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원론 거시편 ⑪]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갖춰야할 '경제학적 사고방식'[경제학원론 거시편 ⑪]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갖춰야할 '경제학적 사고방식'

Posted at 2015. 9. 21. 20:53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지금까지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를 통해,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개념을 배우고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이번글에서는 지난글들을 통해 익히게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총정리 해보고자 합니다.


시리즈의 첫번째 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에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먼저 소개하긴 하였으나, 시리즈를 읽기전에 보는 것과 시리즈를 다 읽고 난 뒤 종합하는 것은 또 다를겁니다.




※ 거시경제와 가계경제는 다르다


지난글을 통해 수차레 강조했던 것은 '거시경제와 가계경제는 다르다' 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계의 모습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번 뒤, 과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을 한다. 웬만하면 빚은 지지 않도록하고 만약에 부채를 지게되더라도 빨리 갚기위해 노력한다.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가계는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을 게을리 했거나, 분수에 맞지 않게 소비를 했거나. 일을 열심히 하고 소비를 줄여서 파산위험에서 벗어나야한다." 입니다.


이를 거시경제에 대입하면 "국민 모두가 열심히 일을 해서 국가의 부를 증진시켜야한다. 재정흑자,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하다. 부채는 좋지 않은 것이니 만약에 부채를 지고 있다면 빨리 갚아야한다.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는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게으르거나 소비가 많았거나. 일을 열심히하고 소비를 줄여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야한다."가 됩니다. 


그러나 지난 여러글들을 통해 '겨시경제를 가계경제처럼 생각하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보았죠.


● 가계는 돈을 벌어야 하지만, 국가는 돈을 찍어낼 수 있다

→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 가계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돈의 축적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만약 돈의 축적으로 국가의 부를 측정한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을겁니다. 따라서 국가의 경제성장은 축적된 돈의 양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상품을 많이 생산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


● 가계의 저축은 돈을 축적하는 것이지만, 거시경제의 저축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

→ 돈이 부족하다? 한정된 자원이 부족하다!

    

: 가계는 돈을 비축하거나 불리기위해 저축을 합니다. 그러나 거시경제 저축은 가계의 저축과는 다릅니다. 만약 거시경제 저축의 목적이 돈을 비축하는 것이라면, 굳이 저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내면 그만이니깐요.


거시경제에서 저축이 가지는 의미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입니다. 만약 모든 개인이 생필품 소비를 늘린다면, 국가가 가진 노동력 · 기술력 · 천연자원 등이 생필품 생산을 위해서 주로 사용됩니다. 이는 경제성장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개인이 저축을 통해 소비를 줄인 뒤 금융시장을 통해 구매력을 이전하면 기업은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 국가가 가진 한정된 자원은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재 생산에 사용될 수 있죠.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


● 가계는 흑자를 기록하는게 중요하지만, 거시경제 흑자는 의미가 다르다

→ 경상수지 흑자와 재정흑자에 대한 잘못된 이해


: 가계는 월 수입보다 적은 지출을 하여 흑자를 기록해야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시경제에서 소비감소를 통한 흑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는데 굳이 돈을 쌓아둘 필요가 없죠. 소비를 통해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국가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다는 말은 "내가 생산한 제품을 다른 나라 사람이 더 많이 사용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생산을 했는데, 그것을 사용해서 효용을 충족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왜 나는 열심히 일을 하는가?"를 자문해야겠죠.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 · 재정흑자' 등을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 · 지출을 줄여서 돈을 아꼈다'로 바라보면 안됩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 가계는 돈이 많을수록 좋지만, 거시경제의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한다

→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가계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드라마에 재벌2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선망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거시경제의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할 뿐입니다. 중요한건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이기 때문이죠.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세상'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유는, 모두에게 소득을 나누어주는 행위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화폐단위에 0을 더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 가계는 과소비를 하면 파산위험에 처하지만, 거시경제는 소비를 적게 했기때문에 경제위기를 맞게된다 

→ 갑작스런 상환요구에 이은 디레버리징이 가져다주는 충격


: 가계는 소득에 비해 과한 지출을 하고 부채가 많으면 파산하고 맙니다. 그러나 거시경제는 반대로 소비를 적게 했기 때문에 경제위기를 맞게 됩니다. "나의 지출은 너의 소득이고, 너의 지출은 나의 소득(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이기 때문이죠. 거시경제 구성원 모두가 지출을 줄여버리면 모두의 소득과 생산이 감소합니다.


또한 거시경제 구성원들이 소비를 줄이게된 주요원인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부채감축, deleveraging) 입니다. 만약 부채크기를 계속해서 늘릴 수 있다면 소비도 증가하기 때문에 경제위기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건 '디레버리징에 따른 소비·투자 감소'이죠. 


디레버리징의 순간은 갑자기 찾아옵니다. 경제성장률 · 재정수지 · 인플레이션율 등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이 튼튼한 국가라 할지라도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발생하여 디레버리징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경제위기를 겪은 국가에게 윤리적잣대를 들이대며 훈계를 둘 수 없는 이유이죠.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 가계는 부채를 빨리 갚아야 파산위험에서 벗어나지만, 거시경제는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

→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목적은 '부채증가를 통한 소비·투자 증가'           


: 채무를 지고 있는 가계가 빚 독촉을 받고 있다면, 이를 벗어나는 방법은 빚을 빨리 갚는 것입니다. 그러나 거시경제는 또 다른 부채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경기침체가 발생한 원인이 과도한 부채가 아닌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소비·투자 감소'였기 때문이죠.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디레버리징을 하고 있는 개인을 대신하여 부채를 발생시킨 뒤 지출을 증가시키는 정책입니다.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여 모은 자금으로 지출을 늘립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증가시키면, 재정여력이 있는 또 다른 개인과 기업이 은행대출을 받아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죠.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 시장 vs 정부의 논쟁? 총공급(장기) vs 총수요(단기)의 논쟁!


초중등 교육에서는 경제학자들을 '시장주의자 vs 정부주의자'로 구분합니다. 일반 대중서적들도 경제학자들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죠. 그러나 시장주의자가 아닌 경제학자는 없습니다. 


거시 경제학자들이 논쟁하는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총공급부문을 중요시 해야하느냐,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총수요부문을 중요시 해야하느냐' 입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건 '자본재축적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저축과 투자의 장려 ·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향상 · 노동시장 고용률 증대 등등 총공급부문의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 입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를 위해 필요한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한 지출의 증가'입니다. 경기침체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채를 발생시켜 소비 · 투자를 늘리는 총수요부문의 확장이 필요합니다. 이를 '경기부양(expansionary policy)'이라고 합니다.


장기에만 집중할 경우 현재의 경기침체가 가져다주는 어려움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경제학자 John Maynard Keynes는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그렇지만 현재의 경기침체에만 집중할 경우, 장기적인 안목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통화량증가를 통한 지출증가는 단기에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할 뿐이죠.

  



※ on the other hand


누가 나에게 외팔이 경제학자 좀 소개시켜줘. 내 주변의 모든 경제학자들은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 이런데,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이렇습니다." 라는 말 밖에 안해!


Give me a one-handed economist! All my economists say, On the one hand... on the other....

- Harry S Truman


경제학은 사회과학 입니다. 수학을 많이 쓴다는 이유로 경제학이 사회과학이라는 사실을 잊는 사람들도 간혹 있긴 하지만, 경제학의 출발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을 하는 것이죠.


사회과학의 특성 중 하나는 '정답이 없다'는 겁니다. 자연과학은 실험을 통해 항상 같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으나, 사회과학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변수를 고려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학을 공부할때 지녀야할 사고방식은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 이런데,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이렇다."는 식으로 여러 변수를 고려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만을 단정적으로 말하는 외팔이 경제학자(one-handed economist)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 vs 과잉투자가 불러온 1997 외환위기


: 투자는 기계 · 공장설비 등 자본재를 축적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투자를 늘려서 자본재의 양을 증가시키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야만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죠.


그러나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가 항상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축적된 자본재의 양이 많아질수록 수확체감의 법칙(diminishing returns)이 작용하기 때문에, 일정수준을 넘는 과잉투자는 비효율을 초래할 뿐입니다. 한국이 1997 외환위기를 겪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과잉투자 입니다. 투자를 하기위해 외국에서 돈을 빌려왔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었었죠.


