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⑩] China Shock Ⅱ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경제 전체에 미친 악영향은 이전 추정치보다 크다[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⑩] China Shock Ⅱ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경제 전체에 미친 악영향은 이전 추정치보다 크다

Posted at 2020. 1. 5. 22:48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The China Trade Shock 

- Autor, Dorn, Hanson (2013)의 연구를 잇는 후속연구들


▶ Autor, Dorn, Hanson의 2013년 연구


난글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⑨] China Shock Ⅰ -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노동시장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에서 소개한 오토어(Autor) · 돈(Dorn) · 한슨(Hanson)의 2013년 연구 <중국 신드롬: 미국 내 수입경쟁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The China Syndrome: Local Labor Market Effects of Import Competition in the United States>) 경제학계와 미국 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막연하게 "아... 대중국 무역적자 심화가 미국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거 같은데.."라고 느끼던 사람들은 대중국 수입증대가 미국 제조업과 지역 노동시장에 어떤 형태로 충격을 주고 있는지를 오토어 · 돈 · 한슨의 실증분석을 통해 명확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무역론을 세상에 내놓은 애덤 스미스[각주:1]는 『국부론』에서 "대다수 제조업에는 성질이 비슷한 기타의 제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 라고 말했고, 현대 국제무역론 교과서는 "비교열위 산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는 무역개방 이후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하여 전체 고용은 유지된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과서 이론과 현실은 다릅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근로자들의 숙련도에 따라 재취업 여부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비교열위 산업에서 퇴출된 근로자가 비교우위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란 교과서가 말하는 것보다 힘듭니다. 게다가 기존에 살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에 있는 기업에 재취업 하기란 더더욱 어렵습니다. 


만약 현실 미국에서 제조업 근로자들이 비제조업으로 쉽게 이동하거나, 쇠락하고 있는 본거지를 떠나서 충격을 적게 받은 다른 통근 구역의 기업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면, 지역 노동시장 내 임금 · 실업률 · 경제활동참가율 등은 크게 나빠지지 않으며 제조업 집약도가 다른 지역들 간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르게 말해, 미국 지역 노동시장들 내 임금 · 실업률 · 경제활동참가율 등에 유의미한 악화가 발생했거나 지역 간 차이가 드러났다는 사실 그 자체는 '교과서 속 자유무역이론이 말한 충격 조정 기제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극명히 드러냅니다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

  • 빨간색일수록 더 많은 충격을 받은 지역

  • 출처 : The China Trade Shock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는 교과서 속 자유무역이론이 가정하는 '무역 충격의 조정기제'(adjustment mechanism)가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데, 빨간색일수록 더 많은 충격을 받은 지역 입니다.


한 눈에 보면 알 수 있듯이, 중국발 무역 충격은 미주리 · 아칸소 · 테네시 · 미시시피 · 앨라배마 · 조지아 · 노스 캐롤라이나 등 남부 대서양 지역과 위스콘신 · 일리노이 · 인디애나 · 오하이오 등 중서부 지역(이른바 러스트벨트)에 몰려있습니다.


남부 대서양 지역은 가구 · 의류 · 섬유 등 저숙련 노동집약 산업에 특화 · 중서부 지역은 저숙련 조립 제조업에 특화되어 있고, 충격을 흡수하는 교과서 속 조정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발 무역 충격이 남부(South) · 중서부(Midwest) 지역에 집중되어 지역간 불균등(regional inequality)을 초래한 건 당연한 결과 입니다.


이처럼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는 그동안 경제학자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무역의 분배적 영향'(the distributional consequences of trade)과 '무역 충격 조정과 관련한 중기 효율성 손실'(medium-run efficiency losses associated with adjustment to trade shocks)을 일깨워 주었고, 이후로도 후속연구를 이어갑니다.


▶ Acemoglu, Autor, Dorn, Hanson, Pierce의 2016년 연구


  • 위 : 데이비드 오토어(David Autor), 데이비드 돈(David Dorn), 고든 한슨(Gordon Hanson)

  • 가운데 :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브렌던 피어스(Brendan Pierce)

  • 아래 : 이들의 2016년 논문 <수입경쟁과 2000년대 미국 고용의 대악화>


오토어 · 돈 · 한슨은 동료 경제학자 아세모글루 · 피어스와 함께 2016년 논문 <수입경쟁과 2000년대 미국 고용의 대악화>(<Import Competition and the Great US Employment Sag of the 2000s>)을 발표합니다. 


이들은 2016년 논문을 통해 2013년 연구가 고려하지 않았던 무역 충격 경로를 탐구하였고, 1991년-2011년 사이 중국 수입경쟁으로 인한 미국의 총 일자리 손실의 하한선은 260만개 라고 말합니다. 

(주 : 2013년 연구는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으로 인한 제조업 일자리 손실이 154만개 라고 추정)


그렇다면 '2013년 연구가 고려하지 않았던 무역 충격 경로'는 무엇이며, '교역산업인 제조업 뿐 아니라 비교역산업인 비제조업이 어떻게 무역 충격을 받게 되었는지'를 이번글을 통해 알아보도록 합시다.




※ 중국발 무역 충격을 증폭시킨 요인들

- 전국 단위 산업간 연결 · 지역 내 총수요 승수효과


▶ 1991년~2011년, 중국의 수입침투 증가 (Chinese Import Penetration)


  • 1991년~2011년 미국 내 중국의 수입침투율(Chinese Import Penetration Ratio)

  • 미국의 대중국 수입 및 대중국 수출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의 2016년 연구는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각주:2]가 살펴본 시계열(1991년~2007년)을 2011년까지 확장하여 중국발 무역 충격의 크기를 추정했습니다.


이때, 2016년 연구가 정의한 중국발 무역 충격은 '미국 내 총소비 중 대중국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 '입니다. 2013년 연구가 사용한 '지역 내 근로자 1인당 대중국 수입액 변화'와는 다릅니다.


2016년 연구는 지역 단위 뿐 아니라 전국 단위 분석도 실시하였고, '전국 단위 산업간 연결 효과' 및 '지역 내 총수요 효과'로 인해 중국발 무역 충격이 2013년 연구에서 결론지은 것보다 크다고 말합니다.


