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②]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Posted at 2018.07.30 15:08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데이비드 리카도의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1817)

『On the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and Taxation』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지난글에서 소개한 애덤 스미스[각주:1]를 모르는 사람이 없듯이, 데이비드 리카도가 내놓은 '비교우위론'(Comparative Advantage)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비교우위는 대학교 경제학원론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와 대중 경제서적에도 친근하게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애덤 스미스의 사상과 배경을 제대로 몰랐듯이) 비교우위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내놓은 역사적 배경을 모르거나,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이 왜 모든 국가에게 이익을 주는 지를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비교우위론'은 [국제무역논쟁]의 중심[각주:2]에 서있습니다.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이 손해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일부 사람들은 비교우위 자체가 말이 안되는 개념이라고까지 주장합니다. 


따라서, 이런 오해를 바로잡고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비교우위' 개념 설명 및 이를 둘러싼 오해와 논쟁을 살펴볼 계획입니다. 


우선, 이번글에서는 '리카도가 비교우위론을 세상에 내놓은 배경'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비교우위가 등장한 배경 및 맥락을 공부하는 것은 '자유무역 사상의 등장배경'(Intellectual History of Free Trade)을 이해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어떠한 맥락 속에서 등장했나

- 19세기 영국, 곡물 수입에 대한 관세 부과를 둘러싼 논쟁 

- 이른바 '곡물법 논쟁'(Corn Law Controversy)


리카도가 집필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이른바 『원리』)에서 '비교우위' 개념은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속에 짤막하게 등장합니다. 다르게 말해, 『원리』는 국제무역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닙니다. 


그럼 리카도는 무엇을 말하기 위해 책을 쓴걸까요? 아래에 인용한 문장들이 리카도의 관심사와 사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 제6장 이윤에 대하여


한 나라가 아무리 넓어도 토질이 메마르고 식량 수입이 금지되어 있으면, 최소한의 자본의 축적이라도 이윤율의 커다란 하락과 지대의 급속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에, 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36~137쪽 


리카도의 주된 관심사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지주(지대) · 자본가(이윤) · 노동자(임금)의 분배 원리를 밝히는 것, 둘째는 곡물법 폐지를 통해 자본가 계급의 이윤을 증가시켜 자본축적 및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것 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곡물법(Corn Law)이 무엇이길래 리카도는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일까요? 


곡물법이란 국내산 곡물가격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도달할 때까지 곡물수입을 금지하거나, 수입 곡물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법률입니다. 19세기 초반 영국은 곡물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하여 곡물법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곡물법 유지를 옹호한 건 지주계급(Landlord)이었습니다. 곡물 가격이 비싸면 곡물 재배를 위한 경작 면적이 확대되어 지주의 이익, 즉 지대(rent)가 증가하기 때문이었죠. 토마스 맬서스(Thomas Malthus)[각주:3]와 같은 학자들은 '지주들의 소득 증가가 경제의 총수요를 증가시킨다'는 논리로 곡물법 유지를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리카도가 보기엔 곡물법은 해악만 가득한 법안이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축적되어야 하고, 자본축적을 위해서는 영농자본가(farmer) 및 산업자본가(manufacturer)의 이윤(profit)이 증가해야 합니다. 이때 곡물법으로 인해 초래된 높은 곡물가격은 생계비 부담을 키워 노동자 임금(wage)을 상승시킬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임금과 역의 관계인 자본가의 이윤은 감소하게 됩니다. 


즉, 리카도에게 있어 곡물법은 자본가의 이윤율을 저하시켜 자본축적 동기를 멈추게하고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입니다. 따라서 곡물법을 폐지하고 외국에서 곡물을 싸게 수입해와 자본가의 이윤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비교우위에 입각한) '외국과의 자유무역'은 '곡물법 폐지'를 의미했으며, 지주와 노동자의 분배몫을 낮추고 자본가의 이윤을 증가시켜 자본축적을 촉진하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럼 '곡물법 폐지' 이후 '외국과의 자유무역'이 시행되어 '값싼 식량의 수입이 자유롭게 허용' 된다면, 어떠한 경로로 '자본가의 이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일까요?


이번글에서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 원문 일부를 읽어가면서, 리카도의 사상적 배경과 논리를 알아봅시다.




※ 상품의 가치는 생산에 투입된 노동량이 결정

- 『원리』 제1장 가치에 대하여 (On Value)

- 리카도의 가치이론 : 투하노동설


오늘날 경제학을 배우는 사람들은 '가치'(value) 보다는 '가격'(price)이라는 개념이 더 익숙할 겁니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되며, 수요와 공급을 만드는 건 경제주체의 한계효용 및 한계비용 입니다. 


하지만 19세기말 한계효용학파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고전 경제학자들의 관심사는 '무엇이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가' 였습니다. 여기서 가치란 교환가치 및 사용가치를 의미했으며, 리카도는 교환가치 즉 '한 상품이 다른 상품과 교환되는 양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한 상품의 가치, 즉 그것과 교환될 다른 상품의 수량은 그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상대적 노동량에 달려 있는 것이지, 그 노동에 지불되는 보상의 크고 작음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


상품에 실현된 노동량이 그 교환가치를 규정한다면, 노동량의 증가는 반드시 그 노동의 대상이 되는 상품의 가치를 증가시키며, 이와 마찬가지로 [노동량의] 감소는 반드시 그것을 하락시킨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23~26쪽 


리카도는 "한 상품의 (교환)가치는 그 상품의 생산에 필요한 상대적 노동량에 달려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른바 '투하노동설' 입니다. 노동이 더 많이 투입되어 생산된 상품은 교환가치가 더 높으며, 생산에 필요한 노동량이 증가할수록 가치는 상승합니다.


리카도의 논리가 그리 이상하지만은 않습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오늘날 사람들에게도 쉽게 발견됩니다. 많은 (경제학 비전공자) 사람들은 "이거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값을 높게 받아야한다" 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이는 한계이론을 믿는 현대경제학 전공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고방식이죠.


