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을 탈출하자 - 아베노믹스의 목적디플레이션을 탈출하자 - 아베노믹스의 목적

Posted at 2014. 11. 20. 02:03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 일본중앙은행, 연간 통화공급량 약 800조원으로 확대


지난 2014년 10월 31일, 일본중앙은행의 갑작스런 통화공급확대 정책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날 일본중앙은행은 양적완화 정책 시행과 더불어 자산 매입규모를 확대를 통해, 약 600조원 수준이던 연간 통화공급량을 약 800조원 수준까지 늘릴 것[각주:1]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열린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연간 60조~70조엔의 본원통화(자금 공급량)를 80조엔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장기 국채 매입 규모도 현재 연간 50조엔에서 80조엔으로 30조엔 늘리고 일본은행이 매입하는 채권 평균 만기는 현 7년에서 최장 1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日 '디플레 공포'에 양적완화 전격 확대…엔·달러 환율 111엔 돌파. <조선일보>. 2014.10.31


일본의 이러한 확장적 통화정책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2년 11월 이후, 일본중앙은행은 자산매입을 통해 통화공급을 늘려왔다. 그 결과 일본중앙은행 대차대조표상 자산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비슷한 시기에 시행한) 미국 · 유럽 중앙은행에 비교해 봤을때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 출처 : 'Japan’s economy - Big bazookas'. The Economist. 2014.11.08 >


그럼에도 일본중앙은행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추가적인 확장적 통화정책 시행을 발표한 것이다. 도대체 왜 일본중앙은행은 얼핏보면 무모해보이는 통화공급 확대정책을 계속 시도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지난 20년 동안 지속되어온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다.




※ 디플레이션 파이터, 일본중앙은행 총재 구로다



  • 지난 20년간 일본의 인플레이션율 추이
  • 1990년 경제불황에 빠진 이래로 인플레이션율은 낮은 수준 혹은 음(-)의 값을 기록하며 디플레이션을 기록했다.
  • 그러나 2012년 무제한적인 통화공급을 내건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0년에 비해 비교적) 크게 상승했다.

1990년 경제불황에 빠진 일본은 지난 20년동안 디플레이션 상황에 놓여있었다[각주:2]. 낮은 인플레이션율이 아니라 실제로 물가상승률이 음(-)의 값을 기록하는 디플레이션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경제성장은 둔화되었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문제였을 때,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공급 축소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앙은행이 통화공급량을 늘리면 되지 않을가?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에 비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건 굉장히 어렵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통화공급량 축소'와 더불어, '준칙에 따른 정책시행을 통해 물가안정목표를 꼭 지킬 것이라는 신뢰'를 중앙은행이 쌓으면 된다. 이와는 반대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화공급량을 증가시켜도 유동성함정[각주:3]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오랜기간 대중들 사이에 쌓여온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바뀌기 어렵다[각주:4].     


지난 20년간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경제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건 아주 힘들구나. 경기침체 이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겠다.[각주:5]" 라는 교훈만 세계를 향해 전달했을 뿐이다.


그저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줄 알았던 2012년 11월, 일본중앙은행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Haruhiko Kuroda)는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칼을 빼들고 나섰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와 함께 당시 신임총리 아베 신조(Shinzo Abe)는 통화공급 확대 · 재정지출 확대 · 일본경제 구조개혁 이라는 '3개의 화살'(Three Arrows)이 담긴 아베노믹스(Abenomics)를 내놓는다. 3개의 화살 중에서 크게 강조된 것은 '무제한적 통화공급 확대' 였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그저그런 치료는 증상을 악화시키기만 한다."(A half-baked medical treatment will only worsen the symptoms.) 라고 말하며, 무제한적인 통화공급 확대를 공언한다. 총리 아베 신조 또한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겠다." 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하며 공격적인 정책시행을 공언했다.




※ 아베노믹스? 

   구조개혁과 과도한 정부부채 문제를 우선시해야 한다!



< 출처 : 'Japan Falls Into Recession'. WSJ. 2014.11.17 >


그런데 이처럼 대담하면서도 극단적으로 보이는 아베노믹스는 제대로 효과를 내고 있을까? 아베노믹스 시행 2년 뒤 그리고 일본중앙은행이 추가적인 확장정책을 발표한지 17일이 지난 뒤, 일본경제 GDP가 발표되자 전세계가 술렁거렸다. 일본 3분기 GDP가 전년도에 비해 -1.6%를 기록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난 2분기에 이어 연속적으로 GDP가 음(-)의 값을 기록한 것이다.


GDP 수치가 발표되자 아베노믹스를 향한 비판이 다시금 쏟아져 나왔고, 일본의 추가적인 확장적 통화정책 발표 이후 제기됐던 비판들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베노믹스를 향한 비판은 크게 2가지이다[각주:6]. 첫번째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한 단기적인 수요확대 보다는 고령화 · 산업구조 개편 등 구조적인 문제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GDP의 2배가 넘는 정부부채 문제를 개선하여 '재정의 지속가능성'(fiscal sustainability)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 출처 : 한국은행 국제경제부. '일본 소비세율 인상의 필요성 및 파급 영향'. 2013.08.29 >


여기서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일본의 과도한 정부부채와 재정적자 문제이다. 일본은 고령화로 인한 사회지출 증가와 낮은 경제성장률로 인해 정부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2년 자료 기준 일본의 정부부채는 GDP 대비 250%에 달한다. 과도한 정부부채는 일본정부의 상환능력에 의심을 키워 채권금리를 높이고 부채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일본경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재정적자 감축 · 정부부채 축소 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런 비판을 받아들여 아베 내각이 시행하려던 것이 '소비세 인상'(consumption tax hike) 이었다. 세금인상을 통해 정부재정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아베노믹스를 향한 이러한 비판들과 '소비세 인상' 정책을 보고 몇가지 의문점이 든다. 첫째는 "통화정책 확대를 통한 단기적 수요관리보다 구조개혁에 힘쓰라고?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왜 통화공급량을 늘리는 지 모르는 것인가?" 이고, 둘째는 "재정안정화를 위한 소비세 인상이라니. 그럴거면 아베노믹스를 왜 하는거지?" 이다.




※ 지난 20년간 지속되어온 디플레이션을 탈출하자 !!!


유동성함정을 다루었던 글 '세계경제는 유동성함정에 빠졌는가? -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유동성함정, 즉 확장적 통화정책이 무력화되고, 낮은 금리수준에도 경제주체들이 소비 · 투자를 증가시키지 않는 주된 이유는 바로 '중앙은행의 신뢰성(credibility)'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능력없는 존재라 경제주체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문제? 아니다. 정반대로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넘쳐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경제주체들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기 때문에, 현재 통화량을 늘리는 확장적 통화정책은 일시적(transitory) 일 것이고,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은 '미래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해 현재의 소비 · 투자를 늘리는 행위를 하지 않게'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It's Baaack: Japan's Slump and the Return of the Liquidity Trap>(1998)를 통해, "유동성함정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것이라는 믿음'을 경제주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즉,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목표에 대해) 무책임 해질 것을 신뢰성 있게 공언하는 것'(credibly promise to be irresponsible) 이 필요하다." 라고 주장한다[각주:7].


