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경제성장이론 ⑤] 수렴논쟁 Ⅱ -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있지만 속도가 느리다

Posted at 2017. 7. 6. 21:01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수렴논쟁 2탄 (convergence controversy)

- 로머와 루카스의 주장처럼 '수렴현상'이 정말 존재하지 않는걸까?


지난글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에 이어서 이번글도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을 소개할 겁니다.


솔로우 모형의 핵심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와 '외생적인 기술진보'[각주:1]는 언젠가 모든 국가의 생활수준과 성장률이 같아지는 '수렴현상'[각주:2]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것과 같은 수렴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는 수렴현상이 나타났으나, 전세계로 범위를 넓힐 경우 가난한 국가는 여전히 가난했습니다.  


'전세계적 수렴현상 부재'에 주목한 폴 로머(Paul Romer)와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솔로우 모형을 대체하는 새로운 모형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지식'과 '인적자본'에 의해 생산량이 체증(increasing marginal)하는 이론입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은 그 자체로 '외부성'(natural externality)을 지니고 있습니다. 내가 창출한 지식은 다른 곳으로 전파(spillover)되어 다른 사람도 쓸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 · 생산에 학습효과를 통해 축적한 나의 인적자본은 후대에 전승(inherited)되어 미래의 인적자본 수준을 더 높여줍니다.   


그 결과, 경제전체의 인적자본 수준은 체감하지 않고 계속 증가하게 되고, 생산량 또한 체증할 수 있습니다.


로머와 루카스의 새로운 모형에 따르면 이제 수렴현상은 발생할 수 없습니다. 부유한 국가는 계속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며, 초기 인적자본 수준이 높았던 국가는 계속해서 부유한 생활수준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수렴현상은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로머와 루카스는 '전세계적 수렴현상 부재'에 주목했으나, 어찌됐든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는 수렴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간 서로 다른 정상상태(own steady state) 개념을 도입한다면, '자신만의 정상상태'를 향해 수렴해가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정상상태 및 조건부 수렴 개념 참고 : 이번글 아래에 설명 혹은 이전글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따라서 우리에게는 '수렴현상을 예측하는 솔로우모형'과 '수렴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로머 · 루카스 모형'을 절충한 이론이 필요합니다.


  • 왼쪽 : 로버트 배로(Robert Barro, 하버드 경제학과 교수)
  • 오른쪽 : 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iver Sala-I-Martin, 컬럼비아 경제학과 교수)


이번글에서 소개할 로버트 배로(Robert Barro)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vier Sala-I-Martin)의 연구는 두 모형 간에 절충방안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 배로와 살라이마틴, "수렴현상, 느리지만 존재한다"


  • 배로와 살라이마틴이 저술한 <경제성장>(Economic Growth) 교과서
  • 주로 대학원 경제성장론 수업에서 쓰인다


로버트 배로와 하비에르 살라이마틴은 '경제성장' · '수렴현상'에 관한 많은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공동 집필한 경제성장이론 교과서는 대학원 대표 교재로 이용되고 있죠.


많은 논문들 중 이번에 소개할 논문은 세 편입니다. 1990년 워킹페이퍼 <미국내 경제성장과 수렴현상>(Economic Growth and Convergence across The United States), 1991년 논문 <여러 국가 횡단면 속 경제성장>(Economic Growth in a Cross Section of Countries), 1992년 논문 <수렴현상>(Convergence) 입니다. 


세 편의 논문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공통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바로 "수렴현상, 느리지만 존재한다" 입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미국내 주(州) 간의 수렴현상'을 실증결과로 보여줍니다. 1880년대 동북부 지역과 남부 지역은 격차가 심했으나, 낙후되어 있던 남부 지역이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결국 비슷한 생활수준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유럽을 살펴봐도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 내 서로 다른 지역들도 낙후된 지역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하여, 결국 생활수준이 동등해졌습니다.


또한, 전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수렴현상이 나타납니다. 국가들 간 정상상태(steady state)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보정하면, 각자의 정상상태로 생산량 수준이 수렴하거나(level의 수렴), 자신만의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은 조건부 수렴 현상(conditional beta convergence)이 발견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렴속도(speed of convergence)가 느리다는 것입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이 산출해낸 수렴속도는 연간 2%에 불과합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로머와 루카스가 했듯이) 수렴현상을 부정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솔로우 모형이 예측했던) 수렴현상이 존재한다고 하기에도 애매합니다. 


따라서,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느리지만 존재하는 수렴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절충안을 제시합니다.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비중을 높이고 체감 정도를 완화시켜 수렴속도를 느리게 하는 방안


내생적 모형에서 체증 현상을 폐기하고 국가별로 기술확산 속도가 느리게하여, 수렴현상이 느리지만 존재하게 하는 방안


이제 위의 절충안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봅시다.




※ 수렴(convergence)이란 무엇인가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수렴현상 논쟁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에서 다루었던 '수렴의 개념'을 복습해 봅시다.


수렴(convergence)이란 말 그대로 무엇인가가 동등해짐을 의미합니다. 경제성장에 관해서는 크게 2가지가 같아질 수 있습니다. 하나는 '생활수준'(level, 1인당 GDP)이며 다른 하나는 '성장률'(growth) 입니다.


솔로우 모형은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와 '외생적인 기술진보'(exogenous)를 가정하기 때문에, 언젠가 모든 국가의 1인당 GDP(level)가 동일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아직 축적된 자본량이 적은 가난한 국가가 더 빠르게 성장(growth)할 수 있죠.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형태의 수렴현상은 전세계적으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국가는 여전히 가난했으며, 이들의 성장률 또한 낮았습니다. 


따라서, 이를 교정하기 위해 '서로 다른 정상상태'(different own steady state)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국가들마다 각자의 정상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동등한 GDP를 가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본량이 적은 국가가 무조건 빨리 성장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만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된 논의를 거쳐 '수렴현상'을 이야기하는 3가지 용어가 만들어 집니다.


▶ 시그마 수렴 (sigma-σ-convergence)


: 시그마 수렴이란 '국가간 1인당 생산량 격차가 점점 감소되는 현상'(a decline over time in the cross-sectional dispersion of per capita income or product.)을 지칭합니다. 우리가 사용했던 'level이 같아짐'을 의미하죠. 경제학을 배우셨던 분들에게는 '절대적 수렴'(absolute convergence)란 용어가 더 익숙할 겁니다.


▶ 베타 수렴 (beta-β-convergence)


 : 베타 수렴이란 '가난한 국가가 부유한 국가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poor economies growing faster than rich ones.)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계속 언급한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보여주죠. 그리고 가난한 국가가 경제성장에 성공해서 부유한 국가가 된다면, 결국 둘의 성장률은 같아지게 됩니다(growth가 같아짐).


▶ 조건부 베타 수렴 (conditional beta-β-convergence)


: 그런데 이때의 베타 수렴은 '조건부'(conditional) 입니다. 국가별로 서로 동일한 정상상태가 아닌 '자신만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의 절대적인 값 보다는, '1인당 자본량이 각자 자신의 정상상태 보다 더 적은'(조건)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빠릅니다. 많은 분들에게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란 용어가 더 익숙할 겁니다.




※ 미국 주(州) · 유럽 7개국내 지역들 사이의 수렴현상


이전글에서 소개한 로머와 루카스[각주:3]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살펴봤을때 시그마 수렴과 베타 수렴이 발견되지 않는 현상에 더 주목했습니다. 따라서 "수렴현상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식과 인적자본에 의해 체증하는 생산함수를 도입했습니다.