▶ 전국의 산업간 투입-산출 연결 관계 (Industry Input-Output Linkages)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미국 지역 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수입경쟁 증대로 지역 내 제조기업이 타격을 받고 이곳에 종사하던 근로자의 고용과 임금이 악화되는 경로를 살펴봤습니다.


기서 더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제조업 기업들은 서로서로 연결되어있다는 점 입니다. 이른바 '산업의 투입-산출 연결관계'(Industry Input-Output Linkages) 입니다.


기업이 완성형 제품을 생산(output)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부품(input)을 조달해야 합니다. 역으로 중간재 및 부품(input)을 생산하는 기업은 제품 생산(output)을 위해 이를 필요로하는 기업에 판매합니다. 이때 기업들은 지역 내에서만 부품을 조달하거나 판매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 위치한 기업과도 거래를 합니다.


게다가 기업들은 직접 연결을 넘어서 간접적으로도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연결은 산업을 뛰어넘습니다.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다른 곳에서 필요한 원자재를 조달하여 부품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기업들은 몇 단계를 거쳐서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제조기업이 만든 최종 상품은 유통 · 물류 · 도소매 판매 서비스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됩니다. 


즉, 개별 기업들은 지역과 산업을 뛰어넘은 투입-산출 관계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연결된 기업의 경영상태 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 및 기업 간 투입-산출 연결관계는 고려치 않고, 수입경쟁이 지역 내 제조기업에게만 전달한 영향만 살펴본 2013년 연구는 실제 중국발 무역 충격을 과소평가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의 2016년 연구는 지역 단위가 아닌 전국 단위에서 연결된 제조업이 받은 영향(Sectoral Linkage at National Level)을 살펴봅니다.


저자들은 기업들간 연결관계가 미치는 영향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첫째는 다운스트림 영향(Downstream Effect) 입니다. 이는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무역 충격을 받았을 때, 이곳에서 부품을 조달해온 기업이 받는 직접 영향과 다음 단계로 연결된 제조업 · 비제조업 기업들이 받는 간접 영향을 의미합니다. 둘째는 업스트림 영향(Upstream Effect) 입니다. 이는 부품을 조달하는 기업이 무역 충격을 받았을 때, 이곳에 부품을 공급해온 기업이 받는 직간접 영향을 의미합니다.


저자들은 계량분석을 실시하기 이전에 직관적인 논리를 통해 그 영향을 추론했습니다.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수입경쟁으로 인해 상황이 나빠진다면, 부품을 조달하는 기업은 다른 회사 혹은 다른 나라에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가 무너지면 삼성전자는 다른 곳에서 부품을 조달하면 그만입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무역충격으로 인한 '다운스트림 영향'은 크게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이와는 달리, 부품을 조달해온 기업이 수입경쟁으로 상황이 나빠지면, 이곳에 부품을 공급하던 기업은 대체 판매처를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면 수많은 하청업체들이 휘청거릴 겁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무역충격으로 인한 '업스트림 영향'(Upstream Effect)이 매우 크게 부정적일 거라고 예상합니다.


▶ 지역 내 재배치 효과 및 총수요 효과 (Reallocation & Aggregate Demand Effect)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는 전국단위 분석 뿐 아니라 지역 노동시장 분석도 수행하였습니다. 이때, 2013년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두 가지 경로를 탐색합니다. 바로, 지역노동시장 내 '산업간 재배치 효과'(Reallocation Effect)와 '총수요 승수효과'(Aggregate Demand Effect) 입니다.


2013년 연구는 '중국발 수입경쟁이 지역 내 제조업 고용에 미친 영향'을 추정하였고, '지역 제조업 고용감소가 비제조업 고용 증가 · 실업률 증가 · 노동시장 이탈 등 셋 중 하나로 연결'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분석 결과 제조업 고용감소는 비제조업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산업간 생산요소의 재배치 효과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말해줍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는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서비스업으로 재배치 되지 않은 이유로 노동시장 마찰을 꼽았고, 교과서 속 무역충격의 조정기제가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의 2016년 연구는 한발 더 나아가서, '산업간 재배치 효과'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로 '지역 내 총수요 승수효과'가 반대방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생각했습니다. 수입경쟁으로 제조업 고용이 감소한 지역은 경기둔화의 여파로 총수요가 줄어들어 비교역재인 서비스업 고용증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만약 전국 단위에서 총수요 효과가 강하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면, 중국발 무역 충격은 경쟁부문인 제조업에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 넘어서서 미국경제 전체에 광범위한 충격을 주었을 겁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지역 내에서 추정한 총수요 승수효과는 미국 전역에 영향을 준 총수요 효과의 하한선이라고 판단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의 2016년 연구를 알아봅시다.




※ 수입경쟁과 2000년대 미국 고용의 대악화

- ① 중국발 무역 충격이 전체 산업에 미친 영향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는 우선 '1991년~2011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제조업의 고용에 끼친 영향'(aggregate, industry-level)을 회귀분석을 통해 추정하였습니다. 이것은 전국 단위 산업간 연결 관계나 지역 내 총수요 효과 등은 고려치 않은 기본 분석 입니다.


  • 1991년~2011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제조업 산업의 고용에 끼친 영향


위의 표는 회귀분석 결과를 보여줍니다. 분석 결과, 1991년~2011년 중국의 수입침투율 1%p 증가는 미국 제조업 고용 1.3%p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저자들은 실제 제조업 고용 변화량을 토대로 중국발 무역 충격의 영향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미국 제조업 근로자수는 1991년~1999년 560만명 · 1999년~2011년 580만명 감소했습니다. 이 중 대중국 수입침투 증가가 유발한 제조업 고용 변화는 1991년~1999년 27.6만명 · 1999년~2011년 56만명으로 1991년~2011년 총 83.7만명 입니다. 


즉,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 감소 현상에서 중국발 무역 충격의 영향은 14.9%를 차지합니다.


(사족 : 2013년 연구와 2016년 연구는 '중국발 무역 충격'의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제조업 고용 감소에 미친 크기가 상이함)




※ 수입경쟁과 2000년대 미국 고용의 대악화

- ② 전국 단위 산업의 투입-산출 연결관계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는 이어서 '중국발 무역 충격이 산업 간 투입-산출 연결관계를 통해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고용에 미친 영향'(manufacturing & non-manufacturing through input-output linkages)을 살펴봅니다.