자, 이제 2012년 11월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의 목적과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겠다." 라는 극단적인 발언이 나온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로, 디플레이션과 유동성함정에서 벗어나고자, 공격적인 통화정책과 함께 '(물가안정 목표에 대해) 무책임 해질 것을 신뢰성 있게 공언하는 것(credibly promise to be irresponsible)'을 실행한 것이다. 


애초에 아베노믹스, 즉 확장적 통화정책의 목적이 디플레이션과 유동성함정 탈출이었기 때문에 "단기적 수요관리 정책보다 구조개혁이 필요"라는 주장은 초점을 잘못 맞춘 것이다. 지난 20년간 지속되어온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증가시켜, 현재의 소비 · 투자를 늘리는 것이 아베노믹스의 주요 목표이다[각주:8].




※ 재정건전화를 위해 소비세를 인상한다고? 

   일본의 과도한 정부부채가 문제일까?


현재 일본경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재정적자 감축 · 정부부채 축소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도한 정부부채로 인해 일본정부의 신뢰가 사라지고 그 결과 국채금리가 치솟을 가능성'을 염려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 어디서 많이 봤다. 현재 일본의 경우 뿐 아니라, 2008년 이후 미국 · 유럽의 경제위기 회복방법을 둘러싸고 벌어진 '긴축 vs 성장' 논쟁이다.


( 본인은 블로그를 통해 '긴축 vs 성장' 논쟁의 주장을 여러차례 소개해왔다. 

'문제는 과도한 부채가 아니라 긴축이야, 멍청아!', 'GDP 대비 부채비율에서 중요한 건 GDP!', '케네스 로고프-카르멘 라인하트 논문의 오류', '정부부채와 경제성장의 관계 - a Magic Threshold는 존재하는가' )


특히, 일본의 정부부채 논쟁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일본의 과도한 정부부채가 정말로 문제를 초래할까?" 라는 것이다. 과도한 재정적자 · 정부부채를 문제삼는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정부의 신뢰가 사라져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해 국채금리가 치솟고, 그 결과 부채부담이 증가해 국가파산에 이를 가능성. 다른 하나는 정부는 과도한 부채를 통화발행으로 해결(monetization)하려 하는데, 이로 인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가능성 이다.


이에 대해 Paul Krugman은 "일본처럼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its own currency)를 보유한 국가는 신뢰상실로 인해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그리고 재정적자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면 좋은 것 아니냐?" 라고 주장한다.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의 중요성은 1997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현재 유럽경제위기 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자본흐름의 갑작스런 변동 - 고정환율제도 ·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 · 대차대조표 위기'에서 살펴봤듯이,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진 국가는 부채상환 요구가 밀려올 때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 외국투자자들은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는 국가에 대한 신뢰를 거두게 되고(loss of confidence),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자본유출이 발생해 자국 통화가치 하락한다면,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의 가치가 급등하여 부채부담이 더욱 증가하고 만다. 이처럼 외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닌 국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에서 살펴봤듯이,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가진 국가는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자국통화를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주체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신뢰의 위기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또한 만약 자본유출이 발생하여 통화가치가 하락한다면, 부채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일이다. 


게다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아베노믹스의 근본목적은 '지난 20년간 지속되어온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기대 인플레이션을 증가시켜, 현재의 소비 ·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그런데 과도한 재정적자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가능성을 염려하는게 타당할까?  


'세계경제는 유동성함정에 빠졌는가? -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와 바로 앞 부분에서 논의했듯이, 유동성함정 상황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려면, 정부와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에 대해) 무책임 해질 것을 신뢰성 있게 공언하는 것'(credibly promise to be irresponsible)이 필요하다. '재정의 지속가능성'(fiscal sustainability)을 신경쓰면서 정부의 신뢰성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를 잃어버리려는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일본의 과도한 정부부채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일본정부가 재정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소비세를 인상한다면 소비는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안된 아베노믹스는 본래 목적을 상실한다.   




※ 걱정해야 하는 것은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기세를 잃어버리는 것'


일본은 지난 20년간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느냐 못하느냐'이지,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아니다." 라는 것이 Paul Krugman의 주요 주장이다. 


일본중앙은행이 대규모 통화공급 정책 확대시행을 발표한 10월 말 이후, Paul Krugman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확장적 통화공급 정책의 필요성'과 '디플레이션 탈출의 중요성'을 강하게 설파했다. 그의 글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요약해 소개하겠다.

(원문을 편견없이 받아들이는 것을 돕기위해, 글씨 색상 변경을 통한 강조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내용이해를 돕기 위해 중간중간에 해설을 첨부했습니다.)



※ 일본에 대한 생각


아베노믹스? 소비세 인상을 강행하려는 결정은 아베노믹스의 기세에 큰 타격을 입혔다.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일본 경제는 약간씩 회복해왔다. 



그런데 정책의 기세를 잃는 것은 정말로 좋지 않다. (losing momentum is a really bad thing.) 왜냐하면 (정책성공에) 중요한 것은 디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없애버리고 대신 완만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지속가능한 기대(self-sustaining expectations of moderate inflation)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살펴보자. 나는 여전히 일본경제가 '소심함의 함정'(timidity trap)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주 : 과감한 확장적 통화정책이 계속해서 시행되어야 한다는 의미)


소비세를 인상하려는 행동은 일본경제를 다수의 사람들이 이전부터 주장해오던 곳으로 끌고갔다[각주:9]. 단기의 수요진작 정책은 중기의 재정안정화 정책과 병행되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주장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실제로는 재앙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디플레이션 압력이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은 역효과를 초래한다. 그동안 일본에서 발생했던 것처럼. (...)


물론, 지속가능성 이라는 것에 반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 하는 것은 초점을 흐리게 만든다. 그리고 지금 일본은 정말로 정말로 지속가능성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it’s hard to argue against sustainability, but under current conditions it means taking your eye off the ball, and Japan really, really can’t afford to do that.)


Paul Krugman. 'Notes on Japan'. 2014.10.28 



※ 벼랑 끝에 선 일본


지금 현재, 일본은 디플레이션 함정에서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민간부문을 향해 "물가는 앞으로 올라갈 것이고, (소비 ·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 위에 깔고 앉아 있는 건 어리석은 것이고, 부채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주 : 그러니 돈을 빌려서 소비 · 투자를 하라는 뜻)" 라고 확신시키는 것이 절박하게 필요하다. (...)


