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 귀족과 한국의 재벌 - 상속 문제중세 유럽 귀족과 한국의 재벌 - 상속 문제

Posted at 2012. 6. 22. 21:00 | Posted in 경제학/일반


한국의 재벌 체제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가장 잘 묘사한 글


"중세 유럽 귀족의 가장 골치 아픈 숙제는 상속이었다. 핵심 자산인 땅을 아들들에게 나눠 상속하면, 그 집안은 몇 대 못 가 망한다. 아들 수대로 쪼개 줬다가는 일단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고, 몇 대 못 가서 자연소멸하거나 옆 동네 귀족에게 먹히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나온게 장자상속제다. 둘째부터는 수도원도 보내고 유랑도 시키고 그랬다. '성전'의 탈을 쓴 십자군전쟁도 실상은 과잉생산된 귀족 잉여들의 해외 취업 인턴십이었다.

가문 자산은 보존해야겠고 둘째도 먹여는 살려야겠고, 이럴 때 우선 손쉬운 옵션이 농노 쥐어짜기다. 코스트리덕션(단가인하)은 양반이고 교회와 법의 권위를 끌어오는가 하면 아예 사기에 갈취까지, 온갖 노하우를 동원해 둘째 아래로 가외 수입을 만들어준다. 요즘 말로 하면 하청회사를 쥐어짜 둘째 아들 앞으로 자회사를 하나 차려준 셈이다.

농노가 쥐어짤 게 많을리 없다. 곧 한계가 온다. 그때는 옆 동네 귀족과 한판 붙는 게 마지막 옵션이다. 과잉생산된 지배층 내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지배체제에 균열이 온다. 이 틈으로 농민봉기가 터진다. 때마침 흑사병이라도 돌면 일손이 줄어들어 농노가 귀족에게 큰소리치는 세상도 잠깐 온다. 지배층은 공멸한다.

한국 재벌이 3세 경영 시대로 접어든다. '한몫' 챙겨줘야 할 아들과 딸이 대를 거듭하며 몇 배로 늘어났다. 가문의 장손이 자동차니 전차니 본업을 잇는 것도 수상하지만 일단 그렇다 치고, 둘째들과 딸들이 자꾸 카레집을 차리고 빵을 판다. 먹는 장사가 막다른 골목인 영세 자영업자는 어른거리는 재벌의 그림자에 비명을 지른다. 농노 쥐어짜기 단계다. 뼛속까지 '기업 프렌들리'라던 이명박 대통령까지 대기업을 비판하고 나섰다. 말 다 했다.

좀 더 진도가 나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역사는 몇 번이고 답을 말했다. 우리 시대의 귀족들에게 배우려는 마음이 있을지는 별개 문제다."

-천관율. "재벌 3세 경영 또 다른 중세". <시사인>229호. 2012.02.04. 79쪽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 이 기사 때문.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39052.html
"삼성 현대차 딸들 이번엔 중소 광고시장 싹쓸이". <한겨레>. 2012.06.22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 정성이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 이서현이 "별도의" 광고회사를 만들어 중소 광고 시장에 진출했다는 기사. 그저 "재벌의 사업 확장"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 사회의 큰 문제인 "대기업 독과점"의 본질이 "상속을 위한 사업 확장"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의 지분구조와 재벌3세의 소유지분을 탐구할 정도로 잉여력이 넘치지는 않아서;;; 
그저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보통 한국의 범3대 재벌을 꼽으라면 삼성, 현대, LG를 이야기한다.

이때 

범삼성은 삼성그룹+한솔+CJ+신세계로 구성되고 

범현대는 현대그룹+현대차그룹+현대중공업그룹+현대산업개발+현대백화점 

범LG는 LG+GS+LS.


이렇게 그룹이 나눠진 계기는 역시나 "상속 문제"인데.

이병철이 세운 삼성은 장남 이맹희의 CJ, 장녀 이인희의 한솔, 삼남 이건희의 삼성그룹, 오녀 이명희의 신세계 등으로 분화되었다.