이와는 달리, 이번글의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현상이 발견되는 건 분명하다"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1880~1988년 사이 미국 주(州)의 소득과 연간 성장률을 대상으로 시그마 수렴과 베타 수렴의 존재를 보여줍니다.


  • Barro and Sala-I-Martin (1991)
  • 1880~1988년, 미국 동부 · 서부 · 중서부 · 남부 지역의 1인당 실질소득 추이
  • 1880년에는 발전된 동서부 지역과 낙후된 남부 지역 간의 격차가 컸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차이가 줄어들고 있음을 볼 수 있다(narrowing gap)


윗 그림은 1880~1988년, 미국 동부 · 서부 · 중서부 · 남부 지역의 1인당 실질소득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880년에는 발전된 동서부 지역과 낙후된 남부 지역 간의 격차가 컸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차이가 줄어들고 있음을 볼 수 있죠(narrowing gap). 


즉, 미국 지역 간에는 '시그마 수렴'(sigma-σ-convergence)이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Barro and Sala-I-Martin (1991)
  • X축은 1880년 당시 1인당 소득수준, Y축은 1880~1988년 사이 연간 소득증가율
  • 초기에 1인당 소득수준이 낮았던 주(州)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해왔음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그림은 1880년 당시 1인당 소득수준(X축)과 1880~1988년 사이 연간 소득증가율(Y축) 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변수 간에 음(-)의 상관관계를 띄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즉, 초기에 1인당 소득수준이 낮았던 주(州)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베타 수렴'(beta-β-convergence) 현상이 관찰됩니다.


  • Barro and Sala-I-Martin (1991)
  • 1950~1985년 사이, 유럽 지역내 GDP 격차(dispersion) 추이
  • 시대가 지날수록 지역내 GDP 격차가 축소되고 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미국 주(州) 뿐만 아니라 유럽 지역내에서도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독일 · 영국 · 이탈리아 · 프랑스 · 네덜란드 · 벨기에 · 덴마크 내 74개 지역을 대상으로 수렴현상을 관찰했습니다.


윗 그림은 1950~1985년 사이, 유럽 지역내 GDP 격차(dispersion)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대가 지날수록 GDP 격차가 축소되는 '시그마 수렴'(sigma-σ-convergence)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Barro and Sala-I-Martin (1991)
  • X축은 1950년 당시 1인당 GDP 수준, Y축은 1950~1985년 사이 연간 성장률
  • 초기에 1인당 GDP가 낮았던 유럽 지역일수록, 성장률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그림은 1950년 당시 유럽 7개국내 지역의 1인당 GDP 수준(X축)과 1950~1985년 사이 연간 성장률(Y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기에 1인당 GDP가 낮았던 유럽 지역일수록, 성장률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럽 7개국내 지역들 간에도 '베타 수렴'(beta-β-convergence)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국가 및 지역의 정상상태가 다르다는 것을 보정하면, 정상상태에 멀리 떨어진 국가 및 지역일수록 성장률이 더 빠른 '조건부 베타 수렴'(conditional beta-β-convergence)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느린 수렴속도


미국 및 유럽 내 지역에서 '수렴현상'이 관찰되기 때문에, "수렴현상은 없다"를 주장했던 로머와 루카스의 모형을 폐기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속도(speed of convergence)가 얼마나 되는지도 산출해 냈습니다. 이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공통적으로 '연간 2%'의 수렴속도가 나왔습니다. 수렴현상이 존재하긴 하지만 매우 느립니다(the convergence process will occur, but only at a slow pace).   


이는 매우매우 느린 속도 입니다. 미국 주(州) 사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지역간 격차가 수렴하는데 100년이나 걸렸습니다. 100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수렴현상을 과연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특히, 논문이 나온 1990년대 초반의 관심사는 통일된 독일이 서독-동독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였습니다. 이렇게 느린 수렴속도를 두고 저자들은 "연구결과는 그닥 힘이 되지 않는다"(the results are not very encouraging) 라는 말을 했습니다.


'존재하지만 느린 수렴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과 로머-루카스 모형 간의 절충안이 필요합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2가지 방안을 제시합니다. 


첫째는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비중을 높여서 체감 정도를 완화시키는 방안

(the neoclassical growth model with broadly-defined capital and a limited role for diminishing returns)


둘째는 내생적 모형에서 체증 현상을 폐기하고 기술확산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방안

(endogenous growth models with constant returns and gradual diffusion of technology across economies)




※ 솔로우 모형 수정

- 자본비중(α, capital share), 33%가 아니라 대략 80% 정도


  • 미국 내 자본비중 추이
  • 2008 금융위기 이후를 제외하면, 1950년부터 2008년까지 줄곧 30% 이내를 유지해오고 있다


갑자기 '자본비중'(α, capital share) 이야기가 나와서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글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를 통해, 자본비중 알파(α)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자본비중(α) 이란 일반적으로 경제 전체 총 소득 중 자본가가 가지는 '자본소득'을 의미합니다. 이와 대립되는 말로 '노동소득'이 있죠. 


만약 총생산량(혹은 총소득) 중 자본가가 더 많은 비중을 가질 수 있다면 추가적인 투자량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축적된 자본량은 더 증가하게 되고, 생산량 증가 → 자본가 소득 증가 → 투자 더욱 증가 → 자본량 더욱 증가 → 생산량 더욱 증가의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높은 자본비중은 생산량의 체감정도도 완화시켜 줍니다. 자본비중이 높을수록 자본량 한 단위의 증가가 비교적 더 많은 생산량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솔로우 모형은 자본비중(α)을 약 33%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자본의 개념을 '물적자본'으로 한정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솔로우 모형은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를 가지게 되었죠.


반면, 로머-루카스의 내생적 모형은 자본비중(α)을 100%로 판단합니다. 물적자본 이외에 '지식 및 인적자본'도 광범위한 자본 개념에 포함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 모형 하에서 체감현상은 완전히 사라졌고, 수렴현상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속도가 느린 것을 보았을 때, 분명 솔로우 모형이 가정하는 것보다 자본비중이 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체감현상을 완화시켜 수렴속도를 늦츨 수 있으니깐요. 하지만 로머-루카스가 말하듯이 100%는 아니라고도 말합니다. 100%일 경우 수렴현상이 아예 나타나지 않지만, 현실에서 수렴을 볼 수 있으니깐요. 


따라서,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수렴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을 대상으로 계량분석을 하였고, 솔로우 모형에서 적절한 자본비중(α)은 약 80% 라고 주장합니다. 이 경우 '느리지만 존재하는 수렴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a value for α of 0.8 is very far from 1.0 in economic sense.)




※ 로머-루카스의 내생적 성장 모형 수정

- 국가간 점진적인 기술확산 

(the gradual spread of technological improvements)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exogenous)으로 바라보았던 솔로우 모형과는 달리, 로머-루카스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제주체'에 의해 기술진보가 발생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따라서, '내생적 성장 모형'(endogenous growth model) 이라는 명칭을 얻었죠.


로머-루카스의 내생적 모형에서 수렴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국가별로 '지식 및 인적자본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different level of technology).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전세계에 주어졌다면 국가간 기술격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가 내 사람들의 적극적인 행위의 결과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진다면, 지식 및 인적자본 수준에 따라서 기술격차(technology gap)가 초래되고 소득수준 및 성장률도 벌어지게 됩니다(divergence).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기술전파(diffusion)가 일어난다면 기술격차가 축소되어 수렴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이 점을 주목했습니다. 수렴현상이 존재하는 점을 봤을 때,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기술이 확산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와 동시에 수렴속도가 매우 느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확산 속도 또한 느립니다. 


따라서, '점진적인 기술확산'(the gradual spread of technological improvements)이 '존재하지만 느린 수렴현상'을 설명한다고 평가했습니다.




