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원론 거시편 ⑪]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갖춰야할 '경제학적 사고방식'[경제학원론 거시편 ⑪] 거시경제를 이해하기 위해 갖춰야할 '경제학적 사고방식'

Posted at 2015. 9. 21. 20:53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원론


지금까지 [경제학원론 거시편] 시리즈를 통해, 기본적인 거시경제학 개념을 배우고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이번글에서는 지난글들을 통해 익히게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총정리 해보고자 합니다.


시리즈의 첫번째 글 '[경제학원론 거시편 ①] 거시경제학은 무엇인가'에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먼저 소개하긴 하였으나, 시리즈를 읽기전에 보는 것과 시리즈를 다 읽고 난 뒤 종합하는 것은 또 다를겁니다.




※ 거시경제와 가계경제는 다르다


지난글을 통해 수차레 강조했던 것은 '거시경제와 가계경제는 다르다' 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계의 모습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번 뒤, 과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을 한다. 웬만하면 빚은 지지 않도록하고 만약에 부채를 지게되더라도 빨리 갚기위해 노력한다.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가계는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을 게을리 했거나, 분수에 맞지 않게 소비를 했거나. 일을 열심히 하고 소비를 줄여서 파산위험에서 벗어나야한다." 입니다.


이를 거시경제에 대입하면 "국민 모두가 열심히 일을 해서 국가의 부를 증진시켜야한다. 재정흑자, 경상수지 흑자가 중요하다. 부채는 좋지 않은 것이니 만약에 부채를 지고 있다면 빨리 갚아야한다.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는 무언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게으르거나 소비가 많았거나. 일을 열심히하고 소비를 줄여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야한다."가 됩니다. 


그러나 지난 여러글들을 통해 '겨시경제를 가계경제처럼 생각하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보았죠.


● 가계는 돈을 벌어야 하지만, 국가는 돈을 찍어낼 수 있다

→ 경제성장은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


: 가계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하지만 국가는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돈의 축적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만약 돈의 축적으로 국가의 부를 측정한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을겁니다. 따라서 국가의 경제성장은 축적된 돈의 양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상품을 많이 생산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②] 왜 GDP를 이용하는가? - 현대자본주의에서 '생산'이 가지는 의미', '[경제학원론 거시편 ③] '물가'를 측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명목과 실질의 구분', '[경제학원론 거시편 ④] 경제성장은 어떻게하면 달성할 수 있을까? - 높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 향상' )


● 가계의 저축은 돈을 축적하는 것이지만, 거시경제의 저축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

→ 돈이 부족하다? 한정된 자원이 부족하다!

    

: 가계는 돈을 비축하거나 불리기위해 저축을 합니다. 그러나 거시경제 저축은 가계의 저축과는 다릅니다. 만약 거시경제 저축의 목적이 돈을 비축하는 것이라면, 굳이 저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내면 그만이니깐요.


거시경제에서 저축이 가지는 의미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입니다. 만약 모든 개인이 생필품 소비를 늘린다면, 국가가 가진 노동력 · 기술력 · 천연자원 등이 생필품 생산을 위해서 주로 사용됩니다. 이는 경제성장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개인이 저축을 통해 소비를 줄인 뒤 금융시장을 통해 구매력을 이전하면 기업은 투자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 국가가 가진 한정된 자원은 경제성장을 위한 자본재 생산에 사용될 수 있죠.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


● 가계는 흑자를 기록하는게 중요하지만, 거시경제 흑자는 의미가 다르다

→ 경상수지 흑자와 재정흑자에 대한 잘못된 이해


: 가계는 월 수입보다 적은 지출을 하여 흑자를 기록해야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시경제에서 소비감소를 통한 흑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앙은행을 통해 돈을 찍어낼 수 있는데 굳이 돈을 쌓아둘 필요가 없죠. 소비를 통해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국가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다는 말은 "내가 생산한 제품을 다른 나라 사람이 더 많이 사용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생산을 했는데, 그것을 사용해서 효용을 충족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왜 나는 열심히 일을 하는가?"를 자문해야겠죠.


