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현상 ①-1]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1980년대 유럽, 실업률이 영구히 높아지다[이력현상 ①-1]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1980년대 유럽, 실업률이 영구히 높아지다

Posted at 2015.01.27 22:04 | Posted in 경제학/국제무역, 경제지리학, 고용


※ 1980년대 이후 큰 폭으로 상승한 유럽의 실업률


앞선글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을 통해,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혹은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 개념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자연실업률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2가지이다.


①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노력을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실업률 수준은 자연실업률로 복귀한다.

단기균형은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자연실업률은 총공급부문(노동시장)에 의해 결정된다.



  • 출처 : 조장옥 『거시경제학』 1판.
  • X축 u는 '실업률', Y축 π는 '인플레이션율'을 나타낸다.
  •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 변함에 따라 필립스곡선(PC)이 이동한다.
  • 그 결과, 장기 필립스곡선은 '수직'이 된다.


자연실업률 개념을 간단하게 다시 이야기해보자. 단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수용하여 실업률을 낮추려는 노력(A→B)은 장기적으로 실업률이 초기수준으로 복귀(A→B→C)하면서 물거품이 되고 만다. 장기적으로 실업률은 초기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남는건 높은 인플레이션 뿐이다(A→C→E). 이때, 장기균형에서의 실업률(A·C·E점에서의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혹은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이라 부른다.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추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실업률이 자연실업률로 복귀하기 때문에,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라고 말한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 오일쇼크로 인해 높아진 유럽의 실업률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난 뒤에도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아래 그래픽을 살펴보자.


  • 유럽연합(EU) 소속 15개국의 실업률 추이
  •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발생하여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이 높아졌다.
  • 중요한건, 오일쇼크가 끝난 1980년대 이래로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이 항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이 증가했다. 중요한건 원유가격이 안정화된 1980년대에도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이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쇼크 이전 2%대서 변동하던 실업률은 경제위기 이후 10%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자연실업률' 개념에 어긋나는 현상이다. 단기적인 경기변동을 일으키는 유가 상승이 장기균형인 자연실업률 자체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경기변동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친 이 현상을 보고, 여러 경제학자들이 이론적연구를 내놓았다.


경제학자 Olivier BlanchardLarry Summers는 1986년 <Hysteresis and the European Unemployment Problem>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력현상'(hysteresis)[각주:1]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력현상은 '경기침체 등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실업이 경기가 회복되어도 다시 줄어들지 않고 높은 수준으로 고착되는 현상'을 뜻한다. 


본래 자연실업률이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Olivier Blanchard와 Larry Summers는 이력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총공급부문인 노동시장에서 찾았다. 이들은 '내부자-외부자 모형'(insider-outsider model)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유럽 국가들의 노동시장 경직성이 영구적으로 높아진 자연실업률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이들 외에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력현상의 발생원인'에 대해 연구를 내놓았는데, 대부분 노동시장 · 인적자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하고, 이번글에서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력현상'에 접근한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른 학자들과는 달리 경제학자 Laurence Ball은 이력현상의 원인을 '총수요부문'에서 찾고 있다. 


앞선글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에서 "자연실업률은 총공급부문에 의해서 결정된다.",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되는 것과 총수요부문에서 결정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총공급과 총수요를 구분해서 사고해야한다." 라고 말을 했었는데, 자연실업률 변동원인을 총수요부문에서 찾는 Laurence Ball의 연구는 이에 어긋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글에서 소개할 Laurence Ball의 연구는 2가지 측면에서 주목할만하다.


① 경기침체 등으로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실업이 경기가 회복되어도 다시 줄어들지 않고 

높은 수준으로 고착되는 이력현상에 주목.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총수요부문의 영향으로 인해 자연실업률이 변동한다.


