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Posted at 2018.07.18 23:29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자유무역을 비판해 온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머리말>

표지에 왜 그렇게 화나고 사나운 표정의 사진을 썼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 이 책에서 우리는 절름거리는 미국을 이야기한다. 안타깝게도 좋은 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은 표정, 기쁨보다 분노와 불만을 담은 표정을 찍은 사진을 쓰기로 했다. 지금 우리는 즐거운 상황에 처해 있지 않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모두가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 


<8장 여전히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

이제 제조기업들이 바로 여기 미국에서 최선의 조건을 누릴 수 있도록 사업 환경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더 많은 제조공정을 미국으로 돌릴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을 제공하는 법이 필요하다. 특정 국가들이 툭하면 자국 화폐를 절하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우리는 홈팀이며, 우리 자신을 앞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다른 나라에 빼앗긴 우리의 일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그 답은 '우호적인' 교역 파트너들과 더 나은 무역협정을 맺는 것에 있다. 우리는 중국, 일본, 멕시코 같은 나라들로부터 일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우리는 미국 소비자들이 만든 세계 최고의 시장을 너무 많은 방식으로 그냥 내주고 있다. (...)


이제 나는 미국을 위해 싸울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다시 위대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이기겠다는 의지와 과거처럼 '미국산' 배지를 명예롭게 만들겠다는 헌신뿐이다.


- 도널드 트럼프, 2015, 『불구가 된 미국』(원제 : 『Crippled America』)




※ 자유무역을 둘러싼 트럼프와 경제학자들 간의 대립


트럼프가 2016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민주당 8년 집권에 따른 피로감 · 힐러리에 대한 비토 · 백인들의 지지 등 여러가지를 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과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요인은 '자유무역 정책과 세계화에 대한 반감' 이었습니다. 트럼프는 대선 이전부터 현재의 무역체제, 특히 중국과의 무역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해 벌어졌던 Brexit에 이어 트럼프 당선이 현실화되자 경제학자들은 "전세계적으로 자유무역과 세계화 기조가 후퇴하고 보호무역 흐름이 도래하는거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말해온 공약을 하나둘 시행해 나갔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문제 삼았으며, 한국과의 FTA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결정적으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문제삼으며, 대중국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당황해하며 또한 분개했습니다. Gregory Mankiw[각주:1]부터 Paul Krugman[각주:2]까지 정치적이념과 전공에 상관없이[각주:3]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 "자유무역이 생산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을 부여하며, 무역의 장기적인 이익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보다 크다고 생각하시나요?" 라는 물음에 대해, 약 95%의 설문 응답자(경제학자)가 동의(Agree)를 표했다.

  • IGM Economic Experts Panel - Free trade, 2016.03.22


경제학자들에게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는 옳은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경제학자들의 주요 논지는 "무역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다. 무역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손해를 보상해주면 된다." 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경제학자들의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


트럼프의 충격적인 대선 승리에 경제학자들의 책임이 있는가? (...) 


경제학자들이 트럼프 승리를 초래하지 않았을 지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경제학자들이 세계화의 치어리더(globalization's cheerleaders)가 되지 않고 학계에서 훈련받은 태도를 견지했다면, 대중논쟁에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20여년 전, 나는 『Has Globalization Gone Too Far?』를 출간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세계화에 대응하는 정부의 결연한 대응이 없다면, 너무 심한 세계화(too much globalization)는 사회분열을 심화시키고, 분배 문제를 초래하며, 국내 사회적합의를 악화시킬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 주장은 이후 평범한 이야기가 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지 않았고, 나의 책이 '야만인들의 탄약'(ammunition for the barbarians)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보호무역주의자들은 내 책의 주장을 세계화를 깍아내리고 자신들의 논지를 강화하는데 이용하였다. 


경제학자 동료 중 한명은 나에게 이런 물음을 던졌다. "당신의 주장이 선동정치가 등에게 남용될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나요?"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대중논쟁장에서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가로채질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이 '학자들은 국제무역에 있어 한 가지 방향만 말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위험을 우려하는 주장에) 내포된 전제는 무역논쟁에 있어 야만인들이 한쪽편에 있다는 것이다. WTO체제나 무역협상에 불평하는 자는 보호무역주의자들이고, 지지하는 쪽은 항상 천사의 편이라는 말이다. (...)


학자들이 공공논쟁에 참여할 때에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어왔다. 학자들은 무역의 이점을 말해야하며 세세한 사항은 깊이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흥미로운 상황을 초래한다. 학자들이 작업하는 무역의 정통모형은 분배효과를 말한다. 무역의 이점 반대편에는 특정 생산자나 근로자의 손실도 존재한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시장실패가 무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오랜기간 알아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학자들은 '경이로운 비교우위나 자유무역'(wonders of comparative advantage and free trade)을 앵무새처럼 말해왔다. NAFTA나 중국의 WTO 가입 등이 분배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분명해 졌음에도, 경제학자들은 분배 문제 우려를 축소(minimized distributional concerns)하고 총 무역 이익만을 강조했다(overstated the magnitude of aggregate gains from trade deals). (...) 국제무역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를 언급하기 꺼려하면서 경제학자들은 대중들의 신뢰를 잃게 되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에 따라 국제무역 반대자의 목소리만 더 강화되었다. (서문) (...)