※ 배로-살라이마틴 연구가 전달해주는 함의



솔로우 모형의 미래는?


: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은 결국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적합한 모형이냐"의 문제 입니다.  


만약 로머-루카스의 주장처럼 '국가간 기술격차에 의해 수렴현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솔로우 모형은 핵심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 · 외생적인 기술진보'가 흔들리게 됩니다. 


하지만 배로와 살라이마틴은 "느리지만 수렴현상은 존재한다"고 실증분석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솔로우 모형은 존재의의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솔로우 모형 상에서 자본비중을 좀 더 확대할 수 있다면 현실 설명력을 더 키울 여지가 생기게 되었죠,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가정을 그대로 살리면서 자본비중을 확장한 모형을 1992년 논문을 통해 내놓습니다.


이는 다음글 '[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을 통해 알아봅시다.



▶ 국가간 성장률 차이는 자본축적(transitional path) 때문일까? 기술격차(technology gap) 때문일까?


: [경제성장이론 시리즈] 처음부터 다루었던 논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국가간 성장률이 차이가 나는 이유를 '자본축적 정도에 따른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로 설명합니다.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는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그러나 로머-루카스는 국가간 지식 · 인적자본 수준 차이가 초래한 기술격차(technology gap)가 성장률 차이를 초래한다고 지적합니다. 배로와 살라이마틴 또한 '점진적인 기술확산 속도'를 언급하며, 국가간 기술수준에 차이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솔로우 모형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여전히 "기술은 공공재이며, 어느 곳에서나 똑같다" 라고 말하지만, 이제 많은 학자들은 '기술'(technology)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기술에 관해 좀 더 발전된 '내생적 성장이론'은 이제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의 지평을 열게 됩니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 2017.07.05 http://joohyeon.com/25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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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Posted at 2017. 7. 6. 20:41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수렴논쟁 (convergence controversy)

- 현대 경제성장이론 발전과정 속 중요한 변곡점


이번글은 현대 경제성장이론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변곡점인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글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에서 살펴봤듯이, 솔로우 모형은 언젠가 모든 국가의 생활수준과 성장률이 같아지는 '수렴현상'(convergence)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형의 예측과는 달리, 현실에서 수렴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유한 국가는 여전히 부유하며, 가난한 국가는 여전히 가난합니다. 몇몇의 국가만이 가난에서 탈출하여 경제성장에 성공했을 뿐이죠.


이러한 "국가간 생활수준 및 성장률의 격차를 솔로우 모형이 올바로 설명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형태의 모형이 대안으로 제시되어야 하나"를 두고 경제학자들 간의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를 '수렴논쟁' 이라고 하며, 이 과정에서 솔로우 모형을 대체하는 여러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이번글을 포함하여 앞으로 3편의 글을 통해 '수렴논쟁'을 살펴보며 현대 경제성장이론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알아봅시다. 




※ 솔로우 모형의 성과

- 자본축적을 통한 동아시아 경제성장, 

그리고 선진국 내에서 관찰된 수렴현상


지난 3편의 글은 '솔로우 모형의 의미[각주:1]' · '현실을 설명하는 솔로우 모형'[각주:2] · '미흡한 점이 드러난 솔로우 모형'[각주:3] 등의 주제로 솔로우 모형의 성과와 한계를 다루었습니다. 다시 한번 내용을 복습해 봅시다.


솔로우 모형이 강조했던 것은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이었습니다. 여기서 자본은 기계 · 공장설비 등의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했죠. 물적자본을 많이 가진 국가일수록 당연히 생산량도 많게 됩니다. 


하지만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이 영원히 지속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자본을 축적해 나갈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체감(diminishing)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솔로우 모형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외생적인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970~1980년대 동아시아 네 나라,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은 솔로우 모형이 현실 속 경제성장 과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 네 나라는 자본 · 노동 등 요소투입을 급격히 증가시키면서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은채, 요소축적에만 의존했던 성장은 결국 한계를 맞게 됩니다. 


즉, 동아시아의 사례는 '생활수준(level) 향상을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중요,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growth)을 위해서는 기술진보가 필요' 라는 명제가 참이라고 드러내주었습니다.


  • Baumol(1986)
  • X축은 1950년 당시 1인당 GDP 수준, Y축은 1950~1980년 연간 성장률
  • 1인당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하는지 여부를 관찰하려고 하였다
  • 큰 5각형 모형은 선진국 내부에서 수렴현상이 관찰됨을 보여주고 있다
  • 그러나 전세계를 대상으로 할 경우 수렴현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처럼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잘 설명해줄 수 있었던 이유는 '체감하는 생산함수''외생적인 기술진보' 라는 가정 덕분이었습니다. 


두 가지 가정은 또 다른 현실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바로 '수렴현상'(convergence) 입니다.


만약 자본을 축적해 갈수록 성장률이 점점 하락한다면, 만약 기술수준이 외생적으로 주어진 값으로 어디서나 똑같다면, 언젠가 전세계 생활수준과 성장률은 동일해질 수 있습니다. 가난한 국가는 더 빠르게 성장하고, 부유한 국가는 더 느리게 성장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똑같은 기술진보율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William Baumol)의 연구[각주:4]는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이 일부 그룹 내에서 존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선진국 중 후발산업국가인 일본은 미국 · 영국에 비해 더 빠르게 성장했고, 결국 동등한 수준의 GDP를 가지게 되었죠. 


하지만 그의 연구는 다른 그룹 내에서는 수렴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도 보여주었습니다. 저개발국으로 이루어진 집단 내에서는 생활수준이 수렴하지도 않았으며, 생활수준과 성장률 간 음(-)의 상관관계도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보몰은 "수렴그룹(convergence club)이 따로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의문을 던졌고, 후에 경제학자들은 '서로 다른 자신만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 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국가별로 저축율 · 인구증가율이 다르기 때문에 정상상태도 상이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로 인해, 모든 국가의 생활수준이 동일해지거나, 가난한 국가가 무조건 더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다만, '개별 국가들은 각자의 정상상태에 맞는 생활수준으로 수렴하며', '각자의 정상상태에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 한다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이 나타날 뿐이었죠.




※ 솔로우 모형의 한계

- 수렴현상의 부재,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이렇게 솔로우 모형은 현실에 적합한 것처럼 보입니다. 자본축적의 힘도 보여주었으며, 선진국 내의 수렴현상도 설명해 냈으며, 일부 국가 내에서 발견되지 않는 수렴현상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추가설명을 해주었죠.


하지만 다른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솔로우 모형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정말로 솔로우 모형이 수렴현상의 부재를 올바로 설명하고 있을까?"



이런 의문을 품은 대표적인 학자들이 바로 폴 로머(Paul Romer)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였습니다. 이들은 크게 3가지 점에서 솔로우 모형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저개발국의 성장률이 OECD 소속 국가들 보다 낮다


: 이는 수렴현상을 소개한 이전글[각주:5]과 앞서도 다루었던 내용입니다. 윌리엄 보몰은 '수렴현상' 연구에서 선진국 내에서는 수렴현상이 나타나지만, 저개발국까지 샘플을 넓힐 경우 수렴현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때,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는 '선진국내 수렴현상 존재'보다는 '전체적인 수렴현상 부재'에 더 주목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자신만의 정상상태' 라는 개념으로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려고 하지만, 로머와 루카스는 "처음에 부유했던 국가가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해 나가는 거 아닐까?" 라는 물음을 던졌죠.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이 점차 증가했다


  • 출처 : Romer(1986)


: 이러한 물음을 던진 이유는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에 따르면,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으며, 정상상태에 가까울수록 성장률이 점점 하락합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는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이 시대가 지날수록 높아져만 갔습니다. 1700년대 네덜란드 -0.07% · 1800년대 초 영국 0.5% · 1800년대 후반 영국 1.4% · 1900년대 미국 2.3% 입니다. 또한, 1900년대 미국의 성장률을 연도별로 쪼개보면, 최근 년도에 가까울수록 성장률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도국의 성장률이 시대가 지날수록 증가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후발국가의 성장률이 증가하는 것은 '선진국으로부터 좋은 기술을 이전받아서' 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 상에서 모든 국가의 기술수준이 같기 때문이죠. 하지만 주도국은 첨단 기술을 만드는 최전선(frontier of technology)이지, 다른 국가로부터 이전받는 곳이 아닙니다. 


