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현상 ①-1]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1980년대 유럽, 실업률이 영구히 높아지다[이력현상 ①-1]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1980년대 유럽, 실업률이 영구히 높아지다

Posted at 2015. 1. 27. 22:04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1980년대 이후 큰 폭으로 상승한 유럽의 실업률


앞선글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을 통해,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혹은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 개념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자연실업률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2가지이다.


①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노력을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실업률 수준은 자연실업률로 복귀한다.

단기균형은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자연실업률은 총공급부문(노동시장)에 의해 결정된다.



  • 출처 : 조장옥 『거시경제학』 1판.
  • X축 u는 '실업률', Y축 π는 '인플레이션율'을 나타낸다.
  •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 변함에 따라 필립스곡선(PC)이 이동한다.
  • 그 결과, 장기 필립스곡선은 '수직'이 된다.


자연실업률 개념을 간단하게 다시 이야기해보자. 단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수용하여 실업률을 낮추려는 노력(A→B)은 장기적으로 실업률이 초기수준으로 복귀(A→B→C)하면서 물거품이 되고 만다. 장기적으로 실업률은 초기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남는건 높은 인플레이션 뿐이다(A→C→E). 이때, 장기균형에서의 실업률(A·C·E점에서의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혹은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이라 부른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추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실업률이 자연실업률로 복귀하기 때문에,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라고 말한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 오일쇼크로 인해 높아진 유럽의 실업률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 뒤에도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아래 그래픽을 살펴보자.


  • 유럽연합(EU) 소속 15개국의 실업률 추이
  •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발생하여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이 높아졌다.
  • 중요한건, 오일쇼크가 끝난 1980년대 이래로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이 항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이 증가했다. 중요한건 원유가격이 안정화된 1980년대에도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이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쇼크 이전 2%대서 변동하던 실업률은 경제위기 이후 10%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자연실업률' 개념에 어긋나는 현상이다.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일으키는 유가 상승이 장기균형인 자연실업률 자체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경기변동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친 이 현상을 보고, 여러 경제학자들이 이론적연구를 내놓았다.


경제학자 Olivier BlanchardLarry Summers는 1986년 <Hysteresis and the European Unemployment Problem>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력현상'(hysteresis)[각주:1]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력현상은 '경기침체 등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실업이 경기가 회복되어도 다시 줄어들지 않고 높은 수준으로 고착되는 현상'을 뜻한다. 


본래 자연실업률이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Olivier Blanchard와 Larry Summers는 이력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총공급부문인 노동시장에서 찾았다. 이들은 '내부자-외부자 모형'(insider-outsider model)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유럽 국가들의 노동시장 경직성이 영구적으로 높아진 자연실업률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이들 외에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력현상의 발생원인'에 대해 연구를 내놓았는데, 대부분 노동시장 · 인적자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하고, 이번글에서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력현상'에 접근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른 학자들과는 달리 경제학자 Laurence Ball은 이력현상의 원인을 '총수요부문'에서 찾고 있다. 


앞선글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에서 "자연실업률은 총공급부문에 의해서 결정된다.",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되는 것과 총수요부문에서 결정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총공급과 총수요를 구분해서 사고해야한다." 라고 말을 했었는데, 자연실업률 변동원인을 총수요부문에서 찾는 Laurence Ball의 연구는 이에 어긋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글에서 소개할 Laurence Ball의 연구는 2가지 측면에서 주목할만하다.


① 경기침체 등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실업이 경기가 회복되어도 다시 줄어들지 않고 

높은 수준으로 고착되는 이력현상에 주목.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총수요부문의 영향으로 인해 자연실업률이 변동한다.


게다가 Laurence Ball의 이러한 연구결과는 정책결정권자들에게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실업률이 영구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력현상'(hysteresis)을 다룬 대부분의 연구들은 '총공급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 · 경제위기 이후 인적자본 손실 등의 요인이 자연실업률을 영구적으로 상승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Laurence Ball은 1999년 논문 <Aggregate Demand and Long-Run Unemployment>를 통해 "이력현상의 원인이 '총수요부문'에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위기로 인해 실업률이 높아졌을 때 소극적인 통화정책(passive monetary policy)으로 대응한다면, 실업률이 영구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고 자연실업률(NAIRU)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실업률(NAIRU)은 총수요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은 틀렸다. 통화정책이 결정하는 총수요부문은 실업률의 단기변동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에도 강한 영향을 미친다.[각주:2]" 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총수요변동은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수준에서 멀어지게 하고, 그 결과 자연실업률이 변한다.[각주:3]" 라고 덧붙인다. 예를 들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총수요가 위축되면 실업률이 상승하고, 이것이 지속됐을때 결국 자연실업률 자체가 변하게된다.    


Laurence Ball은 '오일쇼크 이후 1980년대 초반 미국과 유럽의 정책대응이 달랐다'는 점에 주목한다. 당시 미국은 경기침체에 맞서 기준금리를 대폭 내리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금리를 크게 내리지 않았다.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으나, 유럽 국가들은 높은 실업률이 계속해서 유지되었다. 


따라서, Laurence Ball은 "1980년대 초반 경제위기에 맞선 정책결정권자의 대응 차이가 미국과 유럽의 실업률 격차를 설명해준다. 실업률이 일시적으로만 상승한 국가는 경기역행적인 정책-위기일때 확장정책-을 시행(policy shifted toward expansion)하였고, 실업률이 영구적으로 상승한 국가는 경기침체기에도 여전히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policy remained tight)했다."[각주:4] 라고 말하며, 미국과는 달리 경기침체기에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한 유럽에서 이력현상이 생기게 되었다라고 주장한다.    


1980년대 초반 경제위기에 맞서, 미국 · 캐나다 등 북미와 유럽 주요국가들의 정책대응이 실제로 어떻게 달랐는지를 알아보자.




※ 1980년대 초반 경기침체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미국과 소극적으로 대응한 유럽


경기변동으로 인해 높아진 실업률은 자연실업률(NAIRU) 자체를 높여 '이력현상'(hysteresis)을 초래할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만 상승한 후 다시 하락할 수도 있다. Laurence Ball은 "이력현상 발생 여부는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통화정책'(the response of monetary policy to the recession)에 달려있다[각주:5]." 라고 말한다. 밑의 도표2개는 1980년대 초반 미국 · 캐나다 등 북미와 유럽 주요국가들의 정책대응 차이를 보여준다.  