경제학자들이 좁은 이념에 빠진 이유는 경제학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때 문제를 일으키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로 인해 초래된 노파심으로 인해 대중들에게는) 학계 내에서 이야기되는 다양한 측면을 이야기하기 보다, 특정 이념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을 표하게 된다.


나는 한 가지 실험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자가 경제학과 교수에게 전화해서 "X국가와 Y국가의 자유무역이 좋은 생각일까요?" 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응답을 할거다. 그런데 대학원 국제무역 수업에서 학생이 "자유무역은 좋은가요?" 라는 물음을 던지면 어떨까. 아마 앞선 사례와는 달리 자유무역이 좋다는 응답이 빨리 나오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 교수들은 이런 물음을 학생에게 다시 던질거다. "학생이 말하는 '좋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누구를 위해 좋은건가요?" "만약 여러 조건이 만족되고 있으며, 무역의 혜택을 받는 자에게 세금을 징수해서 손해를 보는 자에게 전달된다면 자유무역은 모두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할 거다. 그리고 수업이 더 진행되면 경제학 교수는 자유무역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지 않으며 다른 조건들에 달려있다는 말을 덧붙일 거다. (...)


자유무역이 종종 자국의 분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사회적 논쟁 장에서 목소리를 잃게 된다. 그들은 또한 무역의 옹호자로 나설 기회도 잃고 만다. (118-123)


- Dani Rodrik, 2018, 『Straight Talk On Trade』


하버드대학교 소속 경제학자 Dani Rodrik은 2018년에 출간된 저서 『Straight Talk On Trade』를 통해, 대중논쟁에서 경제학자들이 보인 태도가 되려 자유무역 체제에 독이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지지하지만 무역개방이 가져다주는 피해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학계 내에서는 '무역이 근로자 임금에 미치는 영향', '무역과 불균등의 관계' 등을 심도 깊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며, 앞으로 어떤 무역체제를 가져야할지도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정작 대중논쟁장에서는 이러한 논지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기자가 자유무역이나 FTA협상 등이 경제와 일자리에 악영향을 가져다주는 것 아니냐고 문의하면, 학자들은 "자유무역은 전체적으로는 이득이다"라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사람들은 무역이 초래하는 실제적인 피해 때문에 고민하는데, 학자들은 앵무새처럼 원론적으로 좋은 말만 반복할 뿐이죠.


왜 학자들은 학계와 대중논쟁장에서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Rodrik이 지적하듯이 '자유무역의 문제를 지적하는 논리가 보호무역주의자들에게 남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 입니다. 


자유무역은 분명 특정계층에게 피해를 안겨다 줍니다. 그리고 경제학원론에서 배우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 피해를 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자유무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보호무역주의자들은 학자들의 논리를 비약시켜 "자유무역의 폐해는 주류 경제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무역장벽을 쌓아야한다."는 식의 주장을 합니다. 이건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비약입니다.


  •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책.....


"대중논쟁장에서 자유무역을 비판한다고 해서, 보호무역주의자들이 이를 남용한다는 우려는 기우 아니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서점에 가 보면 자유무역 논리를 설명하는 서적보다는 비난하는 책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류의 책들은 부제로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나 '자유무역의 신화와 자본주의의 숨겨진 역사' 등을 달고 나옵니다.


그렇다면 던질 수 있는 물음은 "나는 자유무역 비판론자들의 주장이 타당해 보이는데, 왜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를 싫어하나?" 일겁니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분명 자유무역의 한계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보호무역주의자들이 말하는 것과는 맥락과 초점이 다릅니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의 흐름과 역사 그리고 오늘날 국제무역의 모습'을 소개할 계획입니다.




※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국제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살펴보기에 앞서, 한 가지 생각을 해봅시다. 오늘날 자유무역을 둘러싼 비판은 주로 선진국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이 불평하는 것은 같은 선진국과의 교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과의 무역 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러한 모습은 상당히 기묘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자유무역을 비난해온 국가들은 주로 개발도상국 이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개발도상국들은 "자유무역은 선진국이 개도국을 착취하기 위해 만든 논리이다", "자유무역 혹은 비교우위에 입각한 무역정책은 경제발전에 해가 된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1960~70년대 중남미국가는 종속이론을 말하며 선진국을 비난했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WTO나 G7 같은 세계적 회담이 열리는 장소에서는 세계화를 반대하는 진보 및 개도국 시민단체가 대규모로 모여서 반대집회를 가지곤 했습니다. 


