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Posted at 2017. 7. 6. 20:41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수렴논쟁 (convergence controversy)

- 현대 경제성장이론 발전과정 속 중요한 변곡점


이번글은 현대 경제성장이론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변곡점인 '수렴논쟁'(convergence controversy)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글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에서 살펴봤듯이, 솔로우 모형은 언젠가 모든 국가의 생활수준과 성장률이 같아지는 '수렴현상'(convergence)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형의 예측과는 달리, 현실에서 수렴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유한 국가는 여전히 부유하며, 가난한 국가는 여전히 가난합니다. 몇몇의 국가만이 가난에서 탈출하여 경제성장에 성공했을 뿐이죠.


이러한 "국가간 생활수준 및 성장률의 격차를 솔로우 모형이 올바로 설명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형태의 모형이 대안으로 제시되어야 하나"를 두고 경제학자들 간의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이를 '수렴논쟁' 이라고 하며, 이 과정에서 솔로우 모형을 대체하는 여러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이번글을 포함하여 앞으로 3편의 글을 통해 '수렴논쟁'을 살펴보며 현대 경제성장이론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알아봅시다. 




※ 솔로우 모형의 성과

- 자본축적을 통한 동아시아 경제성장, 

그리고 선진국 내에서 관찰된 수렴현상


지난 3편의 글은 '솔로우 모형의 의미[각주:1]' · '현실을 설명하는 솔로우 모형'[각주:2] · '미흡한 점이 드러난 솔로우 모형'[각주:3] 등의 주제로 솔로우 모형의 성과와 한계를 다루었습니다. 다시 한번 내용을 복습해 봅시다.


솔로우 모형이 강조했던 것은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이었습니다. 여기서 자본은 기계 · 공장설비 등의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했죠. 물적자본을 많이 가진 국가일수록 당연히 생산량도 많게 됩니다. 


하지만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이 영원히 지속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자본을 축적해 나갈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체감(diminishing)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솔로우 모형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외생적인 기술진보'(exogenous technological progress)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970~1980년대 동아시아 네 나라,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은 솔로우 모형이 현실 속 경제성장 과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 네 나라는 자본 · 노동 등 요소투입을 급격히 증가시키면서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지 않은채, 요소축적에만 의존했던 성장은 결국 한계를 맞게 됩니다. 


즉, 동아시아의 사례는 '생활수준(level) 향상을 위해서는 자본축적이 중요, 그러나 지속적인 성장(growth)을 위해서는 기술진보가 필요' 라는 명제가 참이라고 드러내주었습니다.


  • Baumol(1986)
  • X축은 1950년 당시 1인당 GDP 수준, Y축은 1950~1980년 연간 성장률
  • 1인당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하는지 여부를 관찰하려고 하였다
  • 큰 5각형 모형은 선진국 내부에서 수렴현상이 관찰됨을 보여주고 있다
  • 그러나 전세계를 대상으로 할 경우 수렴현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처럼 솔로우 모형이 현실을 잘 설명해줄 수 있었던 이유는 '체감하는 생산함수''외생적인 기술진보' 라는 가정 덕분이었습니다. 


두 가지 가정은 또 다른 현실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바로 '수렴현상'(convergence) 입니다.


만약 자본을 축적해 갈수록 성장률이 점점 하락한다면, 만약 기술수준이 외생적으로 주어진 값으로 어디서나 똑같다면, 언젠가 전세계 생활수준과 성장률은 동일해질 수 있습니다. 가난한 국가는 더 빠르게 성장하고, 부유한 국가는 더 느리게 성장하면서, 궁극적으로는 똑같은 기술진보율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William Baumol)의 연구[각주:4]는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이 일부 그룹 내에서 존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선진국 중 후발산업국가인 일본은 미국 · 영국에 비해 더 빠르게 성장했고, 결국 동등한 수준의 GDP를 가지게 되었죠. 


하지만 그의 연구는 다른 그룹 내에서는 수렴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점도 보여주었습니다. 저개발국으로 이루어진 집단 내에서는 생활수준이 수렴하지도 않았으며, 생활수준과 성장률 간 음(-)의 상관관계도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보몰은 "수렴그룹(convergence club)이 따로 있는 것 아닐까?" 라는 의문을 던졌고, 후에 경제학자들은 '서로 다른 자신만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 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국가별로 저축율 · 인구증가율이 다르기 때문에 정상상태도 상이하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로 인해, 모든 국가의 생활수준이 동일해지거나, 가난한 국가가 무조건 더 빠르게 성장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다만, '개별 국가들은 각자의 정상상태에 맞는 생활수준으로 수렴하며', '각자의 정상상태에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 한다는 조건부 수렴(conditional convergence)이 나타날 뿐이었죠.




※ 솔로우 모형의 한계

- 수렴현상의 부재,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이렇게 솔로우 모형은 현실에 적합한 것처럼 보입니다. 자본축적의 힘도 보여주었으며, 선진국 내의 수렴현상도 설명해 냈으며, 일부 국가 내에서 발견되지 않는 수렴현상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추가설명을 해주었죠.


하지만 다른 경제학자들은 여전히 솔로우 모형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정말로 솔로우 모형이 수렴현상의 부재를 올바로 설명하고 있을까?"



이런 의문을 품은 대표적인 학자들이 바로 폴 로머(Paul Romer)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였습니다. 이들은 크게 3가지 점에서 솔로우 모형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저개발국의 성장률이 OECD 소속 국가들 보다 낮다


: 이는 수렴현상을 소개한 이전글[각주:5]과 앞서도 다루었던 내용입니다. 윌리엄 보몰은 '수렴현상' 연구에서 선진국 내에서는 수렴현상이 나타나지만, 저개발국까지 샘플을 넓힐 경우 수렴현상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때,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는 '선진국내 수렴현상 존재'보다는 '전체적인 수렴현상 부재'에 더 주목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자신만의 정상상태' 라는 개념으로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려고 하지만, 로머와 루카스는 "처음에 부유했던 국가가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해 나가는 거 아닐까?" 라는 물음을 던졌죠.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이 점차 증가했다


  • 출처 : Romer(1986)


: 이러한 물음을 던진 이유는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에 따르면,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높으며, 정상상태에 가까울수록 성장률이 점점 하락합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는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이 시대가 지날수록 높아져만 갔습니다. 1700년대 네덜란드 -0.07% · 1800년대 초 영국 0.5% · 1800년대 후반 영국 1.4% · 1900년대 미국 2.3% 입니다. 또한, 1900년대 미국의 성장률을 연도별로 쪼개보면, 최근 년도에 가까울수록 성장률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도국의 성장률이 시대가 지날수록 증가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후발국가의 성장률이 증가하는 것은 '선진국으로부터 좋은 기술을 이전받아서' 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 상에서 모든 국가의 기술수준이 같기 때문이죠. 하지만 주도국은 첨단 기술을 만드는 최전선(frontier of technology)이지, 다른 국가로부터 이전받는 곳이 아닙니다. 