  • 1991년~2011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산업간 연결을 통해 제조업과 비제조업 고용에 미친 영향

  • 상단 A 패널 : 직접 연결 / 하단 B 패널 : 간접 연결


위의 표는 회귀분석 결과를 보여줍니다. 상단 A 패널은 직접 연결만, 하단 B 패널은 간접 연결을 포함한 영향을 나타냅니다.


저자들의 추론처럼,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무역 충격을 받았을 때, 이곳에서 부품을 조달해온 기업이 받는 '다운스트림 영향'은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이는 부품을 조달하는 기업이 미국기업이 아닌 해외기업을 통해 부품을 계속 조달받음으로써 부정적 영향을 피해갔음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부품을 조달하는 기업이 무역 충격을 받았을 때, 이곳에 부품을 공급해온 기업이 받는 '업스트림 영향'은 유의미하게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특히 업스트림의 부정적 영향은 비제조업 산업에서도 크게 나타났는데, 제조업을 지원하는 서비스업 고용도 큰 타격을 받았음을 보여줍니다.


직접 연결만 고려했을 때(First-Order Input-Output Linkages), 1991년~2011년간 중국발 무역 충격은 제조업 고용을 133만명 · 비제조업 고용은 80.5만명 감소시켜 미국 전산업 일자리 214만개를 감소(직접 연결)시켰습니다. 


간접 연결을 포함하여 모든 연결을 고려했을 때(Full Input-Output Linkage), 1991년~2011년간 중국발 무역 충격은 제조업 고용을 141만명 · 비제조업 고용은 122만명 감소시켜 미국 전산업 일자리 262만개를 감소(직간접 연결)시켰습니다.


앞서 제조업이 충격을 직접 받은 경우만 고려했을 때 나타난 일자리 수 83.7만개 감소와 비교하면, 직간접 연결은 중국발 무역 충격의 부정적 영향을 3배 가까이 증폭 시켰습니다. 




※ 수입경쟁과 2000년대 미국 고용의 대악화

- ③ 지역 내 재배치 효과 ↔ 총수요 승수효과


이처럼 산업간 직간접 연결은 중국발 무역 충격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증폭시켰으나, 이것 또한 모든 경로를 다 반영하지 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줄어든 고용이 미국 전역의 총수요를 감소시켜 추가적인 부정적 영향을 초래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들은 전국 단위에서 발생한 부정적 총수요 효과를 탐색하고 싶었으나 측정이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였고, 대안으로 지역 내에서 발생한 총수요 효과(aggregate demand effect in CZ)를 살펴봤습니다.


저자들은 '수입증대에 노출되지 않은 산업의 고용변화'(non-exposed sector)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총수요 효과를 추정합니다. 만약 수입경쟁과 관련이 없는 산업에서 고용이 늘어나지 않았다면, 이는 재배치 효과를 상쇄시키는 부정적인 총수요 효과가 지역 내에서 작용한 결과(reallocation ↔ aggregate demand in CZ)라는 논리 입니다.


여기서 '수입증대 노출' 여부는 1991년~2011년간 수입노출도가 최소한 2%p 상승한 모든 제조업 세부산업과 지역 내 직간접 연결을 고려한 수입노출도가 최소 4%p 상승한 제조업 및 비제조업 산업 세부산업으로 판단하였습니다. 


  • 1991년~2011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수입경쟁에 노출된 산업(exposed-sector)과 노출되지 않은 산업(non-exposed sector)의 고용에 미친 영향


위의 표는 1991년~2011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수입경쟁에 노출된 산업과 노출되지 않은 산업의 고용에 미친 영향을 보여줍니다. 


분석 결과, 대중국 수입증대는 비노출 산업의 고용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며, 추정된 계수 값 자체도 0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산업간 재배치로 인한 고용 증가 대부분이 부정적인 총수요 효과에 의해 상쇄됨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자들은 지역 단위 분석을 통해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보여줍니다. 대중국 수입에 노출된 지역 내 산업은 1991년~2011년간 일자리가 308만개 감소했습니다. 이 수치는 대중국 수입의 직접 충격 + 지역 내 산업간 직간접 연결을 통한 충격 + 지역 내 부정적 총수요 효과를 모두 감안한 값입니다.


이때, 미국 전역에 작용하는 총수요 효과가 지역 내에서만 작동하는 총수요 효과보다 클 거라는 점 그리고 지역을 뛰어넘은 산업간 연결을 통한 부정적 효과의 전달 등을 생각하면1991년~2011년간 일자리가 308만개 감소는 미국 전역에 영향을 미친 실제 중국발 무역 충격 크기의 하한선 입니다.




※ 수입경쟁과 2000년대 미국 고용의 대악화

- 분석단위별 고용 변화 비교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의 2016년 논문을 통해 제시한 분석 단위를 다시 한번 정리해봅시다.


첫번째는 수입증대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제조업 산업의 고용 변화 입니다. 여기에는 산업간 연결 및 총수요 효과 등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두번째는 직접 노출 + 전국 단위 직(간)접 연결을 통해 연결된 제조업 · 비제조업 산업들의 고용 변화 입니다. 여기에는 전국 단위로 작용하는 산업간 연결을 고려하였고, 전국 단위의 재배치 효과와 총수요 효과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National Industry Linkages O, National Reallocation & Aggregate Demand X)


세번째는 지역 내 직접 노출 + 직간접 노출 + 비노출된 산업들의 고용 변화이며, 여기에는 지역 내 재배치 · 총수요 · 산업간 연결만 고려했지 전국 단위에서 이들 영향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Local Reallocation & Aggregate Demand O, Local Industry Linkages O, National Reallocation & Aggregate Demand X, National Industry Linkages X)


  • 분석단위별 고용 변화 비교 (단위 : 천 명)
  • 1행 : 수입증대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제조업 산업의 고용 변화
  • 2,3행 : 직접 노출 + 전국 단위 직(간)접 연결을 통해 연결된 제조업 · 비제조업 산업들의 고용 변화
  • 4행 : 지역 내 직접 노출 + 직간접 노출 + 비노출된 제조업 · 비제조업 산업들의 고용 변화


그리고 위의 표는 분석단위별 고용 변화를 보기 쉽게 정리한 겁니다.