소비세 인상에 찬성하는 측은 "일본이 소비세 인상을 하지 못한다면, 재정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될 것이고 이는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야." 라고 우려한다. 나는 왜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가?


나는 (일본의 과도한 정부부채가) 신뢰의 위기(crisis of confidence)를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은 내가 지난해에 IMF에서 강연한 내용에 들어있다.(주 :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 참고 ) 


어떤 국가가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denominated in its own currency)를 빌렸거나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지 않다면, 그리스 스타일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주 : 그리스 스타일 위기 = '유럽경제위기는 재정위기? 국제수지위기?' 참고 )  


단기이자율은 일본중앙은행의 통제 아래 놓여있고, 장기이자율은 이러한 예상 단기이자율을 반영한다. 아 물론, (자본유출이 발생해) 엔화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따. 그러나 이것은 일본에게는 좋은 일이다. (주 : 자국통화로 표기된 부채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가치 하락이 발생하면 부채부담이 감소된다.)


경제학자 Adam Posen은 주가하락 가능성을 말하지만, 이자율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고, 엔화가치 하락 덕분에 일본기업들이 경쟁력을 획득한다면 그런 일이 발생할까?


일본의 과도한 정부부채가 문제를 일으킬 경로를 나에게 말해달라. 일본 정부가 화폐발행으로 부채상환을 대신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인해(주 : 이것을 monetization 이라 하는데, 이 경우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 재정에 대한 신뢰상실(a loss in fiscal confidence)이 발생했을때, 이것이 어떻게해서 나쁘다는 것인지 나에게 말해달라.


나에게 있어, 일본이 매우매우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기세를 잃는 것이다. (Meanwhile, it seems to me that Japan should be very, very afraid of losing momentum in the fight against deflation.)


소비세 인상이 실질GDP 감소로 이어진다면, 지금까지의 싸움이 기세를 잃을 것이다. 일본중앙은행 총재가 앞으로 나와서 "우리를 믿어달라." 라고 말했을 때 이것을 믿을 수 있을까? (주 :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실질 GDP 감소가 마치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치르는 아베노믹스 때문인 것처럼 오인될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


지금 현재 아베노믹스의 기세를 중단시키는 것은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있어 치명적인 신뢰손상을 초래할 것이다. (stalling the current drive would cause a fatal loss of credibility on the deflation front.)   (...) 


"(아베노믹스가) 디플레이션을 없앨 거야" 라는 신뢰를 상실하는 것은 재정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각주:10]. (Right now, the risk of losing anti-deflation credibility looks much worse than the risk of losing fiscal credibility.) 그러니 제발 소비세 좀 올리지 마!


Paul Krugman,. 'Japan on the Brink'. 2014.11.04 



※ 거울을 통해서 일본을 봐라 (Japan Through the Looking Glass)


많은 사람들은 '아베노믹스'와 '소비세 인상' 사이의 선택을 '경제회복이냐 재정 건전성이냐' 사이의 딜레마로 표현하는데 이는 잘못됐다. (주 : Paul Krguman은 아베노믹스 성공이 일본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고있다.)


첫째로, 디플레이션과 이로 인해 인위적으로 높게 설정된 실질이자율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일본정부가 재정건전성을 획득하기란 쉽지 않다. (주 : 실질이자율은 명목이자율 - 인플레이션율의 관계식을 가지고 있다. 즉, 인플레이션율이 낮으면 실질이자율은 증가한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재정 측면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둘째로, 대다수는 소비세 인상 연기가 일본 정부부채에 미미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주 :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더라도 일본 정부부채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의미) 그런데 왜 소비세 인상 연기를 우려하는가? 추측컨대, 일본정부가 과도한 부채로 인해 신뢰를 상실할까봐 그러는 것 같다.


그런데 일본정부가 신뢰를 상실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게다가 일본정부가 신뢰를 상실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오히려 일본정부가 바라던 것이다. (But even if it were true, this is credibility Japan wants to lose.)


투자자들이 "일본은 부채를 갚을만큼의 세금인상을 절대 하지 못할거야." 라고 결론 내린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일본정부의 디폴트선언? 그럴 일 없다. 일본은 대다수 부채가 자국통화로 표기(denominated in its own currency) 되어 있기 때문에 디폴트 선언을 할 필요가 없다. 단지 부채를 상환할 엔화를 찍어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신뢰를 잃는 것은 미래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일 것이다. 

(주 : 그 다음 문장에서, '일본의 과도한 부채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다.' 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른다 라는... Krugman 특유의 비꼼이 나오지만.... 의미전달을 못하겠네요;;;)


오래전부터 나는 일본에게 필요한 것은 '(물가안정 목표에 대해) 무책임 해질 것을 신뢰성 있게 공언하는 것(credibly promise to be irresponsible)' 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정부부채를 화폐발행으로 갚는 것은 이것이 일어나도록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유동성함정 상황은 당신을 거울 앞에 서게 만든다. (주 : 그동안 통용되던 논리를 거꾸로 생각하라는 의미)

선한 행동이 나쁘고, 검약이 어리석은 짓이다. 중앙은행 독립성은 나쁘다.(주 : 중앙은행 본래목적인 물가안정에 신경쓰지 말고 무제한적 화폐공급을 하라는 의미) 화폐발행으로 부채를 갚는 것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환영할 일이다.

(the liquidity trap puts you on the other side of the looking glass; virtue is vice, prudence is folly, central bank independence is a bad thing and the threat of monetized deficits is to be welcomed, not feared.)


Paul Krugman. 'Japan Through the Looking Glass'. 2014.11.16





(사족)


제 블로그를 통해 경제학자 Paul Krugman의 주장을 많이 소개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Paul Krugman의 주장이 진리 라서가 아니라, 현재 세계경제 상황설명에 있어 경제학적으로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Paul Krugman이 원체 키보드 워리어라, 소개하기 좋은 컨텐츠를 다수 생산한다는 점도....)


Paul Krugman의 주장은 전통적인 케인즈주의, 즉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확장적 정책이 필요하다." 라는 것에 논리적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따라서, "긴축보다는 확장정책", "인플레이션 걱정보다는 디플레이션 탈출이 우선" 등등의 주장이 전개되는 것이죠.


이 글을 통해 소개한 일본경제에 대한 Paul Krugman의 주장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아베노믹스의 효과 혹은 소비세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니다. 가령, 본인 경제학자 오바타 세키는 아베노믹스에 대해[각주:11] "그동안 일본 국민의 마음은 꽉 막혀 있었습니다. 모든 걱정을 단번에 날려 줄 가미카제(神風)라도 불어주기를 바라는 심정이지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꿈을 꾸고 싶다는 겁니다." 라고 혹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소개하지 않은 수많은 경제학자들 또한 각자의 논리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주장이 옳은지는 제가 감히 판단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 글을 통해 소개한 Paul Krugman의 주장 역시 "아 아베노믹스를 이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라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족2)


사실 Paul Krugman은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확장적 통화정책의 중요성'의 측면에서 일본경제를 주로 다루어왔고, 정작 일본경제에 대해 깊이있는 연구를 진행해온 경제학자는 시카고대 Anil K Kashyap 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Anil K Kashyap의 일본경제에 관한 연구를 소개할 계획입니다.  




