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Posted at 2017.07.20 22:31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아기온 · 호위트의 신성장이론 (Quality-based model)

- 독점이윤을 차지하기 위한 기업간 경쟁,

창조적파괴와 혁신을 통해 투입요소 품질이 향상되다


지난글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을 통해, 기존의 성장이론과는 접근방법이 완전히 달랐던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알 수 있었습니다.


로머의 신성장이론은 경제성장 과정 속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성장이론의 패러다임(?)[각주:1]을 변화시켰습니다. 


기업들은 독점이윤을 누리기 위하여 R&D 투자를 의도적으로 단행합니다. 또한 지적재산권 제도는 R&D 초기 투자비용을 보전케하여, 기업의 투자 유인이 훼손되지 않도록 만들어 줍니다.


이 모형에서 연구 결과물인 혁신은 '다양한 종류의 내구재'(variety)를 의미합니다. 연구(research)를 통해 새로운 내구재 생산방식(design)을 알아내면, 최종재 생산에 투입되는 내구재 종류가 다양해집니다. 연구원들이 새로운 생산방식을 알아내는 건 한계가 없기 때문에, 생산량은 끝없이 증가하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로머의 설명에서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날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기업'을 부각시킨건 좋습니다만,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모습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혁신에 성공하여 라이벌 기업을 누르거나 반대로 경쟁에서 뒤쳐져 시장지배력을 모두 잃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업간 경쟁'(competition)은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요인 입니다. 과도한 경쟁이 불필요한 비용지출 · 시장파괴 등을 초래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경쟁은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제품'(quality)을 제공하여 후생수준을 끌어올립니다.


따라서, '기업간 경쟁을 통해 품질이 향상되는 모습'을 설명하는 성장이론(quality-based growth model)이 있다면, 오늘날 현대경제를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 왼쪽 : 필립 아기온(Philippe Aghion, 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 오른쪽 : 피터 호위트(Peter Howitt, 현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


이때 등장하는 경제학자가 바로 필립 아기온(Philippe Aghion)피터 호위트(Peter Howitt) 입니다. 이들은 1992년 논문 <창조적 파괴를 통한 성장 모형>(A Model of Growth through Creative Destruction)을 발표하며, 기업간 경쟁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습니다. 


새로운 기업이 만든 혁신적인 상품(innovation)은 이전 상품을 낡은 것(obsolete)으로 만들어 버리고, 아예 전부터 존재해온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exit)시킬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혁신에 몰두하게 되고, 이 과정 속에서 소비자들은 더 나은 상품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는 조지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말했던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가 작동하는 원리입니다. 따라서, 아기온 · 호위트의 신성장이론 모형은 '슘페터 모형'(Schumpeterian Growth Model)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엔진을 계속 작동하게 하는 근본적인 자극은 새로운 소비재, 새로운 생산방법, 새로운 운송방법, 새로운 시장 등이다. ...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행위는 경제구조를 끊임없이 진화시킨다. 이러한 창조적 파괴 과정은 자본주의에서 나타나는 근본적 사실이다.


- 조지프 슘페터. 1942. 『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


이렇게 아기온 · 호위트의 신성장이론 모형은 '기업간 경쟁'과 '창조적 파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너무나 당연시해왔던 '기업간 경쟁의 이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이전의 성장이론이 전해주지 못했던 '독특한 통찰'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쟁과 성장'의 관계에 대해서 이전에는 생각치 못했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음이 드러났죠.


그럼 이제, 기업간 경쟁이 어떻게 창조적 파괴를 일으키고 혁신을 불러오는지 그리고 '독특한 통찰'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 기업간 경쟁, 창조적 파괴를 일으켜 생산성을 높이다


이전에 봤던 로머 모형[각주:2]과 마찬가지로, 아기온 · 호위트 모형도 경제구조를 크게 3가지 부문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연구부문 (research sector) 

▶ 연구부문 으로부터 아이디어를 구매하여, 더 나은 품질의 내구재를 만들어내는 중간재부문 (intermediate-goods sector) 

▶ 중간재부문 으로부터 더 나은 품질의 내구재를 구매하여,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최종재부문  (final-goods sector) 


최종재부문에서 이윤극대화를 위한 내구재 구매량을 정하면, 이에 맞쳐서 내구재 가격도 정해지고, 중간재부문 기업의 독점이윤(monopoly rent)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연구부문이 생산해낸 특허권의 가격(patent price)은 중간재부문 독점이윤과 동일하게 책정됩니다.


이러한 원리는 로머 모형과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만, 두 모형의 차이점은 혁신(innovation)을 바라보는 방법에 있습니다. 로머는 내구재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variety)을 혁신으로 보았으나, 아기온 · 호위트는 내구재 품질이 향상되는 것(quality)을 혁신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D램 메모리 · 브라운관 디스플레이 등만 주로 생산해오던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 OLED 디스플레이 등도 만드는 것은 내구재 다양성 증가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D램 메모리 안에서도 꾸준히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켜 왔으며, 디스플레이 내구재를 브라운관 → OLED로 변화시킨 것은 '품질향상'(quality upgrade)으로 볼 수 있습니다.