▶ 수입증대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제조업 산업의 고용 변화 (1991년~2011년)

:  제조업 고용 83.7만명 감소


▶ 직접 노출 + 전국 단위 직접 연결을 통해 연결된 제조업 · 비제조업 산업들의 고용 변화 (1991년~2011년)

: 제조업 고용 133만명 감소

: 비제조업 고용 80.5만명 감소

: 전산업 고용 214만명 감소


▶ 직접 노출 + 전국 단위 직간접 연결을 통해 연결된 제조업 · 비제조업 산업들의 고용 변화 (1991년~2011년)

: 제조업 고용 141만명 감소

: 비제조업 고용 122만명 감소

: 전산업 고용 262만명 감소


▶ 지역 내 직접 노출 + 직간접 노출 + 비노출된 산업들의 고용 변화 (1991년~2011년)

: 노출 산업 308만명 감소

: 비노출 산업 2.4만명 감소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고용에 미친 악영향은 이전 추정치보다 크다

- 그런데... 대중국 교역이 가져다 준 이익은 고려하지 않나?


이와 같이 아세모글루 · 오토어 · 돈 · 한슨 · 피어스의 2016년 연구는 '2013년 연구가 고려하지 않았던 무역 충격 경로'(전국 단위 산업간 연결 / 지역 단위 총수요 · 재배치와 산업간 연결)를 살펴봄으로써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제조업 · 비제조업 고용을 최소한 308만개 감소시켰고 이것은 2013년 추정치보다 훨씬 큼을 보여주었습니다.


중국발 무역 충격을 다룬 연구는 이외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오토어 · 돈 · 한슨과 아세모글루 · 피어스 등은 다른 동료 학자들과 함께 'THE CHINA TRADE SHOCK' 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중국의 부상이 미국 근로자, 기업,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중국과의 교역 확대는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만 가져다준 것일까요?


지난글[각주:3]과 이번글에서 소개한 연구들은 애시당초 '무역 충격을 흡수하는 조정기제의 부재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탐구하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국 교역이 가져다 준 이익은 말하지 않습니다. 또한, 대중국 무역 충격을 받은 지역만 말할 뿐, 글로벌 밸류체인(GVC) 형성으로 이득을 본 지역과 산업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들 이외에 다른 경제학자들은 "대중국 교역 확대가 미국 경제 전체로는 순이익을 가져다주었다"(net aggregate gain), "대중국 교역 확대는 기업구조를 서비스업으로 재조직하였다"(reorganization) 등의 논문을 발행하여 논의의 폭과 깊이를 넓혀주었습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중국의 부상이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보다 폭넓은 관점으로 알아보도록 합시다.


  1.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s://joohyeon.com/264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⑨] China Shock Ⅰ -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노동시장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 https://joohyeon.com/288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⑨] China Shock Ⅰ -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노동시장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 https://joohyeon.com/28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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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⑨] China Shock Ⅰ -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노동시장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⑨] China Shock Ⅰ -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노동시장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

Posted at 2020. 1. 3. 17:4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The China Trade Shock


  • 1999년 11월, 미국과의 양자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WTO 가입에 다가선 중국 (링크)
  • 2010년 2월, 중국과의 문제에 직면한 미국 (링크)
  • 2019년 5월, 새로운 종류의 냉전 (링크)


오늘날 미국의 주적은 중국 입니다.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주주의 · 시장경제 전파에 둔 클린턴행정부의 포용[각주:1] 덕분에 중국은 1999년 11월 미국과 양자무역협정을 체결하고 2001년 12월 WTO에 가입했는데...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 세계경제와 미국경제에 미친 영향력[각주:2]은 너무나도 컸습니다.


▶ 2000년대 전세계 교역 · 상품가격 호황과 국가간 불균등 감소


  • 위 : 1980년~2017년, 전세계 수출·수입 액수 추이 (출처 : IMF DOT)

  • 아래 : 1990년~2012년, 전세계 제조업 부가가치 및 수출 중 중국의 비중 (출처 : Autor, Dorn, Hanson 2016)


제조업 가공무역에 기반을 둔 중국경제의 특성은 전세계 제조업 생산 및 수출 통계에서도 돋보입니다. 

전세계 교역액은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 1990년대부터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로는 가파르게 증가합니다. 또한, 전세계 제조업 생산 및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은 1990년대부터 서서히 늘어나다가 2000년대 들어서 압도적인 크기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 왼쪽 : 1992년~2019년 원자재 가격지수 (2016년 100기준)
  • 오른쪽 : 1992년~2019년, 한국 수출액 추이

중국의 경제발전은 여러나라 특히 신흥국에게 이익을 안겨다주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중국은 제품생산을 위해 원자재를 대규모로 수입하였고 이로 인해 석유 · 철강 · 구리 등 상품가격이 폭등하여 원자재 수출국의 호황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또한, 중국은 아시아 내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중심을 맡아 Factory Asia를 형성[각주:3]하였고, 한국 ·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며 교역액을 대폭 늘렸습니다.

  • 1988년~2008년 사이, 글로벌 소득계층별 소득증가율을 보여주는 '코끼리 그래프'(Elephant Graph)
  • 왼쪽 출처 : 밀라노비치, 랑커 2014년 연구보고서
  • 오른쪽 출처 : 피터슨 국제연구소

이러한 중국 · 아시아 · 신흥국의 성장은 '국가간 불균등'을 감소[각주:4]시켰고 글로벌 소득분포를 가운데로 이동시켰습니다. 

1988년~2008년 동안 글로벌 소득분포 내 75분위~90분위에 위치한 계층의 소득 증가율 10%가 채 안되며 매우 낮았음을 윗 그래프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소득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계층은 중간에 위치한 40분위~70분위와 최상위 100분위이며 6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 서유럽 내 상위층은 전세계에서도 상위층이기 때문에 100분위에 속합니다. 그리고 선진국 중하위층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난 행운 덕분에' 글로벌 소득분포상에서는 상위권인 75분위~90분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 인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 국민들은 대부분 30분위~70분위에 위치해 있죠. 

즉, 20년간 선진국 중하위층의 소득증가율은 정체되었고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소득증가율은 가팔랐습니다.


▶ 2000년대 미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대중 무역적자 확대

문제는 '20년간 선진국 중하위층의 소득증가율은 정체'되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세계화와 중국의 경제발전은 수십억명을 빈곤의 덫에서 구해주었으나, 선진국 중하위층 특히 제조업에 종사하던 저숙련 근로자들은 상당한 충을 받았습니다. 말그대로 '중국발 무역충격'(The China Trade Shock) 입니다.