도대체 최근 자유무역 혹은 세계화 진행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한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을까요? 


▶ 과거 개발도상국이 직면했던 문제는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

: 제조업과 산업화를 위한 경제발전 전략으로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가 타당한가


개발도상국에게 중요한 건 경제발전 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무역정책을 선택해야 경제가 발전하는가"가 중요한 기준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는 문제가 많은 정책으로 보였습니다. 왜일까요?


① 비교우위에 대한 오해와 내재된 문제점

→ 비교우위 : 이제 막 경제발전을 시작한 국가가 선진국과 교역을 하면 경쟁에서 패배하여 시장을 내주지 않을까? 

→ 교역조건 : 개도국은 주로 원유 · 철광석 · 농산품 등 1차상품을 수출하는데, 수출을 증가시킬수록 국제시장에서 상품가격이 하락하니 교역증대는 오히려 손해 아닌가?  

→ 특화 : 비교우위 논리는 특화를 이야기 하는데, 그럼 개도국은 평생 부가가치가 낮은 상품만 생산해야 하나? 


② 산업화를 위한 제조업 육성의 필요성

→ 유치산업보호론 : 개도국은 산업화를 위한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보호무역 정책이 필요한 것 아닐까?


남반구(South)에 주로 위치한 개발도상국은 원유 · 철광석 · 농산품 등 1차상품을 생산합니다. 이들은 산업화를 위해 제조업(Manufacturing)을 키우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비교우위론은 "제조업 육성을 하지말고 (현재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1차상품에 특화해라"고 지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한, 원자재 수출 국가가 비교우위론에 입각해 개방정책을 실시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몇몇 개발도상국은 아예 비교우위론을 배척하였고 개방정책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몇몇 국가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 논리를 따르되 처한 상황에 맞게 수정하여 받아들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두 부류의 개발도상국 간 경제발전 정도가 극명한 차이를 드러내었고,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은 일단락 되는 듯 보였습니다.   


▶ 오늘날 선진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계층별로 상이한 영향을 주는 시장개방'(Income Distribution)

: 제조업 및 저임금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자유무역의 충격을 어떻게 완화해야 하는가


그런데 2000년대 중후반이 되자 선진국 내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주된 이유는 바로 '개방정책을 통해 경제발전에 성공한 개발도상국의 등장' 입니다. 특히 '중국의 부상'(China Shock)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과거 선진국의 주된 무역패턴은 '선진국 간 교역'(North-North) 이었습니다.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야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게 중요할테지만, 선진국 입장에서 개도국과의 교역량은 미미한 수준이었죠. 하지만 신흥국이 부상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 교역'(North-South)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선진국이 비교우위를 가졌던 산업을 신흥국이 뒤쫓아오자, 선진국 내에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둘러싼 의구심이 증폭되었습니다. 


① 중상주의적 사고방식

→ 무역수지 적자 :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나날히 커져가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나? 


② 비교우위에 대한 오해와 내재된 문제점

→ 비교우위 : 저임금 국가와 교역을 하면 값싼 상품에 밀려 시장경쟁에서 패배하지 않을까?

→ 교역조건 :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이 수출해오던 상품을 생산·수출하기 시작하면 무역의 이익이 사라지지 않을까?

→ 무역의 이익 배분 : (개도국의 경제성장으로) 비교열위에 처하게 된 산업 및 근로자에게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나?

→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 : 신생 기업과 산업이 퇴출 기업과 산업을 재빨리 대체할 수 있나?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가 다른 일자리를 재빨리 구할 수 있나?


③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 보호의 필요성 & 고부가가치 첨단산업 보호의 필요성

→ 보호무역 정책의 필요성 : 신흥국 제조업 부상으로 인해 미국 제조업이 보유한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이를 방치해야 하나?

→ 지적재산권 준수 요구 : 중국이 지적재산권 협약 및 국제무역협정을 위반한 채 불공정무역을 하게끔 내버려두어도 괜찮은가?



과거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을 고민했다면, 이미 경제수준이 높은 선진국의 고민은 '무역의 충격이 계층별로 상이한 영향을 주는 현실'(Income Distribution) 입니다. 신흥국의 부상으로 비교열위 상황이 된 산업과 근로자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신흥국 신생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우려가 생긴 기업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시장의 자기조정 기능을 복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가 주된 고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중국과의 경쟁때문에 제조업이 몰락한 러스트 벨트에서의 득표'를 꼽는 이유와 '2018년 현재 중국과 무역마찰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과거 개발도상국과 오늘날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국제무역논쟁의 주요 논점들 정리


다시 한번 말하자면, 과거 개발도상국은 경제발전(Economic Development)을 오늘날 선진국은 무역의 이익 분배(Income Distribution)를, 즉 서로 다른 초점을 가진채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무역논쟁]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논점을 머릿속에 정리해봅시다.