보통 '혁신'이라 하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엄청난 변화를 생각할 수 있지만, 낡은 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세대의 상품'(new generation)도 혁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령, 피쳐폰 속에서 아이폰을 개발한 것도 혁신이지만, 아이폰 3GS · 4 · 5 · 6 등 조금씩 품질을 높인 것도 혁신입니다. 


그렇다면 중간재부문에 속한 기업들은 왜 '더 나은 품질의 내구재'를 개발하려는 것일까요?


이는 너무나 쉬운 질문입니다. 답은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아기온 · 호위트 모형 하에서 더 정확한 정답은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입니다.


과거에 혁신을 이루어내서 시장을 차지한 기업은 현재 성공을 누리고 있습니다. 현재 발생하는 독점이윤을 모두 차지하면서 많은 돈을 벌고 있죠. 


하지만 성공의 달콤함에 취해있는 이 순간에 다른 기업들은 미래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다른 기업이 혁신에 성공한다면, 미래의 독점이윤은 이 기업이 모두 차지하게 됩니다. 


즉, 현재 누리고 있는 독점이윤은 오직 다음 혁신이 발생할 때까지만 지속됩니다(monopoly lasts only until the next innovation). 내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 등 기술은 새롭고 더 나은 기술이 등장하면 시장에서 낡은 것이 되고 사장됩니다. 


이는 극단적인 예시가 아닙니다. 실제 현실에서 혁신에 실패하여 시장에서 사라진 기업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 노키아, 위태로운 LG전자 등이 생생한 예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단순한 이윤극대화 목적이 아니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구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립니다.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행위는 거시경제 전체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현재의 생산성 수준은 '초기의 생산성 수준' * '혁신 크기'를 '혁신 횟수'로 거듭제곱한 모양 입니다. 


이를 쉽게 풀어서 말하면, 연구부문 투자가 증가하여 '혁신의 크기가 커질수록'(size), '혁신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수록'(arrival rate) 거시경제 생산성 수준이 향상됩니다.


결국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는 기업의 R&D 투자와 혁신을 촉진시켜 경제성장을 달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 혁신이 자주 발생할수록 좋은 것일까?

- 연구부문 생산성 증가가 항상 높은 성장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혁신 발생빈도'(arrival rate of innovation) 입니다. 혁신이 짧은 시간 내에 빈번하게 발생할수록 경제에 좋은 것일까요?


언뜻 생각해보면 당연히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생산성 함수에서도 나타나듯이, 거시경제 생산성 수준은 혁신이 더 자주 발생할수록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성공한 기업이 누리고 있는 독점이윤은 오직 다음 혁신이 발생할 때까지만 지속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혁신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혁신에 성공했을 때 기쁨을 누리는 기간이 짧아짐을 의미합니다. 만약 나만 혁신에 성공한다면 발생빈도가 많아지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성공은 2가지 경로를 통해 현재의 혁신 노력에 악영향을 줍니다.


첫째, 창조적 파괴 경로 입니다. 


미래의 혁신빈도가 많아질수록 성공으로부터 누릴 수 있는 기대이윤이 적어집니다. 그렇다면 혁신을 위해 현재 연구부문에 투자해야할 유인도 꺽이게 됩니다. 얻을 게 없는데 노력을 할 필요 없죠.

(the expectation of more research next period will increase the arrival rate, and hence will discourage research this period.)


둘째, 연구부문에 종사하는 숙련 근로자 임금 경로 입니다. 


미래에 혁신이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말은 그만큼 연구원 수요가 많아짐을 의미합니다. 연구원 수요증가는 임금상승으로 이어지죠. 이는 결국 연구부문 투자 비용을 늘리기 때문에 기대이윤을 하락하게 만듭니다.

(higher wages next period will reduce the monopoly rents that can be gained by exclusive knowledge of how to produce the best products.)   


따라서, 미래를 완벽히 예측한다면(Perfect Forsight Expectation), 미래의 혁신 발생은 현재의 연구 의욕을 훼손(discourage)시킵니다. 극단적으로는 '미래에 혁신이 자주 발생할 거라고 예측하기 때문에, 현재 연구부문 투자가 단행되지 않아, 경제성장이 발생하지 않는 함정'(no growth trap)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논리로 인해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경제성장에 관한 독특한 통찰을 제공해 줍니다. 바로 "연구 생산성 증가가 항상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다" 입니다.(it is not always true that an unambiguous improvement in the productivity of the research technology will increase the economy's average growth rate.) 


(사족 :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혁신 발생빈도가 '확률적'(stochastic)으로 결정되며, 경제주체는 미래를 내다보고 현재의 결정을 내리기(forward-looking) 때문입니다. 이는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 혁신과 경제성장률 간의 모호한 관계


결국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혁신과 경제성장률의 관계는 대단히 모호해집니다. 이제 무작정 혁신을 독려할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시장에 개입하여 기업의 연구행위를 점검할 근거가 만들어졌죠.


이렇게 시장경제 하에서 경제성장률(laissez-faire average growth rate)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사회적 최적 성장률'(optimal)보다 높아질 수도 있고 적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제 어떠한 요인이 시장경제 성장률과 사회적 최적 성장률을 다르게 만드는 지 살펴봅시다.   