  1. 'Japan’s economy-Big bazookas'. The Economist. 2014.11.08 [본문으로]
  2. '디플레이션이 초래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http://joohyeon.com/199 참고 [본문으로]
  3. '세계경제는 유동성함정에 빠졌는가? -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 2014.10.28 http://joohyeon.com/199 [본문으로]
  4. 이에 대해서는 다른글 '중앙은행의 신뢰'에서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본문으로]
  5. 이러한 '일본의 장기간 디플레이션'은 2001년 IT버블 붕괴 이후, 미국 Fed가 초저금리 정책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인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2000년대 초반 Fed의 초저금리 정책에 대해서는 '2000년대 미국 부동산시장 거품은 Fed의 저금리 정책 때문이다?'. 2014.11.05 참고 http://joohyeon.com/203 [본문으로]
  6. 물론, 일본중앙은행의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더욱 더 깊이있게 이루어진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글을 통해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본문으로]
  7. 자세한 논리가 궁금하신 분은 '세계경제는 유동성함정에 빠졌는가? -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 2014.10.28 http://joohyeon.com/199 참고 [본문으로]
  8. 물론, 그렇다고해서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본문으로]
  9. .... 의역입니다.. 원문은 "The whole business with the consumption tax drives home a point a number of people have made." 입니다. [본문으로]
  10. 번역이 쉽지 않네요;;;; 의미이해를 위해 원문을 읽어보세요. 쿨럭 [본문으로]
  11. 아베는 列島가 그리워하던 가미카제… "단언컨대, 아베노믹스는 실패합니다". 조선일보. 2013.08.1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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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유동성함정에 빠졌는가? -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세계경제는 유동성함정에 빠졌는가? - 커지는 디플레이션 우려

Posted at 2014. 10. 28. 20:03 | Posted in 경제학/오늘날 세계경제


※ 미국 재무부 장기채권 금리 하락 & 기대인플레이션 하락


  

지난 10월 16일(목), 미국 재무부 장기채권 금리가 2% 밑으로 급락하는 일이 발생했었다. 그 날 채권시장 마감에 이르자 2% 대를 회복했지만, 올해 들어 미국 재무부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계속해서 하락추세에 있었다.  


 < 출처 : Neil Irwin. 'The Depressing Signals the Markets Are Sending About the Global Economy'. <NYT-Upshot>. 2014.10.15 >


장기채권 금리가 하락한다는 것은 장기채권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이니 좋은 일 아닐까? 중요한 것은 '왜 미국 재무부 장기채권 금리가 하락'하냐는 것이다. 여기서 살펴봐야 하는 건, '시장참가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 변화' 이다.     


향후 인플레이션율이 낮다고 예상될 경우 채권의 실질수익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시장참가자들은 채권수요를 늘린다. 그렇게되면 채권가격은 상승하고 채권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쉽게 말해, '장기채권 금리가 낮다'라는 것은 시장참가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래 그림(Inflation Expectations Have Plummeted Since Summer)를 살펴보면, 올해 6월 이후 기대 인플레이션은 계속해서 하락중이다.


 < 출처 : Neil Irwin. 'The Depressing Signals the Markets Are Sending About the Global Economy'. <NYT-Upshot>. 2014.10.15 >


10월 16일(목), 미국 재무부 장기채권 금리의 갑작스런 하락에 대해 <NYT>는 이렇게 보도했다.


"이번 일에서 얻을 수 있는 사실은, 세계경제는 2008년 이후 여전히 침체에서 회복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정책결정권자들은 경제회복과 디플레이션 방지, 상품가격 하락 방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던져왔습니다. 그런데 시장참가자들은 새로운 경기침체(a new slide into recession)를 정책결정권자들이 막을 수 있는지 믿지 못하는 상태이죠[각주:1].


시장참가자들은 그동안 전례가 없던 '전세계적 디플레이션 압력'(global deflationary forces)을 중앙은행과 정책결정권자들이 다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선진국 국민들은 '낮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인플레이션율'(global growth and inflation both stay below)이 존재하는 세상에 살 수도 있습니다. 


Neil Irwin. 'The Depressing Signals the Markets Are Sending About the Global Economy'. <NYT-Upshot>. 2014.10.15 




※ 전세계적 디플레이션 압력


이 기사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전세계적 디플레이션 압력'(global deflationary forces) 가능성이다. 디플레이션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 Fed는 기준금리를 0.25%까지 내리면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5년째 유지하고 있다. 거기에더해 3번의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어디 미국 뿐이랴?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낮은 금리를 몇년째 유지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푸는 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통계를 살펴보면, 2008년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대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4년 10월 발표된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율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인플레이션율 : 미국 1.5%, 영국 1.2%, 중국 1.6%, 일본 1.1%, 유로존 0.3%. (인플레이션(π)이 죽었다...[각주:2])  




이렇게 낮은 인플레이션율(lowflation)은 몇 가지 문제를 초래한다.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2010년 블로그 포스트 <Why Is Deflation Bad?>[각주:3]를 통해, '디플레이션이 초래하는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① 디플레이션 기대가 초래하는 '디플레이션 함'(deflationary trap)


앞으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기대한다면, 사람들은 소비를 뒤로 미루고 차입도 줄일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앞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가격이 높아지기 이전에 지금 당장 소비나 차입을 늘릴 것이다. 가격이 하락하면 현금을 가지고만 있어도 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입을 통한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은 미래에 갚아야할 금액이 늘어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즉, 사람들이 디플레이션을 기대한다면 경제는 침체상태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경제가 침체상태에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은 지속될 것이다. '디플레이션 기대'가 초래하는 일종의 '디플레이션 함정'(deflationary trap) 이 만들어진 것이다.


②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채무자 부담 증가 -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부채의 실질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에 채무자 부담은 증가한다. 그럼 반대로 채권자의 가치는 커져서, 경제 전체적으로 제로섬 아닐까? 아니다. 경제학자 Irving Fisher(1867-1947) 오래전부터 말해왔다. "부채부담이 증가하면 채무자들은 그들의 소비를 줄인다. 그러나 채권자들은 (채무자들이 줄인 소비의 양만큼)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은 채무자의 부채부담을 키우면서 경제전체의 소비를 줄인다. 그리고 경제는 침체에 빠져들고, 그 결과 디플레이션이 발생해 부채부담을 더더욱 키우게 된다. 악순환이 만들어진 것이다. Irving Fisher가 지적한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 현상이다.


