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Posted at 2017. 6. 29. 08:26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솔로우 모형 복습

'솔로우 모형'을 다룬 지난글[각주:1]을 통해, 국가별로 '생활수준 차이'(=level의 문제), '성장속도 차이'(=growth의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경제성장'(=engine of growth의 문제)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살펴보았죠. 

이번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솔로우 모형을 잠깐 복습해 봅시다.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것은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이었습니다. 어떤 나라는 잘 살고 또 다른 나라는 못 사는 이유는 '자본축적 수준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1인당 생산량이 커서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죠.   

국가별로 경제성장률이 다른 이유는 그 국가의 경제상태가 '전이경로에 있느냐, 정상상태에 있는가'(transitional dynamics)가 구분지었습니다. 자본이 많이 축적될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줄어드는 체감현상(diminishing)이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낸 근본원인 입니다. 

오래전부터 경제성장을 해와서 이미 정상상태(steady state)에 다다른 국가는 성장률이 전보다 낮은 값을 기록하게 됐으며,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한 국가는 체감현상의 영향을 덜 받는 전이경로에 놓여있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이때, 체감현상은 "지속적인 경제성장(sustained growth)을 달성하려면 자본축적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정상상태에 다다를수록 성장률이 하락하고 결국 0%가 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합니다.



※ '아시아 네 마리 호랑이'의 성공과 좌절


솔로우 모형의 핵심을 복습했으니, 이제 이번글에서 다룰 내용에 대해 생각 해봅시다. 



'자본축적'을 강조하는 솔로우 모형은 현실을 설명하는가? 

-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


: 수학적으로 정교화된 이론[각주:2]일지라도 현실을 설명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솔로우 모형은 '미국경제'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 이외의 나라에도 적용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글에서는 한국 · 싱가포르 ·대만 · 홍콩, 즉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의 경제성장 과정을 통해, '자본축적의 힘'을 알아볼 겁니다. 



자본축적과 기술진보, 무엇이 중요할까? 

- 기술진보 없는 자본축적, 결국...


:  생활수준(level)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growth)을 위해서는 '기술진보'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일까요? 


솔로우 모형은 자본축적에 중요성을 더 부여하고 있습니다. 기술진보에 대해서는 그저 '외생적으로 전세계에 똑같은 값이 주어졌다'고 가정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술진보 없는 경제성장은 결국 멈추게 될 것 이라고 말하고도 있습니다. 이론이 말하는 것처럼, 실제로도 기술진보 없는 자본축적은 경제성장률 하락을 불러올까요? 

이번글에서는 1990년대 당시 경제학자들이 동아시아를 바라보면서 가졌던 불안함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성장회계식을 통해 솔로우 모형 이해하기


이번글 논의를 소개하기에 앞서, 내용이해를 위한 기본개념을 먼저 알아봅시다. 상당히 지루할 수 있지만.... 알면 좋습니다.


솔로우 모형이 말하는 아래 두 가지 문장을 수식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나타날까요?


● "자본축적을 늘릴수록 경제가 성장한다"

● "외생적으로 주어지는 기술진보율이 지속적인 성장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수식 사용은 경제학에 익숙치 않은 독자들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오지만, 이 경우는 오히려 이해를 쉽게 도와줄 겁니다.

 

 

 

솔로우 모형이 전달하고 하는 바는 "1인당 생산량 증가(=경제성장)는 1인당 자본축적과 기술진보로 구성되어 있다"로 바꿔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때, 자본축적이란 '자본이라는 요소를 생산과정에 투입한 것'(capital input) 입니다. 그리고 기술진보란 '주어진 요소를 가지고 좀 더 많이 생산케 하는 것, 즉 생산성 증가'(productivity gain) 입니다. 


따라서, '생산량 변화율 = 자본투입 증가율 + 생산성 증가율' 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위에 나타난 수식이 이를 보여줍니다.


(주 1 : 솔로우 모형은 '1인당'(per capita)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여기서의 생산량 및 자본투입량은 1인당 기준입니다.)


(주 2 : 자본투입 증가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전체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capital share)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러므로 자본투입 증가분에다 자본비중(α)을 가중평균 하는 형식으로 생산량 변화를 산출할 수 있습니다.)

 

 

1인당 생산량이 아닌 경제 전체의 생산량을 살펴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솔로우 모형은 '1인당'이 기준이었기 때문에 인구증가율이 높을수록 1인당 자본량 · 1인당 생산량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경제 전체 '총'(gross) 자본량 및 생산량은 인구가 많을수록 증가합니다. 쉽게 말해, 더 많은 사람이 있을수록 일을 하는 양도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생산량도 늘어나기 때문이죠.