  


▶ 기간간 파급 효과 (intertemporal spillover)

- 시장경제 성장률을 사회적 최적 성장률 보다 '낮게' 만든다


:  사회 전체적으로는 어쨌든 혁신이 많이 발생할수록 좋은 겁니다. 하지만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앞서 말한것처럼 그다지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혁신의 이익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고려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혁신의 이익을 누가 가져가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지 혁신이 한번이라도 발생하면, 생산성 수준은 영원히 높아집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은 '내가 혁신의 이익을 가져가야' 좋습니다. 미래의 다른 누군가의 혁신은 오히려 나의 이익을 훼손시킬 뿐입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최적 수준의 연구보다 더 적은 연구가 시장경제 하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장경제 성장률은 최적보다 낮은 값을 기록하게 됩니다. 



▶ 시장탈취 효과 (business-stealing effect)

- 시장경제 성장률을 사회적 최적 성장률 보다 '높게' 만든다


: 앞선 경우와는 반대로 시장경제 성장률이 최적 보다 더 높은 값을 기록할 수도 있습니다.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기존 기업을 밀어내고 시장이윤을 독점할 수 있습니다. 이때 사회 전체적으로는 '기존 기업 퇴출'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분명 더 나은 품질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업의 등장은 좋지만, 기존 기업이 제공해주던 상품과 서비스를 누리는 소비자는 갑자기 손해를 보는 꼴이 됐기 때문입니다. 


즉, 사회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혁신이 이전 혁신의 사회적이익을 깍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민간 기업은 사회적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혁신 성공시 얻게 될 독점이윤'만 신경쓰기 때문에, 사회적 최적 수준보다 더 많은 연구부문 투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시장 경제 성장률은 최적보다 높은 값을 기록하게 됩니다.




※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이 전달해주는 함의

- 경쟁, 시장구조, 기업동학 등에 관한 미시적 주제로 연결


로머의 모형은 성장이론에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을 도입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며,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좀 더 역동적인 '기업간 경쟁이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이때,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의 위대함은 단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신성장이론은 기존의 성장이론이 다루지 못했던 여러 미시적 이슈들을 생각하는 틀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기존의 솔로우 모형 등은 거시적 이슈를 주로 다룹니다. 한 국가의 저축률을 어떻게 해야하며, 인구증가율은 또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 굵직굵직한 주제를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로머나 아기온 · 호위트의 신성장이론은 실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시적 이슈를 다룰 수 있습니다. 


로머의 모형은 '지적재산권 제도가 기업의 R&D 투자에 미치는 영향', '인적자본을 제조업과 연구부문 중 어디에 배치하느냐의 allocation 문제' 등에 관한 생각꺼리를 제공해줍니다.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좀 더 구체적으로 '경쟁'과 '기업'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줍니다. 


우리가 막연히 좋다고만 생각했던 경쟁이 왜 성장으로 이어지는지 알 수 있으며, 또 경쟁 증가가 성장에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쟁으로 인한 '기업의 시장 진입과 퇴출'문제를 다룸으로써, 역동적인 기업의 모습을 경제학 분석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아래 내용을 통해,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이 전달해주는 함의를 생각해 봅시다.


(참고 : 아기온 · 악시짓(?) · 호위트, Aghion ·  Akcigit · Howitt. 2014. <슘페터 성장이론으로 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What do we learn from Schumpeterian Growth Theory?>)



성장이론이 산업조직론을 만났을때

- 경쟁과 혁신의 관계, 시장구조 형태에 따라 다르다


  • 출처 : Aghion, Akcigit, Howitt (2014)
  • X축은 시장내 경쟁수준, Y축은 (중요성을 감안한) 특허권 숫자


: 앞서 우리는 '혁신 빈도 증가가 꼭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미래의 혁신이 더 자주 일어날수록 독점이윤이 낮아지기 때문에 현재의 연구의욕이 훼손되었죠. 


경쟁과 혁신의 관계도 이와 유사합니다.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혁신을 불러오는건 기업간 경쟁 이었으나, 경쟁이 증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혁신이 많아지지 않습니다. 


아기온 · 악시짓(?) · 호위트는 연구를 통해, "시장내 경쟁 수준과 혁신은 역U자형을 띈다"(inverted-U relationship) 고 주장합니다. 초기에 경쟁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면 경쟁이 벌어질수록 혁신은 증가합니다. 하지만 이미 경쟁 수준이 높은 상황이라면 경쟁 증가는 혁신 발생을 감소시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기업이 미래를 내다보고 현재의 행위를 결정하기 때문이며(forward-looking), 산업구조(market structure)에 따라 다른 양상이 전개되기 때문입니다.


산업구조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슷한 수준의 기업들이 몰려있는 구조(neck and neck)로 동등한 상태(leveled)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간 수준 격차가 심한 구조(frontier-laggard)로 동등하지 않은 상태(unleveled) 입니다.


전자의 경우 다른 기업들보다 한발 더 앞서나가 이윤을 독점할 수도 있고, 반대로 담합(collusion)을 통해 이윤을 나눠가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시장경쟁 수준이 심하다면 담합이 힘들기 때문에 혁신을 택하고, 심하지 않다면 담합을 택할 겁니다.


후자의 경우 뒤쳐진 기업은 혁신을 통해 앞선 기업과 대등해질 수도 있으며, 반대로 그저 모방을 통해 선두기업 한발짝 뒤에 위치한 것에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시장경쟁이 심하면 선두 기업과 대등해졌을때 얻을 수 있는 이윤이 연구투자비용 보다 적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시장경쟁 수준이 심하다면 뒤쳐진 기업은 모방을 택하고, 심하지 않다면 혁신을 택할 겁니다.


