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론 ⑪]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경제성장이론 ⑪]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

Posted at 2017.07.25 20:09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 (Stylized Facts)


지금까지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통해, 성장이론을 알아봤습니다. 


여기서 '이론'(theory)이란 말그대로 경제현상을 일반론적인 접근으로 설명함을 의미합니다. 실제 개별국가가 어떻게 성장에 성공했는지 혹은 실패했는지, 현재 개별 선진국들은 어떠한 구체적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등등은 이론을 넘어선 실증분석(empiric)으로 연구해야겠죠.


그럼 [경제성장이론]은 어떠한 경제현상을 일반론으로나마 설명해내고 있을까요? 

(사족 : 본 시리즈를 통해 계속 강조하고 있는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어떤 나라는 못 사는가?", "왜 어떤 나라는 빠르게 성장하고, 어떤 나라는 느리게 성장하는가?"도 경제현상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경제학자 니콜라스 칼도어(Nicholas Kaldor)1961년 <자본축적과 경제성장>(Capital Accumulation and Economic Growth) 논문을 통해, '(미국경제에서 관찰되는) 경제성장에 관한 6가지 정형화된 사실'을 말합니다. 일명, '칼도어의 정형화된 사실들'('Kaldor's Stylized Facts') 입니다. [경제성장이론] 중 가장 처음 살펴본 '솔로우 모형'은 칼도어의 사실들을 잘 설명해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약간의 불만을 품은 분도 계실(길 바랍니다)겁니다. "솔로우 모형(1956)이나 칼도어의 사실들(1961)이나 예전에 나온 이론 아닌가. 최근의 경제현상을 설명해 주었으면 하는데." 오래전 제기된 '칼도어의 사실들'은 현재에도 적용이 되지만, 일반인들의 최근 관심사와는 거리가 먼 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왼쪽 : 폴 로머 (Paul Romer)
  • 오른쪽 : 찰스 존스 (Charles Jones)


신성장이론을 만든 폴 로머(Paul Romer)와 학부 경제성장론 교과서 저자로 널리 알려진 찰스 존스(Charles Jones)는 2009년 미완성논문과 2010년 논문 <새로운 칼도어의 사실들: 아이디어, 제도, 인구 그리고 인적자본>(The New Kaldor Facts: Ideas, Institutions, Population, and Human Capital)을 통해, 최근에 목격되는 새로운 정형화된 사실을 이야기 합니다.


시장크기의 확대 - 세계화와 도시화의 진전

(Increase in the extent of market)


성장의 가속화 - 인구규모와 1인당 GDP의 빠른 증가

(Accelerating growth)


성장률 격차 - 기술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간에 성장률 차이가 크다

(Variation in modern growth rates)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 - 국가간 소득 격차의 대부분은 생산성 격차로 설명된다

(Large income and TFP differences)


근로자 1인당 인적자본의 증가 - 인적자본 규모의 급격한 증가

(Increases in human capital per worker)


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안정적 - 숙련 근로자 공급이 늘어났음에도, 임금은 하락하지 않았다

(Long-run stability of relative wages)


오늘날 발견되는 위의 경제현상은 '아이디어-인구규모-제도-인적자본'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결과물 입니다. '아이디어와 인구'의 작용이 ① · ②, '아이디어와 제도'가 ③ · ④, '아이디어와 인적자본'이 ⑤ · ⑥ 현상을 낳았습니다.


이제 이번글을 통해,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새로운 정형화된 사실들'을 알아봅시다.




※ 칼도어의 정형화된 사실들 (Kaldor's Stylized Facts)


먼저, 1961년 칼도어가 말했던 '정형화된 사실들'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칼도어의 사실들은 6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 글에서는 3가지만 설명하겠습니다.


① 총생산량과 1인당 생산량이 꾸준한 속도로 증가 -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the continued growth in the aggregate volume of production and in the productivity of labour at a steady trend rate: no recorded tendency for a falling rate of growth of productivity)


② 1인당 자본량이 계속해서 증가 - 1인당 자본량과 생산량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했다 

(a continued increase in the amount of capital per worker, whatever statistical measure of 'capital' is chosen in this connection)


③ 총생산량과 1인당 생산량의 증가율이 국가별로 다르다 -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난다

(there are appreciable differences in the rate of growth of labour productivity and of total output in different societies) 


