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②] 마틴 펠드스타인,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Posted at 2018. 12. 31. 19:30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무역수지 적자는 재정적자 때문이다 ?


  • 1960~1990년, 미국 GDP 대비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비중 추이
  • 1970~80년대 중반까지 급격히 악화되다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반등하는 모습


1980년대 초중반, 미국인들은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누리고 있던 지위가 하락하고 있음을 우려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지난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에서 보았듯이, 당시 미국경제는 세계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감소 · 생산성 향상 둔화 · 실업률 폭등 등의 경제적 문제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이때 미국인들의 우려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확대' 였습니다. 1980년 미국 GDP 대비 무역적자 비중은 0.7% 였으나, 1985년 2.8%, 1987년 3.1%로 대폭 증가하였는데, 이 중에서 대일본 무역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가까이에 달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무역적자폭 확대를 '세계 상품시장에서 미국의 국가경쟁력이 악화됨(deterioration of competitiveness)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인식했으며, 특히 전자 · 반도체 등 하이테크 산업(high-tech) 및 제조업(manufacturing)에서 미국 기업이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했다고 받아들였습니다.


따라서,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고 일본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보호주의(protectionism) 및 산업정책(industrial policy)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정치인 · 관료 · 대중들에게 영향력 있는 학자들 사이에서 강하게 제기되었습니다. 이처럼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보호주의 압력이 증대되었고 자유무역 사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1982년 10월 ~ 1984년 7월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 역임

  • 1983년 대통령 경제 보고서 Ch3 - 재정적자가 강달러 및 무역적자를 초래한다는 지적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잘못된 사고방식(?) 때문에 보호주의 요구가 커지는 것을 우려한 경제학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 입니다. 


레이건행정부 시기였던 1982년 10월~1984년 7월 동안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Chair of the Council of Economic Advisers)을 역임한 그는, 1983년 대통령 경제 보고서(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생각치 못했던 무역적자의 원인를 지적합니다. 바로, '재정적자'(Budget Deficit) 입니다.


그의 주장과 논리를 먼저 읽어보도록 합시다.




※ 1983년 2월 대통령 경제 보고서 요약문


● 미국 경쟁력의 장기적 추세 : 인식과 현실[각주:1]


미국의 경쟁력을 둘러싼 우려가 그 어느때보다 높다. 미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었다는 주장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형편없는 실적의 원인으로는 미국 기업들의 경영실패와 자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외국 기업 등이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경쟁력이 쇠락하고 있다는 인식은 제조업 상품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더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일본과의 무역 불균형이 주요 우려 대상이다.[각주:2] (...)


하지만 장기 경쟁력을 둘러싼 우려는 대부분 잘못된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비록 최근의 달러가치 상승이 일시적 경쟁력 상실을 초래하긴 했으나, 미국이 세계시장에서 물건을 판매할 능력을 잃어버린 건 아니다.[각주:3] (...)


생산성 향상 둔화와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은 이렇다할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느린 생산성 향상이 실질임금 상승률 둔화에 의해 상쇄되지 않을 때에만 경쟁력에 문제가 발생한다.[각주:4] (...)


최근 10년동안 무역수지 흑자에서 무역수지 적자로의 전환은 경쟁력 상실의 징표로 잘못 해석 되곤 한다. 사실, 미국 국제수지 구조 변화는 느린 생산성 향상 때문이 아니라 미국 내 총저축과 총투자가 변화한 결과물이다(U.S. saving and investment position).[각주:5] 


- 미국 무역수지 구조의 변화[각주:6] 


1950~6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무역흑자를 유지했으며 다른 나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였다. 그러나 1973년 이후, 미국은 무역적자로 전환되었으며 외국인의 미국내 투자가 미국인의 대외투자 규모를 넘어섰다. 이처럼 미국 무역수지 변화는 투자흐름 변화(shift in investment flow)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각주:7] (...) 미국 무역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바뀐 것은 자본수지 계정에 의해 상쇄된다. (...) 


1970년대가 되자 다른 산업국가들은 더 이상 새로운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동시기에, 미국 내 저축공급은 낮은 국민저축률(low national saving rate)에 의해 제약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자본수출국이 아니라 자본유입국이 되었다.[각주:8]


- 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 1983, 51-55쪽



● 환율과 국제수지[각주:9]  


1982년 달러가치는 주요국 통화에 비해 1973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각주:10] (...) 강달러는 미국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훼손시켜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각주:11] (...) 


- 달러가치 강세의 원인[각주:12]


달러가치 상승은 미국 상품 수요가 아니라 미국 자산 수요를 반영하는 게 분명하다. 미국 내 투자 선호가 달러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외국인이 미국 자산을 사기 위해서는 달러를 획득해야 한다. 달러 수요 증가는 달러 가치를 상승시킨다.[각주:13] 


미국 자산 수요를 증가시킨 중요한 요인은 미국의 높은 실질 금리이다. 실질 금리는 명목금리-기대 인플레이션율로 측정할 수 있다.[각주:14] (...) 최근 몇년동안 미국의 실질 금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각주:15] (...) 


- 강달러가 미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각주:16]


달러가치 상승은 미국 기업의 생산비용을 증가시킨다. 1980년 3분기-1982년 2분기 동안, 미국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은 다른 산업국가에 비해 32%나 증가하였다. 상대적 비용 증가는 일시적으로나마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킨다.[각주:17] (..) 강달러의 영향이 미국 무역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면, 무역적자는 더 심화될 것이다.[각주:18] (...)


무역 및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될지 여부는 미국 거시경제정책, 특히 재정부문(fiscal side)에 달려있다. 만약 대규모 재정적자가 지속되어 미국 국민저축률을 억누른다면, 실질 금리는 다시 상승할 것이고, 달러가치는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다. 이 경우, 무역수지 적자는 향후 수년간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다.[각주:19] (...)


외국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이 세계무역 구성을 왜곡시키고 경제적 효율성을 감소시키긴 하였으나,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는 외국의 불공정 경쟁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기업가·노동단체는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는 거시경제 특히 대규모 재정적자가 초래한 결과이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원천은 파리나 도쿄가 아니라 워싱턴에서 찾아야 한다.[각주:20] (...)


- 강달러에 대한 반응[각주:21]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환율에 영향을 줄 수는 없으나, 통화 및 재정정책은 간접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달러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한 정책은 느슨한 통화정책과 긴축 재정정책 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최소한 단기적으로나마 실질 금리를 낮추어 미국으로의 자산유입을 줄이고 달러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각주:22] (...)


고정환율제 하에서, 재정적자는 국내투자를 구축시킨다. 변동환율제 하에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상승을 통해) 수출부문을 구축시킨다. 따라서, 재정적자 감축은 국내투자 뿐 아니라 무역수지 개선을 불러올 것이다.[각주:23]  


달러가치 상승은 자유무역을 고수하려는 미국의 결심에 압박을 준다.[각주:24] (...) 미국이 잘못된 국제무역 정책을 선택한다면, 다른 주요 교역국들의 연쇄적인 보복을 일으킬 것이다.[각주:25] (...)


미국 기업의 경쟁력과 국제수지는 거시경제적 현상이다. 미시적개입은 거시경제 문제를 치유하지 못한다. 미국이 추구할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재정적자와 실질 금리를 통제하에 두는 것이다(budget deficits and real interest rates under control).[각주:26]  


- 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 1983, 61-69쪽


1980년대 초반,  일본의 경제성장과 비교되는 미국의 생산성 둔화 및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확대[각주:27]를 목격한 많은 미국인들이 보호주의 · 산업정책 · 외환시장 개입 등을 요구하고 있을 때, 마틴 펠드스타인은 이렇게 뜬금없이(?) 재정적자 감축을 이야기 했습니다. 


경제학을 전공한 미국인들은 펠드스타인이 적은 문장 하나하나가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쉽게 이해했을 테지만, 다수의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에게는 뚱딴지 같은 소리였습니다. 


이번글을 통해 마틴 펠드스타인이 무역적자 확대의 원인으로 왜 재정적자를 문제 삼았는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합시다.




※ 1980년부터 미국으로 자본유입 증대 → 달러가치 상승 → 무역적자


  • 파란선 :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 지수 (1973=100)

  • 노란선 : 미국 GDP 대비 무역수지 적자 비중 (축반전)

  • 1980년을 기점으로 달러가치가 상승하자, 시차를 두고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


1980년대 초중반, 미국 무역수지 적자 심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은 1980년부터 시작된 '달러가치 상승'(dollar's strength) 이었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달러가치 상승이 본격화되고 2년 후부터 무역수지 적자폭도 확대되었습니다.


주요국 통화가치 대비 달러가치는 1980-1985년 동안 무려 40%나 상승했습니다. 마틴 펠드스타인이 보고서를 작성한 시점(1982-83년 2월)에도 달러가치는 1973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었죠. 


미국 무역수지 적자는 시차를 두고 심화되었습니다. 강달러는 초기에는 수입비용을 낮추는 이로움을 주다가 점점 수출경쟁력을 훼손시켰고, GDP 대비 무역수지 적자 비중은 1982년 -1.3%에서 1986년 -3.7%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달러가치가 이토록 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본래 수출이 줄고 수입이 증가하면 자기조정기제에 의해서 통화가치가 하락하여야 하는 게 정상적임에도, 인위적으로 달러가치를 하향시킨 플라자합의 이전까지 계속해서 상승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틴 펠드스타인은 "달러가치 상승은 미국 상품 수요가 아니라 미국 자산 수요를 반영하는 게 분명" 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말의 함의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1971년 이후 달라진 세계경제를 알아야 합니다.


▶ 닉슨 쇼크 -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전세계적 자본이동 자유화


1971년은 세계경제에 큰 변화를 안긴 사건이 일어났던 해 입니다. 바로, 닉슨 쇼크(Nixon Shock), 외국이 가져온 금 1온스를 35달러로 교환해주던 금태환제가 폐지되었습니다. 이후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고정환율제도에서 벗어나 1973년부터 변동환율제도로 이행[각주:28]하였고, 국가간 자본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졌습니다. 


1971년 이전까지 외환시장은 주로 무역거래(trade transaction)를 목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이후부터는 자본거래(capital transaction)가 외환시장을 지배하였고 통화가치도 자산의 수요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외국인이 미국 내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달러화가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달러화 자산 수요의 증가(increase in the demand for dollar assets), 다르게 말해 미국으로의 자본유입(capital inflow)은 달러가치를 상승시킵니다. 반대로 미국인이 외국의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달러화를 팔고 외국의 통화를 구매해야 합니다. 따라서 외국 자산 수요의 증가 및 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출은 달러가치를 하락시킵니다.


▶ 일본의 외환거래 자유화 & 미국 실질금리 상승 - 미국으로의 자본유입 증대


그렇다면 1980년부터 시작된 달러가치 상승은 동시기 미국 달러화 자산 수요가 증대된 결과물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이 증대되었습니다. 첫째는 본의 외환통제 자유화(liberalization of foreign exchange controls). 둘째는 미국의 높은 실질금리(higher real interest rates) 입니다.


  • 출처 : Fukoa, 1990, <일본 외환통제 자유화와 국제수지 구조변화>[각주:29], BOJ 통화·경제 연구

  • 1980년 12월 자본유출 자유화가 실시된 이후, 일본 기관투자자들의 외국증권투자 잔액이 대폭 증가


일본은 1973년 변동환율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엄격한 외환통제를 실시했습니다. 외환시장은 통화당국에 의해 지도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고정환율제나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1980년 12월, 새로운 외환거래법이 시행 되었습니다. 이전의 법들과는 달리 새로운 법은 특정 경우를 제외하고 어떠한 외환거래도 허용토록 했습니다(freedom of transactions with exceptions). 생명보험사 · 신탁은행 등의 기관투자자들의 외국증권투자 제한도 없어졌습니다. 그 결과, 위에 첨부한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에서 막대한 자본유출(capital outflow)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 자본이 주로 향한 곳은 바로 미국 이었습니다.


  • 출처 : 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 1983, 64쪽

  • 미국 실질금리와 주요 산업국 실질금리 간 차이


1981년 당시 미국 실질금리는 주요 산업국가에 비해서 약 4%p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자본이동이 자유롭게 된 외국투자자들이 미국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는 건 자연스런 행동이였습니다. 그리고 달러화 자산 수요 증가로 인해 달러가치가 상승하는 것도 자연스런 인과관계 였죠.


▶ 자본·금융수지와 경상수지(무역수지) 간 관계


자본유입 증대는 달러가치 상승을 유발하여 수출경쟁력 및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고, 자본유입 그 자체가 무역수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바로, 자본·금융수지[각주:30]와 경상수지(무역수지)[각주:31] 간 관계를 통해서 입니다.


  • 1970~1990년, 미국 경상계정(current account) · 금융계정(financial account) 추이

  • 경상계정 적자는 상품·서비스 순수입을 의미하며, 금융계정 적자는 순자본유입을 의미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의 글[각주:32]을 통해 소개하였듯이, '경상수지 흑자(순수출) = 자본·금융수지 흑자[각주:33](순자본유출)'이며, '경상수지 적자(순수입) = 자본·금융수지 적자(순자본유입)' 입니다. 


마틴 펠드스타인이 보고서를 통해 "미국 무역수지 변화는 투자흐름 변화(shift in investment flow)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보고서 내용 다시 읽어보기


이번 파트에서 살펴본 내용을 염두에 두고, 1983년 대통령 경제보고서에 담긴 관련 내용을 다시 읽어봅시다.


● 환율과 국제수지  


1982년 달러가치는 주요국 통화에 비해 1973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 강달러는 미국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훼손시켜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 


- 달러가치 강세의 원인


달러가치 상승은 미국 상품 수요가 아니라 미국 자산 수요를 반영하는 게 분명하다. 미국 내 투자 선호가 달러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외국인이 미국 자산을 사기 위해서는 달러를 획득해야 한다. 달러 수요 증가는 달러 가치를 상승시킨다. 


미국 자산 수요를 증가시킨 중요한 요인은 미국의 높은 실질 금리이다. 실질 금리는 명목금리-기대 인플레이션율로 측정할 수 있다. (...) 최근 몇년동안 미국의 실질 금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 


● 미국 경쟁력의 장기적 추세 : 인식과 현실


- 미국 무역수지 구조의 변화 


1950~6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무역흑자를 유지했으며 다른 나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였다. 그러나 1973년 이후, 미국은 무역적자로 전환되었으며 외국인의 미국내 투자가 미국인의 대외투자 규모를 넘어섰다. 이처럼 미국 무역수지 변화는 투자흐름 변화(shift in investment flow)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미국 무역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바뀐 것은 자본수지 계정에 의해 상쇄된다. (...) 


1970년대가 되자 다른 산업국가들은 더 이상 새로운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동시기에, 미국 내 저축공급은 낮은 국민저축률(low national saving rate)에 의해 제약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자본수출국이 아니라 자본유입국이 되었다.


