)를 도입한 새로운 성장모형[각주:4]을 만들어 냅니다. 


이들의 모형에 따르면, (솔로우 모형의 예측과는 달리) 수렴현상과 성장률 패턴은 영원히 발생하지 않습니다. 부유한 나라는 빠르게 성장해나가며 부유한 상태를 유지하며, 가난한 나라는 이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솔로우 모형은 대표적인 성장이론의 자리를 내준 것일까요?




※ 솔로우 모형이 회생할 수 있는 길

- 수렴속도를 느리게 만들어라


이때,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Robert Barro)와 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vier Sala-I-Martin)은 솔로우 모형이 회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로머와 루카스는 "수렴현상은 없다"라고 말했으나,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현상 느리지만 존재한다"라고 반박[각주:5]했습니다. 


분명,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렴여부를 조사하면 수렴현상이 발견되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 수렴현상이 발견된다는 것 또한 사실이며, 국가별로 정상상태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교정하면 조건부 수렴현상(conditional beta convergence)이 관찰됩니다. 

(서로 다른 정상상태 및 조건부 수렴 개념 참고 :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다만, 수렴현상은 존재하는데 속도가 느리다는 게 문제일 뿐입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속도가 연간 2%에 불과하다" 라고 지적하며, 솔로우 모형과 로머-루카스 모형 모두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솔로우 모형은 '느린 수렴속도'를 설명할 수 있어야하며, 로머-루카스 모형은 '수렴현상 존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때 로머-루카스 모형의 수정은 비교적 쉽습니다.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기술전파(diffusion)가 일어난다면 기술격차가 축소되어 수렴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점진적인 기술확산'(the gradual spread of technological improvements)을 모형에 도입하면, '느리지만 존재하는 수렴현상'을 설명해 낼 수 있습니다.


반면 솔로우 모형은 앞이 막막해 보입니다. 어떻게 하면 수렴속도를 느리게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솔로우 모형에 쏟아지는 다른 여러 비판들은 어떻게 반박해 낼까요?




※ 솔로우 모형이 봉착한 3가지 문제점



수렴논쟁을 포함하여 솔로우 모형이 봉착한 문제점을 다시 점검해 봅시다. 비판지점은 크게 3가지 입니다. 


저축의 영향력을 과소평가 하여, 국가간 소득격차가 예측한 것보다 크게 나타난다 


분명 솔로우 모형은 '저축'(자본축적)을 강조하는 성장모형 입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저축의 영향력(magnitude)에 대해서는 과소평가 하고 있습니다. 


로머와 루카스는 지난글[각주:6]에서 "국가간 소득격차가 모형이 예측한 것보다 크다" 라고 비판했습니다. 예를 들어, 1960년 당시 필리핀은 미국에 비해 1인당 소득이 10%에 불과했습니다. 솔로우 모형의 수식에 따르면, 미국의 저축률이 30배는 높아야 이처럼 큰 소득수준 차이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미국의 저축률은 그저 2배 더 많았을 뿐이죠. 


즉, 저축률의 미미한 차이가 모형상에서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큰 소득격차를 초래합니다.



수렴속도가 모형이 예측한 것보다 느리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속도는 연간 2%" 라고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한 국가가 1인당 GDP가 제일 높은 국가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년 이상이 걸립니다. 이는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을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기술진보를 내생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솔로우 모형에서 영구적인 성장을 결정짓는 건 기술진보 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요인이 정작 외생적으로 주어졌다고 가정되어 있습니다.



  • 왼쪽 :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 현 하버드대 교수
  • 가운데 : 데이비드 로머(David Romer), 현 컬럼비아대 교수
  • 오른쪽 : 데이비드 웨일(David Weil), 현 브라운대 교수


이러한 비판에 대하여, 3명의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 · 데이비드 로머(David Romer) · 데이비드 웨일(David Weil)'인적자본'(human capital) 개념을 솔로우 모형에 도입함으로써 현실 설명력을 대폭 키웠습니다.

(사족 : 경제학과 전공생들이 아는 경제학원론 교과서를 쓴 그 맨큐 입니다. / "수렴현상은 없다"를 주장한 폴 로머와 이 글의 데이비드 로머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서로 다른 사람입니다.)


이들은 1992년 논문 <경제성장 실증연구에 대한 공헌>(A Contribution to the Empirics of Economic Growth)를 통해,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줍니다. 그리고 맨큐는 1995년 보고서 <국가의 성장>(The Growth of Nation)을 통해, 솔로우 모형의 한계 및 보완점을 추가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과소평가 된 저축의 영향력 및 ▶느린 수렴속도' 문제는 솔로우 모형이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을 전제하기 때문에 발합니다. 자본량이 축적될수록(=저축을 할수록) 생산량 증가분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소득격차 설명에 있어 저축의 영향력이 크지 않게 되고 수렴도 빠르게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체감정도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모형을 수정하면 현실 설명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로머와 루카스는 아예 체감현상을 없애고 체증현상(increasing marginal)을 도입하였으나, 맨큐 · D.로머 · 웨일은 체감정도를 완화시킨 한 솔로우 모형을 소개합니다. 


바로, '인적자본'(human capital) 개념을 솔로우 모형에 추가하였습니다. 초기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이랑 단순한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하였지만, 이제 자본의 의미는 확장(broad concept of capital) 되었습니다.


이들이 인적자본 개념을 도입한 이유는 '자본비중 알파(α)를 확대하여 체감정도를 완화'시키기 위함입니다. 


자본비중(α) 이야기는 로머-루카스[각주:7]배로-살라이마틴[각주:8]을 다룬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자본비중(α) 이란 일반적으로 경제 전체 총 소득 중 자본가가 가지는 '자본소득'을 의미합니다. 이에 대비되는 말로는 '노동소득'이 있죠.


만약 총생산량(혹은 총소득) 중 자본가가 더 많은 비중을 가질 수 있다면 추가적인 투자량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축적된 자본량은 더 증가하게 되고, 생산량 증가 → 자본가 소득 증가 → 투자 더욱 증가 → 자본량 더욱 증가 → 생산량 더욱 증가의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그 결과, 높은 자본비중은 생산량의 체감정도를 완화시켜 줍니다. 자본비중이 높을수록 자본량 한 단위의 증가가 비교적 더 많은 생산량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초기 솔로우 모형은 자본비중 약 33%, 노동비중 약 66% 라고 보았습니다. 이때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이 고숙련 근로자 대비 절반 수준임을 감안하면, 노동소득 중 절반은 인적자본 수준이 반영된 소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비중 66%의 절반인 33%를 인적자본 비중으로 간주했습니다.


이제 맨큐 · D.로머 · 웨일의 모형은 물적자본 33% · 인적자본 33% · 노동 33%로 비중이 나뉘게 되었고, 의미가 확장된 자본비중은 66%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이에따라, 확장형 솔로우 모형에서는 초기 모형에 비해 생산함수의 체감정도가 느리게 되었죠.



그리고 세번째 문제인 '▶기술진보 설명'에 대해서는 "솔로우 모형과 내생적 모형은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라고 말합니다. 기술진보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솔로우 모형이 잘못됐다거나 틀린 이론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제 아래 설명을 통해, 맨큐 · D.로머 · 웨일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장형 솔로우 모형'을 만들었는지를 알아봅시다. 




※ 인적자본'을 추가한 확장형 솔로우 모형

- 경제학자 맨큐 · D.로머 · 웨일의 공로

- 과소평가된 저축의 영향력을 바로잡음


  • 출처 : Mankiw, Romer, Weil (1992) 
  • Table 1 : Estimation of the Textbook Solow Model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 여파로 솔로우 모형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자, 맨큐 · D.로머 · 웨일은 실증결과를 제시합니다. 솔로우 모형[각주:9]은 "1인당 GDP는 저축 및 투자가 증가할수록 늘어나며, 감가상각률 및 인구증가율이 높아질수록 줄어든다" 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이 현실에 부합하는지를 회귀분석을 통해 검증하였죠.

위에 나오는 표는  'GDP 대비 투자비중' · '인구증가율, 감가상가율' 등이 1% 증가할때 1인당 GDP가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값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OECD · 중간국 · 비석유 국가 모두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것과 같은 방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투자비중이 증가할수록 1인당 GDP가 늘어나는 양(+)의 관계, 인구증가율이 높아질수록 1인당 GDP는 줄어드는 음(-)의 관계가 나타납니다. 회귀분석의 설명력을 보여주는 R^2(R스퀘어) 역시 38%~69%로 높은 수준이죠.


그러나 이것만 보고 솔로우 모형이 적합하다고 판정 내리기에는 무언가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전통적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것보다 '투자(저축)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중간국 및 비석유 국가들에서는 투자(=저축)비중이 1% 늘어날수록 1인당 GDP는 1.31%~1.42% 증가합니다. 저축이 이렇게 큰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생산함수의 체감정도가 완화되어야 합니다. 본래 솔로우 모형 상에서는 체감현상 때문에 저축 증가가 큰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죠.


회귀분석 결과를 다시 보시면 '내재된 자본비중 알파'(Implied α)가 있습니다. 중간국은 59%, 비석유국은 60%를 가리킵니다. 이 말은 "자본비중이 중간국 59% · 비석유국 60%가 되어야, 현재의 회귀분석 결과값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자본비중 33%를 가정하는 솔로우 모형과는 맞지 않습니다.  


맨큐 · D.로머 · 웨일이 솔로우 모형을 검증하기 위해 내놓은 결과값은 오히려 솔로우 모형 비판자들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본비중 33%를 가정하는 솔로우 모형은 현실 설명력이 떨어지며, 따라서 자본비중을 100%로 확대한 로머-루카스 모형이 타당하다." 라는 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출처 : Mankiw, Romer, Weil (1992) 
  • Table 2 : Estimation of the Augmented Solow Model


이때, 맨큐 · D.로머 · 웨일은 (앞서도 말했다시피) '인적자본'(human capital) 개념을 도입하여 자본의 의미를 확장시킵니다. 이들은 인적자본의 변수로 '중등교육을 받은 비율'(secondary school)을 선정하였고, 이를 추가하여 회귀분석을 합니다.


그 결과, 투자(=저축) 1%가 증가할수록 1인당 GDP는 0.28%~0.70% 늘어납니다. 앞서와 비교하면, 저축의 영향력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솔로우 모형이 예측하는 것과 비슷한 영향력 크기 입니다.


본래 교과서에 나오는 솔로우 모형으로 분석을 했더니 이론과 실증결과가 다르게 나오고, 교과서와 다른 모형으로 분석을 했더니 교과서 이론과 실증결과가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왜 (교과서와 달리) 인적자본 변수를 추가했을때 (교과서가 말하는 것처럼) 저축의 영향력이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을까요?


