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금융위기 원인과 해결책에 관한 논점들2008 금융위기 원인과 해결책에 관한 논점들

Posted at 2014. 11. 3. 09:07 | Posted in 경제학/2008 금융위기


※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을 방치했던건 옳은 선택이었을까?

- 대마불사(too big to fail)와 청산주의(liquiditionism)


2007년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는 2008년 9월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각주:1]로 커졌다. 2008년 초, 미국 재무부와 Fed는 국영모기지업체 페니매이와 프레디맥, 투자은행 메릴린치 · 베어스턴스에 구제금융자금을 투입해 이들을 살려냈는데, 리먼브러더스에는 구제금융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


따라서, 몇몇 학자들은 "당시 Fed가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방치한 결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당시 Fed 의장이었던 Ben Bernanke는 "은행을 구제해주는 것은 대마불사를 초래한다." "Fed는 지급불능(insolvent) 상태였던 리먼브러더스를 구제할 법적근거가 없었다." 라고 항변한다. 


그는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열렸던 강연을 통해, "구제금융을 해준 은행과 파산을 내버려둔 은행과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각주:2]"의 학생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좋은 질문입니다. (구제금융을 해준 베어스턴스 등과 파산을 방치한 리먼브러더스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가 내렸던 판단에는 은행의 크기, 상황의 복잡성, 상호연관성 등이 고려되었죠. 다시 말하지만, 금융개혁의 주요목표는 금융시스템 전체에 해를 끼치는 대마불사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단지 몇가지 선택사항 중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죠.


위기동안 우리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구제금융을 해준) AIG의 경우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지금 당장의 행동(구제금융)이 필요한 사안이었죠. 그러나 리먼브러더스는 지급불능(insolvent)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도움이 소용 없었습니다.(But there we were helpless because it was essentially an insolvent firm.)


리먼브러더스는 Fed로부터 자금을 빌릴 담보가 부족 했었습니다. 우리는 지급불능 상태인 기업에 자본을 투입할 수가 없었죠. 그때는 부실자산경감법안(TARP)에 의해 재무부가 자금을 지원할 근거가 뒷받침되기 이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리먼브러더스를 구제해 줄 법적근거가 없었죠.(So we had no legal way to save Lehman Brothers.)


Ben Bernanke. 2014. 『The Federal Reserve and the Financial Crisis』 . 93


그렇지만 "리먼브러더스는 지급불능 상태가 아니다." 라는 2008년 당시 뉴욕 Fed의 검토결과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Fed 의장이었던 Ben Bernanke, 재무장관 Henry Paulson, 뉴욕 연방준비은행장 Timothy Geithner는 그동안 "Fed가 리먼브러더스를 구할 법적근거가 없었다." 라고 말해왔다[각주:3]. 그러나 당시 뉴욕 Fed에서 근무했던 내부인사들은 이와 정반대의 말을 한다. 리먼브러더스는 지급가능상태(solvent) 였고 구제금융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 보고서는 상부에 전달되지 않았었다[각주:4].  


리번브러더스를 구제할 것이냐의 문제에는 던져야할 질문이 있다. 리번브러더스는 Fed로부터 자금을 빌린 다음 상환할 수 있는 자산을 가지고 있었는가?. 당시 뉴욕 Fed 내 전문가들은 리먼브러더스에게 그만한 자산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Timothy Geithner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알지 못했다. Bernanke와 Paulson 또한 이러한 결과를 몰랐다고 인터뷰했다[각주:5].


익명을 요구한 Fed 관계자는, "리번브러더스에게 생명줄을 던질 권한은 정부에게 있었다. Fed는 (리먼브러더스 이전에) 별다른 분석 없이 베어스턴스를 구제해 주었고 (리번브러더스 이후에) AIG도 구제했다. 정부는 아메리카은행,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을 구제해주었다. 결국, 리먼브러더스가 구제금융을 받았어야 했느냐의 여부는 엄격한 규칙보다는 즉흥적 판단이 필요했다." 라고 말한다. 


다른 관게자는 "(리먼브러더스를 구제하느냐 여부는) 법리적 문제가 아니에요. 그건 정책적 그리고 정치적 결정이었어요." 라고 말한다.     

  
'Revisiting the Lehman Brothers Bailout That Never Was'. <NYT>. 2014.09.30


경제학자 Alan Blinder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2008 금융위기 사건 속의 중대한 분기점 이었습니다. 그리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도록 내버려둔 결정 또한 중대한 분기점 이었죠. Fed는 그 당시 결정을 법리적인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말로 그런가요? 그게 타당한가요? 이것은 중요한 질문입니다.[각주:6]" 라고 말한다.