게다가 Laurence Ball의 이러한 연구결과는 정책결정권자들에게도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실업률이 영구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력현상'(hysteresis)을 다룬 대부분의 연구들은 '총공급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동시장 경직성 · 경제위기 이후 인적자본 손실 등의 요인이 자연실업률을 영구적으로 상승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Laurence Ball은 1999년 논문 <Aggregate Demand and Long-Run Unemployment>를 통해 "이력현상의 원인이 '총수요부문'에 있다"고 주장한다. 경제위기로 인해 실업률이 높아졌을 때 소극적인 통화정책(passive monetary policy)으로 대응한다면, 실업률이 영구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되고 자연실업률(NAIRU)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실업률(NAIRU)은 총수요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은 틀렸다. 통화정책이 결정하는 총수요부문은 실업률의 단기변동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에도 강한 영향을 미친다.[각주:2]" 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총수요변동은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수준에서 멀어지게 하고, 그 결과 자연실업률이 변한다.[각주:3]" 라고 덧붙인다. 예를 들어,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총수요가 위축되면 실업률이 상승하고, 이것이 지속됐을때 결국 자연실업률 자체가 변하게된다.    


Laurence Ball은 '오일쇼크 이후 1980년대 초반 미국과 유럽의 정책대응이 달랐다'는 점에 주목한다. 당시 미국은 경기침체에 맞서 기준금리를 대폭 내리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금리를 크게 내리지 않았다.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으나, 유럽 국가들은 높은 실업률이 계속해서 유지되었다. 


따라서, Laurence Ball은 "1980년대 초반 경제위기에 맞선 정책결정권자의 대응 차이가 미국과 유럽의 실업률 격차를 설명해준다. 실업률이 일시적으로만 상승한 국가는 경기역행적인 정책-위기일때 확장정책-을 시행(policy shifted toward expansion)하였고, 실업률이 영구적으로 상승한 국가는 경기침체기에도 여전히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policy remained tight)했다."[각주:4] 라고 말하며, 미국과는 달리 경기침체기에 긴축적 통화정책을 시행한 유럽에서 이력현상이 생기게 되었다라고 주장한다.    


1980년대 초반 경제위기에 맞서, 미국 · 캐나다 등 북미와 유럽 주요국가들의 정책대응이 실제로 어떻게 달랐는지를 알아보자.




※ 1980년대 초반 경기침체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미국과 소극적으로 대응한 유럽


경기변동으로 인해 높아진 실업률은 자연실업률(NAIRU) 자체를 높여 '이력현상'(hysteresis)을 초래할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만 상승한 후 다시 하락할 수도 있다. Laurence Ball은 "이력현상 발생 여부는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통화정책'(the response of monetary policy to the recession)에 달려있다[각주:5]." 라고 말한다. 밑의 도표2개는 1980년대 초반 미국 · 캐나다 등 북미와 유럽 주요국가들의 정책대응 차이를 보여준다.  



  • 1980년대 초반 경기침체기, 미국과 캐나다의 명목 · 실질금리 변화추이.
  • 1980년 첫번째 경기침체가 발생했을때, 미국의 실질금리는 -4.40% 포인트나 감소하였다.
  • 1981년-1982년 두번째 경기침체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의 실질금리는 -2.36% 포인트나 감소하였다.
  • 두번째 경기침체기에 캐나다의 실질금리는 무려 -5.38%나 감소했다. 


  • 반면, 유럽국가들의 실질금리는 아주 조금 감소하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979년에서 1984년 사이, 미국 · 캐나다와 유럽은 크게 2번의 경기침체를 경험했다. 그런데 이들 사이의 정책대응은 달랐다. 미국과 캐나다는 명목금리를 대폭 인하하였으나, 유럽국가들은 명목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승시켰다. 그 결과, 미국 · 캐나다의 실질금리는 크게 감소했으나 유럽국가들의 실질금리는 증가했다.


첫번째 도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미국의 실질금리는 최대 -4.40% 포인트나 감소하였고 캐나다의 실질금리는 무려 -5.38% 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실질금리의 평균 감소크기는 -3.4% 포인트이다. 반면 유럽국가들의 실질금리는 아주 조금 감소하거나 오히려 상승하였다. 유럽 국가들의 실질금리는 평균적으로 0.2% 포인트 증가하였다.  


경기침체에 서로 다르게 대응한 결과, 미국 ·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의 생산량(output)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확장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미국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 경기회복(recovery)을 경험했다. 회복기 동안의 미국경제 성장률은 일반적인 수준보다 높았기 때문에, 이러한 높은 성장률은 생산량을 위기 이전의 추세선으로 돌려놓았다(extra growth returns output to its previous trend after the recession pushes it below trend). 그러나 통화완화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유럽경제는 위기 이후에도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고, 럽경제의 생산량은 위기 이전의 추세선으로 재빨리 복귀하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의 위기 이후 경제성장률 차이는 아래 도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경기회복기 동안의 미국 · 캐나다의 경제성장률 변화추이.
  • 여기서 'Peak'는 '경제상황의 정점'을 의미하는데, 정점을 찍고 난 뒤 침체에 돌입한다.
  • 따라서, 'First 20 quarters after peak'는 '경제가 침체에 들어선 뒤의 20분기(5년)'를 뜻한다.
  • 경기침체 후 5년동안 미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94%, 캐나다는 2.59% 였다.