칼도어의 사실들을 처음 접하면 "이게 무슨 이야기지?" 라고 하실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하지만 알고나면 그리 어려운 내용이 아닙니다. [경제성장이론] 시리즈에서 살펴본 '솔로우 모형'을 알고 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족 : 솔로우 모형은 '미국경제'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칼도어의 사실들'에 관한 설명에서도 미국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 ① 총생산량과 1인당 생산량이 꾸준한 속도로 증가 

- 하락하는 경향을 나타내지 않았다



: 윗 그림에서 볼 수 있다시피, 미국의 GDP(혹은 1인당 GDP도)는 꾸준한 속도로 증가했습니다.(steady trend rate) 


그래프의 기울기가 갑작스레 가팔라지거나(=성장률이 급격히 증가하거나), 추세가 반전되어 하락하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물론 1929년 대공황 시기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큰 폭의 생산량 감소가 나타났으나, 이내 이전의 추세를 회복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이를 '정상상태에서의 외생적인 기술진보율'로 설명해 낼 수 있습니다. 자본축적량을 늘려가면서 정상상태(steady state)에 가까워지면 성장률이 점차 하락하지만, 정상상태에 도달하고 나면 외생적인 기술진보율로 성장을 이어나갑니다. 


(사족 : 이를 자본량, 생산량, 기술진보율 등이 모두 같은 크기만큼 증가하는 것을 '균형성장경로'(balanced growth path)라고 합니다. 조금 어려운 내용 같아서, 본 시리즈에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 ② 1인당 자본량이 계속해서 증가 

- 1인당 자본량과 생산량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했다 


  • 출처 : OECD National Accounts at a Glance


: 윗 그림에 나오듯이, 미국의 1인당 자본량 지속해서 증가해 왔습니다. 또한, 1인당 생산량도 비슷하게 늘어났죠. 


이는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을 강조하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축과 투자를 통해 쌓여지는 자본은 생산량 증가를 만들어 냅니다.



▶ ③ 총생산량과 1인당 생산량의 증가율이 국가별로 다르다 

-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난다


: 국가간 성장률 격차는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틍해 수차례 다루었던 주제입니다. 


솔로우 모형은 자본축적 정도에 따른 '전이경로'(transitional path)로 성장률 격차를 설명합니다. 자본을 많이 축적하여 정상상태에 다다른 선진국은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지만, 아직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후발산업국가들은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됩니다. 


이렇게 솔로우 모형은 '칼도어의 정형화된 사실들'을 올바로 설명해 내고 있습니다. 




※ 솔로우 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는 '새로운 정형화된 사실들'


① 시장크기의 확대 - 세계화와 도시화의 진전

(Increase in the extent of market)


② 성장의 가속화 - 인구규모와 1인당 GDP의 빠른 증가

(Accelerating growth)


③ 성장률 격차 - 기술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간에 성장률 차이가 크다

(Variation in modern growth rates)


④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 - 국가간 소득 격차의 대부분은 생산성 격차로 설명된다

(Large income and TFP differences)


⑤ 근로자 1인당 인적자본의 증가 - 인적자본 규모의 급격한 증가

(Increases in human capital per worker)


⑥ 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안정적 - 숙련 근로자 공급이 늘어났음에도, 임금은 하락하지 않았다

(Long-run stability of relative wages)


하지만 솔로우 모형은 최근에 발견되는 '새로운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는 설명해내지 못합니다.


▶ 솔로우 모형은 '시장크기'나 '무역을 통한 경제통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에측하지 못합니다. 이 모형에서는 '규모의 효과'(scale effect)를 다룬 적이 없습니다.


▶ 또한, 솔로우 모형에서 인구증가율은 낮을수록 좋습니다. 인구가 많아질수록 '1인당'(per capita) 자본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인구증가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생활수준이 낮다고 예측합니다.


▶ 앞서 언급했다시피, 솔로우 모형이 말하는 국가간 성장률 격차는 '전이경로'가 만들어낸 현상입니다. 그렇다면 가난한 국가들은 모두 자본축적량이 적기 때문에 서로 간에 비슷한 성장률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런데 과거 비슷한 생활수준을 가졌음에도 빠르게 성장한 국가도 있으며 성장에 실패한 국가도 있습니다. 


▶ "가난한 국가들 간에 자본축적량은 같더라도 기술진보율이 달라서 그런거 아닐까?"라고 물으면 솔로우 모형은 더더욱 궁색해 집니다. 왜냐하면 모든 국가가 똑같은 기술수준을 누린다는 '외생적인 기술진보율'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는 국가간 소득격차의 원인으로 '총요소생산성 차이'가 지목되는 오늘날과는 맞지 않습니다.