중상주의적 사고방식 -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 옳다

→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해 '자유무역'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을 이해해야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18년 4월 4일자 트윗
  • "우리는 지금 중국과 무역 전쟁을 펼치고 있지 않다. 그 전쟁은 멍청하고 무능력한 전임 대통령 때문에 수년전에 패배했다. 우리는 지금 매년 5천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가지게 되었으며, 3천억 달러의 지적재산권을 도둑질 당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계속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

: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트럼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타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한 결과물이 무역수지 적자'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제 블로그를 통해 두 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무역수지 혹은 경상수지에 관해 논란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중상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776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중상주의 사상을 비판한지 250년 가까이 되었으나 중상주의의 망령은 여전히 떠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부론』에 나타난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이해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을 겁니다. 


비교우위에 대한 오해 및 내재된 문제점

→ 데이비드 리카도가 『원리』를 통해 '비교우위'를 세상에 내놓은 배경을 이해해야

→ 비교우위가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올바로 깨달아야

→ 비교우위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을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는 아마 가장 논쟁을 불러일으켜온 경제이론 일겁니다. 경제학자들은 비교우위론을 가장 위대한 경제이론으로 꼽고 있으나, 수많은 비전공자들에게 비교우위는 문제가 많아 보이는 주장일 뿐입니다.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벌어진 [국제무역논쟁]의 상당수가 '비교우위'를 중심으로 벌어져왔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리카도의 『원리』를 통해, 비교우위론이 세상에 나오게 된 배경과 함의를 알아보고, 비교우위론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볼 겁니다.


제조업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 산업화와 제조업 육성을 동일시한 개발도상국의 관점

→ 제조업 일자리를 바라보는 선진국의 관점

→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제조업이 보여주는 패턴과 선진국 제조업 감소의 원인을 이해해야


  • 왼쪽 : 1993~2016년, 전세계 제조업 수출액 중 중국 제조업 수출액 비중. 1993년 3%에 불과했으나 2016년 18%에 달한다. (출처 : World Bank, World Development Indicator)

  • 오른쪽 : 1993~2016년,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수와 고용비중. (출처 : BLS Employment Situation)


: 과거와 오늘날의 국제무역논쟁을 살펴보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은 결국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목적으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를 배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은 제조업을 '산업화'와 동일시하고 있으며, 선진국은 제조업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경제발전 전략으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채택하면 (비교우위 산업에만 특화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업을 육성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오늘날 선진국 제조업 감소 요인 중에서 국제무역이 차지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더 나아가서, 거시경제와 일자리에서 제조업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이 바라보는 제조업을 알아본 뒤, [further issue]로 '제조업' 그 자체에 대해 깊게 공부해봅시다.   




※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소개


자, 우리는 앞에서 언급한 3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읽어나갈 겁니다. 시리즈의 큰 틀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제무역이론 Revisited]를 통해,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가 주장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 사상적 배경과 이론의 발달과정 알아보기


[국제무역논쟁 - 개발도상국]을 통해, 과거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에 대해 가졌던 오해와 생각 그리고 비교우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알아보기 


[국제무역논쟁 - 선진국]을 통해, 달라진 세계화 모습과 신흥국의 부상이 선진국 산업 · 일자리 · 임금에 미친 영향 알아보기



▶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 과거 [국제무역이론] 시리즈를 보완

- 자유무역 사상 및 비교우위 이론의 등장배경과 발전과정


2015년에 6편의 글을 통해 [국제무역이론]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국제무역이론 ②] 1세대 국제무역이론 - 헥셔&올린의 보유자원에 따른 무역

[국제무역이론 ③] 외부 규모의 경제 - 특정 산업의 생산이 한 국가에 집중되어야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국제무역이론 ⑥] 3세대 국제무역이론 -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국제무역)


: 새로 작성될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시리즈는 ①'『국부론』에 나타나는 애덤 스미스의 자유무역론', ②③'『원리』에 등장한 리카도의 곡물법 논쟁과 비교우위론', ④'호주 보호무역 사례가 촉발시킨 비교우위 문제점 및 무역의 이익 배분 문제'를 다룰 겁니다. 


여기서는 2015년 시리즈처럼 단순히 무역이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자유무역 사상과 비교우위 이론이 나왔는지", "스미스와 리카도는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것이 오늘날 자유무역 및 보호무역 사상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는 게 목적입니다. 즉, 중요한 것은 단순한 과거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을 체득하는 것입니다.