▶ 왜 미국에서 실질금리가 높았을까? · 왜 미국은 자본유입국이 되었을까?


그렇다면 이제 던질 수 있는 물음은 "왜 미국에서 실질금리가 높았을까?" "왜 미국은 자본유입국이 되었을까?" 입니다. 만약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실질금리가 더 높았다면 미국으로의 자본유입은 없었을 것이고, 강달러 현상과 무역수지 적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 해답은 펠드스타인이 말한 "동시기에, 미국 내 저축공급은 낮은 국민저축률(low national saving rate)에 의해 제약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자본수출국이 아니라 자본유입국이 되었다."에 들어있습니다.


해답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인 '1979년-1982년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과 거시경제 상황'을 먼저 파악해 봅시다.




※ 1980년대 초중반,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 1979-1982년, 볼커 연준 의장의 反인플레이션 정책 성공


1970년대 미국 소비자들이 직면한 (생산성둔화 · 무역적자 이외에)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높은 물가상승률' 이었습니다. 1970년대에 발생한 두 번의 오일쇼크는 10%가 넘는 인플레이션율을 초래했습니다.


과거 경제학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의 역관계를 나타내는 (단기) 필립스곡선을 생각하면,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낮은 실업률 및 높은 생산량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일쇼크와 같은 공급충격에 의한 물가상승은 높은 실업률과 낮은 생산량을 동반시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초래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지식으로 무장한 경제학자들은 "경제의 자연실업률과 잠재생산량은 공급측면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율에 따라 변동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높은 물가수준만 가지게 된다"[각주:34]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장기적 비용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고, 대중들은 강력한 反인플레이션 정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소를 위한 긴축정책은 단기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불러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동일한 자연실업률 · 잠재생산량일 때 이전보다 낮은 물가수준을 가져온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 1979년 8월 - 1987년 8월, 미 연준 의장을 역임한 폴 볼커(Paul Volcker)

  • 볼커 의장은 1979년 부임 이후 강력한 反인플레이션 정책을 구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79년 8월 연준 의장으로 부임한 폴 볼커(Paul Volcker)는 인플레이션율을 줄이기 위한 강력한 약속(strong commitment)을 다짐하며, 인플레이션율이 충분한 수준으로 하락하고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질 때까지 긴축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볼커의 연준은 통화공급 증가율을 감소시켜 단기 금리 상승을 용인[각주:35]했으며, 1980년 4월 연방기금금리는 17.61%까지 오릅니다. 1980년 대선을 앞두고 잠시 금리를 내린 연준은 대선이 끝나자 다시 대폭의 통화긴축을 단행합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1982년 전반기까지 계속된 긴축 통화정책은 1970년대 10%가 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983년 2%대까지 내리는 데 성공시킵니다. 이후로도 오늘날까지 우리는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경험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볼커의 연준은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신뢰성을 획득하였고,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연준이 긴축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것이다"라는 믿음이 경제주체들 사이에 공고화되자 실제 인플레이션율 또한 높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성공적인 연준의 反인플레이션 정책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했습니다. 




※ 1980년대 초중반, 레이건 행정부의 재정정책 

- 레이건행정부 감세와 국방비지출 증가로 인한 재정적자 심화


  • 1960~1990년, 미국 GDP 대비 연방정부 재정수지 비중 추이

  • 1981년 레이건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재정적자가 심화되었다


1979년-1982년 연준이 긴축 통화정책을 실시하던 시기에, 1981년 임기를 시작한 레이건행정부는 대폭적인 감세(tax cut)와 국방비지출 증가(defense spending rise)를 실시하여 재정적자(budget deficit)를 초래했습니다. 


GDP 대비 정부수입은 1981년 18.7%에서 1985년 16.9%까지 하락했습니다. 반면 국방비지출 비중은 5.6%에서 6.9%로 증가했고, 순이자지출 비중도 1.8%에서 3.0%까지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 초래된 것이 재정적자(budget deficit) 및 정부부채 증가(government debt) 입니다. 위의 그래프에 나와있듯이, 1981년 -2.5%였던 재정적자 비중은 1985년 -4.9%로 심화 되었습니다.


레이건행정부는 '작은 정부'를 추구했다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하여 감세와 정부지출 감소를 동시에 추구하였는데, 세금인하 폭은 예상했던 것보다 컸던 반면 정부지출 감소액은 기대했던 것보다 적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이란 미대사관 억류 사태 · 소련과의 냉전 심화 등이 벌어진 상황에서, 국가적 분위기는 국방비 지출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입니다. 


1982년 10월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이 된 마틴 펠드스타인에게 재정적자는 심각한 우려사항 이었습니다. 그는 행정부 동료들에게 재정적자 감축의 필요성을 설득했고, 언론기고를 통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 했습니다. 


그러나 레이건행정부 인사들과 대중들에게 재정적자는 큰 문제가 아닌듯 보였습니다. 정치사상으로 '작은 정부'를 추구한 행정부 인사들에게 펠드스타인의 세금 인상 주장은 가당치도 않은 요구였습니다. 감세를 통해 경제가 성장하면 향후 세금 수입이 저절로 증대될거라는 믿음이 확고했습니다. 대중들에게 높은 실업률 · 높은 인플레이션율 문제에 비해 재정적자는 별다른 고민거리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국방비지출 감소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정적자가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는 앞서 살펴본 연준의 성공적인 정책도 기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각국 정부는 재정적자를 만회하고 정부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통화량 발행을 늘리는데,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율이 낮았으며, 향후 높은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거라는 기대도 사라진 상황 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마틴 펠드스타인이 재정적자를 우려한 두 가지 이유와 논리를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펠드스타인은 재정적자가 장기적으로 투자 위축을 통한 자본형성 및 경제성장 둔화 · 단기적으로 저축 위축을 통한 무역적자 심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는데, 사람들이 듣기엔 뚱딴지 같은 소리였습니다. 


이제 다음 파트에서 펠드스타인의 뚱딴지 같은 소리가 왜 논리적으로 타당한 주장인지 알아봅시다.




※ 재정적자가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이유

: 총저축 감소실질금리 상승자본유입 증대 및 강달러무역적자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한번 더 짚어봅시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초래한 직접적인 요인은 '자본유입'과 '강달러' 입니다. 자본유입은 그 자체로 경상계정 적자(금융계정 적자)를 초래하기도 하고, 달러가치를 상승을 불러와 수출경쟁력 감소 및 무역적자 확대를 만들어 냅니다. 


결국 무역적자의 근본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왜 1980년대 초중반 미국 실질금리가 높아서 자본유입을 초래하였나"에 대한 해답을 알아야 하는데, 마틴 펠드스타인은 '재정적자'(budget deficit)를 답으로 꼽았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거시경제 총저축과 총투자에 의해서 균형 실질 금리 r*가 결정된다

  • 총저축이 외생적으로 줄어들면 균형 실질 금리는 상승


재정적자는 거시경제 총저축을 외생적으로 감소시킴으로써 실질금리를 상승시킵니다. 경제학원론에 나오는 아주 단순한 경제원리 입니다. 거시경제 실질 금리 r*는 총저축과 총투자가 결정하는데, 총저축이 외생적으로 줄어들면 균형 실질 금리는 상승합니다. 위의 그래프가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  : 대부자금시장에서 거시경제 실질 금리가 결정되는 원리는 본 블로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를 통해서도 설명한 바 있습니다.)


  • 1970~1990년, 미국 순 국민저축률 · 개인저축률 · 정부저축률 추이

  • 1980년대 초반, 재정적자로 인해 순정부저축률이 줄어들면서 순국민저축률도 크게 감소


1980년대 초반, 재정적자로 인해 총저축이 감소한 모습을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 총저축은 이른바 국민저축(national saving)으로 불리우며, 개인저축(private saving) + 정부저축(government saving)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981년 레이건행정부 감세 및 국방비지출 증가로 재정적자가 증가하면서 순정부저축률이 감소하였고, 그 결과 순국민저축률이 급감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출처 : Economic Report of the President, 1983, 64쪽

  • 미국 실질금리와 주요 산업국 실질금리 간 차이


이로 인해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의 실질금리가 다른 주요 산업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되었고, 자본유입 증대 및 달러가치 강세에 이은 무역수지 적자가 초래된 것입니다.


  • 국민계정식(National Accounting)을 이용해 살펴본, 국민저축 · 투자 · 순수출의 관계


'재정적자 → 총저축 감소 → 실질 금리 상승 → 자본유입 증대 → 달러가치 상승 → 무역적자 발생' 경로가 이해하기 힘들다면, 국민계정식을 통해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본 블로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를 통해 설명한 바 있듯이, 순수출(NX) 크기는 국민저축(S)과 투자(I)가 결정 짓습니다. 기본적인 회계등식 관계일 뿐입니다. 따라서, 정부지출이 증가하여(G↑) 국민저축이 감소한다면(S↓), 당연히 순수출 크기도 줄어듭니다(NX↓)


국민계정식을 다르게 바라보면, 무역적자가 발생했던 동시기에 자본유입이 증가하여 금융계정이 적자를 기록한 이유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증가한 정부지출로 국민저축이 줄어들면 이를 보충하는 방법은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국민저축이 감소하면 외국으로부터 자본이 유입되고, 금융계정은 적자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했듯이, 순수출과 순자본유입은 동일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으며, 마틴 펠드스타인이 "미국 무역수지 변화는 투자흐름 변화(shift in investment flow)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제 무역수지 적자의 근본원인은 재정적자에 있다는 마틴 펠드스타인의 주장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의 분석을 다시 읽어보면 처음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겁니다.


● 미국 경쟁력의 장기적 추세 : 인식과 현실


미국의 경쟁력을 둘러싼 우려가 그 어느때보다 높다. 미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었다는 주장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형편없는 실적의 원인으로는 미국 기업들의 경영실패와 자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외국 기업 등이 지목되고 있다. 미국의 경쟁력이 쇠락하고 있다는 인식은 제조업 상품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됨에 따라 더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일본과의 무역 불균형이 주요 우려 대상이다. (...)


하지만 장기 경쟁력을 둘러싼 우려는 대부분 잘못된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비록 최근의 달러가치 상승이 일시적 경쟁력 상실을 초래하긴 했으나, 미국이 세계시장에서 물건을 판매할 능력을 잃어버린 건 아니다. (...)


생산성 향상 둔화와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은 이렇다할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느린 생산성 향상이 실질임금 상승률 둔화에 의해 상쇄되지 않을 때에만 경쟁력에 문제가 발생한다. (...)


최근 10년동안 무역수지 흑자에서 무역수지 적자로의 전환은 경쟁력 상실의 징표로 잘못 해석 되곤 한다. 사실, 미국 국제수지 구조 변화는 느린 생산성 향상 때문이 아니라 미국 내 총저축과 총투자가 변화한 결과물이다(U.S. saving and investment position).


● 환율과 국제수지


- 강달러가 미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


달러가치 상승은 미국 기업의 생산비용을 증가시킨다. 1980년 3분기-1982년 2분기 동안, 미국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은 다른 산업국가에 비해 32%나 증가하였다. 상대적 비용 증가는 일시적으로나마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킨다. (..) 강달러의 영향이 미국 무역에 계속 영향을 미친다면, 무역적자는 더 심화될 것이다. (...)


무역 및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될지 여부는 미국 거시경제정책, 특히 재정부문(fiscal side)에 달려있다. 만약 대규모 재정적자가 지속되어 미국 국민저축률을 억누른다면, 실질 금리는 다시 상승할 것이고, 달러가치는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다. 이 경우, 무역수지 적자는 향후 수년간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다. (...)


외국의 보호주의 무역정책이 세계무역 구성을 왜곡시키고 경제적 효율성을 감소시키긴 하였으나,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는 외국의 불공정 경쟁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기업가·노동단체는 명심해야 한다. 미국의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는 거시경제 특히 대규모 재정적자가 초래한 결과이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원천은 파리나 도쿄가 아니라 워싱턴에서 찾아야 한다. (...)


- 강달러에 대한 반응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여 환율에 영향을 줄 수는 없으나, 통화 및 재정정책은 간접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달러가치를 하락시키기 위한 정책은 느슨한 통화정책과 긴축 재정정책 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최소한 단기적으로나마 실질 금리를 낮추어 미국으로의 자산유입을 줄이고 달러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 (...)


고정환율제 하에서, 재정적자는 국내투자를 구축시킨다. 변동환율제 하에서, 재정적자는 (통화가치 상승을 통해) 수출부문을 구축시킨다. 따라서, 재정적자 감축은 국내투자 뿐 아니라 무역수지 개선을 불러올 것이다.


달러가치 상승은 자유무역을 고수하려는 미국의 결심에 압박을 준다. (...) 미국이 잘못된 국제무역 정책을 선택한다면, 다른 주요 교역국들의 연쇄적인 보복을 일으킬 것이다. (...)


미국 기업의 경쟁력과 국제수지는 거시경제적 현상이다. 미시적개입은 거시경제 문제를 치유하지 못한다. 미국이 추구할 가장 효과적인 정책은 재정적자와 실질 금리를 통제하에 두는 것이다(budget deficits and real interest rates under control).




※ 이해하기 어려운 마틴 펠드스타인의 주장


이번글을 통해, 마틴 펠드스타인이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은 국가경쟁력 상실이 아니라 재정적자 증가이다" 라고 주장한 이유와 논리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주장은 경제학원론 수준의 지식을 이용해서 차근차근 살펴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으나, 경제학을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직관적이지 않은 주장 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미국 제조업이 일본 제조업과의 '전쟁과 같은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에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하는 거 같은데, 갑자기 재정적자와 총저축을 이야기하니 당혹스럽습니다. '작은 정부'를 신봉하던 레이건행정부 인사들은 더더욱 황당할 뿐입니다. 감세를 통해 기업을 도우면 경제가 좋아진다고 믿는데, 신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이 세금을 인상해야 무역적자가 줄어든다고 말합니다. 


마틴 펠드스타인은 시간이 흐르고 난 후 논문을 통해 그때의 일을 이야기 합니다.


● 1980년대 달러와 무역적자에 관한 개인적 평가


- 국민저축과 쌍둥이적자 (무역+재정 적자)


경제학자들은 재정적자와 실질 금리 · 달러가치, 최종적으로 무역적자 간 연결고리를 이해하고 있으나, 비경제학자들은 이 논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chair of CEA)을 역임했을 때, 내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의 연결고리를 설명할 때마다 수많은 회의론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달러가치는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이 아니라) 통화정책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통화주의자들도 있었고, 재정적자는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공급주의자들도 있었다.  (...)


재정적자와 실질 금리 · 달러 가치 · 무역수지 간 관계를 비경제학자들에게 설득하는 건 어려웠기 때문에, 나는 보다 직접적인 설명을 강조했다. 한 나라의 무역수지는 저축과 투자의 차이와 같다. 국가가 저축을 투자보다 많이 한다면 순수출을 하고, 저축이 투자보다 적다면 순수입이 발생한다.  