따라서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 '투자증가'를 정책으로 제시할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투자감소를 통한 비효율성 해소'를 정책으로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 경제성장을 위한 저축 vs 과잉저축이 불러온 2008 금융위기


: 투자와 마찬가지로 저축도 유용하게 쓰일수도 있고 문제를 일으킬수도 있습니다. 투자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저축량이 증가해야 합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많은 저축이 필요하죠. 


그러나 필요한 투자에 비해서 많은 저축을 하게된 국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lender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과잉저축은 다른나라로 흘러들어가 자산시장 거품을 초래할 수도 있죠. 2008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은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과잉저축 입니다. 


따라서 힌편으로는(on the one hand) 경제성장을 위해 저축을 장려하는 정책이 타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저축을 감소케하는 정책이 타당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 경상수지 흑자가 좋은가, 경상수지 적자가 좋은가


: 앞서 이야기 했듯이, 한 국가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다는 말은 "내가 생산한 제품을 다른 나라 사람이 더 많이 사용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생산을 했는데, 그것을 사용해서 효용을 충족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왜 나는 열심히 일을 하는가?"를 자문해야겠죠.


반대로 한 국가가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는 말은 "내가 생산한 것에 비해서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것이 지속가능하다면 정말 좋을겁니다.


그렇다면 경상수지 흑자는 나쁘고, 경상수지 적자는 좋은 것일까요? 그런 식으로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경상수지 적자는 지속불가능 합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Borrower의 역할을 하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지만, 외국에서 빌린 자금으로 소비를 늘려 효용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Net Borrower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다른 국가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계속해서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가 자신들에게서 빌린 자금으로 손쉽게 효용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어느 순간이 되면 그동안 빌려준 자금의 상환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Net Borrower의 역할을 하면서 편하게 지내던 국가가 지금껏 빌린 자금을 상환할 수 있을까요? 


순자본유입의 결과 발생하는 경상수지 적자는 일종의 '대외부채'(External Debt) 입니다. 그동안 자금을 빌려주던 국가가 상환을 요구하면 대외부채를 갚아야 하는데,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자, 단순하게 "경상수지 흑자보다는 경상수지 적자가 좋다" 혹은 "경상수지 적자보다는 경상수지 흑자가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경상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말그대로 한편으로는(on the one hnad) 경상수지 흑자가 낫지만,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경상수지 적자가 낫습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계속 부채를 증가시켜도 괜찮은가?


: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부채증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정책입니다.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이 경기침체를 유발하기 때문에, 또 다른 부채를 발생시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죠.


그렇다고해서 끝도없이 부채를 증가시켜도 괜찮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갑자기 상환요구가 들어왔을때, 많은 부채를 지고 있었다면 디레버리징 폭도 커집니다. 더 많은 부채를 감축해야 되기 때문이죠. 이 경우, 디레버리징에 따른 소비감소폭도 커집니다. 경기침체의 정도가 심해지죠.


지난글을 통해 '부채의 이점'을 강조한 이유는 부채를 나쁜 것으로 보고 잘못된 정책을 시행하지 말라는 의도이지, 무한정 부채를 늘려도 괜찮다는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on the other hand식의 사고가 필요합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이 중요한가,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를 위한 경기부양이 중요한가


: 앞서 말했듯이, 거시경제학자들은 '총공급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vs '총수요 발전을 통한 경기부양'으로 논쟁을 합니다. 어느 한쪽이 옳았다면 애초에 논쟁을 할 필요도 없었겠죠. 


거시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졌다면,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증가시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생산자들은 늘어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품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수요를 충족시킵니다. 즉,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장기적으로 생산량은 증가시키지 못한채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뿐이죠.


이런 이유로 인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잠재GDP를 증가시키는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를 말하며, 지금 현재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기부양'(expansionary policy)를 주문합니다.  


어느 한쪽이 옳다고는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경기침체 정도가 심하다면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하고, 경기침체에서 어느정도 벗어났다 싶으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구조개혁 정책'을 지지하는 on the other hand식의 사고가 필요합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

Posted at 2015. 9. 21. 17:21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 경제학 공부하기


'경제활동'은 인간의 활동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을 하고 급여를 받습니다. 기존 시장에 없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의 효용을 증대시켜주는 사람들도 있죠. 새로운 상품을 직접 개발하고 싶으나 자금이 부족한 사업가에게 돈을 빌려주어서 사업기회를 제공해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경제활동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회전체 효용을 증가시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인간이 경제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때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사회전체 효용도 감소합니다. 경기침체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내놓는 사업가가 없다면 소비자들의 효용은 제자리에 머무르게 될테죠. 금융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사업구상은 있으나 자금이 없는 사람은 시장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발생한 '경제성장'은 활발한 경제홛동이 인류에게 크나큰 혜택을 안겨주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계의 도입 이후 생산성이 증가하자 사람들은 많은 상품을 이용하면서 효용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생산성 증가는 사람들이 다른 활동에도 여력을 쓸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전 시대에는 하루종일 농사에만 매달려야 했다면, 생산성 증가는 상업 · 의료 · 과학 등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었죠. 그 결과,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이 달성된 후 인류의 삶의 수준은 획기적으로 높아졌습니다.   


경제성장과는 반대되지만,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08 금융위기 '경기침체'(Recession) 또한 경제활동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활동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경기침체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이 증가하자 많은 사람들의 삶의 수준이 하락했습니다. 1997 외환위기로 인해 한국의 실업률은 2.0%에서 7.0%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4.6%에서 10.0%로 올라갔죠.    


끔찍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사람들은 '거시경제'(Macro Economy)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하면 경제가 성장하여 나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을지 혹은 나와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경제적 사건들이 나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죠. 


세계경제와 한국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지식'과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지식이 없다면 거시경제를 한눈에 이해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경제학 비전공자의 직관적 사고와 경제학자들의 사고방식은 다르기 때문에,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추기 위한 훈련을 계속해서 해야합니다.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지식을 쌓고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기르기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제 블로그를 구독 『맨큐의 경제학』 · 『버냉키·프랭크 경제학 등 대학교 경제학원론 수업에 쓰이는 교과서를 읽는 것입니다(두 책 다 서강대학교 교수님들께서 번역을..). 보통 대학교에서는 <경제학원론2>라는 강의명으로 거시경제학의 기본원리를 가르치고, 『맨큐의 경제학』 · 『버냉키·프랭크 경제학』의 중간 뒷부분이 거시경제 파트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경제학을 공부하려는 분들에게 이 교과서들은 조금 난해할 수도 있습니다. 개념설명은 아주 친절히 잘 되어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지식을 쌓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추기 위한 훈련을 하기에는 다소 힘들기 때문입니다. 


가령, 경제학원론 교과서들은 GDP의 개념과 정의 그리고 측정방법에 대해 아주 친절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왜 경제학자들이 GDP를 사용하는지 혹은 GDP의 개념이 거시경제학에서 가지는 함의가 무엇인지는 명시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GDP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상수지 개념과 계산방식은 설명이 잘 되어있으나,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가 거시경제학에서 가지는 함의가 무엇인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이로인하여 경제학과 신입생이나 경제학을 공부하려는 분들이 경제원론 교과서로 공부를 하고 연습문제를 풀더라도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추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현재 경제학 블로그를 운영하는 저도 1학년 재학 당시에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익히지 못했었습니다(지금도 완전히 익힌건 아니지만..). 


제가 1학년일때 느꼈던 어려움과 답답함을 다른 분들은 느끼지 않기 위하여,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를 통해 '거시경제학 기본개'념과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조금이나마 설명하고자 합니다. 블로그에 개제될 시리즈 글들은 『맨큐의 경제학』 · 『버냉키·프랭크 경제학』 교과서와 같이 읽어나가면 좋을 거 같습니다.



    

※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


<경제학원론2>는 ‘거시경제학의 기본’을 배우는 과목입니다. 그렇다면 거시경제학은 무엇일까요? 


『맨큐의 경제학』 7판 570쪽 날개를 살펴보면 ‘거시경제학 : 인플레이션, 실업, 경제성장 등 경제 전반에 관한 현상을 연구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라고 나옵니다. 


이 문장을 처음 읽은 다수는 이러한 설명이 별로 와닿지 않을 겁니다. “인플레이션? 실업? 경제성장? 경제전반에 관한 현상? 거시경제학이니 무언가 큰 것을 연구하는 것 같은데 인플레이션, 실업, 경제성장 등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라는 의구심만 들죠. 우리는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보다 더 쉬운 설명이 필요합니다.