  • 1980년대 초반 경기침체기, 미국과 캐나다의 명목 · 실질금리 변화추이.
  • 1980년 첫번째 경기침체가 발생했을때, 미국의 실질금리는 -4.40% 포인트나 감소하였다.
  • 1981년-1982년 두번째 경기침체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의 실질금리는 -2.36% 포인트나 감소하였다.
  • 두번째 경기침체기에 캐나다의 실질금리는 무려 -5.38%나 감소했다. 


  • 반면, 유럽국가들의 실질금리는 아주 조금 감소하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79년에서 1984년 사이, 미국 · 캐나다와 유럽은 크게 2번의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그런데 이들 사이의 정책대응은 달랐다. 미국과 캐나다는 명목금리를 대폭 인하하였으나, 유럽국가들은 명목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승시켰다. 그 결과, 미국 · 캐나다의 실질금리는 크게 감소했으나 유럽국가들의 실질금리는 증가했다.


첫번째 도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실질금리는 최대 -4.40% 포인트나 감소하였고 캐나다의 실질금리는 무려 -5.38% 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실질금리의 평균 감소크기는 -3.4% 포인트이다. 반면 유럽국가들의 실질금리는 아주 조금 감소하거나 오히려 상승하였다. 유럽 국가들의 실질금리는 평균적으로 0.2% 포인트 증가하였다.  


경기침체에 서로 다르게 대응한 결과, 미국 ·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의 생산량(output)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확장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미국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 경기회복(recovery)을 경험했다. 회복기 동안의 미국경제 성장률은 일반적인 수준보다 높았기 때문에, 이러한 높은 성장률은 생산량을 위기 이전의 추세선으로 돌려놓았다(extra growth returns output to its previous trend after the recession pushes it below trend). 그러나 통화완화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유럽경제는 위기 이후에도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고, 럽경제의 생산량은 위기 이전의 추세선으로 재빨리 복귀하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의 위기 이후 경제성장률 차이는 아래 도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경기회복기 동안의 미국 · 캐나다의 경제성장률 변화추이.
  • 여기서 'Peak'는 '경제상황의 정점'을 의미하는데, 정점을 찍고 난 뒤 침체에 돌입한다.
  • 따라서, 'First 20 quarters after peak'는 '경제가 침체에 들어선 뒤의 20분기(5년)'를 뜻한다.
  • 경기침체 후 5년동안 미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94%, 캐나다는 2.59% 였다.


  • 경기회복기 동안의 유럽국가들의 경제성장률 변화추이.
  • 경기침체 후 5년동안 유럽국가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대 이다.

     

경기침체 후 5년동안 미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94%, 캐나다는 2.59% 였다. 반면 경기침체 후 5년동안 유럽국가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대를 기록했다. 유럽국가들의 낮은 경제성장률은 '위기 이전 추세선에 비해 생산량이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This slow growth implies that, five years after the first peak, output is far below the level implied by its previous trend.)




※ 재빠른 통화완화정책 

 - 실업률의 영구적 상승을 막다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간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오쿤의 법칙'(Okun's Law)[각주:6]을 기억한다면, 낮은 경제성장률은 높은 실업률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기침체를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맞선 미국 · 캐나다는 경기회복기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고, 미온적으로 대응한 유럽 국가들은 경기회복기에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미국 · 캐나다와 유럽국가들 간의 실업률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 1979년-1988년 사이 미국 ·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 변화 추이.
  • 미국 · 캐나다의 실업률은 경기침체로 인해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결국 원래의 수준으로 복귀하였다.
  • 이와는 달리, 경기침체기에 상승한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위의 그래프는 1979년-1988년 사이 미국 ·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 변화 추이를 보여준다. 미국 · 캐나다의 실업률은 경기침체로 인해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결국 원래의 수준으로 복귀하였다. 이와는 달리, 경기침체기에 상승한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이렇게 높아진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은 영구적으로 고착화되어 '자연실업률'(NAIRU) 자체가 변하게 되었다. 



  • 1979년-1988년, 각 국가들의 자연실업률(NAIRU) 변화 추이.
  • 경기침체에 맞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한 미국 · 캐나다의 자연실업률은 큰 변화가 없다.
  • 그러나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유럽 국가들의 자연실업률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위의 그래프는 1979년-1988년 사이 각 국가들의 자연실업률(NAIRU) 변화 추이를 보여준다. 경기침체에 맞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한 미국 · 캐나다의 자연실업률은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유럽 국가들의 자연실업률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Laurence Ball은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통화정책의 차이'(a parallel difference in monetary policy)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는 "만약 경기침체의 시작을 인지한 정책결정권자가 재빠른 통화완화정책을 실시한다면, 실업률의 일시적 상승이 영구적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a quick easing prevents the temporary rise in unemployment from becoming permanent.) 라고 말한다.  



  • X축은 실질금리의 누적감소 크기, Y축은 이력현상 정도를 나타낸다.
  • '실질금리의 누적감소 크기'와 '이력현상 정도'는 음(-)의 관계를 나타내는데, 이는 '실질금리가 크게 감소한 국가일수록 이력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자연실업률의 상승폭이 적다.)"를 의미한다.


Laurence Ball은 표본 국가수를 늘려서 '(총수요 변동을 일으키는) 확장적 통화정책'과 '이력현상 발생' 간의 관계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실질금리가 크게 감소한 국가일수록, 즉 통화완화 정도가 큰 국가일수록 이력현상의 정도가 약했다. 반면, 실질금리 감소폭이 적은 국가일수록 이력현상의 정도가 강해서 실업률이 영구적으로 높게 고착화 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Laurence Ball은 '경기침체에 맞선 중앙은행의 대응'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그는 "중앙은행이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경제위기 맞서지 않는다면, 경기침체는 더 깊어질 뿐 아니라 실업률 또한 영구적으로 상승한다." 라고 말하며, '경기침체기 확장적 통화정책의 유용성'을 주장한다.  

(In setting policy, central banks should take account of the long-run effects on unemployment. In particular, my results imply a strong case for combating recessions with expansionary policy. Failing to do so can produce not only a deeper recession, but also a permanent rise in unemployment.)




