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man Minsky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Hyman Minsky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

Posted at 2012. 7. 24. 00:51 | Posted in 경제학/일반


George Cooper. 『민스키의 눈으로 본 금융위기의 기원』. 2009
원제는 『The Orgin of Financial Crisies』

2008 금융위기 이후, 다시금 주목받은 경제학자를 꼽으라면 Hyman Minsky (1919-1996)를 이야기할 수 있다. 

Hyman Minsky는 "시장은 가격변화에 맞춰 균형을 이루어나간다"라는 '효율적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을 반박하며, 

금융시장은 태생적으로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금융 불안정성 가설 Financial Instability Hypothesis'를 제시한다.

이 책은 Hyman Minsky의 금융불안정성가설을 토대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원인"를 다루는 책인데, 사실 어디까지가 저자 George Cooper의 생각이고 어디까지가 Hyman Minsky의 이론인지 구별은 못하겠다.

Hyman Minsky의 저서 중 국내에 번역 소개된 것이 없고,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는 George Cooper가 Hyman Minsky의 '이론'을 바탕으로 책을 쓴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현재의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한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데...


저자는 "자산시장의 작동방식은 상품과 서비스 시장을 지배하는 메커니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29)라고 말한다. 
저자는 Thorstein Veblen의 '과시적 소비 Conspicuous Consumption'라는 개념을 소개하는데, 과시적소비란 

"가격이 오르면 수요도 같이 올라가는 시장을 표현하는 말이다. 베블런의 이론에 따르면 이런 시장에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높은 가격, 그것도 '공개적으로publically' 높은 가격이다."(28) 

"일반적으로 투자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희소가치를 지닌 자산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자산의 공급은 수요에 딱 맞춰 늘어날 수 없다. 이득을 얻기를 원하며 투자를 할 때마다 우리는 희소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요에 맞춰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핵심원리에 어긋난다. (...)

보통 자산시장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자극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공급부족이 수요를 자극한다. 가격상승은 공급의 부족을 드러내고, 그에 따라 추가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반대로 가격하락은 공급과잉을 나타냄으로써 수요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29-30)


또한


 "한번 혼란에 빠진 자산 및 금융 시장은 안정적인 균형상태 없이 무한대로 팽창하고 수축하는 과정을 겪는 경향을 띤다는 사실"(166) 


이라 말하는데,

'금융의 속성상'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상품&서비스 시장과 자산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상품&서비스 시장에서 '가격이 상승(하락)'하면 '수요 감소(증가)&공급 증가(감소)'가 작동해 새로운 균형점을 찾지만 자산시장은 그렇지 않다.


"자산시장에서는 가격이 높아지면(낮아지면) 수요는 되레 증가(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자산시장은 균형상태에 이르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경향을 띤다." (178)


그리고 자산시장의 공급 또한 상품&서비스 시장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투자자들은 소득 또는 잠재적인 자본이득을 거두기 위해 자산을 매입한다. 한 투자자가 자본이득을 기대하고 자산을 매입한다면, 그 투자자는 현재 해당자산이 분명히 평가절하되어 있다고 믿는다는 뜻이다. 그 자산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그 투자자의 견해는 타당한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그리고 그 투자자는 자산가치가 평가절하되어 있다는 초기판단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서 그에 맞춰 자산을 꼭 팔지는 않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가격에 맞춰 자산의 공급이 꼭 늘어나지도 않는다. (...)

반대로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자산공급은 늘어난다. 자산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견한 이전의 판단에 확신이 떨어져서 자산을 팔아치우려는 시도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179)


또한 '담보대출' 문제도 금융불안정을 가지고 오는데,

"은행가들은 밤에 발 뻗고 편히 잠잘 수 있는 방법을 줄기차게 모색해왔다. 꾸어준 돈에 추가로 담보를 붙이는 것이 한 방안이다. (...) 
하지만 자산가격 하락으로 대출금이 담보물 가치 아래로 떨어질 때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

가치가 떨어진(높아진) 담보물에 상응하는 대출은 담보부족(초과) 상태에 빠졌다고 일컬어진다. 담보부족 상태에 빠진 자금 차입자들에게 은행은 그 대출의 지급을 보장할 자산을 추가로 제공하라고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해당 차입자가 추가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은행은 현재 확보하고 있는 담보물을 팔아서 돌려받지 못한 나머지 대출금을 가능한 한 많이 받아낸다. 그런 다음 또 채무자들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그러고도 아직 미처 받아내지 못한 나머지 금액도 마저 다 갚으라고 닦달한다.

담보대출이 이뤄지는 이런 과정은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자산가치가 이미 하락한 상태에서 채무자로서는 손에 쥘 수 있는 추가적인 담보물이 없을 것이다. 명백하게 내림세를 보이는 시장에서 은행 쪽이 담보물 매각 결정을 내리면 채무자와 은행 모두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다." (175-177)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금융시장의 '특성상',

호황은 더 큰 호황을 불러오고
침체는 더 큰 불황을 불러온다.