 

▶ [국제무역논쟁 - 개발도상국]  

- 교역조건의 중요성

- 유치산업보호론 / 비교우위에 입각한 특화는 영원히 고착화되나

- 서로 다른 전략을 채택했던 개도국의 상반된 결과물


: [개도국 국제무역논쟁] 시리즈에서는 이번글에서 짧게 소개했던 '과거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에 가졌던 오해'를 다룰 겁니다. 이 과정에서 왜 주류 경제학자들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를 옹호하는지, 주류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비교우위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왜 비교우위를 비판하며 무작정 보호무역을 옹호하는 일부 집필가들의 서적이 잘못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국제무역논쟁 - 선진국]

- China Shock

- 무역으로 피해를 본 산업, 기업, 근로자를 어떻게 도울 수 있나


: [선진국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는 본격적으로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이슈를 다룹니다. '중국의 부상이 선진국에 미친 영향', '선진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의 원인과 영향' 등을 통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을 좀 더 깊게 알 수 있습니다.



  1. 'Why Economists Are Worried About International Trade'. NYT. 2018.02.16 [본문으로]
  2. 'Oh, What a Stupid Trade War (Very Slightly Wonkish)'. NYT. 2018.05.31 [본문으로]
  3. Mankiw는 공화당 지지자, Krugman은 민주당 지지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또한 Mankiw는 거시경제, Krugman은 국제무역을 전문적으로 연구합니다. (맨큐의 경제학의 그 맨큐입니다.) [본문으로]
  1. ㅇㅇ
    거의 학계교수나 기재부사무관급 지식이네요 ㄷㄷ
  2. ㅇㅇ
    드디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고환율? 저환율? 금융시장 불안정성! 경기변동의 진폭!고환율? 저환율? 금융시장 불안정성! 경기변동의 진폭!

Posted at 2012.11.03 22:12 | Posted in 경제학/일반


※ 단순히 무역흑자를 위해 환율을 상승시켜야 하나?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최근 몇달새 원화가치가 급등(환율 하락)하고 있다. 2012년 8월 이후 원화가치는 3% 가량 하락했다. 



<출처 : Google Finance >

  • 2012년 8월 이후,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은 3.45% 가량 하락했다. 반면,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의 환율은 2.93% 가량 상승해 엔고현상에서 탈피하고 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 미국·유럽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원화가치 급등을 두고 반응은 엇갈린다. 2008년 이명박정부 취임 이후 인위적인 고환율(원화가치 하락) 정책으로 인해 고물가를 겪었던 국민들은 "고환율은 수출대기업에만 유리하다. 환율하락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게 좋다" 라는 반응이다. 반면 수출대기업은 "원화가치 상승과 일본 엔화의 가치하락이 한국기업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라면서 위기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정부는 집권 이후, 수출대기업을 위해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렸는데, 2008년 동안 환율은 18.7%나 상승하였고 2009년에도 15.7%나 상승하였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1. 2007년 9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이명박정부의 고환율정책으로 인해 1,400원대 까지 오르게 된다.
  2. 특히 2008년 4분기의 환율 상승은 3분기 대비 28.0%에 달한다.
  3. 그래프를 보면 2008년 이후 환율이 급등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명박정부의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수출대기업은 큰 이익을 거두었다. 반면 수입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하여 소비자들은 울상을 지었다. 물가상승으로 인하여, 고환율 정책을 주도했던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많은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지만 이명박정부는 경상수지 개선과 수출 드라이브를 위해 계속해서 고환율을 유지했다.

강만수 경제팀은 틈만 나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환율을 올리고, 경기 부양을 위해 과감히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때문에 강 장관은 번번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성장’과 ‘물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강 장관은 성장우선 정책을 통해 ‘MB노믹스’를 실현해야 하는 책임자였다. 반면 이 총재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했기 때문에 충돌은 불가피했다.

 장관은 정권 초부터 고환율 시사 발언을 쏟아냈다(표 참조). 강 장관은 야인 시절 쓴 <현장에서 본 한국 경제 30년>에서 “환율은 나라 경제를 지키는 주권이며 환율 관리는 경제적 대외 균형을 지키기 위한 주권 행사다. 환율을 관장하는 재정경제부(현재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을 시장에 맡긴다는 것은 주권을 포기한다는 말과 같다”며 ‘환율주권론’을 강하게 피력했다.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을 주장해 ‘최틀러’라는 별명을 가진 최중경 전 재정부 1차관도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급격한 하락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강 장관을 거들었다. 두 사람이 발언할 때마다 환율과 금리가 널뛰기했다. (...)

이명박 정권 초만 해도, 달러는 웬만한 국제 통화에 견줘 죄다 약세였다. ‘달러의 굴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정책 당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일어난 경기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달러 금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원화만이 달러에 약세였다.