거시경제학은 ‘장기적인 경제성장’(long-run economic growth)과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지금까지 출판된 모든 경제원론 교과서의 거시파트와 거시경제학 교과서는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단기적인 경기변동의 원리’를 배우게끔 구성되어 있습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 (Long-Run Economic Growth)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국민계정(2010년 기준) - 주요지표 - 연간지표 - 경제규모 및 국민소득(명목) - 국내총생산(명목, 원화표시) >


1945년 해방 당시 세계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2015년 현재 풍요로운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달성한 것이죠. 그런데 한국의 경제성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한국의 1인당 GDP는 약 66달러에 불과했습니다. 1977년이 되어서야 1인당 GDP가 겨우 1,000달러를 넘어섰고, 1994년에 드디어 1인당 GDP가 10,000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2014년 1인당 GDP는 약 28,000 달러로 휴전 당시와 비교하면 424배 성장했죠.         


즉, 한국은 해방 이후 70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경제성장’(economic growth)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long-run)동안 발생하는 사건입니다. 거시경제학은 ‘한 국가가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합니다.   


(주 :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설명입니다. 경제학에서 '단기, 장기'란 시간을 의미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가격이 신축적으로 변동될 때를 장기, 가격이 경직적일 때를 단기라 부릅니다. 하지만 경제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단순한 시간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단기적인 경기변동 (Short-Run Business Cycle)



한국은 70년을 거쳐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성공하였으나 그 사이에 굴곡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95년 한국은 9.6%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1997년 외환위기 발생의 여파로 1998년 경제성장률은 –5.5%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또한 2007년 당시 경제성장률은 5.5%였으나 2008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9년 경제성장률은 0.7%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해나가는 와중에 짧은 기간 동안 경기호황(boom)과 경기침체(recession)가 번갈아가면서 발생합니다. 이를 ‘단기적인 경기변동’(short-run business cycle)이라 부릅니다. 70년 동안 한국의 1인당 GDP가 424배 성장한 것은 장기적인 경제성장이고, 1995년-1998년 그리고 2007년-2009년 사이 호황과 침체가 발생한 것은 단기적인 경기변동이죠.   


장기적인 경제성장의 trend를 벗어난 단기 경기변동은 문제를 초래합니다. 경기침체는 실업문제를 일으킵니다. 1996년 2.0%였던 한국의 실업률은 1997 외환위기 충격으로 인해 1998년 7.0%까지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조절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거시경제학은 ‘이러한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지’를 연구합니다. 과도한 호황과 침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정상수준으로 돌려놓는 방법을 고민하죠. 『맨큐의 경제학』  <제12부 단기 경기변동>이 이를 다룹니다.




아래 파트는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를 모두 이해한 뒤에 다시 읽어보면 더 좋습니다.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을 먼저 읽는 것을 권합니다.




※ 거시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익히게 될 경제학적 사고방식 ①

- 각 부분별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를 통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와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배워나가면서 익히게될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있습니다.  


● 장기적인 경제성장 (Long-Run Economic Growth) 파트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


: 한 국가의 경제력을 평가할때 GDP를 많이 이용합니다. 2015년 한국의 GDP는 1,500조원(1조 달러)이고 미국의 GDP는 한국의 15배 입니다. 이때 '2015년 한국의 GDP가 1,500조원이다'라는 문장이 무슨 말일까요? 일부 사람들은 "2015년 한국이 가지고 있는 돈이 1,500조원 이라는 말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가계는 돈이 많을수록 부유하니 국가 또한 마찬가지로 말이죠.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언가 이상합니다. 가계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지만,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만약 GDP가 축적해놓은 돈의 양을 측정하는 지표이고 GDP가 높은 국가가 경제력이 강한국가라고 한다면, 이 세상에 경제력이 약한 국가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전세계 모든 국가가 돈을 찍어내서 GDP를 불릴 수 있을텐데 말이죠.     


축적해놓은 돈의 양으로 국가의 경제력을 평가하는 것을 중상주의(mercantilism)라고 합니다. 과거 중상주의 시대에는 금 · 쌀 등을 많이 축적해놓은 국가가 부유한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서 '돈의 축적'(accumulation)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많은 돈이 필요하면 중앙은행이 찍어내면 그만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재화의 생산'(product)입니다. 여러 상품을 얼마나 많이 · 얼마나 좋은 품질로 생산하고 이를 사용하면서 효용을 누리는가가 중요합니다. GDP는 한 국가내에서 1년동안 생산되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측정합니다. 즉, 국가의 생산력을 측정하는 지표이죠. GDP가 커진다 혹은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은 '많은 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량이 많아진다'를 뜻합니다. 


거시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돈의 축적'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를 벗어나지 못하면 '경상수지 흑자와 적자', '재정흑자와 적자'가 품고있는 의미를 잘못 파악하게 되고, 거시경제 작동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게 됩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중요한 것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재화의 생산'이라는 사실을 여러 사례를 통해 머리에 각인할 수 있을 겁니다.  


● 단기적인 경기변동 (Short-Run Business Cycle) 퍄트

무능한 국가만 경제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에 맞서는 도구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를 벗어날 수 있다 


: 세계경제는 언제나 경제위기와 함께 했습니다. 1970년대 오일쇼크 · 1980년대 중남미 경제위기 · 1990년대 초반 유럽 경제위기 ·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08년 미국 금융위기 ·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 등등 굵직한 경제위기가 세계 각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큰 경제위기 이외에도 모든 국가들은 소소한 경기변동을 경험합니다. 어떤 해에는 경제성장률이 높고, 또 다른 해에는 경제성장률이 낮죠.


이러한 경제위기와 경기변동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일부 사람들은 "근검절약 하지 않고 돈을 펑펑 쓰는 사람은 많은 빚으로 인해 결국 파산하지 않느냐. 국가도 이와 마찬가지다. 과소비 · 과도한 정부부채 등 국가운영에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경제위기를 겪은 것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한국이 1997년에 외환위기를 겪은 원인은 국민들의 과소비 때문이다." 라고 말할 것이고, "2015년 오늘날 그리스가 경제위기를 겪는 것은 방탕한 국가운영 때문이다."라고 생각할 겁니다.


과소비 · 과도한 정부부채 등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에 문제가 있는 국가가 경제위기를 겪는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제의 기초여건에 문제가 없는 국가라도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오히려 비와 부채 규모가 줄어들어서(deleveraging)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고, 단순한 유동성문제(illiquidity)로 인해 금융시장이 붕괴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부채'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거시경제에서 발생한 경기침체를 '잘못에 대한 대가'로 바라봐서는 안됩니다. 거시경제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침체에 관한 올바르지 않은 관점은 잘못된 정책을 초래하여 많은 사람들의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왜 경기침체가 발생하는지'와 '어떻게하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알아볼 것입니다.    


● 실업과 인플레이션 파트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거시경제는 사람들의 삶과 연관성이 큽니다. 경제가 성장하면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나빠집니다. 특히나 '실업'과 '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생계가 곤란해지고 자존감마저 상실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생활비를 상승시켜 후생을 떨어뜨리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각 국의 국민들은 실업문제와 물가상승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정부에 요구합니다. 정치인은 일자리 창출과 물가억제 공약을 내세워 인기를 얻으려 하죠. 그렇지만 과연 정부가 실업과 인플레이션 문제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실업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업과 인플레이션은 상충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에, 실업률이 낮아지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면 실업률이 높아집니다.  


더군다나 실업과 인플레이션 문제에 정부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입니다. 거시경제에는 자연실업률 개념이 존재합니다. 자연실업률이란 거시경제내 생산요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때 달성가능한 실업률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밑으로 인위적으로 낮추는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통화량에 의해 결정되는데, 통화량을 좌우하는건 중앙은행이지 정부가 아닙니다. 게다가 정부가 기업에 압력을 넣어서 개별상품 가격 상승을 막는 것은 물가상승을 방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가(price level)는 상품가격의 총합(aggregate) 개념이지 개별 상품가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거시경제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받아들여야만 "거시경제는 누군가가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거시경제 내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다."라는 사고를 갖출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익히게 될 경제학적 사고방식 ②

- 거시경제학을 관통하는 사고방식


'장기적인 경제성장 (Long-Run Economic Growth) 파트' · '단기적인 경기변동 (Short-Run Business Cycle) 퍄트' · '실업과 인플레이션 파트', 3가지 파트를 통해서 각 파트에 맞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기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3가지 파트를 관통하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무엇일까요?