마찬가지로 정주영이 세운 현대도 차남 정몽구의 현대차그룹, 삼남 정몽근의 현대백화점그룹,오남 故 정몽헌의 현대그룹, 육남 정몽준의 현대중공업그룹 등으로 나뉘어졌다.

범LG의 경우 구씨와 허씨의 동업으로 시작하여 LG와 GS로 분화하여서 현대나 삼성과는 다른 것 같지만..

LG그룹은 구인회 → 장남 구자경 → 손자 구본무로 이어지고 있고, LS그룹은 구인회의 조카 구자홍이 회장. GS그룹은 허준구 → 장남 허창수로 이어지고 있다.

즉, 한국의 재벌은 '2세 상속'을 통해 분화해왔다.

이제 재벌 3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앞서 이야기한 "가문 자산은 보존해야겠고 둘째도 먹여는 살려야겠고, 이럴 때 우선 손쉬운 옵션이 농노 쥐어짜기다" 단계가 시작된다.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31325.html
"떡볶이까지 먹어치운 지네발". <한겨레21> 897호. 2012.02.13

이 기사를 보면 재벌들의 중소기업 진출 현황이 아주 잘 나와있는데... 

"전국적인 현상이다. 해마다 문을 닫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5만 개 이상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 폐업 식당 수는 2009년 2만9천여 개에서 2010년 4만7천여 개로 크게 늘었다. (...)

반면 재벌을 비롯한 기업들은 무서운 속도로 외식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삼성, LG, SK 등 대기업은 물론 삼천리, 귀뚜라미, 대성 등 중견기업들도 외식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나와있는 인물들을 살펴보면

이병철 → 삼남 이건희 →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3세)

이병철 → 장남 이맹희 → 장남 이재현 CJ 회장 (3세)

이병철 → 오녀 이명희 → 장녀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3세)

정주영 → 정몽구 → 장녀 정성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고문 (3세) 

구인회 → 삼남 구자승 → 장남 구본걸 LG패션 회장 (3세)

최태원 SK 그룹 회장 → 동생 최재원 SK 부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 차녀 장성윤 블리스 대표 (3세)

의 관계를 맺고 있다.

여기서 이부진, 정유경, 정성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장자(長子)"가 아니라는 것.

이부진 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정유경 위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성이 위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또한 장성윤과 구본걸은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장자가 아니었다. 
롯데의 적통은 신격호 → 신동빈으로 이어지고 LG의 적통은 구인회 → 구자경 → 구본무로 이어진다.

즉 다시 말해, 정말 "가문 자산은 보존해야겠고 둘째도 먹여는 살려야겠고" 를 위해 재벌이 중소업종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와중에 범 4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더욱 더 가속화 되고 있는데, 김상조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범)4대 재벌 전체를 보면, 특히 2001∼2006년간 (범)4대 재벌 소속 계열사의 수(53개사→64개사)와 자산 점유 비중(34.1%→54.0%)이 크게 확대되어,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이 오히려 이들 (범)4대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을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김상조. 2009. "1986-2006년간 한국의 200대 기업의 동태적 변화". 한국금융연구원 Vol.15. 21쪽


라고 한다.

이 논문의 부록인 "범8대 재벌의 경제력 집중 추이"(49쪽)를 보면 (범삼성, 범현대, 범LG, SK + 롯데, 범한진, 한화, 두산)

GDP 대비 범4대 재벌 자산 비중은 50%, 범8대 재벌 자산 비중은 60%이다.
GDP 대비 범4대 재벌 매출액 비중은 50%, 범8대 재벌 매출액 비중은 60%,
GDP 대비 범4대 재벌 투자 점유 비중은 33% 범8대 재벌 투자 점유 비중은 37% 

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범4대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은 더더욱 가속화 되고 있고
장자가 아닌 자녀들에게 기업을 상속해주기 위하여
중소업종으로의 진출이 가속화 되고 있다는 것.