달러가 약세이다 보니, 돈이 원유와 원자재에 쏠렸다. 곧바로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 원화가 약세인 상황에서 수입가는 더욱 올랐고, 국내 물가는 급등했다. 하지만 강만수 경제팀은 고환율 정책이라는 ‘황소고집’을 쉽게 꺾지 않았다. 대신 수출 대기업들은 표정 관리를 해야 했다.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3천억원, LG전자는 7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

강만수 경제팀의 고환율 정책은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급히 선회한다. 물가는 치솟는데 경기는 악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제 강만수 경제팀은 오르는 환율을 막기 위해 시장에 직접 개입하며 외환보유고를 물 쓰듯 퍼붓는다. 촛불시위 뒤 7월7일 개각에서 결국 최중경 차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하지만 강 장관은 살아남았다. 그 뒤 강만수 장관은 한 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한은 총재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첫 단추 잘못 꿰서 보유 외환 퍼부어

오락가락한 환율정책은 결국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시켰다. 중소기업들은 하루하루 오르는 환율에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고, 키코(KIKO)라는 직격탄도 맞게 됐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환리스크를 줄여주지만, 원화가치가 계속 떨어져 애초 계약한 구간을 벗어나면 기업이 막대한 환차손을 입게 만든다.

정혁준. "강 장관의 황소고집 ‘고환율’". <한겨레21>. 2008.11.28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높은 물가상승을 경험 · 고환율 덕택에 수출대기업의 영업이익은 늘어났으나 국민들의 삶의 질은 좋아지지 않았던 경험 · 결국 일부 수출대기업들의 배만 불려준 것 아니냐 라는 경험 속에서, 일부 국민들은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을 반기고 있다.

정리하자면, 원화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면 물가는 오르지만 경상수지는 개선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게 고환율 정책은 매력적일 수 있다. 원화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하면 경상수지는 악화되고 수출기업들의 이익은 줄어들겠지만 물가는 안정된다. 원화가치 하락(고환율)과 원화가치 상승(저환율)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 

그런데 문제는 고환율이냐 저환율이냐가 아니다. 핵심은 금융시장의 불안정과 경기변동의 진폭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최근 환율하락에 경제학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와 환율상승을 주장하는 건 단순히 무역수지가 악화되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유럽·일본 등의 양적완화·초저금리 정책으로 자본이 한국으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경기변동의 진폭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환율을 상승시키라는 것이다.



※ 큰 폭의 자본유출입 변동으로 인해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의 한국


1997년 12월 외환위기 이전, 1994-1997년 동안 한국으로 많은 자본이 유입되었다. 마이너스의 자본수지를 기록했던 1993년과 달리 1994년 자본수지는 흑자로 돌아섰고, 특히나 1996년에는 매분기 40억 달러~60억 달러 규모의 자본유입을 기록했다. (당시 한국은 자유변동환율제도[각주:1]가 아닌 시장평균환율제도[각주:2]였기 때문에 큰 폭의 환율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1997년 2분기 들어서 자본유입액이 70억 달러에서 25억 달러로 급감하더니, 4분기 들어서는 5억 달러선까지 감소했다. 1998년 1분기에는 100억 달러 규모의 자본유출이 일어났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 1994년 1분기~1997년 3분기 동안 자본수지 흑자를 기록한 한국은 1997년 들어 2분기 들어 자본유입액이 급감하더니 

    1998년 1분기 들어서는 100억 달러 규모의 자본유출을 경험했다.


자본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는 동안 한국의 기업들은 해외자본을 과다차입하게 되었는데, 무역수지 적자가 누적[각주:3]되면서 해외투자자들은 한국 경제의 건전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 것이다. 또한, 이 당시 동남아시아의 외환위기를 지켜본 외국투자가들은 한국 경제에도 우려를 표했고 급격히 자본을 빼가기 시작했다.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나자 부채 만기연장을 하지 못한 기업의 부도사태가 벌어졌고, 큰 폭으로 상승한 환율로 인해 물가가 치솟아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 1997년 12월 한국은 자유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였는데, 1997년 4분기부터 환율이 급격히 상승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급격히 상승한 환율로 인해, 외화로 표기된 부채부담이 늘어났고 물가가 치솟아 한국경제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김인준·이영섭은 급격한 자본유출입으로 인한 boom-bust cycle이 한국경제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동아시아 경제의 외채가 급격히 증가한 현상은, 국내외 이자율간에 큰 격차가 있고 자본자유화로 인해 boom-bust cycle이 심화되는 가운데 환율이 단기에는 금리격차에 따른 자본이동에 영향을 받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경쟁력에 영향을 받는 경제를 상정하면 쉽게 설명될 수 있다. 한편 한국의 경우 해외에서의 조달·운영하는 자금규모가 공식적인 외채 규모에 버금갈 정도로 큰 이유는, 한국정부가 자본시장에서 boom-bust cycle을 고려하지 않고 취한 단계적 및 비대칭적인 자본자유화 정책 내용을 살펴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다. 


국가간 금리 격차가 존재할 경우 자본자유화는 양국간 금리격차를 줄이는 데 공헌할 것이다. 그렇지만 양국간 발전단계가 다르다면 자본이동에 따라 금리격차가 줄어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편의상 자본자유화는 이루어졌지만 금리는 원래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본자유화가 이루어지면 자본은 이자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 결과 이자율이 높은 국가의 경우 자본시장개방에 따라 자본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하락하고 경제가 활성화된다. (...)