따라서 '경상수지 흑자 · 재정흑자' 등을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 · 지출을 줄여서 돈을 아꼈다'로 바라보면 안됩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 가계는 돈이 많을수록 좋지만, 거시경제의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한다

→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가계는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드라마에 재벌2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선망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거시경제의 많은 돈은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할 뿐입니다. 중요한건 돈의 축적이 아니라 '생산의 증가'이기 때문이죠.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세상'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유는, 모두에게 소득을 나누어주는 행위는 그저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화폐단위에 0을 더 붙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⑦]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에서나 화폐적인 현상 - 화폐중립성 & 고전학파의 이분법')


● 가계는 과소비를 하면 파산위험에 처하지만, 거시경제는 소비를 적게 했기때문에 경제위기를 맞게된다 

→ 갑작스런 상환요구에 이은 디레버리징이 가져다주는 충격


: 가계는 소득에 비해 과한 지출을 하고 부채가 많으면 파산하고 맙니다. 그러나 거시경제는 반대로 소비를 적게 했기 때문에 경제위기를 맞게 됩니다. "나의 지출은 너의 소득이고, 너의 지출은 나의 소득(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이기 때문이죠. 거시경제 구성원 모두가 지출을 줄여버리면 모두의 소득과 생산이 감소합니다.


또한 거시경제 구성원들이 소비를 줄이게된 주요원인은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부채감축, deleveraging) 입니다. 만약 부채크기를 계속해서 늘릴 수 있다면 소비도 증가하기 때문에 경제위기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건 '디레버리징에 따른 소비·투자 감소'이죠. 


디레버리징의 순간은 갑자기 찾아옵니다. 경제성장률 · 재정수지 · 인플레이션율 등 경제의 기초여건(fundamental)이 튼튼한 국가라 할지라도 '갑작스런 상환요구'가 발생하여 디레버리징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경제위기를 겪은 국가에게 윤리적잣대를 들이대며 훈계를 둘 수 없는 이유이죠.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 가계는 부채를 빨리 갚아야 파산위험에서 벗어나지만, 거시경제는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

→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목적은 '부채증가를 통한 소비·투자 증가'           


: 채무를 지고 있는 가계가 빚 독촉을 받고 있다면, 이를 벗어나는 방법은 빚을 빨리 갚는 것입니다. 그러나 거시경제는 또 다른 부채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경기침체가 발생한 원인이 과도한 부채가 아닌 '디레버리징으로 인한 소비·투자 감소'였기 때문이죠.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디레버리징을 하고 있는 개인을 대신하여 부채를 발생시킨 뒤 지출을 증가시키는 정책입니다.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여 모은 자금으로 지출을 늘립니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증가시키면, 재정여력이 있는 또 다른 개인과 기업이 은행대출을 받아서 소비와 투자를 늘리죠.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 시장 vs 정부의 논쟁? 총공급(장기) vs 총수요(단기)의 논쟁!


초중등 교육에서는 경제학자들을 '시장주의자 vs 정부주의자'로 구분합니다. 일반 대중서적들도 경제학자들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죠. 그러나 시장주의자가 아닌 경제학자는 없습니다. 


거시 경제학자들이 논쟁하는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 총공급부문을 중요시 해야하느냐,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총수요부문을 중요시 해야하느냐' 입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한건 '자본재축적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저축과 투자의 장려 ·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향상 · 노동시장 고용률 증대 등등 총공급부문의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 입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를 위해 필요한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한 지출의 증가'입니다. 경기침체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채를 발생시켜 소비 · 투자를 늘리는 총수요부문의 확장이 필요합니다. 이를 '경기부양(expansionary policy)'이라고 합니다.


장기에만 집중할 경우 현재의 경기침체가 가져다주는 어려움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경제학자 John Maynard Keynes는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그렇지만 현재의 경기침체에만 집중할 경우, 장기적인 안목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통화량증가를 통한 지출증가는 단기에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만을 유발할 뿐이죠.

  



※ on the other hand


누가 나에게 외팔이 경제학자 좀 소개시켜줘. 내 주변의 모든 경제학자들은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 이런데,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이렇습니다." 라는 말 밖에 안해!