  • 1966~2019년,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 추이 (단위 : 천 명)
  • 빨간선 이후 시기가 2000~10년대
  • 음영처리된 시기는 미국경제의 경기불황기(recession)
  • 출처 : 미국 노동통계국 고용보고서 및 세인트루이스 연은 FRED

위의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는 1979년 최대 1,950만명 · 1980~90년대 평균 1,700만명대를 기록하였으나, 2007년 1,400만명 · 2011년 1,100만명 · 2019년 현재 1,300만명을 기록하며 최근 30년간 400만명(-25%) 감소했습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1년을 기준으로 하면 30년간 600만명(-35%)이나 줄어들었습니다. (사족 : 노동 통계 종류에 따라 제조업 근로자 수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

그런데 제조업 근로자 수가 줄어든 건 중국발 무역충격 때문이 아니라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2001 닷컴버블 붕괴 · 2008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근로자 수가 급감했기 때문에 거시경제 이벤트 및 경기순환적 요인이 작용했다 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 소비자들의 선호가 제품(goods)에서 서비스(services)로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술변화가 반복작업을 수행하는 제조업 근로자를 대체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1990년대-2000년대 당시 경제학자들이 주목했던 건 기술변화[각주:5] 였습니다. 노동경제학자들이 발전시킨 '업무기반 분석체계'(task-based framework)와 '반복편향적 기술변화'(RBTC, Routine-Based Technological Change)는 2000년대 미국 및 선진국 노동시장의 특징인 '일자리 양극화'와 '중하위층 간 불균등 정체' 현상을 완벽히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기술변화 이외의 다른 요인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 1987년~2019년 미국 무역적자 추이
  • 1980년대-1990년대 초반 미국 무역적자의 상당부분은 일본에게서 왔다(40% 이상)
  • 1990년대 들어서 대중국 무역적자가 커지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 들어서 급증하였다(40% 이상)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2000년대부터 대중국 무역적자는 심화되어 왔음에도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87년~2019년 미국 무역적자 추이를 주요 교역상대국별 비중과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 대중국 무역적자가 커지기 시작하였고 2000년대 들어서 급증합니다. 2019년 현재 미국 무역적자 중 대중국 적자 비중은 40%~50%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3년 당시 경제학자 마틴 펠드스타인이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각주:6]라고 말한 것럼, 2005년 당시 연준 이사였던 벤 버냉키는 "글로벌 과잉저축이 미국 경상수지 적자를 유발하고 있다"[각주:7]고 진단했습니다.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한 교역, 특히 저임금 노동집약적 제조업에 특화한 13억 인구를 가진 국가를 상대로 이렇게 많은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것이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이 '중국의 부상'(China's Rise)을 인지하게 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경제학자들의 진단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이런 배경과 맥락 속에서 2013년 한 노동경제학자는 동료 두 명과 함께 논문 하나를 발표합니다. 



※ The China Syndrome: 미국 내 수입경쟁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 왼쪽 : 데이비드 오토어 (David Autor)

  • 가운데 : 데이비드 돈 (David Dorn)

  • 오른쪽 : 고든 한슨 (Gordon Hanson)

  • 이들의 2013년 논문 <중국 신드롬: 미국 내 수입경쟁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노동경제학자 데이비드 오토어(Daivd Autor)는 동료 학자 데이비드 돈(Daivd Dorn) · 고든 한슨(Gordon Hanson)과 함께 2013년 논문 <중국 신드롬: 미국 내 수입경쟁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The China Syndrome: Local Labor Market Effects of Import Competition in the United States>)을 발표합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은 2013년 논문을 통해 교과서 속 자유무역이론이 상정하는 핵심 가정이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으며, 1990년-2007년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 내 제조업 고용 · 임금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실증분석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이때 논문 제목에 나오는 '수입경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지역 노동시장'을 분석하는지 등을 이해하며 차근차근 논문의 내용을 알아봅시다.


▶ '지역 노동시장'(Local Labor Market)이란 무엇인가?



오토어 · 돈 · 한슨이 선정한 분석대상은 '지역 노동시장 내 제조업 근로자의 고용 및 임금 변화'(Employment · Wage Changes in Local Labor Market)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 노동시장' 이란 단순히 미국 개별 주(States) 안에 있는 행정구역 카운티(Counties)를 의미하는게 아니라 '강한 통근 연결도'로 묶인 카운티들의 '통근 구역'(Commuting Zones)을 뜻합니다. 


한국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만약 대중국 수입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려면 '지역'을 정의해야 합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강남구 · 서초구 · 마포구 · 성남시 분당구 · 고양시 일산동서구 등의 행정구역을 그대로 이용하는 겁니다. 이들 행정구역 내의 고용변화를 토대로 무역이 특정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초구 삼성타운에 위치해있는 삼성 계열사 한 곳이 망하면 단순히 행정구역 서초구의 고용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다른 행정구역에 거주하면서 서초구로 통근하는 취업자 수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역 노동시장'은 단순히 주어진 행정구역을 이용해서는 안되며, '통근 강도'를 기반으로 재정의한 '통근 구역'(CZ)을 사용해야 합니다. 미국 센서스는 관련 있는 카운티들을 묶은 741개의 통근 구역을 정의해놓고 있으며, 본 논문은 이 중 미국 본토에 위치한 722개 통근구역을 사용했습니다.


▶ 왜 '지역 노동시장'(CZ)을 분석하나?


그렇다면 오토어 · 돈 · 한슨은 왜 지역 노동시장(CZ)을 분석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본 논문이 경제학계 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를 알기 위한 핵심 물음 입니다.


지역 노동시장을 분석 단위로 삼은 첫번째 이유는 '차이'(variation)을 포착하기 위해서 입니다. 