(사족) ※ '이력현상'(hysteresis)


이번글에서 '총수요부문의 영향으로 자연실업률이 변동한다" 라고 주장하는 Laurence Ball의 연구를 살펴봤다. 하지만 경제학계에서 '이력현상의 원인'에 대한 합의된 의견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구는 '총공급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오늘 소개한 이 연구는 정통적인 논의에서 벗어난 것일 수 있다. 


따라서, 다음글에서는 Olivier Blanchard Larry Summers의 1986년 논문 <Hysteresis and the European Unemployment Problem> 등 '노동시장 경직성 · 인적자본 손실'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소개할 계획이다. 



  

(사족 2) ※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


'이력현상'(hysteresis)에 대한 연구는 1997년 한국2008년 미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국경제를 이야기할 때 '1997년 이전과 이후'를 말할 정도로,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다음글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가 한국경제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글 '[이력현상 ①-2] 대침체(the Great Recession)가 세계 각국경제에 끼친 장기적손상(long-term damage)'에서는 2008 금융위기가 현재 미국경제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1. 물리학용어인 이력현상은 '어떤 물리량이 현재의 물리 조건만으로는 결정되지 않고, 그 이전에 그 물질이 경과해 온 상태의 변화 과정에 의존하는 현상'을 뜻한다. [본문으로]
  2. the conventional wisdom holds that the NAIRU is unaffected by aggregate demand, and thus that demand does not influence long-run unemployment trends. This paper argues that this conventional view is wrong. Monetary policy and other determinants of aggregate demand have strong effects on long-run as well as short-run movements in unemployment. (189) [본문으로]
  3. as demand pushes unemployment away from the current NAIRU, this causes the NAIRU itself to change over time. (190) [본문으로]
  4. In some countries, such as the United States, the rise in unemployment was transitory; in others, including many European countries, the NAIRU rose and unemployment has remained high ever since. I argue that the reactions of policymakers to the early-1980s recessions largely explain these differences. In countries where unemployment rose only temporarily, it did so because of strongly countercyclical policy: after tight policy produced a recession to disinflate the economy, policy shifted toward expansion, reducing unemployment. In countries where unemployment rose permanently, it did so because policy remained tight in the face of the 1980s recessions. (190) [본문으로]
  5. a cyclical rise in unemployment sometimes leads to a higher NAIRU and sometimes does not. Most important, whether hysteresis arises depends largely on the response of monetary policy to the recession. (191-192) [본문으로]
  6.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간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법칙. 일반적으로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에 비해 1% 포인트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은 3% 포인트 감소하는 관계를 보여준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감소한다면, 실업률은 0.3% 포인트 증가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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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

Posted at 2015. 1. 26. 10:29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제학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 일부 사람들은 (주류)경제학을 "돈만 우선시하는 꼴보수 학문" 이라고 여긴다. 분배보다 성장만을 우선시하고, 평등보다 효율성만을 앞세우고, 협력보다 경쟁만을 강조하고, 시장기능의 원활한 작동만을 맹신하는 학문이라는 편견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사람들은 '경제학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말을 '사회적강자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오해와는 달리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체계적이고 타당한 논리적근거에 기반을 두고있다. (주류)경제학은 분배보다 성장만을 우선시하지 않고, 평등보다 효율성만을 앞세우지 않고, 협력보다 경쟁만을 강조하지 않고, 시장기능을 맹신하지 않는다. 게다가 애시당초 성장 · 효율성 · 경쟁 · 시장 등의 개념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성장 · 효율성 · 경쟁 · 시장은 오히려 사회적강자의 힘을 제약할 수 있고, 사회구성원 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앞으로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시리즈를 통해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를 통해,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논리적체계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성장 · 효율성 · 경쟁 · 시장이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할 것이다.    


이번글에서는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혹은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 개념을 이해하면서, ①단기와 장기의 구분기대(expectation)의 변화총공급과 총수요의 구분 등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알아볼 것이다.




※ 단기 · 장기 필립스곡선 - 기대(expectation)의 중요성


  • 출처 : 조장옥 『거시경제학』 1판.
  •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 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필립스곡선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며, 위에 첨부한 그림과 같이 우하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은 음(-)의 관계를 띄며, 실업률이 증가할수록 인플레이션율이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율이 증가할수록 실업률이 감소한다. 


그렇다면 한 국가의 지도자는 정치적승리를 위해 경제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현재 높은 실업이 문제라고 하자. 지도자는 인플레이션율을 조금 높이는 정책을 통해 실업을 해소할 수 있다. 이제 그 지도자는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적인기를 누릴 것이다. 반대로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문제라면 실업률을 조금 증가시킴으로써 인플레이션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필립스곡선에 따라 정책을 수행하면 경제는 원활히 잘 돌아갈 것이고, 한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추앙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높은 실업률은 어느 국가에서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으며, 경제상황을 잘 조정한다는 이유로 국민들에게 추앙받는 정치지도자는 없다. 왜일까?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필립스곡선은 '단기'(short-term)에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 출처 : 조장옥 『거시경제학』 1판.
  • X축 u는 '실업률', Y축 π는 '인플레이션율'을 나타낸다.
  •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 변함에 따라 필립스곡선(PC)이 이동한다.
  • 그 결과, 장기 필립스곡선은 '수직'이 된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허용하면서 낮은 실업을 달성하려는 정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정부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통해 실업을 해결하려고 하니, 다음기(next-period)에도 인플레이션율이 높겠구나." 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즉,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 증가'하였다. 그 결과, 필립스곡선 자체가 상향이동 한다. 


위에 첨부한 그림은 '필립스곡선 자체의 이동'을 보여준다.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 변화'에 따라, 처음의 필립스곡선(PC1)은 상향이동하여 PC2, PC3가 된다. 따라서, 초기 A점 상황에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허용(B점)'하였으나, 결국 '인플레이션율만 증가한채로 실업률은 초기 상태(C점)'로 돌아가게 된다. (A → B → C)  


아무리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계속 발생시키더라도 필립스곡선 자체가 상향이동하여 (A → B → C │ C  D → E → ...) 경로가 나타난다. 다시말해,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 변화로 인해 실업률은 계속해서 초기 상태를 유지(A → C → E)'하게되고, 장기적으로 필립스곡선은 수직 모양을 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필립스곡선과는 달리, '장기 필립스곡선(long-term Phillips Curve)은 수직'이다.