만약 한 경제 내에서 전자의 구조를 띈 산업이 많다면 경쟁 증가는 혁신 증가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후자의 구조를 띈 산업이 많다면 경쟁 증가는 혁신 증가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재 시장내 경쟁수준이 어떠한지에 따라 산업구조의 분포도 달라집니다.


현재 시장내 경쟁수준이 낮다면, 전자의 산업은 담합을 택하기 때문에 여전히 동등한 상태에 머무릅니다. 후자의 산업은 뒤쳐진 기업이 혁신을 택하게 되고 이제 동등한 상태가 됩니다. 따라서, 낮은 시장 경쟁수준에서는 동등한(leveled) 산업구조가 우위를 점합니다.


반대로, 현재 시장내 경쟁수준이 높다면, 전자의 산업은 혁신을 통해 한발짝 앞서나가려 하고 이는 동등하지 않은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후자의 산업은 뒤쳐진 기업이 모방을 택하기 때문에 여전히 동등하지 않은 상태에 머무릅니다. 따라서, 높은 시장 경쟁수주에서는 동등하지 않은(unleveled) 산업구조가 우위를 점합니다.


따라서, 시장내 경쟁수준이 낮은 상황에서는 동등한(leveled) 수준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증가할수록 (담합이 어려워져) 혁신이 증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시장내 경쟁수준이 높은 상황에서는 동등하지 않은(unleveled) 수준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증가할수록 (혁신의 기대이익이 적어져) 혁신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시장내 경쟁 수준과 혁신의 역U자형 관계"(inverted-U relationship)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사실은 경제성장을 바라볼때 단순히 '경쟁'(competition)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market structure)도 챙겨야할 필요성을 제기해 줍니다. 이제 경제성장은 거시적 차원이 아니라 미시적 차원의 이슈도 같이 고려해야 하죠.



기업동학

- 기업들의 시장진입과 퇴출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 아기온 · 호위트 모형에서 혁신에 실패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반대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낸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창조적 파괴' 과정 덕분에 경제 전체 생산성은 향상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기업의 시장진입과 퇴출'(firm entry and exit), 즉 '기업동학'(firm dynamics)을 연구할 필요성을 제기해줍니다. 단순히 기업이 경제내에서 역할을 한다를 넘어서서, 기업의 동태적인 모습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생산성 낮은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고 여전히 머무르거나, 잠재적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여러 장벽들로 인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생산성 저하와 성장률 하락을 초래하고 맙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진출 비용(entry cost)을 감소시키고, 자원을 생산성 높은 기업에 배치(reallocation)하는 문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성장에 있어 정부정책의 역할

- '적절한 정책 및 제도'(appropriate policy and institution)의 개념


: 시장경제 하에서 성장률이 사회적 최적값보다 높거나 낮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제기해줍니다. 이는 지적재산권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한 로머와 궤를 같이합니다.


이때,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정부의 역할' 논의를 확장시킵니다. 이들은 "현재 국가의 생활수준이 어떠하느냐에 따라 적절한 정책이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기술발전의 최전선(frontier of technology)에 가까운 국가는 혁신주도 정책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해야 합니다. 이때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제도는 경쟁증가 · 기업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을 이끌어 성장친화적으로 작용합니다.


반면 기술 최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는 혁신주도 보다는 모방주도 정책이 더 유용합니다. 앞선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여 빨리 기술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 시장개방을 통한 시장경쟁 증대

- 생산성 향상을 불러오는 국제무역


  • 출처 : Aghion, Akcigit, Howitt (2014)

  • 시장개방 이후 기업수준별 생산성 변화

  • 기술수준이 높은 기업은 시장개방 이후 생산성이 더 증가하였다


: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경쟁의 중요성'을 알려줍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산업구조가 어떠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이때 장내 경쟁을 증대시키는 한 가지 방법은 바로 '국제무역' 입니다. 


국제무역을 통해 시장을 개방(openness) 한다면, 생산성 높은 외국기업이 진입하여 생산성이 낮은 국내기업을 퇴출시킵니다. 반대로 생산성이 높은 국내기업은 외국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죠. 이를 통해, 시장개방을 한 국가는 '생산성 이익'(productivity gain)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국제무역이론 ⑥] 3세대 국제무역이론 -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는 국제무역'에서 다루었던 내용입니다.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을 이용한다면 3세대 국제무역이론과 경제성장이론을 연결시켜 바라볼 수 있습니다.




※ 경제성장을 다룰 때 '미시적 주제'를 더 생각해보자


이렇게 아기온 · 호위트 모형은 경제성장 논의를 확장시켰습니다. 