대규모 재정적자는 국민저축을 낮춤으로써 무역적자를 일으킨다. 1980년대 전반기, GDP 대비 순개인저축은 감소한 반면 순개인투자는 다소 증가하였다. 이런 조건에서,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러한 설명은 경제이론도 아니고 실증분석도 아니라 기초적인 회계등식일 뿐이다. (...)


그러나 모두를 설득할 수는 없었다. 1984년 초반, 재무부장관 돈 레이건은 상원예산위원 청문회에 나가서, 나의 보고서가 틀렸으며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 Martin Feldstein, 1993, The Dollar and the Trade Deficit in the 1980s: A Personal View


● 1980년대 정부지출과 재정적자에 관한 개인적 평가


1982년 중반-1984년 중반,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을 역임하던 2년간 재정적자는 나에게 주요한 문제였고, 레이건 행정부 내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 나는, 우리가 세금인상을 하거나 다른 지출을 줄여야 국방비지출 증대를 감당할 수 있음을 말해왔다. 높은 세금인상이 없다면 행정부의 국방비지출 증액 요구를 의회가 삭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실업률 및 인플레이션이 초래하는 문제와는 달리, 재정적자가 초래하는 문제는 대중들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 (...) 나는 나의 중요한 책무를 행정부 동료 뿐만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재정적자의 장기적 악영향을 설명하는 것으로 여겼다. (...) 


만약 그들이 재정적자가 초래할 장기적 악영향을 이해하기만 하면, 그들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단기비용을 감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1980년대를 돌아보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너무나 적은 노력이 행해졌다. 재정적자를 줄였을 때 발생할 정치적 비용은 명확했다. (...)


1982년 가을, 나는 상당한 시간을 행정부 내부나 대중들에게 최근의 적자 급증은 경기적 요인이긴 하지만,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여전히 구조적 적자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구조적 적자가 지속된다면 필연코 투자를 줄여서 미래 소득을 줄일거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투자 구축현상은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으로 상쇄되거나 달러가치 상승으로 인한 수출하락으로 상쇄되지만, 자본유입은 일시적이며 결국 재정적자는 국내저축을 줄여서 투자를 위축시킬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 일명 Feldstein-Horioka Puzzle)


재무부내 "공급중시론자"들은 일단 경기회복이 시작되고 나면, 세금인하에도 세금수입이 커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추가적인 세금변경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들은 적자가 지속되더라도, 세금인상 보다는 적자가 지속되도록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세금인상은 유인을 훼손시키는 반면, 재정적자가 문제를 초래한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 이들은 재정적자가 실질금리를 인상시킨다는 논리를 부정했다. (...)

 

재정적자가 초래할 장기적 악영향을 강조한 것, 대통령에게 세금인상 필요성을 요구한 것, 정부지출감소 등의 강조는 백악관 내에서 나를 인기없게 만들었다. 


- Martin Feldstein, 1993, Government Spending and Budget Deficits in the 1980s: A Personal View 




※ 책상 위 경제학자와 경쟁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경영자 간 사고방식 차이


처럼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하며, 동시대에 벌어진 거시경제적 사건들(닉슨쇼크 및 브레튼우즈체제 붕괴 · 일본의 외환거래 자유화 · 볼커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 · 레이건행정부의 감세정책)이 미친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정치권 · 기업가 · 일반 대중들과 항상 충돌하며 논쟁을 일으킵니다. 


그런데 이번글을 통해 제가 전하고 싶은 것은 "경제학자들은 국제무역을 이렇게 바라보기도 한다."이지, "경제학자들의 사고방식이 진리다"가 아닙니다.


마틴 펠드스타인의 설명은 거시경제적 현상인 무역적자를 설명할 때는 타당하나, 미시적 세계에서 외국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경영자가 보기엔 매우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 일본 제조업 기업과의 경쟁때문에 힘든 미국 제조업 경영자에게 "재정적자를 줄여라"는 충고와 조언은 쓸모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경제학자와 기업경영자들이 국제무역을 바라보는 방식이 이토록 다를 수 밖에 없을까요?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는 1980년대 미국 무역정책 방향을 결정함에 있어 큰 논쟁을 유발시켰습니다. 


바로 다음글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③] 외국 기업에게 한번 시장을 내주면 되찾을 수 없다 - 생산의 학습효과가 작동하는 동태적 비교우위 에서 이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1. Long-Run Trends in U.S. Competitiveness: Perceptions and Realities [본문으로]
  2. Concern over the international competitiveness of the United States is as high as it has ever been. It is argued with increasing frequency that U.S. business has steadily lost ground in the international marketplace. This alleged poor performance is often attributed both to failures of management in the United States and to the support given to foreign businesses by their home governments. Feeding the perception of declining competitiveness is the persistent U.S. deficit in merchandise trade, especially the imbalance in trade with Japan. [본문으로]
  3. This wider approach reveals that much of the concern about long-run competitiveness is based on misperceptions. Although the recent appreciation of the dollar has created a temporary loss of competitiveness, the United States has not experienced a persistent loss of ability to sell its products on international markets; [본문으로]
  4. But there is no necessary relation between productivity and competition in international markets. Slow growth in productivity only hampers a country's international competitiveness if it is not offset by correspondingly slow growth in real wages. [본문으로]
  5. The overall performance of the United States, then, does not suggest a long-term problem of competitiveness. The shift from persistent trade surplus to persistent deficit which occurred over the last decade is, however, often misinterpreted as a sign of an inability to compete. In fact, changes in the structure of the U.S. balance of payments are more the result of changes in the U.S. saving and investment position than of slow productivity growth. [본문으로]
  6. The Changing Structure of the U.S. Balance of Payments [본문으로]
  7. In the 1950s and early 1960s the United States normally had a trade surplus and invested heavily in other countries. In the years after 1973, however, the United States normally had a trade deficit, and annual investment by foreigners in the United States began to approach annual U.S. investment abroad. The shift in the U.S. trade balance was closely connected with the shift in investment flows. [본문으로]
  8. By the 1970s the other industrial countries had narrowed or eliminated these differences in capital and labor costs. The result was that the demand for new capital abroad was no longer a great deal larger than it was in the United States. At the same time, the supply of savings in the United States was restricted by a low national saving rate (the lowest among the major industrial countries). Thus the United States ceased to be a major net exporter of capital, [본문으로]
  9. Exchange Rates and the Balance of Payments [본문으로]
  10. During 1982 the dollar rose against other major currencies to its highest level since the beginning of floating exchange rates in 1973. [본문으로]
  11. the strong dollar caused severe problems by decreasing the cost competitiveness of exported U.S. goods. [본문으로]
  12. Causes of the Dollar's Strength [본문으로]
  13. What the rise of the dollar seems clearly to reflect is a rise not in the demand for U.S. goods, but in the demand for U.S. assets. The reasons for the increased attractiveness of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are somewhat controversial, but the effects are not. In order to buy U.S. assets, foreigners must first acquire dollars. The increased demand for dollars drives up the exchange rate. [본문으로]
  14. One important factor in the increased demand for U.S. assets was that real interest rates in the United States were high relative to real interest rates elsewhere. Real interest rates are not directly measurable, since they equal the nominal rate minus expected inflation. [본문으로]
  15. real interest rate in the United States was substantially higher than foreign rates in recent years. [본문으로]
  16. Effects of a Strong Dollar on U.S. Trade [본문으로]
  17. The rise of the dollar was associated with a large rise in the production costs of U.S. firms relative to those of foreign competitors. To take one measure, unit labor costs in U.S. manufacturing rose 32 percent relative to those of a weighted average of other industrial countries from their low point in the third quarter of 1980 to the second quarter of 1982. This rise in relative costs has at least temporarily reduced the international competitiveness of U.S. industry dramatically. Other U.S. exporting and import-competing sectors, especially agriculture, have also been squeezed. [본문으로]
  18. As the effects of the strong dollar are increasingly reflected in U.S. trade, the trade deficit will widen. [본문으로]
  19. Whether the trade and current account deficits persist will largely depend on U.S. macroeconomic policies, particularly on the fiscal side. If large budget deficits are allowed to continue to depress the U.S. national saving rate, real interest rates may rise again, sustaining or even increasing the high real exchange rate of the dollar. In this case the trade deficit could remain high for several years. [본문으로]
  20. Should this occur, government, business, and labor officials must bear in mind that even though protectionist foreign trade practices distort the composition of world trade and reduce economic efficiency both in the United States and abroad, large trade deficits are not the result of unfair foreign competition. Large projected U.S. trade deficits are a result of macroeconomic forces, particularly large budget deficits. The main sources of the U.S. trade deficit are to be found not in Paris or in Tokyo, but in Washington. [본문으로]
  21. Responses to the Strong Dollar [본문으로]
  22. Although the government cannot significantly affect exchange rates through direct intervention, monetary and fiscal policies do indirectly affect the exchange rate. A feasible strategy for bringing the dollar down would involve looser monetary policies and tighter fiscal policies. Both of these changes would tend to lower real interest rates (at least in the short run), making capital movement into the United States less attractive and thus driving down the value of the dollar. [본문으로]
  23. Under fixed exchange rates, budget deficits crowded out domestic investment. With a floating exchange rate they crowd out exporting and import-competing products as well. A reduction in deficits would lead—with some lag—to an improvement in the trade balance as well as higher investment. [본문으로]
  24. The strength of the dollar has put considerable strain on the resolve of the United States to remain committed to free trade. [본문으로]
  25. If there is special reason for concern about the international side, it is because of the danger that mistakes in U.S. policy could set off a spiral of retaliation among all the major trading nations. [본문으로]
  26. The competitiveness of U.S. business as a whole—as opposed to that of particular sectors—and the balance of payments are macroeconomic phenomena. Microeconomic interventions cannot cure macroeconomic problems; they can only make one sector better off by hurting other sectors even more. The most effective strategy the United States can pursue for its exporting and import-competing sectors is to get its overall economic house in order—above all, by bringing budget deficits and real interest rates under control. [본문으로]
  27. [국제무역논쟁 80's 미국 ①] 198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보호주의 압력이 거세지다 (New Protectionism) http://joohyeon.com/273 [본문으로]
  28. 달러지수 데이터가 1973년 100을 기준으로 오늘날까지 제공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본문으로]
  29. Liberalizatoin of Japan's Foreign Exchange Controls and Structural Changes in the Balance of Payments [본문으로]
  30. 요즘은 자본금융 수지라 하지 않고, 자본금융 계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만... [본문으로]
  31. 경상수지는 상품 및 서비스 무역수지 이외에 본원소득 및 이전소득 수지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지만, 후자의 크기는 전자에 비해 작기 때문에, 경상수지를 무역지로 받아들여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본문으로]
  32.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http://joohyeon.com/237 [본문으로]
  33. 2015년 12월 이전까지, 한국은행은 순자본유출을 자본금융수지에 음(-)의 값으로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혼동을 준다고 하여 2015년 12월부터 순자본유출이 자본금융수지에 양(+)의 값으로 기록되기 시작했습니다. [본문으로]
  34.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 http://joohyeon.com/210 [본문으로]
  35.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연방기금금리를 직접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타겟인 총통화량 조절을 위해 금리를 조정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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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Posted at 2015. 12. 29. 18:44 | Posted in 경제학/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왜 오늘날에 '1997년'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1997년은 오래된 과거입니다. 2016학년도에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분들이 1997년생이죠... 그런데 요즈음 '1997년'을 많이들 이야기하곤 합니다.


  

2015년 12월, 미국 Fed는 기준금리를 0.25%p 올림으로써 2008년 12월 이후 7년만에 제로금리정책에서 벗어났습니다. Fed가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던 해는 2006년이니, 사람들은 무려 9년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연방기금목표금리(Federal Fund Target Rate)는 0.00%~0.25%에서 0.25%~0.50%가 되었죠.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세계 투자자들은 신흥국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을 불러와서 '1997년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를 우려하기 때문이죠. 1997년에 신흥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2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2015년 11월 22일, 김영삼 前 대통령이 서거하자 많은 사람들이 1997년을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온 몸을 바친 김영삼을 회고하며 "'1997년 IMF 사태' 때문에 저평가 받는다." 라는 말을 합니다. 1997년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번글에서는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대해서 다룹니다. 1997년의 사건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이해함으로써, 오늘날 글로벌 거시경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지식을 얻는 것이 글의 목적입니다. 

(본 블로그에서 2013년도에 [외환위기 시리즈]를 개제한바 있으나,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글을 읽어보니 난잡한거 같군요...


일반사람들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IMF 사태'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호칭일뿐더러 1997년의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1997년의 사건이 세계경제사에 가지는 의미 · 2015년에 1997년을 말하는 이유' 등을 이해하려면,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라는 명칭에 우선 주목해야 합니다.   


자, 이제부터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를 알아보도록 합시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

- 종금사와 기업의 '단기외채' 차입

- 태국발 금융위기 발생 → 충격의 여파가 한국으로 확산

- 통화가치 하락에 이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부담의 증가



▶ 금융자유화에 이은 기업과 종금사의 단기외채 차입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이해하려면 1990년대 초반을 먼저 돌아봐야 합니다. 당시 한국은 '금융자유화'(Financial Liberalization) 정책의 일환으로 금융시장을 개방하였습니다. 국내 기업들과 종합금융회사(종금사)들은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많은 자금을 빌렸습니다(자본유입, capital inflow).


이들이 빌린 자금은 '만기가 짧은(단기)',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외채) 였습니다. 기업들은 외국계은행에서 빌린 자금으로 투자를 증가시켰고, 종금사들은 외국에서 낮은 금리로 빌린 자금을 국내에서 높은 금리로 대출하여서 차익을 챙겼죠.


▶ 1997년 7월, 태국 금융위기 발생


그러던 와중에 1997년 7월, 태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태국 바트화 가치가 폭락하고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는 사건이 일어났죠. 


태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을 목격한 투자자들은 "다른 아시아국가들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위기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으로 확산되어 나갔고, 한국에게마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불러온 유동성위기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의 '상환능력'을 의심하게된 외국계 은행들은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고 서둘러 자금회수에 나서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상환요구'(sudden stop)를 겪게된 일부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는 '유동성문제'를 겪게 되었고, 결국 파산하고 맙니다. 


그러자 상황은 더더욱 악화되어 나갔습니다. 이제 외국계 은행은 '재무상태가 비교적 건실한' 기업들의 상환능력도 의심하기 시작하였고, 서둘러 자금회수에 나서게 됩니다. 결국 다른 기업들 또한 유동성위기를 겪게 되었죠.



▶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이 초래한 원화가치 하락, 외채부담을 증가시키다


한국경제 전체적으로는 외국계 은행의 상환요구로 인해 '급작스러운 자본유출'(disruptive capital outflow)이 발생하였고, 원화가치는 크게 하락(환율상승) 하고 맙니다.