(사족 : 리카도의 노동가치이론이 옳은지 그른지는 이 글에서의 논점이 아닙니다. 리카도의 이론은 과거의 것이기 때문에 오늘날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라는 주장도 이 글에서의 논점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는 '과거 리카도의 사상'을 살펴봄으로써 '자유무역과 비교우위 논리'가 나타나게 된 '배경'을 파악하고, '오늘날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깊게 이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렇다면 노동을 투입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즉 임금이 상승하면 가치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상품이 가치만큼의 값을 받고 판매되고 나면 자본가(이윤)와 노동자(임금)가 이를 나누어 가지기 때문에, 임금이 상승하면 자본가가 가치를 높게 재설정 하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카도는 임금 변화가 가치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투입되는 노동의 양'(total amount of labor) 이었습니다.  아래 인용문을 살펴보죠.


노동의 임금이 어떻게 변동하더라도 그것은 이들 상품의 상대 가치의 변동을 가져올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임금이 상승한다고 하면 이들 직업에서 필요한 노동량이 늘어나지 않을 것임에도 그 노동은 더 높은 가격으로 매겨질 것이며, 사냥꾼과 어부로 하여금 자신들의 사냥물과 물고기의 가치를 올리려고 노력하게 하는 것과 동일한 이유가, 광산의 소유자로 하여금 자신의 금의 가치를 인상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기는 이 세 가지 직업에서 모두 동일한 힘으로 작용하고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상대적 지위도 임금의 상승을 전후해 동일하기 때문에, 사냥물과 물고기, 금의 상대 가치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임금이 20퍼센트 상승하고 그 결과 이윤이 그 정도로 하락하더라도 이들 상품의 상대 가치는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41쪽 

 

노동의 임금이 상승하면 생산자는 상품가치를 높게 책정할 유인을 가지게 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상품가치도 함께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결국 상품의 (교환 혹은 상대)가치는 임금 변동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여기까지 리카도의 생각을 알고난 후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왜 리카도는 투하노동량이 상품 가치를 결정한다고 믿었나? 왜 임금 변화가 상품의 (상대)가치를 변동시키지 않는다고 믿었나?" 일겁니다. 


리카도는 임금이 상승(하락) 했을 때 하락(상승)하는 것은 이윤, 즉 '임금과 이윤의 역관계'를 증명하고 싶어했습니다. 따라서 가치를 배분하는 몫인 임금과 이윤이 서로 어떻게 변동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임금 및 이윤의 변화와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가치가 필요했습니다. 


이번글을 다 읽어나가면, 리카도 특유의 노동가치이론이 채택된 이유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을겁니다.




※ 토지의 수확체감성이 지대를 발생하게 하고 자본가의 이윤을 압박한다

- 『원리』 제2장 지대에 대하여 (On Rent)

- 리카도의 지대이론 : 차액지대론


리카도는 『원리』 제1장에서 가치(Value)에 대해 논한 다음에 제2장에서 지대(Rent)를 이야기 합니다. 


리카도는 지대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토지가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쉽게 말해, 지대(rent)의 발생 원인을 '토지의 생산성 차이' 혹은 '토지의 수확체감'(diminishing return)에서 찾았습니다. 그리고 토지의 수확 체감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자본가의 이윤(profit)을 압박하는 결과도 초래합니다.


'점점 더 많은 토지가 경작될수록 수확량이 체감한다'는 분석은 리카도의 분배이론에서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①'토지의 수확체감성'으로 인해 ②'곡물 가격'이 올라 ③'지대'가 발생하게 되고 '임금'도 오르게 됩니다. 그리고 ⑤자본가의 '이윤'이 하락합니다. 그리하여 리카도는 ⑥수확체감을 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외국과의 (자유)무역'을 주장하게 됩니다.


이제 '제2장 지대에 대하여'의 원문 일부를 읽으면서 리카도가 분석한 토지의 성질 및 지대의 발생원인을 알아보도록 합시다.



▶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은 토지 ①

-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으로 인한 지대 발생


지대는 대지의 생산물 중에서 토양의 원천적이고 파괴될 수 없는 능력을 사용하는 데 대해 지주에게 지불되는 몫이다. (...)


한 나라에 사람이 처음 정착할 때는, 기름지고 비옥한 토지가 풍부해 매우 적은 부분만이 현재 인구의 부양을 위해 경작되면 되거나, 아니면 그 인구가 지배할 수 있는 자본으로써 실제로 경작될 수 있기 때문에 지대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점유되지 않은 토지가 풍부하고 따라서 누구나 원하는 대로 그것을 경작하기로 선택할 수 있는 때에는 아무도 토지의 사용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


모든 토지가 동일한 속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양적으로 무한하고 질적으로 균일한다면, 그것이 특별한 위치상의 이점이 없는 한, 그 사용에 대해 어떤 요금도 부과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토지의 사용에 대해 지대가 조금이라도 지불되는 것은 토지가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며, 인구가 증가하면서 질이 열등한 토지 또는 위치상의 이점이 적은 토지가 경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69~72쪽 


지대(rent)란 말그대로 토지의 능력을 사용하는 대가를 뜻하며, 영농자본가(farmer)가 지주(landlord)에게 지불하는 것입니다. 


그럼 왜 영농자본가는 지주에게 지대를 납부해야 하나요? "당연히 땅을 사용했으면 지대를 주는 게 마땅하지" 라는 생각은 절반만 맞습니다. 만약 토지가 무한히 많은데다가 생산력도 똑같다면, 영농자본가는 더 적은 지대를 요구하는 땅을 찾아서 갈 것이고, 결과적으로 지대는 0이 될 겁니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토지가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영농자본가는 생산력이 더 좋은 토지를 찾아 경작을 하게 되고, 그 대가로 지주에게 지대를 납부하게 됩니다. 


리카도가 지대를 분석하면서 주목한 것은 '토지의 생산성 차이'였고, '열등한 토지를 경작할수록 수확량이 줄어든다'(diminishing return)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래 내용을 더 읽어보면서, 열등한 토지가 경작될수록 지대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1급, 2급, 3급 토지가 동일 양의 자본과 노동을 고용해 각각 곡물 100쿼터, 90쿼터, 80쿼터의 순생산물을 산출한다고 하자. 인구에 비해 비옥한 토지가 풍부하고 따라서 1급지만 경작할 필요가 있는 신생국에서는 순생산물 전부가 경작자의 것이 될 것이며 [순생산물] 전부가 그가 전대한 자재의 이윤이 될 것이다. 