▶ 솔로우 모형에서 '자본'은 그저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합니다. 비록 맨큐 등이 인적자본 개념을 추가한 모형을 내놓긴 하였으나, 전통적 모형에서 인적자본은 고려대상이 아닙니다. 이로 인해, 오늘날 인적자본의 증가 및 숙련 근로자의 임금 프리미엄(skill premium)을 분석해내지 못합니다.


결국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저 '물적자본-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는 솔로우 모형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때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신성장이론' 입니다.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통해 살펴봤듯이, 신성장이론은 '아이디어-지식-인적자본-제도' 등을 폭넓게 다루면서, '국제무역-다국적기업의 역할-기업간 경쟁의 힘-기업동학-자원 재배치' 등등으로 성장이론의 범위를 확장시켰습니다.


이제 아래의 내용을 통해, 최근의 경제현상이 어떤 연유로 나타난 것인지 자세히 알아봅시다.




※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성장에 관한 정형화된 사실들'(New Stylized Facts)

- '아이디어 ·인구규모 · 제도 · 인적자본'의 상호작용


최근의 경제현상을 설명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아이디어'(idea) 입니다. 


연구활동(research)과 기존 지식(knowledge)을 통해 창출되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생산방법을 제시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연구부문 인적자본(human capital devoted to research)이 늘어나거나 아이디어 교류(flow of ideas)를 통해 다른 국가의 지식도 활용할 수 있다면 아이디어는 더욱 많아지고, 생산량도 더욱 늘어납니다.


(참고글 :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또한, 아이디어는 '비경합성'(non-rival)의 특징을 띄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발산업국가가 선진국의 지식을 사용한다고 해서, 기존 아이디어가 훼손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간 생활수준 격차를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idea gap)는 함의를 전달해 줍니다.


(참고글 :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아이디어의 이 같은 특징은 '시장크기 확대' · '성장의 가속화' · '성장률 격차' ·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 · '근로자 1인당 인적자본의 증가' · '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안정적'을 모두 만들어 냈습니다.



▶ ① 시장크기의 확대 

- 세계화와 도시화의 진전


  • 출처 : Jones, Romer (2009)


윗 그림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국제무역(world trade)과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늘날 세계경제는 서로 간의 '물적상품 교류' 및 '아이디어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 국가내로 한정해서 보면,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듦에 따라 시장크기가 확대되고 있죠. 


왜 이런 '시장 크기의 확대'(increases in the extent of the market)가 발생하는 걸까요? 


신성장이론은 '경제통합의 이점'(integration)을 설명해 왔습니다. 서로 간에 많은 접촉을 통해 아이디어를 많이 나눌수록 경제성장률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국제무역은 단순히 상품을 교환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교환(flow of ideas)하게 도와줍니다. 세계시장에 진출한 기업은 그곳의 기업으로부터 여러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습니다. 외국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 간의 아이디어를 이용할 수 있다면 지식축적량이 2배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아이디어 증가율을 2배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는 '선진 아이디어를 이용'(using ideas)하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모리셔스는 시장개방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받아들이며 높은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사족 : 신성장이론은 '아이디어의 교류' 측면에서 큰 시장의 이점을 설명하지만, 신무역이론[각주:1]신경제지리학[각주:2]은 '상품다양성 증가' 측면에서 시장크기 확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② 성장의 가속화 

- 인구규모와 1인당 GDP의 빠른 증가


  • 출처 : Jones, Romer (2009)


윗 그림은 인구규모 및 1인당 GDP의 증가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 인구규모가 급격히 늘어났으나 1인당 GDP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구가 많아질수록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어질테인데, 어찌 이것이 가능했을까요? 


기계 · 공장설비 등 물적자본은 경합성(rival)을 띄기 때문에 동시에 사용할 수 없지만, 아이디어는 비경합성(non-rival)을 띄기 때문에 희소성의 문제를 겪지 않습니다. 만약 아이디어가 전달해주는 혜택이 물적자본의 희소성이 초래하는 문제보다 크다면, 인구규모 증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때 결정적으로 아이디어는 인구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더 많이 만들어 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구부문에 종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간의 의견을 나눈다면,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아이디어가 창출될 겁니다. 그리고 아이디어의 증가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려 더 많은 사람을 부양할 수 있는 선순환이 만들어 집니다.