원화가치 하락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킵니다.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들이 빌렸던 자금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였습니다. 따라서, 원화가치 하락은 대차대조표상 부채부담을 증가시켰던 것이죠. 


쉽게 예를 들어,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일때 1달러를 빌렸다면 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크기는 1,000원 입니다. 그런데 환율이 1달러당 2,000원으로 상승(원화가치 하락) 한다면 부채크기는 2,000원이 되어버리죠. 1997년 6월 당시 환율은 1달러당 1,000원 미만이었으나, 1997년 12월 환율은 1달러당 2,000원 수준으로 2배 가까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했었습니다.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상환 & 원화가치 하락 막기가 초래한 외환보유고 고갈


국내 기업들과 종금사들은 달러화로 그들의 부채를 상환하였죠. 그리고 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위해서 달러화를 팔아야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바닥이 드러나고 맙니다. 


이제 외국계은행에서 빌린 외채를 갚을 수도 없었고, 원화가치 하락을 막을 수도 없었죠. 달러화가 필요한 한국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요쳥하고 맙니다. 외국통화인 달러화가 부족하여 발생한 위기, 즉 '외환위기'(Currency Crisis)가 발생한 겁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특징

- '동아시아'의 위기

- 만기 불일치, 통화 불일치

- 급작스런 자본유출에 이은 유동성위기


앞서 스토리로 살펴본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 'IMF 사태'가 아니라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겪었던 경제위기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외환위기' 입니다IMF는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한국정부에 달러화를 빌려준 기관이었을 뿐입니다. (물론, 구제금융 조건으로 내건 긴축정책을 두고 논란이 많지만, 이는 논외로 합시다.)


1997년 당시 한국이 겪었던 위기를 'IMF 사태'로 부른다면, 위기의 특징과 원인을 제대로 모르게 됩니다. (특징과 원인은 바로 밑에서 다룹니다.) 또한, 당시 위기가 마치 '한국만의 사건'이었던 것으로 잘못 이해하기 쉽습니다.


▶ 만기 불일치와 통화 불일치


당시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들은 '단기'(short-term) 자금을 외국계은행으로부터 빌린 다음에, '장기투자'에 나서거나 '장기'(long-term)로 다른 곳에 다시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즉, 한국 기업과 종금사는 '단기부채'와 '장기자산'을 가지고 있던 셈이죠.


외국계은행이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고 '단기부채' 상환을 요구했을때, 유동성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만기 불일치'(maturity mismatch)라 합니다.


또한, 당시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들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foreign currency), 쉽게 말해 '외채'를 빌렸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통화인 원화를 빌렸다면, 가지고있던 원화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했을 수도 있습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통해 부채를 대신 상환해 줄 수도 있었죠. 


그러나 '외채' 였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발권력은 소용이 없었고 한국 기업과 종금사 또한 돈을 쉽게 갚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원화가치 하락이 일어났을때 외채부담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를 '통화 불일치'(currency mismatch)라 합니다.



▶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입


자, 만기 불일치든 통화 불일치든, 외국계은행이 '갑작스럽게 상환을 요구'하지 않았더라면, 한국 기업들과 종금사들이 유동성위기를 겪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외국계은행들이 그냥 '만기연장'(roll-over)을 해주었더라면, 평온한 상태가 지속됐을 겁니다.


그러나 외국계은행들은 부채상환을 요구하고 외화자금이 빠져나가자, 유동성문제와 원화가치 하락 문제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즉, 1997년 당시 한국이 겪었던 위기는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입'(disruptive capital flows)이 불러온 유동성위기였습니다.




※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이유

- 당시 한국은 외환위기를 피할 수 없었을까요? 

- 한국경제가 가지고 있던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요?


▶ 금융감독 기능의 부재


1997년 당시 한국은 '금융감독'(financial supervision) 기능이 부재하였습니다. 오늘날에는 '금융감독원'이 금융시장을 감시하지만, 당시에는 은행감독, 보험감독, 증권감독 등 금융감독 기능이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금융시장 전체를 총괄하는 감독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었죠.


이런 이유로 인해, 기업들과 종금사들이 어디에서 얼마만큼의 돈을 빌리는지도 몰랐습니다. 외국계은행에서 빌린 돈을 국내 다른 기업들에게 얼마만큼 재대출 해주는지도 몰랐죠. 그리고 당시에는 재무제표 공개 등 기본적인 '공시기능'도 없었습니다. 기업들의 회계조작 등이 성횡하였죠.


▶ 정부의 지급보증 관행


1960년대 경제발전을 시작한 이래로 한국경제는 '정부의 지급보증'(government guarantee)을 통해 성장해왔습니다.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빌린 뒤 파산하여도 결국에는 정부가 막아준다는 생각을 하였고, 돈을 빌려주는 외국계은행 또한 "이렇게 많이 빌려줘도 한국정부가 갚아주겠지." 라는 생각을 하였죠.


▶ 금융시장 자유화와 자본유출입이 가져오는 폐해


보다 근본적으로는, 당시 한국정부와 관료, 그리고 세계 경제학자들은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1997년 이전 IMF는 개발도상국 등에게 '금융시장 개방'을 주문하였습니다. 금융시장이 개방되어서 선진국 자본이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한다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 자본을 바탕으로 투자를 증가시켜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였죠.


그러나 이렇게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흘러들어온 자본이 '갑작스럽게 유출'(disruptive outflows) 되었을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세계 경제학자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정부와 관료들 또한 이를 모르고 있었고, '단기외채'(short-term external debt)를 집계하는 통계조차도 없었습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교훈

- 경제학계의 변화와 발전

- 자본이동을 어느정도 규제하자


1997 외환위기가 발생한지도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2016년에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이 1997년생이죠. 한국정부와 세계 경제학자들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로부터 무엇을 배웠을까요?


▶ 3세대 금융위기 이론의 발전


1997년 당시 세계 경제학자들이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가져오는 폐해'를 몰랐던 이유는 그러한 방식의 금융위기를 겪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가간 자본이동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입'(disruptive capital flows)와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가 어떤 문제를 초래할지 생각치 못했었죠.


이전의 금융위기는 크게 2가지 형태였습니다.


1세대 금융위기 모형은 해당국 정부의 방만한 거시경제 운용으로 인한 '거시경제 기초여건의 문제'(fundamental)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1970-80년대 중남미 국가들의 저성장, 재정적자와 하이퍼 인플레이션 등의 사례이죠.


2세대 금융위기 모형은 고정환율제도가 초래한 투기적공격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1990년대 초반 영국 파운드화 폭락 사태 등이 이를 보여주죠.


1세대, 2세대 모형을 생각한다면, 1997년 당시 한국경제 상황은 낙관적이었습니다.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긴 했으나, 경제성장률, 재정적자 규모, 인플레이션율 등 거시경제 기초여건은 안정적이었죠. 그리고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긴 했으나, 투지적공격은 없었습니다. 


생각치도 못했던 '급작스러운 자본유출입'(disruptive capital flow)과 '단기 대외부채'(short-term external debt)가 문제를 일으킨 겁니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지나고 나서야, 경제학자들은 3세대 금융위기 모형을 내놓았고,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 자본이동의 규제와 금융감독 기능의 강화


1997년 이전, '금융시장 개방'과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주창했던 IMF는 오늘날에 "특정상황에서는 자본통제(capital control)도 가능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로운 자본이동을 감독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각국에 강조하고 있죠.


1997년에 위기를 겪었던 한국은 두번 다시 똑같은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대비를 철저히 해놓고 있습니다. '단기 대외부채'를 철저히 감독하고 있으며,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자본이동을 어느정도 규제하고 있죠. 세계 경제학계내에서 거시건전성 정책 모범사례로 매번 한국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함의

- 1997년의 사건이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자, 지금까지의 글을 통해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 · 특징 · 원인 · 교훈' 등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1997년의 사건을 'IMF사태'가 아니라 '동아시아 외환위기'로 인식해야만 올바르게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생각의 지평을 좀 더 넓혀서,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 2015년에 1997년을 말하는 이유 등을 알아봅시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세계 다른 지역에도 큰 영향을 미쳤으며, 10년 후인 2008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계속 반복하지만, 1997년의 사건을 단순히 'IMF 사태'로 인식한다면 '세계경제흐름 속에서 1997년의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게 됩니다 !!!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①

: 1998년 러시아 · 브라질 · 아르헨티나 에서도 위기 발생 


1997년 7월 태국에서 시작된 외환위기는 인도네시아 · 말레이시아 · 싱가포르 · 홍콩 등을 거쳐서 11월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한국은 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외환위기의 충격이 '동아시아' 내에서만 머무르고 끝났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동아시아에서 발생한 외환위기는 러시아 · 브라질 · 아르헨티나 그리고 미국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러시아경제는 석유 · 가스 등 원자재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로 인해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침체상태에 빠지자 원자재수요가 크게 감소하였고, 그 결과 러시아경제도 침체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였고, 1998년 8월 결국 러시아 정부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고 맙니다. 


동아시아 → 러시아로 퍼진 위기는 이제 중남미로 향합니다. 1997년 동아시아가 외환위기를 겪는 모습을 본 브라질은 자본유출을 막고 고정환율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고정환율제는 지속되지 못하였고, 결국 브라질 통화가치는 크게 하락하고 외환보유고는 바닥나게 됩니다. 1998년, 브라질도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998년 브라질에 이어서 아르헨티나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던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하였고 외환보유고는 바닥납니다. 1998년-2002년 사이 아르헨티나 경제의 생산량은 무려 28%나 감소했습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②

: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위기를 본 미국, 1998년 10월 기준금리 인하

: 1999년 IT 버블 형성 → 붕괴 → 2001년 경기침체




세계 여러 국가들의 경제위기는 미국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997년 동아시아 국가들의 위기 · 1998년 러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위기를 본 미국은 1998년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합니다. 당시 미국경제 성장률은 비교적 견고하였으나, 다른 국가에서 벌어진 경제위기가 미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였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LTCM Management' 사태입니다. 헤지펀드 회사였던 LTCM은 러시아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큰 손실을 보게되었고, 미국 다른 금융기관들은 Fed의 감독아래 약 3조원 가량의 자금지원을 해줍니다. LTCM 사태를 본 Fed는 미국에서도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였고,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1998년 10월의 기준금리 인하'가 향후 위기의 불씨가 되고 맙니다. 당시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인플레이션율도 낮았지만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국내거시경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의 기준금리 인하는 당연히 과열을 부르게 됩니다.


외국에서의 위기로 인해 주춤하던 미국 주가지수는 1998년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다시 크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당시 新산업이었던 IT기업을 중심으로 주식가격이 크게 올랐죠. 이제 막 사업을 시작했던 IT기업들은 별다른 수익을 거두지 못했었지만, '새로운 산업'이라는 환상은 무척 강력했습니다.


이러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은 결국 큰 충격을 초래합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이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해나가자 미국 주가지수는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IT 버블이 꺼지게되자 그동안 잔치를 누려왔던 IT기업들은 파산상태에 이르렀고 미국은 2001년부터 경기침체에 빠지고 맙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세계경제사에서 가지는 의미 ③

: 2001년 경기침체 이후, Fed의 초저금리 정책

: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외환보유고 축적에 집착하게된 신흥국

: 부동산시장 버블 형성 → 붕괴 → 2008 금융위기




2001년 경기침체를 빠진 미국. Fed는 불과 1년 사이에 기준금리를 6.50%에서 1.75%로 무려 4.75%p나 인하하면서 공격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 1%라는 초저금리 정책을 2004년까지 유지하였죠.


그러나 IT 버블 붕괴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저금리정책은 또 다른 버블을 만들어냅니다. 바로 '부동산가격 급등' 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 미국 부동산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고, 미국인들은 많은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구매해 차익실현을 노렸습니다.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킨 또 다른 원인은 '신흥국에서 유입된 자본'이었습니다. 외환보유고 부족때문에 외환위기를 겪은 신흥국들은 1997년 이후 '외환보유고 축적'에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신흥국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환을 벌어들였고, 미국 달러화채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외화보유고를 늘려나갔습니다. 미국으로 유입된 신흥국 자본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고, 미국 부동산가격은 크게 상승합니다. 

(관련글 :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던 부동산가격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해나가자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은 기준금리를 정상수준으로 올려나갔고, 부동산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합니다. 


많은 대출을 받은채 집을 구매했던 사람들은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보게되었죠. 대출연체율이 증가하자 주택담보대출 전문업체와 은행이 파산하기 시작했고, 2008 금융위기가 터져버리고 맙니다.


이처럼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2가지 경로를 통해 '2008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1998 러시아 · 브라질 · 아르헨티나 위기 & LTCM 사태 → 1998년 미국 기준금리 인하 → IT 버블 형성 → IT 버블 붕괴 → 2001년 미국 경기침체 → 2001년부터 2004년까지 1%대의 초저금리 정책 → 미국 부동산버블 형성 → 2006년 이후 부동산버블 붕괴 → 대출연체율 증가 → 주택담보대출 전문업체와 은행 파산 → 2008 금융위기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신흥국들, 외환보유고 축적에 집착 →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뒤 미국 달러화채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외환을 모으려고 함 → 신흥국의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 → 미국 부동산버블 형성 → 2006년 이후 부동산버블 붕괴 → 대출연체율 증가 → 주택담보대출 전문업체와 은행 파산 → 2008 금융위기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함의

- 2015년에 1997년을 말하는 이유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급격한 자본유출'(disruptive capital outflow)이 초래한 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신흥국에서의 급격한 자본유출'이 오늘날에도 발생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 2015년 현재에 '1997년의 사건'을 이야기하는 이유

: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 초래 우려

: 제2의 외환위기 발생???


금융위기 발생한 직후인 2008년 12월, Fed는 기준금리 범위를 0.00%~0.25%로 내리는 제로금리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제로금리 정책은 7년 뒤인 2015년 12월까지 유지됐었습니다.


전세계 투자자들은 미국의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금융상품 투자를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미국내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대출 받은 뒤,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신흥국에 투자하면 금리차이 만큼 수익을 기록할 수 있었죠(search for yield). 그 결과, 미국의 제로금리 정책 시행 이후, 수익을 쫓는 투자자로 인해 신흥국으로 많은 자본이 유입되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투자자들은 신흥국에서 돈을 인출한 다음에 미국에 투자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될 경우,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disruptive capital outflow)이 발생하여 1997년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참고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①] 금융발전이 전세계적으로 리스크를 키우지 않았을까?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②] 2008년 이후의 통화정책, 리스크추구 행위를 유발하다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③] Fed의 초저금리 정책은 자산시장 거품(boom)을 만들고 있을까?




※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1997년의 위기와 똑같은 현상을 초래할까?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disruptive capital outflow)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나, 정말로 1997년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교훈'에서 살펴봤듯이, 1997년 이후 경제학자들은 '자본유출입 규제'에 주목하였고 '거시건전성 정책'(macroprudential policy)를 통해 자본이동을 어느정도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서는 다른글에서 더 자세히 다룰 계획입니다.