③ 명목임금의 하방경직성(downward nominal wage rigidity)


만약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어 디플레이션 상태라면, 낮아진 물가에 맞추어 명목임금도 하락해야 한다.  그렇지만 명목임금을 줄이기란 상당히 어렵다. 바로 '명목임금의 하방경직성'(downward nominal wage rigidity) 이다. 그 결과, 전체경제는 명목임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대량실업'(mass unemployment)을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임금을 조정하게 된다. 


Paul Krugman은 "이러한 문제들은 (인플레이션율이 음(-)의 값을 기록하는) 디플레이션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율이 양(+)이지만, 아주 낮은 수준인 '낮은 인플레이션율'(lowflation)에도 적용된다." 라고 말하며, 디플레이션과 낮은 인플레이션의 위험[각주:4]을 주장한다.




※ 초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율이 낮다?


디플레이션과 낮은 인플레이션이 이러한 문제점을 일으킨다면, 세계경제의 주요과제는 '디플레이션 방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 이라고 말한 경제학자 Milton Friedman의 발언을 떠올린다면, 디플레이션 방지책으로 생각나는건 중앙은행의 화폐공급 증가이다.


그런데 앞서 본인이 적었던 말을 다시 생각해보자.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 Fed는 기준금리를 0.25%까지 내리면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5년째 유지하고 있다. 거기에더해 3번의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시행하면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어디 미국 뿐이랴?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낮은 금리를 몇년째 유지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푸는 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2008 금융위기 발발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계속해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왔다. 그런데도 2014년 현재 세계경제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2008년 이후 지난 6년간 중앙은행이 초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율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는건 Paul Krugman의 1998년 논문 <It's Baaack: Japan's Slump and the Return of the Liquidity Trap> 이다. Paul Krugman은 이 논문을 통해, 그동안 경제학계 내에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 개념을 다시 등장시켰다. 


(Krugman은 '유동성함정' 개념을 통해 '1990년대 일본의 경제불황'을 설명하는데 이와는 별개로) 본인은 이 논문에서 오늘날 세계경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동성함정' 개념을 소개할 것이다. 

(그리고 논문전개 중 온전히 이해가 되지않는 부분은 스킵할 것입니다. 아마 저의 공부량이 더 쌓이고나면 이해가 될것 같네요. 그러니 원문을 직접 읽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 유동성함정 (Liquidity Trap)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 이란 '목이자율이 0에 도달할 경우,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각주:5]'과 '중앙은행이 본원통화(Monetary Base) 공급을 늘려도 경제전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상황[각주:6]'을 뜻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낮아진 금리' 경로를 통해 작동한다. 중앙은행이 공개시장매입을 통해 시장에 존재하는 채권을 매입하면, (중앙은행으로부터 촉발된) 채권수요 증가는 채권가격을 높이고 채권금리를 낮춘다. 기업 · 가계 등 경제주체들은 낮아진 채권금리를 이용해 차입을 늘리거나 소비를 증가시켜 경제내 총수요를 증가시킨다.


또한,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의 본원통화(Monetary Base) 공급' 경로를 통해 작동된다. 본원통화란 경제내 유통되는 현금성통화(Currency)와 은행의 지급준비금(Reserve)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공개시장매입을 통해 은행의 채권을 매입하면, 은행의 지급준비금은 증가한다. 은행은 필요지급준비금 이상의 금액을 고객들에게 대출해주고, 그 결과 경제전체 내 통화공급(Money Supply)과 신용(Credit)이 증대된다[각주:7].

   

그러나 '유동성함정'은 위에 언급한 전통적인 통화정책 경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뜻한다. 



① <명목이자율이 0에 도달할 경우,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계속해서 늘리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통화공급을 무한대로 증가시키면 금리(명목이자율)가 음(-)의 값을 기록하게 될까? 그렇지 않다. 명목이자율은 음(-)의 값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통화공급을 아무리 증가시켜도 기준금리는 0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0의 기준금리값이 일종의 하한선'(Zero Lower Bound) 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0에 가까운 아주 낮은 값이라면, 더 이상 하락할 곳이 없기 때문에 금리인하 경로를 통해 투자와 소비를 증가시키는 건 한계가 있다.


게다가 0에 근접한 수준으로 낮아진 금리는 화폐와 채권을 무차별하게 만든다. 원래 금리는 화폐보유의 기회비용이다. 예를 들어, 금리가 10%일때 화폐 100만원을 보유한다는 것과 채권 100만원을 보유하는 것을 비교해보자. 채권을 보유한다면 이자비용 10%를 얻을 수 있으나 화폐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금리가 높을수록 화폐수요가 감소하고, 금리가 낮을수록 화폐수요가 증가하는 관계를 보인다. 


그런데 만약 금리가 0%에 근접한다면, 화폐와 채권은 완전대체재 관계가 되어버린다. 금리가 0%이기 때문에 채권을 보유해도 이자수익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채권수요는 감소하여 채권가격 하락, 다르게 말해 채권금리 상승을 가져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차별해진 화폐와 채권 사이에서 사람들이 화폐를 더 많이 보유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다. 금리가 0%에 근접해서 화폐와 채권이 무차별해 진다면, 채권을 더 많이 보유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그렇지 않다. '0에 근접한 수준으로 낮아진 금리'는 경제주체들의 화폐수요를 무한대로 만들어버린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이 '중앙은행의 임무'를 잘 알기 때문에 발생한다. 모든 사람들은 중앙은행의 임무가 '물가안정'(price stability) 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존재하고, 또 그 임무를 지금껏 책임감을 가지고(responsible) 잘 수행해왔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도 있는 통화공급 증대를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수행할까? 


사람들은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곧 기준금리를 올리고, 채권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회수할거야." 라고 생각할 것이다. 중앙은행이 가까운 미래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한다면, 채권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은 "현재 0에 가까운 금리수준에서 채권을 매입한다면 향후 채권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볼 것이다." 라고 예측하고, 0의 금리수준에서 채권 대신 화폐보유를 무한대로 늘린다. 


이렇게 된다면 추가적인 통화공급이 발생하여도 채권수요가 증가하지 않게되어, '통화공급 → 증가한 통화로 채권 구매 → 채권 수요 증가 → 채권 금리 하락 → 낮아진 채권 금리로 차입증가 → 투자와 소비증가 → 생산량와 물가수준 상승 → 인플레이션 기대증가로 인한 현재 소비와 투자 증가 → 생산량과 물가수준 상승 → ...' 의 선순환 경로가 깨지게 된다'책임있는(responsible)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credibility)'가 경제를 유동성함정에 빠뜨린 것이다[각주:8].