"주도국 내에서 스스로 기술혁신이 일어나서 성장률이 높아졌을수도 있지 않느냐?" 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솔로우 모형은 더 궁색합니다. 왜냐하면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으로 주어졌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어떻게 기술진보가 이루어지느냐'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국가간 소득격차가 모형이 예측한 것보다 크다


솔로우 모형에 따르면[각주:6], 어떤 국가가 잘 사는 이유는 높은 저축율 · 낮은 인구증가율 등에 힘입어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국가가 못 사는 이유는 낮은 저축율 · 높은 인구증가율 때문에 1인당 자본을 적게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본 블로그에서는 그저 말로써 설명했지만, 실제 솔로우 모형은 콥-더글러스 생산함수를 이용하여 정교하게 수식화 하였습니다. 여기에 저축율과 인구증가율을 대입하면 (수식상 마땅히 그래야 할) 생활수준 및 성장률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이때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저축과 인구증가율이 소득격차에 끼치는 영향력이 솔로우 모형의 예측보다 큽니다


예를 들어, 당시 필리핀은 미국에 비해 1인당 소득이 10%에 불과했습니다. 솔로우 모형의 수식에 따르면, 미국의 저축률이 30배는 높아야 이처럼 큰 소득수준 차이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미국의 저축률은 그저 2배 더 많았을 뿐이죠. 즉, 조금의 저축률 차이도 큰 소득격차를 초래합니다.

 


솔로우 모형이 '저축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이유는 '생산함수가 체감'(diminishing)하기 때문입니다. 자본량이 축적될수록(=저축을 할수록) 생산량 증가분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소득격차 설명에 있어 저축의 영향력이 크지 않습니다. 


만약 생산함수가 체감하지 않았다면, 자본량이 증가할수록 생산량 증가분도 계속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로인해, 굳이 저축율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현재 축적된 자본량에 따라서 국가간 생산량이 크게 차이 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필리핀 간의 조그마한 저축률 차이가 큰 소득격차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산함수가 체감한다는 솔로우 모형의 가정을 수정해야 합니다.




※ 솔로우 모형, 무엇이 문제였을까?

- '체감하는 생산함수' 및 '외생적인 기술진보' 가정에서 벗어나자

- '체증하는 생산함수'와 '내생적인 기술진보'의 도입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가 지적한 3가지 사항-수렴현상의 부재-을 올바르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 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 및 '외생적인 기술진보'를 폐기해야 합니다.


만약 자본량이 증가할수록 생산량 증가분도 계속 늘어난다면, 다르게 말해 생산함수가 체증(increasing marginal)한다면 수렴현상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부유한 국가는 계속 부유하고 가난한 국가는 계속 가난한 현실에 부합합니다. 또한,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의 저축율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기술진보율이 국가별로 차이가 난다면, 주도국의 성장률이 시대가 흐를수록 증가하는 현실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주도국 내의 어떠한 요인이 내생적(endogenous)으로 기술진보를 이끌어서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지식'(knowledge)'인적자본'(human capital) 입니다. 


이들은 개별 경제주체의 활동에 의해 지식과 인적자본이 내생적으로 축적되며(endogenous), 그 결과 생산량이 (체감하지 않고) 선형적으로 증가(linearity)하거나 체증(increasing marginal)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제 이 둘의 주장을 알아보며, 솔로우 모형을 대체하는 이론을 생각해 봅시다.




※ 폴 로머, 지식이 증가할수록 생산량은 체증한다

- 개별기업의 연구분야 투자로 창출되는 지식(knowledge)

- 지식의 외부성(externality)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식전파'(knowledge spillover) 



  • 폴 로머의 1986년 논문 표지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는 1986년 논문 <체증현상과 장기성장>(Increasing Returns and Long-run Growth)을 통해 현대 경제성장이론의 방향을 돌려놓았습니다. 

(사족 : 그는 이후에도 1990년 논문[각주:7]을 통해, 新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내놓습니다. 앞으로 이를 살펴볼 계획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 속 핵심가정을 폐기해야 합니다.


로머는 논문에서 "체감하는 생산함수라는 일반적인 가정에서의 탈피"(departure from the usual assumption of diminishing returns) · "미래를 내다보고 이윤극대화를 노리는 경제주체에 의한 지식축적"(accumulation of knowledge by forward-looking, profit maximizing agents) 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면서, 과감히 솔로우 모형에서 탈피합니다.



그는 체감하는 생산함수 대신 체증하는 함수(increasing marginal productivity)를 도입합니다. 단순한 증가함수(increasing)는 자본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량도 증가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체증하는 함수는 자본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량 증가'폭'이 증가합니다(increasing marginal). 


윗 그림에서 볼 수 있다시피 단순한 우상향하는 선형함수가 아닌 아래로 볼록한(convex) 모양입니다. 이 경우 자본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량은 한계가 없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without bound).


그렇다면 로머는 왜 이런 모양의 함수를 생각했을까요? 


그는 로버트 솔로우가 말한 '자본'이 단순한 '물적자본'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진 '지식'(knowledge) 또한 자본의 또다른 형태이며, 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지식이란 생산요소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체 입니다. 단순한 '요소투입 증가'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죠.


이때 지식이 지닌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폴 로머는 개별기업이 연구활동(research)을 통해 창출해 낸 '지식'은 비밀로 감출 수 없으며 특허로 완전히 보호될 수도 없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외부성(natural externality)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한 기업의 지식은 다른 곳으로도 전파되고(knowledge spillover), 개별기업은 (자신들이 만들어내지 않은) 전체 지식에 의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됩니다.


지식이 외부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곳으로 전파된다는 사실은 로머의 모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기업이 자신들이 창출해낸 지식에만 의존한다면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게 됩니다. 왜냐하면 연구활동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활동 초기에는 새로운 결과물을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연구가 진행될수록 이전과 다른 것을 내놓기 힘듭니다. 즉, 연구활동과 지식은 체감하는 관계 입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창출된 지식을 기업이 이용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더 이상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데 한계에 봉착한 기업일지라도, 다른 기업이 창출해낸 지식을 이용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생산량은 한계가 없이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지식이 지닌 외부성'과 '지식전파' 덕분에 연구분야 투자에 대한 이익을 공통적으로 누리게 됩니다(benefit from collusive agreement).




※ 로버트 루카스, 인적자본은 어떻게 축적되나

- 교육(school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 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 로버트 루카스 1988년 논문 표지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또한 국가별 성장률 차이를 솔로우 모형이 올바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수렴현상은 없다고 분석했죠. 따라서, 그는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폴 로머와 마찬가지로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더욱 주목했던 건 '인적자본 축적 방식'(human capital accumulation) 입니다. 인적자본 축적은 체감하지 않으며, 인적자본 수준은 선형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이로인해 생산량도 꾸준히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솔로우 모형이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으로 바라보는 점에 대해서도 심한 불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론과 모형은 '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개개인의 결정과 그 결정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individual decision to acquire knowledge, and about the consequences of these decisions for productivity)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따라서, 로버트 루카스는 1988년 논문 <경제발전의 메커니즘>(On the mechanics of economic development)을 통해, 인적자본 축적 방식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교육(school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 루카스가 제시하는 첫번째 방식은 바로 '교육(school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입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개개인이 현재 시점에 시간을 할당하는 방식이 생산성과 미래 인적자본 축적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the way an individual allocates his time over various activities in the current period affect his productivity, or his human capital level, in future periods.) 