그 이유는 전통적 솔로우 모형이 '저축을 통한 자본축적 → 인적자본 축적'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저축을 통한 물적자본 축적은 그저 물적자본만 증가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교육환경이 나아지며 사람들의 수준도 함께 향상됩니다. 따라서, 저축 증가는 인적자본 축적으로 이어지고, 인적자본 향상은 생산량 증가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솔로우 모형은 이와 같은 경로를 간과했기 때문에 '저축의 영향력을 과소평가' 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물적자본 축적과는 달리 인적자본 축적은 체감하지 않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함수가 체감하는 정도도 심했습니다.


맨큐 · D.로머 · 웨일은 전통적 모형에 인적자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솔로우 모형을 부활시킵니다. 이제 확장된 솔로우 모형은 '저축의 직접적 영향 + 인적자본을 통한 간접적 영향'을 모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의 두번째 표를 다시 보시면, 투자(=저축) 1% 증가는 1인당 GDP 0.28%~0.70% 증가 · 인적자본 1% 증가는 1인당 GDP 0.66%~0.76% 증가 입니다. 두 가지 효과를 합치면 1인당 GDP는 0.94%~1.56% 증가하게 됩니다. 이는 인적자본을 생략한 채로 회귀분석을 돌린 첫번째 결과값(1.31%~1.41%)과 유사합니다. 단지, 직접적 영향 + 간접적 영향으로 나뉘어졌을 뿐이죠.


'내재된 자본비중 알파 및 인적자본 비중 베타'(Implied α, β) 값 역시 맨큐 · D.로머 · 웨일의 모형을 지지해줍니다. 내재된 자본비중 값은 14%~31% · 인적자본 비중 값은 28%~37%를 나타내며, 물적자본 33% · 인적자본 33% · 노동 33%로 나뉜다는 모형의 가정을 뒷받침 합니다.




※ 솔로우 모형은 '조건부 수렴'을 예측한다


맨큐 · D.로머 · 웨일의 공로로 "솔로우 모형은 저축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다" 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 '수렴속도' 및 '수렴현상 논쟁'은 어떻게 반박할까요?


우선, 맨큐 · D.로머 · 웨일은 "솔로우 모형은 모든 국가가 동일한 지점으로 수렴하는 현상 혹은 가난한 국가일수록 무조건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을 예측하지 않았다."(이른바 절대적수렴인 시그마σ 컨버전스, 베타β 컨버전스) 라고 반박합니다. 


국가별로 저축률 · 인구증가율이 상이하기 때문에 정상상태(steady state)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솔로우 모형은 "국가별로 서로 다른 정상상태에 도달하며, 각자의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한다"는 조건부 수렴(조건부 베타β 컨버전스)을 예측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서로 다른 정상상태 및 조건부 수렴 개념 참고 :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게다가 인적자본을 추가한 솔로우 모형으로 회귀분석을 하면, 조건부 수렴의 모습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 출처 : Mankiw, Romer, Weil (1992) 
  • X축 : 1960년 당시 1인당 생산량 수준, Y축 : 1960~1985년 연간 성장률 
  • 첫번째 그림 : 정상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절대적 수렴의 양상
  • 두번째 그림 : 정상상태를 고려한 조건부 수렴의 양상
  • 세번째 그림 : 정상상태와 인적자본을 고려한 조건부 수렴의 양상


윗 그림 3개는 각각 절대적수렴 · 조건부수렴 · 인적자본을 추가한 조건부 수렴의 양상을 보여줍니다. X축은 1960년 당시의 1인당 생산량 수준, Y축은 1960~1985년 중 연간 성장률을 보여줍니다.


절대적 수렴은 많이들 비판했듯이 현실에서 나타나지 않습니다. 가난한 국가라고 해서 빠르게 성장하지 않습니다. OECD 국가들 사이에서는 절대적 수렴이 보이지만, 전세계로 샘플을 넓힐 경우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 다른 정상상태라는 조건을 고려하여 분석을 해보면, '각자의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빠르게 성장하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게다가 인적자본 변수를 추가하면 조건부 수렴의 양상이 더 명확해 보입니다.


따라서, 맨큐 · D.로머 · 웨일은 "(애시당초 조건부 수렴을 주장한) 전통적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으며, 인적자본을 추가한 솔로우 모형은 더더욱 현실을 잘 설명해낸다" 라고 말합니다.




※ 인적자본을 도입한 두 가지 경제성장이론의 차이점

- 맨큐 · D.로머 · 웨일은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을 그대로 받아들임


맨큐 · D.로머 · 웨일은 '인적자본'(human capital) 개념을 솔로우 모형에 추가하였습니다. 초기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이랑 단순한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하였지만, 이제 자본의 의미는 확장(broad concept of capital)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로머-루카스의 인적자본 모형과는 무엇이 다르지?"


로머 · 루카스 모형과 맨큐 · D.로머 · 웨일 모형은 크게 2가지 점에서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로머-루카스는 외부성(externality)을 일으키는 인적자본 개념을 도입하여 자본비중을 100%로 확대[각주:10]했습니다. 그러나 맨큐 · D.로머 · 웨일은 '외부성' 개념이 없더라도 인적자본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봅니다


만약 지식 · 인적자본이 외부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한 국가 내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전파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도 선진국의 지식 · 인적자본을 활용하여 생활수준과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데, 이는 로머-루카스가 주장하는 '수렴현상 부재'와는 맞지 않습니다.


또한, 지식 · 인적자본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디어(idea)는 공공재(public good)이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로나 빠르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로-살라이마틴의 조언[각주:11]처럼 '점진적인 기술확산'을 가정하여 제한을 두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로머 · 루카스 모형은 체감현상을 버리고 체증하는 생산함수(increasing marginal)을 채택하였으나, 맨큐 · D.로머 · 웨일은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을 폐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의 모형에서 자본비중은 약 66% 이고, 로머-루카스는 100%라고 봅니다. 따라서, 맨큐 · D.로머 · 웨일 모형에서 생산함수는 여전히 체감(diminishing)하며 수렴현상도 발생합니다.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로머-루카스 모형에서 체감은 완전히 사라졌으며 수렴현상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솔로우 모형을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모형이죠.




※ 인적자본을 추가한 솔로우 모형의 함의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


: '수렴논쟁'이 발생하면서 솔로우 모형은 경제성장이론으로써 지위가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맨큐 · D.로머 · 웨일 등이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 및 외생적인 기술진보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인적자본을 추가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모형의 설명력을 높였습니다.


그럼에도 맨큐 · D.로머 · 웨일은 '외생적인 기술진보'를 가정하는 솔로우 모형을 보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솔로우 모형이 잘못됐다는 말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이 기술진보 역할을 밝힐 수 있으며, 솔로우 모형과 내생적 모형은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 라고 말합니다.



국가간 성장률 격차의 원인은?


: 그동안 '수렴논쟁'을 설명하면서 크게 대립했던 주제입니다. 국가간 성장률 차이가 나는 이유를 두고, 솔로우 모형은 '자본축적 정도에 따른 전이경로'(transitional path)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로머-루카스는 '내생적으로 발생하는 기술격차'(technology gap)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때, 솔로우 모형의 예측과는 달리 '조그마한 저축률 차이가 큰 소득격차로 나타난다는 점'은 큰 약점이 되었죠. 하지만 맨큐 · D.로머 · 웨일이 인적자본을 추가하여 이를 설명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솔로우 모형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initial deviation)가 다르기 때문이다"를 다시 주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술은 공공재인가?


: 맨큐 · D.로머 · 웨일은 여전히 기술을 공공재(public good)으로 바라봅니다. '누구나'(non-excludable) '함께'(non-rivalry) 이용할 수 있으며, 세계 어디서나 똑같습니다.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술격차에 의한 성장률 차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로머-루카스가 말하는 '인적자본의 외부성'도 부인하죠. 


"기술이 공공재냐 아니냐"의 논쟁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특히 (인적자본 모형을 만든) 폴 로머는 1990년 기술을 공공재로 취급하지 않는 모형을 내놓으면서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시대를 열었죠.



정부정책은 효과를 볼 수 있을까?


: 로머-루카스는 경제발전 초기에 지식과 인적자본이 많이 축적된 국가일수록 계속해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개입을 통한 정책이 수준효과(level effect) 뿐만 아니라 성장효과(growth effect)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체감하는 생산함수'를 가정하는 맨큐 · D.로머 · 웨일은 여전히 정부정책에 부정적입니다. 정부정책은 일회적인 수준효과만 낳을 뿐, 성장효과는 없어지기 때문이죠.


특히 맨큐는 1995년 보고서 <국가의 성장>을 통해 "정책의 효과는 계량분석으로도 확실히 측정할 수 없다. 내 생각에 경제성장 동력를 위해 정책결정권자들이 해야할 일은 '해로운 일을 하지 않는 것'(do no harm)이다." 라고 말하면서 강한 의구심을 내비쳤습니다.




※ 솔로우 모형은 완벽한 이론이 아니다. 다만, 옳은 답을 주고 있다.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이전에 제기됐던 비판들을 효과적으로 반박해 냈습니다. 그렇다면 솔로우 모형은 완벽한 이론일까요?


모형을 만든 맨큐 · D.로머 · 웨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로우 모형과 내생적 모형은 서로 보완관계이며, 사람들이 찾고자했던 '저축 ·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과의 관계' 등의 질문에 대해 옳은 답을 해주고 있을 뿐 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연구는 솔로우 모형을 무시하고 내생적 성장 모형을 선호했던 최근의 흐름에 의구심을 던지고 있다. 


국가간 소득 격차는 솔로우 모형의 체감하는 생산함수 가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도 설명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이 "솔로우 모형은 완벽한 성장이론이다" 라거나, "내생적 이론은 중요하지 않다" 라고 의미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솔로우 모형이 외생적으로 취급하는 저축, 인구증가율, 기술진보가 어떻게 내생적으로 결정되는지 이해하고 싶어할 것이다. 내생적 성장 모형은 기술진보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고 싶은 것은 "솔로우 모형은 그것이 다루고자 했던 질문들-저축 ·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과의 관계-에 대해 적절한 해답을 전달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Solow model gives the right answers to the questions it is designed to address.)


- 맨큐 · D.로머 · 웨일 (1992)-


맨큐 · D.로머 · 웨일의 말처럼, 솔로우 모형을 통해서 우리는 저축 및 인구증가율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잘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과제는 '기술진보' 입니다. 