단순히 미국 내 제조업 근로자 수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중국과의 교역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이것은 거시경제 이벤트 때문일 수도 있고, 소비자 선호 변화 때문일 수도 있고, 기술변화 때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변수 하나가 연구대상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른 조건은 동일하지만 독립변수가 영향을 줄 수 있는 한 가지 조건만 차이가 나는 두 대상'을 비교해야 합니다. 기존 연구들에서 고숙련 근로자 vs 저숙련 근로자 혹은 자본집약 산업 vs 노동집약 산업 등 차이가 있는 두 대상을 살펴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은 미국 내 지역 노동시장들 사이에서 '제조업 고용비중 & 제조업 세부산업 중 수입집약산업 특화 정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 남부는 의복 · 목재 · 인형 등 노동집약 상품을 중서부는 자동차 등 자본집약 상품을 주로 생산하며, 중부는 농업 서부는 IT에 특화되어 있죠. 


이들 지역 노동시장들은 거시경제 이벤트 · 소비자 선호 변화 · 기술변화의 영향을 동일하게 받지만, 제조업에 의존하는 정도가 서로 다르고 제조업 중에서도 노동집약도가 다르기 때문에 중국발 무역충격 강도의 차이가 납니다(variation). 


따라서,  제조업 고용비중 & 제조업 세부산업 중 수입집약산업 특화 정도가 다른 두 지역 간 고용변화를 비교하면 중국발 무역충격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지역 노동시장을 분석 단위로 삼은 두번째이자 핵심 이유는 자유무역이론의 핵심가정인 '근로자의 이동성'(mobility)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입니다.


비교우위에 기반한 자유무역론은 '자유무역 이후 비교열위 산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는 비교우위 산업으로 이동하여 전체 고용은 유지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자유무역의 이로움을 설파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드러나 있으며[각주:8], 오늘날 국제무역론 교과서 속 자유무역이론에도 근로자 이동의 마찰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 제4편 정치경제학의 학설체계 - 제2장 국내에서 생산될 수 있는 재화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한 제한


자유무역을 회복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통상의 일터와 통상의 생계수단을 일시에 잃어버린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그들이 고용 또는 생계를 박탈당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


우리가 병사의 습관과 제조공의 습관을 비교해 볼 때, 병사가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제조공이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조공은 언제나 자기 노동에 의해 생계를 얻는 데 익숙 (...) 대다수 제조업에는 성질이 비슷한 기타의 제조업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쉽게 옮길 수 있다.


- 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1776,  『국부론(상)』, 비봉출판사, 568쪽


하지만 교과서 이론과 현실은 다릅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근로자들의 숙련도에 따라 재취업 여부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비교열위 산업에서 퇴출된 근로자가 비교우위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란 교과서가 말하는 것보다 힘듭니다. 게다가 기존에 살던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에 있는 기업에 재취업 하기란 더더욱 어렵습니다. 


만약 현실 미국에서 제조업 근로자들이 비제조업으로 쉽게 이동하거나, 쇠락하고 있는 본거지를 떠나서 충격을 적게 받은 다른 통근 구역의 기업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면, 지역 노동시장 내 임금 · 실업률 · 경제활동참가율 등은 크게 나빠지지 않으며 제조업 집약도가 다른 지역들 간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르게 말해, 미국 지역 노동시장들 내 임금 · 실업률 · 경제활동참가율 등에 유의미한 악화가 발생했거나 지역 간 차이가 드러났다는 사실 그 자체는 '교과서 속 자유무역이론이 말한 충격 조정 기제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극명히 드러냅니


근로자 이동성에 마찰이 존재한다면 무역 충격의 피해자인 제조업 근로자는 서비스업 근로자와 비교해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에 처하게 되어 경제적 불균등(economic inequality)이 확대될 겁니다. 또한, 중국발 충격을 많이 받은 지역일수록 고용지표가 더 악화되기 때문에 이는 미국 내 지역간 불균등(regional inequality)을 초래합니다.


▶ '대중국 수입노출'(import exposure from China)의 직접효과 · 순효과


오토어 · 돈 · 한슨은 '지역 내 근로자 1인당 대중국 수입액 변화'(the change in Chinese import exposure per worker in a region)를 중국발 무역 충격으로 증대된 수입경쟁으로 정의하였고, 이것이 고용과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지역별 산업구조와 특화에 따라 지역 근로자가 중국발 충격에 노출되는 강도에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때 중국발 충격은 크게 2가지 경로로 지역 근로자에 영향을 미칩니다. 첫번째는 수입경쟁 산업에종사하는 근로자가 받는 직접효과[각주:9]. 두번째는 지리적 영역의 고용 · 소득 · 경제활동참가율 · 지리적 이동 · 공공부조 등에 미치는 순효과[각주:10] 입니다.


중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제조업에 근무하던 미국 근로자는 당연히 중국발 무역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만약 중국발 무역 충격이 실재한다면 고용과 임금 상황이 악화됩니다.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대중국 교역이 제조업과 지역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고용과 임금은 변화하지 않을 겁니다.


즉, 직접효과인 지역 내 미국 제조업의 고용비중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중국발 무역 충격의 존재 여부와 강도'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재하는 중국발 무역 충격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아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타격을 받지 않은 혹은 덜 받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근로자 이동성에 마찰이 존재한다면 근로자는 본래 지역에 머무를 겁니다. 이 경우 지역 내 제조업 고용 감소는 비제조업 고용 증가 · 실업률 증가 · 노동시장 이탈 등 셋 중 하나로 연결됩니다. 


또 이때 근로자가 쉽게 다른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제조업 고용 상실 크기 만큼 지역 내 비제조업 고용이 증가할텐데, 이동에 마찰이 존재하면 비제조업 고용은 증가하지 않고 지역 내 실업률 증가와 경제활동참가율 감소가 나타날 겁니다.


따라서, 무역 충격 이후의 움직임을 알려주는 순효과를 통해 '무역충격을 흡수하고 조정하는 기제가 교과서처럼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중국발 무역충격이 지역 내 제조업 고용에 미친 직접효과


이제 본격적으로 '중국발 무역충격이 지역 노동시장 내 제조업에 미친 직접효과'를 살펴봅시다.


  • 중국발 무역 충격이 지역 노동시장 내 제조업 고용률에 미친 영향

  • 도구변수를 이용하여 2SLS 추정


위의 표는 1990-2007년 간 지역 내 근로자 1인당 대중국 수입액 변화가 지역 내 제조업 고용률에 미친 영향을 보여줍니다. 