이제 거대하고 무거운 주제만 아니라 '시장경쟁' · '기업동학' · '산업구조' 등 미시적 주제를 경제성장과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여러 글들을 통해, 좀 더 미시적 주제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하는건.. 너무 거창하긴 하지만.. 적당한 표현을 모르겠네요;;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2017.07.19 http://joohyeon.com/258 [본문으로]
  1. 애독자
    포스팅 속도가 엄청나네요. 고생 많으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경제학
    hall and jones 1999 , klenow and rodíguez-clare 1997 지금 테마와는 좀 다르지만 국가간 소득 격차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3. ipnomics
    잘 읽었습니다. 정책적 의미와 산조까지 왔으니 구체적 정부의 역할과 기업의 행동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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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17.06.27 21:12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 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국가간 1인당 소득수준 격차(per capita income level)는 매우 커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1980년대 미국의 소득은 10,000 달러이지만, 인도는 240달러, 아이티는 270달러에 불과하다. (...)


1인당 실질성장률(rates of growth) 또한 국가별로 차이가 난다. 1960~1980년 사이 평균 경제성장률은, 인도 1.4%, 이집트 3.4%, 한국 7.0%, 일본 7.1%, 미국 2.3%, 선진국 3.6% 이었다. 인도의 소득수준이 2배가 되려면 50년이 걸리는 반면, 한국은 10년이면 충분하다. (...)


인도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만약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반대로 방법이 없다면, 낮은 성장률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인도의 특성(nature of india)은 무엇일까? 


(경제성장을 둘러싼) 이러한 물음들이 인간 후생에 미치는 결과는 매우 압도적이다. 누군가 이 문제(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The Consequences for human welfare involved in questions like these are simply staggering: Once one starts to think about them, it is hard to think about anything else.)  


- 경제학자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1988. 'On the Mechanics of Economic Development'


윗 발언은 현대 거시경제학을 정립한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가 1988년에 쓴 본인의 논문에서 한 것입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국가별로 다른 ① 소득수준(level) ② 경제성장률(growth rate) 였습니다.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다른 나라는 가난합니다. 또 어떤 나라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반해, 다른 나라는 성장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모든 나라가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로버트 루카스는 국가별로 다른 성장이 나타나게 된 이유와 경제발전을 일으키는 방법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말그대로 경제발전의 메커니즘(Mechanics of Economic Development)을 탐구했죠.


만약 그의 희망대로 경제발전의 메커니즘을 완벽히 이해하게 된다면 대부분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 저개발 국가의 빈곤(poverty)? 이것은 경제성장이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문제입니다. '높은 경제성장률 → 높은 소득수준'은 빈곤을 아예 없애줍니다. 


실업? 높은 경제성장률은 경기적요인으로 발생하는 실업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성장률이 2%~3%가 아니라 7%~10%라면, 오늘날 문제되는 청년실업 등은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통화·재정정책 논쟁? 현재 미 연준(Fed)이나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그리고 정부의 재정을 둘러싼 논의가 벌어지는 이유는 경제성장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단기간내 경기변동으로 인해 경제가 조금 출렁이더라도 "기준금리를 몇 %로 해야 경제가 좋아질까?",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정부 재정을 얼마나 써야할까?" 등을 지금처럼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균등(inequality)? 이는 경제성장이 100%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합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불균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개인간 차이는 있더라도 모두의 소득수준이 꾸준히 증가하면 불만도 지금보다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죠. 


다시말해, 경제성장은 그 자체로 대부분의 경제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소득수준을 둘러싼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하강하는 경기사이클로 인해 초래되는 경기변동 문제도 완화시켜 줍니다. 높은 경제성장률이 유지된다면 경기변동(economic fluctuation)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로버트 루카스가 "(경제성장을 둘러싼) 이러한 물음들이 인간 후생에 미치는 결과는 매우 압도적이다. 누군가 이 문제(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경제발전의 메커니즘은 여전히 탐구대상으로 남아있습니다. 경제성장을 둘러싼 여러 이론이 제시되었으나 "왜 어떤 나라는 그 방법이 먹히는데, 다른 나라는 먹히지 않는가?" 라는 근본적 물음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이를 꾸준히 지속하기 위해서 ① 자본축적 ② 기술진보 등 크게 2가지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서유럽 · 북미 등 북반구 국가들은 이 방법이 잘 적용되었는데, 아프리카 · 남미 등 남반구 국가들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그럼 혹시 민족성 · 지리적 조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동일한 민족 · 지리적조건을 가진 한국과 북한의 경제상황은 딴판입니다. 그럼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즉 정치체제나 제도(institution)가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이렇게 물음을 계속 던지다보면 결국 그 국가가 가진 특성(nature)에 주목하는 연구가 나오게 됩니다.  


이처럼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을 둘러싼 물음을 계속해서 던지면서 이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경제성장론은 모든 물음에 완벽한 해답을 제공해주지는 못하더라도, 경제발전 메커니즘의 훌륭한 통찰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본 블로그의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통해, 경제학자들이 '경제성장을 둘러싼 물음을 어떻게 발전'시켜 왔으며, '어떠한 통찰을 제공해주는지'를 상세히 알아봅시다.  




※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

- 소득수준 및 생활수준의 격차(level gap)를 초래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 경제학자 찰스 존스(Charles Jones) 등이 집필한 학부 경제성장론 교과서
  • 한국과 북한의 생활수준 격차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경제성장이론이 다루고 있는 첫번째 주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제는 역시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Why are we so rich and they so poor?) 입니다.