이때, 인구가 많아지는 것을 '노동이라는 요소를 생산과정에 투입한 것'(labor input) 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총 생산량 변화율 = 노동투입 증가율 + 자본투입 증가율 + 생산성 증가율'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위의 수식이 이를 보여줍니다. 


(주 : 앞서 자본투입 경우와 마찬가지로, 노동투입 증가가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전체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labor share)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렸습니다. 따라서, 노동투입 · 자본투입 증가분에 각각의 비중을 가중평균 하는 형식으로 생산량 변화를 산출합니다.) 

 

이때, 투입된 자본량 · 노동량은 비교적 쉽게 수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자본량은 '투자'라는 형식으로 GDP 산출 과정에서 얻어지고, 노동량은 '인구증가율'을 보면 됩니다. 


그런데 기술진보율, 즉 생산성 증가율은 산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산량을 투입된 자본량(노동량)으로 나누면 단순한 자본생산성(노동생산성)만 도출될 뿐입니다. 


자본생산성은 자본을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에 영향을 받고, 노동생산성도 근로자가 얼마나 많은 자본을 가졌는지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확한 생산성 측정을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의 영향을 함께 고려한' 값을 구해야 합니다. 이를 '총요소 생산성'(TFP, Total Factor Productivity) 혹은 '다요소 생산성'(MFP, Multi Factor Productivity) 라고 합니다.   


총요소 생산성을 산출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는 1인당 생산량(per capita ouput)과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 output)을 비교하여 대략적인 생산성 정도를 살펴보는 법 입니다.


말이 헷갈리기 쉬운데요... 


1인당(per capita)은 국민 전체를 모수로 산출한 값입니다. 보통 우리가 '1인당 GDP', '1인당 국민소득' 라고 말할 때 사용합니다. 이는 '국민 전체의 생활수준'(standards of living)을 보여줍니다.


근로자 1인당(per worker)은 실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근로자만을 모수로 산출한 값입니다. 생산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만들어낸 생산량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는 '생산성'(productivity) 정도를 보여줍니다.


이미 오래전 경제성장을 달성하여 근로자 투입 증가분이 적은 선진국은 다른 국가에 비하여 일반적으로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이 높은 값을 보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요소투입 보다는 생산성 증가의 힘이 더 큰 상황이죠.


반면, 이제 막 경제성장을 시작하여 근로자 투입이 늘어나고 있는 개발국가는 다른 국가에 비하여 (모수가 더 가파르게 증가하기 때문에)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이 낮은 값을 보입니다. 다르게 말해, 이들 국가는 현재 생산성 증가 보다는 요소투입에 의해 성장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국가는


● '1인당 생산량'과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 간의 격차가 비교적 크다


'근로자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이 (이미 요소투입을 끝낸 국가에 비하여) 비교적 느리다


이렇게 대략적인 비교를 통해 (정확한 값은 아니지만) 생산성 정도를 유추해 낼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총생산량 변화분에서 자본 · 노동 투입 증가분을 제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총요소 생산성을 도출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값을 얻어내는 방식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총생산량 변화분은 '노동투입 증가분 + 자본투입 증가분 + 생산성 증가분'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비교적 구하기 쉬운 '노동투입 증가분 + 자본투입 증가분'을 총생산량 변화분에서 차감하고 나면 '생산성 증가분'이 구해집니다.


총요소 생산성의 정확한 값을 도출할 때는 두번째 방법을 많이 씁니다. 




※ 현실을 설명해낸 솔로우 모형 

- 1980~1990년대, 동아시아 성장기적은 요소축적 덕분



자, 지루한 과정을 모두 거쳤으니 이제 본 내용을 알아봅시다.


1980~90년대 경제성장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대한민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 동아시아에 위치한 네 나라 였습니다. 


이들 국가는 1970~80년대를 기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신흥산업국'(NICs, Newly Industrializing Countries)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들을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라고 불렀고, 경제성장 성공담은 '성장기적'(growth miracle)이 되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동아시아의 네 나라는 어떻게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학자들이 처음 주목한 것은 이들이 가진 공통점, '대외지향적 수출정책'(outward-oriented policies) 및 '제조업 중심 정책'(manufacturing) 이었습니다.


이건 우리 한국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 조선소 · 자동차 · 철강 등 제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였고,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왔습니다. 나머지 세 국가 역시 수출제조업을 키우면서 성장해 나갔죠.  