Give me a one-handed economist! All my economists say, On the one hand... on the other....

- Harry S Truman


경제학은 사회과학 입니다. 수학을 많이 쓴다는 이유로 경제학이 사회과학이라는 사실을 잊는 사람들도 간혹 있긴 하지만, 경제학의 출발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을 하는 것이죠.


사회과학의 특성 중 하나는 '정답이 없다'는 겁니다. 자연과학은 실험을 통해 항상 같은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으나, 사회과학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변수를 고려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학을 공부할때 지녀야할 사고방식은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 이런데,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이렇다."는 식으로 여러 변수를 고려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입니다. 


어느 한쪽만을 단정적으로 말하는 외팔이 경제학자(one-handed economist)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 vs 과잉투자가 불러온 1997 외환위기


: 투자는 기계 · 공장설비 등 자본재를 축적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투자를 늘려서 자본재의 양을 증가시키고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야만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죠.


그러나 경제성장을 위한 투자가 항상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축적된 자본재의 양이 많아질수록 수확체감의 법칙(diminishing returns)이 작용하기 때문에, 일정수준을 넘는 과잉투자는 비효율을 초래할 뿐입니다. 한국이 1997 외환위기를 겪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과잉투자 입니다. 투자를 하기위해 외국에서 돈을 빌려왔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었었죠.


따라서 한편으로는(on the one hand) '투자증가'를 정책으로 제시할 수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투자감소를 통한 비효율성 해소'를 정책으로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 경제성장을 위한 저축 vs 과잉저축이 불러온 2008 금융위기


: 투자와 마찬가지로 저축도 유용하게 쓰일수도 있고 문제를 일으킬수도 있습니다. 투자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저축량이 증가해야 합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많은 저축이 필요하죠. 


그러나 필요한 투자에 비해서 많은 저축을 하게된 국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lender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과잉저축은 다른나라로 흘러들어가 자산시장 거품을 초래할 수도 있죠. 2008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은 중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과잉저축 입니다. 


따라서 힌편으로는(on the one hand) 경제성장을 위해 저축을 장려하는 정책이 타당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저축을 감소케하는 정책이 타당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경제성장 달성하기 - 저축과 투자',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 경상수지 흑자가 좋은가, 경상수지 적자가 좋은가


: 앞서 이야기 했듯이, 한 국가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다는 말은 "내가 생산한 제품을 다른 나라 사람이 더 많이 사용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열심히 일을 해서 생산을 했는데, 그것을 사용해서 효용을 충족시키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왜 나는 열심히 일을 하는가?"를 자문해야겠죠.


반대로 한 국가가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다는 말은 "내가 생산한 것에 비해서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것이 지속가능하다면 정말 좋을겁니다.


그렇다면 경상수지 흑자는 나쁘고, 경상수지 적자는 좋은 것일까요? 그런 식으로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경상수지 적자는 지속불가능 합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Net Borrower의 역할을 하면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지만, 외국에서 빌린 자금으로 소비를 늘려 효용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Net Borrower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다른 국가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계속해서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가 자신들에게서 빌린 자금으로 손쉽게 효용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은 어느 순간이 되면 그동안 빌려준 자금의 상환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Net Borrower의 역할을 하면서 편하게 지내던 국가가 지금껏 빌린 자금을 상환할 수 있을까요? 


순자본유입의 결과 발생하는 경상수지 적자는 일종의 '대외부채'(External Debt) 입니다. 그동안 자금을 빌려주던 국가가 상환을 요구하면 대외부채를 갚아야 하는데,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요? 


자, 단순하게 "경상수지 흑자보다는 경상수지 적자가 좋다" 혹은 "경상수지 적자보다는 경상수지 흑자가 좋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경상수지 흑자와 경상수지 적자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말그대로 한편으로는(on the one hnad) 경상수지 흑자가 낫지만,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 경상수지 적자가 낫습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⑥] 외국의 저축을 이용하여 국내투자 증가시키기 -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인가?')


● 부채증가를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계속 부채를 증가시켜도 괜찮은가?