2016년 기준으로 미국의 1인당 GDP는 약 57,000 달러 입니다. OECD 국가는 41,000 달러이며, 한국은 35,000 달러입니다. 한국을 포함하여 북미 · 서유럽 · 일본 등은 높은 생활수준(level)을 향유하며 비교적 안락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서 남반구 혹은 중앙아시아 등을 보면 완전히 다른 모습일 나타납니다. 라이베리아 800달러, 아프가니스탄 1,800달러이며 북한은 1,700달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너무나 분명하게 나타나는 생활수준 격차(level gap)를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어떠한 요인이 국가간 차이를 초래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 솔로우 성장모형 (Solow Growth Model)

- '자본축적'을 많이한 국가일수록 부유한 생활수준을 누린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가장 먼저 살펴볼 이론은 로버트 솔로우가 1956년에 내놓은 '솔로우 성장모형' 입니다. 


그는 이 모형을 통해 "국가간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정도가 생활수준 격차를 초래한다" 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자본'이란 기계 · 공장설비 등의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합니다. 


어떤 국가가 잘 사는 이유는 높은 저축율 · 낮은 인구증가율 등에 힘입어 1인당 물적자본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국가가 못 사는 이유는 낮은 저축율 · 높은 인구증가율 때문에 1인당 물적자본을 적게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잘 살지 못하는 국가라도 자본축적을 늘려나가면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 등 동아시아 4마리 호랑이 입니다. 이들 국가는 1970~1980년대 높은 투자비중을 기록하며 경제성장에 성공하였습니다.


이처럼 솔로우 모형은 '저축율과 인구증가율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간단하게 설명하였고, 동아시아 성공 사례도 설명해냄으로써 경제성장이론의 대표격으로 자리잡았습니다.



▶ P.로머와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 (Endogenous Growth Model)

- '지식' 및 '인적자본'이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부유한 생활수준을 누린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솔로우 모형 이외의 새로운 모형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P.로머와 로버트 루카스가 내놓은 '내생적성장 모형' 입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식(knowledge)와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강조하며 "'지식' 및 '인적자본'이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부유한 생활수준을 누린다"고 주장합니다. 물적자본에 한정되어 있던 자본의 개념은 이제 인적자본으로 확장되었습니다(broad concept of capital). 


여기서 지식과 인적자본 축적을 이끄는 힘은 '외부성'(externality) 입니다. 한 기업이 연구과정에서 창출한 지식은 다른 곳으로 전파될 수 있습니다(knowledge spillover). 또한, 개인이 쌓은 인적자본은 교육 등을 통해 후세대로 전수될 수 있으며, 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다른 제품 개발에도 적용됩니다(learning by doing). 


따라서,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인적자본 수준이 높았던 국가는 계속해서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모형은 개인 및 기업의 행위로 지식 · 인적자본이 축적되고 그 결과 기술수준이 진보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내생적성장 모형'(endogenous growth model) 이라는 명칭을 얻게 됩니다.



▶ 맨큐 · D.로머 · 웨일의 확장된 솔로우 모형

-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을 유지하면서 '인적자본' 개념을 추가

- 물적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교육환경이 좋아져 인적자본 축적도 이루어진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


내생적 성장모형 등장으로 이제 솔로우 모형은 그 역할을 다한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1992넌 맨큐 · D.로머 · 웨일은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을 유지한 채 '인적자본' 개념을 추가한 확장된 솔로우 모형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을 따로 놀지 않습니다. 물적자본 축적으로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한 국가일수록, 교육환경도 좋아져서 중등·고등 교육을 이수한 사람도 증가합니다. 


따라서, 솔로우가 주장했던 '(물적)자본축적'은 여전히 경제성장의 핵심요인 입니다.



▶ P.로머의 '다양성 기반' 신성장이론 (variety-based new growth theory)

-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R&D 투자가 다양한 투입요소를 창출하며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솔로우 모형 → 내생적성장 모형 → 확장된 솔로우 모형'으로 발전되어온 경제성장이론은 점점 현실 설명력을 높여왔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들 모형이 경제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핵심쟁점은 '기업의 역할'(firm) 입니다. 


1980년대 등장한 내생적성장 모형은 '외부성' 덕분에 인적자본이 축적되며 사회 전체의 기술수준이 올라간다고 봤습니다. 여기서 기술진보는 그저 외부성이 의도치않게 만들어낸 부산물(side effect)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기술진보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의도적인 R&D 투자'(intentional)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이들 기업은 R&D 투자를 통해 다양한 기술(variety)을 개발하고, 특허등록을 통해 지적재산권 보호를 받습니다. 그리고 특허권을 독점적으로 누리며 이윤을 극대화 합니다.


폴 로머는 1986년에 내놓았던 내생적성장 모형을 발전시켜 1990년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내놓으면서 성장이론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R&D 투자가 다양한 투입요소를 창출하며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라고 말합니다. 


이 모형에서 연구부문의 R&D 투자는 '서로 다른 생산방식의 숫자'(number of design)을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다양한 생산방식은 다양한 내구재(variable durable)를 만들어내고, 이는 최종재가 사용하는 자본의 종류가 많아지는 것과 같습니다(capital = distinct types of producer durable). 그 결과, 소비자가 사용하는 최종재의 종류도 많아집니다.


따라서, 기업의 R&D 투자규모와 연구부문에 종사하는 연구원 수(=연구 인적자본)가 많은 국가는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하게 되며, 반대로 R&D 투자와 연구원 수가 적은 국가는 낮은 생활수준을 기록하게 됩니다.