따라서, 기존 학자들은 "대외지향적 정책에 힘입은 생산성 개선, 특히 제조업 생산성 향상이 성장기적을 만들었다"고 진단했습니다. 시장을 외국에 개방하면서 경쟁력을 얻고 산업수준을 업그레이드 했다는 생각이었죠.


  • 알윈 영(Alwyn Young, 現 런던정경대, 前 MIT)


하지만 한 학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자  영(Alwyn Young)은 1994년 논문 <동아시아 NICs의 교훈: 통념에 반하는 시각>(<Lessons from the East Asian NICS: A contrarian view>), 1995년 논문 <숫자의 횡포: 동아시아 성장 경험의 현실을 통계로 직시하기>(The Tyranny of Numbers: Confronting the Statistical Realities of the East Asian Growth Experience) 을 통해 당시 학자들 사이에 퍼져있던 통념을 반박합니다. 


그는 "동아시아 성장기적은 대외지향적 정책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 증가 덕분이다"(factor accumulation) 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네 나라의 제조업 성장 원인도 생산성 증가 보다는 '제조업으로의 자원 재배치'(sectoral reallocation of resources)에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1인당 생산량'(per capita output)과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 output)의 차이였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전자는 전체 국민의 생활수준을, 후자는 경제의 생산성을 보여줍니다.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할수록(=요소투입이 급증할수록), '근로자 1인당 생산량'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값을 기록합니다.


  • Young(1994)


분명, '1인당 생산량'(per capita) 증가율을 살펴보면 동아시아 네 나라는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높은 값을 기록했습니다. 1960~1985년 사이 연간증가율은 대만(6.2%) · 홍콩(5.9%) · 싱가포르(5.9%) · 한국(5.7%)로 전세계 주요국 가운데 2~5위를 차지했습니다. 


제일 낮은 값을 기록한 한국을 기준으로, ±2% 내에 드는 국가는 15개에 불과했습니다.


  • Young(1994)


하지만 생산성을 나타내는 '근로자 1인당 생산량'(per worker)을 보면 사뭇 다릅니다. 대만(5.5%, 4위) ·한국(5.0%, 7위) · 홍콩(4.7%, 8위) · 싱가포르(4.3%, 14위) 입니다. 분명 높은 순위이긴 하지만, 앞서의 순위보다는 하락했습니다. 


게다가, 제일 낮은 값을 기록한 싱가포르를 기준으로 ±2% 내에 드는 국가는 19개로 늘었고, 앞서와 달리 나머지 국가들과 두드러진 격차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 Young(1994), X축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율, Y축 1인당 생산량 증가율
  • 경제활동 참가율이 1% 증가할수록 1인당 생산량 0.85% 증가


알윈 영은 이를 근거로 "(생산성 향상이 아닌) 네 국가에서 발생한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 즉 노동투입 증가가 성장기적의 요인" 이라고 진단합니다. 통계분석을 통해, "1%의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이 1인당 생산량 증가율을 0.85% 올린다."는 결과도 제시했습니다. 


네 국가는 전후 베이비붐 등의 영향으로 인구가 크게 늘었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덕분에 생산과정에 투입된 사람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홍콩의 경우, 1960년 경제활동 참가율은 39%에 불과했으나 1985년에는 53%를 기록했죠. 


  • Young(1994),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의 1960~1985년간 GDP 대비 투자 비중 변화


그런데 이것은 '노동투입'(labor input) 만을 고려한 것입니다. '자본투입'(capital input)도 살펴보면 요소투입의 영향을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1960~1985년 사이, GDP 대비 투자 비중은 대만 2배 · 한국 3배 · 싱가포르 4배나 증가했습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수치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 Young(1994)


자, 이제 '노동투입' · '자본투입' 등 요소투입 영향력을 모두 제거한 생산성의 변화, 즉 총요소 생산성의 연간 증가율을 살펴봅시다. 


홍콩(2.5%, 6위) · 대만(1.5%, 21위) · 한국(1.4%, 24위) · 싱가포르(0.1%, 63위)로 크게 하락합니다. 대만과 한국을 기준으로 81개의 국가가 ±2% 내에 들어 있습니다. 


즉, 총요소 생산성은 1인당 생산량 증가에 비해 향상되지 않았습니다.  