거시경제와 가계경제는 다르다

→ 돈의 축적 · 적자 · 부채


: 거시경제학을 공부하고 난 뒤 갖추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사고방식 입니다. 가계경제를 생각하는 관점에서 거시경제를 바라보면 안됩니다. 


가계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 가계와 기업은 항상 재무상태를 건전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가계는 소득을 넘는 지출을 하지 말아야하고, 기업은 흑자를 기록해야 합니다. 그러나 거시경제에서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흑자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쌓아둘 필요가 없는 돈을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죠. / 빚을 많이지고 있는 가계는 지출을 줄여서 하루빨리 빚을 갚아야 합니다. 그러나 거시경제에서 나의 부채는 다른 사람의 자산이기 때문에, 부채가 꼭 나쁜 것이 아닙니다.  


아직은 거시경제와 가계경제가 무엇이 다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 시리즈를 읽어나가면 거시경제를 바라볼 때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총공급 개선이냐,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를 위한 총수요 개선이냐


: 많은 사람들은 거시경제학 논쟁을 '시장 대 정부의 싸움'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시장주의자인 경제학자와 反시장주의자인 경제학자들간의 논쟁이 펼쳐진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거시경제학 논쟁의 대부분은 '시장 대 정부'가 아니라 '총공급 대 총수요' 입니다.


총공급(aggregate supply)이란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결정짓는 생산부문을 뜻합니다. 경제성장은 생산력의 증가이고 돈의 축적은 의미가 없습니다. 많은 화폐와 지출증가가 아니라 생산증가만이 경제성장을 가져다주죠. 


따라서 총공급을 우선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생산량 증가를 위해서는 기업의 자본재 투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합니다.


총수요(aggregate demand)는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관리하게 해주는 지출부문을 뜻합니다. 앞서 말한것처럼 경제성장은 생산력의 증가이기 때문에 돈의 축적과 화폐는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돈과 화폐는 경기침체를 벗어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단지 화폐유통량이 많아졌을 뿐인데, 경제주체의 소비가 증가하여 경제상태가 회복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총수요를 우선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지금 당장의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서 경제주체의 소비증진 정책이 필요하다." 라고 말합니다.


총공급 대 총수요 논쟁은 '장기를 우선시하느냐, 단기를 우선시하느냐'의 관점 차이이고, '생산의 증가와 돈의 축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입니다. 본 시리즈를 통해, 경제학자들이 왜 상반된 주장을 하는지와 총공급 · 총수요가 정확히 어떠한 의미인지를 알아볼 겁니다.   




※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GDP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제 다음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을 통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할 'GDP의 개념과 의미'를 살펴봅시다.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

Posted at 2015. 1. 26. 10:29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제학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 일부 사람들은 (주류)경제학을 "돈만 우선시하는 꼴보수 학문" 이라고 여긴다. 분배보다 성장만을 우선시하고, 평등보다 효율성만을 앞세우고, 협력보다 경쟁만을 강조하고, 시장기능의 원활한 작동만을 맹신하는 학문이라는 편견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사람들은 '경제학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말을 '사회적강자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오해와는 달리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체계적이고 타당한 논리적근거에 기반을 두고있다. (주류)경제학은 분배보다 성장만을 우선시하지 않고, 평등보다 효율성만을 앞세우지 않고, 협력보다 경쟁만을 강조하지 않고, 시장기능을 맹신하지 않는다. 게다가 애시당초 성장 · 효율성 · 경쟁 · 시장 등의 개념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성장 · 효율성 · 경쟁 · 시장은 오히려 사회적강자의 힘을 제약할 수 있고, 사회구성원 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앞으로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시리즈를 통해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를 통해,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논리적체계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성장 · 효율성 · 경쟁 · 시장이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할 것이다.    


이번글에서는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혹은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 개념을 이해하면서, ①단기와 장기의 구분기대(expectation)의 변화총공급과 총수요의 구분 등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알아볼 것이다.




※ 단기 · 장기 필립스곡선 - 기대(expectation)의 중요성


  • 출처 : 조장옥 『거시경제학』 1판.
  •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 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필립스곡선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며, 위에 첨부한 그림과 같이 우하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은 음(-)의 관계를 띄며, 실업률이 증가할수록 인플레이션율이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율이 증가할수록 실업률이 감소한다. 


그렇다면 한 국가의 지도자는 정치적승리를 위해 경제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현재 높은 실업이 문제라고 하자. 지도자는 인플레이션율을 조금 높이는 정책을 통해 실업을 해소할 수 있다. 이제 그 지도자는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적인기를 누릴 것이다. 반대로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문제라면 실업률을 조금 증가시킴으로써 인플레이션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필립스곡선에 따라 정책을 수행하면 경제는 원활히 잘 돌아갈 것이고, 한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추앙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높은 실업률은 어느 국가에서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으며, 경제상황을 잘 조정한다는 이유로 국민들에게 추앙받는 정치지도자는 없다. 왜일까?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필립스곡선은 '단기'(short-term)에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 출처 : 조장옥 『거시경제학』 1판.
  • X축 u는 '실업률', Y축 π는 '인플레이션율'을 나타낸다.
  •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 변함에 따라 필립스곡선(PC)이 이동한다.
  • 그 결과, 장기 필립스곡선은 '수직'이 된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허용하면서 낮은 실업을 달성하려는 정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정부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통해 실업을 해결하려고 하니, 다음기(next-period)에도 인플레이션율이 높겠구나." 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즉,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 증가'하였다. 그 결과, 필립스곡선 자체가 상향이동 한다. 


위에 첨부한 그림은 '필립스곡선 자체의 이동'을 보여준다.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 변화'에 따라, 처음의 필립스곡선(PC1)은 상향이동하여 PC2, PC3가 된다. 따라서, 초기 A점 상황에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허용(B점)'하였으나, 결국 '인플레이션율만 증가한채로 실업률은 초기 상태(C점)'로 돌아가게 된다. (A → B → C)  


아무리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계속 발생시키더라도 필립스곡선 자체가 상향이동하여 (A → B → C │ C  D → E → ...) 경로가 나타난다. 다시말해,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 변화로 인해 실업률은 계속해서 초기 상태를 유지(A → C → E)'하게되고, 장기적으로 필립스곡선은 수직 모양을 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필립스곡선과는 달리, '장기 필립스곡선(long-term Phillips Curve)은 수직'이다.


쉽게 생각하자.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주 : 오쿤의 법칙에 의해,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은 음(-)의 관계에 있다. 경제성장률이 증가할수록 실업률은 감소한다.) 그러나 이는 단기에만 달성가능하다.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을 것이다. 각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증가시키기만 하면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단기'적인 경제성장률 증가와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다르기 때문에, 북한 중앙은행이 화폐 1,000조원 가량을 찍어낸다 하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가난할 것이다. 남는건 높은 인플레이션율 뿐이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① - 단기와 장기의 구분 : 경제현상을 동태적으로 인식하라


이와 같이 대부분의 경제현상은 '단기'와 '장기'에서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다. 필립스곡선은 단기적으로는 우하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직이다.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만들지는 못한다. 즉, 어떠한 외생적 힘을 가해서 단기균형을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변화된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단기'(short-term)와 '장기'(long-term)를 구분하여 사고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관련글 : 가령,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④]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 - Fed & Krugman vs BIS & Rajan' 에서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현재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기적인 정책의 중요성'을 주장하는데 반해, BIS 소속 신현송과 Claudio Borio는 '단기적인 정책이 장기적으로 초래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단기'와 '장기' 중 어느 것에 큰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게 된다.)