  • 경기회복기 동안의 유럽국가들의 경제성장률 변화추이.
  • 경기침체 후 5년동안 유럽국가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대 이다.

     

경기침체 후 5년동안 미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94%, 캐나다는 2.59% 였다. 반면 경기침체 후 5년동안 유럽국가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0%대를 기록했다. 유럽국가들의 낮은 경제성장률은 '위기 이전 추세선에 비해 생산량이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This slow growth implies that, five years after the first peak, output is far below the level implied by its previous trend.)




※ 재빠른 통화완화정책 

 - 실업률의 영구적 상승을 막다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간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오쿤의 법칙'(Okun's Law)[각주:6]을 기억한다면, 낮은 경제성장률은 높은 실업률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기침체를 적극적인 통화정책으로 맞선 미국 · 캐나다는 경기회복기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고, 미온적으로 대응한 유럽 국가들은 경기회복기에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따라, 미국 · 캐나다와 유럽국가들 간의 실업률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 1979년-1988년 사이 미국 ·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 변화 추이.
  • 미국 · 캐나다의 실업률은 경기침체로 인해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결국 원래의 수준으로 복귀하였다.
  • 이와는 달리, 경기침체기에 상승한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위의 그래프는 1979년-1988년 사이 미국 ·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 변화 추이를 보여준다. 미국 · 캐나다의 실업률은 경기침체로 인해 일시적으로 상승했지만, 결국 원래의 수준으로 복귀하였다. 이와는 달리, 경기침체기에 상승한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이렇게 높아진 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은 영구적으로 고착화되어 '자연실업률'(NAIRU) 자체가 변하게 되었다. 



  • 1979년-1988년, 각 국가들의 자연실업률(NAIRU) 변화 추이.
  • 경기침체에 맞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한 미국 · 캐나다의 자연실업률은 큰 변화가 없다.
  • 그러나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유럽 국가들의 자연실업률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위의 그래프는 1979년-1988년 사이 각 국가들의 자연실업률(NAIRU) 변화 추이를 보여준다. 경기침체에 맞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한 미국 · 캐나다의 자연실업률은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유럽 국가들의 자연실업률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Laurence Ball은 '경기침체에 대응하는 통화정책의 차이'(a parallel difference in monetary policy)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는 "만약 경기침체의 시작을 인지한 정책결정권자가 재빠른 통화완화정책을 실시한다면, 실업률의 일시적 상승이 영구적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a quick easing prevents the temporary rise in unemployment from becoming permanent.) 라고 말한다.  



  • X축은 실질금리의 누적감소 크기, Y축은 이력현상 정도를 나타낸다.
  • '실질금리의 누적감소 크기'와 '이력현상 정도'는 음(-)의 관계를 나타내는데, 이는 '실질금리가 크게 감소한 국가일수록 이력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자연실업률의 상승폭이 적다.)"를 의미한다.


Laurence Ball은 표본 국가수를 늘려서 '(총수요 변동을 일으키는) 확장적 통화정책'과 '이력현상 발생' 간의 관계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 실질금리가 크게 감소한 국가일수록, 즉 통화완화 정도가 큰 국가일수록 이력현상의 정도가 약했다. 반면, 실질금리 감소폭이 적은 국가일수록 이력현상의 정도가 강해서 실업률이 영구적으로 높게 고착화 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Laurence Ball은 '경기침체에 맞선 중앙은행의 대응'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그는 "중앙은행이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경제위기 맞서지 않는다면, 경기침체는 더 깊어질 뿐 아니라 실업률 또한 영구적으로 상승한다." 라고 말하며, '경기침체기 확장적 통화정책의 유용성'을 주장한다.  

(In setting policy, central banks should take account of the long-run effects on unemployment. In particular, my results imply a strong case for combating recessions with expansionary policy. Failing to do so can produce not only a deeper recession, but also a permanent rise in unemployment.)