  • Young(1994)


마지막으로 기존 학자들이 주목했던 '제조업'을 살펴봅시다. 1970~1990년 사이, 네 나라의 근로자 1인당 제조업 생산량 증가율은 한국(7.3%) · 대만(4.1%) · 싱가포르(2.8%)를 나타냈습니다. 나머지 국가들의 평균 증가율이 3.2% 인점을 감안하면, 한국을 제외한 세 나라는 제조업 생산성이 높은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반면, 제조업 고용인구 증가율은 한국(5.5%) · 싱가포르(5.7%) · 대만(5.6%) 등 대략 6%의 연간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나머지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1% 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시아 네 나라의 제조업 성장 원천은 '생산성 향상이 아닌 노동투입 증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알윈 영은 "자본 · 노동 등 요소투입의 급격한 증가가 동아시아 성장기적의 대부분을 설명한다"(rapid factor accumulation, of both capital and labour, explains the lion's share of the East Asian growth miracle.) 라고 결론 내립니다. 


즉, 동아시아 네 나라의 성장은 솔로우 모형이 말하는 "'자본축적'(혹은 '요소축적')이 경제성장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현실에서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 생산성 향상 없이 진행된 요소축적... 지속가능 할까?

- 아시아 기적의 근거없는 믿음


우리가 이전글을 통해 솔로우 모형을 공부[각주:3]했다는 사실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자본축적'(요소축적)이 미국이 아닌 동아시아 경제성장도 설명할 수 있었으니깐요. 이론은 현실을 설명해 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찝찝한 마음도 감출 수 없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축적 이외에 기술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생산성 혁신 없이 자본축적에 의존하는 성장은 결국 0%의 성장률로 귀결될 겁니다.


2017년인 지금은 과거의 동아시아를 단순한 호기심으로 바라볼 순 있지만, 1990년대 당시를 보냈던 경제학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알윈 영의 주장처럼 동아시아 성장기적이 요소축적에 의한 것이라면, 언젠가 이들의 성장세가 멈추지 않을까요? 



1994년 11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각주:5])은 의미심장한 글을 내놓았습니다. <Foreign Affairs>에 기고한 <아시아 기적의 근거없는 믿음>(The Myth of Asia's Miracle)을 통해 동아시아 경제를 향한 우려를 표현했습니다.


(주 : 이 글은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라는 단행본 중 한 챕터로 번역 출판 되었습니다.)


"아시아 붐에 대한 일반인들의 열기에는 찬물을 약간 끼얹어야 마땅하다. 아시아의 급성장은 많은 저술가들의 주장처럼 서구의 모델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성장의 미래 전망은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제한적이다." (...)


"성장회계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시작하면, 경제성장의 과정에 관해 아주 중요한 점을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은 한 나라의 1인당 소득의 지속적인 성장은 투입단위당 생산이 증가할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투입 생산요소의 이용효율은 높이지 않고 단순히 투입량만을 늘리는 것은 결국 수익률 감소에 부딪히게 되어 있다. 즉 투입에 의존하는 성장은 어쩔 수 없이 한계를 지니게 마련이다."


"1950년대의 소련처럼 아시아의 신흥 공업국들이 급성장을 이룩한 것은 주로 놀랄만한 자원의 동원 덕분이었다. 이들 국가의 성장에서, 급증한 투입이 발휘한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나면 더 이상 말할 거리가 별로 남지 않는다. 


높은 성장기에 보여준 소련의 성장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의 성장도 효율성의 증가보다는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이례적인 투입 증가에 의해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성장이 주로 투입증가에 의한 것이고, 그 곳의 축적된 자본이 벌써 수익체감의 현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완전히 이치에 부합되는 행동이다. (...) 최근 몇 년 간의 속도로 아시아의 성장이 지속될 수는 없다."


폴 크루그먼. 1996. "아시아 기적의 신화". 『폴 크루그먼 경제학의 진실』. 229-244

(원문 : Paul Krugman. 1994. "The Myth of Asia's Miracle". <Foreign Affairs> )


솔로우 모형을 배운 사람들에게, 그리고 알윈 영(Alwyn Young)의 논문을 본 사람들에게, 폴 크루그먼의 이 글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새로운 놀랄만한 사실이 없습니다.


하지만 1994년 당시 동아시아 성장기적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컸던 상황에서 이런 글이 나왔다는 점, 그리고 3년 후인 1997년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각주:6]했다는 사실이 이 글의 주목도를 키웠습니다.  


물론, 폴 크루그먼은 3년 후에 다가올 위기(crisis)[각주:7]를 예측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언론이나 사람들은 이 글을 "3년 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예측한 글" 이라고 말하는데, 크루그먼은 단지 솔로우 모형이 이야기하는 성장률 저하(=수렴현상)를 이야기 했을 뿐입니다. 


그는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1998년에 쓴 글[각주:8]에서 "우리는 단지 장기적으로 성장률 둔화가 점진적으로 발생할 것 이라고 예측했을 뿐이다."[각주:9] 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찌됐든 이 글은 '동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했다는 것과 맞물려서 큰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은 '아시아의 기적'을 칭송하는 대신 "그럼 이제 아시아의 성장세는 멈추는 걸까?" 라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죠. 