쉽게 생각하자.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주 : 오쿤의 법칙에 의해,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은 음(-)의 관계에 있다. 경제성장률이 증가할수록 실업률은 감소한다.) 그러나 이는 단기에만 달성가능하다.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을 것이다. 각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증가시키기만 하면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단기'적인 경제성장률 증가와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다르기 때문에, 북한 중앙은행이 화폐 1,000조원 가량을 찍어낸다 하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가난할 것이다. 남는건 높은 인플레이션율 뿐이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① - 단기와 장기의 구분 : 경제현상을 동태적으로 인식하라


이와 같이 대부분의 경제현상은 '단기'와 '장기'에서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다. 필립스곡선은 단기적으로는 우하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직이다.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만들지는 못한다. 즉, 어떠한 외생적 힘을 가해서 단기균형을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변화된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단기'(short-term)와 '장기'(long-term)를 구분하여 사고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관련글 : 가령,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④]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 - Fed & Krugman vs BIS & Rajan' 에서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현재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기적인 정책의 중요성'을 주장하는데 반해, BIS 소속 신현송과 Claudio Borio는 '단기적인 정책이 장기적으로 초래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단기'와 '장기' 중 어느 것에 큰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게 된다.)


이는 '동태적인 변화'(dynamic)를 염두에둬야 할 필요성도 가져다준다. 경제현상은 '정태적'(static)이지 않고 '동태적'(dynamic)이다. 한 기(one-period)내에 일어났던 현상은 다음기(two-period)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관련글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 이 글에서 본인은 "기업의 의사결정 행위를 동태적으로 파악" 해야할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② - 기대(expectation)의 중요성


한 기(one-period)와 다음기(two-period)에서 경제현상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경제주체의 '기대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을 본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변한 결과, 통화정책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 정부지출 증가를 본 경제주체들은 다음기의 세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미래의 세금납부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 정부지출 증가를 통해 총수요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은 달성불가능 하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의 '기대'(expectation)가 '다음기'(two-period)에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 : 1980년대 경제학자 Robert Lucas 등이 주도한 '합리적기대 혁명'(Rational Expectations Revolution) 이래로 현대거시경제학의 핵심은 '경제주체들의 기대가 다음기에 어떻게 변하느냐' 였다.)   

 



※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되는 자연실업률


다시 필립스곡선 이야기로 돌아오자. '장기 필립스곡선은 수직'이라는 사실이 알려주는 건 무엇일까?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단기)필립스곡선에서는 인플레이션율을 조정하여서 실업률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장기 필립스곡선에서 그것이 불가능 하다면, 실업률은 어떻게 결정된다는 것일까. 다시 말해, '초기 A점에서의 실업률이 어떤 값을 가지는지를 어떻게 결정하냐'는 것이다.


초기 A점상의 실업률은 경제의 '총공급부문'(Aggregate Supply), 즉 노동시장에서 결정된다. 이때 노동시장에서 결정된 실업률을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혹은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이라 부른다. 


이전글 '고용보조지표 - 한국 고용시장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다'에서 자연실업률 개념을 설명한 바 있다. 이를 다시 가져와보자.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실업률 3%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이상하게 느껴진다. 왜일까? 보통 '실업률 3%'는 완전고용 수준에서 달성가능한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완전고용'(full employment) 상황인데 실업이 존재하는 게 말이 되는가? '자연실업률'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완전고용'의 정의와 '잠재성장률'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한다. 


국가경제의 총생산량은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과 생산성이 결합되어 결정된다. 생산요소를 많이 투입할수록 그리고 생산성이 높을수록 총생산량이 증가하는 원리이다. 그렇다면 생산요소 투입을 무한대 늘려서 총생산량을 증가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않다. 노동 등 생산요소를 투입하기 위해서는 임금 등의 유인(incentive)을 제공하여야 한다. 이러한 유인을 무한대로 제공하는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균형 노동투입량은 '노동공급자(근로자)와 노동수요자(사용자)의 이해가 일치하는 시장임금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때 거시경제 내에 '정해진 시장임금 수준에서 고용되기를 희망하는 고용량이 모두 고용된 상태'를 '완전고용'(full employment)라 한다. 다시 말해, '완전고용'은 100% 고용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 시장임금에서 노동공급과 노동수요가 일치하는 균형 노동량'을 뜻한다.      


이렇게 거시경제의 '완전고용량'이 결정되고 나면 거시경제의 균형 총생산량 또한 결정된다. 이때의 총생산량을 '완전고용 산출량'이라 부르고, '잠재성장'(potential growth)을 달성했다 라고 말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완전고용 산출량과 잠재성장은 '한 경제가 주어진 자원을 균형수준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때의 산출량과 경제성장'이다.

     

바로 앞서 이야기 했듯이, 완전고용이란 '정해진 시장임금 수준에서 고용되기를 희망하는 고용량이 모두 고용된 상태'이다. 따라서, 거시경제가 완전고용 산출량을 달성하더라도 실업은 존재하게 된다. 정해진 시장임금 수준보다 더 높은 시장임금을 원하는 사람들이 고용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업을 '자발적 실업'(voluntary unemployment) 이라 부르고, 이때의 실업률을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라 부른다. 



(사족) 자연실업률을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로 표현하면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이해하면 쉽다. 장기 필립스곡선 모양을 다시 가져와보자.