(사족) ※ '이력현상'(hysteresis)


이번글에서 '총수요부문의 영향으로 자연실업률이 변동한다" 라고 주장하는 Laurence Ball의 연구를 살펴봤다. 하지만 경제학계에서 '이력현상의 원인'에 대한 합의된 의견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구는 '총공급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오늘 소개한 이 연구는 정통적인 논의에서 벗어난 것일 수 있다. 


따라서, 다음글에서는 Olivier Blanchard Larry Summers의 1986년 논문 <Hysteresis and the European Unemployment Problem> 등 '노동시장 경직성 · 인적자본 손실'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소개할 계획이다. 



  

(사족 2) ※ 1997년 한국과 2008년 미국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을까?


'이력현상'(hysteresis)에 대한 연구는 1997년 한국2008년 미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국경제를 이야기할 때 '1997년 이전과 이후'를 말할 정도로,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다음글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가 한국경제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글 '[이력현상 ①-2] 대침체(the Great Recession)가 세계 각국경제에 끼친 장기적손상(long-term damage)'에서는 2008 금융위기가 현재 미국경제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1. 물리학용어인 이력현상은 '어떤 물리량이 현재의 물리 조건만으로는 결정되지 않고, 그 이전에 그 물질이 경과해 온 상태의 변화 과정에 의존하는 현상'을 뜻한다. [본문으로]
  2. the conventional wisdom holds that the NAIRU is unaffected by aggregate demand, and thus that demand does not influence long-run unemployment trends. This paper argues that this conventional view is wrong. Monetary policy and other determinants of aggregate demand have strong effects on long-run as well as short-run movements in unemployment. (189) [본문으로]
  3. as demand pushes unemployment away from the current NAIRU, this causes the NAIRU itself to change over time. (190) [본문으로]
  4. In some countries, such as the United States, the rise in unemployment was transitory; in others, including many European countries, the NAIRU rose and unemployment has remained high ever since. I argue that the reactions of policymakers to the early-1980s recessions largely explain these differences. In countries where unemployment rose only temporarily, it did so because of strongly countercyclical policy: after tight policy produced a recession to disinflate the economy, policy shifted toward expansion, reducing unemployment. In countries where unemployment rose permanently, it did so because policy remained tight in the face of the 1980s recessions. (190) [본문으로]
  5. a cyclical rise in unemployment sometimes leads to a higher NAIRU and sometimes does not. Most important, whether hysteresis arises depends largely on the response of monetary policy to the recession. (191-192) [본문으로]
  6.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간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법칙. 일반적으로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에 비해 1% 포인트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은 3% 포인트 감소하는 관계를 보여준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감소한다면, 실업률은 0.3% 포인트 증가한다. [본문으로]
  1. 궁금한게 한가지 있습니다. 미국이 80년대 초에 금리를 대폭 내렸다고 했는데 그때는 폴 볼커가 인플레 잡겠다고 금리를 마구 인상하던 시기 아니었나요?
    • 2015.01.28 22:21 신고 [Edit/Del]
      좋은 지적입니다. 논문에는 그 내용이 나옵니다. 쓸까말까 하다가 내용이해를 복잡하게 하는 것 같아서 생략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오일쇼크로 인한 침체' 이야기만 했지만, 80년대 미국 볼커와 영국 대처가 주도한 '디스인플레이션 정책' 또한 침체를 초래했습니다.

      그런데 볼커 아래 미국 Fed가 항상 기준금리(Federal Fund Rate)를 높게 유지했던건 아닙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한 고금리정책이 1980년대 두 번의 경기침체를 불러왔을때, 볼커는 금리를 내림으로써 경기침체에 대응하였죠.