(사족 :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요소투입'의 역할을 보려면,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각주:10] 참고)




※ 생산성! 생산성! 생산성!


[경제성장이론 시리즈] 두번째 글도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이번글을 통해서, "솔로우 모형이 실제 현실 설명에도 적용 가능" 하며, "1970~1990년대 동아시아 성장은 생산성 증가가 아닌 요소축적에 의해 달성된 것", 그리고 "생산성 증가 없는 성장을 기록해온 동아시아는 결국 솔로우 모형이 말한 바와 같이 성장률 저하를 경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분명 솔로우 모형이 강조한 '자본축적'은 경제성장 달성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분명 동아시아 네 국가는 요소축적 힘만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죠. 그러나 결국 생산성 혁신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 하다는 한계도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우리는 또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에도 '요소투입'에 의존하여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가 있을까? 

- 중국경제는 '중진국 함정'에 빠졌을까


: 만약 오늘날에도 생산성 증가 없는 요소투입에 의존하는 국가가 있다면, 이 나라는 향후 몇년 내에 점차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혹은 걱정) 할 수 있습니다. 


2017년 오늘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는 국가 중 대표는 바로 '중국' 입니다. 


1990년 이래로 과거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성장방법도 유사합니다. 중국은 '많은 투자'를 통해 집중적으로 자본을 축적하고 있으며, 기존에 산업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생산에 투입되어 생산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중국이 '요소투입'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많은 걱정을 하게 만듭니다. 만약 중국이 생산성 혁신을 하지 못하여 성장률이 점차 하락한다면, 세계경제는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죠. 실제로 10% 넘었던 경제성장률은 최근 7%~8% 부근까지 하락했습니다. 


생산성 혁신을 하지 못하여 낮은 성장률에 빠지는 경우를 경제학자들은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 이라고 부릅니다. 더 이상 1인당 소득을 늘리지 못하여 중진국에 머무르게 된다는 말이죠.


과연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일까요? 혹은 빠지게 될까요?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이를 알아봅시다.



1997 외환위기 이후 생산성을 끌어올려온 한국


  •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 2000년대 중반 이후 생산성주도형 경제로 이행'. 2012.06.20


: 1997 외환위기 이전 한국은 분명 요소투입에 의존하는 문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한국경제 자체가 과잉투자에 의존한 채 성장[각주:11]해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1997년 이후 한국경제는 과거와 다릅니다. 한국의 총요소 생산성 기여율은 극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1981~1990년 사이 생산성이 성장에 기여하는 크기는 19.6%에 불과 했으나, 2006~2010년에는 47.3%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한국이 외환위기 이후 '생산성 혁신'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 주제도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공부해봅시다.



생산성 둔화 현상


: 한국의 생산성은 많이 개선되었으나,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미국의 고민은 '생산성 둔화 현상'(Productivity Slowdown) 입니다. 


1990년대 IT붐의 힘으로 높은 생산성 증가율을 기록해온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증가율이 둔화 되었고, 2008 금융위기 이후에는 더 낮은 값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분명 세상은 이전보다 더 발전되고 진보한 것처럼 보입니다. 인터넷, 스마트폰, 각종 전자기기, AI 등등 그동안 IT 산업의 발전은 눈 부셨습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생산성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이것도 다른글을 통해 좀 더 깊게 생각해 봅시다.

 


생산성은 어떻게 증가시킬 수 있는가?


: 이전글 솔로우 모형[각주:12]을 공부하고 난 뒤에 느꼈던 찝찝함이 이번글을 읽은 후에도 남아있습니다. 이전글 마지막 부분에 제가 제기한 물음은 이것이었습니다. "왜 기술진보가 '외생적'으로 발생하나?"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가 외생적(exogenous)으로 발생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이는 "그럼 어떻게 하면 기술진보율, 즉 생산성을 끌어올리느냐?" 라는 물음에 답을 해주지 못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이전글 마지막에도 밝혔듯이, 불만족을 느낀 다른 여러 경제학자들은 '기술진보가 내생적으로 발생하는 모형'을 통해, 현실경제에 대한 설명력을 키우려고 했습니다. 


앞으로 다른글을 통해, '내생적성장 모형'(endogenous growth model)을 살펴봅시다.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내는 요인은 무엇일까? 

- 자본축적이냐 기술진보냐


: 이번글의 맨 첫부분, 솔로우 모형 복습에서도 살펴봤듯이, 국가간 성장률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ics)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죠. 