"주도국 내에서 스스로 기술혁신이 일어나서 성장률이 높아졌을수도 있지 않느냐?" 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솔로우 모형은 더 궁색합니다. 왜냐하면 솔로우 모형은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으로 주어졌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어떻게 기술진보가 이루어지느냐'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국가간 소득격차가 모형이 예측한 것보다 크다


솔로우 모형에 따르면[각주:6], 어떤 국가가 잘 사는 이유는 높은 저축율 · 낮은 인구증가율 등에 힘입어 1인당 자본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국가가 못 사는 이유는 낮은 저축율 · 높은 인구증가율 때문에 1인당 자본을 적게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본 블로그에서는 그저 말로써 설명했지만, 실제 솔로우 모형은 콥-더글러스 생산함수를 이용하여 정교하게 수식화 하였습니다. 여기에 저축율과 인구증가율을 대입하면 (수식상 마땅히 그래야 할) 생활수준 및 성장률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이때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저축과 인구증가율이 소득격차에 끼치는 영향력이 솔로우 모형의 예측보다 큽니다


예를 들어, 당시 필리핀은 미국에 비해 1인당 소득이 10%에 불과했습니다. 솔로우 모형의 수식에 따르면, 미국의 저축률이 30배는 높아야 이처럼 큰 소득수준 차이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미국의 저축률은 그저 2배 더 많았을 뿐이죠. 즉, 조금의 저축률 차이도 큰 소득격차를 초래합니다.

 


솔로우 모형이 '저축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이유는 '생산함수가 체감'(diminishing)하기 때문입니다. 자본량이 축적될수록(=저축을 할수록) 생산량 증가분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소득격차 설명에 있어 저축의 영향력이 크지 않습니다. 


만약 생산함수가 체감하지 않았다면, 자본량이 증가할수록 생산량 증가분도 계속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로인해, 굳이 저축율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현재 축적된 자본량에 따라서 국가간 생산량이 크게 차이 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필리핀 간의 조그마한 저축률 차이가 큰 소득격차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산함수가 체감한다는 솔로우 모형의 가정을 수정해야 합니다.




※ 솔로우 모형, 무엇이 문제였을까?

- '체감하는 생산함수' 및 '외생적인 기술진보' 가정에서 벗어나자

- '체증하는 생산함수'와 '내생적인 기술진보'의 도입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가 지적한 3가지 사항-수렴현상의 부재-을 올바르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의 핵심 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 및 '외생적인 기술진보'를 폐기해야 합니다.


만약 자본량이 증가할수록 생산량 증가분도 계속 늘어난다면, 다르게 말해 생산함수가 체증(increasing marginal)한다면 수렴현상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부유한 국가는 계속 부유하고 가난한 국가는 계속 가난한 현실에 부합합니다. 또한,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의 저축율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기술진보율이 국가별로 차이가 난다면, 주도국의 성장률이 시대가 흐를수록 증가하는 현실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주도국 내의 어떠한 요인이 내생적(endogenous)으로 기술진보를 이끌어서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폴 로머와 로버트 루카스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지식'(knowledge)'인적자본'(human capital) 입니다. 


이들은 개별 경제주체의 활동에 의해 지식과 인적자본이 내생적으로 축적되며(endogenous), 그 결과 생산량이 (체감하지 않고) 선형적으로 증가(linearity)하거나 체증(increasing marginal)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제 이 둘의 주장을 알아보며, 솔로우 모형을 대체하는 이론을 생각해 봅시다.




※ 폴 로머, 지식이 증가할수록 생산량은 체증한다

- 개별기업의 연구분야 투자로 창출되는 지식(knowledge)

- 지식의 외부성(externality)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식전파'(knowledge spillover) 



  • 폴 로머의 1986년 논문 표지


경제학자 폴 로머(Paul Romer)는 1986년 논문 <체증현상과 장기성장>(Increasing Returns and Long-run Growth)을 통해 현대 경제성장이론의 방향을 돌려놓았습니다. 

(사족 : 그는 이후에도 1990년 논문[각주:7]을 통해, 新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내놓습니다. 앞으로 이를 살펴볼 계획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솔로우 모형 속 핵심가정을 폐기해야 합니다.


로머는 논문에서 "체감하는 생산함수라는 일반적인 가정에서의 탈피"(departure from the usual assumption of diminishing returns) · "미래를 내다보고 이윤극대화를 노리는 경제주체에 의한 지식축적"(accumulation of knowledge by forward-looking, profit maximizing agents) 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면서, 과감히 솔로우 모형에서 탈피합니다.



그는 체감하는 생산함수 대신 체증하는 함수(increasing marginal productivity)를 도입합니다. 단순한 증가함수(increasing)는 자본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량도 증가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체증하는 함수는 자본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량 증가'폭'이 증가합니다(increasing marginal). 


윗 그림에서 볼 수 있다시피 단순한 우상향하는 선형함수가 아닌 아래로 볼록한(convex) 모양입니다. 이 경우 자본량이 늘어날수록 생산량은 한계가 없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without bound).


그렇다면 로머는 왜 이런 모양의 함수를 생각했을까요? 


그는 로버트 솔로우가 말한 '자본'이 단순한 '물적자본'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이 가진 '지식'(knowledge) 또한 자본의 또다른 형태이며, 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지식이란 생산요소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매개체 입니다. 단순한 '요소투입 증가'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내죠.