이자율이 높은 나라로의 자본유입은 이 나라의 환율을 하락시키고 그 결과 가격경쟁력이 악화되어 경상수지가 적자로 될 것이다. 또한 자본유입에 따른 경기활성화도 경상수지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 될 것이다. 물론 어느 기간까지는 경상수지 적자가 자본유입으로 보전되기 때문에 이 나라 통화의 고평가 현상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런데 환율의 고평가로 경상수지 적자가 상당기간 누적되면 외국 투자가들이 이 나라 경제의 기본 건전성에 회의를 갖게 되고 자본을 회수해 나가려 할 것이다. 이때부터 고금리는 더 이상 자본유입의 유인이 되지 못하고 따라서 환율에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가 환율에 주로 영향을 끼치게 되고 경상수지 악화로 인해 환율은 상승할 것이다. 한편 환율상승에 따른 투자수익률 하락을 우려하여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려 함에 따라 환율은 더욱 더 상승할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도 가속화될 것이다.


이와 같은 boom-bust cycle 모형을 이용하면 자본시장 개방후 외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국제금융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도를 과대평가하고 저리의 자금을 경쟁적으로 제공하였으며 또한 국내 투자가들이 자본시장 개방 당시의 자본도입 비용을 과소 평가하고 과다차입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oom-bust cycle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될 때 환율이 다시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개방 당시 낮았던 외국자본에 대한 국제금리 및 환율이 계속 유지되리라 믿어서 과도한 신용을 공급하고 과도한 차입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이 국제자본시장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상황속에서 정부가 자본시장을 단계적 · 비대칭적으로 개방하였기 때문에, 즉, 자본유입을 통제하고 자본유출을 풀어주는 정책을 취했기 때문에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은 해외에서 차입한 자금을 국내에 들여오지 못하고 해외에서 운영한 결과 해외에서의 자본운영 규모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김인준·이영섭. 1998. "외환·금융위기와 IMF 경제정책 평가" . 『金融學會誌 Vol.3 No.2』 7-9




※ 현재의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은 선진국의 유동성 확대 정책때문


주목해야 하는 건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선진국의 금융완화 정책이라는 원인이 작용하여 그러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0.25% · 유럽은 0.75% 대의 초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 선진국의 금융완화정책으로 인하여 풍부해진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신흥국으로 유입되어 자산가치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신흥국 통화가치 상승·신흥국의 금리 인하 유도를 불러왔다. 한국은 미국·유럽·일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2.75%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최근의 신용등급 상승과 맞물려 선진국의 자본이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이로 인하여 최근 원화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경제 정상화를 위해 정책금리를 대폭 인하하였으며 현재에도 정책금리를 제로금리에 근접하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미 연준의 경우 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10월에서 12월중 Federal Fund rate를 3차례에 걸쳐 175bp 인하하였으며 ECB, 일본은행, 영란은행도 같은 기간중 정책금리를 각각 175bp(3회), 40bp(2회), 200bp(3회) 하향조정하였다.


또한 선진국들은 조속한 경제회복을 위해 대규모 국공채 매입, 대출 등과 같은 양적완화정책(QE)도 병행하여 실시하였다. 미 연준의 경우 2회에 걸쳐 2.35조달러 규모의 국공채 및 MBS를 매입하였으며 ECB도 2차례의 장기대출 등을 통해 1.2조 유로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였다. 일본은행은 25조엔 규모의 저금리 단기대출을 실시하고 55조엔에 달하는 국채, 회사채 등을 매입하였다. 영란은행도 3,750억파운드 규모의 국채 등을 매입하였다. (...)


주요 선진국의 본원통화로 측정한 글로벌 유동성도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12년 2월말 현재 위기 이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큰 폭의 정책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 선진국의 금융완화정책으로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은 수익성 추구 등의 목적으로 국제원자재시장 및 신흥국으로 유입되었다. 특히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인하한 2009년 초반 이후 원자재관련 펀드와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이 급증하였으며 미국의 QE1 및 QE2가 시행된 기간에도 꾸준히 늘어났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 기간중 원자재관련 펀드의 경우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관련 펀드로의 자본유입이 크게 늘어났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본은 포트폴리오 투자 및 기타투자가 크게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신흥국에 유입된 자본은 대체로 수익성 추구를 위한 단기성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에 유입된 대외자본은 변동성이 높은 포트폴리오투자, 기타투자 등 단기성 자금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의 경제여건 변화시 이들 단기성 자금은 일시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므로 신흥국의 정책당국은 대외자본 유출입을 규제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김명현. 2012. "선진국의 금융완화정책이 신흥국에 파급되는 경로 및 영향 분석". 『한국은행 Monthly Bulletin Oct』. 16-33



문제는 이러한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 어떤 일이 발생하느냐이다. 선진국의 경제여건이 좋아지고 신흥국의 경제여건이 나빠지면 이들 자금이 일시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환율을 상승시켜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여놓는 정책이 필요하다.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높은 금리를 유지한다면 자본이 계속해서 유입될 것이다. 또한, 환율하락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원화가치가 고평가되는 정도가 커지게 되고 차후에 원화가치 하락에 베팅하기도 쉬워진다. 즉,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차후에 자본유출의 진폭이 더욱 더 커지게 된다.