      그 자료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research.stlouisfed.org/fred2/graph/fredgraph.png?g=YCQ)
      (http://www.newyorkfed.org/markets/statistics/dlyrates/fedrate.html)

      Laurence Ball 또한
      "1980년대 Fed는 인플레이션과 싸웠다는 점을 안다면 (1980년대 초반 당시, 경기침체에 대응하여 Fed가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그 사실은 매우 놀라울 것이다."
      라고 말하며, '할랄'님이 지적해주신 사항을 한번 짚고 넘어갔습니다.
      (These facts are perhaps surprising in light of the conventional view that policymakers in the early 1980s were focused on fighting inflation.)
  2. 아마게돈
    그런데 왜 영구적으로 실업률이 고착화 되었을까요? 이 점이 이해가 안되네요.
    이 내용의 요지는 결국 확장 통화 정책을 안 펼친 국가들은 실업률이 높아져다고 한건데 통계적으로는 설명을 하는데 논리적인 설명이 아에 안써져 있네요. 즉 '확장 통화 정책 안함'과 '높은 자연 실업률의 고착화' 간의 인과관계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 2015.01.29 11:30 신고 [Edit/Del]
      음.. 그건 제가 '이력현상'에 관한 연구를 소개하면서, 정통적인 논의 대신에 Laurence Ball의 연구를 먼저 다루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 같네요.

      Blanchad, Summers가 '이력현상'(hysteresis) 용어를 앞서 사용한 이후,
      많은 연구들은 '내부자-외부자 모델에 따르면 외부자들의 실직상태는 길어진다.', '경기침체는 장기실업을 초래하고, 장기실업자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장기실업자는 숙련수준이 하락하여 인적자본 손실로 이어진다.' 등등의 '논리적인 설명'을 하는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경기침체가 초래한 실업률 상승(단기균형)이 장기균형인 자연실업률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에 대해서 말이죠.

      Laurence Ball의 연구는 '인과관계&논리적인 설명'을 이야기하는 앞선 연구에 바탕을 둔 뒤에, '총수요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구요.

      물론, 논문에는 제가 소개하지 않은 부분(가령, 미국에 비해 유럽의 실업률은 크게 상승했으나, 인플레이션율 변화는 비슷했다는 점)과
      논리적인 인과관계 설명을 위해 Modeling Approach를 하고 있습니다만, 내용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거 같아서 생략했습니다.

      다음 기회에 '정통적인 논의'를 소개하면서, '이력현상 발생원인의 논리적인 설명'을 할 계획입니다.
    • 2015.01.29 11:41 신고 [Edit/Del]
      "그럼 왜 정통적인 논의를 소개하기에 앞서 Laurence Ball의 연구를 미리 소개했느냐?" 라고 반문하실 수 있지만..

      그 이유는 Ball의 2014년 Working Paper를 소개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2014년 Paper는 '2008 금융위기 이후의 이력현상과 총수요정책의 중요성'을 주장하는데, 이것은 (이전에 소개한) Fed vs BIS 논쟁하고 연결이 될 수 있거든요.

      그런 이유로 Ball의 1999년 논문을 먼저 소개했습니다;;

      앞으로는 '연구 소개순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겠습니다.
  3. 역시 미국인이 빠져나가고 남은 찌꺼기가 유럽인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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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자연실업률 - 단기와 장기 · 기대의 변화 · 총수요와 총공급

Posted at 2015.01.26 10:29 | Posted in 경제학/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제학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 일부 사람들은 (주류)경제학을 "돈만 우선시하는 꼴보수 학문" 이라고 여긴다. 분배보다 성장만을 우선시하고, 평등보다 효율성만을 앞세우고, 협력보다 경쟁만을 강조하고, 시장기능의 원활한 작동만을 맹신하는 학문이라는 편견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사람들은 '경제학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말을 '사회적강자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오해와는 달리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체계적이고 타당한 논리적근거에 기반을 두고있다. (주류)경제학은 분배보다 성장만을 우선시하지 않고, 평등보다 효율성만을 앞세우지 않고, 협력보다 경쟁만을 강조하지 않고, 시장기능을 맹신하지 않는다. 게다가 애시당초 성장 · 효율성 · 경쟁 · 시장 등의 개념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성장 · 효율성 · 경쟁 · 시장은 오히려 사회적강자의 힘을 제약할 수 있고, 사회구성원 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앞으로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시리즈를 통해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를 통해,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논리적체계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성장 · 효율성 · 경쟁 · 시장이 어떠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할 것이다.    


이번글에서는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혹은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 개념을 이해하면서, ①단기와 장기의 구분기대(expectation)의 변화총공급과 총수요의 구분 등을 중요시하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알아볼 것이다.