이때 지식이 지닌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폴 로머는 개별기업이 연구활동(research)을 통해 창출해 낸 '지식'은 비밀로 감출 수 없으며 특허로 완전히 보호될 수도 없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외부성(natural externality)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한 기업의 지식은 다른 곳으로도 전파되고(knowledge spillover), 개별기업은 (자신들이 만들어내지 않은) 전체 지식에 의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됩니다.


지식이 외부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곳으로 전파된다는 사실은 로머의 모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기업이 자신들이 창출해낸 지식에만 의존한다면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게 됩니다. 왜냐하면 연구활동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활동 초기에는 새로운 결과물을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연구가 진행될수록 이전과 다른 것을 내놓기 힘듭니다. 즉, 연구활동과 지식은 체감하는 관계 입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 창출된 지식을 기업이 이용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더 이상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데 한계에 봉착한 기업일지라도, 다른 기업이 창출해낸 지식을 이용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생산량은 한계가 없이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지식이 지닌 외부성'과 '지식전파' 덕분에 연구분야 투자에 대한 이익을 공통적으로 누리게 됩니다(benefit from collusive agreement).




※ 로버트 루카스, 인적자본은 어떻게 축적되나

- 교육(school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 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 로버트 루카스 1988년 논문 표지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또한 국가별 성장률 차이를 솔로우 모형이 올바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수렴현상은 없다고 분석했죠. 따라서, 그는 수렴현상 부재를 설명하기 위해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폴 로머와 마찬가지로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더욱 주목했던 건 '인적자본 축적 방식'(human capital accumulation) 입니다. 인적자본 축적은 체감하지 않으며, 인적자본 수준은 선형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이로인해 생산량도 꾸준히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는 솔로우 모형이 기술진보를 그저 '외생적'으로 바라보는 점에 대해서도 심한 불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론과 모형은 '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개개인의 결정과 그 결정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individual decision to acquire knowledge, and about the consequences of these decisions for productivity)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따라서, 로버트 루카스는 1988년 논문 <경제발전의 메커니즘>(On the mechanics of economic development)을 통해, 인적자본 축적 방식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교육(school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 루카스가 제시하는 첫번째 방식은 바로 '교육(schooling)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 입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개개인이 현재 시점에 시간을 할당하는 방식이 생산성과 미래 인적자본 축적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the way an individual allocates his time over various activities in the current period affect his productivity, or his human capital level, in future periods.) 


한 개인은 u 시간만큼을 현재의 생산에 쓰고, 나머지인 1-u 시간을 인적자본 축적에 씁니다. 이 1-u 시간이 미래의 인적자본 증가율과 연관이 있죠. 


이때 루카스는 현재 인적자본 수준이 어떠하든지, 개인이 인적자본 축적에 쓰는 시간만큼 선형적(linearity)으로 미래의 인적자본 수준이 증가한다고 주장합니다. 솔로우 모형과는 달리, 현재 많은 인적자본을 축적해 놓았다고 해서 추가적인 인적자본 수준 증가가 힘들지 않습니다.


이는 어찌보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인적자본 축적은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분명 10대때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과 나이가 들어 공부하는 것은 다릅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인적자본 수준을 끌어올리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루카스는 "인적자본 축적은 사회적 활동이다(human capital accumulation is a social activity)"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습니다. 


개인의 인적자본 축적은 그 사람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내부효과(internal effect)도 가지지만,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외부효과(external effect)도 갖습니다. 게다가 인적자본 축적을 처음 시도하는 아이는 맨땅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나이가 많은 가족구성원의 인적자본 수준에 비례한 양을 가진채로 시작하게 되죠. 

(initial level each new member begins with is proportional to (not equal to!) the level already attained by older members of the family.)


즉, 개인의 인적자본 축적은 사회 전체의 수준을 높이게 되며, 이는 후대에 전승됩니다. 따라서, 인적자본은 체감하지 않으며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 직무과정(on-the-job-training) 및 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를 통한 인적자본 축적


  • 왼쪽 : 1938년 삼성상회, 오른쪽 : 2017년 삼성전자 평택공장


: 인적자본을 축적하는 또 다른 방식은 직무과정(on-the-job-training)생산에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 입니다. 개인은 교육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일을 해나가면서 인적자본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두들 실제 직장생활 경험을 통해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회사에 들어가면 뭐가 뭔지 잘 모릅니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우긴 했는데 글자로만 이해했던 일을 현실에 적용시키려니 힘이 들죠. 그리고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많은 지식이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많이 해메던 신입사원도 이제 연차가 쌓일수록 일이 능숙해집니다. 수십년의 경력을 가진 분의 숙련도는 두말할 필요가 없죠.


개인 뿐 아니라 기업이나 산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처음 신규사업에 진출한 기업은 우왕좌왕 헤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사업이 익숙해지고, 거기서 얻은 생산경험을 통해 또 다른 사업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발전 시기 현대 · 삼성 등이 그 예시입니다. 이들 기업은 처음에는 쌀 · 음식료를 판매한 조그마한 소매상부터 시작하여 자동차 정비 · 건설업 · 가전제품 판매를 거쳐 조선 · 자동차 · 반도체 제조까지 산업수준을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이때, 직무과정 및 생산에 학습효과를 통한 인적자본 수준도 후대에 전승됩니다. 오래된 상품에 특화된 인적자본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때 물려지게(inherited) 됩니다. 


따라서, 경제전체의 인적자본 수준은 체감하지 않고 선형적으로 계속 증가하게 됩니다.    




※ 로머와 루카스 연구 정리

- 내생적 성장이론의 탄생


▶ 지식과 인적자본의 외부성

▶ 선형적 혹은 체증적으로 증가하는 생산함수

▶ 내생적으로 결정되는 기술진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로머와 루카스의 연구는 '솔로우 모형을 넘어선 성장이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 핵심 가정인 '체감하는 생산함수'와 '외생적인 기술진보'에서 벗어남으로써 성장이론의 새 틀을 만들었죠.