이는 '동태적인 변화'(dynamic)를 염두에둬야 할 필요성도 가져다준다. 경제현상은 '정태적'(static)이지 않고 '동태적'(dynamic)이다. 한 기(one-period)내에 일어났던 현상은 다음기(two-period)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관련글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 이 글에서 본인은 "기업의 의사결정 행위를 동태적으로 파악" 해야할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② - 기대(expectation)의 중요성


한 기(one-period)와 다음기(two-period)에서 경제현상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경제주체의 '기대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을 본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변한 결과, 통화정책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 정부지출 증가를 본 경제주체들은 다음기의 세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미래의 세금납부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 정부지출 증가를 통해 총수요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은 달성불가능 하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의 '기대'(expectation)가 '다음기'(two-period)에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 : 1980년대 경제학자 Robert Lucas 등이 주도한 '합리적기대 혁명'(Rational Expectations Revolution) 이래로 현대거시경제학의 핵심은 '경제주체들의 기대가 다음기에 어떻게 변하느냐' 였다.)   

 



※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되는 자연실업률


다시 필립스곡선 이야기로 돌아오자. '장기 필립스곡선은 수직'이라는 사실이 알려주는 건 무엇일까?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단기)필립스곡선에서는 인플레이션율을 조정하여서 실업률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장기 필립스곡선에서 그것이 불가능 하다면, 실업률은 어떻게 결정된다는 것일까. 다시 말해, '초기 A점에서의 실업률이 어떤 값을 가지는지를 어떻게 결정하냐'는 것이다.


초기 A점상의 실업률은 경제의 '총공급부문'(Aggregate Supply), 즉 노동시장에서 결정된다. 이때 노동시장에서 결정된 실업률을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혹은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이라 부른다. 


이전글 '고용보조지표 - 한국 고용시장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다'에서 자연실업률 개념을 설명한 바 있다. 이를 다시 가져와보자.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실업률 3%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이상하게 느껴진다. 왜일까? 보통 '실업률 3%'는 완전고용 수준에서 달성가능한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완전고용'(full employment) 상황인데 실업이 존재하는 게 말이 되는가? '자연실업률'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완전고용'의 정의와 '잠재성장률'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한다. 


국가경제의 총생산량은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과 생산성이 결합되어 결정된다. 생산요소를 많이 투입할수록 그리고 생산성이 높을수록 총생산량이 증가하는 원리이다. 그렇다면 생산요소 투입을 무한대 늘려서 총생산량을 증가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않다. 노동 등 생산요소를 투입하기 위해서는 임금 등의 유인(incentive)을 제공하여야 한다. 이러한 유인을 무한대로 제공하는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균형 노동투입량은 '노동공급자(근로자)와 노동수요자(사용자)의 이해가 일치하는 시장임금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때 거시경제 내에 '정해진 시장임금 수준에서 고용되기를 희망하는 고용량이 모두 고용된 상태'를 '완전고용'(full employment)라 한다. 다시 말해, '완전고용'은 100% 고용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 시장임금에서 노동공급과 노동수요가 일치하는 균형 노동량'을 뜻한다.      


이렇게 거시경제의 '완전고용량'이 결정되고 나면 거시경제의 균형 총생산량 또한 결정된다. 이때의 총생산량을 '완전고용 산출량'이라 부르고, '잠재성장'(potential growth)을 달성했다 라고 말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완전고용 산출량과 잠재성장은 '한 경제가 주어진 자원을 균형수준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때의 산출량과 경제성장'이다.

     

바로 앞서 이야기 했듯이, 완전고용이란 '정해진 시장임금 수준에서 고용되기를 희망하는 고용량이 모두 고용된 상태'이다. 따라서, 거시경제가 완전고용 산출량을 달성하더라도 실업은 존재하게 된다. 정해진 시장임금 수준보다 더 높은 시장임금을 원하는 사람들이 고용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업을 '자발적 실업'(voluntary unemployment) 이라 부르고, 이때의 실업률을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라 부른다. 



(사족) 자연실업률을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로 표현하면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이해하면 쉽다. 장기 필립스곡선 모양을 다시 가져와보자.


    

  • 출처 : 조장옥 『거시경제학』 1판.
  • X축 u는 '실업률', Y축 π는 '인플레이션율'을 나타낸다.
  •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 변함에 따라 필립스곡선(PC)이 이동한다.
  • 그 결과, 장기 필립스곡선은 '수직'이 된다.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이라는 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반댓말인' 인플레이션이 가속적'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는 말그대로 인플레이션율이 계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를 뜻한다. 초기 균형점이 A일때 인플레이션율이 증가한다면, 균형점은 필립스곡선을 따라 B점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증가하여 필립스곡선 자체가 위로 이동하게 되고, 균형점은 C점이 된다. 이때, 또다시 인플레이션율이 증가한다면 균형점은 D점으로 이동한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을 계속해서 발생시킨다면 자연실업률 이하의 실업률을 달성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해, 자연실업률 이하의 실업률은 인플레이션을 가속적(accelerating)으로 일으켜야만 달성가능하다. 따라서, 자연실업률이란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발생하지 않을때(즉,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 달성가능한 실업률(NAIRU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 이다. (사족 끝)



중요한건, 자연실업률은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된다는 것과 '총공급부문인 노동시장이 균형상태에 있어 완전고용에 이르렀을때'에 달성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나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총수요를 증가시키더라도,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되는 자연실업률은 변하지 않는다. 즉, 총수요 변화는 총공급부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총수요는 단기적인 경제정책에 좌우되고 총공급은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연결되기 때문에, 총수요가 총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앞서 언급한) 변화된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과 연결된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③ - 총공급과 총수요의 구분 


이처럼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되는 것과 총수요부문에서 결정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총공급과 총수요를 구분해서 사고해야한다.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자연실업률은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된다. 공급은 '생산'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현대자본주의에서 경제성장이란 '가치가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얼마만큼 많이 생산하느냐'를 의미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경제성장이 총공급부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반면 인플레이션율은 총수요에 의해서 나타난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통화정책 · 재정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증가시켜 싱럽률을 낮추더라도 결국에는 자연실업률로 복귀한다. 남는 것은 높아진 인플레이션율 뿐이다. (A점에 비해 E점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다.) 경제학자 Milton Friedman이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 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족) 총공급-총수요를 통해 거시경제를 분석하는 것과는 달리, 경제주체 개인(representative)의 선택에서 출발해 거시경제를 분석하는 모델도 있다. 이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사족 끝)

 



※ 자연실업률 개념의 응용


이번글을 통해 이야기한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혹은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에 대해서는 2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①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노력을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실업률 수준은 자연실업률로 복귀한다.

단기균형은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자연실업률은 총공급부문(노동시장)에 의해 결정된다.



'자연실업률' 개념을 이용하여 지식을 확장해 나갈 수는 없을까? 


다음글에서는 '무역개방이 자연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살펴볼 계획이다. "무역개방은 경쟁압력을 증대시켜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라는 통념이 널리 알려져있다. WTO · FTA 등등 무역개방정책을 실시할 때마다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발생하는데, 과연 정말로 무역개방이 일자리를 감소시키는지를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글에서는 '경제위기로 인한 단기적인 실업률 증가가 자연실업률을 영구히 변화시킨 경우'인 '이력현상'(hysteresis)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이력현상 관련글

[이력현상 ①-1]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1980년대 유럽, 실업률이 영구히 높아지다


이번글에서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라고 말을 했지만, 1980년대 유럽에서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이력현상 ①-1]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1980년대 유럽, 실업률이 영구히 높아지다'에서 소개할 계획이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의 응용 

①단기와 장기의 구분 ②기대(expectation)의 변화 ③총공급과 총수요의 구분   


이번글을 통해 알게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이용하여 경제현상을 바라본다면, 특정 사안을 두고 경제학자들이 왜 저런 주장을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저 경제학자는 전혀 경제학적이지 않은 주장을 하네" 라고 판단하는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음글에서는 "형집행중인 대기업총수를 석방하면 정말로 경제가 살아나는지"를 살펴보고, '경제살리기를 위한 대기업총수 가석방'이라는 주장이 경제학적 사고에 기반한 것인지를 알아볼 것이다.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

Posted at 2014. 8. 11. 18:59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2014년 7월 30일에 개봉한 영화 <명량>은 12일만에 1,000만 관객수를 기록하며 흥행돌풍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대상은 관심 못지 않게 비판도 있기 마련. 영화 <명량>에 대한 비판은 주로 '스크린 독점'에 맞춰져있다. "<명량>의 배급사인 CJ가 흥행을 위하여 자사극장 CJ CGV 스크린을 독점했다" 라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고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명량>을 봐야하는 상황이다. 대기업은 영화산업내 문화다양성을 해치고 있다." 라는 식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에 대한 이와 같은 지적은 타당한 것일까? 이번글에서는 이와 같은 비판이 지닌 문제점과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를 경제학적 시각을 이용하여 살펴볼 것이다. 