(more people lead to more ideas. more ideas made it possible for the world to support more people. this simple feedback loop generates growth rates that increases over time.)


이는 앞서 살펴봤던 '국제무역 및 도시화의 증대'와 현대경제성장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즉, 현대경제성장은 '아이디어'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인구는 더 이상 악영향을 초래하지 않고 오히려 좋은 영향만 줍니다. 


만약 인구가 많은 중국과 인도가 국제적 아이디어 교류에 지금보다 더 많이 참여하게 되면, 세계경제는 더 빠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저자들은 예측합니다.


(사족 : 폴 로머는 '많은 인구'와 '많은 연구부문 인적자본'은 같지 않다고 보지만, 찰스 존스는 '많은 인구=많은 연구부문 인적자본'으로 보고 있습니다.)



▶ ③ 성장률 격차 

- 기술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간에 성장률 차이가 크다


  • 출처 : Jones, Romer (2009)
  • X축은 1960년 당시, 여러 국가들의 미국(=1) 대비 1인당 GDP
  • Y축은 1960년~2000년 사이의 연간 경제성장률


윗 그림은 1960년 당시의 생활수준별, 이후 40년간의 성장률을 보여줍니다. X축은 1960년 당시, 여러 국가들의 미국(=1) 대비 1인당 GDP, Y축은 1960년~2000년 사이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 눈에 드러나다시피, 윗 그림은 '삼각형 형태'를 보여줍니다. 최전선에서 떨어진 거리에 따라 성장률 격차가 심합니다.(growth variation and distance from the frontier) 


미국과 생활수준이 비슷한, 즉 기술의 최전선(frontier)에 가까운 국가들 간에는 성장률 격차가 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들 간에는 성장률의 차이가 심합니다. 한국처럼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국가도 있지만, 아예 음(-)의 성장을 기록한 국가도 있습니다.


1960년에 똑같이 가난했던 국가들 사이에서 이후 40년의 성장률 차이가 심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오늘날 따라잡기가 가져다주는 성장률이 과거에 비해 매우 빠르기 때문'(rapid catch-up growth) 입니다. 


따라서, 따라잡기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에 따라, 성장률 격차가 매우 커졌습니다.


19세기 말에 선진국 따라잡기에 성공했던 아르헨티나는 연간 2.5%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때는 따라잡기에 실패했더라도 성장률 차이가 심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1980년부터 따라잡기를 시작한 중국은 연간 8.2%의 성장률을 나타내기 때문에, 따라잡기에 실패한 국가와의 격차가 큽니다.


왜 오늘날에는 '더 빠른 따라잡기'가 나타났을까요? 그리고 과거 똑같이 가난했음에도 '따라잡기에 성공한 국가와 실패한 국가'로 나뉘게 될 걸까요?



▶ ④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 

- 국가간 소득 격차의 대부분은 생산성 격차로 설명된다


  • 출처 : Jones, Romer (2009)
  • X축은 1인당 GDP, Y축은 총요소생산성 수준


왜 오늘날 '더 빠른 따라잡기'가 나타났는지는 윗 그림이 힌트를 제공해 줍니다. 


X축은 1인당 GDP, Y축은 총요소생산성 수준을 보여주는 윗 그림은 '1인당 GDP와 총요소생산성은 양(+)의 상관관계가 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즉,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은 총요소생산성 이라고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본축적을 강조하는 솔로우 모형과 대비되는 설명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솔로우 모형은 자본축적을 강조하며, 성장률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자본축적 정도에 따른 전이경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는 학자는 동아시아 성장요인을 자본축적[각주:3]으로 보고 있죠.


하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생활수준 차이가 정말 자본축적에 따른 물적격차 때문인지에 의문[각주:4]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폴 로머와 찰스 존스는 윗 그림을 근거로 제시하며 "따라잡기는 아이디어 교류와 기술채택과 관련이 깊다"(catch-up growth could be associated with the dynamics of idea flows and technology adoption.)고 주장합니다. 선진국과 더 많은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더 나은 기술을 받아들인 국가가 빈곤에서 탈피하여 경제성장에 성공했다는 말입니다.


아이디어를 통한 경제성장은 자본축적을 통한 성장보다 더 빠른 시간에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 따라잡기는 과거 따라잡기에 비해 높은 성장률이 나타나게 됐습니다.