빨간색 네모 안의 -0.596 값은 '지역 내 근로자 1인당 수입노출 1,000달러 증가가 제조업 고용률을 0.596%p 감소시킴'을 의미합니다. 실제 1인당 중국 수입액 증가 크기는 1990년~2000년간 1,140달러, 2000년~2007년간 1,839달러 이기 때문에, 두 기간동안 중국 수입이 감소시킨 제조업 고용률은 각각 0.68%p, 1.10%p 입니다. 


그리고 두 기간 실제 제조업 고용률은 각각 2.07%p, 2.00%p 줄어들었기 때문에, 미국 제조업 고용 감소에 있어 중국발 무역 충격의 책임은 1990년~2000년 33% · 2000년~2007년 55% 그리고 전체 기간인 1990년~2007년 44%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근로자 1인당 대중국 수입액이 증가한 이유는 중국의 경제발전(공급증가) 때문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중국산 제품 수요가 늘어나서 일 수도 있습니다. 논문 저자들은 미국인들의 수요요인을 배제하고 중국의 경제발전(공급증가)의 영향만 순수히 고려했을 때, 중국발 무역 충격의 보수적인 책임은 1990년~2000년 16% · 2000년~2007년 26% 그리고 전체 기간인 1990년~2007년 21% 라고 말합니다.


이를 종합하여, 오토어 · 돈 · 한슨은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제조업 근로자 수를 1990년~2000년 54만 8천명, 2000년~2007년 98만 2천명 감소시켰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순효과


앞서 설명하였듯이, 일자리를 잃은 제조업 근로자가 다른 산업에서 쉽게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거나 충격을 비교적 덜 받은 다른 지역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면, 미국 지역 노동시장 내 임금 · 실업률 · 경제활동참가율 등에 유의미한 악화가 발생하지 않으며 제조업 집약도가 서로 다른 지역 간에도 뚜렷한 차이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은 교과서 속 자유무역이론이 말하는 충격 조정 기제(adjustment mechanism)이 현실에서 작동하는지 살펴봅니다.


  • 중국발 무역 충격이 통근구역 내 인구 변화에 미친 영향
  • 교육수준별 및 연령별


위의 표는 1990년-2007년 간 지역 내 근로자 1인당 대중국 수입액 변화가 인구 변화에 미친 영향을 보여줍니다. 


인구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은 근로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다는 의미(reallocation of workers across CZs)이며, 유의미한 인구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근로자의 이동성에 마찰이 있음(friction of labor mobility)을 보여줍니다.


계량분석 결과는 대중국 수입액이 늘어났더라도 유의미한 인구 변화는 없음을 말해주고 있으며, 연령별 · 성별로 자세히 살펴봐도 결과는 변하지 않습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은 "이동에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충격이 발생했음에도 인구 조정이 부진했다"(population adjustment to local economic shocks are sluggish because mobility is costly)라고 주장합니다.


  • 중국발 무역 충격이 제조업 고용 · 비제조업 고용 · 실업률 · 경제활동 비참가율에 미친 영향


만약 무역 충격을 받은 제조업 근로자가 본래 통근 구역을 떠나지 않았다면, 지역 제조업 고용 감소는 비제조업 고용 증가 · 실업률 증가 · 노동시장 이탈 등 셋 중 하나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위의 표는 중국발 무역 충격이 제조업 고용 · 비제조업 고용 · 실업률 · 경제활동 비참가율에 미친 영향을 보여줍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대중국 수입액 1,000달러가 증가할 때 제조업 고용률은 0.596%p 줄어드는데, 비제조업 고용률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실업률은 0.22%p 올라가고 경제활동 비참가율도 0.55%p 증가합니다. 


특히 대학교육을 받지 못한 제조업 근로자는 대졸 근로자에 비하여 실업과 노동시장 이탈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즉, 대중국 무역 충격으로 인한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그만큼 실업률 상승과 노동시장 이탈로 이어지며 교과서 속 조정기제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 중국 신드롬: 미국 내 수입경쟁이 지역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

  • 빨간색일수록 더 많은 충격을 받은 지역

  • 출처 : The China Trade Shock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는 위의 이미지 한 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중국발 무역 충격이 미국 지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데, 빨간색일수록 더 많은 충격을 받은 지역 입니다.


한 눈에 보면 알 수 있듯이, 중국발 무역 충격은 미주리 · 아칸소 · 테네시 · 미시시피 · 앨라배마 · 조지아 · 노스 캐롤라이나 등 남부 대서양 지역과 위스콘신 · 일리노이 · 인디애나 · 오하이오 등 중서부 지역(이른바 러스트벨트)에 몰려있습니다.


  • 1991년~2007년, 제조업 내 세부산업별 수입침투 증가율(X축)과 1991년 기준 생산근로자 비중(Y축)의 관계
  • Autor, Dorn, Hanson, Song (2014)


중국발 무역 충격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이유는 중국의 수입품 구성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1991년~2007년, 제조업 내 세부산업별 수입침투 증가율(X축)과 1991년 당시 해당 산업의 생산근로자 비중(Y축)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구체적으로 산업별 수입침투율을 살펴보면, 인형 · 스포츠장비 · 기타 32.6% 증가, 의복 · 가죽 · 섬유 16.7% 증가, 가구 · 나무목재 16.7% 증가, 기계 · 전자 15.2% 증가 입니다. 그리고 이들 산업은 1991년 기준으로 생산근로자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그래프 상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즉, 1991년~2007년간 수입노출이 가장 크게 증가한 부문은 주로 저숙련 노동집약 산업 입니다. 그리고 중국이 풍부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단순조립 가공무역을 통해 전자제품을 수출[각주:11]해왔음을 감안한다면, 미국이 피해받은 전자 기업도 저숙련 노동 집약적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남부 대서양 지역은 가구 · 의류 · 섬유 등 저숙련 노동집약 산업에 특화 · 중서부 지역은 저숙련 조립 제조업에 특화되어 있고, 충격을 흡수하는 교과서 속 조정기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발 무역 충격이 남부 · 중서부 지역에 집중되어 지역간 불균등을 초래한 건 당연한 결과 입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은 연구를 통해 "자유무역이 나쁘다" 혹은 "중국과의 교역을 줄여야한다"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이들은 자유무역이론과 국제경제학자들이 당연시 했던 '무역충격의 조정기제'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파 했습니다. 