이어서 그는 베어스턴스, AIG 등과는 달리 리먼브러더스에는 구제금융을 하지 않은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일관성이 없다(inconsistency)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리먼브러더스에게만 구제금융을 하지 않은 결정은 규칙을 집어던진 것입니다.[각주:7]"


Ben Bernanke의 항변처럼 위험에 빠진 은행을 무작정 구제해주는 것은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문제를 초래한다. 그렇지만 어쨌든, 2008년 당시 리먼브러더스를 파산하도록 방치한 결정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불러왔다.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일까?


이 사안을 통해 우리는 '대마불사(too big to fail)가 초래하는 문제'와 '청산주의(liquitionism)가 초래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 경제를 살릴 것인가, 은행을 살릴 것인가


"리번브러더스를 구제해 주었어야 했나" 라는 문제를 넘어서,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자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학자들도 있다[각주:8]


경제학자 Atif MianAmir Sufi는 "2008 금융위기의 원인은 금융기관의 파산과 그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아니다. 금융위기 발생 이전, 저소득계층의 부채비율이 크게 증가하였고 이들에게 부동산가격 하락의 손실이 집중되었다. 한계소비성향이 큰 이들 부채가구의 지출은 크게 줄어들었고, 총수요감축으로 이어져 경제전체에 악영향을 끼쳤다. 즉, 2008 금융위기는 '부채로 인한 손실집중' 문제이다." 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글 '하위계층의 높은 부채비율. 부동산가격 하락의 손실을 집중시키다 - 『House of Debt』'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 안정화정책과 청산주의 대립

- 과도한 정부부채가 문제인가

- 3차례 양적완화는 올바른 정책이었나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원인과 해결책에 관한 논점들'을 통해,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원인과 해결책에 관한 논점들을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가장 크게 대립하는 논점은 1997 외환위기 원인을 '일시적인 문제'로 보느냐, '구조적인 문제'로 보느냐 이다. 만약 일시적인 문제를 강조한다면 필요한 정책은 '안정화정책'(stabilization policy) 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강조한다면 '청산주의'(liquidationism)에 입각한 장기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이러한 논점들은 2008 금융위기[각주:9]에도  적용될 수 있다. 


안정화정책과 청산주의가 대립한 첫번째 주제는 바로 '정부부채' 이다. 


"정부부채는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불황에서 빨리 탈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각주:10]." 라고 생각한 경제학자들은 확장정책(expansionary)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과도한 정부부채는 향후 인플레이션율을 높이고 경제성장률을 낮추므로, 정부부채를 축소하는 긴축정책(austerity)이 필요하다." 라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이러한 '성장 vs 긴축 논쟁'은 몇 차례의 글을 통해 자세히 다룬바 있다.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정부부채와 경제성장의 관계 - a Magic Threshold는 존재하는가'.    

 

그리고 안정화정책과 청산주의가 대립한 두번째 주제는 '양적완화[각주:11] 등 공격적인 통화정책의 효과' 이다. 


안정화정책을 중시하는 쪽은 "양적완화 등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산출량을 회복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라고 주장한다. 반면, 청산주의를 강조하는 쪽은 "양적완화는 일시적인 대책이고 고통을 잠시 잊게하는 주사에 불과하다. 통화정책은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라고 말한다.   


이러한 논쟁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글을 통해 자세히 다룰 게획이다.




※ Fed의 저금리정책은 버블을 초래하지 않을까


2014년 10월 29일(목), Fed의 3차 양적완화[각주:12]공식적으로 종료[각주:13]되었다. 금융위기 이후 Fed가 3차례의 양적완화를 시행하면서 가장 많이 제기되었던 우려는 '하이퍼 인플레이션 가능성' 이었다. 막대한 양의 유동성을 경제시스템에 주입하면 당연히 인플레이션율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유동성함정에 빠졌는가? -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살펴봤듯이, 현재 세계경제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계속적인 확장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라고 누차 주장해왔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까지 확장적 통화정책을 써야하는 것일까? Fed는 2008년 12월 이후로 기준금리 0.25%를 설정하고 있는데, 이토록 오랫동안 초저금리를 유지해도 되는 것일까?