이와중에 개인이 운영하는 5인 미만의 사업체, 즉 간단히 말해 "자영업"은 죽어나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


ps


장하준은 "재벌의 경영권 승계를 인정해주고 그 대가로 재벌이 사회적 기여를 하게 하자'"라고 말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타협을 할것인가? 삼성이나 현대가 타협에 응할지도 미지수고!

그리고 누구와 타협을 할 것인가? 이건희와 이재용? 그렇다면 이부진과 이서현은? 현재 재벌의 독과점 현상 심화와 경영권 승계 문제는 '장자 이외의 자녀들의 생계(?)'가 걸린 것인데 어떻게 타협을 이룰 것이며, 타협을 이룬다고 재벌문제가 사라질까?


그리고 진보진영의 '재벌해체론'. 재벌은 '상속'을 통해 분화, 해체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가 현대자동차, 중공업. 삼성이 삼성, CJ, 신세계 등으로 분화된 것과 마찬가지로, 창업자→2세→3세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레 '해체'되고 있다. 

그런데 재벌이 이렇게 분화된다고 문제가 사라지나?


현재 삼성그룹 후계와 관련하여,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물산 및 신라호텔은 이부진, 제일모직은 이서현으로 3분등 된다는 루머도 있는데. 재벌이 이렇게 분화된다고 '독과점 문제'가 사라지나? 삼성전자는 전자 분야에서 여전히 독과점일테고, 삼성물산그룹은 그 분야에서, 또 제일모직은 그 분야에서 독과점일텐데?


요근래 들어 장하성 김상조가 했던 '소액주주운동'이 '금융자본주의'의 모델이고 '외국투기자본을 불러들였다'라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 (장하준이 이렇게 비판을 하고 있지)

이들이 한국에서 재벌을 상대로 소액주주운동을 펼칠 수 밖에 없었던 맥락이 있었다. 한국 재벌의 이런 현실속에서는 총수일가와 기업을 분리하는 것이 재벌개혁의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며, 따라서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총수일가를 견제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


장하준은 개발독재시대처럼 '국가'가 강력히 재벌을 통제했어야 하는데, 장하성 김상조 등의 세력이 '경제자유화'를 외치면서 국가의 역할이 줄어들었다고 비판하는데....

200조를 굴리는 삼성전자를 (1년 예산이 300조인) 한국 정부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은 정치권력이 강했던 개발독재시대도 아니다! 故 노무현 대통령 말처럼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시대인데?

장하준 측은 "경제자유화 때문에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간 것이다. 선후관계 뒤집지 말라" 라고 말하지만...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국가가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진 사례가 있었나???


그리고 '국가가 경제를 통제할 능력'이 얼마나 뛰어날까? 장하준은 제도주의 경제학자로서, '시장도 제도 중의 하나'로 바라보고 국가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경제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시장주의자'-시장근본주의자가 아니라-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이건 정말 경제학을 공부하면 당연한거다. 이에 대해서도 나중에 자세히... (그렇다고 장하준이 시장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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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한국경제』『종횡무진 한국경제』

Posted at 2012. 4. 19. 14:08 | Posted in 경제학/일반


경제원론 공부를 다시금 해보려고 3월부터 버냉키 책을 펼쳤었는데...
이거 원 진도가 안나간다... 어렵기도 하고 ─.─ 시험 같은 게 없으니.. 마음은 늘어지고...

사실 학부 다니면서 중요한 건, 
실제 경제 현안에 관해서 논하는 책을 읽기 보다는

경제원론, 미시, 거시, 금융 같은 기본 이론과 회계에 대한 공부. 그리고
애덤스미스, 리카도, 마샬, 슘페터, 마르크스, 케인즈, 폴라니, 하이에크, 밀턴 프리드먼 등등 여러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경제원론부터 막혀서.... 쩝...