인구가 크게 증가해, 노동자 부양에 필요한 것을 제하고 난 뒤 얻는 것이 90쿼터밖에 안되는 2급지를 경작해야 하게되면, 곧바로 1급지에서 지대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1급지에서 [이윤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10쿼터의 가치가 회수되지 않으면, 농업 자본에 대해 두 개의 이윤율이 존재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토지 소유자든 어떤 사람이든 1급지를 경작하면, 이 10쿼터는 똑같이 지대가 된다. 왜냐하면 2급지 경작자는 1급지를 경작해 10쿼터를 지대로 지불하든, 지대를 지불하지 않고 2급지를 계속 경작하든 자신의 자본으로 동일한 결과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똑같은 방식으로 3급지가 경작에 들어가면 2급지의 지대는 10쿼터, 또는 10쿼터의 가치가 되어야 하며, 1급지의 지대는 20쿼터로 늘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3급지의 경작자는 1급지의 지대로 20쿼터를 지불하든, 2급지의 지대로 10쿼터를 지불하든, 지대를 전혀 내지 않고 3급지를 경작하든 동일한 이윤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


원래의 영농자가 그 이윤율을 초과하는 모든 것을 그 이윤 획득을 가능케 해준 토지의 소유자에게 지불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토지 소유자는 그렇게 하려고 하는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될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73~74쪽 


리카도는 열등한 토지가 경작될수록 지대가 발생하는 원리를 예시를 통해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농자본가가 1급지만을 사용하는 상황이면 혹은 1급지가 무한히 많은 상황이면, (노동자 임금을 제외한) 순생산물인 곡물 100쿼터를 그대로 이윤으로 가져갑니다. 지대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1급지는 무한하지 않고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곡물수요는 늘어나기 때문에, 열등한 토지를 경작해야만 하는 상황이 옵니다. 생산성이 낮은 2급지는 곡물 90쿼터를 순생산물로 만들어 냅니다. 


이때 영농자본가가 1급지에서는 100쿼터, 2급지에서는 90쿼터를 이윤으로 가져간다면[두 개의 이윤율], 누구나 1급지를 사용하려고 할 겁니다. 따라서 1급지 지주는 영농자본가에게 토지 사용의 대가를 요구하게 되고, '경쟁원리'에 의해 1급지와 2급지에서의 이윤은 90쿼터로 같아집니다. 1급지에서 이윤을 초과하는 10쿼터는 지대가 되며, 최열등지인 2급지는 지대가 없습니다.


마찬가지의 원리로 곡물수요가 더욱 증가하여 80쿼터를 생산해내는 3급지마저 경작이 된다면, 영농자본가의 이윤은 80쿼터가 되고 지대는 1급지에서 20쿼터 · 2급지에서 10쿼터가 됩니다. 이제 1급지의 지대는 더욱 커졌으며 2급지에서도 지대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최열등지인 3급지는 지대가 없습니다.


리카도는 '지대가 발생하는 원리'를 다시 한번 강조하며 깔끔하게 설명해 냅니다.


그리하여 만약 증가하는 인구를 위한 식량의 생산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질 좋은 토지가 풍부하게 존재하거나, 또는 기존 토지에 대해 수확 체감 없이 자본이 무한하게 투입될 수 있다면, 지대의 상승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대는 언제나 추가 노동량을 투입해 비례적으로 적은 수확을 얻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75



▶ 양적으로 무한하지 않고 질적으로 균일하지 않은 토지 ②

- 지대가 발생하면서 자본가의 이윤은 압박을 받음


  • 경작되는 필지의 수가 증가할수록 지대(삼각형 면적)은 증가하고 이윤(삼각형 아래 사각형 면적)은 감소한다


자, 그런데 우리에게 중요한 건 '토지의 수확체감성으로 인한 지대의 발생' 그 자체가 아닙니다. 우리는 지대이론을 공부하려고 이 글을 읽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토지의 생산성 체감으로 인하여 지대가 발생하면 이로 인해 자본가의 이윤이 압박을 받는다는 사실' 입니다.


앞선 예시에서 자본가가 1급지만 경작한다면 이윤(=순생산물)은 100쿼터 입니다. 그런데 2급지, 3급지를 경작해 나갈수록 지대가 발생하여 개별 토지에서 이윤은 90쿼터, 80쿼터로 하락합니다. 결국 최열등지에서 결정되는 순생산물 크기가 자본가의 이윤 크기를 결정하며, 우등지에서의 초과 순생산물은 지주에게 전해집니다. 경작 면적이 확대되어 갈수록 지대는 증가하는데 반해 이윤은 줄어들어 자본가가 가져가는 순생산물의 총량도 감소합니다. 


이러한 원리를 윗 그래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1급지만 경작했다면 자본가의 이윤(=순생산물)은 첫번째 직사각형 전부가 됩니다. 이후 5급지까지 경작하게 되면 지주의 지대는 삼각형 면적이 되며, 자본가의 이윤은 삼각형 아래 사각형 면적이 됩니다. 계속해서 경작을 확대해 나가면 삼각형 면적은 늘어나는데 반해 사각형 면적은 축소될 거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 왜 리카도는 지대의 증가를 우려했나?

- 지대의 상승은 부의 증상이지 결코 원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리카도는 지대의 발생을 좋지 않게 바라보았으며, 자본가의 이윤 저하를 우려했을까요? 토마스 맬서스가 말한 것처럼 많아진 지대로 인해 지주의 수입이 증가하면 총수요가 늘어날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선, 리카도는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을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바라봤습니다. 자본가가 이윤을 얻으면 이들은 자본을 축적하고,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노동수요도 증가합니다. 노동수요 증가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인간의 번성욕구를 자극하여) 인구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자본가의 이윤이 감소하면 자본축적이 멈추게 되어 경제는 어려움에 부딪히고 말겁니다.


여기에 더하여, 리카도는 '지대의 상승은 부의 증상이지 결코 원인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대의 상승여부와 독립적으로 국부가 늘어날 수 있을 뿐더러, 되려 지대가 상승하게 된 것은 국부가 늘어나 식량수요가 증가한 덕분이기 때문입니다. 아래 원문을 읽으면서 그의 생각을 알아봅시다.