앞으로 다음글을 통해, 기술진보를 내생적으로 설명하는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알아봅시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4.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5.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5 [본문으로]
  6.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7.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8.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5 [본문으로]
  9.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10.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11.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2017.07.06 http://joohyeon.com/255 [본문으로]
//

[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Posted at 2017. 7. 6. 21:01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수렴논쟁 2탄 (convergence controversy)

- 로머와 루카스의 주장처럼 '수렴현상'이 정말 존재하지 않는걸까?


지난글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에 이어서 이번글도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을 소개할 겁니다.


솔로우 모형의 핵심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와 '외생적인 기술진보'[각주:1]는 언젠가 모든 국가의 생활수준과 성장률이 같아지는 '수렴현상'[각주:2]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것과 같은 수렴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는 수렴현상이 나타났으나, 전세계로 범위를 넓힐 경우 가난한 국가는 여전히 가난했습니다.  


'전세계적 수렴현상 부재'에 주목한 폴 로머(Paul Romer)와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솔로우 모형을 대체하는 새로운 모형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지식'과 '인적자본'에 의해 생산량이 체증(increasing marginal)하는 이론입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은 그 자체로 '외부성'(natural externality)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가 창출한 지식은 다른 곳으로 전파(spillover)되어 다른 사람도 쓸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 · 생산에 학습효과를 통해 축적한 나의 인적자본은 후대에 전승(inherited)되어 미래의 인적자본 수준을 더 높여줍니다.   


그 결과, 경제전체의 인적자본 수준은 체감하지 않고 계속 증가하게 되고, 생산량 또한 체증할 수 있습니다.


로머와 루카스의 새로운 모형에 따르면 이제 수렴현상은 발생할 수 없습니다. 부유한 국가는 계속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며, 초기 인적자본 수준이 높았던 국가는 계속해서 부유한 생활수준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수렴현상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로머와 루카스는 '전세계적 수렴현상 부재'에 주목했으나, 어찌됐든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는 수렴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간 서로 다른 정상상태(own steady state) 개념을 도입한다면, '자신만의 정상상태'를 향해 수렴해가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정상상태 및 조건부 수렴 개념 참고 : 이번글 아래에 설명 혹은 이전글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따라서 우리에게는 '수렴현상을 예측하는 솔로우모형'과 '수렴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로머 · 루카스 모형'을 절충한 이론이 필요합니다.


  • 왼쪽 : 로버트 배로(Robert Barro,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
  • 오른쪽 : 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iver Sala-I-Martin, 컬럼비아 경제학과 교수)


이번글에서 소개할 로버트 배로(Robert Barro)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vier Sala-I-Martin)의 연구는 두 모형 간에 절충방안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느리지만 존재한다"


  • 배로와 살라이마틴이 저술한 <경제성장>(Economic Growth) 교과서
  • 주로 대학원 경제성장론 수업에서 쓰인다


로버트 배로와 하비에르 살라이마틴은 '경제성장' · '수렴현상'에 관한 많은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공동 집필한 경제성장이론 교과서는 대학원 대표 교재로 이용되고 있죠.


많은 논문들 중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세 편입니다. 1990년 워킹페이퍼 <미국내 경제성장과 수렴현상>(Economic Growth and Convergence across The United States), 1991년 논문 <여러 국가 횡단면 속 경제성장>(Economic Growth in a Cross Section of Countries), 1992년 논문 <수렴현상>(Convergence) 입니다. 


세 편의 논문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공통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바로 "수렴현상, 느리지만 존재한다" 입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미국내 주(州) 간의 수렴현상'을 실증결과로 보여줍니다. 1880년대 동북부 지역과 남부 지역은 격차가 심했으나, 낙후되어 있던 남부 지역이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결국 비슷한 생활수준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유럽을 살펴봐도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 내 서로 다른 지역들도 낙후된 지역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하여, 결국 생활수준이 동등해졌습니다.


또한, 전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수렴현상이 나타납니다. 국가들 간 정상상태(steady state)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보정하면, 각자의 정상상태로 생산량 수준이 수렴하거나(level의 수렴), 자신만의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은 조건부 수렴 현상(conditional beta convergence)이 발견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렴속도(speed of convergence)가 느리다는 것입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이 산출해낸 수렴속도는 연간 2%에 불과합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로머와 루카스가 했듯이) 수렴현상을 부정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솔로우 모형이 예측했던) 수렴현상이 존재한다고 하기에도 애매합니다. 


따라서,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느리지만 존재하는 수렴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절충안을 제시합니다.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비중을 높이고 체감 정도를 완화시켜 수렴속도를 느리게 하는 방안


내생적 모형에서 체증 현상을 폐기하고 국가별로 기술확산 속도가 느리게하여, 수렴현상이 느리지만 존재하게 하는 방안


이제 위의 절충안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봅시다.




※ 수렴(convergence)이란 무엇인가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수렴현상 논쟁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에서 다루었던 '수렴의 개념'을 복습해 봅시다.


수렴(convergence)이란 말 그대로 무엇인가가 동등해짐을 의미합니다. 경제성장에 관해서는 크게 2가지가 같아질 수 있습니다. 하나는 '생활수준'(level, 1인당 GDP)이며 다른 하나는 '성장률'(growth) 입니다.


솔로우 모형은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와 '외생적인 기술진보'(exogenous)를 가정하기 때문에, 언젠가 모든 국가의 1인당 GDP(level)가 동일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아직 축적된 자본량이 적은 가난한 국가가 더 빠르게 성장(growth)할 수 있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형태의 수렴현상은 전세계적으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국가는 여전히 가난했으며, 이들의 성장률 또한 낮았습니다. 


따라서, 이를 교정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정상상태'(different own steady state)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국가들마다 각자의 정상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동등한 GDP를 가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본량이 적은 국가가 무조건 빨리 성장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만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된 논의를 거쳐 '수렴현상'을 이야기하는 3가지 용어가 만들어 집니다.


▶ 시그마 수렴 (sigma-σ-convergence)


: 시그마 수렴이란 '국가간 1인당 생산량 격차가 점점 감소되는 현상'(a decline over time in the cross-sectional dispersion of per capita income or product.)을 지칭합니다. 우리가 사용했던 'level이 같아짐'을 의미하죠. 경제학을 배우셨던 분들에게는 '절대적 수렴'(absolute convergence)란 용어가 더 익숙할 겁니다.


▶ 베타 수렴 (beta-β-convergence)


 : 베타 수렴이란 '가난한 국가가 부유한 국가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poor economies growing faster than rich ones.)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계속 언급한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보여주죠. 그리고 가난한 국가가 경제성장에 성공해서 부유한 국가가 된다면, 결국 둘의 성장률은 같아지게 됩니다(growth가 같아짐).


▶ 조건부 베타 수렴 (conditional beta-β-convergence)


: 그런데 이때의 베타 수렴은 '조건부'(conditional) 입니다. 국가별로 서로 동일한 정상상태가 아닌 '자신만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의 절대적인 값 보다는, '1인당 자본량이 각자 자신의 정상상태 보다 더 적은'(조건)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빠릅니다. 많은 분들에게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란 용어가 더 익숙할 겁니다.




※ 미국 주(州) · 유럽 7개국내 지역들 사이의 수렴현상


이전글에서 소개한 로머와 루카스[각주:3]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살펴봤을때 시그마 수렴과 베타 수렴이 발견되지 않는 현상에 더 주목했습니다. 따라서 "수렴현상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식과 인적자본에 의해 체증하는 생산함수를 도입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이번글의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현상이 발견되는 건 분명하다"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1880~1988년 사이 미국 주(州)의 소득과 연간 성장률을 대상으로 시그마 수렴과 베타 수렴의 존재를 보여줍니다.


  • Barro and Sala-I-Martin (1991)
  • 1880~1988년, 미국 동부 · 서부 · 중서부 · 남부 지역의 1인당 실질소득 추이
  • 1880년에는 발전된 동서부 지역과 낙후된 남부 지역 간의 격차가 컸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차이가 줄어들고 있음을 볼 수 있다(narrowing gap)


윗 그림은 1880~1988년, 미국 동부 · 서부 · 중서부 · 남부 지역의 1인당 실질소득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880년에는 발전된 동서부 지역과 낙후된 남부 지역 간의 격차가 컸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차이가 줄어들고 있음을 볼 수 있죠(narrowing gap). 


즉, 미국 지역 간에는 '시그마 수렴'(sigma-σ-convergence)이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Barro and Sala-I-Martin (1991)
  • X축은 1880년 당시 1인당 소득수준, Y축은 1880~1988년 사이 연간 소득증가율
  • 초기에 1인당 소득수준이 낮았던 주(州)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해왔음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그림은 1880년 당시 1인당 소득수준(X축)과 1880~1988년 사이 연간 소득증가율(Y축) 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변수 간에 음(-)의 상관관계를 띄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즉, 초기에 1인당 소득수준이 낮았던 주(州)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베타 수렴'(beta-β-convergence) 현상이 관찰됩니다.


  • Barro and Sala-I-Martin (1991)
  • 1950~1985년 사이, 유럽 지역내 GDP 격차(dispersion) 추이
  • 시대가 지날수록 지역내 GDP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미국 주(州) 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내에서도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독일 · 영국 · 이탈리아 · 프랑스 · 네덜란드 · 벨기에 · 덴마크 내 74개 지역을 대상으로 수렴현상을 관찰했습니다.


윗 그림은 1950~1985년 사이, 유럽 지역내 GDP 격차(dispersion)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대가 지날수록 GDP 격차가 축소되는 '시그마 수렴'(sigma-σ-convergence)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Barro and Sala-I-Martin (1991)
  • X축은 1950년 당시 1인당 GDP 수준, Y축은 1950~1985년 사이 연간 성장률
  • 초기에 1인당 GDP가 낮았던 유럽 지역일수록, 성장률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그림은 1950년 당시 유럽 7개국내 지역의 1인당 GDP 수준(X축)과 1950~1985년 사이 연간 성장률(Y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기에 1인당 GDP가 낮았던 유럽 지역일수록, 성장률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럽 7개국내 지역들 간에도 '베타 수렴'(beta-β-convergence)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국가 및 지역의 정상상태가 다르다는 것을 보정하면, 정상상태에 멀리 떨어진 국가 및 지역일수록 성장률이 더 빠른 '조건부 베타 수렴'(conditional beta-β-convergence)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느린 수렴속도


미국 및 유럽 내 지역에서 '수렴현상'이 관찰되기 때문에, "수렴현상은 없다"를 주장했던 로머와 루카스의 모형을 폐기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속도(speed of convergence)가 얼마나 되는지도 산출해 냈습니다. 이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공통적으로 '연간 2%'의 수렴속도가 나왔습니다. 수렴현상이 존재하긴 하지만 매우 느립니다(the convergence process will occur, but only at a slow pace).   