    

  • 출처 : 조장옥 『거시경제학』 1판.
  • X축 u는 '실업률', Y축 π는 '인플레이션율'을 나타낸다.
  •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 변함에 따라 필립스곡선(PC)이 이동한다.
  • 그 결과, 장기 필립스곡선은 '수직'이 된다.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이라는 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반댓말인' 인플레이션이 가속적'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는 말그대로 인플레이션율이 계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를 뜻한다. 초기 균형점이 A일때 인플레이션율이 증가한다면, 균형점은 필립스곡선을 따라 B점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증가하여 필립스곡선 자체가 위로 이동하게 되고, 균형점은 C점이 된다. 이때, 또다시 인플레이션율이 증가한다면 균형점은 D점으로 이동한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을 계속해서 발생시킨다면 자연실업률 이하의 실업률을 달성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해, 자연실업률 이하의 실업률은 인플레이션을 가속적(accelerating)으로 일으켜야만 달성가능하다. 따라서, 자연실업률이란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발생하지 않을때(즉,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 달성가능한 실업률(NAIRU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 이다. (사족 끝)



중요한건, 자연실업률은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된다는 것과 '총공급부문인 노동시장이 균형상태에 있어 완전고용에 이르렀을때'에 달성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나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총수요를 증가시키더라도,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되는 자연실업률은 변하지 않는다. 즉, 총수요 변화는 총공급부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총수요는 단기적인 경제정책에 좌우되고 총공급은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연결되기 때문에, 총수요가 총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앞서 언급한) 변화된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과 연결된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③ - 총공급과 총수요의 구분 


이처럼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되는 것과 총수요부문에서 결정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총공급과 총수요를 구분해서 사고해야한다.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자연실업률은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된다. 공급은 '생산'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현대자본주의에서 경제성장이란 '가치가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얼마만큼 많이 생산하느냐'를 의미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경제성장이 총공급부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반면 인플레이션율은 총수요에 의해서 나타난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통화정책 · 재정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증가시켜 싱럽률을 낮추더라도 결국에는 자연실업률로 복귀한다. 남는 것은 높아진 인플레이션율 뿐이다. (A점에 비해 E점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다.) 경제학자 Milton Friedman이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 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족) 총공급-총수요를 통해 거시경제를 분석하는 것과는 달리, 경제주체 개인(representative)의 선택에서 출발해 거시경제를 분석하는 모델도 있다. 이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사족 끝)

 



※ 자연실업률 개념의 응용


이번글을 통해 이야기한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혹은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에 대해서는 2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①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노력을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실업률 수준은 자연실업률로 복귀한다.

단기균형은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자연실업률은 총공급부문(노동시장)에 의해 결정된다.



'자연실업률' 개념을 이용하여 지식을 확장해 나갈 수는 없을까? 


다음글에서는 '무역개방이 자연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살펴볼 계획이다. "무역개방은 경쟁압력을 증대시켜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라는 통념이 널리 알려져있다. WTO · FTA 등등 무역개방정책을 실시할 때마다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발생하는데, 과연 정말로 무역개방이 일자리를 감소시키는지를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글에서는 '경제위기로 인한 단기적인 실업률 증가가 자연실업률을 영구히 변화시킨 경우'인 '이력현상'(hysteresis)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이력현상 관련글

[이력현상 ①-1]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1980년대 유럽, 실업률이 영구히 높아지다


이번글에서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라고 말을 했지만, 1980년대 유럽에서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이력현상 ①-1]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1980년대 유럽, 실업률이 영구히 높아지다'에서 소개할 계획이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의 응용 

①단기와 장기의 구분 ②기대(expectation)의 변화 ③총공급과 총수요의 구분   


이번글을 통해 알게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이용하여 경제현상을 바라본다면, 특정 사안을 두고 경제학자들이 왜 저런 주장을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저 경제학자는 전혀 경제학적이지 않은 주장을 하네" 라고 판단하는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음글에서는 "형집행중인 대기업총수를 석방하면 정말로 경제가 살아나는지"를 살펴보고, '경제살리기를 위한 대기업총수 가석방'이라는 주장이 경제학적 사고에 기반한 것인지를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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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조지표 - 한국 고용시장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다고용보조지표 - 한국 고용시장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다

Posted at 2014. 11. 16. 23:4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2014년 11월 12일(수), 통계청은 <2014년 10월 고용동향>을 통해 10월달 실업률 · 고용률 ·  경제활동참가율 등을 발표하였다. 이 날 발표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것은 새로이 개발된 '고용보조지표' 였다. 


통계청은 기존의 실업률 · 고용률 · 경제활동참가율 지표가 고용시장 상황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대한 보조수단으로 '고용보조지표'를 내놓았다. 그렇다면 기존 실업률 등의 지표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통계청이 이번에 내놓은 '고용보조지표'란 무엇일까?




공식 실업률 3% 

- 한국은 완전고용 상태일까?



< 통계자료 출처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


위 그래프는 1999년 4분기-2014년 3분기 동안, 우리나라의 실업률 변동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1997 외환위기 충격으로 크게 상승했던 실업률은 1999년을 기점으로 하락하였고, 이후 오랫동안 3%대를 유지하고 있다. 며칠전 발표된 2014년 10월 실업률은 3.2% 였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실업률 3%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이상하게 느껴진다. 왜일까? 보통 '실업률 3%'는 완전고용 수준에서 달성가능한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각주:1]로 간주되기 때문이다[각주:2]

(2015년 1월 26일 추가 : 자연실업률에 대해서는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 참고)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완전고용'(full employment) 상황인데 실업이 존재하는 게 말이 되는가? '자연실업률'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완전고용'의 정의와 '잠재성장률'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한다. 


국가경제의 총생산량은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과 생산성이 결합되어 결정된다. 생산요소를 많이 투입할수록 그리고 생산성이 높을수록 총생산량이 증가하는 원리이다. 그렇다면 생산요소 투입을 무한대 늘려서 총생산량을 증가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않다. 노동 등 생산요소를 투입하기 위해서는 임금 등의 유인(incentive)을 제공하여야 한다. 이러한 유인을 무한대로 제공하는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균형 노동투입량은 '노동공급자(근로자)와 노동수요자(사용자)의 이해가 일치하는 시장임금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때 거시경제 내에 '정해진 시장임금 수준에서 고용되기를 희망하는 고용량이 모두 고용된 상태'를 '완전고용'(full employment)라 한다. 다시 말해, '완전고용'은 100% 고용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 시장임금에서 노동공급과 노동수요가 일치하는 균형 노동량'을 뜻한다.      


이렇게 거시경제의 '완전고용량'이 결정되고 나면 거시경제의 균형 총생산량 또한 결정된다. 이때의 총생산량을 '완전고용 산출량'이라 부르고, '잠재성장'(potential growth)을 달성했다 라고 말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완전고용 산출량과 잠재성장은 '한 경제가 주어진 자원을 균형수준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때의 산출량과 경제성장'이다.     