따라서, 1980~90년대 동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자본축적량을 빠르게 늘리면서(=요소투입을 빠르게 늘리면서) 고도성장을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오직 자본축적(=요소투입)만이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만들어내는 요인일까요? 


국가간 기술진보 정도, 즉 생산성이 달라도 성장률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높은 생산성을 가진 국가는 더 빠르게, 낮은 생산성을 가진 국가는 더 늦게 성장할 겁니다. 이때 기술진보가 불러오는 성장은 정상상태 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상상태에 다다르기 이전에도 기술진보율이 높은 국가(=생산성이 높은 국가)는 더 빠르게 성장 가능합니다.


따라서 '기술혁신이 빠르게 발생하며 유출을 원천 차단한 선진국' / '시장개방 정도가 더 높고 기술흡수 잠재력이 높은 개발국' 등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율이 외생적으로 주어졌으며 전세계 동일하다고 가정합니다. 


선진국에서 개발된 기술은 전세계 어디로나 확산(diffusion) 되는 공공재(public good)이기 때문에, 국가간 생산성 차이가 성장률 격차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죠. 


이번글에서는 우선, "빠른 성장을 불러오는 요인은 자본축적 이다" 라고 주장하며 솔로우 모형을 옹호하는 학자만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추후 [경제성장이론 시리즈]의 다른글들을 통해, "국가간 성장률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기술 격차(technology gap) 혹은 아이디어 격차(idea gap)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 경제학자를 알아볼 계획입니다. 


'자본축적 vs 기술진보' (요소투입 vs 생산성혁신) 라는 쟁점, 다르게 말해 '기술을 공공재로 바라보느냐 아니냐'가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를 계속 머릿속에 넣어둔채로 천천히 알아봅시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제 블로그에서 '수식'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많은 경제학이론이 그렇듯이 솔로우 모형 또한 수리적으로 엄밀하게 도출되었습니다.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4. [1997년-2005년] 표지로 알아보는 세계경제 흐름 ① - 2008 금융위기의 씨앗. 2016.01.22. http://joohyeon.com/243 [본문으로]
  5. 폴 크루그먼은 '국제무역이론을 수립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학문적 업적은 본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제무역이론 ④] 新무역이론(New Trade Theory) - 상품다양성 이익, 내부 규모의 경제 실현'. http://joohyeon.com/219 [국제무역이론 ⑤] 신경제지리학 (New Economic Geography) http://joohyeon.com/220 [본문으로]
  6. [외환위기 정리]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전개과정과 함의. 2015.12.29 http://joohyeon.com/247 [본문으로]
  7. 경제학용어인 '위기'(Crisis)는 단순한 성장률 저하를 뜻하지 않습니다. 경제위기란 현재 생산량이나 증가율에 오랜기간 타격을 주는 현상을 뜻합니다. '위기'의 정확한 개념에 대해서는 http://joohyeon.com/248 참고 [본문으로]
  8. "아시아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What Happened to Asia?). 1998.01. http://web.mit.edu/krugman/www/DISINTER.html [본문으로]
  9. "we expected the longer-term slowdown in growth to emrge only gradually." [본문으로]
  10.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2013.10.18. http://joohyeon.com/169 [본문으로]
  11. 금융자원 동원을 통한 경제성장→8·3 사채동결조치→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2013.10.18. http://joohyeon.com/169 [본문으로]
  12.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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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와 기업&가계경제는 완전히 다르다!국가경제와 기업&가계경제는 완전히 다르다!

Posted at 2012. 6. 18. 20:42 | Posted in 경제학/일반


기업&가계경제의 목표와 국가경제의 목표를 동일시하면 큰 오류에 빠지고 만다.

무슨 말이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경제란 이윤을 창출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내는 것이 경제이고 따라서 국가(또는 국민)경제도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자보다는 흑자가 낫고, 순이익을 내지 못하면 경제가 큰 위기에 빠진 것이고, 많은 부채는 해가 되니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 지출을 줄여야 하고.. 등등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경제의 목표-이윤창출-와 국가(또는 국민)경제의 목표는 완전히 다르다.

이해하기 쉽도록 흥미로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모두들 프로스포츠-축구라든지 야구라든지-를 좋아할텐데, 어느순간 언론에서 "흑자구단"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프로스포츠 구단도 흑자를 내야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생각해보자. 
프로스포츠 구단이 왜 흑자를 내야하는가? 구단의 존립목표가 이윤창출인가?
프로스포츠 구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윤창출이 아니라 "좋은 성적"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적은 돈을 가지고 흑자를 내는 구단으로 오클랜드가 유명한데, 성적은 좀 그렇지만 '이윤을 창출'하는 오클랜드의 팬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많은 부채'를 지니고 있지만 좋은 성적을 내는 뉴욕 양키스의 팬이 되고 싶은가? 