토지가 지대의 형태로 산출해내는 잉여 때문에 토지가 유용 생산물의 여타 모든 원천에 비해 우월하다는 말보다 듣기 쉬운 것은 없다. 그러나 토지가 가장 풍부하고 가장 생산성이 높고 가장 비옥할 때 토지는 지대를 산출해내지 않는다. 그리고 더 비옥한 [토지] 필지의 원래 생산물의 일부가 지대 몫으로 배분되는 것은 생산력이 쇠퇴하고 노동에 대한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 더 적어질 때뿐이다.


제조업자들을 지원하는 자연력과 비교하면 결함으로 인식되었어야 할 토지의 이런 성질이 토지의 독특한 우수성으로 지적되어온 것은 기이한 일이다. (...) 


토지가 지대의 형태로 산출해내는 잉여 생산물이 하나의 이점이라면, 매년 새로 만들어지는 기계는 이전의 것보다 덜 효율적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의심할 나위 없이, 그 기계를 비롯한 왕국의 모든 다른 기계에 의해서 제조되는 재화에 더 큰 교환가치를 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대는 생산성이 가장 큰 기계를 소유한 모든 사람에게 지불될 것이다.


지대의 상승은 언제나 국부가 증가한 결과이고, 늘어난 인구에 식량을 공급하는 곤란성의 결과이다. 그것은 부의 증상이지 결코 원인이 아니다.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77~78



▶ 열등한 질의 토지가 경작될수록 노동이 더 필요하게 되어 곡물의 교환가치가 상승

- 토지의 수확체감성이 지대를 발생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교환가치를 상승시킴

- 지주의 지대이익은 더욱 더 커지고, 자본가의 이윤은 더 한 압박을 받음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리카도의 바람과 달리, 경작면적이 확대되면서 지대는 계속 늘어나고 자본가의 이윤은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설상가상 자본가의 이윤에 더 한 압박을 가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자본가의 이윤하락과 관련하여 추가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토지의 수확체감성이 지대를 발생하게 할 뿐만 아니라 곡물의 교환가치를 상승시킨다'는 논리입니다. 이것으로 인해 지주의 지대이익은 더욱 더 커지고 자본가의 이윤은 더 한 압박을 받습니다.


우리는 앞서 리카도의 가치론을 살펴보면서 노동투하설을 배웠습니다.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생산에 투입된 노동량(amount of labor) 이었습니다. 


영농자본가가 1급지를 경작하든 2급지, 3급지를 경작하든 투입되는 노동과 자본의 양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열등한 토지일수록 생산성이 낮아 수확량이 체감합니다. 즉, 1급지에서 노동 10명이 곡물 100쿼터를 생산했는데, 2급지에서는 90쿼터, 3급지에서는 80쿼터 생산에 그칩니다. 결과적으로 열등한 토지가 경작될수록 곡물 1쿼터 생산에 더 많은 노동이 투입되는 꼴이 됩니다. 그리하여 (노동투하설에 따라서) 곡물의 교환가치는 올라갑니다.


 [여러 등급의 토지 중에서] 가장 비옥하고 가장 위치가 좋은 토지가 먼저 경작될 것이며, 그 생산물의 교환가치는 다른 모든 상품의 교환가치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즉 그것을 생산해 시장에 내보내는 데 필요한 다양한 노동의 총량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열등한 질의 토지가 경작에 들어가면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노동이 더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그 교환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모든 상품의 교환가치는 (...) 가장 유리한 조건에서 생산에 필요한 비교적 적은 노동량에 규제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불리한 조건에서 계속 그것을 생산해야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그 생산에 반드시 고용해야 하는 비교적 많은 노동 양의 노동에 언제나 규제된다. (...)


사실, 최상의 토지에서는 동일한 생산물이 여전히 이전과 동일한 노동으로 획득될 것이지만, 비옥도가 낮은 토지에 새로운 노동과 자재를 투입한 사람들의 수확이 체감한 결과, 그[최상의 토지의 생산물의] 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


그러므로 농산물의 비교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수확된 마지막 부분의 생산에 더 많은 노동이 고용되었기 때문이지, 지대가 지주에게 지불되기 때문이 아니다곡물의 가치는 지대를 지불하지 않는 그 등급의 토지 또는 그 자본 1단위에서의 생산에 고용된 노동량에 의해 규제된다. 지대가 높기 때문에 곡물이 비싼 것이 아니라, 곡물의 가격이 높기 때문에 지대가 지불되는 것이다


(각 품질이 서로 다르다면) 한 등급 낮은 품질의 것이 투입될 때마다 그것을 사용해 제조되는 상품의 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왜냐하면 동일 노동량이라 하더라도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75~78


다시 한번 강조하겠습니다. '수확된 마지막 부분의 생산에 더 많은 노동이 고용', 즉 최열등지에 투입된 노동량에 의해 곡물의 교환가치가 정해집니다. 따라서 인구증가에 따라 곡물수요가 늘어난다면 더욱 더 열등한 토지가 개간되기 때문에 곡물의 가치는 계속해서 올라갑니다. 


"곡물의 가치가 올라가면 영농자본가의 판매수입이 더 증가하여 좋은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카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곡물의 가치가 올라가더라도 영농자본가의 이윤은 늘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감소하고 맙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여기서는 곡물의 교환가치 상승으로 인하여 지주의 이익이 한층 더 증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겠습니다.


지주의 지대를 말할 때 우리는 그것이 주어진 농장에서 주어진 자본으로 수확되는 생산물의 비율이라고 간주해왔고, 그 교환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일한 원인, 즉 생산의 곤란성은 농산물의 교환가치를 인상시키며, 지주에게 지대로 지불되는 농산물의 비율을 인상시키기 때문에, 지주는 생산의 곤란성으로 이중의 혜택을 봄이 틀림없다


첫째로 그는 더 큰 몫을 차지하며, 둘째로 그가 받는 상품의 가치가 더 커진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85


리카도는 토지의 수확체감으로 인한 '생산의 곤란성' 덕분에 지주가 '이중의 혜택'을 본다고 보았습니다. 


첫째는 앞서 보았듯이 지대의 양적 크기가 늘어납니다. 1급지에서 지대는 0쿼터였으나, 2급지 · 3급지가 경작될수록 개별 토지에서 지대는 10쿼터 · 20쿼터로 증가했기 때문이죠. 