기분 전환도 할 겸, 실제 한국경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책을 샀는데.
『종횡무진 한국경제』란 책. 지은이는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100분 토론 같은 TV 프로그램이나 신문, 주간지 등에도 많이 등장하는 경제학자이다. 다들 한번쯤은 언론을 통해 김상조 소장을 봤을 거 같은데, 주로 '재벌 개혁'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홍기빈 씨가 쓴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http://peopleeco.com/33 http://peopleeco.com/34 http://peopleeco.com/35를 위하여는 1장부터 마음에 안들었었는데, 이와 달리 『종횡무진 한국경제』는 서문부터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의 주된 목적이 개혁과 진보의 '실체적 내용'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접근하는 '방법론'을 고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내가 방법론에 대한 고민으로 경도된 이유는 이렇다. 역시 경제개혁연대 활동을 하면서 선한 의도로 시작한 일이 엉뚱한 결과나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목격했다. (...)

제도와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나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이런 의문이 나를 점점 더 강하게 사로잡았다. (...) 즉, 무엇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는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경제개혁연대 활동을 통해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

이 책 전체를 지탱하는 두 기둥은 '경로의존성''제도적 상호보완성' 개념이다. '경로의존성'이란 과거에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가 현재의 선택과 미래의 결과를 좌우한다는 뜻이다. (...) 

현 상황을 변경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그냥 어제 하던 대로 오늘도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혁을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많은 비용이 들고, 때로는 극심한 저항을 불러오기도 한다. (...)

'제도적 상호보완성'이란 어느 한 제도의 성과는 다른 제도들과 얼마나 긴밀한 보완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다. (...) 미국식의 이사회 제도 적용에 문제가 있으니 독일식의 이중 이사회 제도나 공동결정 제도를 도입하면 잘 작동할 수 있을까? 스웨덴 모델이나 덴마크 모델은 어떨까? 

거기에는 많은 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개혁의 이름하에 새로 도입된 제도가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낼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그야말로 내일을 알 수 없는 암중모색의 과정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제도의 경로의존성 및 상호보완성과 관련된 논의는 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들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 그렇기 때문에 30년 후에 도달할 최종 목표지점을 설계하는 것 못지않게, 그 30년의 과도기 동안에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수많은 위험요소들을 관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 14~17쪽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 홍기빈씨와는 달리, 실제로 재벌개혁 운동 등 여러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한 김상조 소장은 '방법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맥락에서는 내가 평소에 고민했던 것과 유사한 부분이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김상조 소장이 실제 개혁활동을 했던 경험이 이 책에 그대로 녹아들어있다. 
여러 통계를 이용하여 한국경제 구조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데,

사실 실제로 시장활동을 해본 것도 아니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 산업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것도 아니고, 실제 경제활동이 어떻게 돌아가고 기업-국가-소비자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경제학부생에게 그야말로 '현실경제'가 어떤 모습을 띄고 있고,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나 103쪽부터 시작되는, "3장 낙수효과는 유효한가 -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둘러싼 논쟁"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산업별 국내산출액 구성비 추이, 중간투입의 구성 추이, 산업별 부가가치율 추이, 부가가치의 구성 추이, 부가가치유발계수의 추이, 취업고용 유발계수 추이 등의 실증적인 자료를 이용하여 한국경제 구조를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국내산출액 구성비 비중에서 제조업은 약 50%, 서비스업은 약 30%를 차지하는데, 일본의 30%, 60% 비중과 비교하면, 한국은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서비스업의 비중은 상당히 적다. 