한 개인은 u 시간만큼을 현재의 생산에 쓰고, 나머지인 1-u 시간을 인적자본 축적에 씁니다. 이 1-u 시간이 미래의 인적자본 증가율과 연관이 있죠. 


이때 루카스는 현재 인적자본 수준이 어떠하든지, 개인이 인적자본 축적에 쓰는 시간만큼 선형적(linearity)으로 미래의 인적자본 수준이 증가한다고 주장합니다. 솔로우 모형과는 달리, 현재 많은 인적자본을 축적해 놓았다고 해서 추가적인 인적자본 수준 증가가 힘들지 않습니다.


이는 어찌보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인적자본 축적은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분명 10대때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과 나이가 들어 공부하는 것은 다릅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인적자본 수준을 끌어올리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루카스는 "인적자본 축적은 사회적 활동이다(human capital accumulation is a social activity)"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습니다. 


개인의 인적자본 축적은 그 사람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내부효과(internal effect)도 가지지만,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외부효과(external effect)도 갖습니다. 게다가 인적자본 축적을 처음 시도하는 아이는 맨땅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가족구성원의 인적자본 수준에 비례한 양을 가진채로 시작하게 되죠. 

(initial level each new member begins with is proportional to (not equal to!) the level already attained by older members of the family.)


즉, 개인의 인적자본 축적은 사회 전체의 수준을 높이게 되며, 이는 후대에 전승됩니다. 따라서, 인적자본은 체감하지 않으며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 직무과정(on-the-job-training) 및 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를 통한 인적자본 축적


  • 왼쪽 : 1938년 삼성상회, 오른쪽 : 2017년 삼성전자 평택공장


: 인적자본을 축적하는 또 다른 방식은 직무과정(on-the-job-training)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 입니다. 개인은 교육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일을 해나가면서 인적자본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두들 실제 직장생활 경험을 통해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회사에 들어가면 뭐가 뭔지 잘 모릅니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긴 했는데 글자로만 이해했던 일을 현실에 적용시키려니 힘이 들죠. 그리고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많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많이 해메던 신입사원도 이제 연차가 쌓일수록 일이 능숙해집니다. 수십년의 경력을 가진 분의 숙련도는 두말할 필요가 없죠.


개인 뿐 아니라 기업이나 산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처음 신규사업에 진출한 기업은 우왕좌왕 헤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사업이 익숙해지고, 거기서 얻은 생산경험을 통해 또 다른 사업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발전 시기 현대 · 삼성 등이 그 예시입니다. 이들 기업은 처음에는 쌀 · 음식료를 판매한 조그마한 소매상부터 시작하여 자동차 정비 · 건설업 · 가전제품 판매를 거쳐 조선 · 자동차 · 반도체 제조까지 산업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이때, 직무과정 및 생산에 학습효과를 통한 인적자본 수준도 후대에 전승됩니다. 오래된 상품에 특화된 인적자본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때 물려지게(inherited) 됩니다. 


따라서, 경제전체의 인적자본 수준은 체감하지 않고 선형적으로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 로머와 루카스 연구 정리

- 내생적 성장이론의 탄생


▶ 지식과 인적자본의 외부성

▶ 선형적 혹은 체증적으로 증가하는 생산함수

▶ 내생적으로 결정되는 기술진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로머와 루카스의 연구는 '솔로우 모형을 넘어선 성장이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 핵심 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와 '외생적인 기술진보'에서 벗어남으로써 성장이론의 새 틀을 만들었죠.


특히, 개인 및 기업의 행위로 지식 · 인적자본이 축적되고 기술수준이 진보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 이라는 명칭을 얻게 됩니다.


(사족 : 폴 로머는 1990년 또 다른 논문을 통해 '내생적 성장이론'을 또 한번 발전시킵니다. 추후 다른글을 통해 이를 알아볼 겁니다.)




※ 로머와 루카스 연구가 전달해주는 함의


자, 이제 로머와 루카스의 연구에서 어떠한 함의(implication)를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내생적 성장이론의 등장

- '기술'을 둘러싼 여러 연구주제들


: 이들의 연구는 '내생적 성장이론'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충분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경제성장을 둘러싼 학자들의 연구주제는 더 넓어졌습니다. 


이전에는 외생적으로 주어졌던 기술이 무엇이며(technology), 국가간 기술이 어떻게 전파되며(diffusion), 서로 다른 기술수준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level of technology), 지식과 인적자본이 무엇인지, R&D와 기술발전의 관계 등등 기술진보와 관련한 조금 더 세세한 주제를 살피게 되었죠.



수렴현상은 없다


: 로머와 루카스는 수렴현상 가능성을 전면 부인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현실에서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수렴현상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모형에서 생산량은 자본량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하거나 체증하기 때문에, 한 국가는 계속 빠르게 성장하며 가난한 국가는 비교적 늦게 성장합니다.  



국가간 기술격차(technology gap)이 성장률 격차를 초래한다


: 국가별로 성장률 격차가 초래하는 이유를 두고 솔로우 모형과 로머-루카스 모형은 서로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cis)에서 찾고 있습니다. 즉, 자본을 많이 축적하지 않은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합니다. 그 이유는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일수록 생산량 체감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양의 자본을 축적한 국가는 체감현상으로 인해 느리게 성장합니다.


반면, 로머-루카스 모형은 '기술격차'(technology)에 주목합니다. 많은 인적자본 및 지식을 보유한 국가가 기술을 내생적으로 진보시켜 빠른 성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인적자본 및 지식이 적은 가난한 국가는 계속 느리게 성장하게 됩니다.   


정부개입은 성장효과(growth effect)를 낳을 수 있다


: 로머와 루카스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지식'과 '인적자본' 이었습니다. 경제발전 초기에 지식과 인적자본이 많이 축적된 국가일수록 계속해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이 이런 효과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 생산량이 체감하지 않아 수렴현상이 없다. 둘째, 지식과 인적자본이 외부성을 초래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둘째 요인으로 인해 첫번째 현상이 나타나고, 그 결과 국가간 영구적인 성장률 격차가 나올 수 있습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의 외부성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지식전파'(knowledge spillover)가 발생하며 후세대로 전승(inherited) 되면서, 생산량 체증효과가 나타납니다. 이제 수렴은 없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솔로우 모형과는 달리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증대시킵니다. 

기존 솔로우 모형[각주:8]에서 '정부정책 무용론'이 제기됐던 이유는 정부의 저축률 증가 및 인구증가율 억제 정책이 성장효과(growth effect) 없이 수준효과(level)만 냈기 때문입니다. 체감하는 생산함수 하에서는 어떠한 정책을 쓰든간에 결국 성장률은 0%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로머와 루카스 모형에서는 다릅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계속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개입으로 지식과 인적자본을 축적하는 건 '성장효과'(growth effect)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R&D 투자 세제지원, 교육 서비스 증가 등등의 정부정책이 유용합니다.