그럼 왜 과거에 똑같이 가난했음에도, 따라잡기에 성공한 국가와 실패한 국가로 나뉘게 된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제도'(institution)의 차이 입니다. 만약 선진 아이디어를 거부하고 아이디어 창출 유인을 제공하지 않는 제도를 가진 국가는 여전히 빈곤에 머무릅니다. 반면, 아이디어 교류를 확대하며 연구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는 제도를 갖추는데 성공한 국가는 따라잡기에 성공했습니다. 


폴 로머와 찰스 존스는 "만약 기본적인 사유재산권조차 보호하지 못하는 제도가 갖춰져 있다면, 좋은 아이디어는 도입되지 못한다" 라고 말합니다.



▶ ⑤ 근로자 1인당 인적자본의 증가 

- 인적자본 규모의 급격한 증가


  • 출처 : Jones, Romer (2009)


윗 그림은 시대별 미국 출생인구의 교육년수를 보여줍니다. 1920년에 태어난 미국인은 평균 10년의 교육을 받았으나, 1980년에 태어난 미국인은 평균 14년의 교육을 받습니다.


그 결과, 교육년수 증가와 함께 미국 인적자본 수준도 함께 상승했습니다. 



▶ ⑥ 숙련 근로자의 상대임금이 안정적 

- 숙련 근로자 공급이 늘어났음에도, 임금은 하락하지 않았다


  • 출처 : Jones, Romer (2009)
  • 파란선은 고졸 대비 대졸의 상대임금, 녹색선은 고등학교 중퇴자 대비 고졸의 상대임금을 보여준다


윗 그림은 미국 고졸 대비 대졸의 상대임금(파란선), 그리고 고등학교 중퇴자 대비 고졸(녹색선)의 상대임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10년, 대학생이 매우 희귀했을 당시에는 대졸이 높은 임금 프리미엄을 누렸으나, 대학 진학생이 많아지면서 프리미엄은 사라져 갔습니다. 그러다 1980년 들어서 프리미엄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죠.


미국의 교육년수가 계속 증가하고 대학 진학생도 꾸준히 많아진 점에 비추어보면, 1980년 이후 대졸 임금 프리미엄의 발생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대학 졸업생, 즉 인적자본 공급자가 증가하면 임금도 떨어지는 게 합리적인 현상이니깐요.


그러나 공급 증가에 맞추어 인적자본 수요도 늘어나면 임금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때, 1980년 이후 대졸자 수요를 증가시킨 건 '숙련편향적 기술변화'(skill-biased technological change) 라고 많은 학자들은 말합니다. 기술진보가 단순 근로자가 아닌 숙련자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발생하면-일례로 회계사 · 프로그래머 등등- 숙련자들의 임금은 높게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왜 기술진보가 숙련자를 우대하는 형식으로 발생했을까요?


첫번째 가설은 '기술변화의 방향은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좌우한다' 입니다. 교육향상과 함께 인적자본 수가 늘어났고, 이들이 기술변화의 방향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들었다는 논리입니다. 


두번째 가설은 앞서 살펴봤던 '시장크기의 확대'와 관련 깊습니다. 연구의 결과물인 아이디어가 선진국에서만 쓰였을 때와 비교해서, 개발도상국으로의 시장확대는 아이디어 창출의 이윤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인적자본의 임금도 증가하게 됐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아이디어의 중요성이 커지게 되었고, 이를 만들어내는 인적자본의 가치도 (공급증가를 상쇄할만큼) 올라갔습니다.




※ 아이디어 · 인구규모 · 제도 · 인적자본의 상호작용


  • 출처 : 내 발


▶ '시장크기의 확대'와 '성장의 가속화'를 설명하는건 '아이디어와 인구규모의 상호작용'


▶ '성장률 격차'와 '총요소생산성의 큰 차이'를 설명하는건 '아이디어와 제도의 상호작용' 


▶ '인적자본 증가'와 '숙련 근로자의 안정적인 상대임금'을 설명하는건 '아이디어와 인적자본의 상호작용'


이렇게 '오늘날 세계경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정형화된 사실들'을 살펴보면, 핵심은 신성장이론이 강조하는 '아이디어'(idea)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적자본만 강조하던 시대를 지나 '아이디어'와 '연구'가 중요해진 시대가 오면서 이제 세계경제 모습은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1.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2015.05.26 http://joohyeon.com/219 [본문으로]
  2.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2015.07.03 http://joohyeon.com/220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2017.06.29 http://joohyeon.com/252 [본문으로]
  4.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2017.07.24 http://joohyeon.com/26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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