: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부채증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정책입니다.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이 경기침체를 유발하기 때문에, 또 다른 부채를 발생시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죠.


그렇다고해서 끝도없이 부채를 증가시켜도 괜찮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갑자기 상환요구가 들어왔을때, 많은 부채를 지고 있었다면 디레버리징 폭도 커집니다. 더 많은 부채를 감축해야 되기 때문이죠. 이 경우, 디레버리징에 따른 소비감소폭도 커집니다. 경기침체의 정도가 심해지죠.


지난글을 통해 '부채의 이점'을 강조한 이유는 부채를 나쁜 것으로 보고 잘못된 정책을 시행하지 말라는 의도이지, 무한정 부채를 늘려도 괜찮다는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on the other hand식의 사고가 필요합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이 중요한가, 단기적인 경기변동 관리를 위한 경기부양이 중요한가


: 앞서 말했듯이, 거시경제학자들은 '총공급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vs '총수요 발전을 통한 경기부양'으로 논쟁을 합니다. 어느 한쪽이 옳았다면 애초에 논쟁을 할 필요도 없었겠죠. 


거시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졌다면,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증가시켜 생산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생산자들은 늘어난 수요에 맞추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품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수요를 충족시킵니다. 즉, 확장적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장기적으로 생산량은 증가시키지 못한채 인플레이션만 유발할 뿐이죠.


이런 이유로 인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고용률과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잠재GDP를 증가시키는 '구조개혁'(structural reform)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자들은 "장기에는 우리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를 말하며, 지금 현재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기부양'(expansionary policy)를 주문합니다.  


어느 한쪽이 옳다고는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경기침체 정도가 심하다면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하고, 경기침체에서 어느정도 벗어났다 싶으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구조개혁 정책'을 지지하는 on the other hand식의 사고가 필요합니다. 


(관련글 : '[경제학원론 거시편 ⑧] 경제위기는 '게으른 국민의 과소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경제학원론 거시편 ⑨] '부채증가'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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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대한 오해 - 외팔이 경제학자 때문?경제학에 대한 오해 - 외팔이 경제학자 때문?

Posted at 2012. 7. 14. 23:14 | Posted in 경제학/일반


경제학이 자주 듣는 비판 중 하나 


Q : "경제학은 '모델'을 기반으로 둔 학문이다. 그런데 그 '모델'이 틀렸다면 경제학은 애초에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경제학은 주로 변수 2가지를 가지고 그래프를 그리면서 현상을 설명하는데, "현실세계는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2차원적인 그래프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느냐?



A1 : "세테리스-파리부스(Ceteris-Paribus) - 어떤 요인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하여 다른 변수들을 모두 주어진 수준에서 고정시키는 것. 경제학에서는 어떤 변수를 분석할 때, 그 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여럿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의 수요를 분석할 때, 돼지고기의 수요를 결정하는 요인들로서 돼지고기의 가격, 상추의 가격, 소비자의 소득수준 등을 들 수 있다. 이 때 돼지고기 가격이 돼지고기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면, 다른 요인들은 변하지 않고 돼지고기 가격만 변할 때, 돼지고기 수요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어떤 요인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 다른 변수들을 모두 주어진 수준에서 고정시키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한다면' (other things being equal)이라고 말하고, 라틴어인 세테리스-파리부스(Ceteris-Paribus)라는 용어로 표시한다."


- 김영산 왕규호. 『미시경제학』1판. 41쪽



A2 : Jeff Sachs는 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의 생각이 '허술하고 단순하다 crude and simplistic'라고 비난한다. 케인지언들의 생각은 단순하지 않다. 그들의 생각은 '상당히' 단순하다. 그냥 단순한 것과 상당히 단순한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내가 거시경제를 설명할 때 주로 사용하는 IS-LM 모델은 매우 단순하다. 그저 두 개의 곡선만 그리면 된다. IS-LM 그래프는 상세한 사항, 특히나 부채와 자본시장에 관한 것들을 생략하고 있다. (...) 그러나 IS-LM 모델은 매우 정교한 단순형태이다. 이 사실은 IS-LM을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멍청한 말을 내뱉는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


단순함은 통찰력을 얻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만약 당신의 생각을 가능한한 단순한 모델로 표현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매우 허술한' 시각-복잡한 시각이 아니다! 허술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내가 몇달 전 New York Review 행사에서 말한대로, 누군가가 또다시 나에 대해 허술하다고 말한다면, 그 면상에 죽빵을 한대 날릴것이다. (the next time someone calls me crude, I’m gonna punch them in the face.)