게다가 지식 및 인적자본이 초래하는 '외부성' 또한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지지합니다. 다른 기업이 만들어낸 지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업들에게 '무임승차'(free-ride)의 유인을 만들어 냅니다. 굳이 내가 연구분야에 투자 하지 않더라도, 다른 기업이 투자한 공로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무임승차 하려는 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연구분야 투자량은 사회적 최적상태에 비해 적어집니다. 정부가 시장개입을 통해 외부성이 초래하는 비효율성을 제거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자본, 지식 및 인적자본
- 자본비중 알파(α)에 대하여
- 로머와 루카스는 자본비중이 100% 라고 보고 있음


  • 미국 내 자본비중 추이
  • 2008 금융위기 이후를 제외하면, 1950년부터 2008년까지 줄곧 30% 이내를 유지해오고 있다

: 로머와 루카스는 '물적자본'에 한정되어 있던 자본의 개념을 '지식' 및 '인적자본'에까지 확장 시켰습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수렴논쟁을 둘러싼 논문을 직접 읽으시는 분들은 '자본비중 알파(α)'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렴현상에 대한 이론적인 논쟁은 바로 "자본비중 알파(α) 값의 크기가 어느정도 되느냐?" 입니다.

자본비중(capital share) 이란 일반적으로 경제 전체 총 소득 중 자본가가 가지는 '자본소득'을 의미합니다. 이와 대립되는 말로 '노동소득'이 있죠. 

만약 총생산량(혹은 총소득) 중 자본가가 더 많은 비중을 가질 수 있다면 추가적인 투자량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축적된 자본량은 더 증가하게 되고, 생산량 증가 → 자본가 소득 증가 → 투자 더욱 증가 → 자본량 더욱 증가 → 생산량 더욱 증가의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자본비중 확대는 생산량의 체감정도도 완화시켜 줍니다. 자본비중이 높을수록 자본량 한 단위의 증가가 비교적 더 많은 생산량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솔로우 모형은 자본비중이 33%, 노동비중이 66%로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 국가의 자본소득 분배율(노동소득 분배율) 통계를 살펴보면 이 정도 값이 나오죠.

하지만 로머와 루카스는 자본의 개념을 물적자본 뿐 아니라 지식 및 인적자본에 까지 확장하여, 자본비중을 100%로 대폭 높였습니다. 지식 및 인적자본은 사람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소득으로 잡히지만, 이를 자본소득으로 분류하면 자본비중은 기존 값에 비해 커집니다.

그 결과, 자본비중이 100%인 로머와 루카스 모형 하에서는 체감현상이 사라지게 되었고 수렴현상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 정말로 수렴현상은 아예 없는 것일까?

이번글에서 소개한 로머와 루카스는 "수렴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수렴현상이 아예 없는 것일까요?

분명 윌리엄 보몰은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는 수렴현상이 존재한다고 확인했습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는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없지만, 어쨌든 선진국끼리는 수렴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자본비중 100%와 체증현상을 가정하는 로머-루카스 모형에도 무언가 결점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에 대하여,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Robert Barro)와 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vier Sala-I-Martin)은 "수렴현상 느리지만 존재한다." 라고 말하며, 로머-루카스 모형의 결점을 지적합니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7.02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2017.06.29 http://joohyeon.com/252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4.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5.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6.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7. P.Romer. 1990. Endogenous Technological Chang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본문으로]
  8.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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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Posted at 2017. 6. 30. 08:45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현실을 설명해내는 솔로우 모형

앞서 두 편의 글을 통해 솔로우 모형의 의미[각주:1]현실세계 적용 가능성[각주:2]을 살펴봤습니다. 이론은 그저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이전 내용을 잠깐 다시 복습해 보도록 합시다.

솔로우 모형은 생활수준 향상을 꾀하려면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1인당 생산 수준(level)도 높아집니다. 

이때,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본이 한 단위 더 투입될 때마다, 생산량 증가분은 체감(diminishing)하기 때문이죠. 아직 정상상태(steady state)에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일수록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본을 축적해 나갈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줄어들고 따라서 성장률도 점점 하락합니다. 결국 1인당 자본량이 정상상태에 도달하면 성장률은 0%에 머무르게 됩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경제성장(sustained growth)을 위해서는 자본축적 혹은 요소투입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솔로우 모형은 '외생적인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어야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알려줍니다.

미국경제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솔로우 모형은 1980~1990년대 동아시아 경제성장도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 등 동아시아 4개국은 1980년대부터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성장기적'(growth miracle)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들이 성장기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은 (솔로우 모형이 강조했던) '요소축적'(factor accumulation) 덕분이었습니다. 경제활동 참가 증대를 통한 노동투입 증가, GDP 대비 투자비중을 늘린 자본투입 증가 등에 힘입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생산성 향상 없이 요소축적에만 의존한 경제구조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우려를 키웠습니다. 결국 동아시아 4개국은 성장률이 점점 저하되다가 1997 외환위기를 맞게 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기술진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줬습니다.

(주 :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학문적으로 잘못된 설명입니다. 
솔로우 모형은 단순한 성장률의 점진적 저하를 말할 뿐 입니다. 반면, '위기'(crisis) 라는 개념은 잠재성장률이 영구히 손상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1997 외환위기[각주:3]는 낮은 생산성 등이 초래한 기초여건(fundamental)의 문제가 아니라, 고정환율제도 · 무리한 금융시장개방 등의 단점이 결합된 유동성위기(liquidity crisis) 였을 뿐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소축적에만 의존하는 모습이 우려를 자아냈던 상황에서 동아시아가 결국 위기를 맞게 되자,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었죠.)



※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

-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


앞서 두 편의 글은 '자본축적의 역할'과 '외생적인 기술진보의 필요성'이 현실에서 나타난 모습을 다루었습니다. 이번글에서는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설명해내는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볼 겁니다.


솔로우 모형에서 중요한 가정 2가지는 바로,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전세계에 동일하게 주어진 기술진보율'(=기술은 공공재, public good)입니다. 


기술진보율이 모든 국가에서 똑같은 이유는, 한 국가에서 개발된 뛰어난 기술이 다른 나라에 빠르게 확산(diffusion)되기 때문입니다. 즉, 기술은 '모든'(비배제성) 국가가 '동일'(비경합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 입니다.


이러한 가정을 통해 현실경제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바로, '수렴현상'(convergence)'성장률 격차의 패턴'(transitional dynamics)  입니다.

 


수렴현상 (convergence) 

- 1인당 GDP(level) 및 경제성장률(growth)의 수렴


: 수렴현상이란 말 그대로 동일한 지점으로 모여든다는 의미입니다. 솔로우 모형에서는 두 가지 형태의 수렴이 나타나게 됩니다. 


하나는 수준이 같아지는 것(=level이 같아짐), 또 다른 하나는 성장률이 같아지는 것(=growth가 같아짐) 입니다. 쉽게 말해, 모든 국가의 1인당 생산량(per capita GDP)과 경제성장률(growth rate)이 동일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계속 반복하지만) 자본투입이 늘어날수록 생산량 증가분이 체감하여 결국 정상상태에서 멈추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경제성장을 시작해온 국가들은 이미 정상상태에 가까워졌을 겁니다. 이제 막 시작한 국가들은 정상상태를 향해 오고 있죠. 그럼 언젠가는 모든 국가가 '하나의 정상상태'에서 멈추어서 1인당 자본량 · 생산량이 모두 똑같아지는 날이 올 수도 있을겁니다.(=level이 같아짐)


게다가, 정상상태에서는 생산량이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 만큼 증가합니다. 솔로우 모형은 기술이 공공재 이기 때문에, 전세계 어디에서든 기술진보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습니다. 따라서, 언젠가는 '하나의 정상상태' 위에서, 세계 모든 국가의 성장률이 같아지는 날도 올 수 있습니다.(=growth가 같아짐)



성장률 격차의 패턴 (transitional dynamics) 

-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높은 성장률


: 그럼 아직 정상상태에 도달하기 이전이라면 국가별로 성장률이 각기 다르지 않을까요? 네. 다릅니다. 하지만 일정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글의 맨앞서 언급했듯이,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 합니다. 다르게 말해,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빠른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또한 자본투입이 늘어날수록 생산량 증가분이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술이 공공재 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술이 공공재가 아니라면 즉 한 국가가 더 나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자본축적 정도와 상관없이 더 나은 기술을 가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빠를 겁니다.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생산량을 더 빠르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든 국가의 기술수준이 동일하기 때문에 국가간 성장률 격차는 오직 '자본축적 정도' 및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가 결정 짓습니다.