2000년대 초반의 Fed도 오랜기간 저금리기조를 유지해왔다. 이에 대해 "이러한 저금리정책이 부동산시장 거품을 만들었다." 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Ben Bernanke는 이런 비판에 대해  "2000년대 초반 미국부동산 가격이 급등한건 Fed의 저금리정책 때문이 아니다[각주:14]. 글로벌 과잉저축 때문[각주:15]이다." 라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최근 6년간의 저금리정책은 2000년대 초반의 실수(?)를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또한, 국제결제은행(BIS)는 2014년 6월에 발간한 Annual Report를 통해  "Fed의 저금리정책이 금융불안정성을 키운다." 라며 우려를 표한다.


다음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시리즈를 통해,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부동산시장 거품을 만들었다." 라는 주장과 "오늘날 Fed의 저금리정책이 금융불안정성을 키운다"라는 BIS 주장을 살펴볼 것이다.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①] 금융발전이 전세계적으로 리스크를 키우지 않았을까?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②] 2008년 이후의 통화정책, 리스크추구 행위를 유발하다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③]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자산시장 거품(boom)을 만들고 있을까?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④]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 - Fed & Krugman vs BIS & Rajan 



  1.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2. "You mentioned several large firms that came under pressure in 2008 and also the Fed’s doctrine, if you will, of “too big to fail.” Where do you draw the line between bailing out a bank and allowing it to fail? Is it arbitrary or is there some sort of methodology that the Fed goes by?". Ben Bernanke. 2014.『The Federal Reserve and the Financial Crisis』. 93. [본문으로]
  3. Ben S. Bernanke, the Fed chairman at the time, Henry M. Paulson Jr., the former Treasury Secretary, and Timothy F. Geithner, who was then president of the New York Fed, have all argued that Lehman Brothers was in such a deep hole from its risky real estate investments that Fed did not have the legal authority to rescue it. 'Revisiting the Lehman Brothers Bailout That Never Was'. NYT. 2014.09.30 [본문으로]
  4. "But now, interviews with current and former Fed officials show that a group inside New York Fed was leaning toward the opposite conclusion — that Lehman was narrowly solvent and therefore might qualify for a bailout. In the frenetic events of what has become known as the Lehman weekend, that preliminary analysis never reached senior officials before they decided to let Lehman fail.". 'Revisiting the Lehman Brothers Bailout That Never Was'. NYT. 2014.09.30 [본문으로]
  5. "Whether to save Lehman came down to a crucial question: Did Lehman have enough solid assets to back a loan from the Fed? Finding the answer fell to two teams of financial experts at the New York Fed. Those teams had provisionally concluded that Lehman might, in fact, be a candidate for rescue, but members of those teams said they never briefed Mr. Geithner, who said he did not know of the results.. (...) Mr. Bernanke and Mr. Paulson said in recent interviews with The Times that they did not know about the Fed analysis or its conclusions.". 'Revisiting the Lehman Brothers Bailout That Never Was'. NYT. 2014.09.30 [본문으로]
  6. “"There is close to universal agreement that the demise of Lehman Brothers was the watershed event of the entire financial crisis and that the decision to allow it to fail was the watershed decision,” Alan S. Blinder, an economics professor at Princeton and former vice chairman of the Fed, wrote in his history of the financial crisis, “After the Music Stopped.” “The Fed has explained the decision as a legal issue,” Mr. Blinder said in an interview. “But is that true or valid? Is it enough? Those are important questions.”". 'Revisiting the Lehman Brothers Bailout That Never Was'. . 2014.09.30 [본문으로]
  7. "Scholars are still struggling with the claim that the Fed could not rescue Lehman but was nonetheless able to save Bear Stearns and A.I.G. What is clear to Mr. Blinder, he says, is that the decision was a formula for panic. “The inconsistency was the biggest problem,” Mr. Blinder said. “The Lehman decision abruptly and surprisingly tore the perceived rule book into pieces and tossed it out the window.”" 'Revisiting the Lehman Brothers Bailout That Never Was'. . 2014.09.30 [본문으로]
  8. 리먼브러더스 구제 여부는 금융위기 이전의 문제-즉 파산을 내버려둔 결정때문에 위기가 커졌다 라는 문제. 그러나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이 정당한가 여부는 금융위기 이후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가의 문제이지만. [본문으로]
  9.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10.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2012.10.21 [본문으로]
  11. '양적완화(QE)는 어떻게 작동할까?. 2012.09.17 [본문으로]
  12. '美 FRB의 QE3 - 유동성함정 & 하이퍼인플레이션'. 2012.09.14 [본문으로]
  13. '3차 양적완화 종료'. 2014.10.30 https://www.facebook.com/joohyeon.economics/posts/953730444640543 [본문으로]
  14.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2014.03.27 [본문으로]
  15.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2014.07.1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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