이는 매우매우 느린 속도 입니다. 미국 주(州) 사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지역간 격차가 수렴하는데 100년이나 걸렸습니다. 100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수렴현상을 과연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특히, 논문이 나온 1990년대 초반의 관심사는 통일된 독일이 서독-동독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였습니다. 이렇게 느린 수렴속도를 두고 저자들은 "연구결과는 그닥 힘이 되지 않는다"(the results are not very encouraging) 라는 말을 했습니다.


'존재하지만 느린 수렴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과 로머-루카스 모형 간의 절충안이 필요합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2가지 방안을 제시합니다. 


첫째는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비중을 높여서 체감 정도를 완화시키는 방안

(the neoclassical growth model with broadly-defined capital and a limited role for diminishing returns)


둘째는 내생적 모형에서 체증 현상을 폐기하고 기술확산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방안

(endogenous growth models with constant returns and gradual diffusion of technology across economies)




※ 솔로우 모형 수정

- 자본비중(α, capital share), 33%가 아니라 대략 80% 정도


  • 미국 내 자본비중 추이
  • 2008 금융위기 이후를 제외하면, 1950년부터 2008년까지 줄곧 30% 이내를 유지해오고 있다


갑자기 '자본비중'(α, capital share) 이야기가 나와서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글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를 통해, 자본비중 알파(α)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자본비중(α) 이란 일반적으로 경제 전체 총 소득 중 자본가가 가지는 '자본소득'을 의미합니다. 이와 대립되는 말로 '노동소득'이 있죠. 


만약 총생산량(혹은 총소득) 중 자본가가 더 많은 비중을 가질 수 있다면 추가적인 투자량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축적된 자본량은 더 증가하게 되고, 생산량 증가 → 자본가 소득 증가 → 투자 더욱 증가 → 자본량 더욱 증가 → 생산량 더욱 증가의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높은 자본비중은 생산량의 체감정도도 완화시켜 줍니다. 자본비중이 높을수록 자본량 한 단위의 증가가 비교적 더 많은 생산량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솔로우 모형은 자본비중(α)을 약 33%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자본의 개념을 '물적자본'으로 한정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솔로우 모형은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를 가지게 되었죠.


반면, 로머-루카스의 내생적 모형은 자본비중(α)을 100%로 판단합니다. 물적자본 이외에 '지식 및 인적자본'도 광범위한 자본 개념에 포함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 모형 하에서 체감현상은 완전히 사라졌고, 수렴현상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속도가 느린 것을 보았을 때, 분명 솔로우 모형이 가정하는 것보다 자본비중이 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체감현상을 완화시켜 수렴속도를 늦츨 수 있으니깐요. 하지만 로머-루카스가 말하듯이 100%는 아니라고도 말합니다. 100%일 경우 수렴현상이 아예 나타나지 않지만, 현실에서 수렴을 볼 수 있으니깐요. 


따라서,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을 대상으로 계량분석을 하였고, 솔로우 모형에서 적절한 자본비중(α)은 약 80% 라고 주장합니다. 이 경우 '느리지만 존재하는 수렴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a value for α of 0.8 is very far from 1.0 in economic sense.)




※ 로머-루카스의 내생적 성장 모형 수정

- 국가간 점진적인 기술확산 

(the gradual spread of technological improvements)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exogenous)으로 바라보았던 솔로우 모형과는 달리, 로머-루카스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제주체'에 의해 기술진보가 발생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내생적 성장 모형'(endogenous growth model) 이라는 명칭을 얻었죠.


로머-루카스의 내생적 모형에서 수렴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국가별로 '지식 및 인적자본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different level of technology).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전세계에 주어졌다면 국가간 기술격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가 내 사람들의 적극적인 행위의 결과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진다면, 지식 및 인적자본 수준에 따라서 기술격차(technology gap)가 초래되고 소득수준 및 성장률도 벌어지게 됩니다(divergence).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기술전파(diffusion)가 일어난다면 기술격차가 축소되어 수렴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이 점을 주목했습니다. 수렴현상이 존재하는 점을 봤을 때,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기술이 확산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와 동시에 수렴속도가 매우 느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확산 속도 또한 느립니다. 


따라서, '점진적인 기술확산'(the gradual spread of technological improvements)이 '존재하지만 느린 수렴현상'을 설명한다고 평가했습니다.




※ 배로-살라이마틴 연구가 전달해주는 함의



솔로우 모형의 미래는?


: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은 결국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적합한 모형이냐"의 문제 입니다.  


만약 로머-루카스의 주장처럼 '국가간 기술격차에 의해 수렴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솔로우 모형은 핵심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 · 외생적인 기술진보'가 흔들리게 됩니다. 


하지만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느리지만 수렴현상은 존재한다"고 실증분석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솔로우 모형은 존재의의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솔로우 모형 상에서 자본비중을 좀 더 확대할 수 있다면 현실 설명력을 더 키울 여지가 생기게 되었죠,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가정을 그대로 살리면서 자본비중을 확장한 모형을 1992년 논문을 통해 내놓습니다.


이는 다음글 '[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을 통해 알아봅시다.



▶ 국가간 성장률 차이는 자본축적(transitional path) 때문일까? 기술격차(technology gap) 때문일까?


: [경제성장이론 시리즈] 처음부터 다루었던 논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국가간 성장률이 차이가 나는 이유를 '자본축적 정도에 따른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로 설명합니다.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는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그러나 로머-루카스는 국가간 지식 · 인적자본 수준 차이가 초래한 기술격차(technology gap)가 성장률 차이를 초래한다고 지적합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 또한 '점진적인 기술확산 속도'를 언급하며, 국가간 기술수준에 차이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솔로우 모형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여전히 "기술은 공공재이며, 어느 곳에서나 똑같다" 라고 말하지만, 이제 많은 학자들은 '기술'(technology)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기술에 관해 좀 더 발전된 '내생적 성장이론'은 이제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의 지평을 열게 됩니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 2017.07.05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Posted at 2017. 7. 6. 20:41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수렴논쟁 (convergence controversy)

- 현대 경제성장이론 발전과정 속 중요한 변곡점


이번글은 현대 경제성장이론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변곡점인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글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에서 살펴봤듯이, 솔로우 모형은 언젠가 모든 국가의 생활수준과 성장률이 같아지는 '수렴현상'(convergence)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형의 예측과는 달리, 현실에서 수렴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유한 국가는 여전히 부유하며, 가난한 국가는 여전히 가난합니다. 몇몇의 국가만이 가난에서 탈출하여 경제성장에 성공했을 뿐이죠.


이러한 "국가간 생활수준 및 성장률의 격차를 솔로우 모형이 올바로 설명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형태의 모형이 대안으로 제시되어야 하나"를 두고 경제학자들 간의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를 '수렴논쟁' 이라고 하며, 이 과정에서 솔로우 모형을 대체하는 여러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이번글을 포함하여 앞으로 3편의 글을 통해 '수렴논쟁'을 살펴보며 현대 경제성장이론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알아봅시다. 




※ 솔로우 모형의 성과

- 자본축적을 통한 동아시아 경제성장, 

그리고 선진국 내에서 관찰된 수렴현상


지난 3편의 글은 '솔로우 모형의 의미[각주:1]' · '현실을 설명하는 솔로우 모형'[각주:2] · '미흡한 점이 드러난 솔로우 모형'[각주:3] 등의 주제로 솔로우 모형의 성과와 한계를 다루었습니다. 다시 한번 내용을 복습해 봅시다.


솔로우 모형이 강조했던 것은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이었습니다. 여기서 자본은 기계 · 공장설비 등의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했죠. 물적자본을 많이 가진 국가일수록 당연히 생산량도 많게 됩니다. 


하지만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이 영원히 지속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자본을 축적해 나갈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체감(diminishing)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솔로우 모형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외생적인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970~1980년대 동아시아 네 나라,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은 솔로우 모형이 현실 속 경제성장 과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 네 나라는 자본 · 노동 등 요소투입을 급격히 증가시키면서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은채, 요소축적에만 의존했던 성장은 결국 한계를 맞게 됩니다. 


즉, 동아시아의 사례는 '생활수준(level) 향상을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중요,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growth)을 위해서는 기술진보가 필요' 라는 명제가 참이라고 드러내주었습니다.


  • Baumol(1986)
  • X축은 1950년 당시 1인당 GDP 수준, Y축은 1950~1980년 연간 성장률
  • 1인당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하는지 여부를 관찰하려고 하였다
  • 큰 5각형 모형은 선진국 내부에서 수렴현상이 관찰됨을 보여주고 있다
  • 그러나 전세계를 대상으로 할 경우 수렴현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처럼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잘 설명해줄 수 있었던 이유는 '체감하는 생산함수''외생적인 기술진보' 라는 가정 덕분이었습니다. 


두 가지 가정은 또 다른 현실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바로 '수렴현상'(convergence) 입니다.


만약 자본을 축적해 갈수록 성장률이 점점 하락한다면, 만약 기술수준이 외생적으로 주어진 값으로 어디서나 똑같다면, 언젠가 전세계 생활수준과 성장률은 동일해질 수 있습니다. 가난한 국가는 더 빠르게 성장하고, 부유한 국가는 더 느리게 성장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똑같은 기술진보율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William Baumol)의 연구[각주:4]는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이 일부 그룹 내에서 존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선진국 중 후발산업국가인 일본은 미국 · 영국에 비해 더 빠르게 성장했고, 결국 동등한 수준의 GDP를 가지게 되었죠. 


하지만 그의 연구는 다른 그룹 내에서는 수렴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도 보여주었습니다. 저개발국으로 이루어진 집단 내에서는 생활수준이 수렴하지도 않았으며, 생활수준과 성장률 간 음(-)의 상관관계도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보몰은 "수렴그룹(convergence club)이 따로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의문을 던졌고, 후에 경제학자들은 '서로 다른 자신만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 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국가별로 저축율 · 인구증가율이 다르기 때문에 정상상태도 상이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로 인해, 모든 국가의 생활수준이 동일해지거나, 가난한 국가가 무조건 더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다만, '개별 국가들은 각자의 정상상태에 맞는 생활수준으로 수렴하며', '각자의 정상상태에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 한다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이 나타날 뿐이었죠.




※ 솔로우 모형의 한계

- 수렴현상의 부재,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이렇게 솔로우 모형은 현실에 적합한 것처럼 보입니다. 자본축적의 힘도 보여주었으며, 선진국 내의 수렴현상도 설명해 냈으며, 일부 국가 내에서 발견되지 않는 수렴현상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추가설명을 해주었죠.