< 출처 : Wikipedia, 'Liquidity Trap' - 명목이자율 수준이 아주 낮은 상황에서는 화폐수요가 무한대로 발생한다. 따라서, 화폐시장균형을 나타내는 LM 곡선이 특정이자율 수준에서 무한대의 탄력성을 가지게 되고, 통화공급을 증가시켜서 LM곡선을 오른쪽으로 이동시켜도 산출량(Y)은 변하지 않는다[각주:9]. >

   


② <중앙은행이 본원통화(Monetary Base) 공급을 늘려도 경제전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상황>


- 글읽기의 편의를 위해 다시 가져온 문단


또한,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의 본원통화(Monetary Base) 공급' 경로를 통해 작동된다. 본원통화란 경제내 유통되는 현금성통화와 은행의 지급준비금(Reserve)을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공개시장매입을 통해 은행의 채권을 매입하면, 은행의 지급준비금은 증가한다. 은행은 필요지급준비금 이상의 금액을 고객들에게 대출해주고, 그 결과 경제전체 내 통화공급(Money Supply)과 신용(Credit)이 증대된다


중앙은행은 현금성통화와 은행의 지급준비금으로 이루어진 '본원통화'(Monetary Base)를 통제하면서 경제 전체의 통화량(Money Supply)을 조절한다. 통화공급은 본원통화의 승수배(multiplier)로 커지기 때문에, 본원통화가 증가하면 그 증가량에 맞추어 통화공급량도 증가해야 한다[각주:10]



     




그런데 '본원통화(Monetary Base)와 통화공급(Money Supply) 관계'가 깨질수도 있을까? 쉽게 말해, 본원통화가 증가하여도 통화공급이 증가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까?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본원통화와 통화공급 사이의 관계가 깨진 모습을 쉽게 알 수 있다. 2008년 이후 Fed는 초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를 통해 막대한 양의 채권을 매입하여 지급준비금을 증가시켜왔다. 자연스레 본원통화도 크게 증가하였다. 그렇지만 통화공급량은 이와 비례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다. 


  • 파란선은 본원통화(Moneytary Base), 빨간선은 화폐 M2 양(Money Supply)을 나타낸다.
  • X축은 2007년 1월 1일부터 2014년 10월까지의 기간. Y축은 본원통화와 통화공급량의 % 변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이고, 이것이 나타내는 바는 무엇일까? 


앞서 "금리가 0%에 근접한다면 화폐와 채권은 완전대체재 관계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금리가 0에 근접한 수준이라면, 경제주체들은 화폐보유를 무한대로 늘린다." 라는 논리와 유사하다. 개인들에게 '화폐와 채권'이 대체재 관계라면, 은행들에게는 '지급준비금과 대출'이 대체재 관계이다. 


만약 금리수준이 높다면, 은행들은 (초과)지급준비금을 보유하지 않고 대출에 나서는 것이 이익이다. 보유하고 있는 지급준비금은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지만[각주:11], 이것을 다른 이들에게 대출해준다면 대출이자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가 높아질수록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금리가 낮아질수록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한다.  


만약 금리가 0에 가까워진다면, 은행들은 (초과)지급준비금을 보유하는 것과 대출에 나서는 것이 무차별하다[각주:12]. '물가안정' 목표에 충실한(responsible) 중앙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올릴지도 모르는데, 지금 현재 낮은 금리수준에서 대출을 해주기보다 (초과)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는 게 향후 이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가 0에 가까워진다면 (초과) 지급준비금과 현금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통화승수(multiplier)는 감소하게 된다. 그 결과, 본원통화(Monetary Base)가 아무리 증가하여도 감소한 통화승수로 인해 통화공급(Money Supply)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각주:13].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무용화된 것이다.   


게다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물가수준에 미치는 영향 또한 사라지게 되었다. 아무리 공개시장매입을 통해 본원통화를 증가시켜도, 통화공급량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물가수준이 상승하지 않는다. 돈을 풀어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중앙은행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제수단을 잃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본원통화 공급을 증가시켜도 통화공급량이 증가하지 않는 현상'이 단지 '유동성함정 상황이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충분하지 않았다거나, 은행의 대출중개 기능이 부실해져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게 아니다[각주:14] [각주:15]. 다시 말하지만, '유동성함정 상황이기 때문에' 본원통화와 통화공급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고, 유동성함정 하에서는 본원통화의 증가는 통화공급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각주:16].



③ <화폐보유 증가로 인한 화폐유통속도 감소>


앞서 나온 <명목이자율이 0에 도달할 경우,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 · <중앙은행이 본원통화(Monetary Base) 공급을 늘려도 경제전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사항은 '0에 가까운 금리상황에서 개인과 은행들이 화폐(지급준비금)보유를 늘리는 것' 이다. 





경제주체들이 소비 · 투자 · 대출 등을 하지 않고 화폐를 계속 보유하는 행위는 화폐유통속도(the velocity at which money circulates)를 감소시킨다. 그리고 화페유통속도(V) 감소는 화폐공급(M)이 물가수준(P)과 실질 총생산량(Y)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시킨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본원통화를 급격히 증가시키더라도, 물가상승과 실질 총생산량 증가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각주:17]. 일종의 '유동성함정' 상황인 것이다.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면 2007년 이후 미국내 화폐유통속도가 계속해서 감소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St.Louis Fed[각주:18]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온 기간동안, 화폐유통속도 감소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 초래되었다." 라고 말한다.  






※ 유동성함정에 벗어나기 - 기대 인플레이션을 상승시켜라!


다시 정리하자면, 유동성함정 상황 하에서는 통화정책이 무력화 된다. 0에 근접한 금리수준에서 더 이상 명목금리를 낮출 수 없고, 채권매입증가를 통한 금리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중앙은행이 본원통화 매입을 증가시키더라도 통화공급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뿐더러, 화폐유통속도 감소로 인해 통화공급량 증가가 물가수준과 실질 총생산량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어떻게하면 유동성함정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유동성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유동성함정이 생기게 된 원인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글 읽기의 편의를 위해 위에 작성한 내용을 다시 가져와보자.  


① 명목이자율이 0에 도달할 경우,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


'0에 근접한 수준으로 낮아진 금리'는 경제주체들의 화폐수요를 무한대로 만들어버린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이 '중앙은행의 임무'를 잘 알기 때문에 발생한다. 모든 사람들은 중앙은행의 임무가 '물가안정'(price stability) 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존재하고, 또 그 임무를 지금껏 책임감을 가지고(responsible) 잘 수행해왔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도 있는 통화공급 증대를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수행할까? 