다만, 이번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를 통해서,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 · 특징 · 원인 · 교훈''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세계경제사적 의미 · 오늘날에 1997년을 말하는 이유' 등을 이해하는데에 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글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에 관한 본 블로그 글]

금융위기의 이론적 모델 -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 2013 동아시아 외환위기???

1편 -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2편 -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3편 -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

4편 -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5편 -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논문]

Frederic Mishkin. 1997. The causes and propagation of financial instability : lessons for policy makers 

Frederic Mishkin. 1999. Lessons from the Asian crisis

Paul Krugman. 1999. Balance Sheets, the Transfer Problem, and Financial Crises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경제학계의 논의]

자유로운 자본이동 통제하기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의 필요성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이전과는 다를것이다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2008 금융위기에 미친 영향]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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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유럽경제위기 ②]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 유럽경제위기의 씨앗이 되다

Posted at 2015. 7. 30. 20:25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 유로화 도입 이후,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


지난글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를 통해 유로화 도입 이전의 경제학적 논의를 알아보았다. 유럽은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였으나, '하나의 유럽' 이라는 정치적목적을 내세워 유로화를 도입하였다.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유럽 경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견고한 성장률을 이어나갔고 인플레이션율 하락과 재정적자 감소를 기록하였다


2008년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유럽통화연맹(EMU) 결성 10주년을 기념하며 <EMU@10-Successes and challenges after ten years of EMU>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들은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의 성공과 문제점을 이야기 하였는데, 전체적으로 '견고한 성장률 · 낮은 인플레이션율 · 경기변동 동조화 증가'를 논하며 유로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자, 이러한 보고서가 '2008년'[각주:1]에 나왔다는 것을 기억하자[각주:2]. 2008년 이후 2015년 현재까지 유로존은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Martin Feldstein · Barry Eichengreen · Paul Krugman이 유로화 도입 이전부터 지적했던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경제위기는 '독일' 등 유럽 중심부국가(core)와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국가(periphery) 간의 '경상수지 격차 확대'(current account imbalance)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나날이 커져갔고, 반대로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해서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과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격차가 계속해서 확대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유로존 국가들 사이에서 나타난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이번글에서 이에 대해 알아보자.




※ 경상수지 적자는 무조건 나쁜 것일까?

 

앞서 보았다시피,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 등 유럽 핵심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계속해서 기록해왔다. 이러한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이 왜 문제일까? 이번 파트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각주:3],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각주:4]에서 살펴보았다시피, '경상수지 흑자 =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 = 무조건 나쁜 것' 또한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경상수지 흑자 통계를 가지고 대통령의 업적을 비교하거나, 다른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크기에 비해 한국의 그것이 더 크다고 우월해하곤 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한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Current Account Surplus)를 '국가의 부'(Wealth of Nation)와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중상주의 시절에는 금과 같은 재화를 국가가 얼마나 보유하고 축적(Accumulation)하느냐가 중요했다. 즉, 국가가 보유한 재화의 양이 국가의 부와 동일시된 것이다. 과거 중상주의 시절, 제국주의 국가들이 해외식민지를 개척하는데 힘을 쏟았던 이유는 식민지 무역을 통해 재화를 축적하기 위해서였다. 영국제국은 인도 · 중국과의 식민지무역을 통해 금과 은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한 금과 은을 통해 국가의 경제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재화를 얼마만큼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재화를 얼마만큼 '생산'(Product) 하느냐이다. 그렇게 생산된 재화를 '소비'(Consumption)함으로써 사람들이 '효용'(Utility)을 얼마만큼 느끼는지 따지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한 국가가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은 다른 나라가 생산한 제품을 수입한 양에 비해 그들이 생산해 낸 제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한 양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중상주의 관점에서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이다. 수입을 초과하는 수출로 인해 외화를 벌어들여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관점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마냥 좋은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생산해낸 제품을 다른나라에 보낸 국민들은, 재화를 사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상주의 관점과는 반대로 현대 자본주의에서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가 좋은 것일수도 있다. 자신들이 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다른나라의 재화를 수입해와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상수지는 '국가들간의 무역전쟁'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계정상의 소득 ·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등에 의해 결정된다. 


위의 첫번째 식은 국민계정(National Account)을 나타낸 것이다. 경제 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는 모두 소비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경제 내 총생산 크기는 소비 · 정부지출 · 투자 · 순수출5 형식의 총지출 크기와 똑같다. 그리고 이를 전개하면 '국민저축(S) - 투자(I) = 순수출(NX)'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즉, 한 경제에서 경상수지 흑자냐 적자냐를 결정짓는 건 수출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경제 내 국민저축과 투자의 크기이다.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




다시 반복하지만, 국민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이고, 투자가 국민저축보다 많다면 그 경제는 경상수지 적자이다. 


그런데 저축과 투자는 금융시장과 관련있는 것 아닌가? 한 경제에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는건 여유자금이 있다는 뜻이다.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개인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을 빌려주어 이자소득을 획득한다. 그렇다면 국가도 개인과 마찬가지의 행위를 하지 않을까?


투자에 비해 국민저축이 많은 국가, 즉 여유자금이 있는 국가(경상수지 흑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net lend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그리고 국민저축에 비해 투자가 많은 국가, 즉 자금이 필요한 국가(경상수지 적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역할(net borrower on international financial market)을 한다. 


이런 원리로 경상수지(Current Account)와 자본수지(Capital Account)는 연결된다. 경상수지 흑자 국가는 자본수지가 적자이고, 경상수지가 적자인 국가는 자본수지가 흑자이다.(주: 정확히 말하면 '자본수지'라는 표현보다는 '금융수지'라는 표현을 써야하지만....)


자, 이러한 지식을 안다면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유럽 핵심부 국가에 비해 경제성장이 뒤쳐졌던 주변부 국가들이 유로존 결성 이후 투자를 늘려나간 것 아닐까?"


'자본수지 흑자 = 경상수지 적자 = 저축보다 투자가 많은 상태' 이다. 유로존 결성 이전부터 주변부 국가들은 핵심부 국가에 비해 경제성장이 뒤쳐졌었다. 이런 와중에 유로존 결성으로 금융거래 장벽이 없어지는 금융통합(financial integration)이 진행되었다면, 금융자본은 핵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 흘러들어갈 것이다. 


왜냐하면 주변부 국가들의 경제성장이 뒤쳐져 있다는 것은 앞으로의 경제성장 여력이 있다는 뜻이고 이는 '자본의 한계수익률'(marginal return of capital)이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심부 국가의 자본은 비교적 높은 수익을 안겨다주는 주변부 국가로 이동(자본수지 흑자)하고, 유입된 자본을 바탕으로 주변부 국가들은 투자를 늘려(경상수지 적자)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 


그 결과, 유럽 핵심부 국가들과 주변부 국가들은 경제규모 · 소득을 수렴(convergence)해 나갈 수 있다. 


이런 논리를 생각하면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의 경상수지 적자를 나쁘게 바라볼 이유는 없다. 경제학자 Olivier BlanchardFrancesco Giavazzi2002년 논문 <Current Account Deficits in the Euro Area: The End of the Feldstein-Horioka Puzzle?>을 통해, "유럽 핵심부 국가의 자본은 높은 수익률을 쫓아 주변부 국가로 이동하였고, 주변부 국가들은 투자를 늘려나가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유입된 자본이 생산적인 투자(productive investment)에 쓰이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만약 유입된 자본이 생산적인 곳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건설부문 · 서비스업 등 생산적이지 않은 비교역부문(non-tradable sector)에 쓰인다면 경제성장이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거품(bubble)만 발생할 것이다. 


유럽경제위기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고 있었다.



     

※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

- ① 유로존 외부에서 유입된 자본


유로화 도입 이후, 독일과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격차가 계속해서 확대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우선 '유로존 외부'에서 찾을 수 있다. CEPR과 IMF 소속의 Ruo Chen, Milesi-Feretti, Thierry Tressel2013년 논문 <External imbalances in the eurozone>를 통해,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의 시작을 '유로존 외부에서 독일·프랑스로의 자본유입'에서 찾는다. 


유로존은 이제 하나의 통화를 쓰는 거대한 시장이 되었다. 세계 투자자들은 '유로존'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이 관심 가진 것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중심부 국가였다. 유로존 도입 이전부터 세계 강대국이었던 이들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만나서 더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윗 그래프는 유로존 바깥의 국가가 보유한 각종 채권잔액을 유로존내 국가별로 보여주고 있다. 독일 · 프랑스 · 네덜란드 등 핵심부 국가의 채권잔액 중 약 30% 가량을 유로존 외부국가에서 보유하고 있다. 반면,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채권잔액은 유로존 외부국가가 보유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유로존 외부국가들이 유로존 주변부 국가가 아닌 핵심부 국가의 채권을 비교적 많이 매입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로존 외부에서 독일 ·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국가로 자본유입이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유로존 외부에서 상당량의 자본이 유로존으로 흘러들어오자, 유로화의 명목 통화가치가 상승(nominal appreciation)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실질실효환율(REER) 상승[각주:5]으로 이어졌다. 


위의 그래프는 유로화 실질실효환율의 변화를 명목실효환율 효과와 단위노동비용상승 효과로 구분한 것이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실질실효환율 상승의 상당부분을 명목실효환율 상승이 이끌었다.   


그 결과, 로화 통화가치 상승으로 인하여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각주:6]했고, 대외차입(external financing)을 통해 국제수지 균형을 맞춰나갔다.



그렇다면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어디서 자본을 들여와서 국제수지 균형을 맞췄을까? 바로, 유럽 중심부 국가이다.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핵심부 국가에서 자본을 끌여들여와 균형을 맞춰나갔다.  


Figure6은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의 '순외화자산 포지션'을 보여준다. 이들의 순외화자산은 음(-)의 값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주변부 국가들이 자본유입으로 인한 부채를 지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이들 부채의 상당부분을 'Rest of eurozone'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유로존 핵심부 국가를 뜻한다. 핵심부 국가의 자본이 주변부 국가로 이동하여 그들의 채권을 구매했으니, 주변부 국가들은 일종의 부채를 핵심부 국가에 지고 있다.  


Figure7은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의 '순외화자산 포지션'을 보여준다. Figure6과는 정반대로 핵심부 국가들의 순외화자산은 양(+)의 값을 지고 있다. 그리고 자산 중 상당부분을 'Rest of eurozone', 즉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은 주변부 국가들의 자산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다. 



그 결과, 유로존 핵심부 국가들은 '순자산'을,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순부채'를 기록하게 되었다. 위의 Figure1은 1999년-2010년 사이 유로존 국가별 순외화자산 포지션을 보여주는데,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 도입 이후부터 최근까지 그리스 · 스페인 · 아일랜드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순부채 크기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현상을 알려준다. 


쉽게 말해, 이는 유로존 핵심부 국가에서 주변부 국가로 자본이 이동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본수지는 역으로 경상수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되었음도 알려준다.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 파트는 '유로존 바깥'에서 그 원인을 주로 찾았다. '유로존 외부에서 독일 ·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부 국가로 자본이 유입' → '유로화 통화가치 상승' →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 → '주변부 국가들은 핵심부 국가들의 자본을 차입하여 국제수지 균형 달성하려함(그러나 과다차입으로 균형달성 못함)'의 경로이다.


그렇다면 유로존 결성 이후 주변부 국가들이 외부자본을 많이 차입할 수 있게 된 또 다른 요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과다한 자본차입을 하게 된 원인'을 '유로존 내부'에서도 찾을 수 있다.




※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

- ② 유로존 결성 이후 발생한 채권금리 수렴현상, 주변부 국가들의 차입을 증가시키다



유로존 결성이 가져다준 현상은 '유로존내 국가별 채권금리 수렴'(yield convergence)이다. 


경제학자 Philip Lane2006년 논문 <The Real Effects of EMU>, 2012년 논문 <Current Account Imbalances in Europe>, 2012년 논문 <The European Sovereign Debt Crisis>, 2014년 논문 <Domestic credit growth and international capital flows> 등을 통해, '채권금리 수렴이 유로존내 경상수지 불균형을 초래한 현상'을 설명하였다.


경제학자 Jay Shambaugh 또한 2012년 보고서 <The Euro's Three Crises>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똑같은 주장을 펼쳤다. 


유로존 결성 이전에는 국가별 디폴트 위험에 따라 채권금리가 매겨졌었기 때문에, 경제력이 좋지 않은 주변부 국가들은 높은 채권금리를, 경제력이 좋은 핵심부 국가들은 낮은 채권금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로존 도입 이후, 시장참가자들은 개별 국가의 리스크를 채권금리에 반영하지 않고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생각했다. 그 결과, 유로존에 소속된 국가들은 비슷한 채권금리를 보유하게 되었다.

(주: 이에 대해서는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에서 더 자세히)


윗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99년 유럽통화연맹(EMU)이 결성되기 이전에는 국가별로 채권금리 차이가 존재했다. 그러나 그 이후 유로존 소속 국가들은 비슷한 채권금리를 기록했고, 채권금리 수렴 현상은 유럽경제위기가 시작된 2008년-2009년까지 지속되었다.   



주변부 국가들은 유로존 결성 이후 낮아진 채권금리를 이용하여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cheap money). 앞서 말했다시피, 주변부 국가들은 주로 핵심부 국가로부터 자본을 차입하였다. 자본유입 증가는 신용증가와 양(+)의 관계를 띄기 때문에, 아일랜드 · 스페인 등에서는 국내신용이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이렇게 증가된 신용은 주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스페인 · 아일랜드 등은 유입된 자본으로 건설부문에 투자하여 부동산시장 활황을 만들었다.  




'자본유입'에 이은 '건설부문 투자 증가'는 2가지 경로를 통해 가계의 재무상태를 악화시켰다. 


첫째, 낮아진 채권금리 덕택에 자본유입을 겪은 주변부 국가의 국민들은 "유입된 자본을 활용하여 투자가 증가할테니 경제가 크게 성장하겠지? 그러면 나의 미래 소득도 오를테고!"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라서 변부 국가의 가계는 미래기대소득 상승을 생각하여 현재의 소비를 늘려나갔다.

(주 : 앞선 파트에서 '주변부 국가들은 유입된 자본을 활용하여 핵심부 국가와 경제규모 · 소득을 수렴(convergence)해 나갈 수 있다.' 라는 내용을 다루었음을 기억하자.) 


둘째, 부동산가격 상승을 본 주변부 국가 국민들은 부동산담보대출을 통해 집 구매에 나섰다. 이들 가계가 부채를 지기 시작한 것이다. 