둘째는 곡물의 교환가치가 증대됨에 따라 지대의 가치도 커집니다. 지주는 곡물로 지대를 받기 때문에, 곡물의 가치가 커진다는 것은 지대의 가치가 증가한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 지대를 낮추고 자본가의 이윤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 농업상의 뚜렷한 개량이 필요


리카도에게 있어 국부가 증진한 결과 지주의 이익은 한층 증대되고 자본가의 이윤은 줄어드는 상황은 우려스럽습니다. 언젠가 자본가의 자본축적 동기가 사라져서 국부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지주가 가져가는 몫을 줄이고 자본가의 이윤을 증대시키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토지에 동일 양의 자본을 투하할 필요가 없게 만들고 따라서 최후로 투입된 단위를 더 생산적이게 만드는 사회의 상황은 그 어떤 것이든 지대를 낮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 그러므로 자본의 감소는 언제나 반드시 곡물에 대한 유효 수요의 감소, 가격의 하락, 경작의 감소를 수반한다. 자본의 축적이 지대를 상승시키는 것과 정반대의 이치로, 자본의 감소는 지대를 하락시킬 것이다. (...)


그러나 한 나라의 부와 인구가 증가하더라도, 더 빈약한 토지를 경작할 필요성을 감소시키거나 더욱 비옥한 토지 필지의 경작에 동일한 양의 자본을 지출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을 만한 농업상의 뚜렷한 개량이 [부와 인구의] 증가에 수반된다면, [위에 말한 것과] 동일한 결과가 일어날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79~80


위에서 볼 수 있듯이, 리카도는 우선 '농업상의 뚜렷한 개량'을 방안으로 제시합니다. 농업의 생산성이 증가한다면 더 열등한 토지를 새로 개간하지 않더라도, 현재 이용하고 있는 토지에서 곡물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그는 '임금'(wage)과 '이윤'(profit)에 대해 분석하면서 '곡물 가치의 상승으로 인해 자본가의 이윤이 감소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내었고, 자본가의 이윤을 증대시킬 또 다른 방안[=외국과의 자유무역]을 제시합니다. 


이제 계속해서 글을 읽어나가며, 리카도가 자유무역을 선호하게 된 핵심적인 논리에 좀 더 다가가 봅시다. 




※ 임금은 필수품을 생산하는 곤란성이 커짐으로써 더 비싸지는 경향을 띤다

- 『원리』 제5장 임금에 대하여 (On Wage)

- 곡물 가치 증가는 노동자 임금을 상승시킨다


앞서 열등한 토지를 개간해 나갈수록 지주의 이익은 한층 더 증대되고 자본가의 이윤이 더 큰 압박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토지 경작 면적 확대는 지대의 양적인 크기를 늘려서 지주의 몫을 증가시켰고, 토지의 수확체감성으로 곡물 가치의 상승은 지대의 가치를 키웠습니다. 즉, 지주는 이중의 혜택을 보았습니다. 반대로 자본가는 늘어나는 지대로 인해 이윤이 점차 감소하였으며, 곡물 가치의 상승 또한 이윤에 압박을 가했습니다.


그렇다면 곡물 가치의 상승이 왜 자본가에게 압박으로 작용했을까요? 자본가가 판매하는 상품(=곡물)의 가치가 올라가니 오히려 수입이 늘어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빨리 알면 좋지만 한번 더 기다립시다.


리카도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노동자의 '임금'(wage)이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리카도는 '노동의 자연가격은 필수품의 가격, 즉 생계비에 달려있다'라고 말하며, '임금생계비설'을 주장했습니다. 아래 내용을 살펴보죠.


노동의 자연 가격은 대개, 노동자들이 생존하고 자신들의 씨족을 늘리거나 줄이지 않고 존속시키는 데 필요한 가격이다. (...) 노동의 자연 가격은 노동자와 그의 가족의 부양에 필요한 식량, 필수품 및 편의품의 가격에 달려 있다. 식량과 필수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노동의 자연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그 가격이 떨어지면 노동의 자연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


노동의 자연 가격은 사회의 진보와 함께 언제나 상승하는 경향을 띤다. 왜냐하면 그 자연 가격을 규제하는 기본 상품들 중의 하나가, 그것을 생산하는 곤란성이 커짐으로써 더 비싸지는 경향을 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대를 상승시키는 것과 동일한 원인, 즉 동일한 비례의 노동량으로써 추가량의 식량을 공급하는 곤란성의 증가가 임금도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리하여 만약 화폐가 가치 불변이라면, 지대와 임금은 부와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상승하는 경향을 띨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97~106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구절은 '사회가 진보할수록 필수품을 생산하는 곤란성이 커짐으로써 임금이 더 비싸지는 경향을 띤다'는 것입니다. 


이말인즉슨 '국부의 증진에 따라 식량수요가 증가하여 열등한 토지까지 경작하게 되었고, 토지의 수확체감성으로 인해 곡물 가치가 올라갔다. 필수품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임금도 비싸지는 경향을 띤다'는 말과 같습니다. 즉, '지대를 상승시키는 것과 동일한 원인'이 임금도 상승시킵니다.


그렇다고해서 지주의 이익이 늘어난 것처럼 노동자의 삶이 개선되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자의 명목임금은 증가하긴 하지만, 곡물 가치 상승폭이 더 크기 때문에 실질임금은 감소하게 됩니다.  


그러나 지대의 상승과 임금의 상승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지대의 화폐가치의 상승은 생산물 분배분의 증가를 수반한다. 즉 지주의 화폐 지대가 더 커질 뿐만 아니라 그의 곡물 지대도 더 커진다. 그는 곡물을 더 얻을 것이고, 그 곡물의 일정 수량 각각은 가치가 상승하지 않은 여타 모든 재화의 더 많은 양과 교환될 것이다. 


노동자의 운명은 덜 행복해질 것이다. 그가 더 많은 화폐 임금을 받을 것임은 틀림없지만, 그의 곡물 임금은 감소할 것이다. (...) 곡물의 가격은 10퍼센트 상승하는 반면, 임금은 언제나 10퍼센트 이하로 상승할 것이지만, 지대는 언제나 그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다. 


노동자의 상황은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지주의 그것은 언제나 개선될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97~106


네. '노동자의 상황은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지주의 그것은 언제나 개선'됩니다. 


그리고 앞서 계속해서 언급했던 것처럼 농업자본가와 산업자본가의 상황도 나빠집니다. 이제 『원리』의 '제6장 이윤에 대하여'를 살펴보면서, '곡물 가치의 상승으로 인해 자본가의 이윤이 감소하는 이유' 다시 말해 '임금과 이윤의 역관계'를 알아봅시다.  