▶ 아기온 · 호위트의 '품질향상 기반' 신성장이론 (quality-based new growth theory)

-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업의 혁신 노력이 더 나은 품질을 만들어내며 경제성장을 이끈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 [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P.로머 방식의 신성장이론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의 아쉬움도 함께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모습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혁신에 성공하여 라이벌 기업을 누르거나 반대로 경쟁에서 뒤쳐져 시장지배력을 모두 잃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업간 경쟁'(competition)은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요인입니다.


1992년 아기온과 호위트는 로머의 모형을 발전시켜 '기업간 경쟁을 통해 품질이 향상되는 모습'을 설명하는 성장이론(quality-based growth model)을 발표했습니다.


이 모형에서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는 기업의 R&D 투자와 혁신을 촉진시켜 경제성장을 달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족 :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를 성장이론 내에서 구현했기 때문에 '슘페터식 성장 모형'(Schumpeterian Growth Model)로도 불립니다.)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 생활수준 격차 원인으로 물적자본을 강조하느냐, 아이디어를 강조하느냐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이러한 성장이론을 종합해보면, 국가간 생활수준 및 성장률 격차를 초래하는 요인을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물적격차'(object gap) 입니다. 


공장 · 기계설비 등 물적자본이 풍부한 국가는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반해, 부족한 국가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는 수해복구사업시 포크레인 등 건설장비를 이용하는 한국과 여전히 소와 쟁기를 이용하는 북한을 대비해보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둘째는 (내생적성장 모형과) 신성장이론[각주:1]이 강조하는 '아이디어 격차'(idea gap) 입니다. 


물적자본이 부족한 국가에 기계설비 등을 가져다주면 저절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물적자본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입니다.


이렇게 솔로우 모형과 신성장이론은 서로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경제성장을 위해 서로 다른 처방이 내려집니다.


솔로우 모형 주창자들은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통한 자본축적'을 강조합니다. [경제원론]에서 살펴보았듯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는 말은 경제내 한정된 자원을 소비재 생산이 아닌 자본재 생산에 투입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소비를 줄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런 일입니다. 지금 당장의 효용을 포기하고 미래에 있을 희망을 기대하는 것인데, 현재의 소비감축이 미래의 소비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따라서, 신성장이론을 수립한 폴 로머(Paul Romer)는 '선진국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나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이 경제성장의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선진국의 아이디어를 채용하거나 스스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어 격차를 줄이는 것은 보다 손쉬운 해결책이기 때문이죠.




※ 왜 어떤 나라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반해, 어떤 나라는 느리게 성장할까?

- 국가간 성장률 격차(rate gap)를 초래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국가간 생활수준 차이에 이어서 '성장률 격차'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왜 어떤 나라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반해, 어떤 나라는 느리게 성장할까요?


이를 보면 '1인당 GDP가 낮은 국가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미국은 보통 연간 2%~3%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반해 중국은 연간 7%~10%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② 

한 국가를 대상으로 바라보면, 생활수준이 낮았을 때 더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습니다. 과거 경제개발을 막 시작하는 단계였을때 한국은 연간 10%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이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러나 "잘 사는 나라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거 아닌가? 가난한 국가는 느리게 성장하고?"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연간 2%~3% 성장하는데 반해 북한 같은 절대빈곤 상태의 국가는 성장 자체가 희귀합니다. 또한 북미 · 서유럽 등 선진국들은 (경제성장에 실패한) 보통의 국가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두고, 경제성장이론은 저마다의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 솔로우 성장모형 (Solow Growth Model)

- 1인당 자본량이 적은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

- 궁극적으로 모든 국가의 성장률은 0% 혹은 외생적인 기술진보율로 수렴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솔로우 성장모형은 ①, ②의 성장률 패턴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모형은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를 가정하기 때문에, 1인당 자본량이 많아질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점점 줄어듭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많아질수록 성장률은 하락하며, 1인당 자본량이 적은 국가일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즉, 솔로우 모형은 국가간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자본축적 정도'에서 찾고 있습니다. 자본축적량이 정상상태(steady state)에 가까운 국가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자본축적량이 정상상태에 미달하여 전이경로(transitional path)에 있는 국가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중국이 미국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미국보다 생활수준이 낮기' 때문이며, 마찬가지로 과거 한국이 오늘날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1인당 자본량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가의 1인당 자본량이 동일해져 생활수준이 같아지고(=level의 수렴), 성장률도 0% 혹은 외생적인 기술진보율로 같아지는(=rate의 수렴)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수렴현상'(convergence)이라 합니다.



▶ P.로머와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 (Endogenous Growth Model)

- '지식' 및 '인적자본'을 많이 가지고 있는 주도국이 높은 성장률을 계속 유지해나간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P.로머와 루카스는 ③의 성장률 패턴에 주목합니다.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는 솔로우가 예측했던 것처럼 1인당 자본량이 적은 국가가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범위를 전세계로 확장하면, 가난한 국가는 성장 자체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개발국의 성장률은 OECD 소속 국가들보다 낮습니다.