사람들은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해 곧 기준금리를 올리고, 채권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회수할거야." 라고 생각할 것이다. 중앙은행이 가까운 미래에 기준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회수한다면, 채권가격은 하락할 것이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은 "현재 0에 가까운 금리수준에서 채권을 매입한다면 향후 채권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해를 볼 것이다." 라고 예측하고, 0의 금리수준에서 채권 대신 화폐보유를 무한대로 늘린다


② <중앙은행이 본원통화(Monetary Base) 공급을 늘려도 경제전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상황>


만약 금리가 0에 가까워진다면, 은행들은 (초과)지급준비금을 보유하는 것과 대출에 나서는 것이 무차별하다. '물가안정' 목표에 충실한(responsible) 중앙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올릴지도 모르는데, 지금 현재 낮은 금리수준에서 대출을 해주기보다 (초과)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는 게 향후 이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가 0에 가까워진다면 (초과) 지급준비금과 현금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통화승수(multiplier)는 감소하게 된다. 그 결과, 본원통화(Monetary Base)가 아무리 증가하여도 감소한 통화승수로 인해 통화공급(Money Supply)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무용화된 것이다.   


③  <화폐보유 증가로 인한 화폐유통속도 감소> 


경제주체들이 소비 · 투자 · 대출 등을 하지 않고 화폐를 계속 보유하는 행위는 화폐유통속도(the velocity at which money circulates)를 감소시킨다. 그리고 화페유통속도(V) 감소는 화폐공급(M)이 물가수준(P)과 실질 총생산량(Y)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시킨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본원통화를 급격히 증가시키더라도, 물가상승과 실질 총생산량 증가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일종의 '유동성함정' 상황인 것이다.


유동성함정이 발생하게된 근본원인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credibility) 때문이다. 보통 중앙은행의 신뢰가 문제시 되는 경우는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을 시킬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할 때이다.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조정능력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유동성함정 하에서 중앙은행의 신뢰 문제는 이와는 정반대이다. 오히려 '물가안정을 추구하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넘쳐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경제주체들은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확고하기 때문에, 현재 통화량을 늘리는 확장적 통화정책이 일시적(transitory)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물가안정을 위해 존재하는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은 현재 채권보유나 대출을 늘리기보다 화폐(지급준비금)보유를 증대시키는 행위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동성함정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것이라는 믿음'을 경제주체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Paul Krugman은 이를 '(물가안정 목표에 대해) 무책임 해질 것을 신뢰성 있게 공언하는 것'(credibly promise to be irresponsible) 이라 표현했다. 


'중앙은행의 신뢰'(credibility) 문제에 대해서는 원문내용을 블로그 글에 직접 나타내겠습니다.


The central new conclusion of this analysis is that a liquidity trap fundamentally involves a credibility problem-but it is the inverse of the usual one, in which central bankers have difficulty convincing private agents of their commitment to price stability. 


In a liquidity trap, the problem is that the markets believe that the central bank will target price stability, given the chance, and hence that any current monetary expansion is merely transitory. The traditional view that monetary policy is ineffective in a liquidity trap, and that fiscal expansion is the only way out, must therefore be qualified: monetary policy will in fact be effective if the central bank can credibly promise to be irresponsibleto seek a higher future price level. (139)


A liquidity trap involves a kind of credibility problem. A monetary expansion that the market expects to be sustained (that is, matched by equiproportional expansions in all future periods) will always work, whatever structural problems the economy might have: if monetary expansion does not work - if there is a liquidity trap - it must be because the public does not expect it to be sustained. (142)


only temporary monetary expansions are ineffectual. If a monetary expansion is perceived to be permanent, it will raise prices (in a full-employment model) or output (if current prices are predetermined). (161)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에 대해) 무책임해질 것을 신뢰성 있게 공언하는 것'(credibly promise to be irresponsible)을 통해 기대 인플레이션이 증가하게 된다면, 경제주체들은 화폐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소비를 늘릴 것이다. 그렇게되면 생산량과 물가수준이 증가하게 되고 경제는 불황과 유동성함정에서 탈출할 수 있다.





또한, 기대 인플레이션 증가는 실질금리를 음(-)의 값으로 만든다. 음(-)의 실질금리는 명목이자율을 0 밑으로 내릴 수 없는 문제(Zero Lower Bound)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줄 뿐더러, (앞서 언급한) 디플레이션 함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만든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세계경제에 필요한 것은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목표에 대해 무책임해질 것을 신뢰성 있게 공언(credibly promise to be irresponsible)' 함으로써, 기대 인플레이션을 증가시키고 실제 인플레이션을 유발케 하는 것이다.




※ 이번글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경제기사 완벽히 이해하기


10월 23일(목), <조선일보>에 좋은 경제 기획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의 [돈이 잠잔다] 기획기사는 '유동성함정에 빠진 세계경제와 커지는 디플레이션 압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1. [돈이 잠잔다] [1] 돈 틀어쥔 국내 기업… 정부서 싸게 빌려 利子놀이까지
  2. [돈이 잠잔다] [1] 美, 대공황 때보다 돈 안돌아… 유럽 '일본式 디플레(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공포
  3. [돈이 잠잔다] [1] "물가 年4%대로 상승시켜야 돈 제대로 돌 것"
  4. [돈이 잠잔다] [1] "경기 전망 어두워" 기업, 공장 안 짓고 가계는 지갑 닫고
  5. [돈이 잠잔다] [1] 예금 늘고 물가 안 오르고… '5가지 돈의 지표' 90년대 日과 닮아



연준이 양적완화를 통해 3조4000억달러를 찍어 뿌렸지만, 이 돈 중 상당액은 시중은행들의 지급준비금 형태로 연준 '창고'에 그냥 쌓여 있다. 현재 미 연준에 쌓여 있는 시중은행들의 지급준비금은 2조7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매월 경신 중이다.


연준이 푼 돈이 제대로 돌지 못하면서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돈의 유통속도는 대공황기(1920~1930년대) 때보다도 낮아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돈의 유통속도는 1.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2.0보다 25% 줄어든 수치다.


'돈의 정체(停滯)'는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마이너스 0.2%를 기록하는 등 지난 29개월 동안 연준의 목표치인 2.0%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 


유럽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유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유럽 경제에 돈이 돈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ECB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만약 물가상승률이 계속 낮게 머문다면 다른 수단을 동원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미국 스타일의 양적완화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순한 돈 풀기가 제대로 된 돈의 유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돈이 잠 잔다] [1] 美, 대공황 때보다 돈 안돌아… 유럽 '일본式 디플레(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공포'. <조선일보>. 2014.10.23


미국 · 유로존 · 일본의 화폐유통속도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화폐를 계속해서 보유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목표에 대해 무책임해질 것을 신뢰성 있게 공언(credibly promise to be irresponsible)' 함으로써, 기대 인플레이션을 증가시키고 실제 인플레이션을 유발케 해야한다. 경제학자 Barry Eichengreen <조선일보>와의 인터뷰[각주:19]를 통해, "주요 국가들이 최대 연 4%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유발해 돈이 돌게 해야 합니다." 라고 말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참고자료>


Paul Krugman. 1998. 'It's Baaack: Japan's Slump and the  Return of the Liquidity Trap'.