위의 도표는 그리스 · 아일랜드 · 이탈리아 · 포르투갈 · 스페인 등 주변부 국가의 가계 재무상태 변화를 보여준다. 2001년과 비교하여 2009년 주변부 국가 가계의 순자산이 대폭 감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주변부 국가 '건설부문 투자증가'와 '가계의 소비증가'는 국민계정식에 의해 '주변부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current account deficit)을 초래하였다.


간단히 정리하면, '유로존 결성 이후 채권금리 수렴' → '주변부 국가들은 낮아진 금리를 이용하여 자본차입 증가' → '유입된 자본은 건설부문에 주로 투자됨' & '자본유입 증가로 미래 기대소득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가계의 소비 증가' → '소비와 투자증가로 경상수지 적자 발생'의 논리이다.




※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Current Account Imbalance)

- ③ 주변부 국가내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 → 경쟁력 상실을 초래하다


여기에더해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해서 누적되는 악순환에 직면했다. 


주변부 국가로의 자본유입은 그 자체로 물가를 상승시킨다. 그리고 건설부문 등에 자본유입이 집중된 결과 비교역부문의 임금이 크게 상승하였다. 비교역부문의 임금상승은 교역부문 임금인상으로 이어졌고[각주:7], 주변부 국가의 교역부문은 생산성 향상없이 임금만 크게 증가하였다. 생산량당 임금을 나타내는 단위노동비용(Unit Labor Costs)이 상승한 것이다. 



 

위의 두 그래프는 유로존 소속 국가들의 물가상승 추이와 단위노동비용 추이를 보여준다. 


첫번째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 아일랜드 · 이탈리아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 · 독일을 제외한 유로존 평균에 비해 훨씬 큰 폭의 물가상승을 겪었다. 또한, 두번째 그래프를 통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단위노동비용이 독일과 비교해 크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은 실질실효환율을 상승시킨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이 직면하는 통화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우리는 이전파트에서 '유로존 외부에서 자본이 유로존으로 흘러들어오자, 유로화의 명목 통화가치가 상승(nominal appreciation)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실질실효환율(REER)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명목실효환율 상승은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물가상승과 단위노동비용 상승은 개별 국가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독일은 단위노동비용 하락(ULC change ↓)으로 명목실효환율 상승을 상쇄하였다. 그러나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명목실효환율 상승에 더해 물가수준과 단위노동비용마저 올라갔고, 실질실효환율은 더더욱 상승하였다.  



윗 그래프는 독일과 비교하여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실질실효환율이 크게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실질실효환율 상승은 국제무역시장에서 상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loss of competitiveness).  


본 블로그의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서는,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이 무역에 초래하는 문제점'을 다룬바 있다. '임금을 고려한 비교우위론'에서는 임금이 움직이면서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을 경쟁우위로 만드는데, 임금이 적정수준(노동생산성을 반영한 수준)을 초과한다면 각국의 비교우위 산업은 경쟁우위를 잃게되어 국제무역시장에서 퇴출된다. 


국제무역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게된 주변부 국가들은 당연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이렇게 유로존 결성 이후에 누적되어온 '유로존 내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은 어떠한 문제를 가지고 있을까? 

첫번째, 경상수지 불균형은 그 자체로 '국내의 왜곡된 경제구조'(domestic distortion)를 반영하고 있다. 
: 독일 등 핵심부 국가들이 경상수지 흑자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임금상승 억제'와 '소비감소'이다. 유로존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진 독일이 소비를 해주지 않고있다. 이와는 반대로, 스페인 · 아일랜드 등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이유는 부동산시장 거품에 힘입은 '과잉투자', 포르투갈은 '미래소득증가 기대에 따른 과잉소비', 그리스는 '과도한 재정지출' 이었다. 이처럼 경상수지 불균형은 각 국가들의 왜곡된 경제구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문제다.    

두번째, 자본유입의 결과로 만들어진 경상수지 적자는 자본이동이 급격히 반전될 경우(reversal) 경제위기를 불러온다.
: 스페인 · 아일랜드 등 주변부 국가들은 독일 · 프랑스 등 핵심부 국가에서 이동해온 자본유입으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자본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자본유입으로 인해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있는 상태이다. 이때, 자본유입이 갑자기 멈추고(sudden stop) 자본이동 흐름이 갑작스레 반전되어 자본유출이 발생한다면, 자산시장 가격이 급락하여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초래된다. 

(주 :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서 발생한 '2008 금융위기'[각주:8] 당시에도 나타났다. 중국에서 유입된 자본으로 인해 미국 부동산시장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한 상태[각주:9]였는데, 부동산 가격 하락이 시작되자 금융시장이 붕괴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글로벌 과잉저축'(Global Saving Glut)으로 인한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각주:10]라 부른다. 유로존 내부의 경상수지 불균형은 글로벌 불균형의 축소판이다.)

세번째, 변동환율을 통한 대외균형 조정을 수행할 수 없고, 개별 국가들이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가지지 못한 유로존에서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것이 문제이다.
: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은 고정환율제 영향 아래 놓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환율변동을 통해 국제수지 균형을 이룰 수가 없다. 또한, 주변부 국가들은 독자적인 중앙은행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달러화는 말할 것도 없고)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각주:11]

이러한 '유로존의 구조적 특징' 때문에, "주변부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생긴 대외부채(external debt)를 갚을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을 투자자들이 하게되었다. 결국 오랫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주변부 국가들의 경제는 취약한 상태에 놓이기 시작했고,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하여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하였다. 

(주 : 사실상 고정환율제에 놓여있으며 독자적인 중앙은행이 없는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이 '달러화와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대응할 수 없는 현상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각주:12]와 유사하다. 1997년 당시 한국은 고정환율제와 함께, 1994년-1996년간 누적되어온 자본유입의 영향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후 갑작스레 자본유출이 발생하자 한국은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바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원화에 대한 발권력만 가졌고, '(달러화)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한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기 때문[각주:13]이다. 유로존의 이러한 모습에 대해서는 다음글에서 더 자세히)



이 도표는 위기 이전 경상수지 크기(CA/GDP) · 신용증가 크기(Change in priv.credit/GDP) 등이 2008 금융위기 이후 생산량 감소에 끼친 영향을 보여준다. 


경상수지 크기와 생산량은 양(+)의 관계를 가진다. 우려했던 것처럼 경상수지 적자 크기가 클수록 생산량 감소폭이 증가하여 경기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신용증가 크기와 생산량도 양(+)의 관계를 가지는데, 이는 위기 이전 자본이 많이 유입된 국가에서 생산량 감소폭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번째, 유로존 국가들간의 경상수지 불균형은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 최적통화지역 성립 조건 중 하나는 '경기변동에 대한 대칭적충격'(symmetric shocks)이다[각주:14]. 유로존 소속 국가들이 똑같은 경기변동을 겪는다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운용폭은 넓어진다. 개별국가를 고려하지 않고 유로존 전체를 위해 단일한 정책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유럽 핵심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흑자를 혹은 주변부 국가들만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 혹은 경상수지 적자를 공통적으로 기록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럴경우, 단일통화 사용이 가져온 '고정환율제', '독자적인 중앙은행의 상실'의 단점을 느끼지 못한다. 


유로존 소속 국가들 모두가 경상수지 흑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상승하고, 모두가 경상수지 적자라면 유로화 가치가 자동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전체를 위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고,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에 대해 최종대부자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아무리 고정환율제 · 독자적인 중앙은행 상실이라는 근본적 결함을 유로존이 가지고 있더라도, 개별국가들이 경기변동 동조화를 보여서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켰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유로존내에서 경상수지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최적통화지역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있는 유로존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유럽 주변부 국가에 집중된 경상수지 적자는 아일랜드 · 스페인 · 포르투갈 · 그리스 등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공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③] 유럽 '은행위기'와 '재정위기' - 미국발 2008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살펴볼 것이다.      




※ 유로존 주변부 국가들은 왜 경상수지 적자를 조정할 수 없었을까?

- 유로존의 근본적 결함 (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


이 글을 읽고난 뒤 한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경상수지 불균형이 문제였다면 환율조정을 통해 대외균형을 달성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 보통 경상수지 불균형에 처한 국가는 환율조정 메커니즘을 통해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국은 통화가치 상승을 통해, 경상수지 적자국은 통화가치 하락을 통해 균형을 달성한다.  


그러나 문제는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쓰는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은 사실상 고정환율제의 영향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독자적인 환율조정 메커니즘을 쓸 수 없었다


주변부 국가들의 대외균형에 맞추어 유로화 환율이 자동적으로 조정될 수 있을까? 유로존은 여러 국가들로 구성된 통화지역이고, 유로화는 여러 국가들의 경제수준이 반영된 통화이다. 주변부 국가들은 경제규모가 작기 때문에, 유로화 미치는 영향도 작다. 주변부 국가들의 대외균형이 유로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것이다.    


그리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유로화의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까? 반복하지만 유로존은 여러개의 국가들로 구성된 통화지역이고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 전체를 신경쓴다. 특정국가만을 위하여 통화가치를 조정한다면, 다른 국가에서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나 (유로존에서 제일 목소리가 큰) 독일은 인위적인 통화가치 하락으로 자국에서 물가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보통의 국가들은 대외균형에 맞추어 환율이 자동적으로 조정되거나,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조정하지만.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은 이러한 것들을 사용할 수 없다.


'변동환율'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통해 대외균형을 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로존 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독일이 주변부 국가의 상품을 소비해주어야 한다. 독일이 소비증가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줄여주어야, 주변부 국가들은 수출증대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주 : 前 Fed 의장 Ben Bernanke는 "독일의 경상수지 흑자는 문제"[각주:15] 라고 지적하면서, 독일의 임금인상을 요구[각주:16]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도 한계가 있다. 유로존내 주변부 국가들의 상품을 독일이 전부 소비해 줄 수는 없다[각주:17]. 독일이 소비를 일정정도 늘려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다른 국가들의 상품을 모두 받아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변부 국가들은 유로존 이외의 국가로의 수출을 늘려야 하는데, 이 또한 힘들다.


또 다른 방법은 주변부 국가에서 '물가하락'과 '임금하락'이 발생하여 실질실효환율을 낮추고 무역시장에서 경쟁력을 얻는 것이다. '내적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을 통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는 방안[각주:18]이다. 


그러나 이는 다음글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에서 알 수 있다시피, 국민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조정과정(painful adjustment)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례를 살펴봐도 실현된 경우가 극히 적다. 


결국 '유로존 내 불균형'(imbalance)이 시정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유로존이 최적통화지역이 아니기 때문'[각주:19]이다. 유로존 자체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다(the flawed original design of the euro). 유로존 국가들이 독자적인 통화를 사용했더라면 환율조정을 통해 대외균형을 달성했을 것인데, 독자적인 통화를 포기하고 '하나의 통화'를 쓰기 때문에 불균형이 시정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최적통화지역 성립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채 정치적목적으로 기획된 유럽통합 프로젝트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국통화를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도입한 대가이다(Revenge of Optimum Currency Area).



  1.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2. 물론, 유럽위원회가 '유로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만 이야기한 것은 아닙니다. 2008년 이전부터 '경상수지 불균형'(imbalance)과 '남유럽 국가들의 경쟁력 상실'(loss of competitiveness)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냈습니다. [본문으로]
  3.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2014.07.10 http://joohyeon.com/194 [본문으로]
  4.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2015.09.21 http://joohyeon.com/237 [본문으로]
  5. 실질실효환율 상승 = 통화가치 상승 [본문으로]
  6. 이에 반해, 독일은 명목실효환율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위노동비용 하락'과 '낮은 인플레이션율'을 바탕으로 실질실효환율 하락을 만들어냈다. 이는 다음 파트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본문으로]
  7. 경제내 한 부문의 임금인상은 노동이동을 통하여 다른 부문의 임금인상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서는 https://www.facebook.com/joohyeon.economics/posts/1102552429758343 참고 [본문으로]
  8. '2008 금융위기란 무엇인가'. 2014.03.25 http://joohyeon.com/189 [본문으로]
  9. '2000년대 초반 Fed의 저금리정책이 미국 부동산거품을 만들었는가?'. 2014.03.27 http://joohyeon.com/190 [본문으로]
  10. '글로벌 과잉저축 - 2000년대 미국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다'. 2014.07.11 http://joohyeon.com/195 [본문으로]
  11.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12.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 카테고리 [본문으로]
  13.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2013.11.26 http://joohyeon.com/176 [본문으로]
  14.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15. '독일 경상수지 흑자가 초래하는 문제점'. 2015.04.03 https://www.facebook.com/joohyeon.economics/posts/1049631691717084 [본문으로]
  16. '[국제무역이론 ①] 1세대 국제무역이론 -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2015.05.19 [본문으로]
  17. 'The euro crisis - Not everyone can be Germany'. The Economist. 2013.01.15 [본문으로]
  18. '[유럽경제위기 ④] 유로존의 근본적결함① - 독립적인 통화정책의 불가능, 유럽경제위기를 키우다'. 2015.07.30 http://joohyeon.com/227 [본문으로]
  19. '[유럽경제위기 ①] 유럽은 '최적통화지역' 이었을까?'. 2015.07.27 http://joohyeon.com/22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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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

Posted at 2013. 11. 30. 21:27 | Posted in 경제학/2010 유럽경제위기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를 통해 제3세대 금융위기 모델을 다루었다. 제3세대 금융위기 모델은 자본유입의 갑작스런 중단(Sudden Stops)에 이은 급격한 자본유출(Disruptive Capital Outflows)이 금융위기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한다. 


이때, 고정환율제도와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는 금융위기를 심화시킨다. 고정환율제도는 통화가치 하락을 노리는 투기적공격을 초래하고,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는 중앙은행이 자본유출에 대해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게 만들 뿐더러 최종대부자(a lender of last resort) 역할 수행을 제한시킨다.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을 설명하는 제3세대 금융위기 모델. 그런데 제3세대 금융위기 모델이 현재의 유럽경제위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2013년 11월 7일에 개최된 <IMF Annual Research Conference>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표했다. Paul Krugman은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라는 제목의 발표자료에서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와 자유변동환율제를 택한 국가에서 그리스 경제위기 같은 정부의 지급불능이 발생할 수 있을까?"


"Are Greek-type crises likely or even possible for countries that, unlike Greece and other European debtors, retain their own currencies, borrow in those currencies, and let their exchange rates float?"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4 (pdf 파일 기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게 무슨 말일까? 




※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 


몇몇 경제학자들은 현재 유럽경제위기를 '재정위기'로 부르고 있다. 유로존 내 몇몇 국가들, 특히나 그리스의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로 인해 유럽경제가 침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부채지급능력 신뢰부족에 대한 공포'(fear of triggering a Greek-style crisis of confidence in government solvency)를 없애기 위해서 국가부채를 축소하는 긴축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라고 주장한다. 단기간의 긴축정책이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확장을 불러온다는 'Expansionary Austerity'의 논리이다[각주:1].     