이때, 아직 정상상태에 도달하지 못한채, 정상상태로 향해가는 모습을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 라고 합니다. 따라서, 솔로우 모형은 성장률 격차에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는 이유로 '전이경로'를 지목합니다.


그럼 정말로 솔로우 모형이 예측하는 것과 같은 수렴현상 및 성장률 차이의 패턴이 나타날까요? 만약 나타나지 않는다면 모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이번글에서 이를 알아봅시다.




※ 윌리엄 보몰이 발견한 '수렴현상'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제학계 내에서는 '경제성장이론'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비롯된 급격한 경기변동(fluctuation)의 시대가 끝나고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상태가 운영됐기 때문이죠. 또한, 경제학에 합리적기대 가설이 등장하면서, "경기변동을 애써 제어하는 것보다는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대두되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경제성장이론을 둘러싼 논쟁에 불을 지핀 논문이 1986년에 등장했습니다. 바로,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William Baumol)이 쓴 <생산성 성장, 수렴, 그리고 후생 : 장기통계가 보여주는 것>(<Productivity Growth, Convergence, and Welfare: What the Long-Run Data Show>) 입니다. 


윌리엄 보몰은 이 논문을 통해 '솔로우 모형이 예측하는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이 나타나는 지를 탐구했습니다. 결국 이 논문은 '수렴현상이 나타나며, 성장률 차이에는 일정한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더 생각해봐야할 흥미로운 사실도 제시하였고, 경제학계에서는 이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이제 이 논문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살펴봅시다.


  • Baumol(1986)
  • 1870~1980년 사이, 국가별 근로시간당 GDP 추세
  • 미국,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일본, 호주


윗 그림은 1870~1980년 사이 국가별 근로시간당 GDP(per work-hour GDP)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 : 이전글[각주:5]에서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 output)은 '생산성 수준'(productivity)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는데요. 근로시간당 GDP 또한 생산성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1870년(X축 앞부분)에 큰 격차를 보였던 선들이 1980년(X축 뒷부분)에는 하나로 모여가는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30년전 논문이라 그래프가 오늘날처럼 예쁘지 않죠; 


여기에 나오는 국가는 영국, 미국, 이탈리아, 일본 등 입니다. 국가별로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겠습니다. 1870년 대비 1980년까지, 국가별 생산성은 각각 영국(585%), 미국(1,080%), 이탈리아(1,225%), 일본(2,480%) 증가했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수렴현상'과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확인했습니다. 


▶ 1870년에 국가별로 큰 격차를 보이던 생산성은 1980년 동등한 수준(level)까지 수렴(convergence) 했습니다. 


▶ 또한, 1870년 당시 이미 강대국이었던 영국에 비해, 그때부터 발전을 시작한 일본의 생산성 증가율이 더 높습니다. 즉,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가 먼 일본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 패턴이 나왔습니다. 


▶ 여기에더해, 이후 이들 국가는 비슷한 성장률을 기록하며 'growth의 수렴'도 보여줍니다.


  • Baumol(1986)
  • X축은 1870년의 근로시간당 GDP 수준, Y축은 1870~1979년의 연간 성장률


윗 그림을 보면,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좀 더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X축은 1870년의 생산성 수준, Y축은 성장률을 나타냅니다.


한 눈에 보면 알 수 있다시피, 1870년에 생산성 수준이 낮았던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은 우하향 하는 상관관계가 보입니다. 


즉,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더 가파르게 성장합니다.




※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이 알려주는 바는?

- 솔로우 모형은 또다시 현실을 올바로 설명


윌리엄 보몰은 위에 나타난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이 두 가지 함의를 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첫번째로 오직 하나의 변수(only one variable), 즉, '1870년 당시의 생산성 수준'이 성장률을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그 국가가 시장경제를 가졌는지 · 투자율이 높은지 · 어떠한 정책을 썼는지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와는 상관없이, 국가들은 그저 이미 운명처럼 정해진 위치로 향했습니다.(Whatever its behavior, that nation was apparently fated to land close to its predestined position in Figure 2.)


두번째로, 가장 경제성장 정도가 높았던 국가에서부터 다른 국가로 파급된 영향이 매우 컸다고 말합니다. 


주도국이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에 성공하고 투자를 단행하면, 이것이 다른 국가로 전달되어 생산성 성장을 공유(sharing of productivity growth) 했기 때문입니다. 뒤에 위치한 국가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거나 모방하여 급격한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성공한 모방은 큰 성과를 냈으며, 주도국의 직접투자 및 다국적기업의 기술이전은 '수렴현상'(convergence)을 만들어 냈습니다. 


윌리엄 보몰의 이같은 분석은 솔로우 모형이 현실에 부합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에서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내는 건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 였습니다. 보몰의 연구는 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은 공공재 이기 때문에, 혁신을 주도하는 국가라고 해서 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기술이 전파되어 성장률 격차만 좁혀집니다. 성장률 차이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의 변수'인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만 중요할 뿐입니다.


또한, 솔로우 모형이 예측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국가들은 결국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하게 됩니다. 1870년에는 큰 격차를 보이던 영국과 일본은 1980년 들어 결국 동등한 수준의 생산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다시 한번 현실을 올바로 설명해 냈습니다.




※  정말.... 그럴까?


그런데... 정말로 솔로우 모형은 현실을 올바로 설명한 것일까요? 


윌리엄 보몰은 '수렴현상'의 예시로 영국 · 미국 · 일본 등을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에도 여전히 미국의 1인당 GDP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저성장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저개발국도 많습니다.


윌리엄 보몰은 샘플이 된 국가를 좀 더 늘려서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살펴봤습니다. 앞서의 예시는 이미 산업화에 성공한 16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서 72개 국가를 대상으로 하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 Baumol(1986). 샘플을 72개 국가로 넓힘
  • X축은 1950년 당시 1인당 GDP 수준, Y축은 1950~1980년 연간 성장률


윗 그림은 72개 국가의 경제성장 수준과 성장률 간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X축은 1950년 1인당 GDP 수준, Y축은 1950~1980년 사이의 연간 성장률을 나타냅니다.


앞서의 그림은 '우하향하는 관계', 즉 과거 수준이 낮았을수록 성장률이 높았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났지만, 윗 그림은 비교적 불명확 하다는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윗 그림에서 넓은 5각형 모향으로 연결된 선은 미국 · 영국 · 일본 등이 들어간 기존 16개 국가입니다. 좁은 5각형 모양은 소련 · 중국 등 계획경제 국가들이죠. 그리고 나머지 국가들이 원점 근처에 몰려있습니다.         


자유시장 경제를 택하고 일찍 산업화에 성공한 16개 국가들 사이에서는 우하향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계획경제 국가들 내에서도 우하향이 드러나죠. 