또한,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이 시대가 지날수록 높아져만 갔습니다. 1700년대 네덜란드 -0.07% · 1800년대 초 영국 0.5% · 1800년대 후반 영국 1.4% · 1900년대 미국 2.3% 입니다. 또한, 1900년대 미국의 성장률을 연도별로 쪼개보면, 최근 년도에 가까울수록 성장률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P.로머와 루카스는 국가간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지식과 인적자본 등 기술수준 격차(technology gap)에서 찾고 있습니다. 초기 지식 및 인적자본 수준이 높았던 국가는 영원히 높은 성장률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솔로우가 예측했던 수렴현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언뜻 보면 ①, ②의 현상과 ③의 모습은 서로 상충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세 가지 모습은 동일한 요인때문에 발생한 현상일 수 있습니다. 


'1인당 자본량이 적다'는 절대적인 양이 적다는 의미도 있지만 상대적인 양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기준은 '각자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 입니다. 


초기 솔로우 모형은 저축률 · 인구증가율 등이 외생적으로 주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동일한 정상상태'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국가별로 저축률 · 인구증가율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정상상태도 다릅니다. 어떤 국가의 정상상태는 1인당 GDP 3만 달러일 수 있지만, 어떤 국가는 2천 달러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각자의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까운 국가일수록 낮은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즉, 자본축적량이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initial deviation)가 성장률 패턴을 결정 짓습니다. 이를 '조건부 베타 수렴'(conditional betaβ convergence)이라 합니다.


미국에 비해 중국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자신만의 정상상태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성장 자체가 없는 저개발국에 비해 주요 선진국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 역시 자신만의 정상상태에서 더 밀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개발국은 1인당 자본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그 수준이 이미 정상상태에 가까운 것일 수 있습니다.



▶ P.로머의 '다양성 기반' 신성장이론 (variety-based new growth theory)

- 연구부문에 더 많은 인적자본을 배치할수록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솔로우 성장 모형과 조건부 수렴 등은 모두 '자본축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P.로머와 루카스는 '지식'과 '인적자본'에 주목했죠. 그리고 P.로머는 1990년 또 다른 논문을 통해 '아이디어'(idea)와 '연구'(research)로 관심을 돌립니다.


사람들은 '기술'(technology)이라 하면, '공장에 있는 기계를 다루는 능력'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성장이론에서 기술이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기술진보란 '여러 원자재를 조합하는 방식을 개선시키는 것'(improvement in the instructions for mixing together raw materials)을 뜻합니다.


이때 경제성장 동력인 기술진보를 이끄는 요인이 바로 '아이디어' 입니다. 


연구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발견(discovery)을 통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곤 합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디어는 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가능케하는 다양한 방식(design)을 제시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능력을 키웁니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사람, 즉 연구부문에 종사하는 인적자본이 많을수록 높은 성장률이 나타나게 됩니다. 


주요 선진국이 저개발국에 비해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바로 연구부문의 차이에 있습니다. 선진국 내 주요 기업들은 R&D 투자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내지만, 저개발국은 그저 모방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 아기온 · 호위트의 '품질향상 기반' 신성장이론 (quality-based new growth theory)

- 기업간 경쟁 증대는 R&D 투자 증가 압력으로 작용한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 [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경제성장률 차이를 불러오는 이유가 R&D 투자에 있다면, R&D 투자를 증가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기온과 호위트는 '기업간 경쟁'(competition)에 주목합니다. 


현실의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혁신에 성공하여 라이벌 기업을 누르거나 반대로 경쟁에서 뒤쳐져 시장지배력을 모두 잃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R&D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이때, '경쟁과 혁신의 관계'는 산업구조에 따라 다른 양상이 나타납니다. 


시장내 경쟁수준이 낮은 상황에서는 동등한(leveled) 수준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증가할수록 (담합이 어려워져) 혁신이 증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시장내 경쟁수준이 높은 상황에서는 동등하지 않은(unleveled) 수준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증가할수록 (혁신의 기대이익이 적어져) 혁신이 감소하게 됩니다. 


그 결과, 경쟁과 혁신은 '역U자형'(inverse-U relationship)으로, 초기에 경쟁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면 경쟁이 벌어질수록 혁신은 증가합니다. 하지만 이미 경쟁 수준이 높은 상황이라면 경쟁 증가는 혁신 발생을 감소시킵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바라볼 때, 국가별 산업구조 등 미시적인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는 교훈을 전해줍니다.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 아이디어 격차는 더 빠르게 좁힐 수 있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아이디어가 가진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비경합성'(non-rival) 입니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


기초 과학 및 공학법칙 · 경제 및 경영 지식 · 새로운 생산방법 등 아이디어는 모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세월을 뛰어넘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선진국이 가진 아이디어는 후발산업국가 혹은 개발도상국도 함께 공유할 수 있습니다. 후발국이 사용한다고 해서 선진국의 아이디어가 훼손되거나 사용이 제한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간 생활수준 격차를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함의를 전달해 줍니다.


이때 국가간 아이디어 확산에 역할을 하는 건 바로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firm) 입니다. 후발국이 다국적기업에 적정한 보상을 주는 환경을 조성하면, 다국적기업은 직접투자 · 합작기업 설립 · 마케팅 및 라이센스 협약 등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추후 추가

  1. 1990년 폴 로머가 발표한 신성장이론 역시 내생적성장 모형의 한 부류입니다면, 1986년 논문과 구분하기 위해 용어를 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1.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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