하지만 다른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솔로우 모형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정말로 솔로우 모형이 수렴현상의 부재를 올바로 설명하고 있을까?"



이런 의문을 품은 대표적인 학자들이 바로 폴 로머(Paul Romer)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였습니다. 이들은 크게 3가지 점에서 솔로우 모형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저개발국의 성장률이 OECD 소속 국가들 보다 낮다


: 이는 수렴현상을 소개한 이전글[각주:5]과 앞서도 다루었던 내용입니다. 윌리엄 보몰은 '수렴현상' 연구에서 선진국 내에서는 수렴현상이 나타나지만, 저개발국까지 샘플을 넓힐 경우 수렴현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때,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는 '선진국내 수렴현상 존재'보다는 '전체적인 수렴현상 부재'에 더 주목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자신만의 정상상태' 라는 개념으로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려고 하지만, 로머와 루카스는 "처음에 부유했던 국가가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해 나가는 거 아닐까?" 라는 물음을 던졌죠.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이 점차 증가했다


  • 출처 : Romer(1986)


: 이러한 물음을 던진 이유는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에 따르면,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으며, 정상상태에 가까울수록 성장률이 점점 하락합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는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이 시대가 지날수록 높아져만 갔습니다. 1700년대 네덜란드 -0.07% · 1800년대 초 영국 0.5% · 1800년대 후반 영국 1.4% · 1900년대 미국 2.3% 입니다. 또한, 1900년대 미국의 성장률을 연도별로 쪼개보면, 최근 년도에 가까울수록 성장률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도국의 성장률이 시대가 지날수록 증가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후발국가의 성장률이 증가하는 것은 '선진국으로부터 좋은 기술을 이전받아서' 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 상에서 모든 국가의 기술수준이 같기 때문이죠. 하지만 주도국은 첨단 기술을 만드는 최전선(frontier of technology)이지, 다른 국가로부터 이전받는 곳이 아닙니다. 


"주도국 내에서 스스로 기술혁신이 일어나서 성장률이 높아졌을수도 있지 않느냐?" 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솔로우 모형은 더 궁색합니다. 왜냐하면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으로 주어졌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어떻게 기술진보가 이루어지느냐'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국가간 소득격차가 모형이 예측한 것보다 크다


솔로우 모형에 따르면[각주:6], 어떤 국가가 잘 사는 이유는 높은 저축율 · 낮은 인구증가율 등에 힘입어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국가가 못 사는 이유는 낮은 저축율 · 높은 인구증가율 때문에 1인당 자본을 적게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본 블로그에서는 그저 말로써 설명했지만, 실제 솔로우 모형은 콥-더글러스 생산함수를 이용하여 정교하게 수식화 하였습니다. 여기에 저축율과 인구증가율을 대입하면 (수식상 마땅히 그래야 할) 생활수준 및 성장률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이때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저축과 인구증가율이 소득격차에 끼치는 영향력이 솔로우 모형의 예측보다 큽니다


예를 들어, 당시 필리핀은 미국에 비해 1인당 소득이 10%에 불과했습니다. 솔로우 모형의 수식에 따르면, 미국의 저축률이 30배는 높아야 이처럼 큰 소득수준 차이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미국의 저축률은 그저 2배 더 많았을 뿐이죠. 즉, 조금의 저축률 차이도 큰 소득격차를 초래합니다.

 


솔로우 모형이 '저축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이유는 '생산함수가 체감'(diminishing)하기 때문입니다. 자본량이 축적될수록(=저축을 할수록) 생산량 증가분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소득격차 설명에 있어 저축의 영향력이 크지 않습니다. 


만약 생산함수가 체감하지 않았다면, 자본량이 증가할수록 생산량 증가분도 계속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로인해, 굳이 저축율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현재 축적된 자본량에 따라서 국가간 생산량이 크게 차이 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필리핀 간의 조그마한 저축률 차이가 큰 소득격차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산함수가 체감한다는 솔로우 모형의 가정을 수정해야 합니다.




※ 솔로우 모형, 무엇이 문제였을까?

- '체감하는 생산함수' 및 '외생적인 기술진보' 가정에서 벗어나자

- '체증하는 생산함수'와 '내생적인 기술진보'의 도입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가 지적한 3가지 사항-수렴현상의 부재-을 올바르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 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 및 '외생적인 기술진보'를 폐기해야 합니다.


만약 자본량이 증가할수록 생산량 증가분도 계속 늘어난다면, 다르게 말해 생산함수가 체증(increasing marginal)한다면 수렴현상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부유한 국가는 계속 부유하고 가난한 국가는 계속 가난한 현실에 부합합니다. 또한,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의 저축율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기술진보율이 국가별로 차이가 난다면, 주도국의 성장률이 시대가 흐를수록 증가하는 현실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주도국 내의 어떠한 요인이 내생적(endogenous)으로 기술진보를 이끌어서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지식'(knowledge)'인적자본'(human capital) 입니다. 


이들은 개별 경제주체의 활동에 의해 지식과 인적자본이 내생적으로 축적되며(endogenous), 그 결과 생산량이 (체감하지 않고) 선형적으로 증가(linearity)하거나 체증(increasing marginal)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제 이 둘의 주장을 알아보며, 솔로우 모형을 대체하는 이론을 생각해 봅시다.




※ 폴 로머, 지식이 증가할수록 생산량은 체증한다

- 개별기업의 연구분야 투자로 창출되는 지식(knowledge)

- 지식의 외부성(externality)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식전파'(knowledge spillover) 



  • 폴 로머의 1986년 논문 표지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는 1986년 논문 <체증현상과 장기성장>(Increasing Returns and Long-run Growth)을 통해 현대 경제성장이론의 방향을 돌려놓았습니다. 

(사족 : 그는 이후에도 1990년 논문[각주:7]을 통해, 新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내놓습니다. 앞으로 이를 살펴볼 계획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 속 핵심가정을 폐기해야 합니다.


로머는 논문에서 "체감하는 생산함수라는 일반적인 가정에서의 탈피"(departure from the usual assumption of diminishing returns) · "미래를 내다보고 이윤극대화를 노리는 경제주체에 의한 지식축적"(accumulation of knowledge by forward-looking, profit maximizing agents) 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면서, 과감히 솔로우 모형에서 탈피합니다.



그는 체감하는 생산함수 대신 체증하는 함수(increasing marginal productivity)를 도입합니다. 단순한 증가함수(increasing)는 자본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량도 증가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체증하는 함수는 자본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량 증가'폭'이 증가합니다(increasing marginal). 


윗 그림에서 볼 수 있다시피 단순한 우상향하는 선형함수가 아닌 아래로 볼록한(convex) 모양입니다. 이 경우 자본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량은 한계가 없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without bound).


그렇다면 로머는 왜 이런 모양의 함수를 생각했을까요? 


그는 로버트 솔로우가 말한 '자본'이 단순한 '물적자본'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진 '지식'(knowledge) 또한 자본의 또다른 형태이며, 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지식이란 생산요소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체 입니다. 단순한 '요소투입 증가'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죠.


이때 지식이 지닌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폴 로머는 개별기업이 연구활동(research)을 통해 창출해 낸 '지식'은 비밀로 감출 수 없으며 특허로 완전히 보호될 수도 없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외부성(natural externality)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한 기업의 지식은 다른 곳으로도 전파되고(knowledge spillover), 개별기업은 (자신들이 만들어내지 않은) 전체 지식에 의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됩니다.


지식이 외부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곳으로 전파된다는 사실은 로머의 모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기업이 자신들이 창출해낸 지식에만 의존한다면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게 됩니다. 왜냐하면 연구활동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활동 초기에는 새로운 결과물을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연구가 진행될수록 이전과 다른 것을 내놓기 힘듭니다. 즉, 연구활동과 지식은 체감하는 관계 입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창출된 지식을 기업이 이용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더 이상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데 한계에 봉착한 기업일지라도, 다른 기업이 창출해낸 지식을 이용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생산량은 한계가 없이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지식이 지닌 외부성'과 '지식전파' 덕분에 연구분야 투자에 대한 이익을 공통적으로 누리게 됩니다(benefit from collusive agreement).




※ 로버트 루카스, 인적자본은 어떻게 축적되나

- 교육(school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 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 로버트 루카스 1988년 논문 표지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또한 국가별 성장률 차이를 솔로우 모형이 올바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수렴현상은 없다고 분석했죠. 따라서, 그는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폴 로머와 마찬가지로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더욱 주목했던 건 '인적자본 축적 방식'(human capital accumulation) 입니다. 인적자본 축적은 체감하지 않으며, 인적자본 수준은 선형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이로인해 생산량도 꾸준히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솔로우 모형이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으로 바라보는 점에 대해서도 심한 불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론과 모형은 '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개개인의 결정과 그 결정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individual decision to acquire knowledge, and about the consequences of these decisions for productivity)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따라서, 로버트 루카스는 1988년 논문 <경제발전의 메커니즘>(On the mechanics of economic development)을 통해, 인적자본 축적 방식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교육(school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 루카스가 제시하는 첫번째 방식은 바로 '교육(school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입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개개인이 현재 시점에 시간을 할당하는 방식이 생산성과 미래 인적자본 축적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the way an individual allocates his time over various activities in the current period affect his productivity, or his human capital level, in future periods.) 


한 개인은 u 시간만큼을 현재의 생산에 쓰고, 나머지인 1-u 시간을 인적자본 축적에 씁니다. 이 1-u 시간이 미래의 인적자본 증가율과 연관이 있죠. 


이때 루카스는 현재 인적자본 수준이 어떠하든지, 개인이 인적자본 축적에 쓰는 시간만큼 선형적(linearity)으로 미래의 인적자본 수준이 증가한다고 주장합니다. 솔로우 모형과는 달리, 현재 많은 인적자본을 축적해 놓았다고 해서 추가적인 인적자본 수준 증가가 힘들지 않습니다.


이는 어찌보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인적자본 축적은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분명 10대때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과 나이가 들어 공부하는 것은 다릅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인적자본 수준을 끌어올리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루카스는 "인적자본 축적은 사회적 활동이다(human capital accumulation is a social activity)"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습니다. 


개인의 인적자본 축적은 그 사람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내부효과(internal effect)도 가지지만,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외부효과(external effect)도 갖습니다. 게다가 인적자본 축적을 처음 시도하는 아이는 맨땅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가족구성원의 인적자본 수준에 비례한 양을 가진채로 시작하게 되죠. 

(initial level each new member begins with is proportional to (not equal to!) the level already attained by older members of the family.)