바로 앞서 이야기 했듯이, 완전고용이란 '정해진 시장임금 수준에서 고용되기를 희망하는 고용량이 모두 고용된 상태'이다. 따라서, 거시경제가 완전고용 산출량을 달성하더라도 실업은 존재하게 된다. 정해진 시장임금 수준보다 더 높은 시장임금을 원하는 사람들이 고용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업을 '자발적 실업'(voluntary unemployment) 이라 부르고, 이때의 실업률을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라 부른다. 


그런데 거시경제가 완전고용 산출량을 유지하는 건 쉽지않다. 경제는 침체 · 호황 등의 경기변동을 겪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완전고용 산출량을 이탈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므로 실업률 또한 자연실업률을 이탈하여, 많은 경우 자연실업률 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통계청 등이 발표하는 실업률 지표는 '자연실업률 + 경기적실업률'을 나타낸다. 경기적 실업률은 경제가 완전고용 산출량을 이탈했을 때 발생하는 실업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어느 국가의 완전고용수준에서 달성가능한 자연실업률이 3%이고 통계청이 발표한 실업률 지표가 7% 라고 하자. 그렇다면 4%(7%-3%)는 경기침체 등 경제의 경기적요인으로 인한 '경기적 실업'(cyclical unemployment)이다. 이것은 '비자발적 실업'(involuntary unemployment) 이다.


자, 이제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실업률 3%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이상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다. 한국경제가 오랜기간 동안 완전고용 산출량을 유지한 덕분에 실업률 3%를 유지하는 것일까?[각주:3] 지금 현재 실업률은 자연실업률 상태일까? 실업자 중 상당수는 자발적 실업일까? 대다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한국이 본격적으로 경제성장을 달성한 1970년부터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까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8.91% 이다. 그러나 1997년 이후 평균 경제성장률은 4.01%로 반토막이 났다. (첨부한 그래프의 노란직선이 1970년-1997년, 1998년-2013년 동안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나타낸다.[각주:4])  


< 출처 : '서울대 人文大 '대학 5학년생(10학기 이상 등록)' 50% 육박'. 조선일보. 2013.12.12 >


게다가 청년 실업난은 갈수록 심화되어 8학기 졸업을 유예하고 9학기를 다니는 대학생들이 증가[각주:5]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한국경제가 완전고용 산출량을 달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실업률 통계지표' 자체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 실업률 측정방식







실업률은 어떻게 측정하는 것일까? 전체 대한민국 인구수 대비 실업자 수를 나타내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세계 각국은 정확한 실업률 측정을 위해 '경제활동인구'(labor force) 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실업자의 정의'를 엄밀하게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대다수 국가들은 세계노동기구(ILO)가 정한 실업자 정의를 따른다. 실업자① 지난 1주간 일을 하지 않았고(without work) ② 일자리가 있다면 일을 할 수 있고(available for work) ③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한(seeking for work) 사람을 뜻한다. 


지난 1주간 일을 하지 않아 실업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현재 일을 할수 없는 상태거나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자(② · ③ 조건에 미달하는 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하여 실업률 측정에서 제외한다. 


이 방식을 사용하여 실업률을 측정할 경우, 실업상황이 과대측정 되는 문제를 피할 수 있다. 만약 단순히 ① 지난 1주간 일을 하지 않은 사람 모두를 실업자로 간주할 경우, 애초에 일을 할 의사가 없는 사람마저 실업자로 간주된다. 하지만 ② · ③ 조건을 실업자 정의에 이용할 경우, '구직희망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선별하여 더 정확한 실업률 측정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총 10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3명만이 일을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7명은 일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의 실업률은 70%(7명/10명)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일을 하고 있지 않은 7명 중 4명만이 일을 할 수 있거나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는 등 '구직희망'이 있다면, 나머지 3명은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된다. 이 경우 비경제활동인구 3명을 제외한 채 실업률이 측정되고, 실업률은 57.14%(4명/7명)로 낮아진다.  




※ 실업률 측정방식의 문제

- 실업상황이 과소측정 되다


그런데 이렇게 합리적으로 보이는 실업률 측정방식 또한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실업자에 대한 정의를 엄밀히 함으로써 '실업률 과대측정' 문제를 피할 수 있지만, 반대로 '실업률 과소측정'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구직희망'이 존재하지만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봐야할까? 특히, 노동시장 채용구조가 수시채용이 아니라 일년에 한번씩 정기채용하는 형태라면, 구직희망자가 지난 4주 사이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현재 취업을 하지 못하였고 취업을 간절히 원하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게된다. 따라서, 단지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라는 이유만으로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되어 실업률 통계에서 빠지는 건 문제가 있다. 


또한, 어떤 일자리라도 구해야겠다 라는 간절함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은 취업자로 봐야할까? 이들은 분명 현재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업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을 모두 취업자로 간주하여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할 경우, 노동시장 상황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게 된다. 


대다수 사람이 파트타임으로 근무한 덕택에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노동시장 상황이 아주 좋다 라고 말 할 수 있을까? 실업률 통계는 이같은 '불완전취업'을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실업률 과소측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여러 '보완지표'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이 글에서 소개할 논문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소속 황수경 연구원<실업률 측정의 문제점과 보완적 실업지표 연구>(2010) 이다.


황수경 연구원은 이 논문을 통해 크게 2가지 차원에서 현재 실업률 통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첫번째는 구직활동 판단의 엄격성과 불완전취업으로 인한 실업률 과소측정의 문제. 두번째는 실업률 측정을 위한 설문조사 오류 가능성 이다.


바로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수시채용이 아니라 1년에 최대 2번의 공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한국기업의 특성상, 한국의 대다수 취업준비생들은 구직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는다. 공개채용 기간이 올때까지 학원을 다니면서 취업준비를 하는 게 현실이다. 사실상 실업자인 이들을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한다면, 실업률 통계는 왜곡될 것이다. 


실제로 실업률 통계 작성과정에서, 취업을 위해 학원을 다닌다고 응답한 사람 대다수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었고 그 숫자는 60만명에 달한다. 황수경 연구원은 이들이 "구직활동을 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구직활동 판단기준은 ILO 기준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예컨대 현실에서 고시나 입사 시험이 청년층 취업의 제1순위 경로임에도 통계상으로는 지난주에 고시학원을 포함해 취업을 위한 학원 · 기관을 통학했거나 주로 취업준비를 했다고 응답한 취업준비자의 대부분이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파악되고 있고 그 규모는 약 60만 명에 달한다. 이는 공식실업자 수에 버금가는 수치이다(표 2 참조).