그리하여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보수를 더 나쁘게 받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임금의 이러한 증가는 필연적으로 제조업자의 이윤을 감소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재화가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리지 않는 데 반해, 그것을 생산하는 비용은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이윤을 규제하는 원리를 검토할 때 고려될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05




※ 임금과 이윤의 역관계

- 『원리』 제6장 이윤에 대하여 (On Profit)

- 임금이 상승하는 경향을 가짐에 따라 이윤율은 영구히 저하된다


앞서 두 차례나 답하지 않았던 의문은 이것입니다. 곡물 가치의 상승이 왜 자본가에게 압박으로 작용했을까요? 자본가가 판매하는 상품(=곡물)의 가치가 올라가니 오히려 수입이 늘어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제5장 임금에 대하여'를 통해 '곡물 가치 상승이 임금을 증가시키는 이유'를 알았으니, "아.. 곡물 가치가 상승하면 노동자 임금이 늘어나니 자본가 이윤이 감소하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임금이 증가하는 만큼 상품 가치를 더 인상시켜서 일정한 이윤을 확보할 수 있지 않나?" 라는 질문을 또 던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리카도는 "농산물의 가격이 인상되면, 영농자는 임금으로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더라도 적어도 동일한 이윤율을 확보하지는 않을까? 전혀 아니다." 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따라서 '곡물 가치의 상승은 노동자 임금을 상승시켜 자본가의 이윤을 감소시킬 뿐' 입니다. 


아래 내용을 살펴보죠.


(118) 농산물의 가격이 인상되면, 영농자는 임금으로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더라도 적어도 동일한 이윤율을 확보하지는 않을까? 전혀 아니다. (...)


(119) 예를 들어, 곡물 가격이 4파운드에서 10파운드로 상승하면 최고의 토지에서 수확된 180쿼터는 1,800 파운드로 팔릴 것이고, 따라서 지주와 노동자가 지대와 임금으로 더 큰 가치를 얻을 것임이 증명된다고 하더라도, 영농자가 얻는 이윤의 가치 역시 증가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지금 증명하려 하듯이 이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언급되었듯이, 어떤 등급의 토지에서 10명의 노동으로 180쿼터의 밀이 수확되고, 그 가치가 쿼터당 4파운드, 즉 720파운드가 된다면, 그리고 추가되는 10명의 노동이 어떤 다른 토지에서 170쿼터만을 추가로 생산한다면, 밀의 가격은 4파운드에서 4파운드 4실링 8펜스로 상승할 것이다.


왜냐하면 170:180=4파운드:4파운드 4실링 8펜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170쿼터의 생산에, 전자의 경우에는 10명의 노동이 필요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9.44명의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9.44에서 10으로, 즉 4파운드에서 4파운드 4실링 8펜스로 상승이 이루어질 것이다. 똑같은 방식으로, 10명의 추가 노동이 160쿼터만을 생산한다면 가격은 4파운드 10실링으로 더욱 상승할 것임이 증명될 수 있다.  (...)


곡물의 가격이 4파운드일 때 180쿼터 전부가 경작자에게 귀속되었고, 그는 그것을 720파운드에 판매했다. 곡물이 4파운드 4실링 8펜스로 상승했을 때, 그는 그의 180쿼터 중에서 지대로 10쿼터의 가치를 지불해야 했고, 그 결과 남은 170쿼터는 그에게 겨우 720파운드(주:170*4파운드 4실링 8펜스)만을 가져다주었다. 


그것이 다시 4파운드 10실링으로 상승했을 때 그는 지대로 20쿼터, 또는 그 가치를 지불했고, 그 결과로 160쿼터만을 확보했으며, 그것은 동일 금액인 720파운드(주:160*4파운드 10실링)를 가져다주었다. 


그리하여 다음의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즉 일정한 양의 추가 생산물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노동과 자본을 사용할 필요성 때문에 곡물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그러한 상승은 언제나 추가되는 지대 또는 추가로 고용되는 노동을 통해 가치상으로 상쇄될 것이며, 따라서 곡물이 4파운드 4실링에 팔리든 5파운드 2실링 10펜스에 팔리든 영농자는 지대를 지불하고 자신에게 남는 것으로 동일한 실질 가치를 획득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농자에게 귀속되는 생산물이 180쿼터이든, 170, 160 또는 150쿼터이든 그는 언제나 동일한 액수인 720파운드를 획득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18~119쪽


1급지에서 밀 180쿼터를 생산하던 상황에서 170쿼터를 산출해내는 2급지를 경작하면, 곡물 가격은 4파운드에서 4파운드 4실링 8펜스로 인상됩니다. 그럼 1급지를 점유한 영농자본가는 180*4파운드 4실링 8펜스 만큼의 이윤을 확보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지대(rent)의 성질'을 살펴볼 때, "두 개의 이윤이 존재하면 누구나 우등한 토지를 경작하고 싶어할테고, '경쟁원리'에 의해 토지 간 이윤은 같아진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작동하는 경쟁원리가 '영농자본가가 우등한 토지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주에게 납부하는 지대'입니다.


따라서 우등한 토지를 점유한 영농자본가는 열등한 토지에 비교한 초과이윤을 지대의 형태로 납부하게 됩니다. 그 결과, 곡물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영농자본가가 가져가는 이윤의 몫은 변화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곡물 가치 상승에 따른 임금 증가는 이윤에 압박을 가합니다곡물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그는, 동일한 불변의 금액 720파운드에서 자신이 일정하게 고용해야 하는 10명에게 임금으로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내용을 살펴보죠.


그러므로 어떤 경우든, 농산물 가격의 상승에 임금의 상승이 뒤따른다면, 제조업 이윤은 물론이고 농업 이윤도 임금의 상승 때문에 낮아진다. (...)


그(영농자)가 가장 중요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곡물의 높은 가격인데, 그것이 임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곡물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그는, 동일한 불변의 금액 720파운드에서 자신이 일정하게 고용해야 하는 10명에게 임금으로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임금에 대해 다룰 때 그것이 농산물 가격과 함께 언제나 상승한다는 것을 보았다. (...) 