즉, 개인의 인적자본 축적은 사회 전체의 수준을 높이게 되며, 이는 후대에 전승됩니다. 따라서, 인적자본은 체감하지 않으며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 직무과정(on-the-job-training) 및 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를 통한 인적자본 축적


  • 왼쪽 : 1938년 삼성상회, 오른쪽 : 2017년 삼성전자 평택공장


: 인적자본을 축적하는 또 다른 방식은 직무과정(on-the-job-training)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 입니다. 개인은 교육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일을 해나가면서 인적자본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두들 실제 직장생활 경험을 통해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회사에 들어가면 뭐가 뭔지 잘 모릅니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긴 했는데 글자로만 이해했던 일을 현실에 적용시키려니 힘이 들죠. 그리고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많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많이 해메던 신입사원도 이제 연차가 쌓일수록 일이 능숙해집니다. 수십년의 경력을 가진 분의 숙련도는 두말할 필요가 없죠.


개인 뿐 아니라 기업이나 산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처음 신규사업에 진출한 기업은 우왕좌왕 헤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사업이 익숙해지고, 거기서 얻은 생산경험을 통해 또 다른 사업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발전 시기 현대 · 삼성 등이 그 예시입니다. 이들 기업은 처음에는 쌀 · 음식료를 판매한 조그마한 소매상부터 시작하여 자동차 정비 · 건설업 · 가전제품 판매를 거쳐 조선 · 자동차 · 반도체 제조까지 산업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이때, 직무과정 및 생산에 학습효과를 통한 인적자본 수준도 후대에 전승됩니다. 오래된 상품에 특화된 인적자본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때 물려지게(inherited) 됩니다. 


따라서, 경제전체의 인적자본 수준은 체감하지 않고 선형적으로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 로머와 루카스 연구 정리

- 내생적 성장이론의 탄생


▶ 지식과 인적자본의 외부성

▶ 선형적 혹은 체증적으로 증가하는 생산함수

▶ 내생적으로 결정되는 기술진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로머와 루카스의 연구는 '솔로우 모형을 넘어선 성장이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 핵심 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와 '외생적인 기술진보'에서 벗어남으로써 성장이론의 새 틀을 만들었죠.


특히, 개인 및 기업의 행위로 지식 · 인적자본이 축적되고 기술수준이 진보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 이라는 명칭을 얻게 됩니다.


(사족 : 폴 로머는 1990년 또 다른 논문을 통해 '내생적 성장이론'을 또 한번 발전시킵니다. 추후 다른글을 통해 이를 알아볼 겁니다.)




※ 로머와 루카스 연구가 전달해주는 함의


자, 이제 로머와 루카스의 연구에서 어떠한 함의(implication)를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내생적 성장이론의 등장

- '기술'을 둘러싼 여러 연구주제들


: 이들의 연구는 '내생적 성장이론'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충분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경제성장을 둘러싼 학자들의 연구주제는 더 넓어졌습니다. 


이전에는 외생적으로 주어졌던 기술이 무엇이며(technology), 국가간 기술이 어떻게 전파되며(diffusion), 서로 다른 기술수준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level of technology), 지식과 인적자본이 무엇인지, R&D와 기술발전의 관계 등등 기술진보와 관련한 조금 더 세세한 주제를 살피게 되었죠.



수렴현상은 없다


: 로머와 루카스는 수렴현상 가능성을 전면 부인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현실에서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수렴현상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모형에서 생산량은 자본량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하거나 체증하기 때문에, 한 국가는 계속 빠르게 성장하며 가난한 국가는 비교적 늦게 성장합니다.  



국가간 기술격차(technology gap)이 성장률 격차를 초래한다


: 국가별로 성장률 격차가 초래하는 이유를 두고 솔로우 모형과 로머-루카스 모형은 서로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cis)에서 찾고 있습니다. 즉, 자본을 많이 축적하지 않은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합니다. 그 이유는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일수록 생산량 체감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양의 자본을 축적한 국가는 체감현상으로 인해 느리게 성장합니다.


반면, 로머-루카스 모형은 '기술격차'(technology)에 주목합니다. 많은 인적자본 및 지식을 보유한 국가가 기술을 내생적으로 진보시켜 빠른 성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인적자본 및 지식이 적은 가난한 국가는 계속 느리게 성장하게 됩니다.   


정부개입은 성장효과(growth effect)를 낳을 수 있다


: 로머와 루카스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지식'과 '인적자본' 이었습니다. 경제발전 초기에 지식과 인적자본이 많이 축적된 국가일수록 계속해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이 이런 효과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 생산량이 체감하지 않아 수렴현상이 없다. 둘째, 지식과 인적자본이 외부성을 초래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둘째 요인으로 인해 첫번째 현상이 나타나고, 그 결과 국가간 영구적인 성장률 격차가 나올 수 있습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의 외부성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지식전파'(knowledge spillover)가 발생하며 후세대로 전승(inherited) 되면서, 생산량 체증효과가 나타납니다. 이제 수렴은 없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솔로우 모형과는 달리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증대시킵니다. 

기존 솔로우 모형[각주:8]에서 '정부정책 무용론'이 제기됐던 이유는 정부의 저축률 증가 및 인구증가율 억제 정책이 성장효과(growth effect) 없이 수준효과(level)만 냈기 때문입니다. 체감하는 생산함수 하에서는 어떠한 정책을 쓰든간에 결국 성장률은 0%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로머와 루카스 모형에서는 다릅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계속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개입으로 지식과 인적자본을 축적하는 건 '성장효과'(growth effect)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R&D 투자 세제지원, 교육 서비스 증가 등등의 정부정책이 유용합니다.

게다가 지식 및 인적자본이 초래하는 '외부성' 또한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지지합니다. 다른 기업이 만들어낸 지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업들에게 '무임승차'(free-ride)의 유인을 만들어 냅니다. 굳이 내가 연구분야에 투자 하지 않더라도, 다른 기업이 투자한 공로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무임승차 하려는 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연구분야 투자량은 사회적 최적상태에 비해 적어집니다. 정부가 시장개입을 통해 외부성이 초래하는 비효율성을 제거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자본, 지식 및 인적자본
- 자본비중 알파(α)에 대하여
- 로머와 루카스는 자본비중이 100% 라고 보고 있음


  • 미국 내 자본비중 추이
  • 2008 금융위기 이후를 제외하면, 1950년부터 2008년까지 줄곧 30% 이내를 유지해오고 있다

: 로머와 루카스는 '물적자본'에 한정되어 있던 자본의 개념을 '지식' 및 '인적자본'에까지 확장 시켰습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수렴논쟁을 둘러싼 논문을 직접 읽으시는 분들은 '자본비중 알파(α)'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렴현상에 대한 이론적인 논쟁은 바로 "자본비중 알파(α) 값의 크기가 어느정도 되느냐?" 입니다.

자본비중(capital share) 이란 일반적으로 경제 전체 총 소득 중 자본가가 가지는 '자본소득'을 의미합니다. 이와 대립되는 말로 '노동소득'이 있죠. 

만약 총생산량(혹은 총소득) 중 자본가가 더 많은 비중을 가질 수 있다면 추가적인 투자량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축적된 자본량은 더 증가하게 되고, 생산량 증가 → 자본가 소득 증가 → 투자 더욱 증가 → 자본량 더욱 증가 → 생산량 더욱 증가의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자본비중 확대는 생산량의 체감정도도 완화시켜 줍니다. 자본비중이 높을수록 자본량 한 단위의 증가가 비교적 더 많은 생산량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솔로우 모형은 자본비중이 33%, 노동비중이 66%로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 국가의 자본소득 분배율(노동소득 분배율) 통계를 살펴보면 이 정도 값이 나오죠.

하지만 로머와 루카스는 자본의 개념을 물적자본 뿐 아니라 지식 및 인적자본에 까지 확장하여, 자본비중을 100%로 대폭 높였습니다. 지식 및 인적자본은 사람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소득으로 잡히지만, 이를 자본소득으로 분류하면 자본비중은 기존 값에 비해 커집니다.

그 결과, 자본비중이 100%인 로머와 루카스 모형 하에서는 체감현상이 사라지게 되었고 수렴현상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 정말로 수렴현상은 아예 없는 것일까?

이번글에서 소개한 로머와 루카스는 "수렴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수렴현상이 아예 없는 것일까요?

분명 윌리엄 보몰은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는 수렴현상이 존재한다고 확인했습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는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없지만, 어쨌든 선진국끼리는 수렴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자본비중 100%와 체증현상을 가정하는 로머-루카스 모형에도 무언가 결점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에 대하여,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Robert Barro)와 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vier Sala-I-Martin)은 "수렴현상 느리지만 존재한다." 라고 말하며, 로머-루카스 모형의 결점을 지적합니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7.02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2017.06.29 http://joohyeon.com/252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4.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5.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6.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7. P.Romer. 1990. Endogenous Technological Chang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본문으로]
  8.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Posted at 2017. 6. 28. 07:00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어떤 나라는 못 사는 것일까?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동력은 무엇일까?


경제성장은 생활수준을 대폭 향상시켜 줍니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이 명제는 대한민국이 이루어 낸 성장기적(growth miracle)이 잘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1950~1970년대를 보낸 어르신들은 직접 몸으로 느낀 바를 말해줄 수 있죠. 


하지만 경제성장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모든 국가가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북한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높은 생활수준을 누리는 동안,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빈곤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많은 저개발국들이 지구상에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런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어떤 나라는 못 사는 것일까요?"(why are we so rich and they so poor?)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여러 가설을 제기했습니다. 자본축적을 제대로 했는지, 기술발전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의 여부를 따졌죠. 보다 근본적으로는 민족성, 법과 제도, 정치권력 부패, 민주주의 체제, 지리적조건 등 국가들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탐구했습니다.      


어떠한 요인이 경제성장 달성 여부를 갈라놓았는지 탐구한 이후에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동력은 무엇일까?"(engine of growth)를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은 단순한 일회성 사건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높아진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sustained growth)이 필요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싶어했습니다. 



2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경제성장 이론은 바로 '솔로우 모형'(Solow Growth Model) 혹은 '신고전파 모형'(Neoclassical Growth Model) 입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모형은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우(Robert Solow,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가 제시했습니다. 


그는 1956년 논문 <경제성장 이론에 대한 기여>(<A Contribution to the Theory of Economic Growth>) 를 통해, 미국이 겪어온 경제성장 과정을 이론화 하였습니다. 


미국의 성공경험이 알려준 것은 '자본축적의 중요성'(Capital Accumulation) 이었습니다. 미국의 1인당 자본량은 꾸준하게 증가해왔으며, 이에 맞추어 1인당 생산량도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솔로우는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자본축적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제부터 솔로우 모형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알아봅시다.