ILO 기준의 취지대로라면, 취업준비의 내용을 좀 더 구 체화하여 기준 기간 중에 입사 시험을 보거나 그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면 구직활동을 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황수경. 2010. <실업률 측정의 문제점과 보완적 실업지표 연구>. 99 (pdf파일 11)


황수경 연구원은 '지난 주된 활동이 취업준비였으며 취업을 희망하고 취업이 가능했다면 실업자로 간주'하고 실업률 보정에 나섰다. 그런데 실업률 보정 이전과 비교해 보정 실업률 수치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왜 그런 것일까? 바로 '실업률 측정을 위한 설문조사 오류' 때문이다. 아래 그림을 통해 <경제활동인구조사> 설문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보자.




취업자 · 실업자 · 비경제활동인구 구분을 위해서, 먼저 지난 1주 사이에 일을 한적이 있는지를 묻는다. 일을 했다면 취업자로 분류되고, 일을 하지 않았다면 지난 4주간 구직활동 여부를 묻는다. 이때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된다.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뒤에는 '취업희망' 여부를 묻는다. 이 설문에 '예' 라고 응답한다면, 비경제활동인구 임에도 실업자로 재분류될 여지가 생긴다. 취업을 원하지만 단지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경우를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취업을 희망하면서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우선 구직활동 설문에 '아니오' 라고 응답했다. 그 뒤 "지난주에 직장(일)을 원하셨습니까?" 라는 '취업희망' 설문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이것 또한 구직활동 여부를 묻는것으로 착각하게 됐다. 


그 결과, 대다수 취업준비자들이 취업희망 설문을 잘못 이해하여 '아니오' 라는 응답을 했다. 그 수는 무려 취업시험 준비자 중 89.5%에 이른다. 실제로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의 89.5%가 설문을 잘못 이해하여, '취업을 희망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된 것이다. 


이럴 경우, '실업률을 보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취업희망을 전제로 하는 실망실업자 개념으로 확장한다 해도 전혀 파악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ILO 표준설문에서는 취업희망 여부, 비구직 사유, 취업가능 여부 등을 순차적으로 확인하면서 실업과 비경제활동을 구분하기 때문에 실업과 비경제활동의 중간 영역(예컨대 실망실업자)을 고려하여 양자간 경계가 획정 되도록 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의 경우는 중간 영역의 고려 없이 실업의 판단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 비경제활동인구에 한해서만 취업희망 여부, 취업가능 여부, 비구직 사유 등을 따로 묻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이원화된 설문구조는 실업자가 ‘직장 (일)을 원하는 것’과 비경활인구가 ‘직장(일)을 원하는 것’ 간에 개념상 불일치가 발생할 여지를 남긴다. (...)


청년층 부가조사에서 지난주 취업시험을 준비했다고 응답한 미취업자 539천명 가운데 본조사에서 취업을 원하였다고 응답한 사람은 52천 명에 불과하고 90%를 차지하는 482천 명이 취업을 원하지 않았다고 응답하고 있다(표 4). 


취업 시험을 준비했으면서 취업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이때 응답자들은 취업희망 여부를 실제 취업이 가능했는지와 혼동하여 응답하였음을 짐작케 해준다. (...)


즉 구직활동 여부를 먼저 묻고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취업희망 여부를 물을 경우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것을 기준으로 자신이 취업을 원하는지를 되묻게 됨으로써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보다 엄격한 잣대로 자신의 취업희망 여부를 판단하게 되며 이 경우 비구직자 대다수가 취업 비희망자로 오분류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취업 비희망자로 오분류된 사람들의 경우에는 설문구조상 비구직 사유, 취업가능 여부 등도 확인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ILO 기준에 부합하도록 실업률을 보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취업희망을 전제로 하는 실망실업자 개념으로 확장한다 해도 전혀 파악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취업희망 여부에 관한 응답 괴리가 90%를 넘는 수준이라면 조사 과정에서의 오분류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해 보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황수경. 2010. <실업률 측정의 문제점과 보완적 실업지표 연구>. 105-107 (pdf파일 17-19)





※ 고용보조지표

- 한국 고용시장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다 


이러한 실업률 통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11월 12일(수) 통계청은 '고용보조지표'를 내놓았다. 고용보조지표는 '일하고 싶은 욕구가 완전히 충족되지 못한 노동력' 개념을 이용하여, 실업자 외에도 일하길 희망하여 고용시장에 진입 가능한 사람을 별도로 분류한 지표이다.


< 출처 : 관계부처 합동. 고용보조지표 관련 10문 10답[각주:6]. 2014.11.12 > 


  • 이 그래프를 통해, '고용보조지표' 개념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다. 
  • '고용보조지표'는 취업자로 간주되던 '불완전취업'과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되던 '잠재 실업'을 고려하여 고용시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 출처 : 황수경. 2010. <실업률 측정의 문제점과 보완적 실업지표 연구>. 108 (pdf파일 20)


통계청은 실업자 외에 일하기를 희망하는 노동력으로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잠재경제활동인구'를 선정하여 고용보조지표에 반영하였다.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는 현재 실업률 통계가 반영하지 못하는 '불완전취업'을 의미하고, '잠재경제활동인구'는 취업을 희망하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거나 사정상 현재 일을 할 수 없는 사람[각주:7]을 뜻한다. 


서 논의했듯이, 이들을 배제할 경우 실업률이 과소측정되는 문제가 발생하여 노동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이제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통계인 '고용보조지표'를 활용[각주:8]하여 노동시장 상황을 보다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 출처 : 관계부처 합동. 고용보조지표 관련 10문 10답. 2014.11.12 > 


고용보조지표는 크게 3가지로 구성된다. 불완전취업인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를 실업에 반영한 고용보조지표 1.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거나 사정상 현재 일을 할 수 없는 '잠재경제활동인구'를 실업에 반영한 고용보조지표 2.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잠재경제활동인구'를 모두 실업에 반영한 고용보조지표 3. (고용보조지표 2와 3은 분모가 '확장 경제활동인구'로 바뀐다.)


< 출처 : 관계부처 합동. 고용보조지표 관련 10문 10답. 2014.11.12 > 


우리나라 '고용보조지표'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잠재경제활동인구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잡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U-5 실업률 · U-6 실업률 등을 통해 (우리나라가 이번에 발표한) '고용보조지표'와 유사한 통계를 제공해왔다. 