-Paul Krugman. "Simple Isn’t Simplistic". 2012.07.13




바로 이렇기 때문에 '외팔이 경제학자a one-handed economist'는 돌팔이다. 


경제학자들은 경제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모델'을 사용하고, 그 모델은 설명하려는 변수 이외의 것들을 '고정ceteris-paribus'시켜났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경제현상을 설명할 때, "이 정책을 쓰면 한편으로는 이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다.." (on the one hand...... then, on the other...)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리고 "그러니까 이 경제정책을 만들면 두 가지 상반된 효과가 생기겠지만... 이쪽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할 것 같으니, 이 정책을 구사해도 된다" 라고 '신중하게 판단'을 내린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도 마찬가지다.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가계부채가 증가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금리를 내리면 더 많은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으니 부채가 더 늘어난다. 따라서 금리를 올림으로써 대출을 억제하고 가계부채 증가를 막는 게 옳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은 "금리와 대출", 이 2가지 변수만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다른 변수들은 주어진 수준에서 '고정' 시켜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실에서는 "가계부채 상당수가 변동금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침체된 부동산시장을 감안하면, 금리를 내리더라도 추가대출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계부채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금리를 내리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 참고 : http://news.mt.co.kr/mtview.php?no=2012071212414998214&type=1)


즉, 금리를 내렸을 때 "대출이 증가할 가능성"과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가계부채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고, 가계부채해결을 위해 어느쪽이 더 큰 효과를 발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 한 뒤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경제이론이 "세테리스-파리부스"를 기반으로 둔 "간단한 모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숙지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학이 이러한 비판을 듣는건 경제학자들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들은 어떠한 경제정책이 "상반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사실 제대로 된 경제학자라면, "경제이론대로라면 이런 효과가 나오겠지만... 다른 변수를 생각하면 다른 효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효과가 더 클 것 같다." 라는 식으로 경제현상이나 정책을 일반사람들에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ps


한국은행 금리 인하 관련해서........ 유럽, 중국, 미국경제가 침체이고 한국경제도 하방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잡겠다고 금리 올리는 게 더 이상하지..... 다만, 비판받을 점은 

1. 그동안 시장에 보냈던 시그널과 한은의 선택이 달랐다는 점 

2. 이미 저금리인 상태에서 금리인하가 어느정도 효과를 가져올지 미지수라는 점 

3. 추후 경제가 더 안좋아 질 경우를 생각한다면, 이번 금리인하가 나중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

4.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데,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위태로운 것을 감안한다면... ㄷㄷㄷ 라는 점

이 될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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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Shiller - 『버블 경제학』Robert Shiller - 『버블 경제학』

Posted at 2012. 7. 13. 23:05 | Posted in 경제학/일반


요즈음 나의 고민은 "사람들에게 경제정보를 제공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언론"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인데, 이 이야기를 왜하냐면 Robert Shiller[각주:1]가 쓴 『버블 경제학』때문.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부자를 탄생시킨 '기술'을 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금융은 진실로 강력한 기술이고, 모든 사람을 보다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경제 불평등의 주원인 가운데 하나가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금융 기술이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 (227)


2008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금융업계는 엄청난 비난을 들었고,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이 주도하는 경제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또한 "시장참여자가 사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이용하여 미래를 합리적으로 예측"한다는 '합리적 기대 이론Rational Expectations Theory'에 기반을 둔 주류경제학은 틀렸다라는 비판을 들었다.