※ 단기 · 장기 필립스곡선 - 기대(expectation)의 중요성


  • 출처 : 조장옥 『거시경제학』 1판.
  •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 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필립스곡선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며, 위에 첨부한 그림과 같이 우하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은 음(-)의 관계를 띄며, 실업률이 증가할수록 인플레이션율이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율이 증가할수록 실업률이 감소한다. 


그렇다면 한 국가의 지도자는 정치적승리를 위해 경제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현재 높은 실업이 문제라고 하자. 지도자는 인플레이션율을 조금 높이는 정책을 통해 실업을 해소할 수 있다. 이제 그 지도자는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적인기를 누릴 것이다. 반대로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문제라면 실업률을 조금 증가시킴으로써 인플레이션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필립스곡선에 따라 정책을 수행하면 경제는 원활히 잘 돌아갈 것이고, 한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추앙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높은 실업률은 어느 국가에서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으며, 경제상황을 잘 조정한다는 이유로 국민들에게 추앙받는 정치지도자는 없다. 왜일까? 그 이유는 바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필립스곡선은 '단기'(short-term)에만 성립하기 때문이다.          



  • 출처 : 조장옥 『거시경제학』 1판.
  • X축 u는 '실업률', Y축 π는 '인플레이션율'을 나타낸다.
  •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 변함에 따라 필립스곡선(PC)이 이동한다.
  • 그 결과, 장기 필립스곡선은 '수직'이 된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허용하면서 낮은 실업을 달성하려는 정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정부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통해 실업을 해결하려고 하니, 다음기(next-period)에도 인플레이션율이 높겠구나." 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즉,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 증가'하였다. 그 결과, 필립스곡선 자체가 상향이동 한다. 


위에 첨부한 그림은 '필립스곡선 자체의 이동'을 보여준다.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 변화'에 따라, 처음의 필립스곡선(PC1)은 상향이동하여 PC2, PC3가 된다. 따라서, 초기 A점 상황에서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허용(B점)'하였으나, 결국 '인플레이션율만 증가한채로 실업률은 초기 상태(C점)'로 돌아가게 된다. (A → B → C)  


아무리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계속 발생시키더라도 필립스곡선 자체가 상향이동하여 (A → B → C │ C  D → E → ...) 경로가 나타난다. 다시말해,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 변화로 인해 실업률은 계속해서 초기 상태를 유지(A → C → E)'하게되고, 장기적으로 필립스곡선은 수직 모양을 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필립스곡선과는 달리, '장기 필립스곡선(long-term Phillips Curve)은 수직'이다.


쉽게 생각하자.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주 : 오쿤의 법칙에 의해,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은 음(-)의 관계에 있다. 경제성장률이 증가할수록 실업률은 감소한다.) 그러나 이는 단기에만 달성가능하다.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가난한 국가는 없을 것이다. 각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증가시키기만 하면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단기'적인 경제성장률 증가와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다르기 때문에, 북한 중앙은행이 화폐 1,000조원 가량을 찍어낸다 하더라도 북한은 여전히 가난할 것이다. 남는건 높은 인플레이션율 뿐이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① - 단기와 장기의 구분 : 경제현상을 동태적으로 인식하라


이와 같이 대부분의 경제현상은 '단기'와 '장기'에서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다. 필립스곡선은 단기적으로는 우하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직이다. 통화정책은 단기적인 경제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만들지는 못한다. 즉, 어떠한 외생적 힘을 가해서 단기균형을 변화시킬 수는 있지만, 변화된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현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단기'(short-term)와 '장기'(long-term)를 구분하여 사고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관련글 : 가령, '[통화정책과 금융안정 ④] 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 - Fed & Krugman vs BIS & Rajan' 에서 경제학자 Paul Krugman은 '현재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단기적인 정책의 중요성'을 주장하는데 반해, BIS 소속 신현송과 Claudio Borio는 '단기적인 정책이 장기적으로 초래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단기'와 '장기' 중 어느 것에 큰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게 된다.)