특히, 개인 및 기업의 행위로 지식 · 인적자본이 축적되고 기술수준이 진보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내생적 성장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 이라는 명칭을 얻게 됩니다.


(사족 : 폴 로머는 1990년 또 다른 논문을 통해 '내생적 성장이론'을 또 한번 발전시킵니다. 추후 다른글을 통해 이를 알아볼 겁니다.)




※ 로머와 루카스 연구가 전달해주는 함의


자, 이제 로머와 루카스의 연구에서 어떠한 함의(implication)를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내생적 성장이론의 등장

- '기술'을 둘러싼 여러 연구주제들


: 이들의 연구는 '내생적 성장이론'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충분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경제성장을 둘러싼 학자들의 연구주제는 더 넓어졌습니다. 


이전에는 외생적으로 주어졌던 기술이 무엇이며(technology), 국가간 기술이 어떻게 전파되며(diffusion), 서로 다른 기술수준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level of technology), 지식과 인적자본이 무엇인지, R&D와 기술발전의 관계 등등 기술진보와 관련한 조금 더 세세한 주제를 살피게 되었죠.



수렴현상은 없다


: 로머와 루카스는 수렴현상 가능성을 전면 부인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현실에서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수렴현상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의 모형에서 생산량은 자본량에 따라 선형적으로 증가하거나 체증하기 때문에, 한 국가는 계속 빠르게 성장하며 가난한 국가는 비교적 늦게 성장합니다.  



국가간 기술격차(technology gap)이 성장률 격차를 초래한다


: 국가별로 성장률 격차가 초래하는 이유를 두고 솔로우 모형과 로머-루카스 모형은 서로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솔로우 모형은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전이경로'(transitional dynamcis)에서 찾고 있습니다. 즉, 자본을 많이 축적하지 않은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합니다. 그 이유는 이제 막 자본축적을 시작한 국가일수록 생산량 체감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입니다. 이미 많은 양의 자본을 축적한 국가는 체감현상으로 인해 느리게 성장합니다.


반면, 로머-루카스 모형은 '기술격차'(technology)에 주목합니다. 많은 인적자본 및 지식을 보유한 국가가 기술을 내생적으로 진보시켜 빠른 성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인적자본 및 지식이 적은 가난한 국가는 계속 느리게 성장하게 됩니다.   


정부개입은 성장효과(growth effect)를 낳을 수 있다


: 로머와 루카스가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지식'과 '인적자본' 이었습니다. 경제발전 초기에 지식과 인적자본이 많이 축적된 국가일수록 계속해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이 이런 효과를 만들 수 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 입니다. 첫째, 생산량이 체감하지 않아 수렴현상이 없다. 둘째, 지식과 인적자본이 외부성을 초래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둘째 요인으로 인해 첫번째 현상이 나타나고, 그 결과 국가간 영구적인 성장률 격차가 나올 수 있습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의 외부성으로 인해 다른 곳으로 '지식전파'(knowledge spillover)가 발생하며 후세대로 전승(inherited) 되면서, 생산량 체증효과가 나타납니다. 이제 수렴은 없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솔로우 모형과는 달리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증대시킵니다. 

기존 솔로우 모형[각주:8]에서 '정부정책 무용론'이 제기됐던 이유는 정부의 저축률 증가 및 인구증가율 억제 정책이 성장효과(growth effect) 없이 수준효과(level)만 냈기 때문입니다. 체감하는 생산함수 하에서는 어떠한 정책을 쓰든간에 결국 성장률은 0%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로머와 루카스 모형에서는 다릅니다. 

지식과 인적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계속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개입으로 지식과 인적자본을 축적하는 건 '성장효과'(growth effect)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R&D 투자 세제지원, 교육 서비스 증가 등등의 정부정책이 유용합니다.

게다가 지식 및 인적자본이 초래하는 '외부성' 또한 정부개입의 필요성을 지지합니다. 다른 기업이 만들어낸 지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업들에게 '무임승차'(free-ride)의 유인을 만들어 냅니다. 굳이 내가 연구분야에 투자 하지 않더라도, 다른 기업이 투자한 공로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무임승차 하려는 기업이 많으면 많을수록 연구분야 투자량은 사회적 최적상태에 비해 적어집니다. 정부가 시장개입을 통해 외부성이 초래하는 비효율성을 제거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자본, 지식 및 인적자본
- 자본비중 알파(α)에 대하여
- 로머와 루카스는 자본비중이 100% 라고 보고 있음


  • 미국 내 자본비중 추이
  • 2008 금융위기 이후를 제외하면, 1950년부터 2008년까지 줄곧 30% 이내를 유지해오고 있다

: 로머와 루카스는 '물적자본'에 한정되어 있던 자본의 개념을 '지식' 및 '인적자본'에까지 확장 시켰습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수렴논쟁을 둘러싼 논문을 직접 읽으시는 분들은 '자본비중 알파(α)'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렴현상에 대한 이론적인 논쟁은 바로 "자본비중 알파(α) 값의 크기가 어느정도 되느냐?" 입니다.

자본비중(capital share) 이란 일반적으로 경제 전체 총 소득 중 자본가가 가지는 '자본소득'을 의미합니다. 이와 대립되는 말로 '노동소득'이 있죠. 

만약 총생산량(혹은 총소득) 중 자본가가 더 많은 비중을 가질 수 있다면 추가적인 투자량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축적된 자본량은 더 증가하게 되고, 생산량 증가 → 자본가 소득 증가 → 투자 더욱 증가 → 자본량 더욱 증가 → 생산량 더욱 증가의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자본비중 확대는 생산량의 체감정도도 완화시켜 줍니다. 자본비중이 높을수록 자본량 한 단위의 증가가 비교적 더 많은 생산량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솔로우 모형은 자본비중이 33%, 노동비중이 66%로 보고 있습니다. 대부분 국가의 자본소득 분배율(노동소득 분배율) 통계를 살펴보면 이 정도 값이 나오죠.

하지만 로머와 루카스는 자본의 개념을 물적자본 뿐 아니라 지식 및 인적자본에 까지 확장하여, 자본비중을 100%로 대폭 높였습니다. 지식 및 인적자본은 사람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소득으로 잡히지만, 이를 자본소득으로 분류하면 자본비중은 기존 값에 비해 커집니다.