프린스턴대 신현송 교수는 금융안정성을 위해 다양한 거시건전성 수단이 함께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현송 교수는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서는 글로벌 유동성으로 인해 통화정책의 전통적 전달경로가 심각하게 교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흡수하려 해도 금리차이를 노린 해외자본이 유입되면 통화량 조절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개방경제 국가에서는 금리의 기대경로 외에 위험경로까지 감안해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금융안정은 통화정책에 의한 금리조절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만큼 한국이 도입한 선물환포지션(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비율) 한도,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과 같은 거시건전성 수단이 함께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 저금리 정책, 신흥국 금융불안 유발”". <경향신문>. 2012.06.14



 

※ 거시경제정책의 핵심은 경기변동의 진폭을 줄이는 것


이명박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비판받아 마땅한 이유는 단순히 수출 대기업의 배만 불려줬기 때문이 아니라 경기변동의 진폭을 인위적으로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현재의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환율 상승을 도모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특성때문이 아니라 경기변동의 진폭을 축소시키기 위해서이다.


물론, 수출액비중이 GDP 대비 52%에 달하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환율하락이 무역수지 악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각주:4][각주:5]그러나 단순히 고환율이냐 저환율이냐의 프레임에 갇힐 경우 올바른 거시경제정책을 펴기가 어렵다


(그럼 금리인하·환율상승을 시키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것도 아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 유동성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큰데, 국회예산정책처는 향후 매년 약 20조원의 재정적자를 예측했다. 유동성함정 하에서 재정정책을 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 어쩌라고? 이번 포스트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고환율이냐 저환율이냐의 프레임을 경계하고 거시경제정책의 진폭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1. 자유변동환율제도(flexible exchange rate system)는 시장의 가격기구 기능에 따라 환율이 전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거나 정부가 최소한의 간섭만 하는 환율제도를 의미한다. 자유변동환율제도 하에서는 외환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환율이 결정된다. [본문으로]
  2. 시장평균환율은 현재 한국은행이 고시하는 집중 기준율과 같이 은행과 고객과의 외환거래 혹은 은행과 은행 간의 외환거래의 기준이 되는 원/달러 환율이다. 이 시장평균환율은 외환매매 중개기능을 맡고 있는 금융결제원 내의 외화자금 중개실이 전일 모든 외국환은행들이 국내외환시장에서 거래한 원/달러 현물환 거래 환율을 거래량으로 가중평균하여 산출된다. 시장평균환율제도 하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외환의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되고 변동되나, 외환 수급에 따라 변동되더라도 무한히 변동되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을 받았다. 시장평균환율제도 도입 당시에는 일일 환율변동 제한폭을 기준환율을 중심으로 상하 0.4%로 설정하였으며 그 후 변동제한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였다. 1997년 11월 외환위기에 직면하면서 상하 10%로 대폭 확대하였다가 같은 해 12월에 변동 제한폭을 완전히 철폐하여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하였다. [본문으로]
  3. 경상수지+자본수지=0의 관계.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자본수지는 적자이고, 역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면 자본수지는 흑자이다. [본문으로]
  4. "지금은 물가상승률을 너무 걱정할 때가 아니다. 고평가된 원화를 방치했다가 벌어질 심각한 경기하강과 유동성 위기 같은 거시경제 위험에 대비하는 게 훨씬 더 시급하다." 라고 주장하는 성태윤 교수의 칼럼도 '경기변동의 진폭 축소시키기'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02/2012110201340.html ʺ한국, 원高 환율 이대로 방치했다간 재앙ʺ. 2012.11.03 [본문으로]
  5. 성태윤 교수는 "물가 상승을 통해 부채부담의 실질 가치를 낮춘다"라는 주장을 계속 해왔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부채부담의 실질가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6/2012071601502.html. "전세계로 확산되는 '채무 디플레이션'". 2012.07.16 [본문으로]
  1. kimmin
    좋은내용 감사합니다.
  2. 학생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결과적으로 경제학자들이 제안했던 '선제적인 금리 인하와 원화가치 평가절하'에 일치되는 정책이 된거 아닌가요? 읽다가 이해가 안되서 질문드려요! 제가 어느 지점부터 잘못 이해를 한걸까요?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