     

그런데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합의사항이 필요하다. 과연 대기업의 영화산업투자가 영화시장을 교란시켰을까?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때마다 "대기업으로 인해 문화다양성이 훼손됐다" 라는 손쉬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명량>의 경우에도 "제작-배급-상영을 담당하는 CJ로 인해 다른 영화들이 설 자리가 없다." 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애시당초 대기업이 영화산업에 투자하기 이전, 그리고 멀티플렉스가 생기기 이전에 문화다양성 이란건 존재하지 않았다. 한 극장에서 하나의 영화만 상영하던 시절, 게다가 극장 자체도 적었던 시절에 문화다양성 이란 게 있었을까? 아예 영화산업 · 영화시장 이란게 존재하지 않았다. 우선 이러한 점을 인지해야 뒤이은 논의를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시장 · 산업의 형성]     

자 이제, '하나의 영화가 멀티플렉스 내 스크린을 독점하는 행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살펴자.



※ 이윤추구행위를 하는 기업의 동태적 의사결정


Q : 상영관을 <명량>이 독점하면서 억지로 <명량>을 봐야한다. <명량>의 1,000만 관객수 돌파는 스크린 독점 때문이다.


- 보기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다. 간단하면서도 핵심적인 원리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현재 <명량>의 좌석점유율은 60%~80%를 기록중이다. 이러한 수치는 평소에 영화관에 자주 오지 않던 사람들까지 영화관에 불러모을때 달성가능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명량>의 흥행을 스크린 독점으로 인해 관객의 선택권이 제약된 상황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물론, 작품성 떨어지는 영화가 순전히 스크린을 독점하는 배급사의 힘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관객수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명량>의 관객수를 단순히 스크린 독점 덕분이라고만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소비자가 선택한 것] 



Q : 보기 싫으면 안보면 그만이라니, 이런 무책임한 발언이 어디있나


이 말이 함축하는 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상품은 시장에서 퇴출된다' 라는 것이다. 자유로운 경쟁시장 안에서 기업은 이윤획득을 위하여 소비자에게 팔릴만한 상품을 내놓는 노력을 한다. 만일 소비자가 그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알아서 그 상품을 퇴출시킨다.


마찬가지로 많은 관객이 <명량> 관람을 선택하니까 영화관에서 스크린수를 늘리는 것이다. 관객에게 선택받지 못한 영화는 자동적으로 스크린수가 줄어들게 되어 있다가령, 영화 <군도>의 경우 관객이 늘지 않자 개봉 일주일만에 스크린수가 급속히 축소되었다. [기업의 이윤추구와 시장퇴출] 



Q : '소비자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영화는 자동적으로 상영관수가 줄어든다' 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가?

- 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품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일까? 로운 경쟁시장에서 기은 '이윤획득'을 위해 '장기적'이고 '동태적(dynamic)'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아주 중요한 원리이기 때문에 기업행위를 고려할때 이것을 간과하면 안된다. 

아무리 배급사에서 영화를 밀어준다 하더라도, 많은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을 것 같고 돈을 벌지 못할 것 같으면 극장은 영화를 걸지 않을 것이다반대로 말하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의 영화-가령 <26년>, <변호인>-라 하더라도, 많은 관객이 찾아오고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으면 극장측은 스크린을 확대해서 개봉한다. [자유로운 경쟁시장에서의 차별철폐] [기업의 이윤추구와 동태적 의사결정]


Q : '제작-배급-상영'의 독점체계가 강화된다면 소비자들은 그저그런 영화만 보게 되지 않을까?

-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아무리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상품만 시장에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약되어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유로운 경쟁시장에서 기업은 '장기적'이고 '동태적(dynamic)'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계속해서 그저그런 영화만 상영된다면 영화산업 관객수는 줄어들 것이고, 그렇다면 CJ 등의 영화산업 내 기업들은 좋은 영화를 만드는 쪽으로 행위를 바꿔나갈 것이 분명하다. 또는 좋은 영화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고 인지한 신생 투자자와 감독이 영화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고? 돈을 벌어야 하니깐. [기업의 이윤추구와 동태적 의사결정 그리고 시장진입]


Q : '제작-배급-상영'의 독점체계에서 기업의 동태적인 행위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떡하냐?

-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독점체계에 안주해서 계속해서 그저그런 영화만 내놓는다면? 그리고 소비자들은 그저그런 영화가 가장 좋은 것인줄 알고, 수준낮은 영화를 계속해서 받아들인다면? 그 결과, 기업의 동태적 의사결정이 발생하지 않게 되어 산업 전체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언론산업이다. 한국 언론사의 홈페이지는 클릭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게다가 지금이 2014년임에도 불구하고 하이퍼링크 기능을 통한 관련기사 링크 대신 '~~면 참조' 라는 종이신문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언론산업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외부의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WSJ> <The Economist> 같은 수준높은 외국언론사들은 한국시장에 맞추어 수많은 기사를 재빨리 번역해서 내놓기 힘들다. (물론, <WSJ> 한국어판이 있긴 하지만 기사의 수 자체가 적다.) 따라서 한국 내 소비자들은 한국언론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외부와의 경쟁에서 보호받고 있는 한국언론사들은 발전을 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산업은 이와는 다르다. 언론사 기사는 하루에도 수백개씩 쏟아지고, 시간에 맞추어 재빨리 번역해서 내놓아야 하지만, 영화산업은 이와는 달리 시간을 두고 자막을 붙여 상영할 수 있다. 다시말해, '외부의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다. 따라서 미국 영화산업에서 좋은영화가 계속해서 수입해 들어오는한, 한국 영화기업들은 관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동태적으로 행동할 수 밖에 없다. [외부 진입장벽과 시장경쟁]


Q : 넷플릭스 등의 온라인 스트리밍 산업의 영향은?

- 게다가 한국에 위치한 소비자는 세계각국에서 제작된 퀄리티 높은 영상 콘텐츠를 온라인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다(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서비스 하지 않지만) 대다수 한국 소비자들은 합법적인 혹은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미국영화, 미국드라마, 다른 외국드라마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그런 영화만 한국 극장에서 상영된다? 그럼 소비자들은 그냥 집에서 퀄리티 높은 영상콘텐츠를 관람하는 방향을 선택할 것이다. 이처럼 영상 콘텐츠에 대한 '외부의 진입장벽'이 낮은 상황에서 한국 영화산업 기업들이 독점에 안주하는 행위를 보일까? [대체재 존재와 시장경쟁]


Q : 헐리우드 영화, 미국 드라마가 퀄리티 높은 영상 콘텐츠냐! 독립영화는? 대작영화의 상영관 독점으로 인해 독립영화는 멀티플렉스에 걸리지도 못한다!

- 대기업의 영화산업 투자와 멀티플렉스가 생기기 이전에도 독립영화는 대중극장에 많이 걸리지 않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독립/예술 영화를 많이 찾지를 않는다.

대중상업영화랑 독립/예술영화는 목표로 하는 시장 자체가 다르다CJ CGV, 롯데시네마 등이 대중상업영화 시장을 담당한다면 KT&G 상상마당, 이대 아트하우스모모, 씨네코드 선재 등이 독립/예술영화를 담당한다. 

그리고 독립/예술영화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지역적으로 소규모로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지역에 위치한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상영하더라도 이윤을 거두지 못한다. 따라서, 홍대, 이대, 광화문 등에 위치한 몇몇 극장에서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소비자가 이들 지역에 모이는 것이 집적의 이익이다. [분리된 시장] [집적의 이익]



※ 규모의 경제와 시장크기 그리고 상품다양성

위의 논의에서 살펴봤다시피, 영화 <명량>의 스크린수는 소비자선택의 결과이다. 그런데 영화 <명량> 스크린 수를 비판하는 사람은 대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상영관 축소와 비교를 한다. "개봉 9일 밖에 안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상영시간이 조조 아니면 심야 뿐이다! 이게 말이 되느냐!"

<명량>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같은 날 개봉을 하였는데, 일단 개봉 당시 스크린 수부터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명량>이 인기가 없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흥행하였더라면, 이윤을 추구하는 극장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크린 수를 늘리는 동태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았을까?