그 결과, 자본비중이 100%인 로머와 루카스 모형 하에서는 체감현상이 사라지게 되었고 수렴현상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 정말로 수렴현상은 아예 없는 것일까?

이번글에서 소개한 로머와 루카스는 "수렴현상은 발생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수렴현상이 아예 없는 것일까요?

분명 윌리엄 보몰은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는 수렴현상이 존재한다고 확인했습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는 수렴현상을 발견할 수 없지만, 어쨌든 선진국끼리는 수렴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자본비중 100%와 체증현상을 가정하는 로머-루카스 모형에도 무언가 결점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에 대하여, 경제학자 로버트 배로(Robert Barro)와 하비에르 살라이마틴(Xavier Sala-I-Martin)은 "수렴현상 느리지만 존재한다." 라고 말하며, 로머-루카스 모형의 결점을 지적합니다.


  1.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7.02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2.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2017.06.29 http://joohyeon.com/252 [본문으로]
  3.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4.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5.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2017.06.30 http://joohyeon.com/253 [본문으로]
  6.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7. P.Romer. 1990. Endogenous Technological Change.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본문으로]
  8.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2017.06.28 http://joohyeon.com/25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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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론 요약] 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경제성장이론 요약] 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Posted at 2017. 6. 27. 21:12 | Posted in 경제학/경제성장, 생산성, 혁신


※ 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국가간 1인당 소득수준 격차(per capita income level)는 매우 커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1980년대 미국의 소득은 10,000 달러이지만, 인도는 240달러, 아이티는 270달러에 불과하다. (...)


1인당 실질성장률(rates of growth) 또한 국가별로 차이가 난다. 1960~1980년 사이 평균 경제성장률은, 인도 1.4%, 이집트 3.4%, 한국 7.0%, 일본 7.1%, 미국 2.3%, 선진국 3.6% 이었다. 인도의 소득수준이 2배가 되려면 50년이 걸리는 반면, 한국은 10년이면 충분하다. (...)


인도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만약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반대로 방법이 없다면, 낮은 성장률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인도의 특성(nature of india)은 무엇일까? 


(경제성장을 둘러싼) 이러한 물음들이 인간 후생에 미치는 결과는 매우 압도적이다. 누군가 이 문제(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The Consequences for human welfare involved in questions like these are simply staggering: Once one starts to think about them, it is hard to think about anything else.)  


- 경제학자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1988. 'On the Mechanics of Economic Development'


윗 발언은 현대 거시경제학을 정립한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가 1988년에 쓴 본인의 논문에서 한 것입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국가별로 다른 ① 소득수준(level) ② 경제성장률(growth rate) 였습니다.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다른 나라는 가난합니다. 또 어떤 나라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반해, 다른 나라는 성장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어떻게 하면 모든 나라가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로버트 루카스는 국가별로 다른 성장이 나타나게 된 이유와 경제발전을 일으키는 방법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말그대로 경제발전의 메커니즘(Mechanics of Economic Development)을 탐구했죠.


만약 그의 희망대로 경제발전의 메커니즘을 완벽히 이해하게 된다면 대부분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 저개발 국가의 빈곤(poverty)? 이것은 경제성장이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문제입니다. '높은 경제성장률 → 높은 소득수준'은 빈곤을 아예 없애줍니다. 


실업? 높은 경제성장률은 경기적요인으로 발생하는 실업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성장률이 2%~3%가 아니라 7%~10%라면, 오늘날 문제되는 청년실업 등은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통화·재정정책 논쟁? 현재 미 연준(Fed)이나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그리고 정부의 재정을 둘러싼 논의가 벌어지는 이유는 경제성장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단기간내 경기변동으로 인해 경제가 조금 출렁이더라도 "기준금리를 몇 %로 해야 경제가 좋아질까?",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정부 재정을 얼마나 써야할까?" 등을 지금처럼 깊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균등(inequality)? 이는 경제성장이 100%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합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불균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개인간 차이는 있더라도 모두의 소득수준이 꾸준히 증가하면 불만도 지금보다는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죠. 


다시말해, 경제성장은 그 자체로 대부분의 경제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소득수준을 둘러싼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하강하는 경기사이클로 인해 초래되는 경기변동 문제도 완화시켜 줍니다. 높은 경제성장률이 유지된다면 경기변동(economic fluctuation)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로버트 루카스가 "(경제성장을 둘러싼) 이러한 물음들이 인간 후생에 미치는 결과는 매우 압도적이다. 누군가 이 문제(경제성장)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기 어렵다." 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경제발전의 메커니즘은 여전히 탐구대상으로 남아있습니다. 경제성장을 둘러싼 여러 이론이 제시되었으나 "왜 어떤 나라는 그 방법이 먹히는데, 다른 나라는 먹히지 않는가?" 라는 근본적 물음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이를 꾸준히 지속하기 위해서 ① 자본축적 ② 기술진보 등 크게 2가지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서유럽 · 북미 등 북반구 국가들은 이 방법이 잘 적용되었는데, 아프리카 · 남미 등 남반구 국가들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그럼 혹시 민족성 · 지리적 조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동일한 민족 · 지리적조건을 가진 한국과 북한의 경제상황은 딴판입니다. 그럼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즉 정치체제나 제도(institution)가 영향을 미친 것일까요? 이렇게 물음을 계속 던지다보면 결국 그 국가가 가진 특성(nature)에 주목하는 연구가 나오게 됩니다.  


이처럼 경제학자들은 경제성장을 둘러싼 물음을 계속해서 던지면서 이론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경제성장론은 모든 물음에 완벽한 해답을 제공해주지는 못하더라도, 경제발전 메커니즘의 훌륭한 통찰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본 블로그의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통해, 경제학자들이 '경제성장을 둘러싼 물음을 어떻게 발전'시켜 왔으며, '어떠한 통찰을 제공해주는지'를 상세히 알아봅시다.  




※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

- 소득수준 및 생활수준의 격차(level gap)를 초래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 경제학자 찰스 존스(Charles Jones) 등이 집필한 학부 경제성장론 교과서
  • 한국과 북한의 생활수준 격차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경제성장이론이 다루고 있는 첫번째 주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주제는 역시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Why are we so rich and they so poor?) 입니다.