※ 어떻게하면 자본을 축적할 수 있을까?


한 국가가 경제성장을 이루었는지 여부는 '1인당 생산량'(per capita GDP)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생산'[각주:1]이기 때문이죠. 


  • 출처 : OECD National Accounts at a Glance


윗 그래프는 미국의 1인당 생산량 및 자본량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미국의 1인당 생산량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그 배경에는 1인당 자본량 증가가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본이란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합니다. 공장설비 및 기계 등이 더 많이 도입될수록 생산량도 비례하여 증가하게 됩니다. 


이를 보면, 1인당 생산량 증가, 다시 말해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적)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 및 축적된 자본이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는 과정'을 아주 쉽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윗 수식은 저축과 투자가 1인당 자본량을 늘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른바 '솔로우 모형의 기본 방정식'(Fundamental Equation of the Solow Model) 입니다. 

 

경제원론을 소개한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각주:2] 에서 보았듯이, 자본축적을 위해 필요한 것은 '투자'(investment)와 '저축'(saving) 입니다. 


투자란 '기계 · 생산설비 등 신규 자본재를 만들거나 구매하는 것'을 뜻하며, 저축은 '생필품 소비를 덜하여서, 자본재 생산에 더 많은 자원을 배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국가의 저축이 많을수록 투자도 비례적으로 증가하여 자본축적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1인당 생산량 중 일정부분을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면 투자로 이어지고 이는 곧 1인당 자본량 증가로 나타납니다. 증가된 자본량은 1인당 생산량을 늘리게 되고, 늘어난 생산량 중 일정부분을 또다시 저축 · 투자로 연결시키면 자본량과 생산량이 더욱 늘어나는 선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때 1인당 자본량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기계 · 생산설비 등 자본량은 감가상각의 영향을 받아 일정량 사라집니다. 또한, 인구가 많아질수록 '1인당'(per capita) 자본량도 줄어들기 때문에, 인구증가율에 비례하여 소모됩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은 '저축' 및 '투자'가 증가할수록 늘어나며, '감가상각률' 및 '인구증가율'이 높아질수록 줄어듭니다. 


(사족 : 경제 전체 '총'자본량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인구가 많아질수록 '총'자본량은 증가하고, '총'생산량 또한 늘어납니다. '1인당' 자본량 및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을 '자본심화'(Capital Deepening) 라하고, '총' 자본량 및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을 '자본확장'(Capital Widening) 이라 합니다.)    


이러한 논리로부터, 우리는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어떤 나라는 못 사는 것일까요?"(why are we so rich and they so poor?)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어떤 국가가 잘 사는 이유는 높은 저축율 · 낮은 인구증가율 등에 힘입어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 또 어떤 국가가 못 사는 이유는 낮은 저축율 · 높은 인구증가율 때문에 1인당 자본을 적게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한 국가가 생필품 소비를 많이 하여서 자본재 생산에 더 적은 힘이 배분된다면(=소비가 많아 저축과 투자가 적다면), 그 국가는 자본축적이 더뎌져서 생산량도 크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또한, 경제성장 초기 높은 인구증가율은 자원을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유아에게 배분케하여 (생산에 참여하는) 성인의 1인당 자본량을 훼손시킵니다.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는 국가가 초기에 '저축증대'와 '산아제한'을 실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 한국도 마찬가지로 저축장려 및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했었죠.       




※ 자본축적 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까?

- 자본량 증가에 대한 생산량 증가폭은 체감

- 영구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진보'

     

지금까지 논의한 것은 '1인당 생산량 수준'(per capita GDP Level)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축율이 높고 인구증가율이 낮을수록, 자본축적이 일어나 생활'수준'이 높아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생활'수준' 향상은 얼마나 빨리 달성가능하며 언제까지 지속되는 것일까요? 


경제성장 달성에 중요한 것은 성공여부 뿐 아니라 성공에 걸리기까지의 시간 및 지속적인 성장 여부도 있습니다. 자본축적을 통해 생활수준이 향상되더라도, 그것이 엄청 오래 걸려서 내가 죽기 전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한번 생활수준이 향상된 후 지속되지 않는 것도 의미가 없습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구분해야 할 개념은 '수준'(level)과 '성장'(growth) 입니다. 


어떤 나라가 잘 사느냐 못 사느냐 따지는 것은 '수준'(level)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반면, 어떤 나라가 얼마나 빨리 생산량을 늘리느냐,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느냐는 '성장'(growth)을 의미합니다.


  • 출처 : 한국은행


윗 그래프는 1970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의 1인당 GDP(level) 및 경제성장률(growth)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경제발전을 시작한 이래로 줄곧 증가해 왔습니다. 1998년과 2009년에 각각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각주:3] 와 2008 글로벌 금융위기[각주:4] 여파로 주춤하긴 했지만, 추세가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은 이와 다릅니다.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0% 부근의 고성장을 기록해왔지만, 점차 낮아져서 현재는 2%~3% 사이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즉, '수준'(level)은 줄곧 향상되어 왔으나, '성장'(growth)은 점차 더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에서만 관찰되는 양상이 아닙니다. 과거 미국도 높은 성장률은 기록했으나 오늘날에는 3% 부근에 머물러 있죠.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개방 이후 10%가 넘는 성장률은 기록해온 중국은 최근에는 7%~8%로 내려왔습니다.


  • 자본량 증가에 대해 생산량 증가폭이 체감하는 모양 (diminishing)


솔로우 모형은 ''수준'(level)은 줄곧 향상되어 왔으나 '성장'(growth)은 점차 더뎌지는 모습'이 왜 나타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1인당 자본량 증가 → 1인당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는 경로가, 축적된 자본이 많아질수록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해, 자본량 증가에 대한 생산량 증가폭이 체감(diminishing) 합니다.


초기 자본량이 적을 때는 자본량 한 단위가 늘어날수록 생산량도 크게 증가합니다. 삽으로 땅을 파다가 포크레인이 주어지면 작업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겁니다. 


하지만 이미 가진 자본량이 많아질수록, 자본량 한 단위가 추가되어도 생산량에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한 사람이 포크레인 1대를 더 가진다면 번갈아가면서 사용하여 기계노후를 늦추고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몇대씩 더 늘어났을때 생산량 증가 효과는 초기에 삽→포크레인으로 변했을 때의 효과보다 적어질 겁니다.


윗 그래프의 모양은 직선(linear)으로 뻗어있지 않고 구부러진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 이것이 솔로우 모형이 상정하는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 function)의 모습니다. X축 자본량이 점차 많아질수록 Y축 생산량의 증가폭은 점점 줄어듭니다.


이러한 논리로부터 '한 국가가 경제성장을 달성할수록(=level이 높아질수록) 성장률은 점점 하락한다(=growth 효과는 줄어든다)'는 사실을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경제성장률은 0%를 기록하게 될 겁니다. 왜 그럴까요? 


자, 1인당 자본량이 계속해서 축적되어 '어느 지점'을 넘어섰다고 생각해봅시다. 


저축과 투자를 통해 자본량을 더 늘리더라도 체감효과로 인해 생산량은 더 늘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자본량 증가 → 생산량 증가 → 자본량 증가'의 선순환 고리가 끊기게 되죠. 


반면, 감가상각 및 인구증가율 등의 영향으로 소모되는 자본량은 일정합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일정 지점을 넘어서면 되려 자본량이 다시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솔로우 모형은 이러한 일정 지점을 '정상상태' 혹은 '균제상태' (steady state)로 칭했습니다. 


즉, 한 국가의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의 자본량'(steady state)보다 많이 적을수록, 그 국가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에 가까워질수록 성장률이 낮아지죠. 이어서 정상상태를 초과하면 자본량이 다시 감소하여 생산량도 줄어드는 음(-)의 성장률이 나타납니다. 


결국, 궁극적으로 그 국가의 1인당 자본량은 '정상상태'(steady state)에 머무르게 되고, 자본량은 늘지도 줄지도 않아서 성장률은 0%에서 멈추게 되고 맙니다.       


이를 정리하면, '생활수준 향상은 얼마나 빨리 달성가능하며 언제까지 지속되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이제 막 시작한 국가일수록 '생활수준 향상 속도가 빠르다가, 점점 늦어지며, 결국 멈추게 된다'"가 솔로우가 제시한 해답입니다.




※ 저축율 100%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 저축율 증가정책은 수준효과(level effect)만 가져와

- 성장효과(growth effect) 없어, 결국 성장률은 0%로 수렴


"솔로우 모형 상에서 자본축적이 진행될수록(=1인당 자본량이 많아질수록) 성장률이 하락하여 궁극적으로 0이 된다"는 사실은 생각할꺼리를 제공해 줍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경제성장을 위해 경제학 공부를 하다가 솔로우 모형을 조금 알게된 상황을 떠올려 봅시다. 교과서 첫 부분만 공부하고 책을 덮은 지도자는 "저축과 투자를 늘리면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구나. 이제 모든 국민들을 강제로 저축시켜서, 저축율 100%해야겠다" 라고 다짐합니다. (혹은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통해 인구증가율 0%를 추구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솔로우 모형 뒷부분을 공부한 사람들은 이 생각이 가진 문제점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분명 저축율 증가 정책은 생활수준(level)의 향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1인당 자본량이 점점 축적될수록 성장률은 하락하여 결국 0%가 되고 맙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도자를 향해, "저축율 증가 정책 및 산아제한 정책은 수준효과(level effect)만 가질 뿐, 성장효과(growth effect)는 없습니다." 라고 충고 해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충고에 대해 "어찌됐든 생활수준이 향상됐으면 된 거 아니냐" 라고 반발할 수도 있으나, 애시당초 경제성장의 목적은 사람들의 효용과 후생을 증가시키기 위함입니다. 사람들은 소비를 통해 효용을 느끼는데, 소비를 아예 없애고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는 건, 경제성장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동력은 무엇일까?

-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량이 증가할수록 생산량 증가가 체감(diminishing)하기 때문에, 궁극적인 성장률은 0이 된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소리로 들립니다. 우리는 지속적인 경제성장(sustained growth)을 통해 계속해서 효용과 후생을 증대시키고 싶은데, 성장이 멈춘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하지만 솔로우모형에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합니다 . 바로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 입니다.


1인당 생산량을 늘리는 데 있어 자본축적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자본을 사람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도 중요합니다. 또한, 새로이 추가된 자본이 이전보다 좀 더 효율적인 형태를 띄느냐도 중요하죠. 즉, 자본축적 못지않게 '생산성'(productivity)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교육수준이 높아져서 사람들의 능력이 향상 된다면 생산설비 등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전보다 성능이 더 좋은 설비로 교체된다면 생산량이 더 많이 증가할 겁니다.    