하지만 나머지 국가들 내에서는 과거 GDP 수준과 성장률 간의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습니다. 전체 국가들 내에서도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를 본 윌리엄 보몰은 "수렴그룹(convergence club)이 따로 있는 것 아닐까?" 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만약 일부 국가에서 기술을 모방할 능력이 없거나, 첨단 기술을 모방하더라도 이를 적용할 첨단 산업이 부재하거나, 교육 수준이 낮거나 등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수렴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따라서, 일부 '수렴그룹 내부'에서만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 국가별로 정상상태가 다르다

- '조건부' 수렴의 개념


윌리엄 보몰은 1986년 논문에서 '수렴그룹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 혹은 '수렴현상이 전세계 국가들 사이에서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좀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수렴현상'과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연구하였고, 여러가지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발전된 설명은 "국가별로 정상상태가 다를 수 있다"(different steady state) 였습니다. 


만약 가별로 저축률 · 인구증가율 · 감가상각률이 다르다면 당연히 정상상태도 서로 다를 겁니다. 이때, 여러 국가들은 서로 동일한 정상상태가 아닌 '자신만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를 가지게 됩니다.


한번 예를 들어보죠. A 국가가 1인당 자본 축적을 계속 진행한다면 자신만의 정상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때의 정상상태는 다른 국가와는 다릅니다. A 국가는 1인당 자본량이 100일때가 정상상태이나, 저축율이 더 높은 B 국가는 1인당 자본량이 200일 때가 정상상태 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렴현상'과 '성장률 격차의 패턴'은 조금 다르게 나타날 겁니다.


앞서 배웠던 솔로우 모형[각주:6]과 이번글에서 전제로 했던 것은 '국가별로 동일한 정상상태' 였습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적은 저개발 국가일수록 당연히 성장률이 더 높아야 합니다. 


하지만 저개발국의 1인당 자본량이 선진국의 정상상태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것이나, 저개발국의 정상상태에 이미 도달한 수치일 수도 있습니다. 앞선 예에서, A 국가는 B 국가에 비해 1인당 자본량이 적으나 이미 '자신만의 정상상태'에 도달한 것이기 때문에, 0%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적다고 해서 성장률이 높은 현상이 무조건 나타나는 게 아닙니다.


이러한 발전된 논의를 거쳐 '수렴현상'과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지칭하는 3가지 유형의 용어가 만들어 졌습니다.


시그마 수렴 (sigma-σ-convergence)


: 시그마 수렴이란 '국가간 1인당 생산량 격차가 점점 감소되는 현상'(a decline over time in the cross-sectional dispersion of per capita income or product.)을 지칭합니다. 우리가 사용했던 'level이 같아짐'을 의미하죠. 경제학을 배우셨던 분들에게는 '절대적 수렴'(absolute convergence)란 용어가 더 익숙할 겁니다.


베타 수렴 (beta-β-convergence)


 : 베타 수렴이란 '가난한 국가가 부유한 국가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poor economies growing faster than rich ones.)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계속 언급한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보여주죠. 그리고 가난한 국가가 경제성장에 성공해서 부유한 국가가 된다면, 결국 둘의 성장률은 같아지게 됩니다(growth가 같아짐).


조건부 베타 수렴 (conditional beta-β-convergence)


: 그런데 이때의 베타 수렴은 '조건부'(conditional) 입니다. 국가별로 서로 동일한 정상상태가 아닌 '자신만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의 절대적인 값 보다는, '1인당 자본량이 각자 자신의 정상상태 보다 더 적은'(조건)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빠릅니다. 많은 분들에게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란 용어가 더 익숙할 겁니다.




※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이 벌어지다


이번글을 통해 많은 개념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솔로우 모형의 중요한 두 가지 가정-체감하는 생산함수 · 기술은 공공재-는 수렴현상 및 성장률 격차의 패턴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가는 동일한 지점으로 수렴하게 될 것이며,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낮다."


윌리엄 보몰의 연구에 따르면 솔로우 모형은 현실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대상 국가 범위를 넓혔을 때는 예측이 잘 맞지 않았습니다. '수렴그룹'이 따로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었죠. 


따라서, 이후 경제학자들은 '국가별로 서로 다른 정상상태' 라는 개념을 도입하였고, 저개발 국가가 성장률이 낮은 요인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인당 자본량이 절대적으로 적은 국가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정상상태에 이미 도달해 있다면 성장률이 낮다는 논리였죠. 


그런데 다른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것과 같은) 수렴현상의 부재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따라서, 크게 2가지 지점에서 솔로우 모형을 향한 반론이 제기되었죠. 바로 솔로우 모형의 핵심 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와 '공공재인 기술'에 대한 비판 이었습니다.



▶ 자본을 축적할수록 성장률이 하락할까? 

- '체감하는 생산함수'에 대한 비판


: 솔로우 모형은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 중 핵심 입니다. 이것으로 인해 '요소축적에만 의존할 때의 문제점' · '지속성장을 위한 생산성 향상의 필요성' · '수렴현상' · '성장률 격차 패턴'을 예측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 전제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 이유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를 살펴보면, 당시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주도국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상승" 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 · 네덜란드가 세계를 지배했을때의 성장률보다 오늘날 미국의 성장률이 더 높습니다. 과거 주도국에 비해 미국의 자본축적량이 더 많을 텐데 말이죠. 또한, 이들이 세계의 주도국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부터 최신 기술을 이전 받아 성장률을 끌어올렸을 가능성도 적습니다.


그렇다면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의 차이 때문일까요? 이 경우 솔로우 모형의 단점이 더 부각됩니다.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율이 '외생적'으로 주어졌다고 말할 뿐, 그것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는 "수렴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를 포기하고. '체증하는 생산함수'(increasing)를 도입하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경우, 자본축적량을 늘려나가더라도 성장률은 하락하지 않기 때문에,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왜 수렴속도가 느릴까? 

-  '기술은 공공재'에 대한 비판


: 솔로우 모형에서 기술은 공공재 입니다. '모든' 국가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한 후발국이 자본을 축적해 나갈수록 선진국과의 경제수준 및 성장률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또한, 공공재인 기술은 선진국에서 후발국가로 '빠르게' 이전되며 모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수준과 성장률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는 힘도 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수렴속도'(speed of convergence)는 그다지 빠르지 않습니다.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Robert Barro)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vier Sala-I-Martin)은 "수렴속도가 연간 2%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들은 그 이유로 '느린 기술확산 속도'(gradual spread of technological improvement)를 꼽습니다.


만약 어떤 국가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능력이 떨어지거나, 기술이 애시당초 공공재가 아니거나 등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성장률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 '수렴논쟁'이 촉발한 솔로우 모형에 대한 비판과 대안


수렴현상 존재와 정도를 둘러싸고 진행된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은 경제성장이론 발전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만약 '체증하는 생산함수' · '공공재가 아닌 기술' 라는 가정이 현실에 더 부합한다면, 솔로우 모형의 기반은 흔들리게 됩니다. 현실 설명력이 떨어지는 이론은 중요성이 낮으니깐요. 


이런 이유로 솔로우 모형을 옹호하기 위해,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는 "솔로우 모형을 조금 수정하면 수렴현상을 좀 더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솔로우 모형이 무조건 옳은 건 아니지만, 다루고자 했던 질문들에 대해 옳은 답을 제공해준다"라고 말했죠.


앞으로 '수렴논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서, 경제성장이론이 솔로우 모형을 넘어서(beyond Solow Model) 어떻게 더 발전되는지를 알아봅시다.



  1. 각주 [본문으로]
  2. 각주 [본문으로]
  3.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2015.12.29 http://joohyeon.com/247 [본문으로]
  4. 바로 얼마 전인 2017년 5월 4일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추모기사 - The Economist. William Baumol, a great economist, died on May 4th [본문으로]
  5. 각주 [본문으로]
  6. 각주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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