2016년 기준으로 미국의 1인당 GDP는 약 57,000 달러 입니다. OECD 국가는 41,000 달러이며, 한국은 35,000 달러입니다. 한국을 포함하여 북미 · 서유럽 · 일본 등은 높은 생활수준(level)을 향유하며 비교적 안락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서 남반구 혹은 중앙아시아 등을 보면 완전히 다른 모습일 나타납니다. 라이베리아 800달러, 아프가니스탄 1,800달러이며 북한은 1,700달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너무나 분명하게 나타나는 생활수준 격차(level gap)를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어떠한 요인이 국가간 차이를 초래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 솔로우 성장모형 (Solow Growth Model)

- '자본축적'을 많이한 국가일수록 부유한 생활수준을 누린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가장 먼저 살펴볼 이론은 로버트 솔로우가 1956년에 내놓은 '솔로우 성장모형' 입니다. 


그는 이 모형을 통해 "국가간 자본축적(capital accumulation) 정도가 생활수준 격차를 초래한다" 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자본'이란 기계 · 공장설비 등의 '물적자본'(physical capital)을 의미합니다. 


어떤 국가가 잘 사는 이유는 높은 저축율 · 낮은 인구증가율 등에 힘입어 1인당 물적자본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국가가 못 사는 이유는 낮은 저축율 · 높은 인구증가율 때문에 1인당 물적자본을 적게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잘 살지 못하는 국가라도 자본축적을 늘려나가면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한국 · 싱가포르 · 대만 · 홍콩 등 동아시아 4마리 호랑이 입니다. 이들 국가는 1970~1980년대 높은 투자비중을 기록하며 경제성장에 성공하였습니다.


이처럼 솔로우 모형은 '저축율과 인구증가율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간단하게 설명하였고, 동아시아 성공 사례도 설명해냄으로써 경제성장이론의 대표격으로 자리잡았습니다.



▶ P.로머와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 (Endogenous Growth Model)

- '지식' 및 '인적자본'이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부유한 생활수준을 누린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솔로우 모형 이외의 새로운 모형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P.로머와 로버트 루카스가 내놓은 '내생적성장 모형' 입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식(knowledge)와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강조하며 "'지식' 및 '인적자본'이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부유한 생활수준을 누린다"고 주장합니다. 물적자본에 한정되어 있던 자본의 개념은 이제 인적자본으로 확장되었습니다(broad concept of capital). 


여기서 지식과 인적자본 축적을 이끄는 힘은 '외부성'(externality) 입니다. 한 기업이 연구과정에서 창출한 지식은 다른 곳으로 전파될 수 있습니다(knowledge spillover). 또한, 개인이 쌓은 인적자본은 교육 등을 통해 후세대로 전수될 수 있으며, 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얻은 노하우는 다른 제품 개발에도 적용됩니다(learning by doing). 


따라서, 경제성장 초기 단계에서 인적자본 수준이 높았던 국가는 계속해서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모형은 개인 및 기업의 행위로 지식 · 인적자본이 축적되고 그 결과 기술수준이 진보한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내생적성장 모형'(endogenous growth model) 이라는 명칭을 얻게 됩니다.



▶ 맨큐 · D.로머 · 웨일의 확장된 솔로우 모형

-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을 유지하면서 '인적자본' 개념을 추가

- 물적자본을 많이 축적한 국가일수록 교육환경이 좋아져 인적자본 축적도 이루어진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⑥] 수렴논쟁 Ⅲ - 맨큐 · D.로머 · 웨일, (인적자본이 추가된) 솔로우 모형은 틀리지 않았다


내생적 성장모형 등장으로 이제 솔로우 모형은 그 역할을 다한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1992넌 맨큐 · D.로머 · 웨일은 솔로우 모형의 기본가정을 유지한 채 '인적자본' 개념을 추가한 확장된 솔로우 모형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물적자본과 인적자본을 따로 놀지 않습니다. 물적자본 축적으로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한 국가일수록, 교육환경도 좋아져서 중등·고등 교육을 이수한 사람도 증가합니다. 


따라서, 솔로우가 주장했던 '(물적)자본축적'은 여전히 경제성장의 핵심요인 입니다.



▶ P.로머의 '다양성 기반' 신성장이론 (variety-based new growth theory)

-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R&D 투자가 다양한 투입요소를 창출하며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솔로우 모형 → 내생적성장 모형 → 확장된 솔로우 모형'으로 발전되어온 경제성장이론은 점점 현실 설명력을 높여왔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들 모형이 경제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핵심쟁점은 '기업의 역할'(firm) 입니다. 


1980년대 등장한 내생적성장 모형은 '외부성' 덕분에 인적자본이 축적되며 사회 전체의 기술수준이 올라간다고 봤습니다. 여기서 기술진보는 그저 외부성이 의도치않게 만들어낸 부산물(side effect)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기술진보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의도적인 R&D 투자'(intentional)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이들 기업은 R&D 투자를 통해 다양한 기술(variety)을 개발하고, 특허등록을 통해 지적재산권 보호를 받습니다. 그리고 특허권을 독점적으로 누리며 이윤을 극대화 합니다.


폴 로머는 1986년에 내놓았던 내생적성장 모형을 발전시켜 1990년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내놓으면서 성장이론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습니다.


그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R&D 투자가 다양한 투입요소를 창출하며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라고 말합니다. 


이 모형에서 연구부문의 R&D 투자는 '서로 다른 생산방식의 숫자'(number of design)을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다양한 생산방식은 다양한 내구재(variable durable)를 만들어내고, 이는 최종재가 사용하는 자본의 종류가 많아지는 것과 같습니다(capital = distinct types of producer durable). 그 결과, 소비자가 사용하는 최종재의 종류도 많아집니다.


따라서, 기업의 R&D 투자규모와 연구부문에 종사하는 연구원 수(=연구 인적자본)가 많은 국가는 높은 생활수준을 달성하게 되며, 반대로 R&D 투자와 연구원 수가 적은 국가는 낮은 생활수준을 기록하게 됩니다.