이렇게 기술수준이 점점 높아질수록 생산량을 늘려갈 수 있습니다. 생산량 증가에 있어 자본축적 이외의 또 다른 방법이 생긴 것이죠.


이때, 중요한 점은 기술진보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체감하지 않습니다. 자본은 한 단위 더 투입(input)해 나갈수록 생산량 증가폭이 줄어드는 체감 현상이 나타나지만, 기술진보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되면 될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더욱 더 커질 겁니다(increasing).


물론, 기술진보율 자체는 체감할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한 단계 더 나은 기술을 만든다는 건 힘든 일이죠. 하지만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율을 딱 고정시키고 전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다고 가정했습니다. 그 값이 얼마이든간에, 일단 기술진보율은 '외생적으로 주어진다'고 가정했죠.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에 도달 했을지라도, 기술진보는 생산성 혁신을 불러와 1인당 생산량이 계속해서 증가하게 되고 0이 아닌 양(+)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솔로우모형 상에서 경제성장 동력(engine of growth)는 바로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 입니다.




※ 솔로우모형 내용 정리


자, 이번글에서 다루었던 솔로우 모형이 전달해주는 바를 한번 정리해봅시다.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어떤 나라는 못 사는 것일까요? 

- 자본축적의 중요성


: 솔로우 모형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을 제시합니다.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1인당 생산량이 많아서 부유한 국가가 됩니다.



자본축적 만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할까? 

- 불가능하다


: 자본축적 만으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불가능 합니다. 그 이유는 자본이 한 단위 늘어났을 때 생산량 증가폭은 체감(diminishing)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제발전 초기에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다가, 경제 수준(level)이 높아질수록 성장률은 점점 하락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0%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국가별로 성장률이 각기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가 각기 다르다


: 2017년 오늘날 중국은 8% 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반해, 한국은 2%~3%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국가별로 정상상태(steady state)에서 떨어진 정도가 다르기 때문' 입니다. 


경제성장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중국은 아직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죠. 반면, 경제성장 성숙기에 접어든 한국은 정상상태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성장률이 낮습니다.


이를 학문용어로 표현하자면, '전이경로' 혹은 '이행기동학' (transitional dynamics) 라고 합니다. 아직 정상상태에 도달하지 못한 국가는 전이경로 속에 위치해 있습니다. 



저축율을 높이고 인구증가율을 낮추는 정부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 일시적 효과만 낼뿐, 성장효과는 없다


: 높은 저축율과 낮은 인구증가율은 1인당 자본량을 늘려서 생산량 증가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경제수준만 높이는 효과만 낼 뿐, 결국 성장률은 0%를 기록하게 될 겁니다. 


다시 말해, 이러한 정책은 수준효과(level effect)만 나타나게 할 뿐이지, 영구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성장효과(growth effect)는 일으킬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동력은 무엇인가? 

-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

 

: 솔로우 모형 상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인위적인 정부정책이 아니라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 입니다. 


즉, 경제성장의 동력(engine of growth)은 '기술진보'(technological progress) 입니다.




※ 생각 뻗어나가기



자본축적 중요성이 초래하는 문제 ① 

- 자본축적이 중요할까, 기술진보가 중요할까?


: 생활수준(level)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growth)을 위해서는 '기술진보'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요? 


"둘 다 중요하지. 중요성을 왜 따지냐" 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물음입니다. 만약 기술진보 없이 자본축적만 이룩한 국가는 성장률이 점점 하락하여 곧 성장이 멈추게 될 겁니다. 그러나 기술진보를 함께 진행해온 국가는 성장률을 계속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1970년대 소련 경제 · 1990년대 동아시아 경제 · 2010년대 중국 경제' 사례를 통해, '생산성 향상 없는 자본축적'이 초래하는 문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본축적 중요성이 초래하는 문제 ② 

- 미래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현재의 소비를 줄여야하나?


: 경제성장(=level의 상승)을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필요합니다. 자본축적은 높은 저축율을 통해 달성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축율이 높다는 말은 '소비가 적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럼 "미래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현재의 소비를 줄여야 할까요?"


"당연히 현재 조금 고생하고 미래에 과실을 얻어야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현재의 소비 감축이 미래의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만약 현재 자본축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현재의 소비 감축(=저축 증가)은 생활수준 향상과 소득 증가를 불러와 미래의 소비를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자본축적이 많이 이루어진 상황이라면, 현재의 소비 감축(=저축 증가)은 미미한 소득 증가로 이어져서 오히려 현재+미래 소비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의 소비 감축은 세대별로 수혜가 다릅니다. 청년 세대는 미래의 소비 증가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장년 세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 소비가 줄어들어서 효용과 후생수준이 하락하는 악영향만 받습니다.


경제학자들은 현재+미래 소비량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최적 저축율'이 얼마인지를 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른바 '저축 수준의 황금률'(golden rule)을 찾기를 바랐죠.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고민을 하는 이유는 결국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자본축적' 이외의 다른 방법이 있다면, 현재 고통스러운 소비 감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앞으로 다른 글들을 통해 이를 살펴볼 계획입니다.



 체감현상이 초래하는 문제 ① 

- 모든 국가가 동일한 지점의 정상상태로 수렴할까? 


: 솔로우 모형 상에서 1인당 생산량은 자본량에 대해 체감(diminishing) 하기 때문에, 결국 1인당 자본량은 정상상태(steady state)에서 멈추게 된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국가가 서로 동일한 지점의 정상상태에서 멈추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경제성장을 시작해온 국가들은 이미 정상상태에 가까워졌을 겁니다. 이제 막 시작한 국가들은 정상상태를 향해 오고 있죠. 


그럼 언젠가는 모든 국가가 '하나의 정상상태'에서 멈추어서 1인당 자본량 · 생산량이 모두 똑같아지는 날이 올 수도 있을겁니다.(=level이 같아짐


게다가, 정상상태에서는 생산량이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 만큼 증가하고, 솔로우 모형은 전세계 어디에서든 기술진보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하나의 정상상태' 위에서, 세계 모든 국가의 성장률이 같아지는 날도 올 수 있습니다.(=growth가 같아짐)


이렇게 국가간 1인당 생산량 및 성장률이 같아지는 현상을 '수렴현상'(Convergence) 라고 부릅니다. 


솔로우 모형만 살펴본다면, 전세계의 1인당 GDP가 하나로 수렴하여 국가간 격차가 없어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증 데이터를 살펴보면, 솔로우 모형이 기대하는 수렴현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빈곤국은 여전히 빈곤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저개발 상태를 벗어난 국가들도 여전히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level)을 기록하고 있죠. 또한, 성장률 격차(growth)가 축소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솔로우 모형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실증 결과에 반하는 이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텐데 말이죠.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이를 살펴볼 계획입니다. 



 체감현상이 초래하는 문제 ② 

- 정부정책은 무용할까?


: 정부의 저축률 증가 및 인구증가율 억제 정책이 성장효과(growth effect) 없이 수준효과(level)만 내는 이유는 솔로우 모형이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 function)을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진보만 필요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정부정책 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일부 사람들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당장 현실을 둘러봐도 정부의 법과 제도 정비, R&D 투자 지원, 교육 확대,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이 성장률을 끌어올린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럼 우리는 '정부정책이 성장효과도 낼 수 있는 또 다른 모형'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글을 통해, 이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외생적인 기술진보가 초래하는 문제 ① 

-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같을까? 경제성장률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 로버트 솔로우는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며 외생적으로 주어진다고 가정했습니다. 쉽게 말해, 기술진보율이 2%든 10%든 일정한 값으로 모든 국가에 나타난다는 것이죠. 


그런데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같을 수 있을까요?


당장 미국과 한국을 대비해봐도, 양국간의 기술진보율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고 실제 기업운영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기술진보를 이루어내고 있지만, 미국에 비해서 뒤쳐진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다"는 가정이 성립하는 이유는 '기술은 공공재(public goods)' 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공공재란 비배제성(non-excludable) · 비경합성(non-rivalry) 을 띄는 재화로서,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재는 여러 사람에게 빠르게 확산(diffusion)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기술은 공공재 특성을 띄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기술은 '특허제도'(patent)를 통해 보호되고 있으며(=배제성을 띄고 있으며), 다른 국가에 유출될 가능성을 엄격히 차단하고 있습니다. 


즉, 기술은 공공재가 아니며, 기술진보율은 국가별로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만약 기술진보율이 국가별로 다르다면, 경제성장률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도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로 보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죠. 


하지만 기술진보율이 다르다면, '기술격차'(technology gap)가 성장률 격차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빨리 전달받지 못하는 폐쇄형 국가일수록 혹은 기술을 이용할 잠재력이 떨어지는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뒤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기술격차가 존재하는가 · 기술은 공공재인가 · 기술 확산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경제성장론 발전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쟁점입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이러한 쟁점이 경제성장론 역사(?)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겁니다.

 


외생적인 기술진보가 초래하는 문제 ② 

- 왜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발생하나?


: '외생적인 기술진보'를 둘러싸고 던질 수 있는 또 다른 물음은 "왜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주어지는가?" 입니다. 


기술진보는 하늘에서 떡하니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기업이 R&D에 얼마나 투자하느냐 / 과학자 및 공학자들이 얼마나 힘을 쓰느냐 / 국가의 R&D 지원 정책이 얼마인가 / 다른 국가로부터 진보된 기술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냐 등등 여러 경제주체들의 행위가 결합된 결과물 입니다.


다르게 말해, 현실에서 기술진보는 '내생적'(endogenous)으로 결정됩니다. 그런데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를 '외생적'(exogenous)으로 간주했습니다. 


이는 현실을 설명하는데 있어 심히 불만족스러운 사항입니다.


불만족을 느낀 다른 여러 경제학자들은 '기술진보가 내생적으로 발생하는 모형'을 통해, 현실경제에 대한 설명력을 키우려고 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내생적성장 모형'(endogenous growth model)을 살펴봅시다. 




※ 하나씩 차근차근


이러한 6가지 논쟁 사항을 이번글 하나만 읽고 깊게 생각해보기는 힘듭니다. 머릿속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서 오히려 혼란만 일으켰겠죠. 


하지만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계속해서 읽어나가다 보면, 6가지 논쟁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경제성장이론 발전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등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겁니다.



  1.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2015.09.21. http://joohyeon.com/233 [본문으로]
  2.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2015.09.21 http://joohyeon.com/236 [본문으로]
  3.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2015.12.29 http://joohyeon.com/247 [본문으로]
  4.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