국내의 예를 들어보자. 스스로를 흑자 구단이라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인천Utd의 팬이 되고 싶은가? 우승을 밥먹듯이 하는 울산의 팬이 되고 싶은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프로야구의 예를 들자면, '많은 돈을 쏟아붇고' 우승을 자주하는 삼성이나 SK의 팬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돈은 돈대로 아끼고 승리하지 못하는 몇몇 구단의 팬이 되고 싶은가?

프로스포츠 구단의 목표는 '흑자와 이윤창출'이 아니다.
구단의 스폰서수입은 재무제표에서 '매출액'으로 잡힌다. '흑자달성을 위해' 비용을 아끼고자 '선수단 운영 원가'를 줄이는 건 프로스포츠 구단이 할 일이 아니다. 어차피 스폰서수입은 내년에도 들어오기 때문에, 매출액을 초과하는 비용을 쓰더라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프로스포츠 구단이 할 일이다. 

쉽게 말하면 "가지고 있는 돈을 전부 선수단에 재투자"해서 "전력을 향상시키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프로스포츠 구단이 할 일이다. 

스폰서수입 그거 아껴서 뭐할건데? 구단이 흑자내서 뭐할건데? 그걸로 배당금 나눠주나? 

거기다가 한국 프로스포츠 구단의 스폰서 수입은 대부분 모기업의 지원이다. 모기업의 지원금 남겨서 흑자 달성하면 좋은건가? 왜 그래야하지? 

기업이 돌아가는 방식-이윤창출-으로 모든 경제현상을 바라보면 이러한 오류에 빠지고 만다.


자 이제 국가(또는 국민)경제 이야기를 해보자.

국가경제의 목표는 흑자 달성이 아니다. 정부예산 남겨서 흑자 기록하면 좋은가? 부채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을 수 있으나, 국가경제의 목표가 이러한 재정흑자 달성일까?

국가경제의 목표는 이윤창출이 아니라 국민들의 경제적번영 prosperity 이다. 
국가경제와 기업경제는 완전히 다르다.


어제 Paul Krugman이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내가 이야기의 핵심을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었는데. Paul Krugman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http://www.nytimes.com/2012/06/01/opinion/krugman-the-austerity-agenda.html
Paul Krugman. "The Austerity Agenda". <NYT>. 2012.06.01


"국가경제의 부채문제를 가계의 부채문제와 동일시하는 건 잘못된 비유이다. 큰 빚을 지고 있는 가정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 이러한 비교가 무엇이 잘못됐을까?

경제는 빚을 지고 있는 가계와 다르기 때문에 이 비유는 잘못됐다. 우리의 빚은 우리가 서로에게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건, 우리의 소득은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팔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당신의 지출은 나의 소득이고, 나의 지출은 당신의 소득이다. (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부채를 줄이기 위해 모두가 동시에 지출을 줄인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모두의 소득이 하락하게 된다. 당신이 지출을 줄였기 때문에 나의 소득이 줄어들었고, 내가 지출을 줄였기 때문에 당신의 소득이 줄어들었다. 우리의 소득이 하락함에 따라, 우리의 부채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졌다."

(The bad metaphor — which you’ve surely heard many times — equates the debt problems of a national economy with the debt problems of an individual family. A family that has run up too much debt, the story goes, must tighten its belt. So if Britain, as a whole, has run up too much debt — which it has, although it’s mostly private rather than public debt — shouldn’t it do the same? What’s wrong with this comparison?

The answer is that an economy is not like an indebted family. Our debt is mostly money we owe to each other; even more important, our income mostly comes from selling things to each other. Your spending is my income, and my spending is your income.

So what happens if everyone simultaneously slashes spending in an attempt to pay down debt? The answer is that everyone’s income falls — my income falls because you’re spending less, and your income falls because I’m spending less. And, as our incomes plunge, our debt problem gets worse, not better.)


즉, 기업&가계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으로 "거시경제"를 바라보면 안된다 라는 것이다.

기업이나 가계로서는 빚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합리적이겠지만, "거시경제 차원"에서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기업&가계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으로 국가경제를 이해하는 건 그 자체로 잘못이다.