이는 '동태적인 변화'(dynamic)를 염두에둬야 할 필요성도 가져다준다. 경제현상은 '정태적'(static)이지 않고 '동태적'(dynamic)이다. 한 기(one-period)내에 일어났던 현상은 다음기(two-period)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관련글 :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영화 <명량>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하여'. 이 글에서 본인은 "기업의 의사결정 행위를 동태적으로 파악" 해야할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② - 기대(expectation)의 중요성


한 기(one-period)와 다음기(two-period)에서 경제현상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경제주체의 '기대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을 본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변한 결과, 통화정책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 정부지출 증가를 본 경제주체들은 다음기의 세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미래의 세금납부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 정부지출 증가를 통해 총수요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은 달성불가능 하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의 '기대'(expectation)가 '다음기'(two-period)에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 : 1980년대 경제학자 Robert Lucas 등이 주도한 '합리적기대 혁명'(Rational Expectations Revolution) 이래로 현대거시경제학의 핵심은 '경제주체들의 기대가 다음기에 어떻게 변하느냐' 였다.)   

 



※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되는 자연실업률


다시 필립스곡선 이야기로 돌아오자. '장기 필립스곡선은 수직'이라는 사실이 알려주는 건 무엇일까?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단기)필립스곡선에서는 인플레이션율을 조정하여서 실업률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장기 필립스곡선에서 그것이 불가능 하다면, 실업률은 어떻게 결정된다는 것일까. 다시 말해, '초기 A점에서의 실업률이 어떤 값을 가지는지를 어떻게 결정하냐'는 것이다.


초기 A점상의 실업률은 경제의 '총공급부문'(Aggregate Supply), 즉 노동시장에서 결정된다. 이때 노동시장에서 결정된 실업률을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혹은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이라 부른다. 


이전글 '고용보조지표 - 한국 고용시장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다'에서 자연실업률 개념을 설명한 바 있다. 이를 다시 가져와보자.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실업률 3%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이상하게 느껴진다. 왜일까? 보통 '실업률 3%'는 완전고용 수준에서 달성가능한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완전고용'(full employment) 상황인데 실업이 존재하는 게 말이 되는가? '자연실업률'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완전고용'의 정의와 '잠재성장률' 개념을 먼저 알아야 한다. 


국가경제의 총생산량은 노동 ·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과 생산성이 결합되어 결정된다. 생산요소를 많이 투입할수록 그리고 생산성이 높을수록 총생산량이 증가하는 원리이다. 그렇다면 생산요소 투입을 무한대 늘려서 총생산량을 증가시키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않다. 노동 등 생산요소를 투입하기 위해서는 임금 등의 유인(incentive)을 제공하여야 한다. 이러한 유인을 무한대로 제공하는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균형 노동투입량은 '노동공급자(근로자)와 노동수요자(사용자)의 이해가 일치하는 시장임금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때 거시경제 내에 '정해진 시장임금 수준에서 고용되기를 희망하는 고용량이 모두 고용된 상태'를 '완전고용'(full employment)라 한다. 다시 말해, '완전고용'은 100% 고용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균형 시장임금에서 노동공급과 노동수요가 일치하는 균형 노동량'을 뜻한다.      


이렇게 거시경제의 '완전고용량'이 결정되고 나면 거시경제의 균형 총생산량 또한 결정된다. 이때의 총생산량을 '완전고용 산출량'이라 부르고, '잠재성장'(potential growth)을 달성했다 라고 말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완전고용 산출량과 잠재성장은 '한 경제가 주어진 자원을 균형수준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했을 때의 산출량과 경제성장'이다.

     

바로 앞서 이야기 했듯이, 완전고용이란 '정해진 시장임금 수준에서 고용되기를 희망하는 고용량이 모두 고용된 상태'이다. 따라서, 거시경제가 완전고용 산출량을 달성하더라도 실업은 존재하게 된다. 정해진 시장임금 수준보다 더 높은 시장임금을 원하는 사람들이 고용되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업을 '자발적 실업'(voluntary unemployment) 이라 부르고, 이때의 실업률을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라 부른다. 



(사족) 자연실업률을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로 표현하면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이해하면 쉽다. 장기 필립스곡선 모양을 다시 가져와보자.