식량이 아니더라도, 노동의 임금으로 구입되는 여타 필수품의 가격이 조금이라도 상승했다면, [그것이] 이윤에 미친 영향은 [전과] 같거나 거의 같았을 것이다. (...) 임금의 상승 외에 아무것도 이윤에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23~127쪽


이른바 '임금과 이윤의 역관계' 입니다. 


사회가 진보하여 곡물 수요가 증대될수록 지대와 곡물 가치는 상승하게 되고, 그 결과 노동자 임금이 증가하여 자본가 이윤에 압박이 가해집니다. 경작 면적이 확대될수록 곡물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자본가의 이윤이 하락하는 것도 자연적인 경향입니다.


리카도는 '유일한 실질적인 승리자는 지주'라고 말하면서, 자본가의 자본 축적 동기가 사라지고 노동자의 실질생활 수준이 나빠지는 것을 염려합니다.


만약 비옥한 토지가 풍부하지 않다면, 즉 이 추가량을 생산하는 데 통상적인 양 이상의 자본과 노동이 필요하면, 곡물의 가격은 그 이전 수준으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 곡물의 자연 가격은 인상될 것이고, 영농자는 영구적으로 더 큰 이윤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필수품의 상승으로 일어난 임금 상승의 불가피한 결과인 하락한 [이윤]율에 만족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윤의 자연적인 경향은 하락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와 부의 진보 속에서, 추가적인 식량 요구량은 점점 더 많은 노동의 희생으로 획득되기 때문이다. (...)


나는 이미, 이런 가격 상태가 영구적인 것이 되기 오래전에 축적 동기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그들의 (자본)축적 동기는 이윤이 감소할 때마다 감소할 것이며, 그 이윤이 너무 낮아서 그들에게 자신들의 노고와, 자신들의 자본을 생산적으로 사용하다가 반드시 만나게 될 위험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줄 수 없을 정도가 될 때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이다. (...)


각 노동자는 더 많은 화폐 임금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증명했듯이 노동자가 그 나라 생산물의 더 적은 양을 지배할 수 있게 되는 만큼(명목임금은 상승하나 곡물의 실질임금은 감소), 그의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유일한 실질적인 승리자는 지주들일 것이다. 그들은 더 높은 지대를 받을 것인데, 첫째로 생산물의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고, 둘째로 그들이 그 생산물 중 크게 늘어난 비율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129~135쪽


자,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영농자본가든 산업자본가든 자본가의 이윤이 높게 유지되어 자본축적 동기가 사라지지 않게 해야합니다. 그런데 사회가 자연적으로 굴러가도록 내버려둔다면, 이윤은 하락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본가의 축적 동기도 언젠가 사라질 겁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모든 문제의 근원은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s)에 있습니다. 만약 토지의 생산성이 균일하다면 지대도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임금도 상승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토지가 가지고 있는 원천적인 속성을 인간이 고칠 수는 없습니다.  


리카도가 주목한 것은 '외국과의 무역' 입니다. 만약 국내의 곡물 수요를 외국 곡물의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다면, 국내에서 경작 면적을 넓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열등한 토지를 개간할 일도 없고, 지대와 임금도 상승하지 않을 겁니다. 그 결과 자본가의 이윤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의 발견'과 '식량의 자유로운 수입' 그리고 이를 통한 '자본가의 높은 이윤 유지', 리카도가 곡물법을 폐지하고 '자유무역'(Free Trade)을 옹호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농업의 개량과 식량을 수입해 올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의 발견이 필수품 가격의 상승을 한동안 상쇄할 수도 있고, 심지어 자연 가격을 하락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원인이 노동의 자연 가격에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


한 나라가 아무리 넓어도 토질이 메마르고 식량 수입이 금지되어 있으면, 최소한의 자본의 축적이라도 이윤율의 커다란 하락과 지대의 급속한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반면에, 작지만 비옥한 나라는, 특히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 데이비드 리카도, 권기철 역, 1817, 『정치경제학과 과세의 원리에 대하여』, 97쪽, 136~137쪽




※ 데이비드 리카도, 곡물법 폐지를 주장하며 자유무역의 이점을 말하다 

- 지금까지 살펴본 리카도의 『원리』 요점 정리


이번글을 통해 살펴본 리카도의 『원리』를 다시 정리해봅시다. 


① 제1장 가치에 대하여 (On Value)

- 투하노동


: 상품의 가치는 생산에 투하된 노동량(amount of labor)이 결정

: 가치만큼의 값을 받고 상품을 판매하고 난 몫은 이윤(profit)과 임금(wage)으로 배분된다


② 제2장 지대에 대하여 (On Rent)

- 차액지대론


: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으로 인해 지대가 발생한다

: 늘어난 식량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경작 면적을 확대할수록 지대는 증가하고 이윤은 감소한다

: 지대는 부의 증상이지 결코 원인이 아니다


: 토지의 수확체감성으로 인하여 열등지일수록 곡물 한 단위 생산에 더 많은 노동이 투입된다

: 이로 인해 경작 면적이 확대될수록 곡물 가치가 상승한다 

: 곡물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지주의 이익은 더욱 더 커지고 자본가 이윤에 더 한 압박이 가해진다


: 왜 곡물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자본가 이윤에 압박이 가해질까?


③ 제5장 임금에 대하여 (On Wage)

- 임금생계비설


: 노동자의 임금은 필수품의 가격, 즉 생계비에 달려있다

식량과 필수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임금도 상승한다

: 사회가 진보할수록 필수품을 생산하는 곤란성이 커짐으로써 임금이 더 비싸지는 경향을 띤다


④ 제6장 이윤에 대하여 (On Profit)

- 임금과 이윤의 역관계


: 곡물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자본가 이윤에 압박이 가해지는 이유를 살펴보자

농산물의 가격이 인상되면, 영농자는 임금으로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더라도 적어도 동일한 이윤율을 확보하지는 않을까? 전혀 아니다.