Paul Krugman의 또 다른 주장을 소개하자면,

http://www.nytimes.com/2011/01/24/opinion/24krugman.html?_r=4&partner=rssnyt&emc=rss
Paul Krugman. "The Competition Myth". <NYT>. 2012.01.23


국가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미국주식회사라고 생각하는 것이 다소간 유용하지 않을까?
절대 아니다.
생각해보자. 노동자를 해고해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한 기업가를 두고 성공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미국 국가에서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해보자. 고용은 줄어들고, 이윤은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누가 이런 것을 경제적 성공이라고 부를까?

(But isn’t it at least somewhat useful to think of our nation as if it were America Inc., competing in the global marketplace? No.

Consider: A corporate leader who increases profits by slashing his work force is thought to be successful. Well, that’s more or less what has happened in America recently: employment is way down, but profits are hitting new records. Who, exactly, considers this economic success?)


이것을 일종의 "진보주의자의 인본주의적 시각"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다. 사람을 해고해서 이윤 창출하는 건 나쁜 것 이라는 시각에서..

그러나 Paul Krugman의 이 주장이 뜻하고 있는 바는 "기업경영과 국민경제는 다르다" 라는 것이다.


자, 이제 무역적자와 국가경쟁력 이야기를 해보겠다.
"기업&가계경제와 국가경제는 다르다"라는 것을 상기하자.
그리고 국가경제의 목표는 이윤창출이 아니라 "국민들의 경제적 번영 prosperity" 라는 점을 상기하자.

무역적자란 나쁜 것인가? 우리나라는 수출의존형 산업구조이기 때문에, 무역흑자란 좋은 것이고 무역적자란 나쁜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자랐을 것이다.

그런데 무역적자란 것이 꼭 나쁜 게 아니다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는 말은 "외국의 (좋은) 상품을 수입해서 국민들이 사용한다" 라는 의미다.

경제적 번영이라는 것은 돈의 축적 개념이 아니라, "품질 좋은 재화를 사용함으로써 효용을 얻는다"의 개념이다. 
(무역흑자 대신 무역적자를 달성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무역적자란 것이 '절대악'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은 돈의 축적이 아니다.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함으로써 "효용을 얻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국민이 경제적 번영을 이룬다는 것이다.

무역적자를 기록하면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등등 여러 문제가 파생되지만, 
그걸 떠나서 무역적자라는 것에 대해 절대적인 거부감을 나타낼 필요는 없다.


국가경쟁력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가경쟁력 개념에 대한 비판은 Paul Krugman이 누차 해왔다.
http://www.pkarchive.org/global/pop.html
Paul Krugman. "COMPETITIVENESS- A DANGEROUS OBSESSION". <Foreign Affairs>. 1994)


언론을 보면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이 몇위이고,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뒤쳐지기 때문에 FTA를 해야하고 등등 별 헛소리를 다해대는데 국가경쟁력이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국제무역은 국가들이 "경쟁을 해서" 우위를 점하고 순위를 다투는 게임이 아니다. 비교우위의 개념을 상기하자.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을 통해 모든 국가가 번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국가끼리 무역을 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한미FTA를 두고, 한국은 손해를 보고 미국은 이익을 본다라고 말하는 것은 큰 오류이다. 중요한 건, 한국과 미국 내에서 '누가' 손해를 보느냐이다.)

중국이 10%의 성장을 기록하고, 우리나라가 5%의 성장을 기록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하락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대로 5%의 성장을 한 것이다.

그 나라의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건 국가간의 싸움에서 다른 나라에게 승리를 거두느냐가 아니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일본경제가 침체에 빠진다고해서 또는 유럽경제가 침체에 빠진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했고 따라서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가 경제침체에 빠지면 다른 나라도 피해를 본다. 세계경제는 연결되어 있으니깐. 당연한 거다.
이걸 간과한채, "대한민국이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라고 말하거나 "일본경제가 침체이니 한국경제가 승리한 것"이라고 말하는 건........................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느냐가 아니라 국민들의 "생산성"이 어느정도냐에 따라 그 나라의 생활수준이 결정된다.

경제원론을 떠올려보자. 경제성장=1인당 노동생산성 x 인구 중 취업자비율 로 배웠을 것이다.
거시경제학을 떠올려보자. 장기총공급곡선에 따라 총생산량을 결정하는 건 "생산성"이다.
'실질임금=노동의 한계생산성' 에 따라 노동수요곡선이 만들어지고, 노동공급곡선과 만나는 '균형노동량'이 결정된다. 이 균형노동량이' 생산함수'와 만나면서 '총생산량'이 결정된다.

즉, 총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필요한건, "노동의 한계생산성 향상에 따른 노동수요의 증가"과 "생산성 증가에 따른 생산함수의 이동" 이다.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처럼, 국가경제를 바라본다면 정말이지.. 세계경제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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