    

  • 출처 : 조장옥 『거시경제학』 1판.
  • X축 u는 '실업률', Y축 π는 '인플레이션율'을 나타낸다.
  •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 변함에 따라 필립스곡선(PC)이 이동한다.
  • 그 결과, 장기 필립스곡선은 '수직'이 된다.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이라는 말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반댓말인' 인플레이션이 가속적'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는 말그대로 인플레이션율이 계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를 뜻한다. 초기 균형점이 A일때 인플레이션율이 증가한다면, 균형점은 필립스곡선을 따라 B점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증가하여 필립스곡선 자체가 위로 이동하게 되고, 균형점은 C점이 된다. 이때, 또다시 인플레이션율이 증가한다면 균형점은 D점으로 이동한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을 계속해서 발생시킨다면 자연실업률 이하의 실업률을 달성할 수 있다. 다르게 말해, 자연실업률 이하의 실업률은 인플레이션을 가속적(accelerating)으로 일으켜야만 달성가능하다. 따라서, 자연실업률이란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발생하지 않을때(즉,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 달성가능한 실업률(NAIRU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 이다. (사족 끝)



중요한건, 자연실업률은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된다는 것과 '총공급부문인 노동시장이 균형상태에 있어 완전고용에 이르렀을때'에 달성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나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총수요를 증가시키더라도,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되는 자연실업률은 변하지 않는다. 즉, 총수요 변화는 총공급부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총수요는 단기적인 경제정책에 좌우되고 총공급은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연결되기 때문에, 총수요가 총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앞서 언급한) 변화된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과 연결된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 ③ - 총공급과 총수요의 구분 


이처럼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되는 것과 총수요부문에서 결정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총공급과 총수요를 구분해서 사고해야한다.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자연실업률은 총공급부문에서 결정된다. 공급은 '생산'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현대자본주의에서 경제성장이란 '가치가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얼마만큼 많이 생산하느냐'를 의미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경제성장이 총공급부문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반면 인플레이션율은 총수요에 의해서 나타난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통화정책 · 재정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증가시켜 싱럽률을 낮추더라도 결국에는 자연실업률로 복귀한다. 남는 것은 높아진 인플레이션율 뿐이다. (A점에 비해 E점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다.) 경제학자 Milton Friedman이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 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족) 총공급-총수요를 통해 거시경제를 분석하는 것과는 달리, 경제주체 개인(representative)의 선택에서 출발해 거시경제를 분석하는 모델도 있다. 이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룰 계획이다. (사족 끝)

 



※ 자연실업률 개념의 응용


이번글을 통해 이야기한 '자연실업률'(natural rate of unemployment) 혹은 '인플레이션이 비가속적일때의 실업률'(NAIRU, Non-Accelerating Inflation Rate of Unemployment)에 대해서는 2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①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는 노력을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실업률 수준은 자연실업률로 복귀한다.

단기균형은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자연실업률은 총공급부문(노동시장)에 의해 결정된다.



'자연실업률' 개념을 이용하여 지식을 확장해 나갈 수는 없을까? 


다음글에서는 '무역개방이 자연실업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살펴볼 계획이다. "무역개방은 경쟁압력을 증대시켜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라는 통념이 널리 알려져있다. WTO · FTA 등등 무역개방정책을 실시할 때마다 국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발생하는데, 과연 정말로 무역개방이 일자리를 감소시키는지를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글에서는 '경제위기로 인한 단기적인 실업률 증가가 자연실업률을 영구히 변화시킨 경우'인 '이력현상'(hysteresis)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이력현상 관련글

[이력현상 ①-1]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1980년대 유럽, 실업률이 영구히 높아지다


이번글에서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라고 말을 했지만, 1980년대 유럽에서 단기균형이 장기균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이력현상 ①-1] 경기침체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1980년대 유럽, 실업률이 영구히 높아지다'에서 소개할 계획이다.




※ 경제학적 사고방식의 응용 

①단기와 장기의 구분 ②기대(expectation)의 변화 ③총공급과 총수요의 구분   


이번글을 통해 알게된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이용하여 경제현상을 바라본다면, 특정 사안을 두고 경제학자들이 왜 저런 주장을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저 경제학자는 전혀 경제학적이지 않은 주장을 하네" 라고 판단하는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다음글에서는 "형집행중인 대기업총수를 석방하면 정말로 경제가 살아나는지"를 살펴보고, '경제살리기를 위한 대기업총수 가석방'이라는 주장이 경제학적 사고에 기반한 것인지를 알아볼 것이다. 


   

  1. 유민이
    글을 정말잘쓰시네요 깨닫고 갑니당!!
  2. 방구석타이슨
    도움이 됐습니다.
  3. 정성으로 쓰신 것이 눈에 보이네요. 자연실업률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4. 이승훈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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