Paul Krugman, 'Macro policy in a liquidity trap (wonkish)'. 2008.11.15


St. Louis Fed. 'The Liquidity Trap: An Alternative Explanation for Today's Low Inflation'. 2014.04


St. Louis Fed. 'What Does Money Velocity Tell Us about Low Inflation in the U.S.?'. 2014.09.01


Paul Krugman. 'Why Is Deflation Bad?' 2010.08.02 


IMF. 'Euro Area — “Deflation” Versus “Lowflation”'. 2014.03.04


David Wessel. '5 Reasons to Worry About Deflation'. <WSJ>. 2014.10.16


Neil Irwin. 'The Depressing Signals the Markets Are Sending About the Global Economy'. <NYT>. 2014.10.15


[돈이 잠잔다] [1] 돈 틀어쥔 국내 기업… 정부서 싸게 빌려 利子놀이까지. <조선일보>. 2014.10.23


[돈이 잠잔다] [1] 美, 대공황 때보다 돈 안돌아… 유럽 '일본式 디플레(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공포<조선일보>. 2014.10.23


[돈이 잠잔다] [1] "물가 年4%대로 상승시켜야 돈 제대로 돌 것". <조선일보>. 2014.10.23


[돈이 잠잔다] [1] "경기 전망 어두워" 기업, 공장 안 짓고 가계는 지갑 닫<조선일보>. 2014.10.23


[돈이 잠잔다] [1] 예금 늘고 물가 안 오르고… '5가지 돈의 지표' 90년대 日과 닮아<조선일보>. 2014.10.23



  1. (The world economy still hasn’t recovered from the last recession. Moreover, investors lack confidence that policy makers have the tools they would need to avert a new slide into recession after years of throwing everything they have at it to try to encourage recovery and prevent deflation, or falling prices.) [본문으로]
  2. 경제학자 Justin Wolfers의 트윗. [본문으로]
  3. http://krugman.blogs.nytimes.com/2010/08/02/why-is-deflation-bad/ Paul Krugman. 'Why Is Deflation Bad?'. 2010.08.02 [본문으로]
  4. http://blog-imfdirect.imf.org/2014/03/04/euro-area-deflation-versus-lowflation/ IMF. 'Euro Area — “Deflation” Versus “Lowflation”'. 2014.03.04 [본문으로]
  5. A liquidity trap may be defined as a situation in which conventional monetary policies have become impotent, because nominal interest rates are at or near zero: (141- 논문 원본 쪽수 기준) [본문으로]
  6. injecting monetary base into the economy has no effect, because base and bonds are viewed by the private sector as perfect substitutes. (141) [본문으로]
  7. 이 개념은 경제학 비전공자들에게는 약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해가 어려우신 분들은 댓글 남겨주시면, 친절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글 본문에 '통화공급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면 논점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서 적지 않았습니다. [본문으로]
  8. A liquidity trap involves a kind of credibility problem. A monetary expansion that the market expects to be sustained (that is, matched by equiproportional expansions in all future periods) will always work, whatever structural problems the economy might have: if monetary expansion does not work - if there is a liquidity trap - it must be because the public does not expect it to be sustained. (142) [본문으로]
  9. 이것도 경제학 비전공자 분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IS-LM 모델이 나오지 않는 Stephen Williamson의 『Macroeconomics』 교과서로 공부하신 분들도 이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10. '통화승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신 분들은 내용이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댓글 달아주시면 친절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본문으로]
  11. 실제로는 Fed가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수익'을 지급하고 있다. 이것은 논외로 하자;; [본문으로]
  12. if the nominal interest rate is driven to zero, consumers and banks will become indifferent between holding monetary base and bonds - and consumers will also be indifferent between both of these and bank deposits. (157) [본문으로]
  13. an increase in monetary base will lead to substitution in all three directions. This means that under liquidity trap conditions, such a base expansion will (1) expand a broad aggregate slightly, but only because the public holds more currency; (2) actually reduce deposits, because some of that currency substitutes for deposits;, and (3) reduce bank credit even more, because will add to reserves. (157) [본문으로]
  14. Milton Friedman과 Anna Schwartz는 1929년 대공황 당시 통화공급량이 증가하지 않은 모습을 두고, "대공황의 원인은 Fed가 통화량을 충분히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Ben Bernanke와 Russell Cooper 등은 "1929년 대공황 당시 통화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은, 은행부실로 인해 금융중개기능 역할이 손상되었기 때문" 이라고 말한다. Paul Krugman은 이와 같은 주장을 반박하며, "단지 유동성함정 상황이기 때문에, 본원통화와 통화공급의 괴리(divergence)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본문으로]
  15. I would highlight two conclusions in particular. First, one must be careful about making inferences from divergences between the growth of monetary base and of broad monetary aggregates. The failure of aggregates to grow need not indicate dereliction on the part of the central bank; in a liquidity trap economy the central bank in principle cannot move broad monetary aggregates. Likewise, the observation that although the central bank has slashed interest rates and pumped up monetary base, the broader money supply has not grown, does not necessarily imply that the fault lies in the banking system; it is just what one would expect in a liquidity trap economy. Second, whatever the specifics of the situation, a liquidity trap is always the product of a credibility problem: the public believes that current monetary expansion will not be sustained. Structural factors can explain why an economy needs expected inflation; they can never imply that credibly sustained monetary expansion is ineffective. (166) [본문으로]
  16. The implications of this thought experiment should be obvious. If an economy is truly in a liquidity trap, failure of broad monetary aggregates to expand is not a sign of insufficiently expansionary monetary policy: the central bank may simply be unable to achieve such an expansion because additional base is either added to bank reserves or held by the public in place of bank deposits. However, this inability to expand broad money does not mean that the essential problem lies in the banking system; it is to be expected even if the banks are in perfectly fine shape. The point is important and bears repeating: under liquidity trap conditions, the normal expectation is that an increase in high-powered money will have little effect on broad aggregates, and may even lead to a decline in bank deposits and a larger decline in bank credit. This seemingly perverse result is part of the looking-glass logic of the situation, irrespective of the problems of the banks, per se. (158) [본문으로]
  17. If for some reason the money velocity declines rapidly during an expansionary monetary policy period, it can offset the increase in money supply and even lead to deflation instead of inflation. (...) So why did the monetary base increase not cause a proportionate increase in either the general price level or GDP? The answer lies in the private sector’s dramatic increase in their willingness to hoard money instead of spend it. Such an unprecedented increase in money demand has slowed down the velocity of money, as the figure below shows. [본문으로]
  18. St.Louis Fed. 'What Does Money Velocity Tell Us about Low Inflation in the U.S.?' 2014.09.01 http://www.stlouisfed.org/on-the-economy/what-does-money-velocity-tell-us-about-low-inflation-in-the-u-s/ [본문으로]
  19. [돈이 잠 잔다] [1] "물가 年4%대로 상승시켜야 돈 제대로 돌 것". 조선일보. 2014.10.23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23/2014102300456.html?related_al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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