이때, 미국은 잠재경제활동인구의 기준으로 '1년내 구직경험자'를 제시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아예 구직경험의 기간을 없애버렸다따라서, 우리나라 '고용보조지표'가 노동시장 내 실업상황을 과대측정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과 같은 수시채용이 아니라 특정기간 동안 공개채용하는 기업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 상황에 더 알맞다고 볼 수 있다. 


  < 출처 : 관계부처 합동. 고용보조지표 관련 10문 10답. 2014.11.12 > 


'고용보조지표'에서 드러난 (사실상 실업상태인) 잠재경제활동인구 수는 무려 170만명에 달한다. 따라서, 2014년 10월 공식 실업률은 3.2%인데 반해, 잠재경제활동인구를 반영한 '고용보조지표 2'의 실업률은 무려 9.0%까지 뛰어오른다. 그리고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 까지 포함한 '고용보조지표 3'의 실업률은 10.1%에 달한다. 공식실업률에 비해 약 3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 고용보조지표의 유용성


고용보조지표의 유용성은 '경기변동에 따른 실업률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실업률 통계는 '구직활동 판단의 엄격성' 문제로 인해 실업상황을 과소측정하는 문제를 야기했다. 실업률 통계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을뿐인 취업준비생을 비경제활동인구로 간주하였고, 그 결과 경기변동기와 상관없이 한국의 실업률은 3%대를 유지했다.


이처럼 실업률 통계가 경기변동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정책당국은 정책결정에 어려움을 겪게된다. 일반적으로 경기변동기를 판단하는 기준점으로 실업률 통계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Fed는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점으로 '실업률 6.5%'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보조지표를 사용한다면 '실업률 통계가 경기변동기를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출처 : 김현학 · 황광명. 2014. 확장된 실업지표를 이용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의 이력현상 분석 >


한국은행 소속 김현학 · 황광명 연구원은 <확장된 실업지표를 이용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의 이력현상 분석>(2014)를 통해, 경기변동에 따른 공식실업률과 확장된 실업지표의 추이를 비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확장된 실업지표'란 (이번에 통계청이 내놓은)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와 잠재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 통계를 뜻한다[각주:9].


<그림7> '확장된 실업률과 공식 실업률 추이'를 살펴보면, 2008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회색 음영부분), 한국의 공식실업률은 크게 변동하지 않았다. 물론, 2010년 즈음에서 공식실업률이 잠깐 크게 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지만, 이내 하락하여 다시 3%대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확장된 실업지표는 금융위기의 여파로 크게 증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확장된 실업률은 경기침체기에는 상승하고 경기상승기에는 하락하는 모습이 공식실업률에 비해 더욱 뚜렷하다.


<그림 8> '확장된 실업률의 구성항목별 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2008 금융위기 당시(회색 음영부분), 공식실업자는 줄었으나 불완전취업자는 크게 증가하였고 구직활동 중단자인 경계실업자 또한 크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는 '경기침체기를 맞아 실업자중 일부가 구직을 포기하고 실망실업자로 이동하고, 취업자중 일부는 구조조정 이후 불완전취업의 형태로 전환된 데 따른 결과로 추측' 된다. 


2010년 즈음에서 공식실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이내 하락하였고, 불완전취업자와 구직활동 중단자(경계실업자)는 지금도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중이다. 


이처럼 통계청이 공식 실업률 통계의 문제점을 보완해주는 '고용보조지표'를 내놓은 덕분에 한국 고용시장 상황을 더욱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공식 실업률과 고용보조지표 사이의 괴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잠재경제활동인구의 고용증대가 필요하다. 따라서, 단지 구직활동을 하지 않을 뿐 사실상 실업상태에 놓여있는 청년층과 결혼 · 성별 임금격차 문제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이탈[각주:10]여성계층의 고용증대정책[각주:11]을 더욱 더 정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자연실업률 수준으로 낮게 머물렀던 공식 실업률로 인해 지체되었던 노동시장 관련 연구들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글에서는 확장 실업률 지표를 이용한 연구와 함께 자연실업률 개념을 이용한 '노동시장 이력현상'(hysteresis) 연구를 소개할 것이다.  


이력현상 관련글

[이력현상 ①-1]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1980년대 유럽, 실업률이 영구히 높아지다


 

  1. 혹은 NAIRU(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 인플레이션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실업률) [본문으로]
  2. 물론, 국가마다 '자연실업률' 수치는 다르다. 미국은 실업률 5%를 자연실업률로 간주한다. 국가마다 자연실업률 수치가 다른 이유는, 자연실업률 개념을 이해하면 알게 될 것이다. [본문으로]
  3. 물론, 국가별로 '자연실업률'은 다르다. 그런데 우리나라 실업률 3%가 경기적 실업률을 포함한 값이 되려면, 자연실업률이 1%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 [본문으로]
  4. 본래 경제성장률 추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Hodrick-Prescott Filter 등을 이용한 'Trend'를 살펴봐야 하고, 이는 '평균 경제성장률' 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렇지만 일단은 현재 경제상황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평균 경제성장률'을 이용하자. [본문으로]
  5. 'NG(No Graduation·졸업 안하는 학생)族' 3년새 두배로… 속타는 대학. 조선일보. 2014.11.07 [본문으로]
  6. 우리나라 대다수 공공기관들이 자료링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원자료를 링크 걸 수가 없네요;; [본문으로]
  7. 황수경 연구원이 지적한 '경제활동 인구조사 설문조사 오류 문제'를 '고용보조지표' 개발과정에서 해결한 것처럼 보인다. [본문으로]
  8. '고용보조지표'가 '실업률'을 대신하는건 아니다. 관계부처는 "(고용보조지표는) 고용시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제공을 위한 참고지표이므로 국제적 공식지표인 실업률과는 명백히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본문으로]
  9. 이 보고서는 통계청의 '고용보조지표' 발표 이전에 발행되었다. 김현학, 황광명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곧 통계청이 확장된 실업지표를 내놓을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본문으로]
  10. 여성인력의 경력단절 방지 - 장시간 노동을 우대하지 말라. 2014.02.20 [본문으로]
  11. 고용률 70% 로드맵. 2013.06.0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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