영화진흥위원회 좌석점유율 추이를 살펴보면, 영화 <명량>의 좌석점유율은 60% 이상을 줄곧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좌석점유율은 대개 40% 수준이다기본적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흥행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개봉 당시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상영관 수가 너무나도 적었다는 점과 (<명량>에 비해 낮다고 하더라도) 40% 라는 좌석점유율을 기록중이었는데 현재 상영관수가 너무나도 줄었다는 점을 비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명량>의 스크린 독점 현상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위에서 논의했다시피 이것을 단순히 "배급-상영 독점체계를 가진 CJ가 문제다. 영화 <명량> 배급을 담당한 CJ가 이익을 위하여 자사가 가지고 있는 CJ CGV의 스크린을 독점했다." 라고 비판하는건 몇가지 허점이 있다.

  1. <명량>의 좌석점유율이 높다. 즉, 소비자들이 <명량>을 선택했다.
  2. <명량>이 흥행하지 않았더라면, CJ는 당연히 <명량>의 스크린 수를 축소하고 다른 영화의 스크린 수를 늘렸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흥행하는 모든 영화가 상영관을 독점하지는 않는다. 영화 <변호인> 흥행 당시, 비록 상영관수가 많기는 하였지만 <명량>만큼 많은건 아니었다. "영화가 흥행한다 → 이윤추구를 위해 극장이 상영관수를 대폭 늘린다 → 상영관 독점이 발생한다" 라는 논리구조가 항상 통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말 CJ의 배급-상영 독점체계가 문제인 것일까?

본인은 그것보다는 <명량>의 제작비에 관심이 간다. <명량>의 제작비는 180억원인데 한국영화시장에서 '제작비 180억'은 엄청난 금액이다. 그리고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한 손익분기점 관객수는 550만이나 된다. 다르게 말해, <명량>은 엄청난 '고정비용'이 투자된 상품이고, 관객수가 늘면 늘수록 평균비용이 떨어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의 크기' 이다. 시장의 크기가 클수록 생산량이 증가하여 평균비용을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시장의 크기가 제한되어 있고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원한다. 그렇지만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나오고 판매량이 분산된다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은 생산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즉, 시장의 크기가 제약되어 판매량이 분산되는 곳이라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은 심각한 적자를 보게 된다. 그 결과, 시장의 크기가 작은 곳에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상품에 대한 욕구'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 간의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충돌을 완화시켜주는 것은 '국제무역' 이다. 각 나라와 산업들은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크기를 넓힘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원활히 작동시킬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획득할 수 있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독점적 경쟁시장'과 '시장크기'에 관한 국제무역이론을 수립하고 지리경제학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명량>은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수 없다. 이순신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일본에 수출할 수 있나? 한국의 영웅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미국 사람이 볼까? 제작비 500억이 투입된 <설국열차>의 경우 세계각지에 수출함으로써 '한국 시장크기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명량>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투자비용 회수를 위해 한국영화시장 안에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스크린 수를 대폭 늘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한국 대작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물론, 그 영화가 흥행하지 않는다면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자연스럽게 상영관수가 줄어들겠지만...) 이것을 고려한다면 단순하게 배급사와 상영사의 독점을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의 원인으로 돌릴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와 '시장크기'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 영화 <명량>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학의 논점들


이번글에서는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 경제학의 시각으로 살펴보았다. 얼핏보면 그저 경제학 용어를 사용한 단순한 글일 수 있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경제학의 논점들이 담겨져 있다. 


[시장 · 산업의 형성] ·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소비자가 선택한 것] ·  [기업의 이윤추구와 시장퇴출] · [자유로운 경쟁시장에서의 차별철폐] · [기업의 이윤추구와 동태적 의사결정] · [기업의 이윤추구와 동태적 의사결정 그리고 시장진입] ·  [외부 진입장벽과 시장경쟁] · [대체재 존재와 시장경쟁] · [분리된 시장] · [집적의 이익] · [규모의 경제와 시장크기 그리고 상품다양성. 이를 해결해주는 국제무역]


이것들 중에서 이 글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경제학 논점은 3가지이다.


  •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행위가 가져오는 동태적 최적화 (Dynamic Optimization)
  • 자유로운 시장경쟁이 불러오는 차별의 감소와 소비자후생 증가
  • 시장크기가 제약된 곳에서 규모의 경제와 상품다양성 간의 충돌발생. 이를 해결해주는 국제무역

① 
만약 경제주체가 자신의 이익을 따르지 않는다면 경제시스템 내 균형은 일시적(one-period)이고 정태적(stable)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혹은 편익을 추구하는 경제주체는 동태적으로 행위한다. 따라서 어떠한 경제현상을 바라볼때는 다기간 모형(multi-period model)과 동태적 최적화(dynamic optimization)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자유로운 시장경쟁이 펼쳐지는 곳에서 경제주체의 1차 목표는 시장에서의 생존이다. 따라서 영화시장 내에서 기업들은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관객이 많이 들 것 같은 영화'를 상영하려고 한다. 여기서 정치적 성향 · 인종 · 성별 등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관객이 많이 들 것 같은'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위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화-<26년>, <변호인>-라도 극장은 상영관 수를 확대했다는 예시를 들었다. 

일반적인 상품시장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은 발생한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에서 기업이 생존을 하려면 정치적 성향 · 인종 · 성별 등을 차별하기보다 능력 위주로 직원을 선발해야 한다. 경제학자 Gary Becker는 "차별을 감소시키는건 ('선한 의지'가 아니라) 자유로운 경쟁이다." 라고 말했다.    

게다가 자유로운 시장경쟁은 차별을 감소시킬 뿐더러 소비자후생도 증대시킨다.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하여 시장경쟁이 성립하지 않는 곳에서는 기업의 동태적 행위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도 있었을 소비자들의 후생이 감소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규모의 경제를 가진 산업과 상품 다양성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시장크기 제약으로 인해 충돌하는 현상은 국제무역이 일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각 국가들은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크기를 확대하였다. 그 결과 규모의 경제를 가진 산업이 원활히 활동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다음글들에서는 '동태적 최적화· '자유로운 경쟁의 이점들· '국제무역이론 - 1세대, 2세대, 3세대' 등에 대하여 자세하고 깊게 살펴볼 것이다. (올해가 다 가기전에 글을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만...)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Posted at 2014. 7. 10. 08:45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이전글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를 통해,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을 옹호하는 前 Fed 의장 Ben Bernanke의 주장을 알 수 있었다. Ben Bernanke는 당시 기준금리가 적정수준에 비해 낮지 않았음을 테일러준칙(Taylor Rule)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2000년대 초반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급등은 Fed의 낮은 금리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글로벌 과잉저축이 무엇이길래 미국 부동산가격, 아니 당시 전세계 부동산가격을 크게 상승시켰던 것일까? 다른나라의 저축이 한 나라 혹은 전세계 부동산가격을 올린다는 것이 이치에 맞는 주장일까? 만약 Ben Bernanke의 주장이 옳다면, 도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 다른 나라의 저축이 한 나라의 부동산가격을 상승시켰을까? 다음글에서는 "신흥국의 과잉저축이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켰다." 라는 Ben Bernanke의 주장을 알아볼 것이다. 


이에 앞서, Ben Bernanke의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주장을 이해하기 위한 선행지식으로, 이번글에서는 경제원론 지식을 활용하여 ① 경상수지의 의미 ② 저축 · 투자와 경상수지의 관계 ③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관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볼 것이다.  




※ 경상수지 흑자는 마냥 좋은 것일까?

 

경제학 비전공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경상수지(Current Account)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경상수지 흑자 통계를 가지고 대통령의 업적을 비교[각주:1]하거나, 다른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크기에 비해 한국의 그것이 더 크다고 우월해하는 모습[각주:2]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Current Account Surplus)를 '국가의 부'(Wealth of Nation)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중상주의 시절에는 금과 같은 재화를 국가가 얼마나 보유하고 축적(Accumulation)하느냐가 중요했다. 즉, 국가가 보유한 재화의 양이 국가의 부와 동일시된 것이다. 과거 중상주의 시절, 제국주의 국가들이 해외식민지를 개척하는데 힘을 쏟았던 이유는 식민지 무역을 통해 재화를 축적하기 위해서였다. 영국제국은 인도 · 중국과의 식민지무역을 통해 금과 은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한 금과 은을 통해 국가의 경제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재화를 얼마만큼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재화를 얼마만큼 '생산'(Product) 하느냐이다. 그렇게 생산된 재화를 '소비'(Consumption)함으로써 사람들이 '효용'(Utility)을 얼마만큼 느끼는지 따지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사족) <<< 경제학 전공자들이 경제원론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다. 여기서 공급은 '생산', 수요는 '소비'를 뜻한다. 즉, 현대 자본주의 핵심이 '생산'과 '소비'이기 때문에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을 경제원론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다. 