▶ 아기온 · 호위트의 '품질향상 기반' 신성장이론 (quality-based new growth theory)

-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기업의 혁신 노력이 더 나은 품질을 만들어내며 경제성장을 이끈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 [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P.로머 방식의 신성장이론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의 아쉬움도 함께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역동적인 모습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혁신에 성공하여 라이벌 기업을 누르거나 반대로 경쟁에서 뒤쳐져 시장지배력을 모두 잃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업간 경쟁'(competition)은 경제성장을 위한 필수요인입니다.


1992년 아기온과 호위트는 로머의 모형을 발전시켜 '기업간 경쟁을 통해 품질이 향상되는 모습'을 설명하는 성장이론(quality-based growth model)을 발표했습니다.


이 모형에서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는 기업의 R&D 투자와 혁신을 촉진시켜 경제성장을 달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사족 :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를 성장이론 내에서 구현했기 때문에 '슘페터식 성장 모형'(Schumpeterian Growth Model)로도 불립니다.)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 생활수준 격차 원인으로 물적자본을 강조하느냐, 아이디어를 강조하느냐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이러한 성장이론을 종합해보면, 국가간 생활수준 및 성장률 격차를 초래하는 요인을 2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솔로우 모형이 강조하는 '물적격차'(object gap) 입니다. 


공장 · 기계설비 등 물적자본이 풍부한 국가는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반해, 부족한 국가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는 수해복구사업시 포크레인 등 건설장비를 이용하는 한국과 여전히 소와 쟁기를 이용하는 북한을 대비해보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둘째는 (내생적성장 모형과) 신성장이론[각주:1]이 강조하는 '아이디어 격차'(idea gap) 입니다. 


물적자본이 부족한 국가에 기계설비 등을 가져다주면 저절로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물적자본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입니다.


이렇게 솔로우 모형과 신성장이론은 서로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경제성장을 위해 서로 다른 처방이 내려집니다.


솔로우 모형 주창자들은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통한 자본축적'을 강조합니다. [경제원론]에서 살펴보았듯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는 말은 경제내 한정된 자원을 소비재 생산이 아닌 자본재 생산에 투입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소비를 줄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런 일입니다. 지금 당장의 효용을 포기하고 미래에 있을 희망을 기대하는 것인데, 현재의 소비감축이 미래의 소비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따라서, 신성장이론을 수립한 폴 로머(Paul Romer)는 '선진국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나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이 경제성장의 방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선진국의 아이디어를 채용하거나 스스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어 격차를 줄이는 것은 보다 손쉬운 해결책이기 때문이죠.




※ 왜 어떤 나라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반해, 어떤 나라는 느리게 성장할까?

- 국가간 성장률 격차(rate gap)를 초래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국가간 생활수준 차이에 이어서 '성장률 격차'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왜 어떤 나라는 빠르게 성장하는데 반해, 어떤 나라는 느리게 성장할까요?


이를 보면 '1인당 GDP가 낮은 국가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미국은 보통 연간 2%~3% 성장률을 기록하는데 반해 중국은 연간 7%~10%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② 

한 국가를 대상으로 바라보면, 생활수준이 낮았을 때 더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습니다. 과거 경제개발을 막 시작하는 단계였을때 한국은 연간 10%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이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러나 "잘 사는 나라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거 아닌가? 가난한 국가는 느리게 성장하고?"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연간 2%~3% 성장하는데 반해 북한 같은 절대빈곤 상태의 국가는 성장 자체가 희귀합니다. 또한 북미 · 서유럽 등 선진국들은 (경제성장에 실패한) 보통의 국가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두고, 경제성장이론은 저마다의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 솔로우 성장모형 (Solow Growth Model)

- 1인당 자본량이 적은 국가일수록 더 빠르게 성장

- 궁극적으로 모든 국가의 성장률은 0% 혹은 외생적인 기술진보율로 수렴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①] 솔로우 모형 - 자본축적을 통한 경제성장 · [경제성장이론 ②] '자본축적'이 만들어낸 동아시아 성장기적 · [경제성장이론 ③] 솔로우 모형이 예측한 수렴현상 - 전세계 GDP와 성장률이 같아질까?


솔로우 성장모형은 ①, ②의 성장률 패턴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모형은 '체감하는 생산함수'(diminishing)를 가정하기 때문에, 1인당 자본량이 많아질수록 생산량 증가폭은 점점 줄어듭니다. 따라서, 1인당 자본량이 많아질수록 성장률은 하락하며, 1인당 자본량이 적은 국가일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즉, 솔로우 모형은 국가간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자본축적 정도'에서 찾고 있습니다. 자본축적량이 정상상태(steady state)에 가까운 국가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자본축적량이 정상상태에 미달하여 전이경로(transitional path)에 있는 국가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중국이 미국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미국보다 생활수준이 낮기' 때문이며, 마찬가지로 과거 한국이 오늘날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1인당 자본량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가의 1인당 자본량이 동일해져 생활수준이 같아지고(=level의 수렴), 성장률도 0% 혹은 외생적인 기술진보율로 같아지는(=rate의 수렴)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수렴현상'(convergence)이라 합니다.



▶ P.로머와 루카스의 내생적성장 모형 (Endogenous Growth Model)

- '지식' 및 '인적자본'을 많이 가지고 있는 주도국이 높은 성장률을 계속 유지해나간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④] 수렴논쟁 Ⅰ- P.로머와 루카스, '지식'과 '인적자본' 강조 - 수렴현상은 없다


P.로머와 루카스는 ③의 성장률 패턴에 주목합니다.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는 솔로우가 예측했던 것처럼 1인당 자본량이 적은 국가가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범위를 전세계로 확장하면, 가난한 국가는 성장 자체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개발국의 성장률은 OECD 소속 국가들보다 낮습니다.