(현재 하우스푸어 문제로 시끄러운데, 정책당국 차원에서 개인과 가계에 "손절매"를 권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우리는 '은행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

'정의justice' 차원에서 은행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은행이 해야할 일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제공해주는 것"이 될 것이다.

즉, "돈이 얼마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제공"해줌으로써 기회를 부여한다고 볼 수 있는데... 금융은 모두의 소망(?)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은행의 사업방식은 사실 매우 단순하다. 가능한 한 높은 이자율로 돈을 꿔주고, 가능한 한 가장 낮은 이자율에 돈을 빌려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목표를 이루려면 대출금 부도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높은 이자를 받고 큰돈을 빌려주는 것과 대출금 부도위험을 최소화하는 두 가지 목표는 서로 충돌한다. 그렇기에 은행가는 매일매일 무척이나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는 처지에 놓여 있다.

한편으로는 더 높은 대출 이자율을 부과해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출금을 떼일까 싶어 전전긍긍한다. (...)

똑똑하고 깨어 있는 독자라면 이미 은행 이자율의 본성 속에 숨어 있는, 태생적으로 불안정한 양성(+) 피드백 과정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자금사정이 가장 나쁜 사람들이 가장 높은 이자율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으로서는 아무리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돈을 꿔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이자부담을 매우 커질 것이고 채무자는 점점 더 어려운 처지로 몰려 돈을 갚을 수 없게 된다. 이른바 '빈곤의 덫'에 빠져드는 것이다." (173-174)



내가 짧게 요약했지만, 이 책은 상당히 많은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부분지급준비금제도 & 신용창조가 가지고 오는 금융불안정성'
'중앙은행 역할의 딜레마'
'효율적시장가설의 문제'
'시가평가와 자산-부채 사이클의 근본적 문제'
'대차대조표의 허실' 등등.

그런데... 지식이 부족해서;;; 온전히 이해가 되지는 않더라.
좀 더 많은 공부를 한 뒤에 또다시 읽고 싶은 책.
★★★★★ 짜리~!

그리고 이런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는건데;;;;

"경제학 교과서"를 통해 체계적으로 경제학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언론&책 형태로... 그러니까 "야매"로 경제학 이론을 배우니...

무엇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도 내가 거시경제학을 공부를 완벽히 한 상태에서, 효율적 시장가설과 합리적기대이론에 대해 완벽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을텐데.......

"야매"로 공부하다보니 이거 원.....................



PS


그리고 Hyman Minsky에 관련하여 읽으면 좋은 블로그 포스트. 

http://sonnet.egloos.com/4158047


‎'과도한 차입으로 인한 거품 발생 → 금융위기 발생 → 은행의 차입금 회수 → 더 큰 불황' 메커니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리스크의 사회화가 어느정도 필요한데.... 며칠전 이야기한 리스크의 사회화.


그런데;;; 그게 '더 큰 빚'을 의미하는 게 아닌데...

우리의 경제대통령 가카께서는 "찐감자"를 먹으며 장시간 토론을 한 뒤 내놓은 정책이 "DTI 완화-그들말로는 '보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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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디플레이션, 그리고 '리스크의 사회화'의 필요성부채 디플레이션, 그리고 '리스크의 사회화'의 필요성

Posted at 2012. 7. 17. 00:19 | Posted in 경제학/일반


오늘 <조선일보>에 실린 좋은 칼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7/16/2012071601502.html?gnb_opi_opi03
성태윤. "전세계로 확산되는 '채무 디플레이션'". <조선일보>. 2012.07.17


"결국 디플레이션은 대부분 투자 감소와 자산 가치 하락을 수반한다. 이는 또한 투자의 상당 부분은 타인 자금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흔히 이러한 상황을 "디플레이션으로 채무의 실질 가치가 증가한다"고 표현한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1억원을 빚내 2억원짜리 집을 샀는데 집값이 1억5000만원이 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투자나 소비를 할 수 없고, 심한 경우는 파산하고 그 결과 다른 사람들의 집값도 함께 떨어지게 된다.

미국 경제학자 어빙 피셔가 '채무 디플레이션'이라고 명명한 이 경로는 대공황을 연구한 많은 학자가 당시 세계경제가 악화된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생각한다.

1933년 미국 정부는 이 경로를 끊기 위해 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경감하는 획기적 조처를 취했다. (...) 미국 시카고대학 크로즈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존 계약을 일부 무력화함으로써 채무자 부담을 줄이는 조처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오히려 채권과 주식 가격이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미국 경제가 대공황에서 살아난 것은 아니지만 채무자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채무 디플레이션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

'받는 것보다 용서하는 것이 나을 수 있을까?'라는 크로즈너 교수의 논문에서 지적된 것처럼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완화하려는 노력은 채무자뿐 아니라 채권자를 포함한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성태윤 교수는 여기서 Irving Fisher의 '채무 디플레이션 debt deflation' 개념을 설명하면서 
'채무자의 상환을 독촉'하기보다 '채무부담을 경감해주는 것'이 경제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 라고 말한다.