Robert Shiller는 이런 비판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시장참여자가 '정보'를 더 많이 가지게 함으로써, 금융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Robert Shiller는 "장기-저리 모기지 대출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이 개발되면서 저소득층도 집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소득 증가가 미미하더라도 자산 증가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라고 말한다. 즉, "금융 민주주의-금융혁신의 이익을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사회-를 구현함으로써 더 나은 경제체제를 만들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Robert Shiller 교수는  "리스크 회피를 할 것이냐, 아니면 리스크 관리를 할 것이냐?" 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데


"보다 안전하고도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제도를 설계할 방법을 향후 시장 활동의 토대로 삼을 수 있다면, 단순히 서브프라임 위기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금융을 한층 민주화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59)


라고 말한다. 리스크 관리를 통해 금융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① "인간 심리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 (60)


버블이 발생하는 이유는 "시장 심리의 전염력-시장심리에 기름을 붓는 이야기들의 포괄적인 특성 때문에 국경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전염력-" (75) 때문이다. 따라서, 버블을 다스리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행동경제학을 이용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② "금융정보 인프라를 개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단순한 경험이나 유행보다 최상의 지식을 토대로 금융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57)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받은 저소득자들 가운데, 그러한 모기지 고유의 리스크를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 그 이유는 무엇인가? 확실한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을 통해 그러한 정보를 제공할 경제적 여유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171) 


"이처럼 대중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재의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우선 부자들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포괄적인 재무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제도들을 마련해야 한다." (172) 


"정보기술은 우리 시대의 이야기이자 서브프라임 해결책이다. (...) (그리고) 수리금융 이론 덕에 우리는 리스크 관리 기술의 잠재력을 온전히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그러한 이론을 대규모로 현실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면, 리스크 관리 기술의 잠재력을 보다 온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166)


간단하게 요약하면, Robert Shiller 교수의 주장은 "서브프라임 위기가 터진 이유는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가 떨어졌었고, '저소득층이 올바른 경제정보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 심리를 중요시하는 '행동경제학'과 '현대의 정보기술', '수리금융 이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면 '금융 시장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고, 이는 '금융혁신의 이익을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금융 민주주의' 실현에 있어 중요한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깨달은 건  ① 금융의 유용성에 대해 생각해보자 ② 정보???????? 인데... ②번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한다면... Robert Shiller의 주장대로 "대중들에게 올바른 경제정보를 제공"한다면 투기적버블이 발생하지 않을까?? 사실 지금도 경제정보는 널렸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고급정보를 구할 수 있다. Robert Shiller는 '저소득층은 그러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마련되지 않았다'라고 말하면서, '정보 공급 방식을 간편화'할 것을 주문한다.


"사람들이 위험을 보다 쉽게 평가할 수 있도록, 보다 간단하고 보다 표준화된 공시 방식이 필요하다." (185)


결국 중요한 건, "단순히 정보가 있다 없다가 아니라, 정보에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유 또는 방법을 제공해주는 것"이 된다. 그럼 사람들에게 어떻게 '쉽고 간단하게' 경제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경제정보란 것이... 전달하는 사람에 따라 편향적인 정보만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각주:2].


김광수경제연구소나 우석훈, 선대인 같은 경우, "재벌경제연구소의 보고서가 아니라 '진정 국민들을 위한' 경제정보를 제공해 주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을 했는데... 우석훈 선대인 등 진보경제브레인들의 정보는 "정파성"으로 인해 신뢰성이나 전문성이 전혀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경제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할터인데, 하우스푸어 상황에서도 주택 재구매 의사를 밝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위해서는 '외팔이 경제학자 one-handed economist'가 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Harry Truman 미국 前 대통령은


"나에게 외팔이 경제학자 좀 구해줘. 내 주변 경제학자들은 매번 '이 정책은... 한편으로는 이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습니다.' 라는 말만 한다!" (Give me a one-handed economist. All my economist say 'on the one hand.... then, on the other...)


라고 불평하지만... 경제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on the other hand"이다


  1. Robert Shiller 교수는 미국주택가격지수인 Case-Shiller index를 개발했다. [본문으로]
  2. 나만해도... 내가 본 기사나 논문, 보고서 중 내 마음에 드는 것만 여기에 올리는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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