: 우등한 토지를 점유한 영농자본가는 열등한 토지에 비교한 초과이윤을 지대의 형태로 납부한다

: 그 결과, 곡물 가치가 상승하더라도 영농자본가가 가져가는 이윤의 몫은 변화가 없다


: 이런 상황에서 곡물 가치 상승에 따른 임금 증가는 이윤에 압박을 가한다

: 농산물 가격의 상승에 임금의 상승이 뒤따른다면, 제조업 이윤은 물론이고 농업 이윤도 임금의 상승 때문에 낮아진다

: 그리하여 이윤의 자연적인 경향은 하락하는 것이다. 언젠가 자본가의 자본축적 동기는 사라진다


: 유일할 실질적인 승리자는 지주들일 것이다


<종합>

-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On Foreign Trade)'로 이어지는 이유

- 자유무역 사상이 등장한 배경 


모든 문제의 근원은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s)에 있다

만약 토지의 생산성이 균일하다면 지대도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임금도 상승하지 않았을거다


식량을 수입해 올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의 발견은 필수품 가격의 상승을 한동안 상쇄할 수도 있고, 심지어 자연 가격을 하락시킬 수도 있다

: 왜냐하면 늘어나는 식량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경작 면적을 확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지대도 증가하지 않을 뿐더러 임금도 상승하지 않는다


: 따라서, 그 나라가 식량의 수입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이윤율의 큰 하락 없이, 또는 지대의 큰 증가 없이 자본의 자재를 크게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리카도의 논리가 '자유무역 사상 발전과정'에 끼친 영향


이번글을 통해 데이비드 리카도가 1817년에 집필한 『원리』를 읽어가면서 그의 사상과 논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왜 리카도가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주장하게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노파심에서 말하자면, 2018년을 살고 있는 현대인이 1817년 리카도의 생각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가치이론 · 지대이론 · 임금이론 · 이윤론 그 자체가 아닙니다. 이것들은 19세기에나 적용할 수 있는 이론입니다. 이번글을 보고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해서 무역을 개방해야겠네!" 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우리가 1817년 리카도의 논리로부터 얻어야 할 것은 '자유무역 사상의 발전과정에 어떠한 기여를 했나' 그리고 '오늘날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을 이해하는데 있어 어떠한 정보를 제공해주나' 입니다.



①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동태적이익 (Dynamic Gain)

- 무역개방과 경제성장의 연결


: 이전글에서 살펴본 애덤 스미스[각주:4] 또한 "무역을 통한 시장확대는 분업의 고도화와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 라고 말하며, 자유무역이 가져다주는 동태적이익을 이야기 했습니다만 직관적인 설명에 그쳤습니다. 


반면, 데이비드 리카도는 무역개방이 자본가의 이윤에 어떤 경로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임금 및 지대의 감소)를 논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무역과 성장'(Trade and Growth)이 어떠한 관계를 띄느냐는 논쟁의 대상입니다. 스미스와 리카도가 생각한 것처럼 무역개방이 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성장에 성공한 국가가 단지 무역을 많이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역과 성장이 일정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역개방을 한다고해서 반드시 경제성장에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러한 논쟁을 이해하는 데 있어 19세기 리카도의 생각은 "아 무역개방이 자본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구나"라는 힌트를 전해주며, 오늘날 현대인의 사고를 넓게 만들어줍니다.



② 무역개방이 계층별 소득분배에 미치는 상이한 영향 (Trade Effects on Income Distribution)


: 1776년 애덤 스미스가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말하였을 때, 그는 '무역개방이 계층별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자유무역으로 인해 일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더라도 "대다수 제조업에는 성질이 비슷한 기타의 제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자유무역이 아닌 '중상주의 속에서 제조업 생산자의 이익만 우대되는 상황'을 우려했지, 무역개방의 충격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데이비드 리카도는 '지주(지대) · 자본가(이윤) · 노동자(임금)의 분배 원리'에 큰 관심이 있었고, '무역개방이 지대와 이윤에 미치는 상이한 영향'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곡물법을 폐지하고 자유무역을 실시하면 지주가 손해를 보고 자본가가 이익을 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축적을 위한 자유무역을 주장했던 겁니다


오늘날 '자유무역을 둘러싼 논쟁'이 펼쳐지는 이유도 결국 무역개방이 계층별 · 산업별로 상이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무역으로 인한 승자(winners)와 패자(losers)가 누구인지, 패자의 손실(losses)을 승자의 이익(gain)으로 보상할 수 있는지, 무역의 총이익(aggregate gain)은 얼마만큼 되는지 등등이 논점 입니다. 



③ 수확체감산업(diminishing return)에서 벗어나자

- 자유무역이 필요한가, 보호무역이 필요한가


: 리카도가 바라보기에 모든 문제의 근원은 '토지의 수확체감성'(diminishing returns)에 있었습니다. 곡물 생산을 늘려나가면 영농자본가의 수익이 늘지 않고 지주만 이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수확체감으로 인한 노동자 임금 상승은 산업자본가의 이윤에도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을 위해서 수확체감 성질을 가진 산업을 포기하고(=외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신하고) 제조업 같은 수확체증산업(increasing return)에 특화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국가마다 '제조업'과 '수확체증산업'을 육성하려는 시도는 항상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과 충돌[각주:5]을 일으켰습니다. 


중상주의자들은 제조업을 우대하기 위하여 보호무역을 옹호했습니다. 그리고 과거 개발도상국이 자유무역과 비교우위론을 비판했던 이유가 '제조업 육성'을 희망하는 마음에 있었고, 오늘날 선진국이 개발도상국과의 무역 특히 중국과의 무역을 비판하는 이유가 '제조업을 보호'하려는 마음에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을 주장한 이들과는 달리, 리카도는 오히려 제조업을 위해서 자유무역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19세기 당시 영국이 제조업 부문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하여 "자유무역 및 비교우위론은 이미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가진 국가에만 유리한 이론 아니냐"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습니다


앞으로 [국제무역논쟁] 시리즈를 통해, 비교우위론의 의미 · 산업형성의 역사적 우연성과 창조의 역할 · 수확체증산업을 둘러싼 무역정책 논쟁 등을 살펴보면서, 이 주제에 대해 좀 더 깊게 이해해봅시다.




※ 『원리』 제7장 외국무역에 대하여 (On Foreign Trade)

-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떠한 이익을 안겨다주는가


이제 다음글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③] 비교우위이론(가제)를 통해,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떠한 이익을 안겨다주는가를 살펴봅시다.




  1.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joohyeon.com/263 [본문으로]
  3. 인구론으로 유명한 그 맬서스 맞습니다. [본문으로]
  4.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joohyeon.com/264 [본문으로]
  5.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joohyeon.com/26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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