"아니 빚을 갚으라고 해야지, 빚을 탕감해주는 게 모두에게 더 득이 된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Irving Fisher는 Debt Deflation 개념을 설명하면서 “the more the debtors pay, the more they owe.”라고 주장한바 있다.

이와 관련, 저번에 Paul Krugman의 주장소개한 적도 있는데 



"국가경제는 빚을 지고 있는 가계와 다르다. 우리의 부채는 우리가 서로에게 빚지고 있는 돈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소득은 서로에게 물건을 판매함으로써 얻어진다는 사실이다. 당신의 지출은 나의 소득이고, 나의 지출은 당신의 소득이다.

빚을 줄이기 위하여 모두가 동시에 지출을 줄이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모두의 소득이 떨어지게 된다. 당신이 지출을 줄였기 때문에 나의 소득이 하락하고, 내가 지출을 줄였기 때문에 당신의 소득이 하락한다. 따라서 우리 모두의 소득이 곤두박질치고, 우리의 부채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나아지지 않는다."


http://www.nytimes.com/2012/06/01/opinion/krugman-the-austerity-agenda.html
Paul Krugman. "the Austerity Agenda". <NYT>. 2012.06.01



우리는 여기서 "리스크의 사회화"의 유용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들은 패전국 독일에게 막대한 배상금을 요구하였다. 독일은 그 배상금을 갚기 위해 화폐를 찍어냈고 이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켰다. 경제난에 빠진 독일인들은 극우정당을 선택하였다. 이는 히틀러와 나치의 등장을 불러왔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당시 John Maynard Keynes는 『평화의 경제적 결과』(『The Economic Consequence of the Peace』) 라는 책을 통해 "독일에게 막대한 채무를 부담케 하는 것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지만 무시당하고 만다;;;;

이 사실에서 교훈을 얻게 된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배상금을 부여하는 정책이 아닌 "경제재건정책, 마셜플랜 The Marshall Plan"을 선택하게 된다. 
(소련의 등장으로 인한 미국-소련간의 냉전도 마셜플랜 가동의 주요이유 중 하나겠지만, '관념'자체가 변한 것이다.)

"채무자에게 막대한 부담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리스크를 사회가 공동부담함으로써 경제회복을 이끌어 된다" 라는 생각.


"주식회사"의 개념도 '리스크의 사회화'와 연관되어 있다.

주식회사의 주주는 그가 인수한 주식금액을 한도로 하여 회사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고 회사채권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즉 주식회사 법인은 "유한책임 Limited Liability"을 가짐으로써, 파산시 사업주가 모든 부채를 떠안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는 자본주의의 혁신을 불러와 이른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북돋게 되었다.

('개인파산' 제도도 '리스크의 사회화'라고 볼 수 있다.)


오늘자 <한겨레>도 '채무디플레이션'과 '디레버리징'이 불러오는 불황에 대한 칼럼을 실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542744.html
윤석천. "금리와 우산". <한겨레>. 2012.07.17

방향은 좀 다른데, 이 칼럼의 필자는 "실기한 금리결정으로 인해 애초에 많은 가계부채를 유발시킨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금리인상이 가계부채 증가를 막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현재 한국경제에 문제가 되는 가계부채는 "무리한 부동산담보대출, 그리고 부동산가격 하락 & 자영업자의 대출" 문제인데


부동산담보대출 문제는 DTI, LTV 등의 제도도입을 했다손치더라도
자영업자의 대출문제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불균형"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즉, "대기업 독과점"과 "퇴직 후 재취업이 불가능한 경제구조" 속에서 자영업자의 문제는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이걸 단순히 '한국은행의 금리결정 실기'라고 지적하는건.................


우리는 보통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라는 구호를 통해 당국의 정책을 비난하지만,
"리스크의 사회화"를 할 수 밖에 없다.

http://news.donga.com/3/all/20120716/47788603/1
"[대한민국 하우스푸어 리포트]<上> 빚에 갇힌 사람들". <동아일보>. 2012.07.16

이런 기사를 통해 5억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매한 뒤, 가격하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 짜증나긴 한다.
2007년 이후, 대출 받아서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은 경제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라고 불러도 할 말 없는데;;;;;
그럼에도 그럼에도. 짜증나고 열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

성태윤 교수의 <조선일보> 칼럼 말미에 지적하듯이


"다만 채무자의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노력이 새로운 채무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자 부담이 과중한 대출을 낮은 이자율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대출 확대로 전반적인 거품을 만들어 부동산 가격을 띄우려는 시도는 자제해야 한다."


라는 방법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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