또한, 미시경제 파트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효용'이고, 거시경제 파트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GDP'이다. GDP는 말그대로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을 뜻한다. GDP의 정의는 '일정기간 동안 한 국가 내에서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 이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국가의 부는 얼마만큼 생산하느냐 이기 때문에,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GDP를 이용한다. (따라서 "GDP는 국민들의 행복을 측정할 수 없다." 라는 식의 주장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통해 경제주체가 얼마만큼 '효용'을 누리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미시경제 · 거시경제 파트에서 효용과 GDP를 가장 먼저 배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사족 끝)    


한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다른 나라가 생산한 제품을 수입한 양에 비해 그들이 생산해 낸 제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한 양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중상주의 관점에서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이다. 수입을 초과하는 수출로 인해 외화를 벌어들여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관점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생산해낸 제품을 다른나라에 보낸 국민들은, 재화를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상주의 관점과는 반대로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가 좋은 것일수도 있다.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다른나라의 재화를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3].         




※ 경상수지 흑자 · 적자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경상수지 흑자 · 적자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여기서 또 많은 사람들은 '기업 간 경쟁'에 의해 경상수지가 결정된다고 잘못 생각한다. 가령, 한국기업인 삼성이 수출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면 한국의 경상수지는 흑자이고, 일본기업인 도요타가 수출을 통해 많은 이익을 거두면 일본의 경상수지는 흑자라는 식이다. 따라서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에 비해 많은 수출을 한다면, 한국의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할 것이고, 한국의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건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중상주의식 사고방식이다. 이런 사고를 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를 국가의 부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한 국가의 경상수지는 기업 간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각주:4]. 경상수지는 국민계정상의 소득 ·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등에 의해 결정된다.





위의 첫번째 식은 국민계정(National Account)을 나타낸 것이다. 경제 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는 모두 소비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경제 내 총생산 크기는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 순수출[각주:5] 형식의 총지출 크기와 똑같다. 그리고 이를 전개하면 '국민저축(S) - 투자(I) = 순수출(NX)'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즉, 한 경제에서 경상수지 흑자냐 적자냐를 결정짓는 건 수출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경제 내 국민저축과 투자의 크기이다.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각주:6]



< 출처 : [심층분석] 과도한 경상흑자 구조 '달갑지 않은' 일본과 닮은 꼴인가. 조선일보. 2013.11.12 >



(사족) <<< 이 블로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관련 포스트를 통해,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원인이 대기업들의 과잉투자[각주:7] 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대기업들의 과잉투자로 인해 한국경제는 투자가 저축을 초과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이는 1994년-1996년간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각주:8]로 이어지게 되었다. >>> (사족 끝)    




※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관계


다시 반복하지만,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 그런데 저축과 투자는 금융시장[각주:9]과 관련있는 것 아닌가? 한 경제에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는건 여유자금이 있다는 뜻이다.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개인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을 빌려주어 이자소득을 획득한다. 그렇다면 국가도 개인과 마찬가지의 행위를 하지 않을까?


투자에 비해 국민저축이 많은 국가, 즉 여유자금이 있는 국가(경상수지 흑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net lend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그리고 국민저축에 비해 투자가 많은 국가, 즉 자금이 필요한 국가(경상수지 적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역할(net borrow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이런 원리로 경상수지(Current Account)와 자본수지(Capital Account)는 연결된다. 경상수지 흑자 국가는 자본수지가 적자이고, 경상수지가 적자인 국가는 자본수지가 흑자이다.





아직은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직접적인 관계가 직관적으로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방식으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직접적인 관계를 설명하자면, 한 경제내에서 오직 한 사람만이 수출을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오직 이 한 사람만이 1달러 어치의 수출을 발생시킨다. 그 경제는 원화를 쓰지만 수출결제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이용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1달러를 어떻게 써야할까? 


1달러를 소비자금으로 쓸 수 있을까? 주의해야 할 점은 그 경제는 원화를 쓴다는 것이다. 달러를 가지고 그 경제 내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는 없다. 따라서 수출을 통해 1달러를 벌어들인 사람은 국제금융시장에서 1달러를 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경상수지 흑자가 자본수지 적자, 즉 국제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주는 역할로 이어지는 것이다.  

    

위에 나오는 간단한 식대로 실제 경제에서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상반된 관계를 보일까? 1993년-2002년 사이, 한국경제의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그래프를 보면 데칼코마니 같은 모양를 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사족) <<< 1994년-1996년 당시 한국이 경상수지 적자[각주:10]를 기록했다는 의미는 다시말해 자본수지 흑자 국가, 즉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역할[각주:11]을 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앞서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가 좋은 것일수도 있다" 라고 말했다. 다시 반복하자면,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다른나라의 재화를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의 이런 이점이 지속가능할까? 


한 경제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계속해서 빌리고 있음(자본수지 흑자)을 의미한다. 어느날 갑자기, 빌리고 있는 자금에 대해 상환요구가 들어온다면 그 자금을 갚아야 한다. 그것을 갚지 못하면? 외환위기에 빠지게된다[각주:12] [각주:13]즉, 현대 자본주의 관점에서 경상수지 적자는 좋은 것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해서 오랫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라는 말은 아니다. >>> (사족 끝)



     

※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이번글을 통해, Ben Bernanke의 '글로벌 과잉저축(the Global Saving Glut)' 주장을 이해하기 위한 선행지식으로, 이번글에서는 경제원론 지식을 활용하여 ① 경상수지의 의미 ② 저축 · 투자와 경상수지의 관계 ③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의 관계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이제 다음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에서는 Ben Bernanke의 주장과 2008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본격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1. 모 블로그 포스팅에서, 대통령임기별 경상수지 흑자액수를 가지고 "박정희정권이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건 틀렸다." 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굳이 링크는 걸지 않겠다. [본문으로]
  2. [사설] 최초로 일본 앞지른 경상수지 흑자의 명암. 중앙일보. 2013.11.05 [본문으로]
  3. 물론, 그렇다고해서 '경상수지 적자'가 마냥 좋다는 것은 아니다. 경상수지 적자의 문제는 이것이 '지속불가능' 하다는데에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느냐는 글을 계속해서 읽어나가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것이다. [본문으로]
  4. '경상수지' 뿐 아니라 '국가의 경제력' 또한 단순히 기업간 경쟁, 국가간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력은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Paul Krugman의 'Competitiveness - A Dangerous Obsession' 참조. http://www.pkarchive.org/global/pop.html [본문으로]
  5. GDP는 '한 국가내'에서 생산된 최종재화와 서비스이다. 따라서 총생산 Y 크기를 계산할 때는 수입품을 이용한 소비 · 투자 · 정부지출은 제외되어야 한다. 따라서 총수출이 아니라 순수출(=총수출-총수입)을 이용한다 [본문으로]
  6. 조선일보의 이 기사가 이러한 원리를 잘 설명하고 있다. '[심층분석] 과도한 경상흑자 구조 '달갑지 않은' 일본과 닮은 꼴인가' 2013.11.12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12/2013111202692.html [본문으로]
  7.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2013.10.27 http://joohyeon.com/172 [본문으로]
  8.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http://joohyeon.com/170 [본문으로]
  9. 정확히 말하면 '대부자금시장'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금융시장' 이라하자. [본문으로]
  10.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013.10.23 http://joohyeon.com/170 [본문으로]
  11.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2013.11.11 http://joohyeon.com/174 [본문으로]
  12. 특히나 한국과 같이 '외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를 질 수 밖에 없는 신흥국가들은, 이런 이유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에게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한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가 '절대선'이어서가 아니라, 외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한 상환요구를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본문으로]
  13. '외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에 대해서는,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 http://joohyeon.com/113 의 '개발도상국이 지고 있는 원죄Original Sin' 파트와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http://joohyeon.com/176 의 '※ 동아시아 국가들의 태생적 한계 - ②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파트 참조 [본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