김상조 소장은 한국의 제조업에 대해


"실질 부가가치 기준으로 볼 때 제조업의 비중은 여전히 증가 추세에 있다. 최근 한국의 경제발전 단계에 비해서 제조업이 너무 빨리 쇠퇴하고 있다는 이른바 '제조업 공동화' 또는 '제조업 조로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러한 주장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제조업의 산출액 내지 부가가치 비중은 하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크게 떨어진 데 있다. 산업 간 또는 대중소기업간 연관관계의 약화에 그 주된 원인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일관된 주장이다."
- 105쪽

"(90년대 이후 중간투입의 국산화율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 소재 부품 분야 중소기업의 발전, 그리고 대중소기업 간 하도급거래의 공정화 등이 주요 과제로 부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108쪽

"기초소재업종과 조립가공업종의 부가가치율 하락이 확연히 드러난다. (...) 만약 이들 업종에 속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수출경쟁력과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 비용 부담을 소재 부품 중소기업 및 여기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 110쪽

"부가가치율과 함께 노동소득분배율이 모두 일본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이 바로 한국과 일본의 실력차이를 나타낸다. 거칠게 표혀하면, 아직까지는 평균적으로 한국이 일본에 비해 품질경쟁력에서 뒤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으며, 이것이 부가가치율과 노동소득분배율의 격차를 가져오고, 결국 생활수준의 격차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다."
- 111쪽


한국의 서비스업에 대해서는


"서비스 투입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는 있으나 일본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물류, 기술, 디자인 개발, 법률 회계 조세 경영컨설팅 등 광범위한 영역의 서비스 투입의 양과 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서비스 분야에서 양질의 고용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108쪽

"서비스업의 발전은 고용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 다만 서비스업에서 창출되는 고용이 저숙련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집중되지 않도록 서비스업의 발전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 110쪽

"어떤 산업의 후방연쇄효과(영향력계수)가 크다는 것은, 그 산업이 성장하면 여기에 중간투입물을 구성하는 앞 단계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힘이 크다는 뜻이다.
어떤 산업의 전방연쇄효과(감응도계수)가 크다는 것은, 뒤 단계의 산업 활동을 위해 이 산업의 제품이 중간투입물로 사용되는 정도가 크다는 뜻이다."
- 120쪽

"서비스업은 의외로 감응도계수가 크다. (...) (서비스업이) 다른 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중요한 중간재를 공급하는 영역도 있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제조업의 경쟁력제고를 원한다면 서비스업의 경쟁력도 동시에 제고해야 한다."
- 122쪽


또한 서비스업 내 범주별 고용 비중 및 생산성 추이 통계를 제시하면서,

유통, 소비자 서비스가 많은 고용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생산성은 생산자, 사회 서비스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통계를 제시하면서 '경제관료들의 사고'를 알려주는데,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생산자서비스와 사회서비스의 비중이 낮아 이들의 성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생산성이 높은 생산자서비스의 육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 사회서비스의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재정지출의 확대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따라서 생산자서비스의 성장을 위해 전문인력의 공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고등교육기관의 경쟁체제를 확립하고, 공급 확대 및 개방화에 대한 이익집단의 반발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127쪽


KDI에 근무하는 경제관료가 쓴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김상조 소장은 이러한 경제관료들의 사고의식에 대해


"서비스업의 구조개편은 단순히 산업정책적 차원에서만 판단할 일이 아니다. 서비스업 내에는 구조조정의 충격에 가장 취약한 계층인 영세기업 및 영세자영업자들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나아가 사회서비스 영역은 경제정책 차원을 넘어 사회정책 차원에서도 통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관료들은 총합으로서의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생각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은 생각하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는 경제관료들이 비록 정책의 수단으로서 경쟁과 개방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신자유주의적일지 모르나, 그들의 사고방식은 총합으로서의 부국강병을 원했던 17세기 중상주의자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다."
- 128쪽


이 부분뿐 아니라, 뒤에서는 재벌, 중소기업, 노동, 금융에 대해 논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하도급 거래"가 실제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상세히 논하고 있다.

아직 "현실경제"를 모르는 경제학부생이 이 책을 읽으면, 학교 밖의 세계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원론, 미시, 거시 이론을 완벽히 익혀야 겠지만....

경제원론 공부하자..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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