그러나 Paul Krugman은 "현재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이고, 위기타개를 위해서는 긴축정책이 필요하다" 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각주:2]. Paul Krugman은 "현재 유럽경제위기는 국가부채위기(a sovereign debt crisis)가 아니라 (국제수지표상 자본계정의 갑작스런 증감이 초래하는) 국제수지위기(a balance of payments crisis) 이고,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갑작스런 신뢰상실(sudden loss of confidence)로 인해 발생했다. 이러한 신뢰의 문제는 아시아 국가들이 겪었던 급작스런 자본유입의 중단(sudden stop)과 유사[각주:3]하다." 라고 말한다.


First, the crisis in the European periphery – which remains the sole locus of current debt crises – is arguably best viewed largely as a balance of payments crisis rather than a sovereign debt crisis. (...)


Second, whatever the source of sudden loss of confidence in the European periphery, this speculative

attack drove up private as well as public borrowing costs. (...)


These two observations, taken together, suggest that we can, albeit with some caution, apply the insights from the currency crisis literature to recent crises in Europe and the potential for similar crises elsewhere, by at least provisionally thinking of the confidence problem as involving the risk of an Asian-style sudden stop. (...) the mother of all sudden stops.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11-12 (pdf 파일 기준)


Paul Krugman의 주장처럼 현재 유럽은 1997년 동아시아[각주:4]와 상황이 유사하다. 1997년 당시 대부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도를 택하고 있었고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과다하게 지고 있었다. 2013년 유럽 또한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로 인해 고정환율제도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유로존의 특성상, 유럽 개별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에 맞게 화폐를 발권할 수 없다.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이 가진 유로화로 표기된 부채는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나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에 속한 국가, 특히나 그리스 · 스페인 · 포르투갈 등 유럽 주변부 국가들을 향한 자본유입이 갑작스레 중단된다면 자산가격 하락으로 인해 금융시스템 내 불안정성이 커지게된다. 거기다가 채권금리를 치솟고 부채상환에 대한 요구는 커지게 되는데, 사실상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진 유럽 주변부 국가들은 지급불능의 상태에 빠지고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사실상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로 인해서 채권자들이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지급능력에 대해 신뢰를 거두었다(a loss of confidence)는 점이다.  




※ 통화체제(Currency Regimes)에 따른, 부채와 채권금리의 상관관계


Paul Krugman은 구체적인 통계자료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통계 1 :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관계. X축은 GDP 대비 부채비율, Y축은 10년 만기 채권금리>[각주:5]


<통계1>을 살펴보면 대개 GDP 대비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채권금리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임을 알 수 있다[각주:6]. 만약 이게 옳다면, "과도한 재정적자와 부채로 인해 유럽경제위기가 발생했다" 라는 주장이 옳은 것 아닐까? 그런데 밑에 있는 <통계2>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통계 2 : 통화체제에 따른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관계. X축은 GDP 대비 부채비율, Y축은 10년 만기 채권금리. (●, Noneuro)는 독립된 통화체제를 가진 국가, (◇, Euro)는 통화체제의 독립성을 상실한 유로존 소속 국가>[각주:7]


<통계2>는 유로존 소속 국가냐 아니냐, 즉 독립된 통화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를 분류했다. 그러자 어떤 통화체제(Currency Regimes)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부채와 채권금리 간의 상관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다. 독립된 통화체제(●, Noneuro)를 가진 국가들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하더라도 채권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 그러나 통화체제의 독립성을 상실한 유로존 국가(◇, Euro)들은 GDP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할수록 채권금리도 같이 상승한다. 통화체제(Currency Regime)가 큰 차이를 불러온 것이다.  


Suddenly the picture looks quite different. There is indeed a strong relationship between debt and borrowing costs – but only for countries on the euro, with little sign of any such relationship for advanced nations that have retained their own currencies.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6 (pdf 파일 기준)




※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통화체제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 것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a lender of last resort)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 이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에서도 살펴봤듯이,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니고 있다면 자본유출에 대해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수 없다. 자본유출을 막기위해 금리를 상승시키면 경제활동에 타격을 주고 이는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에 대한 신뢰상실(a loss of confidence)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자본유출을 방치하면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의 가치가 커져서 은행과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손상시키고 이 또한 신뢰상실(a loss of confidence)로 이어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 나라의 중앙은행은 다른나라의 화폐를 찍어낼 수 없다. 금융시스템 마비시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a lender of last resort) 임무수행 그 자체가 원천봉쇄된 것이다.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지급보증을 설 수 없다 라는 사실은 유동성위기 발생시 신뢰상실(a loss of confidence)을 채권자들 사이에서 불러오고 만다. 


이러한 최종대부자 역할의 중요성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Mario Draghi의 2012년 선언[각주:8]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7월 26일, Mario Draghi 총재는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Within our mandate, the ECB is ready to do whatever it takes to preserve the euro. And believe me, it will be enough.)" 라고 선언하였다. 



<통계 3 : 스페인 · 이탈리아 채권의 독일채권 대비 금리격차(Spreads)>


Mario Draghi 총재의 "do whatever it takes" 발언이 있은 직후, 스페인 · 이탈리아의 채권금리는 <통계3>에서 보듯이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Mario Draghi 총재의 발언에는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 라는 의미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First, evidence of the importance of the lender of last resort issue comes from the dramatic effect on spreads every time the ECB has signaled increased willingness to take on at least some of that role.


Figure 3 shows Italian and Spanish spreads against German 10-year bonds – useful indicators of the overall state of the euro crisis – since 2010. You can clearly see the two episodes of widespread speculation against peripheral nations, indeed near panic, in late 2011 and again in the summer of 2012. You can also see the dramatic reduction in spreads following ECB action. (...)


The second near-meltdown was contained when Mario Draghi declared that the ECB was willing to do “whatever it takes” to save the eurofollowed by an official declaration that the central bank would be willing, if necessary, to engage in Outright Monetary Transactions, i.e., direct purchases of sovereign debt.


The point here is that neither of these ECB interventions should have had a large impact if the

problem of peripheral European debtors was one of solvency pure and simple. The fact that they did

have so much impact is prima facie evidence that a substantial part of the interest premium in debtor

nations reflected fear of self-fulfilling liquidity crises.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8 (pdf 파일 기준)


<통계 4 : 덴마크 · 핀란드 채권의 독일채권 대비 금리격차>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로 나설 수 있느냐의 중요성은 덴마크와 핀란드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덴마크는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아 독립적인 통화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핀란드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다. 이때 경제규모가 작은 덴마크의 경우, 환율리스크를 반영하여 약간은 높은 채권금리를 유지(a small premium reflecting residual currency risk)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유럽경제위기가 특히나 극심했던 2011년 말, 핀란드 채권금리는 상승하는 와중에 덴마크 채권금리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더군다나 덴마크 채권금리는 때때로 독일보다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유로존에 가입한 유럽국가들과 달리, 덴마크는 필요한 경우 독자적으로 화폐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사실을 통해 "최종대부자의 부재는 채권자들 사이에서 유동성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확산" 시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aul Krugman은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하여 "국가들이 부채로 인한 신뢰의 위기(crises of confidence)에 직면할 가능성을 결정할 때, 통화체제(the currency regime)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고 주장한다.  


What might cause this divergence? A natural answer, again, is to suggest that times of stress were times when investors feared liquidity crises due to the absence of euro lenders of last resort, and that Denmark benefited even though it was pegged to the euro because, unlike euro nations, it retained a central bank able to print money if necessary.


To sum up, then, evidence on interest rates – both from cross-section comparisons and from behavior over time – strongly suggests that the currency regime matters a great deal in determining the likelihood that nations will face crises of confidence over their debt.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8-9 (pdf 파일 기준)




※ 유럽경제위기는 국제수지위기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와 자유변동환율제를 택한 국가에서 그리스 경제위기 같은 정부의 지급불능이 발생할 수 있을까?"


"Are Greek-type crises likely or even possible for countries that, unlike Greece and other European debtors, retain their own currencies, borrow in those currencies, and let their exchange rates float?"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4 (pdf 파일 기준)


Paul Krugman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발표자료의 제목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처럼 어떠한 통화체제(Currency Regimes)를 가지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Paul Krugman은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빌린(borrows in its own currency) 국가의 경우, 자본유입이 급작스레 중단되더라도 정부의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 라고 재차 강조한다.  


The question we need to ask here is why, exactly, we should believe that a sudden stop leads to a banking crisis.


The argument seems to be that banks would take large losses on their holdings of government bonds. But why, exactly? A country that borrows in its own currency can’t be forced into default, and we’ve just seen that it can’t even be forced to raise interest rates. So there is no reason the domestic-currency value of the country’s bonds should plunge.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25 (pdf 파일 기준)

     

현재의 유럽경제위기가 '재정위기'가 아니라 '국제수지위기'(a balance of payment crisis) 라면 정책의 대응방향은 달라진다. 과도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축소하는 긴축정책이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이 최종대부자(a 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수행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즉, 유럽중앙은행(ECB)가 유로존 내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채권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Paul Krugman이 누차 주장[각주:9]해왔던 '확장적 재정 · 통화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1. 유럽에서 시행된 긴축정책을 뒷받침한 대표적인 논문이 바로 Kenneth Rogoff, Carmen Reinhart의 'Growth In a Time of Debt' 이다. 그런데 2013년 4월 15일, 유럽긴축정책의 논거를 제공한 이 논문이 오류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세계 경제학계가 술렁거렸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http://joohyeon.com/145 참고 [본문으로]
  2. 그동안 Paul Krugman은 "현재 유럽경제위기 타개를 위해서는 확장정책이 필요하다" 라고 누차 주장해왔다. 이에대해서는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http://joohyeon.com/115 참고 [본문으로]
  3. '유사하다' 라는 번역은 의역이다;; 실제 원문을 보시면 의미파악을 더 자세히 할 수 있다. [본문으로]
  4. 이에 대해서는 ① 1997년 한국 거시경제의 긴장도를 높인 요인 - 고평가된 원화가치와 경상수지 적자 http://joohyeon.com/170 ② 1997 외환위기를 초래한 대기업들의 '차입을 통한 외형확장' http://joohyeon.com/172 ③ 금융감독체계가 미흡한 가운데 실시된 금융자유화 - 1997년 국내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다 http://joohyeon.com/173 ④ 단기외채 조달 증가 - 국내은행위기를 외채위기·외환위기·체계적 금융위기로 키우다 http://joohyeon.com/174 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 http://joohyeon.com/176 참고 [본문으로]
  5.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5-6 (pdf 파일 기준) [본문으로]
  6. <통계1>을 살펴보면,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채권금리가 낮은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일본이다. Paul Krugman은 일본을 일종의 아웃라이어(an outlier)로 본다. [본문으로]
  7. Paul Krugman. 2013. 'Currency Regimes, Capital Flows, and Crises'. 6-7 (pdf 파일 기준) [본문으로]
  8. Mario Draghi - "More Europe". http://joohyeon.com/85 2012.07.31. [본문으로]
  9.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http://joohyeon.com/11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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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자본이동 통제하기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의 필요성자유로운 자본이동 통제하기 -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의 필요성

Posted at 2013. 9. 14. 15:47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2013년 6월자 Fed의 FOMC - Tapering 실시?' 라는 글을 통해 Fed의 자산매입프로그램 규모축소(Tapering) 에 대한 시장참가자들의 불안을 언급한바 있다. 2008 금융위기 이후 Fed는 초저금리 정책과 3차례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 약 4조 달러규모의 유동성을 세계금융시장에 공급했다. Fed가 공급한 유동성은 주로 신흥국(Emerging Markets)으로 흘러들어 갔는데, Tapering과 실질적인 출구Exit가 시행된다면 급격한 자본유출이 신흥국에서 발생하게 될 것이다. 급격한 자본유출은 신흥국 통화가치의 하락과 자산가격 붕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참가자들은 Fed의 Tapering 실시여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한다면, 신흥국 중앙은행은 금리인상을 단행함으로써 급격한 자본유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2008년 이후 실시된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loose monetary policy)이 드러낸 사실은 국제금융시장의 자유로운 자본이동(free capital mobility)이 신흥국의 독립적인 통화정책(independent monetary policy)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경제학계는 고정환율제도(fixed exchange rates) · 독립적인 통화정책(independent monetary policy) · 자유로운 자본이동(free capital mobility)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3각 딜레마(Trilemma)[각주:1][각주:2] 라고 여겼다. 고정환율제도는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불가능하게 하며, 급격한 자본유출이 발생할 경우 통화가치의 절하압박이 심해져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그나마 폐해가 적은 자유변동환율(floating exchange rates)을 선택해서 독립적인 통화정책 ·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신흥국들은 3각 딜레마(Trilemma)가 아닌 Dilemma 상황에 처해있는데, 독립적인 통화정책과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경제학자 Helene Rey는 <Dilemma not Trilemma: The global financial cycle and monetary policy independence> 논문을 통해 신흥국이 처한 딜레마를 설명한다. 


<출처 : Helene Rey. <Dilemma not Trilemma: The global financial cycle and monetary policy independence>. 2013.08.31 >


이 그래프는 VIX 지수와 자본유입(capital inflows) 간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그래프 상의 VIX 지수는 거꾸로-inverted scale-나타나 있다.) VIX 지수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uncertainty)과 위험회피성향(risk-aversion)을 나타내는데, VIX 지수가 낮을수록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위험회피성향이 낮다. 쉽게 말해, VIX 지수가 낮을수록 시장참가자들이 좀 더 공격적인(risk-taking) 투자를 하고 그 결과 자본유입-신용(Credit), 부채(DebT), 외국인직접투자(FDI), 자산가격(Equity)-이 증가하게 된다.


<출처 : "Horns of a trilemma". <The Economist>. 2013.08.31 >


또 다른 그래프를 보면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전까지 VIX 지수가 하락하고 그 결과 신흥국으로 많은 양의 자본유입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Helene Rey는 VIX 지수가 하락하고 자본유입이 급증하는 원인으로 미국의 통화정책을 지목한다. 미국 Fed가 자국의 경기회복 탈출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실시하면, 미국에서 나온 자본이 신흥국으로 이동해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Fed는 2000년대 초반에 발생한 IT버블붕괴를 수습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실시했고, 그 결과 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자본이 증가하게 되었다.


 There are interrelations among the monetary conditions of the US, capital flows and the leverage of the financial sector in many parts of the international financial system. The global financial cycle can be related to monetary conditions in the US and to changes in risk aversion and uncertainty. (...)


A VAR analysis suggests that one of the determinants of the global financial cycle is monetary policy in the US, which affects leverage of global banks, capital flows and credit growth in the international financial system.

 

<출처 : Helene Rey. <Dilemma not Trilemma: The global financial cycle and monetary policy independence>. 2013.08.31 >             




※ 신흥국 금융시장의 거품을 초래하는 미국 Fed의 통화정책


미국 Fed의 저금리정책의 결과로 발생한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 급증이 신흥국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끼쳤을까? 크게는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신흥국 금융시장의 거품(Bubble)을 만들어 불안정성을 증대시켰다는 것이다.