또한, 시대별 주도국'(leader)의 성장률이 시대가 지날수록 높아져만 갔습니다. 1700년대 네덜란드 -0.07% · 1800년대 초 영국 0.5% · 1800년대 후반 영국 1.4% · 1900년대 미국 2.3% 입니다. 또한, 1900년대 미국의 성장률을 연도별로 쪼개보면, 최근 년도에 가까울수록 성장률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P.로머와 루카스는 국가간 성장률 격차의 원인을 지식과 인적자본 등 기술수준 격차(technology gap)에서 찾고 있습니다. 초기 지식 및 인적자본 수준이 높았던 국가는 영원히 높은 성장률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솔로우가 예측했던 수렴현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언뜻 보면 ①, ②의 현상과 ③의 모습은 서로 상충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세 가지 모습은 동일한 요인때문에 발생한 현상일 수 있습니다. 


'1인당 자본량이 적다'는 절대적인 양이 적다는 의미도 있지만 상대적인 양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 기준은 '각자의 정상상태'(own steady state) 입니다. 


초기 솔로우 모형은 저축률 · 인구증가율 등이 외생적으로 주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국가가 '동일한 정상상태'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국가별로 저축률 · 인구증가율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정상상태도 다릅니다. 어떤 국가의 정상상태는 1인당 GDP 3만 달러일 수 있지만, 어떤 국가는 2천 달러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각자의 정상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국가일수록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까운 국가일수록 낮은 성장률을 기록합니다. 즉, 자본축적량이 정상상태에서 떨어진 정도(initial deviation)가 성장률 패턴을 결정 짓습니다. 이를 '조건부 베타 수렴'(conditional betaβ convergence)이라 합니다.


미국에 비해 중국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자신만의 정상상태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성장 자체가 없는 저개발국에 비해 주요 선진국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 역시 자신만의 정상상태에서 더 밀러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개발국은 1인당 자본량이 적다고 하더라도, 그 수준이 이미 정상상태에 가까운 것일 수 있습니다.



▶ P.로머의 '다양성 기반' 신성장이론 (variety-based new growth theory)

- 연구부문에 더 많은 인적자본을 배치할수록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솔로우 성장 모형과 조건부 수렴 등은 모두 '자본축적'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P.로머와 루카스는 '지식'과 '인적자본'에 주목했죠. 그리고 P.로머는 1990년 또 다른 논문을 통해 '아이디어'(idea)와 '연구'(research)로 관심을 돌립니다.


사람들은 '기술'(technology)이라 하면, '공장에 있는 기계를 다루는 능력'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성장이론에서 기술이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기술진보란 '여러 원자재를 조합하는 방식을 개선시키는 것'(improvement in the instructions for mixing together raw materials)을 뜻합니다.


이때 경제성장 동력인 기술진보를 이끄는 요인이 바로 '아이디어' 입니다. 


연구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발견(discovery)을 통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곤 합니다. 그리고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디어는 보다 효율적인 생산을 가능케하는 다양한 방식(design)을 제시하면서 경제 전체의 생산능력을 키웁니다.  


따라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사람, 즉 연구부문에 종사하는 인적자본이 많을수록 높은 성장률이 나타나게 됩니다. 


주요 선진국이 저개발국에 비해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바로 연구부문의 차이에 있습니다. 선진국 내 주요 기업들은 R&D 투자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내지만, 저개발국은 그저 모방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 아기온 · 호위트의 '품질향상 기반' 신성장이론 (quality-based new growth theory)

- 기업간 경쟁 증대는 R&D 투자 증가 압력으로 작용한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⑦]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 탄생 배경 · [경제성장이론 ⑨] 신성장이론 Ⅱ - 아기온 · 호위트, 기업간 경쟁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을 불러온다(quality-based model)


경제성장률 차이를 불러오는 이유가 R&D 투자에 있다면, R&D 투자를 증가시키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아기온과 호위트는 '기업간 경쟁'(competition)에 주목합니다. 


현실의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고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혁신에 성공하여 라이벌 기업을 누르거나 반대로 경쟁에서 뒤쳐져 시장지배력을 모두 잃기도 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R&D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이때, '경쟁과 혁신의 관계'는 산업구조에 따라 다른 양상이 나타납니다. 


시장내 경쟁수준이 낮은 상황에서는 동등한(leveled) 수준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증가할수록 (담합이 어려워져) 혁신이 증가하게 됩니다.


반대로, 시장내 경쟁수준이 높은 상황에서는 동등하지 않은(unleveled) 수준의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증가할수록 (혁신의 기대이익이 적어져) 혁신이 감소하게 됩니다. 


그 결과, 경쟁과 혁신은 '역U자형'(inverse-U relationship)으로, 초기에 경쟁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면 경쟁이 벌어질수록 혁신은 증가합니다. 하지만 이미 경쟁 수준이 높은 상황이라면 경쟁 증가는 혁신 발생을 감소시킵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간 성장률 격차를 바라볼 때, 국가별 산업구조 등 미시적인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는 교훈을 전해줍니다.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 아이디어 격차는 더 빠르게 좁힐 수 있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⑩] 솔로우모형 vs 신성장이론 - 물적 격차(object gap)와 아이디어 격차(idea gap)의 대립


아이디어가 가진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비경합성'(non-rival) 입니다. 

(관련글 : [경제성장이론 ⑧] 신성장이론 Ⅰ - P.로머, 아이디어가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투입요소가 끝없는 성장을 이끈다 (variety-based model) )


기초 과학 및 공학법칙 · 경제 및 경영 지식 · 새로운 생산방법 등 아이디어는 모두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세월을 뛰어넘어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선진국이 가진 아이디어는 후발산업국가 혹은 개발도상국도 함께 공유할 수 있습니다. 후발국이 사용한다고 해서 선진국의 아이디어가 훼손되거나 사용이 제한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국가간 생활수준 격차를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함의를 전달해 줍니다.


이때 국가간 아이디어 확산에 역할을 하는 건 바로 '다국적기업'(multinational firm) 입니다. 후발국이 다국적기업에 적정한 보상을 주는 환경을 조성하면, 다국적기업은 직접투자 · 합작기업 설립 · 마케팅 및 라이센스 협약 등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 [경제성장이론] 시리즈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추후 추가

  1. 1990년 폴 로머가 발표한 신성장이론 역시 내생적성장 모형의 한 부류입니다면, 1986년 논문과 구분하기 위해 용어를 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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