따라서, 오토어 · 돈 · 한슨의 연구는 그동안 경제학자들이 놓치고 있었던 '무역의 분배적 영향'(the distributional consequences of trade)과 '무역 충격 조정과 관련한 중기 효율성 손실'(medium-run efficiency losses associated with adjustment to trade shocks)을 일깨워 줍니다.




※ Autor · Dorn · Hanson의 2013년 연구가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 이전에도 '무역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던 연구는 계속해서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이들의 2013년 연구가 세계 경제학계와 미국 정치권 · 대중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은 것일까요?


① 헥셔-올린 모형과 스톨퍼-새뮤얼슨 정리에 기반했던 과거 연구들 


국제무역을 연구해온 학자들이 '무역이 분배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의존했던 이론은 '헥셔-올린 모형' 및 '스톨퍼-새뮤얼슨 정리' 였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무역 개방 이후 상품가격 변화가 생산요소 가격을 일대일로 변화시킨다는 이론에 기반하여, 무역이 숙련 근로자와 비숙련 근로자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한 학자[각주:12]는 "무역자유화 이후 상품가격 자체가 변화하지 않았으므로 헥셔-올린 모형을 살펴볼 필요조차 없다"고 말했으며, 다른 학자[각주:13]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게 숙련집약의 기준은 다르기 때문에, 헥셔-올린 모형이 말하는 것처럼 무역이 불균등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학자[각주:14]가 지적한 것처럼 헥셔-올린 기반 연구는 "개발도상국이 정교한 상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보이는 통계적 착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인 문제는 헥셔-올린 모형도 결국 무역 충격을 흡수하는 조정기제가 완벽히 작동하는 비교우위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론이 상정하는 핵심 가정이 현실과 다른데, 이 이론을 기반으로 연구를 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② 마이크로데이터를 이용한 실증분석을 통해 자유무역이론의 핵심 가정을 건드렸다


오토어 · 돈 · 한슨의 연구는 통근 구역 등 마이크로데이터를 이용하여, 자유무역이론이 상정하는 핵심 가정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실증분석을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이번글에서 살펴봤듯이, 일자리를 잃은 미국 제조업 근로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쉽게 이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무역 충격을 받지 않은 다른 산업에서 일자리를 구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산업구조가 다른 미국 지역들은 점차 경제환경이 벌어지는 '지역간 불균등'이 유발되었습니다.


미국 정치권 · 언론 · 대중들은 막연하게나마 "아... 대중국 무역적자 심화가 미국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거 같은데.."라고 느끼던 상황에서, 그리고 다른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은 사회 전체적으로 순이익을 가져다준다"라는 교과서 속 이야기만 읊어대던 답답한 상황에서, 오토어 · 돈 · 한슨의 연구는 '무역의 분배적 영향'이 단기가 아니라 '중기적으로 영향을 미침'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 (노파심) 자유무역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 그럼에도 중국발 무역 충격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은 동료 학자들의 노파심이 대중들의 경제학 외면을 불러왔다[각주:15]고 주장합니다. 자유무역이론의 문제점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그것이 바로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목소리로 이어질 노파심 때문에, 정작 경제학자들이 분배 문제 우려를 축소하고 무역이 가져다주는 순이익만 말해왔다는 겁니다.

오토어 · 돈 · 한슨도 약간의 노파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 글을 통해 "무역의 총이익이 음(-)이라는 건 아니다" 라고 강조합니다. 다만, "무역이 가져다주는 분배적 악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논문이 발표된 이후, 오토어 · 돈 · 한슨과 다른 경제학자들은 '중국발 무역 충격'(The China Trade Shock)과 '무역이 초래하는 분배적 영향'(Distributional Effect)에 대해 더 자세히 연구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오토어 · 돈 · 한슨의 2013년 연구는 '대중국 수입액이 지역 내 제조업의 고용에 미친 영향'에만 주목했으나, 여러 제조업들이 거래관계를 통해 전국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중국발 무역 충격은 더 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의 경제발전 덕분에 미국기업들에게 수출시장이 열렸다는 점과 중국의 값싼 중간재를 이용하게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발 무역은 충격이 아니라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다음글을 통해 The China Trade Shock를 다룬 연구들을 더 알아보도록 합시다.


  1.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②] 클린턴·부시·오바마 때와는 180도 다른 트럼프의 무역정책 - 다자주의 배격과 미국 우선주의 추구 https://joohyeon.com/281 [본문으로]
  2.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3.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⑥] 달라진 세계경제 Ⅲ - GVC와 Factory Asia, 미국은 어떻게 아이폰 일자리를 잃게 되었나 https://joohyeon.com/285 [본문으로]
  4.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⑦] 글로벌 불균등 Ⅰ - 국가간 불균등의 감소(Between Inequality ↓), 세계화 승자가 된 신흥국 중상위층과 패자가 된 선진국 중하위층 https://joohyeon.com/286 [본문으로]
  5.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⑧] 글로벌 불균등 Ⅱ - 국가내 불균등의 증가(Within Inequality ↑), 국제무역 때문인가 기술변화 때문인가 https://joohyeon.com/287 [본문으로]
  6.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https://joohyeon.com/274 [본문으로]
  7.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https://joohyeon.com/195 [본문으로]
  8. [국제무역이론 Revisited ①] 애덤 스미스, 중상주의를 비판하며 자유무역 사상을 내놓다 https://joohyeon.com/264 [본문으로]
  9. the direct effect of trade shocks on employment and earnings at import-competing employers [본문으로]
  10. net effects on employment, earnings, labor force participation, geographic mobility, and take-up of public transfer benefits in the surrounding geographic area. [본문으로]
  11.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④] 달라진 세계경제 Ⅰ - 199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미국의 포용, 잠자던 용이 깨어나다 https://joohyeon.com/283 [본문으로]
  12.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 https://joohyeon.com/282 [본문으로]
  13.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⑧] 글로벌 불균등 Ⅱ - 국가내 불균등의 증가(Within Inequality ↑), 국제무역 때문인가 기술변화 때문인가 https://joohyeon.com/287 [본문으로]
  14. [국제무역논쟁 트럼프 ③] 국제무역은 제조업 일자리와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2010년대 이전의 생각.. https://joohyeon.com/282 [본문으로]
  15. [국제무역논쟁 시리즈] 과거 개발도상국이 비난했던 자유무역, 오늘날 선진국이 두려워하다 https://joohyeon.com/263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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