신흥국의 은행들은 외국에서 자본을 조달한 뒤 국내에서 운용하는 '외화자금을 중개하는 역할(intermediation of capital inflows)'을 담당한다. 문제는 금융부문의 과도한 경기순응성(procyclicality)은행의 해외자본 유입경로와 만났을 때이다. <한국은행> 채경래, 안시온은 <신흥시장국의 금융안정과 은행부문 외채와의 관계> 보고서를 통해 이 점을 경고한다.


금융부문의 경기순응성이 과다한 경우 경기 활황기에 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과도하게 확대되고, 그 과정에서 대출자산의 부실화가 수반되는데, 이렇게 장기간 계속 누적된 취약성은 결국 대내외 금융 · 경제여건 악화시 일시에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5) (...)


금융부문의 경기순응성이 해외자본 유입경로를 통해 초래되고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 자국 은행들의 주요 외화자금 조달경로인 해외은행으로부터의 차입(cross-border borrowing)은 짧은 만기와 기한연장(roll-over) 방식의 운용으로 인하여 유출입 변동성이 다른 자금들에 비해 매우 높다. 따라서, 신흥시장국의 경우, 은행부문의 국내민간대출보다는 해외은행으로부터의 차입이 경기와 보다 밀접한 관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6)


채경래, 안시온 <신흥시장국의 금융안정과 은행부문 외채와의 관계>. 2013.08.01



실제 <그림 2>를 보면 경제성장률과 은행부문의 해외차입이 동조하는 경기순응적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들여온 해외차입금은 <그림 3>에 나오듯이 국내 민간대출로 이어진다. 



<출처 : 채경래, 안시온 <신흥시장국의 금융안정과 은행부문 외채와의 관계>. 2013.08.01. 6-7페이지 >


그 결과, <그림 3>에서 처럼, 증가한 민간대출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해치게 되고, 경제여건이 변화했을시 경기침체를 더욱 더 심화시킨다. 채경래, 안시온은 "과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및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신흥시장국의 금융불안정이 실물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효과는 은행부문 외채가 높을 때 더 크게 나타났다.(7)" 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미국 Fed의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증가한 유동성은 신흥국으로 향하였고 전세계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나라 또한 2000년대 이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Helene Rey는 "미국 Fed의 저금리 정책의 결과로 생긴 전세계적인 금융사이클(the global cycle)이 경기변동의 진폭을 키워서 거품형성(Boom)과 거품붕괴(Bust)를 초래한다. 또한, 과도한 신용증가는 경제위기의 징조이다." 라고 말한다.


Credit flows are the more volatile and procyclical component of all flows, with a particularly dramatic surge in the run up to the crisis and an equally dramatic collapse during the crisis. (...)


As credit cycles and capital flows obey global factors, they may be inappropriate for the cyclical conditions of many economies. For some countries, the global cycle can lead to excessive credit growth in boom times and excessive retrenchment in bad times. As the recent literature has confirmed, excessive credit growth is one of the best predictors of crisis (Gourinchas and Obstfeld 2012, Schularick and Taylor 2012). Global financial cycles are associated with surges and retrenchments in capital flows, booms and busts in asset prices and crises.


<출처 : Helene Rey. <Dilemma not Trilemma: The global financial cycle and monetary policy independence>. 2013.08.31 >


경제학자 Hyman Minsky가 지적했듯이, 금융·자산시장은 일반적인 상품시장과는 다르다. 상품시장에서는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는 줄어든다. 그러나 자산시장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도 같이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투자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희소가치가 지닌 자산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가격상승은 공급의 부족을 드러내고, 그에 따라 추가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반대로 가격하락은 공급과잉을 나타냄으로써 수요감소로 이어진다. 즉, 금융·자산시장은 가격의 상승과 유동성 증가로 인해 경기변동의 진폭이 커지기 때문에, 한번 혼란에 빠진 자산 및 금융 시장은 안정적인 균형상태 없이 무한대로 팽창하고 수축하는 과정을 겪는 경향을 띄게 된다.


정리하자면, 미국 Fed의 통화정책이 국제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증가시키고, 그 결과 신흥국 은행들의 해외차입이 증가하게 된다. 은행들은 해외차입금을 민간대출로 전환시키고, 증가한 대출액은 자산시장으로 향하여 거품을 형성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 Fed가 이제껏 공급해왔던 유동성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자산가격이 폭락하고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여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 자유로운 자본이동, 신흥국의 통화정책을 제한하다


미국 Fed의 저금리정책의 결과로 발생한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 급증이 신흥국 경제에 끼친 두번째 악영향은 신흥국의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무력화 시킨 것이다. 맨처음 언급했듯이 독립적인 통화정책과 자유로운 자본이동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각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상황에 맞추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자국의 경제가 침체에 빠졌을때는 금리를 내리고, 경제가 호황이거나 자산가격의 거품 조짐이 보일때 금리를 올림으로써 경기변동의 진폭을 축소시킨다. 그러나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개방되면서 미국의 통화정책이 신흥국에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신흥국의 의사와 상관없이, 미국의 저금리 정책이 신흥국 자산시장의 가격상승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A VAR analysis suggests that one of the determinants of the global financial cycle is monetary policy in the US, which affects leverage of global banks, capital flows and credit growth in the international financial system. Whenever capital is freely mobile, the global financial cycle constrains national monetary policies regardless of the exchange-rate regime.


The global financial cycle thus transforms the trilemma into a 'dilemma' or an 'irreconcilable duo'. Independent monetary policies are possible if and only if the capital account is managed, directly or indirectly.


<출처 : Helene Rey. <Dilemma not Trilemma: The global financial cycle and monetary policy independence>. 2013.08.31 >


A new paper by Hélène Rey, of London Business School, goes further. Ms Rey reckons the trilemma itself has been rendered obsolete by financial globalisation. Governments instead face a dilemma, or an “irreconcilable duo”: free capital flows may inevitably mean a loss of monetary-policy independence.


Ms Rey points out that prices of risky assets, such as equities and corporate bonds, move in lockstep across the global economy, regardless of what exchange-rate regime is in place. She links these moves to swings in the VIX—an index of market volatility derived from S&P 500 stock-options prices—which is also correlated with capital flows and credit growth. Ms Rey reckons that these movements are indicators of a global financial cycle. The worldwide correlation of price and capital-flow movements suggests that central bankers sitting in one corner of the world cannot easily lean against a barrage of investment coming from another corner.


Exactly as emerging-market finance ministers complain, this global financial cycle is influenced by rich-world monetary policy. Ms Rey reckons changes in the Federal Reserve’s benchmark interest rate can fuel the cycle. A drop in the rate increases the appetite for market risk as captured in the VIX. That, in turn, encourages credit creation, bank leverage and capital flows into risky assets. The boom feeds on itself as credit growth lifts asset prices, further whetting risk appetites. But a flip in monetary policy that raises interest rates can send the dynamic into reverse.


<출처 : "Horns of a trilemma". <The Economist>. 2013.08.31 >

   

게다가 미국 Fed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축소(Tapering) 조짐으로 인해, 신흥국에서 자본이탈이 일어나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신흥국은 섣불리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없다. 프린스턴대 신현송 교수는 "위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자본이 더 빠져 나가"기 때문에 섣부른 금리인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신흥국의 통화정책은 오로지 미국의 통화정책-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성태윤=일각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투자자금 이탈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한다.


▶신현송=그렇지 않다. 호황 때는 투자자들이 ‘위험 추구’를 하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면 자본이 들어오지만, 위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금융기관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자본이 더 빠져나간다. 


투자자들의 위험추구채널이 비대칭적이기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가 있어서 자금이 빠져나갈 때 금리를 올리면 자산가격이 떨어지고, 부채가 커지기 때문에 금융경색이 심화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


"출구전략기엔 금리 올리면 안 돼 … 한국, 시장에 자금 충분히 공급해야". <중앙일보>. 2013.07.02


그렇기 때문에, 신현송 교수는 2012년 6월 미국 Fed의 저금리 정책[각주:3]에 맞추어서 한국 또한 금리를 인하할 때라고 주장한바 있다. 당시 한국은 가계부채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한국의 금융시장이 국제금융시장과 동조해있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금리인상은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았다. 


신 교수는 한국이 금리를 인하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1년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자 시장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는 등 유동성이 유입됐다”며 “자본유입이 개방된 상태에서 미국 등 선진국은 제로 금리, 유럽은 확장하는데 금리 인상은 유동성 유입을 부풀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지금은 금리 올릴 때 아니다”. <경향신문>. 2012.06.14


<The Economist> 또한 미국 Fed의 출구전략 암시를 신흥국이 잘못 해석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신흥국 경제가 오히려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Yet emerging economies may end up fighting this transition, due to worries about the knock-on effects of sinking currencies, by raising interest rates (or failing to reduce them when a weakening economic situation might otherwise call for rate cuts). And that could produce a much broader demand shortfall across the emerging world.


"The emerging-market squeeze". <The Economist>. 2013.08.20




※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자본이동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라


미국 Fed의 통화정책이 신흥국의 통화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자산시장 거품을 키운다고 해서, 미국 Fed를 향해 "신흥국을 고려해서 통화정책을 써달라" 라고 주문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미국 Fed는 자국 경제상황을 감안해서 중앙은행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사정을 고려해 달라고 주문할 수가 없다. 게다가 신흥국 경제는 미국의 소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Fed의 확장적 통화정책의 도움으로 미국경제가 살아나기를 바라고 있다. 

 

implementing effective international cooperation among the main central banks to internalise the spillovers of their monetary policies on the rest of the world seems out of reach. And there are some reasons for that; international cooperation on monetary spillovers may conflict with the domestic mandates of central banks. Furthermore, the management of aggregate demand in systemically important economies has important consequences for economic activity in the rest of the world. The rest of the world cannot at the same time complain of excessive capital inflows due to loose monetary policy in the centre countries and wish for a higher level of economic activity and demand stimulus in the same countries.


<출처 : Helene Rey. <Dilemma not Trilemma: The global financial cycle and monetary policy independence>. 2013.08.31 >


그렇다면 미국의 통화정책으로 인해 신흥국에 끼치는 악영향을 축소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Helene Rey는 신흥국으로 향하는 자본이동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거시건전성 정책(Macroprudential Policy)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a sensible policy option is to monitor directly credit growth and leverage. The arsenal of macro prudential tools has several layers: e.g. countercyclical capital cushions, loan-to-value ratios and debt-to-income ratios. (...)


Hence, the most appropriate policies to deal with the “dilemma” are those aiming directly at the main source of concern (excessive leverage and credit growth). This requires a convex combination of macroprudential policies guided by aggressive stress‐testing and tougher leverage ratios. Depending on the source of financial instability and institutional settings, the use of capital controls as a partial substitute for macroprudential measures should not be discarded.


출처 : Helene Rey. <Dilemma not Trilemma: The global financial cycle and monetary policy independence>. 2013.08.31 >


Helene Rey는 자본이동 통제 방법의 하나로 LTV(Loan-To-Value) 정책과 DTI(Debt-To-Income) 정책을 제시한다. LTV와 DTI는 말그대로 자산가격 대비 부채 비율과 소득수준 대비 부채 비율을 통제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러한 정책은 이미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각주:4] 


한국은행은 부동산가격 상승을 막기위해 2002년 9월 LTV 정책을, 2005년 8월 DTI 정책을 도입했다. 비록 부동산가격의 상승세를 완전히 막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거시건전성 감독정책 도입으로 인해 부동산가격 상승추세를 일시적으로나마 억제할 수 있었고, 부동산담보대출의 질도 유지할 수 있었다.


<출처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Macroprudential Policies: Korea's Experiences". IMF Conference. 2013.04.16-17 >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건 2010년에 도입된 거시건전성 3종 세트- 선물환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 이다. 프린스턴대 신현송 교수는 2010년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급격한 자본유출입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방지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도입하였다.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었던 이유 중 하나가 높은 단기외환차입 비중이었다. 당시 한국의 은행들은 해외에서 낮은금리로 단기자금을 빌려와 국내 기업들에게 장기로 대출을 해주었는데, 이러한 만기구조 불일치 문제와 높은 단기외화차입비중으로 인해 유동성부족 상태에 빠지게 됐었다. 신현송 교수가 만들어낸 거시건전성 3종 세트 중 외환건전성 부담금 제도는 단기외환 차입시 부담금을 지불케 함으로써 단기외환차입 비중을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시카고대학의 John Cochrane 교수는 "은행부문의 부채를 규제하자" 라고 주장한다. 은행부문의 부채란 고객들의 예금을 뜻하는데, 뱅크런이 발생하는 이유는 은행에 입금한 단기예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고객들이 생각하기 때문이고, 따라서 단기예금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지불준비금이나 단기정부채권 형태로 보유한다면 은행위기(Banking Crisis)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To stop future crises, the financial system needs to be reformed so that it is not prone to runs. (...)


Runs are a pathology of financial contracts, such as bank deposits, that promise investors a fixed amount of money and the right to withdraw that amount at any time. A run also requires that the issuing institution can't raise cash by selling assets, borrowing or issuing equity. If I see you taking your money out, then I have an incentive to take my money out too. When a run at one institution causes people to question the finances of others, the run becomes "systemic," which is practically the definition of a crisis. (...)


Clearly, overnight debt is the problem. The solution is just as clear: Don't let financial institutions issue run-prone liabilities. Run-prone contracts generate an externality, like pollution, and merit severe regulation on that basis. 

 

Institutions that want to take deposits, borrow overnight, issue fixed-value money-market shares or any similar runnable contract must back those liabilities 100% by short-term Treasurys or reserves at the Fed. Institutions that want to invest in risky or illiquid assets, like loans or mortgage-backed securities, have to fund those investments with equity and long-term debt. Then they can invest as they please, as their problems cannot start a crisis. 

  

John Cochrane. "Stopping Bank Crises Before They Start". <WSJ>. 2013.06.23



  1. <왜 환율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단일통화를 쓰면 안될까?>의 '※ 모든 국가가 단일통화를 사용한다면? - Robert Mundell의 최적통화지역Optimum Currency Area 이론 - 이에 대한 Paul Krugman의 비판' 참고 http://joohyeon.com/113 [본문으로]
  2. 현재 유럽경제위기는 이러한 3각 딜레마의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유럽은 유로(Euro) 라는 단일통화를 도입하여 환율을 통일시켰는데, 이로 인해 유로존 국가들은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다. 경제침체에 빠진 남유럽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원하지만, 반대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독일은 긴축적 통화정책을 원하고 있다. [본문으로]
  3. 이 당시는 Fed의 3차 QE 실시 이전이다. [본문으로]
  4. Helene Rey는 논문에서 한국의 거시건전성 감독정책을 주요예시로 사용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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